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治(人) 이야기 2024-02/
02.01 납득 안 되는 국회의원 연봉, 평균 가구소득 수준으로 내려야

▲2023년 12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김지호 기자
올해 국회의원 연봉이 작년보다 1.7% 오른 1억5700만원으로 확정돼 지난 20일 1300여 만원이 의원들에게 지급됐다. 설 상여금 424만원이 포함된 액수라고 한다. 이번 인상은 이달 초 정부가 의결한 공무원 보수 인상률이 자동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에게 이런 고액 연봉이 적절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 국민이 보기에 국회의원이 하는 일은 주로 정쟁과 방탄, 입법 폭주와 꼼수, 가짜 뉴스 살포와 포퓰리즘 혈세 낭비다. 그런데도 국민소득 대비 의원들이 받는 봉급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셋째로 높다. 의회 효과성 평가는 뒤에서 둘째다. 분명히 잘못됐다.
의원들은 걸핏하면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봉급은 평균 가구 소득(약 6762만원)의 2배가 넘고, 중위 소득(5362만원)의 3배에 육박한다. 이래서 어떻게 국민 눈높이를 아나. 각 의원들은 보좌진을 9명씩 거느린다. 이들이 받는 연봉을 모두 합치면 의원실 한 곳에 지원되는 세금이 연간 7억원이 넘는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서도 예외다.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으로 어제 징역형을 선고받은 윤관석 의원은 작년 8월 구속됐지만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봉급을 받고 있다. 회의 시간에 수백 차례 코인 거래를 한 것이 문제가 돼 잠적했던 김남국 의원도 마찬가지다.
의원들은 비리 범죄를 저질러도 불체포 특권을 누리고 거짓말을 해도 면책 특권을 받는다. 이를 포함해 국회의원의 각종 혜택은 186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의원이 이렇게 방대한 혜택을 누리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다. 세비는 수많은 특혜·특권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이러니 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한국 정치가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이다. 권력 줄 세우기와 극단적 대결 정치도 여기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다. 한국 정치 개혁은 의원직의 매력을 크게 줄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세비 삭감을 공약했지만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해마다 올렸다. 여야가 원수처럼 싸우다가 이럴 때는 갑자기 사이가 좋아진다. 국민의힘에선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를 반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것으론 부족하다. 세비를 줄여 궁극적으론 평균 가구 소득이나 국민 중위 소득 수준까지 내려야 한다. 그래도 입법 활동을 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조선일보 사설
02.01 평생 소득 40%를 세금 낼 청년들에게 ‘세금으로 돈 퍼주겠다’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생 위기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분할 목돈 지원 방식을 포함하는 ‘출생 기본 소득’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기본 소득’ 시리즈를 또 꺼내든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발표한 ‘저출생 종합 대책’에 더 추가되는 정책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저출생 대책은 모든 신혼부부에게 1억원의 ‘결혼·출산지원금’을 대출해주고, 자녀 두 명을 낳으면 원금 50% 감면, 세 명이면 전액 감면해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2자녀 출산 시 24평, 3자녀 출산 시 33평 공공임대 주택을 제공하며, 모든 아이에게 18세까지 월 10만원씩 펀드를 적립해 주고, 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씩의 아동수당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 공약만 실천하는 데 민주당 추산으로도 매년 28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데, 여기에 더해 ‘출생 기본 소득’으로 확대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또 “대학 등록금을 포함한 교육비 일체까지 지원하는 방안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녀가 있는 모든 가구에 ‘출생 기본 소득’을 주고, 대학 등록금까지 국가가 전액 지원하자면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심각한 저출생 극복을 위해선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를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형편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정책은 그저 득표용 주장은 될 수 있지만 현실성은 가질 수 없다. 이 대표의 ‘출생 기본 소득’이 바로 그런 주장일 것이다.
이 대표는 선거 때만 되면 ‘기본 소득 시리즈’를 내놨다. 대선 후보 시절엔 국민 1인당 연 100만원 기본 소득을 지급하겠다고 했고, 19~29세 청년 700만명에겐 연 100만원을 추가로 주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전 국민 누구에게나 1000만원씩 초저금리로 돈을 빌려준다는 ‘기본 금융’ 공약도 내놨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해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요인 중 하나는 온갖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 부채를 400조원이나 불린 것도 있다. 그런데도 교훈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이번 총선에서 또 ‘기본 소득 시리즈’를 내놓는다. ‘2024 경제학 학술 대회’에 발표될 논문에 따르면 앞으로 나랏빚을 갚고 재정 지출을 감당하려면 2000년 이후 태어난 세대는 평생 소득의 4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 대표 주장은 세금 내느라 허리가 휠 청년들에게 ‘세금으로 돈 퍼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2.01 정부 맹공 이재명 대표, 자기 반성은 없었다
신년 회견에서 날 선 윤 정부 공격만 12차례
본인이 초래한 사당화의 문제점은 모두 외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 신년 회견에서 윤석열 정부를 12번 언급하며 맹공했다. 이 대표는 “지난 2년간 윤 정부는 정적 죽이기에만 올인해 대한민국이 민생경제·남북관계·인구·민주주의 등 4대 위기에 처했다”며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정부발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대표에게 거꾸로 묻고 싶다. 이 대표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민주당이 민생·인구·민주주의를 위해 애쓴 일이 무엇인지 말이다. 국민의 기억에 남는 건 이 대표 방탄과 입법 폭주, 돈봉투 살포 같은 의원 비리 등 부정적인 일들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후 석 달 만에 국회의원, 두 달 뒤 당 대표까지 됐다. 전무후무한 일이다. 그가 이끄는 민주당은 하루도 빠짐없이 방탄국회를 열어 이 대표와 비리 혐의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을 줄줄이 부결시켰다. 또 양곡법·노란봉투법 등 문재인 정부도 손을 놓았던 쟁점 법안들을 잇따라 통과시켰다. 대통령의 재의 요구(거부권)가 불가피한 사정을 알면서도 입법 폭주를 강행한 것이다. ‘거부권 남발 대통령’이란 주홍글씨를 새기려는 의도가 뻔히 보였다.
이 대표가 통제한 민주당은 ‘영혼 소멸’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당내 민주주의도 후퇴했다. 토론이 사라지고 대표 한마디로 ‘당론’이 정해졌다. 이 대표 주변엔 ‘개딸’이란 강성 지지층이 진을 치고, 당론과 다른 의원들을 ‘수박’이라 욕하며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이들 비명계 의원은 등 떠밀리듯 당을 떠났고, 이 대표에게 예종하는 의원들만 남아 ‘이재명 사당(私黨)’화는 더욱 뚜렷해졌다. 총선이 70일 앞인 데도 민주당이 비례대표제 방식을 확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음 국회에서도 방탄이 절실한 이 대표가 다당제 촉진이란 대의와, 의석 확보란 사익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이 대표가 장악한 민주당은 도덕성도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했다. 돈봉투 살포 혐의로 기소된 윤관석 의원과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감사위원이 어제 1심에서 징역 2년과 1년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나 당에서 사과나 유감 표명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하기야 대표가 대장동·성남FC·대북송금 등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당을 방탄에 동원해 왔으니, 어떻게 소속 의원들의 죄를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겠는가.
물론 야당과의 협치를 거부한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어 타협의 정치 실종 원인을 이 대표에게만 묻기는 힘들다. 하지만 민주당의 위기와 도덕성 실종에는 이 대표의 책임이 크다. 민주당은 민주화에 기여한 60년 공당이었다. 누구보다 이 대표가 그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성찰을 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2-01 민주당 돈봉투 연루 의원 19명 신속 수사해 진상 밝히라
더불어민주당 의원 20명 이상이 연루됐다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매우 중대한 사건이다. 이들 중 상당수의 4월 총선 출마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진상 규명이 더욱 시급해졌다. 심지어 “총선 준비로 출석할 수 없다”며 검찰 소환에 불응해 수사가 지연되는 황당한 상황도 벌어졌다. 신속히 결백 여부를 가림으로써 유권자에게 올바른 판단 근거를 제시하는 게 정도임을 고려하면, 본말전도와 적반하장 행태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을 70일 앞둔 지난 31일 ‘300만 원 돈봉투 20개’ 살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관석 의원에게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재판장 김정곤)는 “당 대표 경선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저해하고, 선거의 불가매수성과 정당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으로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민주당 사무부총장 출신 인사의 다른 범죄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녹취록 등 증거도 충분하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의원 19명 명단’도 실명으로 제시했다. 이런데도 정치 탄압 운운하는 것은 혹세무민 선동일 뿐이다.
이번 판결로 범죄 혐의가 더 확고해진 만큼 연루 의원들에 대한 수사를 최대한 신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검찰은 최근 의원 7명에게 날짜가 적시된 출석 요구서를 발송했다고 한다. 2021년 4월 28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송영길 지지 모임에 참석해 ‘윤 의원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는 10명’ 중 이미 조사를 받은 이성만·임종성·허종식 의원을 뺀 인사들이다. 그동안 여러 의원을 상대로 출석일을 조율했지만, 계속 불응하자 우선 이들에 대해 정식 통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총선까지는 일정이 빡빡해 못 나간다” “다른 의원들이 안 나가는데 혼자 조사받기 어렵다” 등의 핑계를 댄다고 한다.
검찰은 연루 의원 전원에 대한 강제 수사라도 실시해 기소 여부를 하루빨리 결론 내려야 한다. 결백한 의원과 민주당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연루 의원들이 계속 불응하면 체포동의안 등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 법치 조롱을 막고,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도 도울 수 있다.
문화일보 사설
02.01 “1년만 유예해달라” 83만 영세 사업주 호소 외면하는 이유가 뭔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비롯한 전국 중소기업인과 영세 건설업자, 소상공인 3500여 명(주최측 추산)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모여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2024.01.31/이덕훈 기자
중소기업 대표, 영세 건설업자 등 3500여 명이 1월 31일 국회 본관 앞에 모여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적용을 유예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산재 예방 잘할 테니 사장 처벌 없애 달라’, ‘입법하는 의원님들 현장 한번 와서 봐라’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중소기업인들이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대규모로 모인 것은 “83만 명이 넘는 영세 사업주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위기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됐고, 유예기간 2년을 거쳐 지난 27일부터 5∼49인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됐다. 정부와 여당은 현장 준비가 너무 부족하다며 적용을 1년만이라도 유예하자고 제안했지만 야당은 거절했다. 이제 이들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것이다. 자신들이 이 법 적용 대상인지도 모르는 소상공인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사업장에서 일어난 사고와 사업주 사이의 인과관계가 불투명해도 사업주를 처벌하는 데다 처벌 규정도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다. 법률 전문가들이 이 법 시행을 유예해야할 뿐 아니라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알아보니 세계에도 없는 가장 강한 법”이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산업재해를 막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을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는 대형 사업장은 이미 2년째 시행 중이지만 산재 예방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영세업체 특성상 대표가 이 법 적용을 받으면 업체가 흔들리고 근로자들은 실직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법을 강행하면 영세 근로자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업체들이 “코로나에 이은 복합경제위기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조금만 유예해 달라고 호소하는데도 야당이 매몰차게 외면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조선일보 사설
02.02 재해법 유예 끝내 무산, 요구 다 수용하자 ‘그래도 안 된다’니

▲민주당이 1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개정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김성주 의원이 의총장 밖에서 피켓을 들고 있던 정의당 의원들과 노동계 인사들에게 부결됐다고 알리고 있다. /이덕훈 기자
민주당이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유예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산업안전청 설치’를 정부·여당이 수용했지만 민주당이 결국 협상안을 거부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충실하기로 했다”고 했다. 일자리가 있어야 근로자도 존재한다. 일자리가 없어지면 근로자 생계가 없어지는데, 거기에 무슨 근로자 생명과 안전이 있나.
근로자가 사망하면 사업주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시행 유예 조건으로 민주당은 산업안전청 설립과 산업재해 예방 예산 2조원 확보를 요구해왔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결국 이 조건을 다 받아들였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도 협상안 수용 가능성을 비쳤지만, 노동계를 의식한 일부 강경 의원의 반발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거부했다. 법 확대 시행 나흘 사이에 부산과 강원도의 영세 업체에서 근로자가 잇따라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처벌을 무조건 강화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산업재해를 막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세상 어느 사업주도 자기 사업장에서 사고가 나서 근로자가 다치거나 죽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에 따른 영업 부진 앞에서 연명하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7%가 중대재해처벌법에 준비돼 있지 않았고, 두 곳 중 한 곳은 안전 인력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경제 6단체가 “2년만 유예하면 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내놨지만 민주당은 외면했다.
영세 사업장 특성상 사업주가 구속되면 사업장이 문을 닫아야 한다. 결국 일자리가 없어지고 그 피해는 근로자들에게 갈 것이다. 이런 사업장이 전국에 83만여 곳이고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800만명에 이른다. 민주당 눈엔 노동계 표만 보이고 이들은 안 보이나.
조선일보 사설
02-02 중처법 유예 거부, 선거제 당원투표…무책임 극치 巨野
4년 전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현재 164석)했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폭주와 무책임이 극에 달하고 있다. 영세상공인들의 읍소에도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은 걷어차고, 시장 악순환으로 농민 피해와 정부 재정 부담을 키울 법안들은 밀어붙인다.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놓고 오락가락하더니 급기야 당원투표에 붙인다고 한다.
5∼50인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확대 적용을 유예하기 위한 개정안 처리를 1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산시킨 것은, 현장 사정을 무시한 납득하기 힘든 정치적 행패다. 민주당이 막판 조건으로 내걸었던 ‘산업안전청 설치’를 정부·여당이 수용해 타결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의원총회에서 강성 의원들 반발로 무산됐다. 노동계 반발에 휘둘려 절충안을 팽개친 것이다. 83만여 대상 업체의 87%가 준비도 안 됐다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800만 근로자의 일자리를 위기에 몰아넣었다. 같은 시각 중소상공인 3500여 명이 국회에 집결해 외친 절박한 호소도 소용없었다.
같은 날 농수산물가격안정법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은 농촌 표심을 노린 것이겠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이 역시 농민 피해만 키우는 무책임한 행태다. 농안법 개정안은 채소, 과일 등이 일정 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을 보상하는 것인데, 대상 품목 생산 쏠림으로 공급과잉이 나타나 다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의 경우, 가격 보전 기준을 정부가 정하도록 바꿨지만 과잉생산 부작용은 해소되지 않는다. 30조 원 규모의 폴란드 무기 수출 2차 계약 성사를 위해 필수인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 처리도 불발시켰다.
그러면서 선거제도 문제는 당원들에게 미뤘다. 모든 당원에게 카카오톡 링크를 보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 가운데 선택하는 모바일 투표를 실시한다고 한다. 병립형으로 방향을 튼 이재명 대표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지도자가 설득하고 매듭짓는 것이 신뢰와 책임 정치의 기본이다. 4년 더 이런 행태가 이어지면 나라가 얼마나 추락할지 예측하기도 두렵다.
문화일보 사설
02.02 이번엔 여야 철도 지하화 경쟁, 80조원 누가 대나

▲더불어민주당은 1일 도심 구간을 지나가는 지상철·GTX·도시철도 등을 모두 지하화하는 내용의 '철도 지하화' 총선 공약을 선보였다. 국민의힘 역시 전날 수원역~성균관역, 서울 영등포역~용산역, 대전역 인근 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양당 모두 필요한 재원 액수와 구체적인 마련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여야가 일제히 철도 지하화를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국민의힘이 경기 수원 등 일부 도심 철도 지하화를 공약하자 다음 날 민주당은 서울의 지하철 2·3·4·7·8호선을 비롯해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전국 모든 도시의 지상 철도를 예외 없이 지하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야 모두 기존 철도 부지를 주거·상업 용지 등으로 개발해 그 수익금으로 철도를 지하화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이 그렇게 쉬웠다면 왜 지금까지 안 됐겠나.
도시를 가로지르는 철도는 시민의 생활권이 단절되고 소음·분진 등 문제가 있다. 그래서 지하화하자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문제는 거기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이다. 역대 정부가 모두 철도 지하화를 검토했지만 결국 중단한 것도 막대한 비용 대비 효과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2013년 서울시 용역 결과에 따르면 서울 시내 지하철과 국철 지하화에만 최소 38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이마저도 10년 전 계산이다.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지금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비용이 들 것이다.
민주당은 철도 지하화에 1㎞당 약 4000억원, 전국적으로 총 80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시 1년 예산의 2배 가까운 돈이다. 민주당은 사업비 대부분을 민자 유치를 통해 조달하기 때문에 별도의 예산 투입은 없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 경우 그랬듯이 막상 사업이 시작되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법을 바꾸고 결국 부담을 국민 세금으로 떠넘길 가능성이 크다.
선거 때 여야가 정책 경쟁, 공약 경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합리적이어야 한다. 이쪽에서 ‘1′을 준다고 하면 저쪽에선 ‘2′를 준다고 맞받는다. 재원이 있는지, 경제성이 있는지 따위는 뒷전이다. 원수처럼 싸우다가 돌연 의기투합하는 ‘기적’도 일어난다. 최근 여야가 통과시킨 광주~대구 달빛 철도 건설법이 그 예다. 고속도로 일일 통행량이 전국 평균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구간에 예비 타당성 조사도 없이 8조원을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13조원이 든다는 가덕도 신공항도 선거가 낳은 공항이다. 그런 공항이 전국에 수두룩하다.
대규모 개발 계획은 나라의 미래를 생각해 장단점을 면밀히 따지고 시간을 두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하는 게 정상이다. 선거용으로 급조하면 국가 재정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개발 비용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선거철 여야의 개발 공약은 표를 얻기 위해 뒷감당 생각 없이 마구 던지는 포퓰리즘일 가능성이 높다. 유권자가 이를 심판해야 하는데 거꾸로 표를 던져주니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
조선일보 사설
02-02 ‘돈봉투 의원’수사 미적대선 안 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2021년 5월 전당대회에서 돈봉투 20개가 소속 의원들에게 뿌려진 것은 녹취록 등 여러 증거를 통해 확인됐다. 법원은 이와 관련해 윤관석 의원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돈봉투 사건의 수사와 재판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관련자들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돈봉투 수령자들에 대한 수사는 아직도 답보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이 이미 조사를 받았지만, 대다수 의원은 총선을 이유로 검찰 출석을 거부한다. 더욱이 민주당에서는 이들에 대해 공천 적격 판정을 내렸다.
법리적으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주장할 수 있고, 유죄의 확정판결이 없으므로 공천 부적격 결정이 어렵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증거가 명백한데 과연 국민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볼까? 민주당은 ‘검찰독재 심판’이라는 프레임으로 이 모든 문제를 덮고 선거에 승리할 수 있고, 선거에 승리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가?
이미 언론을 통해 명확한 증거들이 국민 앞에 공개된 상황에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성희롱 발언 등으로 출마를 포기했던 몇몇 후보자들과 매우 대조적이다. 국민이 이런 후보자들에게, 나아가 이런 후보자들을 공천하는 민주당에 표를 줄 것이라고 기대함은 국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이 검찰 수사의 문제다. 총선을 앞두고 바빠서 수사를 받지 못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의 말에 검찰이 총선 전 수사는 힘들겠다고 판단하는 것을 국민이 이해할까? 일반 국민이 취업 준비 때문에, 또는 생업에 바빠서 몇 달 동안 수사를 받지 못한다고 하면 검찰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수사 대상이 국회의원이고, 불체포특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수사를 총선 이후로 미루겠다는 말에 수긍할 국민을 찾긴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수사를 빨리 진행하고, 설령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검찰은 최선을 다해 수사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법 앞의 평등이 적어도 검찰에 의해 무시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종래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언하던 정당들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데도 적잖은 부담이 있을 것이다. 물론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더라도 이재명 대표처럼 법원의 영장심사에서 기각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 점들을 고려해서 수사를 미룬다는 것은 국민의 검찰에 대한 불신을 키울 뿐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적어도 초기에는) 국민의 공감을 얻었던 가장 큰 원인은 검찰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에 있었는데, 국회의원들을 특별 대우하는 수사에 대해 국민은 그 공정성을 의심할 것이다. 더욱이 그렇게 되면, 총선에서 수사 대상 국회의원들 중의 일부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에는 또 어떻게 수사할 것인지와 관련해 더욱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돈봉투 사건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정작 검찰의 수사는 뜨뜻미지근하게 보인다. 중대 사건인 만큼 단호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수사의 공정성을 국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일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02.03 위안부 할머니들 등친 윤미향씨가 국회서 벌이는 어이없는 소동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베트남전쟁 한국군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2.01. scchoo@newsis.com
대다수 여야 의원들이 총선에 정신이 없는 요즘 국회의사당에서 가장 많은 뉴스를 발신하는 사람이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다. 하나같이 국민을 대표한다는 사람이 주도했다고 믿기 어려운 소동들이다.
윤 의원은 1일 자신이 대표 발의한 ‘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피해 사건 특별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다른 의원들과 함께 개최했다. 60년 전 베트남에 파병됐던 우리 국군의 ‘성폭력, 학살’ 문제를 조사하자는 것이다. 그런 피해 여부에 대해 베트남 정부는 단 한 번도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는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나선 것이다. 베트남 참전 단체들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모욕하는 윤 의원에게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그 며칠 전 윤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선 친북 인사들이 “평화를 위해서라면 북한의 전쟁관도 수용” “북한의 전쟁은 정의의 전쟁관”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이 다시 남침해도 좋다는 것 아닌가. 윤 의원은 이런 황당한 발언을 제지하기는커녕 “윤석열 정부의 반북, 멸북 정책이 우리에게 걸림돌”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에 우리 정부를 ‘남조선 괴뢰 도당’이라고 부르는 일본 조총련 주최 간토 대지진 추모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시절 위안부 피해자 공금 횡령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윤 의원이 위안부 후원금을 자신의 요가 강습비 및 마사지 비용으로 지출하는 등 8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인정됐다. 위안부 운동을 해온 공로로 금배지를 달았는데 사실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해 왔던 것이다. 그런 윤 의원은 위안부 매춘 발언을 했던 류석춘 전 교수가 지난달 말 일부 무죄 판결을 받자 “피해자 삶을 부정하는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윤씨가 받은 형량은 의원직 상실에 해당한다. 2020년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그가 지금도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은 민주당 때문이다.심각하고 파렴치한 죄질로 볼 때 대법원의 법률심을 기다리지 말고 의원직을 박탈하자는 국민의힘 요구를 민주당이 수용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보통 사람의 양심이라면 윤 의원 자신이 스스로 사퇴했을 것이다. 그러나 윤 의원은 자신의 의원직을 지키며 민의의 전당을 무대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욕보이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도 국회 임기가 끝나는 5월 말까지 계속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2.05 李 대표 한 사람이 대한민국 선거제 결정한다니
민주당이 오는 4월 총선에 적용할 선거 제도에 대한 당론 결정권을 이재명 대표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포괄적 위임’이기 때문에 이 대표가 결정만 하면 추가로 의원총회나 당원 투표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결정된 선거제를 민주당이 밀어붙이면 의석수가 적은 국민의힘은 막을 방법이 없다. 선거제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제도이고 나라의 장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5200만 국민 중 단 한 사람, 이 대표가 며칠 만에 결정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상식 밖이고 비민주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 민주당과 이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현행 연동형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를 공약했다. 이 약속을 지키면 총선에서 친야 군소 정당 의석이 늘어나는 만큼 민주당 의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는 과거 방식으로 회귀해 실리를 챙기자는 쪽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현행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갈렸다. 이 대표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과거 회귀를 시사했다.
민주당은 공약 파기의 명분을 얻기 위해 전 당원 투표도 검토했다. 민주당이 과거 위성정당 창당,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 등 대국민 약속을 깰 때마다 동원했던 방식이다. 이번에도 같은 수를 쓰려고 한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거세지자 어쩔 수 없이 이 대표가 선거제를 단독 결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 대표가 공약을 지키겠다고 했으면 생기지도 않았을 일이다.
애초 문제가 많은 선거법을 만든 것이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공수처법 통과에 정의당 등 군소 정당의 협조를 받기 위해 멀쩡한 선거법을 뜯어고쳐 준연동형을 도입했다. 국회의원조차 이해하기 어렵고 국민은 알 필요가 없다는 이 제도는 ‘의원 꿔주기’며 사상 초유의 위성정당 창당 등 각종 꼼수 정치를 불렀다. 이를 고치지 않는다면 4년 전과 똑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 것이다. 민주당의 어정쩡한 태도로 선거법 논의가 표류하는 사이 전당대회 돈봉투 혐의로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옥중에서 ‘정치검찰해체당’을 창당했다. 입시 비리로 1심 유죄를 받은 조국 전 법무장관도 위성정당을 통한 정계 입문을 꿈꾸고 있다.
선거제도 때문에 국민이 겪은 모든 혼란은 민주당의 정략에서 비롯됐다. 4년 전 선거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정치를 희화화하더니 이제는 그걸 고치는 일까지 단 한 사람에게 일임했다. 민주당이 이러고도 민주를 말할 수 있는지, 국민 앞에 책임 있는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2.05 이재명의 ‘주판알 정치’에 휘둘리는 47석 비례제
권역별 병립형 속내는 ‘직할당’ 키우겠다는 것
떴다방 준연동형보단 권역별 병립형이 낫지만
私的 이익에 公的 제도 좌우되는 황당한 현실
비례제 결정 과정, 유권자들 똑똑히 기억할 것
우리나라 국회의원 비례대표제 창안자는 사실상 박정희였다. 5·16 이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앞으로의 선거 제도엔 비례대표제의 장점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1963년 6대 총선 때 정당정치 강화를 명분으로 무소속 출마는 아예 봉쇄되고 비례제가 처음 도입되는 계기였다. 비례 의석은 44석이었는데, 지역구 1당에 ‘2분의 1’ 이상을 보장하는 방식이었다.
이처럼 ‘한국적 비례제’는 태어날 때부터 기형적이었다. 다만 5·16 세력은 제1야당도 ‘3분의 1’은 챙길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윤보선의 민정당은 지역구 26석에 그쳤는데도 비례 14석을 챙겼다. 그러자 7대 총선에선 ‘2분의 1’ ‘3분의 1’ 특례가 다 폐지됐다.
이후 1970년대 유정회 암흑기를 거쳤고, 전두환 시절 비례제가 부활했지만 지역구 1당에 통 크게 비례 ‘3분의 2’를 몰아줬다. 그러다 1985년 신민당 돌풍을 계기로 여당이 무조건 지역구 1당이 될 것이란 확신이 없어지자 ‘3분의 2’는 ‘2분의 1’로 바뀌었고, 민주화를 거치며 1당 특례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훨씬 더 복잡하고 숨은 스토리가 많지만 권위주의 정권 시절 우리 비례대표 역사는 한마디로 집권 여당에 대한 ‘보너스 의석’을 어느 규모로 할 것이냐의 게임이었다.
87년 체제 이후 비례제 배분 방식은 ‘지역구 의석수’ ‘지역구 득표율’ ‘정당 득표율’ 등 한발 한발 진화(進化)의 길을 걸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제외한 채 ‘준연동형 비례제’로 게임의 룰을 일방적으로 바꾸기 전까지는 말이다.
준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이 많으면 비례 의석은 손해 보는 구조다. 그런 혁명적 방안을 제1야당과의 합의도 없이 강행했으니 선거법 협상에서 물먹은 현재의 국민의힘 측이 위성정당을 만든 것은 예견된 결과였다. 문제는 민주당까지 위성정당을 따라 만드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문턱을 낮춰 다당제를 구현한다는 ‘아름다운 이상’은 온데간데없고 전대미문의 위성정당, 떴다방 정치 같은 ‘추악한 퇴행’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올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준연동형을 폐기하고 지역구 의석에 연동되지 않는 ‘권역별 병립형’을 도입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며 몇 달째 여론 눈치를 살피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다당제를 위한 선거 개혁, 비례제 강화는 평생의 꿈” 등의 말을 쏟아내며 위성정당을 금지하는 준연동형을 공약해 놓고 이를 뒤집으려니 논리가 군색한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이 대표의 병립형 회귀를 위한 전 당원 투표 움직임에 대해 준연동형을 지지하는 측은 무신불립(無信不立) 소탐대실(小貪大失)을 지적한다. 맞는 말이나 이 대표 머릿속에선 전혀 다른 차원의 셈법이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범야권 내 주도권 다툼이다. ‘준연동형파’는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승부를 펼치고, 비례는 위성정당이 됐든 자매정당이 됐든 이른바 범진보비례연합 플랫폼으로 치르자는 거다. 조국과 유시민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이 대표는 왜 병립형 쪽으로 기우는 걸까. 사법 리스크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 밖의, 통제 밖의 범진보 연합 세력은 언제든 우군이 아니라 적군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 아닐까. 어차피 욕먹을 거 대놓고 위성정당을 만드는 방안도 있지만 누구를 대리인으로 내세울지, 2020년 총선 때 당시 야당에서 있었던 ‘한선교의 반란’ 같은 사태는 없을지도 고민일 것 같다. 그러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자신이 직접 공천까지 통제할 수 있는 ‘직할당’으로 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물론 제3지대 신당 견제라는 목적은 국민의힘과 이심전심일 것이란 생각도 하고 있을 듯하다.
현재로선 이 대표가 소수 정당 배려 조항 가미 등의 명분을 붙이는 방식으로 권역별 병립형을 택할 공산이 크다. 개인적으론 위성정당, 떴다방 정당 난립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권역별 병립형만 제대로 운용해도 지역 구도 해소 등 정치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고 한국적 비례제는 또 한발 진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분명한 건 47석 비례 의원 선출 방식이란 공적(公的) 제도가 이 대표의 사적(私的) 이익에 좌우되는 상황 자체가 비정상이란 점이다. 바로 그때문에 이 대표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실기했다고 본다. 멋지게 지는 길도, 추하게 이기는 길도…. 비례제의 방식이나 복잡한 계산 방식까진 몰라도 이 대표의 주판알 정치에 장기간 휘둘리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국민도 똑똑히 보고 있을 테니.
정용관 논설실장 yongari@donga.com
02-05 엉터리 선거법 유지한 채 ‘더 나쁜 위성정당’ 선언한 李
압도적 다수 의석으로 선거 관련 법안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5일 비례대표 배분 방식으로 현행 ‘준연동형’ 유지를 선언했다. 돌고 돌다 결국 4년 전으로 퇴행한 것도 모자라, 이번엔 대놓고 위성정당 창당까지 공언했다. ‘그나마 정직한’ 민주당의 위성정당도 아닌 ‘통합형’ 위성정당 방침을 밝힘으로써 4년 전보다 더 심각한 꼼수 야합의 길도 열어놨다.
총선을 65일 앞둔 이날 이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했다. 한때 병립형 회귀와 전 당원 투표 등을 검토했지만, 당 안팎에서 비난이 일자 현행 유지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면서 모든 책임을 여당 탓으로 돌렸다. “여당이 위성정당금지법을 거부했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반대했다”면서 “여당의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이 없어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적반하장이자 사실 왜곡이다. 애초 위성정당 금지와 연동형 유지는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이다. 여당이 위성정당 금지가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 하에 준연동형 유지를 가정해 준비한 것을 기정사실로 몰며 핑계로 삼는 것은 얄팍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도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했다가 연동형 유지, 권역별 병립형 등 득실을 따지느라 갈팡질팡한 당사자는 이 대표다.
이 대표가 밝힌 비례연합정당은 ‘금배지 거래’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비례대표 당선이 보장되면 지역구에서 민주당 지지 운동을 하겠다는 담합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은 정상적으로 원내에 진입하기 힘든 인사들의 우회로 성격이 강했다.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 김의겸, 조국 전 장관 아들과 관련 의원직을 상실한 최강욱,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윤미향 등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혐의로 구속된 송영길 전 대표, 입시 비리로 1심 유죄를 받은 조 전 장관 등도 위성정당을 통해 의원직을 노릴 수 있다. 이제 국민의 냉철한 판단만이 남았다.
문화일보 사설
02-05 선거제 탈선과 巨野 ‘입법 폭정’ 4년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前 한국선거학회 회장
국회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한국갤럽 조사(22∼24일)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금까지 제21대 국회의 역할에 대해 13%가 ‘잘했다’, 80%는 ‘잘못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전국지표조사(NBS)(4∼6일)의 국가기관별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는 15%로 최하위였다.
이는 여야 모두의 책임이지만, 국회 권력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절대적으로 크다. 민주당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2년 유예하는 중재안을 무산시켰다. 83만 명이 넘는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예비범법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절박한 호소를 외면한 것이다. 민주당이 4·10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 눈치보기’에 급급한 탓이다. 그러면서 주택법·수출입은행법 개정안 등 민생과 국가 기간산업에 필수인 법안들을 외면했다.
총선을 65일 앞둔 시점까지도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고 있다. 후보자도 어느 선거구에 출마할지 모르는 ‘깜깜이’ 상태다. 사실상 결정권을 가진 거대 야당 민주당이 머리를 굴리기 때문이다. 무책임한 정치의 극치이고 국민 주권 행사를 방해하는 월권행위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지역구 당선자가 많을수록 비례 당선자는 줄어드는 현행 연동형 선거제를 유지할지, 지역구와 비례를 각각 따로 뽑던 과거의 병립형 선거제로 되돌릴지를 두고 득실을 저울질해왔다.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당 지도부는 선거제와 관련해 당의 입장을 정하는 권한을 이재명 대표에게 위임했다. 이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사당화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등에서 여야가 함께 논의했던 협상을 깡그리 무시하는 반민주적 행태다. 그래놓고 이 대표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때 ‘전 당원 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참담한 야바위 발상이다. 이미 이 대표는 여러 이유 때문에 병립형 회귀를 시사해왔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내놓은 총선 공약에 들어갈 예산 및 사업비만 총 120조 원이 훨씬 넘는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아기가 태어나기만 하면 목돈을 분할 지급하고 대학 교육비까지 지원해주는 ‘출생 기본소득’을 제시했다. 가히 ‘기본소득 중독증’에 걸렸다 할 수 있다. 민주당이 구체적인 재원 대책도 없이 선거에서 표만 얻기 위해 ‘일단 지르고 보자’ 식으로 내놓는 포퓰리즘 입법과 공약은 국가 재정을 도탄에 빠뜨릴 위험한 발상이다.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은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입법부의 폭정이야말로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선거의 본질적인 기능은 심판이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 집권 2년이 끝나는 시점에 치러지므로 정권심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총선에서는 정권심판 못잖게 지난 4년간 국회를 지배한 세력에 대한 심판도 중요하다. 민주당이 민생 법안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특정 계층만을 위한 포퓰리즘 입법을 양산하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막기 위한 방탄 국회를 자행하고, 국회 권력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면서 폭정과 횡포를 일삼은 데 대해서도 심판받아야 한다. 이번 4월 총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국회 권력의 교체 여부이다.

