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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현종의 시론] 2024- 01-24 2인자 아닌 미래권력 길 택한 한동훈 - 12-20 보수의 진짜 배신자

상림은내고향 2024. 12. 9. 18:17

[이현종의 시론] 문화일보 논설위원 2024

01-24 2인자 아닌 미래권력 길 택한 한동훈

역대 대통령 모두 친인척 비리
尹에게 악순환 고리 단절 기대
‘명품 백’ 뭉개기에 더 큰 실망

2인자 한동훈 향해 사퇴 요구
역린 건드리고도 韓 마이웨이
총선 과반 실패 땐 정치적 공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 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 아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박근혜 전 대통령 본인,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 서모 씨…. 역대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자녀, 친인척 등이 비리 혐의로 사법 처리를 받았거나 수사 중이다. 권력이 있는 곳에 부패는 필연인 것처럼 보인다. 모두 재임 중 친인척 비리로 논란을 빚었고 대국민 사과도 해야 했다.

지난 2022년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0.73%P)이기는 하지만,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온갖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명 후보와 도덕성에서 확연히 비교됐기 때문이다. 야당은 ‘검사 정권’이라고 비난하지만, 공정과 청렴, 법치주의 확립을 바라던 국민은 윤 대통령을 선택했고, 이제야 대통령이 각종 비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야당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원인도 있지만, 윤 대통령의 장모(최은순 씨)가 구속되고,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은 이 사건을 종결시키거나 무혐의 결정을 내지 않았고,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야당은 특검법으로 이슈를 만들어냈고, 이것도 모자라 친야 유튜브와 한 목사가 짜고 김 여사에게 계획적으로 접근, 명품 가방을 전달해 주는 장면을 찍는 공작을 벌였다.

김 여사가 이 가방을 들고나오길 바라며 1년 넘게 기다렸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결국, 특검법 정국에 이 영상을 폭로했다. 집요하고 사악할 지경이다. 죽기 살기로 윤 정권을 흔들어 보겠다는 데 당해 낼 도리가 없다. ‘몰카 공작’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지만, 한편으로 언제나 부정부패에 단호했던 윤 대통령이 이 문제도 잘 대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통령실은 한 번도 이 문제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이 동영상을 보고 내용도 알고 있는데 “몰라도 된다”는 식이다. “사과를 하면 더 물어뜯을 것이다” “침묵도 사과의 한 방법”이라는 황당한 얘기만 친윤 의원들이 대변하고 있다. 국민은 대통령이 그저 설명해 주길 바랐는데, 그런 질문이 나올 기자회견도 못 하겠다니 실망이 크다.

급기야 2인자 격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이 걱정하실 만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했고, 이에 격분한 윤 대통령은 30일도 안 된 한 위원장을 사퇴하라고 했다. 20여 년 검찰에 함께 몸담고 있으면서 한 위원장을 지금의 위치에 이르도록 끌어주었고, 김 여사 문제의 본질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할 한 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는 데 대한 배신감일 것이다. 2인자가 임기 3년이나 남은 1인자보다 더 권력이 세지는 데 대한 견제가 급발동한 것일 수도 있다. 자동차 부품처럼 한 위원장을 다른 사람으로 갈아 끼우면 된다는 생각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2인자에 머물러 있지 않겠다는 한 위원장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사실 권력의 2인자가 1인자가 된 적은 드물다. 김종필 전 총리나 리커창(李克强) 전 중국 총리처럼 쓸쓸히 사라져 갔다. 한 위원장은 비운의 2인자가 아니라 마오쩌둥(毛澤東)을 넘어선 덩샤오핑(鄧小平), 전두환을 넘어선 노태우처럼 1인자를 뛰어넘는 미래 권력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상황은 한 위원장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흐른다.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대통령을 치받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만큼 권력은 마지막 날까지 무섭다. 그래서 지금 이 갈등이 가지는 위험성이 크다. 그러나 지금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물러나게 할 경우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총선 참패의 모든 책임을 윤 대통령이 져야 할 수도 있다. 당무 개입이라는 법적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명품 백’ 피하려다가 권력 자체가 흔들리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 모든 위기는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일 때 예상했고 감수해야 할 일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순 없지만, 단 하나의 해법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총선 승리’밖에 없다. 합심하지 않고는 그런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지금처럼 삐걱거리면 선거 직전에 피눈물을 삼키며 ‘나를 밟고 지나가더라도 선거에서 이겨라’고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02-19 제2의 통진당, 국회 점령하나

北 김정은 대남 통일 전략 폐기
南 종북 단체들은 잇따라 해산
반미 종북 괴담 세력 국회 진출

진보당 등 민주당과 총선 연합
2012년 통진당과 연합 데자뷔
국민이 이들 국회 진출 막아야

지난 2011년 9월 미국 뉴욕의 월가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 소득계층 1%의 탐욕이 가져온 금융위기가 고스란히 99%에 돌아갔다며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촉구하는 시위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항의하는 이 시위는 세계 각국으로 번졌다. 역설적으로 13년이 지난 대한민국에서는 ‘반미·종북·괴담’ 세력이 22대 국회에 진입하기 위한 ‘국회를 점령하라’는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북한 김정은은 조선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이 아니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재규정하고 “유사시 핵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벌여온 대남 통일 전략을 완전히 폐기하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관련 단체를 모두 해산시켰다.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도 없애 버렸다. 김일성, 김정일이 해 왔던 통일 정책도 완전히 폐기해 버린 것이다. 핵보유국의 자신감일 수도 있고, 더는 윤석열 정부가 호락호락하게 넘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동안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며 국내에서 통일 운동을 벌여왔던 단체들이 김정은 지령에 복창이라도 하듯 잇따라 자진 해산했다. 대법원에서 이적단체로 규정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는 17일 해산총회 및 새로운 반제자주운동연합체 건설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단체뿐만 아니라 6·15선언 남측본부도 해산한다고 한다. 그동안 자신들이 북한의 지시에 의해 움직여 왔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통일 운동 대신 반미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여 가겠다고 한다.

이들과 똑같은 주장을 하는 곳이 진보당이다. 진보당은 한미동맹 해체, 한미합동군사훈련 철폐를 주요 활동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반(反)대한민국 주장을 하는 집단이 더불어민주당을 숙주 삼아 22대 국회에 대거 입성을 노린다는 현실이다. 진보당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해산 결정으로 없어진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다. 자신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석기, 이정희가 전면에 나서지 않았을 뿐이지 과거 핵심 멤버인 김재연(경기 의정부을), 이상규(서울 관악을) 전 의원이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진보당은 이재명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고수 입장을 밝히면서 추진하는 비례연합정당의 한 주체로 들어와 있다. 이들은 전국적으로 83곳의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물론 민주당 측에 선거연합으로 15곳의 지역구와 비례대표 2석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친북·반미 성향의 연합정치시민회의도 비례의석 상당수를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경남진보연합 관련자들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이 대표가 열어준 길에 종북 세력이 올라타 있는 형국이다.

지난 2012년 총선 때 민주통합당이 통진당과 선거연합을 해 69개 지역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냈고, 통진당이 13석을 얻었던 때보다 이번 선거연합은 훨씬 더 악성이다. 당시 통진당 강령에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동맹 파괴 등이 명시돼 있었지만, 민주당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 결국, 당시 새누리당이 152석을 얻고, 민주통합당은 127석에 그쳤다. 이번엔 위성정당 지분의 상당 부분을 이들이 가져가고 지역구에서 당선된다면 반미·종북·괴담 세력이 원내교섭단체가 가능한 20석이나 의안 독자 발의가 가능한 10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도발을 ‘통일 전쟁’ ‘정의의 전쟁’ 운운하는 세력이 버젓이 국회를 점령한다면 김정은만 좋아할 일이다. 최근 북한의 대남 노선 변화와도 일맥상통한다.

