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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이야기1/ 2024.06.17 러·벨라루스·탈레반… 올림픽 얼씬도 못해 - 08.05 메이저 우승 24회 전설 조코비치, 드디어 올림픽 金 품었다

상림은내고향 2024. 8. 5. 19:33

파리 올림픽 이야기1/ 2024

쇳덩이 1만 t, 혁신 더해 650조 원 가치로… 이게 진짜 ‘에펠탑 효과’

에펠탑의 5가지 혁신성

 

 《‘에펠탑 효과(Eiffel Tower Effect)’란 경제 용어가 있다. 자주 접하면 호감도가 높아지는 심리 현상을 가리킨다. 광고의 ‘반복 노출 효과’와 비슷하다. 에펠탑이 세워질 당시에는 흉물로 비판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파리를 대표하는 기념물로 사랑받게 된 것에 착안했다.》

그런데 이 용어의 정확성을 높이려면 추가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에펠탑은 단순히 눈에 익숙해져 좋아진 게 아니라, 에펠탑 자체가 품고 있는 혁신성이 결국 파리 시민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제품보다는 우수한 제품이어야 반복 노출될 때 그 호감도가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을 통해 에펠탑은 더 자주 반복 노출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역사적 의의를 짚어 그 매력에 한층 더 깊게 다가가 보는 것은 어떨까. 5가지 키워드로 에펠탑의 전위성을 살펴봤다.

 

에펠탑이 갖는 첫 번째 의미는 철의 미학이다. 에펠탑은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서 열린 1889년 파리 엑스포를 위해 세워졌다. 300m 초대형 기념물을 세우기 위해 1만 t이 넘는 철(엘리베이터 등 포함)이 쓰였다. 전통 건축재료인 나무나 벽돌, 석재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높이의 구조물을 온전히 철만을 이용해 세운 것이다.

역사적으로 인류가 철을 사용한 것은 기원전 1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실제로 철이 일상에 가깝게 다가온 것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이다. 석탄을 이용한 제련 기술이 개발되면서 철이 대규모로 생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에펠탑은 인류에게 ‘철기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문명사적 기념물이다.

둘째, 에펠탑은 현대 도시가 지닌 높이의 미학을 한발 앞서 보여준다. 인류가 세운 건축물 중 가장 오래 초고층 건물의 지위를 유지한 것은 놀랍게도 이집트의 피라미드이다. 기원전 2500년 세워진 쿠푸왕 피라미드 높이가 147m다. 이 기록은 14세기 중세 고딕 시대에 와서야 비로소 도전받는다.

이후 19세기까지 150m 안팎이 높이에 관한 인간의 한계였다면 에펠탑은 이를 단숨에 2배로 추월해 버린다. 319m의 크라이슬러 빌딩이 미국 뉴욕에 들어선 1930년까지 41년간 에펠탑은 세계 최고층 건물의 지위를 유지한다. 현재는 500m 이상 되어야 최고층 건물로 인정받지만, 7층 높이의 나지막한 저층 빌딩으로 이루어진 파리 한복판에 우뚝 솟아오른 에펠탑이 발산하는 영웅적인 웅장함에 도전할 만한 건축물은 오늘날에도 찾기 어렵다.

에펠탑이 갖는 세 번째 의미는 공학적 신비다. 에펠탑은 기술적 엄밀성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에펠탑은 철제 부속 1만8038개로 짜여 있는데, 각각의 프레임을 잇기 위해 250만 개의 리벳이 투입됐다. 또 각각의 파트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연결되기 위해 5300장의 도면이 그려졌다. 덕분에 에펠탑은 예측불허의 기후 상황에도 잘 버티고 있다. 원래 20년 후 해체되기로 했으나 현재에도 여전히 당당하게 파리의 하늘을 지키고 있다. 에펠탑은 기술력을 통해 현대 문명의 공학적 신뢰도를 한 단계 높였다.

넷째, 에펠탑의 경제적 가치도 주목해 봐야 한다. 에펠탑 운영 주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619만2000명이 다녀가 1억1292만 유로(약 1700억 원)의 수익을 냈다. 에펠탑의 설립 비용은 총 779만 프랑으로 알려졌는데, 이 중 정부가 150만 프랑만 대고 나머지는 설계와 시공을 맡은 구스타프 에펠이 내는 조건으로 진행되었다.

그 대신 향후 20년간 운영권을 가졌는데, 첫해만 입장 수입이 800만 프랑이었다고 한다. 결국 에펠은 당초 예정이었던 ‘프랑스 혁명 100주년 기념탑’ ‘300m 탑’ 대신 탑에 자신의 이름을 달 수 있었다. 2012년 이탈리아 몬차에브리안차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에펠탑의 경제적 가치는 4346억 유로(약 650조 원)로 유럽에서 가장 가치 있는 건물로 평가받았다.

 

▲로베르 들로네의 ‘붉은 탑’(1911∼1912). 들로네는 에펠탑 그림만 50여 점을 그려서 ‘에펠탑 화가’로 불린다. 사진 출처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홈페이지

 

다섯째, 에펠탑은 많은 화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특히 로베르 들로네 같은 화가는 에펠탑을 주제로 50여 점을 그렸다. 그는 큐비즘의 형태에 야수파의 색채를 가미한 독특한 추상화를 개척하는데 이를 통해 에펠탑의 혁신적 구조를 재해석했다.

이렇게 에펠탑의 혁신성을 살펴보고 나니 처음 조롱과 비난을 받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오래 보면 좋아진다는 ‘에펠탑 효과’가 ‘혁신성은 언젠가 인정받는다’는 의미로 재규정되어야 할 것 같다.
동아일보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06.17 러·벨라루스·탈레반… 올림픽 얼씬도 못해

IOC, 25명 '개인자격'으로 허용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 모형에 '2024 파리 올림픽' 로고가 그려져 있다. /로이터 뉴스1

 

다음 달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국기와 침공 조력국인 벨라루스 국기,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 정권이 제정한 국기는 볼 수 없다. 이들의 올림픽 참가를 봉쇄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벨라루스는 일부 선수에 한해 개인 자격으로 출전을 허용하고, 아프가니스탄은 해외 망명 선수를 국가대표로 인정키로 했기 때문이다.

 

15일 IOC는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 25명의 명단을 1차로 발표했다. 당초 러시아는 사이클·체조·역도·레슬링 같은 종목에서 선수 24명, 벨라루스는 17명의 출전권을 갖고 있었으나 정작 러시아 선수 14명과 벨라루스 선수 11명만 출전이 허용됐다.

 

출전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개인 중립 자격’으로만 출전이 가능하다. 단체전 출전도 금지된다. 자국 군사 활동과 관련이 없어야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도 붙었다. IOC는 대회에서 러시아·벨라루스의 국기 사용, 국가 연주 등도 금지했다. 선수들의 개막식 행진 참석도 불허했다. IOC는 또한 선수 명단을 발표할 때 ‘러시아·벨라루스 선수’가 아닌 ‘러시아·벨라루스 여권을 가진 선수’라고 발표하는 등 극도로 거리를 두는 모습도 보였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집권 세력 탈레반은 배제되고, 해외 망명 아프가니스탄 올림픽위원회 인사들이 주축이 돼 남녀 각 3명으로 꾸린 대표팀이 참가한다. 2021년 8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이후 여학생의 교육 기회가 박탈되고 여성의 스포츠 접근조차 어려워지는 등 성차별이 심각해지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IOC는 “우리는 성평등 팀을 원하며 어떤 탈레반 정부 대표단의 올림픽 참가도 허락하지 않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유재인 기자

 

06.18 배 56척에 선수 싣고 센강 퍼레이드...파리 올림픽 개회식 리허설 보니

▲파리 올림픽 개막을 한달 여 앞둔 17일 오전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선수 퍼레이드를 위한 선박 기술 테스트와 함께 개막 리허설이 벌어지고 있다. /뉴스1

 

“올림픽 파이팅(Allez Jeux Olympiques), 파리 만세(Vive Paris)!”

17일 오전 8시 프랑스 파리의 상징 센(Seine)강의 명물 다리 중 하나인 레오폴 세다르-상고르 인도교. 아침 햇살을 등지고 강을 거슬러 오는 배 수십척을 향해 한 관광객이 소리를 치자, 곁을 지나던 출근길 파리 시민들이 크게 웃었다. 배 위에서 열심히 깃발을 흔들던 올림픽 조직위 직원은 잠시 당황한 듯하다 이내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파리 올림픽 개막을 38일 앞둔 이날 센강에서 개회식 리허설이 열렸다. 근대 올림픽 128년 역사상 최초로 스타디움이 아닌 야외, 그것도 강 위에서 배를 타고 하는 개회식이다. 7월 26일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하는 개회식에는 배 94척이 5000여 선수를 싣고 파리 동쪽 ‘오스테를리츠’ 다리에서 출발, 서쪽의 예나(Iena) 다리까지 총 6㎞에 걸쳐 수상 퍼레이드를 펼친다. 30만명에 이르는 관람객은 센강 양쪽 강변과 다리 10여 개에 마련된 관람석에서 개회식을 지켜보게 된다.

 ▲그래픽=양진경

 

이날 배 56척이 나와 개회식에서 펼쳐질 수상 퍼레이드를 재현했다. 화려한 장식을 하지는 않았으나 수십척이 줄 지어 센강을 오르내리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배들이 지나는 센강 주변엔 여전히 공사 중인 임시 경기장과 관람 시설들이 늘어서 있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효율성 차원에서) 딱 필요한 만큼의 배와 인력을 동원했다”며 “올림픽 준비는 이상 없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리허설은 지난해 7월 이후 두 번째다. 당시엔 폭 100~200m에 불과한 센강을 선수단과 중계 카메라, 무장 보안 요원이 각각 탑승한 배들이 무리를 이뤄 운행 가능한지 시험했다. 이날은 추가로 개회식 중계 생방송을 위한 방송 테스트가 이뤄졌다. 개막 당일 각각의 배에 설치된 카메라 수백대에서 찍힌 영상이 5G(5세대) 무선통신과 위성 인터넷 등을 이용해 올림픽 방송 서비스(OBS) 센터로 잘 전송되는지 시험하는 것이다.

 

파리 올림픽 글로벌 파트너인 삼성전자도 리허설에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선수단이 탑승하는 배에 ‘갤럭시 S24 울트라’ 스마트폰 200여 대를 설치, 선수들의 흥겨운 모습을 전 세계로 내보낸다. 삼성전자 측은 “한여름 야외에서 장시간 진행되는 개막식에도 고화질 영상이 끊김 없이 원활하게 촬영·전송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을 동원했다”며 “오늘 문제 없이 잘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올림픽 개막이 다음 달로 다가온 만큼, 이번 리허설은 실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치러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동원된 배들은 평소 모습 그대로였고, 대부분 텅 빈 채 운행돼 개막 당일 모습을 짐작하기 힘들었다. 리허설을 지켜보던 파리 시민 아망딘(29)씨는 “다소 실망스럽지만, 테러 위협 때문에 개막식이 실제로 센강에서 벌어질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 조직위도 (실제처럼) 힘을 주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고 했다.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 상상도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 제공

 

파리는 앞서 1900년과 1924년 하계 올림픽을 열었다. 이후 100년 만에 세 번째 올림픽을 열게 되면서 영국 런던과 함께 세 번 올림픽을 치른 도시가 됐다. 하지만 파리 올림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우선 테러 우려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유럽 곳곳에서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벌어지고, 테러 시도도 적발되면서 프랑스 당국은 초긴장 상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월 “테러 위협이 있으면 센강 수상 개막식을 취소하고 ‘플랜B(대안)’를 찾겠다”고 선언했다.

 

프랑스 언론은 수영 경기가 벌어질 센강의 수질 악화, 사상 최악의 교통 대란, 바가지 물가 우려 등을 지적하는 기사도 쏟아내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선 ‘올림픽에 오지 말라(Don’t come to Paris Olympics)’는 파리 시민들의 보이콧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플랜B’는 없다. 올림픽 개막식은 센강에서 치러질 것”이라고 했다. 또 올림픽 비관론에 대해선 “우리는 사상 최고의 올림픽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06.28 "파리올림픽에 모든 걸 건다"… 김주형·안병훈, 고진영·양희영·김효주

대한골프협회 대표팀 확정, 금메달 3억원 포상금 등 전폭 지원 약속

 김주형의 PGA투어 경기 모습. /AP 연합뉴스

 

 ▲양희영이 지난 24일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후배들로부터 축하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고진영, 김효주, 김아림(오른쪽) 등 한국 후배들은 물론 브룩 헨더슨 등 외국 선수들도 축하했다. 리디아 고는 "양희영은 투어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전부 진심"이라고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내도록 숙소와 이동 수단, 식음료 등에 세심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대한골프협회는 강형모 회장의 전폭 지원 약속과 함께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 나서는 골프 대표팀의 명단을 27일 확정 발표했다. 파리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는 골프 국가대표는 남자부 김주형과 안병훈, 여자부는 고진영, 양희영, 김효주 등 5명으로 이뤄졌다.

 

대한골프협회는 “올림픽 참가 자격은 국제골프연맹(IGF)의 남녀 세계 랭킹에 기반을 둔 올림픽 골프 순위에 따라 정했다”며 “2024파리 올림픽 파견 선수단 명단을 확정해 대한체육회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올림픽 골프는 남자부가 8월 1일부터 나흘간, 여자부는 8월 7일부터 나흘간 프랑스 르 골프 나쇼날 올림픽 코스에서 열린다. 협회는 금메달 3억원, 은메달 1억 5000만원, 동메달 1억 원의 포상금을 책정했다.

 

한국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박인비가 여자 골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코로나 사태로 2021년 여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선 노메달에 그쳤다.

조선일보 민학수 기자

 

07.04 파리올림픽, 사상 최초로 모든 경기 운영에 AI 도입한다

어디에, 어떻게 적용되나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기술, 특히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으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지난 4월 19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영국 런던에서 열린 행사에서 ‘올림픽 AI 어젠다’를 발표했다. 그 자리에서 바흐 위원장은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은) 죽느냐 샤느냐의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미 일부 개별 스포츠 종목에서 AI를 사용하는 사례들을 볼 수 있지만, 스포츠 전반에 대한 AI 전략은 없다”며 “우리가 오늘 최초로 거시적 측면에서 스포츠에 대한 올림픽 AI 어젠다를 제시하는 이유”라고 했다. IOC가 적극적으로 나서 AI가 일으키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변화를 이끄는 주체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AI 전면 도입한 올림픽

파리 올림픽은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가 세상에 공개된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올림픽이다. 사상 최초로 AI를 경기 운영 전반에 도입한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로 기록될 전망이다. IOC는 특히 선수 보호 영역에서 AI의 쓰임새에 주목했다. 올림픽 기간 전 세계 시청자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운동 선수들이 각종 악플과 비방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AI로 이 같은 ‘온라인 학대’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IOC는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16일 동안 5억건 이상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생성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올림픽에 적용되는 AI 서비스는 1만5000여 선수 및 관계자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광범위하게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림픽 참가자들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 AI 서비스를 적용하면, 악질적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올 경우 선수가 보기도 전에 글을 지워준다. 이 AI 모니터링 시스템은 총 35개 언어로 제공된다고 IOC는 밝혔다. 올림픽이 온라인 환경에서 선수 보호 시스템을 공식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OC는 체조 경기 등에서 AI가 미세한 실수를 판별하는 ‘AI 심판’인 ‘JSS(Judging Support System·심판 보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체조 선수의 미세한 움직임을 카메라로 포착하고, AI가 이미지를 분석해 회전수 및 동작의 정확성을 판단해주는 기술이다. 현대 체조 경기에 육안으로 분간하기 어려운 복잡한 동작이 많아진 만큼,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게 AI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드론쇼로 주목받았던 인텔 역시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AI 서비스를 대거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인텔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올림픽 경기장 내부 곳곳을 자동 인식해 음성으로 방향을 안내해주는 스마트폰 AI 내비게이션을 제공한다. 삼성전자와 함께 관중이 직접 선수처럼 단거리 달리기·점프 등을 하면 운동 능력치를 분석해주는 체험형 AI 서비스 존을 운영한다. 바흐 위원장은 “AI는 심판에 혁명을 일으키며 스포츠의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고, 스포츠 방송과 관중의 경험까지도 바꿀 수 있다”며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AI의 엄청난 잠재력을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AI 열풍

AI 기술은 올림픽 경기장 밖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을 주도할 전망이다. 최근 미 NBC는 올림픽 기간 전설적인 스포츠 캐스터인 알 마이클스의 목소리를 학습한 AI를 활용해 시청자들에게 맞춤형 올림픽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NBC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피콕’은 올림픽 기간 시청자가 선택한 관심 종목 3가지 및 보고 싶은 동영상 스타일을 토대로 개인 맞춤형 ‘오늘의 올림픽 요약’ 영상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AI가 파리 올림픽 5000시간 분량의 생방송을 빠르게 편집해 미국 전역에 최대 700만개의 맞춤형 영상으로 제공하고, 모든 영상에는 AI가 흉내 내는 마이클스의 음성으로 해설이 붙는다는 것이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내달 10일 파리에서 ‘갤럭시 언팩 2024′를 개최하는 삼성전자도 올림픽 기간 AI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체험관을 운영한다. 갤럭시AI의 ‘실시간 통역’, 피사체를 자유롭게 옮기는 ‘생성형 편집’ 등을 직접 써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조선일보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07.15 비용은 4분의 1, 목표는 新대혁명… 파리올림픽은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개최비 88억달러는 직전 도쿄의 4분의 1… 기존 인프라로 비용 아껴
성평등·친환경·사회통합 등 보편가치 강조하는 '선도국가형 올림픽
유럽의 무기력에서 탈피해 역동성 회복하는 계기 될지 지켜봐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와, 프랑스 정부 인사들이 1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포슈 거리에서 올해 올림픽과 프랑스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연례 바스티유 데이 군사 퍼레이드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올림픽 성화 엠블럼을 만들고 프랑스 공군 파트루이 드 프랑스의 알파 전투기가 공연을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오는 26일 파리 올림픽이 개막한다. 우리 언론에는 축구·농구를 비롯한 주요 구기 종목에서 한국 대표팀의 출전이 무산된 데 따른 실망감과 그에 따라 메달을 많이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1988 하계, 2018 동계 올림픽을 개최한 대한민국이 메달 획득을 통한 국위 선양, 그리고 체계적 준비와 차질 없는 운영에 방점을 두어 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파리 현지 소식으로는 수질 개선이 되지 않은 센강에서의 수영 여부가 국내에서 화젯거리다. 올림픽 선도국으로서의 프랑스는 왜 2024 올림픽을 유치했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 그들이 만들어내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024 파리 올림픽은 프랑스, 그리고 파리의 세 번째 하계 올림픽이다. 1900년 2회 파리 올림픽은 고대 올림픽의 재현에 가까웠던 1회 아테네 올림픽을 세계적인 행사로 본격화했다. 1924 파리는 올림픽 헌장, 선수촌 제도를 비롯한 올림픽 시스템 전반을 확립함으로써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을 국제 자산으로 만들었다. 올림픽의 아버지 쿠베르탱의 나라 프랑스는 그만큼 올림픽에 진지하다.

 

올림픽은 대회 기간 동안 무기를 내려놓았던 그리스의 정신을 계승해 평화를 추구하고 정치성을 배제하는 것을 기본 정신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정치 플랫폼 성격이 강했던 올림픽이 여러 번 있었다. 게르만 민족주의 선전장이었던 1936 베를린을 비롯, 냉전 시대 반쪽 잔치였던 1980 모스크바와 1984 LA 등이 대표적이었다. 21세기에도 그런 기조는 여전히 남아 있다. 2008 베이징과 2014 소치는 중화 제국과 러시아 제국이 다시 세계 역사의 주역으로 등장했다는 선언의 장이었다. 러시아는 올림픽 기간 중 크림 반도를 합병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또한 브라질의 남미 맹주로서의 위상 과시 목적이 컸다.

 

 ▲그래픽=이철원

 

과시에는 대규모 투자가 따른다. 2008 베이징, 2014 소치는 각 527억달러와 597억달러를 썼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도 경제 규모 대비 부담스러운 130억달러를 썼다. 대규모로 투자된 경기 관련 인프라가 방치되거나 황폐화되는 사례는 올림픽의 그늘이다. 그리스가 과잉 투자의 여파로 경제 위기를 맞은 이후 많은 도시들이 올림픽 개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최근의 올림픽은 새로운 방향성과 효용이 실험되고 있다. 2012 런던은 기존 시설 활용으로 비용을 절약, 베이징의 4분의 1인 133억달러를 썼다. 핵심 비전도 ‘제국의 부활’이 아닌, 낙후된 동부 런던의 발전이었다. 2020 도쿄도 쓰나미·감염병 등 재해 피해 구제와 공존이라는 소박한 메시지로 사회 동력을 끌어올리고 일본이 맞고 있는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자는 공감대를 조성하는 계기로 삼았다. 올림픽을 통해 사회 문제를 조명·해결하고 그에 맞는 공공 가치를 표방하는 소셜 브랜딩을 지향한 것이다.

 

2024 파리 올림픽도 소셜 브랜딩의 성격이 강하다. 올림픽 개최 비용은 약 88억달러로서 2020 도쿄의 4분의 1 수준이다. 기존 도시 인프라 활용으로 비용을 크게 줄였다. 지하철 현대화, 센강 수질 개선, 서민 주거단지로 전환될 예정인 친환경 선수촌 건설 등 사회자본 정비에 주력하는 것도 런던·도쿄의 경향을 계승한다.

 

그러나 프랑스의 의도는 소박하지만은 않다. 근대 올림픽 운동의 주창자로서 ‘선도 국가’로서의 프랑스의 리더십을 보여주고자 한다. 런던·도쿄는 재해 구제, 지역 개발 등 로컬을 우선했지만, 프랑스의 목표는 지속 가능, 사회 통합, 친환경, 양성 평등 등 인류의 보편 가치를 이야기하는 플랫폼으로서 올림픽 위상의 재정립이다.

 

대기업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70억유로에 달하는 올림픽 관련 조달 계약 중 25%를 스타트업·중소기업에 할당했다. 또한 ‘소셜 비즈니스 시티’로서의 미래 비전을 선포함으로써 사회 통합의 메시지도 던졌다. 친환경 도시의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나무 17만 그루를 심고, 자전거 위주의 도시 교통 체계를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최초로 남녀 출전 선수 비율을 50대50으로 구성하고 여자 마라톤을 대회 마지막 경기로 편성하며 양성 평등을 조명하는 노력을 했다.

 

그 배경에는 두 가지 위기감이 있다. 첫째 프랑스, 나아가서 유럽의 위기다. 사회 모순, 계층 갈등, 패권 상실은 시민들의 무기력으로 이어져 왔다. 선도 국가로서의 실질적 지위와 역할도 과거와 같지 않다. 다른 하나는 올림픽의 위기다. 과도한 투자와 적자가 반복되면서 ‘올림픽의 저주’라는 말이 상식처럼 통한다. 국가주의의 플랫폼으로서도 다른 대체재가 많다. 올림픽에 미래가 있으려면 지속 가능하면서도 존재의 의미가 있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그래픽=이철원

 

주한 프랑스 문화원장 뤼도빅 기요는 2024 파리를 ‘올림픽의 프랑스 대혁명’이라고 했다. 프랑스는 ‘앙시앵 레짐(구체제)’이 지배하던 세계를 ‘자유·평등·박애’라는 보편 가치로 앞장서 바꾼 나라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도 프랑스는 보편 가치의 선도 국가로 자리 잡으며, 사회적 동력을 회복하고, 동시에 올림픽의 가치 또한 회복하려 한다. 과거의 계승을 통해 현재 문제를 극복, 미래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의도는 올림픽을 통한 ‘르네상스’의 구현이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비상업성과 탈정치성을 올림픽의 핵심 가치로 강조한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이 투자되는 올림픽은 어쩔 수 없이 상업적이고 정치적이다. 그 경계를 넘지 않으면서 목표를 달성해 내는 균형감이 올림픽의 미학이다. 막대한 국가 자본을 투자해 과시성으로 체제를 선전하거나 메달 숫자를 가지고 우월성을 논하는 것이 ‘성장국가’형 구체제적 올림픽 활용법이었다.

 

반면 지속 가능한 체제로의 혁신의 계기로 삼고, 문화적 성숙함을 바탕으로 세계 시민사회의 공존을 위한 미래 지향적 메시지를 전하는 플랫폼으로 올림픽을 활용하는 것이 ‘선도국가’형 올림픽의 목표다. 파리가 올림픽을 통해 역동성을 회복하고, 다시금 선도 국가로의 포지셔닝을 해나가는 전기를 확보할 수 있을지 보는 것이 파리 올림픽 관전법이다.

조선일보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

 

07.15 "영광이었다" 방탄소년단 진, 팬들 환호 속 성화봉송

▲성화를 봉송하는 진의 모습. /AP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맏형 진이 파리올림픽 성화를 봉송했다.

 

진은 14일(현지시각) 오후 8시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내 마련된 성화 봉송 센터에서 나와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루브르 앞에는 성화봉송을 하는 진을 보기위해 아침 일찍부터 나온 팬들이 모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출신으로 영국 런던에서 일하고 있다는 아만다(30)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진을 포함해 BTS 모든 멤버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의 성화봉송을 보기 위해 영국에서 프랑스로 넘어왔다고 한다.

 

 ▲성화 봉송 주사로 나선 진을 기다리고 있는 관중들. /뉴스1

 

자매들과 함께 오전 9시30분부터 진을 기다렸다는 사라(22)도 “팬들이 많이 몰릴 것 같아서 일찍 왔다”며 “진이 군 복무를 마치고 우리 곁에 돌아오게 돼 너무 기쁘고, 특히 프랑스에 오는 건 드문 일인데 직접 볼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했다.

 

팬들은 ‘석진(사랑해)’ ‘달려라 석진’ ‘파이팅’ 등 글귀가 적힌 팻말과 태극기를 들고 있기도 했다. 이들은 진이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성으로 맞이했다.

