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主國防 2024-10/
10.01 尹 "북핵 사용 기도하는 날이 北 정권 종말의 날"
국군의 날 기념사 "北,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통일 부정"
"적 선의 기댄 가짜 평화는 신기루… 힘 키우는 것이 평화 지키는 길"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건군(建軍)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우리 군과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대한민국의 오늘은 우리 국군의 헌신과 희생 위에 건설됐다”며 “북한 공산 세력이 6·25전쟁을 일으켰을 때 우리 군은 피를 흘려 싸워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냈고, 지금도 북한의 끊임없는 위협과 도발에 단호하게 맞서며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국군의 뜨거운 애국심과 충성심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의 든든한 토대가 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6·25전쟁 당시 우리 군은 제대로 된 무기 하나 갖추지 못했지만, 지금은 우리 손으로 최첨단 전투기를 만들고 군 정찰 위성과 고성능 미사일을 개발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함과 잠수함을 직접 건조하고 있다”며 “우리가 만든 전차와 자주포, 방공 무기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중동을 누비면서 K-방산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이렇게 자유와 번영의 길, 세계 평화를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북한 정권은 여전히 퇴행과 몰락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은 오직 권력 세습만을 추구하며 주민들의 참담한 삶은 외면한 채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쓰레기 풍선, GPS 교란 공격과 같은 저열한 도발을 자행하더니, 급기야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며 통일마저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 정권은 러시아와의 불법 무기 거래로 국제사회의 규범에 역행하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군은 강력한 전투 역량과 확고한 대비 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을 즉각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만약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우리 군과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서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을 기점으로 한미동맹은 명실상부한 핵 기반 동맹으로 업그레이드됐다”며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미일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연대해 우리의 안보 태세를 더욱 강력하고 확고하게 다져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군의 미래에 관해 윤 대통령은 “미래의 전장을 주도해나갈 수 있도록 국방 연구·개발 분야를 더욱 강화해가고, 무기 체계 개발과 도입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것”이라고 했다. 또 “장병들이 자부심을 갖고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식주와 의료 체계를 비롯한 제반 복무 환경을 계속 개선해나가겠다”고 했다. “장병들이 군복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를 위한 헌신에 합당한 처우를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적의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며 “적이 넘볼 수 없도록 우리의 힘을 키우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튼튼한 안보와 강한 군대는 군이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우리 군이 흔들림 없이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창설된 전략사령부에 부대기를 수여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 전략사령부 창설을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해 왔다”며 “앞으로 전략사령부는 북한의 핵과 대량 살상 무기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든든하게 지키는 핵심 부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윤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 전문.
윤석열 대통령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군 장병과 내외 귀빈 여러분,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 치의 빈틈 없이 나라와 국민을 지키고 있는 국군 장병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세계 평화를 지키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파병 장병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피와 땀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주신 순국선열과 창군 원로, 참전용사 예비역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묵묵히 장병을 뒷받침하고 계신 군인 가족 여러분, 그리고 한미동맹의 최일선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주한미군과,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유엔사 장병 여러분께도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국민 여러분, 올해 국군의 날은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국방 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전략사령부가 창설되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 전략사령부 창설을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해 왔습니다. 그동안 많은 난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욱 단단해진 한미동맹을 토대로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마침내 우리 군의 첨단 재래식 능력과 미국의 확장 억제 능력을 통합하는 전략사령부를 창설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전략사령부는 북한의 핵과 대량 살상 무기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든든하게 지키는 핵심 부대가 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의 오늘은 우리 국군의 헌신과 희생 위에 건설되었습니다. 북한 공산 세력이 6·25전쟁을 일으켰을 때 우리 군은 피를 흘려 싸워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냈습니다. 지금도 북한의 끊임없는 위협과 도발에 단호하게 맞서며,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가적 재난, 재해와 같이 큰 어려움이 닥칠 때면 앞장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 국군의 뜨거운 애국심과 충성심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의 든든한 토대가 된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 국군 장병에게 큰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자랑스러운 국군 장병 여러분, 6·25전쟁 당시 우리 군은 제대로 된 무기 하나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손으로 최첨단 전투기를 만들고 군 정찰 위성과 고성능 미사일을 개발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함과 잠수함을 직접 건조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군사력과 뛰어난 기술력을 겸비한 첨단 과학기술 강군으로 발돋움한 것입니다. 우리가 만든 전차와 자주포, 방공 무기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중동을 누비면서 K-방산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K-방산은 국가 안보와 경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국가 전략 산업이 되었습니다. 세계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우리 장병들의 활약도 눈부십니다. 세계 곳곳에서 평화 유지와 재건 활동을 펼치며 공동의 번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 군의 활약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 도약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국군 장병 여러분, 우리는 이렇게 자유와 번영의 길, 세계 평화를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북한 정권은 여전히 퇴행과 몰락의 길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오직 권력 세습만을 추구하며 주민들의 참담한 삶은 외면한 채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풍선, GPS 교란 공격과 같은 저열한 도발을 자행하더니, 급기야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며 통일마저 부정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러시아와의 불법 무기 거래로 국제사회의 규범에 역행하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은 강력한 전투 역량과 확고한 대비 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을 즉각 응징할 것입니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우리 군과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입니다. 북한 정권은 지금이라도 핵무기가 자신을 지켜준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을 기점으로 한미동맹은 명실상부한 핵 기반 동맹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한미 핵 협의 그룹을 중심으로 한미 일체형 확장 억제를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40여년 만에 미 전략 핵 잠수함이 방한하고, B-52 전략 폭격기가 한반도에 최초로 착륙했습니다. 미군의 강력한 확장 억제 공약이 행동으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미일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연대하여 우리의 안보 태세를 더욱 강력하고 확고하게 다져나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국군 장병 여러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끝나지 않고, 중동 정세가 악화되면서 글로벌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강력한 군으로 거듭나기 위해 첨단 과학기술에 기반한 국방 혁신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정부는 작년 5월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 역량을 획기적으로 확충해오고 있습니다. AI 기반의 유·무인 복합 체계와 우주, 사이버, 전자전 영역에서 미래의 전장을 주도해나갈 수 있도록 국방 연구·개발 분야를 더욱 강화해갈 것입니다. 아울러, 무기 체계 개발과 도입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것입니다.
강군 육성은 장병들의 사기에서 출발합니다. 장병들이 자부심을 갖고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식주와 의료 체계를 비롯한 제반 복무 환경을 계속 개선해나가겠습니다. 군복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를 위한 헌신에 합당한 처우를 보장할 것입니다. 우리 군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젊은 장병들이 확고한 국가관과 대적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장병들이 투철한 정신 무장과 전우애로 단결하고 실전적 교육으로 단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자랑스러운 국군 장병과 내외 귀빈 여러분, 적의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는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적이 넘볼 수 없도록 우리의 힘을 키우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길임을 인류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튼튼한 안보와 강한 군대는 군이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우리 군이 흔들림 없이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국군 통수권자로서 대한민국 국군 장병 여러분을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다시 한번 국군의 날을 축하드리며 여러분의 앞날에 무한한 영광과 축복이 함께 하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조선일보 김경필 기자
10.01 北 지하벙커 뚫는 괴물...현무-5, 첫 공개서 '게걸음쇼' 펼쳤다
국군의날 기념식서 '한국형 3축 체계' 핵심 모습 드러내... L-SAM· 다족보행로봇 등도 등장
1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는 ‘괴물 미사일’ 현무-5를 비롯해 유사시 북한을 상대로한 대량응징보복체계 무기가 다수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현무-5' 앞을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처음 공개된 현무-5는 재래식 무기지만 전술핵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갖추고 있어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기념식에서는 9축 18륜 이동식 발사차량(TEL) 위 원통형 발사관(캐니스터)이 얹어진 형태의 현무-5 발사차량 2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해당 차량은 운전석이 전면을 바라본 채로 타이어만을 돌려 대각선으로 이동하는 측면기동능력을 선보였다. 9축 18륜 바퀴 전부를 오른쪽 같은 각도로 돌려서 ‘게걸음 쇼’를 하는 모습을 과시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 군은 “현무는 북한 전 지역에 대해 초정밀 초고위력 타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무-5 미사일은 원통형 발사관 안에 들어있었다고 전해졌다. 발사차량 길이는 20m 미만으로 추정된다. 발사차량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발사 후 공중에서 점화되는 ‘콜드론치’ 방식이 적용됐다.
현무는 우리 군이 개발한 탄도미사일 명칭이다. 현무-1은 모두 퇴역했고, 현무-2 시리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현무-3 시리즈는 순항미사일이다. 현무-4 시리즈는 현무-2를 개량한 탄도미사일로 지대지·함대지·잠수함발사 등으로 각각 개발됐다.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처음 공개된 현무-4는 탄두 중량이 2t이었다.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현무-5는 8t에 달한다. 탄두 중량 8t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에 따르면 현무-5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지만 탄두 중량을 줄이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사거리 3000∼5500㎞)급 이상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탄도미사일의 통상적인 탄두 중량인 1t을 기준으로 하면 현무-5의 사거리는 5000㎞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탄두 중량과 사거리는 반비례한다.
현무-5는 북한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미사일로, 북 핵·대량살상무기를 억제하는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인 대량응징보복(KMPR) 수단이다. 3축 체계는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발사 전에 제거하는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을 더한 개념이다. 이날 군이 현무-5를 공개한 것은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와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복합 도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 날 미디어데이 리허설에서 3축체계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 L-SAM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사에는 현무-5 외에도 우리 군이 보유한 3축 체계 핵심 전력이 등장했다. KMPR의 한 축인 ‘타우러스’ 미사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F-15K 전투기에 탑재하면 대전 상공에서 북한 평양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작년 국군의 날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 장거리 지대공유도미사일(L-SAM)이 올해도 모습을 드러냈다. L-SAM은 고도 40㎞ 이상에서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로 KAMD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킬체인 핵심 전력 중 하나인 스텔스 전투기 F-35A도 국군의 날 기념행사 중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했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공군 F-35A 전투기가 힘차게 비행하고 있다./뉴스1

미국 공군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미국 본토 텍사스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를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6월 국내에 도착해 전력화된 해군의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도 서울공항 상공에서 위용을 과시했다. 민항기인 보잉737을 해상초계기로 개조한 P-8A는 시속 900㎞ 이상 속도로 비행하며 적 잠수함을 찾아내 공격할 수 있어 ‘잠수함 킬러’로 불린다.

▲1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소총드론, 다족보행로봇(가장 앞)을 비롯한 유·무인전투체계 장비들이 분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행사에는 네 발로 이동하는 대(對)테러 작전용 다족보행로봇도 등장했다. 시속 4㎞ 이상 속도로 움직이며 20㎝ 높이의 계단 등 수직 장애물도 오를 수 있는 이 로봇은 테러 발생 시 장병 대신 현장에 투입돼 적의 위협을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현재 군은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전방 1개 사단에 로봇을 시범 배치해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사진으로 본 국군의 날





중앙일보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10-02 이란 미사일 막아낸 이스라엘… 재확인된 정보전 중요성
이란이 1일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 180여 발을 발사했지만, 이스라엘은 거의 완벽하게 요격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군은 현지 시간 오후 7시30분 발사 사실을 포착하고 휴대전화와 국영 TV를 통해 이스라엘 전역에 공습경보를 울리고 대피령을 내렸다. 곳곳에 요격된 미사일의 파편이 떨어졌지만, 2일 오전 현재 텔아비브 인근에서 이스라엘인 2명이 부상했을 뿐이고, 사망자 1명은 팔레스타인 자치구에서 나왔다. 이스라엘은 응징을 공언한 반면, 이란은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중동 정세는 여전히 확전과 자제의 기로에 서 있다.
이번 공방에서 확인된 사실은 정보력과 동맹의 중요성이다. 미국은 이란의 공격 3시간 전부터 이스라엘과 정보를 공유하며 중동 파견 구축함에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는 식으로 공조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란의 미사일 격퇴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스라엘 군과 미군의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힌 데서도 양국의 긴밀한 정보 공유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난다. 헤즈볼라 삐삐(무선호출기)·무전기 폭발 사태에 이어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폭살, 이란 미사일 공습 무력화는 군과 정보기관의 완벽하고 철저한 협업 덕분에 가능했다. 대외 정보기관인 모사드와 대내 정보기관인 신베트, 군정보국 아만, 아만 산하 비밀정보부대인 8200부대는 감청 및 사이버 해킹으로 헤즈볼라 지도부를 추적하면서, 헤즈볼라의 무선호출기 주문에 대비해 유령회사까지 설립하는 치밀함도 과시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1일 전략사령부를 출범했고, 킬체인·미사일방어·응징보복으로 구성되는 3축 체계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그 대전제는 대북 정보력이다. 국가정보원의 대북 휴민트는 와해 상태이고, 국군정보사령부의 기강 해이도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는 군 방첩기관인 국군기무사령부를 ‘해편’해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만들었다. 군사적 역량은 물론 정보 역량의 복원과 강화에 총력전을 펼칠 때다.
문화일보 사설
10-02 북한, 대남 쓰레기풍선 열흘만에 재개…올해 23차례 5600여개 날려보내
150여개 부양해 60여개 서울 등 수도권 낙하
합동참모본부는 2일 북한이 대남 쓰레기 풍선 추정 물체를 부양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새벽부터 오전까지 풍선 약 150개를 띄웠으며, 오후 3시 현재 경기도와 서울 지역에서 낙하물 60여 개가 확인됐다.
내용물은 종이류, 비닐, 플라스틱병 등 생활 쓰레기이며, 분석 결과 안전에 위해가 되는 물질은 없었다.
북한의 쓰레기 풍선 부양은 지난달 22일 이후 열흘 만이다. 합참은 지난달 23일 "북한의 계속된 쓰레기 풍선으로 인해 우리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군은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말부터 이번까지 총 23차례에 걸쳐 남쪽으로 오물과 쓰레기 등을 실은 풍선을 5600개 이상 날려 보냈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10-02 검찰, 군사비밀 암구호 볼모 사채업자 3명 구속 기소
법정이율의 1500배 고금리 적용
군 훈련계획·피아식별띠 등도 담보 유출
대공 용의점은 없어
군사 3급 비밀인 암구호(아군과 적군 식별을 위해 정해 놓은 말)를 담보로 잡고 군 간부들에게 급전을 빌려준 사채업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법정 최고금리를 넘어선 고리로 돈을 빌려주고 제때 채무를 상환하지 않은 군인들에게는 비밀 누설을 볼모 삼아 협박까지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한연규)는 군사기밀 보호법·대부업법·채권추심법 위반 혐의로 무등록 불법대부업자 A(37) 씨와 대부업체 직원인 B(27) 씨, C(32) 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2일 밝혔다.
A 씨 등은 충청권 모 군부대에서 근무하는 군 간부 3명에게 암구호를 담보로 수십만∼수백만 원씩을 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이들이 같은 방식으로 대출을 꼬드긴 군 간부는 10명이었으나 이 중 7명은 제안을 뿌리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 등은 대출을 상환할 무렵이 되면 암구호를 누설한 군 간부에게 ‘돈을 갚지 않으면 부대에 민원을 넣겠다’고 협박하고, 채무자의 가족 등을 상대로도 채권을 추심했다.
이들은 대구에서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군 간부들을 포함해 채무자 41명에게 1억8560만 원을 빌려주고 법정이율(연 20%)의 1500배에 달하는 최대 연 3만%의 금리를 적용해 1억여 원을 이자로 받아 챙겼다.
암구호만 유출된 게 아니다.
A 씨 등은 암구호 이외에도 피아 식별 띠(아군과 적군을 구별하기 위해 군모나 군복에 두르는 띠)나 부대 조직 배치표, 산악 기동훈련 계획서 등 외부 유출이 엄격하게 제한된 군 내부 자료 사진을 담보로도 돈을 빌려줬다.
이 사건은 군 정보수사기관인 국군 방첩사령부가 암구호를 누설한 육군 대위급 간부를 적발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해당 간부는 올해 1월 상황실의 암구호 판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뒤 사진 파일을 사채업자에게 보내주고는 2회에 걸쳐 모두 100만 원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 6월 군사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조사 결과 A 씨 등은 인터넷 도박이나 코인 투자 실패 등으로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군 간부들에게 접근해 군사비밀을 담보로 한 대출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일보 전주=박팔령 기자
10.03 北열병식 "축제"라던 MBC, 국군 행사엔 "군사정권 방불"
극명하게 대비된 보도 논란

