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治(人) 이야기 2024-03-1/
03.01 전북 10석 지키려 군산 일부 뜯어 붙이고 비례 줄인 ‘야바위 선거구’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비례 1석 축소에 항의하는 피켓을 붙이고 있다./뉴스1
여야가 22대 총선을 41일 앞두고 선거구를 뒤늦게 확정했다. 중립기구인 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가 제시한 원안 대신 비례대표 1석을 줄여 전북 10석을 유지키로 한 후에야 통과됐다. 획정위 원안은 서울, 전북에서 1석씩 감석하고 인천,경기에서 1석씩 증석이 골자인데 민주당이 전북 선거구를 줄일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대해 조정된 것이다.
민주당의 요구 조건에 맞추기 위해 군산시 일부를 떼어다가 김제시· 부안군에 붙이는 선거구가 탄생했다. 김제시 8만1376명, 부안군 4만 9056명으로 한 선거구 최저 인구에 미달하자 막판에 군산시의 일부를 쪼개서 붙인 것이다. 이 합의로 인구 175만명인 전북은 국회 의석 8석의 충북, 강원보다 각각 16만명, 23만명밖에 인구가 많지 않은데 국회 의석은 2석이 많게 됐다.
각 선거구는 인구 수와 행정구역 경계에 따라 결정돼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전체 인구를 지역구 수로 나눈 값을 기준으로 최다 인구가 최소 인구의 2배가 넘으면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맞춰 선거구당 인구가 13만6600명 이상, 27만3200명 이하가 되도록 맞추게 돼 있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동등한 표의 가치를 갖도록 하기 위한 기본 원칙이다. 여기엔 어떤 정치적 고려나 배려가 작용할 수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자신들의 지지 기반인 전북에서 1석을 줄여야 한다면 서울 강남이나 부산에서도 줄여야 한다고 고집했다.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수를 1석 늘려 301석으로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국회 의석을 한 석이라도 줄이라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뜻인데 오히려 증원을 시도한 것이다. 그래서 결국 전북 지역구 수를 지키기 위해 비례대표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인구 감소에도 억지로 선거구를 유지토록 하는 것은 표의 등가성을 훼손한다. 전북 배려를 위해 상대적으로 손해를 감수하게 되는 지자체들의 불만은 무시됐다. 민주당은 경기 규칙인 선거 제도도 이재명 대표 혼자서 마음대로 결정하고, 경기장인 지역구 결정도 자신들의 텃밭을 지키는 데만 주력했다. 총선을 앞두고 원칙이나 상식과 동떨어진 일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3-01 ‘쌍특검법’ 尹거부권 55일 만에 폐기
국회 본회의 재표결서 부결
與 “선거용 악법 다신 없어야”
野 “명품백의혹 등 추가해 재추진”

▲29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3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대장동 특검법)’ 재의의 건이 상정 되고 있다. 이날 ‘쌍특검법’은 최종 부결돼 폐기 됐다. 2024.2.29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쌍특검’(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 도입 법안)법이 2월 29일 본회의에서 부결돼 최종 폐기됐다. 1월 5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 55일 만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은 무기명 수기 투표 결과 출석의원 281명 중 찬성 171명, 반대 109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다. 재의요구권이 행사된 법안이 본회의를 다시 통과하려면 재적의원(297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지난해 12월 28일 본회의에서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 재석 의원 전원과 당시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권은희 전 의원 등 재석 180명 중 찬성 180표로 통과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권 전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퇴장했다. 50억 클럽 특검법도 이날 281명 중 찬성 177명, 반대 104명으로 부결됐다. 50억 클럽 특검법은 지난해 12월 28일 본회의에선 181명이 투표해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뒤 재투표까지 걸린 55일은 양곡관리법 9일, 간호법 14일, 방송법·노조법에 비해 훨씬 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총선 공천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 이탈표가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으로 특검법 처리를 질질 끌어왔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최근 민주당 공천 잡음이 이어지면서 민주당 내 이탈표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국민의힘은 김희국 김용판 김웅 의원 3명만 불참하고 110명이 투표에 참여해 이탈표 단속에 나섰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김병욱 변재일 유기홍 이병훈 김홍걸 황운하 의원, 공천 논란에 반발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이수진(동작) 박영순 의원 등 13명이 불참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내 이탈표가 민주당 기대에 못 미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실제 이탈표가 나오지 않았는지는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가결정족수에 훨씬 못 미치는 표가 나왔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에게 제기된 추가 의혹들을 포함해 김건희 특검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본회의 산회 후 기자들과 만나 “명품백 논란과 양평고속도로 등 추가된 논란을 포함해 발의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다시는 이런 선거용 악법을 갖고 여야가 국민을 피로하게 하고 정쟁을 주고받는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03.01 민주당 ‘공천 심판’ 줄사퇴, 아무 문제 없다는 이 대표
민주당 공천 관리를 맡았던 사람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있다.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만둔 사람이 2명, 중립 의무를 어겨 원치 않게 물러난 사람이 1명이다. 어느 쪽이든 민주당 공천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경선 관리를 총괄해온 정필모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이 가장 먼저 물러났다. 정 위원장은 경선 여론조사 업체 선정이 마감된 후 이재명 대표 측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업체가 추가로 선정된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퇴했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누군가가 전화로 지시해서 (업체를) 끼워 넣었는데 누구 지시인지 밝힐 수 없다고 하더라”며 “나도 허위 보고를 받고 속았다”고 폭로했다. 해당 업체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시 용역을 수행했고, 최근 현역 의원을 배제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논란을 불렀던 곳이다. 추후 경선 불공정 시비와 그에 따른 책임론이 제기될 것을 의식해 정 위원장이 미리 물러난 것이다.
공천관리위원을 맡은 이재정 의원은 공관위의 기동민 의원 공천 배제 결정에 반발해 사퇴했다. 기 의원은 같은 당 이수진(비례) 의원과 함께 라임 펀드 사기 사건 주범인 김봉현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친명계인 이수진 의원은 성남 중원구에서 비명계 윤영찬 의원과 경선을 하게 된 반면, 비명계인 기 의원은 자기 지역구에서 경선 기회도 얻지 못하고 탈락했다. 심사 기준이 고무줄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재정 의원이 이런 문제를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한계를 느낀다”며 물러났다고 한다.
민주당은 비리 혐의로 재판 받는 의원의 공천 심사에서 본인의 혐의 시인 여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노웅래·기동민 의원처럼 혐의를 일부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 공천 배제, 이재명 대표나 이수진 의원처럼 끝까지 부인하면 문제 삼지 않는 식이다.
박영훈 전략공천관리위원은 친명 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공천 배제 주장에 맞장구를 쳤고, 다음 날 임 전 실장은 실제 공천에서 배제됐다. 박 위원은 중립 의무 위반 지적을 받고 물러났다.
공천 과정에 ‘심판’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줄줄이 물러나고 있지만, 이 대표는 “공천이 시스템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심판들이 경기 시스템의 오류를 고발하고, 일부는 시스템을 오작동시켜도 이 대표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조선일보 사설
03-01 “이재명 가고 조국…100석도 위태” 민주 180석 맞힌 ‘엄문어’ 예언
"민주당 22대 총선서 105석 정도 얻을 것"
"이재명 내상 입으면 조국으로 대체"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이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이 "100석도 위
태위태하다"며 "총선이 끝나면 이재명 대표가 가고 조국 대표가 온다"고 전망했다. 엄 소장은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180석을 정확히 예측해 ‘엄문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엄 소장은 전날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지금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00석도 위태위태하다"면서 "이재명 대표는 3월 중순에 반전이 된다고 얘기하지만 그렇게 여론이 급반전한 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충청도 같은 경우 하룻밤에도 여론 지지율이 20%가 왔다 갔다 한다고 얘기하는데 하룻밤 사이에 20%가 왔다 갔다 하는 경우는 전혀 없다"면서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엄 소장은 "총선 끝나면 이재명 가고 조국 온다"고 내다봤다. 엄 소장은 "민주당 공천 파동의 최대 수혜자가 조국 신당"이라며 "보름 전에만 해도 조국 신당이 나와봤자 지난번 총선 때 열린 민주당이 얻었던 한 5~6%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민주당 공천에 실망한 호남 유권자, 진보 성향 지지자들이 교차투표를 통해서 대거 비례대표는 조국 신당을 찍을 것 같다. 최소 15% 이상 득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 소장은 "연동제이기에 15% 득표하면 (비례대표 의석을) 50석 잡고, 50석의 15%면 한 7~8석이 된다"면서 "조국 신당이 가져가 버리면 민주당 비례의석은 줄어들어 민주당이 실제 얻을 수 있는 비례의석은 최대 5석 미만으로 지역구 100석을 합쳐 (22대 총선 때 민주당은) 105석 정도 얻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엄 소장은 지난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조 대표는 민주당의 차기 주자 선두권이었다며 "이재명 대표가 이렇게 내상을 깊게 입으면 조국으로 바로 대체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엄 소장은 "원래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는 덧붙였다.
한편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63석,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을 얻으며 민주당은 전체 60%인 180석을 얻었다. 거대 여당의 탄생은 각종 여론 조사에서도 예상 밖의 결과였지만 엄 소장은 180석을 정확하게 맞추며 화제가 됐다
문화일보 임정환 기자
03.02 김영주, 탈당 민주당원 1500명과 與 입당할 듯
한동훈, 만찬 회동서 입당 권유

▲한동훈(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김영주 국회 부의장이 1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만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부의장 영입을 추진 중인 한 위원장은 “합리적인 분과 함께 정치하고 싶다”고 했고, 김 부의장은 “너무 늦지 않게 답을 드리겠다”고 했다. /뉴시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김영주 국회 부의장을 만났다. 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김 부의장에게 국민의힘 입당을 정식으로 권유했다. 김 부의장은 이날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고, 곧 국회 부의장을 그만두고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의장과 함께 지역구 민주당 당원 1500여 명도 동반 탈당했다. 김 부의장 측은 “탈당 당원들과 논의해 입당 여부를 곧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과 김 부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만나 약 2시간 비공개 만찬을 했다. 한 위원장이 요청하고 김 부의장이 응해 성사됐다고 한다. 김 부의장이 민주당 탈당 선언을 한 뒤 다른 당 지도부와 만난 것은 한 위원장이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김 부의장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갑 공천을 아직 하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은 이 지역구에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을 공천했다.
두 사람은 만찬 뒤 취재진 앞에 섰다. 한 위원장은 “지금의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김영주 부의장 같은 상식 있고, 합리적인 명분을 추구하는 ‘큰 정치인’을 품기엔 너무 망가졌다”며 “저는 김 부의장님과 같이 경륜 있고, 상식 있고, 합리적인 분과 함께 정치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 큰 틀을 말씀드렸다”며 “대한민국과 동료 시민을 위한 정치에 대해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김 부의장은 “제가 참 어렵다, 아시다시피”라며 “제 역할이 무엇이 있는지, 해야 할 역할이 남았는지 (한 위원장이) 말씀해 주셨고, 제가 조금 더 고민해서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답을 드리기로 했다”고 했다. 김 부의장은 “한 위원장이 언론을 통해서 저에 대한 호감을 많이 얘기해 주셨다”고도 했다. 다만 김 부의장은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국회 부의장과 회동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선 국회의원인 김 부의장은 노동계 인사로 한국노총 전국금융노조 상임부위원장을 지냈다.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18대 총선 때는 영등포갑에서 낙선했지만, 19~21대 총선 때 같은 지역에서 3차례 내리 당선됐다.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냈다.
그랬던 김 부의장은 당에서 ‘하위 20%’ 통보를 받아, 지난달 19일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반명(반이재명)으로 낙인찍어 공천에서 떨어뜨렸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私黨)으로 전락했다”며 “모멸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후 김 부의장은 이날 정식 탈당계를 냈다. 그동안 김 부의장은 지난달 29일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잡혀 있어 부의장으로 사회를 보기 위해 탈당계 제출은 미뤄왔다. 다만 문재인 정부 시절 장관들을 비롯해 주변 인사들이 김 부의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만류하고 있어, 막판 고심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의장 측 관계자는 “국회에도 부의장 사임계를 낼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출근길에서 “김 부의장은 대단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분”이라며 “제가 법무부 장관 시절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황당한 소리를 할 때 국회 부의장으로서 사회를 보면서 대단히 품격 있게 제지하더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작년 9월 대정부 질문에서 안민석 의원에게 “내년 총선에 출마하느냐” 등의 질문을 받았고, 두 사람의 설전이 이어졌다. 김 부의장은 “안 의원은 정치 출마부터 물었는데, 오늘 대정부 질문에 적절한 질문은 아니었다”며 안 의원을 제지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2일에도 김 부의장 입당 가능성에 대해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있는 분이라면, 다양한 분이 많이 모일 때 더 강해지고 유능해지고 국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화를 나눠 보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말씀하시는 분이었다”며 “우리 당으로 들어오면, 무조건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 사당화 논란으로 탈당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중 일부는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5선 이상민 의원은 작년 12월 민주당을 탈당했고, 지난 1월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지난달 19일엔 자신의 지역구인 대전 유성을에 단수 추천을 받아, 6선에 도전한다.
남양주시장 시절인 2020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와 경기도형 재난 지원금 등으로 갈등을 빚었던 조광한 전 시장 역시 작년 9월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조 전 시장은 경기 남양주병에 단수 추천됐다. 김윤식 전 시흥시장은 민주당이 후보자 검증 단계에서 자신을 부적격 판정하자 반발하며 탈당했다. 이후 지난달 29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김 전 시장은 “제가 국민의힘에 와서 민주당 초강세 지역인 (경기) 시흥을에서 도전하는 것이 정치 발전에 작게나마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왔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정환 기자
03.02 간첩죄 개정 추진, 안민석 잘못 지적… ‘韓의 영입 대상’ 김영주의 과거
與 일각 “국힘내 가장 왼쪽 인사보다 오른쪽 계신 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국회 부의장이 조만간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김 부의장의 과거 행적이 온라인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간첩죄 사각지대를 보완할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대정부질의 때 다소 엉뚱한 질문을 하는 민주당 의원을 제지하는 등 민주당 주류와는 다소 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는 것이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 부의장은 2022년 9월 형법 일부 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형법에서는 북한 등 ‘적국(敵國)’을 위해 간첩행위를 한 경우만 간첩죄로 처벌받는데, 개정안에서는 ‘외국’에 기밀 누설을 해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 법안1소위에 계류돼 있다.
실제로 중국 비밀경찰서의 국내 거점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던 중식당 ‘동방명주’를 운영한 중국인 일당에 대해서도, 우리 당국은 형법상 간첩죄를 적용하지 못했다. 대신 식품위생법 위반,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 부차적인 혐의만 적용해 지난 2월 기소됐다. 동방명주가 실제 중국 비밀경찰서가 맞는지에 대해 국내법을 적용해 수사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기 때문이었다.

▲중국 '비밀 경찰서' 운영 의혹을 받는 중식당 동방명주 대표가 2022년 12월 서울 송파구 동방명주 앞에서 의혹을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김 부의장은 이와 관련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에 나와 “중국 공안이 중국집으로 위장해 비밀 경찰서를 했는데 처벌할 법이 없다. 우방이라도 우리나라 국가 기밀이라든가 우리 국민에게 해를 끼쳤으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자국에 해가 되거나 타국을 이롭게 하는 행위에 대해 모두 ‘간첩죄’를 적용해 중형에 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법안과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그동안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김 부의장 외에 홍익표·이상헌 의원이 발의했지만, 민주당 다른 의원들이 ‘법원과 합의’ 등을 요구하며 소극적 반대 입장을 보여 진척이 없는 상태다.
한동훈 위원장은 법무장관 시절에도, 지금도 해당 법 개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위원장은 2일 조선닷컴 통화에서 ”현행법으로는 북한 이외 경쟁국에 대한 국가기밀 누설, 다시말해 간첩행위는 처벌하지 못한다”며 “반면, 미국, 중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가들은 우리와 달리 ‘적국’에 국한하지 않고 ‘외국’에 대한 국가 기밀 누설 행위를 무겁게 처벌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가 기밀이 중국 등에 누설되는 것은 처벌이 못하고, 반대로 그 나라들 국가기밀이 우리나라로 누설되는 것만 처벌되는 것은 불공정일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에 위협”이라고 했다.
김 부의장이 대정부질문에서 정부를 향해 억지성 질의를 하는 자당(自黨) 의원을 제지한 모습도 다시금 거론됐다.
대표적으로 작년 9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한동훈 당시 법무장관과 충돌했던 장면이다. 두 사람은 당시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이 나눠야 할 국정(國政)에 대한 질답 대신, 개인 신상에 관한 언쟁을 벌였다.
안 의원은 당시 한 장관을 불러 대뜸 “내년 총선 출마하느냐”고 물었다. 한 장관은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 제 임무를 다하겠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정치는 하실 거죠?”라고 재차 물었고 한 장관은 “그런 문제를 대정부질문에서 물을 건 아니다. 의원님은 출마하시죠?”라고 되받았다. 안 의원이 “저는 하죠”라고 하자 한 장관은 “네, 잘 되시길 바라겠습니다”라고 했다.
안 의원은 “그런 답변 태도가 문제”라며 “시중 한 장관 별명 제가 말씀드릴까요?”라고 했다. 한 장관은 “여기서 좀 건설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이후 상황도 비슷했다. 안 의원은 대정부질문 본연의 질문을 하지 않고 계속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던 안 의원이 사회를 보던 김 부의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한 장관에게 주의를 주시고, 사과를 받아달라”고 말했다.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의장석에 앉아 있다. /뉴스1
하지만 김 부의장은 오히려 안 의원 잘못을 지적했다. “출마 의사를 물었던 (안민석 의원의) 첫 질문부터 대정부질문에 적절한 질문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같은 김 부의장 행보를 두고 “당에서 제일 왼쪽에 있는 사람보다는 더 오른쪽에 있는 사람” “당과 결을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고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달 20일 김 부의장에 대해 “대단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김명진 기자
월간조선 03월 호
●현실화한 ‘AI 선거 개입’
“2024년은 AI 선거 될 것”… 딥페이크로 조작된 ‘가짜 뉴스’ 주의보
⊙ 美 대선 앞두고 AI 선거 개입 가시화… 가짜 바이든, “투표하지 마라”
⊙ 논란 발생 시 ‘AI 조작’이라 핑계… 정치인들, 딥페이크 逆이용하기도
⊙ 누구나 조작 영상 제작 가능… 선관위, 올해부터 딥페이크 활용 선거운동 금지

▲메인 이미지=셔터스톡
직접 보고, 들어도 믿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서다. 선거에 악용(惡用)하면 ‘가짜’가 ‘진짜’ 후보를 위협하기도 한다. 각국에서 이런 사례가 속속 발생 중이다.
“이번 화요일에 투표하지 마세요. 그것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이라는 공화당의 목표를 돕는 일입니다.”
지난 1월 23일(현지시각) 뉴햄프셔 예비경선을 앞두고 해당 지역 유권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목소리가 담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쓰는 습관적인 말투까지 따라 한 이 전화는 딥페이크(Deep fake) 음성 기술이 사용된 ‘로보콜(Robocall·녹음된 음성이 재생되는 자동전화)’로 드러났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이 메시지는 최대 2만5000명에게 유포됐다. 뉴햄프셔주 법무장관실은 성명을 통해 이를 “경선을 방해하고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주려는 불법적 시도”로 규정했다. 미 사법당국은 즉각 수사에 돌입했으나 누가 로보콜을 합성해 유포했는지 밝혀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나타난 AI 악용의 첫 사례다. 미국 정치권이나 정보기관에서는 일찌감치 딥페이크의 위험성을 경계해왔다. ‘가짜 뉴스’ 확산은 물론 퍼진 거짓 정보로 선거와 유권자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AI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자신의 딥페이크 영상을 봤을 때를 언급하며 “‘내가 도대체 언제 저런 말을 했을까’라고 순각 착각할 정도였다”고 했다. 지난해 1월 성소수자를 폄훼하는 내용의 가짜 연설 장면을 구현한 영상을 접하고 본인조차 즉각 진위(眞僞)를 못 가렸다는 의미였다.
누구나 손쉽게 제작 가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AI 가짜 영상 캡처. 화면=니코비데오
한국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가짜 영상이 문제 된 적이 있다. 지난 20대 대선 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22년 2월 5일 공식 채널인 ‘델리민주’에 ‘두 번 생각해도 이재명입니다 #노무현의 편지’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2분 분량의 영상에는 가상(假像)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등장했다. 영상에서 그는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선거,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라며 “저 노무현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가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나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기득권과 싸워 이겨내는 정의로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합니다”라고 했다. 여기에 “제 아내 권양숙 여사님도 저와 닮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고 합니다”라는 음성도 포함됐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동영상을 곧 삭제했다.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합성어다.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조작된 이미지, 오디오 또는 비디오를 뜻한다. 완성도의 차이는 있지만, 딥페이크 영상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1년 전만 해도 3D(3차원) 그래픽 전문가팀과 최소 한 달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간단한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손쉽게 가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게 됐다. 어플 페이스플레이(faceplay)나 리페이스(Reface) 등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reface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31만2000개, faceplay는 16만8000개에 달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2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영상은 오사카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A씨가 1시간 만에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기시다 총리가 악담을 퍼붓는 30초짜리 영상은 업로드 하루 만에 조회수 232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 A씨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터넷에 공개된 기시다 총리의 기자회견과 자민당 대회 연설 등 동영상에 있는 총리의 음성을 AI에 학습시켜 가짜 음성을 준비했다”며 “재미로 만들었다”고 했다.
사실을 ‘조작’이라 주장하기도

▲한국의 부총리 격인 정원찬 대만 행정원 부원장이 젊은 여성과 함께 호텔 방에 들어가는 장면. 사진=寰宇新聞 頻道 유튜브 캡처
일부 정치인은 이를 역(逆)이용하기도 한다. 논란이 발생하면 일단 AI가 조작한 것이라 핑계 대는 식이다. 올 초 대만 총통 선거에 앞서 한국의 부총리 격인 정원찬(鄭文燦) 행정원 부원장이 젊은 여성과 호텔 방에 들어가는 영상이 공개됐다. 정 부원장 측은 “영상이 조작됐다”고 방어하면서 대만 경찰에 조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진위를 파악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4월 타밀나두주(州) 정치인인 팔라니벨 티아가라잔이 소속 정당의 불법 정치자금 모금을 언급하는 녹취록이 유출됐는데 당사자는 AI가 만든 파일이라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사실로 봤다.
지난해 반(反)트럼프 성향 단체인 ‘링컨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실수 모음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트럼프가 ‘익명(anonymous)’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산불이 난 마을의 이름을 ‘파라다이스(paradise)’가 아닌 ‘기쁨(pleasure)’이라고 잘못 말한 것을 두고 ‘치매설’을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를 조 바이든처럼 나쁘고 한심하게 보이게 하려고 AI를 사용했다”고 주장했지만, 영상 자체는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는 “세계적으로 AI가 자신의 피해를 막으려는 정치인들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AI를 핑계로 비판을 회피하는 사례를 보면서, 더 많은 정치인이 비슷한 주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22년 1월 18일 《굿바이 이재명》의 저자 장영하 변호사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욕설과 막말이 담긴 미공개 통화 녹음 파일 35건을 공개했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국민으로서 이런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같은 날 방송인 김어준은 이 파일이 AI로 만들어져 조작됐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음모론’을 꺼내 들었다. 허위정보 추적기관인 그래피카의 리비 랭 분석가는 지난 1월 22일 《워싱턴포스트》에 “모든 것이 가짜가 될 수 있고, 모든 것이 가짜이거나 어떤 식으로든 조작됐다고 주장한다면 진실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딥페이크 방지 기술
딥페이크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면서 딥페이크를 가려내는 탐지 기술도 진화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드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딥페이크 탐지 시장은 2022년 5억 달러(약 6660억원)에서 2027년 18억 달러(약 2조4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딥페이크 탐지 기술 역시 AI를 활용한다. 인텔은 2022년 가짜 동영상을 탐지하는 페이크 캐처 기술을 개발했다. 인공지능으로는 재현하기 힘든 얼굴의 혈류 변화로 영상의 진위를 가린다. 정확도는 96%에 달한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온라인의 딥페이크를 자동 감지하는 포렌식 알고리즘을 만드는 ‘세마포(SemaFor) 프로그램’을 실행 중이다. 딥페이크를 생성할 때 만들어지는 ‘AI의 실수’를 단서로 딥페이크를 찾아낸다. DARPA는 이를 쉽게 감지할 수 있게 하면, 결국 딥페이크 콘텐츠 생성 비용이 증가하면서 관련 영상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 장기적으로는 누가, 어떻게, 왜 딥페이크를 만들었는지 추론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탐지를 넘어 위조 불가한 워터마크로 딥페이크 이미지를 구별하는 방법도 개발 중이다. 구글 딥마인드가 지난해 8월 선보인 ‘신스ID(SynthID)’가 대표적이다. AI 이미지 생성 플랫폼에서 만든 파일에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워터마크를 픽셀 단위로 넣어 해당 이미지가 실제가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하지만 탐지 기술만으로 딥페이크를 완전히 차단하는 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과 방패의 싸움처럼 탐지 기술을 뛰어넘는 기술을 계속 만들 수 있어서다.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현재 딥페이크 생성기에 대한 탐지 성공률은 95% 이상이지만, 새로운 생성기일수록 감지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만드는 쪽과 막는 쪽 사이의 군비 경쟁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딥페이크 기술 향상과 함께 새로운 검증 방법이 개발되면서 쫓고 쫓기는 ‘고양이와 쥐’ 게임 같은 양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2024년 AI 선거 될 것’
딥페이크뿐만 아니다. 챗(Chat) 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를 통한 무분별한 ‘가짜 뉴스’도 골칫거리다.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생성형 AI는 자동으로 텍스트, 이미지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문제는 광범위한 학습 데이터가 사실인지, 거짓인지 AI는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17일 《워싱턴포스트》는 온라인 뉴스 신뢰도 등급 평가 정보 제공 업체인 뉴스가드의 발표를 인용, 같은 해 5월 이후 AI가 생성한 허위 기사를 호스팅하는 웹사이트가 49개에서 600여 개로 약 1000% 상승했다고 전했다.
이들 사이트는 겉보기엔 전형적인 뉴스 웹사이트다. 사이트 이름 역시 뉴스라이브79, 데일리비즈니스포스트처럼 그럴듯하고, 하루에 많게는 수백 건의 기사를 게재한다. 그러나 올라오는 뉴스를 보면 아예 사실이 아닌 내용을 담고 있거나, 신뢰할 만한 언론사의 뉴스를 요약 혹은 일부 수정한 게 많다. 2023년 4월 출고된 〈바이든 사망… 해리스 대통령 권한대행 오전 9시 연설〉 기사가 대표적이다.
노아 지안시라큐사 벤틀리대학교 부교수는 지난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가짜 뉴스 생성에 인건비라도 들어갔지만 이제는 무료인 데다 생산속도도 빨라졌다”면서 “더 많은 콘텐츠 공장이 자동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지난해 12월 25일 시카고대 해리스공공정책대학원의 이던 부에노 디 메스퀴타 학장의 말을 인용해 “2016년·2020년이 ‘소셜미디어 선거’였던 것처럼 2024년은 ‘AI 선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의 거짓말, 세계 안정 위협’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도 AI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비올라 암헤르트 스위스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AI가 만들어낸 선전(宣傳)과 거짓말이 세계 안정의 진정한 위협”이라고 했다. 특히 2024년은 대만을 시작으로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에 대선과 총선이 있는 해다. 가짜 동영상이 후보자 선택에 부정적 혹은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 대의민주주의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만큼 각국 정부에서는 규제책 마련에 나섰다. 네브래스카주 등 미국의 최소 13개 주에서는 ‘선거일 전 최소 60일간 딥페이크 콘텐츠 유포 전면 금지’ 등의 법안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 의회도 2023년 6월 무분별한 인공지능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내에선 지난 1월 29일부터 딥페이크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AI 윤석열’ ‘AI 이재명’을 내세운 사이버 유세를 선보였으나 이번 총선에선 불가능하다. 다만 당내 경선이나 투표 참여 권유, 의정활동 보고 등에 딥페이크 영상을 활용하는 것은 허용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활용이 금지되는 것은 딥페이크처럼 AI 기술로 만든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음향·이미지·영상 등이다. AI 기술로 만든 가상이라는 점을 표시해서 활용해도 법 위반이 된다. 선관위는 AI 전문가와 모니터링 전담요원 등으로 구성된 감별반을 운영하며, 포털·AI 플랫폼 관계사 등과 협조해 위법성이 의심되는 댓글을 비롯한 콘텐츠를 선제적으로 삭제키로 했다.
AI 견제 정책 다각도로 모색해야
검찰도 이번 총선에서 AI와 딥페이크를 활용한 불법적 선거운동에 주목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2월 5일 전국의 선거전담 부장검사 60명이 한자리에 모인 회의에서 이번 총선의 핵심 점검 의제로 정치 테러와 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경찰, 선거 사무 관계자들과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또 “허위사실 유포와 가짜 뉴스, 흑색선전은 단기간에 여론을 비틀어 민의(民意)를 왜곡하는 폐해가 심각하다”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일차원적 규제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있다.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로 잘 알려진 AI 회사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무스타파 슐레이만은 지난 1월 11일 펴낸 저서 《더 커밍 웨이브(The Coming Wave)》에서 “거대 기술 기업들은 물론 전 세계의 국가는 과거와 다름없이 사활을 걸고 AI 기술 개발에 나설 것”이라면서 “문제는 핵무기와 달리 AI 기술은 범용적(汎用的)이고도 다양한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규제에 실패할 것이라는 데 있다”고 했다. 그는 “AI 기술을 정부와 사회가 적절하게 관리하려면 이를 일일이 규제하기보다 AI를 견제할 수 있는 각종 정책, 즉 거버넌스, 지배구조, 그리고 억제 및 통제, 봉쇄할 수 있는 기술들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
●더불어민주당의 ‘중국동포특위’
“26만 명 중국 동포 유권자를 민주당으로 데려올 수 있다”(박옥선 前 위원장)
⊙ 만들었다 사라졌다 반복하며, 선거철마다 등장
⊙ 국내 조선족 사회 내 민주당 지지 강해… “노무현 때 조선족에 대한 혜택이 많았던 게 컸다”
⊙ “중국, 북한이 전쟁 일으키지 않는 데 영향… 우리 경제 살리는 데 한몫해”(박옥선)

▲2019년 7월 1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중국동포권익특별위원회의 발대식’이 열렸다.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옥선 위원장.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예전에 있었는데, 그때 잠깐 있었다가 지금은 없어졌어요.”
더불어민주당에는 ‘귀환중국동포권익특별위원회(중국동포특위)’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있는지 없는지도 불분명하다. 다만 선거철이 다가오면 이 단체의 활동이 눈에 띈다. 중국동포특위에서 활동한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 단체 이야길 꺼내자 “5년 전 있었던 얘기”라며 “지금(은) 없다”고 대답했다. A씨는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외국적동포과 과장을 지냈다.
― 중국동포특위가 지금도 활동하나요.
“그런 거 이제 활동 안 해요. 어디서 그런 얘기, 활동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까.”
― 언제 없어졌나요.
“그건 몰라요. 한 1~2년 잠깐 하다가 없어졌죠. 위원장이 박옥선씨였는데 그분이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나가보겠다고 활동하다가 안 되고 난 다음에 흐지부지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더불어민주당과 중국동포특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중국동포특위는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다. 하지만 이 단체는 지난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전후로 등장과 소멸을 반복했다. 기자는 중국동포특위 위원 명단을 입수했다. 명단에 기재된 위원들의 연락처를 통해 이 단체의 설립과 해산, 활동 내용 등을 물었다. 그리고 민주당이 수많은 재외 동포 가운데 중국 동포만을 위한 특위를 따로 만든 이유는 무엇인지, 특위를 이끈 박옥선 전 위원장은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기 위해 조선족 밀집 지역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박옥선 중국동포특위 전 위원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이 단체의 활동 내역과 근황 등을 물었다.
중국동포특위 위원장 “총선 때 탈당했다”
박옥선 전 위원장은 “지금은 건강상 문제로 활동하지 않는다”며 “2020년 총선 때 탈당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지난 2월 11일 기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박 전 위원장의 이름을 검색하면 여전히 ‘더불어민주당(귀환중국동포 권익특별위원장)’ 소속이라는 직함이 나온다. 해당 인물 정보는 ‘본인 또는 대리인이 직접 관리하는 정보’이며 박 전 위원장의 ‘본인 참여’ 일자는 2020년 5월 21일로 표기돼 있다. 2020년 총선은 이보다 앞선 4월 15일 실시됐다.
중국동포특위가 공식 발족한 건 2019년이다. 하지만 이로부터 약 1년 전, 이와 거의 유사한 단체가 이미 민주당 중앙당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같은 단체명에 ‘증진’이라는 단어가 붙은 ‘귀환중국동포권익증진특별위원회’다. 대표자도 박옥선으로 동일인이다. 2017년 5월 9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설립됐다. 그리고 같은 해 4월 23일 ‘귀환중국동포권익증진특별위원회’는 국회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이 단체는 이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등장한다. 2018년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린 해다. 국내법상 외국 국적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을 수 없다. 하지만 지방선거 투표권은 있다. 대한민국 공직선거법 제15조 제2항 제3호는 “영주(永住)의 체류 자격 취득일 후 3년이 경과한 외국인”에게 “지방자치단체의 의회 의원 및 장(長)의 선거권이 있다”고 규정한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022년 11월 ‘외국인 참정권을 상호주의에 따라 폐지하는 방안 검토’와 관련해 이렇게 답변했다.
“우리나라는 3년 이상 된 영주권자(F-5)에게 지방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는 데 반해 해외 거주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선거권이 없는 불합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선진국들의 영주권 제도를 참조하여 상호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영주제도 개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선·지선 때 활동했는데, 다시 발족?

