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球村 消息 2024-04-06/
04.03 대만서 규모 7.4 강진...100㎞ 떨어진 日 최서단에 30㎝ 쓰나미
3일 오전 7시 58분 대만 동부에서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가 밝혔다. 대만 강진의 영향으로 일본 서남단 요나구니지마에는 높이 30㎝의 쓰나미가 도달했다.

▲3일 대만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화롄 지역 건물이 무너졌다./ 엑스
EMSC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진앙은 북위 33.53도, 서경 96.73도로, 인구 35만명 도시 화롄에서 남동쪽으로 7㎞ 떨어진 곳이다. 지진의 발생 깊이는 20㎞로, 강진 발생 뒤 규모 6.5의 여진이 한 차례 뒤따르기도 했다. 이 지진으로 화롄에서는 건물 2곳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로이터통신은 북쪽에 위치한 수도 타이베이에서도 강한 지진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일본 NHK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오키나와 본섬과 주변의 섬 지역 주민에게 3m의 쓰나미 경보를 내리고 지금 즉시 피난가라고 경고했다. NHK는 긴급 방송으로, “현재 이미 쓰나미가 요나구미 지마에 도착했다”며 “다른 섬에도 쓰나미가 이미 온 것으로 확인되며, 앞으로 더 높아지며 3m까지 예상되니, 지금 당장 집을 떠나 높은 곳으로 올라가라”고 보도했다. NHK는 “관광객도 상당수 오키나와에 있으니, 피난가면서 주변 관광객에도 ‘쓰나미’라고 말하면서 피난가달라”며 “도망갈때는 멈추지 말고 계속 높은 곳으로 올라가라”고 보도했다.

▲3일 규모7.4의 강진이 발생한 대만 동부도시 화렌 도심의 건물이 무너진 모습./TVBS via AP 연합뉴스
조선일보 김나영 기자 도쿄=성호철 특파원
04.14 이란, 이스라엘에 드론·미사일 200여기 공격…이스라엘 “99% 격추”
이란군 “‘진실의 약속’ 작전 개시”
이스라엘 전역서 폭발음
이스라엘 “강력·단호한 대응할 것”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해 13일 무장 공격과 미사일로 공습에 나선 가운데 이스라엘 동부 예루살렘 인근에서 이란 드론이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에 요격당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알자지라가 공개했다. /알자지라 홈페이지
이란이 13일 밤 11시(한국시간 14일 오전 5시)부터 이스라엘을 향해 공격 드론(무인기)과 탄도 미사일 등을 이용한 공습을 전격 감행했다.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이스라엘이 폭격,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급 지휘관이 7명이 사망한지 12일만이다. 이란은 이후 수차례 보복을 천명해 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날 밤 늦게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이란 혁명수비대(IRGC)도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점령지와 진지를 향해 드론과 순항 미사일 공격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에는 14일 새벽 1시30분경부터 국토 전역에 이란에서 날아온 드론과 미사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소수의 미사일이 이스라엘을 타격, 소녀 1명이 다치고 이스라엘 남부에 있는 군기지에 가벼운 손상을 입혔다”며 “미사일과 드론 대부분이 격추됐고, 탄도미사일 수십발은 국경을 넘어오기 전에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군과 미군, 아울러 영국군·요르단군이 이를 대부분 요격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Ynet)은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이 99% 요격됐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이번 작전에 ‘진실의 약속(True Promise)’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 레바논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세력 헤즈볼라도 이날 이스라엘을 무장 드론과 로켓으로 공격했다. 드론과 미사일 요격에는 홍해에 파견된 미군과 영국 구축함과 군용기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은 이스라엘과 우리의 분쟁에서 물러나 있으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위협에 똑같이 대응할 것이고, 국익 보호를 위한 추가 방어조치에 주저 않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공습 방어가 일단락되면 바로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이란의 첫 공격에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란이 이스라엘 공습을 시작했다”고 확인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팀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있고,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철통같다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이날 오후 늦게 군에 ‘전면 경계 태세’를 발동하고, 휴교령을 내리는 등 이란의 보복 공격 가능성에 대한 본격적인 대비를 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수일 내 이스라엘을 대상으로 보복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를 한데 이어, 이날 이란이 이스라엘 기업인 소유의 상선을 나포하면서 양측 긴장은 극도로 고조됐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의 이스라엘 직접 공습은 오랫 동안 이어졌던 ‘그림자 전쟁’이 위험한 새 단계로 넘어가 두 적대국(이란과 이스라엘) 간에 충돌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그동안 중동 지역의 여러 이슬람 무장 단체를 지원해 이스라엘을 대신 공격하게 하는 방식을 써왔고,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공격은 자제해 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이달 초 자국 영사관 폭격으로 군 간부 여덟 명이 사망하자 이날 직접 공격에 나섰다.

