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治(人) 이야기 2024-06/
06.01 "108석은 큰 숫자" 엄중한 위기 의식 없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충남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난 30일, 국민의힘이 충남 천안에서 워크숍을 했다. 192석에 달하는 범야권에 맞서 108석의 소수 여당이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것인지 논의하고, 총선 패배를 성찰하는 자리를 예상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까지 참석했으니 당정 관계에 대한 새로운 모색도 기대했지만 워크숍은 이런 예상과 달랐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108석을 소수 정당이라고 하는데 108석은 굉장히 큰 숫자다. 우리 뒤에는 대통령이 있는 정말 강력한 정당”이라고 했다. 지도부가 “똘똘”을 선창하자, 의원들은 “뭉치자”를 세 번 외쳤다. 여권이 뭉치자는 다짐 소리는 컸지만, 대통령실의 거수기 노릇만 했던 과거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 “정책과 민생 이야기 대신 탄핵과 단결 이야기만 나와 이상했다”는 말이 나왔다.
야권이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고 특검을 남발하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당정 단합을 강조하고 주눅 들지 말자고 격려할 수는 있다. 문제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인식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총선 직후부터 친윤계 일부에선 “4년 전 때보다 의석이 5석 늘었고 득표율 격차는 8.45%포인트 차이에서 5.4%포인트로 줄었다. 3%만 더 가져오면 대선에서 이긴다”고 했다. 코로나 위기와 야당 입장에서 치렀던 4년 전과 이번 총선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워크숍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나간 것은 다 잊고 우리가 한 몸이 되자”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애초 워크숍에서 술을 마시지 않기로 했다. 북한이 이날 오전 초대형 방사포를 쏘고 최근 GPS 전파 교란, 오물 풍선 같은 복합 도발을 한 것도 ‘금주’에 영향을 미쳤다. 2년 전 여당 워크숍 때는 술 반입 금지 방침에도 일부 의원들이 술을 마시다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내가 욕 좀 먹겠다”며 맥주를 돌렸고, 의원들은 “윤석열 파이팅”을 외쳤다. 어찌 보면 별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의석에서 거의 두 배 차이가 날 정도로 크게 진 정당이다. 앞으로 3년 국정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3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1%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는 70%로 취임 후 최고치였다. 일시적 수치가 아니라 일관된 하락 추세에 있다. 사회의 중추인 40대에서 지지율은 단 8%였다. 이런 정당의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엄중한 위기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워크숍 마지막 날인 31일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해 지난 총선에서 매서운 회초리를 맞았다. 총선에 나타난 민의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민심을 두려워하는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민심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특검법 반대를 위해 상관도 없는 민생 법안까지 한꺼번에 거부하나. 앞으로 큰 변화가 없으면 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06.01 빨리 보고 싶다, '3김 여사' 특검
[서민의 정치 구충제]
野의 김건희 특검 받는다면
김정숙·김혜경도 특검 대상

▲일러스트=유현호
“명품 백 수수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의 300만원짜리 특검을 받아들이는 대신, 적어도 3억원 이상으로 보는 김혜경 여사의 국고 손실죄 의혹에 대한 특검, 김정숙 여사의 관봉권(띠로 묶은 신권)을 동원한 옷과 장신구 사 모으기 의혹, 그리고 그 옷과 장신구는 지금 어디 있는지에 대한 ‘3김 여사’ 특검을 역제안하자.”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국민의힘 김민전 당선인 말에 보수층이 열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년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민주당의 지긋지긋한 특검 공세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민주당 주장에 제대로 된 근거라도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김건희 여사가 일반인이던 2010년 일이고, 김 여사는 증권사에 돈을 맡긴 전주 91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 정권의 검찰이 2년 가까이 수사했음에도 기소조차 못 했으니, 특검의 당위성이 0에 수렴한다.
다음 디올 백 사건. 이건 공여자인 최재영 목사 스스로 직무 관련성을 부정해버렸으니 범죄 구성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 요즘 야권이 밀어붙이는 채 상병 특검도 마찬가지다. 채수근 상병의 순직에 누가 책임이 있는지는 지금 경찰이 수사 중이고, 민주당이 설계한 특검은 ‘VIP가 격노했다’를 구실로 대통령실을 흔들고 대통령을 망신 주려는 목적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건당 100억원 이상이 드는 특검을 할 바에는, 전 국민에게 200원씩 나눠 주는 게 나아 보인다.

▲왼쪽부터 김건희 여사, 김혜경 여사, 김정숙 여사 /뉴스1
그렇다면 특검은 어떤 사건을 대상으로 해야 할까? 첫째, 고위 공직자나 그 가족이 연루됐고, 둘째, 경찰이나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못했거나 수사를 맡겨봤자 그 공정성이 의심될 때 하는 게 맞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특검이라 할 드루킹 특검을 보자. 시작은 추미애였다. 2018년 1월, 포털 사이트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댓글 공작을 의심케 하는 인신공격이 난무하자 발끈한 추미애는 민주당에 ‘댓글 조작 대책단’을 출범시킨다. 민주당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드루킹(본명 김동원)과 공범 2명을 댓글 조작 혐의로 체포한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나는데, 댓글 조작의 배후가 보수 쪽일 것이란 민주당 바람과 달리 드루킹 일당은 모두 민주당원인 데다, 이들이 19대 대선 기간에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킹크랩 프로그램을 이용해 포털 사이트 여론 조작을 벌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드루킹이 친문 핵심인 김경수 의원과 공모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 천생 좌파였던 드루킹이 돌연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기 시작한 것은 대선 후 김경수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청탁했다가 거절당한 데 앙심을 품었기 때문이었다.
수사가 갈팡질팡한 건 이때부터, 집권한 지 겨우 1년이 지났고,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지지율이 80%를 넘어선 정권 실세를 수사하기가 어디 쉽겠는가?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특검.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이 특검을 요구하고, 당대표인 김성태가 단식투쟁을 벌인 끝에 허익범 특검이 출범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특검 수사도 쉽지 않았다. 허익범 말을 들어보자. “특정 정당이나 외부 기관에서 매일 원색적 비난이 나왔다. 난 아들이 없고 딸만 둘인데 내가 아들을 어딘가에 청탁해서 부정으로 취업시켰다는 의혹도 나왔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유죄 확정을 이끌어낸 '드루킹 특검' 허익범 특별검사. /오종찬 기자
이 과정에서 노회찬 의원이 드루킹에게 50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극단적 선택을 하자 특검에 대한 비난은 더 거세졌다. 당시 김어준은 자기가 진행하던 TBS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허익범 특검은 특검의 치욕적인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드루킹을 수사해야 하는데 드루킹에게 휘둘리고 있다”며 특검을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결국 승리한 쪽은 허익범이었다. 예컨대 2심 재판부는 김경수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은 의도적으로 특정 여론을 조성하여 온라인상의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결국 전체 여론까지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온 중대한 범죄 행위로 위법성의 정도가 더 무겁다.”
다시 살펴봐도 가슴이 웅장해지는데, 이 기준에 따라 특검이 필요한 사안을 짚어보자. 1번 후보 김혜경. 이재명이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 카드로 초밥과 소고기를 먹고, 공무원 두 명을 노비처럼 부린 일에 대해선 검찰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 하지만 이재명이 성남시장이던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김혜경이 7급 공무원이던 배소현을 부려먹고, 관용차를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가 이루어진 바 없으니, 특검으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혜경궁 김씨 사건. 2017년 대선 때 @08__hkkim이란 트위터 계정이 노무현과 문재인에 대해 후보자를 비방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하고 명예를 훼손해 고발된 바 있는데, 이 계정 주인이 김혜경이라는 의혹이 있었다. hkkim이란 아이디도 김혜경스럽지만, 성남시에 살고 아들이 두 명인 데다 휴대폰 번호 네 자리와 이메일이 일치하는 등 둘 사이 공통점은 차고 넘쳤다. 경찰은 이 계정이 김혜경이라 결론짓고 검찰에 송치하지만, 어이없게도 검찰은 게시물을 쓴 이를 특정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해 버린다. 이 역시 특검을 통해 계정주를 밝혀야 한다.
2번 후보 김정숙. 먼저 옷 의혹이 있다. 대통령 부인이던 시절 김정숙은 비싼 옷을 수도 없이 걸쳤다. 김정숙이 파리 패션쇼에서 모델이 입은 옷을 찜하면,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디자이너가 똑같은 옷을 가져다 줬다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는 이게 ‘대여’라고 하지만, 김정숙의 옷 사이즈를 고려하면 대여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게다가 김정숙이 관봉권을 이용해 명품 옷을 구입했다는 증언도 있는데, 여기에 관해 검찰 수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는 데다, 문재인이 옷값을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해 버리기까지 했으니, 특검밖에 답이 없다. 둘째는 김정숙의 각종 해외 유람이다. 인도 타지마할에 놀러 간 것을 ‘영부인의 단독 외교’라 우기는 것도 문제지만, 체코 대통령이 외국 순방 중인데 굳이 체코를 방문한 일, 코로나 시국에 굳이 이집트까지 가서 피라미드에 간 것도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검찰이 수사하면 ‘검찰 독재’ 운운할 테니, 특검을 하는 게 깔끔하다.
이쯤 되면 다음 질문을 하고 싶을 것이다. 3김 여사 특검인데 김건희 여사는 왜 빼냐고. 정 고른다면 양평 고속도로 의혹을 해보시라. 이해찬의 일방적 주장에서 시작된 거라 근거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 정도는 양보해 줘야 3김 여사 특검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빨리 보고 싶다, 3김 여사 특검.
조선일보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06.01 김정숙 인도 방문 때 기내식으로만 6292만원 예산 사용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1월 7일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 타지마할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전용기를 타고 혼자 인도를 방문해 논란이 됐던 것과 관련, 당시 전용기 기내식 비용으로만 6292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31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문체부는 2018년 11월 김정숙 여사 일행의 전용기 편을 통한 인도 방문을 위해 대한항공과 2억3670만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전용기 관련 수의계약 내역을 세부 항목별로 들여다보면 가장 많은 예산이 든 것은 인도 왕복 및 인도 내에서의 비행에 소요된 연료비로 6531만원이 사용됐다. 이어 기내식 비용으로 6292만원이 사용돼 두 번째로 많은 예산이 들었다.
이밖에 △현지 지원요원 인건비 3013만원 △현지 지원요원 출장비 2995만원 △지상조업료 2339만원 △ 기내독서물 48만원 등이 소요됐다.
당시 김정숙 여사는 2018년 11월 4일부터 11월 7일까지 전용기를 이용했고, 탑승 인원은 총 36명이었다. 문체부와 대한항공 측은 당시 김정숙 여사 일행에게 제공된 기내식 메뉴와 이 같은 기내식 예산이 책정된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현재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자료는 이게 전부다”라고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기내식 메뉴와 관련한 사항은 비공개 사항이다. 해당 기내식 예산이 다른 경우와 비교해 많은 것인지 적은 것인지도 말씀드리기 어렵다”라고 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배현진 의원은 “영부인만의 인도 방문에 대통령 전용기를 띄웠던 것도 부적절한데, 기내식 비용으로만 6000만원이 넘게 소요됐다. 일반 국민의 1년 연봉을 훨씬 웃도는 비용이 기내식으로 쓰였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라며 “총 4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영부인이 인도에 다녀온 건에 대해 지금이라도 세부 지출 내역을 들여다보고 명확하게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숙 여사는 2018년 11월 4일부터 3박 4일간 인도를 단독으로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면담을 하는 등 일정을 소화했다. 김 여사는 디왈리 축제 개막행사 주빈으로 초청돼 참석하기도 하고 대표 관광지인 타지마할을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 부대변인이었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번 인도 방문은 모디 총리가 김정숙 여사가 행사 주빈으로서 참석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하는 공식 초청장을 보내옴에 따라 성사됐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방문은 당시 청와대 발표와 달리 한국 측이 먼저 인도에 요청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06.01 與 "김정숙, 인도 관광에 식비만 6000여만원...5년치를 나흘만에 탕진"
1일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의 지난 2018년 인도 방문 논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나흘만에 6000만원의 식비를 탕진한 영부인 단독외교의 불편한 진실을 밝혀달라”고 했다. 그는 “2018년 김 여사 인도 순방 때 대통령 전용기 사용에 총 2억3000만원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그 중 ‘기내식비’는 총 6292만원으로, 6531만원이 사용된 연료비 다음으로 많이 지출됐다”고 했다.

▲2018년 11월, 인도 방문을 마치고 아그라 군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귀국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전용기 출입문에 '대한민국 대통령' 휘장이 붙어 있다./뉴시스
박 대변인은 “아무리 고급 식성을 가진 미식가나 식도락가라 하더라도 어떻게 4인 가족의 5년 치 식비를 나흘 만에 탕진할 수 있느냐”며 “그렇지 않아도 청와대 집기와 가구를 양산으로 옮겼다는 의혹에, ‘식사가 끝나면 수저는 식당에 두고 오는 것’을 상식으로 아는 국민 마음이 불편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은 1인 25만원으로 가계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250배가 넘는 혈세가 낭비된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국민 혈세가 주머니 속 공깃돌처럼 마구 사용해도 되는 것인지 민주당에게 묻고 싶다”며 “민주당은 피 같은 국민 혈세가 하늘에서 어떻게 사용됐는지, 영부인 단독 외교의 불편한 진실부터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호준석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 주장하며 대통령도 타지 않은 대통령 전용기로 3박4일에 걸쳐 인도를 방문한 것은 그저 단독 관광에 혈세를 쓴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호 대변인은 “당시 인도 정부는 고위급 참석을 요청한 것이지 공식적으로 김 여사를 초청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라며 “명백한 ‘셀프 초청’에 전용기를 타고 원포인트 타지마할 관광을 하며 혈세를 펑펑 쓴 것으로도 모자라 단독외교라 포장하는 것은 국민께 도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여사가 인도를 방문한 시기는 당시 불과 4개월 전 같은 해에 문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이미 인도를 국빈방문하고 난 이후다. 당시 김 여사는 ‘다시 인도에 오면 타지마할에 꼭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면서 “지금이라도 솔직해지라. 의혹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고 이제 국민께서는 진실을 알고 싶어 하신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양지혜 기자
06.02 영부인 단독 외교라더니…與 "명단엔 '특별수행원 김정숙'"
정부 대표단 명단엔 '단장 도종환, 특별수행원 김정숙'

▲김정숙 여사가 인도를 단독 방문했던 2018년 11월, 출장단과 타지마할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인도가 최초로 초청한 것은 김정숙 여사가 아니라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도 장관은 ‘정부 공식수행원’으로 동행한 것입니다.” (5월20일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우리 정부 대표단의 2018년 11월 인도 방문과 관련해 ‘인도 측이 방문을 요청한 것은 문체부 장관이었는데, 김 여사가 셀프 초청으로 인도에 간 것’이란 지적이 나오자, 민주당은 이 같이 공식 해명했다.
국민의힘이 1일 이런 해명을 정면으로 뒤집는 자료를 공개했다. ‘정부 대표단장’에 도종환 장관 이름이, 그 아래 ‘특별수행원’에 김정숙 여사 이름이 적힌 출장 명단이었다.
배현진 의원은 이러한 자료를 공개하면서 “영부인 단독 외교는커녕 장관의 수행원으로 타지마할에 셀프 참여해 4억 가까운 예산, 그중 6000여만 원은 공중에서 밥값으로 쓴 것”이라고 했다.
배 의원이 공개한 정부대표단 명단에 따르면, 당시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단장을 맡았고, 김 여사는 특별수행원이었다. ‘공식수행원’은 주인도대사 내외였다.
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2018년 9월 인도 측은 먼저 외교부에 이어 문체부 순서로 장관을 초청했다가, 한 달 뒤 우리 외교부로부터 김정숙을 초청해 달라는 갑작스러운 요구를 받고 10월 26일 다시 모디 총리 명의의 초대장을 보냈다”며 “초대장은 받았지만 중간에 끼어들었기에 김정숙은 도 장관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인도에 가게 된다”고 했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명백한 ‘셀프 초청’에 전용기를 타고 원포인트 타지마할 관광을 하며 혈세를 펑펑 쓴 것으로도 모자라 영부인 단독 외교라 포장하는 것은 국민께 도의가 아니다”라며 “지금이라도 솔직해지시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06.03 정치 장난 같은 엉터리 '김건희 특검법'과 '언론 징벌법'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김건희 여사 관련 종합 특검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외에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기업 후원, 명품 백 수수,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허위 경력 기재, 해외 순방 민간인 동행, 대통령 공관 리모델링 공사 특혜 의혹 등 7가지를 한꺼번에 수사하자는 내용이다.
법안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 후보를 2명 추천토록 했다. 특검 수사의 공정성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다. 압수·수색·구속 영장 발부를 결정할 영장 전담 법관을 따로 지정하고 재판도 전담 재판부가 집중 심리하도록 했다. 재판부를 자기들 구미에 맞게 지정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수·자백 시 형을 감경·면제하는 초법적 조항도 넣었다. 이재명 대표는 온갖 이유를 대며 대장동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재판을 계속 지연시켰으면서도, 특검법엔 신속한 수사·재판을 위해 사법 체계를 위배하는 무리한 조항들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아 주가조작과 코바나컨텐츠 의혹을 수사 지휘했다. 하지만 결국 기소하지 못했고 코바나컨텐츠 의혹은 무혐의 종결됐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장관에 의해 수사 지휘권이 박탈돼 수사에 개입할 수 없었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되자 뒤늦게 구원(舊怨)을 풀듯 엉터리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 양문석·정청래 의원 등은 언론 보도에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언론중재법안을 발의했다. 2021년 민주당이 밀어붙이다 비판 여론에 밀려 물러섰던 ‘언론 징벌법’을 재탕하려는 것이다. 정정·반론 보도를 원래 보도와 동일한 지면과 분량으로 게재토록 하는 내용까지 담겼다.
양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아파트 구입 과정에서 대학생 딸 명의로 편법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언론이 보도하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관철시키고 언론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되자 곧바로 보복성 입법에 나섰다. 2021년 이상직 전 의원이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받게 되자 느닷없이 언론 징벌법을 추진했던 것과 판박이다. 22대 국회 시작부터 사적 복수와 자기 보호용의 엉터리 입법이 난무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6.03 '세 김 여사'와 그의 '婦唱夫隨' 남편들
선출직 남편 지위에 얹혀
前근대적 '황후 놀음'
과거 '3김의 여사'들과는
천양지판 품격의 김 여사 3인
각자의 김 여사 방어하면서
한국 정치 퇴행시키는
尹·文·李의 적대적 공생

▲지난 2021년 12월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 입장문 발표하는 김건희(왼쪽) 여사. 지난 2020년 7월 곶감을 만들기 위해 손질하고 있는 김정숙(가운데) 여사. 지난 2022년 2월 과잉 의전 논란 관련 사과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혜경 여사. /고운호 기자·청와대 페이스북·이덕훈 기자
과거의 ‘3김’은 정치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작금의 ‘3김 여사’는 깊은 오점으로 남을 듯하다. 현직 대통령, 전직 대통령, 차기 대선 주자인 거대 야당 대표, 이 세 권력자의 배우자가 동시에 눈살 찌푸리게 하는 논란을 야기한 건 전무후무하다.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집요하게 공격하자 여당 비례 초선의원이 ‘김건희·김정숙·김혜경 3김 여사 특검’을 주장했다. 정치판의 말싸움 맞불이었는데 때마침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두둔하다 되레 불씨를 키웠다.
<김 여사1>은 선거 두 달 반 전에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학위 논문 표절 등 문제투성이였고, 듣도 보도 못한 매체와 미주알고주알 나눈 7시간 대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러고 몇 달 지나지도 않아 전력도 의심스러운 목사를 만나 명품백을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영상으로 폭로됐다. 윤 대통령이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결국 사과했는데 ‘현명하지 못함’은 선물 수수만이 아니다. 김 여사는 미술을 전공하고 몇 건 전시회를 성공시켜 경력을 쌓은 정도였지, 외교안보나 대북 문제를 전공했거나 그 분야에서 활동한 적도 없다. 남편이 대통령에 취임하니 일면식도 없던 종북 목사를 만나 “남북 문제에 제가 좀 나설 생각이에요. 남북통일을 해야 되고 목사님도 한번 크게 저랑 같이 할 일 하시고”라고 ‘오버’했다. 실행에 옮긴 건 없지만 7시간 녹취록, 몰카 영상에서 드러났듯 대인 관계에서 안목도 미흡하고 태도와 말투에서 교양과 겸양이 결여돼 논란을 자초했다. 대통령이 부인의 ‘현명하지 못함’을 사과한 바로 전날도 김 여사가 역대 대통령 부인을 만나서 받았던 책 등을 서명 속지도 제거하지 않은 채 내다버린 ‘현명하지 못함’이 보도됐다. 대통령의 등잔 밑이 얼마나 깜깜한지 또 드러났다.
<김 여사2>는 청와대 관저에서 감 깎아 말리고 주렁주렁 매단 감 밑에서 사진을 찍어 홍보했다. 직접 만든 곶감을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선물했다. ‘프로’ 전업 주부가 이미지 메이킹의 포인트였다. 청와대에서 대통령 부부는 치약 칫솔 같은 건 사비로 사서 쓴다고 공사 구분 반듯한 이미지를 앞세웠다. 하지만 공작새처럼 나날이 옷차림이 화려해지면서 급기야 어마어마한 옷잔치 편집 사진이 시중에 나돌았다. 청와대는 옷값 공개를 거부했다. 그 많은 옷은 청와대에 남아있질 않고 청와대 소유의 집기까지 사라졌다고 한다. 대통령 해외 순방 때마다 유명 관광지를 들르는 관광 외유가 잦다고 언론이 지적하니 자제하기는커녕 청와대가 그 칼럼 쓴 기자에게 소송을 걸었다. 대통령 없이 전용기로 인도 타지마할까지 다녀온 것을 문 전 대통령이 “나 대신 참석했다”며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로 미화했는데 망신만 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초청받아 정부 대표단장이었고, 김 여사는 장관의 ‘특별 수행원’이었다. 이 ‘특별 수행원’ 모셔 가느라 장관 출장의 몇 곱절 예산이 들었다.
<김 여사3>은 남편의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소황후 놀음’이 드러나 재판받고 있다. 요리책까지 내고 대선 캠페인 때도 요리하는 모습을 어필했는데 실제로는 세금 법카로 소고기, 초밥 10인분, 닭백숙, 민어탕, 월남쌀국수 등을 골고루 배달시켜 생활한 것이 7급 공무원의 폭로로 드러났다. 어엿한 경기도청 소속 공무원인데 하루 일과 90% 이상을 도지사 부부를 수발 들고 깐 밤, 북어포, 대추 같은 제사 음식까지 챙겨야 하는 ‘공노비’ 신세가 부끄러워 가족에게 업무 내용도 알리지 못했다고 한다. 공익 제보자 조명현씨는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장의 배우자를 공무원이 수행하게 하거나 의전 지원하는 것을 금한다. 무슨 왕실도 아니고 고위 공무원 가족이 잔심부름시키고 부려 먹을 ‘몸종’을 고용해 세금으로 월급을 줄 이유가 없다”면서 용기 내 폭로했다. 7급 공무원의 공적 마인드가 ‘여의도 대통령’으로까지 불리게 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부부보다 훨씬 선진적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선거를 통해 선택된 선출직에게 ‘일정 기간’ ‘위임’될 뿐이다. 그런데 세 김 여사는 더하고 덜하고를 떠나 선출직 남편 옆에서 공사 구분 못하고 권력 ‘콩고물’을 향유하는 후진적 행태를 보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수십 년 전 ‘3김의 여사들’은 달랐다. 드러내지 않고 과시하지 않아도 ‘3김 정치인’ 남편의 든든한 동지요, 대등한 동반자였다. 그 때보다 나라는 선진화됐고 각계각층에서 여성들 활약도 늘었는데 ‘3김 여사’는 딱할 정도로 의식이 뒤떨어져 있고 부창부수(婦唱夫隨) 남편들은 배우자 1인 관리도 못 하면서 5000만 국민을 다스린다고 한다. ‘어쩌다 권력’이 대통령 되고 대통령 후보가 되니 그 배우자들까지 공직의 무게와 책임보다는 권력의 달콤함에 먼저 빠진 탓이다. 절제와 품격은 사라지고 욕망과 과시만 남은 정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조선일보 강경희 기자
06.03 김정숙 기내식 6200만원… 4끼에 1인당 174만원 쓴셈
2018년 인도 방문시 36명 탑승
업계 "일등석 한끼 15만원 안팎"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3박4일간 인도를 방문할 당시, 정부가 기내식 비용으로 6000여만 원을 항공사에 지급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체부는 2018년 11월 김 여사의 인도 순방을 위해 대한항공과 약 2억3000만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지출 내역서를 보면 ‘연료비’가 총 6531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기내 식비’로 총 6292만원이었다. 여권은 “4인 가족의 5년치 식비가 지급된 것”이라고 했다.
당시 김 여사는 대통령 전용기(공군 2호기)를 타고 인도에 갔다. 2호기는 소형기라 탑승 인원이 약 40명으로 제한되고 항속거리도 짧아서 장거리 외교에는 사용이 어렵지만, 김 여사 일행은 약 8시간 거리의 인도까지 이 비행기를 탔다. 이로 인해 급유 문제가 생겨 베트남 하노이를 중간 경유지로 이용하며 시간이 좀 더 걸렸다고 한다.
당시 탑승 인원은 김 여사를 포함해 총 36명이었다. 기내식 비용으로 1인당 약 174만원씩을 쓴 셈이다. 김 여사 일행은 당시 나흘간 전용기를 네 차례 이용했다. 서울에서 인도 뉴델리로 가는 일정, 뉴델리 공항에서 러크나우 공항으로의 이동, 러크나우 공항에서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 공항으로의 이동, 그리고 아그라 공항에서 서울로 복귀하는 일정이다. 인도 내 이동은 1시간 남짓 걸렸다고 한다. 일반 비행기에서 한국~인도 구간에는 기내식이 2차례 제공되고, 1시간짜리 짧은 비행에는 착륙 준비 시간 등 때문에 통상적으로 간단한 간식 정도가 제공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1등석 기내식은 15만원 안팎으로 책정된다고 했다. 이를 종합하면, 김 여사 일행 36명 전원이 한국~인도 왕복 비행에서 1등석 기내식을 4차례 먹었을 경우 2000만원 남짓 들어간다는 얘기다. 여기에 간식비가 추가되고, 고급 와인 등이 제공됐을 수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고급 메뉴를 추가했다고 하더라도 6000만원대는 상상하기 어려운 가격”이라며 “대통령 전용기가 인천국제공항이 아닌 성남 서울공항에서 이륙하기 때문에 식재료 운송비 등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지만, 예산을 몇천만 원 늘릴 요소는 아니다”라고 했다. 문체부는 배 의원실에 “김 여사 일행이 당시 몇 끼를 먹었고 메뉴가 무엇이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여사의 방문 자격도 논란에 휩싸였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했고, 민주당은 지난달 20일 “인도의 최초 초청 대상이 김 여사가 아니라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김 여사의 단독 외교에 도 장관이 공식 수행원으로 동행했다”고 했다.
하지만 배 의원이 공개한 ‘한-인도 문화 협력 정부 대표단’ 명단에는 도 장관이 단장, 주인도 대사 부부가 공식 수행원, 김 여사가 특별 수행원으로 각각 표기돼 있다. 배 의원은 “김 여사가 인도 정부의 초대장은 받았지만, 중간에 끼어들었기에 도 장관의 ‘특별 수행원’ 자격이 된 것”이라고 했다.
06.03 기내식 한 끼에 44만원…의문투성이인 김정숙 인도 방문
36명 18시간 비행에 기내식비 6292만원이나 사용
영부인이 ‘특별수행원’ 지위로 방문한 경위도 논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2018년 11월 4일부터 3박 4일간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인도를 방문했다. 2018년 7월 남편과 국빈 방문한 나라를 불과 넉 달 만에 또다시 홀로 찾은 김 여사는 다른 관람객들을 물린 채 세계적 문화재인 타지마할을 둘러보는 등 국빈급 대우를 받았다. 원래는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부 장관이 가게 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 장관이 갔다면 2500여만원 들었을 경비는 ‘영부인 방문단’으로 변경되면서 전용기 비용과 경호비 등이 가산돼 2억3670만원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가장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은 6292만원에 달한 기내식 비용이다. 연료비(6531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4인 가족 5년 식비를 왕복 18시간 비행 중 쓴 셈이다. 방문단 인원이 36명이었으니 1인당 기내식비가 175만원에 달한다. 네 끼를 먹었다면 끼니당 44만원이다. 일등석 기내식비가 10만~15만원 선이니 3~4배에 달하는 액수다. ‘서민과 약자의 정당’이라는 민주당 소속 대통령의 부인 일행이 식비에 이런 거액을 썼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낸 회고록에서 김 여사의 인도 방문 논란을 ‘악의적 왜곡’이라고 했다. 자신이 인도 측 초청을 고사하자 인도 측에서 대신 김 여사를 보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정부 대표단 명단에는 도종환 장관이 ‘정부 대표단장’으로 돼 있고, 김 여사는 그 아래 ‘특별수행원’으로 적혀 있었다. “인도가 최초로 초청한 건 김 여사 아니라 도 장관이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도 장관은 ‘정부 공식 수행원’으로 동행한 것”이라는 민주당 주장과도 상반된다. 명단에 따르면 김 여사는 특별수행원이었을 뿐이고 ‘공식 수행원’은 신봉길 당시 주 인도 대사 내외였다. 명단 내용이 사실이라면 ‘영부인의 단독 외교’라는 문 전 대통령의 주장은 국민을 속인 것이란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민주당은 김 여사의 인도 방문 논란을 “김건희 의혹 물타기용 생트집”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 뇌리에 잊혔던 6년 전 논란을 다시 끄집어낸 이는 다름 아닌 회고록을 통해 부인의 인도 방문을 거론한 문 전 대통령이다. 만약 김건희 여사가 홀로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기내식비로 수천만원을 쓰면서 외국을 방문했다면 민주당은 아마도 특검을 넘어 대통령 탄핵을 들고나왔을 것이다. 파면 팔수록 의혹이 쌓이는 이 인도 방문 논란을 덮고 지나간다면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기내식비의 경우 액수가 워낙 비상식적이다 보니 “다른 데 전용(轉用)하고, 분식 회계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나오고 있다. 향후 이 같은 정상외교의 세금 남용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상이 규명돼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06-03 기내식 의혹 추가된 김정숙 인도 방문, 檢 수사 속도 내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2018년 11월 인도 방문을 놓고 당시부터 ‘타지마할 관광’ 등의 논란이 심각했는데, 최근 문건으로 드러난 구체적 상황을 보면 편법·불법 의혹까지 증폭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펴낸 회고록에서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했지만, 당시 정부 대표단 명단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부 대표단장, 김 여사는 특별수행원으로 적시돼 있다.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2호기’를 이용하면서 2억3670만 원을 지출했는데, 기내식 비용만 6292만 원에 달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정황도 수두룩하다.
우선, 문 전 대통령 부부의 인도 국빈방문 4개월 만에 김 여사가 다시 찾을 이유가 있었느냐는 점이다. 인도 측은 허왕후 기념공원 착공식과 디왈리 축제에 외교부 장관을 초청했지만, 일정 때문에 문체부 장관으로 대체됐고, 관련 공문에도 김 여사 방문 희망 내용은 없다고 한다. 인도 측이 구두로 문 전 대통령에게 방문을 희망했다고 하더라도 4개월 만의 재방문은 외교 관례상 맞지 않는다.
장관 차원의 방문이었으면 2500만 원 정도면 충분한데, 김 여사로 인해 전용기가 동원됐고, 한식조리장·경호원 등 청와대 직원 13명도 동행했다. 400㎞가량 떨어진 타지마할 방문이 현지에서 추가되고, 관련 비용은 추후 계약서 재작성을 통해 정산됐다고 한다. 기내식 제공은 왕복 18시간 비행에 식사 2번, 간식 2번 정도인데, 36명 방문단 끼니당 평균 44만 원에 달한다. 이 사건에 대해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이미 수사 중이다. 신속히 수사해 진상을 밝히지 않으면 특검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6.04 민주당 1일 1특검법, 이번엔 이 대표 방탄용 특검 발의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입법부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민주당은 3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수사하겠다며 특검법을 발의했다. 검찰이 수사 서류를 조작하고, 이 사건으로 구속 중인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또 피의자를 협박하거나 피의 사실을 불법으로 공표한 의혹이 있기 때문에 특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해병대원 사건뿐 아니라 명품 백 수수,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김건희 여사에게 제기된 7가지 의혹을 한꺼번에 수사하겠다는 ‘종합특검법’을 발의했다. 입시 비리 등으로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조국 사건’ 특검까지 예고하며 사실상 하루에 하나꼴로 특검법을 내려 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를 수사하겠다며 특검법을 발의한 것은 처음이다.
이 사건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2019년 이화영 전 부지사 요청으로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비 300만달러 등 모두 800만달러를 대납했다는 내용이다. 이 전 부지사는 뇌물 등의 혐의로 1년 7개월째 수감 중이고, 이달 7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대표는 “이화영 전 부지사는 이재명을 제거하기 위한 검찰의 초대형 조작 사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은 “이 대표는 앞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예견된다”며 선고 연기를 요구하며 노골적으로 재판부를 압박했다. 이화영씨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용 특검법까지 발의한 것이다.
특검법을 발의한 민주당 특별대책단에는 이 대표와 그의 측근들 사건의 변론을 맡았던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검찰 출신인 박균택 의원은 “검찰의 잘못된 수사 방식에 대해 특별검사가 수사하도록 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특검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박 의원을 포함해 대장동 변호사를 대거 공천했고, 이번에 이들은 ‘방탄용 특검법’ 발의에 앞장섰다. 민주당은 박 의원과 함께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변호를 맡았던 이건태 의원을 국회 법사위에 배치했다. 대장동 변호사를 검찰과 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사위에 배치한 것은 상임위를 통한 상시 방탄을 예고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에선 체포동의안을 막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방탄 국회를 운영했다. 22대 국회에선 아예 이 대표 본인의 변호인들을 국회로 입성시켜 입법부를 개인 방탄의 아성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6-04 노골적 방탄 특검…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뒤집기 나선 거야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정치검찰 사건 조작 특별대책단 위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대북송금 검찰조작 특검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1심 판결 나흘 전 ‘김성태 대북 송금’ 특검법 발의
이재명 대선의 걸림돌 될 당헌·당규도 손질 추진
더불어민주당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대북 송금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는 내용의 특검법안을 어제 발의했다. ‘김성태 대북 송금 사건’은 2018년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스마트팜(지능형 농장) 사업 지원비(500만 달러)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을 쌍방울 측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요청으로 북측 인사에게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는 기소돼 각각 징역 3년6개월, 징역 15년이 구형됐다. 이 대표는 제3자 뇌물죄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 재판 결과에 따라 공범으로 엮여 있는 이 대표의 사법적 운명이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노골적인 방탄 특검법”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검찰이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을 대북 송금 사건으로 둔갑시키고 이화영 전 부지사를 회유 압박해 이재명 대표를 끌어들이려고 조작했다는 게 사건의 본질”이라며 “방탄과 상관없고, 검찰 허위 진술 강요 또는 회유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 법률”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술자리 회유’ 주장 등에 대해 검찰은 사실무근이라며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오히려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이 회유 의혹을 제기해 수사와 재판의 정당성을 흔들려 한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양측이 증거와 논리에 따라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게 중요하다.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특히 판결(7일 1심 선고)을 나흘 앞두고 특검법이 발의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는 사법체계를 흔들고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우려스러운 행위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우선 발의한 민주당은 대북 송금 특검법 제출을 신호탄으로, 대장동 50억 클럽과 대장동 정치검찰 조작수사 특검법 등을 추가로 내놓겠다고 벼른다. 이 대표는 대장동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이다. 여론에 우호적이라고 판단되는 채 상병 특검법 등을 전면에 내세워 시선을 끈 다음 이 대표 사법리스크 뒤집기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추후 윤석열 대통령이 특검 법안을 거부한다면 거부한 대로 대통령실에 불통의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기에 이 대표로선 꽃놀이패를 쥔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은 ‘대선 1년 전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도 예외를 두고, 부정부패에 연루돼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 정지 등의 당헌·당규 조항은 없애겠다고 한다. 이 대표의 대표직 연임 도전과 차기 대선 출마 일정, 사법리스크 등과 직결된 문제들이다. 대표의 대선 행보를 위해 당내 민주화와 혁신의 성과물을 허물겠다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정당 민주주의에 반하는 사당화 현상이 지금 이 거대 야당의 현실이다. 오만과 독주에 대한 민심의 심판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민주당만 잊고 있는 듯하다.
중앙일보 사설
06-04 판결 직전 野 ‘수사팀 특검’… 유죄 땐 재판 특검法 낼 건가
거대 야당의 ‘묻지 마’ 입법 횡포가 점입가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제22대 국회에서도 단독으로 의안을 처리하기에 충분한 의석을 확보했으니 맘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한 법안, 재의결에서 부결되거나 폐기된 법안, 문제가 많아 스스로 접었던 법안 등을 마구 발의하기 시작했다. 입법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고 사법·행정 권능을 침해하는 반민주주의 행태다.
이 중에서도 민주당 의원 15명(대표발의 이성윤)이 3일 발의한 ‘이화영 김성태에 대한 검찰의 허위진술 강요 등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은 상징적이다. 오랜 수사와 재판 끝에 7일 1심 선고를 앞둔 시점이라는 사실부터 석연찮다. 법안 내용은 쌍방울 회장 등에 대해서는 부실 수사를 하고 낮은 형을 구형했으며, 이 전 부지사에게 ‘이재명 연루’ 등의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등의 취지다. 이재명 대표도 공범으로 적시된 수사와 재판인데,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민주당 등 야당이 추천하는 특검이 ‘검찰의 대북 송금 수사’ 자체를 수사하도록 했다. 그래놓고 중립성·공정성을 강조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검찰에 대한 겁박이자 사법부에 대한 압력으로 사법 방해 특검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는데, 타당한 지적이다.
민주당의 관심은 이 대표 방탄, 즉 이 전 부지사와의 연결 고리 차단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은 공판에서 “이화영의 유죄는 이재명의 유죄”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징역 15년을 구형받은 이 전 부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되고, 이 지사에게 보고했다는 부분이 사실로 인정되면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미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조작 이후 최악의 검찰 조작 사건”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전 부지사가 지난해 6월 ‘대북사업 비용 쌍방울 대납을 이 지사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재판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전 부지사는 재판 막판에 ‘검찰청사 내 회유 술판’ 주장을 했지만, 허점이 드러나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유사시 검사 탄핵소추, 재판부 특검과 탄핵소추 등도 강행할 태세다.
문화일보 사설
06.05 민주당, 또 "MBC 사수" 다시 "방통위원장 탄핵"

