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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된다… 탈북자 리포트] 2024 조선일보/ [1] 망명 외교관 리일규 [상] -[3] 北 핵심 계층의 체제 반감

상림은내고향 2024. 9. 24. 15:14

[통일은 된다… 탈북자 리포트] 조선일보 2024

[1] 망명 외교관 리일규 [상]

07.16 [단독] "北 주민들, 자식의 미래 걱정하며 한국보다 더 통일 갈망"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하다 탈북한 리일규 참사가 14일 서울 모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리 참사는 인터뷰에 응한 이유에 대해 “희망이 없는 김정은 체제의 실상을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14일 서울 한 호텔에서 본지 인터뷰에 응한 리일규(52)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참사는 차분하고 온화한 인상이었다. 평양 말씨만 아니면 불과 8개월 전 사선(死線)을 넘어 귀순해온 북 관료란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반통일 2국가 정책’을 “민족의 넋을 말살하는 행위”라고 비판할 때는 단호했다.

◇뇌물 요구와 병 치료 거부에 결심

–왜 탈북을 생각했나.

“직접적 계기는 노력에 대한 불평등한 평가, 그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였다. 북한 외무성은 권세 있는 집안 자식들이 몰려 있다. 내 출신 성분, 사회 성분은 ‘사무(事務)’로 ‘노동자’나 ‘군인’에 비해 좋지 않다. 최하위 직급으로 입직해 성실하게 노력해 왔다. 그런데 2019년 8월 쿠바에 북한 식당을 내기 위해 평양에 가자 외무성 대표부지도과 부국장이 적잖은 뇌물을 요구했다. 자금 여유가 부족해 ‘후에 보자’는 식으로 미뤘더니 앙심을 품고 나를 소환하려고 시도했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업무 평가를 야박하게 했다.”

 

–그래서 결심했나.

“그러던 중 지난해 내가 경추 손상에 의한 신경 손상증을 앓게 돼 멕시코에 가서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외무성에 제기(요청)했다. 쿠바는 제재를 받아 의료 기기가 없어서다. 24시간도 안 돼 불허한다는 전보가 떨어졌다. 그때 격분해 ‘북한을 떠나려는 내 생각은 옳았다’고 확신했다. ‘김정은 표창장’을 거실에 걸어두셨던 부모님, 장인·장모님이 다 돌아가신 것도 결심에 일조했다.”

 

–탈북을 어떻게 계획했나.

“2023년 7월 중순부터 탈북을 심각하게 고민해 11월 초 실행했다. 그 3개월여간 7㎏이 빠졌다. ‘밥알이 모래를 씹는 것 같다’는 표현을 체험했다. 비행기표까지 사놓고 탈북 6시간 전 아내와 아이를 불러 내 결심을 알려줬다. ‘한국’이란 말은 안 하고, ‘외국에 나가 살자’고 했다.”

 

–북한은 여권을 다 대사관에 보관하게 하는데 비행기를 어떻게 탔나.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북한 당국이 그 방식을 사전 차단할 것이다. 내 뒤를 이어 탈출하려는 분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어 말할 수 없다. (쿠바) 공항 탑승구 앞에서 탑승을 기다린 1시간이 몇 년과 맞먹었다. 처음으로 하나님께 가족을 보호해줄 것을 빌고 또 빌었다. 왜 인간이 종교를 믿는지 절감했다.”

◇김정은, 박근혜 당선에 충격

–김정은을 만나 봤나.

“차도 같이 마셔봤다. 김정은도 마주 앉아 보면 그냥 평범한 인간이다. 가까이서 보면 ‘혈압이 굉장히 높겠다’는 생각이 확 든다. 항시 얼굴이 술 마신 것처럼 얼마나 새빨간지 모른다. 화면에 나오는 것보다 더 붉다. 인디언 같다.”

 

–2022년 11월 딸 김주애를 공개했는데?

“김정은이 주애를 데리고 다닌 것은 (언론 공개) 한참 전의 일이다. 평양에서 제2자연과학원 아파트에 살았다. 주민 80% 이상이 핵 및 미사일 개발에 종사하던 사람들이다. 그들에 따르면 안고 다녀야 하는 꼬마 때부터 김정은이 기분이 좋으면 ‘내가 공주를 보여주겠다’면서 주애를 데리고 나왔다고 한다. 김주애를 처음 공개했을 때는 신기했는데 열병식 같은 공식 국가 행사까지 데리고 다니니 거부감이 점차 들었다. 내가 한생 저 사람들의 발밑에서 온갖 수모를 받았는데 이제 내 자식이 또 저 어린 것 앞에 굽신거리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기가 막혔다. 적잖은 북한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후계자로 보나.

“개인적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절대 권위, 절대 숭배를 받으려면 신비함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노출시킬 대로 다 시키고 무슨 신비함이 있고 숭배감이 있겠는가.”

 

–북에서 여성 지도자가 나올 수 있나.

“2012년 한국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잖나. 김정은이 그것을 보고 많이 충격을 받았다. 그때 김정은이 김평해 당 간부부장 겸 담당 비서에게 우리도 여자를 대대적으로 써야 이제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국가가 된다는 취지로 얘기를 했다.”

