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午後餘談(문화일보) 2024-08/ 08-01(목) 이화영과 대속(代贖) - 08-30(금) 10월 1일

상림은내고향 2024. 8. 15. 14:10

午後餘談(문화일보) 2024-08/

08-01(목) 이화영과 대속(代贖)

 

김세동 논설위원


이재명 경기지사 재직 때 방북 비용 및 경기도의 대북사업 비용을 쌍방울그룹이 대납하게 한 등의 혐의로 징역 9년6월이 선고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4월 총선 후 구치소에 면회 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여러분도 누군가 대속을 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7월 26일 수원고법에서 열린 이화영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검찰이 구치소 접견 녹취록을 공개했다.

대속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으로써 인류가 죄 사함을 받고 구원받았다는 기독교 용어다. 구치소 수감자와 면회객의 대화는 자동 녹취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이화영은 왜 이런 말을 했을까. 대화록을 좀 더 보면 속셈을 짐작할 수 있다. 이화영은 “이재명 대표를 만나면 안부를 전해 달라” “(자신의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가 활동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도 했는데, 앞의 ‘대속’ 발언과 연결해 보면 이 전 대표에게 협박과 SOS 요청을 섞어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을 대신해 죄를 덮어씀으로써 민주당 총선 압승에 일조했으니 은혜를 갚으라는 것으로 읽히는데, 특히 변호사비 지원을 언급한 것으로 들리는 발언에 눈이 간다.

이화영은 부인 백모 씨를 접견했을 때도 “이재명 대표를 한 번 만나 달라”고 부탁했는데, 백 씨는 “내가? 싫어”라고 단호히 거절했다. 이에 이화영은 “왜, 왜, 왜? 이재명 뭐 만나기 어려운가?”라고 했고, 백 씨는 “난리 칠 것 아니냐?”라고 맞섰다. ‘남편 구명용(用) 이재명 면담’이 가져올 비난 여론을 우려한 것이다. 이에 이화영은 “아니, 비공개적으로”라고 했다.

이화영의 대속 발언은 절반만 맞다. 그는 지난해 6월 “방북 비용 등 800만 달러의 쌍방울 대납을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가 번복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인 듯 “수원지검 청사 내에서 진술 회유 술자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장소와 시간이 계속 바뀌고, 심지어 음주 여부까지 오락가락하는 등 많이 허술했지만, 이재명을 끌어들이지 않은 것은 대속을 주장할 만해 보인다. 하지만 이화영 형량의 대부분은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아닌 쌍방울에서 받은 뇌물(징역 8년)과 정치자금법 위반(징역 1년6월)에서 비롯됐다. 자신이 저지른 죄가 더 크다.

 

08-02(금) 日 금리와 트럼프

 

이철호 논설고문

 

일본은행이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연 0.25%로 올렸다. 1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일은은 “안정적인 2% 물가 상승이 목표”라며 추가 인상도 시사했다. 드디어 슈퍼 엔저는 끝물이다.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귀환도 시간문제다.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빌린 약 20조 달러(약 2경7500조 원)가 해외로 흘러나갔다.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변곡점에 서게 된 것이다.

경제적 요인만큼 정치·국제적 배경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정치적으로 더 이상 엔 약세를 용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 기업들은 호황이고 닛케이 평균 주가도 4만 선을 넘나들지만, 국민 반응은 싸늘하다. 수입 물가가 치솟는 데다 ‘가난해진 일본’에 대한 불만도 대단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과 역전되자 “눈을 떠 보니 후진국”이라며 땅을 친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 지지율은 20% 안팎으로 사퇴 압박이 거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눈치를 봤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 이후 달러 가치는 15%나 올랐다. 기준금리 인상과 견고한 미 경제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는 줄곧 “강(强)달러로 미 제조업체들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서도 달러 약세를 요구한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 강세는 누그러진다. 물밑에서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미리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은 1985년 미국과 플라자 합의로 엔 강세를 강요당했던 트라우마가 대단하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해도 달러가 약세를 보일지는 의문이다. 눈 딱 감고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압박해 달러를 더 찍어내거나 다른 나라들이 보유 달러를 팔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길이다. 자신의 관세 인상과 이민 단속 공약과도 충돌한다. 관세를 올리면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이민을 제한하면 노동력 부족으로 임금이 오른다.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Fed가 고금리를 유지하면 달러 강세가 불가피하다.

도쿄발 ‘역피벗(통화정책 전환)’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며 시계 제로 상태에 접어들었다. 엔·달러 환율은 4개월 만에 149엔대로 내려앉았다. 과거 경험상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는 것은 항상 새우였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에 보다 신중해져야 할 때다.

 

08-05(월) 삶의 ‘결정적 순간’

 

최현미 논설위원

 

2024 파리올림픽, 찰나의 순간을 담은 사진 한 장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지난달 29일 남자 서핑 예선 3라운드, 고난도 기술을 마친 브라질 선수 가브리엘 메디나의 검지 척 세리머니 사진이다. 제롬 브루예 AFP통신 기자가 찍은 사진으로 메디나가 큰 파도에서 나오는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해 마치 공중 부양하는 듯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10년 이상 스포츠 사진을 찍어온 브루예는 세리머니를 예상하고 메디나가 몸을 공중에 띄우는 순간 셔터를 눌렀다고 한다. “그날 가브리엘은 적절한 시간, 적절한 장소에 있었고 나 또한 그랬다. 준비, 헌신, 타이밍, 약간의 경험과 행운이 필요했다.”

세계적 이목을 끈 사진이라면 이분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피격 현장에서 역대급 사진을 찍은 퓰리처상 수상자 에번 부치 AP통신 기자다. 파란 하늘과 성조기를 배경으로 피를 흘린 채 주먹을 들고 소리치는 트럼프를 담아낸 사진은 ‘역사적 중요성, 명료한 구도, 긴장감 등 사건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는 평과 함께 ‘올해의 사진’ 자리를 미리 예약했다. “팡, 팡 총성을 듣는 순간 미국 역사에 기록될 중요한 사건임을 직감했다. ‘작업 모드’로 들어가 생각을 멈추고 1000번 넘게 해온 대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기회는 두 번 오지 않는다.”