이들의 국회 진출에 숙주 노릇을 하는 것은 이 대표다. 사법 리스크 방어와 대선 도전을 위해 종북 세력에게 국회 한 부분을 떼어주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 충북간첩단 사건 관련자 3명이 재판 지연 전략으로 2년 4개월 만에 1심에서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다른 간첩단 사건 관련자들은 대부분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다. 문재인 정부가 국가정보원법 개정으로 국정원의 간첩 수사권을 폐지하더니, ‘이재명의 민주당’에선 이들을 아예 국회에 들이자고 한다. 이런 반역을 막을 사람은 이제 유권자밖에 없다.

 

03-13 이젠 ‘적반하장 조국’이 두렵다

조국당, 민주당 위성정당 위협
4년7개월 ‘조국의 강’ 못 건너
재판 지연 법원이 조국 길 열어

이재명 방탄 보고 금배지 결심
의원 노리는 파리떼 몰려들어
조국 지지한 국민이 더 두려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커질수록 세계 각국의 긴장도는 높아지고 있다. 온갖 ‘사법 리스크’에 상식을 뛰어넘는 그를 다시 경험한다고 하니 두렵기까지 하다. 더 낯설고 두려운 것은 다시 트럼프를 선택할 미국 국민이다. 그래도 미국인들의 집단지성으로 세계 질서의 중심을 잡아 왔는데, 이런 기준이 허물어진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요즘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조국혁신당의 약진을 보면서 트럼프의 선전과 비슷한 두려움을 느낀다. 법치를 농락하고 ‘내로남불’ 파렴치의 상징인 조국 대표를 지지하는 유권자가 이렇게 많을 것이라는 점은 상상하기 어렵다. ‘조국의 강’을 건너기는커녕 건널 생각도 없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비례정당 지지도에서 조국혁신당은 서울 등의 일부 지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보다 높은 15∼20%나 나오고 있다. 아직 컨벤션 효과일 수도 있으나 여타의 제3 지대에 비해 조국혁신당의 선전은 독보적이다.

조 대표와 그 일가족의 행태는, 입시비리 사건이 불거진 2019년 8월부터 4년 7개월 동안 국민은 생생히 지켜봤다. 딸 조민 씨를 의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온갖 표창장 위조와 스펙 위조를 해 온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법원도 이를 인정해 2020년 12월 부인 정경심 전 교수에게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 판사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꾸짖었을 정도다. 그러나 조 대표는 2019년 12월 기소돼 같은 혐의에 ‘유재수 감찰 무마’ 혐의를 더해 재판을 받았지만 ‘김명수 법원’의 조직적 비호로 4년 2개월째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 1·2심에서 모두 징역 2년이 선고됐지만, 법정 구속도 피하고 정당까지 만들어 제22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신의 가족이 무간지옥의 고통을 받았다지만, 정작 딸 조민은 셀럽으로 변신해 연일 좋은 식당과 옷 사진을 올리며 유튜브 스타로 떠올랐다.

이런 부조리한 현실을 만든 1등 조력자는 법원이다. 법치주의를 수호할 책무가 있는 법원이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구속하지 않으면서 마치 조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운 영웅이나 된 것처럼 전국을 누비고 있다. 이래 놓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을까.

조 대표는 12일 비례후보를 신청했다. 지역구는 나갈 자신이 없고 나중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와도 다른 사람에게 승계가 되는 비례의원을 꼭 해야겠다는 것이다. 아마 이재명 대표를 보면서 이런 결심을 굳혔을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보다 많은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데도 ‘방탄 금배지’를 이용해 당 대표도 하고 대선 후보 출마도 꿈꾸고 있으니 말이다. 절대 반지처럼 국회의원만 되면 대법원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고, 만약 파기 환송이라도 된다면 다음 대선 출마도 가능할 것이라는 꿈을 꾸고 있다. 이러니 썩은 고기에 파리떼가 몰리듯 범법자들이 조국혁신당으로 몰려들고 있다. 영입 1호인 신장식 대변인은 음주와 무면허 운전 전과 4범이고, 의원 영입 1호인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갑자기 조국당에 들어와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징계받은 전직 검사, 재판 중인 관료 등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악의 평범성’이 여기서도 적용되는 것일까.

최소한의 도덕과 양식, 법치의식이 무너지고 있다. 더 참담한 것은 이런 조 대표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심리다. 가족 전체가 고통을 당했다는 측은함을 넘어서 이 정도 불법은 괜찮다는 의미인가. 윤 대통령이 밉기 때문에 조 대표 정도의 범죄는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조국 전문가인 이준우 여의도연구원 기획위원은 “핵심 지지층은 그에게 마음의 빚이 있는 친문”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친문을 학살하고 있는 상황에 이낙연보다 과격한 조국에게 마음이 더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조국의 강’은 민주당 문제였지만 이젠 우리 사회·정치권 전체가 조국의 바다, 아니 늪에 빠지고 있다. 거짓과 선동이 마치 정의로 포장되는 두려운 현실이다.

 

04-05 최최악 예고된 22대 국회

21대 국회 끝까지 민생 외면
검수완박 시작해 방탄 특검만
22대는 정치 실종 아닌 붕괴

의정 활동보다 대표 눈치만 봐
김어준에 잘 보여야 공천받아
유권자의 위대한 결단에 기대

오는 5월 29일이면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제21대 국회가 막을 내리고 제22대 국회가 시작된다. 지난 2020년 4·15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해 180석을 휩쓸었다. 개헌과 대통령 탄핵을 빼놓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의석이었지만 중간에 정권이 교체되면서 야당이 돼버렸다. 이렇게 압도적 의석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권 연장에 실패한 사례는 드물다. 이때부터 거야(巨野)의 힘자랑이 계속되면서 국회는 되는 것이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갔다.

올해 들어 국회 14개 상임위원회 중 7개 상임위는 법안 쟁점을 조율하는 법안심사 소위조차 열리지 않았다. 법안 통과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시급한 민생 현안조차도 처리되지 못했다. 지난 4년간 역대 최다인 2만5759건의 의안이 발의됐지만, 이 중 9452건(36.6%)만 처리됐다. 국가적 어젠다인 저성장, 인구 감소, 지방 소멸 같은 핵심적 의제는 다뤄 본 적도 없다. 민주당이 야당이 되면서 시작된 ‘검수완박’ 입법에서부터 지난 2년간 기억에 남는 것은 오직 방탄, 특검법밖에 없다. ‘이모’ ‘한국3M’ 같은 수준 낮은 질문만 떠오른다.

그래도 22대는 21대보다 나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4·10 총선을 기다려 봤지만, 현재 상황으로 보면 ‘최최악’이 될 가능성이 거의 확정적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압승이 예견되는 22대 국회에 대한 기대를 접게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정치의 붕괴다. 실종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정치가 없어질 것 같다. 만약 이번에도 거야가 된다면 국회는 타협과 협상의 장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 타도의 무대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윤 정권 타도를 정체성으로 하는 조국혁신당이 선전한다면 한동훈 특검법, 윤 대통령 탄핵안 등을 내걸고 극한투쟁을 벌일 것이다. 비례 1번으로 의원직이 확정적인 박은정 후보는 제일 먼저 ‘윤석열 사퇴 촉구 결의안’을 내겠다고 한다. 여기에 민주당 내 강성 그룹과 진보당까지 합류하면 국회는 아수라장이 될 수밖에 없다. 6선을 노리는 추미애 후보가 이번에 당선돼 돌아오면 국회의장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래도 21대 김진표 의장과 박병석 전 의장 정도는 합리성을 보였지만, 강경파의 지지를 받은 추 후보가 의장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 어렵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하는 것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둘째, 헌법기관으로서의 의원 개개인은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민주당의 공천 과정을 보면 의정 활동이나 개인 인품, 지명도 등은 아무 소용이 없다. 박용진, 박광온, 전해철, 윤영찬 의원 등 그나마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의원들이 하위 10∼20% 평가를 받고 공천 탈락한 것을 보면 의정 활동은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 오직 이재명 대표에 대한 충성심만 있으면 막말을 하건, 부동산 투기를 하건 문제 되지 않는다. 양문석, 김준혁 후보 같은 이들이 국회에 들어오면 무엇을 할까. 대출 사기 의혹을 받는 양 후보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 법안을 입법할 것이라고 하고, 김 후보는 우리가 아는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 듯하다. 아마 21대 국회의 막말은 애교 정도가 될 것이다.