◇對美 라인 한성렬, 간부들 앞에서 공개 처형

–북미 회담에 외교부가 아닌 통일전선부가 나섰는데.

“김정일은 밤에 외무성에 전화를 많이 했다. 문건도 24시간 제한 없이 보고했다. 그런데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부터 외무성에 걸려오던 전화가 줄었다. ‘밤 11시 이후 문건 보고는 하지 말라’는 지시도 떨어졌다. 외무성의 권한과 발언권이 완전히 위축됐다.”

 

–왜 그런가.

“김정은이 집권 초기 외무성이 체제 유지에 얼마나 힘이 되는지 잘 파악하지 못했고, 2016년 (태영호) 주영 공사 등 외교관들의 탈북이 이어졌다. 2017년 김정은이 직통전화를 외무성에 걸었는데 리용호 외무상과 김계관 제1부상이 다 못 받는 사고가 있었다. 김정은이 외무성을 신뢰하지 않게 되면서 북미 회담을 통일전선부에 맡긴 것이다.”

 

–한성렬 미국 담당 부상과 리용호 외무상이 그 무렵 실각했는데?

“한성렬은 미국 간첩이란 혐의로 공개 처형됐다. 2019년 2월 12일인가 (평양 순안공항 인근의) 강건군관학교에 외무성 부국장 이상 간부들을 모아 놓고 총살 현장을 보게 했다. 나는 그때 쿠바 발령을 받느라고 빠졌다. 총살 현장을 본 사람들은 며칠 밥을 못 먹었다고 하더라. 리용호는 2019년 12월 비리 혐의를 받아 일가가 정치범 수용소에 갔다. 주중 대사관 서기관의 횡령이 적발됐는데, 뇌물 받은 상급자들 조사하면서 리용호 이름이 나왔다. 김정은이 ‘얘가 뒤에서 이딴 짓이나 하니까 일을 제대로 못하는구나’ 하고 얼마나 화를 냈는지 2019년 12월 28~31일 당 중앙위 전원회의 중 셋째날 리용호 비판을 반나절 했다. 거기 갔던 사람들이 ‘외무성 없어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평양서 쿠바 대사와 함께 - 2017년 8월 29일 평양 대동강변의 북한 외무성 고방산영빈관(초대소)에서 리일규(왼쪽) 당시 중남미·아프리카·중동 담당 부국장이 헤수스 아이세 소톨롱고(오른쪽) 주북한 쿠바 대사 등과 함께 외교 관계 수립 57주년을 기념하는 연회에 참석하고 있다. /리일규씨 제공

 

–최선희 외무상 입지는 탄탄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최영림 전 총리의 수양딸이라서 그렇다느니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김계관 전 1부상의 영어 통역을 하면서 김계관이 끌어줘서 올라갔다. 말을 잘하고, 여자지만 주먹이 세다. 주먹이란 게 진짜 힘이 아니고, 북한에서는 김정은의 신임이 파워다. 2018년 2월 연회에서 김정은이 최선희를 보고 ‘미국 담당 부상이 수고한다’고 했다. ‘부상이 아니라 국장’이라고 하니 김정은이 ‘야, 김평해(당 간부부장) 어디 갔어? 내가 여자들 쓰라고 한 게 언제인데, 이 능력 있는 사람이 아직도 이렇게 있어’라며 화를 냈다. 다음 날 최선희가 미국 담당 부상이 됐다.”

◇”김정은, 통일이란 한 가닥 희망마저 빼앗아”

–북한 주민들은 통일을 원하나.

“북한 주민들은 한국 국민보다 더 통일을 갈망하고 열망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못살기 때문이다. 간부든 일반 주민이든 내 자식의 미래를 걱정할 때 뭔가 좀 나은 삶이 돼야 한다, 답은 통일밖에 없다, 이것은 누구나 공유하는 생각이다. 한국 대기업들이 들어와서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면 최소한 지금처럼 거지처럼 살지는 않을 것 아닌가.”

 

–김정은은 왜 ‘반통일’ 정책을 들고나왔나.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북한 주민들의 통일 갈망을 차단하려는 데 있다고 본다. 한류는 아무리 강한 통제와 처벌에도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소 선대들은 통일을 제1국사로 책정하고 통일 노선이나 남북 대화 등도 계속 마련하면서 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희망만은 감히 뺏지 못했는데 김정은은 이마저 무참히 뺏어버렸다.”

부친 따라 외국에서 청소년기… 평양외대 나와 쿠바 9년 근무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는 1972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통일전선부 산하 무역 회사에서 일하던 부친을 따라 알제리와 쿠바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평양외국어학원(중고교 과정)에서 프랑스어를, 평양외국어대학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1999년 외무성에 입부했다. 2011년 9월~2016년 1월에 이어 2019년 4월~2023년 11월까지 쿠바에서만 총 9년 정도 근무했다.

