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午後餘談(문화일보) 2024-06/ 06-03(월) 사후 100년 되살아난 카프카 - 06-28(금) ‘북한 오물’과 종북 민낯

상림은내고향 2024. 6. 19. 19:14

午後餘談(문화일보) 2024-06/

06-03(월) 사후 100년 되살아난 카프카

 

최현미 논설위원


100년 전 오늘, 1924년 6월 3일 ‘변신’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가 세상을 떠났다. 체코 신문 ‘나로드니 리스트’에 이런 부고가 실렸다. ‘그의 작품은 인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몰이해, 죄없이 저지른 잘못 등으로 인해 야기된 끔찍한 전율을 묘사하고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하고, 그래서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믿는 곳에서조차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한 양심을 가진 예술가요 인간이었다.’

카프카 100주기를 맞아 전 세계에서 카프카 열풍이다. 프라하에선 카프카 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오스트리아 ORF 방송사에선 카프카 드라마를 만들었다. 국내에선 카프카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1883년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난 카프카는 평생 삶에 뿌리내리지 못한 이방인이었다. 그의 꽤 복잡한 정체성 때문이었다. 프라하에서 태어났지만, 독일어가 모국어였고, 유대인이었으나 유대교 신앙이 없었다. 가업을 이으라는 강압적인 아버지와는 평생 불화했다. 하지만 이런 한계는 오히려 그를 창작으로 몰아넣어 세상의 부조리와 불안, 고독을 통찰하게 했다. 그래서 카프카 월드의 주인공은 자고 일어나면 벌레가 되고(변신), 이유 없이 기소당하고(심판), 결코 목적지에 이르지 못했다(성).

이 같은 작품 세계 때문에 그는 불안하고 내성적 외톨이로 알려졌지만, 때론 매우 사교적이고 유머러스했다. 국내 첫 출간 된 시화집에서 보듯 뛰어난 시인이었고 화가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오랫동안 노동자재해보험공사에 다닌 직장인으로 낮에는 일하고 밤에 소설을 쓴 N잡러였다. 하지만 “내 존재는 문학을 향해 있다”는 평소 말처럼 그의 진짜 세계는 소설이었다.

카프카 작품은 1930년대 영어와 프랑스어로 번역되면서 세계로 퍼져 나갔고, 제2차 세계대전 후 인간 진보에 대한 회의와 불신 속에 강력히 호명되며 가장 중요한 현대소설 리스트가 됐다. 한국에서는 1950년 대 ‘변신’이 처음 번역된 후 1960년대 정치 상황과 산업화 등과 얽혀 명실상부한 고전이 됐다. 카프카 사후 100년, 지금이야말로 카프카를 다시 읽을 때이다. 위태로운 민주주의, 인공지능(AI) 등으로 기존 삶의 토대가 전복되고 삶의 시계가 흐려져 모두가 불안과 고독을 말하는 시대이니 말이다.

 

06-04 대전 성심당의 ‘헤어질 결심’

이철호 논설고문


지지자들은 ‘노잼’ 도시에 관광객을 끌어온 지역 경제 기여도를 인정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코레일유통은 다른 입점 업체와 형평성을 의식해 눈치를 보고 있다. 대전역 성심당 임대료 다툼 이야기다. 코레일은 어차피 손해 보는 장사다. 성심당보다 매출이 더 나오는 업체가 들어와야 이득인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성심당이야 최악의 경우 대전시장이 약속한 대전역 앞 대체 공간으로 옮기면 그만이다.

성심당은 68년간 팔고 남는 빵은 주변 가난한 이들에게 모두 나눠주었다. 대박 상품인 튀김소보로도 1700원의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급성장은 SNS의 바이럴 마케팅 덕분이다. 2022년에 ‘성심당의 허위 과소 광고’가 화제였다. 4만 원대 ‘딸기 시루’ 케이크를 구입해 보니 광고 사진보다 값비싼 딸기가 훨씬 많았다는 것. 2023년엔 부활절용 1만 원짜리 빵이 입소문이 났다. 소비자들은 두 살배기 아기만 한 크기에 더 놀랐다. 이런 뛰어난 가성비로 성심당 신제품들은 대부분 오픈 런이다. 중고 시장에서 두 배 값에 되팔이하는 걸 막느라 1인당 1개로 판매 제한을 두는 품목도 흔하다.

지난해 성심당은 매출액 1243억 원에 영업이익 315억 원으로, 호황기 반도체급 영업이익률을 자랑했다. 여기에는 좋은 사람들이 먹는 빵이라면 자신도 동질감을 얻기 위해 사려는 ‘파노플리 효과’도 작용했다. 하지만 다른 업체들의 2배 수준인 57%의 매출원가율이 더 눈길을 끈다.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넣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공장 직영으로 판매관리비·유통비·광고비가 거의 들지 않고, 대량으로 값싸게 원료를 확보하면서 가성비와 영업이익률이 더 좋아지고 있다. 선순환 구조다.

오랜 전통과 신뢰, 훈훈한 스토리의 지역 빵집이 뜨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설사 성심당이 대전역과 ‘헤어질 결심’을 해도 결국 ‘윈-윈’의 해피엔딩이 될 것 같다. 의외로 대전 시민들은 길게 줄을 서야 하는 성심당보다 동네 빵집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성심당에서 배운 제빵사들이 곳곳에서 창업한 낙수효과 덕분이다. 다른 가게들도 성심당과 수십 년간 치열한 생존 투쟁을 벌이며 살아남은 빵집들이다. 성심당의 선한 영향력 덕분에 대전시는 바야흐로 ‘빵 축제’로 유명한 ‘빵지 순례’ 도시가 됐다.