▲13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무장 드론과 미사일로 공습한 가운데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이 작동하는 모습. 남부 도시 아슈켈론에서 촬영됐다. /로이터 뉴스1
이란은 이날 공습에 앞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 기업인이 소유한 해운사 선박을 나포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날 “혁명수비대 해군 세파 특수부대 소속 대원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상에서 ‘MSC 에리즈’ 컨테이너선을 나포해 이란 해상으로 이동 중이다”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혁명수비대 이 선박을 나포한 이유에 대해 “해당 선박은 포르투갈 국적이지만, 실체는 시온주의(유대국가주의) 거물의 기업 ‘조디액해운’의 소유”라고 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13일 오후 긴급 성명을 통해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그들의 이스라엘 공격 계획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며칠간 우리는 방공 및 공격 부대를 보강하고, 미국 등 동맹과 함께 이스라엘의 육상·공중·해상은 물론 정보 분야 능력도 강화했다”고도 언급했다. 이스라엘군은 뒤이어 “이란의 추가 공격에 대비해 우리 군이 전면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며 “수십 대의 비행기와 공수부대가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이스라엘은 이란 공격에 유엔 안전보장위원회의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이란 영사관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무너진 모습. 이날 폭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급 간부 여덟명이 목숨을 잃었다. 보복을 천명해온 이란은 13일 이스라엘 공습을 감행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이란 공습에 대비한 ‘대국민 행동 지침’도 내놨다. 이 지침에 따르면 15일까지 모든 학교 문을 닫고, 야외에서 예정된 청소년들의 활동은 전면 취소된다. 1000명 이상이 모이는 대중 집회는 모두 금지됐다. 가자 지구에서 가까운 지역은 야외 100명, 실내에서는 300명 미만으로 더 엄격히 제한된다. 무장 세력의 침투에 대비해 해변 휴양지의 일반인 출입도 불허됐다. 또 방공시설이 없는 사무실에서는 일을 할 수 없게 했다.
한편 이날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으로 안 그래도 극도의 혼란 가운데 있는 중동 정세는 더 큰 소용돌이로 빠져들 위험이 커졌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이어왔다.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김나영 기자
04.28 “종말 온 줄 알았다”… 5명 사망한 공포의 中토네이도 영상 보니

▲중국에서 발생한 토네이도. 섬광이 번쩍이더니 불꽃이 튀는 모습. /웨이보
최근 거센 폭우로 인명 피해를 겪었던 중국 남부 광저우시에서 강력한 토네이도가 발생해 5명이 사망했다. 소셜미디어에는 토네이도가 주변 잔해를 삼키며 전진하는 모습과 주먹만 한 우박이 쏟아지는 장면 등을 촬영한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각) 신화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토네이도는 전날 오후 3시쯤 광저우시 바이윈구를 강타했다. 당국 조사 결과 토네이도 영향권은 길이 약 1.7㎞와 폭 280m인 것으로 파악됐다. 발생지에서 2.8㎞가량 떨어진 량톈춘 관측소가 측정한 최대 풍속은 초속 20.6m였다.

▲중국에서 발생한 토네이도가 주변 잔해를 삼키며 전진하고 있다. /웨이보
이번 토네이도로 인근 주민 5명이 숨지고 33명이 부상당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일반 주택은 붕괴된 곳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141채의 공장 건물이 손상됐다. 다만 당일 오후부터 커다란 우박이 쏟아지는 등 이상 현상이 동반돼 외부 집기 등이 파손된 경우가 확인됐다.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는 당시 상황을 포착한 영상과 사진들이 공유되고 있다. 토네이도를 원거리에서 찍은 영상을 보면, 토네이도가 주변 쓰레기와 건물 잔해들을 한꺼번에 쓸며 전진하는 모습이 나온다. 또 섬광이 번쩍이더니 불꽃이 튀는 장면도 나온다. 여기에는 “종말이 오는 줄 알았다” “재앙이 덮친 듯 공포스럽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우박이 야외 테이블을 산산조각 내고 있다. /웨이보

