世上萬事 2025-01/
01-03(금)디지털 범죄 예방 위해 개인정보 노출 안 돼
과거 범죄는 물리적 장소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사이버 공간이 새로운 범죄의 무대가 되고 있다. 단순히 전화를 통해 돈을 요구하는 단계를 넘어, 가짜 대출과 같은 정교한 방법으로 확대되고 있다. 딥페이크 기술은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조작해 신뢰를 무너뜨리고, 심지어 정치적 혼란까지 유발할 위험이 있다.
디지털 범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알 수 없는 번호로 온 전화나 문자를 바로 신뢰하지 말고, 차분히 확인해야 한다. 또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연락에는 응하지 않으며, 중요한 정보는 절대 공유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범죄 수법에 대해 꾸준히 배우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기술적 대응도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은 범죄를 막기 위한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하고, 국민은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범죄는 시대와 함께 진화한다. 우리가 더 똑똑해지고, 서로 돕는다면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새로운 위협에도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늘 대비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문화일보 양성빈·보성경찰서
01.06 ‘반복되는 민노총 조합원의 경찰 폭행’ 엄단하라
민노총 조직원이 휘두른 둔기에 경찰관 쓰러져
지난해에도 폭행·폭력·불법 집회로 11명 체포돼
폭력 시위에 침묵·편파 보도하는 언론 각성해야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시위 중 경찰에 대한 폭행이 또다시 발생했다.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근처에서 민노총 조합원으로 보이는 시위 참가자가 경찰로부터 빼앗은 무전기로 추정되는 둔기를 경찰관에게 던졌고 이 둔기를 머리에 맞은 경찰관이 현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국가 질서와 국민 안전을 지키는 임무에 충실한 경찰에 위해를 가한 것은 곧 국민을 위태롭게 한 것과 다름없다. 이에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경찰의 업무 중 하나는 공공질서를 유지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그들이 물리적인 폭력에 노출되어선 안 된다. 이번 사건에서 폭행을 당한 경찰관은 무전기로 머리를 맞고 현장에서 쓰러졌으며 일각에서는 의식불명 상태라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폭력은 단순한 시위 참가자들의 불법적인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권력의 기능을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게다가 민노총의 시위가 점차 과격해지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법과 질서를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민노총의 공권력에 대한 폭력·폭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도 민노총이 주도한 시위에서 경찰관들이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해 11명이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세종대로를 점거한 민노총 시위대와 충돌하며 폭력적인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경찰을 폭행하며 과격한 행동을 이어 갔다.
게다가 민노총은 폭력 사태를 일으킨 데 대해 그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경찰이 가해자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한 것을 두고 “공안 정국을 조성하려는 발악”이라며 경찰을 비난했다. 이러한 민노총의 태도는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무책임한 행동에 다름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민노총의 폭력적 시위 방식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시위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반드시 법과 윤리를 지켜야 한다. 민노총의 폭력은 더 이상 노동권을 주장하는 정당한 시위로 볼 수 없으며, 이는 공권력을 위협하고 사회의 안전을 해치는 행위다. 더욱이 민노총의 존재 이유와 거리가 먼 정치적 이슈에 뛰어들어 마치 자신들이 민의를 대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건 국민이 더욱 용납하기 힘들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폭력 사건에 대한 언론의 대응이다. 경찰관이 민노총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실에 대해 일부 언론은 침묵을 지키거나 사건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KBS와 같은 주요 언론은 5일 관련 보도에서 “어제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 촉구 집회 참가자 두 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지만...”이라고 전했다. 이는 마치 경찰이 부당하게 집회 참가자 두 명을 체포한 것처럼 왜곡해서 전달되는 효과를 만들어 냈다.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민노총의 폭행 사실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보도 방식은 결과적으로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자아내고 민노총의 폭력성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묵살하는 것이다. 만약 경찰이 시위자들에게 과잉 진압을 가했다면, 그에 대한 비판은 즉시 언론을 통해 확대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에 대해선 침묵하거나 축소한다면 편파적이고 부당한 언론 행태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스카이데일리 사설
01-10 ‘진짜 안전’ 사회로 가는 길
권도경 사회부 차장
“우리는 안전하다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을 뿐이에요.”
화성 아리셀 화재 사고와 서울시청역 참사 수습이 마무리돼 가던 지난해 여름. 유족들 트라우마를 치료하던 전문가는 어렵사리 만난 자리에서 ‘가짜 안전’이란 단어를 꺼냈다. 대다수 사람은 자신이 조심하니깐 안전하고, 비극은 다른 사람의 일이라고 선을 긋는다. 이 같은 생각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세월호와 핼러윈 참사 등 숱한 재난 현장을 다녔던 그가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였다고 한다. 재난은 부자나 유명인사, 권력자라고 해서 피해가지 않는다. 장소를 가리지도 않는다. 나만 잘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사고도 아니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도 마찬가지였다. ‘재난은 랜덤’이란 냉정한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시 큰 트라우마를 안게 됐다. 비행기란 일상적 공간에서 벌어진 참사는 슬픔의 진폭을 키웠다. 재난의 그림자는 짙다. 장례 절차는 끝났지만, 유족과 국민이 겪어내야 할 트라우마는 이제 시작됐다. 재난은 우리 사회 밑바닥을 확인하게끔 한다. 참사 현장에선 여러 가치관이 충돌한다. 정치화된 재난은 갈등과 반목을 낳았다. 이번 참사에서도 비난과 혐오 발언은 등장했다. 희생자를 위한 애도를 강요할 수 없듯이 참혹한 죽음을 조롱거리로 삼아서도 안 될 일이다. 재난 앞에서 모든 이들이 가진 조건값은 평등하다.