 

1차 해외 파견 기간인 2013년 7월 쿠바에서 불법 무기를 싣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다 적발된 ‘청천강호’ 사건 해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김정은 표창장’을 받았다. 2016년 2월~2019년 3월까지 약 3년 동안 평양에 들어가 외무성에서 아프리카·아랍, 중남미 지역 담당 부국장 겸 당세포비서를 지냈다. 두 번째 쿠바 파견 근무 기간 가장 중요한 임무는 한국과 쿠바의 수교 저지였다.⊙

조선일보 김진명 기자

 

[中]"김여정 2인자 아니다… 북한엔 최고 존엄과 2500만명의 노예뿐"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치참사. /김지호 기자

 

리일규(52)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치 참사는 14일 본지와 인터뷰하며 “기사가 나가면 북한 당국은 탈북자들에게 늘 그렇게 하듯 나를 인간 쓰레기로 모는 공격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인터뷰에 응한 이유에 대해 “북한의 인권 참상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게 북한 주민들을 위한 길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북한 외교관 생활은 어땠나.

“부끄럽지만 북한 내 일부에서는 외무성 사람들을 ‘넥타이를 맨 꽃제비(거지)’라고 부른다. 무역 일꾼이나 특수 기관 일꾼들에 비해 주머니에 돈은 없는데, 대외 활동을 하려면 고급 옷에 넥타이는 필수로 챙겨야 하니 그런 말이 돈다. 외무성 중남미, 아프리카·중동 부국장을 할 때 당세포비서도 겸하고 있어 월급으로 부국장 최고 노임인 북한돈 3000원을 받았다. 그런데 당시 1달러가 북한돈 8000원 정도였으니 내 월급은 0.3달러 정도밖에 안 됐다.”

 

-해외 파견 근무 때는 어떠한가.

“해외에서는 월급을 달러로 받으니 조금 낫다. 쿠바 참사로 있을 때 월급이 500달러(약 69만원)였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대사는 600~1000달러, 공사나 참사는 500~600달러, 서기관은 350~500달러 범위의 월급을 받는다.”

 

-그 돈으로 어떻게 생활을 하나.

“그러다 보니 북한의 해외 파견자들이 불법 장사를 한다고 전 세계적으로 언론에 나지 않았나. 불법 장사를 하는 가장 기본 이유는 외교관 수입이 너무 낮은 것과 관련된다. 해외에서 한 푼 두 푼 모아서 북한에 갈 때 들고 간다. 쿠바 주재 북한 외교관들은 외교 특권을 이용해 1인당 외교 행낭에 150~200갑 정도 시가를 넣어 중국에 보내고 있다. 이렇게 해서 나오는 순이득은 1회당 1만5000~2만달러다. 쿠바는 시가 장사가 잘되다 보니 이를 통한 이윤만 가지고도 살 수 있다. 코로나 시기 불법 시가 장사는 잠시 멈췄지만 최근 항공기 운항이 재개되면서 대대적으로 시가 장사를 다시 하고 있다.”

 

-장사를 못 하면 어쩌나.

“2019년 2월 외무성 국제기구국 군축 담당 과장이 간첩 혐의로 공개 처형됐다. 스위스를 전문으로 다니는 사람이었는데 스위스 같은 경우 불법 장사를 못 하는 데니까 돈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돈을 물 쓰듯 하니까 이상하게 생각하고 조사했다. 2019년 리용호 외무상의 숙청으로 이어진 주중 대사관 서기관의 횡령 사건 같은 경우, 비행기표 구매를 맡은 서기관이 북한에서 주는 돈을 받아서 대사관 앞 중국 여행사에서 예컨대 500달러짜리 표를 사면서 영수증은 1000달러로 끊고 자기 주머니에 500달러를 넣었다. 보위부 요원들 같은 경우 부수입이 필요하니까 뇌물로 충당하는 요원이 적지 않다.”

 

▲최근 브라질의 공항에서 북한 외교관 한 명이 수화물 6개를 가득 싣고 입국장을 빠져나오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 중남미의 한 공항에서 찍힌 북한 외교관의 수화물 X선 사진에 시가(cigar)가 빽빽이 들어차 있는 모습. 브라질 주재 북한 대사관에 근무하고 있는 이 외교관(왼쪽 사진 속 캐리어 끌고 있는 남성)은 쿠바에 들렀다가 시가를 대량 구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남미의 북 외교관들은 외교관 신분에 따라 공항에서 세관 검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쿠바산 시가를 밀수하며 외화벌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 외교관들은 특권을 이용해 많게는 100㎏을 한 번에 밀수하고 있다. 쿠바산(産) 시가는 1상자(25개비)에 50만~60만원 정도 한다. /본지 입수

 

-급여만으로는 못 사나.

“북한 사회의 가장 취약한 측면이 노동에 대한 합리적이고 정당한 보수가 없는 것이다. 대외경제성 등 무역 단위 파견자들은 연 2만~5만달러 정도 충성 자금 납부 과제도 있다. 김정은이 해외 파견자들의 불법행위 기사에 부담을 느껴 ‘당의 대외적 권위를 깎아내리는 행위’라며 강하게 단속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 있다. 그러나 납부 과제는 무조건 수행하라니 파견 기관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되 걸리지 않게 주의하라’는 식의 지시를 내려보내고 있다.”

 

-핵·미사일 시험은 어떻게 봤나.

