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治(人) 이야기 2024-03-2
03.16 제1당 대표가 유권자에게 ‘투표 말라’니, 귀를 의심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당감새시장에서 족발을 시식한 후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2024.3.15/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4일 세종시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연설에서 “살 만하다 싶으면 2번(국민의힘)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시라”고 말했다. 국민을 편 갈라 상대편은 투표할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대선 후보까지 지낸 최고위 정치인의 말이 맞는지 귀를 의심케 한다. 국민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통합에 노력하는 것이 정치의 첫 번째 사명이다. 그런데 정치 지도자가 도리어 분열에 앞장서고 있다.
투표는 모든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자기 당을 찍지 않을 사람은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민주주의 지도자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다. 과거 한 정치인이 “노인들은 투표 안 하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했다가 당 안팎의 비난에 부딪혀 결국 총선 출마를 포기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민주당도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한다.
이 대표는 엿새 전에도 자신의 지역구 주민에게 “설마 ‘2찍’ 아니겠지?”라고 했다. ‘2찍’은 지난 대선에서 기호 2번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지난 대선에서 2번을 찍은 국민은 거의 50%에 달한다. 국민 절반을 이렇게 함부로 비하한다. 이 대표는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에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또 비슷한 말을 했다. 지금 윤 대통령 지지도가 낮고 정권 심판론이 높으니 반대편이나 중간에 있는 유권자를 무시하고 자기 지지층만으로 선거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공천도 여론을 무시하고 독선과 오만으로 일관했다.
이 대표의 그간 궤변, 말 뒤집기 사례는 헤아릴 수가 없다. 대장동 사건을 ‘윤석열 게이트’라고 하고,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두 번이나 어겼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위성정당 금지를 약속하더니 이를 또 혼자서 뒤집었다. 이제 국민들도 이 대표의 약속 뒤집기와 막말, 궤변에 대해선 무뎌진 탓인지 그러려니 한다. 개탄스러운 현상이다.
조선일보 사설
03.16 김정철 변호사 “조국 총선 출마 길 터준 대법, 사법부의 정치개입”
라임 펀드 사건 피해자들을 대리했던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16일 “조국 전 장관, 황운하 의원은 실형을 받고도 법정구속이 되지 않은 탓에 이번 총선을 통해 국회의원이 될 것이 예상되고 있다”며 대법원을 향해 “사법부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 아니느냐”고 했다.

▲김정철 변호사. /김정철 변호사 페이스북
김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들의 일반 형사사건의 상고심은 2개월이면 거의 90% 상고기각 결정이 내려진다”며 “일반 국민들의 형사사건 대부분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정구속된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조국 전 장관, 황운하 의원은 실형을 받고도 법정구속이 되지 않은 탓에 이번 총선을 통해 국회의원이 될 것이 예상되고 있다”며 대법원이 조국 전 장관의 상고를 기각하지 않는데 대해 “이 정도면 사법부가 정치게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대금지급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물품을 공급받아 물품대금 몇천만원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시키는 법원이 왜 조국과 황운하에게는 그리도 관대하고 너그러운 것인가”라며 “일반 국민들에게는 늘 유죄추정주의로 법의 엄중함을 가차없이 보여주더니 조국과 황운하 같은 사람들에게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맘껏 주장할 수 있도록 법의 관대함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일반 국민들의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측 증인 한 두명 신청하기도 어려우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이재명, 조국 등의 형사재판에는 법에 쓰여진 대로 모든 절차가 보장되고 피고인의 방어권이 충실히 보장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사법부가 사건의 무게를 재서는 안된다”고 했다.
증권 및 금융ㆍ형사소송법 전문가인 김 변호사는 지난 7일 ‘국민의미래당’ 비례대표 공천신청을 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페이스북 글에서 “금융투자자(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변호사로써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본 것 같다”며 “금융투자자보호를 위하여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의미 있는 민사판결을 이끌어내고자 끝까지 노력하였지만 대법원이라는 큰 벽에 부딪혀 번번이 좌초됐다”고 했다. 그는 “정말 오랜기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며 “현재 당의 인재로 영입된 것도 아니고, 공천신청을 요청받은 바도 없지만 단지 공천이 시스템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믿음 하나로 공천을 신청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민서 기자
03.17 주대환 “민주당, 주사파에서 못 벗어나면 집권도 못한다”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총선이 30일 남은 상황에서 ‘조국혁신당’의 지지율 상승이 총선 판을 흔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경우 시민단체가 추천한 후보들이 반미·미군철수 등을 주장해온 사실이 드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종북 후보 논란에 ‘색깔론’이라고 당사자들은 반발하고 있지만 야권지지층 사이에서도 비례는 조국혁신당을 선택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주대환 민주화동지회 운영위 의장은 오랫동안 진보 진영의 맏형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후배들로부터 “자리 욕심 없이 희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586설거지론’을 가장 처음 주창한 인물로 “우리가 만든 쓰레기 우리가 치우자”며 시대에 뒤처진 운동권 청산을 주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퇴임한 직후 첫 ‘민심 행보’를 함께했으며 김윤·박은식(광주), 함운경(마포) 등 민주당 운동권 청산을 명분으로 이번 총선에 뛰어든 후보들에게 조언해 왔다.
지난 3월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주 의장은 조국혁신당 지지율의 배경에 대해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에 친북적인 사람들이 앞 순위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민주당 지지층이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위성정당을 이용해 반미·한미동맹 반대를 주장한 인사들이 원내에 진입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두 사람은 이미 그만두었고, 이제 대폭 줄어들 것 같다. 그렇게 많이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국회에서 윤미향도 다 했는데, 새삼스럽지도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총선 승부에 대해서는 “‘운동권 청산은 이재명이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민주당이 참패할 것 같지 않다. 시끄럽고 진영 분열이 생길 일을 민주당이 먼저 해치웠다. 막상 공천 결과를 놓고 보면 저쪽(민주당)은 인물도 갈아치우고 했는데, 국힘 쪽은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 ‘양두구육’이었다”고 평가했다.
- 조국혁신당이 총선 판세를 흔들고 있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조국혁신당'의 경우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꾸리는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친북적인 사람들이 앞 순위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반대 의사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민주당 지지층은 사회의 비주류도 아니고 비상식적인 사람들은 더욱 아니다."
- 긍정적인 발전 과정이라고 생각하나.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가. 온갖 사상과 정치 조류가 '백화제방'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다. 하지만 주류 양대 정당은 사람의 두 다리처럼 국가를 받쳐주어야 한다. 나라가 존립할 수 있는 현실적인 노선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그런데 지금 한쪽이 그 노선을 벗어났다.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기본 노선에서 일탈한 셈이다. 이제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본다."
- '독립운동 기본 노선'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우리나라 독립운동은 기본 노선이 있었다. 애당초 민주공화국, 그것도 친미(親美)의 민주공화국을 세우자는 목표로 시작된 것이다. 그것이 내가 말하는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기본 노선이다. '지구상 최대의 나라 중국 옆에서 수백 년 번속국으로 존속해오던 우리도 독립을 할 수 있겠구나' '모든 국민이 왕이 되는 민주공화국을 세우고, 한반도에 영토욕이 없는 미국을 끌어들이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우리 조상들이 하면서 비로소 독립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주류 정당들이 그것에서 일탈하면 나라가 존립하기 어렵다. 지난 대선에서 경기동부연합과 손잡은 이재명이 민주당을 장악하는 걸 보고 현 집권 여당을 돕기 시작했다. 독일도 사민당이 처음에는 친서방 노선을 안 하고 사회적 시장 경제도 안 했다. 서독이 존속할 수 있는 노선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러자 국민들에게서 외면받았다. 결국 고데스베르크강령이 나왔다. 그런 대전환이 민주당에서도 곧 있을 것이다."
- 지난 대선에서 큰 위기감을 느껴 국민의힘 집권을 도왔다는 이야기인가.
"건국되기 전 50년, 건국 후 75년을 합하여 125년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기본 노선이 두 번 흔들렸다. 1차 위기 때는 1900~1910년생이 기본 노선에서 크게 일탈했다. 광복 당시 이들이 30~40대로 전국 방방곡곡의 지도자였다. 그래서 이승만 박사를 비롯한 사람들이 건국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슷하게 1960~1970년대생들이 일탈 세대다. 이들로 인하여 현재의 위험한 국론분열이 왔다."
- 1960~1970년대생들을 왜 비판적으로 보고 있나.
"솔직히 나는 그들이 걱정스럽다. 흡사 부잣집 막내아들이 우리 집안이 어떻게 이렇게 잘살게 되었는지 모르는 것처럼 역사를 입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민족주의에 중독되어 있다. 나는 그들이 우리가 지금 누리는 자유와 풍요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더 많이 생각하기를 바란다."
- 결국 '제3지대'는 조국혁신당이 차지하는 상황이다. 보수 시민 세력을 중심으로 제3지대를 형성할 수는 없었나.
"중도 보수에서는 세력이 잘 형성되지 않았다. 아스팔트 보수에서 울트라 보수까지 있고 이미 여러 정당도 만들어져 있지만, 중도 확장성이 있거나 '제3지대'라고 할 만한 보수가 없어서 아쉽다."
- 총선 이후에 이재명 대표가 계속 당권을 장악할 수 있을까.
"글쎄, 우선 민주당이 참패할 것 같지 않다. 시끄럽고 진영 분열이 생길 일은 민주당이 먼저 해치웠다. 그래서 지지율이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공천 결과를 놓고 보면 저쪽(민주당)은 인물도 갈아치우고 했는데, 국힘 쪽은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 '양두구육'이었다. 한동훈이라는 1973년생을 내세워 놓고 공천은 전부 한동훈보다 다 누나 형님들이 받았다. 안 그래도 40대는 민주당이 압도적이라 (40대에서) 민주당에 더욱 쏠릴 수 있다. 만약 20~30대마저 흔들린다면 (국힘이) 위태롭다."
- 총선 결과는 여야가 엇비슷할 것으로 보나.
"국민의힘에서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을 외쳤는데,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운동권 청산은 이재명이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전대협 세대에서 한총련 세대로 바뀐 것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나마 세대교체를 한 것은 민주당이다. 국힘의 공천 결과는 청년들의 입장에서 보면 실망스러울 듯하다. 총체적으로 나라의 미래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한가하기는 양당이 마찬가지다."
- 민주당 위성정당(더불어민주연합) 국민추천 후보에 반미·한미동맹 반대를 주장한 인사들이 공천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현실화될 것이라 생각하나.
"두 사람은 이미 그만두었고, 이제 대폭 줄어들 것 같다. 그렇게 많이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국회에서 윤미향도 다 했는데, 새삼스럽지도 않다."
- 합법적 선거로 통진당 후신이 국회에 진출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이들이 세력화하는 것이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나.
"주사파·통진당 문제는 민주당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외부에서 문제 지적하고 개입하니까 오히려 해결이 늦어지는 것이다. 주류 야당이 주사파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면 집권할 수 없을 것이다."
- 이러한 문제 제기가 '색깔론'으로 공격받는다.
"사실 '색깔론'스러운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왜 좌파, 진보를 하면 안 되나. '친 대한민국이냐 아니냐'를 문제 삼아야 한다고 본다. 일당독재 하자는 것은 아니지 않나."
- 마포을에 출마한 함운경 등과 함께 진보진영으로부터 '변절'이라고 공격받는다.
"변절이라는 것 자체가 조선 선비들의 용어다. 전근대적 용어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전근대적인 사람인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 살지를 못하는 것이다. 아마 진영을 넘어가지 말라고 집안 단속하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할 텐데, 낡은 방식이다."
- 국민의힘에서 광주광역시에 김윤, 박은식, 양종아 등이 출마했다.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평가하나.
"광주에서 그런 좋은 후보들이 출마한 것은 좋은 일이다. 44년 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고, 아마 균형과 조화를 부르짖을 것 같다. 응원하고 싶다. 광주가 균형을 잡으면 그 의미가 대단하다. 사실 지난 십수년 광주시민이 대한민국 방향을 결정한 것과 마찬가지다. 150만밖에 안 되지만 대한민국의 키를 잡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우리 후보들이 광주시민들과 깊은 대화를 해주시면 좋겠다."
- '5·18 소년 시민군'으로 알려진 김윤 후보의 경우 직접 광주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권유했나.
"광주광역시당 주기환 위원장이 모시려고 노력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학생운동 시절 학회의 선후배로 잘 아는 사람이라 권유했다. 아마 본인도 큰 결심을 한 듯하다."
- 지역구 공천은 끝났고, 이제 '비례'가 관심이다. 국민의힘 비례 순번의 원칙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지역구 공천에서 세대교체가 안 되었으니, 그걸 염두에 두면 좋겠다."
- 꼭 하고 싶은 이야기나 국민의힘에 특별히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이 1948년부터 2023년까지 누렸던 행운이 향후 25년간에도 계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 지난 75년간 대한민국이 굉장히 운이 좋았다. 앞으로 25년은 운이 안 좋을 수도 있다. 굉장히 불안하다. 최소한 건국 100년이 되는 2048년은 내다보고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때도 나라가 유지되고 우리 자식들이 어떻게 먹고살지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서 외교·안보에서 적어도 태평양 공동체를 구상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젠 정말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 진영 내부를 설득하기에는 총선 국면이 좋지 않나. 민주당이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는 상층노동자를 대변하고 있으니, 국민의힘이 소외된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정책들을 내놓고 풀뿌리 지지기반을 강화하기를 바란다."
주간조선 이정현 기자
03.18 범죄인 도피처 된 조국당, 20대 지지율은 0%
조국혁신당이 조국 대표와 황운하 의원, 신장식 대변인, 박은정 전 검사 등을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했다. 각종 비리 혐의로 재판이나 수사, 감찰을 받고 전과와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 빚은 인사들이 수두룩하다. ‘범죄인 도피처’란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했다. 그는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유력시되자 “비(非)법률적 명예 회복을 하겠다”며 당을 만들고 자신도 비례대표 후보에 올렸다. 원내대표인 황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그는 4년 전에도 기소된 상태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4년간 재판 지연으로 의원 특권을 누리고 법정 구속을 피하더니 또 배지를 달겠다고 한다. 국회의원직을 범죄 방탄과 셀프 면죄부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박은정 전 부장검사는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감찰’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해임됐다. 차규근 전 법무부 본부장과 이규원 검사는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신장식 대변인은 4번의 음주·무면허 운전으로 처벌받아 4년 전 총선에서도 정의당 비례 후보에서 사퇴했었다. 서왕진 전 서울연구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때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던 시장 비서실장 출신이다. 이런 문제 인물들이 배지를 달아보겠다며 조국당에 몰려들었다.
조국당은 ‘대학 입시 기회 균등 선발제’를 공약했다. 입시 비리로 실형을 받은 조 대표가 ‘기회 균등’을 내세우다니 실소부터 나온다. “수사의 공정성”을 언급하며 1호 공약으로 ‘윤석열·한동훈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범죄 피고인들이 입법권을 이용해 개인적 복수까지 하겠다는 얘기다.
조국당은 지지율이 민주당을 위협할 정도로 올라갔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20대 연령층에서 당 지지율은 0%였다. 조 대표 일가의 ‘기회 가로채기’ 반칙에 분노한 젊은 세대가 이 당을 내로남불, 불공정과 연관 지어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왜 청년들로부터 외면받는지 겸허한 성찰부터 하길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3.18 요지경 같은 공천
공식적인 집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로마의 키케로는 역사상 가장 말을 많이 한 말의 전문가였다. 원로원과 법정에서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유와 정의를 위해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을 뱉었다. 로마의 미래를 걱정하며 공화정·법률·철학·연설·도덕에 관한 저술에도 투혼을 불살랐다. 그는 황제가 되고 싶은 욕심에 사로잡힌 독재자 안토니우스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다가 독재자가 보낸 부하들에 의해 암살되었다. 예견된 비명횡사였다. 기원전 43년 12월 7일, 그의 나이는 64세. 잘린 목과 양손은 로마로 옮겨졌고, 안토니우스는 “이제야 숙청이 완성되었구나”라고 소리쳤다.(『수사학』, 안재원)
시스템 공천 빙자한 편파 공천
당 대표에 과도한 아부도 빈축
정치적 부족주의 더 기승 우려
‘공천이 곧 당선’ 공식 거부돼야

▲김지윤 기자
키케로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22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할 거대 야당의 후보자를 결정짓는 공천을 두고 언론 보도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말은 ‘비명횡사’이다. 이재명 당 대표의 편에 속하지 않는 ‘비명’ 후보자들이 공천에서 탈락했다는 의미이다. 이 대표는 ‘공정한 시스템’에 의한 당원과 국민의 뜻이 반영된 변화와 혁신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비판하는 이들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를 통해 방탄 정당으로 확실하게 바뀌었다”(홍영표 의원)고 한다.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이 실종되고, 다양성을 대변하는 비주류의 존재가 사라진 정당이 되었다는 것이다. 공정한 시스템이라는 것도 공천 탈락 대상자를 의미하는 주홍글씨 낙인인 ‘현역 평가 하위 10~20%’라는 ‘비명 살생부’를 집행한 불공정 시스템일 뿐이라는 거다. 막바지에 이른 공천 결과가 ‘비명 탈락’과 ‘친명 당선’이고 보니 틀린 말도 아니다.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그럴싸한 궤변을 펼친 그리스의 유명한 소피스트였던 프로타고라스 식으로 얘기하면 ‘친명이 공천의 척도’가 된 셈이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 대표에 대해 도를 넘는 아부형 칭송 용비어천가를 부른 이들의 승승장구도 꼴불견이다. 어느 의원(비례 이수진)은 오랫동안 공들인 서대문갑 선거구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다음 날 비명 의원(윤영찬)의 지역구인 성남시 중원구 출마를 선언하면서 ‘성남은 이재명 대표의 심장’으로 ‘당과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갑작스러운 변신에 대해서는 “특별한 연고는 없고” “최고위 할 때 성남시 중원구 지역본부 활동에 참석한 바 있다”고 해 실소를 자아냈다.
이 대표를 ‘위대한 영혼’(마하트마)의 반열로 추앙한 경우도 있다. 추미애 전 장관은 KBS 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사건으로 그냥 막 색칠되었고” “문화적인 폭력을 당하고 있는 피해자” “민주당 안에서도 저격당하고 있다”면서 무소유의 절제와 비폭력 저항운동의 상징인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에 비유했다. 칭송하는 스피치를 수사행위의 한 유형으로 분류한 천재 학자 아리스토텔레스라도 난감할 일이었다.
아부형 칭송의 또 다른 유형은 같은 당의 공천 경쟁자를 이 대표와 민주당에 ‘유해한 분자’로 몰아붙이는 막말 공격이다. 지역과 국가를 위해 펼칠 정책 아이디어보다 ‘배신자 프레임’을 작동하는 것은 ‘친명’ 후보자들이 애용하는 수단이었다.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 힘이라는 ‘수박론’으로 얻은 재미를 ‘편 가르기의 편 가르기’로 공천 ‘횡재’를 탐한 것이다. 참 묘한 것은 이들이 공천권을 거머쥐었다는 사실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의롭지 못한 공천은 헌법이 아니라 특정 개인에 대한 충성심으로 맹종하는 ‘집사 의원’을 낳는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목격했듯이 국민을 위한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입법 폭주와 갈등이 난무하는 ‘정치적 부족주의’(『Political tribes』, Chu)가 기승을 부리고, 신뢰도 평가에서 최하위 꼴찌가 국회라는 참담한 기록을 이어갈 뿐이다. 이번 22대 국회는 1심이나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범법 혐의자들이 만든 정당에서 공천받은 이들이 법과 양식의 희롱에 가세할 듯하여 더욱 걱정스럽다.
