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治(人) 이야기 2024-10/
10.02 영장 기각 판사도 "소명" 인정한 위증교사, 뭘 조작했다는 건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위증 교사 혐의 재판에서 징역 3년이 구형되자 “검사가 증거를 숨기거나 왜곡하고 심지어 조작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 과거 ‘검사 사칭’ 사건으로 벌금형을 받은 것에 대해 “누명을 썼다”고 주장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증인 김진성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한 혐의가 드러나 다시 기소됐다.
김씨는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이 대표의 요구에 따라 위증을 했다고 자백했다. 이 대표가 김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어차피 세월도 다 지났고 (나한테 덮어씌웠다고) 얘기 좀 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 주장이 담긴 변론 요지서를 보낼 테니 기억을 되살려 보라”고 말하는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작년 9월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재판부도 “위증 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창작과 편집, 조작의 산물” “검찰의 판타지 소설” “나치 괴벨스보다 더 악독한 괴물”이라고 했다. 증인이 위증을 자백하고 이 대표 음성까지 나왔는데 거꾸로 검찰이 조작했다고 공격한 것이다. 이 대표의 최대 치적이라던 대장동 비리에 대해 엉뚱하게 “윤석열 게이트”라고 주장했던 것과 다를 게 없다.
이 대표 주변엔 위증 교사 의혹이 유독 많다. 이 대표와 측근들은 “백현동 개발이 국토교통부의 협박 때문”이라고 허위 사실을 주장한 혐의로 기소되자 성남시 공무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국토부가 협박하지 않았느냐”고 거듭 물었다고 한다. 이 대표 주변 인사 2명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에서 증인에게 거짓 증언을 시킨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은 알리바이까지 조작했다. 대북 송금 사건에선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진술을 바꾸기 위해 별별 수를 다 썼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겐 휴대폰을 버리고 도피하라고 지시하고 감시용 변호사도 붙였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은 재판부에 탄원서 보내기 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말이 탄원이지 재판부에 대한 압박이나 다름없다. 민주당은 이 대표 사건 담당 검사에 대한 청문회를 2일 열겠다고 했다. 이 대표 처벌을 피하려고 역공세를 펴는 것이다. 아무리 적반하장이라지만 도가 지나치다.
조선일보 사설
10-02 李대표와 민주당, 결백하다면 조용히 선고 기다려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징역 2년이 구형된 데 이어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서 징역 3년이 구형되자 검찰과 사법 시스템에 대한 이 대표와 민주당의 공세가 거칠어진다. 4개 재판을 받는 이 대표의 선거법과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가 11월 15, 25일로 결정되면서 사법 리스크 현실화에 불안감이 고조된다는 방증이다.
지난 30일 위증교사 구형 재판 직후 이 대표는 “검사가 증거를 숨기거나 왜곡하고 심지어 조작도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당내 기구와 당직자 사이에서 “검찰이 나치 괴벨스보다 더 악독한 괴물” “창작과 편집, 조작의 산물” “판타지 소설” 등의 주장이 난무한다. 김병량 전 성남시장 전 수행비서의 증언과 녹취록을 보면 조작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이 대표는 “성남시와 KBS 간에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아가자는 협의가 있었다는 말을 해주면 재판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김진성 씨에게 여러 차례 “기억을 되살려 달라”고 채근했고, 증언 방향을 알려주는 변론요지서까지 보냈다.
민주당은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 탄핵소추 조사와 관련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 대표 유무죄는 법리와 증거로 법정에서 다툼으로써 법치와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 이런데도 수사 검사 고발을 검토하고 재판부에 탄원서 보내기 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국민도 판사도 바보가 아니다. 이런 행태는 도둑이 제 발 저린 것 아니냐는 심증만 굳힐 뿐이다. 이 대표가 진정 억울하고 무죄를 확신한다면 검찰과 법원을 겁박할 게 아니라 조용히 판결을 기다리는 게 옳다.
문화일보 사설
10-02 ‘위증교사’ 전말·핵심과 사법부 책무
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검찰이 지난달 3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는 양형기준상 최고형인데, 법원의 1심 선고공판은 11월 25일 열린다. 검찰의 이 대표에 대한 징역 3년 구형 이후 민주당은 ‘대선 후보 등록을 막기 위한 치졸한 공작’이라며 반발하고,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2일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서 총공세에 나선 모양새다.
이 대표는 2018년에 있었던 경기지사 민주당 후보 토론회에서 상대방 후보가 검사 사칭 전과 사실을 지적하자 자신은 누명을 쓴 것일 뿐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경쟁 후보는 도지사에 선출된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한 재판은 2019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진행됐다. 이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선고를 받은 이 대표는 대선 후보로 출마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정치적 생명을 이어오고 있다.
자신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재판의 방어를 위해 이 대표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했다. 그러면서 위증교사까지 했다는 정황이 수사기관에 포착됐다. 그 내용을 보자. 이 대표는 검사 사칭 사건 당시에 성남시장의 수행 비서였던 김모 씨에게 증언을 부탁했다. 자신을 검사 사칭으로 모함해서 처벌받게 해야 한다는 모의가 있었다는 진술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요청을 거부하는 김 씨에게 텔레그램으로 변론요지서를 보냈다. 이에 김 씨는 경지도지사 비서실장에게 두루뭉술한 진술서를 작성해서 보냈다. 그러자 비서실장은 당시 그러한 내용을 들었다고 명시적으로 표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틀 뒤에 이 대표는 김 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김 씨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자 이 대표는 다시 전화해서 증언을 요청했다. 결국 김 씨는 법정에 섰고, 이재명이 검사 사칭을 한 것으로 몰아가자는 내용의 협의가 있었다는 진술을 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무죄가 됐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도지사 직위를 상실하고, 향후 5년 이상 공직선거에 출마하지도 못하며, 선거비용 38억 원을 반환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김 씨는 처음에 위증 사실을 부인하다가 태도를 바꿔 허위 진술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이 대표의 전략은 최대한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모든 혐의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재판을 지연시킬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자신이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모든 사법적 위기에서 일시에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법원도 같은 사건을 1년간 단 한 차례의 공판도 없이 미루다가 판사가 자리를 옮기는 등 이 대표의 의도에 화답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국회 최다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를 에워싸고 전개되는 사법기관의 겉도는 모습을 보는 국민은 착잡하다. 또 한편으론, 막강한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 앞에서 사법기관이 맥을 못 추는 모습에 실망을 넘어 분노한다.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바닥나기 전에 기일에 맞춰 엄정한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 ‘선거법 위반 사건을 정해진 처리 기간(1∼3심 6·3·3개월) 내에 끝내 달라는 대법원의 권고가 아니더라도 1심 판결이 제대로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일보
10-02 민주 ‘11월 위기설’ 가속화… 분수령 맞는 ‘이재명 사법리스크’

이재명 1심 내달 2건 선고예정
민주 ‘최고형량 구형’ 강력 반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받고 있는 4건의 재판 가운데 2건이 오는 11월 열흘 간격으로 선고가 예정되면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분수령을 맞게 됐다. 무죄가 선고될 경우 이 대표의 당내 기반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지만,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판결이 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담당하는 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 한성진)와 ‘위증 교사’ 혐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 김동현)는 각각 선고기일을 내달 15일과 25일로 잡고 기록 검토 등 선고에 필요한 업무를 진행 중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이 대표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재직 당시 인지했는지가 첫 번째 쟁점이다. 검찰 측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함께 여행 간 사진 등을 증거로 제시했지만 이 대표는 ‘당시 김문기 씨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 쟁점은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에서 압박을 받았다는 주장의 사실 여부다. 이 내용이 거짓으로 판단될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 재판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위증교사 의혹의 경우는 위증 혐의를 받은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김진성 씨가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김 씨는 이미 위증을 인정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 모두 최고 형량을 구형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증교사 혐의 수사는 20여 년 전 사건을 끄집어내 최고형까지 구형하는 ‘선택적·짜깁기 수사’이자 ‘수사권 사유화’”라고 주장했다.
문화일보 정선형·나윤석 기자
10-02 한동훈측 “공격 사주 의혹, 심각한 해당 행위… 엄중 문책”

▲한동훈 표정이…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을 마치고 퇴장하면서 국민의힘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주호영 국회 부의장,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연합뉴스
■ 윤·한 갈등 점입가경
여의도연구원 대외비 자료
김씨 입수 배경 등 집중조사
친윤, 김씨 추천 배경 의혹 등
전면 부인하면서 신경전 격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일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한동훈을 치면 여사가 좋아하겠다”는 취지 발언이 담긴 녹취록과 관련해 진상조사를 지시하면서 한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간 갈등이 회복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외비인 여의도연구원 자료를 김 전 행정관이 좌파 유튜버에게 한 대표 공격 소재로 흘린 이후 김 전 행정관이 SGI서울보증 상근감사로 영전한 과정에서 친윤(친윤석열)계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이번 진상조사를 두고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계가 내부 분열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친한계 인사는 이날 문화일보 통화에서 “한 대표가 김 전 행정관 녹취가 담긴 서울의소리 유튜브 방송을 보고 다른 어떤 문제보다 굉장히 불쾌해했다”며 “(용산 출신 당원이) 좌파 유튜버와 편을 먹고 나를 공격한다는 게 말이 되는지 주변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 대표는 김 전 행정관이 전당대회 이후 SGI서울보증 상근감사 자리로 영전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주변에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당 윤리위원회를 통해 이 사안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과 친윤계는 진상조사와 관련해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김건희 여사와 김 전 행정관이 전혀 알지 못하는 관계이고, SGI서울보증 상근감사로 이동한 것도 당에서 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내에서는 ‘한 대표가 김 전 행정관의 녹취록 발언의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감정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당대회 당시 김 전 행정관이 나경원 캠프에서 활동한 것을 근거로, 대통령실이나 친윤계가 개입한 사건이 아니라는 반박도 나온다. 한 친윤계 의원은 “김 전 행정관이 나 후보를 위해 작업을 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당 지도부 내에서는 당 윤리위원회 구성을 통한 김 전 행정관에 대한 진상조사가 대통령실과 친윤계를 자극, 당정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전 행정관 녹취록 파문으로 당정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윤 대통령은 이날 한 대표를 제외한 추경호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와 만찬을 갖는다. ‘독대’ 논란으로 커진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불편한 관계가 ‘한동훈 패싱’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화일보 정선·염유섭·이은지 기자
10-02 신빙성 의심받는 ‘김대남 녹취록’
‘한동훈, 70억 들여 여론조사’관련
신지호 부총장 “정확히 18억
한동훈 관련 1회… 정치의식 조사”
김씨측 “풍문으로 들은 얘기”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야당 성향의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측과 통화한 내용을 담은 ‘김대남 5시간 녹취’에 일부 허위 사실이나 과장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2일 나타났다. 김 전 행정관도 “풍문으로 들은 얘기였다”고 밝혀 녹취 전반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은 김 전 행정관의 총선 당시 국민의힘 여론조사 내용을 입수한 경위와 발언의 사실 여부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 내용이 대외비인 만큼 당시 당 핵심 라인이 아니었던 김 전 행정관이 입수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일부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발언했다는 것이다.
실제 김 전 행정관은 녹취록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당비 70억 원을 들여 여론 조사를 진행했고 이 중 2회를 차기 대선을 위한 개인 이미지 조사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이 파악한 사실은 이와 다르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채널A 라디오에 출연해 “총선 때 여론조사 비용은 정확히 18억 원이었다”고 반박했다. 한 대표와 관련한 여론 조사도 1회에 불과했고 2030세대 정치 의식 조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행정관 변호인은 “김 전 행정관이 그냥 풍문으로 들은 것이라 크게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김 전 행정관이 대통령실 근무 당시 보수 시민단체를 통해 특정 언론인들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내에선 “있을 수 없는 얘기”라는 반응이다. 한 대통령실 행정관은 “행정관 업무에 그런 내용이 없고, 행정관급이 단독으로 행동을 할 수도 없는 사안들”이라고 했다.
김 전 행정관은 녹취록 속에서 김 여사와 관련된 공천 개입 의혹 등 언급을 수차례 했지만, 실제로 김 여사와는 일면식이 없으며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채용도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신 부총장이 당시 조직 담당인 강승규 의원에게 소개해 이뤄졌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이후 김 전 행정관은 강승규 당시 시민사회수석 밑에서 일하다 지난해 말 총선 도전을 위해 대통령실에서 사직했다. 총선이 끝난 후에는 최대 연봉 3억 원에 달하는 SGI서울보증 상근감사위원에 임명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전 행정관의 재취업에 대해 “여당에서 추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10.04 범죄인 위한 로펌이 된 국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재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대북 송금 사건 담당 검사(박상용) 탄핵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검찰의 허위 진술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고 일방적 주장을 폈다. 이씨는 “검찰이 갈비탕과 짜장면, 연어 등으로 회유했고 ‘진술 세미나’를 반복했다”고 했다.
이씨는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해 수차례 진술을 바꿔왔다. 1심 재판부도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사실 확인도 없이 이씨 뜻대로 말할 기회를 주고 전 국민에 생중계되도록 했다. 국회 법사위가 이씨 개인 로펌이 돼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구속 재판 중인 피고인을 국회 청문회에 불러내는 일부터가 이례적이다. 더구나 국회에서 자기 혐의에 대해 일방적으로 변명할 기회를 주는 것은 법 원칙에 어긋난다. 범죄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야 한다. 그런데 국회가 사법부의 역할을 사실상 대신했다. 삼권분립에 어긋날 뿐 아니라 국회가 사실상 법원의 상급심 역할을 한 것이다.
이씨는 ‘검사 술자리 회유’ 주장을 펴다 그와 어긋나는 증거가 제시되면 음주 일시·장소뿐 아니라 음주 여부까지 말을 바꿨다. 그는 “내 책임을 줄이려 (이재명 대표에게 방북을 보고했다고) 허위 진술을 했다가 이 대표가 구속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증언을 바꿨다”고 했다. 유불리에 따라 수시로 증언을 바꿨다고 털어놓은 셈이다. 김성태 쌍방울 회장 등 다른 관련자는 모두 이씨와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
이런 이씨의 앞뒤 안 맞는 진술을 유도해 낸 것은 민주당과 이 대표 측근 인사들이었다. 이씨 아내는 법정에서 남편에게 “정신 차리라”고 소리쳤고 변호인을 일방 교체했다. 이씨 옥중 편지와 면회 녹음을 공개하고 감시 변호사를 통해 이씨 재판 자료를 유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재판부를 비판하며 기피 신청을 하고 재판도 지연하려 했다. 검찰을 수사하는 특검법을 내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무수히 벌어졌다. 이 모든 게 이 대표 비리 방탄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그런데 이젠 국회 법사위까지 범죄 피고인을 위한 로펌으로 만들려 한다.
조선일보 사설
10.04 모두가 알고 모두가 눈감는 '金 여사 문제'
한자리씩 하는 與 인사들
앉으면 '여사 문제'로 한숨
정작 直言하는 이 없어
이게 '10월 위기설'의 본질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참모들은 윤 대통령이 탄핵 당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한다. 2016년 탄핵 국면을 반추하면 윤 대통령 탄핵 소추는 여당 분열을 전제로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진영이 초토화되는 걸 지켜봤던 여당 의원들이 결코 같은 선택을 되풀이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권의 많은 인사도 같은 얘기를 한다. 윤 대통령에 대해 답답해하면서도 보수가 만든 대통령을 두 번씩이나 탄핵당하게 할 순 없다고 했다. 제3자 관점의 분석이 아니라 의지가 담긴 말이었다.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서도 같은 생각이 읽힌다.
더불어민주당 쪽은 다른 각도에서 ‘탄핵’에 부정적인 기류다. “이대로 가면 집권이 확실한데 대통령 탄핵이라는 혼란과 변수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라는 속내를 내비친다. 절차적으로도 대통령 탄핵은 여당 의원들을 이탈시켜 200석 이상의 탄핵 소추안 가결 의석을 확보해야 할 뿐 아니라,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배 행위’가 있어야 한다.
야권 일각에서는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무마 의혹’을 거론하지만 이에 대한 공수처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여당 의원들도 해병대원 특검법 재표결에 찬성표를 던질 생각이 없다. 연말까지 민주노총과 농민단체, 좌파 단체들의 총궐기대회가 줄줄이 열리겠지만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는 거리를 두고 있다. 물론 내달 예정된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라는 변수는 있다.
보수진영의 한숨이 점점 깊어지는 이유는 윤 대통령이 탄핵은 아니라더라도 탄핵에 준하는 수준으로 남은 임기 내내 몰릴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하나의 문제로 모인다.
검찰은 지난 2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무혐의 처분했다. 대통령 직무와 관련이 없고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였다. 법리적으로 맞더라도 민심은 그렇지 않다. 한 고위 공직자의 아내는 남편에게 “내가 명품백을 받았으면 당신은 나보고 뭐라고 했을까”라고 했다고 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처분도 남았다.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최근 김 여사에게 불리한 정황들이 기사화되고 있다. 거의가 문재인 정부 때 친문 검사들이 수사했을 때 확보했던 내용들이다. 당시 문재인 검찰이 김 여사를 공범으로 기소하지 못했던 것은, 말 그대로 ‘정황’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 그 ‘정황’에 대해 김 여사 측 소명을 믿지 않는 일반인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김 여사에 대한 야권과 좌파의 공격은 집요했다. 과장과 악의적 왜곡으로 얼룩졌지만 김 여사가 꼬투리를 잡힌 것도 있다. 대선 기간에는 좌파 유튜브매체 ‘서울의소리’ 측과 나눈 ‘7시간 통화 녹취록’ 내용이 공개됐고, 최근에는 선거 브로커와 국회의원 공천과 관련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보도되고 있다.
국정에 투입되어야 할 대통령실 기능의 일부가 김 여사 문제에 소진되는 악순환은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시작됐다. 그럼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지금은 윤 대통령이 완수하려고 하는 의료·노동·연금·교육 개혁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수준까지 왔다.
이 정부에서 한 자리씩 맡은 사람들은 사석(私席)에서만 김 여사 문제를 걱정하는 것 같다. “제2부속실 설치는 왜 이렇게 늦어지는 거냐”, “대통령 비서실장은 도대체 뭐 하는 거냐” “(나 빼고) 누군가 대통령에게 직언(直言)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눈을 감는다. 쓴소리하면 밀어내는 용산에 팔할의 책임이 있겠지만, 이것이 대통령실을 둘러싼 현실이다. ‘10월 위기설’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조선일보 최재혁 기자
10-04 ‘판도라 상자’ 명태균·김대남 녹취록
이철호 논설고문
사방으로 유탄 튀는 金 녹취록
맞춤형 여론조사 의혹도 심각
여론 왜곡은 최악의 선거 부정
용산의 “개인 허풍” 해명 옹색
김건희특검법 재표결 앞두고
韓 따돌리기로 내분만 키우나
명태균 사건은 겉으론 공천 개입이 문제지만, 진짜 악성 종양은 여론조사 조작이다. 명 씨의 미래한국연구소와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개입한 지난 대선 여론조사들은 보수 신문조차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너무 높게 나온다”고 의심할 정도였다. 그 마법 밑에는 과도하게 높게 잡은 유선전화 비율이 교묘히 숨어 있었다. 2022년 1월에는 “같은 날 조사인데 다른 쪽의 1.5%포인트 격차와 달리 PNR은 윤 후보가 10%포인트나 앞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명 씨가 김영선 전 의원의 세비 절반을 뜯어간 ‘반띵’의 뿌리도 여론조사에서 비롯됐다. 경남도민일보에 따르면, 2020년 1월과 2월 미래한국연구소와 PNR의 경남 창원시 진해 여론조사에서 느닷없이 김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이기고, 당내 지지도 1위를 차지했다. 맞춤형 조사 의혹이 퍼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미래통합당은 그를 예선 탈락시키고,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원석 전 창원시의회 의장의 경선을 통해 이 전 장관을 공천했다.
2022년 경기지사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김은혜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이 출마하자마자 4월 11일 지지율 21.5%로 단박에 김동연(21%)·유승민(18%)을 제치고 1위를 한 것도 PNR 조사였다. 5월 2일 최종 조사에서도 김은혜 후보의 7.9%포인트 압도적 승리를 예상했다가 빗나갔다. 당시에도 언론들은 “판세가 헷갈릴 정도로 너무 튄다”며 조작 가능성을 의심했다. 지난주에 와서야 PNR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누군가가 작업하지 않았으면 우리처럼 작은 회사의 조사가 그렇게까지 붐업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그것으로 다시 유리한 여론을 만든다면 악성 부정 선거 아닌가.
서울의소리도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5시간짜리 녹취록을 하나씩 폭로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이철규를 통해 공천에 관여했다”는 1편 공천 개입에 이어 “한동훈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는 2편 당무 개입도 폭발력이 엄청났다. ‘한동훈 공격 사주’에다 ‘연봉 3억 원 감사, 내가 골라 갔다’는 낙하산 의혹까지 사방으로 유탄이 튀고 있다. “개인의 근거 없는 허풍”이라는 대통령실 해명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여권은 자중지란이다. 격앙된 한동훈 대표와 친한 그룹은 수사와 배후 색출을 외친다. 이 와중에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빼고 원내대표단과 만찬을 했다. 어처구니없는 정무적 판단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특검법이 채상병특검법 재표결 때와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의문이다. 당시 여당에는 보수 정치권이 두 쪽 나고 탄핵의 빌미를 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지배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은 여당 의원 108명에게 1000통 이상의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4명이 이탈했다. 이번에 부결되면 야당은 내용을 조금 바꿔 또 특검법을 발의할 게 분명하다.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이미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 서범수 사무총장, 김상훈 정책위의장, 비서실장인 박정하, 전 비서실장인 김형동, 한지아 수석대변인, 박정훈·고동진·김상욱 등 공개적으로 친한계로 분류되는 의원이 10명이 넘는다. 전당대회 때 한동훈 캠프에 보좌진을 파견한 송석준·배현진·김소희·김위상 의원 등 우호세력도 적지 않다. 김재섭·김용태 의원 등 수도권 소장파 역시 “의원들의 침묵을 동조로 착각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은 재표결을 앞두고 출장 자제령까지 내리며 ‘단일 대오’를 압박 중이다. 한 대표 역시 “이번에도 부결하는 게 맞다”고 했다. 하지만 ‘특검법 찬성 65%-반대 24%’의 여론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검찰의 명품백 무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서 성긴 듯하지만,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가 민심이다. 찬성 여론이 58%나 되는 영남권 의원마저 “어쩌면 이번 부결이 마지막”이라며 고민하는 눈치다. ‘윤·한 투톱 갈등’ 속에 무기명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이번에는 정진석 실장과 홍 수석이 얼마나 전화통에 매달려야 할지 궁금하다. 이번에 간신히 부결시켜도 다음번엔 어쩔 건가. 명태균·김대남 녹취록이 판도라 상자를 열어젖히고 있다.

문화일보
10.04 21세기에 ‘자유당 선거’ 재현 중인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난 2일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전남 영광 군수 후보들과 함께 군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영광·곡성서 이재명 “100만원”, 조국 “1000만원”
현실성도 없고 돈으로 표 사자는 국민 무시일 뿐
10·16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선거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과열 경쟁으로 급속히 혼탁해지고 있다. 양당은 ‘매표형 공약’도 서슴지 않아 한국 정치의 수준을 자유당 시절 고무신·막걸리를 뿌리던 선거로 되돌렸다는 개탄까지 나온다. 이번 재선거는 기초단체장 선거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호남 민심 쟁탈전이 되면서 모두 사생결단의 형국이 됐다.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표는 영광에 내려가 군민 1인당 1년에 100만원씩의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곡성군민에겐 매년 1인당 5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혁신당 장현 영광군수 후보는 당선 시 행복지원금 1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받아쳤다. 마치 포커판의 레이즈처럼 이 대표가 내건 100만원에 20만원을 더 얹은 것이다. 한술 더 떠 조국 대표는 신재생에너지로 생긴 이익을 재원으로 삼아 영광군민에게 매년 1인당 10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약속은 달콤하지만, 과연 실현 가능성은 어떨까.
올해 5월 기준으로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에서 영광은 163위(11.7%)고 곡성은 172위(9.3%)에 불과하다. 영광 인구가 5만1000여 명이니 1년에 100만원씩 지급하려면 매년 510억원이 필요하다. 도대체 그 돈이 어디서 나나. 지난해 영광의 전체 세입 9609억원 중 지방세 등 자체 수입은 972억원에 불과했다. 결국 기존 사업을 대폭 줄이든가, 중앙정부에 손을 더 벌리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100만원도 무리인데 조국 대표가 말한 1000만원은 논할 가치조차 없다.
조금만 따져봐도 허풍으로 들통날 수준의 공약을 제1, 2야당의 대표들이 마구 던지고 있다. 유권자를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해당 군민들에게도 모욕일 뿐이다. 자신들이 입만 열면 떠들었던 ‘민주주의’의 정체가 과연 이런 것이었나.
외지의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도 참전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영광 쌀 구매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반드시 자신이 민주당 당원임을 밝힌 뒤에 쌀을 구매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쌀 구매로 민주당 후보를 홍보하겠단 것인데, 이에 대해 조국당은 공짜 커피로 맞서고 있다. 조국당은 영광·곡성에서 ‘꾹다방’이란 이동식 카페를 운영 중인데, 주민들에게 커피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1000원 이하의 음료 제공은 허용된다는 선거법 조항을 활용한 것이지만, 일부 민주당 지지층은 반발하고 있다. 코미디 같은 양상이다.
보다 못한 김부겸 전 총리는 “해당 지역 국민들이 그렇게 만만히 보이냐”고 싸잡아 비판했다. 이·조 대표 모두 사법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이번 재선거 승리가 더욱 간절할지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의 품격과 원칙은 지키기를 촉구한다.
중앙일보 사설
10.04 김건희 특검법 간신히 막은 與…'4표 이탈'에 "간담 서늘했다"
한숨은 돌렸지만 고민거리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부결되며 자동폐기 됐는데도 국민의힘에선 언제까지 이같은 단일대오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상당했다.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개정안'에 대한 개표 결과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전달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은 재적 300명 중 찬성 194표, 반대 104표, 기권 1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함께 진행된 순직해병 특검법 재표결 역시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2표로 자동폐기됐다. 재의결이 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정족수인 200표에 찬성이 각 6표씩 부족했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 전원인 108명이 ‘반대 당론’을 정한 뒤 표결에 참여했지만, 두 법안 모두 4명이 찬성이나 기권, 혹은 무효표를 던지며 대열에서 이탈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당 의원 가운데 8명이 이탈하면 대통령 거부권도 무력화될 수 있는 여소야대 의석 구조에서 국민의힘 표 단속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표결 뒤 취재진과 만나 “총의를 바탕으로 한 표결로 재의 요구된 법안을 부결시켰다는 데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당의) 단일대오는 여전히 확고히 유지되고 또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에선 “간담이 서늘했다”(초선 의원)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일부 이탈표가 예상됐던 순직해병 특검과 달리, 김건희 특검법에서 나온 4명 이탈표에 대한 당내 설왕설래는 적지 않았다. 원내지도부가 조를 짜서 개별 의원을 접촉하며 표 단속을 했고, 한동훈 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해 “민주당이 마음대로 골라서 전횡할 수 있는 내용의 이런 법이 통과되면 사법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기에 막아내야 한다”며 반대 당론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선 또다시 김건희 특검법이 발의될 경우 그땐 부결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란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사그라지기는커녕 갈수록 확산하는 김건희 리스크 때문”이란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명품백 수수 의혹을 비롯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공천 개입 의혹, 김대남 공격사주 의혹 등 여권을 향해 제기되는 야권 공세 대부분에 김 여사의 이름이 오르내린다”며 “20%대 여권 지지율은 전통 지지층까지 돌아섰다는 위험 신호”라고 했다.
여기에 갈수록 증폭되는 ‘윤ㆍ한 갈등’ 역시 여권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이날 한 대표는 특검 통과엔 반대하면서도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국민과 언론이 주목하고 있고, (김 여사와 관련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당내외 의견이 많은 건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친한계에선 “다음부턴 상황이 어떻게 될진 지켜봐야 할 것 같다”(정성국 의원)는 언급도 나온다.
중립 성향 의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본회의 표결 뒤 취재진과 만난 안철수 의원은 “원래 국민께서는 정치인에게 법만 지키면 되는 게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도덕적인 것을 요구하지 않나”라며 “비록 검찰에서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고 기소하지 않더라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국민이 생각하시면 그건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재섭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탄핵의 문을 열지 않기 위해서라도 김 여사의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묘한 상황 속에 한 대표와 친한계 성향의 국민의힘 의원 18명은 6일 회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오래 전에 잡힌 약속”이라고 전했다.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여권의 위기의식은 야당엔 호재가 됐다. 민주당은 오는 10월 국정감사를 이른바 ‘김건희 국감’으로 치른 뒤 11월에 특검법을 재발의한다는 계획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김건희 한명 지키려다 전체 보수 세력을 궤멸시키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에서 ‘김건희 가족 비리 국정농단 규명 심판 본부’ 설치도 의결했다. 김 여사 관련 공세를 진두지휘할 사실상의 컨트롤 타워를 세운 셈이다. 친명계 김민석 최고위원이 본부장을 맡는다. 또 ‘탄핵의 밤’ 행사를 국회에서 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한 강득구 의원을 비롯해 김현·이수진·장경태·김성회·양문석 의원 등 9명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10.05 '김 여사 특검법' 무한 반복의 끝은 뭔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개정안'에 대한 개표 결과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전달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4일 국회 재의결에서 다시 부결됐다.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김 여사 특검법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국회 재투표에서 부결된 것은 두 번째다. 민주당은 이날 김 여사 특검법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했다. 특검법 강행, 거부권, 재투표의 정쟁 악순환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이날 “특검법안 자체에 대한 위헌성 때문에 양심상 거부했지만 김 여사 문제는 심각하다”고 했다. 지금 김 여사는 기존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기업 후원, 명품 백 수수 외에도 인사·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공천과 관련해 김 여사와 주변 인물이 주고받은 메시지와 녹취록 등이 공개되고 있다. 이날 국회 재표결에서 김 여사와 해병대원 특검법은 찬성 194표, 반대 104표, 기권 1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108석인 국민의힘이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반대가 104표에 그친 만큼 적어도 4명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8명이 이탈하면 김 여사 특검법은 국회 재의결 문턱을 넘게 된다. 대통령 거부권으로도 막을 수가 없다.
여권 내에선 ‘다음 재표결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민주당이 현재 ‘김 여사 특검법’의 독소 조항을 빼고 특검법을 추진한다면 여당 내 이탈표가 더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사실상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도록 했는데 특검 수사의 공정성을 애초 기대할 수 없게 만드는 조항이다. 특검은 보통 여야 합의로 해왔다. 둘 중 어느 한쪽의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일수록 합의가 중요하다. ‘민주당 특검’의 수사 결과는 또 다른 분란을 낳을 것이다. 김 여사 관련이면 뭐든 수사할 수 있다는 내용도 문제가 많다. 혐의가 아니라 사람을 찍어서 털겠다는 것은 법이 아니라 린치다.
민주당 특검안이 법리에 안 맞지만 김 여사 특검 찬성 여론은 60~70%에 이르고 있다. 국민 의문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야당의 ‘정치 공세’라며 거부권·당론 부결만을 외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김건희 한 사람 지키려다 전체 보수를 궤멸시키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재명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온갖 무도한 일을 다 하는 민주당이 할 말은 아니지만, 그 말의 내용 자체는 맞는다고 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05 '금투세 유예'로 석 달간 혼란만 일으킨 민주당

▲지난 9월 2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토론회 :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에서 시행팀과 유예팀 의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4일 의원총회에서 내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여부를 당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했다. 석 달 넘게 내부 논란만 벌이다 결국 이재명 대표에게 넘긴 것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수차례 유예 입장을 밝혀왔고 유예·폐지 여론도 50%를 넘는다. 결론이 뻔한 상태에서 시간을 끌어 혼란만 키운 셈이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금투세 시행 시기를 고민해 봐야 한다”며 유예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금투세는 주식·채권 등 금융 투자로 얻은 5000만원 초과 수익에 대해 22%의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2020년 민주당 주도로 법이 통과됐고 여야 합의로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미뤘다.
이 대표의 입장 선회는 올 초 윤석열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공언한 것이 계기였다. 1400만명에 달하는 개미 투자자들은 정부의 방침을 환영했다. 표심에 민감한 이 대표는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할 경우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유예’로 선회한 것인데 당내 강경파들이 반대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은 “거액 자산가들에 대한 특혜”라고 했다.
이 대표는 “금투세 공제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린 뒤 시행하자” “자본시장 구조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민주당이 오락가락하자 투자자들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경기 침체 우려와 반도체 경기 피크론 등으로 하락하던 국내 증시는 금투세 악재까지 겹쳐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금투세는 이렇게 시간 끌 일이 아니다. 유예든 시행이든 빨리 결론을 내렸어야 했다. 시장과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내심 금투세 유예 방침을 정하고도 당 안팎의 여론을 떠보느라 시간을 보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에 투자하면 된다”고 했다. 증시는 혼란에 빠지고 개미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지금 한국 증시는 주가 상승률이 전쟁 중인 이스라엘 증시보다 못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밸류업(기업 가치 상승)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감으로 글로벌 ‘왕따’가 되고 있다. 미국 주식으로 갈아타는 ‘주식 이민’ 현상도 두드러진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최대한 빨리 금투세 입장을 정해야 한다. 그게 국회를 장악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정당의 책임감이다.
조선일보 사설
10.07 원인 제공 국회의원 놔두고 공무원들만 징계