 

 ▲성화 봉송하는 진의 모습. /뉴스1

 

진은 웃으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그는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인근 리볼리 가로 이동해 성화를 넘겨받았다. 곧이어 다시 루브르 박물관 앞까지 약 200m를 걸어 성화를 봉송했다.

 

진은 성화 봉송이 끝난 뒤 소속사 하이브를 통해 영상 메시지를 내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오늘 성화 봉송에 참여할 수 있게 돼 너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제가 성화 봉송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아미 여러분과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가연 기자

 

07-15 에펠탑 감싼 ‘오륜불꽃’

▲프랑스 혁명기념일(바스티유의 날)인 14일 오후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 불꽃이 파리 에펠탑 주변 상공에서 터지고 있다. 파리올림픽은 오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진행된다.
AFP 연합뉴스  문화일보

 

07.20 '가자 파리로'...2024 파리하계올림픽 본단 출국 

 '가자 파리로'...2024 파리하계올림픽 본단 출국

2024 파리하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 본단이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출국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본단은 대한체육회 본부임원(18명)과 펜싱(20명), 탁구(10명) 대표팀 등 총 48명이다.

 

파리 도착 후 본부임원과 탁구 대표팀은 올림픽 선수촌으로 향한다. 펜싱 대표팀은 런던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마련된 사전훈련캠프 겸 급식 지원센터인 ‘팀 코리아 파리 플랫폼’에 입촌한다.

 

한국 선수단은 파리올림픽에서 총 21개 종목 260명(선수 143명·경기임원 90명·본부임원 27명)이 나선다. 오는 26일 파리 센강에서 열리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회 일정에 돌입한다.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 본단이 20일 오전 인천공항 2터미널에서 출국 전 선전을 다짐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탁구 국가대표 임종훈, 신유빈, 전지희, 이은혜(앞줄 왼쪽부터)가 20일 오전 인천공항 2터미널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중앙일보 김경록 기자 

 

07.24 여기도 저기도 한국인 양궁 감독

세계 각국 양궁 감독 한국인 즐비
올림픽 연습장서 안부 묻고 환담

 ▲지난 22일 앵발리드 광장에서 다른 선수들과 함께 훈련 중인 양궁 대표팀 임시현(왼쪽). /연합뉴스

 “아니, 어떻게 오셨어요?” “경유를 몇 번을 했는지 몰라!”

22일 2024 파리 올림픽을 위해 양궁 훈련이 한창이던 앵발리드 광장. 어딘가에서 불쑥 큰 목소리의 한국말이 튀어 나왔다. 김문정 한국 코치와 박영숙 부탄 감독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소리였다. 둘은 10분이 넘게 서로 안부를 물었다. 둘뿐이 아니었다. 훈련 내내 선수들 등 뒤 감독과 코치가 앉아 있는 벤치에서는 한국말이 끊이지 않고 들렸다. 파리 앵발리드가 아니라 한국 진천선수촌이라 해도 믿을 만한 분위기였다. 훈련장에 함께 있던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양궁이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 종목이냐”라면서 신기해했다.

 

한국 양궁은 오랫동안 세계 최강 자리에 군림해 있었다. 그러자 각국 양국협회가 너도나도 한국인을 사령탑에 앉혔다. 이들은 각자 맡은 팀을 강하게 만들어서 올림픽 본선까지 올라왔다. 중국 대표팀의 권용학 감독, 인도 백웅기 감독, 말레이시아 이재영 감독 등이 대표적이다. 개최국 프랑스를 이끄는 오선택 감독도 있다. 덕분에 파리에서 때아닌 ‘한인회’가 열린 것이다.

 

타지에서 만난 덕분에 반갑긴 하면서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세계 전역에서 ‘선진 양궁’을 퍼뜨려온 한국인 지도자들의 존재는 대표팀에 가장 큰 위협 요소다. 각국 양궁의 평균 기량이 확연히 올라온 탓에 한국도 정상 자리를 장담하지 못하게 됐다. 실제로 여자 대표팀은 올해 월드컵 1, 2차 대회 단체전 결승에서 잇따라 권용학 감독이 이끄는 중국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3차 대회 단체전에서는 우승을 차지했지만 중국을 만나지 않았다는 점이 찝찝함으로 남았다. 양궁계 관계자는 “한국 지도자들이 각국으로 퍼져나가면서 우승이 더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그런데도 매번 올림픽에서 양궁에는 유독 우승을 너무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아쉽기도 하다”라고 했다.

 

타향살이의 설움을 맛본 감독도 있다. 백웅기 인도 감독은 2022년부터 팀을 이끌었지만 정작 파리에서는 함께하지 못한다. 인도 매체들은 인도양궁협회가 점찍은 물리치료사에게 밀려 백 감독이 대회 출입증 격인 ‘AD(Accreditation) 카드’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일 파리에서 인도로 향했다는 백 감독은 “굴욕적이고 모욕적이다.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파리=이영빈 기자

 

07-25 태극전사 143명 출격 준비 끝… “통산 100번째 金 내 손으로”

[PARiS 2024 D-1]

세 번째이자 1924년 이후 100년 만의 파리 여름 올림픽이 26일(현지 시간) 개막해 17일 동안 열전을 이어간다. 21개 종목에 143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여름 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과 300번째 메달을 따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직전도쿄 올림픽 때까지 금 96개, 은 91개, 동메달 101개로 모두 288개의 메달을 차지했다. 남자 유도의 김민종은 100kg 초과급에서 한국 선수 최초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유도는 한국 여름 올림픽에서 메달을 가장 많이(46개) 딴 종목인데 100kg 초과급에선 아직 금메달리스트가 나오지 않았다.

 

오상욱

 

임시현

 

 

황선우

안세영
 
 
 
전웅태
 
우상혁
 

박혜정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07.26 구기종목 유일 출전 여자 핸드볼, 강호 독일 꺾고 첫 승

▲핸드볼 여자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강경민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파리 올림픽 첫 판을 짜릿한 승리로 장식했다.

 

헨리크 시그넬(스웨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5일 사우스 파리 아레나6에서 열린 여자 핸드볼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독일을 23대22로 물리치며 두 대회 연속 8강 진출의 불씨를 키웠다. 류은희(헝가리 교리)과 강경민(SK)이 6골, 강은혜(SK)가 4골로 공격을 이끌었다.

 

여자 핸드볼은 한국이 이번 대회에 나선 유일한 단체 구기 종목이다. 11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출전한 한국 여자 핸드볼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2, 은3, 동1을 따냈지만, 2008 동메달 이후엔 메달이 없다.

 

한국은 독일,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와 함께 A조에 편성되어 있다. 작년 세계선수권 2~4위를 차지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의 전력이 강하기 때문에 8강행 티켓이 주어지는 조 4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독일과 슬로베니아를 잡아야 했는데 1차 목표를 이뤘다.

 

한국은 전반을 11-1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섰다. 강경민이 선제골을 뽑아낸 한국은 독일과 엎치락뒤치락하는 경기를 펼치다가 11-8까지 점수를 벌렸지만, 추격을 허용했다. 센터백 강경민이 6번 슛을 쏴 5골을 적중하며 전반 한국 공격을 이끌었고, 헝가리 교리에서 뛰는 유일한 유럽파 라이트백 류은희가 2골로 힘을 보탰다.

 

 ▲한국 강은혜가 슈팅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11-11 동점을 허용했다. 한국의 후반 첫 득점은 5분 27초가 지나고나서 나왔다. 류은희의 장거리 슛으로 앞서갔지만 곧바로 상대 속공을 허용, 12-12가 됐다. 독일에 역전을 허용한 한국은 피봇 강은혜가 동점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독일이 반격하며 14-13. 독일은 잇달아 공격을 성공하며 후반 시작 11분 40초 만에 16-14로 점수를 벌렸다.

 

시그넬 감독은 골키퍼를 빼고 필드 플레이어 7명을 공격에 투입하는 과감한 전략을 쓰면서 한국은 18-17까지 따라붙었다. 류은희와 전지연, 강은혜의 연속 득점이 터졌다. 종료 10분여를 남기고 독일의 19-18 리드. 피봇 강은혜가 류은희의 패스를 받아 19-19 동점을 만들었다.

 

한국은 김다영이 역전에 성공했지만, 곧바로 실점하며 스코어는 20-20이 됐다. 우빛나가 페널티 스로를 성공하며 21-20. 한국이 역전에 성공하자 독일이 골키퍼를 빼는 전략을 쓰며 5분여를 남기고 21-21을 만들었다.

 

우빛나의 페널티 스로가 다시 터지며 한국은 22-21로 앞섰다. 골키퍼 박세영의 선방이 이어지면서 한국은 1분을 남기고 1점 차 리드를 유지했다. 경기장은 한국을 응원하는 “코리아!” 구호로 가득찼다.

 

한 골이 더 터지면 승리를 굳힐 수 있는 상황에서 강경민이 쐐기골을 터뜨리며 2점 차로 점수를 벌렸다. 독일이 페널티 스로로 반격했지만 결국 한국이 1점 차를 지키며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한국 선수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동그랗게 모여 돌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조선일보 파리=장민석 기자

 

07.26 양궁 임시현, 올림픽 첫 경기부터 세계新... "이제 시작일 뿐"

단체 포인트도 대회 신기록

 ▲2024 파리올림픽 대한민국 양궁대표팀 임시현이 지난 2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여자 개인 랭킹 라운드에서 694점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뉴스1

 

여자 양궁 임시현(21·한국체대)이 본인의 첫 올림픽 경기에서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임시현은 25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양궁 랭킹라운드에서 총점 694점으로 64명 중 1위를 차지했다. 694점은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강채영이 얻은 692점을 뛰어 넘는 세계신기록이다. 안산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세운 올림픽 기록(680점)도 뛰어 넘었다.

 

랭킹 라운드 1위를 기록한 임시현은 1번 시드로 개인전 토너먼트에 출격한다. 최하위(64위)에 머문 알론드라 리베라(푸에르토리코)와 첫 판을 치른다. 한국 여자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해 혼성전에도 나서게 됐다. 임시현은 “첫 올림픽이라 많이 긴장했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 드려 좋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남은 경기 더 잘 하겠다”라고 했다.

 

688점을 기록한 남수현(19·순천시청) 역시 안산의 기록을 뛰어넘으면서 2위를 차지했다. 초반 흔들리면서 20위권까지 추락했던 전훈영(30·인천광역시청)은 뒷심을 발휘해 13위(664점)에 자리했다. 세 선수는 개인전 8강까지 만나지 않는다. 단체전 랭킹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합계 점수 2046점의 올림픽 기록. 상위 네 팀에게 주어지는 시드를 받으면서 8강에 직행했다.

 

여자 양궁은 단체전 10연패(連覇)를 노린다. 양궁이 처음 선보인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여자 양궁은 단체전 9회 연속으로 우승했다. 여자 양궁 대표팀은 28일 단체전 경기에 출격한다.

조선일보 파리=이영빈 기자

 

07.26 올림픽 출전 선수 중 연봉 1위는?... 톱10 전부 골프·농구 선수

 한국 시각으로 27일 오전 2시 30분(현지 시각 26일 오후 7시 30분)부터 개막하는 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 1만500명 가운데 연(年) 수입이 가장 많은 선수는 욘 람(30·스페인)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프로 골퍼인 람은 지난 5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공개한 2024 전 세계 스포츠 선수 수입 순위에서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에 이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스페인 프로 골프 선수 욘 람. /AP 연합뉴스

 

미국 스포츠 비즈니스 매체 스포티코(Sportico)가 25일 발표한 순위에 따르면, 람은 최근 1년간 2억1000만 달러(약 2910억원)를 번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약 8억원을 버는 셈이다. 람은 최근 PGA(미국프로골프)투어에서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로 이적했다.

 

람에 이어 2위는 NBA(미 프로농구) 4회 우승에 빛나는 미국 농구 대표팀 르브론 제임스(40·LA 레이커스)가 차지했다. 지난 1년 동안 1억2700만 달러(약 1750억)를 벌어들인 것이다. 3위부터 5위까지는 각각 스테픈 커리(1억190만 달러·미국), 야니스 아데토쿤보(1억80만 달러·그리스), 케빈 듀랜트(8970만 달러·미국)로 NBA 스타들이 휩쓸었다.

 

그 다음 6, 7위는 로리 매킬로이(7790만 달러·아일랜드)와 스코티 셰플러(6260만 달러·미국)로 모두 골프 선수였다. 나머지 순위는 조엘 엠비드(5770만 달러·미국), 니콜라 요키치(5470만 달러·세르비아), 데빈 부커(4810만 달러·미국) 순으로 역시 NBA 스타들이다. 연 수입 상위 10명이 모두 골프나 농구 선수들인 것이다.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07.26 스타디움은 센강, 관중석은 알렉상드르 다리

128년 역사상 첫 '수상 개회식' 내일 오전 2시30분 펼쳐진다

 ▲낭만 도시가 품을 17일간의 열전 - 코로나 사태로 무관중으로 치러진 2021년 도쿄 올림픽과 달리 2024년 파리 올림픽은 개막식부터 거대한 야외 행사가 예정돼 있다. 7월 열릴 개막식에선 파리 센강 유역에서 60만명 이상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각국 선수단이 보트를 타고 강을 지나가는 장관이 펼쳐진다. 사진은 올림픽 조직위가 공개한 개막식 조감도. /파리 올림픽 조직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개회식이 다가왔다. 128년 올림픽 역사에서 처음 보는 야외 개회식이자 수상 개회식이다.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은 한국 시각 27일 오전 2시 30분, 현지 시각 26일 7시 30분부터 센(Seine)강을 무대로 이뤄진다. 선수들은 배를 타고 입장한다. 206개 NOC(국가올림픽위원회)를 대표하는 선수 1만500여 명은 배 100척에 나눠 타 강 위에서 ‘수상 행진’을 펼친다. 전체 길이 777㎞ 강에서 개회식 선수단을 태운 배는 파리 식물원 인근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 에펠탑 근처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6㎞를 가로지른다.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콩코르드 광장 등 파리 명소를 두루 지난다. 강변 부두는 물론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위에도 관중석을 마련했다. 선수단 배들이 트로카데로 광장에 모두 도착하면, 성화 점화와 대회 개막 선언 등 공식 행사를 진행한다. 파리올림픽조직위는 “파리의 물길인 센강이 (경기장) 트랙을 대신하고, 부두는 관중석이 되며, 파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에 반사되는 석양이 멋진 배경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래픽=김하경

 

제한된 공간 경기장이 아닌 강변이 관중석이다 보니 개회식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세울 게 확실시된다. 최고 400만원에 달한다는 유료 입장권으로 하류 관중석에 수용하는 인원만 10만4000명. 상류 부근에서 무료로 지켜볼 사람이 22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위는 최대 60만명이 이번 개회식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한다.

 

개회식을 하루 앞둔 25일 센강 양옆 구간에는 방벽(barricade)이 길게 늘어섰고, 개회식 구간 중간중간에 있는 다리 18개 대부분은 임시 폐쇄됐다. 대회 구호인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는 역설적으로 테러 위험에 노출된다는 지적에 따라 개회식 당일엔 경찰이 2m 간격으로 경비를 선다. 12년 전 런던 올림픽 3배에 이르는 경비 인력 7만여 명이 투입된다고 한다. 최근 파리 날씨가 저녁엔 영상 15도 정도로 선선한 편이라 개회식을 지켜볼 관중들이 폭염으로 애를 먹는 일은 없을 전망. 다만 개회식 당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나와 조직위가 다소 긴장하고 있다.

 

 ▲그래픽=김하경

 

개회식 백미를 이룰 성화 최종 점화자는 추측만 무성하다. 현지에선 프랑스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을 유력한 후보로 거론한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알제리 이민자 자녀로, 마르세유 빈민가에서 성장해 프랑스 대표로 월드컵 우승을 이끈 지단이 지금 프랑스를 대표할 수 있는 상징성을 갖췄다”고 지목했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으로 세자르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오마르 시, 우주에서 400여 일을 보낸 우주비행사 토마스 페스케 등도 후보로 점쳐진다. 미국 힙합 가수 스눕독은 개회식 전 마지막 구간에 봉송 주자로 나서기로 했다.

 

문화와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열리는 개회식인 만큼 어떤 다채로운 공연으로 세계인들 눈과 귀를 사로잡을지도 기대를 모은다. 춤꾼 400여 명이 개회식 도중 다리 위에서 흥겨운 춤사위를 시연하다는 소식 외에는 개회식 행사 내용 대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다. 배우이자 연출가인 토마스 졸리(42) 개회식 디렉터는 “상반되는 느낌의 오페라와 랩 등 다양한 프랑스 문화 정체성을 형성하는 모든 요소를 한데 모으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12년 전 런던 올림픽 개회식에선 영국 국적 가수 폴 매카트니와 엘턴 존, 콜드플레이 등이 무대에 올랐는데 이번엔 누가 나올지도 관심시다. 프랑스 팝 음악 듀오 다프트펑크나 프랑스계 캐나다 가수 셀린 디옹, 미국 팝 여가수 레이디 가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영국 BBC는 24일 “셀린 디옹이 전날 파리에서 팬들과 인사를 나눴다”며 “올림픽 개회식에서 복귀할 것이란 소문이 현실이 되어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디옹은 캐나다 퀘벡 출신으로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써 프랑스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근육이 뻣뻣해지는 희소병을 앓으며 2022년 12월부터 가수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조선일보 파리=장민석 기자  파리=이영빈 기자

 

07.27 파리올림픽 개막, 17일간의 여정 시작

파리 전체가 공연장, 선수단 수상 퍼레이드...프랑스 '올림픽 혁명'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일인 26일 개회식에서 성화를 매단 풍선이 떠오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이 현지 시각 26일 저녁 공식 개막했다.

100년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다시 열린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는 다음 달 11일까지 17일 동안 206국 1만500여 명 선수가 32종목에서 329개 금메달을 놓고 아름다운 경쟁을 펼친다.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일인 26일 개회식이 열린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 행사장과 에펠탑 주위로 화려한 레이저쇼가 진행되고 있다./AFP 연합뉴스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128년 올림픽 역사에서 처음으로 경기장이 아닌 야외에서 개회식을 펼쳐졌다.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알렉상드르 3세 다리에 마련된 기자석에서 206국 선수단이 85척 배에 나눠 타고 센강을 가로질러 수상 퍼레이드를 펼치는 장면을 지켜봤다. 1900년 건립된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샹젤리제 지구와 에펠탑 지구를 연결하는 교량으로,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로 꼽힌다.

 

 ▲26일 열린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 개막식에 한국선수단이 배를 타고 입장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현지 시각 오후 7시30분 개회식의 막이 올랐다. 파리올림픽조직위는 “파리의 물길인 센강이 (경기장) 트랙을 대신하고, 부두는 관중석이 되며, 파리를 상징하는 명소에 반사되는 석양이 멋진 배경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이날 파리는 비가 오락가락하며 해가 비치지 않았다.

 

 ▲26일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 개막식이 센강에서 열리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개회식은 재미난 영상으로 시작됐다. 성화봉을 들고 파리 시내를 누비다 지하철을 탄 프랑스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은 지하철이 멈춰서자 아이들에게 성화봉을 전달했다. 배를 탄 아이들이 도착한 곳은 트로카데로 광장. 그곳에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등 귀빈이 소개됐다.

 

 ▲26일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 개막식이 센강에서 열리고 있다./AP 연합뉴스

 

그리스 선수단을 실은 배가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하며 수상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그리스의 기수는 NBA 스타 야니스 아데토쿤보. 나이지리아에서 그리스로 불법 이민을 온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아테네 거리를 헤매며 선글라스와 시계, 가방 등을 팔아 생계를 이어갔던 그가 수퍼스타로 성장해 그리스를 대표하는 얼굴로 올림픽 무대에 나서게 된 것.

 

 ▲26일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 개막식 공연이 센강 주변에서 열리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둘째로 센강에 나선 선수단은 난민팀. 시리아 출신 야히아 알 고타니와 카메룬 태생 신디 은감바가 전 세계 1억명이 넘는 난민을 대표해 오륜기를 들고 입장했다. 고타니는 시리아 내전을 피해 요르단 난민 캠프에 정착한 후 태권도를 시작한 선수다. 은감바는 영국으로 이주해 복서로 성장했다. 그리스와 난민팀 이후로는 프랑스 알파벳 순으로 선수단이 입장했다.

 

프랑스의 배우 토마 졸리가 감독을 맡은 개회식 행사는 총 12개 섹션으로 구성됐으며 3000명에 달하는 공연자들이 무대에 섰다. 오페라와 클래식, 샹송, 랩, 전자 음악 등 다양한 장르 음악이 개회식을 채웠다.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핑크빛 깃털과 함께 노래를 불렀고, 센강 양옆에선 물랑루즈 댄서들이 ‘프렌치 캉캉’ 공연을 펼쳤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선수단을 태운 배는 파리 식물원 인근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콩코르드 광장 등 파리 명소를 두루 지나 에펠탑 근처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6㎞ 코스를 가로질렀다. 알렉상드르 다리 쪽에서 퍼레이드를 지켜보던 관중들은 배가 자신들의 앞을 지나갈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개회식의 백미인 성화 최종 점화는 프랑스 축구 스타 지네딘 지단, 스페인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 등을 거쳐서 은퇴한 프랑스 여자 육상 선수 마리 조제 페레크와 이번 대회 남자 유도에 출격하는 테디 리네르의 손에서 마무리됐다. 둘의 공통점은 카리브해에 있는 프랑스령 과들루프에서 이민 온 흑인이라는 점이다. ‘열린 대회’를 표방하는 이번 올림픽을 상징할 수 있는 인물들이라는 평가다. 둘은 성화로 거대한 풍선 밑에 불을 붙였고, 커다란 애드벌룬이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개막식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프랑스계 캐나다인 가수 셀린 디온이었다. 셀린 디온은 2022년 12월 강직인간증후군(SPS)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재활에 힘써왔다. 약 1년 반만의 깜짝 복귀 무대였다. 셀린 디온의 노래 ‘사랑의 찬가’와 함께 많은 이들의 손을 거친 성화가 파리의 밤 하늘로 떠오르면서 2024 파리 올림픽의 본격 시작을 알렸다.

조선일보 파리=장민석 기자

 

●열기구 성화 뜨고, 투병 중인 셀린 디옹 열창… 관객들 눈물 훔쳤다

개막식 마지막은 셀린 디옹이 장식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 열창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벌어진 26일 에펠탑에서 화려한 레이저 쇼가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에펠탑은 역시 파리의 상징이자, 프랑스의 수호물이었다. 악천후로 고전하던 행사가 마지막 30여분, 에펠탑에서 펼쳐진 화려한 레이저 쇼와 감동적 공연으로 오래 남을 감동을 안기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파리 센강 인근 전역에서 26일 벌어진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은 행사 시작 20여분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비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기대했던 황혼의 배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선수들과 관객들은 3시간 이상 비에 흠뻑 젖은 채로 ‘인내’해야 했다. 곳곳에서 자리를 박차고 떠나는 관객들이 보였고, 심지어 일부 선수들마저 컨디션 난조를 우려해 숙소로 귀가했다.

 

당초 수천명의 선수들과 관객들이 모여 북적거려야 했던 ‘트로카데로 정원’의 개막식 행사장 무대 역시 기대했던 열기를 토해내지 못했다. 센 강 위를 달려 올림픽기를 가져온 기수가 예나 다리(Pont d’Iena)를 건너 행사 무대 위로 오르고, 올림픽 깃발이 내걸리는 동안 지친 표정의 행사 참가자들은 의례적인 박수로 호응했다. 토니 에스탕게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장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인사말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분위기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대회 개회 선언 직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축구 영웅인 지네딘 지단이 무대 위에 올라 파쿠르(Parkour) 주자로부터 성화를 건네받자 관객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어서 프랑스 오픈(롤랑 가로스) 14회 우승에 빛나는 라파엘 나달이 나타나 성화를 이어받고 지단과 포옹하자 우뢰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캐나다 여가수 셀린 디옹이 26일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열창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곧이어 드라마틱한 음악과 함께 에펠탑으로 모든 이들이 시선이 꽂혔다.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숨겨놓은 비장의 ‘한 수’, 에펠탑의 레이저쇼였다. 에펠탑이 반짝거리며 화려하기 빛나기 시작한 순간, 흥겨운 디스코곡 ‘슈퍼네이처(Supernature)’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에펠탑 전체와 그 주변에 설치된 수백개의 레이저 불빛이 리듬에 맞춰 파리 하늘을 수놓기 시작했다. 마치 ‘우주쇼’를 연상케 하는 모습에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트로카데로 광장 쪽에서 레이져쇼를 지켜본 개막식 관객들은 “빗속 3시간의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환상적 쇼”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에펠탑의 레이저쇼가 펼쳐지는 동안 성화는 배를 타고 루브르를 향했다. 부두에 도착한 성화는 프랑스 스포츠 스타 10여명의 손을 옮겨 가며 루브르의 상징 유리 피라미드와 카루젤 개선문을 거쳤고, 튈러리 정원의 원형 연못으로 옮겨졌다. 이번 파리 올림픽의 성화대는 바로 이곳에 숨겨져 있었다. 1783년, 프랑스의 몽펠리에 형제가 발명한 인류 최초의 유인 열기구를 그대로 본딴 열기구다.

 

남녀 두 명의 최종 주자로부터 성화를 옮겨 받은 열기구가 서서히 떠오르자, 이날 에펠탑의 ‘마지막 쇼’가 시작됐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명곡 ‘사랑의 찬가(Hymne à l’amour)’가 서서히 울려퍼지는 가운데, 에펠탑의 첫번째 층 위에 마련된 특별 무대에서 한 여가수가 노래를 이어받았다.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가 ‘My hear will go on’으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셀린 디옹(Dion·56)이었다.