문화일보
02.06 한 정당, 한 사람이 국가 선거제도 결정, 군사정권과 뭐 다른가
민주당이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결정한 것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또 한번 큰 오점을 남긴 심각한 사태다. 선거제도는 국민의 대표를 어떤 방식으로 뽑을지 결정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 근간이 되는 제도이고, 나라의 미래에도 큰 영향을 준다.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라면 여야가 합의로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고, 1980년대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도 대부분 그렇게 해왔다. 그런데 그 중요한 일을 한 정당이 마음대로 결정했다. 축구 경기의 규칙을 어느 한 팀이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다. 그것도 어느 한 사람이 결정했다. 군사독재와 본질적으로 다른 게 뭔가.
이재명 대표는 5일 4월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고 범야권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갈팡질팡하다 이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했는데, 이 대표가 현행 유지를 택한 것이다. 준연동형 운운하는 말들을 국민 대부분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난수표 같은 제도를 국민 앞에 들이밀며 ‘제대로 알 필요가 없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반발했지만, 민주당이 밀어붙이면 막을 방법이 없다. 이번 총선도 여야 모두 위성정당을 만들고, 기호 앞 번호를 받기 위해 ‘의원 꿔주기’를 하는 등 꼼수 난장판이 벌어질 것이다.
위성정당이 만들어지면 민주당이 낸 후보인데 민주당 소속은 아니다. 대국민 공개 사기극이나 다를 바 없다. 이 대표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함세웅·이부영 등 야권 원로와 정의당·기본소득당 등 군소 정당이 한목소리로 범야권 비례위성정당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래야 이들이 의석 몇 개라도 건진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4일 만난 문재인 전 대통령도 같은 주문을 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민주당 밖 범야권에 국회 의석 몇 개를 주는 대가로 자신에 대한 대선 지지를 산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을 만든 모든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지금의 누더기 선거법이 탄생한 것도, 4년이 지나도 고치지 못하고 다시 똑같은 선거를 해야 하는 것도, 이런 과정을 이 대표 단 한 사람이 결정하게 한 것도 모두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4년 전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사건을 비롯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 문재인 정부의 비리 의혹이 하나둘 드러나자 검찰권을 약화시키기 위해 공수처를 만들려고 했다. 이게 여의치 않자 정의당 등 군소 정당을 표결에 끌어들여야 했고, 그들의 협조를 얻는 대가로 멀쩡한 선거법을 뜯어고쳐 준연동형을 도입했다.
그 결과 21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국 전 장관 아들의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써 준 최강욱 전 의원,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횡령 혐의로 재판 중인 윤미향 의원, 청담동 술자리 가짜 뉴스를 퍼트린 김의겸 의원 등이 모두 민주당의 위성정당 출신들이다.
여야는 모두 지난 총선의 위성정당을 반성하고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표도 지난 대선 때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이 대표는 이 공약도 어겼다. 이 대표는 평소 정의로운 말을 하다가도 막상 자기 일로 닥치면 바뀐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두 번이나 약속했지만, 자신이 구속당할 처지가 되자 뒤집었다. 이 대표는 위성정당도 경기지사 때는 반대했지만 당대표가 되자 다시 만들겠다고 한다. 4년 전 이 대표는 “상대의 위성정당 꼼수에 대응해 같은 꼼수를 쓴다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은 지금의 자신에게 한 것이었다.
조선일보 사설
02.06 또 고삐 풀린 위성정당, 선거제 정치권에만 맡길 일인가
선거구 획정도 제자리, 중립적 제3 기구 결정 검토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방식과 관련해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며 현행 준연동형 유지를 공식화했다. 범야권 위성정당 추진 방침도 밝혔다. 위성정당 금지라는 대선 공약을 번복한 것은 물론 위성정당의 문을 더 활짝 열어놓았다. 선거제 당론 결정권을 위임받았다는 다수당 대표의 입장 표명에 따라 두 달여 남은 4·10 총선은 문제투성이인 채 치러질 상황이 됐다.
준연동형은 지난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군소 정당과 손잡고 강행 처리했던 제도다. 비례성·대표성 강화가 명분이었지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처리를 위한 거래와 합작이었다는 비판이 컸다. 야당이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배제됐고,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의석 계산법이 복잡해졌다. 특히 지역구 의석이 많을수록 비례 의석을 적게 주도록 설계되자 거대 양당을 막론하고 비례만을 노린 위성정당이 난립했다. 그 틈에 김의겸·윤미향 의원과 최강욱 전 의원 등 문제적 인사들이 등원했다. 이번에도 후진적 상황이 재연될 게 뻔하다. 야당 일각에선 “(야권연대를 위해) 비례정당 앞 순번은 소수 정당에 주고, 뒤 순번은 민주당 후보를 배치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터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나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도 같은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할 길이 트인다. 군소 정당을 아우르는 연합정치가 거론되지만, 정책·비전 없는 ‘헤쳐모여’는 꼼수이자 야합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
무엇보다 국민적 의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할 선거제가 다수 야당, 그것도 대표 1인이 급작스레 결정한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운 참사다.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는 항변과 달리 민주당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혼선을 거듭해 왔다. 결국 친명계 지도부가 ‘전 당원 투표’ 뒤에 숨어 병립형 회귀를 관철하려다 반발에 부닥치자 대표 한 사람에게 떠맡긴 초유의 비민주적 방식을 택한 것이다. 병립형 회귀만을 고수해 온 여당의 책임도 작지 않다.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 창당에 먼저 뛰어든 것도 국민의힘 쪽이었다. 선거제가 누더기로 전락한 데 대한 야당 비난에만 골몰했지 선거제 개선에 진지하게 임했는지는 모두 자성이 필요하다.
선거구 획정 또한 제자리다. 이마저도 시간에 쫓겨 나눠먹기로 흐를 공산이 크다. 유권자의 알 권리는 침해되고 예비 후보의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대로는 선거제·선거구 논란이 매번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경기의 규칙을 선수가 직접 만드는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 더는 이해당사자인 국회에만 맡겨 둘 일이 아니다. 차제에 의원 정수와 세비 문제까지 중립적이며 합리적인 시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제3의 기구가 숙의, 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중앙일보 사설
02-06 거짓투성이인 이재명 “準위성정당”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총선을 불과 65일 남겨둔 어제 비례대표 선거 규칙이 결정됐다. 그것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인에 의해서다. 이 대표는 광주 5·18묘역을 찾은 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민주당이 병립형과 준연동형 비례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결국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기 위해 위성정당을 만들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대표가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사과하고 ‘위성정당 금지’를 공약했으며, 최근까지도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강하게 시사했다는 점이다.
이를 의식한 이 대표는 광주 회견에서 ‘준(準)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됐다면서 사과했다. 한데 그 사과 이유가 걸작이다. 그는 “위성정당을 금지시키라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민주당은 위성정당 금지 입법에 노력했지만, 여당 반대로 실패”했고, “거대 양당 한쪽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패배를 각오하지 않는 한 다른 쪽도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 칼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게 무슨 궤변인가.
이 대표와 민주당이 정말 위성정당 방지를 위해 선거법 개정 노력을 했는가. 준연동형 비례제는 지난 총선 직전, 유권자의 표심을 더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며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 정당과의 합의로 채택한 것이다. 그러나 표심 반영이나 다당제는 표면적 이유에 불과했고, 당시 민주당이 국회 운영 과정에서 군소 정당의 협조가 절실했고, 군소 정당은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의석 확보에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출현 가능성을 경고하며 끝내 반대했지만,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의 단독 처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제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3분의 2에 가까운 우위를 점했고, 이에 따라 회기 내내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국민의힘 반대로 처리하지 못한 적이 없다. 이로 미뤄 민주당이 진정으로 위성정당 금지 입법에 노력했다면 국민의힘의 반대는 문제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진실은, 병립형과 준연동형 중 어느 게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 유리한지를 두고 며칠 전까지도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던 이 대표가 이 시점에 준연동형으로 돌아선 이유는 뭘까.
지난 2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3시간에 걸친 집중 토론에서도 결정짓지 못했던 이 사안을 이 대표가 하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직후 결론 내린 걸 보면 두 사람의 대화에 그 해답이 있다. 즉, 두 사람은 차기 대선 승리는 현 이 대표 지지 세력만으론 어렵고 범야권과 제3세력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총선을 넘어 대선에서의 집권을 위한 포석으로 야권 통합의 기반을 마련하려면 준연동형 비례제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 대표가 ‘통합’위성정당이라며 ‘통합’이란 수식어에 방점을 찍은 이유다.
우스운 일은, 이 대표가 자신이 추진하는 것은 위성정당이 아니라 ‘준’위성정당이라고 강변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만드는 위성정당은 강도가 든 도끼이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통합’위성정당은 그 도끼에 맞서 방어하려는 준위성정당이라는 궤변이다. 결국, 이 대표는 준연동형 비례제 선택의 과정과 이유에 대해 또 거짓말을 했다.

문화일보
02-07 李 놔두고 ‘尹정부 탄생 책임자’ 출마 말라는 野 요지경
정당이 어떤 인사를 공천할 것인지는 스스로 정한 기준을 따르면 그만이다. 외부에서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다. 다만, 정당 활동의 민주성 원칙(헌법 제8조)을 충족해야 한다. 특정인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하거나, 그런 예외를 위해 규정을 자의적으로 만들고 적용한다면 공당이라고 하기 힘들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윤석열 정부 탄생 책임자’ 공천 배제 논란은 당내 문제로만 치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런 원칙에서 일탈한 블랙코미디로 비친다. 가장 큰 책임자가 이재명 대표이기 때문이다.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6일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 원인을 제공한 분들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노영민, 통일부 장관이었던 이인영 등 친문 인사들에게 사실상 출마하지 말라고 통보한 셈이다. 임 전 비서실장은 “대선 패배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이 대표도 대선 패배 뒤 “민주당의 패배가 아니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대표의 대선 패배에는 수많은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가장 큰 책임은 후보자 본인에게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 대표는 과거 ‘윤석열 검사 같은 사람을 검찰총장 시키고 싶다’고 했던 적도 있다.
당내에서조차 ‘그런 기준이라면 이 대표부터 불출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더 황당한 일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두 비서실장이 정치적 양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거들고 나선 것이다. 최근 회동 때 문 전 대통령은 “친명과 친문은 하나, 명·문 정당”이라고 했고, 이 대표도 “용광로처럼 갈등을 녹여내 단결할 것”이라고 했는데, 모두 식언이 되는 셈이다.
임 위원장은 애초 성범죄·음주운전·직장 갑질·학교 폭력 등을 혐오 범죄로 꼽아 도덕성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했으나, 본심사 기준에선 음주운전이 빠졌다.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이 대표를 배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상하지 않다. 이런 자가당착과 궤변은 야당 불신을 넘어 정치 불신까지 심화한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문화일보 사설
02.07 ‘떴다방’ 위성 정당 난립, 50㎝ 넘는 투표용지 나올 수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4.15 총선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50cm 자와 함께 들어보이고 있다.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은 35곳으로 투표용지가 48.1cm에 이른다./뉴스1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고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떴다방’식 정당 난립이 재현될 전망이다. 과거 병립형제로 총선을 치렀을 때 비례대표 후보만 낸 정당은 2012년 3개, 2016년 4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준연동형제가 도입된 2020년엔 비례 전문당이 20개로 급증했다. 당시 급조된 정당이 많아 투표용지가 역대 최장인 48cm를 기록했는데 이번에는 50cm가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는 양대 정당에서 탈당했거나 양당에서 공천받기 어려운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비례 정당 창당 의지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때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로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옥중에서 ‘정치검찰해체당’을 만들었다. 감찰 무마 및 입시 비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리셋코리아행동’을 만들었는데 지역구 당선이 여의치 않을 경우 비례대표 정당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 정당들도 민주당이 제안한 범야 위성정당에서 확실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독자 행동에 나설 것이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 숱한 논란을 일으킨 ‘윤미향·김의겸·최강욱’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선거 때 의석만을 노리고 떴다방식으로 뭉쳤다가 해산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야바위에 가깝다. 민주당 의원들도 이 위성정당의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상희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75명은 ‘위성정당 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5일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하자 민주당 의원총회는 만장일치로 이를 추인했다. 최소한의 염치도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02-07 ‘대권 도전’ 질문에 한동훈 “4·10 이후 제 인생 꼬이지 않겠나…죽을 길 알면서 나온 것”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해 “4월 10일 이후 제 인생이 꼬이지 않겠나. 이기든 지든. 저는 그것을 알고 나왔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총선 결과가 만족할만한 수준이 되고 기회가 되면 차기 대선에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이어 그는 “그렇기 때문에 그 이후는 정말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그때 인생은 그때 생각해 보겠다”며 “인생 자체가 마음대로 안 되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존을 넓혀놔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어서 좁은 의미의 정치를 안 해본 사람을 갑자기 당 대표로 불러올린 것”이라며 “그만큼 이번 총선 승리가 절실하니까 어찌 보면 제가 죽을 길인 걸 알면서도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에서 생각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그만큼 총선에 집중할 것이고 그 외의 것은 정말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그 외의 것을 생각한다면 그 승리에 방해될 것”이라며 “그 이후 제 그림이 어떨 것인지에 대한 것은 제 머릿속에 없다”고 거듭 밝혔다.
‘대권 도전’ 질문에 한동훈 “4·10 이후 제 인생 꼬이지 않겠나…죽을 길 알면서 나온 것”
문화일보 곽선미
02.08 반민주 반개혁 반진보 세력이 이름은 ‘민주·개혁·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준연동형제 유지 결정에 따라 만들어질 위성정당 총괄 기구로 가칭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을 만들기로 했다. 이재명 대표가 5일 “통합형 비례 정당을 준비하겠다”고 발표한 후, 후속 조치에 착수한 것이다. 민주당이 민주주의를 허무는 가짜 개혁으로 나라를 퇴보시키는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총괄 기구를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으로 부르는 것은 국민을 현혹시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선거제로 논쟁을 벌이던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 한 명의 뜻대로 위성정당 창당이 결정되자 만장일치로 이를 추인했다. 민주당 의원 중 106명은 “당대표께서 최종적인 고뇌의 결단을 내렸다”는 낯뜨거운 성명도 발표했다. 민주당은 2022년 이 대표가 당을 이끌면서부터 1인 정당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비주류에서 당의 주류를 비판하면 ‘수박’으로 비난받는 것은 물론 반명 의원의 생명을 위협하는 현수막이 등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국회 제1당으로 활동하면서 단 한 번도 개혁적인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이 대표가 대선 공약을 깨고 군소 정당과 비례 의석을 나눠 먹기 위해 위성정당을 다시 만들기로 한 것은 반(反)개혁의 대표적 사례다.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은 여러 차례 국민을 우롱하는 ‘쇼’로 끝나고 말았다. 국회의원들이 여러가지 특권과 특혜를 누리고 매년 받는 세비와 수당이 1억5000만원이 넘지만 이를 개혁하기 위해 나서지 않았다.
민주당은 말로는 인권과 정의를 내세우며 진보를 자처하나 김정은 치하에서 노예처럼 생활하는 북한 주민은 모른 척한다. 북한인권재단은 민주당이 이사를 추천하지 않아 8년째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중국의 탈북자 북송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기권하기도 했다. 앞으로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은 의원 꿔주기 등 여러가지 꼼수를 부릴 텐데 이를 ‘민주’ ‘개혁’ ‘진보’라고 포장하는 것은 국민 기만행위다.
조선일보 사설
02.09 대선 낙선 측이 “대선 패배 책임지라” 남 탓 한다니
민주당에서 문재인 정권 핵심 관계자들에게는 공천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정권을 넘겨준 원인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대선 패배 책임론’이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현 정권 탄생에 기여한 분들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운을 뗀 데 이어, 친명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7일 라디오 방송에서 “문재인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것 아니냐. 핵심적 역할을 했던 분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하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 추미애 전 법무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에 책임을 져야 할 임종석, 노영민 전 비서실장들은 총선 출마 준비 대신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했다. 7일 한 언론은 친명 지도부가 임종석 출마 불가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당내 흐름에 대해 문재인 청와대에서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뺄셈 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같은 당 내에서도 갈등과 ‘정치’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 경우는 다르다. 지난 대선 때 당 후보로 나서 패배한 사람들이 대선 과정에 밀려나 있던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라’는 것은 적반하장과 본말전도의 느낌을 준다. 대선 당시 상대편이었던 국민의힘 진영은 여러 악재가 겹치는 가운데 후보와 당대표 간의 분열까지 겹치면서 자멸 위기를 맞았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대장동 및 백현동 개발 특혜, 경기도 법인 카드 유용, 수십억 변호사비 대납, 대법관 재판 거래 등 선거 기간 줄줄이 쏟아져 나온 이재명 후보의 의혹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대선에 낙선한 이 대표는 낙선 몇 달도 안 돼 국회의원이 되고, 곧 이어 당대표가 됐다. 낙선 책임을 전혀 지지 않은 것이다. 그 후엔 쉬지 않고 방탄 국회를 열면서 입법 폭주를 거듭했다. 이랬던 사람들이 대선에 관여하지도 않은 다른 사람들에게 “대선 패배 책임지라”고 하니 사리에 맞지 않는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식 밖 행태로 핍박해 도리어 정치적으로 키워 준 추미애 전 장관이 남 탓 손가락질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희한한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02.13 급하게 뭉친 제3지대 신당, 제각각 정책으로 국민 설득되겠나

▲이낙연(왼쪽)·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제1차 개혁신당 임시 지도부 회의'에서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제3지대 4개 정치세력이 합당을 선언해 '빅텐트'를 꾸린 지 이틀 만에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정식 지도부 구성과 공천관리위원장 인선 문제 및 합당 대회 일정 등에 대해 논의 할 것으로 관측된다. 2024.2.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기존 정당에서 갈라져 나온 4개 세력이 전격 합당을 선언했다. 당명은 ‘개혁신당’으로 하고 이낙연, 이준석 두 사람이 공동 대표를 맡기로 했다. 양대 정당에 실망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제3지대 신당이 대안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문제는 이들의 합당이 공통의 정책이나 이념·가치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혁신당은 ‘반(反)윤석열’ ‘반(反)이재명’ 외에는 어떤 공통점도 찾기 힘들다. 대북 정책과 외교안보, 경제·복지 원칙 등에서 180도 다른 이들이 모인 것이어서 총선용으로 급조한 선거공학의 산물이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준석 대표는 이낙연 대표가 초대 총리를 맡았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준석 대표는 서해 공무원 사건이 문재인 정부의 ‘월북 공작’이라며 “민주당이 내세우는 거짓 평화”를 비판했지만 이낙연 대표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승인한 안보적 결정을 아무 근거 없이 번복하고 공직자를 구속했다”고 반발했다. 문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에 대해 이낙연 대표는 “절대다수 국민이 위안부 합의를 안 받아들인다”며 옹호했지만, 이준석 대표는 문 정부가 한일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며 비판했다.
경제·복지 정책에서도 이준석 대표는 국가 재정을 고려해가며 ‘공정한 경쟁’에 초점을 맞춰 기회의 평등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반면 이낙연 대표는 지난 대선 후보 출마 당시 “(국가가)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최저소득 보장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며 ‘큰 정부’에 초점을 뒀다.
20~30대 젊은 남성층을 주력 지지 기반으로 하는 이준석 대표가 도시철도 무임승차제 폐지를 발표했지만, 이낙연 대표는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4개 세력 중 일부는 ‘병역 남녀 평등’을 주장하지만 다른 세력들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한다. 이처럼 다른 입장을 하나의 정책과 선거 공약으로 묶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 정치사에선 정강·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로 분당하거나 해체된 정당이 많았다. 개혁신당이 총선용 급조 정당의 오명을 벗으려면 각종 현안에 대해 조율된 입장과 명확한 정강·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2.13 900쪽짜리 ‘트럼프 공약집’

