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治(人) 이야기 2024-08/
08-01 개원 두달새 7번 탄핵·합의처리 법안 ‘0’ … 최악 국회
■ 거야 ‘이진숙 탄핵안’ 발의
검사·직무대행 안가리고 탄핵
“폭거 좌시하지 않아” 주장까지
‘윤석열·김건희 특검법’도 발의
민생회복 지원금·노란봉투법
여야합의 없이 강행처리 시도
국힘, 필리버스터 돌입 위해
소속 의원들 4개 조 나누기도

더불어민주당이 1일 오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후 국회 본회의에 보고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7월 임시국회는 회기 마지막까지 여야 정면충돌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개원 두 달 만에 7번째 탄핵안 발의를 예고한 거대 야당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강행 처리도 시도한다. 22대 국회 원 구성부터 이어진 대치로 인해 여야가 합의로 처리한 법안은 한 건도 없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 대상인 이 방통위원장 임명을 강행하면서 독재의 길을 선언했다. 민주주의 폭거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1시 20분 의원총회 후 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과 함께 ‘이 방통위원장 탄핵안 제출’ 공동 회견을 연다. 범야권이 탄핵안을 발의하면 곧바로 국회 본회의에 보고될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에 부쳐야 해 표결은 2일로 전망된다. 22대 국회 들어 범야권의 탄핵안 발의는 벌써 7번째다.
민주당은 지난 6월 27일 김홍일 방통위원장, 지난달 2일 엄희준·박상용·김영철·강백신 등 검사 4명, 지난달 25일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 탄핵안을 쏟아냈다.
전날(31일) 야당 단독 의결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민생회복지원금법과 노란봉투법도 이날 오후부터 열리는 본회의에 차례로 상정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2박 3일에 걸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해 법안 통과를 지연시킬 계획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들 법안을 두고 “현금 살포법이자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의총에서 로텐더홀 피켓시위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위해 의원들을 4개 조로 나눠 본회의장을 지키기로 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처럼 여야가 진통 끝에 수정안 마련에 성공한 선례가 있지 않나”라며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하고,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우선 상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우원식 국회의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8·18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 후보로 나선 전현희 의원은 이날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관련 국민권익위원회 직무유기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법’과 ‘윤 대통령 및 김 여사의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특검법’을 발의했다. 전 의원은 “‘윤석열·김건희 특검법’은 수사 대상에 윤 대통령을 명시한 첫 특검법”이라고 밝혔다. 이들 특검법에는 민주당이 앞서 발의한 대북송금 특검법·김 여사 특검법과 마찬가지로 전담 법관 지정, 유죄 협상 시 감경·면제 등의 독소 조항이 담겼다.
한편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는 대법관 후보자 3명 중 심사경과보고서가 채택된 노경필·박영재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숙연 후보자는 민주당이 자녀의 ‘아빠 찬스’ 논란을 문제 삼아 보고서 채택이 미뤄졌다.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이 이날 퇴임하는 가운데 이 후보자 임명동의가 미뤄지면서 법조계에서는 사법부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문화일보 나윤석·민정혜·이은지 기자
08.01 "수사 검사 고발" "임명 당일 탄핵" 상식 넘은 민주당 폭주
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의 공범으로 기소한 수원지검 부장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소장에 허위 사실이 포함됐다는 이유다. 그러나 공소 내용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재판에서 다툴 문제지, 국회의원이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피고인 측이 공소장을 쓴 검사를 고발하는 것은 사법사상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 전 대표 관련 사법 절차를 방해하려는 의도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 법사위는 다음 달 14일 민주당 돈 봉투 사건 등을 수사한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청문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어 이 전 대표 사건의 수사 검사 3명도 법사위 청문회에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해병대원 특검법 청문회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어디서 그런 버릇이냐”라는 등 막말과 ‘10분간 퇴장’ 명령 등으로 군복 입은 군인을 모욕하고 조롱했다. 이 전 대표와 민주당 수사를 했던 검사들도 증언대에 세워 망신 주려고 한다.
검사 등 공직자 탄핵소추는 직무 집행에서 헌법·법률을 위반할 때 가능하다. 그런데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는 “민주당이 내놓은 위법 증거는 네 개의 언론 보도가 전부”라고 했다. 위법 증거가 없는 데도 보복성 탄핵으로 검찰을 겁박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전 대표는 대표 경선 토론회에서 “법정에 갇히게 생겼다. 있지도 않은 사건을 만들어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법사위 민주당 간사가 “이재명 대표님과 가족, 동지들을 괴롭힌 정치 검사들 죄상을 밝히겠다”는 글을 올렸고 바로 검사 탄핵 청문회 일정을 잡았다. 이 전 대표는 다음 달 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 교사 사건의 결심이 예정돼 있다. 민주당은 재판부를 비난하며 “심판(판사)도 선출해야”라고 했는데, 판사들까지 탄핵한다며 국회로 불러내 압박하려 할지 모른다.
민주당은 31일 오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하자 그날 오후 탄핵 소추안을 발의한다고 했다. 직무상 위법을 저지를 시간도 없었는데 탄핵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인재 풀이 고갈 날 때까지 (탄핵)할 것”이라고 했다. 탄핵을 정략에 이용하겠다는 뜻을 숨기지도 않는다. 행정부를 견제하라고 준 탄핵소추권을 보복과 방탄, 협박, 정략에 악용하며 상식 밖 폭주를 거듭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8-01 3개월, 6개월, 이젠 2일 만에… 이성 잃은 野 ‘탄핵 폭주’
더불어민주당이 1일 기어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 이날 본회의에 보고되면 2, 3일 중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전날 임명된 방통위 이 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이 전체회의를 열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KBS 이사회의 이사진 선임안을 의결하자 “5인의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의결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탄핵소추를 예고했다. 이동관 전 위원장은 취임 3개월, 김홍일 전 위원장은 6개월 만에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는데, 이제는 불과 공식 업무 2일 만에 탄핵안이 나온 것이다. 이상인 전 위원장 직무대행까지 방통위 수장을 겨냥한 탄핵안으론 4번째다.
헌법상 탄핵소추는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행위가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의결정족수를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법은 ‘2인 이상 위원 요구’로 회의를 소집하고 ‘재적 과반수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이 다른 재판에서 2인 체제 의결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바 있지만, 그 자체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온 적은 없다. 민주당이 의결정족수를 4명으로 늘리는 방통위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것도 스스로 현행법상 위법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 것 아닌가. 결국 근본 목적을 도외시한 민주당의 탄핵 겁박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방문진 이사진의 교체를 막으려는 정략적 목적 외에 달리 설명되지 않는다.
이 위원장이 본회의 표결 전 사퇴하지 않고 탄핵안이 가결되면 직무가 정지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167일 소요)을 고려하면 5개 월가량 ‘식물 방통위’가 불 보듯 하다. 방통위가 전날 전체회의를 열어 ‘부득이하고 긴급한 사유’로 하루 만에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것은 방통위 무력화를 노린 탄핵 겁박 탓이 크다. 오히려 민주당의 저의를 알면서 오는 12일(방문진)과 31일(KBS) 임기가 끝나는 이사 선임을 방치했다면 직무유기로 비판받았을 일이다. 1년째 이어지는 국회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 3명의 공백을 해소하는 것이 민주당의 우선 과제다. 이성을 잃은 듯 집요한 방통위 무력화 정략을 이젠 멈춰야 공당(公黨)이다.
문화일보 사설
08-01 현직 검사가 조국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기막힌 현실
이규원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현직 검사 신분으로 급여를 받으면서 정당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 제65조를 어긴 것을 넘어 아예 핵심 당직을 맡은 어이없는 일이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로 기소되자 2022년 4월부터 1년짜리 질병 휴직을 두 번 신청한 이 대변인은 총선 직전 업무복귀명령을 받고도 출근하지 않다가 지난 3월 7일 사직서를 내고 조국당에 입당해 비례대표 후보 22번을 받았다.
부부장검사인 이 대변인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허위 출국금지 요청서를 사후에 승인받고, 이 서류를 은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를 받았다. 현재 2심 진행 중이어서 법무부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았다. 공무원법은 비위(非違)와 관련해 기소된 경우 퇴직을 제한하고 있다. 사직이 수리되지 않았지만, 이 대변인이 총선에 출마하는 데 제약을 받지 않았다. 대법원의 ‘황운하 판례’에 따라 퇴직 마감 시한 전에 사직서만 내면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출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직 검사 신분으로 기소까지 된 이 대변인이 정당 활동을 하는 것은 검사 품위를 손상하는 부적절한 행위다. 하지만 조국당 비례대표 후보 신분인 이 대변인의 정당 활동을 막을 방법도 마땅찮다. 비위로 기소된 공직자의 사퇴를 제한한 것은 파면 등 더 큰 징계를 내리기 위함인데, 대법원 판례와 충돌하는 입법 미비를 틈타 사직서를 내고 출마하는 기막힌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사표 수리 때까지 공직자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입법이 하루빨리 이뤄져 ‘제2의 황운하·이규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8.02 현직 검사가 당 대변인이라니

▲대구지검 이규원 부부장검사가 지난 3월 11일 여의도 조국혁신당 당사에서 열린 입당 환영식에서 조국 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10 총선 때 현직 검사 신분으로 조국혁신당에 입당해 논란을 불렀던 이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가 법무부의 업무 복귀 명령을 받고도 4개월 가까이 무단 결근 중이라고 한다. 비례대표 후보 22번을 받았지만 당선권(12명)에 들지 못한 이 검사는 현재 검사 급여를 받으며 조국혁신당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검이 감찰에 나섰지만 이 검사는 “22대 국회 임기 종료 때까지 비례대표 후보 신분이 유지된다”며 출근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이 검사는 총선 한 달 전 사직서를 냈지만 비위 혐의로 기소된 공직자의 사표 수리가 금지된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법무부는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를 받고 2심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출마가 가능했던 것은 이른바 ‘황운하 판례’ 덕이다. 4년 전 21대 때 현직 경찰이던 황씨는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총선 전 사표를 냈지만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재판 중이라 수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경쟁 후보가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사퇴 시한인 90일 전에만 사표를 내면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그만둔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 이후 검사들이 사표만 내고 출마를 강행하는 것이 유행이 됐다. 대표적인 친문재인 검사로 꼽혔던 이성윤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민주당 공천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공천을 받진 못했지만 ‘한동훈 녹취록’ 오보 사건으로 기소된 신성식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국민의힘 예비 후보로 등록했던 김상민 전 대전고검 검사와 박용호 전 부산고검 검사 등이 사표만 내고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이규원 검사도 그런 검사들 중 한 명이다. 이런 사람들이 검사로서 어떻게 법 집행을 했을지 의문이다.
일부 ‘정치 검사’ ‘정치 경찰’의 선거행으로 공직 사회가 혼탁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황운하 판례’를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 비위나 감찰을 받는 공직자의 총선 출마를 금지하거나 퇴직 후 일정 기간 출마를 제한하는 내용의 보완 입법을 마련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8.02 두 달 새 탄핵안 7건, 특검법 9건 쏟아낸 민주당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취임 다음 날인 1일, 민주당이 그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현 정부 들어 방통위원장에 대한 네 번째 탄핵 소추 발의다. 이동관 전 위원장은 취임 3개월, 김홍일 전 위원장은 6개월 만에 탄핵 소추안이 발의됐는데 이번엔 단 하루 만에 탄핵안이 나왔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헌법상 탄핵 소추는 직무 집행 중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어야 한다. 이 위원장이 단 하루 만에 쫓겨날 만큼 중대한 불법을 저질렀다는 건가. 민주당은 전날 이 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진 선임을 의결한 것이 “불법”이라고 했다. 상임위원 5인의 방통위가 2인 체제로 결정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런데 과거 법원은 2인 체제 의결을 우려하면서도 위법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불법 근거가 박약한데도 탄핵안을 강행하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MBC를 지키겠다는 정략적 목적 외엔 설명하기 어렵다.
건국 이후 문재인 정부까지 70여 년간 발의한 탄핵안은 총 21건이다. 그런데 지난 두 달간 민주당이 던진 탄핵안만 7건이다. 방통위 3건 외에 이재명 전 대표 등을 수사한 검사 4명에 대해 탄핵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통과시키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그 공직자 직무가 정지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헌재 기각까지 167일간 손발이 묶였다. 이진숙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고 헌재 결정을 기다리면 몇 달간 방통위는 식물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방통위의 통신·인터넷 정책도 파행할 것이다. 검사 탄핵안이 통과되면 이 전 대표 수사나 재판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날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국가권익위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의혹에 면죄부를 줬다며 ‘권익위·윤석열·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다. 윤 대통령을 수사 대상에 명시한 특검법은 처음이다. 지난 두 달간 민주당 등 야당이 발의한 특검법은 9건에 달한다. 해병대원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다 이재명 전 대표와 관련한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수사하겠다는 특검법까지 내놨다. 그러면서 특검 추천권은 민주당이 갖겠다고 했다. ‘민주당 검사’로 정치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탄핵이나 특검은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아주 예외적으로 해야 한다. 민주당과 야당은 두 달 사이 탄핵안 7건, 특검법 9건을 발의했다. 하루는 탄핵, 하루는 특검식이다. 그 두 달간 여당과 합의 처리한 민생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다수의 힘으로 장악한 입법권을 정략에만 쓰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8-02 민생 팽개치고 ‘탄핵 몰이’用 권익위특검법까지 낸 野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1일 ‘국민권익위원회의 직무유기 및 윤석열·김건희 뇌물 수수 의혹 특검법’을 발의했다. 권익위가 지난 6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와 관련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신고된 사건을 무혐의 종결 처리한 것에 대해 특검으로 수사하자는 것이다. 특검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천하도록 했다. 이미 권익위가 처벌 규정이 없고, 조사 권한도 없다고 밝힌 일이다. 현행법 위반이 있는지도 검찰이 수사 중이다. 특검 임명권자는 대통령인데, 사실상 야당이 임명하도록 했다. 그동안 야당이 통과시킨 특검법에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사유가 그대로다. 본회의를 통과해도 거부권 행사가 당연한 법안이다.
야당이 이를 알고도 발의한 것을 보면 “권익위가 김건희 특검법의 명분만 더 키워주고 있다”(박찬대 원내대표)는 말대로 또 다른 정략의 구실 찾기로 비친다. 이는 대통령 탄핵소추 발의 국민청원을 빌미로 강행한 위헌·위법적인 청문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등을 둘러싼 의혹 부풀리기 선동과 정치 공세를 강화해 비난 여론을 고조시키는, 결국 대통령 ‘탄핵 몰이’의 수단으로 삼자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제22대 국회 개회 후 두 달 간 야당이 낸 특검법안은 9개, 그중 4개가 윤 대통령 부부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그간 본회의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 방송 4법 등 5개 법안 중 민생 법안은 없었다. 1일 본회의에 상정된 민생지원금지원법과 노란봉투법도 엄밀히 민생 법안으로 보기 어렵다. 실효성을 가지려면 재정 형편 등을 고려해 정부·여당과 합의하는 게 순리다.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한데 밀어붙이는 건 책임 떠넘기기일 뿐이다. 이재명 전 대표와 조국 대표가 만나 정국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조국당은 ‘윤 대통령 탄핵추진위원회’를 설치했다. 국민을 위한다면 탄핵 몰이 정략 말고 민생부터 논의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8.02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 가결…취임 이틀만에 직무 정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6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소추안이 총 투표수 188인 중 가결 186표, 부결 1표, 기권 1표로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야당 단독 표결에서 재석 의원 188명 중 찬성 186명, 반대 1명, 무효 1명으로 이 위원장 탄핵 소추안은 가결됐다. 여당은 반발하며 국회 본회의장을 나갔고, 표결에 불참했다.
이로써 이 위원장은 취임한 지 이틀 만에 직무 정지가 됐다. 헌법재판소가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 전까지 직무 정지 상태가 유지된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야당은 윤석열 정부 들어 총 18건의 탄핵안을 냈다. 이 중 방통위 수장에 대해서만 4건을 발의했다. 이동관·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위원장 직무 대행은 자신의 탄핵안이 국회에 표결되기 전 자진 사퇴했다.
조선일보 김상윤 기자
08.02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국회 본회의 통과…野 단독 처리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35만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당은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해 국회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강제 종료시키고 법안을 가결시켰다. 표결 결과 재석 187명 중 찬성 186명, 반대 1명이 나왔다. 반대 1명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지난 총선 때 전 국민 25만원 지급을 공약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 직후 1호 당론 법안으로 발의한 특별법은 정부가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35만원을 유효기간 4개월의 ‘지역 사랑 상품권’으로 주는 내용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재원은 약 12조8000억~17조9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여당은 ‘현금 살포 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날 “25만원 민생지원금은 13조원이 소요되는데 재원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며 “헌법상 삼권 분립 원칙에 어긋난다. (입법부가) 법률을 통해 행정부의 예산을 강제하는 건 위헌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상윤 기자
08.03 '바보들의 행진' 무한 반복 국회, 두 달 쓴 돈이 1200억원