두 사진은 각각 미국과 파리, 정치와 올림픽, 대선 후보와 서퍼를 담았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전설적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의 사진 철학인 ‘결정적 순간’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 통신사 ‘매그넘’ 창립 멤버로 3일 20주기를 맞은 브레송은 ‘결정적 순간’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연과 찰나의 순간이지만 피사체, 주변 조건, 작가의 의도가 사진 프레임 속에 완벽하게 구사되고 작가의 전 능력이 투입되는 순간”이라고. 이를 위해 필요한 건 꾸준함이기에 계속 레이더를 켜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시간과 노력, 애씀이 쌓이고 쌓이다 임계치를 넘어 폭발하는 것. 소설가 파울루 코엘류식으로 말하면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답하는’ 순간이다. 이는 사진 철학만이 아니다.

정작 브레송은 이런 말도 남겼다. “평생 삶의 결정적 순간을 찍으려 발버둥 쳤으나,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삶은 위대하다.

 

08-06 도시농부와 농막 양성화

 

문희수 논설위원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 이미 은퇴했거나 준비 중인 장년층·고령층은 물론 3040 세대도 적지 않다. 그래서 주말농장 관심도 크다. 1주일에 5일은 도시에서 직장생활 등을 하고, 2일은 농어촌에서 생활하는 5도(都)2촌(村), 더 나아가 4도3촌이라는 말도 나온다. 본격적인 귀농·귀촌 인구는 예전보다 줄었지만,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은 여전하다. 여유가 있으면 전원주택을 사거나 새로 짓고, 아니면 전원주택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농막을 찾는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과 전원생활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게 숙박이 가능한 농촌체류형 쉼터를 오는 12월부터 지을 수 있게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 쉼터는 숙소는 연면적 기준 약 10평(33㎡)까지, 덱·정화조·주차장을 포함하면 약 23평까지 설치할 수 있다. 다만, 시설 면적의 두 배를 넘는 농지를 확보해야 한다. 쉼터는 주택으로 간주하지 않고 세제 혜택까지 준다. 상주는 안 되지만, 1주일에 2∼3일 농촌 생활이 가능해지는 만큼 지방을 찾는 수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기존 농막도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쉼터로 전환할 수 있게 한 점이다. 불법 설치 논란이 끊이지 않는 농막에 양성화의 길이 열린 것이다. 농막은 법적으로는 농사용 장비 등을 넣는 창고여서 숙박이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크기가 연면적 6평(20㎡) 미만으로 제한된 내부에 취사 설비는 갖출 수 있지만, 정화조·덱 등의 설치는 불법이어서 규제를 놓고 찬반이 크게 맞서는 형편이다.

농막은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는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불법 시설·증축이 다반사다. 그렇지만 광범위하게 난립해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려워 사각지대로 방치돼 왔다. 이럴 바엔 일정 요건을 조건으로 농막을 양지로 나오게 하는 게 옳다고 본다. 다만, 무분별한 분뇨·쓰레기 투기 등에 의한 수질·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한 만큼 이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특히, 이미 경기·강원도 등에선 도시인의 농막·전원주택 수요를 겨냥한 땅 분양사기가 적지 않다. 향후 전원생활에 관심이 더 커질 전망인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부동산 사기 근절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농촌 쉼터가 안착하려면 최우선으로 초보 ‘도시농부’를 보호해야 한다.

 

08-07 미 공화당 ‘캣 레이디’ 악몽

이미숙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선택한 러닝메이트 J D 밴스(39) 상원의원의 여성 비하 발언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 때 ‘힐빌리의 노래’ 저자인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낙점해 화제가 됐다. 정치 경험이 많은 상원의원이나 행정력이 뛰어난 주지사 대신 흙수저 출신 초선 상원의원을 선택하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밴스의 과거 발언들이 논란이 되면서 트럼프 지지도를 끌어내리는 골칫덩어리가 되고 있다. 트럼프가 피격사건 때 총알을 피한 뒤 주먹을 치켜세우고 ‘싸우자(fight)’를 외친 뒤 형성됐던 대세론마저 꺼질 형국이다.

밴스가 지난 2021년 폭스뉴스 인터뷰 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 자녀가 없는 민주당 정치인을 ‘아이 없는 캣 레이디(childless cat lady)’로 규정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그는 “자녀 없이 고양이나 키우는 독신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고 나라의 미래까지 망친다”고 지적했다. 캣 레이디는 고양이 기르는 독신 여성을 비하하는 속어다. 밴스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후 이 발언은 ‘잘난 체하는 극우 남자들의 삐뚤어진 여성관’의 대표 사례로 지적되며 SNS에 퍼져 나가고 있다. 가뜩이나 트럼프가 여성 성추행 소송에 패소해 1000억 원대 배상금을 물어주게 된 마당에 밴스의 과거 발언까지 논란이 되자 공화당 측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밴스 때문에 공화당 지지 중도층 여성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개탄까지 나온다.

밴스의 캣 레이디 발언은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지지자 절반은 개탄스러운 사람들(basket of deplorable)’이라고 했던 힐러리 클린턴의 발언과 맞먹는 역풍이 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클린턴은 뉴욕 모금행사 때 이 발언으로 백인 노동자들의 반발을 샀고, 결과적으로 대선에 패배했다. 클린턴은 자서전에서 “당시 발언은 트럼프 측에 정치적 선물이 됐다”고 회고했다. 트럼프 지지율은 전당대회 후 컨벤션 효과도 없이 정체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유주인 루퍼트 머독이 밴스 대신 노스다코타 주지사 더그 버검을 추천했다는 보도까지 나온 것을 보면 부통령 후보 교체도 배제할 수 없는 듯하다. 리얼리티 쇼에서 밥 먹듯 ‘해고’를 외쳤던 트럼프가 극약 처방을 할까. 미 대선 정국이 롤러코스터 같다.⊙

 

08-08 ‘민주당 하나회’ 소동

 

오승훈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를 선출하는 순회 경선 와중에 ‘하나회’ 논쟁이 일었다. 이재명 후보를 추격 중인 김두관 후보는 지난 4일 전북과 광주·전남 지역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당의 운명을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군내 사조직이었던 하나회를 연상시킬 정도”라고 비난했다. 발끈한 혁신회의는 “시대착오를 넘어 역사 인식 부재와 당원 모독이다. 사과하라”고 맞받아쳤다. 호남에서, 강성 친명(친이재명)계가 주축이 된 당내 최대 계파 모임을 전두환의 12·12 사태 때 핵심적 역할을 했던 비밀조직에 비유했으니 오죽했을까. “전두환이 군홧발로 짓밟았던 광주에서 어떻게 우리 동지들을 하나회라고 공격하느냐”는 최고위원 후보도 있었다.