셋째, 민주당 의원들은 상임위·본회의나 국회 도서관보다 김어준 방송에 더 나가려 할 것이다. 지지층이 매일 듣는 김어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인증만 받으면 의정 활동 못 해도 다음 공천은 별문제가 없다. 지난 선거에서 전국 최다 득표권에 들어갔던 광주 지역 8명의 의원 중 ‘위장 탈당’을 했던 민형배 의원만 제외하고 모두 공천 탈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국 최다 득표를 한들, ‘백봉 신사상’을 매년 받아 본들 ‘개딸’과 김어준에게 찍히면 끝이다. 정치의 주체가 국회의원이 아니라 강성 지지층과 유튜버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정치가(statesman)는 없어지고 정치꾼만 득실거리는 제22대 국회에 무슨 기대를 걸 수 있을까. 피고인·피의자가 정치가인 척하는 위선의 극치를 보게 될 듯하다. 정치를 못 해도 국회를 비난할 수 없다. 국민이 선택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젠 국민의 집단지성과 균형 감각에 기댈 수밖에 없다. 언제나 국민은 위대한 결단을 내려줬다.

 

04-24 완전한 ‘이재명 私黨’ 된 민주당

 외교전문가도 방탄 현장 동원
대북 송금 방탄에 李 총력전
선거 압승도 유죄 판결 땐 흔들

이화영 술판 진술 오락가락
수사 검사 탄핵·특검 카드도
다양성 없는 黨 단일성은 독약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과 박찬대 최고위원 등 현역 의원과 22대 총선 당선자 등 30여 명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를 항의 방문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으로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검찰로부터 ‘술판 진술 조작 회유’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검찰이 즉각 감찰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날 검찰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읽은 당선자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주러시아 대사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역임한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으로 제22대 국회에 들어온 위성락 당선자다. 성명서 낭독이 익숙하지 않은 그의 모습이 너무 어색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북핵 전문가인 위 당선자의 첫 정치인 데뷔 무대가 대검 청사가 된 것이다. 아마 앞으로도 외교 현장보다는 이런 집회나 시위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그를 더 자주 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0일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방송 3사 예측 결과 발표가 날 때 다른 사람들과 달리 웃지 않았다. 비교적 차분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TV를 응시했다. 속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그가 정말 싸워 이겨야 할 대상은 선거가 아닌 다른 곳이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총선 직후 이 대표는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전인 지난 4일 이화영 전 부지사가 재판에서 제기한 ‘술자리 회유 의혹’에 대해 “100% 사실”이라며 국기 문란이라고 강하게 제기했다.

재판을 취재한 현장 기자들도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이 워낙 황당해 기사로 보도하지 않을 지경이었는데 이 대표는 달랐다. 이후 거듭 이 문제를 지적하며 특검과 국정조사까지 언급했고, 당도 이런 이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화영 진술회유 특별대책단’을 거당적으로 만들어 연일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서울고검장 출신인 이성윤 당선자, 대장동 변호사 당선자 등 의원·법조인 출신 당선자가 총망라됐다.

아무리 의석이 많은 당의 대표라고 해도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대장동·백현동, 위증교사, 선거법 재판 중 하나라도 유죄가 나오면 피선거권을 상실하고 대선의 꿈은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아직 수사나 기소가 되지 않은 대북 송금 문제는 이 대표에겐 아킬레스건이다. 작년 9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부장판사도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해선 “대북 송금의 경우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하여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만약 오는 6월 7일 내려질 이 전 부지사의 선고(15년 구형)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이 대표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전 부지사가 번복했지만, 800만 달러에 이르는 대북 송금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것을 법원에서 인정하면 바로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도 본인이 살 수 있는 것은 이 사건을 정치화하고 검찰을 공격하는 방법밖엔 없다. 그런데 작년 6월 말∼7월 검찰 조사를 받을 때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과 연어와 소주를 수원지검 내 영상녹화실, 창고, 검사 휴게실에서 먹었다는 주장은 판판이 검찰의 반박에 흔들린다. 이 전 부지사 측도 처음엔 술을 많이 먹어 깨기 위해 한참 있다가 구치소로 갔다고 했다가 이후 종이컵에 담긴 술 냄새만 맡고 먹지 않았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한다. 술을 먹지 않았다는 것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자 22일엔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가 자신을 회유했다는 엉뚱한 주장으로 사건을 또 키우고 있다.

이화영 주장이 워낙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알면서도 민주당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수사 검사 탄핵도 하겠다고 한다. 방탄 시즌2가 시작된 것이다. 당직도 전부 ‘찐명’으로 채웠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앞으로 민주당 내 어떤 인사도 이 대표를 향해 윤석열 정권과 악의적 보수 언론이 만든 용어인 ‘사법 리스크’를 사용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공개 경고했다. 옆에서 이를 들은 이 대표는 아주 흡족했을 것이다. 사법 리스크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이제 민주당의 분위기는 김정은의 조선노동당을 닮아가고 있다.

 

05-20 윤 대통령 ‘탈당 언급’과 위험성

참패 후 정치하는 대통령 선언
기자회견도 하고 스타일 변화
다만 여권 인사엔 ‘탈당’ 언급

대통령 4명 재임 중 여당 떠나
3년 남은 尹이 탈당하면 최악
변화하고 정체성 지켜야 생존

윤석열 대통령은 4·10 총선 참패 이후 핵심 참모 회의에서 “이제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회동을 제안, 영수회담이 이뤄졌다. 그동안 ‘비윤’이라는 이유로 담을 쌓아온 오세훈 서울시장, 나경원 당선인도 만났다. 나 당선인은 지난해 당 대표 출마와 관련, 윤 대통령에게 수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끝내 응하지 않다가 총선이 끝나자 맨 먼저 만났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게 회동을 제의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거부한 이후 아직 면담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쨌든 그동안 한번 눈 밖에 난 사람은 잘 만나지 않던 윤 대통령이 스타일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1년6개월 동안 하지 않던 기자회견도 하고 자주 브리핑실을 찾는 등 스타일의 변화를 주었지만, 지지율은 오르지 않고 있다. 국민은 윤 대통령이 진정으로 변했는지 반신반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쁜 이미지는 금방 형성되지만, 긍정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윤 대통령을 만난 여권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대통령 입에서 자주 ‘탈당’ 얘기가 언급된다는 사실이다. 적당한 타협은 하지 않는 윤 대통령의 성격상 당이 자신과 각을 세운다면 언제든 당을 떠날 수 있다는 경고처럼 들렸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그나마 총선에서 겨우 개헌저지선(108석)을 지켰는데 대통령이 탈당해 집권 여당이 안 된다면 국민의힘도 제2당에 불과하다.

대통령의 여당 탈당은 5년 단임 대통령제인 현 제도 아래서 낯선 것은 아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탈당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이후 출당당했다. 탈당하지 않은 대통령은 이명박·문재인 전 대통령뿐이다. 현직 대통령이 여당을 탈당한 공통된 이유는 정권 재창출에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을 석 달 앞두고 민자당을 떠났다. 민자당 대선 후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갈등이 주된 이유였다. ‘정치 9단’이라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도 탈당을 피하지 못했다. YS는 임기 마지막 해이던1997년 차남이 한보 게이트와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되자 대국민 사과를 했고, 급기야 IMF 사태까지 터지자 여당인 신한국당을 떠났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의 압력이 컸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취임 만 4년을 지난 1532일 만에 아들 문제로 대국민 사과를 한 후 쫓겨나듯 여당 당적을 버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4년이 막 지난 1465일 만에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떠났다. 지지율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아직 임기가 3년이나 남았다는 사실이 역대 대통령과 다르다. 만약 탈당이 현실이 되면 윤 대통령이 마주할 정치 현실은 상상하기 어렵다. 아직 경고성 언급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탈당해 버리면 192석을 가진 야당의 먹잇감만 될 뿐이다.