▲부산에서 신원 미상 남성에게 피습을 당한 이재명 대표가 지난 1월 2일 서울 노들섬에 헬기를 타고 도착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부산에서 피습돼 부산대병원에서 응급 처치를 받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119 응급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 관여한 의료진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부산대병원은 지난주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서울대병원도 조만간 인사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지난 7월 이 사건의 청탁·특혜 여부를 조사한 국민권익위가 국립대 소속인 이들 의사와 소방본부 직원들이 ‘특정인에게 특혜를 줘선 안 된다’는 공무원 행동 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권익위는 이 대표 이송을 요청한 민주당 의원에 대해선 강령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종결’ 처분했다. 애초 이송 요청은 민주당이 했는데 의사와 공무원들만 징계를 받게 된 것이다.
공무원 신분인 의사도 공직자가 준수해야 할 지침을 어겼다면 상응한 징계를 받아야 한다. 권익위는 부산대병원 의사는 권한이 없는데도 헬기 이송을 요청했고, 서울대병원 의사는 병원 전원(轉院) 매뉴얼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애초 부산대병원 의료진은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이송을 반대했다. 환자 상태가 위중하면 그 지역의 상급 종합병원에서 수술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당시 휴무 중이던 다른 부산대병원 의사가 소방본부와의 구급 핫라인을 이용해 응급 헬기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거대 야당의 요청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정작 특혜를 요구한 사람들은 다 빠지고 전원 요구에 응한 의사들만 징계하겠다고 한다. 누가 납득하겠나.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생긴 것은 공무원 행동 강령 적용 대상에 국회의원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 강령은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라 공직자가 준수해야 하는 윤리 규정으로, 공무원뿐 아니라 공직 유관 단체 임직원에게도 적용된다. 국회 사무처 직원도 대상이다. 그런데 어느 공무원보다 많은 특혜와 특권을 누리는 국회의원만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회는 공무원 행동 강령 대상에 의원들이 포함되도록 관련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0.07 李 방탄용 '대통령 탄핵' 국민이 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고 대의정치”라고 말했다. “징치(懲治·징계하여 다스림)해도 안 되면 끌어내려야 한다”고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일반론”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것임은 누가 봐도 분명했다. 그동안 민주당 일부 강성 의원들이 언급하던 ‘대통령 탄핵’을 결국 이 대표까지 들고 나왔다.
이 대표가 탄핵을 꺼내들려는 것은 자신의 사법 리스크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는 11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고, 그중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은 다음 달 중 1심 선고가 나온다. 만약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판결이 확정된다면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그래서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중도 퇴진시키고 대선을 앞당기려 한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이 대표까지 자기 입으로 탄핵을 암시하면서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이 대표 방탄용으로 탄핵을 남발하는 폭주를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이정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을 시작으로 이 대표 수사를 맡은 검사들을 탄핵으로 압박해 왔다. 헌법재판소가 이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심판을 기각한 후에도 대장동 사건 등을 수사한 검사 3명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달 이 대표가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판사 탄핵을 하겠다는 말도 당내에서 나온다. 아주 엄격하게 쓰여야 할 헌법상 탄핵 제도를 이 대표 한 사람의 사법 리스크 방어에 쓰고 있다.
민주당도 이 대표 발언이 지나치다 싶었는지 “대의 민주주의 일반 원리를 말했을 뿐” ”윤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거나 그 방향으로 뜻을 모으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직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경우 국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좌파 단체들이 주관한 ‘윤석열 퇴진 집회’에 추미애 전 법무장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인 강위원 더민주혁신회의 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탄핵 발의를 준비하는 모임’을 결성하고, 어떤 의원은 좌파 단체들의 ‘탄핵의 밤’ 행사를 국회에서 열어 주기도 했다. 탄핵 수위를 계속 높이며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으려 하고 있다.
탄핵은 고위 공직자가 헌법과 법률을 어기며 권력을 남용하는 비상한 상황을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이 제도가 특정 정치인의 위법 혐의를 수사·처벌하지 못하도록 막는 데 쓰이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탄핵 제도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남용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07 尹 끌어내리자는 李, 사법 방해 중단하는 게 민주주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끌어내려야” 연설은 여러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파면할 정도의 중대하고 구체적인 위헌·불법 사실을 적시하지 않은 채 대통령 탄핵을 선동하는 무책임 정치로 비치는 것은 물론, 정작 자신의 사법 리스크 방탄을 노린 삼권분립 훼손이 더 심각하다는 점에서 적반하장 성격도 강하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고 대의정치”라고 했다.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것임은 자명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SNS에 군주민수(君舟民水)라고 쓴 데 이어 한 발 더 나갔다.
헌법 제65조에 따르면 국회는 고위 공직자에 대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의 위반’일 경우 탄핵을 소추할 수 있도록 했다. 노무현·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졌고,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인용 결정으로 파면됐다. 지금 윤 대통령은 여러 논란과 어려움에 봉착해 있지만, 야당 대표가 탄핵을 운운할 정도와는 거리가 멀다. 이 대표 발언 이후 당직자들이 “일반론”이라며 선을 긋고 나선 것도 그런 사정 때문일 것이다.
더 기막힌 일은, 정작 민주주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행태는 민주당에서 일상화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업무 이틀 만에 탄핵소추한 것이나, 이 대표 수사를 했던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를 겁박하는 것이야말로 사법 방해와 다름없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이정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각된 바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수사하고 있는 검찰을 찾아가 항의 시위를 벌인다. 이젠 이 대표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에 탄원서 보내기 운동을 벌인다. 판사 탄핵 목소리도 커진다.
이 대표 발언은 자신에 대한 1심 선고가 다음 달 예정된 데 따른 초조감의 발로로 보인다. 유죄 판결 가능성에 대비한 지지층 결집용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이 대표는 검찰과 법원을 겁박하지 말고 조용히 판결을 기다렸다가 승복하는 게 옳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올바른 자세다.
문화일보 사설
10-07 윤·한 순망치한(脣亡齒寒)
조성진 정치부 차장
여권 내부 갈등이 악화일로다. 8월 말 의료대란 해법 등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이 재발화했고,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 회동이 연기됐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여당 연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추석 연휴를 지나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만났지만, 안 만난 것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를 두고 옥신각신하면서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분란 소지만 키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튜브 ‘서울의 소리’에 한 대표 공격을 사주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한 대표의 독대 요구를 거부한 윤 대통령이 여당 원내 지도부를 대통령실로 불러 만찬을 한 것도 ‘한동훈 패싱’ 논란을 낳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만찬 회동을 한 다음 날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윤 대통령은 아직도 한 대표를 옛날 검찰 때 데리고 있던 부하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첫 번째 독대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는데 두 번째 독대라고 수용하겠나”라며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감정의 골이 굉장히 깊어진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사실 올해 1월 이관섭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지지 철회’를 전했을 때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됐다. 여전히 말 안 듣는, 혹은 배신한 부하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한 대표는 ‘관계’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는 전당대회 당시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친소 관계가 공적인 영역에 영향을 주는 것을 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는 “개인 간 문제가 뭐 그리 중요한가”라고 했고, 사석에서도 “일이 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고 대통령과 여당 대표라는 공적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제는 틀어진 관계 속에서 ‘일’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있다. 의료 문제 등 현안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공허한 주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권이 처한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끊임없이 윤 대통령 및 여권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일반 증인 중 절반 이상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인물일 정도로 야당의 공세는 갈수록 집요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가짜뉴스’로 치부하지만,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다수다. 지금까지는 ‘탄핵’이 야권 지지층을 고려한 정치적 수사 성격이 더 강했지만, 점차 현실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정치 시나리오가 되고 있다. 2016년과 비교하며 ‘10월 위기론’이 거론되는 이유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여당 대표와 반목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여당 대표에게 미래가 있을까. 답은 ‘난망(難望)’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고사성어를 두 사람만 모르고 있는 듯하다.

문화일보
10-07 “좌파에 진심” 정유라, ‘우회전 차로서 좌회전’ 한 문다혜 조롱

▲연합뉴스, 뉴시스
정유라 씨가 음주운전 사고를 낸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를 겨냥해 "법을 어길지언정 절대 우회전은 안 하겠다는 문다혜 정신"이라고 지적했다. 앞선 지난 5일 새벽 다혜 씨가 만취 상태로 운전하며 우회전 차로에서 좌회전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조롱으로 해석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씨는 정 씨는 다혜 씨가 사고 전 우회전 차로에서 좌회전하는 장면 등이 포착된 CCTV가 공개되자 "생각보다 좌파에 진심이었을지도, 만취해도 절대로 우회전은 안 하는 정신, 저게 바로 참된 진영 정신이다. 나도 오늘부터 좌회전 안 하고 P턴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씨는 또 "문재인이 (음주운전은) 초범부터 엄벌하라고 했다. 이건 지팔 지꼰(자기 팔자 자기가 꼰다)도 아니고, 지딸 지꼰인건가"라며 "그래도 이 부녀는 언행일치는 되네. 문재인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 문다혜는 막가자는 거지? 영부인 보고는 살인자라더니 여기에 대고는 할 말 없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 씨는 야권 지지자로 추정되는 일부 네티즌들이 다혜 씨를 옹호하는 의견을 낸 반응들을 캡처해 공유하기도 했다. 그가 공유한 사진에 따르면 이들은 "원래 이태원에서는 새벽 3시에는 음주 단속을 잘 안 하는데, 조작된 것 같다" "미행에 당한 것 같다. 요즘 워낙 스트레스 많이 받는 상황이라, 24시간 미행하다 건수 잡아 적발한 것" 등의 반응이었다.
한편 다혜 씨는 지난 5일 오전 2시 51분쯤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에서 차선을 변경하다 뒤따라오던 택시와 부딪혔다. 경찰 음주 측정 결과 문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로 면허 취소(0.08% 이상)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택시 기사는 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일보 임정환 기자
10-07 [속보]‘한동훈 공격사주 의혹’ 김대남, SGI 감사직 사퇴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공격 사주’ 의혹을 받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SGI서울보증의 상근감사위원 자리에서 사퇴했다.
김 전 행정관은 7일 오전 서울보증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행정관은 자신에 대한 논란이 계속 확산되자 이를 버티지 못하고 사임 카드를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녹취에서 김 전 행정관은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 후보를)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한 대표에 대한 공격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또 김 전 행정관의 서울보증 상근감사위원 임명 특혜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대통령실 내에서도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의혹이 계속 확산하자 김 전 행정관을 향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이뤄졌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 당원이었던 김 전 행정관의 공격 사주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 지시를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1시 윤리위원회를 소집하고 김 전 행정관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에 착수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국정감사 현장에 김 전 행정관을 증인으로 불렀다.
문화일보 임정환 기자
10-08 명태균·김대남 파문 점입가경… 용산이 제대로 해명해야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둘러싸고 긴가민가 떠돌던 정치권 풍문들이 형체를 갖춰가고 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만났거나 접촉했던 당사자들이 폭로성 주장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여전히 허위와 사실을 분간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지만, 방치하면 파문이 어디로 번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공천·당무 개입, 불법 여론조사, 용산 십상시 등 대중의 관심을 끌 자극적인 내용이 많고, 야당은 국정감사에 관련자들을 불러 확전시킬 태세다. 심지어 노골적으로 하야·탄핵 운운하며 겁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산·경남 지역의 정치 컨설턴트로 활동했던 명태균 씨는 연일 윤 대통령 부부와의 밀접한 관계를 과시하며 대선과 총선 공천에 개입한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명 씨는 지난 4·10 총선 당시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과정에서 김 여사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한 바 있다. 2022년 대선 당시엔 윤 후보의 서초동 자택을 수시로 방문했으며,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총리로 천거했다고도 했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에도 기여했음을 과시했으며, 실제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입당에 앞서 이준석 당시 대표와 만날 때 배석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명 씨가 운영하는 업체에서 대선 기간에 50회 여론조사를 의뢰해 공표한 것에 대한 불법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2022년 6월 창원 성산 보궐선거 때 김 전 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도 알려진 명 씨는 김 전 의원으로부터 세비의 절반을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공천 대가로 김 전 의원이 9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명 씨는 소환 조사를 받게 되면 검사에게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라고 되묻겠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녹취록 파문도 점입가경이다. 한동훈 대표에 대한 ‘공격 사주’가 드러나면서 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에서 사퇴한 김 씨는 서울의소리 기자에게 “용산엔 십상시 같은 몇 사람이 있다“면서 “(김 여사가) 자기보다 어린 애들을 갖고 쥐었다 폈다 하며 시켜먹는다”고 했다. 대표 경선 당시 반(反)한동훈 여론 작업을 위해 대통령실이 보수단체를 불렀다는 주장도 했다. 마냥 일축하고 넘길 단계가 지났다. 여당인 국민의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이 시급하다. 선거 와중에 부적절한 만남이 있었다면 깨끗이 사과하면 된다.
문화일보 사설
10.08 대통령 부부와의 대화가 이렇게 마구 노출되는 정권도 있었나

▲체코를 공식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9월 19일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가깝다는 명태균씨가 대통령 부부와 나눈 대화·메시지를 연일 공개하고 있다. 최근 방송에서 국회의원 공천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해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부채질하더니 5일 인터뷰에선 대선 당시 윤 후보 자택을 수시로 방문해 정치적 조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가족들(윤 대통령과 김 여사)을 앉혀 놓고 총리 천거를 했다” “(김 여사에게) 같은 일을 3명에게 시키라고 조언했다”고 했다. 대통령 부부의 멘토라도 되는 듯한 언행을 하고 있는데 대통령실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명씨는 정치권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여론조사 기관 운영자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준석 의원이 윤석열 대선 후보와 만날 때 명씨가 배석한 적이 있다고 했고 일부 의원도 그를 ‘선거 브로커’로 언급하는 것을 볼 때 물밑 정치권에서 나름 활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선 같은 선거 국면에선 득표 아이디어가 있다는 인물이 속출하기 마련이고 후보 입장에선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든 만나보고 싶기 마련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이런 사람들의 얘기를 듣곤 했다.
그러나 명씨처럼 대통령 부부와 주고받은 대화·메시지를 과시하듯 공개한 경우는 없었다. 명씨는 윤 대통령이 자신을 ‘명 박사’로 부른 이유를 “모든 걸 다 알고 모든 걸 해결하고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을 리 없다. 만약 그렇다면 윤 대통령 부부가 지금 이렇게 곤경에 처해있지 않을 것이다. 명씨 같은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 부부와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명씨만이 아니다. 석 달 전 김 여사가 명품 백 관련 문제로 한동훈 대표에게 보낸 메시지가 그대로 다 드러났다. 김 여사가 총선 직후 정치평론가에게 전화를 걸어 57분간 통화한 내용도 공개됐다. 지금도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과시하며 주고받은 메시지를 자랑하듯 보여주고 다니는 사람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역대 정권에서 보통 이런 일들은 대통령의 힘과 권위가 떨어지는 정권 말에 벌어졌다. 반면 윤 정부는 임기가 반도 안 지났는데 대통령 부부와 나눈 대화들이 봇물 터지듯 노출되고 있다. 정권 지지율이 하락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대통령 부부가 신중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앞으로 ‘제2의 명태균’이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나.
조선일보 사설
10-08 명태균 “한달이면 尹 하야하고 탄핵일텐데 감당 되겠나” 추가 폭로 시사

▲김건희(왼쪽) 여사와 명태균씨. 채널A보도화면 캡처
"김 여사가 인수위 참여 제안"
김건희 여사의 4·10 총선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에 연루된 명태균씨가 김 여사한테 2022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참여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김 여사와 주고받았다는 텔레그램 캡처본도 추가로 공개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씨의 관계가 "대선 후보 경선 때 소개받았지만 바로 소통이 끊겼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그 이후에도 연락이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명씨는 당시 김 여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 "인수위에 빨리 오시라"고 제안했다는 주장을 폈다고 채널A가 7일 보도했다. 하지만 명씨는 자신이 "닭을 키워서 납품하는 사람"이고 "닭을 가공할 사람은 많다"며 거절했다고 전했다.
명씨는 이 인터뷰에서 김 여사와 주고받은 텔레그램이라며 캡처본을 추가로 공개했다. 2022년 9월 김 여사가 보낸 것으로 돼 있는 메시지는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에 불참하려던 이유가 명태균 조언 때문이라는 소문이 돈다"였고, 명씨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엄벌하라"고 답장을 보냈다는 것이다.

▲채널A 보도화면 캡처
명씨는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김영선 전 의원 쪽과 한 금전 거래 문제로 창원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명씨는 자신이 검찰 조사를 받을 경우, 검사에게 "(나를 구속하면) 한달이면 (윤 대통령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 감당되면 하라고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이 자신을 구속할 경우, 윤 대통령 부부와 관련한 추가 폭로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이날 보도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명씨는 자신이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서울 서초동 자택을 수시로 방문해 윤 대통령 부부에게 ‘최재형 국무총리 기용’ 등 정치적 조언을 많이 했다는 주장도 했다. 자신이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 당선에 큰 역할을 했고, 이를 계기로 윤 대통령이 사람을 보내 만나게 됐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안철수 의원과의 단일화는 자신이 성사시켰다는 주장도 폈다.
대통령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경선 때 명씨가 국민의힘의 무게감 있는 정치인과 함께 집으로 찾아와 처음 봤다. 이 사람 저 사람 소개받을 때 알게 된 것"이라며 "이후 바로 소통이 끊겨 조언을 듣거나 활발한 소통을 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명씨가 텔레그램으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문제를 논의했다는 김 여사의 경우도 "명씨와 쭉 소통을 안 하다 공천 관련 연락이 와서 상식적인 수준에서 ‘어렵다’고 답변한 것"이라고 했다.
문화일보 박세영 기자
10-08 국정은 뒷전인 채 ‘김건희’만 쫓는 국감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정기국회의 꽃인 국정감사에 ‘국정’은 사라지고 오로지 ‘김건희’만 남았다. 국정감사 첫날, 10개 상임위원회에서 모두 동시다발적으로 ‘김건희’가 언급됐다. 심지어 행정안전위원회의 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7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21그램’ 사무실을 찾아가 문을 여러 차례 두드린 후 대답이 없자 “반드시 지구 끝까지 쫓아가 증인으로 세워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21그램은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했던 업체로, 용산 대통령 관저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이게 국회의원이 할 일인가, 아니면 경찰이 할 일인가.
지금 대한민국 국회가 국정감사에서 처리해야 할 국정이 ‘김건희’ 관련 문제밖에 없단 말인가. 이런 빌미를 제공한 김 여사도 문제지만, 거대 야당이 국회에서 살펴야 할 국정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김건희’만 쫓는 것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여당 의원들의 입에선 1심 판결을 앞둔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떠나지 않는다. 제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에서 국정은 실종되고 그야말로 김건희와 이재명 블랙홀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미국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여전히 50%를 넘나든다. 북한의 도발은 계속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 넘게 이어지고 있으며, 중동은 언제 확전될지 모른다. 핵전쟁의 위협 속에 시장은 출렁이고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은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5%를 넘는 삼성전자는 휘청거린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가장 큰 국정 과제인 전기 공급의 안정성 확보도 불안한데, 원전가동률은 80% 아래로 떨어졌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은 해결될 기미도 없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데 국회는 오로지 ‘김건희’와 ‘이재명’만 붙들고 있다.
얼마 전, 민주화 운동에 생애를 바치고 말년엔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앞장섰던 재야 시민운동가 장기표 선생이 타계했다. 그는 권위주의 시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으로서 당연한 의무라 여겼던 민주화 운동을 한 대가를 받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국가의 모든 보상을 거부한 진정한 애국자였다. 지금 민주화 유공자로 각종 보상과 혜택을 받는 사람의 대다수는 그 앞에서 민주화의 ‘민’자도 꺼내기 어려운 인사들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그가 왜 ‘전격적인 정치적 우향우’를 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한다. 그 쉬운 이유를 왜 모른단 말인가. 그것은 바로 ‘도덕성’이다. 평생을 민주화 운동에 매진한 그가 도덕성 없이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수 우파가 도덕적 정당성을 가진 것도 아니었기에 항상 거리를 두면서 정치인의 특권 폐지에 앞장섰던 것이다.
그가 자신의 담낭암 말기 판정 사실을 밝히며 SNS에 쓴 글이 ‘김건희’ 블랙홀로 미쳐 돌아가는 이 나라의 미래를 계시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앞으로 더 살기 어려운 나라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엄습해 온다. 이를 극복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정치는 ‘무지의 광란’이라 불러 마땅할 팬덤 정치가 횡행하고 있다.”

문화일보
10-08 친한계, ‘김대남 쇼 오프’ 에 ‘용산 배후론’ 덧씌우나…野 탄핵론에 기름붓기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당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이른바 친한계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식당 문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허민의 정치카페 - ‘공격 사주’논란과 韓의 속내
김대남 배후론 제기하며 대통령실 음모 부각… 용산 “韓, 윤석열 아닌 이재명과 싸워야”
‘김여사 특검법’ 반란표는 尹에 대한 의도된 겁박… 野 정권 탄핵 시나리오 힘받아
김대남의 ‘한동훈 공격 사주’ 논란과 친한 쪽의 ‘배후 규명’ 요구, 그리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로 드러난 반란표 등 여권 분열상이 심상치 않다. 친한계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의도된 겁박’을 행사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가운데 친한계가 야권의 탄핵 시나리오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란 4표에 담긴 것
용산 쪽은 ‘김 여사 특검법’ 재의결 때 나타난 여당 소속 4명의 이탈표를 순수하게 보지 않는다. 다음에는 8표가 될 수도 있다는 겁박으로 읽고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김 여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4일 의원 300명 전원이 참여한 무기명 투표 결과는 이랬다. ‘김 여사 특검법’은 찬성 194·반대 104·기권 1·무효 1, ‘채 상병 특검법’은 찬성 194·반대 104·무효 2. 국민의힘 의원 전원(108명)과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 의원 전원(192명)이 표결에 참석했기 때문에 범야권 의원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여당에서 4표가 이탈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사안별로 크로스 보팅 한 것으로 판단된다. 안 의원은 표결 당일 오전 기자와 만나 “채 상병 특검법엔 평소 ‘소신’대로 찬성하겠지만, 김 여사 특검법엔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했다. 김 여사 건은 법안 자체가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여차하면 대통령 탄핵 추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야권 의도에 말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결국 채 상병 건 표결 때엔 여당에서 안 의원 외에 친한계 쪽에서 3인의 이탈표가 생긴 것이고, 김 여사 건 표결 때엔 친한계 쪽에서만 4인의 반란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찬성 2인이 ‘파업’이라면 기권·무효 2인은 ‘태업’이다.
친한 그룹에서는 표결 결과를 놓고 “이탈표가 예상보다 적었다”라며 키득거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다음 표결에서는 찬성표가 더 나올 거라는 일종의 으름장이다. 용산 쪽은 반란 4표 모두 친한 쪽에서 나온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A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4명 이탈표의 성격을 순수하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도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유영하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 이탈표는 반란표”라면서 “비겁하고 무식하다”고 했다.
◇김대남의 허풍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출신 김대남의 ‘한동훈 공격 사주’ 논란 이후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바라보는 친한계의 시선이 확실히 거칠어졌다. 이 사건과 관련한 ‘배후 규명’ 요구는 기존의 윤석열-한동훈 갈등과는 질적인 차별성을 보이는 대목이다.
여기서 배후란 곧 용산이며, ‘배후 규명’은 대통령·여사의 당무 개입을 밝히겠다는 걸 포함한다는 것, 그리고 이는 곧 언제든 탄핵할 태세가 돼 있는 야권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쯤은 골목길 장삼이사도 다 안다. 그런 면에서 김대남 사건은 한동훈 대표의 정치 입문 후 10개월가량 진행돼온 윤-한 갈등의 정점을 찍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이제 한 대표와 친한계는 용산과 공식 결별 수순을 밟게 됐다.
하지만 김대남이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에 ‘한동훈에 대한 공격 거리’라며 제공한 자료는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것으로 정보가치가 전혀 없다. 22대 총선 여론조사 비용으로 70억 원을 썼다는 것, 이 중 일부를 ‘한동훈 호감도·이미지 조사’에 썼다는 것인데, 두 사안 모두 구문(舊聞)들이다. ‘70억 원 여론조사’는 7·23 전당대회 약 한 달 전인 6월 25일 세계일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보공개청구로 얻은 자료를 분석해 기사화한 것이고, 한동훈 이미지 조사는 총선백서특위 위원이었던 이상규가 여의도연구소로부터 받아낸 자료를 7월 2일 공개한 내용이다.
김대남이 “한동훈을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며 서울의소리에 기사화를 주문했던 7월 10일 이들 자료는 더 이상 대외비도, 특종도, 뉴스감도 아니었다. 서울의소리의 관심은 오직 김대남이 떠벌린 녹취록을 공개해 김 여사 공격과 정권 탄핵의 불쏘시개로 삼는 것에 있었고, 친한계는 김 여사의 의중에 따라 대외비가 유출된 것처럼 호들갑 떠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친한계 헛발질
한동훈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대남 사건에 대해 “용납이 안 된다.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며 분을 삭이지 않았다. 앞서 한 대표의 최측근 김종혁 최고위원은 “김대남의 배후를 수사하라”고 했다.
친한 진영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여당의 B 의원은 “김대남 개인의 허풍과 일탈에 ‘용산 배후론’을 뒤집어씌워 대통령실의 조직적 음모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B 의원은 “친한계가 해프닝으로 끝날 사안을 부풀려 헛발질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여권 인사 C 씨는 “당 대표가 중앙정치 경험이 없으면 경륜 있는 현자라도 곁에 있어야 하는데, 측근이라고 저런 사람들만 있는 게 문제”라면서 “이게 한 대표의 비극성”이라고 말했다.
친한계의 헛발질은 야당 탄핵 시나리오에 기름을 붓는 자해극이 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개인적 일탈을 조직적 음모니 하면서 더 키워 그들(야권)의 탄핵 시나리오의 밑밥을 덥석 물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6일 치러진 ‘친한계 만찬’ 자리에서도 대야 투쟁 방안 대신 용산 규탄 목소리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 진영은 이날 만찬의 성격을 ①앞으로 ‘김 여사 특검법’ 통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겁박이자 ②윤-한 갑을관계의 역전 노림수이며 ③친한계 세 확장을 위한 털세움 현상으로 규정했다.
대통령실 고위 인사 D 씨는 한 대표와 친한계의 최근 동향과 관련해 기자에게 세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 확인 결과 김대남과 여사는 단 한 차례의 소통도 없었고 둘, ‘김 여사 특검법’ 이탈표 4명은 순수한 이탈이 아니며 셋, 한 대표와 측근들은 이재명이 아니라 대통령과 싸우고 있다.
◇탄핵의 문
이재명 대표는 5일 정권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김대남 사건 이후 여당 일각에서 터져 나온 ‘배후 규명’ 요구, 그리고 특검법안 표결 때의 반란표를 확인한 후 나온 일성이었다. 친한계 헛발질이 정권 임기 단축 외엔 희망이 없는 이 대표와 민주당의 탄핵 시나리오에 기름을 부어준 격이 됐다.
■ 용어 설명
‘서울의소리’는 2009년 10월에 설립된 좌파 성향의 인터넷 매체로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음. 대표는 백은종. 최재영 목사의 몰카 취재를 이용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최초 보도.
‘윤-한 갈등’은 한동훈의 지난해 연말 정치권 진출 이후 10개월간 무한 ‘n차 갈등’으로 치닫는 중. 당 대표 혁신이 성공하려면 당정관계 정상화로 비토 세력을 줄여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
■ 세줄 요약
반란 4표에 담긴 것 : 김대남의 ‘한동훈 공격 사주’ 논란과 친한의 ‘배후 규명’ 요구, ‘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 때 드러난 반란표 등 여권 분열상 심상치 않아. 친한계가 대통령 부부에 대한 ‘의도된 겁박’을 행사하는 형국.
김대남의 허풍 : 친한계가 특검법 반란표에 이어 김대남 사건 배후 규명을 요구한 것은 용산의 음모론을 부각하는 것. 김대남 사건은 윤-한 갈등의 정점을 찍는 사건. 친한은 이번 사건을 통해 용산과의 공식 결별 수순에 돌입.
친한계 헛발질 : 한동훈계가 김대남 허풍에 ‘용산 배후론’을 뒤집어씌워 조직적 음모로 몰아가는 건 정권 임기 단축 외엔 희망이 없는 이재명 세력의 탄핵 시나리오에 기름을 부은 것. 친한계는 대통령 아닌 이재명과 싸워야.

문화일보 허민 전임기자·행정학 박사
10-08 관심과 투표만이 ‘서울 교육’ 바꾼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다음 주 수요일인 16일 실시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아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서울 교육감은 수도 서울의 유초중등학교 교육을 이끄는 막중한 책임과 권한이 주어지는 자리다. 2024년 추경예산 기준으로 12조4486억 원이나 되는 교육비 운용을 담당하는데, 유·보 통합 정책으로 곧 어린이집 지원까지 교육감 소관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전국 유초중등학교 학생이 2022년 기준 총 588만 명이고 이 중 서울시 학생 수가 88만 명이라 할 때 유초중등교육 정책에서 서울 교육감의 위상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평일인 데다 교육감선거에 대한 정보와 관심 부족 등 깜깜이 선거로 서울 교육감 보선이, 역대 투표율 최저인 울산시교육감 보선(2023년 4월 5일) 투표율 26.5% 기록을 경신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감선거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제46조)에 따라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할 수도 없고, 후보자가 정당 지지를 밝힐 수도 없게 돼 있다. 이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그리고 지방교육의 특수성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정반대로 보수와 진보, 좌와 우로 나뉘어 단일 후보를 추대하는 과정을 거쳐 본선 후보를 내곤 한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정근식 후보와 조전혁 후보가 각각 진보와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형국이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후보자 매수 혐의로 재판에서 징역형을 확정받아 보선을 치르게 만든 곽노현 전 교육감이 선거보전금 30여억 원을 미납했음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선언했다가 경선 탈락하기도 했다.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서울 교육감이 형사 판결로 교육감직을 상실한 것은 공정택·곽노현·조희연 등 3명에 이른다.
조전혁 후보는 오세훈 시장과 발을 맞춰 학력 신장을 약속하고 있다. 학업성취도평가 전수조사와 초등학교 지필고사 부활을 통해 학생들의 개별 진도를 확인하고 인공지능(AI) 자가역량평가 등 학습을 돕겠다고 밝혔다. 포용적 학습력 제고를 위해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을 최대 100만 원까지 지급하겠다고 한다. 방과후학교 선행학습도 허용하고 학부모의회를 신설하며 튼튼한 몸과 따뜻한 인성, 삶의 지혜를 갖추는 체인지(體仁智) 공약을 내놨다.
반면 정근식 후보는 조희연 전 교육감의 정책을 계승해 역사 앞에 당당한 서울 교육을 캐치프레이즈로 제시하고 혁신학교, 역사자료센터 건립 등을 강조한다.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교육청과 대학 간 협업으로 학습진단 치유센터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시험 없이도 학생의 학습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서울형 학습나침반을 설계해 기초학력과 논술·서술형 자기 생각 글쓰기 등 종합 문항을 개발해 학생의 성장을 관리하겠다고 한다.
분명히 차별화가 되는 정책 공약들이다. 이상과 현실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어느 후보의 공약이 더 바람직하고 실천 가능한지, 지난 10년 동안의 조 전 교육감시대가 남긴 유산을 과연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등이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미래의 인재들을 양성할 책임자를 선출하기 위한 선거권은 권리이자 의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목소리를 분명히 내야 서울 교육이 바뀌고 아이들의 장래는 밝아진다.