하지만 호남의 기류가 ‘5·18 광주’에 멈춰 있지는 않아 보인다. 이날까지 14개 곳 누적 득표율은 이 후보 86.97%, 김 후보 11.49%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조는 그대로였다. 변동의 조짐은 다른 곳에 있었다. 같은 날 광주시당위원장 선거에서 양부남(서구을) 의원이 65.85%의 득표율로 강위원 혁신회의 상임대표(31.58%)를 꺾고 선출됐다. 한총련 출신인 강 대표는 이 후보의 특별보좌역을 맡았던 측근 그룹으로 혁신회의 노선을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 아성에서 벌어진 ‘친위부대’ 행동대장의 패배다.

당 대표 경선 투표율을 봐도 전남(23.17%), 전북(20.28%), 광주(25.29%) 모두 2년 전보다 각각 13∼14%포인트씩 낮아졌다. 영남 지역 투표율이 40∼50%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결과가 뻔하다고 여겨서인지 아니면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전략적 견제인지는 두고 볼 일인데, 흥행 부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는 6일 지역신문 칼럼에서 민주당·호남 ‘가치 동맹’의 부정적 결과를 지적하면서, “(저조한) 호남 투표 참여율이 민주당 전당대회가 소수 열성 당원들의 행사로 그치는 것 아닌가. ‘개딸’ 소수 강성파가 요란을 피우며 민주당, 호남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고 했다. 18일 전당대회까지 경기(10일), 대전·세종(11일), 서울(17일) 등 4곳의 경선이 남아 있다.

 

08-09(금) ‘민주당 하나회’ 소동

 

오승훈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를 선출하는 순회 경선 와중에 ‘하나회’ 논쟁이 일었다. 이재명 후보를 추격 중인 김두관 후보는 지난 4일 전북과 광주·전남 지역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당의 운명을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군내 사조직이었던 하나회를 연상시킬 정도”라고 비난했다. 발끈한 혁신회의는 “시대착오를 넘어 역사 인식 부재와 당원 모독이다. 사과하라”고 맞받아쳤다. 호남에서, 강성 친명(친이재명)계가 주축이 된 당내 최대 계파 모임을 전두환의 12·12 사태 때 핵심적 역할을 했던 비밀조직에 비유했으니 오죽했을까. “전두환이 군홧발로 짓밟았던 광주에서 어떻게 우리 동지들을 하나회라고 공격하느냐”는 최고위원 후보도 있었다.

하지만 호남의 기류가 ‘5·18 광주’에 멈춰 있지는 않아 보인다. 이날까지 14개 곳 누적 득표율은 이 후보 86.97%, 김 후보 11.49%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조는 그대로였다. 변동의 조짐은 다른 곳에 있었다. 같은 날 광주시당위원장 선거에서 양부남(서구을) 의원이 65.85%의 득표율로 강위원 혁신회의 상임대표(31.58%)를 꺾고 선출됐다. 한총련 출신인 강 대표는 이 후보의 특별보좌역을 맡았던 측근 그룹으로 혁신회의 노선을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 아성에서 벌어진 ‘친위부대’ 행동대장의 패배다.

당 대표 경선 투표율을 봐도 전남(23.17%), 전북(20.28%), 광주(25.29%) 모두 2년 전보다 각각 13∼14%포인트씩 낮아졌다. 영남 지역 투표율이 40∼50%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결과가 뻔하다고 여겨서인지 아니면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전략적 견제인지는 두고 볼 일인데, 흥행 부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는 6일 지역신문 칼럼에서 민주당·호남 ‘가치 동맹’의 부정적 결과를 지적하면서, “(저조한) 호남 투표 참여율이 민주당 전당대회가 소수 열성 당원들의 행사로 그치는 것 아닌가. ‘개딸’ 소수 강성파가 요란을 피우며 민주당, 호남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고 했다. 18일 전당대회까지 경기(10일), 대전·세종(11일), 서울(17일) 등 4곳의 경선이 남아 있다.

 

08-12(월) 폭염소설

 

최현미 논설위원


찜통더위가 계속되는 폭염의 나날이다. 최근 유럽연합 기후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는 올해가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번 더위가 10만여 년 전 지구 빙하기가 시작된 후 가장 심하다는 관측도 있다. 우리는 10만여 년 지구 역사를 한달음에 건너뛴 폭염을 만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2일은 지구 지표면 평균 기온이 17.15도로 1940년 기후 관측 이래 최고였다고 한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여러 신조어가 생기고 있다. 폭염으로 식량 가격이 뛰는 ‘히트 플레이션’,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은 ‘폭염 난민’에 ‘폭염 살인’이라는 말도 있다. 더위가 일으킨 화재, 물가 폭등, 전염병 등으로 인한 죽음이다. 폭염은 태풍, 수해, 지진 등을 제치고 자연재해 사망 원인 1위라고 한다. 멀고 먼 인류 조상부터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은 생존을 위해 열관리를 해왔으나 이제 더위가 이 진화 속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더위가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는 ‘폭염 격차’도 있다.

문화 쪽에선 뜨거운 여름이 배경인 ‘폭염소설(heat wave fiction)’이라는 분류가 생겼다. 폭염 속 사람의 몸과 마음은 멋대로다. 감정은 끓어오르고 도덕은 느슨해지고 그 틈 사이로 본능과 인간성이 슬금슬금 드러난다. 작가들이 놓칠 수 없는 시간이다. 폭염소설의 대표로는 피가 끓어오르게 하는 뜨거운 태양 아래 사랑도 뜨겁게 타오르는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 주말마다 파티가 열리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979년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도 폭염소설이다. 1970년 스물의 도쿄 대학생 ‘나’가 여름방학 동안 고향에서 보내는 8월 8일부터 26일까지 18일간 이야기다. ‘나’는 할 일 없이 작가 지망생 친구와 맥주를 마시고 낯선 여자를 만나지만, 사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청춘의 여름은 지리멸렬하고 막연한 상실감에 방향을 잃지만, ‘나’는 그 여름의 시간을 지나 작가가 된다.

소설처럼 우리의 여름도 곧 끝난다. 하지만 소설과 다르게 우리 삶은 계속된다. 지리멸렬한 여름을 거쳐 바람의 노래를 듣는 작가가 된 주인공과 달리 우리에게 폭염 살인, 폭염 난민, 폭염 격차의 무게는 이 여름을 지나며 더 무거워졌다.

