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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人) 이야기 2024-01/ 01.01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 한동훈 24%·이재명 22% [한국갤럽] - 01-31 ‘민주당 돈봉투’ 윤관석 징역 2년…“정당민주주의 신뢰 크게 훼손”

상림은내고향 2024. 1. 24. 17:57

政治(人) 이야기 2024-01/

01.01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 한동훈 24%·이재명 22% [한국갤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대표실로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결과가 1일 나왔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나’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24%가 한 위원장을, 22%는 이 대표를 꼽았다. 갤럽 조사에서 한 위원장이 이 대표보다 앞선 것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27일 탈당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3%,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2%, 김동연 경기지사,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1%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60대(41%)와 70세 이상(39%)에서 한 위원장이 앞섰다. 이 대표는 50대(34%)와 40대(32%)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18~29세 가운데선 이재명 9%, 한동훈 8%, 홍준표 5%, 이준석 4% 등이었다.

 

지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33%)과 대전·세종·충청(31%), 대구·경북(30%) 응답자가 한 위원장 선호가 높았다. 이 대표는 광주·전라(39%)와 제주(25%)에서 지지세가 강했다. 서울은 한동훈 24%, 이재명 22%, 인천·경기는 한동훈 24%, 이재명 27%였다.

 

정치 성향별로 선호도는 차이가 났다. 자신이 보수층이라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49%가 한 위원장을 장래 정치 지도자로 택했다. 진보층 중에서는 50%가 이 대표를 선호했다. 중도층은 한 위원장 17%, 이 대표 16%였다.

조선일보 김명진 기자

 

01.01 떠나겠다는 이낙연, ‘이재명 사당’ 된 민주당의 현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회동했지만 합의점을 못 찾고 헤어졌다.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해 온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에게서 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탈당해 신당을 만들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 정부의 총리를 지낸 이 전 대표의 신당이 지지를 얻을 경우 누가 민주당의 적자(嫡子)인지를 놓고 정통성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총선을 앞두고 비주류가 당을 떠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나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 대표 1인을 위한 사당화가 원인이라는 점이 다르다. 민주당은 2022년 이 대표 체제 출범 전까지만 해도 당내 민주주의가 비교적 활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주류가 당의 주류를 비판하더라도 ‘수박’ 소리를 들어가며 모욕당하거나 ‘살해 위협’ 현수막이 등장하진 않았다. 견해가 달라도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분위기는 적었다.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 대표가 당을 자신의 방패막이로 쓰기 시작하면서 민주당은 1인 체제를 떠받드는 조직으로 변질됐다. 이 대표는 자신이 관련된 사건을 수사한 검사를 탄핵시키는 데 당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열성 지지층인 ‘개딸’이 요구한 대로 권리당원 권한이 대폭 강화되면서 반대 목소리는 더욱 줄어들었다.

 

내년 총선의 예비 후보자 심사에서도 반(反)이재명 인사들은 무조건 탈락시키고 있다. 반면 돈봉투 수수 의혹이 있는 현역 의원, 음주 운전 처벌 강화 법안 주도 후 음주 운전한 전 의원, 대통령 관저 선정 관련 가짜 뉴스를 퍼뜨린 전 공무원 등이 모두 공천 ‘적격’ 판정을 받았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인하며 좌초 가능성을 제기한 이도 영입했다. “(민주당이) 북한식 수령 체제를 닮아간다”는 등, 공산당에 비유하는 지적들이 전·현직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적지 않은 국민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결코 개혁적이거나 민생을 챙겨서가 아니다. 정부·여당이 제 역할을 못 하다 보니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잘해주기를 바라며 조금 더 나은 지지를 주었을 뿐이다. 민주당이 1인 체제의 함정에서 벗어나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시키지 못한다면 야당의 적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날이 올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01.02 운동권 정치 수명

5·16 군부가 이승만 시대 끝냈고 민주화가 군사정권 막았지만
이후 운동권 세력의 좌파 정치 이제 그 기능·수명 다해
4·10 총선의 의미는 한 시대의 청산에 있다
한동훈 취임사엔 시대적 당위

 ▲2024년 4월 10일에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할 국회의원 선거가 열린다. 후보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홍보하고 미래 청사진을 그려나갈 것이다. 국민들은 후보 검증에 더욱 관심을 갖고 적임자가 누구인지 지켜봐야할 시기다. 국회의원을 위한 국회가 아닌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은 2023년 12월 12일 오후 밝게 빛나고 있는 서울 도심과 국회 모습./김지호 기자

 