문화일보
10.08 첫날부터 정쟁뿐인 국감…최우선 책무는 정책과 민생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정훈 위원장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국감 출석을 회피한 '대통령 관저 증축'의혹 증인인 21그램 김태영·이승만 대표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방적인 의결이라고 항의하며 퇴장해 국감이 첫날부터 파행을 빚었다. 뉴스1
야 “김건희 압박 국감”, 여 “이재명 방탄 국감 끝장”
안보·경제·서민 상황 위중, 나라 이끌 ‘정책 국감’을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어제 파행과 난타전으로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고리로 전방위 ‘압박 국감’을 벼르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끝장을 봐야 할 것은 이재명 대표 ‘방탄 국감’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볼썽사나운 여야의 충돌로 막이 오르면서 다음 달 1일까지 802곳을 대상으로 진행될 국감이 정책·민생은 실종되고, 정쟁만 남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될 뿐이다.
10개 상임위원회가 가동된 국감 첫날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야당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 참여 업체인 21그램 김태영·이승만 대표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단독으로 의결, 발부했다. 김 대표가 김 여사와의 친분으로 관저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김 여사를 정조준한 야당의 의도가 다분한 결정이었다. 이에 국민의힘이 일방적 처리라고 반발, 퇴장하면서 감사가 한때 중단됐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여당이 대법원을 향해 이 대표 사건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고 따지자, 야당이 검찰의 기소권 악용이라 맞받는 등 국감장 곳곳에서 설전과 삿대질, 고성이 오갔다.
국감은 의회가 정부의 한 해 나라 살림살이의 잘잘못을 꼼꼼히 따져 바람직한 국정 운영의 방향을 함께 모색하자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야당으로선 수권 능력에 대한 국민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는 무대고, 의원 개개인으로선 의정 능력을 인정받을 기회다. 그런 만큼 민생을 최우선에 두고 정책 전반을 세세히 살피려는 노력이 필요한 제도다. 그 과정에서 성역은 있을 수 없겠지만 국정 전반보다 특정인만을 공격 목표로 설정하고 ‘심판 본부’까지 꾸려 당력을 쏟아붓는다면 정쟁에 갇혀 정책·민생의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외 안보·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당장 다음 달 미국 대선의 향배에 따라 한반도 안보 지형에 일대 변화가 올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더해 이스라엘의 확전 태세로 중동 분쟁의 휘발성도 강해지고 있다. 자칫 국제유가라도 치솟는다면 가뜩이나 힘겨운 우리 경제에 더욱 짙은 먹구름이 끼게 된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서민의 팍팍한 삶도 악화일로다. 무엇보다 8개월째 이어진 의료공백 사태는 한시바삐 여·야·의·정 중지를 모아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내년도 경영 전략 짜기에도 바쁠 기업인을 무분별하게 불러내 호통만 치는 구태도 바로잡을 일이다. 피감기관 또한 면피성 답변과 여당 의원들의 방패 뒤에 숨으려만 해선 안 된다.
이번 국감에 실린 책임의 무게는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정쟁에 허투루 낭비할 시간은 없다. 이를 외면하고 정략적 이해득실만 따진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선의의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음을 여야는 명심하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10.09 날이 갈수록 한심하고 저급화되는 국회 국정감사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에 파견됐었거나 파견 중인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등 사정 기관 공무원들이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증인석 앞에 나란히 서 있다. /연합뉴스
7일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첫날부터 상식을 벗어난 장면이 속출하고 있다. 이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 방송통신위로 파견됐던 사정 기관 공무원 17명을 불러내 한 줄로 서게 한 뒤 “여러분은 정권의 도구”라고 싸잡아 매도했다. 공직자들을 이런 식으로 모욕하는 것은 국정에 대한 의미 있는 감사가 아니라 국회의원의 권한을 남용해서 자행하는 폭력에 가깝다.
같은 날 행정안전위 국감에서 참석한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를 진행한 인테리어 업체 대표 두 명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자신들만으로 의결한 뒤 그 업체 사무실을 찾아갔다. 물론 아무 소득도 없었다. TV용으로 동행명령장을 들고 출석하지 않은 증인을 찾아다니는 쇼를 한 것이다.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민주당 의원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관용차를 제 맘대로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 5000만원으로 올려놓고 질의를 했다. 허위 매물 등록이 가능한 실태를 지적하려 했다는데, 꼭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해야 알 수 있는 일인가. 외교통일위 국감에서는 조국혁신당 의원이 상단에 붉은 글씨로 ‘3급 비밀’이라고 적혀 있는 외교부 공문을 대형 스크린에 띄워 공개했다. 보존 기한은 지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양식부터 보안 사항인 비밀 문서를 굳이 원형 그대로 공개해야만 했나.
국정 운영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개선하는 것이 국정감사의 목적이라면 차분하고 절제된 질의로 더 잘 이룰 수 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한심하고 저급화되는 국감 행태를 보면 그렇게 하는 목적이 다른 데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10.09 아예 민주당사에 특검 사무실 차리겠다고 하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운데)와 박주민(오른쪽)·김승원 의원이 8일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상설특검 특별검사수사요구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해 상설 특검을 발동하는 수사 요구안을 냈다. 자신들이 통과시킨 특검법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 재의결도 부결되자 상설 특검으로 거부권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자체는 법에 규정돼 있는 사항이다. 상설 특검법은 국회가 요청하면 별도 법 제정 없이 바로 특검을 가동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런데 상설 특검법은 법무 차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협 회장과 국회 추천 4명으로 구성된 특검 후보자 추천위가 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토록 하고 있다. 국회 규칙은 국회 몫 4명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명씩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규칙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대통령과 그 가족이 연루된 사건은 여당이 특검을 추천할 수 없도록 규칙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민주당 단독으로 특검을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특검 추천권을 행정·사법부와 여야가 골고루 갖도록 한 법 취지에 어긋난다. 상설 특검 수사 대상으로 올린 ‘삼부토건 주가조작’ 역시 근거 없는 일방적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특검 수사를 할 수 있나.
특검은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하는 것이다. 그 목적은 진실을 알기 위한 것이다. 진실은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이 아니고 그냥 진실일 뿐이다. 이 진실은 정파적이지 않은 객관적 특별검사가 밝혀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어떤 경우든 여야 합의로 객관적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한다. 이럴 바엔 차라리 민주당사에 특검 사무실을 차리겠다고 하라.
조선일보 사설
10.09 한 달이면 탄핵? 검찰은 ‘명태균 의혹’ 철저히 수사하라
정치 브로커가 대통령 탄핵·하야 거론에 국민 경악
“무상 여론조사 대가로 공천” 사실이면 중대한 위법
대통령 부부의 허술한 주변 관리 해명하고 자성해야
김건희 여사에게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청탁한 것으로 알려진 자칭 정치 컨설턴트 명태균씨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명씨는 그제 밤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잡아넣을 건지 말 건지,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라고 검사에게 묻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입을 열면 윤석열 대통령이 위험해지기 때문에 검찰이 함부로 자신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란 겁박이다. 기가 막히는 얘기다. 도대체 윤 대통령과 명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일개 정치 브로커에 불과한 명씨가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운운한단 말인가.
이와 관련, 최근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명씨가 20대 대선 직전 3억6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윤 대통령에게 제공했기 때문에, 그 대가로 2022년 6월 창원의창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따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강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다. 윤석열 캠프가 명씨에게 무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받았다면 정치자금법 45조1의 ‘정치자금 부정수수’에 해당할 수 있다. 20대 대선 뒤 국민의힘이 선관위에 제출한 회계보고서엔 명씨가 실시했다는 여론조사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창원지검은 명씨와 김 전 의원의 돈거래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데, ‘무상 여론조사’ 여부도 철저히 조사해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김영선 의원의 공천이 ‘무상 여론조사’의 대가였다면 선거법 47조2의 ‘정당의 후보자 추천 관련 금품수수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 검찰은 2022년 6월 창원의창 보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김영선 전 의원을 후보로 결정한 경위도 샅샅이 살펴야 한다. 수사의 법적 요건상 필요하다면 대통령 부부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명씨는 또 다른 인터뷰에선 대선후보 시절 윤 대통령 자택에 수시로 들락거리며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총리로 천거하는 등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대선 뒤 명씨와 소통을 끊었다”고 했지만, 올해 초에도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명씨가 김건희 여사와 텔레그램을 주고받았으니 용산의 해명을 그대로 믿긴 어렵다. 검찰이 명씨 수사를 대충 넘겼다간 또다시 야당의 특검 공세에 시달릴 게 뻔하다. 탄핵을 거론한 명씨 발언에 대해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고 있는 만큼 검찰의 명예를 걸고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더불어 윤 대통령 부부의 허술한 주변 관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명씨는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는 전력이 있다. 이런 인사를 경계도 하지 않고 최근까지 텔레그램을 주고받았으니 뒤탈이 난 것이다. 김대남 전 행정관의 녹취록도 어이가 없다. 그는 서울의소리 기자에게 “용산에 십상시 같은 몇 사람이 있다”며 “(김 여사가) 자기보다 어린 애들을 갖고 쥐었다 폈다 하며 시켜먹는다”고 말했다. 좌파 매체에다 서슴없이 영부인 험담을 하는 수준의 인사가 어떻게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게 된 건가. 이런 게 다 결국은 대통령 본인의 책임이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명씨와 관련된 사안의 진상을 진솔히 해명해 국민의 이해를 구할 건 구하고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길 바란다. 또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 등 대통령 주변 관리를 강화할 대책도 시간만 끌지 말고 서둘러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10.10 "탄핵 얘기 안 했다" 이재명, 대통령 돼도 이렇게 말 뒤집을 건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나는 탄핵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지난 5일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하는 등 이날에만 ‘끌어내려야 한다’는 말을 3번 했었다. 고위 공직자를 도중에 끌어내리는 것이 탄핵이고, 선거로 뽑힌 공직자 중 탄핵 대상은 대통령뿐이다. 술 마시고 운전했을 뿐 음주 운전은 안 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대표는 “저는 그런 얘기(탄핵)를 한 일이 없는데 여당에서 제가 했다고 우기더라”고 했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도 했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 탄핵”을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탄핵 발의를 위한 의원 모임’을 결성하고, 어떤 의원은 좌파 단체들의 ‘탄핵의 밤’ 행사를 국회에서 열어주기도 했다. 이 대표는 11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고 그중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은 다음 달 1심 선고가 나온다. 판결에 따라 차기 대선 출마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중도 퇴진시키고 대선을 앞당기려 한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 대표 방탄용으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려 한다는 국민 반발이 나올까 봐 ‘탄핵 얘기 안 했다’고 말을 뒤집은 것이다.
이 대표의 말 뒤집기는 셀 수도 없다. 그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수차례 공언한 사람이다. 그런데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다가오자 부결 투표를 공개 요청했다. 대선 때는 위성 정당 금지를 약속하더니 총선 때는 “깨끗하게 지면 뭐 하냐”며 위성 정당을 만들었다. 대장동 사건의 유동규씨에 대해서도 처음엔 “산하기관 중간 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이 미어터질 것”이라고 하더니 “가까운 사람인 건 맞다”고 했다.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라고 했다가 지지층 비판을 받자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장난하듯 말을 뒤집기까지 했다.
이 대표는 전남 보궐선거 유세에서 “정권 교체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를 준비한다며 집권 플랜 본부를 가동했다. 압도적 의석을 앞세워 실제 집권당 행세를 한다. 주변 사람들은 이 대표를 이미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받든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돼도 지금처럼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꿀 것인가.
조선일보 사설
10.10 곧 헌재도 마비, 野 단독으로 공직자들 사실상 탄핵 가능

▲문형배·정정미 헌법재판관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 2회 변론준비기일에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관 9명 중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임기가 17일 끝난다. 국회가 세 재판관 후임을 선출해야 하는데 여야 대립으로 이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명이 출석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는데 일주일 후면 헌재 기능이 마비된다.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8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 심판 변론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국회 입장을 따져 묻기도 했다.
헌재 기능이 마비 위기에 처한 것은 민주당이 국회 몫 재판관 3명 중 2명을 추천하겠다고 고집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재판관 9명 중 3명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3명을 대법원장이 지명하도록 하고 있다. 나머지 3명은 국회 몫인데 구체적인 추천 방식은 정해두지 않았다. 그동안 지금과 비슷한 의석 분포일 경우 여야가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서로 합의하는 방식으로 해왔다. 그런데 민주당은 2명을 추천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 장관을 탄핵해 돌아오지 못하게 할 수 있다. 탄핵 소추가 되면 해당 공직자는 직무 정지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공직자 해임권을 민주당이 갖는 셈이다. 당장 민주당 주도 탄핵 의결로 직무 정지 상태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 검사장 등의 소추안 변론이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아가 헌재가 기능을 못 하는 상태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내고 실제 소추가 이뤄진다면 곧바로 헌정 마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설마설마했는데 헌재 마비 사태가 실제 상황으로 다가와 있다. 재판관 3명의 임기 만료가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와 당장 선출 방식에 합의해도 청문회와 국회 동의 등을 밟으려면 이미 늦었다. 여야가 한발씩 물러서지 않으면 초유의 헌재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무리 정치가 엉망이어도 핵심 헌법기관까지 멈춰 세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대로라면 “야당이 헌재 무력화를 통해 야당 단독으로 탄핵 절차 완성을 노린다”는 음모론이 현실이 된다.
거대 야당이 정치적 계산 때문에 일부러 헌재를 마비시키려 한다는 오해를 벗어버리려면 민주당은 후임 재판관 선출 절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 배분 합의가 어렵다면 먼저 여야 몫 1명씩이라도 선출해 우선 헌재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조선일보 사설
10-10 헌재 곧 마비, 위헌적 상설특검… 야당發 헌정 문란 아닌가
헌법재판소의 가장 중요한 권능이 오는 18일부터 마비된다. 이종석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임기가 17일 동시에 종료되는데, 아직 후임자 추천도 이뤄지지 않았다. 9명의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임명 3인, 대법원장 지명 3인, 국회 선출 3인으로 구성되는데, 앞의 3인은 모두 국회 선출 재판관이다. 헌재의 심리 정족수가 7명 이상이기 때문에, 일주일 뒤부터는 심리·결정을 할 수 없다.
헌법기관인 헌재가 마비되는 ‘헌정 문란’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국회가 양당 체제로 재편된 2000년 제16대 총선 이래 국회는 1·2당이 1명씩, 1명은 합의로 추천해 선출해왔다. 이번엔 민주당 등 야권이 2명을 추천하겠다고 하면서 막혔다. 수십 년 국회 관례는 물론이고, 헌재의 정치적 중립 보장도 저버린 위헌적 억지다.
헌재 마비가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은 헌재에 판단을 맡겨야 할 중대한 사안들을 쏟아낸다. 헌재 무력화 저의를 의심케 한다.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이 대통령 거부권에 막히자 ‘쪼개기’ 상설특검으로 선회했다. 문제는,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위원 중 국회 몫 4명 가운데 여당 몫을 박탈할 수 있도록 국회 규칙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과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다. 그런 식으로 추천된 상설특검에 대해선 임명을 보류하는 게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무에 맞는다.
공직자 탄핵소추를 무분별하게 하더라도 헌재가 기각할 수 없다. 장관은 물론 이재명 대표 사건을 맡은 검사·판사에 대해 탄핵소추만 하면 그들을 직무에서 계속 배제할 수 있는 것이다. 삼권분립에 대한 도전이다. 이런 오해를 피하려면, 하루빨리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3인을 여당 1명, 야당 1명, 합의 1명 추천해온 관습에 맞춰 선출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0.10 金 특검 가능성 '98%'는 尹 위기 지수
尹 자신감 원천이자
최후 보루인
국힘 108명 '무조건 지지'
허상으로 드러나
검찰, 金 무혐의 처분설
살 궁리만 하면 죽고
죽을 각오 하면 살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 국회 재표결에서 국민의힘 의원 최소 4명이 이탈해 찬성표가 194표에 달했다. 찬성이 200표를 넘으면 대통령 거부권에도 불구하고 김건희 특검법은 통과된다. 지금 통과 가능성은 97%(194/200)까지 올라온 것이다. 무효, 기권 2표까지 사실상 특검 찬성으로 보면 98%다. 그야말로 물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윤 대통령이 부인에 대한 비등한 국민 비판 여론을 계속 무시하고 한동훈 대표에게도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은 국민의힘 108명 중에 이탈표가 없을 것이라 자신한 때문이었다. 그게 깨진 것은 충격일 것이다. 98%는 앞으로 더 높아져 결국 물이 넘칠 수 있다. 반대로 이번을 고비로 수위가 낮아질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윤 대통령 부부의 선택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전략에 달려 있다.
중요한 첫 관문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김 여사를 기소하느냐 여부다. 지금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대로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면 여론은 더 악화할 것이다. 명품 백 사건도 기소하지 않았는데 도이치모터스 사건도 무혐의라면 법리를 떠나 김 여사는 인위적 ‘성역’으로 비치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이는 공분 대상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에서 이탈표는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다. 이 국면에서 만약 이재명 대표가 특검안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바꿔 다시 제출하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도 불구하고 국회 찬성이 200표를 넘겨 특검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 민주당 특검안은 특별검사를 사실상 민주당이 지명하도록 돼 있는데, 누가 봐도 상식 밖이다. 이를 여야 합의 추천으로 바꾸면 국민의힘에서 특검에 찬성하는 표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 윤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된다는 뜻이다.
이 대표가 이렇게 할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 입장에선 무리한 지금의 특검안을 계속 밀어붙여 윤 대통령 거부권을 유도하고 국민의힘이 의원들 표 단속에 쩔쩔매게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계산할지도 모른다. 여권의 그런 모습이 국민에게 더 큰 혐오감을 준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이제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분리하고 김 여사 특검을 시작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면 특검안을 합리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이 대표의 판단은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리한 뒤의 여론 동향에 달려 있을 것이다. 자신의 예상대로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 커지면 현재의 무리한 특검안을 그대로 밀어붙이면서 윤 대통령 탄핵 촛불 집회를 본격적으로 밀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법원 판결들이 나오는 11월 중·하순에 맞춰 탄핵 집회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려 판사들을 압박할 수도 있다. 민주노총 등이 나서면 수만 명 집회는 쉽게 열릴 수 있으며, 늘 그렇듯 이를 수십만 명으로 보도하는 언론들도 나올 것이다.
윤 대통령이 처한 위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윤 대통령 부부의 처신과 언행이 잇달아 폭로되고 있는 사태는 그 끝을 알기 힘들다. 관련된 사람과 녹음된 분량이 많다고 한다. 최근 공무원 후배들을 만난 한 분은 “공무원들을 보니 지금은 마치 무정부 상태 같았다”고 놀라워했다. 앞으로 정권이 바뀌었을 때 법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고, 정권 초에 시작된 감사원 감사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서민 경기는 나아지지 않는데 11월에 트럼프 변수까지 겹칠 가능성도 있다.
의료 사태 역시 어떻게 될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시피 하다. 묘수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는 땜질 처방은 거의 먹히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과 의사들의 힘겨루기는 의사들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옳은 뜻에서 하는 일에도 적절한 선이 있으며 지나치면 안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한다.
이렇게 사방에서 위기가 밀려오는데 놀랍게도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감정싸움은 더 점입가경이다. 최근 한 행사에서 윤 대통령 측은 한 대표 좌석을 멀리 재배치하라고 했고, 이 사실을 안 한 대표는 행사에 아예 불참해 버렸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은 사람 모두가 혀를 찼다.
김 여사 특검 실현 가능성 98%는 그대로 윤 정부의 위기 지수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다. 다만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여야 하고, 위기의 본질이 뭔지를 직시할 경우의 얘기다. 윤·한 두 사람은 지금이 위기라고 생각하는지, 위기임을 알고도 서로 싸우는지 궁금하다. 위기의 본질도 국민은 다 아는데, 윤 대통령이 이를 직시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살 궁리만 하면 죽고, 죽기를 각오하면 산다’는 오랜 경구는 지금 윤 대통령에게 절실한 지혜라고 생각한다. 아직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조선일보 양상훈 기자
10.10 부끄러움을 모르는 권력자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폄하하지만, 우리의 1970년대는 대단한 시절이었다. 한편으로는 세계를 놀라게 한 경제성장이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독재와 장기 집권이 있었다. 빛과 어둠의 저변에서 사회를 지탱한 놀라운 힘은 공직에 있는 자들의 엄격한 명예규율(honor code)이었다. 꼭 높은 자리에 올라가지 않더라도 말직에 있는 자들도 공직자의 도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 규율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공직자의 가족은 가정사를 희생하더라도 공직의 의무를 먼저 다하도록 배려했고, 공직자인 가족 구성원의 공적 업무의 영역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 멋모르고 공직자인 아비의 위세를 친구들에게 자랑한 초등학생 어린 자식을 그 어미가 울면서 종아리를 치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스스로를 경계하는 것은 공직이 가진 명예의 원천이었다.
눈부셨던 1970년대의 경제성장
그 뒤엔 엄격한 공직자 명예규율
권력자 가족 문제로 리더십 위기
과거 볼 수 없었던 초현실적 장면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권력이 집중되고 투명성이 낮았던 권위주의 시대의 특성상 권력자의 가족들이 아첨과 뇌물을 받고 특혜를 누렸던 사실들을 잊었느냐고. 맞다. 그런 개인적인 일탈들이 있었지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자기 규율은 지금보다 훨씬 높았고 비리가 밝혀진 권력자와 그 가족들은 결국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처벌받고, 심지어 목숨을 끊기도 했다. 최소한 부끄러움을 알았다는 뜻이다. 그러니 그 당시 한국과 일본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한국 경제기획원과 일본 대장성의 관료들을 놓고 서양의 학자들은 최고 수준의 유능함과 공적인 헌신이 어떻게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느냐며 놀라워하기도 했다.
50년이 지난 지금 공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의 자세는 초현실적이다. 대선 때부터 내내 문제가 되어왔던 배우자의 처신을 둘러싼 대통령의 태도는 한마디로 그 얘기는 꺼내지 말라는 것이다. 점점 문제가 커지다 못해 여당에서도 기소 의견이 나오고 보수 지지층의 여론도 크게 돌아서고 있는데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개인의 억울한 사정을 따지자고 들면 악질적으로 파놓은 함정에 걸려들었다고 항변할지 모르겠으나, 최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은 개인의 억울함을 앞세울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따라야 할 명예규율을 따르지 않으니 정작 심각한 문제는 보수정부가 해야 할 국가적 의제를 밀고 나갈 수가 없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반드시 꺼내야 할 국가적 의제들을 용감하게 꺼내놓은 것들이 적지 않아서 그 자체로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여론은 의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가족과 관련한 명예규율을 따르는지만 지켜보고 있다. 이래서는 사적인 일에 발목을 잡혀 공적인 일을 그르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 일가가 명예규율을 따르지 않는 것을 맹비난하면서 이거야말로 탄핵감이라고 목청을 높이는 야당도 초현실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본인이 매우 중대한 여러 건의 범죄혐의를 받고 있고 다음 달에 그중 두 건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제1야당 대표는 자신이 받는 혐의는 모두 검찰의 조작이지만 대통령 배우자는 특검을 해야 하고 “중간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대의민주주의라고 주장한다.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이 사법 리스크가 현실이 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대선을 치르고 싶은 본인의 이해관계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은 그냥 우연일 뿐이다. 본인의 배우자가 경기도 법인카드를 비롯한 여러 불법적 특혜를 누렸다는 구체적 증언도 모르쇠와 버티기로 일관하면 그뿐이다.
잊혀지고 싶다면서 시시콜콜 훈수를 두던 전직 대통령은 막상 자신의 자녀가 만취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키자 며칠째 꿀 먹은 벙어리다. 그의 밑에서 고위 공직을 지냈던 다른 야당의 대표는 그 자녀가 독립적인 성인이어서 전직 대통령에게 입장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역성을 들고 나섰는데,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 여러 정황 증거들은 그 자녀가 별로 독립적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전 사위의 취업 특혜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청와대에 함께 살고 자동차도 두 대씩이나 물려준 자녀가 사고 쳤을 때만 독립적이라고 하면 그 말을 누가 믿겠는가. 게다가 역성을 들고나선 그 야당 대표도 가족이 연루된 불법을 저질러 2심까지 유죄를 받고도 정당을 만들고 선거에 나서 당선된 상황이다. 공적인 자리에 있는 자들이 지켜야 할 명예규율을 놓고 보면, 명예롭지 않은 자가 다른 명예롭지 않은 자를 심판하겠다고 하면서 또 다른 명예롭지 않은 자는 감싸고 도는 꼴이니 어차피 도리는 땅에 떨어졌다.
제도란 아무리 노력해서 만들어도 불완전할 수밖에 없어서,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명예규율이 그 빈틈을 메우고 세상을 발전시킨다. 이제 아무도 부끄러움을 따지지 않는 초현실적 세상을 목도하며 우리가 과연 지난 50년간 나아진 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중앙일보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10.10 아무리 김건희 여사가 밉더라도
박근혜 탄핵 때 가짜뉴스 기억하나
김 여사 보도, 8년 전과 뭐 달라졌나
언론이 야당처럼 해선 정통성 상실
#1 2016년 이 무렵으로 기억한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한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한 학생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가짜뉴스가 넘쳐나는데 언론계 종사자로서 책임을 못 느끼냐." 이렇게 답했던 것 같다. "가짜뉴스란 말은 적절치 않고, 있지도 않다. 잘못된 보도는 오보일 뿐이다." 없던 일을 의도적으로, 악의적으로 만들어내면 가짜뉴스이지만, 적어도 정통 언론에서 그런 기자와 보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에서 그렇게 답했던 것 같다.
근데 웬걸, 얼마 안 지나 한국을 뒤흔들어 놓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의 여러 보도들은 내 생각이 얼마나 안이했는지 깨우치게 했다. 몇 가지만 되돌아본다. ①'세월호 7시간' 의혹 관련 보도. 언론들은 "향정신성 약품을 맞았다"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 "밀회를 즐겼다" "올림머리 하느라 90분을 날렸다"고 보도했다. 좌파 언론과 종편은 이를 연일 확대 재생산했다. '나꼼수' 출신 주진우 기자는 "비아그라 나오고 마약 성분 나오고, 앞으로 더 나올 것이거든요. 아, 섹스와 관련된 테이프가 나올 겁니다"라고 했다. '세월호 7시간'은 그래서 탄핵안에 포함됐다. 특검은 한참 후에야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정정보도를 낸 곳? 물론 없었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3월 31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안양판교로 서울구치소에 들어서고 있다.
②박 전 대통령이 2014년 신년회견에서 쓴 '통일 대박'이란 표현이 최순실 아이디어였다고 대다수 언론이 보도했다. 이 기사는 최씨가 대북 문제까지 개입했다는 식으로 전파됐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아바타'로 각인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신창민 중앙대 명예교수의 책 『통일은 대박이다』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③"박근혜 옷값을 최순실이 냈고, 최순실이 숨겨둔 재산만 10조원이다." 이 보도는 두 사람이 '경제공동체'라는 프레임을 굳히는 결정타였다. 하지만 수사 결과 박 대통령은 옷값을 현금으로 제대로 지급했다. 최씨 재산은 특검이 탈탈 털었지만 228억원. 숨겨둔 돈 따위는 없었다. 자, 이 뉴스들이 가짜뉴스 아닌 단순 오보였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난 그럴 자신이 없다. 정치검찰의 언론 플레이도 일조했겠지만, 모두 뒤죽박죽됐을 것이다.
#2 한국 기자들은 1을 취재해 100을 쓰고, 일본 기자들은 100을 취재한 뒤 기사를 결국 1도 안 쓴다는 말이 있다. 어디서 말 한마디 듣고 그게 팩트인 양 '단독'이란 타이틀까지 달고 대대적 보도를 하는 한국 언론, 그리고 복수의 소스로부터의 확인을 거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난 팩트가 나오면 기사화 자체를 포기하고 마는 일본 언론의 대조적 행태를 우스개처럼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시사하는 바는 아프다.
요즘 정치 브로커 명태균의 한마디 한마디에 춤추는 우리 언론 현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자, 생각해 보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직원이 "공을 많이 세우셨으니 대통령을, 여사를 이름 팔고 다녀도 된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그 직원의 이름과 직급은 전혀 기억 못 한다고 했다. 명씨의 인터뷰 내용이다. 이런 허튼소리를 누가 믿을까. 또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될 텐테…"라고 했다 하루 만에 "농담 삼아 한 이야기"란다. 이런 명씨의 선택적 과대망상과 협박에 언론은 앞으로도 지면과 마이크를 마냥 빌려줘야 하나. 8년 전과 크게 다름이 없다. 뚜렷한 범법, 위법 사실 없이 "뭐 하나 걸리겠지"라며 칼만 마구 허공에 휘두르는 양상이다. 계속해서 "나, 너 미워"만 외치는 꼴이다. 방향을 정해 놓고 엮고 짜맞춘다. 이래선 곤란하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는 건 당연하다. 아니 의무다. 하지만 권력을 끌어내리기 위한 보도는 위험하다. 둘이 뒤죽박죽 섞이는 순간 정통성은 사라진다. '김건희 심판본부'라는 조직까지 만들며 윤석열-김건희 끌어내리기에 목숨을 건 야당과는 달라야 하지 않나. 막말로 윤 대통령을 탄핵하더라도, 김 여사를 구속하게 하더라도 그건 제대로 된 팩트에 기인해야 한다. 그게 상식이고, 제대로 된 나라다. 김 여사의 자성과는 별개다.

중앙일보 김현기 논설위원
10-11 선거법 위반 의원들 기소, 이재명 재판式 지연 없어야
제22대 총선 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일(10일)까지 현역 의원으론 국민의힘 4명, 더불어민주당 10명 등 14명이 기소된 것으로 11일 집계됐다. 국민의힘 구자근·조지연·장동혁·강명구, 민주당 김문수·신영대·신정훈·안도걸·양문석·이병진·이상식·정동영·정준호·허종식 의원 등이다. 21대 총선의 27명에 비해 대폭 줄었다. 그중 당내 경선 과정에서 선거운동원에게 2554만 원을 지급하고 사촌동생 법인으로부터 4302만 원을 받은 안도걸(광주 동·남을) 의원의 혐의가 엄중해 보인다.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가 법정 선거비용 상한선(1억9000만 원)보다 2880만 원을 초과한 선거비용을 지출한 혐의로 기소된 박균택(광주 광산갑) 의원도 마찬가지다.
선거법 사건 선고는, 1심은 기소된 지 6개월 이내에, 2·3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공직선거법 270조)고 규정돼 있지만, 사문화한 지 오래다. 21대 총선 때 기소된 27명(민주당 9명, 국민의힘 11명, 정의당 1명, 열린민주당 1명, 무소속 5명) 중 황운하·임종성·이은주 의원 등 상당수가 4년 임기가 끝날 때까지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최근 선거법 규정대로 1년 이내에 끝내라고 전국 법원에 권고했다. 만시지탄이다.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2년이 구형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사건 선고가 다음 달 15일 열린다. 재판이 예정대로 진행돼도 1심에 26개월, 일수로는 799일이 걸리는 셈이다. 이런 식이면 재판은 물론이고 선거법 자체도 무의미해진다. 1심 재판장이 2주에 한 번 재판하는 등 1년4개월을 끌다 사표를 내고 법원을 떠나는 무책임한 행태도 벌어졌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한편, 11일부터는 선거 범죄가 적발돼도 처벌되지 않는다.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1994년 이후 30년간 유지돼온 선거법 공소시효 6개월을 대폭 늘릴 필요도 있다.
문화일보 사설
10.14 '일산대교 무료화' 취소, 법원이 제동 건 공짜 포퓰리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강행했던 ‘일산대교 무료 통행’ 정책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결국 취소됐다. 민자 유치 사업으로 2008년 건설된 일산대교는 국민연금이 2700여억원을 투자해 30년 운영권을 인수했다. 그런데 통행료가 비싸다는 논란이 일자 경기도는 2021년 사업 시행자 지정을 취소하는 ‘공익 처분’을 내리고 통행을 무료화했다. 이에 국민연금 측이 소송을 냈고 법원이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일산대교 무료 통행은 이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경기 지사를 사직하면서 마지막으로 결재한 사안이다. 운영사인 국민연금이 목표한 운영 수익은 최대 7000억원이었는데, 당시 이 지사는 운영권을 강제 회수하면서 2000억원대 정도만 주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 수익이 줄고 그 피해는 2200만명 연금 가입자들이 보게 된다. 하지만 가입자 피해는 먼 일이고 경기도 유권자에겐 바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강행했을 것이다. 법원은 “통행료 부담 정도가 이용자들의 교통권을 제약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민연금 측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실상 대선을 위한 ‘매표용 포퓰리즘’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공짜 포퓰리즘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는 지난 총선 때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풀자는 공약을 내세웠다. 부자까지 포함한 전 계층에게 돈을 풀면 소비 진작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고, 재정 낭비 우려가 쏟아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안까지 발의했다. 남아도는 쌀을 세금으로 사들이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병비 급여화, 통신비 소득공제 등도 계속 발의하고 있다. 저마다 수천억, 수조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것들이다.
이 대표는 영광·곡성 군수 재·보궐 선거 현장을 찾아 지방정부 예산을 활용한 100만원가량의 ‘주민 기본소득’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조국당 조국 대표도 영광행복지원금 120만원, 곡성행복지원금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두 군의 재정자립도는 10% 수준에 불과한데 어떻게 재원 조달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약속하는 동시에 선거 이틀 전 아동수당 1조원을 미리 뿌렸고, 그것이 선거 압승에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자 이젠 선거만 하면 매표용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공짜인양 포장했지만 결국 나중에 미래 세대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모를 국민은 없다.
조선일보 사설
10-14 “물고문 전기고문, 가두고 죽이고” 너무 거친 李대표 말
선거가 임박하면 정치인들의 말이 거칠어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최소한의 품격은 지켜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 지원 유세에서 한 발언은 그런 한계를 넘었다. 이 대표는 “연성 쿠데타, 독재 강화, 이런 정권이 나라를 어떻게 만들겠느냐”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서 물고문, 전기고문 당하는 일이 다시 생기지 말란 법 있나”라고 했다. 또 “나도 모르는 일을 처벌한다고 협박해서 사건 조작해서 사람 가두고 죽이고 실제 벌어지는 일 아닌가”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현재 7개 사건, 11개 혐의로 4개 개판을 받고 있다. 모든 범죄 혐의들이 불법 수사의 결과라는 의미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만 해도 1년6개월의 수사 끝에 기소됐다. 공판에서 신문이 예정된 증인만 148명에 이른다. 자신에 대한 수사·재판이 너무 가혹하다는 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의 검찰·경찰 수사와 재판을 ‘물고문 전기고문’ ‘조작해서 가두고 죽이는 일’로 표현한 것은 사실과 거리가 멀고, 검찰과 법원에 대한 모독도 된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시대가 된 지 오래다. 김문기 씨 등 주변 인물들이 잇달아 안타까운 선택을 한 사실을 지목하는 것이라면, 합당한 근거를 밝히고 설명하는 게 옳다.
10·16 재보선의 후폭풍이 심상찮을 것임은 분명하다. 정권 심판을 강조하더라도 야당 지도자 연설이 선동으로 비쳐서는 곤란하다. 그럴수록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두 재판의 1심 선고를 앞둔 초조감의 발로로 여겨질 뿐이다.
문화일보 사설
10.14 이진숙의 묘수, 헌재법 제23조 제1항“위헌 및 효력정지신청”
해당 조문, 재판관 9명 가운데 7명이 출석해야만 사건 심리가 가능하도록 규정
자유대한호국단, 가처분 신속 처리 탄원서 제출

▲ 취임 이틀 만에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헌법재판소법 제23조제1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과 해당 조항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연합뉴스
취임 이틀 만에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심판이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채 정지될 위기에 놓였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의 탄핵 소추로 8월 직무가 정지된 이 위원장은 10월10일 헌법재판소법 제23조제1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해당 조항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에 나섰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헌재는 재판관 9명 가운데 7명이 출석해야만 사건 심리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헌재를 구성하는 헌법 재판관 9인 가운데 국회가 추천한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은 17일 퇴임을 앞두고 있어 사실상 임기가 3일 남았는데도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3인 재판관이 17일 퇴임하면 심리를 위한 최소한의 의결정족수 미달로 헌재의 기능이 마비된다는 점이다.
특히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이들이 퇴임한 후 재판관 6명만 남게 되면 심리를 할 수 없도록 해 사실상 헌재는 기능이 마비된 식물 상태로 전락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퇴임 다음 날인 18일부터는 이 위원장의 탄핵 심판 심리가 멈추고 기약 없는 직무 정지 상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들 3인 재판관의 후임은 국회 추천 몫으로 국회가 선출해야 하나 후임 선출을 놓고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며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관례에 따라 여야가 각각 한 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한 명을 합의로 정하자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의석수에 비례한 추천이 필요하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헌재가 이 위원장의 이 같은 가처분을 받아들이면 정족수를 규정한 해당 조항의 효력은 임시로 중단된다. 이에 후임 재판관 임명 없이 남은 6명의 재판관만으로 사건 심리를 할 수 있게돼 이 위원장의 탄핵 여부나 법률 위헌 등 재판관 6명의 동의로 결정이 가능해진다.
다만 이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해서는 7명 이상이라는 정족수를 채워야 하므로 재판관들이 퇴임하기 전인 17일 전까지 인용 결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재판관들이 퇴임하게 되면 이 위원장이 낸 가처분 사건도 심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대한호국단은 1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관련 헌법재판소법 제23조제1항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신속한 인용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전달했다"며 "재판관 3인이 퇴임하기 전까지 시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신속한 결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10.14 헌재 마비 피했다...'재판관 6명이면 재판 불가' 효력정지
헌재, 이진숙 가처분 신청 인용
탄핵심리 중단 없이 진행 가능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헌법재판관 정족수 부족으로 탄핵 심판이 정지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헌법재판관 6명으로도 헌법 사건의 심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사무소·시청자미디어재단·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헌법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는 헌법 심판의 정족수를 규정하는 조항이다.
이 조항에 따라 원래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최소 7명이 있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는 17일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해 재판관이 6명만 남는 상황에서, 세 재판관의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헌재 마비’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대법원장·국회가 각각 3명씩 정하는데, 이번 세 재판관의 후임은 국회의 선출 몫이다. 법에는 국회 몫 재판관 추천 방식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 다만 양당 체제가 된 후부터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선출하는 관례가 확립됐다.
하지만 민주당이 의석 수에 따라 자신들이 후임자 3명 중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선출이 지연됐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재판관 3명 선출을 지연시켜 고의로 헌재 기능을 무력화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위원장은 헌법재판관 정족수 부족으로 자신의 탄핵 심판이 정지되는 것이 부당하다며 이 조항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지난 10일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위원장은 이 조항이 위헌인지 가려달라며 헌법소원도 함께 제기했다.
이날 헌재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헌재는 재판관 6명 만으로 각종 헌법 사건을 심리하고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재판관 6명 전원이 동의한다면 법률의 위헌이나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헌재는 “오는 17일 3명의 재판관이 퇴임해 공석 상태가 된다면 해당 조항에 의하여 신청인(이 위원장)에 대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할 것이 현재 확실히 예측된다”고 가처분을 받아들인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재판관 공석 상태가 된 경우에도 이 조항에 따라 사건을 심리조차 할 수 없다면 사실상 재판 외 사유로 재판절차를 정지시키는 것”이며 “탄핵심판사건 피청구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설명했다.
이 조항의 효력은 이 위원장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정지된다.
조선일보 박혜연 기자
10.14 이진숙 탄핵 심판 계속된다…헌재 '재판관 정족수 7명' 효력정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헌법재판관의 정족수 부족으로 자신의 탄핵 심판이 정지되는 것이 부당하다며 헌법재판소에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헌재는 14일 이 위원장이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오는 17일 퇴임할 예정인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후임은 국회가 선출할 몫인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자 몇 명을 추천할지를 두고 다투면서 아직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만약 이 상태로 18일이 되면 재판관 3명 퇴임과 함께 헌재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다.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정하는데, 18일부터는 재판관이 6명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이 위원장은 이 조항으로 자신의 탄핵 심판이 열리지 못하고 무기한 직무 정지에 놓이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난 11일 효력 정지 가처분 시청과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헌재가 이날 이 위원장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23조 1항의 효력은 임시로 멈춘다. 정족수 제한이 없어지기 때문에 헌재는 후임 재판관 3명 없이도 이 위원장 탄핵 심판을 비롯한 다른 사건들에 대해서도 심리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10.15 '헌재법 효력 정지' 카드로 헌재가 헌재 마비 막았다
재판관 9명 중 17일 3명 퇴임
여야 싸움으로 후임자들 미정
입법부 횡포에 정족수 못 채워
헌법재판소가 '7명 이상 재판' 조항 정지시켜

▲직무가 정지중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헌법재판소가 여야 대립으로 후임 헌법재판관 선출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국회의 횡포를 막아섰다.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이 오는 17일 퇴임하면서 법이 정하는 심리 정족수 7명을 못 채워 ‘기능 마비’ 위기에 놓였던 헌재가 스스로 이 조항의 효력을 정지해 방어한 것이다.
헌재는 1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헌법재판관 공백으로 자신에 대한 탄핵 심판 절차가 정지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낸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받아들였다. 헌재는 이날 헌법재판소법이 정한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는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국회가 17일 퇴임하는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후임 재판관 선출을 미루면서 헌재 사건이 줄줄이 멈출 위기에 놓였었다. 재판관이 6명만 남게 돼 이른바 ‘심리 정족수’를 못 채우게 된 것이다. 헌재는 “임기 만료에 따른 재판관 공석 상태에서 해당 조항에 따라 사건을 심리조차 할 수 없다면 이는 재판 외 사유로 재판 절차를 정지시키는 것이며,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결정으로 세 재판관 퇴임 후에도 이 위원장의 탄핵 사건 심리는 이어지게 됐다. 이 위원장은 지난 8월 국회에서 탄핵이 소추돼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이 위원장 사건뿐 아니라 현재 계류 중인 헌재 사건들도 심리 중단을 피하게 됐다.