▲중국 네티즌들이 찍어 올린 우박 사진. /웨이보

▲커다란 우박이 빠른 속도로 쏟아지고 있다. /웨이보
일부 네티즌들은 직접 주운 우박을 손바닥에 올린 인증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우박 2~3개가 손바닥 안에 가득 찰 정도로 어른 주먹만 한 크기다. 땅바닥에 내리꽂히는 우박에 야외 테이블 등이 산산조각 나는 영상도 찍혔다.
토네이도 발생 직후 비상 대책 본부, 기상청, 소방청, 보건부 관리들은 구조 작업을 펼쳤고 현재는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다. 앞서 이 지역을 포함한 인근에선 지난 18일부터 며칠 간 폭우가 이어져 하천이 범람한 바 있다. 당시 광둥성에서는 사망자 4명과 실종자 10명이 발생했다.
조선일보 문지연 기자
05-07 브라질 ‘최악 홍수’… 공공재난사태 선포 요청

▲6일 브라질 히우그랑지두수주의 사우가두 필류 국제공항 활주로 근처에 있던 비행기들이 홍수로 물에 잠겨 있다. EPA 연합뉴스
최소 85명 사망·130명 실종
브라질 남부 히우그랑지두수주(州)가 역대 최악의 홍수로 도시 절반이 물에 잠기면서 최소 85명이 숨지고 130명이 실종됐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의회에 공공재난 사태 선포를 요청했다.
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브라질 남부 지역을 강타한 집중 호우로 이날까지 최소 8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종자도 130여 명에 이르며 부상자는 291명, 이재민은 15만 명에 달한다. 이번 집중 호우로 히우그랑지두수주에 위치한 500개 도시 중 3분의 2 이상과 주 전체 인구의 7.5%에 해당하는 85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히우그랑지두수 지역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로이터에 “거리에선 ‘도와달라’는 말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이런 규모의 홍수 피해를 경험한 건 살면서 처음”이라고 말했다. 피해 지역에서는 산사태 등이 발생해 수많은 도로와 교량이 무너졌고, 수력발전소 댐이 붕괴해 정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홍수로 히우그랑지두수주에 위치한 사우가두 필류 국제공항도 무기한 폐쇄됐다.
특히 피해 지역에 오는 15일까지 폭우가 이어질 예정으로 추가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시 기능이 대부분 마비되자 브라질 국립기상청은 이날 히우그랑지두수주 남동부 지역에 7일 정오까지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기상청은 앞으로 24시간 동안 100㎜ 이상의 비와 시속 100㎞ 이상의 돌풍, 우박이 예상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05.11 “엄마, 소리가 들려” 청각장애인에게 기적 안겨준 유전자 치료
선천성 청각장애 가진 아기 치료 6개월 만에 듣고 말해