 

08-13 굿바이 마르크스

 

이철호 논설고문


이 땅의 진보 경제학 출발은 경성제국대학 시절 ‘마르크스주의 4인방’으로 시작된다. 1927년 법문학부의 유진오·이강국·최용달·박문규가 만든 경제연구회가 요람이었다.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미야케 시카노스케(三宅鹿之助) 교수다. 그는 도쿄제대를 졸업하고 독일 유학까지 다녀온 마르크스 경제학 권위자. 그의 지도를 받아 4인방은 자본론 등을 읽으며 공산주의자가 됐다. 이후 최용달은 월북해 북한 헌법을 기초하고, 박문규는 북한 토지개혁을 주도했다.

6·25전쟁 이후 극심한 이념 대립으로 맥이 끊겼던 진보 경제학은 1980년대 들어 소생했다. ‘소년 빨치산’ 박현채의 민족경제론, 변형윤 서울대 교수가 주도한 분배 중심의 학현학파, 여기에 김수행·정운영 교수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가르쳤다. 민족경제론은 학문 차원을 넘어 운동권 이론으로 변질됐고, 학현학파는 노무현·문재인 정권 시절 소득주도성장 등 좌파 경제정책을 주도했다. 가장 화려하게 비상했다가 비참하게 추락한 쪽이 마르크스 경제학이다.

민주화와 함께 서울대 학생들이 “정치경제학 전공도 모셔야 한다”며 수업 거부와 농성을 한 끝에 1989년 김수행 교수가 영입됐다. 80년대 초중반에는 정운영 시간강사의 ‘공황론’이 인기였다. 부흥회처럼 200명이 넘는 학생이 대형 강의실에 몰렸고, 강의 도중 너나없이 흡연도 자유로웠다. 90년엔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으로 24명이나 석사 학위를 받았다. 종강 뒤풀이 술자리에선 ‘인터내셔널가(歌)’까지 불렀다는 화양연화 시절이었다. 하지만 베를린 장벽 붕괴와 함께 참혹한 추락이 시작됐다. “마르크스 경제학은 취직 시험에 도움이 안 되고, 고시에 출제되지도 않는다”며 학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김 교수가 정년 퇴임한 2009년부터 강의는 다시 시간강사들의 몫이 됐다.

서울대가 가을 학기부터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를 개설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화 이후 35년 만에, 경성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거의 100년 만의 폐강이다. 중국까지 시장경제로 돌아선 마당에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낡은 노트 한 귀퉁이에 적힌 ‘심장은 왼쪽(진보)에 있음을 기억하라’ ‘부디 로자 룩셈부르크가 향수 이름이 아니었다는 것은 알아야 한다’는 강의 구절도 빛이 바래 버렸다.

 

08-14(수) 통신조회와 “사찰” 선동

 

김세동 논설위원


윤석열 대검찰청 중수2과장이 부산저축은행 대출 사건 수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2022년 대선 직전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조작 보도와 관련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통신 사찰(査察) 논란이 뜨겁다.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치사찰” “군사독재 정권 행태”라는 등 목소리를 높이는데, 어불성설이다. 자신들이 여당일 땐 이를 옹호한 적도 있어 내로남불 비판도 받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해 야당이 문제 삼는 ‘통신이용자정보조회’가 개인의 통신 자유를 침해하는 사찰이라는 주장은 악의적 선동에 가깝다. 통신조회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확보하는 범죄 피의자의 ‘통신사실 확인자료’와는 다르다. 대선 개입 여론조작 의혹 사건 핵심 피의자인 대장동 개발 시행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의 수·발신 통화 내역에는 상대자 전화번호, 통화 일시·시간 등이 들어 있고, 당연히 영장을 통해서 확보할 수 있다. 김만배의 통신 내역 중에 그가 민감한 시기에 자주 통화한 전화번호가 나오면 그 번호의 가입자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이 통신사에 알아볼 수 있는데, 그게 통신조회다. 이재명, 추미애의 통화 내역을 들여다본 게 아니라 피의자와 통화한 번호의 주인을 알아봤더니 이재명, 추미애로 나타난 것뿐이다. 따라서 이재명, 추미애를 사찰했다는 주장은 억지스럽다.

이재명 전 대표는 이달 초 자신의 통신가입자 조회 통지 문자를 캡처해 SNS에 올리며 ‘통신조회가 유행인 모양인데 제 통신기록도…’라고 해 통신 사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야당 후보 통신 사찰 논란 때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법령에 의한 행위를 사찰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옹호했다. 물론 윤 후보도 당시엔 통신 사찰을 주장하고 “미친 사람들”이라고 하는 등 여야가 현재 입장과 정반대로 주장했다.

경향신문이 권향엽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받아 지난 12일자로 보도한 ‘검찰·경찰·국정원·공수처 등의 통신이용자정보 조회 현황’에 따르면 2019년 602만8290건, 2020년 548만4927건, 2021년 504만3779건, 2022년 433만9496건, 지난해 463만1310건 등으로 나타난다. 문재인 정부 때 통신조회가 압도적으로 많다.

 

08-16(금) MZ세대의 경제 공부법

문희수 논설위원


서울대의 마르크스 경제학 폐강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실패로 판명 난 경제이론이다. MZ세대 학생들이 취업에 필요한 미시·거시 경제학을 공부하기도 바쁜 마당에 굳이 이를 배울 이유가 없다. 실제 폐강 이유도 수강생 격감 때문이다.

카를 마르크스가 1867년 출간한 ‘자본론’에서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는 자본주의는 과잉생산으로 인한 공황을 불러 필연적으로 붕괴한다고 주장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예측과는 달리 자본주의는 번창했고, 붕괴한 것은 첫 사회주의 국가였던 소련이었다. 지금은 중국조차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시대다. 낡은 이념만 남은 사회주의 경제학이 외면받는 건 당연한 결말이다.

MZ세대가 한국 경제를 맨땅에서 일으켜 기적 같은 성공을 일군 1세대 창업 기업인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와 대비된다. 정주영·이병철·구인회·박태준 같은 거목들을 동영상 등으로 접하며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기업가 정신에 감동하고 공감한다. 영상마다 ‘최선을 다해서 죽기 살기로 덤비면 안 될 게 없다’ ‘말도 안 되는 위기를 극복하는 걸 보면서 별것 아닌데도 좌절하는 나와 비교하니 소름이 돋았다’는 등의 댓글이 죽 달려 있다.

