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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主國防 2024-04/ 04.03 北에 준 ‘저작권료 8억원’ 경로 - 04.29 1분에 4500발, 목표 정확히 때렸다…정조대왕함 실사격 장면 공개

상림은내고향 2024. 4. 19. 13:10

自主國防 2024-04/

●월간조선 04월 호

北에 준 ‘저작권료 8억원’ 경로

경문협, 금강산·평양·개성서 北 당국자 만나 달러 전달

⊙ 北 저작권사무국, 돈 받은 뒤 수기 영수증 끊어줘
⊙ 2009~2020년 우리 출판사·방송사, 경문협 통한 북한 저작물 사용건수 1141건
⊙ 통일부, “北, 우리에게 저작권료 지급한 사례 없어”
⊙ 경문협, 北과 저작권 합의서 체결 이전에도 저작권료 지급
⊙ ‘윤석열 통일부’ 법원에 관련 자료 제출… 저작권 합의서 2건 추가로 나와
⊙ 국군포로 2심 패소… “재판부, 2009년도 합의서 판단에서 빼”

지난 2005~2008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저작물 사용료(이하 저작권료) 명목으로 북한에 지급한 7억9000여만원의 송금 경로와 북측 수령자가 누구인지가 확인됐다. 경문협은 지난 2004년 임종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축이 돼 설립한 사단 법인으로 북한과의 경제, 문화 분야 협력과 지원 사업 등을 수행한다.

문재인 정권 당시인 2021년 4월 법원은 이 돈이 어떤 경로로 전달되었는지, 북측 누구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사실 조회를 통일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그해 7월 통일부는 “정보공개법상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로 비공개 대상” “법인(경문협)의 경영상 비밀에 관한 정보”를 이유로 법원의 요청을 거부했다. 당시 통일부 장관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법원이 통일부에 사실 조회를 요청한 이유는 6·25 국군포로 2명이 제기한 소송 때문이다. 2020년 7월 서울중앙지법은 6·25 전쟁 당시 북한의 포로가 돼 강제 노역했던 국군포로 2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북한 정부와 김정은은 총 4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문협이 법원에 공탁한 23억원(당시 기준)을 압류해 배상금으로 주라는 추심 명령을 내렸다. 경문협이 “저작권 소유 주체인 조선방송위는 독립 기구이기 때문에 저작권료가 북한 정부 돈이 아니”라는 논리를 펼치며 이를 거부하자, 국군포로 측은 경문협을 상대로 추심금 소송을 냈다. 그러나 서울 동부지법 1심 재판부는 경문협 주장을 받아들이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 2월 14일 2심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경문협 손을 들어줬다.


총 67만6525달러

2005~2008년 경문협은 남측 방송국 등 북한 저작물 이용자로부터 저작권료를 받아 북한에 7억9000여만원을 줬다. 《월간조선》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 기간 경문협 관계자는 금강산, 평양, 개성에서 북한 저작권사무국과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관계자를 여러 차례 만나 이들에게 미 달러로 바꾼 현금을 건넸다. 총 67만6525달러였다. 저작권사무국 부국장은 이 돈을 받은 뒤 수기(手記) 영수증(령수증)을 만들어 경문협 관계자에게 줬다. 이 영수증에는 ‘다음의 금액을 저작권료로 정확히 받았음을 확인합니다’라고 기재돼 있다. 북한 측 설명에 따르면 저작권사무국은 “국내(북한) 저작권을 통합적으로 장악, 관리하는 국가기관”이다.

경문협과 저작권사무국, 민화협은 2005년 12월 31일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합의서에는 ‘경문협에 북측 저작물 사용을 원하는 남측 사용 희망자와 민족화해협의회와 저작권사무국을 대리해 포괄적인 사전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합의서를 체결하기 위해 경문협 관계자는 2005년 12월 30일부터 이틀간 북한을 방문했다. 개성 봉동관에서 체결된 이 합의서에는 신동호 당시 경문협 위원장, 정철순 북한 저작권사무국 부국장, 리금철 민족화해협의회 부장의 서명이 담겨 있다. 신동호 위원장은 NL 계열 운동권 조직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문화국장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연설비서관을 지냈다. 이듬해 1월 경문협은 자신들의 산하 기관인 남북저작권센터에 북측 저작권 대리 중개 업무를 위탁했다.

경문협이 북한 당국에 저작권료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5년 2억4000만원 ▲2006년 2억3786만6400원 ▲2007년 2억3197만9200원 ▲2008년 8232만6000원이다. 그러던 2008년 7월 금강산을 방문한 우리 관광객이 북한 인민군에게 피살되자 정부는 그해 말부터 대북 송금을 금지했다. 북한 송금 길이 막히자 경문협은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해왔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경문협이 법원에 공탁한 저작권료 총액은 약 28억5300여만원이다. 공탁 후 10년이 지난 공탁금은 국고로 귀속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경문협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공탁금을 회수한 뒤 재공탁하는 ‘꼼수’를 부려왔다. 회수 후 재공탁하지 않았다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약 12억원이 국고로 귀속될 수 있었다.

경문협, 15차례 걸쳐 저작권료 지급 추정

논문 〈남북 교류의 제도화와 저작권 협력의 역할〉에서 발췌.

 

경문협 연혁에 따르면, 2004년 설립 이후 금강산 민간인 피살 사건이 있기 전까지 경문협 측이 저작권 사업으로 북한 실무자와 회담한 횟수는 모두 15번이다. 저작권료 7억9000여만원은 이 15번에 걸쳐 나뉘어 지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저작권사무국은 경문협의 소개를 받아 남측 소송대리인을 선임, 국내 영세 출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기도 했다.

당시 통일부는 경문협의 북한 방문을 승인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07년 10월 평양 회담이다. 2007년 10월 18일 경문협은 통일부 문화교류팀에 ‘이번 회담에서 재단은 아래와 같은 저작권료(USD)를 지불하고자 하니 반출을 승인해달라’는 내용의 반출 신청서를 제출했다. 경문협 관계자는 그해 10월 24~27일 평양에서 민화협, 저작권사무국 관계자와 만나 저작권 관련 회담을 진행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2009~2020년 우리 출판사와 방송사 등이 경문협을 통해 북한 저작물을 사용한 건수는 1141건이다. 현재까지 우리 정부에 등록된 북한 관리저작물은 ▲장편소설 〈림꺽정〉 ▲역사서 〈고려사〉 번역서 ▲장편소설 〈황진이〉 ▲〈조선고전문학선집〉 ▲조선중앙TV 영상저작물 ▲‘반갑습니다’ 외 9곡의 음악저작물 ▲최승희(월북 무용가) 사진 9매 및 동영상 2편 ▲리기영 외 9인의 월북(또는 재북) 작가 저작물 ▲북측 사진 저작물 등 총 9건이다.

반면, 통일부는 “북한이 우리 측에 저작권료를 지급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남북한 모두 가입된 베른 협약에 따르면, 가입국은 내국민 대우 원칙에 따라 저작권을 보호해야 한다. 내국민 대우 원칙이란 다른 당사국에서 기원한 저작물이라도 자국 저작물과 동일하게 대우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그간 북한의 《로동신문》, 우리민족끼리 TV 등 매체는 우리 방송사의 촛불 시위 장면이나 사드 배치 반대 시위 장면 등을 일부 편집해 사용한 바 있다.

2005년도 지급분의 경우, 그간 가장 큰 액수인 2억4000만원이 북한 당국에 지급됐다. 합의서가 체결된 날짜(12월 31일)로 미루어 봤을 때, 일각에선 합의서 체결 이전부터 경문협이 북한 저작권료를 따로 관리해왔다가 합의 이후 소급 적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취재 결과, 경문협은 실제 합의서 체결 이전부터 어떤 형태로든 북한 저작권료를 관리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2005년 5월 27일 경문협이 통일부 사회문화교류과에 제출한 ‘북측 협력기금 반출 승인 요청의 건’에 따르면, 경문협은 ‘이번 실무회담에서 북측에 아래와 같이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하고자 하니 반출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북측 저작권 4가지 항목에 대한 돈이었다. 경문협은 그해 6월 6~8일, 금강산에서 민화협, 저작권사무국 관계자와 저작권 관련 회담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경문협은 2006년 1월 16일 남북저작권센터에 북측 저작권 대리·중개 업무를 위탁했으며 남북저작권센터가 경문협을 대리해 동 업무를 수행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이전에 경문협이 직접 사용료를 징수했는지에 대해선 확인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또 “2004년 이전에는 국내 출판사 등 저작물 이용자와 북측 간 개별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2006년 이전에 다른 기관과 저작권 대리·중개 업무 위임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을 보고받은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경문협 측은 “개별 저작권 사업 자체는 2005년 이전인 1990년대부터 계속 있었다”면서 “그것에 관한 개별 프로토콜은 다 있었던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일이 통일부로부터 반출 승인을 받아가면서 했던 일”이라며 “2005년도 합의서는 그것을 좀 더 제도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합의서 “경문협, 北 저작권료 접수할 권한 가져”

사단법인 물망초 관계자들이 2월 14일 오후 서울동부지방법원 앞에서 경문협을 상대로 한 탈북 국군포로 추심금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 뒤 패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군포로 추심금 1심 재판이 끝나고 정권이 바뀌자 통일부는 소송에 협조했다. 앞서 2021년 법원이 요청한 대북 송금 관련 자료 여러 건을 지난해 8월 제출한 것이다. 여기엔 2005년도 합의서 외에도 2006년 5월 5일 자 합의서와 2009년 2월 5일 자 합의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합의서는 경문협과 북한 당국 사이 저작권 계약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어 1심 판결을 뒤집을 결정적인 증거가 될 거란 관측이 나왔었다. 1심 법원은 경문협이 북한에 대한 채권을 가진다고 보기 어려워 손해배상금을 대신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월간조선》이 확인한 2006년도 합의서에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저작권사무국, 민족화해협의회와 협의해 북측 영상저작물의 사용을 허락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계약은 북측 저작권자의 수표(서명)와 저작권사무국의 확인서를 교부받는 등 저작권자와 저작권사무국이 승인해야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그간 경문협이 갖고 있던 ‘포괄적인 사전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대북 송금이 금지된 2009년에 체결된 합의서는 2006년도 합의서 조항 일부를 수정했다. 이 합의서에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조선중앙방송위원회와 조선 영화수출입사를 대신해 북측 영상저작물의 사용을 허락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사용료를 접수할 권한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이 합의서는 경문협의 ‘저작권 계약 체결 권리’와 ‘사용료 접수 권한’을 보다 확실히 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경문협이) 북측으로부터 그 사전협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저작물 사용료의 수령 등에 관한 권한까지 부여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며 국군포로 측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 유사 판결문 그대로 베껴”

국군포로 측 법률 대리인 구충서 변호사(법무법인 제이앤씨)는 2심 재판부가 2009년 합의서를 통해 변경된 내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2005년 합의서만을 놓고 판결했다고 재판부를 질타했다. 이른바 채증법칙(증거를 취사선택할 때 지켜야 할 방식) 위반이라는 것이다. 구 변호사는 “항소심 과정에서 2005년도 이후에 체결한 합의서들(06년 합의서, 09년 합의서)을 확보해 재판부에 제출했다”면서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북한과의 2005년도 합의서를 근거로만 제시했고, 2009년도 합의서는 판단에서 쏙 뺏다”고 비판했다.

구 변호사의 지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 판결문의 내용과 구조가 지난해 4월에 나온 서울고등법원 판결문과 거의 같다고 비판했다. 서울고법 판결은 6·25 전쟁 때 납북됐던 경찰관 최모씨 유족이 경문협을 상대로 낸 2심 추심금 소송에 관한 것이다. 이 재판에서도 납북 유족이 패소했다. 두 판결문은 분량(9쪽)은 물론, 핵심에 해당하는 ‘판단’ 부분이 거의 같은 구조다. 판단의 ‘가’ 항목 아래 ‘1)’부터 ‘6)’까지의 구성과 내용, 사용된 단어가 유사하다.

심지어 국군포로 판결문은 최씨 판결문의 오자(誤字)까지도 가져다 썼다. 국군포로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경문협 관계자가 쓴 논문을 인용하면서 저자 이름을 ‘김○현’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이 논문 저자의 이름은 ‘김○헌’이다. 최씨 2심 판결문에서도 이 저자의 이름은 ‘김○현’으로 잘못 적혀 있다. 이는 국군포로 2심 재판부가 최씨 판결문을 그대로 복붙(복사+붙여 넣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 변호사는 “국군포로 2심 재판부는 분량, 내용, 구조는 물론 오자까지 그대로 최씨 판결문을 베꼈다”며 “이게 부실 재판이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비판했다. 원고 측은 2심 판결 직후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편, 경문협 홈페이지 공지에 따르면, 임종석 전 의원은 일신상의 이유로 지난 1월 15일 자로 경문협 이사장직을 사임했다. 같은 날 임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 선거관리위원회에 중구성동구(갑)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에 들어갔던 시기 등을 빼고는 20여 년간 이사장을 맡아 경문협 활동을 관장해왔다. 22대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경문협 이사장직을 사임한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임 전 의원은 당 지도부와 마찰을 빚으며 컷 오프(공천 배제)됐다.

임 전 의원이 이사장직을 사임한 이유가 총선 출마와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에 경문협 관계자는 “보태고 빼고 할 것 없이 공지한 그대로”라고 답했다.⊙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방첩전문가들이 보는 더불어민주연합과 종북 세력

“제2의 통진당 사태 주의하며 폭력적으로 정권 쟁취해야”(北 지령문)

⊙ “전형적 통일전선전술… 이재명 민주당, 경기동부연합 세력에 장악당할 가능성 있어”
⊙ “이재명 대표가 과거 성남시장 시절 경기동부연합과의 추억을 재현해 자기 방탄을 하려는 것”
⊙ 진보당 원내 진출, 北의 숙원 사업… ‘제도권 정당으로 국회 진입’ 거듭 지령
⊙ 국회의원 당 보좌진 9명, 국가 기밀 대거 빠져나갈 것… 사회 혼란 야기 가능성도
⊙ “민주당·경기동부연합 연대의 최종 목적은 사회주의·공산주의 정권 쟁취”

▲지난 3월 3일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 왼쪽부터 윤희숙 진보당 대표,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백승아 공동대표,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 사진=조선DB

 

국가 체제 전복(顚覆)을 시도했던 통합진보당(통진당)이 10년 만에 본격 부활한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비례대표 당선권에 진보당 몫으로 3석을 배정하면서다. 안보당국에서는 선거 국면(局面) 가장 큰 위협으로 더민주연합을 꼽는다. 단순히 표를 더 많이 갖겠다는 계산이 아니라는 게 이들의 중론(衆論)이다. 안보당국 관계자는 “간첩들에게 국회 문을 열어놓고 ‘어서 오시라’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진보당은 통진당의 후신(後身)이다. 지난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는 통진당을 ‘폭력 혁명으로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위헌(違憲) 정당’으로 규정해 강제 해산시켰다. 헌정사상 최초였다. 이후 통진당은 민중당을 거쳐 진보당이 됐다. 진보당 측은 부정한다. 가치와 정신을 일부 계승했을 뿐 후신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기동부연합을 주축으로 한 당권파가 그대로 옮겨갔고, 강령(綱領)도 동일하다. 이들은 간판만 바꿔 단 채 각종 선거 때마다 후보를 냈다. 현재 진보당 의석수는 하나다. 지난해 전북 전주을 보궐선거 때 배지를 단 강성희 의원이다. 역시 통진당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합으로 진보당 의석수가 10석이 될 수도 있다”고도 본다. 그야말로 ‘본격 부활’인 셈이다.


진보당 국회 진출, 北의 숙원사업

▲지난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8대 1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진당에 대한 정당 해산을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역에서 헌재 상황을 시청하는 시민들. 사진=조선DB

 

진보당의 원내 진출은 북한의 숙원(宿願) 사업이었다. 이석기 RO(지하혁명조직) 사건 수사를 맡았던 전 국정원 수사관 A씨는 “1990년대부터 최근 민노총 간첩,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창원 간첩단), 제주 간첩단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내려온 지령이 ‘제도권 정당을 세력화해서 국회로 들어가라’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제주 간첩단에 내린 지령이다.

“진보당의 지지 세력을 확대하기 위한 당면 활동 방향을 제시한다. 우수한 핵심들과 군중적 지반이 좋은 진보운동가들로 선거운동본부를 구성하며 대학원(제주 간첩단-편집자 주)에서 장악했거나 영향하에 있는 노조단체들과 각계 진보운동 단체들을 발동해 진보당 후보들을 밀어주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지지선언운동을 벌여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2022년 3월)

제주 간첩단의 총책은 통진당, 민중당을 거쳐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직을 맡은 인물이다. 검찰에서는 제주 간첩단 사건을 “통진당 출신 세력들의 지하혁명조직 재결성 사건”이라고 했다.