▲MBC는 2020년 10월 심야에 열린 북한 열병식에 ‘밤축제’란 제목을 붙인 반면, 올해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 대해선 ‘군사정권을 방불’케 한다고 했다. /MBC 뉴스데스크
2년 연속 개최된 ‘국군의 날’ 기념식 보도와 관련, MBC는 우리 군 행사에 대해 ‘군사정권 방불’ ‘시민 불편’ 등의 내용을 부각했다. 반면 지난해 북한 열병식에 대해선 비판적 접근 없이 북한 관영 선전 매체들이 보도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보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선 올해와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를 비판한 MBC 보도와 북한 열병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김정은 모습을 사용한 유튜브 ‘엠빅뉴스’ 썸네일 등을 합성해 남북 군사 퍼레이드 보도 행태가 극명하게 대립되는 모습을 강조한 사진도 퍼지고 있다. 최근 방송사 풀(공동중계)단에서 배제된 MBC가 국군의 날 기념식을 생중계하지 않은 점도 다시 부각됐다.
◇국군의 날 행사는 ‘시민 불편’ ‘군사 정권’ 부각… 북 열병식은 흥미로운 행사처럼
MBC는 1일 뉴스데스크에서 국군의 날 기념식 관련 기사를 3건 보도했다. ‘2년 연속 북 정권 종말’ ‘북한 상응행동 취할 것’ 등 남북 군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기사와 국군의 날 기념식 때문에 사관 생도들이 3주간 이른바 ‘뺑뺑이’를 돌았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 직후에 ‘열악한 처우에 사관학교 출신 초급장교들이 군을 떠나고 있다’는 내용까지 붙였다. 지난 27일에는 ‘2년 연속 시가행진, 군사정부 시절 국군의 날 연상’ 등의 제목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식 영상을 겹쳐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군의 날 보도에서 ‘대규모 시가행진으로 시민들 불편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에서 더 나아가 군사정권을 연상시키도록 한 것이다.
MBC는 우리 국군의 날 행사 보도와 달리, 작년 9월9일 등 북한 열병식 보도에선 별다른 비판적 평가 없이 북한 측 영상을 그대로 소개했다. MBC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는 지난해 ‘140분짜리 역대 최대 규모 북한 열병식 8분 정리!’란 제목으로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 창설(4월 25일) 90주년을 기념해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개최했습니다. 이번에도 야간에 진행돼 화려한 조명이 더 부각됐습니다”라는 식으로 마치 흥미로운 볼거리처럼 소개했다.
MBC노동조합(제3노조)은 2일 성명을 통해 “북한 열병식은 ‘땅에선 ICBM, 하늘에는 무인기…’라는 제목으로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8형을 소개하며 ‘열병식의 대미를 장식했다’는 식의 표현을 쓰면서, 우리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군사 정권의 잔재’라면서 폄훼하는 보도 행태는 비난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 직후였던 2020년 10월 MBC 뉴스데스크에서 북한이 심야에 개최한 열병식을 ‘밤축제’라 부르고, 김정은의 연설 사진과 함께 “남녘 동포와 손 맞잡길”이란 자막을 달아 보도했던 것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지난 1일 국군의 날 행사 이후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지고 있는 남북 열병식 관련 MBC 영상물 모음 사진.(출처:인터넷 커뮤니티)
◇”북한 열병식은 주민 혹사시키는데”... MBC “군사정권 시절의 잔재, 혈세 낭비”
전문가들은 이런 보도가 사실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막대한 열병식 비용 마련을 위해 외화 조달을 지시하는 등 주민들 주머니를 털고 인권 유린 수준의 착취를 통해 자금을 충당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은 없다는 것이다. 한 탈북민은 “평양에 살던 시절 열병식에 인민군 후방 물자로 속옷 양말, 깔창 지원과 식사를 제공하거나 콩·계란 등의 현물을 지원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북한 당국이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에게 천으로 된 총끈을 만들어 바칠 것을 지시했다’는 내부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동보총의 끈도 해결하지 못하는 당국이 열병식은 왜 벌이고 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군에선 “방송사가 남북의 군사 퍼레이드에 대해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지도 않고, 오히려 군을 비하하고 국격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군 관계자는 “기념식 사열·분열과 시가행진은 우리 군 준비 태세 및 유사시 반격 능력을 과시하며 북한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는데 이런 군사적 의미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비판을 위한 비판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MBC 관계자는 “MBC가 최근 방송 영상 풀단(코리아중계풀)에서 일시적으로 배제돼 국군의 날 기념식과 시가 행진을 TV로는 중계하지 못했다”면서도 “다만 2년 연속 실시된 시가행진이 군사정권 시절의 잔재라는 지적과 함께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면서까지 중계해야 하는 사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0-04 北 풍선은 ‘소프트 테러’, 관련 법 정비 급하다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안보전략연구소장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계속되면서 국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군은 그 내용물에 위해(危害) 물질은 없어 실질적 위협보다는 심리적 공세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판단하면서, 이를 공중 격추하면 적재물 낙하 또는 유탄에 의한 위험성이 더 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자연 낙하 후 신속히 수거하는 방식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의 대남 풍선 살포 행태가 통상적인 ‘비례적 대응’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와 앤디 림 연구원은 명백한 ‘소프트 테러’라고 경고했다. 지난 5월 28일부터 4일까지 24차례 살포(5600여 개)로 화재 발생(23건) 및 재산 피해(수도권 집계 1억 원 이상)를 비롯해 인천·김포 공항 항공기 회항·복행 등(172대) 국가 기간시설마저 위협하고 있다. 무게나 바람에 따른 비행거리와 낙하지점 등에 대한 실험을 하는 것이라면, 생화학무기 등을 실어 원하는 시간·장소에 공격할 수도 있다. 북한의 생화학 전력은 세계 3위 수준이다.
그동안 정부는 ‘오물풍선’ ‘쓰레기풍선’이라고 해 왔지만, 기폭 장치까지 달아서 날려 보내는 만큼 그 실체를 확실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우선, 테러인지 여부부터 따져보자. 현행 테러방지법에서는 테러 행위(5개항)를 열거하면서 네 번째 항목으로 ‘사망·중상해 또는 중대한 물적 손상을 유발하도록 제작되거나 그러한 위력을 가진 생화학·폭발성·소이성(燒夷性) 무기나 장치를 사용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폭넓게 해석하면, 실질적 타격을 가하면서도 주체·원점 추적을 어렵게 하는 국가 주도의 전형적인 회색 테러다.
다음으로, 통합방위법상 ‘적의 침투·도발’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이때 ‘침투’란 적(敵)이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한민국 영역을 침범한 상태’를 말하며, ‘도발’이란 역시 같은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민 또는 영역에 위해를 가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이를 적용할 때 북한의 오물풍선도 침투·도발임이 분명해진다.
지금까지 북한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목함지뢰 매설과 같은 비대칭적 저강도 도발을 지속적으로 자행해 왔음을 미뤄볼 때 오물풍선 테러도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북한의 애초 주장처럼 우리 측의 대북 전단에 대한 ‘비례적 대응’ 치고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 민간단체의 대대적인 전단 살포는 지난 6월이 마지막이었다. 북한은 국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 대남 소음 송출로 별도 대응하고 있기도 하다. 저들의 행위를 계속 좌시한다면 더욱 대담한 도발을 자행할 것이며,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건이 발생할 소지마저 크다. 7차 핵실험 시도설과 더불어 11월 5일 미국 대선 등을 겨냥한 보여주기 식 또는 판 흔들기용 도발로 활용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제,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행위가 ‘테러이자 침투·도발’임이 명확해진 만큼 단순한 심리공세라는 대응 기조를 벗어나 민·관·군 합동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예상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를 갖춰야 한다. 북한은 쿠바·이란·시리아와 함께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이다. 유사 테러에 대한 미국 등 해외의 대응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히, 피해 보상을 위한 법적 근거부터 시급하다. 이와 관련한 민방위기본법 및 테러방지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는 만큼 조속한 입법이 절실하다. 국가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문화일보
10.05 "해외 나온 북한 요원들은 '국정원이 나 좀 안 건드려 주나' 한다"
국정원 1급 베테랑
정일천 관동대 교수

▲정일천 관동대 교수는 “한국은 막강한 자금력, 체제 우월성 등 보이지 않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며 “남북 격차가 커져서 여건 만들기 쉬운 지금이 공작의 호시절”이라고 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이선 헌트(톰 크루즈)처럼 근육질에 날렵한 사람이겠거니 했다. 국가정보원에서 약 30년 근무하고 1급으로 퇴직한 정일천(61)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예상과 달랐다. 체형과 인상이 이웃집 김씨 같았다.
이 전직 스파이가 ‘정보기관의 스파이들’이라는 책을 펴냈다. 국정원에서 일하는 동안 한중 수교가 이뤄졌고 동북 3성은 정보 전쟁터가 됐다. 대북 휴민트 부서에서 북한 엘리트들을 포섭하며 고급 정보를 캐낸 그는 지상낙원의 후계자 이름조차 모르던 시절 ‘김정은’이 적시된 공식 문건을 최초로 입수하기도 했다.
지난달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정 교수는 “정치권이 국익을 중심에 두지 않고 정파적으로 흔들다 보니 국정원이 중병을 앓고 있다”며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거나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사고에서 제발 벗어나자”고 말했다.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 모사드의 ‘삐삐 폭발 공작’ 보았지요? 저는 부러웠습니다. 우리 정보기관도 조속히 야성(野性)을 회복해 필요할 땐 이런 비밀 공작을 수행할 능력을 갖춰야 해요.”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 /정일천 제공
◇대북 공작만 25년
-국정원에서 어떤 일을 했나요.
“삼성에 입사했다가 1992년 시험에 합격해 국가안전기획부(현재 국정원)에 들어갔습니다. 초기 4년은 대북 정보 분석을, 나머지 25년은 대북 공작을 했지요. 정보 분석은 종일 북한 관련 보고서를 쓰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끼리는 그 부서에서 벗어나는 걸 ‘탈북’이라고 했어요(웃음). 김대중 정부 출범할 무렵 공작국으로 건너가 휴민트, 즉 간첩 심는 일을 했습니다. 공작원이 현장에서 뛴다면 공작관(case officer)은 그들을 조종하는 지휘자예요.”
-재직 중 간첩을 얼마나 심었습니까.
“북한이나 제3국에 10명 가까이요. ‘공작 인가’라고 부릅니다. 영화 ‘공작’의 모델이 된 암호명 흑금성처럼, 공작원을 만들고 정보를 수집해 오는 하나의 사업으로 발전시켜야 인가가 나와요.”
-공작이 체질이었나 봅니다.
“여건을 개척하는 일이 재밌더라고요. 기업의 영업사원처럼 이건 ‘사람 장사’예요. 남북한의 교류·접촉이 많아지면서 공작 여건이 나아졌습니다. 북한 스파이들도 그랬겠지요. 저는 좌파 정권, 우파 정권에서 다 진급했습니다.”
-책에 ‘행복한 스파이였다’고 썼는데.
“국가를 위해 비밀리에 활동하는 이 일을, 열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했습니다. 휴민트망을 여럿 만들고 성과도 냈지요. 보안상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현재까지 운영되는 공작들도 있습니다. 사고 없이 공무원 최고 직급까지 올라가 은퇴했으니 행복한 스파이죠.”
-스파이는 보안이 생명인데 고통받거나 손해 본 일이라면.
“결혼하려면 예비 배우자도 신원조회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직업을 드러내지 못한 채 사회생활을 하느라 괴로웠지만 받아들였어요. 제 딸은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제가 광장시장에서 일하는 줄 알았지요(웃음).”
-훌륭한 공작관의 조건도 있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다루는 기술입니다. 공작원의 성향과 환경은 천차만별이고 돌발 상황도 많아 공작은 일종의 종합예술이에요. 플랜B, 플랜C를 늘 준비합니다. ‘공작은 운칠기삼’이라는 말처럼 운도 꽤 작용합니다. 공작관은 여우, 곰, 능구렁이로 변신해야 해요. 공작원과 호흡이 잘 맞아서 그 파이프로 좋은 정보가 계속 흘러나와야 성공한 공작이에요. 그럼 금전적 보상을 해주고, 공작원은 그 자금을 이용해 더 좋은 정보를 뽑아냅니다. 희생, 헌신, 불편 감수 같은 단어에 거부감이 있다면 다른 직업을 찾는 게 좋아요.”
-지휘해 성공한 공작 사례라면.
“밝힐 순 없고,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고위급을 포섭하는 공작을 주로 했습니다. 제가 데려온 사람은 북에 두고 온 가족 때문에 공개되질 않았어요. 대표적 성과는 김정일의 아들이자 후계자가 ‘김정운’으로 잘못 알려져 있을 때, 제 휴민트망으로부터 ‘김정은’ 이름이 명시된 북한 공식 문건을 최초 입수한 것입니다. 큰 보람을 느꼈지요.”

▲미 정보당국에 포착된 수미 테리와 국가정보원 요원들 /그래픽=박상훈·Midjourney
◇정보 찾으러 지옥까지 간다
-화이트 요원과 블랙 요원을 쉽게 설명해주세요.
“화이트 요원은 백색, 블랙 요원은 흑색이라 불러요. 백색은 해외 대사관에 외교관 신분으로 가는 직원들입니다. 외교관 여권을 들고 나가지만 국정원 출신이라는 걸 그 나라 정보기관이 다 알아요. 백색도 정보를 수집하지만 24시간 감시가 붙는다고 보면 됩니다. 최근 미국에서 노출된 ‘수미 테리 사건’처럼요. 최악의 경우 화이트 요원은 ‘페르소나 논 그라타(PNG·외교적 기피 인물)’로 추방될 뿐이고요.”
-그럼 블랙 요원은요?
“까마귀라고도 하는데, 공작 부서가 적임자를 선발해 내보냅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진짜 스파이’죠. 저는 본부에서 그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오래 했어요. 흑색은 사업체를 만들어 가기도 하고 여행사나 식당 등 목표에 접근하기 좋은 업종을 운영합니다. 보안 때문에 귀국하기 어렵고 전화나 이메일도 거의 사용하지 못해 고독하고 애환이 많은 존재예요.”
-그럼 어떻게 연락하나요.
“옛날에는 인편으로 보냈고 21세기에는 예컨대 ‘스테가노그라피’라고 사진이나 동영상 파일에 정보를 숨깁니다. 오사마 빈 라덴이 9·11테러 때 사용한 암호화 기술이에요.”
-첩보와 정보는 어떻게 다릅니까.
“첩보는 ‘검증되지 않은 단계의 정보’를 말해요. 휴민트로 많이 들어오는데, 정보가 되려면 정확하고 필요하고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첩보 10개 중 정보는 1개 정도예요. 스파이들은 가치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영혼을 팔아서라도, 설령 그곳이 지옥이라도 찾아간다는 각오로 일합니다.”
-2022년 11월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장에 딸 주애를 대동하고 나타났을 때 그 첩보를 사전에 입수했다면 어떻게 다루었을까요.
“만약 그런 첩보가 신뢰할 만한 출처에서 입수됐다면 즉시 보고되고 또 관심을 갖고 추적했을 거예요. 검증되지 않은 곳에서 나왔다면 보고하기도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김정은이 군 고위급 장교들 앞에서 ‘너희들이 앞으로 충성해야 할 사람‘이라며 아주 어린 딸 주애를 후계자처럼 소개했다는 첩보가 있긴 했어요.”
-대북 휴민트는 국정원 인기 부서인가요.
“제가 처음 갔을 때만 해도 존재감이 없었어요. 그런데 정보의 퀄리티는 점점 좋아졌습니다. 배경에는 한국의 체제 우월성도 작용했을 거예요. 북한 요원들이 해외에 나오면 남북한이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알게 되잖아요. 밀수 등 외화벌이에 상납까지 해야 하니 죽을 맛인 거죠. 그래서 공략하기 쉬워졌습니다. 작년엔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치참사도 넘어왔잖아요. 지금 해외에 나온 북한 요원 중엔 ‘국정원이 나 좀 안 건드려주나’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봅니다.”
-제2의 스파이 전성시대가 오고 있나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전역에서 첩보와 방첩 활동이 활발해졌어요. 중동 정세도 악화됐고 중국과 북한 등에 대한 정보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신냉전으로 불릴 만한 국제 환경이 조성된 거예요. 이스라엘 모사드는 이란 테헤란에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했고, 이란 최정예 혁명수비대의 핵심에도 모사드가 침투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국정원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조직이 흔들리고 그 부작용이 상당한데.
“국정원은 더 이상 권력기관이 아닙니다. 지난 정부에서 국내 정보 수집을 다 없앴고, 대북 방첩 활동과 관련해 수사권은 폐지됐어요. 국정원이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속으론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직원 편 가르기가 심하고 사기는 떨어지고 부서 폐지와 인력 재배치로 전문성도 약화되는 것 같아요.”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요.
“국정원은 이제 더 힘을 뺄 곳이 없는 기관이 됐어요. 북한이라는 명확한 정보 목표가 있으니 정보기관은 그에 어울리는 기능을 수행해야 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향성을 잃으면 야성이 없어지고 나약해져요. 국정원은 대통령이 ‘김정은 제거’를 명령할 때 곧장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실제 하느냐 마느냐는 정무적인 영역이고요.”
◇국정원을 흔들지 마라
-휴민트는 만드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인데.
“김정은이 열차를 타고 지방으로 현지 지도를 가는 동향은 인공위성 등 테킨트(과학기술을 통한 정보수집)로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어요. 하지만 그가 왜 가는지, 건강은 어떤지, 핵무기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휴민트(스파이를 통한 정보수집)로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보수 정권은 북한 체제 붕괴를 위해 공격적인 공작을 추진하고, 진보 정권은 정상회담 등 남북 관계 구축에 우선순위를 뒀어요. 공작 활동은 어느 한쪽도 중단해선 안 됩니다.”
-남북한 스파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한다고요?
“북한 스파이들은 인터넷만 연결해도 한국 뉴스가 넘치고 제3국을 우회해 쉽게 국내에 침투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스파이들은 북한 사람을 접촉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제한적이니 불리하죠. 하지만 한국은 막강한 자금력, 체제 우월성 등 보이지 않는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북 격차가 커져서 여건 만들기 쉬운 지금이 호시절이에요.”
-상대 국가의 스파이를 우리 편으로 만들어 역이용하는 이중간첩도 있나요.
“다른 국가의 스파이를 포섭해 이중스파이로 활용하는 것은 스파이의 세계에서 많이 있는 일이에요. 대한민국도 당연히 그런 이중스파이를 활용합니다. 이중스파이는 매우 위험하고 고도의 두뇌싸움이 필요한 공작이지만 잘 운영될 경우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북한 요원이 우리 쪽으로 자진해 걸어 들어오는 경우도 1년에 몇 건씩 발생합니다. 금전, 체제 불만, 개인 비리 노출로 인한 처벌 우려 등이 그 이유이고요.”
-국내에서 암약하는 북한 간첩은 어느 정도 규모일까요.
“직파 간첩은 줄었지만 내부적으로 자생한 간첩이 많은 게 문제예요. 규모를 가늠하긴 어렵지만, 7~8년 전에 북한 간첩망이 국내 모처에 운영한 드보크(비밀 매설지)를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국내인 간첩이 카페에서 북한에 보내는 보고문을 작성하다 붙잡힌 적도 있고요. ‘요즘 간첩이 어디 있느냐’고 하면 저는 ‘바로 당신 옆에 있는 사람이 간첩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빨리 복원해야 해요.”