표적 공천, 표적 배제, 범법자 공천, 내로남불 공천, 방탄 공천, 자기편 공천, 반헌법적 공천은 정략적 갈등과 선동을 심화하고 국민의 고통을 예고한다. 이번 선거는 공천이 국회로 가는 무임승차장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저해하는 정치꾼 대신 통합과 전진에 헌신하는 실력과 용기를 갖춘 정치가를 선출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중앙일보 김정기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커뮤니케이션학
03-18 野 ‘反안보’ 보여주는 천안함 막말·종북·반미 후보들
더불어민주당이 종북·반미 세력의 국회 재입성 ‘숙주’를 위한 마지막 절차를 마쳤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17일 진보당 추천 3명 등을 당선권(20번)에 배치하는 후보 순위를 발표했다. 정혜경(5번) 전 경남도당 부위원장은 주한미군 사격장 폐쇄 운동 등을 벌이며 “남쪽 땅에 미군의 전쟁 기지가 아닌 곳이 없다”고 한 인사다. 전종덕(11번)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민노당·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했었다. 손솔(15번) 전 진보당 대변인은 2019년 NL계열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의 미 대사관저 시위를 “정의로운 투쟁”이라고 했다.
전종덕·손솔 후보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몰고 온 내란 선동 사건 주범(이석기) 사면·복권 운동을 했다. 애초 종북 논란이 거셌던 1위 추천자를 교체했지만, 한미관계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종북 정당의 본색을 가릴 수는 없다. 좌파 시민단체 추천 인사 중에도 이주희(17번)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폐지와 미군 기지 반환 등을 주장해왔다.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와 조국 전 장관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소속이다. 모두 반미 운동에 앞장서 왔고, 독자적으론 국회 입성이 어려운 인사들이다.
민주당은 지역구에서도 안보 막말 후보들에게 공천장을 줬다. 노종면(인천 부평갑) 전 YTN 노조위원장은 “천안함이 폭침이라고 쓰는 언론은 다 가짜”라고 했다. 박선원(부평을)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2010년 북한 어뢰가 아닌 아군 기뢰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제기했다. 권칠승(경기 화성병) 수석대변인은 지난해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향해 “부하를 다 죽이고 무슨 낯짝으로”라고 말해 당내에서조차 “상상하기 어려운 막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10년 전 발언도 문제 삼는 막말 검증이 한창인데, 민주당에선 유독 안보 막말에는 무풍이다. 오는 22일은 천안함 폭침,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전 등에서 북한 도발에 맞선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추모하는 법정기념일 ‘서해 수호의 날’이다. 반(反)안보 세력에 나라를 맡길 순 없다.
문화일보 사설
03-18 경제 ‘살릴 후보, 망칠 후보’ 선별할 때
지금으로부터 2300여 년 전 맹자(孟子)는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질고 유능한 인재, 사회적 도덕률, 그리고 바른 정사(政事) 이 3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른바 ‘치국삼제(治國三濟)’이다. 어질고 능력 있는 이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면 (인재들이 모두 빠져나가) 나라가 텅 비게 되고(不信仁賢則國空虛), 예의가 없어지면 사회가 혼란에 빠지며(無禮義則上下亂), 정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경제가 어렵게 된다(無政事則財用不足).
총선 D-23인 이 시점에 맹자를 떠올리는 것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야말로 치국삼제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인물들이 선량으로 뽑혀야 정치인에 대한 믿음도 생기고 정치도 제대로 이뤄진다. 그래야 먹고사는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란 말이 공연히 나온 게 아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선거는 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제도적 장치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수 있지만, 민주주의 연구의 대가 고(故) 로버트 달 미국 예일대 교수에 따르면 ‘시민의 선호에 부응하는 정부’가 핵심이다. 시민 선호의 자유로운 형성과 표출을 담보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 같은 기본권이 주어지고 선호를 전달하는 장치로 선거가 이용된다.
지금 국민의 제1 선호는 무엇인가? 그리고 정당들은 이 선호에 부응할 수 있는 후보들을 공천하고 있는가? 소시민들의 최대 선호는 뭐니 뭐니 해도 먹고사는 문제다. 그도 그럴 것이 소득은 정체 상태인 반면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만이 아니라 수산물 가격도 크게 올랐다. 요즘 시장에 나가 보면 어릴 적부터 즐겨 먹던 사과 한 개, 마른오징어 한 마리 사는 데도 손이 쉽게 안 나간다.
물가만이 아니다. 대외적 환경 또한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이어지는 데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이던 중국의 경기 침체로 타격을 받고 있다. 다른 지역에 대한 수출이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중국의 충격을 극복하기엔 아직은 역부족이다. 게다가 오는 11·5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예상되는 미·중 갈등의 격화 또한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우리의 대중 수출 품목과 수량에 많은 제약이 따를 공산이 크다.
물론 경제 문제는 원인이 복합적이다. 정치권 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대외 환경은 우리가 통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과연 여야는 이런 복잡다단한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고 해결하는 데 기여할 능력을 지닌 후보들을 공천하고 있는가. 하지만 지금까지의 진행을 보면 각 정당은 무슨 연예인 띄우듯이 후보를 내세우거나, 특히 야당의 경우 이념적 동질성 또는 개인적인 친소 관계에 따라 이미 정책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린 전력이 있는 인물도 망설임 없이 공천한다.
1992년 미 대선 당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가 크게 히트했다. 지금 우리도 비슷한 상황이다. 각 정당은 경세제민(經世濟民) 문제 해결에 이바지할 후보를 공천하고 정책 대안으로 표심 잡기 경쟁을 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03.19 대통령도 이상하고 공수처도 이상하다

▲이종섭 호주대사,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뉴스1·뉴시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호주 대사의 즉각 귀국과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이 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나경원·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다고 알려진 총선 출마자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는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때문일 것이다. 특히 수도권 출마자를 중심으로 선거가 어려워졌다는 호소가 이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많은 국민이 윤 대통령의 이런 모습을 의아해하고 있다. 국민의힘 요청이 어려운 문제도 아닌 데다,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선거에 해가 될 것이 분명한데 총선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윤 대통령이 왜 거부하는지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사에 대한 공수처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지금 이 시기에 꼭 출국시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가 적임자라면 국내로 돌아와 필요한 사법 절차를 마치고 언제든 다시 출국하면 된다. 1년 넘는 대사 자리 공백은 세계 주요국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황 수석의 ‘기자 회칼 테러’ 언급은 당시 테러를 당한 기자의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이 일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언론의 자유와 언론 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 철학”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황 수석은 윤 정부의 국정 철학과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한 것이고, 이는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두 사람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무슨 일이든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국정 책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국민 여론을 악화시켜 국정 수행에 장애가 될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그게 민심을 반영하는 길이다.
한편으로 이 대사를 수사 중인 공수처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 사안은 이 대사가 국방장관 재임 당시 발생한 해병대원 사망과 관련해 수사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이다. 사안이 복잡할 것도 없고, 관련 내용도 다 드러나 있어 오래 걸릴 수사가 아니다. 그런데도 공수처는 지난 1월 해병대 간부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했을 뿐 핵심 관련자들은 소환 조사도 하지 않았다. 고발 후 6개월간 사실상 수사를 안 하고 있다. 작년 12월 이 대사를 출국 금지해 놓고 정작 소환 조사도 하지 않았다. 수사 대상자의 손발만 묶으려는 것 아닌가. 공수처가 수사를 제때 끝냈다면 애초 이런 문제는 생기지도 않았다.
이 대사는 “공수처가 요청하면 언제든지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공수처는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한다”고 하지만 이 상황에서 시간을 끄는 것부터가 정치적이다. 이 대사를 소환 수사해 혐의 여부를 판단하고, 정부는 이에 따라 이 대사 문제를 결론 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3-19 비례대표 폐지 당위성 더 키운 野 공천
18일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35명을 발표하면서 여야의 지역구에 이은 비례대표 후보 공천도 마무리되고 있다. 지역구 공천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친윤·현역 불패 공천’으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명횡사·친명횡재·대장동 공천’으로 얼룩졌다. 그런데 비례대표 공천은 더 심한 총체적 난국이다.
특히 민주당의 위성정당 격인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의 공천 과정을 보면, 비례대표가 종북·반미 세력과 범죄 혐의자들의 국회 진출 창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준다. 오죽했으면 지난 4일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4년 전에는 비례대표 신청자들의 예비경선을 전 당원 투표로 하고 그 순위 확정은 중앙위원들 투표로 결정했는데, 이번에는 전략공관위의 심사로 결정한다고 한다”며 “이 방식은 밀실에서 소수가 후보를 결정하는 과거의 방식으로, 혁신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겠는가.
민주당은 진보당, 새진보연합, 시민단체와 함께 위성정당을 구성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국민후보 4명 중 전지예·정이영(친북·반미활동) 및 임태훈(병역거부)이 논란이 되면서 3명을 교체했다. 전지예·정이영을 대신해 이주희·서미화가 새로 선정됐지만, 국가보안법 폐지 활동 이력이 있는 이주희는 그대로 공천됐다. 진보당이 내세운 비례후보 3명(장진숙·전종덕·손솔) 모두 ‘이석기 내란 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해산된 통진당의 후예라는 게 문제로 드러났는데도 민주당은 국가보안법 위반 장진숙만 사퇴시켰다. ‘비례대표 재선 특혜’라고 비판받은 새진보연합 용혜인을 바꾸지 않았다.
더욱 참담한 것은 조국혁신당의 공천이다. 조국 대표를 비롯해 황운하 의원 등 범죄 혐의자들이 비례대표로 나섰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2심에서 2년 실형을, 황운하는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실형을 선고받고도 반성·자숙하긴커녕 국회의원이 돼 불체포특권을 누리겠단다. 참으로 씁쓸하고 개탄스럽다.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로 대변하기 어려운 직능이나 사회적 약자 및 정책 전문성을 대변하기 위한 제도다. 지금까지 논란 인사들의 면면은 제도 취지와 거리가 멀다. 이대로라면 ‘비례대표제 폐지론’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제 불신 배경은 겉으로는 후보 자격과 정체성에 대한 ‘부실 검증’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민주적인 상향식 공천이 불가능한 ‘1인 중심의 사당화 구조’를 원인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떴다방’ 식으로 급조된 1인 사당화 구조에서 공천을 하다 보니 치열한 경쟁이나 정체성 검증도 없이 당원 투표나 대의원 투표를 거르고, 인기 위주의 선거인단 투표로 대신하려다 보니 부실 검증이 될 수밖에 없다. 변질된 비례대표제의 문제는, 위성정당이 아니고는 결코 국회의원이 될 수 없는 부적절한 인사들에게 각종 특혜와 특권을 누릴 수 있도록 편법의 길을 열어줬다는 데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근본적으로 위성정당을 만드는 준연동형 선거법을 폐지하고 병립형 비례제도로 돌아가거나 부적절한 공천을 한 정당과 인사들을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로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03-19 의원 특권 폐지 공약 왜 없나
최근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웨덴 현지에서 30년 이상 생활한 그로부터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스웨덴 의원에 비해 얼마나 많은 특권과 권한을 누리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 들었다.
최 교수가 거론한 한국 국회의원들의 특권은 너무 많은데, 대표적인 것들만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누리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간 1억5700만 원 세비, 여기에 사무실 지원 경비 일부와 후원금을 합할 경우 실질 연봉은 5억 원에 이른다. 또 KTX 특실, 비행기 비즈니스석, 의원회관 내 이발소·헬스장·목욕탕·약국 등 무료 이용, 의원회관 내 내과·치과·한의원 본인 포함 가족 무료 이용, 인천국제공항 등의 귀빈실 무료 이용 등의 호사스러운 혜택을 누린다. 스웨덴에선 개별 의원 보좌진을 둘 수 없으나 한국 국회의원들은 의원실별로 보좌진 9명을 둘 수 있다. 출판기념회 등을 통한 자금 조달 관행은 스웨덴 등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인터뷰 도중 미심쩍어 “스웨덴에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죠?”라고 물었다. 최 교수는 “스웨덴 역시 이런 정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정치 문화는 바뀔 수 있고 정치인 의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식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민 자발적 국민협의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 정치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의 주장은 다소 이상적인 것 같지만 비(非)현실적이진 않다. 정착되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스웨덴에서 법제화돼 작동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시행되지 못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번 총선에 뛰어든 정당 중 한 곳이 최 교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이를 선제적으로 공약화하는 건 어떨까 한다. 조직을 결성하고 여론을 조성,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더욱이 이를 실행에 옮기는 정치집단은 총선에서 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여론은 압도적으로 국회의원들의 특혜 폐지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 인터뷰 기사에 달린 온라인 댓글들을 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특권에 중독돼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비난을 쏟아낸 뒤 권한 폐지를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자발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나서는 정치집단을 비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설사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도 대놓고 반대하긴 힘들 것이다. 자기희생을 전제로 한 발언은 일정한 도덕적 무게감을 갖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의 감동이 여전한 것은 절대 반지의 유혹 속에서도 이를 품고 모르도르 화산까지 가서 임무를 완수한 반지 운반자 ‘프로도’의 진정성과 자기희생이 작품 전체를 휘감으며 아우라를 뿜어내는 덕이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 주장의 근원을 보면 르상티망(강자에 대한 약자의 반감)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르상티망은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최 교수 제안은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느닷없이 나왔는데, 어쩌면 이러한 제안이 혼탁하고 살벌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 정치판에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도 같다.
문화일보 유회경 전국부장
03-19 조국당, 지지율 치솟았지만… 도덕성 논란 본격화 땐 지금이 ‘정점
■ 허민의 정치카페 - 조국혁신당의 상승세
‘검찰 정권 심판’ 구호 속 당 중심엔 피의자 줄줄이… 反尹·非明 급진적 유권자가 지지 토대
조국의 정치실험, 비극과 소극의 반복성 확인할까… 중도층의 도덕성 판단이 향배 가를 것
조국혁신당의 중심에 범죄 피의자들이 빼곡하지만 비례대표 정당 지지도는 치솟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정권 심판’ 구호에 공감하고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 공천 내전에 실망한 반윤·비명 성향 유권자가 지지도 상승을 견인하는 형국이다.
조국당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건 윤석열 정권 심판론과 ‘3년도 길다’는 대통령 임기 단축 슬로건이다. 하지만 최고의 순간은 곧 소멸을 시작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조국혁신당을 채운 면면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본격화하면 지금 지지율이 ‘피크’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조국당의 토대
조국당의 지지 토대는 세 부류로 정리된다. ①지역적으로는 호남과 일부 수도권의 반윤·비명·친문 성향 유권자, ②연령별로는 6월 민주항쟁(1987년) 이후 촛불시위(2008·2016년)까지 광장민주주의를 경험했던 4050 세대, ③직업별로는 진보적 화이트칼라와 강남좌파 인텔리 그룹. 자본주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지만 정치 성향과 의식은 급진화한 중산층과 중첩된다.
한국갤럽이 3월 12∼14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벌인 ‘비례대표 선호 투표 정당’ 조사에서 집권당인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34%, 민주당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24%, 조국혁신당 19%로 나타났다(응답률 14.7%,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국당의 전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난 지역은 수도권(22%)과 호남(25%)이었다. 세대별로는 40대와 50대에서 각각 34%와 31%를 기록했다. 직업별로는 자영업(27%)과 사무·관리(22%)가 평균치인 19%를 넘었다. 일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을 택한 표심이 비례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55%)과 조국혁신당(34%)으로 분화했고, 진보 응답층은 조국혁신당(39%)과 더불어민주연합(38%)으로 양분됐다.
조국혁신당 지지층은 과거 문재인 정권의 지지 기반과 오버랩 된다. 문 정권은 소득주도성장론에 의한 경제 양극화, 대북·대중 저자세로 인한 안보 무력화, 주류세력 교체와 보수 대청소 등 국민 갈라치기가 불러온 사회 분열 속에서도 이들의 열광적 지지와 응원에 힘입어 임기 말까지 국정 지지율 40% 안팎을 유지했다.
조국당은 ‘친명횡재-비명횡사’ 공천에 염증을 느껴 잠자던 민주당 지지자를 깨웠고, 선명한 검찰 정권 심판론으로 윤 대통령을 선거판에 재소환했다.
◇문제는 중도야!
조국혁신당의 급부상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를 ‘한동훈 대 이재명’으로 바꿔놓은 지 두 달도 안 돼 총선판을 다시 ‘윤석열 대 이재명’으로 만들었다. 정권 심판론이 불붙을 토대를 제공한 것이다.
여기에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한 핵심 피의자로 공수처 수사를 받아오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해 전격 출국시킨 일은 정권 심판이라는 민심의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조국혁신당의 상승 무드는 계속될까. 조국 현상은 바람으로, 효과로, 역사로 이어질 수 있을까. 관건은 관망하는 중도층의 태도다. 무당층이나 중도층이 선호 비례정당으로 조국혁신당을 선택했다는 걸 말해주는 유효한 지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갤럽 기준으로 보면 중도층의 지지 비율은 19%로 조국혁신당이 받은 평균 지지도에 그쳤고, 무당층은 7%에 불과했다.
즉 조국혁신당이 급진적 반윤·비명 성향 유권자를 넘어 중도 외연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조국 대표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3년은 너무 길다”면서 윤 정권 탄핵을 암시하고 22대 국회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한 것은 열렬 지지층의 환호를 불렀지만 중도층의 지지로는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야당은 여권의 실정을 먹고 산다. 특히 선거철 야당은 대통령과 집권당의 실수에 기대어 표심 결집을 극대화한다. 하지만 ‘이재명 사당’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은 민주당이 정부·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을까. 그게 아니라면 조국혁신당이 이를 대신할 수 있을까.
◇비극과 소극 사이
조국당이 중도층을 투표장으로 견인할 수 있는지에 두 개의 변수가 있다.
첫째, 윤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 운영과 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 논란이 계속 이어지느냐. 수도권과 2030에서 반윤·비명 정서가 맹렬해진다면 중도는 조국혁신당에 더 많은 호감을 내보일 것이다. 둘째, 조국혁신당 구성원들의 도덕성 논란. 급진화한 세력은 ‘조국이라는 인물’보다 ‘검찰 정권 심판’ 구호에 열중하지만, 중도층은 인물의 도덕성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
특히 도덕성 문제는 아킬레스건이다. 조국혁신당은 ‘가족 입시비리’ 등으로 2심에서 2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비례 2번), ‘청와대 하명 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3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비례 8번), ‘윤석열 찍어내기’로 공수처 수사를 받는 박은정 전 부장검사(비례 1번), ‘김학의 출국 금지’로 재판 중인 차규근 전 검사장(비례 10번)을 보유한 정당이다.
조국혁신당 측은 윤석열 정부의 도덕성 기준이 공정하지도 않다고 공격한다. 하지만 정치인의 도덕성은 상대성이 아니라 절대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첫 번째는 비극으로, 두 번째는 소극으로.” 카를 마르크스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제1공화정을 무너뜨리고 황제가 된 후 비참한 최후를 맞은 일, 그의 조카 루이 나폴레옹이 제2공화정을 쿠데타로 전복해 집권했다가 몰락한 사실을 목도하면서 비극에서 소극으로 전화하는 역사의 간지(奸智)를 봤다.