 

https://youtu.be/SpeqPG85o5s

 

캐나다 퀘벡 출신인 그는 현재 살아있는 프랑스어권 가수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뛰어난 가창력으로 1990년대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과 함께 세계적 ‘디바’로 불렸고, 특히 프랑스와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2년여전 온몸의 근육이 경직되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음을 고백했고, 이후 투병으로 인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날 밤 에펠탑에 오른 셀린 디옹은 눈에 띄게 수척해진 모습에도 자신의 노래 실력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그가 남은 모든 것을 불태우듯 열정적으로 ‘사랑의 찬가’를 부르는 모습에 수많은 프랑스인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날 공영 프랑스 2TV에서 개막식 중계방송을 하던 여성 앵커도 한동안 울먹이느라 방송 진행을 못할 정도였다. 노래가 끝나는 순간, 에펠탑은 환하게 불타오르듯 빛나며 2024 파리 올림픽의 개막을 알렸다.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07.27 한국 나오자 "북한"… IOC, 개막식 선수단 소개 사고에 사과

장미란 차관, IOC 위원장에 면담 요청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 한국 선수단이 배를 타고 입장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을 북한으로 소개한 데 대해 사과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IOC는 27일 X(옛 트위터) 한국어 서비스 계정을 통해 “개회식 중계 중 대한민국 선수단 소개 시 발생한 실수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했다. 다만 영문으로 운영되는 IOC 공식 소셜미디어엔 관련 사과문이 올라오지 않았다.

 

문체부는 이날 “장미란 제2차관은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며 “정부 차원에서 프랑스에 강력한 항의 의견을 전달할 것을 외교부에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 차관은 정강선 선수단장에게 IOC와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를 상대로 조속히 대응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했다.

 

 ▲장미란 문체부 2차관이 25일 오후(현지시간) 파리 중심부에 개관한 코리아하우스 개관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대한체육회는 한국 선수단이 잘못 소개된 즉시 파리 올림픽 위원회에 재발 방지를 요청했고 선수단장 명의의 공식 항의 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라며 “더불어 대회 조직위원회와 IOC를 만나 항의 의견을 전달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번 대회 개회식에서는 206국 선수단이 85척 배에 나눠 타고 센강을 가로지르며 입장했다. 128년 올림픽 역사에 처음 있는 야외 개회식이자 수상 개회식이었다. 그러나 48번째로 등장한 한국 선수단을 북한으로 잘못 소개하는 역대급 오점을 남기며 비판받고 있다.

 

당시 장내에선 프랑스어와 영어로 국가명이 소개됐는데, 장내 아나운서는 각각 ‘République populaire démocratique de Corée’와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고 말했다. 둘 다 북한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후 153번째로 북한이 입장했을 때는 정확한 소개가 나와, 개회식에 북한이 두 번 등장한 셈이 됐다.

조선일보 문지연 기자

 

07.27 내란과 빈곤의 나라 '아름다워서 더 슬픈 유니폼'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카리브해 국가 아이티의 국가대표 7명의 선수들이 입고 나올 단복./스텔라 진

 

2024 파리올림픽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패션’이다. 개최지부터가 세계 패션 중심지이고, 실제로 수많은 패션 브랜드와 유명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단복과 경기복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패션 레이스’에서 뜻밖에 선전하는 ‘언더 독’ 두 나라가 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와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개막을 앞두고 선정한 ‘최고의 유니폼 10선’에 두 나라 유니폼을 포함했다. 정치 혼란과 빈곤으로 점철된 고난의 역사를 이어온 나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아이티 단복은 화려한 무늬의 하의가 우선 눈길을 잡아끈다. 아이티 출신의 화가 필립 도다르의 작품을 새겨 민족적 정체성을 담았다. 하의에 비해 상의는 비교적 단순한 색과 형태이지만, 스카프(남자 단복)와 허리띠(여자 단복)로 포인트를 줬다. 깔끔하고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한 다른 국가들의 단복과는 확실히 구별된다는 평가다. 이탈리아 아버지와 아이티 어머니를 둔 디자이너 스텔라 장의 작품이다. 스텔라 장은 색상과 독특한 패턴 등 자신의 뿌리를 반영하는 이국적인 디자인으로 이탈리아 패션계에서 주목받는 여성 디자이너다.

 

아이티 단복의 디자인에는 흑인들이 세운 최초의 독립국이라는 찬란한 역사를 가진 어머니의 나라가 시련을 딛고 다시 날아오르길 바라는 디자이너의 마음이 반영돼 있다. 아이티는 호된 시기를 겪고 있다. 2010년 대지진으로 10만명이 넘게 목숨을 잃은 뒤에도 혼란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조직폭력배가 나라를 장악하면서 국가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다.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집에서 괴한들에게 피살된 뒤 국정은 마비 상태로 빠져들었고, 의회 역시 지난해 1월 의원들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해산됐다. 대통령을 대신해 지도자 역할을 해 오던 아리엘 앙리 총리는 올해 3월 조폭들의 협박에 못 이겨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폭들의 소요 사태로 25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58만명이 난민이 됐다. 케냐를 비롯해 바하마와 방글라데시, 바베이도스, 베냉, 차드, 자메이카 등에서 왔거나 올 예정인 외국 경찰에게 치안을 의탁한다.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정부 재건 절차를 밟고 있다. 스텔라 장은 아이티 사람들로부터 그들이 시련을 겪는 조국을 어떻게 변모시킬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고 여기서 받은 인상을 디자인에 반영했다고 한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 나가는 7명의 선수들은 메달 수상자로서 시상대에 오르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평화의 수호자’라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이들은 보여지는 성적으로 평가될 수 없는 부활과 갱생의 살아있는 상징”이라고 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시에라리온 국가대표 선수들이 입고 나올 유니폼./라브룸

 

아이티 못지않은 시련의 역사를 가진 시에라리온의 경기복도 ‘패션 올림픽’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에라리온은 1961년 독립 직후부터 군부 쿠데타와 권위주의 통치를 겪었다. 특히 1991년부터 2002년까지 벌어졌던 내전으로 5만명이 숨지고, 50만명이 난민이 되고, 어린이 1만명이 소년병으로 동원되는 비극을 겪었다.

 

시에라리온 출신 디자이너 포데이 둠부야가 설립한 영국 흑인 패션 브랜드 라브룸이 아디다스와 협업해 고국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경기복을 만들었다. 시에라리온 경기복은 푸른색과 흰색을 조합한 세로 줄무늬 디자인을 선보여 그 어떤 나라보다도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세히 살펴보면, 흰색 세로줄은 고대 아프리카에서 화폐로 사용되던 ‘카우리 조개’의 입 부분을 그려넣은 것이다. 부와 명성의 상징이었던 조개를 유니폼 디자인에 형상화함으로써 힘과 회복의 메시지를 담았다.

조선일보 류재민 기자

 

07.27 나라는 없지만 '나'라도 뛰겠다

저마다 사연 있는 난민팀 37명

▲23일(현지시각) 파리 생드니에 위치한 2024 파리 올림픽 선수촌 내 난민선수단 숙소 모습. /연합뉴스

 

구슬땀을 흘리는 유도 선수 6명. 보통은 고된 훈련 사이 잠시 쉬는 시간이 되면 장판에 누워 숨을 돌리기 바쁘다. 그런데 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즐거움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큰 소리로 웃었다. 누워서 끌어안는 등 천진난만한 장난도 쳤다. 자유를 누리는 기쁨이었다. 지난 24일 프랑스 생드니에 있는 오귀스트 딜론 라라켓 유도 훈련장에서 만난 이들은 파리 올림픽 ‘난민 선수단(EOR·Equipe Olympique des Réfugiés)’이다. 아프가니스탄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인 남자 유도 81kg 이하급 아랍 시브가툴라(23)는 “얼마나 행복한지 표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난민 선수단의 시작은 2016년 리우 올림픽이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인정한 난민 선수 가운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부가 선정한다. 리우 올림픽 때는 10명뿐이었으나 2020 도쿄 올림픽에서 29명으로 늘었고, 이번 대회는 37명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올림픽 난민팀' 37명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내전과 정치적 탄압 등을 피해 나라를 잃었지만, 힘겹게 올림픽에 참가한 이들을 IOC는 "전 세계 난민 1억2000만명을 대표하는 선수들"이라고 소개했다. /IOC 홈페이지

 

37명에겐 저마다 사연이 있다. 내전이나 박해 등으로 조국을 떠나야 했지만 꿈을 잃지 않은 이들이다. 남자 유도 100kg 이하급 아드난 칸칸(30)은 시리아에서 착실히 국가대표 꿈을 키우던 2011년, 시리아 내전과 함께 삶이 바뀌었다. 2013년엔 아침을 함께 먹은 가장 친한 친구가 2시간 뒤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혼란스러웠습니다. 삶은 당연히 살아지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쟁취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칸칸은 떠나기로 결심했다. 2015년, 걷고 트럭과 버스를 얻어 타면서 한 달을 보낸 끝에 튀르키예 국경을 넘었다. 신분증과 비자 서류가 없어 독일 난민 캠프로 이송됐다. 칸칸은 이곳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6개월 동안 아무런 훈련도 하지 못하고 구금돼 있어야 했다. 결국 2016년 난민으로 인정받아 풀려났다. 때는 리우 올림픽을 불과 수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20년 동안 매일 올림픽을 위해 훈련했는데, 난민 캠프에서 나오면서 어슴푸레 느꼈습니다. 몇 달간 여정으로 몸이 엉망이 되어 더는 선수 생활을 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요. 소파에 앉아 TV로 리우 올림픽 경기를 보려 했습니다. 그때마다 눈물이 흘러 TV를 껐다 켜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때 칸칸이 우연히 본 것은 시리아 출신 난민팀 여자 수영 선수 유스라 마르디니의 우아한 역영이었다. “난민팀 존재를 알았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다시 매일 훈련했습니다. 다음 올림픽에 나서겠다는 목표를 하루에 두세 번씩 되새겼습니다.” 칸칸은 코치 없이 홀로 연습했음에도 강력한 동기 덕분에 곧 제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2019년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유러피안컵 7위에 오르면서 다시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난민팀에 선정되지 못했지만, 3년을 더 담금질한 끝에 이번 파리에 나선다. 칸칸은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 각자가 패자일 뿐이다. 난민 여러분은 꿈을 믿기를 멈추지 말고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열심히 몰두하길 바란다”고 했다.

 

자유를 꿈꾸면서 고된 길을 걸어온 건 다른 난민팀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여자 브레이킹 선수 마니자 탈라쉬(22)는 5년 전 소셜미디어에서 아프가니스탄 한 청년이 머리를 땅에 대고 ‘헤드 스핀’ 하는 영상을 보게 됐다. 그 길로 카불에 있는 댄스팀에 가입해 꿈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탈라쉬가 태어난 곳은 여자라는 이유로 초등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히잡을 쓰지 않으면 체포되는 아프가니스탄. 2021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여권(女權)이 더 약해지자 탈라쉬는 산을 넘어 파키스탄으로 탈출한 뒤 이듬해 스페인으로 망명했다. 그의 사연을 들은 IOC가 이번 대회 난민팀에 불렀다. 탈라쉬는 “꿈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한다. 그 순간이 떠나야 할 때”라고 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남자 태권도 선수 파르자드 만수리(22)도 탈레반 집권 직후 카불 국제공항으로 가서 미군 수송기를 타고 아랍에미리트(UAE)로 떠났다. 그가 착륙한 시각에 카불 공항에선 자살 폭탄 테러가 벌어졌다. 삶과 죽음이 몇 시간 만에 갈렸다. 만수리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지 하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도쿄 대회 때는 아프가니스탄 기수였던 만수리는 이번 대회 난민팀 기수로 나선다. 그는 “아직 난민 올림픽 선수단에서 메달이 나오지 않았다. 첫 메달리스트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난민팀 선수들은 코치 없이 혼자 훈련하거나 다른 난민 출신이 현역에서 은퇴한 뒤 코치를 맡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훈련을 이어간다. 다른 팀에서 자원봉사 코치가 와주는 일도 있다.

 

IOC 산하 올림픽 난민 재단 조조 페리스 대표는 “난민팀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지만 전 세계 난민 1억2000만명을 상징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칸칸은 “난민팀은 언어, 민족, 문화가 전부 다르지만 함께라서 즐겁다. 전 세계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생드니=이영빈 기자

 

07-27 박하준·금지현, 공기소총 10m 혼성 은메달…한국, 파리올림픽 첫 메달 신고

▲금지현(왼쪽)과 박하준.뉴시스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겼다.

박하준-금지현은 27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 금메달 결정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박하준-금지현은 성리하오-황위팅(중국)을 상대로 세트 점수 12-16으로 패했다.

이번 대회 한국선수단의 첫 메달이다. 한국 사격은 직전 대회인 2020 도쿄 대회에서 은메달 1개에 그쳤지만 파리에서 첫 일정부터 메달을 확보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공기소총 10m 혼성 종목은 남녀가 30발씩 쏴 합산 기록으로 본선 순위를 결정해 1∼2위가 금메달 결정전에 진출하고, 3∼4위는 동메달 결정전을 갖는다. 아울러 메달 결정전에선 남녀 선수가 한발씩 격발한 뒤 점수를 합산해 높은 팀이 2점을 획득하고, 낮은 팀은 0점이다. 동점은 1점씩 나눠 가진다. 이런 방식으로 먼저 16점에 도달하는 팀이 승리한다.

박하준-금지현은 1라운드에서 먼저 승점 2를 챙겼다. 하지만 박하준-금지현은 이후 세 번의 라운드를 내리 내줬다. 박하준-금지현은 5라운드에서 합계 20.8점을 쏴 20.7점의 중국을 제치고 승점 2를 추가했다. 박하준-금지현은 6라운드를 잃은 뒤 다시 7라운드를 가져와 6-8까지 추격했다. 이어진 경기에 내리 두 라운드를 잃은 박하준-금지현은 나머지 랠리에서도 리드를 가져오는 데 실패했다. 결국, 13라운드에서도 패해 은메달이 확정됐다.

박하준-금지현은 중국과의 금메달 결정전에서 패했으나, 한국 선수단의 첫 은메달을 선사하며 남은 개인전 전망까지 밝혔다.
문화일보 파리 = 정세영 기자

 
 

07.28 '몬스터 검객' 오상욱 금메달... 개인전 그랜드슬램 신화 썼다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오상욱이 시상식에서 메달에 입맞춤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한국 사브르의 간판 오상욱(28·세계랭킹 4위)이 펜싱 종주국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 애국가를 울렸다.

 

오상욱은 27일(현지 시각) 그랑 팔레에서 펼쳐진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세계랭킹 14위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15대11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2020 도쿄 대회 단체전 우승 멤버였던 그가 획득한 올림픽 두 번째 금메달. 상위 랭커들이 대거 탈락한 이변의 무대에서 오상욱이 최고의 검객이 됐다.

 

 ▲오상욱이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 튀니지 파레스 페르자니와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 지은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뉴시스

 

이날 결승전에서 오상욱은 페르자니를 맞아 선제점을 뽑아냈다. 연이어 공격이 성공하며 3-1. 하지만 페르자니의 반격이 성공하며 3-3 동점이 됐다.

 

위기에 몰린 오상욱은 막고 찌르기로 4-3을 만든 뒤 기세를 올리며 8-4로 점수를 벌렸다. 그는 2년 전 수술을 받은 오른 발목을 어루만지기도 했지만, 흔들림 없이 상대를 압박했다.

 

휴식을 취한 뒤 재개한 경기에서 오상욱은 연속 득점을 기록, 10-4로 승기를 굳혔다. 쉴 새 없이 공격을 몰아치며 스코어는 14-5로 벌어졌다. 하지만 페르자니가 6점을 따라왔다.

 

 ▲오상욱이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 튀니지 파레스 페르자니와의 경기에서 공격을 성공시키고 있다./뉴시스

 

오상욱은 14-11로 앞선 상황에서 공격을 적중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오상욱의 포효가 그랑 팔레를 가득 채웠다.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한국 사브르에서 개인전 금메달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김정환이 2016 리우와 2020 도쿄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오상욱은 이번 금메달로 개인전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랜드슬램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석권한 것을 뜻하는데 오상욱은 2019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19 지바, 2024 쿠웨이트시티 아시아선수권에서 개인전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종목과 남녀를 통틀어 한국 펜싱 사상 첫 대기록이다.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 한국 오상욱과 튀니지 페레스 페르자니의 경기. 오상욱이 금메달을 확정한 뒤 한국 응원단을 바라보고 환호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서양 선수에 결코 밀리지 않는 큰 키(192cm)를 자랑하는 오상욱은 한국 사브르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스타다. 사브르는 머리와 양팔을 포함한 상체만 공격할 수 있으며, 찌르기와 베기가 모두 가능한 종목. 삼 형제 중 둘째인 그는 형 오상민(30)씨를 따라 대전 매봉초 6학년 때 펜싱에 입문했다.

 

 ▲중학생 당시 오상욱. / 가족 제공

 

3형제 모두 키가 185㎝를 넘는데, 그중 가장 큰 오상욱은 어렸을 땐 형보다 몸집이 훨씬 작았다. 중1때까지는 160cm 초반으로 또래보다 작았던 그는 송촌고에 진학할 당시 187cm까지 컸고, 고 1 때 190cm를 넘었다.

 

오상민씨는 “동생이 어린 시절 부족한 체격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더 빠르게 스텝을 밟는 등 기본기 훈련에 매달리며 스피드를 집중적으로 연마했다. 그런데 키가 갑자기 크면서 피지컬과 스피드를 모두 갖춘 무시무시한 선수가 됐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모두 대전에서 나온 토박이. 중학교 3학년 때부터는 대전 지역 지도자와 체육인, 교사 등으로 이뤄진 ‘운사모(운동을 사랑하는 모임)’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높이뛰기 스타이자 친구인 우상혁이 함께 장학금을 받은 사이다.

 

오상욱이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때마다 자신의 모교에 기부금을 내는 이유다. 운사모 회원으로 꼬박꼬박 후원금도 낸다.

 

 ▲어린 시절 오상욱. / 가족 제공

 

2014년 한국 사브르 최초로 고교 국가대표가 되며 ‘될성부른 떡잎’임을 증명했던 오상욱은 긴 리치(205cm)와 다리를 활용해 깊게 찌르고 베는 기술로 2018-2019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랭킹 1위에 오르며 일찌감치 세계 최강자로 군림했다.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도 능해 수세에서도 쉽게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서양 선수들은 세계 무대를 휩쓰는 이 젊은 검객을 ‘괴물(monster)’이라고 부르며 경탄했다.

 

그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코로나에 걸려 7kg 이상이 빠지며 고전했지만, 올림픽 무대에서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하며 김정환과 구본길, 김준호와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그때 한국 대표팀에 붙은 별명이 ‘어펜저스(어벤저스+펜싱)’. 외모까지 빼어난 어벤저스 막내로 큰 사랑을 받았다. 단체전에선 시상대 맨 위에 올랐지만, 개인전에서는 산드로 바자즈(조지아)와 8강전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에 1점을 잃으면서 13대15로 패배하며 아쉬움을 남긴 채 3년 후를 기약했다.

 

도쿄 이후 파리로 오는 동안 시련이 많았다. 2022년 12월엔 연습 경기 도중 실수로 상대 발을 밟아 오른쪽 발목이 꺾이며 인대가 파열됐다. 바깥쪽 인대 두 개는 완전히 끊어졌고 하나도 50% 이상 손상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펜싱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큰 부상.

 

 ▲오상욱 가족 사진. 부모님과 3형제다. / 가족 제공

 

수술 후 힘든 재활 과정을 이겨낸 오상욱은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부활을 알렸다.

 

올해 초엔 상대와 부딪치며 칼을 잡는 오른 손목 인대를 다쳤다. 깁스를 하고 한동안 훈련을 하지 못했다. 올림픽 준비를 위해 진천선수촌으로 들어가기 전 기자와 만난 오상욱은 “한창땐 공격이 잘 안돼도 ‘계속 막아봐. 내가 뚫어줄게’ 하며 더 세게 때렸는데 최근엔 공격이 막히면 그쪽을 피해 다른 곳을 노려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며 “형이 그 모습을 보고 ‘승부를 회피하지 말고 내가 알던 동생으로 돌아오라’고 따끔하게 얘기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맘 먹고 때리면 상대는 못 막는다는 생각을 하니 펜싱이 쉬워졌다”고 했다.

 

마음을 다잡은 오상욱은 지난 6월 아시아선수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정상에 오르며 파리로 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그리고 유서 깊은 그랑 팔레에서 그랜드슬램 달성이란 대기록 수립과 함께 세계 최고 사브르 선수로 우뚝 섰다.

 

“펜싱 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이젠 좀 더 꿈이 커졌다. 스포츠 선수 하면 떠오르는 이름 중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오상욱이 한국의 스포츠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

조선일보 파리=장민석 기자

 

 

 

◆오상욱이 내민 손, 그랜드슬램보다 빛났다

 실력도 매너도 금메달

▲27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에서 오상욱(왼쪽)이 경기 도중 넘어진 파레스 페르자니를 일으켜주고 있다. /연합뉴스

 

27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 오상욱(28)은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에게 14-8로 크게 앞서 있었다. 한 점만 더 내면 금메달을 확정할 수 있었던 순간. 심판이 ‘알레(allez·공격 시작)’를 외치자 오상욱이 다가갔다. 무슨 영문인지 페르자니는 가만히 서 있었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 하지만 오상욱은 다급하게 공격하지 않았다. 천천히 다가가며 움직이지 않는 상대를 지켜봤다. 페르자니는 뒤늦게 ‘알레’를 듣지 못했다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고, 심판은 경고를 준 뒤 경기를 재개했다. 오상욱이 재빨리 공격했다면 득점으로 인정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오상욱은 그러지 않았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발휘한 셈이었다.

 

이후 다시 ‘알레’가 선언되자 오상욱은 과감하게 전진했다. 이번에는 놀란 페르자니가 오상욱 공격을 피하려 다급하게 뒷걸음질치다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긴장된 순간에 나온 황당한 페르자니의 모습에 맥이 빠질 법도 했지만, 오상욱은 페르자니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웠다. 이때 심판이 알트(halte·멈춰)를 선언해 공격해도 점수가 올라가진 않았겠지만 무조건 공격하기 보단 상대 곤경을 우선 배려하는 자세가 돋보였다. 관중석에서도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잇따른 해프닝에 오상욱은 다소 흔들렸다. 연속으로 점수를 내줘 14-11, 3점 차까지 추격당했다. 14-5부터 무려 6점을 연달아 내준 위기였다. 그때 “널 이길 사람은 없어!” 외침이 들렸다. 원우영(42) 코치 목소리였다.

 

파레스 아르파(캐나다)와 8강전에서도 흔들리던 오상욱을 잡아준 그 한마디. 순간 힘을 얻은 오상욱은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쭉 뻗는 특유의 런지(lunge) 동작과 함께 상대 가슴에 칼을 찔렀다. 15대11. 승리가 확정되자 오상욱은 원 코치에게 달려가 안겨 함께 환호했다. 원 코치는 그랑 팔레에서 펼쳐진 2010년 세계선수권에서 아시아 최초로 남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전설. 2012 런던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멤버이기도 하다. 이날 경기장으로 오는 길에도 그는 오상욱에게 “여기에 내 기운이 있으니 잘될 거야”라고 기운을 북돋웠다.

 

도쿄 올림픽 단체전에 이어 올림픽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오상욱은 한국 사브르가 자랑하는 세계적 스타다. 대학 시절까지 펜싱 선수를 하다 은퇴한 친형 오상민(30)씨 영향으로 대전 매봉초 6학년 때 펜싱에 입문했다. 3형제 모두 키가 185㎝가 넘는데, 그 중 오상욱이 192㎝로 가장 크다.

 

어렸을 땐 몸집이 작았다. 중1 때까지 160㎝대 초반이었다가 송촌고에 진학할 당시 187㎝까지 컸고, 고1 때 190㎝를 넘었다. 오상민씨는 “상욱이가 어린 시절 부족한 체격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더 빠르게 스텝을 밟는 등 기본기 훈련에 매달렸는데, 키가 갑자기 크면서 피지컬과 스피드를 모두 갖춘 무시무시한 선수가 됐다”고 말했다.

 

 ▲27일(현지시각) 오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 한국 오상욱과 튀니지 페레스 페르자니의 경기. 오상욱이 공격 후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14년 한국 사브르 최초로 고교 국가대표가 된 오상욱은 긴 리치(205㎝)와 다리를 활용해 깊게 찌르고 베는 기술로 2018-2019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며 일찌감치 최강자로 군림했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도 능해 막고 찌르는 기술인 ‘파라드 리포스트’로 상대를 농락했다. 서양 선수들은 세계 무대를 휩쓰는 이 젊은 검객을 ‘괴물(monster)’이라 부르며 경탄했다. 그는 2021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코로나에 걸려 7㎏ 이상 체중이 빠지며 고전했지만, 실전에선 막내 에이스로 활약해 김정환과 구본길, 김준호와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그때 한국 대표팀에 붙은 별명이 ‘어펜저스’(어벤저스+펜싱). 오상욱은 개인전에선 산드로 바자즈(조지아)와 벌인 8강전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에 1점을 잃으면서 13대15로 패배, 아쉬움을 남긴 채 3년 후를 기약했다.

 

도쿄 이후 파리로 오는 동안 시련이 많았다. 2022년 12월 연습 경기 도중 실수로 상대 발을 밟아 오른쪽 발목이 꺾이며 인대가 파열됐다. 바깥쪽 인대 두 개는 완전히 끊어졌고 하나도 50% 이상 손상됐다. 펜싱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큰 부상이었다. 수술 후 힘든 재활 과정을 이겨낸 오상욱은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부활을 알렸다.