지금이라도 탈당과 같은 극단적 구상이 아니라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려면 3가지를 실천해야 한다. 첫째, 스스로 변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스타일대로 국정을 운영한다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변해야 한다. 뭐가 문제인지는 많은 언론과 여론이 지적한 바다.

둘째, 한동훈 전 위원장을 적극 품어야 한다. 지금 지지층은 친한 대 친윤으로 갈라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 보수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찬성 대 반대로 갈라져 공멸한 것과 같다. 지금 당에서 벌이고 있는 ‘백서’ 논란과 홍준표 대구시장의 반한동훈 선동도 도움이 안 된다. 안철수, 이준석, 유승민과도 만나 대선 연대를 복원해야 한다.

셋째, 정체성을 의심받아선 안 된다. ‘박영선-양정철 기용설’에서부터 ‘함성득-임혁백 비선 대화’를 보면서 윤 대통령이 과연 보수의 대표자인지 의문을 가진 지지자들이 늘었다. 마치 윤 대통령이 ‘적과 내통’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보수 인사들에게 매정하던 윤 대통령이 문재인-이재명 세력에 열려 있다면 배신감이 클 것이다. 오는 8·15 특사 때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복권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공정과 정의’라는 윤 대통령의 상징이 훼손된다면 마지막 남은 지지층조차 등을 돌릴 것이다. 

 

06-10 이화영도 유죄… 혼자 남은 이재명

이화영 유죄는 이재명 유죄?
정진상 김용 김인섭 모두 구속
이젠 李 대표 사법 처리만 남아

재판 지연·특검으로 총력 방탄
헌법 84조 ‘訴追’의 해석 논란
다수 의석도 法 정의 못 이겨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수원지방법원의 1심 선고 공판이 있던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재판에 출석했다. 재판정에 있던 이 대표는 선고가 내려진 오후 2시부터 자신의 재판보다 휴대전화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고 한다. 3시가 조금 넘어 이 전 부지사에 대해 징역 9년6개월의 중형이 선고되자 이 대표는 눈을 지그시 감고 법정 천장을 쳐다봤다. 나오는 길에 기자 질문이 쏟아졌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떠났다.

지난해 7월 이 대표는 이 재판에 대해 “이번 방북 관련된 소설도 스토리라인이 너무 엉망이라 잘 안 팔릴 것 같다”라고 했다. 그리고 쌍방울과의 인연도 “내의 사 입은 것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신진우 부장판사는 “쌍방울의 대북송금은 경기도 지사 방북 사례금으로 보기에 충분하고, 쌍방울이 경기도가 낼 비용을 대납했다는 김성태(쌍방울 전 회장)의 발언에 신빙성을 인정한다”고 했다. 스토리라인도 탄탄했고, 내의 그 이상의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을 재판부가 인정한 셈이다. 조만간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를 한다면 이 대표는 현재 받고 있는 3개의 재판(공직선거법 위반·대장동, 백현동, 위례신도시, 성남FC 후원금·위증교사) 이외에 수원지법에서 또 다른 재판을 받게 될 운명이다. 여의도 국회에 있을 시간보다 법원에 있어야 할 시간이 더 많아질 듯하다.

이 대표를 더 옥죄는 것은 이화영 전 부지사마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음으로 인해 자신을 제외하고 사건 관련자들이 모두 구속·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최측근인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은 대장동 의혹 등으로 구속된 뒤 현재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지난해 11월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 원, 6억7000만 원 추징을 선고받았고, 곧 2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정치 입문 전부터 측근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는 백현동 개발 특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인섭과 이재명 정진상의 친분이 이 사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라고 했다. 이 대표 자신만 관련돼 있는 선거법 위반·위증 교사만 제외하면 나머지 사건은 법원에서도 유죄를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이 대표 사건과 연관된 인물 4명이 수사 와중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도 그렇고, 부인 김혜경 씨마저 법인카드 사용 등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정치 검찰의 공작이자 조작 수사라고 하고 있는데, 이들 논리가 맞는다면 사법부마저 동조하고 있는 공범이다. 민주당은 재판에서 판판이 패하자 수사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이정섭 부장검사), 대북송금 수사 과정에 대한 특검 도입 및 수사 검사 탄핵을 예고하고 있다. 아마 유죄 선고를 내린 판사 탄핵도 강행할 태세다. 이미 자신 및 측근을 변호했던 변호사(박균택·양부남·김기표·이건태·김동아)가 모두 제22대 국회의원이 됐다. 원내대표에 이화영 전 부지사의 부인과 접촉했던 최측근인 박찬대 의원, 법사위원장엔 수석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을 배치하는 등 물 샐 틈 없이 완벽한 방어막을 구축했다. 이제 남은 길은 ‘채상병특검’ ‘김건희특검’을 통과시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만 마련하면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계획이 완벽하게 실행되는 것이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제기한 헌법 제84조의 해석도 새로운 쟁점이다. 대통령은 재직 중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 문제는 이 대표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 해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이 중단되느냐 하는 것이다. 재판은 ‘소추’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 만약 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선 전 2심까지 유죄가 나고 대통령이 된 뒤에 대법원 판결을 내릴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예전엔 논란이 되지 않았지만, 이 대표 사건이 워낙 많아 현실적인 쟁점이 됐다. 민주당 내에서도 술렁이고 있다. 이래저래 이 대표에게 불리한 이슈만 생긴다. 아무리 다수 의석을 가져도 진실을 덮을 수 없지 않을까.

 

07-03 전대 이후가 더 걱정되는 여당

비대위가 마치 정상처럼 인식
3연속 총선 패배에 조직 붕괴
영남지역은 수도권과 딴 세상

대통령 영향력 줄어든 全大
배신의 정치 다시 등장해 혼탁
비전·정책 놓고 경쟁 펼쳐야

국민의힘은 그동안 비상대책위원회가 ‘정상’이고 당 대표 체제는 마치 ‘비정상’처럼 인식돼왔다. 2016년 이후 김희옥·인명진·김병준·김종인·주호영·정진석·한동훈·황우여 등 8명의 비대위원장이 당을 이끌어 왔다. 반면, 국민의힘 당명 아래 정상적인 당 대표는 이준석·김기현 두 사람뿐이었다. 그러나 두 명 모두 제대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와야 했다. 치열한 선거전을 거쳐서 당 대표를 뽑아 놔도 선거 한 번 패배하거나 대통령과 갈등이 생기면 너무 쉽게 교체되다 보니 지도체제가 있을 리가 없다. 이러니 집권 여당이 동네 친목회 조직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3번 연속 총선에서 패배하고 당 지도부가 임시직 ‘알바’ 신세여서 당은 엉망이 돼 갔다. 이번 총선에 뛴 수도권 지역의 한 후보는 “공천을 받아 지역에 가서 당원 명부를 받아 보니 기가 막혔다”면서 “당원 전화 번호가 한참 전에 없어진 019, 018 등이 태반이었다”고 했다. 심지어 3회 연속 선거에 패배하다 보니 전통적으로 보수·여당 조직인 자유총연맹 등 관변단체 구성원들도 더불어민주당 쪽이 장악하고 있어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뿌리가 다 썩어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조직적·효율적 선거 운동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영남 지역에서 당선한 한 의원은 치열했던 수도권 선거 상황에 대해 얘기 듣고서는 “전혀 몰랐다”고 했다. “선거가 그렇게 어려웠냐”며 마치 사돈 남 말 하듯 했다. 일부 영남 지역 출마자들은 하루 한 번 선거 운동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경쟁자가 약해 형식적으로 대충 선거 운동을 하다 당선돼 올라오니 치열함이 없다. 영남과 수도권은 전혀 다른 세상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수도권 낙선자들이 지구당 부활 문제를 강력히 제기해도 기득권인 영남권 의원들은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당의 정책을 제언하는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박사급 연구원이 2명밖에 되지 않고, 노조 입김이 강하다 보니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많다. 반면,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박사급이 15명에 달한다. 여당의 싱크탱크가 이 모양이니 정책을 주도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예전에 ‘보수는 부패해도 유능하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젠 되레 ‘부패하지는 않지만 유능하지도 않다’는 것이 속설이 돼 버렸다.