▲유전자 치료제로 선천성 난청 질환을 고친 생후 18개월의 오팔 샌디(가운데)가 부모와 활짝 웃고 있다. 정상 유전자를 달팽이관에 주입해 청각 세포가 재생돼 청력을 되찾았다./영국 케임브리지대학병원
영국 옥스퍼드셔에 사는 생후 18개월 오팔 샌디는 작년까지만 해도 100dB(데시벨)에 달하는 항공기 굉음도 듣지 못했다. 청각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선천적 이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샌디는 20분도 걸리지 않는 수술을 받고 청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6개월 만에 작은 소리도 또렷하게 듣고 ‘엄마’ ‘아빠’ ‘안녕’을 말할 수 있게 됐다. 유전자를 담은 치료제를 달팽이관에 주입했더니 청각 세포가 기능을 되찾은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병원은 9일 유전자 치료제 임상을 통해 샌디를 포함한 난청 유전 질환 아기 2명이 청력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 번의 투약으로 희소 난치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유전자 치료제’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는 선천적 유전병 등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유전자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각종 질병을 정복할 치료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이철원
영국 케임브리지대 병원은 이번 임상에 미국 바이오 기업 리제너론(Regeneron)의 유전자 치료제 ‘DB-OTO’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청력을 되찾은 두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오토페린’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소리를 듣지 못했다. 오토페린 유전자는 달팽이관에서 뇌로 소리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기능을 한다. 리제너론은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에 정상 오토페린 유전자를 담은 치료제를 개발했다. 이를 아이들의 달팽이관에 주입했더니 정상 유전자가 변이 유전자를 대체하면서 청각 세포가 재생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치료를 진행한 병원 측은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전역에 약 2만명이 오토페린 유전자 변이로 청각 장애를 겪고 있다”며 “다양한 유형의 청력 장애에 대한 치료법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했다.
◇희소병 잡는 유전자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는 다양한 유전성 희소 질환 치료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앞을 볼 수 없었던 환자의 눈을 뜨게 한 사례도 최근 나왔다. 지난 6일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연구진 등은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LCA)’ 환자 14명의 망막에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한 치료제를 주입한 임상에서 11명의 시력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LCA는 망막에서 빛을 감지하는 광수용체에 문제가 생겨 심하면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다. 망막의 발달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CEP290′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10만명 중 2~3명꼴로 나타나는 희소 난치 질환인데, 미국 바이오 기업이 유전자 치료제를 망막에 주사해 효능을 확인했다. 유전자 가위가 CEP290의 돌연변이를 잘라내 망막 기능을 복원한 것이다. 미국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스위스 크리스퍼 세러퓨틱스가 공동 개발한 유전자 치료제 ‘카스게비’는 지난해 영국과 미국에서 잇따라 승인 받고 겸상 적혈구 증후군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도 도전
한국도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지난 1월 난치성 질환인 ‘유전성 하지 강직성 대마비 증후군(HSP)’에 대한 유전자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HSP는 다리 근육이 점차 뻣뻣해지고 약해져 마비에 이르게 되는 유전성 신경계 질환이다. 10만명당 1.8명꼴로 발생하는 희소병이다. 연구팀은 HSP 발병을 막는 유전자를 바이러스 전달체로 주입하는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해 동물실험으로 효능을 확인했다. 치료제를 투여받은 실험 쥐 다리의 강직성이 줄어들고, 보행 장애가 개선된 것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 계획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10일 차바이오그룹은 연면적 6만6115㎡ 규모의 유전자 치료제 시설을 내년 12월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등이 공동 출자해 조성한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가 미국 유전자 치료제 개발 회사 ‘라투스 바이오’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중추신경계 질환에 작용하는 유전자 치료제 기술을 갖고 있다. 삼성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의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이번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정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희소 질환의 경우 유전자 치료제 외에 대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유전자 치료제가 다양한 희소 질환을 정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박지민 기자
05-13 브라질 홍수에 143명 사망… 아프간은 폭우로 315명 숨져

▲브라질 기록적 홍수… 떠다니는 가스통 12일 기록적인 폭우로 홍수가 발생한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주의 주도인 포르트알레그리에 위치한 한 가스 유통센터에 쌓여 있던 가스통들이 불어난 물에 밀려 한쪽에 모여 있다. 이번 홍수로 최소 143명이 사망하고 34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글로벌 이상기후에 곳곳 재난
태국·베트남 등 40도 넘는 폭염
지난 4월까지 11개월 연속 ‘역대 가장 더운 달’ 기록을 경신 중인 이상기후에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중남미와 아프가니스탄에는 역대급 홍수에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동남아에서는 기록적인 폭염, 캐나다에서는 대형 산불에 주민들이 시달리고 있다.
1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기록적인 폭우에 따른 홍수로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주(州)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43명으로 집계됐다. 131명이 행방불명인 상태여서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 정부 등이 파악하고 있는 이재민은 34만 명에 달한다. 로이터는 이번 폭우와 홍수로 지금까지 2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아프간 북부 지역에서 폭우로 인해 발생한 홍수로 인한 사망자 수는 315명으로 늘었다. 아프간 난민부는 이날 북부 바글란주에 내린 폭우로 희생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프간에서는 지난달 중순에도 10개 주에서 홍수로 약 100명이 사망했다. AFP는 아프간의 겨울이 건조해 봄에 많은 비가 내릴 경우 땅이 이를 흡수하지 못해 홍수가 발생한다고 보도했다. 유엔은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로 아프간을 꼽고 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도 주말 내내 내린 비로 최소 36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는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체감온도는 50도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 기온 현상에 ‘엘니뇨’(적도 부근 해상의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현상)가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여의도 면적 34배를 넘게 태우며 확산하고 있는 캐나다 서부의 산불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BBC에 따르면 캐나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록상 가장 더웠던 지난해 겨울 땅에 눈이 거의 남지 않은 상황이 봄철 기온 상승과 맞물리면서 가뭄을 가중시켜 산불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05-20 “튀르키예 드론, 이란 대통령 헬기 잔해 추정 열원 발견”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뉴시스
튀르키예 무인기(드론)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64)이 탑승한 헬기의 잔해로 추정되는 열원(heat source)을 발견했다고 1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과 이란 관영 타스님통신, ISNA 등에 따르면 현지 시간으로 19일 오후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 등 여러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탑승할 헬기가 아제르바이젠 국경 인근에서 경착륙(hard landing)해 실종된 상태다.
현장으로 60팀이 넘는 구조대가 급파됐으나 짙은 안개 등 기상 악화로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갈무리
현지 보도에도 혼선이 일고 있다. 일부 매체는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가 “추락했다”고 보도한 반면 메르스 통신은 “헬기는 비상 착륙했고 라이시 대통령은 자동차로 갈아탔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라이시 대통령이 탄 헬기가 사고에 휘말려 구조대가 급히 파견됐다”고 보도했을 뿐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강경 보수 이슬람 성직자 출신으로 2021년 8월부터 집권 중인 라이시 대통령은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5)가 사망할 시 후계자로 유력한 인물이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05-20 [속보]“이란 대통령 등 전원 사망 추정”