가난을 겪었던 부모 세대와는 달리, 이젠 선진국이 된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라 취업난과 싸우는 세대이기에 더욱 놀랍고 반갑다. 사실 경제 거인들의 깜짝 성공은 기발한 착상이나 순발력 수준을 넘어 하나같이 피눈물 나는 노력과 도전, 개혁의 산물이었다. 미국·일본 등이 성공한 자국의 기업인들을 교과서에 실어 비중 있게 가르치는 것은 그만 한 이유가 있다.

시대적 수요 변화를 못 따라가는 우리 경제교육을 돌아보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금융감독원 조사를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20대의 경제·금융 이해력이 10대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경제가 중학교 2학년을 지나면 선택과목이 돼 버린 결과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 현직 초중고 교사의 97%가 경제교육 강화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60%는 스스로 경제 지식 수준이 낮다고 응답했다. 교사들조차 잘못된 교육의 피해자임을 증언하고 있다. 단지 증권·부동산 투자 차원을 넘는 경제교육의 필수화가 절실하다. 시대에 뒤진 공(公)교육을 확 바꿔야 한다.

 

08-19(월) ‘걸어서 탈북’ 교동도 루트

 

이미숙 논설위원

한반도를 동서로 가르는 비무장지대(DMZ)는 임진강 하구에서 강원도 고성군 명호리까지 248㎞에 달하며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남북 2㎞에 걸쳐 형성돼 있다. 서쪽 DMZ의 시작점인 임진강 하구에서 인천 강화군 볼음도까지 67㎞는 한강 하구 중립 수역으로 불린다. 문제는 이 수역에서 남북 간 거리는 2∼3㎞에 불과해 육상의 DMZ처럼 해상 비무장수역을 설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1953년 정전협정 때 이곳이 중립 수역으로 선포된 이유로, 편의상 ‘비무장 물길’로 불려왔다.

정전협정은 한강 하구 중립 수역에서의 남북 선박 자유항행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면서도 부가합의서에서는 민감수역으로 분류했다. 이 때문에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의 허가가 없으면 민간 선박 통행이 어렵다. 한강 하구 중립 수역이 금단(禁斷)의 바다로 불린 이유이기도 한데, 여기에 위치한 대표적인 섬이 강화도와 교동도다. 강화도에서 황해도 개풍은 2.3㎞, 교동도에서 연백은 2.6㎞ 거리다. 교동도에서는 해주 염전 단지가 보인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강화도는 남파 간첩이나 과거 주사파 운동권 인사들의 월북 루트로 애용됐다. 1991년 민족민주혁명당 사건 연루자인 주사파 조유식 씨는 반성문에서 ‘무월광의 밤 강화도에서 반잠수정을 타고 해주로 갔다’고 썼다. 당시 북측 공작원이 숨겨놓은 민혁당 지원용 공작금과 장비도 강화군 내가면 일대에서 발견됐다.

교동도의 경우, 오래전부터 북한 주민의 탈북 루트로 이용됐다. 지난 2012년 9월 20대 남성이 통나무에 의지해 건너온 뒤 2013년 8월엔 40대 남성, 이듬해 여름엔 50대와 20대 부자가 함께 헤엄쳐 건너왔다. 그런데 지난 8일엔 북한 남성이 썰물 때 한강 하구 중립 수역을 걸어서 교동도로 왔다고 한다. 기후변화 탓일까, 썰물 때 교동도 앞바다는 이제 걸을 수 있는 지역이 됐다는 뜻이다. 그의 탈북 경로가 알려지면 이 루트를 따라 북한을 벗어나려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다. 교동도 앞 중립 수역은 걸어서 탈북할 수 있는 곳이 됐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주민 탈출을 막기 위해 DMZ 북측에 장벽을 쌓고 있지만, 해상 저지 방법은 마땅치 않다. 동서독 분단시대 베를린의 ‘체크 포인트 찰리’처럼 교동도가 자유세계로 나오는 관문 역할을 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08-20 ‘다른’ 민주당 전당대회

 

오승훈 논설위원

 

미국 민주당이 19∼22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한다. 빅 이벤트의 주역은 단연 해리스 부통령이다. 버락 오바마·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도 지원 연설에 나서는데, 새삼 다시 보게 되는 인사가 불과 한 달 전까지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다. 해리스에게 ‘횃불’을 넘겨준다. 지난 주말 캠프데이비드에서 연설문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액시오스는 “민주주의를 위한 자신과 해리스 부통령의 헌신, 그리고 트럼프의 헌법 무력화를 비교하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리스의 등장으로 트럼프로 기울어졌던 대선 구도는 요동치고 있다. 공화당이 줄곧 우위를 점했던 남부 및 서부 ‘선벨트’가 접전으로 바뀌었다는 여론조사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캠프는 컨벤션 효과로 일축하지만, ‘해리스 돌풍’은 역동적인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외신들은 판도 변화의 일등 공신으로 해리스의 매력이 아니라, 비호감을 없애버린 바이든의 결단을 꼽고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에즈라 클라인은 18일 ‘민주당을 인정사정없는 기구로 만든 트럼프’란 제목의 칼럼에서 “오늘날 공화당은 정치학자들이 말하는 개인주의(personalist) 정당이다. 의제나 연대가 아닌 개인을 중심으로 구축된다”면서 “트럼프의 며느리가 공동 대표이고 반대파는 내쫓겼다”고 했다. 여기서 개인주의란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된 형태를 말한다. 클라인은 “공화당은 행정부에 대한 혐오가 존립 기반”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개인주의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주 전당대회는 바이든을 설득하기 위해 당을 동원한 역사적, 공동 행동을 반영한 것”이란다. 많은 민주당 의원이 공개적으로 후보직 사퇴를 종용하고, 낸시 펠로시마저 용단을 압박했던 것을 말한다. 바이든의 중도 사퇴는, 공화당에선 반란이었겠지만 민주당에선 전통에 충실한 결정이었다는 해석이다. 바이든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개인적 야망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했다.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정당,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를 두고 “이재명, 일극 체제의 귀결”이라는 분석이 나온 사정과는 사뭇 다르다.

