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午後餘談(문화일보) 2024-04/ 04-01(월) 이재명의 무지? 억지? - 04-30(화) 日 진보언론 ‘붉은깃발’

상림은내고향 2024. 4. 19. 13:17

午後餘談(문화일보) 2024-04/

04-01(월) 이재명의 무지? 억지?

 

김세동 논설위원


3월 26일 열린 대장동 재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는 “제가 없어도 재판 진행에 지장이 없지 않나”라며 재판부에 강하게 항의했다. 불출석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불만을 터뜨린 것인데, 일반 피고인이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오만한 태도다. 국회 제1당 대표의 판사 겁박으로도 보일 수 있다. 재판장으로선 이미 단식·국회 일정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 불출석한 이 대표의 편의를 또 봐주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형사 재판에선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 진행이 안 된다. 변호사인 이 대표가 형사소송법 제276조(피고인의 출석권)를 몰랐을까. 아닐 것이다. 검찰에 이어 법원마저 자신에게 불공정하다는 인상을 지지자들에게 심어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더 황당한 건, 재판 불출석 허락이나 기일 변경은 판사의 권한이고 자신도 그 때문에 재판부와 언쟁을 벌였음에도 재판을 전후해 검찰을 비난한 행태다. 이 대표는 재판 전에 총선 지원유세 등에서 “검찰이 우겨서 선거기간 중에도 재판에 참석해야 한다. 검찰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하도 검찰을 비난하다 보니 상황을 착각한 걸까. 법정을 떠난 뒤엔 유튜브 방송에서 총선 때까지 재판 연기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언급하며 “검찰이 노린 걸 테니 할 수 없다. 다 대선에 진 죗값을 치르는 것이다”고 했다. 자신이 저지른 수많은 범죄 혐의로 선거 직전에도 법정에 나가야 하는 민망한 현실을 호도하고 지지층 결집을 노려 ‘기승전 검찰 탓’을 하는 것일 게다.

‘대안적 사실’로 도피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김어준 방송에도 나가 “브라질도 7대 경제 강국이었다가 사법 독재, 검찰 독재 때문에 갑자기 추락했다”고 했다. 전형적인 사실 왜곡이다. 브라질은 룰라·호세프 대통령 연속 집권으로 이어진 좌파 포퓰리즘 정권의 국가 재정이 감당 못 할 과도한 복지로 파탄 난 것은 세상이 다 안다. 정권의 부패 스캔들을 수사한 검찰 때문에 경제난이 왔다는 건, 억지이고 본말전도다. 아무리 민주당의 대표라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검찰 독재를 입에 달고 살다 보니 말이 헛나온 걸까. 시정이나 브라질 검찰에 대한 사과가 없는 것으로 보아 의도된 왜곡이거나 ‘대안적 세계’에 아예 정주한 것으로 보인다.

 
 

04-02 국민 우롱하는 총선 투표制

 

문희수 논설위원


기네스북 등재 감이다. 최소한 한국 신기록이다. 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대표 투표용지의 길이가 51.7㎝이다. 21대 총선 때보다 3.6㎝ 길다. 정당 수가 38개로 3개 늘어난 탓이다. 쏟아지는 비판에도 기어이 꼼수 위성정당을 재연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또 다른 폐해다. 투표지가 너무 길어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지 분류기를 쓰지 못하는 바람에, 100% 수개표·수검표가 불가피해 부정투표 논란이 해소된 게 그나마 위안이 된 셈이다.

비례대표제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고 봐야 한다. 전문가를 발탁해 국정과 국회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취지는 오래전에 형해화했다. 여야 지역구 후보 중에는 판사·검사·변호사·의사 등 ‘사’자를 단 전문직 출신이 즐비하다. 더구나 상당수는 구악 행태에 물들어 사실을 왜곡하고, 괴담으로 선동까지 한다. 이번 총선은 정점이다. 특히, 46개 의석 배분 룰이 엉터리다. 정당 지지율에 따라 단순 배분(병립형)하면 그뿐인 것을 지역구 의석과 연동해 상한선(30석)까지 씌워 나눠 갖는다. 일반 국민은 몰라도 된다며 야권이 작당한 결과다. 심판 대상인 정당이 국민의 표(票)를 멋대로 주무르며 비례대표를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이런 비례대표제는 폐지하는 게 국회의원 감축을 원하는 민심에 부응하는 길이다.

사전투표제도 황당하다. 정작 투표일(10일)엔 정해진 투표소에서 긴 줄을 서며 투표하는데, 사전투표(5∼6일)는 전국 아무 곳에서나 투표한다. 그것도 이틀이나 된다. 투표를 엉뚱한 날에 미리 하게 하니, 투표일은 놀러 나가는 날이 됐다. 국민을 우롱하는 본말전도다. 사전투표일만 넘기면 흐지부지되는 아니면 말고 식의 선동, 출처 불명의 괴담·동영상에 표심이 왜곡되기 십상이다. 사전투표는 2013년 도입돼 전국 단위 선거로는 이번이 8번째다. 사전투표일을 하루로 줄이거나, 차라리 공식 투표일을 공휴일에서 빼는 대안이라도 모색해야 한다.

정당의 국회의원 수가 국민의 지지와 다르게 결정된다는 것은 선거와 참정권의 근간을 흔드는 치명적인 문제다.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현행 투표제는 먹튀 논란인 정당 보조금, 투표일 등 손봐야 할 게 너무 많다. 새 국회가 구성되면 선거법부터 즉각 개정해야 한다.

 
 

04-03 박은정-이종근 부부가 사는 법

 

이현종 논설위원


2022년 1월 25일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성남지청 박하영 차장검사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더 근무할 수 있는 다른 방도를 찾으려 노력해 보았지만. 이리저리 생각도 해 보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평소 성실하고 차분하기로 알려진 박 차장의 글에 검찰이 술렁였다. 별다른 정치색이 없이 일을 좋아했던 박 차장이 이런 글을 남기며 검찰을 떠났다. 경찰이 3년 동안 잡고 있다가 무혐의로 종결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넘겨받아 살펴보니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당시 박은정 성남지청장에게 사건을 재수사해야겠다고 보고했으나 박 지청장은 자신이 살펴보겠다고 수사 자료를 가져간 지 4개월이 넘도록 뭉개고 있었다. 보다 못한 박 차장은 이렇게 이프로스에 글을 남기고 사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측근으로 분류되면서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했던 박은정 조국혁신당 비례 후보는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의 실무자로서 적극 감찰에 나섰다. 윤 대통령을 감찰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무단 제공한 혐의로 공수처 수사를 받은 것은 물론 법무부로부터 해임됐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 정권의 탄압을 받았다는 이유로 박 후보를 영입해 당의 얼굴인 비례대표 1번에 배치했다. 그런데 박 후보와 남편인 서울 서부지검장 출신인 이종근 변호사의 행태가 연일 문제가 되면서 곤욕을 겪고 있다.