▲일러스트=박상훈
헌법재판소가 이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헌법재판소법의 ‘심리 정족수 7명’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킨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헌재는 우선 오는 17일 3명의 재판관이 퇴임해 공석 상태가 된다면 이 위원장의 기본권 침해가 발생할 것이 확실히 예측된다고 봤다. 또 3명의 재판관 퇴임이 임박한 만큼 이 위원장의 손해를 막아야 하는 긴급성도 인정된다고 했다. 헌재는 “헌법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민·형사재판, 행정재판은 물론 현법재판을 받을 권리도 포함된다”고 했다.
헌재는 또 “국회의 탄핵 소추를 받은 이 위원장은 헌재의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권한이 정지되기 때문에 탄핵 심판은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면서 “재판관 공석으로 심리조차 받을 수 없다면 이 위원장의 권한 정지 상태가 그만큼 장기화되고, 업무 수행에도 중대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헌재 결정으로 재판관이 6명밖에 없어도, 이 위원장 탄핵 심판뿐 아니라 다른 헌법 사건들도 모두 심리를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재판관 6명 전원이 동의해야 위헌 및 탄핵을 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남게 될 재판관 6명은 중도·보수 성향 4명(김형두·정정미·정형식·김복형), 진보 성향 2명(문형배·이미선)으로 분류된다. 헌재는 “만약 재판관 6명의 의견이 팽팽해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공석인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기를 기다렸다가 결정하면 된다”며 “다만 더 신속한 결정을 위해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기 전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조사를 하는 등 사건을 성숙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헌재는 재판관 공백에 대한 대비가 없는 현행 헌법재판소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헌재는 “임기가 정해져 있는 재판관의 퇴임은 당연히 예상되는 것이지만, 재판관 공석 문제가 반복해 발생하고 있다”며 “재판관 공석 상황을 보완하거나 대비할 만한 제도적 보완 장치가 전무하다”고 했다. 헌재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헌법재판관의 3분의 2 이상을 넘어 9명 중 7명을 심리 정족수로 하는 나라는 프랑스밖에 없다”며 “그나마 프랑스는 재판관 결원 등 비상사태를 대비해 심리할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대책 없는 나라는 없다”고 했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임명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국회 선출 3명으로 구성된다. 17일 퇴임을 앞둔 세 재판관의 후임은 국회가 선출해야 할 몫이다. 통상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를 통해 선출해왔지만, 민주당이 관행을 깨고 “다수당이 재판관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재판관 선출이 미뤄진 것이다.
조선일보 박혜연 기자
10.15 간신히 피한 헌재 마비 사태…재판관 선출 서둘러야

▲후임 재판관 선출이 지연되면서 헌법재판소가 6인 재판관 체제라는 비정상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진은 이종석(가운데)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지난 6월 27일 헌재 대심판정으로 들어서는 모습. 뉴시스
정족수 조항 효력정지, 6명만으로 사건 심리 가능
재판관 3명 여전히 선출 못해…국회의 직무 유기
헌법재판소가 6년 만에 다시 기능 마비에 빠질 위기에 놓였다가 겨우 벗어났다. 헌재는 어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제기한 헌법재판소법 일부 조항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헌재법 23조 1항이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 참석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일부 재판관이 임기 만료로 물러나 공석이 발생한 경우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위원장은 지난 8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이번 헌재 결정이 아니었다면 이 위원장은 언제쯤 최종 결론이 나올지 기약 없는 상태에서 국회의 후임 재판관 선출을 기다려야만 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공직자를 포함한 국민의 기본권에 관한 문제다.
헌재가 최악을 피한 건 다행이지만 사흘 뒤면 ‘6인 재판관 체제’라는 비정상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종석 헌재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세 명이 이틀 뒤 임기 만료로 물러나는데 아직 후임 재판관을 선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에도 재판관 공석으로 헌재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적이 있다. 헌재 재판관의 반복적인 공석은 정치권의 무책임이자 직무유기다. 헌재도 어제 가처분 결정문에서 “임기 만료로 인한 퇴임은 당연히 예상되는 것임에도 재판관 공석 문제가 반복해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헌재 재판관은 삼권분립 정신에 따라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각각 세 명씩 임명하고 국회가 세 명을 선출한다. 이번에 공석이 된 재판관 세 명은 국회가 선출할 몫이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후임 재판관의 추천 방식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국회 관례에 따라 여야가 각각 한 명씩 추천하고 남은 한 명은 여야 합의로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 민의에 의한 의석 분포를 반영해 야당이 두 명의 추천권을 가져야 한다고 맞선다. 정치권이 이 같은 정쟁을 벌이느라 핵심 헌법기관을 비정상 상황으로 몰아붙이는 건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헌재는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반영한 1987년 헌법 개정으로 출범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헌재는 국회가 대통령 등 공직자 탄핵소추를 의결했을 때 법률 위반의 중대성 등을 따져 최종적으로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곳이다. 일부에선 야당이 정치적 계산으로 헌재의 비정상 상황을 방치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의결한 공직자는 자동으로 직무가 정지되는데, 헌재의 탄핵 심판이 늦어지면 직무정지도 길어져 사실상 탄핵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음모론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야당은 전향적 태도로 여당과의 협의에 나서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10-15 여야, 헌법재판관 1명씩이라도 당장 추천해 선출하라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헌법재판관 3명 선출 방기(放棄)로 인한 심리·결정 마비 사태(오는 17일 24시) 직전에 겨우 자구 조치를 취했다. 헌재는 1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제기한 헌재법 제23조 1항(9명 재판관 중 7명 이상 참석해야 사건 심리 가능)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 심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헌재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고 효력을 정지시켜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했다. 모양새가 다소 어색하지만, 헌법기관의 기능 마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그렇다고 완전한 정상화는 아니다. 6명의 재판관이 심리는 할 수 있지만, 6명 만장일치가 아니면 결정은 할 수 없다. 그 경우, 충원될 재판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1987년 개헌 때 신설된 헌재는 대통령 임명 재판관 3인, 대법원장 지명 3인, 국회 선출 3인으로 구성된다. 국회 선출 재판관 3인의 임기가 17일 종료되는데, 여야는 배정 몫을 놓고 대립하면서 추천조차 아직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00년 제16대 총선으로 국회가 양당 체제가 정립되면서 여당과 야당이 각 1명,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 추천이 관습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의석 수를 내세워 2명을 추천하겠다고 맞서면서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의석 수 격차가 있더라도 관습을 존중하는 것이 삼권분립과 정치 중립 확보를 위해 바람직하다. 언제든 여야 의석이 역전될 수도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 마비 사태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여야가 당장 1인씩이라도 우선 추천해 선출함으로써 직무유기 죄책을 줄이기 바란다. 나아가, 후임 재판관이 임기를 시작할 때까지 퇴임 재판관이 직무를 수행하도록 헌재법을 개정함으로써 헌정 공백 여지도 없애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0-15 보완 시급한 헌법재판관 ‘자동 퇴임’
이호선 국민대 법대학장, 前 한국헌법학회 부회장
헌법재판소가 1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심판정족수를 7명으로 못 박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을 대상으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3명이 오는 17일 퇴임하면서 헌재의 심리가 중단되는 헌정 마비 사태는 한고비를 넘겼다. 헌재의 결정에 일단 안도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위헌 사태를 해결하는 전부는 아니다.
필자도 응급처치 차원에서 위 조항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구한 바 있지만, 임기가 만료된 헌법재판관으로 하여금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계속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지 않고는 이런 사태를 종국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현행법에 따르면 위헌이나 헌법소원 인용(認容)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6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6명으로 구성된 헌재라면 만장일치가 돼야만 한다는 뜻이다. 9명 중 6명의 찬성 요건보다 훨씬 까다롭다. 이 자체로 제대로 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심리만 하고 선고는 9명이 다 채워질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면 이 또한 사실상 헌법재판 중단이나 다름없다.
업무 공백이 없도록 임원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심지어 사임하더라도 후임자가 직무를 이어받는 때까지 종전 직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조직 구성과 운영의 기본 원리다. 후임자가 오지도 않았는데 교대 시간이 됐다고 자리를 떠나는 초병은 처벌 대상이다.
상법에서는 ‘퇴임이사’라고 하여 법정 이사의 수가 모자라는 때에는 임기 만료 또는 사임으로 인해 퇴임한 이사는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법 외에 특별법인에도 이런 규정이 있다. 예컨대, 방송법 제47조 제3항은 KBS 이사진 구성과 관련, ‘임기가 만료된 이사는 그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하고 있고,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제10조 제3항도 똑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재가 민간 기업이나 KBS, EBS보다 못한 존재인가.
유럽연합기능조약 제246조는 집행위원회 위원 전원이 사임한 경우 잔여 임기를 수행할 후임 집행위원들이 임명될 때까지 사임한 집행위원들은 계속 지위를 유지하고 업무를 수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집행위원의 사임에는 유럽의회(EP)의 불신임에 따른 해임까지도 포함된다. 즉, 불신임을 당해 쫓겨날 처지에 있어도 무책임하게 자리를 비우는 것이 아니라, 인수인계 때까지는 직무수행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법(Federal Reserve Act) 제10조 2항은 ‘임기 만료에 따라 이사회의 이사는 후임자가 임명되어 적격 요건을 갖출 때까지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 이런 규정들도 조직원리에 비춰 보면 사족(蛇足)이나 마찬가지다. 입법에서는 너무나 당연해서 문구로 굳이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 헌법에는 인권이나 기본권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미국이 인권 후진국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차제에 헌법재판관 임기에 관한 헌법재판소법 제7조 제1항도 일시적으로 효력을 정지시키고, ‘퇴임 재판관’들을 당분간 그대로 심리와 선고에 참여하게 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문화일보
10-15 탄핵만 3건… 헌재, 심리하다 허송세월 우려
■ ‘심리 정족수 7명’ 조항 효력정지
재판관 6명 체제 심리 가능해도
전원동의 필요… ‘결정’ 힘들듯
매년 헌소 접수 2000건 넘는데
헌재 마비로 ‘기본권 구제’ 막혀
법조계 “국회, 서둘러 추천해야”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재판관 정족수 7명을 채워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도록 한 헌재법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면서 초유의 ‘헌재 마비’ 사태는 일단 피하게 됐다. 하지만 재판관 6명만으로는 사건 심리는 계속할 수 있지만 위헌이나 탄핵, 헌법소원 등의 결정을 사실상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퇴임을 앞둔 헌법재판관 3인의 후임을 국회가 서둘러 추천해 국민 기본권 침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 이 위원장이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의 효력을 멈춰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헌재는 “재판절차 정지로 이 위원장 직무 정지 상태가 장기화되면 업무 수행에도 중대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해당 조항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고, 재판관 3명의 퇴임이 임박한 만큼 손해를 막을 긴급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23조 1항은 헌법재판관 9명 중 최소 7명 이상이 출석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오는 17일 퇴임하면 18일부터는 재판관이 6명만 남기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헌재 마비’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헌법재판소법 23조 2항은 ‘종국 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한다’고 정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6명으로 결정을 선고하는 것도 가능하다. 법률의 위헌이나 탄핵, 헌법소원 등의 결정도 재판관 6명 전원이 동의하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6명 체제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헌재도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만약 재판관 6명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나머지 3명의 재판관 의견에 따라 사건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에는 현재 공석인 재판관이 임명되기를 기다려 결정을 하면 된다”고 결정이 지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 사건 중 비중이 큰 것은 국민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 수단인 헌법소원인데 헌재 기능이 마비되면 결국 국민의 기본권을 구제할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헌법소원 사건 접수 건수는 지난 2019년 2000건(2062건)을 넘어선 이후 2020년 2472건, 2021년 2201건, 2022년 2322건, 2023년 1935건으로 집계되는 등 최근 5년간 연평균 2200여 건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여야는 국회가 선출하는 재판관 3명의 추천 방식을 놓고 여전히 공방을 벌이고 있다. 헌법재판소법에 국회 몫 재판관 추천 방식을 정한 규정이 따로 없는 탓에 대체적으로 여야는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합의로 선출하는 관례를 따라왔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고려해 자신들이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양당 체제 당시의 관례를 따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문화일보 이후민·나윤석 기자
10.15 부족 정치의 시대, 엄격한 법 집행이 답이다
민족주의 시대는 가고
세계는 지금 정치적 부족주의
미국·유럽, 亞·남미도 예외 없어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믿고 싶은 것만 믿게 하는 세상
극단적인 좌우 진영 정치
달리 묘수는 없다
공정한 법 집행으로 신뢰 줘야

▲2023년 여름 발표된 제이슨 알딘(James Aldean)의 곡 “작은 마을서 그래 봐라(Try That in a Small Town)”의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경찰 보고 욕하고, 얼굴에 침을 뱉고, 국기를 짓밟고 불태우는 짓거리, 작은 마을서 그래 봐라, 여긴 우리가 지키니까. 선 넘으면 알게 될 일, 바라건대 하지 말길, 할아버지께서 주신 총을 우린 갖고 있으니까.”
2023년 여름 발표된 제이슨 알딘(James Aldean)의 곡 “작은 마을서 그래 봐라(Try That in a Small Town)”의 노랫말이다. 동영상을 보면 카우보이 차림으로 읊조리듯 노래하는 알딘의 등 뒤로 미국 대도시의 격렬한 폭력 시위 장면이 깔린다.
문제의 동영상이 발표되자 거센 논란이 일었다. 총기 사용과 인종차별을 부추긴다며 뮤직비디오의 상영을 금지한 방송사도 있었다. 흑인에 대한 협박이란 항의가 빗발치자 알딘 측은 원본에서 애틀랜타 흑인 시위 장면은 삭제해야 했는데, 놀랍게도 이 곡은 순식간에 빌보드 핫 차트 1위에 올랐다.
컨트리송의 대유행은 열렬한 환호와 격렬한 반발을 일으키며 미국 사회를 두 진영으로 갈랐다. 바로 그 두 진영이 3주 앞으로 다가온 60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대결한다. 두 진영의 극한 대립을 보면 타협의 여지도, 상생의 지혜도 없어 보인다. 최초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전 세계에 민주주의를 수출하던 미국은 먼 옛날의 추억이 되어 버렸다.
정치적 양극화는 미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세계는 지금 종족적 민족주의(ethnic nationalism)의 시대가 가고 정치적 부족주의(political tribalism)의 시대가 왔다. 특히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그러한 양상이 더욱 심하다. 북미, 서유럽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대만 등에서도 진영 간 정치 갈등은 부족 전쟁의 양상을 띤다. 정치 갈등은 사회제도나 경제정책에 머물지 않고 사생활의 미묘한 영역까지 번져서 젠더, 종교, 전통 같은 삶의 기본 가치를 놓고 벌어진다. 처음 만난 사람들도 두세 마디 말만 섞으면 금방 상대방의 진영을 지레짐작하는 세상이다. 정치 성향에 따라서 생각과 가치뿐만 아니라 패션과 말투, 심지어는 몸짓과 표정까지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정치적 양극화는 대개 단순한 이분법으로 전개된다. 결국 “우리 부족은 선하고, 너희 부족은 악하다”는 진영 논리의 부족 전쟁이 되고 만다.
종족적 민족주의는 인류사에서 기껏 250년 전에 출현했는데 전체주의 독재자들이 악용하면서 잔혹한 세계 대전으로 표출됐다. 물론 지구 여러 지역에선 아직도 종족적 민족주의가 수그러들지 않았지만, 인류는 그 불합리와 위험성을 혹독하게 체험하고 절절히 학습했다. 문제는 디지털 정보 혁명과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이 불러온 탈진실의 시대에 갈수록 격해지는 정치적 부족주의이다. 날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은 정부를 불신하고, 전문가를 조롱하고, 법질서를 무시한다. 그들은 오로지 자기 부족의 추장만을 믿고 따라간다. 그 추장이 설사 특대형 범죄 혐의로 종신형을 받을 처지라도 열광적 팬덤은 줄어들지 않는다.
정치적 부족주의의 위험을 헤쳐 나갈 범인류적 지혜는 없는가? 1960년대 마오쩌둥이 “대민주”를 내걸고 일으킨 문화혁명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당시 중국 전 지역에선 사분오열된 군중 집단 사이에서 대규모 무장투쟁이 쉴 새 없이 터졌다. 중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무장투쟁이 4,300여 건이나 발생해서 대략 23만7000명이 사망했다. 당시 중국은 마오쩌둥의 지도 아래서 일사불란하게 자력갱생의 한길로 내달리는 듯했지만, 물밑에서 부글부글 끓던 진영 갈등은 실제적인 내전으로 터졌다. 어떻게 전체주의 중국에서 극한의 부족 전쟁이 벌어졌을까? 그 최고 수령이 앞장서서 법질서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달리 묘수가 있을 리 없다. 정부가 강력한 공권력으로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길밖에는. 파당적인 학자들은 자기편이 도심을 점령하면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이라 들떠 칭송하지만, 극단의 진영 정치는 좌·우 군중 모두를 이미 부족 전쟁의 전사로 만들어 놓았다. 야만적 부족 전쟁을 막으려면 어떤 경우라도 법만큼은 어디서나 예외 없이 공정·엄격하게 집행된다는 사회적 믿음이 유지돼야 한다. 그런 믿음만 유지될 수 있다면 좌우 진영의 상호적 견제와 감시는 오히려 민주주의의 발전을 돕는다. 거의 400년 전 영국 내전을 겪은 홉스가 설파했듯 부족 전쟁을 막으려면 모두가 공동의 계약으로 강력한 ‘리바이어던’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10-15 선거범죄 ‘지연 판결’ 또한 위법이다
임종훈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前 홍익대 법대 교수
대검찰청은 지난 4월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 결과 입건된 인원 3101명 가운데 공소시효 만료일인 10월 10일까지 1019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현역의원은 152명이 입건됐고, 이 가운데 14명이 기소됐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27명의 의원이 기소된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리고 국회의원 당선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범죄를 범한 혐의로 선거사무장 4명과 회계책임자 5명이 기소됐으며, 공범이 기소돼 공소시효가 정지된 상태에서 계속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역의원도 4명이 있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의 선거사범에 대한 신속한 재판이 필요하다. 공직선거법도 선거범에 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하도록 규정한 다음,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제2심과 제3심은 전심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하도록 강행규정(제270조)을 두고 있다. 즉, 공소 제기 후 1년 이내에 법원은 선거재판 절차를 모두 완료해야 한다. 그렇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이 2년2개월이나 걸리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공직선거법의 명문 규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선거사범에 대한 재판 기간 규정을 훈시 규정으로 해석·운영하고 있다.
제21대 총선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국회의원 27명에 대해서 공소 제기부터 확정판결까지 소요된 기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평균 14개월17일이 걸렸으며, 11명(40.7%)에 대한 재판은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기한 1년을 넘겼다. 심지어 제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어느 의원은, 공소 제기 후 40개월이 지나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되기도 했다.
이번에는 법원이 공직선거법 규정을 충실히 준수해 법이 정한 기간 내에 재판 결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전국 법원에서 재판 지연이 문제가 됐었지만, 현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끄는 사법부에서는 재판 지연 문제가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특히, 선거소송의 경우 법정기한이 철저하게 준수돼야 한다. 대법원이 최근 각급 법원에 규정을 준수하고, 사건 진행 상황을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은 바람직한 조치다. 검찰도 선거사범에 대한 기소 결과를 발표하면서 언급했듯이 공직선거법이 규정한 재판 기간 내에 선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法諺)은 특히 선거사범에 대한 재판에 해당하는 말이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국회의원은 주권자인 국민을 대신해 입법을 하고 예산을 심의하며 정부를 견제하는 기능을 하는데, 선거법을 위반해서 당선됐기 때문에 애당초 국회의원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 국회의원의 임기 중 상당 기간 의원직을 수행하게 된다면, 이는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의 정당성과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가 된다.
한편, 선거사범을 제대로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도록 ‘선거일 후 6개월’로 규정돼 있는 현행 공소시효도 합리적인 범위에서 연장할 필요가 있다.

문화일보
10.17 '깜깜이' 교육감 직선에 세금 565억 헛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일인 16일 오후 정근식 후보가 서울 마포구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은영 씨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 진영 정근식 후보가 5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정 후보는 곧바로 조희연 전 교육감의 남은 임기인 1년 8개월 동안 교육감 직무를 수행하게 됐다. 지난 10년에 이어 앞으로 2년 가까이 더 진보 교육감 시대가 이어지는 것이다.
정 후보 승리는 진보 진영이 이번에도 큰 잡음 없이 완전한 단일화에 성공한 데 힘입은 것이다. 야당이 압도적인 과반을 차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보수 진영에는 처음부터 힘든 선거였다고 할 수 있다. 정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조희연 진보 교육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혁신학교 확대·강화, 학생인권조례 유지 등 조 전 교육감의 정책 기조가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는 진보교육감 10년을 ‘어둠의 교육’이라고 비판하며 초등학교 지필평가 부활, 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 폐지 등을 공약했지만 역부족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번 선거도 전형적인 깜깜이 선거였다. 투표율은 23.5%로 저조했다. 지난 11~12일 사전선거 투표율도 다른 군수·구청장 선거(20~40%대)보다 낮은 8.28%를 기록했다. 유권자들은 교육감 출마자들을 잘 모르니 관심도 작을 수밖에 없다. 정당 추천도 없다. 주요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가 없어서 선관위 주관 토론회조차 제대로 열지 못할 정도였다. 유권자 관심을 끌기 위한 ‘네거티브 공방전’만 치열했다. 교육적이어야 할 교육감 선거가 가장 비교육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선거를 치르는 데 세금 565억원이 들었다. 학생들에게 쓰여야 할 소중한 세금이 무의미한 선거에 뿌려진 셈이다.
2007년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선거를 몇 번 치렀지만 유권자 무관심과 그 부작용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교육감 직선제 실험은 실패했음이 분명해졌다. 이런 선거는 이번을 마지막으로 하고, 2026년 지방선거부터는 새로운 방식으로 교육감을 선출하거나 임명해야 한다. 여야는 바로 논의를 시작해 교육감 직선제를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나 임명제 등으로 바꿔야 한다. 시·도지사 후보는 득표를 위해 중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교육감 러닝메이트를 고를 가능성이 있다.
조선일보 사설
10-17 서울시민 11% 지지로 뽑힌 교육감… 제도 개선 시급하다
16일 실시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애초 우려대로 ‘깜깜이’ 선거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투표율이 23.5%에 불과한 선거에서 진보 진영 정근식 후보는 50.24%를 얻어 당선됐다. 정 후보는 “진보적 혁신 교육 계승의 사명을 이뤄냈다”며 혁신학교 확대·강화, 학생인권조례 유지 등 조희연 전 교육감의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10년째 이어진 진보 교육의 흐름은 2026년 6월까지 연장됐다.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는 ‘좌파 교육감 심판’을 내걸고 기초학력 신장 등을 제시했지만 45.93% 득표에 그쳤다. 무엇보다 진보 진영 단일화가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3차례 선거에서 단일화 실패로 조희연 전 교육감에 잇달아 패한 보수 진영은 이번에도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다. 의대 입시 등 정부정책에 대한 서울 유권자의 불신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3.5%에 불과한 투표율은 대표성에 의문을 던진다. 정 후보는 서울 유권자 832만1972명의 11.58%인 96만3876명의 지지를 얻은 것에 불과하다. 깜깜이 선거로 상징되는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직선제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교육감 선거의 부작용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정당 추천이 없고 유권자의 관심도 낮다 보니 후보자들은 자극적 선동에 전력을 기울인다. 이번에도 두 후보는 교육정책보다 재산, 가족 문제, 학폭 의혹을 제기하며 설전을 벌여 “역대급 아수라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선거에 무려 565억 원의 세금이 쓰였다.
서울시교육감은 유치원부터 초중고까지 84만 명의 교육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올해 예산은 11조 원을 넘는다. 시급히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나 임명제 등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다. 한심한 선거가 또 있어서는 안 된다.
문화일보 사설
10-17 교육감 ‘직선제 폐해’ 뜯어고칠 때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교육감 직선제 중립성 논란 여전
‘보수·진보’ 표방부터 위법 소지
정치적 편향 교육이 불신 더 키워
미성년자 교육에는 치명적 폐해
정치성향 노출금지 알권리 침해
학부모·시민단체 脫정치가 대안
대한민국의 교육은 해방 이후 오랜 기간 중앙정부에서 관장했다. 과거에는 국정교과서가 주류를 이뤘고, 문교부(교육부의 전신)가 교육행정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 중앙집권적 교육의 변화는 1991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교육자치법)이 제정·시행되면서 시작됐다. 시·도별로 교육위원회가 구성되고, 교육감을 선출하면서 지방의 교육자치가 가능해진 것이다. 주민이 교육감을 직선하는 것은 2006년 교육자치법을 개정함으로써 시작됐다. 이러한 교육감 직선에 대한 반대도 적지 않다. 선거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데, 교육감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할 경우에는 헌법 제31조 제4항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반한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대학생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는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 그러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정치적 편향성이 나타날 경우 그 폐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는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교육감 선거에 대한 정당의 관여는 교육자치법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보듯이 후보자들이 정당 표방을 하는 대신에 보수 또는 진보 후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사실상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어 교육감 선거가 정치화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에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나타났지만 묵인되던 것이다.
하지만 진영 갈등이 더욱 심각해진 상황에서 이런 식의 교육감 선거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로 인하여 교육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 커지면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되새겨 봐야 할 이유가 되고 있다. 이 문제는 과거 교과서에 의한 역사 왜곡 논란과도 유사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이다. 교과서에서 특정 사건, 특정 인물을 미화하거나 폄훼하는 것은 그 범위가 한정적이지만, 교육행정 자체가 정치적 편향성을 갖게 되는 경우에 그 파급효과는 훨씬 광범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선거의 정치적 성격이다. 선거는, 그것도 주민 직선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수많은 유권자가 선거에 참여하는 가운데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서는 후보자들이 선거운동을 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선거운동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유권자들과 정치적 성향을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의사 표현이나 후원회 가입 등과 비교할 때, 정당에 가입하는 행위 및 선거에 입후보하여 선거운동을 하는 행위가 더욱 정치성이 강하다는 점은 널리 인정된다. 교육자치법에서 교육감 선거에 대한 정당의 관여를 금지하고 있으나, 정치적 편향성을 갖는 교육행정에 대한 우려와 불신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교육감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견해는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교육위원회 등에 의한 간선에 대해서도 비판이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주민 직선을 포기할 경우에는 지방교육자치가 크게 후퇴하고, 중앙집권적 교육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면 교육감 선거는 유지하되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의 노출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방안은 어떨까? 아마도 후보자에 의한 공식적인 노출은 억제될 수 있어도 현대 정보사회에서 (더욱이 극심한 진영 갈등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을 확인하려는 것을 막는 것은 ‘알 권리’ 때문에도 매우 곤란할 것이다.
결국, 이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진영 갈등의 극단화부터 해소해야 할 것이지만, 현재로써는 요원한 일이다. 차선으로 생각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교육과 직접 관련된 교원노조, 학부모 단체 그리고 각종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이 우선적으로 탈(脫)정치화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다수 유권자가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보다는 교육감으로서의 능력, 도덕성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러한 평가가 선거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교육감 선거를 만들어 가는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일보
10.17 민주당 마구잡이 언론 제소, 방탄용 재갈 물리기

▲더불어민주당이 올 들어 이틀에 한 번꼴로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까지 총 124건에 달하지만 이 중 65% 이상이 기각되거나 취하됐다. /그래픽=김하경
더불어민주당이 올 들어 이틀에 한번 꼴로 자기들을 비판하는 언론 기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말까지 중재위에 조정 신청을 한 건수가 124건에 달하는데 이 중 65.3%(81건)가 기각 또는 취하됐다. 불리한 언론 보도를 막으려 마구잡이 제소를 한 것이다.
중재위는 국민이 언론 보도로 피해를 봤을 때 소송을 거치지 않고 빠르게 구제받도록 하기 위해 만든 기구다. 민주당은 최근 5년간 중재위에 총 137건의 정정·반론 보도 신청을 했는데 이 중 90%가 올해에 집중됐다. 제소 건 중 38%(47건)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보도였다.
중재위는 34건(27.4%)에 대해 신청인 주장에 이유가 없다며 기각했다. 또 47건(37.9%)은 민주당이 스스로 신청을 거둬들였다. 민주당은 “이 대표와 원내대표가 불공정 여론조사 논란 업체를 당내 경선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는 보도를 문제 삼았지만 중재위는 “민주당이 제기한 내용이 사실적 주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른 건에 대해서도 “개별적 연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기각했다.
중재위의 2022년 전체 조정 사건 중 기각 비율은 12%, 취하는 28.4%였다. 정치권 제기 사건의 경우 기각은 한 건도 없었고 취하는 19.4%였다. 이에 비하면 민주당 제소 사건의 기각·취하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이다. 일반 국민을 위한 피해 구제 제도를 방탄용 언론 재갈 물리기에 악용한 것이란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도 대장동 비리 관련 보도를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줄줄이 제소했다. 대장동 주범 김만배씨의 공개적 법정 증언 보도까지 문제 삼았다. 선관위 제소가 40건을 넘었고 그중 3분의 2 이상이 기각·각하됐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때도 불리한 기사만 나오면 ‘가짜 뉴스’라고 공격하고 징벌적 손배제를 담은 언론 중재법까지 통과시키려 했다. 국내외 언론 단체에서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유례없는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그 법을 주도한 건 언론 보도로 수백억 원대 비리나 부동산 투기가 드러났던 의원들이었다.
민주당은 작년 말 정정 보도 청구만으로 최대 30일까지 기사 접속을 차단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냈다. 인권위는 “검열과 유사한 언론 자유 침해”라고 했다. 자기 비위가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 걸핏하면 언론을 제약하는 악법을 만들고 중재위 제소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17 국감 무용론 부른 ‘정쟁·막말·추태’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2주차를 넘어 후반으로 가고 있지만, ‘민생·정책 국감’에서 멀어지는 모양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감시나 민생 현안에 대한 해결책보다는 ‘정쟁·막말·추태’를 보이면서 ‘정쟁·파행 국감’으로 가고 있다.
이런 우려는 지난 14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정감사와 관련해 막말을 쏟아낸 양문석·장경태·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힌 것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추 원내대표는 “국정감사가 지난주 내내 민주당의 정쟁 막말 갑질로 얼룩졌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일 양문석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지난해 4월 김건희 여사와 국악인 원로 등의 청와대 간담회 도중 이뤄진 가야금 독주, 판소리 제창 등을 트집 잡아 “청와대를 기생집으로 만들어 놓았나. 이 지×들을 하고 있다”고 폭언했다. 그의 언행은 시정잡배보다 저질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게다가 걸그룹 뉴진스 멤버인 하니를 국감장에 불러놓고 공사(公私) 구분을 하지 못하는 의원들과 증인의 추태는 한심하기 그지없다. 하니는 소속사의 직장 내 괴롭힘을 증언하기 위해 국감장에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 증인으로 나온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은, 하니와 별도 만남을 갖거나 ‘미소 셀카’를 찍는 등 공적 본분을 잊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국회로 입장하는 하니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기 위해 입구에서 쪼그려 앉아 촬영하고 별도의 만남까지 추진하자, 여당은 ‘최 위원장이 국감 진행 도중에 회의장을 비우고 하니를 만나고 온 것 아니냐’며 특권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김태선 민주당 의원은 정 사장에 대해 “회사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셀카를 찍느냐. 웃음이 나오나” 하고 질타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문제의 본질은 국회에 ‘직장 내 갑질’을 고발하러 온 뉴진스 멤버를 최 위원장이 특권을 이용해 상임위 대기실로 가서 별도로 만났다는 점”이라며 “최 위원장은 국회의원의 특권을 이용해 사생팬(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사로운 일상생활까지 추적하는 극성팬)으로 팬심을 채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이를 부인했고, 여야 간 공방으로 결국 국감은 파행됐다.
국회 현관에서 쪼그려 앉아 하니를 촬영하는 행태나, 노동자 사망 사고로 국감에 불려 나온 기업 사장이 하니와 부적절한 미소로 인증샷을 찍는 행태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품위를 훼손하는 몰상식한 추태다. 그야말로 요지경이다. 민생·정책의 현장이 돼야 할 국정감사장을 팬 미팅 장소로 변질시키는 추태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국감 도중 국회의원과 증인이 자랑질을 위해 연예인 사진을 찍는 관종적 추태를 보이고 있으니 국감 무용론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4·10 총선 이후 국회를 장악한 야당의 독주와 타협 없는 정부·여당의 강경 노선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이대로 계속 추태와 정쟁만 벌인다면 국민의 정치 불신은 더 커질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남은 국감의 시간이라도 정쟁·막말·추태를 중단하고 민생과 정책 현안으로 알차게 채우기 바란다. 국회의원에게 주는 세비가 아깝다는 소리, 국회를 해산하라는 분노의 목소리를 더는 듣지 않기를 바란다.