“초기에는 핵·미사일 시험 성공 발표가 나면 긍지나 자부심 같은 것을 느꼈다. 그러나 핵·미사일에 엄청난 자금이 투하된다고 사람들이 아는 순간부터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김정은 정권은 미국의 침략에 대비한다는 허황된 명분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수억만금을 탕진했다. 나라 경제를 황폐화하고 2500만 국민을 현대판 노예로 전락시켰다. 노인분들은 ‘일제 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렇게 힘들고 못사는 제도를 우리가 지켜서 뭐 하나. 정권도 민심이 이미 자기들을 떠나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공포정치의 도수를 높이는 것이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는 어떻게 봤나.

“오물 풍선에 대해 언급이나 평가 자체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북한 출신인 것에 대해 유일하게 수치와 망신을 느끼게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오물 풍선은 북한 정권 스스로가 부끄러워해야 하는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이며 비윤리적인 행위다. 북한은 한국에서 북한 정권을 비방하며 날리는 전단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도 북한 사회의 행복한 실상이라든가 한국 사회의 부당함이라든가 내용이 담긴 전단으로 맞대응해야 논리에 맞을 것이다.”

 

-북한은 왜 그렇게 나왔을까.

“개인적 견해로는 오물 풍선 살포 기획은 노동당 중앙위 통일전선부(현재는 10국으로 개칭), 집행은 총참모부 등 군부, 언론 보도는 선전선동부가 맡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 기관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모두 국제사회의 흐름이나 관례, 외교 등에 대한 상식이 없고 오직 최고지도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 무모함만 가지고 일하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만약 외무성이 포함돼 있었더라면 이 정도로 몰상식하고 더러운 계선(界線)까지는 가지 못했을 것이다.”

 

-김여정 명의로 담화를 발표했는데?

“김여정은 이름만 빌려줬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김여정도 참 안쓰럽다. 자기 이름이 온 세계가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는 오물 풍선 따위나 합리화하는 데 쓰이니까. 김여정의 위상과 파워가 어떻다든가 2인자, 3인자라든가 다 거짓말이다. 북한 사회 자체는 유일 통치다. ‘최고 존엄’ 외에는 다 노예일 뿐이다. 김여정 이름으로 나가는 담화라도 당에 과업을 줘서 기획한다. 김정은 방침을 받기 전에는 김여정도 그 문건을 못 본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나?

“우리 같은 사람들은 통일이 된다는 가정이나 믿음이 없으면 살기 힘들다. 우리는 언젠가는 고향에 가서 가족들한테 속죄도 해야 하고 그런 사람들이니까. 통일이 된다면 북한 사회에 선진 문화와 과학기술을 도입해 주고 싶다. 나도 북한에 있을 때는 나름 세계를 많이 돌아봐서 눈이 열린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와보니까 정말 촌놈이더라. 은행, 금융, 교통 규정 아무것도 모르고 자동 시스템도 아무것도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현충일 기념사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밝은 나라가 됐지만, 휴전선 이북은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암흑의 땅이 됐다’고 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그 암흑의 땅에 광명을 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는지 좀 생각해 보고 싶다.”

김민서 기자 김진명 기자

 
 

●"태영호의 한국 성공담 검색하며 부러워해… 함께 탁구 치던 사이"

 태영호 "탁구 라이벌, 참 잘 왔어"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참사(왼쪽),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김지호 기자·뉴스1

 

지난해 11월 탈북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참사는 본지 인터뷰에서 “해외 있을 때 저처럼 외무성에서 근무하다 탈북한 분들의 한국 정착 상황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적지 않게 했다”고 했다. 그는 “탈북자 언급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동료들과 탈북 외교관에 대한 얘기를 하지 못하는 대신 검색을 많이 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흥미 수준을 넘어 그들의 활동상과 생활 모습을 최대한 상세히 알기 위해 ‘연구’ 수준으로 찾아본다”고 했다.

 

리 참사는 특히 ‘탈북 1호 외교관’인 고영환 국립통일교육원장과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 소식을 많이 찾아봤다고 한다. 리 참사는 고 원장에 대해 “저와 연배 차이가 많이 나서 개인적으로는 모르고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다”며 “한국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계시다는 걸 알았고 같은 국(외무성 6국) 출신 후배로서 자긍심을 느낀다”고 했다.

 

태영호 전 의원과는 외무성 근무 시절 탁구를 같이 친 사이라고 한다. 리 참사는 “(태 전 의원) 탈북 이후 외무성 내 거의 모든 사람이 ‘태영호처럼 탄탄대로를 걷는 사람이 왜 갔을까’라며 궁금해했다”며 “공개적 장소에서는 그를 비난했지만 뒤돌아서는 은근히 부러워했다”고 했다.