▲2023년 8월 14일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한 박람회에서 한 여성이 프로젝트 2025 부채를 들고 있다./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에 탄력이 붙을수록 ‘트럼프 2기’가 궁금한 사람들이 밑줄 쳐가며 읽는 보고서가 있다. 헤리티지재단을 중심으로 80여 보수 단체가 뭉친 ‘프로젝트 2025′가 지난해 출간한 ‘보수의 약속’이다. 900쪽짜리 공약집은 보수 정부가 들어설 경우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데이원’부터 할 일과 분야별로 정부 부처가 추진할 과제를 상술했다. 트럼프 캠프가 공식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1기 때 고위 관료와 측근들 다수가 집필에 참여해 사실상의 ‘트럼프 공약집’으로 통한다.
막후에서 보수의 어젠다를 고민하고 이를 공약으로 만들어 차기 지도자에 들이민 건 미국 보수의 유구한 전통이다.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라 불린 80년대 경제 전성기도 이런 토대 위에서 가능했고, 1994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50년 만에 상·하원을 싹쓸이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학자·사상가 400여 명이 재능 기부를 통해 청운(靑雲)의 꿈을 가진 이들을 교육하고 있다. 내용은 개인의 자유나 자치 같은 거창한 보수 이념부터 정부의 구매·조달, 언론 대응법까지 거의 모든 것을 망라한다. “임기 첫날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즉시 전력’을 양성해 트럼프 1기의 혼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기가 느껴졌다.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 예산 약 300억원 중 대부분을 뜻있는 보수 시민들이 십시일반 보낸 기부금을 모아 조성했다. 대통령의 권한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했고 일부 내용은 이른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 불리는 극단적 지지자들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정책을 수용하겠다면 도울 것”이라 말할 정도로 진심이었다. 대선 캠페인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보수의 미래를 생각해 사과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여기 있었다.
양복 안쪽 주머니에 헌법 전문(全文)이 실린 핸드북을 항상 넣고 다닌다는 총괄 책임자가 수화기 넘어 1시간 동안 열변을 토하는 걸 들으며 한국 보수가 겹쳐 보였다. 여당은 2년 전 외부에서 들어온 대선 후보의 개인기에 의존해 대선을 치른 데 이어 이번 총선도 새 얼굴로 맞이한다. 비대위와 공관위에 포진한 외부 인사 면면을 보면 선망받는 커리어를 쌓아왔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과거 보수 정당에 어떤 기여를 했고 보수의 미래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해왔는지 알기 어렵다. 이렇게 된 건 보수의 리더들이 양지(陽地)를 좇기 바빠 후학 양성은 소홀했기 때문이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과거 ‘20년 집권론’을 말해 지금까지도 비판을 받고 있지만 보수 정당에선 그런 큰 그림을 구상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 결과 이번에도 선거 석 달을 앞두고 새 간판을 급조했고 높으신 분들은 양지에서, 청년들은 험지에서 뛰고 있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02.14 “독립운동가가 돈봉투 받고 룸살롱 가나?”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민의힘의 ‘운동권 청산론’에 대해 “독립운동가들을 폄하했던 친일파들의 논리와 똑같다”고 했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독립운동가들이 돈봉투 돌리고, 룸살롱 가느냐”고 했다. 상대 당 말이긴 하지만 한 위원장의 언급은 운동권 문제의 핵심을 짚고 있다. 홍익표 대표는 “운동권보다 검찰이 룸살롱 더 많이 갔다”고 했지만, 이런 식이 아닌 제대로 된 답을 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운동권이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쟁취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에 따르는 영화를 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어야 한다. 운동권 일부는 정치권에 진출해 무려 30년 넘게 권력을 누리고 있다. 군사독재도 이렇게 긴 기간 정치를 독점하지 못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라느니만 못하다. 적정 수명을 넘긴 운동권 권력은 선거 제도 일방 결정, 위성 정당 창당, 위장 탈당 등 온갖 꼼수를 동원해 입법 폭주를 했다. 민주화 세력이라면서 반민주 행태는 다 하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운동권 부모와 자녀에게 특혜를 주는 법까지 단독 처리했다. 청와대 권력을 이용해 선거에 개입하고 국가 통계를 조작했다. ‘정의’라는 이름을 걸고 위안부 할머니 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인권을 강조하더니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르고, 그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다.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인권에는 아예 눈을 감았다. 대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게는 무조건적 호의를 보인다. 젊을 땐 노인을 비하하더니 자신이 60대가 되자 50대 장관을 ‘어린 ×’ ‘건방진 ×’이라고 한다. 돈봉투 전당대회, 5·18 광주 룸살롱 사건 등도 모두 운동권이 저지른 일이다. 이런 사람들이 자기들을 ‘독립운동가’에 비유한다면 누가 납득하겠나.
운동권 출신이기 때문에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운동권 출신 중에도 바른 처신으로 여전히 국민의 존경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운동권 출신임을 내세워 권력을 잡고 이를 누리며 정치와 나라에 해악이 된 사람들은 이제는 퇴장해야 한다는 것이 적지 않은 국민의 생각이다. ‘독립운동가’ 논란은 운동권 청산론의 당위성만 더 부각했다.
조선일보 사설
02-14 반미·종북·괴담 세력과 ‘연합 공천’ 합의한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이 ‘국회의원 부적격’ 인사들의 의원직 쟁취 수단으로 악용될 개연성이 커졌다. 자력으로 당선되기 힘든 반미·종북·괴담 세력과 시위·선동꾼 등에게 국회 진출 우회로를 열어주려 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민주당이 그런 세력과 정책과 지역구 공천에서도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집권을 노리는 정당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무책임한 행태나 다름없다.
민주당, 통합진보당 후신인 진보당, 새진보연합(기본소득당·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 연합정치시민회의 등 4자는 13일 첫 연석회의를 가진 뒤 “민주개혁진보 선거대연합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발표문을 내놨다. 정책 연합, 비례대표 추천, 지역구 후보 연합 등도 공식화했다. 진보당은 종북좌파 성향으로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중립적 통일국가와 한미동맹 해체 등을 강령으로 내세우고 있다.
참여 인사 면면을 보면 더 선명해진다. 연합정치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인 박석운·조성우·진영종 씨는 사드 반대 운동, 광우병 집회, 천안함 괴담 살포 등에 앞장선 사람들이다. 박 위원장은 수많은 시위에 등장해 ‘시위 전문’으로 알려졌을 정도이고, 조 위원장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실무회담 대표를 지내고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구속된 적도 있다. 이 단체에 이름을 올린 234명 중 상당수가 반미·종북 성향을 보인다. 지난해 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맡았다가 ‘천안함 자폭’ 발언이 알려져 사퇴한 이래경 씨,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함세웅 신부도 있다.
박 위원장은 “연합정치시민회의는 후보를 내지 않고 중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으나 같은 성향의 후보를 추천할 게 뻔하다. 위성정당 공천 심사에서 국보법 위반 전력, 이적 행위, 불법 시위 등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힘들다. 야권에서도 윤미향·김의겸·최강욱 부류의 무더기 원내 진입 우려가 나온다. 이런 세력의 참여가 소수 배려라는 비례대표제 취지에 부합하는가. 그럴 양이면 구속 중인 송영길 전 대표, 2심 유죄인 조국 전 장관 등도 ‘범죄혐의자 소수 대표’로 참여시켜야 할 것이다. 정권 심판을 이슈로 삼는 선거 전략이야 야당의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헌정을 위협하는 인사들의 ‘국회 뒷문’ 노릇을 자처하는 것은 수권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문화일보 사설
02.14‘식민지 정당’ 환영하는 한국좌파
원내입성 위해 ‘2중대’ 비판속에
민주당 위성정당에 참여 태세
목적이 수단 정당화 갈수록 심각
노회찬 의원은 이를 용납했을까

▲박홍근(왼쪽에서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민주연합추진단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 연석회의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희숙 진보당 대표, 용혜인 새진보연합 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민주연합추진단장, 조성우·박석운·진영종 연합정치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뉴스1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4·10 총선의 중요한 분기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거짓말쟁이’ 꼬리표를 또 하나 추가하며 위성정당 비례제(준연동형)를 유지키로 한 것이다. 이 대표는 ‘위성정당 방지’ 대선 공약을 파기하며 하루에 4차례 고개를 숙였다. 좌파 진영에서 이 결정을 사전에 예상하고 문제점을 지적한 이가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이다. 그는 지난달 정의당이 녹색당과 1회용 선거 연합 정당을 만들자 “정의당이 다시 민주당 2중대의 길로 가고 있다”며 탈당했다. 그는 “정의당은 조만간 조국 신당과 개혁연합신당, 진보당 등과 함께 민주당 주도 비례 위성정당에 참가하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 도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정당으로 몰락해 가는 걸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정의당 주류가 민주당한테 질척거린다”고도 했다.
류 전 의원 지적대로 정의당은 2020년과는 달리 민주당 주도 위성정당에 참여할 태세며 민주당은 이번엔 제대로 ‘2중대’를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이 처음 도입될 때만 해도 “민주당 주도가 아니고 다수당이 소수당에 의석을 양보하는 것” 이라고 가림막을 쳤다. 이번엔 다르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 개혁 세력의 맏형으로 주도적으로 그 책임을 이행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 추진단장도 “맏이 격인 민주당이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선거 연합을 주도하겠다”고 했다. ‘맏형론’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민주당이 기획·총괄·운영하는 식민지 정당을 만들어 총선에 임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럼에도 정의당을 한때 대표했던 어떤 의원은 이 대표 결정에 “참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기본소득당·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 준비위 등이 참여한 새진보연합은 아예 대놓고 “환영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 대표의 위성정당 방지 공약 파기는 문제 삼지도 않는다. 정의당을 비롯한 좌파 군소 정당은 ‘반(反)윤석열 연합’을 명분으로 민주당의 식민지 정당에 참여하면 국회 의석을 늘리기 유리하다고 본다. 여기엔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괜찮다는 식의 세계관이 반영돼 있다. 정의당에서 항소심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의원이 의석을 다른 이에게 승계시키기 위해 사직하고, 의원직 나눠 먹기를 위해 ‘비례대표 2년 순환제’를 정한 것도 이런 가치관에서 나왔을 것이다. 이러고도 ‘진보’ 라고 불리기를 바라나.
위성정당 비례제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배제하고 강행 처리한 선거법이 모체다. 이 때문에 4년 전 의원 꿔주기, 떴다방 정당 등으로 한바탕 광풍이 분 것을 유권자들은 잊지 않고 있다. 중앙선관위 의뢰로 한국정치학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1대 선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비례·위성정당의 난립(20%)이 꼽혔다. 그다음이 비현실적 공약(17%), 비방·흑색선전(14%)이었다.
유권자들이 지적했듯이 총선이 끝나면 사라질 떴다방 정당에 표를 찍으라는 것은 우리 국민의 높아진 의식에도 맞지 않고 민주주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바닷가의 모래성 같은 1회용 가설(假設) 정당은 어떤 명분을 들이대도 용인하기 어렵다.
좌파 군소 정당은 상황이 어렵더라도 원칙을 지켜가며 국민의 표를 얻는 길을 가야 하나 정반대로 가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채 식민지 정당에 들어가 국회에 진입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만든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한 정당들이 과연 국민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할 수 있나.
이럴 때 그나마 소수 정당의 자존심과 명분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노회찬 전 의원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노 전 의원이라면 명분 없는 2중대 노릇에 분명히 선을 긋지 않았을까.
조선일보 이하원 기자
02-14 [단독] 상징색·보조금 용처…개혁신당 ‘지분 경쟁’

▲이낙연,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 첫 공식회의부터 ‘통합 후유증’
이낙연계 “오렌지에 남색 섞자”
당헌·당규마련 실무협상 난항
당직자 인선 놓고 세력 싸움도
설 연휴 극적으로 개문발차한 개혁신당이 당의 상징색 변경을 놓고 첫 공식 회의부터 지분 경쟁을 벌인 것으로 14일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양정숙 무소속 의원 영입 성사를 가정해 수령될 정당보조금에 대한 회계 문제를 놓고도 당내 세력 간 의견 대립이 첨예하게 빚어지는 등 통합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채 오합지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문화일보 취재 결과, 전날 진행된 개혁신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색 변경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낙연계 ‘새로운미래’ 출신 당직자들이 합당 전 당색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현재 당색인 ‘개혁 오렌지’에 새로운미래 당색인 남색을 섞자는 취지였다. 이에 이준석계에선 “이미 합의된 기본 사항조차도 다시 들고나온다”는 불만이 속출했다. 앞서 이준석 공동대표는 합당 직후인 지난 12일 “개혁신당의 이름과 오렌지색을 바탕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가 첫 번째 (합의사항)”이라고 밝힌 바 있다. 허은아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선거 방송에서 당명과 당색 문의가 많은데, 당색은 오렌지색“이라고 단언했다.
양 의원의 영입 성사를 가정한 정당보조금 사용처를 두고도 갈등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미래 창당 등으로 3억 원가량의 채무가 발생했는데, 이낙연계는 경상보조금을 변제에 쓰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혁신당 현역 의원은 현재 4명인데, 오는 15일까지 양 의원이 입당할 경우 5명으로 늘어 공직선거법 기준 경상보조금 약 6억 원을 받을 수 있다. 양 의원은 부동산실명제 위반 및 명의신탁 의혹 등으로 고발당해 재판에 넘겨졌지만, 202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당헌·당규 마련 역시 실무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당직 인선을 두고도 각 세력의 ‘자기 사람 앉히기’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화이부동의 정당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언론의 통합 후유증 문제 지적을 일축했다.
한편, 이준석 공동대표는 최고위에서 전날 개혁신당을 ‘위장결혼’에 비유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저희는 위장결혼이 아니라 국공합작”이라고 반박했다.
김보름·김성훈 기자 fullmoon@munhwa.com
02-14 ‘인천 계양을 출마’ 유동규 “이재명보다 능력있고 양심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통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입당 및 인천 계양을 출마 기자회견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나란히 앉아 있다. 윤성호 기자
“이재명이 방탄조끼 입는 꼴 못 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중심에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를 선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자유통일당에도 입당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보다는 능력이 있고 양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자유통일당 중앙당사에서 입당 및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분당에서 원주민들의 땅을 헐값에 수용해서 비싸게 팔아먹기 위해 행정권을 남용한 정치인이 있다”며 “껍데기밖에 안 남은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이 더 이상 여러분이 주신 표로 방탄조끼를 만들어 입는 꼴은 못 보겠어 나왔다”고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은 조만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유 전 본부장은 이미 주소도 계양으로 옮겼다. 자유통일당은 유 전 본부장을 인천 계양을 당협위원장에 임명할 예정이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제가 이재명보다는 능력이 있고 양심이 있다. 저는 최소한 지은 죄를 인정하고 그 멍에를 남은 인생에 두고두고 지고 갈 결심을 한 자”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우리가 마주한 위기는 이재명이라는 존재로 대표되는 종북 좌파 세력의 패악에 비롯된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는 자유통일당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일보 임정환 기자
02.14 사전투표지 공무원 도장 못받고, ‘바지사장’ 위원장 그대로
한 해킹 사태 등으로 드러난 선관위 병폐의 구조적 문제점을 전·현직 선관위 고위 관계자들의 전언을 통해 짚어본다.
법률상 ‘현장 날인’ 10년째 안해
‘공무원 반발’ 이유로 인쇄 날인
판사 겸직 위원장, 들러리 전락
‘국회 대응’ 내세워 여의도 지원
선관위 “날인할 공무원 없다”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설치된 4·10 총선 종합상황실에 예비후보자 등록 현황이 표시돼있다. [뉴스1]
총선을 56일 앞둔 현재 최대 쟁점은 사전 투표용지 날인 문제다. 선거법은 사전투표 관리관이 자신의 도장을 찍어 정당성이 입증된 투표지를 교부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투표소가 혼잡해진다”는 이유로 사전투표가 도입된 2014년 이래 10년째 관인이 미리 인쇄된 투표지를 교부해왔다. “사전투표지 인쇄 날인은 선거권 침해가 아니다”는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례를 볼 때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국정원 점검 결과 해킹 세력이 선관위 관인 파일을 도용해 사전투표용지를 무단 인쇄·유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드러났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법대로 관리관이 현장 날인한 투표용지를 배부케 하라고 선관위에 요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8일 “본 투표와 달리 사전투표는 (현장 날인) 않겠다고 고집하면 선관위가 의심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공무원들 반발이 심해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총선에 필요한 공무원이 6만명인데 현장 날인시 1만명을 늘리고 예산을 110억원 증액하면 된다. 투입될 공무원은 수당을 올리고 휴가도 주기로 했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반대부터 한다. 행안부·법무부 장관이 공동 담화문을 내 압박을 이어갈 것”이라며 “한 위원장도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이 문제를 알아 목소리를 낸 것이며 앞으로도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반박했다. “현장 날인 시 추가 투입될 공무원은 수만 명에 달한다. 행안부에 미리 그들의 명단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주지 않았다. 수당 올려준다고? 정당 참관인 수당이 9만원 인상된 만큼 공무원도 8만원은 올려줘야 한다고 국회에 요청했는데 겨우 3만원 올려줬다. 현장 날인은 불가능하다.”
전직 선관위 고위 관계자는 “사전투표가 워낙 논란이 많다 보니 자신의 도장을 찍었다가 무슨 책임을 지게 될지 몰라 공무원들이 기피하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했다. 투개표 관리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하는데, 법적 의무가 아니어서 행안부가 현장 날인 근무를 요청해도 거부하면 그만이고 선관위도 강제력이 없어 동원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인도처럼 선거업무를 공무원의 ‘의무’로 못 박고 거부시 처벌하도록 지자체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사전투표는 투표 이후 상황을 선거에 반영할 수 없는 데다 부정 논란과 불복의 화약고가 됐으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게 선관위 자체 의견”이라고 했다.
선관위는 현재 중앙위원장은 대법관, 시·도 위원장은 지방법원장, 시·군·구 위원장은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겸임한다. 비상근인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회의만 참석하고 업무는 선관위 공무원 수장인 사무총장이 장악하니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도 “비상임의 한계를 너무 많이 느꼈다. 선관위원장은 상임이어야 한다”고 국회에서 말했다.
한 달에 30분 근무하는 선관위원장

▲5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서 열린 총선 허위사실·비방 유관기관 대책회의 모습. 대검찰청과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등 13개 유관기관이 참석했다. [뉴스1]
시·군·구 선관위원장을 지낸 전직 부장판사의 고백이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회의부터 형식적이었다. 선관위 공무원들은 회의 시각을 오후 5시 반에 잡더라. 현안 보고 30분 만에 회의는 끝난다. 한 달 내내 법원 업무만 한 내가 그 짧은 시간에 무슨 사정을 파악하겠나. 결재만 줄줄 해준다. 그러면 곧장 술을 곁들인 회식으로 이어진다. 회의 불참하고 회식만 한 선관위원들도 50만원 수당을 받더라. ‘이러면 되냐’고 했더니 ‘관행인데 뭘 따지시냐’고 하더라. 지방선거 앞두고 선관위 직원이 ‘수사 의뢰감’ 이라며 결재를 청한 건이 있었다. 범죄 수준이 못돼 거절했더니 ‘처벌된 유사 사례가 있다’며 반발해 ‘신중히 검토하라’는 선에서 매듭지었다. 그러자 직원은 결재된 것으로 치부해 윗선에 올려버리더라. 선거 당일도 가관이다. 내가 ‘중요한 날이니 선관위로 출근하겠다’고 하니까 선관위 공무원들은 ‘오셔봤자 하실 일 없다. 투표 마감 즈음인 오후 5시 반쯤 오시면 된다’고 막더라. 2년 전 대선 때 ‘소쿠리 투표’ 등 대혼란이 터진 사전투표일에 노정희 당시 중앙선관위원장이 출근하지 않아 욕을 먹었는데 실은 선관위 직원들이 ‘나오실 일 없다’고 막아 안 나왔을 뿐일 것이다. 내 경우는 위원장 인사말까지 직원들이 써주더라. 내용이 선관위 자화자찬 일색이라 수정하려 했더니 직원이 ‘(사무처) 국장님 아시면 큰일 난다’고 울먹이더라. 그래서 문안은 그대로 두고 현장에서 내용을 고쳐 말했다. 난 한마디로 ‘바지사장’이었다. 사무처가 선관위원장 상임화를 결사 반대하는 건 인사·재정 등 업무는 자신들이 장악하고, 문제가 터지면 책임은 위원장에 전가하기 딱 좋은 게 비상임 위원장제라서다.”
선관위 출신, 1급 상임위원 ‘독점’
신우용 제주 선관위 전 상임위원은 2021년 자녀에게 서울시 선관위 채용 정보를 미리 알려줬고, 자녀는 아버지의 동료에게 면접 본 끝에 채용된 것으로 선관위 감사 결과 드러났다. 신 전 위원은 기조실장 등 요직을 두루 지낸 ‘선관위맨’이었다. 이에서 보듯 제주를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 상임위원(1급)은 선관위 출신들이 독점해왔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선관위법은 시도 상임위원을 ▶5년 이상 경력 법조인이나 ▶부교수 이상 학자 ▶2년 이상 근무한 3급 이상 공무원 가운데 지명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 선관위는 ‘7년 이상 선거·정당 사무에 종사한 4급 이상 공무원’을 시도 상임위원에 지명할 수 있다는 규칙을 만들었다. 전 중앙선관위 위원은 “선관위 사무처는 이를 근거로 전국 시도 상임위원직에 내부 출신을 채워왔다. 외부 개방형 위촉을 원칙으로 한 선관위법 취지를 어긴 것”이라 지적했다. 한 전직 선관위원은 “사무처가 퇴직 간부들을 지방 선관위 수뇌부에 꽂아 17개 시도, 251개 구시군, 3505개 읍면동 선관위를 장악했으니 특혜채용 등 비리가 판치는데도 선관위원장은 들러리만 서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전직 선관위원은 “선관위 간부들이 선거 관리 등 본연의 업무 외에 정당들의 법령 자문이나 활동 지원에 역량의 상당 부분을 쏟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 대응’이란 이름 아래 행해지는 이런 활동은 선관위의 대 정치권 인사·예산 로비로 봐도 무리가 없다”며 “중앙선관위에 배치된 우수 인력 수백명이 이런 로비에 동원되며 일선 시군구 선관위의 역량은 하락해, 선거 때 부실 관리 논란 우려가 커진다”고 했다.
1963년 직원 348명으로 출범한 선관위는 61년 만에 직원 3000명에 예산 8700억원의 공룡조직이 됐다. 연간 4000건씩 사건을 처리하는 대법관이 비상임 수장을 맡아 지휘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선관위법을 개정해 각급 선관위에 상임 위원장 1인을 두는 조항을 마련할 것을 제언했다. 또 한 중앙선관위원은 대통령과 대법원장, 국회가 임명한 선관위원 1명씩 2년마다 돌아가며 상임 위원장을 맡는 방안을 제안했다.
전직 선관위원은 “헌법은 중앙선관위원 9명 중 ‘호선’을 통해 선관위원장을 정하게 했을 뿐인데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이 자동적으로 위원장이 돼왔다. 말이 안 된다. 퇴직한 법관이나 교수 등 선관위 업무만 전념할 수 있는 인사로 상임위원장을 지명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02.15 국회가 범죄 피의자들 도피처 될 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마포갑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이번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수천만원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사업가로부터 청탁과 함께 돈을 받으며 “뭘 또 주시냐”고 말한 녹음까지 나왔다. 이쯤 되면 재판에 성실히 임하며 자숙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노 의원은 “무도한 검찰 독재”라며 “주권자의 준엄한 한 표를 행사해 달라”고 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도 하루 전 회견에서 “검찰 독재 정권의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며 신당 창당과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하긴커녕 사법부의 판단에 사실상 불복하고 있다. 어제는 5·18 묘지를 찾아 “저와 제 가족이 수사 대상이 되면서 광주 시민들의 고통과 분노를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같은 범죄를 어떻게 5·18과 비교하나.
얼마 전엔 전당대회 때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로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옥중에서 ‘정치검찰해체당’을 만들었다. 송 전 대표, 노 의원, 조씨는 유죄가 확정되기 전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 정치적 면죄부를 받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4년 전 총선에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황운하 의원이 그 방법을 써 4년 임기를 거의 다 채웠다. 최근 1심에서 징역 3년형이 나왔지만 기소 3년 10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었다. 그러고도 지난달 민주당 예비 후보 검증에서 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들의 ‘모델’은 이재명 대표일 것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사건,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 총 7가지 사건의 10가지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20명 가까운 종범이 구속됐는데 주범 격인 이 대표만 구속영장이 기각된 게 우연이겠나.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당대표 선거에서 이겨 방탄을 두른 덕일 것이다.
민주당은 일단 조씨나 송 전 대표가 만들겠다는 정당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국민적 지탄을 받은 인사들까지 끌어안는 모양새가 선거에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뒤엔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총선 때 급조한 친문 성향 열린민주당이 결국 민주당과 합당한 전례가 있다. 총선 후 이들과 모두 연대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인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13일 개최한 연석회의에도 그런 세력이 대거 참여했다. 헌재가 위헌 정당으로 보고 강제 해산한 통진당의 후신인 진보당 대표, 이적단체인 범민련 남측본부 출신 인사, 후쿠시마 방류 반대를 주장하며 주한일본대사관에 진입하려 했던 단체 대표 등이 그들이다. 천안함·광우병 괴담을 퍼트리거나 반미·친북 활동을 펼쳤던 인사들이다. 파렴치 범죄자도, 애국가를 거부하고 유사시 국가 기간 시설 타격을 모의한 반국가 집단들도 국회 다수당 깃발 아래 다 모였다.
조선일보 사설
02.15 민주당 위성정당의 위험한 정체성, 이재명 대표가 설명하라

▲1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진보연합 김성용 공동선대위원장, 진보당 송영주 총괄선대본부장,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 새진보연합 용혜인 대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민주연합추진단장, 조성우·박석운·진영종 연합정치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민주연합추진단 정치협상책임자. [연합뉴스]
반미·종북 인사에게도 비례대표 공천 주려는가
위성정당도 최소한의 이념·도덕 기준 세워야
역대 최악이라는 21대 국회의 오명(汚名)을 딛고 22대 국회는 일신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이 좌파정당·단체들과 비례대표 위성정당 창당을 협의하기 위해 꾸린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의 면면을 보면 다음 국회도 기대는커녕 큰 우려가 앞선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연합’의 첫 연석회의엔 연합정치시민회의를 대표해 박석운·조성우·진영종 공동운영위원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박석운 위원장은 한·미 FTA 반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사드 배치 저지, 제주 해군기지 반대 등 굵직한 좌파 시위마다 빠지지 않고 선두에 섰던 인사다. 조성우 위원장은 이적단체인 범민련 실무회담 대표를 지냈고, 진영종 위원장도 국보법 폐지 운동을 벌였던 인사다. 이들 외에도 연합정치시민회의에는 ‘천안함 자폭’ 발언으로 지난해 민주당 혁신위원장직에서 9시간 만에 사퇴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함세웅 신부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은 연합정치시민회의가 직접 비례대표 후보를 내진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어차피 비슷한 코드의 인사들을 추천할 게 뻔하지 않겠나.
또 과거 운동권의 NL(민족해방)계가 주축인 진보당도 ‘선거연합’에 참여했다. 진보당은 지금도 공공연히 NL 노선을 추종하는 정당이다. 진보당은 지난해 9월 발표한 정책 노선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한·미 동맹 반대와 비동맹 외교 추진 ▶병력 20만 명으로 감축 등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과연 이런 인사들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줄 작정인가.
정상적인 선거시스템이라면 이런 비상식적 주장을 펴는 정치 세력이 국회에 입성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위성정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극단주의 세력이 원내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위성정당은 제대로 된 후보 검증이 불가능해 저질 정치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1대 국회에서 저질 정치 논란을 일으킨 의원들 상당수가 민주당의 위성정당 출신이었다.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최강욱 전 의원, 후원금 유용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윤미향 의원, 근거없는 의혹 제기로 물의를 빚은 김의겸 의원 등이 그들이다.
22대 국회에서 또다시 위성정당을 통해 반미를 선동하고 괴담을 유포하는 세력이 국회에 들어온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더라도 이러저러한 사람들은 비례대표 후보로 받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이념적·도덕적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재명 대표가 직접 위성정당의 정체성을 국민들 앞에 설명하라. 이 대표가 위성정당을 안 만든다고 했다가 말을 바꿨으면 그 정도라도 하는 게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 도리일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02-15 민주주의 허물 범야(汎野) 위성정당 요지경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민주주의는 영속되는 법이 없다. 곧 쇠퇴하고, 탈진하고, 자살한다. 이제껏 자살하지 않은 민주주의는 없다.’ 미국의 제2대 대통령이자 건국 주역 중 1인으로 토머스 제퍼슨과 함께 독립선언서 작성에 참여한 존 애덤스의 말이다.
민주주의가 궁극적으로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하는 건 맞지만, 국민의 뜻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를 모르고 또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전제에서 출발하는 게 민주주의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핵심은 누구의 주장에도 치우치지 않고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해 합의에 도달하는 합리적인 과정과 절차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쓴 ‘어떻게 민주주의는 사망하는가’(How Democracies Die) 에 따르면, 선거라는 정치제도는 도리어 정치적 무기가 되기도 한다. 제도에 대한 통제력을 가진 자들이 강력하게 휘두를 수 있는 무기가 바로 선거제도다. 선출된 권력이 자기편에 유리하게 정치의 규칙을 고쳐 쓰곤 한다. 그런 가운데 민주주의는 야금야금, 알게 모르게, 심지어 법적으로 죽어간다. 민주주의 암살범들은 이처럼 민주주의를 죽이는 데 민주주의 제도를 악용한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지수는 2022년 기준 10점 만점에 8.03으로 ‘완전한 민주주의’(full democracy) 그룹에 속하며, 그 순위는 24위다. 대만과 일본에 이어 8점대 마지노선으로 턱걸이했다. 다른 영역(선거 과정과 다원성, 정부의 기능성, 정치참여도, 시민 자유)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정치문화 부문이 문제다. 정치인들이 정적을 쓰러뜨리는 데 정치 에너지를 쏟아 민주정치에 환멸을 느낀다고 한다.
김덕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이승만 전 대통령이 독재자라는 이미지 편향성에다 상당수의 영화인이 진보 진영이고 자학적 사관의 콘텐츠가 양산되던 중에,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서 그의 공을 크게 부각해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 극장 안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들리고 박수가 터져 나온 것을 보고 우리가 정상이 아님을 느꼈다는 이야기가 함축하는 바 크다.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민주주의 수준에 걸맞지 않게,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지 않고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지난 2019년 12월 27일, 여당이자 다수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채 4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개정했다. 비례의석수를 더 차지하기 위해 위성정당의 난립을 초래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괴물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으나 우리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민주당,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 새진보연합, 연합정치시민회의 4자가 민주개혁진보 선거대연합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참여 인사의 면면을 보면 종북좌파 성향으로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사회주의 이념으로 무장한 부적격 인사들의 의원직 쟁취 수단으로 위성정당이 악용될 개연성이 짙어진다. 수권 정당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민주주의는 만능이 아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합리적인 과정과 절차를 유지할 수 있는 정치문화의 형성과 선택은 고스란히 유권자의 몫으로 남게 됐다.

문화일보
02.16 추미애·최강욱의 반전
문재인 정부에서 여한 없이 권력을 행사한 사람을 꼽으라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빠지지 않는다. 두 사람은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때리기에 앞장섰다. 그러나 유효타가 드물어 오히려 윤 대통령을 돋보이게 했다는 평을 들었다. 추 전 장관은 되려 문 전 대통령에게 문책성 경질을 당했고, 최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도한 수사로 의원직을 잃었다.
'고발사주' 사건서 뜻밖 역할 기여
성과가 의욕에 못 미쳤던 두 사람의 공격은 의외의 지점에서 폭발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기소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지난달 31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것이다. 추 전 장관과 최 전 의원이 손 검사장 수사를 이끌진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손 검사장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2020년 4월 최 전 의원과 유시민 작가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검사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이다. 이 고발장엔 윤 대통령 부부와 한 위원장이 피해자로 적시됐다.