▲창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경남진보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국군정보사령부 비밀 요원들의 신상 정보가 담긴 군사 기밀을 중국 동포에게 유출한 혐의로 최근에 정보사 전 군무원이 구속됐는데.
“국정원 공작 부서가 정보사를 관리하고 지원하는 큰집 역할을 합니다. 정보사의 활동 방식은 공격적이지만 투박해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보사 조직 전반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도 간첩의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글로벌 추세를 따라야 하고요.”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수미 테리 사건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미국 내 대북 전문가로서 영향력 있는 인물을 만나 정보를 수집하고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언하고 활동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정원 화이트 요원들의 임무인데, 그 과정에서 방심하고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게 문제죠. 무조건 반성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이 사건으로 수미 테리라는 협조자를 잃었을뿐더러 국정원의 아마추어 행태가 만천하에 공개되고 말았어요. 앞으로 누가 국정원에 협조하려 들겠느냐는 게 더 큰 손실입니다.”
-이 기회에 꼭 하고 싶은 말이라면.
“국정원은 과거에 정치 권력의 도구로 악용되면서 지탄을 받았고 아픔을 겪었습니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환골탈태해, 이제 본연의 업무를 벗어난 불법 행위는 못 하도록 제도화돼 있어요. 더 이상 외부에서 국정원을 흔들면 안 됩니다. 우리 요원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십시오. 후배들도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정보 활동에 매진해주길 바랍니다.”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
10.07 '24시간 군인대출' 오늘도 성업중

‘충성론(Loan)’ ‘병장론’ 등 광고 문구를 내걸고 현역병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사설 대부 업체 중 한 곳에 접촉한 시각은 지난 2일 오후 10시가 넘어서였다. 내년 병장 월급은 205만원. 상당수 병사들이 이 돈을 모아 코인에 투자하다가 실패, 사설 대부 업체에 손을 빌리는 실태를 취재하려 했다. ‘24시간 군인 대출’이라는 홍보 문구에 “이 시간에 설마 되겠나” 싶었다. 하지만 “현역 군인 대출이 가능한가”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기자 답변이 오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2분이었다. 담당자는 “소속 부대, 계급, 신용 점수 등 정보를 남기면 심사 후 당장 내일이라도 300만~500만원 대출이 실행된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대부 업체들이 돈 냄새를 제대로 맡았다”고 했다. 의식주를 자기 돈으로 해결하는 간부와 달리 병사들은 마음만 먹으면 돈을 거의 쓰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하다. 몇 달만 월급을 저축해도 수백만원 돈이 모인다. 사설 대부 업체들이 내건 이자는 연 20% 안팎이다. 나라에서 돈이 꼬박꼬박 나오는 병사들의 통장을 합법적으로 털어가는 셈이다. 인터넷엔 ‘코인을 하다가 대부 업체에서 수백만원을 빌렸는데 벌써 1000만원이 넘었다’ ‘이자를 못 갚아 신용불량자가 되게 생겼다’ 같은 사연이 수두룩하다.
4년 전 현역병들의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허용됐다. 요즘 병영은 과거처럼 고참병이 후임병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던 ‘침상형 내무반’이 아니다. 10명도 안 되는 동기들끼리 지내는 ‘침대형 생활관’이다. 오후 6시 일과가 끝나면 휴대전화 화면에 코를 박고 코인에 몰두하는 광경이 일상적이라고 한다. 일부 병사들은 도박에까지 손을 댄다. 지난 7월 전역한 신모(23)씨는 “생활관 전체가 불법 도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2022년 병영 내 299건이던 불법 도박 범죄가 지난해에는 440건으로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병영 내 코인·도박 문제가 심각하다는 본지 보도가 나온 지난 4일, 국방부는 ‘군 장병 불법 도박 대응 매뉴얼’을 전군에 배포했다. 국방부는 ‘코인 광풍’이 불었던 수년 전 장병들의 코인 투자 규제를 검토했지만 기본권 침해 소지로 물러서기도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병사들 파산이나 개인 회생까지 지원하기엔 힘이 부친다”며 “군대가 그런 것까지 하는 곳은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일각에선 과거 정부의 월급 인상이나 휴대전화 허용이 문제라며 “우리는 몇 만원 받고 박박 기었는데 요즘 애들이 문제”라고도 한다. 하지만 20대 청춘을 국방 임무에 바치는 젊은이들에게 월 200만원 월급이 많다고 할 순 없다. 국가가 월급을 모아 만기 전역 후 일시 지급하는 등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일선 병영이 코인·도박판이 되거나, 병사들의 월급 통장이 사설 대부 업체들의 먹잇감이 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조선일보 구동완 기자
10.07 [단독] 봉지에 화약띠, 타이머 전선... 北 오물풍선, 이건 무기다
북한 오물풍선 구조 살펴보니
북한이 지난 5월부터 살포한 오물 풍선은 쓰레기를 채운 비닐봉지에 ‘화약띠’를 둘러 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타이머 장치가 스파크(불꽃)를 일으켜 이 화약띠를 폭발시키는 방식으로 쓰레기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쓰레기 봉지를 실어나른 풍선에는 수소 가스를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면 단순히 쓰레기를 매단 풍선이 아니라 특정한 의도를 갖고 제작한 무기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백형선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채현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방부에서 받은 ‘북한 오물 풍선 구조도’에 따르면, 오물 풍선은 지름 3~4m 크기 고무풍선에 쓰레기, 거름 등을 채운 비닐봉지를 매달아 만들었다.
풍선과 봉지 사이에 건전지로 작동하는 발열 타이머를 달았다. 쓰레기 봉지에는 허리띠처럼 화약띠를 두르고 발열 타이머와 전선으로 연결했다. 발열 타이머는 풍선이 이륙한 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전선에 전기를 흘려보내 스파크를 튀긴다. 그러면 봉지를 두른 화약띠가 펑 터지면서 봉지 아랫부분이 열려 안에 있는 쓰레기가 넓게 뿌려진다. 채 의원은 “과거 운동회 때 박을 터뜨리는 것과 같은 구조로 보인다”며 “그동안은 발열 타이머에 연결된 열선이 봉지를 녹여 쓰레기를 떨어뜨렸다고 알려졌는데 사실상 화약이 봉지를 터뜨린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북한이 어떤 종류의 화약을 어떻게 처리해서 띠 형태로 만들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화약띠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일부 오물 풍선이 떨어진 곳에서 왜 불이 났는지 의문도 풀리게 됐다. 합참 관계자는 “타이머에 설정한 시간보다 일찍 풍선이 떨어지면 지상에서 화약이 터지면서 쓰레기 봉지에 불이 붙을 수 있다”고 했다.
고무풍선에는 수소 가스를 채운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구를 띄울 때는 가볍고 안전한 헬륨 가스를 쓰는데 가격이 싼 수소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수소 가격은 헬륨의 10분의 1 수준으로 싸지만, 불이 붙으면 폭발하는 성질이 있어 위험하다고 한다. 수소는 물을 전기 분해해서 만들거나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얻는다. 둘 다 전기가 많이 든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무게 10㎏ 안팎인 오물을 우리나라까지 날려보내려면 상당한 양의 수소가 필요한데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조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고무풍선의 고무는 천연고무를 쓴 것으로 파악됐다.
채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월 28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총 22차례에 걸쳐 오물 풍선 5530개를 살포했다. 창고와 공장에 불이 나거나 차량 유리, 건물 지붕이 파손되는 등 피해도 78건으로 집계됐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는 총 20여 차례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기도 했다.
군 당국 관계자는 “군이 수거한 오물 풍선 대부분이 타이머와 화약띠 등 구조를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군은 북한이 주민들을 동원해 오물 풍선을 자체 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오물 풍선 하나 만드는 데 10만원 정도 들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최근까지 총 5530개를 살포했으니 오물 풍선 살포에 약 5억5300만원을 들인 셈이다.
북한은 남한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오물 풍선을 살포한다고 하지만 군 전문가들은 오물 풍선이 언제든 무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픽=백형선
서울 등 우리나라 땅에 떨어지는 ‘적중률’도 높아지고 있다. 군 당국 관계자는 “처음에는 서해 바다에 떨어지는 풍선도 많았는데 횟수를 거듭할수록 우리나라 땅에 떨어지는 오물 풍선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월 2차 살포 때는 우리나라 영토에 떨어진 오물 풍선 비율이 12.5% 수준이었는데 지난 7월 10차 살포 때는 그 비율이 96%에 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달 새 적중률이 8배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물 풍선이 겨냥한 듯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도서관, 국방부 청사에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오물 풍선 수천개를 살포하면서 풍향과 풍속, 타이머 작동 시간, 풍선에 채우는 수소 가스의 양 등에 대한 노하우와 데이터가 쌓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나중에는 목표물을 꽤 정확하게 타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구체적인 적중률은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오물풍선의 정확도가 상승하는 추세인 것은 맞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오물 풍선에 쓰레기 대신 생화학 물질을 담아 서울 등 도시에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까지는 오물 풍선에서 생화학 물질이 검출된 적이 없지만 콜레라균이나 독극물 등을 살포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박진성 기자
10-07 ‘정보력이 안보 근간’ 보여준 모사드
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前 한국국제정치학회장
최근 이스라엘에 의해 행해진 크고 작은 무력 공격은 앞선 정보력을 기반으로 한 군사력의 우위를 보여준다. 반(反)이스라엘 무장 세력인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최근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무선호출기(삐삐) 폭파’와 수장(首長) 하산 나스랄라 제거 때 사용한 ‘벙커버스터 폭탄 공격’ 등이 대표적이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10월 7일 정보 실패로 인해 하마스에 기습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은 현재 모사드를 중심으로 휴민트(인적정보)와 시긴트(신호정보) 및 테킨트(과학기술정보) 등을 총동원한 보복공격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중이다. 이러한 정보력은 이스라엘의 군사과학 기술력과 동맹 외교력이 그 바탕이다.
특히, 하마스의 수장 이스마일 하니야를 이란 테헤란에서 암살하고 나스랄라를 제거한 것은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정보력으로 가능했다. 재조명되는 이스라엘의 정보 조직은 대외 정보기관인 모사드, 국내 담당인 신베트, 군 정보국인 아만, 사이버 첩보전을 수행하는 ‘8200부대’ 등인데, 첨단 장비와 동맹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기밀정보를 바탕으로 군사작전을 수행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격에서 보여준 군사력은, 무엇보다도 그 우월한 정보력과 끈끈한 동맹 네트워크에 의해 뒷받침된다. 예를 들어, 첩보기관인 8200부대는 헤즈볼라의 휴대전화와 각종 통신 수단을 더 잘 감청할 수 있도록 최첨단 해킹 도구를 개발했으며, 미국 국가안보국(NSA)과의 정보 협력을 강화해 왔다. 특히, 단거리·저(低)고도 방공망인 아이언돔은 이번 전쟁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또한, 미국·영국·프랑스 등 우방의 도움도 큰 역할을 한다. 이들은 현재 인근 해역에 강력한 레이더 방공망을 갖춘 이지스함을 파견해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선제공격은 정보 판단에 근거한 사전 ‘방어적’ 조치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핵심 시설에 대한 공격 계획을 미리 알아낸 이스라엘 군의 준비된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제공격을 통해 이란에도 언제든지 선제공격을 할 수 있음을 이스라엘은 보여줬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은 이란을 직접 공격할 준비를 끝냈다’고 5일 보도했다. 미국도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지난 1일 ‘국군의날’에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전략사령부’를 출범시켰다. 문제는, 군사력이 적절히 발휘되기 위해서는 적시에 정확한 정보력이 요구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국가정보원의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은 약화했고, 최근 군 정보기관의 기강 해이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북 정보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들 기관의 원활한 협조 체제 구축이 요구된다. 이제 더는 정치 논리로 대내외 안보를 담당하는 정보기관을 흔들어선 안 된다.
국군의날 광화문 시가행진에서 우리는 국군의 막강한 힘과 충천한 사기를 확인했다. 그러한 힘과 사기가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정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대전은 ‘누가 정보를 장악하느냐가 승리의 열쇠’이다. 오늘날 신냉전의 한반도 주변 정세에서 살아남는 길은 정보 역량 강화뿐임을 알아야 한다.

문화일보
10.08 우리는 3핵을 이고 산다
새로 등장한 '분노의 축' 러·중·북한·이란
우리는 그중 3국의 핵을 머리에 이고 산다
이스라엘의 파워는 방어용 핵 가진 덕분
3국 핵 공포 벗어나려면 우리도 핵 보유 외 길이 없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 기사에 ‘분노의 축(軸)(Axis of Anger)’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일촉즉발 사태를 보도하면서 미국 및 그 동맹국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을 그 축으로 언급한 것이다. 20여 년전 부시 미국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라크, 이란, 북한을 그 지원 국가로 지목하면서 처음 쓰인 악의 축(Axis of Evil)은 러시아·우크라이나전(戰) 사태를 겪으면서 쿠바, 리비아, 수단, 시리아로 늘어났다. 그리고 중동 사태를 계기로 이제 4나라로 압축된 것이다. 왜 하필이면 ‘분노’인지는 설명이 없지만 짐작건대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대한 적대감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불행한 일은 그 악의 축 시리즈에서 20여 년간 자리를 지킨 것이 북한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대한민국이 축의 4나라 중 3나라, 즉 북한, 중국, 러시아를 바로 머리 위에 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악의 축 최전선에 있는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세 나라가 모두 핵(核)무기를 가졌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바다 건너 떨어져 있고 일본은 줄타기를 잘하고 있어 비(핵 무력)가 오면 제일 먼저 젖는 곳은 한국이다. 그런데 한국은 핵이 없고 가지려 해도 우방이 못 갖게 한다.
북한, 중국, 러시아 3국은 모두 공산 독재 체제의 나라다. 나라의 수장(首長)은 모두 몇 십 년에 걸친 장기 집권자다. 핵무기의 버튼(단추)을 자신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민주적, 절차적 과정 없이 언제든지 누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공산 독재국의 핵은 그만큼 위험하다. 우리는 그 위험의 현장을 지금 이스라엘과 이란의 사태에서 목격하고 있다. 이란은 핵무기 조립 단계에 있다고 한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그 카드를 쥐고 있다. 미국은 자칫 중동의 화약고를 건드릴까 봐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추가 공격을 막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핵 제조 시설을 폭격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란에 핵 보유 능력이 없다면 이스라엘이 멈칫거릴 이유가 없을 것이고 이스라엘에 핵무기가 없다면(이스라엘의 핵 보유는 전 세계에서 공지되고 있다) 이란은 쉽게 이스라엘을 공격했을지도 모른다. 핵이 오히려 견제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더니 이제는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하면서 핵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머지않아 핵실험을 또 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김정은은 북한이 체제적으로 변질되거나 붕괴되는 것을 수용할 사람이 아니다. 우리의 낙관론자들은 북한이 자유 민주화 바람에 조만간 망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런 날이 바로 김정은이 남쪽을 향해 단말마적으로 핵을 사용하는 날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제는 북한이 망하는 것도 두렵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
10-08 “文정부 GP철수 상호검증 발표는 조작된 사기극…北 GP 총안구·지하시설 파괴여부 확인 못해”

▲북한의 9·19남북군사합의 파기로 5년 만에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인 강원 고성 ‘829(옛369)GP’. 정부는 군사합의 체결 직후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해 문화재로 등록해 보존하기로 했지만 북한의 GP 재건에 대한 상응조치로 군 당국은 병력과 장비 재투입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유용원 의원 "당시 GP 검증단 요원 제보로 국방부 발표 조작, 가짜평화 위한 대국민 사기극"
"북측 미상 총안구 지역 접근 자체 통제, 지하시설, 탄약고, 감시초소 안내 북측 거부"
"우리 GP 복원에 막대한 예산 투입되고 안보 공백 우려돼"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12월 12일 9·19 남북군사합의 이행의 일환으로 추진된 남북 시범철수 전방소초(GP) 상호검증에 대한 국방부 발표가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당시 GP 검증단 요원으로부터 제보받은 내용에 따르면 당시 국방부는 ‘모든 화기·장비·병력 철수와 지하시설물 매몰·파괴 상태 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검증단은 북한의 GP 총안구 및 지하시설 파괴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우리 측이 검증을 통해 식별한 미상 총안구 지역에 대한 접근 자체를 통제당했을 뿐만 아니라 지하시설, 탄약고(GP후방), 감시초소(GP전방)에 대한 안내를 북측이 모두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하시설도 북한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확인이 어려웠고, 우리 측이 지하시설로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자 ‘샘물’, ‘지하물탱크’라고 둘러댔으며 일부 지역은 사전 예고도 없이 ‘지뢰지대 팻말’을 설치해 검증단의 접근을 막았다고 한다.
제보에 의하면 검증팀이 발견한 미상화기진지(총안구), 당시 경계병을 운용 중인 감시초소, 지하물탱크라고 주장한 미상 공간, 아군 검증 차단용으로 추정되는 지뢰지대 팻말을 촬영한 사진들도 첨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북한 GP 불능화 부실 검증 의혹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국방부는 이 같은 내용의 문건을 감사원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북한은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선언을 하면서 즉시 GP 복원 조치에 착수했다. 북한 GP는 2~3개월 만에 복구를 한 반면, 우리 GP는 강력한 철근 콘크리트 대형 구조물로 구축돼 있어 한번 철거하면 복구가 어려운 상황이다.
국방부는 우리 GP에 대한 임시시설 및 부분 복원에만 올해 예산 약 410억 원을 투입해 올해 초부터 공사를 진행 중이다. 임시시설 및 부분 복원은 올해까지 완료하고, 완전 복원은 2033년까지 진행할 계획이지만 향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용원 의원은 "GP 부실 검증은 비무장지대(DMZ) 작전에서 북한군을 이롭게 하고 우리 군의 전투력을 약화시킨 이적행위와 다를 바 없다"며 "향후 우리 GP 복원에만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할 뿐만 아니라 그때까지 GP 기능이 약화돼 안보 공백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10.08 간부들 절반 “자기 직업 만족 못 한다”는 우리 군의 위기

▲육군 간부 숙소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 냄비로 받쳐 놓고 있다. [사진 =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캡처]
3년 전 72%였던 군 직업 만족도 45%로 급락
사기 진작 위한 처우 개선과 근본적 대책 시급
현재 군에서 복무 중인 간부들의 절반 이상이 본인의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가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에 제출한 군 간부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459명이 응답한 2020년 군 간부들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71.9%였다. 그런데 지난해 조사(1395명 응답)에선 44.9%만이 만족한다고 밝혀 3년 새 27%포인트 곤두박질쳤다. 직업의 안정성이나 장래성에 대한 인식 역시 각각 40.1%, 27%에 그쳤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느끼는 군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39.9%에서 12.6%로 떨어져 거의 바닥 수준이다. 10명 중 1명만이 군인의 제복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다. 한때 군이 안정적인 직장으로, 가장 선진적인 조직으로 존경받던 시대와는 격세지감이다. 이쯤 되면 사기로 먹고사는 군의 절대적 위기라 할 수 있다. 최후의 안보 보루인 군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다.
국방부는 병사들의 월급 인상과 복무 기간 단축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증가를 간부들의 만족도 저하 이유로 꼽는다. 또 열악한 근무 환경이나 짧은 정년, 군 복무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도 한몫했다는 입장이다.
나름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군 당국이 이런 상황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병사들의 복무 기간 단축과 월급 인상은 대통령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다. 그렇다면 초급 간부들의 박탈감을 미리 예상하고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군 스스로 간부들에게 ‘애국 페이’를 강요하거나 대우에 소홀했던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흉상 등 군이 정치적 논란의 소재가 되도록 하거나, 군인으로서 있을 수 없는 각종 사건·사고가 연달아 터져 사회적 호감이 추락한 것 역시 군 당국의 책임을 비켜 갈 수 없다.
미국 유수의 대학들은 사관학교 출신의 예비역에게 로스쿨이나 비즈니스스쿨 입학 때 최우선권을 준다. 군 지휘관으로서의 리더십과 헌신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전쟁에 참전하는 이웃 군인 집을 찾아가 격려하고 고마움을 전한다. 유사시 나 대신 적군과 싸우는 군인에 대한 존경과 예우의 표시다.
북한의 위협에 직면한 한국은 특히 군의 사기가 높아야 하고, 존경의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간부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월급 인상 등 처우를 개선하고 유사시 전쟁 대비에만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필수다. 군 당국 역시 무조건 많은 예산을 바라기에 앞서 골프공이나 허리띠, 모자 같은 각종 기념품 제작과 소모성 비용을 줄이고, 관사나 자녀들의 교육 여건 확충 등 쉬운 것부터 손보기 바란다. 김용현 새 국방장관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대한민국 군의 현장에서의 사기다.
중앙일보 사설
10-11 “BTS도 군대 가는데…최근 5년간 병역의무자 무려 2만명 군대 안가려 국적 포기”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신병들이 약진 훈련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황희 의원 "국외이주자 자원입영은 3천명"
"병역기피 악용될 수 있는 국적 포기에 엄격한 기준 필요"
최근 5년간 한국 국적을 포기한 병역의무 대상자가 약 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병무청이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병역의무 대상자(18∼40세) 중 국적 포기자는 1만9607명이었다.
유학 등을 사유로 외국에 장기 거주해 국적을 취득한 뒤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국적상실’이 1만3682명이었으며,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은 ‘국적이탈’은 5925명이었다.
이중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을 선택한 사람은 1만2089명으로 전체의 61%에 달했다. 일본(14%, 2825명), 캐나다(12%, 2308명), 호주(4%, 876명)가 뒤를 이었다.
한편 외국 영주권자 등 국외이주자 중 자원입영을 신청한 사람은 같은 기간 2947명이었다. 중국이 약 19%인 557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미국(18%, 532명), 베트남(9%, 278명), 일본(7%, 194명) 순이었다.
황 의원은 "안정적인 병력 운영을 위해서는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는 국적 포기자에 대한 엄격한 기준 정립도 시급하다"며 "이중 국적자의 병역 이행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군 복무가 사회 진출의 디딤돌이 되도록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에 대한 지원에도 더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10.12 병력 급감 속 병역 대상자 한 해 4000명 국적 포기, 문제 없나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 로카우스호텔에서 열린 '제9회 육군력 포럼'에서 최성진(소장) 육군본부 정책실장이 병역자원 감소에 대비해 육군이 추진 중인 대응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1
2020년부터 지난 8월까지 한국 국적을 포기한 18~40세의 병역 의무 대상자가 1만9607명에 이른다고 한다. 최근 5년간 2만명, 한 해 4000명쯤이다. 2014년 27만4292명이었던 현역병 입영자는 지난해 18만7188명으로 감소했다.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약 8만7000명이 줄어들었다. 이처럼 저출산으로 병역 자원이 급감하는 가운데, 매년 4000명이 국적 포기를 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적 포기로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사람도 41세부터는 F-4 비자를 받아 한국에서 경제 활동을 할 길이 열려 있다. 부모와 함께 외국에 이주해 영주권 등을 취득한 경우에는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병역을 사실상 면제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 1년에 6개월 이상의 장기 체류를 하지 않고 계속 외국에 머무르면 만 38세에 병역 의무가 사라진다.
싱가포르에서는 군 복무를 하지 않고 국적을 포기하는 것 자체가 우리보다 훨씬 어렵다. 싱가포르 사회가 제공하는 어떤 혜택도 누린 적이 없다는 사실이 입증돼야만 국적 포기가 허가된다. 어릴 때 부모를 따라 이민을 갔어도 싱가포르 여권을 사용해 여행을 다녔다든가, 싱가포르에서 유치원을 다녔다면 국적 포기가 허락되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 계속 외국에 머물며 군 복무를 하지 않으면 ‘탈영병’으로 간주된다. 부모를 따라 이민을 가서 제3국 시민권을 취득한 뒤 싱가포르를 방문한 청년이 공항에서 바로 체포돼 실형을 선고받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만 40세 이하라면 징역과 별도로 군 복무도 해야 한다. 만 40세가 넘으면 군 복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싱가포르는 자국민 외에 만 40세 이하의 영주권자 남성에게도 병역의 의무를 부과한다. 병역을 피하기 위해 국적이나 영주권을 포기하면 그 이후에는 싱가포르에서 학업이나 취업, 장기 체류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싱가포르에서 사회 활동을 하려면 무조건 군 복무를 하라는 뜻이다.
싱가포르의 역사와 여건은 한국과 다르다. 우리 경우엔 병역 대상자 중 국적 포기자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하기 앞서 군 복무자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는 방안을 우선해야 한다. 그러나 군 입대를 피해 외국에 머물렀던 이들이 뒤늦게 한국에 와서 병역 의무를 다한 사람들과 실질적으로 아무런 차이 없이 활동하고 살 수 있는 제도는 이제 더 이상 안 된다. 나라가 그럴 형편이 되지 않는다.
조선일보 사설
10.12 "우리는 이스라엘처럼 할 수 있나"