2024년 세계는 전쟁 2개와 50여 국의 선거로 갈등의 몸살을 앓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새해로 이월돼 살상과 파괴로 치닫고 있다. 세계 인구의 4분의 1인 20억명이 50여 국에서 선거로 정치적 선택을 한다. 20억이라는 숫자는 세계 경제총생산의 60%에 해당한다(뉴욕타임스 집계). 선거가 있는 나라는 인도·인도네시아·멕시코·남아프리카 미국 그리고 유럽 27국(의회) 등이다.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간에 선거는 본질적으로 현상 타파적이다.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불평이 표출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선거 판은 항상 대립적이며 분열적이고 이 틈을 노린 기회주의나 인기영합주의가 득세할 소지가 높다. 그런 의미에서 2024년의 세계는 극도의 불안을 안고 있다. 전체적으로 세계는 자국이기주의로 흐르고 있다. 피란민·자원·인종·종교 등으로 갈등 구조가 심화될 것이다.

 

이 중에서도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칠 선거는 미국 대통령 선거다. 아니, 기소 4건과 범죄 사실 90여 개가 걸려있는데도 트럼프 후보는 사퇴는커녕 승승장구하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한국은 경제 면에서 안보 면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바이든과 긴밀히 접촉해 온 윤석열 정부로서는 심각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트럼프는 한국에 대한 안보 비용을 요구하거나 주한 미군 철수 내지 감축을 추진할 것이며 북한 김정은과는 ‘새로운 관계’를 모색할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폭 지원에서 발을 뺄 것이고 나토나 중국과의 관계도 재설정할 것이다. 그의 재선은 한마디로 세계 지도에서 미국의 역할을 다르게 그려갈 것이어서 어쩌면 2024년 세계의 최대 이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어느 나라의 선거도 오는 4월 10일에 치러질 한국 국회의원 선거보다 중요하지 않다. 정치판은 당면한 치명적 상황에 대한 인식도 없어 보이고 이 엄중한 국제 파고에서 살아갈 연명책에 대한 정책적 공방도 없다. 인구 감소 문제, 자국 이기적 경제 흐름, 자원 외교의 한계, 북한과의 무력적 대립 문제 등에 대한 지적도, 토론도 보이지 않는다. 북한 김정은은 엊그제 남북은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니라며 한국에 핵 무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식으로 협박하고 나섰다. 우리는 남북 관계에서도 더 이상 희희낙락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럼에도 오로지 초점은 대통령 부인에 대한 특검이고 공천 여부고 비대위 구성이고 정객들의 이합집산이다.

 

나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취임사에서 운동권 정치의 청산을 언급한 대목에 주목한다. 그는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하라는 강력한 시대정신”을 언급하며 “이것을 청산하는 것은 단순히 비판만으로 실현될 수 없고 그들을 대체할 실력과 자세를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기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 같았다. 한국의 4·10 총선거의 의미는 집약해서 말하면 한 시대의 청산에 있다. 한국은 정치적 굴곡의 고비마다 그 시대의 주류를 교체해 왔다. 장기 집권(이승만)의 적폐가 쌓였을 때 군부(5·16)가 들어왔고, 군부가 오래가자 학생들이 앞장선 민주화가 그것을 넘어뜨렸다. 이때부터 대학생 운동권 세력이 20여 년간 좌파 정치를 주도해 왔다. 현 더불어민주당의 170여 석 가운데 100석 넘게 운동권 차지다. 낡고 권위주의적인 보수·우파 세력만으로는 조직과 권모술수가 능한 운동권 좌파를 당할 수 없었다.

 

운동권 정치는 이제 그 기능과 수명을 다했다. 그들은 너무 오래 특권에 심취했고 유아독존에 중독됐다. 그들은 좌파의 본연인 진보·사회주의를 무시하고 권력에만 기승하려 했다. 그 청산의 칼자루를 쥐고 한국 정치의 신주류로 등장한 것이 윤석열, 한동훈이 주축이 되는 이른바 ‘검찰’이다. 거기에는 과거 운동권이 정권을 장악했던 것처럼 어떤 시대적 당위가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에서 운동권 특권을 교정할 수 있는 적임자는 사정 기능을 가진 검찰일 수밖에 없다.