▲국민의힘 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이 안건으로 상정되자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의 총선 공약을 위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소추안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처리됐다. 야당들은 노조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까다롭게 하는 ‘노란봉투법’도 상정했고,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 지연을 위한 24시간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이진숙 위원장 탄핵안은 개원 두 달 된 22대 국회의 7번째 탄핵안으로, 그의 취임 이틀 만에 처리됐다. ‘25만원 지원법’은 정부의 예산편성권 침해에 따른 위헌 논란이 있고, ‘노란봉투법’은 기업 재산권 침해 문제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확실하다. 민주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하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대응하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소모전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오죽하면 여당 중진이 ‘바보들의 행진’이라고 했겠나.
22대 국회는 오로지 정쟁과 대립으로만 치달을 뿐 민생과 합의는 0점을 면할 길이 없다. 민주당은 MBC의 영구적 노영(勞營) 방송화를 위한 방송 4법과 해병대원 특검법을 강행 처리하면서도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된 민생 법안은 손을 놓고 있다. 16개 상임위원회 중 절반인 8개 상임위는 두 달간 단 한 건의 법안 심사도 하지 않았다. 기획재정위·산업통상위·정무위 등 주로 경제와 민생 관련 상임위들이다. 반면 법사위·환경노동위 등 4개 상임위는 특검이나 야당이 추진하는 법안, 그리고 탄핵 청문회 같은 정쟁으로 분주했다.
올해 국회 예산은 7600억원 수준이다. 4년 전 21대 국회 첫해보다 900억원가량 늘었다. 이 예산의 상당 부분은 국회의원 300명과 6500여 명의 보좌관, 그리고 국회 사무처 직원들의 급여와 인건비로 나간다. 두 달간 인건비 포함해 1200여 억원의 예산이 정쟁에 허비됐다. 지금처럼 여야가 타협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야당의 강행 처리와 여당의 필리버스터, 그리고 대통령 거부권이 반복된다면 나머지 예산도 공중으로 날아갈 것이 뻔하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통위원장 임명을 비판하면서 “국가를 정상적으로 운용할 자신이 없다면 당장에라도 정권을 반납하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에서 대통령 탄핵 청문회를 열더니, 이젠 지도부까지 공개적으로 대통령 탄핵을 연상시키는 ‘정권 반납’을 거론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민의힘도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거부권 같은 맞대응에 머물고 있다. 지금 같은 무생산·무개념·무능력 국회가 계속된다면 세비 반납을 요구하는 국민 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08.03 검사 탄핵 사유가 '이재명 괴롭힌 죄'라니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인 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17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심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괴롭한 검사들의 죄상을 밝히겠다"며 검사 탄핵을 추진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검사 4명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한 직후 민주당 법사위 간사 김승원 의원은 “조작과 협박으로 이재명 대표님과 가족, 그리고 동지들을 괴롭힌 무도한 정치 검사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 등을 괴롭힌 것이 탄핵 사유라는 것이다. 고위 공무원이 직무 집행에서 헌법·법률을 심각하게 위반했을 때 하는 것이 탄핵이다. 검사가 수사했다는 이유로 피고인 측이 탄핵하겠다니 듣도 보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이 이 대표와 관련해 탄핵을 의결했거나 발의한 검사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를 맡은 수원지검 이정섭 차장검사와 박상용 검사, 대장동·백현동 비리를 수사한 강백신·엄희준 검사 등 4명이다. 이들 사건은 문재인 정부 때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시작됐다. 사건 조작과 협박은 민주당의 일방적 주장일 뿐 어떤 증거도 없다.
이 차장검사에 대해선 위장 전입도 문제 삼았지만 그게 사유라면 문 정부 고위직 상당수가 탄핵 대상이었다. 박 검사는 오래전 검찰 회식 때 음주 추태를 벌였다고 했지만 근거도 없고 설사 사실이라 해도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 다른 검사들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때 재소자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탄핵 사유를 들었지만 이미 무혐의로 결론이 난 사안이다. ‘카더라’식 의혹뿐 사실에 부합하는 게 하나도 없다. 탄핵안에 첨부된 증거·자료도 언론 보도 4건이 전부였다고 한다. 그러더니 이번엔 노골적으로 “이 대표 괴롭힌 죄”라고 했다. 이 대표 수사 검사에 대한 보복이자 방탄용 탄핵임을 자인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들을 법사위로 불러 조사하겠다고 한다. 이 대표를 대북 송금 공범으로 기소한 부장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하고 돈 봉투 사건 수사 검사에 대한 탄핵 청문회도 열겠다고 했다. 수사한 검사를 수사하는 특검법도 추진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망신 주며 자기들 뜻대로 수사하라고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대북 송금 사건 재판부까지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의원은 “판사도 선출해야”라고 했다. 이 대표 대선 가도에 걸림돌이 되면 누구든 죄를 만들어 탄핵하고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난무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8.03 한국 민주주의 위협하는 거대 야당의 의회 폭주
불법 증거 없어도 반복하는 ‘묻지마 탄핵’
산업계 대혼란 야기할 노란봉투법 강행
삼권분립·공화정신 훼손은 역풍 맞을 것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 위원장이 방통위를 이끌 적임자인지에 대해선 얼마든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 위원장을 탄핵한 것은 비이성적 정치 공세다. 헌법 65조는 “공무원이 그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31일에 임명됐다. 고작 취임 3일 차 밖에 안됐는데 도대체 무슨 불법을 저질렀단 말인가. 결국 ‘묻지마 탄핵’인 것이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김태규 부위원장과 둘이서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와 KBS 이사진을 선임한 게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통위법 13조는 “위원회 회의는 2인 이상 위원 요구로 소집하고 재적 과반수로 의결한다”고 돼 있다. 방통위 ‘2인 체제’가 기형적이긴 해도 불법으로 볼 근거는 없다. 이미 법원도 ‘2인 체제’가 위법은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지난달 26일 민주당이 방통위의 의결 정족수를 4명으로 늘리는 방통위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은 거꾸로 현행 ‘2인 체제’가 위법이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처럼 탄핵 요건이 전혀 성립되지 않지만, 민주당이 막무가내로 탄핵을 밀어붙인 건 윤석열 정부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겠다는 저급한 정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탄핵중독은 심각한 수준이다. 22대 국회 출범 후 탄핵안 발의가 벌써 7번째고, 그중 방통위원장(직무대행 포함)에 대해서만 3번째다.
지난달 초 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와 자당 의원들을 수사했던 검사 4명에 대해 탄핵안을 낸 것도 기가 막힌다. 민주당은 해당 검사들을 국회 청문회에 출석시켜 망신을 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법사위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조작과 협박으로 이재명 대표님과 가족, 그리고 동지들을 괴롭힌 무도한 정치 검사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범죄 피의자 측이 검사를 추궁하는 전대미문의 코미디가 곧 상연될 판이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도 선을 넘었다. 민주당은 어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을 강행 처리했다. 이 법안은 전 국민 1인당 25만~3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한다는 것인데, 소요예산만 최소 13조원에 달한다. 이게 과연 자영업자·소상공인·서민 지원에 효율적 방식이냐를 두고 반대 여론이 만만찮다. 또 재정 악화를 가속하고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헌법상 예산편성권이 정부에 있는데 정부 동의도 받지 않고 야당 마음대로 나랏돈을 뿌리는 건 위헌 소지가 충분하다.
민주당은 기업들이 펄쩍 뛰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도 밀어붙이려 한다. 여기엔 산업계 전반을 뒤흔들 독소조항이 수두룩하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원청 기업을 상대로 하청 기업의 쟁의 행위가 가능해져 수백 개의 협력업체를 둔 자동차·조선·건설업체 등은 1년 내내 파업에 시달릴 판이다. 불법쟁의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 노조원 개인에게 연대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하는 등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도 있다. 사실상 ‘불법파업 조장법’이다. 노란봉투법이 그렇게 좋은 법이면 민주당은 왜 자신들이 여당이었던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았는가.
민주당은 늘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를 자처해왔다. 그러나 요즘 민주당의 행태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다수의 횡포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계속 삼권분립과 공화(共和)의 정신을 훼손하면 결국 거대한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08-05 ‘묻지 마 탄핵’ 해악과 최종 피해자
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지난 2일 국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취임 당일 탄핵안이 발의돼 이날 표결로 직무를 시작한 지 단 이틀 만에 직무를 정지당했다. 탄핵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게 헌법이 입법부에 부여한 기능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 각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 중앙선관위 위원, 감사원장, 검사 등이 직무 집행에서 헌법·법률을 위반했을 때는 국회가 탄핵소추를 할 수 있게 해 권력 균형을 유지하고 준법 의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탄핵은 다른 법률적 제재 방법이 불가능할 때 최후 수단이 돼야 한다는 것이 이 제도를 도입한 모든 국가에서 채택하는 원칙이다. 이 위원장의 경우, 취임 당일에 무슨 중대한 헌법 및 법률 위반을 범할 수 있었겠는가. 죄가 있다면 국회에서 다수를 점한 야당의 뜻을 거슬러 정부·여당 몫 공영방송 이사들을 임명한 것뿐이다. 자신들의 몫인 이사들은 추천하지 않으면서 이 위원장의 취임 전부터 공영방송 이사들을 임명하면 탄핵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었다는 점에 비추어 헌법이나 법률 위반보다는 공영방송을 사실상 장악하려는 목적에서 비롯한 탄핵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 위원장 탄핵의 사례에서 보듯이, 야당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탄핵을 일상화하고 있다. 제22대 국회 개원 후 야당이 추진한 탄핵안은 7건이다. 1주일에 1건꼴이다. 이 가운데는 이상인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도 있었고 이재명 전 대표와 민주당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도 있다. 이들 검사는 이 전 대표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대장동·백현동’ 의혹과 ‘민주당 돈봉투 사건’ 등을 맡고 있다. 헌법상의 규정과는 무관한, 이 전 대표 방호를 위한 정치적 목적의 탄핵이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그동안 탄핵은 일부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한 것도 사실이다. 두 명의 대통령이 탄핵소추되면서 최고 권력자도 헌법·법률을 위반하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분명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일상화된 탄핵은 탄핵 제도의 원래 기능과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 고위 공직자의 지위를 불안하게 할 뿐 아니라 탄핵을 둘러싼 여야 극한 대립으로 민생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특정 정당과 특정 정치인은 득을 볼지 모르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실제로 22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된 민생 법안은 전무하다.
정치적 목적의 탄핵 남발을 막기 위해 현행 탄핵 제도를 개선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엄격히 행사해야 할 탄핵을 정치권이 쉽게 꺼내고 있는 것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 또는 각하되더라도 정치적 책임 이외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데 일단의 이유가 있다고 보인다. 민간인의 경우, 거짓으로 고소하거나 고발하면 무고죄로 처벌받고, 민사상 엄청난 손해배상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권리만 행사할 뿐 법적으로 책임지지 않으니 탄핵을 조자룡 헌 창 쓰듯 휘두르는 측면이 있다. 헌법은 쉽게 손볼 수 없겠지만, 국회법에서라도 탄핵 남발을 억제할 최소한의 장치가 언젠가는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문화일보
08-05 미국발 경제 먹구름… 총력 대응 절실한데 발목 잡는 巨野
중국 경제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지난 주말엔 미국발(發) R(경기침체·Recession) 공포가 세계를 강타했다. 미국은 1주일 전만 해도 2분기 성장률 2.8%에 환호했다가 갑자기 고용·제조업 지수가 얼어붙으면서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7월 고용지수는 43.4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9월(45.4)보다 나빠졌다.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는 11만 개로 직전 12개월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고 실업률도 4.3%로 높아졌다.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PMI) 역시 46.8로 시장 예상치(48.8)에 크게 못 미쳤다. 이에 따라 9월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이상 내리는 ‘빅 스텝’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기침체 공포가 인플레이션의 성공적 진화를 압도하면서 비상이 걸린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I(인공지능) 거품론’까지 확산하고 있다. 지난 2일 인텔 주가가 26% 급락한 데 이어 SK하이닉스 10%, 대만의 TSMC 주가도 6% 떨어졌다. 5일엔 엔비디아의 차기 AI칩인 블랙웰의 설계 결함이 보도되면서 오전 10시 30분 코스피가 4.56% 급락하는 ‘검은 월요일’이 됐다. AI용 투자가 수익 창출보다 막대한 비용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기술주 투매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이 최대 수출 시장으로 부상한 만큼 미 경제 위축은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다. AI 거품론으로 회복 궤도에 오른 반도체 수출이 다시 어려워질 수 있다. 1000억 달러(약 136조 원)를 엔비디아·테슬라 등에 투자한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대규모 손실 우려와 고통도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2분기에 0.2% 역성장한 어려운 처지다. 정책 엇박자로 집값은 급등하고 가계 대출이 폭증하는 등 복합 골절 상태다. 환율과 물가 상승 우려로 기준금리는 내리기 쉽지 않고, 세수 부족에 따라 재정을 확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미국발 경제 먹구름에 맞서 초당적 총력 대응이 절실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방송 4법과 ‘25만 원 지원법’에 이어 경제 발목을 잡는 노란봉투법까지 국회 본회의 처리에 나섰다. 미국발 복합 악재와 민생은 외면한 채 ‘거대 야당의 입법 강행-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도돌이표처럼 무한 반복되고 있다.
문화일보 사설
08-05 덩치만 큰 민주당의 ‘무능 리스크’
정권 조기 쟁취 매몰돼 발목잡기만 남발
탄핵 등 당력 허비… 국가 미래담론 실종
저조한 全大투표율-정당지지율 ‘경고등’
사법리스크 피하려다 신뢰 위기 부를 판
요즘 더불어민주당은 참 낯설다. 정치부 기자로 처음 출입했던 정당이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였다. 약 30년 전 일이다. 그 뒤로도 하도 이합집산을 많이 해서 역사를 읊기도 쉽진 않지만 민주당 계열 정당은 치열한 노선 싸움을 벌이며 그들 나름대로 ‘당내 민주화’의 길을 걸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친노 패권, 친문 패권 등 특정 계파의 당권 독점으로 분란이 끊이질 않았지만, 그 또한 30% 안팎의 비주류는 늘 존재했기에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다. 그걸 알기에 아무리 비명들이 횡사했어도 이번 전당대회에서 2위 후보가 30%까진 아니라도 20% 안팎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예측도 했다.
순진한 착각이었다. 민주당은 ‘이재명 1인 옹위(擁衛) 정당’으로 완벽하게 변모하는 중이다. 올림픽 일정에 맞춰 전대 일정을 짰는지, 공교롭게 일정이 겹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소리 소문도 없다. 중간 결과는 85%를 넘는 득표율. ‘전체주의 정당’ 소릴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면 이재명 후보도 께름칙한 구석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권리당원 투표율이 30% 정도에 그치고 있다. ‘당원 중심 정당’ ‘당원 주권 확대’ 등을 내세우며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확대했는데, 오히려 투표율이 떨어지는 역진(逆進)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투표율은 낮고 특정 1인의 득표율만 높은 ‘외화내빈’은 ‘일극(一極) 체제’의 정당성도 위협한다. 이 후보는 “일극은 맞지만 체제는 틀린 말”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일극’은 “다양한 국민들, 민주당 당원들이 선택한 결과”일 뿐 자신이 인위적으로 만든 ‘체제’가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권리당원 10명 중 7명은 팔장을 끼고 있다는 사실은 뭘 의미할까. ‘다양성’이 지금 민주당에 있기는 한가.
지금 민주당은 오로지 윤석열 정권을 어떻게 무너뜨릴 것인지의 권력 쟁취에만 혈안인 듯 보인다. 그런 광적인 분위기가 90% 득표율의 ‘이재명 옹위’로 발현되고 있다. “메뚜기떼” “전체주의 유령” “제왕적 1인 정당” 등의 비판은 내부 총질로 치부된다. 단일대오로 외부의 적에 맞서자는 논리다.
사실 전당대회는 당원들의 잔치, 집안 잔치다. ‘개딸 잔치’로 흐르건 말건 뭔 상관이냐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170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그들만의 행사일 수는 없다. 매년 수백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고 1명당 10억 원의 세금이 지원되는 국회의원을 170명이나 거느린 정당이어서만은 아니다. 돈 문제를 떠나 국가 시스템의 핵심적인 한 축인 입법부가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와 직결된 사안이기에 그렇단 얘기다.
그 점에서 볼 때 민주당은 낯설기만 한 게 아니라 한심하다. 불과 몇 달 전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바탕으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도 국민의힘보다 정당 지지율이 낮고, 이 후보의 대선후보 지지율도 20%대에서 맴돌고 있다. 이유가 뭘까. “3년도 길다”던 윤석열 정권을 왜 빨리 끝장내지 못하냐는 불만 여론 때문일까.
민주당 주류가 그런 판단을 하고 있다면 국민을 우중(愚衆)으로 여기는 집단 착각이다. 필자가 보기엔 지금 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덩치만 큰 못된 아이’ 같다. 덩치 작은 아이의 발목을 잡고 오도 가도 못하게 해놓고는 뭘 어쩌자는 건지 시간만 질질 끌며 괴롭히고 있다는 얘기다. 고작 20%대 정당 지지율을 갖고 있으면서 대통령 탄핵 운운하며 군불을 땐다. 방통위원장이 얼마나 문제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으나 과거 법카 내역을 싹 뒤진다며 부산을 떨더니 취임 이틀 만에 탄핵안을 통과시킨다. 듣기만 해도 진부한 ‘25만 원 지원’을 엄청난 민생 비책인 양 레코드처럼 틀어댄다. 이러니 국회가 지방의회 수준만도 못하다는 조롱까지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은 정국을 리드할 수도 있었다. 대통령 탄핵이니 25만 원이니 하며 귀한 시간을 허비할 게 아니라 국가경쟁력, 미래 등의 담론을 주도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연금, 저출산, 신성장 동력 등 굵직한 국가적 과제가 한둘인가. 그런데도 지엽적인 정파적 이슈에만 매몰돼 있다. 이는 무슨 거창한 국가 비전을 떠나 기본적인 공적 책무(責務)와 관련된 문제다. 더 선명해질 ‘단색(單色)’ 조직이 어떻게 다양한 가치와 인적 역량을 담아낼 수 있을까. 민주당이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면 사법리스크 떼려다 더 큰 신뢰 위기, ‘무능(無能) 리스크’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정용관 논설실장 yongari@donga.com
※전라도 등쳐먹는 '고리대금업자'들의 실체!... 호남논객의 직격
08.05 당신들은 전라도에 나타나기만 하면 그토록 증오심을 조장하지 못해 안달이냐