같은 해 민노총 간첩단, 자통에 내린 지령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민노총 석모(某)씨에게 “진보당을 장악하라”는 지령을 내리고 진보당을 통한 원내 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노총을 진보당 지지 세력으로 만들어 진보당이 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 진출의 가능성을 열고, 4·10 총선에서 다시 원내 정당으로 진입하는 길을 열자”면서다. 자통 활동가들에게는 구체적인 정치 투쟁 방향도 제시했다.

“진보 세력이 얼마든지 부르주아 선거를 통해 집권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그것은 사실상 환상에 가까운 견해이고, 진보당은 대중의 관심을 끌고 그들의 심장을 틀어잡을 수 있는 대표 인물과 정책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서는 그 어떤 부르주아 선거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고, 꽉 막혀 있는 인물난, 정책 대안의 부재라는 제한성을 돌파해내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이고, 정당의 정체성은 막연히 ‘적폐 청산’을 외치는 것으로 형성되지 않으므로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구호처럼 손에 잡히고 피부로 느껴지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이다.”(2021년 6월)

진보당의 뿌리는 민주노동당(민노당·2000)이다. 이후 통진당(2011), 민중당(2017)을 거쳤다. 이들 당명(黨名)은 간첩사(史)에 늘 등장한다. 과거 북한은 비합법 지하당(전위당) 구축 전략을 폈다. 그때 결성된 게 통일혁명당(통혁당)이다. 이를 통해 확산한 종북·주사파 세력은 1990년대 들어 사회 각계각층에 안착했다. 전 국정원 수사관 A씨는 “이들의 영향력이 사회 전반에 확대되자 북한은 합법적 공간에서 혁명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정당 결성에 매진하게 됐다”고 했다. 북한이 2000년을 전후해 꾸준히 ‘진보정당 구축 공작’을 펼친 배경이다.

‘제도권 정당으로 국회 진입’ 지령

A씨는 “이때 지하활동 조직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면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합법적인 단체를 숙주(宿主) 삼은 뒤 장악하라고 한다”면서 “실제로 2000년 들어 북한과 연계된 소수의 NL(민족해방·주사파) 계열 인물들이 민노당에 가입한 뒤, 당내 PD(민중해방·마르크스-레닌주의)파를 몰아내고 당을 장악했다”고 했다.

민노당은 이후 2011년 11월 통진당으로 이름을 바꾼 뒤 이석기를 비례 후보 1번으로 냈다. 왕재산 사건을 수사한 전 국정원 수사관은 “그 무렵 왕재산 총책의 주거지에서 ‘야당이 힘을 합쳐 반정부 단일대오를 형성하라’는 지령문이 발견됐고, 2012년 총선에서 통진당은 지령처럼 민주통합당(현 민주당)과의 야권 연대로 무려 13석(지역구 7석, 비례대표 6석)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번 총선도 모양새가 비슷하다. 진보당은 민주당과의 ‘야권 연대’를 통해 오는 총선에서 비례 3석을 확보했다. 비례 후보로 확정된 3명은 손솔, 전종덕, 장진숙 후보다. 전(前) 민중당 공동대표인 손솔 후보는 이석기 전 의원을 양심수라 주장하며 석방을 요구한 인물이다. 국가보안법(국보법) 폐지 운동도 해왔다. 19대 총선 때 통진당 후보로 출마했던 전종덕 후보는 경기동부연합 출신 양경수 위원장과 팀을 이뤄 민노총 사무총장을 지냈다. 진보당 공동대표인 장진숙 후보는 이적(利敵) 단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대의원을 지냈다. 대학 재학 시절 국보법 위반 혐의로 수배를 받은 전력(前歷)이 있다. 이들 3명이 입법기관에 진출하게 된다.


최소 의석수 보장해준 민주당

3석은 ‘최소’ 의석수다. 초과할 수도 있다. 10명 전후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진보당은 전국 80여 곳에 공천을 확정한 상태다. 더민주연합 합의문에 따르면 울산시 북구 선거구는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한다. 울산 북구는 공단권에 속해 진보세가 강한 곳이다. 통진당 전신(前身)인 민노당이 당선된 적도 있다. 지역구 1석을 얻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여기에 강성희 의원은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전주을에서 민주당과 경선을 치르게 된다.

물론 진보당만 좋은 것은 아니다. 합의문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은 진보당의 후보가 출마하는 전국 모든 지역구에서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을 통해 후보를 단일화한다.’ 양당 후보 동시 출마 시, 인지도가 높은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미 서울 서대문을 김영호, 경남 양산을 김두관 의원 등이 진보당 후보와 단일화했다.

눈여겨볼 점은 또 있다. 비례대표 당선권에 진보당 3석에 더해 4명의 ‘국민 후보’를 낸다는 점이다. 국민 후보는 반미(反美)·친북(親北) 성향 인사 등 234명이 참여한 ‘연합정치시민회의’에서 선정한다. 회의의 공동위원장은 조성우·박석운·진영종이다. 조성우 위원장은 과거 이적 단체로 규정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북해외실무회담 대표를 지냈다. 국보법 위반 구속 전력도 있다. 박석운 위원장은 윤석열 퇴진, 한·미·일 정상회의 규탄, 후쿠시마 처리수 반대, 한미 FTA 저지, 사드 배치 반대 시위 등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 성남의료원 초대 상임이사를 지냈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진영종 위원장은 성공회대 교수 출신이다. 전국대학강사 노조위원장을 지냈고 국보법 폐지 운동에도 참여했다. 천안함 폭침 당시 정부의 조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234명에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창립 멤버인 함세웅 신부, ‘천안함 자폭’ 발언을 한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 전 통진당 의원, 전 민노총 위원장,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위원장, 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동우회장, 진보대학생넷 대표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이 비례 4석을 뽑는다.

이재명·경기동부연합 共生의 시작

진보당의 독자적 원내 입성은 어려웠다. 지역구에선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이기기 어렵고, 비례대표도 득표율 3% 미만은 의석을 안 준다는 봉쇄 조항에 걸렸을 가능성이 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3월 4일 “이재명 대표는 통진당의 후신인 진보당 등에 전통의 민주당을 숙주로 내주는 대가로 자신의 형사 문제에서의 안위를 추구하고 자기 당권을 받는 음험한 거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전직 국정원 간부 B씨는 “진보당이 비례 3석을 확보하고 지역구 1~2석까지 넘보게 된 건 이재명 대표와 경기동부연합의 끈끈한 인연을 빼놓고는 설명이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대를 일찍이 예견했다. 이재명 대표가 비명계와 갈라서면 손잡을 수 있는 게 진보당 세력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1기 성남시는 통진당과의 연립이었다.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재명 대표는 김미희 민노당(통진당 전신) 후보와 야권 단일화로 시장이 됐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 되자 김미희 전 의원을 비롯한 경기동부 인사들은 대거 시장직 인수위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재명 체제에서 성남시 관련 기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권(利權)에 개입했다. 지난해 4·5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전주을에 공천하지 않은 것 또한 전략적 제휴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강 의원은 민주당이 불공천 결정을 내리자 ‘고맙습니다 민주당’이라고 적은 현수막을 내걸고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반대 시위를 벌였다.

방첩(防諜) 전문가인 김석규 한반도 안보전략연구원 고문은 “이재명 대표가 과거 성남시장 시절 경기동부연합과의 추억을 재현해 자기 방탄을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 대공(對共)수사처장 출신인 장석광 국가정보연구회 사무총장은 “이재명 대표의 자기 방탄과 경기동부연합의 민주당을 숙주 삼은 세력 확장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했다.


국가 기밀 대거 빠져나갈 것

▲지난 2011년 11월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여당(한나라당)의 한미FTA 비준안 강행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부의장 앞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중요한 건 국회의원 머릿수뿐만이 아니다. 의원 당 보좌진은 9명이다. 4급 보좌관 2명, 5급 선임 비서관 2명, 6급, 7급, 8급, 9급 비서관 각 1명, 인턴 1명. 국정원 전 수사관 A씨는 “이석기 의원실의 보좌진은 모두 RO 핵심 간부들이자, 대부분 국보법 위반자들이었다”면서 “국회의원을 따라 종북 세력들이 대거 보좌진으로 영입되는 건데, 이들은 이점을 노린다”고 했다. 의원수가 5명이라면, 사실상 50명의 종북 인사가 진입하는 셈이다. 만일 지령을 받는다고 하면, 단선연계(單純連繫) 복선포치(複線抛置) 방식에 따라 관련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실 보좌진도 경기동부연합 출신으로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보좌진은 일반적인 조직 체계와 다르게 움직인다. A씨는 “2013년 이석기 압수수색을 갔을 때 민혁당 출신 모(某) 국회의원이 보좌관 앞에서 절절매더라”면서 “의원과 보좌관이 아닌, 국회에서도 지하조직 서열대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방첩 전문가들은 “이들의 국회 입성 시 국가 기밀 수집·유출은 자명(自明)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석기의 당시 상임위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였다. A씨는 “내란 선동·국보법 위반 사실과의 연관성을 밝히지 못했으나, 이석기는 당시 상임위와 관계없는 주한미군 주둔 실태와 최신 무기 현황 등과 같은 자료를 국방부로부터 받아갔다”면서 “비록 그 자료가 북한으로 갔다는 사실은 입증 못 했지만 가능성은 다분하다고 봤다”고 했다.

지난 2022년까지 간첩단 수사를 했던 전직 국정원 관계자 C씨는 “요즘은 IT 기술이 발달해 방대한 자료 수집이 더 수월해졌다”면서 “이들의 국회 진입이 심각한 안보위협인 이유”라고 했다. 김석규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고문은 “국가 기밀 유출은 불 보듯 뻔하고, 폭력 행사까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지난 2011년 김선동 민노당(통진당 전신) 의원이 국회에서 최루탄을 던지던 모습이 어른거린다”고 했다.

北, “제2의 통진당 사태 주의하라”

▲지난 2015년 1월 22일 이석기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법원 앞에서 이석기 의원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는 모습. 사진=뉴시스

 

국정원 간부 출신 B씨는 “예컨대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사건 발생 시,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우리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느냐’면서 내진 설계도를 얻어내는 식”이라면서 “국가 핵심 시설의 취약점을 미리 파악해두고, 언제든 국가기간 시설의 타격을 꾀할 수도 있다”고 했다.

과장이 아니다. 통진당 해산의 근거가 된 지하혁명조직 RO의 조직원들은 2013년 5월 10일 비밀리에 회합해 새벽까지 대한민국 정부 전복을 위한 내란 실행 방안을 모의했다. 평택 LNG 기지 폭파, 분당·혜화전화국 파괴, 코레일 철도 마비, 경기 북부 지역 미군부대 교란, 사제폭탄 제조방법 등 다양한 주제를 발표했다.

최근 북한의 지령에도 “(진보당은) 폭력적 방법으로 정권 쟁취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6월 자통에 “선거에 승리해도 미국, 군부, 보수 세력이 탄압할 것이므로 궁극적인 정권 쟁취는 전민 항쟁과 같은 폭력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만일 참신한 전략으로 전진한다면 통진당의 명예 회복도 가능하다”는 문구도 있다. 그러면서 “진보당의 ‘공개적인 전민 항쟁 논의’는 국가보안법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제2의 통진당 사태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주의하라”는 당부도 했다. 지난 2019년 1월 민노총 석모씨에게는 “화성, 평택 지역 군사기지, 화력발전소, LNG 저장 시설, 항만 등 관련 비밀 자료를 수집해 유사시에 대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장석광 국가정보연구회 사무총장은 “정계(政界) 상층부 통일공작은 북한의 기본적인 대남(對南) 전략”이라면서 “한데 최근 김정은은 한국을 주적(主敵)으로 명명하며 완전히 연결을 끊겠다고 했다. 외견상 국내 종북 세력들에게 ‘뒷배’가 없어진 것으로, 종북 세력들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평시보다 더욱 극렬히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일부 과격 종북 좌파 세력들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북한에 알리기 위해 유류저장고, 전화국, 발전소와 같은 국가기간 시설을 탈취하는 등 단말마(斷末摩) 사회 혼란까지 야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했다.

한번 국회의원 되면 수사 어려워

 한번 국회의원 신분이 되면 법 위반을 저질러도 수사가 어렵다. 특히 전투력 있는 정당 소속인 경우 더 그렇다. 이석기 압수수색을 지휘했던 전 국정원 수사관 A씨는 “현직 국회의원을 압수수색하는 건 국정원도 부담인 게 사실”이라면서 “국회의원 신분이기 때문에 내사(內査) 과정도 상당히 까다로웠다”고 했다. 그는 “당시 이석기 방에 40명의 수사관이 들어갔는데, 9명의 보좌진에다, 통진당 청년 당원 100명이 몰려와 극렬히 저항했다. 수세(守勢)에 몰려 이틀간 감금당해 있었다”면서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이런 인사들을 호위무사로 둘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석규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고문은 “국회의원은 체포 시 체포동의안도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 갑옷’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라면서 “북한이 과거 노동자, 농민, 지식인, 자본가에 침투하라던 전술을 ‘제도권 진입’으로 바꾼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2024년 1월 1일부로 국정원 대공 수사권이 폐지된 이후 대공 수사는 경찰이 전담한다. 국정원 간부 출신 인사 B씨는 “국정원도 부담인 현직 국회의원 수사를 경찰이 할 수 있겠느냐”면서 “만일 구속되더라도, 비례대표인 경우 큰 의미도 없다. 독버섯처럼 다음 의원이 올라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례대표는 의원직 상실 시 낙선자 중 한 명이 승계하도록 돼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월 7일 “4월 총선 승리 후 바로 국정원 대공 수사권을 회복하는 법률 개정안을 내고 통과시킬 것”이라면서 “이재명 대표가 본인 살기 위해서 통합진보당 후신 종북 세력에게 정통 민주당을 숙주로 내주고 있어 그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B씨는 “수사권 복원에는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면서 “그사이 북한의 농간(弄奸)에 모두 빠져버릴 수 있다”고 했다.

장석광 국가정보연구회 사무총장은 “북한에서 지난 70년간 일관되게 내리는 세 가지 지령은 국보법 사문화(死文化), 주한미군 철수, 국정원 무력화(無力化)”라면서 “이들이 국회에 진입하면 국정원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대공수사권 복원을 반드시 반대할 것은 물론, 여당에서 추진하는 각종 안보 정책에 지속적인 제동과 지난 정권의 정책들을 원복(原復)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국회 진입 못 해도 문제”

전직 국정원 수사관 A씨는 “이들이 국회에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문제”라고 했다. 정당 득표율로 민주당에 지분을 요구하며 각종 단체장 자리를 꿰찰 공산이 커서다. 이 과정에서 ‘여론 조작’도 가능하다는 게 A씨의 우려다. 그는 “예컨대 통진당 시절 RO 핵심 세력 중 하나였던 조모(某)씨는 사회동향연구소라는 여론조사 기관 대표를 맡았다. 이때 국가예산을 지원받으며 민주당이나 통진당에 유리한 여론조사 발표를 냈고, 수익도 많이 올렸다”면서 “이처럼 민주당과 진보당 연대를 단순히 표를 가져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력을 형성하고 여론을 교묘하게 몰아간다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이어 “민주당에 과거 586 주사파 출신의 친북 세력은 있지만, 북한을 떠받드는 종북 세력은 없다”면서 “예전 통합민주당 한명숙 대표와 통진당 이정희 대표가 연대했다가 갈라선 것처럼 이들 또한 핵심 노선이 다르기 때문에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선거 국면 이후에는 와해(瓦解)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도 했다. 한편 김석규 고문은 “궁극적인 반(反)정부 이데올로기가 같기 때문에 만일 갈라서더라도 주요 입법 등 결정적인 순간에는 다시 힘을 합칠 것”이라고 했다.

장석광 사무총장은 이번 연합을 “전형적인 ‘통일전선전술’”이라고 했다. 이는 강한 적에 대항하기 위해 공동의 적을 두고 있는 다른 세력과 일시적으로 연합하는 공산당의 행동노선이다.