조 대표는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19년 법무부 장관에 올랐다. 그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의욕을 보였지만 가족 입시비리가 터지고 윤석열 총장 체제의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35일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피의자 신분의 조 전 장관은 신당의 대표로 변신해 검찰 정권 심판을 부르짖고 있다.
◇지민비조 가능한가
조국 대표의 정치실험은 비극과 소극으로 연결되는 역사의 반복성을 확인할까. 조국혁신당은 ‘지민비조’의 혜택을 받게 될까, 혹은 4년 전 급상승-급퇴조 흐름을 보인 열린민주당 모델을 답습할까. 그 답은 여야 내부의 갈등 해소 여부, 선거판 구도의 변화, 그리고 베일을 벗은 조국혁신당 내부의 도덕성 문제를 지켜보는 유권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 용어 설명
‘역사는 반복된다’란 카를 마르크스가 저서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인용한 헤겔의 말. 마르크스는 “역사는 반복된다. 첫 번째는 비극으로, 두 번째는 소극으로”라고 부연 설명.
‘지민비조’란 지역구는 민주당에, 비례는 조국혁신당에 투표하라는 것. 신장식이 최근 이재명-조국 회동을 거론하면서 민주당-조국혁신당의 관계를 “따로 또 같이”라고 설명하면서 한 발언.
■ 세줄 요약
조국당의 토대 : 급진적 반윤·비명이 핵심 지지 기반. ①호남·수도권의 반윤·비명·친문 유권자 ②6월 민주항쟁 이후 촛불시위까지 광장민주주의를 경험했던 4050 ③진보적 화이트칼라와 강남좌파 인텔리 그룹.
문제는 중도야! : 조국당 급부상은 총선판을 다시 ‘윤석열 대 이재명’으로 만들면서 정권 심판론이 재연될 토대를 제공. 하지만 조국당이 급진적 반윤·비명 유권자를 넘어 중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단정하긴 어려워.
비극과 소극 사이 : 도덕성은 조국당의 아킬레스건. 핵심 인물 면면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본격화하면 지금 지지율이 ‘피크’가 될 수도. 조국의 정치실험이 비극과 소극으로 연결되는 역사의 반복성을 확인할지 관심.
03.20 “총선 지면 尹 정부 뜻 한번 못 펴고 끝” 알면서 이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23일 눈이 내리는 가운데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는 뜻 한 번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끝나게 된다.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하고 맞는 말이다. 많은 국민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모든 정부는 시대적 소명이 있다. 그 시대가 요구하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윤 정부의 소명은 두말할 것도 없이 노동·연금·교육·규제 등 핵심 개혁을 완수해 국가의 성장 동력을 다시 살려내는 것이다. 이 구조 개혁이 미진하거나 없어서 우리 경제는 장기 침체의 기로에 서 있다. 윤 대통령도 취임 때부터 흔들림 없이 구조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거의 모든 개혁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소수 정부라 힘들다”며 총선에서 개혁에 필요한 의석을 달라고 호소해 왔다.
그런데 막상 총선이 되자 윤 대통령에게 개혁에 필요한 다수 의석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던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해 출국시켰다. 출국 전에 국민의힘에서 총선 직전 출국은 안 된다는 뜻을 전했지만 윤 대통령은 무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사를 귀국시켜야 한다는 국민의힘 요구도 거부했다.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에 대한 사퇴 요구도 “법적으로 문제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상식에 안 맞고 선거에도 악영향을 줄 일인데 윤 대통령이 이러는 이유를 참모들조차 잘 모른다고 한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언론과 여론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더 거꾸로 간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 발언으로 공천이 취소된 장예찬씨는 8차례나 자신이 ‘윤 대통령의 1번 참모’임을 강조하며 무소속 출마했다. 무소속으로 여권 표를 나누면 의석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놀랍게도 윤 대통령이 장씨의 무소속 출마를 권했다는 설이 돈다. 이에 대해 장씨는 잘라서 부인하지 않으며 뭔가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고 대통령실도 아무 반응이 없다.
국민의힘 비례대표 공천은 감동은 없고 뒷말만 무성하다. 비례대표는 인선 자체로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스토리 있는 참신한 청년·기업인·전문가 등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생소한 공무원 두 사람의 공천에 대해선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다. 한 명은 하루 만에 취소됐다. 이 두 사람이 한동훈 비대위원장, 검사 출신 당 인사와 사적인 관계가 있다는 소문만 무성하다. 한 위원장은 “선거에 지면 끝”이라면서 비례대표 공천을 이렇게 하나. 이래서 어떻게 국민 지지를 얻어 국정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국민의힘이 총선에 지면 윤 대통령의 국정 개혁은 시작도 못 한 채 끝날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벌써 과반 승리를 언급하며 ‘윤석열 탄핵’과 ‘임기 단축 개헌’을 주장한다. 실제 정치권에선 이들이 170~180석 안팎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만이 아니라 국민의힘도 인정하고 있다. 국민의힘 수도권 후보들은 사실상 전멸했던 4년 전 총선의 재판이 될 수 있다고 호소한다. 국민들은 선거를 대하는 대통령의 생각이 무엇인지, 개혁 약속이 진심이었는지 묻고 있다. 이대로 선거에 참패한다면 남은 3년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무엇을 할 것인가.
조선일보 사설
03.20 당선권 후보 10명 중 5명이 징역범·피고인인 정당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자. 왼쪽부터 조국·황운하·박은정·차규근·신장식./뉴스1·연합뉴스
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 후보자 20명의 순위를 발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감찰’로 공수처 수사를 받던 중 해임된 박은정 전 부장검사가 1번,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사건으로 1·2심에서 징역 2년 형을 받은 조국 대표가 2번이다. 음주와 4차례 무면허 운전으로 4년 전 총선에서도 정의당 비례 후보에서 사퇴한 신장식 대변인은 4번,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황운하 원내대표는 8번을 받았다.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 사건으로 재판 중인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본부장도 10번을 받았다. 당선이 유력한 상위 10명 가운데 최소 5명이 징역형, 피고인, 피의자다. 비례대표 명부가 ‘범죄자 명부’다.
이들 외에도 한미 동맹을 ‘가스라이팅’에 비유한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6번),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때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던 서왕진 전 서울연구원장(12번), 양승태 대법원장 사법 행정권 남용 논란에 공개 입장을 낸 뒤 청와대 법무비서관·법제처장에 임명돼 ‘초고속 코드 승진’ 논란을 일으킨 김형연 전 법제처장(14번) 등이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범죄자뿐 아니라 부적절한 발언과 처신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사들까지 국회의원이 되겠다며 조국 당에 몰려들었다.
조국 대표와 황운하 원내대표 등은 국회의원에 당선되더라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이런 경우 현행법에 따라 조국 당에서 순차적으로 의석을 승계한다. 범죄자들이 국회를 도피처로 삼는 것도 모자라 의석까지 물려준다. 비례 위성정당 제도로 국회가 범죄 도피처로 되고 있다. 최소한 하급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사람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 대법원 형 확정 시 의석 승계가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3.20 한숨만 나오는 ‘범죄 도피처’, 조국혁신당 비례대표들
실형·재판받는 인사들이 전부 상위 순번
정치권, 비례 선출 방식의 혁신 서둘러야
조국혁신당이 범죄 혐의자들의 도피처가 될 것이란 우려는 결국 현실로 드러났다. 조국혁신당이 그제 밤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은 이미 실형을 받았거나, 재판 중인 인사들이 주축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조국혁신당의 현 지지율이면 적어도 비례대표 10번까지는 당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국 대표는 남성 후보로는 맨 앞인 비례 2번을 받았는데, 그는 이미 지난달 8일 서울고법에서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혐의로 징역 2년과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받은 상태다. 주요 혐의에 대해 1, 2심 재판부가 똑같이 유죄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법률심인 대법원 재판에서 유죄가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형이 확정되면 당연히 의원직은 상실한다. 상식적으로 정치를 할 수 있는 위치가 전혀 아니다.
비례 4번인 신장식 당 대변인은 음주운전 1회, 무면허 운전 3회 등 전과 4범이다. 신 대변인은 4년 전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6번을 받았다가 전과 논란이 증폭돼 후보를 자진 사퇴했었다. 정의당에선 음주·무면허 전과가 후보 결격 사유지만, 조국당에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비례 8번인 황운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결국 이게 부담이 돼 총선 불출마 선언까지 했으나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조국당에 합류해 재선을 노린다. 마치 2020년 총선 때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민주당에 입당해 전북 군산 공천을 노리다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나중에 열린민주당으로 갈아타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단 꼼수와 비슷하다.
비례 10번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선 무죄를 받았으나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기소된 건 아니지만 비례 1번인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윤석열 찍어내기 감찰’ 의혹으로 법무부에서 해임 처분을 받은 인사다. 이런 인사들이 직능별 대표나 소수그룹 보호라는 비례대표제의 취지와 도대체 어떤 관련이 있는가. 이미 민주당은 종북 논란 때문에 여러 명의 위성정당 비례 후보들을 교체하는 몸살을 앓았다.
비례대표 잡음은 여권에서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비례 17번에 배치한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의 공천을 하루 만에 취소했다. ‘골프 접대’로 징계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검증 부실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 비례대표에 호남이 홀대를 받았다며 당 소속 호남 출마 후보들이 집단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정치권이 비례대표 선발의 민주적 통제와 투명성을 제고할 제도 자체의 혁신을 고민해야 마땅하다.
중앙일보 사설
03.21 1% 지지 종북 정당에 최대 5석 주고 정책까지 연대하는 민주당

▲민병덕(왼쪽부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준호 새진보연합 정책본부장, 정태흥 진보당 정책위원장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례연합정당 관련 정책연대를 위한 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2.15/뉴스1
민주당이 진보당 출신 3명을 비례대표 당선권에 공천한 데 이어 지역구 60여 곳에서도 후보를 단일화했다. 당초 울산 북구를 진보당에 양보한 데 이어 부산 연제 단일화에서 진보당이 승리했다. 최대 5명의 진보당 출신 의원이 탄생하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진보당 정책을 총선 공약에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진보당은 이번 총선에서 부유세 도입, 부채 탕감, 주택 거래 허가제, 에너지 무상 공급 등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는 정책을 대거 공약했다. 진보당 강령에는 ‘불평등한 한미 관계 해체’ ‘대외 의존 경제 및 재벌 해체’ ‘교육·의료·주거·이동 등 무상 제공’ 등이 들어 있다. 시장경제와 한미 동맹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줄곧 체제의 근간이었고, 평화와 번영의 기반이었다. 진보당의 강령과 공약은 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들과 정책 연대까지 하겠다고 한다. 국회 다수당이 대한민국 체제 부정에 동참하겠다는 것인가.
민주당이 진보당의 국회 진출을 돕는 이유는 총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진보당은 통진당 시절 정당 득표율이 10%를 넘은 적이 있고, 4년 전 총선에서도 민중당이란 이름으로 1% 남짓 득표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진보당 지지율은 1% 내외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과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구에서 진보당 후보가 출마해 표를 잠식할 경우 민주당 후보의 당락이 바뀔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이 대표가 진보당의 주축인 경기동부연합과 가깝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가 과거 성남시장, 경기지사 선거 때 경기동부연합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진보당 전신인 통진당은 내란 선동 사건으로 위헌 정당 심판을 받고 해산됐다. 통진당은 애국가를 거부하고 유사시 우리 국가 기간 시설 타격을 모의한 집단이다. 당 이름을 바꿔도 사람은 그대로이고 강령과 정책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7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정당이고 세 차례나 집권했다. 아무리 한 표가 아쉽다고 해도 민주당이 이런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헌법의 보호를 받으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당으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3-21 비례 투표 국민의미래 27%, 조국혁신당 19%, 더불어민주연합 16%…조국당 상승세

4·10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 투표 의향에서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이 오차범위 내라는 전국지표조사 결과가 21일 나왔다. 국민의미래가 선두이기는 하나,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연합 지지를 합하면 여당보다 더 높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3월 3주 전국지표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국민의힘 비례대표 정당인 국민의미래 27%, 조국혁신당 19%,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이 16%로 나타났다. 이어 개혁신당 3%, 새로운미래 2%, 녹색정의당 1% 순이다. 그외 정당은 2%, ‘지지하는 정당 없다’ 25%, ‘모름·무응답’ 5%다.
직전인 3월 1주와 비교하면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은 각 1%포인트 하락했고, 조국혁신당은 5%포인트 상승했다. 오차범위 내에서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의 순서가 바뀌었다. 특히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 지지 의사와 국민의미래 지지 의사 간 차는 3월 1주 3%포인트에서 이번 주는 5%포인트로 늘었다.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 의향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32%로 같았다. 조국혁신당 5%, 개혁신당 2%,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 1% 순이다.
제1당 예상은 민주당이 45%, 국민의힘이 37%로, 오차범위 밖인 8%포인트 차가 났다.
이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8.8%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화일보 조성진 기자
03-21 성범죄자 전문 변호사 공천하고 코인 의원 복당시킨 野
제22대 총선 후보자 등록(21∼22일)이 시작되는 등 공식 선거전이 본격화했다. 이런데도 유권자를 모독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어 국민의 최종 심판이 주목된다. 서울 강북을에서 박용진 의원을 꺾고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거머쥔 조수진 변호사의 경우는 특히 개탄스럽다. 그는 다수의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 변호를 맡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천 취소 요구도 빗발친다. 민변 사무총장도 지냈다고 한다. 변호사가 흉악범도 변호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을 노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당 공천을 받거나 민변 사무총장을 맡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인권과 약자 보호 등 민주당과 민변의 가치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자가당착 자기부정에도 해당한다.
이러니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46개 여성단체가 모인 ‘어퍼’가 20일 “민주당은 조 변호사의 공천을 취소하라”고 요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성정치네트워크는 “조 변호사는 성폭력 피의자들에게 법망을 피하는 기술을 안내하고 홍보했다”고 비판했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10세 여아의 성착취물을 제작·학대한 사건 가해자를 변호해 집행유예를 받아낸 것을 블로그에 올려 자랑했다.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 처벌을 가볍게 하는 편견인 ‘강간 통념’을 활용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는 전략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10대 여성 성폭행범, 특수강간범, 여고생 성추행범 등을 주로 변호했다. 여성정치네트워크는 “여성 가산 제도는 성폭력 피의자 전문 변호사의 입신을 위한 디딤돌이 아니다”라고 했다. 유시민 씨는 ‘조 변(변호사)은 길에서 (국회의원) 배지 줍는다’고 했다고 한다.
코인 투기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했던 김남국 의원은 이날 비례대표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에 입당했다. 총선 후 민주당과 합당이 예고된 만큼 사실상 복당하려는 꼼수다. 김 의원은 지난해 5월 국회 상임위 회의 시간에 코인 거래를 하고, 거액의 투기 논란이 불거지자 탈당·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국민적 분노를 샀던 코인 논란이 있었느냐는 듯 “선당후사, 백의종군” 운운했다. 마치 무슨 의로운 일을 하다 핍박 당한 피해자인 양 행세한다.
문화일보 사설
03.22 성범죄자들 전문 변호인을 ‘인권 변호사’라며 공천한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 조수진 변호사./뉴시스
민주당이 4·10 총선 서울 강북을에 공천한 민변 출신 조수진 변호사가 최근까지도 성범죄 가해자들을 집중적으로 변호하고 재판에서 감형을 받아낸 사실을 홍보했다고 한다. 술 취해 잠든 19세 여성을 성폭행한 남성, 여성 208명을 불법 촬영한 남성, 초등학교 4학년 여아를 반복적으로 성폭행하고 성병에 걸리게 한 태권도 관장 등이 그의 고객이었다.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법률적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고, 이들을 변호하는 것 자체를 탓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런 사람을 인권 변호사로 내세우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조 변호사는 블로그에 10세 여아의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학대한 사건의 가해자를 변호해 집행유예를 받게 해준 사실을 홍보하는가 하면, 성폭력 피의자들이 감형받을 수 있는 각종 재판 노하우도 소개했다. 이 중에는 ‘강간 통념’을 활용하라는 조언도 있다. 강간 통념은 거절 의사를 표한 여성이 실제론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그릇된 생각이다. 이런 통념을 가진 배심원이 많으니 국민참여재판에서 활용하란 얘기였다. 한의사가 여성 환자를 성추행한 사건에선 피해 여성에게 “피해자답지 않다”고 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항의하거나 간호사에게 알리지 않은 것을 들어 “성추행 피해자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론 자체가 피해자에게 심각한 2차 가해란 것을 그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사람이 인권 변호사들의 모임이라는 민변에서 사무총장을 지냈고, 민주당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여성 가점’을 받아 공천됐다. 공천을 철회하라는 여성 단체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민주당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조 변호사 문제가 언급되자 “국민의힘 후보들 중에 별 해괴한 후보들이 많다”며 또 동문서답을 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입을 다물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때 박 전 시장을 ‘아름다운 분’이라고 하고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불러 2차 가해를 하던 그 모습 그대로다. 평소 ‘인권’과 ‘젠더 감수성’을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민주당의 본모습이다.
조선일보 사설
03.22 조수진 새벽 사퇴...野 안규백 “후보 전략공천, 박용진은 어려워”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략공천위원장은 22일 과거 성범죄자 변호 논란으로 사퇴한 조수진 변호사가 공천됐던 서울 강북을 지역에 대해 ‘전략공천’ 방침을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오늘 등록이 마감이라 어떤 형태든 경선은 불가하다”면서 “전략 공천만 가능하다”고 했다.
경선에서 진 현역 박용진 의원의 승계에 관해서는 “차점자 승계는 거의 없다”고 했다. 이어 “일반적인 총선 과정에서 차점자가 승리한 경우는 거의 드물다”며 “그 전반적인 내용 자체가 후보에 대한 흠결과 하자로 인해 발생한 요인이기 때문에 제3의 인물로 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박 의원의 전략공천 후보군 거론에 대해선 “포함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라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후 경남 김해 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뉴스1
안 위원장은 “하위 10%, 20%에 포함되거나 경선 과정에서 탈락한 사람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다시 공천받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이미 경선에서 두 번의 기회를 준 후보한테 세 번의 기회를 준 후보는 한 번도 없었다”고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현재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고 안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어떤 경우가 됐든지 간에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야 하기 때문에 오전에 바로 결정해서 오후에 등록해야 한다”며 “바로 현장에 투입하더라도 지역민들을 아우르고 흩어진 당심을 모을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이 있는 사람이 가야 한다”고 했다.
경선에서 박 의원을 꺾고 강북을 후보로 결정된 조수진 변호사는 22일 새벽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조 변호사는 경선 이후 변호사 시절 다수의 성폭력 피의자를 변호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조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변호사로서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그러나 국민께서 바라는 눈높이와 달랐던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은 후보 등록 마감일인 이날 안으로 새로운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 서울 강북을은 애초 현역의원 평가 하위 10%에 속해 경선 득표에서 30% 감산 조치를 받은 박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 이승훈 당 전략기획부위원장 간 3인 경선이 치러졌다. 정 전 의원이 승리했지만, 2015년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의 목함지뢰로 피해를 본 장병들에게 허위로 사과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당은 14일 공천을 취소했다.