▲‘짙은 안개’ 19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탄 헬기가 추락한 동아제르바이잔주 디즈마르 산악지대에 수색작업을 위한 구조 차량들이 모여있다. 이란은 헬기 잔해를 발견했으며 대통령 등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로이터 AFP 연합뉴스
라이시 탑승 ‘추락 헬기’ 발견
외교장관·주지사 등 9명 탑승
이란 구조대가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을 태우고 이란 북서부에 추락한 헬기의 잔해 현장에 도착했다. 이란 당국자는 “대통령 등 헬기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일 AP통신과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이란 적신월사는 “수색·구조팀이 대통령을 태운 헬기 추락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자는 로이터 통신에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가 경착륙하던 도중 완전히 불에 탔다”며 “이로 인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헬기 탑승 승무원 중 한 명의 신호를 통해 헬기 추락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했으며 구조대가 접근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동부 아제르바이잔 지방 사령관은 “몇 분 전 헬기 승무원 통신으로 현장 신호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헬기에 탑승한 라이시 대통령의 모습. 로이터 AFP 연합뉴스
튀르키예 아나돌루 통신은 현지에서 수색 중인 자국 아킨치 무인항공기(UAV)가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의 잔해로 추정되는 열원을 찾아 이란 당국과 좌표를 공유했다고 X에 전했다. 하지만 열원이 탐지된 지역에서는 헬기 잔해를 찾지 못했다. 사고 당시 헬기에는 라이시 대통령,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 말렉 라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타브리즈시의 이맘 알리 알레하셈과 조종사, 경호원, 보안책임자 등 총 9명이 타고 있었다고 이란 혁명수비대가 운영하는 매체 레파가 전했다.
라이시 대통령을 태운 헬기는 19일 오후 1시쯤 동아제르바이잔주(州) 중부 바르즈건 인근의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동아제르바이잔주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타브리즈로 돌아오던 중이었으며 추락 원인은 악천후로 추정되고 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
05-27 기후변화 ‘참극’…“파푸아뉴기니 산사태 사망자 600명 넘은 듯”

▲26일(현지시간) 파푸아뉴기니 얌발리에서 주민들이 산사태에 매몰된 생존자를 찾고 있다. AP 연합뉴스
기후변화로 몇 주 동안 많은 비 내려
피해지역 접근 어려워…“헬기만 가능”
태평양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에서 발생한 대형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 수가 6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유엔이 추정했다.
26일(현지시간)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지난 24일 오전 엥가주(州) 산악 지역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6개 이상 마을 150채 이상의 가옥이 매몰됐으며 사망자가 670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IOM이 추산한 사망자 수 300명대의 배에 달하는 수치다.
IOM은 또 초등학교와 노점, 주유소 등 건물을 포함해 주민들이 가꾸던 텃밭이나 과수원 등이 완전히 매몰됐으며, 1000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IOM은 매몰된 이들이 생존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가옥들에 평균 가구원을 계산해 사망자를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산사태로 길이 차단되고 인근 지역에서는 부족 간 다툼이 계속되면서 구조대나 중장비의 진입도 어려워 구조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정확한 사상자 집계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호주 ABC 방송은 헬리콥터가 이 지역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세르한 악토프락 파푸아뉴기니 IOM 대표는 “산에서 바위와 흙이 계속해서 떨어져 구조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이 큰 충격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오전 발생한 이번 산사태는 몇주 동안 집중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발생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파푸아뉴기니는 세계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나라 중 하나이지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이 지역에 더 많은 비가 내리면서 산사태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화일보 오남석 기자
06-04 멕시코 헌정사 200년만에 첫 여성 대통령