 

06-05(수) 김호중·이재명의 사법방해

 

김세동 논설위원


가수 김호중이 음주 뺑소니 사건으로 지난달 31일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다 택시를 들이받고 도망친 데 그치지 않고 매니저에게 자신의 옷을 입혀 경찰에 출두하게 하고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없애는 등 죄질이 매우 나빠 엄한 처벌이 점쳐진다. 운전자 바꿔치기, 증거인멸 등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김호중은 사고 이후에도 고양, 창원 공연을 했고 구속영장심사 전날 서울 공연까지 소화했다. 그는 이틀짜리 서울 공연을 마저 끝낼 수 있게 영장심사 기일을 늦춰줄 것을 요구하는 대담함도 보여줬다.

예전 같으면 유명 연예인으로서 상상도 못 할 일을 해낼 수 있었던 배경엔 강력한 팬덤이 있다. 김호중 팬들은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라는 등 막 나갔다. 심지어 이재명·조국과 비교해 김호중에게만 가혹하다는 등 형사사건의 정치화도 시도했는데, 김호중의 잘못과 별개로 이재명·조국의 온갖 비리를 옹호하며 정권 탓, 검찰 탓을 한 ‘개딸’ ‘조빠’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김호중 팬클럽의 도발에 개딸들은 “김호중 팬들이 선을 넘네” “그 가수에 그 지지자답다”는 등 역공에 나섰지만, 김호중보다 이재명의 사법방해 행위가 훨씬 엄중하다. 이 대표는 김호중 팬클럽의 주장대로 음주운전을 비롯해 전과 4범인데도 대통령이 될 뻔했고, 재선 국회의원과 국회 제1당 대표를 수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성남FC, 허위사실 공표 외에 위증교사 혐의로도 재판받고 있다. 2002년 변호사 때의 검사 사칭 사건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당시 이와 관련한 질문에 “누명을 쓴 것”이라고 했다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되자 핵심 증인에게 위증을 요청한 혐의로도 따로 재판받고 있는데, 통화 녹취록과 증언을 보면 김호중의 증거인멸보다 죄질이 더 나빠 보인다.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채 해병·김건희 특검법에 이어 이화영 검찰 수사팀에 대한 특검법도 3일 발의했다.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수사, 조국 일가족 비리 수사, 대장동 수사 등에 대한 특검도 추진한다는데, 이 또한 심각한 사법방해 행위라 할 만하다. 미국 등에선 본안 사건보다 더 엄히 처벌하는 사법방해죄를 한국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06-07(금) ‘스페이스 광개토’ 성공 조건

 

문희수 논설위원


중국은 최근 저가 수출과 직구 상품의 유해성 문제가 심각하지만, 우주 개발·탐사에선 자타 공인 강국이다. 2019년 창어 4호에 이어, 지난 2일 창어 6호가 사상 두 번째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 탐사선은 인류 최초로 달 뒷면의 토양·암석 샘플까지 채취해 오는 25일쯤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중국은 뒤늦게 2003년에야 달 탐사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미국을 앞선 형국이다. 2013년 달 앞면에 착륙했고, 지구와 통신이 어려워 가기 힘들다는 달 뒷면까지 개척하고 있다. 2026년 달 남극 자원을 탐사할 창어 7호, 2028년 달 기지 건설을 위한 창어 8호, 2030년엔 유인 달 탐사 등으로 질주할 태세다. 또, 글로벌 현안인 저궤도 인공위성 목표도 1만3000기에 달해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1단계(1만2000기)보다 많다.

미국이 아폴로 17호 이후 거의 50년 만에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해 달 탐사를 재개한 것은 이런 중국을 의식한 행보다. 달 탐사에서 더는 밀려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다. 특히, 미래 에너지원인 헬륨3, 전략 소재인 희토류 등 달 자원 개발의 주도권이 여기에 달려 있다. 이에 미국은 내년 9월 유인 달 궤도선, 2026년 달 뒷면 탐사선 및 유인 달 착륙(9월) 등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이 당초 올해가 시한이었던 우주정거장(ISS) 운행을 2030년으로 연장한 것도 중국의 독자 우주정거장(톈궁)에 의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한국판 나사’인 우주항공청(KASA)이 지난달 27일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45년까지 100조 원의 투자를 이끌어 우주 강국으로 향하는 ‘스페이스 광개토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미 아르테미스 참여와 함께 독자적으로 2035년 달 착륙, 2045년 화성 착륙 등 원대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우주 산업 투자는 지난해에만 미국은 732억 달러로 100조 원을 넘고, 중국(141억 달러) 일본(46억 달러)도 엄청나다. 한국이 아무리 의욕이 넘쳐도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한국만의 강점을 살리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수다. 우주 산업은 그 자체로 유망한 동시에 국가 안보와도 직결한다. 남에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뉴 스페이스 시대는 민간이 주도한다. 경쟁력을 갖춘 업체를 키우는 게 관건이다.

 

06-10(월) ‘오또’ 정몽진의 오디움

 

이미숙 논설위원


미국 시애틀에는 자선사업가 폴 앨런(1953∼2018)이 설립한 EMP 박물관이 있다. EMP는 ‘음악경험프로젝트(Experience Music Project)’의 약자인데, 어린 시절 앨런이 추앙한 시애틀 출신 팝 가수 지미 헨드릭스의 음반과 기타 등 유품 전시와 함께 다양한 음악을 체험하도록 설계됐다. 2000년 개관 때엔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건물이라는 점에서 큰 화제가 됐다. 최근엔 판타지 예술, 비디오 게임 등 대중문화를 특화한 팝문화 뮤지엄(Museum of Pop Culture·MOPOP)으로 이름을 바꿨다.