▲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TF 발대식 및 1차 회의에서 한준호 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방송3법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MBC·KBS·EBS 등 공영방송의 사장과 이사진을 사실상 자신들 뜻대로 좌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3법을 재추진하겠다고 했다. 겉으론 ‘공영방송 정상화’를 내세우지만 실제론 “MBC를 사수해야 한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한다. MBC를 민주당 편으로 붙잡아두기 위해 법을 고치려는 것이다. 오는 8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 인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법 시행 시기도 ‘공포 즉시’로 못 박았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도 방송법을 일방 처리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었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2016년 비슷한 방송 법안을 당론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정권을 잡자 공약과 반대로 KBS와 MBC 사장을 폭력적 방법으로 해임했다. 공영방송은 그 후 문재인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했다. 다시 야당이 되자 또 반대로 “정권의 방송 사유화 악순환을 끊겠다”고 한다. 내로남불이다.
민주당은 또 김홍일 방통위원장 등에 대해 책임을 묻고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방통위원회가 MBC·KBS 이사 추천권 등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위원장을 탄핵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탄핵되면 방통위는 의사 정족수 부족으로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민주당은 작년 말에도 이동관 전 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밀어붙였다. 결국 취임한 지 100일도 안 된 방통위원장이 구체적 법률 위반 사실이 없는데도 자진 사퇴했다. 이로 인해 방통위 업무가 완전 마비됐고 연내에 끝마쳐야 하는 141개 방송국에 대한 재허가가 불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방송 장악을 위해 중앙 행정 부처를 무력화시키는 횡포를 또 부리겠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은 대통령 권력뿐 아니라 거대 야당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자기들이 권력을 잡았을 때와 야당일 때 완전히 다른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21년엔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언론 징벌법’도 밀어붙였다. 방송을 자기들 선전 도구로 두려고 입법권을 남용해 왔다. 민주당이 말하는 ‘언론 개혁’은 ‘언론 장악’의 다른 말이다.
조선일보 사설
06-05 위헌·모순투성이 ‘이화영사건 특검법’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 대표발의로 김성태 대북송금 사건 특검법이 3일 발의됐다. 명칭은 “‘김성태 대북송금 사건’ 관련 이화영, 김성태에 대한 검찰의 허위진술 강요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일단 법안의 공식 명칭에서 나타나는, 검찰의 허위진술 강요 등을 대상으로 한 특검법이 과연 특검제도의 취지에 맞는지가 문제 된다. 이러한 문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제기될 수 있다. 하나는, 예외적 수사로 인정되는 특검을 전방위로 확대하는 게 문제라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수사의 부실·미진이 아니라 검찰 수사 과정에서의 회유 등을 이유로 특검을 하기보다는 이런 사항은 재판 과정에서 소명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점이다. 더욱이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특검이 수사를 새로 시작하겠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만일 이런 식의 특검을 일반화하면, 누구라도 검찰 수사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특검 실시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특정인과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에 예외로 특검을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법 앞의 평등에 정면 충돌하는 것이다.
그 밖에 이번 특검법과 관련해 위헌적 요소로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첫째, ‘김성태와 구형(求刑) 관련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특검의 조사 대상으로 하면서, 법안 제24조는 특별검사에게 자수나 자백한 경우 형의 감면 또는 면제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거래를 공식화한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모순일 뿐 아니라, 형의 면제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국식 유죄 협상보다 더 심각한 정의의 훼손이 된다.
둘째, 법안 제3조 제2항은 특별검사의 임명과 관련한 후보자 추천권을 대통령의 소속 정당을 제외한 교섭단체에 한정, 사실상 민주당이 특검 추천권을 독점하도록 한다. 이는 정부·여당의 관여를 일체 배제한 가운데 특검을 임명함으로써 정부의 수사권을 국회가 사실상 행사하는 것이 된다. 이는 삼권분립에 위배돼 위헌 소지가 매우 크다. 과거 미국에서 특검 제도를 폐지할 때도 과도한 비용, 낮은 효율성과 함께 삼권분립의 위배가 가장 중요한 논거의 하나였다는 점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셋째, 법안 제8조 제2항에서 특별검사 등에게 원칙적으로 수사 내용의 공표나 누설을 금지하면서 제9조 제3항 및 제4항, 제11조, 제12조에 따른 경우를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수사의 기밀성 내지 밀행성을 위해 공표나 누설을 금지하면서 제12조에서는 사건의 대국민 보고를 규정하는 것도 모순이다. 다른 조항들에 따라서 대통령과 국회 등에 보고하는 것은 몰라도, 언론 브리핑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피의사실공표의 문제를 떠나서도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조항들은 (박근혜특검과 드루킹특검 등의 대국민 보고를 제외하면) 과거의 특별검사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조항들이다. 도대체 왜 이런 모순적 조항들이 김성태 대북송금 사건 특검법에 새롭게 추가돼야 했을까? 정말로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히려 하는 것인가, 아니면 특검은 정치 공세를 위한 도구일 뿐인가?
민주당은 정말로 이러한 특검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인가, 아니면 또 한 번 대통령의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려는 것인가?

문화일보
06-05 정략적 특검법과 바른 대응
손기은 정치부 차장
흔히 ‘채상병특검법’이라 부르는 특검법의 정식 명칭은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은폐 등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약칭만 보면, 해병대원 순직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법안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전체 명칭에서 보듯, 누군가의 ‘외압 의혹’을 핀포인트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통상 특검은 사건 자체의 진상을 밝힌 뒤 이와 관련한 부수적 의혹을 살펴본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사고 당시 현장 지휘관이나 지휘 계통에 있는 이들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을 밝히는 게 아닌, ‘외압 의혹’을 밝히는 데만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선후가 뒤바뀐 정략적 법안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이대로 특검을 한다고 해서 외압 의혹을 밝힐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외압은 직권남용 혐의로 통상 의율된다. 공무원이 자신의 직권을 남용, 누군가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해야 혐의가 성립된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채 상병 사고 조사를 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는 애초 ‘수사권이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2022년 7월, 군사법원법이 개정돼 군인 사망 사건의 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는 어떠한 사건·사고를 인지하는 즉시, 경찰에 수사를 넘겨야 한다. 수사를 개시했다면 법적 권한이 없는 일, 즉 ‘의무 없는 일’을 한 게 된다. 이렇게 의무 없는 일을 한 공무원에게 다른 공무원이 무슨 말을 하든, 직권남용 혐의는 성립되기 어렵다. 야당이 ‘외압 몸통’으로 지목한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를 했든 대로를 했든 외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서도 특검법안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법조계 고위 인사는 이 법에 대해 “진상 규명이 아니라 정치 공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야당도 법안이 엉망이라는 것을 잘 안다”고 했다. 법안을 보면, 야당이 수사 검사를 사실상 정하는 구조다. 이는 마음에 드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무한 수사’를 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국민의 기준은 좀 다르다. 이 사안을 법적 기준에만 의지해 판단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사고 조사 기록을 경찰에 이첩 후 회수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의 통화 기록이 공개된 것을 석연치 않게 보는 시각이 많다. 아울러 박 수사단장이 사건 당시 의무 없는 일을 하고 있었다면, 왜 대통령실이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권한이 없으니 즉각 사건을 이첩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는지도 궁금해한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치적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 앞에 나서 진솔하게 설명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수사 중이다. 수사 개입 논란이 일 수 있다’라는 이유로 아무 입장을 안 밝히기에는 국민 의구심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른 시일 내 이첩·회수 과정에 대통령실이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이 있는지, 역할을 했다면 어떤 근거로 무슨 조치를 했는지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정략적 야당은 또 습관처럼 꼬투리를 잡겠지만, 윤 대통령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문화일보
06-05 文, “밥이냐 빵이냐 선택을 ‘초호화 기내식’ ‘버킷 리스트’ 모욕, 무슨 경우냐” 분노
“국정을 안다면 있을 수 없는 치졸한 시비”
“기내식 총경비가 많았는지는 현 정부의 순방 비용과 비교하면 알 수 있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의 지난 2018년 인도 방문과 관련, “초호화 기내식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면서 “외교부의 거듭된 건의에 등 떠밀려 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민의힘 측에서 ‘기내식 예상 급증’, ‘셀프 초청’ 등과 같은 공세가 이어지자 직접 “치졸한 시비”라며 분노를 표했다.
문 전 대통령은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국정을 안다면 있을 수 없는 치졸한 시비”라며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 경비는 소관 부처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며 당시 소관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순방 시 전용기 기내식은 일반 여객기와 마찬가지로 세트로 제공돼 더 고급의 음식을 주문하거나 먹을 수 없어 초호화 기내식이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내식 총경비가 많아 보인다면 그 연유 역시 소관 부처나 기내식을 제공한 대한항공 측에 물어볼 일”이라고 반박했다.

▲모디 인도 총리의 공식 초청으로 인도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18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 아그라의 타지마할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수행 기자들도 수행원들과 같은 기내식을 제공 받으니 전용기 기내식의 시스템을 잘 알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식세트냐 양식세트냐, 밥이냐 빵이냐 정도의 선택의 여지 밖에 없이 제공되는 기내식을 먹었을 뿐인 사람에게 기내식 총경비가 많아 보이니 ‘너 초호화 기내식 먹었지?’라며 들이대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라며 분노를 표했다. 그러면서 “기내식 총경비가 통상보다 많았는지 여부는 현 정부의 순방 비용과 비교하면 알 수 있는 일”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셀프 순방’ 의혹과 관련해 “인도 순방은 아내가 원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세상에 어느 아내가 외교나 외국인을 만나는 일에 익숙하지도 않은 터에 멀고 먼 낯선 나라 낯선 지역의 낯선 행사에 주빈으로 참석하여 군중 앞에서 축사까지 해야 하는 일정을 대통령인 남편 없이 혼자서 수행하고 싶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인도 측 요청에도 불구하고 내가 갈 형편이 안되자 문체부 장관이 방문단을 이끌고 가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인도 측에서 희망하니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아내라도 대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외교 당국의 거듭된 건의에 따라 아내를 설득하여 등 떠밀 듯이 가게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아내의 순방을 건의했던 부처와 아내와 함께 갔던 부처가 멀쩡하게 있는데 이제 와서 아내에게 초호화 기내식이니 버킷리스트 관광이니 라며 모욕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라며 “부끄럽지 않습니까?”라며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성의를 다했던 인도 측은 또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참 민망하고 한심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시 김 여사의 일정을 자세히 공유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 관련 특검법을 발의하면서 관련 의혹 제기를 이어나가자 이에 대해 “저질 정치 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며 여권 관계자들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김 여사가 마치 호화로운 식사라도 한 것처럼 냄새를 풍기며 극악한 마타도어(흑색선전)를 하고 있다”며 “아무 근거도 없는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밝혔다. 또 “대통령 배우자의 정상 외교 활동과 관련하여 근거 없는 악의적 공세를 하고 있는 관련자를 정식으로 고소할 예정”이라며 “고소장은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며, 수사기관이 법과 원칙에 맞게 엄정하게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본인들의 기내식비는 공개하지 못하면서, 전임 대통령 배우자의 기내식비 총액만 공개하는 것을 납득할 국민은 없다”며 “대통령실 또한 팔짱 끼고 이 사태를 방관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김건희 여사를 지키기 위해 벌이는 이 소란의 부메랑은 결국 자신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래는 문 전 대통령이 공개한 당시 김 여사 인도 순방 일정.
▲11월 4일(일)
- 09:00~18:10 서울 공항에서 델리 공항 이동 (하노이 경유)
▲11월 5일(월)
- 10:30~11:00 인도 외교장관 접견
- 11:30~12:25 인도 스타트업 시연 현장 방문
- 12:30 인도 대통령 영부인 주최 오찬 참석
- 14:00 모디 총리 예방 및 환담
- 16:30~17:45 델리공항에서 러크나우 공항 이동
- 20:00 인도 UP주 총리 주최 만찬 및 환담
▲ 11월 6일(화)
- 09:45~10:00 치칸 자수법 시연 참관
- 10:00~12:00 아요디아로 이동
- 15:00~16:00 허황후 기념공원 착공식 참석 (축사는 문체부 장관)
- 16:30~17:30 디왈리 축제 개막식 참석 및 축사
- 18:00~19:00 디왈리 축제 점등행사 참석
- 19:00~21:00 러크나우로 이동
▲ 11월 7일(수)
- 09:00~10:00 러크나우 공항에서 아그라 공항 이동
- 10:30~11:30 타지마할 관람
- 11:50 아그라 공항 출발 (하노이 경유)
▲ 11월 8일(목)
- 01:40 서울공항 도착
문화일보 박세영 기자
06.05 22대 국회, 사상 첫 野 단독 개원... 與 불참 속 우원식 의장 선출
22대 국회가 5일 오후 첫 본회의를 열고 개원했다. 1967년 7대 국회, 2020년 21대 국회 때 제1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개원한 적은 있지만 야당만 참석한 채 국회가 문은 연 것을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회 배분 등 원구성 협상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이날 본회의는 여당이 불참한 채 야당 단독으로 열린 것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었다. 본회의 진행은 국회법에 따라 출석 의원 중 최다선이자 최고령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맡았다.
앞서 여당은 이날 두 차례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본회의·국회의장단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두번째 의원총회에서 “여야 선배들이 수십년 동안 여러 고충 끝에 만들어온 관습을 지켜준다면 여당은 당장에라도 모든 문제를 깨끗이 해결해나갈 것”이라며 “최소한으로 요구하는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문제를 관습에 따라 해결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이날 오후 2시 본회의에는 여당 의원들 중 추경호 원내대표만 들어갔다. 추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 참석한 이유는 본회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항의하기 위한 것이지 인정한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거대 야당의 힘자랑으로 막무가내로 국회를 끌고 가고 있다”며 “(야당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준 45.1%의 민심을 존중하지 않고 짓밟고 조롱하고 있다”고 했다.
추 원내대표 발언이 끝나자 본회의장에 있던 야당 의원들은 “힘자랑은 국민의힘이 하는 것” “총선 불복인가”라고 외쳤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표는 “국회법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은 국민의힘”이라며 “원 구성을 지연시키는 건 국회를 무력화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본회의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에 모여 단체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합의없이 의미없다. 의회 독주 중단하라” “이재명 방탄, 민생 방치, 입법 폭주 포기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야당 몫 국회부의장으론 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뽑혔다. 여당은 야당의 의사 일정 일방 처리에 반발해 여당 몫 국회부의장 후보를 내지 않았다.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06.06 76년 국회 역사상 이런 장면은 없었다
사상 첫 야당 단독 개원… 與 없이 우원식 국회의장 선출
법사위·운영위 등 상임위원장 배분 놓고 첫날부터 파행