 

장 사무총장은 “300석 중 최소 3석을 매개로 야금야금 세력을 구축해나가다 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재명 민주당 또한 경기동부연합 세력에 장악될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에서 경기동부연합과 이념적 성향이 다른 이들이 도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말”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 세력과 연합한 경기동부연합의 최종 목적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정권의 쟁취”라면서 “다만 현재 북한 김정은의 체제 불안 요소로 인한 대남 정책 전환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국정원 간부 출신 B씨는 “친문·86·동교동계 등이 탈당 및 낙마로 대거 이탈하고 그 빈자리가 한총련, 경기동부연합, 좌익 시민단체 등으로 채워지면서 민주당의 DNA가 교체되고, 국회가 서서히 붉게 물들고 있다”면서 “이재명 대표의 ‘비명횡사·친명횡재’식 사천(私薦)의 이면(裏面)을 봐야 할 때”라고 했다.


좌파의 탈을 쓴 좌익

김석규 고문은 “반국가 세력의 국회 입성이 자명한 상황에서 당장 대응책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면서 “이 같은 위기를 선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가기 위한 진통으로 본다면, 대한민국을 수호할 기회이기도 하다”고 했다. 김 고문은 “입법기관에서는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현행 간첩죄의 개정 등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국민들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수호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대공수사권의 신속 복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의 관심 또한 요구된다. 국정원 출신 B씨는 “유권자들은 이들에게 과연 우리 입법기관을 맡길 수 있을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 장석광 사무총장은 “민주당과 경기동부연합 세력의 연합이 국민 생활에, 국가 안보에 미칠 영향을 차분히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불편한 감정으로 투표를 했다가는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통일전선전술로 형성한 사회주의의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 수사관 출신 C씨는 “좌파와 우파는 정책적 경쟁 관계지만, 좌익(左翼)과 우익(右翼)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택할 것인지, 공산사회주의 혹은 인민민주주의를 택할 것인지가 갈리는 적대(敵對) 관계”라면서 “좌와 우는 정책적으로 다투다가도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총구를 같은 방향으로 겨눠야 한다. 그런데 북한의 지령을 받고, 좌파의 탈을 쓴 좌익의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눠야 하는 형국이 됐다”고 우려했다.⊙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제2의 창군’ 국방혁신 4.0 ③ 유·무인 복합경계 시스템 구축

“병력은 1/3, 전투 능력은 향상”… AI ‘GOP의 눈’ 되다

⊙ 감시·감지·탐지·식별·추적, AI 도움받는다… “오·경보 확률 1% 수준”
⊙ 피아(彼我) 식별 가능… 敵 공격엔 반격도
⊙ “시범 운용 결과 만족스러워… 2030년께 全軍 적용”
⊙ 美·이스라엘 등 군사 강국 벤치마킹… “우리 안보 환경 맞게 최적화할 것”
⊙ “경계 임무도 ‘즉강끝’ 원칙… 적 도발 시 더 큰 손해”(정연봉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
⊙ “AI 효과 높이려면 지휘관 복무 여건 개선 함께 이뤄져야”(유무봉 국방혁신위 특보)

 ▲지난해 12월 GOP 장병들이 눈 쌓인 철책을 점검하며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 사진=국방부

 

장병 10만여 명, 육군 10여 개 사단이 GOP 일대 경계 작전에 투입되고 있다. 국군 전체 병력 5분의 1에 달한다. 이들 부대의 최우선 관심사항은 경계 작전이다. 초과근무나 비상대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연스레 장병 사기가 저하된다. 반면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할 교육 훈련 시간은 상대적으로 부족해지고 있다.

군은 과학화 경계작전체계를 운용하고 있지만, 이들 장비는 단순 탐지 및 감시·감지 기능만 제공한다는 한계가 있다. 군 당국이 경계 작전 병력을 계속해서 증원하는 이유다. 이들 부대를 지휘하는 지휘관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무 여건은 개선되지 않는데 책임져야 할 일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부는 AI 기반 유·무인 복합경계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유·무인 복합경계 시스템은 AI 드론, AI 로봇, AI 무인 초소가 철책을 경계하고, 소수 병력이 이 장비를 관리해 적의 침투·귀순 등의 상황에 대응하는 체계를 뜻한다. 이는 국방혁신4.0 계획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다. 이 시스템이 전력화되면 현재 장병이 수행하는 감시, 탐지, 식별, 추적에 AI의 도움을 받게 된다. 경계 병력 역시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군 데이터 200만 건 입력

 ▲AI 경계센터 상황실 내부. 사진=국방부

 

지난 2016년 군은 1700억원을 들여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도입했다. GOP 철책 전 구간에 CCTV와 열상감시장비(TOD), 광망(光網)을 설치한 것이다. 그러나 특정 물체를 구별하고 판단하는 건 여전히 사람 몫이다. 이 때문에 장병들은 유사시 상황을 구분하기 위해 24시간 내내 모니터를 응시해야 한다. 또한 광망이 오·경보를 울리진 않을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군 관계자는 “해외 연구에 따르면 모니터를 육안으로 12분 이상 주시할 때 움직이는 물체를 놓칠 확률이 45%”라면서 “22분 이상 주시할 때는 그 확률이 무려 95%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학화 경계 시스템 도입 이후에도 철책선이 뚫리는 귀순과 월북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시스템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돼왔다. 대표적인 예가 2020년 11월 발생한 ‘점프 귀순’ 사건이다. 당시 CCTV와 TOD가 귀순자를 포착했지만,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다. 사람도, 기계도 이상 상황을 판별해내지 못한 것이다. 잦은 장비 고장 역시 문제다. 2017년부터 5년 동안 육군에 공식 접수된 고장 건수만 800건이 넘는다.

육군 중장 출신인 정연봉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은 “과학화 경계 시스템 도입 후 경계 병력이 줄기는커녕, 감시 장비 유지와 관리를 위해 오히려 병력 10~20%가 증원됐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이 도입을 추진하는 AI 기반 유·무인 복합경계 시스템은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대체할 체계다. 고성능 카메라가 장착된 이동식 레일로봇, 수풀을 투과할 수 있는 레이더, 감시 카메라, 정찰 드론 등의 감시 장비가 수집한 데이터를 AI를 활용해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감시·감지·탐지·식별·추적을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한다.

AI 학습을 위해 군 당국은 200만 건 이상의 군 관련 데이터와 20만 건 이상의 지형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 데이터를 경계 장비에 입력해 AI의 상황 인식 정확도를 높일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데이터의 양과 질이야말로 경계 작전의 성패를 좌우할 요소”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입력하는 초기 단계에선 시스템이 조금은 불안정할 수도 있다”면서도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문제점을 보완해 기술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지난해 한 정책 연구에 따르면 AI 기반 체계에서 경보 신뢰성을 좌우하는 오·경보 확률은 1% 수준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피아 식별… 적 공격엔 반격도

AI 기반 경계 장비는 무장공비 침투부터 귀순 시도, 동물 이동 등 다양한 시나리오도 학습하게 된다. 야간이나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날씨 속에서도 군사분계선(MDL) 북쪽 멀리 있는 물체를 또렷이 식별·추적할 수 있다. 영상분석체계는 이 데이터를 받아 해당 물체가 사람인지 동물인지 판단한다. 나아가 이 물체가 아군인지 적군인지까지도 구분해낼 수 있다고 한다. 적의 공격에 반격할 수 있는 무장도 탑재된다. 경계 병력은 줄이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군 관계자는 “AI 기반 유·무인 복합경계 시스템으로의 이행은 선택이 아닌, 군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저출산 탓에 해마다 병력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군이 2035년까지는 상비 병력 50만 명 수준을 간신히 유지할 수 있지만, 이후 인구절벽이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0년 33만4000여 명 수준의 입영 대상 병력 자원은 2035년 22만7000여 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2041년부터는 약 13만 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도 지금과 같이 10개가 넘는 보병사단, 병력 10만여 명을 GOP 경계 작전에 투입하기엔 무리가 있다. 군이 AI 기반 장비 정식 도입 목표 시기를 2030년대로 잡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군 관계자는 “경계 작전과 관련해 획기적인 군 체질 개선이 급선무”라고 했다.


전투·교육 훈련 여건 마련

AI 기반 유·무인 복합경계 시스템 도입 과정은 어떻게 될까? 먼저, 군은 미래 GOP 경계 작전 개념과 작전수행체계를 정립해왔다. 이 과정은 거의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철책 전방에서 적을 발견해 격멸하는 기존의 선(line) 개념을 일정 지역(Zone) 내에서 적을 발견해 격멸하는 개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AI 기반 유·무인 복합경계 시스템 소요 결정과 GOP 과학화 경계 시스템 성능 개량은 단계별로 나뉘어 추진된다. 또 많은 양의 군 데이터가 경계 장비에 입력된다. 이동식 레일로봇 등 민간 첨단 기술이 신속 획득 절차에 따라 도입돼 유·무인 복합경계 시스템의 중추를 이룬다. 신속 획득 절차란 무기체계 도입이 지연되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절차를 간소화하는 제도를 뜻한다.

군은 현재 경기도 연천군 소재 전방 1개 사단을 지정, AI 기반 유·무인 복합경계 시스템 시범 운용을 준비하고 있다. 모니터를 확인하는 인력 3명이 각각 3km 경계 구간을 책임진다. 군은 1년6개월의 시범사업 기간 결과를 꼼꼼히 분석한 뒤 부족한 점을 보완할 방침이다. 2030년대 전군 정식 운용을 목표로 두고 있다. 군 관계자는 “병력은 3분의 1 이하로 줄이면서 영상 감시 자동 식별과 경보 능력은 100%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대급 인력으로 대대급 임무를 대체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병력의 효율적 운용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군 당국은 기대한다. AI 도입으로 1개 대대가 하는 경계 작전을 1개 중대가 맡게 되면 나머지 중대들은 전·평시를 대비해 전투·교육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군 고위 관계자는 “절약된 시간과 병력을 전투 준비 태세 향상과 실전 교육 훈련에 투입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장병의 삶의 질도 보장된다”고 밝혔다. 이어 “AI 기반 유·무인 복합경계 시스템 구축에 활용된 기술은 민간 기술로도 파생돼 국가 과학 기술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GOP뿐만 아니라 해안 부대에서도 유·무인 복합경계 시스템이 시범 운용되고 있다. 지난 2020~2023년 군은 160억원을 들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업, ‘AI+X’ 사업을 추진했다. 육군 35사단 1개 부대가 선정돼 해군, 해경과 함께 경계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해안 부대에는 AI가 탑재된 경비정이 추가로 운용된다. 군 당국에 따르면 시범 운용을 거치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군은 올해 AI 고도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결과를 토대로 기타 해안경계부대에도 사업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이 밖에도 육군 후방부대, 해군 2함대사, 공군 20전투비행단 등에서도 AI 기반 유·무인 복합경계 시스템이 시범 도입된다. 군 관계자는 “아직 개념 발전 단계에 있는 부대가 많지만, 유·무인 복합체계의 효과가 입증된 만큼 시범사업 확대엔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 소수 인원이 국경 장벽 통제

 ▲정연봉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 사진=월간조선

 

정연봉 부원장은 유·무인 복합경계 시스템의 신속한 도입을 강조했다. 그는 “AI 기반 유·무인 복합경계 시스템이 정착되면 군의 평시 경계 작전과 전시 작전 준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GOP 경계 작전에 모든 지휘 역량이 투입되고 있는 현재의 왜곡된 부대 운용을 정상화할 것”이라며 “전시 대비 태세 유지와 교육 훈련에 매진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군사 선진국의 첨단 경계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과 이스라엘의 스마트 장벽, 이른바 ‘아이언 월’이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밀입국 및 밀수 방지를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 3000km에 2~3중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 공약은 현실로 이어졌다. 6~9m 높이의 국경 장벽이 세워졌고, 그 위엔 레이더, 근거리 카메라, 중적외선 카메라 등이 설치됐다. 우리 군이 추진하는 AI 기반 철책과 유사한 구조다.

감시센터에는 이를 통합 운영 관리하는 소프트웨어(Lattice OS)가 상시 작동하고 있다. 미군과 정부 기관은 방산기업 안두릴(Anduril)사(社)와 협업해 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1000여 대 이상의 감시·감지 센서, 무인 정찰기 등을 시스템 하나에 통합해 소수 인원으로도 상황 감시가 가능하다.

지난해 이 국경 장벽을 현지 답사한 우리 군 고위 관계자는 “감시센터에서 근무하는 인원 외에 장벽 근처에서 경계 근무하는 인력은 없었다”면서 “순찰차 1~2대가 이 지역을 돌다가 유사시 감시센터가 지시를 내리면 현장에 즉시 투입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아이언 월 실패? 우리 군과 상황 달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봉쇄하기 위해 설치한 ‘아이언 월’. 이 장벽은 감시 카메라와 센서 등을 갖추고 있었지만, 지난해 하마스 기습 공격 당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사진=신화/뉴시스

 

이스라엘은 지난 2014년 하마스와의 ‘50일 전쟁’ 이후 우리 돈 약 1조4000억원을 들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봉쇄하는 거대한 벽을 세웠다.

2021년 높이 6m에 이르는 이 장벽이 완성되자 베니 간츠 당시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를 ‘아이언 월’이라고 불렀다.

아이언 월은 레이더, 카메라, 센서, 감지 장비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모든 감시센터가 실시간으로 동일 정보를 공유한다. 이 장비의 적 인식률은 90~95%에 이른다. 이 감시센터는 여군 2명으로 운영되는데, 감시센터 1개소가 약 25km 구역을 경계한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아이언 월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이 국경 경계 작전을 아이언 월에 지나치게 의존했다고 분석했다. 아이언 월의 기능을 믿고 가자지구 접경 지역 경계 병력의 상당수를 서안지구로 옮겼다는 것이다. 이를 간파한 하마스는 먼저 드론에 폭발물을 실어 감시센터를 파괴했다. 이어 패러글라이더를 탄 하마스 대원이 담을 넘어 이스라엘 영토로 들어왔다. 그 뒤 불도저로 아이언 월을 밀어 돌파구를 만들었다.

일각에선 “우리 군의 AI 기반 철책 역시 북한의 기습 공격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한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스라엘과 상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군 관계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과 달리 남북한 사이엔 DMZ라는 4km 완충 공간이 존재한다”면서 “적이 경계초소에 접근 시 원거리부터 탐지와 경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계초소가 일부 무력화되더라도 북한군이 DMZ를 통과하기까지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면서 “DMZ 후방의 우리 군이 상시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어 대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차이가 있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지상 침투는 어렵더라도 모터 패러글라이더나 저고도 침투용 AN-2기 등 레이더로 포착이 어려운 비대칭 전력을 이용해 철책을 넘어 공중 침투해오거나 소형 드론을 활용해 도발해올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군 당국도 북한이 AN-2기 300여 대를 활용해 1, 2, 3차에 나눠 100여 대씩을 순차 침투시키는 방식의 ‘파상공격(波狀攻擊)’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군 당국은 이스라엘의 아이언 월 운영 시스템을 참고하되, 우리 안보 환경에 맞는 작전 체계를 정립해 경계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거부적 억제·보복적 억제 병행해야”

 ▲지난해 1월 조 바이든(왼쪽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주의 미-멕시코 접경지대를 찾아 장벽 옆을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AI 장비만 갖춘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정연봉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첨단 장비의 운용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경계 작전 개념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 부원장은 “우리 국민은 북한군이 철책선만 통과해도 작전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경계 작전 전체 맥락에서 이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부원장은 “경계 작전 전체를 분석해 실수에 의한 것인지, 불가항력 요소에 의한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면서 “작전 실패에 대한 기준을 분명히 세워 책임 추궁의 한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그만 잘못도 군 기강 해이나 안보 실패로 매도하고 최상위 지휘관까지 문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 부원장이 무엇보다 강조한 건 경계 작전 패러다임 변화다. 그는 “현재 우리 군은 적이 우리 철책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거부적 억제’ 형태로 경계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보복적 억제’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북한군이 철책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침투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고, 침투 도발 시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을 확실히 경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강조한 단호한 대북 대응 방식,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원칙과 맞닿아 있다.

정 부원장은 “두 방식을 적절히 섞어 경계 작전 개념을 발전시킨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면서 “이 개념이 잘 정착한다면 일선 부대 지휘관들 역시 전투 준비와 교육 훈련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쏟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유무봉 국방혁신위원회 특별 보좌관은 지휘관 복무 여건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한 마리 사자가 이끄는 양 떼가 한 마리 양이 이끄는 사자 떼를 이긴다’는 말처럼, 지휘관의 역할은 실전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전방 경계 부대 지휘관이 마주한 현실을 고려할 때 실전에서 제대로 된 지휘가 가능하겠냐는 게 유 특보의 지적이다.