재난은 선진국에서도 일어난다. 한 나라의 역량은 참사 후 대응에서 드러난다. 재난 대응이 매번 완벽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재난을 겪은 이들을 보살피고, 실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 시스템을 바꾸는 노력을 할 때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는 희생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기도 하다.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 참사는 모두에게 트라우마로 남는다. 트라우마 회복은 참사를 수용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한다. 가족을 하루아침에 잃은 사실도 받아들이기 고통스러운데 사고 원인마저 납득되지 않을 경우 유족들에겐 지옥 같은 현실만 남게 된다. 진상 조사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 유족들이 수긍하면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트라우마가 치유되는 데도 도움될 수 있다.
우리가 누리는 안전은 수많은 사람의 피로 일궈졌다. 재난은 무책임과 무관심을 먹고 자란다. 재난이 일어나는 걸 막을 순 없지만, 재난을 어떻게 수습할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때로는 불편한 감정이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주기도 한다. 분노는 사회의 부조리를 고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불안은 우리를 보호해준다. 불안하기에 손을 씻고 마스크를 쓰면서 코로나19 확산을 막아냈다. 당시에도 국민이 연대하는 힘이 공동체를 지켰다. 재난과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운 이는 없다. 개인의 힘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재난이 터지면 가장 약자는 유족과 피해자다. 온 세상이 무너진 이들을 보듬는 건 우리가 서로를 지키는 일일지도 모른다. 트라우마를 이기는 힘은 결국 사회적 지지와 연대에서 나와서다. 약자를 지지하고 돕는 사회는 트라우마에 강하다. 공동체도 성숙해진다. 이때 우리는 ‘진짜’ 안전할 수 있다.

문화일보
01.11 오늘 아침 '한파 절정'… 평창 -25도·서울 -12도
부산 등 남부도 영하 10도 내외
제주와 충남, 호남 서해안엔 내일까지 눈 예상
10일 아침 강원과 경기북부 지역 기온이 영하 20도 안팎까지 떨어지는 등 한파가 절정에 달했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은 오전 7시 경 기온이 영하 24.9도까지 내려갔다. 경기도 강평군 북명은 같은 시각 기온이 영하 21.1도였다.
이날 아침 서울 기온은 영하 12.2도, 인천은 영하 11.7도, 대전은 영햐 12.9도까지 내려갔다.
남부 지방도 갑작스런 한파를 피해가지 못하고 영하 10도 내외로 떨어졌다. 부산과 광주는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대구는 영하 10.7도, 울산은 영하 11.2도였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전국적으로 영하 6도에서 영상 4도 사이일 것으로 예측된다.
추위는 주말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나, 이날보다는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토요일 11일 기온은 평년 기온보다 낮고, 12일부터 다소 올라 평년 기온과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01.11 부산의 솔푸드 돼지국밥, 왕중왕은 어디?
[아무튼, 주말]
음식·외식 전문가들이 뽑은
부산 돼지국밥 베스트10

▲부산 '화남정돼지국밥'. 돼지뼈를 3시간 가량 끓인 육수에 특수 부위인 항정살을 듬뿍 넣는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부산역에서 나오니 구수한 돼지국밥 냄새가 코를 휘감는 듯했다. 역 주변에만 돼지국밥집이 열 곳이 넘으니 그럴 만도. 부산은 돼지국밥의 도시이다. 부산 토박이로 시인이자 음식문화 칼럼니스트인 최원준씨는 돼지국밥을 “역사와 문화, 기질 등 부산의 모든 것을 대변해주는 솔푸드(soul food)”라고 정의한다.
돼지국밥은 정서적으로만 부산을 대변하는 게 아니다. 부산에서 어떤 음식보다 많이 팔리고 또 먹는다. 상호에 ‘돼지국밥’이 들어간 부산 소재 음식점은 692곳(2019년 소상공인진흥공단 상가업소정보). 전국으로 시야를 넓히면 2703곳인데, 이 중 26%가 부산에 있는 셈이다. 상호로 내세우지 않았지만 실제로 돼지국밥을 취급하는 식당은 더 많다. 모두 742곳으로 돈가스(365곳)의 2배, 스파게티(54곳)의 13배가 넘는다(2019년 한국외식업중앙회 부산시지회).
부산의 돼지국밥 사랑은 검색량으로도 확인된다. 구글트렌드는 2004년 이후 2개 이상 검색어의 검색량 비율을 지역별로 제공한다. 대중 음식의 대명사인 짜장면과 돼지국밥 검색량을 도시별로 비교했다. 전국적으로는 짜장면 검색량이 돼지국밥을 압도했지만, 유일하게 부산은 60대40으로 돼지국밥이 짜장면을 추월했다.