▲엄지 척’ 2일 멕시코 대선 출구조사에서 당선이 확실한 것으로 나타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후보가 멕시코시티 투표장에서 투표를 마친 뒤 잉크가 묻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셰인바움 후보는 멕시코 200년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당선 확실
출구조사서 63%… 2위의 두배
조부모때 이민 첫 유대계 대통령
과학자 출신으로 환경부 장관도
2018년 수도서 첫 女시장 뽑혀
멕시코 헌정사 200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게 됐다. 2일 치러진 대선 출구조사 결과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가 또 다른 여성 후보인 우파 야당연합 소치틀 갈베스 후보(국민행동당)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중심 문화’(Machismo·마치스모)가 강한 멕시코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은 1824년 연방정부 수립을 규정한 헌법 제정 후 처음이다.
이날 멕시코 최대 방송사 텔레비자와 경제일간지 엘 피난시에로는 출구조사 결과 셰인바움 후보가 갈베스 후보를 압도적인 차이로 누르고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 기관 엔콜은 출구조사에서 셰인바움 후보가 57.8%의 득표를 얻어 갈베스 후보(29.1%)를 크게 앞섰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 기관 멘도사 블랑코&아소시아도스(MEBA) 출구조사에서는 셰인바움 후보가 63.2%를 득표해 갈베스 후보(26.5%)를 2배 이상 앞섰다.
셰인바움 후보는 조부모가 동유럽에서 이민 온 유대계 출신이다. 유대계 출신 멕시코 대통령 역시 최초다. 셰인바움 후보는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우남)에서 물리학과 공학을 공부한 뒤 미국으로 유학, UC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멕시코로 돌아와 연구 활동을 하던 셰인바움 후보는 2000년 수도 멕시코시티의 환경부 장관, 2015년 멕시코 환경부 장관을 거쳐 2018년 멕시코시티의 첫 여성 시장에 당선되면서 주목받았다. 셰인바움 후보는 대선 기간 온건한 이민 정책 추진,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가속, 공기업 강화 등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단 미국 정치 전문지 ‘더힐’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달리 치안권을 군대에서 경찰로 넘기고,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첨단 기술 적극 수용 등 정책을 추진하는 등 보다 내실 있는 국정 운영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셰인바움 후보는 당선이 확정되면 오는 10월 1일 공식 취임하며 집권은 2030년까지다. 멕시코 대통령은 6년 임기로 한 번만 재임할 수 있다. 멕시코는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은 물론 임기 6년의 상원 의원과 3년의 하원 의원, 주지사(멕시코시티 시장 포함), 구청장, 지방의원 등 2만여 명의 공직자를 한꺼번에 선출했다. 역대 최대 선거였지만 주요 후보와 선거운동원 등 최소 25명이 갱단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고 숨지는 등 폭력 사태가 오점으로 남았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선거 당일인 이날 중부 푸에블라주(州) 코요메판에서는 투표소에 난입한 괴한들이 쏜 총에 맞은 1명이 숨졌다. 푸에블라주 틀라파날라에서는 투표소에서 복면과 두건을 쓴 6∼7명이 투표용지와 투표함을 훔쳐 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06.08 인도네시아, 8월 수도 옮긴다… 정글 한복판 '누산타라' 선택한 이유