▲2020년 7월 국회에서 반갑게 인사하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수사 과정에서 최 전 의원의 생일이 결정적 단서로 떠올랐다. 법원은 최 전 의원의 주민등록상 생일이 5월이지만 일부 법조인 인물정보에 3월로 기재된 사실에 주목했다. 손 검사장이 보낸 고발장에 기재된 ‘피고발인 최강욱’의 생년월일은 5월이 아닌 3월이었다. 고발장 전송 1시간 40분 전쯤 손 검사장의 부하 검사가 해당 인물정보 사이트에 접속한 사실이 드러났다. 생일이 두 개로 혼재한 최 전 의원 인물정보가 손 검사장을 궁지로 몰았다.
추 전 장관은 최 전 의원처럼 사건 당사자는 아니다. 한데 요즘 검찰 안팎에선 2020년 1~2월 추 전 장관이 단행한 검찰 인사가 회자한다. 2019년 12월 조국 전 장관이 전격 기소된 직후 윤 대통령 측근을 일제히 좌천시켰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한 위원장은 부산고검 차장으로 갔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정보 책임자로 법무부는 손 검사장을 낙점했다. 한 전직 검찰 간부는 “범죄정보 책임자 인사를 할 때는 검찰총장의 의중을 반영하기 위해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사전에 긴밀히 상의하는 게 관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는 문재인 정부에 반기를 든 검찰총장 고립이 인사의 목표였다. 손 검사장은 윤 대통령이 선호하는 특수통이 아닌 데다 근무 인연도 별로 없어 법무부가 안심하고 인선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렇다면 왜 손 검사장은 법무부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을까.
“당시 인사에서 추 전 장관 측이 윤 대통령과의 관계만 집중적으로 살피면서 한 위원장 부분을 간과했다”는 게 또 다른 전직 검찰 간부의 해석이다. 손 검사장은 한 위원장과 같은 시기 대검에 근무했고, 둘 다 대검 정책기획과장을 지낸 인연이 있다. 윤 대통령 무력화에 골몰했던 추 전 장관이 정작 정보 책임자를 놓쳤다는 하마평이 나왔다. 덕분에 윤 대통령은 천군만마를 얻었으나 시간이 흐르고 나니 상황이 반전됐다. 추 전 장관이 결과적으로 묘수를 둔 모양새가 됐다.
검찰 견제 가능성 보여준 공수처
지난 과오 극복할 2대 처장 기대
추 전 장관과 최 전 의원이 뜻밖의 기여를 했지만, 실세 검사 관련 사건이 폭발력 있는 1차 결론에 다다르는 과정에 공수처 역할이 컸다. 검찰이 수사를 맡았다면 핵심 간부를 이 정도로 추궁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정부 출범한 공수처는 ‘야당수사처’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정권이 바뀌어 야당이 여당이 되고 나니 핵심 권력을 견제한 결과로 이어졌다. 비록 여야 합의를 짓밟고 졸속으로 출범시킨 기구라 해도 살아있는 권력을 견제하면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김진욱 초대 처장 퇴임 후 한 달 가까이 후임자가 없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정부 때 공수처장을 정권 뜻대로 고를 수 있게 만든 민주당 덕분에 현 정부는 부담도 적다. 윤 대통령이 임명할 2대 공수처장의 면모가 궁금해진다.

중앙일보
02.16 조국이라는 굴레
소름이 돋았다. 조 전 장관을 치켜세운 것이 아니라 조국 가족에 ‘예수의 길’을 걸으라고 요구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열성 지지자에겐 조국 가족은 ‘없는 죄를 뒤집어쓴 순결한 피해자’가 돼야 한다. 이에 부응하듯 조 전 장관 일가는 사과는 하되, 구체적 혐의는 인정하지 않는 전략을 취했다. 오죽했으면 조 전 장관의 항소심 재판부가 “범죄 사실을 인정 않는 사과와 유감 표명은 진지한 반성이 아니다”라고 밝히지 않았나. 그의 딸은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지만 유튜브 구독자가 38만 명이나 되는 인플루언서 대열에 올랐다. 조 전 장관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을 선언한 것도 바로 이런 팬덤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반윤 이외에 정치 비전 안 보여
웅동학원 환원 약속도 안 지켜
내로남불 논란, 갈등 증폭될 것
그는 이미 법원이 소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비법률적인 방법으로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이 나오자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정치인 조국의 비전은 무엇인가.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검찰 독재 조기 종식과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불쏘시개가 되겠다.”(12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 후)
그는 지난해 12월 오마이TV에 출연해 “200석이 있어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결정될 가능성은 희망적이지 않다. 민주개혁 진영이 내년 총선에서 200석 이상을 얻는 압승을 하면 개헌을 하고 그 부칙에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넣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2024년 12월에 다음 대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 독재 조기 종식은 이런 맥락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있는 상황에서 그가 존재감을 보이려면 열성적인 반윤 세력에 호소하는 것밖에 없다. 지난 13일 창당 선언에서 강소정당을 내세우며 민주당보다 강하게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치인 조국은 믿을 만한가. 그는 내로남불의 대명사였다. 조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 직전인 2019년 8월 “웅동학원 이사장인 어머니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비롯해, 저희 가족 모두는 웅동학원과 관련된 일체의 직함과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제게 밝혀 왔다. 향후 웅동학원은 국가나 공익재단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어머니도 당시 학교 홈페이지에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어머니는 22년 7월 연임해 이사장직을 지키고 있다. 학교 홈페이지에도 법인 이사장의 사진과 약력이 나와 있다.
법인 등기부엔 웅동학원 이사였던 부인 정씨가 22년 1월 27일 사립학교법 조항에 따라 퇴임했다고 나온다. 이날은 정씨가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된 날이다. 내려놓은 게 아니라 학교법인 임원으로서의 결격 사유가 생겨 퇴임 처리됐다는 의미다. 피고인으로서 범죄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본인 선택이다. 하지만 대국민 약속을 안 지키며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1·2심 판결문을 보면 그는 서울대 법대 교수 시절 직접 문서 위조를 했다.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 시절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것도 유죄로 인정됐다. 조 전 장관은 아직 사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수 있는데, 선거에 뛰어들어 표를 달라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웅동학원을 보니 주변 정리도 안 됐고 그의 말을 신뢰하기도 어렵다. 선거 과정에서 그의 내로남불만 다시 부각될 수 있다.
2019년 가을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대한민국을 쪼개 놓은 '조국 사태'가 떠오른다. 이 문제로 친구끼리, 부모 자식, 부부간에도 다툼을 했다는 얘기를 여럿 들었다. 의도했든 아니든 그는 사회 갈등의 아이콘일 뿐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3일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갈등을 이용하는 정치가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 사태 이상의 혼란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을 외치고 있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더이상 조국이란 이름이 상징하는 갈등의 굴레에 매여 있을 수 없다. 정치인 조국은 시대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중앙일보 김원배 논설위원
02-17 통진당 후신, 민주에 “지역구 15곳 달라”… 김재연 등 출마 채비
범야권 비례연합정당 협상 과정서 전주을-창원성산 등 후보양보 요구
‘준연동형’ 업고 대거 원내진입 노려
민주당 “경쟁력 조사로 결정” 입장…정치권 “꼼수 민주, 제 발등 찍은꼴”

▲野4당 등 정책토론회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정책 과제 야4당·시민회의 공동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 녹색정의당, 새진보연합, 진보당, 시민단체 연합정치시민회의 소속 인사들이 모여 정치개혁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뉴스1
진보당이 범야권 비례연합정당 협상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전국 최소 15개 지역구를 자당 몫으로 양보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당은 내란음모 혐의로 복역한 이석기 전 의원이 주축이 된 통합진보당(통진당)의 후신이다. 이를 두고 자력으로는 지역구 당선이 어려운 진보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하에서의 야권 단일화를 이용해 대거 원내 진입을 노리고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이번에도 꼼수 위성정당을 띄워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려던 민주당이 결국 제 발등 찍은 꼴”이라고 했다. 정작 원내 주요 협상 대상이었던 녹색정의당은 위성정당 참여를 둘러싼 내홍으로 결정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 진보당 “지역구 최소 15곳 달라”…83곳서 출마 준비
1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역 의원이 1석(강성희 의원)뿐인 진보당은 이달 13일부터 이어진 민주당과의 범야권 비례정당 협상 과정에서 최소 15개 지역구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진보당 후보가 없는 세종시와 제주도를 제외하고 15개 광역자치단체별로 지역구 1곳씩에 후보를 양보하라는 것이다. 진보당은 지난해 4월 전북 전주을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양보를 받아 강성희 의원을 당선시켰다.
야권 비례정당 실무 협상에 참여 중인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특히 진보당이 강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전북 전주을을 비롯해 노동자 지지세가 강한 경남 창원 성산, 울산 북 등을 양보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진보당 관계자는 “민주당과 협상 과정을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설명할 수 없다”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진보당은 이미 올해 총선 목표가 “단독 법안 발의가 가능한 10석 이상, 최대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2년 11월부터 지역구 후보자 공고를 내고 이날까지 총 83명의 지역구 출마자를 확보한 상태다.
진보당 후보 중에는 과거 통진당 소속이었던 김재연(경기 의정부을), 이상규(서울 관악을) 전 의원도 포함됐다. 이들은 민주통합당과 통진당이 전국적 범야권 단일화에 나섰던 19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당선돼 원내에 입성했으나, 2014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통진당이 해산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했다.
진보당뿐 아니라 기본소득당이 주축이 된 새진보연합도 민주당에 지역구 의석을 요구하고 있다. 새진보연합은 협상 과정에서 지역구 후보자 배분을 위한 별도의 여론조사는 하되, 소수 정당을 배려하는 문항을 넣어 조사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 같은 소수 정당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자력으로는 지역구 선거에서 한 석도 얻을까 말까 한 소수 정당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협상 과정에서 차츰 이견을 좁혀 나가겠지만 지나친 요구가 이어진다면 상응하는 조치를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전체 지역구 253곳에서 여론조사 경쟁력을 기준으로 단일 후보를 정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민주당이 21대 총선 때 이미 ‘가자평화인권당’ ‘가자환경당’ 등 각종 군소 정당과의 위성정당 협상 과정에서 최종 실패했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녹색정의당, 내부 갈등 속 참여 불투명
원내 6석 정당으로 야권 통합 비례정당 구성에서 상징성이 큰 녹색정의당은 내부 이견으로 아직까지 위성정당 참여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비례정당 합류에 찬성하는 배진교 전 원내대표와 참여에 반대하는 장혜영 의원 및 녹색당계 당원들 간 의견 대립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녹색정의당은 17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례정당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민주당은 16일 ‘민주개혁진보연합’(가칭) 온라인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실무 작업에는 속도를 냈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창당을 위해 개문발차하는 차원”이라며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 때까지 비례정당에 참여하는 소수 정당과 함께 당명이나 대표자 등을 상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0일 민주개혁진보연합의 시·도당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28일이나 다음 달 3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 계획이다.
동아일보 윤다빈 기자 , 안규영 기자
02.17 4·10 총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4·10 총선을 앞둔 정치판이 상식을 뒤엎는 꼼수와 탐욕으로 뒤죽박죽 난장판이 돼가고 있다. 무엇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이 되살아난 게 치명적이다. 오염된 토양에서 자라난 농작물의 독소가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퍼뜨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형적인 선거제도는 민의를 왜곡시키고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작동을 막는다. 벌써부터 총선 후가 걱정되는 건 출발선부터 궤도를 이탈한 ‘총선 열차’가 불러올 막장 국회가 연상되어서다.
지난 4년 우리는 위성정당이란 괴물이 낳은 후과로 고초를 겪었다. 거대 양당으로의 표 쏠림으로 군소정당의 존재감이 사라지자 타협점 없는 격렬한 정쟁 속 거대 정당의 ‘적대적 공생’이 정치의 순기능을 마비시켰다. 양곡관리법·간호법 등 민주당의 입법 폭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시계추처럼 반복되면서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무능 국회, 막장 정치가 일상화됐다.
‘위성정당 금지’ 말 바꾼 이재명
조국 신당·송영길 신당 길 터줘
22대도 막장·무능국회 될까 걱정
막지 못한 한동훈, 과오로 남을 것

▲선데이 칼럼
21대 총선(2020년)에서 각각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미래한국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민주당(180석)과 미래통합당(103석)은 전체 의석의 94.3%를 독차지하며 양당 독주 체제를 열었다. 이렇게 해서 얻은 건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 뿐이다. 후보들에 대한 자질 검증 없이 급조된 위성정당으로 운좋게 배지를 단 의원들은 위법과 부정행위로 공분을 샀다.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을 유용한 윤미향 의원, 거짓으로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퍼뜨린 김의겸 의원은 위법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는데도 수치심을 느끼기는커녕 사과 한마디 없이 지금껏 의원석을 지키고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자녀에게 허위로 인턴증명서를 발급해 유죄 판결을 받은 최강욱 전 의원은 입에 올리기 민망한 막말과 기이한 행동으로 정치를 조롱거리로 만든 장본인이다.
이쯤되면 위성정당은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 그게 정치 개혁이고 진보다. 더욱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 유세때 위성정당 금지를 공약했고, 대표로 나선 전당대회에선 당원 90%이상의 동의를 얻어 결의문까지 채택하지 않았나. 위성정당 출현을 막는 의원 입법도 쏟아졌다. 그러나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번에도 정공법 대신 꼼수를 택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멋지게 이기는 길”을 이끌어 달라며 박수로 이 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했고, 이 대표는 “멋지게 지면 뭐하냐”며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의 습관성 말바꾸기야 새삼 놀랄 일은 아니지만, ‘게임의 룰’을 결정하는 것조차 제 입맛대로 손바닥 뒤집듯 하고, 그걸 당 대표 한 사람이 좌지우지할 수 있게 일임한 민주당의 정신세계가 놀랍다.
또 민주당이 위성정당 창당을 위해 만든 논의체인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엔 한미자유무역협정(FTA)반대, 제주 해군기지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시위를 이끌었던 인물이나 한미 연합군사 훈련 중단, 한미 동맹 반대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는 운동권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정체성이 불분명한 극단주의 세력을 무슨 민주진보세력인양 둔갑시켜 우군화하겠다는 것인데, 자질 검증이 안 된 인사들이 국회에 들어온다면 22대 국회에서 무슨 해괴한 일이 벌어질지 아찔하다.
막장 정치의 정점은 ‘조국 신당’ ‘송영길 신당’이 아닐까 싶다. 조국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직후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고,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최근 옥중 창당(민주혁신당)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이들과의 연대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두뇌 회전이 빠른 이재명 대표가 과연 이들의 방탄 창당을 예상하지 못하고 위성정당 창당의 빗장을 열어놓았을까. 물론 형(刑)의 최종 확정 전까지는 누구든 창당도, 출마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위선과 거짓으로 나라를 두쪽 내고 사회를 뒤흔들어 국민에게 충격과 좌절을 안겨준 장본인들이다. 법의 심판 이전에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자중하는 게 마땅하다. 부끄러움을 알고 지난 일을 성찰하는 게 한때나마 주권자의 권한을 위임받아 국록을 받았던 공복(公僕)다운 처신이다. 그런데도 위성정당이란 틈새를 이용해 선거에 나오겠다니 위선과 막장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설사 이들이 배지를 달더라도 대법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선거를 다시 치러야 된다. 국민에게 2중, 3중의 피해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의도를 간파하는 건 어렵지 않다. “윤석열 정권 창출에 책임있는 인사 공천 배제”와 위성정당이라는 두 축으로 당내에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범야권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국회를 반 윤석열 정부 총공세의 기지로 삼으면 안전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 대가는 무법 천지의 난장판 국회, 막장 정치가 될 공산이 크다. 22대 국회가 ‘역대 최악’ 기록을 갈아치우게 될까 벌써 두렵다.
국민의힘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아무리 “우리가 내는 비례정당은 민주당의 꼼수와 협잡에 대응하기 위한 도구”(한동훈 비대위원장)라고 합리화를 해도 위성정당 유혹을 벗어던지지 못한 건 두고두고 국민의힘과 한 위원장의 발목을 잡을 정치적 과오로 남을 것이다.

중앙일보 이정민 칼럼니스트
02.19 ‘범죄 의원’ 9명 임기 30개월 누려, 17명은 아직도 재판 중

▲정의당 이은주(왼쪽 사진) 의원이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단상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이 사직 의사를 밝힌 이 의원의 신상 발언이 끝나자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 /이덕훈 기자·뉴시스
21대 국회의원 중 각종 범죄를 저질러 의원직을 잃은 9명이 누린 평균 임기가 30개월가량으로 나타났다. 애초에 자격이 없는 이들이 국민 세금을 받아가며 4년 임기의 60% 넘게 의원 노릇을 한 것이다. 범죄 혐의로 기소됐지만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아 의원직을 유지하는 의원도 17명이나 되고 다음 총선도 출마할 태세다.
4년 전 총선에서 선거법을 어겨 기소된 의원 28명 중 5명이 당선무효형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선거 사범은 6개월 이내 기소하고 그로부터 1년 이내에 판결을 확정하도록 법에 돼 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선교 전 의원 3년을 비롯해 민주당 이상직(24개월), 이규민(16개월), 정정순(15개월) 전 의원도 상당 기간 임기를 누렸다. 정의당 이은주 전 의원은 선거법 위반에 불법 정치자금 수수까지 더해져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지만 임기 3년 8개월을 채우고 대법원 선고 20일을 앞둔 시점에 꼼수 사퇴해 정의당 후임자가 의석을 승계하도록 했다.
다른 범죄를 저지른 의원도 많다. 조국 전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 증명서를 만들어준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은 기소 이후 총선에 출마해 40개월간 국회의원을 지냈다. 용인시장 시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정찬민 전 의원도 39개월간 의원직을 유지하다 작년 8월 물러났다.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은 대장동 50억 클럽으로 수사를 받는 도중 판결이 나기 전에 자진 사퇴했다.
뒤늦게라도 의원직을 박탈한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 재판을 받는 17명은 임기를 끝까지 채울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4년 넘게 재판 중이다. 이 사건을 맡았던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부장판사는 15개월간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을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고, 다른 판사들이 공판 날짜를 정하자 돌연 휴직하는 식으로 재판을 끌었다. 황 의원은 작년 말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당선무효형을 받았지만 임기를 채울 것이 확실하다. 다음 총선에도 출마할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 돈을 횡령한 혐의로 2심까지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윤미향 의원도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 임기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 가짜 인턴 등록 혐의(사기)로 기소된 윤건영 의원 재판도 2년이 넘었고, 7개 사건에 10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 재판은 이제 시작이다. 국민의힘 김희국 의원도 30개월 넘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 재판 중이다.
의원직을 상실한 9명이 받아간 세비만 35억원이 넘는다. 재판 지연을 방조한 판사들이 만든 불의다.
조선일보 사설
02.19 ‘민주·개혁·진보’ 내걸고 벌이는 의원수 나눠 먹기 샅바 싸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민주연합추진단장과 박석운 연합정치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 등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 연석회의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뉴스1
녹색정의당이 민주당이 주도하는 범야권 위성정당인 비례 연합 정당에 불참하기로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 정당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일반 국민은 해석하기 힘든 암호문처럼 들리지만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손해 보지 않으려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던 자신의 대선 공약을 깬 것이다. 그 약속 파기를 조금이라도 합리화하려고 범진보좌파 진영이 모두 참여하는 ‘통합형 비례 정당’이라는 포장을 씌웠다.
그러나 현재 국회의석 6석으로 양대 정당 다음인 정의당이 빠지면서 ‘통합형 비례 정당’은 민주당 단독 위성정당이나 마찬가지로 쪼그라들게 됐다. 나머지는 헌법재판소가 해산 명령을 내렸던 통합진보당을 전신으로 하는 진보당과 광우병 집회를 주도하고 천안함 괴담을 퍼뜨렸던 시민 단체들이다. 민주당에 대한민국 체제 부정 세력이 덧붙은 정도다.
녹색정의당은 비례대표 연합 불참 결정 이유를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위성정당을 반대해 왔다”면서 “원칙과 상식의 길을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원칙과 상식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정의당은 불과 며칠 전까지 지역구 몇 석, 비례대표 몇 석 같은 구체적인 조건을 내걸고 위성정당 참여 여부를 저울질해왔다. 정의당 요구를 민주당이 수용 못 하면서 협상이 깨진 것이다.
정의당은 “앞으로도 지역구 후보 연대를 폭넓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례대표 나눠 먹기를 포기하는 대신 지역구 연합 공천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정의당이 독자 출마할 경우 민주당 표를 잠식하게 된다. 민주당은 정의당에 몇 석까지 떼어주고 나머지 지역 출마를 막는 게 남는 장사인지 주판알을 튀겨보게 될 것이다.
민주당과 나머지 진보 좌파 세력은 ‘민주·개혁·진보 선거 연합’을 내걸고 공동 위성정당을 추진 중이다. 겉으로는 온갖 정의로운 가치들을 구호로 내걸고 뒤에선 비례와 지역구 의원 수를 어떻게 하면 한 석이라도 더 내 몫으로 챙길까 치열한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2-19 정체불명 조사, 비공식 회의… 무너지는 野 공천 시스템
주요 정당의 공직 후보 추천을 둘러싼 갈등은 불가피하다. 당내 민주주의 증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의사 결정이 비선 조직이나 비공식 회의에서 좌지우지된다면, 민주적 정당이 아니다. 헌법의 보호와 막대한 국고 보조금을 받는 공당(公黨)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더불어민주당 상황은 이런 우려를 낳게 한다.
우선,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횡행한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이른바 친명·친문 공천 갈등이 확산하자 “시스템을 통해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느냐가 유일한 판단 기준”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전국 곳곳에서 ‘비명’ 현역 의원이 제외된 후보 적합도 조사가 진행됐다고 한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서울 중·성동갑 출마 의사를 밝혔으나 송파갑 여론조사에 포함됐다. 홍영표·이인영·김상희·송갑석 의원 지역구에서도 영입 인재를 여당 후보와 비교하는 여론조사가 실시됐다. 민주당 관계자도 “통상적인 후보 경쟁력 조사”라며 사실상 시인했다는데, 당 최고위원들조차 조사 경위를 몰랐다고 한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조정식·정성호·박찬대 의원 등과 회동을 갖고 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노웅래·기동민 의원의 공천 배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공식 회의체 2개가 있다는 보도도 있다. 이 대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 등 물갈이 메시지를 내보내며 공천 혁신을 강조했다. 그러나 권노갑 상임고문 등 당 원로들은 지난 15일 성명에서 “경기도팀, 정○○팀 등 정체불명의 비선 조직이 공천에 개입한다는 소문이 여의도에 파다하다”고 했다. 공천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의도 모르는 공천은, 당내 민주주의 시스템을 파괴하고 나아가 당원과 국민을 기만하는 반민주 사천(私薦)일 뿐이다.
문화일보 사설
02.19 법정구속 면한 조국과 사법정의
손익을 따지자면 더불어민주당에 더 불리해 보인다. 그래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2심에서 법정구속하지 않은 게 정치적 판단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자유롭게 활동하게 된 그는 “수십만 개의 화살이 비 오듯 쏟아지는 전쟁터라 해도 두려움 없이 맞서겠다”며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적 해석이야 어떻든 사법정의 측면에서 이번 판결은 되씹어볼 의미가 있다. 징역 2년으로 1심과 같은 형량이니 관행대로라면 법정구속하는 게 타당했다는 의견이 많다. 최종심인 대법원 판결의 경우 법률심, 즉 법해석의 정당성을 주로 다룬다. 1, 2심에서 범죄 행위에 대한 사실 판단은 끝난다. 피고인이 재판정을 오갈 필요도 없다.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징역형의 경우 법정구속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았던 이유다.
하지만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있었고, 대법원은 2021년 법정구속에 대한 예규를 개정했다. 헌법 제12조는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구속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형사소송법 제70조는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그리고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2021년 이전 대법원 예규는 ‘피고인에 대해 실형을 선고할 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고 돼 있어 법정구속을 일반화했다. 새 예규는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법정구속하도록 고쳐졌다. 헌법, 형사소송법과 같은 취지로 불구속재판에 무게를 실었다.
이런 요건만 본다면 조 전 장관을 법정구속하지 않은 게 타당할 수 있다. 재판부는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평성’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7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가 기각되면서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충분히 방어권이 보장됐으며 죄질이 나쁘고 도주 우려도 있어 법정구속한다”고 밝혔다. 형량이 동일치 않지만 지난해 1월 고(故) 김홍영 검사를 폭행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부장검사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을 선고했는데, 2심에서는 징역 8개월로 형량이 줄었다. 그럼에도 1심과 달리 도주 우려가 있다고 봤다. 지난해 6월, 마약 투약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가 나온 작곡가 겸 사업가 돈스파이크는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기도 했다.
1, 2심에서 모두 징역 2년 실형
방어권 보장 필요 이유 불구속
형사재판 형평성 논란 숙제로
조 전 장관과 달리 다른 이들의 죄가 더 중하고, 도주 우려가 더 있고,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된 상태였나. 조 전 장관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원심이나 이 법원에서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거나 그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범죄사실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지 않은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양형기준상 ‘진지한 반성’이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라고 꾸짖은 대목에 눈길이 간다.
조 전 장관은 법정구속되지 않은 것을 너무도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능한 검찰 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고 전의를 불사르고 있다. “윤석열 정권 탄생에 기여한 자들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것”(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라는 야권 내부의 조언도 무색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부터 총선 출마를 ‘이해’받아 지지표가 꽤 나올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혹여 국회의원 배지를 단다면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나오기 전에는 더 당당하게 각종 입법에 참여하고, 면책ㆍ불체포특권을 이용해 지금보다 더한 자기방어에 나설 게 뻔하다. 이미 황운하(민주당)ㆍ윤미향(무소속) 의원 등 형사기소됐음에도 재판과 확정판결이 늦어지면서 임기를 꽉 채우는 사례들이 있고, 수차례 허위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렸음에도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으로 당당하게 버텨온 이들이 많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법원 제공=뉴스1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정치인이기 때문에 방어권이 더 필요하다는 논리는 오히려 반대로 적용돼야 한다. 아니면 조 전 장관처럼 다른 형사재판 피고인들에게도 비슷한 기준을 대야 하지 않을까. 조희대 대법원장도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정구속 적용이 일반인과 달리 특권층에 느슨하게 적용된다는 지적에 “같은 생각을 예전부터 하고 있다”며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정의는 형평성을 빼고 논할 수 없다.
중앙일보 문병주 논설위원
02-20 정부가 의사 파업 유도했다는 李대표의 황당한 음모론
모든 국민이 전공의 업무거부로 인한 의료대란을 걱정하고 있는 와중에, 제1 야당 대표가 이를 부추길 수 있는 발언을 해 개탄스럽다. 근거 없는 괴담 수준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항간에 떠돈다”면서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던진 다음 혼란을 극대화한 뒤 타협을 끌어내는 정치쇼를 하려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저도 똑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의료대란을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유도했다는 황당한 음모론이다.
우선,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은 오랜 논의와 많은 전문가 의견을 청취해 도출된 것으로, 정부도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인구 변화 추세와 다른 나라 사례 등을 보더라도 크게 무리한 숫자가 아니다. 의료대란 재발을 막기 위해 이번에 더 많이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둘째, 현 상황은 갑자기 조성된 것이 아니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1년 동안 논의해왔다. 많은 분야에서 의견이 개진됐고, 정부는 상당 부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셋째, 2020년에 문재인 정부도 ‘2022년부터 10년간 매해 400명씩 총 4000명을 증원’ 계획을 추진했다. 당시 코로나 사태 와중에 의사들의 진료거부 사태를 견디지 못해 물러섰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민주당도 이런 계획을 지지했었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정부가 결단해 재추진 방침을 내놓자 이 대표도 “이번에야말로 철회하지 말고 윤 대통령이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었다. 정부의 2000명 발표 직후에도 홍익표 원내대표는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정치적 의도는 이해할 만하다. 극적 타협에 대비해 여론이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미리 ‘정치쇼’ 프레임을 걸어놔야 한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실제로 그런 타결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음모론을 퍼뜨리는 것은 정치 지도자로서 해선 안 될 짓이다.
문화일보 사설
02-20 개혁신당 파국이 보여주는 야합·꼼수 정치의 말로
양당정치 폐해 극복을 내걸고 제3 지대 세력이 뭉친 개혁신당이 11일 만에 파국을 맞았다. 정책과 지지 기반이 너무 다른 세력이 합당했을 때 ‘서로 재산을 노린 위장 결혼’ 얘기가 나왔을 정도로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야합과 꼼수 정치만 보여준 저질 정치 코미디로 막을 내리게 됐다. 부동산 문제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됐던 양정숙 의원(비례대표)을 1분기 국고보조금 지급 직전에 입당시킨 것은 상징적이다. 이로써 의원 5명 이상 정당이 되면 급증하는 국고보조금(6억6000만 원)을 받아냈다. 보조금 사기, 정치 분식회계 등의 비아냥이 이상하지 않다.
이준석 대표는 합당 당시 당명과 당 색, 사무총장 등을 자신이 창당한 개혁신당 몫으로 하는 대신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낙연 대표로 했다. 그런데도 장애인 단체인 ‘전장연’ 출신인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 문제와 ‘속도감이 없다’ 등의 이유로 최고위원회의를 거부하는 등 ‘벼랑 끝 전술’을 펼쳤다.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논의도 없이 표 대결로 이낙연 대표를 밀어내고 정책·홍보 전권과 당원심사위원회 권한을 가져왔다. 국민의힘 대표에서 쫓겨날 때 다수의 횡포를 비난하더니 자신이 할 때는 정상 절차라고 우긴다. ‘전두환 국보위’ 비난을 자초했다.
정책이 상반된 정파가 단일 정당을 하는 것 자체부터 국민 판단을 흐리게 하는 잘못된 정치다. 지금부터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정도다. 선거 뒤 해체를 전제로 민주당이 반미·종북 세력과 합치는 비례 위성정당은 더욱 나쁘다.
문화일보 사설
02-20 결국 갈라선 낙·준… ‘빅텐트’ 11일만에 찢어졌다