▲2018년 4월 6일 ‘더불어민주당 귀환중국동포권익증진특별위원회 당원전진대회’가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박옥선 당시 귀환중국동포권익증진특위 위원장.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우리 20만 이상 중국 동포 유권자들이 이번에 총력 해서 이번 지방선거에 달려가겠습니다. 우리가 무조건 지방선거를 위해서 열심히 뛰겠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둔 그해 4월 6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귀환중국동포권익증진특별위원회 당원전진대회’가 열렸다. 박옥선 중국동포특위 위원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귀환중국동포권익증진특별위원회 당원전진대회가 있었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 재한 중국 동포들이 정말 총력 해서 이번 지방선거에 승리를 하고자 다짐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이 같은 발언 영상을 2018년 4월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 올렸다.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등이 축사에 나섰으며 노웅래 의원 등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다.

▲2019년 7월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귀환중국동포권익특별위원회 발대식에서 이해찬(오른쪽에서 두 번째) 당시 당대표가 박옥선 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중국동포권익특위 발대식이 열린 시기는 이듬해인 2019년 7월 1일이다.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난 5월 특위 구성이 의결되었다”고 말했다. 당시 《헤럴드경제》는 민주당 핵심 관계자와 통화를 가졌는데 그가 “중국 동포 86만여 명 중 18만여 명은 이미 국적을 취득해 투표권이 있다”며 “수도권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주요한 계층이다”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현재 더불어민주당 당헌 및 당규에 따른 각종 위원회 가운데 ‘귀환중국동포권익특별위원회’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중국동포특위의 설립과 해산에 대한 정확한 시점을 파악하고자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에 ‘귀환중국동포권익특별위원회’를 검색해보니 이 단체 발대식 인사말과 당원전진대회 인사말, 그리고 행사 사진밖에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민주당 사무처는 이 단체에 대해 “중앙당에 부서가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공보국 측도 “(중국동포특위가) 사라진 것 같다”며 “없는 특위로 확인된다”고 대답했다. 이 단체의 정확한 설립, 해산 시기를 알기 위해 위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측에 문의했다.
비상설특위 수명은 2년
먼저 민주당 측에선 중국동포특위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대답했다. 당대표가 바뀔 때마다 여러 특위가 새롭게 등장하고 이전에 활동하고 있던 특위들은 자연스레 소멸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 단체 발족 당시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관계자는 중국동포특위를 “민주당 내 상설특위”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6일 민주당 공보국 관계자는 중국동포특위에 대해 “비상설특별위원회였다”고 밝혔다.
― 중국동포특위는 상설위원회로 발족했나요.
“비상설특위였습니다.”
― 당의 규정, 강령 등 어떠한 근거로 발족했나요.
“확인이 필요합니다.”
더불어민주당 공보부장의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 중국동포특위는 언제 없어졌습니까.
“(비상설)특위의 경우, 출범을 한 다음에 해산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거든요. 활동이 (있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거(시기)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 상설기구와는 다르다는 건가요.
“예, 맞습니다.”
― 상설기구와는 다르게 설립은 해도 해산 절차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다만 이름을 두고 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활동을 한다고 이해하면 될까요.
“예, 맞습니다. 물론 저희가 전당대회를 기준으로 한 2년 정도를 당대표의 임기로 보잖아요. 그래서 당대표가 바뀌면 당연히 새로 세팅이 됩니다.”
― 2019년에 중국동포특위가 설립됐던데요.
“2019년 설립 이후에 이재명 대표가 당선된 전당대회가 한 번 있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이 단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죠.”
― 민주당 홈페이지에 중국동포특위의 활동에 관한 내용이 거의 없던데,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알 수 없을까요.
“당내에 특위가 너무 많아서 해당 특위 위원장에게 묻는 게 빠를 겁니다. 각 체계가 거의 100개 단위로 있기 때문에 이러한 활동들은 사무총장에게 보고됩니다.”
민주당 관계자들의 말대로면 중국동포특위는 사실상 해산했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해산 시기는 언제일까. 이 단체 위원들에게 물었다.
“증서 하나 받은 게 있는데, 활동은 안 했다”

▲중국 동포들이 주로 거주하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시장의 모습이다. 사진=조선DB
중국동포권익특위 위원 B씨는 “지금은 (위원으로) 활동 안 한다”고 대답했다. 위원 C씨는 특위의 실질적인 해산 시기를 묻자 “잘 모르겠다”며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어떤 활동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한두 번 (행사에) 갔었나”라고 어렴풋이 기억했다. 위원 D씨도 “별로 활동한 건 없다”고 했다. 위원 E씨는 “무슨 증서 하나 받은 게 있는데, 활동은 안 했다”고 했다. 위원 F씨는 “예전에 한 번 참석한 적이 있다”며 “지금은 활동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위원 G씨는 “운영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동포권익특위의 여러 위원조차 실질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이 단체의 존속 시기를 알지 못했다. 앞서 언급했듯, A씨는 중국동포특위에 대해 “한 1~2년 잠깐 하다가 없어졌다”며 “위원장이 박옥선씨였는데 그분이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나가보겠다고 활동하다가 안 되고 난 다음에 흐지부지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020년 총선에 도전장을 내고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공모 후보자 면접 심사에 통과했지만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다. 이후 그는 2020년 총선 때 탈당했다고 했다. A씨는 또 “지금 아무것도 취재할 게 없다”며 “활동도 안 하고 죽은 기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활동도 안 하는데 왜 자꾸 묻느냐”고 반문했다.
조선족 밀집 지역인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을 찾아갔다. 가리봉동이 위치한 구로구 을(乙)은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총선에서 단 한 번도 현재 여당에 의석을 허락하지 않은 대표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구다. 가리봉동에서 51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I(72)씨를 그의 가게에서 만났다. 그는 “여기 사람과 앉아서 대화해보면 다 민주당 쪽”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조선족 표심에 각별히 신경 쓰는 이유다. 민주당은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대책위원회 해외위원회 중국 산동본부 발대식을 열기도 했다.
조선족 사회의 민주당 지지세에 대해 I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조선족에 대한 혜택이 많았던 게 컸다”고 강조했다. 박옥선 전 위원장도 지난 2020년 3월 8일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이라며 “참여정부 때 저출산·고령화의 대안으로 다문화 정책의 문을 열었다”고 했다. I씨는 “여기 조선족들은 지금 대통령만 TV에 나왔다 하면 욕을 한다”며 “보다 못해 가끔 ‘그래도 한 나라의 대통령인데 우리나라 대통령을 보고 그렇게 욕을 하면 안 되지 않으냐’고 따졌다”고도 했다.
국내 조선족 사이에서 유명 인물
박옥선 전 위원장은 제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3월 8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100만 명의 한국 체류 중국 동포를 하나로 묶을 힘이 있다”며 “특히 26만 명의 중국 동포 유권자를 민주당으로 데려올 수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의 말대로 그는 이곳에서 유명했다. 중국 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언론사의 편집국장 G씨는 중국동포특위 이야기를 꺼내자 “박옥선씨가 그쪽에서 활동했지 않느냐”며 “이쪽(조선족) 사회 활동하는 분들은 거의 다 서로 안다”고 말했다. 조선족 출신 언론인 H씨도 박 전 위원장에 대해 “(중국) 동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고 했다.
이처럼 박 전 위원장은 조선족 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듯하다. 그런데 민주당이 기용한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그해 2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베이징 동계올림픽 한복을 입은 조선족 등장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하의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과연 이번에 당선되는 대통령의 외교적인 마인드가 궁금하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어느 야당 대통령 후보는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하고 외국인 건강보험료를 더욱 인상하려 한다”며 “그 역시 반중(反中)의 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게시글 내용 일부다.
〈중국 국가의 교육에서 소수민족의 고유 언어 교육을 적극 지원하여 이러한 문화와 언어를 지켜온 것 아닌가. 한중(韓中) 수교 이후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는 중국의 1000만 명 이상 관광객, 무역 흑자에 동포(조선족)들이 가교 역할, 지역 부동산 활성화 기여 등의 역할로 인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는가? 이러한 점들 이외에도 북한은 중국과 혈맹관계이고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이다. 즉 중국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데에도 영향을 준다는 말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무역 수출입의 수익 4분의 1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한다. 최근 요소수 품귀로 대한민국의 모든 화물차량이 멈출 뻔했다. 이처럼 중국은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는 데 한몫하는 국가이다.〉
박옥선, “이제는 글로벌 시대”
이에 해당 게시글에 “문제가 되는 건, 한반도 문화를 중국이 자기 것이라고 말하고 이를 올림픽에 등장시켰다는 것”이라며 “경제적으로도 한국은 중국과의 수교 이전에도 성장하는 나라였다”고 지적하는 댓글이 달렸다. 박 위원장은 답글을 통해 “이제는 글로벌 시대”라며 “서로 잘 어울리면서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는 것이 정치인들의 할 일”이라고 답할 뿐, 중국의 동북공정 등과 관련한 지적엔 반응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을 지낸 한민호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 대표는 해당 게시물에 대해 “중국공산당은 우리 문화와 역사가 중국 문화, 역사의 일부였다는 주장, 즉 동북공정을 추진 중”이라며 “한중 경제 교류는 상호 이익이 되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지, 중국이 무슨 호의를 베풀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3.04 비움이 없는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그릇’
인생만사 새옹지마란 정치에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아직 1라운드지만 두세 달 전에 비해 총선 판세가 확 뒤집혔다. 지난 연말만 해도 “정권 견제, 야당 다수 당선 기대”가 51%를 넘어서며 죽을 쑤던 쪽은 국민의힘이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을 석권하면 200석도 가능, 윤석열 정부 탄핵도 할 수 있다”며 기세등등했었다. 그러던 흐름이 요즘은 “여당 다수 당선 희망” 38%, “제1 야당 다수” 35%, “제3지대 다수” 16%(한국갤럽 2월 27~29일)로 뒤바뀌었다.
‘비명횡사 친명횡재’에 흐름 반전
‘여당 다수’ 기대, ‘민주 다수’ 앞서
비우질 않아 채움도 없는 이 대표
여야 어디든 ‘오만·독주’면 필패
이런 반전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탐욕’ 이미지 때문이다. 180석 공룡 정당을 물려받은 이 대표의 대권욕이 당내 분란과 민심 이반을 불렀다. 이미 지사·국회의원·제1당 대표의 자리에 올라선 이 대표로선 마지막 정점인 대통령에의 꿈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2년 반 뒤 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겨야 한다. 당내의 절대적 지지 기반? 필수다. 백현동·대장동·대북 송금 관련 체포동의안에의 반란표? 한 번 당해 봤으니 철벽을 쳐야 한다. 조금이라도 걸림돌 될 세력과 인물들? 아예 싹을 잘라놓아야 할 터다.
소년공 시절 야구 글러브 공장 프레스에 눌려 왼쪽 팔이 굽어버린 이 대표는 “내 생에 봄날은 없다”고 그 시절을 회고했었다. 그러곤 자서전 말미에 “좌절의 밑바닥에서야 비로소 싹텄던 희망의 씨앗” “숨이 턱에 차도록 페달 밟아 올라가야만 겨우 문이 열렸던 운명의 고갯길” “결국 정상의 희열을 맛볼 수 있었던 인생의 섭리”라고 자기 삶을 정리했었다.
정치적으론 승승장구였던 그에게 요즘 네 가지 판단 착오가 드러났다. “아니 이 정도까지 할진 몰랐다”는 당심, 민심의 이반이 나타난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 압승에 이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은 자만을 키운 양분이 됐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호언했다가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 전날 ‘반대표’를 요구하자 믿지 못할 사람이 돼버렸다. ‘위성정당 금지’의 대선 공약과 달리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다시 위성정당을 수용, 불신은 더해졌다.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은 그 모든 욕심의 정점이다.
야당은 내려놓고 비웠을 때 승리했다. 정책·인사·예산 권력을 모두 쥔 여권과의 싸움에선 민심 얻을 명분이 유일한 무기다. 2016년 총선 직전 야권의 분열로 “여당 180석” 전망이 나올 때 민주당은 당의 주류인 이해찬·정청래를 공천에서 내치는 초강수 쇄신을 했다. 단 1석 차이 원내 1당에 올라섰다. 노무현을 대통령까지 만든 건 스스로 사지(死地)인 영남에서 두 차례나 낙선하면서도 ‘지역구도 타파’의 명분을 지킨 삶의 궤적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총재 시절 ‘당내 독재’란 얘기 듣는 걸 극도로 꺼렸다. 모든 당내 경선 때마다 김상현·정대철·이기택 등 비주류 경쟁 주자들이 오히려 적절한 약진을 해주길 골몰했다. ‘대통령의 그릇’인 이가 대통령이 된다.
지금 이 대표에겐 ‘대통령의 그릇’임을 보여 줄 명분도, 원칙과 소신도, 배짱과 결기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소양이 없다면 그냥 머리 안 좋은 정치인이다. 그런데 내친 공천 자리에 친명 호위무사들만 채우려 한다면 그건 나쁜 정치인이다. 탐욕이다. 대통령 꿈꾸는 이가 양지 바른 텃밭인 인천 계양을에서 금배지 한 번 더 다는 게 무슨 명분이 있는가. 아무 것도 내려놓지 않고, 버리지도 않으니 새로 쌓아 갈 공간은 없다. 혹 자수성가형의 심리 특성인 ‘이룬 것에의 집착’은 아닐까. “정치는 노무현이처럼 버리며 해야 한다”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 있다면 지금 이 대표를 보고 뭐라 했을까.
그의 예상 밖 두 번째 착오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상대적 선전일 터다. 큰 잡음 없이 안정적이다. 유세의 동선과 메시지 등도 중도층에 거부감이 적다. 물론 혁신이나 감동도 없다는 평가가 공존하지만…. “한 위원장 잘한다” 52%(‘잘못’ 42%), “이 대표 잘한다” 36%(‘잘못’ 61%)가 최근 민심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쟁점에서 사라진 건 그에겐 세번 째 혼돈이다. 지난달만 해도 29%대 지지도의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의 대결 구도로 승리를 장담했지만 돌연 타깃이 증발해 버렸다. 이젠 이재명 대 한동훈의 대결 구도다. 더구나 사흘 전 윤 대통령의 지지도가 8개월 만의 최고치인 39%(한국갤럽)로 치솟았다. “의대 증원에의 뚝심” 평가가 그중 21%다. 여당 총선 승리의 필요조건 중 하나가 대통령 지지도 40%였다. 이대로라면 총선은 ‘윤석열 심판’이 아니라 ‘이재명 심판’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 이 대표의 혼란은 신당이다. 거대 정당에의 혐오로 제3지대 정당이 자리잡을 공간이 커졌다. 더구나 이준석·이낙연 신당은 물론 심지어 조국 신당까지 민주당 측의 표를 더 삭감할 구도다. 아직도 무당층·중도층은 19~29%다. 총선 결과 예측은 그러니 신의 영역이다. 하지만 분명한 변수가 하나 있다. 누가 더 기득권을 내려놓고, 비우며, 새로운 정치개혁 영혼을 채워가느냐다. 오만과 독주를 심판하러 기다리는 게 대한민국 선거다. 37일이 남았다.
중앙일보 최훈 주필
03-04 이젠 ‘김혜경 여사 부실장’을 호남에 낙하산 공천한 李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일 심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구를 ‘여성전략특구’로 지정하면서, 권향엽 당 여성리더십센터 소장을 공천했다. 권 소장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를 지원하는 배우자실 부실장을 맡았다. 일부 최고위원들이 반대했지만, 이 대표가 밀어붙였다고 한다. ‘비명 횡사, 찐명 횡재’ 사천(私薦) 의혹이 또 하나 추가됐다.
그 선거구의 서동용 의원은 의정활동평가에서 하위 20%에 해당하지 않았고, 여론조사에서도 권 소장 등 다른 민주당 예비후보들과 비교해 2배 이상의 차이가 날 정도로 우위를 보여왔다. 그런데 어떤 예고도 없이 ‘여성 공천 선거구’가 되더니, 현지 경쟁력도 낮은 인사가 ‘낙하산 공천’된 것이다. 정치적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서 의원은 “호남은 원리·원칙을 무시하고 당에서 어떤 후보를 내리꽂아도 무조건 이기는 지역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냐”고 반발했는데, 많은 민주당원도 공감을 표시했다. 심지어 이 대표의 팬카페에도 3일 ‘서 의원 28%, 권 후보 7% 지지율’ 여론조사를 첨부하고 “오해의 소지가 크다. 권 후보는 김 여사 부실장이었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당 안팎에선 부인의 사법 리스크에 대비해 곁에서 보좌했던 인사를 국회로 보내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김 씨는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과 관련해 선거법 위반으로 지난달 14일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훨씬 중대한 본안 사건은 수사 중인데,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의 법률적 방패 역할을 했던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 등 변호사들이 경선에서 순항 중이다. 다른 경선 후보 반발에도 불구, 고검장 출신에게 신인 가점(10%)에다 추가 가점(10%)까지 주도록 경선 규정까지 고쳐준 것을 보면 억측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해임 징계를 받고도 출마를 접지 않은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도 특혜를 본다. 변호사들과 부인 조력자까지 국회 입성을 보장해주려는 공천을 당원도 국민도 주시하고 있다.
문화일보 사설
03.05 이 대표 아내 김혜경씨 비서들에 대한 민주당의 이상한 공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지난 2월 26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이 끝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이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아내 김혜경씨를 ‘배우자실 부실장’이란 직함으로 보좌한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 공천했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은 권씨보다 지지율이 두 배 이상 높았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지역구를 ‘여성 전략특구’로 지정해 현역 의원을 컷오프 시킨 뒤 권씨를 공천했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여성전략특구’를 지정한 것은 이곳이 유일하다. 권씨에 대해서는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권씨 공천을 밀어붙였다. 심지어 이 대표의 극성 지지층인 ‘개딸’들의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대선에서 ‘배우자 실장’으로 김씨를 수행한 이해식 의원은 지난달 서울 강동을에 단수 공천됐다. 김씨를 지근 거리에서 수행했던 배우자실 실장, 부실장이 민주당 공천 파동 와중에도 경선을 치르지 않고 총선 본선행 티켓을 손쉽게 받은 것이다. 특히 권씨가 공천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혜경씨는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민주당 관계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최대 100건까지 사적 사용이 의심된다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업무상 횡령‧배임으로 경찰청에 수사 의뢰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김혜경씨를 보좌하는 ‘사모님 팀’을 통해 사적인 영역의 보좌를 받은 것도 수사 중이다. 김혜경씨의 위법 문제는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대선 당시 쟁점이 됐거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김혜경씨의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며 관련 대책을 논의했던 주변 인물들을 배려해 입막음한 것이 김씨 비서들 공천의 숨은 뜻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앞으로 자신의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더라도 민주당 대표직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장차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민주당을 완전히 ‘이재명당’으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 후 자신에게 도전할 수 있는 정치인들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 도를 넘는 행태에 민주당 내에서도 개탄이 나오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제는 자신의 아내 비서들까지 사실상 국회의원이 된 것과 다름없는 공천을 주고 있다. 전통의 주요 정당이 이처럼 개인의 사유물처럼 된 적은 없었다. 이 대표의 폭주가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3.05 ‘김혜경 배우자실 부실장’ 호남 낙하산 공천한 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경기 수원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의 일정·수행 담당 ‘여성전략특구’ 공천
이재명 팬카페도 “문제”, 아내 방탄 논란까지
더불어민주당의 4·10 총선 사천(私薦) 논란에 기름을 붓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씨 비서의 낙하산 공천 논란이 터져나오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1일 심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구를 ‘여성전략특구’로 지정했다. 그러곤 바로 예비후보인 권향엽 민주당 여성리더십센터 소장을 단수 공천하기로 의결했다. 권 후보는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실 부실장으로 김씨의 일정과 수행을 담당했다.
여성전략특구 지정은 이번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전례 없던 일이다. 당일 회의에선 “권 후보의 경쟁력이 약해 경선에 붙여보는 게 맞지 않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지도부가 밀어붙였다고 한다. 컷오프된 서동용 의원은 KBS광주-한국갤럽 신년 여론조사(2023년 12월 29∼30일)에서 28%의 지지율로 7%의 권 후보에게 우세를 보였다. 한 달쯤 뒤 여수·목포MBC-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조사(1월 28∼29일)에선 지지율 26%로 역시 12%의 권 후보를 앞질렀다. 이 같은 지속적인 지지율 격차에다 서 의원이 의원평가 ‘하위 20%’에도 들지 않은 점 등을 보면 누구라도 고개가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서 의원은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던 ‘여성전략특구’라는 것을 들고나와 일방적으로 단수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시스템 공천인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당내에선 “안 그래도 사천 논란으로 시끄러운데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심지어 이 대표 팬카페에서도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는 비판 글이 올라오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김혜경씨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26일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관리해 온 박균택 전 광주 고검장과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은 경쟁 후보들의 반발에도 신인 가점 10%에 추가 가점 10%를 등에 업고 경선 레이스에 들어간 상태다. 여당에선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도 모자라 이제는 당 대표 부인 사법 리스크까지 대비하는 것이냐”며 공세를 편다. 게다가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4선 중진 우상호 의원은 어제 “공천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일부 훼손되었다는 지적이 타당하다”면서 “비례대표 공천마저 밀실의 소수가 결정하는 과거 방식으로 하려 한다”며 지도부의 설명을 요구했다.
지금까지 민주당 지도부 주요 인사 23명 중 21명이 경선 없이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친명계 핵심 당직자 그룹에선 경선을 치를 박성준 대변인을 제외한 전원이 공천권을 거머쥐면서 ‘친명횡재, 비명횡사’ 반발은 더욱 커져 간다. 이런 장면들이 과연 이 대표가 그동안 자화자찬해 온 시스템 공천의 결과인지 민심은 냉철히 지켜볼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03.05 ‘이재명 당(黨)’으로 가면 안 되는 이유
시장 도지사 대선후보 당대표…
이 모든 게 10년 안 걸려
대단한 사람이기 전에
그는 무서운 사람
단지 누가 이기냐 총선 아니라
한국 좌파 내부 정리해서
민주야당 정통성 되찾는
더 넓고 의미 있는 시작 돼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매직짐 휘트니스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중, 화면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공천 관련 기자회견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4.2.28/뉴스1
헬스클럽 러닝머신 위에서 운동복 차림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천 재심을 요청하는 임종석(전 문재인 비서실장)을 TV 화면으로 보고 있는 사진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그 사진 한 장에, 한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고 뛰던 문재인 세력의 몰락, 그 휘하에서 구걸하다시피 어깨를 들이밀던 변방의 도지사 이재명의 득세가 상징적으로 오버랩돼 있다. 권력의 흥망은 흔히 정권 교체기에 있었다. 그런데 정당 내의 권력 교체가 공천이라는 예비전에서 이처럼 비정하게 노출됐던 기억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건국 이후 이승만이 이끈 자유당, 박정희 등 군부 세력이 만든 공화당, 이후 YS 등 보수 세력이 주도했던 우파 정치에 대항해 한국 좌파 정치의 맥을 이어왔다고 스스로 천명해 왔다. 민주주의 정치가 좌우 두 날개로 난다면 지금의 야당은 좌쪽의 족보를 잇는 셈이다. 오늘날 민주당 당사에 걸려 있는 김대중, 노무현의 사진은 민주당이 한국 야당의 적통(嫡統)임을 자부하고 있다는 증좌다. 그 정당이 지금 내부 싸움에 휘말려 있다.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이른바 친명파와, 운동권이 주축을 이룬 친문 또는 비명 간의 대립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당(黨) 내부의 노선 싸움이 아니라 당에 세(貰) 들어 있던 세입자 간의 대립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세(勢)는 ‘이재명 세입자’가 이기는 쪽으로 가고 있다.
여기서 ‘정치인 이재명’의 괴물성은 크게 돋보인다. 그는 대단한 사람이기 전에 무서운 사람이다. 아무런 정치적 배경, 학문적 경력, 사회적 명망 쌓기의 과정도 거치지 않고 거의 독학하다시피 변호사 하고 시장 하고 도지사 하고 대선 후보까지 올라간 사람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지더니 곧바로 국회의원과 당대표를 꿰차고 이제 대한민국 최다석 정당의 공천권을 매개로 당을 싹쓸이하고 있다. 이것이 모두 불과 10여 년도 안 된 기간에 일어난 일이다. 우리 국민이 그의 이름 석 자를 알기 시작한 것은 세월호 이후였다. 가족을 둘러싼 그의 몰인간성, 대장-백현동의 불법성에 놀란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의 초고속 질주는 그칠 줄 몰랐다. 아이러니하지만 국민의힘 한동훈 위원장이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운동권 타도’를 이재명이 자신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의 괴물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민주당을 아예 ‘이재명 당’으로 만들고 있다. 그를 ‘하숙생’ 취급했던 운동권 내지 친문을 털어내고 ‘이재명 정당’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총선에서 지는 것도 감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서 져도 좋으나 ‘이재명 당’만은 확보하겠다는 것이고 그래야 다음 대선 도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정말로 무서운 사람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민주당이 이재명 당이 돼서는 안 된다.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한 전통-정통 야당이 어느 권력가의 사당(私黨)이 돼서는 안 된다. 진보-좌파 정당으로서의 본성을 되찾기 위해서도 정화 작업이랄까 실지(失地) 회복 운동이랄까를 벌여 당을 사유화하려는 기도를 막아야 한다.
이제 민주당은 본래의 정통 야당으로 되돌아갈 때가 됐다. 이번 4·10총선에서 그동안 민주당에 기생(寄生)했던 온갖 불순물을 소독해내고 본래의 민주당으로 되돌아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본래의 민주당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계층을 보호하고, 권력이 자의적으로 행사되는 것을 견제하고 막는, 명실상부한 좌파-리버럴-진보를 아우르는 정당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시절 민주당을 그들의 기숙처로 삼았던 종북좌파-586운동권-기회주의 세력도 털어내고 이 대표의 종북 노선도 저지해야 한다. 미국의 민주당, 일본의 사회당, 독일의 사민당, 프랑스의 사회당, 영국의 노동당이 가는 길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접목한 민주 정통 야당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민주당에도 젊은 지성은 있고 참다운 진보 정치인들이 있다. 보수정치의 횡포나 일탈을 견제하는 정신은 살아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번 총선을 국민의힘이 이기고 더불어민주당이 지는 식(式)의 게임이 아니라 한국 좌파의 내부를 정리해서 해악적인 부분은 떼어내고 본래의 민주 정당의 자리를 회복시키는 한국 정통 야당 되찾기 움직임의 시작으로 삼아야 한다. 야당의 권력 다툼이 친명이냐 친문이냐의 차원을 넘어 좌파 노선의 물갈이 또는 운동권 세력의 퇴장이라는 더 넓고 더 의미 있는 판으로 갔으면 한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
03-05 李-조국 회동, 宋 옥중 창당…의원이 범죄 방탄 수단인가
이재명·조국·송영길 3인의 공통점은, 모두 정당의 실질적 대표이면서 중대 형사범죄 피고인이라는 사실이다.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 ‘무죄 추정’을 받긴 하지만, 혐의를 볼 때 이들의 행태는 보기에 참담하다. 공인으로서 자숙하기는커녕, 대법원 판결 전에 어떻게든 야당 지지세에 편승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비법률적 명예 회복’이라고 강변할 태세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았다. 야권 지지자들이 지역구에서는 민주당을 찍고,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자신의 당을 찍어주길 바란다고 한다. 그는 이미 1·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리는 피고인이다. 그런데도 ‘조국(祖國)’을 당 이름에 넣어 지난 3일 창당하고 스스로 대표가 된 뒤 “검찰 독재의 조기 종식과 민주공화국 가치 회복”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종식”을 외쳤다. 그는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과 입시 비리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률심인 대법원 판결만 남겨두고 있다. 서울대 인턴 증명서 위조 등 입시비리 7건 중 6건이 유죄로 입증됐다. 법원도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면서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법원조차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자 창당을 하고 비례대표를 노리는 것이다.
이러니 공약과 영입 인재도 어이없다. 입시 비리를 저질러 놓고도 ‘대학입시 등에서 기회균등 선발제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1호 영입 인재는 음주·무면허 전과가 있어 정의당 비례대표후보도 사퇴한 신장식 변호사인데, 이 당에 영입 인재가 되려면 전과는 필수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한술 더 떠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중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내일모레(6일) 정당(소나무당)을 창당하게 되는데, 정치 활동과 재판 방어를 할 수 있도록 불구속 재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가 대표와 의원직을 방탄용으로 쓰니까 조국·송영길도 앞다퉈 정당 창당에 나선 셈이다. 이대로 가면 국회가 ‘범죄 세탁소’로 전락할 판이다.
문화일보 사설
03-05 당헌 어기며 위성정당 비례 후보도 ‘밀실 공천’ 나선 李
더불어민주당의 지역구 공천 파동에 이어 비례대표에서도 ‘밀실·사당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총선 때 당 비례대표추천위원장을 맡았던 우상호 의원은 4일 SNS에서 ‘4년 전에는 비례대표 후보 예비경선이 전(全)당원 투표로, 순위 확정은 중앙위원 투표로 결정했는데 이번에는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심사로 결정한다’며 ‘밀실에서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은 혁신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지난달 25일 전략공관위가 비례 위성정당의 민주당 몫 후보자 추천을 맡도록 했는데, 서류·면접 심사(7∼10일)를 앞두고 불공정 문제가 옮겨붙은 것이다. 우선, 당헌·당규와 어긋난다. 비례대표추천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추천하고(당규), 당무위원회를 거쳐 중앙위원회의 순위투표로 확정하도록 규정돼 있다(당헌). 그런데 추천 기구가 전략공관위 산하 비례대표 추천분과로 격하돼 대체됐고, 예비경선·중앙위원 투표도 생략한 채 최고위원회가 최종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전략공관위 측은 “시간 촉박”을 이유로 들었지만, 수만 명이 참여하는 지역구 경선도 자동응답전화(ARS) 투표로 한나절이면 가능한 세상이다. 더욱이 추천분과에 참여한 외부인사 3명 중엔 이 대표의 정책 홍보성 책(2021·2022 이재명론)에 공저자로 참여한 인사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누구 뜻에 따라 후보 추천이 이뤄질지 자명해진다. 그러지 않아도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은 반미·종북·괴담 세력의 숙주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이 추천할 이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20명조차 사실상의 ‘이재명 리스트’로 비치게 되면, 유권자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는가.
문화일보 사설
03-05 사전투표 허점 줄일 예약제 시급하다
사전투표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리 투표할 수 있는 이 제도는 유권자의 투표 편의 개선을 통한 투표 참여를 높이기 위해 2014년 지방선거부터 전면적으로 도입됐다.
전체 투표율 중 사전투표율이 차지하는 비중이 제도 시행 초기 20%였던 것이 30%를 웃돈다. 그러면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전체 투표율도 높아질까? 2022년 대선에서 사전투표율이 3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 투표율은 77.1%로 2017년 대선 때보다 오히려 0.1%p 하락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사전투표율은 20.6%로 높았지만, 전체 투표율(50.9%)은 2018년 때보다 9.3%p나 떨어졌다.
이러한 결과는, 사전투표가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원래 공식 투표일에 참여하려던 유권자들을 분산시키는 효과만 있다는 주장을 실증적으로 확인해준다. 이처럼 투표율을 제고하는 효과가 미미한 가운데 사전투표제를 둘러싸고 선거 때마다 투·개표 부정 시비와 해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가정보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선거관리위원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합동 보안 점검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선거인명부 확인과 투표지 발급을 전자적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는 사전투표의 경우 해킹 세력이 통합선거인명부에 접근해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투표지를 바꿔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개표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방화벽 보안 강도가 10점이 만점이라면 선관위 방화벽의 강도는 6∼7, 즉 60∼70% 수준에 그친다”고 했다.
지난 2009년 독일은 전자투표기에 대한 기술적 해킹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 사실 자체만으로 바로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림에 따라 아날로그 투표로 돌아갔다. 국정원 보안 점검으로 선거 부정의 의혹이 ‘명백한 가능성’으로 증명된 만큼 중앙선관위도 차제에 사전투표제와 관련된 모든 의혹을 없앨 대책을 내놔야 한다.
무엇보다, 사전투표 관리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사전투표 관리관이 투표용지의 사전투표 관리관 칸에 자신의 도장을 찍은 뒤 선거인에게 교부한다’는 조항이 사전투표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선관위는 투표 절차가 길어지고 유권자 대기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투표의 편의성과 신속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표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이다. 투표 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직접 날인하도록 하고 선거 개표 때 수(手)검표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사전투표를 도입한 외국의 경우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언제, 어디서나, 불쑥’ 전국 어디서나 사전투표를 할 수 있다. 더구나, 사전투표소에 가서 투표 관리관의 개인 도장이 아닌 전자 도장 이미지가 기계적으로 찍혀 나오는 상황에서 ‘사전투표 조작’의 위험성은 언제든지 있다. 우리도 외국과 같이 ‘사전투표 유권자 등록’ 또는 ‘사전 예약’ 제도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 불완전한 사전투표제로 선거의 신뢰성과 공정성이 위협받는 만큼 선거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때다.