문화일보
10.17 [단독] 정근식 찍은 투표지 5장 똑같이 접혀 발견
서울 교육감 선거 부정 논란
동작구 개표장서 발견돼 신고

▲ 16일 서울 동작구의 한 개표장에서 정근식 후보에게 기표한 투표지 5장이 똑같이 접힌 채로 발견됐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정근식 좌파 후보를 찍은 투표지 5장이 똑같이 접힌 채로 발견됐다.
17일 박주현 변호사에 따르면 16일 치러진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의 서울 동작구 개표장에서 정 후보에게 기표도장이 찍힌 투표지 5장이 자로잰 듯 똑같이 접힌 채로 투표함에서 나왔다.
박 변호사는 “이런 가짜 투표지들이 무더기로 나오는 선거에서 어떻게 우파 후보가 당선될 수 있나”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한편 100% 개표된 17일 오전 3시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정 후보는 50.24%(96만3876표)의 득표율을 얻어 45.93%(88만1228표)를 얻은 조전혁 후보를 4.31%p 차로 앞질렀다.
10.17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부정선거 결정적 증거 또 터져
정근식 후보 찍은 투표지 5장 똑같이 접힌 채 발견!
‘명태균 여론 조작’은 부정선거 첫 단추… 제발 수사하라
나경원 “어쩐지 지난 선거가 의외 현상의 연속이더라”
한국 사회는 지금 동기의 위기를 맞고 있다. 물론 자유를 상실한 감도 빼놓을 수 없다. 공산주의 집단에서 볼 수 있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공공부문이 비대해지고 그 만큼 개인의 동기가 말살되고 자유가 축소된다. 질적인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실현되기 어려운 사회로 가고 있는 것이다.
‘개인이 해야할 것과 하지 않을 것’을 결정하는 행동이 동기다. 동기로 제일 먼저 꼽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와 이 문제를 오랜동안 유지하는 것, 이를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것, 좋은 관계를 유하는 것 그리고 가치(value, honor)를 지키는 것 등이 있다.
매슬로(1954)는 동기를 생리적 욕구·안전의 욕구·사회적 명성의 욕구 그리고 자아실현의 욕구를 꼽았다. 그러나 자유는 무엇으로부터 자유(free from),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 자유(free for)가 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후자를 더욱 요구한다. 후자는 질적인 ‘최대 다수가 최대 행복’을 누리는 자아실현이 가능한 사회이다.
따지고 보면, 자아실현의 행복한 자유는 의지와 동기를 지니지만 도덕률을 강조한다. 이는 동기가 전체의 자연(환경과 사람과의 관계) 목표와 하모니를 이루는 것이고, 동기·의지의 기본적 환경 결정요인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 만큼 자유는 책임을 요구한다. 개인은 철저한 절제를 통해 균형감각을 회복할 때 각자의 자아실현이 가능하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화모니와 같은 것이다. 개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단원이 일심동체가 되면, 그 사회는 행복감이 늘어난다.
대한민국 사회는 물적 토대를 이루었으나 자아실현과는 거리가 멀다. 갈수록 퇴행적 형태를 보이고 있다. 우선 유능한 인재가 부정선거로 영입되지 않는다. 설령 영입이 되었어도 도덕률에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 조화롭지 못한 사회가 된 것이다.
교육부터 문제가 생긴다. 조선일보 표태준·오주비 기자(2024.10.17), 〈계속되는 ‘서울 진보교육감’… 투표율 23.5%, 직선제 무용론 나와〉, 선거에 무관심이고 선거 시스템 자체 신뢰가 없다. 보궐선거인데 그 부류, 즉 체제부정의 인사가 당선이 되었다.
“16일 실시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정근식(67)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지난 10년간 서울 교육을 이끌어 온 ‘진보 정책’이 당분간 계속 이어지게 됐다. 이번 선거는 진보 조희연 전 교육감이 불법으로 직을 상실하며 치러진 선거지만, 보수 진영은 서울시 교육감 탈환에 또다시 실패했다. 정 당선인은 17일 당선증을 받는 대로 서울시교육감 업무를 시작한다. 임기는 조 전 교육감 잔여 임기인 1년8개월이다.
정 당선인은 이날 당선이 확실시되자 “보궐선거 승리로 진보적 혁신 교육 계승의 사명을 이뤄냈다”며 “치열한 역사 의식과 문화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서울 교육을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그는 전남대와 서울대에서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주로 한국근현대사 연구에 매진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정 당선인 승리에는 ‘단일화 성공’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보 진영은 한때 출마를 선언한 이가 10명에 달할 정도로 후보가 난립했지만 결국 1명으로 후보를 압축했다. 그의 당선으로 ‘혁신학교’ 등 진보 교육 정책의 명맥은 이어지게 됐다. 대표적으로 조 전 교육감이 249개까지 늘린 혁신학교를 더욱 확대·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선거 기간 내내 ‘역사교육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한 그는 ‘역사교육자료 센터’를 설립하는 등 역사 교육에 투입되는 교육청 자원을 늘린다고 공약했다.”
또 부정선거 논란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로 허겸 특별취재부장(10.17), 〈[단독] 정근식 찍은 투표지 5장 똑같이 접혀 발견〉, 부정선거 하나 관리하지 못하는 윤석열정부다. 그 일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는 부정선거 퇴치할 동기가 없는 것이다. 세금만 날아간다. 조선일보 사설(10.17), 〈‘깜깜이’ 교육감 직선에 세금 565억 헛돈〉이란다.
“16일 서울 동작구의 한 개표장에서 정근식 후보에게 기표한 투표지 5장이 똑같이 접힌 채로 발견됐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정근식 좌파 후보를 찍은 투표지 5장이 똑같이 접힌 채로 발견됐다. 17일 박주현 변호사에 따르면 16일 치러진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의 서울 동작구 개표장에서 정 후보에게 기표도장이 찍힌 투표지 5장이 자로잰 듯 똑같이 접힌 채로 투표함에서 나왔다. 박 변호사는 “이런 가짜 투표지들이 무더기로 나오는 선거에서 어떻게 우파 후보가 당선될 수 있나”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스카이데일리 박주현 KCPAC 대표·변호사(10.17), 〈‘명태균 여론 조작’은 부정선거의 첫 단추다- 정당 경선을 시작으로 부정선거 수사 개시하라. 反대한민국 세력은 부정선거 범죄자들과 연루〉, 메이저 언론은 감시 자체를 포기한다. 그리고 제도권 정치는 한통속으로 움직이다. 국민만 동기를 말살하고, 제도권을 불신한다. 될대로 되어라 식이다.
“갑툭튀 명태균, 누군지도 몰랐던 인물이 정치판을 휘젓고 있다. 반국가 세력들은 명태균의 등장을 계기로 ‘명태균=최순실’ 프레임을 씌워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을 띄우며 탄핵 정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내밀한 카카오톡 내용까지 언론에 공개되며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명씨가 주로 담당한 영역은 여론조작으로 보인다. 그간 어둠이 세력에 의해 뭉개졌던 부정선거의 첫 단추인 여론조작의 실체가 갑자기 드러나 정당의 부정 경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난 선거가 의외 현상의 연속이었다고 지적했다. 명태균이 개입되어 있다고 알려진 이준석이 당대표로 당선된 지난 전당대회 선거와 오세훈이 당선된 서울시장 경선을 말한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레이스 초반 여론조사 압도적 1위, 1차 경선에서 압도적 1위였던 내가 결국 압도적으로 패했다” “이준석 후보와의 전당대회 경선에선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전당대회 초반에 역시 여유있는 1위였는데 패했다”며 응답률과 여론조사 횟수 등이 의아하다고 밝혔다.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조작이 어려운) 당원 ARS투표(3만129표)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47.18%를 득표해서 이준석 후보(28.70%)에게 압도적으로 이겼는데, (조작이 쉬운) 모바일투표(11만9065표)에서는 오히려 나경원 후보가 39.36%로 39.62%의 이준석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졌다. 같은 모집단이며, 무려 12만 명·3만 명이 투표하여 편차가 크지 않아야 함에도 당내 경선에서 대수의 법칙에 현저히 위배된 이해할 수 없는 격차가 벌어졌다. 조작이 아니라면 발생할 수 없는 현상이다.”
여론조사부터 시스템이 동기를 말살하게 되어 있다. MBC노동조합(제3노조) (2024.10.16), 〈20년 전 동의를 근거로 AI 학습... “정신을 도둑 맞았다”〉, “네이버는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정신을 못차린 것 같다. AI가 없는 시절 받은 개인정보 (서비스 이력) 이용동의를 가지고 개인의 수십년 기사조회 이력을 샅샅이 딥러닝해 ‘정신’을 스캐닝하는 것을 ‘합법’이라고 오판하는 것 같다.
이런 준법의식으로 대한민국의 미디어 플랫폼을 독점한다면 너무도 위험성이 크다. 지금부터라도 투명한 공개와 대중적인 검증, 그리고 새로운 개인정보 이용동의에 나서야 마땅함에도 전혀 반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네이버의 기사이력 조회 행태에 대한 기사가 나가자 댓글창에는 “오싹하다” “개인 정치성향 파악할 것 같다”는 경계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네이버 딥러닝을 통해 나의 기사조회 이력이 ‘전면 스캔된다’ 네이버는 CBF(Content-Based Filtering)를 통해 이용자 개인이 과거 조회한 기사를 인공지능이 딥러닝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용자가 조회한 기사에 등장한 단어(키워드)와 그 기사의 중요도를 차별화하는 작업이 1단계이고, 중요도가 높은 단어나 관련성이 높은 기사를 선별하는 것이 2단계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들은 인공지능에 설정값을 넣어서 수행하게 되고 인공지능의 학습과정의 중요한 피드백은 결국 네이버가 조정해주면서 진행하게 된다. 이를 더 구체화하면 이렇다. 특정 이용자가 한동훈 대표와 관련된 기사와 이재명 대표의 재판 관련 기사를 집중적으로 조회해 왔다고 했을 때 이러한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를 뽑게 된다.
그러면 이러한 키워드들이 많이 등장하는 기사나 키워드들과 관련성이 높은 기사를 인공지능이 선별하고 추천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결국 개인의 기사 취향을 특정하는 것이고 다시 말해 정치적 성향을 특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가 네이버 인공지능 안에 고스란히 개인별로 저장되어 있다면 얼마나 섬뜩한 일인가? 이러한 일들은 충분한 설명 후에 개인별로 동의를 받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20년 전 동의를 활용한다는 네이버의 설명은 불법을 자인하는 일이다.”
농민이 우선 순이다. 노동자·농민의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눈앞에 전개된다. 조선일보 사설(10.17), 〈과잉 쌀 비축 비용만 2조 원, 누구를 무엇을 위한 낭비인가〉, “지난해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매입하고 되파는 과정에서 지출한 쌀 비축 비용이 1조7700억 원에 달했다. 공공 비축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최대치로, 2022년의 1조1802억 원에 비해 1년 사이 50% 가까이 불었다.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수요를 웃도는 초과 물량을 정부 재정으로 매입하도록 의무화한 양곡관리법 때문이다. 사들인 쌀을 보관·관리하는 데 쓴 비용도 지난해 3942억 원으로, 2005년 이후 최고치였다. 비축 비용과 보관 비용을 합치면 2조2000억 원에 달한다. 쌀은 남아도는데 정부가 수매를 보장해 주니 농가의 쌀 생산은 크게 줄지 않고 재정 지출은 지출대로 늘어나는 악순환이 빚어지는 것이다.
노동자 카르텔이 심하다. 그러나 그들도 작업 성취도가 빈약하다. 노조의 목소리를 높아가는데 반도체 수율은 개선되지 않는다. 동아일보 곽도영 기자(10.17), 〈삼성 ‘AP 독립’ 지연… 갤럭시 S25에 ‘엑시노스’ 탑재 불투명〉, 노동을 통한 자아실현의 개념이 점점 희석된다. 더욱 전문화되고 정밀화되지만 노동자는 자기 개발을 등한지 한다.
“삼성전자가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인 주력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S25’에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탑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DS)부문에서 만드는 AP ‘엑시노스’가 만족할 만한 수율(생산품 중 양품의 비율)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가운데 삼성전자의 ‘AP 독립’이 지연되며 관련 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도 사유재산 제도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공산주의 사회가 그렇듯 자본가 혐오증은 대단하다. 자연 공공부문이 비대화하고 민간시장이 죽어가고 있다. 기업도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때이다. 스카이데일리 김기찬 기자(10.16), 〈대기업집단 등기임원 중 6.5% 오너家… KCC 비중 ‘최대’. CEO 스코어 조사… 삼성‧LG는 오너일가 등기임원 단 1명뿐. DL‧미래에셋‧이랜드‧태광 4개 그룹 등기임원 중 오너일가 0명. 오너일가 등기임원 수는 SM 최다… 이재용 회장 ‘미등기임원’〉, 자유주의·시장경제가 맞아... 대기업은 국유화가 된 것인가? 정부와 국회가 사적 부문에 사사건건 간섭할 필요가 없다.
노조는 갈수록 강해지고 자본가는 갈수록 약해진다. “자산 5조 원 이상 국내 대기업집단 78곳의 등기임원 중 오너일가는 100명 중 7명 꼴로 나타났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16일 등기 임원 현황을 조사했더니 전체 등기임원 1만2718명 중 830명(6.5%)이 오너 일가였다고 발표했다. 등기임원 중 오너일가 비중이 30%를 넘는 그룹은 6곳에 달했다.
비중이 가장 높은 그룹은 KCC로 전체 등기임원 59명 중 오너일가가 25명으로 절반 가까운 42.4%로 나타났다. 이어 영원(38.6%)·셀트리온(34.9%)·SM(33.9%)·부영(30.6%)·농심(30.0%) 등의 순이었다. 오너일가 등기임원이 가장 많은 기업은 SM(76명)으로, 우오현 SM 회장과 자녀인 우연아·지영·명아·기원 등 오너일가가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GS(37명)·영원(34명)·보성(33명)·KG(31명)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오너일가 등기임원이 단 한 곳도 없는 그룹은 DL·미래에셋·이랜드·태광 등 4곳이다. 총수가 있는 10대 그룹의 오너일가 등기임원 비중은 1.9%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삼성(1명, 0.3%)의 경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했으며, LG 역시 구광모 회장이 그룹 내 등기임원 중 유일한 오너일가로 조사됐다.”
스카이데일리 양준규 기자(10.17), 〈KT 하청사 300여 명 월급 끊겨... 책임지는 곳이 없다.〉, 공기업도 그렇다. 공공부문만 가면 차이나·북한과 같이 부실이고 부정이다. 자유·동기를 살려야 자아실현이 가능하게 된다.
스카이데일리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10.17), 〈‘투자자 등 돌리는 한국... 세금 감면이 살길’〉, 자본가 혐오이고, 시장경제 죽으면 왜 자유주의 사회이고, 어떻게 자아실현이 될지 의문이다. 메이저 언론도 정신을 차려야 한국 사회가 다시 살아 숨쉴 수 있다. 불안조성하고, 공공부문 계속 부정선거하면, 자신의 미래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공공부문 종사자는 동기를 바로 쓸 필요가 있다.

10.18 金 여사 문제 검찰 떠나 정치로, 결국 국민이 결정

▲[그래픽]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무혐의. /뉴시스
검찰은 17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를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했다. 검찰은 김 여사 명의의 계좌 3개가 주가조작에 이용된 것은 맞지만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계좌를 일임받은 인물들도 검찰에서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2020년 4월, 문재인 정권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시작한 수사였다. 당시에도 1년 반 넘게 수사를 했지만 김 여사 관여 여부를 입증 못 했다. 결혼 이전의 일이라 ‘권력형 비리’가 아닌데도 검찰은 문 정권 때를 지나 정권 교체가 된 이후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김 여사에 대한 ‘비공개’ 출장 조사로 의혹만 키웠다. 김 여사 대면 조사를 주장했던 서울중앙지검장이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주가조작 관련자가 도피 중이던 2021년 10월 공범에게 “잡힌 사람들은 구속 기소될 텐데 김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잡혀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편지를 보낸 사실도 공개됐다. 이런 논란에도 검찰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의의 판단을 구하는 대신 ‘내부 토론’만으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법리 문제와 별개로 검찰의 이 결론을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명품 가방 사건에 이어 주가조작 연루 의혹도 김 여사에게 혐의 없다는 결론을 내리자 민주당은 “검찰에 수사 의지가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세 번째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다. 원래 주가조작과 명품 가방 의혹 중심이던 특검에는 최근 불거진 총선 개입 의혹을 합쳐 모두 13개 혐의가 들어갔다.
모든 문제는 윤 대통령 부부가 자초한 것이다. 김 여사가 대선 때 국민 앞에서 약속한 대로 내조에만 충실했다면 애초에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일으키는 문제를 무조건 감싸고 옹호하다 민심을 잃었다. 이는 총선 참패로 이어져 이제는 국정 동력 자체를 상실한 상황이다.
검찰의 잇단 무혐의 결론은 의혹의 종결이 아니라 야당의 특검 공세 시발점이 됐다. 문제가 검찰을 떠나 정치로 넘어온 것이다. 이미 4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대통령 거부권에서 이탈했고 이 숫자는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당장 다음 주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회동에서도 김 여사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과 대통령실의 김 여사 라인 정리를 공개 요구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요구는 김 여사가 대선 당시 국민에게 약속했던 것과 같은 내용이다. 그 약속부터 지키는 것이 옳다. 김 여사 문제의 향방은 이제 국민이 결정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18 3%p 앞선다더니 22%p 패배, 이 정도면 여론 조작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부산 금정구 옛 롯데마트 사거리에서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16일 부산 금정구청장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에 22%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그런데 민주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해온 김어준씨가 만든 여론조사 업체는 11일 민주당 후보가 3%포인트 앞서고 있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시점과 투표일 사이의 선거 악재는 ‘정치 브로커’라는 명태균씨와 김건희 여사 논란 등이 겹친 국민의힘이 더 많았다. 이 정도 오차면 여론을 조사한 것이 아니라 여론을 왜곡·조작하려 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태균씨 논란에도 여론조사 관련 의혹이 있다. 명씨가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 윤석열 후보 수치가 더 나오게 해야 한다고 지시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비공표 조사이긴 했지만 악용될 수 있다. 명씨가 여론조사 비용을 국민의힘 정치인 지망생들에게 받으려 한 정황도 나왔다.
여론조사 업체의 조작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 업체는 조국 장관 임명 반대가 12%포인트 높다고 해놓고 5일 만에 찬반이 5.4%포인트로 좁혀졌다고 발표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지율 차이가 거의 안 나는 결과를 내놓았다가 민주당 대표가 “10~15% 차이가 나야 정상”이라고 하자 일주일 만에 그 말대로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2년 전엔 미등록 업체가 윤 대통령 취임 반년 만에 탄핵 관련 조사를 해 ‘탄핵에 공감’ 응답이 53%로 나오자 좌파 매체들이 이를 퍼 나르기도 했다. 이 업체 대표는 노무현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낸 인사였다. 엉터리 여론조사는 국민 여론을 왜곡시키는 심각한 문제다.
17일 부정 여론조사 업체를 영구 퇴출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기존의 선거 여론조사 관련 범죄뿐 아니라 공직선거법 또는 정치자금법을 위반해도 선거 여론조사를 못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명씨는 2018년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지만 여론조사를 계속해왔다. 민주당도 이 법안에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18 대한민국은 왜 ‘부정선거’에 이토록 무심한가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등장한 ‘부정’ 투표지
정근식 찍은 투표지 5장 함께 접힌 채 발견
지나치게 무관심한 정부·국회·국민 각성해야
16일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정근식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서울 동작구의 한 개표장에서 정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지 5장이 한꺼번에 접힌 채 발견되면서 부정선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정근식 당선인은 본지 단독 보도에서 밝혀진 것처럼 후보들 간 첫 TV 토론회에서 ‘매주 농사를 짓는다’는 거짓말을 했고 또 KBS뉴스를 통해 거짓 연출된 것으로 보이는 ‘농사짓는 사진’을 공개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국민 앞에 태연히 거짓말을 한 후보가 당선된 것도 통탄할 일인데 ‘부정’으로 보이는 투표지가 한꺼번에 발견됐으니 이번 선거가 과연 유효한지 따져 봐야 할 일이다.
사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일각에서 부정선거의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지금까지 치렀던 선거에서 드러난 사전투표의 문제는 조금이라도 관심을 두고 지켜본 사람이라면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우선 사전투표소와 투표함 관리만 해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CCTV를 가려 놓는 사전투표소가 있는가 하면, 일부 구 선관위에서는 투표함의 봉인지를 떼고 접수된 우편투표지를 배분해 넣고 있는 행태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번에 발견된 5장의 투표지는 투표함 봉인 등의 과정에서 부정한 손이 개입됐다는 걸 충분히 의심케 한다. 4월10일 총선 당시에도 투표함에 투입되고 발송된 봉투 수와 개표된 투표 수가 다른 곳이 무려 92%(254곳 중 233곳)였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는 선관위나 제3의 장소에서 우편투표가 만들어졌음을 의미하는데 이런 사실이 밝혀지는데도 걸핏하면 특검을 하겠다고 달려드는 국회도 정부도 대통령도 웬일인지 부정선거 이슈에는 ‘과도하게’ 무관심한 것이 이상하기까지 하다.
‘부정선거·부패 방지대’를 이끌고 있는 황교안 대표가 내놓은 ‘10.16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서울선관위에 대한 12가지 요구사항’을 보면 우리 선거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확인된다.
△“투표용지에는 투표관리관이 자신의 도장을 찍도록 해 주십시오.” 사전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 발급기로 시·도위원회 또는 구·시·군위원회의 청인이 날인된 투표용지를 인쇄하여 자신의 도장을 찍은 후 정당한 선거인에게 투표용지를 교부하는 것이 당연할 터인데, 이같은 내용을 새삼 구체적으로 명시해 요구하는 것은 투표관리관의 도장이 찍히지 않거나 뭉개지는 경우가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아무리 밝히고 외쳐도 귀를 기울이는 국민이 많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사전투표자 수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다음과 같은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사전투표소에 종이 선거인명부나 서명부를 비치해 주십시오. △사전투표자 수의 정확성 확인을 위해 사전투표소에 CCTV를 설치하고 꼭 가동해 주십시오.
이 같은 요구는 참관인이 카운트한 사전투표인 수보다 투표용지 발급기의 투표용지 교부수가 더 많은 사례가 발견됐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이런 엉터리 선거가 가능한 것은 사전투표소에서 중앙 전산서버의 데이터를 통해 본인 확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전투표자 수 증가·중복투표·유령투표 등 의혹을 확인할 어떤 종이 증거도 남기지 않는다.
선거에서는 무결성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다소 번거로움이 따르더라도 무결성을 지켜 내야 민의가 올바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본인 확인·투표용지 발급 등이 전산으로만 이루어져 투표관리관이나 참관인이 투표자 수를 확인할 수 없다면 아무리 편리한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이를 버리고 무결성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전반적인 선거시스템 점검과 과감한 개혁 추진이 요구된다.
스카이데일리 사설
10.19 "방통위 2인 체제 안 된다" 판결, '巨野 횡포' 방조 아닌가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상준 경기남부경찰청장 등 방통위 파견 경찰, 검사들에 대한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1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7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1월 MBC에 내린 과징금 1500만원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방통위가 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의 ‘2인 체제’였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방통위법은) 방통위가 특정 정파에 장악되는 것을 방지하고 상호 견제를 통해 공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립”했다며 “다수결 원리의 전제 조건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최소 3인 이상의 구성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논리’만 보면 그럴듯하지만 방통위가 왜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는지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다.
방통위법이 상임위원 5명 중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명은 여당 몫 1명, 야당 몫 2명씩 국회가 추천하도록 정한 것은 분명 ‘정치적 합의’를 염두에 둔 규정이다. 집권한 측이 방통위를 꾸려나가되 야당에도 만만치 않은 견제 장치를 제공한 것이다. 그런데 국회 의석 과반을 훌쩍 넘긴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이후 자신들의 몫 2명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해 3월 추천했던 야당 몫 위원을 윤석열 대통령이 결격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임명을 거부해 결국 사퇴하게 만든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민주당은 더구나 여당 몫 위원을 추천하는 데 필요한 국회 본회의 표결도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국회 몫 전체 3명의 방통위원 충원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방통위원 2인 체제는 무효’라는 이번 판결이 판례로 굳어질 경우 앞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은 국회 몫 방통위원 추천을 지속적으로 가로막아 정부의 방통위 운영을 무력화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거야의 횡포를 방조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민주당이 임기가 끝나가는 국회 몫 재판관 3명의 선출을 막아 ‘정족수 7인 미달’로 하마터면 마비 상태를 맞을 뻔했다. 헌재는 헌재 기능이 마비될 경우 국민이 입게 될 피해를 우려해 ‘정족수 조항’ 효력을 정지시켰다. 헌재의 이런 결정 배경을 행정법원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사설
10-21 李 선고 다가올수록 장외·탄핵 선동 수위 높이는 野 저의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탄핵 선동과 장외투쟁 수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날짜가 다가오면서 ‘공격이 최선의 방어’ 전술을 더 적극화하는 듯하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1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불기소 결정과 관련, “검찰의 명백한 범죄행위에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며 심우정 검찰총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의원들은 “롱패딩을 준비할 것”이라며 다음 달 2일 ‘김건희 규탄 대회’를 시작으로 장기 장외투쟁 돌입을 선언했다.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야당으로서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사법 시스템 내에서 다툴 방법을 놔두고, 170석의 원내 1당이 거리로 나서는 것은 명분 없는 행태다. 문재인 정부 시절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해 놓고 이제 와 책임을 묻겠다는 것도 자기모순이다. 이미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들을 추가해 세 번째 특검법을 발의했다. 의혹 해소가 목적이라면 수사 지휘부 탄핵, 장외투쟁까지 꺼낼 일이 아니다. 다음 달 15일(선거법 위반)과 25일(위증교사)로 예정된 이 대표 재판의 1심 판결을 앞둔 사법부 압박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동 행태도 갈수록 짙어진다. 송순호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공식 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유일한 선택지는 하야”라고 주장했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당 차원 아닌 개인적 차원”이라고 했지만, 당직자들의 그런 발언을 만류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재명의 ‘11월 위기’ 대응법은 대통령 탄핵 공세라는 얘기가 민주당 안팎에 파다하다.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집회를 주도했던 단체들이 최근 다시 결집해 탄핵 몰이에 나서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김 여사 규탄 집회가 결합할 수 있는 모양새다. 첫 장외 집회에는 이 대표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민주당 차원의 탄핵 선동 아니고 무엇인가.
문화일보 사설
10-21 탄핵 남발, 헌재 마비… 거야의 反헌법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더불어민주당이 심우정 검찰총장 등에 대해 탄핵소추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야당이 국회의 다수당이 되면서 입법뿐 아니라 다른 국가권력의 위헌·위법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마련된 탄핵소추가 너무 빈번하다. 특히, 제22대 국회 들어 방송통신위원장들과 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야당 주도의 집중 탄핵소추가 발의·의결돼 헌법재판소로 가고 있다.
국회에 탄핵소추권을 준 것은 헌법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국가권력의 위헌·위법을 감시·통제하라는 것이다. 국회는 정치적 활동을 하지만, 입법권을 행사하는 헌법기관이다. 국회의 본질은 국민을 위해 정당한 법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빈번하게 탄핵소추를 행사하다 보니, 권력분립 원칙에 따른 입법부라기보다는 행정부와 사법부를 감시·통제하는 탄핵소추 기관화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이 직접 선출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고 있다. 두 기관은 서로 견제권을 행사해 균형을 이룬다. 국회는 대통령에 대해 위헌·위법을 사유로 탄핵소추할 수 있고, 대통령은 국회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물론 국회의원은 불체포특권이 있지만, 범죄 혐의로 수사받고 기소되면 재판받고 그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가결하면 대상 공직자는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그 공직자는 헌재가 탄핵심판을 기각(또는 각하)해야 다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탄핵심판의 대상자가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면, 법에 따라 대행자가 권한을 행사하지만 모든 권한을 행사하긴 어렵다. 그러면 탄핵대상자가 소속된 국가기관도 제대로 기능을 못하게 될 수 있다.
21대 국회 이전에는 2명의 대통령이 탄핵소추 돼 헌재로부터 탄핵심판을 받았다. 21대 국회에서는 법관, 장관, 3명의 검사 등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결됐지만, 헌재는 각하 또는 기각했다. 이런 상황은 야당이 다수를 점한 22대 국회에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이 임명한 방송통신위원장들과 수사 검사들에 대해 탄핵소추를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 탄핵소추를 남발하면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헌법은 탄핵소추에서 그 사유를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하지만, 그 정도는 단순한 게 아니다. 헌재는 헌법 질서를 해(害)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탄핵 사유는 대통령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고, 헌법과 법률에 따른 탄핵대상자 모두에게 해당한다.
헌재는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을 최종적으로 해석하며 헌법을 수호하는 기관이다. 최근 국회는 자신의 몫으로 배정된 헌법재판관 3인을 선출하지 않고 있다. 국회가 헌법재판관을 선출하지 않음에 따라 헌재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태다. 국회의 헌법재판관 불선출은 주어진 권한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위헌적 행위다.
고위공직자가 직권을 오남용하거나 범죄 혐의를 받는다면 탄핵소추 아닌 형사사법 절차를 적용하면 된다. 22대 국회에서 야당이 발의하는 탄핵소추는 헌재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탄핵소추는 입법부로서 국회의 정상적 기능을 저해한다. 이제 야당도 탄핵소추 중독에서 벗어나야 하고, 국회도 입법부로서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문화일보
10.21 검찰총장까지 탄핵하려는 민주당, 헌법이 정쟁용인가

▲김승원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피의자 김건희 여사 불기소처분을 규탄한다'며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수사지휘 배제된 취임 한 달 검찰수장 억지 소추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엔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17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회 의석을 무기로 줄줄이 탄핵소추를 밀어붙여 온 민주당이 취임 한 달 된 검찰 수장까지 도마에 올리겠다는 형국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 추진이 처음은 아니다. 김영삼·김대중 정부 때도 여섯 번 추진됐으나 모두 발의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엔 민주당이 실제로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대통령 탄핵소추와 달리 검찰총장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능하다. 170석을 가진 민주당이 단독으로 검찰총장을 무력화할 수 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공직자의 업무가 정지돼 검찰 업무엔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신중하고 절제된 접근이 필요하나 요즘 민주당은 그런 신중함은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난 8월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각한 이정섭 검사를 비롯해 현 정부 들어서만 5명의 공직자가 장기간 업무에서 배제됐다. 모두 민주당이 밀어붙인 탄핵소추였지만, 단 한 건도 인용되지 않았다. 자신들의 무리수가 야기한 국력 낭비를 보면서도 민주당은 탄핵의 칼을 또 한번 빼 들었다.
야당이 이처럼 마음 놓고 탄핵을 밀어붙이는 데는 검찰의 책임도 작지 않다. 김 여사 수사 과정에서 보인 검찰의 행태는 실망과 비난을 자초했다. 지난주엔 도이치모터스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여사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고 말했으나 영장은 도이치모터스가 아니라 코바나컨텐츠 관련 수사에서 청구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와 관련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기소 의견을 냈으나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7월 김 여사 대면조사 때는 검찰청사로 소환하는 대신 검사들이 경호처 부속 건물로 찾아갔으며, 이 사실을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에게 사전 보고조차 하지 않아 ‘총장 패싱’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검찰을 보는 국민의 차가운 시선이 민주당에 과도한 자신감을 갖게 한 것이다.
지난달 취임한 심 총장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선 수사지휘권도 배제됐다. 이를 알면서도 탄핵을 추진하는 민주당의 의도는 헌법을 악용해 여권의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속셈이 아니겠는가. 무리한 탄핵소추는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으며 민심의 역풍을 부를 수도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검찰이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자 “대한민국 법치의 사망선고일”이라고 비난했다. 지금 민주당이 강행하는 일련의 불순한 탄핵소추야말로 우리나라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일 수 있음을 명심하라.
중앙일보 사설
10.21 ‘권력 동업자’ 아닌 ‘인생 동반자’로만 남기를
“전 미셸입니다. 시카고에 살죠. 버락 오바마라는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이게 다예요.” 가장 모범적인 퍼스트레이디였던 미셸 오바마가 남편의 대선후보 시절 한 얘기다. 8년의 퍼스트레이디 뒤 그녀는 이런 기억을 남겼다. “내 앞에 43명이 있었지만 남겨진 지침서 같은 건 없었다. 퍼스트레이디라는 게 직업도, 정부 직함도 아니고 연봉도, 정해진 의무도 없다. 그냥 대통령에게 딸린 사이드카일 뿐. 그 진실은 나와 딸들이 버락에게 주어진 혜택을 나눠 받는 수혜자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조연인 내가 중요한 이유는 내가 문제 없이 잘 지내야 버락이 행복하고, 그래야 버락이 맑은 정신으로 나라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가볍게 처신하지 말자고 작정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주제넘은 여자라는 성난 민심이 들이닥칠 터이니.”(『BECOMING』)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최고 엘리트이던 ‘전업 영부인’의 고민과 성찰이었다.