▲지난 10월 1일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바라본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미사일 시스템이 이란의 탄도 미사일 발사 후 로켓을 요격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요즘 유럽 외교가에서 가장 큰 화제는 역시 이스라엘이다. 가자지구의 하마스에 이어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주변의 적들을 거침없이 공격해 몰아붙이는 이스라엘에 다들 혀를 내두른다. 대체로 급증하는 민간인 희생과 인도주의적 상황 악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왜 이스라엘이 저토록 강경 일변도로 나가는지 우려가 앞서지만,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면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는 이스라엘이 대단하다”는 속내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인구 950만의 작은 나라다. 그런 국가가 압도적 군사·정보력을 과시하며 자국을 위협해 온 무장 단체들은 물론, 그 배후인 이란까지 궁지에 몰며 거의 일방적으로 판을 주도해가는 모습은 놀라움을 넘어 오싹함까지 들게 한다는 이가 많다. 단순히 힘의 강도 문제가 아니다. 물리적 힘을 투사하고 전략적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집요함, 이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군과 정보기관의 실행 능력, 무엇보다 국민의 단결력에 주목하게 된다.
해외 언론의 눈엔 아무래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강경 노선과 이를 둘러싼 분열이 부각되어 보인다. 사실 가장 먼저 눈에 띄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스라엘 사회 기저의 분위기, 특히 이 나라를 주도해 가는 리더 그룹에는 “지금이 아니면 이스라엘의 안보 환경을 ‘우리 힘’으로 바꿀 기회가 없다”는 공통적 사고가 있다는 것이 여러 외교관의 분석이다. 1993년 오슬로 협정 이후 지난 30여 년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외교적 해법은 실패했고, 그 결과인 지금의 전쟁 상황에서 추구해야 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최대 안보 이익’이란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인도주의와 윤리, 정치적 갈등·요구는 별개의 문제다. 자국이 처한 상황에 대한 냉혹한 현실 인식, 또 이를 기반으로 ‘추구하는 목표’에 대한 암묵적 공감대가 이스라엘 내에 존재하기에,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대통령의 의견마저 무시해 가며 공격을 이어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만약 그런 집단적 의식이 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이스라엘은 지난 1년간의 다중 전선 전쟁(multi-front war)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러지 못할 것이다.
서방 외교관들은 이스라엘의 모습에 “전쟁은 다른 수단을 통해 지속되는 정치의 연장선”이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경구를 떠올리고 있다. 그리고 “과연 우리나라의 정치와 군, 국민은 저렇게 할 수 있는가”를 자문한다. 이 질문은 당연히 한국에도 유효하다. 핵을 가진 북한의 체제 불안이 가중되고 중국마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한반도는 냉전 이후 ‘가장 위험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에게 이스라엘과 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미리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10.12 국산으로 위장한 중국산 감시카메라 공공기관에 3만대
해킹·정보 유출 등 보안 논란

▲그래픽=이철원·Midjourney
경찰이 전국 경찰 관서에서 해킹 위협에 취약한 중국산 감시 카메라 667대를 교체하기로 한 가운데, 공공과 민간을 막론하고 우후죽순처럼 설치되는 중국산 감시 카메라 관리가 부실하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최근 3년 새 국내산으로 위장한 중국산 감시 카메라가 군과 경찰은 물론 전국 지자체 79곳, 도로·철도·항만 등 기간시설을 관리하는 공기업, 국책연구기관 등에 약 3만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영국·호주 등 주요 국가는 정부 기관 등에서 중국산 카메라를 철거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감시 카메라 관리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주요 공공기관과 학교·병원·어린이집 같은 공공시설에 국내산으로 위장한 중국산 감시 카메라 2만9962대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다화(大華)사가 만든 특정 기종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경우를 취합한 수치로, 다른 수입 감시 카메라나 국내산 미인증 제품은 더 많을 수 있다.
중국산 ‘짝퉁’ 감시 카메라 설치가 확인된 공공기관의 대처도 ‘중구난방’식이었다. 중앙정부에서 정한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 결과, 일부 기관은 이미 국산 감시 카메라로 교체했지만, 일부는 “정보 유출 위험이 없어 교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작년 3월부터 공공기관에 설치하는 감시 카메라는 반드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보안 인증을 받도록 했지만, 전문가들은 인증 제품도 해킹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
국내 전체 감시 카메라(2732만대) 중 93.5%(2556만대)를 차지하는 민간 설치 장비는 어떠한 보안 검증 절차도 없어 해킹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된 실정이다.

▲그래픽=이철원
국내 업계에서는 연간 최소 100만대 이상의 중국산 감시 카메라가 국내로 수입되며, 전체 시장의 40~5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중국산 감시 카메라를 통한 정보 유출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해마다 수입량이 늘고 있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소위 ‘택(tag)갈이’를 통해 국산으로 둔갑한 감시 카메라가 주요 공공시설에 납품되고 있는 것이다.
◇주요 공공기관에 ‘짝퉁’ 감시 카메라 3만대
국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감시 카메라는 광범위한 공공기관에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590대)과 육해공군 등 군부대(131대), 대법원·법원(107대) 등 핵심 국가기관에서도 발견됐다. 또한 공공주택(LH·4095대), 도로(한국도로공사·348대), 철도(한국철도공사·303대), 공항(인천국제공항공사·320대), 항만(항만공사·358대) 등 국가 기간시설을 관리하는 공기업도 수천대를 납품받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부 산하 한국원자력연구원(202대), 기초과학연구원(309대)에도 중국산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것으로 조사돼 기술 정보 유출 우려가 나온다.
일부 기관은 발 빠르게 조치에 나섰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 국정원으로부터 중국산 감시 카메라 설치 사실을 통보받고 바로 국산 감시 카메라로 교체했다. 반면 LH·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은 “피해가 접수되지 않았다” “정보 유출 가능성이 없다”며 교체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79곳 지자체에도 1만4495개의 중국산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것이 드러나면서 행정안전부는 이달 중 전수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행안부는 중국산 감시 카메라를 국산 제조사로 위조한 감시 카메라가 있는지 여부도 함께 점검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 지자체 관제센터에 약 60만대의 감시 카메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영국서 퇴출당한 중국산, 국내 곳곳에 설치”
중국산 감시 카메라를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행태가 나오는 배경엔 2007년부터 국내 중소기업만 감시 카메라를 공공기관에 조달하도록 한 제도가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제품의 공공기관 납품이 불가능해지면서 기술력과 자본력이 부족한 영세 업체들이 저가의 중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유혹에 빠진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가 중국 제품은 국산보다 6~7배 싸고, 고사양 제품도 중국산이 최소 20~30% 저렴하다”고 했다.
민간 시장에선 중국산 감시 카메라가 보편화한 상황이다. 한 보안업체 대표는 “지하철역이나 고속도로 등에서 공공이 관리하는 제품도 미국·영국 같은 선진국 시장에서 퇴출당한 중국산을 상표만 바꿔 설치한 제품이 상당수”라고 했다.
이상진 고려대 디지털포렌식센터장은 “해커들은 계속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 감시 카메라의 보안 취약점을 파고드는데, TTA 인증은 이미 알려진 문제에 대한 대응을 점검하는 방식이라 취약점이 있다”고 했다.
☞TTA 인증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공공기관용 감시 카메라의 보안 능력을 검증해 부여하는 인증 제도. 협회의 인증심의위원회는 해당 감시 카메라가 외부자의 해킹 시도를 차단할 능력이 있는지, 관리자 계정의 비밀번호가 암호화되어 저장되는지 등 보안성과 관련한 총 68항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인증서를 발급한다.
10.14 北 '평양 드론' 주장하며 위협, 자신들은 10년간 드론 도발

▲북한 외무성이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며 공개한 사진. /연합뉴스
한국이 무인기를 심야 시간 평양 상공에 침투시켜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북한이 주장하고 나섰다. 북 외무성은 “중대한 정치군사적 도발”이라며 “모든 공격력 사용을 준비”하겠다고 협박했다. 김여정도 “대한민국의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는 그 순간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누가 무인기를 띄웠는지는 분명치 않다. 우리 군은 북 발표 직후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가, 지금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하고 있다. 김여정이 “도발의 주체, 그 행위자들이 누구이든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한 것을 보면 북한도 전모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누가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는지 보다 북이 비난할 자격이 있느냐다.
2022년 12월, 북한은 군용 무인기 5대를 서울과 경기·인천 영공에 침투시켰다. 5시간 동안 수도권을 휘젓고 다니던 무인기 중 한 대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 상공의 비행금지 구역을 침범했다. 2017년엔 북한 금강산 근처에서 발진한 무인기가 강원도 인제에 추락했는데, 경북 성주 사드 기지와 또 다른 우리 군 기지 등을 촬영한 사진 551장이 나왔다.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기간이 10년이 넘고 횟수가 확인된 것만 10번 이상이다. 2013년 김정은은 무인기 훈련을 지도하며 “남반부 작전지대의 적 대상물 좌표들을 빠짐없이 장악”하라고 했다. 2014년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삼척, 서해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기 3대가 발견됐는데, 그 속에 입력된 발진·복귀 좌표는 모두 북한 지역이었다. 청와대 상공에서 찍은 사진도 나왔지만, 북한은 책임을 부인하며 날조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북 외무성은 무인기 영공 침투가 “국제법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자 “엄중한 범죄행위”라고 했다. 국제법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10년 넘게 범죄행위를 해왔다는 자백과 다름없다. 그런데도 보복하겠다고 적반하장인 이유는 평양에 뿌려졌다는 대북 전단 내용에 있을 것이다. 북한이 흐릿하게 처리해 공개한 전단에는 ‘자기 배 불리기에 여념 없는 김정은’이란 문구가 인쇄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 일가의 명품 사진도 실렸다. 결국 북한 주민들이 김씨 정권의 진실에 눈뜰까 두려워 이 난리인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14 이병호 "文의 '국정원 사냥'은 역사적 범죄… 정치로 안보 흔들지 마라"
[김윤덕이 만난 사람]
'좌파 정권은 왜 국정원을…' 회고록 낸 이병호 前 국정원장

▲국립안보전략연구원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는 이병호 전 국정원장. 침묵의 윤리를 깨고 국정원 잔혹사를 책으로 펴낸 이병호 전 원장은 “소리없는 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국정원 직원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김관진 전 국방장관과 함께 북의 암살 위협을 받는 인물이다. 2017년 김정은은 “남조선 괴뢰 이병호를 지구 끝까지 따라가 테러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병호 당시 국정원장은 북한을 국정원 업무의 주 타깃으로 복귀시켰고, 그 시절 태영호 주영 북한 공사 망명,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 탈출이 이뤄졌다.
그가 ‘좌파 정권은 왜 국정원을 무력화시켰을까’란 제목의 회고록을 냈다. ‘평생 함구’라는 정보기관 수장의 직무 윤리를 깬 행보라 이목이 집중됐다. 그는 “소리 없이 헌신했으나 무참히 짓밟힌 국정원의 명예는 회복돼야 한다”고 했다. 출간 후 언론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부했던 이 전 원장을 최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만났다.
◇ 전례 없이 가혹한 박해
-왜 책을 쓰기로 결심했나.
“문재인 정권의 적폐 청산이 얼마나 무도했는지, 그것으로 국정원이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는지 알려야 한다는 소명 의식이 직업윤리보다 컸다.”
-문 정부가 국정원을 ‘사냥’했다고 썼더라.
“국정원 직원을 많이 잡아넣을수록, 국정원장을 비롯한 고위직을 감옥에 잡아넣을수록 검찰이 성공한다고 평가받는 적폐 청산 구조였다. 국정원의 메인 서버까지 뒤졌고, 500명에 가까운 전·현직 직원이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46명이 감옥에 갔다. 어떤 선진국 정보기관 역사에서도 전례를 찾을 수 없는 가혹한 박해였다.”
-국정원 댓글 공작은 여론 조작이고 정치 개입 아닌가?
“김정은은 ‘남한의 인터넷 공간은 해방구, 사이버전은 만능의 보검’이라면서 악성 댓글 공작을 전개했다. 광우병 난동 때부터 1명이 선동 글을 올리면 9명이 퍼 나르고 90명이 클릭하는 ‘1대 9대 90′의 댓글 책동을 펼쳤다. 이에 국정원이 일상적 대응 활동을 한 것이 사건의 본질이다. 검찰은 댓글 5000만 건 중 대선에 개입했다는 2200건을 문제 삼았는데, 이는 전체의 0.0045%에 불과하다. 그중 절반은 4대강 사업, 한미 FTA와 관련한 것이었다. 검찰이 범죄라고 우긴 0.0045% 댓글 때문에 국정원이 초토화됐다.”
-국정원의 대북 공작금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데 사용했다는 혐의도 있었다.
“거액의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이 해외 은행에 예치돼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 비자금 일부가 북으로 흘러간 징후가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검찰은 비자금엔 관심이 없고, 추적 업무를 담당한 간부 직원만 경리 규칙을 어겼다며 감옥에 보냈다. 비자금이 사실이라면 전대미문의 거악 사건이다. 검찰이 방관한 것을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김관진 전 국방장관(왼쪽)과 함께 북의 암살 위협을 받는 인물이다. 국정원장 재직 시절 북한을 국정원 업무의 주 타깃으로 복귀시켰고, 이 시기 태영호 주영북한공사 망명,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 탈출이 이뤄졌다. /조선일보DB
◇ 베트남전 무공훈장도 박탈
-당신은 남재준, 이병기 원장과 함께 ‘국정원장 특활비 상납 사건’에 연루돼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돈을 ‘상납’하다니, 얼마나 악의적인 작명(作名)인가. 국정원장 특별사업비는 일반 부처 특활비와 다르다.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예비비적 성격의 비밀 정보 예산이다. 세계 모든 정보기관장들은 다 시크릿 펀드를 가지고 있고, 국가 안보에 융통성 있게 사용한다. 국가안보 총책임자인 역대 대통령들도 관행적으로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특활비가 안보에 쓰인 게 아니라 죄가 된 것 아닐까?
“이 자금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익을 위해 쓰였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또, 국정원법 3조에 국정원장은 대통령 지시와 감독을 받는다고 규정돼 있다. 국정원장들은 법에 따라 대통령 지시를 따랐을 뿐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왜 국고 손실죄로 최종 판결했을까.
“국고 손실죄가 성립하려면 국정원장이 일개 회계 직원이 돼야 한다. 항소심은 국정원장은 회계 직원이 아니라고 판결했지만, 김명수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국정원장이 회계 직원이면 특활비를 사용하는 모든 부처의 장관도 회계 직원인가. 기네스북에 올라갈 황당한 법리로, 돈을 착복하지도 횡령하지도 않은 우리는 중죄인이 됐다. 법치(rule of law)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가 이뤄지던 시대, 법 조항만 해석해 범죄로 엮는 데 능숙한 법 기술자들의 시대였다.”
-당시 적폐 청산을 지휘한 이가 윤석열 대통령이다.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과 대통령 윤석열이 국정원을 보는 시각은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시 형사처벌 받은 국정원 직원 전원을 2022년 사면 복권시켰을 것이다.”
-직원들 삶이 어렵다던데.
“연금은 반으로 삭감됐고 퇴직금도 환수당했다. 변호사비 때문에 빚을 지거나 아파트를 처분한 사람도 있다. 나는 베트남전 참전으로 받은 무공 수훈 유공자 자격도 박탈당했다. 60년 전 목숨을 건 전투에서 얻은 훈장이었다.”
◇ 나중에 태어난 자들의 오만
-문재인 정부는 왜 국정원을 무력화했을까?
“민주화 세력으로 위장한 운동권의 사상과 정체, 비리와 무능을 국정원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대공 수사권의 경찰 이관 등 문 정부가 개정한 법이 국정원을 형해화했다고 썼더라.
“대공 수사권 이관은 간첩을 잡지 말라는 뜻이다. 경찰은 국정원의 정보 역량 없이 간첩을 잡을 수 없다.”
-국내 정보 기능이 사실상 금지된 건가.
“새 국정원법은 국정원의 직무를 해외 정보 수집, 방첩, 대테러, 국제 범죄에 한정했다. 미국의 FBI, 영국의 MI5, 이스라엘의 신베트가 하는 국내 정보 기능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산업 스파이를 잡고 테러를 방지하고 마약 범죄를 추적하려면 국내도 함께 모니터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대북 비밀 정보 활동도 지금은 할 수 없다.”
-간첩 조작 등 인권 침해를 우려한 때문 아닐까?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고 인권을 탄압하고 간첩을 조작하는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나갔다.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도로에 CCTV를 설치하듯 국내 안보 위험 요소를 모니터하는 건 정보기관의 필수 기능이다. 인권, 자유의 가치와 충돌하는 건 맞다. 그러나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공익이 더 크기 때문에 모든 나라가 국내 공안 기능을 중시한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새만금 잼버리 사태도 막을 수 있었다.”
-견제 장치는 있어야 하지 않나?
“국정원을 견제하기 위해 국회 정보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대통령의 양식과 헌법 준수 의지도 국정원 권력 남용을 막는 장치다. 국정원 내부의 감찰 기능도 강하다. 선진국 어떤 정보기관도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다.”
-무소불위 권력이었던 중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의 업보 아닐지.
“히틀러에게 반대해 미국으로 망명한 정치학자 로웬스타인은 ‘민주주의는 비민주적으로 보이는 수단으로 지켜질 수 있다’면서 이를 ‘기강 있는 민주주의(militant democracy)’라고 했다. 가난하면 민주주의도, 국가 안보도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한 박정희 대통령은 비민주적 수단으로 보이는 ‘중정’을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독재는 나쁘지만 독재를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더 나쁘다’는 말은 그 시대의 딜레마를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결국 산업화가 민주화의 바탕이 되지 않았나. 나쁜 짓만 한 몹쓸 기관으로 국정원을 악마화하는 건 나중에 태어난 자들의 오만이다.”