 

운동권과 검찰 대립의 승자는 검찰일 수밖에 없다. 운동권은 후속(後續)이 없다. 대학에서 운동권이 대세인 시대가 지났다. 그러나 검찰은 계속 이어지게 마련이다. 다만 ‘검찰’ 역시 운동권의 특권 의식을 닮아 그것에 안주하면 그들 또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투표장에서 의식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처한 시대적 상황과 이것을 살아가는 시대정신이다. 선거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안다. 마찬가지로 지도자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마술사가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

 
 

01-02 ‘법치 파괴’ 현 국회 물갈이 절실하다

 

서정욱 변호사, 前 영남대 로스쿨 교수


법치의 생명은 어떤 정치 세력이 권력을 잡든, 어떤 검찰이 수사를 하든, 어떤 판사가 재판을 하든 ‘동일한 사건은 동일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국민의 신뢰다. 어떤 세력이 정권을 잡는지, 어떤 검찰이 수사를 하는지, 어떤 판사가 재판을 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면 결코 ‘법치 사회’라 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짧은 민주 헌정의 역사 동안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오늘에 이른 우리의 법치는 확고부동한 통치원리로 정착하긴커녕 다수당의 입법 폭주와 특정 성향 법관들의 법원·헌재 장악, 민주노총 등 광장의 목소리에 압도돼 고사 직전의 위기에 있다. 법치의 근본 토대인 입법부·사법부·행정부의 상호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의 메커니즘이 붕괴 직전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입법 불량’에서 나오는 법치 파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법치 파괴의 1차적 원인 제공자는 바로 ‘국회’다.

검수완박법, 쌍특검법, 노란봉투법, 방송 3법 등 ‘민생’과는 전혀 무관함에도 오로지 정략적 이익을 위해 수적 우위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법안이 도대체 몇 개인가. 국민적 공감대나 토의와 협상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망나니 칼춤 같은 전횡으로 위헌 법안을 밀어붙인 것이 도대체 몇 개인가. 정치권력이 자신을 비호하거나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법은 악법 중 악법이다. 법으로 지켜야 할 정의와 평등을 노골적으로 파괴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법치는 결과와 목적 못지않게 그에 이르는 절차와 수단이 중요하다. 아무리 내용이 옳아도 반드시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회는 어떠한가. 지난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위장 탈당’이나 ‘2중대 정당’을 동원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했고,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은 회기를 잘게 쪼개는 전대미문의 ‘살라미 전법’을 써서 무력화하지 않았는가. 이런 입법 독주가 새해에도 계속된다면 우리의 법치는 소생 불가능한 상태로 완전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법치의 위기를 방관해선 안 된다. 지금처럼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법치 파괴의 진원지’가 된다면, 우리 사회는 광장의 목소리가 자의적으로 통치하는 ‘인치(人治)의 시대’ ‘야만의 시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거부권 행사가 예고된 법안의 재표결을 두고도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여당 의원들의 이탈표를 기대하며 표결 시점을 최대한 늦추려는 꼼수가 판치는 국회로는 절대 법치를 바로 세울 수 없다.

1차적으로는 헌법을 짓밟는 악법을 막아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헌법재판소의 적극적인 ‘헌법 수호자’ 역할이 필요하다. 국회의 자율성 존중이라는 미명 아래 명백한 절차적 위법에도 불구하고 법안의 효력 자체는 유효하다는 식의 소극적 대처로는 결코 국회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국민이 호랑이처럼 두 눈을 부릅뜨고 예리하게 ‘국회’를 감시할 수밖에 없다. 필요하다면 ‘근본적인 물갈이’도 해야 한다. ‘영원히 강한 나라도 영원히 약한 나라도 없으며, 법을 받드는 사람이 강해지면 나라가 강해지고, 법을 받드는 사람이 약해지면 나라가 약해진다’는 한비자(韓非子)의 말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문화일보

 

01.02 넥타이 풀고 의자 위 오른 한동훈...‘보수의 심장’ 대구서 파격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대구경북 신년인사회에서 넥타이를 풀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의 심장’ 대구를 찾아 평소 점잖은 이미지와 다른 ‘파격’적인 행동으로 시선을 모았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의자 위에 올라 여유롭게 인사를 하는가 하면, 단상에 오르기 전엔 넥타이와 셔츠 단추를 푸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한 위원장이 2일 참석한 TK(대구·경북) 지역 당 신년 인사회 행사장은 지지자들과 유튜버 등 1000여명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루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10분쯤 대구 동구 국립신암선열공원을 찾아 참배한 뒤 30여분 뒤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TK 지역 당 신년 인사회 행사장에 도착했다.