▲5일 열린 22대 국회 첫 본회의(오른쪽 사진)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 192명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의사일정 합의가 없었다”며 본회의에 불참했다. 과거 여당이 단독으로 국회를 개원한 적은 있었지만,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개원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왼쪽 사진은 1948년 5월 31일 당시 5·10 총선에서 당선된 의원 198명(정원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헌의회 개원식 모습. /기파랑 출판사·이덕훈 기자
22대 국회 첫 본회의가 5일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반쪽’으로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등 야당 의원 192명은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고 민주당 우원식 의원을 전반기(임기 2년) 국회의장으로 선출했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은 “의사 일정 합의 없는 본회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표결에 불참하고 회의장 밖에서 농성을 벌였다.
박정희 정부 때인 1967년과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20년에 제1야당 불참 속에 여당 단독으로 국회를 개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처럼 야당이 단독으로 국회를 개원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날 국회부의장에는 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선출됐고, 여당 몫 부의장 선출은 미뤄졌다.
이날 파행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여야 충돌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법사위는 법원·검찰을 관할하며 다른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을 최종 심사할 권한을 갖고 있고,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담당한다. 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 추진과 대통령실 연루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두 상임위의 위원장을 갖겠다는 입장이다. 또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방송3법, 이른바 ‘검찰 개혁’ 등 쟁점 법안들을 신속 처리하고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잡는 데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회법에 따라 표결을 하면 절대다수인 민주당 요구는 관철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법사위원장은 제2당이 맡는 게 지금까지 국회 관례”라고 맞서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8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이 153석, 민주당이 81석이었지만 여야 합의라는 대의 앞에 (단독) 본회의를 열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회법대로 오는 7일까지 상임위원회 구성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법을 따르지 말자는 것은 민주적 절차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연금 개혁, 저출생 극복 법안, 방폐장법 등 중요 민생 법안을 처리해야 할 22대 국회가 시작부터 파행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조선일보 박수찬 기자
06.06 국회 법사위까지 이 대표 방탄 아성으로 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함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 직후 원구성 협상을 위해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할 예정이었지만 추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뉴스1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는 22대 국회 첫 본회의가 5일 국민의힘의 불참 속에 열렸다. 상임위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정하는 원(院) 구성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인데,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맡았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느냐가 핵심 쟁점이었다.
상임위원장 배분에 대한 국회법 규정은 따로 없다. 1당이 국회의장을, 2당이 법사위원장을, 집권당이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운영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였다. 여야 어느 한쪽에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행착오와 경험들이 이런 관례로 축적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총선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해 관례를 깼고, 후반기 들어서야 법사위 운영위 등 일부 상임위를 국민의힘에 나눠줬다. 192석 범야권을 이끄는 민주당이 법사위를 다시 가져오겠다는 것은 국민의힘이 법사위를 이용해 민주당 추진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속내는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 관여하기 위해서 일 가능성이 있다. 법사위 소관 기관은 법무부와 검찰, 법원, 공수처, 감사원 등이다. 법사위는 이 기관들에 자료를 요구하거나 수시로 국회로 불러 질문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이나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검찰총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수사와 재판에 대해 추궁할 수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에 대한 탄핵 소추와 각종 특별검사법을 주관하는 상임위도 법사위다.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공격 수단, 이 대표 방어 수단을 완비하는 셈이다.
민주당은 법사위 간사로 김승원 의원을 내정했고, 정청래·서영교 최고위원, 재선의 김용민 장경태 의원을 법사위에 배치했다. 친명 성향의 ‘처럼회’ 출신이나 당 지도부 등 강경파들이다. 김승원 의원은 자기 당 출신 국회의장이 언론중재법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자 ‘GSGG(개XX)’라는 욕을 했었다. 초선 중에는 대장동 재판 변호를 맡은 검찰 출신의 박균택, 이 대표 최측근을 변호했던 이건태, 서울중앙지검장 때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했던 이성윤 의원이 법사위로 갔다. ‘대장동 변호사’와 ‘반윤(反尹)’ 검사 출신을 법사위에 앞세워 당 대표 방패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국회에 무소불위의 ‘방탄 아성’이 만들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6.06 유소불위 무소불위
우리는 흔히 ‘무소 불위(無所不爲)’로 발음하지만 ‘무 소불위’로 읽어야 한다. 하지 않는 바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모든 권력을 다 가졌다는, 다소 긍정적 의미를 갖는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보다 더 중요한 ‘유 소불위(有所不爲)’를 음미해보면 분명하다. 뭔가 하지 않는 바가 있다는 뜻이다. 즉 유소불위는 뭔가 절제함이 있는 것이고 무소불위는 힘을 과시하느라 절제를 잃는 것이다.
‘무 소불위’와 같은 뜻이 ‘무 소부지(無所不至)’이다. 이 또한 한계를 모르고 갈 때까지 다 간다는 말이다. 이 말이 어떤 문맥에서 생겨났는지를 보자. 공자는 ‘논어’에서 말했다.
“비루한 사람[鄙夫]과 함께 임금을 섬기는 것이 가능할 수 있는가? (지위를) 얻기 전에는 그것을 얻어 보려고 근심하고, 이미 얻고 나서는 그것을 잃을까 근심한다. 정말로 잃을 것을 걱정할 경우엔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 못하는 짓이 없다[無所不至].”
비부란 공인 의식은 없이 자리 욕심에 눈이 멀어 ‘무 소부지’ 하는 소인배를 말한다. 이런 자를 보면 군자는 끓는 물에서 곧장 손을 떼듯이, 악취를 싫어하듯이 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대학’에 나오는 ‘무 소부지’이다.
“소인은 한가로이 거처할 때 나쁜 일을 저지를 때 못하는 짓이 없다가도 군자를 만난 뒤에는 겸연쩍어하면서 자신의 불선(不善)을 숨기고 억지로라도 자신의 선함을 드러내려 한다.” 이런 소인은 그나마 털끝만 한 양심이라도 있다 하겠다.
지난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야당이 개원하자마자 보여주는 행태는 한 마디로 ‘탈민생(脫民生) 전특검(專特檢)’이다. 민생은 내팽개친 채 오직 특검 생산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 와중에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다.
지난 정권 충견 검찰 노릇하다가 지금은 거대 야당 의원으로 변신한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이다. 참으로 소인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해진다.
조선일보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06.07 검찰 선배들의 '적반하장'
최근 유독 법조계에서 주목을 끈 장면이 있었다. 지난 3일 민주당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 전반을 특검을 통해 수사하겠다며 특검법을 발의해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모습이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정치검찰 사건 조작 특별대책단 위원 등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대북송금 검찰조작 특검법 제출하고 있다./뉴스1
눈길을 끈 것은 맨 앞줄 ‘1열’에 선 다섯 명의 검찰 출신 의원들이다. 모두 평검사가 아닌 고위직 출신이다. 특검법안 봉투를 든 이성윤 의원, ‘대북송금 사건창작’ 팻말을 든 박균택·양부남 의원은 고검장 출신. 고검장은 직제상 총장 다음 순위이고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도 거론된다. ‘정치검찰 공작수사’ 팻말을 든 주철현 의원은 대검 강력부장을 지낸 검사장 출신, 같은 팻말을 든 이건태 의원은 20년간 검찰에 재직하며 법무부 법무과장 등 요직을 거쳤다.
이 특검법에는 다른 법조인 출신 의원들도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유독 검찰 고위직 출신들이 앞줄에 서는 희한한 ‘전관예우’를 보여주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재직 중 한결같이 정략적 특검을 반대했던 사람들”이라며 “바라보는 검찰 후배들의 심경은 어떨지, 역사에 남을 진풍경”이라고 했다. ‘친정을 욕보이는 방법도 가지가지’란 반응도 있었다. 도를 넘은 ‘자기 부정’이라는 것이다.
몸담았던 조직이라도 과오가 있으면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이화영씨 측이 검찰의 회유·조작의 정황으로 주장해 온 ‘검찰청 술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호송 기록상 술판을 벌였다는 시간에 이씨는 이미 검찰청을 떠났고, 함께 술을 먹었다는 김성태씨도 ‘불가능한 일’ ‘비상식’이라고 일축했다. 술자리 시기와 장소에 대해 몇 차례나 말을 바꾼 이씨 측은 더 이상의 증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이화영씨는 7일 1심 판결이 선고된다. 만일 검찰 수사가 문제가 있다면 법원이 무죄 판결을 쓸 것이다. 소위 ‘사법농단’ 사건으로 호된 검찰 수사를 경험해서인지, 요즘 법원은 검찰의 조그만 위법에도 매우 엄격하다. 그런데도 검찰 고위직 출신 의원들이 증거로 법원을 설득하는 대신 ‘검찰 수사의 불법을 밝히겠다’고 나선 이유는 짐작 가능하다. 이 사건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1심에서 이 대표 방북 비용 등으로 800만달러가 북한으로 불법 송금된 사실, 이 대표가 보고받은 사실이 인정되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특검은 이 대표의 공소장을 준비하고 있을 검찰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판결을 선고하는 법원에도 부담이 갈 것이다. 그야말로 도둑이 매를 드는 적반하장(賊反荷杖)식, ‘사법 방해’ 특검이다.
만일 이 특검법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다수당 소속 의원들은 불체포특권에 더해 특검이라는 방탄을 갖게 된다. 수사와 재판을 준비할 필요 없이 검찰 수사, 법원 판결을 헤집는 특검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22대 국회가 초반부터 보여 주는 ‘뉴 노멀’이 벌써부터 두렵다.
조선일보 양은경 기자
06-07 MBC 방문진 임기 종료 앞 ‘방통위長 탄핵’ 민주당 저의 뭔가
제22대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이 이뤄지지도 않은 시점임에도 더불어민주당은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한다고 한다. 언론자유대책특위 위원장인 고민정 의원은 6일 “야권 7당이 7월에는 무조건 방송 3법 법안이 통과되도록 하자고 합의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인데, 이에 대비해 “(탄핵소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했다. 공직자 탄핵소추 의결은 재적 의원 과반 찬성(대통령만 3분의 2)이어서, 민주당만으로도 가능하다. 이 경우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까지 직무가 정지되고, 방통위는 의사정족수를 못 채워 사실상 기능 정지 상태가 된다.
이렇게 서두르는 데는 저의가 있어 보인다. MBC 대주주로 사장 임명권을 행사하는 방송문화진흥회의 현 이사회(9명)의 3년 임기가 8월 12일 만료된다.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 임명권을 갖고 있다. 방문진은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인데 현재는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친야 인사가 다수다. 방통위원장 탄핵소추로 방통위가 식물 상태로 되면, 정권 교체에 따라 방문진이 친여 인사 다수로의 재편을 막고, 현 MBC 체제를 유지할 길도 열린다. 또, 민주당 법안에 따르면, 9∼11명인 KBS·MBC 이사를 각 21명으로 늘리고, 그중 16명에 대한 추천권을 방송·미디어 학회와 종사자 단체에 주게 된다. 상당수 단체는 진보 성향이거나 노조 영향력을 크게 받는다고 한다. MBC 등을 친야 인사 수중에 두겠다는 것으로 비치는 배경이다.
민주당은 지난해에도 법률 위반 사실이 없는 이동관 전 위원장 탄핵을 추진했고, 이 전 위원장은 직무정지 상황을 막기 위해 사퇴한 바 있다. 이번에도 유사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조차 막으려 직무대행 탄핵도 가능한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공영방송에 대한 근원적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 행태는 명분 없는 입법 폭주일 뿐이다.
문화일보 사설
06.07 ‘언론 징벌적 손배’ 재탕 추진, 의도부터 의심스럽다
민주당, 22대 국회서도 ‘언론 재갈법’ 또 발의
불법 의혹 의원이 주도…권력 감시 훼손 우려
22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21대 국회의 복사판처럼 굴러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개원을 밀어붙인 장면도 똑같고, 등장하는 악법도 똑같다. 최근 정청래·양문석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0명이 언론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악의적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법원은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고, 정정·반론 보도는 원보도와 같은 지면·분량으로 게재하며,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 기한도 보도 ‘6개월 이내’에서 ‘3년 이내’로 대폭 확대했다.
이 법안은 민주당이 여당 시절이었던 2021년 7월 강행 처리하려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포기했던 법안과 내용이 거의 똑같다. 손해액 범위를 최대 5배에서 3배로 줄인 정도만 다를 뿐이다. 3년 전에도 언론계와 여러 시민단체가 해당 법안에 대해 ‘언론 재갈법’이니, ‘언론 징벌법’이니 하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국제언론단체도 “유독 언론에만 비례성에 어긋나는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킨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번에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가짜뉴스’로 인해 피해가 발생해도 민사재판 승소율이 낮고, 제대로 보상받는 경우가 드물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존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한데도 별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하겠다는 것은 언론을 위협해 비판 보도를 막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반론 보도를 원보도와 같은 분량으로 게재하라는 조항도 비현실적이다. 비리 의혹을 받는 인사의 엉터리 해명을 같은 비중으로 보도하기 시작하면 언론의 진실 추적 활동은 무력화하고 말 것이다.
발의 의원들의 속사정도 수상하다. 3년 전 국회에서 ‘언론징벌법’을 주도한 인사는 이상직 전 의원이었는데, 당시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 전 의원은 나중에 결국 구속됐다. 이번에 발의에 참여한 양문석 의원은 새마을금고에서 11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둔 상태다. 양 의원은 지난 총선 때 불법 대출 의혹이 제기되자 “당선되면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법을 관철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제 금배지를 달았으니 자기를 괴롭힌 언론에 화풀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권력자나 재력가들은 자신에게 불편한 보도가 나올 때마다 죄다 ‘가짜뉴스’라며 보복성 소송을 걸 게 뻔하다. 그 결과 언론의 권력비판·사회고발 기능은 크게 훼손될 것이고, 강자의 눈치를 살피는 기사들만 넘쳐날 것이다. 그런 게 민주당이 꿈꾸는 세상인가. 언론이 오보를 내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제재도 어디까지나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만 한다.
중앙일보 사설
06.08 '한동훈 대표' 견제 위해 기이한 지도체제까지 검토한다니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1차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황 위원장은 당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하는 '2인 지도 체제' 도입을 제안했다. /뉴스1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2인 지도 체제’를 제안했다고 한다. 당대표 선거 1위가 대표, 2위가 수석 최고위원을 맡고 대표 사퇴 시 수석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당 지도 체제를 사실상 ‘2인 대표 체제’로 바꾸자는 것과 같다. 황 위원장은 수시로 비대위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부에선 “한동훈 전 위원장이 당대표로 선출될 가능성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 측이 친윤계 수석 최고위원을 세워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당대표 권한을 줄이려면 집단 지도 체제를 택한다. 그런데 친윤이 이를 추진하지 않는 것은 윤 대통령이 싫어하는 유승민 전 의원이 지도부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2인 지도 체제라는 기이한 발상이 나왔다는 것이다. 대선 2년 전 사퇴 규정 때문에 당대표가 물러나면 친윤 수석 최고위원이 다음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친윤계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만약 지금의 국민의힘이 ‘2인 지도 체제’가 되면 당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의 대립으로 당이 마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정치를 조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도 이런 시스템을 추진한다는 것은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상태인지를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
국민의힘은 총선 패배 두 달이 되도록 쇄신 방안 하나 내놓지 못한 채 허송세월해 왔다.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하겠다”더니 백서 발간 과정에서 누구나 아는 총선 패배 원인을 숨기고 흐리려 했다. 22대 국회 첫 워크숍에선 반성과 혁신 대신 “똘똘 뭉치자”는 구호를 외치고, 술잔을 돌리고, “108석은 굉장히 큰 숫자”라는 궤변을 했다.
새 국회에서 열린 의원 세미나 38건 중 국민의힘 주최는 9건에 그쳤다. 야당 의원들은 저출생·자영업 대책·서민 금융·북핵 등을 주제로 정책 토론을 주도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한 일이라곤 특검법 재의결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 개혁안을 비롯해 여야가 합의한 민생 법안 처리를 모두 거부한 것밖에 없다. 지금 민주당이 단독으로 국회를 열어 의장을 뽑고 법사위·운영위도 다 차지하겠다는 것은 여론이 자기들 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같은 당 한동훈 견제에만 골몰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6.08 마피아 영화 빼닮은 '이재명 재판' 주목하자
이 대표 재판 지연 작전 성공하면 犯法者 대통령 자리에 앉아 헌법 파괴
대선 직전 有罪 확정판결 나면 민주당 후보 못 내 정치적 破産 맞아
‘여의도 생활’과 ‘서초동 생활’을 번갈아 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더 바빠지게 됐다. 경기도지사 시절 데리고 있던 이화영 부지사가 중형(重刑)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쌍방울 그룹이 800만달러를 북한에 불법으로 보낸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돼 왔다. 검찰은 곧 이 대표를 추가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세 가지 재판을 받아왔다. 하나는 배임 등 여러 혐의가 걸린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성남FC 의혹 사건이다. 5월 7일·14일·21일 이 재판이 열렸다. 다른 하나가 17일과 31일 이 대표가 출석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고 셋째가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僞證)교사 의혹 재판이다. 27일로 재판 날짜가 잡혔었다. 공휴일과 토·일요일을 뺀 업무일이 21일이었던 지난 5월 이 대표는 6일을 서초동에서 보냈다.
이 대표의 ‘여의도 생활’과 ‘서초동 생활’은 천지 차이가 있다. 여의도 생활은 국회도 당(黨)도 모든 일정이 이 대표에게 맞춰 돌아간다. 이 대표가 ‘탄핵하겠다’ ‘특검(特檢)하겠다’ ‘국정조사하겠다’ 하면 신문에 굵은 활자로 제목이 뽑히고 TV의 주요 뉴스가 된다.
서초동에서 이 대표는 ‘여의도 대통령’이 아니라 형사재판 피고인일 따름이다. 이 대표가 법원 재판 날짜에 맞춰야 한다. 작년 10월 대장동 재판에선 7분 지각했다가 ‘다음 재판부터는 10분 일찍 출석하라’는 재판장의 꾸지람을 들었다. 서초동에서 이 대표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낸다.
이 대표는 재판 가운데 하나에서라도 금고 이상의 형(刑)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대통령선거 출마 자격을 상실한다. 형사 재판 1심에선 100명 중 97명이 유죄 선고를 받는다. 이 대표가 바늘구멍 같은 4개 재판을 모두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이런 이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민주당 도박은 성공할 수 있을까.
사건 규모는 대장동·백현동 재판이 가장 크다. 현재까지 검찰과 이 대표 측이 신청한 증인 숫자만도 200명이 넘는다. 증인이 80명이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재판 1심 판결이 나오는 데 3년 5개월이 걸렸다. 대장동 사건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는 10년이 걸릴지 모른다. 재판부가 마음만 먹으면 속도를 낼 수 있는 게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의혹 재판이다.
공직선거법 270조는 ‘선거법 위반 사건은 검찰의 공소 제기 후 6개월 이내에 1심 판결을 내려야 하고, 고등법원·대법원도 사건이 넘어오면 각각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은 거의 2년이 다 되도록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1년 5개월 동안 사건을 쥐고 거북이 재판을 하던 판사가 올해 초 갑자기 사표를 제출해 버렸다.
위증교사 재판은 가장 빨리 끝낼 수 있는 재판이다. 위증교사를 받은 증인의 전화 통화 내용이 확보됐고 당사자가 신속한 재판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이 대표 영장을 기각한 판사조차 이것을 분명한 증거로 인정했을 정도다. 이 재판이 이 대표의 첫 올가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재판 지연 작전을 펴는 이 대표와 신속한 재판 진행을 주장하는 검찰의 머릿속에는 헌법 84조가 들어있다.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外患)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곤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대표가 1심·2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더라도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지 않으면 대통령에 취임하는 순간 재판이 중단된다는 뜻이다. 이 대표가 각종 재판에서 자신과 수족(手足)들을 변호하던 변호사들에게 ‘국회의원 임명장’을 주고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한사코 움켜쥔 것도 이런 의도다.
만일 이 대표의 시도가 절반의 성공에 그쳐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으나 선거 전(前)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면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하는 기형(畸形) 정당으로 정치적 파산(破產) 사태를 맞게 된다. 이 대표의 성공 또는 절반의 성공은 투표를 통한 국민의 대통령 선출권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지금 서초동에서 진행되는 이 대표 재판은 조직 폭력단 내부의 의리와 배신과 의문의 죽음이 뒤섞인 마피아 영화를 빼닮았다. 이 대표는 작년 10월 6일 대장동 재판에서 재판부에 공범(共犯)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껴안을 기회를 달라고 해 서로 얼싸안았다. 마피아 영화 판박이지만, 이 재판은 대한민국 헌법과 정치·사법제도의 시험대라는 영화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조선일보 강천석 기자
06.08 이화영 중형 단죄에도 ‘방탄 특검’ 강행할 텐가
경기도지사 방북 관련 불법 대북송금 혐의 등 인정
징역 9년6개월 선고…이재명 보고 여부 판단 안해
판결 나흘 앞두고 특검법 발의한 민주당 자숙해야
법원이 어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불법 대북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으로부터 받은 뇌물 혐의도 인정해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내렸다.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을 위해 북한에 불법적으로 거액을 건넨 사실을 인정한 판결이다.
이 전 부지사 측은 1년 8개월간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등 다양한 행태로 검찰 수사 내용을 반박했다. 특히 이 대표의 방북 비용으로 김 전 회장이 북한 조선노동당에 수백만 달러를 제공했다는 내용을 극구 부인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대북송금은 경기도와 무관한 쌍방울의 대북 경제협력사업을 위한 계약금 성격”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도지사 방북 요청이 아니었다면 김 전 회장이 돈을 북한에 지급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이런 법원의 판단은 일반인의 상식에도 부합한다.
재판부는 중형 선고 이유에 대해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비합리적인 변명으로 일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사건만큼 피고인과 주변 인물이 시종 비상식적인 언행을 일삼으며 재판을 지연시킨 사례를 찾기 힘들다. 이 전 부지사는 당초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부분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허위 진술이었다고 번복했다. 이 전 부 지사는 1년 넘게 재판을 받다가 법관 기피 신청을 내 재판을 지연시켰다. 최근엔 검사가 ‘검찰청 술판 회의’를 만들어 진술을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빌미로 민주당은 특검법을 밀어붙였다. 일련의 억지스러운 행태에 법원은 중형으로 답한 셈이다.
이번 판결로 지난 3일 ‘김성태 대북 송금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는 내용의 특검법안을 발의한 민주당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시중엔 사건의 내막을 누구보다 잘 아는 민주당이 유죄 판결을 예상해 선고 나흘 전 선제적으로 ‘방탄 특검법’을 강행했다는 의구심이 퍼져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한술 더 떠 ‘수사 검사 탄핵’까지 주장하니 어처구니없다. 오랜 재판 끝에 법원의 판단이 나온 만큼 민주당은 이제라도 특검법을 철회하고 사법 절차에 성실히 임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재판부는 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이 전 부지사로부터 대북 송금 사실을 보고 받았는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며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법 송금이 도지사의 방북을 추진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대표는 도의적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대표의 구속영장에 이 대표가 보고를 받았다고 적시했었다. 이 대표는 공당의 대표로서 민주당의 무리한 정치 공세를 중단시키고 겸허히 재판에 임하는 모습을 보일 때다. 막무가내식 부인으로 일관하면 엄중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 이번 재판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나타난 행태로 미루어 볼 때 이 전 부지사와 민주당의 재판 방해 행위가 더욱 극심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사법부는 이 전 부지사의 남은 재판과 이 대표 관련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사법 정의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수사한 김대중 정부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계기로 북한에 건네진 돈이 대한민국을 공격하는 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런 진통을 겪고서도 또다시 북한 정권에 불법적으로 자금을 제공한 행위는 묵과하기 어렵다. 이번 재판이 북한에 대한 불법 지원을 근절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6.10 정치권 관심사로 등장한 '헌법 84조' 문제
법원이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사실로 인정함에 따라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조만간 기소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전 부지사의 요청에 따라 쌍방울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등을 북에 대납했다는 게 법원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미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금, 위증 교사,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등 6개 사건, 8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주에만 재판이 3건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 건이 추가 기소되면 사법 리스크는 한층 커지게 된다.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표 재판들이 전부 1심 진행 중이라 2027년 5월 차기 대통령 취임 전까지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추’에 재판도 포함되는지가 관건이다. 그 해석을 놓고 법조계 의견은 갈린다. 피고인이 대통령에 선출될 경우 ‘기존 재판도 중단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중단 없이 진행돼 유죄가 확정되면 대통령 직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법적 혼선은 커질 것이고, 정치권 전체가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다.
기소되면 일단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이 그동안 정치권의 불문율이었다. 권력으로 죄를 덮으려 한다는 오해를 피하려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그 반대로 행동했다.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당대표 선거에서 이겨 방탄 특권을 확보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 동의안을 막으려 온갖 방법을 동원해 방탄 국회를 운영했다. 당시 가결표를 던졌다고 의심받던 의원들은 공천에서 줄줄이 떨어졌다. 22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은 대북 송금 사건 선고 직전, 수사 검찰을 수사하겠다는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 모든 일이 수사를 방해하고 재판을 지연시켜 이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이 대표 재판 중 위증 교사와 선거법 위반 사건은 사안 자체가 간단해 오래 걸릴 성질이 아니다. 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6개월 내 1심 선고를 내리도록 돼 있지만 지금 재판부는 2년 가까이 심리를 끌며 선고를 미루고 있다. 정치권 눈치를 봤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 없을 것이다. 법원 스스로 불필요한 논란을 키웠다. 차기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치권의 사법 방해는 거세질 것이다. 사법부는 우리 사회의 정의와 질서를 떠받치는 최후의 보루다. ‘헌법 84조 논란’의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법원이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6-10 헌법 84조는 범죄 방탄 아닌 대통령 직무 보호 위한 조항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재임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84조가 중대한 정치적·사법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 수사·기소·재판을 모두 포괄하는지, 아니면 수사·기소 단계까지만 해당하고 대통령 당선 이전에 기소된 재판은 계속 진행되는 것인지가 핵심이다. 주요 정당의 경우 지금까지는 중대한 형사사건의 피의자·피고인은 사실상 대통령직에 도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시 유력한 야권 대선 후보로 굳어지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 제3자 뇌물 등의 혐의로 곧 기소할 방침이라고 한다. 법원이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해 징역 9년6개월을 선고했는데, 이 대표도 ‘공범’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금도 6개 사건, 8개 혐의로 3개의 재판이 진행 중인데, 또 하나의 재판이 추가되면 일주일 대부분은 재판정에서 보내야 할 처지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2027년 3월 대선 이전에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지 않도록 재판 지연 전략은 물론 초유의 수사 과정에 대한 특검과 검사 탄핵, 판사에 대한 법 왜곡죄 신설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할 태세다. 이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정치권은 물론 국가 전체가 대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법치가 정치에 휘둘려선 안 된다. 다양한 논쟁이 있지만, 근원적인 문제는 헌법이 불소추 특권을 부여한 취지다.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도록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과거의 온갖 범죄 혐의에 대한 방탄 수단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수행을 보장한다는 넓은 의미의 ‘목적론’에서 재판도 중단된다고 봐야 한다는 해석이 있지만, 특권은 협의의 해석을 하는 게 타당하다. 헌법 제65조가 탄핵소추(국회)와 탄핵심판(헌법재판소)을 선명하게 구분한 것 역시 소추는 공소까지로 한정해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통령에 당선됐다 해서 재판이 중단되면 공범들과의 형평성과 법 앞의 평등(헌법 11조) 문제도 생긴다. 이런 논란과 별개로 법원이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 공무담임권 여부를 정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6-10 더 커진 李 리스크, 더 절실한 신속 재판
서정욱 변호사, 前 영남대 로스쿨 교수
‘쌍방울 대북송금’ 등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법원이 지난 7일 징역 9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했다. 쌍방울 측으로부터 억대 뇌물과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쌍방울이 이재명 당시 도지사의 방북 대가로 북한에 거액을 송금하는 데 공모한 혐의다. 법과 원칙, 증거와 팩트에 입각한 ‘사필귀정(事必歸正)의 판결’이자 오로지 법리에 입각한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음)의 판결’이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북 송금에 대해 경기도와 무관한 쌍방울의 대북 경제 협력 사업을 위한 계약금 성격이라며 혐의를 부인한다. 반성의 빛이 전혀 없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변명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외에도 방용철 전 부회장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의 진술 등 수많은 인적 증거가 있고, 북한에서 받은 영수증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결재한 공문 등 물적 증거도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다. 법원은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방북 비용 대납을 보고했는지에 대해선 직접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가 대북 사업 책임자로 직접 영입한 사람이다. 더욱이 이 전 부지사는 “대북 송금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번복했다. 오죽하면 이 전 부지사 변호인까지 “이화영 씨에 대한 유죄 판결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유죄를 추정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겠는가.
이 사건은 ‘추악한 정경유착’일 뿐 아니라, 제재 대상인 북한에 거액을 지급해 ‘외교·안보상 문제’를 일으킨 중대 국기 문란 범죄다. 검찰은 지난해 이 대표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유창훈 판사)이 이해할 수 없는 사유로 기각한 바 있다. 이제 검찰은 다시 한 번 이 대표에 대해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이 사건과 관련, 이미 김성태 방용철 이화영 신명섭(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안부수 등이 구속됐다. 그런데 이 대표를 불구속하면 과연 형평에 맞는가. 중대 범죄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보완 수사를 통해 영장을 재청구하는 건 당연하다.
한편, 이 사건 수사 시작부터 ‘이 대표 구하기’에 나선 이 전 부지사 측과 민주당이 벌인 재판 지연, 진술 번복 등 사법방해 행태는 집요했다. 아무런 사유도 없이 판사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고 변호인도 수시로 교체했다. 부인에게 “정신 차려라”는 경고를 들은 이 전 부지사는 돌연 검찰 술자리 회유 주장을 폈으나, 음주 장소와 일시를 수시로 바꿨다. 이 대표까지 술자리 회유 발언은 100% 사실로 보인다고 장단을 맞췄다.
급기야 민주당은 선고를 며칠 앞두고 대북 송금 수사 자체를 수사하겠다는 특검법까지 발의했고, 판사까지 처벌하는 ‘법 왜곡죄’를 신설하겠다고 공언한다. 적반하장의 법치 파괴다. 입법 권력을 무기로 검찰을 옥죄려는 민주당은 당장 특검법을 철회하고, 이 대표도 추후 수사와 재판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사법부도 이 대표 관련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고 국민 통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재판이 지연되면 ‘헌법 제84조의 대통령의 형사 불소추 특권’과 관련, 나라 전체가 엄청난 정치적 대혼란에 빠질 수 있음을 직시해 사법부가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문화일보
06-10 힘으로 상임위장 선출 독주하는 야당

▲대표에 귓속말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당헌·당규 개정을 의결하기에 앞서 황명선 조직사무부총장으로부터 귓속말로 보고받고 있다. 곽성호 기자
■ 민주 “11개 상임위장 단독선출 강행”
거대의석 앞세워… 관례 무시하고 “국회법대로”
의장·법사·운영 독식은 최초… “협의정신 외면”

더불어민주당이 “관례 대신 국회법”을 외치며 헌정 사상 최초 야당 단독 개원에 이어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까지 강행하며 여야 협의를 강조한 국회법 정신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22대 국회에서 170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앞세워 당에 유리한 대로 국회법을 해석해 ‘절차적 정당성’만 강조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국회법을 위배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국회법이 정한 시한 내에 상임위원회 위원 선임안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국회법을 준수하고 국민 명령에 따라 일하는 게 민주적이다. 법을 무시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국민의힘의 행태는 반민주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예정된 본회의에서 민주당 몫의 11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제출한 상임위원 선임안이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야당이 국회의장·법제사법위원장·국회운영위원장을 모두 가져간 헌정사 최초 사례가 된다.
민주당은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간 회동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의장에게 이날 본회의 개최를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다. 이번 주까지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도 단독으로 선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개원 전부터 국회법 41조에 나오는 “상임위원장 선거는 총선거 후 첫 집회일부터 3일 이내에 실시해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7일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국회법 정신을 존중해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은 각각 제2당, 여당 몫이란 것이 지켜져야 한다”는 국민의힘 목소리는 깡그리 무시됐다.
법사위와 운영위를 두고 여야 협상이 파행을 거듭하는 가운데 민주당 출신 우 의장 역시 국회법 48조1항(교섭단체 대표의원은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임시회의 집회일부터 2일 이내에 의장에게 상임위원 선임을 요청해야 한다)을 근거로 양당에 “7일 자정까지 상임위 명단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주말을 끼고 있어 본회의는 10일로 미뤄졌지만, ‘법대로’를 강조한 행보다.
민주당은 상임위 가동도 서두를 계획이다. 이르면 11일부터 상임위를 열어 각종 현안 관련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집중 공세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당론으로 채택한 민생회복지원금과 채 상병 특별검사법에 더해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최우선 해 처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상임위에 장관 등이 불출석하는 경우 등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청문회를 열어 증인으로 채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관례라는 것도 관습법이라고 해서 일종의 법이다. 관례를 어겼기 때문에 국회법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라며 “다수결 또한 민주주의의 수단이다. 수단을 가치처럼 얘기하는 것도 놀랍다”고 지적했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
06.11 한 정당의 국회 점령과 독재는 결국 부메랑 될 것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제22대 국회 원구성 논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오후 5시에 예정된 본회의가 8시로 미뤄졌다. 사진은 이날 텅 빈 본회의장 모습. /뉴시스
민주당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열어 박찬대 원내대표를 국회 운영위원장으로, 정청래 의원을 법사위원장으로 선출하는 등 자기 당 의원들을 11개 상임위 위원장으로 뽑았다. 여야의 전반기 원(院) 구성 협상이 결렬되면서 민주당 단독으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주 안에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가 사상 처음으로 야당 단독으로 개원해 헌정사에 오점을 남긴 데 이어 상임위까지 민주당이 독식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상임위를 배분하는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된 것은 법사위와 운영위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그동안 1당이 국회의장을, 2당이 법사위원장을, 집권당이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운영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였다. 국회 운영이 다수결로만 이뤄지면 승자 독식이 불보듯 뻔하니 최소한 이들 상임위엔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금까지 의회가 만들고 지켜왔던 불문율을 모두 무시하고 있다. 총선 압승을 ‘입법 폭주 면허증’으로 착각한 것처럼 보인다.
민주당이 특히 법사위원장을 고집하는 것은 피감기관인 법무부, 검찰, 법원, 공수처, 감사원 등에 자료를 요구하거나 국회로 불러 영향력이나 압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과 관련이 있다. 민주당은 표면적으로 “다수당의 신속한 법안 처리가 총선 민의”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 정당이 국회를 마치 점령이라도 한 듯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경우 그 결과는 다수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의 힘에 의한 국회 운영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의 명분만 쌓아줄 뿐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처리에 맞선다며 본회의에 불참하고 회의장 밖에서 농성을 했다. 향후 상임위 활동을 비롯해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하지만, 집권 여당의 이런 모습 또한 무책임하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까지 해놓고 처리하지 못한 연금개혁안을 비롯해 저출생 극복 법안, 방폐장법 등 민생 법안들이 쌓여있는데 22대 국회에서 언제 처리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조선일보 사설
06-11 급기야 ‘이재명의 국회’도 현실화… 국가 퇴행 걱정된다
제22대 국회 임기 시작과 함께 ‘이재명의 민주당’에 이어 ‘이재명의 국회’까지 현실화하고 있다. 반세기 이상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온 정당에 의해 정당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참담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당헌을 ‘이 대표 맞춤형’으로 바꾸고, 국회 본회의를 주도해 법제사법위원장 등 22대 국회 전반기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공교롭게도 1987년 민주화 운동의 봇물이 터졌던 6·10 항쟁 기념일이었다.
민주당 단독으로 선출된 우원식 국회의장이 “(민주화 이후) 관례가 국회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천명한 만큼 국회 앞날은 뻔하다. 원내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례를 깨고 국회의장·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을 모두 독식했다. 합의가 안 된 법안에 대해 숙려기간을 두는 국회선진화법도 무너진다. 상임위원장과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이면 이를 거치지 않고 단 며칠 만에도 통과시킬 수 있다. 일방의 이념과 필요에 따른 법안들만 일사천리 입법되고,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로 맞서는 상황이 무한 반복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다수당의 신속한 법안 처리가 총선 민의”라고 했으나 왜곡이다. 민주화 이후 30년 이상 국회 원 구성에서 다수당 독식이 아닌 여야 협상 관례가 정착된 것은 견제와 균형, 대화와 타협 정치의 소산이다.
법사위원장과 위원 면면을 보면 ‘이재명 변호인단’ 같은 분위기다. 정청래 위원장은 “수사 검사도 증인으로 부를 수 있다”고 했다. 대장동 사건 등을 변호했던 박균택·이건태 의원이 법사위원이다.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게 중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를 맹비난했다. 구미에 안 맞는 판결을 한 판사를 고소하고 수사·처벌 길을 여는 ‘법 왜곡죄’ 입법까지 거론한다.
민주당은 당 대표의 대선 1년 전 사퇴 규정에 예외를 두고,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정지 조항을 삭제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최고위원회에서 의결했다. 이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한 채 2026년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 2027년 대선 직행의 길을 터줬다. 이런 폭주는 민주주의의 축적된 힘을 약화시켜 국가 퇴행을 부르게 된다.
문화일보 사설
06-11 3일이면 法 통과… 민주당 ‘일당 국회’
■ ‘배려·균형’ 관행 깬 巨野
국회의장·법사위원장 독식
특검·쟁점법안 밀어붙이기
국회파행·국정마비 현실화
대통령 ‘거부권’ 명분 커져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최초로 국회의장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운영위원장을 모두 가져가면서 ‘일당 국회’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채 상병·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 등 쟁점법안을 언제든지 원한다면 단 3∼4일 만에도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정치권에서는 “거야의 일방 독주에 타협·자제·배려 같은 여야 협상의 불문율이 다 깨졌다”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 마비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구성된 상임위들을 즉시 가동해 현안을 살피고, 필요한 법안들을 신속하게 통과시킬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각 상임위를 통해 당장 부처 업무보고부터 요구하고, 불응 시 청문회를 추진하겠다”라며 압박했다.
당장 친명(친이재명)계 강경파로 진보 진영에서 언론개혁 운동을 주도해온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오늘 오후 4시 간사 선임을 위한 과방위 첫 회의를 연다”고 적었다. 과방위는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추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여권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학회와 시민단체에 부여하는 이들 법안에 대해 “친야(親野) 성향 단체의 방송 장악용”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각종 특검법을 다루는 법사위의 정청래 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곧 첫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라며 “법과 원칙대로 법사위를 운영하겠다”고 예고했다.
21대 국회 전반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불과 사흘 만에 본회의 문턱을 넘은 사례와 같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가 계속 되풀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대항할 수밖에 없어 극한 대립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어렵사리 확립한 국회의 관례와 전통은 어떤 면에서는 국회법보다 더 소중히 지켜야 할 가치”라며 “제1당이 의장을 맡으면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민주당 총재 시절 주도해 만든 소중한 전통”이라고 밝혔다.
문화일보 나윤석·김보름 기자
06-12 위험한 국회 폭주 시즌2
국회는 지난 10일 본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만 참석한 가운데 상임위원장 11명을 선출했다. 민주당은 지난달부터 공언했던 대로 법제사법위원장, 국회운영위원장,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자당 의원으로 채웠다. 국회법을 근거로 ‘법대로’를 외치는 민주당은 거침이 없었다.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만 달라며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은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국회 일정 보이콧을 협상 수단으로 삼으면 민주당은 이를 핑계로 나머지 상임위원장 7곳 자리까지 독식할 기세다.
민주당이 쏟아지는 비판을 아랑곳하지 않으며 단독 국회 운영을 밀어붙이는 명분은 ‘일하는 국회’다. 이재명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의 뜻이고, (원 구성 협상) 기준은 헌법과 국회법”이라며 “노는 국회가 아니라 일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공식적으로 수차례 이를 강조했고, 당은 일사불란하게 수장의 뜻을 따르고 있다. 당헌·당규 개정과 달리 원 구성을 놓고는 이견조차 나오지 않는다. 민주당이 우선순위로 꼽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조치법, 순직 해병 특별검사법,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심의하는 행정안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모두 민주당이 꿰찼다. ‘일하는 국회’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확보한 민주당은 이제 각 상임위에서 ‘민주당표 법안’ 처리를 위한 속도전을 시작했다.
시계를 4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2020년 6월 15일 미래통합당 없이 본회의를 열어 법사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같은 달 29일 나머지 상임위원장도 민주당이 차지했다. 이를 토대로 같은 해 7월 30일, 8월 4일 본회의에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담은 임대차 3법,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증세 법안 등을 처리했다. 야당의 반대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에 어려움이 생기자 공수처법도 일방적으로 개정했다. 전례가 없었던 4년 전과 달리 이제 경험은 축적됐다. 야당의 반대를 우회하는 수단은 21대 국회를 거치면서 풍부해졌고, 동시에 지지층의 입법 요구는 한층 거세졌다.
그렇다면 일하는 국회는 이 대표의 대선 가도에 날개를 달아줄까?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020년 국회 본회의에서 임대차 3법이 처리되자 불끈 쥔 주먹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법안들은 정치적으로는 민주당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들끓던 시장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고, 민주당이 자인했듯이 정권 교체로 이어지는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 지금도 민주당이 국민의 뜻을 정확하게 짚었는지는 의문이다. 한국갤럽 5월 5주 조사에서 유권자는 제22대 국회에 당부하는 말(자유응답)로 ‘서로 싸우지 말고 화합/협치’(19%)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일하는 국회’는 8%다. ‘당리당략보다 국민 우선시’ ‘서민 위한 정치/민생 문제 해결’ 등 공동 2위인 다른 응답을 고려하면 ‘일하는 국회’의 중요도는 민주당 생각보다 낮다.

문화일보
06.13 李 대표 재판 대선 前 확정으로 정치 사회 불확실성 없애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덕훈 기자
검찰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며칠 전 법원은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 대표가 공범 혐의로 기소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과 같다. 이 사건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2019년 이화영씨 요청으로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등 총 800만달러를 대납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면서 ‘대납 사실이 이화영씨를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됐고, 그 과정에서 이 대표와 두 차례 직접 통화도 했다’는 김 전 회장 진술도 신빙성이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일관되게 “사건 조작”이라고 한다. 앞으로 재판을 통해 이 대표의 유, 무죄가 판명될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 대표 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느냐는 것이다. 이 대표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사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대선 전까지 나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만약 이 대표가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에 출마하면 큰 사회적 논란이 벌어질 것이다. 재판 중인 피고인이 대통령에 출마한 전례가 없다. 이 대표가 당선될 경우 재판이 중단되느냐는 헌법적 논란도 벌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 외에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만 돼 있고 진행 중이던 재판에 대한 언급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혼란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법원이 대선 전에 확정 판결을 내리는 것이다. 1·2·3심 모두 집중심리를 통해 재판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법원이 이 대표 사건에서 보여온 모습을 보면 과연 그러겠느냐는 의구심이 든다. 이 대표는 이미 대장동 비리, 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사건 등 3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사건은 비교적 간단한 사건이다. 위증 교사 사건에선 위증한 당사자가 이미 혐의도 인정했다. 그런데도 두 사건은 각각 1년 9개월,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1심 선고도 안 나왔다.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장은 재판을 1년 4개월 끌다 선고도 하지 않고 돌연 사표를 내기도 했다. 민주당의 사법 방해도 심각하다. 최근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검사에 대한 특검법을 발의했고, 검사는 물론 판사까지 처벌할 수 있는 ‘법 왜곡죄’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판사 탄핵까지 할 수도 있다.
법원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대선 전에 이 대표의 무죄, 유죄를 가려 정치 사회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 이는 사법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사설
06.13 4개의 ‘이재명 재판’, 판결 늦어지면 대혼란 빠질 수도
검찰, 대북 송금 제3자 뇌물 혐의로 추가 기소
재판 지연 시도 멈추고 방탄 특검법 포기해야
검찰이 어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제3자 뇌물 수수 등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법원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한 지 닷새 만이다. 이로써 이 대표는 동시에 네 개의 재판을 받게 됐다. 이미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대장동·백현동·성남FC 등 뇌물·배임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사건과 이번에 기소된 대북 송금 사건이다. 어느 것이든 유죄가 최종 확정되면 이 대표는 공직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북 송금 사건에서 이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상당히 무겁다.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 대표의 방북 비용으로 북한에 불법 자금 수백만 달러를 제공한 게 이 대표에 대한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전 부지사는 법원에서 “쌍방울 대북 송금은 경기도와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 요청이 아니었다면 김 전 회장이 북한에 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이 대표가 불법 대북 송금에 연루된 게 사실이라면 국내법은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까지 위반하는 국제적 스캔들로 비화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사건 조작, 모해위증 의혹이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진실은 앞으로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이번 사건을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지극히 실망스럽다. 공당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은 찾을 수 없고, 오로지 이 대표 개인을 위한 사당으로 전락했다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특히 이번 사건을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며 특검 법안까지 발의한 것은 의석수만 믿는 거대 야당의 폭주가 아닐 수 없다. 특검을 국민의 의혹 해소가 아닌 특정인의 방탄용으로 활용하겠다는 발상은 용납될 수 없다. 심지어 민주당 일부에선 이번 사건의 수사 검사를 탄핵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당 대표 한 사람을 위해 국가 사법체계를 뒤흔들 셈인가.
법원의 책임이 막중하다. 이 대표에 대한 네 개의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면서 오직 법리와 증거로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 판결이 늦어지면 정치·사회적으로 대혼란에 빠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재판이 늦어지면서 벌써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권’ 해석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이번 재판은 단순히 한 개인을 상대로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력 대선주자의 출마 자격까지 좌우하는 사안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신속한 재판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 지연 사태가 반복돼선 안 된다. 이 대표도 재판 지연 같은 ‘꼼수’를 부리지 말고 제1 야당의 대표로서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길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6.13 법원이 땅에 떨어진 권위를 살릴 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부부의 ‘세기의 이혼’소송 1심과 2심이 180도 다른 결과가 나오면서 1심을 맡았던 판사의 행보가 다시금 눈길을 끈다.
2022년 12월 6일 1심에서 최 회장에게 2심의 20분의 1인 위자료(1억)·재산분할(665억원)을 내도록 판결한 김현정 재판장은 이듬해 초 사표를 낸 뒤 로펌으로 이직했다. 그러자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당시)은 지난해 2월15일 “(김 판사가) 대형 로펌에 간 건 굉장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 SK가 이 로펌에 사건을 의뢰한다면 1심 판결 보은으로 보일 수 있다”고 국회 법사위에 출석한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에게 따졌다. 김 처장은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했다. 법원 최고위 관계자가 의원의 추궁에 ‘전적으로 동감’한 건 이례적이다. 사법부 스스로도 김 판사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 아니겠는가.
사법부, 법 대신 야당의 눈치 보나
민주당, 3권 분립 위협 공격 과도
이재명 사건 공정·신속 재판이 답
우연인지 김 판사가 이직한 로펌은 지난해 매출이 늘어 1000억원 선에 달했다고 한다. 수임 케이스엔 SK 계열사의 프로젝트 관련 자문도 들어있었다. SK 측은 “해당 로펌은 전부터 SK가 사건을 맡긴 곳으로, 지난해 의뢰도 예년 수준”이라며 억측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믿겠다. 하지만 “(김 판사 로펌행이) 사실관계를 떠나 모양새 자체가 법원의 신뢰를 깎아내린다”는 전주혜 전 의원의 지적은 여전히 귓전에 맴돈다.
사법부의 권위를 의심하게 만든 사례는 또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3심을 담당한 이흥구 대법관의 동향이다. 그는 조 대표와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로 교지 ‘피데스’에서 함께 활동하는 등 친분이 깊다고 한다. 조 대표는 저서 『나는 왜 법을 공부하는가』에서 “(이 대법관이) 법대 동기로 같이 잘 어울렸다. 정의감이 투철했다”고 썼다. 이 대법관은 2020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 대표와 친분이) 회피 사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묘하게도 이 대법관이 속한 대법원 3부에 지난 4월 조 대표 사건이 배당됐다. 하지만 12일 현재까지 대법원에 접수된 회피 신청은 없다고 대법원 관계자가 밝혔다. 그는 “이런 경우는 절차가 까다로운 회피 대신 판결에 빠지는 방식으로 피해 가는 게 대법관들 관행”이라면서도 “이 대법관이 그럴지 말지는 오직 본인에 달렸다”고 했다. 한마디로 3심 선고가 나와야만 그의 처신이 뭐였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선고문에 그의 서명이 있다면 회피 안 한 것이고, 없다면 회피한 것이란 얘기다. 이 대법관 말만 믿고 그의 회피를 기대해온 국민으로선 답답한 노릇이다. 이 때문이라도 대법원은 속히 판결을 내려야 한다. 조 대표가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지 넉 달이 지났다.
이런 마당에 민주당은 사법부에 ‘테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폭거를 가하고 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 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자 ‘판사 선출제’니 ‘법 왜곡죄’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헌법이 못 박은 삼권 분립을 노골적으로 뒤흔드는 린치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런 반헌법적 행태를 서슴없이 할 수 있게 된 환경은 판사들이 자초한 거나 다름없다. 6개월 안에 1심이 선고돼야 할 이재명 대표 선거법 재판부터 무려 16개월이나 지연한 끝에 담당 판사가 사표를 내버리지 않았나.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니 더욱 얕잡혀보이고, 민주당 입맛에 조금이라도 안 맞는 판결을 내리면 ‘ㅆㅂ’ 문자를 받는 신세가 된 것 아닌가.
이 대표는 검사 사칭 사건에서 위증 교사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고, 그의 캠프 출신 인사 2명도 알리바이 관련 위증 교사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재명의 장비’로 불렸던 유동규조차 정진상·김용으로부터 “핸드폰 버리라” “쓰레기 먹고 입원하라”는 요구를 받지 않았나. 법원은 이렇게 이 대표 본인부터 주변까지 위증교사나 증거인멸 의혹이 만연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오직 법률과 양심에 따라 신속히 재판을 진행해야만 땅에 떨어진 권위를 회복할 길이 열릴 것이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관련 재판들이 유달리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검찰은 1심에서 족족 유죄를 얻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이화영(징역 9년6개월), 김용(5년)등 최측근은 물론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5년·법정구속)과 김만배( 2년6개월) 최윤길(4년6개월) 등 대장동 연루자들이 줄줄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재명 사법리스크의 윤곽이 밑동부터 뚜렷해지는 형국인데, 정작 이 대표는 대장동 1심 재판만 지난해 3월 22일부터 448일째 받고 있다. 사법부가 스퍼트를 내야 할 이유다.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06-13 李대표도 초선도 입법권을 방탄·한풀이 도구 삼는 巨野
이재명 대표에 대한 ‘대북송금’ 추가 기소가 이뤄지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은 ‘방탄 입법’에 더욱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2일 특별대책단 회의를 열고 ‘수사기관 무고죄’(형법 개정안)를 신설하기로 했다. 판·검사의 ‘법 왜곡죄’ 조항도 검토 중이다. 이미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검사들을 수사하는 ‘대북송금 수사팀 특검법’을 발의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수사 검사와 검사장에 대한 탄핵소추에도 나설 태세다.
이제부터 이 대표는 7개 사건의 11개 혐의와 관련된 4개 재판을 받아야 한다. 대선 후보 때이던 2021년 12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사건을 제외한 6개 사건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의 일이다. 민주당과 무관한 개인적 사건에 공당의 당력을 소진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 대한 중형 선고에 대해 “사건 조작, 모해 위증 의혹”이라고 반발했고, 추가 기소에 대해선 “창작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비아냥했다. 재판부도 인정한 많은 증거와 정황은 안 보이는 모양이다.
의원들도 ‘한풀이’ 법안을 쏟아낸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했다. 조국 대표는 ‘받은 만큼 되갚아주겠다’는 취지로 공언했었다. 수사 대상에 고발 사주 의혹만 아니라 한 전 장관의 자녀 논문 대필이 포함된 이유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국회 추천 방통위원 후보를 대통령이 무조건 임명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냈다. 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통신 관련 협회 부회장을 지낸 사실 등을 들어 임명을 보류한 데 대한 앙갚음으로 비친다. 딸 명의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했다가 수사받는 양문석 의원은 정청래 의원 등과 함께 언론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의원의 입법권은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헌법기관으로서 부여받은 권한이다. 방탄과 보복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 입법의 사유화는 반(反)헌법 행태다. 국민적 공분과 함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당위성만 키울 뿐이다.
문화일보 사설
월간조선 06월 호
●대통령실이 환영한 ‘이태원 사고 특별법안’의 실체
이태원에 ‘추모 시설’ 조성… 금융채무 경·탕감까지
⊙ 검경이 수사하고 23명 기소… 국정조사 불구 ‘여야 협치’ 1호로 또 규명?
⊙ 공포·시행되면 ‘이태원 특조위’에 최소 59억원가량 투입될 예정
⊙ 광범위한 ‘피해자’에 생활지원금과 간병비 포함 의료지원금 지원
⊙ 이태원 인근 추모 시설 건립 의무… ‘공동체 회복’ 시설 조성도 가능
⊙ 2200억원 들여 전국 각지에 만든 세월호 시설들… 향후 최소 3623억원 더 들어
⊙ 매년 정부 지원 21억원 받는 ‘4·16재단’… ‘이태원 사고 재단’ 지원금은?