 

올해 초엔 상대와 부딪치며 칼을 잡는 오른 손목 인대를 다쳤다. 깁스를 하고 한동안 훈련을 못했다. 국제 대회에 가는데 여권을 가져왔느냐고 하면 공항에서 놀라는 기색도 없이 ‘아, 맞다’라고 하는 등 별명이 ‘아맞다’일 정도로 무덤덤한 성격인 그였지만, 부상이 잦아지자 생각이 많아지고 움츠러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상대가 막든 말든 줄기차게 찔렀을 텐데 부상 이후 막히면 그쪽을 피해 다른 곳을 노리는 모습을 보고 형이 ‘승부를 피하지 말고 그냥 덤벼들던, 내가 알던 그 동생으로 돌아오라’고 해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그의 파리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상욱은 구본길·박상원·도경동과 함께 31일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 한국 펜싱 사상 첫 2관왕도 눈앞에 있다. 오상욱은 “함께 이뤄내고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기쁨이 있어 단체전이 우승의 맛이 더 좋다”며 “얼른 끝내고 푹 쉬고 싶다”면서 웃었다.

조선일보 장민석 기자 배준용 기자

 

07.28 김우민 '1레인 드라마'...銅 거머쥐며 박태환 이후 12년만에 메달

男수영 400m 자유형서 1위와 0.72초 차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김우민이 삼성 Z플립6로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우민(23·강원도청)이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우민은 27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결승 경기에서 3분42초50 기록으로 세 번째로 터치 패드를 찍었다. 독일 루카스 매르텐스(3분41초78), 호주 일라이자 위닝턴(3분42초21)이 금·은메달을 획득했다.

 

수영 경기에서 물살 저항이 심해 불리한 1번 레인에서 이룬 쾌거다. 올 시즌 세계 4위 시즌 기록(3분42초42)을 갖고 있던 김우민은 예선에서 예상 밖으로 전체 7위에 그쳤다. 8명이 진출하는 결승에 턱걸이로 겨우 올랐다. 첫 100m까지는 레이스를 주도했고 300m까지도 선두 경쟁을 펼쳤으나, 마지막 100m에서 힘이 떨어졌다.

 

 ▲김우민이 27일(현지시간) 오후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수영 자유형 남자 400m 결승에서 입수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결승에선 달랐다. 김우민은 반응 속도 0.62초로 가장 빨리 물에 뛰어들었다. 초반부터 선두 매르텐스를 바짝 따라붙으며 마지막 350m 턴을 할 때까지 내내 2위를 유지했다. 마지막 스퍼트에서 위닝턴에게 추격을 허용했으나, 더 뒤쳐지지 않고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김우민이 27일(현지시간) 오후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수영 자유형 남자 400m 결승에서 역영을 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김우민은 생애 처음으로 오른 올림픽 결승전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개인전에 나서지 못했고, 계영 800m에만 출전했는데 13위로 예선 탈락했다. 하지만 김우민은 그 사이 완전히 다른 위상의 선수로 성장했다. 2022년과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자유형 400m 6위·5위에 오르며 세계 정상급으로 발돋움했고,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400m·800m, 계영 800m을 싹쓸이하며 3관왕에 올랐다. 올해 2월 열린 세계선수권에선 세계 정상을 찍었다. 기세를 몰아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우뚝 섰다.

 

김우민의 동메달은 ‘마린 보이’ 박태환 이후 한국 수영이 올림픽에서 따낸 첫 메달이다. 박태환은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과 200m 은메달, 2012 런던 올림픽 자유형 400m와 200m 은메달을 획득했다. 박태환 이후 세계 정상급 수영 스타가 나오지 않았으나, 황선우(21·강원도청)과 김우민 등 ‘황금 세대’가 한국 수영의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조선일보 파리=김영준 기자

 

07.29 지지 않는 양궁 제국... 女단체 '올림픽 10연패'

임시현·남수현·전훈영, 中 꺾고 '새 역사' 썼다

 
 

▲임시현, 전훈영, 남수현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하고 있다./뉴시스

 

나폴레옹 1세가 잠들어있는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의 바람은 내내 변덕스러웠다. 초속 1.5m 의 바람이 불다가 언제 그랬냐는듯 잠잠해졌다. 제 아무리 뛰어난 궁사라도 바람까지는 어찌하기 힘들다. 사대(射臺)에 선 선수들은 활을 쏘고는 너나할 것 없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변덕스러운 바람에도 초연했다.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듯 화살을 발사했다. 중국과의 결승 마지막 슛오프. 한국의 세 여궁사는 순서대로 10, 9, 10점을 꽂아 넣으면서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여자 양궁 10연패(連覇)라는 위업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여자 양궁 대표팀(임시현·남수현·전훈영)은 29일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결승전에서 중국을 세트 승점 5대4로 꺾으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종목을 처음 선보인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이번 대회까지 한국은 단 한 번도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리커브 단체 결승 한국과 중국의 경기. 임시현이 활을 쏘고 있다./고운호 기자

 

활을 빠르게 쏘는 전훈영(30·인천시청)이 먼저 나서고, 막내인 남수현(19·순천시청)이 두 번째 사수였다. 세번째 사수 임시현(21·한국체대)은 경기의 향방을 가르는 자리에 섰다. 셋은 대회 내내 나란히 짐을 나눠 가졌다.

 

임시현은 대만과 8강전에서 한 번도 9점 아래를 쏘지 않으면서 6대2 승리를 이끌었다. 덕분에 8강에서 7점을 쏘는 등 부진했던 전훈영이 네덜란드와의 4강전에는 영점을 맞춘 끝에 10점을 4개 포함 84점을 뽑아냈다. 남수현도 승부차기 격인 4강전 슛오프에서 10점을 쏘면서 결승행에 결정적인 한 발을 보탰다. 한국은 5대4 승리로 결승으로 향했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리커브 단체 결승 한국과 중국의 경기. 양궁대표팀 (왼쪽부터)전훈영, 임시현, 남수현이 시상대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고운호 기자

 

결승에선 셋이 전부 제 몫을 해냈다. 세트 승점 4-4 동점과 함께 슛오프로 향했다. 전훈영이 10점 과녁에 걸친 9점, 남수현이 9점, 임시현 역시 10점 과녁에 걸친 9점을 쐈다. 합계 27점. 중국도 합계 27점을 쐈지만, 중국 양 샤오레이가 엑스텐(과녁 한 가운데 10점)을 꽂아 넣은 탓에 동점이라면 패배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직후 전훈영과 임시현의 화살이 10점으로 인정받으면서 한국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대표팀은 불안하게 출발했다. 경험이 많지 않다는 걱정이 많았다. 임시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지만, 올림픽 경험은 없었다. 전훈영과 남수현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국제대회에 나선 적 자체가 많지 않았다. 실제로 대표팀은 지난 4~5월 열린 월드컵 여자 단체전에서 중국에 연이어 패배하면서 2연속 은메달에 그쳤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리커브 단체 결승 한국과 중국의 경기 시상식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왼쪽)과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이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안팎의 우려에도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 공통점인 세 선수는 “호흡을 맞춰가는 단계”라고 입을 모았다. 셋은 본격적으로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함께 어우러졌다. 임시현이 분위기 메이커로 나섰고, 맏언니 전훈영은 가끔씩 엉뚱한 농담을 던지면서 10살 가까이 차이 나는 동생들에게 여유를 줬다. 막내 남수현은 언니들을 믿고 따랐다. 서로 믿기 시작하면서 팀워크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올림픽 직전 열린 6월 월드컵에서는 다시 정상 자리를 탈환했다. 그리고 올림픽 첫 실전 무대인 랭킹라운드에서 세 명은 합산 점수 2046점을 얻어내면서 2020 도쿄 올림픽 대표팀(안산·장민희·강채영)이 합작한 2032점을 훌쩍 넘어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임시현은 개인 자격으로 세계 기록(694점)도 경신했다.

 

우려를 불식시킨 한국은 올림픽에서 중국에 1~2차 월드컵에서 진 빚을 갚을 수 있었다. 우승을 확정한 선수들은 껴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이제 세 선수는 개인전에 나선다. 전훈영과 남수현은 올림픽 2관왕에, 임시현은 혼성전까지 합쳐 3관왕에 도전한다.

조선일보 파리=이영빈 기자

 

07-29 한국의 활과 칼이 강한 이유

방승배 체육부장

한국 여자 궁사들의 화살이 29일 어김없이 금 과녁에 명중했다. 2024파리올림픽 여자양궁 대표팀은 올림픽 단체전 10연패(連覇)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남녀 선수들이 랭킹 라운드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쓸어 남자단체전 3연패와 함께 5개가 걸린 양궁 전 종목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축구의 충격적 예선 탈락 등 구기 종목의 부진과 저조한 메달 획득 전망에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이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낸 쾌거라 할 수 있다. 펜싱 남자 사브르의 오상욱 선수도 한국 선수단에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고, ‘어펜저스’로 불리는 남자 사브르 단체팀은 8월 1일 또 한 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오예진 선수도 올림픽에서 8년 만에 깜짝 ‘금빛 총성’을 울리는 등 초반 출발이 좋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큰 스포츠 대회에서 늘 변함없이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는 종목이 있다면 바로 양궁과 펜싱이다. 양궁과 펜싱이 변함없는 효자 종목 노릇을 하는 데는 공통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선수(지도자), 협회, 후원 기업이 혼연일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양궁은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27개의 금메달(전체 메달 43개)을 획득했다. 이 부문 2위인 미국(금메달 14개)의 약 2배에 달한다. 한국 양궁은 도쿄올림픽 3관왕이었던 안산 선수 등 전원이 대표에 뽑히지 못할 정도로 철저히 실력 위주로 선발한다. 국가대표 되기가 더 힘들다는 선발 과정을 통해 새로운 스타들이 화수분처럼 배출된다. 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의 대를 이은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양궁의 독특한 훈련법은 항상 화제인데 이번 파리올림픽을 대비해선 ‘로봇 궁사와의 대결’이 추가됐다. 승부처에서 만난 상대가 예상 밖의 선전을 거듭할 때 버티는 방법을 미리 체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도 물론 현대차그룹이 기술적 뒷받침을 했다.

한국 펜싱은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단체전 4개 종목 출전권을 획득한 데 이어 메달 5개(금1·은1·동3)로 출전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은 메달을 기록했다. 2003년부터 21년간 대한펜싱협회를 맡고 있는 SK그룹은 약 300억 원을 지원하는 등 펜싱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파리올림픽이 시작됐지만 벌써부터 체육계는 올림픽 이후 시작될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체육회에 대한 조사 등 리더십의 대충돌을 우려하고 있다. ‘국민 좌절감 유발자’로 지목받는 축구협회도 태풍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하다. 문체부든 체육회든 협회든 리더십을 누가 잡는지보다는 선수가 중심인 ‘시스템 리빌딩’이 필요하다. 인구위기까지 닥친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 위기 속에서 예견된 리더십 갈등의 기간과 규모를 최소화하고, 양궁과 펜싱 같은 성공적 협업 구조를 전 종목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든든한 부모 밑에서 자녀가 학업에 전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처럼 선수들도 오로지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협회와 기업이 든든한 부모 역할을 해주는 시스템이 계속 이어져야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미래가 있다.
문화일보

 
 

07-29 사격소녀 오예진 ‘금빛총성’

오예진, 女 공기권총 10m 1위

▲오예진(사진 오른쪽)이 28일 프랑스 샤토루의 슈팅센터에서 열린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고 은메달을 딴 김예지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오예진은 28일 프랑스 샤토루의 슈팅센터에서 열린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오예진은 특히 243.2점으로 올림픽 결선 신기록을 수립, 김예지(임실군청)를 2위로 밀어내고 정상에 올랐다. 오예진의 금메달은 예상 밖 선전이다. 오예진은 국제사격연맹(ISSF) 세계랭킹 35위에 머물고 있고,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이기에 금메달 후보로 꼽히지 않았다.

오예진은 그러나 금메달을 포기하지 않고 항상 꿈꾸고 노력을 더했다. 오예진은 “금메달을 들고 환호하는 걸 계속 상상했는데, 실제로 이뤄지니까 정말 기쁘다”며 “금메달이 매우 무거운데, 뿌듯하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허종호·김린아 기자

 
 

07.29 [속보] 17세 여고생 반효진, 한국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 쐈다

공기소총 10m 결선서 접전 끝 중국 꺾어

 ▲대한민국 사격 대표팀 반효진이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사격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 사격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이틀 연속 금빛 총성을 울렸다. 이번엔 여자 10m 공기소총에 나선 ‘여고생 소총수’ 반효진(17·대구체고). 반효진은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결선 경기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중국 황위팅을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여자 10m 공기권총 오예진(19) 금메달에 이은 쾌거다.

 

대역전극이었다. 결선 경기는 각 선수가 10발씩 쏜 다음부터는 2발 쏠 때마다 점수가 가장 낮은 1명씩 탈락하는 방식이며, 1발당 만점은 10.9점이다. 반효진은 8발째에 5위까지 떨어졌었으나, 10발을 마쳤을 때는 2위였다. 12발째 때 선두를 달리던 황위팅과 0.9점 차까지 벌어지기도 했으나, 13발째에 10.9만점을 쏘며 격차를 0.5점으로 좁혔다. 16발째 때 또다시 만점을 쏘면서 기어코 선두로 올라섰다. 22발째에 반효진이 10.6을 쏜 반면, 황위팅이 9.6점으로 미끄러지며 사실상 승부를 끝내는 듯 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반효진이 0.9점 앞선 채 돌입한 마지막 격발에서, 반효진은 9.6점으로 미끄러졌고 황위팅이 10.5점을 쏴 최종 251.8점으로 동률이 됐다. 딱 1발로 승부를 가르는 슛오프에 돌입, 반효진이 10.4점을 쏘며 10.3점을 쏜 황위팅을 0.1점 차로 제치고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대구체고 2학년인 반효진은 중학교 2학년이었던 2021년 7월, 사격 선수였던 친구 권유로 사격에 입문했다. 사격에 입문한 지 3년 만에 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하더니,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까지 거머쥐었다. 1992 바르셀로나 여자 공기소총 금메달 여갑순과 2000 시드니 올림픽 여자 공기소총 은메달 강초현에 이어 여자 사격 고교생 메달리스트 계보를 이었다.

 

반효진의 금메달은 펜싱 오상욱, 사격 오예진에 이어 이번 올림픽 한국의 세 번째 금메달이자, 한국이 역대 올림픽에서 획득한 100번째 금메달이다. 파리 올림픽 한국 선수단 최연소인 반효진이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 사격은 ‘사격 황제’ 진종오 은퇴 이후 부침을 겪었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선 금메달 없이 은메달 1개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 사흘 만에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획득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반효진·오예진(여자 10m 공기권총)이 금메달을 땄고, 김예지(여자 10m 공기권총)와 박하준-금지현(혼성 10m 공기소총)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선일보 샤토루=김영준 기자

 

07.29 파리 올림픽, 나만의 감동을 찾아라

올림픽은 한계를 극복하는 장… 매 대회 감동적인 장면들 많아
다양한 희생과 용기 보여주는 선수들 보면서 새 기운 얻기를

 ▲일러스트=이철원

 

덴마크 선수 리즈 하텔은 1952년 헬싱키 올림픽 승마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두 가지 점에서 놀라웠다. 첫째, 그는 여자였다. 남자 선수들과 경쟁해 이룩한 업적이다. 둘째, 소아마비로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이었다.

 

말에 오를 때마다 남편 도움을 받아야 했고, 올림픽 시상대에 오를 땐 금메달을 딴 선수가 부축해줬다. 그는 1956년 멜버른 올림픽에서도 또다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핵심 가치를 탁월함(excellence), 존중(respect), 그리고 우정(friendship)에 둔다. 여기서 탁월함이란 일상이나 경기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게 공식 설명이다. 사견을 보태자면 실상 그 탁월함이란 운동 경기에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투지는 때때로 기적을 만들고 감동을 부른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일본 체조 선수 후지모토 슌은 단체전 마루 종목 경기를 하다가 무릎을 크게 다쳤다. 몹시 아팠지만 동료들이 걱정할까 봐, 그래서 팀에 지장을 줄까 봐 알리지 않았다. 의사는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말렸다. 약물 검사 때문에 진통제도 먹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남은 링 종목 출전을 강행했다.

 

연기를 다 끝내고 마지막 동작. 멋지게 공중에서 몸을 뒤튼 뒤 착지했다. 순간 무릎에 극심한 고통이 왔지만 참고 자세를 유지했다. 9.7점. 그는 다리를 절룩이며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 그제야 동료들은 후지모토가 어떤 헌신을 했는지 알게 됐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 셈이다. 일본은 그 종목에서 기어코 소련을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을 위해 4년간 땀을 흘린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마지막 순간 환희 속에 지난 노력을 보상받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승리가 전부는 아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마라톤에서 탄자니아 선수 존 스티븐 아쿠와리는 19㎞ 지점에서 다른 선수들과 부딪혀 넘어지는 바람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렸다. 57명 중 56명이 이미 결승선을 통과한 다음, 관중도 거의 빠져나간 경기장에 그가 기진맥진한 채 모습을 드러내자 남아 있는 관중은 뜨거운 박수로 맞이했다. 최종 기록은 3시간 25분 27초. 그는 “조국이 5000마일 떨어진 이 먼 곳까지 나를 보낸 건 단지 경기를 시작하라고 한 건 아닐 것”이라면서 “경기를 끝까지 마치고 오는 게 내 사명”이라고 말했다. “최고가 된다는 건 반드시 가장 빠르고, 가장 높고, 가장 강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장애물에 상관없이 한 약속을 지켰다는 걸 의미합니다.”

 

4년에 한 번밖에 없는 올림픽. 선수들에겐 전부일 수 있다. 하지만 숨을 고르고 보자면 더 중요한 건 인생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요트 종목에서 참가한 캐나다 선수 로렌스 르뮤는 2등으로 달리고 있었다. 부산 앞바다 강풍과 거친 파도를 제치고 나아갔다. 그런데 갑자기 한쪽에 빈 요트가 눈에 띄었다. 싱가포르 팀 선수가 바닷속에서 팔을 흔들고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파도 탓에 요트가 뒤집혀 물에 빠진 것. 르뮤는 주저하지 않고 방향을 틀어 이 선수를 구조했다. 그러고 나서 경주에 복귀했지만 메달권에서 멀어진 뒤였다. 그는 “항해의 제1 규칙은 곤경에 빠진 사람을 보면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IOC는 르뮤에게 “스포츠맨십, 자기희생, 용기로 올림픽 이상에 걸맞은 모든 걸 구현했다”면서 쿠베르탱 메달을 수여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도 이런 감동과 희망을 품은 수많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이위재 기자

 

07.29 미안해하지 마라, 이기지 못한 건 세월일뿐... 노장들 아쉬운 마무리

▲김원진이 남자 유도 60㎏급 패자전에서 조지아의 기오르기 사르달라슈빌리에게 한판패를 당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3연속 유도 올림픽 메달에 도전했던 안바울(30·남양주시청)의 꿈이 사라졌다. 김원진(32·양평군청)의 세 번째 올림픽 도전도 결국 ‘노메달’로 마무리됐다.

 

남자 66kg급 세계 랭킹 13위인 안바울은 28일(현지시각)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16강전에서 카자흐스탄의 구스만 키르기즈바예프(세계 26위)에게 졌다. 경기 초반 절반을 뺏긴 뒤 만회하지 못했다. 안바울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은메달, 지난 도쿄 대회에선 동메달을 땄다. 이미 세계선수권(2015년)과 아시안게임(2018년), 아시아선수권(2017년)에선 정상에 올랐다.

 

“마지막 올림픽은 금메달로 장식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던 그는 첫판이었던 32강전을 한판승으로 끝냈다. 하지만 16강전서 2021 세계선수권 60kg급 은메달리스트였던 복병 키르기즈바예프에게 무너지는 바람에 패자전에도 나가지 못하고 대회를 마감했다.

 

전날 남자 60kg급에선 김원진(세계 23위)이 패자전에서 만난 조지아의 기오르기 사르달라슈빌리(세계 2위)에게 한판패(절반 두 개)해 탈락했다. 그는 앞선 8강전에서 프랑스의 뤼카 음케제(세계 3위)에게 13초 만에 절반 득점(누우면서 던지기)을 내주면서 져 패자전으로 밀렸다. 김원진은 통산 세계선수권 동메달 2개(2013·2015년), 아시안게임 동메달(2014년), 아시아선수권 금메달(2015년) 등을 거뒀던 한국 유도 경량급 스타였다.

 

유독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김원진은 리우 올림픽에서 패자전 패배, 도쿄 올림픽에선 동메달 결정전 패배를 당한 데 이어 이번에도 패자전을 넘지 못했다. 그는 국제 무대에 많이 노출된 데다 작년에 오른쪽 어깨 연골이 찢어지는 악재까지 만났음에도 강한 의지로 훈련을 소화하며 파리 올림픽을 준비해 왔다. 선수 생활을 접는 김원진은 미뤄왔던 어깨 수술을 받고, 내년부터 소속팀 양평군청의 코치를 맡을 예정이다. 그는 “올림픽이 마지막 무대였다는 점이 영광스럽다. 돌아봐도 아쉬움이나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왼쪽부터)김원진, 이혜경, 강영미

 

파리 올림픽 남자 유도 60kg급 금메달은 카자흐스탄의 옐도스 스메토프(32·세계 22위)가 차지했다. 김원진과 동갑인 스메토프는 2016 리우에서 은메달, 2021년 도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이번에 처음 올림픽 정상에 올랐다. 프랑스의 음케제가 은메달, 나가야마 류주(일본·세계 6위)와 프란시스코 가리고스(스페인·세계 5위)가 동메달을 걸었다.

 

세계랭킹 10위인 이혜경(28)은 지난 27일 여자 유도 48㎏급 32강전에서 타라 바불파트(18위·스웨덴)를 만났으나 1분 15초 만에 한판패를 당해 허무하게 대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 설욕을 다짐했던 이혜경에겐 뼈아픈 패배였다. 그는 지난해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노렸으나 준결승에서 지도(경고) 3개를 받고 아쉽게 패했다. 올림픽에서 그 아쉬움을 씻으려 했으나 토너먼트 가장 첫 계단에서 무릎을 꿇었다. 52㎏급 정예린(28·인천시청)도 첫판에서 게펜 프리모(이스라엘)에게 위고쳐누르기로 한판패했다.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치던 정예린은 경기 종료를 코앞에 두고 상대 다리에 걸려 바닥에 넘어졌다. 결국 정예린은 프리모의 누르기 한판패을 당했다.

 

펜싱 에페 대표팀 ‘맏언니’ 강영미(39)는 지난 27일 개인전 32강전에서 넬리 디페르트(에스토니아)에게 연장 접전 끝에 13대14로 졌다. 1985년생으로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각오를 품고 나왔지만 소득이 없었다. 그는 “마지막 올림픽, 마지막으로 나설 수 있는 국제 대회 개인전”이라면서 “후회 없이 뛰려고 했다. 후회 없이 뛰긴 했는데…”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에이스 송세라(31)도 16강에서 에스테르 무허리(헝가리)에게 져 탈락했다. 세계 랭킹 7위로 2022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단체전을 석권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 정상급 기량을 보여줬고 이번 올림픽에서도 개인전 메달 후보로 꼽혔으나 아쉽게 멈췄다. 여자 에페 대표팀은 개인전에서 전원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30일 열리는 단체전에서 설욕을 노린다. 한국은 도쿄 올림픽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바 있다.

조선일보 성진혁 기자

 

07-29 온몸 굳어가는 셀린 디옹, ‘사랑의 찬가’ 기적을 노래하다

[2024 파리 올림픽]
“기어서라도 무대 오르겠다” 열정… ‘근육 강직’ 질환 고백 1년반만에
목소리 재활통해 개회식 무대 열창… “역경 딛고 도전하는 올림픽 상징”

▲26일(현지 시간) 파리 올림픽 개회식의 피날레를 장식한 셀린 디옹이 에펠탑에 마련된 특별 무대에서 프랑스 대표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명곡 ‘사랑의 찬가’를 열창하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푸른 하늘이 무너질 수 있어요. 땅도 무너질지 몰라요.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 상관없어요. 세상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아요.”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마무리되던 26일 밤 12시(현지 시간) 직전. 프랑스 파리의 껌껌한 밤을 흰 조명으로 화려하게 빛낸 에펠탑 2층 중앙에서 샹송의 대명사 에디트 피아프(1915∼1963)의 ‘사랑의 찬가’가 애절하게 흘러나왔다.

카메라가 에펠탑 무대를 클로즈업하자 진주 자수로 빛나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캐나다 퀘벡 출신 가수 셀린 디옹(56)이 나타났다. 온몸의 근육이 뻣뻣해지는 희귀 신경질환인 ‘전신 근육 강직인간증후군(SPS)’을 앓아 다소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그는 빗속에서도 힘 있게 노래를 불렀다.

 

개막식 피날레를 어떤 가수가 장식할지는 행사 보안과 흥행을 위해 사전에 공개되지 않지만 며칠 전부터 디옹이 파리에 도착했다는 소식에 디옹의 공연 루머가 돌았다. 그럼에도 ‘설마 디옹이 무대에 오를까’라고 의심하던 이가 적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병을 고백한 지 약 1년 반 만에 기적을 이룬 것. 디옹도 이날 감격에 찬 듯 눈물을 글썽거렸다.

문화적 역량을 보여줬지만 다소 난해했다는 지적이 나온 개회식을 ‘디옹의 피날레’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의 공연은 역경을 딛고 도전하는 올림픽 그 자체였다는 얘기다.


● “기어서라도 무대에 오르겠다”

디옹이 건강한 모습으로 올림픽 주제곡(‘더 파워 오브 더 드림’)을 불렀던 28년 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개회식 때보다 감동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 정상급의 ‘디바’였던 당시와 달리 최근 디옹의 삶은 역경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디옹은 희귀 근육병으로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 속에서도 재활에 전념하며 무대 복귀를 다짐해 왔다. 아마존프라임 유튜브 화면 캡처

 

실제로 디옹은 2016년 든든한 매니저였던 남편 르네 앙젤릴을 17년의 투병 끝에 암으로 떠나보냈다. 그 뒤 음악적으로도 슬럼프가 찾아왔고, 2022년에는 SPS에 걸려 가수 활동을 하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게 된다. 2022년 12월 디옹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눈물을 머금은 채 “SPS란 희귀 난치병에 걸렸다”며 “가끔 걷지 못하고 성대 조절도 잘 안 돼 노래하기가 어렵다”고 고백하며 공연 일정을 취소했다.