이에 박 의원의 공천 승계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당은 ‘차점자가 우승자가 될 수는 없다’며 재차 공천 신청을 받아 박 의원과 조 변호사 간 경선을 치렀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03.22 ‘다 퍼주기’ 이 대표가 “아르헨티나 된다” 걱정한다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총선 유세에서 “이 정권이 이번 선거에서 1당이 되거나 과반수를 차지하면 영원히 아르헨티나처럼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아르헨티나는 수십 년 이어진 좌파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가 거덜 난 대표적 국가다. 문재인 정권이 온갖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 부채를 400조원이나 불렸는데 아르헨티나가 바로 이 길을 걸었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이 대표가 아르헨티나 걱정을 하니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조차 뭔가 헷갈린 말실수가 아닌가 생각했을 것이다.
이 대표는 선거 때만 되면 ‘기본 소득 시리즈’를 내놨다. 대선 후보 시절엔 모든 국민에게 기본 소득을 1인당 연 100만원 지급하겠다고 했다. 전 국민 누구에게나 1000만원씩 초저금리로 돈을 빌려준다는 ‘기본 금융’ 약속도 했다. ‘기본 주택’ 얘기도 나왔다. 이것을 다 하면 한국은 아르헨티나보다 더 빨리 아르헨티나처럼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대표는 주 4일 근무제, 무료 생리대, 탈모 치료까지 포퓰리즘 약속을 융단 폭격처럼 해온 대표적 정치인이다. 대선 직전엔 ‘전 국민 재난 지원금’을 뿌리겠다고 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당시 이 대표는 정부 비협조와 야당 반대를 이유로 들었지만, 국민 60%가 전 국민 지원금을 반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1946년 등장한 페론 정권 이후 나랏돈을 ‘공짜 시리즈’에 퍼부으면서 급속히 기울기 시작했다. 20세기 초만 해도 세계 5대 부국이었지만 온갖 보조금과 수당으로 돈을 뿌리다 IMF 구제 금융만 20여 차례 받는 처지가 됐다. 그런데 아르헨티나 국민은 이런 포퓰리즘 정치인들을 지지해 왔다. 국민이 망국의 공범이다. 이 대표가 포퓰리즘을 신봉하는 것도 당장 선거에 득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대표가 ‘이러다 아르헨티나 된다’고 하니 듣는 사람들은 인지 부조화를 느낀다.
민주당 진영에선 이런 일이 일상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2심까지 징역 2년 실형을 받았다. 그런데 총선 공약으로 ‘대학 입시 기회 균등 선발제’를 내걸었다. 대장동 비리를 ‘윤석열 게이트’라고 한 이재명 대표가 ‘아르헨티나 된다’고 걱정한다. 보통 사람들은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03-22 총선 열세 뚜렷한데도 획기적 반전 기회 못 만드는 與
4·10 총선 후보자 등록이 22일 오후 6시 마감된다. 후보자 면면을 보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범법·종북·저질 후보가 너무 많다. 이대로 가면 제22대 국회는 최악의 망국적 의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여야 의석 불균형으로 인한 야당 폭주까지 우려된다. 이런데도 여권은 획기적 반전 기회를 만들기는커녕 최고 지도부 사이의 ‘자해적 충돌’을 이어간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수도권 122개 선거구는 물론 ‘낙동강 벨트’에서도 민심이 이탈한다는 경고음이 커진다. 국민의힘 자체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고, 경합 선거구 후보들 사이에서는 ‘용산 리스크’까지 대놓고 거론될 정도로 분위기가 흉흉하다. 지난달만 해도 제1당을 넘볼 정도였지만, 이달 들어 급전직하한 배경은 정권 심판론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생활물가가 뛰면서 서민 고통이 가중되는 와중에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무리한 임명과 출국,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실언이 겹쳤다. 김건희 여사 ‘몰카 공작’을 딛고 어렵게 만들어낸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가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 대사 귀국과 황 수석 사퇴에도 불구하고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떠밀려서 결단하는 바람에 효과도 미미하다. 이 대사를 위한 회의 급조 의혹까지 나오면서 심각한 정치적 추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일부 후보의 공천 취소와 비례대표 선정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잠복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인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이 비례대표 후순위에 불만을 표시하며 전격 사퇴한 것도, 윤 대통령이 21일 돌연 민생특보로 임명한 것도 볼썽사납다. 그의 아들이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윤 대통령은 총선에서 패배하면 남은 임기 3년은 식물정권이 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여론의 배경은 국정 자체보다 ‘오만과 불통’ 분위기이다. 사법적 잣대보다 국민 정서를 제대로 읽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원팀 쇼’라도 해 국민 불안을 줄일 필요가 있다.
문화일보 사설
03-22 총검, 탄핵, 2찍, 아르헨…李대표 분열 선동 度 넘었다
총선에서 야당이 ‘정부 심판’을 내세우며 국정을 맹렬히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전략이다. 그러나 합당한 근거와 적절한 품격을 갖춰야 한다. 정치 지도자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지 않으면 정치 불신과 국민 분열을 선동하는 혹세무민에 불과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근 발언은, 궤변과 막말이 뒤섞인 시정 잡배 수준의 ‘아무 말 대잔치’라고 할 정도로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이 대표는 21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최근 사퇴한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을 흉내 내며 5·18 민주화운동 당시 벌어진 잔혹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칼로 허벅지를 찌르는 시늉을 하며 “회칼로… 봤지? 농담이야”라고 하더니 “광주에서 온 사람들 잘 들어. 너네 옛날에 대검으로 M-16으로 총 쏘고 죽이는 거 봤지. 조심해 (웃으며) 농담이야”라고 했다. 이어 “이게 농담입니까. 겁박한 것 아닙니까”라면서 “나라가 망하고 있다”고 윤석열 정부를 맹비난했다. 신군부를 단죄한 주역이 현재 여권의 뿌리인 김영삼 정부이고, 관련 조사·보상 특별법들을 합의 처리한 것도 여당의 전신이며, 여당이 5·18 폄훼 인사를 낙천시킨 사실들은 언급하지 않는다.
지난 14일엔 “살 만하면 2번을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라”고 했다. 투표하지 말라는 정치 지도자는 이 대표뿐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를 비하하는 ‘2찍’ 발언을 했다가 사과한 게 진심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젠 툭 하면 탄핵을 시사한다. 이날도 “본분 잃은 일꾼은 해고해야 마땅하다. 집에 가라고 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한 국민도, 대선 승리로 출범한 정부도 안중에 없어 보인다. 이 대표 자신의 온갖 범법 혐의에 대해선 성찰하지 않고 정치적 상대 진영을 무조건 악마화하는 편 가르기 행태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이 정권이 과반수를 차지하면 영원히 아르헨티나처럼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 대표야말로 페론주의 포퓰리즘을 빼닮은 지도자 아닌가. 부끄러움도 모르는 적반하장 주장이다.
문화일보 사설
03-22 훌리건 정치에 흔들리는 민주주의
트럼프 범죄에 면책특권 요구
의원 줄 세우고 반대파 괴롭혀
공화당 신예 등 정계 은퇴 선언
민주 ‘비명횡사’ 반대파 찍어내
징역 2년 曺 당 만들어 비례 2번
총선은 훌리건 정치의 심판대
“우리의 자유에 대한 무법적 공격에 고분고분 굴복한다면 우리는 그런 행위를 조장할 뿐 아니라 우리 후손마저 비참한 운명에 몰아넣을 것이다.” 책에만 존재해왔던 민주주의를 세상에 구현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명인 새뮤얼 애덤스의 말이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정치 이념 국가를 건설하고 지켜내기 위해서는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됐던 민주주의는 그리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함께 잊혔다.
이후 신대륙에서 8년간의 독립전쟁 끝에 삼권분립, 법치주의 등의 이론에 기반한 민주주의 제도를 최초로 적용한 미국이 건국됐다. 미국 건국 후 민주주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미국 등 서방이 내세우는 자유 민주주의든,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 사회주의 체제의 인민 민주주의든 민주주의를 채택하지 않은 국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하지만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으로 다시금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 선동 혐의 등에 대한 재판에서 면책특권을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면책특권을 헌법이나 법률로 명확하게 다루지 않은 허점을 노린 것이다. 지난해 12월 워싱턴DC 지방법원과 올해 2월 워싱턴DC 순회항소법원 모두 “대통령을 3부(입법·행정·사법부) 모두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어 삼권분립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을 기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판결에 불복해 연방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은 미국 민주주의뿐 아니라 공화당 내 민주주의도 흔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인사들을 찍어내고 공화당 전국위원회까지 장악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워 왔던 인사들도 줄줄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줄을 서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강경파의 움직임에 정쟁은 일상화한 상태다. 공화당은 국경 위기를 주장하면서도 국경 안보 예산 통과는 막았고, 조 바이든 대통령 탄핵 조사와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탄핵 등을 추진했다. 이러한 정쟁과 민주주의 후퇴에 환멸을 느껴 올해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현재까지 50명(상원 8명·하원 42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가운데 상원의원 7명, 하원의원 25명 등 32명은 다른 공직에 도전하지 않고 정계를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폭주 뒤에는 트럼피(Trumpie)로 불리는 열성 지지자들이 있다. 상대 팀과 응원단에 폭력을 휘두르는 훌리건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정치인들을 위협한다. 가장 대표적인 피해자가 공화당의 신성으로 불리던 마이크 갤러거(40)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이다. 갤러거 위원장은 국토안보부 장관 탄핵소추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트럼피들에게 시달리다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훌리건 정치로 중도적 인사들이 떠난 정치판은 지금보다 더욱 극단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세계가 민주주의 맏형인 미국에 우려를 던지는 이유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황은 미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선거유세 도중 뉴욕 등을 오가며 재판에 출석 중인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거유세를 이유로 12일에 이어 19일에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무단 불출석했다. 또, 이 대표와 각을 세웠던 의원들은 ‘비명횡사’로 불릴 정도로 이번 공천에서 줄줄이 낙마했다. 이들은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의 표적이 돼왔다. 입시비리 및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조국혁신당을 창당해 비례대표 후보 2번을 받았다. 이 대표나 조 대표 모두 민주주의를 흔드는 훌리건들에게 기대는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훌리건 정치를 이번 총선에서 심판하지 않는 것은 애덤스의 말처럼 이런 행태를 조장할 뿐 아니라 우리 후손마저 비참한 운명에 몰아넣는 행위다.
문화일보 김석 국제부장
03.23 이재명 대표를 보며 정치 지도자의 품성을 생각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1일 유세에서 황상무 전 대통령실 수석의 ‘회칼 테러’ 언급을 흉내 낸다면서 “광주에서 온 사람들 잘 들어. 너네 5·18 때 대검으로 M16으로 총 쏘고 죽이는 거 봤지. 몽둥이로 뒤통수 때려서 대XX 깨진 거 봤지. 조심해”라고 하더니 “농담이야”라고 했다. 이 대표는 칼로 허벅지를 찌르는 시늉을 하며 “회칼로… 봤지? 농담이야”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게 농담이냐? (황 전 수석이) 겁박한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황 전 수석 비판이 목적이었다고 해도 이 대표의 말과 행동만으로 무섭고 섬뜩하다는 느낌을 받은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5·18 유족과 피해 기자 유족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도 있다. 전남 출신 이낙연 대표도 “참담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성범죄자들을 전문적으로 변호해 온 사람을 공천했고 이것이 문제 되자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대응했다. 여론이 심각하게 나빠지지 않았다면 공천을 취소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이 대표가 과거 사귀던 여성과 그 가족을 무참하게 살해한 조카를 변호하며 ‘데이트 폭력’이라고 한 사실을 떠올렸다고 한다. 형수에게 했다는 도저히 입에 담지 못할 폭언도 생각났다고 한다.
이 대표는 압도적 의석으로 국회를 장악한 제1당 대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다음 국회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게다가 이 대표는 통상적 정당 대표가 아니라 ‘이재명당’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해 1인 통치로 만들었다. 이번 총선에서 실제로 압승하면 현실적으로 대통령과 맞먹는 권력자가 된다. 그런 사람이 국민에게 두려움과 불쾌감을 주는 거친 말과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얼마 전에는 지역구 주민에게 “설마 ‘2찍’ 아니겠지?”라고 했다. 국민을 편 가르고 다른 당 지지자를 비하한 것이다. 이런 일을 거침없이 한다. 사과를 해놓고도 일주일도 못 가서 다시 “살 만하다 싶으면 2번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시라”고 했다. 자기 당을 찍지 않을 사람은 투표하지 말라는 것은 민주 국가 지도자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다. 현실적으로 이 대표는 앞으로 상당 기간 한국 정치를 좌우할 위치에 있게 된다. 그렇다면 나라를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정치 지도자로서 최소한의 품위와 품격을 지키려 노력했으면 한다.
조선일보 사설
03.23 대통령, ‘무엇을 할 것인가’ 스스로 물을 때 왔다
정부-여당 지지·야당 지지 여론 격차 2020년 총선보다 커
민주, 左派 연합·조국당과 連帶 대통령 탄핵 의석 달라 요구

▲윤석열 대통령./대통령실
우리는 희망이 가물가물할 때, 스스로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묻는 것이 실천의 첫걸음이다. 이승만은 나라의 독립이 아득했을 때 ‘독립 정신’을 쓰며 민족의 갈 길을 물었고, 박정희는 가난의 시궁창에서 경제 부흥의 길을 물었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인생은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김대중은 인생에서 가장 캄캄했던 시절 감옥에서 편지를 썼다.
정치가는 낭떠러지에 선 국가 앞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드골은 2차 대전 발발 10년 전 독일 전차 군단에 짓밟히는 악몽(惡夢)에 시달리며 탱크와 기계화 사단 대폭 증강을 주장한 ‘미래의 군대’를 집필했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750부밖에 팔리지 않았다. 1940년 프랑스는 개전(開戰) 한 달 만에 파리를 독일 전차군단에 내줬다. 처칠은 영국 전체가 체코 땅덩어리를 떼주는 것으로 히틀러를 달랠 수 있다고 착각할 때 외딴섬처럼 고립된 처지에서 ‘영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었다. 그 세월이 없었다면, 영국을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의 원조(元祖)는 러시아 공산혁명을 이끈 레닌이다. 그는 1901년 출간한 ‘무엇을 할 것인가’ 서문에서 ‘상황이 너무 화급(火急)해 글을 다듬지도 못했다’면서 독자의 양해를 구했다. 레닌은 볼셰비키 주도로 여러 정파(政派)를 끌어들여 공동 전선(united front)을 꾸리려던 공작이 실패해 크게 좌절했다.
책 안에서 레닌은 ‘정치 선동의 핵심’ ‘러시아 전 지역에 혁명 전투 조직 건설 문제’’ 선동과 이념 교육 수단으로서 ‘노동자 신문 창간’을 역설했다. 지금 민주당과 연합한 좌파 정당·사회단체 우두머리급(級)은 1980년대 운동권 시절 이 책을 ‘필수 과목’으로 읽었을 것이다. 일본어 번역판을 다시 번역한 오역(誤譯)투성이 엉터리 책으로 읽었겠지만, 현재는 ‘박종철출판사’가 러시아어에서 직접 번역한 책이 나와 있다. 1999년 처음 나온 이 책은 2020년까지 10쇄(刷)를 찍었다. 레닌은 최종 결론을 ‘구(舊)시대를 청산하라’는 한 문장으로 맺었다.
4월 10일 총선까지 18일 남았다. 한 여론조사는 정부-여당 지지 36%, 정부 견제 51%였다. 다른 조사는 각각 44%와 49%였다. 2주 전보다 정부-여당 견제는 오르고 야당 심판은 내렸다. 대통령 임기 시작 2년 만에 치르는 중간선거는 대통령 업무 실적과 제1야당 대표 실적을 비교·평가하는 선거가 아니다. 대통령만 도마 위에 오른다.
이번 총선은 우파(右派) 정당과 좌파(左派) 연합이 부딪치는 진영(陣營) 선거다. 진영 선거에선 유권자가 이쪽저쪽으로 넘어가고 넘어오는 일이 없다. 국민의 힘 지지자 89%, 민주당 지지자 6%가 대통령을 긍정 평가했다. 미국 민주당-공화당 상호 혐오보다 지독하다. 이재명 대표가 심판 대상이 됐다면 결과도 거꾸로였을 것이다.
진영 대결에선 어떤 세력을 받아들여 지지 기반을 넓히고 어떤 세력이 이탈(離脫)해 기반이 줄었느냐가 중요하다. 정권 출범 후 여당에 합류(合流)한 새 세력은 없다. 이탈 세력만 있었다. 민주당도 공천 과정에서 친(親)문재인 세력을 완전 거세(去勢)하고 이재명 유일(唯一) 체제를 확립했다. 떨어져나간 세력은 반(反)윤석열 깃발 조국당에 흡수됐다. 민주당은 5% 이상으로 추정되는 반미(反美)·연북(連北) 좌파 정당·사회단체를 끌어들였다.
대차대조표는 국민의 힘은 순감(純減), 민주당 연합은 순증(純增)이다. 그 결과가 정부-여당 지지·야당 지지 간 15%포인트 격차다. 2020년 수도권에서 미래통합당이 민주당에 16석 대 103석으로 참패했던 여론 격차 12%포인트보다 크다.
대통령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 물어야 할 때가 왔다. 반성할 시간 여유조차 없다. 행동하라는 것이다. 현실주의 정치인은 손에 쥐고 있는 것으로 승부한다. 이재명 대표는 한 번도 ‘공정’ ‘상식’ ’법치주의’를 말한 적이 없다. 그것이 자기 목을 베는 칼이라는 것을 안 것이다. 그 대신 대통령을 탄핵할 의석을 달라고 한다.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 내용 절반 이상을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가’로 메웠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뒤집으면 ‘무엇을 해선 안되는가’가 된다. 대통령은 때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혼동해선 안 된다.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의 책 표지 다음 페이지에 이런 구절을 새겼다. “당내(黨內) 투쟁은 당에 힘과 생명력을 줍니다.” 당대표 경선에서 자신과 맞섰던 박용진 의원을 공천 과정에서 두 번 ‘정치적으로’ 살해(殺害)하고 마지막으론 추방해버린 이재명 대표는 이 노선을 따른 것일까 파괴한 것일까.
조선일보 강천석 기자
03.23 보통사람들이라면 이렇게 했을까
온갖 해괴한 일이 난무하는 정치판이지만 22대 총선을 앞둔 지금의 여의도만큼 몰상식과 꼼수가 활개 치는 막장극은 여태껏 보지 못했다. 형사사건 범죄 혐의자들이 끼리끼리 모여 신당을 만들고, 멀쩡한 자당 소속 의원들을 무더기로 징계, 출당해 위성정당에 보냈다. 불공정과 반칙·위선의 대명사가 된 자신의 이름을 당명이랍시고 버젓이 내걸기도 한다. 이름하여 조국혁신당이란다. 특정인의 이름을 당명에 사용하면 홍보에 유리하다며 ‘안철수 신당’을 불허했던 선관위는 ‘조국(祖國)’의 동음이의어란 이유로 조국혁신당 사용은 승인했다. 조국(曺國)을 조국(祖國)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기상천외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형사 피의자 대거 공천한 조국당
이재명은 대장동 변호사 방탄공천
법 좀 안다는 법조인들,양심 저버려
정치의 사법화가 부른 불행한 결말

▲선데이 칼럼
전 국민이 목도한 바와 같이, 조국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직권남용 등으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국회의원에 당선돼도 대법에서 형이 확정되면 그날로 의원직이 박탈된다. 이런 처지라면 달았던 배지도 스스로 내려놓는 게 순리다. 보통사람들은 그렇게 한다. 그런데 상식을 뒤집고 자신을 비례 후보 2번에 셀프 공천했다. 이뿐 아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불출마를 선언한 황운하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 조국당에 합류해 비례 8번에 낙점됐다. 다큐멘터리 ‘그대가 조국’의 배급에 관여한 정상진 후보는 박스오피스 순위 조작 가담 혐의로 검찰 수사를, 차규근 후보는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 사건으로 2심 재판 중이다.