2025년 1월 현재 부산 최고의 돼지국밥집은 어디일까? ‘아무튼, 주말’이 음식·외식업계 전문가 10명에게 “으뜸이라고 생각하는 부산 돼지국밥집을 10곳씩 꼽아달라”고 요청했다. 본인과 관련된 곳은 배제했다. 1등부터 10등까지 10점부터 1점까지 매겨 합산했다. 잘하는 돼지국밥집이 너무 많고 스타일 차이도 큰 게 문제였다. 어렵게 뽑아낸 ‘부산 돼지국밥 베스트 10′을 이제 공개한다.
◇부산 돼지국밥 1·2·3세대
부산 돼지국밥 베스트 10을 보면 관록 있는 노포들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합천국밥집’(1위) ‘자매국밥’(2위) ‘장터국밥’(3위) ‘영진돼지국밥’(4위) ‘양산국밥’(6위) 등 2세대 돼지국밥집들이 주도하는 가운데 ‘신창국밥’(5위) ‘60년전통할매국밥’(10위) 등 1세대들이 노익장을 뽐낸다. 여기에 3세대 또는 3.5세대라 불리는 ‘진돼지곰탕’(8위) ‘화남정돼지국밥’(9위) 등 패기 넘치는 신흥 강자들이 도전하는 형국이다.

▲그래픽=송윤혜
부산 돼지국밥집들은 크게 1~3세대로 분류한다. 1세대는 6·25전쟁이 터진 1950년 이후 전국에서 피란 온 이들이 생계를 위해 돼지 머리, 내장 등 부산물로 시장에서 끓여내던 곳들이다. 박정배 음식 작가는 “부산 돼지국밥은 경상도식과 이북식이 섞여 만들어졌다”고 했다. “국물이 곰탕처럼 진하고 뽀얀 돼지국밥은 경상도식입니다. 이북식은 맑아요. 순대, 다대기(다진 양념)도 원래 이북식이죠”. 최원준씨는 “이북 고기 육수와 순대, 제주 몸국과 고기국수, 경남 밀양의 쇠머리 육수 돼지국밥, 일본 돈코쓰 라멘, 대구·경북의 따로국밥도 부산 돼지국밥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부산 돼지국밥 1세대로 꼽히는 '신창국밥'의 국밥(왼쪽)과 수육밥에 딸려 나오는 수육.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2세대는 생계를 넘어 외식업으로 발전한 식당들이다. 돼지 뼈를 우린 뽀얀 국물에 전지·후지 등 저렴한 부위와 순대를 썰어 넣은 스타일이 많다. 1980년대부터 주요 상권에 속속 들어섰다. 3세대는 항정살처럼 비싼 특수 부위를 써서 고급화한 곳들이다. 1·2세대의 자손이 운영하는 곳이 많다. 서울 ‘옥동식’에서 영향받아 버크셔K 흑돼지·부추 오일을 활용하거나 일본 돈코쓰 라멘처럼 육수를 진하게 뽑는 등 요리 수준의 돼지국밥을 내는 곳들은 따로 3.5세대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번에 1위를 차지한 ‘합천국밥집’은 2세대에 속한다. 투명하다 싶을 만큼 맑고 군내가 전혀 없으면서 감칠맛 짙은 육수가 인상적이다. 보통 고기 육수는 맑고 뼈 육수는 뽀얗다. 이 가게는 고기와 사골을 함께 쓰는데도 국물이 맑다. 사골을 오래 끓이지 않고 건져내기 때문이다. 맑으면서도 사골의 깊은 감칠맛이 더해졌다. 지성우 울산 맛찬들왕소금구이 대표는 “평양냉면 육수처럼 불필요한 기름기와 잡내가 없고, 깔끔하면서도 풍부한 맛의 층이 느껴졌다”며 “첫 숟갈을 떴을 때는 심심한 듯싶었지만 한 숟갈 한 숟갈 이어질수록 그 깊은 맛에 이끌려 다대기를 풀지 않은 상태로 국물만 계속 떠 먹게 됐다”고 했다.
밥은 말지 않지만 고기를 뜨거운 육수로 데우는 토렴을 고수한다는 점도 특별하다. 이처럼 전통을 지키되 전통 안에서 혁신을 통해 업그레이드한 맛으로 30대부터 60대, 부산 토박이부터 서울내기까지 두루 높은 점수를 줬다. 지난해 프랑스 식당 평가서 ‘미쉐린 가이드’가 빕구르망(가성비 맛집)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2위에 오른 ‘자매국밥’은 전라도식 돼지국밥이 부산 돼지국밥으로 융합된 경우다. 전라도식으로 돼지머리를 쓴다. 돼지머리는 입술이 쩍쩍 붙는 듯한 진한 국물과 감칠맛이 장점이나, 자칫 군내가 날 수 있어 다루기 까다롭다. 전남 고흥이 고향인 여주인이 잡내 없이 점성 높은 감칠맛만 기가 막히게 우려낸다. 여주인은 “돼지머리를 3번 끓이는데 마지막 물은 버리는 게 비법 아닌 비법”이라고 했다. 국밥이 나오기 전 돼지 머릿고기·허파·간이 식욕을 돋우는 애피타이저처럼 작은 접시에 담겨 먼저 나오는데 이것만 팔아도 대박 났을 듯하다. 겉절이김치, 섞박지 등 국밥에 딸려 나오는 김치도 남도 특유의 맛이 느껴진다.