EMP 박물관은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 창업한 억만장자 앨런이 남긴 ‘덕후’ 정신의 결정판이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유산을 수집·보존하고 그의 음악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건축가에게 의뢰, 최적화된 박물관을 만든 집념이 놀랄 만하다. 이 덕분에 시애틀은 미국 팝 음악팬들의 순례지가 됐다. 지난 5일 문을 연 서울 서초구의 오디오 전문 박물관 오디움은 EMP 박물관에 비견할 만하다. 오디움을 탄생시킨 정몽진 KCC 회장의 덕후 정신이 ‘시애틀의 메디치’ 앨런과 닮았다.

정 회장은 15세 때 오디오의 세계에 빠져든 후 빈티지 오디오 수집에 나섰고 오디오를 위한 최적화한 건물을 구상, 일본의 저명 건축가 구마 겐고에게 설계를 맡겼다. 40m 길이의 은색 알루미늄 파이프 2만 개가 외벽을 장식한 오디움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건축물이다. 오디움에서는 19세기 에디슨이 발명한 축음기와 음악재생기계를 비롯해 웨스턴 일렉트릭 라우드 스피커 등 세계적 오디오 시스템 등과 10만 장의 LP를 만날 수 있다. 100년 전 제작된 빈티지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마리아 칼라스의 목소리는 마치 콘서트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정 회장은 지난 3일 진행한 특별 투어에서 여러 오디오의 다양하고 깊은 음색을 제네시스와 렉서스, 롤스로이스, 페라리 등 명품 자동차에 비유하면서 스스로를 “오또”라고 했다. ‘오디오 또라이’의 준말로 오디오에 빠진 사람, 즉 오디오 덕후를 뜻하는 은어다. 헨드릭스 열혈팬이었던 앨런의 EMP 박물관이 시애틀의 랜드 마크가 됐듯, 소리에 진심인 정 회장의 오디움이 전 세계 오디오 마니아의 성지(聖地)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

 

06-11 ‘무노동 무임금’ 비웃는 국회

 

오승훈 논설위원


제22대 국회의 ‘완전한 개원’이 지연되고 있다.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18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전반기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해 ‘반쪽 원 구성’을 했다. 지난 5일 민주당 단독으로 국회의장을 뽑은 ‘반쪽 의장단’ 국회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일하는 국회’를 명분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을 향해 “무노동 불법세력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무노동’이란 말에 귀를 쫑긋했는데, ‘무임금을 하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사상 유례없는 폭주의 배경이 국회 개혁이 아닌 주요 상임위 독식에 있었던 셈이다.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법안(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의원이 재직 중 유죄가 확정된 경우,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재판이 확정된 날까지 지급된 수당 등을 환수하자”는 취지다. 그는 “국민은 국회의원을 도둑놈들로밖에 안 본다. 특권 내려놓기가 먼저”라고 했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도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등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국민의힘을 겨냥한 것이기는 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에 불출석할 경우 세비를 1일당 10%씩 삭감하도록 했다.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은 지난 4·10 총선 때 양당의 공약이었다. 국민의힘은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 등을 약속했다. 민주당도 국회법이 정한 회의 일정에 불참하거나, 다른 사정으로 출석하지 못한 경우 수당 등을 삭감하겠다고 했다.

여야 의원들이 모두 모여 의원 선서를 하는 개원식조차 못하는 국회이지만, 세비는 지난 5월 30일 임기 시작일부터 꼬박꼬박 계산된다. 월 1300만 원, 연간 1억5700만 원(2023년 기준)을 받는다. 감옥에 들어가 있어도 받는다. 실질 연봉은 5억 원가량이다. 사무실 지원 경비만 1억 원이다. 차량을 세워둬도 기름값과 수리비를 주고, 택시를 타지 않아도 택시비를 챙겨준다. 새 국회 임기 시작 때마다 특권 내려놓기가 제기되지만, 제대로 실행된 적이 없다. ‘철밥통’의 대명사는 공무원인데, 특권으로만 보면 국회의원이 더하다. 언론들이 분석한 국회의원 특권은 대략 180∼200가지다. 불체포특권, 면책특권부터 의원회관 병원·한의원·약국 무료 혜택까지 있다.

 

06-12 조국당과 화장실

 

이현종 논설위원


조국혁신당이 국회 개원 이후 거의 1주일 동안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회의를 열었다. 농성하는 것도 아닌 정규 회의를 여기서 여는 것은 국회 사무처가 배정한 이 정당의 국회 본관 사무실이 화장실 앞이라는 이유다. 조 대표는 지난 3일 혁신당에 배정된 국회 본관 220·223·224호를 둘러보며 “어떻게 (사무실을) 다 화장실 앞에 주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의석수 대비 사무실이 협소하고 배치가 불합리하다며 항의했다.

국회 사무실 배정 및 관리에 관한 규정을 보면, 비교섭단체(원내 20석 미만)의 경우 소속 의원 수가 10∼19명인 정당에는 본청의 99㎡(약 30평), 10명 미만인 정당에는 66㎡(약 20평)의 공간을 배정하게 돼 있다. 개혁신당 등 군소정당에도 사무실을 배정해야 하는 만큼 이전에 정의당이 쓰던 사무실을 쓰게 됐다. 예전에도 공간이 협소하다는 이유로 불만을 피력한 정당은 있었지만, 화장실을 이유로 든 것은 처음이다. 지난 제21대에 이 사무실을 사용했던 장혜영 전 정의당 원내대표는 “화장실이 가까워서 편했다”면서 “화장실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문제가 되는 점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시면 좋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커뮤니티에는 조국 대표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 조 대표 지지자이자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다는 한 분은 “변기 닦는 최저 시급으로 조 대표 부인 정경심 교수 영치금으로 여러 번 후원하고 응원했는데 열심히 일한 내 손이 미안해진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화장실과 싸우는 조국” “화장실이 싫으면 요강이라도”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의원회관에 1인당 148.76㎡(45평) 규모의 사무실을 배정받았다. 특히, 의원이 쓰는 내실에는 샤워 시설이 있는 화장실이 별도로 있다. 자신의 집무실에 있는 화장실은 괜찮고, 복도 건너편에 화장실이 있어서 대표실로 쓰지 못하겠다는 조 대표의 주장에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화장실에서 매일 일하시는 여사님들도 있는데 말이다. 로텐더홀에서 회의하면서 뒤편에 ‘국민과 함께 단호히 싸우겠습니다’는 문구를 내걸었다. 그런데 정작 화장실과 단호한 투쟁을 벌이는 ‘웃픈’ 모습이다.