▲최근 국립안보전략연구원에서 만난 이병호 전 국정원장. 학자 스타일의 지적인 풍모를 지닌 이 전 원장은 "국정원을 몹쓸 기관으로만 악마화하는 것은 나중에 태어난 자들의 오만"이라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 정보의 실패는 대재앙 불러
-국정원은 야성의 조직이어야 한다고 했더라.
“소리없는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국정원은 10%의 가능성만 보고도 달려들어 안보 가치를 창출하는 적극성과 돌파력, 모험적 도전정신으로 일해야 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적폐 청산 이후 무사안일을 추구하는 풍조가 생겼다. 정보기관으로서 생명력을 잃었다.”
-수미 테리 사건으로 난맥상이 드러나기도 했다.
“FBI의 과민 반응이었지만, 그 사건에서 내가 눈여겨본 건 선물을 구입할 때 국정원 요원이 현금이 아닌 카드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훗날 감사원의 처벌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활동에 근거를 남기려는 강박이 작용한 거라고 본다.”
-국정원 위기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 때 시작됐다고도 했다.
“90년대 말 김정일 체제는 위기에 직면했다. 고난의 행군으로 수백만이 굶어 죽었고, 황장엽 탈북으로 고위 엘리트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게 2~3년만 더 압박해 들어갔다면 남북 관계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결정적 탈출구를 햇볕 정책이 제공해 줬다. 주적(主敵)이던 북한이 협력 대상이 되면서 국정원에도 일대 혼란이 왔다.”
-국정원 기강이 바닥을 쳤다고 했더라.
“콘테이너 박스처럼 폐쇄된 북한은 인류 역사상 가장 어려운 정보 타깃이다. 이를 상대로 고군분투하며 국정원은 엄청난 정보 역량을 쌓아왔다. 내가 국정원장이 되어 18년만에 돌아왔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특히 사이버 방어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많은 나라가 북한의 해킹 시도를 막기 위해 협조를 요청할 정도다. 그런 국정원을 문 정부는 5년간 와해시켰다. 역사적 범죄다.”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대북 정책이 전쟁 위협을 높인다는 시각도 있다.
“냉전시대 주소련 미국 외교관이었던 조지 케넌은 ‘소련 공산 체제는 달래거나 설득으로 변할 체제가 아니므로 단호하고도 장기적인 봉쇄 정책으로 맞서야 한다’고 했다. 내가 봐온 북한 역시 당근을 준다고 변할 체제가 아니다. 케넌의 충고처럼 북의 위협에 강고한 의지로 맞서야 한다. 우리가 선의를 보이면 김정은도 선의로 보답할 거라는 몽상이 문 정부 5년을 지배했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은 매우 상식적이다.”
-안보 위기에 국민이 둔감하다고 생각하나?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공격으로 중동 전쟁이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경제력·군사력·정보력에서 중동의 수퍼파워인데도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당했다. 전쟁은 그렇게 일어나는 것이다. 북한이 전쟁, 혹은 전쟁에 준하는 도발을 하지 않을 거라고 누가 보장하나. 북한의 군사력은 방어형이 아니라 모든 걸 희생해서 구축하는 공격형이다. 기회만 되면 침공하려 한다. 우리 정보 역량은 그걸 예측할 수 있도록 강화해야 한다. 정보의 실패는 대재앙을 부른다. 국정원을 성원해야 할 이유다.”
-국정원 혁신 TF가 필요하다고 했다.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 호출기에 소형 폭탄을 설치한 이스라엘의 정보 공작은 그 상상력과 치밀성, 과단성에 탄복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강한 건 책임자가 모두 정보와 안보의 전문가이고 정권이 교체돼도 장기간 복무한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정보기관은 끊임없이 정치에 흔들린다. 국정원장이 자주 바뀔 뿐 아니라, 대부분 대통령 측근 인사가 보임된다.”
-현재 국정원장도 외부에서 왔다.
“조태용 원장은 외교부에서 왔지만 국제정세와 북핵 문제에 폭넓은 지식과 시각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국정원을 떠날 때는 국정원의 패밀리가 돼 있을 거라고 하더라(웃음). 국정원에 대한 신뢰와 애정의 술회라고 생각한다.”
-시계를 돌려 국정원장직을 제안받았던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고사할까?
“감옥이라는 뜻밖의 고초를 겪었지만, 애국심 깊은 국정원 직원들과 나라의 안위를 위해 분투한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원망스러울 법도 한데.
“운명은 받아들이는 것이지 원망의 대상이 아니다. 역사가 반드시 정의로 가는 것도 아니다.”
-정치는 여전히 어지럽다.
“나는 크리스찬이고, 대한민국을 하나님이 세우고 지켜줬다고 믿는 사람이다. 하나님이 우리 민족을 다시 광야로 내쫓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출간한 '좌파정권은 왜 국정원을 무력화 시켰을까'
☞이병호
1940년 경기 시흥 출생. 교통고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국가안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주미 대사관 일등 서기관, 국가안전기획부 해외 담당 차장, 주말레이시아 대사를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원장을 지냈다.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제공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2022년 사면 복권됐다.
조선일보 김운덕 기자
10-14 ‘평양 드론’ 미스터리와 北 적반하장… 남남갈등 안 된다
올 들어 20여 차례에 걸쳐 5500여 개의 오물풍선 테러를 자행해온 북한이 드론(무인기)으로 평양에 살포된 전단 사건과 관련해 “자위권에 따라 보복해야 할 중대 도발”이라면서 휴전선 인근 부대에 사격 대기 태세를 지시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여정은 12일 담화에서 “우리 수도 상공에 한국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는 순간 끔찍한 참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북 외무성은 “한국이 무인기를 3·9·10일 심야에 평양에 침투시켜 전단을 살포했다”며 무인기 형상 물체와 전단 사진까지 공개했다.
우선, 평양 방공망을 세 차례나 뚫은 드론의 ‘출처’부터 미스터리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11일 “그런 적 없다”고 했다가 “확인해줄 수 없다”며 모호하게 바꿨지만, 군이 정전협정 위반 행위를 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 휴전선에서 평양은 160㎞다. 이런 거리를 왕복하는 고정익 무인기는 민간 단체가 운용하기 어렵다. 발사대나 활주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와 제3국이 관여된 단체가 중국이나 서해에서 날렸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14일 벌이는 대만 포위 군사 훈련도 예사롭지 않다. 이러다 보니 미국 대선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노린 도발이란 분석이 나올 지경이다. 군사적 오해와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관련국들이 공동 조사를 벌이는 문제를 검토할 필요도 있다.
북한이 ‘평양 드론’을 “중대 주권침해 행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북한은 10년 전부터 드론을 대놓고 남으로 보냈다. 2017년 6월 경북 성주 사드 기지를 촬영한 북한 드론이 강원도에 추락했을 때 문재인 정부는 굴욕적 태도로 침묵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12월 북한 드론이 용산 인근에 접근했을 때 국가안보회의(NSC)도 열지 않았다. 상호주의 조치는커녕 정부 회의조차 않았다. 북한 도발을 방조한 셈이다. 더 심각한 당면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는지 여부를 밝히라”고 정부를 압박하는 일이다. 안보상황점검단까지 구성했다. 민주당이 북한에 동조하며 남남갈등을 촉발시키려 한다면 집권에 나설 자격이 없다. 국내 정치문제론 싸우더라도 국가 안보에서만큼은 한목소리를 내야 정상이다.
문화일보 사설
10-14 ‘평양 침투’ 무인기 미스터리… 신종 민간단체? 북한 자작극?

▲지난 9월 25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의날 행사 리허설에서 소형 정찰 드론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발사대나 활주로 있어야”
북한은 軍개입의혹 주장
\북한이 주장한 평양 상공의 한국 무인기 침투와 관련해 그 주체와 목적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반북단체나 한국 민간단체가 주도했거나 북의 자작극일 가능성, 우리 군의 비밀작전이라는 가설도 제기된다.
북한은 14일까지 평양 침투 무인기 사진 외 비행 동체 실물 등 추가 근거를 내놓지 못한 가운데 우리 군의 개입 의혹을 주장하고 나섰다. 노동신문은 이날 “우리 공화국의 수도 상공에 침입했던 무인기는 민간단체가 임의의 장소에서 띄울 수 있는 무인기가 아니다”라며 “특정한 발사대나 활주로가 있어야 이륙시킬 수 있는 무인기로서 이것을 민간이 날려 보냈다는 변명은 통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자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국내 일각에서도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평양까지의 거리가 왕복 300㎞에 달하는 만큼 민간단체가 운용하는 드론일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속 ‘고정익 무인기’ 외형이 군용 드론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 군은 공개적으론 북한 주장 사실 여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비공식적으로 “무인기를 보내지 않았다”고 하고 있다. 다수 전문가들도 군이 유엔 정전 협정을 위반하면서까지 평양에 드론을 보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내부 결속을 위해 자작극을 벌였거나 반정권 집단의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종 민간단체가 주도했다는 주장도 다수 전문가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기존 탈북민 단체들이 아닌 새로운 국내 민간단체와 해외 반북단체의 합작품이라는 가설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무인기의 성능을 고려할 때 비용이 상당히 들었을 것”이라며 “해외 단체의 후원을 받은 국내 연계 조직이 수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10-14 합참 “북한 군사도발 감행할 경우, 자위권 차원서 강력 응징”
‘쓰레기풍선부터 중단’ 요구도
16일 한·미·일 외교차관협의
합동참모본부는 14일 북한의 남한 무인기 평양 침투 주장 및 도발 위협에 대해 “우리 군은 북한군의 실제 도발 가능성에 대해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북한이 군사 도발을 감행할 경우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히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어제 북한군 총참모부가 국경선 일대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갖추는 데 대한 작전 예비지시 하달을 보도했다”며 “우리 군은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실제 도발 가능성에 대한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이 모든 사태는 북한에서 비롯됐으며 북한은 추잡하고 저급한 쓰레기(오물) 풍선부터 중단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며 쓰레기 풍선 살포부터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북한의 실제 전쟁 도발 위험성에 대해선 “현재 북한은 국면 전환을 위해서 우주발사체를 발사한다든가 경의선·동해선 등에서 보여주기식 폭파 또는 ‘작은 도발’ 등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군은 이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작은 도발’이란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도발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와 휴전선 전방부대를 담당하는 육군 지상군작전사령부 등 군 지휘부는 최근 긴급지휘관회의 등을 통해 휴전선 일대 북한군 포병부대 동향 등에 대한 감시 등 정찰활동을 강화하고 예하 부대에 대비태세 강화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지난 9일 인민군 총참모부 담화 발표 후 경의선·동해선 일대에서 연결도로 폭파를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활동을 전개 중에 있다”며 “우리 군은 북한군의 이러한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우리 장병과 국민의 안전보호조치를 강구하면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반도 긴장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16일 서울에서 14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가 열린다. 아울러 올해 말엔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린다. 당초 11월 중순 페루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나 브라질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현재 별도로 개최하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권승현 기자
10-14 ‘북북 균열’ 불가피성과 新대북정책
전성훈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前 통일연구원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통일지우기 작업을 진행 중이다. ‘두 국가 선언’은 6·25전쟁과 더불어 민족의 장래를 결정한 주요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북한은 핵으로 외침을 막을 수는 있지만, 내부의 동요와 이탈을 막지는 못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체제 위협 세력인 한국과의 관계를 단절해서라도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을 민족이 아니라고 규정함으로써 유사시 핵무력으로 적화통일할 수 있는 포석을 놓은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체제를 지키려는 김정은의 결정이 되레 독재를 끝장내는 패착이 될 수 있음에 유의한다.
북한은 조평통, 민화협 등 남북관계 기관을 모두 없앴다. 국가(國歌)에서 ‘삼천리’를 빼고, 평양 지하철역 이름에서 ‘통일’을 지웠으며, 자녀 이름에 ‘통일’을 쓰지 못하게 했다. 통일 열망을 대내외에 웅변해 온 평양 입구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도 파괴했다. 최근에는 북한군 총참모부가 남북을 철저히 분리하는 군사 조치를 선언했다.
우리 사회에서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부정하고 광화문의 충무공 동상을 철거한다면 국민의 반응이 어떨까? 미국에서 링컨기념관을 폭파하고 노예해방 역사를 지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 나라의 정신적 기반을 파괴하는 행위가 엄청난 저항을 불러온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현재 북한이 벌이는 통일지우기도 역사적 심판을 피할 수 없다.
북한은 3대에 걸쳐 조국통일의 그날까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며 주민을 세뇌했다.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온 주민은 정권의 거짓말과 선동에 희생을 강요당하는지도 몰랐다. 통일 포기 선언은 그동안 북한 동포의 눈과 귀를 가리고 하나로 결집했던 통일과 민족해방이라는 사상적 토대를 무너뜨림으로써, 북 체제에 커다란 균열을 일으킬 것이다.
통일을 일생의 목표로 삼고 살아온 북한 주민이 겪을 혼란과 충격이 얼마나 클까?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의 유훈인 통일을 거부할 자격이 있는지 의아해할 것이고, 의구심은 상실감과 배신감으로 바뀌면서 반발과 저항으로 비화(飛火)할 것이다. 조총련 회원들이 통일을 염원해서 북한을 지지했는데 왜 당국이 통일을 지우려고 하느냐면서 총련 본부에 항의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앞으로 북한 사회는 ‘김정은을 옹호하는 반통일세력’ 대 ‘김정은에 반대하며 통일을 원하는 친통일세력’으로 양분되고, 통일 문제를 둘러싼 ‘북북(北北)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독재정권에 항거하며 개혁·개방을 추구하는 체제저항세력이 조직화하고, 주민의 지지를 받으며 활동할 수 있는 명분과 활동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의 대북정책도 그 대상을 ‘소수의 반통일세력’과 통일을 열망하는 ‘대다수 친통일세력’으로 구분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권 중심의 반통일세력은 국제 제재의 틀로 규제하되, 친통일세력은 북한 변화의 구심체가 되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21세기 통일의 길은 남과 북의 친통일세력이 연대하고 민족자주의 정신에 입각해서 자유와 번영의 평화통일을 이루는 일이다.

문화일보
10.16 年 10여개 핵폭탄 생산 예고한 北, 이건 딥페이크가 아니다
정상회담 급했던 역대 대통령들, 북핵 위협 의도적으로 과소평가
그사이 북은 강선 핵무기연구소를 첨단 반도체 공장 수준으로 키워
김정은 "기하급수적 핵무기 생산" 촉구… 현실 직시하는 대응 필요