박 후보는 광주지검으로 발령이 난 뒤 아예 부임조차 하지 않고 병가 등을 내면서 1년 9개월 동안 한 번도 근무하지 않았다. 아무리 좌천됐다고 해도 공직자가 하루도 근무하지 않고 1억 원가량의 월급은 챙겼다. 그런데 비례 1번이 되자마자 병이 싹 나은 모양이다. 이 변호사의 행태는 더 악성이다. 재직시절 다단계 수사 전문 검사 자격을 따서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 해 놓고 변호사 하자마자 1조 원이 넘는 피해액에 피해자만 10만 명이 넘는 사건의 가해자 변호를 22억 원의 수임료를 받고 했다. 9개월 동안 41억 원을 벌었다. 남편은 사기범 변호해서 떼돈을 벌고, 부인은 비례 1번으로 곧 금배지를 단다. 박 후보는 해임돼 3년간 변호사를 못하니 국회의원을 하면서 억대 연봉을 받고, 남편은 전관예우를 받아 돈을 벌면 금상첨화다.

 
 

04-04 선거는 ‘정치 장사’


 오승훈 논설위원


선거 전쟁에는 총알(자금)이 필요하다. 그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게 선거공영제다. 출마 준비와 공천까지는 개인별로 천차만별이겠지만,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쓴 돈은 국민 세금으로 지원해준다. 각 정당은 이미 1분기 경상보조금(7개 정당 총 125억여 원), 선거 때 지급되는 선거보조금(11개 정당 총 508억여 원)을 받았다. 이것만 놓고도 중복 지급이란 지적이 나오는데, 선거가 끝나면 득표율에 따라 선거보전금을 또 받는다. 삼중으로 지원받는 셈이다. 총선에서 지역구 선거의 경우 유효투표의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해준다. 10∼15%면 절반이다. 비례대표 선거는 3% 이상 득표(또는 지역구 5석 이상)로 1석이라도 당선되면 전액 보전해준다. 보전 대상은 지역구는 후보자, 비례대표는 정당이다.

물론 무제한은 아니다. 중앙선관위가 유권자 수 등을 넣어 산정한 선거비용제한액을 공고한다. 이번엔 지역구는 평균 2억1800여만 원, 비례대표(정당)는 52억8000여만 원이다. 조국혁신당이 총선을 위해 만든 펀드의 목표 금액이 50억 원이었다. 54분 만에 7000여 명에게서 223억 원을 모았다는데, 선거가 끝나 보전금을 받으면 연 3.65% 이자를 쳐서 상환한다고 한다. 나랏돈으로 선거 치르고 지지자에게 선심 쓰는 정치 장사나 다름없다. 선거보전금 예산은 지난 총선보다 5.3% 늘어난 역대 최대인 1072억여 원이나 된다.

먹튀도 문제다. 당선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되고, 선거보전금도 국가에 반환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합헌 결정도 내렸다. 그런데도 현실에선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 중앙선관위가 2004년부터 2013년 7월까지 돌려받지 못한 선거보전금이 약 230억 원이라고 한다. 환수 대상 435명(총 439억 원) 중 123명(28.2%)이 반환하지 않았다. 선거법 재판 지연 탓이 크다. 선관위는 선거 범죄로 기소·고발되면 무죄 확정판결 때까지 선거보전금을 주지 않도록 선거법 개정을 제안했으나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선거법 위반 당선 무효에 따른 재선거만이 아니라 각종 범죄로 의원직 상실에 따른 보궐선거 비용도 수십억 원에 이른다.

혈세를 낭비할 수 있는 후보를 가려내는 것도 유권자 몫이다.⊙

 
 

04-05(금) 脫동맹 김준형 가족은 미국인

이미숙 논설위원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6번 김준형 후보 가족이 모두 미국 국적자라고 한다. 부인은 재미교포이고, 세 자녀는 2015년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인이 됐다고 법무부 고시에 나와 있다.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국립외교원장 시절 ‘한국은 동맹에 중독되어 제대로 판단을 못 하는 가스라이팅 상태’라는 내용의 책을 내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겉으로는 한미동맹과 미국을 폄훼하고,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자신만 뺀 가족은 모두 미국 국적자였다.

그가 국립외교원장이 된 것은 2019년 8월이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큰딸의 미국 국적 문제가 장애물 중 하나로 부상하자 한국 국적 회복 약속 조건으로 겨우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이후 강 장관은 장녀의 국적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 질질 끌다 2018년 7월에야 마무리해 빈축을 샀다. 장관 딸의 국적 문제로 홍역을 치른 문 정부가 차관급인 국립외교원장 인사 때 가족의 국적조차 점검하지 않은 채 임명했다면 직무유기이고, 묵인했다면 위선적 내로남불이다. ‘내 편은 괜찮다’는 운동권식 진영논리다. 김 후보는 최근 아들 국적이 문제가 되자 “장남이 한국 국적 취득 결정을 했고 대학 졸업 후 입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딸의 국적까지 논란이 되자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사는데 뭐가 문제냐”고 항변했다.

이런 와중에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3일 페이스북에 아들의 군 제대 소식을 올리면서 “아들은 선천적 이중국적 소지자”라고 했다. 문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과 외교부 1차관을 지낼 때 단 한 번도 아들의 이중국적이 논란거리가 되지 않고, 그 상태로 무사히 병역까지 마친 데 대해 자축이라도 하는 듯 해시태그(#)까지 붙여 ‘당당하다’고 했다. 아들과 딸의 국적 문제를 분리 대응하다 자가당착에 빠진 김 후보에게 “왜 처음부터 정면 돌파하지 않았느냐”고 힐난하는 듯하다.