이번 전당대회는 예전과 다른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우선, 대통령의 영향력이 겉으로 보기엔 없는 유일한 경선이다. 지난해 김기현 대표 선출 때만 해도 나경원 의원을 주저앉히고, 안철수 의원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경고를 공공연히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엔 표면상으론 엄정 중립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참모들이 한동훈 후보를 겨냥해 언론에 “절윤(絶尹)” 운운하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둘째, 나경원 후보는 대선 불출마를 얘기했지만 어쨌든 대선 후보급 대표 후보들이 나서는 바람에 경쟁이 치열하고 흥행도 된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불과 얼마 전까지 ‘브로맨스’를 자랑하던 이들이 갑자기 철천지원수가 된 듯이 서로의 과거와 정체성까지 문제 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악몽 같았던 ‘배신의 정치’가 다시 등장했다. 셋째, 누가 당선돼도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가 재정립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지금은 한 후보가 가장 멀리 있지만, 다른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지금처럼 수직적 당정 관계로는 ‘20%대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역으로 이번 전대만큼 각 후보의 소신과 비전이 중요한 때도 없다. 이번에 당선되는 대표는 다음 대선으로 가는 1등석을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상 대선 후보 경선 성격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고 이를 당원과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점점 위축되던 보수 정치는 지난 대선 승리로 잠시 활력을 찾았지만, 다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보수 정치인은 품격과 비전이 야당과는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보여줘야 한다. 지금처럼 가면 친박-친이 갈등을 뛰어넘는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 과거의 행태를 들춰내 공격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하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국민은 지켜보고 싶다.

 

08-02 정청래 최민희가 만든 國害

막말 조롱 비하 고함 난무 국회
적대적 광기와 완장질만 남아
탈북민 의원에 모욕적 언사

상임위원장 권한 악용한 폭주
毒舌해야 뜨는 이재명 효과 커
3년 10개월 이들을 지켜봐야

만약 초등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면서 교재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 영상을 틀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막말·조롱·비하·고함 등 모든 추태가 담긴 영상을 보면 아마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극혐’하게 될지도 모른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시작된 민주주의의 핵심은 소수에 대한 배려와 설득·토론이었다. 소피스트들은 토론하는 방법을 가르치며 민주주의 교육을 했고, 지금도 대학에선 ‘토론 배틀’ 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표본이자 교육장인 국회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오직 적대적 광기(狂氣)만 있을 뿐이다. 완장들만 설쳐대고 있다. 매일 전쟁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필리버스터가 일상화하고, 올림픽도 아닌데 기록 경쟁이 치열하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욕설을 하며 10시간 4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하자, 이에 질세라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13시간 12분으로 기록을 세웠다. 1일엔 박수민 여당 의원이 15시간 50분으로 그 기록을 경신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아니라 나라에 해를 끼치는 ‘국해(國害)의원’이라는 비난을 들을 정도로 추락하는 제22대 국회 선봉에 서 있는 인물은 역시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과 최민희 과방위원장이다. 누가 더 심한 ‘빌런(악당)’인지 경쟁할 정도다. 마치 자신을 향한 비난 여론을 즐기는 듯하다. 강성 지지층인 개딸이 두 위원장에게 환호를 보내기 때문에 국민 전체 여론은 고려 대상도 아니다.

최악의 막말은 최민희 위원장이 탈북민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체주의 국가에서 살다 보니 민주주의 원칙이 안 보이냐”고 한 말이다. 박 의원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한 인간에 대한 심각한 인신공격, 집단공격, 인민재판이 아닌가”라고 비판하자 화를 내며 한 말이다. 북한에서 인민재판을 직접 본 박 의원의 눈에 비슷한 모습이 연출되니 이런 표현을 썼을 것이다. 최 위원장이 이 방통위원장을 향해 “뇌 구조가 이상하다”는 말을 한 것에 대해 “절대 수정하지 않겠다”고 버티면서도, 박 의원에게 한 말은 1시간 30분여 만에 사과한 것을 보면 본인도 심각성을 알고 있다. 김정은 1인 독재가 싫어서 목숨을 걸고 자유민주주의를 찾아 탈북한 박 의원에게 ‘민주주의 원칙을 모른다’고 했으니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목숨과도 바꿀 박 의원에게 사실상 전체주의자처럼 행동하는 최 위원장이 할 말은 아니다.

지난 2020년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탈북민 출신 태영호 의원에게 “남쪽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고 비하한 바도 있다. 탈북민 의원을 향해 ‘변절자의 발악’ ‘인간쓰레기’ 등의 막말은 기본이다. 사실 586세대가 대학 시절 탐독하고 배운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레닌의 러시아혁명과 마오쩌둥(毛澤東)의 인민민주주의다. ‘소수는 다수에 복종한다’ ‘민주 집중제’ 등의 사상적 잔재가 그들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으니 이런 말이 나온 것이다.

운동권 출신 정청래 위원장의 막말은 구글 검색에서 ‘정청래’를 치면 연관 검색어로 ‘정청래 막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에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 권력을 잡다 보니 제대로 ‘빌런’ 같은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곽규택 여당 의원이 “지가 뭔데”라고 했다고 발언권을 빼앗고, ‘5분간 째려보면 퇴장’ ‘10분 퇴장’ 유행어도 만들었다.

이들이 이렇게 폭주하는 것은 이재명 전 대표의 성공 사례를 봤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독설(毒舌)로 뜬 이 전 대표처럼 본인들의 막말에 대한 비판자는 자신을 찍지 않을 사람들이고, 표를 주는 사람은 강성 지지자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악당만이 살아남는 한국 정치판의 비정함을 안다. 이들에게 표를 주는 유권자들이 있기에 정치생명 유지가 가능하다. 합리적이고 예의가 있는 의원들은 공천에서 탈락하는 것을 보면 이들의 선택이 맞을 수도 있다. 이제 국회는 국민을 위한 집단이 아니라 나라에 해를 끼치는 국해가 되고 있다. 앞으로 남은 3년 10개월 동안 이들을 봐야 한다니 잠이 오질 않는다.

 

08-19 민주당 일극체제의 불안 요소들

DJ도 달성하지 못한 위업 이뤄
1위 달리던 정봉주 낙마시켜
李 장악력 커졌지만 위기 상존

이회창의 패배와 닮은 점 많아
10월 두 사건 판결이 1차 관문
수권정당 면모 보여주지 못해

야당 역사상 초유인 85%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이재명 2기’ 체제가 출범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5주년인 18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이자 아버지인 DJ도 이루지 못한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지난 2022년 3·9 대선 패배 이후 5개월 만인 8·28 전당대회에서 얻은 77.7%보다 더 늘었다.‘DJ·노무현·문재인의 민주당’에서 명실상부한 ‘이재명의 민주당’이 완성된 것이다. 최고위원 선거에서 초반 1위를 달리던 정봉주 후보도 이 대표의 김민석 후보 지지 한마디에 아예 6위로 낙선할 정도로 그의 발언이 당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친명으로 채워졌다. 민주당 역사상 이렇게 강한 영향력과 장악력을 가진 대표는 총재 시절에도 없었다.

1기 체제일 때는 그래도 반명·비명 의원이 꽤 있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법원의 영장기각 이후 반명·비명 세력 토벌 작전에 들어갔고, 총선 공천 단계에서 전해철·박광온·박용진·윤영찬 등에 대한 ‘비명횡사’로 대부분 장외로 쫓아내 버렸다. 운이 좋게도 공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을 때 윤석열 대통령의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의정 담화 등 잇따른 실책과 조국 대표의 등판으로 범야권 192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면서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이제 2기 체제에서 대선으로 가는 걸림돌은 모두 제거된 셈이다. 그 누구도 이 대표의 권위와 위상에 도전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이재명 2기도 시작과 함께 불안 요소가 널려 있다. 첫째, 경쟁 없는 대세론의 함정이다. 이 대표를 보면 과거 이회창 총재가 연상된다는 전문가가 많다. 1997년(15대), 2002년(16대) 대선에서 연거푸 패배한 이 총재에게서 이 대표의 미래가 보인다는 견해다. 이 총재도 당시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경쟁 상대가 없이 압도적이었다. 대선에서 석패(惜敗)한 것으로 따지면 이 총재도 만만치 않다. 15대 대선에서 이 총재는 김대중 후보에게 불과 1.53%P, 39만 표 차이로 떨어졌다. 20대 대선(2022년)에서 0.73%P(24만7000표) 차이로 분루를 삼킨 이 대표와 닮았다. 이 총재도 대선 패배 불과 4개월 만에 명예총재로 복귀하고,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다시 총재가 됐다. 이 대표와 닮았다. 이 총재도 세풍·총풍 같은 사법 리스크로 동생이 구속됐고, 이 대표는 부인이 법인카드 사용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야당 시절 거의 5년 내내 제왕적 총재로 군림했던 이 총재가 대선에서 연거푸 패배한 근본 이유는 상대 후보에 비해 경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도 비슷하다.