▲5일 인도네시아 누산타라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참모들의 대통령궁 건설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세계 4위 인구 대국(2억7753만명) 인도네시아가 오는 8월 독립기념일에 맞춰 천도(遷都)를 단행한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5일 새 수도 누산타라 건설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79주년 독립기념일(8월 17일)에 맞춰 누산타라를 공식 수도로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천도 계획을 발표한 지 5년 만이다.
조코위는 이날 새 대통령실 등 주요 행정 기관과 기반 시설 건설 현장을 둘러본 뒤 “수도 이전 1단계 작업이 80% 정도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 천도에 앞서 다음 달에 누산타라에서 집무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항공 관문 역할을 할 공항도 8월에 문을 열 예정이다. 누산타라는 자바섬에 위치한 현 수도 자카르타에서 북동쪽으로 1200㎞ 떨어진 보르네오섬 정글 지대에 있다.
인도네시아가 수도 이전을 추진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기후 변화’다. 자카르타는 광역권을 합쳐 3000만명이 거주하는 거대 도시인데, 인구 과밀화와 해수면 상승 문제로 지반 침하 문제가 심각하다. 본래 바다였던 곳에 흙이 퇴적돼 형성된 도시라 면적의 60% 이상이 해수면 아래에 있다. 북부 수면이 연간 8㎜씩 상승하고,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으로 지반이 가라앉으면서 2030년에는 북부 자카르타의 약 90%가 해수면 아래로 잠길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왔다.
누산타라의 총 면적(2561㎢)은 자카르타의 네 배, 미국 뉴욕의 두 배 규모다. 천도는 2045년까지 5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다만 정치·경제·외교 기능이 밀집한 자카르타의 기능을 온전히 옮기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글지대에 도시를 건설하면서 고유한 방식으로 살아온 보르네오섬의 원주민과 오랑우탄 등 멸종위기종 동물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는 비난, 막대한 이전·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김지원 기자
06.11 ‘마초의 나라’ 멕시코서 나온 첫 여성 대통령

‘마초의 나라’란 별명을 가진 멕시코는 국민 90%가 여성에 대해 부정적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있을 정도로 남성 중심적인 나라입니다. 이 나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여성의 임금은 남성보다 16% 적습니다. 무엇보다 여성을 겨냥한 폭력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페미사이드(여성 혐오 살해) 등으로 매일 10여 명의 여성이 사망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런 멕시코에서 헌정 200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이 나왔습니다. 현 집권당이자 좌파인 국가재건운동(약칭 모레나) 소속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2·사진)입니다.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난 셰인바움 당선인은 외조부모가 나치 박해를 피해 멕시코로 건너온 유대인 이민자 출신입니다. 어머니는 세포생물학자, 아버지는 화학 엔지니어로 셰인바움 역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환경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과학자입니다. 기후 변화에 관한 국제 패널(IPCC)에 합류해 연구팀 일원으로 2007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2000년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정치에 첫발을 들여놓았습니다. 2011년에 모레나가 창당하면서 합류해 2018년에는 수도 멕시코시티의 첫 여성 시장에 당선됐고, 이달 2일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59%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과학자 출신이어서인지 멕시코시티 시장으로 재임하며 과학적 데이터를 토대로 정책을 결정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기 멕시코 정부가 국민 눈치를 보느라 마스크 착용과 방역에 소극적이었지만 셰인바움 당선인은 비말 감염에 관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습니다. 또 자신의 전공인 환경공학을 살려 친환경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도심에 거대 태양광 공원 건설을 추진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기 위해 메트로 버스 노선을 개설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온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미초아칸주 코티하의 여성 시장 욜란다 산체스 피게로아가 괴한의 총에 숨졌습니다. 이달 7일에는 시의원으로 활동하던 또 다른 여성 정치인 에스메랄다 가르손이 집에 침입한 무장 괴한들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역사가 하루아침에 진보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쩌면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셰인바움 당선인의 어깨에 달려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의진 도선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
06-21 미, 우크라에 ‘미국산무기로 러 전역 타격’ 허용