▲다시 ‘새 미래’ 찾아… 이낙연(오른쪽) 개혁신당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개혁신당과 통합 선언 11일 만에 합당을 철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 새로운미래, 개혁신당서 이탈
이낙연 “부실한 통합결정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
주도권 싸움 밀려 홀로서기
이준석 “이탈해도 계속 간다”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통합 이후 이준석 공동대표와 갖가지 사안마다 충돌하며 마찰을 빚어왔다. 특히 이준석 대표가 3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 전권(全權)을 자신에게 위임하는 안건 표결을 강행 처리하자 최종적으로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낙연 대표는 합당 11일 만인 20일 끝내 ‘빅텐트’에서 나와 홀로서기에 나섰다. 다만, 당내 이준석계와의 주도권 싸움에 밀려 사실상 쫓겨나는 행보를 보이면서 총선을 앞두고 고립무원 처지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낙연 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 등 새로운미래 측 인사들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준석 체제’의 개혁신당과 결별을 선언하면서 지난 9일 합당 이후 빚어진 일련의 갈등 상황에 대한 심정을 토로했다. 새로운미래 측은 특히 전날 열린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에게 총선 선거 캠페인 및 정책 결정이 위임된 것에 대해 “민주주의 정신이 훼손됐다”고 반발했다.
이낙연 대표는 회견문에서 “2월 9일의 합의를 허물고, 공동대표 한 사람에게 전권을 주는 안건이 최고위원회의 표결로 강행처리 됐다”며 “그것은 표결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낙연계는 그간 이준석계와 법적 대표직을 비롯해 당명과 당색, 주요 당직 등 세부 사안을 두고 충돌을 거듭했다. 새로운미래 측은 이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가 통합 이후 선거 전권을 요구해왔고, 합당 파기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개혁신당 내 이낙연계 입지를 단계적으로 축출하기 위한 행보를 보였다고도 주장했다. 새로운미래 책임위원인 신경민 전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이준석 대표가 가깝게 지내는 분한테 ‘새미래와 도저히 같이 못 가겠다’ ‘이제 헤어질 때가 됐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낙연 대표가 창당했던 새로운미래는 아직 법적으로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통합을 완료하지 않은 상황이다.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중앙당 등록을 마친 만큼 개혁신당 당원으로 등록한 김 최고위원만 탈당하면 절차상의 분당 작업은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결별 후유증’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빅텐트에 모인 5개 세력 중 자신들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이준석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실상 권력에서 축출된 모습을 보이고 이탈한 것은 홀로서기 이후 이낙연 대표의 리더십을 약화할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준석 대표는 새로운미래 측 회견 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특정 정파가 이탈한다고 하더라도 계속 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책 발표를 신속하게 하자고 하는 게 분열의 단초가 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낙연 대표 측을 우회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낙연계 이탈로 ‘단일 리더십’을 구축했지만, 역시 분당에 따른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화일보 김성훈·김보름 기자
02.20 ‘밀실 사천’ 논란 민주당, 이리 가면 참패 피할 수 없다
친문계 현역 의원 뺀 여론조사에 ‘공천 학살’ 반발
비선 개입 의혹 증폭, 큰 잡음 없는 여당 공천 대비
4·10 총선을 50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밀실 사천(私薦) 논란으로 소란스럽다. 이인영(서울 구로갑), 홍영표(인천 부평을) 의원 등 친문계 중진 지역구 곳곳에서 해당 의원을 배제한 여론조사가 지난 주말 사이 돌면서다. 이 의원 지역에선 영입 인사인 이용우 변호사의 이름이 대신 들어가 여당 후보와 경쟁력을 견주는 조사가 실시됐다. 홍 의원 지역에선 친명계 비례대표 이동주 의원과 영입 인사인 박선원 전 국정원 1차장 간 경쟁력 조사가 이뤄졌다.
민주당은 당 차원의 조사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공천 학살’ 시도라는 반발이 크다.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어제 ‘현역 의원 하위 20%’ 통보에 반발해 탈당을 선언하는 등 파열음은 증폭되고 있다. 당과는 무관하다는 해명도 궁색하다. “정체불명 여론조사에 확실히 조치하라”는 당내 요구가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뒤따랐다는 얘기는 없다. 문제의 여론조사를 수행했다는 업체가 당에서 추가 선정된 것을 놓고 특혜설 등 뒷말도 많았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공천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다. 의원 단체대화방에서도 여론조사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 “공천 관리 능력이 안 되면 2선으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속단은 이르지만 중진 재배치, 용핵관(대통령실 참모 출신) 특혜 시비 최소화로 큰 잡음이 없는 국민의힘과 대비된다.
비선 개입 의혹도 논란이다. 당내에선 신명계(신이재명계)로 불리는 이 대표 친위그룹이 수시로 의견을 조율하면서 중요 의사결정에 관여한다는 말이 나돈다. 핵심 당직자는 “거기서 민감한 공천 문제가 논의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권노갑 상임고문 등 민주당 원로 인사들도 “비선 조직이 공천에 개입한다는 소문이 여의도에 파다하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만약 그렇다면 민주당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시스템 공천을 무력화하는 행태나 다름없다.
여론은 이미 싸늘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한국갤럽(13~15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5%에서 31%로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34%에서 37%로 상승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CBS 노컷뉴스(15~16일) 조사에선 37.2%로, 여당(44.3%)에 오차범위 밖으로 밀렸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공천을 두고 설 연휴 전부터 시작된 친문·친명 갈등 등 공천 분란에 유권자들이 실망한 영향이다. 비례연합정당은 반미·종북 인사 참여 논란이 크고, 녹색정의당과는 지역구 연대 셈법으로 복잡하다. 뭐 하나 떳떳한 게 없어 보이는 실망스러운 모습들이다. 혁신 공천과는 거리가 먼 정략적 계산만으론 총선 참패를 피할 수 없다. 반민주적 밀실 사천이 성공을 거둔 전례는 없다는 사실을 민주당이 깨닫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2.21 ‘비명 횡사’가 현실이 된 이재명黨
민주당이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에 속해 공천 심사 때 감점을 받을 의원들에게 개별 통보를 시작했는데, 대부분이 비이재명계라고 한다. 31명 중 28명이 비명계라는 보도와 함께 ‘친명 횡재, 비명 횡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박용진·윤영찬 의원은 20일 의원 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고 스스로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과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이재명 대표와 경쟁했고, 윤 의원은 대선 경선 때 이낙연 후보 캠프에서 이 대표 공격수 역할을 맡았다. 한때 이 대표에게 맞선 사람이 모두 공천 불이익을 받게 된 것이다. 비명계 중진인 김영주 국회 부의장도 하위 20%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고 탈당했다. 세 사람은 “민주당이 이 대표 사당이 됐다”고 했다.
의정 활동 평가는 법안 대표 발의 건수, 각종 회의 출석률 등이 기준이다. 참여연대 집계에 따르면 김 부의장은 법안을 107건 대표 발의했고 상임위(95%)와 본회의(93%) 출석률도 우수하다. 박 의원은 법안 대표 발의 82건, 상임위 출석률 95%, 본회의 출석률 90%다. 윤 의원은 대표 발의 법안 39건에 본회의와 상임위 출석률 모두 90%가 넘는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대표 발의 법안이 6건에 불과하다. 본회의 출석률은 86%지만 상임위 출석률은 35%로 여야 통틀어 꼴찌 수준이다.
김·박·윤 세 의원으로선 이 대표보다 월등한 점수를 받아야 할 자신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세 의원은 나머지 주관적 평가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주관적 평가에선 당권을 쥔 친명계가 반대파를 공천에서 떨어뜨리고자 얼마든지 점수를 만들 수 있다. ‘시스템 공천’을 하겠다며 도입한 의원 평가 제도를 친명 지도부가 비명계 정적을 쳐내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02.21 ‘개혁’ 야합 11일 만에 파탄, 남은 건 6억 국고 보조금

▲이준석(왼쪽) 개혁신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와 당사에서 각각 합당 철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새로운미래 이낙연 대표가 어제 개혁신당과의 합당 철회를 선언했다.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 이름으로 전격 합당을 선언한 지 11일 만이다. 이들은 “거대 양당을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 세력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양당 극한 정쟁의 폐해에 공감한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다. 11일 만의 결별은 이들을 허탈하게 했다. 한국 정당사에 전례가 없을 기록일 것이다.
개혁을 내건 이들이 짧은 동거 기간 보여준 것은 꼼수뿐이었다. 부동산 문제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의원을 선거 보조금 지급 기준일 하루 전 입당시켰다. 현역 의원이 5명 이상이면 보조금이 크게 오른다. 개혁신당엔 이제 현역 의원이 4명 남게 돼 6억6000만원 국고 보조금 지급의 근거가 사라졌지만 보조금은 반환할 법적 규정이 없다. 형법을 적용한다면 ‘보조금 사기’란 말을 들을 수도 있다. 11일간 개혁신당 공동대표로 활동한 이낙연 대표가 실제론 개혁신당에 입당도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표를 각각 지낸 두 사람에게선 애당초 ‘반(反)윤석열’ ‘반(反)이재명’ 말고는 어떤 공통점도 찾기 어려웠다. 이념과 철학, 정책과 지지 기반이 딴판인 이들이 뭉친다고 할 때부터 ‘총선 기호 3번을 노린 야합’이란 지적이 많았다. 합당 선언 이후에도 통합 노력보다는 반목·충돌하는 모습만 노출했다. 선거 주도권 문제로 갈등을 빚다 이준석 대표에게 선거 지휘권을 위임하는 것으로 결정되자 파국을 맞았다. 이제 와서 이낙연 대표는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고 했고, 이준석 대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관리할 수 있다고 과신했던 것은 아닌지…”라고 했다. 정치 이념과 정책이 딴판인 사람들이 선거 투기를 하듯이 뭉쳤다. 이런 사람들이 ‘개혁’을 내걸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을 우롱했다.
조선일보 사설
02.21 결국 쪼개진 개혁신당… 11일 동거하고 6억원 챙겼다
정치판 먹튀
개혁신당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가 20일 합당 파기를 선언했다. 개혁신당은 지난 15일 기준 현역 의원 5명을 확보해 선관위 정당 보조금 6억6000만원을 받았다. 돈을 받고 닷새 만에 당이 깨져버린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전날 “의석수가 5석 미만이 될 경우 보조금을 전액 반납할 것”이라고 했지만, 중앙선관위는 “초유의 사태라 보조금을 돌려받을 법적 절차도 없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선거철마다 정당이 떴다방 식으로 생겼다 사라지는 한국 정치의 단면이 또 나타난 사례”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래픽=백형선
이낙연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의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 통합 좌절로 크나큰 실망을 드렸다.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를 향해 “통합을 깨거나 저를 지우기로 일찍부터 기획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인을 낙인찍고 미리부터 배제하려 했다”고 했다.
같은 날 낮 12시, 이준석 대표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며 “할 말이야 많지만 애초에 각자 주장과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 국민들 보시기에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관리할 수 있다고 과신했던 것은 아닌지, 앞으로에 대한 호언장담보다는 겸허한 성찰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의 전직 대표였던 이낙연·이준석 두 사람이 최근 탈당 후 제3지대로 나올 때부터 ‘낙준 연대’ 성사는 무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지역 기반, 연령, 정치 노선 등이 물과 기름 같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양측은 ‘일단 현역을 확보해 기호 3번과 정당 보조금을 얻어내자’는 공통의 이익을 목표로 일단 손을 잡았다.
양정숙 의원이 지난 14일 개혁신당에 입당한 것 역시 선관위 선거 보조금 지급 기준일이 하루 뒤인 15일이었기 때문이다. 현역이 5석 미만이면 보조금이 수천만 원에 불과하지만,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정당이 되면 정치자금법에 따라 보조금이 크게 늘어난다. 개혁신당은 양 의원 입당으로 약 6억원을 더 받았다.
양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 공천을 받고 당선됐으나 이후 부동산과 세금 의혹으로 제명돼 ‘무소속 비례’로 활동하다 21대 국회 회기를 석 달여 남겨 놓고 개혁신당에 합류했다. 비례대표는 본인이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당에서 제명돼야 의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개혁신당 한 지도부 인사는 “양 의원에게 ‘새로운미래로 가기를 원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명해주겠다’는 뜻을 전달했는데, 양 의원이 개혁신당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선관위 보조금은 이준석 ‘법적 대표’의 개혁신당에 지급이 완료된 상태다. 하지만 김종민 의원 탈당으로 현역 4석이 되면서 불과 닷새 만에 억대 보조금 교부의 근거가 사라졌다. 이준석 대표는 “법률상 반납 절차가 미비하다면 공적인 기부라든지 좋은 일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정성을 보이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반납한다고 해도 받을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며 “기부 역시 법률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이 보조금을 정당 운영과 선거 등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 내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이번 개혁신당 사태는 꼼수의 극치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와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은 20일까지도 법적 합당이 완료되지 않았다. 새로운미래 창준위가 중앙당 등록을 완료한 뒤 개혁신당 등과 재창당하는 절차가 남아있음에도 이들은 지난 9일 ‘정치적 합당 선언’부터 서둘렀다. 설 연휴 밥상에 일단 합당 소식을 화젯거리로 올리고 보자는 정치 공학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양향자 원내대표, 이낙연·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금태섭·조성주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조응천·이원욱 원칙과상식 의원이 설 연휴 첫날인 9일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인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뉴스1
그런 다음 선거 보조금 지급 기한인 15일에 맞춰 새로운미래 김종민, 원칙과상식 이원욱·조응천 등 현역이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에 일단 들어가는 ‘선도 입당’ 편법을 썼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는 개혁신당에 입당한 적이 없다”며 “법에 따라 합당이 이뤄지면 일괄 입당 방식을 취하는데 그 단계까지 안 갔으니 당적 변경이 없다”고 했다. 결국 이낙연 대표는 개혁신당에 입당하지도 않은 채로 11일간 공동대표로 활동했다는 얘기다.
양측에선 “법적 합당을 하지 않았으니 엄밀히는 통합 합의 파기이지 분당은 아니다” “일단 약혼식을 했는데 결혼식을 준비하다가 파혼한 것”이란 말이 나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합당 합의라는 요란한 이벤트를 벌인 뒤 꼼수로 선관위 보조금까지 받아놓고 정치적 표현과 법적 절차에 차이가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국민 우롱”이라고 했다.
선거철마다 보조금 지급, 기호 부여 기준일에 맞춘 ‘현역 끌어모으기’는 정치권에 드문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개혁신당 사태는 정치적 목적을 합의하기 전에 기호 3번이나 억대 보조금 같은, 선거에 유리한 수단부터 장악하려다가 발생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측 역시 “통합을 설 연휴 이전에 이루고 싶었다”(이낙연) “지나친 자기 확신에 오만했다”(이준석)고 반성했다.
한편 양측은 결별 당일인 20일에도 총선 지휘 전권,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 추대,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입당 등 논란과 관련, 합당 파기 원인이 서로에게 있다고 손가락질을 이어갔다. 정치권에선 “한국 정치사에 기록될 희극적 장면”이라고 했다.
☞정당보조금
정당을 보호·육성하고자 국가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정당 운영비 지원을 위해 분기별로 지급되는 ‘경상보조금’과 선거가 있는 해에 선거 비용 지원을 위해 지급되는 ‘선거보조금’이 있다.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총액의 50%를 정당별로 균등 배분하고,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엔 총액의 5%씩을, 5석 미만 또는 의석이 없는 정당 중 최근 선거에서 득표 수 비율 요건을 충족한 정당에는 총액의 2%씩 지급한다. 그러고도 남는 예산의 절반은 의석수 비율, 나머지 절반은 지난 총선 득표 수 비율에 따라 지급된다.
02.21 “내가 진짜 검사”라는 ‘정치 검사’들의 정신세계
조국·최강욱 수사 방해한 이성윤
‘검언 유착’ 허위 정보 흘린 신성식
자기들이 ‘진짜’라며 출마 선언
국민과 검사들을 바보로 아나

▲이성윤(왼쪽), 신성식 검사장./뉴스1
아무리 정치 검사라도 정치인들만큼 뻔뻔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 믿음이 이성윤·신성식 검사장 행태를 보면서 무참히 깨지고 있다. 두 사람은 문재인 정권 때 노골적으로 정권 편에 섰던 정치 검사였다. 그 와중에 벌어진 일로 기소까지 됐다. 그런 이들이 “내가 진짜 검사(신성식)” “윤석열 사단 청산의 최선봉에 서겠다(이성윤)”며 총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들의 정신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이성윤 검사장 경우는 코미디에 가깝다. 그는 검찰의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를 방해했던 사람이다. 법무부 검찰국장 시절 조 전 장관 수사가 본격화하자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고 했다. 수사를 방해하려고 특활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 전 장관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1·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면 수사 방해 행위를 부끄러워해도 모자랄 텐데 그는 검사 신분으로 조국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조 전 장관을 “혜안을 지닌 강철 의지”라고 했다. 자신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린 날엔 출마 선언을 하면서 “조국 신당도 중요한 선택지”라고 했다. 국민을 바보로 알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나.
그는 청와대의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사건, 최강욱 전 의원의 조 전 장관 아들 인턴 증명서 위조 사건에 대한 수사팀의 기소도 방해했고, 채널A 사건에서 한동훈 전 검사장에 대한 수사팀의 무혐의 의견을 묵살했다. 그러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금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까지 됐다. 그런데도 문 정권은 그를 서울중앙지검장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렇게 정권 수족처럼 움직인 대가로 요직을 섭렵했던 그가 이젠 “윤석열 사단 청산”을 위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한다. 뻔뻔함에 말문이 막힌다.
신성식 검사장도 그에 못지않다. 문재인 정권이 부추긴 ‘검언 유착 의혹’을 뒷받침하려고 거짓 정보를 KBS에 흘린 혐의로 기소된 그는 혐의를 부인하다 검찰이 물증을 제시하자 뒤늦게 시인했다. 피해자인 한동훈 전 검사장에게 “사과하고 싶다”고도 했다. 하지만 재판이 시작되자 “당황해서 그랬다”며 혐의를 또 부인했다. 잡범들도 이러지는 않는다. 검사라고 하기조차 민망하다. 그런 사람이 ‘진짜 검사’라는 책까지 내고는 “가짜 검사들을 진짜 검사가 잡겠다”고 했다. 스스로 진짜 검사라고 자기 최면을 걸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말이다. 철면피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는 출판기념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먼지 한 톨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이 수사를 지휘한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두고 한 말이다. 하지만 그 사건 수사 중 이 대표 연루 의혹이 있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이 불거져 이 대표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구속됐다. 이를 포함해 이 대표는 7가지 사건, 10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그중 ‘위증 교사’는 위증한 사람도 인정한 상태다. 그런데 어떻게 “먼지 한 톨 없다”고 할 수 있나. 이 대표에게 아부하려고 수사 검사들을 모욕한 것이다.
신 검사장은 민주당에 입당해 고향인 순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공천되면 당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성윤 검사장도 조국 신당을 기웃거리다 비례대표로 의원 배지를 달지 모른다. 인물·대의보다 진영·지역이 당락을 좌우하는 선거판에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것은 그들의 정치 검사 역정의 성공이 될지는 모르지만 작은 나사못처럼 사회 한구석을 지탱하기 위해 묵묵히 일하는 많은 검사들에겐 오물을 던지는 것이다.
조선일보 최원규 논설위원
02-21 ‘비명 횡사 찐명 양지’ 공천으로 완성되는 이재명黨
더불어민주당 공천 갈등이 내분으로 번질 조짐을 보인다. 김영주·박용진·윤영찬 의원이 20일 공개 반발하거나 탈당하는 등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불만이 확산 일로다. 하위 20%(31명) 가운데 28명이 비명계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제는 ‘비명 횡사, 친명 횡재’라는 비유가 탈락자의 불만 표시를 넘어 입증되는 듯한 양상이다.
당규에 따라 하위 10%는 득표의 30%, 하위 10∼20%는 득표의 20%가 감산된다. 경선을 해도 1위 가능성이 희박해 사실상 ‘컷오프’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집계에 따르면, 세 의원은 법안 대표발의가 39∼107건에 이르고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출석률이 90% 이상이다. 이재명 대표는 대표발의 법안이 6건, 본회의 출석률은 86.7%지만 상임위 출석률은 35.6%다. “정량평가보다 정성평가에서 모든 게 결정됐을 것”(윤 의원)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박 의원은 2022년 8월 대표 경선에 출마해 ‘이재명 사당화’를 공개 비판했다. 이 대표는 “시스템, 특별당규, 당헌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된다”고 했다. 하지만 시스템이 반대 세력 축출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 대표는 “박 후보도 공천을 걱정하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허언에 그치는 셈이다.
이 대표의 최측근 ‘찐명’들은 대거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대표 특보, 비서실 출신, 대장동 재판 변호인, 경기도지사 시절 기관장 등 줄잡아 20명도 넘는다. 상당수가 민주당의 양지로 분류되는 지역, 비명 의원 지역에 도전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혁신은 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의미한다”며 “환골탈태 진통”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이재명 사당화의 완성인가”라고 물었다. 이제는 민주당에서 ‘이재명당’으로의 둔갑이 눈앞에 닥친 듯하다.
문화일보 사설
02.22 ‘非이재명’은 쳐내고 ‘反대한민국’엔 국회 진입 길 터준다니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새진보연합(기본소득당 전신)과 진보당이 참여하는 민주개혁진보연합(가칭, 아래 민주연합)이 21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단장,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윤희숙 진보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례대표 후보 추천 방식과 지역구 단일화 원칙을 큰 틀에서 합의했다. 2024.02.21./이덕훈 기자
민주당이 총선용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진보당·새진보연합·연합정치시민회의 후보 10명을 당선 안정권에 배치하기로 했다. 진보당·새진보연합에 각각 3석, 연합정치시민회의에 4석을 보장해 주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반미 친북 세력이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33%의 득표율로 17석을 얻은 바 있다.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고 가정하면 민주당과 연대하는 좌파 세력은 배당받은 10석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와 별도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울산 북구에서는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소속의 재선 국회의원이 있는 지역인데, 해당 의원과는 상의도 없이 의석을 넘겨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사드 반대 운동을 펼치고, 광우병 집회를 주도하고 천안함 자폭 등의 유언비어를 만들었던 반미·친북·괴담 유포 세력이 22대 국회에 두 자리 수 이상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다. 진보당은 유사시 우리 국가 기간 시설 타격을 모의한 통진당의 후신이다. 통진당은 2014년 위헌정당해산심판 결정에 따라 강제해산된 바 있다. 연합정치시민회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제주 해군기지 반대’ 등을 주도해 온 이들이 만든 대표적인 급진 좌파 단체다.
이들 세력은 자신들 이름으로 총선에 나가면 의석을 얻을 가능성이 낮다. 그것이 국민의 평가다. 민주당이 자신들의 위성정당에 이들을 넣어줘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국민 평가를 우회하는 꼼수다. 민주당은 3개 세력이 추천한 비례대표들을 아무런 검증 없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민국 국체를 부정하고 국기를 흔드는 이들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위성정당으로 국회에 들어와 논란을 일으킨 ‘최강욱·윤미향·김의겸’보다 더한 인물들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나라를 대표하게 된다. 민주당이 이러는 이유는 이들 반미 친북 세력을 지지하는 소수 유권자들의 표가 수도권 박빙 승부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그런 한편으로 민주당 공천은 이재명 대표에 비판적인 인물들은 마구 쳐내고 있다. 같은 당 출신의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할 정도다. 당 대표에 절대 충성 않는다는 이유로 현역 의원들을 무더기로 쳐내면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세력에는 10석의 의석을 헌납하겠다는 정당이 지금까지 국회를 장악하고 국정을 쥐락펴락해 왔다.
조선일보 사설
02-22 종북·괴담 세력에 10석 보장 ‘이재명黨’ 정체성 뭔가
헌법은 정당 설립의 자유(제8조)를 보장하지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전문·제4조)라는 정체성이 전제돼야 한다(헌법재판소 결정). 더불어민주당이 그런 원칙을 허무는 정당·세력의 숙주 역할을 자임하고 나섬으로써, 자유민주주의라는 국가 정체성을 인정하는지에 대한 근원적 의문까지 불러일으킨다. 민주당은 21일 연합 비례 위성정당과 관련, 진보당(3명)·새진보연합(3명)·연합정치시민회의(4명)의 후보 10명을 당선 안정권에 배치하기로 했다. 지역구에서도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하고, 총선에 공동 정책 과제도 내놓기로 했다. 민주당 공천을 받더라도 다시 이들 세력으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지난 제21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17석, 선거 후 합류한 열린민주당 3석 등 20석을 얻었다. 이번 총선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면 이들 3개 세력의 추천 인사들이 모두 국회에 들어온다는 얘기다. 독자적 당선 가능성은 희박한 인사들이다. 지난 총선에선 민주당 인사들이 옮겨가 그나마 정체성이라도 유지됐으나, 이번엔 이념적 지향 제시도 없이 ‘반윤석열’ 깃발 아래 의석을 나눠 갖는 야합으로 더 후퇴했다.
진보당은 강령으로 한미관계 해체를 내걸고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을 주장하고 있다. 여전히 종북적 민족해방(NL)계 주사파가 주축으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계기로 헌재가 강제 해산 결정을 내린 통합진보당 후신이다. 연합정치시민회의 내부에는 광우병 시위와 제주 해군기지 반대 등을 주도하거나 이적단체 전력이 있는 좌파인사, 천안함 자폭 등의 유언비어를 만들었던 괴담 유포 세력이 상당수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당시 민주통합당과 연대한 통진당은 13석을 확보해 국회에 진출했으나 종북 논란과 분열 속에 3년 만에 해산됐다. 민주당은 이제 ‘이재명당’ 논란을 넘어 반(反)대한민국 정당 우려를 자초하게 됐다.
문화일보 사설
02-22 북한 헌법 닮은 진보당 강령… 그 손 잡은 민주