3위를 차지한 ‘장터국밥’은 부산 서구 구세산부인과 병원 뒷골목에 숨어 있는데도 외지는 물론이고 일본 등 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박정배 음식 작가는 “옛 방식의 조리법을 깔끔하게 다듬어 다이아몬드처럼 정교하고 순수한 맛을 지닌 돼지국밥”이라고 평했다.
살이 넉넉하게 붙은 돼지 다리뼈를 3시간 이내로 끓인다. 주인 우점순씨는 “돼지 뼈는 소보다 가늘어서 너무 오래 끓이면 맛이 떨어진다”고 했다. 중간 농도 육수는 고소하면서 군내가 없다. 소뼈 국물에 익숙한 서울 출신이라면 입에 맞을 듯하다. 얇게 저민 돼지 앞다리살이 푸짐하게 들었다. 수육백반은 항정살만 접시에 담아 돼지국밥 국물, 공깃밥과 함께 나온다.
4위에 오른 ‘영진돼지국밥’은 뽀얀 사골 국물에 양파 양념을 풀면 진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난다. 항정살 수육에 두부김치를 곁들이는 수육백반도 국밥만큼 많이 찾는다. 1995년 김성호씨 부부가 지금의 절반 크기로 시작했고 아들 도원씨가 일찌감치 부모를 도와 2대 경영을 하고 있다.
해운대 ‘양산국밥’은 토렴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토렴국밥이 따로국밥보다 1000원 더 비싸다. 다른 국밥집 대부분은 따로국밥이 더 비싸다. 밥이 담긴 그릇에 육수를 붓고 따라내기를 여러 번 반복하는 토렴은 한때 비위생적으로 보이거나 먹다 남은 밥을 재사용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최원준씨는 “토렴은 국밥을 오래 따뜻하게 먹기 위해 ‘국과 밥’을 한 음식으로 일체화하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식은 밥 속으로 뜨겁고 진한 국물이 흡수되어 국의 영양과 풍미를 온전히 품어내면서도 밥알에서 빠져나오는 전분의 양을 일정하게 조절해줍니다. 토렴을 하면 국물의 맛도 훼손하지 않고 밥의 식감도 살리면서 오래도록 적당하게 뜨거운 국밥을 맛볼 수 있지요.”
박종호 부산일보 선임기자는 “전체 밸런스에서 이 가게를 첫째로 꼽았다”고 했다. “고기 질, 국물 농도가 적당하고 청결·친절이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전통 소주 ‘일품진로’ 나 일본 위스키 ‘히비키’ 등을 잔술로 마실 수 있는데, 개인 취향이 존중받는 느낌입니다.”
◇뽀얀 뼈 육수 vs. 맑은 고기 국물
1950~1960년대 창업한 이른바 원조 돼지국밥집 중에서는 ‘신창국밥’이 5위, ‘60년전통할매국밥’이 10위에 오르며 노포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신창국밥은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유명 인사가 많이 다녀간 집으로 유명하다. 1969년 서혜자씨가 국제시장에서 탁자 2개로 시작해 토성동 본점과 3개 지점으로 컸다. 맑은 갈색 국물이 독특하다. 시래기, 숙주나물, 두부 등 17가지 재료로 만든 순대 삶은 국물에 사골, 고기를 삶아 만든다. 국밥과 수육에 모두 살코기와 순대, 내장이 같이 들어간다. 순대 맛이 특히 좋다.
60년전통할매국밥은 평양에서 피란 온 고 최순복씨가 1956년 삼화고무공장 앞에서 시작했다. 비계째 숭덩숭덩 썬 고기가 듬뿍 든 맑은 국물에 송송 썬 파와 고춧가루를 띄운, 돼지국밥깨나 먹어봤다는 마니아에게도 낯선 모양새다.
부산 돼지국밥은 ‘부산’이라는 지역과 ‘돼지’라는 재료만 같을 뿐 맛 편차가 심하다. 다양한 부산 돼지국밥을 가장 확연하게 구별하는 기준은 육수다. ‘뽀얀 육수’ ‘중간 육수’ ‘맑은 육수’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뽀얀 육수는 주로 돼지 다리뼈를 고아 뽑는다. 진하고 구수하다. 제주 몸국과 고기국수, 일본 돈코쓰 라멘, 밀양 소 사골 돼지국밥과 닮았다. 중간 육수는 ‘조금 연한 육수’라 부르기도 한다. 돼지 뼈와 고기, 내장을 함께 쓰거나 돼지머리를 통째로 넣고 육수를 낸다. 깊은 맛과 감칠맛이 뛰어나다. 이북 피란민들이 부산에 정착해 돼지머리를 활용하면서 퍼졌다. 최원준씨는 “상업화된 부산 돼지국밥의 원형쯤 된다”고 했다.