▲MBC 뉴스 캡처
전북 군산에서 사는 내 눈에는, 사진의 이들이 바로 전라도 발전을 가로막고 전라도를 등쳐먹는 고리대금업자들이다.
무더운 날 전라도에 와서 겨우 한다는 소리가 ‘윤석열 정부 끝장낸다’ ‘이진숙 끌어내린다’ 등등 왜 그렇게 증오감에 핏발 세우는 소리를 전라도에 와서 하나.
당신들이 볼 때 전라도가 증오심의 고장이냐... 전라도는 멋과 예향의 고장이다...
우리 이렇게 생각해보자. 당신들의 소중한 가족들인 금쪽같은 자식들 모아놓고 그렇게 살벌한 소리들을 하지 않고, ‘공부 잘 하라’고 하겠지. 그래서 미국 아이비리그 같은 데 유학 가라고 하겠지.
그런데 전라도에 와서는 왜 그렇게 살벌한 소리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퍼부어대는 건가? 교육에 안 좋다. 전라도에도 소심하고 온순한 사람들 많다. 당신 가족들한테는 못할 소리를 왜 그렇게 전라도 사람들 귀에 대고 확성기 대고 하느냐고...
그게 전라도에 대한 애정이냐. 솔직히 아니다. 그렇게 전라도가 좋으면 당신들부터 당신 가족들부터 서울에 있는 자산들 모두 헐값에 파고 그 돈 싸매고 전라도로 이사오라고 권해라. 그리고 당신들 금쪽 자녀들. 강남 8학군 사교육 때려 치우고 전라도로 전학보내라. 당신들 부모들은 전라도에 요양병원 보내고.
제발 현실적인 문제를 개선해다오. DJ 때부터 한국의 좌파 세력은 전라도 사람들에게 증오심을 주입하고 혐오감을 고취시켜 표 몰이 수단으로 써먹었는데. 전라도 사람들은 뭘 얻었냐?
전남은 고령화가 가장 빠른 곳. 전북은 지역소득이 가장 낮은 곳.
그뿐인가? 전라도 사는 청년들에게 물어보라. 98%는 학교 졸업과 함께 전라도를 당장 뜨고 싶다고 한다. ‘비전 없어... 비전 없어... 비전 없어...’
생각할수록 어이없는 것이 당신들은 전라도에 나타나기만 하면 그토록 증오심을 조장하지 못해 안달이냐. 혐오감, 집단 무의식, 광기, 윤석열 대통령이 전라도에 뭘 그렇게 잘못한 게 있다고.
설령 잘못을 했어도 왜 전라도 사람들을 향해 그토록 대통령 욕을 못 해 안달이냐고. 정치적 지지 여부는 한 개인의 자유다.
당신들이 싫어하는 정치인이나 정치 세력을 당신들이 가서 따지고 싸우면 되지. 왜 그걸 전라도에 끌고 들어와서 전라도 사람들을 선동해 전라도 사람들을 싸움판으로 끌고 들어가냐고. 이 넋나간 사람들아.
더 황당한 건 저런 고리대금업자들의 주위를 배회하는 토박이 정치꾼들. 그들은 원래 좌파도 아니다. 흙수저도 아니다. 토종 전라도 금수저들이다. 아니냐?
특히 저들 중에 전라도가 고향이라는 사람들은 정말 반성이 필요하다. 당신들은 정말 전라도 정체감과 애향심이 있냐. 솔직히 까자. 당신들이 고향 사람들에게 조장하는 그 증오심과 혐오감이 애향심이라고 생각하냐?
당신들 선동의 기술에 넘어가 고향 사람들이 모조리 생업도 내팽개치고 정치 투쟁에 매몰되면 당신 고향 사람들은 뭘 얻는 건데? 당신들은 권력과 완장을 얻겠지.
그런데 당신 고향 사람들은 뭘 얻느냐고. 당신 고향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인프라 확충과 기업투자 아니냐. 왜 당신들은 이 전라도에 나타나면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고 가난한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도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구체적인 비전은 내놓지 않고 허구헌날 현재 대통령과 영부인 욕만 할까. 그런 게 전라도 민생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왜 기업투자를 가져오겠다는 말은 안 하냐. 전라도 사람들이 당신들 선동에 맞춰 일렬종대로 표들고 따라다니는 레밍들이냐. 당신들 권력 챙기고 완장 찰 욕심인 거지.
그렇게 살벌한 정치 투쟁에 매몰된 전라도 사람들에게 남은 건 고용감소와 자산가치 하락, 물가상승이다.
그 결과 실질소득 하락과 함께 후생감소.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열악한 인프라. 삶의 질 지수 하락. 지역민들의 패배감과 울분. 그리고 때 맞춰 나타나는 정치꾼들과 그 앞잡이와 바람잡이들. 이들은 특정인을 악마화하고 선동한다.
증오심과 혐오감을 조장하고 지역민들의 몰표로 분풀이하게 한다.
기업경영을 위한 정치적 환경 악화, 정치적 리스크 증대, 기업들의 투자 외면. 또 고용감소와 자산가치 하락.
모든 건 반복된다. 그 결과가 지금 전라도의 모습 아니냐. 당신들이 전라도 민생을 박살냈으면서 왜 전라도를 위할 것처럼 ‘구라’를 떨까.
전라도가 끝장 내야 할 건 돈 안 되는, 아무 실속 없는 위선의 굿판 같은 선동과 증오의 정치인 것이다. 전라도 사람들 스스로 나서서 전라도 개발론을 띄워야 한다.
전라도는 정치꾼들 말고 기업인들과 투자가들이 찾아와야 한다. 내려지는 결론은 당신들은 전라도 사람들을 등쳐먹는 고리대금업자들이다.
이양승 전북 군산대학교 교수
출처 : 최보식의언론(https://www.bosik.kr)
08.06 탄핵이 기각되면 의원의 직무도 정지해야
의회 독재로 나라 멍든다
일종의 무고죄, 세비 반납하라
탄핵 남발은 직권남용보다 해악
국회 해산 절차도 부활을
국회도 잘못하면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불체포-면책 특권을 포기하라는 말은 이제 그만두겠다. 입만 아프다. 국회에 윤리위와 의원 제명 규정을 뒀다지만 국민 눈을 속이려는 위장망에 불과하다.
국회법은 국회의원에게 무시당한다. 의무 조항은 있는데 벌칙이 없다. 그걸 ‘훈시적 의무 조항’이라면서 당연한 것처럼 뻗댄다. 최초 입법 취지는 있었겠으나 이젠 퇴색했다. 행정 독재가 아니라 의회 독재로 나라가 멍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오로지 차기 선거에 의해서만 책임진다는 오만한 자기 기만에 빠져 있다. 그래서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로 꽃피우는 게 아니라 선거로 망한다. 포퓰리즘이라는, 합법을 가장한 매표 시스템에 따라 파탄의 수렁에 빠지는 것이다.
탄핵 소추는 국회가 휘두르는 기소 권한이다. 그러나 인기 영합적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되면 국회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삼권분립에 체크 앤드 밸런스가 상호작용으로 살아 숨 쉰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순간 그 공직자의 직무는 정지되고 기능은 마비된다. 탄핵 대상은 부처의 장(長)일 경우가 태반인데, 소추만으로도 국정 운영이 차질을 빚고 국가적 손실이 발생한다. 그 손실의 일차적-직접적 피해자는 국민일 수밖에 없다. 헌재의 결정이 있기까지 최장 180일(6개월) 동안 그렇다.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 그걸 발의한 의원들은 일종의 무고죄를 저질러 국민에게 큰 피해를 끼친 셈이므로 그 결과에 대해 당장 임박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다음 선거로 의회를 갈아치울 때까지 4년은 너무 길다.
국가의 권능은 입법-사법-행정이란 솥발 세 개를 딛고 정립(鼎立)하는 최상위 존엄이자 구성체로서 존재한다. 국가의 권능은 하위 구성체에 불과한 국회-법원-정부를 삼엄하게 다스리고 거느려야 한다. 특히 국회가 정파적-극단적 진영 프레임에 갇혀 표준적인 대의민주제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권능은 솥발 세 개에 균평한 상호 견제 권한을 부여함과 동시에 삿된 견제로 기회를 남발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물어야 한다. 탄핵 남발에 따른 국민적 피해는 반드시 구제하고 변상해야 한다. 국회의 탄핵 남발은 행정부의 직권남용보다 몇 배 더 심각한 해악을 끼친다.
먼저 남발의 싹을 잘라야 한다. 국회 교섭단체 정당의 탄핵 발의는 특정 정권의 임기 5년 동안 3회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현대 스포츠의 핵심적 특징 중 한 가지는 비디오 판독에 있는데, 요청 횟수가 제한돼 있다. 무한정 용인하면 경기 운영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물며 국정 운영을 긴 기간 중단시키는 탄핵 요청에 있어서랴.
탄핵 소추안이 헌재에서 기각될 경우 소추안에 서명한 의원들의 의정 활동도 6개월 동안 정지돼야 한다. 이 기간 세비도 반납해야 한다. 아울러 기각된 탄핵 소추안에 무고 혐의가 있는지를 수사할 ‘탄핵 남용 의혹 특검법’이 자동적으로 발동돼야 한다.
최고 존엄인 국가의 권능은 대개 신상필벌(信賞必罰)로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밝힌다. ‘신상’의 대표적 표현이 사후까지 국가 유공자를 모시는 입법과 정책 실천이다. ‘필벌’은 자국 국민에게 해악을 끼친 내외의 가해 세력에 재산 변제 혹은 신체 구속의 책임을 끝까지 물음으로써 완성된다.
제대로 발전한 자유 민주국가는 신상은 후덕하게 베풀고 필벌은 가혹하게 징치함으로써 존엄과 권능을 격상하는데, 그래야만 국민들이 국가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고양하게 되는 것이며, 이것이 가장 세련된 형식의 국력으로 승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통계상 잡히는 국가 사이즈와는 크게 관계없는 일이다.
다음 개헌 때는 ‘국회 해산 절차’를 부활시켜야 한다. 한비자는 국가가 신상필벌을 해야만 백성이 전쟁터에 나선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광일 기자
08-06 간호법·반도체법 등 민생법 10개라도 신속 처리하라
8월 임시국회 시작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오기 입법’도 재연됐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의 재의 요구(거부권)로 폐기됐는데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해 통과시킨 법안이 5일 ‘노란봉투법’까지 6개다. 반면에 민생 법안 처리는 뒷전이다. 고물가·고금리가 여전한데 경기마저 팍팍한 서민 고통에 국회의 책임도 크다. 당장 소모적인 정략 대결의 악순환을 끊고, 정치 쟁점과 분리해 민생 법안을 우선 처리하는 것이 국회의 마땅한 의무다.
이견 없는 법안부터 서둘러야 한다. 보건복지위에 상정된 간호법은 의료공백 최소화와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에 필수적인 진료지원(PA) 간호사 제도화 등을 위한 것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바뀌었고, 여야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서 얼마든지 합의할 수 있다. 국토교통위의 전세사기특별법은 정부가 경매차익 보증금 지원, 민간주택 전세 임대 등을 추가로 내놓으면서 민주당과 이견을 좁히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위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시설특별법은 21대 국회서 여야가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가 대치 정국 속에 불발된 것이다. 저장시설 포화 해소뿐만 아니라 원전 수출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육아 시기 근로시간 단축 확대 등을 담은 환경노동위의 모성보호 3법(남녀고용평등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은 여야 합의 처리가 예상됐으나 노란봉투법 대치로 밀려난 상황이다. 양육 의무를 불이행한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구하라법’도 여야 이견이 없다. 법제사법위가 탄핵소추 관련 청문회 등에 매달리지 않았다면 벌써 합의했을 법안이다.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를 15%까지 높이는 ‘K칩스법’(반도체 등 투자 세액 공제 연장)도 여야 모두 법안을 발의해놓았지만, 기획재정위의 조세소위원장 자리다툼에 진전이 없다. 예금 보호를 위해 걷는 예금보험료율 한도를 정한 예금자보호법, 노후 도심 부지 개발 근거인 공공주택특별법은 각각 이번 달 말과 다음 달 말로 일몰이 닥쳤는데,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거부권 유도의 탄핵 몰이 정략이 깔려있음을 모르는 국민이 없을 것이다. 이재명 전 대표의 ‘먹사니즘’이 진정성 있는 주장이라면, 이들 10개 법안의 신속한 처리에라도 앞장서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8-06 거대 야당 폭주와 의회민주주의 위기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국가이다. 대통령제의 특징은 권력분립과 국가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이다. 국민은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고, 대통령은 독자적으로 행정부를 구성한다. 대통령제의 본질적 특징은 입법권과 행정권의 상호 독립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법률안 거부권, 예산안 제출권, 행정입법권 등을 갖고, 의회는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대한 동의권, 예산안 심의확정권, 탄핵소추권, 국정조사권 등을 갖는다.
최근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의 주도 아래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계속 의결하였다. 그런데 형사사법기능을 행사하는 공무원에 대한 탄핵소추는 자칫 잘못하면 수사와 기소, 재판에 영향을 미치게 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처럼 탄핵소추가 빈번해지면 권력분립원칙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이 깨지고, 형사사법체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탄핵소추권은 국회의 행정부·사법부에 대한 강력한 견제권이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국무총리·장관과 헌법재판관·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감사원장과 감사위원 및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면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해당 공무원은 탄핵심판이 결정될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다.
헌법이 탄핵소추 대상 공무원을 나열하고 있는 것은 공무원 누구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의미한다. 물론 헌법은 만일을 위하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도 탄핵소추의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은 법률로 공무원의 범위를 정하더라도 최소 차관급 이상의 공무원만 대상으로 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다만, 법관은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받기 때문에 포함한 것이다.
국가의 형사사법체계가 흔들리면 법치국가는 훼손된다. 법치국가 원리는 칸트의 이성국가론을 바탕으로 자의적인 정치권력을 통제하기 위해 등장하였다. 정치권력이 국가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면 역사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피해가 발생한다. 국회에서 정치적 성향의 입법이 빈번해지면 국정에 혼란을 초래하게 되고 국민의 법적 신뢰가 훼손된다.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을 놓고 여야는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언론이 제4의 국가권력이라고 생각하는 방증이다. 그렇지 않다면 야당이 이렇게 총력을 기울여 방송통신위원장의 권한행사를 정지하려고 탄핵소추권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는 행정기관이지 국회의 하부기관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그 신분에 맞는 중대한 법 위반을 탄핵심판 요건으로 하였다. 이렇게까지 탄핵소추권을 행사하면 헌법을 위배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야당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만 왔다 갔다 한다. 국정은 표류하고 국민은 국가권력 간의 살벌한 춤사위만 보는 관객으로 전락했다. 의회민주주의 위기는 국민의 선택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후퇴는 대한민국의 위기를 불러온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미래를 고려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그 오남용은 영원히 역사에 박제된다. 무소불위 권력도 한순간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국회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책임이다.

문화일보 사설
08.07 오염수 괴담 1년, 거짓에 반성한 사람 아무도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당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총괄대책 위원회 상임위원장) 등 민주당 인사들이 2023년 9월 4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국제공동회의에서 후쿠시마 방류 반대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8월로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를 방류한 지 1년이다. 1년간 총 5만4600톤의 처리수를 태평양으로 방류했지만 단 한 번도 방사능 기준치에 근접한 적이 없다. 지난 6월 7차 방류 때 삼중수소 농도는 세계보건기구 기준치의 2.6%였다. 자연 상태의 삼중수소 농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후쿠시마 방류 전부터 “우리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된다. 핵 테러이자 제2의 태평양 전쟁”이라며 괴담을 퍼뜨렸다. 과거 광우병과 사드 전자파 괴담 유포에 앞장섰던 좌파 단체와 방송들도 가세했다. 이들은 “세슘 우럭 너나 먹어” “차라리 X를 먹겠다”며 불안을 조장했다. 한때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고 ‘천일염 사재기’까지 벌어졌다. 그 피해는 우리 어민과 수산물 상인들이 봤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지 12년이나 지났는데 우리 바다에 아무 영향이 없다. 사고 당시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오염수가 처리도 없이 그대로 바다로 들어갔다. 그런데도 우리 바다에 영향이 없는데 오염수를 처리해 훨씬 적은 양을 방류하는데 어떻게 우리 바다에 영향을 미치나. 방류수가 태평양을 돌아 4~5년 뒤 우리 바다로 오면 삼중수소 증가량은 X레이 한 번 찍을 때의 1000만분의 1에 불과하다. 우리보다 먼저 영향을 받는 미국·캐나다·멕시코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식품 안전에 가장 엄격한 유럽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재개했다. 거의 모든 원자력 전문가들도 괴담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원자력에 아무런 지식이 없는 이재명 전 대표는 전문가들을 “돌팔이”라고 했다. 괴담 살포에 앞장선 좌파 인사들은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에 참여했다. 전교조 간부는 교사들 개인 정보를 빼내 ‘방류 반대’ 독려 메일을 보내고, MBC는 물고기 떼죽음 거짓 영상을 내보냈다.
이들이 이런 허위 괴담에 매달린 것은 광우병 괴담처럼 정부에 친일 프레임을 씌워 궁지로 몰아 총선에 이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광우병 괴담 때와는 달랐다. 엉뚱한 피해를 본 수산업자들이 “수산물을 오염시키는 장본인은 정치인과 언론”이라고 비판했다. 정확히 그 말 그대로다. 괴담이 먹히지 않자 민주당 지도부는 갑자기 목포의 횟집에서 생선 회식을 하고 “맛있게 잘 먹었다”고 했다. 하루 전까지 수산물 먹으면 큰일 날 것처럼 하던 사람들이었다.
민주당은 지금도 오염수 괴담에 대해 사과나 반성 한마디 없다. 도리어 ‘방류 방조’라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유에 넣기까지 했다. 과거 광우병과 사드 전자파 괴담 때도 마찬가지였다. 괴담 선동으로 정치적 이득을 노리다 ‘아니면 말고‘다.
조선일보 사설
08.07 '바보 장기표'의 눈물
말기癌 선고받은 팔순 투사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일상화된 '갈등공화국'에
마지막 충언 쏟아내
"군부독재와 싸울 때도
이렇게 무기력하지 않아
정치가 도덕성과 인간성
회복 못 하면 나라 망해"