 

한 위원장이 지지자들에 둘러싸이면서 엑스코 실내로 들어오는데만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한 위원장의 이동 동선 곳곳에서 “밀지 마세요” “비켜주세요”라는 외침이 터졌다. 자리에 착석한 뒤에도 몰려든 인파가 해산되지 않는 바람에 행사 관계자가 “행사 진행을 위해 협조해달라”는 안내를 여러 차례 한 뒤에야 행사가 시작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세 번째)이 2일 오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구·경북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유튜버와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김동환 기자

 

한 위원장은 이날 중앙테이블의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사회자가 내빈을 소개하며 가장 먼저 한 위원장을 호명하자 한 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러 번 인사했다. 한 위원장의 자리는 내빈과 취재진으로 둘러싸여 있어 지지자들이 한 위원장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인사를 마치는 듯하던 한 위원장은 대뜸 의자를 끌어 내더니 의자 위에 올라 지지자들을 향해 뒤를 돈 후 허리를 숙였다. 이에 지지자들은 ‘한동훈’을 연호했고, 한 위원장은 이에 화답하듯 여러 방면을 돌아보며 손을 흔드는 등 의자 위에 서서 수십 초간 지지자들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눴다.

 

의자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한 건 한 위원장이 유일했다.

 

 ▲한동훈 위원장이 의자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 /매일신문 공식 유튜브채널 영상 캡처

 

내빈 소개가 진행되던 중 한 위원장은 넥타이가 답답한 듯 풀어헤치고 셔츠 단추를 하나 풀기도 했다. 이날 한 위원장이 착용한 넥타이는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붉은색이었다.

 

한 위원장은 넥타이를 푼 채로 그대로 단상에 올랐다. 한 위원장은 “지난 11월 17일 밤 3시간 동안 기차를 못 타면서 동대구역에 길게 줄을 선 대구 시민들과 대화했다”며 “휴가 나온 군인, 논술 보러 서울 가는 수험생, 본가에 돌아온 직장인, 기차역 상점에서 일하는 여사님들이었다. 이런 동료 시민의 미래를 위해 나서야겠다고 그 자리에서 결심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그런 점에서 대구는 저의 정치적 출생지와 같은 곳이다”며 “언제든 오늘의 초심이 흔들릴 때 동대구역의 시민들을 생각하겠다. 우리는 반드시 (내년 총선에서) 이길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마지막 순서인 떡케이크 커팅 순서에서도 한 위원장은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함께 가장 가운데에 자리했다. 한 위원장은 새해 행운을 기원하는 떡케이크를 자르고 이 지사가 손으로 건네주는 떡을 받아먹기도 했다.

조선일보 이혜진 기자

 

01.02 이재명, 부산서 목 부위 흉기 피습... 용의자 현장 체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강서구 대항동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 기자들과 만나 질의 응답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흉기를 든 60~70대 추정 괴한에게 피습됐다./유튜브 캡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방문 중 피습돼 부산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25분쯤 부산 강서구 대항동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 기자들과 만나 질의 응답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흉기를 든 60~70대 추정 괴한에게 피습됐다.

 

이 대표는 가덕도 신공항 개발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뒤 차량으로 이동 중에 이같은 일을 당했다. 지지자들이 이 대표를 에워싸고 “대표님 힘내세요!”라고 응원을 하고, 부산 현장에 동행한 기자들은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에 대한 입장을 묻고 있을 때였다.

 

이 때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파란색 종이 왕관을 쓴 괴한이 다가왔다. 그는 “사인 하나 해달라”며 이 대표에게 접근하더니 갑자기 길이 30cm가량의 흉기를 꺼내들었다. 괴한은 순식간에 달려들어 왼쪽 뒷목 부위를 공격했다. 주변에선 ‘악’ 하는 비명이 터졌고 사람들은 “뭐야, 뭐야, 뭐야”라며 고함을 질렀다.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이 대표는 셔츠가 젖을 정도로 피를 흘렸다. 괴한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당직자들이 물티슈로 응급처치를 했지만, 의료진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오전 10시 39분 구급대가 처음 현장에 도착했고 10시 47분에 구급차 2대가 추가로 도착했다. 10시 51분 이 대표가 구급차에 실렸고 10시 52분에 출발했다. 이후 이 대표는 헬기로 옮겨져 부산대병원으로 이동했다.

 

이 대표의 정확한 용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식은 있다고 한다. 목 부위에 상처를 입었고 출혈이 상당했다고 한다. 주변에선 “열혈 지지자인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다” “이 대표가 피를 많이 흘린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미친 사람 같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범행했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이 대표는 당초 이날 오전 11시 30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피습으로 회동은 취소됐다. 당 지도부 의원들도 부산대병원으로 이동했다.