두 사람은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 사단으로 분류되는 대북 유화파 그룹이다. 동맹을 비정상으로 여기면서 북한에 가스라이팅 되어 김정은의 비핵화 사기극에 장단을 맞췄던 인사들인데 공교롭게도 이들의 아들은 모두 이중국적이다. 문 교수의 경우, 2005년 노무현 정부 동북아시대위원장 때 장남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병역 면제를 받아 논란이 됐다.

 
 

04-08(월) 에브리싱 랠리

 

이철호 논설고문


안전자산인 금과 위험자산인 주식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경제 상식이다. 불황엔 금값이 오르고 호황 때는 주식이 오른다. 이런 상식을 깨고 올 들어 모든 자산 가격이 오르는 기형적인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이어지고 있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은 물론 원유, 가상화폐, 농산물까지 안 오르는 게 없다.

그 배경엔 달러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무려 7조 달러가 풀려 유동성 과잉 상태다. 여기에 금리 인하로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것에 대비해 안전자산인 금 매입 열풍이 불고 있다. 금 가격은 올 들어 12% 올라 사상 처음 온스당 2300달러를 돌파했다. 위험자산인 미 주식까지 동반 상승한 데는 금리 인하 기대감에다 기업 실적 호조도 호재로 작용했다. 가장 놀라운 랠리는 상장지수펀드(ETF) 승인과 반감기를 앞두고 올 들어 93%나 폭등한 비트코인이다.

지정학적 영향도 적지 않다. 중국은 미·중 갈등으로 미 국채를 매도하는 대신 지난해 225t의 금을 매입했다. 금 사랑이 유별난 중국인들도 부동산이 흔들리자 금으로 눈을 돌렸다.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 불안이 뇌관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으로 두바이산 원유는 배럴당 90.5달러로 치솟았다.

서서히 에브리싱 랠리의 역풍도 불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예·적금에서 14조 원 넘게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미 금리 인하 가능성도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 금·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무차별로 상승하면서 다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기준 금리를 내리려면 물가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울퉁불퉁한(Bumpy)’ 길로 내려오고 있다. 에브리싱 랠리 이면에는 미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16.9%에 달하는 등 곳곳에 위험한 지뢰밭이 널렸다. 언제 어디서 지난해처럼 뱅크런이 터질지 모른다. 그동안 물가만 지켜보던 한국은행은 “높은 가계대출과 주택 가격도 통화 완화 때 고려해야 할 핵심 변수”라고 밝혔다.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간 아파트 거품과 가계 빚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안개 자욱한 ‘모호성’의 바다로 진입하고 있다.

 
 

04-09(화) 이재명 재산 미스터리

 

김세동 논설위원


지난달 28일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난해 말 기준 재산은 31억1527만 원으로, 1년 전보다 3억3257만 원 줄었다. 경기 분당 수내동 아파트 공시가격이 1년 새 16억4100만 원에서 13억8700만 원으로 2억5400만 원 감소한 게 가장 컸다.

이 대표 재산을 보면서 당장 드는 의문은 ‘그 많은 재판과 수사를 받으면서 어떻게 재산 변동이 없을 수 있나’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성남FC, 위증교사, 허위사실 공표 등 7개 사건으로 3개 재판부에서 재판받고 있다. 아직 기소되진 않았지만, 경기지사 시절의 도청 법인카드 유용 사건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도 받고 있다. 부인 김혜경 씨도 법인카드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수사받고 있다. 이 대표 정치생명을 끊을 수 있을 중대 혐의가 많고, 대장동·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은 사건 내용도 복잡해 뛰어난 변호사가 많이 필요하다. 적게 잡아도 10억 원 이상 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런데 이 대표 재산 변동은 없다. 경기지사 때 생활비를 도청 업무추진비로 충당한 것과 같은 ‘비법’이 있나? 이 비밀의 열쇠를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언급했다. 한 위원장은 대장동 변호인들이 대거 ‘공천=당선’인 광주 등 전략 지역에 공천받은 것을 지적하며 ‘대납’ 의혹을 제기했다. 수임료를 통상보다 엄청 싸게 형식적으로만 지급하고 공천으로 대신했다는 것이다. 과거 야당 총재들이 공천 헌금을 수십억 원 받았던 것과 본질에서 같은 메커니즘으로,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이 대표나 그의 분신 같은 정진상, 김용 씨 변호를 맡은 변호사들이 5명이나 공천받았다. 대장동 재판에서 이 대표를 변호한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광주 광산갑), 이 대표 사법 리스크 전반을 관리해 온 양부남 당 법률위원장(광주 서구을)은 물론, 정진상 씨 변호를 맡은 이건태 당 대표 특보(경기 부천병)와 김동아 당 정책위 부의장(서울 서대문갑), 김용 씨를 변호했던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경기 부천을)도 공천받았다. ‘범죄 내막을 잘 알고 있는 변호사들의 입막음용 공천’이란 분석도 있지만, 이들이 국회의원이 되면 ‘이재명 방탄’에 앞장설 것이기에 이 대표로서도 많이 남는 장사다.

 
 

04-11(목) ‘춘래불사춘’ 한국 반도체

 

문희수 논설위원


반도체가 봄을 맞았지만,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글로벌 주도권 경쟁이 점점 가열되고 있어서다. 특히, 미국·일본의 천문학적인 보조금 정책이 최첨단 생산설비를 끌어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대대적인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보조금 규모는 압도적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얼마 전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1위인 대만 TSMC에 총 116억 달러(약 15조7000억 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자국의 인텔 지원금(195억 달러)에 버금간다. 이에 TSMC는 대미 투자액을 50% 이상 크게 늘리고 2030년까지 애리조나주에 최첨단인 2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를 생산하는 세 번째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미 정부는 삼성전자에도 6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할 전망이다. 미 정부는 2030년까지 세계 최첨단 반도체의 20%를 생산해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을 빠르게 실천하고 있다. 일본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 2월 완공된 규슈의 TSMC 제1공장에 4760억 엔(약 4조2000억 원)을 지원한 데 이어,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올해 말 착공할 같은 지역의 이 회사 제2공장엔 이보다 많은 7300억 엔(6조5000억 원)을 푼다. 그야말로 초격차 전쟁이다.