 

06-13 이화영의 진짜 적들

 

김세동 논설위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지난 7일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자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의 부인도 그랬다. 2019년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등 800만 달러(약 100억 원)를 쌍방울에 대납하게 한 혐의 외에도 3억 원이 넘는 개인적인 뇌물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겹쳐 도저히 무죄 판결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인데도 무죄 방면을 기대했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법원에서 인정된 뇌물 액수만 1억 원이 넘어 특가법 위반 범죄만으로도 최소 형량이 징역 10년 이상인 이화영의 재판 전략은 엉망이었다. 김성태 전 회장 등 쌍방울 관계자들과 당시 경기도청 공무원들의 진술, 경기도의 대북사업 관련 문건 및 이재명 지사의 결재 공문, 이화영이 쌍방울·북한 측의 협약식 참석 전후에 낸 출장계획서와 출장결과보고서 등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이화영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부인할 수 없는 증거는 시인하고 선처를 기다리는 게 나은 대응이었지만, 이화영은 최악을 선택했다. 이재명 방탄이 최우선으로 보이는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과 변호인들의 주장을 추종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화영이 ‘이재명 지사에게 대납을 보고했다’고 했다가 뒤집은 진술 번복, 재판부 기피 신청, 맥락이 전혀 맞지 않은 ‘검찰청사 내 진술 조작 회유 술판’ 주장 등 사법방해 행위도 형량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이화영의 유죄는 이재명의 유죄” 주장이 상징하듯 변호인이나 민주당 의원 등은 이화영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 이화영이 검찰에서 “쌍방울이 지사님의 방북 비용까지 처리할 것이라고 보고했다”고 한 진술을 법정에서도 하려던 날 재판장 앞에서 남편에게 “정신 차려라”고 고함을 지르고 거의 유일한 이화영 편이었던 서민석 변호인을 남편 뜻에 반해 해임한 그의 부인도 마찬가지였다.

이화영 선고가 내려진 날 그의 변호인 김광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런 설명 없이 단 두 자음 ‘ㅆㅂ’을 올렸다. 판사나 재판 상황에 대한 욕설로 보이는데, 법률 전문가가 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런 짓을 했다. 변호사 윤리강령 위반 등 심각한 결격 사유로 평가된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2021년 8월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난하며 ‘GSGG’라고 개에 빗대 욕한 것보다 훨씬 질이 나쁘다.

 

06-14(금) 대북전단

 

이철호 논설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북 전단 살포를 “현행 법률상 위법행위”라고 한 것은 남북교류협력법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일명 ‘대북전단금지법’이라던 남북관계 발전법은 2023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2020년 경기지사 시절 대북 전단 살포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북한으로 물품을 반출할 때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 그만큼 대북 전단에 대한 이 대표의 적대적 인식은 뿌리가 깊다. 그는 경기도 소속 특별사법경찰단을 동원해 현장 단속까지 나설 정도였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하명법이라던 대북전단금지법이 언제 부활할지 모른다. 헌재가 대북 전단에 면죄부를 준 것도 아니다. 판결의 핵심은 “대북 전단에 살포 미수범도 처벌하고, 징역형까지 두고 있는 것은 국가 형벌권의 과도한 행사”라는 것이다. 헌재는 경찰이 대북 전단 살포를 제지하거나 사전 신고 제도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회 175석의 민주당이 헌재 권고에 따라 형량을 대폭 낮춘 대체입법을 하는 건 시간 문제나 다름없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대북 전단 살포를 제지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도 자충수다. 민주당이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거나 경찰 직무집행법을 개정해 단속 대상으로 못 박아 버리면 대북 전단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보수 진영의 패착이다.

역대 보수 정부들은 적절한 타이밍을 맞춰 대북 전단에 제동을 걸었다. 2008년 12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와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를 만나 “애국충정을 다 이해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지 않게 자제해달라”고 호소해 잠정적인 살포 중단 약속을 받아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때도 북한이 풍선을 향해 실탄을 발사하자 경찰력을 동원해 추가 전단 살포를 제지했다. 표현의 자유만큼 남북관계 관리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기 북부나 서해 5도 등 접경지역 분위기도 차가워졌다. 보수 민심을 의식해 대통령실이 나서기 어려울 때는 여당이 총대를 메야 하는데, 강경론만 난무하고 있다. 그나마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처방이 돋보인다. “북한에 도발 빌미를 주지 않게 대북 전단 살포를 비공개적으로 하거나 잠시 중단해 달라”.

 

06-17(월) H마트에서 웃다

 

최현미 논설위원


“그저 이국적인 식료품 가게가 아니다. 하나의 문화현상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이렇게 보도한 곳은 H(한아름)마트. 1982년 뉴욕 퀸스의 식료품 가게에서 출발해 지금은 미국 전역에 96개 매장을 운영 중인 대표적인 한인 마트다. NYT는 H마트가 ‘한국 식품의 미국 주류시장 진입에 마중물 역할을 하며 미국 유통업계를 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H마트의 급성장은 미국 내 아시아계 인구 증가에 K-콘텐츠와 K-푸드 인기가 더해진 결과이다. 재미교포 모녀가 올린 틱톡 영상 때문에 미국에서 냉동 김밥 품절 사태를 빚었듯이 틱톡·유튜브 등에선 K-푸드 콘텐츠가 큰 인기다. 한국 음식 먹방 영상이 넘쳐나고 H마트에서 장 보는 영상이 얼마나 많은지 직접 가지 않아도 훤히 다 알 수 있다.