▲사진=뉴시스
국회가 5월 2일, 본회의를 열고 이른바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하 이태원 특별법안)’을 의결했다. 재석의원 259명 중 256명이 찬성하고, 3명이 기권해 가결됐다.
해당 법안은 2022년 10월 29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미국 명절 ‘핼러윈’을 맞아 축제가 열렸을 때 모 호텔 인근 골목에서 인파가 뒤엉켜 159명이 압사한 사고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권리 보장 등을 규정한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해당 법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반대했다. 국민의힘은 불송치 또는 수사 중지된 사건에 대해 특별조사위원회가 직권으로 자료나 물건의 제출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한 조항과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1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이를 일방적으로 처리해 정부로 이송했다. 윤석열(尹錫悅)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4월 29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대통령과 이재명(李在明)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이와 관련한 얘기가 오갔다. 당시 윤 대통령은 “무조건 반대는 아니다”라고 하면서 앞서 말한 ‘독소조항’과 관련해서 “법안 내 일부 ‘법리적 문제’만 해결하면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5월 1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특조위 구성 방식 변경 ▲직권조사권 ▲영장청구 의뢰권 등을 빼는 데 합의하고, 이를 반영한 새 법안을 양당 원내대표가 공동발의했다.
이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간의 회담을 통해 여야 간 협치와 정치의 복원이 시작됐는데, 이번 이태원특별법 합의는 그 구체적인 첫 성과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소위 ‘윤석열표 협치 1호’란 얘기인데, 그 내용을 보면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국민 세금을 총 723억원이나 썼지만 성과가 없었던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전례, 소위 ‘이태원 참사’ 특조위 운영비용, 해당 사고 ‘희생자’와 ‘피해자’ 등의 지원에 투입될 세금 규모 등을 고려하면 그렇다. 정치적으로는 ‘여야 협치 1호’라고 환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해당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이와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말 많은 ‘세월호 특별법’과 닮은꼴

▲2022년 10월 30일 오전, 경찰이 그 전날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159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다친 ‘압사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태원 특별법안’의 제안 이유는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10·29 이태원 참사의 발생 원인, 수습 과정, 후속 조치 등 참사 전반에 걸친 진상 규명과 책임을 밝히기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지속적 추모를 위한 추모사업,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한 간병비 및 심리지원 등 각종 지원 등을 실시하여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함”이다.
주요 내용은 ▲특조위를 9명으로 구성하되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와 협의해 1명, 여야가 각각 4명을 추천한다 ▲특조위 직원 정원은 위원 외 60명 이내로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간병비를 포함한 의료지원금의 지급, 심리지원, 근로자 치유휴직 등 생활비를 포함한 교육·건강·복지·돌봄·고용 등 피해자의 일상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국가 등이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개발·시행하고, 공동체 복합 시설을 설치한다 ▲국가 등이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 추모기념관 건립, 추모제 개최 등의 추모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국가 등이 추가 진상조사를 위한 재단 설립을 지원해야 한다 등이다.
‘이태원 특별법안’은 2014년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의 진상 규명 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만든 ‘4·16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 진상 규명법)’,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세월호 사고 희생자와 피해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한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 피해지원법)’을 섞어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세금 낭비’란 비판을 들었던 소위 ‘세월호 사고 진상 규명’ 활동과 같은 문제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사업비 70% 이상을 인건비와 조직 유지비로 지출하고, 위원장과 부위원장들은 억대 연봉을 받고, 외국 사례 연구를 한다는 명목으로 해외 출장을 가서 수백만원씩을 쓴 뒤 형식적인 보고서를 제출했던 행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쉽지 않다. 특조위가 소위 ‘시민단체’를 자처하는 ‘좌파 운동권’ 세력의 호구지책으로 전락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른바 ‘참사의 정치화’ ‘참사의 사업화’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특별법안’을 수용한다면, ‘세월호 사고 피해 지원’과 같은 배·보상과 각종 복지 혜택, 각종 시설과 사업 운영에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사고 배·보상 1700억원 ▲세월호 선체 인양 1000억원 ▲세월호 관련 시설 1200억원 ▲향후 세월호 관련 시설 추가 3623억원 ▲추산 불가한 해당 시설 운영비(연간 최소 250억원 이상) 등을 고려하면,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서도 이와 같은 명목으로 세금 지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새로 규명해야 할 ‘진상’은?

▲2023년 1월 13일,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너무 좁은 골목으로 한꺼번에 감당 불가한 인파가 몰려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고 사고 원인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먼저 특조위 운영의 타당성을 따지기 위해 ‘이태원 압사 사고’의 진상을 규명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앞서 밝힌 것처럼 ‘이태원 압사 사고’는 2022년 10월 29일에 발생했다. 159명이 압사하고, 196명이 다쳤다. 그 사고 발생 경위는 이미 전 국민이 알고 있다. 좁은 골목에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린 상황에서 뒤엉켜 발생한 압사 사고다. 500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해 두 달 넘게 수사한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도 이와 같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55일간 진행한 국정조사에서도 이외에 다른 ‘진상’은 나오지 않았다.
2022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진행된 국정조사에는 국회의원 18명이 참여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애초부터 ‘규명’해야 할 ‘진상’ 자체가 없었다는 표현이 적합할 수도 있다.
당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대검찰청 ▲소방청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소방서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용산구청 등의 관계자 진술을 듣고, 자료를 받았다. 전문가 16명으로부터 사고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보고서를 받았다. 현장조사 2회, 기관보고 2회, 청문회 2회, 공청회 2회 등 본 조사를 총 8회에 걸쳐 여야가 함께 실시했다.
국회의원 18명이 국정조사도 실시

▲2022년 12월~2023년 1월, 여야 국회의원 18명이 두 달 동안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내놨지만 ‘이태원 사고’의 새로운 ‘진상’을 규명하진 못했다. 사진=뉴시스
해당 특위 위원장이었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마지막 회의에서 “주어진 권한과 수단을 최대한 동원해서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규명했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했으며 이러한 부분에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지만, 실제 결과는 신통치 않다. 특위가 내놓은 총 910쪽에 달하는 ‘결과 보고서’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이번 용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조사 결과를 통해, 용산 이태원 참사는 3년 만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없이 열린 핼러윈 축제로 인하여 평소보다 훨씬 큰 인파가 이태원 일대에 집중될 것이 예상되었음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찰청 등 관련 기관이 사전에 인파 관리 등 안전관리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은 점, 참사 당일 ‘압사 위기’ ‘통제요청’ ‘살려달라’는 현장의 112 신고 등에도 불구하고 관계 당국의 즉각적인 대처가 없었던 점, 특히 참사 직전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에도 차도로 쏟아져 나온 인파를 적절한 안전조치 없이 인도로 밀어 올리는 과정에서 사건 현장 골목 인파의 출구가 막히면서 참사를 키운 점, 사고 현장의 인파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초동 구조 및 응급조치가 지연되어 제때 구급 조치를 받지 못한 점 총체적 부실 대응의 결과라는 점이 밝혀졌음.〉
상기 결론을 보면, 국정조사에 의해 새로 규명된 진상은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 사고 발생 당시부터 언론이 지적한 문제, 이미 우리 국민이 인식하고 있던 사고 원인을 다시 읊은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쉽지 않다. 국회의원 18명과 그 보좌진(의원 1인당 9명), 총 162명, 국회 전문위원 등이 참여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런데 또 ‘특조위’를 만들고, 최장 15개월 동안 운영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이미 수사기관에 의해 사고 예방·관리, 현장 대응 부실 등의 이유로 사고 당시 서울경찰청장과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 등 23명이 기소됐다. 검경 수사에서도 사고 발생 원인과 부실 대응 상황이 이미 공개됐고, 재판 과정에서 재확인될 텐데, 굳이 특조위를 설치해 ‘이태원 압사 사고 진상 규명’을 해야 할 까닭은 또 무엇일까.
실효성 의심되는 특조위 활동
윤석열 대통령이 ‘협치 1호’를 이유로 ‘이태원 특별법안’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불분명한 ‘특조위’ 활동에 들어갈 국민 세금은 얼마나 될까. 국회 예산정책처가 이와 관련해서 내놓은 《비용추계서》를 확인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특조위 설치·운영에 따른 상임위원 인건비 및 비상임위원 수당, 사무처 직원 인건비, 자문위원 수당, 종합보고서 작성·발간 경비 등 추가 재정 소요는 2024년 18억7100만원, 2025년 40억1100만원 등 2024년부터 2025년까지 2년간 총 58억8200만원(연평균 29억4100만원)이 든다”고 추산했다.
먼저 특조위 위원 인건비다. ‘장관급’인 위원장의 연봉은 1억5919만원(2023년 기준)이다. ‘차관급’인 상임위원 2명의 보수는 각각 연 1억562만원이다. 비상임위원 6명은 연간 24회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고, 안건을 검토하는 대가로 1인당 840만원을 받는다.
‘이태원 특별법안’상 위원을 제외한 특조위 정원은 60명 이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 중 14명을 정부에서 파견하는 공무원이라고 가정했다. 기존 공무원 인건비를 제외하고, 특조위가 46명을 별정직 공무원으로 따로 채용할 경우 비용은 1인당 월 500만원 수준이다. 연봉으로 따지면 6000만원인 셈이다. 올해 7월부터 활동을 개시하고, 내년 12월 말까지 사무처가 가동된다고 가정한다면 41억4000만원이 드는 셈이다. ‘기회비용’이라고 할 수 있는 특조위에 파견된 공무원들의 연봉도 이와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면, 특조위 직원 급여 명목으로 지출되는 국민 세금은 총 48억원(2024년 18억원, 2025년 36억원)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기간, 기관 부담금(4대 보험 법정부담금)을 7억원으로 고려하면 총 인건비는 최소 55억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현재 기준으로 자문기구 운영비 5000만원, 종합보고서 작성에 4억11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생활지원금과 의료지원금도
비용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태원 특별법안’은 ‘사고 당시 정신적·신체적 피해로 사망한 사람’의 유족과 긴급구조·수색에 참여한 이, 사고 발생 당시 해당 구역 인근에서 사업장을 운영했거나 근로 활동을 했던 이, 이 밖에 사고로 인하여 신체적·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어 회복이 필요한 이를 ‘피해자’로 규정한다. 그러면서 ▲기억, 추모, 애도를 받거나 할 권리 ▲생활지원·의료지원·심리치료지원·법률지원 등 필요한 지원을 받을 권리 ▲추모사업·공동체 회복사업 등 후속 사업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등 참여할 권리 ▲배상 및 보상을 받을 권리 등을 이들에게 부여한다. 이와 동시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는 ▲피해 구제 및 지원과 피해자 권리 보장에 관한 시책 수립·시행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업무수행 적극 협조 ▲피해자 권리 보장과 피해 지역 지원을 위한 예산 조치 등을 강제한다.
‘이태원 특별법안’ 제56조는 ‘국가의 의무’로 ‘경제 활성화 및 공동체 회복 지원’을 규정한다. 이태원 압사 사고로 침체된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회복을 위한 특별지원 방안을 시행해야 한다고 명령한다. 이에 따라 이태원 상권 활성화에 투입될 공적 자금의 규모는 현재 상태에서는 ‘미지수’다. ‘공동체 회복 지원’의 경우에는 ‘세월호’의 경우를 참조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세월호 피해지원법’에 따라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 및 피해자 지원을 통한 공동체 회복’을 위해 총 110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해당 법안 제57조는 피해자에 대한 1년 동안의 생활지원금과 의료지원금 지급(기간 미정)을 규정한다. 생활지원금은 ‘피해자의 생활 보조에 필요한 비용’, 의료지원금은 ‘피해자의 사고 관련 심신(心身) 질병과 부상, 그 후유증의 치료·간병·보조장구 사용료, 등이다. 지원금 지급 범위, 기간, 금액 기준 등은 추후 시행령을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 세월호의 경우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259만원가량의 생활지원금을 지급했다. 의료지원금의 경우에는 2024년 4월 15일까지 발생한 비용으로 한정했다.
사고와 무관한 금융채무까지
‘이태원 특별법안’ 제58조 1항은 “국가 등은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 적응을 위한 심리 상담 및 일상생활 상담 등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다. ‘세월호 피해구제법’에도 ‘심리 상담 등의 지원’이 명시돼 있었는데, 이와 같은 법률 내용들을 근거로 지금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 소위 ‘국립안산마음건강센터’가 건립되고 있다. 그 사유는 ‘심리 상담’ ‘트라우마 치료’ 등이다.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해당 시설 완공 시기는 올 연말쯤이다. 현재 기준으로 토지 보상비와 건축비 등 사업비는 420억원이다. 연간 운영비는 1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미 ‘전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태원 사고’의 경우에도 피해자 또는 소관부처가 비슷한 유형의 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막대한 세금이 지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 해당 법안은 ‘피해자에 대한 법률 상담과 소송대리 지원(제63조)’과 ‘피해자 금융거래 관련 협조 요청(제64조)’을 명시한다.
특히 ‘금융거래 관련 협조 요청’은 “금융채무로 인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관련 공공기관, 금융기관, 그 밖의 관계 기관 또는 단체에 필요한 협조”를 국가가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이태원 사고 피해자’의 금융채무를 경감·탕감해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태원 사고’와 관련 없는 ‘금융채무’에 대한 혜택을 명시한 점, 정부가 관련 기관에 공적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적 공감을 얻기 쉽지 않은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애매모호한 ‘공동체 회복 지원’
‘이태원 특별법안’ 제65조는 ‘공동체 회복 지원’에 관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국가는 피해자 및 피해 지역 주민의 심리적 안정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시행(1항)해야 한다. ‘피해자’가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또 프로그램 개발·시행을 위해 필요한 조사, 연구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세월호’의 경우 같은 명목으로 편성된 사업비가 110억원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해당 조항 4호인 “건강·복지·문화·체육 등 피해 지역에 소재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단체 및 동호회 등의 참여와 연계”다. 일부 안산 지역 단체들은 ‘세월호 사고’ ‘공동체 회복’과는 무관한 곳에 ‘세월호 피해구제법’상 비슷한 사유로 편성된 사업비를 썼다가 뒤늦게 적발됐다. 이들은 ‘공동체 회복 지원’ 명목으로 편성된 사업비를 ▲수영장 딸린 펜션 숙박 ▲요트 체험 ▲현장 체험 명목의 국내 관광 ▲월드컵 응원 행사 ▲동네공원 산책 ▲필라테스 수강 ▲배우자 운영 카페에서 바리스타 교육 등에 썼다. 특히 안산청년회는 ‘김정은 우상화 교육’ 논란을 일으켰다.
또 해당 법안 제66조 1항에 따르면 관계 지방자치단체는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심리상담과 건강·복지·돌봄·노동·문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 시설을 국가 및 유가족 단체와 협의해 설치·운영할 수 있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서 관계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 안산시는 ‘세월호 사고 이후 공동체 회복력 증진을 위한 거점 공간 조성’이라는 이유로 ‘안산공동체 복합 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건립 예정지는 화랑유원지 인근 원고잔공원이다. 안산시는 면적 3200㎡(970평) 규모, 지하 1층·지상 3층 구조로 건물을 올릴 계획이다. 이 건물은 강당, 공유주방, 강의실, 프로그램실, 마을 쉼터 등으로 구성된다. ‘안산공동체 복합 시설 건립’ 사업비는 국비 127억2000만원과 시비 54억5000만원 등 약 182억원이다.
사고 현장 인근에 추모 시설 의무화
\‘이태원 특별법안’에는 또 추모사업을 명시한 대목이 있다. 해당 법안 제67조 1항은 정부는 ‘사고 희생자 추모’와 ‘안전사고 예방교육’을 위해 ▲추모공원 조성 ▲추모기념관 건립 ▲추모기념관 자료의 수집·보존·관리·전시 및 조사·연구 ▲추모기념관 자료 및 기념사업에 관한 홍보·교육과 이에 관한 각종 간행물의 제작·배포 ▲추모비의 건립 ▲재난 및 안전사고 예방 훈련 시설의 설치 및 운영 ▲그 밖의 관련 사업 등을 시행하라는 의무를 부과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사업들을 시행할 경우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세월호 사고’ 관련 추모 시설은 인천광역시 부평구 소재 ‘세월호 사고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내부에 건립할 예정인 ‘4·16생명안전공원’ 등이 있다. 2016년 4월에 개관한 ‘인천 추모관’은 1497㎡(454평) 부지 위에 지상 2층 건물로 구성됐다. 해당 시설 건립비는 국비 30억원이다.
안산시에 들어설 2만3000㎡ 규모 ‘4·16생명안전공원(6970평)’의 조성비는 국비 425억원·도비 43억원·시비 40억원 등 508억원이다. 해당 공원은 ▲추모비 ▲추모기념관 ▲추모공원 ▲편의 시설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태원 특별법안’ 제69조는 ‘추모공원 조성’과 관련해서 추모 시설의 위치는 피해 지역 내 참사 현장 인근에 추모위원회가 정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서울에서도 땅값이 비싼 곳에 속하는 이태원동 또는 그 인근에 ‘이태원 압사 사고’ 관련 추모공원, 추모기념관, 추모비 등이 들어서게 된다. 이에 따른 비용은 앞서 소개한 법안 내용에 따라 정부가 부담한다. 결국 ‘국민 세금’이 또 지출된다는 얘기다.
‘이태원 사고’ 재단에 들어갈 세금은?

▲전국 각지에는 ‘국민해양안전관(전남 진도군 소재)’을 비롯해 ‘세월호 사고’ 관련 각종 시설이 산재해 있다. ‘이태원 사고 특별법’이 시행될 경우 ‘안전사고 예방’ ‘사고 희생자 추모’ 등의 명목으로 방방곡곡에 이와 유사한 시설들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사진=월간조선
해당 법안 제71조는 ‘재단 출연’에 대해 명시한다. ‘이태원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대형 재난사고 재발 방지 등에 이바지하고자 설립되는 재단 설립 후 10년 동안 출연 또는 보조한다. 해당 재단의 역할은 ▲추모 시설의 운영·관리 및 추모제의 시행 ▲사회적 참사의 예방을 위한 연구 및 안전문화 확산에 관한 사업 ▲피해자의 심리·생활안정 및 사회복귀 등 지원 사업 ▲그 밖에 재단의 설립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사업 등이다. 또 정부는 추모 시설의 운영·관리 등 추모사업을 해당 재단에 위탁할 수 있다. 즉 출연 가능한 법정 기한이 만료되더라도 정부로부터 ‘이태원 사고 추모 시설 운영 사업’을 수탁해 조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월호 사고’ 이후 조직된 ‘4·16 재단’도 이와 같다. 정부는 현재 4·16재단에 연간 21억원을 지원한다. ‘인천 추모관’ 운영도 위탁하고 연간 3억5600만원(2023년 기준)을 지원한다. 안산에 들어설 ‘4·16생명안전공원’도 위탁할 예정이다.
이 밖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태원 특별법안’상 ‘안전사고 예방교육’이란 대목을 앞세워 ‘세월호’의 경우처럼 방방곡곡에 각종 시설을 건립하겠다고 할 수 있다. 대형 시설들을 세우는 ‘보여주기식 행정’은 ‘국민 안전 강화’ ‘사고 재발 방지’와 거리가 멀지만, 그럼에도 ‘돈 잔치’를 할 위험이 있다.
세월호의 경우 같은 명목으로 ▲전남 진도군 소재 국민해양안전관(건립비 280억원) ▲전남 목포시에 조성 추진 중인 세월호생명기억관(해양수산부 요구 사업비는 2513억원) ▲경기도 안산시 소재 경기해양안전체험관(사업비 400억원) 등을 조성하는 데 천문학적인 세금이 투입됐고, 앞으로 운영비도 지속적으로 지출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이태원 사고’의 경우에도 전례에 따라 갖은 명목으로 각종 시설이 건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월간조선 06월 호
추적
●‘유동규 감시’ 의혹 변호사, 정유라 만나 ‘안민석 고소 취하’ 종용 정황
“어머니 거기서 이렇게 오래 있을 수 없잖아”
⊙ 문재인 청와대 행정관 출신 A씨, 유동규가 지목한 ‘이재명 측이 보낸 감시 변호사’와 동일인
⊙ ‘최순실 국외 자금 兆 단위’ 주장한 안민석, 지난 4월 23일 첫 재판… 정유라, 지난해 11월 A씨 만나
⊙ ‘안민석 사과’ 요구에 “인정하는 것하고 사과하는 거하고 별개… 정치에서 자기 정체성 부인될 수 있어”(A씨)
⊙ 안민석, ‘정유라에게 고소 취하 의사 전달했냐’고 묻자 “단 일(1)도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 대장동 사건 관련자들에게 ‘감시용 변호사’를 붙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지목된 변호사들 중 한 명이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27)씨에게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고소의 취하를 종용한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월간조선》이 확보했다.
해당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 A씨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재명 대표 측이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 A씨를 보냈다고 주장해왔는데, 문제의 A씨가 ‘정유라-안민석 소송전(戰)’에도 등장한 것이다.
녹음 파일은 지난해 11월 정씨가 A씨를 만난 자리에서 녹음한 것이다. 총 97분44초 분량의 녹음 파일엔 A씨가 정씨에게 소(訴) 취하를 부탁하는 내용과 함께 ‘정권이 바뀌면 수감 중인 어머니(최씨)를 풀어주겠다’는 식의 회유성 발언도 담겼다. 참고로 A씨는 안 의원과 정씨 사건의 법률 대리인이 아니다.
안민석, 첫 재판

▲최순실씨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23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녹음 파일을 보기에 앞서, 대화의 배경을 짚고 넘어가자. 안민석 의원은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 4월 23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첫 재판을 받았다. 안 의원은 이른바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2016~2017년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안 의원은 2016년 12월 23일 ‘뉴스타파’를 통해 최씨의 국외 자금 규모에 대해 “조(兆) 단위”라고 주장했다. 2017년 7월 26일엔 JTBC에 출연해 ‘지금까지 파악한 최순실씨의 은닉 재산 추정치’를 묻는 앵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단언하기 어렵지만 프레이저 보고서에서 보고한, 조사한 당시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자금 규모가 당시 돈으로 8조9000억원, 지금 돈으로 300조가 넘는 돈, 그리고 그 돈으로부터 최순실 일가 재산의 시작점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최순실씨가 미국 방산 업체 회장과 만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국내 도입에 관여했다는 등의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최씨는 이러한 발언들이 거짓이라며 2019년 9월 안 의원을 고소했다.
최씨의 딸 정씨는 2022년 5월 안민석 의원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현 조국혁신당 대표), 주진우 전 기자, 방송인 김어준씨를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A씨가 정씨를 만난 자리에서 안 의원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구슬린 것이다. 정씨는 2023년 11월 10일 서울 소재 모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A씨를 만났다고 한다. 이제 녹음 파일을 살펴보자.
A씨와 정씨가 차기 대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A씨는 “우리 민주당이 다음번에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어지는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변호사 A씨(이하 A): 민주당이 하게(정권을 잡게) 되면 우리 유라씨 모친 석방, 사면 문제는 검토될 수밖에 없고. 근데 그렇게 하기 위한 이 과정에서 유라씨가 역할을 현실적으로 해서 국민적으로 공감대를 만드는 게 당연히….
정유라(이하 정): 저로서는 좀 불안할 수밖에 없잖아요.
A: 아니 내가 만약에 그런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온다면 약속을 지킬….
30분 뒤, A씨는 정씨에게 물 한잔을 권했다. 그러곤 다시 한 번 정씨에게 모친 석방 카드를 꺼냈다.
A: 이걸(안 의원에 대한 고소 취하를) 잘해가지고 이제 결국에는 평가 유라씨의 평가, 그다음에 어머니(최순실)에 대한 평가, 이것들이 확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거든요. 사실은. 그리고….
정: 제가 근데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이제 시간도 많이 지났고 해서 좀 원망도 많이 퇴색되고 이제 뭐 그런 것보다…. 모르겠어요.
A: 어머니 또 거기서 이렇게 오래 있을 수 없잖아. 그 기회를, 어떤 사면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필요할 텐데 현실적으로.
다만 A씨는 “(정유라씨에게 모친) 사면으로 유혹한 게 전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태블릿 PC 조작說’ 꺼내자 “TF 만들어야”
나아가 A씨는, 민주당이 ‘태블릿 PC 조작설(說)’에 힘을 실어주길 바라는 정씨에게 “TF(Task Force·특별 조직)를 만들어야 된다”며 마치 실현 가능한 듯이 말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단초가 됐던 태블릿 PC가 조작됐다는 일각의 주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 그러면 안민석 의원님은 이재명 대표님이랑 가깝긴 한 거예요? 그럼 안민석 의원님 통해서 태블릿(조작설)이 잘 올라갈 수도 있겠네요.
A: 태블릿….
정: 그거까진 바라지도 않지만.
A: 태블릿… 당 쪽으로? 당에서?
정: 예, 뭐 당에서 ‘조작 수사다’(라고) 하면. 사실 근데 화력이 그래야 나오지.
A: TF를 만들어야 되지. 사실 이렇게 하려면. 만들고 그러려면 최고위원회하고 얘기해야 되고. 당연히 다선(多選)이시고 박찬대하고도 다 친하고 나도 박찬대 친해요. 형 동생 하는 사이고, 박찬대 최고위원. 이재명 대표 오른팔이잖아.
정: 그래요? 그것까진 몰라요.
이처럼 A씨는 정씨의 말을 들어줄 것처럼 반응했다. 하지만 ‘안민석 의원의 사과’를 받고 싶다는 정씨의 요구에 대해선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씨의 가족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데 앞장섰던 안 의원이 정씨에게 사과를 하면 자기 정체성을 부인하는 셈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다.
“사과하면 자기 정체성 부인될 수도”