▲그래픽=백형선
북핵이 이 지경에 오기까지 한국 정치인들의 도움이 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이 핵을 개발할 리가 없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핵은 방어용이라고 했다. 맥매스터 전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핵은 방어용으로 그대로 두고 제재 해제를 미국에 제안했다고 증언했다. 보수 지도자들 역시 비핵화에 속수무책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북핵의 실체를 부인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의도적인 무시 정책이다. 민족 공조를 내세워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핵은 골칫거리였다. 2006년 1차 핵실험으로 핵무기가 등장했으나 단순 도발로 치부했다. 그동안 정상회담 5차례를 포함해 남북은 667차례의 회담을 개최했지만 북핵 문제를 제기한 건 14차 장관급 회담이 유일했다. 북핵은 조미(朝美) 간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때로 ‘서울 불바다 발언’을 내놓는 북한의 강경 입장에 막혀 대화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회담 개최 자체에만 집중하느라 핵은 뒷전이었다.
국가정보원과 정보사령부 등 정보기관은 청와대 속내를 파악해 북핵을 과소평가하는 맞춤형 보고에 집중했다. 무기가 방어용인지 공격용인지 구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북핵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주관적인 왜곡이다. 혹시 민족주의 발상으로 남북한이 통일되면 북핵도 한반도 소유물이 될 수 있다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면 핵무기의 속성과 국제 정치에 대한 무지다. 핵으로 무장한 통일 대한민국을 인정할 국가는 없다. 비핵화가 통일의 선결 조건이라는 점은 동북아 국제 정치의 초보적인 상식이다.
평양은 2009년 2차 핵실험을 했지만 핵의 존재를 인정해주지 않자 아예 실물을 공개했다. 2010년 평안북도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 일부를 공개했다. 하지만 핵심 시설과 장비는 사진이 없어 추론만 무성했다.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허풍을 떨고 있다고 했다. 2004년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 압둘 칸 박사가 우라늄 원심분리기 기술의 설계도와 부품을 북한에 전해줬지만 미 중앙정보국(CIA) 등 서방 정보 당국은 현물 추적에 실패했다. 6차례의 핵실험에도 시설 내부는 오리무중이었다.
김정은은 지난달 평양 의사당 서쪽 강선으로 추정되는 핵무기연구소와 우라늄 농축 기지를 둘러보고 ‘기하급수적인’ 핵무기 생산을 촉구했다. 김정은이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고 할 정도이니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강선 원심분리기는 소형화, 경량화 및 표준화에 성공해 연간 10여 개의 핵폭탄 제조가 가능하다.
기존 영변의 핵 시설이 단순 철강 제조 시설이라면 강선은 첨단 반도체 공장 수준이다. 기존의 50개의 핵무기에다 김정은의 표현대로 ‘기하급수적’으로 핵무기 생산에 나설 경우 북한은 몇 년 안에 인도·파키스탄을 제치고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에 이어 여섯 번째 핵무기 보유 국가가 된다.
첨단 장비를 갖춘 고농축 우라늄(HEU) 생산 시설이 전격 공개되면서 북핵이 가상현실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깔끔하게 정리된 공장이 AI(인공지능)에 의한 딥페이크라고 믿고 싶은 정치인들도 여전히 있을 것이다.
북한이 HEU 실물을 공개한 것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핵 무력을 과시해 차후 협상 과정에서 몸값을 올리기 위한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핵심은 평양의 의도보다는 핵무기 실체다. 북한의 핵무기 시설 공개의 이유가 무엇이든 가상으로 존재하던 핵무기가 땅으로 내려왔다.
북핵은 1989년 프랑스 상업 위성에 의해 처음 공개된 이후 브레이크 없이 질주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6자 회담 등 국제 공조 역시 백약이 무효였다. 김정은은 2017년 6차 핵실험이 수소탄 실험이라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피의 대가로 이룩한 조선 인민의 승리라고 선언했다.
북핵 피로감이 지속되며 분위기도 묘하게 변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수장조차 비핵화가 어려우니 북핵을 인정하고 핵 군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달 국제사회가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인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북핵을 인정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동안 대화가 없어서 비핵화가 안 됐다는 주장은 미북 정상회담과 6자 회담 등 국제사회의 다양한 노력을 간과한 것이다.
최근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야당 정치인은 통일을 포기하자는 폭탄 선언을 했다.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 방침을 전격 수용하자는 명분으로 평화를 내세웠다. 그는 두 국가론의 의도가 한민족이 아닌 적대국 남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위한 양면 전략이라는 점을 파악했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현물을 보지 못해 북핵을 과소평가하고 폄하했던 정치인들도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자. 비핵화를 위한 노력과 동시에 우리의 초당적 대응이 쉽지 않은 국내 정치 상황이지만 대응책을 논의하자. 핵 보유 국가들과 국경을 맞댄 국가들의 대응 방안도 꼼꼼하게 알아보자.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서 움직이자. 미 대선 이후 내년 봄으로 예상되는 신임 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존 미국의 확장억제 동맹 방어 전략에 플러스 알파(α)를 요청하는 방안도 준비하자.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가 완전히 가능한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수준으로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자.
마침내 김정은은 국군의 날 기념사를 겨냥해 핵보유국 문전서 군사력을 거론한다며 윤 대통령을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핵보유국과의 군사적 충돌에서 생존을 바라고 행운을 비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협박했다. 북한은 1994년에는 재래식 무기로 ‘서울 불바다’ 위협을 하더니 2024년에는 핵무기로 위협했다. 소는 잃었지만 이제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조선일보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10-16 김정은 ‘폭파 쇼’ 본질과 前 정부 원죄
북한이 15일 우리 예산을 지원해서 건설한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를 폭파했다. 4년여 전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쇼’를 벌여 선전 도구로 활용한 것과 비슷한 폭파 이벤트다. 당시 450억 원에 이르는 우리 소유의 부동산이 전파됐고 금강산 관광단지 우리 측 시설물도 폭파를 피하지 못했다. 시설 폭파는 공산당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충격 조치다. 북한의 파괴 공작은 몇 가지 안보·정치적 함의가 내포돼 있다.
우선,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한 것은 남북 사이 육로를 완전히 끊고 요새화하는 공사의 일환이다. 앞으로 콘크리트 장벽을 세워 철저하게 ‘모기장’을 칠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말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 선언 이후 남북 육로 단절을 위해 도로 주변 지뢰 매설과 가로등 제거, 철로 제거, 인접 부속 건물 철거 등을 진행해 왔다. 평양은 우리 예산 1800억 원이 투입된 도로를 비무장지대 10m 앞에서 무단 폭파하는 극적인 장면을 김정은이 현장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연출했다. 대남 압박 효과의 극대화를 노렸다.
둘째, 북측은 미군에 사전 통지했고 폭파 쇼가 자기 영역에서 진행돼 남측이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도로가 어떻게 건설됐고 누구의 돈으로 건설됐느냐 하는 점이다.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의 첫 정상회담 이후 남북은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에 뜻을 같이했고, 2002년 9월 착공식을 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육로 연결 사업에 현물 차관을 지원했다. 그 규모는 2002∼2008년에 걸쳐 1억3290만 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1800억 원)이다. 북측은 겉으로는 남측 자금으로 위장 평화를 전개했지만, 속으로는 핵무기 개발을 가속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의 6차례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2018년 9월 남북 평양공동선언을 추진했다. 평양의 대남 적화통일 전략이 불변이고, 핵무기가 급증하는 현실에서 9·19 공동선언은 ‘외눈’ 정책이었다.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시작으로 항만 건설 등 수십조 원에 이르는 인프라 건설 지원을 구상했다. 그나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문 정부의 퍼주기 복안이 실현되지 못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도로 연결 자금이 ‘차관’이나 북한은 지금껏 이 돈을 갚은 적이 없다. 더욱이 우리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기반 시설을 비가역적으로 폭파해 버렸다.
셋째,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철도는 우리 예산이 투입됐고 그 파괴가 남북 상호 존중과 신뢰의 토대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과거 이 사업을 추진한 당국자들은 자신들의 오판을 반성해야 한다. 국회가 관련 사업의 청문회를 열어 우리 국민의 혈세가 무분별하게 투입된 경위를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
끝으로, 남북 도로 연결 폭파 쇼 이후 도발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적대적 두 국가론 지침과 평양 상공의 방공망을 뚫은 무인기에 대한 반발에 따른 북의 군사 도발 시나리오는 다양하다. 단순 오물풍선 투하 수준을 넘어설 것이다. 김정은이 처음으로 소집한 평양판 국가안보회의(NSC)는 예사롭지 않다. 야전군 책임자 외에 군수·정보 기관 책임자까지 참석한 만큼 군사 모험이 11·5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자행될 가능성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문화일보
10.18 추미애식 '평화주의'의 비극
'총·균·쇠'에 등장한 모리오리·마오리 동족의 비극
평화·우정 제안만으로 전쟁을 피할 수 있나
추미애 의원의 낭만적 기대… 북의 핵, 군사 도발 막을 수 없어
민주당은 '모리오리당'인가… 역사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1835년 11월 19일, 뉴질랜드에서 동쪽으로 800여km 떨어진 채텀 제도에 총과 곤봉과 도끼로 무장한 마오리족 전사들이 상륙했다. 그들의 목적은 분명했다. 채텀 제도에 사는 모든 것을 잡아먹는 것이었다.
채텀 제도는 무인도가 아니었다. 모리오리족이 살고 있었다. 마오리족과 같은 혈통이지만 수세기 전 뉴질랜드 본섬에서 배를 타고 나가서 교류가 끊긴 후 다른 부족이 된 것이다. 바로 그 모리오리족 역시 마오리족이 잡아먹으려는 ‘모든 것’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문자 그대로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모리오리족에게 마오리족 침략자를 물리칠 기회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선발대로 온 마오리족은 500여 명이었지만 모리오리족은 모두 2000명가량이었다. 비록 마오리족의 무기가 더 좋지만 조직적으로 저항했다면 이겨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모리오리족에게는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전통이 있었”기에, “대표자 회의를 열어 맞서서 싸우는 대신 평화와 우정을 제안하고 물자를 나눠 주기로 결의했다.”
세계적인 석학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의 2장에서 그 비극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모리오리족의 평화와 우정의 제안은 전달되지도 못했다. 마오리족이 다짜고짜 공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며칠 사이에 모리오리족 수백 명이 살해당하고 잡아먹혔다. 노예가 된 이들도 결국 같은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자신을 잡아먹으려 온 이들에게 선물을 주려 하다니, 모리오리족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다이아몬드는 마오리족과 모리오리족의 환경적 차이가 세계관의 차이를 낳았다고 설명한다. 뉴질랜드 본섬에 살던 마오리족과 달리 작은 채텀 제도에 정착한 모리오리족은 궁핍한 수렵 채집민으로서 생존을 위해 ‘평화주의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모리오리족은 채텀 제도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으며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전쟁을 포기했고 남자 신생아의 일부를 거세함으로써 인구 과잉으로 인한 갈등의 소지를 줄였다. 그 결과 전쟁을 모르는 작은 집단이 유지되었고 그들의 기술과 무기는 단순했으며 강력한 지도층이나 조직력도 없었다.”
“훈련을 더 빡세게 시키고 인간 고정대를 시키면 지저분한 치킨게임이 불러올 무모한 전쟁 위험을 막을 수 있나?” 지난 13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의 내용이다. 그러자 같은 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반박했다. “전쟁 위험을 훈련과 대비로 막지 그럼 뭘로 막습니까. 국제 대북 제재 위반하는 굴종 뒷거래 같은 걸로 막아야 한다는 겁니까.”
추 의원의 본심은 무엇일까. 인용된 문장 바로 뒤에 “군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가 풀어야 하고 외교를 발동해야 하고 대화 재개를 해야 하는 자신의 영역”이라고 덧붙인 것을 보면, 여전히 햇볕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북한의 핵 개발과 군사 도발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이런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의 전반적 기조와 맞닿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는 북한을 힐난하지 않았다. 그런데 평양에서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전단지를 살포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우리 정부를 향해 ‘평화’를 외치고 있다. 당명을 모리오리당으로 바꿔도 그리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
사실 모리오리족에게는 승산이 없었다. 당시 마오리족의 인구는 총 10만명에 달했지만 모리오리족은 2000명에 불과했다. 전쟁 경험은 전무했고 무기도 형편없었다. 그러니 손에 무기를 들고 눈을 희번득거리며 이 땅에 발을 디딘 저들에게 맞서 싸우는 대신, 평화와 우정을 제안하고 선물을 주면 모든 일이 잘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 기댈 수밖에 없었으리라.
우리는 그렇지 않다. 북한보다 인구가 많다. 경제력은 비교 불가능하며 재래식 군사력에서도 크게 앞선다. 하지만 스스로 모리오리족이 되면 평화롭게 살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높은 자리에 오르기도 한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던가. 남의 역사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조선일보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10.18 反대한민국 세력의 비밀 [20] 이재명과 경기동부연합 대한민국 입법부 장악
이희천 교수의 反대한민국 세력, 그 일그러진 초상의 허울을 벗긴다
우리의 현실을 보자, 자신을 모르면 백전백패
[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경기동부연합의 정체
우리나라가 북한의 대남공작에 놀아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이석기가 주도하는 경기동부연합이 대한민국의 중심부를 장악한 현실이다.
이석기의 경기동부연합은 용인·성남지역을 거점으로 투쟁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산하 지하 세력으로 주사파 중의 주사파요, 북한을 가장 열렬히 추종하는 종북세력이다.
이석기의 경기동부연합은 북한의 공작으로 민주노동당(민노당)에 들어가 2006년 당권을 장악했다. 이후 2011년 통합진보당(통진당)으로 확장해 민주당과 함께 2012년에 공동정권을 수립하려다 실패했다.
RO 사건으로 이석기 구속·통진당 해산
2012년 제19대 총선으로 국회의원이 된 이석기는 2013년 8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 조직) 사건’이 드러나면서 구속되었고 8년간 교도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RO 사건을 계기로 이석기의 통진당은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되는 사태를 맞았다.
그럼에도 경기동부연합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도움으로 전국으로 세력을 넓혔다. 그리고 이재명과 함께 경기도로, 정치권으로 세를 확장했다.
이재명 도움으로 기사회생한 통진당
이석기 경기동부연합이 이재명과 운명공동체가 된 것은 2010년 지방선거 때였다. 이재명이 성남시장 후보로 나섰는데, 이때 성남에 다수의 기반을 확보한 민노당 후보 김미희가 사퇴하고 이재명을 밀었기 때문이다. 통진당이 해산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너끈히 이를 극복하고 세력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은 이재명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통진당 세력은 문재인 정권기를 거치며 진보당으로 부활했으며 나아가 이재명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으로 들어가 주도권을 장악했다. 더욱이 이번 총선을 통해 민주당을 완벽히 장악해 결과적으로 통진당이 대한민국 입법부를 장악하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났다.
야권의 총선 전략 학익진
필자는 22대 총선 기간 내내 야권의 전략을 유심히 관찰했다. 야권에서는 많은 좌파 정당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더니 연대·연합하는 행동이 분주하게 일어났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나타난 좌파 정당들의 연대·연합의 모습은 마치 적진을 허물기 위한 포위공격 진영과 같았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를 학익진이라고 불렀다. ‘학익진(鶴翼陣)’이란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대첩 때 왜군을 섬멸하는 데 썼던 전법이다. 여러 야당이 학의 양 날개처럼 윤석열 정권(국민의힘)을 포위공격 해서 허물자는 것이다. 이것을 그림으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

왼쪽 날개를 보자.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진보당·새진보연합·연합정치시민회의(촛불 광장 세력)로 연결되어 있다. 이 4개의 정당을 하나로 묶은 것은 민주당이 진보당·새진보연합·연합정치시민회의라는 4개의 군소 좌파 정당과 하나의 비례연합 정당을 결성한 후 비례대표 의석을 나눠 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이 4개 군소정당에 나눠 준 것은 4개 정당을 하나의 정치적 운명공동체로 만들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군소정당들도 윤석열 대통령 끌어내리기에 다같이 힘을 합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번에는 오른쪽 날개를 보자. 민주당의 친명 세력에 불만을 갖고 이탈한 친문 세력, 그리고 진보당 세력과의 연대·연합에 불만을 가지고 이탈한 세력 등이 포진하고 있다. 조국당·송영길의 소나무당·녹색정의당·이낙연 등의 새로운미래가 들어 있다. 녹색정의당(녹색당+정의당)이나 새로운미래(이낙연 등)는 민주당에 불만을 갖고 비례연합 정당에 합류하지는 않았지만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탄핵하는 데는 공동 보조를 취하기 때문에 여기에 배치한 것이다.
민주당 이탈 세력도 결국은 한패
민주당에서 공천을 둘러싼 갈등으로 친문이 이탈하자 우파에선 이들이 서로 원수가 된 걸로 착각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분열된 것 같아 보여도 사실은 전략적 전선 재배치였다. 민주당에서 이탈한 친문 세력이 조국당·새로운미래 등을 만들었지만 재배치가 끝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서로 연대·연합해 윤 정권 타도에 힘을 합하는 모습이 이것을 말해 준다.
실제로 총선 1달 전인 3월5일, 조국 조국당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 총선 전략을 논의했다. 조국이 먼저 이번 총선 전략을 학익진으로 해서 정당들끼리 연대·연합하고 협력하자고 말했더니 이재명 대표는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치자”면서 호응했다.
조국은 이재명에게 “우리는 진보를 잡겠다. 민주당은 중도·보수를 잡아라”고 했다. 서로 연대·연합 작전을 통해 여당에 압승하겠다는 전략 논의를 한 것이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적의 이 같은 전략전술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피상적인 것만 알면 백전백패다.
야권, 윤 정권 퇴진에 집중할 것
총선 과정에서 만들어진 학익진이 윤 대통령 퇴진 운동에도 그대로 작동되고 있다. 총선 후 채상병특검법 통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할 때 좌파연대 7개 정당이 모두 출동했다.
학익진을 제시한 조국은 ‘윤석열 퇴진’을 주장하며, 3년은 너무 길다며 빨리 끌어내리자고 선동하고 있으며 진보당 대표들도 윤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하고 있다. 민주당도 채상병특검법 통과 등 윤 대통령 퇴진을 위한 법적 조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녹색정의당도 “탄핵의 권한을 국회가 아니라 국민에게 주자”고 주장하며 대통령 탄핵을 지지했고,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도 “국민의 분노나 걱정을 이렇게 모르는 대통령이라면 중간에 그만두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며 퇴진 운동에 동조했다. 더욱이 국민의힘에서 이탈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조차도 윤 대통령 퇴진 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윤 대통령 퇴진에 반대하는 정당은 오로지 국민의힘뿐이다.
“틈을 주면 살아난다. 쉬지 말고 몰아치자”
\좌파 원로 백낙청 교수도 윤 대통령 퇴진 운동에 집중하라고 선동하고 있다. 촛불 단체들도 대통령 퇴진 투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총선이 끝난 직후인 4월13일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가 말했다. “윤석열의 숨통을 틔워 주면 안 된다” “틈을 주면 살아난다. 쉬지 말고 몰아치자.” 촛불 세력도 대통령 퇴진 투쟁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좌파 진영의 채상병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 주장 등은 단순히 진실을 밝히려는 게 아니다. 모두 대통령 퇴진 명분과 여론 조성을 위한 일이다.
대통령이 손을 내밀고 고개를 숙인다고 공세를 약화하는 일도 없을 것이며, 굽히면 굽힐수록 그것을 미끼로 삼아 더 강한 공세를 펼 것이다. 그래서 윤 정권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둘뿐이다. 죽느냐 사느냐. 항복해서 불명예스럽게 죽느냐 아니면 죽기로 싸워 이기느냐.
우파는 단합해야 한다
앞으로 좌파의 학익진엔 광범위한 여론 공작, 국민의힘과 우파 진영 내분 공작 등까지 포함될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 등 우파 진영 내부 분열을 최대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파의 대통령에 대한 불신·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불신, 한동훈 지지 세력과 윤석열 지지 세력 간의 갈등, 윤 정부와 국민의힘 간의 갈등 등이 가장 위험한 요인이다.
좌파의 다양한 공세에 대해 우파가 어떻게 일치단결해 대응 체제를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우파 국민의 신뢰를 얻으며 전투를 잘 지휘해야 한다. 자칫 불안감에 휩싸인 우파 국민을 혼란하게 하면 내부 분열과 이탈로 진영이 급속히 와해될 수도 있다. 이미 총선 과정을 통해 실망한 우파 진영은 혼돈에 빠져 있다. 이 불안감을 단합의 에너지로 만드는 지휘력이 절실할 때다.

스카이데일리 이희천 전 국정원 교수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10.20 北 특수부대 실어나르는 러 함정… 우리 위성이 청진서 포착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위성 사진 등 관련 자료를 지난 18일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북한 병력 수송 목적의 러시아 함정이 활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 함정이 북한 특수부대원을 수송하는 움직임을 우리나라가 운용하는 인공위성이 포착한 것으로 20일 파악됐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배포한 ‘북한 특수부대 러·우크라 전쟁 참전 확인’ 보도자료에서 위성사진 3장을 관련 증거로 제시했다. 이중 ‘연해주 우수리스크 소재 군사시설’과 ‘하바롭스크 소재 군사시설’ 사진은 외국 위성사진 제공 민간업체 ‘AIRBUS’가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 병력 수송 러시아 함정 활동’ 사진의 경우 출처가 없었다.
이에 한 정부 소식통은 “출처가 제시되지 않은 위성사진은 우리가 운용하는 위성이 촬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에는 지난 12일 청진항에서 러시아 함정이 북한 병력을 이송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모습을 우리나라가 운용하는 합성개구레이더(SAR) 탑재 위성이 촬영했다는 것이다. SAR은 전자파를 지상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만드는 방식이다. 덕분에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주야간 촬영이 가능하다.