맑은 육수는 수육용 돼지고기를 삶아 육수를 낸다. 서부 경남 돼짓국에서 유래했다. 돼지 누린내나 잡내 없이 깔끔하고 정갈하다. 국밥에 들어가는 고기 고명도 다양하다. 돼지머리에 붙은 볼살 등 머리고기를 사용하거나, 내장이나 순대를 함께 쓰고, 돼지 목살과 다리살을 쓰는 등 다양하다.
3세대 부산 돼지국밥집들은 맑은 육수로 돼지국밥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고, 삼겹살·항정살 등 비싼 부위로 고급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7위에 오른 ‘합천일류돼지국밥’은 다진 마늘과 다대기를 왕창 올려서 진하고 강렬한데 의외로 개운한 맛이다. 김미주 국제신문 기자는 “돼지국밥 본연의 스타일은 지키되 간 마늘로 풍미를 내 감칠맛을 살리고 냄새도 덜하다”고 했다. 밥과 반찬 셀프 리필 서비스를 앞서 도입했다. 밥 대신 우동 면을 넣은 ‘돼지우동’도 인기다.
8위에 오른 ‘진돼지곰탕’은 문 연 지 1년이 되지 않았지만 MZ세대에선 이미 인기 맛집으로 등극했다. 맛과 인테리어, 담음새, 서비스에서 전형적인 3.5세대 돼지국밥집이다. 2층에 있는 식당은 기다란 바 형태 테이블이 주방을 감싸고 있다. 자리에 앉아 물을 마시려고 접시에 뒤집어 놓은 컵을 집어 들었더니 비타민 한 알이 놓여 있다.
돼지곰탕은 맑고 투명한 국물에 밥이 말려 있고 얇게 저민 돼지고기가 켜켜이 쌓여 있다. 국물과 고명은 모두 지리산에서 키운 버크셔K 흑돼지 고기를 사용한다. 국물에는 초록빛 ‘부추 오일’이 동동 떠 있다. 부드럽게 삶은 돼지고기는 훈연 처리를 했는지 불향이 은은하게 풍겼다. 군내 등 불쾌할 수 있는 냄새는 전혀 없었다. 평양냉면집에서 파는 제육 같은 ‘버크셔K 수육’을 냉·온 두 갈래로 낸다. 전통주 리스트가 있어서 ‘한산소곡주’ ‘해창막걸리’ ‘이강주’ ‘풍정사계’ 등 요즘 MZ들에게 인기인 전통주를 돼지국밥과 취향대로 페어링해 즐길 수 있게 했다.
2017년 서울에서 오픈해 뉴욕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며 ‘돼지국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평가받는 서울 서교동 ‘옥동식’의 영향이 여실히 느껴진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선정 패널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현대적인 맛이지만,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스타일의 돼지국밥을 부산에서 그것도 아류를 맛보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화남정돼지국밥’은 돼지 사골 국물에 특수 부위인 항정살을 고명으로 쓴다. 비싼 항정살에서 가장자리 비계를 50% 이상 제거한 살코기 정심 부위만 사용한다. 김영배 대표는 “사실 항정살은 지방이 좀 있어야 맛있지만, 젊은 손님들은 지방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최대한 제거하고 낸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부산=김성윤 음식전문기자
01-13 본질 호도하는 ‘무안’ 삭제
김만용 전국부장
2주 전 179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를 놓고 벌어진 뜬금없는 사고 명칭 논란은 유사한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 논란이 벌어진 타이밍은 조류 서식지로 포위돼 있는 공항의 지리적 문제점, 국제공항으로서는 부족한 활주로 길이, 인명 피해를 키운 콘크리트 구조물 등 공항 자체의 심각한 결함이 부각하던 때였다. 돌연 더불어민주당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고 이름에서 ‘무안’을 빼자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호남에 대한 지역감정을 유발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다수 언론은 ‘무안공항’을 삭제하고 ‘제주항공 참사’로 표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무안’이 ‘제주’를 이긴 셈이다. 비난 역시 공항보다는 민간 항공사로 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두 가지 점에서 잘못된 흐름이다. 첫째, 일반적으로 교통사고와 대형 참사는 사고 지점 명을 더 많이 사용해왔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도 2009년 US에어웨이 항공기가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사건을 ‘허드슨의 기적’(Miracle on the Hudson)이라고 부른다. 최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벌어진 테슬라 트럭의 테러도 ‘뉴올리언스 공격’(The New Orleans attack)으로 칭하고 있다. 둘째, 자칫 사고 원인과 배경을 호도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이 얼마나 명확히 드러날지 장담할 순 없지만, 이번 참사는 무안공항 주변의 수많은 조류에 의한 충돌이 시발점이 됐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동체 착륙도 성공적이었다. 베테랑 기장도 참사 직전까지 최선을 다한 흔적이 있다. 만약 활주로가 더 길었다면,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사상자는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즉, 어떻게 조류 서식지 옆에 국제공항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해 무안공항 측은 어떤 노력을 했는지, 과거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와 카르텔·특혜는 없었는지, 전남도와 무안군은 관리 감독 책임을 다했는지 등을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하는데도 ‘무안’을 삭제함으로써 본질을 피해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무안공항은 누가 보더라도 ‘정치공항’이다. 김대중 정부의 실세였던 한화갑 전 국회의원이 주도해 1999년 착공, 2007년 개항했다. 정확한 수요 예측과 예비타당성조사는 무시됐다. 건설 과정에서도 호남 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가 반복됐던 곳이다. 완공 이후엔 항공편이 없어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고 조롱을 받았다. 호남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현재 전국엔 제2, 제3의 무안공항들이 줄을 서고 있다. 새만금국제공항, 가덕도신공항, 흑산공항, 경기국제공항 등도 안전성이 의심되고 있지만, 지역의 숙원으로 포장돼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는 전 국민을 충격과 슬픔 속으로 몰아넣은 이번 참사에서 쓰라린 교훈을 찾아야 한다. 무안공항의 구조적·태생적 문제점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사고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지금이야말로 성역 없는 수사가 뒤따라야 할 때다.