 

08-21 정봉주의 업보

이현종 논설위원


18세기 프랑스혁명을 이끌었던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는 ‘공포정치’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1792년 국민공회에서 왕정을 폐지하는 데 앞장섰고, 이듬해 1월 국왕 루이 16세를 단두대에서 처형했다. 같은 해 루이 16세의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부르주아 출신으로 31세에 정치에 입문해 반(反)왕정 운동을 주도했지만, 그가 권력을 잡은 1년 7개월 동안 약 30만 명이 체포되고 1만5000명이 처형됐다. 결국, 1794년 7월 28일 그는 파리 혁명광장에서 자신이 수많은 사람을 처형했던 단두대에서 똑같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2020년 제21대 총선 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반대해 당 주류의 미움을 샀던 금태섭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공천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정봉주 전 의원이 서울 강서갑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경선하러 가면서 금 의원을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수박’이라고 공격했다. “제가 ‘수박’ 의원을 잡겠습니다. 겉은 파랗고 속은 빨간(국민의힘 당색) 금태섭을 잡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결국 정 전 의원도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이때부터 반명·비명계 의원들을 겨냥한 ‘수박’ 공격이 시작됐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이 ‘수박’의 창시자라고도 했다. 김어준·김용민·주진우 등과 함께 ‘나는 꼼수다’라는 정치 팟캐스트를 만들어 팬덤 정치, 막말 정치를 확산시킨 것도 정 전 의원이다.

한때 당 대표·최고위원 출마자들이 정 전 의원이 수감돼 있던 공주교도소로 면회 갈 정도로 영향력이 컸는데, 이번 전당대회에서 수모를 당했다. 전대 초반 레이스 때만 해도 유일한 원외 도전자로 최고위원 1위를 달리던 정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김민석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이후 추락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명팔이’ ‘이재명은 대통령이 안 된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박’으로 몰렸다. 그래도 최고위원 입성은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막판 친명계의 집중적인 견제 끝에 5위를 한 이언주 의원에게 0.6%포인트 차이로 밀리면서 6위로 낙선했다.

로베스피에르처럼 한때 ‘나꼼수’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수박 갈라치기’ 선봉에 섰던 정 전 의원이 이제 자신이 놓은 덫에 걸려들었다. 정치에도 업보(業報)가 있는 모양이다.

 

08-22 소설 90년대

최현미 논설위원


‘엄마의 말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을 남긴 작가 박완서(1931∼2011)의 단 한 편의 역사소설 ‘미망’이 최근 재출간돼 인기다. 소설은 조선 말부터 6·25전쟁 이후 분단에 이르기까지 개성상인 전처만 집안의 일대기를 유장하게 풀어내고 있다. 특히 작가가 남편과 아들을 잃는 고통을 통과하며 쓴 작품으로, 소설 외적으로도 묵직한 감동을 전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아들이 살아 있을 때 사준 워드프로세서로 썼다고 한다.

“내 작품 중 오십 년이나 백 년 후에도 읽힐 게 있다면 ‘미망’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번에 시간을 건너 독자들과 새롭게 만나게 됐다.

‘미망’은 서점가에 불고 있는 90년대 소설의 재발견이라는 흐름을 잇는다. 1998년에 나온 소설가 양귀자의 ‘모순’은 올 상반기 교보문고 소설 1위를 차지한 뒤 여전히 상위권에 있다. 특별한 사건도 마케팅도 없이 독자의 선택으로 살아난 경우로, 입소문의 힘을 보여준다. 특히, 주 독자가 20대로 지금의 20대들이 소설 주인공인 25세 안진진에게 공감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하지만 ‘세상은 옳거나 나쁜 것만 있는 게 아냐. 옳으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옳은 것이 더 많은 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야’라는 문장처럼 ‘삶의 모순’이란 시대를 넘어선 진리이기도 하다.

정영문의 1997년 등단작 ‘겨우 존재하는 인간’도 최근 재출간됐다. 90년대 화제작인 이 작품은 초판 발행 후 절판돼 희귀 도서로 고가에 판매되며 생명을 이어오다 이번에 정식으로 세상에 나왔다. 사회가 요구하는 상식적인 삶을 의심하고 해부하는 작품의 문제의식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한 셈이다. 이처럼 90년대 작품이 젊은층의 인기를 끌면서 알라딘 서점은 소설 베스트셀러에 ‘2000년 이전 소설’이라는 분류를 만들기도 했다.

90년대는 국제통화기금체제 전까지 풍요의 시대였고 디지털 이전의 아날로그 시대로 가요부터 패션까지 복고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소설에서도 90년대 작품이 젊은 세대의 선택을 받는다니 시대와 세대를 넘어 정서적 교감이 작용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작품을 같이 읽으면서 만들어지는 귀한 세대 공감이다. 한국소설의 현대적 고전 목록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도 반갑다.

 

08-23(금) 약탈적인 中 과잉생산

이철호 논설고문

 

온 지구촌이 중국 과잉 생산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표적인 게 중국이 3대 신(新)산업으로 밀었던 태양광·2차전지·전기차다. 여기에 철강과 화학도 중국의 출혈 수출로 힘든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올해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설치 수요는 766GW인데 중국의 모듈 생산능력은 1405GW나 된다. 지난해 중국은 954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했으나 113만 대를 해외로 밀어냈다.

중국 부동산이 얼어붙으면서 철근 가격도 t당 3000위안으로, 3년 전 대비 반 토막 났다. 중국은 전 세계 철강 생산의 54%를 차지하는데, 지난해 40조 원이 넘는 잉여 생산품을 헐값에 해외로 밀어냈다. 한국 포스코까지 감산할 정도고, 칠레 1위인 우아치파토 제철소는 아예 공장 문을 닫았다. 유럽과 인도는 반덤핑 관세를 크게 높였지만, 소용없다. 화학 기초 소재인 에틸렌도 피 말리는 치킨 게임 중이다. 중국은 2017년부터 정부 주도로 석유화학 내재화에 ‘몰빵’했다. 에틸렌 생산능력은 이미 한국의 4배인 5000만t에 이르고, 향후 3년간 1755만t을 또 증설한다. 중국의 ‘화학 굴기’와 무차별 출혈 수출에 밀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적자 늪에 빠졌다.

중국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투자하기보다 공산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외국보다 3∼9배 많은 보조금을 쏟아부어 급속히 설비를 확장한다. 노동자를 우선하는 공산당은 해고도 금지한다. 이로 인해 구조조정보다 해외 경쟁 기업들이 죽을 때까지 버티고, 향후 독과점 이익을 노린다. 2009년과 2015년, 그렇게 두 번의 암흑기를 버텨내고 화려하게 성공했던 기억이 지금은 독(毒)이 되고 있다.