유권자 중엔 검찰 개혁에 공감하는 이가 적지 않고, 피선거권이 있으면 누구든 신당을 만들 수 있으니 창당을 탓할 순 없다. 하지만 진짜 사법 정의를 위한 것이라면 그 목적과 철학에 부합하는 흠결 없는 인사들을 앞세워야 마땅하다. 사법 리스크 부담이 있는 조 대표 자신은 불출마의 용단을 내리는 게 취지에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보통사람들이라면 그리했을 것이다. 범죄 도피의 목적이 아니라면 왜 굳이 실형을 선고받고 재판 중인 형사 피의자를 당선 예상권에 대거 공천했을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가위 꼼수의 끝판왕이라고 할만하다.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에 대한 직무 정지를 규정한 당헌에 예외조항을 급조해 대표 자리를 꿰차더니, 똑같은 금품수수 의혹에 노웅래·기동민 의원은 컷오프, 이 대표는 면죄부다. ‘검찰 정치 탄압의 희생양’이라서란다. 이 괴상한 이중잣대의 정점은 총선 후보 등록마감을 반나절 남겨놓고 빚어진 서울 강북을 후보 교체 소동이다. 민주당은 정봉주(막말)·조수진(성범죄 변호) 후보의 잇따른 낙마로 세 번째로 한민수 후보를 전략 공천했는데, 경선 차점자이자 유력한 당권 경쟁자인 박용진 의원은 이번에도 배제됐다. 반면 이 대표와 부인 김혜경씨, 대장동 사건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등의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들(양부남·박균택·김기표·이건태·김동아·이영선)은 민주당 우세 지역에 줄줄이 공천됐다. 당내에서도 “개인 리스크 방어에 대한 보상과 부담을 덜기 위한 수단으로 의심되는 대장동 변호사 공천은 희대의 기괴한 사천으로 기록될 것”(전혜숙 의원)이란 반발이 높지만, 그래봤자 마이동풍이다. ‘비명횡사 공천’ ‘대장동 방탄 공천’이란 비아냥은 민주당 역사는 물론 70여 년 한국 정당사에 없던 해괴한 일이다.
고장 난 한국 정치의 살풍경이다. 상식을 가진 보통사람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을, 전직 법대 교수·변호사·검사·판사등 소위 법 좀 안다는 사람들이 버젓이 하고 있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란 말이 있듯이, 형사 피의자를 공천하지 않는 건 법·규범 이전에 양심과 도덕의 문제다. “실정법 위반은 아니다”는 항변은 양심을 부정하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정치가 무너진 자리를 사법이 대신해온 ‘정치의 사법화’의 불행한 결말이다. 정치가 당면한 과제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그 결정을 사법의 판단에 떠넘기면서 정치가 길을 잃은 지 오래다. 협상과 타협을 요체로 하는 정치는 때로는 최악을 피하기 위해 4.5 대 5.5의 선택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은 10대 0, 정글의 세계다. 상대를 타협을 통해 공존하는 대상이 아니라 무너뜨려야 하는 적대자로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권 탄생, 윤석열 정부로의 정권교체 과정에서 정치 윤리의 실종을 목격했다. 대화는 실종되고 툭하면 사법부 앞으로 달려가는 정치의 사법화가 만연했다. 적폐를 청산한다며 법을 자기 입맛대로 끌어다대고 상대를 악마화하면서 정치적 올바름은 사라지고 가치는 전도(顚到)됐다. 흰색을 검정이라고 해도, 진영의 보스를 따른다. 그러니 조국당이 기세를 올리고 민주당이 ‘150석+알파’ 운운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수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이런 갈등의 확대 재생산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탓이 크다. 정치를 복원하기는커녕 검사 등 법조인을 요직에 두루 포진시키며 법 만능 사고로 국정을 이끌었다. 정치의 사법화가 더 공고화된 것이다. 이런 사고에 갇혀 있으니 디올백 논란과 이종섭 호주대사의 편법 출국 파문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4·10 총선을 향한 선거운동이 오늘(23일) 시작됐다. 화살이 시위를 떠난 것이다.
중앙일보 이정민 칼럼니스트
03.25 中 대만 침공 땐 한반도 불붙는데 ‘무슨 상관 있냐’는 李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충남 유세에서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라고 말한 뒤 두 손을 맞잡는 동작을 하며 “(중국에) 그냥 ‘셰셰(謝謝·고맙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뭐 자꾸 여기저기 집적거리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안(중국·대만) 문제, 우리가 왜 개입하나. 대만해협이 뭘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있나”라며 “그냥 우리는 우리(끼리) 잘 살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국회를 장악한 제1당 대표가 중국에 조아리는 듯한 언행을 보인 것도 놀랍지만 ‘양안 문제가 우리와 무슨 상관있나’라는 안보 인식과 지정학적 이해는 황당하기까지 하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작년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워게임 보고서’를 발표했다. 워게임에서 중국은 일본 내 미군 기지부터 공격했다. 태평양 미 해·공군의 핵심 전력이 있는 일본에서 출격한 전투기와 항모 등이 대만에 상륙하려는 중국군을 공격하는 것이 가장 두렵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주한미군의 공군 기지가 있다. CSIS 보고서는 ‘중국이 미군의 전력 분산을 위해 북한 도발을 사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대만 침공과 동시에 한반도에 제2전선을 만들어 태평양 미군을 한반도와 대만으로 양분시켜야 중국의 승산이 높아진다. 주한미군의 발을 한반도에 묶는 것이 필수다. 김정은도 미 증원군이 올 여력이 없다고 판단하면 모험에 나설 가능성이 다분하다.
한반도와 대만 안보의 밀접한 연관성은 역사적 선례로도 확인된다. 6·25 전쟁이 터지자 미국은 대만해협으로 미 7함대를 급히 이동시켰다. 미군 참전에 앞서 중공군이 대만을 침공하는 등 양안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으려는 군사적 조치였다. 마찬가지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기로 결심한다면 중국이 한반도에 제2 전선을 위한 불을 지를 것이라는 것은 정해진 이치다. 중국에 대한 한국 정권의 정서적 친소관계에 의해서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우리 해상 무역로도 타격을 입는다. 대만해협의 불은 한반도로 옮겨붙게 돼 있다. 중국을 ‘집적’거리지 않고 두 손 모아 ‘셰셰’ 하면 괜찮을 것으로 믿는다면 안보와 지정학에 대한 기본 상식이 없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3.25 천안함 음모론자 줄줄이 출마, 국민 상식 두렵지 않나
北은 김일성 때부터 南 좌익 세력과 콤비 플레이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은 北 잠수함의 어뢰로 폭침
그런데도 野 일부 세력은 도적은 놔두고 家長만 매질
천안함 음모론자 줄줄이 공천… 反국가 세력 망언엔 왜 관대한가

▲2017년 3월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천안함 7주기 추모식에서 천안함 폭침 생존장병 김윤일(당시 상병)씨가 추모식을 마친 후 생존장병들과 함께 부서진 천안함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오종찬 기자
1948년 건국 이래 대한민국은 공산 세력의 군사 도발과 정치전(政治戰)에 시달려 왔다. 서른여덟 살 김일성이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허락을 받아 6·25전쟁을 일으켰을 땐 남쪽에 암약하는 좌익 세력과의 합동 작전을 계획하고 있었다. 정전협정 이후에도 김일성은 적화통일의 망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내부에는 표현의 자유를 악용하여 국체를 뒤흔드는 반국가 세력이 상존해 왔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래 대학가를 점령한 주사파 운동권의 활약상을 보면서 김일성은 혁명의 만조기가 도래한다고 생각했을 듯하다. 북한 교과서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모든 민주화 시위, 반정부 운동, 노동 파업 등이 “주체의 기치 따라 나아가는 남조선 혁명”이라 가르친다. 실제로 남한의 종북 세력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외치면서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있었다. 북한이 대남 군사 도발을 가하면 그 세력은 남한 정부를 공격했다. 남북 좌익의 콤비 플레이가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그중에서도 천안함 음모론자들의 활약은 북한식 정치전의 극치였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피격 사건’ 발생 후, 국방부는 민·군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을 구성하여 치밀히 조사한 끝에 5월 20일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에 의한 폭침이라고 발표했다. 합조단은 국군과 4개 국가와 12개 민간 연구기관의 73명 전문가로 꾸려졌다. 289쪽에 이르는 합조단의 천안함 조사 결과 보고서는 모든 변수를 열거한 후 하나씩 부정해 가는 방식을 취한다.
104명의 병력이 타고 있는 군함이 침몰하려면 ①좌초, 충돌, 피로파괴 등의 비폭발, ②탄약고 폭발, 연료탱크 폭발 등의 내부 폭발, 아니면 ③어뢰나 기뢰에 의한 수중 폭발이나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급조 폭발물 등에 의한 수상 폭발일 수밖에 없다. 합조단은 파괴 흔적을 분석하여 비폭발 가능성을 배제했으며, 인양된 선체 내부를 조사하여 내부 폭발이 아니었음을 밝혔다. 합조단은 또한 위쪽으로 크게 변형된 선체 용골의 절단면을 분석하여 충격파에 의한 버블효과의 흔적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폭약 성분, 바다에서 건져낸 북한식 어뢰의 추진 동력 장치, 생존자 증언까지 모두 취합하여 천안함이 “북한에서 제조한 감응 어뢰의 강력한 수중 폭발에 의해 선체가 절단되어 침몰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합조단의 보고서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북한을 변호하는 반국가 세력이 악의적으로 생산하고 조직적으로 유포한 수많은 음모설을 말끔히 물리치는 결정적 물증과 과학적 논증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30% 정도는 합조단의 발표를 불신하면서 정부 조작설, 미군 오폭설, 좌초설, 피로 파괴설 등등 물증도, 논증도 없는 황당무계한 음모설에 넘어갔다.
당시 제1 야당은 북한 소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어느 유명한 궤변론자는 “0.001%”도 못 믿겠다는 몰상식한 강짜를 부렸고, 한 정치인은 군사 테러를 당한 국군과 정부를 향해 “참혹한 패전의 책임을 지고 사죄하라”며 거친 입을 놀렸다. 5년이 지나서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천안함 사건이 ‘폭침’과 ‘북한 잠수정의 타격’이라 뒤늦게 슬그머니 인정했지만, 정부의 안보 실패를 규탄하는 괴기한 행태를 보였다. 이들은 모두 군사 테러를 자행한 북한의 전체주의 정권에 대해선 규탄도, 항의도 없었다. 집안에 도적이 들었는데 도적은 놓아주고 가장을 매질하는 꼴이다. 테러 집단을 감싸주며 테러당한 국군을 비난하는 이들의 숙적은 대체 누구인가?
최근 총선을 앞두고 천안함 음모설을 퍼뜨리며 막말하던 자들이 줄줄이 공천되는 부조리가 발생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누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 생각을 어떻게 표현하든, 타인에게 직접 위해가 되지 않는 한 처벌하지 않아야 한다. 열린 사회의 자유와 관용을 악용하는 세력이 국회 입성을 노린다 해도 법적 제약이 가해질 수는 없다.
북한의 군사 테러에 눈감으며 우리 정부와 국군을 공격한 자들은 국민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열린 사회의 자유 덕분에 그들은 지금 공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로 달려가는 중이다. 한국 사회는 왜 유독 반국가 세력의 망언에만 아량을 베푸는가? 그들의 국회 입성을 저지하는 방법은 시민사회의 공론과 유권자의 투표밖에 없다. 수상한 시절의 선거에선 좋은 후보의 선출보다는 나쁜 후보의 배척이 최선의 투표일 수 있다.
조선일보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03-25 1인당 25만 원 살포 꺼낸 李, 보편 지원금 폐해 모르나
총선을 앞두고 또 ‘무차별 현금 살포’ 요구가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주장인데, 유사한 주장을 여러 차례 해왔기 때문에 놀랍지도 않다. 이 대표는 24일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 원, 가구당 평균 10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취약계층엔 1인당 10만 원을 추가 지급하자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4·15 총선 직전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지원금 100만 원(4인 가구 기준)’으로 민주당이 정치적 재미를 봤던 것을 되살려 보려는 의도다. 이 대표는 “가구당 100만 원도 안 되는 돈을 지역화폐로 지급했더니 동네가 약 6개월 동안 활황이었다. 소고기 사 먹고 좋았잖아요”라고도 했다. 그러나 심각한 부작용은 외면했다.
대단한 착각이다. 1회성인 코로나 1차 보편적 지원금은 별로 효과가 없었다는 게 문 정부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었다. 총 지원금 14조2000억 원 중 28%만 소비에 썼고, 나머지는 빚을 갚거나 저축해 소비 진작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부자에게 줄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적 여론이 일었고, 문 대통령 부부의 ‘지원금 기부’가 발단이 돼 고위공직자·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고소득층을 향해, 받은 돈의 반납을 유도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현금 살포 자체가 전형적 포퓰리즘이지만, 부득이 시행하더라도 선별 지원이 옳다. 환자에게 수술 대신 마약을 처방하는 것과 같은 폐해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또 현금 살포에 나선 것은 4·10 총선에서 매표(買票)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보편적 기본소득’의 징검다리로도 활용하려는 것 같다.
이 대표는 민생지원금 규모는 13조 원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감세와 민생토론회를 통해 밝힌 기만적 선심 약속에 900조∼1000조 원이 드는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손톱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계획의 재원은 태반이 민간 자본이고, 그것도 1회성 지출이 아닌 장기 프로젝트다. 세수가 펑크 난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여건도 안 된다. 재정 건전화가 절실한 시점에서 국채 발행은 더더욱 안 될 말이다. 나라를 망칠 포퓰리즘 질주를 멈춰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3-25 몰염치 일탈 심각한 民辯, 인권·민주 운운할 자격 없다
총선 공천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인사들의 몰염치한 처신들이 잇달아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이영선 변호사의 세종시 갑선거구 공천을 취소했다. 그는 민주당엔 아파트 1채, 오피스텔 1채만 신고해 검증을 통과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에는 아파트 4채 등 11채를 신고했다. 보증금을 받아 재투자하니 채무가 37억 원이고, 재산은 1억2000만 원에 불과했다. 민변(民辯)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를 돕는다고 했으나, 자신이 ‘갭 투기꾼’이었던 셈이다.
앞서 서울 강북을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은 조수진 변호사는 인권 변호사를 자처했으나, 성범죄 가해자를 전문적으로 변호한 사실이 확인돼 후보등록 마지막 날 출마를 포기했다. 민변 사무총장을 지냈다. 서울 서대문갑의 민주당 후보 김동아 변호사는 애초 공천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이재명 대표 측근을 변호한 덕에 최종 경선에 올라 공천장을 쥐었다. 민변 사무차장 출신 이주희 변호사는 비례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에서 17번을 받았다. 민변은 위성정당을 “정당 민주주의 파괴”라고 규정했는데, 민변 간부 출신이 이런 식이면 자가당착도 넘어 사기극 아닌가.
민변은 ‘인권 옹호와 민주주의의 발전’을 기치로 1988년 창립됐다. 초기엔 시국 사건 변호 등을 맡으며 정체성을 지켰다. 하지만 민변 출신인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을 지나며 정치권력처럼 변했다. 다수의 국회의원을 배출했고, 문 정부 시절엔 사법부 요직 등을 차지해 ‘민변 정부’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코인 투기’ 김남국 의원, 막말 논란의 최강욱 전 의원도 민변 출신이다. 부적절한 수임료 논란뿐만 아니라 ‘종북’ 논란도 있다. 민변의 민낯이 참담하다. 더 이상 인권과 민주를 입에 담지 말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3-25 선거철 막말·궤변은 망국의 지름길
영국의 소설가 허버트 G 웰스는 “선거는 데모크라시의 의식(儀式), 그 축연(祝宴)이고 그 큰 기능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후진국에서의 선거운동은 권력 쟁취를 위한 전쟁이나 다름없다. 차이점이 있다면, 정파를 달리하는 정치인들이 총칼 대신에 말을 무기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현대인문과학에서 ‘인간에 대한 철학적인 개념이 언어로 대체됐다’고 주장한 것처럼, 말이 인간이 지각하고 인식한 모든 경험을 결정하는 근본 원리가 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파를 달리하는 정치인들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권력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상대방을 비판하는 것은 허용돼야만 하는 일반적인 룰이다. 그러나 비판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건설적이며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적 규범과 질서를 지키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만 한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저급한 표현과 거짓으로 나타내는 파괴적인 선동이 아니라, 진실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고대 로마의 신학자 디오니시우스가 ‘나라를 멸망케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동 정치가에게 권력을 맡기는 일이다’라고 하고, 그리스의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선동가에게 필요한 특성은 더러운 입, 비천한 출신, 비천한 무리가 되는 것’이라고 했던 것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세 중에 쏟아 놓은 말들은 미래를 위한 비전이나 전략이나 국민 통합을 위한 정치보다는 정치 불신과 분열을 선동하는 혹세무민(惑世誣民)적인 책동에 불과하다. 지난 21일 전북 군산 유세 때 그는 “광주에서 온 사람들 잘 들어, 너네 5·18 때 대검으로, M-16으로 총 쏘고 죽이는 거 봤지. 몽둥이로 뒤통수 때려서…깨진 거 봤지. 조심해”라고 하더니 “농담이야”라고 했다. 이어서 그는 칼로 허벅지를 찌르는 시늉을 하며 “회칼로…봤지? 농담이야”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게 “농담이냐? 겁박한 것 아니냐” “나라가 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극적인 5·18 참사를 일으킨 신군부 세력을 단죄한 것은 현 여권의 뿌리인 김영삼 정부였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화 정신을 기리겠다고 약속했으며,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2019년의 5·18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도태우 변호사의 공천을 취소시켰다. 이 대표의 말과 몸짓은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실언을 겨냥한 것이었지만, 대중 앞에서 그 무섭고 섬뜩한 잔혹한 행위를 희비극적으로 재연함으로써 유족들에 대한 2차 가해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한 것은 야당 지도자답지 못한 몸짓이다. 오죽했으면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마저 이 대표의 “(회칼 패러디가) 참담하다”고 했겠는가.
또 이 대표 자신은 사법 리스크를 무겁게 안고 있으면서도,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겨냥해 명확한 실정의 실상과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박근혜 정권도 우리가 힘을 모아 권좌에서 내쫓지 않았나”라며 윤 대통령 탄핵을 시사했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나라를 정치적 후진국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지극히 위험한 반(反)문명적인 막말이자 퇴행적 담론이다. 윈스턴 처칠은 “정치란, 승부를 정하는 것이 아니고 진실하게 행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
03-25 中에 두 손 모아 “셰셰” 하면 다 잘될 거란 이재명몽
한국이 중국에 집적대서 수출 부진?
‘수출한국’ 물류-안보 사활 걸린,
대만해협 문제가 우리와 상관없는 남일?