 

부산 강서경찰서 조재인 경비과장은 오전 11시 12분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용의자는 신분을 전혀 안 밝히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를 강서서로 압송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오전 11시 32분 현재 부산대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조정식 사무총장과 최고위원단 등 지도부는 병원 내부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김상윤 기자

 

01.03 이재명 대표 피습, 반복되는 정치 테러 반드시 근절해야

▲부산에서 한 남성에게 흉기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중 60대 남성으로부터 흉기 습격을 당했다.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고 다시 헬기 편으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경정맥 손상이 의심된다고 민주당은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경찰 등 관계 당국의 신속한 진상 파악과 치료 지원을 지시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누구를 상대로 하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유권자와 가까이 접촉해야 하는 정치인에 대한 물리적 공격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범죄다.

 

과거에도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에 대한 폭력과 테러가 있었다. 지난 대선 기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 신촌에서 거리 유세를 하던 중 70대 남성이 휘두른 망치에 머리를 맞아 다쳤다. 범인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종전 선언을 지지하던 좌파 유튜버로 “송 대표가 한미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고 비난했다. 앞서 2006년 지방선거에선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 유세장에서 50대 남성에게 커터 칼 피습을 당해 얼굴이 11㎝나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모두 유세 중 달걀 공격을 받았다. 우리 정치인은 아니지만 2015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종북 단체 소속원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얼굴과 목에 자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 국회의사당 안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경찰관을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힌 일도 있다.

 

이 대표를 공격한 사람의 범행 동기, 공모 가능성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철저히 수사하고 엄히 처벌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여야 어느 쪽이든 이번 사건을 선거에 이용할 생각은 말아야 한다. 지난번 송 대표 습격 사건 때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마치 국민의힘 쪽에서 공격한 것처럼 주장하는 글을 올렸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총선 기간 중 이런 일이 또 벌어지면 선거가 난장판이 될 수도 있다. 각 당 지도부는 지지자들을 자제시키고 선거 기간 중 후보 경호를 강화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극단적 대립이 일상화된 우리 정치권을 되돌아보게 한다. 여야 할 것 없이 진영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청산 대상으로 삼는 풍토가 퍼져 있다. 때론 가짜 뉴스까지 만들어 상대를 악마화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벌써 온갖 추측과 가짜 뉴스가 난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야는 좋든 싫든 이 나라에서 함께 살아가며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일을 할 책무가 있다. 정치인들도 이번 일을 극단적 정치 문화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조선일보 사설

 

01-03 이재명 흉기 피습, 혐오 정치가 부른 후진적 테러

▲이재명 대표 피습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피습됐다. 이 대표는 이날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 기자들과 만나 질의 응답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흉기를 든 괴한에게 목 부위를 흉기로 습격받았다. 부산일보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새해 첫 선거 관련 일정으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했다가 흉기 습격을 당했다. 가해자는 파란색 종이 왕관에 ‘내가 이재명이다’라고 쓰고 사인을 해달라고 접근해 기습적으로 이 대표의 목 부위를 칼로 찔렀다. 이 대표는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정치 테러의 무풍지대가 아니다. 2006년에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섰다가 커터칼 습격을 당해 지금까지도 얼굴에 10cm 정도의 수술 자국이 남아 있다. 2022년에는 당시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 후보 유세 도중 둔기로 머리 부분을 3차례 이상 맞았다. 칼이나 둔기가 아니더라도 주먹 가격이나 달걀 투척 등을 포함하면 빈도수가 훨씬 많다. 민주 정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가해자는 충남에 거주하는 60대로 경찰 조사에서 “이 대표를 죽이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스스로 밝힌 사건인 만큼 철저하게 범행 동기와 배후 유무를 규명해 상응한 처벌을 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배후가 있다면 심각한 일이고, 배후가 없다고 해도 우리 사회에 정치적 혐오의 감정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퍼져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가해자의 정치 성향 등에 대한 섣부른 예단 없이 엄정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정치’가 활성화되고 있으나 어느 시점인가부터 오히려 정치적 갈등이 극단적 혐오, 혹은 극단적 지지로 흐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오늘날 정치인 중에는 갈등이 있으면 지지자들을 설득해 타협으로 이끄는 게 정치임을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들은 지지자들에게 영합하면서 혐오를 부추기는 걸 거꾸로 정치라고 여기는 듯하다. 혐오가 혐오를 먹고 사는 메커니즘을 제어하지 못하면 결국 폭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평소에야 어떠했든 신년에는 덕담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는 신년사부터 날카로웠다. 윤 대통령은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고 했고, 이 대표는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잘못된 통치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차이가 없다”고 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적 갈등은 격화하기만 할 것이다. 신년 벽두부터 터진 테러 사건이 여야 막론하고 책임이 없지 않은 혐오 정치, 극단 정치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돼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01.03  60대 전직 공무원, 지난달부터 李 따라다녀… “죽이려 했다” 진술