▲국정원은 ‘북한 병력 수송 러시아 함정 활동’ 사진 하단에 러시아 상륙함 두 척이 동해상에서 북한 병력을 함흥과 청진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송했다는 내용의 그림지도를 제시했다. /연합뉴스
앞서 우리 정부는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이 불거진 이후 관련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해 왔다. 이런 정보당국의 추적 과정엔 우리 군이 작년 12월과 올해 4월 각각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2호기도 활용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1호기는 전자광학(EO) 및 적외선(IR) 장비를, 2호기는 SAR을 각각 탑재하고 있다.
다만 군사정찰위성이 촬영한 사진은 군사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통상 정부발 보도자료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정원 보도자료에 포함된 SAR 촬영 사진은 군이 아닌 정부 운용 위성이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다목적 실용위성(아리랑) 5호를 비롯해 SAR 탑재 위성을 운용 중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이 불거진 이후 관련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해 왔다. 이런 정보당국의 추적 과정엔 우리 군이 작년 12월과 올해 4월 각각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2호기도 활용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1호기는 전자광학(EO) 및 적외선(IR) 장비를, 2호기는 SAR을 각각 탑재하고 있다.
다만 군사정찰위성이 촬영한 사진은 군사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통상 정부발 보도자료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정원 보도자료에 포함된 SAR 촬영 사진은 군이 아닌 정부 운용 위성이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다목적 실용위성(아리랑) 5호를 비롯해 SAR 탑재 위성을 운용 중이다.
조선일보 문지연 기자
10.21 무기는 세계 최강 국군, 병력 모자라 훈련 때 '품앗이'
심각한 軍 병력 부족

▲지난 3월 해병대 연평부대 포병 6중대에서 K-9 자주포 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 한 병사가 장약(화약)을 들고 자주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해병대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면전 중인 러시아에 대규모 파병을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북한군이 이번 파병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고 나아가 러시아 장비·군사기술을 반대급부로 받아 ‘군 현대화’를 이룰 가능성이 우려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전 참전은 북한 장교들이 현대전 경험을 쌓고 신형 무기에 익숙해질 기회”라고 분석했다. 6·25전쟁 이후 70여 년 동안 전면전에 투입된 적이 없는 북한이 지상군 파견을 통해 러시아에 수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같은 재래식 전력은 물론, 드론과 소셜미디어까지 활용한 최신 ‘하이브리드전(戰)’ 경험까지 쌓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반면 한국군은 1965~1973년 베트남전 이후 50년 동안 전면전 경험이 없다. 오랜 평화에 젖었을 뿐 아니라 최근 병력 인구 감소 여파로 군 대비 태세가 허물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20일 “최근엔 최전방인 FEBA(전투지역전단) 부대조차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FEBA는 유사시 우리 군의 단계적인 방어선으로, FEBA 부대들은 DMZ에서 5~10여㎞ 떨어진 민간인 통제선 내 지역에 있다.
보통 DMZ 철책선 경계 부대와 수색 대대, 포병 대대, 정보 부대 등이 배치돼 있다. 북한과 전면전이 발생하면 최전방 감시초소(GP)와 일반초소(GOP) 부대가 북한군과 교전하며 시간을 번다. 그 사이 FEBA 부대들이 온전한 기동·화력 장비를 모아 북진(北進)을 개시하는 것이 한국군의 작전 개념이다. FEBA 부대가 사실상 전방 사단의 중추 전력이 되기 때문에 FEBA 부대의 훈련 부족은 전체 군 전력 약화와 직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방에선 이미 병사 부족을 절감하고 있다. 강원도의 한 FEBA 부대는 최신예 K-21 장갑차로 무장하고 있지만, 정작 훈련 때마다 인력이 부족해 옆 중대에서 포수·조종수를 잠시 빌려오는 일종의 ‘훈련 품앗이’를 하고 있다. 또 보병 부족으로 ‘하차전투(보병 전개)’ 훈련을 포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강원도의 기계화보병사단 출신 A 예비역 상사는 “부대 인력을 총동원했는데도 사람이 모자라 장갑차 3대를 빼고 훈련한 적도 있다”며 “전쟁이 나면 장갑차 몇 대는 그냥 버리고 출정해야 한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라고 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절벽으로 우리 군 병력은 2040년대 30만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국방연구원의 2022년 추계에 따르면 2002년 69만명에 달했던 국군(상비군)은 올해 50만명에서 2039년 39만명대로, 2043년에는 33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찌감치 군을 떠나는 초급 간부도 급증하고 있다. 사관학교 출신 장교 중 의무 복무 기간 10년을 채우지 않고 5년 차에 조기 전역한 장교가 지난해 48명에서 올해 122명으로 2.5배 늘었다. 부사관 부족은 더 심각하다. 올해 입대한 하사(1280명)보다 전역한 부사관(3170명)이 2배 많다. 육군의 경우 지난해 정원 대비 선발 부족 인원이 장교는 550명, 부사관은 4790명에 달했다. 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 인프라를 갖춰 놓고도 이를 운용할 병력이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병사 월급이 200만원까지 인상되는 상황에서 장교·부사관은 여전히 박봉에 시달린다. 숙소 사정도 열악하고 업무는 늘 과중하니 장교·부사관으로 임관할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는다.
육군엔 부사관이 조종하는 K9 자주포가 1100대 있지만 현재와 같은 조종수 보직률(72.9%)로는 300대는 운용이 어려울 수 있다. 우리 육군에서 조종수가 필요한 자주포는 K9, K55 두 종인데 주력은 약 1100대가 편제돼 있는 K9이다. K9 자주포는 최대 사거리 40km, 1분에 9발을 쏠 수 있는 화력, 시속 60km로 움직이는 기동성을 갖췄다. 북한의 장사정포 도발 시 즉각 맞대응에 나서야 할 무기다. 경기도의 한 포병 간부는 “자주포 인원이 없어 다른 부대에서 충당하는 일이 잦다”고 했다. 군은 K9을 개량, 탑승 인원을 5명에서 3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최소 인원’인 3명 중 1명만 없어도 화포 운용이 불가능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군 안팎에선 “드론 등 첨단 전력 연구와 실전 배치를 더욱 앞당기고 철책 경계 위주의 작전 개념을 탄력 있게 바꿔야 한다”며 “비대한 장성단 숫자를 줄이고 수십 년간 유지해왔던 ‘행정 군대’에서 ‘전투 군대’로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21 자진 입대한 '아름다운 청년' 2만명 넘었다
“꼭 가고 싶습니다.”
예전에 에너지 음료를 홍보하는 TV 광고 중에 나오는 이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젊은 청년이 병무청 신체검사를 마치고 큰 소리로 “꼭 가고 싶다”고 외친다. 광고는 ‘젊은 날의 선택’이라는 자막으로 끝난다. 짧지만 인상적인 광고였다. “꼭 가고 싶다”는 말은 세간에 유행이 되기도 했다. 청년의 패기와 열정, 신선함을 보여준 광고로 대중에게 호응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나라는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예외가 있다. 외국 영주권을 얻거나 가볍지 않은 질병이 있어 현역으로 복무하지 않아도 되는 젊은이들이 있다. 이렇게 현역 복무 면제가 가능한 청년 중에서도 ‘꼭 가고 싶습니다’라고 당당히 외치며 아름다운 도전을 선택한 청년들이 있어 이 자리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박모 일병은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6개월에 일본으로 이주했다. 군대에 꼭 가지 않아도 되지만 그는 릿쿄대학 재학 중 올해 4월 현역병으로 자원 입영했다. 그는 6·25 참전 용사였던 외조부와 공군 복무 중 순직한 친조부의 나라 사랑 정신을 기억하고 그 뜻을 이어가고자 입대를 결심했다고 한다. 이것이 그가 밝힌 자발적으로 입영을 선택한 이유다.
이 외에도 아픈 몸을 치료하고 군 입대를 선택한 아름다운 청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운동하다 다치는 바람에 발목 수술을 받아 4급 보충역 처분을 받았지만, 재활 치료 후 올해 1월에 현역병으로 입영한 병사가 있다. 또한 교통사고를 당해 수술을 받았지만 후유증을 극복하고 작년 6월에 입영한 병사가 있었다.
오랜 외국 생활로 인한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찾겠다며 현역 복무를 자원한 해외 영주권자들이 우리의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또한 질병을 치료한 다음 병역 의무를 다하겠다며 자발적으로 입영하는 젊은이들의 나라 사랑도 우리를 감동시킨다.
이렇게 해외 영주권을 얻거나 질병이 있어 병역 감면 대상임에도 자원해서 병역을 이행하는 청년들의 숫자가 점점 늘고 있다. 병역 면제 대상자도 희망하면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제도를 처음 시행한 2007년 366명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누적으로 2만242명에 이르고 있다. 개인의 선택 배경과 이유는 다르더라도 인생의 황금기에 국가를 위해 자발적으로 복무하고 있는 청년들이야말로 소중하고 고귀한 병역 의무 이행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병무청은 이들을 돕고 있다. 입영 전 본인이 희망하는 입영 시기를 반영하고, 모집병 지원 시 가산점을 부여한다. 복무 중 표창과 함께 초청 격려 행사를 개최해 이들의 자랑스러운 병역 이행을 널리 알리기도 한다. 또한 해외 영주권을 가진 병사의 경우에는 정기 휴가 시 왕복 항공료를 최대 3회까지 지원해준다. 전역 후에는 명예 증서를 수여하고 본인 희망 시 병적 증명서에 기재하는 등 자랑스러운 병역 이행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예우 사업도 하고 있다.
“인(仁)이 멀리 있는가? 내가 인(仁)하고자 하면 인(仁)이 당장 이르는 것이다”라는 공자의 말씀이 있다. 자발적으로 내가 하고자 해서 실천하면 그 결과도 당연히 뒤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결심과 노력으로 이룬 병역 의무 이행은 용기 있는 ‘젊은 날의 선택’으로 많은 병역 의무자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헌신과 열정에 뜨거운 감사와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
앞으로도 병무청은 병역을 성실하게 이행한 국민의 나라 사랑 정신과 자긍심을 드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병역 이행이 우리 사회에서 더 많은 존경과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조선일보 김종철 병무청장
10.24 韓 '괴물 미사일' 아버지의 건배사
세계 무기 역사에
전무후무할 현무5
이제 안전한 北 지하 없어
'공포의 균형' 통한 평화 가능
석유 없으니 원전 만들고
핵 없으니 현무5 만든
엔지니어들 존경합니다

▲10월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 등장한 현무-5 탄도미사일. /연합뉴스
국군의날에 처음 공개된 현무5는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과장이 아니다. 크기가 지금 미국 주력 미니트맨 ICBM과 러시아 ICBM과 같다. 탄두 무게는 세계 미사일 역사에 전무후무할 8~9t이다. 미·중·러 재래식 미사일 탄두의 10~15배 이상이다. 미국 전문가는 이런 거대한 미사일이 핵이 아니라 재래식 탄두를 단 것은 효과와 비용 모두 비합리적이라고 했다. 그가 간과한 것이 있다. 현무5는 김정은에게는 핵 이상의 위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무5에 대한 김정은과 김여정의 발작적 반응은 그들이 느낀 공포를 여실히 보여준다. 북이 핵을 쏘거나 쏘려고 하는데도 미국 핵우산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한국이 김정은이 언제 어디에 어떤 형태로 있든 그 한 명만은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고 김정은도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으면 남북 간 공포의 균형은 이뤄진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확실한 평화 보장책은 공포의 균형이었다. 김정은은 한국민 5100만명에게 공포를 줘야 하지만 우리는 김 한 명에게만 공포를 주면 된다. 그런 점에서 현무5는 우리가 처음으로 갖는 ‘전략 무기’다. 이제 북한 땅 밑에서 안전한 자는 한 명도 없다.
현무5의 어마어마한 모습을 보고 대체 누가 상식을 완전히 뛰어넘는 이런 발상을 했는지 궁금했다. 결국 그를 만났지만 국가 신변 보호를 받고 있는 그의 이름을 밝힐 수 없다.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평생을 한국 미사일 발전에 바친 사람이었다. 그는 “2016년 북한이 핵실험을 두 번이나 했다. 그런데 우리는 북을 압도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도 미국이 B-1 폭격기를 보내 시위 비행을 했는데 이게 우리 안보에 무슨 소용인지 개탄스러웠다. 토요일에 고민에 싸여 혼자 연구소를 걷는데 불현듯 고위력 미사일 생각이 떠올랐다. 김정은 지하 벙커를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으면 핵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생각이었다. 다음 날 담당 연구원들이 모였다.”
고위력 미사일은 8~9t 탄두를 달고 무서운 속도로 내려 꽂히며 땅속으로 파고들어가 폭발한다. 그 위력(E)은 1/2 M(탄두 무게)xV²(속도의 제곱)이다. 탄두 무게가 비정상적으로 크고 속도는 음속의 몇 배에 달하니 지하에서 폭발하면 작은 지진을 일으켜 지하 벙커를 그대로 무너뜨린다. 이미 한국 미사일의 유도 기술은 목표 지점의 정중앙을 관통할 정도였다. 탄두부 특수 금속, 고도의 기계·전자 지능 신관 기술도 갖고 있었다. 거대 탄두의 초고속 비행을 안정화 시킬 기술이 관건이었다.
그는 “비행 시뮬레이션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막상 만들고 보니 너무 커서 이게 우주로 올라갈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첫 시험 발사를 했는데 신기하게도 잘 올라가 성공하나 싶더니 갑자기 미사일과 교신이 끊어졌다. 연구원들이 달라붙어 모든 경우를 다 점검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실패가 계속됐다. 절망했다”고 했다. 하지만 절박한 사람들이 간절하게 구하니 길이 열렸다. 첫 아이디어 뒤 6년 만에 마침내 한국 괴물 미사일이 등장했다.
현무5는 쏴야만 하는 상황이 되면 수 발이 동시에 발사돼 한 지점에 연속으로 떨어진다. 지하에서 막고 피할 방법이 없다. 지하가 아니라 지상에서 20발 정도를 동시에 폭발시키면 그 피해 반경은 재래식 무기 차원을 완전히 넘어선다. 평양 지휘부가 모여 사는 지역 전체가 사라진다. 필자의 예측이지만 앞으로 현무 6, 7, 8이 계속 나올 것이다. 현무5 몇 배 위력의 미사일이 나온다는 의미다. 그는 “고위력 미사일을 충분히 배치하면 한국 대통령도 핵 가방은 아니지만 ‘전략 가방’을 가질 수 있다. 우리 대통령이 결정적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공포의 균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2차 대전은 전쟁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한 과학자들이 끝냈다. 그게 핵을 만든 미국의 맨해튼 계획이다. 우리는 우리 식의 맨해튼 계획이 있어야 하고 과학자들이 애국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미사일 기술은 놀라운 단계에 와 있다. 마음만 먹으면 지구 반대편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다른 전문가는 남중국해와 인도양에 떠 있는 항공모함을 일격에 격침할 탄도미사일도 개발할 능력이 있다고 했다. 미·중·러와 큰 차이가 없으며 더 앞선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는 국방 관련 행사 오찬에서 예정에 없이 건배사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건배사는 ‘나라, 사랑하세’ 였다. 평소 좋아하는 애국가 4절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에서 따온 것이었다. 그의 식지 않는 열정을 보며 지금의 한국을 만든 엔지니어들을 새삼 존경하게 된다. 우리는 석유가 없지만 엔지니어들은 E=MC²(핵 분열 에너지)으로 원자력 전기를 만들었다. 엔지니어들은 이제 E=1/2 MV²(고위력 미사일)으로 한반도 평화를 지켜가고 있다.
그는 “남북 과학자들이 마지막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지금 ADD의 숙제는 미사일이 아니라 감사원 감사와 조사, 수사다. 전임 소장 한 사람은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또 다른 전 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재판받고 있다. 변호사비도 부담이라고 한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정말 이건 아닌 것 같다.
조선일보 양상훈 기자
10-24 북한 쓰레기풍선 용산청사 떨어져… 김 여사 비난 삐라도 담겨

▲북한이 살포한 쓰레기 풍선이 24일 오전 서울 시내 상공에 떠 있다. 북한이 남쪽으로 풍선을 날려 보낸 것은 올 들어 30번째로, 기존(2개)과 달리 이번에는 풍선이 4개다. 백동현 기자
북한이 날려 보낸 쓰레기 풍선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경내에 떨어지는 소동이 발생했다. 북한이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폴란드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겨냥해 풍선을 살포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는 “이날 새벽 북한의 쓰레기 풍선이 공중에서 터져 용산 청사 일대에 산개된 낙하 쓰레기를 식별했다”면서 “안전 점검 결과 물체의 위험성과 오염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수거했다”고 밝혔다.
풍선이 터지면서 내용물인 손바닥 정도 크기의 전단들이 대통령실 청사와 인근 지역에 살포됐다. 전단에는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여사에 대해선 “현대판 ‘마리 앙뚜안네뜨(앙투아네트)’” “왕비” “건희왕국” 등으로 비판했고,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국민 혈세를 공중살포하는 짓’이라고 격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 7월 대통령실 청사 경내에서 쓰레기 풍선이 발견된 바 있지만, 풍선이 터져 대남 전단지가 살포된 것은 처음이다. 우리 군은 북한이 최근 여권 내부 갈등 상황을 활용해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선전선동을 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이 이날 정상회담을 예고한 것을 계기로 북한이 용산을 겨냥해 풍선을 날렸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총 30차례에 걸쳐 쓰레기 풍선을 살포하면서 그 정확도가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지난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한 데 이어 최근 동해선 육로에 방벽 구조물 설치 작업에도 돌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방벽을 통해 전차의 이동과 군인·주민의 탈북을 막아 궁극적으로 남북 간 분리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10.25 "러 파병은 일생일대의 탈북 기회… 절대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 줘야"
'대북 전단' 이민복씨 심리전 조언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에 파병된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추정 동영상이 또 공개됐다. 러시아 독립 언론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아스트라'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건물 외부에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해 게시했다. 아스트라는 해당 영상에 대해 "블라디보스토크 '세르기예프스키에 위치한 러시아 지상군 제127자동차소총사단 예하 44980부대 기지에 북한군이 도착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트라(ASTRA) 텔레그램 채널 캡처
대북 전단 풍선을 북한으로 날려온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은 24일 “러시아에 파병된 젊고 앳된 북한 병사들에게 지금이 북한을 탈출할 수 있는 일생의 기회이니 절대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에 중점을 둔 심리전을 대대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 농업과학원 연구원으로 있다가 1992년 탈북한 이 단장은 2001년부터 매년 대북 전단 수천만 장을 북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그는 1995년 한국에 입국하기 전 3년간 러시아에 머물렀다.
이 단장은 본지 통화에서 “북·중 국경 경계가 워낙 삼엄해 웬만해선 북한에서 국경을 넘기가 굉장히 어려워졌고, 남북 육로도 지뢰밭을 지나야 하니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라며 “러시아 파병이 북한의 젊은 병사들에게 살면서 한 번 올까 말까 한 탈북 기회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이 단장은 “파병 북한 병사들은 러시아에서 손에 무기까지 들고 있으니 ‘탈북 날개’를 단 셈”이라며 “이들이 탈북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에 투항하면 한국으로 올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미 탈북민 3만4000여 명이 대한민국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탈북민의 목소리로 직접 파병 북한 군인들에게 전달하는 게 가장 강력한 심리전 방법”이라고 했다.
이 단장은 다만 “‘하루 세끼 고기 반찬 준다’는 식의 심리전은 북한 내부에서 굶주린 병사들이면 몰라도 러시아에 나와 있는 젊은 병사들한테는 큰 효과가 없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그런 만큼 대한민국에 오면 1만달러(정착 지원금)와 집(임대주택)이 제공되고 대학에서 공부도 할 수 있는 등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착취당하는 해외 파견 노동자들처럼 러시아가 파병 용병들에게 월 2000달러씩 준다 한들 95%는 김정은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병사들한테 돌아가는 돈은 소액일 것”이라며 “남의 나라 전장에서 목숨 걸고 번 돈을 김정은 정권에 다 뺏기지 말고 한국으로 오라고 하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병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 /조선일보DB
이 단장은 “1992년 6월 러시아 우수리스크역에서 북한 벌목공들과 마주친 적이 있는데 이들은 ‘소련이 망했다더니 왜 이렇게 잘사느냐’며 놀라워했다”며 “망했다는 국가가 북한보다 훨씬 풍요로운 모습에 다들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 단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라디오 방송과 인터넷이 불허된 폐쇄 국가에 갇혀 있던 북한 사람들이 바깥세상으로 나오는 순간 놀라서 눈이 번쩍 뜨인다”며 “러시아에 파병 나온 북 병사들도 훨씬 풍요롭고 자유로운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단장은 “파병 군인들은 국가 배급이 아닌 ‘장마당’을 통해 먹고산 ‘장마당 세대’이자 한류를 접한 젊은 세대”라며 “파병이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절호의 탈북 기회라는 걸 알려주면 탈영하는 북한 병사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단장은 “북한은 1960년대 초반 한국이 서독에 광부·간호사를 파견해 마련한 외화를 밑천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걸 보고 1972년 소련에 벌목공을 파견(약 1만6000명)하고 1977년 수천 명 단위로 리비아에 건설자를 파견했는데 시베리아 밀림과 리비아 사막은 현지인과 접촉 면이 많지 않은 곳이어서 당국의 통제가 가능했다”면서 “그러나 북한 당국의 직접 통제가 간단치 않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 1만명이 넘는 젊은 병사들을 보내는 건 북 정권으로서도 도박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민서 기자
10-25 국빈 행사 직전 ‘尹 부부 조롱’ 北 풍선, 비례 대응 나서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조롱하고 비난하는 전단을 실은 북한 풍선이 24일 새벽 용산 대통령실 경내에 여러 개 떨어졌다. 오후 1시 폴란드 대통령 국빈방한 공식 환영식이 열리기 직전에도 행사장에 미처 수거되지 않은 전단이 날아들었다고 한다. ‘반푼이’ ‘앙투아네트’ 표현 등 수준 이하의 전단이 다수 들어 있었는데, 야권의 탄핵 공세에 맞춰 남남분열을 노린 저강도 도발로 보인다.
오물 쓰레기 풍선은 지난 7월에도 용산 청사 안팎에 떨어진 적이 있는데, 대통령 부부를 욕하는 전단이 대통령실 경내에 떨어진 건 처음이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국빈 환영식 날짜에 맞춘 것도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북한은 올 들어 30차례 6000여 개의 풍선을 날려 보냈는데, GPS 발신기와 지역·시점 등을 설정한 소형 폭발 장치까지 탑재해 정확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폭발물이나 화생방 물질을 넣으면 곧바로 무기가 된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이 러시아군에 방공망 교란 등 풍선의 군사적 활용법을 전수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북한은 최근 평양 상공의 출처 불명 무인기와 전단에 대해 “한국 군부 깡패의 도발”이라며 보복을 다짐했다. 윤 대통령 부부를 조롱하는 풍선을 대통령실로 날린 데 대한 응징이 필요하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넘어 당당히 ‘비례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더 이상 멀뚱멀뚱 구경만 해선 안 된다. 군 당국이 전방에서 오물 풍선을 격추하고, 평양 상공까지 가는 ‘전단 풍선’을 날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문화일보 사설
10.26 K원전 초석 놓은 'M16 아버지들'
일부 기사들 '원전 국산화' 참여