우리에게 H마트를 아주 특별한 공간으로 소개시켜준 건 인디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가수 겸 기타리스트 미셸 자우너의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원제 Crying in H Mart : A Memoir)’다. 2021년 미국에서 출간된 화제작으로 2022년 국내에 나와 베스트셀러가 됐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로 시작하는 에세이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를 추억하고 애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한국인 엄마와 미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나 한 살에 미국으로 건너간 자우너는 사사건건 간섭하는 ‘잔소리꾼’ 엄마와 싸우다 사이가 멀어지지만, 25세 때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 삶 전체가 무너져 버린다. 그는 H마트에서 재료를 사와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들을 만들어 먹으며 엄마를 추억하고 이해하고 애도하며 성장해 나간다. 그는 이렇게 써내려갔다. ‘내가 H마트에 가는 것은 갑오징어나 세 단에 1달러짜리 파를 사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추억을 찾으려고 가는 것이기도 하다. 내 정체성의 절반인 한국인이 죽어버린 건 아니라는 증거를 찾으려는 것이다.’

미국사회 비주류 한국계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려 찾았던 H마트가 2, 3년 만에 미국의 문화현상이 됐다니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한국땅을 한 번도 밟아본 적 없는 미국인이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 시큼한 김치찌개, 달콤매콤한 양념치킨을 자신의 ‘소울 푸드’라고 말하는 시간이 곧 올지도 모른다.

 

06-18 파리올림픽은 AI올림픽

 

문희수 논설위원


내달 26일 개막하는 파리 하계올림픽은 각종 인공지능(AI) 기술이 동원되는 AI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수직 이착륙하며 하늘을 나는 에어택시(UAM·도심항공교통)를 비롯해 선수들의 운동 능력 측정, 심층 신경망을 활용한 멀티카메라 반복 재생, 국가·종목·선수별로 영상을 자동 구성하는 서비스 등이 예고돼 있다. 테러 등 위험 징후를 감지하고 예방할 지능형 CCTV 같은 보안시스템도 선보인다. 세계적인 스타들의 경기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생생하고 정교하게 재구성해 관람객과 시청자의 몰입도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한다.

핵심은 역시 에어택시다. 조종사 1명이 승객 1명을 태우고 최대 시속 110㎞로 드골 공항 등 5곳에 건설된 승강장(버티포트)을 이동하는데, 운임은 110유로(약 16만 원) 정도다. 관건인 기체는 독일 스타트업인 볼로콥터가 제작한 볼로시티다. 높이 2.5m에 직경 9.3m의 원형 구조물에 18개의 소형 전기모터가 장착된다. 파리올림픽의 명물이 될 게 분명하다.

에어택시는 내년부터 상업 서비스가 시작된다. 이미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에선 시속 320㎞로 나는 5인승 에어택시가 시험 운행했다. 난제인 기체의 소음도 일반 헬기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헬기 소음은 비행 시 80데시벨(㏈) 정도인데, 전기 배터리로 작동하는 에어택시는 60㏈ 이하가 목표다. 현대차도 올해 1월 CES에서 시속 200㎞로 나는 5인용 기체를 선보였는데, 소음은 이착륙 때는 65㏈, 비행 때는 45㏈이었다. 가정용 식기세척기 수준이니, 거의 성공한 셈이다.

한국도 상용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8월 아라뱃길에 이어, 내년에는 서울 도심을 지나는 한강·탄천 등에서도 시험 운행할 예정이다. 김포∼여의도는 5분, 김포∼잠실은 15∼20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한다. 국토부는 내년 말 상용화를 시작해 2030년엔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에어택시는 AI 기술의 확산과 진전을 촉진할 게 분명하다. 기체 개발·통신·운항 관리·보안 등 직접 연계된 분야들은 물론, 물류·관광·의료 등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우리로선 기체의 자체 개발이 급선무다. 올림픽도 앞으로 AI 기술이 없으면 개최할 꿈도 꾸지 못하게 생겼다.⊙

 

06-19 대북 ‘드론 장벽’ 구상

 

이미숙 논설위원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21세기형 첨단 장벽 건설에 나선다. 핀란드와 노르웨이, 폴란드, 그리고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은 러시아의 도발을 저지하고 밀수·불법 입국·악성 전파 등을 차단하기 위해 드론 장벽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와의 국경선이 무려 1340㎞에 달해 우크라이나 전쟁 후 가장 안보 불안을 느끼는 핀란드는 지난해 나토 가입에 이어 드론 장벽에 적극적이다. 마리 란타넨 핀란드 내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불법 활동을 막기 위해 드론 장벽을 세우기로 하고, 설치 방법과 재원 문제를 각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진가가 확인된 드론으로 장벽을 만드는 구상이 현실화하면 러시아 봉쇄용 ‘유럽판 만리장성’이 될 듯하다.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은 1946년 미국 방문 때 연설에서 “발트해에서 아드리아해에 이르기까지 유럽 대륙에 철의 장막(iron curtain)이 내려져 있다”며 냉전 시대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소련의 철권 통제 행태를 비판했다. 이제 신냉전 시대에 역으로 나토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침투를 막기 위한 장벽을 구축하는 것이다. 6개국의 드론 장벽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유럽이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도발을 막을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이다.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에 장벽을 구축 중이라고 한다. 정전협정에 의해 설치된 DMZ는 MDL에서 남북 각각 2㎞ 지역으로 길이는 248㎞다. 6·25 때 혈투가 벌어진 백마고지, 화살머리고지, 피의 능선이 여기에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DMZ를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곳”이라고 했다. 민간인 접근이 어려운 곳에 베를린장벽 같은 벽을 만든다니 뜬금없다.