물론 반사이익을 누리는 업종도 있다. 한국전력은 유연탄 발전 비중이 32.5%로 높은데, 중국의 위축으로 국제 유연탄 가격이 t당 137달러로 급락해 발전 원가가 크게 떨어졌다. 2022년에는 t당 463달러까지 치솟아 한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조선업종도 중국의 값싼 후판으로 배를 만들어 고수익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중국의 산업정책은 끔찍하게 약탈적이다. 대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후폭풍은 여간 심각하지 않다. 한국무역협회는 21일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는 극한의 위기감을 담은 ‘중국 공급 과잉’ 보고서를 발표했다.

 

08-26(월) ‘김호중 방지법’과 개딸

김세동 논설위원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뒤 추가로 술을 마셔 운전 당시의 정확한 음주 상태를 알 수 없게 해 위험운전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되면서도 음주운전 혐의는 피한 가수 김호중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는 의원들에 대한 극성 팬들의 겁박이 도를 넘고 있다. 김호중 열성 팬들은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에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 국회 홈페이지 댓글 등으로 “낙선 운동을 하겠다”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욕설도 한다.

“전도유망한 한 청년의 앞길에 주홍글씨를 새겨 좌절과 고통을 안겨주는 법” “앞길이 구만리인 젊은 사람 인생 망치는 법” “이 법 만든 의원들은 사람 죽이는 악마” 등의 억지 항변과 입법을 위협하는 행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극성 팬덤 ‘개딸’을 빼다박았다는 지적이 많다. 사고 후 도주해 맥주 4캔을 사서 마신 뒤 외딴 호텔에 숨어 막내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강요하는 등 죄질이 상당히 나쁨에도 무조건 감싸고도는 김호중 광팬들은 ‘문빠’ ‘조빠’ ‘개딸’ 등의 행태에서 용기를 배운 것 같다.

이들이 앞뒤 안 가리고 입법을 방해하고 나선 것은 ‘김호중 방지법’이라는 네이밍에 흥분한 결과로 보인다. 일부는 법안 이름을 ‘김호중 방지법’으로 착각한 것으로도 보이는데,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법률안’ 법안명은 물론 법안 내용 어디에도 ‘김호중’ 석 자는 나오지 않는다. 지레짐작해 오버했거나 털끝만큼이라도 김호중 폄훼 여지가 생기면 안 된다는 과잉 피해의식의 발로인지 모르겠지만, 정도가 심하다. 차라리 언론에 ‘김호중 방지법’ 대신 ‘술타기 방지법’으로 불러 달라고 호소하는 게 낫지 싶다.

술을 마신 운전자가 음주 측정을 거부할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음주 측정을 피해 도주하거나 음주 사고 후 도주해 추가 음주를 하는 경우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이런 입법 공백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김호중 사건 이후 대폭 늘었다고 한다. 이에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다 사고를 내고 도주하거나 곧바로 술을 더 마셔 사고 시점의 정확한 혈중알코올 농도를 측정·유추하지 못하게 하면 현행 음주 측정 거부와 비슷한 형량으로 처벌하는 법안이 최근 다수 발의됐다.

 

08-27 교토국제고와 한일 고대사

문희수 논설위원

 

일본에 있는 한국계 교토국제고의 깜짝 우승은 큰 감동을 준다. 전국 3400여 개 고교가 참여한 여름 고시엔 대회에서 중고생을 합쳐 160명뿐인 학교가 개교 이후 첫 우승을 했다. 기적 같은 일이다. 이 학교는 1947년 재일교포들이 세운 교토조선중학교에서 출발했지만, 지금 학생의 90%는 일본 국적이다. 한일 화합의 상징인 셈이다. 선수들이 경기 때마다 도열해 불렀던 한국어 교가도 화제였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교가가 NHK를 통해 여러 차례 전국에 생중계됐다. 재일교포 사회가 축제 분위기였던 게 공감이 간다.

교가에 나오는 야마토가 눈길을 끈다. 이는 일본이란 국호가 만들어지기 전 대화(大和) 또는 왜(倭)를 뜻한다. 교토 인근을 중심으로 했던 일본 최초의 통일 정권이다. 시기는 3세기 말∼7세기 중반으로, 백제와 신라의 영향력이 컸다. 백제 근초고왕이 왜왕에게 유명한 ‘칠지도’를 하사했던 것도 이때였다. 천황 가계는 ‘일본서기’가 한 핏줄로 이어진 것처럼 조작했는데, 그래도 야마토 시대 전후의 기록은 삼국사기 등과 대체로 부합한다고 한다. 이 시기 천황들은 재위 기간이 대체로 짧다. 백제계인 소가(蘇我)씨와 신라계인 모노노베(物部)씨 간 치열한 권력투쟁의 결과다.

흥미로운 것은 31대 요메이(用明) 천황과 그의 아들인 쇼토쿠 태자의 성(姓)이 화(和)씨로, 백제 25대 무령왕과 그의 아들 26대 성왕 등의 왕성과 같다는 점이다. 물론 우연이 아니다. 2001년 당시 아키히토 일왕이 역사서인 ‘속일본기’를 인용해 50대 간무(桓武) 천황의 생모가 무령왕의 후손이라고 언급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 여인은 무령왕의 아들인 순타 태자의 후손으로, 성은 화(和)씨, 이름은 신립(新笠)이라고 기록돼 있다. 사실 야마토 시대 후반기 이후 천황가는 백제계가 주류였다고 한다(오순제 교수).

고대 한일은 이처럼 깊이 얽혀 있지만, 국내 강단 사학계는 식민사학에 갇힌 탓에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 정치권은 최근 광복회 사태에서 보듯 또 친일·반일 몰이 정쟁이다. 교토국제고 학생들 보기도 부끄럽다. 이럴 여력이 있으면 선조들의 웅대한 발자취를 기릴 수 있게 한일 고대사부터 바로잡는 데 쓰길 바란다.