 

리 참사는 한국에 온 이후 태 전 의원이 쓴 책 ‘3층 서기실의 암호’를 10번 이상 읽었다고 한다. 리 참사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국회의원이 되고 당 최고위원까지 오른 그의 활동을 보면서 “혹시 내가 가도 저 정도의 환대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태 전 의원은 16일 본지 인터뷰를 보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리일규 참사는) 김정일·김정은도 알아주는 쿠바 전문가였다. 나의 탁구 라이벌이었는데 내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며 “일규 참사, 참 잘 왔어. 대한민국 정말 살기 좋은 나라야. 우리 함께 꼭 통일을 이뤄 평양에 다시 가보자”라고 했다. 태 전 의원은 “내가 한국에 온 후 조성길 이탈리아 대사 대리, 류현우 쿠웨이트 대사 대리가 왔다”며 “앞으로도 북한 외교관들의 탈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김민서 기자 

 

[下]"자유 누리며 해외 사는 北아이들, 키 5~10㎝ 더 크더라"

 지난해 탈북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치참사는 지난 14일 본지 인터뷰에서 “(올 초) 한국·쿠바 수교에 대해 김정은은 큰 충격을 받고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쿠바는 한국과 수교하지 않은 나라라는 상징성 때문에 김정은이 특히 중시했다”고 했다. 리 전 참사는 인터뷰에서 “이 자리를 빌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나 북한의 고위 정책 결정자들, 지도부에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핵미사일로 체제를 유지하겠다며 어느 날은 중국에 붙었다가 또 어느 날은 러시아에 붙었다가 이런 식으로 체제를 하루살이 임시방편으로 유지하지 말고, 차라리 사회주의를 유지하면서도 투명하게 모든 걸 열어놓는 쿠바의 길을 가기 바란다”고 했다.

“김정은, 한국·쿠바 수교에 배신감”

–많은 탈북민이 탈북 동기로 ‘자녀’를 든다.

“외교관 자녀들은 해외에서 생활총화(상호·자아비판)나 학습(사상 교육)에 참여하긴 한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을 현지 아이들처럼 생활한다. 발언이나 옷차림을 조심하거나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북한에 있을 때처럼) 행사나 무보수 노동에 동원되는 스트레스가 없으니 애들이 쑥쑥 큰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이들을 다시 북한에서 살게 하는 게 부모로서 할 일인가’ 하는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애들이 쑥쑥 큰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신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해외에 자녀들을 데리고 나갔다가 평양으로 돌아와 학교에 입학시키면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게 있다. 북한에서만 살던 동급생 아이들보다 키가 5~10cm 정도 크고 피부 때깔도 다르다. 북한에서는 먹기 어려운 고기·우유 같은 영양가 있는 음식을 외국에서 많이 섭취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유를 누리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탈북 결심할 때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

“가장 어려운 일은 아내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탈북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아내에게 넌지시 ‘북한에 가지 말고 다른 곳에서 살아볼까’라고 물어봤는데, 아내가 깜짝 놀라서 ‘그러다 큰일 나면 어떻게 하려 그러냐’고 하더라. 아내가 며칠 동안 내 거동을 살피며 불안해하다 심장 발작을 일으켜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그래서 ‘전에 한 얘기는 농담이고 절대 그럴 일 없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안심시킨 뒤 혼자 탈북 계획을 세웠다.”

 

–쿠바에서 한국 현실은 어떻게 접했나.

“많은 북한 주민이 한국 매체를 통해 한국 현실을 알게 된다. 쿠바에도 한류가 불어서 한국 예능 프로나 드라마를 복사해 파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대사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프로그램) 제목만 알려주면 오후에 ‘구해 놓았다’고 연락이 온다. 그렇게 사서 봤다.”

 

–가장 재미있게 본 것은.

“‘런닝맨’이 가장 재미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유재석과 지석진이다. 처음엔 미국 영화를 많이 보다 한국 드라마·영화를 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미국 영화는 잘 안 봤다.”

 

– 동료들과 같이 보기도 했나.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게 안 한다. 하지만 해외에 가면 100% 한류를 접한다.”

 

–요즘엔 무엇을 재미있게 보고 있나.

“한국에 온 뒤 요즘 가장 재미있게 보는 건 탈북민들이 나와서 자기들 얘기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북한에서는 상류층으로 생활해 오다 보니 지방의 현실, 어려운 사람들의 현실에 대해 잘 몰랐다. 한국 와서 그분들의 생생한 증언을 보면서 이전에 내가 가졌던(누렸던) 편애(혜택)에 대해 자책하기도 했다.”

“쿠바는 북한 같은 독재국가 아니다”

–쿠바는 북한과 어떻게 다른가.

“쿠바는 북한 같은 독재국가는 아니다. 유엔헌장과 국제법 등을 존중하는 국제 관계의 표본 같은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쿠바에서 생각을 달리하거나 정부를 비난했다고 해서 처벌받던 시기는 오래전에 지나갔다. 쿠바가 수년간 제네바 유엔인권이사회 회원국으로 선출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쿠바 공들인 金, 최고 지도자 방북 때 카퍼레이드 - 2018년 1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무개차를 타고 평양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쿠바 수교는 어떻게 봤나.

“쿠바는 풍부한 지하 자원과 발달한 관광 환경 등을 보유한 잠재력과 실용성이 매우 큰 나라다. 한·쿠바 수교는 커다란 정치적·경제적 혜택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과 쿠바의 수교 의의에 대해 ‘북한의 고립, 북한을 상대한 체제 경쟁의 승리’ 등으로 표현한 기사들을 봤는데 이는 맞지 않는다. 한국과 북한 사이에 ‘경쟁’이란 말이 아예 성립하지 않는다.”