베를린장벽은 동서독 분단시대 동독이 시민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만든 것이다. 1961년 세워진 뒤 1989년 철거 때까지 10만 명이 탈출을 시도했는데 5000여 명은 성공했지만 약 200명은 사살됐다. 그러나 DMZ는 남파 간첩의 루트이거나 극소수 탈북자들의 통로일 뿐이다. 김정은의 시대착오적 콘크리트 장벽에 맞서기 위해 오물풍선은 퇴치하고 세상 정보는 북한 전역으로 보낼 유럽식 첨단 드론 장벽을 DMZ에 만들면 어떨까.

 

06-20 오세훈·홍준표·김동연의 異夢(이몽)

 

오승훈 논설위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잠룡’ 오세훈 서울시장·홍준표 대구시장과 김동연 경기지사의 외곽 때리기가 흥미롭다. 오 시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2027년 3월) 출마와 지방선거(2026년 6월) 3선 도전에 대해 “50 대 50, 두 가지를 다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대안이 있다면 선택이 자유로워질 것 같다”고 했다. 90 이상은 대선 쪽이란 얘기다. “주적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라고도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선 원론적인 쓴소리 정도만 한다.

더 예리한 각을 세우는 건 김 지사다. 민주당이 17일 확정한 대선 1년 전 당 대표 사퇴 예외 조항에 줄곧 반대해왔다. “당권·대권 분리 예외 조항은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라며 “특정인 맞춤 개정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대선을 염두에 둔다면 경선 불공정을 견제해야 하고, 지사 연임을 노린다 해도 공천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 일 것이다. 지난 대선에선 이 대표와 단일화하며 꿈을 접지 않았던가.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전해철 전 의원을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영입한 것도 당내 구도를 고려한 포석일 것이다. 전 전 의원은 2018년 경기지사 경선 때 이 대표와 혈전을 벌인 구원(舊怨)이 있다.

이들 간에 ‘○○소득’ 경쟁이 벌어지는 것도 이채롭다. 오 시장은 기준소득 이하에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안심소득’을 시범운영 중이다. 전 국민이 대상인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겨눈 것이다. 김 지사는 전임 이 대표가 만들어놓은 기본소득 시리즈를 ‘기회소득’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재명 지우기’다. 중위소득 120% 이하에 한시적 지원하는 선별복지이지만, 중위소득과 가구소득 차액의 50%를 지원하는 안심소득과는 다르다.

홍 시장은 이재명보다 ‘한동훈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16일에도 “총선을 망친 주범들이 당권을 노려 난리 친다”고 했다. 그는 정치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대선 출마를 꼽은 적이 있다. 세 광역단체장이 제각각 이몽(異夢)이지만, 똑같이 주시하는 것은 한 전 위원장에게 달라붙은 ‘총선 참패’ 책임론과 이 대표에게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사법 리스크의 향배다. 그에 따라 이들의 행보도 달라질 것이다.

 
 

06-21(금) 민주당의 진짜 아버지

 

이현종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은 매년 9월 18일 창당 기념식을 거행한다. 이승만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위해 집권 여당인 자유당이 ‘사사오입 개헌’을 강행하자, 이에 반발한 제1야당 민주국민당과 자유당 내 개헌 반대파, 재야 인사들이 ‘반독재’를 기치로 1955년 9월 18일 ‘민주당’을 창당한 데서 유래한다. 당시 창당을 주도했던 인물이 신익희·조병옥·장면이다. 지금의 민주당은 이날 신익희 선생의 생가인 경기 광주에서 기념식을 열기도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반공을 내세운 보수 우익 성향의 정당이긴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뿌리로 삼고 있다. 사실상 신익희 선생 등이 진짜 민주당의 아버지인 셈이다.

이들이 1기라면 2기 민주당은 1970년대 김영삼·김대중·이철승으로 이어지는 신민당으로 40대 기수론의 상징이다. 제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1970년 신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역전승을 거두면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벽을 넘지 못했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김영삼이 보수 정당으로 옮기면서, 민주당의 적통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당의 ‘정신적 아버지’는 DJ라고 하는데 이견이 없다.

그런데 지난 1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돼 첫 회의에 참석한 강민구 대구시당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님이십니다”라며 “집안의 큰어른으로서 이재명 대표님께서는 총선 직후부터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했다. 이 대표에게 90도로 깍듯이 인사한 강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같은 1964년생이다. 이런 낯뜨거운 발언을 하는 강 최고위원을 이 대표는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민주당은 최근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당권·대권 분리, 대선 1년 전 대표직 사퇴’ ‘부패 사건으로 기소되면 당직 정지’ ‘당의 귀책사유로 선거가 있을 경우 공천 불가’와 같은 내용을 모두 삭제했다. 사실상 역대 민주당의 아버지들이 쌓아온 정치 개혁의 성과가 ‘이재명의 민주당’에선 없어진 셈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말한 ‘이재명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러니 “조선노동당과 같아진다”는 말도 나온다. 오늘의 당명을 만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06-24(월) 후이늠과 야후

 

최현미 논설위원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슬로건인 후이늠(Houyhnhnm)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신랄한 풍자 소설 ‘걸리버 여행기’(1726)에 나오는 이성적 덕성을 가진 위대한 말 종족이다. 선상 의사이자 탐험가인 걸리버가 소인국, 거인국, 공중에 떠 있는 라퓨타 등을 거쳐 도착한 후이늠의 나라는 여러모로 작가가 생각한 유토피아다.