문화일보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前 한국선거학회 회장
03-05 ‘개딸1-2-3’에 장악된 野
서울 종로에 출마한 금태섭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최근 ‘민주당 공천 파동을 보는 심경’이라는 SNS 글에서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코웃음만 나온다”고 썼다. 공천 학살을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친문(친문재인)계를 향해선 “권력을 쥐고 있을 때 똑같은 일을 벌였다”고 했다. 그는 4년 전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여론조사를 담당했던 업체의 대표가 아예 경선과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금 최고위원의 경쟁자로 나온 사람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불러 선전을 해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친문’ 팬덤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받고 2020년 총선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했던 그의 입장에서 친문이나 친명(친이재명)이나 ‘도긴개긴’이라는 얘기다.
금 전 최고위원 축출 방식이 4년 후 민주당에서 더 광범위하게 작동되고 있는 모습이다. 팬덤의 비호를 받는 점은 공통점이고, 다만 그 주체가 친문에서 친명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지금 민주당 공천 파동 과정에서 나타난 민주당의 ARS 조사는 ‘팬덤’을 동원해 반대편을 배제하고 자기 권력을 강화하는 일종의 ‘솎아내기 정치기술’이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응답률이 낮은 ARS는 정치 고관여층이나 조직적으로 동원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참여할 우려가 큰 조사 방식이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500명이면 결과를 바꾼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민감한 조사인데도 지명도가 높은 업체를 쓰지 않았다. 이번 민주당의 경선 여론조사 과정에서 처음에는 3개 업체만 선정됐으나 나중에 1개 업체를 추가했다고 한다. 추가 선정 업체는 결국 경선 여론조사에서 배제됐다. 특히,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에서 중도 사퇴했던 정필모 의원은 지난달 27일 의원총회에서 ‘업체 선정 과정에 대해 허위보고를 받았고, 제3자가 해당 분과 선관위원에게 전화로 지시해 끼워 넣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취지로 폭로해 ‘제3자’가 누구인지를 두고 의혹은 더 확산하고 있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 대표와 맞섰던 의원들이나 개딸들이 찍은 지역구 의원들을 여지없이 공천 과정에서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원외 원조 이재명계인 ‘개딸1’에 이어 한총련 운동권 중심의 원외 인사들로 구성된 ‘개딸2’(더민주혁신회의)의 영향력 확대로 팬덤은 더 강화됐다. 여기에 선거연대를 통해 국회 입성을 노리는 극좌파들로 구성된 ‘개딸3’의 탄생도 눈앞에 둔 것 같다. 이럴수록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민주당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에서 민주당이 2020년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뒤 2년 만에 정권을 넘겨준 이유를 당원중심주의 공천시스템에서 찾았다. 그는 ‘2016년 당시 문재인 대표가 만들어 놓은 100% 안심번호공천 시스템을 허물고 당원에게 50%의 공천권을 준 제도적 변화에서 이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고 썼다. 권력을 민주적으로 사용할 절제와 관용을 훈련받은 적 없는 당원들에게 너무 큰 권력을 준 게 비극의 씨앗이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총선 압승 4년 만에 절제를 잃은 ‘개딸 공천’으로 의회 권력을 넘겨줄 위기에 처했다.

문화일보 방승배 정치부 부장
03-05 文정권의 수사에 원한 사무쳤던 이재명… ‘친문학살’ 공천으로 복수

이재명 공천, 왜 이럴까
체포동의안 가결 따른 분노와 결합하며 미래 불안 가중… 뿌리 깊은 ‘르상티망’ 형성
사법리스크 방탄·대권 쟁취 위해 반대파 색출… 복수혈전으로 ‘찐명’ 강철대오 구축 노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의식세계는 ‘원한’으로 가득 찼다. 그의 마음 한가운데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친문 진영에 대한 르상티망, 즉 원한과 분노와 불안이 중층적으로 쌓여 있다. 이 같은 의식은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져 왔고, 미래에까지 통시적으로 연결됐다.
문 전 대통령과 친문에 대한 뿌리 깊고 회복 불가능한 르상티망, 이것이야말로 이 대표가 오는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왜 그렇게 ‘친문학살’ 공천에 열을 올리는지, 왜 그렇게 ‘비명횡사’에 열중하는지를 말해준다.

◇과거 : 원한
이재명 대표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유례없는 검경 수사에 시달렸다.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이로부터 파생된 선거법 위반, 배우 김부선과의 스캔들에서 비롯된 허위사실공표 등 혐의에 대한 수사가 쉴 새 없이 그를 괴롭혔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당선된 이후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정점에 달했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의 원형이 이때 만들어졌다.
문재인과 이재명, 두 사람을 결정적으로 갈라놓은 것은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을 겨냥한 이른바 ‘혜경궁 김씨’ 관련 수사였다.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등에서 문 대통령과 친문 인사들을 명예훼손했다는 혐의로 아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옥죄어오자, 이 대표는 비슷한 시기 논란이 됐던 문 대통령 아들 준용 씨 특혜 채용 허위 여부를 먼저 가려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이후 ‘ 혜경궁 김씨 ’ 사건은 검찰에서 무혐의 종결됐지만, 문재인에게 이재명은 대통령 아들의 신변까지 거론하며 위협한 괘씸한 정적이었고, 이재명에게 문재인은 아내를 사법처리 상황으로 몰고 가며 자신을 정치적으로 매장하려 한 비정한 권력자였다.
수사에 몸서리쳤던 이 대표와 기자가 만난 건 2019년 6월 중순,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차려진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서였다. 조문을 마친 이 대표가 기자 앞에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말했다. “기자님, ‘저들’이 말이죠. 나를 죽이려고 마구 폭탄을 퍼붓습니다. 내가 서 있던 자리가 완전히 폐허가 됐습니다. 저들이 낄낄거리고 웃으며 돌아서는데, 그 폐허 속에 제가 훌훌 털고 살아서 걸어 나옵니다. 저 이재명, 안 죽습니다.”
이 대표는 ‘저들’(문재인 정권)의 수사가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 경쟁자였고 미래의 정적인 자신에 대한 탄압과 보복이라고 여겼다. 친문 진영에 대한 뿌리 깊은 원한이 이때 배태됐다.
◇현재 : 분노
이 대표에게 친문 진영의 ‘이재명 죽이기’는 현재 진행형이 됐다. 지난해 9월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표결 때 이를 확인했다.
동의안 처리 하루 전 이 대표는 “검찰 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달라”고 의원들에게 부결을 호소했지만, 동의안은 가결 처리됐다. 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안이 가결된 건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윤석열 정권의 정치 탄압’에 항의하며 22일째 단식투쟁 중이었던 그는 단단히 충격을 받았다.
당시 본회의장 표결 참석 의원은 295명.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 정족수에 따라 148명만 되면 가결되는데, 찬성이 149명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0명+찬성 당론을 정한 정의당 6명+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1명+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 1명+여권 성향 무소속 하영제·황보승희 의원 2명을 포함하면 120명. 민주당에서 최소 29명의 반란표가 일어났다.
이때부터 반년여밖에 남지 않은 22대 총선을 겨냥한 반란분자 색출작업과 분노의 복수혈전(설훈 의원 표현)이 시작됐다. ‘청년 이재명’ 시절부터 30년 이상 오랜 멘토였던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국회와 가까운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친명 인증’을 하기 시작했던 것도 그 무렵이었다.
이 대표의 복수혈전이 단순 추측에 의한 레토릭만은 아니었다. 이 대표 측근 김성환 의원이 최근 커밍아웃 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의원 평가 하위 20%에 비명 의원이 대거 포함된 것에 대해, 당 인재위원회 간사인 김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비명 중진 A 의원은 “이재명은 멈출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며 “끝까지 복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면 지금의 공천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래 : 불안
원한과 분노로 가득 한 과거와 현재의 경험은 이 대표에게 잿빛 미래에 대한 극도의 불안을 가져다줬다. 대권을 노리는 그로서는 측근들을 대거 국회로 진출시켜 친명 강철대오를 구축하는 작업이 절실했다. 사법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방탄하기 위해서라도 22대 총선은 절호의 기회다.
오랫동안 거대 정당을 지배해온 김영삼·김대중 양김을 제외하면 양당이 배출한 당 대표나 대통령은 평생 한 번, 많아야 두 번 국회의원 공천에 영향을 미친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직 때인 17대(2004년)와 18대(2008년)에 각 한 번씩,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인 19대(2012년)와 집권 당시인 20대(2016년) 등 두 번 공천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처럼 공천권을 단 한 번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권력도 있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은 3번이나 공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2012년 대선 유력 주자 시절에 한 번, 당 대표를 지냈던 2016년 총선에 또 한 번, 그리고 대통령직에 있던 2020년에 다시 한 번. 4년 전 21대 총선으로 초거대 정당이 된 민주당 초선에서 다선까지 대부분의 현역 의원이 그의 손을 탔다.
이 대표는 2년 전 보궐선거로 여의도 중앙무대에 입성한 0.5선의 정치 신인이다. 현역 의원 중에 자기 손으로 배지를 달아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친명으로 분류되는 대부분의 의원이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지’가 아니라 언제든 등을 돌릴지 모를 ‘이해당사자’들이다. 그의 국회의원 공천권 행사는 이번 총선이 처음이다. 2027년을 향한 대선 가도에서 방탄과 대권 두 개를 모두 충족시키려면 국회에 찐명의 참호를 파고 찐명의 진지를 구축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복수혈전
이 대표는 주류교체를 통해 권력 불균형의 역사를 뒤집기로 했다. 원한과 공포와 불안은 과거엔 자기방어의 메커니즘이었지만, 지금은 미래를 향한 공격 기제다. 그의 머릿속엔 문 전 대통령이 요구했던 무지개 통합 대신, ‘이재명당’을 완성하기 위해 모든 걸 녹여버리는 용광로 단결이 있을 뿐이다.
■ 용어설명
‘르상티망’은 분노·원한·증오·시기심 등의 뜻. 프리드리히 니체가 자신의 책 ‘도덕의 계보’에서 주인도덕에 대비해 묘사한 노예도덕의 내용으로, 강한 권력에 품었던 약자의 복수심을 설명.
‘혜경궁 김씨’ 논란은 과거 이재명의 부인 김혜경의 것으로 의심받는 트위터 계정에 올려진 내용과 관련된 논란. 당시 문재인과 친문 인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의혹으로 검경 수사를 받음.
■ 세줄 요약
르상티망 : 이재명의 마음속엔 문재인과 친문에 대한 원한과 분노와 불안이 중층적으로 쌓여 있어. 이는 이재명이 총선을 앞두고 왜 ‘친문학살’ 공천에 열을 올리는지, 왜 ‘비명횡사’에 열중하는지를 말해주는 것.
과거, 현재, 미래 : 문 정권의 집요한 수사로 인한 원한,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른 분노, 사법리스크 방탄과 대권 쟁취에 대한 불안감이 이재명의 의식세계를 형성. 그가 국회에 찐명 강철대오를 구축하기로 결심한 이유임.
복수혈전 : 이재명은 주류교체를 통해 권력 불균형의 역사를 뒤집기로 함. 르상티망은 과거엔 자기방어의 메커니즘이었고, 지금은 미래를 향한 공격 기제임. 그의 머릿속엔 무지개 통합 대신 용광로 단결만 있을 뿐.
03.05 “실제 일해봤더니 ‘선관위원장=바지사장’ 말에 공감”
의료대란·선관위 지원 주무 이상민 행안부 장관
4·10 총선을 앞두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체적인 투개표 시스템 개선을 지원하는 데 열심이다. 정부 유일의 선거 지원 부처인 행안부 수장으로서의 행보지만, 자칫하면 오해를 부르거나 야당의 공격을 당할 위험성이 있다. 그런데 왜 이 장관은 발 벗고 나선 것일까? 무슨 계기가 있을까?
2020년 총선 ‘부정 논란’이 기폭제
“변호사 시절인 4년 전 총선 때였죠. 부정 선거 논란이 거셌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저명인사들이 계속 얘기를 해 들여다보니 좀 이상한 것들이 있는 거 아닌가….”
현직 판사 재판 바빠 선관위 업무 챙기기 어려워
부정선거 인정 않지만 투개표 허점 개선은 필요
사전투표 현장 날인, 불편 없고 시간도 안 걸려
아직 공공병원은 여유…전공의들 일단 복귀하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선거 지원 주무 장관으로 처음 치르는 총선이 승자든, 패자든 승복할 수 있는 투명한 선거로 치러져야 한다는 강한 의무감에 선관위의 자체 개선 노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고 강조했다. 강정현 기자
그게 뭐였나요.
“투표 분류기에 대한 불신이었죠. 이건 지난해 하반기에 국정원이 ‘점검 결과 문제가 있다’고 공식 발표했어요. 또 하나는 개표 과정에서 선관위 서버가 해킹돼 전산 집계가 실제와 달리 나올 수 있다는 거죠. 이 두 가지가 핵심이었습니다.”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보는 겁니까.
“아닙니다. 딱 부러진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그렇다고 할 수 없죠. 또 이런 문제들에 대해 선관위가 개선에 나서, 이번 총선은 부정 시비가 상당히 줄 것 같아요. 그러나 사전 투표에서 두 가지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하나는 부정한 투표지가 양산될 우려고, 다음은 이 투표지가 투표함에 투입돼 카운트될 우려죠. 이를 막을 방법은 선거법에 정해진 대로 사전투표 관리관이 투표지에 자신의 도장을 날인해 교부하는 겁니다. 그런데 선관위는 이를 인쇄 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는 규칙을 만들고, 관인이 미리 인쇄된 투표지를 교부해왔죠. 규칙이 상위 법률을 어긴 셈이라 법대로 할 것을 제언했는데, 선관위는 ‘투표 시간이 길어지고 공무원 동원이 어렵다’며 안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전투표지를 그야말로 ‘졸졸졸’ 따라다닌다는 전략입니다. 부정 선거 주장하는 분들은 ‘투표지가 우체국에서 선관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바꿔치기 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론상으론 가능합니다. 그래서 사전투표지가 해당 선관위에 도착할 때까지 전 과정을 경찰관이 따라붙을 예정입니다. 경관 3000명을 투입키로 경찰청과 얘기가 끝났습니다. 또 사전투표지가 해당 선관위에 도착하면 바로 투표함에 넣어야 하는데, 심한 경우는 2~3일 뒤에야 투함됐습니다. 그때까지 바구니 같은 데 보관돼 논란이 됐죠. 그래서 사전투표지가 선관위에 도착한 뒤 투함될 때까지 과정도 CCTV로 찍어야한다고 선관위에 얘기해둔 상태입니다.”
선관위는 현장 날인하면 시간이 늘어진다는데.
“시뮬레이션을 해 봤습니다. 총선 당일 오전 6시에 ‘땡!’ 하고 투표소 문이 열리자마자 100명이 입장하는 극단적 상황이라 가정합시다. 사전투표지 발급기가 8대, 날인 담당 관리관이 1명 배치된 가운데 현장 날인을 한 경우, 100번째 투표자는 오전 6시 13분 투표를 완료했어요. 기존 방식대로 할 경우에도 100번째 투표자는 6시 13분에 투표를 완료했죠. 전혀 차이가 없었습니다. 투표자마다 신원 확인·투표지 발급에 1분이 걸리는데 그 사이 투표지 8개까지 도장을 찍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관위는 현장 날인할 공무원 동원도 어렵다는데요.
“그 이유는 보상, 즉 수당과 휴가가 미흡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당을 3만원 올렸습니다. 총선에 수고하실 공무원이 40여만명이니 100억원 넘는 액수죠. 또 휴가는 여태까지 없었던 최장 이틀 휴가제를 시행하려 합니다. 사전투표일은 주말인 금·토요일이고, 본 투표일(수요일)도 국민이 쉬는 날이잖아요? 그래서 토·수요일 근무자는 이틀, 금요일 근무자는 하루를 쉬게 하도록 대통령령으로 못 박을 방침입니다. 이르면 6일 입법 예고할 계획입니다. 중앙일보에 처음 알려드리네요.(웃음)”
지역 선관위원장, 겉핥기 업무 불가피
판사 시절 시군구 선관위원장을 지내셨는데.
“여천·소사와 원주시 위원장을 지냈습니다. 사실 부끄러웠죠. 재판하기도 바빠 선관위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사무국장이 안건 보고하면 대충 의결하고, 나머지는 보고만 받은 뒤 선관위원들과 저녁 먹고 헤어지는 식이었죠.”
보고로 끝날 게 아니고 따져볼 사안도 있지 않았나요.
“부끄럽다고 얘기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회의 끝나고 바로 (식당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 (도시락 먹으며 회의 계속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선거 당일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선관위원 9명이 두 세 패로 갈려 투표소 둘러보고, 저녁 때 개표 상황 보면서 앉아 있었죠. (그러다 사고 터지면 책임은 위원장이 진다던데요?) 그렇죠. 책임지는 거죠.”
시군구 선관위원장을 지낸 전직 판사가 ‘난 바지사장이었다’고 고백했는데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소회가 계실 텐데요
“지금 말하긴 적절하지 않고, 이태원 특별법이 국회에서 처리되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특별법 초안에 심정이 담긴 것 아닌가요?) 특별법의 의미로 가장 큰 것은 희생자 분들을 진심으로 기억, 추도하고 유족들의 정신적·실질적 고통을 치유해드리는 거죠. 돈을 벌던 자녀가 숨져 생계가 어려워진 부모님도 계시는데 그런 분들을 돕는 내용도 있습니다.”
공공병원 응급실 환자 오히려 줄어
이 장관은 ‘의료 대란’ 주무 장관이기도 하다. 그는 “전공의들이 지금이라도 빨리 복귀하면 의사 면허를 유지할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업무 개시 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처벌이 4일 개시됐는데.
“시한은 지났지만, 빨리 복귀하는 이와 늦게 복귀하는 이의 처벌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명령을 송달받고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는 바로 면허를 정지할 수 있고, 복지부가 고발하는 즉시 수사기관에서 소환할 겁니다. 주동자는 구속 수사도 가능하고요.”
행안부가 담당하는 공공 의료기관은 어떤 상태인가요.
“상급 종합 병원이 수용 못하는 환자들이 공공 의료기관으로 넘어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데, 현재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지난주 저와 차관이 전국을 돌았는데, 여력이 충분히 있고 응급실은 오히려 환자가 줄었어요. 의원(개인 병원)을 가도 되는 경증 환자들이 상급 병원 응급실로 오곤 했는데, 요즘은 의료 대란을 의식해 ‘상급 병원 가면 치료 못 받는다’고 여겨 동네 의원을 찾고, 공공 병원에는 중환자만 오니 환자가 준 것이죠. 아이러니한 일인데, 어떤 면에선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상급 병원 응급실 상황은 어떤가요.
“거리로 나선 전공의들이 대부분 그쪽 소속이니 난리 났죠. 그러나 정말 응급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만 상급 병원을 찾고 있어 환자 수도 줄었습니다. 또 공공 병원은 전공의가 많지 않은데다, 저희가 진료시간을 평일 기준 2시간 연장했고 휴일·야간 진료와 함께 군·보훈병원도 개방해 상급 병원에서 내려온 환자들까지 충분히 감당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수요가 초과될 가능성도 있지 않나요.
“3차 상급병원에서만 치료 가능한 환자들이 감당의 한도를 초과할 경우가 위험한데, 현재까지는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 듯합니다. 결국 전공의들이 빨리 복귀해야 합니다. 행정부로선 복귀 시한을 넘기면 고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빨리 복귀하는 이는 선처가 가능한가요.
“네. 주동자는 몰라도 소극적으로 참여한 이는 신속히 복귀하면 의사면허를 유지할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행정부는 고발을 안할 수 없지만, 검경과 법원에선 빨리 복귀하는 전공의일수록 기소·선고유예나 벌금형 등 면허가 유지되는 선에서 선처할 공산이 큽니다. 반면 늦게 복귀하면 집행유예 이상 형을 받을 우려가 커지고, 그러면 면허가 무조건 박탈됩니다.”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03.06 이재명은 김대중 정신의 계승자인가?
전과 4범에 7개 사건 재판 중 도덕 불감증 심각한데도
“김대중 이후 최고 정치인” 백낙청 등 진보 진영은 딴소리
이들의 최고 목표는 미국 배제한 남북 통일
그래서 반미·친북 세력도 국회로… 이런데도 DJ 정신 계승자인가
공천 파열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이 큰 위기에 빠졌다. 이재명의 사욕이 문제라고 한다. 이대근 우석대 교수(전 경향신문 편집국장)는 공천 파동이 ‘잠재적 당권‧대권 경쟁’이자 이 대표의 ‘자기애의 표출’이라고 비판했다. 공천을 핑계로 자기가 사랑하지 않거나,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이들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지난 2월 11일 탈당 선언에서, 민주당이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전락했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사욕론’은 공천 파동의 한 측면만 보는 것이다.
다른 측면은 ‘정체성론’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이 사라진 ‘낯선 집’이 됐다고 직격했다. 단순한 타락이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신이라는 당의 정체성이 사라진 결과 껍데기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낙연은 24년간 민주당원이자 총리였고, 유력한 대선 후보였다. 하지만 DJ의 아들 김홍걸 의원은 정작 김대중 정신을 저버린 것은 이낙연이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님의 정신은 민주당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DJ의 최측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재명의 모습에서 김대중의 모습을 읽었다”고 했다. 심지어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훨씬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과연 이재명 대표는 DJ 정신을 잇고 있는가? 처음 이재명 대표는 시민활동가, 인권변호사로 알려졌지만, 공식적으로 전과 4범이다. 지금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7개 사건에서 10가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DJ 정신이 이런 것인가. 도덕 불감증이 심각하다. 하지만 진보 진영은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김홍걸, 박지원의 견해가 주류다. 진보 진영의 대표적 지식인이자 원로인 백낙청 전 서울대 교수도 이재명을 “김대중 이후 최고의 정치인”으로 칭송한다. 기득권층에 눌린 민중의 에너지를 분출시켜, 상층 결정 구조까지 도달케 한 유일한 지도자가 이재명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낙연과 탈당파가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자다.
놀랍다. 하지만 정청래 의원에 따르면, “노무현·문재인처럼 지금은 이재명이 민주당 시대정신”이다. 이런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백낙청의 ‘2기 촛불 정부’론이라는, 나름 탄탄한 이론적 기반을 갖고 있다. 백 교수는 1기 촛불 정부인 문재인 정부가 촛불 혁명의 과제를 실현하는 데 실패했다고 본다. 촛불 혁명의 과제란 미국의 분할전략이 낳은 분단체제를 깨고 통일을 달성하는 것이다. 또한 분단체제에 기생해 온 기득권층을 제거하고, 민중이 직접 지배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2기 촛불 정부를 세워야 하고, 이재명이 그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백 교수는 지난해 말 ‘2기 촛불 정부와 22대 총선’이라는 제하의 2024년 신년 칼럼을 발표했다. 여기서 그는 4월 총선은 물론 2027년 대선도 ‘2기 촛불 정부 건설’에 더 높은 목표를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87년 체제는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장집 교수는 산업화, 민주화 세력이 타협한 1987년 ‘보수적 민주화’를 높이 평가했다. 1990년 3당 합당, 1997년 DJP 연합이 대표적 사례다. 이에 반해 백 교수는 DJ 정부가 수구세력과의 불안한 타협의 산물이라고 격하했다. 6·15 공동선언에도 불구하고, 분단체제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노무현 정부도 실패했다.
그리고 뒤를 이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점진적 쿠데타’를 통해 87년 이전으로의 회귀를 획책했으나, 촛불 대항쟁으로 무너졌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도 미완으로 끝났다. 윤석열 정부는 최악이다. 헌법 부재의 ‘변칙적 사태’고, 그냥 도둑정치(kleptocracy)다. 87년 체제의 정상 작동은 끝났다. 더 이상 헌법 절차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건곤일척의 대회전을 벌여, 윤석열 정부를 조기에 무너뜨리는 게 목표다.
백 교수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4월 총선 담론 중 이재명 대표를 교체하자는 주장이 가장 저열하다. 한 석이라도 더 얻자는 총선 프레임도 위험하다. 단순히 선거에 승리해 국회를 장악하고, 4기 민주당 정부나 수립하자는 게 아니다. 촛불 혁명을 위해 민중의 에너지를 모으자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비례연합정당을 세워야 한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반미‧친북 세력에 국회 진출의 길을 열어주었다.
백 교수는 “세상을 요동치게 만드는 게 우리 국민의 체질이며 전통”이라고 한다. 그 힘으로 개벽 차원의 거대한 역사적 과제, 신동엽 시인이 노래한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을 열자는 것이다. 이재명은 부활한 전봉준이다. 공천 파동 수면 밑에는 이런 터무니없지만 무서운 생각이 숨어 있다.
조선일보 김영수 영남대 교수·정치학
03.06 셀프 재선에 통진당 출신… 민의 왜곡하는 野 비례 요지경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당선권 후보 면면이 일부 확정되면서 심각한 민의 왜곡도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지지자 투표에 편승해 자력 당선이 사실상 불가능한 인사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당선 뒤엔 각자의 정당으로 돌아가는 황당한 상황이 눈앞에 닥쳤다. 누구를 찍는지도 모르고 찍는 선거 사기극이나 마찬가지다. 더불어연합에 참여한 진보당과 새진보연합이 각각 3명의 후보를 확정했다. 시민단체 추천 4명을 포함해 10명은 당선 안정권에 배치된다.
그러나 이들이 어떤 절차와 검증을 거쳤는지 알 수 없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전력(前歷)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다. 선거가 끝나면 이들 당선자 행태가 어떻든 민주당은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제21대 국회에서는 윤미향 의원에 대해 민주당이 출당 조치라도 했지만, 이번엔 국회에 진출한 이들에 대해 감시와 책임을 물을 주체가 없다. 당명과 로고는 민주당과 유사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민주당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양두구육(羊頭狗肉·양고기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이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새진보연합의 비례 후보가 된 용혜인 의원은 21대 국회 때도 더불어시민당 5번으로 들어왔는데, 이번엔 지역구 출마 약속을 깨고 또 ‘셀프 공천’을 했다. 그가 소속된 기본소득당의 지난 대선 득표율은 0.05%에 불과하다. 진보당 비례대표로 선정된 3명의 후보도 한총련, 통진당, 경기동부연합 출신들이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정당으로 해산된 통진당이 신장개업, 민주당 후원으로 국회에 재진출하는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다.
유권자가 투표할 때는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 분명해야 한다. 그런데 인물의 정체도 불분명하고 ‘한미동맹 파기’와 같은 극단적 정책이나 괴담을 퍼뜨린 이들에게 ‘묻지 마 투표’를 하게 됐다. 선거가 아닌 야바위에 가깝다.
문화일보 사설
03-06 위헌 가능성 더 커진 준연동형 비례制
오는 4월 10일에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과거와 같이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고,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정당에도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그런데 각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2항의 내용은 매우 복잡하다. 선거제도를 전공하는 학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 정도다. 간단히 정리해 보자. (1)우선, 무소속 당선인 수 등을 제외하고 정당에 나눠줄 전체 의석수(지역구 포함)를 확정하고, ⑵정당에 할당할 전체 의석을 해당 정당의 비례대표 득표비율에 따라 배분한 뒤에, 여기에서 나온 의석수에서 해당 정당의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 수를 뺀 값의 절반(50%)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한다. (3)그런 다음 남는 비례대표 의석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추가로 배분한다. 지역구 당선자가 많아 ⑵에 의한 배분에서 비례대표의석을 받지 못한 정당이 혜택을 보게 된다. ⑵에서 50%만 연동을 인정하고, ⑶에서 추가 배분을 하는 방법 때문에 우리나라의 비례대표제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오늘날 지구상의 대다수 국가는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직접 민주제를 채택하지 않고, 자신의 대표들을 선출해서 그들이 국가의사를 결정하게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 이러한 대의제가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주권자인 국민이 누구를 나의 대표로 선출하고, 그들이 주권자를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지를 적절히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잡한 산식(算式)으로 돼 있는 우리나라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선거에 임하는 국민이 나의 표가 누구에게 가는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 즉, 준연동형은 대의제 원리에 맞지 않는 변칙적 선거제도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7월 20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결정(2019헌마1443 등)에서 준연동형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2항에서 규정한 의석 배분 원칙이 무력화되지 않고 선거의 비례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거법이 상정하는 연동을 차단하는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선거전략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번 제22대 총선에서도 양대 정당은 각각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헌재의 당부도 무시하고 그대로 유지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위헌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그리고 양대 정당이 국회 의석을 더 확보하기 위한 꼼수로 만든 위성정당 중 ‘더불어민주연합’은 또 다른 헌법적 문제를 안고 있다. 헌재는 2014년 통합진보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통진당의 해산 결정을 했다.(2013헌다1) 그리고 헌재의 결정으로 해산된 정당의 강령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강령을 가진 대체 정당의 설립은 금지된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는 통합진보당 세력이 참여하고 있다. 이는 법치주의를 훼손하며, 헌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문화일보 임종훈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前 홍익대 법대 교수
03.07 위성정당 방식 이용해 금배지 두 번 단다는 청년 정치인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가 6일 대구 중구 삼덕동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새진보연합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용혜인 의원 등 3명을 확정했다. 이들은 진보당 후보 3명, 연합정치시민회의 후보 4명과 함께 민주당 주도의 비례대표 위성정당 소속으로 나서게 된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에 이들을 배정할 예정이다. 이들 10명의 당선은 거의 확정적이다. 용 의원은 지난 총선 때도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다. 이번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금배지를 한 번 더 달겠다는 것이다.
비례대표는 국회의 전문성과 직능 대표성 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새로운 전문가에게 기회를 주는 창구이기도 하다. 당연히 비례대표 의원을 연임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비례명부 당선 안정권에 드는 것 자체가 엄청난 특혜인데 이것을 두 번 연속으로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용 의원이 그런 특혜를 누리겠다는 것이다. 새진보연합은 용 의원이 주도하는 당이다. 결국 ‘셀프 공천’으로 비례 의원직을 연장하는 셈이다.
지난 4년간 용 의원은 나름 의원 활동을 했다고 할지 모르나 일반에 그의 이름이 기억되는 것은 자질 논란을 자초한 경솔한 행동들이다. 당선 직후 금배지 포장을 뜯는 장면을 ‘세계 최초’라며 유튜브로 생방송했다. 한 시청자가 “중고로 10만원에 팔라”고 하자 “신박한 재테크”라고 맞장구쳤다. 작년 3월엔 가족여행에 김포공항 귀빈실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30대 초반의 청년 정치인이 특권 폐지가 아니라 특권을 당연시했다.
새진보연합은 이러저러한 단체 세력들이 모여 정체성이 뭔지도 알 수 없는 당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1%도 안 된다. 선거법상 3%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비례 의석을 한 석도 가져갈 수 없다. 이런 당이 국회의원 3석을 갖게 됐다. 저급 주사파 경기동부연합이 주축인 진보당도 비례 후보 3명의 당선을 바라보는 상황이다. 모두 민주당 덕이다. 민주당은 박빙의 수도권 지역구 승부에서 이들을 지지하는 1~2%의 표를 추가해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할 것이다. 정치 계산으로는 영리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유권자의 뜻을 교묘하게 왜곡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3.07 통진당의 부활? 민주당은 비례대표 이념 정체성 설명하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보당 윤희숙 대표, 이 대표,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백승아 공동대표, 새진보연합 용혜인 상임대표. [연합뉴스]
국가 근간 흔들 위기의 총선판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 공천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민주당은 더불어민주연합에 진보당·새진보연합·연합정치시민회의를 끌어들였는데 종북 논란, 광우병·천안함 괴담에의 연루 인사들이 다수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당선권에 3석을 배정받은 진보당이 후보를 발표했는데, 걱정은 현실이 됐다. 장진숙 후보는 홍익대 부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이적단체인 한총련에서 대의원 활동을 하면서 3년간 수배생활을 했고, 2000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집행유예로 풀려났었다.
전종덕 후보는 통진당 출신으로 이석기 전 의원의 사면운동을 이끌었고, 민주노총에서 경기동부연합 출신인 양경수 위원장과 팀을 이뤄 사무총장을 지냈다. 손솔 후보는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통진당의 후신 격인 민중당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쯤 되면 통진당이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가 과장이 아니다. 당선권에 4석을 배정받은 연합정치시민회의도 곧 후보를 발표하는데, 진보당 후보들과 유사한 성향일 공산이 크다.
정상적 선거였다면 한·미 동맹에 반대하고, 재벌 해체를 주장하며, 북한의 3대 세습을 옹호하는 이런 세력이 국회에 입성하긴 어려웠을 터다. 민주당을 숙주로 한 위성정당이란 꼼수를 통해 종북·극단주의 인사들이 대거 등원해 22대 국회에서 발생할 온갖 문제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그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가관은 또 있다. 새진보연합 몫 비례 후보가 된 용혜인 의원은 이미 21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를 지냈다. 그런데 다시 비례대표 셀프 연임 공천을 했다. 상상할 수 없는 특혜다. 이런 몰염치로 무슨 진보를 자칭하는가. 사실상 민주당의 ‘비공식 위성정당’인 조국혁신당도 요지경이다. 조국 대표는 2심까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도무지 의정생활을 기약할 처지가 아니다. 영입 인재 1호인 신장식 변호사는 음주·무면허 운전의 전과 4범이다. 그런데도 다들 무난히 당선될 전망이다. 위성정당이 야기한 국회의 이념, 도덕적 붕괴가 처참하다. 민주당은 당장 자기 정체성을 설명하라.
중앙일보 사설
03.07 비명 몰락과 급진 좌파 연대로 완성되는 ‘이재명당’
총선을 1개월 남짓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변화가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역구 공천을 통해 ‘비명 횡사’가 현실화했고, 비례대표 연합공천을 통해 급진 좌파 세력과의 연대를 구축했다. 6일 발표된 20곳 경선 결과는 상징적이다. 현역 의원 11명 가운데 7명이 탈락했다. 그 대신 ‘이재명의 변호사’(박균택 당대표 법률특보), 편법 경선 참여 논란(김우영 전 은평구청장), 지역구 바꿔치기(이수진 비례의원) 등 ‘친명 자객’들이 본선 티켓을 쥐었다.
비명계의 완전한 몰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인영 의원 등 중진들이 남아 있지만, 당의 주요 계파인 친문, 친노, 동교동계, 김근태계, 86그룹 등은 설 자리를 잃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당사에서 이렇듯 1인 중심의 공천은 전례가 없다. 김대중 총재 시절에도 비주류 안배가 있었고, 노무현 대통령 측이 주도해 만든 열린우리당에서도 집단지도체제에 따라 공천 지분을 나눴다. 지금까지 254개 지역구 가운데 200여 곳 후보를 확정했는데, 비명계 의원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당 지도부와 핵심 측근은 물론 총선 후보들이 대부분 친명이다. 친위 정당 구조가 뚜렷해 ‘이재명당’이 명실상부한 표현이다.
민주당은 강령에서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임을 밝히고 있다. 정체성 논란 때마다 ‘좌파’란 표현을 극구 부정해왔다. 하지만 이 대표 주변은 대법원이 ‘이적단체’로 규정한 ‘97 한총련’이 에워싸고 있다. 강위원(한총련 5기 의장)·정의찬(남총련 6기 의장)·이석주(한총련 조국통일위원장) 등이 출마를 접었지만, 정무특보 등을 맡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비례 연합정당에 참여하는 진보당은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세력이 중심이며, 간첩 사건들에도 연루된 종북 정당이다. 이미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 등을 공천했다. 이 대표는 이들과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서 연대할 때부터 간단치 않은 인연을 맺었다. “해방 이래 가장 좌경화된 제1야당”(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분석까지 나온다. 70년 전통의 기존 민주당과는 전혀 DNA가 다른 정당이 됐다. 4·10 총선에서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문화일보 사설
03-07 통진당 세력 부활과 공산독일당 교훈
지난 2014년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 대 1’의 압도적 다수로 통합진보당(통진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결정을 내렸다.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점, 즉 민주주의를 공격하고 파괴하려는 정당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정당법 제40조에 따르면 이렇게 해산된 위헌정당의 대체정당은 금지된다. 그런데 대체정당의 해산에 관한 법적 근거는 없다. 대체정당뿐 아니라 형법상의 범죄단체나 국가보안법에 따른 이적단체에 대해서도 해산 규정이 없다는 점은 중대한 입법 미비다. 결국, 대체정당이 출현하면 다시 위헌정당으로 해산시키는 방법 외에는 없지만, 위헌정당 해산결정이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또 다른 대체정당이 출현할 수도 있다. 그래서 대체정당의 위헌성을 비난하면서도 해산시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독일에서도 독일공산당(KPD)이 위헌정당으로 해산된 후 대체정당으로 공산독일당(DKP)이 만들어졌다. 이에 서독 정부는 DKP가 동독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위헌정당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청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독일 통일 이후 DKP가 동독에서 재정 지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 세력은 와해됐다.
통진당의 잔존 세력이 상당수 포함돼 있지만, 진보당을 그 대체정당으로 볼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좀 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그 성격과 활동을 분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신중한 검토의 필요성은 부인될 수 없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안보 논리가 오남용된 바 있고, 이른바 레드 콤플렉스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적도 있다. 그러나 6·25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점차 사라지면서 젊은 세대에서는 레드 콤플렉스를 찾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레드 콤플렉스의 극복이 안보불감증이 돼선 안 된다. 최근 북한의 핵 위협 등 과격한 도발에 대해 해외에서는 한반도 전쟁위기론이 대두되는데, 국내에서는 시큰둥하다. 워낙 자주 경험한 일이라고 해서 소홀히 할 일은 아니다. 또한, 과거 간첩 조작 사건이 있었다고 해서 간첩 문제에 대해 무감각해져서도 안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하마스-이스라엘 분쟁을 보면서도 느끼는 점이 없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다. 더욱이 제1 야당이 그렇다면 더욱 심각하다. 서독에서 DKP의 위헌성이 문제됐을 때, 양대 정당이던 기민당(CDU)과 사민당(SPD)의 태도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위헌정당 및 그로 인한 국가적 위협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진보당 등과 연대한 비례위성정당으로 ‘더불어민주연합’을 창당했고, 진보당에 비례대표 의석뿐만 아니라 지역구 의석까지 배려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민주당과 진보당의 연대가 갖는 의미, 이러한 선거 전략의 득실 등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그런데 민주당은 통진당의 후신인 진보당의 국회 진출을 위한 다리를 놓음으로써 무얼 얻으려는 것일까?
많은 국민이 이석기 전 의원의 혁명조직 ‘RO’를 기억하고 있다. 북한에 동조해 대한민국의 중요 시설을 파괴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겠다는 생각을 진보당이 완전히 버린 것으로 믿을 수 있는가? 민주당은 이를 확신하고 진보당과 연대를 결정한 것인가?