유 특보에 따르면, 우리 군 GOP 대대장은 늘 ‘1분 대기조’ 상태에 놓여 있다. 관사로 돌아온 뒤에도 전투복조차 벗지 못하고 쪽잠을 자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수시로 발령되는 ‘경계 강화’ 지시 때문에 외출과 휴가를 반납하는 경우도 잦다.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큰 책임을 져야 한다.

 

향후 인사이동에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부대별 전투지휘활동비가 소요보다 부족해 사비를 지출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GOP 대대장·여단장에겐 시간 외 근무수당도 지급되지 않는다.

 

이른바 ‘충성 페이’를 강요받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발생한 장성급 지휘관의 ‘공관병 갑질 논란’ 이후 이들의 생활을 돕는 관사 관리 인력도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다. 그 결과 일선 지휘관의 사기는 저하됐으며, 전투 훈련마저 여론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됐다고 한다. 심지어 과도한 경계 근무로 인해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장병이 지휘관을 겨냥해 음해성, 무고성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최근 초급 간부 지원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휘감독 책임 범위 기준 마련해야”

유 특보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지휘관 임무와 야전 실상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휘관이 언제 어디서나 전투 준비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명감 하나만으로 이런 어려움을 감당하기에는 시대가 변했다”면서 “군 당국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특보는 ▲지휘감독에 대한 책임 범위 기준 마련 ▲음해, 무고성 신고에 대한 엄중 처벌 ▲지휘활동에 필요한 적정 예산 편성 및 지원 ▲장성급 지휘관에 한해 지급하는 보안 휴대전화를 GP장, 소초장, 중대장, 대대장에게도 지급해 지휘통제 여건 보장 ▲부지휘관 대리권을 보장해 지휘관의 휴식 보장을 지휘관 복무 여건 개선 방안으로 꼽았다.⊙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KF-21 공동 개발 인도네시아 연구원 기술 유출 내막

USB에서 핵심 설계 기술인 KF-21 ‘카티아’ 도면 발견

⊙ KF-21 핵심 기술, 美 비공식 지원하에 개발… 美, “인도네시아 공유 안 돼”
⊙ KF-21 기술, 경쟁 기종인 튀르키예 ‘Kaan’에 활용된다면 한국 전투기 산업에 악영향
⊙ 인도네시아, KF-21 개발 성공해도 핵심 기술 이전 안 돼
⊙ 인도네시아 연구원, “KF-21 기술 담긴 USB, 본국에서 가져온 것”
⊙ ‘규모의 경제’ 위해 KF-21 개발에 동참… 개발 분담금 1조4000억원 미지급 상태

 ▲경남 사천 KAI 구조시험동에서 KF-21 하중보정 구조 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사업(KFX)’으로 탄생한 ‘KF-21 보라매’. KF-21은 국산 기술로 만드는 초음속 전투기다. 노후한 우리 공군 F-4 팬텀과 KF-5 제공호 등을 대체할 예정이다. 2026년 양산을 앞두고 시제기를 만들어 한창 시험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완성까지 8부 능선을 넘었다”고 말한다.

KF-21은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생산하는 F-16V와 비교할 때 그 이상의 성능을 내는 것이 목표다. 개발이 완료되면 한국은 KF-21 120대[블록1 40대, 블록2 80대(블록이 높을수록 개량된 성능을 의미)], 인도네시아는 48대(블록1)를 도입할 계획이다.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볼 때 인도네시아의 참여는 전투기 양산(量産) 단가를 낮춰 KF-21의 가격 경쟁력에 긍정적이다.

KFX 사업은 2001년 3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한국형 전투기 개발 의사를 밝힌 후, 사업타당성(예산), 기술 역량 등 각종 검증을 거친 끝에 2016년 1월 시작됐다. KFX 사업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자국 항공 산업 육성’과 ‘검증된 해외 완제품 도입’이라는 두 의견이 맞섰다. 최근 들어 KF-21의 기술력이 검증되자 여론은 KF-21에 대해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KF-21 사업 시작 조건, ‘국제 공동 개발’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0월 17일 KF-21을 배경으로 2023 ADEX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전투기 양산을 제외한 KFX의 총개발비는 약 8조8000억원. 단일 무기 체계로는 건국 이후 최고액이 투자되는 개발 사업이다. 예산을 책임지는 관계 부처는 KFX 사업의 시작 조건으로 개발 비용 일부를 타국과 분담하는 ‘국제 공동 개발’을 내걸었다. 인도네시아는 개발비의 20%에 해당하는 약 1조6000억원을 분담하는 형태로 공동 개발국으로 참여했다. 개발비의 60%는 한국 정부, 20%는 KF-21의 개발생산업체인 KAI(한국항공우주)가 부담한다. 인도네시아는 개발 분담금을 납부하면 시제기 1대를 인도받게 된다. KF-21이 개발되면 인도네시아는 현지에서 48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 10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KF-21이 대중에 공개됐다.

현존 최강의 전투기 F-22 랩터를 닮았다고 해 KF-21을 두고 ‘베이비 랩터’라는 별칭도 붙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 ADEX’ 축사에서 KF-21을 배경으로 두고 “원조와 수입에 의존했던 나라가 이제는 최첨단 전투기를 만들어 수출하는 수준으로 도약했다”고 말했다.

 

순조로운 개발 일정을 밟고 있던 KF-21에 변수가 생겼다. KF-21 공동 개발을 위해 한국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국적 연구원 M씨가 KF-21 설계 기술 자료가 담긴 USB를 반출하려다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M씨의 소속은 인도네시아의 국영항공우주기업인 ‘PTDI(PT Dirgantara Indonesia)’. 우리나라로 치면 국방부 산하 무기개발 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에 해당한다.

인도네시아 측은 2010년대 초부터 연구·기술진(이하 기술진)을 한국에 파견했다. M씨는 2017년 입국했는데 인도네시아 측 기술진을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개발을 위해 인도네시아가 한국에 파견한 기술진 규모는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많을 때는 100여 명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약 30명이 상주하고 있다. 이번 ‘기술 유출’ 사건에 연루된 인도네시아 측 기술진은 책임자 M씨를 포함해 17명이다.

USB 8개(18Gb) 반출 적발

 ▲시제기에 탑승해 시험비행을 한 한국 조종사(왼쪽)와 인도네시아 조종사. 조종석 아래쪽에는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공동 개발을 의미하는 양국 국기가 그려져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그간 인도네시아는 공동 개발 분담금 지급을 미뤄왔다. 개발 분담금 납부 시한은 오는 2026년까지다. 인도네시아가 한국 측에 지금까지 지불한 금액은 약 2200억원이다. 전문가들은 “개발 일정으로 봤을 때 1조원가량은 지급됐어야 했다”고 말한다. ‘USB 반출 적발’ 소식이 알려지자 ‘인도네시아가 개발 분담금은 내지 않고 KF-21 기술만 빼내 가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른바 ‘USB 반출 사건’은 1월 17일 발생했다. 이날 인도네시아 연구원 M씨가 KAI 개발센터에서 KF-21 관련 기술 자료를 담은 비인가 USB를 외부로 반출하려다 보안검색대에서 적발됐다.

이번에 적발된 USB는 총 8개로 18Gb(기가바이트) 분량의 자료가 저장돼 있었다. 개별 자료 건수는 약 6600건에 이른다. 이 USB에는 KF-21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KF-21의 ‘카티아(CATIA)’ 자료(도면 등)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이 지정한 수출통제(EL·Export License) 관련 자료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EL은 미국이 기술 유출 및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수출을 통제하는 첨단 기술을 말한다. KF-21 개발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에만’ 제공하는 것을 조건으로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티아 도면이 유출됐는지, 유출됐다면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사안의 심각성이 결정될 것이다. EL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한국에만 제공하기로 한 기술이 인도네시아로 넘어갔다면 미국 측에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KAI는 USB에 담긴 자료 6600건을 ‘49종’으로만 자체 분류해 정리했다. 이에 대해 KAI 측에 ‘수뇌부의 지시로 자료 규모를 축소한 것 아니냐’고 묻자 KAI는 “최초 ‘정부합동조사단’ 조사 과정에서 USB 내 총 6000여 건의 파일이 확인되었으나, 개인(일반) 자료가 다수 포함돼 있어서 이를 제외한 KAI 관련 자료를 재식별하는 과정에서 자료의 숫자가 줄어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USB에 담긴 카티아 관련 자료는 “도면 설계를 실습하기 위한 ‘연습용’에 불과하다”고 했다.

KF-21 설계의 핵심 도구 ‘카티아’

 ▲KAI 소속 개발자가 카티아를 이용해 KF-21를 설계하고 있다. 사진=YTN

 

카티아는 3D 설계, 항공기 입체 모델링(solid modeling)을 위한 CAD(Computer Aided Design) 프로그램이다. 설계도, 조립도 등 각종 도면을 컴퓨터로 그리는 소프트웨어 도구(tool)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어떤 체계(system)를 개발하기 위해 표준적으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인데 이 카티아를 두고 ‘동시(同時)공학’의 상징이라고도 한다. 동시공학은 개발과 시험, 생산 등 모든 과정을 동시에 반복 진행해 제품 개발 속도를 단축하고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생산 방식을 말한다.

국산 기술로 만든 T-50 초음속 고등훈련기, FA-50 등도 모두 카티아를 이용해 설계했다. 이어 T-50, FA-50을 개발하는 데 활용했던 노하우가 KF-21 개발에도 활용됐다. 프랑스제 전투기 라팔(Rafale), 에어버스사 여객기 A380, 보잉의 787도 카티아로 만들었다.

이론상 카티아의 도면, 설계도가 있으면 해당 물체는 그대로 제작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 기술을 도입한다고 하는 것은 대부분 이 ‘도면’을 사 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카티아를 활용하면 설계부터 제작 등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USB 반출 적발 다음 날인 1월 18일 국가정보원·국군방첩사령부·방위사업청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조사단이 꾸려졌다. M씨는 출국 금지 조치가 이뤄졌다. 대통령실에도 관련 내용이 보고됐다.

KAI는 1월 30일 미국 측에도 USB 반출과 관련해 간략하게 보고했는데 USB에 담긴 구체적인 자료의 내용이나 EL 관련 자료의 존재 여부는 보고하지 않았다.

KAI 자체 조사 경위

KAI는 1월 18일부터 자체 조사를 시작해 2월 8일 4페이지 분량의 조사보고서를 정부 조사단에 제출했다. 자체 조사보고서 내용은 ‘유의미한 기술은 담겨 있지 않다’는 내용이며 요약하면 이렇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도네시아 연구원은 책임자인 M씨를 포함해 총 17명이며 이들 모두를 조사했음 ▲USB를 조사해보니 방산(防産) 관련 기술은 없는 것으로 확인 ▲단순 KF-21 전투기 관련 기술 자료 7건 ▲전투기 관련 기술 7건 중 4개는 KAI가 ‘허여(許與)’, 나머지 3건은 인도네시아 연구원들이 ‘격주 보고서(byweekly report)’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무장 탑재된 KF-21 설계 도면을 무단 촬영한 것 ▲카티아는 인도네시아 연구원들이 연습 삼아 그린 것 ▲인도네시아 연구원 M씨가 반출하려다 적발된 USB조차 연구원들이 본사(기자 주: 인도네시아 PTDI)에서 가져온 것으로 KAI 개발센터에서 사용한 적이 없음 ▲이번 사건은 M씨 주도로 이뤄졌으며 나머지 연구원 16명은 ‘격주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참여한 정황이 확인됨.〉

반출하려다 적발된 USB는 모두 복제돼 국정원, 국군방첩사, 방위사업청에도 사본이 제공됐다. 국정원은 산업보안,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기술보호법, 방첩사는 군사기밀보호법 측면에서 분담해 USB에 담긴 자료를 분석했다.

KAI의 자체 조사(2월 8일)가 끝난 뒤 국정원·방첩사·방위사업청(이하 합동조사단)은 제공받은 USB를 바탕으로 KAI의 보고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조사를 실시했다.

합동조사단은 조사를 마친 후 2월 22일 경찰청에 M씨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일주일 뒤인 2월 28일에는 KF-21 무장 탑재 설계 도면을 무단 촬영한 I씨에 대해서도 출국 금지 조치를 취했다.

M씨가 반출하다 적발된 미인가 USB에는 KAI 개발센터에서 사용한 흔적이 없었다. USB에 담긴 자료의 상당수는 인도네시아어로 기록돼 있다. M씨도 KAI·합동조사단 조사에서 “USB는 본국에서 가져온 것” “본사(PTDI) 전임자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진술했다.

문제는 합동조사단 조사 당시 USB에서 KF-21의 카티아 도면이 발견되자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카티아 전문가가 말하는 카티아

 ▲왼쪽은 미 공군의 F-16 전투기. 오른쪽은 한국이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T-50은 F-16 도면을 바탕으로 카티아로 설계됐다. 두 항공기의 외형이 비슷한 이유다.

 

카티아를 이용해 T-50, FA-50을 개발하는 데 참여했던 전직 KAI 직원 A씨는 이렇게 말했다.

“KF-21 카티아가 유출됐다면 굉장히 심각한 사안입니다. 다만 카티아 도면 모두가 넘어갔는지, 일부만 유출됐는지를 알 수 없어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과거에는 모든 설계를 수작업으로 했잖아요. 카티아는 설계, 조립, 제작, 시뮬레이션 등 공정 과정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관리하는 겁니다. 즉 카티아 자료(도면)와 재료만 있으면 이론상 그대로 똑같이 만들 수 있습니다.”

— 우리나라도 과거 무기 개발 당시 해외에서 기술을 베끼다시피 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됩니다. 우리는 과거 록히드마틴과 협업할 때도 토론해가며 주고받을 기술을 확실히 구분해 공유했습니다. 지금 인도네시아 연구원의 유출 사건은 그런 방식이 아니잖아요. 미국은 인도네시아에 기술이 유출되는 걸 굉장히 꺼립니다. 그래서 한국이 인도네시아와 기술 공유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 이번 사안을 어떻게 봐야 합니까.
“이해 당사자마다 입장이 다르죠. 우리 입장에서는 인도네시아가 고객이니 같이 가야 하죠. 그래야 나중에 양산 물량도 늘어나니까요.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기술을 하나 더 배우고, 빼내려고 하겠죠.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존재가 달갑지는 않죠.”

— KF-21 카티아 도면이 인도네시아로 유출됐고 이 도면이 다시 우리나라와 경쟁 기종을 개발하고 있는 튀르키예(터키) 같은 나라로 넘어간다면 그 나라 전투기 개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까.
“그렇죠.”

A씨는 “미국이 제공한 F-16 도면을 바탕으로 국산 초음속 훈련기 T-50을 카티아로 형상화(形象化)해 개발했고 이를 바탕으로 FA-50을 성공시켰다. KF-21 개발에도 T-50, FA-50의 노하우가 모두 담겨 있다”며 “한국 전투기 개발의 노하우가 담긴 프로그램이 카티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F-21 도면이 다른 나라로 만약 넘어갔다면 그 나라는 시간을 절약하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USB에 美 자료 있다면 큰일

전문가들은 “USB에 미국이 ‘비공식으로’ 지원하는 기술이나 수출통제(EL) 기술이 있을까” 우려한다. “향후 미국 측에서 문제를 제기할 경우 KF-21 연구개발진 입장에서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KF-21은 국산 기술로 개발하고 있지만 일부 핵심 기술은 미국의 ‘비공식 지원’ 아래 개발했다. 대표적으로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추적 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획득 추적 장비(EOTGP) ▲전자파 방해 장비(RF Jammer) 등이 있다.

2015년 4월 우리나라는 KF-21 개발을 앞두고 미국에 위 4가지 기술을 포함해 최신예 전투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당시 미국은 공식적으로 거절했다. 대신 미국은 비공식적으로 첨단 기술 개발을 도왔고 이 첨단 기술이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 넘어가는 것은 원치 않았다.