무대 복귀가 어려울 것 같던 디옹이 2020년 3월 공연 이후 4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꾸준한 치료와 관리였다. 그는 지난달 아마존을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는 셀린 디옹’에서 “매주 5일 운동과 물리 및 보컬 치료를 반복했다”고 소개했다. 다큐멘터리에는 치료를 받으며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디옹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영국 BBC방송은 디옹이 받은 ‘목소리 재활’ 치료의 효과가 입증된 셈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무대와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어 가능했다. 지난달 미 NBC의 ‘투데이쇼’에서 인터뷰 중 눈가가 촉촉해진 디옹은 “기어서라도, 손으로 말을 하더라도 무대에 다시 오르겠다”며 “그(무대에 선) 순간이 그립다”고 했다.


● “복귀 시기, 내 몸이 말해줄 것”

디옹은 무대 복귀를 꿈꾸면서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5월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복귀 시기를 묻는 질문에 “난 모른다. 내 몸이 말해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치료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재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프랑스에선 숨진 연인을 위해 ‘사랑의 찬가’를 만들었던 피아프와 디옹의 삶이 묘하게 닮았다는 반응도 많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디옹의 공연은 피아프에 대한 헌사”라고 했다.

 

전신 근육 강직인간증후군(SPS)

100만 명당 1명이 걸리는 희귀 난치병으로 온몸의 근육이 뻣뻣해지는 신경질환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40세 이상 여성이 이 병의 환자 중 다수를 차지한다. 치료제는 아직 없고, 완치도 불가능하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07.29 사진기자들, 망원렌즈 어떻게 들고다녀?

▲파리올림픽 수영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28일(현지시간)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 경기장에 마련된 하이디맨드 A1 자리에서 전 세계 사진 기자들이 모여 망원렌즈를 들고 경쟁을 하고있다. 2024.7.28 / 낭테르=고운호 기자

 

사진기자들이 망원렌즈를 들고 일제히 한곳을 응시하고 있다. 29일(현지 시각) 파리올림픽 수영 경기가 열리고 있는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 인기 종목이라 취재하려는 사진기자들이 늘 붐비는 곳이다. 이런 곳은 전문 용어로 ‘하이 디맨드(High demand)’로 구분된다. 하이 디맨드는 ‘높은 수요’란 뜻으로 취재를 원하는 사진기자 숫자가 너무 많아서 우선사(주요 외신)에 배정하거나 추첨으로 자리가 배정된다.

 

이날도 각 나라 사진기자들 간의 협의와 추첨으로 진행됐다. 기자는 한국 신문 사진기자 몫으로 T2라는 하이 디맨드 자리를 배정받았다. 이곳은 선수들의 레이스가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선수들이 출발하거나 역영을 하는 모습, 경기를 마치고 환호할 때 표정을 포착하기 좋은 자리다.

 

 ▲황선우와 김우민의 자유형 200m 동반 준결승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자리잡은 하이디맨드 T2 자리. 거리가 멀어 초점 거리가600mm인 초망원 렌즈를 챙겼다. 황선우 선수를 집중적으로 취재하기 위해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도착해 5번 레일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자리했다. 2024.7.28 / 낭테르=고운호 기자

 

사진에서 보이듯 올림픽을 취재하는 사진기자들은 초점거리가 600mm에 이르는 초망원 렌즈를 사용한다. 하루 종일 저 렌즈를 들고 다닌다면 어떻게 될까? 허리와 어깨에 무리가 가서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워낙 고가의 장비라서 식사를 하거나 마감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 도난의 위험도 있다.

 

그래서 사진기자들이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형 이벤트에서 반드시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경기장 인근 미디어 센터에 마련된 캐비닛이다. 사진기자들에게 발급된 AD 카드를 센터 관계자에게 보여주면 전용 캐비닛을 받을 수 있다. 그곳에 초망원렌즈를 비롯한 고가의 장비를 보관하고 비로소 몸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수영 스타 황선우와 김우민의 자유형 200m 결승행이 좌절된 순간을 취재하고 아쉬움으로 숙소로 복귀하려 할 때 재밌는 풍경을 봤다. 하이디맨드 취재석에서 종일 함께했던 전 세계 사진기자들이 캐비닛에서 장비를 꺼내 퇴근을 준비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숙소로 갈 준비를 하는 모습이 마치 이민을 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 마련된 VMC(Venue Media Center)에서 취재 일정을 마친 전 세계 사진기자들이 보관 캐비넷에서 장비를 챙기고 있다. 2024.7.28 / 낭테르=고운호 기자

 

올림픽 취재를 위해 프랑스에 모인 취재, 영상, 사진기자들은 역사적인 스포츠의 영광과 좌절의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오랜 시간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의 미디어 센터에 머물렀다. 올림픽 현장에서 전 세계 기자들의 쉼터인 이곳은 취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중요한 곳이다. 그중 캐비닛은 사진기자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수호신’같은 존재다. 남은 올림픽 기간 동안 캐비닛과 친해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수영 경기 취재를 마친 사진기자들이 보관 캐비넷에서 장비를 챙기고 있다. 2024.7.28 / 낭테르=고운호 기자

 

 ▲파리올림픽 수영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28일(현지시간)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 마련된 VMC(Venue Media Center)에서 기자들이 업무를 보고있는 모습. 2024.7.28 / 낭테르=고운호 기자

조선일보 고운호 기자

 

07.30 女 10연패 이어 男 3연패...'신궁의 나라' 클래스는 달랐다

男양궁 단체전, 프랑스 꺾고 금메달
'속사포 궁사' 이우석 6발 모두 '텐'

 ▲김우진, 김제덕, 이우석이 2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뉴시스

 

막내 김제덕(20·예천군청)은 시끄럽다. 경기 중 몇번이고 ‘파이팅’을 외치면서 사기를 북돋는다. 둘째 이우석(27·코오롱)은 날카롭다. 별 말 안하다가도 10점을 맞추고 나면 포효한다. 맏형 김우진(32·청주시청)은 무덤덤하다. 엑스텐을 쏘고도 별 것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세 남자는 척 보기에도 다르다. 그렇지만 30일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이 열린 파리 앵발리드의 사대(射臺) 위에서는 같은 눈빛을 갖고 있었다. 승리에 대한 집념을 넘은 확신이었다. 셋은 서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활에 대한 조언부터 바람에 대한 정보를 계속 공유했다. 상대 팀이 중요한 활을 쏠 때도 그쪽을 쳐다보지 않고 대화를 할 때도 많았다. 상대가 누군지 흔들리지 않고 본인들의 궁(弓)에만 집중한 것이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 결승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그 결과 8강 일본전 6대0 승, 4강 중국전 5대1 승, 프랑스와의 결승에서 5대1 승리를 거뒀다. 긴장감 없는 압도적 우승이었다. 셋은 총 54발 중 32발을 10점에 꽂아 넣는 가공할만한 정확도를 보여줬다. 결승에선 18발 중 14발이 가운데에 꽂혔다. 남자 양궁 대표팀은 경기를 마치자마자 태극기를 가져와 관중석을 향해 펼치고 기뻐했다. 2016 리우와 2020 도쿄에 이어 단체전에서 3연패(連覇)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이우석은 2020년 처음으로 올림픽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출전이 불발됐다. 그리고 이듬해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지면서 쓴 맛을 봤다. 절치부심해서 돌아온 2024 파리 올림픽. 평소 성격이 차분하지만 사대 위에서 만큼은 불같아지는 덕에 ‘속사포’로 활을 쏜다. 기선을 제압해야 하는 첫번째 사수 자리가 제격이었다. 결승에서는 지난 대회의 한을 풀어내듯 6발을 전부 10점을 쐈다.

 

김제덕은 2021년 열렸던 도쿄 올림픽에서 이미 2관왕에 올랐다. 당시보다 한층 성숙해진 외형으로 돌아왔지만 목청만큼은 그대로였다. 트레이드 마크인 ‘이우석 파이팅!’ ‘김우진 파이팅!’을 연달아 외쳤다. 10점을 쏘고 난 뒤에는 상대팀을 바라보면서 포효하기도 했다. 남자 양궁이 올해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1차 월드컵에서 은메달에 그쳤다면서 우려가 나올 때마다 김제덕은 “걱정 없다”고 늘 당당히 말해왔다. 그리고 이날 첫째와 마지막을 연결해주는 두번째 사수로 나서서 왜 그렇게 말해왔는지를 알려줬다.

 

 ▲대한민국 양궁대표팀 김우진, 김제덕, 이우석이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 프랑스와의 경기에 입장하고 있다./뉴스1

 

맏형 김우진은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명궁(名弓)이다. 지난 2번의 올림픽에는 전부 첫째 사수로 나섰는데,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마지막 사수로 나섰다. 맏형으로서 팀의 승패를 책임지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리우 때는 가장 나이가 많긴 했지만 2~3살 터울이라 친구 같은 느낌이 강했다. 도쿄 때는 든든한 맏형 오진혁(43·현대제철)에 이어 둘째 노릇을 했다. 이번에는 활을 쏘고 돌아오는 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등 팀을 이끄는 확실한 리더로 거듭났다.

 

우승을 일궈낸 셋은 이제 개인전에서 적으로 만난다. 셋은 아직 개인전 금메달이 없다. 김우진은 2016 리우 대회에선 32강, 2020 도쿄 대회에선 8강에서 탈락했다. 혼성에도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선 3관왕을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김제덕 역시 도쿄 때 32강에서 탈락하면서 놓쳤던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 마음으로 파리에 왔다. 올림픽에 처음 나선 이우석도 2관왕과 함께 본인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리겠다는 생각이다.

 

한국 선수들의 남자 양궁 개인전은 이날 오후 9시 36분(한국 시각) 김우진과 마야데 이스라엘(차드)의 32강전으로 시작한다.

조선일보 파리=이영빈 기자

 

07.30 승자도 찜찜?… 허미미 꺾고 금메달 딴 선수 "유도 바뀌어야 한다"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 출전한 허미미가 2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와 금메달 결정전을 펼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독립투사 후손’ 허미미(22)가 귀중한 은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 탓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결과였다. 허미미의 상대 선수 역시 심판의 모호한 판정을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허미미는 29일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유도 57㎏급 결승전에서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에게 반칙패를 당했다.

 

허미미는 총 세 번의 ‘지도’를 받았다. 첫 번째는 소극적인 모습,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위장 공격이 이유였다. 허미미와 데구치는 경기 초반 탐색전을 이어갔고, 심판은 56초 두 선수 모두에게 지도를 부여했다.

 

허미미는 이후 줄기차게 업어치기를 시도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2분 4초쯤 심판은 허미미에게 두 번째 지도를 부여했다. 유도는 상대의 공격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시도하면서 쓰러지는 동작을 취하기도 한다. 이를 위장 공격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선수가 그 상황을 면피하고자 ‘방어를 위한 공격’을 했을 때 위장 공격 지도를 준다. 실제 허미미는 결승에서 업어치기를 시도할 때 몇차례 한 팔밖에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허미미는 두 번째 지도를 받은 이후 유의미한 공격을 많이 해냈다. 상대를 향해 전진하고 어깨를 넣고 팔을 잡아당기며 업어치기를 시도했다. 그런데 심판은 연장 2분 38초 허미미에게 세 번째 시도를 꺼내 들었다.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 출전한 허미미가 2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 열린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와의 결승전에서 반칙패로 은메달 획득후 김미정 코치와 이동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반칙승을 거둔 데구치는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잠시 허공을 바라봤고, 매트에서 내려와 코치의 축하를 받고 나서야 미소를 지었다. 이후 데구치는 시상식이 끝난 뒤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데구치는 ‘지도 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어려운 질문”이라고 했다. 이어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지도에 대해 할 말은 없다”면서도 “더 나은 유도를 위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바꿔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위장 공격에 대한 판정 기준의 모호성을 지적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온라인에서도 심판 판정을 향한 불만이 나왔다. 허미미가 계속 공격하자 당황한 데구치가 심판을 바라본 장면을 두고 “누가 심판을 간절하게 바라보는지 싸움인가”라는 반응이 나왔다. 경기를 주도한 것처럼 보였던 허미미에게 지도를 준 결정에 대해서는 “유도 룰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재미가 없어졌다”고 했다.

 

조구함 SBS 해설위원은 “왜 데구치에게 지도를 안 주는지 모르겠다”며 “왜 적극적으로 공격한 허미미에게만 지도를 주냐”고 말했다. 김미정 한국 여자유도 대표팀 감독도 “보는 관점이 다를 수는 있지만, 미미가 절대 위장 공격을 들어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미미가 주저앉고 안 일어난 것도 아니고 계속 일어나서 공격했는데…”라며 심판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2위로 경기를 마친 허미미가 2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시상식에 참석해 은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반면 당사자인 허미미는 “위장 공격일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경기의 일부니까 어쩔 수 없다. 다음에는 그런 것을 잘 생각하고 유도를 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07.30 최세빈 꺾고 동메달 딴 우크라 선수의 눈물…관중은 환호로 답했다

▲30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여자 펜싱 사브르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의 최세빈에게 승리한 우크라이나 올가 카를란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국의 최세빈(24‧전남도청)과 싸운 올가 카를란(우크라이나)이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가 겪는 수난을 아는 관중들은 경기장이 떠나갈 듯 박수치고 함성을 지르며 그를 응원했다.

 

30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여자 펜싱 사브르 동메달 결정전에서 카를란은 최세빈에게 15대14로 승리했다.

 

두 사람의 경기는 긴장감 넘치게 흘러갔다. 최세빈은 2라운드까지 11대5로 앞서갔지만, 이후 카를란에게 점수를 계속 내주며 11대12 역전 상황이 벌어졌다. 그 뒤 한 점씩을 주고받으면서 14대14 동점 상황까지 갔다.

 

마지막 한 방, 두 사람 모두에게 점수 획득의 불이 켜졌지만 카를란은 자신의 승리를 예측한 듯 감격에 차 엎드려 오열했다. 심판은 비디오 결과를 확인한 후 카를란의 승리를 선언했다. 최세빈은 마스크를 벗고 카를란, 심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조용히 경기장을 떠났다.

 

 ▲30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여자 펜싱 사브르 동메달 결정전14대14 동점 상황, 우크라이나 올가 카를란이 승리를 예상한 듯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후 카를란은 코치와 감격스러운 포옹을 나눴다. 카를란의 동메달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영토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가 치른 첫 번째 올림픽에서 거둔 첫 번째 메달이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는 듯 관중들은 그랑팔레 중앙홀이 떠나갈 듯 박수치고 함성을 질렀다.

 

카를란이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기 전에도 역경이 있었다. 그는 작년 7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64강전에서 러시아 출신 선수 안나 스미르노바를 꺾었다. 경기 종료 후 스미르노바가 다가가 악수하려 했지만 카를란은 자신의 검을 내민 채 거리를 뒀고, 악수하지 않은 채 경기장을 벗어났다. 규정상 의무로 명시된 악수를 하지 않은 카를란은 실격당했다.

 

이로 인해 카를란은 파리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세계랭킹 포인트를 딸 기회가 사라졌다. 논란이 일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카를란에게 올림픽 출전을 약속했다.

 

 ▲우크라이나 올가 카를란이 동메달 획득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AFP 연합뉴스

 

그렇게 파리올림픽 무대를 밟은 카를란이 동메달을 따고 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나자 우크라이나 기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격하게 환영했다. 이 순간을 취재하려는 전 세계의 기자들이 몰려 잠시 통행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공동취재구역이 꽉 막혔다고 한다.

 

카를란에게 질문하는 우크라이나 기자들도 눈물을 흘렸다. 카를란은 “(이번 동메달은) 정말 특별하다. 믿을 수가 없다”며 “조국을 위한 메달이고,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사람들을 위한 메달”이라고 했다. 이어 “여기 오지 못한 선수들, 러시아에 의해 죽은 선수들을 위한 메달”이라며 “여기에 온 선수들에게 좋은 출발로 느껴질 거다. 조국이 전쟁 중인 가운데 (대회에) 출전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고 했다. 카를란은 “모든 메달이 금메달과 같다. 무슨 메달인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이건 금메달”이라고 했다.

 

카를란은 시상식을 마친 후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일어나는 일들을 신경 쓰고 있다. 그건 힘든 일”이라며 “우리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다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메달이 조국에 기쁨, 희망을 가져다주길 바란다”며 “우크라이나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올하 하를란이 30일(한국시간) 2024 파리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딴 뒤 피스트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올하 하를란이 30일(한국시간) 2024 파리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딴 뒤 메달에 입을 맞추며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07-30 ‘첫 金’ 오상욱·오예진, 오메가 시계 받는다…가격 보니 ‘입이 쩍’

▲금메달을 따낸 후 기뻐하는 오예진(왼쪽)·오상욱. 샤토루=AP/뉴시스·뉴스1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개인전 첫 금메달을 딴 펜싱 오상욱(28·대전시청)과 사격 오예진(19·IBK기업은행)이 스위스 고급 시계 브랜드 ‘오메가’ 제품을 선물 받는다.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올림픽·월드컵 등 스포츠 행사에서 경기 기록을 측정하는 스폰서)인 오메가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을 기념해 제작한 두 가지 시계를 한국 대표팀에서 대회 첫 금메달을 딴 개인 종목 남녀 선수 1명씩 총 2명에게 선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파리 올림픽 에디션 시계는 ‘스피드마스터 크로노스코프’와 ‘씨마스터 다이버 300M’다. 오메가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두 시계 가격은 각각 1420만 원, 1290만 원이다. 두 시계 모두 뒷면에 올림픽 엠블럼과 함께 ‘PARIS 2024’라는 문구가 양각돼 있다.

 

▲파리 올림픽 에디션 시계 ‘스피드마스터 크로노스코프’(왼쪽)·‘씨마스터 다이버 300M’. 오메가 홈페이지 캡처

 

스피드마스터 크로노스코프는 파리 올림픽을 상징하는 골드, 블랙, 화이트 컬러의 43㎜ 디자인으로, 올림픽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았다.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은 6시 방향의 날짜 디스플레이에 파리 2024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한 숫자를 새겼고, 중앙 초침에 파리 2024 엠블럼인 불꽃 모티프를 얹었다.

이 시계의 주인공은 오상욱과 오예진이 됐다. 오상욱은 지난 28일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15-11로 물리치고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같은 날 오예진도 10m 공기권총에서 대표팀 선배인 김예지(32·임실군청)와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인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메가의 올림픽 에디션 수여 행사는 2012 런던 올림픽부터 시작됐다. 당시 사격 진종오가 시계를 선물 받았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남자 양궁 대표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 황대헌·최민정이 시계의 주인공이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07.30 올림픽 사상 이런 일 없었다…"이건 미친 경험" 영웅들 감격, 왜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수천 명의 팬이 직접 축하해주는 자리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렸다.

▲2024파리올림픽 개회식이 열렸던 트로카데로 광장의 챔피언스 파크에서 29일(현지시간) 메달리스트 퍼레이드가 열렸다. 이 행사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시민들이 직접 만나 소통하는 이벤트로 하계 올림픽 최초의 시도다. 별도의 입장권 없이 누구나 이 행사에 참여해 올림픽 영웅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 럭비 금메달을 딴 프랑스 럭비 대표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파리=김성룡 기자

 

 '메달리스트 퍼레이드'라고 이름 붙인 이 행사는 29일(현지시간) 개회식이 열렸던 파리 트로카데로 챔피언스 파크에서 첫선을 보였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메달리스트는 럭비 금메달의 프랑스 럭비 대표팀이었다. 럭비는 축구보다 인기가 높은 프랑스 국민 스포츠로 결승전에서 피지의 올림픽 3연패를 저지하며 124년 만의 우승을 일궈냈다. 사회자가 프랑스 럭비 대표팀을 호명하자 챔피언스 파크를 가득 채운 프랑스 현지인들이 모두 기립해 환호하며 이들을 맞았다. 흥이 가득한 럭비 대표팀 선수들은 팬들을 위해 다양한 제스처를 위하며 무대에서 춤을 추는 등 관중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2024파리올림픽 개회식이 열렸던 트로카데로 광장의 챔피언스 파크에서 29일(현지시간) 메달리스트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다. 파리=김성룡 기자

 
 

▲영국 다이빙 선수 스칼렛 뮤 젠슨이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파리=김성룡 기자

 

 이후 종목별로 펜싱과 유도, 다이빙, 여자 산악자전거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팬들과 소통했다. 이들은 에펠탑을 배경을 기념촬영을 하고, 간단한 인터뷰도 했으며, 셀카를 요청하는 팬들의 휴대폰을 넘겨받아 함께 사진을 찍었다. 티셔츠와 국기를 건네주는 팬들을 위해 직접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티켓 없이 누구나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기장에 가지 못한 팬들도 이 자리를 함께할 수 있었다. 개회식을 센강 수상 행진으로 진행하며 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이번 올림픽의 취지와 맞아 떨어지는 행사였다.

 
 

▲프랑스 유도 대표팀이 관중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파리=김성룡 기자

 
 

▲프랑스 산악자전거 크로스컨트리 금메달리스트 폴린 페랑-프레보가 관중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파리=김성룡 기자

 
 

  AP에 따르면 프랑스 럭비 선수인 애런 그랜디디어 은카냥은 "정말 멋진 곳이다"라며, "오길 정말 잘했다. 에펠탑 바로 아래서 수천 명의 사람의 응원을 받는 것은 정말 소중한 추억이다"고 말했다. 산악자전거 은메달리스트인 미국의 헤일리 배튼은 "파리 올림픽은 정말 특별하다. 메달을 따고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미친 경험이다"라고 밝혔다. 산악자전거 금메달리스트인 폴린 페랑-프레보는 팬들이 그녀의 이름을 연호하자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펜싱 메달리스트들이 에펠탑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주최측은 매일 오전 11시에 홈페이지를 통해 그날의 메달리스트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을 직접 보고 싶은 팬들은 오후 5시 30분까지 챔피언스 파크에 입장을 하면 된다. 이 행사는 올림픽 기간 중 거의 매일 열리며, 하루 최대 1만3000명의 팬이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으며, 올림픽 폐막까지 약 13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주최측은 예상했다.

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07.31 숙적에 졌지만 세계 1위 잡았다... '유도 번개맨' 이준환 동메달

▲이준환이 3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81kg급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뉴시스

 

남자 유도 81kg급 이준환이 2024 파리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 랭킹 3위 이준환은 3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유도 81㎏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1위 마티아스 카스(벨기에)에게 승리했다. 치열하게 맞붙던 연장 1분 48초 이준환이 발뒤축걸기 절반을 따내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준환이 3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81kg급 동메달 결정전 벨기에 마티아스 카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동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뉴시스

 

이준환은 2022년 6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국제유도연맹(IJF) 그랜드슬램 남자 81㎏급에서 최강자들을 연달아 물리치고 금메달을 수확하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이준환의 플레이에 IJF는 ‘번개맨’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IFJ는 ‘선수 소개가 끝나기도 전에 한판승을 따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빠르다’라고 이준환을 설명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유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준환은 32강에서 아슈라프 무티(모로코)에 허벅다리걸기 절반승, 16강에서 사기 무키(이스라엘)에 허벅다리걸기 한판승을 거뒀고, 8강에서는 샤로피딘 볼타보예프(우즈베키스탄)에 어깨로메치기 한판승으로 승리하면서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그러나 준결승에서 올해와 작년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전부 패배를 맛봤던 ‘숙적’ 타토 그리갈라쉬빌리(조지아)를 만났고, 골든 스코어(연장전)까지 가는 승부 끝에 안오금뛰기 절반패를 당했다. 그리고 동메달을 따내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조선일보 파리=이영빈 기자

 

07.31 임종훈 경례 세리머니…신유빈에 '합법적 병역 브로커' 별명 붙은 이유

▲탁구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딴 임종훈이 관중석을 향해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MBC

 

탁구 혼합복식 임종훈이 입대 20여일을 앞두고 파리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 병역 면제 혜택을 받게 됐다. 임종훈은 거수경례 세리머니로 동메달의 기쁨을 표현했고, 올림픽 여정을 함께 한 신유빈에게는 ‘합법적 병역 브로커’라는 별명이 붙었다.

 

3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임종훈과 신유빈은 홍콩 웡 춘팅-두 호이켐을 4-0으로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경기 후 임종훈의 세리머니가 온라인상 화제가 됐다. 오는 8월19일 입대를 앞두고 있던 임종훈은 경기장에서 한국 관중석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는 세리머니를 보였다.

 

병역법에 따르면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는 현역 입대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다. 훈련소에서 3주간 기초군사훈련만 받은 뒤 해당 분야의 특기를 활용해 544시간의 공익 복무를 하게 된다.

 

▲신유빈과 임종훈이 30일 오후(현지시rkr)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득점을 한 뒤 기뻐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임종훈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솔직히 이 경기 앞두고 군대 생각이 안 났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냥 인정하고 유빈이랑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컨트롤한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어 “사실 한 경기라고 했지만 무게감이나 부담감이 없지는 않았다. 그래도 유빈이랑 계속 복식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도 밝혔다.

 

네티즌들은 “입대 3주 남기고 동메달, 얼마나 좋을까” “입대하기도 전에 전역한 자의 여유” “동메달도, 군면제도 모두 축하한다” 등의 축하 글을 남기고 있다.

 

또 임종훈과 함께 승리를 견인한 신유빈에게는 “합법적 병역 브로커”라는 별명이 붙었다. 네티즌들은 “임종훈, 유빈이에게 평생 잘하자” “이런 병역 브로커는 칭찬해야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선일보 김자아 기자

 
 

07.31 "귀한 장면 나왔다" 시상대서 남북 선수들 웃으며 '삼성폰' 셀피

▲대한민국 탁구 대표팀 신유빈, 임종훈 선수가 3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 왕추친, 쑨잉사와 은메달을 획득한 북한 리종식, 김금용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2024 파리올림픽 탁구 경기장에서 한국·북한 선수들이 함께 셀카를 찍는 특별한 장면이 연출됐다.