▲3년 전 조선일보와 인터뷰할 당시의 장기표 조무하 부부. "기자를 만나야 한다는데 여름 옷이 없어 오랜만에 원피스를 한 벌 사 입었다"며 수줍게 웃는 아내를 장기표가 따뜻한 눈길로 바라봤다.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 만난 두 사람은 평생의 동지이자 반려였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병문안을 가겠다고 하자 장기표는 프레스센터 지하의 보리굴비집에서 만나자고 했다. 말기암 진단을 받았지만 아직 걸을 힘은 있다고 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나왔다. 아내 조무하는 천하의 장기표를 ‘바보’라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나, 이날은 말이 없었다. 남편의 밥 위에 가시를 발라낸 굴비와 계란찜을 얹어주며 간혹 한숨을 내쉬었다.
두 달 전 노동운동가 한석호와 함께 장기표를 만났을 때만 해도 병색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총선 결과에 실망한 기색만이 역력했다. 낙선, 또 낙선의 연속이던 정치 인생이었지만 이번엔 다를 거라 확신했었다. 그러나 돌풍은 불지 않았다. 특권폐지당의 비례 득표율은 0.01%. 장기표가 허탈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주여,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
장기표에겐 여러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거리의 혁명가’, ‘영원한 재야’로 불렸으나 ‘몽상가’, ‘이상주의자’로도 조롱받았다. 소련 붕괴 후 제도권으로 간 재야의 동지들과 달리 “내가 추구하는 정치를 하겠다” 고집한 그는 창당과 낙선을 거듭하면서도 ‘정치로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장리쌀로 고통받는 빈농 아버지를 보며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게 국민학생 때였다. 서울 법대에 갔으면 육법전서 달달 외워 판검사로 출세해야 하는데, 전태일 분신에 충격받은 이 돈키호테는 하필 학생운동에 몸을 던졌다. 마르크스주의의 허상을 목격한 뒤로는 민주시장주의에 기반한 복지국가 건설을 대안으로 삼았다.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경제활동이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바뀌어야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것이 장기표 사상의 핵심이었다. 지극히 이상적이지만 이 방법이 아니고는 대량 실업, 양극화, 팬데믹, 인간성 상실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숱한 실패 끝에 말년의 그가 시작한 것이 특권 폐지 운동이다. 1억5000만원이 넘는 연봉에 180가지 특혜를 누리며 정쟁을 일삼는 국회와 온갖 카르텔로 엮인 기성 정치 세력을 그냥 두고는 저출산 1위, 자살률 1위의 대한민국을 구원할 수 없다고 믿었다. 국민 반응도 뜨거웠다. 여의도 시위에 5000명이 참여했고, 자원봉사자들이 줄을 이었다. 세상을 바꿀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세상은 바뀌지 않았고, 이준석이 공개했듯 국회의원의 억대 연봉과 특권은 그대로이며, 민심의 선택을 받았다는 22대 국회는 민생이 도탄에 빠지든 말든 탄핵과 특검의 지뢰밭을 향해 ‘무뇌아들의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장기표는 “군부독재와 싸울 때도 이렇게 무기력하진 않았다”고 했다. 무력감을 떨쳐내려 글을 썼다. 총선 후 석 달을 밤새워 집필한 ‘위기의 한국-추락이냐 도약이냐’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일상화된 갈등 공화국’ 대한민국에 보내는 충언이다. “비전도 전략도 없이 오직 집권욕에만 사로잡힌 여야가 적대적 공생 관계를 이뤄 나라와 민생을 거덜 내고 있다”고 질타한 그는, 도덕성과 인간성을 회복하지 않고는 이 나라에 미래가 없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장기표는 운동권 금기어였던 ‘사랑’ ‘행복’이란 단어를 거침없이 사용했던 투사였다. “사랑이 넘칠 때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것이 가장 진보적”이라고 한 그는, “도덕 없이 능력만 있으면 그게 도둑놈이다. 정치인의 통찰력은 좋은 머리와 책에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자기 생활이 발라야 한다”고 했다. 불행하게도 작금의 정치판엔 도둑과 범죄자가 득실대고 있다.
말이 어눌해지고 체중이 급격히 줄어든 건 최근 한 달 새 일이다. 담낭에서 암세포가 발견됐고, 이미 여러 곳으로 전이돼 의사는 손을 쓸 수 없다고 했다. 항암치료를 해도 버틸 수 있는 시간은 6개월에서 1년. 조무하는 “10년 징역을 살 땐 차라리 밖에 나와 아픈 게 낫겠다, 그러면 내가 간호라도 잘해줄텐데, 했는데 막상 그렇게 되니…”라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장기표가 목청을 높였다. “죽음은 두렵지 않아요. 항암도 안 해.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데! 다만 정치로 모두가 행복한 세상 만들지 못하고 가는 것이….” 팔순 투사의 눈가가 붉어졌다.
폭염 속 광화문을 평생의 동지였던 부부가 손 잡고 걸어갔다. 두 분이 가장 행복한 때가 언제였느냐 묻자 장기표가 “에브리데이”라고 했다. 조무하가 웃었다. “농사짓는 사람,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데 민주화운동 좀 했다고 보상금을 받는 건 얼마나 쪽팔리는 일인가” 일갈했던 부부였다.
광화문 네거리의 전광판은 그날도 여야의 진흙탕 싸움을 중계했다. 장기표의 특권폐지당이 내걸었던 공약이 떠올랐다. 주민투표로 의원직을 박탈하는 ‘국민 소환제’. 소환이 아니라 해산을 시켜도 시원치 않을 국회였다.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
08.08 '의회, 상생' 삭제, 당 강령까지 이재명 색깔로 바꾸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지난 7월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방문진법 표결에 앞서 정청래 의원과 대화를 하던 중 주말 내내 지속된 전당대회 등으로 피곤한 듯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당의 헌법인 강령을 개정하면서 ‘의회’나 ‘상생(相生)’을 삭제하고 ‘개딸’로 상징되는 당원의 권한 강화에 나선다고 한다. 민주당은 상생 대신 ‘더 강한 민주주의’, 그리고 이재명 전 대표의 개인 브랜드인 ‘기본사회’를 명시한 강령 개정안을 공개했다. 이 개정안은 새 당대표가 결정되는 18일 전당대회 때 의결될 예정이다.
강령 개정안은 171석의 거대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의 의회주의가 아니라 힘을 바탕으로 일방적 정치를 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기존의 ‘시민 중심 민주주의’는 ‘강한 민주주의’로 변경됐고, ‘대화와 타협’이 빠진 자리에 ‘당원 중심 대중 정당’이 추가됐다. 강경 노선 천명이다. ‘당내 민주주의 강화’는 ‘당원 참여 강화’로 바뀌었다. ‘강한 민주주의’는 최근 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이나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같은 법안들을 강행 처리하고, 두 달 사이에 탄핵안 7건과 특검법 9건을 쏟아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시민’ 대신 ‘당원’을 강조한 것은 민심보다는 당심을 우선하겠다는 뜻이다. 지금 민주당은 ‘개딸’로 상징되는 이 전 대표 강성 지지층에 의해 좌우되는 정당이 됐다. 민주당은 당대표와 국회의원 후보 선출뿐 아니라 원내대표나 국회의장을 선출할 때도 개딸들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강성 당원들의 입김이 커질수록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이 설 자리는 없어진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새 강령에 이 전 대표의 ‘기본사회’가 들어간 것을 두고 사당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은 ‘소득 주도 성장’을 강령에 넣더니 문 정부가 끝나자 이를 삭제하고 대신 ‘포용 성장’으로 대체했다. 이렇게 당대표나 주도 세력이 바뀔 때마다 당의 강령을 고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22대 국회 들어 의정 활동의 대부분을 이 전 대표 방탄에 할애하고 있는 민주당의 강령에 ‘기본사회’까지 들어간다면 사실상 ‘이재명 개인 정당’임을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이 전 대표가 90%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고, 그의 지지를 얻은 최고위원 후보들은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올라왔다. 당 지도부도 완전히 장악하는 것이다. 길게 보면 80년 가까운 전통을 가진 민주당이 이토록 사당화된 적은 없었다.
조선일보 사설
08.08 원조들이 보여준 네 가지 간신 유형
사마천 ‘사기’ 본기 서두를 보면 요임금이 순에게 제왕 자리를 물려주려 할 때 세상을 어지럽히던 사흉(四凶) 이야기가 나온다. 아득한 고대 이야기라지만 잘 음미해 보면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는 간사함의 대표적 유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 첫째가 혼돈(混沌)이라는 신하다. 그 특징은 이렇다. 마땅한 일 혹은 의로운 일은 덮거나 가리고, 몰래 남을 해치는 짓을 하고 흉악한 일을 좋아하는 자이다.
둘째로 궁기(窮奇)는 신의 있는 행동을 헐뜯고 비난했으며 그 충직한 자들을 미워하고 그릇된 말을 잘해 잘 꾸며댔다. 그래서 궁기는 행동이 끝에 가서는 반드시 궁색함에 이르고 남들에게 아첨해 기이한 짓을 하기를 좋아했다.
다음으로는 가르쳐 일깨울 수가 없고 좋은 말을 해줘도 알아듣지를 못하는 도올(檮杌)이다. ‘신이경(神異經)’에서 말했다. “서방 황무지에 한 짐승이 있는데 그 모양은 호랑이처럼 생겼으며 대단히 크고 털의 길이는 2척이며 사람 얼굴과 호랑이 다리를 하고 멧돼지의 입처럼 어금니가 있고 꼬리 길이는 1장 8척이었는데 황무지 안을 어지럽히고 다녔다. 이를 이름해 도올(檮杌)이라고 한다. 일명 오흔(傲很·오만하고 싸움질을 좋아함)이라 하고 일명 난훈(難訓·일깨워 주기 어려움)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먹고 마시는 데 탐욕을 부리며 재물을 밝혀 천하는 그를 도철(饕餮)이라고 불렀다. 순이 제왕 수업을 받으면서 세운 큰 업적 중 하나가 바로 요임금도 제거하지 못한 이 사흉을 먼 곳으로 내쫓은 일이다.
요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 후 몇 달간 보여준 ‘폭주 운전’을 보고 있노라니 지구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멸종 공룡들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속을 들여다보니 이런 사흉을 골고루 갖추고 있음을 본다. 날도 더운데 폭주하는 의원들 유형 분류 놀이라도 하면서 더위를 넘겨야 하나? 씁쓸함으로 보낸 2024년 한여름이다.

조선일보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08-08 억지 탄핵소추 이어 보복 청문회, 국회 과방위가 탄핵감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일탈이 심각하다. 민주당은 임기 시작 다음 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해 업무를 정지시켰다.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는 헌법 규정도 안중에 없는 억지 탄핵소추였다. 과방위는 급기야 임기 시작도 하지 않은 KBS 이사들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을 불러내기 위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친야 방송을 지키겠다는 정략 때문에 국가 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가위 정치적 스토킹 행태 아닌가.
과방위는 7일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9일 1차 청문회에 이어 14일과 21일에 2·3차 청문회를 열기로 의결했다.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직무대행이 불참을 통보하자 다시 청문회를 여는 식으로 ‘보복’하겠다는 것이다. 청문회에 재차 증인으로 채택되고 기일 내 출석요구서가 전달됐는데도 참석하지 않으면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는 것을 이용해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9월 1일과 13일 각각 임기를 시작하는 KBS 이사와 MBC 방문진 이사도 증인으로 출석시킬 방침인데, 기존 행태를 보면 이들을 상대로 범법자인 양 윽박지르고 망신 주겠다는 예고나 다름없다.
지난 6일에는 최민희 위원장과 민주당 의원들이 정부과천청사의 방통위를 찾아 현장 검증을 벌이다 김 대행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위원장 탄핵소추에 따른 직무 정지로 방통위 의결 시스템이 붕괴했음에도, 의결이 필요한 자료들을 요청하는 것이야말로 ‘기소해 놓고 수사하겠다’는 행태임은 물론 자가당착도 된다. 의정 활동은 충분히 보호돼야 한다.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이 보장된 이유다. 그러나 민주당 과방위원 행태는 ‘국익 우선’ 의무(헌법 제46조)를 한참 저버린 ‘국민에 의한 탄핵’감이다.
문화일보 사설
08-08 방탄동맹과 ‘경제는 민주당’ 허울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거대 야당은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국회 의석을 이용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나섰다. 4·10총선 이전부터 정권 퇴진운동 구호는 넘쳐났다. 제22대 국회를 장악한 야당은 윤 정부의 정통성을 훼손하려는 각종 탄핵안과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연일 쏟아냈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해 정치 파국에 이어 경제 파탄을 조장하는 입법 독주를 강행했다.
이러한 의중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 1일 이재명 전 대표와 조국 대표의 비공개 회동에서였다.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김건희 정권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데 어떤 의견 차이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형사피고인이면서 전·현직 당 대표로서 선거 연대에 이어 윤 정권 퇴진 동맹을 맺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를 대표로 재선출한 후에는 ‘방탄용’ 퇴진운동이 더욱 본격화할 것이다. 22대 국회 개원 두 달 동안 민주당은 7건의 탄핵안과 9건의 특검법을 쏟아냈다. 특히, 채상병특검 재상정과 방통위원장 및 수사 중인 검사 탄핵 관련 법안 등은 대통령 거부권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비상식적 입법 횡포다. 거야의 무모하고 비효율적인 ‘오기’ 입법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악순환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국민적 피로감이 윤 정권에 쌓일 거라는 게 퇴진 동맹의 노림수이다.
그러나 국민은 결국엔 진실한 자의 편에 선다. 정치적 입법 투쟁에 대해서는 진영 간 확증편향적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경제 관련 입법에 대해서만큼은 국민이 피부로 실감하므로 조작과 선동이 쉽게 되지 않는다. 선거에서 항상 경제가 주요 쟁점인 이유다. 국민경제가 도탄에 빠진다면 국민은 원인 제공자를 심판할 것이다. 21대 국회 권력을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한 민주당은 대중영합주의적 정책이 실패의 원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인식한 듯, 이 전 대표는 ‘먹사니즘’을 집권 모토로 제시했고, 당내 여러 경제 관련 연구모임을 만들었으며, 6일에는 소속 의원 84명이 참여하는 ‘경제는 민주당’이라는 모임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민생 중심의 경제 강조가 허울뿐이라는 게 그동안의 입법 행태에서 드러났다. 이 전 대표의 ‘총선 승리 사례금’ 조로, 전 국민 25만 원 지원으로 민생이 개선될 리 없고,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함으로써 기업의 적극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
거야가 진정으로 민생에 관심이 있다면,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진 전세사기특별법,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한 진료간호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관련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고준위방사성폐기물시설특별법 등을 협의했어야 했다. 민주당이 탄핵소추 청문회 등에 골똘하지 않았다면 각 상임위에서 합의가 가능했을 법안들이다. 22대 국회 개원 후 발의한 법안이 역대 최다로 2367개에 달하지만, 결국 최다 폐기를 기록할 것임도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오로지 사법 혐의에 대한 방탄이라는 사욕과 권력 장악의 당리당략에만 집착한 나머지 집단지성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조작 선동으로 역풍을 맞기보다 차라리 진정성 있는 민생 법안 추진으로 집권 기회를 키우는 게 현명할 것이다.

문화일보
08-09 드루킹사건 김경수 복권論, 선거 범죄 무관용 무너지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이번 광복절을 계기로 단행될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다고 한다. 법무부는 8일 사면심사위원회에서 그런 결정을 했으며, 오는 13일 국무회의와 윤석열 대통령 재가를 거치면 확정된다. 김 전 지사 외에도 조윤선·현기환·안종범 등 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청와대 수석비서관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조현오 전 경찰청장, 권선택 전 대전시장 등도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가 복권되면 피선거권이 회복돼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댓글 8840만 건을 조작한 드루킹 일당의 공범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22년 12월 사면됐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관을 지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도 불렸으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친문 세력을 결집해 이재명 체제에 맞설 수 있다는 등 정치적 논란도 분분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는, 선거 사범은 다른 범죄자들과 달리 민주주의 자체를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대통령 사면권 행사 자체가 법치주의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한 자제돼야 하지만, 선거 관련 범죄에 대해선 더욱 그렇다. 역대 정부들도 한결같이 ‘선거범죄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김 전 지사 복권에 찬성할 수 없는 이유다. 게다가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보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 복권을 결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전 지사는 이제라도 국민에게 사과하고 정치개혁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8-09 더 황당한 野의 3번째 채상병특검법과 공수처 무능
더불어민주당이 두 번이나 폐기된 채상병특검법을 8일 세 번째 발의했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라는 긴 명칭의 법안을 박찬대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 170명 전원 명의로 발의한 것은 ‘오기 입법’과 다름없다. 대통령의 거부권 취지에 반하는 내용이 더 많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거부권 유도용으로도 비칠 정도다. 하루 전에 여·야·정 민생협의체 운운하더니 이번 법안에 김건희 여사까지 적시한 것은 정치적으로도 황당한 일이다.
3차 채상병특검법안은 야당만이 특검을 추천하도록 한 내용을 그대로 둔 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설’과 연계해 김건희 여사까지 수사 대상으로 올렸다. 이 전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돼 있고, 임성근 전 1사단장이 혐의자에서 제외되도록 김 여사 측에 로비했다는 김규현 변호사의 주장을 수사에 포함한 것이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변호인이고, 단체 대화방 당사자들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는데도 무리하게 넣었다. 특히, 민주당은 기존 특검법안과 마찬가지로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도 특검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 범위를 무한정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거론한 ‘제3자 특검법’은 채상병 사건에 대한 국민 의구심이 심각한 상황에서 절충안으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잇단 강경 법안 발의로 의미가 없어졌다. 야당이 일말의 진정성이라도 인정받으려면 스스로 법안을 철회하고 여당과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의 근원적 책임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무능에 있다. 지난해 8월 외압 관련 수사에 착수했고, 이종섭 전 국방장관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임성근 전 1사단장 등을 소환 조사해 놓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하거나, 그럴 능력이 없으면 검찰로 넘겨야 한다. 특검법 논의는 그 결과를 봐서 진행하는 게 옳다.
문화일보 사설
08.10 탄핵, 청문회 시달린 방통위 직원들의 고통 호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 과방위에서 '방송장악 청문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처가 국회에 보낸 공문에 “국회의 갑질로 직원들이 힘들다”는 내용을 적었다고 한다. 최근 방통위 직원들은 민주당의 잇단 방통위원장 탄핵, 현장 검증, 청문회 공세에 시달리느라 휴일도 없이 지내고 있다. 견디다 못한 방통위 사무처가 국회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직원들이 여름휴가는커녕 주말에 나와 에어컨도 안 나오는 사무실에서 고생하고 있다”며 “직원들 힘들게 하는 수준도 적당해야 한다. 입법기관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공무원들이 오죽하면 공문에 이런 내용을 적었겠나.
방통위 직원들은 최근 민주당의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탄핵소추, 이상인 전 부위원장 탄핵소추 과정에서 각종 자료 요구로 주말마다 비상 근무를 해왔다. 민주당은 방통위 관련 청문회까지 마구 소집하고 있다. 예정된 것까지 포함하면 9차례다. 정청래 의원이 위원장인 법사위의 3배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사상 처음으로 사흘에 걸쳐 실시했고, 이 위원장이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들을 선임하자 청문회를 남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 국회 들어 발의한 탄핵소추안 7건 중 3건이 방통위원장과 그 직무대행을 겨냥한 것이었다. 자신들이 탄핵소추시켜 직무가 정지된 방통위원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부르는가 하면,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증인들이 출석을 거부하자 2차, 3차 청문회까지 열겠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방통위 직원들이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는 공영방송만 다루는 부처가 아니다. 통신·인터넷 정책도 총괄한다. 빠르게 변하는 통신·인터넷 환경에 맞춰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게 시급한데 국회 과방위에선 관련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뿐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과방위 소관 부서다. 민주당은 과학기술정보통신은 아예 팽개쳐 놓고 있다. 과학기술계에서 “이럴 거면 국회 과방위를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으로 분리해달라”는 요청이 나오고 있다. MBC를 지킨다는 민주당이 비정상 상황을 겹겹이로 만들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8.10 여당 대표 한동훈 "김경수 복권 반대"
"민주주의 파괴 범죄 반성 안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1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런던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6.14/뉴스1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復權)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9일 알려졌다. 김 전 지사는 전날 열린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 8·15 광복절 복권 대상자에 포함돼 오는 13일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남겨두고 있다. 대통령실에선 “국정원·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다수 연루자가 사면·복권된 것과 형평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김 전 지사 복권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복권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대표가 ‘반대’로 입장을 정하면서 사면권자인 윤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주목받게 됐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 복권을 재가한다면 한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주요 정치 현안에서 이견을 빚게 된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 전 지사 복권과 관련해 한 대표는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반성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정치를 하라고 복권해 주는 것에 공감하지 못할 국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란 점을 전제로 하면서도 시중 여론 등 민심을 대통령실이 알아야 한다는 뜻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전 지사가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등에선 “댓글 조작으로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공정성을 훼손한 범죄에 대해선 복권에 반대한다”는 등 비판 여론이 거세다.
김 전 지사는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22년 12월 사면됐다. 당시 복권은 이뤄지지 않아 피선거권이 2027년 12월까지 제한돼 있다. 그런데 김 전 지사는 특검 수사와 법원 재판 과정은 물론 지금까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한 적이 없다.