실제 미 업체들의 공세가 대단하다. 인텔은 삼성전자·TSMC와 똑같이 2027년부터 최첨단인 1.4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나섰다. D램 만년 3위이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양산에 들어갔다. 물론 우리 업체들의 대응도 공격적이다. SK는 지난달부터 HBM3E 양산을 본격화해 AI 반도체의 제왕 엔비디아에 납품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2∼3년 뒤 반도체 1위 복귀를 선언하며 야심 찬 계획들을 내놨다. 엔비디아의 아성인 AI 가속기를 내년부터 양산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도체는 국가 간 경제안보 전쟁이다. 민간업체만으론 경쟁이 안 된다. 여야는 총선에서 모두 반도체 공약을 제시했지만, 투자세액공제(15%) 연장 정도로는 실효성이 없다. 반도체 투자는 한 건당 수조·수십조 원이다. 인재 빼가기까지 벌어진다. 정부는 물론 거야(巨野) 제22대 국회도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투자를 키울 획기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04-12(금) ‘북핵’ 꿰뚫어본 YS

 

이미숙 논설위원


외교부가 지난 3월 말 공개한 비밀 해제 외교문서에는 1993년 10월 김일성 북한 주석이 “우리는 핵무기가 없다”면서 “핵무기 제조 능력은 물론 제조할 이유와 동기가 없고 돈도 없다”고 밝혔다는 내용이 나온다. 게리 애커먼 미 하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이 방북 당시 김일성과 나눈 이 같은 대화 내용을 청와대 예방 때 전하자 김영삼(YS) 대통령은 “전적으로 거짓말”이라고 일축한 뒤 북한의 핵 개발 시도에 대해 위성 사진 등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고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에 나와 있다.

1994년 사망한 김일성이 말년에 핵 집착을 접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미국 안보 전문가 조너선 폴락이 쓴 ‘출구가 없다(원제 No Exit)’(아산정책연구원, 2012)에는 저자가 중국 측 인사로부터 확인했다는 덩샤오핑(鄧小平)-김일성의 마지막 회동의 대화록이 소개됐다. 덩이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핵은 포기해야 한다”고 하자 김은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내 후계자가 그런 의지를 가질지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김의 이런 태도는 덩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이후 김정일이 핵 개발을 본격화하자 북·중 관계는 나빠졌다고 저자는 썼다. 폴락은 덩-김의 마지막 회동이 1994년이라고 했는데, 중국 측은 김의 마지막 방중이 1991년이라고 기록해 이 대화가 그때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그 후 비공개 회동이 있었는지는 불확실하다.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은 1차 북핵 위기 때 중재자로 나서 김일성과 담판했지만, 북핵을 중단시키지 못했다. 이후 김정일은 6자회담에 응하면서 2006·2009년 핵실험을 했고 김정은은 네 번 더 실험을 한 끝에 핵무기를 완성했다. 북한은 지난 30년간 ‘비핵화는 김일성의 유훈’이라며 교란 전술을 폈고, 거기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은 ‘북한은 핵 개발 의지·능력이 없다’(김대중), ‘북핵은 협상용’(노무현), ‘김정은은 비핵화 의지가 있다’(문재인)고 거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더러운 평화론”을 띄운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에 적당히 굽히고 살자는 얘기와 다름없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YS에 이어 보수 대통령이 집권했으면 북핵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북한의 핵 사기극을 본능적으로 꿰뚫어본 YS와 애커먼 대화 관련 외교문서를 보며 든 생각이다.

 
 

04-15(월) 또 3高 쓰나미

 

이철호 논설고문


“민간소비와 건설이 부진해도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돼 2.2% 성장률 달성은 충분할 것이다.” 올해 정부의 공식 경제 전망은 낙관적이다. 기획재정부의 12일 그린북(최신 경제 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이 전년 대비 9.4% 증가한 1800억 달러를 넘었다. 3월 물가는 3.1% 상승에 머물렀고, 2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0.3% 증가,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2.1%에서 74.6%로 올랐다. 청신호 일색이다.

호사다마가 빈말이 아닌 걸까. 총선 직후 안팎에서 불길한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나랏빚이 1126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돌파했고 재정 수지 적자 비율도 3.9%를 기록했다. 지난해 세수 펑크도 역대 최대인 56조 원이나 됐다. 건전 재정이 흔들리고 향후 감세 등 재정 정책에도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총선을 의식해 이런 국가 결산 보고서를 법정 발표 시한인 4월 10일을 하루 넘겨 내놓았다. 오랫동안 지켜온 ‘국가 채무비율 40%, 재정적자 비율 3% 이하’라는 재정준칙 황금률이 무너졌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가 3.5%나 오른 것도 불길한 외풍이다. 미 경제의 ‘노 랜딩(No landing)’이 가시화하면서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물 건너가고 있다. 기준금리를 ‘더 늦게 더 적게(later and less)’ 내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하면서 고금리 시대가 장기화할 분위기다. 미 경제의 고공행진으로 다시 강달러가 찾아왔다. 원·달러 환율이 1385원으로 치솟으면서 당장 원유 등 수입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두바이유는 이란·이스라엘의 5차 중동전 위기감이 팽배하면서 배럴당 90달러를 넘었다. 한국은행도 인플레이션이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기준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

지난 총선에서 ‘대파’로 상징되는 고물가가 정권 심판에 불을 질렀다. 그나마 여야가 진흙탕 싸움에 골몰해 포퓰리즘 공약들이 집단 투하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그럼에도 현금 지원·감세 공약 남발로 밀려드는 청구서가 적지 않다. 하반기 공공요금 줄인상에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쓰나미’로 온 사방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든 야든 ‘당선사례’에 앞서 선심용 공약부터 폐기 처분하는 게 우선일 듯싶다.

 
 

04-16 여론조사와 여론조성

 

이현종 논설위원


이번 제22대 총선 국면에서 발표된 여론조사는 총 656차례로 집계됐다. 3월 초부터 각 당의 경선 작업이 진행된 것을 고려하면, 한 달여 동안에 하루 평균 20건 이상 여론조사가 쏟아졌다. 현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기관이 90여 곳 되는데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역대 최대 호황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야 인사인 김어준 씨가 회원제로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이 조사한 것만 280여 차례나 된다고 하니 전체 여론조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선거 결과와 비교해 보면 여론조사는 크게 차이 나는 곳이 많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계속 앞서고 있다는 몇몇 지역은 정작 선거 결과를 보면 뒤집힌 경우가 많다. 여론조사 기관은 선관위로부터 통신 3사에서 제공한 ‘안심번호’를 받아 이를 근거로 여론조사를 한다. 통화 상대방이 익명화돼 개인정보가 보호되는데 1주일이면 폐기하고 다시 번호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가입자가 1500만 명에 달하는 ‘알뜰폰’은 제외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여론조사의 사각지대다. 알뜰폰 가입자가 많은 서민·20대·학생층은 여론조사 대상에서 빠진다.