▲1972년 여름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서 휴일을 보내는 도미 기사들과 콜트사의 엔지니어들 모습. 왼쪽 둘째가 황익남 전 대령. /황익남 전 대령 제공
1973년 귀국한 M16 도미 기사단은 ‘K방산’의 씨앗을 뿌렸을 뿐만 아니라 당시 황무지와 같았던 한국의 정밀기계 공업의 선구자 역할도 맡았다. 도미 기사들이 귀국 후 일했던 국방부 조병창은 국가 사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1981년 대우정밀로 민영화됐다. 민영화 전후로 도미 기사는 군(軍), 방산기업, 기계공업 각 분야에 진출했다. 도미 기사들은 “당시 미국에서 밤낮으로 갈고닦은 M16 제조 기술이 박격포, 자주포 등 핵심 K무기들로 이어진 건 물론이고 ‘K원전’까지 이어졌다”고 말한다.
인하대 기계공학과 출신 윤영길(82) 전 교수는 1978년 국내 1호 기계공정기술사가 됐다. 한국베어링 부평 공장에서 일하다 ‘원전 국산화 프로젝트’에 참여해 미국 원전 기업 CE로 파견, 2년간 기술팀장을 맡으며 원전 기계 보수 기술을 배워왔다. 강흥림(85) 전 삼진엔지니어링 전무는 대우정밀에서 근무하다 이후 원자력발전소 울진 3·4호기, 월성 2호기 설비 제작에 참여했다.
김은호(81) 전 삼성중공업 부장은 대한중기공업(현 현대위아) 공장에서 박격포 포신 등 주요 부품 제작에 참여했고, 한국중공업, 삼성중공업에서 굴착기, 불도저 등 건설 중장비 개발, 생산에 참여했다. 양재근(84) 기사도 한국중공업에서 한국형 K9 자주포 기획을 맡았다.
당시 한국에선 정밀기계 공업 관련 교육 자체가 드물었는데, 도미 기사들은 기술자인 동시에 ‘강사’ 역할도 맡았다. 현재 방위산업 기업이 모여 있는 창원 산단 초기부터 이들은 순회 교육을 다녔다고 한다. 1970년대 중후반 경남 사천에서 대한항공이 처음 시작한 헬리콥터 조립 생산 때도 이들 도움을 받았다. 당시 대한항공 엔지니어들이 부산 조병창을 찾아 교육을 받았다.
조선일보 이정구 기자
10.26 'M16 국산화' 특명 받고 美 날아간 27인… K방산의 시작이었다
[K방산 신화를 만든 사람들] [4]
M16 소총 국내 대량생산 주역들
1971년 11월 신문에 실린 육군본부의 ‘해외 유학 기술 요원 모집’ 공고. 해외 출국 자체가 어려웠던 시절, 1972년 상반기에 바로 9개월간 도미(渡美) 기술 교육을 시켜준다는 공고에 전국 공학도가 구름같이 몰렸다. ‘공과대학 기계과 전공, 군필자, 기계 분야 경력 5년’에 더해 ‘영어 회화 및 전문 기술 분야 영문 원서 해득 가능자’ 등 까다로운 조건이었음에도 약 1800명이 모여 27명이 선발됐다. 다만, 미국 어디에서, 무엇을 배우는지는 ‘극비’였다.

▲전쟁기념관 소장 중인 국내 생산 1호 M16 소총. /사진=전쟁기념관·그래픽=송윤혜
1972년 초 노스웨스트항공 여객기를 타고 하와이를 거쳐 미국을 향하기 직전에야 이들은 임무를 알게 됐다. ‘M16 소총 제조 공장 도미 훈련기사’가 이들의 공식 직함이었다. 소총 하나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없던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 손으로 우리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자주국방을 강조하며 1971년 국방부 조병창(造兵廠)을 착공했다.
당시 한국의 정밀기계공업은 같은 부품 10개도 계속 만들지 못하고 불량이 나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공장 준공에 맞춰 1년 안에 미국에서 M16 모든 기술을 배워와 국내 생산을 준비해야 했다. 목표는 ‘연간 소총 10만정 생산’.

▲박정희 휘호 앞에 선 황익남 기사 - ‘자주국방’을 강조한 박정희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1973년 조병창(造兵廠)이 부산에서 출범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밀하게 병기를 만든다’는 뜻을 담아 친필 휘호 ‘정밀조병’을 보냈다. 조병창이 민영화된 이후 경기 용인시 자택으로 가져와 걸어두고 있는 휘호 앞에 황익남(85) 전 대령이 서 있는 모습. /장련성 기자
지난 10일 당시 도미 기사단 부단장 역할을 맡았던 황익남(85) 예비역 대령을 만났다. 황 전 대령은 “이름도 생소한 코네티컷주에 도착해 아파트를 처음 봤다”며 “공장으로 출근해야 하는데 운전면허가 없어서 몇 명이 부랴부랴 공터에서 ‘속성 운전 교육’을 받은 게 우리의 첫 기술 수업이었다”고 했다.
이후 1년여 교육을 마치고 돌아온 도미 기사들은 부산 조병창에서 1973년 초도 물량 수천 정을 생산했고, 이듬해 불가능한 목표로 보였던 연간 소총 10만정을 ‘도미 교육’ 2년 만에 성공적으로 생산했다. 최종 목표였던 60만정 생산도 1년 9개월이나 단축했다. 6·25 전쟁에서 구형 M-1 소총으로 싸우며 소총 한 자루 만들 수 없던 한국에서 ‘K방산’이 시작한 순간이었다.

▲당시 ‘渡美 훈련 기사단’ - 1972년 여름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서 휴일을 보내는 도미 기사들과 콜트사의 엔지니어들 모습. 왼쪽 둘째가 황 전 대령. /황익남 전 대령 제공
◇”후진국이 무슨 총을 만드느냐”
도미 기사는 미국 콜트사(社)에서 기술을 배워와 부산에서 M16 국내 생산을 시작하며 ‘K방산’과 자주국방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육군사관학교 18기 출신 보병 장교로 1970년 월남전에 중대장으로 참전했던 황 전 대령도 선발됐다. 도미 기사단에 군(軍) 출신도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서울대 기계공학과 위탁교육을 다녀온 그가 발탁됐다. 황 전 대령은 “2년 전 월남에서 이렇게 멋진 총이 있나 하면서 사용했던 M16을 이제 내가 미국에 직접 가서 제작 기술을 배운다니 믿기지 않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황 전 대령과 도미 기사들은 생전 처음 가보는 하와이를 경유해 뉴욕을 거쳐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 도착했다. 숙소로 지급받은 아파트가 신기했던 것도 잠시, 차량으로 20분 정도 걸리는 출퇴근이 문제였다. 모두 운전면허가 없어 부랴부랴 몇 명이 면허를 땄다. 아시아 남성 여럿이 검은 양복에 서류 가방을 들고 다니면 현지인들이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한국은 후진국인데 무슨 총을 만들겠느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이런 순간 든든한 응원군이 있었다. 하트퍼드 한인회였다. 고(故) 송자 연세대 총장 등 교민들이 이들을 집으로 초청해 한식을 먹여주고, 주변 관광도 시켜줬다고 한다.
1년이 안 되는 단기 교육. 하지만 우리 정부와 콜트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도미 기사들이 집요하게 달라붙자 콜트사 기술자들도 ‘맨투맨’으로 기술을 전수했다. 처음에는 의견 충돌도 잦았다. 당시 M16 주요 부품은 126개였다. 도미 기사들이 126개 기술을 모두 알려달라고 하자 콜트에선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느냐”며 “핵심 부품 몇 개만 우리가 만들고 나머지는 협력사가 만든다”고 했다. 당시 한국은 협력사 개념도 없었다. 콜트의 하도급 회사가 있는 미국 서부와 중부까지 뿔뿔이 흩어져 기술을 배웠다.
◇10개만 만들어도 불량 나오던 시절, 소총 60만정 생산
황 전 대령은 “당시 1970년대엔 한국의 정밀기계공업은 대량생산 개념이 없어 조악했다”며 “장인이 부품 1~2개를 만들면 기가 막히게 품질이 좋았지만, 여러 사람이 손을 대는 순간 10개 이상부터는 불량이 나왔다”고 했다. 이 때문에 도미 기사 훈련 때부터 ‘불량품 없애기’에 집착했다고 한다. 당시 콜트의 불량률은 6% 수준이었지만 도미 기사들의 목표는 ‘불량률 제로’였다.
황 전 대령은 “당시 어려운 나라 상황에서 불량률을 줄이는 게 무조건 최선이란 생각이었다”고 했다.
이렇게 집요하게 배워 귀국한 이들에게 내려진 새로운 임무는 1974년부터 6년간, 매년 10만정씩 모두 60만정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저작권료 등을 감안한 콜트사와 계약 조건이 60만정이었다. 그런데 불과 4년 3개월 만인 1978년 3월 60만정을 조기 생산했다. 당시 월남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자주국방에 대한 절박감이 더 높아졌고, 이 때문에 ‘속도전’을 냈던 것이다. 그는 “2교대를 해가며 소총을 생산하고 정부 요청에 따라 M60 기관총, M203 유탄발사기 등 무기도 개발해야 했다”며 “모두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보람 있던 순간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황 전 대령은 이후 조병창 기술·생산부장, 부창장까지 맡아 소총 공장 민영화까지 맡았다. 이후 국방품질검사소 창설 요원, 미 군수무관 파견 등 방산 업무를 담당하다 1989년 예편했다. 현재도 국내 기업의 해외 방산 수출 자문 등을 맡고 있다. 그는 “올해 국군의 날 퍼레이드에 등장한 한국 방산 제품들을 보면서 50여 년 전 고생했던 순간들이 생생히 떠올랐다”며 “K방산은 이제 도약을 시작하는 단계인데 첨단 무기는 비축이 되면 금세 포화 시장이 되기 때문에 차세대 무기 개발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이정구 기자
10-28 [속보]북 “무인기, 백령도서 이륙 확인…도발 원점 사라질 것”

▲북한이 평양에서 한국군에서 운용하는 드론과 동일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비행경로 그래픽도 제시
"외무성 청사·지하철역·국방성 청사 상공 오물 살포 확인"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무인기를 분해해 비행조종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서해 백령도가 이륙 지점인 것을 확인했다며 비행경로 그래픽을 제시하고, 비행 주체가 한국군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27일 이같은 내용으로 ‘대한민국발 무인기의 이륙지점과 침입경로, 침입목적을 확증한 주권침해도발사건’의 최종조사결과를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국방성 대변인은 추락한 무인기를 완전히 비행조종 프로그램에 대한 분석 결과 해당 무인기가 "10월 8일 23시 25분 30초 백령도에서 이륙하여 우리 공화국의 영공에 침범"했으며, "황해남도 장연군과 초도주변의 해상을 지나 남조압도주변 해상까지 비행하다가 변침하여 남포시 천리마구역상공을 거쳐 우리 수도상공에 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10월 9일 1시 32분 8초 외무성 청사와 지하철도 승리역사 상공에, 1시 35분 11초 국방성 청사 상공에 정치선동오물을 살포하였다"고 분석했다.
비행 조종 프로그램에는 2023년 6월 5일부터 2024년 10월 8일 사이에 작성된 238개 비행계획과 비행이력들이 기록돼 있었으며, 그 중 10월 8일 자료를 제외한 나머지 이력은 "모두 한국의 영역 내에서 비행한 자료"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평양서 추락한 무인기의 잔해를 분석해 확인한 비행경로라며 제시한 그래픽.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10월 8일 해당 무인기의 비행경로를 보여주는 그래픽도 제작해 공개했다. 녹색 선으로 표시된 비행경로는 백령도에서 서해안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상승해 평양 상공에 진입했다가 같은 경로를 되돌아 백령도로 내려가는 것으로 돼 있다.
앞서 북한 매체는 평양시 형제산구역 서포1동 76인민반지역에 추락한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지난 19일 공개했다.
북한은 국방성과 국가보위성 등 전문기관으로 연합조사그룹을 구성해 이 무인기 잔해의 비행조종모듈을 완전히 분해하고 비행계획 및 비행이력자료를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연합조사그룹의 분석 결과 "무인기를 우리 국가의 수도상공에까지 불법침입시킨 사건의 책임을 집요하게 회피해온 한국군사깡패들의 가장 저렬하고 파렴치한 도발적 정체가 추호도 변명할 여지없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장 저질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국가 대한민국을 포박하고 있는 상전에 대한 맹신과 극도의 도전적 악습으로 인해 우리 공화국에 대한 주권침해행위가 재발하는 경우 모든 화난의 근원지, 도발의 원점은 우리의 가혹한 공세적 행동에 의해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문화일보 박세영 기자
10.30 북한군 러시아 파병 확인 ‘한반도 안보’ 엄중하다
세계평화 위협하는 범죄행위 규탄받아 마땅
실태 파악 위해 우크라와 정보 공유 필요
남남갈등 획책 대남 도발 경각심 갖고 대비를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 전투부대의 우크라이나 전 투입이 현실화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북한군 부대들이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됐다는 것을 확인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1진 3000명, 추가 1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쿠르스크 주는 우크라이나 군과 러시아 군이 맞붙고 있는 격전지 중 한 곳이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동남부 돈바스 전 지역을 점령하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쿠르스크 주의 1000여㎢를 점령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군 파병 보도에 대해 그동안 발뺌을 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의 일”이라며 부인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고, 북한 외무성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이라고 간접 시인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명백한 범죄행위로서 규탄받아 마땅하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에 쓸 무기를 러시아에 판매하는 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인 데다 파병은 더 큰 범법 행위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해 온 북한 정권이 전쟁터에 청년들을 내몰아 참전 비용 갈취에 나섰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미·일 안보 수장들은 미국 워싱턴D.C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러시아의 불법적인 전쟁이 갖는 안보적 함의를 유럽을 넘어 인도·태평양까지 확장시킨 행동을 중단할 것을 러·북에 촉구한다”고 했다. 한·미·일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것이고, 러·북 간 군사협력 심화라는 우려스러운 추세를 보여 준다고 비판했다.
초미의 관심은 우리 입장이다. 파병 사실이 공론화된 만큼 국제사회와 협력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이중성을 대내외에 알리는 한편, 북한이 파병을 통해 군사적 실익을 얻을 수 없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북·러 간 추가 불법 군사 교류를 차단하는 길이기도 하다. 국회가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 규탄 및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협력 촉구 결의안’을 추진하는 것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매사 신중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러 간 불법적 군사협력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며 “북·러 군사협력 진전 여하에 따라 단계별 조치를 적극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데 동의한다. 다만 살상무기 제공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말처럼 북·러 동맹을 상대로 포격을 하는 등의 문제는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다.
북한군의 실전 운용 실태 파악을 위해 당국이 우크라이나와 정보 공유를 원활하게 하고,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시설 복구 및 재건 등 인도적 지원을 하는 건 필요하다. 또한 유엔 등 국제사회와 공조해 러시아의 책임을 묻는 선에서 우리 역할을 하는 게 온당하다고 본다.
대(對) 중국 외교 강화도 요청된다. 중국은 북·러 간 급속한 밀착에 서방과의 대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불편한 속내를 감추고 있다. 북한은 앞으로 러시아에 기댈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는 무역과 원유 원조 등을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각한 사안은 북한이 파병 대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다탄두 유도화 기술 등을 러시아로부터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이 러시아를 위해 파병한 것처럼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북한을 돕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반도 안보 상황이 엄중하다. 북한이 날려 보낸 쓰레기 풍선이 최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경내에 떨어졌다.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대남 ‘삐라’(전단지)도 발견됐다. 파병과는 별개로 남남갈등을 획책하려는 대남 도발이다.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할 때다.
스카이데일리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