▲일러스트=박상훈
여권 일각에서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야권 분열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김 전 지사가 이번에 복권되면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출마 길이 열려 이재명 전 대표 일극 체제로 흘러가는 야권에 균열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지지층 사이에선 “문재인 대통령도 사면·복권을 해주지 않은 김 전 지사를 굳이 윤 대통령이 사면·복권해 주느냐”며 반대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에선 9일 오전까지만 해도 김 전 지사가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복권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여야 협치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오전에 “김 전 지사가 과거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복권을 받아 정치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자체가 여야 간 협치의 시작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3시간쯤 뒤 국민의힘은 언론 공지를 통해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한 당의 입장은 정해진 바 없다”며 “정부에서 검토 중인 만큼 당은 신중히 상황을 주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런 기류 변화엔 한동훈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하는 입장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수석대변인이 한 대표 생각과 다른 메시지를 내면서 이를 진화하기 위해 ‘당의 입장이 없다’는 공지를 다시 내게 된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 측근인 김종혁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민주주의 꽃인 선거 파괴한 드루킹 그분? 반성은커녕 ‘진실은 법정 밖에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복권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서도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하는 글이 이어졌다. “댓글 조작으로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핵심 인물을 윤석열 정부가 복권하는 게 맞느냐” “댓글 조작 범죄에 대해 반성은커녕 인정도 안 했는데 복권해선 안 된다” 같은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한 대표가 이날 기자들이 김 전 지사 복권과 관련한 입장을 묻자 “해야 할 때 백 브리핑하겠다”며 답을 미룬 것도 당원이나 지지층 사이에서 반대론이 만만치 않은 점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이날 대체로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친명계 일각에선 “야권 분열의 의도가 깔렸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지난 총선에서 대거 낙천·낙선해 세력의 구심점을 찾지 못하던 민주당 친문·비명계는 김 전 지사 복권이 정치적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김두관 당대표 후보는 이날 “김 전 지사의 복권이 민주당의 분열이 아니라 민주당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살리고,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환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만시지탄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아주 잘한 결정”이라고 했다.
한 친문 인사는 “총선 전에 복권됐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민주당 입장에서는 여러 정치적 시나리오를 구상해 볼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문계 의원은 “당장 임박한 선거도 없는 만큼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여야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평가에 따라 김 전 지사의 정치적 길도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독일에 머무는 김 전 지사는 연말쯤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친명계에선 김 전 지사 복권이 ‘이재명 독주 체제’에 도전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지사의) 정치적 활동에 대해 보장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도 “하필이면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 복권을 하는 건 떨떠름하기는 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당대표 연임을 앞둔 시점에 대통령실이 김 전 지사 복권 카드를 유력 검토하는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언주 의원도 라디오에서 “김 전 지사든 누구든 특별사면·복권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황정아 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복권 대상에) 김 전 지사가 포함돼 있다면 당연히 환영할 만한 사안이다. 하지만 특별사면 대상에 국정 농단 세력이 다수 포함된 것은 유감”이라고만 했다.
08-10 ‘선거 훼손’ 김경수가 정치를 재개할 수 있다는 이상한 기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15주기 추도식이 열린 지난 5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조국 대표 페이스북)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법무부가 8일 개최한 사면심사위원회에서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한다. 법무부 장관이 특사 명단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13일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김 전 지사는 2017년 5월 실시된 대선을 전후해 ‘드루킹’ 김동원 씨와 공모해 포털사이트 기사 8만여 건의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2022년 12월 단행된 특별사면에서 잔형 집행 면제로 풀려났지만 복권(復權)은 되지 않아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다. 김 전 지사가 이번에 복권이 이뤄지면 2026년 지방선거나 202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게 가능해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수행팀장 출신으로 ‘친문 적자(嫡子)’란 평가를 받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비명계에선 “민주당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살리고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지만 친명계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떨떠름한 기색이다. 김 전 지사의 족쇄를 풀어줌으로써 ‘이재명 일극(一極) 체제’를 흔들겠다는 여권의 전략이 깔려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것” 등의 전망이 나왔다.
이런 해석들은 김 전 지사가 정치권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법적인 걸림돌이 사라진다고 해서 김 전 지사가 다시 정치를 해도 된다는 정당성까지 얻게 되는 건 아니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8840만 건의 뉴스 댓글 찬성·반대 클릭 수를 조작했다.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함으로써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선거 질서를 어지럽혔다. 김 전 지사가 복권되더라도 이렇게 대선 여론을 조작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사실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재판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쳐 혐의가 입증됐는데도 김 전 지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오히려 “사법부가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며 판결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김 전 지사의 등판을 당연시하면서 유불리만 계산하고 있다. 심각한 선거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조차 하지 않는 김 전 지사가 정치를 재개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먼저 따져봐야 할 일이다.
동아일보 사설
08.10 박수민 의원이 보여준 정치 토론의 품격
요즘같은 폭염에 국회 본회의 동영상을 들여다보는 건 고역이다. 독자들도 눈치챘겠지만,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법안 단독 상정→국민의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야당 단독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국회 재표결에서 부결→폐기…. 비정상이 상식을 대체하고 극단주의가 합리를 밀어내고 독선·독단이 이성과 토론을 가로막으면서 ‘민의의 전당’은 광기가 지배하는, 난장판 폭주 기관차가 돼버렸다.
하지만 더러운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듯,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싹 튼다. 국민의힘 박수민(초선, 서울 강남을) 의원의 필리버스터 토론이 그런 경우일 수 있겠다. 장장 15시간 50분 발언으로 필리버스터 신기록을 갈아치워서만은 아니다. 중년(1967년생)의 강철 체력이 놀라워서도 아니다. 경제 전문가로서의 식견과 소신, 조리있는 언변, 진정성 있는 태도와 품격있는 토론이었다. 이런 정치인이 더 많아진다면 수준높은 정치 토론, 국격에 걸맞는 업그레이드 정치가 가능하리라.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이 방송에서 “초선의원이지만 훌륭한 내용의 토론을 보였다. 조곤조곤 설득한다면 민주당도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호평한 걸 보면 나만의 ‘뇌피셜’은 아닌 모양이다.
15시간 50분…필리버스터 신기록
“실력·품격·진정성 느껴진 토론”
“G7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 국회
왜 미·영 국회 넘어서지 못하나”
박 의원은 “대한민국은 반도체·K팝등 모든 분야에서 G7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왜 국회의 토론은 미국과 영국 국회를 넘어서지 못하나”라며 “진보의 문제제기에 공감한다. 하지만 보수의 걱정과 분석·대안도 받아달라. 함께 대안을 만들어내자”는 당부로 토론을 마쳤다. 박 의원의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법’ 반대 토론은 1일 오후 2시54분쯤 시작돼 2일 오전 6시44분 끝났다. ‘본방 사수’에 실패한 나는 하루 5시간씩 사흘에 걸쳐 ‘지각 시청’했다. 경제 관료를 지낸 박 의원은 스타트업을 창업해 큰 돈을 번 사업가 출신이다. 그렇지만 어려운 전문 용어나 수치의 나열 대신 초등학생 교재를 인용, 소득·생산·소비·세금·재정·노동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운영 원리를 쉽게 설명하며 25만원 지원의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지적했다.
“소비진작 효과는 20%고 그마저도 이미 회복된 곳에 집중될 확률이 높다. 어려움에 빠진 중소상인·자영업자를 도와야 하지만, 공동체가 소중히 발전시켜온 소득 파악의 인프라와 사회안전망을 건너 뛰어 세금을 직접 살포하는 방법으론 필요한 곳에 전달될 수 없고 13조원의 국가 채무는 허공에 흩어진다. 사회복지 전달 체계 방식이 부실하다면 그걸 보강해야 한다.”
“세금으로 인위적으로 소득과 매출을 높여서 경기를 회복시키고 성장을 이어간다는 소득주도성장이란 생각의 흐름이 이 법안의 저변에 깔려있다는 걸 (민주당은) 토론하고 분석했는가.”
“대한민국은 2차대전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다. 반도체·철강·석유화학의 수출, 스타트업과 K팝의 도전,국민의 건강한 정신과 소명의식이 이뤄낸 것이다. 그 건강한 정신을 손상하는 25만원 상품권은 어떤 근거에서 할 수 있는 결정인가.”
그는 팩트와 주장을 구분해 말했다. “잘못된 팩트가 있다면 지적해달라”고 했다. 민생지원금이 인플레를 재촉발할 것이란 주장에 대해선 “부분 자극이 될 수 있어서 조심은 해야 하지만, 13조원이 전면적 물가 앙등으로 이어져 금리를 더 높여야 한다는 과장된 얘기는 하지 않겠다”며 정부와 다소 결이 다른 주장을 펴기도 했다.
툭하면 내지르는 고함과 호통,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반성 좀 하고 오라”는 식의 조롱과 비아냥, 증오와 모멸감 섞인 막말을 그의 토론에선 볼 수 없었다. 대신 겸허하고 세련된 매너를 보였다. “이런 법안이 어떻게 선거 한복판, 국회 다수당의 1호 법안으로 제출될 수 있었나. 빛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나라에서 왜 선동과 선전, 부정적 생각이 의식의 저변에 펼쳐져왔는지, 남을 비판하기에 앞서 저부터 반성해본다”며 고개 숙였다. 또 “(25만원 반대로) 인기가 없어 제 정치 인생이 짧아질지 모르지만 다음 선거가 아닌,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정치가의 길을 가겠다”는 소신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5남매를 둔 다둥이 아빠다. ‘아이들’ ‘다음 세대’란 어휘가 많이 등장한 건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으리라. 그는 가족이 언급된 대목에서 두어 차례 울먹였고 눈물을 훔쳤다. “오늘 토론의 선택지를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 아빠는 25만원 상품권을 반대했지만 가장 빛나는 모습으로 너희들의 미래를 책임진다…”며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또 “애들이 많아서 돈을 벌어야 했고, 그게 관료를 그만둔 이유”라며 “그래서 진보의 문제제기에 공감한다. 경제관료·사업자 박수민은 빨리 이걸 풀어야 한다고 질책하면 받겠다. 그러나 지금부터 풀겠다고 하면 격려를 부탁드린다”며 울먹였다.
야당을 공격하기보다 하나하나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그의 토론은,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실력과 품격을 갖춘, 진정성이 느껴지는 토론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그의 마무리 발언도 입에서 입으로 퍼지고 있다. “한 명이 생각하면 사색이 된다. 두 명이 생각하면 대화가 된다. 모두가 생각하면 현실이 된다. 그래서 미래가 된다. 이런 표현에 어긋나지 않게 살도록 노력하겠다.”
중앙일보 이정민 칼럼니스트
08.12 이번엔 사면·복권 문제… 또 한번 불거진 尹·韓 갈등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반대한다고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들이 전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8일 사면심사위를 열어 김 전 지사 복권을 포함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올릴 광복절 사면 및 복권 명단을 결정했고 이 안은 1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복권 반대 입장에 대해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친윤 의원들은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침해했다. 또 한번 당정 갈등으로 번질 것 같아 걱정된다”며 비판했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그 결정을 앞두고 여야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한 대표는 김 전 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라는 자신이 저지른 민주주의 파괴 범죄에 대해 인정은 물론 반성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서 2022년 12월 사면을 받고 이번에 복권까지 된다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서로 다른 생각을 내놓고 입장을 조율해 가는 것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원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사면권 실시를 앞두고 여당 대표의 반대 입장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것은 국민들에게 당정 갈등으로 비칠 수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지난 총선 때부터 김건희 여사 문제를 포함해 여러 번 충돌했고 이런 문제가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른바 ‘문자 파동’이 벌어지고 당대표 후보들 간 극심한 갈등이 벌어진 배경도 결국 대통령과 한 대표 두 사람 사이의 문제였다.
전당대회 직후 한 대표는 “내 정치적 목표는 윤 정부를 성공시키는 것”이라고 했고, “대통령과는 여러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도 전당대회에 참석해 “우리는 운명 공동체”라며 화합을 강조했고, 한 대표의 당선이 확정되자 “주위에서 한 대표를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 앞으로 해병대원 특검과 김 여사 특검 등 야당의 공세에 맞서 두 사람이 협력해 풀어야 할 사안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신뢰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결과는 국정의 파행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온 국민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
조선일보 사설
08.12 민주당의 '탄핵 정치', 헌법재판소가 종식시켜야

▲11일 오후 대전시 서구 배재대학교 스포렉스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회 전국당원대회 대전 지역 합동연설회' 시작에 앞서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등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뉴스1
절대 다수의석의 더불어민주당이 요건도 되지 않는 탄핵을 남발하고 있다. 당 대표를 수사한 검사를 무더기로 탄핵 발의한 것은 세계 탄핵사상 전무후무한 사법 방해다.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릴레이 탄핵 발의로 두 명의 위원장을 자진 사퇴하게 했다. 심지어 방통위원장의 직무 대행자까지도 탄핵 발의로 물러나게 해서 방통위의 업무를 마비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새로 취임한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취임 하루 만에 탄핵소추하는 만용에 가까운 폭거를 서슴지 않았다. 방통위를 업무 마비시켜 민주노총의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하는 공영방송 MBC의 경영 구조를 유지해 야당 편향의 불공정 보도 행태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우리 헌법의 탄핵 제도는 그처럼 정치의 수단으로 악용하라는 제도가 아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가 헌법이 부여한 직무를 집행하면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때에 헌법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충적인 제도적인 장치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탄핵의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서 ‘중대한 위헌·위법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일관해서 밝혀왔다. 탄핵은 그만큼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는 엄중한 헌법상의 제도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확립된 탄핵 판례에 비춰 볼 때 도저히 성립할 수 없는 탄핵을 남발하는 민주당의 정치 행태는 그 자체가 위헌적인 폭거다. 오히려 탄핵해야 하는 대상은 헌법 위반을 일삼는 더불어민주당이다. 법적으로 청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대통령 탄핵 청원을 통해 아무런 위헌 위법행위가 없는 대통령까지도 탄핵하겠다는 정치적인 만행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런 민주당의 초법적인 탄핵 정치 행태는 여러 범죄 혐의로 수사 중이거나 재판받고 있는 당 대표의 사법 처리와 무관치 않다. 민주당도 당 대표가 유죄판결을 피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당 대표의 유죄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돼 피선거권을 잃기 전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 선거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보겠다는 것이다. 탄핵과 특검을 남발해서 국정을 혼란하게 하고 대통령을 조기에 물러나게 하는 방법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젠 헌법 수호의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나서야 한다. 무엇이 헌법인지를 분명히 말해서 민주당의 탄핵 정치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민주당의 위헌적인 무고 탄핵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일깨워주어야 한다.
전혀 탄핵 요건을 갖추지 않은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통위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가 그 좋은 기회다. 이 위원장에 대한 말도 안 되는 탄핵소추는 길게 심리할 필요도 없이 바로 기각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탄핵 사건을 결정하는 데 5~6개월의 긴 시간을 소비했다.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는 그럴 이유가 전혀 없는 사건이다. 헌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억지라고 생각하는 탄핵소추의 심리에 과거처럼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은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헌법 수호의 엄중한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다.
국민은 지금 헌법재판소의 이번 탄핵소추 사건의 결정 시기와 내용을 주시하고 있다. 결론이 뻔한 사건을 지연시켜 나라의 중요한 방송 통신 업무가 정지된 상태를 오래 방치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자신의 존립 이유를 다시 한번 성찰하며 조속한 결정으로 정지된 방통위의 업무를 하루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것만이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길이다. 그것은 또 민주당의 위헌적인 탄핵 악용을 종식시키는 길이다.
조선일보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08-12 탄핵 노림수 더 뻔한 3차 채상병특검법
한석훈 연세대 겸임교수, 前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회법에 규정된 일사부재의 원칙은 이미 부결된 안건을 반복 제출함으로써 정상적인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차단하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방적으로 가결했던 채상병특검법이 7월 25일 재표결 때 부결됐는데도, 8월 임시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유사한 채상병특검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회기가 다르므로 형식상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원칙의 입법 취지를 잠탈(潛脫·교묘히 빠져나감)해 국회의 정상적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반의회주의 행위임은 분명하다.
그러면 거대 야당이 이처럼 집요하게 떼쓰듯이 채상병특검법안을 발의하는 노림수는 무엇일까?
야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3자 추천 특검법안 발의 의향을 밝힌 것을 기화로 여당의 내분을 조장해 이탈표 몇 표만 더하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재표결 시 가결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이 법안은 채상병 사망 사건의 경찰이첩 보류 지시 관련 대통령실의 직권남용 여부를 주된 수사 대상으로 하는데, 직권남용죄는 이현령비현령 남용 가능성이 큰 악명 높은 죄목이다. 공무원의 권한 행사가 위법한 경우뿐만 아니라 부당한 때에도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폭넓게 해석하므로, 정당한 권한 행사도 부당한 것으로 몰아 기소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법안이 가결되면 서울서부지검 규모의 특검이 구성되고, 야당만 특검 후보를 추천하겠다는 것이므로 야당 입맛에 맞는 특검이 실적을 내기 위해 직권남용죄를 무리하게 의율(擬律)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 수사 결과 발표 시에는 대통령도 혐의가 있다는 추론을 내릴 것이고, 거대 야당은 이를 근거로 일단 대통령을 탄핵소추 하고 볼 것이다. 탄핵소추만 되면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정지되는데, 만약 헌법재판관 9인 중 10월쯤 임기가 만료되는 3인을 국회에서 선출하지 않는다면 탄핵심리에 필요한 의사정족수 7인이 충족되지 않아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한없이 정지될 것이다.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거머쥔 거대 야당은 이러한 사태를 능히 초래할 수 있고, 심지어는 국정 공백 해소를 구실로 야당이 추천하는 이들로 위 3인의 재판관을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후 연일 헌법재판소 주변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해 탄핵심판을 압박할 수 있고, 탄핵심판으로 대통령이 파면되면 야당이 원하는 조기 대선도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유사한 과정을 거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고 파면됐다. 다만, 그때는 특검이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가 대통령비서실 등을 수사해 직권남용죄·강요죄 등으로 기소하면서 성급하게 대통령도 공모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 점이 다를 뿐, 그것이 탄핵소추의 근거가 됐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그런데 당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는 나중에 법원의 재판 결과 강요죄나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자금 뇌물죄는 모두 무죄로, 직권남용죄는 많은 부분이 무죄 선고를 받거나 최종 수사 결과 범죄가 아님을 이유로 불기소처분됐다.
나라를 생각한다면 부득이한 경우 예외적으로 활용해야 할 특검이나 탄핵을 정쟁 수단으로 전락시킬 일은 아니다.

문화일보
08.12 김경수 전 지사의 반성 없는 복권, 공감이 어렵다
대통령 고유 권한 맞지만 뉘우치는 이 복권이 순리
대통령실·여당·야당 간 진실 공방, 국민만 헷갈려
오는 13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될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2021년 징역 2년이 확정됐다. 2022년 12월 형기 만료를 5개월 앞두고 윤석열 정부에 의해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복권은 이뤄지지 않았었다. 이번에 복권까지 되면 그는 정치적 재기의 길이 열리게 된다.
사면이나 복권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그럼에도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놓고 뭔가 개운치 않은 양상이 펼쳐지는 게 사실이다. 대통령의 자체 판단이라지만 복권의 대상은 억울한 형을 살았거나, 본인이 크게 죄를 뉘우치고 있거나, 국민통합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국한하는 게 보편적 상식일 터다. 김 전 지사의 경우 이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가 의문이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여론을 조작했다.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파괴하는 범죄다.
무엇보다 김 전 지사의 경우 아직까지 어떤 사과나 반성의 말을 내놓고 있지 않다. 그는 2021년 7월 대법원 판결로 재수감당하기 직전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고 해서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바뀔 수 없다”고 말했다. 사면이 확정돼 출감하면서는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은 셈”이라고 했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데 굳이 복권까지 해 주는 이유가 궁금할 뿐이다. 실제 사면법 제16조에 따르면 복권 상신을 신청할 때 ‘형 집행이 끝난 후 또는 집행이 면제된 후의 사건 본인의 태도’를 신청서에 적게 돼 있다. 신청 당사자인 법무부가 신청서에 뭐라고 적었을까 궁금해지는 까닭이다.
더군다나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둘러싼 정치권의 억측과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측은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공연히 내놓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이미 복권은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던) 2022년 사면 당시 결정됐던 내용”이라고 반박한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와 대통령실 또한 서로 “여러 루트로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요청했다”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어느 쪽의 말이 진실인지 헷갈릴 뿐이다.
이처럼 특정 개인에 대한 복권이 국민통합은커녕 정치권, 나아가 우리 사회의 논란만 조장하고 있다면 복권 또한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김 전 지사가 윤 정부의 사면을 거부하며 했던 말이 이랬다. “(내 사면이) 국민통합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통합은 우격다짐이나 일방통행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걸 국민이 훨씬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다.” 공교롭게도 현 상황을 사면·복권 대상인 김 전 지사가 정확히 진단한 꼴이다.
중앙일보 사설
08.13 방글라데시 총리 탈출의 교훈
우리에겐 이주 노동자 주요 송출국 정도로 알려진 방글라데시의 근현대사는 한국과 닮은 점이 적지 않다. 열강 통치를 벗어나자마자 혹독한 시련을 겪은 것부터가 그렇다. 1947년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했을 때는 2000㎞ 떨어진 파키스탄의 일부였다. 지리·언어·인종 등이 완전히 달랐는데도 강대국 이해관계에 휘둘려 온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
차별과 탄압 속에 커져간 독립 열망은 고유 언어인 벵골어 사용 운동을 통해 본격적으로 분출됐다. 훗날 초대 대통령이 되는 무지부르 라만이 1971년 3월 독립을 선포하고 파키스탄이 무력 진압에 나서면서 독립 전쟁으로 이어진다. 파키스탄이 항복했으나 이 과정에서 최대 300만명이 목숨을 잃는 등(추산) 피해도 막심했다. 건국 뒤에도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라만 대통령이 피살되는 등 정치적 혼란이 이어졌다.
좌절의 순간만 있던 건 아니다. 군부 독재에 맞섰던 라만의 딸 하시나가 총선에서 승리해 1996년 총리에 오르던 순간은 민주화의 첫발로 각인됐다. 한반도의 절반 정도 되는 면적에 1억7000만명이 모여 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 밀도는 빈곤의 족쇄에서 성장의 동력으로 변모했다. 한국 등 해외로 나간 노동자들의 외화벌이도 경제발전의 주춧돌이 됐다. 해마다 7% 안팎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면서 저소득 국가를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도 높아졌다.
그런 가운데 시민 의식이 성숙해 ‘공정’이 사회적 화두로 등장했다. 그 상징적 움직임이 2018년 터져 나왔다. 1971년 독립 전쟁 유공자 가족에게 공무원 채용 인원의 30%를 할당해 주던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어진 것이다. 애국자 예우 명목으로 집권 세력끼리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는 현실에 분노한 젊은이와 서민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놀란 정권은 제도를 폐지했지만, 올해 초 총선 승리 뒤 제도를 부활하려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다.
분노의 강도는 6년 전과 비교할 수 없었다. 나라 곳곳에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일었고, ‘민주화의 상징에서 변절한 독재자’로 지탄받던 하시나는 헬기에 급히 몸을 싣고 인도로 도망쳤으며, 성난 군중은 그의 아버지 동상까지 뽑아내려 했다. 모두가 일군 결실을 자신들의 것인 양 이권 대물림의 기회로 활용한 특정 정치 세력의 욕심이 빚어낸 최후다.
이 나라의 궤적 곳곳에서 한국의 어제와 오늘이 겹쳐 보인다. 한국도 열강의 패권 다툼 속에 어렵게 공화국을 세웠고, 동족상잔의 비극을 딛고 반세기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냈다. 그런데 모두가 이룩한 성과를 편을 갈라 폄하하고, 특정 정파가 자신들을 유공자로 치켜세우고 대대로 혜택을 보겠다며 입법을 시도하는 일이 지금껏 벌어져 왔다. 민심을 거스르려는 이들에게 방글라데시의 상황이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정지섭 기자
08.13 검사 4만번, 방사능 초과 '0′… 후쿠시마 괴담에 1조5000억 헛돈 썼다
日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1년