 

일부에서는 KF-21의 개발이 완료되면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도 KF-21 기술을 이전받을 텐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공동 개발국이지만 KF-21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한국으로부터 이전받을 수 있는 기술은 제한된다. 계약상 인도네시아는 일부 구조 설계와 구조물 제작, 항공기 제작 분야에 대한 기술을 습득하는 것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가 KF-21을 도입해 운용하다가 문제가 생겨도 수리는 한국 기술자가 맡도록 돼 있다.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1조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고 향후 50대 가까운 전투기를 양산하더라도 항공기 개발의 핵심인 체계 통합 설계와 각종 항공전자 장비 기술은 ‘계약상’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나 KF-21의 항공전자 장비는 한국이 적극 보호하는 핵심 기술이라 인도네시아는 개발 과정에서부터 배제돼왔다. KF-21에 탑재되는 AESA 레이더와 전자전 체계는 인도네시아가 가장 탐내는 기술이다. 여기에 KF-21 기술 중 상당수는 그 원천이 미국제이다. 미국은 앞서 밝힌 대로 이슬람권에 자국 첨단 무기 개발 기술이 유입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KAI, 보안 문제 지속적으로 제기돼

 이번 기술 유출과 관련해 KAI는 “방산 기밀이 유출된 게 아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방산 기밀로 마땅히 지정해야 할 기술을 기밀로 지정하지 않아 보호받아야 할 기술이 보호받지 못하게 된 것”이라며 “1차 책임은 최초 생산권자인 KAI에, 2차 책임은 주무관청인 방위사업청에 있다”고 말한다. 또 과거 KAI는 북한 소속으로 추정되는 해커 조직으로부터 KF-21 관련 자료를 해킹당하는 등 보안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방첩당국 관계자는 “KF-21은 우리나라가 타국과 처음으로 한 무기 공동 개발”이라며 “이번 USB 반출 사건은 공동 개발과 관련한 관계 법령이나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다. 관련 법령을 촘촘히 해 우리 방산 기술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USB 사건을 계기로 KF-21 개발 기술이 인도네시아를 거쳐 튀르키예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튀트키예의 TAI(튀르키예 항공우주산업)도 자국산 전투기 개발 사업(TF-X)을 진행하고 있다. 모델명은 ‘Kaan’이다. 향후 동남아 등지에서 중급(middle) 전투기 시장을 놓고 한국의 KF-21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지목된다.


KF-21 기술, 튀르키예로 흘러갔나

 ▲향후 중급(middle) 전투기 시장에서 잠재적 경쟁자가 될 튀르키예의 Kaan. 한창 개발 중이다. 외형도 KF-21과 유사한데, 이는 스텔스 기능을 가진 전투기들이 레이더 반사 면적을 줄이기 위해 공통적으로 다이아몬드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사진=TAI

 

튀르키예는 전투기 개발이 한창일 때 기술적 난관에 부딪혀 우리 방사청에 기술 협력을 요청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거절했다. 2023년 5월 Kaan이 처음 대중에 공개됐을 때만 하더라도 기술력 부족으로 ‘비행’ 대신 활주로를 달리는 ‘택싱(taxing)’만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Kaan은 8개월 만인 지난 2월 14일 첫 비행에 성공했다. 어려움을 겪었던 튀르키예가 비행에 성공한 것을 두고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한 외국인 연구원의 기술 유출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며 “향후 KF-21을 비롯해 우리 항공산업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KF-21 기술이 인도네시아에 얼마나 유출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KAI는 “인도네시아와 2016년부터 공동 개발을 하고 있으며 공동 개발에 필요한 기술 자료는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제공이 허용되지 않은 자료가 인도네시아 측에 넘어갔는지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3월 중 최종 보고 후 미국 정부의 EL 규정에 따라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04.05 총선 와중에도 쉴 틈 없이 전진하는 北의 전략 무기 5대 과업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탄두)를 장착한 신형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의 첫 시험발사를 지난 2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신형 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가 넘는 속도로 비행하는 데다 변칙 기동이 가능해 추적과 요격이 까다롭다. 지난 1월 발사 때보다 개선된 엔진을 탑재해 사거리를 늘리고, 탄두를 원뿔형에서 글라이더형으로 교체해 변칙 기동 능력을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막기가 버겁다.

 

김정은은 이번 발사를 참관한 뒤 “모든 미사일의 핵무기화를 완전무결하게 실현했다”고 했다. 미 본토를 겨냥한 ICBM뿐 아니라 대남 공격용 단거리 미사일, 주일 미군 기지와 괌을 사정권에 둔 중거리 미사일에도 핵을 탑재해 실전 배치를 마쳤다는 주장이다. 과장과 허풍이 섞였겠지만 분명한 건 김정은이 모든 역량과 자원을 핵·미사일 개발에 집중 투입하고 있으며, 그 결과 놀라운 속도로 기술적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북은 김정은이 2021년 1월 공개 지시한 ‘전략 무기 5대 과업’을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 5대 과업이란 극초음속 미사일, 다탄두 유도 기술, 고체 연료 ICBM, 핵 추진 잠수함, 정찰위성 개발을 가리킨다. 북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 중 최소 3개를 완성했고 나머지도 완성 직전이다. 2026년 차기 당 대회 전까지 완수한다는 게 목표지만 당장 올해 또는 내년 ‘조기 달성’ 발표가 나온다 해도 이상할 게 없을 것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에 막대한 탄약과 군사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 대가로 군사 기술을 지원한다는 의심을 받는다. 3차 시도 끝에 발사에 성공한 정찰위성뿐 아니라 급속한 기술 진전을 이룬 각종 무기들이 러시아 지원의 결과일 수 있다. 최근 정부는 북한을 출발해 러시아로 가던 화물선을 제재 위반 혐의로 나포했다. 러시아 수출용 북한 석탄이 가득 실렸다고 한다. 이번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제재를 농락하며 북을 돕는 데 있어선 중국도 러시아에 뒤지지 않는다. 우리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일들이 지금 이 시각에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총선 국면이라고 해서 간과해선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

 

04.05 확증파괴 능력 없이 핵 공격 감행은 자살 행위일 뿐

북한은 한국에 핵 공격 할 수 있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모든 미사일의 핵무기화를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화성-16나’형이라고 명명한 초음속 미사일 발사가 성공했다며, 이로써 북한이 보유한 단거리·중거리·장거리 미사일의 고체연료화와 탄두 조종 능력을 갖췄다고도 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한·미 군 당국의 요격을 피해 기습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가공할 파괴력의 핵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게 된 셈이다.

김정은 “모든 미사일 핵무기화”
한·미 훈련 맞서 남침 계획 점검
전쟁은 북 정권 종말 가져올 뿐
군, 건설에 투입하는 편이 현명

 김 위원장의 이런 언급은 지난해 말 남북관계를 ‘두 개의 적대적인 국가 관계’로 규정한 기조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지난 2월 8일 건군절에 “한국 영토를 점령, 평정하는 것이 국가의 최고 목표인 국시”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른바 ‘전쟁할 결심’을 연이어 발신한 것이다. 특히 지난달 한국과 미국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자유의 방패’ 연합 훈련을 시작하자, 노골적으로 남침 시나리오를 점검했다.

 

북한의 전쟁 시나리오

북한이 구체적인 작전 계획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최근 북한의 움직임, 특히 최근 시도하고 있는 각종 미사일 시위를 통해 남침 시나리오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전쟁 시나리오의 시작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군사 충돌이다. 한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경우 북한은 이를 빌미로 전방에 배치한 장사정포나 다연장로켓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공격하고, 전차와 기갑사단을 동원해 남침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또 전쟁 초기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저위력 핵으로 불리는 전술핵을 사용할 수도 있다.

 

한·미는 연합 작전 계획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대규모의 증원군을 파병하게 되어 있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부분이다. 그런 만큼 북한이 미군이나 연합군의 증원을 저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란 건 상식이다. 괌과 일본 내 유엔사 후방 기지 등을 공격하기 위해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유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보인 행보는 정확히 이 시나리오에 기초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6일 서해 북방한계선을 공격하는 서부지구 작전훈련기지에 대한 현지 지도를 시작으로, 수도권 타격 임무를 부여한 포병부대(7일), 전차부대 훈련(13일),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초대형 방사포 사격 훈련(18일)을 연달아 챙겼다. 그의 발걸음은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엔진 연소 실험(19일)과 지난 2일 일본과 괌까지 날아가는 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로 이어졌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북한은 정말 한국을 침략할 수 있을까. 미국 내 일부 대북 협상파들의 분석처럼 김정은이 제2의 한국전쟁을 결심했을까. 특히,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가 수차례 공언한 것처럼 한국을 핵으로 선제공격에 나설 수 있을까.

 

북한의 핵 사용 계획은 ‘희망사항’

물론 북한이 핵을 동원한 전쟁에 나설 수는 있다. 하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북한의 핵 선제 사용은 희망 사항일 가능성이 크다. 군사전략과 핵교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북한은 답이 없는 수수께끼다. 북한이 추진하는 전략은 역사적 사례나 이론적 측면에서 모두 생소하기 때문이다.

 

핵을 사용하기 위해선 2차 공격 능력 확보가 필수다. 내가 핵을 사용했는데 상대가 더 많은 핵으로 공격해 온다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확증 보복 능력’이라고도 불리는 2차 공격 능력을 못 갖춘 국가가 미국 같은 핵 능력 보유 국가를 상대로 핵전쟁을 시도하는 건 자살 행위다. 북한은 미국과 대등한 핵 능력을 갖출 수 없다. 미국은 핵 대응의 3대 요소인 사용 억제, 사용 시 방어, 사용 후 반격 측면에서 모두 절대 우세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정찰위성 한 기를 발사했지만, 정찰 능력은 미국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사용할 조짐을 위성과 다양한 정찰 장비로 사전에 탐지할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 움직임이 명확하다면 정밀 타격을 통해 저지할 수 있다. 이는 ‘작전계획 5015’의 일부이기도 하다. 사전 제거에 실패하더라도 알래스카와 미 본토에 구축된 미사일 방어체계로 요격에 나선다. 이마저도 실패한다면 잠수함 발사 트라이던트 II 등의 전략핵 등 고위력 핵무기로 북한을 사실상 ‘확증 파괴’ 할 수 있다. 이른바 대량 응징보복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자신들이 전쟁을 시작할 수 있고, 특히 재래식 전쟁과 핵전쟁을 섞어 초기부터 핵을 사용하겠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이 대표적이다.

 

한반도 전쟁 시 김정은이 가장 큰 타격

일각에선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저위력 핵을 사용한 후, 미국에 “핵 보복 공격을 할 경우 미 본토를 전략핵으로 타격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북한이 전쟁 초기 한국의 소도시나 인구가 분산된 지역을 저위력 핵으로 공격하여 공포심을 극대화한 뒤, 미국이 핵으로 반격하려 하면 화성-15·17·18형 등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실어 워싱턴 DC를 공격하겠다고 협박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핵 보복을 막으려 한다는 가정이다. 북한 입장에선 전면적인 핵전쟁을 하지 않고도 미국의 개입을 막고 전쟁 승리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의도한 대로 될까. 우선 한·미가 보유한 미사일 다층 방어체계를 뚫기 쉽지 않다. 한·미의 ‘방패’를 뚫더라도 북한 입장에선 문제가 생긴다. 남한 대부분은 인구 밀집 지역이므로 대량 핵 피해가 불가피하다. 즉, 북한이 남한을 핵으로 공격하는 순간 전면전으로의 확전은 불가피하다.

 

한국은 핵이 없지만, 대형 탄두 탑재가 가능한 현무 5와 각종 정밀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 F-35 스텔스기 등을 동원해 북한 지도부 제거에 나설 수 있다.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면 미국도 핵으로 북한을 응징할 것이다. 핵우산이다. 미국이 북한의 본토 공격을 우려해 핵 사용을 주저하기보다는 오히려 북한의 추가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훨씬 더 강력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한·미 연합 전력의 막강한 대응에 직면하고, 이는 정권 종말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스스로 파멸하겠다는 비이성적 판단을 하지 않는 한 전쟁 결심은 쉽지 않다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가장 많은 걸 잃게 되는 사람은 한반도 ‘최고 부자’이자 북한의 독점 권력 소유자인 김정은이다.

 

북한이 재래식 무기와 핵전쟁을 혼합하겠다며 위협 수위를 높이더라도 한·미가 압도적 대응 의지와 능력을 갖춘다면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 그 핵심은 어떤 종류의 핵 공격에도 정권 종말로 이어지는 대규모 응징보복을 가한다는 메시지와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54·5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미국의 핵 태세 보고서 등에서 명시한 것처럼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고, 핵 공격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한다”라는 경고를 뒷받침할 수 있는 억제 능력을 갖춰야 한다.

 

나아가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않는 한 미국이 북한을 향해 핵을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는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방침을 천명한다면 확전을 막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이는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면 핵으로 대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신중해야

반면, 국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미국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 주장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전술핵의 재배치는 북한의 저위력 핵무기에 대응해 미국도 제한적 또는 비례적 대응에 그친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군사력으로 한국 영토 전체를 점령하는 ‘영토 완정’을 주장하고 있지만, 전쟁은 김일성으로부터 70여년간 이어진 백두혈통 통치체제 종말을 초래한다. 한·미 작전 계획은 북한의 선제공격을 절대 전제로 작동한다. 따라서, 북한은 “칼을 쳐서 쟁기를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드는” 선택이 오히려 현 체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이 지난달 4일 국방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밝힌 것처럼 인민의 복리 증진을 위한 경제건설에 대규모 군병력을 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전쟁할 결심을 접고 경제를 살리는 것이 현재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다.

 중앙일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04.07 “아빠와 함께 활짝 필게” 천안함 용사 딸 편지 영상 1000만명이 봤다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고(故) 김태석 원사의 딸 김해봄씨가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낭독한 영상 조회 수가 약 1000만을 기록했다. 정부 부처에서 만든 영상이 조회 수 1000만회를 기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달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폭침 희생자인 고(故) 김태석 원사의 딸 김해봄 씨가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22일 진행된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한 김태석 원사의 막내딸 김해봄씨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들으며 눈물을 닦고 있다(왼쪽 사진)./연합뉴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한 천안함 피격 고(故) 김태석 원사의 자녀 김해봄씨를 격려하고 있다. /뉴스1

 

국가보훈부 인스타그램에 릴스 영상으로 올라온 김해봄씨 영상 조회 수는 7일 현재 998만이다. 천안함 폭침 희생자 유족인 김해봄씨는 지난달 22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9 서해 수호의 날’에서 아버지 고 김태석 원사를 향한 그리움을 담아 쓴 편지를 낭독했다.

 

김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빠 벌써 봄이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어. 올해 2월 고등학교 졸업식 때 친구들이 아빠와 같이 사진 찍는 모습을 보는데 아빠 생각이 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마워 아빠.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고 아빠를 존경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게 해주어서. 따뜻한 봄에 아빠와 함께 활짝 피어날 테니 나를 꼭 지켜봐 줘. 꽃이 많이 핀 날 아빠의 빛나는 봄, 햇살 같은 내가 꼭 소식처럼 찾아갈게”라고 했다. 그는 ‘서해의 별’이 된 아버지에게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해낼 거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마. 항상 꼭 지켜보고 응원해 줘. 아빠가 내게 아주 커다란 힘이란 걸 꼭 알았으면 좋겠어. 사랑해요 아빠”라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해당 영상엔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영상을 본 이들은 “나라 지키다 순직한 분들은 잊혀 가는 게 슬프다. 잊지 않고 꼭 기억하겠다” “대한민국을 지켜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같이 눈물 흘렸다. 나라를 지켜주신 분들 너무 감사하다” “영웅의 따님이시다. 아버님의 용기와 희생에 감사드린다”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고 김태석 원사와 같은 동네에 살았다는 이모씨는 “같은 동네 살아서 어렸을 때 지나가며 뵀던 분이라 더 슬펐고 천안함 폭침 후 온 동네가 초상집이었다”며 “나라를 위해 열심히 살다 희생하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잊지 않겠다”고 했다.

 

영상에선 김씨의 편지 낭독에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도 김씨의 편지 낭독을 들으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고, 붉어진 눈으로 김씨를 만나 “아버님께서 너무 예쁜 딸들을 두셨다. 항상 응원하겠다”고 했었다.

 

보훈부의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어가 3만5000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1000만에 가까운 김씨 영상 조회 수는 이례적이다. 인스타 릴스 동영상을 주로 즐기는 연령대가 김씨와 같은 또래인 20대인 만큼 젊은 층의 호응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해군 제2함대사 소속 천안함은 지난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서남방 2.5km 해상에서 경계 임무 수행 중 북한 잠수정의 기습 어뢰 공격으로 침몰해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했다. 당시 37세였던 김태석 원사는 천안함 폭침 12일 만에 함미 절단면에서 발견됐다. 김태석 원사는 해나와 해강, 해봄 세 딸을 두고 있었고, 당시 다섯 살 막내딸이던 해봄씨는 올해 대학교 신입생이 됐다.