[이재명 대표 피습] ‘野대표 피습’ 누가 왜…

부산경찰청은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이 발생한 지 5시간 만에 범인 김모(67)씨에 대한 1차 조사 내용을 브리핑했다. 김씨는 사건 현장에서 곧바로 붙잡혀 부산 강서경찰서로 압송됐다. 경찰은 “김씨로부터 살해 동기를 확인했으며 김씨의 행적과 당적(黨籍) 등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피습 당시 상황은 현장을 생중계하던 유튜브 영상에 담겼다. 이재명 대표는 2일 오전 10시 26분쯤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가덕도 신공항 예정 부지를 둘러본 뒤 차량이 있는 쪽으로 걸어서 이동 중이었다. 이때 기자들과 유튜버 등 20~30명이 몰려들면서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2일 오전 10시 29분쯤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부동산 중개업자인 김모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다가가 흉기로 이 대표의 왼쪽 목 부위를 찌르고 있다(왼쪽 사진). 김씨는 지지자 행세를 하기 위해 머리엔 왕관 모양 모자를 썼고, 손에는 '대동단결'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오른쪽 사진은 김씨가 범행 직후 경찰에 제압당하는 모습. /바른소리TV 유튜브

 

3분 뒤인 10시 29분쯤 김씨는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왕관 모양의 모자를 쓰고 ‘대동단결’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채 기자들 사이를 비집고 이 대표에게 접근했다. 이 대표와 마주 섰을 때 “사인 하나 해주세요”라고 하며 펜을 주는 척하더니, 순식간에 점퍼 주머니에 숨기고 있던 흉기를 꺼내 이 대표의 왼쪽 목 부위를 찔렀다. 이 대표는 “아” 하는 짧은 비명과 함께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 대표는 목에 1.5cm 길이의 상처를 입었다. 당시 현장에는 행사 안전 관리를 위해 배치된 경찰 인력이 41명 정도 있었지만, 김씨 범행을 막지는 못했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범인은 충남에 거주하는 57년생 김모씨”라며 “(김씨가) 부산에 언제 왔는지는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전체 길이 18cm, 날 길이 13cm의 칼로 지난해 인터넷에서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경찰은 이번 피습에 대해 “김씨의 ‘계획 범죄’로 본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찰에서 “이 대표를 살해하려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다만, ‘왜 죽이려고 했는지’는 말하지 않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씨는 마약 전과나 정신병력이 없고, 범행 당시 음주 상태도 아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또 “김씨는 (이 대표를) 살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했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해 말부터 김해와 부산 등 다른 행사장에서도 이 대표의 동선(動線)을 따라다녔다는 의혹도 확인 중”이라고 했다. 이날 이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지난달 13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민주당 부산 지역 전세 사기 피해자 간담회, 지난 1일 김해 봉하마을 방문 행사에서도 김씨가 이 대표에게 접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지난달 13일 부산 행사 당시의 유튜브 영상에는 김씨로 보이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 남성은 이 대표를 피습한 김씨처럼 ‘내가 이재명이다’라고 적힌 왕관 모양의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 대표 주변에 머물렀지만 직접 접촉하진 못했다. 경찰은 당시 행사를 촬영한 유튜브 영상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 2001년 서울 영등포구청에서 명예퇴직한 전직 공무원이다. 현재는 충남 아산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김씨 사무실의 월세가 5~6개월 밀린 상태라고 한다. 김씨의 한 이웃은 “김씨는 소심한 사람이고 대화를 나눠보면 조용한 스타일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지인은 “김씨가 어떤 정치적 발언이나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못 봤다”고 했다.

 

한편, 김씨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모 정당의 당원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김씨가 진술했던 ‘정당’이 어느 당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각 정당에 공문을 보내 김씨가 당원인지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여기에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하기 위해 소속 정당의 당원 명부를 크로스체크 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경찰청은 이날 부산경찰청에 68명 규모로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했다. 대검도 부산지검에 이 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자체 수사에 착수했다.

조선일보 박주영 기자  김준호 기자  신지인 기자

 
 

01.03 충격적인 야당 대표 피습…폭력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부산 방문 중에 흉기 피습

어떠한 폭력도 용납 안 돼 … 경호 대책 강화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오전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찾았다가 한 60대 남성에게 흉기 습격을 당했다. 현장에서 바로 쓰러진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민주당 당직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피를 많이 흘렸고 추가로 대량 출혈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현장에서 검거한 범인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을 100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진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다.