말의 언어로 ‘자연의 완성’을 뜻하는 후이늠은 거짓말을 모른다. 걸리버가 거짓과 속임수에 대해 말하면 후이늠은 “대화는 상대를 이해시키고 정보를 얻으려는 것인데 거짓말을 한다면 정보를 얻기는 고사하고 완전히 모르는 것보다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답한다. 악을 모르고 오직 덕을 지향하며 남녀가 평등한 그곳엔 전쟁도 다툼도 없다.

후이늠과 대척점에 있는 존재가 바로 후이늠의 지배를 받는 인간 야후(Yahoo)다. 검색엔진 야후가 이름을 따온 것으로 유명한 야후는 추악하고 혐오스럽기 그지없다. 걸리버는 후이늠과 야후를 통해 인간세계를 돌아본다. 돈과 권력을 향한 욕망이 넘치고, 귀족은 사치와 게으름 속에 자라며, 정치인은 거짓을 말하는 곳. 그는 인간의 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영원히 후이늠의 나라에 남기를 원한다.

300년 전 작품이지만, 후이늠은 지금 우리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극단으로 나뉘어 싸우는 정치, 일상이 된 편 가르기, 거짓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세태에 여전히 전쟁이 현실이다. 또, 인간 야후가 말 후이늠보다 열등하다는 설정은 인간과 동물,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과학소설(SF)의 효시답게 낯선 후이늠은 특이점을 지나 인간을 넘어선 인공지능(AI)을 상상하게 한다.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도서전에 맞춰 소설가 김연수가 새로 쓴 ‘걸리버 유람기’도 나왔다. 김 작가는 “스위프트가 인간에 대해 깊이 절망했지만… 오래전 멸망했을 인간 사회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점에서 역설적으로 희망적”이라며 “절망 속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으러 (책을) 다시 썼다”고 말했다. 해외 19개국, 452개 출판사가 참가해 450여 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도서전에서 책을 통해 후이늠이 던진 문제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희망을 찾는 일이다.

 
 

06-25 정부·여당의 금리 적반하장

 

이철호 논설고문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국민의힘이 한국은행에 기준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유럽연합처럼 우리도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위험한 도박이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5000건에 육박해 3년 만에 최고였다. 주택담보대출금리 하한선이 3%를 뚫고 내려오면서 올 들어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20조 원이나 늘어났다. 최근 기준 연도가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바뀌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지자 다시 위기 불감증이 도지고 있다.

상징적 사례가 정책 대출 실패다. 지난해엔 40조 원이 넘는 특례보금자리론이 풀려 가계 빚 급증에다 집값이 치솟는 말썽을 부렸다. 9월 말 부랴부랴 일반형을 폐지해 불을 껐다. 올해는 27조 원이나 나간 신생아특례대출이 불씨다. 자녀를 낳으면 연 1.6∼3.3%에 5억 원까지 대출해 준다. 이로 인해 5월 주택 거래 중 처음 주택을 매입한 2030세대가 전체 매매의 절반을 차지했다. 서울과 지방 아파트값 양극화도 마찬가지다. 아이 울음소리가 작은 지방일수록 신생아특례대출이 덜 나갔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에 따른 환율 변동도 문제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차가 2.0%포인트로 역사상 최고인데,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환율은 달러당 1400원대를 위협하게 된다. 이로 인해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진다. 자영업자 부담을 덜어준다며 함부로 기준금리에 손댈 때가 아니다. 가계 부채·부동산·물가 등 더 중요한 거시 변수들에 악영향을 미친다.

전세 사기 여파로 전셋값이 57주 연속 오르고 공사비 급등으로 주택 공급이 말라가고 있다. 이달 들어 가계대출이 4조4000억 원이나 급증했다. 이런 위험 상황에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폐지 방침에 이어 신생아특례대출 기준 완화(부부 합산 연봉 2억5000만 원)로 기름을 붓고 있다. 과연 9월로 두 달 미루어진 2차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다. 그동안 그나마 제 역할을 해 온 게 한은이다. 정부·여당의 기준금리 압박은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에게 성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책임 전가를 일컫는 고사성어가 적반하장이다.

 

06-26 사과와 말장난

 

김세동 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북송금 사건으로 추가 기소된 이틀 뒤인 지난 14일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비난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자 18일 페이스북에 해명성 글을 올리며 사과했는데, 이게 또 사과 같지 않은 사과로 뒷말을 낳고 있다. 이 대표는 먼저 “언론 전체 비판으로 오해하게 했다면 저의 부족함 탓이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는데, 나쁜 사과의 전형 같다. 이 대표는 애완견 발언 때 18일처럼 ‘일부 언론’이나 ‘일부 법조기자’로 한정하지 않고 뭉뚱그려 “진실 보도는커녕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자신이 문제적 발언을 해놓고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오해한 것이라고, 잘못을 떠넘기는 적반하장이다.

잘못했으면 깔끔하게 ‘죄송하다’거나 ‘사죄드린다’고 하면 될 터인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한 것도 나쁘다. 유감은 사과의 언어가 아니다. 국어사전에 유감(遺憾)은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라고 돼 있다. “이재명이 그렇게 사과해 유감이다”라고 쓰면 딱 맞는 표현이다.

사과는 짧고 변명은 긴 주객전도도 문제다. 이 대표는 ‘내 의도는 그런 게 아닌데, 당신이 오해하게 했다면 유감’이라는 식으로 영혼 없는 사과를 한 뒤 길게 변명을 이어가며 애완견 사태도 언론이 비튼 것이란 식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일부 언론의 명백하고 심각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애완견 행태 비판을 전체 언론에 대한 근거 없고 부당한 비판인 양 변질시키는 것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등등.