■ 민주, 진보당 등 선거연합 논란
민족자주권·재벌 해체 등 주장
대한민국 안보·경제 전면 부정
비례 등 3명이상 국회입성할듯
국힘 “민주, 종북세력 숙주 자처”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 비례연합정당인 ‘민주개혁진보연합’(가칭)에 참여 중인 진보당의 강령이 북한 헌법과 매우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진보당을 비롯해 새진보연합과 광우병 집회·천안함 괴담 살포 전력이 있는 시민단체 추천을 받은 10명의 후보가 비례대표 당선권에 배치될 것으로 보여 22대 국회가 친북·반미 세력에 장악될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22일 진보당은 홈페이지에 △직접 민주주의 구현으로 민중 주권시대 완수 △일제 식민 잔재 청산과 한미관계 해체로 자주권 확립 △남북 공동선언 이행을 통해 중립적 통일국가 건설 △재벌 독점경제 해체 및 민중의 경제정책 결정 권한 강화 등이 있는 10개항 강령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강령2에는 “일제 식민지배의 잔재를 청산하고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해체하여 민족의 자주권을 확립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강령4에는 “대외의존 경제체제와 초국적 자본 및 재벌의 독점경제를 해체하고 민중이 경제정책을 결정할 권한을 강화하여 경제주권이 실현된 민생중심의 자주자립 경제체제를 확립한다”고 언급됐다. ‘한미동맹’과 ‘시장 자본주의’라는 대한민국 안보·경제의 양대 축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강령인 셈이다.
진보당은 해산명령을 받은 통합진보당의 후신으로 알려져 있다. 통진당은 2014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폭력 혁명으로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위헌 정당’이라며 해산명령을 받았다. 이날 오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택한 이유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며 “반미·종북 세력의 숙주가 되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날 민주당은 선거연합 합의를 통해 진보당에 이상헌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울산 북구를 내주고, 진보당·새진보연합·연합정치시민회의(시민사회 대표)에 각각 3·3·4명의 비례대표를 챙겨주기로 했다. 민주당과 지역구 연대를 추진하는 녹색정의당은 울산 북구에 예비후보를 내지 않은 상황이어서 노동자 지지세가 강한 이 지역에 진보당 후보로 공천을 받은 윤종오 전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은 2012년 총선 당시 통진당과의 연대를 통해 통진당이 지역구 7명, 비례대표 6명 등 총 13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길을 열어준 바 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02.22 ‘건국전쟁’과 4·10 총선
22대 총선을 약 50일 앞두고 영화 ‘건국전쟁’ 열풍이 우리 사회에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나라 세우고 지키기의 소중함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성사시킨 한·미 동맹, 의무교육과 교육투자, 농지개혁 등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토대가 됐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필사적인 외교와 단호한 개혁을 통해 최약소국이 지구 최강의 동맹, 유능한 인적자원, 국민 화합의 기반과 경제성장의 동력을 갖게 됐다. 그리고 70여 년, 북한은 세계 최빈국 수준으로 전락했고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력의 글로벌 선진국이 됐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대한민국 발전의 양대 축이었다.
대내외 상황 70여 년 전과 유사
이재명 대표, 대북관 설명 필요
대한민국 번영 다지는 선거 돼야
이승만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쪽은 그의 독재를 이야기한다. 누가 이승만의 장기집권이 문제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나. 그러나 과(過)는 과고, 공(功)은 공이다.
요즘 대내외 상황은 남북 분단이 시작된 70여 년 전과 참 많이도 닮았다. 북한과 러시아, 중국은 그때를 연상시킬 정도로 밀착 중이다. 과거 북·중·러의 밀착은 김일성의 남침 오판을 가능케 했다. 지금도 러시아와 중국의 비호는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를 무력화하고 있다. 그 어둠의 결속 아래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를 향해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정치는 극도로 양분돼 있다. 해방 공간 이후 사라졌던 정치인 테러까지 다시 등장했다.
그런 가운데 4·10 총선 정국은 심판론의 대결장으로 흐르고 있다. 야당(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심판을, 여당(국민의힘)은 입법 권력인 거대 야당 심판을 내걸었다. 현 정권에 대한 심판 사유는 여론조사의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에 잘 나타나 있다. 국민은 팍팍해진 경제와 민생, 정권의 독선과 소통 미흡 등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다. 명품백 사건 등 김건희 여사 문제도 주요 요인으로 부상했다. 그렇다면 야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거부 등 입법 파행에 대한 유권자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사법리스크 속에 민주당을 사당화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도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그렇더라도 총선에서 제대로 다뤄져야 할 중요한 쟁점이 있다. 누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굳건히 하는 데 보다 적합한가 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안보 상황과 북한에 대한 이 대표의 언어와 인식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상이다. 이 대표는 1월 19일 당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미사일 도발을 당장 멈춰야 한다”면서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 또 김일성 주석의 노력들이 폄훼되지 않도록,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년 기자회견에선 전쟁 위기를 언급하면서 “수백만이 죽고 전 국토가 초토화된 6·25전쟁도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다. 38선에서 크고 작은 군사충돌이 누적된 결과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킨 김일성과 군사 도발을 일삼은 김정일, 그들 부자의 어떤 노력을 평가하자는 것인지 이 대표는 설명해야 한다.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발발한 6·25전쟁을 그렇게 규정하면 김일성의 남침에 면죄부를 주는 역사 왜곡이 된다. 그는 지난해 7월엔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는 낫다”고도 했다.
평화로 가장한 전쟁 세력에 이용당하기 딱 좋은 인식이다. 그래서일까. 이 대표가 선택한 비례대표 위성정당 선거연합엔 진보당이 한 축을 이룬다. 민주당이 ‘불평등한 한·미 관계 해체’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하는 이들과도 손을 잡은 것이다. 이 제휴로 반미를 외치는 이들이 손쉽게 국회에 입성하게 될지도 모른다. 과연 그것이 철통같은 한·미 동맹을 중시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이뤄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일까.
이제 심판의 계절이다. 대한민국을 지키고 번영을 다져야 한다는 마음속 지향점은 모두 다르지 않을 것이다. ‘건국전쟁’이 되살려낸 치열했던 건국사의 바람도 그러할 것이다.
중앙일보 이상렬 수석논설위원
02.23 대장동 변호사 6명 줄줄이 출마한 ‘이재명 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안규백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3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대화 나누고 있다./뉴스1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김용 사건의 변호인 6명이 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모두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구인데, 아직 한 명도 탈락하지 않았다. 이 대표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 2명은 광주 광산갑과 서울 금천에서 각각 현역 의원과 경선을 치른다. 이 대표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을 맡은 변호사 2명은 경기 남양주갑과 부천을에 각각 출마했다. 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변호사 2명도 경기 부천병과 평택갑에 출마했다.
출마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표와 그 측근들의 변호사가 줄줄이 출마하고, 말 많고 탈 많은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모두 순항 중인 것을 우연이라고 할 수 있나. 이들과 경선을 치르는 현역 의원은 의원 평가에서 감점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정치 신인은 경선에서 20% 가산점을 받는다. 이들에겐 현역 의원과의 일대일 경선이 결코 불리한 구도가 아니다.
애초에 변호사들이 공천을 노리고 이 대표 측 사건을 맡았을 수도 있고, 이 대표가 먼저 변호사들에게 출마를 권유했을 수도 있다. 이 대표로선 자신의 혐의와 사건의 내막을 잘 아는 변호사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당사자들에게만 서로 이득이고 국민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정당으로서 정상적 모습이 아니다. 국민의힘에서 “변호사비 대납 공천”이라고 했는데,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민주당은 지금 ‘밀실 회의’ ‘비선 여론조사’ 등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명횡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대표에게 맞섰던 사람을 쳐내면서 ‘이재명 사당’이 됐다는 말이 이제 공공연하다. 당 원로인 권노갑 고문과 정대철 헌정회장, 김원기·임채정·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까지 공천이 불공정하다며 이 대표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21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 대표를 성토했지만, 이 대표는 그 자리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다른 곳에서 “툭하면 사퇴하라는 소리를 하는 분들이 계신 모양”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여야 합의로 정해야 할 선거 제도를 혼자서 결정했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공천을 정적을 제거하는 도구로 쓰고, 그 빈자리를 자신의 측근과 친북·괴담 세력으로 채우고 있다. ‘대장동 변호사들’까지 대거 공천을 받는지 지켜볼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02-23 李 관련 변호사들 공천 약진과 이수진 의원의 충격 폭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그의 최측근인 정진상·김용 씨 사건의 ‘변호사’ 6명이 광주와 서울·경기의 민주당 강세 지역에 공천 신청을 했고, 그 중 3명은 경선을 앞두고 있다.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대부분 약진 기세라고 한다. 누구나 출마의 자유(직업선택권 및 공무담임권)가 있지만, 특정 정당의 대표 및 핵심 측근들의 변호를 맡았던 사람들이 무더기로 해당 정당 공천에 도전하는 것은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 정상적 법조인이라면 ‘대가성 오해’를 우려해 오히려 스스로 출마를 삼갈 것이다.
공천을 노리고 이 대표 변호를 맡았는지, 이 대표 측이 사건 내막을 아는 변호사들 입막음용으로 출마를 제안했는지 당장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전례를 찾기 힘든 비정상임은 분명하다. 대장동·백현동·성남FC 사건 등 범죄의 정도가 중대하고 복잡한 사건의 변호인들이 재판 도중 줄줄이 출마하겠다고 나선 것은 직업윤리에도 어긋난다. 상대적으로 싼 수임료를 받았다면, 공천 지원으로 대가를 지불하는 ‘사후 물납(物納)’ 의심도 부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판사 출신인 이수진 의원의 폭로성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의원은 22일 탈당을 선언한 기자회견에서 “(김인섭의)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 대표가 국민 상대로 거짓말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면서 “총선 지휘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2선으로 물러나라고 충언했는데 수용이 안 됐다”고 했다. 이어 일부 언론에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빠져나갈 수 없어 업무상 배임이 성립한다”고도 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커질수록 변호사들을 국회의원으로 만들려는 동기도 커질 수 있다.
문화일보 사설
02.23 ‘위헌’ 통진당 후신에 4석 내주는 민주당, ‘숙주 역할’ 자처하나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대위원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민주연합추진단장, 윤희숙 진보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합의 서명식을 마치고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4.2.21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에 진보당 후보를 비례 순위 20번 안에 3명 포함시키기로 했다. 4월 총선 결과가 지난 총선과 비슷하다면 20번까지 당선 가능성이 있다. 또 민주당 현역 재선 의원이 있는 울산 북구 지역구 후보를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진보당에 사실상 4석을 보장해준 셈이다.
통진당은 2014년 헌법재판소에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8 대 1의 압도적 결정으로 해산됐다. 경기동부연합의 수뇌인 이석기 전 의원은 법원에서 내란선동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진보당에는 이 전 의원은 빠졌다고 하지만 함께 의원직을 상실한 4명이 모두 당적을 두는 등 인적 구성이 통진당과 비슷하고 강령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들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진보당이란 당명을 내걸고 나섰으나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그러다가 2022년 보궐선거에서 전주을 지역구에 민주당이 무공천하면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당선됐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를 길게 끌다 제지당해 고함치면서 끌려나간 사람이다. 보궐선거 당시 진보당은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서는 야권 연대가 필요하다며 민주당을 향해 무공천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민주당과 진보당의 연대가 4월 총선에는 4명으로 판이 커졌다.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도발은 이 전 의원이 끝이 아니었다. 2017년에는 이적단체 ‘소풍’으로 옛 통진당 서울 중랑구위원장 등 9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제주지역에서 반국가단체 ‘ㅎㄱㅎ’을 결성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3명도 통진당 출신이다. 이런 DNA를 물려받은 정당에 민주당이 숙주 역할을 자처했다. 헌법 질서의 존중이 이재명 민주당에서 희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중앙일보 사설
02-23 ‘이재명黨’과 종북 세력의 14년 합작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종북 세력과 선거 연합을 형성함으로써 정통 민주당의 정체성과는 결별하고 있다. 민주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키로 하면서 위성정당인 민주개혁진보연합을 결성, 진보당·새진보연합·연합정치시민회의 후보 10명에게 당선 안정권 순번을 주기로 했다. 지역구 선거에서는 단일 후보 공천 원칙에 합의하고, 울산 북구에 민주당 소속 재선 의원 대신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총선을 위해 연합한 세력들은 대부분 반미·친북 세력으로 사드 반대 운동, 광우병 시위, 천안함 괴담 유포 등 수많은 집회·시위에 전문적으로 가담해온 사람들이다. 이 중에서도 진보당은 2014년 헌법재판소로부터 내란 선동 혐의 등으로 해산 판결이 난 통합진보당의 잔재 인물들이 만든 정당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른바 ‘반윤’전선 구축 명분 아래 사라져 가는 종북 세력의 부활을 위한 숙주가 된 것이다.
민주당이 종북 세력과 연대한 것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야권연대’를 형성해 후보 단일화를 함으로써 진보당 후보의 원내 진출을 도왔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크게 패했으나, 통진당은 13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해 원내 3당으로 약진했다. 이어 통진당은 정책연대를 요구했고, 노무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을 반대했다. 통진당 내 주사파가 여론 조작 및 부정선거와 폭력 사태를 조장해 당은 분열됐고 강제 해산되기에 이르렀다.
사실 김대중과 노무현의 민주당은 진보적 개혁 세력과 연합을 추진하면서도 지하에서 활동하던 종북 반국가 세력과는 일정한 거리를 뒀다. 노무현 정부 때 권력 전면에 등장한 86세대는 민주화 쟁취를 위한 수단으로 ‘자생 종북’적인 성향이 있었다. 그러나 2012년의 97세대(1990년대 학번 1970년대생)는 ‘간첩종북’ 세력이 주도하는 이석기의 통진당을 통해 ‘RO(혁명조직)’에 의한 국가 전복을 노렸었다. 이들 97세대는 민주화가 이뤄진 1990년대 초반부터 친북 노선을 주창하는 종북 세력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이들 후신인 진보당과 연대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대표는 이미 2010년 지방선거에서 통진당(당시 민노당) 후보로 시장에 출마하려던 김미희 의원과 야권연대를 했다. 김 의원을 인수위원장에 앉혔고, 그 인수위원회에 종북 세력인 경기동부연합 출신이 대거 진출했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이적단체인 한총련 세력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86세대 불출마 요구도 그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 대표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출판한 자서전에서 ‘혁명은 북한과 통한다’라는 문구를 쓴 것도 이러한 정치적 배경을 말해준다. 지난 1월 19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이 대표는 대북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 또 김일성 주석의 노력들이 폄훼되지 않도록,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대북관이 친북·종북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공천 잡음에 휘말리는 이유가 반국가 세력의 숙주가 되기 위한 ‘진통’이라면, 더불어민주당은 더는 우리가 아는 민주당이 아니다.

문화일보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02-23 조사업체 의혹·선관위長 사퇴…민주당 공천 정상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 시스템이 정상적 민주 절차에서 현저하게 일탈하고 있다. 낙천 인사들 반발이 더 심각해지고, 당 지도부 사이에서도 파열음이 나오는 등 공천 파동 조짐까지 보인다. 특히 여론조사 기관 선정과 관련된 의혹은 실정법 위반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 이런 와중에 경선을 관리하는 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사퇴하고, 공천관리위원장은 “모른다”고 발뺌하는가 하면, 공관위 회의 이전에 재심 청구에 대한 기각이 통보되는 일도 있었다.
리서치디앤에이라는 업체를 둘러싼 의혹은 단순한 뒷말 수준을 넘는다. 애초 선정한 여론조사 업체 외에 이 업체가 추가 선정되는 데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관여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재명 대표가 2013년 성남시장 선거 때 용역을 수행한 업체로, 2022년 지방선거 땐 안심번호를 특정 후보에게 건넨 사실도 드러났다. 더욱이 이번 조사는 동일 대표가 운영하는 또 다른 업체가 했는데, 중앙선관위 미등록 업체라고 한다. 후보적합도, 경선 투표, 비공식 여론조사까지 모두 맡은 건 이 업체뿐이다. 이 대표는 22일 “성남시 여론조사를 한 번 한 게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부인했지만, 홍익표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회의에서 “해당 업체를 경선투표 기관에서 제외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시비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고, 정필모 선관위원장의 돌연 사의도 이런 일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공관위는 22일 박용진·김한정 의원이 제기한 재심 청구에 대해서 기각했는데, 회의 시작(오후 2시) 전인 오후 1시에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평가자료 공개 요구에 “난 통보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천 전권을 위임받았다”던 공관위원장이 할 소리인가. 농성 중인 노웅래 의원은 “계파정치 때보다 10배, 20배 더한 사천이고 공천 독재”라면서 “나만 금품 관련 재판을 받고 있나”고 항의했다. 전직 총리에 이어 당 원로들도 “이해할 수 없는 행태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문화일보 사설
02.23 이재명 웃으며 "0점 의원도 있다"…"최악 장면" "인성 의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전날 당내 비명(非이재명)계 '공천 학살' 논란을 두고 '0점 받은 의원도 있다'며 웃은 데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나온다.
비명계 인사들이 다수 당공천과리위원회로부터 하위 10% 통보를 받는 등 '공천 학살'이라는 목소리가 나오자 지난 22일 이 대표가 기자 브리핑에서 "심사위원들의 심사 의견도 있지만, 동료 의원들의 평가, 그거 거의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 짐작할 수 있는 분"이라며 웃은 게 화근이었다. 정치적 생명과 직결된 공천 사태로 자당 의원들의 반발과 탈당 등이 잇따른 상황 속 당 대표의 올바른 언행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난 22일 이재명 대표가 자청한 기자 브리핑에서 그거 거의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 짐작할 수 있는 분″이라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사진 JTBC 캡처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좀 화가 나더라. 그렇게 웃으면서 얘기할 문제가 아니잖나"라며 "말의 자격을 따질 필요는 없지만 자기가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 않나"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 국면에서 최악의 장면이고 국민들이 오래 기억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도 지난 22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파렴치하다"며 "인성을 의심스럽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하위 10% 통보받은 송갑석 의원은 "의정 대상을 3년 연속 수상한 분으로 대표 표창까지 받은 분"이고, "하위 20% 통보를 받고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부의장 일도 바쁠 텐데도 본회의 90% 이상, 상임위 90% 이상 출석했고, 대표 발의가 120건"이라며 "이재명 대표는 (대표발의가) 달랑 6건이다. 상임위 출석률은 30%대인데 이걸 공정하다 (말하면) 국민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그런데 거기서 웃어?"라며 따져 물었다.
민주당 내에서 공천과 관련해 불만을 품은 의원들의 탈당, 점거 농성 등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4선 중진인 김영주 의원은 지난 19일 당으로부터 의정활동 하위 20%를 통보받았다며 "모멸감을 느낀다"고 탈당을 선언했다. 이후 박용진, 윤영찬, 송갑석 의원 등 비명계를 중심으로 하위 10% 이상 통보를 받으며 "이재명 사당화"라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된 노웅래 의원은 당 대표실에서 단식 농성을, 이수진 의원은 탈당을 선언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02-23 진중권 “이재명, 0점도 있다며 ‘헤헤헤’…인성을 의심스럽게 만든다”

▲박재홍의 한판승부 방송 캡처
진중권(사진) 광운대 특임교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현역 의원 평가를 설명하다가 ‘0점 맞은 사람도 있다’며 웃은 것을 두고 “인성을 의심스럽게 만든다”고 비난했다.
진 교수는 22일 저녁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헤헤헤 웃지 않았나. 파렴치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어떻게 그 자리에서 그 말을 할 수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송갑석 의원 같은 경우 (국회의장이 주는) 의정 대상을 3년 연속 수상했다. 대표 표창까지 받았다”며 “이런 사람이 어떻게 하위 평가를 받고 컷오프가 되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컷오프에 안 든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완전무결한 신일 것 같다”며 비꼬았다. 또 하위 20%에 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김영주 국회의부의장과 관련해서는 “의정활동 열심히 하지 않았나. 국회부의장으로 바쁠 텐데 본회의 90% 이상, 상임위원회 90% 이상 (출석했고), 대표발의가 120건”이라고 했다.
진 교수는 “이재명 대표는 6건이다. 상임위 출석률은 30%대”라며 “이걸 공정하다고 하면 국민 누가 받아들이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동료평가가 결국 친명계 의원이 조리돌림했다는 얘기”라며 “그러면서 비시시 웃었다. 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평가 내 구성을 설명하는 중 웃음을 터뜨리며 “동료 의원 평가를 거의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 여러분도 아마 짐작할 수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논란을 진화해야 할 대표가 조롱하는 듯한 언행을 보인 것이다.
문화일보 조성진 기자
02.23 1대1 만남 한번도 없었다, 어처구니없는 ‘낙·준 파국’

▲갈라선 이낙연·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스1
11일 만의 파국, ‘결혼 사기극’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이번 개혁신당 사태 때 이낙연(72)·이준석(39) 대표는 일대일로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이낙연 대표는 자타 공인 막걸리 애호가. 이준석 대표 역시 폭탄주를 마다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통합 전부터 ‘DJP 연합’ ‘비빔밥 정치’ 같은 미사여구를 늘어놨다. ‘양당 기득권 타파’ 약속이 정말이었다면 아버지와 아들뻘인 두 사람은 당장 만나 수습을 논의했어야 국민에 대한 예의다. 그러나 양측에선 ‘총리 대사’ ‘대표 칙사’만 오갔다고 한다.
양당제 한국 정치에서 제3지대는 저주받은 땅이다. 두 사람은 이 불모지에 다당제를 정착시키겠다는 진심보단 자신의 체면과 자의식이 우선이었던 것 같다. “DJP보다 우리가 더 가깝다”(이낙연) “제가 함께할 스펙트럼은 노회찬의 정의당까지”(이준석). 그럴듯한 선언은 거짓말로 판명됐다. 11일 동거가 남긴 건 김종민·양정숙 의원의 개혁신당 당적, 그리고 환불조차 어려운 위장 결혼식 축의금 6억6000만원뿐이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에서 대표까지 지낸 두 사람의 어처구니없는 결말에 유권자들은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한다. 앞에선 ‘새로운 미래’와 ‘한국의 희망’을 부르짖으면서, 뒤로는 안락한 거대 양당에서 하던 방식과 똑같았다. 과거 이재명 대표와 ‘명낙 회동’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거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선거 주도권 다툼을 하던 모습 그대로였다. ‘윤석열·이재명 심판’을 끝낸 뒤 친정에 금의환향할 생각이라면 앞으로 제3지대를 옭아맨 저주의 주문은 더 강력해질 것이다.
직장 동료·상사가 아무리 꼴 보기 싫어도, 아침마다 꾸역꾸역 출근해 얼굴 보고 얘기하고 때론 밥과 술도 같이해야 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일반 시민이다. 국민들이 이렇게 힘들게 일해서 낸 세금으로 여의도 고관 대작들은 최대 수백억 정당 보조금을 받으며 당직자를 거느리고, 현역 의원은 억대 연봉을 수령하며 보좌진을 9명까지 둔다.
대리석 바닥에 레드 카펫 깔린 의사당, 사우나·헬스장·한의원까지 딸린 의원회관에 회의실이 못해도 수백 개다. 잘 소통하라고 세금으로 지어준 건물이다. 하지만 여의도 정치인들은 소속 정당이나 계파가 다르면 대면은커녕 전화·문자조차 하지 않는 때가 허다하다. 소셜미디어 극단 정치 시대엔 이견을 경청하고 갈등을 조율하는 정치가(스테이츠맨)보다 지지층 입맛에 맞추는 정치꾼(폴리티션)의 생명이 훨씬 길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1일 불공정 공천에 따른 불만이 폭발하는데도 의원 총회에 대놓고 결석했다. 대통령들의 기자 회견 횟수 역시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이번 개혁신당 사태는 제3지대의 태생적 한계를 드러냈다. 나아가 오늘날 한국 정치인들의 소통 능력이 얼마나 박약한지, 그들이 하는 일이 과연 정치(政治)가 맞기는 한지 묻게 되는 한 편의 부조리극이었다.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02-23 ‘카멜레온’ 김종인, 이번엔 오렌지색 점퍼 입는다

▲선거철마다… 23일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에 선임된 김종인 위원장은 19대 총선 때부터 당색이 다른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을 했다. 왼쪽 사진부터 2012년 19대 총선(새누리당 비대위원), 2016년 20대 총선(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2020년 21대 총선(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당시 모습. 연합뉴스·뉴시스,자료사진
■ 개혁신당 공관위원장 수락
진영 옮기다 제3지대 공천 지휘
이준석 삼고초려에 결국 손잡아
‘이낙연계와 이별’ 결정적 영향
선거기술자 오명… 효과 미지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23일 지난 대선 당시 해촉 전까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위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김 공관위원장은 전두환·노태우 정부에서 요직을 지냈고 이후 반노(反盧)·안철수 의원·박근혜 전 대통령·문재인 전 대통령·윤 대통령 진영을 넘나들다 이번엔 반쪽으로 쪼그라든 제3 지대의 총선 공천 지휘봉을 잡게 됐다. 11일 만의 빅텐트 해체로 코너에 몰린 개혁신당은 이번 영입으로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주요 선거 길목마다 당적을 옮겨 ‘선거기술자’라는 오명을 얻은 탓에 김종인 등장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정됐던 시점보다 다소 늦었지만, 어느 당보다 중량감 있고 정무적 능력이 탁월한 김 위원장을 모시게 됐다”며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훌륭한 인재를 발굴해 국민께 선보이는 공천 업무에 신속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개혁신당 지도부는 이낙연계의 이탈 전부터 김 위원장 영입을 위해 물밑 접촉을 해왔다. ‘삼고초려’에도 확답을 피해온 김 위원장은 전날 밤 이 대표가 직접 방문한 뒤 최종 승낙 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 대표를 비롯해 당 최고위원인 금태섭 전 의원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진 김 위원장이 직을 수락한 근본 배경에 ‘이낙연계와의 결별’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서강대 교수 출신인 김 위원장은 전두환·노태우 정부에서 세 차례나 비례대표를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반노 야당인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됐다. 2011년에는 안철수 의원의 공인된 경제 멘토였으나 이듬해 대선 땐 박 전 대통령 당선을 위해 뛰었다. 2016년에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아 20대 총선을 치렀다. 이후 다시 당적을 옮겨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21대 총선을 이끌었고, 지난 대선에선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직을 수락하며 윤 대통령 당선을 위해 도왔다. 그러나 갖가지 마찰을 빚으며 중도 해촉된 뒤 야인으로 지내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개혁신당 공관위원장으로 정치 전면에 등장, ‘오렌지색’ 점퍼를 입고 공천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여야를 오가며 선거 때마다 중책을 맡아 ‘해결사’ ‘킹메이커’ 등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자신의 입지를 위해 ‘철새 정치’에 매몰된 인물이라는 상반된 평가도 받고 있다.
문화일보 김보름·김성훈 기자
02.24 ‘이재명 체포 동의안 찬성’ 살생부가 진짜 공천 기준인가

▲지난 21일 저녁무렵부터 인터넷 사이트에 나돌고 있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의원' 명단. 여기에 든 28명의 의원 중 신동근, 고민정, 김한규 의원은 '부결표'를 던졌다고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SNS 갈무리) ⓒ 뉴스1
민주당 친이재명계인 김성환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현역 평가 하위 20%에 비이재명계가 많은 이유에 대해 “의원 평가 항목 중에 다른 의원들과 당직자 및 지역권리당원, 주민들의 평가가 작년 11월, 12월 중에 실시됐다”면서 “그 직전인 9월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이 가결됐을 때 도대체 누가 가결 표를 던졌을까 논란이 한참 진행되던 시점에 평가가 이뤄져 그 요소들이 평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작년 9월 21일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진 이재명 의원 체포 동의안은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통과됐다. 최소한 민주당 의원 중 2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번에 민주당 현역 하위 20% 평가를 받은 31명과 비슷한 숫자다.
당시 표결 이후 이재명 대표의 지지층 인터넷 게시판에는 반란 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비명계 의원들의 명단이 ‘살생부’라며 돌아다녔다. 친명 지지층들은 이들을 비명계를 일컫는 은어인 ‘수박’으로 규정하며 “반드시 내년 총선 공천을 통해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자신이 하위 평가를 받았다고 공개한 의원들은 거의 모두 비명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대부분 국회 본회의 및 상임위 출석률이 높고 자신이 대표 발의한 법안 수도 많아 상대적으로 입법 활동에 충실해 왔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속한다. 그런데도 이들이 하위 10%, 20%로 평가받았다면 의정 활동과는 무관한 다른 문제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됐는데, 김 의원은 그 이유가 바로 이재명 체포 동의안 문제라고 밝힌 셈이다. 이재명 대표도 하위 20% 평가에 대한 논란에 관해 “동료 평가에서 0점 받은 분도 있다”면서 “여러분도 누군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체포 동의안 살생부가 변수가 됐다는 김 의원 분석과 같은 취지 아닌가.
체포 동의안 표결은 무기명이어서 누가 어떤 표결을 했는지 알 방법이 없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가, 부 판단은 의원 자질 평가 기준이 될 수도 없다. 그런데도 누가 반란 표를 던졌을 것이라는 의심이 총선 공천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했다면 공당임을 포기한 것이다. 이런 충격적 내용을 친명계 의원이 거리낌 없이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지금 이런 상태다.
조선일보 사설
02.24 만장일치로 월급 올린 지방의원들, 전국화 고질화되는 ‘국회 病’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총선 공식선거운동 개시일을 한달여 앞둔 2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22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대부분의 의석이 비어있다. 2024.02.23. kgb@newsis.com
최근 서울시의회와 전주시의회가 의원들의 의정활동비를 각각 월 200만원과 150만원으로 올리는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해 정부가 지방의원 의정활동비를 시·도는 50만원씩, 시·군·구는 40만원씩 올릴 수 있게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개정하자 인상 최대폭까지 증액한 것이다. 앞서 강원도의회와 울산시의회도 의정활동비를 월 50만원씩 올리는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방의원의 ‘월급’인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나뉘는데 의정활동비는 의정 활동에 드는 비용을 보전하는 것이다. 광역 의원들은 이미 중위 소득에 해당하는 연 5000만~6000만원대의 의정비를 받고 있다.
의정활동비는 2003년 이후 변동이 없었다고 한다. 지방의원들은 “충실한 의정 활동을 위해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지방의회는 지역 주민을 위한 역할을 거의 하지 않아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 종로구 의회는 재작년 7월 출범 직후부터 여야가 의장 자리 다툼을 벌여 1년 넘게 휴업 상태로 지냈다. 서울 성북구 의원들은 관광성 외유를 갔다가 비용 전액을 물어내라는 명령을 받았다. 전북 김제시 의회에선 불륜 남녀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고성을 지르며 싸우다 제명되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이 제 월급 올리는 데는 만장일치다.
유럽 상당수 국가의 지방의원들은 무보수이거나 자원봉사자 수준의 세비를 받는다. 지방의원은 자기 동네를 위해 봉사하는 자리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우리 지방의회 의원들도 처음엔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하지만 돈 없고 유능한 인재들이 의원이 되게 해야 한다는 논리로 2006년부터 월정수당을 신설해 의정비를 받기 시작하더니 기회만 되면 의정비를 올려왔다. 이제 겸직도 되고 연간 수천만원의 후원금도 모금할 수 있다. 9명 보좌진에 고액 세비, 후원금 받아가면서 지역 왕 노릇 하는 국회의원들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다. ‘국회 병(病)’이 전국화, 고질화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2.24 총선, 이재명 대표에 罪意識과 윤리 감각 不在 책임 물어야
李 대표, 민주당·사회 전체 윤리 ‘이재명 수준’으로 끌어내려
여당 ‘돌려막기 공천’ ‘아쉽다’와 ‘사과한다’ 誤用도 ‘이재명 존재’가 등받이 노릇