▲2022년 5월 4일 정유라씨가 서울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안민석 의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주진우 전 기자, 방송인 김어준씨를 고소한 취지를 설명하던 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 솔직히 안민석 의원님이 ‘미안하다’ 한마디 하면 그거 그냥 소송 안 해도 되는 건데. 뭘 걱정하시는지는 알 것 같아요. 안민석 의원님이야말로 저를 잘 모르니까. 제가 또 가서 ‘안민석 의원님 나한테 사과했으니 이제 뭐…’(라고 하면서) 언론 나가서 얘기할까 봐 걱정이지.
A: 나는 그러니까 아직까지 너 같은 사람을 당연히 일반인으로 보는데, (안 의원은) 일반인이 아니다 보니까. 그런 부담감이 우리가 잘 모르는 부담감이 있을 것 같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제 그(최순실씨 관련 의혹 제기의) 중심에 있었던 분이다 보니까 더 그런 것 같아.
정: 그렇죠. 어떻게 보면 가장 선봉에 섰던 사람이니까.
A: 자기 정체성이 부인이 될 수 있을 수 있잖아. 사실은. 그러니까 당연히 고소 취하한다고 하면 ‘감사합니다’ 하고 박수칠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안 의원이) 그걸 못 하신다면 내가 봤을 때는, (안 의원 입장에서) 내가 어쨌든 그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해가지고 유라씨나 어머니에 대해서 공격하는 데 앞장섰는데, 갑자기 (안 의원 입장에서) 내가 그거를 이렇게 이렇게 하면(뒤집으면) 사실은 그게 정치에서 자기 정체성 부인이 될 수 있는….
한편 A씨는 정씨가 고소한 이들 중 안민석 의원만 콕 집어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강조했다. 앞서 언급했듯, 정씨는 안민석 의원, 조국 전 장관, 주진우 전 기자, 방송인 김어준씨를 고소했다.
“안민석 의원을 도와줘야지”
정: 솔직히 너무하시긴 했어. 300조 그랬잖아요.
A: 인정하는 것하고 또 사과하는 거하고 별개 문제라 그런 거야. 그니까 둘이는 이제 그러니까 의원님이 이제 유라씨한테 그런 인간적인 게 있는 거 하고, 또 그거를 얘기하는 거하고 또 다른 얘기거든. 마음이 있어도 그걸 표현한다는 건 또 다른 얘기인 거야.
정: 근데 그것도 표현을 해주세요. 우리가 서로 취하도 하고 사이좋게 가는 거지. 사실 근데 제가 저도 이거 취하한다는 거는 걸려 있는 소송 그냥 다 날리겠다는 거예요. 조국 (전) 장관도 마찬가지고 김어준도 마찬가지고 그냥 걸려 있는 거 다 취하해줘야 돼요. 사실 안민석 의원을 틱 취하해주면 그것도 웃기거든요.
A: 아니지. 다르지. 조국 등한테 (고소)한 게 있어요? 그때?
정: 다 걸려 있죠. 주진우, 김어준.
A: 안민석 의원이 도와주는데 안민석 의원을 도와줘야지.
대화 내용에서 알 수 있듯, A씨는 안 의원을 위해 정씨를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정씨도 “A씨가 본인이 안민석 의원과 친하다며 고소 취하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안 의원은 A씨에 대해 “아는 많은 변호사 중 한 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민석 “내가 뭐 하러 그럽니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사진=조선DB
안민석 의원은 지난해 12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A씨를 통해 정유라씨에게 고소를 취하할 것을 부탁한 사실이 있느냐’는 물음에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 의원과의 문답이다.
― A씨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습니까.
“아는 많은 변호사 중 한 분이죠.”
― 정유라씨에게 고소를 취하해달라는 의사를 표현하거나 전달한 적이 없습니까.
“단 일(1)도 없어요. 내가 뭐 하러 그럽니까?”
― 정유라씨가 고소한 건에 대해 앞으로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그건 재판정에서 다투면 될 문제죠.”
― 정씨에게 사과를 하거나, 사과 조건부 고소 취하에 대해선….
“그런 건 관심 없어요.”
A씨의 반론을 구하고자 지난해 12월 4일 그가 근무하는 법무법인을 통해 질문을 보냈다. A씨는 이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 사안은 안민석 의원과는 무관하다”며 “안민석 의원의 공식 입장은 ‘사과 의사 없다. 고소 취하 필요 없다. 재판에서 다투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후에도 집요하게 안 의원의 사과를 포함한, 화해를 위한 미팅이나 통화를 요구한 측은 정유라씨”라고 주장했다.
이튿날 A씨는 “순수하게 안민석 의원에게 도움을 주려고 정유라씨를 알게 된 기회에 안 의원님 얘길 꺼냈던 것이고 그 이상도 이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구 부탁받고 한 것도 아니었고 선의로 했던 일인데 상황이 이상하게 변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A씨는 지난 5월 2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2년 10월 김용 전 부원장의 부탁으로 유동규씨의 변호를 맡았다. A씨는 재판에서 “유씨가 나를 가짜 변호사라고 하며 감시, 회유했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김씨가 ‘유씨가 경제적으로 어려우니 저렴하게 변호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해서 도와주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이날 “검찰은 마치 제가 김용, 더 나아가 이재명 대표께서 저를 보내서 유동규를 감시하거나 회유하려던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 같은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정치인 선배가 편하게 부탁하는 것을 의심하는 프레임은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순수한 마음에, 친분 있던 안민석에게 도움 주려고…”
지난해 12월 4일 A씨에게 ▲정유라씨에게 고소 취하를 종용한 이유 ▲태블릿 PC 조작설을 두고 딜(거래)을 시도한 경위 ▲안민석 의원과 가까운 사이인지 여부 등을 물었다.
A씨는 “우연히 정유라씨와 인연이 되었기에 순수한 마음에 친분이 있던 안 의원에 대한 최순실의 고소건을 취하하면 어떻겠냐고 제의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정유라씨가 사과를 조건으로 고소 취하가 가능하다고 하여 잘잘못이 있고 없고를 떠나 정치인이 사과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제 개인적인 생각을 전하며 난색을 표했다”며 “정유라씨가 사과 조건부 고소 취하를 고수하여 일단 안 의원님에게 전달은 해보겠다고 얘기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태블릿 PC 조작설’ 얘기가 오간 데 대해 A씨는 “태블릿 PC 등을 조건으로 안 의원과의 만남을 요청하며 딜(거래)을 (시도)한 것은 정씨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녹음된 대화 맥락에 대해 “분명 정유라씨가 안민석 의원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지난해 12월 21일 통화에서 “제가 먼저 (안 의원을) 만나자고 한 건 맞다”며 “안 의원이 고소 취하를 원한다면 직접 내 앞에 와서 사과하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먼저 얘기한 건 A씨”라고 덧붙였다. A씨와 정씨의 대화 녹음을 다시 살펴보자.
정: 그냥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뭐 거창한 사과를 바라고 ‘내가 거짓말했다’ 이걸 바라는 게 아니라, 그냥 그때는 좀 심하게 했던 거 미안했고.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뭐 너한테 너무 운동선수로서의 그런 걸 한 것도 좀 내가 심했던 것 같다. 이 정도의 사과를 바라는 거지.
A: 그냥 한번 두 분(안 의원과 정씨) 만나면 어때 그냥 편하게. 자리 한번 맞추고 할까.
정: 저는 상관없어요.
A: 말하자면 자연스럽게 뭔가 얘기 나오겠지. 그러니까 왜냐하면 이게 눈빛만 보면 하나만 (봐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 그렇잖아. 그렇기 때문에 아무튼 한번 얘기드려볼게요. 전화라는 건 사실 그 정확한 감정을 전달하기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만나서 보면 아, 이게 느낌이 있잖아….
정: 저는 솔직히 그렇게 생각해요. 완전히 나쁜 사람도 없고 완전히 좋은 사람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A: 나는 사람을 믿고 신뢰하고. 설령 배신해(도), 나는 그래도 내 도리 다하는 것이고. 솔직하게 얘기하고. 그 사람 진심을 끄집어내서 내가 같이 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거든.
녹음 파일 속 A씨와 정씨의 대화를 들으면 두 사람 사이엔 신뢰가 형성되는 듯했지만 A씨는 지난해 12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유라씨 말 믿지 마라”며 “나도 (녹음) 당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정유라씨에게 피해 준 것도 없다. 그렇게 야비하게 (녹음하는 건) 자기 돈벌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감시용 혹은 가짜 변호사가 아니고서야”
한편 유동규씨는 A씨에 대해 ‘이재명 대표 측이 보낸 감시용 변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씨는 자신이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2022년 10월 4일 A씨가 찾아와 “위에서 보내서 왔습니다. 도와드리라고 해서요”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가 (변호인) 선임 계약서를 내밀었다. 계약서를 쓰고 싶지 않았지만, 선임 계약서를 써야 구치소에서 나갈 수 있다고 해서 일단 사인했다”고 했다. 유씨가 지난 3월 28일 낸 저서 《당신들의 댄스 댄스》에 관련 일화가 등장한다.
〈(2022년) 10월 14일 반부패수사1부 조사실에서 새로운 수사를 받고 있는데 A씨가 들이닥쳐 안내데스크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전언이었다. 그제야 수임 계산서를 갖고 오겠다며 돌아갔던 그가 떠올랐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지금 그가 여기에 왜 왔지?’였다. 부른 적도 없고, 더구나 수임료도 정하지 않고 계약서도 쓰지 않았다. 나로선 그냥 정중히 돌려보내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냥 가시라고 하세요’라고 전하면 그가 그대로 발길을 돌릴 줄 알았다. 아니었다. 자기가 ‘선임된 변호사’라며 내가 조사받는 조사실로 들어가겠다고 난리를 쳤다.
그거로 대충 감이 왔다. 그가 왜 지금 그 난리를 치는지를. 얼마 전부터 내가 조금씩 ‘사실’을 불기 시작했고, 언론에 일부 흘러간 게 정진상과 김용의 귀에도 들어간 거였다. 그 둘은 내가 검찰에 무슨 말을 하는지가 궁금했을 터였다.(중략)
그날, 조사를 받고 구치소로 돌아갔는데 민주당에서 난리가 났다. “검찰과 유동규가 짰다. 그렇지 않으면 유동규가 나가는 걸 어떻게 알고 있냐?”라며 억지를 썼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나의 구속 만기 날짜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일이었다. 그게 난리 칠 일인가? 그럼 A씨는 내가 다시 또 구속돼 감옥에서 죽을 때까지 있길 바랐나. 그게 아니고서야 그게 어디 생난리 칠 일인가.
A씨 말대로 나의 구속 만기 날짜를 전 국민이 단 한 명도 모르고 있었다고 치자. 단 한 명도 모르는 날짜를 선임된 변호사에게만 내가 말을 한 거라면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말을 민주당에 냉큼 전달하는 건 무슨 수작인가. 당신이 감시용 혹은 가짜 변호사가 아니고서야.〉(91쪽)⊙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시민군 소년병’ 김윤이 말하는 5·18과 광주, 대한민국
“‘5·18 팔이’ 하는 사람들, 이제 제발 그만해라”
⊙ “광주 민주화 운동권의 카르텔 깨는 것이 진정한 민주혁명으로 가는 길”
⊙ “5·18 유공자, 누군가가 서로 짜고 증언했다고 하면 眞僞 가릴 방법 없어”
⊙ “광주에서 5·18 유공자 문제 공론화 못 되는 건 일당독재 때문”
⊙ “국민의힘, 매력 창출에 실패… 정통 보수 기본으로 지지세를 확장했어야”
⊙ 김우중 회장의 ‘운동권 특채’로 대우車 입사, 세계경영기획단장으로 활동

▲5·18 광주(光州) ‘시민군 소년병’ 출신으로 2024년 총선 때 광주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전 대우자동차 세계경영기획단장 김윤.
그렇다. 그의 삶에는 1980년대의 피 끓는 청춘이 녹아 있다. 다른 길로 갔더라면 출세(出世)의 길이 활짝 열렸을 텐데, 그는 편한 길을 마다하고 자기만의 길을 갔다. 그의 우직한 선택에는 어떤 배경이 깃들어 있을지 궁금했다.
― 1963년 담양(潭陽)에서 태어났네요?
“네. 수북면 삼인산 아래가 고향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일종의 한학자(漢學者)셨죠. 우리 집안이 전통적으로 유학(儒學)을 했습니다. 아버님은 특별한 사회 활동은 하지 않고 선비적 삶을 사셨죠.”
그가 소년 시절부터 한적(漢籍)과 친했던 배경이다. 아버지 친구분이 공부 잘하라고 써주신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 붓글씨를 벽에 붙이고, 소년 김윤은 당시(唐詩)와 논어(論語)에 빠져 지냈다. 한문(漢文)은 그래서 그의 모태(母胎)신앙이다.
― 광주로는 언제 이사했습니까.
“초등학교 4학년 때 광주로 전학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합격해 서울로 오게 됐죠. 제가 맏아들인데, 그때 기준으로 아버지께서 저를 늦게 두신 거예요, 30세에. 제가 호기심 많고 학교 다니고 싶다고 하니까 5세에 입학시켰는데, 제가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고 보셨는지 대처(大處)로 빨리 보내자고 결정하신 겁니다.”
“교장 선생님, ‘너 지금 나가면 죽는다’”

▲광주진흥고 재학 시절 교련복을 입고 행군(당시에는 소풍 가는 것을 행군이라 했음)을 가서 찍은 사진(앞줄 가운데). 이 교련복을 입고 1980년 소년시민군으로 참여했고, 44년 후인 2024년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할 때 다시 꺼내 입었다.
어머니와 둘이서 타향(他鄕)에서 살았지만, 담양과 광주가 지척이라 낯선 느낌은 크지 않았다. 이런 중 광주 진흥고 3학년이던 1980년, 5·18이 터진다.
― 그날, 어디에 있었습니까?
“제가 살던 곳이 광주 계림동입니다. 5월 18일에 공수부대가 시민들한테 잔혹한 행동을 했다는 소문이 시내에 쫙 퍼졌어요. 그래서 제가 19일, 20일 계속 시내에 나갔습니다. 거리를 공수부대가 계속 지키고 있었는데, 굉장히 공포스러웠죠.”
― 바로 ‘시민군’에 들어간 겁니까.
“아뇨. 5월 20일에 제가 광주 시민 중 돌아가신 분들 안치한 곳에 다녀왔어요. 옛날 도청 건물 바로 앞에, 지금도 그대로 있는데, 상무관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얼마나 험악했냐면, 핏자국이 그냥 그대로 다 보이고 관(棺)도 없어가지고…. 그걸 보고 제가 엄청나게 분노했어요. 그래서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김윤은 시위를 주동했다. 보고 온 바를 전하고 반마다 돌아다니며 ‘우리 고등학생들도 나서야 한다’고 외쳤다.
“조규진 교장 선생님이 저를 상당히 예뻐하셨어요. 시민군에 참여하겠다는 저를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너 지금 나가면 죽는다’라며 울면서 막으셨어요.”
김윤은 교사들의 눈을 피해 담을 넘었다. 교련복 차림이었다.
“저랑 얘기가 많이 통했다고 할까, 제 멘토 역할을 했던 분들이 계십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흥사단 아카데미 활동을 했거든요. 전남대·조선대 선배들이 많았는데 그분들이 시민군에 많았죠. 제가 가니까 저를 많이 보호해줬습니다, 고등학생이라고. 도청 들어갈 때도 제가 형들 따라서 같이 들어갔었는데… 그 형들이 기어이 저를 도청 밖으로 내보냈어요.”
이번 총선에서 김윤은 바로 그 교련복을 입고 유세를 했다. 44년 된 옷인데도 보존 상태가 좋았다. 고3 김윤이 학교 담을 넘은 건 1980년 5월 22일 혹은 23일이다. 이후로는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총 뺏고 도청 밖으로 내보낸 형들
― 실제로 무기도 지급했습니까.
“지급했다기보다는, 제가 총을 잡았죠. 덜덜덜 떨면서요. M1 소총으로 기억합니다. 딱 한 번 잡아봤고 실제로 쏴보거나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 실제로 총알이 오갔을 때, 총소리를 바로 옆에서 들었을 텐데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저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무지무지한 공포, 또 하나는 분노. 이 두 가지 마음이 계속 교차했죠. 정말 두려우면서도 ‘어쨌든 싸워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하여튼 그랬습니다.”
필자는 5·18 진압군으로 광주에 갔던 분의 증언을 간접적으로 들은 적이 있다. 논란이 됐던 발포 명령 얘기에 대해 그분은 이렇게 답했다.
“무장한 시위대가 장갑차를 앞세우고 몰려오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포감 때문에 전원 실탄을 장전했다. 조준 사격? 못 한다. 그냥 눈 감고 머리 위로 총 들고 쏘는 거다. 그 공포감은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이 얘기를 했더니 김윤씨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 심정에 120% 공감합니다. 그리고 저는 총을 잡아만 본 거지 실제로 쏴보지는 못했어요. 제가 키도 작고 고등학생 교련복 입고 있으니까 형들이 절대 못 하게 했습니다. 제가 총을 잡으면 뺏고 또 뺏고 그랬죠.”
― 광주 도청 사수대(死守隊)로 마지막까지 있었던 건가요?
“그렇게까지는 못 있었죠. 그러니까 공수부대가 들어오기 이틀 전에 형들이 기어이 저를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고등학생들은 여기 있지 말고 다 나가서 공부해야 한다면서….”
“대한민국 중심의 역사관”
― 선거 유세 때 5·18 정신에 대해 말했는데, 5·18 정신이라는 것은 뭡니까.
“분명하게 말씀드리는데, 저는 대한민국 중심의 역사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의 눈부신 대한민국의 성장에는 냉전(冷戰)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처럼 굉장히 탁월한 지도자의 선택이 있었죠. 6·25의 잿더미 위에서 또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산업화를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끌어갔습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남은 과제가 있었죠. 이렇게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대한민국의 내부 공동체 운영을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이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는 ‘건국(建國)과 산업화(産業化)의 가치 위에 세워진 민주화(民主化)’를 말했다. ‘산업화’의 의미를 필자는 ‘절량농가(絶糧農家)’의 근절, 그러니까 이 땅에서 최초로 밥 굶는 사람들을 없앴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1970년대 말이 저는 과도기의 마지막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박정희 대통령의 다소 권위적인 리더십이 바뀌어야 할 시점이 그때였습니다. 그것을 억지로 연장했던 것이 전두환(全斗煥) 군부(軍部)의 등장이었고, 와중 핵심적인 타깃이 됐던 것이 광주가 아닌가, 의도했던 건 아닐지 몰라도 결과가 그렇단 말씀입니다.”
필자는, 당시 전국에서 가장 민주화 열기가 높았던 곳은 광주라고 생각한다. 여러 원로 언론인을 만나본 뒤 내린 결론이다. 소년병 김윤의 설명이 이어졌다.
“근데 이런 상황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했어야 했느냐. 가만히 있었어야 했느냐. 가만히 있었다면 이 뒤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됐을 것인가? 이렇게 저는 질문을 한 번 던지고 싶습니다.”
‘북괴는 오판 마라’
― 당시 광주 시민의 염원은 무엇이었습니까.
“민주화로 한 걸음 전진해야지 더 억압적인 독재 체제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죠. 이 문제의식으로 맞섰던 것이고, 이런 것들이 자양분(滋養分)이 되어 대한민국이 민주화 부분에서도 상당히 빠르게 압축성장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이런 맥락에서 확실하게 광주 시민들이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 오늘날 이룩한 건국과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라고 하는 삼박자의 눈부신 성취의 한 축으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합니다.”
이동욱(李東昱) 전 《월간조선》 기자는 5·18 정신의 핵심 중 하나가 ‘반공친미(反共親美)’였다고 썼다. 김윤이 답했다.
“그건 100% 사실입니다. 그때 ‘북괴는 오판(誤判) 마라’고 시민군이 내건 플래카드를 제가 봤습니다. 대자보에서도 봤고요. 그리고 결국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도움이 좀 필요하다는 생각들을 했었죠. 당시에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미국의 항공모함이 오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그 소문을 듣고 제가 안심을 했어요. ‘국제사회가 우리를 인정하는구나. 우리의 정당한 뜻을 주장하면 민주화를 이룰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기록을 보면, 시민군이 북이 파견한 간첩을 잡아 계엄군에게 인계한 사실도 나온다.
“그건 당시의 상황이 어땠는가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예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광주 시민에게는 ‘북이 이 상황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라는 광범위한 컨센서스가 있었습니다. 이 점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돌 맞을 각오를 하고 직구(直球)를 던지겠습니다.”
― 좋습니다.
“당시 광주 상황에서, 대부분의 광주 시민이 다 시민군이었습니다. 주먹밥 나르고 물 떠 주고…. 일부 몇 사람이 광주 민주화 운동을 독점(獨占)해 마치 자기들이, 자기들만이 주연인 것처럼 행세하는 부분에 대해 저는 굉장히 강력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실에도 맞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말이 좀 거칠지 모르지만, ‘5·18 팔이’ 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은 꼭 하고 싶습니다. 이제 제발 그만해라.”
― 광주 민주화 운동 유공자잖아요.
“저는 광주 민주화 운동 유공자로 등록된 것이 아니고 민주화 유공자입니다.”
― 유공자 등록 신청 안 했습니까?
“안 했죠. 왜 그랬느냐. 솔직히 제가 소년 시민군으로 나갔던 사실을 고등학교 친구들, 선생님, 부모님, 흥사단 선배들 등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5·18 유공자로 인정해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는 것이 5·18 정신에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신청만 하면 바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죠. 5·18 민주화 유공자 공적 조사하는 곳에 제가 아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래서 ‘야, 윤아, 너 그렇게까지 했는데 왜 신청 안 하느냐?’고 해요. 신청만 하면 바로 된다고. 그럴 때마다 전 ‘그건 광주 민주화 운동 정신에 역행하는 거다’라고 얘기하고 끝까지 안 했습니다.”
“누구도 시비 못 걸더라”
― 이번에 그 점을 분명하게 밝혔죠?
“그렇습니다. 적극적으로 밝혔죠. 왜 그랬느냐? 이제는 광주가 5·18을 넘어서야 하는데, 계속 그걸 붙들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정치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는 어마어마한 걸림돌, 발목을 잡고 있는 그런 요소로 광주가 더 이상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그 얘기를 당사자였던 제가 당당하게 한 번 이야기해야 되겠다고 봤습니다.”
― 시비는 없었습니까.
“누구도 시비를 못 걸었습니다. 이번에 광주 내려갈 때 주변에서 ‘야, 윤아, 그거 정면으로 대결하면 누가 너한테 돌도 던지고 혹시 해를 가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더군요. 제가 볼 때는, 저처럼 그때 진짜로 분노하고 교련복 입은 채 실제로 시민군 활동을 했던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겁니다.”
― 방금 했던 ‘일부 세력이 5·18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씀과 같은 맥락입니까? 지금 5·18 같은 경우에는 유공자 명단도 비공개로 돼 있고, 일반인 입장에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기에 말씀드립니다. 또한 ‘누군가가 5·18 정신을 독점해 사적(私的) 이익을 취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물론 제가 100% 확실한 객관적 증거를 가지고 드리는 말씀은 아니어서 어느 정도 제 나름의 주관적 소견일 수밖에 없지만, 예를 들면 아까 제가 공적 조서 작성하는 문제 얘기했잖습니까? 그건 뭐냐면, 서로서로 간에 증언이 일치하면 됩니다. 간단히 얘기해서, 누군가가 서로 짜고 증언했다고 하면 그 진위(眞僞)를 가릴 방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게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이 틈을 파고든 사람이 있을 거다, 그러니까 실제로 당시 일반 보통 광주 시민보다도 활동을 안 했던 사람들이 심지어 유공자로 등록, 행세하는 경우가 없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계속 계란으로 바위 치며 부딪쳐야”

▲지난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 후보로 출마한 김윤씨는 ‘돌아온 소년군’임을 내세웠다.
― 이 문제가 지역사회에서는 왜 공론화되지 못하는 겁니까.
“일당독재(一黨獨裁) 때문이죠. 이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지금 광주가 어떤 문제를 낳고 있느냐? 광주에서는 지금의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야당입니다. 시의회 의석이 없어요. 아예 그냥 배제되는 분위기입니다.”
그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이 모두 말렸다고 한다. ‘출마 취지에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런데 당선 가능성은 0%다,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오면 표를 3배는 더 받을 거다’라고 했단다.
―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네요.
“누군가는 계속 이렇게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서 부딪쳐야죠. 어느 정도 임계점(臨界點)에 도달하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 근거가 있습니까.
“공천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재명(李在明)의 사당화(私黨化)에 대한 우려가 높았거든요. 이재명 대표 측근 위주로 공천이 진행되면서 광주의 유력 국회의원, 현역 국회의원들이 다 낙천(落薦)했습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 민형배 의원인데, 민 의원은 이재명 대표에게 충성하는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의 핵심이었죠.”
― 광주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까.
“네. 이건 너무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어요. 이런 식의 공천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과도 차이가 크게 나는 행위죠. 그래서 정통적인 민주당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비판적인 여론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3월 중순 이후 ‘그래도 2번 찍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는 분위기로 다시 돌아갔죠. 광주의 미래를 위해서 새로운 물꼬를 터보자는 흐름이 줄어들고, 이재명 사당화에 대한 비판적 에너지가 국민의힘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조국혁신당으로 가버렸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문제이자 과제입니다. 더 나은 대안(代案)으로서 국민의힘이 광주에서, 호남에서 인정을 못 받고 있는 이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제2의 광주 민주화 운동’

▲광주에서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들이 광주 지역 공약을 발표했다. 가운데가 김윤.
김윤의 본질적인 문제의식은 또 있었다. 지금 같은 투표 행태가 계속되는 한 광주의 미래는 없다는 점이다. 광주 시민들의 정치적 이익이 앞으로도 계속 전국 단위 선거에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었다. 이건 무슨 얘기일까?
“광주 시민은 무조건 민주당에 투표합니다. 광주 시민들의 근본적인 가치, 이익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공약이나 정책을 내세워도 다 뽑아주죠. 현재 이재명 대표의 핵심적인 목표는 어떻게 해서든지 본인이 집권하는 겁니다. 그 수단에 지금 가장 큰 역할을 해주고 있는 그 부분이 어디냐? 광주입니다. 조금 더 나은 다른 대안이 있다면, 다른 정치 세력이든 국민의힘이든 얼마든지 투표할 겁니다. 바뀔 수 있는 에너지를 갖고 있어요. 그 에너지를 잡아야 광주의 정치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광주시의회나 전라남도 도의회가 사실상 일당독재로 가는 한, 오히려 호남에서는 전국적 정치인이 나오지 못할 겁니다.”
― 왜 그렇습니까.
“제가 보기에 이재명 캠프의 핵심적인 전략 가운데 하나는 자기와 경쟁할 수 있는 호남 인물들을 완전히 원천 배제하는 겁니다. 광주에 8개 선거구가 있는데 7군데가 초선입니다. 이렇게 해도 표를 주는데, 호남의 경제적·사회적·정치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그걸 타파하는 길이 시의회나 도의회, 총선에서의 일당독재를 깨는 것인데, 이게 지금 쉬운 문제가 아닌 거죠.
이번에 TV 토론에 나가서도 분명히 이야기했습니다. 광주 시민들이 이제 5·18을 넘어서서 확실하게 각성해야 한다. 광주 시민들 더 이상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이걸 끊어내고 광주가 다시 한 번 제2의 광주 민주화 운동을 일으킬 각오로 미래를 개척하자.”
“확실한 자기 정체성 없이 무슨 싸움 하나”
김윤은 통합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청년당, 국민의당 등을 거치며 정치적 실험을 거듭했다. 통합민주당을 탈당하면서는 ‘민주화 운동의 경험과 나만 옳다는 교만함으로 똘똘 뭉친 집단이 바로 운동권들이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그에게 상당한 정치적 불이익을 가져다줬다. 혹시 후회는 없을까?
“그때 당시에 제가 했던 것은 좀 우아한 발언이었죠, 하하. 그 뒤에 이들의 작태를 보면, 내로남불을 넘어 완전히 부패, 타락, 무능의 카르텔을 못 벗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죠. 이번 총선에서 의석수 기준으로 보면 압도적으로 국민의힘이 패했습니다. 하지만 득표율을 보면 5% 남짓밖에 차이가 나지 않거든요. 그러면 이걸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맞느냐. 기존의 운동권 카르텔 세력들, 더더군다나 지금 변질된 이재명 사당화된 민주당에는 미래가 없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 야당에 정치적 미래가 없다고 했는데, 여당은 그럼 왜 졌습니까.
“정치력에서 진 거죠. 매력(魅力) 창출에 실패한 겁니다. 정통 보수를 기본으로 해서 지지세를 확장해야 했는데 그렇게 못 했어요. 보수의 중심 세력을 설득할 수 있는 일관된 스토리와 비전, 힘이 없었죠. 확실한 자기 정체성(正體性) 없이 무슨 싸움을 합니까?”
― ‘이념(理念) 논쟁을 하지 않은 것이 패인(敗因)’이라는 얘기네요.
“그렇죠. 또 하나가 더 있습니다. 저는 이게 핵심이라고 보는데, 저쪽에서 제일 잘하는 게 뭐냐면 정치적인 선전 선동입니다. 이 분야의 달인들이 뭉쳐서 움직이는데 여기에 번번이 깨지면서도 계속 속수무책(束手無策)이잖습니까.”
“전체적 흐름은 비관적이지 않아”
― 그럼 앞으로 지방선거, 총선, 대선에서도 우익 정당에는 미래가 없는 겁니까.
“저는 대한민국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저 사람들에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전체적인 흐름은 비관적이지 않아요. 승리를 견인할 수 있는 이쪽의 주체적 역량, 리더들의 문제가 훨씬 더 본질적이죠. 어떻게든 전열(戰列)을 재정비해서, 그러니까 우익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제대로 자기정립(自己正立)해서 다수의 국민으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정치적 흐름을 만들어내야죠.”
그는 대한민국이 절체절명의 체제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했다. 정치력 무능이 역사적 비극을 부를 수도 있다고 했다.
“역사를 보면 많이 증명되지 않았습니까? 비근한 예로 히틀러 같은 사람도 선동으로 선거에서 이겼죠. 합법적으로 정권을 잡고 난 뒤에 그런 황당한 짓을 벌일 것이라고 그 당시 독일 국민들이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대한민국에 그런 상황이 안 오리라고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총선의 압도적 패배가 오히려 우익에 분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끌어낼 수 있는 중심 세력으로 우익이 거듭나야 합니다.”
― 그동안 주사파(主思派)와 공산주의 세력의 체제를 뒤흔들려는 야욕은 멈춘 적이 없다고도 말했더군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죠. 계속 외양(外樣)을 바꾸면서 강고하게 버티고 있는 종북(從北) 세력들이 있습니다. 이 종북 세력들이 호남과 광주를 숙주(宿主)로 해서 강력히 결합하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 광주에서 그렇게 말하면 돌 맞지 않습니까.
“저는 각오했는데 그러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아, 자기들 스스로도 정당성이 현재 약화돼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원희룡과 비주사파 NL 활동
그는 주사파 전문가다. 대학 운동권 시절부터 북의 주사파에 반발해 비(非)주사파 NL(민족해방)이라는 소수파를 이끌었다. 당시 주사파들에게 이미 한 번 조리돌림을 당했다.
“당시 운동권들이 ‘반제(反帝) 반봉건(反封建)’을 외쳤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초의 대한민국이 무슨 봉건주의 사회입니까? 이건 사실에 안 맞는 거다, 억지 프레임이다라는 문제의식이 있었죠.”
― 반제(反帝)는요?
“저는 미국에 대해 ‘우리가 좀 종속적인 면이 있는데, 이건 좀 벗어나야 한다’는 자주적(自主的)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그런데 주사파는 북한에서 보내는 방송을 그대로 적어가지고 녹음기 재생하듯이 기계적으로 외웠죠.
당시에 유행했던 책 중에 김정일이 쓴 책이 있어요. 《주체사상에 대하여》였던가? 읽어보니까, 무슨 중학교 수준에도 못 미치는 아주 유치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매우 진지하게 무슨 성경책 보듯이 외우고…. 황당했습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반미주의자는 아니고, 자주적인 것을 추구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적어도 김일성의 주체사상, 그리고 북한을 중심으로 하는 반미운동은 옳은 길이 아니다!’라는 자기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에 우리가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담아 붙인 이름이 ‘자주파NL’이다. 원희룡(元喜龍)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 모임의 동지였다.
“저는 81학번이고 원희룡 전 장관은 82학번이었죠.”
― 청년 시절의 원희룡은 어떤 인물이었습니까.
“큰 정치인으로 성장한 원희룡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있을 텐데, 제가 본 원희룡은 무엇보다도 명석한 인물입니다. 이건 확실해요. 학력고사 전국수석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뛰어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내면이 맑고 자긍심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원희룡 전 장관이 지금까지 정치적으로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마는 어쨌든 본인 나름대로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어떻게든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봅니다.”
김우중, “나도, 자네들도 애국자”

▲김윤씨는 김우중 회장의 ‘세계경영’에 공감해 ‘운동권 특채’로 대우그룹에 입사했다
김윤은 학생 운동을 하다 집시법 위반으로 1년간 복역도 했다. 졸업 후 구로공단, 부천, 인천에서 렌즈공장, 인쇄공장 노동자로 일했고, 인천노동교육연구소를 만들어 상담·교육·조직 활동을 했다. 1992년 사회주의권이 무너지자 운동의 방향성과 목표를 상실했고 이념적 회의가 생겼다. 1992년 결혼 후 번역 일로 생계를 유지하던 중 1995년 대우그룹 김우중(金宇中) 회장과 인연이 닿았다.
“그때 마침 김우중 회장님이 ‘세계 경영’을 내걸고 인재들을 찾고 있었어요. ‘세계 경영’의 기본 취지가 ‘이 좁은 대한민국에서 아웅다웅 살지 말고 세계로 나가자!’였죠. 회장님 생각으로는,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데 진취적인 사람이 필요한데 운동권이 적격이라고 보시고 저희를 대거 영입하셨습니다.”
힐튼호텔 중식당에서 만난 김우중 회장은 ‘나도 애국자고 자네들도 애국자다. 배고픔에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죽으라고 일했다. 산업전사들이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끌고 왔으니 다음은 이 바탕 위에서 자네들이 좀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 젊은 나이에 목숨 걸고 운동했다면 애국한 거다. 나의 애국과는 시절과 조건이 달랐을 뿐이다. 그러니까 이제는 애국자들끼리 모여서 한번 무대를 넓히자. 나랑 같이 손잡고 크게 한번 뛰어보자. 너희라면 정말 잘할 거다’라고 했다.
“그 얘기를 듣는데 가슴이 뛰었어요. 그 자리에서 입사원서를 썼죠. 그러니까 ‘내일부터 나랑 같이 일하자’라고 하시더군요.”
일벌레 김우중 회장의 출근 시각에 맞춰, ‘운동권 특채’들은 매일 아침 7시까지 출근했다. 김우중 회장은 ‘운동권 활동’을 경력으로 인정, 이들을 일반 사원이 아니라 대리로 발령했다. 그의 꿈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 노하우(know-how) 자체를 동구권 및 세계에 수출하는 것이었다.
‘세계경영기획단장’