▲8월 20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둘째 날 찬조연설자로 나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왼쪽)과 미셸 오바마가 연단 위에서 포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논란에 국정 난맥 가중
정권 동업자 ‘보상 심리’라면 곤란
미셸 “내가 잘해야 남편 정신 맑아”
국정 선 넘지 말고 아내의 길 가야
우리의 퍼스트레이디 문제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던 김건희 여사의 대선 전 약속이 가물가물할 만큼 인사·공천·현장시찰 등 공사를 무너뜨린 팩트들이 이어지며 정국 혼란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정책들은 죄다 파묻히고 지지율 22%이니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마저 흔들려버렸다. 혼란의 원인은 단 하나. 김 여사가 자신을 ‘권력의 동업자’로 자리매김하려 하기 때문이다.
남편을 대통령 만들려고 그녀가 음지에서 무진 애를 썼던 건 맞다. 김종인·이준석의 도움을 끌어내고, 심지어 ‘정치 브로커’ 격인 명태균도 활용하는 등 구석구석 고비고비마다 빠짐없이 등장한다. 명태균과의 문자에선 “저는 명 선생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생각, 완전 의지하고 있다”는 등 대선 브레인으로서의 자기동일시를 느낄 수 있다. 대선 전 아크로비스타 자택을 찾은 한 정치인은 “김 여사가 ‘당신은 정치는 잘 모르니 이 분 하라는 대로 하세요’라고 면전에서 얘기해 놀란 적이 있다”고 기억했다. 서울의 소리 기자에겐 “난 지금 어쨌든 후보니, 나랑 인터뷰하면 안 되고”에 이어 “우리 남편은 바보다. 내가 다 챙겨줘야지 뭐라도 할 수 있지. 내 말은 잘 들으니까”라고도 했다. 강한 자기애(自己愛)다. 권력을 함께 만들어 준 동업자라는 에고(ego)는 그러나 2022년 5월 10일 취임, 그 전날까지였어야 했다.
미국 대통령 부인들 중 가장 막강해 그만큼의 비난을 받은 낸시는 회고록에서 이런 심리를 드러냈다. “내가 경제·국방은 잘 모르지만, 사람 보고 판단하는 눈이 있다. 그래서 인사 문제에 제언한 건 사실이다. 로니(레이건)에게도 한가지 약점이 있다. 경계심이 없어 주위 사람들을 너무 믿고 순진했다. 그런데 나보다 로니를 더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압박감에 시달리는 대통령의 마음을 돌봐줄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로니에게 도움이 안 되고 충성심이 약하다”고 그녀에게 찍힌 법무장관, CIA국장 등 죄다 은밀히 제거됐다. “부족한 남편을 뛰어난 정치 연기자로 만든 숨은 제작자 겸 총감독”이 낸시였다. “감독의 수직적 지시를 받는 배우로 길들여져 오히려 부인의 지시를 편안하게 느낀” 레이건이었다(케이티 마틴 『히든 파워』).

▲1981년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과 낸시 레이건 여사. 백악관 홈페이지
낸시류 심리의 문제는 그러나 지극한 ‘남편 사랑’이 바로 ‘나라의 이익’으로 이어질 거라는 자기중심적 착각이다. 베갯잇 소통이 줄 남편의 심리적 안정과 건강이야 모든 아내의 기여이겠다. 그러나 여사는 선거로 ‘획득한 권력’이 아닌 ‘획득된 자리’일 뿐이다. 대통령의 국정은 제도와 시스템의 운영이다.
더구나 ‘코바나컨텐츠’ 수준의 네트워크에서 얻은 김 여사의 안목과 경험을 세계 경제 10위 국가의 국정에 대입시키기란 턱없이 부족할 뿐이다. 기분 맞춰주는 ‘불나방류’ 인간들 속에서 사람 보는 눈 또한 제대로 키워졌을까. 함께 창업했으니 보상받겠다는 권력의 동업자가 돼선 절대 안 될 이유다. 아니 윤석열·이재명 후보의 아내들이야 대선 때 모두 감표(학·경력 부풀리기, 법인카드 유용) 요인으로 작동하지 않았던가. 법과 관행으로 그어진 실선을 넘어 인사·사업·예산 등에 입김을 미치면 공정·균형이 무너진 ‘비정상의 나라’는 순간이다. 진짜 대통령을 ‘바보’ ‘허수아비’로 만들려고 하려는 건가. 안 그래도 박근혜 ‘비선’의 트라우마가 깊어 권력 보는 눈이 훨씬 예리해진 우리 국민이다. 주변의 아첨과 보고의 홍수 속에 ‘자발적 격리와 고독’마저 필요한 결단의 자리가 대통령이다. 아내를 포함, 그 누구도 오염시켜서는 안 될 신성한 직무, 그게 대통령이다.
나라를 되세우려면 단호히 매듭짓고 가야 한다. 명품백, 공천·인사 등 모든 구설에의 진정한 해명·사과다. “재발 없다”는 맹서다. 용산 내 ‘김 여사 라인’ 사퇴는 그 믿음의 징표다. 엄정한 기개의 제2부속실, 특별감찰관도 함께다. 무엇보다 절실한 건 대통령의 ‘인생의 동반자’로만 되돌아가겠다는 김 여사의 자기 성찰이다. “저는 윤석열과 결혼했습니다. 그게 다예요.” 그게 다여야 한다.

중앙일보 최훈 주필
10-21 김 여사 ‘실질적 활동 중단’ 없인 국민 신뢰 못 얻는다
안보·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화급한 국정 난제가 쌓여 있다.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도 부족할 판인데, 김건희 여사 문제로 윤석열 대통령의 권위와 신뢰는 흔들리고, 집권 세력은 분열 조짐을 보인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는 야권에는 더 좋은 공격 거리가 없다. 21일 오후 4시30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리는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차담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다.
여권 1·2인자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 만남이 무의미하다고 할 순 없지만, 상식과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파격적이라고 보일 만큼의 결단이 없으면 역풍이 더 클지 모른다. 한 대표가 자신의 생각과 여당 안팎의 분위기를 전하고, 윤 대통령이 들은 뒤 ‘잘 알아서 할 테니 맡겨달라’는 식으로 끝난다면 최악이다. 김 여사 처신 문제에 관한 한, 보수 성향 국민 사이에서도 비호감 의견이 압도적이다. 이미 공개된 여러 녹취록과 문자 메시지, 명품 가방 수수 등의 문제만으로도 김 여사의 ‘정치적 칩거’가 필요하다는 데 다수 국민과 언론의 공감대가 형성됐을 정도다. 대통령실 측이 “(김 여사 활동에) 불법은 없다”고 항변하면서, 번번이 대응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이제는 김 여사의 적절한 대국민 사과, 제2부속실 설치, 국회에 특별감찰관 추천 요구 등만으로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한 대표가 거론한 김 여사 활동 중단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규명 협조 등 3가지 접근법은, 그의 정치적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일리가 있다. 한 대표 말대로 “국민이 요구하는 최소치”이기 때문이다. 명품 가방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렸지만 여론은 악화했다. 명태균 씨 폭로전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김 여사 자신이 대선 기간에 약속했던 “아내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할 것이란 진정성을 국민 모두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10-21 김 여사 리스크와 검찰의 명운
김충남 사회부장
검찰, 명품백 수수 불기소 이어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도 무혐의
수사 지연으로 총선 참패 불러
권력 겨냥한 과거 검찰과 달라
야당 검찰개혁에 명분만 제공
엄정한 수사로 신뢰 회복 절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정국의 블랙홀이 됐다. 명태균 씨 폭로전으로 상황은 더 나빠졌다. 10·16 재보궐선거 전후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자제와 ‘김 여사 라인’ 정리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며 사실상 기소 의견을 피력했다. 법리와 증거만 내세운 검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난 2일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성이 없고, 공직자 배우자 처벌 조항도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비공개 브리핑에서 “법률가적 양심에 따른 결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를 기소해야 한다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권고도 무시하며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처벌할 수 없다’는 안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재보선 다음 날인 17일엔 4년 6개월 만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불기소 처분했다. 시세 조종에 김 여사의 계좌가 이용된 것은 맞지만 김 여사가 주범들과 공모하거나 범행 사실을 사전에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게 무혐의 논리였다. 야당은 즉각 ‘면죄부 수사’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검찰 행보를 복기해보면, 곳곳에서 실기와 주저함이 엿보였다. 지난해 11월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이 불거진 뒤 검찰 고발됐을 때 신속한 수사에 나섰다면 어땠을까. 그런데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은 ‘용산’을 의식했는지, 아니면 4·10 총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내세우며 대통령과 충돌할 때도 검찰은 조용했다. 김 여사 대면조사 여부를 놓고 용산과 갈등이 있었다지만, 결국 총선 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당의 총선 참패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공정 이슈에 민감한 핵심 투표층 30·40대의 이반이 컸다. 이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와 달리 김 여사 앞에서 작아지는 검찰을 보며 민주당이 씌운 ‘권력의 하수인’ 프레임에 동조했다. 검찰 조직이 살아 있는 권력 눈치 보기를 한다고 인식했다. 총선이 지나 5월 초 전담수사팀이 꾸려지고, 대면조사와 수심위 절차 등을 거쳤지만, 결론은 무혐의였다.
이번 정권의 검찰 행태는 역대 정권과 대비된다. 인사권을 쥔 권력에 약한 것은 검찰 조직의 태생적 한계이긴 하다. 그렇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쥔 검찰은 권력 앞에 순한 양이지만은 않았다. 공정한 외양을 위해 수사에서 최소한의 여야 균형을 맞췄다. 정권의 힘이 약해지면 권력에 대항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대통령의 형을 겨눴다.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엔 여권 인사들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사건인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있었다. 전임 문재인 정부 검찰도 정권 초엔 ‘적폐 척결’에 봉사했지만, 중반 이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입시비리 사건 등 권력 심장부에 칼을 들이댔다. 이는 윤 정권 탄생의 모태가 됐다. 그런데 윤 정부 검찰에선 기계적인 여야 균형도,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도 사라졌다. 만약 김 여사 특검법이 통과돼 ‘부실’ 수사가 드러난다면 검찰은 큰 곤란에 직면할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재보선 유세에서 “징치(懲治·징계해 다스림)해도 안 되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했다. 이에 호응한 민주당 친명계 모임은 18일 “정치검찰과 권력기관을 동원해 오직 정권 유지에만 골몰하는 검찰 독재정권의 지배하에 대한민국을 그대로 놓아둘 수 없다”며 ‘윤 정권 퇴진론’을 공식화했다. 오는 11월 1심 선고를 앞둔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에 여념이 없는 민주당이 검찰 무혐의 처분을 빌미로 탄핵 국면을 조성하겠다는 위협에 나선 것이다. 세 번째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한 민주당은 심우정 검찰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도 추진하기로 했다. 동시에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고 기소만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만드는 검수완박 종결판을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검찰이 여론 설득엔 실패했지만 ‘검찰 폐지’ 추진은 과하다. 야권의 파상 공세 속에 검찰이 정치 중립과 수사 독립을 지키면서 생존할 수 있을까. 이제 검찰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문화일보
10.22 대통령실과 여당 모두 결론을 밝히지 못한 80분 회동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0.21/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80분간 만나 김건희 여사와 의정 갈등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 대표는 한 달 전 대통령에게 단독 회동을 요청했지만, 회동은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회동 직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모두 쟁점 사안에 대해 어떤 결론을 냈는지 밝히지 못했다.
한 대표는 “나빠지는 민심과 여론 상황, 이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이 전했다. 한 대표는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 대외 활동 중단, 그리고 의혹 규명을 위한 절차 협조 등 3대 방안과 함께 특별감찰관 임명 필요성을 말했다고 한다. 여야 의정 협의체를 제외한다면 한 대표 요청 사항은 대부분 김 여사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한 대표는 “정부의 개혁 추진 동력을 위해서라도 부담되는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무슨 답을 했는지 묻자 한 대표 측은 “대통령실에 확인해 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서면 브리핑을 따로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 성공을 위해 당정이 하나 되기로 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검찰은 최근 김 여사의 명품 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모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명태균씨와 그 주변 인물들이 김 여사의 카톡 메시지와 총선 공천 개입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여론은 악화됐다. 한 달 전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만나 선제적으로 조치하지 못하고 미루다 논란을 더욱 키운 측면도 있다. 한 대표 역시 회동 전부터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등 3대 요구 사항을 공개적으로 내놓으면서 자기 정치를 우선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 그리고 통상적 당정 관계에선 보기 드문 일이다.
평상시라면 대통령과 여당 대표 회동이 특별한 성과가 없이 끝나더라도 만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당이 노골적으로 대통령의 탄핵을 거론하고, 다음 달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과 위증 교사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장외투쟁까지 예고했다. 김 여사 문제를 방치할 경우 여야가 정면충돌하고 국론 분열도 극심해질 것이다. 80분간 회동의 결과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모두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모습이 지금 여권이 처한 비정상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10-22 여야 27명 ‘명태균 리스트’ 파문…‘여론작업’ 주장에 당사자들 “허위”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명태균 씨 여론조사 비용 불법 조달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선 여론조사 비용이 적힌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4.10.21/뉴스1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관계자인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을 폭로한 강혜경 씨가 제출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강 씨는 21일 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전·현직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명 씨와 여론조사를 진행했던 여야 정치인 27인의 이름을 제출했다.
강 씨 측은 “제출한 명단 외에도 (관련 정치인이) 더 있다”며 추가 폭로를 예고해 파장이 계속될 전망이다. 강 씨는 다음달 1일 대통령실 등에 대한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도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 나경원·안철수 “여론조사 의뢰한적 없다”
강 씨가 주장하는 ‘명태균 리스트’ 27명 중 24명은 여권 인사였다. 윤 대통령 외에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김진태 강원도지사 등 현직 지자체장을 비롯해 나경원 안철수 등 국민의힘 중진 의원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 여권 유력 정치인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강 씨 측은 해당 명단이 명 씨와 한 번이라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던 인물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 씨의 법률대리인인 노영희 변호사는 22일 “김진태 지사와 박완수 지사, 김영선 전 의원 등은 명 씨의 도움을 받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의 ‘여론 작업’을 했던 사례로 보인다”며 “나머지 분들은 여론조사를 의뢰해 뭔가 진행하려다 실패하거나, 하다가 말았거나, 안 했거나 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거론된 정치인 상당수는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며 반발했다. 나 의원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나는 명 씨에게 어떤 형태든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명 씨의 주장에 의하면 2021년 서울시장 경선과 당 대표 경선에서 명 씨에 의해 피해를 입은 후보일 뿐”이라고 했다. 명 씨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를,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 이준석 당 대표 후보 측을 도왔다고 주장해온 사실을 강조한 것.
안 의원도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공천에서 도움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명단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여론조사 의뢰자가 아니라, 의뢰자와 경쟁관계에 있어 여론조사 대상인 사람들을 포함한 것일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도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 후보와, 2022년 대선에서 윤 후보와 경쟁했다.
이준석 의원은 강 씨가 전날 법사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의원과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이 힘을 합쳐 창원 의창구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만들었고,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공천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원래 공관위나 최고위가 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냥 자극적으로 이런 것이 문제라고 하는 건 ‘파일럿이 비행기를 착륙시켰으니 문제다’와 같은 이야기”라고 했다.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이 명단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범죄 피의자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이언주 등 야권 인사도 3명 포함
‘명태균 리스트’에는 민주당 최고위원인 이언주 의원과 김두관 전 의원, 정의당 출신 여영국 전 의원 등 야권 인사도 포함됐다.
이 최고위원은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은 국정농단 의혹이다. 문제의 본질을 흐리지 말라”면서도 명 씨와 여론조사를 진행한 적 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여 전 의원은 “10여 년 전쯤 경남도의원을 할 때 미공표 여론조사를 한 번 맡긴 기억이 있다”면서도 “본질에 집중하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강 씨 진술이) 객관적”이라면서도 명태균 리스트에 자당 전·현직 의원이 포함된 데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명단과 관련해 “특별히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은 없다”고 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10-22 여론조사 조작, 처벌 강화 시급하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여론조사의 공신력과 예측력을 둘러싼 논란은 선거 과정의 단골 메뉴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다수의 전문 기관이 내놓은 전망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한 사건은 여론조사 예측 실패의 상징적 사례로 지금도 거론된다. 또, 선거 조사 방법론의 한계와 신뢰성에 대한 논의는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이나 한국처럼 정치 양극화가 심한 환경에서는 정치 여론조사가 자칫 도구화하거나 정치적 수단으로 변질·악용될 수 있다.
최근 명태균 씨가 지난 대선 국민의힘 경선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정치권에서 제기되면서 부실 여론조사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조사기관을 시장에서 영구 퇴출시키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부실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정치권 일각의 규제 목소리는 10·16 재보선에서 일부 조사기관의 결과 예측치가 실제 결과와 비교해 크게 엇나가면서 불씨가 더 커지는 모양새다.
물론, 편파적이고 왜곡된 정보를 뿌리는 부실 조사기관을 규제할 명분은 차고 넘친다. 여론 조작과 허위 정보를 사전에 차단해 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고 유권자의 정치 정보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규제는 자칫 유권자 정보 선택권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으며, 어느 주체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 기관인지를 평가할 것인가 하는 더 어려운 숙제를 남긴다는 점에서 결코 쉽게 받아들일 수단은 아니다.
따라서 선거 여론조사에 대한 효율적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 그것은 정부 주도의 규제보다는 자율 규제 중심이어야 하며, 조사 기관에 대한 사전적 통제보다는 부실 조사 기관에 대한 사후 책임을 묻는 방식이어야 한다.
우선, 부실 여론조사를 방지하고 결과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표본의 대표성, 표본 추출 과정의 객관성과 과학성, 그리고 투명성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여론조사 기관들이 독립적 협의체를 구성해 자체적으로 조사의 품질을 앞서 제시한 기준에 근거해 평가하도록 하고, 그 평가 결과를 대중에 공개해 사용자의 참고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조사 결과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미공표 목적 조사 또한 여심위 등록이 필요하게 해야 한다. 이번 국민의힘 경선 조작 의혹에서 보듯이 조사 결과의 외부 공개 여부와 상관없이 선거 과정에서 해당 자료는 전략적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여심위는 선거 여론조사 기관 등록유지 요건을 더 강화했다. 하지만 정치 여론조사가 갖는 사회적 영향력에 비해 그 등록 조건이 여전히 허술하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추가 자격 요건 강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여론 조작 및 불순한 목적의 허위 여론 정보 유포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해 부실 조사기관이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여론을 왜곡·교란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여론조사는 유권자에게 중요한 정보원이 되기도 하지만, 왜곡된 여론조사의 홍수는 민심의 눈을 흐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10.23 李 대표 판결 다가오자 국회서 연속 방탄 토론회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모임인 ‘더 여민’ 주최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연속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는 다음 달 1심 판결 앞두고 위증교사 혐의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지난 16일 공직선거법에 이어 위증교사죄 성립 요건에 대한 쟁점이 주제로 다뤄졌다. /이덕훈 기자
민주당 친명 의원 모임이 22일 국회에서 위증 교사죄의 성립 요건을 검토한다는 토론회를 열었다. 내달 25일 선고가 예정된 이재명 대표의 위증 교사 혐의 재판을 앞두고 판사 압박용 ‘방탄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과거 ‘검사 사칭’ 사건으로 벌금형을 받은 것에 대해 선거 도중 “누명”이라고 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 과정에서 증인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한 혐의가 드러나 추가 기소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가 증인에게 ‘있는 대로 얘기해 달라’고 했다며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증인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 대표의 요구에 따라 위증을 했다고 자백하고 진술했다. 지난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재판부도 “위증 교사 혐의는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대표가 증인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우리 주장이 담긴 변론 요지서를 보낼 테니 기억을 되살려 보라” “한번 정치적으로 얘기를 해주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하는 녹음 파일도 공개됐다.
친명 의원 모임은 지난 16일에도 국회에서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죄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내달 15일엔 이 대표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선고 재판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핵심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처장을 성남시장 시절엔 몰랐다고 했다가 기소됐는데 의원들은 “이런 걸 갖고 유력 대선 후보였던 분을 기소하느냐” “정적 죽이기”라고 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국회 토론회는 주로 민생이나 정책 토론을 위해 열려왔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대표 방탄에 국회 토론회까지 이용하고 있다. 극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이 대표 재판부를 압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 대표의 선거법과 위증 교사 사건의 1심 선고가 다가올수록 이런 행태는 더 심해질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23 민망하고 졸렬한 작금의 정권 풍경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회동은 결과도 없었지만 그 모습 자체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대통령실이 회동 후 언론에 배포한 사진부터가 그랬다. 윤 대통령은 사무용으로 보이는 긴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고 한 대표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나란히 맞은편에 앉은 모습은 대통령과 당대표 회동 같지 않았다. 인터넷엔 ‘검사가 변호사와 함께 온 피의자를 조사하는 모습’이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장소와 형식 모두 격에 맞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회동 후 한 대표가 돌아가자 추경호 원내대표를 식사 자리에 따로 부른 것도 부적절했다. 당대표를 무시하고 원내대표와 분리시키려는 의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처음 보는 이상한 풍경이다. 많은 사람들이 ‘혹시나 했는데 역시’라며 혀를 차고 있다.
국회에선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강혜경씨가 나와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윤석열 대통령은 장님이지만 칼을 잘 휘두르는 무사, 김 여사는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주술사라 장님 어깨에 올라타서 주술을 부리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명씨가 꿈자리 사납다고 말해 김 여사가 해외 순방 일정을 바꾼 적도 있다”고도 주장했다. 사실 확인이 안 된 말들이지만 대통령 부부가 어떻게 이런 사람과 관계를 맺었는지 민망할 정도다.
윤·한 회동에서 한 대표가 “의원들을 설득해 특검법을 막았지만 상황이 악화할 경우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할 경우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중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은 위헌 법안에 찬성하는 여당 의원이 있겠느냐는 취지였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어쩔 수 없다’는 대통령 발언의 파장은 계속됐다.
‘어쩔 수 없다’면 특검안이 통과돼도 그만이라는 뜻인데 실제 그렇다면 다른 곳에서 만찬을 하던 추경호 원내대표를 굳이 부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원내대표는 의원들 표 단속을 하는 자리다. 최근 김건희 특검법 국회 재표결에서 국민의힘 의원 최소 4명이 이탈표를 던졌다. 추가 이탈자가 계속 더 나오면 찬성 200표로 대통령 거부권은 무력화될 수 있다.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그 사태의 파장은 특검이 실시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누구보다 윤 대통령이 잘 알 것이다. 국민들도 알고 있다. 그런 처지의 정권 핵심부에서 작금에 벌어진 모습들은 참으로 졸렬하고 민망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10.23 오죽하면 "김 여사 포함 3자 회동" 이런 말까지 나오나
부산·경남 尹 지지율 26%인데 금정 선거는 대선과 동일한 61%
尹 실망을 李 지지로 오판한 야당 "탄핵만은 막자" 보수층 방어 모드
자존심 지키겠다 SOS 신호를 못 읽었나, 읽을 생각이 없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가족의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를 수사할 때였다. 당시 집권층에선 사람을 보내 윤 총장에게 “굳이 이렇게 분란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며 수사 중단을 권했다. 그때 윤 총장이 내세운 수사 불가피 사유는 두 가지였다. 이 사건을 묵과할 경우 후배 검사들이 나부터 가만두지 않을 것, 또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해가 되고 결국 정권 교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였다고 한다. 문 정부 측 인사들은 “윤 대통령은 조국 문제로 정권이 교체되면 자신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문재인 정권은 윤 총장을 탄압했고, 역설적이게도 윤 총장 본인이 정권 교체의 주역이 됐다. 야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고집과 자기방어 본능이 합쳐진 결과”라고 말했다.
검찰총장 윤석열은 그때 “이러다 정권 교체된다”며 신속히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 문제 앞에서 대통령은 조국 사태 때 같은 절박함과 단호함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보수층이 “이러다 정권 교체된다” 수준을 넘어 “이러다 대통령이 또 탄핵당할 수 있다”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상당수가 비판층으로 돌아섰지만, 이번 재보궐 선거를 통해 이들의 복잡한 속내가 드러났다.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는 61%로, 39%를 득표한 민주당 후보에게 22%포인트 앞섰다. 원래 금정이 보수세가 강한 곳이라지만 2018년 지방선거 때 이곳에선 민주당이 10%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깃발만 꽂으면 되는 그런 곳이 아니다. 지난 18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부산·경남의 대통령 지지율은 26%로, 전국 22%와 다르지 않다. 윤 대통령과 대립해온 한동훈 대표 효과라고 볼 수도 없다. 부산·경남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로, 민주당 36%, 조국혁신당 6%에 뒤진다. 민주당 후보는 야권 단일 후보였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압승했다.
대통령 지지율의 2.3배, 여당 지지율의 2배 득표라는 미스터리를 풀어줄 단서는 2022년 대선에 있었다. 그때 금정에서 윤 대통령은 61%, 이재명 대표는 36%를 득표했다. 차이는 25%포인트였다. 2년 반 전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금정 유권자들이 이번에 그대로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한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권의 조기 탄핵 공세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방어 모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이재명 대표 지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조기 탄핵 공세에 나섰지만 그건 오판이었다. 오히려 보수층은 민주당이 김 여사 문제로 정권 퇴진 공세에 나서자 잔뜩 몸을 웅크렸다.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두 번이나 탄핵으로 물러나게 할 수 없다는 자존심도 작용했다.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보다 앞선 건 보수 자멸의 역사를 반복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었다.
그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에서 놀란 건 ‘빈손 회동’ 그 자체가 아니다. 정원 산책 때는 김 여사 라인으로 지목된 참모가 대통령 옆에서 걸었다. 회동도 대통령의 외교 일정을 이유로 24분 늦게 시작했다. 우연이라면 배려가 없고, 각본이라면 치밀했다. 보통 외교 회담에서 최선은 공동 브리핑, 중간은 각각 브리핑이다. 최악은 브리핑도 안 하는 것인데, 윤·한 회동이 그랬다. 윤 대통령은 다음날 “인적쇄신은 내용 보고 판단하겠다. 김 여사는 이미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며 수습에 나섰다.
결국 김 여사 문제를 풀지 못하면 보수층의 자존심도 상처를 입고, 방어의 성벽도 무너진다. 마지막 해법은 김 여사를 포함해 대통령과 한 대표의 3자 회동밖에 없다는 말까지 여의도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헌정 사상 첫 탄핵은 대통령의 대단한 불법 때문이 아니었다. 최순실이라는 인물과 대통령이 맺은 관계가 국민 자존심을 건드렸다. 명태균 같은 정체불명 인사들이 지금 그러고 있다. 재보선 민심은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며 절박한 SOS 신호를 용산에 보냈다. 읽고 무시했거나 아직 못 읽었거나, 아니면 읽을 생각이 없거나 셋 중 하나다.
조선일보 정우상 논설위원
10-23 이재명이 지나간 자리
대법원, 일산대교 무료화 조치 최종 취소
백현동 ‘옹벽 아파트’ 시설 사용승인 보류
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 빚 상환에 골치
그래도 영광·곡성 100만 원 기본소득 약속
#. 결국 ‘희망 고문’으로 끝났다. 차가 다니는 28개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통행료를 받는 일산대교 무료화와 관련해 대법원은 이달 10일 경기도에 최종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지사 자리를 던진 2021년 9월 3일 마지막으로 결재한 사안이다. 다리를 자주 이용하는 김포, 고양시 주민들로선 화가 나겠지만 법원은 “통행료 부담 정도가 이용자들의 교통권을 제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일산대교의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한 경기도의 공익처분, 통행료 징수금지 조치가 위법했다는 것이다.
민자 사업으로 건설된 일산대교의 운영권은 국민연금이 100% 갖고 있다. 당시 이 지사는 “보상금액은 2000억 원대”라며 자신의 결정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민연금이 7000억 원의 기대수입을 포기해야 했고, 불이익은 국민연금 가입자 2200만 명에게 돌아갈 판이었다. 다리를 이용하지 않는 도민들이 낸 세금을 일부 지역민을 위해 쓰는 게 타당한지도 논란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였는데도 국민연금이 소송을 내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다.
#. 지난달 말 대법원은 경기 성남시 백현동 ‘옹벽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의 사용승인 신청을 거부한 성남시의 처분이 적법하다며 아파트 시행사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성남시는 2021년 6월 아파트 거주동 사용은 승인하면서도 최고 51m 높이 수직옹벽에 붙여 지은 커뮤니티센터 3∼5층에 대해선 안전성 보완 대책을 마련하라며 승인을 보류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었을 때 그의 지인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인허가에 간여하고, 알선 대가로 70억 원 넘게 받은 혐의로 올해 8월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그 아파트다.
주민들은 3년 넘게 관련 시설을 이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아파트 전체 준공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많다. 중세 성벽처럼 치솟은 옹벽의 안전성도 문제지만, 주민들은 아파트 가치가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이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책임감을 느낄 이유는 없다. 최근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과거 ‘협박’이라고 했던 표현을 ‘압박’으로 바꾸긴 했지만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의 요구에 떠밀려 토지 용도를 4단계 높여줬을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 정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세금이 안 걷혀 난리인 와중에 경기도는 다른 재정 문제까지 겹쳐 고민이 많다. 이재명 지사 시절인 2020∼2021년 ‘재난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빌려 쓴 ‘지역개발기금’을 갚아야 할 시기가 닥친 것이다. 당시 경기도는 1차 재난기본소득으로 도민 1인당 10만 원씩 1조3400억 원, 외국인까지 추가한 2차 때 1조4000억 원, 중앙정부 지원금 대상에서 빠진 소득 상위 12%에게 25만 원씩 나눠준 3차에 6300억 원을 썼다.
부족한 재원은 공공투자, 도로 건설 등에 쓰도록 적립해둔 지역개발기금에서 1조5000억 원을 빌렸는데, 올해 1583억 원을 시작으로 계속 상환해야 한다. 당시 이 지사는 “초과세수가 충분하다” “걱정 붙들어 매셔도 된다”며 재원 문제에 관한 비판을 일축했다. 하지만 세수가 넘쳐나던 부동산 극성기에 문제없을 것 같던 부담이 부동산 경기가 꺼진 지금 경기도의 재정 사정을 압박하고 있다.
#. 지난주 10·16 재·보궐선거를 치른 전남 영광군과 곡성군에선 이르면 내년부터 1인당 연 100만 원의 기본소득이 지급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유세 때 “군민 1인당 예산이 연 1500만 원이 넘는데, 이런저런 예산을 아껴 100만 원씩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동네가 확 살 것”이라고 했다. 영광의 경우 인구 5만1430명에게 100만 원씩 지급하는 데 한 해 514억3000만 원이 든다. 영광과 곡성의 재정자립도는 경기도, 성남시는 물론이고 전국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 얼마나 오래 지급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얼마 전 ‘국민 배심께 드리는 이재명 무죄 이유서’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11개 혐의로 4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의 무죄를 주장했다. 그 이유로 ‘사악한 검찰의 잔인한 테러’ 등과 함께 이 대표가 “기록적 행정 성과를 낸 압도적 차기 후보”란 점을 들었다.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것이 유무죄를 가를 이유가 된다는 논리를 납득하기 힘들 뿐 아니라 ‘기록적 행정 성과’가 실제로 있긴 했는지 의문이다. 이 대표가 수장을 맡았던 성남시, 경기도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잘 살피면 답이 보일 것도 같다.
동아일보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10.23 대통령의 놀라운 위기 자초 능력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정치적 메시지다. 21일 대통령실이 촬영해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 메시지는 오독(誤讀) 불가였다. 먼저 악수다. 10년 전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자들에게 건넨 악수가 떠올랐다. 교황의 시선은 오롯이 당사자에게 머물렀다. 찰나였는데 영원했다. 충일감에 차오르다 불현듯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분이 교황이라 다행이다. 정치인이었다면 페론을 능가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눈은 내달렸다. 외면이었다.
‘산책’도 그랬다. 한 프레임 안에 둘이 있어야 했다. 서천 화재 때처럼 말이다. 문재인-김정은, 트럼프-김정은의 산책도 마찬가지였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참모들로 한 대표를 에워쌌다. 배척이었다.
원만했다는 데, 영상엔 외면·분노
북 파병 속 국가전략 논의 절실한데
미봉조차 못한 한심한 여권 정치력
차담 사진은 더 그로테스크했다.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만남은 소수일 경우 라운드테이블에서 한다. 이번엔 좁다란 테이블에 윤 대통령이 상석에 앉고, 반대편에 한 대표와 배석자인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붙어 앉게 했다. 더욱이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은 윤 대통령이 팔을 벌린 채 양손으로 테이블을 누르며 이글거리는 눈으로 한 대표를 쏘아보는 장면이었다. 분노였다.
한때 윤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작가 오진영은 이런 인상평을 했다. “나한테 왜 그래요? 말해 봐요!”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에선 처음엔 멀쩡한 회동인 양 포장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원만하게 마무리된 면담”이란 말도 했다. 그렇다면 이런 이미지를 내보내면 안 됐다. 설령 윤 대통령이 불쾌했더라도 이런 이미지를 내보내면 안 됐다. 민심을 전하는(윤 대통령이 수긍할 수 없더라도) 여당 대표를 대통령이 천대한 모양새가 됐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아니 만나느니만 못하게 됐다.
이번에도 재차 확인된 건 윤 대통령의 이성을 압도하는 감정 상태다. 이토록 지속적으로 대통령의 기분을 알게 되는 건 노무현 대통령 이래 처음이다. 공개 석상에서 속된 표현을 안 쓴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 많이 참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들에게 물어 보라. 문재인 대통령은 주변을 격하게 깨곤 했지만 그런 사실이 지금까지 알려지지도 않았다.
숨소리조차 고도의 정치여야 한다는 현실을 윤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는 사이, 설명 또는 해명하면 될 일들이 논란으로, 위기로 커지고 있다. 놀라운 능력이다. 대선 과정에선 그나마 ‘결단’으로 풀었다. 5·18 발언 사과도, 이준석 당시 대표와의 ‘화해’도 그랬다. 지금은 개의치 않는 듯 보인다.
이번이 더 위험한 건 윤 대통령 통치의 특수성도 있다. 그간 윤 대통령이 고집 피울 때마다 돌려세운 건 김건희 여사였다. 어쩌면 정무를 김 여사에게 외주(外注)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의 참모가 김 여사의 참모이고 김 여사의 참모가 대통령의 참모인 비정상 구조를 낳았다. 이젠 위기의 진앙에 김 여사가 있다. 김 여사식 정무가 곤란해졌다. 다수의 민심은 물론 여당 지지자도 그 구조를 용납할 수 없다고 하는데, 윤 대통령이 반응하지 않으면서 김 여사는 더한 비난과 혐오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은 중상(中傷)이라고 감싸지만(그럴 근거도 있다), 믿어주는 이는 적다. 역사적 경험은 대통령이 지금처럼 해선 부인을 보호할 수 없다는 쪽이다. 대통령부터 산 뒤에야, 그러려면 부인 문제에 어느 정도 양보한 후에야, 부인을 보호할 여력이 생긴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감정에 휘감긴 듯,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난감한 일이다.
21일 회동을 보고 진정 화나는 건 따로 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란 외교적 격변기에 국민적 시선을 국가 대(大)전략 논의로 이끌어야 하는데, ‘미봉’하는 모양새조차 만들어내지 못하는 둘, 특히 윤 대통령의 정치적 감수성 탓에 여전히 자기파괴적 ‘권력극’을 봐야 한다는 현실이다.
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대리
10-23 ‘돌 맞아도 직진’ 尹, 국민 지지 없이 野 폭주 맞설 수 있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지난 21일 회동이 빈손으로 끝난 뒤 여권 내부 갈등이 점입가경 양상을 보인다. 이상한 모양새의 윤·한 회동 직후에 윤 대통령이 추경호 원내대표와 만찬을 하고, 추 대표가 대통령실 기자들에게 간식을 돌린 것도 기이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회동 다음 날엔 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된 부산 금정구에 있는 범어사를 찾아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며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했다. 돌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야당의 발목 잡기는 늘 있던 일이어서, 한 대표의 3대 요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지사(志士)나 논평가가 아니라 국가 최고 책임자로서, 국정을 잘 이끌어 성과를 내는 게 의무다. 거대 야당 폭주는 물론 여당 내부의 다른 목소리가 국정 표류의 핑계가 될 수 없다. 모든 국가 지도자들이 때로는 원칙을 양보하면서도 타협하는 이유다. 돌을 맞더라도 직진하겠다는 기개는 가상하지만, 국가 지도자로서는 위험한 인식이다. 거대 야당이 입법부를 장악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를 돌파할 방법은 압도적 국민 지지를 배경으로 야당을 압박하는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 지지율은 겨우 20%를 넘길 정도다. 의료 사태, 개혁 실종 등은 막연한 업보가 아니라 지난 2년 반 동안 국정 운영의 실패에서 비롯됐음을 자인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대통령은 국정 성과를 위해 여야와 민심 등을 고려한 좌고우면도 해야 하는 자리이다. 의대 2000명 증원 전격 제안이 대표적이다. ‘돌을 맞고 가겠다’는 말도 수많은 이해관계를 조정해 국가를 경영해야 하는 민주국가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돌을 던지지 않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김건희 여사 문제부터 그런 접근법이 절실하다. 벌써 임기 절반이 지나간다. 야당은 탄핵 공세까지 펼친다. 대통령의 직진 정치는 알량한 기반까지 허물고, 국정 표류로 국민과 국가에 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문화일보 사설
10-23 이재명 판결 앞두고 법원장 면전서 ‘무죄’ 압박한 巨野
지난 7일 시작된 3주간의 국정감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거대 야당의 ‘이재명 방탄’ 행태가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전반적으로 국감 본연의 역할과는 멀어졌지만,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국감은 더욱 개탄스럽다. 다음 달 15일(선거법 위반)과 25일(위증교사)로 예정된 이 대표 판결을 앞두고 무죄 선고를 압박하는 요지경 발언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거야(巨野)의 노골적인 재판 개입·사법방해로, 국회의원이 이 대표 변호인으로 전락한 듯했다.
전현희 의원은 2021년 12월 대장동 개발 비리 보도가 본격화하자 자살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성남시장 때는 몰랐다는 이 대표 발언과 관련, “주관적인 인식의 문제라 선거법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 대표의 발언은 자세히 모른다는 정도가 아니라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취지였다. 대장동 사업에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어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맞다. 민주당 의원들은 또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재판부 재배당도 요구했다. 오죽하면 서울고법원장이 “법관 입장에서 비감한 생각인 든다. 법원에 압력으로 비칠 행동을 삼가 달라”고 요청했겠는가.
22일에는 민주당 의원 40여 명이 참여한 더여민포럼이 ‘위증교사 성립 요건’ 토론회도 열었는데, 이 대표가 김병량 전 성남시장 비서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한 증거로 제출된 통화 녹취록이 조작되고 짜깁기됐다는 이 대표 주장을 되풀이했다. 지난 16일엔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토론회도 열렸다. 이 대표 판결을 앞두고 판사 겁박 효과를 노린 방탄 토론회로 비친다. 민주당 스스로 유죄를 예상한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선고일이 다가올수록 이런 행태는 더 격화할 것이고, 어떤 판결이 나와도 정치적 후폭풍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판결이 정치 상황과 협박에 휘둘리면 사법부는 물론 민주주의의 근간이 무너진다
문화일보 사설
10.24 "상대 무시·제거하면 정치 아닌 싸움" 이 대표의 유체이탈 발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에 대해 “정치가 뒷골목의 패싸움 같다는 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상대를 제거하거나 상대의 존재를 무시하면 이는 정치가 아닌 싸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정치 복원의 길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여권의 내부 분열을 지적하는 발언이지만 적어도 이 대표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이 대표는 170석의 거대 야당을 이끌며 입법 권력을 쥐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탄핵이나 정권 퇴진을 공공연히 주장했다. 취임 직후에 무슨 법을 위반했다고 탄핵인가. 이 이상으로 상대를 제거하고 무시하는 일이 어디에 있겠나. 지금은 이 대표 스스로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되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했다. 구체적 법 위반 사실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무조건 대통령 탄핵과 제거를 입버릇처럼 말하는 정당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상대를 제거하거나 존재를 무시하는’ 일을 다반사로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 소추하더니 돌연 오래전 사건과 관련된 검사를 탄핵 소추했다. 검사 탄핵은 이 대표를 수사하는 검찰을 위협하려는 것이었다. 당연히 모두 헌재에서 기각됐다. 방통위원장을 탄핵안으로 사퇴시키더니 그 방통위원장의 후임은 임명되자마자 탄핵 소추했다. 이 정도면 상대 무시 제거가 아니라 말살이다. 민주당은 이 밖에 현직 검사 4명도 탄핵을 추진 중이고, 최근에는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탄핵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권력을 행사할 때는 정말 신중하고 섬세해야 한다”며 권력의 절제를 요구했다. 국민이 부여한 입법 권력을 자기 개인 비리 방탄에 남용하면서 공직자들을 마구잡이로 탄핵하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닐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 입법에서도 상대인 국민의힘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다음 달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 교사에 대한 1심 선고가 다가오자 국회에선 연일 토론회 방탄 행사가 열리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이 대표 무죄를 위해 법원과 검찰을 협박하고 회유하는 사설 로펌으로 전락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먼저 설명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지난 재·보선에서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낮은 지지율에도 부산과 인천 강화에서 패했다. 여권에 대한 비판 여론은 민주당과 이 대표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 민주당과 이 대표부터 상대를 무시하고 제거하려는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0.24 법원장에게 고맙다는 국회의원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원 국정감사. 오후 시간대 첫 질의자로 나선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인사말을 하자마자 대뜸 이상주 수원고법원장을 찾았다. 서 의원은 “법원장님 저 아시죠. 고법원장님이 귀한 판단을 해주셔서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있습니다. 맞지요”라고 물었고, 이 법원장은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평가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그러자 서 의원도 소리 내 웃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6년 서 의원이 기소됐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비롯됐다. 당시 20대 총선에 출마한 서 의원은 거리 유세 중 상대 후보에 대해 “전과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고 한다”는 허위 사실을 말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1, 2심은 “허위는 맞지만 이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는데, 이때 항소심 재판장이 이상주 법원장이었다. 법원의 업무를 감독∙검사하는 국감장에서 국회의원이 피감 기관장에게 자신을 재판하고 무죄 판결을 내려줘 고맙다고 인사를 한 셈이다.
서 의원은 과거에도 사사로운 인연을 내세워 판사에게 접근을 했다. 그는 2015년 의원실로 국회 파견 판사를 불러 ‘지인의 아들이 강제추행 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법원이 벌금형으로 선처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 이 청탁은 법원행정처로 전달돼 ‘서영교 사건 민원 개요’라는 보고서로 만들어졌고, 임종헌 당시 행정처 차장은 해당 사건 1심 법원장과 재판장에게 ‘변론을 재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유사 범죄 전과가 있는 서 의원 지인의 아들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서 의원은 ‘재판 청탁’ 의혹을 부인했지만, 임 전 차장의 사법 행정권 남용 재판에서 청탁 자체는 사실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 전 차장이 (청탁 관련) 요구를 담당 판사에게 전달해달라고 한 사실은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로 재판 청탁의 정황이 드러났지만, 서 의원은 별다른 징계나 제재, 처벌을 받지 않았다. 서 의원의 재판 청탁 논란이 불거졌을 때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의 관행적인 문제”라고만 했다.
개인적인 인연을 내세워 재판에 개입하려 한 당사자가 국회 법제사법위 위원으로서 검찰과 법원을 감독하는 모습은 이질적이다. 서 의원은 이날 국감장에서도 다음 달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혐의를 적극 부인하며 “법원이 올곧게 판단해야 한다. 그렇게 해주겠느냐”고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에게 말했다. ‘이재명 방탄’을 위해 담당 재판부가 소속된 법원장에게 민원을 넣는 것처럼 보였다. 김 법원장은 “권력과 여론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공정히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들은 다음 달 선고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조선일보 방극렬 기자
10.24 특별감찰관 추천·임명은 국회와 대통령의 의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김건희 여사 문제’ 갈등이 여당 내부의 특별감찰관 충돌이라는 2라운드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미국 대선과 일본 중의원 선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부의 1심 판결,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국내외 정세를 뒤흔들 요인이 동시다발로 닥치고, 경제 상황과 기업 형편마저 적신호투성이임을 고려하면, 집권 세력의 이런 모습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런 여권 내부 분란을 부추기면서, 특별감찰관 문제를 정략적으로 활용할 움직임을 보인다.
저급한 정치 상황 속에서도 여야가 기본 책무를 저버려선 안 된다. 국회가 특별감찰관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신속히 이행해야 할 의무다.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인척,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의 비리를 감시하기 위한 특별감찰관법은 박근혜 정부 때이던 2014년 제정·시행됐지만, 문재인 정부와 윤 정부는 특별감찰관을 두지 않았다. 올해도 사무실 유지비 등으로 8억7000만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제대로 안착됐더라면, 문 정부와 윤 정부의 친인척 문제는 많이 예방됐을 것이다. 미래 정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제도다.
한 대표는 ‘김 여사 관련 3대 요구’에 이어 특별감찰관 추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회동에서 “특별감찰관은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연계된 문제”라고 했고, 윤·한 회동 직후 윤 대통령을 만났던 추경호 원내대표는 “원내 사안”이라며 한 대표의 권한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한 대표는 자신에게 당헌상 원 내외 총괄 권한이 있다고 밝혀, 권한 쟁의 조짐도 보인다. 민주당은 “특감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김건희 특검이 먼저”라며 시간을 끌 태세다. 어지러울수록 기본이 중요하다. 북한인권재단이나 특검과 연계하자는 주장은 중요한 민주주의 제도를 망가뜨리는 죄책과 다름없다.
문화일보 사설
10.24 특별감찰관 신속히 임명하고 용산 ‘김건희 라인’ 정리해야
한동훈 “이재명 1심 선고 전에 국민 요구 해소돼야”
민심 수용, 인사 쇄신으로 국정 난맥 돌파구 찾기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21일 회동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당정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회동에서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 및 각종 의혹 해소 협조 등 3대 요구와 함께 특별감찰관 임명을 촉구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확인된 잘못이 있느냐” “의혹의 구체적 내용이 뭐냐”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2%로 추락한 지지율에서 드러나듯 윤 대통령의 국정 동력은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원인의 핵심이 김 여사 문제란 건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김 여사 문제 때문에 의·정 갈등 등 국정 현안들이 뒷전으로 밀려나며 민생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그런 만큼 이번 회동에서 두 사람은 딴 것 다 젖혀두고 김 여사 문제를 풀 해법 한 가지만은 내놓았어야 했다. 그러나 ‘빈손 회담’으로 끝나면서 핵심 지지층에서마저 “이러려면 뭐하러 만났느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김 여사의 사과와 자숙,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을 넘어서는 비상한 조치를 내놓아도 등 돌린 민심을 달래기 힘든 현실을 용산은 직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대표는 23일 “김 여사 이슈들이 국민이 모이면 이야기하는 ‘불만 1순위’”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 결과들이 11월 15일부터 나온다. 우리는 그때 김 여사 관련 국민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고 말했다. 여당 소식통에 따르면 한 대표의 언급은 용산이 늦어도 다음 달 15일 전에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고 ‘김건희 라인’ 정리를 결단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있다고 한다.
용산은 한 대표가 전한 민심대로 특별감찰관을 신속히 임명하고, 한 대표가 이름까지 거명하며 쇄신을 촉구한 ‘김건희 라인’ 비서관·행정관들을 정리해야 한다. 지금까지 용산은 민주당이 북한 인권재단 이사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로 특별감찰관 임명을 미뤄 왔다. 그러나 김 여사 문제가 블랙홀처럼 모든 국정 이슈를 빨아들이는 현실에서 김 여사의 활동을 감시·규제할 특별감찰관 임명은 북한 인권재단 이사 인선 지연을 이유로 미룰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용산은 23일 “특별감찰관은 여야가 합의해오면 임명하겠다”고 했다.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니 민심을 역행하는 처사다. 윤 대통령은 즉각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김 여사 문제 해결 의지를 입증해야 한다. 김 여사 주변에서 측근을 자처하며 지휘 라인과 직무 범위를 뛰어넘어 국정과 인사에 월권 개입해 온 의혹을 받는 ‘김건희 라인’들을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 한 대표에 따르면 이미 사표를 냈다는 전직 ‘김건희 라인’ 비서관 2명이 공공기관장 유력 후보에 올라 있다고 한다. 인적 쇄신 의지를 확실히 입증하려면 이들의 공기관장행도 당연히 막아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10-24 ‘혼돈의 11월’ 앞둔 여권의 자중지란
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만난 사진을 보면 긴 사각 테이블 한 편에 대통령이 앉고 바로 맞은편에 한 대표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앉았다. 검찰 조사라면 모를까 타협을 끌어내기에 좋은 배치는 아니다. 협상을 유도하는 테이블은 원탁이다. 협상학의 기초다. 정면으로 부닥치는 일은 피하면서 뭔가 합의점을 찾자는 의도다. 참고로, 지난 4월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 때는 두 사람이 원탁에 나란히 앉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렵게 성사된 두 사람의 만남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양측의 입장 차이만 재확인한 채 끝났다. 양쪽 모두 섭섭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된다. 윤 대통령은 거듭 ‘역린’을 건드리는 한 대표에게 화가 났을 테고, 한 대표 또한 민심을 외면하는 듯 보이는 대통령이 답답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두 사람이 나라를 걱정한다면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국정의 최종 책임자로서 그리고 여당의 대표로서 두 사람은 2인 3각의 주자처럼 때로 엇박자가 나더라도 함께 뛰어가야 한다. 감히 상상하기조차 두려운 혹독한 겨울이 덮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대규모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펼쳤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하는 경우 그 과정에서 한반도도 위험해진다는 게 국제정치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북한은 2개 국가론을 내걸고 대남 무력 공격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고 그 대가로 첨단 무기 기술을 얻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국내 경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대기업·중소기업·자영업 모두 어렵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주식시장이다. 한국 주식시장은 훨훨 날아가는 미국은 차치하고 심지어 전쟁 중인 러시아보다 실적이 나쁘다. 경기가 좋지 않지만, 불안한 부동산 시장 때문에 한국은행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펴기도 어렵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과 금융투자소득세 불안 때문에 해외로 탈출하는 대자본가는 급증한다.
국내 정치 상황은 더욱 엄중하다. 야당들이 대통령 탄핵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다. 지난 5일에도 이재명 대표는 “선거를 못 기다릴 정도로 심각하면 도중에 끌어내리는 게 민주주의”라며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용산이 거부권 행사 의사를 밝힌 법안들을 거듭 통과시키는 것도 탄핵을 위한 ‘빌드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있다.
11월로 예정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의 1심 선고를 전후해 무언가 엄청난 ‘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엿보인다. 야권이 뭔가 큰 걸 준비한다고 상정하면 그동안 생뚱맞아 보이던 퍼즐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는다. 뜬금없어 보이던 계엄령 준비 논란도 계엄이 요구될 만큼 심각한 사태에 ‘대비’해 계엄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공작일 수도 있겠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헌법재판소를 심리정족수 미달 상태로 방치하는 것도 만에 하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직무 정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왕좌의 게임’에서처럼 겨울이 오고 있다. 용산과 여당은 함께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10-25 과방위 욕설 난장판과 수사기관 행세했다는 국감 총평
1998년 이후 매년 국회 국정감사를 평가해온 시민단체가 올해 국감을 최악 수준(평점 D-)으로 평가했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지난 7일부터 25일까지 3주 동안 진행된 국감에 대해 “감사 기능은 상실됐고, 피감기관을 범죄인 취급한 정쟁 국감이었다”며 “특정 사안을 수사하는 게 목적으로 보였다”고 총평했다. 많은 국민이 ‘이재명 방탄’과 ‘김건희 여사’와 ‘하니(뉴진스)’만 기억에 남는다고 할 정도로 한심한 저질 행태투성이였다.
국감 일정 막바지인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상황은 이런 평가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소속 직원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국감이 잠시 정회됐는데,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혼잣말로 “아 ××, 사람을 죽이네 죽여”라고 했다. 이후 속개된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이를 문제 삼는 도중에 말다툼과 삿대질이 벌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마 이 자식아”라고 퍼부었고, 김 대행은 “뭐 하자는 겁니까”라며 맞받았다. 모두 부적절한 언동이지만 김 대행은 정회 중 혼잣말이고, 김 의원은 공식 회의 석상의 욕설이라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다른 상임위 국감 역시 야당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김 여사 문제에 집중하는 바람에 1∼2주차 국감에서 630개 피감기관 중 단 한 건의 질의도 받지 않는 것이 209곳(33.2%)에 달한다고 한다. 일반 증인 채택도 법사위의 경우, 지난해 6건인데 반해 올해에는 85건, 과방위는 지난해 0건이었는데 올해는 216건에 달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지난 18일 서울고검 국감에서 소속 상임위 의원 평균 질의시간(15분 15초)보다 5.75배나 긴 1시간 27분 동안 발언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도 5.44배에 달했다.
동행명령장도 남발됐다. 야당은 지난 22일까지 김 여사를 비롯한 국감 불출석 증인 17명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는데, 21대 국회 4년 임기 동안의 14건보다 많다. 김 여사와 이 대표 공방만 보인 국감은 막을 내리지만, 저질·무능 행태는 시정되긴커녕 더 악화할 것 같다. 국감 개혁은 물론, 저질 의원 퇴출을 위한 유권자 심판이 절실하다.
문화일보 사설
10.26 "여기가 법정인가" 피의자 취급당한 국감 증인의 항변