문화일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03.08 이재명과 경기동부의 끈끈한 인연
남북 간 전쟁이 벌어지면 한국의 국가기간시설을 파괴하는 방안을 모의하다 2014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강제 해산된 통합진보당이 10년 만에 본격 부활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22대 총선의 비례대표 당선권에 진보당 몫으로 3석을 배정하면서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윤희숙 진보당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백승아 공동대표,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 [뉴스1]
진보당은 자신들이 “통진당의 후신은 아니며 가치와 정신을 일부 계승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치권에선 통진당의 후예로 간주한 지 오래다. 과거 운동권의 NL(민족해방) 노선을 그대로 베낀 당 강령부터 핵심 구성원들까지 두 당은 겹치는 부분이 아주 많다. 진보당에서 유일한 현역 의원인 강성희 의원이나, 울산 북구에서 민주당-진보당의 단일후보가 된 윤종오 전 의원, 수도권 출마를 준비한 김재연·이상규 전 의원 모두 통진당 출신이다. 5일 발표된 진보당 비례후보 3명(장진숙·전종덕·손솔)의 이력에도 통진당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2010년 이재명-김미희 단일화
올 총선서 진보당 3~5석 횡재
간첩단 사건마다 진보당 등장
이번 총선에서 진보당이 독자적으로 후보를 냈다면 원내 입성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지역구에선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넘기 어렵고, 비례대표도 득표율 3% 미만은 의석을 안 준다는 봉쇄 조항에 걸렸을 가능성이 컸다. 참고로 2022년 대선 때 진보당 김재연 후보 득표율은 0.11%에 불과했다. 그런데 진보당이 졸지에 비례 3석을 확보하고, 추가로 지역구 1~2석까지 넘보는 횡재를 한 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경기동부연합의 끈끈한 인연을 빼놓곤 설명이 어렵다.

▲2010년 5월11일 성남시장 선거에서 후보단일화를 선언하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오른쪽)와 김미희 민노당 후보. [중앙포토]
NL 분파 중에서도 가장 종북 성향이 강했던 경기동부연합은 통진당의 핵심 주류였다. 이석기·김미희 전 의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경기동부 출신으로 잘 알려진 인사다. 이재명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성남에서 사회운동을 할 때부터 김미희 전 의원과 안면을 텄다.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에 출마했을 때 김 전 의원도 민노당 소속으로 같이 출마했는데,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후보의 당선을 막으려고 이 대표로 후보를 단일화했다. 그 대가로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 되자 김 전 의원을 비롯한 경기동부 인사들은 대거 시장직 인수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김현지씨도 경기동부 인사들과 인연을 맺는다. 이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인 김용씨도 한총련 지도위원 출신이어서 경기동부와 동질성이 강하다. 이후 이재명 시장 체제에서 경기동부 인사들은 성남시와 관련 기관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권에 개입했다. 이 대표는 경기동부를 활용해 조직력을 키우고, 경기동부는 실리를 챙기는 윈윈 관계를 형성한 셈이다.
지금 이 대표는 2010년의 아름다운 추억을 재연하려 한다. 믿지 못할 친문은 쳐내고 진보당을 위성정당으로 끌어들이는 게 향후 대권 가도에 유리하다고 본 것 같다. 그러나 그건 정말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도대체 진보당이 어떤 당인가. 공공연히 한·미 동맹 해체를 주장하고, 한·미 연합훈련 반대를 외치는 정당이다. 당 강령엔 재벌 해체와 대폭 감군(減軍)도 명시했다. 그뿐 아니라 최근 몇년 새 당국에 적발된 제주간첩단, 창원간첩단, 민주노총 간첩단 등 잇따른 간첩 사건마다 빠지지 않고 진보당 간부들이 고정 배역으로 등장한다.

▲2013년 9월 5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수원구치소로 이송되며 소리 지르고 있다. [중앙포토]
공안 당국은 지난해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 때 약 200쪽 분량의 북한 지령문을 확보한 뒤 어렵사리 암호를 해독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산하 문화교류국(대남 공작기구)은 2021년 12월 28일 민주노총 간첩단에 이런 지령을 내렸다.
“영업1부(민주노총을 의미)를 진보당의 지지 세력으로 만들어 진보당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지자체와 지방의회에 진출할 가능성을 열고, 2024년 총선에서 다시 원내 정당으로 진입할 전망을 열자.”
실제로 진보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울산 동구청장 당선자를 냈고, 이번에 원내 진입에도 성공했다.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일보 김정하 논설위원
03-08 ‘종북의원’ 무더기 입성, 더 급해진 국정원 대공 수사권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하는 진보당 등의 후보 명단이 공개되면서 종북·반미 성향 인사들의 무더기 국회 입성이 가시권에 들어섰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통합진보당이 13석을 확보했지만, 이듬해 통진당 사태가 터지면서 이석기 전 의원이 구속되고 정당이 해산됐던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국가정보원 대공 수사권을 복구하겠다고 공약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한 위원장은 7일 “이재명 대표가 자기가 살기 위해 통진당의 후신 종북 세력에 정통 민주당을 숙주로 내주고 있어 그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했다. 민주당이 비례의석 10석을 보장하기로 한 진보당 등의 후보를 보면 통진당·한총련·경기동부연합 출신이 포함돼 있다. 시민단체 추천 몫에도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을 벌인 인사, 이석기 석방 운동을 한 진보당 출신 등이 포함돼 있다. 국회의원은 각각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고, 이들은 상임위에 따라 국가기밀 취급 권한을 확보하고, 보고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외교통일위, 국방위, 정보위 등에 배치될 경우엔 더 많은 기밀의 입수가 가능하다. 국정원은 최근 야당 의원 보좌관을 하면서 국방부에 대북 ‘참수부대’ 운영 등 700건에 달하는 군사기밀 자료를 요구한 전직 보좌관을 내사한 바 있다. 최근 적발된 민노총 간첩단 사건 등에는 진보당 간부가 다수 연루됐다. 지난 2021년 12월 북한 대남 공작기구가 ‘영업1부(민노총 지칭)’ 간첩에 보낸 지령에는 ‘진보당이 2024년 총선에서 다시 원내 정당으로 진입할 전망을 열자’라고 했는데, 지령은 현실이 됐다.
이들의 국회 진출을 당장 막을 수 없다면, 감시와 견제 장치라도 필요하다. 경찰에만 맡겨졌는데, 전문성·실효성에서 크게 부족하다.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이 절실하다.
문화일보 사설
03-08 이재명과 경기동부의 위험한 정치공생
여야 당원 가입 문턱 낮아져
경선도 팬덤에 좌우되는 공천
4월 총선 강 대 강 충돌 불가피
李는 경기동부 조직력 빌리고
비례대표 지분을 떼주는 연대
리버럴 넘어 이념 정당 치닫나
여야 공천이 역사상 유례없이 무시무시해졌다. 중도·실용 목소리는 ‘내부 총질’로 단죄되고, 여야 협상과 타협은 위선과 타락으로 몰렸다. 오직 주류만 정통일 뿐 비주류는 모두 이단으로 박해받았다. 당원 공천권 50% 반영의 경선은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았다. 정당 가입 문턱이 낮아진 반면, 강성 당원들 손에 정치생명을 좌우할 막강한 권한이 주어졌다. ‘개딸’ 같은 팬덤이 표적을 찍고 달려들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독주 체제다.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조차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래 같이 지내다 보면 이 대표 특유의 생존 본능과 동물적 감각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에서 선거법 무죄로 기사회생했고,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에도 단식 끝에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우연이 반복되면 능력으로 비친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압승으로 이 대표가 부활하면서 당 장악력은 넘볼 수 없는 경지가 됐다. ‘비명 횡사’ 논란에도 “당원·국민이 뽑은 혁신 공천”이라며 흔들림 없이 직진 중이다.
그에게 ‘사당화’라는 비판은 사치일 뿐이다. 더 많은 친명으로 진지 구축이 우선이다. 사실 동교동계·친문·전대협 출신들은 큰 변수가 아니다. 명망가 중심으로 정치활동을 해왔을 뿐 오래전부터 진보 운동권과 유리돼 뿌리가 없기 때문이다. 공천에서 떨어져도 반발은 산발적이고 개인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눈여겨볼 대목은 이 대표가 제3 지대로의 이탈을 최소화해 지역구 대부분을 여야 1 대 1 구도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2016년 이후 정치판은 야당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 대표는 진보 연대로 이중 방탄막을 쳤다. 좌파 상징 인물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재명은 김대중 이후 최고의 정치 지도자다. 이재명을 헐값에 쓰진 말자. 민주당을 장악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도 손을 내밀어 민족해방(NL)계, 특히 경기동부연합과 연대에 신경을 썼다. 시민사회 몫으로 넘겨준 비례대표 1∼4번은 과격 NL계 후보들에게 돌아갈 게 분명하다. 당선 안정권인 5∼13번도 민주당-진보당-새진보연합이 번갈아 차지해, 민주당은 3석밖에 안 된다.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선 오히려 10석 남짓 전망되는 조국혁신당을 위성정당으로 여겨 지지율이 15%에 육박한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떠돈다.
이 대표 입장에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NL계가 진보 진영에 구축한 조직력을 활용하는 대신 현실 정치에서 NL계에 일정 지분을 떼주는 게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2012년 제19대 총선 때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단일화를 통해 통합진보당을 지역구 7명, 비례대표 6명의 ‘원내 3당’으로 키워준 적이 있다. 부정경선 의혹 속에 이석기·김미희·이상규·김재연 등이 국회에 들어갔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이원욱 의원은 “경기동부연합이 이재명을 숙주로 성남시, 경기도를 지나 이제 국회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든든한 외곽 세력을 포기하긴 어렵다. 경기동부연합은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택배노조 진경호 위원장 등을 배출했고, 특히 양 위원장은 2위보다 두 배 많은 56.61% 득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NL계는 주요 시민단체들도 확고하게 장악했다. 촛불 사태를 주도할 만큼 조직 동원력도 막강하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말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이후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이후 3개월 동안 줄줄이 유죄 판결들이 꼬리를 물었다. 이 대표는 먼지떨이 식 수사라고 반발했지만, 법원은 모두 검찰 손을 들어주었다. 당장 위증교사 의혹 재판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젊고 똑똑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앞세우고 김건희 여사는 전면에서 사라졌다. 최근 김 여사와 전화 통화를 한 문화계 인사는 “여전히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 다만, 디올 백 사건 이후 콜백이 한참 늦은 것을 보면 총선을 앞두고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여야 모두 사생결단을 각오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친윤 중심의 강경 보수 정당이 되는 것도 문제지만, 민주당은 NL과 연대해 리버럴을 넘어 아예 이념형 좌파 정당으로 치닫고 있다. 4월 총선이 죽고 사는 정면 충돌로 향하고 있다.

문화일보 이철호 논설고문
03.08 기생충 정치
“나는 김대중의 기생충이었다” 동교동계 원로 정치인의 고백
지금은 ‘이재명 기생충’ 전성시대… 李는 민주당을 방탄 숙주로 삼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발언을 안하겠다고 손짓하고 있다. 2024.2.27/뉴스1
얼마 전 동교동계 원로 정치인을 만났다. 정치를 떠난 지 10년이 넘고 나이도 여든이 지난 분이다. 자연스레 4월 총선이 화제가 됐는데, “평생 공천 걱정, 당선 걱정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공천과 당선에 목매는 현역 정치인이 들으면 대단히 부러워할 얘기였다. 그런데 이어진 말이 놀라웠다. “나는 김대중의 기생충이었다”고 했다. 4선 의원까지 지내며 세상을 쥐락펴락했던 사람이 자신은 기생충에 불과했다고,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힘주어 말했다. 고해 성사처럼 들렸다.
최근 ‘기생충’이란 말을 정치권에서 또 들었다. 새진보연합 용혜인 의원이 민주당 위성 정당 후보로 두 번째 비례대표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다. 개혁신당은 “용 의원은 4년 전에 이어 또다시 민주당에 기생해 의석을 약탈했다. 가히 ‘여의도의 기생충’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 위성 정당에는 용 의원 외에도 위헌 정당 심판을 받고 해산된 통진당 출신,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는 한총련 출신의 의석도 예약돼 있다. 여기에 광우병·천안함·세월호 괴담 세력도 4석을 받는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가 5000만 국민을 제치고 혼자서 결정한 준연동형 선거제도를 숙주 삼아 186가지 특권을 누린다는 국회의원을 예약했다. 영화 ‘기생충’을 닮은 입시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2심까지 징역 2년형을 받은 조국 전 장관도 이 대표가 만든 ‘기생충 생태계’에 합류했다.
민주당 내부는 ‘이재명 기생충’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친명’ ‘신명’ ‘찐명’이라는 사람들이 이 대표에 대한 맹목적 충성과 공천장을 교환하는 중이다. 이 대표는 국민이 민주당에 준 보조금과 공천권 등 영양분을 자신을 거쳐 ‘기생충’에게 분배하는 구조를 완성했다. 기생충으로 살지 않겠다고 독립을 선언한 박용진 의원 같은 사람은 곧바로 양분 공급을 차단한다.
기생충은 모두 무척추동물이다. 정치 기생충도 자기 소신을 지탱하는 척추가 없다. 있으면 숙주가 다칠 수 있으니 곤란하다.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헌법에 돼 있지만, 기생충 정치는 숙주인 보스의 이익을 우선하여 그의 지시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보스가 시키는 일이라면 상식과 이치, 정의에 어긋나도 일단 하고 본다. 사상 유례없는 선거법 단독 처리, 위장 탈당, 입법 폭주, 방탄 국회, 체포 동의안 배신자 색출 등이 그렇게 이뤄졌다. 친명 의원은 이 대표에게 기생하고, 이 대표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민주당을 숙주로 삼아 자신의 범죄 혐의에 방탄막을 둘렀다.
국민의힘은 어떤가. 총선을 앞둔 지금 국민의힘을 장악한 사람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다. 한 위원장에게 기생한다고 할 만한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한 위원장부터가 정치 신인이다. 출마자 대부분이 한 위원장보다 정치를 오래 했다. 한 위원장이 자기를 숙주 삼아 기생하는 정치인을 허용할 사람 같지도 않다. 어떻게 계산해도 ‘이재명 기생충’의 숫자가 ‘한동훈 기생충’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보인다.
크게 보면 정치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스스로 생산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 제도를 이용해 국민이 낸 세금을 먹고사는 기생충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기생충’들은 공천을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당선까지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동교동 원로의 결론은 이랬다. “제 편만 보는 기생충은 절대 정치 지도자로 성공할 수 없다. 나도 지도자가 아니었다.” 그도 한때는 민주당 대표였다.
조선일보 황대진 논설위원
03-08 더불어민주당이 국민과 민주정치를 버렸다
여소야대 국회서 주도권 행사하는 민주당
총선 공천으로 이재명 개인 위한 사당 돼
민주국가의 ‘선한 공존의 질서’ 무너뜨려
며칠 전 TV에서 뉴스를 들었다. 민주당을 대표하는 한 최고위원이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으로 출발해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거쳐 지금은 당 대표인 이재명으로 이어져 왔다, 이재명이 민주당과 국가를 대표할 시대정신을 이끌어 가야 할 단계라고 했다. 그것은 이재명의 주장과 신념을 대변한 선언이다. 국민도 그 뜻을 이해는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현재까지 국정의 중책은 민주당이 맡아 왔고 지금도 절대적 여소야대의 국회이기 때문에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민주당에 집중돼 있을 정도다. 문제는 민주당 안에서는 그런 선언이 가능할지 모르나, 국민의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은 초창기보다 더 증대하고 있다. 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한 우려와 걱정은 한계선까지 도달한 상태다.
국민은 김대중 대통령의 동족 간의 평화통일을 위한 열성과 노력을 부정하지 않는다. 남북 간의 경제적 격차가 심하므로 경제적 원조를 베풀면 15년쯤 후에는 통일이 가능할 것 같다는 견해를 믿고 싶었다. 그런데 국민이 알고 있는 것보다도 너무 많은 원조를 했다. 그 결과는 핵무기 개발과 공산정권 굳히기에 도움을 주었다. 지금의 김정은 정권을 키워주는 결과가 되었다.
노무현 정권은 어떠했는가. 우리 국민이 이런 상태로는 살 수가 없고 불안하여서 이민이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의 무질서와 혼란 상태가 되었다. 국민에게 물어보라. ‘노무현 정부가 남겨 준 업적이 무엇인가’라고. 그 주역을 담당한 세력인 86세대 운동권의 등단과 확장기였다. 대통령 자신이 자기모순을 극복하지 못했다. ‘나같이 불행한 대통령’은 다시 태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몸소 남겨 주었다.
그 뒤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민주당과 운동권은 물론 문 대통령 스스로가 공은 내세웠으나 과(過)는 인정하지 않았다. 퇴임 후에도 자신의 임기 5년 동안에 쌓아 올린 정치적 업적을 윤석열 정부가 계승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국민은 문 정부와 같이 가지 않는다고 추방한 윤석열을 왜 대통령으로 선출했는가.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권이 남겨준 업적이 무엇이며 윤 정부가 계승해야 할 과업이 있다면 무엇인가를 묻게 한다. 정치 기반인 경제 분야는 어떠했는가. 이명박 정부를 계승했다면 경제성장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외교는 어떻게 했으며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민주국가의 위상을 지켜 왔는가. 북한 동포를 뒤로하고 김일성 정권 세습화에 동조했다면 그것은 실정 중의 실정이다. 김대중 정신에 위배되는 결과가 되었다. 대한민국으로 귀순해 온 동포와 중국에서 우리 품으로 오려는 북한 동포들에 대한 처신은 앞으로도 역사의 평가를 받아야 할 과제다. 친북 정책은 북한 동포를 위한 절대적 의무와 권리이다. 김정은 정권을 위한 종북이 아니다.
현재에도 민주당은 국정운영 방향과 방법은 물론 절차까지 관여하는 국회의 주도권을 행사한다. 국가를 위해서보다는 윤 정권을 타도하고 임기 내라도 재집권하겠다는 자세다. ‘그것도 애국심인가? 국민을 위한 정치인의 양심인가?’라고 국민은 묻는다. 누가 보든지 민주당은 국가보다는 정권을 위했고, 지금은 당 대표인 이재명의 사당이 되었음을 의심치 않는다. 민주정치는 실종되었고 싸워서 이기면 그것이 정의가 된다는 개인과 집단의 투쟁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창기부터 실정에 앞장서 왔던 임종석 전 실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송영길 전 당 대표, 각 분야에 자리 잡고 있던 운동권 출신의 잔여 세력이 이재명 대표를 앞세워 정권 재장악에 동참하려는 기세다. 민주당 안과 주변에 있던 친북좌파까지도 예외는 아니다. 민주국가에서는 선한 공존의 질서가 유지되어야 한다. 지금은 국가적 방향과 국민의 진실과 정의, 자유와 휴머니즘 정신이 보장, 구현되는 나라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는 자기 잘못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 지도자를 원하지 않는다. 진실과 정직 없는 ‘내로남불’의 정의관, 인격을 갖추지 못한 개인이나 이기적 집단세력에 정권을 위임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을 위하고 국민을 섬기려는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 여야를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국민의 선택이다.