‘호랑이 앞 어린애’ 같은 李대표 인식
“우리나라 최대 흑자국가·수출국가인 중국이 지금은 최대 수입국가가 돼 버렸어요. 중국 사람들이 한국 싫다고 한국 물건을 사지 않습니다.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 그냥 ‘셰셰’(謝謝·고맙다는 뜻),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 대만해협이 뭘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 있어요. 그냥 우리는 우리 잘 살면 되는 거 아닙니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충남 당진시 당진시장을 방문해서 한 말이다. “셰셰”를 연발하는 대목에서는 두 손을 모아 잡고 익살스러운 표정까지 지어 보였다. 여러 군데에서 문제 소지가 보인다.
우선 “중국 사람들이 한국 싫다고 한국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대목. 이 말이 맞다면, 속은 쓰려도 자존심 접고 중국의 비위만 맞추면 대중 수출 부진을 단번에 타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대표의 진단은 번지수가 크게 틀렸다. 근래 대중 수출 부진은 대중 외교와 양국 국민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후발 주자인 중국이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급속히 좁히거나 역전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따라서 죽기 살기로 기술 개발을 해서 다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는 것 외에는 대중 수출을 살릴 길도, 글로벌 경제전쟁의 틈바구니에서 한국 경제가 살아남을 길도 없다. 한국 기술자를 돈으로 구워삶은 뒤 설계도를 빼돌려 중국 내 한국 반도체 공장 옆에 똑같은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생각을 가진 중국이다. 가진 실력 없이 여기 가서 “셰셰”, 저기 가서 “셰셰” 해본들 실없는 사람만 될 뿐이다.
다음은 중국과 대만 양안 문제. “집적거린다”는 표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영국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 지난해 11월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을 거론해 중국과 갈등을 빚었던 사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발언은 얼마든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필자도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굳이 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는 쪽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익과 국격이 관련된 외교 문제를 놓고 우리 쪽에 “집적거린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맞나.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주한 중국대사 관저에서 당시 싱하이밍 대사가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고압적으로 훈시하는 듯한 원고를 낭독하는 15분 동안 ‘병풍’처럼 앉아 있었다고 해서 여당은 물론 당내에서도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본질적으로 이때랑 뭐가 다른가.
“대만해협이 뭘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 있어요. 그냥 우리는 우리 잘 살면 되는 거 아닙니까?”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말문이 막힌다. 원내 제1당을 이끄는 정치지도자의 인식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된다는 말인가.
아시아 아프리카 인도 유럽을 오가는 한국의 수출·수입품 및 중동지역에서 들어오는 원유를 실은 선박은 대만해협과 대만과 필리핀 사이 바시해협 중 한 곳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이 길목이 모두 막히게 된다. 하루 경제적 손실만 4452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한 발 더 나아가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하고 미국이 개입할 경우에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이 증발하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블룸버그통신 산하 경제연구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까지 있다.
비단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꾸 떠들 일은 아니지만,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주한미군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중국은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그에 대해 우리는 또 어떻게 대응할지 ‘컨틴전시 플랜’을 세워 두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지금의 국제 정세다.
중국 속담에 ‘사람이 호랑이를 해칠 생각이 없다고 해서 호랑이도 사람을 해칠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미중 간의 칼끝이 가장 첨예하게 맞닿아 있는 ‘양안 갈등’이나 ‘반도체 전쟁’은 한국이 말려들고 싶지 않다고 해서 말려들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우리 희망과는 무관하게 한국을 통째로 집어삼킬 수 있는 ‘호랑이’는 코앞에 와 있다. ‘가치외교’든 ‘실용외교’든, ‘전략적 명확성’이든 ‘전략적 모호성’이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남을 궁리를 해서 민첩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언제 호랑이 밥이 될지 모른다.
나침반도, 지도도, 줏대도, 전략도, 책략도 없이 이리 “셰셰 셰셰”, 저리 “생큐 생큐” 해서 잘 살 수 있을 만큼 녹록한 시절이 아니다.
천광암 논설주간 iam@donga.com
03.26 억지 대파 소동 이어 “1인당 25만원 준다”까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제안한다”고 했다. 필요한 재원은 13조원 정도라면서 “가구당 100만원 줘서 동네 장 보게 하면 돈이 돌고 경제가 활성화된다. 소고기 사먹고 좋잖아요”라고 했다. 지난 2020년 4·15 총선 직전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지원금’(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해 선거에서 재미를 봤다. 같은 것을 하겠다는 것이다. 당시엔 코로나로 인해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실제로 컸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그저 노골적인 매표 시도다.
이 대표는 전 국민에게 기본 소득 100만원, 초저금리 기본 금융 1000만원, 역세권 기본 주택, 만 18세까지 아동 수당, 상병(傷病) 수당, 청년 면접 수당에 이어 무료 생리대와 탈모 치료까지 얘기했다. 대선 직전엔 ‘전 국민 재난 지원금’을 뿌리겠다고 했다가 반대 여론이 커지자 철회했다. 그런 이 대표는 최근 “현 정권이 다수당이 되면 영원히 아르헨티나처럼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보다 더한 포퓰리즘 정책을 주장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니 듣는 사람들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 합리적’ 발언을 계기로 대파 챌린지를 벌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를 방문했을 때, 마트 측이 “대파는 원래 1700원 정도 해야 되는데 저희가 875원에 할인 판매한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다른 데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울 거 아니냐. 저도 시장을 많이 가봐서 대파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대파가 875원이라고 한 것이 아니고 다른 곳은 비쌀 것이라고 했는데도 민주당 측은 시장에서 대파 가격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 세계적 경제 국가의 총선 이슈는 반도체가 아니라 억지로 만든 대파 소동이다.
대파 값이 폭등해 소비자들이 직접 대파를 길러 먹느라 시중에 ‘파테크(대파+재테크)’ ‘반려대파(반려동물 키우듯 대파를 키우는 것)’ 같은 말이 유행한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1년 3월이었다. 당시 대파 값은 지금보다 훨씬 비쌌다. 그때 누구도 ‘대파 챌린지’ 따위를 하지는 않았다. 불과 넉 달 뒤엔 대파 값이 폭락해서 농민들이 대파를 폐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조선일보 사설
03-26 피고인 이재명·조국의 ‘탄핵 선동’ 경쟁은 오만의 극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동’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이 대표는 25일 “나라가 이렇게 순식간에 망가지는 것을 본 적 있나”라며 “차라리 (윤 대통령이) 없으면 낫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조 대표는 “국민은 이미 심리적 탄핵 상태”라면서 “하야도 방법일 수 있다”고 했다. 당사엔 아예 ‘3년은 너무 길다’ 등의 플래카드를 걸었다. 야당이 ‘정부 심판’ 프레임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건 당연한 전략이다. 하지만 법리도 논거도 없이, 게다가 범법자들이 탄핵 운운하는 것은 국민 상식과 법치를 파괴하는 행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헌정이 선거제도로 유지되려면 선거 결과, 즉 국민 선택에 대한 승복이 필수다. 세계의 민주국가들이 2021년 미국 대선 불복 세력의 의사당 난입, 지난해 12월 브라질 전임 대통령 지지자들의 대통령궁 난입 사건에 대해 민주주의 근간을 우려했던 이유다. 최근 비례대표 선거 지지율 조사에서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의 차이가 좁혀져 강성 경쟁이 벌어진 측면이 있다고 해도, 반(反)헌법적인 탄핵 선동이 반복적 정치 도구가 되면 돌발적 사건으로 귀결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가 더 극단화하고, 국민 분열을 심화시켰다. 이 대표도 그에 따른 폐해를 경험했지 않은가. 그런데도 헌정사의 불행인 탄핵을 되뇌는 것은 증오심을 부추겨 이득을 얻겠다는 속셈으로 비칠 수 있다. 당장 표심을 자극할 수 있을진 모르지만, 수권정당을 표방하는 야당에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더욱이 두 대표는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다. 이 대표는 3개 재판을 받고 있고, 조 대표는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더라도 4년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상식과 정의가 살아 있다면, 자숙하는 게 도리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는 것으로 나타나자 앞다퉈 대통령 탄핵을 외친다. 국민의 선택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정치 상식도 허무는 오만의 극치다.
문화일보 사설
03.27 ‘조국당’ 상승세에 ‘이게 정상인가’ 묻는 20대 청년들, 누가 답하나
조국혁신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앞서는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유독 20대에서는 지지율이 낮다. 0%인 조사도 있고 많아야 5% 정도에 불과하다. 본지의 서울 동작을, 중·성동갑 지역구 비례 투표 의향 조사에서 조국당은 전체 응답자의 20~22% 지지를 받았지만 20대에서는 두 곳 모두 2%에 불과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0%가 나온 적도 있다.
20대들은 2심까지 징역 2년형을 받은 조국 대표가 자기 이름을 딴 당을 만들고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이 유력한 상황 자체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20대 여성은 “범죄자가 유력 정치인이 되는 현실 자체가 납득이 안 된다. 남미 같은 데서 벌어지는 일 아닌가”라고 했다. 다른 20대 남성은 “당명에 자기 이름을 넣은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라고 했다. 이 밖에 “혹독한 경쟁을 해온 20대가 제정신이면 조국을 지지할 수가 없다” “조민 때문에 부당하게 자기 자리를 잃어버리는 사람이 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수 부부 인맥을 총동원해 억지로 자녀에게 스펙을 챙겨줬다가 적발당하니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고 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조국당 대변인은 “20대에 다가가기 위해 당 차원의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례대표 당선권 10명 중 5명을 범죄혐의자로 공천해놓고 무슨 노력을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조 대표의 언행 자체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비현실적이고 상식 밖이다. 조씨 일가는 고교생 딸을 전문 의학 논문 제1저자로 만드는 등의 파렴치하고 노골적인 입시 비리로 조 대표 2번, 정경심 교수 3번, 조민씨 1번 등 총 6번의 재판을 받았다. 결과는 모두 유죄였다. 그런데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한 적이 없다.
조 대표는 재판 중에도 북 콘서트를 열어 책을 팔았고, 그의 딸은 연예인이라도 된 듯 각종 유튜브에 출연했다. 상품 광고도 했다. 재판부는 조씨 일가를 가리켜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했다. 그런데 조 대표는 “비법률적 명예회복을 하겠다”며 출마했다. 총선 공약으로 ‘대학 입시 기회균등 선발제’를 내걸었다.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정치권의 청탁을 받고 부당한 감찰 중단을 지시해 직권남용 혐의로 2심까지 유죄를 받은 사람이 윤석열 정부가 직권을 남용한다고 탄핵을 말한다. 상상을 넘는 뻔뻔함이다.
그럼에도 조국당을 찍겠다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선거 자금으로 쓰기 위해 펀드를 모금했는데 1시간도 안 돼 200억원이 모였다고 한다. 윤 대통령에 대한 혐오와 불만을 표출할 다른 길이 얼마든지 있다. 이렇게 상식과 원칙을 무너뜨려선 안 된다. 그나마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20대가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다.
조선일보 사설
03.27 조국당 사람들의 몰염치
조국, 법원 판결 무시하고 정치
사건 조작 검사가 “검찰 개혁”
정치 판사 “조국, 결연한 모습”
몰염치 시대, 세상 거꾸로 가는 듯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직자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에서 비례대표 후보들과 함께 강의를 듣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고법이 항소심에서 조국 전 법무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법정 구속을 하지 않은 것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였다. 판단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 취지 자체는 자숙하면서 본인 재판 준비하라는 것이다. 확정 판결 전까지 무죄 추정이 원칙이라고 해도 1·2심 연속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라면 그러는 게 당연하기도 하다. 그런데 그는 항소심 선고 직후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하더니 조국혁신당을 창당하고 대표가 돼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를 “비(非)법률적 방식의 명예 회복”이라고 했다. 미사여구로 포장했지만 창당을 방패막이로 삼고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적 면죄부를 받겠다는 것이다. 명색이 형법학자라는 사람이 불구속 재판 원칙을 적용한 법원의 선의를 무시하고, 법 위에 군림하겠다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이 “검찰 독재 정권 종식과 사법 정의 실현”을 외치고 있다.
조국혁신당에 입당한 다른 법조인들 행태도 가관이다. 이규원 검사는 “검찰 개혁을 위해 행동한다는 당 제1강령에 깊은 감명을 받고 입당했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그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김학의 전 법무 차관 불법 출금 사건’에 관여한 그는 지검장 허락 없이 출금 승인 요청서를 만든 혐의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와 별도로 김학의 관련 조사 보고서를 날조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김학의 접대 의혹 당사자인 건설업자가 부인했는데도 “건설업자가 ‘내 별장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만든 혐의다. 거의 창작 수준이다. 이렇게 날조된 보고서 내용을 언론에 흘려 허위 보도가 나오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자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고, 그것이 김학의 불법 출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거꾸로 돈다고 해도 사건 조작 검사가 어떻게 검찰 개혁을 입에 올릴 수 있나.
김형연 전 법제처장도 그에 못지않다. 판사 출신인 그는 얼마 전 어느 유튜브 채널에 나와 “조국 대표가 유죄로 얽힌 것은 정치 검사들이 검찰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검찰 개혁 기수인 조국을 온갖 검찰권을 동원해 옭아맨 것이고, 그런 거악(검찰)을 척결하려고 입당했다”고 했다. 조 대표를 희생양인 양 묘사하면서 검찰이 해서는 안 될 수사를 한 것처럼 말한 것이다. 자녀 입시를 위해 허위 인턴 확인서를 만들고, 문재인 정권 측 인사 감찰을 무마한 사람이 어떻게 희생양이 되고 그런 사람을 수사한 검찰이 어떻게 거악이 될 수 있나. 그럼 유죄 판결을 한 법원은 검찰에 놀아난 것인가. 판사를 했다는 사람이 일각의 ‘조국 동정론’에 올라타 사실을 비틀고 있다.
그는 “검찰 독재 정권을 끝장내겠다는 결연한 모습을 보인 조 대표를 보고 용기를 냈고, 조국을 또 외롭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조국혁신당을 택했다”고도 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인 그는 문 정권 시절 등장한 정치 판사의 원조 격인 사람이다. 사법 개혁을 요구하다 문 정권 출범 직후 사표를 내고는 이틀 만에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됐고, 그로부터 2년 뒤 법제처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당시 민정수석이 조 대표였다. 그 처신을 두고 당시 법원 내부에선 “권력 얻으려고 법관직을 팔았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이젠 국회의원 되겠다고 조 대표를 향해 “결연한 모습” 운운하며 아부까지 한다.
조 대표의 몰염치와 안면몰수는 도를 넘은 지 오래다. 거기에 파렴치한 법조인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 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아무리 몰염치의 시대라지만 그 현실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조선일보 최원규 논설위원
03-27 李 “때리는 의붓아버지 계모” 이번엔 재혼 가정 비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국가나 정부가 지금은 의붓아버지 같다. 매만 때리고 사랑이 없다”며 “계모 같다. 팥쥐 엄마 같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를 의부·계모에 비유했는데, 재혼·입양 가정에서는 가정폭력이 흔히 벌어진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에도 윤 정부에 대해 “회초리를 든 무서운 의붓아버지 같은 모습”이라고 한 것을 보면, 그런 인식이 확고한 것 같다. 윤 정부에 대해서는 정치적 공세로 치부하더라도, 재혼·입양 가정에 대한 비하와 폄훼는 심각한 문제다. 이 대표 본인의 환경에서 연유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최근의 가정 형태를 고려하지 않은 시대착오적 오류이기 때문이다.
계모는 조선 시대 가부장적 가족질서에서 정착된 말로, 전처 자녀를 괴롭히는 악녀 이미지가 씌워져 있다. 2008년부터 민법에서 배우자의 직계혈족도 ‘가족’ 범위에 포함하고, 2015년부터 가족부에 ‘동거인’이 아닌 ‘배우자의 자녀’로 표기하는 것은 재혼 가정의 자녀들을 배려한 것이다. 지난해 혼인 건수 19만4000건 가운데 22.3%인 4만3000건이 재혼이다. 입양도 매년 3000건에 육박한다. 그들이 화목하게 지내도록 응원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이 대표는 그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경기 의정부에선 “경기북도를 분도하면 ‘강원서도’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가 강원도 비하 논란에 시달리고 있으며, 21일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총검’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2찍’ 발언으로 윤 대통령을 지지한 유권자 비하 논란도 있었다. 사실관계는 차치하고 지도자로서의 품성도 저버린 실언 시리즈이다.
문화일보 사설
03.28 “검찰 개혁” 뒤로 거액 ‘전관예우’ “반미”라며 美 국적, 끝없는 내로남불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들의 내로남불과 위선적 행태가 끝이 없다. 비례 1번인 박은정 전 부장검사는 재산이 1년 만에 무려 41억원 늘어났다. 박 후보는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감찰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다 해임된 사람이다. 남편인 이종근 전 대검 형사부장도 감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다 작년 2월 검찰을 떠났다. 변호사 개업을 한 이씨는 ‘대검 형사부장’ ‘검사장’ 출신임을 내세웠다. 서초동 일대에선 그가 검찰 인맥을 이용해 수사와 재판 등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전관예우로 돈을 쓸어 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는 전관예우를 부인하지만 개업 1년 만에 예금만 40억원 늘어났다.
박 후보는 조국당에 입당하면서 “검찰이 국민에게 칼질하고 입까지 틀어막고 있다”며 ‘검찰 개혁’을 주장했다. 현직 때는 억지 감찰에 앞장서고 남편은 퇴직 후 검찰 간부 경력을 앞세워 재산을 수십억 원 불렸다. 이런 사람들이 검찰 개혁을 외친다.
조국당 비례 6번인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아들이 15세 때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 수시로 한미 동맹을 폄하하고 미군 철수를 외쳤다. “한국이 동맹에 중독됐다. 일방적 한미 관계에 따른 가스라이팅 상태” “미군은 점령군” “미군 철수가 평화 체제 구축 과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래 놓고 자기 아들은 미국 국적을 갖도록 하더니 선거를 의식했는지 뒤늦게 국적 회복을 신청했다고 한다.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조국 대표는 온갖 옳은 말을 다 하다 자녀 입시 비리 등 파렴치 비리가 드러났다. 2년 징역형을 받자 탄압받는 투사인 양하며 자기 이름을 딴 당까지 만들었다. 황운하, 차규근, 이규원씨 등 다른 비례 후보들도 각종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모인 당이 ‘입시 기회 균등’과 ‘검찰 개혁’을 외친다. 그러니 20대 청년들이 “드라마와 남미에서나 벌어질 일” “내로남불 끝판왕”이라고 개탄하는 것이다. 그래도 조국당 지지율이 급등한다고 한다. 아무리 정치가 비정상이라 해도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3.28 검찰 출신 이력으로 연 41억 벌고도 검찰개혁 외치나
검찰개혁 주장 조국당 비례 1번 납득 안 돼
광주지검 부장검사 출신으로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에 지명된 박은정 후보와 배우자의 재산이 1년 새 41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검사장 출신 남편이 개업해 1년 만에 번 돈이다. 검찰 고위직 출신이라는 이유로 일반인은 상상하기 힘든 소득을 올리는 변호사의 배우자가 검찰 독재 청산, 검찰 개혁이 유일한 목표인 것처럼 주장하는 당의 비례대표가 된 것이다.