▲우크라이나 현지합작법인에서 경영관리담당 디렉터로 일할 때의 모습. 우크라이나에서 근무하면서 사회주의의 잔재를 벗어버렸다.
어느 날 김태구 대우자동차 회장의 요청으로 김윤 대리는 ‘혁신안’을 냈다. 한 사람이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운동권식 멀티플레이 개념을 인사(人事) 경영에 도입, 급격한 확장에 따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사람을 자르지 않고 전열을 재정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새벽 5시부터 한 시간 동안 보고받던 김태구 회장은 ‘당장 하자’면서 바로 김우중 회장에게 전화로 보고했다.
그날부터 김윤은 ‘세계경영기획단장’으로 직함이 바뀌었다. 대우그룹은 의사 결정이 아주 빨랐다. 과감하게 역할을 주고 아이디어를 현실에 접목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밀어줬다. 김윤의 생활반경도 세계로 확장되었다. 베트남, 인도, 동유럽 가리지 않고 출장을 다녔고 1997년부터는 우크라이나에서 3년 넘게 주재원으로 생활했다.
우크라이나 생활은 관념적으로 찌꺼기처럼 남아 있었던 사회주의·공산주의를 향한 관심을 완전히 뿌리 뽑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공산당이 왜 몰락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우리 1세대 기업인들의 위대함에 대해서도 절감했다. 과거 담론, 산업화와 민주화 운동의 담론으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을 끌고 나갈 수 없다는 판단도 했다. 이미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보다 더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현실 정치에 참여하게 된 이유다. 여러 시도를 했지만, 아직까지는 결실을 맺지 못했다.
“전두환, 공과 분명”
― 역사를 바른 방향으로 바꾸고 싶어 현실 정치에 참여한다고 했는데,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국부(國父)다, 틀림없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냉전 체제하에서 정확한 국제적인 안목이 있었기 때문에 공산주의 체제를 단호히 반대하고 오늘날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셨죠. 인촌(仁村) 김성수(金性洙) 선생 등 호남 우익의 협조로 단행한 농지 개혁도 엄청난 업적이라고 봅니다. 그 과업을 합리적으로 해냈기 때문에 6·25 전쟁의 와중에서도 공산당을 막아낼 수 있는 민중적 힘이 생겼다고 확신합니다.”
― 박정희 대통령은요?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핵심 문제는 ‘어떻게 해야 빨리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것인가? 경제를 발전시킬 것인가?’가 핵심 아니겠습니까? 이 과제를 탁월하게 수행한 분이죠.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분기점은 내수(內需) 경제, 자력(自力) 경제를 관념적으로 고집하지 않고 과감하게 수출 경제, 개방 경제로 나간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가 이렇게까지 고도성장을 해온 건 그 갈림길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을 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 전두환 대통령에 대해서는요?
“전두환 대통령 같은 경우는 공과가 분명하다고 봅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 진압 같은 경우는 어떤 기준으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죠. 그러나 결과론적일 수 있습니다마는 지금 대한민국이 국제적인 수준의 경제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인 시기가 1980년대 전두환 대통령 시기거든요. 전두환 대통령이 다른 건 몰라도 경제 운영과 관련해서는 잘했습니다. 자기가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한테 확실하게 권한을 위임했죠. 긍정적 리더십입니다.”
“유의미한 리더는 이승만·박정희·김대중”
― 노태우 대통령은요?
“당대에는 카리스마가 좀 약하신 분이어서 높은 평가를 못 받았지만, 군부독재 시대를 넘어 민주화 시대로 대한민국이 한 단계 높은 곳에 연착륙(軟着陸)할 수 있도록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특히 북방외교 같은 경우도, 쉽게 얘기하면 발전된 대한민국 수준에 맞게 국제적으로 외교 수준을 확장한 것 아니겠습니까? 상대적으로 좀 매력도가 떨어져 보여서 저평가돼 있는데, 실제적으로는 노태우 대통령도 과도기에 훌륭한 역할을 하셨다고 봅니다.”
― 김대중 대통령은 어떻게 보십니까.
“공칠과삼(功七過三). 이렇게 생각합니다. 공(功)은 통합과 미래의 가치를 실현하려 애쓰신 점이죠.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본인이 어떻게 해서든지 이념적인 잣대로 진보와 보수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본인이 대통령 될 때도 과감하게 DJP 연합을 했고, 김중권 비서실장 카드도 좋았고요. 어떻게 해서든지 대한민국을 통합하려는 노력을 했죠. IMF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미래를 설계해 IT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과(過)는 북한에 현금 지원을 한 것입니다. 북한 문제가 핵심이죠. 햇볕 정책을 통해 얼마든지 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봤겠지만, 결과적으로 북 수뇌부를 꿰뚫어 보고 수립한 정책은 아니었죠. 김대중 대통령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북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된 것은 심각한 문제죠. 결과론적일 수 있습니다만,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 정권에 대해 단호함과 유연함을 겸비했더라면 역사적인 대통령이 됐을 것이라고 봅니다.”
― 그 뒤로도 여러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유의미한 리더들은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세 분이라고 봅니다. 다 공과(功過)가 있으시죠. 그 뒤로는 대한민국이 새롭게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 대한민국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합니까.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어떻게든 대한민국이 더 이상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절실한 마음이 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엄중한 요청인지를 윤석열(尹錫悅) 대통령께서 절실하게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익 강화의 본질은 뭐냐? 무조건 과거 것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 의식을 가지고 대한민국 전체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가려는 주류 정체성이 우익의 핵심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덧셈의 정치를 하셔야 합니다. 바뀌면 희망이 있습니다.”
“광주 기득권 카르텔, 완전히 썩어 문드러질 정도로 부패”
― 정치인 김윤의 미래의 꿈은 무엇입니까.
“광주가 지금같이 이재명 사당의 숙주 역할을 하는 걸 막는 겁니다. 이것이 광주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기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광주 민주화 운동권의 카르텔, 강력한 기득권을 깨고자 합니다. 광주 기득권 카르텔은 완전히 썩어 문드러질 정도로 부패했습니다. 이건 제 얘기가 아닙니다. 광주에 대해서 걱정하는 광주 시민들의 얘기를 요약한 겁니다. 그 카르텔을 깨는 것이 진정한 민주혁명으로 가는 길이죠. 광주 민주화 운동의 목표가 전두환 군부독재와 싸우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운동권 카르텔과 싸워서 광주 시민들이 다시 주인이 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이것이 제2의 광주 민주화 운동이고, 저는 거기에 일단 삑 소리라도 내보자는 마음으로 출마했던 것입니다. 저는 이 운동을 멈추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소망이 하나 더 있습니다.”
― 무엇입니까.
“2027년 대선에서 대한민국 체제 자체를 무너뜨리려는 위험한 세력이 나온다면, 그들에게 정권을 넘겨주는 일이 있어서는 결단코 안 됩니다.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다 같이 뭉쳐서 이번에는 0.7%가 아니고 상당히 큰 차이로 이겨야 합니다. 그래서 ‘이것이 대한민국의 압도적 다수이고 주류다’라는 메시지를 반(反) 대한민국적 세력에게 확실하게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작게나마 그 역할을 하는 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글 : 장원재 ㈜戰後 70년 생생현대사TV 대표
06.14 '입법의 개인 사유화'라는 말까지 듣게 된 민주당
민주당이 12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기 위해 진술을 회유한 의혹이 있다”며 수사기관의 위증 강요를 처벌하는 ‘수사기관 무고죄’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대장동 변호사 출신 의원들은 특정인을 처벌하려는 수사라는 의심이 들 경우 판사가 영장을 기각해야 한다는 내용의 ‘표적 수사 금지법’도 발의했다. 이재명 대표가 ‘대북 송금’ 관련해 추가 기소되자 방탄을 위해 형법과 형사소송법까지 바꾸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한 검사를 수사하는 특검법을 추진 중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수사 검사를 탄핵하겠다고 했다.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게 대북 송금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비난하며 “심판(판사)도 선출해야”라고도 했다. 피의자가 재판에 불복해 판사를 고발할 수 있고, 법을 잘못 적용한 판·검사를 처벌하는 조항까지 만들려고 한다. 민주당은 이미 검사를 탄핵한 적이 있으니 판사를 탄핵하는 폭거도 충분히 저지를 수 있다. 국회를 장악한 정당이 국민이 아니라 오로지 이 대표 한 사람을 위해 입법권을 마구잡이로 휘두른다.
민주당은 개인 보복성 법안도 쏟아낸다. 권익위원장으로서 내부 고발을 당했던 전현희 의원은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사건을 종결한 권익위에 대한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최민희 의원은 국회 추천 방송통신위원 후보를 대통령이 무조건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최 의원은 작년 민주당 몫 방통위원으로 추천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최 의원의 허위사실 유포 관련 전과 등을 문제 삼아 임명을 보류했었다. 딸 명의로 사업자 대출을 받아 강남 아파트를 산 양문석 의원은 언론 보도에 징벌적 손해 배상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되는 데 방해되는 당헌 당규 등 당 내부 법도 모두 바꾸고 있다. 국가의 법률은 국민이 아닌 그 누구를 위한 것도 될 수 없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대표 한 사람을 위해 국가의 법과 당 내부 법을 마음대로 만들고 바꾸려 한다. ‘입법의 사유화’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정치가 많은 곡절을 겪었지만 ‘입법의 사유화’라는 말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조선일보 사설
06-14 폐기 법안까지 무더기 입법 나선 野, 거부권 유도 아닌가
제22대 국회의 원 구성이 완료되기도 전에 거야의 ‘브레이크 없는’ 입법 폭주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법률안 22건과 결의안 1건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의원의 개별 선택을 불허하는 당론 안건을 무더기로 밀어붙이자 당 내부에서도 “역풍”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에 따라 21대 국회 재의결을 통해 폐기된 법안도 수두룩하고, 예산 당국이 반대할 포퓰리즘 법안도 추가됐다. 이런데도 속전속결 입법에 나선 것은 거부권을 유도하려는 정략으로 비친다.
이날 당론으로 채택한 법안 중에는 ‘김건희 특검법’과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송 3법, 방송통신위의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규정한 방통위법 개정안이 포함됐다. 21대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됐지만 지난 1월 재의 요구에 따른 재의결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된 법안들이다. 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과 함께 국민 1인당 25만 원씩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법을 1호 당론 법안으로 이미 발의해 놓았다. 공공의대설립법과 지역의사 양성법, 아동수당법, 만 18세까지 월 10만 원씩 적립해주는 아동복지법, 가계부채 관련 법안도 당론 발의 안건이다. 엄청난 예산이 들고 숙의를 거쳐야 하는 법안인데도 일단 의석 숫자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며칠 만에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킬 수 있다.
의원 개인 차원에서 발의하는 법안도 ‘이재명 방탄법’투성이다. 대장동 변호사 출신 의원 등은 이미 수사기관을 압박하는 ‘검찰 수사 조작방지법’ ‘표적 수사 금지법’ ‘피의사실 공표 금지법’ 등 6건을 발의했다. 대장동 변호사 출신인 이건태 의원은 “(표적 수사 금지법이) 통과되면 대표적인 피해자 케이스로 이재명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들어갈 것”이라며 대놓고 주장한다.
잦은 거부권 행사가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무도한 입법 폭주를 막는 것은 대통령의 헌법적 책무이기 때문에 굳이 횟수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묻지 마 입법과 무더기 거부권 행사는 국정 표류를 부른다. 이런 ‘거부민주주의(vetocracy)’의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문화일보 사설
06-14 입법독재 맞설 결기도 지혜도 없는 與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2일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의 공범 혐의로 기소되자마자 민주당은 민생을 제쳐 놓고 당 대표 1인을 위한 ‘방탄 입법’에 전면 돌입했다. 법원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해 9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이 대표의 기소는 예견됐었지만, 민주당은 즉각 특별대책반 회의를 열고 ‘대북송금 수사팀 특검법’을 발의하는 등 유례없이 당 차원에서 사법부 압박의 칼을 뽑았다.
이 대표의 사법적 혐의는 오늘내일의 일이 아닐 정도로 사회 전반에 쟁점이 돼 왔다. 이 대표는 이제 대장동·백현동, 성남FC, 위증교사, 허위사실 공표 사건을 비롯해 5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아야 한다. 특히, 불법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제3자 뇌물 혐의는 유엔 제재를 피해 북한에 거액의 자금을 제공한 국기 문란에 해당하는 사건이다. 문제는 이 모두가 이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에 일어난 일로서 민주당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데도 당 차원의 총력 대응을 하는 데 있다.
이 대표가 민주당의 당권을 장악하고 나아가 ‘이재명의 민주당’이 되도록 1인 지배체제를 굳힌 것은 상식적 정치 논리를 초월한다. 뚜렷한 국가 비전과 철학을 제시한 적도 없는데 강성 지지층을 형성하고 운동권을 포함한 야권 지도자들을 평정해 버렸다. 이재명이라는 차기 대권 주자는 경쟁자들을 초토화하고 야권 성향의 지지층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정통 야당 민주당을 신기루로 만들고 이재명 신화를 엮어 가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이 대표가 당권을 유지하면서 차기 대권에 도전할 수 있도록 당헌 당규를 개정했다. 어떠한 사법 위험에도, 그리고 대권 후보가 되더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두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나아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장 후보 선거에 당원권 확장이라는 미명으로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 다른 정당원에게는 없는 권한을 이중으로 부여하려 한다. 대의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상식과 논리에 맞지 않는 궤변이 판을 친다.
국회에서 공룡이 된 거야는 관례를 무시하고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을 독식하려고 한다. 국회 권력을 이용해 행정부와 사법부를 뒤흔들 특검법 등의 입법을 남발함으로써 입법 독재를 구가하고 있다. 관례도 법 규범의 하나인데 아예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법대로’ 한다며 다수의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 이를 제왕적 야당 대표가 앞장서서 획책하고 있다. 자신의 사법 위험이 현실화하기 전에 정부를 무력화(無力化)하려는 온갖 정치 선동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여당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입법 독재에 대항할 기재는 마치 대통령 거부권 행사밖에는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그렇다고 국회 일정을 전면 불참하고 대국민 여론전에 나선다는 것은 여당으로서는 궁색하기만 하다.
여당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환골탈태해서 대안적 명분과 논리로 끈질기게 입법 전횡에 맞서는 용기와 지혜를 보여야 한다. 어느 정당이 민주주의의 충실한 문지기인지를 국회 현장에서 분투하는 모습으로 보여줘야 한다. 극단주의 선동가에 의해 장악된 정당인지, 아니면 국익과 민생을 위한 진정한 민주 정당인지를 국민이 식별할 수 있도록 국회 현장에서 증명할 때다.

문화일보
06.15 제2 통진당 사태 발생 땐 민주당이 책임져야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대남대북전단 중지, 한반도 평화실현 국회결의안 제안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종덕 의원, 윤 원내대표, 수어통역사, 정혜경 의원.
진보당은 14일 김재연 전 통진당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통진당은 유사시 우리 국가 기간 시설 타격을 모의하다 적발돼 2014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됐다. 김 대표는 그때 통진당 의원이었다. 진보당은 그동안 자신들이 통진당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당 홈페이지에서도 통진당 결성과 해산 때의 과정은 생략한 채 2017년부터의 활동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통진당 출신 전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하면서 통진당의 후신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강제 해산된 진보당이 원내 3석 정당으로 부활한 데는 민주당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통진당은 해산 이후 민중당, 진보당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활동을 이어왔지만 4년 전 총선에서 단 1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한 ‘아스팔트 정당’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3년 전주을 재선거에서 강성희 의원이 당선되면서 원내 정당으로 부활했다. 민주당이 그 지역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보당에 길을 터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는 야권 연대라는 이름으로 진보당 출신 3명을 자신들의 위성정당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했다. 민주당은 울산 북구를 비롯해 지역구 60여 곳에서도 진보당과 단일화를 했다. 진보당 후보 중에는 주한 미군 사격 훈련장 폐쇄 운동을 하거나 내란 선동죄로 유죄를 받은 이석기 전 의원의 사면·복권 운동을 한 사람도 있었지만 민주당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지지율 1%대에 머물던 진보당이 이번 총선에서 비례 2명, 지역구 1명의 당선자를 내도록 밀어주고 당겨준 것이 민주당이다.
진보당 강령에는 “불평등 한·미 관계 해체” “대외 의존적 경제 체제와 재벌 해체”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 발전의 동력이었던 시장경제와 한·미 동맹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국회에 진입했다. 국회의원은 상임위가 무엇이든 정부의 정책과 예산을 사실상 무한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북한을 도와 우리 사회 내에서 파괴 활동을 하려던 정당이 국회에 다시 들어와 무슨 일을 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년 전에는 헌법재판소가 통진당을 강제 해산했지만 이번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민주당도 함께 그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6.17 국회 정상화, 종부세 상속세 토론으로 시작해보길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6일 KBS에 출연해 종합부동산세는 초고가 1주택자와 집값 총액이 높은 다주택자에게만 부과하고, 상속세는 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감안해 최고 30% 수준까지 인하한 뒤 유산 취득세 같은 다른 세금 형태로 개편하자고 주장했다. 성 실장은 종부세에 대해 “기본적으로 주택 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한 반면 세금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돼 폐지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속세에 대해서도 그는 “우리 상속세 최고 세율은 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최고 60%, 대주주 할증을 제외해도 50%로 외국에 비해 높다”며 “일단 30% 내외까지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속세의 일괄 공제금액은 28년째 5억원에 묶여 물가와 부동산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은 상속세로 인한 가업승계 어려움을 고려해, 기업 상속의 경우 상속 시점이 아니라 기업을 팔아 현금화할 때 세금을 부과하는 자본 이득세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05년 노무현 정부가 도입했던 종부세 폐지와 개편 의제를 먼저 꺼낸 건 더불어민주당이다. 5년 만에 국민의힘에 정권을 내준 핵심적인 이유가 부동산 정책 실패였고, 그 중심에 종부세가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박찬대 원내대표와 일부 지도부에서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언급했지만 이 대표 수사와 재판 문제로 잠시 논의가 밀려나 있다. 그러나 이 대표와 가까운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종부세는 폐지보다는 완화에 공감대가 있다. 세수 결손 문제가 있다면 정부와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문을 열어뒀다. 상속세에 대해서도 임광현 원내부대표가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미세 조정하자”며 물꼬를 텄다. 민주당으로선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중산층과 중도층을 겨냥한 전략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개원 후 3주 동안 상임위 배분 문제로 싸움만 했다. 말로는 민생을 외치면서 실제는 민생을 외면하고 정치투쟁만 했다. 모처럼 동시에 의제를 제시한 종부세와 상속세 같은 민생문제 토론으로 국회 정상화의 문을 여는 것이 여야 모두에 현명한 정치적 선택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함께해야 재정 건전성 훼손이나 ‘부자 감세’ 논란도 함께 논의할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06-17 상속세 인하, 종부세 폐지… 초당적 논의 신속히 나서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종합부동산세 폐지와 상속세율 인하에 물꼬를 튼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바람직한 진전이다. 성 실장은 16일 KBS에 출연해 “상속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30%로 인하하고 종부세는 재산세와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 때 그 근거와 타당성이 빈약한데도 강행한 징벌적 세금이었다. 결국 때려잡겠다던 서울 강남 아파트값은 더 치솟았다. 이제라도 종부세는 초고액 자산가에만 물리고 사실상 폐지하는 게 합리적 수순이다.
상속세의 경우, 증여세까지 합쳐 전체 세수의 2.4% 수준에 불과하지만, 경제 왜곡을 낳는 정도는 심각하다. OECD 38개국 중 15개국이 이중과세 논란에다 투자·고용을 줄이는 부작용 때문에 상속세를 폐지했다. 한국은 74년간 유산세 방식을 유지하고, 공제 한도는 28년째 5억∼10억 원으로 묶여 있다. 세계 최고(50%, 최대 주주 할증 시 60%)인 세율을 낮추는 게 시급하다. 기업 상속세는 자본이득세로, 개인 상속세는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것도 고민할 때다. 자본이득세는 기업 매각 때 세금을 매겨 가업 승계 등에 도움이 된다. 유산취득세도 상속인 각각이 물려받는 재산에 매겨 유산세보다 부담이 줄어든다.
상속세를 없애고 종부세 같이 모호한 목적세는 일반세에 통합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자 글로벌 스탠더드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다. 일부 수도권 의원들은 1가구 1주택 종부세 폐지와 상속세 공제 한도 인상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자 감세’ 프레임에 빠져 있다. “정부는 세수 확보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며 반대한다. 그러나 더 미룰 순 없다.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다른 정치 쟁점과 분리해 초당적 논의에 신속히 나서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6-17 이재명 ‘궤변 수준’ 언론 모독, 그래도 진실 못 덮는다
언론의 경계가 인터넷 매체와 SNS 등 미디어 환경 급변으로 희미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신문과 방송 등 전통 언론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보루다. 이 순간에도 많은 언론과 기자는 진실을 파헤치고 알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다. 대통령이든, 그 가족이든, 다른 정치·경제·사회·문화 권력이든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민주화 과정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도 정권을 비판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언론을 싸잡아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매도했다.
이런 인식 자체도 난센스이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주장의 근거가 궤변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 동일한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전혀 다른 판단을 했다”며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 열심히 왜곡·조작을 하고 있지 않으냐”고 했다. 사건의 공범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의 1심 판결문에 ‘쌍방울의 주가 조작을 노리고 북한에 돈을 보냈다’고 했는데, 이화영 전 부지사 판결문엔 ‘이재명 방북을 위해 송금했다’고 했다는 취지다. 이 대표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안 회장 판결문의 ‘주가’ 부분은 범행 동기로 언급됐을 뿐 송금 목적에 대한 재판부 판단은 없었다. 특히 안 회장 기소는 해외 도피했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귀국 전에 이뤄졌고, 항소심에서 귀국 뒤 검찰 진술 등을 토대로 공소장 변경이 이미 이뤄졌다.
대다수 정통 언론은 이런 사정을 알기에 이 대표 주장처럼 보도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언론이 일부러 보도하지 않은 것처럼 왜곡했다. 심각한 언론 모독이다. 게다가 이 전 부지사의 재판부는 300쪽 판결문에서 민주당 측이 제기한 주가 조작 목적 등을 거론한 ‘국정원 문건’에 대해 구체적인 신빙성 여부를 판단했다. 변호사 출신인 이 대표도 아마 이런 이치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 사건 판사 탄핵소추 등을 노린 포석으로도 비치는 이유다. 언론을 매도하고 법원을 겁박해도 진실을 덮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6-17 이정근, 송영길 향해 “이제라도 돈봉투 진실을 말해 달라”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송영길에게 공개 편지…"저한테 듸집어씌운 것이라면 바로잡아달라"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전 민주당 대표)에게 "이제라도 진실을 말해달라"고 공개 편지를 보냈다.
이 전 부총장은 17일 공객된 편지를 통해 송 대표에게 "이정근 개인의 일탈행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며 "근거가 있으면 제시해달라. 저한테 뒤집어씌운 것이라면 바로잡아달라"고 말했다. 송 대표가 지난해 4월 귀국하며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이정근의 개인적 일탈’이라고 밝힌 것을 거론한 것이다.
이 전 부총장은 "대표님의 ‘일탈’ 발언 이후 저에게 모든 혐의를 덮어씌우자고 모의라도 한 듯이 ‘일탈’ 발언을 신호탄 삼아 이성만·강래구·조택상 등이 한목소리로 저를 지목하고, 저에게 몽땅 뒤집어씌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돈 달라 징징거렸다’는 저급한 표현으로 저를 포함해 대중을 기만했다"며 "녹취록이 공개되고,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 모두 비겁한 적반하장 겁쟁이들이었음도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송 대표를 향해 "이제라도 진실을 밝혀 제게 함부로 투척하신 낙인을 깨끗이 지워달라"며 "일탈행위라는 발언의 진실규명을 요구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사업가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4년2개월을 확정받아 복역 중인 이 전 부총장은 지난달 29일 송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송 대표가 민주당 돈봉투 의혹 전반을 알고 있었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위증하도록 교사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문화일보 이현웅 기자
06.17 여의도에 공룡이 산다
영국에서 첫 화석이 발견된 200주년인 올해는 ‘공룡의 해’다. 대형 공룡은 인간 비슷한 뇌 크기를 가졌고, 영화 ‘쥬라기 공원’에선 공룡들이 기민하게 협동 사냥하는 장면을 상상해 주기도 했다. 그래서 공룡은 원숭이(IQ 50~70) 버금가는 지능으로 추정됐었다. 올 4월 영국·독일 대학의 합동 연구는 그러나 그들의 지능이 “도마뱀이나 악어 정도의 낮은 파충류 수준”이라고 결론지었다. 공룡 팬 어린이들의 창의적 상상엔 실망스럽게도, 그저 남 잡아먹으려 닥치는 대로 싸우는 생존과 투쟁 본능이 그들의 진실이었다.
탄핵·특검 ‘사냥’이 일상 된 민주당
이젠 사법부·언론 겁박, 장악 시도
성과내는 정책 지능은 지극히 의문
멸종 생사는 민심의 생태계에 달려
국회 170석 더불어민주당(범야권 191석)의 요즘이 딱 여의도를 주 서식지로 종일 사냥하러 어슬렁 두리번거리는 거대 육식 공룡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들만 옳고 남은 다 악이라는 ‘확증 편향’을 넘어, 이젠 적을 잡아먹어야 우리가 산다는 ‘투쟁 편향’의 집단최면에 빠진 듯하다. “국회 운영에 몽골기병의 속도전으로 나서겠다”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이 신호탄이었다. 항복 않는 나라들은 아이까지 무자비 학살과 약탈을 일삼던 그 속도전이었다. “지나간 자리 풀 한 포기 남아 있지 않았다”는 그들의 잔혹함은 유럽엔 ‘Yellow Peril(黃禍)’의 심리적 공포를 남겼다. 아니 정치를 공룡의 속도전처럼 하겠다는 건지…. 그냥 생각 없이 꺼낸 비유로 이해하고 싶다.
그러니 날 새면 묻지 마 탄핵과 특검으로 대통령·장관·검사·여당 사냥이다. 정권 견제야 야당의 책무다. 그런데 이젠 감시와 견제를 넘어 ‘절멸’에 나선 듯하다. 벌건 21세기 대낮에 1980년대 타도·투쟁의 금단현상이 도진 걸까. 대권 가도의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해소하려고 ‘정청래 법사위원장’ 등 국회도 철벽 방탄막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이 거대 의석이 뭐가 아쉬운지 장외 집회로 호객까지 하나. 개딸 빼면 누가 그리하라고 총선 때 한 표를 줬겠는가. 정치 권력의 사법부·언론 겁박과 장악 시도는 ‘권력분립과 견제’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무너뜨릴 레드라인이다. 이 대표와의 대북송금 연결고리일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중형을 받자 “법관 탄핵법도 만들자”“심판도 선출해야”“저런 검사에 요런 판사” 등의 낙인찍기가 한창이다. “언론이 검찰의 애완견”이란 이 대표의 극언에선 다급함마저 느껴진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염치(廉恥)’다. 법원의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때 “준엄한 판결마저 부인하니 법원 위로 군림하려는 게냐”며 여당을 맹공하던 이들은 누구였나.
가장 큰 실망은 정의감으로 민주화 여정에 헌신했던 이들이 이 대표에게 줄 서느라 바쁜 민망함이다. 민주화 장정에 아무런 경험·기여도 없던 이 대표의 친명횡재 계보 아래 달콤함만 누리려는 변신말이다. 자기 보호를 위해 1인 통치자에게 스스로의 권리와 영혼들을 넘겨 만들어진 ‘괴물’ 리바이어던 같은 당이다. 왜 86세대 좌장인 우상호 전 의원조차 “86세대 상당수가 선배 정치인의 계파에 들어가 당내의 계파적 질서에만 기여한 게 첫 번째 과오다. 여당 때 역시 대통령·청와대에 제대로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민주당 1999-2024』)고 성찰했을까.
싸움과 포식의 습성은 그렇다 치자. 궁금한 게 이 공룡의 지능이다. 진보의 책무는 부의 불평등 완화와 서민 등 약자 보호다. 그런데 그 구호 말고 도대체 무슨 성과를 냈는가. “다시는 불로소득 용인 않겠다”던 부동산 징벌은 그저 집값만 올려놓고 말았다. 양도세 겁나 팔지도 못하고, 추가 공급도 없게 한 ‘저능’의 귀결이다. 공급과 수요라는 가장 기초적 연산 지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약자 보호라며 최저임금 크게 올리니 같은 약자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고통만 배가시킨다. 표 되는 대기업 노조만 싸고 돌다 자영업·비정규직들은 지금 어떻게 됐나.
이뿐인가. 기본소득부터 대출·주택·아동·청년·학자금·양곡·카드수수료에서 생리대, 탈모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한껏 퍼주겠단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민주당 의원들의 법안 중 시행 첫 5년 간 1조원 넘는 세금을 쓰거나 깎아줘야 할 게 최소 52건을 넘어섰다. 땀 흘려 돈 벌어 남 월급 한 번 준 적이 없던 운동권 주축인 이 당의 일상이 돈 풀기, 나눠쓰기 생색이다. 청구서? 다 국민에게로. 재원? 따져보거나 만들 능력도 별반 없다. 과연 대한민국 전체 국부(國富)에 무슨 기여를 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진보라면 앞서 눈 돌려야 할 게 산업정책 전쟁에 돌입한 각국이 국가시스템의 개혁과 개방, 규제 철폐에 올인하는 세계적 흐름 아니겠나. 공부라곤 없으니 “오래전 멸종됐을 3류 진보” 소리나 듣는다. “낡은 교조적 진보론 최고의 권력이 된 시장엔 백전백패”라는 건 퇴임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반추였다.
국회 의석의 단독 57%를 장악한 민주당의 국민 지지는 27%(한국갤럽, 6월 13일)다. 의석 비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들이 그리 욕해 온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26%)와 고만고만하다. 누가 누구를 쉬이 거꾸러뜨릴 민심의 생태계가 아니다. 이 호전적 포식자의 생사 운명은 결국 침묵의 다수 국민이 가를 뿐이다.
중앙일보 최훈 주필
06.18 자기 목소리 녹취 나와도 법원 겁박, 언론에 막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 자신에게 유리하게 증언을 해줄 것을 핵심 증인에게 요구하는 음성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방송토론회에서 과거 김병량 전 성남시장을 상대로 검사 사칭을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것에 대해 “누명을 썼다”고 주장,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었다.
녹취 파일에서 이 대표는 김 전 시장의 수행비서 김진성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어차피 (김병량) 시장님은 돌아가셨고 세월도 다 지나버렸다. (나한테 덮어씌웠다고) 얘기 좀 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씨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 대표는 “우리 주장이 담긴 변론 요지서를 보내드릴 테니 기억을 되살려 보시라”고 했다. 이 대표의 거듭된 요구에 김씨는 “지켜드리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김씨에게 사실대로 증언해 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씨는 재판에서 이 대표 요구에 따라 위증했다고 자백했다. 검사 사칭 공범으로 기소됐던 KBS PD는 “이 대표의 누명 주장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했다.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재판부도 “위증 교사 혐의는 소명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오히려 보도하는 언론에 막말을 퍼붓고 있다. 이 대표는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기자협회와 언론노조 등은 사흘간 침묵하다 비판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사과하라”는 성명을 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사건 때 여성단체들이 침묵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대북 송금 사건 재판부를 탄핵해야 한다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판사도 선출해야 한다”고 했다. 특정인을 처벌하려는 수사라는 의심이 들면 판사가 영장을 기각해야 한다는 법도 발의했다. 이미 대북 송금 사건 수사팀에 대한 특검과 검사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든다며 수사기관 무고죄도 신설한다고 했다. 이 대표 한 사람 때문에 민주 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6-18 이재명은 합니다’ 이제 그 말이 무섭다
‘이재명은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1년 대선 후보 때 내걸었던 슬로건이다. 2014년 경기 성남시장 시절 ‘성남은 합니다’의 연장선상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사이다 추진력’을 집중 부각한 거다.
그는 171석 원내 1당 대표가 돼서도 계속 ‘하고 있다’. 국회에서 그야말로 ‘입법 폭주’를 하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지난달 그가 당 워크숍에서 “개혁 법안과 민생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레토릭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정말 임기 첫날 자신의 총선 공약이었던 ‘전 국민 25만 원 민생지원금법’을 당론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다. 그러더니 22대 국회의 첫 번째와 두 번째 본회의를 모두 야당 단독으로 열었다. 보통 여야 합의가 안 되면 한두 번쯤 미루는 게 관례였는데 “관례가 법을 이길 수 없다”는 명분으로 몰아붙였다. 그 결과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에 이어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핵심 11개 상임위원장이 모두 민주당 출신으로 뽑혔다. 집권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국회가 개원한 것도, 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차지한 것도 모두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민주당은 전체 18개 중 알짜배기 11개를 낼름 먼저 가져간 뒤 여당에 “남은 7개라도 줄 때 좋게 가져가라”고 하고 있다.
이재명은 그러고도 계속 한다. 그는 12일 당 회의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전날 가장 먼저 상임위 전체회의를 야당 단독으로 연 것에 대해 “신속하게 업무 시작하신 것, 잘하셨다”고 칭찬했다. 그러더니 옆자리에 앉은 박찬대 원내대표를 바라보며 “여당은 (원 구성을) 거부하겠다는 태도인데 언제까지 기다릴 것이냐”며 “법률상 월요일(10일)에 (원 구성이 완료) 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선출도 빨리 끝내라는 거다. 이 대표의 ‘하라’는 불호령에 11개 상임위는 경쟁적으로 ‘반쪽 회의’를 몰아치고 있다.
그는 당 대표도 한 번 더 하려는 모양이다. 민주당은 12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대선에 출마하는 당 대표는 선거 1년 전 사퇴하도록 한 당헌에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땐 사퇴시한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붙였다. 기소 시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조항은 없앴다.
이 대표는 이 개정이 자신의 대표 연임 및 차기 대선 도전을 위한 ‘이재명 맞춤형’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회의에 참석해 개정에 반대 입장을 냈다. 다만 강성 친명들이 “특정인을 염두한 게 아니”라며 말리자 못 이기는 척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그를 진심으로 지지해 온 원조 친명들조차 “굳이 (당헌을) 손 볼 필요가 있었나”(정성호 의원) “주변에서 (한 번 더 당 대표) 하라고 하니까 한다, 이런 논리로 연임은 안 했으면 좋겠다”(김영진 의원)는데, 그래도 이재명은 한다.
행정가 시절 이재명은 ‘한다면 하는’ 불도저 추진력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행정과 정치는 다르다. 민주주의는 원래 독재보다 복잡하고, 비싸고, 불편한 것이다. 그냥 그렇게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대체 이재명은 어디까지 할 건가.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06-18 ‘방탄 로펌’ 행태 보인 법사위… 국회가 ‘李 애완견’ 되나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에 대한 1심 판결 직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소되는 등 사법 리스크가 더욱 커지는 와중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이 대표 방탄 로펌’에 비유될 정도로 요지경 행태를 보인다. 민주당이 오랜 관례를 무시하며 법사위원장을 차지한 저의가 뭔지 짐작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여당이 국회 원 구성을 보이콧한 가운데 지난 14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는 5시간 동안 쏟아진 이 대표 엄호 발언들은 변론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대장동 변호사’로 알려진 박균택 의원은 담당 재판부를 겨냥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이 대표가 통화한 것을 뭔가 관계가 있는 것처럼 판결했다”며 “만난 적도 없다는 것을 검찰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영교 의원은 “특별한 증거도 없이 이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전 부지사 판결문과 이 대표 공소장을 읽어보면 궤변임을 금방 알 수 있음에도 대놓고 검찰과 재판부를 공격한다. 이 대표 재판이 추첨을 통해 이 전 부지사와 같은 재판부에 배당됐음에도 “반헌법적 반인권적 만행”(이건태), “독단적인 예단으로 유죄를 선고한 판사가 백지상태에서 재판할 수 있겠나”(김승원)라고도 했다.
급기야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은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판결로 사심이 개입됐을지 모르는 재판장은 관련 재판에서 회피·제척돼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에게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사심’ 의혹이 있으므로 이 대표 재판을 맡아선 안 된다는 취지다. 탄핵소추에라도 나설 태세다. 실제로 이 대표 팬카페는 판사 탄핵 서명 운동을 벌인다. 민주당은 ‘대북송금 수사’ 특검법, 표적 수사로 의심되면 영장 청구를 기각해야 하는 해괴한 법안까지 발의해 놓고 있다. 이 대표는 언론을 ‘검찰 애완견’으로 매도했다. 상원으로도 불리는 법사위의 행태는 국회가 ‘이 대표 애완견’으로 전락할 우려를 더 키운다.
문화일보 사설
06-19 형수 욕설과 “검찰 애완견” 망상
이제교 편집국 부국장
언론은 李 앞길 막는 못된 존재
대장동 보도 없었으면 대통령
저질 발언 땐 ‘형수 욕설’ 상기
정도 언론은 팩트·합리가 우선
국민이 주인인 뛰어난 감시견
큰 도둑 나타나면 계속 짖을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언론을 겨냥한 ‘검찰 애완견’ 지칭은 ‘형수 욕설’과 비교하면 수위와 강도가 한참 낮다. 기대할 것이 많지 않으니 “입에 담아선 안 될 극언”(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언론자유 부정 망발”(한국기자협회) 등의 반응이 오히려 의아할 정도다. 그는 검찰의 대북송금 3자 뇌물죄 혐의 기소에 대한 보도와 관련해 “언론은 진실 보도는커녕, 검찰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 왜곡·조작을 하지 않느냐”고 14일 불만을 터뜨렸다.
언론만 없었으면 그는 대통령 권좌에 앉아 있었을 것이다. 지난 대선을 돌아보면, 유리했던 이 대표는 대장동 의혹이 터지며 위기를 맞았다. 대장동 의혹은 경기경제신문 취재수첩에 처음 등장했고, 조선일보가 2021년 9월 3일자 1면 아래쪽에 보도하면서 커졌다. 비슷한 시기 몇몇 신문사에도 대장동 의혹 제보가 들어온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관계를 더 확인하려다 1보를 놓친 경우도 있다. 어쨌든 기자들이 이후 대장동 취재에 대거 투입됐고, 결국 이 대표는 0.73%포인트 차로 윤석열 후보에게 패했다.
이 대표에게 대장동은 정치검찰이 쌓아 올린 거대한 조작의 산이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도 거짓의 바다 위에 떠 있다. 공직선거 허위 발언, 위례신도시·백현동 비리, 검사사칭 위증교사 등 그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가 그렇다. 진보 강경파 그룹의 지지를 업고 적대적 투쟁으로 정치적 승리를 얻다가 문제가 터지면 모든 연결 고리를 차단·부인하는 습성을 지닌 이 대표에게 언론은 거추장스럽고 성가신 존재다. 필자의 검찰·법원 취재 경험을 돌아보면 검사가 주는 정보로 기사를 쓰지 않았다고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언론을 검찰 애완견으로 여기는 이 대표의 프리즘이 100% 성능 불량이라고 단정 짓지 못한다.
하지만 언론은 던져준 먹잇감을 침을 흘리며 기다리다가 바로 목구멍으로 넘기지 않는다. 정도(正道)를 걷는 언론은 함정 취재를 하거나 검사를 사칭하지도 않는다. 반드시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친다. 오류가 있다면 즉시 인정한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 시절이던 2019년 6월, 후배 기자가 장모 최은순 씨가 연루된 M 요양원 22억 원 요양급여 부정수급 판결문을 입수했다. 2억 원을 투자했던 최 씨는 검찰 수사 전 이사장직에서 사퇴했다. 공범들에게는 민형사상 책임면제 각서까지 받아 두었다. 공범들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최 씨는 기소되지 않았다. 어딘가 법 기술자가 손댄 흔적이 묻어났다. 뒤에 ‘윤 검사’가 있다는 추론이 세워졌다. 사실 추적에 나섰지만, 유의미한 팩트를 찾진 못했다. 후배와 상의해 ‘윤 장모, 의료법 위반 불입건 논란’ 사회면 톱 기사를 출고하는 것으로 그쳐야 했다.
올바른 언론은 정파적 이념을 팩트 앞에 세우지 않는다. ‘애완견’ 파장이 커지자 이 대표는 18일 “저의 부족함 탓”이라고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언론계·학계서 쓰는데, 이재명은 안 되나”라고 말했다. 물론 애완견(lapdog) 용어는 통용된다. 대선을 앞둔 미 백악관은 82세 고령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 감퇴를 거론하는 매체에 자주 불만을 터뜨린다. 미 언론은 단호하다. 친민주당 성향인 뉴욕타임스의 A G 슐츠버거 발행인은 “바이든의 랩도그 역할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최근 선언했다. 사실은 있는 그대로 전달되어야 한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그 자체로 사실의 영역에서 존재한다. 언론이 창조하거나 왜곡한 사안이 아니다. 법리적 판단은 법원의 몫이다.
이 대표 주장대로 언론이 ‘개’라고 치자. 그 개는 직관적으로 불의의 냄새를 맡고 사실을 파헤치는 본능이 있다. 품종은 도시 변두리와 시골구석 어디나 있는 믹스견이고, 충직한 리트리버다. 양 떼를 지키려고 들판을 뛰어다니는 보더 콜리이기도 하다. 또, 한 번 물면 웬만해선 놓지 않는 진돗개다. 대상이 큰 도둑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입에서 놓는 순간 이 큰 도둑은 48만 국군의 통수권을 거머쥔다. 18명 국무위원 임면권을 갖고, 3000여 명 공공기관 인사에 개입한다. 656조 원 국가 예산도 주무른다. 언론이 개라면 주인은 검찰, 정치 권력이 아니다. 국민이 주인이다. 잘못된 길로 주인이 들어서면 커다랗게 ‘왈왈’ 짖을 것이다. 앞에 엄청난 위험이 있으니 그리 가지 말라고….