조선일보 김민서 기자

 

04-08 천만 울린 ‘천안함 딸’ 영상… 이런 애국심이 나라 지킨다

지난달 22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낭독됐던 김해봄(19) 양의 ‘해가 빛나는 봄에’ 영상 편지가 수많은 국민을 울리고 있다. 김 양은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때 전사한 고 김태석 원사의 막내딸로, 당시 다섯 살이었다. 그날 행사장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등 많은 참가자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엄청난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국가보훈부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에 올라온 해봄 양의 영상 조회 수가 7일 기준 1000만에 육박했고,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널리 전파되고 있다.

전체 영상은 3분, 릴스 영상은 1분에도 못 미치는 짧은 분량이고, 현란한 표현도 없는 소박한 메시지임에도 이렇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진정한 애국에 대한 울림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아빠 봄이네”라는 첫마디부터 울먹이면서도 해봄 양은 하늘의 아빠에게 보내는 글을 끝까지 읽어내려갔다. “얼마 전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친구들이 아빠와 사진 찍는 모습을 보는데 아빠 생각이 나더라”면서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고 아빠를 존경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게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해당 영상에는 수천 개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이런 애국심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힘이다. 그런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념식에 불참한 채 인근 지역 유세에서 “중국에 셰셰하면 된다”고 했다. 천안함 유족들은 조한기(충남 서산·태안), 노종면(인천 부평갑), 박선원(인천 부평을), 권칠승(경기 화성병), 장경태(서울 동대문을) 후보 등 5명을 ‘천안함 망언 5적’으로 규정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모두 민주당 소속인데도 민주당은 계속 외면한다.

문화일보 사설

 
 

04.08 軍 정찰위성 2호기 탑재한 우주발사체 ‘팰컨9′ 발사

▲8일 오전(한국 시각) 군사정찰위성 2호기가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탑재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스페이스센터 발사장에 기립 상태로 있는 모습. /국방부

 

한국의 두 번째 군사 정찰위성을 탑재한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Ⅹ의 발사체 ‘팰컨9′가 한국시각 8일 오전 8시 17분(현지시각 7일 오후 7시 17분) 미 플로리다주 소재 케네디 스페이스센터에서 발사됐다. 작년 말 첫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한 지 3개월여 만이다.

 

발사 44분여 후 추진체에서 정찰위성이 분리돼 궤도에 진입하고 그로부터 9분여 후 해외 지상국과 첫 교신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상국과의 교신에서 위성체 상태가 정상으로 확인되면 정찰위성 발사는 성공이다.

 

이번에 발사된 정찰위성 2호기는 ‘영상레이더(SAR) 위성’이다. 경사 궤도를 돌면서 레이더에서 전파를 순차적으로 발사한 뒤 굴곡면에서 반사돼 오는 신호를 수신해 영상을 생성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구름이 끼거나 악천후에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되는 와중에 전천후로 초고해상도 영상을 확보할 수 있는 독자적 감시정찰 능력이 증대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04.09 北 노예 노동으로 만든 수산물이 우리 밥상에 오른다니

▲중국서 팔리고 있는 北 수산물 - 한국 식탁에 오른 바지락, 오징어 등 일부 중국산 수산물은 중국 가공 회사들이 북한 노동자 최소 수백 명을 고용해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둥강의 한 수산물 도매시장에서 북한산 추정 제품을 비롯해 수산물을 판매하는 모습. /단둥=이벌찬 특파원

 

북한 주민들의 강제 노동으로 생산한 중국산 수산물이 우리 밥상에 오르고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가 방문 조사한 중국 단둥의 수산물 가공 공장 3곳에서 파악한 물량만 2020~2022년에 420t이었다. 북 노동자 400여 명이 손질한 이 수산물은 모두 중국 다롄항에서 부산항을 거쳐 전국으로 유통됐다고 한다. 품목은 바지락, 오징어, 명태, 우렁이 등으로 다양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이 제품들에 ‘껍데기 없이 살만 있어 먹기 편하다’는 리뷰를 달았다. 제3국이 북 노동자를 고용하는 일부터가 유엔 제재 위반이다. 이들이 벌어들인 돈은 김정은 정권의 대량 살상 무기 개발에 쓰인다. 한국 소비자들이 부지불식간에 한국민을 살상할 무기 개발을 돕는 셈이다.

 

국내에 유통됐다는 수산물 420t은 빙산의 일각이다. 중국엔 이런 수산물 가공 공장이 수십, 수백 곳에 이르고 여기서 일하는 북 노동자 규모는 파악조차 쉽지 않다. 북 노동자를 훨씬 많이 고용하는 분야는 섬유·봉제 쪽이다. 동북 3성을 중심으로 중국 전역에서 수만 명이 일한다. 러시아에 파견되는 벌목공을 비롯해 건설 노동자, IT 일꾼, 식당 종업원 등이 전 세계에 흩어져 외화를 번다. 모두 합치면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2017년 말 북 노동자 송환을 의무화한 유엔 결의가 채택됐지만 중국 러시아는 무시한다. 노동 비자 대신 학생, 관광, 기술 연수 비자를 발급하는 수법을 쓴다.

 

중국 러시아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현실은 노예 노동 그 자체다. 제일 먼저 여권을 압수당한다.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하루 15~18시간 근무는 기본이다. 컨테이너 등 더위와 추위에 그대로 드러난 곳에서 산다. 좁은 곳에 합숙시키며 서로를 감시하게 한다. 여성 노동자들은 성적으로 학대당한다. 러시아 벌목공으로 탈출한 사람은 “짐승처럼 살았다”고 증언했다. 월급은 지역·업종에 따라 200~3000달러다. 이 중 80~90%를 전쟁 준비 자금, 충성 자금, 세금·숙식비 명목으로 북한 당국이 원천 징수한다.

 

그래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해외 파견 노동자가 선망 대상이다. 당국이 임금을 아무리 많이 떼 가도 돈벌이가 아예 없는 북한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그나마 해외 문물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노예 노동에 선발되기 위해 뇌물까지 준다. 북한 당국은 이를 이용해 가혹한 노동을 강요한다. 착취를 못 견디고 도망치거나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한다. 올 초 중국 지린성에선 북 노동자 수천 명이 북한 당국의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파업과 폭동을 일으켰다.

 

북 주민의 노예 노동으로 생산한 제품이 국내에 유통되는 것은 인도주의와 인권 측면에서도 용납할 수 없다. 정부는 이런 식으로 국내에 유통되는 제품을 하루빨리 파악해 판매·수입·유통을 금지해야 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 5·24 제재 등 근거는 너무나 많다. 외국 비영리단체도 파악한 사실을 정부 당국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부터 부끄러운 일이다. 북 노동자를 고용하는 해외 기업들을 제재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미국, 캐나다, EU, 노르웨이 등은 이런 기업들을 ‘인권침해자’로 규정해 입국 제한과 자산 동결 등 표적 제재를 가하는 ‘마그니츠키법’을 이미 도입했다. 한국판 마그니츠키법을 22대 국회에서 논의했으면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10 순조로운 독자 정찰위성 확보, 안보의 중요한 이정표

▲우리 군의 군사정찰위성 2호기가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스페이스센터 발사장에서 발사되고 있다. /SpaceX

 

우리 군이 지난 8일 발사한 정찰위성 2호기가 우주 궤도에 정상 진입해 교신에 성공했다. 몇 개월간 운용 시험 평가를 거친 뒤 대북 감시·정찰 작전에 본격 투입될 예정이다. 작년 12월 발사한 1호기와 다른 점은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를 탑재했다는 것이다. 전자광학(EO)·적외선(IR) 촬영 장비를 실은 1호기는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지만 구름이 끼는 등 악천후엔 성능이 제한된다. 반면 전자파를 사용하는 SAR은 날씨나 주·야간 할 것 없이 운용이 가능하다. 군은 내년까지 이런 SAR 위성 3기를 추가 발사할 예정이다.

 

군이 정찰위성을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신속 대응하기 위함이다. 200대에 가까운 북 미사일 발사대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한다. 정찰위성 외에 확실한 방법이 없다. 지금까지 우리 군의 독자적 감시·정찰 자산은 군사분계선 부근 상공에 띄우는 금강·백두 정찰기와 무인기 등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2018년부터 작년까지는 9·19 남북 군사 합의에 묶여 제대로 운용하지 못했다. 사실상 미국의 정찰위성과 전술 정찰기들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군은 이것을 ‘한미 연합 자산’이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냉정하게 볼 때 미군 정보를 귀동냥해 온 것이다. 전시작전권 전환 역시 우리 군의 독자적 대북 감시 정찰 능력 없이는 어불성설이다.

 

이제라도 정찰위성을 확보하게 된 건 다행이지만 5기가 모두 작전 배치돼도 대북 감시 주기는 2시간 수준이다. 유사시 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수십, 수백 발 발사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감시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 당국은 2030년까지 초소형 SAR 위성 약 40기를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이러면 감시 주기는 30분 간격으로 준다. 북한도 한미의 탐지·요격망을 피하기 위해 골몰하겠지만, 촘촘한 정찰 위성망을 구축하고 독자적 고고도 정찰 드론을 확보하면 실질적인 대북 억제력을 가질 수 있다. 순조로운 대북 정찰위성 확보는 우리 안보에 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4-16 우주 사이버 안보, 발등의 불 됐다

남북 사이에도 우주전쟁 시작
군 정찰위성 5기 내년까지 확보
北의 지상 기반 전자전 위협적

위성 무력화할 무기 개발 한창
한국은 청사진조차 없이 방관
우주항공청 안보 마인드 절실

우리 군이 지난 8일 정찰위성 2호기 발사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한 데 이어 내년까지 정찰위성 5기를 운영할 계획인데, 2030년까지 초소형 군사위성도 수십 대 더 쏘아 올릴 예정이다. 북한도 군 정찰위성 2호기를 곧 발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3차례의 시도 끝에 정찰위성 1호기를 궤도에 올렸고, 올해 정찰위성 3기를 추가로 발사한다고 한다. 군 정찰위성 발사를 놓고 남북이 이처럼 앞뒤를 다투는 ‘우주전쟁’이 촉발된 모양새인데, 이에 더해 우주 사이버 공간의 안보를 위협하는 ‘또 다른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현재 북한은 한·미 우주 자산에 대한 물리적인 요격은 하지 못하더라도 사이버·전자전 공격을 가할 능력은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월 스티븐 와이팅 미 우주사령관은 북한이 미국의 우주 시스템을 위협할 지상 기반 전자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3월 북한은 한미 연합 ‘자유의 방패(FS)’ 훈련 기간에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을 시도했다. 북한은 지난 2010년부터 간헐적으로 전파 교란 시도를 해왔는데, 2016년에는 고출력 전파 교란을 가해 큰 피해를 줬다. 한편, 우주발사체·위성을 개발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대한 북한의 지난해 해킹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최근 중국의 위성통신 해킹 문제도 불거진 바 있다.

다양한 수법의 해킹 공격을 통해 위성 시스템을 교란하거나 무력화해 물리적 손실을 일으킬 우주 사이버 안보 위협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지상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도 큰 위협이다. 최근에는 위성 정보·데이터의 탈취·손실·조작이 쟁점이 됐다. 전자기파 공격으로 인한 위성 전파의 방해·교란·변조도 위성 해킹과 맥을 같이한다. 최근 인공위성의 수량이 늘어나면서 사이버 안보 위협이 더욱 민감한 논란거리가 됐다. 낙후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데다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쉽지 않은 위성 시스템의 고유한 특성은 사이버 안보상의 취약성을 더욱 가중시킨다.

지난 2022년 9월 유엔에서 위성요격미사일의 실험 중단을 결의하면서 물리적 공격의 여지는 줄었지만, 우주 사이버·전자전의 추세는 오히려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미국 위성 통신 기업 비아샛(Viasat)의 통신위성에 사이버 공격을 가했다. 미국 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인 스타링크도 전자전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성항법 교란 작전은 이전과는 다른 규모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미국 인공위성을 무력화할 핵전자기파(EMP) 무기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 중국도 적성국 위성을 무력화할 최첨단 사이버·전자전 무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러시아 또는 중국과 전쟁을 벌일 경우, 자국의 우주 감시·정찰·통신·항법 시스템을 위협할 사이버·전자전 공격에 대비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20년 9월 서명된 ‘우주정책지침-5(SPD-5)’는 미국이 취할 우주 사이버 안보 정책의 원칙을 최초로 제시했다. 미 상원은 지난해 5월 ‘위성사이버안보법’을 재발의하기도 했다. 미 국방부는 저궤도 소형 위성망 구축과 신형 우주무기 개발에 5년 동안 140억 달러(약 19조 원)를 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미국은 파이브아이즈(Five Eyes) 5개국 및 프랑스, 독일 등과 우주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는 국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우주 사이버 안보 전략’의 번듯한 청사진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우주 안보 전략’이 있어도, 그 내용은 우주 물체의 궤도상 충돌이나 지구 추락 등 물리적인 위험에 대한 대책이 주를 이룬다. 위성 정보·데이터에 대한 사이버 안보 관념도 최근 들어서야 눈을 뜬 정도다. 오는 5월 말 우주항공청(KASA) 발족을 계기로 포괄적인 우주 전략이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연구·개발(R&D) 마인드’가 앞서고 ‘우주 사이버 안보 마인드’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주 사이버 안보 전략과 국가안보 전략 전반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국가안보실의 총괄 기능도 시급히 가동돼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04-17 軍 밥그릇 싸움에 요원한 ‘아이언돔’

이스라엘의 시리아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3일 감행한 이란의 대규모 공격에는 이스라엘군 발표 기준으로 총 331발의 미사일과 자폭 드론이 동원됐다. 이스라엘군은 97.8%의 기록적인 요격률을 보이며 단 1명의 사망자도 없이 성공적으로 작전을 수행했다. 탄도미사일은 110발 중 103발을 요격했고, 순항미사일 36발과 자폭 드론 185발은 모두 요격했다. 요격 못 한 탄도미사일 7발은 빈 들판이나 산지에 떨어졌다니, 피해가 전무하다는 이스라엘의 발표도 이해가 된다.


이스라엘 방공작전의 놀라운 성공 요인은 다층방공망과 합동지휘체계에 있다. 아이언돔을 개발해 포탄과 로켓탄 요격 체계를 갖췄으며, 저고도·중고도·고고도 탄도미사일 요격체계인 다윗의 돌팔매(David’s Sling)·애로2·애로3를 개발했다. 이스라엘은 경상북도 정도인 국토 면적을 지키기 위해 고도를 5단계로 나눠서 방공무기를 다층으로 준비했다. △고도 10㎞ 아래는 아이언돔 11개 포대 △15㎞까지는 다윗의 돌팔매 2개 포대 △25㎞까지는 PAC-3 8개 포대 △50㎞까지는 애로2 2개 포대 △100㎞ 이상은 애로3 1개 포대가 맡는다. 그리고 이 모든 방공 시스템을 통합 지휘하는 합동지휘통제 시스템을 갖춰 효율적인 요격작전을 펼 수 있다.

그러면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 미사일과 로켓의 위협을 받는 우리나라는 어떤가. 고도 5㎞ 아래를 담당하는 육군과 그 위를 담당하는 공군으로 구역이 나뉘어 있고, 해군은 아예 방공작전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 노력이 20년간 이어져 왔다. 저고도방공망(LAMD)이라는 개념을 따로 만들어 육군이 지휘토록 했다. 이른바 밥그릇 싸움이다.

그런데 이게 기가 차는 일이다. 해군 군함에서 쓰는 ‘해궁’ 미사일을 개조해서 육상용으로 쓰는데 사거리 20㎞에 고도 10㎞ 이상의 미사일을 굳이 성능을 줄여 사거리 10㎞, 고도 5㎞로 낮췄다. 그걸 넘어가면 공군용이 되기 때문이다. 가격은 1발에 6억 원. 아이언돔은 사거리 70㎞에 고도가 10㎞이면서 가격은 7000만 원이다. 가격은 8배 이상 비싸고 성능은 절반도 안 된다. 아이언돔 수십 개 포대를 기술 도입해 국내 생산하고도 남을 돈을 육군용 미사일에 퍼부어 자기 사단 지역 방공만 하는 것이다. 그마저도 성능을 일부러 절반 이하로 다운했고, 요격 지휘도 따로다.