둘째, 사법 리스크를 넘을 수 있을지다. 진행 중인 4개 재판 중 2개 재판(선거법·위증교사)의 1심 선고가 오는 10월 내려질 전망이다. 선거법 재판에서 100만 원 이상 선고된다면 피선거권이 박탈되고 당은 대선 때 지원받은 423억 원의 국고를 반납해야 한다. 물론 대법원까지 시간이 있지만, 대선 전 확정판결이 날 경우 이 대표와 당은 날벼락을 맞는 셈이다. 1심에서 유죄가 나온다면 거대한 댐에 생긴 작은 균열처럼 회의론 확산의 촉매가 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한 친노·친문계가 복권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셋째, 수권(受權) 정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실 지금 시간은 국민이 ‘이재명 민주당’에 나라를 맡겨도 될지를 심사하는 기간이나 마찬가지다. 윤 정권에 대한 실망이 민주당에 대한 기대로 바뀌어야 하는데 제22대 국회 시작 이후 국회에서 보여주는 민주당의 모습은 행패에 가깝다. 연일 탄핵·청문회·일방통과 등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태만 보여주고 있다. 이런 모든 문제의 책임이 고스란히 이 대표에게 돌아간다. 자신은 ‘먹사니즘’을 외치지만, 민주당이 국회에서 하는 행동은 ‘막사니즘’ 비아냥도 나온다. 이 대표 최대의 적은 법원 판결에 대한 ‘두려움’이다. 판사의 손에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모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차로 구속영장 기각이 정치생명을 연장시켜 주었지만, 행운의 여신이 두 번이나 기회를 줄지 궁금하다.

 

09-11 尹대통령의 잦은 오판, 이유는 뭘까

盧 좋아한 尹, 스타일도 닮아가
숙의 과정 없이 일방적 추진
늘 타이밍 못 맞춰 효과도 없어

의대 정원 고수하다가 급변침
플랜 B·C 없어 혼란만 가중
하산 길에는 조력자 더 필요해

김대중과 노무현은 연설 내용과 스타일에서 차이가 크다. 두 대통령 밑에서 연설비서관을 했던 강원국 씨 분석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보다 반 보만 앞서가라’고 했다. 해야 할 말,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걸 중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영합하지 말라’고 했다. 리더는 지지율 떨어질 걸 각오하고 얘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DJ는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이상이라도 현실에 적용할 때는 상인처럼 상대방과 거래할 생각을 하라는 것이다. 상인이 가격을 고집하면 거래는 되지 않고 결국 망한다. 반면, 노무현은 지지율보다 명분을 더 중요시했다. 그러다 집권 말기에는 지지층으로부터도 외면당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러 자리에서 노무현을 존경한다고 했다. 협상이나 타협보다 밀어붙이고, 안 되면 장렬히 전사하는 노무현과 자신의 상남자 스타일이 맞아서일 것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랫동안 20% 초반에 머물러 있는데도 참모들은 별걱정이 없는 모양이다. 한 핵심 참모는 “우리 대통령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상남자 스타일이다. 멋지지 않으냐”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일희(一喜)는 없고 일비(一悲)만 계속되는 것이다.

임기 반환점을 돈 윤 대통령의 정치 행보를 보면 똑같은 패턴이 읽힌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김태우 공천, 부산엑스포, 김건희 여사 명품백, 한동훈 비대위원장 임명, 이종섭·황상무 사태, 의대 증원…. 이들 사태의 공통점은 ‘숙의 과정 없는 일방적 결정-이의 제기를 반기 또는 배신으로 인식-격노-뒤늦게 태세 전환’이다. 대법원 확정판결로 구청장직을 상실한 김태우를 무리하게 사면·복권해 다시 선거에 출마시켰지만, 결국 참패했다. 당내에서 공천 불가론이 있었지만 무시했다. 반대하면 화를 냈다. 패배 뒤 왜 진작 안 된다고 건의하지 않았냐고, 또 화를 냈다고 한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문제도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참모에게 격노했다. “무슨 불법이 있었느냐. 피해자 아니냐”고 했다. 어렵게 마련된 KBS 대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얼버무렸다. 그러다 비판 여론이 거세자 결국 4·10 총선 뒤 기자회견에서 “사과”라는 표현을 썼다.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에 대해서도 일부 참모들이 반대했다. 그런데도 급하게 밀어붙였다. 또 “무슨 불법이 있냐”고 했다. 언론인 테러 문제를 언급해 문제가 된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도 마찬가지다. 그런 입장은 불과 며칠 만에 그들의 전격 사퇴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타이밍을 놓치면서 총선에 악영향만 미쳤다.

의대 증원 문제는 더 심하다. 지난 4월 1일 의정 담화를 발표하기 전 당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2000명을 고집하면 사퇴하겠다”는 강경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직언한 참모들을 배제하고 다른 참모와 연설문을 쓰고 51분 동안 생방송을 했다. 물밑 타협에 나섰던 의사들은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번에도 몇 시간 만에 성태윤 정책실장이 TV에 출연해 “2000명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수습했다. 최근 한 대표의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중단’ 의견에 대해서도 처음엔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한다. 뒤이은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현장에 한번 가보시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불과 며칠 만에 한 대표의 ‘여야의정 협의체’안을 전격 받아들였다.

윤 대통령이 정책을 결정할 때 다양한 의견을 듣는지 의문이다. 참모가 아닌 누군가 대통령의 소신 형성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거나, 한 대표가 주장하면 되레 거꾸로 가는 경향도 보인다. 이러니 플랜B, 플랜C가 없다. 대통령이 완고하니 참모들은 코드를 맞춘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고도 하는데, 윤 대통령은 타이밍을 쇼로 여긴다.

임기가 2년8개월 남았다. 계속 국정을 이런 식으로 운영할 수는 없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조롱까지 나돈다. 전문가가 아님을 자각하고 말을 줄이고 귀를 열어야 한다. 보고되는 정보를 ‘크로스 체크’해야 한다. 후반은 전반보다 힘이 더 빠지게 마련이다. 하산 길이 더 위험한 이유다. 그래도 여러 명이 함께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10-18 ‘명태균’보다 심각한 용산 3대 문제

무명 정치 컨설턴트에 與 혼돈
金 여사 문자에 국민 낯 뜨거워
尹, 공적 아닌 사적 라인에 의존

비서실 소외되고 실세만 득세
참모 존중도 않으니 불만 터져
정치 동지 점점 없어지고 고립

자칭 ‘정치 컨설턴트’라는 명태균 씨의 말 한마디에 여권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명 씨의 한마디 한마디가 정치권을 들었다 놨다 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는 현실이 참담하고 낯이 뜨겁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외부 공격에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다. 도대체 명 씨가 어떤 일을 했길래 용산 대통령실과 유력 정치인들이 손도 쓰지 못하고 무력하게 당하고 있는 것인가.

더 심각한 것은 이렇게 논란이 커지는데도 누구 하나 나서 수습해 보겠다는 사람이 없다. 다른 일 같으면 벌써 소송을 하는 등 정면 대응했을 텐데 명 씨의 반박에 다들 두 손을 든다. 지지층은 물론 국민을 부끄럽게 만든 것은 15일 명 씨가 공개한 카톡 대화 내용이다. 도대체 대화 내용에 나오는 ‘오빠’가 누구인지 전 언론이 보물찾기라도 하는 듯하다.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사과드릴게요” “지가 뭘 안다고” “명 선생님께 완전히 의지하는 상황” 등의 문자이다.