문화일보
06-19 李 “애완견” 궤변과 언론 옥죄기 법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 열심히 왜곡·조작을 하고 있지 않으냐”고 한 지난 14일 발언이 언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의 판결은 ‘쌍방울의 주가 조작을 노리고 북한에 돈을 보냈다’고 했다. 그런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건을 심리한 같은 법원 다른 재판부는 ‘이재명과 경기도를 위해 송금했다’고 했다. 이 대표의 “검찰의 애완견” 발언은, 언론이 검찰 측 입장만 보도했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이 대표의 이 말은 사실과 다르다. 안 회장의 ‘주가’ 부분 판결은 범행 동기로 언급됐을 뿐 송금 목적에 대한 판단은 없었다. 또, 안 회장에 대한 기소는 해외로 도피했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귀국하기 전 일이며, 항소심에서 귀국 이후 검찰 진술 등을 토대로 공소장이 이미 변경된 상태였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때 “참여정부 대북특사였고 대북 전문가였던 이화영이 북한에 현금을 몇십억 원씩 주면 유엔 제재, 외환관리법 위반일 걸 모르는 사람이 있느냐”면서 “북한은 바보냐”고 했다. 나아가 “(이 전 부지사가) 북한에 50억 원을 주기로 약속했는데 못 주니까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게 대신 내달라고 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인데, 말이 되는 소리냐”고 반문했다.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한 지난 14일 발언의 후폭풍을 희석하고, 검찰에 날을 세우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발언 논리대로면 검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법원은 뭐라 비유해야 할까?
언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이 대표는 18일 일부 언론의 애완견 행태를 비판한 것이라며 오해하게 됐다면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사과라기보다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진정한 사과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언론을 옥죄는 법에 대한 야당의 태도 변화가 그 판단의 잣대가 될 것이다.
이 대표의 언론 혐오 발언에 뒤이어 민주당의 언론 옥죄기 법안들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민주당 주도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방송통신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규정한 방통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또,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제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여당이던 민주당 주도로 추진됐으나, 언론·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는 언론계 안팎의 거센 반대에 부닥쳐 무산된 바 있다.
정치인들의 부패 정치를 통렬히 비판하고 주권자인 국민에게 소상히 전달하는 역할은 언론의 기능 중 하나다. 이 대표의 언론 혐오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줄이는 데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 이 대표의 입김을 반영하는 데 악용될 수 있는 방송 및 언론 관계 법안의 입법 추진은 결국 민주당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물타기성 유감 표명과 언론의 감시견 역할을 주문한 일부 야당 의원의 화제 전환용 입장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06-19 [속보]홍준표, 이재명 겨냥 “여의도에 ‘동탁’ 등장…처단해줄 여포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대구 시장. 뉴시스
홍준표 대구시장은 1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현대판 여의도 동탁이 탄생했다”면서 “자기 뜻에 반하는 정치인, 판사, 검사, 공무원, 기자 모두를 타도 대상으로 삼고 국회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른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민심은 총선 이겼다고 그렇게까지 독주하면 안된다고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홍 시장은 “그렇게 하면 오래 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홍 시장은 “한나라를 농단하던 동탁도 여포의 칼날에 이슬처럼 사라졌다”면서 “동탁을 처단해줄 여포를 기다리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탁은 중국 후한 말의 군벌로 삼국지에서는 잔인한 형벌과 포악한 성격으로 표현돼 악인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수도 낙양을 불태우고 장안으로 도읍을 옮기도록 헌제에게 강요하는 등 권력을 쥐고 공포정치를 행하다가 양아들 여포의 칼에 살해당했다.
홍 시장의 이같은 지적은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과 ‘검찰 애완견’이라고 언론을 비하한 것 등 이 대표의 최근 행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표는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재판에 출석하면서 검찰의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연루 의혹 관련 추가 기소에 대해 “이 사건 관련 동일한 사건에 대해선 동일한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전혀 다른 판단을 해 상반된 결론이 났는데도 왜 이런 점에 대해선 언론들은 한 번도 지적하지 않느냐.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열심히 받아서 열심히 왜곡·조작하고 있지 않느냐”고 불만을 표했다.
문화일보 임정환 기자
06-19 ‘대통령 불소추권’ 논란… “당선땐 재판 중단” vs “재판까지 면책 안돼”[Who, What, Why]
■ What - 이재명 사법 리스크 통해 본 ‘헌법 84조’
‘소추’ 해석 놓고 논쟁 불붙어
“현직 대통령 법정 안세우는것”
“진행중인 재판 중지 명분없어”
대장동 등 ‘4개의 이재명 재판’
대선까지 판결 안 나올 가능성
위증교사 사건 등 징역 확정땐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돼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쌍방울 그룹 불법 대북송금’ 연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의 해석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소추’의 개념을 어디까지로 보느냐가 논쟁의 핵심이다. 해당 조항은 현직 대통령이 기소를 당하지 않는다는 규정일 뿐이라는 해석과 재판도 받지 않는다는 해석이 모두 있다.
◇‘소추’ 개념 두고 다양한 해석=‘헌법 84조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검사 출신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한 전 위원장은 이 대표의 불법 대북송금 연루 혐의 기소가 거론되던 지난 8일 SNS에 “자기 범죄로 재판받던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경우, 그 형사 재판이 중단되는 걸까”라며 “어떤 학자들은 재판은 중단되지 않는다고 하고, 어떤 학자들은 중단된다고 한다. 헌법 84조에서 ‘소추’에 재판이 포함되느냐의 해석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헌법 84조는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에게 특권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범죄로부터 자유로운 정치 지도자가 국민의 위임을 받아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 국정의 안정을 위해서 헌법은 형사상 불소추권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자유민주국가에서 헌법 해석은 국민의 기본권은 되도록 넓게, 통치기관의 특권과 권한은 가능한 한 좁게 해석하는 것”이라며 “이런 원리에 비춰 대통령의 재직 중 형사상 특권 규정은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 관련법 전문가인 황정근 변호사는 “형사소송에서 소추라 함은 공소를 제기하고 유지하는 것을 말하고, 기소보다 넓은 개념”이라며 “헌법 84조는 행정 수반이 아닌 국가원수로서의 대통령에게 부여한 특권이기 때문에 재직 중에는 기소도 되지 않고 형사재판도 받지 않고, 재판 시효도 정지된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246조는 국가소추주의를 규정하며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고 돼 있다. 수행한다는 개념이 있기 때문에 공소 유지, 즉 재판까지 염두에 둔 규정이라는 해석이다.
헌법 84조 논란은 과거에도 학계에서 논쟁이 된 적이 있다. 2017년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상고심 판결을 앞뒀을 때도 여러 의견이 나왔다. 당시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소추는 기소의 의미로 좁게 봐야 한다. (대통령 취임 전) 진행 중인 재판을 정지하거나 중단할 명분은 없다”고 했다. 반면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이 조항의 취지는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 사법권의 방해를 받지 않을 권리로 봐야 한다”며 “임기가 시작되면 재판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찬주 전 법제처장은 지난 2022년 대한변호사협회가 발간한 ‘인권과 정의’ 2월호에서 ‘공론화된 대통령 후보에 관한 범죄혐의와 불소추 특권에 기인하는 대통령 취임 후의 지위’ 논문을 통해 “선거일 이전에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은 재판절차의 진행이 정지된다”고 해석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 84조가 규정하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대권(국가 원수가 국토·인민을 통치하는 헌법상의 권한을 의미)의 일종”이라며 “부분적 ‘자기 사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2027년 대선까지 판결 확정 안 나올 가능성 높은 이재명=이번에 헌법 84조 논란이 더 가중된 것은 이 대표가 현재 기소된 재판이 다음 대선까지 끝날 가능성이 매우 작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기소돼 총 4개의 재판을 받게 됐다. 기존에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사건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교사 사건 등 3개의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이번에 수원지검에서 쌍방울 그룹에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와 경기지사 시절 방북 추진 비용 300만 달러를 대납하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추가 기소를 한 것이다.
현재 재판 진행 속도상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사건은 올해 1심 결과가 나오고 3심까지 가더라도 차기 대선이 예정돼 있는 2027년 3월까지 확정판결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본격화된 대장동 재판 등은 1심에만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여기에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도 이 대표가 혐의를 완전히 부인하고 있어 증인을 많이 불러야 하고, 재판이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차기 대선 전까지 이 대표의 재판 결과가 완전히 다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단언했다.
2027년 대선 전에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사건에서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형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 위증교사 사건에 징역형(집행유예 포함)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이 대표는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06.20 '尹 임기'와 '李 성공'의 아주 위험한 쌍곡선
이화영 9년6월 중형
이재명에 일대 쇼크
민주당 지지자까지
'피고인 대통령'에 부정적
李는 이 고비 넘기 위해
윤 대통령 탄핵
실제 상황 만들 수 있다
지난 14~15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에 관한 여론조사는 의미심장하다. ‘형사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진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국민 73%가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응답의 의미는 복합적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피고인으로서 형사 사건 재판을 계속 받아야 한다면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대통령이 매번 재판에 출석해 피고석에 앉아 있는 모습부터 상상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 대표는 1심이나 2심에서 이미 유죄를 받은 피고인의 처지일 가능성까지 있다. 대통령이 돼도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답한 사람들의 생각 속엔 ‘재판 중인 피고인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 뜻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
놀랍게도 민주당 지지자의 58%, 조국혁신당 지지자의 67%도 이 의견에 동조했다. ‘피고인 대통령’에 대한 문제 의식은 정파에 관계없이 널리 퍼져 있다는 뜻이다. 특히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에게서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문제 의식이 더 크게 나타난 점은 앞으로 이 대표와 조국혁신당의 관계에 대해 시사하는 점이 있다.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 대해 9년 6개월 징역이라는 중형이 선고된 것은 파죽지세로 보이던 이 대표가 만난 예상 밖 암초였다. 이 정도 중형이 나올 줄 몰랐던 이 대표는 일대 쇼크를 받았다. 이 대표 진영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는 이 대표가 맞닥뜨린 사법 리스크가 쉽게 넘을 수 없는 심각한 난제라는 사실을 새삼 부각시켰으며, 이 대표가 앞으로 선거법 위반이나 위증 교사, 대북 송금,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 실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이 리스크가 극대화될 것이란 사실을 숫자로 보여주었다. 이 대표가 언론에 대해 막말을 퍼붓고 지지층이 판사 탄핵을 선동하는 것은 이 리스크의 심각성을 역으로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지자의 다수가 ‘피고인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 대표가 민주당을 아무리 친명 일색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앞으로 생각지 못한 당내 도전이 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계속 굴러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남은 3년 임기를 마치고 정상적으로 다음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면 지금은 속으로만 부글부글 끓고 있는 민주당 내 친노 친문과 조국혁신당에서 이 대표에 대한 도전이 지금으로선 예상하기 어려운 규모로 커져 갈 수 있다.
반면 만약 어떤 이유이든 윤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거나 그에 준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이 대표에 대한 야권 내부 도전은 세를 얻을 시간과 명분 모두가 부족해진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과 같은 비정상 대선은 이 대표가 가장 바라는 대선일 수 있다.
이 대표는 먼저 시간과 싸워야 한다. 대선 전에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잃어 아예 출마를 할 수 없다. 실제로는 대선 1년 전쯤, 대략 2026년 3월 전까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지 못하면 이 대표는 일단 피선거권은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았는데 대법원이 유력 대선 후보의 출마 자체를 막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대표로서는 앞으로 2년 이상 사법부에 압박을 가해 재판을 지연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적으로 정국을 비상 상황으로 끌고 갈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지금까지는 정치적 구호에 그쳤던 ‘대통령 탄핵’이 실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 대표의 생각이 여기에 미친다면 정치권은 3년 내내 소용돌이칠 수밖에 없다.
이 대표에게는 채 상병 특검이나 김건희 특검이라는 좋은 ‘탄핵용’ 소재가 있다. 두 문제는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어 어느 정도 명분도 갖고 있다. 실제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표결까지 몰고 가 정치 사회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면 이 대표 사법 리스크는 어느 정도 묻힐 수 있다. 사법부도 이 상황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대통령 탄핵에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비상 정국 내내 야권의 유일 리더로 역할을 할 이 대표의 위상은 유지될 수 있다. 그렇게 대법원 확정 판결도 최대한 늦출 수 있을지 모른다.
이 대표의 머릿속에는 또 다른 ‘김건희 문제’가 추가로 터져 윤 대통령이 벼랑 끝에 몰리는 상황도 들어 있을 것이다. 김 여사의 조심성 없는 처신과 그 주변의 면면을 보면 실제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는 제2, 제3의 김건희 문제 발생은 ‘시간문제’라고 믿고 있을지 모른다.
조선일보 양상훈 기자
06-20 ‘애완견’ 옹호 이어 “민주당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님”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이재명 대표 떠받들기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강민구 최고위원은 19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님”이라며 “집안의 큰 어르신으로서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가 지난 10일 지명한 최고위원으로, 대구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국회의장 후보와 원내대표 선출 시 권리당원 투표를 20% 반영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이뤄진 데 대해 “이재명 대표 시대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60세 동갑인 당 대표를 ‘어르신’이라고 주워섬긴 것도 낯뜨겁지만, 이 대표를 70년 가까운 전통의 공당을 탄생시킨 주역으로 떠받드는 것은 어이없다. 지난 총선에서 비명횡사 공천 등을 거치며 ‘이재명의 민주당’이 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으로 비친다. “아바이 수령, 이재명 주석 만세” (진중권) 등 당 안팎의 조롱이 과하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뿌리를 1955년 창당한 신익희 민주당으로 규정, 매년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당사에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고 있고, 현재의 당명을 바꾼 것도 2015년 문재인 대표 시절이다.
민주당 인사들은 이 대표가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비하한 발언에 대해서도 옹호하기에 바빴다. 한국기자협회·언론노조·방송기자연합회가 사과를 촉구하는 등 비판 여론이 컸는데도 “학술 용어”(노종면 원내대변인)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표현은 애완견에 대한 모독”(양문석 의원) “애완견이라고 얼마든지 지적당하고 비판받을 수 있다”(추미애 의원)고 거들었다. 이 대표는 곧 8월 전당대회에서 대표직 연임에 나설 뜻을 밝힌다고 한다. 대표 추대론을 넘어 우상화로 치닫지 않을지 우려될 지경이다.
문화일보 사설
06.22 이 대표 수사 검사·판사 무차별 탄핵, 무법 폭력 집단인가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과 민형배 위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 송금과 관련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범죄 이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가 제3자 뇌물 혐의로 추가 기소된 대북 불법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회유했다는 것이 이유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대장동과 백현동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 2명과 또 다른 검사 1명도 탄핵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추진 검사 4명 중 3명이 이 대표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들이다. 탄핵을 이 대표 수사에 제동을 걸기 위한 수단으로 대놓고 동원하고 있다.
민주당은 탄핵안을 발의하고 나서는 국회 법사위로 해당 검사들을 불러 조사까지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를 수사했던 검사들을 법사위 증언대에 세워 피의자처럼 추궁하겠다는 것이다. 자기 당 대표를 수사했다는 이유로 국회 입법권을 장악한 거대 야당이 이런 방식으로 보복성 탄핵과 조사까지 하겠다는 발상에 법조계도 놀라고 있다. 이화영 사건을 수사하다 탄핵 대상으로 지목된 한 검사는 입장문을 내고 “판결이 임박하자 공당이 조직적으로 허위 주장과 비방을 했지만 사진과 진술 등을 통해 (민주당 주장이) 허위임이 밝혀졌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았던 법사위를 자신들이 맡겠다며 일방적으로 법사위를 구성해 현재 단독 운용하고 있다. 법사위는 검찰, 법원, 공수처, 감사원을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고, 탄핵 소추와 특검법을 주관한다. 민주당은 21일 단독으로 법사위를 열어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입법 청문회를 강행했다. 법사위를 한편으론 이 대표 방탄용으로, 다른 쪽으로는 정권에 대한 공격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법사위에 이 대표 사건 변호인단 출신들을 집중 배치했다. 이 때문에 법사위가 ‘이재명 로펌’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검사들에 대한 탄핵과 별도로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을 수사하는 특검도 추진한다. 이 대표 추가 기소 이후 민주당 지도부는 ‘판사 선출제’를 공개 언급했고, 강성 지지층은 이 대표를 재판하는 판사 탄핵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당대표를 수사하고 재판하는 검사, 판사들에 대한 탄핵 협박이 입법부 권한이라는 이름으로 무차별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국민이 부여한 입법권을 행정부 견제라는 본연의 목적이 아닌 당대표 보호에 활용하는 몰염치가 누적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민적 분노도 차곡차곡 쌓여간다.
조선일보 사설
06.23 한동훈, 당대표 출마 선언 "수평적 당정관계·보수정치 혁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7·23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제가 총선 내내 진심을 다해 외친, 민심에 반응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국민의힘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으로 진짜 책임을 다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패배의 경험을 변화와 승리, 정권재창출의 토양으로 삼겠다”며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쇄신하겠다. 보수정치를 혁신적으로 재건하겠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건강하고 수평적이며 실용적인 당정관계를 대다수 국민들과 지지자들, 당원들이 정말 바라고 있다”며 “제가 그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이어 “보수정치를 재건하고 혁신하겠다”면서 ‘지역현장중심의 풀뿌리 정치 시스템’ ‘여의도연구원 등 당의 정책기능 강화’ ‘당 외연 확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조선일보 김승재 기자
06.23 영남 유림들 '아버지 이재명'에 반발... "남인 예법 어디에 있나, 아부의 극치"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강민구 최고위원. /뉴스1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본인의 “이재명은 민주당의 아버지” 발언을 해명하며 ‘깊은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한 것에 대해 영남유림들이 반발했다.
성균관유도회 경북도본부 및 영남유림단체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조선 성리학의 거유인 퇴계 선생이 일평생을 관통해 지켜가고자 했던 겸손과 검소,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했던 삶과 철학이 왜곡 당하고 폄훼 당하는 작금의 정치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유림들은 “도대체 영남 남인의 예법 어디에 ‘아버지’ 운운하는 아부의 극치스러움이 있단 말인가. 퇴계 이황의 학풍을 이어받은 영남 양반 인사 예법 어디에 새의 깃털처럼 가벼운 언행이 있단 말인가”라고 했다.
특히 “이황 선생은 배운 대로 실천하셨다. 제자와 가족, 여자 종의 사정과 심정까지 헤아리셨다. 자신을 끝없이 낮춤으로써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또 그럼으로써 자기도 완성시키고 다른 사람도 완성시키고자 했다”고 했다.
유림들은 “이럴진대, 한 나라 거대 여당의 최고위원이라는 인사가 자신의 가벼운 언행을 덮기 위한 수단으로 퇴계 선생을 앞세우고, 영남 인사 예법을 운운하는 모습에 영남 유림들의 비통함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했다. 또 “존경과 인사의 예법은 몇 마디의 혀끝에서 나오는게 아니다. 마음으로부터 우러 나와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영달을 위해 아부의 극치를 존경의 마음으로 포장하는 처사는 나랏일을 하려는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민구 최고위원은 퇴계 학풍을 왜곡하고, 영남 남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것에 대해 조속히 사과하고, 매사 언행에 신중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소속 정치인들에게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유학자들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자중시키고, 영남 유림들에게 사죄하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태준 기자
06.24 쳐다보기 민망했던 채 상병 청문회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에서 채상병 사망 사건 관련 경북경찰수사관과 해병대수사관의 통화 내용을 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21일 국민의힘 불참 속에 국회 법사위를 열어 ‘해병대원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원래 특검은 사법기관 수사 후 미진한 것이 있을 때 하는 것이지만, 두 야당은 아직 경찰·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특검이 수사를 맡아야 한다며 법안을 강행하고 나섰다. 이 특검법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 후보를 1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으면 연장자가 자동 임명되도록 했다. 자기 입맛에 맞는 인사를 특검에 앉히려고 작정한 것이다.
야당은 특검법 처리에 앞서 국방부와 해병대, 대통령실 관련자들을 법사위로 불러 청문회도 열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수사 중임을 이유로 증언 선서와 답변을 거부한 이종섭 전 국방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10분씩 퇴장시키는 등 횡포에 가까운 청문회 진행으로 일관했다. 이 전 장관이 “답변 기회를 달라”고 했지만, 정 위원장은 자기 말에 토를 달았다는 이유로 퇴장을 명령하며 “성찰하고 반성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박지원 의원은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거들었다. 마치 초등학생을 훈육하는 듯했다. 만일 검찰이나 경찰이 이런 갑질이나 인격 모독 행위를 했다면 당장 처벌을 받게 된다. 퇴장 명령을 받거나 조롱당한 인사들은 재판은커녕 아직 수사도 끝나지 않았다. 임 전 사단장은 부하들을 지휘해 당장에라도 적과 싸워야 할 현역 장성이다. 국회에 인권침해 권한이라도 부여했나.
증인으로 불려나온 전직 국방장관 등과 현역 해병대 장성들은 증언 선서를 거부하거나 답변을 기피해 마치 잘못을 숨기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 다수는 특검법의 문제점과 야당의 고압적 태도를 비판하면서도 해병대원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고 수사 외압이 있었는지 밝혀내길 원하고 있다. 순직 해병대원의 직속상관이었던 이용민 중령은 “왜 당신은 책임을 회피 않느냐. 해병대 정신이 뭐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전우를 지켜줘야 그게 바로 해병대”라고 답했다. 왜 전직 국방장관과 제복의 군인들이 운동권 출신 야당 의원들에게 해병대 정신을 지적당하고 회의장 밖으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해야 하는지 안타깝다. 사건의 진상 규명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6-24 野 의원들 슈퍼 갑질과 증인 모욕… 이런 청문회 해야 하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채상병특검법 입법청문회에서 보여준 행태는 안하무인의 횡포였다. 증인 11명을 출석시켜 12시간 동안 진행했으나, 진실 규명보다 의원들의 슈퍼 갑질과 증인 모욕이 난무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하자 10분간 퇴장시켜 버렸다. “밖에 나가서 성찰하고 오란 뜻”이라고 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도 “답변 기회를 달라”고 했다가 “끼어들어 토를 달았다”는 이유로 10분 퇴장을 당했다.
이러다보니 회의장 뒷문으로 나가 대기하다 다시 증인석으로 불려 나오는 모습이 반복됐다. 박지원 의원은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하라”는 농담까지 했다. 전직 장관과 군 장성을 ‘벌 주기 쇼’ 대상으로 삼은 심각한 인격 모독이다. 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사건 당시 전화 통화를 거론하며 “대통령실 내선 번호도 7070이 뭡니까. 천공천공이에요?”라고 조롱도 했다.
청문회는 전문가와 관계자를 초청해 의견을 듣는 청문(聽聞, hearing) 자리다. 입법 청문회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사실관계를 따지거나 잘못을 추궁하는 국정조사나 인사청문회와 다르다. 민주당은 야당 단독의 상임위를 열며 부처 장관 등의 참석을 강제하는 방법으로 입법청문회를 활용하고 있다. 같은 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김홍일 방통위원장을 불러냈다. 25일 국토교통위원회 청문회에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을, 26일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료계 집단 휴진 청문회에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각각 증인으로 채택했다. 갑질과 모욕 주기로 변질된 저질 청문회는 청문회 무용론과 정치 불신을 부추길 뿐이다.
문화일보 사설
06.25 '헌정질서' 투쟁에 돌입한 한국 민주주의
대통령·국회 둘 다 국민 선출
그동안 국회는 늘 패자였지만 박근혜 탄핵으로 처음 넘어서
민주당의 목표는 제2의 탄핵
민주주의의 어두운 얼굴 우리는 지금 처음 목격중
愚衆이 원한과 결합하면 끔찍한 惡을 낳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님이십니다”라며 90도 폴더 인사를 올리는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의자에 앉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 인사를 받는 이 대표. 개화기 신파극인 줄 알았다. 둘은 1964년생 동갑이다. 단순한 해프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정치의 난관이 모두 이 한 장면에 응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사사화(privatization)다. 한국 정치의 손에 닿으면 뭐든 사유물로 바뀐다. 정당도 본래 공적 조직이지만, 한국 정당은 보스의 사유물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도 이재명 대표 아래 철저히 사당화됐다. 반대자는 모두 공천 학살을 당했다. 사당화의 구덩이에서 개인숭배의 독버섯이 자란다. 국가 서열 2위의 국회의장 후보자 모두가 이 대표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이 대표가 배우 차은우보다 멋지다거나, 정조를 닮았다고 한 인사들이 공천을 받았다. 정청래 의원은 이 대표의 전기 ‘인간 이재명’을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면서 인간 이재명과 심리적 일체감을 느끼며 아니 흐느끼며 읽었다”고 한다.
사사화의 두 번째 먹이는 국회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대통령이 둘이다. 이재명이 여의도 대통령이다. 민주당은 171석으로 입법부를 완전히 점령했다. 대통령이 행정부를 장악한 것처럼, 입법부에도 단독 정부가 세워졌다.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이 단독 개원하고, 국회의장도 단독 선출했다. 제2당이 맡는 법사위원장, 여당이 맡는 운영위원장도 독차지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관습보다 국회법이 우선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회에서 대화가 죽고, 관습 같은 “훌륭한 유산이 훼손되면 결코 입법으로 그것을 대신할 수 없다.” (하이에크)
이렇게 독점한 입법 권력으로 민주당은 수사 검사에 대한 특검‧탄핵을 추진하고, 판‧검사 법 왜곡죄, 수사기관 무고죄 등을 입법하려 한다. 모두 이 대표의 방탄용이다. 2특검(채 상병, 김건희 여사), 4국정조사(해병대원, 양평고속도로, 유전 개발, 방송 장악 의혹)도 강행하고 있다. 사법부를 겁박하고 행정부를 마비시켜,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걸 ‘민주적 통제’라고 정당화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연성 가드레일’을 모두 파괴하고 있다. “정당이 상대 정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상호관용(mutual toleration)을 가져야 한다”는 제1규범, “제도적 권리를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절제(forbearance)를 지켜야 한다”는 제2규범이 그것이다.(레비츠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입헌민주주의에서 ‘민주적 통제’는 헌법 정신 앞에서 멈춰야 한다.
87년 헌법의 기본적 목표는 대통령 독재의 종식이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40여 년간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은 한국 정치를 괴롭힌 최대 난제였다. 하물며 입법부 독재란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그 씨앗은 이미 1948년 제헌헌법에서 뿌려졌다. 제헌헌법이 대통령과 국회를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이원적 정통성(dual legitimacy)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후 70여 년간, 정통성의 우위를 둘러싼 대결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는 늘 패자였다. 그런데 국회는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하며 도전장을 내밀었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마침내 대통령을 넘어섰다. 대통령은 여전히 강하다. 하지만 국회 해산권이 없는 대통령은 제도적으로 약자다. 만약 정당‧국회에 대한 대통령의 장악력이 약하고 국민의 지지가 낮으면, 대통령은 국회의 손쉬운 먹잇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첫 희생양이었다. 지금 민주당이 노리는 최종 목표도 바로 제2의 대통령 탄핵이다.
그런데 ‘다수의 폭정’은 역설적으로 민주주의의 성숙 때문에 발생했다. 민주주의는 소수 엘리트의 지배를 배척한다. 사실 한국 정치는 오랜 세월 동안 소수 정치 집단의 전유물이었다. 87년 민주화가 그걸 해체했다. 하지만 한국민은 지금 민주주의의 어두운 얼굴을 처음 목도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DNA에는 ‘다수의 폭정’이라는 태생적 결함이 새겨져 있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선이 아니며, 우중(mob)의 원한(르상티망)과 결합하면 끔찍한 악을 낳는다. 히틀러의 나치즘이 그랬다.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가 민주주의를 악한 정체로 본 이유다.
오늘날 개딸 같은 정치 팬덤은 저성장 수축사회의 르상티망, 그리고 소셜 미디어의 탈진실화가 낳은 새로운 우중이다. 거기에 영합한 포퓰리스트들이 그 힘을 등에 업고 정당을 사당화하고, 국회를 지배하고, 사법부를 겁박하고, 행정부를 마비시키고, 언론을 비난하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는 단순한 정치적 부패가 아니라 헌정 질서를 둘러싼 투쟁에 돌입했다.
조선일보 김영수 영남대 교수·정치학
06.26 "아버지" 이어 "대표로 돌아오셔야" 여기가 북한인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대표직에서 사퇴한 것은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연임하기 위해서다. 당 대표 선거에 나가려면 당직을 그만둬야 한다는 당헌 때문이지 갑작스럽게 당 대표를 그만둘 이유가 없다. 이 대표는 “길지 않게 고민해 거취를 결정하겠다”면서도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면 사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연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이 대표에게 “당 대표에 나서달라”며 공개 ‘요구’하고 나섰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는 공천 혁명과 당원 주권 혁신을 이뤄내 총선에서 압승을 만들었다” “김대중 이후 이처럼 독재 권력의 핍박을 받은 정치인은 없다”고 했다. 지도부를 구성하는 최고위원 후보들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 아니라 ‘당대명’(당연히 대표는 이재명)” “이 대표가 다시 돌아오셔야 한다”고 했다. 4성 장군 출신은 “이 대표와 함께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겠다”고 했다. 북한, 러시아 같은 독재국가 지도자에게나 사용하는 언어로 충성 경쟁에 나선 것이다. 이들이 이러는 것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의 지지를 받아야만 최고위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개딸이 대거 유입되면서 개딸에게 찍히면 지도부에 들어갈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이 대표 1인 정당인 민주당에서 이 대표가 또 대표가 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고 해도 낯 뜨거운 아첨과 아부는 혀를 차게 한다.
이 대표가 당 대표를 연임하려는 것은 사법 리스크에 대비한 방탄 때문이다. 여기에서도 말도 안 되는 억지가 난무하고 있다. 일부 친이재명 성향 유튜버들은 대북 불법 송금에 관여했던 쌍방울그룹이 과거 이낙연 전 총리와 가까운 인사를 영입했는데 검찰이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대선 때 이 대표가 대장동 사건을 갑자기 ‘윤석열 게이트’로 몰아가려 했던 것처럼,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이낙연 게이트’로 몰아가려는 것 아닌가.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이 “이재명은 민주당의 아버지”라고 말한 데 이어 예비 지도부까지 “어대명” “당대명” 하며 충성 경쟁을 하고 있다. 그래도 내부 토론이 활발했던 민주당이 요즘은 북한 같은 행태가 나와도 침묵 뿐이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6.26 공포의 의회 독재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 “증인, 증인이 위원장이에요? 왜 위원장 생각까지 재단하려고 그래요? 위원장은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위원장이 생각도 못 합니까? 어디서 그런 것을 배웠어요? (중략) 임성근 사단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에요? 제가 보기에는 부끄럽고 비굴한 군인일 뿐이에요.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국민이 다 지켜보고 있는데 위원장 생각까지 재단하려 합니까. 사과하세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저는 위원장님 생각까지 재단하지 않았습니다.”
정청래: “사과하세요.”
임성근: “그렇게 느끼셨다면….”
정청래: “토 달지 말고 사과하세요.”(이후 사과 요구와 사과 발언 반복)
정청래: “일어나세요. 10분간 퇴장하세요. 임성근 증인 때문에 진행할 수가 없어요.”
국회 증인에게 모멸적 벌을 주고
행정·사법 영역 선 넘는 입법도
유권자, 민주당 행태 기억할 것
임 전 사단장은 실제로 ‘10분간 퇴장’을 당했다. 지난 21일 국회 모습이다. 채 상병 특검 입법 관련 청문회장이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도 같은 벌을 받았다. 일국의 안위를 책임졌던 사람이다. 그가 밖으로 쫓겨난 뒤 정 위원장과 같은 당 박지원 의원 사이에는 이런 대화가 오갔다. “퇴장하면 더 좋은 것 아니에요?” “성찰하고 반성하라는 의미입니다.”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두 사람이 웃었다.
정 위원장은 청문회 시작 때 “답변에 따라 퇴거 명령을 하겠다. 주의하길 바란다. 그냥 집으로 가라고 하면 본인들 좋은 일이기 때문에 10분, 20분, 30분 단위로 퇴거 명령을 할 테니 밖에 나가서 성찰하고 오라”고 말했다.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의 ‘5공 청문회’부터 36년간 온갖 청문회를 봤는데, 증인을 복도에 세워놓는 장면은 처음이었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4선 민주당 최고위원의 위세가 대단했다.
지금 한국에서 타인을 밖에 서 있게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교사가 학생을, 부모가 자식을, 사장이 직원을 그렇게 할 수는 있으나 후과를 각오해야 한다. 인격 모독, 학대, 갑질이 된다. 세상은 이렇게 변했는데, 국회 시계는 거꾸로 흘렀다. 공포스럽다.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장관은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버지다. ‘동료 시민’이기도 하다. 채 상병 사망사건 관련 의혹의 당사자가 됐다고 해서 존중받아야 할 인격과 인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민주당이 금과옥조로 받드는 ‘무죄 추정’에도 어긋난다.
지금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것이든 원하면 법안으로 만들 수 있다. 그들이 가진 의석이 175석이고, 범야권을 합하면 192석이다. 개헌, 탄핵,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 재의결 말고는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게 없다. 정부가 반대하는 ‘민생지원금’ 지급을 법으로 만드는 등 행정권을 가지려고 하고, 법관을 옥죄는 법으로 사법 영역을 침범하려 든다. 기자를 애완견으로 규정하면서 언론을 겁박하는 법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를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던데, 권세가 그 섬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히 무소불위다.
프랑스대혁명 직후 막시밀리앵 로베스피에르가 이끈 국민공회가 있었다. 일종의 의회였는데, 일당독재 체제였다. 공회가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을 다 가지고 있었다. 교과서에 ‘공포정치’라고 적혀 있는 시대다. 이 의회 독재는 3년 만에 무너졌다. 민심 이반이 있었고, 이를 등에 업은 반정이 성공했다. 로베스피에르는 단두대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국민공회 시대를 통해 인류는 군주 독재 못지않게 의회 독재도 위험하다는 것을 배웠다.
지금 이 대표와 민주당의 폭주를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의 행태가 집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자각뿐이다. 이렇게 의회 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사람들에게 대통령 권력까지 얹어줄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금도 이런데…”라는 불안감이 자란다. 현명한 유권자는 견제와 균형을 생각한다. 지금 민주당의 모습이 국민의 기억에 하나하나 각인되고 있다.
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06-26 법사위 저질 행태와 입법 폭주, 거부권 명분 더 키운다
여당의 국회 보이콧 철회 뒤 처음 열린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모습은 제22대 국회 파행의 예고편으로 비쳐 참담하다. 여야가 위원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던 법사위는 본회의 법안 처리의 최종 관문 성격도 있어, 이날 상황은 다른 상임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로 유사한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 소수 여당의 무능과 무기력, 합리적 토론을 압도하는 저질 막말, 일방적 회의 진행과 항의·퇴장 등이 임기 4년 내내 무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충분한 공감대와 법리 검토 없이 야당 일방 입장만 반영한 법안은 그 자체로 대통령의 재의 요구(거부권) 대상이 되는데, 이런 절차적 문제까지 겹치면 그런 당위성이 더 커지게 된다.
이날 법사위는 정청래 위원장의 일방적 회의 진행부터 논란이 됐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여당 간사 선임안부터 처리할 요구했지만, 정 위원장은 “의사일정을 방해하지 말라”며 거부했다. 서로 이름을 묻지 않나, 누가 공부를 더 잘하느냐를 놓고 유치한 설전도 벌였다. 심지어 정 위원장은 여당 의원들에게 “언제든 경고를 주고 퇴장도 시킬 수 있다”고 겁박까지 했다. 지난 21일 ‘해병대원 특검법’ 입법 청문회 때 증인으로 참석한 전직 장관과 해병대 지휘관들에게 ‘10분 퇴장’을 남발하며 모욕을 주더니, 이젠 여당 항의도 뭉개는 ‘완장 행태’까지 과시한다.
법사위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회부된 이른바 ‘방송 3법’과 방통위법 개정안을 1시간 만에 통과시켜 본회의에 넘겼다. 앞서 과방위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최민희 위원장이 국회선진화법의 핵심인 안건조정위원회조차 조국혁신당 의원과 협력해 일사천리로 여는 등 7분 만에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렇게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들은 모두 다음 달 4일 가결해 정부로 이송할 계획이다.
이미 본회의에 회부된 ‘채상병특검법’은 특검 추천의 중립성 훼손 등 결함이 수두룩하고, 방송 3법은 지난 국회에서 재의 요구와 재의 부결로 폐기됐던 것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는 불가피하다. 야당의 일방 처리가 계속되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 사설
06.27 국회 장악 정당이 낸 온갖 기이한 법안들, 혀를 차게 한다
22대 국회가 어렵게 문을 열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입법 폭주를 시작했다. 그 법안들을 살펴보면 발상이 무리하고 내용이 황당해서 혀를 차게 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대통령이 이미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법과 노란봉투법을 다시 밀어붙이는 것부터 그렇다. 두 법은 민주당이 여당일 때는 문제가 있다고 처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국회 재의결에서 부결까지 됐다. 그런 법을 또 추진한다는 것이다. 방송법 내용은 ‘민주당 방송’을 만들려는 것이다. 특히 MBC는 사장 임기를 3년으로 못 박아 해임하지 못하게 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2인에서 4인으로 늘려 민주당이 운영을 마비시킬 수 있도록 했다.
채 상병 특검법도 재의결을 통해 부결됐지만 또 처리한다고 한다. 중립적이어야 할 특검을 야당이 사실상 지명한다는 것이 상식에 맞는가. 민주당은 감사원 감사 전에 야당 추천 위원이 낀 감사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이 감사원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범죄 혐의를 발견해 검경에 수사를 요청하거나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도 금지했다.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은폐, 각종 통계 조작과 같은 문재인 정부 비리 감사를 막겠다는 의도다. 지금 국회 상임위는 다수당인 민주당 주도로 열리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증인으로 채택되면 출석이 강제되고 위증 시 형사 처벌되는 법안도 냈다. 이는 원래 국정조사·감사에 있는 조항이다. 누구든 민주당 말을 듣지 않으면 청문회에 출석시키고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냈다. 정부의 시행령 제정·개정권을 제한하고 이를 어기면 시행령을 무효화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총리와 장차관이 상임위에 출석하지 않거나 중간에 자리를 뜨면 형사 처벌하는 ‘불출석 처벌법’도 냈다. 지난 국회에선 검찰 수사권 박탈법을 밀어붙이더니 이번엔 검찰청을 아예 폐지하는 법안을 낸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사건 변호사 의원들은 특정인을 처벌하려는 수사라는 의심이 들 경우 판사가 영장을 기각해야 한다는 ‘표적 수사 금지법’도 발의했다.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든다며 수사기관 무고죄를 신설하고, 법을 잘못 적용한 판·검사를 처벌하는 ‘법 왜곡죄’도 만든다고 했다.
민주당도 이 무리한 법안들이 실현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의 부담을 지우면서 정쟁화하려는 계산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국회를 장악한 정당과 국회의원이 어떻게 이런 황당한 주장들을 법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에 제출하나.
조선일보 사설
06.27 국회가 부끄럽다, 브레이크 없는 정청래의 입
지지층 의식, 브레이크 없는 막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을 ‘해병대원 특검법’ 입법 청문회 당시 일방적인 의사 진행과 막말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사진은 정 위원장이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서 고함을 치는 모습.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6일 국민의힘을 겨냥해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 “한번 붙어보자”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이 ‘해병대원 특검법’ 입법 청문회 등에서 고압적 태도로 회의를 진행했다며 정 위원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하자, 정 위원장도 “국회를 무단결석한 국민의힘 의원 전원을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맞받은 것이다. 정치권에선 “정 위원장이 강성 지지층에 기대어 브레이크 없이 내달리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정 위원장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국민의힘이 자신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할 것이란 내용의 기사를 올리고 “나도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나에게 쏟아낸 인신공격성 발언들에 대해 모조리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며 “한번 붙어보자. 철퇴를 가하겠다”고 했다.
앞서 정 위원장은 지난 21일 민주당 단독으로 소집한 해병대원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천지 분간을 못 하냐”는 등의 언사를 해가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출석 증인들을 상대로 10분간 회의장 밖 복도에 나가 있으라고 퇴장 명령을 반복해 논란이 됐다. 임성근 전 사단장에게 “현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으니 실질적인 지휘권이 있다는 ‘방증’아니냐”라고 물었다가 “방증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오자 “위원장이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어디서 그런 버릇인가. 위원장 생각까지 재단하는가? 토 달지 말고 사과하라”고 호통쳤다. 임 전 사단장에게 “천공을 잘 알고 있나”라고 묻기도 했다.
이종섭 전 장관에게는 “가훈이 정직하지 말자인가” “다양하게 예의 없고, 다양하게 모르나” “선택적 기억력을 갖고 있나”라고 했다.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는 “시원하게 답변하라는 뜻도 이름에 담겼나”라고 했고,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에게는 “일부러 기억 안 나게 뇌의 흐름을 조작하지 마라”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이에 대해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왕따를 만들고 집단 폭행을 가하는 학교 폭력을 보는 듯했다”고 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정 위원장을 윤리위에 제소했다. 정 위원장은 추 원내대표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자신에 대한 제재를 요구한 데 대해 “초딩(초등학생)처럼 이러지 말고 용기를 내서 저에게 직접 요구하시라”고 했다. 그러면서 “입법청문회 퇴장 조치를 놓고 국민의힘에서 구시렁대던데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국회의원에게도 질서 유지권을 발동하겠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5일 법사위 회의장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과 충돌했다. 정 위원장은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이 의사일정 문제를 제기하자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느냐”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라”고 했다. 이에 유 의원이 “위원장 성함은 뭐냐” “공부는 내가 더 잘하지 않았느냐”고 맞받으면서 옥신각신하다가 회의가 정회됐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존경하고픈 위원장님”이라고 하자 정 위원장은 “존경할 마음도 없으면 존경하고픈도 자제하고 희화화하지 말라”고 맞받았다. 정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이 회의 장면을 편집한 영상을 올리고 “100만 갑시다”라고 썼다.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층 일부에서 ‘속 시원하다’고 칭찬하자 이슈를 더 키워보려는 것 같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이후 자신의 법사위 의사 진행을 문제 삼는 국민의힘을 향해 “나는 법사위를 법대로 진행했다. 나의 진행에 불법적 요소가 있었다면 국회법 몇 조 몇 항을 위반했는지 지적하라”며 “지적을 못 할 거면 법대로 진행하는 위원장석에 찾아와 막무가내로 의사 진행을 방해한 점에 대해서 반성하고 사과부터 하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 진행 방해에 대해 윤리위 제소 검토 및 국회 선진화법(퇴거불응죄)으로 고발할지도 검토하겠다”며 “사과하지 않으면 앞으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야권에서도 정 위원장의 의사 진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겸손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친명계 중진 정성호 의원도 “상임위 운영은 시간도 지키고 답변 기회도 주고 더 예의 있게 하는 게 국민이 보기에 더 좋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21대 국회 때도 대정부 질문을 하면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장관은 참기름, 들기름 안 먹고 아주까리기름 먹어요”라고 물어 논란이 일었다. 한 장관이 “그게 무슨 소립니까”라고 되묻자 “왜 이렇게 깐족대요”라고도 했다. 지난해 6월 당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할 때 “땅땅땅” “땅 대표!” “땅 파세요!”라고 소리쳐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의 막말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상대가 같은 당 동료라도 예외가 없었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 최고위원 시절, 문재인 당대표의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소 참배에 대해 “독일이 유대인 학살에 대해 사과했다고 해서 유대인이 히틀러 묘소에 참배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요지의 발언을 해 자기 당 안에서도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도를 지나친 발언” 같은 비판이 제기됐었다. 2021년 10월 대선 국면에서는 문화재 관람료와 관련해 사찰을 “봉이 김선달”이라고 했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대선판을 망친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06-27 ‘제복 군인’ 명예 훼손한 청문회 유감
박동순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한성대 안보정책학과장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74년 전 6·25전쟁이 발발했고 두 번의 연평해전이 있었던 6월은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을 기리는 달이다. 그런데 지난 21일, 야당이 단독 개최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특검법’ 입법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참담함을 느꼈다. 수사 중인 사건의 관계자로 출석한 전직 국방부 장관과 군복을 입은 장성 및 영관 장교들이 많은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갖은 모욕과 협박을 당했기 때문이다.
청문회는 국회나 행정기관이 증인 등으로부터 증언과 진술을 듣기 위한 자리인데, 위 청문회는 시작부터 그 목적과는 달리 의원들의 호통과 증인 강제 퇴장 조치 등 망신주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명예를 먹고 사는 군인에게 이보다 더 큰 치욕은 없을 것이다. 전장에서 패한 적장에게도 이런 대우는 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 군대든 사건 사고가 없을 순 없다. 그러나 수사 중인 사건 관련자들이 구체적 증거도 없이 의혹이 부풀려지고 무리하게 피의자 취급을 받아선 안 된다. 또한, 하나의 사건으로 군 전체를 매도하거나 제복과 계급을 비하해서도 안 된다. 전직 군인으로서, 과연 청문회에서 모욕과 매도를 당한 군인들이 제대로 부대를 지휘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청문회는 출석 증인들에게 면박을 주고 호통을 쳐서 굴복시키는 자리가 아니다. 말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자리가 돼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리고 잘잘못은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판단 몫으로 남겨두면 된다. 향후 제복 입은 증인을 청문회에 출석시키는 경우 그 특수성을 고려해 비공개로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군인은 제복을 입은 자신과 전우의 모습에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유사시 국가를 위해 용감하게 목숨을 던지는 직업이다. 군대는 사기를 먹고 용기를 발휘하는 집단이다. 그렇다면 과연 제복의 명예와 신뢰는 누가 지켜줄 것인가? 바로 국민이 제복 입은 군인들을 존중하고 예우하는 나라가 돼야 그들도 위기가 닥쳤을 때 기꺼이 몸을 바칠 것이다. 헌법 제5조도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군인의 사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2개의 전쟁이 계속 중이고, 북한의 위협 수위는 날로 고조돼 간다. 이처럼 외부의 위협은 급격히 커지는 데 비해 국군은 내부적으로도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최근 군 간부의 모집 비율이 급락하고, 중견 간부들의 군 이탈도 가속화한다.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군 간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과중한 업무,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이 이들을 군대에서 떠나게 한다.
국군은 평시에도 철통 같은 대적(對敵) 경계와 세계 곳곳의 해외파병지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 퇴치와 장기화한 의료 분쟁에 군의관 파견 등 평시에도 국민의 안위를 위해 헌신한다.
대한민국 군대는 국민을 위한 국민의 군대다. 따라서 군은 본연의 임무에 매진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하며, 국민이 군을 믿고 군인을 존중하는 것이 국방 안보의 기본이 돼야 한다. 군인은 국민의 사랑과 존중을 받을 때 하나밖에 없는 몸과 마음을 국가에 바치는 숭고한 직업이다. 항상 ‘제복의 위상이 나라의 품격’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화일보
06.28 완장 찬 듯한 정청래 위원장의 군복 모욕과 조롱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의 일방적 상임위 운영 방식과 고압적 태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1일 ‘해병대원 특검법’ 청문회에서 ‘수사 중이라서 답변할 수 없다’고 했던 이종섭 전 국방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10분씩 퇴장시켰다. 군복을 입고 있는 장성에게 그는 “어디서 그런 버릇이냐. 토 달지 말고 사과하라. 일어나라”고 했고, 임 전 사단장은 바로 일어섰다. 이종섭 전 장관에게는 “가훈이 정직하지 말자 인가” “또 끼어드느냐. 퇴장하라. 반성하고 들어오라”고 했다.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시원하게 답변하라는 뜻이 이름에 담겼느냐”는 말장난을 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하라”며 조롱했다.
청문회(聽聞會·Hearing)는 증인을 겁주고 모욕하는 자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증언과 진술을 듣는 자리다. 그런데 정 위원장은 국회가 갑질과 인격 모독 권한이라도 가진 듯 증인들을 마구 대했다. 전현직 군인들은 정 위원장에게 군복 차림의 군인들이 모욕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렇게 모욕당한 군인이 돌아가 부대를 어떻게 지휘할 수 있겠느냐”며 개탄했다.
군인은 국가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사람들이다. 돈과 같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그에 걸맞은 명예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군인이 잘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군인이라도 최소한의 예의와 격식을 갖춰 대해야 한다. 그 군인 한 사람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도 군복을 입고 헌신적으로 복무하고 있는 다른 모든 군인들, 나아가 우리 공동체 전체를 위해서다. 해병대 예비역 단체들은 27일 대규모 집회를 열어 “해병대를 능멸 말라” “해병대를 정치에 이용 말라”고 반발했다.
국회 법사위는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법무부 장관과 함께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등 수많은 인사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주관한다. 그때마다 국회는 후보자들의 재산과 이력, 그리고 인격까지 가혹하게 검증한다. 그런 인사청문회를 주관하는 법사위원장이 스스로의 인격 파괴, 인성 파괴를 마치 무슨 훈장처럼 여기는 사람이다. 막말도 거의 전매특허를 낸 듯 한다. 이번 청문회에서 행태는 민주당 장악 국회에서도 완장을 찬 사람 같았다. 지지층이 좋아한다고 점점 도를 더하고 있다.
국회의원인 국회 상임위원장을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도 당 보스에게만 잘 보이면 얼마든지 상임위원장이 돼 아무나 모욕하고 조롱하는 한국 정치 현실을 이대로 바라보기만 해야 하느냐는 것은 많은 사람의 생각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6.28 "해병대를 정치에 이용 말라" 들고 일어난 예비역들
100여 단체 "특검 반대" 국회 앞 집회
"군의 작은 실수, 청문회·탄핵이라니..."