문화일보
01.15 MZ 체육인의 반란
탁구왕 유승민 체육회장 당선… 예상 깨고 이변
젊은 체육인들 지지 이끌어내
3연임 노렸던 이기흥 꺾어

▲14일 42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두 손을 들고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유승민 당선인은 417표를 얻어 이기흥(379표) 현 회장을 제쳤다. /뉴시스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43)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차기 대한체육회장에 선출됐다. 유 전 회장은 14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총 투표 수 1209표 중 417표(득표율 34.5%)를 받아 이기흥(70) 현 체육회장(379표·31.3%), 강태선(76) 서울시체육회장(216표·17.9%) 등을 제치고 당선됐다. 당초 이번 선거는 3선을 노리는 이 현 회장이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 회장이 체육회장으로 재임(8년)하는 동안 다져놓은 입지가 탄탄한 데다 ‘반(反)이기흥’을 앞세운 후보들 간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표가 흩어져 이 회장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였다. 젊은 선거인단들이 이 회장이 받고 있는 부정 채용과 횡령 등 각종 비리 혐의에 대해 염증을 낸 데다 유 후보가 선거 기간 내내 발로 뛰면서 표밭을 다진 효과가 발휘됐다는 분석이다.

▲그래픽=박상훈
이번 선거에선 유승민, 이기흥, 강태선에 이어 강신욱(70) 단국대 명예교수가 120표, 오주영(40)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 회장이 59표, 김용주(64)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총장이 15표를 얻었다. 선거인단 2244명 중 1209명이 참여, 투표율은 53.9%를 기록했다.
◇선수 출신 체육회장… 아테네 올림픽처럼 역전 드라마 썼다
유 당선인은 체육회 대의원 총회와 문체부 장관 승인을 거쳐 다음 달 28일 4년 임기를 시작한다. 임기는 2029년 2월까지다. 임기 내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유승민 당선인은 잘 알려진 올림픽 영웅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최강 중 한 명인 중국 왕하오를 꺾고 금메달을 땄다. 이전까지 성인 무대에서 6전 6패를 당했던 왕하오에게 결정적인 순간 설욕했다. 마지막 ‘금빛 드라이브’를 성공시킨 후 김택수 코치에게 안겨 펄쩍펄쩍 뛰던 모습은 한국 올림픽 역사 명장면 중 하나로 남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유남규(남자단식), 양영자·현정화(여자복식) 이후 16년 만이자 한국 탁구 역사 마지막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2004년 8월 23일( 한국시각) 아테네 갈라치홀에서 열린 아테네 올림픽 남자탁구 개인전에서 우승한 유승민이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연합뉴스
2014년 현역 은퇴 후 국가대표팀과 삼성생명 탁구단 코치를 맡으며 지도자 생활을 하다가 2016년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 위원에 당선되면서 체육 행정가 길로 접어들었다. 선수 위원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각국 선수단 투표로 뽑았다. 탁구 종목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그가 낙선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25km씩 걸어다니면서 선거 운동에 혼신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 예상과 달리 23명 후보 중 2위에 올라 IOC 위원에 당선됐다. 이후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선수촌장을 지내고 2019년 조양호 전 회장 별세로 치러진 대한탁구협회장 보궐 선거에서도 이겼다. 작년 9월까지 재임했고, ‘체육계 변화’를 외치면서 이번 체육회장 선거에 도전했다.