여론조사 꽃이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국민의힘 조경태 후보와 민주당 이재성 후보가 대결한 부산 사하을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다. 조 후보가 56.0%의 지지를 받았고, 이 후보는 23.0%의 지지를 받아 33.0%P 차이가 났는데, 실제 결과는 13.2%P 차이로 조 후보가 당선됐다. 알앤써치가 경기 오산 여론조사를 했는데 민주당 차지호 후보와 국민의힘 김효은 후보의 격차가 2.6%P에 불과했지만, 실제 투표 결과 18%P로 차 후보가 이겼다.

여론조사 꽃이 서울 동작을에서 지난 1일 여론조사를 한 결과 민주당 류삼영 후보가 48.8%,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가 43.1%였다. 그러나 결과는 나 후보가 54.01%, 류 후보가 45.98%로 나왔다. 특히,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에 대한 여론조사 꽃의 조사는 크게 틀렸다. 이러니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성’ 조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은 여론조사의 정확도가 높지만, 총선의 정확도는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이번 기회에 여론조사 남발을 막고 과학적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04-17 저질 정치 부추기는 ‘준연동형’

 

오승훈 논설위원


“자격 미달의 후보를 유권자가 걸러낼 수 없는 게 말이 되느냐.”

4·10 총선이 끝난 뒤에도 선거제도를 둘러싼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핵심은 표심과 불일치 하는 총선 결과다. 지역구 선거에선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의 최대 피해자인 ‘험지’ 낙선자들의 절절한 성토가 거세다. 낙선한 정운천(전북 전주을) 국민의힘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호남에서 선거비용을 보전받는 여당 후보가 세 명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4번째 도전에도 실패한 김현권(경북 구미을)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대로 선거 하면 지역주의가 더 심화할 뿐”이라고 했다. 후보보다 정당이 당락을 결정하는 세태에 대한 한탄이다. 수도권에서 낙선한 박상수(인천 서구갑) 국민의힘 후보는 SNS에 “범죄자, 부동산 투기세력, 전관예우, 성상납 발언자까지 국회로 보내는 게 뉴노멀인 시대”라고 썼다. 지역구 득표율 5.4%포인트 차이가 71개 의석 차이를 낳은 표심 왜곡의 요인들이다.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거나, 석패율제(낙선 시 비례대표로 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호소다.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에선 사표 방지, 소수정당 다양성 확대 명분으로 실시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하자가 여실히 드러났다. 당선인을 만들지 못한 ‘사표(死票)’가 전체의 12.8%인 379만1674표였다. 정당 투표가 도입된 제17대 총선(7.1%)의 2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었다. 무효표 역시 4.4%인 130만9931표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비례정당 난립, 선거의 희화화, ‘꼼수 위성정당’ 재연 등에 실망한 유권자가 많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후보를 낸 정당 38개 중 당선인이 나온 정당은 4개뿐이다. 야권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에 3개 정파가 들어가 있다지만, 편향적인 연대로 유권자 선택의 다양성을 제한했다는 비판이 더 많다.

더욱이 후보와 순번까지 정당이 결정하는 폐쇄형 명부제여서, 조국혁신당 등 결격 사유가 명백한 후보들을 유권자들이 선별해 걸러낼 수 없었던 한계도 명확하게 나타났다. 유권자 선택의 자유를 확대하는 개방형 명부제 도입 요구가 커지는 배경이다. 위성정당이 만들어지면서 사실상 정당 득표율대로 배분하는 병립형이나 마찬가지가 돼버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존속 이유를 완전히 상실했다.

 
 

04-18 ‘정치검사黨’

김세동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총선 때 “검사독재정권” “검찰정권” “정치검찰” 등을 입에 달고 살았고, 야당 압승으로 선거가 끝난 지금도 여전하다. 군인들이 쿠데타로 헌정 질서를 강제로 중단시킨 뒤 형식적인 선거로 권력을 장악한 걸 군사정권이랄 수 있겠지만, 검사독재라는 말이 어떻게 성립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검사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된 걸 비꼬는 과장법 같은데, 그럼 문재인 정부는 ‘변호사독재정권’이고 혹시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됐더라면 ‘경기지사정권’이 되나.

이번 총선에서 법조인 출신이 헌정 사상 최대인 60명 당선됐고, 그중 민주당이 37명으로 가장 많다. 민주당은 ‘변호사독재정당’이 되나. 야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법조인 중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인들을 포함해 검사 출신도 상당수다. 여권더러 검사독재 운운하기 민망한 수준으로 많다. 대장동 재판에서 이 대표를 변호한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과 이 대표 사법 리스크 전반을 관리해 온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이 ‘텃밭’인 광주 광산갑과 광주 서구을에서 공천받아 당선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검사 출신 당선인은 이성윤(전북 전주을) 전 서울고검장과 박은정(조국당·비례후보 1번) 전 광주지검 부장검사다. 문재인 전 대통령 경희대 후배로 문 정부 출범 직후 검사장(대검 형사부장)으로 승진해 반부패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거친 이 당선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수사가 본격화하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배제한 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최고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돼선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수사팀의 세 차례 기소 의견을 결재하지 않았고, 조국 전 장관 아들 허위 인턴활동 확인서를 발급해준 최강욱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 결재도 거부했다.

박 전 부장검사는 성남지청장 때 성남FC 사건 수사를 뭉갠 혐의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당했고, 법무부 감찰담당관 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무리한 찍어내기 감찰로 최근 해임 징계를 받았다. 정권의 탄압과 불이익을 감수하고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수사하다 좌천된 검사가 정치적인가, 정권과 밀착해 그런 수사를 방해하고 출세한 검사가 정치적인가.

 
 

04-19(금) 바람·햇빛 이익공유 논란

문희수 논설위원


공기·바람·햇빛 등은 대표적인 자유재로 꼽힌다. 사실상 무한한 자연의 산물로, 특정인이 아무리 써도 타인의 이용이 제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소비에 대가가 없다. 해수욕장이 아닌 천연 바닷물, 국공유지의 야생화, 공원이 아닌 순수 자연경관 등이 무료인 이유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이 관리하는 공원·도로·경찰 등 공공재와도 구분된다. 공공재도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이용이 늘면 혼잡해지거나 품질이 떨어져 타인의 이용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일부 시설에 이용료·주차료 등이 부과되는 근거가 있다.