대통령실 측은 여기에 등장하는 오빠는 윤 대통령이 아니라 친오빠인 김진우 씨를 지칭한 것이라고 하고, 명 씨는 다음 날 언론에 오전에는 “친오빠”라고 했다가, 오후엔 윤 대통령을 암시하는 등 헷갈리게 만든다. 마치 전 국민이 숨은그림찾기라도 하라는 투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니까 “이런 문자가 2000개나 있다”고 부풀린다. 자신의 발언으로 정치권과 언론이 요동치는 것을 즐기는 듯하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야’라는 인정 욕구가 작동한 것 같다.

이 문자에 국민이 분노하는 지점은 오빠가 누구든 발언의 품격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영부인의 발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또, 명 씨에게는 이렇게 곧바로 사과하면서 왜 명품 가방 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은 인색하냐는 지점이다. 대통령실이 아무리 친오빠라고 해명해도 국민은 대선 전 “우리 남편 바보”라고 했던 ‘서울의소리’ 녹취록을 떠올리면서 윤 대통령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만큼 대통령 부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증거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원인은 첫째, 윤 대통령 부부가 공적인 라인보다는 사적 라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7월 국민의힘에 입당할 당시 윤 대통령 주변에는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등 당내 의원들이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친윤 중 명 씨의 존재를 알고 경고했던 인물은 경남이 지역구인 윤한홍 의원밖에 없다. 다른 의원들은 그 존재조차 몰랐다. 이런 명 씨가 윤 대통령이 이준석 의원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날 당시 배석하거나 주선했다니 황당하다. 명 씨 입장에서는 자신이 실세이자 대선 공신이라고 인식할 만하다.

지난 4·10 총선 패배 직후 윤 대통령이 비서실이 아니라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에게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 실무를 맡긴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 대통령실 내 ‘한남동 7인회’가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든 논란은 법적 자격이 없는 김 여사가 이런저런 일에 너무 많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둘째, 참모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에는 의리가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통령이 되고부터는 참모들에게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알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참모들은 자기 인생을 걸고 대통령실로 오는데도 승진과 보상에 인색했다. 이러니 불만들이 외부로 터져 나오고 있다.

셋째, 정치적 동지가 사라지고 있다. 초기 친윤 멤버인 장제원 전 의원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이철규·윤한홍 의원 등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권성동 의원만 최근 용산 입장을 대변하고 있을 뿐인데 적극적이지 않다. 김종인·이준석·김기현·나경원·안철수 등과 모두 멀어졌고, 20년 검찰 후배 한동훈 대표와는 얼굴도 맞대기 싫은 관계가 돼 버렸다. 정치적 고립을 자초한 후과가 너무 크다. 누가 나서 수습하거나 피를 묻히겠다는 인사가 없다.

방법은 ‘The Buck Stops Here(내가 모든 책임을 지고 결정한다)’라는 윤 대통령 책상 위 명패 문구대로 실천하는 일이다. 다음 달이면 벌써 임기가 절반을 넘어선다.

 

11-04 민심과 싸우는 尹대통령

참모들 한목소리 요구도 거부
집단 요구를 부당한 압박 인식
이종섭 황상무 명품가방 반복

모든 기준을 불·합법으로 판단
정치하려면 ‘민심법’ 따라야
시정연설 불참도 안타까운 일

대통령실에 근무했던 한 참모가 윤석열 대통령의 의사결정 스타일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참모들이 의견을 모아 한목소리로 ‘이런 것 하셔야 한다’고 건의하면 돌연 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적이 있다고 한다. 검사 시절 함께 일했던 인사들 얘기도 종합해 보면 윤 대통령은 집단으로 어떤 의견을 전달하는 것을 ‘부당한 압박’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가끔 특유의 반골 기질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 기간 중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문제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발언이 물의를 빚어 사퇴 압박을 받은 적이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이런 여론을 무시할 수 없어 몇 명이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두 사람의 경질을 요구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두 사람이 무슨 불법을 저질렀느냐”면서 되레 불같이 화를 내면서 건의를 했던 참모들을 질책한 바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직언을 한 다음 날 대통령실 명의로 두 사람이 아무런 불법이 없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 두 사람은 결국 사퇴했다. 여론이 급속히 악화한 뒤 사퇴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문제도 마찬가지다. 불법이 없었기 때문에 사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박절하지 못했다”는 말만 했다. 그러나 총선 패배에 여론의 압박이 커지자 결국 ‘사과’라는 말을 했다. ‘정치 브로커’로 불리는 명태균 씨와 취임식 하루 전인 2022년 5월 9일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약속하는 통화를 한 것이 최근 큰 문제가 됐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친윤은 바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당선인 신분이므로 공무원이 아니기에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논리만 내세웠다. 검찰이나 법원에 따져야 할 법리적 문제만을 가지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니 민심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윤 대통령은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참모들에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불법이 있느냐”라는 말이다. 검사 출신이다 보니 사건에 대한 판단을 여전히 합법과 불법의 사이에서 판단하려는 인식이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용산 대통령실은 더 이상 서초동 검찰청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지, 알아도 무시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인데도 이를 모든 것을 가르는 최고의 가치로만 생각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총선 패배 이후 핵심 참모들 회의에서 “이제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그 후에 나타난 대통령의 행보는 여전히 불법과 합법만 따지는 대통령 그 이상도 아니다. 법리를 두고도 논란이 없지 않지만, 실정법 위에 ‘민심법(民心法)’이 있고 정치하는 대통령은 이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말이 이젠 “오직 한 사람(김 여사)에게만 충성한다”는 것으로 변질됐고, 법과 상식·공정의 가치도 더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마지막 남은 대통령으로서의 헌법적 의무마저 다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준다면 해답이 없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대통령은 국회에서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했다. 지난 11년간 대통령은 매년 국회를 찾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제22대 국회 개원식에 이어 이번에도 불참하고 한덕수 총리에게 대독시켰다. 한동훈 대표와 ‘독대’도 피하면서 연설도 ‘대독’시킨다는 비난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대상은 국회의원에 국한되지 않고 국민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아무리 야당 의원들이 결례를 범한다 해도 이는 대통령의 헌법적 임무이다. 국회와 이렇게 담을 쌓는데 법안 통과가 필요한 노동·연금·의료·교육 등 4대 개혁은 어떻게 이루겠는가. 갈수록 태산이다.

지지율 10%대 추락은 민심의 심각한 경고이다. 유일한 길은 첫째, 한 대표에 대한 개인적 앙금을 털고 당에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둘째, 김 여사의 모든 대외활동을 중단시켜야 한다. 셋째, 대통령실과 내각의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변화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계속 ‘거꾸로’식 태도를 보인다면 야당의 탄핵·하야 쓰나미는 더 거세질 것이다. 임기 후반을 시작하면서 왜 대통령이 되고자 했는지 초심을 되새기기 바란다.

 

11-27 ‘1승 1패 이재명’과 희망 고문

李 5개 재판 ‘서든 데스’ 모양
하나라도 유죄 확정되면 탈락
선거법에는 ‘법원 運’ 안 따라

대선 임박 출마 못하면 대혼란
선거법 항소심 유죄면 플랜B
사법리스크에 경제·안보 볼모

스포츠 경기에는 대표적으로 토너먼트와 리그전 방식이 있다. 토너먼트는 중세 기사들의 결투 방식에서 따온 것으로, 1:1로 붙어서 패자는 바로 탈락하고 승자는 다른 승자와 대결하기 위해 올라간다. 반면, 리그전은 각 팀이 다른 팀과 모두 최소 한 번씩 경기를 치러 종합 성적에 따라 결선에 진출한다. 보통 축구에서 예선은 리그전으로, 16강부터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한다.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받아 1패를 기록했다. 그런데 유죄로 예상됐던 25일 위증교사 재판에선 무죄가 나오면서 1승을 얻었다. 앞으로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사건, 대북송금 사건, 법인카드 유용 사건 1심 재판이 남아 있다. 그런데 민주당 바람과는 달리 이 대표의 재판은 리그전이 아니라 하나라도 패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서든 데스’다.