 

30일(현지시각)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탁구 혼합복식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 신유빈·임종훈 조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홍콩의 웡춘팅·두호이켐 조를 상대로 39분 만에 세트 스코어 4대0으로 완승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유승민(현 대한탁구협회장)과 주세혁(현 남자 대표팀 감독), 오상은(현 미래에셋 감독)이 나선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이후 12년만에 나온 첫 메달이다.

 

북한의 리정식·김금용 조와 세계 랭킹 1위 중국의 왕추친·쑨잉사 조가 맞붙은 결승전에서는 중국이 금메달, 북한이 은메달을 획득했다. 북한의 이번 올림픽 첫 메달이다.

 

동메달의 신유빈과 임종훈이 먼저 시상대에 서자 리정식과 김금용이 박수를 보냈다. 이어 은메달의 리정식과 김금용이 시상대로 향했고 남북 선수들은 가볍게 악수하며 서로를 축하했다. 마지막으로 금메달을 딴 중국 선수들이 시상대에 올랐고, 중국 국가가 울려 퍼졌다. 중국의 오성홍기를 중심으로 북한 인공기와 태극기가 차례로 게양됐다.

 

태극기와 인공기가 함께 오르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지만,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는 남북 선수들이 함께 셀카를 찍는 모습이었다. 메달 수여가 끝난 후, 올림픽 자원봉사자가 Z플립6를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임종훈이 이를 받아 선수들의 얼굴이 한 화면에 잡히도록 촬영했다. 중국 선수의 요청으로 임종훈은 자리까지 바꿔가며 다채로운 셀카를 담아냈다.

 

임종훈은 시상식에서 만난 북한 선수들에 대해 “은메달리스트 소개할 때, 악수할 때 축하한다고 얘기한 것 말고는 따로 (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공식 기자회견에 나서 처음 입을 연 북한의 김금용은 시상대 함께 오른 한국 선수들과 경쟁심을 느끼진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거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짧게 답했다.

 

그간 올림픽 시상식에는 휴대폰 등 모든 개인 소지품 반입이 금지됐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IOC와 협력해 올림픽 최초로 시상대 위에 오른 선수들이 직접 사진촬영을 할 수 있도록 ‘빅토리 셀피’ 기회를 마련하면서 Z플립6로 감동의 순간을 담을 수 있게 됐다.

 

메달 수여가 끝나면 올림픽 자원봉사자가 Z플립6를 선수들에게 전달한다. 빅토리 셀피로 촬영된 사진은 선수단에게 지급된 올림픽 에디션의 ‘애슬릿 365(Athlete 365)’ 앱에 실시간으로 연동된다. 선수들은 사진을 직접 내려받거나 공유할 수 있다.

조선일보 이혜진 기자

 

07.31 '金 5개' 목표 달성… 벅차오를 순간 남아있다

양궁·태권도·펜싱 추가 메달 기대

한국 선수단은 2024 파리 올림픽 개막 후 사흘 만에 금메달 5개를 수확하며 당초 목표를 달성했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에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최소 인원인 21종목 선수 143명을 파견해 금메달 5개, 종합 순위 15위 이내를 목표로 삼았는데 이미 금메달 수는 채웠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현지 시각 29일까지 금5·은3·동1개. 앞으로 양궁 개인전과 태권도, 펜싱, 배드민턴 등 금메달 기대 종목이 남아 있어 목표를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앞선 사격(오예진·반효진)과 펜싱 개인전(오상욱)처럼 예상하지 못한 금메달이 쏟아진다면 10개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2020 도쿄(금 6)를 넘어 2012 런던(금 13) 이후 최고 성적을 꿈꾸고 있다. 2016 리우에선 금 9를 딴 바 있다. 장재근 진천선수촌장은 올림픽 개막 전 “선수, 지도자들과 함께하다 보니 최근 굉장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는데 그 분위기가 반영된 양상이다.

 

앞으로 가장 기대하는 종목은 양궁 남녀 개인전과 혼성 단체. 금메달 3개 중 적어도 1~2개는 가져올 수 있다고 기대한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안세영과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여자 10m 공기권총 은메달리스트 김예지가 주 종목인 25m 권총에 출격 준비 중이고, 세계 랭킹 2위 전웅태와 1위 성승민이 나서는 근대5종 남녀 개인전을 비롯, 최근 올림픽에서 부진을 거듭했던 태권도와 유도 등에서 추가로 금빛 소식을 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태권도는 남자 58kg 박태준과 80kg 서건우, 여자 57kg 김유진과 +67kg 이다빈이 나선다.

 

31일에는 오후 8시 30분(이하 한국 시각)부터 3회 연속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노리는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8강전에서 캐나다와 격돌한다. 오상욱이 대회 2관왕을 달성할지 관심사다. 결승은 8월 1일 오전 3시 30분 벌어진다. 한국 배드민턴 희망 안세영은 8월 1일 2시 16분부터 프랑스 치 쉐페이와 A조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를 이기면 8강이 확정된다. 31일 오후 7시부터는 양궁 남자 여자 개인전 64강전에 이우석과 남수현이 각각 출전하고 8월 1일 0시 45분부터 남자부 김제덕도 개인전 64강전에 나선다.

 

남자 50m 소총3자세에서는 박하준이 31일 오후 4시 예선에 출전하고, 오후 5시 6분부터는 여자 탁구 신유빈이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헝가리의 조르지나 포타와 맞붙는다. 유도 남자 90kg급에서 한주엽이 오후 5시부터 32강전을 치른다.

조선일보 배준용 기자

 

08.01 4인의 검객, 종주국서 3연패… 닥공으로 金 찔렀다

구본길, 오상욱, 박상원, 도경동이 3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3연패를 의미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뉴 어펜저스’가 세계 정상을 찔렀다. 한국 남자 사브르가 올림픽 단체전 3연패(連覇)의 대위업을 달성했다. 오상욱(28)은 개인전 금메달에 이어 단체전도 석권하면서 한국 펜싱 사상 첫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오상욱과 구본길(35), 박상원(24), 도경동(25)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세계랭킹 1위)은 31일(현지 시각)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3위 헝가리를 45대4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구본길, 오상욱, 박상원, 도경동이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금메달 결정전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손가락으로 3연패 달성을 의미하는 표시를 하고 있다./뉴스1

 

한국 남자 사브르는 2012 런던 대회와 2020 도쿄 대회에 이어 단체전 3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선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한국 사브르는 김정환(41)과 구본길, 오상욱, 김준호(30)로 이뤄진 ‘어펜저스(어벤저스+펜싱)’로 전성기를 누렸다. 도쿄 올림픽과 세 차례 세계선수권, 두 차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김정환과 김준호가 각각 부상과 은퇴로 빠진 가운데 이제 신예 박상원과 도경동이 합류한 ‘뉴 어펜저스’로 파리에서 대기록을 달성했다. 결승 7라운드에 교체로 나온 도경동은 연속 5득점으로 승부의 흐름을 한국으로 가져왔고, 박상원도 주전으로 맹활약했다.

 

넷은 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두 신예가 새로 합류한 만큼 두 선배의 어깨가 무거웠다. 오상욱은 “우리는 구본길, 오상욱, 박상원, 도경동이란 각자의 브랜드가 있다. 자부심을 가지고 대회에 임하자”고 했다. 구본길은 “우리는 선후배 관계가 아닌 동등한 선수 사이다. 우리가 못하면 너희가, 너희가 못하면 우리가 커버해줄 수 있다. 서로 믿고 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사브르 대표팀은 올림픽을 앞두고 성적이 썩 좋지 못했다. 지난 4월 선수들이 ‘지옥 훈련’이라 표현한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소화했던 대표팀은 그 여파인지 5월 마드리드 월드컵에서는 단체전 8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우직하게 체력을 완성한 후에 본격적으로 기술을 가다듬으면서 올림픽을 다가올수록 경기력과 컨디션이 올라왔다. 빠른 스텝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발 펜싱’이 주특기인 한국으로선 체력이 뒷받침되면 무서울 게 없었다. 지난달 아시아선수권 단체전 정상에 오르며 워밍업을 마친 ‘뉴 어펜저스’는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랭킹 1위다운 기량을 과시하며 정상에 섰다.

 

개최국이자 종주국 프랑스와 만난 4강전이 고비였다. 프랑스 홈 팬들은 쉴새 없이 응원 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그랑 팔레의 분위기를 휘어잡는데 전날 한국 여자 에페 팀이 그 기운에 휩쓸려 제대로 손 써보지 못하며 8강에서 프랑스에 덜미를 잡혔다.

 

하지만 ‘뉴 어펜저스’에겐 프랑스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장애물이 되진 않았다. 여유 있게 앞선 끝에 승리했다. 노련한 구본길은 오히려 과장되고 도발적인 세리머니로 홈 팬들을 자극했다. 야유가 쏟아졌으나 점수는 점점 더 벌여졌다. 구본길은 “프랑스 응원은 오히려 심판을 자극할 수 있다. 심판이 흔들릴 법도 한데 냉정하게 잘 잡아줘 우리에겐 더 좋았다”고 했다.

 

사브르 대표팀은 진천 선수촌에서 현지 팬들의 응원에 대비해 스피커를 통해 강한 소음을 내서 이를 견뎌내는 훈련을 했는데 이것이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 구본길의 설명이다. 일부러 불리한 판정을 해서 멘털을 흔드는 모의 훈련을 하는 등 대표팀은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놓고 이를 대비했다.

 

헝가리와 결승은 팽팽하게 진행됐다. 한국은 프랑스와 4강전 때처럼 박상원이 1·4·8번, 오상욱이 2·6·9번, 구본길이 3·5·7번으로 나섰다.

 

그랑 팔레를 메운 한국 관중들이 “대~한 민국!”을 외치는 가운데 박상원이 런던·리우·도쿄 3연속 우승의 전설 아론 실라지를 상대했다. 박상원은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5-4로 앞선 채 1라운드를 끝냈다. 이어 나온 오상욱이 10-8로 리드를 유지하며 2라운드를 마쳤다.

 

구본길이 3라운드에 출격해 안드라스 사트마리와 대결했다. 12-11로 앞선 상황에서 구본길은 칼을 바꾸며 숨을 고른 뒤 15-11로 점수를 벌린 뒤 바통을 넘겼다. 박상원은 20-17로 앞선 채 4라운드를 마무리했다. 5라운드는 베테랑 구본길과 실라지의 대결. 구본길도 팽팽한 승부 끝에 25-22로 5라운드를 끝냈다.

 

에이스 오상욱이 6라운드에 등장했다. 오상욱이 연이어 실점을 허용하며 25-26으로 역전됐다. 접전이 이어지며 오상욱은 30-29, 1점 리드를 안고 피스트를 내려왔다. 원우영 코치는 7라운드에 구본길 대신 도경동을 투입했다. 도경동은 시원한 공격으로 5점을 연속으로 뽑아내는 퍼펙트 플레이로 승기를 가져왔다. 35-29.

 

박상원이 8라운드에 출격했다. 40-33으로 점수를 더 벌리고, 오상욱에게 마지막 라운드를 넘겼다. 오상욱과 실라지가 피스트에서 만났다. 연이어 실점을 허용하며 40-36까지 쫓겼다. 하지만 공격이 살아나며 다시 42-36으로 벌렸다. 44-41에서 오상욱은 마지막 공격을 성공하고 포효했다. 한국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이었다.

 

 ▲파리 올림픽 2관왕에 오른 오상욱. / 올림픽공동사진취재단

 

사브르 대표팀이 절정의 호흡을 과시하며 정상에 오르면서 오상욱의 올림픽 통산 메달 개수는 3개가 됐다.

 

올림픽 통산 3개 이상 금메달을 수확한 선수는 동·하계를 통틀어 오상욱이 12번째. 사격과 양궁, 쇼트트랙이 아닌 종목에선 오상욱이 최초다. 192cm 큰 키에 순발력을 갖춰 ‘몬스터’라 불리는 오상욱은 도쿄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이후 발목과 손목 부상에 시달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파리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진정한 사브르 세계 최강자로 거듭났다.

 

 \▲구본길은 런던, 도쿄에 이어 파리에서도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맏형 구본길은 파리 금메달로 한국 펜싱의 명실상부한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세 번째 금메달로 화려하게 장식하며 2012 런던과 2020 도쿄, 2024 파리까지 한국 사브르 3연패 위업에 모두 함께한 유일한 선수가 됐다.

 

구본길은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정상에 서면서 한국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6개)을 세웠다. 특히 대회 당시 개인 8강전에서 중국 선전펑에게 10-14로 밀리다 내리 5점을 따내 역전을 한 장면에서 처음 펜싱 칼을 잡던 순간을 떠올랐다. 초심을 찾은 그에게 파리 올림픽을 앞둔 시간은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구본길은 “마지막 올림픽이라 생각하니 내가 펜싱을 하면서 이런 감정을 느껴본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준비하는 과정 한 순간 한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사브르 단체전이 열린 31일은 구본길의 둘째 아들 출산 예정일. 결승을 앞두고도 구본길은 출산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는 “아내와 장모님이 경기에 방해될까봐 연락은 안 하는 것 같다. 아내도 최선을 다하고, 나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첫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박상원.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뉴 어펜저스’에서 ‘황금 막내’로 통하는 박상원은 오상욱의 대전 송촌고 후배다. 박상원의 형인 박광원이 오상욱과 고교 동기. 어린 시절부터 움직이고 활동적인 걸 좋아하다보니 부모님이 펜싱을 권유했고, 형도 펜싱 선수를 하고 있던 터라 자연스럽게 이 길로 들어서게 됐다.

 

박상원이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린 것은 2021년 청두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개인전 금메달과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다. 구본길은 “파워풀한 펜싱을 구사하는 박상원은 민첩성 면에선 세계 최고라고 본다”고 말했다. 단체전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인 파이팅을 불어넣는 것도 박상원의 몫. 캐나다와 8강전에서 8-10으로 뒤진 상황에서 혼자 7점을 뽑아내며 15-11로 역전한 장면이 돋보였다.

 

후보 선수로 결승 7라운드에 출전, 5연속 득점으로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도경동은 키가 188cm로 오상욱(192cm) 만큼 피지컬이 좋은 펜서다. 학창 시절 점심 시간에 축구를 하다 펜싱부 감독에게 스카우트된 과정은 선배인 구본길과 비슷하다.

 

올해 트리빌시 월드컵에 손목 부상 중이었던 오상욱을 대신해 출전했다. 도경동은 단체전 결승에서 8라운드까지 38대4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결승에서 맞붙은 실라지(헝가리)를 상대로 45대44 대역전극을 일궈내며 한국에 우승을 안긴 바 있다. 국군체육부대 소속의 그는 이번 금메달로 조기 전역이란 혜택도 받게 됐다.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보고 자란 ‘런던 키즈’인 둘은 큰 무대에서 주눅들지 않고 제 역할을 해내며 다가올 LA 올림픽 4연패 전망을 밝혔다.

조선일보 파리=장민석 기자  파리=김영준 기자

 

08-01 “많은 것을 즐겼다”… 61세‘탁구 할머니’아름다운 퇴장

 

룩셈부르크 니샤렌,곧 은퇴
“신유빈은 정말 사랑스러워”

2024 파리올림픽에서 ‘탁구 할머니’ 니샤렌(61·룩셈부르크·사진)이 선수 인생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올림픽 경기를 치르며 아름답게 퇴장했다. 니샤렌은 31일(한국시간)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탁구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쑨잉사에게 0-4로 졌다. 쑨잉사는 23세로 니샤렌보다 38세 어리다.

1963년생인 니샤렌은 이날 경기에서 쑨잉사의 강한 드라이브를 당해내지 못하고 당황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세트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완패했지만, 환갑이 넘어도 멈추지 않는 니샤렌의 열정에 상대편인 중국 관중도 니샤렌에게 응원을 보냈다. 경기 후 니샤렌은 남편이자 코치인 토미 다니엘손과 손을 흔들며 인사하다 끝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니샤렌은 취재진에게 “지금까지도 올림픽에 나올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하다”며 “졌지만 더 많은 것을 즐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니샤렌은 중국 상하이 출신으로 16세 때 중국 국가대표로 뽑히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1980년대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메달 4개를 석권, 독일 유학을 거쳐 1991년 룩셈부르크에 정착했다. 2000 시드니올림픽부터 룩셈부르크 대표로 나서며 파리를 포함해 총 6번 올림픽에 출전했다.

2020도쿄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역대 올림픽 최고령 선수였던 니샤렌은 우리나라 최연소 올림픽 탁구 국가대표이자 당시 17세였던 신유빈(대한항공)과 맞대결을 펼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도쿄에서 니샤렌은 신유빈에게 3-4로 패했다.

이번 파리올림픽 경기 후 니샤렌은 한국 기자들에게 신유빈이 혼합 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사실을 언급하며 “신유빈은 정말 사랑스럽다. 어리니 앞으로도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덕담을 건넸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니샤렌 말고도 승마에 질 어빙(61·캐나다), 사격에 레노엘 마르티네스(60·베네수엘라) 등 환갑을 넘긴 ‘시니어 선수’들이 경쟁한다. 최고령 출전자는 승마의 후안 안토니오 히메네스 코보(66·스페인), 최연소 출전자는 조선족 출신 스케이트보드 선수 정하오하오(11·중국)다.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

 

08-01 美 ‘수영스타’ 러데키, 12번째 올림픽 메달 목에 걸어

▲케이티 러데키(미국)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수영 여자 1500m 자유형 시상식에서 활짝 웃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의 ‘수영 전설’ 케이티 러데키가 개인 통산 12번째 메달을 획득해 미국 올림픽 역사에 이름을 더욱 깊이 새겼다.

러데키는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수영 여자 자유형 1500m 결승에서 15분30초02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러데키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여자 자유형 400m) 1개씩을 추가하며 개인 올림픽 메달 개수를 12개(금 8개·은 3개·동 1개)로 늘렸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12개의 올림픽 메달은 역대 미국 여자 선수 최다 메달 타이기록에 해당한다. 이로써 러데키는 메달 12개씩을 보유한 나탈리 코글린, 제니 톰프슨, 다라 토레스(이상 수영)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동시에 8개의 금메달로 톰프슨과 동률을 이루는 미국 여자 선수 올림픽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도 작성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따냈던 러데키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4관왕에 올랐고,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로 여전한 아성을 입증했다. 러데키의 도전은 계속된다. 이번 대회에서 미국 여자 선수 최다 올림픽 메달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 2일부터 진행되는 여자 자유형 800m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서 개인 통산 13번째 메달 사냥에 나선다.
문화일보 장상민 기자

 
 

08.01 "심판에 고마워 해라" 악플 테러에…허미미 꺾은 데구치 호소

▲허미미(아래)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전에서 캐나다 크리스타 데구치와 겨루고 있다.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허미미(경북체육회)를 꺾고 우승한 캐나다 대표팀 크리스타 데구치가 악성 댓글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데구치는 1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댓글을 읽었더니 슬픈 감정이 들고, 내가 상대했던 선수들에게 미안한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데구치는 이어 “당신들이 아끼는 선수를 보호하려는 마음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어떤 국가도, 어떤 선수도, 어떤 사람들도 의미 없는 싸움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판적인 의견을 가지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를 겨누고 그 말을 퍼부을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모든 선수는 최선을 다했고, 유도 경기장 위에서 서로 존중하고 꿈을 위해 뛰었다”라며 “팬들도 우리처럼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데구치가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 사진 크리스타 데구치 소셜미디어 캡처

 

캐나다-일본 혼혈 선수인 데구치는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57㎏급 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허미미를 반칙승으로 꺾고 금메달을 땄다.

 

당시 두 선수는 지도 2개씩을 받았고, 허미미가 메치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위장 공격 판정을 받아 지도 3개가 누적돼 패했다.

 

위장 공격이란 실제 공격할 의도가 없으면서도 그런 것처럼 거짓으로 꾸미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선수가 그 상황을 면피하고자 ‘방어를 위한 공격’을 했을 때 위장 공격 지도를 준다.

 

당시 반칙승을 거둔 데구치는 승리했지만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잠시 허공을 바라봤고, 매트에서 내려와 코치의 축하를 받고 나서야 미소를 지었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서 캐나다의 크리스타 데구치가 금메달을 확정짓고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에 김미정 한국 여자유도 대표팀 감독은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지만, (개최지가) 유럽이라는 것이 (판정에) 조금 작용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데구치 역시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지도 판정에 관해 “할 말은 없다”면서도 “더 나은 유도를 위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본인 역시 판정이 석연치 않았다는 것을 내비친 셈이다.

 

일부 국내외 네티즌들은 데구치의 소셜미디어에 “자격 없다” “심판에게 고마워 해라” 등의 악성 댓글을 남겼다. 몇몇 네티즌들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적기도 했다.

 

▲허미미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전에서 캐나다 크리스타 데구치에게 위장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주심이 인정해 반칙패를 판정받고 있다. 허미미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 출전한 허미미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 열린 캐나다 크리스타 데구치와의 결승전에서 패배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08.03 11살 차 '신궁 남매' 金 쐈다...김우진·임시현 둘 다 2관왕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선수가 김우진, 임시현, 박성수 감독이 2일 오후(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진행된 파리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 금메달 결정전 독일의 미셸 크로펜, 플로리안 칼룬드 조와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뉴스1

 

두 명궁(名弓)이 대한민국에 또 하나의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11살 차이의 한국 양궁 대들보 김우진(32·청주시청)과 떠오르는 신성 임시현(21·한국체대)의 합작품이었다.

 

김우진-임시현 조는 2일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 결승에서 독일을 6대0으로 꺾었다. 이날 결승 중엔 전에 없던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독일이 12발 중 10점을 2개 밖에 쏘지 못했지만, 한국은 10점을 5개를 쏘는 등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우진은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2003년 처음으로 활을 잡았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소질이 있어 선수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7년 뒤 고등학생 때 출전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싱글라운드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고, 개인과 남자 단체에서 2관왕에 올랐다. 그 뒤 김우진은 한국 양궁의 대들보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남자 단체 3연속 금메달을 이끌었다. 올림픽 양궁에서 3개 대회 연속으로 시상대 맨 위에 오른 선수는 전세계에서 김우진이 유일하다.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선수가 김우진, 임시현이 2일 오후(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진행된 파리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 금메달 결정전 독일의 미셸 크로펜, 플로리안 칼룬드 조와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뉴스1

 

김우진이 양궁을 시작했던 2003년, 임시현이 태어났다. 그 뒤 임시현은 김우진이 걸었던 길을 비슷하게 걸어오고 있다. 임시현은 만 19세였던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선배들을 제치고 전체 1위를 차지하면서 단숨에 ‘에이스’ 자리를 꿰찼다. 2023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 여자 단체와 함께 직전 대회에서 생긴 혼성까지 3관왕에 올랐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여자 랭킹라운드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여자 단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1살 차이의 두 명궁이 파리에서 의기투합했다. 남녀부 랭킹라운드 1위에 오르면서 혼성 단체에 함께 출전하게 된 것. 둘은 남녀팀에서 가장 책임감이 막중한 마지막 사수 자리를 나란히 맡기도 했다. 김우진은 시합 전 “나이 많은 사람이 어린 선수에게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 제가 임시현 선수의 말을 잘 듣고 잘해보도록 하겠다”면서 웃어 보이기도 했다. 시합 뒤 정말 그랬는지 묻는 질문에 임시현은 웃으면서 “제가 오히려 말을 잘 들었다”라고 했다. 그러자 김우진은 “말을 잘 들었어야 했는데 말을 듣게 하게 됐다”고 받아친 뒤 웃었다. 둘의 호흡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23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혼성 단체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경험이 있었다.

 

자신감에 비해 출발은 불안했다. 대만과의 16강전에서 세트 승점 4-4로 동률을 이룬 끝에 슛오프에서 20-19로 간신히 5대4 승리를 가져왔다. 조금이라도 삐끗했으면 그대로 탈락할 수 있었다. 간담이 서늘했던 ‘예방 주사’를 맞은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8강전에선 김우진이 마지막 4개 화살을 전부 10점 과녁에 꽂아 넣으면서 이탈리아를 6대2로 꺾었다.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꼽히는 인도를 상대로도 6대2로 이겼고, 결승에서도 수월하게 승리를 거뒀다.

 

금메달 2개를 거머쥔 둘은 개인전에서 3관왕에 도전한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숱한 금메달을 따낸 김우진이지만 올림픽에서는 개인전 금메달이 없다. 올림픽 첫 출전인 임시현도 물론 없다. 임시현은 3일 오후 5시 9분, 김우진은 4일 오후 5시 9분에 각각 개인전 16강에 출격한다.

 

 조선일보 파리=이영빈 기자

 

08.03 김민종, 유도 銀에도 "부모님만 감동, 하늘은 감동 못 시켰다"

최중량급 최초 은메달 쾌거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100kg 이상급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딴 김민종이 메달을 깨물어보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유도 최중량급 간판 김민종(24)은 지난 6월 파리 올림픽을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감동하면 받는다’는 말이 뇌리에 박혀서 하늘을 감동시키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2일 남자 유도 100kg이상급 결승전에서 프랑스의 유도 영웅 테디 리네르에 허리후리기를 당해 한판패한 김민종은 “하늘이 감동해 금메달을 내려주기엔 내 노력이 부족했다”며 아쉬워 했다.

 

이날 은메달로 한국 유도 최중량급 올림픽 최고 성적을 기록한 김민종은 “금메달을 따지 못해 너무 아쉽다. 역사를 썼다고 하기에는 숙제가 많은 것 같다”며 “하늘이 덜 감동한 것 같다. 이 정도로는 부모님만 감동하지, 하늘은 감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이번 대회를 통해 하늘을 감동하게 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2028 LA 올림픽 때는 확실하게 그렇게 하겠다. 한 단계 더 올라서겠다”고 밝혔다. 도쿄 올림픽 당시 16강전에서 탈락한 뒤 눈물을 펑펑 쏟았던 그는 이날 경기장을 찾은 부모님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김민종은 “아버지께 꼭 노란 것을 걸어드린다고 했는데 아직 색칠이 덜 된 것 같다”며 울먹였다.