▲지난 24일 오후 속개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북 전단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단의 위법성을 추궁당하자 “내가 지금 법정에 섰느냐”며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러 명이 반복적으로 전단 살포 위법 가능성과 저작권법 위반까지 지적하자 박씨는 “자꾸 손가락질 말라. 모욕하지 말라” “여기가 북한 최고인민회의냐”고 말했다.
야당이 국정감사에서 일부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형사 피의자도 아닌 국정감사 증인을 야당 의원들이 범죄자 취급 하며 “대북 전달 살포가 돈이 된다”는 식으로 모욕한 것은 국회의 월권이다. 검찰은 작년에 대북 전단 살포 혐의로 기소된 박씨의 공소를 취소했다. 헌법재판소가 박씨 기소의 근거가 된 대북 전단 금지법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법은 국정감사 대상으로 정부 기관과 지자체, 공공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간 분야는 국정감사 대상이 아니라, 여야 합의로 증인이나 참고인 명목으로 제한적으로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박씨처럼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범죄자 다루듯 세워 놓고 윽박지르는 일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일상사처럼 벌어졌다. 정쟁 상임위로 지목된 국회 과방위의 일반 증인은 2022년 14건에서 이번에 149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대부분 여야 합의가 아니라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채택했다. 17명 고발에 동행 명령장 발부도 최소 26건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국정감사가 범법 수사처럼 변질했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마구잡이로 일반 증인을 불러놓고 정작 국회가 보여준 모습은 추태에 가깝다. 24일 과방위 국감에서 피감 기관 직원이 쓰러지자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욕설을 섞어 “사람 죽이네”라고 하자, 야당 의원들은 공직자에게 “야, 인마. 이 자식아. 이 xx야, 법관 출신 주제에”라고 했다. 야당 과방위원장 발언이 전체의 20%를 차지했다며 “갑질 아니냐”고 따지던 여당 의원은 발언권을 박탈당했다.
국정감사는 10월 유신 때 폐지됐다가 민주화 이후 부활했다. 초기에는 권위주의 정부 견제 기능도 있었지만, 지금은 입법부의 정쟁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국민이 넌더리를 낸다. 민주화의 성과였던 국정감사가 민주주의를 타락시키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10.26 대통령 부부와 특별감찰관의 짧고 기막힌 역사
尹 대통령, 문재인 5년 버티고 기다렸던 대통령 맞나?
김 여사 매섭게 지적해 달라던 의원 이제 보니 親尹
사람과 짐승 차이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 사람은 적은 실수를 통해 빨리 배우고 짐승은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며 더디게 배운다. 그러나 권력 주변 모습을 살피면 짐승은 더디게 배워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지만 사람은 빨리 배워도 똑같은 실수를 끊임없이 되풀이한다는 게 사실에 가까운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했다. 문재인 시대 5년을 견디고 버텨 맞은 ‘보수 대통령’이었다. 취임 이틀 후 기자의 글 당번 순서가 돌아왔다. 덕담(德談)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다. 마음 한편에서 걱정이 고개를 들었다. 그때 김건희 여사는 역대 대통령 부인 가운데 ‘가장 위험한 퍼스트레이디’라는 말이 돌고 있었다. 대통령은 거북하겠지만 이 이야기만은 꼭 해주고 뭔가 다짐을 받아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이 피를 나눈 친족(親族)과 살을 나눈 인척(姻戚)에 관해서는 누구도 바른말을 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불났다고 눈치챘을 때는 이미 큰불로 번져 손을 쓸 수 없다. 이런 일을 당한 대통령은 허리가 꺾여 다시는 위엄(威嚴)을 회복하지 못했다. 특별감찰관은 이 위험에서 대통령을 보호하는 제도이니 반드시 임명하기 바란다.’
글 제목은 ‘기대 반(半) 걱정 반(半)’으로 달았지만 마음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편집 책임자에게 부탁해 ‘친인척 비위 감시하는 청와대 특별감찰관 ‘꼭’ 임명하도록’이라는 작은 제목도 달았다. 이것은 기자만의 걱정이 아니라 당(黨) 안팎도 생각이 같았다. 며칠 후 청와대 관계자 이름으로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임명 공약을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꿩 구워 먹은 소식’이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을 임명할 생각이 없고 제도를 폐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뉴스가 대통령실에서 나왔다. 이유가 기막혔다. ‘현재 대통령실은 과거 청와대와 달라 측근 비리(非理)를 은폐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감찰관이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여론이 악화됐다. 그러자 ‘현행법에 규정돼 있으므로 임명할 것’이라며 불을 껐다.
특별감찰관을 둘러싸고 엎었다 뒤집었다 식의 엇갈린 뉴스가 나오는 배경에 대해선 두 가지 설명이 따랐다.
하나는 대통령이 부인 주변을 감찰관이 들여다보는 걸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보다 힘센 실세(實勢)가 특별감찰관에 손을 내젓기 때문에 그 수족(手足)들이 폐지 뉴스를 일부러 흘린다는 말이었다. 두 말이 모두 사실이었다.
취임 1년을 한 달 앞둔 2023년 4월 무렵엔 부인 소문은 권력 주변 화제가 아니라 전국 뉴스였다. 무슨 미술관장, 무슨 박물관장에겐 ‘대통령 부인 임명’이란 꼬리표가 달렸다. 다들 이 상태론 총선에 이길 가망이 없다고 했다.
기자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지면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고, 차기 정권을 야당에 빼앗기면 대통령과 부인은 감옥에 갈 것’이란 야당 의원의 악담(惡談)을 계기 삼아 ‘역린(逆鱗)’이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 악담이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대통령 턱밑엔 비늘이 거꾸로 난 곳이 있다. 그걸 건드리면 대통령 비서는 자리를 잃는다. 대통령이 선배·원로(元老)로 모시는 사람에게 그 즉시 대통령 전화가 끊긴다. 세상은 수군거리는데 대통령 귀만 어둡다. 국민이 응원할 테니 국회를 재촉해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한다.” 국민 응원을 업고 부인 뜻을 꺾어보라는 말이었다. 응답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1년이 흐르고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예상대로 대패(大敗)했다. 정치 초(初)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휘도 서툴고 공천 방식에도 문제가 많았다. 그러나 참패의 근본 원인은 대통령 부부였다. 대통령은 한 달 뒤 반성 기자회견에서 특별감찰관은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다음 날 기자는 ‘부인 연줄 비서관·행정관 ‘용산’ 밖으로 내보내라’는 칼럼을 썼다. 이땐 그 비서관·행정관 명단은 헌 뉴스가 돼 버렸다. 그런데도 당대표 면담에서 대통령은 그들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써서 비서실장에게 전달하면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늙은 기자는 이렇게 김건희 여사에게 전패(全敗)했다. 젊은 기자들도 완패(完敗)했다.
국민의힘이 특별감찰관 문제로 의원 총회를 열어 당론(黨論)을 정한다고 한다. 산불에 바가지 들고 나선 격이다. ‘친윤’ ’친한’ 분류표를 보니 기자에게 부인 문제를 에둘러 쓰지 말고 매섭게 지적해달라던 의원 중 몇몇은 친윤(親尹)이었다. 선진 대한민국의 후진 정치다.
조선일보 강천석 기자
10.27 정청래의 법사위와 최민희의 과방위, 어디가 더 막장일까?
[서민의 정치 구충제]
개원 5개월 만에 최악의 22대 국회

▲일러스트=유현호
“마지막까지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대통령 재의 요구권(거부권)→재표결→법안 폐기’의 굴레를 반복하며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썼다. 법안 발의 수가 역대 최다로 어느 국회보다도 활발하게 입법 활동을 수행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정작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35%로 역대 최저 수준에 그쳤다. 법안 발의 건수를 두고 의정 활동을 평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니 일종의 보여주기식 발의가 많았다.”
21대 국회의 임기가 끝날 무렵, 한 언론사가 내린 진단이다. 그 부끄러움의 한가운데에 있는 게 바로 법사위. 김남국의 ‘이모 교수’ 논란을 비롯해서 김의겸의 ‘청담동 술자리’, 이수진의 ‘취권’ 등등 온갖 해프닝이 벌어졌고, 피고인 신분이던 최강욱은 이해 충돌을 무릅쓰며 법사위에서 버티다 결국 대법원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잃기도 했다. 많은 언론사가 ‘다음 국회는 달라야 한다’고 했지만, 22대 국회는 개원한 지 5개월도 안 돼서 21대를 가뿐히 넘어선, 역사상 최악의 막장 국회가 됐다.
비결은 간단했다. 혼자 뛰는 것보다 둘이 같이 뛰면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건 속칭 또라이 레이스에서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미 대사관저 사제 폭탄의 주인공 정청래가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가 기대대로 아비규환을 연출하는 가운데, 최민희 위원장을 중심으로 뭉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폭력 전과 2범에 신기의 막말을 구사하는 양문석이 문체위에서 분투하고 있지만, 다른 동료들의 지원이 부족해 보이니, 여기서는 법사위와 과방위의 활약상을 요약해 보자.

▲이화영(왼쪽)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2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검사 박상용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에게 증인선서문을 제출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법사위: 삼권분립? 싫어, 내가 다 해먹을 거야!
18세기를 산 몽테스키외는 삼권분립을 주장했다. 국가 권력을 입법권과 사법권, 행정권의 셋으로 분리하여 서로 견제하게 함으로써 권력 남용을 막자는 것. 현재 정상적인 나라에서는 다 이런 식의 삼권분립이 제도화돼 있다. 그런데 2024년의 대한민국에서 문제가 생겼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의 대표 이재명이 대장동을 비롯한 혐의 7건으로 재판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재명이 알파이자 오메가인 민주당으로선 그의 유죄판결이 곧 당의 공멸로 이어질 게 뻔하기에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물론 민주당이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다. 이재명을 수사하는 검사를 탄핵하고, 판사나 검사를 겁박할 목적으로 ‘법 왜곡죄’를 만들었으며, 물타기용으로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을 주기적으로 발의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거로는 부족했다. 범죄 혐의를 수사해 재판에 넘기는 ‘기소’는 행정부 소속인 검사가 하고, 재판정에서 판결을 내리는 것은 사법부 소속인 판사가 담당하기 때문. 그래서 법사위가 총대를 멨다. 검사를 국감장에 불러 기소의 정당성을 흔들고, 그를 모욕하는 게 1단계였다. 예컨대 이재명의 대장동 변호사였던 박균택은 “대통령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한 것 아니냐?”며 서울중앙지검장을 조롱했고, 정청래는 검찰총장에게 “김건희는 빼박 유죄다. 김 여사를 기소하면 유죄판결을 받을 것 같으니 불기소한 것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다음으로 판사 차례. 검사한테 하듯 모욕을 줬다간 실제 판결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에 법사위는 1심에서 대북 송금과 뇌물 혐의로 9년 6개월형을 받은 이화영을 불러 모의 재판을 열었다. 덕분에 구치소에서 나온 이화영은 민주당 의원들의 배려 속에서 할 말을 다 할 수 있었다. 검찰이 회유와 압박으로 거짓 증언을 유도했다는 것. “연어가 먹고 싶다 하면 연어가 제공되고 그런 것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국민의힘 주진우가 이화영에게 불리한 녹취 파일을 재생하자 이화영은 “저 녹취를 어디서 구했냐?”며 따졌고, “제 추론은 검찰이 준 것 같다. 녹취를 틀려면 전부 다 틀어요. 꼭 검찰이 하는 행태처럼 하시네?”라며 비아냥댔다. 이 과정에서 이화영은 주진우의 고함에 “말하는데 방해하지 말라”고 하고, “허 참”이라며 웃기까지 했는데, 검사들에겐 답변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정청래는 흥분한 국힘의원이 고성을 지를 때마다 “들어보세요!” “방해하지 마세요!”라며 이화영의 수호천사 노릇을 단단히 했다. 영상을 본 좌파가 “이화영 진짜 여유 있게 잘한다” “이화영은 죄가 없다”며 중범죄자에게 찬사를 보냈으니,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판사는 대체 뭐가 되는가? 이쯤 되면 민주당 법사위가 삼권 통합을 이뤄낸 셈이다.