▲그래픽=백형선
선수 시절뿐 아니라 각종 선거에서 이변을 일으켜온 그답게 이번에도 그 진가를 보여줬다. 이번 체육회장 선거는 이기흥 현 회장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선거인단 구성 자체도 이 회장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추첨으로 뽑히는 인원 외에 전국 228개 시·군·구 체육회에서 추천한 인사가 선거인단에 포함되는 ‘지정 선거인 제도’가 도입됐는데, 현직 회장으로 지역 체육회와 접촉이 많았던 이 회장을 위한 제도라는 비판이 있었다. 또 ‘반(反)이기흥’을 외치고 나온 후보들마다 주장이 강해 단일화를 통해 양자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데도 실패했다. 4년 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당시에도 이기흥 후보는 46.4% 득표율로 당선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유 당선인이 지난해 9월 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당선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구(舊)세대를 상징하는 이 회장에 대한 반발이 이번 선거에서 나타났다. 선거 과정을 지켜본 체육계 인사는 “이번에 상대적으로 젊은 선거인단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이 회장 비위 혐의에 염증을 냈고 변화를 바라는 열망을 투표로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 이날 투표 현장에선 유 후보가 당선되자 환호성을 지르는 젊은 체육인들이 대거 눈에 띄었다. 대한체육회 전직 임원은 “젊은 체육인들이 변화를 원했다. 체육인들을 만나보면 한국 체육계가 나이 드신 분들이 권위를 내세워 끌고 간다는 비판이 많았다. 젊은 사람이 와서 변화를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IOC 선수위원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발군의 지구력도 위력을 보였다. 체육회 관계자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전국 각 시도 체육회 인사들을 다 만나고 다니더라”면서 “밤잠을 줄여가면서 하루에 수백 ㎞를 차로 순회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유 당선인 캠프 관계자는 “IOC 위원 선거 때도 그랬듯 발로 뛰는 선거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정말 부지런하게 표밭을 훑고 다니며 선거 운동을 했고, 진심으로 다가섰던 게 유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남규·현정화·김택수 등 탁구계 선배들을 비롯, 선수 시절 교류했던 수많은 동료들이 유 당선인을 위해 노력한 점도 효과를 봤다. 한 체육 단체 인사는 “유 당선인이 과거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 위원장을 하면서 교류한 젊은 체육인들이 이번에 큰 힘이 됐다고 하더라”고 했다.
반면 2016년 선거에서 처음 체육회장에 선출돼 한 차례 연임한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와 정치권 불출마 압박에도 무리하게 3선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이 회장이 비위 혐의에 대해 명쾌한 해명이나 사과 없이 강하게 반발만 하며 정부와 갈등을 키운 게 체육인들로부터 외면받았다는 지적이다. 한 체육계 인사는 “이 후보 주변은 조직력이 와해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협회장은 이 후보 주위에 몸 바쳐 뛰어줄 사람이 없다는 말도 하더라”고 말했다. “‘이기흥이 변했다’고 한 체육인들이 적지 않았다. 전엔 정부와 맞서서 체육계 이익을 지키는 저항군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체육회장 자리를 위해 무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말도 나왔다.
이번 선거 과정에선 법적 공방도 있었다. 이 회장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직무 정지 조치를 내린 데 반발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기각됐다. 행정소송도 진행 중이지만 이 같은 행보가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줬을 것이란 시선이다. 이 회장이 당선되더라도 문체부는 그의 비위 혐의를 이유로 취임 승인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이 회장에겐 불리한 요소였다.
이제 이 회장이 낙선하면서 체육회와 문체부 갈등도 수그러들 전망이다. 유 당선인으로선 정부와 관계를 회복해 이 회장 시절 1000억원 가까이 삭감됐던 체육회 예산을 회복하고, 내부 갈등을 빚었던 체육회 조직을 정상화하는 게 우선 과제로 꼽힌다.
조선일보 김영준 기자
01-27 폭설에 연휴 하늘길도 막혔다...제주공항 출발·도착 8편 결항

▲제주도 산간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10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제1산록도로 입구에서 경찰이 차량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7일 전국 곳곳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되고 각 지방공항 인근에 많은 눈이 내리면서 제주공항에서도 항공편이 잇따라 결항됐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김포행 1편과 원주행 2편 등 출발편 3편이 결항하고, 도착편 5편이 결항했다. 지연 운항하는 항공편도 13편 발생했다. 제주공항에는 이날 새벽부터 급변풍경보와 강풍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비가 내리고 있다.
제주 산지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돼 많은 눈이 내리면서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연결하는 한라산 횡단도로인 1100도로와 516도로의 차량 운행이 전면 통제됐으며, 눈꽃버스 운행도 중단됐다. 한라산 등반 5개 코스와 어승생악탐방로, 석굴암탐방로도 전면 통제됐다. 산지에 최근 24시간 쌓인 적설량은 어리목 23.1㎝, 삼각봉 20.3㎝, 사제비 19.9㎝, 영실 17.3㎝, 성판악 9.2㎝, 산천단과 새별오름 각각 1.3㎝ 등이다.
제주지방기상청은 내일까지 산지에 10∼30㎝, 중산간에 3∼10㎝의 눈이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또 도로에 살얼음이 나타나는 곳이 있겠으니 차량 운행 시 교통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육상에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고, 해상에 물결이 매우 높게 이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문화일보 박상훈 기자
01.29 김해공항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176명 전원 비상탈출
꼬리 부분서 발생해 동체로 번져
탈출 슬라이드로 대피, 3명 경상

▲28일 오후 10시 30분쯤 김해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꼬리 부분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김해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이던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비행기에 탑승했던 승객 169명과 승무원 7명 등 176명은 모두 비상탈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소방당국이 밝혔다.