▲해병대전우전국총연맹과 전국 예비역 해병대 100여개 단체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 대로에서 해병대 특검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이덕훈 기자
대한민국 국회 해병대 전우회(회장 송석준), 덕성회, 해병대특수수색대연합회 등 100여 개 해병대 예비역 단체들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해병대 100만 예비역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순직 해병대원 특검법과 청문회를 강행하는 상황을 두고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해병대의 사기를 꺾는 정치 선동”이라며 “해병대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
이날 오후 2시쯤 기온이 32도까지 올라갔음에도 800여 명(경찰 추산) 예비역은 긴팔 전투복에 붉은색 팔각모를 쓰고 ‘해병대 특검, 결사 반대!’ ‘가자! 국회로’ 등 현수막을 들고 나왔다. “정청래는 해병대를 더 이상 능멸하지 말라” “해병대를 능멸하는 자가 곧 이적 행위자다” 등 구호도 외쳤다.
김종욱 국회해병전우회 사무총장은 “제복 입은 군인과 경찰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최고의 영예로 존중 받는데 한국에서는 연평도 포격전 때 숨진 고 서정우 하사 등이 국가유공자가 되기까지 수 년간 어려움을 겪었다”며 “민주당이 언제부터 우리 해병대를 그렇게 아꼈느냐”고 했다.
해병대 예비역 장군 모임인 덕성회의 강신길 회장은 “당장 북한이 도발하면 한국을 정청래·박지원이 지키느냐. 그때도 군 장성에게 호통을 칠 것이냐”며 “준전시 국가인 한국의 전직 장관과 군 장성의 명예를 깔아뭉개 사기와 전투력을 떨어뜨리는 저질 정치인은 즉각 무릎 꿇고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대한민국헌정회 미래전략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희규 전 국회의원도 “국민들로부터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받는 해병대가 최근 정치권으로부터 조롱과 모욕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가만 앉아있겠느냐”며 “일촉즉발의 안보 위기에서 해병대를 더는 정치에 이용 말라”고 했다.
집회에 참석한 해병대 예비역들은 최근 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법제위원장이 지난 21일 청문회에서 해병대 전 사단장 등을 10분씩 퇴장시키거나,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해야지”(박지원 의원) 같은 발언이 나온 데 대해 “제복 입은 군인을 어떻게 이렇게 모욕할 수 있느냐”고 했다. 박모(71)씨는 “정청래·박지원이 사기로 먹고 사는 해병대를 모두 망가뜨렸다”고 했다.
정부·여당 비판도 상당했다. 이용구(79)씨는 “문제를 여기까지 질질 끌고 와서 키운 정권의 잘못도 크다”며 “윤석열 정권이 빨리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했다. 한 50대 예비역도 “해병대만큼 국가를 사랑하는 집단도 없을 것”이라며 “우릴 모욕하는 야당도 참을 수 없지만, 윤석열 정권도 잘한 것 하나 없다. 보수가 해병대를 등진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본지를 만난 일부 참석자들은 일부 친야(親野) 해병대 예비역들이 순직 해병대원 사건을 정치화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영달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고도 지적했다. 박정훈 전 수사단장 변호를 맡고 있는 김규현(39) 변호사는 과거 민주당 김광진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빨간 해병대 옷을 입고 다니며 이번 사건 특검 등을 외친 대표적 장외 인사다. 지난 총선 때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 했으나 ‘대장동 변호사’ 김동아 의원에게 밀렸다.
김만식(78)씨는 “해병대 옷 입고 자기 정치하며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게 딱 신세대 좌파의 전형”이라고 했다. 이런 비판에 김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진상을 밝히려면 현재로서는 특검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06-28 거야의 방통위長 탄핵안 발의, 직권남용·적반하장이다
거야(巨野)가 또다시 방송통신위원장에 정략적인 올가미 씌우기를 시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김홍일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군소 야당과 함께 발의했다. 다음 달 3∼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맞서 방통위는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KBS·MBC·EBS 공영방송 임원 선임 계획 등을 의결했다. 의결 기능 마비에 대비한 고육책으로서, MBC의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8월 12일 임기 만료)과 KBS·EBS 이사진(9월 만료)을 차질없이 교체하기 위해 불가피한 프로세스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김 위원장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직무정지 상태가 되고, 그동안 방통위원이 2인에서 1인으로 줄어들게 돼 안건 의결이 불가능해진다.
탄핵소추를 하려면 공직자를 ‘파면’할 정도로 헌법과 법률 위반이 명백해야 한다. 그런데 탄핵소추안을 보면 주된 사유는 “2인만으로 의사를 진행해 74건의 안건을 의결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직무가 아니라, 위원회 운영 자체가 위법이라는 취지다. 방통위법은 ‘회의는 2인 이상 위원 요구로 소집하고,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제13조)고 규정했다. 2인 체제 의결이 “(5인 체제가 아니라) 바람직하진 않지만, 위법은 아니다”는 김 위원장의 항변이 분명히 옳다. 이게 문제라면 오래 전에 국회가 법을 개정했어야 할 일이다. 지난 국회도 민주당이 다수당이었다. 지금 방통위 의결정족수를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의 개정안을 당론 발의했는데, 스스로 제도의 문제를 인정한 것 아닌가. 파면할 정도의 위법이 없는데도 탄핵소추를 강행한다면 직무정지만을 노린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게다가 현재의 방통위원 2인 운영체제 자체에도 야당 책임이 크다. 지난해 국회 추천 3인(여당 1인, 야당 2인) 중 민주당 몫으로 최민희 의원이 추천됐으나, 대통령은 통신단체 임원을 맡은 점 등 방통위법상 결격사유에 해당돼 임명을 보류했다. 최 의원은 자진 사퇴 뒤 총선에 출마했고, 당선 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되는 희한한 상황이 빚어졌다. 이런 점에서 적반하장 성격도 있다.
문화일보 사설
06.28 국격 떨어뜨리는 국회, 국민이 부끄럽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4차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에게 의사일정 진행 관련 항의를 하고 있다. 뉴스1
하루가 멀다 하고 정치 희화화하는 국회의원들
부디 선량의 품격과 기본적 소양부터 갖춰 가길
어제 국민의힘 몫 국회부의장과 7개 상임위원장이 선출되며 22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이 마무리됐다. 지난달 30일 개원 이후 28일 만이다. 어렵게 22대 국회가 모습을 갖춰 출범한 만큼 그동안 놓쳤거나 시급한 현안들에 대해 보다 신속하고 진지하게 임하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이 여의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여야가 매한가지다. 압권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언행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 25일 여당 간사 선임의 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에게 “저기요, 그런데 위원님 성함이 어떻게 돼요”라고 물었다. 상대방 재선 의원을 조롱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유 의원에게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라”고 했다. 검사 출신인 유 의원은 “공부는 내가 더 잘했다”고 맞받아쳤다. 양측은 국회 윤리위원회에 서로를 제소한다고 한다. 참으로 유치할 뿐이다. 국회법을 얼마나 공부한지 모르겠지만 그 이전에 국회의원으로서의 격,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소양부터 갖추길 바란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오간 ‘자격 미달’ ‘전과 X범’ 논쟁도 낯뜨겁다. 민주당의 한 의원이 국민의힘 김장겸(전 MBC사장) 의원을 지목해 “피감 기관인 MBC와 민사소송 중”이라며 상임위 재배정을 요구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돌연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실명을 대며 전과를 열거했다. “▶A의원 전과 2범 ▶B의원 음주운전 전력 ▶C의원 전과 3범 ▶D의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 중”이라고 꼬집었다. 최민희 위원장을 향해선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를 ‘아버지’라 부르던데, 조금 있으면 최 위원장이 ‘어머니’로 등장할 것 같다”고 했다. 본인은 억울할지 모르나 “이해충돌 소지가 없다는 국회 해석이 있었다”고 잘라 말하면 끝날 일이었다. 욱한 마음에 급발진하다 보니 전혀 논점이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26일 의료계 비상상황에 관한 청문회가 열린 보건복지위원회도 그랬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현택 의사협회 회장에게 “21대 국회 때 저한테 ‘미친 여자’라고 그러셨죠”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곤 임 회장의 과거 막말을 열거했다. 언행에 문제가 많은 임 회장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는 현 의료대란의 해법을 도출하는 청문회였다. 온 국민의 관심사였다. 거기에 자신의 분풀이성 발언을 들고 나왔다.
OECD 35개국 중 한국 국회의 효과성은 34위다. 하지만 세비는 3위(국민소득 대비)다. 생산성 불균형의 극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정치를 희화화하고,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 걱정될 정도로 국민을 부끄럽게 하는 의원들에게 이런 특권을 퍼주는 게 과연 옳은 건지 생각하게 한다.
중앙일보 사설
06.29 한 방송사 구사대 같은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김 위원장이 8~9월 임기가 종료되는 MBC·KBS 등 공영방송 관련 임원 선임 계획을 의결하자 직권남용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전날 김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7월 4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방통위를 마비시켜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MBC 사장을 교체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은 만약 김 위원장이 탄핵 전에 자진 사퇴할 경우 직무 대행을 하게 될 이상인 부위원장도 고발하고 탄핵할 수 있다고 했다. 방통위원회법률에 위원장만 탄핵 대상이다. 법은 안중에도 없다. 민주당 말대로 이 부위원장도 탄핵하면 방통위원회는 한 사람도 없게 된다.
민주당은 작년 말에도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탄핵을 밀어붙였다. 이 전 위원장은 취임한 지 100일도 되지 않고 구체적 법 위반 사실도 없는데 자진 사퇴했다. 이 역시 MBC 사장 교체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방통위 업무가 마비돼 연내에 마쳐야 했던 141개 방송국 재허가가 불발됐다. 민주당은 ‘방통위원장과 부위원장 2인 운영 체제’가 위법이라고 하지만 후임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은 것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에서 방송 3법도 일방 처리했다. MBC 등 공영방송 사장을 해임하지 못하게 하고 이사진을 자신들 뜻대로 좌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2인에서 4인으로 확대해 민주당 추천 위원이 반대하면 의결을 못 하게 하는 방통위법도 단독 처리했다. 친민주당 보도를 해온 MBC를 자신들 편으로 두기 위해 무리수를 총동원하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2016년에도 비슷한 법안을 대선 공약으로 냈다. 하지만 정권을 잡자 거꾸로 KBS와 MBC 사장을 폭력적 방법으로 내쫓았다. 이사를 자르려고 직장과 집에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문재인 정부 방통위는 비판적 종편을 괴롭히기 위해 점수 조작까지 벌였다. 그러더니 다시 야당이 되자 “정권의 방송 사유화 악순환을 끊겠다”며 방송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말로는 언론 개혁이지만 실제는 방송 장악이다. ‘MBC 사수’를 위해 할 일, 못 할 일 가리지 않는 모습이 과거의 ‘구사대’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조선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