 

–한·쿠바 수교에 북한 내부 충격이 컸을 것 같다.

“한·중, 한·소(러시아) 수교 때만큼은 아니지만 충격은 컸다. 김정은은 특히 쿠바가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과 수교하지 않은 나라라는 상징성 때문에 중시했다. 작년에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이 과테말라에서 쿠바 외교부 차관을 만나 면담한 내용이 한국 언론에 보도됐는데, 대사관에서 이를 놓친 적이 있다. 바로 평양에서 ‘한국이 쿠바와 수교 논의를 했다는데 대표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게 말이 되냐’고 추궁하는 전문이 올 정도였다.”

 

–한·쿠바 수교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나.

“2022년에 내가 이미 ‘쿠바가 경제가 어려워서 한국과 깜짝 수교한 베트남의 경험을 배울 수 있으니 수시로 상황 체크를 해야 한다’고 당에 보고했다. 외무성 간부들은 수교가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당 간부들은 그렇지 않았다.”

 

–쿠바 주재 북한 대사도 소환됐는데.

“올해 2월 북한이 마철수 쿠바 주재 대사를 소환한 것은 현지 대사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려는 국제부와 외무성 간부들의 술책이라고 생각한다. 2023년 부모 없이 조부모와 살던 마 대사의 손자가 쿠바에서 미국에 가려다가 실패해 북한으로 끌려갔는데, 그 책임과 나의 탈북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한국 음식은 입맛에 맞나.

“(북한 외교관으로) 멕시코에 있을 때 한국 식당에 가 봤는데 맛이 없어서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먹어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다 맛있더라. 한국에 와서 거의 매일 먹는 게 국수다. 북한 국수는 밍밍하고 무슨 맛인지 모르는데 국수가 너무 맛있다. 한국 마트에서 파는 봉지에 든 평양냉면이 맛있어서 매일 사 먹는다.”

“동료들도 암흑의 땅에서 빠져나오길”

–미국 등 제3국행을 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북한을 떠나기로 결심한 때부터 한국 외에 다른 곳을 선택지로 고려해 본 적이 없다.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한 민족이 사는 곳 아닌가. 이 믿음은 쿠바를 떠난 후 도착한 제3국에서 나의 탈출에 도움을 주신 한국 대사님을 만난 순간 확신으로 굳어졌다. ‘잘 오셨습니다’ ‘환영합니다’ 이런 게 단순한 말 같은데 진짜 사람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다.”

 

–북한과 해외에 남아 있는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대한민국에 와서 보니 (탈북이라는) 거대한 모험을 할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절실히 느낀다. 동료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크고 늘 그립다. 북한에는 미래가 없다. 그 저주 같은 암흑의 땅을 버리고 밝은 세상으로 나올 용기를 냈으면 한다.”

김민서 기자 김진명 기자

 
 

[2] 탈북민 정착 적극 지원, 김영호 통일 장관 인터뷰

김영호 통일 "北 엘리트들 이념적 혼란… 작년에만 10여명 한국 왔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 ‘세송이물망초’ 배지를 달고 나왔다. 파란색 세 송이 꽃 모양의 이 배지는 납북자와 억류자, 국군 포로를 상징한다. 이들의 귀환을 염원하는 뜻이 담겨있다./김지호 기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18일 “김정은의 공포 통치가 엘리트들의 체제 이반을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김정은의 ‘통일 지우기’로 지배 엘리트들 사이에서 이념적 공백에 따른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장관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본지가 보도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치참사의 망명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 14일 제1회 북한 이탈 주민의 날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탈북민 전원 수용’의 분명한 입장과 의지를 밝혔다”며 “탈북민 고용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탈북민이 우리 국민과 잘 융화해 살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탈북민 6351명 심층 인터뷰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치참사가 망명, 한국에 정착한 사실이 알려졌는데.

“지난해 북한의 외교관, 무역 일꾼 등 엘리트들이 탈북, 한국에 정착한 이가 두 자릿수를 넘어선다. 그가 말한 대로 북한의 해외 파견 외교관과 무역 일꾼 등 많은 사람이 외국에 나오면 제일 먼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는 게 고영환(국립통일교육원장), 태영호(전 국민의힘 의원)다. 그만큼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에 대한 관심이 많다.”

 

-리 전 참사 발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북한 외교관을 ‘넥타이 맨 꽃제비(거지)’라고 한 것이다. 해외에 나가 사이버상에서 불법행위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해커들보다 정부의 정상적 외교 활동을 하는 외교관 봉급이 적다는 것은 전형적 불량 국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리 전 참사는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이 2인자가 아니라고 했는데.

“북한은 2인자가 존재하기 어려운 수령 유일 체제다.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 때 제1 비서직을 신설했는데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제1 비서가 누구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김정은 딸 김주애의 공개 활동이 늘고 있는데 그를 후계자로 보나.

“김주애를 (공식 매체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이렇게 드러내놓는 방식을 보면 후계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북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탈북민 6351명을 심층 인터뷰 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 보고서’를 발간하고 탈북민 일자리 박람회 주최, 고교생 납북자 송환 기원비 등의 건립으로 관심을 모아왔는데.