▲작년말 국회 앞에서 한 단체가 투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뉴스1
2001년 9·11 테러 때 2977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가운데 412명이 소방관과 응급 구조대원이었다. 일반인 희생자는 불기둥이 솟구치며 붕괴한 높이 412m 110층 세계무역센터 건물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었다. 소방관과 구조대원은 소집 명령을 받고 달려왔다. 그들은 사람이 쏟아져 내려오는 흐름을 거슬러 계단을 올라가며 피신하는 사람을 안내하고 구조하다 사망했다. 소방관 희생자 중에는 일흔둘 소방위원장을 비롯한 많은 지휘관이 포함됐다. 예순여덟 소방국 담당 사제(司祭) 미셀 저지 신부님도 불지옥 속에서 죽음을 맞았다.
어느 나라에서건 갑작스러운 재난을 당하면 긴급 전화를 돌린다. 한국 119, 미국·캐나다 911, 오스트레일리아 000으로 나라마다 번호는 달라도 시민들은 이 전화벨 소리가 저쪽에 닿으면 누군가가 반드시 나를 구하러 달려오리라고 믿는다. 사회를 받쳐주는 이 신뢰의 그물이 촘촘할수록 안정된 사회다. 정치 특히 국회는 국민에게 119 전화와 같아야 한다.
4월 10일은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300자리를 놓고 온갖 종류 인간이 죽을 둥 살 둥 내달리고 있다. 어느 당 지지자가 됐건 현재 국회가 나라에 절박한 일·국민에게 절실한 일을 효율적으로 해왔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는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원 가운데 유권자가 뽑지 않은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총선 후에는 달라질까. 한국 정치를 현재와 같은 절망 상태로 몰아넣은 데는 헌법적·제도적 요인이 있다. 미국식 대통령 중심제는 권력을 효율적으로 모아 국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안(創案)된 제도가 아니다. 다수(多數)의 독재를 방지하려면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데 역점(力點)을 둔 제도다. 미국 전성기(全盛期)에 이 결함 많은 제도가 잘 굴러간 것은 제도 허점(虛點)을 정치인 양식(良識)으로 메웠기 때문이다. 정치인 양식이 사라지자 미국의 세계 지도력과 국내 정치 안정·국가 통일성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 4·10 선거를 통해 한국 정치에 양식(良識)과 양심(良心)을 보충할 수 있을까. 제도 결함이 여전히 방치돼 있고 국회의원을 뽑는 국민 안목(眼目)이 그대로인데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3권 분립이란 행정권 중심의 대통령 권력과 입법권 중심의 의회 권력이 협상과 타협 과정을 통해 나라를 운영하는 합리적 결론을 끌어내라는 것이다. 한국식 대통령제는 ‘대통령 마음대로’ ’다수당 멋대로’ 각자 권력을 행사해 국민을 좌절시키는 제도로 타락했다.
헌법과 권력구조의 이런 제약 속에서 나라와 국민이 숨이 막히지 않으려면 4·10 총선을 통해 국회에 ‘최소한의 산소’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측정 기준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생사(生死) 여부다. 이 대표가 살면 당분간 희망이 없다.
원내 절대 다수당 당대표는 대통령과 함께 국가 대표 소방관(消防官)의 양축(兩軸)이다. 훌륭한 소방관 제1요건은 ‘책임감’이다. ‘책임감’은 ‘죄책감(罪責感)’과 동전의 앞·뒷면 관계다. 화재 현장에서 ‘내가 달리 행동했더라면 한 명이라도 더 목숨을 구했을 텐데…' ’내가 좀 더 잘했더라면 동료가 희생되지 않았을 텐데…'라는 후회로 나타난다. 이것이 과거 잘못을 바로잡고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막아준다.
이 대표는 수많은 동료들이 자신과 연루된 죄(罪)로 목숨을 끊었는데도 단 한 번도 ‘죄책감’을 표시한 적이 없다. 죄의식이 없다는 뜻이다. 제1야당 당대표로 근무하는 시간보다 피고인으로 재판정에 드나드는 시간이 많은데도 죄(罪)스럽다는 느낌조차 없다. 이건 부도덕(不道德)과도 차원이 다른 무서운 일이다.
그의 ‘책임감 수준’ ’죄책감 여부’는 개인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 현 정권이 국민의 신임(信任)을 잃으면 다음 정권을 맡아야 할 제1야당 전체 윤리 의식을 완전히 망가뜨렸다. 민주당 공천 과정과 결과가 그걸 보여주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사회의 전체 윤리 의식을 ‘이재명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이재명 잉크는 야당만이 아니라 여당도 물들여 버렸다. 잘한 것 없는 여당이 돌려막기식 공천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태도나 사회 일각에서 들고나오는 ‘우리편 잘못 묻어주자 캠페인’·'아쉽다’는 단어 의미를 ‘사과한다’ 뜻으로 바꾼 대통령 사례도 ‘저런 이재명도 버티고 있는데…’라는 등받이가 없으면 나오기 힘들다. 4·10 총선은 정치인 이재명에게 한국 최고 소방관으로서 책임감과 윤리 감각이 있는지를 묻는 선거다.
조선일보 강천석 기자
02.26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제기한 ‘불공정 여론조사’ 의혹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에게 총선 후보 경선에서 불공정 의혹이 제기된 여론조사 업체를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용역을 수행한 이 업체에 현역 의원을 배제한 경쟁력 조사를 맡기는 바람에 공정성이 의심받고 있다는 게 이유다. 이 업체는 원래 경쟁 입찰 때 탈락했다가 하루 만에 친명계인 수석 사무부총장이 개입해 추가 선정됐다고 한다. 업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 선관위원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결국 홍 원내대표 요구를 수용해 앞으로 남은 경선에서 문제 업체를 배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경선 과정에 공정성 문제가 있었음을 자인한 것이다.
총선 후보를 결정하는 여론조사에서 특정 업체가 논란 끝에 배제된 것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당장 이 업체가 지금까지 개입한 경선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부터 의심받을 수 있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경선 과정과 근거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국민의힘은 “경선 결과와 집계 전 과정을 후보 측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도 못 할 이유가 없다.
당 지도부가 여론조사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민주당의 공천 과정은 정상이 아니다. 지난해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표결에 찬성한 의원들을 쳐내기 위해 현역 의원 평가가 악의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본회의·상임위 출석률이 높고, 법안 발의도 많이 한 비명계 의원들이 무더기로 낮은 평가를 받는 바람에 당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을 탈당한 한 의원은 친명계 핵심 의원이 출마 희망자들에게 금품을 받았다가 6개월 뒤 반환한 사실을 당에 알렸다가 컷오프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私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와중에도 민주당은 25일 정청래·서영교·이개호·김영진·권칠승 등 이 대표 측근들을 무더기로 단수 공천하는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비명계 현역 의원들은 하위 10~20%의 현역 평가를 받은 후 경선을 치르게 됐다. ‘비명횡사(비명계는 탈락)’라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
조선일보 사설
02.26 시중의 유행어가 된 ‘비명횡사 친명횡재’
민주 의원평가에 ‘친명 조사업체’ 참여 논란
친명 현역 단수공천, 비명 현역은 경선 대세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경선 여론조사에 참여한 업체 가운데 최근 공정성 논란을 빚은 ‘리서치디엔에이’를 결국 향후 조사에서 빼기로 했다. 지난 21일 중앙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경선 여론조사 수행업체 선정이 끝난 뒤에 갑자기 추가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3년 성남시민 만족도 조사 용역을 맡았던 회사로 드러났다. 정필모 당 선관위원장이 갑자기 사퇴한 것도 이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보도를 본 정 위원장이 ‘리서치디엔에이’가 뒤늦게 조사업체로 추가된 배경을 알아보려 했으나 실무진이 답변을 얼버무렸다고 한다. 이에 좌절감을 느낀 정 위원장이 주변의 만류에도 위원장직을 던졌다고 한다. 당내 일각에선 친명 핵심 인사가 해당 업체를 밀어넣었다는 얘기가 나돌았으나 진상은 오리무중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십수 년 전에 성남시 여론조사를 한 번 한 게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항변했으나, 홍익표 원내대표조차 “논란이 될 업체는 제외하는 것이 맞다”고 요구하면서 결국 해당 업체는 빠지게 됐다. 그러나 이미 해당 업체가 현역 의원평가 등에 참여했기 때문에 엎질러진 물이다. 이래서야 비명계 의원들이 나중에 공천에 탈락할 경우 순순히 결과를 납득할 리가 없다. 벌써 단식 농성 중인 노웅래 의원이나, 탈당 후 이 대표에게 독설을 뿜는 이수진 의원 문제로 어수선하지 않은가.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와 당 원로들도 최근 공정한 공천을 촉구하고 나선 형국이다.
이런 와중에 어제 민주당의 7차 공천 발표에선 단수 공천을 받은 현역 의원 17명 중 15명이 친명계로 분류됐다. 반면에 경선에 붙여진 4명의 현역 의원들은 전부 비명계였는데, 죄다 친명계 원외 인사들과 양자대결을 벌여야 할 처지다. 특히 박영순(대전 대덕) 의원은 현역 하위 평가 10%에, 송갑석(광주 서갑) 의원은 하위 20%에 들어 경선 득표의 30%, 20%를 각각 감산하는 페널티까지 받는다.
경선이 원칙인 호남에서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이 단수 공천을 받은 이유에 대해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특별당규에 따르면 상대 후보와 격차가 심각하게 나면 단수로 선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목포·여수 MBC가 1월 29~30일 해당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이 의원 30%, 박노원 민주당 부대변인 27%, 이석형 전 함평군수 24%로 세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전이었다. 이 의원이 압도적 우위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당 정책위의장에 기용한 인사여서 단수 공천엔 ‘이재명 프리미엄’이 작용했다는 뒷말까지 나온다. 이 대표는 요즘 시중에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말이 왜 유행어가 됐는지 그 배경을 잘 되새겨보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2-26 우려되는 진보당 비례 면면… 커지는 李 ‘종북 숙주’ 책임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민주개혁진보연합’이 종북·반미·괴담 세력의 국회 진출을 열어줄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당선 안정권에 10석을 배정 받은 진보당(3명)·새진보연합(3명)·연합정치시민회의(4명) 중 진보당이 자체 후보 4명 중 3명 선발 절차를 시작했다. 이들 4명은 주사파 세력으로 알려진 ‘경기동부연합’과 위헌 정당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대법원에 의해 이적단체로 규정된 한총련 소속이었거나 국가보안법 위반 경력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진보당은 지난 24일부터 손솔·전종덕·정태흥·장진숙 등 비례 후보 4명의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이들 중 3명이 당선 안정권 후보로 등록된다. 진보당 공동대표인 정 후보는 이적 단체 규정 이전이긴 하지만 한총련 3기 의장으로서 통진당에 참여했고, 같은 공동대표인 장 후보는 한총련 대의원에 국보법 위반으로 수배를 받은 전력이 있다. 전 후보는 민노총 사무총장 출신이고, 손 후보는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여성이 3명인 데 대해 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곽대중 개혁신당 대변인은 “이석기 같은 (경기동부연합) 수장을 앞세운 19대 총선에 비해 웬만한 유명인은 뒤로 감추고 여성을 내세웠다”고 분석했다. 전국적으로 80여 곳의 지역구 후보도 출마시켜 저인망식 ‘산 옮기기’ 전략을 쓰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당 후보가 얻은 득표가 0.1%에 불과했는데, 이번엔 민주당의 숙주 노릇으로 지난 21대 총선에서 5.42%를 얻어 3석을 확보했던 열린민주당 수준 의석을 얻게 됐다.
자유민주국가에서 자체 후보와 정책으로 의석을 확보한 정당에 대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력으로 의석을 확보할 수 없는 정당이 거대 정당의 숙주 노릇으로 의석을 차지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전통 주류 세력이자 온건 좌파인 친문·김근태계·정세균계 등을 배제하고, 그 자리를 친명·한총련 세력으로 메우고 있다.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될 때 경기동부연합 세력과 손잡은 사례에 비춰 주류를 교체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제2의 통진당을 키우는 셈이다.
문화일보 사설
02.26 이재명 사퇴를 권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4.02.16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은 민주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정당 지도자로서 부적격이다.
그는 경기도지사에서 당내 대선 경선 참여자로, 대선 후보자로, 대선 패배자로, 당대표로 자신의 지위가 변할 때마다 다른 사람이 되었다. 특히 자기 정체성이었던 기본소득을 포기한 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선거제를 약속하고, 그걸 뒤집고, 뒤집은 걸 다시 뒤집었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하고는 포기를 포기했다가 이런 변심을 지지하지 않은 동료 의원을 공천 과정에서 보복했다. 전당대회 연설에서 ‘당대표 경쟁 후보가 공천을 걱정하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고는 ‘공천 때 복수하는 당’으로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 앞에 있는지, 정세와 자기 입지의 유불리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된다. 어제의 이재명은 오늘의 이재명이 아니고, 오늘의 이재명은 내일의 이재명이 아니다. 매일 변하는 남자를 사랑하기는 어렵다.
그의 말과 행동은 다음 말과 행동으로 뒤집힐 때까지만 유효한, 짧은 유통기한을 갖고 있다. 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일관성이 있다면, 자기애뿐이다.
이재명은 자기 외 누구도 믿지 않고,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 제1당을 이끌면서 주요 현안을 자기 이익의 관점에서 홀로 결정하고, 당 지도부는 물론, 그와 가깝다는 의원의 조언조차 듣지 않는다.
자기애의 자연스러운 귀결은 자기 아닌 거의 모든 것과의 불화다. 그는 자기가 사랑하지 않거나,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이들을 배제한다. 그게 바로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것들이다. 공천 파동은 자기애의 표출이다.
공천 불이익을 당할 만한 이들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정당한 행위조차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재명은 자기 결정을 설득하고 당사자를 승복시킬 권위와 정당성, 도덕성을 상실했다. 그는 공천 불이익을 받은 이가 불이익을 거부할 이유 그 자체다.
그는 대선 패배 직후 자기 지지자들이 낙담하고 있을 때 2억원대 주식을 사서 자기 이익을 챙겼다. 공천 보복을 당한 박용진이 분노를 삼킬 때 0점 받은 사람 운운하다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가 뛰어난 정치적 역량이라도 갖고 있다면, 당의 운명이 걸린 총선을 잘 지휘한다면, 당 지지자들은 그의 도덕성·공감 능력의 결핍을 묻어둘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역량은 실망스럽다. 해당 행위자는 친명이라는 이유로 끌어안고, 득표력 있는 당 자산은 비명이라는 이유로 내버렸다. ‘신명’이라는, 86(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 다음 세대 운동권은 한동훈이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가리기 위해 불을 댕긴 ‘86 운동권 심판론’에 ‘86 세대교체론’이라는 기름을 부었다. 자신도 86처럼 권력을 누려보자는 순진한 발상에서 그랬을 것이다. 이재명은 또 친명이 윤석열 정권 아닌,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제기할 때 수수방관, 자기가 천명한 ‘문명(文·明)’ 협력을 거부했다.
당 파괴가 이재명의 선거전략인가? 왜 그는 윤석열 정권 심판론의 불씨를 끄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일까? 왜 당 밖에서는 한동훈이, 당 안에서는 이재명이 ‘한·이 합작’으로 당 안팎을 쪼아대는 현상이 나타날까?
이 모든 무리수는 총선 패배의 길을 가리키고 있다. 불길한 징후를 그도 느낄까?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의 눈에는 자신의 경쟁자로 여겨지는, 잠정적 당권·대권 주자가 제거되는 것만 보일 것이다. 그에게 공천은 ‘미리 보는 차기 당권 투쟁’이자 ‘잠재적 대권 경쟁’이다.
여기 두 개의 길, 이재명이 사퇴하고 선거에 승리하는 길, 당권을 지키고 선거에 패배하는 길이 있다고 해보자. 그가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분명하다.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재선출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로서는 당이 승리해도 당권을 잃으면 패배지만, 당이 패배해도 당권을 장악하면 승리다. 쉽게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어렵게 끌고 가는 이유이다. 승리한 당대표가 된다 해도 승리는 그의 당권 재창출을 위한 불쏘시개로 소비될 것이다. 자기애가 깊을수록 민주당 위기도 깊어진다.
이 모든 위기에도 이재명을 변호할 수 있는 유일한 논리는 시스템 공천이다. 그런데 시스템이 정상이라면 일어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시스템이 망가졌거나, 당대표가 망가졌거나, 아니면 둘 다 망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재명의 이익과 당의 이익은 충돌한다. 둘을 분리해야 한다. 이재명은 문제 자체이지 해결책이 아니다. 이미 물 건너갔다고 체념하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그 일이 일어나야 한다.

경향신문 이대근 우석대 교수
02.27 저급 주사파 ‘경기동부’ 국회 대거 진출을 돕는 李대표

▲작년 4월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당선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전북전주시 선거사무실에서 꽃목걸이를 걸고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진보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4명에 대한 자체 선발 절차에 들어갔다. 민노총 사무총장, 한총련 의장 출신이거나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인사들이다. 종북 주사파 ‘경기동부연합’이 장악한 민노당·통진당·민중당에서 활동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4명 중 상위 3명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대표 위성정당 소속으로 출마하게 된다. 민주당은 비례 명부 당선 안정권에 이들을 배정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은 17석을 얻었다. 이번에도 진보당 비례 후보 3명은 의원 당선이 확정적인 셈이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 김씨 왕조를 추종하는 주사파는 민주화 운동의 말기 변종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에 생겨나 한때 위세를 떨쳤으나 소련이 붕괴하면서 점차 위축됐다. 이런 와중에 주사파는 저질, 저급화되는 길을 걸었다. 경기도 성남을 중심으로 등장한 ‘경기동부연합’이 대표적 경우다. 운동권 내에서도 이들의 저급성에는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이들은 청년·여성·빈민 단체를 파고든 데 이어 민노당, 통진당까지 접수했다. 통진당은 애국가를 거부하고 유사시 우리 국가 기간 시설 타격을 모의한 반(反)대한민국 집단이었다. 헌재가 통진당을 ‘폭력 혁명으로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위헌 정당’이라며 강제 해산시켰지만 경기동부는 집요하게 조직을 재건했다. 이들이 만든 정당이 진보당이다. 급기야 작년 4월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국회에까지 진출했다. 같은 해 11월엔 민노총 지도부까지 장악했다.
이들의 성장엔 통진당 해산 이후 후속 수사와 재판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위헌 정당 결정이 났는데도 통진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당원 아무도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를 받지 않았다. 그 덕에 경기동부는 통진당 간판을 민중당, 진보당으로 바꿔 달며 세력을 그대로 보존했다. 작년에 잇따라 적발된 제주·창원 간첩단, 민노총 간첩망 등 5개 주요 간첩단 사건에 진보당 간부와 당원들이 무더기로 연루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성남시장을 지낸 민주당 이재명 대표 주변엔 유독 경기동부 출신이 많다. 성남시 산하기관 등에 대거 발탁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69년 역사를 가진 정당이다. 세 차례 집권했다. 그런 당을 본인의 방탄에 동원한 이 대표가 반국가세력과 손잡고 있다. 진보당은 비례대표 3명 외에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지역구에서 최대 5석까지 기대하는 상황이다. 구 통진당, 경기동부 세력이 대거 국회에 진출해 국방위, 정보위 등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개혁신당 이원욱 의원은 “경기동부 세력이 이재명을 숙주로 성남시·경기도를 지나 국회 진출까지 시도한다”고 했다.
김정은은 한국식 말을 쓰고 한국 드라마를 봤다고 북 주민을 처형하고 있다. 같은 민족도 아니라고 하고 영원히 통일도 하지 않겠다고 한다. 핵을 쏘겠다고 노골적으로 협박하고 있다. 주사파가 추종하던 김씨 왕조의 본색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도 구 통진당, 경기동부의 위험성에 대해선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
조선일보 사설
02.28 국가정체성 부정하는 국회의원은 안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헌법 제1조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다. 민주공화국을 이끄는 3두 마차가 있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다. 이 3개부는 서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서 국가의 정체성을 지켜 나간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핵심기관은 입법부, 즉, 국회다. 국회야 말로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국민들의 대의기관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1조2항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있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야 말로 최고의 권력기관인 것이다.
그런데 2024년, 대명천지에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세우고, 지켜나가는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국회에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어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것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무혈입성으로 말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진보당, 새진보연합, 연합정치시민회의가 주축이 되어 4월 총선용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여기서 언급되는 진보당은 2014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다. 당시 통합진보당은 한미동맹의 해체를 주장했다. 한미연합훈련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는 북한이 남침해 오면 대한민국의 주요 기간시설을 파괴할 계획을 세웠고, 실제 모의 훈련까지 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을 통째로 북한에 넘겨주겠다는 정당이다. 그래서 헌재는 통합진보당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정당 해산을 명령했던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진보당의 전·현직 간부들이 기소 된 바 있다. 해외에서 북한공작원과 접촉하고 제주에서 이적단체를 결성한 혐의다.
연합정치시민회의는 광우병 괴담을 만들어 퍼뜨렸던 주역이다.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뼈가 송송, 뇌가 송송’하고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광우병 괴담이후 15년이 지났지만, 뼈 송송, 뇌 송송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들조차 아무렇지도 않은 듯 미국산 소고기를 먹고 있다. 그뿐인가? 그들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에 생명을 걸었던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안보를 지키는 우리의 군사시설을 우리 땅에 건설하는데 무슨 명목으로 반대한다는 것인가? 해군기지가 완료 된지 8년이 지난 지금 해군기지는 주민 친화적, 환경 친화적 모범 군사기지로 바다지킴이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물론, 모든 국민들의 관광지가 되어 지역 경제에도 크게 도움을 주는 일석이조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들이 다가오는 4월 국회에 들어온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제2의 광우병 괴담이 만들어져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사드를 비롯한 육·해·공군의 군사기지 건설을 반대할 것이다. 미군 나가라며 미 대사관에 난입하는 일은 또 안 벌어질지?
지금 지구촌은 그 어느 때보다 전쟁의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더욱이 신년 들어 북한의 도발은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대한민국을 “적대국”으로 명시하면서 언제든지 전면전을 감행할 수 있다고 협박한다. 이 땅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인권 등 중요하지 않는것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5000만 국민의 생존을 지키는 안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안보에는 이념도 없고, 여·야도 없고, 남녀노소의 구분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세계의 모든 강대국들은 외부의 침략이 아니라 내부의 분열로 무너졌다. 그러기에 우리의 내부분열을 조장하여 국민들의 생존을 위태롭게 할 세력들의 국회입성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그 힘은 깨어있는 국민들이 결집하는 것 뿐이다.