▲지난해 9월 8일 경북 포항시 영일대해수욕장 인근 바다에서 포항시 해양항만과 관계자들이 방사능 검사를 위해 채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작년 8월 24일 일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해양 방류를 개시했다. 이를 전후해 일부 시민 단체와 정치인들은 “방사능으로 범벅 된 물고기를 먹게 된다” “일본의 핵 테러다” 등 공포감을 조장하는 의혹들을 여럿 제기했다. 정부는 수산물 안전을 검증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각종 검사와 수산물 소비 촉진 행사로 1조5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지난 1년간 정부는 한국과 일본 수산물, 천일염, 바닷물을 대상으로 방사능 검사를 총 4만4000회 실시했지만, 방사능 기준치에 근접한 검사 결과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검사 결과는 단순히 ‘기준치 이하’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한일 수산물에 대해 총 3만7781회 검사를 했는데, 그 가운데 99.8%(3만7703회)는 방사능 농도가 워낙 낮아 검출 장비에서 아예 측정조차 안 되는 ‘불(不)검출’ 수준이었다. 오직 78회(0.2%)만 기계에 방사능이 감지됐는데, 그 역시 대부분 기준치의 50분의 1도 안 됐다. 각종 괴담들이 모조리 거짓말로 드러난 것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방류에 따른 방사능 위험은 사실상 ‘전무(全無)’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라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광우병 괴담 사태와는 달랐다
작년 3월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 당시, “일본 측이 ‘후쿠시마산 멍게’ 수입을 요청했다”는 일본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이후 야당은 “후쿠시마 멍게는 사주고, 우리 쌀은 못 사준다고?”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윤 대통령이 재정으로 남는 쌀을 사주는 양곡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비판하기 위해 ‘멍게 괴담’을 끌어들인 것이다. 하지만 야당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한국은 2013년 9월부터 멍게를 비롯해 모든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일절 수입하지 않고 있다. 국내 멍게 소비량의 16%가량을 차지하는 일본산 멍게는 전량 후쿠시마에서 500㎞나 떨어진 홋카이도에서 수입한다. 김태형 멍게수하식수협 조합장은 “멍게가 가장 많이 팔리는 4~5월에 괴담이 돌아 타격이 컸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와 어민들은 할인 행사와 무료 시식 등 소비 촉진 행사로 멍게 재고를 소진하는 데 성공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일본이 오염처리수를 방류한 작년 8월 대형 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수산물 매출은 7월보다 15% 늘었고, 9월엔 8월보다 11% 더 늘어났다. 이후에도 지금까지 수산물 매출은 평년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산 소 먹으면 ‘뇌송송 구멍탁’” 같은 괴담이 돌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되는 등 3조7000억원(한국경제연구원 추산)의 피해를 입었던 광우병 괴담 사태와 달리, 우리 사회가 괴담에 잘 대처했다고 평가한다. 과학계는 후쿠시마 방류에 대해 “안전상 문제가 없다”는 일치된 의견을 내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방류 한 달 전인 작년 7월 “일본의 방류 계획은 국제 안전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는 결론을 냈고, 국내 원자력 학계 전문가들도 각종 괴담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정부도 매일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는 등 발 빠른 대응으로 괴담 확산을 차단했다.
◇3년간 혈세 1.5조 투입
하지만 대가가 따랐다. 수산물 안전성 검사와 각종 소비 촉진 행사를 위해 지난 3년간 1조5000억원 이상의 나랏돈이 투입됐다. 해수부는 2021년 일본이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 계획을 발표하자 2022년 2997억원(집행액 기준), 지난해 5240억원의 ‘대응 예산’을 투입했다. 올해 편성액(7319억원)까지 합치면 3년간 1조5556억원이다. 안전성 검사 비용을 제외한 90% 이상은 수산물 소비 촉진과 어업인 경영 안정 자금으로, 괴담이 없었다면 나가지 않았을 돈이다. 작년 6월 “오염처리수가 방류되면 삼중수소가 천일염을 오염시킬 것”이라는 괴담이 퍼지며 천일염 사재기 현상이 빚어지자, 정부가 이 예산을 활용해 천일염 공공 수매에 나서기도 했다.
일본의 오염처리수 방류는 2051년까지 거의 30년간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괴담이 설 자리가 없도록 검사와 대국민 홍보 등 과학적 ‘팩트’를 앞세운 대응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양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오염처리수가 지나가는 길목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국민들에게 결과를 알리는 등 국민 불안을 줄이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08-13 후쿠시마 괴담 사태 1년… 거짓 선동한 野 입장 뭔가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한 지 오는 24일로 1년이 된다. 지난해 이맘때 광복절을 전후해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 일부 진보 매체들은 ‘방사능으로 범벅된 물고기’ ‘세슘 우럭’ ‘일본의 핵 테러’ 등 자극적인 주장을 내걸고 시위와 일본 항의 방문 등 총력투쟁을 벌였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는 방류 6일째이던 31일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에 방류 중단을 요청해 줄 것을 내걸고 24일간 단식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광우병·사드 선동과 마찬가지로 후쿠시마 사태도 모든 과학적 수치로 괴담임이 입증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정부는 한국과 일본 수산물, 천일염, 바닷물을 대상으로 방사능 검사를 총 4만4000회 실시한 결과 99.8%는 불검출, 0.2%는 기준치 50분의 1 이하가 검출됐다고 한다. 사실상 방사능 위험이 전무(全無)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이런 선동에도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 매출은 계속 평년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해류로 우리나라보다 먼저 영향을 받는 미국·캐나다 등에서는 이를 전혀 문제 삼지 않았고, 유럽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재개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삼중수소가 천일염을 오염시킬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이 판을 치고, 한 방송은 물고기 떼죽음 영상까지 내보내며 논란을 부추겼다. 이 전 대표는 장외집회에 참석해 ‘핵 폐수’로 명명하며 객관적 사실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을 “돌팔이”로 매도하고, 자신의 구속영장 방탄 단식에 후쿠시마 사태를 끌어들였다. 정부가 이런 괴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년간 투입한 예산만 1조5556억 원에 달한다. 광우병 사태로 본 피해가 3조7000억 원인 것에 비하면 성숙한 시민의 대응으로 줄었지만, 괴담 선동에 앞장선 야당은 법적·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지난 6월 시작돼 140만 명이 서명,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된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사유 중에 ‘후쿠시마 핵 폐수 해양 투기 방조’가 포함돼 있다. 야당은 청원 청문회까지 열어 탄핵 몰이에 나섰지만 결국 ‘무고(誣告) 탄핵’임이 입증된 셈이다. 이제라도 석고대죄해야 할 일이다.
문화일보 사설
08-13 [속보] ‘드루킹 여론 조작’ 김경수 복권…조윤선·원세훈도 포함

▲15일자로 복권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 15일자로 1219명 특별사면·복권…“통합과 화합의 기회 마련”
‘드루킹’ 일당과 온라인 댓글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8·15 광복절을 맞아 복권된다. 국정농단 관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조윤선·현기환 전 정무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 박근혜 정부 고위 인사들과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도 특별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광복절을 앞두고 오는 15일 자로 1219명에 대해 특별사면·감형·복권을 단행한다고 13일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다섯 번째 특사다. 정부는 “우리 사회의 통합과 화합의 기회를 마련하고 경제성장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새로운 도약의 미래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과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2016년 11월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댓글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이에 따라 경남지사직을 상실했다. 다만 김 전 지사는 대법 판결 이후에도 “진실이 외면당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그는 2022년 12월 윤석열 정부의 신년 특별사면에서 5개월여의 잔여 형기 집행을 면제받았지만 복권되지는 않았다. 그는 공직선거법과 형실효법에 따라 2027년 12월까지 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번 복권으로 이런 피선거권 제한이 풀리게 됐다.
\문화일보 노기섭 기자
08.14 전현희 "김건희는 살인자" 막말, 아수라장 된 청문회
대통령실 "저열한 野 행태, 인권유린"
與, 전현희 의원직 제명 결의안 제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던 도중 김건희 여사에 대해 "살인자"라는 표현을 썼다. 국민의힘은 전 의원에 대한 국회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14일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건희 여사를 향해 “살인자”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 “죽음마저 정치공세에 활용하는 저열한 행태”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됐던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안 조사를 위한 청문회에서 최근 국민권익위 간부의 사망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 종결 처리와 관련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청문회와 관련이 없는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여야 의원들 간 고성 설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전 의원은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입 다물고 가만히 계세요”라고 소리쳤고, 이어 “김건희가 살인자입니다” “김건희, 윤석열이 죽인 거예요”라고 했다.

▲정혜전 대변인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직사회를 압박해 결과적으로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라며 “공직자의 안타까운 죽음마저 또다시 정치공세에 활용하는 야당의 저열한 행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오늘 민주당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국민이 뽑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가족을 향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내뱉었다”며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에 근거해 거친 말을 쏟아낸 것은 인간에 대한 인권 유린이고 국민을 향한 모독”이라고 했다.
정 대변인은 “걸핏하면 공무원을 국회로 불러 윽박지르고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공무원 연금까지 박탈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며 “야당이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면 고인의 죽음을 두고 정쟁화하는 것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공직자 사망과 관련한 민주당의 주장은 궤변일 뿐”이라며 “오히려 야당의 무차별적 압박이 너무 큰 부담이 된다고 공직사회가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민주당의 공식적인 사과와 납득할만한 설명을 요구한다”며 “막말을 내뱉은 전직 권익위원장 전현희 의원은 권익위를 황폐화한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민생을 논의해야 할 국회가 무책임한 말을 내뱉는 해방구가 된 점에 국민들은 분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반인륜적 폭언”이라며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누군가를 살인자라고 공개 지목해도 되는 갑질의 권한이 아니다. 국회의원이 대통령 부부에게 살인자라고 외치는 것은 삼권분립 헌법체계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현희 의원은 면책특권 뒤에 숨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적 막말을 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전현희 의원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소속 의원 108명 전원 명의로 전현희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08.15 박수받던 진짜 청문회,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다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장악 2차 청문회에서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증언 거부 고발의 건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잇따라 열고 있는 국회 청문회가 호통치고 모욕 주고 시비 걸기 위한 정치 싸움판이 돼가고 있다.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 장악 2차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에게 “건방 떨지 말라” “팔짱 끼고 답변하지 말라”며 고함을 쳤다. 심지어 “얼굴을 비비거나 웃지 말라”며 행동 하나 하나 시비를 걸더니 증언 거부로 고발을 의결했다.
전현희 의원은 검사 탄핵 청문회에서 국민권익위 간부의 사망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가 살인자”라고 했다. 앞선 이진숙 방통위원장 청문회에선 최민희 위원장이 이 위원장에게 “뇌 구조가 이상한 것 같다”고 했다. 인신 공격성 막말로 처벌받을 법한 일이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채 상병 특검법 청문회에서 군 장성들에게 “토 달지 말고 사과하라” “일어나 반성하고 들어오라”며 퇴장시켰다. 일부 의원은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했다.
민주당은 22대 개원 후 인사 청문회를 제외하고도 9차례의 입법·현안 청문회를 열었다. 채 상병 특검법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방송 장악, 검사 탄핵, 노란봉투법, 의료 사태 청문회 등 대부분 정쟁성이었다. 과방위에서 열었거나 열 예정인 청문회만 9건이다. 한동훈·김건희 특검 청문회와 검사 탄핵 청문회,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 등 앞으로도 끝이 없다.
청문회에서 정치적 다툼은 피하기 힘들지만 각종 의혹을 풀고 해법을 제시하는 기본적 역할은 해야 한다. 1988년 ‘5공 청문회’는 전두환 정권의 불법과 실정을 파헤치며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스타를 낳았다. 부인할 수 없는 팩트를 들이대며 증인들을 고개 숙이게 만든 ‘진짜 청문회’에 국민은 박수를 보냈다.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도 피해자 구제 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공격할 소재가 떠오를 때마다 요술방망이처럼 청문회를 꺼내들고 있다. 그런데 막상 청문회를 열면 아무 것도 밝히지 못하고 의원들 고함소리만 듣게 된다. 청문회를 열자고 아우성 친 야당이 비판 받거나 웃음거리가 되는 상황만 반복되는 지경이다. 청문회가 그렇게 하고 싶으면 제발 제대로 된 청문회를 하라. 국민도 그런 청문회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조선일보 사설
08-16 사실 왜곡하고 정권 타도 외친 시대착오적 반일 선동
정부와 여당, 광복회와 야당의 광복절 경축식이 따로 열렸다. 광복절 행사가 이렇게 쪼개진 것은, 1949년 광복절 제정 이후 초유의 일로서 참담하다. 내년이면 광복 80주년이고, 1인당 국민소득도 일본을 넘어설 정도로 발전했는데 시대착오적인 반일 선동이 판을 친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윤석열 정부가 ‘뉴라이트’ 독립기념관장을 임명해 건국절을 추진하고,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로 전락시킨다고 주장하지만, 사실과 거리가 멀다. 인사 불만 때문에 나라를 두 동강 낸다는 비난을 벗어나기 어렵다.
서울 효창공원 백범기념관에서 광복회 주최로 열린 8·15 경축식에서 김갑년 독립영웅아카데미 단장은 축사를 통해 “친일 편향의 국정 기조를 내려놓으라”면서 “그럴 생각이 없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타도 윤석열”을 외쳐 광복절 경축식이 정권 퇴진 선동 집회처럼 비쳤다. 이 회장은 “진실 왜곡과 친일 사관이 판친다”고 했는데 도대체 누가 진실을 왜곡하고 건국절을 만들려고 하는지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런 광복회에 편승한 일부 야당의 반일 선동은 더 한심하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정신적 내선일체 단계에 접어든 친일 매국 정권”이라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은 조선총독부 10대 총독이자 왕초 밀정”이라고 주장했다. 교수 출신임을 믿기 힘든 망언 수준이다.
광복회가 별 근거도 없이 몽니를 부리는 것은 최근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로 입지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해방 정국의 좌우 대립 혼란은 그렇다 쳐도 경제·외교에서 일본과 대등한 위치를 겨루고 있는 현재도 ‘친일 몰이’에 기대는 행태야말로 심각하다. 국론 분열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선동을 중단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8.16 경축식 파행에 아쉬움 남긴 통일 독트린…씁쓸했던 광복절
윤, 3년 차에 첫 통일담론…의미있으나 현실적 한계
국회의장·야당·광복회장 불참으로 따로따로 행사
정부는 인사 논란 반복, 야권은 극한 투쟁 성찰하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다. “우리에게 남겨진 미완의 과제는 통일이며,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북녘땅으로 확장될 때 완전한 광복이 구현될 것”이라는 게 독트린의 기본 인식이다. 이런 목표 아래 독트린은 3대 통일 비전, 3대 통일 추진 전략, 7대 액션 플랜 등 337 통일담론을 제시하며 북한의 호응을 주문했다. 그동안 한·미·일 협력 복원 등 안보와 외교에 중점을 둬 온 윤 대통령이 집권 3년 차에 통일에 대한 상세한 비전과 정책 구상을 내놓은 점에선 긍정적이다. 윤 대통령의 언급대로 남북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국가가 돼야 완전한 광복이 실현된다는 점, 세계 최악의 수준인 북한 인권이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이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현실성 있는 담론을 제시해야 설득력을 가질 통일 독트린의 속성상 이번 발표엔 아쉬움도 적지 않다. 통일의 전 단계인 공존이나 평화에 대한 구체적 구상이 보이지 않는 점이 대표적이다. 또 “자유가 박탈된 동토의 왕국, 빈곤과 기아로 고통받는 북녘땅으로 자유가 확장돼야 한다” 같은 표현이나 “북한 주민의 자유 통일 열망 촉진과 정보접근권 확대” 같은 언급은 북한을 자극해 독트린의 실현 가능성을 줄이는 역효과를 낼 우려도 있다.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의 허위 선동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아니라 우리 내부 정치세력을 겨냥한 듯한 내용이라 독트린에 적절한 언급은 아니라고 보인다. 윤 정부의 통일에 대한 의지가 오랜만에 확인된 점은 반갑지만, 이같이 디테일에서 드러난 한계들을 명확히 극복해야 독트린의 진정성과 현실성이 인정받을 수 있다.
게다가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및 광복회 등의 불참으로 ‘반쪽짜리’ 행사로 치러졌으니 더더욱 씁쓸하고 유감스럽다. 야권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 등을 이유로 불참하고, 광복회 등이 김구기념관에서 연 별도의 행사에 참석했다. 광복절에 정부 주최 경축식과 야권 기념식이 따로 열린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국민통합의 계기가 돼야 할 광복절 경축식마저 여야가 따로 치른 것은 정상적인 국가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 아닌가.
야권은 경축식 불참 이유로 “뉴라이트 사관을 지닌 김형석 교수의 독립기념관장 임명 반대”를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선포하려 든다는 이유도 댔다. 인사에 대해 야당은 얼마든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김 관장도 “난 일제 식민지배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며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공개 반박했다. 그렇다면 야당과 광복회는 경축식에는 일단 참석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이어가면 된다. 그런데도 김 관장 임명 철회에다 건국절 제정 시도 사과까지 얹어 요구하면서 광복절 경축식을 보이콧하고 말았으니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 3부 요인이자 의전 서열 2인자인 우 의장의 불참은 당적을 버렸다는 국회의장이 내심으로는 여전히 야당 당적을 고수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개인적 이견이 있더라도 국가요인으로서 책임을 생각하면 온 국민의 이름으로 치러지는 광복절 경축식엔 반드시 참석했어야 했다. 우 의장의 잘못된 선택은 국회와 헌정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정부도 논란이 있는 인물의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일방통행식으로 강행해 야권의 극한 반발을 자초한 점에서 경축식 파행에 책임이 크다. 이 기회에 공공기관 인사의 검증 시스템을 철저히 보완해 다시는 잡음이 불거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8-16 25만원法 위헌성과 퍼주기 정책 종말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지난 1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안건이 의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하면 이 법안은 국회로 송부돼 재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법은 정부가 전 국민에게 25만∼35만 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주도록 강제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돈이 풀리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며 여당의 반대에도 강행 처리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민주당의 주장과는 달리 서민들이 더 고통받고, 지역경제는 살아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이 법을 시행하는 데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간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원 금액에 따라 13조∼18조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올 상반기 세수 결손이 10조 원이나 되니 달리 방법이 없다. 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는 더 늘어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것이다. 지난해 국가채무가 1125조7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무분별한 재정 확장으로 정부가 올해부터 2027년까지 갚아야 할 국고채가 310조5000억 원에 이른다. 국채를 발행하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금리가 오른다. 금리 상승을 억제하려면 한국은행은 국채를 매입해야 한다. 그러면 통화량이 증가해 인플레이션이 초래된다. 물가가 오르면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서민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서민들이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이 민생을 살린다는 주장은 직전 문 정부 때 시행한 소득주도성장론의 다른 버전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돈을 주어 소득을 높이면 그것이 소비를 장려해 생산이 늘어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것으로, 소비가 원인이고 생산이 결과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인과관계가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생산해서 얻은 소득으로 소비한다. 즉, 소비는 생산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이것이 인간 행동의 기본원리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이 민생을 살린다는 것은 인간 행동의 기본원리에 반하는 것으로, 인과관계가 뒤집힌 것이다. ‘소주성’과 마찬가지로 인과관계가 전도된 이 법은 문 정부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고 국가 경제를 파탄으로 내몰 것이다.
경제 전체적으로 이러한 상황에 이를 것이므로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으로 사용처가 한정돼 있어 지역 주민들은 선택의 폭이 좁아지므로 그만큼 후생이 줄어들 수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자는 이 상품권을 발행하고 관리하는 회사다. 지역사랑상품권은 특정 기업, 특정 그룹만 이롭게 할 뿐이다.
무엇보다, 이 법은 위헌 입법이다. 민주당이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을 강행 처리해 정부에 예산 집행을 요구하는 것은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헌법 제57조에 어긋난다. 헌법에 어긋나고, 국민과 국가 경제를 절대 이롭게 하지 않을 ‘25만원 지원법’에 대통령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돈을 풀어서 잘된 나라는 하나도 없다. 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그리스를 보라. 그런 나라를 따라가야 하겠는가.
문화일보
08.19 巨野 이끄는 이재명 2기, '먹고사는 문제' 진심인지 지켜볼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18일 서울 송파구 KSPO DOME(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전당대회에서 85.40% 지지를 얻어 당대표 연임에 성공했다. 이 대표와 경쟁했던 김두관 후보는 12.12%에 그쳤다. 이 대표와 함께 민주당 지도부를 구성할 최고위원 역시 친명 일색이었다.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를 ‘살인자’라고 했던 전현희 후보는 2위로 당선됐고, ‘명팔이(이재명 팔이)’를 비판했던 정봉주 후보는 초반 선두권에 있다 결국 탈락했다. 이번 전당대회가 ‘이재명 2기 민주당’을 추인하는 이벤트라는 예상 그대로였다. 당원들은 “대통령 이재명”을 연호하는 등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민주당은 이번에 당의 헌법인 강령을 개정해 ‘의회’나 ‘상생’ 같은 표현을 삭제하고 이 대표 개인 브랜드인 ‘기본사회’를 명시했다. 그리고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더 강한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집권 때 국민 분열 비판을 받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당대회 축사에서 “편협하고 배타적인 행태를 단호하게 배격하자”고 말할 정도였다.
그동안 야당 대표는 민생과 국정에서 대통령과 여당에 책임을 돌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171석에 190석이 넘는 야권 전체를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다르다. 예산과 법안 처리부터 연금 및 노동·교육 개혁까지 이 대표의 협조 없이는 단 하나도 가능한 것이 없을 만큼 책임이 막중한 제1 야당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달 당대표 출마에 이어 이날도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멈춰 선 성장을 회복해야 한다”며 ‘먹사니즘’을 강조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에게 회담을 제안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동안 민생보다는 이 대표 방탄과 정쟁으로 일관해왔다. 먹사니즘이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조 편향적인 ‘노란봉투법’ 같은 것이라면 그것은 민생을 가장한 포퓰리즘에 가깝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두 달여 동안 특검법 9건, 탄핵안 7건을 제출했다. 특검법에는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수사하는 특검이 있고, 이 대표 등을 수사한 검사 4명의 탄핵안도 포함됐다. 말로는 민생이었지만 실제는 이 대표 보호가 전부였다.
민주당을 민생과 대안을 제시하는 수권 정당으로 변화시킬 책임이 이 대표에게 있다. 이 대표의 ‘민생 우선주의’가 진심인지, 자신을 지키려는 말장난인지 밝혀지는 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8.20 '누구 때문에 누구 죽어' 李 대표 자신에게 먼저 할 말 아닌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국민권익위원회가 대통령 부인의 부패를 덮어주느라고 억울한 양심적 공직자를 죽음으로 내몬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의혹을 담당한 권익위 국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김 여사 비리를 봐주려다 벌어진 일로 몰아 비난한 것이다.
담당 국장이 사망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유서나 증거도 없다. 김 여사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할 근거가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김건희·윤석열 부부를 비호하느라 유능하고 강직한 공직자가 억울하게 희생됐다. 김건희는 살인자”라고 막말을 했다. 전 의원은 그 ‘공로’인지 민주당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민주당은 비판 여론이 커지자 “국민들이 보기에 거슬리고 불쾌했다면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래 놓고 이번엔 다시 이 대표가 나서 근거 없는 주장을 한 것이다.
야당 대표로서 부적절한 것에 앞서 다른 사람도 아닌 이 대표가 할 말은 아니다. 이 대표의 각종 비리와 관련해 측근과 주변인 등 5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한번도 자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남 탓만 했다. 성남시장 시절 함께 일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유한기 전 본부장과 김문기 전 처장이 대장동 비리와 관련해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 이 대표는 “어쨌든 명복을 빈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인의 죽음에 대해서도 “나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했다. 자신의 비서실장을 지낸 전형수씨가 목숨을 끊었을 때도 “검찰 탓이지 이재명 때문이냐”고 했다.
김 전 처장의 유족은 “8년 동안 이 대표에 충성을 다했는데 조문이나 애도 한번 하지 않고 모른다고 하느냐”고 분노했다. 전씨는 유서에서 “본인 책임을 알고 있지 않느냐. 더 이상 희생자가 없도록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유족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전씨 장례식 직후엔 장외 집회에 나가 “윤 정권 규탄”을 외쳤다. 이랬던 이 대표가 다른 사람에 대해선 죽음의 이유 자체가 불분명한데도 ‘누구 때문에 누가 죽었다’고 말한다. 이 말은 자신에게 먼저 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8.23 사실 아님 드러난 오염수 괴담에 침묵하는 민주당
방류 1년…피해 드러나지 않자 입 닫아
근거 없는 선동과 불안 조성 사과할 때
1년 전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개시하자 더불어민주당은 “핵 테러이자 제2의 태평양전쟁”이라며 극력 반발했다. 이재명 대표는 방류에 항의한다며 24일간 단식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시위도 모자라 일본 현지로 날아가 항의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오염수 언급을 피하는 분위기다. 환경단체들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연 방류 1주년 항의 집회에도 민주당 의원은 단 한 명도 참가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해 8월 23일 이재명 대표가 ‘총력 투쟁’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오염수 노출 수산물 원료 수입 금지와 피해 어업인 지원, 대일 구상권 청구 등을 법제화한 ‘후쿠시마 4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말뿐이었고 1년 뒤인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민주당이 이렇게 급변침한 이유는 그들의 주장이 사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해 8월 24일부터 1년간 7회에 걸쳐 5만5000t의 오염수를 희석해 방류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1년간 해역 165곳과 공해 18곳에서 4만9633건의 방사능 검사를 했지만, 안전 기준을 벗어난 사례가 전무했다고 한다. 3만7781회의 수산물 검사에서 99.8%는 방사능이 아예 측정되지 않았고, 0.2%에서도 기준치의 50분의 1에 미달했다. 민주당이 가장 크게 문제 삼은 삼중수소 농도도 세계보건기구 기준치의 2.6%에 불과해 자연 상태와 비슷했다.
야당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고, 정부의 엄중한 대응을 주문하는 것은 당연하다. 야당의 존재 이유다. 그러나 세계원자력기구(IAEA)와 국내 전문가들이 일본의 방류가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고, 우리 어민의 피해 가능성도 사실상 없다고 봤다면 일단 지켜보는 것이 정도 아니었겠나. 그런데도 민주당은 전문가들을 ‘돌팔이’로 깎아내리면서 ‘세슘 우럭’ 등 괴담을 띄웠고, ‘오염수 저지 간담회’에 철모르는 초등학생들까지 동원해 “핵 오염수 방류 찬성한 대통령이 제일 싫어요”란 발언을 끌어냈다. 국민의 안전·건강 대신 표만 노린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과학과 팩트를 부인하고 근거 없는 공포몰이로 어민과 횟집 업자들을 울리는 등 민생을 어지럽힌 행태를 사과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 “사드 배치되면 전자파 참외 먹게 된다”고 선동하다 허위로 드러나자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간 구태를 반복한다면 책임 있는 수권 정당으로 신뢰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도 오염수 피해가 없다고 해서 안심할 건 아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계획대로 안전하게 진행되는지 감시의 눈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30년 장기 프로젝트임을 유념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8.24 2024년 복날의 개고기 생각
매일 개고기처럼 싸우는 여야… 개고기금지법은 일사천리 통과
토론 한번 없이 제약된 '먹을 자유'… 입법권 남용의 단면 아닌가