“대북·통일 정책의 지향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통일부는 북한 정권만 유리하게 해주는 교류와 대화가 아니라 북한 주민의 인권과 자유 증진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남북 대화가 없어도) 북한 인권 개선, 탈북민 포용 등 역할이 많이 있다.”

 

-지난 14일 열린 제1회 ‘북한 이탈 주민의 날’ 행사도 그런 차원인가.

“이명박 정부 시절 통일비서관으로 있을 때부터 탈북민 정착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고 우리가 탈북민을 잘 포용하는 것이 통일 의지를 내외에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은) 대통령이 지난 1월 6일 국무회의에서 직접 지시한 사항이다.”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북으로 맺은 북·러 조약은 어떻게 평가하나.

“통일 관련 조항이 삭제된 것을 유심히 봐야 한다. 2000년 체결한 ‘북·러 친선 우호 조약’에 있던 ‘한반도 통일’ 조항이 이번에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선 삭제됐다. 김정은이 대외적으로도 옛 동독처럼 두 민족, 두 국가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독은 계속 한 민족, 자유 통일을 추진해 결국 독일은 통일됐다.”

 

-김정은의 ‘적대적 2국가’ 발언 이후, 대한민국의 좌파 진영에서 ‘평화적 2국가’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 평화적 공존을 주장하는 분들은 먼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평화 공존’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의 최근 경제 상황은.

“국방연구원이 1970년대 이후 현재까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들인 돈을 16억달러(약 2조2160억원)로 추산했다. 북한 주민들 식량 4년 치를 살 수 있는 돈이 핵·미사일에 쓰였으니 좋을 수가 없다. 올해 1월 북한 노동신문에 김정은이 ‘지난해 1월 식량난을 겪고 있는 개성시 인민들에게 식량을 보내줬다’는 내용이 실릴 정도다.”

北, 서울 거치지 않으면 워싱턴 못 갈 것

-김정은이 양곡 판매소 및 배급제 부활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공급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지 않나. 주민들은 시장을 통해 식량을 조달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양곡 판매소를 통해 식량 거래를 통제하려고 하면 정권 의도와 달리 민심이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탈북민 입국 동향은.

“작년에 입국한 탈북민(196명)의 절반 이상이 이른바 2030 MZ세대다. 이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탈북민 구성이 과거와는 다름을 유의 깊게 보고 있다.

 

-북·중 국경 탈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

“전기 철조망, 지뢰 매설, 군견 부대 동원 등으로 탈북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갈수록 탈북민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북·미 대화 가능성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공조가 더욱 강화됐다. 미국의 정치 변화와 상관없이 북한이 서울을 거치지 않고 워싱턴으로 가기는 굉장히 힘들 것이다.”

 

-북한 인권 단체의 대북 전단에 북한이 오물 풍선으로 대응한 일은 어떻게 평가하나.

“대한민국에서는 북한 정권을 더욱 싫어하게 되는 역효과를 일으켰다고 본다. 북한이 또 도발하는 경우 언제든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준비는 되어 있다.”

이하원 외교담당 에디터  김민서 기자

 

김정은, 기념비에 새겨진 '통일' 표현 지우고 통일 노래도 삭제

김정은, 전방위적 '통일 지우기'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18일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가는 노래방에 통일과 관련된 노래는 싹 다 지워졌다”며 “김정은의 ‘통일 지우기’ 작업이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외국인이 가는 노래방에 그런 변화가 생겼고 외국인들이 평양까지 이동하면서 보이는 기념비 같은 조형물에 써 있던 ‘통일’이란 글씨도 다 지워져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김정은 정권의 ‘적대적 두 국가’ 정책에 따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활동도 변화하고 있다. 김 장관은 “최근 북한이 조총련에 ‘대(對)한국 노선 전환 방침 집행에 대해’라는 제목의 지침이 내려간 게 확인이 됐다”며 “여기엔 각 기관과 단체, 사업소에서 ‘동족 관계로서의 평화통일’ 상징으로 보이는 활동은 절대 해선 안 된다고 되어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은 “지침에는 대한민국의 이른바 ‘민주적 인물들과의 사업’과 조선학교에 대한 지원 단체 및 인물들과의 관계도 완전히 차단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고 했다. 이 지침대로라면 북한은 조총련에 국내의 일부 좌파나 친북·종북 세력과도 교류나 연대 활동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18일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가는 노래방에 통일과 관련된 노래는 싹 다 지워졌다”며 “김정은의 ‘통일 지우기’ 작업이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외국인이 가는 노래방에 그런 변화가 생겼고 외국인들이 평양까지 이동하면서 보이는 기념비 같은 조형물에 써 있던 ‘통일’이란 글씨도 다 지워져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김정은 정권의 ‘적대적 두 국가’ 정책에 따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활동도 변화하고 있다. 김 장관은 “최근 북한이 조총련에 ‘대(對)한국 노선 전환 방침 집행에 대해’라는 제목의 지침이 내려간 게 확인이 됐다”며 “여기엔 각 기관과 단체, 사업소에서 ‘동족 관계로서의 평화통일’ 상징으로 보이는 활동은 절대 해선 안 된다고 되어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은 “지침에는 대한민국의 이른바 ‘민주적 인물들과의 사업’과 조선학교에 대한 지원 단체 및 인물들과의 관계도 완전히 차단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고 했다. 이 지침대로라면 북한은 조총련에 국내의 일부 좌파나 친북·종북 세력과도 교류나 연대 활동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김민서 기자

 

[3] 北 핵심 계층의 체제 반감

엘리트 탈북민들 "김정은 호칭은 그 XX… 살기 위해 충성하는 척"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 국방공업기업소를 찾아 새로 개발한 ‘저격수 보총(소총)’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이 비현실적이고 앞뒤가 맞지 않는 지시를 많이 내려 간부들 불만이 크다.”