 

결승에서 김민종을 꺾은 리네르는 세계선수권 개인전 11회 우승에 빛나는 유도 레전드다. 2012 런던, 2016 리우 대회 개인전에서 우승한 그는 8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프랑스 홈 팬들을 열광에 빠뜨렸다. 이날 경기장은 “테디!”를 외치는 프랑스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김민종은 “리네르를 향한 응원 소리는 나를 위한 응원이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리네르에 대한 존경심도 나타냈다. 김민종은 “나에 대해 많은 걸 연구하고 나온 것 같은데 반면 나는 연구가 부족했다”며 “내가 미숙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파리=장민석 기자

 

08.03 "돌아가신 엄마 폰에 난 '금메달리스트'"...정나은, 銀 걸고 눈물

▲김원호(왼쪽)와 정나은이 2일(현지 시각)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은메달을 딴 뒤 시상대에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배드민턴 김원호(25·삼성생명)-정나은(23·화순군청) 조가 2일(현지 시각)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은메달을 땄다. 준결승에서 세계 2위이자 대표팀 선배 서승재-채유정 조를 꺾고 결승에 올랐으나, 세계 1위 중국 조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래도 값진 은메달이었다. 한국 배드민턴은 직전 세 차례 올림픽에서 모두 동메달 1개씩에 그쳤으나, 김원호·정나은이 2008 베이징 이후 16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김원호는 1996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혼합복식 금메달을 따낸 길영아(54) 삼성생명 감독의 아들. 한국 최초의 모자(母子)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준결승에서 경기 도중 구토를 하면서도 끝까지 뛰어 승리를 해낸 그의 투지도 화제가 됐다. 김원호는 “어릴 때부터 엄마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며 “모자 금메달리스트에도 욕심이 있었는데 상대가 강했다”고 말했다.

 

정나은은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고선 하늘에 있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의 어머니는 몇 해전 코로나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정나은은 “엄마 핸드폰에 저장된 내 이름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나은’이었다. 그 약속을 못 지켜서 아쉽지만, 그래도 엄마가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원호-정나은은 함께 출전한 서승재-채유정에 비해 메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을 뒤집고 시상대에 섰다. 조별리그에서 1승 2패로 겨우 8강에 올랐기에 더욱 놀라운 결과다. 김원호는 “올림픽 출전 만으로도 영광인데 결과가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정나은은 “우리가 예선에서 힘들게 올라와서 은메달까지 딸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메달을 딴) 지금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파리=김영준 기자

 

08.03 죽음의 조, 구토 투혼...김원호·정나은, 드라마 같은 은메달

16년 만에 배드민턴 혼복 메달

 ▲2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대회 배드민턴 혼합 복식 금메달 결정전에서 김원호-정나은이 중국팀 정쓰웨이-황야충과 경기를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배드민턴 혼합복식 김원호(25·삼성생명)-정나은(23·화순군청)이 2024 파리 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했다. 김원호·정나은은 2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중국 정쓰웨이-황야총 조에 0대2(8-21 11-21)로 패배했다.

 

세계 랭킹 8위 김원호·정나은은 이번 대회를 불안하게 시작했다. 조별리그에서 1승 2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으나, 게임 득실 차로 겨우 8강에 올랐다. 그러나 토너먼트 단계에선 달랐다. 8강전에서 세계 7위 탕춘만-체잉수엣 조를 꺾은 데 이어, 준결승에서 대표팀 선배인 세계 2위 서승재-채유정까지 이겼다. 경기 중 구토하면서까지 포기하지 않은 김원호의 투혼과 지친 그를 대신해 상대 강공을 막아낸 정나은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결승에서 만난 중국 조는 세계 랭킹 1위. 압도적인 기량 차이를 극복해내지 못했다. 조별리그에 이어 결승에서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그럼에도 값진 은메달이다. 한국 배드민턴은 지난 세 차례 올림픽에서 모두 동메달 1개씩을 따는 데 그쳤다. 김원호·정나은이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처음 결승에 올랐다. 혼합복식 종목만 따지면 16년 만의 메달이다. 2008 대회 이용대-이효정 금메달 이후 메달이 없었다.

 

김원호는 1996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 길영아(54) 감독의 아들이다. 부자(父子) 메달리스트 여홍철(1996 애틀란타 은)-여서정(2020 도쿄 동)이 있지만, 모자(母子) 메달리스트는 한국 최초다. 김원호는 전날 준결승에서 승리하며 메달 획득을 확정한 순간 “이제 ‘길영아의 아들’로 사는 대신 엄마가 ‘김원호의 엄마’로 살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사실 엄마 길영아의 말이다. 엄마 따라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한 김원호에겐 ‘길영아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늘 쫓아다녔다. 시합을 잘하든 못하든 “쟤가 길영아 아들이래”라는 수군거림을 들어야 했다. 어느 날 김원호가 길영아에게 “엄마가 평범한 사람이면 좋겠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때 엄마 길영아가 한 말이 “배드민턴계에서 엄마는 평범한 사람일 수가 없다. 네가 스스로 ‘길영아 아들’로 살지 말고, 엄마를 ‘김원호 엄마’로 살게 해달라”였다. 아들은 올림픽 메달을 딴 인생 최고의 순간 가슴 깊이 새겨뒀던 엄마의 말을 꺼냈다.

 

김원호는 어릴 적부터 엄마를 따라 배드민턴장에 다니며 자연스레 라켓을 잡았다. 그의 아버지도 배구 선수 출신. 운동 신경이 남달랐다고 한다. 엄마 길영아는 “축구도 잘하고, 달리기도 빨랐다”며 “라켓을 잡으면 끝을 모르고 쳤다. 멈추지 않고 계속 쳐달라고 하더라”라고 했다. 자신들이 걸어온 힘든 운동선수의 길을 따라오지 않기를 바랐던 부모도 아들 재능을 보고 반대할 수가 없었다.

 

김원호는 고3 때는 전국 동급생 중에 최고 실력자로 평가받아 졸업하면서 배드민턴 명문 삼성전기(현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그때도 감독이 엄마 길영아였다. 서로의 존재는 부담이었다. 특혜를 준다는 질투가 나올까 봐 엄마는 아들 지도를 다른 코치들에게 맡겼고, 아들은 ‘엄마 찬스’란 말이 듣기 싫어서 매 훈련, 매 경기 사력을 다했다. 평소 말수가 적고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 성격이라 혼자 끙끙 앓을까 걱정이었다고 한다. 아버지 김상훈씨는 “주니어 대표팀, 성인 대표팀에 실력으로 뽑혔는데도 안 좋게 보는 시선들이 있어서 원호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묵묵히 잘 이겨내줘서 지금의 행운이 온 것 같다”고 했다.

 

길영아는 직접 파리에 날아와 관중석에서 아들 경기를 모두 지켜봤다. 특히 한국 선수끼리 붙은 준결승에서 구토까지 하며 뛰는 모습을 마음 졸이며 지켜봤다. 길영아는 “아들 얼굴을 보니까 곧 토를 할 것 같아 보였다.

 

토하고 다시 하라고 소리도 질렀는데 안 들린 것 같더라”라며 “지금 얼마나 힘든 상황까지 왔는지 내가 너무 잘 알아서 가슴이 쓰라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 중국 선수가 코트에 쓰러져서 숨진 일이 있었어서 그런 일이 일어날까 봐 걱정됐다”며 “더 못 뛸 줄 알았는데 끝까지 있는 힘껏 스매시를 때리는 걸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길영아는 올림픽을 앞두고 아들에게 “세계 10위 안에 있으면 실력은 다 종이 한 장 차이다. 올림픽은 하늘이 주는 기회니까 최선을 다하고 나서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면 된다는 말을 해줬다”며 “그래도 아들이 엄마 따라 올림픽 메달까지 따서 너무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파리=김영준 기자

 

08.03 '韓 24년 만의 값진 메달' 김하윤이 해냈다, 판정 번복 이겨내고 '유도 女 최중량급 동메달'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유도가 또 하나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하윤(24·안산시청)이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동메달을 확정한 뒤 가슴에 새긴 태극마크를 가리키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김하윤은 3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78㎏ 이상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카이라 오즈데미르(튀르키예)를 눌렀다. 이로써 한국 여자 유도는 2000년 시드니 대회 김선영(동메달) 이후 무려 24년 만에 유도 최중량급 메달을 거머쥐었다. 김하윤은 3년 전 도쿄올림픽 좌절의 눈물을 씻어냈다.

 

김하윤은 8강전에서 한판승을 선언 받았다가 판정 번복으로 절반패했다. 당시 김하윤은 연장전(골든스코어) 시작 7초에 베아트리스 지소자(브라질)와 다리를 맞걸고 힘 싸움을 하다가 나란히 매트에 떨어졌다. 원심은 김하윤의 한판이었다. 그러나 약 1분 후 심판은 원심을 취소하고 지소자의 절반승으로 번복했다. 김하윤은 8강에서 패하며 패자부활전을 밀려났다. 이를 악물었다. 라리사 세리치(보스니아)를 잡고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했다.

 

김하윤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초반 지도 1회를 받으며 벼랑 끝에 밀렸다. 하지만 경기 종료 44초를 남겨두고 허벅다리걸기로 절반을 따냈다. 10여초 뒤에 곁누르기로 나머지 절반을 채우며 동메달을 확정했다.

 

2000년생 김하윤은 지난해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유도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국 유도의 사상 첫 아시안게임 '노골드' 참사를 막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김하윤은 국가대표 소집을 앞두고 다쳤던 왼무릎이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과정에서 악화했다. 재활 운동과 주사 치료를 병행해야 했고 수술까지 고려해야 했을 정도로 심각했다. 올림픽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김하윤은 수술을 미루고 올림픽 레이스에 집중했다.

 

흔들렸다. 지난해 국제대회에서 우승 3차례, 3위 2차례를 거뒀던 김하윤은 올해 5월 세계선수권대회 전까지 4개 대회에서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2024년 세계선수권에서도 3위를 기록하며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야간 훈련도 불사하며 훈련에 힘을 쏟은 덕분이다.

 

한편, 한국 유도는 여자 52㎏급 은메달 허미미(경상북도체육회), 남자 81㎏급 동메달 이준환(용인대)에 이어 파리에서 세 번째 메달을 수확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08.03'대충주의자' 양지인 "긴장요? 개최국 상대 선수가 더 떨렸겠죠"(사격 금메달)

▲양지인이 3일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딴 후 시상대에서 메달에 입을 맞추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3일(현지 시각)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따낸 양지인(21·한국체대)은 좌우명이 “어떻게든 되겠지”다. 본인의 장점과 단점으로 모두 “대충 사는 것”이라고 했다. 특별한 꿈과 목표를 두지 않고 “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사격인들은 그게 양지인이 총을 잘 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본다. 총을 들고 격발할 때까지 행위가 간결하고 단순할수록 좋은데 매사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성격이 도움이 된다는 것. 사격 선수들이 자신만의 루틴이 많은 경우가 다수지만, 양지인은 그런 루틴도 특별히 없다. 총구가 흔들리는 정도가 작고 안정감이 높아 기복 없이 꾸준히 높은 점수를 쏘는 선수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올림픽 무대만큼은 남달랐다. 양지인은 “너무 많이 떨리고 긴장했다. 경기 전에 속이 너무 안 좋았다”며 “사격장이 파리와 많이 떨어져 있어 올림픽 분위기가 덜 나고 안 떨릴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너무 떨렸다. 이게 올림픽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 사격 경기는 파리에서 기차로 2시간 넘게 떨어진 프랑스 중부 도시 샤토루에서 열린다.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2개를 땄던 양지인은 “올림픽이 아시안게임보다 두 배로 떨린다”며 “아시안게임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이 그냥 나간 느낌이었지만, 이번엔 다 생중계도 되고 관심을 받아서 떨렸다. 결선 사격장에 사람도 많아서 더 떨렸다”고 했다.

 

양지인은 긴장하거나, 떨리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 머릿속에 있는 말을 손으로 적으면서 마음을 다잡는다고 한다. ‘뭐부터 적어야 하지’ ‘떨린다’ ‘내일 어떡하지’ 등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종이 위에 옮긴다. 그는 “그런다고 떨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 뒤죽박죽이던 마음이 정리가 된다”며 “어제 자기 전에, 오늘 시합 전에도 적었다. ‘못하면 어떡하지’ ‘잘할 수 있을까’라고 적었다”고 했다.

 

양지인은 이날 슛오프 끝에 프랑스 선수를 이기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내내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순간 동점으로 따라잡혀서 5발로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에 돌입했다. 슛오프에서 양지인은 5발 중 4발을 맞췄고, 프랑스 선수는 1발을 쐈다.

 

양지인은 “따라잡혔을 때는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도 지금까지 열심히 훈련한 걸 헛되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부담이 많이 됐는데 시상식에서 태극기 올라가는 걸 보니까 싹 씻겨 내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슛오프 상황에서 매 발 상대 선수 결과를 모니터로 지켜봤다고 했다. 그는 “상대가 첫 두발 놓치는 걸 보고 ‘제발 하나만 더 놓쳐라’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날 관중석에선 프랑스 홈 관중의 응원 소리가 컸다. 양지인은 “어제 본선에서도 프랑스 선수 옆에서 쐈는데 점수와 관계 없이 환호가 크게 나오더라”며 “결선 때도 그러겠다 싶어서 미리 연습한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어제처럼 내 할 것만 잘하자고 생각하면서 쐈다”고 했다. 그는 “그 응원을 받는 프랑스 선수가 나보다 두배는 더 떨릴 테니 난 내 것만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양지인은 “이제 파리에 가서 예쁜 것도 사고 여기저기 구경을 많이 하고 싶다”며 “그동안 열심히 훈련했으니까 잠깐만 마음을 내려놓고 둘러보겠다”고 했다. 그는 또 “여기에 먹을 게 없다고 해서 라면 같은 부식을 잔뜩 싸왔다. 라면을 너무 많이 먹었다”며 “한국 가서 집밥을 먹고 싶다. 한국 쌀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양지인은 올림픽 금메달 1개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첫 올림픽에서 이렇게 너무 좋은 결과를 얻어서 행복하지만,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번 금메달을 발판 삼아서 더 높이 올라가겠다”며 “다음 LA올림픽도 열심히 도전하겠다. 이번 금메달이 끝이 아닌 시작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했다.

샤토루=김영준 기자

 

08.04 사격에서 세 번째 金, 대표팀 감독이 꺼낸 '부적'

▲3일(현지시각)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대표팀의 메달 레이스를 이끈 장갑석 총감독이 14년동안 경기마다 가지고 다닌 황금빛 넥타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3일(현지시각)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사격의 세 번째 금메달이 나왔다. 이번 대회에서 사격 대표팀은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등 메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 뒤에는 장갑석(64) 총감독이 있다. 이날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여자 25m 권총에서 양지인(21‧한국체대)이 금메달을 목에 건 후 장 감독은 가방에서 넥타이를 꺼냈다.

 

금메달과 비슷한 색깔이지만, 넥타이는 여기저기 얼룩이 있는 등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장 감독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부터 계속 가방에 가지고 다니는 넥타이”라고 소개했다.

 

2010년 대한사격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이었던 장 감독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그 넥타이를 매고 경기장에 나갔다고 한다. 당시 한국 사격은 금메달 13개와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역대 최고 성과를 냈다.

 

장 감독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에도 좋은 기운이 있는 넥타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대회만 있으면 이렇게 가방에 갖고 다닌다”며 웃었다. 넥타이가 그의 ‘부적’인 셈이다.

 

 ▲장갑석 사격대표팀 총감독이 지난 5월 27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제33회 파리 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25m 권총에 출전하는 양지인을 지도하고 있다. /뉴스1

 

한국 사격은 대표팀의 목표 금메달 5개를 대회 초반부터 달성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이번 대회 첫날 박하준-금지연(10m 공기소총 혼성)이 은메달로 한국에 첫 메달을 안겼고, 이튿날엔 여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오예진‧김예지가 금‧은을 획득했다. 만 16세로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최연소 출전자인 반효진도 10m 공기소총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여자 25m 권총에서 양지인까지 금메달을 따냈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사격계 분위기는 밝지 못했다. 3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사격은 김민정이 25m 권총에서 은메달을 따낸 게 전부였다. ‘사격 황제’ 진종오가 총을 내려놓았고, 연맹 회장사였던 한화그룹도 철수했기 때문이다. 파리올림픽 역시 비슷한 결과를 얻을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격연맹은 대표팀 선발전을 올림픽 방식과 같은 결선 방식으로 바꿨다. 올림픽 결선 무대에서도 평소와 같은 실력을 뽐낼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서였다. 또 대회 현장인 샤토루 사격장 곳곳을 VR(가상현실)로 재현해 사격장 안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은 환경을 구현하기도 했다.

 

여기에 장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술을 끊었다. ‘내가 먼저 보여줘야 선수들이 따른다’는 신념으로 술을 끊은 그는 선수들에게 휴대전화‧커피‧담배 금지령을 내렸다. 집중력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장 감독의 솔선수범 노력은 이번 대회 성적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조선일보 사토루=김영준 기자

 

08.04 임시현, 3관왕 순간 "어? 했네"… 시상대선 '바늘구멍 세리머니'

▲3일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3관왕을 달성한 임시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 임시현(21·한국체대)과 남수현(19·순천시청)은 명승부를 다짐했다. 임시현은 “저희 정말 즐겁게 해보자고, 주먹 ‘맞다이’하고(주먹을 부딪치고) 나섰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약속처럼 둘은 연신 10점을 쏘면서 호각을 겨뤘다. 결과는 임시현의 7대3 승리였다. 남수현은 “시현 언니와 결승전을 해서 영광이었다”라고 했다.

 

임시현은 대표팀 동료 전훈영(30·인천시청)을 4강에서 만나 6대4로 꺾고, 결승에서는 남수현을 이겼다. 임시현은 “오히려 한국 선수들을 만날 수 있어서 과정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4강에선 한국 선수가 무조건 결승전에 가는 거고, 결승에선 둘 다 메달 딴 건데, ‘좀 재밌게 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임시현은 이번 대회 내내 승부처에서 강했다. 기로에 놓인 순간에서 매번 활약을 펼쳤다. 이에 대해 임시현은 “그냥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빨리 끝나버리는 게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조금 더 악착같이 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반대로 이기고 있을 때 화살이 빗맞는 이유에 대해서는 “너무 여유로웠나?”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임시현은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3관왕에 올랐다. 임시현은 “딱 그 순간엔 ‘어, 했네? 진짜 과정에만 집중하니까 됐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하고 또 이번에도 3관왕을 하게 돼서 너무 영광스럽다”고 했다. 임시현은 시상대에서 왼손 엄지와 검지를 맞닿아 동그라미를 만들고 눈에 갖다 대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임시현은 “사실 이번 올림픽 이전에 아시안게임 3관왕 이후 바로 다음 대회에서 또 3관왕 하는 게 쉬운 확률일 것 같냐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런데 그 바늘 구멍을 통과해 버렸다”고 세리머니의 의미를 설명했다.

 

임시현은 대회 내내 ‘즐기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는 “솔직히 단체전들은 대한민국의 영광이 걸려 있어서 잘 즐기지 못했다. 그런데 개인전을 앞두고는 내 올림픽인데, 좀 더 재밌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컸다. 그래서 개인전은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냥 내가 준비한 것만 좀 보여주자라는 생각을 했다”며 “결과까지 잘 나와서 좋았다”고 했다.

파리=이영빈 기자

 

08.04 '젊은 피' 여펜저스도 일냈다… 단체전 사상 최고 은메달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낸 선수들. 왼쪽부터 전하영, 최세빈, 윤지수, 전은혜.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펜싱 여자 사브르가 단체전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윤지수(31)와 전하영(23), 최세빈(24), 전은혜(27)로 구성된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세계랭킹 4위)은 3일(현지 시각) 파리 올림픽 여자 단체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3위)에 42대45로 패했다. 최세빈을 꺾고 개인전 동메달을 따내며 전쟁 중인 조국에 감동을 선사한 올하 하를란이 중심이 된 우크라이나 사브르 대표팀은 한국을 제압하면서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가져갔다.

 

 ▲3일(현지사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 결승에서 패하며 은메달을 확정지은 선수들이 우승한 우크라이나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고운호 기자

 

윤지수는 앞선 프랑스와 4강전에서 “프랑스 선수들이 자신을 너무 잘 아는데 반해 패기 있는 우리 후배들을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자청해서 빠지고 전은혜가 교체로 들어왔다. 그는 “앞으로 한국 여자 사브르를 책임질 후배들이 뛰어야 한다고 생각해 경기에서 빠지는 것이 전혀 아쉽지 않았다”고 했다.

 

윤지수의 과감한 결정은 세계 1위이자 홈 팀 프랑스를 꺾는 원동력이 됐다. 윤지수가 빠진 채 결승에 임한 한국은 전은혜가 1·4·8번, 최세빈이 3·5·7번, 전하영이 2·6·9번으로 나섰다.

 

전은혜가 1라운드에서 하를란에 3-5로 밀린 채 바통을 넘겼지만, 전하영이 2라운드에서 7점을 뽑아내며 10-8로 리드했다. 3라운드 들어 최세빈은 팽팽한 승부 끝에 15-13으로 3라운드를 마쳤다.

 

전은혜가 4라운드에 다시 나섰다. 원래 교체 멤버였다가 결승전에서 주전으로 나선 전은혜는 연속 득점으로 20-14까지 점수를 벌렸다. 최세빈이 5라운드에서 하를란을 상대했다. 최세빈이 5점을 얻는 동안 하를란에게 9점을 빼앗기며 25-23으로 5라운드로 끝났다.

 

승부처가 된 6라운드. ‘막내 에이스’ 전하영이 출격했다. 팽팽한 흐름 속에 전하영이 근소한 우위를 잡으며 30-28로 2점 차 리드를 지켰다. 7라운드에 출격한 최세빈이 31-31 동점을 허용했지만, 힘을 내며 35-33로 다시 2점 차로 앞섰다.

 

8라운드에 나선 전은혜가 35-35 동점을 허용했다. 접전이 계속됐고, 전은혜는 40-37로 바통을 넘겼다.

 

 ▲전하영이 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 결승 우크라이나와의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뉴시스

 

운명의 9라운드. ‘막내 에이스’ 전하영이 우크라이나의 펜싱 전설 하를란과 만났다. 팬들이 “하를란!”을 연호한 가운데 순식간에 40-40 동점이 됐다.

 

전하영이 다시 힘을 내며 42-40. 그러나 하를란이 다시 42-42을 만들고, 42-44까지 달아났다. 베테랑의 칼춤에 전하영이 당하며 결국 우크라이나가 우승을 가져갔다. 하를란은 이날 45점 중 22점을 혼자 뽑아내는 역대급 활약을 펼쳤다.

 

이번 사브르 대표팀은 세대 교체의 산물이다. 한국은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김지연과 최수연, 윤지수, 서지연이 동메달을 합작했는데 3년 후 올림픽에 다시 선 이는 윤지수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신예 전하영과 최세빈, 전은혜 등으로 채워졌다. 도쿄에서 ‘막내 라인’이었던 윤지수는 런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김지연 등이 은퇴하며 단숨에 대표팀에서 맏언니가 됐다.

 

멤버가 큰 폭으로 바뀌어 혼란스러울 수도 있었던 사브르 대표팀을 하나로 뭉치게 한 원동력은 ‘커피 타임’. 윤지수는 “점심을 먹고 30분씩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눴다”며 “펜싱 얘기도 하고, 강아지 등 일상 얘기도 했는데 그 대화가 팀이 하나로 뭉치는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곤 태극기 모양의 귀걸이를 맞춰 함께 차고 나왔다.

 

 ▲파리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윤지수.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도쿄 동메달에 이어 파리에서 은메달의 주인공이 된 윤지수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레전드 투수로 프로야구 역대 최다 완투 기록(100경기)을 보유한 윤학길(63) KBO(한국야구위원회) 재능기부위원의 딸로 유명하다. ‘고독한 황태자’라 불렸던 윤 위원은 1986년부터 1997년까지 롯데에서만 뛰며 117승94패,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했다.

 

윤지수는 경기 후 “후배들이 정말 너무 잘해줬다”며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 무대다. 도쿄 동메달을 파리에서 은메달로 색깔을 바꿀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아빠, 나 올림픽에서 메달 두 개 땄어!”라고 외쳤다.

 

 ▲파리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전하영. /고운호 기자

 

은메달 주역인 막내 전하영은 2021년 청소년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처음으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르며 주목 받은 선수다.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침착한 성격의 소유자로, 이번 대회에서 마지막 라운드를 책임지는 에이스로 뛰었다. 파워풀하고 시원시원한 펜싱을 구사한다.

 

동글동글한 외모로 대표팀에선 ‘하리보’란 별명으로 불린다. 머리 묶고 옷을 올리고 장갑을 끼는 순서들을 모두 정해진 대로 정확하게 지켜야 경기가 잘 풀릴 정도로 ‘루틴’이 많은 선수이기도 하다.

 

전하영은 “4년 뒤 금메달을 따라고 오늘은 은메달에 머문 것 같다”며 “정신적으로 더 강해지도록 노력하겠다. 그래도 이번 대회를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란 맘이 생겼다”고 했다.

 

 ▲파리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최세빈. /고운호 기자

 

개인전 16강에서 세계랭킹 1위 에무라 미사키(일본)를 잡는 등 상위 랭커들을 잇달아 물리치며 4위를 차지한 최세빈은 왼손잡이 펜서다. 원래 오른손잡이였는데 펜싱에 유리하겠다 싶어 왼손으로 검을 잡았다. 쌍둥이 검객으로 유명한데 언니 최수빈은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파트너로 진천 선수촌에서 함께했다.