▲지난 2023년 10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개 식용 금지법 제정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동물권 대국민연대는 공동선언문을 통해 “정부와 국회는 완전한 개식용종식을 위한 입법과 실행에 지금 당장 나서라”고 촉구했다. /뉴시스
새삼 ‘개고기’를 생각하게 된 건, 말복 무렵 국회 앞 시위대의 외침을 듣고 나서다. 아스팔트마저 녹일 것 같은 땡볕 아래서 몇몇이 절규했다. “국민 자유권 강탈하는 개식용금지법 철회하라! 니들은 맨날 여의도에서 개짓거리하면서 왜 개는 못 먹게 하느냐, 이 개만도 못한 정치인들아!”
2024년 한국 사회가 개고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게임 회사 NC를 ‘개고기 식당’이라고 놀리는 게이머들 태도에서 잘 드러난다. 이 회사 대표작인 리니지 게임은 ‘외국인은 질색하고, 아저씨만 좋아하고, 청년들은 기피한다’는 이유로 온라인에서 개고기로 불린다. 이에 대해 NC 주주들이 명예훼손 소송을 검토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오늘날 개고기처럼 야만과 구태를 상징하는 단어는 없다. 아직 개를 먹는 사람들도, 조로아스터교를 능가하는 밀교 신자처럼 “혹시…너도…” 은밀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소리 없이 회동한다. “복날이니 개 먹으러 가자”고 떳떳하게 일어설 용자는 요즘 찾아보기 어렵다.
시간이 개고기 식당을 없애리라는 결말이 명확히 보이는데도 국회는 올 초 보기 드문 여야 합의로 개식용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개 연정(聯政)’이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거나 사육·유통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 가능한 것이 이 법의 골자로, 2027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미국도 무소속으로 대선에 나오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최근 ‘개를 먹은 적 있다’는 논란으로 홍역을 치를 만큼 개 먹는 사람을 사람 취급 안 하지만, 원주민들이 전통 의식 차원에서 개를 먹는 것은 합법이다. 한국도 실상은 ‘개저씨’ 부족만 개고기를 소비할 뿐인데, 대국민 공청회 한번 없이 먹을 자유를 징역형으로 제한하는 법이 일사천리로 생겼다.
그럴 연(然)은 ‘고기(肉)+개(犬)+불(灬)’이 결합한 한자어다. 개고기를 불에 굽는(구워 먹는) 것은 당연하다는 뜻으로, 우리가 밥 먹듯이 쓰는 자연(自然)이란 말에 개고기 냄새가 진동하고 있는 셈이다. 드릴 헌(獻) 자나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봐도, 혜경궁 홍씨 회갑연에 개고기찜(狗烝)을 별미로 올렸다는 기록과 다산 정약용이 남긴 ‘개고기 레시피’ 등을 봐도 동아시아에서 개고기는 역사의 일부였고, 앞으론 화석처럼 기억될 게 분명한 문화다. 그럼에도 국회가 육식에 관한 정밀한 토론도 없이 개식용금지법을 만든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반대하는 윤석열 정부가 육견 업계 보상금으로 마리당 30만원 지급을 검토하고,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윤 대통령이 이 법안엔 거부권을 안 쓴 것도 아이러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임대차법’의 실패가 보여주듯 입법은 극도로 정교하게 다뤄져야 한다. 한국 정치는 거꾸로 간다. 16대 국회에서 총 2507건이었던 법안 발의 수가 21대 국회에선 2만5858건으로 10배가량 늘었다. 개원한 지 겨우 세 달 된 이번 22대 국회도 발의된 법안이 벌써 3000건이 넘는다. 입법을 얼마나 쉽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일례다. 그러다 보니 ‘표적 수사 금지법’ ‘검찰 수사 조작금지법’ 등 헌법 체계를 뒤흔드는 법안들이 뻔뻔하게 추진된다.
정작 여의도만큼 개고기 냄새가 지독한 곳이 없다. 그러니까 양두구육(羊頭狗肉). 민생이란 양고기를 다루겠다고 약속하고 표 받아간 이들이 국회 들어가선 탄핵·특검·청문회로 연일 개고기처럼 싸운다. 잘 살게 해달라고 찍어준 표인데 한도 없는 권력을 허가받은 것처럼 날뛰는 광경을 보면서 복날 폭염 속 그 절규를 떠올린다.
“이 개만도 못한 정치인들아!”
조선일보 양지혜 기자
08-26 국익·과학 배신한 후쿠시마 괴담 1년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1년 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처리수 방류가 우리 사회의 큰 쟁점이었다. 정치와 이념이 개입하면서 쟁점이 못 될 것이 쟁점이 됐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처리되지 않은 방사능 오염수가 방류됐는데도 우리나라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일본은 우리나라 동남쪽에 있고, 후쿠시마는 일본의 동쪽에 있으므로 방류수는 직접 우리 해역으로 오지 않는다. 구로시오해류를 타고 태평양을 돌아서 우리나라에 도달한다. 하루에 방류되는 500t은 올림픽 수영경기장의 절반이다. 그 크기를 비교해 보면 그게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1996년부터 우리나라 주변 바다 40군데서 해수를 채취해 방사능 검사를 해왔는데, 지금까지 유의미한 검출은 없었다. 결과는 홈페이지에 있고 무료 휴대전화 앱으로도 볼 수 있다.
이게 과학자여야만 이해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다. 또, 일본이 자국민 보호도 하지 않고 방사선 오염수를 방류할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도 괴이하다. 자국민에게 영향이 없을 수준으로 방류한 것이 돌고 돌아 우리나라에 왔을 때는 우려스러운 수준이 될 것이라는 창조적(?) 생각도 하기 어렵다. 당시 야권 정치인과 사회운동가는 전문가를 돌팔이로 치부했다. 반일감정과 정치적 입장이 색안경이 돼 국민의 눈을 가렸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수산업 종사자가 받게 될 고통을 생각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고 상당수 국민은 그런 의혹을 증거의 무게로 받아들였다.
우기기는 계속된다. 방류 1년이 경과했을 뿐이므로 4∼5년이 더 있어야 영향이 나타난단다. 그러면 2011년 오염수 방류의 영향은 나타났나? 삼중수소가 유기물에 축적된단다. 유기결합형 삼중수소(OBT)는 2%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지만, 배출기준을 정할 때 장기적 영향을 고려하는 게 상식이다. 생물학적 영향을 검토하지 않았단다. 방류하는 사람이 생태·환경·생물 등에 대한 모든 영향을 조사한 후 방류하는 게 아니라, 배출기준을 정할 때 이 모든 것을 조사해서 아무런 영향도 나타나지 않을 수준으로 배출기준을 정하면 사업자는 그것을 따르면 된다. 그래서 국가가 있는 것이다. 중국과 우리나라가 인접국이어서 우려가 크다는데, 해류 기준으로는 한국과 중국이 후쿠시마에서 가장 먼 나라다.
하도 선동을 해대니, 이들이 방사성 오염수가 검출되고 우리나라가 수산물을 먹지 못하게 되는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통상적 출구전략은 이런 것이다. ‘우리가 반대했기에 그나마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마치 자신들이 광우병 시위를 해서 ‘수입 소고기의 연령을 30개월 미만으로 했다’는 식으로 우길 것이다. 그렇지 않다.
문재인 정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의 위험성을 발언했으나 어느 국가로부터도 동의받지 못했다. 국제적 망신이었다. 정부가 이래서야 원전을 수출할 수 있겠나?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무조건 나쁜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불필요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적인 검사를 하는 데 1조5000억 원을 썼다면 이젠 그만해야 할 때가 아닌가.
문화일보
08-27 김문수 고용장관 후보 노동·역사관 거칠지만 일리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26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김 후보의 역사관·노동관을 따지는 자리가 됐다. 1980년대 노동운동의 전설로 불릴 정도의 민주·노동투사 출신이며, 노동운동 기틀 수립에도 기여한 김 후보가 난마처럼 얽힌 노동 현안을 풀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 3선 국회의원에 재선 경기도지사, 경제사회노동위원장 등의 정치·행정 경험도 쌓았기 때문이다.
여성 노조위원장과 결혼했을 정도로 노동운동에 젊음을 바친 김 후보는 자신의 삶을 반영하듯이, 다소 직설적이고 거친 발언으로 반대 세력의 공격을 받아왔다. 그러나 원론적으로는 일리가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청문회에서 “1919년은 일제 식민지 시대인데 무슨 나라가 있냐”는 과거 발언에 대해 야당 의원이 지금도 같은지 묻자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일제시대 때 국적이 한국이냐. 상식적인 얘기를 해야지 말이 안 되는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당시 나라가 있었다면 왜 독립투쟁을 벌이고, 손기정 선수는 일장기를 달고 뛰었겠나. 물론 야당 의원들의 비판 취지는 이해되지만, 일본과 대등한 나라가 된 지금 식민지였던 사실 자체를 굳이 회피할 필요는 없다.
야당 의원이 제주 4·3사건을 ‘좌익 폭동’이라고 했던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했지만, 그는 “건국을 반대한 4·3폭동은 명백하게 남로당에 의한 폭동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양민이 희생됐다”고 했다. “쌍용차 노조는 자살 특공대”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다소 과한 표현이나 그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에 대한 사과 뜻을 밝히면서도 발언 자체에 대해선 “반성할 문제가 아니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는 흔한 위장전입, 투기 등의 문제가 없다. 그는 대기업 위주의 민주노총이 아닌 플랫폼 노동자 등 86%의 미조직 취약 노동자 권리 보호에 관심이 많다.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말이 아니라 성과로 역량을 증명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8-28 [속보]‘구하라법’ 국회 본회의 통과 “양육 불이행 부모 상속 제한”