▲20일 리처드 블루먼솔 미국 상원의원(민주당·왼쪽)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과 함께 워싱턴DC 의회에서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발의한 이유를 설명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 ‘북·러 군사원조’에 강력대응
백악관, 공격지역 확대 승낙
“지리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
향후 생산될 패트리엇 전량
우크라에 우선 배정하기로
의회선 ‘러시아를 테러지원국 지정’ 발의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미국 행정부가 북한·러시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에 맞대응해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산 무기로 모든 국경 지역에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전격 허용했다. 미국은 또 우크라이나군·핵심 인프라 방어에 가장 시급한 방공망 구축을 위해 향후 생산되는 패트리엇·첨단지대공미사일시스템(NASAMS) 등 방공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전량 우선 배정한다고도 밝혔다.
20일(현지시간) CNN·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7일 PBS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로 북동부 하르키우 인근뿐 아니라 다른 모든 지역에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건 지리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라며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려 한다면 우크라이나가 이에 반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찰리 디츠 국방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이 영토를 점령하려 시도하는 곳을 가로질러 러시아(본토)에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발사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5월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무기로 러시아 내에 제한적 공격을 할 수 있도록 허가했지만 공격 허용범위를 하르키우 인근 국경 지역으로 제한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이 모든 국경 지역에서 러시아 본토를 향해 미국산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우크라이나 측 지속적 요청과 함께 북·러 밀착에 따른 북한산 포탄·미사일 추가공급으로 방어작전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러시아군이 러시아 쪽 국경을 넘자마자 안전해진다면 우크라이나 방어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자위권을 위해 러시아 영토 내 군사목표물을 타격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15일 루마니아 카푸미디아 사격훈련장에 배치된 패트리엇 포대. AFP 연합뉴스
미 행정부는 다가오는 겨울을 앞두고 우크라이나군과 핵심 인프라 등의 방어를 위해 향후 16개월간 생산되는 패트리엇 및 NASAMS 방공시스템 전량을 우크라이나에 우선 인도하는 조처도 발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우크라이나 방공시스템 우선 공급 방침을 공식화했다. 그는 방공시스템 인도가 지연되는 동맹국들에 해당 사실을 알렸다며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방공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다. 파트너들의 이해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크라이나보다 오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우리보다 오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완전히 틀린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미국과 독일이 제공한 3∼4개 패트리엇 포대가 있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소 7개 패트리엇 포대가 있어야 방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주문이 밀리는 국가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폴란드, 루마니아, 독일 등과 함께 한국도 거론된다. 다만 커비 보좌관은 이번 정책이 이스라엘과 대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김남석기자
06-24 폭염에 1301명 희생… ‘목숨 건 메카 순례’

▲더위에 쓰러진 순례자 지난 16일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외곽의 미나에서 이슬람 성지순례(하지) 행사 중 하나인 ‘악마의 기둥에 돌 던지기’ 참여 중 폭염으로 쓰러진 한 순례자가 사우디 군인의 도움을 받아 물을 마시고 있다. AFP 연합뉴스
■ 사우디 공식 집계… 작년의 6배
수백 명 입원·실종에 사망 늘듯
희생자 10명 중 8명이 미등록자
관광입국 이집트인 660명 숨져
불법 알선 여행사들 면허 박탈
50도가 넘나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폭염 속에서 진행된 이슬람 정기 성지순례(하지) 기간(14~19일) 사망한 순례자가 1300명을 넘긴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온열질환으로 입원하거나 실종된 순례자도 수백 명이 넘어 사망자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24일 사우디 국영 SPA 통신에 따르면 파하드 알잘라젤 사우디 보건부 장관은 하지 기간 온열질환으로 숨진 순례자가 총 130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사망자 200여 명의 6배가 넘는 수치다. 또 이번 사망자는 2015년 압사 사고로 2000명 이상이 숨진 이래 가장 많은 수다. 지난 19일 하지가 마무리된 뒤 5일 만에야 사망자 집계가 나온 데 대해 알잘라젤 장관은 많은 사망자가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은 탓에 신원 확인과 시신 처리에 시간이 걸렸다며 “사망자 중 다수는 노인 또는 만성질환자였다”고 설명했다.
미등록 순례자가 대거 늘어난 것이 사망자 급증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알잘라젤 장관은 사망자의 약 83%가 사우디 당국의 순례 허가를 받지 않은 미등록 순례자였다고 밝혔다. 미등록 순례자들은 이번 하지 기간 순례객에게 제공되는 냉방시설 등을 이용할 수 없었고, 순례 버스를 탑승하지도 못해 강한 햇빛 아래 제대로 된 휴식처나 회복 기간 없이 먼 거리를 도보로 이동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당국에 적발되는 것을 두려워한 미등록 순례자들이 스스로 의료 서비스 요청을 거부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당국은 국가별 할당제를 통해 매년 하지 인원을 제한하고 있어 관광비자로 사우디에 입국해 순례를 시도하는 인원이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사망자 중 이집트 국적자가 절반이 넘는 660여 명에 달했다. 이들 중 일부는 공식 하지 여행사인 것처럼 가장한 브로커 등에게 사기를 당해 사우디를 찾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집트 정부는 하지 여행을 주선한 여행사 16곳의 면허를 박탈하고 불법 여행 알선 혐의로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매년 이슬람력 12월 7일부터 12일까지 치러지는 하지는 무슬림이 반드시 행해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로 꼽힌다. 무슬림들은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한 일생에 반드시 한 번은 이슬람 발상지인 사우디의 메카와 메디나를 찾아야 한다. 이슬람력의 1년은 그레고리력보다 10일 정도 짧아서 성지순례 기간이 매년 당겨지기 때문에 하지는 여름철과 겹치기도 한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