동아일보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03-08 우리가 알던 그 민주당 이제는 없다
민주당의 영혼이 바뀌었다. 1955년 신익희·조병옥·윤보선·장면 등 반공 건국투사를 창당 주역 즉 비조(鼻祖)로 하고, 김대중·노무현·김근태 등을 중시조로 하는 민주당은 사라졌다. 홍영표 의원이 탈당의 변에서 말했듯이 ‘민주가 사라진 가짜 민주당’이 됐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헌재 판결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이 민주당의 탈을 쓰고 부활했다고 봐야 한다. 세월호에 비유하면, 가치·이념과 권리당원 및 열성 지지층 구성과 조직 문화가 너무나 기울어 과거의 민주당으로 복원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지난 6일 민주당을 지지하는 일반 국민 50%와 권리당원 50%를 합산한 ARS 투표 결과가 그 징표다. 이 경선에서 박광온·김한정·강병원·윤영찬 등 이른바 비명계 현역 의원이 줄줄이 탈락했다. 승자는 소신과 도의를 내팽개치고 이재명에게 무조건 충성을 바칠 것 같은 인사들이다.
민주당의 정체성 변화는 겨울 가고 봄이 오는 것처럼 자연적으로 바뀐 게 아니다. 이재명과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 민주노총과 주사파 운동권의 본진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창원간첩단의 주된 활동 무대인 한국진보연대의 공조 결과다. 그 조짐은 지난해 4월의 전주을 재선거에서 드러났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무공천을 고수해 진보당 강성희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 강성희는 이석기의 대학 직계 후배이고, 민노총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장 출신이다.
진보당 외곽 조직화한 민노총과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은 공식 지지를 선언했다. 윤희숙 진보당 대표는 광화문광장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반대 집회를 하고, 강성희는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오랜 민주당원으로 2006년부터 8년간 완주군수를 지낸 임정엽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주사파 정당이 전주를 점령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탈당해 출마한 사람은 당선돼도 복당시키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등 노골적으로 강성희 당선을 도왔다. 강성희는 ‘고맙습니다 민주당’이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벌였고, 결국 당선됐다.
10만 당원을 자랑하는 진보당은 통합진보당의 후신답게 당 강령에서 ‘4·3민중항쟁’ ‘한미관계 해체’‘중립적 통일국가’ 등 북한의 대남 전략을 철저히 추종한다. 간첩 수사와 관련해 ‘국정원을 해체하라’는 논평을 냈고,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월에 민주당은 조성우(6·15실천남측위 상임대표)와 박석운(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이 주축인 연합정치시민회의에 위성정당의 비례대표 명부에 올릴 후보 4명에 대한 추천권을 줬다.
이재명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하면서 법인카드 등으로 예산 좀도둑질은 많이 했지만, 자신의 호주머니에 거액을 챙긴 흔적은 없다. 하지만 합법과 불법을 결합해 자신을 도울 특수관계인들에게 수천억 원의 이익을 몰아준 것은 확실하다. 이 돈이 어디로 스며들어 어디로 흘러갔는지는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명이 베푼 음덕(?)이 민주당의 저변에 큰 영향을 줬을 것임은 불문가지! 이는 이재명이 감옥에 가도 민주당을 계속 반(反)대한민국 운동권화, 이권 카르텔화, 주사파의 숙주화를 밀고 갈 것이다. 진짜 민주당원이라면 신당 외에 대안이 있을까 싶다.

문화일보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03.09 징역 2년 조국의 당에 징역 3년 황운하 입당, 난장판 선거판

▲조국(오른쪽) 조국혁신당 대표와 황운하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조국혁신당사에서 열린 황 의원 입당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4.3.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황운하 의원이 8일 민주당을 탈당해 조국혁신당에 입당했다. 황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 형을 받은 사람이다. 민주당은 황 의원을 공천 배제 쪽으로 검토했다. 그러자 황 의원은 “당 지도부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런데 불과 11일 만에 탈당하고 사실상 출마를 선언했다.
황 의원은 “정권 심판을 위해 결심했다”고 했다지만, 조국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니 이에 편승해 국회의원을 한번 더 해보겠다는 목적일 것이다. 황 의원은 ‘민주당 출마가 어려우니 조국혁신당 비례대표로 나오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의 의견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시켜만 주면 하겠다는 뜻이다. 조국당은 황 의원 합류로 국고보조금까지 받게 됐다.
황 의원은 4년 전 총선 때도 출마가 논란이 된 사람이다. 당시 이미 울산 사건으로 기소된 상태였다. 황 의원은 울산경찰청장으로서 상대 당 시장에 대해 청부 수사를 한 혐의였다. 기소가 되면 사표가 수리되지 않는다.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현직 경찰관의 선거 출마가 가능하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김명수 대법원’은 그의 출마를 허용했다. 황 의원은 대전에서 당선됐고, 1심 재판은 기소된 지 3년 10개월 만에야 나왔다. 재판부는 “경찰 조직과 대통령 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선거 제도와 국민의 참정권을 위협한 중대 범죄”라고 했다. 선거제도와 국민 참정권을 위협한 사람이 국회의원에 당선돼 4년 임기를 채웠다. 임기 중에 징역 3년 형을 받았는데 법정 구속이 되지 않으니 또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한다. 이런데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준연동형이라는 이상한 선거제도 탓에 금배지를 달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과거엔 공직자가 기소만 돼도 근신하는 게 관례였다. 하물며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선거에 뛰어드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황 의원 이후 검찰과 경찰 등 일선에서 공권력을 집행하던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정치에 개입하고 그 때문에 받게 된 징계를 훈장 삼아 출마하고 공천받는 게 일상이 됐다.
그런 사람들이 요즘 조국당으로 모이고 있다. ‘윤석열 찍어내기 감찰’로 최근 법무부에서 해임 징계를 받은 박은정 전 검사가 ‘인재’로 영입됐다.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차규근 전 법무부 본부장, 이규원 검사도 입당한다고 한다. 조 대표부터 입시 비리 등 혐의로 2심까지 징역 2년 실형을 받은 사람이다. 조국당은 범죄 혐의자들 단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03.09 ‘저 黨 찍었다간 나라 亡하겠다’에 다시 갇힌 한국
김대중·노무현 그림자까지 지워버린 民主黨이 정말 민주당일까
선거가 ‘나쁜 선택’과 ‘더 나쁜 선택’의 경쟁 되면 나라 기울어
한국 유권자들은 지난 20년 가까이 저 당(黨)을 찍으면 나라가 망(亡)할 것 같아 이 당(黨)을 찍었다. 이쪽이 돼야 나라가 더 잘되고 국민이 더 잘살 것이란 확신을 갖고 표를 던진 게 아니었다. 그러곤 얼마 안 가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는 끔찍한 진담 같은 농담이 나돌았다. 저 당을 찍었더라면 나라가 왕창 거덜났을지도 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미국이 모양이 이렇다. 3년 반 전 트럼프 시대를 악몽(惡夢)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지금 바이든 시대에 몸서리치던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에워싸고 있다. 이 기세라면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더 커진다.
오르막 나라 유권자는 ‘좋은 선택’과 ‘더 좋은 선택’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호사(豪奢)를 누린다. ‘나쁜 선택’과 ‘더 나쁜 선택’의 막다른 골목으로 쫓기는 게 내리막 나라 유권자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지식산업 패권과 세계 최강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 하늘에서 밝아오는 새벽 놀이 아니라 저무는 저녁놀을 보는 듯한 것은 정치 혼란 때문이다.
미국은 큰 나라고 강한 나라다. 폭삭 주저앉지 않는다. 영국의 지난 100년은 패권 국가 쇠퇴의 역사다. 그런데도 소련처럼 곤두박질치며 산산조각 나지 않았다. 로이드 조지(1차 세계대전), 윈스턴 처칠(2차 세계대전)같은 조종사들이 나라 핸들을 쥐었던 덕분이다. 망했다 일어서고 또 망했다 또다시 일어서는 나라도 있다. 독일과 일본이다. 그들을 ‘유럽의 병자(病者)’ ‘세계의 병자’라고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을 거듭 무안하게 만들었다. 그 나라에도 세계 정세를 정확히 읽었던 정치가가 있었다. ‘망하지 않는 나라’ ‘망해도 다시 일어서는 나라’라는 것은 대단한 ‘국가 브랜드 파워(Brand Power)’다.
이승만은 식민지로 망한 터에 공산주의 물결을 막아내는 방파제(防波堤) 국가를 세웠다. 박정희는 금고(金庫) 안에 먼지밖에 쌓인 게 없는 나라를 부자 국가로 일으켜 세웠다. ‘공칠과삼(功七過三) 평가 이론’을 적용하면 위대한 정치가다. 좌파 진영에서 김대중을 그 반열에 올리려 한다 해서 굳이 인색하게 대할 게 없다. 우파 지도자 인맥이 쇠(衰)하고 좌파 지도자 인맥은 단절(斷切)돼 버린 것이 우리 정치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국 유권자는 이번 총선에서도 ‘저 당을 찍었다간 나라가 아주 망하겠다’는 걱정을 벗지 못했다. 선거 날이 다가오면서 ‘걱정’은 ‘공포’로 변해간다. 민주당 안에선 2개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보이는 전쟁’과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보이는 전쟁은 ‘현재 권력’ 이재명 세력과 ‘과거 권력’ 문재인 세력과의 대결이다. 둘은 본래 끼리끼리 노는 사이였지만 권력 앞에서 비슷한 것끼리 더 미워하는 근친(近親) 증오 관계로 변했다. 현재와 과거가 부딪치면 승패는 물으나 마나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가 앞으로 걸어갈 길이 대충 드러났다. 총선에서 져도 절대 물러나지 않는다.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다시 쥐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 혹시 총선 후 되살아나 당권에 도전할지도 모를 과거 세력 잔당(殘黨)까지 모조리 소탕하고 있다. 이 전쟁은 끝이 다가왔다.
민주당의 근본을 바꾸는 것은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전쟁 목표는 당에서 김대중과 노무현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이재명의 민주당’에겐 계승해야 할 유산(遺産)이 아니라 끊어내야 할 멍에고 족쇄가 됐다. 겉으론 레닌을 받들면서 속으론 지워갔던 스탈린 권력 장악 과정과 닮았다. 두 사람 냄새는 당사에 사진을 걸어두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이재명 대표는 그렇게 마련한 공간에 진보당·경기동부연합·한총련 세력을 불러들였다. 진보당의 모체(母體)는 전쟁이 벌어지면 국내 기간 시설을 파괴해야 한다고 논의하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통진당이다. 경기동부연합은 국군 감축(減縮)과 한미 동맹 해체 운동을 계속해 온 주사파의 인력 공급 수원지(水原地)다. 제주 해군 기지 건설 반대, 한미 FTA 저지 운동을 벌였다. 이 대표는 그들을 이용한다 생각하고 그들은 이 대표를 이용한다고 생각하는 관계다.
결국 유권자들은 이번에도 ‘좋은 선택’과 ‘더 좋은 선택’ 사이에서 고민하는 호사를 누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성큼 손이 나가지 않는 선택’과 ‘절대로 하기 싫은 선택’ 사이에 다시 갇혔다. 동트는 나라에서 새벽 놀을 본 게 언제였던가 하는 생각에 그저 아득하다.
조선일보 강천석 기자
03-09 진보당 우려는 색깔론 아니다
12년 전 통진당, 민주주의 정면 부정
그 민낯 4월 총선 이후 드러날 수도
2012년 5월 4일 금요일 오후 2시경.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 회의가 시작됐다. 통진당은 당시 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의 야권 연대로 의원 13명을 당선시켰다. 그중 6명이 비례대표였다. 이날 회의가 열린 이유는 비례대표 선출 경선 부정 의혹 때문이었다.
당시 통진당의 구성은 이랬다. 우선 경기동부연합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노동당(NL·민족해방계열) 출신들. 이들을 당권파라 불렀다. 국민참여당(친노무현 그룹) 출신과 진보신당 탈당파(PD·민중민주계열)가 비당권파였다.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가 각 계파를 대표했다.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비례대표 부정 경선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보고서를 냈다. 비당권파는 공동대표단 사퇴뿐만 아니라 경선으로 순번을 받은 비례대표 후보 14명 모두 사퇴해야 한다는 안건을 올렸다.
당시 현장 취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 회의가 그렇게 오래 걸릴지 몰랐다.
33시간 40분. 회의는 5일 토요일 새벽을 넘겨 그날 오후 11시 40분경에야 끝났다.
그때 기사에 “진보의 가면 뒤에 숨었던 통진당 당권파의 비민주적, 비상식적 민낯을 들여다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적었다.
그들은 부정선거 의혹의 진상을 밝히길 거부하며 자기 편 감싸기에 바빴다. 그들이 내세운 것은 당원이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국민을 두려워하는 만큼 당원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했다. 안건 표결을 “초헌법적인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진상조사 보고서를 “사실이 아닌 부실한 의혹만 제기한 천안함 보고서 같은 진상 조작 보고서”라고 비난했다. 당권파들은 회의를 방해하며 비당권파들을 감금하려 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민노당 대표를 지낸 강기갑 당시 의원마저 이정희 대표에게 “야욕과 집착을 끊고 버려야 할 땐 정말 버려야 한다”고 했다. 유시민 대표가 “당 통합 전 느꼈던 막연한 두려움의 실체가 나를 힘들게 한다”며 눈시울을 붉히던 모습이 기억난다.
8일 뒤. 통진당 중앙위원회가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당권파는 단상에 난입해 비당권파 대표단을 집단 구타했다. 진중권 교수는 당시 “마치 사교 집단의 광란을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해 통진당은 분당으로 치달았다. 비당권파는 이석기 김재연 당시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12년 뒤. 더불어민주당은 진보당에 위성정당 비례대표 3석을 보장했다. 진보당은 통진당 당권파의 후신이다. 진보당이 비례대표 후보 3명을 확정했다. 통진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던 이는 이석기 전 의원의 사면 복권 운동을 주도했다. 진보당 홈페이지에 있는 강령을 보니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해체해 민족의 자주권을 확립한다”고 한다.
3월 첫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진보당 지지율은 1%다. 자력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3%에 못 미친다.
더군다나 민주당과 진보당은 지역구에서도 단일화를 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을 김영호, 경남 양산을 김두관 의원이 이미 진보당 후보와 단일화했다. 12년 전의 그 김재연 전 의원이 경기 의정부을 진보당 후보로 출마했다.
“민주당이 통진당 부활의 숙주가 됐다”는 비판을 민주당은 색깔론으로 치부한다. 12년 전 통진당 당권파가 벌였던 행태를 떠올리면 색깔론이 아니다. 통진당 당권파는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했던 세력이다. 그 민낯이 4월 총선 이후 다시 드러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동아일보 윤완준 정치부장 zeitung@donga.com
03.11 헌법 가치 훼손, 이젠 위험 수위다
종북 세력에 의석 주는 정당
총선 직전에야 선거구 정한 국회
유죄 받고도 창당하는 정치인
모든 반헌법적 현상 심판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참석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윤희숙 진보당 대표,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백승아 공동대표,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 2024.3.3/뉴스1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그동안 누적된 헌법 가치 훼손이 이젠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의 전복을 꾀하다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통진당의 후신인 진보당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기형적인 선거제도를 악용해서 더불어민주당을 숙주 삼아 다시 국회에 진지를 구축하려고 한다. 위헌 정당으로 해산당한 정당은 대체 정당을 만들 수 없다. 이름을 통진당에서 진보당으로 바꾼다고 허용되는 일이 아니다.
위헌 정당 해산 제도를 규정한 헌법 가치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일이다. 1% 미만의 국민 지지를 받아 자력으로는 국회 진출이 불가능한 위헌 대체 정당과 종북 세력에게 더불어민주당은 여러 의석을 나눠줘 숙주 노릇을 자청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으로서는 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심각한 헌법 가치의 훼손이다.
숙주 노릇뿐이 아니다. ’비명 학살’로 징표되는 당대표의 보복성 후보자 사천 논란으로 사당화라는 비난을 받으며 분란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연 헌법이 말하는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인 정당인가. 이러한 헌법 훼손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정부는 늦기 전에 진보당의 해산 제소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국회도 헌법과 법률을 어기는 일을 상습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선거 1년 전까지 선거구를 확정하라는 법률을 어기고 이번에도 총선을 40일 앞두고 겨우 기형적인 선거구를 확정했다. 예비 후보자가 정상적인 선거운동을 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선거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며 대의 민주정치를 훼손하는 처사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어떠한 특권 계급도 창설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특권을 누리는 사람이 많다. 법원이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재판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재판은 6개월이라는 법정 시한을 무시한 채 한없이 지연되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서 재판해야 하는 법관의 이념 재판 때문이다.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에 역행하며 사법권의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법의 정치화다. 일반 국민은 꿈도 꿀 수 없는 이상한 재판도 많아지고 있다. 법원이 권력층에 실형을 선고하면서 불구속하는 재판이 과연 공정한 재판인가. 재판을 통한 특권 계급의 창설이다. 야당이 다수당인 국회에서 체포 동의안이 통과되고 법관도 범죄 혐의가 소명된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야당 대표라고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특권 창설적인 재판을 서슴지 않는다. 법 앞의 평등을 철저히 무시하는 명백한 위헌적인 정치 재판이다.
무죄 추정 원칙을 악용하는 정치인도 늘어나고 있다. 유죄 선고를 받았거나, 구속된 형사피고인이 감옥에서 정당을 만들어 선거에 뛰어드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반헌법적인 정치 행태는 양식 있는 국민의 가치관을 흐리게 한다. 선거를 통해 면죄부를 받아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반법치적인 의식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선거에서 당선돼도 결코 범죄에 대한 면죄부나 감형 사유가 될 수 없다. 선거는 범죄 유무에 대한 국민의 판단이 아니다. 오로지 대의 기관을 구성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선거가 법치주의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선거와 법치주의의 기능을 오해한 그릇된 인식이다. 범죄 유무는 법원이 판단하는 것이지 선거로 정해지는 일이 아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법치주의 선진국에서는 공직자의 직무 관련 범죄에는 오히려 유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고 있어 공직 선거에 나서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이번 4월 총선은 이 모든 반헌법적인 현상에 대한 주권자의 준엄한 심판이 되어야 한다. 불법과 비리의 혐의를 받는 정치인과 종북 세력은 반드시 정치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그 자리에 국가관이 투철한 참신하고 양식 있는 젊은 의원을 보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헌법 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 주권자가 나서지 않고는 국회는 부패한 정치꾼들의 놀이터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조선일보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03-11 반미·종북 세력과 범죄 집합소…참담한 野 비례당 민낯
4·10 총선을 30일 앞둔 11일 지역구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제21대 국회가 역대 최악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정치교체가 절실하지만, 주요 정당의 공천은 이런 요구에 크게 못 미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제 막 시작되는 비례대표 공천이다. 특히 야권 비례정당은 ‘반미·종북 세력’과 ‘범죄 혐의자 집합소’가 우열을 다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이 종북·반미 세력의 ‘2중대’로 전락할 조짐까지 가시화한다.
민주당 주도의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조국혁신당’이 정당투표 의사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비슷한 지지율을 보이거나, 일부 주요 지역에서는 조국당이 앞서는 충격적 결과까지 나온다. 조국당에는 당 대표(조국), 영입 1호 (신장식 대변인), 의원 영입 1호(황운하 의원) 모두 피고인이거나 음주·무면허 운전 전과가 있는 인물이다. 조 대표는 2심에서 징역 2년, 황 의원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박은정 전 부장검사는 최근 법무부에서 해임됐고, 차규근 전 법무부 본부장도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고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등 4개 세력이 합친 더불어연합의 경우, 진보당(당선 안정권 3명)과 신진보연합(3명)에 이어 시민단체(4명) 후보가 정해졌는데, 이들 중 상당수도 친(親)진보당 성향으로 드러났다. 비례 1번이 될 전지예 씨는 한미훈련 반대, 유엔사령부 해체 시위를 벌여왔고, 진보당과 긴밀한 관계인‘겨레하나’의 청년 대표를 맡고 있다. 겨레하나 이사장인 조성우 씨가 후보 추천 상임심사위원을 맡아 선수와 심판이 같다는 비판도 온다. 여성 2위인 정영이 씨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에서 ‘통일선봉대’ 대장을 맡아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을 주도했다. 앞서 결정된 진보당 후보 3명도 한총련, 통진당, 경기동부연합 출신이다.
반미·종북 세력이 민주당을 숙주로 삼아 기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채널을 통해 비례정당의 주류로 떠오르려 한다. 전문가·약자 대변을 위한 비례대표가 국가 정체성을 흔들고 범죄 도피처가 될 차기 국회가 벌써 걱정된다.
문화일보 사설
03-11 반미·종북인사, 민주당 숙주로 ‘금배지’ 초읽기
■ 민주연합 ‘반미연대’ 논란
전지예, 한미훈련 반대 주도
정영이, 사드배치 반대 시위
장진숙, 국보법 위반 등 전력
‘겨레하나’ 심사·후보 동시참여
민주 임미애, ‘부부 비례’ 논란



야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4·10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하는 등 급진 좌파단체에서 활동한 인물들이 대거 선출되면서 ‘반미 연대’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 몫 후보 선출 과정에선 진보당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겨레하나’ 출신 인사가 각각 심사위원과 후보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 “비례대표 후보 심사가 친북·반미 세력의 국회 입성을 보조하기 위한 요식적 행위에 그쳤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확정된 전지예 전 서울과학기술대 총학생회장은 겨레하나 활동가 출신으로 한미연합 군사훈련 반대 집회에 참여해왔다.
겨레하나 이사장인 조성우 씨는 이번 총선의 더불어민주연합 시민사회 후보 추천을 위한 상임 심사위원을 맡았으며, 이적 단체로 규정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에서 실무 회담 대표를 지낸 이력도 있다.
비례대표 17번을 받은 정영이 전 전남 구례군 죽정리 이장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사무총장이자 ‘통일 선봉대’ 대장으로 대원들을 경북 성주로 이끌고 가 사드 배치 반대 시위를 하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비례대표 1번 후보의 경우 한미연합훈련 반대와 주한 미군 철수를 외치던 단체의 대표 출신”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의 이번 총선 공약이 반미가 아니라면 이런 인사가 비례대표 1번으로 선정되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 20번인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은 성소수자 인권단체 출신으로 ‘커밍아웃’ 후 양심적 병역 거부를 통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력이 있다. 2019년 11월에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자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비례대표 12번인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의대 정원 증원론자’로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정책 자문을 담당했다. 이달 초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 지도부 입장과 달리 “부족한 의사 충원을 위해선 2025~2040년에 연간 4500명씩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전날 민주당이 당원 투표를 통해 조원희 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수석부위원장과 함께 대구·경북(TK) 지역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한 임미애 경북도당 위원장은 20대 국회 민주당 비례대표를 지낸 김현권 전 의원의 배우자여서 “부부가 비례대표를 독식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 위원장은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이인영·우상호 의원과 함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로 활동한 대표적인 86세대 인물이다. 김 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경북 구미을 후보로 나선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03-11 공천 악취, 국민이 날려버려야 한다
공천은 후보 정하는 선거의 꽃
규칙 독점 시 민주주의에 위협
민주당 ‘이재명 사당화’ 완성
국민의힘도 과거 공천 흑역사
시스템 작동 여부는 두고 볼 일
국민이 ‘악취 부엌’ 판단해야
“우리 당은 시스템 공천합니다. 준비 철저히 해주세요.” 지난 1월 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말했다. 여의도 당사에서 며칠 뒤 열린 비공개 내부 회의. 한 당직자가 반신반의,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정말 시스템 공천하나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한 위원장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아니, 해본 적이 없다고? 공천이 그동안 어떻게 이뤄져 왔길래….’
공천은 선거의 꽃이다. 대체로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정당의 내부 결정으로 본다. 핀란드, 독일, 뉴질랜드는 공천 기준을 법으로 정하지만 대다수 나라에서는 정당이 규칙을 자체적으로 정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다. 공천은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원활히 작동시키는 약(藥)으로 기능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갉아먹는 독(毒)이 될 수도 있다. 공천 규칙이 소수 정치 엘리트 손에 쥐어지면 위험성은 더 커진다. 선거는 거대한 사기판이 되고 국민은 투표 노예로 전락한다. 유권자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묵인한다. 같은 이념 좌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이 덮어진다.
더불어민주당 공천 과정 곳곳엔 ‘빅브러더’ 입김이 닿을 요소를 품고 있다. 첫 번째 단계인 선출직 공직자 평가는 의정활동 380점, 기여활동 250점, 공약이행활동 100점, 지역활동 270점 등 총점 1000점으로 짜이지만 어떤 현역 의원들이 불이익을 받는 하위 20%에 속하는지 기준이 모호하다. 평가위원회의 12명 평가위원 명단도 비공개다. 다만, 상당수가 친명(친이재명)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두 번째 단계의 국민참여경선도 마찬가지다. 권리당원 50%·일반 유권자 50%의 자동응답방식 여론조사로 진행되는 국민참여경선은 권리당원의 중복투표를 막을 길이 없다. 세 번째 단계인 공천관리위원회 심사는 여론조사 40%, 정체성 15%, 도덕성 15%, 기여도 10%, 의정활동 10%, 면접 10% 비율로 이뤄진다. 지도부의 방침이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당의 공천 방식 변경은 세력관계의 변화를 내포한다, 박광온·홍영표·윤영찬·설훈 등등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가결파 의원들은 공천에서 거의 예외 없이 탈락했다. 수박으로 낙인 찍힌 친문(친문재인)계와 비명계 의원들은 이중·삼중의 불이익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바뀌었다. 주인 교체는 프랑스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의 “정당은 선거라는 부엌에서 나는 냄새가 밖으로 퍼지기를 원치 않으므로 공천을 비밀에 부친다”라는 언급처럼 드러나지 않게 이뤄졌다. 1965년 영국 정치평론가 앤서니 하워드는 공천을 ‘비밀의 화원’이라고 묘사했다. 정치학에서 비밀의 화원은 민주주의 체제를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 지금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공천을 묘사하는 적절한 표현으로 불린다(공천과 정당정치, 르우벤 하잔·기드온 라핫, 2019년). 당원과 후보 기준, 공천 주체가 보이는 듯해도 사실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얘기다. 공천 주체가 1인 지도자라면 의사결정 배타성이 강해져 겉으로 민주주의가 활짝 핀 것처럼 보여도 속이 시들어 말라 죽게 마련이다. 각종 위원회는 초점을 분산시키는 눈속임이다.
국민의힘도 많은 공천 흑역사를 갖고 있다. 새누리당 시절인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김무성 대표의 ‘옥새 들고 나르샤’ 사건이 대표적이다. 부산 영도다리에서 고뇌하는 김 대표의 모습은 공천 주체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번 공천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정분리 원칙을 지켰는지, ‘윤한갈등’으로 공천 개입을 철회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물론 원칙주의자인 윤 대통령을 과거의 잣대로 바라봤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의 말처럼 국민의힘에서 시스템 공천이 철저하게 작동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시스템이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스템을 움직이는 의지다. 이 대표는 8일 “민주당은 시스템에 의한 혁신 공천을 넘은 공천 혁명을 했고, 평가는 여당이 아닌 주권자인 국민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부분은 몰라도 뒷부분은 맞다. 국민은 어느 부엌에서 썩은 악취가 진동하는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공천이 곧 선거고 민주주의다.