양육 의무를 불이행한 친부모에 대해 상속을 제한하는 일명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28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오는 2026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여야는 28일 오후 국회에서 제417회 국회(임시회의) 제2차 본회의를 열고 찬성 284, 반대 0, 기권 2명으로 구하라법을 가결시켰다.
개정안은 피상속인에게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학대 등 범죄를 저지른 경우와 같이 상속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법정 상속인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19년 사망한 가수 고(故) 구하라 씨의 오빠 호인 씨가 ‘어린 구 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입법을 청원하면서 구하라법으로 불리게 됐다.
개정안은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 행위, 또는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를 ‘상속권 상실’이 가능한 조건으로 적시했다.
구하라법은 20,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정쟁에 밀려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한편 고인은 지난 2019년 11월 24일, 향년 28세 나이로 사망했다. 고인은 경기 성남시 분당 스카이캐슬 추모공원에 영면해 있다.
문화일보 임정환 기자
08.28 [속보] 간호법 국회 통과…이르면 내년 6월 진료지원 간호사 합법화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7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간호법이 통과되자 기뻐하고 있다.뉴스1
의료계의 오랜 쟁점이었던 간호법 제정안이 28일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재석 290명 중 찬성 283명, 반대 2명, 기권 5명으로 간호법 제정안을 가결시켰다.
제정안은 의사의 수술 집도 등을 보조하면서 의사 업무를 일부 담당하는 진료지원 간호사(PA 간호사)를 명문화하고 그 의료 행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영국 등에서는 PA 간호사가 법제화돼 있지만 기존 국내 의료법에는 근거 규정이 없었다. 이미 PA 간호사들이 의사의 의료행위에 준하는 처치와 시술 등을 현실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간호법을 제정해 이들에게 의료행위 자격을 부여하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마침내 입법으로 반영된 것이다.
여야는 이번 간호법 제정을 통해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할 수 있는 PA 간호사가 합법화하면 최근 의정 갈등 장기화에 따른 의료 공백 우려가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내용을 떼어낸 간호법 제정은 간호계의 숙원이었다. 앞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직역 갈등 확산 등을 이유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했고 이후 재의결에서 부결되며 최종 폐기됐다.
여야 합의로 마련된 이번 제정안은 핵심 쟁점인 PA 간호사의 의료행위는 법적으로 보호하되, 그 업무 범위는 야당 입장을 수용해 시행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검사·진단·치료·투약·처치'로 명시하자고 주장한다. 의료계 현장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절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여야가 의견을 좁히지 못한 간호조무사의 학력 기준은 법안에서 빠지고 추가 논의를 이어간다는 부대의견에 반영됐다.
제정안은 공포 후 9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다음 달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내년 6월 시행이 예상된다. 교육과정 양성에 대한 규정은 공포일로부터 3년의 유예기간을 둘 수 있도록 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08.29 의료 사태 놓고 또 충돌, 尹·韓은 '협의'는 안 하기로 작정했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 2024 행사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은 오는 30일 예정됐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추석 이후로 연기한다고 했다. 당정 화합과 소통의 자리를 갖겠다고 한 지 이틀 만이다. 한 대표가 제안한 의대 증원 유예에 대한 이견 때문이라고 한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주요 현안마다 정면 충돌하는 것이 몇 번째인지 모를 지경이다.
국민의힘은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내년 의대 정원을 1497명 늘리는 기존 정책은 유지하되 이듬해 증원은 유예하자는 뜻을 정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즉각 “정부 방침에 변화 없다”고 거부했다. 한 대표는 “국민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게 국가의 임무이며 당은 민심에 맞는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고 했고, 대통령실은 “증원은 불변”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도 ‘증원 보류’와 ‘정부 방침 지지’로 갈라졌다.
주요 현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 사이엔 당연히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의사 증원 문제처럼 갈등이 첨예한 사태에 대해선 더 그럴 것이다. 정부 여당이 책임을 다 하려면 사전에 심도 있는 논의와 조율을 거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국정 혼란이 없고 국민도 안심한다. 한 대표는 고위 당정에서 한덕수 총리에게 ‘증원 유예’ 제안을 했지만 한 총리는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방적으로 발표할 게 아니라 추가 논의를 거쳤어야 했다. 대통령실도 여당이 고심 끝에 낸 제안이라면 바로 거부하기보다 더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곧바로 감정 싸움으로 들어간다. ‘콩가루 집안’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그동안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현안마다 이견을 표출하며 충돌했다.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문제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얘기하자 대통령실은 곧바로 사퇴를 요구했다. 총선 때는 이종섭 전 국방장관,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문제와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채 상병 특검법 수정안,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문제로도 충돌했다. 오래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한 대표는 당대표 선출 뒤 “내 목표는 윤 정부의 성공”이라고 했고, 윤 대통령은 “우리는 운명 공동체”라고 했다. 하지만 소통과 협의 없이 자기 목소리만 낸다. 정치는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를 조정해 합의를 이뤄내는 일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아닌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마치 ‘협의’와 ‘타협’ ‘존중’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한다. 이래서 2년 9개월 남은 임기가 어떻게 되겠나.
조선일보 사설
08.29 [속보] ‘이재명 수사’ 이정섭 검사 탄핵안, 헌재 전원일치 기각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가 지난 5월 28일 오후 처남 마약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관련 탄핵 심판 2회 변론기일 출석을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들어가며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29일 처남 마약 사건 수사 무마 등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에 대한 국회 탄핵안을 기각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 검사에 대한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탄핵소추 사유 중 범죄경력조회 무단 열람 등,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부분,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수사 무마 의혹 부분은 행위의 일시·대상·상대방 등 구체적 태양, 직무집행과의 관련성 등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형식적 적법성을 갖추지 못한 소추 사유들에 대해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또 "집합금지명령 위반 부분 및 위장 전입 부분은 검사 지위에서 이뤄진 행위가 아니다"며 "그 내용 자체로 직무집행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없어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검사의 탄핵소추안은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탄핵안에는 이 검사가 타인의 전과 기록을 무단 열람하고, 스키장과 골프장을 부당하게 이용했으며, 처남의 마약 수사를 무마하고 위장 전입했다는 의혹 등이 탄핵 사유로 거론됐다. 이 검사는 위장 전입 외에 나머지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08-30 요건 못 갖춰 전원 일치 기각된 검사 탄핵과 민주당 책임
헌법재판소가 29일 더불어민주당의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탄핵소추’에 대해 9명 재판관 만장일치로 기각하면서 낸 이유는 한마디로 ‘기본 요건도 못 갖췄다’는 것이다. 국회가 소추 사유로 제시한 ‘범죄 경력 무단 열람’ 등 6가지 사안에 대해 헌재는 “일시·대상·상대방 등 구체적 양상, 직무집행의 관련성 등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내용은 물론 육하원칙 같은 형식적 근거조차 없다는 뜻이다. 야당 추천 재판관 3명도 “의혹 일부는 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파면할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헌법 제65조가 규정한 탄핵 요건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때’이다. 또, 탄핵 결정은 ‘파면’밖에 없기 때문에 그럴 정도의 중대한 불법성이 인정돼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추진한 이 검사 탄핵 사유 중 리조트 이용 부정청탁,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위장전입 등은 징계 사유나 경범죄 수준이다. 직무 관련성도 없다.
민주당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밀어붙인 것은 이 검사가 수원지검 2차장검사로 재직하며 이재명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 사건 등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수사 검사를 겁박하고 업무를 중단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놓은 김영철·강백신·박상용·엄희준 검사의 경우도 모두 이 대표와 민주당 관련 사건을 수사한 공통점이 있다. 탄핵소추안에 적시된 내용 중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도 많다. 문제는 탄핵소추만 해도 당사자의 업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이 검사는 대전고검으로 전출돼 9개월 동안 이 대표 수사를 하지 못 했다.
이쯤 되면 탄핵소추를 빌미로 한 무고(誣告)나 다름없다. 국민과 당사자에게 사과하는 게 당연함에도 적반하장 행태를 보인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와 감찰 결과에 따라 검사 탄핵 여부를 다시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런 식이야말로 탄핵 당해야 할 헌법 파괴 행태다.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측면도 있다. 엉터리 탄핵소추에는 엄청난 국가적 비용도 투입된다. 모두 민주당이 책임져야 할 문제들이다.
문화일보 사설
08.31 '이재명 대표, 獨島 그만 흔드시오'
한국에 '反美 정권' 들어서
'反日 선동' 하면 독도 상황 예측 못 해
이 대표, 怪談 자꾸 지어내면
일본 右翼의 '다케시마 홍보 대사' 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독도 발언을 들으면 일본 우익(右翼)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표기) 홍보 대사’를 맡기로 작정한 듯하다. 국회 다수당 대표이자 야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 1순위에게 그걸 의뢰했을 리 없으니 자진(自進)해서 맡은 것이다. 이 대표 발언은 즉각 일본 신문·방송을 타고 일본 전역에 전해져 독도가 한일 분쟁의 땅이란 이미지를 강화시켰을 게 분명하다. 일본은 손 안 대고 코 푼 셈이다.
일본은 영토 분쟁 지역으로 3곳을 꼽는다. 하나는 사할린과 홋카이도(北海道) 사이 4개 섬 영유권 문제다. 일본은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사할린 섬 절반을 차지했다. 2차 대전에서 패배하고 그걸 소련에 반환했는데 그때 소련은 그 남쪽 섬에 살던 일본인을 내쫓고 점령했다. 일본인이 살던 데서 쫓겨났다 해서 일본은 4개 섬 반환을 ‘북방 영토 회복의 비원(悲願)’이라고 표현한다.
둘째는 타이완과 오키나와 사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다. 1895년 청일전쟁에 패배한 중국은 타이완을 일본에 넘겨줬다가 2차 대전 후 되찾았다. 센카쿠섬은 현재 일본이 점유하고 있으나 중국은 그 섬이 본래 타이완에 속한 섬이라는 이유를 대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타이완은 가만있는데 중국이 나섰다. 셋째가 독도 문제다. 처음엔 다케시마를 아는 일본인은 몇 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분쟁 지역 3곳에 대한 대처는 각기 달랐다. 일본은 미국 점령에서 벗어나 주권을 회복하자마자, 4개 섬 반환을 소련에 줄기차게 요구했다. 1956년 소련은 섬 4개 가운데 2개의 반환 의사를 얼핏 비치기도 했으나 냉전이 깊어지면서 없던 일이 돼버렸다. 소련 해체 직전 일본은 막대한 경제 원조 약속으로 소련의 태도를 바꿔보려 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센카쿠 열도는 중국은 대들고 일본은 무시하는 패턴이었다. 일본에서 자민당 정권이 민주당 정권으로 교체되자 ‘중국 공세(攻勢)-일본 무시(無視)’ 양상이 변화했다. 민주당 정권이 개인 소유였던 이 섬들을 국유화(國有化)하자 중국 대응이 격렬해졌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 중국 해양 경찰이 센카쿠 해역(海域)을 수시로 침범하고, 중국인들은 섬 상륙을 시도했다. ‘중국 경찰’에 일본이 군대인 ‘자위대’로 맞서면 무력 충돌로 확대될 위험도 따랐다.
민주당 정권이 미·일 동맹에 틈을 벌이며 동북아시아 안보 협력체 등 설익은 구상을 내놓자 상황은 악화됐다. 미국 대통령들은 미·일 안보조약의 일본 방위 공약에 센카쿠 열도가 포함되는지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중국은 이 틈을 타고 센카쿠 해역에 미사일을 쏘아댔다. 센카쿠 위기는 자민당 정권이 돌아와 미·일 동맹을 정비하고, 미국 대통령이 일본 방위 공약에 센카쿠 열도도 포함된다고 확언(確言)하면서 진정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 도전은 주로 일본의 외교 백서·방위 백서·교과서에 독도를 일본명 죽도(竹島)로 표기하는 식이었고, 여기에 정치인·우익 단체들이 올라타 불을 지폈다. 이것도 무시할 수 없는 건 훗날 분쟁이 노골화할 때에 대비한 국제법상 근거 축적 성격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마다 따끔한 항의와 경고가 필요하다. 문제는 과잉 대응이었다.
2000년대 이전엔 ‘죽도’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일본인은 20~30%도 되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 이후 정부와 반일(反日) 단체의 격렬한 반응이 이어지면서 일본인들의 독도 인지도(認知度)는 90%로 수직으로 치솟았다. 영토 문제로 여론에 불이 붙으면 어느 나라 어느 정권도 여론에 끌려가게 된다. 일본 정부가 선(線)을 넘지 않고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도록 견제한 것은 한미 안보 조약과 미·일 안보조약으로 동북아시아 안정을 지탱하고 있는 미국의 존재다. 미국이 윤석열 정권의 한일 관계 긴장 해소 노력을 평가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독도가 위험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까. 한국에 반미(反美) 정권이 들어서고 그 정권이 반일(反日) 선동으로 정권을 유지하려 하면 그럴 수 있다. 아마 그 모습은 일본이 실효적(實效的)으로 지배하는 센카쿠 열도에 대한 중국의 도발 방식과 닮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배후(背後) 조정 역할도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비현실적 악몽(惡夢)이랄 수 있겠는가.
국장급 주한(駐韓) 중국 대사가 버르장머리 없이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면 한국이 역사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일장훈시(一場訓示) 하는 걸 고개를 조아리며 듣는 이재명 대표와 그걸 받아 적는 민주당 간부 모습을 떠올리면 걱정이 크다.
조선일보 강천석 기자
08.31 '짐승의 시대'에 "여한 없다"는 與黨 의원
야당, 숫자도 기세도 압도적
동료 의원도 윽박지르고 겁박
'투쟁력 대신 스펙' 꽉 찬 여당
민주당 반칙에 맞설 의지 있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워크숍을 갖는 모습. /이덕훈 기자·뉴스1
여러 해 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의 몸싸움이 막 시작될 순간, 누군가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야 이 새X야, 안 튀어 나가?” 돌진한 것은 운동권 출신 초선, 소리를 지른 사람은 그의 운동권 선배인 보좌관이었다. 당시 한 의원은 “얼굴마담 뒤 진짜 운동권들이 국회를 주물럭거리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생태계는 특이한 구석이 있다. 운동권 출신 의원을 정점으로 보좌진, 시민 단체, 지자체가 ‘순환 구조’를 이룬다. 20여 년째 서로 챙겨주고 당겨주면서 이미 ‘정치로 먹고사니즘’을 실현해 냈다.
판검사, 변호사, 의사, 기업가 같은 전문직이 많은 국민의힘은 전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나는 이거 안 해도 먹고살 걱정 없다”는 말을 정말 여러 번 들었다. “민주당은 결사체, 국민의힘은 자영업자연합회 같다”는 비유도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자영업자는 자기 업(業)에 영혼까지 갈아 넣는다.
22대 당선자를 여럿 배출한 서울대 어느 학과 모임이 얼마 전 있었다고 한다. 국민의힘 A 의원의 인사말이 이랬다. “저는 지난 년 고시에 합격한 후 부 국장을 거쳐… 퇴임을 앞둔 시점에 이제 입법부에 진출하게 되어 여한이 없습니다.”
운동권 출신으로 과거 정부에서 주요직을 맡았던 B씨. 당시 청와대 인사들과 회식 중 대북 노선을 두고 격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는 와인 잔을 깬 후 파편을 쥐어 입에 넣고는 와그작 씹었고, 이후 그 독불장군은 상급자의 말도 무시했다고 한다. 민주당 의원이 되어 요즘 안하무인으로 구는 그를 보면, 그 소문에 과장은 있어도 ‘날조’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단의 공격성은 전염된다. ‘이재명식 줄 세우기’는 민주당에서 유사 투사를 양산해 내는 중이다. ‘살인자’ 구호 난동을 부린 치과 의사·변호사 출신 전현희 의원은 길거리 출신 못지않다. 전통의 싸움꾼들과 ‘초선 깡패’들의 화력도 대단하다. ‘탄핵’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당이 다르면 동료 의원마저 겁박한다.
수적으로도, 화력으로도 여당은 열세다. 그나마 ‘선비답게’ 이성의 무기로 질서를 잡아주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지난 국회에서 발의된 운동권 세습법이나 전형적 포퓰리즘 법안 공동 발의자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이름을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법안 발의 상부상조, 즉 법안 발의 숫자를 늘리려고 자기 이름을 마구 빌려줘 ‘악법의 들러리’가 된 것이다. 정치가 목숨줄인 사람과 ‘여한 없는’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길지, 뻔하다.
사실 지난 총선에서 한동훈 비대위의 공천은 처음 약속과 달랐다. 보수 가치를 위해 뛴 이들, 당에서 먹고살아온 당직자나 보좌관 등 정치 신인은 후순위로 밀렸다. 텃밭 물갈이도 하지 않아 현역 당선자가 가장 많은 곳이 TK였다.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만, ‘투쟁력보다 스펙’을 보는 여당의 선구안과 태도는 ‘짐승의 시대’에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나경원 후보가 크게 다퉜다. 지난 2019년 민주당의 패스트 트랙 일방 처리를 막다가 생긴 불상사로 기소된 사건을 두고서였다. “나 의원이 공소 취하를 부탁했다” “그게 내 개인 민원이냐” 그 언쟁에서 두 보수 엘리트의 정직성과 한계를 동시에 봤다.
“민주당의 악행을 막을 수 있다면 전과 10범도, 20범도 두렵지 않다.” 누구라도 이런 말을 했다면, 여당의 투쟁력을 보는 국민의 눈길이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참고로 해직 교사 부당 특채로 지난 29일 직을 상실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대법원 판결 직후 이런 단체 문자를 보냈다. “조희연과 함께했던 혁신 교육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믿습니다.”
조선일보 박은주 기자
08-31 “전직 대통령 두명 구속한 文…측근들의 ‘정치보복’ 운운은 후안무치” 비판 쏟아낸 홍준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를 압수수색하는 등 전 정권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문 전 대통령의 측근들과 더불어민주당이 "치졸한 정치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참으로 후안무치하다"며 이들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당시 본인은 전직 대통령을 두 사람이나 정치사건으로 구속하고 국정농단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보수우파 진영 수백 명을 구속한 일이 있다"며 "그런데 지금 와서 가족비리 혐의로 본인의 가족들을 조사하니, 측근들이 그걸 정치 보복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홍 시장은 이어 "문 정권 초기 야당 대표를 했던 나를 1년 6개월 동안 계좌추적하고 통신조회하고 내 아들, 며느리까지 내사 하더니 이제 와서 자기 가족들 비리 조사 한다고 측근들이 나서서 정치보복 운운 한다는 건 참 후안무치하기 그지 없다"고 했다.
홍 시장은 그러면서 "지은 죄만큼 돌아가는 게 세상 이치"라며 "몰염치한 짓은 하지 맙시다"라고 썼다.
홍 시장의 글은 문다혜 씨 자택 압수수색을 계기로 문 전 대통령의 측근과 민주당이 검찰을 맹비난하고 있는 것을 겨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뉴시스
실제로 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 영화 대사를 인용해 "그 너무 심한 거 아니요"라고 적었다. 윤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 검찰에게 이 대사를 들려주고 싶었다. 해도 너무한다고, 이제 그만 하라고 말이다"라고 했다.
윤 의원은 "몇 년 동안 털어도 제대로 나온 게 없으니, 드디어 대통령의 딸을 공격한다. 7년 전 사건을 조사한다면서, 왜 최근 딸의 전세 계약을 맺은 부동산 중개업체를 뒤지냐"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들이 바라는 죄가 나올 때까지 별건조사는 기본이고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고 있다"며 "이게 정치보복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고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정치보복이란 칼을 너무 믿지 말라"며 "결국 그 칼에 스스로 당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했다.
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전병헌 새로운미래 대표는 "전형적인 정치보복 망신주기 수사행태"라며 "헤어진지 오래인 전 남편에 대한 수사를 이유로 분가해 살고 있는 다혜 씨 집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도를 넘은 전형적인 정치수사 행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치적 수사 행태가 김건희 여사 수사나, 채상병 희생에 대한 수사와 비교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추락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 사위였던 서모 씨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30일 다혜 씨 서울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문화일보 오남석·손기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