이런 이재명에게 “더불어민주당의 아버지”라고 낯뜨거운 칭송을 하고 90도로 절했다가 당 안팎의 비난에 직면한 강민구 최고위원이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해명한 것도 화를 더 키웠다. 큰 사고를 쳤을 때는 제대로 사과하는 게 사태를 빨리 진정시키는 첩경이다.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이 자신과 노무현재단 계좌를 사찰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가 최근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이 확정된 유시민 씨는 사과는커녕 유튜브에 출연해 “그래, 네 팔뚝 굵다” “언론 하이에나가 한동훈을 물어뜯는 날이 곧 온다” 등으로 비난했는데, 이재명의 이상한 사과가 이보다는 낫다고 해야 하나.

 

06-27 유튜브 쇼핑 ‘공룡’ 경보

 

문희수 논설위원


가뜩이나 뒤숭숭한 유통업계에 초대형 변수가 가세했다.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 쇼핑이 세계 처음으로 국내에 등장한 것이다. 소비자와 판매업체 입장에선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지만,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부상에 고전 중인 유통업계는 ‘공룡 상륙’에 초비상이다.

유튜브 쇼핑은 판매·구매 모두 간편하다. 콘텐츠 창작자(크리에이터)는 몇 차례 클릭만 하면 유튜브 쇼핑 전용 스토어를 만들 수 있다. 구글 계정으로 회원에 가입해 스토어를 만든 뒤 소정의 조건을 충족하면 상품을 팔 수 있다. 소비자는 다른 쇼핑몰로 이동하지 않고도 이 스토어에서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이름·주소·연락처 등만 입력하면 주문할 수 있다. 결제도 카드·계좌 이체·가상계좌·간편 결제 모두 가능하다. 벌써 ‘흥행 대박’ 소리가 나온다.

국내 유튜브 이용시간은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들을 압도한다. 지난달 유튜브 앱 이용은 18억 시간을 넘어, 카카오톡·인스타그램·네이버 앱 등을 한참 앞섰다. 특히, 젊은층은 영상에 나오는 상품을 좋아해 수익성이 높은 패션·화장품 등의 큰 타격이 예상된다. 영상·커머스를 조합한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약 3조 원으로 25% 성장했고, 2026년엔 10조 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인스타그램, 중국의 틱톡 등이 진출을 모색하는 이유다. 반면, 유튜브가 편향적인 가치·선택을 유발할 위험도 있다. 파워 유튜버의 영향력이 선택을 왜곡할 수 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중인 ‘뮤직 끼워팔기’ 같은 불공정 행위가 없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윤리성·공정성 강화가 필요하다.

유튜브 쇼핑의 등장으로 생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게 분명하다. 이미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초저가 공세에 고전하고 있는 국내 유통업체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국내 플랫폼 1위인 쿠팡조차 올 1분기 영업이익이 61% 줄었고, 순이익은 다시 적자다. 전통적인 강자인 신세계도 경쟁업체인 알리바바 출신 인사를 새 CEO로 영입하는 등 비상경영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유튜브 쇼핑이 긍정적인 유통 혁신을 가져오는 메기가 될지, 그렇지 않고 유통업계를 초토화할 뿐인 공룡이 될지는 결국 업계의 대응에 달렸다. 강자가 생존한다. 살아남는 게 강한 것이다.

 

06-28(금) ‘북한 오물’과 종북 민낯

이미숙 논설위원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 등을 만든 조총련 출신 양영희 감독의 산문집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에는 북송된 세 오빠에게 갖은 생필품을 보낸 어머니 얘기가 나온다. 그녀의 오빠들은 1970년대 초 이른바 조총련 간부 자녀 ‘귀국사업’ 명목으로 원산·평양으로 보내져 공동생활을 했다고 한다. 풍요로운 일본에 살다 졸지에 북한으로 보내진 양 감독의 세 오빠는 “아침부터 밤까지 배가 고파 쓰러질 것 같아 공부가 눈에 안 들어왔고 하루 종일 먹을 거 생각만 했다”고 토로했다고 쓰여 있다.

양 감독은 어머니가 속옷과 의류, 약품, 진공포장 떡 등을 상자에 담아 북한에 보내는 일을 세상 떠날 때까지 했다면서 이렇게 기록했다. “어머니는 북에 있는 세 아들이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무언가에 씐 것처럼 소포를 보냈다. 손주들이 태어나자 어머니의 결심은 신념이 되고 집념이 됐다.” 생명줄 같은 어머니의 소포에도 불구하고 세 형제는 근근이 살았다는데 이도 저도 없는 보통 주민들이 만성적인 식량난과 생필품 부족을 어떻게 버텼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대북 전단에 대한 맞대응으로 북한이 오물풍선 대남 살포를 지속해 논란이다. 통일부가 오물풍선에 담긴 내용물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누런 휴지 조각에 여러 번 꿰맨 흔적이 있는 양말, 구멍 뚫린 바지, 뚫어져 헝겊을 덧댄 장갑, 꼬질꼬질한 마스크 등이 눈에 띈다. 요즘에도 북한 주민들은 꿰매고 덧댄 의류를 입고 있다는 뜻으로, 고질적인 북한의 경제난을 보여주는 증거물과 같다. 6·25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화살머리고지 등 유해 발굴 현장에서 나온 70여 년 전 유품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든다.

그나마 주목할 만한 것은 훼손된 김정은 일가 관련 문건 등이 나왔다는 점이다. 고질적 생필품난 속에서도 김씨 일가를 우상화했던 주민들의 의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김여정은 “삐라를 보낸 탈북자 쓰레기들이 자국민들로부터 비난받게 될 것”이라며 쓰레기 살포를 예고한 뒤 오물을 날려 보냈다. 그러나 호전성 과시용 오물풍선이 체제의 취약성만 내보인 셈이다. 북한의 민낯이 드러난 풍선 사태에도 국회와 시민단체에 포진한 종북 인사들은 위대한 수령의 나라를 꿈꾸는 듯 여전히 북한을 떠받들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