조선일보 신상태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
02.28 매일 분란 민주당 공천, 보는 국민이 피곤할 지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뉴스1
민주당에서 총선 공천을 둘러싼 분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7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공천 배제가 확정되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불공정하다며 사퇴했다. 김영주 국회 부의장과 박영순 의원은 공천 배제 판정을 받고 탈당을 선언했고, 설훈·이상헌 의원도 탈당을 시사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은 신당에 합류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당과 비교하면 분당(分黨) 수준이다.
어느 정당이든 공천 때마다 잡음이 나오고 분란이 생긴다. 그래도 정도가 있다. 지금 민주당은 지지자들마저 공천 과정을 보며 혀를 차고 눈살을 찌푸린다. 이 대표는 온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선거 제도를 혼자서 결정했다. 미루고 미루다 자신의 공약을 뒤집고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거기에 ‘종북·괴담 세력’을 끌어들이더니, 당내 공천에서는 ‘밀실 회의’ ‘불공정 여론조사’ 논란을 초래했다.
지도부와 친명계는 거의 예외 없이 단수 공천을 받은 반면, 이 대표 체포 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의심을 받은 의원은 대부분 의원 평가 하위 20%에 포함되거나 탈락했다. 이 대표 자신은 7개 사건에 10개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황운하·노웅래 등 재판받는 다른 의원의 출마는 봉쇄했다. ‘대장동 변호사’도 6명이 출마해 모두 공천에서 순항 중이다. 차기 당대표 경쟁자로 거론되던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탈락시키고 그 자리에 ‘청담동 술자리’ 가짜 뉴스 제보자를 공익 신고자로 인정하려고 했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공천했다. 공천을 정적 제거의 도구로 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당이다. 공천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면 당대표가 나서서 책임지고 해결하는 게 원칙이다. 이 대표는 ‘시스템 공천’이라는 말을 되풀이하지만, 그와 친한 사람은 살리고 맞섰던 사람은 정확히 도려내는 시스템에 많은 사람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역대 총선에서 공천 잡음이 컸던 당이 승리한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도 이렇게 국민의 시선을 무시하고 공천 전횡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이 대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과 민주당을 지지할 묻지 마 지지층이 이번에도 흔들림 없이 표를 줄 것으로 믿는 모양이다. 국민은 지금 불경기와 김정은 위협 속에 의사 집단 파업까지 더해져 불안하다. 이 와중에 매일 중계되는 다수당의 공천 분란 소식은 짜증과 피로까지 얹고 있다. 이러고도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나.
조선일보 사설
02.28 “이 대표 손에 피 칠갑…” 내전으로 치닫는 민주당 내홍
임종석 공천 배제로 친명과 비명 갈라설 위기
이 대표, 친명 핵심 불출마 등 자기희생은 없어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갈등이 이제는 내전 수준으로 접어들었다. 대표적인 친문 인사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서울 중-성동갑 공천에서 배제하자 같은 친문 고민정 최고위원이 사퇴했다. 어제 열린 의원총회에선 비명 중진 홍영표 의원이 “이재명 대표가 ‘혁신은 가죽을 벗기는 것’이라 하더니 자기 가죽이 아닌 남의 가죽을 벗기고 있다. 자기 손에 피칠갑을 했다”며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친명-친문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민주당의 지금 공천 파동은 근본적으로 이재명 대표가 여러 정파를 껴안고 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자신의 당권, 대선후보로서의 입지를 미리 굳히려는, 당내 계파 정리용 공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명 세력은 잠재적으로 이 대표의 당권과 대권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이들에 대해선 평가 하위 10%, 컷오프 등으로 철저히 배제하고 이 대표 주변의 호위무사들을 대거 발탁했다. 어제 당 원로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임 전 실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임 전 실장을 왜 공천에서 제외했느냐 따지자는 게 아니다. 임 전 실장 또한 문재인 정부 시절의 온갖 잘못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물이다. 문제는 이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국민의힘 윤희숙 후보에게 밀리지 않았던 임 전 실장을 공천 탈락시킨 이유가 과연 ‘총선 승리’를 위한 진정성으로만 결정한 것이냐는 의문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으로 박용진, 노웅래, 홍영표 의원 등이 보인다. 연합뉴스
게다가 이 대표는 공천 보복을 당한 당사자들이 이의를 제기해도 근거를 투명하게 제시하기는커녕 “0점을 맞은 분도 있다고 하더라”며 조롱 섞인 웃음을 보였다. 당의 통합을 이루려는 자세로는 볼 수 없다. 제1당 지도자로는 매우 부적절한 자세였다.
총선 때마다 공천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잡음이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4년 전 총선에선 민주당에 이런 ‘사당화’ 논란은 없었다. 당시도 하위 20% 통보가 있었지만, 이해찬 당시 대표는 불출마를 선언하고 사심을 스스로 제거했다. 그래서 반발의 강도가 크지 않았다. 반면에 지금 많은 이가 ‘이재명 사천’이라 혹평하는 결정적 이유는 이 대표의 헌신·희생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 중인 노웅래 의원이 “왜 이 대표는 놔두고 나만 문제 삼느냐”고 주장할 때 많은 이가 고개를 끄덕였던 이유다.
당이 둘로 쪼개질 현 위기를 극복하려면 ‘비명’에만 희생을 강요할 게 아니라 이 대표는 물론 친명 핵심들도 대거 불출마를 선언해 스스로 희생하고 당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나도 허위보고에 속았다”는 전직 당 선거관리위원장의 폭로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그래야 급격히 돌아서는 민심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붙들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02-28 DJ-盧-文정부 주요 인사 마구잡이 내치는 李, 뭘 노리나
더불어민주당 공천 내홍을 관통하는 저류(底流)는 과거 집권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사들을 거의 막무가내로 내치는 것이다. 그 방법도 정상적인 민주 절차를 벗어난 꼼수와 속임수 등으로 점철됐다. 그런 행태가 다소나마 정당성을 가지려면 집권을 위해 필요한 더 나은 인재를 영입해야 하는데, 그들이 쫓겨난 자리는 대개 이재명 대표의 측근들이 채운다. 국정 경험이 없거나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다. 사실상 집권을 포기한 행태 아닌가.
민주당은 27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했다. 그뿐 아니라 민주당이 배출한 3명의 대통령 시절, 즉 김대중(DJ)-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국정 경험을 쌓았던 인사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밀려났다. 친노 원로인 이해찬 전 대표가 임 전 실장 배제에 반대했지만, 거부하고 친명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공천했다. 문 정부 출신인 노영민 전 비서실장, 황희·전해철 전 장관 등은 일단 살아 남았지만, 친명 후보들과 경선을 치러야 한다. 개딸들은 “가만둬선 안 된다”고 여론전을 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있는 ‘험지’ 경기 분당갑에 전략 공천됐고,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원조 친노 김종민 의원은 탈당했다. DJ 정권의 주축이던 동교동계에서도 설훈 의원이 탈당했고, 이낙연 전 대표는 딴살림을 차렸다. 그뿐 아니라 인재근 의원이 불출마한 데 이어 기동민 의원까지 컷오프에 몰려 김근태계는 사실상 소멸될 지경이고, 정세균계에선 이원욱 의원이 탈당했다. 친명을 제외한 모든 계파의 주요 인사들을 몰아낸 셈이다.
방법도 ‘불법적 공작’이라고 할 만큼 심각하다. ‘비명 쳐내기’용 여론조사 의혹도 있다. 당 선관위원장에서 사퇴한 정필모 의원은 “나도 속았다”고 폭로했다. 의정활동 하위 평가의 근거도 알려주지 않았다. 이러니 “남의 가죽을 벗기느라 손에 피 칠갑” 극언까지 나온다. 국민 입장에서는 신익희-조병옥-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진 유구한 정당이 “1인 지배 사당, 방탄과 사욕을 위한 전체주의 집단”(박영순 의원)으로 망가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문화일보 사설
02.29 국민의힘 공천 40대 이하는 13%뿐, 그나마 ‘험지’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구로구 오류에서 행복주택 입주 신혼부부, 청년들과 간담회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28일까지 공천을 확정한 156명 가운데 40대 이하 후보자는 20명(13%)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부분 당 지지세가 약한 수도권이나 호남 등 ‘험지’에 공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천을 받은 나머지 87%는 50대 이상으로, 지역구 후보의 평균 나이가 4년 전 총선보다 더 높아졌다고 한다. 특히 영남권에서 공천을 받은 후보자 43명 중 30명이 현역 의원이다. 여성은 전체의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공천은 지금까지 민주당에 비해 잡음 없이 진행됐다. 현역 의원 대부분이 단수 공천을 받거나 경선에서 이기면서 분란이 적었다. 그러나 이것이 바람직하기만 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공천은 새 피를 수혈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느 당이든 선거때마다 당을 참신하게 변화시켜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해왔다. 각계각층 국민 뜻을 받들어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집권당으로선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40대 이하 정치 신인이 줄어든 데 대해 국민의힘은 “공천을 주고 싶어도 줄 사람이 없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청년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여 왔는지, 청년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을 갖추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국민의힘이 정권 교체를 이룬 데에는 청년들의 힘이 컸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청년 정책에서 이재명 후보를 앞섰고, 그 결과 출구조사에서 20대의 58%, 30대의 52%가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 하지만 취임 후에는 20~30대의 국정 지지도가 20%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 당이든 노·장·청의 조화가 이뤄져야 좋은 당이 될 수 있다. 그래야 국민을 골고루 대표할 수 있고, 다양한 정책 개발이 가능하다. 선진국에선 30대 정치인도 흔하다. 청년층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당의 미래는 어둡다.
국민의힘은 서울 강남권과 영남 일부 등 우세 지역구에 국민추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 공천 신청자가 많더라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국민들로부터 참신성과 경쟁력을 갖춘 후보를 직접 추천받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청년과 여성 후보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요한 혁신위가 제안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권에 45세 미만 청년 50% 할당’을 실천할 기회도 남아 있다.
조선일보 사설
02.29 민주당은 지고 이재명은 이기는 길
대선 경선 최종일 악몽과
체포 동의안 당내 반란은
이재명의 트라우마
총선서 제2당 돼도
압도적 당 지배력으로
순탄하게 대선 후보 되는 게
더 중요했을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발언을 안하겠다고 손짓하고 있다. 2024.2.27/뉴스1
민주당 설훈, 박용진, 김한정 의원이 쉽게 공천받을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설 의원과 박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맞선 적이 있고, 김 의원 지역구는 친이재명 의원이 점찍어 놓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 대표가 이들을 의정 활동 ‘하위 10%’로 만들 줄은 몰랐다. 설훈 의원은 열혈 스타일 탓에 갖은 풍파를 겪었지만 마산 출신 DJ맨으로 뚝심의 외길 정치 인생을 걸어왔다. 설 의원이 민주당의 산증인이라면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에 온 손님과도 같을 것이다.
박용진 의원은 진보 정당 출신으로 재벌을 비판하지만 대기업의 역할을 부인하지 않았다. 지나친 상속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문재인 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공급 대책을 촉구했다. 유치원 3법을 끈질기게 추진해 통과시켰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공개 지지했고, 김여정의 대북 전단 비난에 대해 “종이 몇 장에 체제가 흔들릴 정도면 반성하라”고 했다. 박 의원이 ‘하위 10%’로 발표된 날 민주당 출신 정치인 한 분은 “살다가 별일을 다 본다”고 했다.
경남 출신 김한정 의원은 26세에 취직한 첫 직장이 김대중 비서였다. 좋은 대학을 나와 많은 길이 있었지만 가시밭 같은 길을 스스로 택해 한 번도 한눈팔지 않고 김대중 대통령 퇴임 뒤까지 16년을 일했다. 외교와 국가 전략 분야에 상당한 식견을 갖춘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지역에 광역 급행 버스를 신설하는 어려운 숙원도 해결했다. 이재명 대표는 ‘하위 10%’ 의원의 경선 감점을 20%에서 30%로 올렸는데 이 세 의원을 20% 감점으로는 탈락시키기 쉽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에 이어 임종석 전 의원이 공천 배제되면서 민주당 내분은 극한으로 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것으로 민주당이 총선에서 패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성급한 예측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은 경기도와 인천이 결정적 승부처일 것으로 본다. 두 곳에 걸린 지역구 의석이 72석, 여기에 딸린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80석이 훌쩍 넘는다. 4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것은 경기, 인천 지역구에서 싹쓸이에 가까운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경기에선 51대7, 인천에선 11대1이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아직 경기, 인천 상황은 민주당에 유리하다. 민주당에 몰표를 던진 40대, 50대 유권자들 분위기도 큰 변화는 없는 듯하다. 국민의힘은 경기도와 인천 상황이 나빠진 지 오래돼 이제는 각 지역구에 내세울 좋은 후보도 찾기 어렵다고 한다. 서울도 마찬가지여서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높은데 막상 후보를 대입하면 뒤집힌다고 한다.
그러나 비록 섣부르기는 하지만 지금 이재명 대표식의 오만하고 일방적이고 노골적인 공천 전횡과 이에 따른 민주당 내분이 총선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본다. 민주당에 무조건적 지지가 많다고 해도 지지층의 투표율 자체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일반 통념과 이재명 대표의 생각이 크게 갈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론 ‘민주당이 지면 이 대표도 지는 것’이라고 보지만, 이 대표는 ‘민주당이 져도 이재명은 이기는 길’이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 대표의 궁극적 목표는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려면 다음 대선 때까지 방탄이 돼야 하고, 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해 후보가 돼야 한다. 이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앞에 둔 이 대표에겐 두 가지 트라우마가 있다. 하나는 지난번 체포 동의안 표결에서 나온 당내 반란 표이고, 다른 하나는 2021년 10월 10일 민주당 대선 경선 마지막 날의 충격이다. 10월 9일까지 54% 안팎 득표로 여유 있게 앞서가던 이 대표는 마지막 날 국민, 일반 당원 투표에서 이낙연 전 대표에게 28% 대 62%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대패했다. ‘대장동’ 효과가 마침내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그 결과 불과 0.29%포인트 차이로 결선 투표를 피하고 대선 후보가 됐다. 이조차 송영길 당시 대표가 유권해석을 유리하게 해 준 덕이었다. 이날은 이 대표에게 악몽으로 남았다.
이 두 사건에서 이 대표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었을 것으로 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음 대선 경선은 과거 이회창 후보식으로 별다른 경쟁자 없이 사실상 단독으로 가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한 당내 저항이 없도록 압도적이고 확고한 당내 지배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공천 갈등이 불가피하고 어느 정도의 총선 의석 상실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 대표는 그렇게 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 구속 문제는 지난번 영장 기각으로 사실상 끝났다는 전제 아래에서다. 이 대표는 여전히 이번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최악의 경우 130석 안팎의 제2당이 돼도 괜찮다고 판단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110여 석 제2당으로 대통령이 됐다. 이것이 ‘민주당은 져도 이재명은 이기는 길’이다. 이 길을 택했기에 후원자 이해찬 전 대표의 ‘임종석 공천’ 요청까지 거부한 것이다. 이재명의 이 길이 정말 있는 것인지, 그저 환상일 뿐인지도 4월 총선에서 판가름난다.

조선일보 양상훈 기자
02.29 민주당의 공천 학살, ‘성골 운동권’에 눌려왔던 이재명의 울분?
2017년 대선 경선, 2018년 지선 경선때
이재명과 ‘친문’ 격돌…‘집단 린치’ 표현도 나와
정청래 “문재인은 되고 이재명은 안되냐”며
친문의 이중성 공격…공천 싸움 살벌한 배경 시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가운데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의 피습 부위를 가리키며 위로하고 있다./더불어민주
이번 민주당 공천은 기이할 정도로 살벌하고 낯설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학살’이란 표현을 쓸 정도의 공천 파동은 대개 보수 정당의 몫이었다. 2000년 (김윤환·이기택·조순·이수성 등의 공천 탈락으로 인한) ‘민국당 사태’, 2008년 (박근혜의 “국민도 속고 저도 속았습니다”라는 말로 촉발된) ‘친박연대’, 2016년 (유승민 공천 배제와 김무성 대표의 ‘옥새 파동’을 야기한) ‘진박(眞朴) 공천’ 모두 보수 정당에서 벌어진 일이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2017년까지 한국 정치의 기본 지형은 ‘민주자유당 대 반(反) 민주자유당’, ‘한나라당 대 반(反) 한나라당’, ‘새누리당 대 반(反) 새누리당’으로 보수 정당이 주류고 상수였다. 민주당은 ‘DJP연합’,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진보정당과의 연대’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 세가 부족해 연대하기도 바쁜 민주당은 공천 학살할 명분이 없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보수의 분열과 몰락은 한국 정치의 지형을 바꿔 놓았다. 지금은 ‘민주당 대 반(反) 민주당’의 시대다. 민주당이 상수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2022년 대선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은 과거 민주당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2017년 이전까지는 이름에 ‘민(民)’이 들어간 조직은 ‘비주류’를 상징했다. ‘민주당’, ‘민노총’, ‘민변’, ‘민예총’, ‘민언련’ 등은 이젠 주류다.
토마스 칼라일의 날카로운 통찰대로 역경을 이기긴 쉬워도 풍요를 이기긴 어려운 게 세상 이치다. 주류가 된 순간 주도권을 둘러싼 싸움은 불가피하다. 일본 메이지 유신 후 벌어진 ‘세이난 전쟁’은 메이지 유신 주역 중 하나인 사쓰마번의 사이고 다카모리가 벌인 전쟁이다. 2차 대전 때 독일에 맞서 함께 싸웠던 미국과 소련은 ‘냉전’을 치렀고, 일본에 함께 맞섰던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은 ‘내전’을 치렀다. 배가 부른 민주당도 전리품을 두고 분열할 시간이 왔다. 운명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공천 파동과 관련해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에서 이재명으로 깃발과 상징이 계승됐다. 선거 때면 노무현 깃발, 문재인 깃발을 내세우며 친노, 친문을 자처했다. 4년 전 총선에서 친문이 아닌 국회의원 후보가 있었나. 다 문재인 이름 걸고 국회의원 당선되지 않았나. 그런데 이재명은 안 되나”며 ‘친문’의 이중성을 직격했다. 그는 “저는 노사모 출신이다. 저는 노무현을 지지하는 국민을 사랑했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최고위원을 했다. 문재인을 지키다가 징계도 받고 컷오프 아픔도 있었다. 당시 노무현, 문재인 흔들던 정치인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라며 ‘이재명을 흔드는 세력’에게 분노했다.
정청래의 분노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2016년 정청래 컷오프와 2018년 지방선거 경선때 이재명에 대한 ‘집단 린치’의 주역이 ‘친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한편, 민주당이 ‘이재명 당’이 될 수 있다면 언젠가는 ‘정청래 당’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성골 운동권’에 30년 넘게 눌려왔던 정청래의 울분이 바로 이재명의 울분이다. 이 싸움이 살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586 운동권 청산’은 한동훈이 아니라 이재명이 하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이재명 당’을 향한 폭주는 누구도 막아 세울 수 없다. 반명도, 이낙연 전 대표도,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도, 문희상 전 국회의장 같은 당 원로도, 홍익표 원내대표도, 정치적 멘토로 알려진 이해찬 전 총리도,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막을 수 없다. 스스로 멈출 것 같지도 않다. 이재명 대표는 “경기하다가 질 것 같으니 경기 안 하겠다, 이런 건 국민이 보시기에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며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고 했다. ‘할 테면 해보라’는 태도다.
이재명 대표는 이렇게 해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걸까. 아니면 지더라도 ‘확실한 이재명 당’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걸까. 과반의석은 몰라도 아마도 1당은 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듯하다. 그게 오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 실린 ‘이재명 사퇴를 권함’이라는 칼럼이 대표적이다. “이재명은 민주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정당 지도자로서 부적격이다. (...) 제1당을 이끌면서 주요 현안을 자기 이익의 관점에서 홀로 결정하고, 당 지도부는 물론 그와 가깝다는 의원의 조언조차 듣지 않는다. (...) 이 모든 무리수는 총선 패배의 길을 가리키고 있다. 불길한 징후를 그도 느낄까?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의 눈에는 자신의 경쟁자로 여겨지는 잠정적인 당권·대권 주자가 제거되는 것만 보일 것이다. (...) 이재명은 문제 자체이지 해결책이 아니다. 이미 물 건너갔다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그 일이 일어나야 한다”고 했지만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불길한 징후’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공천이 끝나고 대진표가 완성되면 ‘윤석열 정권 심판’ 구도가 다시 작동할 걸 기대하는 모양이지만 손흥민과 이강인의 출동이 ‘원팀’을 무너뜨려 패배를 자초했듯 이런 분열 이후에 다시 뭉치기는 어렵다.
‘이재명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 없다’는 민주당 지지층이 투표에서 이탈한다면 총선 승리는 난망하다. 민주당은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했다. 2022년 지방선거 투표율 50.9%, 2008년 총선 46.1%, 2007년 대선 63.03%, 2006년 지방선거 51.6%, 2002년 지방선거 48.9%의 낮은 투표율일 때 민주당은 참패했다. 보수 유권자는 선거 판세와 상관없이 투표장으로 가지만 민주당 지지층은 당이 분열했을 때 투표장에서 이탈했다.
과반의석을 놓치더라도 민주당이 원내 1당을 한다면 이재명 대표는 모든 비판을 잠재울 수 있다. 설사 원내 1당을 국민의힘에 내주더라도 130석 이상을 한다면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국민의힘에 과반의석을 내주고 120석도 못 얻는다면 책임론 공세를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운명의 시간이 불과 40여 일 남았다.
조선일보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02.29 비례 1석 줄여 전북 10석 유지...총선 41일 앞두고 선거구 합의

▲23일 열린 제413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 모습./뉴시스
여야가 29일 비례대표(47석)를 1석 줄여 전북 지역구 10석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합의 사항을 제외한 나머지 선거구 획정은 작년 12월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대로 이뤄질 예정이다.
획정위 원안은 서울과 전북에서 각 1석을 줄이고 인천과 경기에서 각 1석을 늘리도록 했는데, 최종적으로 서울이 1석 줄고 인천과 경기가 1석씩 늘어나게 된 것이다.
지역구 의원은 253석에서 254석으로 늘어나되 비례대표는 47석에서 46석으로 줄면서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으로 유지된다.
앞서 정개특위에서 잠정 합의한 강원·경기·서울·전남에 총선 선거구 ‘특례구역 지정’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당 선거구는 구역 조정 없이 현행대로 유지된다. 강원에 서울 면적의 8배에 달하는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선거구가, 경기 북부에는 서울 면적의 4배에 달하는 ‘포천·연천·가평’ 선거구가 생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전북 군산 일부를 분할해 김제시 부안군 선거구에 붙이기로 하는 등 조정이 이뤄졌고, 민주당이 부산 북·강서·남구의 ‘분구와 합구’를 요구한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위해 의장실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시·도별 의원 정수는 서울 48명, 부산 18명, 대구 12명, 인천 14명, 광주 8명, 대전 7명, 울산 6명, 세종 2명, 경기 60명, 강원 8명, 충북 8명, 충남 11명, 전북 10명, 전남 10명, 경북 13명, 경남 16명, 제주 3명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날 오후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이 같은 4·10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처리된다. 총선을 불과 41일 앞두고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게 됐다.
국민의힘 윤재옥,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해 선거구 획정안을 합의했다.
조선일보 김동하 기자
02.29 한동훈이 외친 ‘운동권 청산’, 왜 이재명이 앞장섰나
[정치 인사이드] 黨의 주류 교체가 목적인가

▲헬스장 찾은 이재명, 러닝머신 화면에 임종석이…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서울 홍제동의 한 헬스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러닝머신 이용법을 안내받고 있다. 기구 모니터에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공천 배제 결정에 반발하는 기자회견 생중계 장면이 나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86 운동권’ 대표 주자들이 연이어 공천 배제되거나 탈락 수순을 밟고 있다. 정치권에선 “운동권 청산 슬로건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꺼냈는데, 가장 앞장서서 하는 건 이재명 대표 같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 안에선 “이 대표의 진짜 목표는 운동권과 친문이 중심인 당 주류 교체 아니냐”고 하는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민주당 주류인 ‘전대협’ 출신 이인영 의원(1기 의장), 임 전 실장(3기 의장), 송갑석 의원(4기 의장)은 줄줄이 탈락하거나 탈락 위기에 몰려있다. 또 다른 주류 김근태(GT)계에선 인재근 의원이 불출마, 기동민 의원은 탈락 직전이다. 노동운동 출신인 4선 홍영표 의원도 ‘하위 10%’를 받아 코너에 몰렸다. ‘교체 대상’으로 지목된 현역 대부분이 이른바 ‘정통 운동권 코스’를 밟은 인사들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024년 2월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송갑석 의원, 홍영표 의원, 윤영찬 의원과 함께 지지자들과 만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많은 선거를 치렀지만 이렇게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면서 아무 설명도 하지 않는 공천은 처음 봤다”며 “이번 기회에 당을 확 갈아엎겠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를 했고 지금은 당대표다. 그러나 친명계는 “친명은 당 주류가 아니다”라고 해왔다. 여전히 민주당 주류는 운동권이고 친문이라는 얘기다. 친명계 핵심 의원은 “다들 겉으로 친명이라 하지만 진짜 친명은 한 손에 꼽기도 어렵다”며 “이 대표가 궁지에 몰리면 바로 다 돌아설 사람들밖에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 같은 불상사를 또 일으킬 수 있는 인사들에 대한 ‘솎아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2023년 9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총투표소 295표, 가 149표, 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주류 교체는 이 대표의 오랜 숙원이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1964년생인 이 대표는 86세대에 속하지만 동년배 86운동권과는 정치 궤적이 전혀 다르다. 임 전 실장 등은 20대에 전국적 인지도를 얻어 30대에 ‘스타 정치인’으로 국회에 입성해 일찌감치 중앙 정치를 시작했다. 이들이 민주화 운동을 할 때, 이 대표는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에 입학해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에서 운동권 출신들을 만나 뒤늦게 ‘의식화’ 학습을 했다. 86들이 국회에서 각광받을 때 이 대표는 성남 시민 사회에서 활동하는 원외 인사였다. 민주당 한 인사는 “이 대표가 당시 중앙 정치권에 진출한 86들한테 그렇게 깍듯했다”며 “군대로 치면 86들은 엘리트 육사 출신이고 이 대표는 사병 출신 비주류 장교 정도였던 셈”이라고 했다. 이 대표 주변의 핵심들 역시 운동권 변방 출신이거나 인터넷으로 진보를 배운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2007년 대선 때 정동영 캠프에서 활동했지만 당시에도 주류 운동권 인사들은 주로 이해찬, 손학규 캠프에 속했다. 후보 간 경쟁이 감정 싸움으로 치달으며 대선은 대패했다. 이 대표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되고 나서부터다. 그러나 이후에도 2017년 대선 경선 때 문재인 후보 측과 격렬한 공방을 주고받으며 줄곧 친문 등 민주당 주류의 배척 대상이었다. 민주당의 한 전직 의원은 “이 대표가 민주당 간판이 된 건 불과 2년 정도밖에 안 됐다”며 “늘 비주류에 머물렀던 일종의 ‘변방 콤플렉스’가 이번 공천에도 반영됐다고 본다”고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두고 친명계에서는 “이재명은 과거의 노무현 같은 면이 있다”는 말도 한다. 영남 출신인 노 전 대통령도 민주당 안에서 동교동계나 GT계 등에 밀려 비주류에 머물다가 2002년 대선 경선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한 게 비슷하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동교동계와 갈등을 빚었는데 지금 공천 갈등이 그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 친명 측 주장이다. 그러나 친노 출신의 한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칙과 명분을 중요하게 여겼다”며 “대선에서 진 뒤에 국회의원이 되고 당대표 선거에 나가고,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번복하는 이 대표와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박상기 기자
02.29 “경선해서 비명됐어? 하하하” 이재명, 승자들과 농담하며 폭소

▲김영호 의원이 자신이 경선을 하게 되어 비명이 됐다고 농담을 하자 이재명 대표와 강선우 대변인이 웃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천을 둘러싼 친문(친문재인)·비명(비이재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그러한 공천 반발을 비꼬는 듯한 농담을 동료 의원들과 주고받은 장면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상황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은평구에서 열린 직장인 ‘일과 삶의 균형’ 주제 정책간담회에 참석했다가 현장을 떠나는 가운데 벌어졌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이 대표에게 “친명(친이재명) 이개호는 이제 가보겠습니다”라고 농담을 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고개를 숙이고 크게 웃으며 “아니 이게 단수공천이 되면 친명이 돼”라고 답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지난 25일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선거구에 단수 공천을 받았다. 이에 해당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던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단수공천 결정을 철회하라며 공개반발 중이다.

▲이재명 대표가 28일 경선 승자들과 나눈 대화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 같은 대화를 지켜보던 김영호 의원도 “저는 경선해서 비명됐습니다”라며 “경선하면 비명, 공천 받으면 친명”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김영호 의원 발언을 듣고 “경선해서 비명됐어요?”라며 또 다시 크게 웃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영호 의원은 지난 21일 경선에서 승리해 민주당 서울 서대문을 후보로 확정됐다.
이재명 대표 옆에서 함께 웃은 강선우 대변인도 지난 23일 서울 강서갑에 단수공천됐다.
최근 민주당에서는 친문·비명계가 공천에서 대거 배제되고 있다. 현재까지 총선 공천 결정에 반발해 탈당한 민주당 의원은 김영주·이수진·박영순·설훈‧이상헌 의원 등 5명이나 된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언론을 탓했다. 28일 기자들과 만나 “공천을 받으면 친명, 탈락하면 반명·비명이라는 보도를 자제해 달라”며 “일부 언론이 국민의힘은 조용한 공천이라고 엄호하고 민주당 공천에 대해서는 엉터리라며 왜곡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민주당 탈당 의원들에 대해서는 “국민들 보기에는 경기하다가 질 것 같으니까 경기 안 하겠다는 걸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02-29 민주주의 석학 임혁백은 왜 ‘이재명의 망나니’가 됐나
이재명 위해 증오발언 공천기준 삭제
총선 실패해도 대선 승리하면 성공
“私人정당화가 한국 정당의 큰 문제”
불명예 공관위원장 자리 물러나시라

‘문재인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노무현 정부는 실패한 정부라는 것이다.’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이 고려대 교수 시절인 2012년 11월 동아일보 ‘동아광장’에 쓴 칼럼 중 한 대목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여당 후보의 패배는 민주당 대참패일 뿐 아니라 노무현 통치에 대한 총체적인 국민적 부정이었다고 임혁백은 썼다. 그럼에도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는 노 정부 유산 계승을 선거구호로 내세웠고 캠프는 ‘노빠’로 가득하니 선택은 국민 몫이라는 매서운 내용이었다.
그랬던 임혁백이 28일 서울 종로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를 단수 공천했다. 작년 12월 출마 선언하며 “저는 노무현의 사위로 알려진 사람으로 노무현 정치를 계승하는 것이 숙명”이라고 했던 곽상언을 공천한 거다.
노파심에 미리 밝히자면, 나는 정치학자 임혁백을 존경해 마지않는다. 민주당 대변인이 말했듯 임혁백은 ‘민주주의의 세계적 석학’이라는 것도 잘 안다. 과거 사형 집행 때 죄인의 목을 베던 ‘망나니’란 용어가 좀 무엄해도 임혁백은 ‘비동시성의 동시성; 한국 근대정치의 다중적 시간’이라는 저서를 쓴 만큼, 투명하고 공정하고 또 지엄하게 칼을 휘두르는 공천 관리자 역할을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다. 임혁백의 언동이 막돼서 망나니라는 게 아니고 글과 행동이 달라지는 게 석학답지 않다. 그는 달랑 칼럼 한 편만으로 노 정권을 비판한 게 아니다. 2006년 ‘좋은정책포럼’을 발족해 “한국 진보세력이 정체적 위기, 수권능력 위기, 평화관리 위기의 삼중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하는 등 노 정권 실정을 기회 있을 때마다 비판했다.
그래 놓고 자신이 비판한 노 정권을 계승하겠다는 노무현 사위를 ‘선거구 세습’시켜 공천한 것은 전근대적 처사다. 굳이 저서에 맞춰 본다면, 근대성을 완결하고 탈근대로 진입해야 할 시기에 공화주의적 가치관과 사회적 신뢰를 깨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이상한 공천은 곽상언만이 아니다. 임혁백의 학자적 양심과 공관위원장의 양식을 무너뜨리는 공천이 한두 곳이 아니다. 곽상언은 이재명의 경쟁자가 아니어서 괜찮을지 몰라도 임혁백은 자기 말까지 뒤집으며 당 대표 이재명을 닮아가고 있다. 심지어 학계에선 석학 임혁백이 달라졌다며 우려가 번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임혁백은 “실질적 심사는 내가 한다. 계파에 관계없이 시스템에 의해 공정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우리가 아는 정치학자 임혁백이었다.
그러나 “당 통합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증오와 폭력 발언 등을 공천 기준에 반영한다”더니 임혁백은 돌연 이재명이 했던 증오와 폭력 발언, 음주운전을 공천 기준에서 빼버렸다. ‘윤석열 검찰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책임지라고 이재명을 위해서 총대까지 멨다. 총선 뒤 당권 경쟁에서 이재명의 경쟁자가 될 법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은 절대 공천 못 준다는 얘기다. 2012년 우리 신문에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라’ 칼럼을 썼는데 지금은 민주당 밀실공천을 뻔히 알고 사과까지 하면서도 속수무책인 모습이다.
이쯤 되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임혁백은 ‘이기는 공천’을 강조했지만 이제는 완전 ‘지는 공천’을 한다.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않다. 왜 진보적 민주주의 석학이 뒤늦게 이토록 말도 안 되는 공관위원장을 고수하는 것일까. 자신의 ‘방탄’만이 중요한 이재명은 석학 방패막이가 필요했던 것이다. 친명으로 똘똘 뭉칠 수만 있다면, 총선 패배도 상관없다. 대선에서 이기면 그 많은 사법 리스크쯤 ‘셀프 사면’도 가능하다고 믿고 있을 터다.
임혁백은 2022년 한 인터뷰에서 한국 정당의 가장 큰 문제가 ‘사인(私人) 정당화’라고 했다. 박용진 의원에게 하위 10%를 알리면서 “나도 (이유를 모르고) 통보만 한다” 할 만큼 임혁백은 이재명 사당(私黨)에서 허수아비다. 공화주의의 핵심은 공익, 공적 덕성의 지배다. 이재명에게는 그게 없다. 아니라고? 임혁백이 이재명에게 총선 불출마를 요구해 보시라. 그럼 알 것이다.
만에 하나, 그럴 리 없겠지만 지난 대선 때 이재명의 지지 그룹에 몸담았던 임혁백이 총리라도 시켜준다는 약속을 받고 ‘망나니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제라도 그 불명예스러운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 바란다. 설령 이재명이 다음 정부 대통령이 된대도 그는 “총리 시켜준다 했다고 정말 시켜줄 줄 알았느냐”고 할 사람이다. “박근혜를 존경한다고 했다고 정말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말했던 걸 잊었는가.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