문화일보 이제교 정치부장
03-11 총선 D-30…정치놀음 막을 국민 책임
총선 한 달(D-30)을 앞두고 언론의 관심은 온통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거대 정당의 공천 결과에 쏠려 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의 카르텔로 인한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총선을 불과 41일 남겨둔 지난달 29일에야 선거법 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의 의무 태만이다. 공직선거법에서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거대 양당은 변경된 획정에 따른 소소한 이해관계에 매달려 법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전혀 갖지 않는다.
이번 총선에서는 지역구 254석, 비례대표 46석이다. 지역구가 1석 늘면서 비례대표는 1석 줄어든 것이다. 국회의원 정수는 300인으로 고정돼 있지만,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는 정해져 있지 않다. 문제는, 왜 비례대표 의석이 줄었는가이다. 선거구 획정에서 양당이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이기심 때문에 부득이 비례대표 의석을 줄인 것이다. 사회가 다분화하면서 비례대표를 통해 대표의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반하는 양대 정당의 야합이다.
가장 비난받아야 할 일은 거대 양당이 이번에도 비례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 총선 때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식을 도입하면서 꼼수로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선거 후에 국민의 엄청난 비난에 양당은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또다시 위성정당이 등장한다. 어떤 핑계를 대든 관계없이 지난 4년 동안 양당 모두 위성정당을 방지할 입법을 하지 않았고 국민에 대한 약속을 저버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정당 순서를 지역구 투표용지와 맞추기 위해 의원 뀌어주기를 하게 된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지역구 투표지와 똑같이 비례대표 후보도 투표지의 두 번째에 위치시키기 위해서는 야권 비례연합정당보다 의원 수가 적어야 하고, 6석인 녹색정의당보다는 많아야 한다. 민주당 역시 지역구 후보처럼 비례대표 후보도 투표용지에서 첫 번째에 배정되기를 원한다. 현직 의원들이 인위적인 당적 변경을 꺼리기 때문에 아마 민주당에서 최소 인원으로 8명의 의원이 당적을 바꾸고, 국민의힘에서 7명이 국민의미래에 합류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을까 싶다. 두 정당의 야합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는 기회다.
새로운 정당이 창당하면서 다른 정당에서 의원을 꿔 오고 선거가 끝나면 정당을 해산하는 황당한 정치놀음이 또 반복되는 것이다. 목전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역사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다.
다음 선거에서는 투표용지의 끝에 ‘찍을 후보(정당) 없음’이라는 선택지를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이 없어서 기권하는 유권자가 줄어들어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다. 현행 투표제도에서는 기권만이 유권자의 불만을 보일 수 있는 간접적이고 소극적인 방법이다. 이미 노르웨이에서는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 외에 빈칸을 따로 만들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후보를 선택하지 않는 의도적 무효투표를 따로 기록으로 남긴다. 이를 통해 유권자의 경고를 전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제안을 기득권을 가진 양당이 순순히 수용할 리 없지만, 일반 국민이 추진해 볼 가치가 있다. 좋은 정치는 국민이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03-12 박용진 탈락, 대장동 변호사 억지 공천…비명횡사 결정판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이재명·이해찬·김부겸 3인이 공동 위원장을 맡은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역구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혁신 공천”이라고 연일 외치지만, 실상은 민주당을 자신의 친위조직으로 개편하는 ‘비명 횡사, 친명 횡재’ 공천이었다. 11일 발표된 경선 결과는 그 결정판이다.
박용진 의원은 서울 강북을 경선의 결선에서 정봉주 전 의원에게 패했다. 1차 경선은 물론 결선에서도 권리당원(51.79%)·여론조사(51.62%)에서 모두 앞섰으나 30% 감점 벽에 막혔다. “민주당 복원을 위해 가랑이 사이를 기는 치욕을 견디겠다”던 박 의원이다. 의정 평가 최상위 그룹인 그가 내쳐진 이유는 ‘사당화’를 비판했던 것 외엔 없어 보인다. 정 전 의원은 박 의원을 향해 “이런 분은 정치를 쉬어야 한다”며 ‘자객 출마’를 자처한 친명이다.
서울 서대문갑 경선에서 공천권을 따낸 김동아 변호사는 사천(私薦)의 끝판을 보여준다. 대장동 사건에서 이 대표의 최측근 인사인 정진상 씨의 변호를 맡은 인사다. 애초 경기 평택갑 출마를 노렸으나 서대문갑이 청년전략특구로 지정되자 옮겨왔다. 최종 3인 경선에 끼이지 못했으나 하룻밤 새 전략공관위와 최고위원회의가 결정을 번복했다. 안희정 성폭력 2차 가해 논란을 빌미로 1위 후보를 배제하고 김 변호사를 올렸다. 4위 탈락자가 최종 승자가 됐다. 이 대표는 이것을 “국민 눈높이”라고 했다. 국민을 바보로 여기지 않고서야 이런 억지 주장을 하겠는가.
문화일보 사설
03.12 진보당원이 ‘시민단체’ 둔갑, 민주당 비례대표 다시 검증해야

▲김상근 더불어민주연합 국민후보 추천 심사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례대표 국민후보 선출을 위한 공개 오디션에서 네 명의 최종 후보들과 손을 잡고 들어올리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청년운동가 출신 전지예 씨, 농민 출신 정영이 씨, 김 위원장, 의료인 출신 김윤 씨,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뉴시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시민 단체 몫으로 떼주기로 한 비례대표 4명 중 여성 후보 2명에 대해 재추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 단체가 오디션을 통해 남녀 후보 2명씩을 선발했는데, 이 중 여성 2명이 사실상 진보당과 관련이 있는 후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총 30여 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할 예정인데, 시민 단체 4명, 진보당 3명, 새진보연합 3명 등을 포함하기로 했다. 진보당은 이미 3명의 비례대표 추천권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추가로 2명이 시민 단체 몫으로 ‘위장 출마’하려다 적발됐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사람은 시민 단체가 여성 1·2번으로 선발한 전지예·정영이씨다. 전씨는 한미 연합훈련 반대 시위를 벌인 단체의 대표 출신이고, 정씨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소속으로 사드 배치 반대 시위를 주도했다고 한다. 전씨는 민주당의 전체 비례대표 1번이 될 뻔했다. 민주당은 이들이 진보 당원이었다가 총선을 앞두고 탈당해 시민 단체 오디션에 응했을 수 있다고 의심한다고 한다. 진보당은 내란 음모 사건으로 위헌 정당 심판을 받고 해산된 통합진보당 인사들이 만든 당이다. 통진당은 애국가를 거부하고 유사시 우리 국가 기간 시설 타격을 모의한 반(反)대한민국 집단이었다. 운동권 내부에서도 저급 주사파로 꼽히는 경기동부연합이 주축 세력이다. 이들이 이번에 민주당에 추천한 비례대표 후보 3명도 대법원이 이적 단체로 규정한 한총련 출신,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 등이다. 민주당의 문제 제기가 사실이라면 이들이 민주당까지 속이고 민주당을 숙주 삼아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꾀한 것이다.
비례대표는 정당이 국민을 골고루 대표하고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라는 목적으로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북한 김씨 왕조를 추종하는 종북·반미 집단에게까지 대표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 아무리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해도 한미 동맹이라는 대한민국 안보 정책의 근간을 뛰어넘는 범위까지 확대할 수는 없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시민 단체 추천 후보는 물론 진보당, 새진보연합 등 외부에서 추천한 비례대표 후보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 국민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을 걸러내야 한다. 그게 이재명 대표가 위성정당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길이다.
조선일보 사설
03.12 李 동아줄 잡고… 종북세력, 23년전 ‘군자山 약속’ 현실화
野비례 당선권 대거 꿰차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석기, 이정희, 강성희, 양경수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후보 명단에서 친북·종북 성향 후보들이 대거 당선권에 들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재명 대표가 이들의 국회 제도권 입성에 길을 터 줬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친북·종북 세력은 북한 김정은이 작년 말 ‘통일 노선 포기’를 선언하면서 국내 활동에서 사실상 길을 잃은 상태였는데 이 대표와 민주당이 위성정당으로 ‘동아줄’을 내려줬다는 것이다.
현 상황을 두고, 친북·종북 세력의 지난 활동에 밝은 이들 사이에선 “23년 전 ‘군자산의 약속’이 떠오른다”는 말이 나왔다. 군자산의 약속 이전까지 친북·종북 성향의 NL(민족해방)은 주로 거리 투쟁에 골몰했지만, 그 이후엔 기존에 있던 합법적 정당을 ‘숙주’로 한 제도권 진입을 시도하게 된다. 군자산의 약속이 떠오른다는 말은, NL이 민주당을 매개로 ‘군자산의 약속 실현’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NL은 군자산에 모인 뒤 민노당에 대거 입당해 당권을 장악했다. 민노당 주축이던 심상정·노회찬 등은 당 밖으로 밀려났다. 이 과정에서 민노당 실세로 군림하며 ‘당권파’로 불린 세력이 NL의 한 분파인 경기동부연합이다. 경기동부연합의 본거지는 경기 성남이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동부 인사들과 가깝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지역적 연고에서 출발한다.
NL이 접수한 민노당은 2006년 ‘일심회 간첩 사건’이 터져 종북 정체성이 드러났고 이후 대중의 외면 속에 고사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으로 이름을 바꿔 화려하게 부활했다. 민주당이 통진당과의 ‘야권 연대’에 매달린 덕에 통진당은 13석을 얻었다. 13명 중 한 명이 경기동부 수장인 이석기 전 의원이다.

▲그래픽=이철원
2013년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선동 사건’이 터졌고, 2014년엔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해산을 결정했다. 하지만 NL과 그 주축인 경기동부 등의 세력·조직은 흩어지지 않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경기동부 출신들은 각 지역에 흩어져 공부방을 열고 청소 업체를 운영하는 식으로 지역에 밀착해 세를 유지하고 불려갔다”며 “헌재 해산 명령에도 끄떡없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NL은 2017년 민중당을 창당, 2020년엔 진보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2020년 12월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경기동부 출신의 양경수 위원장이 당선됐다. 양 위원장은 이석기 전 의원이 졸업한 한국외대 용인 캠퍼스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경기동부가 통진당 해산 이후 택배 노조 등을 발판으로 세력을 키워 민노총을 장악한 것이다. 양 위원장은 작년 말 연임에도 성공했다. 그러는 사이 진보당은 작년 4월 전북 전주을 재선거에서 강성희 의원이 당선되며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민주당은 당시 텃밭인 호남 선거인데도 후보를 내지 않았다.
NL을 비롯한 국내 친북·종북 세력은 작년 말 북한 김정은이 “대한민국 것들과는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며 갑작스럽게 노선을 전환한 뒤 우왕좌왕하는 상황이었다. 북이 대남 공작을 위해 조직한 대표적 친북 단체인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은 해산했다. 이들이 충격과 혼란에 빠져있을 때, 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의 명분으로 야권 연합을 내걸고 국회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에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진보당에 3석을 약속했고, 시민 단체 측이 추천한 후보에도 진보당 계열 인사가 포함됐다. 시민단체 측 후보를 심사한 상임심사위원단에는 범민련에서 실무회담 대표를 했고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구속된 적도 있는 조성우씨가 포함됐다. 윤희숙 진보당 대표는 지난 3일 더불어민주연합 창당식에서 “진보당이 수권 정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시민단체의 탈을 쓴 종북 세력이 민노총을 장악하고, 국회 접수까지 노리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 안에도 “우리가 왜 종북 세력에 호흡기를 달아줘야 하나”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조선일보 박상기 기자
03.12 반미·반국가 세력의 ‘비례대표 1번’ 철회돼야
민주, 논란 커지자 시민사회 몫 비례 재추천 요구
4·10 총선 지역구 공천 과정에서 극심한 내홍을 겪은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엔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 민주당 주도의 야권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몫 비례대표 후보들을 둘러싸고 자격 논란이 일자 민주당 지도부가 재추천을 요구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야권 위성정당에 참여한 연합정치시민회의는 그제 오디션을 통해 전지예·정영이씨를 여성 비례대표 자체 후보 1, 2위로 선출했다. 전 후보는 곧바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1번을 예약했다. 정 후보도 비교적 앞 순번인 17번을 받게 됐다. 전 후보는 “윤석열 정권은 전쟁 연습의 위험성을 모르면서 전쟁 위기를 지지율 회복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어리석은 발상을 한다”(2022년 8월)고 주장하는 등 한·미 훈련 반대, 유엔사 해체 시위를 벌여온 좌파 활동가 출신이다. 그가 몸담았던 ‘겨레하나’는 이적 단체로 규정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출신 조성우씨가 이사장인 곳이다. 정 후보는 지난해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이후 민주당 내에선 두 여성 후보의 이력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고 한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민주당은 뒤늦게 시민사회 몫 후보들의 재추천을 요구했다. 이재명 대표도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비례대표는 정당 투표로 뽑는 각 당의 얼굴이다. 특히 1번은 가장 상징적 존재다. 민주당이 반미·종북을 당론으로 내걸 게 아니라면 '비례대표 1번'을 철회하고 해당 세력과 과감히 절연해야 한다.
지난주엔 당선권인 20번 안에 배치될 진보당 후보 3명이 결정됐는데 모두 한총련이나 통합진보당 관련 인사였다. 그중 전종덕 후보는 이석기 전 의원 사면 운동을 이끌었다. 이쯤 되면 ‘친명횡재’를 넘어 ‘종북횡재’라는 말이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국가 존립에 위해를 끼칠 수도 있는 인물들에게 국회 프리패스를 주는 격이다.
그런가 하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를 외치는 조국혁신당은 핵심 인물들이 피고인이거나 전과자다. 조국 대표는 2심에서 징역 2년을, 황운하 의원은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신장식 대변인은 음주·무면허 전과 4범이다. 국회를 사실상 도피처로 삼으려는 행태는 법치주의를 농락하고 유권자를 우롱하는 처사다. 그런데도 비례 정당 지지율 15%(5∼7일, 한국갤럽)를 받는 현상은 한국 정치의 성찰을 요구한다.
4년 전 위성정당은 문제적 인사들의 제도권 진입 창구였다. 그들의 가짜뉴스와 선동은 갈등과 대결을 부추겼다. 이번엔 반미를 외치고, 범죄에 연루된 인사들이 국회를 세력 확장과 방탄의 무대로 삼으려 한다. 기형적 제도의 유지를 강행하고 좌파 세력과 손잡은 이재명 대표가 책임 있는 해명을 내놓는 게 유권자에 대한 기본 도리다.
중앙일보 사설
03-12 종북세력엔 꽃길, 전과자들도 무사통과… 엉망진창 공천
4월 총선을 앞두고 친북·반미 인사들에 대한 공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과(前科) 경력이 있는 이들이나 재판 중인 피고인들도 상당수 지역구나 비례 후보 출마가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하는 시민단체들이 비례 후보 1번으로 천거한 전지예 씨는 유엔사 해체를 요구하는 종북 성향 활동가다. 사드 반대 운동을 해 온 전국여농 통일선봉대장 출신 정영이 씨는 17번에 배정됐다. 사회적 약자 대변 등의 취지는 사라졌다. “어떻게 1번 후보가 종북 인사냐”는 당 안팎의 지적이 쏟아지자 민주당은 시민단체 측에 재추천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추천 몫 외에도 헌법재판소가 해산시킨 옛 통진당 이석기 전 의원 구명운동을 한 전종덕 전 민노총 사무총장 등 3명이 통진당 후신인 진보당 몫으로 민주당 위성정당의 당선 가능한 순번에 배치될 예정이다. 진보당 지지율은 1%로, 민주당이 꽃길을 깔아주지 않았더라면 예전 기준인 3%에 못 미쳐 1석도 불가능하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현재 비례 후보 신청을 받은 단계인데, 지역구 공천자만 놓고 보면 전과 보유자가 10명 중 2명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천자 213명 중 현재까지 확인된 전과 보유자는 43명으로, 이 중 17명은 음주운전 기록이 남아 있다. 사업 실패에 따른 임금 체불 등 9개 전과를 가진 후보도 있고, 폭행 모욕 등으로 형사처벌된 후보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사면을 받고 출마 자격을 얻은 이들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만든 조국혁신당에선 각종 혐의로 하급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피고인들이 눈에 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으로 1심에서 3년 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전 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1,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 전 장관 역시 상위 순번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음주운전 등으로 4년 전 정의당 공천을 반납했던 인사도 비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동아일보 사설
03-12 민주, 종북 논란에 ‘시민사회 몫 비례후보’ 전원 재추천 요구
與 ‘5·18 北개입설’ 논란
도태우 후보 공천 재검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몫 비례대표후보 4명을 선정한 연합정치시민회의 측에 후보자 전원을 전면 재추천해 달라고 11일 요구했다. 여성 비례대표 1, 2번으로 뽑힌 전지예 전 서울과학기술대 총학생회 부회장과 정영이 전 구례군 이장의 과거 반미 단체 활동 이력 등이 알려지면서 ‘종북 논란’이 불거지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1일 충남 천안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 인선과 의사결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여성 1, 2번 외에 함께 뽑힌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와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도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연합정치시민회의 측은 “(합당한) 이유 없이는 선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시민회의가 재추천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야권 선거연대 파기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대구 중-남 공천이 확정된 도태우 변호사의 과거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 발언 논란이 커지자 “국민 눈높이에 맞는 면밀한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03-12 누가 국회를 종북·범죄 소굴 만드나
총선거를 29일 앞두고 비례대표 공천이 관심을 끌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선출 방식이 제대로 바로잡히지 않은 가운데 강행하다 보니 국회가 반(反)대한민국 종북 세력과 각종 범죄 혐의자의 숙주가 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특히, 야권 비례연합정당과 조국혁신당 후보의 면면을 보면 국민의 대표로 적절한지 의구심이 든다.
한미 연합훈련과 사드 배치 반대를 주도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는 인사가 비례대표 선출 방식의 허점을 뚫고 국회에 들어간다면 참으로 위태로우며 정당하지도 않다. 반미·종북 세력의 국회 입성은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또, 각종 범죄를 저지른 인사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국민대표로서의 품격을 훼손한다.
지난 2013년 11월, 박근혜 정부는 헌정사상 최초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고, 이듬해 12월 해산 결정이 나왔다. 당시 정부가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한 것은, ‘통진당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그 활동도 내란음모 등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총선 캠페인 과정에서 보수·진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진보 진영을 가장한 종북·반미 세력의 국회 진출은 어불성설이다. 보수냐 진보냐도 체제 내적 논쟁에 해당한다. 정치의 장에서 헌정 질서를 부정하는 세력의 주장은 진보의 목소리가 아니라 반체제 구호에 불과하며, 그들은 반국가 세력에 해당한다. 이는 학문의 장에서 보장돼야 할 양심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다.
정치권의 자정 능력이 훼손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더불어민주연합이 추천한 비례대표 후보 1번은 한미 연합훈련 반대 집회 활동가이고, 다른 후보는 사드 배치 반대 시위 활동가라고 한다. 조국혁신당의 초기 영입 인사 중에도 피고인이거나 음주·무면허 운전 전과가 있는 인물이 포함됐다.
전문가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을 정치로 이끌기 위한 비례대표제가 과거 ‘전(錢)국구’라는 오명을 쓰더니 이제는 헌정 질서를 흔들거나 범죄 혐의를 받는 자들의 도피처화하려는 분위기다. 야권의 비례대표가 ‘종북·범죄 혐의 세력’의 집합소가 돼서야 되겠는가.
비례대표 후보의 구성과 배경은 정당의 정체성과 직결된다. 비례대표 후보 1번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든 야든 이념 논쟁을 떠나 국가 정체성에 부합하고 공감하는 인생 스토리를 가진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 진영 논리 속에 나눠먹기식 후보 추천은 국민대표라는 취지에도 안 맞을 뿐 아니라, 유권자의 의사를 왜곡할 뿐이다.
지구상 공산주의 국가로 규정할 수 있는 나라는 쿠바와 북한을 포함한 5개국 정도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와 수교한 쿠바마저 개방 대열에 동참하면서 이제는 북한만이 폐쇄 공산국가로 남았다. 철 지난 종북 논리와 현존 국제질서를 무시한 극단적인 반미 주장은 이제 우리 정치의 장에서 정화돼야 한다.
국회의원은 임기 시작에 즈음해 국회에서 ‘헌법을 준수하고…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서한다. 국회의원이 되려 한다면 그 의미부터 되새겨야 한다.