▲직무 정지 중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국회 과방위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선서문을 최민희 위원장에게 전달하는 모습. 과방위 국정감사장은 지난 24일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됐다. 야당 의원과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사이에 오간 “씨X” “인마” “저 자식” 등의 욕설과 거친 표현이 실시간 방송에 그대로 송출됐다. /이덕훈 기자
#과방위: 민주당 방송 MBC를 사수하자!
과방위에서는 21세기 대한민국이란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인권유린이 벌어지고 있다. 과방위에선 7월 말부터 사흘간 열린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의 청문회를 시작으로 숱한 회의가 열렸는데, 거의 모든 청문회가 새벽까지 이어진다. 예컨대 8월 14일에는 방문진 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성을 밝히겠다며 청문회를 열었는데, 오전 10시에 시작된 이 회의는 15일 새벽 2시 25분에야 끝났다. 이번 국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과방위원 한민수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 상임위는요, 한번 열리면 거의 뭐 12시 넘어야 끝나고, 어제는 그래도 12시 직전에 끝났는데요. 그 전날은 저희도 새벽 1시 반 그러니까 2시까지 갔습니다.”
한민수는 이게 자랑인 양 말했지만, 범죄자를 조사하는 검찰도 2019년부터 밤 9시 이후 심야 조사를 폐지한 걸 감안하면, 과방위의 행태는 인권유린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로 방통위 사무처 직원의 35%인 101명이 심리 진단과 상담을 받았을 정도, 심지어 임명된 지 이틀 만에 탄핵을 당한 이진숙 위원장도 걸핏하면 끌려나와 갑질을 당한다. 김태규 부위원장이 직원들의 고충을 토로해 보지만, 최민희는 개의치 않는다. “방통위가 국회에 자료를 제대로 냈나, 답변을 제대로 했나. 뭐 하느라고 고생을 한 것인가?”
수시로 터져 나오는 막말도 방통위원들을 힘들게 하는 원인. 최민희는 이진숙더러 “뇌 구조가 이상하다”고 했고, 간사인 김현은 김태규한테 “증인, 입 닫고요” “입을 닫는 거예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방문진 이사가 새로운 이사로 바뀌면 민주당 편만 들어주는 MBC 사장이 물러날 수 있기 때문, 그래서 민주당은 방문진 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있는 방통위를 무력화하려고 이 난리 블루스를 연출하는 것이다. 현 정부가 MBC 정상화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계속될 터, 슬며시 걱정된다. 이진숙과 방통위 직원들은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더 무서운 사실 하나, 22대 국회의 임기는 아직도 3년 반 남았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이 지난 24일 발표한 ‘2024년 제22대 국회 1차연도 국감 평가(10월 7∼18일)’에 따르면 의원 평균 질의 시간보다 3배 이상 길게 발언한 상임위원장은 정청래 법사위원장(5건), 최민희 과방위원장(3건), 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2건), 국민의힘 소속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1건)이었다.
조선일보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10.28 러 대북 군사 지원과 우리 안보 위협에 민주당 입장 뭔가
한·미·일 국가 안보 보좌관들이 미국 워싱턴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북한 파병 대응 등을 논의하기 위한 3국 정상 회의도 조기 개최키로 했다. 한·미·일 회동은 북한 파병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현실 인식 때문이다. 북이 파병 대가로 러시아의 미사일·핵잠수함 기술 등을 이전받으면 한반도 안보 균형이 깨질 위험성이 있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이상 한국에 먼 나라 일이 아니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도 민주당은 북한 파병마저 정쟁에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안보실장에게 파병된 북한군을 폭격해 심리전에 이용하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두고 “전쟁 사주”라고 주장하면서, 대통령실이 주관한 우크라이나 비상 대책 회의 관련자 전원에 대한 조사와 공수처 긴급 수사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의원의 문자에 신원식 안보실장이 “긴급 대책 회의가 있다”고 답한 것이 그 근거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우크라이나의 불길을 서울로 옮기고자 획책한 예비 음모이자 계엄 예비 음모”라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과 안보실장의 문자메시지 노출은 부적절했지만, 북한 파병을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없는 노릇이다. 북한이 파병을 통해 핵·미사일 기술을 이전받고, 파병 대가로 수억 달러를 받게 된다면 이는 대한민국을 공격할 무기와 화력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국제법을 정면 위반한 북·러의 도발에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하고, 이런 일에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부 대표단이 나토 본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이사회에 참석해 북한군 동향을 브리핑하는 것을 두고도 한국군 파병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당초 정부의 북한군 파병 발표에 대해 “북한도 부인하고 있다. 정부는 확실하지 않은 정보로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하지 말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시대착오적 진영 외교로는 미·중 패권 갈등의 파고를 극복할 수 없다”고 했고, 원로급 의원은 “우리가 외교를 잘못해서 북한을 완전한 친러 국가로 몰았다”고 했다. 북한에 대한 우려 표명은 뒷전이고 정부 탓만 하고 있다. 3번이나 집권하고 수권을 목표로 하는 민주당은 안보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0.28 북한군 러 파병이 尹정부 때문이라는 민주당
파병으로 번 돈 핵·미사일 개발에 쓰이면 안보 심각
민주당 “정부가 전쟁 조장한다”며 규탄하는 코미디
정부 단계적 대응으로 북·러 군사적 결탁에 쐐기를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한국 정부는 이에 맞서 단계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한 북한의 파병은 단순한 국제 문제를 넘어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안이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적 결탁은 유엔헌장과 국제법, 그리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더욱이 북한이 이번 파병을 통해 수억 달러의 경제적 보상을 받는다면 그 자금은 결국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강화하는 데 사용되어 한국의 안보를 더욱 위협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러시아·북한 군사 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인 대응 조치를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야당은 정부가 ‘전쟁을 조장’하고 ‘신북풍 몰이’를 하고 있다며 규탄 대회를 열어 비판하고 나섰다. 아무리 야당이라고 해도 현재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수시로 오물 풍선을 우리 땅으로 날려 보내는 북한과 북과 군사적 결속을 다져 가는 러시아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말인가.
우리 정부의 단계적 대응이 필요한 것은 앞으로 북·러의 군사적 결탁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군의 참전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하든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이와 함께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 및 군사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핵탄두 재진입 기술·핵추진잠수함 기술·첨단 대공미사일 기술 등 치명적인 군사기술을 얻게 된다면 한국을 겨냥한 북한의 위협은 더욱 실질적이고 가시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북·러 군사 협력의 진전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하며, 이를 통해 러시아와 북한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의 단계적 대응책으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공방어 무기 지원을 포함한 방어적 조치와 함께 상황에 따라 살상무기 지원까지 고려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우크라이나에 제공될 수 있는 방어용 무기인 ‘천궁’과 같은 대공미사일 시스템은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보호와 방어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조치는 북·러에 충분한 경고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무력 대응을 우선하기보다는 외교적 경로를 활용해 북한과 러시아의 결탁에 대해 국제사회와 연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총회에서 북한군 파병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러시아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합동대표단을 파견한 것도 이러한 외교적 대응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유라시아 대륙 양쪽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결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효과적으로 전달해 다자 간 압박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국가안보를 지키는 일에 있어서는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특히 민주당은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을 ‘신북풍’으로 치부하는 식으로 상황의 본질을 오도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정부는 필요한 대응 수단을 마련하되 신중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와 북한의 움직임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단계적 대응을 통해 효과적으로 압박하는 것이 중요하다.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협력을 강화하며 국제사회를 위협할 때, 한국이 할 수 있는 모든 외교적·군사적 옵션을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한국의 국제적 책임과 국가안보를 지키는 길이다.
스카이데일리 사설
10.29 마사지, 표본 쿠킹... 여론조사 조작 '꾼들의 기법' 보니
일부 업체, 거짓 응답 유도 등 왜곡
총선 때 51건 적발, 4년새 2배 늘어
지난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선거 여론조사 가운데 ‘여론 조작’이 확인된 사례가 51건에 이르는 것으로 28일 나타났다. 4년 전인 21대 총선 때(32건)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래픽=박상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따르면, 22대 총선 국면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중 ‘조사 결과 왜곡·조작’이 24건, ‘거짓·중복 응답 유도’ 등은 27건으로 집계됐다. 이 조사들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연령대별 가중치를 부여하거나 왜곡된 표본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22대 총선을 앞두고 총 4127회의 여론조사가 이뤄졌다. 254개의 지역구 하나당 16.2회꼴로 여론조사가 쏟아져 나온 셈이다. 21대 총선 당시 여론조사가 3191회 실시된 것과 비교하면 30% 정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결과 수치를 교묘하게 마사지(조작)해 여심위가 적발하지 못한 사례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여론조사 업체가 조사를 남발하고,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 여론조사 숫자가 정당의 후보 공천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이미 굳어졌다고 진단했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후보를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정당이 여론조사에 휘둘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론조사 남발과 왜곡이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에 위협이 되는 수준까지 온 것 같다”고 했다.
선관위의 여론조사 검증 시스템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당·방송사·신문사·인터넷언론사(일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 등엔 여론조사 사전신고를 면제해 주는 공직선거법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2대 총선에서는 1555건의 여론조사가 사전신고를 면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관위는 이번에 여심위가 ‘여론 조작’으로 판단한 51건의 여론조사와 관련해, 조사를 담당했던 여론조사 업체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여론 조작에 활용했던 수법들은 업계에선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전문가들은 “교묘하게 여론조사 수치를 만질 경우 전문가들도 쉽게 잡아내기 어렵다”고 했다.
◇마사지
여론조사에서는 성별·연령·지역 등 계층별 응답률이 고르지 않을 때 가중 값을 적용한다. 대표적인 여론조작인 ‘마사지’는 바로 이 가중 값을 왜곡하는 수법이다.
여심위는 공표용 여론조사의 가중값 배율을 최소 0.7배에서 최대 1.5배로 제한하고 있다. 이 배율에 따라 특정 정당·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예컨대 상대적으로 야권 지지 성향이 강한 20대 여성 또는 여권 지지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 남성의 가중값 배율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실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30대의 가중값 배율이 초과(2.3배)된 여론조사를 실시한 여론조사업체 대표가 여심위에 적발되기도 했다.
문제는 미공표 여론조사의 경우엔 별도의 가중값 배율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인 2021년 9월 명태균씨가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인 강혜경씨에게 “젊은 애들 응답하는 계수를 올려서 홍준표 후보 보다 윤석열 (후보가) 더 나오게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마사지’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에 대해 명씨는 “강씨가 실수한 부분을 고치려고 한 것이고 나 혼자 보려고 만든 조사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표본 쿠킹
‘표본 쿠킹(cooking)’은 무작위 표본에 특정 성향을 가진 집단을 뒤섞는 방식이다. 통상 여론조사는 통신사로부터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받아 실시한다. 그런데 여기에 자체적으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DB)를 혼합하면 조사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 이미 정치 성향이 확인된 집단을 조사 대상에 추가하면 원하는 대로 결과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2년 대구시장 예비후보 지지도 여론조사를 수행한 한 여론조사업체가 대구시 선거여론조사위원회로부터 제공받은 가상번호 2만5000개에 자신들이 자체 보유한 전화번호 1523개를 섞은 혐의로 적발된 사례도 있다.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했던 A씨는 표본쿠킹 조작 수법과 관련해 “어떤 여론조사 업자가 ‘우리가 보유한 자체 데이터로 여론조사 결과를 맞춰줄 수 있다’면서 찾아온 적이 있다”면서 “여론조사를 ‘맞춰주겠다’는 말도 처음 들었지만, 그 대가로 수억 원을 요구하더라”고 전했다.
◇번호 따오기
여론조사 실시 기간에 전화번호를 대량 확보하는 수법이다. 이렇게 하면 특정 정당·후보 지지 성향이 뚜렷한 집단의 여론조사 접촉면이 확대된다. 번호 따오기는 여론조사업체보다는 여론조사 대상자인 정당·후보 측에서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군산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들이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의 선거운동을 돕겠다며 휴대전화 100여 대를 ‘여론조사 응답용’으로 개통한 혐의로 기소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보다 앞선 2012년 서울 관악을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측근들은 총 190대의 일반 유선전화를 개설, 휴대전화로 착신 전환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이 수법으로 다른 지역구 거주자 등 참가 자격이 없는 당원들을 끌어들여서 여론조사에 개입했다는 것이 당시 재판부 판단이다.
◇거짓응답 유도
여론조사 대상자들에게 거짓 응답을 유도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왔을 때 할당 분을 채우지 못한 성별·연령·지역 집단으로 허위로 답변하게끔 하는 수법이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지난해 12월 지지자들에게 “20대들은 죽어라고 (여론조사) 전화를 안 받는다. 여러분이 20대를 해 달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지방선거 여론조사를 앞둔 2022년 4월 국민의힘 김광열 영덕군수 캠프 관계자들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특정 세대의 여성으로 답변해달라’는 취지로 답변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10-29 ‘국민모욕죄’라도 필요한 저질 국감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
국정감사는 입법부가 국정 전반에 걸쳐 감사(監査)함으로써 행정부를 견제하는 제도다. 그런데 이번 국감을 보면서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게 아니라 ‘통제’하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견제가 상대방의 영역을 존중하는 상태에서 이뤄진다면, 통제는 상대방의 업무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다.
올해 국회 국감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든 것은, 국감이 ‘견제를 위한 장(場)’이 아니라 ‘권력 투쟁의 장’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감장이 때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한 장’으로 둔갑하기도 했고, ‘김건희 여사 문제를 방어하는 장’으로 바뀌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비속어가 난무했다. 또, 증인이나 참고인을 ‘야단치면서’ 특정 직업군을 비하하기도 했고, 증인과 참고인들이나 상대 정당의 의원들을 비아냥대기도 했다.
이런 ‘일상적이지 않은’ 용어나 행동을 ‘공적 영역’에서 보고 듣는 국민은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이 이렇게 행동하면서 ‘국민’과 ‘민생’을 외치는 것을 보면 이들이 외치는 ‘민생’은 아마도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만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렇듯 다수 국민의 삶은 배제된, 자신들만의 ‘민생’을 외치는 것이라면 자신들은 선출된 권력이라고 주장할 자격은 사라진다.
상황이 이러니 국감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거의 매년 국감 시즌이면 등장하는 게 국감 무용론인데, 필자는 과거 이런 주장에 반대했었다. 실질적 권력 행사 기관인 행정부의 견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국감을 보면서, 이럴 바엔 국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의원들의 행동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국감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대 최다 동행 명령장을 의결하고 출석을 거부한 증인들을 고소하겠다고 한 것이다. 또한, 의원과 증인 또는 참고인 사이에 비속어를 주고받거나 논쟁을 벌이면 의원들이 해당 증인이나 참고인을 (국회증언감정법 제13조에 의거) ‘국회모욕의 죄’로 고소하겠다고 압박한 것도 흥미롭다. 국회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진정한 ‘민의의 전당’이어서 선출된 권력의 권위를 국민이 인정하는 상황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의원들의 전당’ 또는 ‘진영의 전당’이 돼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국회모욕죄가 성립하는지 모르겠다.
의원들은 국회모욕죄를 남발하기 전에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국민이 느낄 모욕감과 절망감을 생각해야 한다. 차제에, 국회모욕죄만 둘 게 아니라 ‘국민모욕죄’나 ‘국민절망죄’를 신설하는 것은 어떤가. 국회를 모욕하면 고소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 만큼, 모욕감과 절망감을 주는 국회의원들의 언행을 역겹게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국민에게도 의원들의 죄를 물을 수 있도록 해 ‘신성한 국회’를 만들자는 말이다.
국민은 의원들이 희망만을 선사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제발 국민을 절망에 빠뜨리지는 말아 달라는 것이다. 국회에서 감정을 마음껏 배출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측과 그런 그들의 모습에 절망할 수밖에 없는 ‘우리’가 완전히 분리된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슬픈 자화상을 이제는 그만 보고 싶다.

문화일보
10.30 여론조사 빙자한 여론 조작, 검찰이 전체 수사로 근절해야

▲그래픽=박상훈
지난 총선 때 선거 여론조사 중 조작이 확인된 사례는 모두 51건으로, 4년 전 총선의 32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연령대별 가중치를 부여하거나 왜곡된 표본을 쓰는 수법이었다. 유형별로는 ‘조사 결과 왜곡·조작’이 24건, ‘거짓·중복 응답 유도’가 27건이었다.
선관위가 적발한 건수가 이 정도다. 적발되지 않은 불법 여론조사가 훨씬 더 많다고 봐야 한다. 이번 총선 때 실시된 여론조사는 모두 4127회였다. 이 중 51건만 문제가 있었다고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선관위는 정당과 방송·신문사는 물론 일일 평균 10만명 이상 사용자가 있는 인터넷 언론사는 여론조사 사전 신고 대상에서 제외해줬다. 이 때문에 명태균씨는 2021년 대선 경선 때 자신이 대표로 있는 인터넷 언론의 의뢰를 받는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하면서 사전 신고를 하지 않았다. 선관위는 이제 와서 모든 인터넷 언론사를 여론조사 사전신고 대상에 포함시키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도 여론조사 업체의 등록취소 사유를 기존의 ‘선거 여론조사 범죄’에서 ‘선거법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확대해 영구 퇴출하는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법과 제도 개선만으로 여론 조작을 근절하기 어렵다. 한국은 여론조사를 참고 자료 정도로 사용하는 주요 국가들과 달리 정당의 후보 공천과 후보 단일화 등 정치 전반에 이용하고 있다. 여론조사가 정치를 흔들다 보니 조작 유혹도 크다. 민주당은 명태균씨가 실시한 여론조사 81건을 모두 수사하자며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친민주당인 김어준씨가 만든 여론조사 업체는 이번 부산 금정구청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3%포인트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실제는 민주당 후보가 22%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 조작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김씨 업체는 지난 1~3월 총선 여론조사 781건 중 37%인 286건을 했다.
여론조사를 통해 민주당의 바람잡이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미 수사 중인 명태균 사건에 그치지 말고, 여야로 수사를 확대해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 조작 세력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정치 컨설팅과 여론조사 명목으로 후보들에게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들도 규명돼야 한다. 여론 조작의 전모를 밝혀야 대책도 제대로 세울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10.30 국회를 제 집 안방으로 아는 민주당

▲지난 28일 오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회운영개선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성준 소위원장(가운데)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등 야당이 28일 국회 운영위 소위원회에서 ‘김건희 여사 상설 특검’ 사전 작업으로 국민의힘의 특검 추천권을 박탈하는 국회 규칙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예산안과 부수 법안의 본회의 자동 부의를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상설 특검법은 국회가 요청하면 별도 법 제정 없이 특검을 가동하도록 하고 있다. 특검 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할 때는 법무 차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 회장과 국회 추천 4명으로 구성된 후보자 추천위를 구성해야 한다. 기존 국회 규칙은 국회 몫 4명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특검의 공정성을 위한 상식적 규칙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대통령과 그 가족이 연루된 사건의 경우 여당이 특검을 추천할 수 없도록 국회 규칙을 일방적으로 바꿔 버렸다. 이는 특검 추천권을 행정·사법부와 여야가 골고루 갖도록 한 법안 취지에 어긋난다. 국회 규칙은 일반 법률과 달리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진실이 아니라 민주당을 위해 일할 특검을 임명하려는 것이다.
현재 예산안과 부수 법안은 국회가 법정 시한까지 심사를 못 마치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하게 돼 있다. 2014년 국회 선진화법에서 도입한 제도다. 예산안의 고질적 지각 처리와 준예산 편성 위기 반복을 막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런데 ‘자동 부의’가 폐지되면 과거처럼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기는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민주당이 예산안을 볼모로 지역 화폐 등 ‘이재명표 예산’을 끼워 넣거나 입법부 장악을 넘어 행정부에 영향력을 키우려 할 수도 있다.
국회 운영에 관한 법과 규칙은 여야 합의로 바꾸는 것이 관례였다. 관례이기 이전에 상식이다. 경기 규칙은 경기 참여자들의 합의 아래 바꿔야 한다. 다수결로 정하면 독단 운영이 뻔하고 이는 ‘의회’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민주당은 여야 합의가 불문율이던 선거제를 맘대로 바꾸더니 국회 규칙의 변경마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지금 한국 국회는 민주당 안방이나 마찬가지다.
조선일보 사설
10.30 어처구니없는 이재명 대표의 북한군 파병 관련 발언
우리 국가 안위 위협하는데 어찌 ‘남의 나라 전쟁’인가
‘국정원 고문기술 전수’라니…외교안보 식견 극히 의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제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한 발언들은 대한민국 제1당 대표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 이 대표는 먼저 “남의 나라 전쟁에 왜 끼어드냐. 국정원에서 북한군 전쟁포로를 심문하기 위한 ‘심문조’를 파견하겠다 하는데 고문 기술을 전수라도 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북·러가 이제 동맹을 넘어 혈맹이 됐다는 건 앞으로 한반도 전쟁 시 러시아가 자동적으로 파병하게 됐음을 뜻한다. 게다가 러시아가 파병의 대가로 북한에 핵·미사일 기술 전수, 무기 제공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 이건 우리 국가와 국민의 안위에 결정적 악영향을 미친다. 이 대표처럼 ‘남의 전쟁’ 운운하며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결코 아니다. 총선 전 “(중국에도)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국회 상임위(외교통일위원회)에서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좀 넓혔을 것이라 믿었는데, 영 노력이 없었던 모양이다.
국정원의 심문조 파견을 둘러싼 이 대표의 인식도 충격적이다. 지금 세계는 정보전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 주요국 정보기관들은 외부에서 전쟁이 나면 정보를 얻기 위해 앞다퉈 심문조를 파견한다. 동맹이나 주요 파트너 국가와의 정보 공유를 위한 일종의 협조 책임으로도 본다. 당연히 우리 입장에선 적대국인 북한의 군대가 러시아 전장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무기를 가졌는지 실전 운용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한반도 유사시 대비 차원에서도 필수적이다. 국제사회가 우리의 대응을 주시하고 있는 터에, 제1 야당 당수가 ‘고문 기술 전수’ 같은 황당 발언이나 하고 있으니 국격 훼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누가 주요 7개국(G7) 추가 진입을 노리는 국가의 정치지도자 발언으로 보겠는가.
또 이 대표는 “주술사가 닭 목 베고 피맛을 보며 전쟁 여부를 결정하는 나라”라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모든 걸 김건희 여사 관련으로 몰아붙인다 해도 이건 도를 한참 넘어선 발언이다. 나아가 친이재명 강성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어제 성명에서 밝힌 “(북한군) 파병이 아니라 (북·러) 합동군사훈련 아니냐”는 발언 역시 어처구니없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감청 파일로 파병이 사실로 확인됐음에도 여전히 북한을 두둔하려 하니 도대체 어느 나라 정치인인가.
민주당은 비난 여론이 거세어지자 어제 북한군 파병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발의했다. 의도야 어쨌든 이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다만 내용을 보면 여전히 북한 비판보다는 한국 정부 비판에 방점이 있다. 국가의 존망이 달린 안보 문제를 이렇듯 국내 정치의 도구로 동원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이 대표의 잘못된 인식이 누적되면 국민은 이제 그의 지도자 자질 부족을 문제삼을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사설
10-31 ‘민주당 돈봉투’ 첫 유죄 확정…윤관석, 대법서 징역 2년

▲윤관석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8월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윤관석 전 의원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윤 전 의원은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의 당선을 위해 당내 현역 의원들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경선캠프 관계자들로부터 6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의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31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판단에 정당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캠프 핵심 관계자였던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윤 전 의원의 요구를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었던 박용수 씨에게 전달했고, 박 씨는 2021년 4월 27∼28일 300만 원씩 든 봉투 20개를 윤 전 의원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윤 전 의원은 캠프 관계자들과 협의해 돈 봉투를 마련했을 뿐 지시하거나 요구하지 않았고 자신은 전달자에 불과하다며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 법원은 윤 전 의원이 구체적으로 제공 액수를 정하는 등 충분한 재량을 행사했다고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윤 전 의원이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이날 2심 판결이 타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문화일보 곽선미 기자
10.31 김 여사 문제 해결 필요하나 지금 한 대표 식으로 되겠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YBM연수원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서울·인천·경기 기초의원 연수에서 참석 기초의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30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개혁 동력을 위해 11월 내에 먼저 매듭지어야 할 것들이 있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지점들에 대해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지금 여권의 상황을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규정하면서 “지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다음은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국민이 우려하는 지점’이라며 에둘러 말한 것은 다름 아닌 김건희 여사 문제다. 지난 총선 참패,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추락,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반복적 충돌, 지금 당정 갈등의 현안이 된 특별감찰관 문제 등 모두가 김 여사 문제와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다. 지난 총선 때부터 대통령과 친윤은 이 사안을 피하고 숨기고 외면하기만 했다. 이 때문에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를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이들과 충돌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한 대표는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의 충돌을 피하려 했다. 그는 “대통령실도 변화의 길로 가고 있다고 본다.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친윤계에서도 김 여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실을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김 여사 특검 공세, 민주당 이재명 대표 선거법 및 위증교사 1심 선고,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등 복합 위기를 앞두고 당정이 김 여사 문제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커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대표는 100일 전 당대표 당선 당시 “내 정치적 목표는 윤 정부를 성공시키는 것”이라고 했지만 상황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당정 갈등은 악화됐고 지지율 하락으로 개혁 동력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윤 대통령 책임이라고 해도 한 대표에게도 돌아봐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한 대표가 사전 협의와 조율 없이 자신의 목소리만 앞세우다 보니 문제의 해결보다는 충돌의 심화로 이어진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대표가 갈등 조정자의 자세로 민심과 당심, 그리고 한 대표에 대한 비판자들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지금 같은 갈등은 피할 수 있었을 수도 있다.
한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 중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철옹성과 같은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판적인 사람들을 포함해 이에 공감하는 세력을 더 늘려야 한다. 한 대표는 줄여오지 않았나. 먼저 말하기보다는 많이 듣고, 몰아세우기 보다 설득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국정 동력 상실의 위기에 돌파구가 열릴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31 권력자와 측근의 위험한 결탁
3000년도 더 되는 측근 권력史
내시-환관에서 비서실로 진화
확증편향과 아첨 악순환 불변
가장 주의해야 할 대상이 측근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내쳐야
‘한남동 비선’ 보도에 ‘역시나’
미타무라 다이스케(三田村泰助) 리쓰메이칸(立命館)대 명예교수가 저술한 ‘환관 이야기’에 따르면 환관의 역사는 중국의 경우 기원전 1300년께 은왕조 시대로, 서양의 경우 바빌론을 재건하고 공중정원을 건설했다는 아시리아의 세미라미스 여왕 때인 기원전 8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전제 권력의 최측근으로 권력의 중심에 서면서 전횡을 일삼게 됐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내시’와 ‘환관’이 혼동되기도 한다. 고려 시대까지만 해도 내시는 왕실 재정 관리나 왕명 초안 작성 등 현재로 치면 대통령비서실에 해당하는 내시원에 근무하는 정통 관료였다. 반면, 환관은 궁중의 잡역을 담당하는 천민 신분으로 구분됐다. 이후 조선 시대에 들면서 이러한 비서실 업무가 승정원으로 이양되고, 내시부의 업무가 축소되면서 환관으로 충원되게 돼 내시가 곧 환관이라고 인식됐다. 다시 말해 환관들이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한남동 라인’을 거론하면서 십상시(十常侍)가 다시 언론의 중심에 섰다. 김건희 여사의 총선 개입 신호탄을 쏘아 올린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 비서관의 녹취록에 ‘용산에 십상시 같은 몇 사람이 있다’는 구절이 나오면서다. 언론에서는 한남동 라인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실질적 대통령비서실장은 김 여사가 영부인이 되기 전부터 인연을 맺어 온 아무개 비서관’이란 주장까지 나온다.
내시나 비서들은 최고 권력자를 최측근에서 보좌하다 보니 권력자에게 올라오는 정보나 권력자에게서 내려가는 정보, 즉 정보 출납을 독점하게 되는 게이트 키퍼로서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업무의 특성상 최고 권력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만, 최고 권력자의 힘을 빌려 권한을 행사하다 보니 오히려 책임에서 자유롭다.
최고 권력자의 자리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 최종 의사결정자로서 모든 책임이 오롯이 자신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경계하다 보면 결국 혼자만 남게 되고, 가깝고 믿음이 가는 그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의논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그런 대상은 가족이나 내시, 비서와 같은 최측근이고 그들의 정보 독점력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권력의 핵심에 서게 된다. 책임 없는 권력을 맛본 측근들은 이를 향유하고자 점차 진정한 충심에서 멀어져 최고 권력자의 외로움이나 스트레스를 완화시킬 정보나 찬사만 전달하기 쉬워진다. 인간은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이나 인정, 보상을 원한다. 자신과 다른 의견, 곧 부정적인 정보나 말을 들려줄 때, 신체적 폭력을 당할 때와 같은 고통을 인지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고 권력자는 권력에서 비롯된 낙관적 성향, 즉 자신감이 충만하고 위험을 무릅쓰는 행동을 하며, 어떤 결과든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기 쉽다. 이러한 과신 탓에 위험을 알지 못하고 긍정적으로 판단하려고 한다. 비판적이거나 부정적인 정보는 틀린 정보라고 믿는 것이다. 기분 좋은 정보를 가져오는 측근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결국, 측근들은 최고 권력자가 마음에 들어 할 정보만 골라서 전하고 긍정적인 언사만 늘어놓으면서 권력자의 눈을 가린다. 아부를 원하는 권력자의 심리와 자신의 위치를 유지하려는 측근들의 아첨으로 인한 상호 관계로 확증편향은 강해지고, 민심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바로 ‘측근정치(gatekeeper politics)’라는 악순환의 덫에 걸려들고 만다.
그런 만큼 최고 권력자가 가장 주의해서 관리해야 할 대상이 내시나 비서와 같은 최측근이다. 권력욕에서 자유롭고 청렴한 사람을 측근으로 임명해야 하며, 아니다 싶으면 가차 없이 정리해야 한다. 특정인에게 의존하고, 눈이 멀기 전에 이런 과감한 정리를 주기적으로 해 나가면서 자신의 진정한 권한과 권위를 지켜가야 하는 것이다.
정권마다 차이만 있을 뿐, 늘 ‘구중궁궐에 앉아 민심을 파악 못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환관 이야기’에서 미타무라 교수가 ‘비서가 측근 세력이 되면 권세를 앞세우고 위엄으로 내리누르는 것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똑같다’라고 한 말이 다시금 떠오르면서 ‘역시나’ 하고 실망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문화일보
10.31 특별감찰관 논쟁보다 부정선거 수사나 하라
대통령의 친인척과 최측근은 언제나 감시와 견제의 대상이다. 그들이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 감찰뿐 아니라 언론·국회·시민단체 등이 눈과 귀의 역할을 하며 감시한다.
필자가 특별감찰관의 감찰담당관·국회 보좌관·변호사단체 공익감사 경험을 통해 바라본 결과, 대한민국에 진정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 최측근과 친인척에 대한 감찰보다 오히려 법원·선거관리위원회·국회·헌법재판소 같은 감사 사각지대에 있는 국가기관들에 대한 감찰 제도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이슈가 된 특별감찰관 임명을 둘러싼 논란은 정쟁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겸 대법관의 50억 수수 의혹은 나라를 흔든 대형스캔들이다. 그러나 권순일은 변호사법위반 혐의로만 기소되었다. 그가 50억 수수 의혹의 사유가 된 행위를 하면서 저지른 관련 범죄행위는 밝혀지진 않았으나, 그가 선거관리와 판결을 하면서 무슨 짓을 했을지 짐작은 간다. 최근 10년간 불법 채용으로 규정을 어긴 경력직 채용 건수가 1200건에 이르렀음에도 선관위에 대한 사법처리는 지지부진하다.
더욱이, 범죄자들이 그대로 선거 관리를 하는 상태에서 4.10 총선과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가 치러졌고, 엄청난 부정선거가 있었다. 수사기관은 이 범죄자들이 선거관리 과정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전직 국무총리·국회의원·기자·변호사·학자들이 세상에 공개하고 있는 부정선거의 증거를 가지고, 그리고 외국 정보기관이 대한민국은 부정선거가 발생한 국가라 하며 한국 대법원이 베네수엘라 대법관들처럼 부정선거를 은폐하고 있음을 조사하는 것으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추단할 수 있다. 판사나 검사의 근태나 직무수행에 대한 감찰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공직자가 중공 간첩의 100억 원 뇌물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뇌물을 받은 판사가 국익에 반하는 판결을 한다면,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탄핵을 일삼는 판결을 한다면, 검사가 중공의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의 경쟁 기업을 기소한다면, 선관위 직원이 선거를 조작하여 민심과는 다른 선거 결과가 나온다면, 과연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 국가의 근간이 무너지고 결국 망가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결과를 초래한 자들에 대한 감찰이나 수사는 헌법기관이란 명목하에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 영장조차도 제대로 발부되지 않은 채 면죄부가 주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부패의 성역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만약 중공이 2500조가 넘는 예산 중 1조만 떼어서 한국의 주요 부처나 기업 수뇌부에 뇌물로 1인당 50억 원씩 투입한다면, 우리는 전쟁 없이도 대한민국을 점령당할 수 있는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마주할 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재인 정권 임기 5년 동안 특별감찰관은 공석이었다. 김정숙·문준용·문다혜와 조국·임종석 등의 행태를 보면 이해가 된다. 문재인 주변에 너무 많은 비위행위가 있었기에 특별감찰관 조직에 의해 모니터링되는 것이 싫어 예산 월 7000만~8000만 원을 임대비로 낭비하면서도 운영을 아예 안 한 것이다. 윤석열정부 들어선 이후 2년 반이 흘렀건만 역시 특별감찰관이 임명되지 않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계하여 추천할 예정인데 더불어민주당이 이에 협조를 하지 않아서라지만, 윤 대통령의 처가 문제로 임명을 주저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되기도 한다. 배신자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더불어당에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촉구하는 정치력을 전혀 보이지 않고 김건희 여사 문제만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내부 총질에만 힘쓰는 한동훈의 행보도 이해하기 어렵다.
한 좌파 매체에 따르면, 모 야당 대표에게 김건희 여사가 전화해서 “내가 뭘 잘못했냐”며 읍소를 했다고 한다. 영부인이 또 우파 국민이 싫어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파 국민의 김 여사에 대한 비호감이 커지는 이유는 비위행위 때문이 아니라 “왜 하필이면 저런 사람들과 어울리는가”이다. 비위행위는 김정숙·문준용·문다혜가 행한 행위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그러나 최재영·명태균·이명수 등 우파 국민이 결코 호감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김 여사 주변에 있고, 연일 그런 자들에게 뒤통수를 맞고 있으니 국민이 분통이 터지고 그 원망이 윤 대통령을 향하는 것이다. 어쩌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반국가세력은 이를 아주 잘 알고 윤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특별감찰관이 아니라 부정선거 특별수사를 하지 않는 직무유기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총칼 없이 점령하려는 부정선거 범죄자들에게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어떤 이유로도 대통령을 비호할 수 없다. “당해도 싸다”고 할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윤 대통령에게는 기회가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최악의 반국가세력이자 대통령 탄핵 최일선에 있는 부정선거 범죄자와 당당히 맞서 싸우고, 대통령 주변에서 부정선거 수사를 방해하는 범죄 연루 세력에 대해서도 단호해야 한다. 그러면 윤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사라지고,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올라갈 것이다. 지금, 이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스카이데일리 박주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