‘위증한 사람은 유죄, 교사한 사람은 무죄’라는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부장판사의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 내려져 이 대표는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선거법 형량이 이대로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과 대표직 상실은 물론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은 대선 국고보조금 434억 원을 국가에 반납해야 한다. 나머지 3가지 사건은 재판 진행 상태로 볼 때 대선 전에 확정판결이 나오기 어렵다. 위증교사 사건도 이 대표 측이 지연전략을 쓸 경우 선거법처럼 ‘6·3·3(1심 6개월, 2·3심 3개월)’ 규정이 없기에 대선 전에 결론이 나긴 어려울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보면 이 대표 입장에서 선거법 유죄는 뼈아프다. ‘법원 운(運)’이 있는 이 대표는 권순일 전 대법관, 유창훈·김동현 부장판사에게선 정치생명을 얻었지만, 선거법 사건을 담당한 한성진 부장판사 때문에 일단 제동이 걸린 셈이 됐다.

선거법이 2·3심에서 뒤집히면 몰라도, 상황이 민주당 환호처럼 유리할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는 온갖 사법 리스크를 딛고 대통령이 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나 룰라 브라질 대통령을 롤 모델로 삼고 싶지만, 자칫 조 바이든 대통령 신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과 인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출마를 고집했으나 트럼프와 가진 첫 TV토론을 망치면서 떠밀려 사퇴하는 격이 됐다. 바이든 대세론에 눌려 아무 준비도 못 한 민주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후보로 내세웠지만, 준비가 덜 됐고 시간이 촉박해 결국 참패했다.

민주당은 총력을 다해 선거법 재판을 뒤집거나 지연시키려 할 것이다. 허위사실 유포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도 제기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법원은 자신에게 정치생명을 불어넣어 준 ‘김명수·권순일 대법원’이 아니다. 만약 늦어도 내년 말에 대법원이 이 대표에게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상 형을 확정 지으면 일극 체제인 민주당은 대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친명 주류에서 마땅한 대선 주자를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명·친문 세력까지 가세할 경우 자칫 대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오는 12월 12일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면 대안이 없다.

민주당은 ‘이재명은 무죄’라는 희망 고문을 받으며 무조건 ‘고(GO)’를 외치다간 공멸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섣불리 당내에서 바이든처럼 이 대표에게 사퇴 압박을 가하면 최민희 의원이 ‘죽일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을 지연시킬수록 더 불리한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 방법은 이 대표가 선거법 2심 판결에서 여전히 당선 무효형이 확정된다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민주당을 위한 희생자가 되어주는 방법이다. 그러나 그 숱한 사법 리스크에도 대선 패배 이후 곧바로 국회의원, 당 대표 연임에 나서며 대선 재수의 꿈을 키운 이 대표가 이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 그러면 자신도 민주당도 다 죽는데도 말이다.

이 대표는 당력을 쏟아붓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거법 재판 지연 투쟁에 집중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강공도 예상된다. 결국, 대한민국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볼모로 잡힐 것이 뻔하다. 글로벌 위기의 시대에 경제·민생과 안보는 누가 챙길지 벌써 내년이 걱정된다.

 

12-20 보수의 진짜 배신자

쥐×끼·부역자 난무하는 여당
尹 앞에선 침묵, 韓에겐 막말
배신자 낙인 두려워 오버 행동

보수는 더 이상 주류 세력 아냐
판도라 상자 연 尹 때문에 폭망
MZ세대 충격 크고 회복 난망

쥐×끼처럼 아무 말 없이 당론을 따를 것처럼 해놓고 그렇게 뒤통수 치면 영원히 감춰질 줄 알았나.”(유영하) “민주당 부역자들은 덜어 내자.”(강민국) “신념과 소신으로 위장한 채 동지와 당을 외면하고 범죄자에게 희열을 안긴 이기주의자와는 함께할 수 없다.”(이상휘)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후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탄핵 찬성 의원을 향해 내뱉은 말이다. 표결 직후 의총에서는 한동훈 대표를 향해 대구·경북(TK) 지역 두 명의 의원이 물병을 던졌고, 대구가 지역구인 권영진 의원은 자리를 박차고 연단으로 돌진했다고 한다. 어느 의원은 돌아가며 탄핵에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고백하자고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탄핵 찬성파 의원을 ‘레밍’이라는 동물에 비유했다.

이런 발언이나 행동을 한 의원들은 대부분 텃밭인 TK 출신들이다. 아마 이런 행동을 했다는 기사가 나가는 게 나쁘지 않고 오히려 지역구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다음 총선 때 “나는 배신자가 아니라 의리남”이라고 홍보할 것이 자명하다. 정작 이들 중 누가 윤석열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계엄령에 대해 비판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지난 4일 새벽 계엄령 해제를 위해 본회의 투표에도 참석하지 않은 이들이다. 권력자 앞에서는 고개도 들지 못하고 비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이 한 대표와 탄핵 찬성파 의원들 앞에서는 아주 용감한 행동과 말을 서슴지 않는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후부터 ‘배신자’ 낙인을 가장 두려워한다. 당시 탄핵에 앞장섰던 김무성·유승민 전 의원 등이 정계에서 사라진 것을 들어 ‘의리’를 강조한다. 윤상현 의원이 김재섭 의원에게 “탄핵 반대해도 1년 지나면 다 찍어주더라”고 했던 충고도 같은 맥락이다. 배신자 광풍이 불다 보니 이후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미래 연대’ 같은 소장·개혁파도 사라졌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착각하는 것은 ‘배신자’ 프레임 때문에 당이 쪼그라든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 이후 보수는 ‘부정선거 괴담’ ‘극우화’ 등으로 수도권 유권자와 괴리되고 혁신을 등한시하면서 그렇게 됐다. 4년 동안 언론에 한 줄 오르내리지 않는 의원이 수두룩할 정도로 인물도 키우지 못했다. 2008년만 해도 범보수가 수도권에서 82석(55%)을 차지했는데 2016년 37석(33%), 2024년 19석(21%)으로 급격히 존재감을 잃었다. 반면, 영남에서는 여전히 예전 의석을 유지했다. 중도화 전략을 펼 때는 반짝 승리하다가 보수화하면 다시 추락하는 일을 반복한 것이다.

이런 흐름에 더 큰불을 지른 이는 윤 대통령이다. 검찰총장 시절 문재인 정부와 맞서는 이미지 하나로 검증 없이 급하게 영입돼 대통령까지 초스피드로 당선했지만, 그는 진정한 보수주의자가 아니었다. 노무현을 좋아해 연설문을 다 외울 정도라고 하더니 대통령이 되어서는 “이념이 중요하다”고 오락가락했다. 중심이 없다 보니 자신을 지지해주는 극우 유튜버들의 세계에 동화돼 버렸다. 탄핵 표결에 참석했던 김상욱 의원은 윤 대통령을 겨냥, “보수가 아니라 극우주의자이다. 보수의 배신자”라고 말했다. 1980년 5·18의 원죄를 씻기 위해 그동안 보수는 부단히 노력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무릎까지 꿇었다. 그러나 45년 만에 깊숙이 파묻어놓았던 ‘계엄령’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윤 대통령이 열어 버리면서 그동안의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번 계엄군이 국회의사당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는 모습을 전 국민이 생방송으로 생생히 지켜봤다. 윤 대통령은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그나마 2시간 만에 중단시킨 건 용기 있는 의원들이다. 계엄 충격파는 훨씬 오래 갈 것이다. 특히, 교과서에서만 계엄령을 배웠던 MZ 세대들의 충격이 컸다. 12·3 계엄의 잔상을 없애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보수는 소멸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반성과 사과는커녕 “끝까지 싸우겠다”며 마지막까지 보수를 인질로 잡고 버티려 하고 있다. 이런 행태야말로 국민과 보수를 배신하는 일 아닌가.

 

이현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