문화일보 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前 한국국제정치학회장
03-13 범죄자·시위꾼 경연장 된 비례대표…與野 폐지 공약 내라
윤미향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연합군사훈련 ‘자유의 방패(FS)’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 비례대표로 의원직을 획득한 뒤 일본군 위안부 후원금 횡령 등으로 기소되고, 부동산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민주당에서 제명 조치됐다. 지난해 9월 2심 판결에서 의원직 상실형(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받았지만 최종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아 사실상 4년 임기를 다 채울 수 있게 됐다. 지난 1월 윤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선 “북의 전쟁은 정의” “북이 전쟁으로라도 통일을 결심한 이상 그 방향에 맞춰야 한다”는 등의 막말이 쏟아졌다. 윤 의원이 판을 깔고, 종북 세력이 마음껏 주장을 펼치는 일이 반복된다.
당시 이 행사를 공동 주최했던 ‘겨레하나’ 소속으로, 이번에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후보 1번으로 추천된 전지예 씨가 한미훈련 반대·유엔사 해체 시위를 주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진 사퇴했다. 정영이 후보도 지난 2월 진보당을 탈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회 상장’ 비난이 일자 물러났다. 이미 진보당에서 한총련, 통진당, 경기동부연합 출신 3명을 더불어연합에 추천한 상태라 이들은 곧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 제2, 제3의 윤미향이 대거 국회로 들어가게 되면 단순히 기자회견이나 세미나 정도가 아니라 입법·상임위 활동을 통해 종북적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조국혁신당은 이미 ‘범죄자 정당’ 지적을 받는다. 조 대표와 의원 영입 1호인 황운하 의원은 각각 법원에서 징역 2년,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상소했다.
모든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다. 시대 상황에 적절한 제도를 선택하면 된다. 전문가와 소수자 배려, 사표(死票) 줄이기 등의 명분으로 도입된 비례대표가 시위꾼·범죄자의 국회 진출 통로로 전락했다. 당권 세력의 줄 세우기, 비례대표 의원의 충성 과시와 지역구 진출 징검다리 활용 등의 부작용도 심각하다. 폐지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와 정치개혁에 부합한다. 대신 지역구 의석을 늘리거나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할 때다. 지역적·이념적 양극화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의원 50명 감축 공약을 했다. 그걸로는 부족하다. 여야 모두 관련 공약을 제시하고 국민 심판을 받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3.13 이런 식이면 비례대표 없애는 게 낫다
전지예·정영이 사퇴해도 진보당 몫은 어떡할 건가
비례 선출에 대한 공적감시 보장할 강제 규정 필요
더불어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의 전지예 후보와 정영이 후보가 결국 12일 사퇴했다. 연합정치시민사회 몫으로 비례대표 1번 순위를 받았던 전 후보는 과거 반미 단체 ‘청년겨레하나’를 이끌며 한·미 연합훈련 반대 시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 민주당이 후보 교체를 요구한 상태였다. 전 후보는 사퇴 성명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을 ‘낡은 색깔론’이라고 반박했지만, 자신의 생각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해명은 하지 않았다. 17번 순위의 정영이 후보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통일 선봉대’ 대장으로 사드 반대 시위를 주도했다. 자칫 한·미 동맹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인사들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될 뻔한 셈이었다.
문제는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논란의 대상이 이들 두 명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이미 비례 당선권에 3석을 보장받은 진보당 후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진보당은 위헌정당 판정을 받고 해체된 통진당의 후신이다.
이번에 연합정치시민사회의 비례대표 심사위원단은 총 36명이었는데 한국진보연대 10명, 전국비상시국회의(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 주도) 10명, 시민단체연대회의 10명, 각 정당 추천 6명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한국진보연대는 운동권 NL(민족해방) 노선을 계승한 단체다. 이처럼 심사위원단(배점 50%)에서 진보연대·겨레하나 등 친북 단체 인사들이 과반을 차지하면서 전지예·정영이 후보가 심사위원의 몰표를 받을 수 있었다. 애초부터 친북 후보들만 당선케 하는 자기들끼리의 ‘시스템 공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민주당의 또 다른 위성정당 격인 조국혁신당에도 전과자, 하급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이 몰려들어 잡음이 일고 있다.
원래 비례대표는 지역구 출마가 힘든 각 직능의 전문가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지금 야권 위성정당은 종북 활동가의 해방구, 범죄 혐의자들의 피난처로 전락한 느낌이다. 비례대표 선출이 이렇게까지 엉망이 된 건 현행 선거법에 비례대표 선출과 관련해 아무런 의무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한때 그런 규정이 있었다. 2019년 여야는 비례대표 공천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의원·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절차 ▶공천 절차의 구체적 사항을 당헌·당규에 규정 ▶선관위에 후보자 추천 과정을 기록한 회의록 제출 등을 의무화한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그런데 2020년 총선 후 여야는 슬그머니 해당 규정을 없애버렸다.
작금의 ‘종북 비례’ 사태에 비춰보면 비례대표 선출에 대한 공적 감시와 민주적 선출을 보장하는 강제 규정을 반드시 선거법에 재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소수 집단이 그들만의 리그를 꾸려 사실상 밀실 공천하는 행태가 반복되면 비례대표 폐지 여론이 들불처럼 번질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사설
03-13 연합비례 2명 사퇴 파장… “연대 자체가 헌법훼손” 지적 잇달아
정계·학계 “정당법 위반 소지”
차순위에 이주희·서미화 거론
더불어민주연합 시민사회 몫 비례대표 후보인 전지예·정영이 후보의 ‘반미·종북 논란’ 사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당초 위헌 정당인 통합진보당(통진당)의 후신 격인 정당과 선거 연대를 꾀한 것부터가 헌법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후보 선출을 주도했던 연합정치시민회의는 차순위 후보자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13일 정치권과 헌법학계에서는 민주당이 진보당과 선거 연대를 한 것부터가 잘못 끼워진 단추로 정당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헌 정당으로 규정돼 해산된 통진당이 민중당·진보당 등 통진당의 계보를 잇는 대체정당을 만든 것도 문제고, 민주당이 위성정당 비례대표 등을 통해 이들 세력이 원내에 적극적으로 침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준 것도 헌법 가치 훼손이라는 것이다. 정당법 제40조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해산 정당의 강령과 같거나 유사한 것으로 정당을 창당할 수 없다며 대체정당을 만들 수 없다고 규정한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대체정당은 위헌 정당 해산 제도의 존재 가치와 헌법 가치를 흐린다”고 평가했다.
이날 연합정치시민회의 관계자는 “전지예·정영이 후보가 사퇴 의사를 밝힌 만큼, 차순위 후보자들이 빈자리를 채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전 후보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반대 시위 등을 한 반미 단체 ‘겨레하나’ 활동가 출신 이력, 정 후보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반대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이력이 드러나면서 ‘반미·종북 논란’이 일자 사퇴했다.
논란에 따른 지지율 하락을 우려한 민주당의 ‘손절’ 방침에, 더불어민주연합 국민후보 추천 심사위원회 상임위원회는 “민주당의 부화뇌동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차순위엔 이주희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과 시각장애인 서미화 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등이 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03.13 끝나가는 이재명당 공천, 마지막까지 비명횡사·친명횡재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2021년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 이재명 대표에 맞섰던 비명계 박용진 의원이 4·10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박 의원은 경선 결선의 여론조사와 권리당원 투표에서 모두 상대방을 앞섰으나 의원 평가 ‘하위 10%’에 포함돼 30% 감점을 받아 탈락했다. 같은 날 대장동 사건으로 기소된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변호를 맡았던 김동아 변호사는 공천됐다. 김 변호사는 원래 청년 오디션에서 경선 후보 3위 내에 들지 못해 탈락했으나 하루 만에 최고위에서 이를 번복, 경선에 나간 뒤 승리했다.
두 개의 경선 결과는 이번 민주당 공천을 관통한 ‘비명횡사·친명횡재’라는 원칙을 재확인해줬다. ‘시스템 공천’은 명분일 뿐이었다. 박용진 의원을 비롯해 김영주 국회 부의장, 박광온 전 원내대표, 김한정 의원 등 민주당 내에서 의정 활동이 뛰어나다고 평가돼온 비명계 현역들이 현역 평가 하위 10%, 20%로 분류되는 불이익을 받았고 그것이 친명계 도전자들과의 경선에서 패배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이 의원들은 대부분 친명 극렬 지지층으로부터 작년 9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 때 찬성표를 던졌다고 의심받은 사람들이었다.
경선 기회라도 부여받은 것은 그나마 괜찮은 경우였다. 임종석 전 의원, 홍영표 의원은 아예 컷오프 당했다. 현역이나 중진들만 불이익을 당한 게 아니었다. 친명계 김남국 의원이 국회에서 코인 거래를 한 사실이 알려진 후 쇄신을 요구했던 민주당 청년 정치인 8명은 ‘개딸’ 등에 의해 ‘코인 8적’으로 낙인찍힌 끝에 총선에 나서려던 7명은 모두 컷오프되거나 경선에서 패배했다.
반면 친명계나 이 대표에 대한 충성이 검증된 사람들은 대접을 받았다.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등 이 대표 관련 사건을 맡은 변호사 6명도 출마했는데 현재까지 2명 공천이 확정됐고 2명도 순항중이다. 방송에서 이재명 대표를 자신의 이상형이라고 꼽은 친명계 여성 도전자는 행정 구역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지역구에 단수 공천됐다.
비명을 배제하고 친명을 밀어넣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남발하다 보니 공천 심판 격인 공관위 관계자 중 두 명은 불공정에 항의하다 사퇴했고 한 명은 불공정에 노골적으로 가담하다 물의를 일으켜 물러나게 됐다. 승부 조작에 동원됐다고 의심받은 여론조사 기관이 중도 퇴출되기도 했다. 민주당 국회의장, 총리 출신의 원로들이 “공천이 불공정하다”며 이 대표에게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던 이 대표의 다짐은 이뤄졌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모든 공천 과정에 대한 국민의 평가다.
조선일보 사설
03.13 박용진과 정봉주… ‘조금박해’의 수난사
일 잘하고 바른말하던 민주당 비주류 상징의 낙천
조응천 금태섭 김해영 이어 ‘조금박해’ 마지막 잎새 떨어진 격
혁신파는 주류 눈총 많이 받지만 그래도 자기 진영 새로움의 상징
그런데 그 자리를 정봉주로 채워? 옳지도 않지만 선거 도움은 되겠나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왼쪽)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 /연합뉴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낙천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무엇보다도 박용진은 지난 대선 경선, 전당대회에 모두 출마해 연달아 2위를 기록한 민주당 비주류의 상징적 인물이다.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는 “박용진 의원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고 화합을 강조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박용진이 비주류의 상징성만 지닌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이 받는 상 중에 권위가 높은 축인 백봉신사상 베스트10을 3년 연속 수상할 만큼 의정 활동에 대한 평가도 좋았고 지역 기반도 튼실했다.
반면 박용진을 꺾은 나꼼수 출신 정봉주는 박용진과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거친 언사, 탈당과 복당, 여러 기행(奇行)으로 잘 알려진 인물인 데다가 해당 지역에 특별한 연고도 없다. 심지어 나이도 열 살 이상 더 많다. 하지만 정봉주는 친명 강성 당원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 덕에, 민주당 공직평가위가 박용진에게 매긴 감점 30% 덕에 공천장을 따냈다.
박용진에 앞서 임종석, 노영민, 홍영표, 박광온 등 지명도 있는 인물들이 줄줄이 낙마했지만 이 사태는 여러모로 징후적이다. 민주당 소장 개혁파의 대명사였던 ‘조·금·박·해’ 중 마지막 잎새가 떨어진 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그래도 중도화·외연확장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은 8년 전, 지난 20대 총선 때다. 원내 1당을 차지했고 국민의당 녹색 돌풍에 호남을 내줬지만 수도권과 충청을 석권했고 영남에서도 약진했다.
그때 국회에 처음 등원한 이가 여럿이지만 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 네 사람이 초반부터 주목을 받았다. 대구에서 태어난 검사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다가 최순실 정윤회 부부의 문제점을 일찍 경고했다는 이유로 탄압받은 조응천, 엘리트 검사였지만 피의자의 권리에 대한 글을 썼다가 옷을 벗었고 안철수 돌풍의 축으로 활약했던 금태섭,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민주노동당 풀뿌리 정치인 경력을 갖고 민주당에 합류한 박용진, 흙수저 출신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부산에서 문재인과 같은 로펌에서 일했던 김해영은 고향과 정치적 뿌리, 연배도 제각각이었지만 곧장 두각을 나타냈다. 해야 할 말을 하는 소신파로 주목받으면서 ‘조·금·박·해’라는 집단적 별칭을 얻었다.
이들은 당에서도 대변인, 법사위 간사, 전략위원장 같은 괜찮은 보직을 받으며 중용됐지만 그 기간이 길진 않았다. ‘조국 사태’가 분기점이었다. “이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던 네 사람은 집중적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그중 첫 타깃은 인사 청문회에서 조국의 사과를 요구하고 그의 장관 임명 반대를 선언했던 금태섭이었다. 이번에 박용진 자리를 꿰찬 정봉주가 4년 전 경선에선 금태섭 자객 노릇을 했다. 성추행 논란이 불거져 그가 낙마하자 김남국이 나섰다가 양지에 전략공천을 받고 빠지자 다른 인물이 바통을 이어 받아 금태섭을 눌렀다. 금태섭이 백봉신사상 대상을 받은 직후였다. 그 이후에도 민주당은 금태섭에게 공수처 법안 표결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렸고 그가 제일 먼저 당을 떠났다.
넷 중 막내로 얌전한 축인 김해영은 선출직 최고위원에도 당선됐지만 조국 사태, 민주당의 1차 위성정당 창당 과정에도 분명한 반대 입장을 드러내 역시 강성 지지층의 타깃이 됐다.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에도 검수완박 반대, 이재명의 정계 은퇴를 촉구하는 등 분명한 다른 목소리를 낸 끝에 지역위원장 직도 사퇴하고 지금은 다둥이 아빠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그 역시 백봉신사상 베스트10 수상자 출신이다.
문재인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지만 조국 사태를 거치며 역시 비문으로 낙인찍힌 조응천은 이재명과 사법고시 동기라는 인연으로 대선 캠프에서 상황실장이라는 주요 보직을 맡았다. 하지만 김해영과 더불어 대선 패배의 장본인인 이재명이 보궐 선거에 출마하고 전당대회에 나서는 것을 반대하다가 겉은 푸르고 속은 빨간 ‘왕수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리고 결국 민주당을 떠나 금태섭과 함께 개혁신당에서 분투하고 있다.
입바른 소리를 잘하던 민주당 계열의 천·신·정, 한나라당 계열의 남·원·정 같은 소장개혁파들은 주류의 눈총도 많이 받았지만 자기 진영의 혁신을 상징하는 존재로 배려도 적잖게 받았다. 그들은 대선 후보, 당대표, 원내대표, 광역단체장으로 커나가며 정권 창출의 주역이 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일 잘하고 바른말 하는 ‘조·금·박·해’를 압박하다가 정권을 잃었다. 그런데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들을 완전히 몰아내고 빈자리를 정봉주로 채웠다. 심지어 총선 전략이랍시고 조국의 손을 굳게 움켜잡고 있다. 이게 옳지 않은 것은 분명한데, 선거에 도움이 될 리도 없을 것 같다.
조선일보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03.13 이재명식 시스템 공천
공천 잡음이 일 때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시스템 공천’을 강조한다. 2016년 당 대표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처음 도입해 물려준 전가의 보도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비명횡사’ 논란에 대해 “이전, 그 이전 총선에서도 이미 적용했던 공천 룰이다. 마음대로 장난칠 수 없다”며 “다 시스템에 따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해킹이라도 당한 걸까. 시스템은 족집게처럼 비(非)이재명계를 속속 걸러냈다. 홍영표·기동민 의원은 일찌감치 컷오프(공천 배제)됐고, 강병원·전혜숙·박광온·윤영찬·정춘숙·김한정 의원이 한꺼번에 날아갔다. 가까스로 결선에 진출했던 박용진 의원마저 끝내 탈락했다. 민주당의 오랜 당직자들은 이번 공천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 변화에 주목하라고 귀띔한다.
우선 의원평가 방식의 변화다. 각 의원실이 제출한 활동 자료와 동료 의원의 다면평가, 지역구 여론조사를 기계적으로 합산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평가위원의 ‘정성평가’ 항목을 22%로 늘렸다. 평가위원장엔 친명 색채가 강한 송기도 전북대 명예교수를 임명했다. 그러고는 ‘하위 평가자’는 경선 득표수의 최대 30%까지 감산하도록 해 불이익을 강화했다.
결과적으로 ‘하위 평가자’엔 비명계가 대거 포함됐고, 이들 대부분이 경선에서 패했다. 과거엔 ‘하위 명단’에 이렇게 비주류만 일방적으로 포함된 적이 없었다. 과거 공천 업무를 담당했던 한 인사는 “정량평가로 하면 특정 그룹에만 페널티를 주는 게 불가능하다”며 “이번엔 정반대였으니 뒷말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당원·지지층의 변화다. 지난해 6월 기준 민주당 권리당원은 245만 명인데, 이 중 절반(129만명)가량은 이재명 대표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 가입했다. DNA의 절반이 이미 바뀌었다. 이들은 여론조사 번호를 미리 공유하고 “수박을 박살 내자”고 서로 독려한다. 서울 강북을(박용진·정봉주)이나 은평을(강병원·김우영)처럼 ‘비명 현역’과 ‘친명 원외’가 맞붙을 때마다 ARS 여론조사 응답률이 치솟은 이유다.
이재명 대표는 이런 결과를 예상치 못했을까. 누구보다도 두뇌 회전이 빠른 그가 모르진 않았을 거다. 그는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정책간담회를 마친 뒤에도 “이번 공천 과정에서 이런저런 소리가 많이 나온다. 그러나 변화해야 새로운 시대를 맞을 수 있다”며 “새로운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직접 ‘변화’를 택했다는 뜻이다. 그의 선택 또한 4월 10일엔 국민평가를 받는다. 그게 대한민국 시스템이다.

중앙일보 오현석 정치부 기자
03-13 ‘험지 출마’ 국힘 박은식 “보수도 공존하는 광주 만들 것”

“광주정신 전유물 여기는 좌파에 분노
국힘, 호남서도 조직 다져가야”
‘보수 불모지’ 광주에 국민의힘이 깃발을 꽂을 수 있을까. 4·10 총선에서 광주 동남을에 출마한 박은식(40·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박 비대위원은 호남 출신의 젊은 의사로, 국민의힘에 인재로 영입됐다. 그는 비례대표나 수도권 출마가 아닌 고향인 광주행을 택하며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는 광주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박 비대위원과의 일문일답.
―광주 동남을에 출마한 이유는.
“광주가 정치적으로 진보 한쪽으로 편향돼 있어 안타까웠다. 언론에 칼럼도 쓰고,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도 맡아 강연도 하고, 정율성 공원 조성 사업 반대운동 등도 해봤지만, 어떤 한계가 있더라. 정치인이 나서서 지역민의 지지를 받아 방향을 이끌어야만 보수·진보가 공존하는 광주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좌파 세력은 ‘광주정신’이 본인들의 전유물인 양 마음대로 갖다 쓰고 있다. 너무 화가 나서 ‘누군가 깨지더라도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뛰어보니 분위기는.
“문재인 정권 때에 비하면 분위기는 훨씬 좋다. 많이 기대도 하시고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보며 실망하는 분도 많다. 하지만 아직 어려운 게 사실이다. 유일하게 국민의힘 소속인 김용임 시의원이 없었다면 저는 매일 길바닥만 돌아다녔을 거다. 아무리 인기 있는 후보가 오더라도 지역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국민의힘이 16년 만에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냈는데, 지금부터라도 호남에서 조직을 다져가야 한다.”
―경쟁 후보인 민주당 안도걸 전 기획재정부 2차관에 대해 평가해 달라.
“인품이 훌륭하신 분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광주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아무런 감동이 없을 거다. 반면 제가 당선된다면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이 된다. 광주 시민들께서 역사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
―당 지도부 일원으로 험지에 나섰는데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나.
“호남 몫으로 비례대표를 받았다면 바로 다음 총선에서는 호남 지역구에서 뛰어야 한다는 식의 당규 개정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호남 출신으로 중앙에서 인정받은 분들이 계속 지역을 두드려야 바뀔 거라고 본다.”
―소개하고 싶은 핵심 공약은.
“무등산 케이블카 건설을 꼭 해내고 싶다. 그간 환경단체와 결탁을 한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충장로 일대를 무등산 케이블카 출발 지점으로 만들면 사람이 모일 거다. 아시아문화전당, 지산유원지 등 주변 관광 자원과 연계하면 충장로 상권도 되살릴 수 있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
03-13 이혜훈 “하태경은 사회과학 더 배우셔야…표 가기 어려운 후보”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을 경선에서 승리한 이혜훈 전 의원. 뉴시스
"중구·성동구을 현역 박성준, 지역 기반 탄탄하진 않은 듯"
국민의힘 중구·성동구을 후보로 나서게 된 이혜훈 전 의원이 자신이 패배를 안긴 하태경 의원에 대해 "늘 대통령을 공격하니 표가 가기 어려운 후보"라면서 "사회과학을 좀 더 배우셔야 된다"고 직격했다.
이 전 의원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날 하 의원이 자신과의 경선 패배 이후 "수학적으로 너무 믿기 힘든 결과가 나왔다"며 경선 원데이터를 요구한데 대해 "너무나 당연한 게 눈에 보이는데 그렇게 자명한 게 왜 눈에 안 보이실까. 하태경 의원은 늘 대통령을 공격하시고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표가 가기가 어려운 후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여론조사는 당원 20% 국민 80%라고 돼 있는데 여기서 국민은 전체 국민이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자와 중도만 대상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지지자 위주의 경선이라 대통령을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 하 의원을 찍기 어렵다는 의미다.
전날 하 의원이 페이스북에 밝힌 바에 따르면 1차 경선에서 하 의원과 이 전 의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맞붙어 각각 46.01%, 29.71%, 25.9%가 나왔다. 하 의원과 이 전 의원의 양자 결선에서 하 의원이 50.87%, 이 전 의원이 49.13%를 얻었으나 이 전 의원이 여성 가산점(5%)이 추가돼 최종 51.58%로 하 의원을 0.71%포인트 차이로 앞질렀다.
하 의원은 패배 이후 페이스북에 "당에서는 공정하게 여론조사 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수학적으로 너무 믿기 힘든 결과가 나왔다"며 원데이터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은 "이영 후보와 이혜훈을 지지했던 사람들 표를 합하면 하태경 후보 지지자보다 10% 정도가 더 높다. 어떻게 그 생각을 못 하셨을까"라며 "1차 투표에서 하태경 의원이 거의 절반 가까운 지지를 얻었다는데 그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책임당원들은 하태경 후보를 극도로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중구·성동을은 저희가 졌던 지역이라 녹록지 않다"면서 "유권자들이 가장 많은 갈증을 느끼고 있는 현안은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이라고 본다. 지난 12년간 의정활동 하면서 그 부분에 가장 많은 실적을 냈던 사람이고 재개발, 재건축의 국가대표 선수라는 별명이 있는 제가 하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호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구·성동구을 현역 의원이자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박성준 의원에 대해 "지역에 다니면 본 적 없다는 얘기를 수 없이 듣는다. 중앙 정치에 많이 집중하셨던 것 같다"며 "지역에 그렇게 탄탄하게 다지신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문화일보 임정환 기자
03.14 ‘친김정은’ ‘국군 조롱’ 공천만은 재고돼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단체 몫 비례대표 후보로 뽑힌 청년겨레하나 대표 출신 전지예(왼쪽) 후보와 여성 농민 출신 정영이 후보. 두 사람은 반미·친북 전력, 진보당 관련 이력으로 논란이 되자 후보직을 사퇴했다. /뉴시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연합정치시민회의’ 몫으로 배정한 비례대표 후보 4명 중 2명이 사퇴했다. 이들은 시민단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직후부터 종북 전력, 진보당 관련 이력으로 논란이 됐다. 비례대표 1번이 유력했던 전지예씨는 한미훈련 반대, 유엔사 해체 시위를 벌여온 ‘겨레하나’ 청년 대표였다. 정영이씨는 사드 배치 반대 시위를 주도했다. 모두 김정은을 돕는 행동이다. 여론 악화에 부담을 느낀 민주당이 후보 재추천을 요구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국회의원이 됐을 것이다.
전지예씨가 속한 ‘겨레하나’는 진보당과 긴밀한 관계고, 정씨는 진보당원 출신이다. 진보당은 애국가를 거부하고 유사시 국가 기간 시설 타격을 모의하다 해산된 통진당 인사들이 만든 당이다. 이미 자기 당 몫으로 비례대표 후보 3명을 배정받은 진보당이 시민단체 추천이란 형식을 빌려 추가로 2명을 ‘위장 출마’시키려 했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시민회의 측 비례대표 심사위원 중에는 이적단체 범민련에서 활동했던 겨레하나 이사장도 있다. 종북 인사가 다시 선발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비례대표는 국회의 전문성과 직능 대표성 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위성정당이란 것이 등장하면서 범죄 피의자, 종북 인사 등의 국회 진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위성정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이 된 윤미향 의원은 어제도 종북 성향 단체들을 국회로 불러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 공천한 비례대표 후보 중에는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연루된 전직 국정원 차장도 있다.
어제는 서울 강북을에 공천된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이 했던 2015년 북한 목함지뢰 도발 관련 발언이 재조명됐다. 당시 북 도발로 국군 부사관 2명이 다리를 잃었다. 정 전 의원은 그 2년 뒤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이라고 했다. 국군 장병 전체를 조롱했다. 어제 사과했지만 이는 생각과 인성 전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북한이 아니라 천안함 함장에게 “부하들 다 죽였다”고 한 권칠승 의원, ‘GSGG’ 논란을 일으킨 김승원 의원, 태영호 의원에게 ‘변절자’라고 한 문정복 의원 등이 모두 공천됐다. 모두 민주당이 유리한 지역구다. 민주당의 재고를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3.14 종북연대 시즌2
통진당 국회 진입 도왔던 야권연대
12년 만에 다시 하겠다는 민주당
옛 원탁회의, 범민련 인사도 동참
종북 행각, 내란 모의 또 봐야 하나

▲범민련 남측본부의 노수희 부의장(뒷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2012년 3월 1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야권연대 공동선언 행사에 참석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앞줄에 유시민·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김상근 목사,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앞줄 왼쪽부터)이 앉아있다. /
12년 전 이맘때 국회 귀빈식당에서 ‘야권연대 공동선언’이란 행사가 열렸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19대 총선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것을 자축하는 자리에 범야권 인사들이 집결했다. 이 합의에 따라 민주당은 지역구 16곳을 통진당에 양보했다. 본선에서 통진당은 지역구 7석, 비례대표 6석을 얻어 원내 3당으로 도약했다.
의석 수와 지지율에서 통진당은 민주당의 10분의 1도 안 됐다. 동등한 연대 파트너가 될 수 없었다. 배후에 ‘원탁회의’가 있었다. 백낙청 교수, 박석운 진보연대 대표, 함세웅 신부 등이 민주당을 압박했다. 국회 귀빈식당 행사 기념사진을 보면 백낙청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민주당 한명숙 대표, 왼쪽에 통진당 이정희·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가 앉아 있다.
이 사진의 백미는 백낙청 바로 뒤에 서 있는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 노수희다. 국내 종북·좌파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범민련의 야권연대 합류는 많은 것을 시사했다. 참석자들과 손을 맞잡고 “야권연대 파이팅”을 외친 노수희는 11일 뒤 평양에서 목격됐다. 김정일 사망 100일을 추모한다며 베이징을 경유해 무단 입북했다.

▲김정일 사망 100일을 맞아 무단 방북한 범민련 남측본부 노수희 부의장이 2012년 3월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 걸린 김정일 초상화 앞에 조화를 진정하고 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는 영원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글귀가 선명하다. /조선중앙통신
노수희는 김일성광장 김정일 초상화 앞과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에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고 적힌 조화를 바쳤다. 개선문 앞에서 “아, 그 이름도 그리운 우리 장군님”이라며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불렀다. 조선중앙통신 인터뷰에선 “김정일 국방위원장님은 민족의 어버이”라고 했다.
104일 체류 마지막 날 평양에서 환송 집회가 열렸다. 노수희는 “통일 인사로 여생을 살겠다”며 목청껏 외쳤다. “위대하신 김일성 주석님 만세! 만세! 만세!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 만세! 만세! 만세! 경애하는 김정은 최고사령관님 만세! 만세! 만세!”
노수희가 북을 누비는 동안 휴전선 이남에선 통진당의 실체가 드러났다.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조작, 비례대표 경선 부정이 잇따라 적발·폭로됐다. 사태 수습을 위해 열린 당중앙위에선 각목을 휘두르는 폭력 사태가 생중계됐다. 이듬해엔 국가 기간시설 타격을 모의하다 국정원에 덜미를 잡혔다. 주동자 이석기는 징역 9년을 받았다. 헌재는 통진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2012년 야권연대는 종북연대였다. 민주당은 통진당 지지율 3%가 탐났다. 박빙의 총선 수도권 승부에서, 궁극적으론 대선에서 득을 보려 했다. 원탁회의 압박에 못 이기는 척 통진당과 손잡은 대가는 비쌌다. 과반을 낙관한 총선에서 127석 대 152석으로 여당에 패했다. 대선도 졌다.
노수희의 만세 3창이 울려 퍼진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은 이제 없다. 김정일이 “김일성 동지의 조국통일 유훈을 철저히 관철하자”며 세운 탑이었다. 북 주민 전체가 신성시해 온 구조물을 두 달 전 김정은이 ‘꼴불견’이라며 철거했다. 방북 때마다 이 탑을 성지순례하며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을 외치던 종북 주사파들이 김정은의 패륜엔 입을 다물었다.
노수희가 이끌던 범민련도 간판을 내렸다. 올초 김정은의 ‘대남 사업 정리’ 한마디에 자진 해산했다. 이적단체 판결을 세 차례 받고도 버텼던 단체다. 통일운동가를 자처해 온 종북 주사파 세력은 김정은의 ‘민족 부정’ ‘통일 반대’ 선언에 동조하고 있다. 이들에게 ‘민족’ ‘통일’은 허울이고 ‘수령님 말씀’만이 절대 진리다. ‘반탁’을 부르짖다 소련의 지침에 ‘찬탁’으로 표변한 박헌영 일당이 원조일 것이다.
이런 세력이 12년 전처럼 민주당의 축복을 받아 국회에 들어오려 한다. 등장인물도 그대로다. 통진당은 ‘이석기 키즈’의 저인망식 재건 노력 끝에 진보당으로 거듭났다. 종북의 순도를 한층 높였다. 훈수만 두던 원탁회의는 ‘연합정치시민회의’로 간판을 바꾸고 민주당 주도 위성정당에 후보를 낸다. 그 심사를 범민련 출신이 했다. 민주당은 12년 전 흑역사를 잊은 걸까. 바야흐로 종북연대 두 번째 시즌이다.
조선일보 이용수 논설위원
03.14 국회의원이 되는 새로운 길 ‘대장동 변호사’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서울 서대문갑 경선에 오른 김동아 변호사. /뉴스1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김용 사건의 변호사들이 민주당에서 속속 국회의원 공천을 받고 있다. 당 법률위원장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전반을 관리해온 양부남 변호사는 광주 서을에서, 이 대표의 대장동 사건에 입회한 박균택 변호사는 광주 광산갑에서 각각 공천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공천과 당선이 같은 지역이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건을 맡은 김기표 변호사,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변호를 맡은 이건태·김동아 변호사도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공천을 받았다.
김동아 변호사 공천은 대장동 변호사 공천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다. 김 변호사는 당초 비이재명계 의원 지역구인 경기 평택갑에 공천을 신청했다. 그러다 ‘친명 자객 공천’ 논란이 일자 갑자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런데 3일 후 돌연 ‘45세 미만 청년 전략지역구’로 선정된 서울 서대문갑에 공천을 신청했다. 여기서 김 변호사 포함 5명을 상대로 공개 오디션을 실시해 경선에 나갈 3명을 선발했는데 김 변호사는 탈락했다. 그런데 이 결정은 하루 만에 당 최고위에서 뒤집혔다. 여성 단체가 민주당 공천자 중 7명이 ‘안희정 성폭력 사건’ 2차 가해자라며 공천 철회를 요청했는데, 오디션을 통과한 3명 중 1명이 포함됐다는 이유였다. 여성 단체가 지목한 7명 중 나머지 6명은 공천이 그대로 유지됐는데, 오직 김 변호사와 경쟁한 사람만 공천 배제 불이익을 받았다. 그를 대신해 김 변호사가 경선에 올랐다. 이 경우 100% 중앙위원 투표로 공천자를 결정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규정을 권리당원 투표 70%, 지역 유권자 투표 30%로 바꿨다. 이 대표 강성 지지자가 많은 권리당원이 포함돼 김 변호사에게 유리해졌다. 김 변호사는 결과적으로 지역구 변경, 경쟁 후보 배제, 경선 룰 변경 등 3단계 ‘특혜’를 거쳐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 경선 투표는 당원 50%, 지역 유권자 50%가 원칙이다. 하지만 대장동 변호사가 나선 지역구에서는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양 변호사도 3인 경선을 했는데, 여기서는 당원을 제외한 100% 국민 경선 방식이었다. 당내 조직력이 약한 양부남 변호사에게 유리하게 룰을 바꿨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금 민주당에 공정과 투명을 요구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라고는 해도, 대장동 변호사들은 해도 너무 한 특혜를 받아 국회의원이 되고 있다. 마치 국회의원이 되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 같다.
조선일보 사설
03.14 정봉주 과거 조계종 비하 발언도 재조명…與 “막말 대장경”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인 정봉주 전 의원의 과거 발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 지뢰에 다리를 잃은 장병을 웃음거리로 삼은 발언 논란에 이어 2015년 조계종을 북한 김정은 집단에 비유한 발언 등도 재조명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13일 논평을 통해 “정봉주 후보의 막말과 욕설이 끝도 없이 드러나고 있다”며 즉각 후보직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봉주 후보의 (과거) 발언은 그 정도를 한참 넘었다”며 “가장 최근인 올 1월에는 유튜브에 출연해 댓글을 봐야 한다며 국민을 향해 ‘벌레가 많이 들어왔나’라고 했다. 진행자의 만류에도 ‘벌레’는 막말이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정하 대변인은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3년 재보궐 선거 즈음 안철수 의원을 지목하며 입에 담기 저급한 욕설을 퍼부었고, 2021년에는 조국 사태 관련해 당에 반대 의견을 냈던 금태섭 전 의원을 향해서도 욕설을 서슴지 않았다”며 “불교신도들을 향한 욕설은 더 충격적이다. 애초에 정 후보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조계종은 북한 김정은 집단’이라 발언한 것도 문제지만, 이를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신도를 넘어뜨리는 등 결국 상해 혐의로 기소, 7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고 했다.