일부 지자체들이 관할하는 풍력·태양광 이용에 대해 이익공유제를 시행해 큰 논란을 빚고 있다. 풍력 발전에 공유화 기금을 받는 제주도, 태양광 사업에 햇빛 연금을 징수하는 전남 신안군 등이 대표적이다. 전북도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한다는 전북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올해부터 이익공유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들을 따라 강원도 역시 육상·해상 풍력자원의 공공기금화를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 중이다. 국내 최대 규모(18조 원)의 추자도 해상 풍력사업 인허가를 놓고 제주도와 전남이 갈등을 빚고, 충남 태안군 등에선 “왜 우리는 못하느냐”는 여론의 반발이 커지는 실정이라고 한다.

인공물이 아닌 자연 자원이 자유재인 이상, 이용 대가를 요구할 근거는 마땅치 않다. 오히려 통상 마찰까지 빚는 등 투자를 막고, 결국 국민의 부담을 키우는 부작용이 예상된다. 그런데도 해당 지자체들은 국회에 직접 특별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는 등 밀어붙이는 분위기다.

교과서가 가르치는 것과는 딴판인 현실이다. 국회의 폐해가 지자체로 번지는 형국이다. 제22대 국회는 저질 막말과 거짓말·위선이 성행하고, 범법자들이 오히려 큰소리칠 판이니 더 나빠질 게 뻔하다. 지자체는 기업의 등골을 빼먹는 게 아니라 우량 기업을 유치해 지속되도록 뒷받침해야 발전한다. 미국 텍사스주 농촌 도시인 테일러시가 삼성전자 진출을 계기로 천지개벽 중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앞으로 초중고 학생들은 국회·지자체를 견학하지 않는 게 좋겠다. 나중에 공정 대신 편법, 내로남불 같은 폐단을 따라 하는 일은 없어야 할 테니 말이다.

 

04-22(월) 日 ‘호랑이 트럼프’ 걱정

이미숙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를 우려하는 기류가 전 세계적으로 높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건강 문제와 트럼프의 형사재판 관련 뉴스가 핫 이슈로 부각되는 배경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각 나라의 외교 안보 정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1월 ‘포린 어페어스’에 “트럼프는 대통령에 재선되기도 전에 이미 유럽 및 아시아의 지정학을 재편하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에는 트럼프 관련 일본의 신조어가 소개됐는데 트럼프의 지지도가 올라감에 따라 표현의 강도가 높아져 흥미롭다. 지난 2월 트럼프 재선 가능성이 보도되면서 ‘트럼프가 된다면 어떻게 되나(What if Trump)’란 가정법의 ‘모시 토라’란 용어가 생겼다. 이어 그가 3월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사실상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후에는 ‘아마도(probably) 트럼프’란 의미의 ‘호보 토라’, 나아가 대통령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는 ‘이미(already) 트럼프’라는 ‘모우 토라’라는 신용어가 만들어졌다. 토라는 트럼프의 일본식 약칭인데, 일본어로 호랑이를 뜻하는 토라와 발음이 같다. 호랑이처럼 예측불허의 두려운 존재가 트럼프라는 뜻까지 함축하는 셈이다. 실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 제일 먼저 면담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정상 간 체면을 팽개칠 정도로 트럼프 공포증이 컸다는 방증이다.

트럼프의 재선은 한국에도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가 “트럼프 재선으로 가장 위험해질 나라”라고 한 게 전혀 과장이 아니다. 트럼프가 북한 독재자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하면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천하태평이다. 윤석열 정부는 총선 패배 충격에 빠져 있고, 더불어민주당에는 중국과 북한에 적당히 굽히고 살자는 식의 더러운 평화론이 판친다. 이런 상황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의회교류센터 개소식을 가졌다. 여야가 트럼프 대비를 못 하는 상황에서 국회가 나서서 대미 의원외교 전진기지를 마련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04-23 영수회담과 개헌 이슈

오승훈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을 앞두고 전망이 분분하다. 무용론도 적지 않다. 1965년 박정희-박순천 회담부터 25차례 넘게 열렸던 영수회담이 성공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정사에서 가장 중대한 전환점이 된 개헌, 정당사의 흐름을 바꾼 정계개편이 영수회담에서 비롯됐음을 고려하면 결과만을 놓고 평가할 수 없는 정치 빅이벤트다. 1987년 6월 24일 김영삼(YS) 통일민주당 총재는 전두환 대통령과 영수회담에서 4·13 호헌 선언 철폐 등을 요구했다. 민주화 요구가 절정일 때였다. 대통령은 “모든 정국 책임을 노태우 민정당 대표에게 넘겼다”고 비켜 갔다. YS는 결렬을 선언했는데, 5일 뒤 직선제 개헌의 6·29 선언이 발표됐다. 직선제 수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터였고, 영수회담은 이를 굳힌 계기였다. 온전한 절차적 민주주의의 시작점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1990년 1월 11일 김대중(DJ) 평화민주당 총재, 12일엔 YS, 13일엔 김종필(JP) 신민주공화당 총재와 연쇄 영수회담을 했다. 그로부터 9일이 지난 1월 22일 민정당+YS+JP의 3당 합당으로 민자당이 탄생했다. 보수 정당의 뿌리다. 여소야대에 휘둘리지 않으려 일본 자민당 식의 보수 대연합을 모색했다. 애초 대상은 DJ였다. 지역감정 해소, 군사독재 이미지 탈색이 가능한 카드라고 봤다. DJ는 두 번이나 “국민이 선택한 여소야대가 불편하다고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고 거절했다.