좁은 반도 지형인 우리나라 특성상 바다에서 작전하는 군함의 장거리 요격미사일 효율성은 대륙국가보다 압도적이다. 이지스함에서 사용할 수 있는 SM-3 미사일은 이스라엘의 애로3와 비견되는 다층 방공의 핵심 자산이다. 최대사거리 2500㎞에 고도 1500㎞까지 커버하고, 적 탄도미사일의 속도가 가장 느린 상승 단계에서부터 중간 비행 단계에 요격하는 것이 특화된 미사일이라 요격 잔해가 우리 영토에 떨어질 일도 없는 최선의 요격 체계다. 그러나 해군의 SM-3 도입을 육군과 공군이 20년째 막고 있다. 공군은 해군의 밥그릇 넘보는 게 달갑지 않고, 육군은 해군에 예산이 많이 가는 걸 원치 않는 것이다.

지금처럼 국민 생명과 국가 안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군(自軍)과 업체의 밥그릇만 생각하는 행태가 계속되는 한, 세금은 낭비되고 이스라엘군의 능력은 그저 먼 나라 이야기가 될 뿐이다.

문화일보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04.18 단 1%도 놓쳐서는 안 된다…빈틈없는 통합 방공망 절실

중동에서 또 다른 전쟁이 터질 조짐이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데 이어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늦은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이란이 드론과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타격했다. 이란의 드론 180여대와 순항미사일 30여기, 탄도미사일 120여기 등이 이스라엘로 날아갔다.

이란 공격…이스라엘 “99% 요격”
사전 경고 있었고, 미국도 도와
북한 섞어 쏘면 방공망 과부하
‘따로국밥’식 대응으로는 곤란

 이스라엘은 이 중 99%를 요격했고, 피해는 경미하다고 밝혔다. 군사적 성공이라 평가할 순 없지만, 이란은 나름 정치적 효과를 거뒀다. 이란은 사전 경고를 여러 번 하면서 이스라엘에 시간을 벌어줬다. 이로써 시리아의 자국 영사관을 폭격한 이스라엘에 보복하면서도 확전에 대한 책임을 피해갔다. 17일 현재 이스라엘은 속으로 부글부글 끓으면서도 즉각적 군사 대응을 망설이고 있다.

 

그래도 이스라엘은 단 한 대의 드론이나 단 한 기의 순항미사일이 자국 영공에 침범하지 않았고, 25기가량의 순항미사일을 국경 바깥에서 격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좀 더 복잡했다. 미 공군은 이란의 드론·순항미사일·탄도미사일 330기 중 절반이 비행 도중 기술적 문제를 겪은 것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미국이 남은 160여기 중 과반을 격추했다고 미국의 탐사전문 매체 ‘인터셉터’가 보도했다.

 

미국이 사실상 연합방공 작전 지휘

중동으로 급파된 미 공군의 F-15E 스트라이크 이글 2개 비행대대가 이란 무기의 80기 이상을 파괴했다. 지중해에서 대기하고 있던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2척이 SM-3 미사일로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최소 6기를 잡았다. 이라크 북부와 요르단에 주둔 중인 미 육군의 패트리엇 포대가 1기 이상의 이란 탄도미사일을 막아냈다.

 

여기에 영국·프랑스·요르단의 전투기들이 이란의 드론과 순항미사일 사냥에 나섰다. 미국은 미사일 경보 위성·정찰 위성 등 막강한 정보망을 지원하는 것 이상으로 미사일 방어망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는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고 한다.

 

인터셉터는 미국이 사실상 이라크 북부에서 걸프만 남쪽에 이르는 지역의 다국적 연합 방공 작전을 지휘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어렵고 복잡한 작전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나라는 현재 미국밖에 없다.

 

중동에서 급변하는 상황을 북한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이란이 다양한 무기로 일제 사격했고, 이스라엘이 미국 등의 협조를 받아 방공작전을 펼치는 과정을 철저하게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이 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에마드(Emad·최대 사거리 1700㎞)엔 북한 기술이 녹아있다. 에마드는 북한 노동 미사일의 설계를 바탕으로 이란이 만든 샤하브(Shahab)-3의 개량형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스라엘보다 더 불리한 조건에 놓였다는 점이다. 북한은 유사시 이란처럼 정보를 살짝 흘리는 ‘약속 대련’에 그치지 않고, 죽기 살기로 덤빌 것이다. 고도의 기만술로 한·미의 눈을 속인 뒤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을 장사정포·방사포와 함께 동시다발 ‘섞어 쏘기’로 전쟁을 시작할 전망이다. 북한은 이들 무기를 쉼 없이 퍼부어 대며 한·미 방공망에 과부하가 걸리게 할 것이다.

 

게다가 한반도는 거리가 짧아 대응할 시간이 적다. 이란의 탄도미사일이 이스라엘에 닿는 데 10분 이상이 걸렸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북한이 평양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5분 안에 수도권에 떨어진다.

 

이스라엘은 요격률 99%를 자랑했지만, 우리에겐 단 1%의 실패라도 치명적일 수 있다. 북한은 핵탄두를 가지고 있고, 이를 같은 민족인 우리에게 주저하지 않고 쓰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또 대량으로 보유한 대량살상무기(WMD)를 공중에서 살포하거나(생물무기) 탄두에 달아 터뜨릴(화학무기) 작정이다. 방공망을 뚫고 온 북한의 무기 단 한 발에 우리가 막대한 인적·물적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중거리 방공 체계인 ‘한국판 패트리엇’ 천궁Ⅱ 개발에 참여한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는 “내 가족과 지인, 우리 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을 머리 위에 놓고도 발 뻗고 편히 자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을 늘 갖는다”고 말했다.

 

육군 따로, 공군 따로, 한·미 제각각

우리는 나름대로 대비하고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려 할 때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킬체인, 북한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하면 한국이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 등 3축 체계와 미국이 ‘핵우산’을 씌워주겠다는 확장억제로 북한을 상대하려 한다. 높은 고도에서 낮은 고도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로 북한 미사일을 잡는 다층 방공망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을 놓치고 있다. 권명국 전 방공포병 사령관은 “국가 통합방공망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무슨 얘기일까. 좁은 한반도 전장에서도 방공체계는 ‘따로국밥’이다. 우선 육군의 저고도 국지방공과 공군의 중·고고도 지역 방공이 나뉘어 있다. 소속이 다르다 보니 교육·훈련도 따로 하고, 교리도 제각각이다. 쏟아지는 북한의 무기를 상대하려면 시간과의 싸움일 텐데, 우리는 소관이 어디에 있느냐부터 따진다. 통합방공망을 어떻게 만들까는 고민보다는 일단 어떤 대항 무기를 사올까에만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이스라엘에서 보듯 미국을 제외하면 게임이 어렵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과 실시간으로 작전할 체계를 구비는 어느 정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못하고 있다.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에 편입됐다는 소리를 안 듣기 위해서다. 최악의 경우 북한 미사일에 대해 한국과 미국 어느 쪽이냐, 공군과 육군 어느 쪽이냐 따지느라 골든 타임이 지나갈 수 있다.

 

이는 당장의 작은 이익을 바라보고 멀리 있는 큰 이익을 버리는 것과 같다. 권 전 사령관은 “한국군 주도 아래 한반도 한·미의 방공·미사일 방어자산을 통합 운용할 수 있도록 연합방공사령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스라엘은 우리보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도 1%를 놓쳤다. 반면 북한의 1기라도 허용해선 안 될 우리에겐 생존의 문제다. 체면치레는 일단 살아남고 난 뒤 일이다.

중앙일보 이철재 군사안보연구소장·국방선임기자

 

04.18 진실화해위 “북한군·좌익세력, 6·25 때 종교인 1700명 학살”

처음으로 공식 확인… 전국 각지 기독교·불교인 등 희생

 ▲23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제71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4.1.23/뉴스1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1950년 6·25 전쟁을 전후로 북한 인민군과 빨치산, 지방 좌익 세력에 의해 종교인 1700여 명이 학살된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이날 “1952년 공보처 통계국이 작성한 ‘6·25사변 피살자 명부’와 교회·교단 기록을 토대로 인민군 등에 의해 희생된 종교인 1700여 명의 명단을 파악했다”고 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들 중 1950년 7~11월 전북 군산·김제·정읍 등 8개 지역 24개 교회에서 104명이 살해된 사실을 현장 조사 등을 통해 확인했다. 남침했던 북한 인민군이 국군·유엔군의 반격으로 퇴각하던 1950년 9월 무렵 전체 조사 대상자 104명 중 60명이 희생됐다고 한다. 군산 지역 학살 규모가 28명으로 가장 컸다. 희생자 중에는 ‘국내 제1호 변호사’인 홍재기 변호사와 윤석구·백형남 제헌 국회의원 2명도 포함됐다. 정읍에서는 빨치산이 교회와 교인의 집을 불태우고 불길에서 빠져나오는 사람을 찌르는 수법으로 아이·노인 20여 명을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실화해위는 기독교인이 1945년 해방 후 우익 단체에서 활동하거나 대거 월남했다는 이유로 좌익에 비협조적인 세력으로 규정됐다고 분석했다. 6·25 전쟁 당시 한국을 점령한 지역 인민위원회가 선전·군중집회 장소로 예배당을 이용하면서 갈등이 빚어졌고, 교인들이 미국 선교사와 가까웠다는 점도 학살 배경으로 지목됐다. 북측이 이들을 ‘친미 세력’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북한 정권에 사과를 촉구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공식 사과도 요구하라고 국가에 권고했다. 피해 회복과 추모사업 지원도 해야 한다고 했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전북 지역 희생 사건 진실 규명을 시작으로 6·25 전쟁 당시 전국적으로 발생한 종교인 희생 사건을 종교·지역별로 분류해 조사 결과를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6·25 전쟁 무렵 기독교·천주교·천도교·유교·불교·원불교 등 종교인이 희생됐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지난 2022년 5월부터 직권 조사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 서보범 기자

 

04-18  6·25때 종교인 대량 학살 확인, 좌익 범죄 규명 지속해야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년 만들어진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고상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정치적 편향 지적을 받아왔다. 권위주의 시절의 사건과 6·25전쟁 때 한국 군경과 미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 등을 ‘대한민국 국가 폭력’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17일 진실화해위가 6·25전쟁 당시 인민군·빨치산·좌익 세력에 의해 종교인 1700여 명이 대량 학살됐음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 그중 전북 지역에서 학살된 기독교인 104명에 대해선 이미 진실규명 절차도 마쳤다.

문재인 정부 시절까지 진실화해위 조사 대상은 주로 군·경 및 우익이나 미군에 의한 피해에 치중했다. 이 때문에 좌익에 의한 지주, 법조인, 대학교수 등 민간인 학살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문 정부 때의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중공군 만행 규명을 요청하는 6·25 귀환 용사에게 “중공군 포로에게 관심이 있다”고 해 논란이 됐다. 심지어 진실화해위가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울 경우 군경으로 기입하라’고 안내했던 일도 있었다. 그래야 조사 대상이 되거나 보상금을 받기 쉽다는 등의 이유였다.

김광동 현 위원장이 2022년 12월 취임하면서 이런 잘못이 바로잡히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다. 해방에서 정부 수립과 6·25에 이르기까지 건국 시기 좌익·북한에 의한 반인도·반인륜 만행을 있는 그대로 규명하는 것은 물론, 과거 위원회 활동에 잘못이 없었는지도 되짚어보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4.19 北 6·25 때 학살한 종교인 1700명, 뒤집힌 진실 바로잡아야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뉴스1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6·25 전쟁 전후로 북한군과 빨치산, 좌익 세력에 의해 종교인 1700여 명이 학살된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독교인이 많았다. 조사가 진행되면 훨씬 많이 밝혀질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전북 군산·김제·정읍 등 8개 지역 교회 24곳을 현장 조사해 1950년 7~11월 104명이 살해된 사실을 파악했다. 북한군이 퇴각하던 9월 무렵 사냥당하듯 학살당했다. 희생자 중에는 ‘국내 1호 변호사’인 홍재기 변호사와 윤석구·백형남 제헌 국회의원 2명도 포함됐다. 당시 북한군과 좌익 세력이 숱하게 저지른 양민 학살 중 극히 일부분이다.

 

해방 직후 공산 세력은 민주주의와 인권 등을 강조해 온 기독교를 친미·반공으로 규정하고 공격했다. 김일성은 군경 가족뿐 아니라 종교인도 처벌하라고 했다. 김일성은 신(神)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자신을 올려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는 김일성 체제에 큰 위협이었다. 지금도 탈북자들이 북송됐을 때 어떤 고문을 당해도 절대 해선 안 되는 말이 있다. ‘목사나 기독교인을 만났다’고 하면 처형이나 정치범수용소를 피할 수 없다.

 

노무현 정부가 만든 진실화해위는 그동안 국군과 미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는 집요하게 들춰내면서 훨씬 큰 북한군과 좌익의 잔혹 행위는 거론하지 않았다. 80% 이상 국군·미군·경찰을 가해자로 다뤘다. 문재인 정부 진실화해위는 6·25 학살 피해자 유족에게 ‘가해자 특정이 어려운 경우 국군·경찰로 써넣으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누가 죽였는지 불분명하면 국군·경찰이라고 적으라고 해놓고 문제가 되자 ‘실수’라고 했다. 군경 학살로 인정되면 국가가 배상해 주지만, 북한군이나 좌익이 살해했다면 돈을 받지 못한다. 학살 가해자를 우리 군경으로 몰아가도록 조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현 정부의 진실화해위가 우리 군경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라는 사건을 조사해 보니 최소 222건이 북한군이나 좌익 세력 소행으로 드러났다. 이제라도 뒤집힌 진실을 하나씩 바로잡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19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은 북한에 악재다

 이란이 지난 13일 미사일과 드론 360기를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에 한반도 정세가 다시 영향을 받는 순간이었다. 이번 공격을 예의주시했을 북한은 몇 가지 대목에서 간담이 서늘해졌을 것이다. 지난 10일 공개된 사진에서 김정은은 지도를 펼쳐놓고 서울을 가리키며 “단순히 있을 수 있는 전쟁이 아닌 진짜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한민국에 대한 공격 위협이다. 그런데 이란의 공격을 보면서 김 위원장은 아마도 생각을 고쳐먹었을 것 같다.

 

이스라엘, 이란 미사일·드론 요격
북한 제조 무기도 이란처럼 취약
장차 북·러 관계에도 악영향 줄듯

▲에버라드 칼럼

 

무엇보다 이란의 공격은 실패했다. 거의 모든 드론과 순항 미사일이 요격됐다. 일부 탄도미사일이 이스라엘 영공에 진입했으나 극히 일부가 목표물에 도달했다. “모든 공격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한 이란 당국의 주장은 공허하다. 이란은 이번 공격 결과에 실망했을 것이고, 북한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북한이 막대한 재원을 들여 개발·제조 중인 무기가 이번 이란 공격에 사용된 것들인데, 최첨단 대공 방어 체계를 뚫지 못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란이 사용한 재래식 탄도 미사일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탄두 탑재 미사일이 유사하게 취약하다는 말이다.

 

러시아의 극초음속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인 킨잘(Kinzhal) 시스템도 우크라이나의 요격 미사일에 속수무책이었다. 따라서 북한이 더 고도화된 운반 수단을 개발·획득하지 못하면 한국의 방어 체계를 뚫는 유일한 길은 엄청난 양의 미사일을 동시다발로 쏟아붓는 것뿐이다. 한국의 방어 미사일을 북한이 수적으로 압도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동맹국인 미국을 포함한 미사일 양보다 더 많은 미사일을 생산하고 배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둘째, 미국은 동맹인 이스라엘 편에 섰다. 이란이 쏘아 올린 엄청난 양의 미사일 파괴를 위해 막대한 군 역량을 동원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필자의 북한 지인들이 “미국은 말로만 동맹 지원을 외치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고 말했는데, 사실이 아님이 입증됐다.

 

셋째, 미국뿐 아니라 영국·프랑스·요르단을 포함하는 국가들도 이스라엘 방어를 위해 자국의 군 역량을 전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북한은 항상 한·미 동맹을 염두에 두지만, 동시에 유엔사(UNC) 회원국이 17개국이나 된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한반도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해도 이들 유엔사 회원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이 은연중에 판단했을 수도 있지만, 이번 이란의 대 이스라엘 공격에서 그런 전제는 이제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없게 됐다.