 

법치국가에서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더구나 유력 정당 대표를 향한 폭력은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른다. 민주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건 투표를 통한 유권자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선거 과정에서 각 정당 지도부와 후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할 수 있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건 유권자라면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보장된 권리다. 그렇다고 폭력까지 허용된 건 절대 아니다. 폭력은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하고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일 뿐이다. 아무리 민감하고 중대한 사안이라 해도 폭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 정치사에서 유력 정치인을 향한 폭력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다. 2022년에는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가 대선 유세 과정에서 한 유튜버의 둔기 공격을 받았다. 2018년에는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단식 농성을 하다가 지지자를 자처하며 다가온 남성에게서 주먹질을 당하기도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06년 지방선거 때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커터칼 습격을 당한 일도 있었다. 정치적 입장이나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있다면 누구라도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정치인과 유권자의 만남이 활발해질수록 유력 정치인의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정치인에게 현장에서 지지자를 포함한 유권자를 만나지 말라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우선 경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 또한 현장 경호 인력을 강화해 만일의 사태에 더욱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경찰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에만 주요 후보 등을 근접 경호하는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비슷한 폭력 사건이 재발하는 걸 막기 어렵다. 특히 조직적 배후 없이 개인이 단독으로 실행하는 ‘외로운 늑대형’ 범죄라면 더욱 위험하다. 꼭 선거운동 기간이 아니라도 유력 정치인의 신변 안전에 공백이 생겨 큰 정치적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1-03 정치테러 무관용 엄단하고 여야는 ‘증오 선동’ 멈추라

정치 테러는 자유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중대 범죄다. 헌법 역시 선거를 통해 다양한 사회 구성원에게 동등한 권리 행사를 보장하고, 투쟁과 폭력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한 성숙한 시민사회를 지향한다. 생각이 다른 상대에 대한 물리적 폭력은 어떤 형태로도,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테러는 용납할 수 없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다. 철저히 수사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벌해야 마땅하다.

이 대표는 2일 부산 방문 중 60대 남성의 흉기 습격을 받아 목 부위를 다쳐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수십 명이 모인 자리에서 흉기를 휘두른 것만으로 극악한 행위다. 범인은 한 달 전에도 부산 민주당 행사장에 나타났었고, 인터넷으로 흉기를 구입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수사 당국은 범행 동기는 물론 배후 여부까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경찰은 “죽이려 했다”는 진술을 확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정당 가입 사실에 대한 확인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신속하고 투명한 수사와 진상 공개도 중요하다. 이미 인터넷 포털이나 SNS에는 음모론·배후설 등 온갖 자극적 주장이 나돌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권 세력이 배후라는 주장에서부터 서울대병원으로의 이송, 이 대표의 각종 재판 지연 등과 관련된 악성 루머까지 판치는 지경이다.

차제에 여야 정치권도 왜 이런 테러 사태가 반복되는지 돌아보고 자성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송영길 등 정치인에 대한 테러 기억도 생생하다. 갈수록 자극적 경향이 강해지는 유튜브 방송이나 인터넷 댓글 등의 문제가 심각하지만, 증오의 정치가 조장해온 측면도 없지 않다. 특히 정책·비전 경쟁보다 강성 지지층에 편승한 막말과 선전·선동도 서슴지 않았다. 연말연시엔 대개 덕담을 나누는데, 최근엔 “칼로 사람 죽이는 것과 잘못된 통치로 사람 죽이는 건 차이가 없다”(지난 1일 이 대표), “민주당은 검사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검사를 사칭한 분을 절대존엄으로 모시느냐”(지난달 2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고 독설을 계속했다. 언어 폭력은 정치 폭력의 숙주다.

문화일보 사설

 

01.03 진보층 49%도 “물러나야” 운동권 퇴장이 민심의 요구

▲조선일보·TV조선 여론조사에서 ‘86세대 운동권 정치인의 퇴진론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8%가 공감을 나타냈다.