박 후보는 법무부 감찰담당관 재임 중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감찰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무단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받다 이달 초 해임됐다. 이어 곧바로 조국혁신당에 영입돼 비례대표 1번을 받았다.
박 후보 남편인 전 대검 형사부장 출신인 이종근 변호사는 서부지검장을 거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있다가 지난해 2월 검찰을 나왔다. 부부가 마지막으로 지난해 5월 신고한 재산은 8억7526만원이었다. 그런데 박 후보가 총선 후보로 등록하며 선관위에 제출한 본인 및 배우자 재산은 49억8100만원이었다. 1년 새 41억원가량 늘었는데 대부분 현금성 예금이었다.
박 후보는 SNS를 통해 “배우자는 월평균 15건, 재산 신고일 기준으로 약 160건을 수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친문 검사’라고 공격할 땐 언제고 무슨 전관예우를 운운합니까”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변호사 업계에서 전관은 가장 늦게 현직에서 나온 사람을 의미한다. 정치적 성향은 큰 고려 요소가 아니라고 한다. 실제 이 변호사가 변호사 사무실 홈페이지에 자신을 검사장 출신 다단계·가상화폐 전문 변호사라고 소개하며 검사장을 포함한 주요 직책을 올려놨다.
과거에도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퇴임 직후 큰돈을 번 사실이 공직에 지명되며 공개돼 문제가 됐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5개월 만에 16억원을 번 사실 때문에 총리 후보에서 낙마했고, 황교안 전 총리도 17개월간 16억원을 벌었던 것 때문에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렀다.
박 후보는 전관예우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정도면 전관 특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에 충분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검찰 개혁, 검찰 정권 타도를 외치는 당에서 정치하겠다고 나섰다. 이게 과연 앞뒤가 맞는 얘기인가.
한편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6번 김준형 후보도 아들의 이중국적 문제가 논란이 되자 “아들의 국적 회복 신청을 의뢰했고, 대학 졸업 후 입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문재인 정권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내며 한·미 동맹에 대해 비판해 왔다. 조국혁신당은 조국 대표를 포함해 상당수가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전관예우와 국적 문제까지 더 얹어야 할 것 같다.
중앙일보 사설
03.28 신의 직장, 국회의원
#1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정봉주 전 의원이 국회의원 시절을 그리워하는 대표적 이유는 공항 의전 때문”이라고 말했다. ‘발목지뢰 밟으면 목발 경품’ 발언이 부상하며 정봉주 전 의원의 공천은 곧 취소됐지만, 난 ‘아, 이거다’ 싶었다. 38억원 부동산, 37.6억원 빚의 갭투기 변호사(부동산업자에 가깝다), 정치를 잘 못 배운 음란 예찬 청년 정치인, 횡령·음주운전 등 전과 11범 범죄자 등 너나 할 것 없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금배지에 달려드는 이유를 말이다. 최 전 의원 말대로 한번 특권의 맛을 보면 헐떡거리고 (국회의원) 하려 한다. “예를 들어 봉도사(정봉주)가 제주도에 식구들과 여행을 가면 공식 출장이 아닌데도 신분증 내고 티케팅할 때가 되면 공항이 시끌해지면서 (의전이) 막 나온다. (중략) ‘아, 국회의원이 이런 게 있었구나’라고 처음 느끼신 거다.” 어디 이뿐인가. 비행기 비즈니스석, KTX 특실 좌석, 귀빈실과 귀빈 주차장 모두 무료다. 보좌진 9명에 의원사무실 지원 경비로도 1억원이 나온다. 후원금으로 매년 1억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을 챙길 수 있다. 그러니 공식 연봉은 1억5700만원이지만 이런저런 혜택을 다 합하면 실질 연봉은 5억원이 훌쩍 넘는다. 의원회관 내 이발소·헬스장·목욕탕·약국 공짜, 회관 내 내과·치과·한의원은 가족까지 공짜다. 이런 특권 조항이 무려 186개다. 아마 국회가 세종시로 내려가면 특권은 더 늘어날 것이다. 신의 직장이다.
특권 186개, 그러니 금배지 오픈런
폐지 안 하면 ‘제2의 정봉주’ 나온다
폐지 공약 내건 정당에 표를 던지자
#2 미국 워싱턴DC에서 보스턴으로 가는 국내선 항공편에 우연히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주)과 동승했을 때 본 광경이다. 50개 주에 2명씩 총 100명인 상원의원은 거의 대통령급이다. 그런데 탑승부터 짐 찾기까지 의전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야구모자 쓰고 배낭 하나 멘 채 다른 승객과 똑같이 줄을 서 수속하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워싱턴 근무 시절 만난 하원의원 대부분도 늘 약속장소에는 우버를 타고 나타났다. 기사 딸린 검은 고급 승용차 같은 건 없었다. 일본은 미국보다는 조금 특권이 있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지방 선거구 의원이 국회 출석을 위해 도쿄와 지역구를 오갈 때에 한해 열차 일등석 무료 탑승권, 월 3회 무료 항공권을 주는 정도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두 배가량인 스웨덴의 국회의원 연봉은 1억원에 ‘불과’하다. 일을 많이 하고, 일을 잘하면 뭐라 시비를 걸지 못한다. 그런데 한국은 OECD 35개 국가 중 국민소득 대비 세비는 3위인데, 의회의 효과성 평가는 꼴찌에서 2위다. 이런 국회의원들에게 국민 혈세로 돈과 특권을 퍼주는 건 낭비이자 모순이다.
#3 총선까지 앞으로 13일 남았다. “세 자녀 대학등록금을 면제하겠다” “금융소득세를 폐지하겠다” 등 선심성 공약이 난무한다. 여야 가릴 게 없다. 선거 막판으로 가면 더할 것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제 아무도 그런 말을 믿지 않는다. 진짜 면제, 폐지해야 할 건 그런 것 말고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의 특권이다. 이미 수준 미달의 후보 공천 시스템, 국가관도 뚜렷하지 않은 비례대표가 위성정당이란 희한한 자동출입문을 타고 국회에 입성하는 현실을 국민들은 목도했다. 이들에게 왜 세계 최고급 특권을 줘야 하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개혁신당, 조국혁신당은 이 문제에 아무런 답이 없다. 그나마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달 초 ▶헌법상 불체포 특권 폐기 ▶의원 정수 250명으로 50명 감축 등 7개 사안을 공약으로 발표했지만, 그것으론 부족하다. 186개 의전과 특권 모두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제2의 정봉주’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야 국회의원이란 특권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는 머슴이란 인식을 뿌리내릴 수 있다. 그것만 돼도 성공이다. 어느 정당이건 먼저 그걸 약속하는 정당에 표를 던지자. 지금 아니면 바꾸기 힘들다.

중앙일보 김현기 논설위원
03-28 수임 500건 뒤늦게 신고한 野 후보, 탈세 여지는 없나
총선을 13일 앞두고 민변 출신 변호사인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상습적으로 사건 수임 신고를 누락, 탈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입 인재로 인천 서구을에 지난 2일 전략 공천된 이 후보는, 공천 직후 500여 사건의 수임 내역을 등록 시스템에 한꺼번에 입력했고,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대한변협에 징계 개시 신청을 26일 의결했다. 이런 드러난 정황만 보더라도, 갭투기 의혹이 제기돼 공천이 전격 취소된 이영선 전 세종시갑 후보처럼 공천 철회가 마땅하다.
공천 확정 닷새 뒤인 7일 이 후보가 경유증표를 대거 누락해 사건 수임을 축소 신고한 의혹이 보도됐고, 그 뒤 이 후보가 5년 분량의 경유증표를 부랴부랴 올린 것이라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경유증표는 변호인선임신고서를 법원·검찰에 제출할 때 부착하는 증표로, 소속된 지역 변회에서 발급한다. 이 후보 측은 “소속 법무법인에서 경유증표를 발급할 때 대표 변호사 명의만 넣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며 의혹을 부인하지만, 이 후보 신고 재산이 14억 원인데 소득세 납부는 5년간 1200만 원에 불과했다. 500여 건 사건에 변호사 이름을 올리고, 소득세 납부액이 연 평균 200만 원 남짓하다면 정상으로 보기 힘들다. 검찰과 국세청의 탈세 여부 수사·조사도 필요하다. 한편, 조국혁신당 비례 후보 1번 박은정 전 성남지청장의 남편 이종근 전 검사장이 변호사 개업 1년 만에 41억 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한 경우 공직 후보에서 사퇴한 사람도 많다.
문화일보 사설
03-28 ‘정권 심판’보다 ‘국회 심판’이 먼저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헌법학
총선을 앞두고 ‘정권 심판’과 ‘야당 심판’을 놓고 여론이 갈린다. 여대야소의 정권이라면 정권 심판에 ‘국회 심판’도 포함된다. 그래서 정권의 중간선거에서 정권은 당연히 심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여소야대(與小野大)의 국회에서는 국정의 주도권은 야당이 쥐고 있으므로 정부와 국회를 구별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 심판과 국회 심판을 따로 분리해야 한다. 여론조사도 지금처럼 정권 심판과 야당 심판을 묻는 것보다는 정부 심판과 국회 심판으로 나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고 옳은 방법이다.
거대 야당은 입법 폭주와 탄핵을 남용하며 국정을 주도했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을 유도한 측면도 있다. 그래서 4월 총선에서 정부뿐 아니라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함께 심판해야 한다. 당 대표를 비롯해 각종 범죄 피고인들이 국회를 치외법권 기관으로 악용하는 빗나간 정치 행태도 당연히 함께 심판해야 한다. 국회는 그런 피고인들의 놀이터가 아니다. 국회의원은 헌법이 정한 대로 청렴을 지키고 지위를 남용하지 않아야 한다. 국회는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 직무를 행하는 의원의 신성한 활동 무대다. 국회 다수당인 야당이 과연 헌법정신에 따라 국회를 주도했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유죄 선고를 받았거나 여러 독직사건의 피고인들이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큰소리치는 정치 현실은 정상적인 법의 양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심각한 가치관의 전도 현상이다. 우리 헌정사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퇴행적인 정치 현상이다.
4월 총선은 주권자인 국민이 국회를 다시 제모습으로 되돌려놓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정부 심판 못지않게 국회 심판도 절실하다.
야당이 다시 국회 다수당이 됐을 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생각만 해도 분노가 치솟는다. 사당화에 성공한 야당 대표는 방탄 장벽을 더 높게 칠 것이다. 정상인의 양식으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수사 검사를 탄핵소추한 방법으로 담당 판사를 위협하며 재판 진행을 뜻대로 조종하려 할 것이다. 지금도 재판 기일에 멋대로 출석하지 않으면서 사법부를 농락하지 않는가. 법관도 다수당의 눈치를 살피며 다수당에 끌려가는 재판을 할 가능성이 크다. 임명동의권을 악용해 대법원의 구성도 뜻대로 바꾸려 할 것이다. 대법원 장악이 가장 확실한 방탄이기 때문이다. 피고인 신분의 국회의원 여럿이 작당해서 사법부를 무력화하고 되도록 오래 특권을 누리려 할 것이다. 최종 목표는 확정판결 없이 2027년 대선 때까지 버티는 것이다.
국민은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해서 투표해야 한다. 정부를 심판해서 야당의 법치 훼손을 장려하는 판단이 과연 법적인 정의에 맞는 일인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여소야대 국회가 다시 생기면 정부는 완전히 무력화하고 아무 일도 못하게 될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보게 된다. 우리가 애써 가꿔 온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나락으로 추락하게 조장하는 일은 우리 후손에 대한 죄악이다. 이번 4·10 총선은 우리나라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선거다. 각자 선택한 투표가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국민이 현명한 판단으로 투표해야 한다.
문화일보
03-28 존재 이유 없는 비례대표제
민병기 정치부 차장
비례대표제(proportional representation)의 반대말은 다수대표제(majority representation)다. 우리 선거제도는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 다수대표제를 보완하기 위해 비례대표제를 두고 있다. 표의 비례성, 국회의 다양성, 의원의 전문성. 하나같이 중요한 원칙들이 거론된다. 하지만 지역구로 채울 수 없는 인재들을 등용하는 관문이어야 할 비례대표제는 사실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총재가 존재하던 시절에는 당의 재정을 책임지던 인물들이 쉽게 의원 배지를 얻는 통로로 활용됐고, 상대적으로 검증이 소홀할 수밖에 없어 송곳 검증을 피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그래도 제17대 총선(2004년)에서 13%의 정당 지지도로 비례대표 의석 8석을 얻었던 민주노동당, 간혹 전문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비례의원들의 활약 정도가 제도의 존재 이유일 테다.
고백하건대, 5년 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취지에는 찬성했었다. 거대 양당의 극단 정치가 완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완충지대 제3정당들이 원내 진출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도 있으리라 기대했다. 단, 여야가 합의하고 정치권이 기꺼이 ‘정치제도의 개선이 정치 문화의 쇄신으로 이어지도록’ 다짐한다는 전제에서. 그 전제는 이뤄지지 않았고,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진보당은 제22대 국회의원 3명을 사실상 확보했다. 과연 더불어민주당이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을 회피하고 의석 손실은 막기 위해 만든 더불어민주연합의 울타리 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진보당이 독자적으로 원내정당이 될 수 있었을까. 녹색정의당,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자유통일당보다 더 높은 정당 지지율을 얻을 수 있었을까. 공당(公黨)은 공천(公薦)에 무한 책임을 지는데, 민주당은 진보당 출신 국회의원들의 활동에 어디까지 책임질 텐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새진보연합의 용혜인 의원의 비례대표 재선도 마찬가지다. 과연 용 의원이 불출마한 초선 의원들보다 월등한 의정 활동을 했던가. 그렇다 한들 재차 위성정당의 일원으로 국회에 입성하는 게 타당한가. 권력에 대한 감시가 본령인 시민단체가 왜 사실상 당선이 확정적인 국회의원 후보를 추천하는 권한을 가지는지 역시 의문이다. 더불어민주연합은 민주당에 우호적인 의원 확보 외에 어떤 존재 이유가 있는지도 여전히 모르겠다.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는 순번 발표 후 조정이 있었다. 이유는 달랐지만 4년 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못해도 10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배출할 여당의 비례대표 순번 선정이 하룻밤 새 확 바뀔 수 있다는 방증이다. 조국혁신당은 상위 순번 10명 중 4명이 재판 중 혹은 수사 중이다. 원내대표가 비례대표 명단에 발끈했다가 참은 개혁신당, 녹색당과 선거연합정당을 꾸린 정의당의 비례대표 순번 정하기가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일 지경이다.
이런 식이면 비례대표제 자체에 대해 회의가 드는 수준이다. 두 번 실패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확 뜯어고치든 없애든 해야 한다. 다수대표제를 제대로 보완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가 아니라면, 비례대표제를 둬야 할 이유가 없다. 22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님들은 이 논란부터 수습할 염치라도 있었으면 한다.
문화일보
03.29 ‘갭 투기’, 오피스텔 11채, 군복무 아들에 30억 증여, 그래도 당선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워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 국민인재 영입 환영식에서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아무리 나라가 진영으로 갈라져 ‘우리 편’이면 무조건 지지한다지만 거기에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경기 화성을에 출마한 민주당 공영운 후보가 2021년 보유하던 서울 성수동 땅과 건물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바로 전날 군 복무 중인 20대 아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여가 제한되기 직전에 아들에게 물려준 것이다. 공 후보는 현대자동차 부사장 시절이던 2017년 6월 11억원을 주고 이 부동산을 샀는데, 4개월 뒤 인근에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땅이 서울숲 부지로 편입되면서 땅값이 급등해 지금은 시세가 30억원이라고 한다.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자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누구나 건물을 사고 자식에게 증여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공 후보는 이곳에 산 적이 없다. 민주당은 올 초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공 후보와 같은 성수동에 비슷한 부동산을 취득한 장관 후보자에게 실거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공 후보는 이런 사실을 “당에 신고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그럼에도 공 후보를 공천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같은 당에서 경기 안산갑에 출마한 양문석 후보는 2021년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대학생 장녀 이름으로 1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무 경제활동도 없는 대학생이 거액을 어떻게 대출받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이자는 어떻게 감당해왔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양 후보는 “영끌 광풍일 때라 대출에 편법 소지가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했다. 양 후보는 차관급 방송통신위원을 지냈고 국회의원, 도지사 선거에 잇따라 출마한 사람이다.
조선일보 사설
03.29 개딸들이 국회·법원까지 접수하는 날
2007년 정동영의 ‘정통들’
이재명 전국대표로 이끌어
손가혁 거쳐 지금의 개딸
민주당과 국회 접수 다음은
이재명 대표는 2007년 ‘이변(이재명 변호사)’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했다. 당시 민주당에선 이명박 대선 후보에 맞설 후보를 두고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이 경쟁을 했는데, 노무현 대통령 인기가 최악이라 당을 깨고 만들고 아수라장이었다. 결국 대선 후보로 정동영이 선출됐는데 노사모와 유사한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이라는 팬클럽이 핵심 역할을 했고 이 모임 전국 대표격이 이 대표였다. ‘이변’은 “노무현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면 싫다는 것이 국민적 정서”라고 게시판에 썼고 소속을 ‘경기동부’라고 했다. 이 ‘경기동부’가 그 ‘경기동부’와는 아무 상관없는 성남을 지칭하길 바랄 뿐이다.
17년 전 이야기를 꺼낸 것은 반노(反盧) 과거사를 꺼내기 위한 게 아니라, ‘정통들’ 때문이다. 정통들은 기동력과 조직력으로 대선 경선의 1등 공신으로 꼽혔지만 조직 동원 의혹도 받았다. 이 대표는 경선 승리 뒤 인터뷰에서 “준비 못 한 진영과 준비한 진영이 있는데 준비한 사람을 왜 운동을 많이 했느냐고 반칙처럼 취급한다”고 했다. 경선을 하면 ‘비명횡사와 친명횡재’라는 자판기 같은 결과가 나오고 반발하면 “당원들의 선택”이라고 하는 지금과 많이 닮은 답변이다. ‘정통들’은 경선 1년 전부터 200여 명이 7회 이상 합숙을 하며 조직을 다졌다. 국회의원 1명이 국민경선단에 200명 정도 동원할 때 정통 회원들은 8000명을 모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노사모가 분기탱천한 농민군이라면, 정통들은 조직화된 기병”이라고 했다.
정동영 대선 패배 이후 모두 캠프를 떠날 때 이 대표는 마지막까지 전국을 돌며 조직을 챙겼다고 한다. 야권 관계자는 “그때 다져 놓은 조직이 경기지사, 대선 후보, 야당 대표로 성장하는 데 큰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순수한 팬클럽이라고 하지만, 2017년 대선 경선 때 손가혁(손가락 혁명군), 2022년 대선 때의 개딸(개혁의 딸) 같은 조직은 조직력과 화력으로 남달랐다. 사람들도 그때 그 사람들이다. 정통들을 이끌었던 정청래는 민주당 지도부가 됐고 또 한 명의 핵심 인사는 이번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여론조사 업체에서 일한다. 또 한 명은 배임수재로 실형을 살다 감옥에서 강제 추행을 했고 최근에는 민주당 경선을 도왔다는 의혹까지 받았다. 몇 년 동안 정계를 떠났던 정동영이 전주에서 공천을 받은 건 우연이 아니다.