 

넷째, 새롭게 부상한 이란과 이스라엘 분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영향을 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러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은 지속할 가능성이 크고 미국의 지원은 당연지사로 보인다. 미국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비축량을 3000기로 추정했는데, 이번 공격처럼 하루에 110기의 미사일을 발사하면 비축고는 금방 바닥날 것이다. 이란이 예멘의 후티 반군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에도 무기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라 러시아에 대한 이란의 무기 지원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러시아가 양측의 자제를 촉구한 것은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다섯째, 중국은 중동 상황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크라이나전쟁에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겹치면서 한반도 안정은 중국에 더더욱 중요해졌다. 따라서 중국이 북한의 불장난을 용인할 리 없다. 중국의 경제 원조가 줄어들면 북한엔 큰 문제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대해 중국이 반대 목소리를 낮출 것이라는 북한의 희망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이 모든 측면을 고려할 때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은 북한에 악재다. 북한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고, 북한의 운신 폭을 좁혔고,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제약을 걸었으니 말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란의 이번 공격에 대해 “위험하고 불필요한 긴장 고조”라며 비난했다. 수낵 총리의 말처럼 이번 공격으로 촉발될 폭력의 악순환은 큰 고통을 수반할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한반도의 불안정성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졌을지도 모른다.

 중앙일보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04-22 北의 6·25 민간인 학살 전모 규명할 때

17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2기 진화위)는 전북지역 기독교인 104명을 6·25전쟁 시기 북한군이 퇴각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종교인 학살 사건’의 희생자로 인정했다. 가해자는 인민군·빨치산·좌익 세력이었다. 피해자는 일반 교인이 54명으로 가장 많았고, 집사(23명), 장로(15명), 목사·전도사(6명) 순이었다. 이 중엔 ‘국내 제1호 변호사’ 홍재기 변호사를 비롯해 제헌 국회의원 2명(백형남, 윤석구)도 포함돼 있다. 진화위는 종교인 희생자가 전국적으로 17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향후 종교별·지역별로 나눠 순차적으로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남한 종교인 학살이 정부 차원에서 규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쟁 발발 74년 만의 일로, 이처럼 늦은 것은 국민적 무관심을 잘 반영한다. 2005년 1기 진화위 출범 이래 전쟁 시기 한국 군경과 미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 조사 및 진상 규명에 주력한 반면, 적대 세력에 의한 테러·학살 등 반인도적 과거사에 관심을 덜 기울였던 것도 한 원인이었다. 그러다 보니 관련 기초자료 조사조차 미진했다. 이번 진실 규명 발표는 서울신학대 박명수 교수팀이 2021년 말 진화위에 제출한 용역보고서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북한은 전쟁 기간 중 왜 이처럼 많은 기독교인을 대량학살의 대상으로 삼았을까?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레닌의 공산주의 교리를 상기하면, 답이 쉽게 나온다. 이와 관련해 진화위는 기독교인들이 1945년 광복 후 공산주의를 피해 월남하거나 우익 단체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좌익 세력의 타깃이 됐다고 분석했다. 또, 예배당 사용을 두고 교회와 인민위원회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 기독교 신자들이 미국 선교사와 가깝게 지내 ‘친미 세력’으로 여겨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적대 세력은 종교인들을 지주·자본가들처럼 공산혁명에 방해되는 악질 반동분자로 간주했기에 가차 없이 처단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기독교인 학살 규모가 진화위 추산처럼 1700여 명에 그칠지는 의문이다.

진화위의 향후 과제를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기독교인 희생 사건은 개별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 사실 규명과 함께 역사적이며 전체적인 맥락에서 학살 피해의 원인과 성격(제노사이드 해당 여부 포함)에 대한 정확한 진실을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 불교와 천주교 등 다른 종교인 박해도 마찬가지다. 또, 추정치에 구애되지 말고 조그만 단서가 발견되면 모두 추적·조사해야 한다.

둘째, 전쟁 시기 적대 세력의 지주를 포함한 양민 학살 총 규모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종교인 학살만 조사하고 진화위 활동을 종료해선 안 된다. 개략적인 조사·연구에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 셋째, 진화위는 국가에 대해 북한 정권의 사과 촉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공식 사과, 피해 복구와 추모사업 지원 등 후속 조치, 평화·인권 교육 강화 등을 권고했다. 당연한 조치다.

다만, 시급하고 실현 가능한 것부터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간 과거사 진상 규명은 대한민국을 파괴·전복하기 위해 북한이 자행한 각종 대남 도발과 반인륜·반민족적 범죄행위에 소홀했었다. 이제는 균형 잡힌 자세로 임해야 한다.

문화일보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04.22 [속보]북,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발사…순항미사일 발사 사흘만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이 22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지난 19일 서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라-3’형 초대형 전투부(탄두) 위력 시험과 신형 지대공(반항공) 미사일 ‘별찌-1-2’ 시험발사를 한지 사흘만의 미사일 발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대상인 탄도미사일 기준으로는 지난 2일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20일 만이다.

군은 비행거리 등 세부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
문화일보 곽선미 기자

 

04-23 陸·空 따로 방공망 통합 시급

현대전은 미사일 전쟁이다. 개전 초기 기습 선제타격으로 적 핵심 전력을 무력화시키는 핵심 병기가 미사일·로켓·드론임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등에서 속속 입증되고 있다. 이란이 지난 13일 5시간가량 드론 185대, 순항미사일 36기, 지대지미사일 110 등 300기 이상 다양한 공중무기를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99%를 요격해 공격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다윗의 돌팔매-애로’ 등 3중 철벽 방공망이 한몫했지만, 결정적으로 미국이 지휘한 다국적 연합 방공체계의 도움 없이 이스라엘 자체 방공망으로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란 공격을 중도 차단한 미국의 다국적 연합 방공체계가 5차 중동전쟁을 막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란의 탄도탄·드론 등 무기 특성 분석 정보를 우방국과 실시간 공유하며 중동지역 우방 연합군 방공망 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전구탄도미사일방어계획(TMD) 종합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한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방공무기 공격 시 탄종과 고도에 따른 효율적인 화력 분담, 작전 교리에 따른 시뮬레이션 연습이 99% 요격 성공률 비결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방사포 전력 강화를 무기로 3일·5일 남침전쟁 공격시나리오를 수립해왔다. 이란보다 더 위협적인 ‘섞어 쏘기’ 미사일 기습공격에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는 과연 제대로 작동할까? KAMD는 중동의 미군처럼 통합된 방공작전 지휘체계도 없을뿐더러, 그나마 우리 자체 방공망조차 육군 따로, 공군 따로인 비효율적 ‘따로국밥’ 방공망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불안 불안하다. 북한은 다종다양한 탄도탄·순항미사일·방사포 ‘섞어 쏘기’ 훈련을 해오고 있다. 더구나 한반도는 종심 거리가 짧아 평양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5분 안에 수도권에 떨어진다. 북한은 핵무기뿐 아니라 드론을 이용한 생물무기 살포와 탄두에 달아 터뜨릴 화학무기 등도 다량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육군의 저고도 국지방공과 공군의 중·고고도 지역방공이 나뉘어 있다. 교육·훈련도 따로 하고, 교리도 제각각이다. 일사불란한 통합지휘체계 아래 탐지에서 요격까지 데이터 링크를 통해 실시간 탐지·화력 분담 지시를 기대하기 어려운 비효율적 체계다. 핵방아쇠를 당기겠다고 위협하는 북 미사일 요격 능력은 국가 운명을 좌우할 절체절명의 과제다.

아무리 우수한 방공무기체계를 많이 갖춰도 분초를 다투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머리 따로, 팔다리 따로 놀면 무용지물이다. 각 군이 따로 어떤 대항 무기를 도입할지에만 골몰하다 보니 자군 이기주의로 우리 방공 시스템이 산으로 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군의 연합 방공체계처럼 실시간 작전 수준까지 가려면 한참 멀었다. 중국 눈치 보면서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에 편입됐다는 안보 역행적 지적에 시간만 낭비한 결과다. “국가 통합방공망 구상의 지휘체계를 갖추고 한국군 주도 아래 한미의 방공·미사일 방어자산을 통합 운용할 수 있도록 연합방공사령부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권명국 전 방공포병사령관 조언을 귀담아들을 때다.

문화일보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04-24 방산 핵심 기술도 北에 탈취… 사이버안보법 막는 巨野

북한의 3대 해킹조직 김수키와 라자루스, 안다리엘이 국내 방산 핵심 기술을 무더기 탈취해간 것으로 드러났다. 세 조직은 2022년 말부터 총력전 형태로 국내 방산업체 83곳을 공격했다고 하는데, 10여 업체가 뚫린 사실만 확인됐을 뿐, 어떤 기술이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광범위하게 해킹됐는지는 파악도 안 된다고 한다. 피해 업체들이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해킹당한 사실조차 몰랐다는 점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북한의 핵심 해킹 조직이 합동 작전으로 국내 방산업체를 집중 겨냥했다는 것은 심상찮다. 그간 무인기 엔진을 비롯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콜드론치 기술 등을 탈취해간 북한이 해킹 조직을 총동원해 미사일·레이더 등 한국의 방산 핵심 기술을 통째로 훔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에 방산 핵심 기술을 탈취당하면 국가안보뿐 아니라, 방산 강국 도약도 위협을 받는다. 하루에 100만 건 이상 되는 북한의 해킹을 원천 봉쇄하긴 힘들다. 그런 만큼 방어벽을 겹겹이 쌓는 등 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위해선 관련 법부터 마련해야 한다.

사이버안보기본법안은 여야가 각각 발의했지만, 국회 정보위에 계류된 상태다. 거야(巨野)는 국가정보원에 사이버안보 주도권을 줄 수 없다는 이유로 법안 심의를 거부하면서 자동 폐기 상황에 처했다. 정부는 지난 2월 국가사이버안보전략 발표 후 사이버안보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만들지 말아야 할 ‘운동권셀프특혜법’인 민주유공자법 등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면서도 꼭 필요한 법안은 방치한다. 이적(利敵) 행위 아닌가.

문화일보 사설
 
 

04-24 임무명 ‘B·T·S’… 국산 군집위성 1호기 우주로

 

국내 최초의 ‘초소형 군집위성 1호기’를 탑재한 미국 우주기업 로켓랩의 발사체 ‘일렉트론’이 24일 오전 7시 32분 뉴질랜드 마히아 발사장에서 발사에 성공했다. 로켓랩은 이번 임무의 명칭을 ‘B·T·S(Beginning of The Swarm·군집의 시작)’로 명명했다. 아래 사진은 발사체에 탑재된 초소형 군집위성 1호의 모습.
로켓랩 유튜브 캡처, 연합뉴스 문화일보

 

04-26 정찰위성 2호기, 한반도 전천후 감시능력 확보 첫발

비 내리는 칠흑 같은 밤, 갱도를 빠져나온 이동식발사차량(TEL)의 북한 미사일이 한국을 겨냥해 서서히 기립한다. 그 즉시 지구 저궤도를 돌며 북한 전역을 감시하던 우리 군 정찰위성에 포착된다. 위성이 전송한 표적 좌표로 발사된 우리 군의 미사일을 맞고 북한의 TEL은 굉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난다.

이것은 공상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우리 군이 추구하는 한국형 3축체계의 하나인 킬체인(Kill Chain)의 실현 상황이며 근시일 내에 우리 군이 구비하게 될 실제 모습이다.

4월 8일 오전 8시 17분(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우리 군의 독자적인 감시정찰 위성 2호기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우리 기술로 제작된 세계 최고 수준의 영상레이더(SAR·Synthetic Aperture Radar)를 탑재한 위성으로 주야간, 기상에 관계없이 지상에 있는 물체를 정밀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의 만리경 1호 위성과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월등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려면 무엇보다도 북한의 표적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최우선이다. 우리 군은 첨단 정찰기와 고고도무인기(HUAV) 등 다양한 무기체계를 운용하고 있지만 북한 종심지역에 대한 감시정찰 능력은 다소 제한되어 미군과의 협조를 통해 표적을 식별하고 있다.

이에 우리 군은 드디어, 독자적이며 전천후 감시 능력을 갖추는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딛게 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광학·적외선(EO·IR) 위성의 성공적 발사에 이어 전천후 감시가 가능한 영상레이더(SAR)를 탑재한 위성의 첫 발사까지 성공한 것이다.

중국이 우주굴기를 내세우며 국방우주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것도 미국에 열세한 군사력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곧 국방우주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우리 군도 국방우주력 강화를 위해 지휘통신 위성뿐만 아니라 우주를 감시할 수 있는 다양한 우주 관련 무기체계를 전력화하여 운용 중이며, 조만간 다수의 동일한 위성 발사와 초소형위성체계 구축 등을 통해 북한 모든 지역에 대한 정밀 감시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또한, 독자적인 군사 위성 발사를 위한 국방 전용 우주발사장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처럼 국방우주력 관련 능력을 구비하고 확대해 나가면 북한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곧 출범하는 우주항공청 등과 함께 우주산업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K방산으로 불리는 방산수출 흐름을 이어받아 우주 무기체계들이 향후 방산수출 주력 품목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성과는 국방과학연구소(ADD), 방산업체, 군의 노력 그리고 국민의 전폭적인 관심과 성원이 하나 되었기에 가능했다. 이번 위성 발사 관리단장으로 임무를 수행한 방위사업청장으로서, 그리고 현역 시절 이러한 무기체계들의 소요 결정을 담당했던 한 사람으로서 모든 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국가안보와 경제발전 등 국가 이익 수호를 위해 우리 군은 더욱 강해져야 하며, 이 순간에도 한반도 상공을 돌며 묵묵히 북한을 감시 정찰하는 위성처럼 우리 군도 주어진 소명 완수를 위해 묵묵히 전진해 나갈 것이다.

 

동아일보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04.29  1분에 4500발, 목표 정확히 때렸다…정조대왕함 실사격 장면 공개

▲정조대왕함의 기관포 형태 근접방어무기체계 '팰렁스 CIWS'. 분당 4500발의 속도로 탄환을 쏟아내 미사일을 추격하며 요격한다. /유튜브 HD현대중공업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인 ‘정조대왕함’의 실제 사격 장면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5인치 함포와 미사일을 요격하는 기관포까지, 사격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8일 HD현대중공업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적을 섬멸하는 신의 방패 정조대왕함 실무장 사격 현장 최초 공개’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정조대왕함은 국내에서 독자 설계·건조했으며 우리 해군의 첫 8200t급 이지스 구축함이다. 이지스는 그리스 신화에 제우스가 입고 있던 갑옷인 ‘이지스’에서 유래한 미 해군이 개발한 최신예 해상 전투 체계다. 이전 세종대왕함은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능력은 있었지만 요격 미사일은 장착하지 못했는데, 정조대왕함은 최대 400㎞ 떨어져 있는 탄도탄 등 대공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현재 해군과 함께 시험 평가를 진행 중인 정조대왕함은 최근 실무장 사격을 실시했다. 실무장 사격은 무기체계가 이지스 시스템과 결합돼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데, 단순히 작동하는 것을 넘어 최대 효율을 발휘하는지 검증하는 절차다.

 

실무장 사격에서는 ‘팰렁스 CIWS’라는 이름의 기관포 형태 근접방어무기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이 이뤄졌다. 적의 미사일이 각종 방어체계를 뚫고 정조대왕함에 접근하면 첨단 레이더 시스템을 탑재한 기관포가 자동으로 미사일을 추격하며 요격한다. 20㎜ 탄환을 분당 4500발의 속도로 쏟아낸다.

 

▲'팰렁스 CIWS'는 타깃이 될 부표를 정확하게 명중시켰다. /유튜브 HD현대중공업

 

타깃이 될 부표가 해상에 띄워지고, 적의 시스템을 교란하는 다기능 위상 배열 레이더가 초고출력 전자파를 송출해 타깃을 추적했다. CIWS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타깃을 정확히 명중시켰다.

 

그런데, CIWS가 힘을 발휘하기 전 적은 정조대왕함의 방어체계를 먼저 소멸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5인치 함포다. 함정의 방어 수단이자 다양한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군함에 최적화된 공수만능의 함포다.

 

무전에 맞춰 자동 장전 장치에 의해 포탄들은 함포로 이동했다. 이어 이지스 시스템을 통해 타깃을 정밀 조준한 후 공격을 시작했다. 이날 60발의 포탄이 모두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정조대왕함의 방어수단이자 다양한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5인치 함포. /유튜브 HD현대중공업

 

정조대왕함 승조원 이도원 상사는 “오늘의 성공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정조대왕함이 조국 해양 수호의 강한 힘이 될 수 있도록 매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HD현대중공업은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광개토-III Batch-II)’ 시리즈의 첫 번째 함정인 정조대왕함에 이어 2번함 건조를 본격화했다. 정조대왕함은 올해 하반기 해군 인도를 앞두고 있으며 2번함은 지난 12일 기공식을 가졌고, 3번함은 올해 말 착공할 예정이다.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2번함은 내년 진수를 거쳐 2025년부터 시운전을 실시하고, 2026년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전력화되면 탄도미사일 탐지, 추적, 요격을 포함하여 다양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해상전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