일각에선 이번 영수회담의 의제로 개헌을 주목한다. 이 대표가 최근 “개헌 문제도 여야 간 대화가 가능하면 최대한 해야 한다”고 해서다. 지난 대선 때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에 대해 “대통령이 되더라도 임기 1년을 단축하는 방식의 개헌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었다. 2026년부터 4년마다 대선·지방선거를, 2028년 임기 4년의 국회의원 선거를 이어가며 2년마다 중간평가가 이뤄지게 하자는 것이다.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도 여소야대 연장에 대한 피로감이 흘러나오며 개헌을 거론하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 물론 첫 영수회담에서 이슈 블랙홀이 될 개헌 문제를 꺼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임기 단축이 걸려 있어서 더욱 민감한 난제이지만, 군불 때기는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04-24 광개토대왕비의 비밀

문희수 논설위원


중국 지린성 지안에 있는 광개토대왕비는 훼손됐다. 비문의 75자 정도가 식별되지 않는다. 당시 중국 농부가 회칠을 해 파손했다고 하지만, 불리한 5세기 초반의 역사를 감추려는 일본 군부의 수작이 작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오순제 교수(서울문화예술대, 한국고대사연구소장)에 따르면, 현장에서 비에 올라가 깨진 부분을 판독했다는 기록(삼육사의 회람잡지, 1932)이 전해진다고 한다. 복원된 내용은 놀랍다.

광개토대왕은 평양에 와 있던 중에 신라의 요청을 받아 400년 5만의 보병·기병을 보내 경주(수도) 근처까지 쳐들어왔던 왜와 가야 연합군을 격퇴했다. 배후에는 백제가 있었다고 한다. 이 전쟁으로 당시 가야연맹을 이끌던 김해 지역의 금관가야가 거의 멸망했다. 여기까지는 온전한 비문이 전하는 내용이다.

복원한 비문에 따르면, 대왕은 패주하는 왜를 쫓아 임나가라(대마도)를 거쳐 일본 본토까지 공략했다. 규슈를 점령하고 당시 왜의 수도인 오사카까지 침공했다. 대왕은 바다에 4국, 본토에 6국 등 총 10국의 임나 연정을 구성해 규슈에 있던 고구려계 안라국으로 하여금 지키게 했다. 406년 유일한 고구려계 천황인 한제이(反正) 천황의 등극은 그 결과였다. 한제이 천황은 경쟁 세력인 백제계·신라계를 숙청했는데, 백제계 일부는 규슈 남쪽 지역(구마모토)으로 피신했다. 중국 사서에도 등장하는 왜 5왕이 바로 이들이다. 후에 백제계는 다시 힘을 키워, 한제이 천황 다음의 신라계 인교(允恭) 천황 사후에 다시 천황에 올랐다. 안코(安康) 천황의 등극이다.

이처럼 광개토대왕비는 일본 천황 계보의 실상을 보여준다. 천황가의 모든 대가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는 일본서기의 ‘만세일계’가 조작임이 그대로 드러난다. 일 군부가 비문을 훼손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 교수는 저서 ‘일본 천황가의 비밀’과 유튜브 강의를 통해 일본의 고분과 출토된 유물까지 분석하며 대왕의 일본 공략과 천황가의 변동을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일본에서 억지를 쓰는 ‘임나일본부’의 임나가 대마도라는 사실도 보여준다. 그렇지만 국내 사학계는 ‘환단고기’가 정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일절 부정만 할 뿐, 고대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대안적 노력을 하지도 않는다. 과학적 접근이 안 보인다. 식민사학의 그림자가 너무 짙다.

 

04-25 AI와 백만 불 연봉

 

이철호 논설고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내년 말이면 인간보다 더 똑똑한 인공지능(AI)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도 “5년 내 인공일반지능(AGI)이 나올 것”이라 장담했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AGI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전력 공급이 걸림돌이지만, AI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올 하반기에 오픈AI, 메타, 아마존이 차세대 거대언어모델(LLM)을 선보인다.

네이버 등 한국 기업들이 추격 중이지만, 빅 테크 장벽은 너무 높다. 자금 단위부터 다르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135조 원, 아마존은 202조 원을 AI 데이터센터에 퍼붓고 있다. 둘째는 반도체 장벽. 미국은 AI가 패권 경쟁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자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을 슬그머니 자국에 최우선 배정하고 있다. 외국 업체들은 개당 4000만 원인 H100을 두 배의 웃돈을 주고도 몇 달 기다려야 수십 개씩 손에 넣는 형편이다. 사실상 품귀 상태다. AI 데이터센터는 H100을 수십만 개 이상 갖춰야 한다.

지식재산권도 장벽이다. 미국 빅 테크들은 이미 엄청난 데이터를 마구 수집해 AI를 충분히 학습시켜 놓았다. 신문은 물론 유튜브 영상과 팟 캐스트 콘텐츠까지 무차별로 활용했다. 뒤늦게 유럽 등이 지재권을 문제 삼자 이들은 오히려 “지재권 보호를 강화하자”며 맞장구치고 있다. 후발 주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진입 장벽을 치려는 꼼수다. 마지막 장벽은 사람이다. 빅 테크들은 AI 전문가에게 1인당 평균 92만5000달러(12억 원)의 연봉을 제시한다. 특히, LLM 분야가 인재 블랙홀이다. 미 와튼스쿨은 단 4일간의 ‘AI 비즈니스’ 코스를 1만2000달러(1600만 원)에 개설했는데, 모집 정원 50명이 순식간에 찼다. AI 전문가 간판을 따면 연봉 백만 달러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AGI 경쟁의 꿈을 접는 분위기다. 대신 작고 가벼운 경량언어모델(sLLM) 개발로 방향을 틀고 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AI 경쟁에 밀린 빅 테크들도 재빨리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AI 자율주행차를 접은 애플은 가정용 모바일 로봇 개발로 눈을 돌린다. 구글도 초경량 AI를 삼성전자 갤럭시에 탑재시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04-26(금) ‘영남 자민련’과 국민의힘

김세동 논설위원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108 대 192로 기록적으로 참패한 뒤 치러진 당선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활짝 웃으며 화기애애하게 희희낙락 축하 인사를 주고받는 장면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웰빙당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패배의 최대 책임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고 해도 그런 대통령을 무조건 추종하고 당내 반대파들을 조리돌림 한 여당의 책임도 적지 않은데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고, 당선자들보다 더 많은 낙선자의 마음을 전혀 살피지 않은 몰감수성도 충격적이었다.