 

최세빈은 “한국 사브르 역사를 새로 써서 기쁘다”며 “결승전 결과가 좀 아쉽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우리 팀 정말 칭찬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전은혜. /고운호 기자

 

전은혜는 언니 윤지수와 동생들을 잇는 가교 역할을 잘 했다. 대표팀과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지난 1월 튀니지 그랑프리에서 처음으로 개인전 8강 안에 들며 대표팀에 승선했다. 어렵게 대표팀 일원이 됐지만, 자신감은 충만하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나는 세계 최고의 펜싱 선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항상 가슴에 품고 운동을 해왔다고 한다. 그 꿈은 올림픽 은메달로 한창 더 가까워졌다.

 

전은혜는 “지수 언니가 먼저 교체를 하고 싶다고 말해줘 너무 고마웠다”며 “그런 끈끈한 신뢰가 우리를 은메달로 이끈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파리=장민석 기자

 

08.04 안바울 15분 투혼...유도 혼성 단체 銅, 사상 첫 메달 쾌거

▲대한민국 유도대표팀 안바울이 4일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혼성 단체 동메달 결정전 독일 이고르 반트케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이 승리로 유도대표팀은 올림픽 최초 혼성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뉴스1

 

유도 혼성 단체팀이 베테랑 안바울의 투혼을 앞세워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은 4일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혼성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과 연장전 승부를 펼친 끝에 4대3으로 승리했다. 단체전은 2020 도쿄 올림픽부터 처음 도입됐다. 남자 3명(73㎏급·90㎏급·90㎏ 이상급)과 여자 3명(57㎏급·70㎏급·70㎏ 이상급)이 참여하는 경기다. 한국은 도쿄에서 첫 라운드 탈락과 함께 9위에 머물렀다.

 

첫 번째 경기는 남자 90kg 이상급 개인전 동메달리스트 이준환(22·용인대). 그러나 그의 ‘천적’ 트리펠 아두아르드를 만나 한판패했다. 그 다음 한국은 내리 3경기를 따냈다. 여자 70kg 급 김하윤(24·안산시청)이 허리후리기 절반과 누르기 절반으로 51초 만에 승리했다. 남자 90㎏ 이상급 김민종(24·양평군청)도 허벅다리걸기 절반, 세로누르기 절반으로 승리를 거두고, 여자 57kg 급 개인전 은메달리스트 허미미(22·경북체육회)도 누르기 한판승을 거둬 3-1로 차이를 더 벌렸다. 하지만 남자 66kg급 안바울(30·남양주시청)이 한 체급 위인 73kg급 이고르 반트케를 상대로 9분 38초 접전 끝에 석패했고, 이어 김지수(24·경북체육회)가 부트케라이트에게 35초 만에 한판패를 당해 3-3 동점이 됐다.

 

유도 혼성 단체전은 동점이 되면 추첨을 통해 연장전을 치를 체급을 뽑는다. 그런데 하필 준결승에서도 한 체급 위인 73㎏급 무로존 율도셰프와 정규시간(4분)의 세 배가 넘는 12분 37초 동안 싸우고, 동메달결정전에서도 9분 넘게 경기를 가져서 체력을 소모한 안바울이 나서게 됐다.

 

안바울은 지친 기색을 내보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날은 지쳐보였다. 머리가 땀에 젖어 있었다. 안바울의 패배가 예상됐다. 그러나 안바울의 표정은 비장했다. 안바울은 오히려 적극적인 공격으로 반드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계속된 업어치기 시도를 하는 등 체력으로 몰아붙였다. 공격을 막아내기 바쁘던 반드케가 결국 지도 3개를 받으면서 안바울이 5분 25초만에 반칙승을 거뒀다. 안바울은 동메달 결정전에서만 15분 가량 경기했다. 경기를 마치고 모든 걸 쏟아부었다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고, 동료들은 매트로 뛰어 들어와 안바울을 껴안았다.

 

30대 베테랑 안바울은 선수 생활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이 그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첫 개인전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로 나섰는데, 세 번째 올림픽에서도 금메달과 연을 맺지 못했다. 안바울은 개인전 16강전 탈락 후 “일단은 좀 쉬고 싶다”면서 “10년 넘게 국가대표 생활을 하면서 지친 것도 있고, 쉬면서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할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바울은 지친 마음으로 대회 마지막에 투혼을 발휘했다. ‘맏형’으로서 동생들에게 동메달을 안겼다. 안바울의 3번째 올림픽 메달이었다. 안바울은 리우 대회에서 은메달, 도쿄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유도는 이번 대회서 개인전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에 이어 단체전 동메달을 더해 총 5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유도가 올림픽에서 5개의 메달을 따낸 건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24년 만이다.

조선일보 파리=이영빈 기자

 

08.04 꺾일줄 모르는 총·칼·활... 한국 금메달 9개 모두 쏟아냈다

▲사격대표 양지인이 3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국립사격센터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25m 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만 파리 올림픽에서 ‘전쟁 중’. 물론 우스개 소리다. 무기가 없으면 금메달을 못딴다는 말도 즐거운 농담으로 오간다. 그 무기는 활·총·칼이다.

 

양지인이 3일(현지 시각)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슛오프 접전 끝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이 이번 대회 따낸 8번째 금메달이자 사격에서 획득한 3번째 금메달. 이어 임시현이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9번째 금메달을 따내면서 ‘황금 주말(Golden Weekend)’ 1막을 열었다.

 

한국은 이로써 대회 8일째까지 사격과 양궁, 펜싱 3종목에서만 금메달을 차곡차곡 챙겼다. 활(양궁)로 4개, 총(사격) 3개, 칼(펜싱) 2개다.

 

전체 메달 21개 중에서도 활 총 칼이 따낸 메달이 13개. 전체 3분의 2에 근접한다. 나머지는 유도(은 2 동 3), 배드민턴(은 1), 수영(동 1) 탁구(동 1)에서 나왔다.

 

‘칼’은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펜싱 남자 사브르 오상욱. 27일 개인전에서 우승하며 ‘그랜드슬램’(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올림픽)을 달성했다. 다음날은 ‘총’과 ‘활’. 28일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오예진이 ‘깜짝 금메달’, 임시현과 전훈영, 남수현으로 구성된 여자 양궁 대표팀은 단체전 10연패를 이뤘다.

 

반효진은 30일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한국 역대 하계 올림픽 최연소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그날 김우진과 이우석, 김제덕이 나선 남자 양궁도 단체전 3연패를 달성했다. 31일 오상욱과 구본길, 박상원, 도경동이 출격한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한국은 결승에서 헝가리를 꺾고 올림픽 3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파리=뉴시스] 최동준 기자 = 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임시현과 은메달을 획득한 남수현이 관중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4.08.03. photocdj@newsis.com

 

7번째 금메달도 양궁에서 나왔다. 2일 김우진과 임시현이 혼성 단체전에서 정상에 오르며 2관왕이 됐다. 3일엔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 출전한 양지인이 8번째 금메달을 쐈다. 같은 날 양궁에선 임시현이 여자 개인전 1위로 이번 올림픽 한국 선수단 9번째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양궁 종목 3관왕도 동시에 이뤘다.

조선일보 l파리=장민석 기자

 

08.04 파리 홀린 대한민국 '총·칼·활'…金 9개 모두 여기서 나왔다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권총 25m 여자 금메달리스트 양지인(왼쪽)과 남자 사브르 개인전·단체전 2연패를 달성한 오상욱. 사진기자협회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이 '총·칼·활'을 앞세워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금메달 5개라는 목표치를 대회 사흘 만에 조기 달성한 한국은 연일 금빛 승전고를 울리며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중심엔 총칼활로 대표되는 사격·펜싱·양궁이 있다.

 

'신궁' 임시현이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대회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대표팀 막내 남수현과의 '집안싸움' 끝에 7-3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9번째 금메달이자 양궁에서 나온 4번째 금메달이다. 여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임시현은 개인전까지 석권하며 3연패를 달성했다.

 

이에 앞서 '킬러' 양지인이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권총 25m 여자 결선에서 슛오프 끝에 금메달을 명중했다. 한국 사격은 오예진(공기권총 10m 여자), 반효진(공기소총 10m 여자)에 이어 대회 8일 만에 금메달 3개를 합작했다. 특히 반효진은 16세 10개월 18일에 올림픽 포디움에 오르며 한국 여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이자 한국 여름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이란 기록으로 그 의미를 더했다.

 

이번 대회 한국의 첫 메달은 '칼'에서 나왔다. 오상욱은 지난달 27일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금빛 찌르기로 물리쳤다. 오상욱은 이 금메달로 메이저 국제대회 개인전 그랜드슬램(세계선수권·아시아선수권·아시안게임)도 달성했다. 31일에는 오상욱, 구본길, 박상원, 도경동이 출격한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이 헝가리를 꺾으며 대회 3연패를 이뤘다.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종목에서 3연패를 달성한 임시현. 사진기자협회

 

또 '궁사' 김우진, 이우석, 김제덕이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대회 3연패를 기록했고, 김우진과 임시현은 혼성 단체전에서도 금빛 낭보를 전했다. 4일 끝나는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면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양궁 금메달 5개 '싹쓸이' 대업을 이룬다.

 
한국은 대회 8일째까지 사격·펜싱·양궁 3종목에서만 9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총(사격) 3개, 칼(펜싱) 2개, 활(양궁) 4개다. 대한체육회는 대회를 앞두고 양궁 3개, 펜싱 2개에서 금메달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선수단은 총칼활을 앞세워 이를 일찌감치 달성했다.
 
선수단의 선전에 소셜미디어에서는 "역시 한국인은 총칼활의 민족", "한국인들 사격 실력 보니 총기 금지 잘한 것 같다", "주몽, 하늘에서 보고 계시나요?", "총칼활에서 승부 보는 대한민국", "총균쇠보다 총칼활" 등 반응이 나왔다.
 

총칼활의 금맥 캐기는 끝나지 않았다. 4일 남자 양궁에서 이우석, 김우진, 김제덕이 차례로 개인전 토너먼트에 나선다. 4일에는 사격 스키트 여자 결승이, 5일엔 권총속사 25m 남자 결승이 예정돼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08.05 전설이 된 김우진, 올림픽 통산 5번째 金… 김수녕·진종오 넘었다

하계·동계 통틀어 역대 최다 '金'

4.9mm. 종이 몇 장 차이로 메달 색깔이 갈렸다. 4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개인전 결승. 한국 김우진(32·청주시청)과 미국 브래디 앨리슨(36)이 벼랑 끝까지 서로를 몰고 갔다. 김우진은 이날 엘리슨에게 1·3세트를 내주면서 끌려갔지만, 2·4세트를 가져왔다. 세트 점수 4-4. 마지막 5세트는 명승부 서막이었다. 두 선수 모두 3발을 10점에 꽂았다. 결국 5-5 동점인 상태에서 화살 한 개로 승부를 가르는 슛오프.

 

여기서도 또 두 선수는 똑같이 10점을 쐈다. 그러나 김우진이 현미경 차이로 이겼다. 슛오프에서도 동점이면 화살로부터 과녁 중앙까지 거리를 비교해 더 짧은 선수가 이긴다. 그 거리가 김우진이 55.8mm, 엘리슨이 60.7mm였다. 눈으로 봐선 알 수 없는 승부를 김우진이 이긴 것이다. 김우진은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로봇 슈팅 기계와 슛오프도 경험한 적이 있다. 당시 모든 화살을 과녁 한가운데 꽂는 로봇에게는 졌지만, 인간인 엘리슨에게는 승리했다.

 

▲4일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딴 김우진(가운데)이 은메달 브레이디 엘리슨(미국·왼쪽), 동메달 이우석과 관중들의 환호에 두 팔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김우진 금메달로 한국 양궁은 파리 올림픽 전 종목 석권 꿈을 이뤘다. 남자 단체, 여자 단체, 혼성 단체, 남자 개인, 여자 개인 5개 종목 전부 금메달을 따냈다. 양궁 단일 올림픽 5개 금메달은 한국이 처음이다. 전 종목 석권은 2016 리우 올림픽 이후 8년 만이다. 당시엔 혼성이 없어 금메달이 4개였다.

 

김우진은 지난 3개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수확하면서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이 동·하계 올림픽에서 따냈던 금메달 4개를 넘어섰다. 한국 최다 금메달리스트 올림피언이 됐다. 간절했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도 처음 손에 쥐었다. 김우진은 2016 리우부터 이번 대회까지 3연속 올림픽 출전 중이다. 남자 단체 3연패(連覇)를 이끌었지만, 개인전에서는 번번이 미끄러졌다. 2016 리우에서는 개인전 32강, 2020 도쿄에서는 개인전 8강에서 탈락했다.

 

김우진은 지난 두 대회 단체전에서 1번 사수로 나왔다. 화살을 빨리 쏘는 김우진이 제한 시간을 적게 쓰기 때문에 뒷사수들에게 더 여유를 줄 수 있었다. 그래서 경기 승패를 가르는 역할인 마지막 사수로는 나서지 않았는데, 이 탓에 승부를 결정 짓는 능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따라왔다. 개인전에서도 부진한 이유라는 지적도 있었다. 김우진은 이번 파리 대회에서는 보란 듯이 마지막 사수로 나서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개인전에서도 위기를 스스로 헤쳐 나왔다. 대표팀 동료 이우석(27·코오롱언더)과 4강전에서 세트 승점 3-5로 밀렸으나, 5세트에서 29점을 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슛오프에서 10점으로 승리하면서 결승에 진출했다. 이우석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6대0으로 깔끔하게 승리하면서 금 1개, 동 1개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고교 신궁’이라고 불렸으나 유독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던 이우석의 ‘한풀이 무대’였다. 이우석은 “힘든 날도 많았지만 파리에서 빛날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날 여자 개인전 결승에선 임시현(21·한국체대)이 남수현(19·순천시청)을 세트 승점 7대3으로 꺾고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전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을 석권한 임시현은 지난 대회 안산(23·광주은행)에 이어 한국 양궁 역사상 두번째 올림픽 ‘3관왕’이 됐다.

조선일보  파리=이영빈 기자  김민기 기자

 

08.05 임애지, 女복싱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준결승서 판정패

 임애지(25·화순군청)가 한국 여자 복싱 역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 복싱 사상으론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이다.

 

▲대한민국 복싱 대표팀 임애지(오른쪽) 선수가 4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진행된 여자 복싱 54kg급 준결승에서 튀르키예의 하티세 아크바시 선수를 향해 주먹을 뻗고 있다./뉴스1

 

임애지는 4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54kg급 준결승전에서 하티세 아크바시(23·튀르키예)를 상대로 2대3(28-29 27-30 29-28 27-30 29-28)으로 판정패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웃 복서’인 임애지는 경기 내내 앞 손으로 속이면서 지치지 않고 뒷 손을 날렸다. 임애지는 빠른 발로 아크바시의 주먹을 흘려보냈지만 상대의 ‘카운터펀치’가 정타로 들어가면서 심판 판정에서 밀렸다.

 

이번 대회 32강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임애지는 16강전에서 타티아나 헤지나 지 제주스 샤가스(브라질)를 상대로 4대1로 판정승하면서 한국 여자 복싱 올림픽 첫 승을 신고했다. 8강에선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콜롬비아) 3대2로 판정승했다. 올림픽 복싱은 3·4위전을 따로 치르지 않고 준결승에 패배한 2명에게 모두 동메달을 준다.

 

임애지가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여자 복싱은 2012 런던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은 번번이 본선 진출에 실패하다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임애지와 오연지(34·울산시체육회)가 첫 출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당시 둘 다 올림픽 첫 판에서 탈락했다.

 

오연지는 이번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60kg급 32강전에서 우스이(26·대만)에게 패했다. 또 한국 복싱 올림픽 메달은 2012 런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한순철(현 대표팀 코치) 이후 명맥이 끊겼는데, 임애지가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남자 복싱은 지난 도쿄에 이어 파리에도 출전권을 따낸 선수가 없다.

 

임애지에게 승리한 아크바시는 오는 8일 같은 곳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창위안(27·중국)과 금메달을 두고 대결한다. 창위안은 이날 열린 준결승전에서 방철미(29·북한)를 3대2 판정승으로 꺾고 결승에 안착했다. 방철미는 임애지와 함께 동메달을 땄다. 북한의 이번 대회 3번째 메달이다.

이세영 기자

 

조선일보 그래픽=김하경

 

08.05 '말년병장 사수' 조영재 은메달…韓 사격 6번째 메달 땄다 

▲4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CNTS사격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25m 속사 권총 결선 진출을 확정지은 사격 조영재가 밝게 웃고 있다. 2024.8.4. 샤토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SS

 

전역을 한 달여 남겨둔 ‘말년병장’ 조영재(25·국군체육부대)가 전역을 앞둔 자신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조영재는 5일(현지시간) 프랑스 앵드로주 샤토루 슈팅센터에셔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25m 속사권총 남자 결선에서 총점 25점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8시리즈까지 모두 32점을 쏜 리웨훙(35·중국) 다음으로 2위를 기록했다. 동메달은 23점의 왕쉰제(28·중국)가 가져갔다.

 

한국 선수로는 이 종목 최초의 메달 획득이다.

 

속사권총은 결선에서 4초 안으로 25m 거리 표적 5개에 각 1발씩 모두 5발을 쏴 1발당 표적 9.7점 이상을 맞추면 1점을 얻는다. 한 시리즈에서 최대로 얻을 수 있는 점수는 5점이다.

 

예선을 4위로 통과했던 조영재는 결선 출발이 좋지 못했다. 처음 두 시리즈에서 연달아 3발만 적중했다. 그러나 3번째 차례에서 5발을 모두 명중해 공동 2위로 올라섰다.

 
 

조영재는 점수가 가장 낮은 한 명이 계속해 탈락하는 경기 중반부터 더욱 힘을 냈다. 4시리즈에서 4점을 쐈고, 5시리즈에서도 1발을 뺀 4발을 정확히 조준해 19점으로 선두를 지켰다. 6시리즈에선 2점만 얻었지만 일단 메달은 확보했고, 마지막 8시리즈까지 살아남으면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사창초 6학년 때 처음 총을 잡은 조영재는 삼계중과 서울체고를 거치며 엘리트 선수로 성장했다. 이어 한국체대를 졸업한 뒤 지난해 국군체육부대로 입대해 병역의 의무를 다했다.

 
다음달 19일이 만기전역인 조영재는 파리올림픽 메달 획득으로 조기전역할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조영재의 활약으로 한국 사격은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따냈는데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로 새 이정표를 세웠다.

파리=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08-05 [속보]안세영 배드민턴 금메달… 28년만에 방수현 이어 황제로 등극

▲안세영이 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포르트 드 라샤펠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결승 중국 허빙자오와 경기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4.08.05. 뉴시스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 1위’ 안세영(22)이 2024 파리 올림픽 정상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건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이다.

안세영은 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허빙자오(27·중국·9위)를 상대로 2-0(21-13 21-16)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의 11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다.

안세영은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쳐 통증으로 고생했다. 올해 1월 말레이시아 오픈에서 우승했지만, 같은 달 인도 오픈에선 우측 허벅지 안쪽 근육을 다쳐 8강에서 기권했다. 곧바로 3월 프랑스오픈 정상에 올랐으나 전영오픈에선 준결승에서 고배를 마셨다.

기대와 우려를 안고 파리에 입성한 안세영은 1번 시드로 8강에 직행, ‘숙적’으로 불린 야마구치 아카네(일본·6위)를 8강에서 꺾었다. 4강에선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8위)에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랐다. 이어 카롤리나 마린(스페인·4위)의 기권으로 결승에 진출한 허빙자오까지 격파하며 두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땄다.

 

안세영이 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포르트 드 라샤펠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결승 중국 허빙자오와 경기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4.08.05. 뉴시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08.05 세계서 가장 빠른 여자는 인구 18만 섬나라서 나왔다

 앨프리드, 리처드슨 꺾고 女 100m 우승… 세인트루시아 첫 金

▲세인트루시아 육상 국가대표 쥘리앵 앨프리드가 3일(현지 시각) 파리 올림픽 육상 여자 1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AFP 연합뉴스

 

세인트루시아 육상 선수 쥘리앵 앨프리드(23)가 2024 파리 올림픽 육상 여자 100m 결선에서 유력 유승 후보였던 셔캐리 리처드슨(24·미국)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앨프리드는 3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대회 육상 여자 100m 결선에서 10초72를 기록해 금메달을 땄다. 2위는 미국 리처드슨으로 10초87를 기록했다. 리처드슨은 작년 세계선수권 100m 챔피언. 이번 경기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외신은 “앨프리드는 거의 결점이 없는 경주를 펼쳤다”며 “초반부터 선두를 치고 나간 앨프리드가 끝까지 충분한 속도를 유지하며 승리를 향해 순항했다”고 전했다. 앨프리드는 “정말 의미 있는 날이고, 조국에도 그렇다. 세인트루시아에서 축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인트루시아 역사상 올림픽 첫 금메달이다. 세인트루시아는 카리브해에 있는 인구 약 18만명 작은 섬나라다.

 

앨프리드는 올림픽 육상에서 금메달 8개를 따낸 우사인 볼트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는 “저는 신발이 한 켤레도 없어서 맨발로 뛰기도 하고 교복을 입고 뛰곤 했다”며 “이 금메달로 세인트루시아에서도 스포츠가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한예나 기자

 

08.05 메이저 우승 24회 전설 조코비치, 드디어 올림픽 金 품었다

▲2024년 8월 4일 파리올림픽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에서 스페인의 알카라스를 누르고 금메달을 딴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가 금메달을 들고 감격스러워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테니스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 노바크 조코비치(37·2위)가 그토록 염원하던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세르비아가 이번 대회에서 획득한 두 번째 금메달이다. 올해 호주 오픈과 프랑스 오픈, 윔블던 등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이 없었던 그는 올림픽 정상에 서며 건재를 과시했다.

 

조코비치는 4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남자 테니스 단식 결승전에서 스페인의 카를로스 알카라스(21·3위)를 2대0(7-6<7-3> 7-6<7-2>)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경기 내내 “노바크! 노바크!”를 외치며 조코비치를 열정적으로 응원한 팬들은 조코비치의 첫 금메달이 확정되자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을 질렀다. 조코비치는 감격에 겨워 코트에 엎드린 채 한참 일어나지 못했다.

 

조코비치와 알카라스는 지난달 2024 윔블던 테니스 대회 결승에서 만난 이후 한 달 만에 격돌했다. 당시엔 알카라스가 강력한 서브와 절묘한 드롭샷을 섞어 조코비치를 압도하며 3대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올림픽 결승전을 앞둔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은 3승3패. 작년 윔블던에서도 알카라스가 조코비치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 후 두 차례 대결에선 조코비치가 승리했다.

 

파리 올림픽 결승전의 조코비치는 알카라스에게 무기력하게 패했던 한달 전 윔블던과는 확실히 달랐다. 날카로운 포핸드 공격으로 상대를 몰아붙였다. 1세트 조코비치가 2-1로 앞선 4게임에서 40-0으로 앞서며 알카라스의 서브 게임을 따낼 기회를 잡았지만, 듀스 접전 끝에 알카라스가 4게임을 가져갔다. 4-4에서 맞이한 9게임이 명승부였다. 두 선수는 6차례 듀스 접전을 벌였고, 조코비치가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냈다.

 

결국 승부는 6-6에서 타이브레이크로 향했다. 7점을 먼저 뽑아야 하는 타이브레이크에서 둘은 초반 3-3로 팽팽히 맞섰다. 조코비치의 서브가 위력을 발휘하며 6-3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결국 조코비치가 절묘한 발리로 공을 코트에 떨어뜨리며 1세트의 주인이 됐다.

 

▲2024년 8월 4일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가 스페인의 카를로스 알카라스를 꺽고 금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로이터 뉴스1

 

2세트에서도 경기는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두 선수는 꼬박꼬박 자신의 서브 게임을 따내며 4-4가 됐다. 위기에 몰릴 때에도 어김 없이 벗어나며 서브 게임을 지켰다. 5-5에서 맞이한 11게임. 알카라스가 한 점도 주지 않으며 간단히 6-5을 만들었다. 이번엔 조코비치가 반격하며 손쉽게 6-6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둘은 1~2세트에서 한 번도 서브 게임을 잃지 않으며 타이브레이크로 승부를 가리게 됐다.

 

두 번째 타이브레이크. 조코비치가 절묘한 대각선 공격으로 선취점을 뽑았다. 2-2 상황에서 조코비치의 깊숙한 대각선 스트로크가 성공하며 롤랑가로스는 열광에 휩싸였다. “노바크!” 연호가 쏟아졌다. 조코비치는 발리를 코트에 내리꽂으며 4-2까지 앞섰다. 알카라스의 연이은 범실로 6-2까지 점수 차를 벌린 조코비치는 날카로운 스트로크를 성공하며 명승부를 마무리했다.

 

조코비치는 파리 올림픽 금메달로 남녀 단식에서 슈테프 그라프(여자), 안드레 애거시(남자), 라파엘 나달(남자), 세리나 윌리엄스(여자) 이후 통산 다섯 번째로 ‘커리어 골든 슬램(4대 메이저 대회 제패 + 올림픽 단식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역대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24회)·최다 승(375승) 등 숱한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올림픽 금메달이 없었다. 최고 성적은 2008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이었다.

 

조코비치의 올림픽 역사는 그의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2012 런던 대회에선 4강에서 앤디 머리(영국)에 0대2로 패했고, 2016 리우 대회에서는 후안 마르틴 델 포르 토(아르헨티나)에 덜미를 잡혀 1회전에서 탈락하는 충격을 맛봤다.

 

2020 도쿄에선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에 준결승에서 진 뒤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파블로 부스타(스페인)에 패해 ‘노메달’로 짐을 쌌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 다섯 번 만에 왜 자신이 ‘G.O.A.T’인지 제대로 보여주며 당당히 금빛 영광을 안았다.

조선일보 파리=장민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