 

08-28 친푸틴 소프라노의 ‘전쟁’

이미숙 논설위원

 

러시아 출신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53)는 세계 오페라계의 여왕으로 불린다. 2005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때 주세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주인공으로 유럽 무대에 데뷔한 뒤 단숨에 미국과 유럽 오페라 팬들을 사로잡았다. 베르디의 ‘일트로바토레’, 자코모 푸치니의 ‘투란도트’,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안나 볼레나’,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 등 네트렙코가 주역을 맡은 작품은 언론에 화제가 되면서 티켓 매진 사태도 흔한 일이 됐다. 뛰어난 가창력에 연기력과 미모까지 갖춘 네트렙코의 공연을 보러 클래식에 관심이 없던 남성들도 오페라극장으로 대거 몰려든 덕분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네트렙코는 미국 무대에서 사라졌다. 2008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인민예술가상을 받은 뒤 2012년 푸틴의 대선 출마를 공개 지지한 ‘친(親)푸틴’ 인사라는 이유 때문이다.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오페라 하우스에 100만 루블을 기부해 친러 분리주의 지지자란 지적도 받았다. 네트렙코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비판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침공을 자행한 푸틴에 대해선 언급을 피해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이후 네트렙코는 미국 무대엔 서지 못한 채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를 비롯한 중동 각국, 중국 등에서 공연을 해왔다. 독일에선 지난해 9월부터 네트렙코의 오페라 출연이 허용됐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네트렙코는 내년 2월 플로리다주 팜비치오페라단 주최 갈라 콘서트에 출연한다. 네트렙코는 “플로리다에 가게 돼 영광”이라며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네트렙코 미국 퇴출을 주도했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피터 겔브 총괄 감독은 “푸틴과 친한 안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솔직하지 못했다”면서 “팜비치오페라단은 부적절한 결정을 했다”고 꼬집었다. 팜비치엔 푸틴을 좋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다. 네트렙코 초청은 그의 재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진된 프로젝트로 보인다. ‘푸틴의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서울 공연은 지난 3월 논란 끝에 취소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친푸틴 성악가의 팜비치 공연이 성사될 수 있을까.

 

08-29 민주당 ‘신3김’

오승훈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에 ‘신(新) 3김’이 회자한다. 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이른다. 이재명 대표가 85.4%의 경선 득표율로 2기 체제를 연 이후 비명(비이재명)계의 대항 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의 행보가 주목을 받으면서 생긴 조어다. ‘일극 체제’ 논란 속에, 이 대표가 받는 4개 재판 중 일부 1심 선고에서 유죄가 나올 경우를 가정한 ‘10월 위기설’이 중첩되는 양상이다.

김 전 총리는 ‘3김’으로 불리는 데 대해 지난 26일 “김대중·김영삼·김종필이라는 분들은 단순히 이름을 얻어서 3김이 아니라 정말로 역량들이 되고, 국가의 일을 걱정하고 풀어가는 지혜와 행동이 다 뒤따랐다”며 “거기에 비교한다는 건 과장이고, 많이 넘치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겸손’을 봐주지 않을 만큼 물밑 압박과 기대가 커지는 것도 사실로 보인다. 그는 당 안팎에서 “너무 숨지 마라, 할 말은 하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포문을 열었다. “이 대표가 9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는 게 국민적 감동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일격을 했다. “언제까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며 대한민국을 책임지겠다고 할 것이냐”고 직격탄도 쐈고, “유연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산탄도 날렸다. 잠행을 끝낸 듯하다. 자신의 연구소도 서울 광화문 근처에 새 둥지를 튼다고 한다.

최근 복권된 김경수 전 지사는 “민주당 역사의 한 부분이고,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가장 신뢰받는 참모였다. 민주당의 큰 동량이 될 것”(김부겸)이란 상찬을 받을 정도로 정치적 무게감이 크다. 지난 6월 잠시 귀국했다가 영국으로 출국하면서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하고, 갈등의 조정자가 돼야 한다”고 말해 여러 해석을 낳았다. 연말 귀국할 예정인데, 당내 상황 전개에 따라 시간표가 달라질 수 있다. 김동연 지사는 총선 전부터 이 대표와 각을 세워 왔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동교동계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일부는 영입도 했다.

박광온·박용진·양기대·윤영찬 등 ‘비명횡사’를 당했던 인사들은 ‘초일회’란 모임을 만들었다. 전병헌 새로운미래 대표는 전직 총리 ‘3총’(이낙연·김부겸·정세균)과 ‘3김’(김동연·김경수·김두관)의 연대론까지 꺼냈다.

 

08-30(금) 10월 1일

이현종 논설위원

 

역사적으로 10월 1일은 동북아시아 정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날이다. 1949년 10월 1일은 중국의 건국기념일인 국경절이다. 중국 공산당이 이날 베이징시를 점령하고 정치협상회의를 개최했으며, 마오쩌둥(毛澤東)은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을 선포했다. 국민당의 장제스(蔣介石)는 국공내전에서 패배, 대만으로 쫓겨났다.

이듬해 10월 1일은 자유 대한민국 역사에 중요한 날이다. 1950년 6월 25일 소련의 군사적 지원을 받은 김일성의 북한군에 일방적으로 기습을 당했다. 개전 3일 만에 서울이 함락됐고, 낙동강 전선을 보루로 버티다가 9월 15일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서울을 다시 탈환했다. 서울을 수복하고 북진하던 상황에 10월 2일 유엔군은 ‘작전명령 제2호’로 38선 돌파를 공식 승인했다. 이후 1955년 육군은 이날을 육군의 날로 지정했는데, 이듬해 유엔군보다 앞서 1일 육군 제3보병사단이 38선 위로 진격한 것이 확인되자 이승만 대통령은 국군의 날을 10월 1일로 정하고 육해공군이 각각 기념해온 날을 모두 폐지했다. 이날이 국군의 날의 첫 시작이다.

1953년 10월 1일도 의미 있는 날이다. 6·25전쟁 발발 후 3년이 된 상황에 북진통일을 주장하던 맥아더 장군이 경질되면서 휴전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당시 미국이 고립주의 방향으로 흘러가자 안보를 걱정한 이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이 시큰둥하자 이 대통령은 반공포로 석방으로 충격을 주는 등 벼랑 끝 전술 덕분에 10월 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됐다.

우리 안보에서 10월 1일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날인데 1991년부터 10월 3일 개천절, 10월 9일 한글날과 함께 너무 쉬는 날이 많다는 기업들의 요구로 공휴일에서는 제외됐다. 당정이 올해 국군의 날을 소비 진작과 군 격려 차원에서 임시공휴일로 지정키로 했는데, 뜬금없이 더불어민주당의 강득구 의원이 이날이 1910년 10월 1일 조선총독부 설립일과 겹친다는 이유로 친일 프레임을 들고나왔다. 되레 “정부가 역사의식이 있느냐”고 질타했다. 강 의원 눈에는 대한민국의 역사보다 친일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오후여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