“살기 위해 충성하는 척할 뿐 정권에 대한 마음속 지지는 예전에 무너졌다.”

 

본지가 만난 엘리트 탈북민 6인은 “정권 유지 기반인 핵심 계층 사이에 이미 김정은 체제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누적된 상태”라고 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한 이들은 북한에 가족 일부가 남아 있어 그동안 신분이 노출되는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았지만 “북에 남아있는 동료들에게 용기를 내 빨리 탈출하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그래픽=양인성

 

2019년 유럽 지역에서 탈북한 외교관 이지원씨는 “마음이 통하는 주재원 동료 둘이 있었는데 우리 셋이 모이면 김정은 호칭이 ‘그 XX’였다”며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그 XX가 또 이래라저래라 하는데 하는 짓이 다 이상해’라고 말하면 그게 김정은인 줄 다 알고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본국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들이 쏟아지는데도, 해외에서 김씨 일가를 위한 식료품·사치품을 들여보내기 위해 막대한 외화를 써가며 박박 기는 우리들 처지가 너무 비참했다”고 했다. 이씨는 “북한 사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압력솥과 같은 상황이다. 내부나 외부에서 어떤 불꽃이 탁 튀기만 하면 순식간에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난, 통제·억압이 강화되면서 누적된 체제 불만이 상당하다. 남한 드라마 보고 바깥세상 사람들 사는 모습을 접하면 인식이 바뀔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20년 탈북한 내각 고위급 출신 김철씨는 “고강도 케이블이나 케이블카를 생산할 수도 없는 북한 현실에서 체육 강국을 건설한다며 각 도에 스키장을 건설하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내려왔을 때 모두 황당해했다”고 했다. “동·서해 어업권을 중국에 팔아넘겨 놓고선 인민들에게 더 많은 물고기를 먹인다며 그물우리(가두리) 양어 장려 방침을 내려보내 간부들과 주민들 사이에 반발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고도 했다. 김씨는 “북한의 모든 정책은 김정은 체제 선전을 위한 대외적 광고일 뿐,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는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특히 김정은이 10년 내 달성하겠다며 내건 지방 발전 정책(20×10)에 대해 “공장을 짓는다고 해도 전기 공급·원자재 구입, 제품 생산 및 유통·소비·수익 분배 등 경제의 모든 측면이 문제인 북한 체제하에서 공장 건설은 무의미하다”며 “공장 건설을 책임지는 도·시·군당 비서들은 물론, 이 정책과 연관이 있는 간부들은 (목표 달성 실패 시 처벌 가능성에) 모두 불안감에 떨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 국방공업기업소를 찾아 새로 개발한 ‘저격수 보총(소총)’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무역성 지도원 출신으로 2016년 유럽에서 탈북한 안정훈씨는 “싱가포르 출장을 갔는데, 한국에서 관광 오신 어르신들을 보면서도 우리 부모님들은 왜 여행 한번 할 수 없냐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는 “교통안전원도 매일 뇌물로 ‘여명’급 담배 한 보루(약 6달러)를 상납해야 한다. 전력 배전반이나 상하수도 근무자들도 금품을 주는 주민들에게 전력과 수돗물을 우선 공급하는 나라가 북한”이라고 했다.

 

2015년 탈북한 내각 간부 출신 박정현씨는 “북한에 있을 때 공개 처형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다. 나도 저렇게 되지 않을까 늘 두려웠다”며 “스위스 유학파 출신인 김정은은 좀 다를 것이라 기대했으나 집권 후 그의 행태를 보면서 더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걸 절감했다”고 했다. 2014년 탈북한 국가보위성 출신 신성훈씨는 “‘한국 안기부(국정원)가 10만달러만 주면 원하는 건 뭐든지 다 갖다 줄 수 있는데, 왜 접촉을 안 해오냐’고 하던 동료도 있었다.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농담으로만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2014년 탈북한 정찰총국 출신 장길현씨는 “인민을 위해 벽돌 한 장, 기와 한 장 쌓은 적 없는 게 김정은과 김여정이다. 그러고도 4대 세습까지 한다고 한다. 북한에 있는 동료들에게 전할 수 있다면 ‘김씨 남매에게 수모와 모욕당하며 굽신대지 말고 빨리 자유의 품으로 오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국정원 단독보호 탈북민

법률에 따라 국가 안전보장에 현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국정원장이 직접 보호 여부를 결정하는 엘리트 탈북민들을 말한다. 주로 북한의 당·정·군 출신 인사들이다. 최근 언론과 인터뷰를 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대사관 참사처럼 공개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의 안전 등을 이유로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민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