▲정봉주 후보가 2015년 조계종 비하 발언 관련 기자회견을 열려다 불교신도들과 충돌하고 있는 장면. /BBS 보도화면
박정하 대변인은 “까도 까도 끝없이 쏟아져 나온다”며 “댓글을 보다가도 욕설이 튀어나오는 정 후보의 반복적 분노 노출을 보고 있자니, 국민의 대표가 되기 전에 인격적 수양을 먼저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날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봉주 후보의 막말과 욕설이 끝도 없이 드러나고 있다”며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는 분이 어떻게 국민을, 유권자를 ‘벌레’로 칭할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불교 신도들을 향해서도 서슬 퍼런 모습으로 욕설을 한 것도 모자라, ‘내 얼굴 쳐다본 인간들 각오하라’는 식의 겁박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신주호 부대변인은 “이 정도라면 가히 ‘막말 대장경’ 수준이다.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정 후보의 천박한 언행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친명’이라는 이유로 공천권까지 쥐여 준 것인가, 아니면 이재명 대표의 막말과 욕설 전례로 막말꾼을 도저히 거를 수 없었던 것인가”라며 “민주당은 부실 검증은 물론 막말꾼을 공천한 책임에 대해 국민께 정중히 사과하시라. 정 후보는 즉각 후보직을 내려놓고, 자신이 내뱉은 말로 상처받은 국민께 먼저 사과하시라”고 요구했다.
한편 정 후보는 2015년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자는 김정은 집단”이라며 “대한민국 심장부 종로에 똑같은 집단이 지금 똬리를 틀고 있다. 이것이 조계종의 현주소”라고 발언했다.
정 후보는 당시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기자회견을 열고 조계종이 청정불교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정 후보는 기자회견 과정에서 여성 신도를 손으로 밀쳐 넘어뜨려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6년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불교신문에 따르면 정 후보는 2016년에 추가로 조계사 측에 사과문을 보내 “직간접적으로 불편함을 느낀 분들에게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03.14 “지뢰 밟으면 목발 경품” 재소환된 정봉주 막말
野 경선 승리 후 7년 전 발언 논란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인 정봉주 전 의원이 과거 북한 지뢰에 다리를 잃은 장병을 웃음거리로 삼은 발언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13일 “과거 발언 직후 당사자께 직접 사과했다”고 했지만, 당사자들은 “사과받은 적 없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정 전 의원 발언에 대해 “아주 오래전에 한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된 발언은 정 전 의원이 2017년 유튜브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을 두고 “DMZ(비무장지대)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하하하.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이라고 한 것이다. 2015년 8월 우리 장병 2명이 DMZ 수색 중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다리를 잃은 사건을 빗댄 것으로 해석됐다.
정 전 의원이 최근 강북을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이 발언은 다시 정치권에 회자됐고, “국군 장병을 모독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는 후보의 가치관과 인식이 끔찍한 수준”이라고 했다. 녹색정의당도 “국군 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저질스럽게 비웃는 사람이 거대 야당 후보로 나온 모습을 보니 참담하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논란이 확산되자 정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발언 직후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 영상 등을 즉시 삭제했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으로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 지뢰에 다리를 잃은 당사자들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정 전 의원이 언급한) ‘당사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런 연락도 사과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서울 동작구 유세 현장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는 “과거 아주 오래전에 발언을 한 것”이라며 “잘못했지만 사과드렸고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났다는 점 말씀드린다”고 했다. 7년 전이 ‘아주 오래전’이고, 사과했으니 더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전날 국민의힘 장예찬(부산 수영) 후보가 10년 전 소셜미디어에 “매일 밤 난교를 즐기고”라고 쓴 글이 논란에 되자 “이런 사람을 어떻게 공천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장 후보도 사과문을 올린 바 있다.
이날 정 전 의원과 관련해선 또다른 논란도 나왔다.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은 이날 ‘김용민TV’에 출연해 국회의원 공항 의전을 언급하며 “봉도사(정봉주 전 의원) 같은 사람이 국회의원 시절을 그리워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그는 “공항 카운터에서 신분 확인을 하면 가족끼리 여행을 갈 때도 알람이 뜬다”며 “정봉주가 왔다는 게 체크가 되면 저 뒤에서 대한항공 간부가 나와 ‘오셨습니까, 이쪽으로 오십시오’라고 하는 게 예전에 있었다”고 했다.
최 전 의원은 “예를 들어 봉도사가 제주도에 식구들과 여행을 가면, 공식 출장이 아닌데도 공항이 시끌시끌해지면서 (의전이) 막 나온다”며 “그 사람이 그런 거에 대해 ‘아 국회의원이 이런 게 있었구나’ 처음 느끼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김용민씨는 “이번에 (정 전 의원이) 국회에 들어가면 가끔씩 보도가 나오겠네. 정봉주 갑질”이라고 거들었다.
조선일보 주희연 기자
03-14 멋진 지뢰, 댓글 벌레, 조폭 자랑…이런 사람 공천한 野
4·10 총선 공천 과정에서 그릇된 국가관과 인성 파탄의 막말꾼들이 후보로 결정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강북을에 공천한 정봉주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인식 수준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황당한 비유, 거친 욕설로 ‘저질 유튜버’나 다름없는 언행을 벌여왔음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2017년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북한스키장 활용을 놓고 대화하다 “DMZ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라며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했다. 2015년 비무장지대(DMZ) 수색 작전 중이던 하재헌·김정원 하사가 북한군 목함지뢰에 의해 발목 절단 등의 부상을 입은 사건을 희화화한 것이다.
그는 지난 1월 초엔 한 유튜브 방송에서 “댓글을 많이 봐야 한다. 벌레가 많이 들어왔나”라고 했다. 진행자가 “막말”이라고 했는데도, “바퀴벌레 나오면 벌레가 나왔다고 하지”라고 수정하지 않았다. 2019년에는 민주당 소속이던 금태섭 전 의원에게 “전국 40개 교도소 통일된 조폭이 내 나와바리(구역)”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금 전 의원은 SNS에 ‘만나면 죽여버린다고 한 사람’이라고 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미투’ 논란으로 공천에서 탈락했다. 2015년엔 조계종 내부의 비리를 폭로한다면서 “김정은 집단과 똑같은 집단”이라고 했다가 거센 반발을 샀고, 사과하러 갔다가 또 충돌을 빚어 기소된 적도 있다.
정 전 의원은 두 차례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을 살고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가 문재인 정부가 복권해줘서 활동 중인 인사다. 2011년 김어준·김용민·주진우와 ‘나는 꼼수다’를 진행한 이후 유명인 행세를 해온 게 전부인데, 이번에 비명계 박용진 의원에 맞선 친명 후보로 나서 공천을 받았다. 그래서 저급한 언행이 더 돋보인다.
여당도 도긴개긴이다. 도태우 대구 중·남구 후보는 5·18 폄훼, 조수연 대전 서구갑 후보는 ‘일제 지배가 더 좋았다’는 발언 등으로 논란이다. 이들은 “사과했다”고 변명한다. 진정성이 안 보인다. 여야를 떠나 저질 후보는 이제라도 공천을 철회하는 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치다.
문화일보 사설
03-14 ‘이재명이 시대정신’이면 국민성 개조될 판
설마가 사람 잡은 민주당 22대 공천
‘대장동 변호사들’도 룰 바꿔 줄줄이
그럴 리는 없겠지만 싶은 일도 태연히
만독불침 이재명 따르면 나라도 변할 듯
결국 박용진은 공천 받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꽤 합리적 인물로 꼽히면서 대선 경선, 당 대표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와 맞섰던 그가 4월 총선에 출마도 못 하게 됐다. 이재명은 2022년 8월 당 대표 경선연설회에서 “우리 박용진 후보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당 운영을 다짐했다. 어쩌면 지금 이재명은 흐흐 웃고 있을지 모른다. 박용진도 공천 걱정 않는 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고 진짜 만들 줄 알았느냐고.
일찌감치 단수공천 받은 친명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달 “시대마다 시대정신이 있다”며 “이재명이 민주당의 시대정신”이라고 했다. “이재명 깃발로 총단결해 시대적 소명인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총선에서 승리하자”는 주장이다.
당내 우상화 작업쯤은 모르고 싶다. 하지만 내 혈세까지 당 국고보조금으로 들어가니 모른 척할 수 없다. 민주당이 이재명의 사당(私黨)일 수도 없고 개딸들만의 정당이어서도 안 되는 이유다. 정권심판을 시대적 소명으로 잡는 건 그들 자유지만 이재명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우는 건 심각하다. 비명횡사 뒤 탈당한 홍영표 의원 말을 굳이 옮기자면 “이재명 대표가 시대정신이면 민주당도, 대한민국도 망하는 길”이어서다.
‘하면 된다’ 정신을 불러일으킨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려보면 알 수 있다. 유신 독재라는 역사적 과오는 용납할 수 없지만 박정희의 ‘하면 된다’는 온 국민의 자신감과 자립심을 자극해 가난을 떨쳐내고 대한민국 근대화를 이끈 당대의 시대정신이었다. 이재명이 상징하는 시대정신으로 민주당은 무엇을 들 것인가.
홍영표는 ‘말 바꾸기’를 첫손에 꼽았다.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가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며 뒤집는 정도는 애교였다. 불체포특권 포기, 위성정당 포기 같은 공약 뒤집기도 이번 공천 사태에 비하면 약과다.
나 같으면 ‘설마’를 이재명의 시대정신으로 꼽고 싶다. 22대 총선 민주당 공천은 한마디로 ‘설마가 사람 잡은 공천’이었다. 국어사전에 ‘그럴 리는 없겠지만’이란 뜻으로 부정적인 추측을 강조한다고 나오는 부사가 이토록 빈번히 쓰인 공천도 없을 거다.
설마 ‘시스템 공천’을 도입했다면서 골대 옮기듯 공천 룰을 고치고,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에 이재명 지지 모임 대표 출신 송기도 전북대 명예교수를 임명해 물갈이 현역 의원 55명 중 70%에 육박하는 비명(비이재명)을 잘라낼 줄은 몰랐다.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로 찍혀 30% 감점받는 걸 알게 된 박용진도 지난달 “예상을 이만큼은 했죠, 설마하니 이러랴. 그런데 결과는…” 했을 정도다.
이재명의 시대정신 설마가 겁나는 것은 보통 ‘그럴 리는 없겠지만’ 하고 추측하는 일이 그의 주변에선 태연히 벌어지기 때문이다. 별명이 만독불침(萬毒不侵·만 가지 독에 면역이 있다)이라는 이재명은 자기 자신의 생존을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일반인의 상식과 상상을 뛰어넘는, 그래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도 ‘이재명은 합니다’.
심지어 이재명은 작년 10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재판에서 재판장에게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은 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을 “한번 안아보게 해 달라”고 청해 끌어안더니, 이번에 공천 룰까지 바꿔 ‘대장동 변호사들’을 줄줄이 지역구에 공천하기까지 했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생각할수록 섬뜩하다.
국민이 이재명의 시대정신을 따르면, 말 바꾸기와 거짓말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설마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일도 태연하게 저지를 수 있을 것이다. 공천받기 위해 “차은우보다 이재명이 더 미남”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할 수 있듯, 아부는 보통이 될 것이다. 어제 했던 사랑의 약속이나 상법상의 계약을 깨는 것도 우습게 여길 수 있어야 한다.
만에 하나, 사기죄나 패륜 등으로 붙잡혀 가더라도 무도한 정권에 의한 박해라고 우기면 그만이다. 좀 더 용감하면 ‘비법률적 판단’을 받겠다며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에 입당해 공천 신청을 할 수도 있다. 어떤 범죄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전 국민 멘털이 강해지고 도덕성 수준이 떨어지면서 가히 국민성 개조가 벌어질 판이다. 전 국민의 이재명화, 끔찍하지 않은가.
설마 이런 이재명이 대통령 되랴 싶겠지만 만독불침 이재명은 또 모른다. 지금은 당내 비명만 자른 당 대표이나 대통령이 될 경우 알 수 없다. 반대세력은 비명도 못 지르게 잘라버리는 이재명의 시대정신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yuri@donga.com
03-14 ‘한풍’ 본질과 불안한 지속 가능성
채 4주일이 남지 않은 4·10 총선의 최대 변수를 꼽으라고 한다면 ‘한동훈 현상’이다. 지리멸렬했던 국민의힘, 여소야대에 무기력한 여당을 단번에 활력 있고 경쟁력이 강화된 정당으로 소생시키는 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한동훈 바람은 정치적 냉소주의에 빠진 국민마저도 정치에 흥미와 관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선거 때마다 북풍·역풍·안풍(安風)이니 하는 바람들이 불어 왔지만, ‘한풍(韓風)’만큼 야당에는 혹풍(酷風) 여당에는 훈풍을 동시에 휘몰아친 경우는 드물다. 한풍은 내로남불과 적반하장 야당의 정곡을 찌르는 비판을 거침없이 내뿜는 조리 있는 논리로 지지자들의 심정을 후련하게 감싸 왔다. 지혜롭고 재기 발랄한 어법은 그만의 특유한 몸짓·외모와 함께 대중적 인기를 유발했다.
기성 정치인의 구태를 벗어난 한 위원장의 언행은 개인적 인기뿐만 아니라 정당의 지지도도 끌어올릴 정도로 깊은 인상을 줘 왔다. 그래서 한 위원장 취임 직후 국회의원 수 감축과 특권 포기 등 5대 정치개혁안을 내놓을 때만 해도 이번 총선은 예전과는 다르게 정책 선거로 판가름날 것으로 기대했다. 야당과는 도덕성에서뿐만 아니라 민생을 위한 정책에서도 차별화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총선일이 다가오고 공천이 진행되면서 야당에 대한 포화는 강렬해지고 거칠어지기까지 했다. 지역을 순회하면서 맞춤형 정책을 강조하지만, 선거용 선심성 정책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여당이기에 공약을 실천할 수 있다고 하지만, 철도 지하화 같은 경우 거대 예산 비용에 대한 대책이 없다. 올해 재정 적자가 91조 원에 이른다는데 국가 재정을 어떻게 충당하려는지 의문이 든다. 또, 지역 선심 정책은 다른 지역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전체 유권자들의 공통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정책 과제가 우선으로 개발돼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집권 여당으로서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고 국가의 비전과 철학을 제시해야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야당은 으레 정권 심판론으로 경쟁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직무 수행 지지도가 낮은데, 운동권 세력 심판만으로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개인적 인기나 특히 말싸움에서의 승리는 일순간일 뿐이고 한계가 있다.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은 지난하다. 출산율이 0.6대를 기록하는 인구 소멸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장기 침체에 빠진 경제를 어떤 성장동력으로 되살려 낼 것인가. 불안정한 부동산과 고갈되는 연금은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가. 개인 부채와 국가 부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지정학적인 위기를 극복할 방안은 있는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의료대란은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정쟁을 일삼고 네거티브에 집중해 ‘이기는’ 선거만을 목표로 한다면, 이번 총선은 최악의 선거가 될 것이다. 한풍이, 여느 바람처럼 한순간 지나가는 게 아니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훈풍이 되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권 심판론이 드세지기 전에, 기성 정치를 초월하는 개혁 정책을 통해 총선에서 진정한 승리를 도모하고 나아가 한동훈 현상을 지속시켜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03-14 김봉현 “4년 전 옥중 편지는 민주당 공작” 진실은 뭔가
‘라임펀드 사태’의 주범 김봉현 씨가 자신의 ‘2020년 옥중 편지’가 더불어민주당의 정치 공작에 따른 것이라는 충격적인 ‘제2 옥중 편지’를 13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했다. 여러 사람이 실명으로 등장하고 정황도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사실이라면 중대한 국기 문란 범죄에 해당한다. 30년 형을 확정받아 복역 중인 사람의 주장이고, 변호인은 김건희 여사 팬카페 ‘건희사랑’ 회장을 맡고 있는 강신업 변호사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래도 또 다른 공작인지, 근거 없는 무고(誣告)인지 진실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폭로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규명하는 게 그리 어렵지도 않을 것이다.
김 씨는 2020년 10월 옥중 편지를 통해 ‘민주당 정치인들과 청와대 강기정 수석 정도를 잡아주면 보석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는 검찰 측 회유를 받았다’ ‘국민의힘 쪽 로비도 얘기했지만, 민주당 수사만 진행됐다’ 등을 주장했었다. 이번에는 민주당 측 공작에 넘어간 허위 폭로라고 뒤집었다. 내용은 크게 세 갈래다. 민주당 편에서 검찰을 공격한다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구한 영웅이 돼 보석(保釋)은 물론 사면까지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법무부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찾아와 검찰개혁의 일등공신이라고 추켜세웠고 휴대전화로 추미애 장관에게 감찰 내용을 보고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핵심 피의자에게도 유사한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거론된 인사들은 내용을 부인한다. 당시 김 씨를 회유했다는 변호사는 “옥중 편지를 작성하게 한 혐의로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모두 기각됐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고, 조국혁신당도 김 씨 주장이 허위라고 했다. 신속히 진위를 가려야 이들의 결백도 입증된다.
문화일보 사설
03-14 “난 민주당 공작의 피해자”… 김봉현 ‘두번째 옥중편지’ 파장
‘검찰게이트’ 4년전 편지 번복
“민주당측 변호사 회유로 작성”
이른바 ‘라임 펀드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징역 30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현 야권 인사들로부터 과거에 공작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김 전 회장은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측 공작을 주장하는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김 전 회장은 편지에서 지난 2020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이모 변호사가 거의 매일 구치소로 찾아와 본인을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나는 민주당의 정치공작으로 큰 피해를 본 장본인”이라며 “이 변호사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주겠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앞서 2020년 10월 공개한 옥중편지에서는 자신이 당시 야권(현 여권) 인사에게 로비하고 현직 검사 3명에게 접대를 했다고 적었다. 옥중편지가 공개되자 민주당은 ‘검찰 게이트’라고 주장했고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박탈하고 감찰을 지시했다. 김 전 회장은 옥중편지가 공개된 당일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던 박은정 전 검사가 구치소를 찾아왔다고도 전했다.
현재 기동민·이수진 민주당 의원과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김 전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입장 번복으로 이들의 재판에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03-15 또 불거진 변호사가 ‘피고인 회유’ 의혹, 이래서 공천 받나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021년 10월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라임 펀드 사건’ 주범 김봉현씨가 4년 전 자신이 쓴 ‘옥중 편지’는 민주당의 정치 공작이었다는 내용을 변호인을 통해 공개했다. 4년 전 김씨는 “(윤석열) 검찰 측으로부터 ‘민주당 정치인들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정도를 잡아주면 보석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는 회유를 받았다”는 취지의 옥중 편지를 공개했다. 그런데 그 편지가 거짓이었고, 이는 당시 민주당 측 이모 변호사가 “민주당 편에서 검찰을 공격하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회유한 데 따른 것이라고 폭로한 것이다.
이 변호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4년 전 민주당은 김씨의 옥중 편지를 계기로 이 사건을 윤석열 검찰이 사건을 조작한 ‘검찰 게이트’로 만들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 그 후 청와대 수석의 수뢰 의혹이 무혐의 처분을 받는 등 라임 펀드 정치권 로비 수사는 큰 성과 없이 끝났다. 문제의 이 변호사 아내는 김씨 옥중 편지 공개 이후 민주당 의원 보좌관으로 들어갔다. 김씨의 거짓 옥중 편지에 민주당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
이재명 대표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이를 부인하는 옥중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를 공개한 변호사도 민주당 경기도 의원 출신이었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 대변인을 맡았던 사람은 이화영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린 뒤 재판 기록과 증거 자료를 이 대표 등에게 유출한 혐의로 기소까지 됐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사실상 ‘감시용 변호사’가 붙었고, 이들이 민주당 의원과 통화하며 수사 상황을 유출한 정황이 재판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변호사들이 이런 일까지 하는 것은 대가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대표 사건과 관련된 변호사들이 줄줄이 민주당 공천을 받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3-15 ‘부상 장병 조롱’ 거짓 사과 정봉주, “지난 일” 뭉개려 했던 李 대표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을 맡은 정봉주 전 의원(왼쪽)이 지난해 1월 국회에서 열린 교육연수원 발대식에서 이재명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에 공천받은 정봉주 전 의원이 과거 북한 목함 지뢰 피해 장병들을 조롱한 발언에 대해 “당시 직접 전화로 사과드렸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 장병들이 “사과받은 적이 없다”고 하자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사과드렸고 당사자에겐 못 했다”고 말을 바꿨다.
2015년 북한은 DMZ(비무장지대) 남쪽 우리 측 출입문 바로 앞에 목함 지뢰들을 몰래 설치했다. 우리 군 부사관 2명이 이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는 중상을 입었다. 젊은 청년들이 나라를 지키다 평생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됐다. 그런데 정 전 의원은 2017년 “DMZ에 들어가서 발목 지뢰를 밟은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을 경품으로 주는 거야”라고 했다. 파문이 커지자 뒤늦게 사과했지만 그마저도 거짓으로 둘러댄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반응 역시 납득할 수 없다. 그는 “본인이 당시 사과했고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났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사람으로서 기본 인성이 의심되는 일인데도 사과가 사실이었는지 확인도 않은 채 뭉개고 넘어가려 했던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은 그간 숱한 막말과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을 빚어왔다. 2015년 조계종을 북한 정권에 비유해 불교계의 반발을 샀다. 해명 기자회견 땐 여성 신도를 밀어 넘어뜨려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유튜브에서 정치 성향이 다른 국민을 “벌레”라고 불렀고, 여야 의원들에겐 욕설을 했다. 성추행 의혹으로 지난 총선 공천에서 배제됐다.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을 고발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그런데도 그는 이번에 서울 강북을구 경선 자격을 얻었다. 민주당은 이 지역 현역이자 비이재명계인 박용진 의원에게 최하위 평가를 줘 ‘30% 감점’을 받게 했다. 그 덕에 정 전 의원은 공천을 받았다.
이 같은 결과는 정 전 의원이 친이재명을 자처하며 이 대표를 감싸고 반대편엔 막말 공격을 한 ‘공적’ 덕분이다. 대선 때 이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삶은 멸치 대가리들”이라고 했다.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이 일자 “왜 이재명 혼자 책임이냐. 당 전체 책임”이라고 했다. 돈봉투 사건엔 “송영길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를 끌어들이면 안 된다”고 했다. 당 비대위원장이 이 대표 말을 듣지 않자 “9급 공무원으로 가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런 정 전 의원을 당 교육연수원장에 임명했다. 어떤 ‘교육’이고 ‘연수’인가. 민주당은 정 전 의원 공천을 뒤늦게 취소했다. 공천이 취소됐으니 차점자인 박용진 의원을 공천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다. 그런데 제3의 인물을 공천하겠다고 한다. 비명계는 무조건 쳐내겠다는 얘기다. 민주당 공천에선 이런 무도한 일이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3-15 도태우-정봉주 공천 취소… ‘막말 정치’ 이 기회에 뿌리 뽑아야
4월 총선 공천이 확정된 일부 후보들의 과거 막말이 잇따라 드러나 총선 민심이 흔들리자 여야가 어제 일부 공천을 취소했다. 국민의힘은 대구 중-남에 출마하는 도태우 후보의 공천을,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강북을 정봉주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도 후보는 과거 5·18민주화운동 때 북한군 개입 가능성을 거론한 것을 두고 2차례 사과문을 낸 뒤 “반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받았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한 발언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결국 낙마했다. 정 후보는 7년 전 유튜브에서 “지뢰를 밟으면 목발을 경품으로 주자”고 말했는데,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로 발목과 다리를 잃은 육군 부사관 2명을 조롱한 것으로 해석되는 등 여론이 악화됐다. 민주당 역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 발언 당사자들은 총선 여론을 의식해 즉각 사과했었다. 하지만 공인의식과 함께 안보관과 역사관을 의심하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컸다. 거대 정당은 막말과 증오의 정치에 대한 유권자 실망감이 높은 지금 같은 때일수록 엄정한 태도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런데도 논란 초기에 “사과하지 않았느냐”고 반응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두 정당에는 발언이 문제가 된 후보들이 더 있다. 국민의힘은 대전 서갑에 공천된 조수연 후보가 7년 전에 쓴 “백성들은 조선 왕조보다 일제강점기가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글, 부산 수영 장예찬 후보가 10년 전 쓴 글에 있는 “매일 밤 난교”라는 표현이 미칠 파장에 긴장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천안함 함장에게 “부하들 다 죽이고”라고 한 권칠승, 국회의장에게 욕설을 떠올리게 하는 GSGG라는 표현을 쓴 김승원 등 두 민주당 의원도 공천을 받았다.
정치권이 뒤늦게 나서긴 했지만 막말 정치인에게 공천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 다짐이 언제든 식언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한동훈, 이재명 두 당 대표는 지금까지의 공천을 되돌아보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공천은 더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막말하면 진짜 손해’라는 원칙을 보여줘야 할 때가 지금이다. 지금 아니면 언제 그럴 수 있나. 미움의 정치, 남을 후벼 파는 정치가 사라지려면 공천이 바로 서야 한다. 여론 눈치만 보며 적당히 뭉개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동아일보 사설
03-15 정봉주 공천 철회에도 ‘1위 박용진’은 안 된다는 李 본색
더불어민주당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지만, 이재명 대표의 ‘사천(私薦)’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14일 ‘멋진 발목지뢰’‘목발 경품’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서울 강북을 정봉주 후보의 공천을 전격 철회했다. 하지만 하위 10% 감점 때문에 1등을 하고도 차점자로 탈락한 박용진 의원을 제외하고 제3의 인물을 다시 공천하겠다고 한다. 대선 후보 경선 및 당권 경쟁 등에서 이 후보에 맞섰던 박 의원의 ‘하위 10%’부터 납득하기 어려웠다. 반면 이 대표와 측근의 대장동 변호를 했던 변호사들은 5명은 온갖 특혜를 받아 공천을 받았다. ‘비명 횡사, 친명 횡재’‘대장동 대박’ 지적이 일리가 있다.
한 가지만으로도 공천에서 배제될 만한 정 후보의 문제점은 이미 여러 가지 드러났다. 특히 2017년 “DMZ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경품으로 주는 거야”라고 망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른바 ‘찐명’인 정 후보는 이 지역과 아무 연고가 없는데도 박 의원을 저격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배치됐다. 박 의원은 결선에서 51.72%를 얻어 48.28%를 얻은 정 후보를 이겼지만 30% 감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면 차점자가 공천을 받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지도부는 “전략 공천지역으로 지정해 새 인물을 공천할 것”이라고 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한민수 대변인, 대장동 변호사이지만 서울 금천 경선에서 탈락한 조상호 씨 등을 공천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 의원은 ‘묻지 마 배제’ 대상이라는 의미다. 대표 경선 당시 “박용진도 공천받는 당을 만들겠다”는 이 대표의 약속은 새빨간 거짓말이 됐다. 총선 이후 가중될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데 걸림돌이 될 중진을 걸러내는 것이 제1의 목표로 비친다.
반면 대장동 변호인들은 5명이나 공천을 받았다. 박균택·양부남 후보는 10% 가산점만 주는 차관급인 고검장 출신인데도 차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신인 20% 가점을 줬다. 서울 서대문갑의 김동아 후보는 결선 3인에 들지 못했지만, 성치훈 후보가 갑자기 탈락되면서 결선에 올랐다. 이때는 차점자를 결선에 올리고, 투표 대상도 지역구 권리당원이 아닌 전국 권리당원으로 확대해 ‘억지 공천’을 줬다. 이런 이현령비현령이 ‘이재명식 시스템’의 본색이다.
문화일보 사설
03-15 野 변호사 공천 요지경과 ‘보은’ 의혹
‘대통령실 출신의 대규모 검사 공천’의 괴담을 퍼뜨려온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오히려 ‘검사 출신의 대장동 변호사’가 대거 공천받는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정진상·김용을 변호했다는 것 외엔 별로 내세울 게 없는 이들이 온갖 특혜와 편법, ‘개딸’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속속 공천을 받으면서 ‘이재명 사당화’가 또 한 번 확인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변호인들은 범죄 혐의 내막을 잘 알기 때문에 이런 분들이 무서울 것”이라며 “공천으로 변호사비를 대납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지 않은가.
먼저, 민주당 법률위원장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전반을 관리해온 양부남 변호사는 광주 서을, 대장동 수사에 직접 입회한 박균택 변호사는 광주 광산갑에 각각 공천 받았다.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공천이 사실상 승리로 직결되는 지역이다. 2인 모두 ‘정무직 장·차관(10%)’과 달리 ‘고검장 출신 정치 신인’으로 분류돼 20% 가산점을 받았는데, 명백한 특혜 아닌가. 특히, 양 변호사는 당원 50%, 국민 50%가 아니라 100% 국민 경선 방식이었는데, 이는 당내 조직력이 약한 양 변호사에게 유리하게 룰을 바꾼 것 아닌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건을 맡은 김기표 변호사(부천을),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변호를 맡은 이건태(부천병)·김동아 변호사(서대문갑)도 민주당 강세 지역 공천을 받았다.
무엇보다 김동아 변호사 공천은 ‘밀실·사천·개딸·방탄 공천’의 끝판왕이다. 김 변호사는 당초 평택갑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친명 자객 공천’ 논란이 일자 갑자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런데 3일 후 돌연 ‘45세 미만 청년 전략지역구’로 선정된 서울 서대문갑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4등으로 탈락했다. 이 결정은 하루 만에 당 최고위에서 뒤집혀 ‘안희정 성폭력 사건 2차 가해자’라는 터무니없는 사유로 성치훈 후보가 배제되고 김 변호사가 경선에 올랐다. 이 경우 100% 중앙위원 투표로 결정하는데, 민주당은 이 규정을 전국 권리당원 투표 70%, 지역 유권자 투표 30%로 바꿔 김 변호사를 최종 공천했다. 결국 지역구 변경, 경쟁 후보 배제, 경선 룰 변경 등 3단계 ‘특혜’ 공천을 함으로써 청년들의 공정과 정의, 원칙과 상식에 대한 믿음을 철저히 짓밟은 것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사법 리스크를 막을 ‘법률 호위무사’ 공천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철회해야 한다. ‘보은 공천’ 논란을 넘어 이들 호위무사가 제22대 국회에 진출해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대응에 전진 배치돼 ‘방탄’에 나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총선 후 이어질 재판에서 이 대표가 정치적 고비를 맞을 때마다 이 대표 지키기에 혈안이 될 것 아닌가.
이 대표는 “국민 기대와 눈높이에 맞춘 혁신 공천으로 공천 혁명을 이뤄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비명횡사 친명횡재’도 모자라 ‘대장동 대박’까지 추가하는 것은 결국 본인의 방탄에만 관심이 있을 뿐 국민은 안중에도 없음을 자인하는 것 아닌가. 당대표의 변호사가 국회의원이 되는 가장 쉽고도 확실한 ‘공천 패스트트랙’이 돼서는 결코 의회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다.

문화일보 서정욱 변호사, 前 영남대 로스쿨 교수
03.15 ‘친명횡재’도 모자라 ‘대장동 대박’인가
이재명·정진상·김용의 변호사 5명 민주 공천
22대 국회의 ‘방탄 정당’ 진용 더욱 뚜렷해져
‘비명횡사 친명횡재’로 요약되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에 ‘대장동 대박’이 추가됐다. 지난 13일 경선 발표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의 뇌물수수 사건 변호를 맡았던 이건태 당 대표 특보가 4선의 김상희 의원을 누르고 경기 부천병 공천을 따냈다. 이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변호한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도 경기 부천을 경선에서 승리했다.
이미 지난주에 이 대표의 대장동 사건을 변호했던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이 광주 광산갑 공천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대응을 총괄한 양부남 당 법률위원장이 광주 서을 공천을 각각 따낸 상태였다. 대장동 사건 변호사들은 이번 총선 전까지 해당 지역구 관리를 한 적이 전혀 없지만, ‘친명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한 경선 구조 덕분에 지역 텃밭 정치인들을 눌렀다. 당 대표의 ‘법률 호위무사’들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공천을 받은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 뒷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광주나 부천 모두 야당 강세 지역이라 이들이 원내 입성할 가능성도 크다. 여권은 “공천으로 변호사비를 대납했다”고 비난했다.
가장 큰 논란은 정 전 실장의 변호를 맡은 김동아 변호사의 공천이다. 원래 김 변호사는 평택갑 출마를 노리다 불출마 선언을 했으나, 갑자기 청년 전략특구로 지정된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회견장엔 친명 인사들이 배석했다. 김 변호사는 후보를 3명으로 추리는 면접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다음 날 갑자기 당 지도부가 3인에 속했던 성치훈 전 청와대 행정관을 빼고 김 변호사를 부활시켰다. 성 전 행정관이 ‘안희정 성폭력’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를 비방했다며 여성단체들이 출마를 반대했다는 이유다. 그런데 여성단체들이 출마를 반대한 민주당 후보들은 성 전 행정관을 비롯해 강준현(세종을), 남영희(인천 동-미추홀을),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 양승조(충남 홍성-예산), 조승래(대전 유성갑), 최민희(경기 남양주갑) 후보 등 7명이나 된다. 다른 후보들은 전부 봐주고 성 전 행정관만 콕 집어 탈락시킨 것이다.
최종 3인 경선 방식도 의문이다. 서대문갑 후보를 뽑는 일인데 전국 권리당원 70%와 서대문갑 유권자 30%라는 희한한 룰을 가져왔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밀어주는데 김 변호사가 공천을 못 받을 리 있었겠나. 대장동 사건은 민주당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이 대표 개인의 문제다. 그렇지만 이 대표가 공당을 방탄에 활용한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아 왔다. 지금 이 대표는 개인 방탄에 불만을 품은 비명계를 몰살시킨 것도 모자라 아예 사건 변호인 여럿에게 금배지를 주려고 한다. 그러니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방탄 정당의 면모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중앙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