개딸들의 실체는 민주당 사람들도 제대로 모른다. 누군가는 ‘경기동부’가 침투한 것 같다고도 하고, 누구는 자발적 조직이라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개딸들로 상징되는 민주당 강성 당원들은 현재 민주당의 대주주이고, 이번 경선에서 그 위력이 증명됐다. 그들에게 찍히면 중진도, 스타 의원도 다 나락으로 떨어졌고 막말을 해도 자기 지역구 동네 이름을 몰라도 국회의원 후보가 됐다. 민주당의 양대 축인 호남도, 운동권도 개딸들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선택은 이낙연처럼 “내가 알던 민주당이 아니다”라며 떠나거나, 그들에게 잘 보여 한자리 꿰차는 것 중 하나다.
국회 다수당이 개딸에 접수된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이제 국회마저 접수할 순간이 임박했다. 개딸 눈치 보는 의원이 100여 명 이상 나올 상황이다. 게다가 당대표의 명운을 쥔 법원과 판사들까지 개딸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당내 경선도, 여론조사도, 심지어 투표도 준비를 많이 한 조직을 이길 순 없다. 2007년 이 대표는 정통들의 조직 동원 의혹이 제기되자 “선거인단을 많이 모아 투표에 참여시킨 것을 조직 동원이라고 비난한다면 그런 조직 동원은 권장하고 싶다”고 했다. 조직화된 기병 같은 개딸들의 영토 확장이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조선일보 정우상 기자
03-29 앞에선 공정, 뒤론 투기… 이러다 국회가 위선자 소굴 된다
불과 3년 전 이맘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건이 정치인·공직자 부동산 문제로 확대됐고, 대대적 수사·처벌과 입법 보완 등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번 총선 일부 후보들의 부동산 실태는 그런 조치들을 비웃는 수준일 정도로 참담하다. 재산 증식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축재 과정의 도덕성은 공직자의 중요한 요건이다. 당시 투기 문제 제기를 참여연대와 민변 등 친야권 성향의 단체들이 주도했음을 고려할 때, 야권 후보 중에 고약한 사례가 많다는 것은 더욱 어이없는 일이다.
드러난 사례들을 보면, 갭투기와 편법 담보대출, 20대 아들에 건물 증여, 부동산 과다 보유 등 유형도 다양하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더 심각하다. 비명계를 향해 독설을 내뱉어 당에서 징계까지 받은 ‘찐명’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는 2021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사면서 대학생 장녀 이름으로 11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4월 7일 대구 수성새마을금고가 채권최고액 13억2000만 원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는데 채무자 명의는 장녀다. LH 사태 와중에 당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대출 억제 정책을 펴고 있었다. 양 후보는 “영끌 광풍이 불던 때라 대출에 편법적 소지가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했다. 대출 이자를 대신 갚아줬다면 증여 문제도 생긴다. 현대자동차 사장 출신으로 민주당에 영입돼 경기 화성을에 출마한 공영운 후보는 현 시세 30억 원에 이르는 서울 성수동 건물을 군 전역을 앞둔 아들에게 ‘토지 거래 허가구역’ 지정 하루 전에 증여했다. ‘부모 찬스’로 비치는 만큼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라는 구호가 민망하다.
38억 원대 부동산을 사면서 37억 원 빚을 내 ‘갭투기’ 의혹을 받은 세종갑 이영선 후보는 공천이 취소됐는데 비슷한 사례도 속출한다. 문 정부 청와대에서 반부패비서관을 하다 부동산 문제로 경질된 바 있는 김기표 후보(경기 부천을)는 서울 마곡동 상가와 아파트 등 부동산으로만 80억 원을 신고했는데 은행 채무만 56억 원이다. 박민규 후보(서울 관악갑)는 선거구에 오피스텔 11채 등을 갖고 있으면서 ‘청년 주거난 해소’를 주장했다. 이수정 국민의힘 후보(경기 수원정)도 아파트 4채를 소유해 논란이다.
유권자 앞에서는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후보들이 뒤에선 투기로 재산을 불리고 편법 상속하는 위선적 행태가 적나라하다. 게다가 이번 총선 후보 중에는 중대 형사범죄의 혐의자가 유난히 많다. 해당 정당이 공천을 취소해야 하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상당수는 당선권이다. 유권자가 그런 정당과 후보들을 심판할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제22대 국회는 위선·범법자 소굴로 전락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3-29 ‘조국당 1번’ 남편이 다단계 변호, 악질 전관예우 아닌가
전관예우는 검찰·법원 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였다. 역대 정부의 근절 노력 끝에 최근 들어 많이 개선됐다. 그런데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1번인 박은정 전 부장검사의 남편 사례를 보면, 암암리에 계속되고 있다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박 후보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전 대검찰청 형사부장)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에 다단계 사기 혐의로 수사 받는 사람의 변호를 맡아 거액을 받았다고 한다. 검찰 재직 때 해당 분야를 수사했고, 검찰개혁을 외쳤음을 고려할 때 심각한 내로남불로도 비친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 10만여 명에 피해액이 1조1900억 원에 이르는 다단계 사기 혐의로 수사받는 휴스템코리아 대표 등의 변호를 맡아 수임료 22억 원가량을 받았다고 한다. 피해자 4만여 명에 피해액이 4400억 원대에 이르는 아도인터내셔널 관계자 변호도 맡았다. 검찰 재직 때 다단계 사건 수사로 1급 공인전문검사 호칭까지 받은 이 변호사가 개업하자마자 약자들의 피눈물 같은 돈을 갈취한 사기범들을 변호하는 것은 부도덕하다. 개업 당시 한 유튜브 방송에서 “피해를 당한 분들의 사연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한 것을 보면 이중인격도 의심될 지경이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3월 명칭이 ‘계단’인 법무법인을 설립하고, 검사장 출신 다단계·가상화폐 전문 변호사라고 소개했다. 변호사로서 돈을 버는 것은 자유지만, 국민 눈높이에선 전문성보다 전관예우의 최악 사례로 비친다. 전관예우 여부를 가릴 감찰과 수사를 검토할 필요도 있다.
문화일보 사설
03-29 [단독] 민주 김준혁 “수원화성은 여성 젖가슴”… 또 터진 ‘막말 리스크’

■ 총선판 흔드는 후보 논란
“박정희 위안부와 섹스 가능성”
과거 김용민TV서 발언 파장
與 이수정은 아파트 4채 의혹
부동산 투기·꼼수 증여 등
여야 후보 자질 논란 잇따라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경기 반도체 벨트의 핵심 지역인 수원정에 출마한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과거 유튜브에서 수원 화성의 풍수지리학적 의미를 성적 대상화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입에 담기 힘든 성적 농담을 쏟아낸 것으로 29일 확인되면서 총선 후보들의 자질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무리한 ‘친명(친이재명)계 공천’을 위한 부실 검증의 여파로 당 안팎에선 막말과 부동산 문제 등이 겹친 ‘후보 리스크’가 총선 결과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김 후보는 2017년 9월 김용민 씨가 진행하는 ‘국민TV’의 ‘수원 화성, 욕정남매의 시작’에서 김 씨와 여성 진행자와 함께 화성을 방문해 ‘젖가슴’ 등을 언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으로 옮기는데 그때 모든 풍수 지관들이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며 “바로 여인의 젖가슴의 자리고 그래서 이 자리는 유두”라고 말했다. 다른 여성 진행자도 김 후보 말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김 후보는 2019년 2월에는 ‘김용민TV’ 내 ‘김복동 할머니 그리고 일본군인 박정희’ 편에 출연해 방송 시작 46분쯤이 지나면서 “박정희(전 대통령)라고 하는 사람이 그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에 정신대 종군 위안부들을 상대로 섹스를 했었을 테고”라고 발언했다. 진행자인 김 씨가 ‘진짜요?’라고 되묻자 “가능성이 있었겠지. 그 부분에 관련해선 명확하게 알려지진 않았으니까”라고 말했다. 김 후보 발언은 박 전 대통령의 친일·성적 문제를 주장하면서 나왔다. 해당 유튜브를 진행한 김 씨는 과거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을 두고 “강간해서 죽이자”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본보는 김 후보에게 입장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 했고, 캠프에서 곧 입장을 내겠다고 했지만 받지 못했다.
역사학자이자 한신대 교수인 김 후보는 지난달 6일 원내대표를 지낸 비명(비이재명)계 박광온 의원을 꺾고 수원정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 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친명 인사인 김 후보는 정조대왕 연구자로 지난 2021년 8월 출간한 저서 ‘이재명에게 보내는 정조의 편지’에서 “이미 사라진 줄 알았던 ‘억강부약’이라는 말이 (이재명 대표를 통해) 다시 세상에 당당하게 등장했으니, 놀라움과 환희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적었다. 같은 해 12월 유튜브 영상에선 “정조는 봉건 절대군주였음에도 백성과 엄청난 소통을 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도 성남시장실을 개방하는 등 굉장히 뛰어난 소통 리더”라고 추켜세웠다.
지난해 9월 이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박 의원은 현역 평가에서 ‘하위 20%’에 포함돼 득표율 20%의 감산 페널티를 안고 경선에 참여해 단 3표 차이로 김 후보에 패했다.
김 후보와 본선에서 대결하는 이수정 국민의힘 후보는 배우자와 함께 서울 서초구와 용산 등에 아파트 4채와 상가 3채를 보유해 논란을 낳고 있다. 총 85억5000만 원의 재산을 신고한 이 후보는 배우자와 공동으로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와 남부순환로에 아파트 1채씩을, 신반포로에 상가 1채를 갖고 있다. 배우자는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지분 33%), 서초구 반포대로의 재건축 공사 중인 아파트(지분 1%), 관악구·남부순환로 상가 2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 후보는 “변호사인 배우자가 부모한테 물려받은 재산이 있고, 제 능력으로 저축해서 모은 집 두 채 중 한 개(신반포로 아파트)는 현재 멸실된 상태”라며 “제 지분이 50%인 그 집이 개축되면 거기로 이사 가고 현재 살고 있는 집(남부순환로 아파트)은 매매를 할 생각”이라고 해명했다.

▲김준혁(왼쪽)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가 지난 2017년 9월 유튜브 ‘국민TV’에 출연한 모습. 유튜브 캡처
이들 외에도 여야 후보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재산 문제가 총선의 막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노무현 비하’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경기 안산갑의 양문석 민주당 후보는 2021년 부부 공동명의로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구매할 당시 소득이 없는 대학생 딸이 11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보탠 사실이 드러났다. 38억여 원의 재산을 신고한 장진영(서울 동작갑) 국민의힘 후보는 2021년 가족 법인을 설립해 경기 양평에 땅을 사면서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의 박덕흠 국민의힘 후보는 임기 중 농장으로 위장해 골프장을 짓는 등 투기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국토교통위원회 간사 시절 가족 회사가 피감 기관에서 공사를 수주받고 1000억 원을 공사비로 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앞서 국민의힘의 장예찬·도태우 후보, 민주당의 정봉주 후보는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바 있다.
문화일보 염유섭·권승현 기자
03-29 진중권 ‘이재명 막말 안 다루고, 한동훈 한마디 하니 때리고’…생방송 중 돌연 하차 선언

▲박재홍의 한판승부 방송 캡처
韓, ‘정치 개 같이 하는 사람’ 발언 아이템 채택에 반발
‘이 대표 막말은 왜 라이브로 틀지 않나’ 지적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생방송 도중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정치, 개같이 하는 사람’ 발언을 아이템으로 다루는 것에 반발해 하차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희화화하고 재혼 가정 등을 비하한 것은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28일 밤 방송에서 "일단은 ‘개같이’ 뭐 이런 표현을 강조하는 것 같은데, 저는 좀 안 그랬으면 좋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뭔 얘기했나? 5·18 희생자들 패러디했다. 희화화했다. 그런 발언 여기서 안 다뤘다. 그다음에 얼마 전에 입양 가족, 계모라는 발언했잖나. 여기서 안 다뤘잖나"라며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진 교수는 "오늘은 ‘개같이’라는 발언을 다룬단 말이죠. 저는 이런 발언들은 공론의 장에 올라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한다"며 "왜냐하면 이것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갖다가 희석시키기 때문에 저는 거기서 아무 얘기도 안 했는데, 오늘 이걸 달고 섬네일도 그렇게 딱 단 거 보니까 화가 난다"며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언론이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우리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런 짓을 우리가 하면 안 된다. 공정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행자가 이에 이의를 제기하자, 진 교수는 "(이재명 대표가) 원래 막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니까 이게 뉴스 가치가 없는 것인가. 그러면 그렇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말을 평소에 안 한 사람이 한마디 하면 이걸 해서 섬네일로 때리고 이러는 것들이 올바른 언론의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진 교수는 이 대표 발언과 관련해 "그러니까 라이브로 틀었어야 되는 거다. 그 발언(5·18 발언) 들으면 얼마나 천박한지 아나. 계모 발언도 얼마나 천박한지 아나. 한 번도 우리 라이브로 안 틀었죠. 그런데 이런 발언들은 꼭 라이브로 틀더라고. 저는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방송의 공정성을 비판했다.
진행자가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 저희가 비판을 안 했나. 진 교수님이 여태까지 이재명 대표를 비판했을 때 저희가 제한한 적 있었나"라고 하자, 진 교수는 "저만 했다. (진행자가) 제한을 했다. 계속 말 끊고"라고 되받았다. 그는 "공정함이라는 게 있어야 되는데 이게 공정한가. 그러면 막말 만날 하는 사람 막말 만날 해도 되는 거고 그걸 비판 안 해도 되는 거고, 원래 막말 하는 사람이니까 비판의 여지가 없고"라고 한 뒤, "저는 그러면 이 방송 못하겠다"고 밝혔다.
진 교수는 ‘항상 양 패널이 동시에 말씀하실 수 있도록 대화의 문을 제가 사회자로서 해 왔다’고 하자 "문제는 뭐냐 하면, 저쪽에 앉은 분(다른 패널)은 항상 민주당 편만 들었잖나"라고 맞받았다. 그는 "여기에도 거기에 맞는 사람이 와 있어야 공정할 것 같다"고 했다.
문화일보 조성진 기자
03.30 범죄 혐의 없는데도 “대통령 탄핵”이 너도나도 선거 구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에서 이해찬,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윤석열 정권 심판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론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대통령실이 위치한 서울 용산에서 길거리 유세에 나선 한 야권 후보 측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용산에 탄핵 바람이 분다. 탄핵으로 새 시대를 열자”고 했다. 지하철 안에서도 실랑이가 벌어졌다. 일부 야당 선거운동원들이 ‘대통령 탄핵’을 내건 피켓을 들고 열차에 오르자 탑승객이 “왜 탄핵하자는 거냐”고 항의했다. “경제 실정과 폭주로 국민이 살기 힘들다” “억지 탄핵하면 나라가 어찌 되느냐”는 고성이 오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잘못된 머슴은 내쫓아야 한다. 이제 권력을 회수해야 할 때”라고 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 “넌 해고야, 집에 가라” “차라리 대통령이 없는 게 낫다”고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범야권이 200석을 만들면 탄핵이 가능하다” “3년은 너무 길다. 빨리 끌어내리자”고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 레임덕, 나아가 데드덕을 만들겠다”며 ‘윤 정권 조기 종식’과 ‘임기 단축 개헌’을 주장했다.
선거 때마다 ‘정권 심판론’은 등장한다. 일부 후보나 소수 정파가 개별적으로 ‘정권 퇴진’이나 ‘탄핵’을 주장한 적은 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이 일상적인 선거 구호가 된 적은 없다. ‘탄핵’을 잘못 꺼냈다간 되레 정치적 역풍을 맞았다. 그런데 이번엔 국회 다수를 점한 제1야당과 범야권 전체가 공공연하게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
탄핵은 대통령의 직무 행위가 헌법과 법률 위반일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 이로 인해 심각한 헌정 위기가 왔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이다. 탄핵이 현실화하면 국정이 중단되고 나라가 극도의 혼란에 빠진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오만한 태도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는 국민 정서적인 문제일 뿐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야권이 비판 민심에 더 불을 지르려고 매일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 도저히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 김건희 여사 명품 백 논란,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과 출국,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발언 파문 때마다 민심에 역행했다. 여당이나 참모진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다. 과거라면 야권의 ‘탄핵’ 주장은 도리어 역풍을 불렀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법적 사유 없는 탄핵 선동은 국정 혼란만 부추길 뿐 나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야당은 정부 견제 역할을 넘어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해선 안 된다. 자중해야 한다. 윤 대통령도 지금의 상황이 온 이유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3.30 제1야당 대표의 ‘균형 외교’
더불어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의 남성 출마자 중 최상위 순번(2번)을 받은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략통이다. 달변이되 결코 흥분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토킹 포인트를 짜기 때문에 한때 미국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한국 외교관으로 꼽혔다. 외교부 초년 시절엔 러시아 등 동구권 업무를 주로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3시, 중국이 9시면 우리는 1시 방향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균형감도 중요하지만 우리 외교의 근간(根幹)은 한미 동맹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성남시장 이재명’이 워싱턴을 방문한 건 2016년 이맘때였다. 이른바 ‘무상 시리즈’로 중앙 정치에 이름을 알리며 야권의 떠오르는 샛별이었던 그에게 미 조야(朝野)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한 싱크탱크가 토론 자리를 마련했는데 간담회가 끝난 뒤 분위기는 처음과 꽤 달랐다고 한다.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핵실험을 하며 폭주하던 와중에 이미 오래전 사망 선고를 받은 ‘햇볕 정책’을 두둔했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였다. “옆집에 나쁜 친구가 살고 있는데 때리면 기분은 좋은데 더 포악해진다. 자존심 상하더라도 가족 안정을 위해 평화적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
국내에선 상대방의 티끌만 한 과오도 참지 못하는 이 대표가 국운이 걸린 외교·안보의 난제들을 다루는 시각이 대체로 이렇다. 지난 대선 때 우크라이나 전쟁을 “코미디언 출신 정치 초보 대통령이 러시아를 자극한 것”이라 분석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이번 총선에서 “(대만 문제 갖고) 왜 중국에 집적거리냐” “그냥 셰셰(謝謝·고맙다는 뜻) 이러면 되지”라고 말한 것도 비슷한 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2년 전 이 대표에게 ‘대통령이 되면 바이든과 시진핑 둘 중 누구를 먼저 만나겠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런 게 가장 위험한 생각이고 외교는 실용주의”라며 언변을 뽐냈다. ‘우문현답’이라 생각했는지 답변 영상을 한동안 유튜브 대문에 걸어 놓기도 했다.
균형자를 자처하며 그럴듯한 말만 하고, 적당히 눈치를 봐가며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게 상책(上策)이다. 하지만 이런 단물만 빨아먹는 체리피킹은 대한민국이 세계의 변방일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신장된 국력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요구받고 있고, 미·중 패권 경쟁으로 국제 정세가 양극화하면서 회색 지대에서 선택적 침묵을 하는 일도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지금 한미가 만나면 중국 얘기뿐이다. 행여나 더 큰 지도자가 된 이 대표가 ‘셰셰 하면 되지’란 단견으로 외교에 임하면 한국은 국제사회의 미아가 된다. 총선이 끝나면 승패에 관계없이 위 전 대사 손을 잡고 워싱턴에 한번 들르는 건 어떨까. 민주·공화당 출신 따질 것 없이 동맹의 정치인, 전문가들과 만나 얘기를 하다 보면 8년 전과는 공기가 또 많이 달라졌음을 이 대표도 느낄 것이다.
조선일보 워싱턴=김은중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