▲28일 오후 10시 30분쯤 김해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꼬리 부분에서 불이 나 소방대가 진화하고 있다. /뉴스1
28일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26분쯤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에어부산 ABL391편 항공기의 꼬리 부분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여객기는 오후 10시 55분쯤 홍콩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28일 오후 10시 30분쯤 김해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꼬리 부분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승객 169명과 승무원 6명, 탑승정비사 1명이 비상탈출용 슬라이드로 대피했으며, 오후 11시 기준 3명이 대피 중 찰과상 등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 됐다.

▲화재가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에 비상탈출 슬라이드가 펼쳐져 있다. /YTN
소방당국은 오후 10시 38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 작업에 나섰다. 불길이 후미에서 동체 쪽으로 확대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약 1시간만인 오후 11시 31분쯤 불길을 완전히 잡았다.
도시교통정보센터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영상에는 김해공항 쪽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담겼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운영 중이며 현장에선 부산지방항공청장을 중심으로 지역사고수습본부를 운영해 사고를 수습 중이다.
01.29 "기내선반서 '타닥타닥' 후 연기" "대피 안내방송 없어 아수라장"
화재 에어부산 항공기 탑승객 증언

▲28일 오후 김해공항 계류장에서 승객 170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ABL391편 꼬리 쪽 내부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밤 김해국제공항에서 홍콩으로 출발 예정이던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발생한 화재가 기내 수화물 선반에 둔 짐에서 시작됐다는 승객 증언이 나왔다. 불이 난 직후 항공사 측의 별도 안내가 없어 기내가 순간 아수라장이 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에어부산 항공기 뒤편 좌석에 앉은 한 승객은 “기내 수화물을 두는 선반 짐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조금 있다가 연기가 났다”고 매체에 전했다. ‘타닥타닥’ 소리의 정체에 대해서는 “보조배터리나 전자 기기 그런 게 아니었을까”라고 추측했다.
이 승객은 이어 “승무원이 ‘앉아 있으라’ 하고서 소화기를 들고 왔는데 이미 연기가 자욱하고 선반에서 불똥이 막 떨어졌다”며 “연기가 차기 시작하니까 비상구 옆에 앉은 승객이 게이트를 열었고, 승무원이 반대편 게이트를 열어 승객들이 탈출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당히 혼란스럽고 무서웠다”고 했다.
승무원들의 비상구 탈출 안내가 더뎠다는 증언도 있다. 한 여성 승객은 YTN과 인터뷰에서 “비상구 쪽에 앉아 있었는데 비상구 문을 열어달라고 해도 열어주지 않아서, 사람들이 계속 소리를 지르면서 열어달라고 한 다음에, 그다음에 탈출 슬라이딩이 펴져서 그때 사람들이 다 속속히 나와서 대피를 했다”고 했다.
연기가 난 선반 인근 좌석에 앉았다는 30대 부부는 “연기가 났을 때 승무원이 ‘고객님 안에 뭐 넣으셨어요?’라고 했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연기가 확 퍼졌다”고 말했다. 한 40대 승객은 “처음 봤을 때 불이 짐칸 선반 문 사이로 삐져나왔다”며 “불을 끄려고 문을 열려고 했는데 승무원이 열지 말라고 해서 하지 않았고 승객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나가려고 뒤엉켰다”고 했다.
항공기 앞쪽에 있었던 한 승객은 “승객들이 전부 착석하고 벨트까지 맨 후 뒤쪽에서 ‘불이야’하는 소리가 났다”며 “별도로 화재에 대한 안내 방송은 없었고 연기가 앞쪽까지 밀려왔다”고 말했다.
항공사 측의 대처를 지적하는 승객도 있었다. 한 임신부 승객은 “세월호 사고나 이번 제주항공 사고도 있었는데 승무원들이 가만 앉아 있으라며 소화기를 뿌리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며 “화재가 난 좌석 주변 승객을 나오라고 하지도 않았고 승무원이 ‘짐 놓고 나가라’는 말도 없어 자기 짐 챙기는 승객과 탈출하려는 승객으로 아수라장이었다”고 말했다.

▲28일 부산 강서구 대저동 김해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항공기에서 탈출한 승객들이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전날 오후 10시 15분쯤 김해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6명을 태운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불이 났다. 승객과 승무원이 비상구 문을 열고 비상용 슬라이드를 이용해 모두 탈출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슬라이드를 타고 대피하는 과정에 승객 3명이 타박상 등 경상을 입어 근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소방 당국은 소방차 68대와 인력 138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불은 이날 오후 11시 24분쯤 초진됐고, 화재가 발생한 지 1시간 16분 만인 11시 31분쯤 항공기 대부분을 태운 뒤 완전히 꺼졌다. 소방 당국은 불이 항공기 꼬리 부분에서 발화해 날개 부분으로 번진 것으로 추정,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하고, 항공 사고 조사관 3명을 김해공항으로 급파해 화재 사고 조사에 착수했다.◎
조선일보 김명진 기자
# 世上萬事 202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