윤 대통령이 ‘식물 대통령’이 되든 말든 자신이 살아남은 게 더 중요한 것 같았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맞나 싶다가도 이해가 갔다. 국민의힘 지역구 당선자 90명 중 59명(65.6%)이 영남권이다. 자신과 주변 대부분이 쉽게 당선된 사람들이다. 주변에 낙선자가 거의 없으니 아픔의 공감도, 이대로 가다간 당의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이 없는 것도 이해는 된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헌정사 초유의 3연패를 했다. 지난 2016년 총선 때 집권 여당으로서 122석을 얻어 보수 계열 무소속 7석을 합쳐도 범야권에 대패한 이래 굳어진 수도권 참패가 근본 원인이다. 8년 전 총선 때 수도권서 민주당 82석 대 새누리당 35석으로 참패한 후 2020년 제21대 총선 땐 그 차이가 103석 대 16석으로 더 벌어졌다가, 이번 총선에서도 102석 대 19석으로 비슷하게 졌다. 수도권 참패 악순환 구도를 깨지 못하면 다수당 복원은 꿈도 못 꾸고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지만, 탈영남당 움직임은 압도적 다수 세력인 영남 의원·당선자들에게 비난당하고 저지된다.

보수 본당이자 집권당이 수도권에 발도 못 붙이고 영남당으로 패퇴하면서 자괴감도 느낄 만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찾기 어렵다. 의원 대다수가 영남 출신이고, 그래서 지도부도 영남 일색이다 보니 위기감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구성 전 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 일색이었다. 사무총장을 했던 이철규는 강원도 지역구지만 TK와 비슷하게 비친다. ‘찐윤’인 그는 이번엔 원내대표로 유력시된다. 전례 없는 패배를 당하고도 이전과 똑같이 가겠다고 하면 양심을 넘어 두뇌의 문제다. 

 

04-29(월) ‘골드버튼’ 이재명

이현종 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내 정치인 중 처음으로 유튜브 구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유튜브는 구독자가 10만 명이 넘어가면 ‘실버버튼’, 100만 명이 넘으면 ‘골드버튼’, 1000만 명 이상이면 ‘다이아버튼’을 준다. 가수 임영웅이 160만 명, 블랙핑크가 1195만 명, 김어준 TV가 160만 명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정치인 유튜브 중에는 최고다. 윤석열 대통령이 61만 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4만 명,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59만 명 정도인 것과 비교해도 많은 수준이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유튜브와 SNS의 중요성을 일찍 간파한 이 대표는 2014년 5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고, 페이스북 구독자도 40만8900명, X(구 트위터)는 47만1900명, 인스타그램은 44만1000명으로 아주 많다. 이 대표 지지 그룹은 2011년부터 ‘손가락 혁명군(손가혁)’을 조직해 SNS 공간에서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며 활동을 벌여 왔다. 이 대표는 2016년 2월 트위터에 손가혁을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입대하고, 스스로 훈련하고, 스스로 전투하며, 스스로 진급하고, 스스로 조직을 세워 이겨나가는 하늘의 군대, 민심의 군대입니다’라고 썼다. 이렇게 일찍이 SNS에 눈을 뜬 이 대표는 자는 순간까지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고 한다. SNS에 올린 글 때문에 논란이 벌어질 때면 참모들이 ‘이 대표의 스마트폰을 뺏어야 된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재판을 받으면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이 대표는 이번 총선 기간 중 유튜브와 SNS를 십분 활용했다. 이동 중에도 유튜브 생방송을 하며 후보들의 지원 유세를 했고, SNS 메시지를 자주 올리며 소통했다.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워낙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보니 메시지 전파력이 높았다.

반면, 국민의힘의 유튜브와 SNS 활용 능력은 거의 빵점에 가깝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아예 유튜브 계정도 없고 SNS는 개설했지만, 선거 후 지난 19일 올린 메시지가 처음이다. 이러니 아무리 오프라인에서 유세를 해봐야 파급력에 한계가 있다. 선거일이던 지난 10일 투표 독려 메시지를 7∼8차례 냈지만, 자신의 SNS가 아닌 당 SNS를 활용하다 보니 전파력이 별로 없었다. 이러니 ‘손가락 정치’에서 야당을 이길 재간이 없다.

 

04-30(화) 日 진보언론 ‘붉은깃발’

이미숙 논설위원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일본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赤旗)’를 홍보하는 붉은색 대형 간판을 보게 될 때가 종종 있다.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된 지 언젠데 일본에 웬 공산당신문인가 기이한 느낌이 들곤 하는데, 요즘 그 ‘붉은 깃발’이 화제다. 아카하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1954∼2022) 내각 당시 ‘벚꽃을 보는 모임’ 비리 사건 특종을 했다. 정부 공식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에 아베 지역구 주민이 초청돼 세금을 낭비했다고 폭로해 2020년 일본 저널리스트회의 대상을 받았다. 당시 이 모임엔 유력 신문기자들도 초청됐는데 기사는 아카하타만 썼다.

일본의 진보 언론 대명사는 아사히(朝日)신문으로 발행 부수는 400만 부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객관 보도로 한국에서도 신뢰를 받는 아사히는 아베 정권과 정면으로 싸운 신문이기도 하다. 2017년 아베 부인과 관련된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을 폭로했을 때 아베 총리는 “아내의 관여가 사실이라면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보도 1년 후 아베는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2020년 총리직에서 물러났고 2년 후 사망했다. 당시 ‘아베와 아사히 중 한쪽은 반드시 없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는데 승자는 아사히였다.

하지만 아카하타가 자민당 비자금 특종까지 하면서 이제 아사히는 진보 언론 타이틀을 아카하타에 양보해야 할 듯하다. 아카하타의 2022년 11월 보도 후 도쿄 지검 수사가 이어지면서 자민당은 폭풍전야다. 자민당의 6개 파벌 중 4개가 해체를 결정했고 해당 의원 징계도 진행 중이다. 자민당은 28일 치러진 중의원 3개 선거구 보궐선거에서도 패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위기에 내몰린 형국이다.

아카하타는 1928년 창간된 일본공산당 기관지로 발행 부수는 85만 부다. 일본공산당은 폭력혁명 노선을 포기하고 유로코뮤니즘 노선으로 전환한 사회민주주의 계열 정당이다. 그 정당의 기관지가 일본에서 권력을 가장 철저하게 감시하는 진보 신문이 됐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아카하타는 취재의 제1 덕목으로 ‘예외없는 권력 감시’를 견지해온 덕분에 아사히의 아성을 넘어 작지만 강한 진보 신문이 됐다. 정파성 보도에 팩트까지 조작하는 한국의 좌파 매체들이 아카하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을까.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