 

조선일보·TV조선 여론조사에서 ‘86세대 운동권 정치인의 퇴진론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8%가 공감을 나타냈다. 민주당 최대 지지층인 40대, 86세대가 속한 50대를 비롯해 전 연령대에서 공감한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특히 주목되는 건 이념 성향이 각각 중도와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의 55%와 49%도 퇴진론에 공감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경향은 다른 여론조사들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86세대 운동권 정치인 퇴진론은 나이와 이념을 뛰어넘은 민심의 요구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86세대 운동권이 군사 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쟁취하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민주화는 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참여해 함께 이뤄낸 것이다. 평범한 시민들은 생업 전선에서 열심히 일하고 세금 내며 나라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했다. 그러는 사이 운동권 간부 출신들은 민주화 경력을 내세워 정치권에 진출, 현 야권의 주류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라느니만 못하다. 운동권은 야권만이 아니라 우리 정치권의 최대 세력으로 무려 30년을 군림해 오고 있다. 이제는 간판만 ‘민주화’이고 행태는 철저한 ‘반민주’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에서 갖은 반민주적 입법 폭주는 거의 대부분 이들 운동권이 저지른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각종 괴담을 퍼뜨리는 것도 운동권이다. 가짜 뉴스의 진원지도 상당수가 운동권이다. 온갖 음모론을 생산하고 비극을 정치화·정쟁화하는 전문가들도 운동권이다. 특별법으로 막대한 예산을 타내 운동권 호구지책으로 만들고 있다. 최근엔 운동권의 부모와 자녀에게까지 온갖 혜택을 주라는 법을 만들고 일방 통과시켰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는 사람들이 세계 최악의 반민주 폭압 집단인 북한 김씨 정권엔 한마디 비판도 하지 않고 있다. 노예와 같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완전히 무시한다. 30년 한국 정치의 ‘고인물’이 되면서 반민주, 반인권을 일삼는 권력 집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헤아리기도 어려운 성 비위와 내로남불 사고들도 대부분 운동권 출신이 저지른 것이었다. 그래도 운동권은 자기 편이면 감싸는 행태를 되풀이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선 무고한 사람을 때려 살해하고도 ‘시대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운동권이 공천 적격 판정을 받았다가 뒤늦게 번복되는 일도 있었다. 젊을 땐 노인을 비하하던 운동권들이 이제 60대가 되자 50대 장관을 ‘어린×’ ‘건방진 ×’이라고 한다. 유권자들이 이런 운동권에 실망을 넘어 환멸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86학번 승연이》 펴낸 박선경 작가

01.03 “586의 민낯은 민주와는 거리 멀어”

⊙ ‘데모하던 그 언니’의 비참한 末路… 性的 소모품으로 이용된 운동권 여성의 삶
⊙ 주인공 ‘승연’ 외 등장 인물은 실존 인물 모티브… 극적 구성 위해 소설 형식 차용
⊙ “586 세대 교체에 일조하길… 차기작은 反日 주제 사회고발 서적 구상 중”

박선경
1965년생. 한신대 철학과,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석사, 인하대 인터랙티브콘텐츠학 박사 / 前 준앤홍 컨설팅 대표, 남서울대학교 겸임교수, 굿소사이어티 조사연구소 공동대표

 

▲사진=박선경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부패한 586 운동권의 민낯, 허위의식과 부조리. 굳이 복잡한 철학과 이념으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 시절 운동권 여학생의 안부를 살펴보면 된다. 격동의 1980년대. 그 시대 앨범에 담긴 머리에 띠를 두른 여성들은 왜 모두 이름이 안 보일까. 운동권 출신 586이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지금 말이다.

말마따나 ‘무명(無名) 작가’ 박선경은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인권(人權)을 부르짖었지만 내부적으로 여성은 운동권 리더 그룹의 성욕 배출구였다는 점, 겉으로 독재 타도, 민주화를 외쳤지만 운동권 조직은 철저히 계급적이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면서 ‘위선(僞善)’이라는 본질을 끌어냈다. 2023년 11월 초 발간한 소설 《86학번 승연이》를 통해서다. 책 표지에는 제목 아래 이런 문구가 있다. ‘우리가 그것들을 바꿀 수 없다고 방치하면, 그것들은 종종 우리를 바꾼다.’


주인공 외 모두 실존 인물 모티브

 소설은 2021년 10월 23일 작가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데모하던 그 언니는’이란 글을 토대로 작성했다. 여기서 ‘언니’는 작가가 교회에서 알고 지냈던 은지(가명) 언니다. 올리비아 핫세를 닮아 예뻤던 언니는 운동권에서 성적(性的) 소모품으로 쓰였다. 글 중 일부다.

“언니 얼굴이 잿빛으로 변하기 시작한 건, 그녀가 운동권 학생들과 몰려다니며 사회주의 사상에 빠졌을 때부터였다. 언니는 운동권 남학생들과 MT 가는 건 매번 망설였다.”

결국 은지 언니는 병을 얻어 죽었다고 한다. 글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누구, 누구처럼 잘 버텨서 시장자리, 장관자리 하나쯤은 꿰차지 그랬어. 견뎠으면…. 전두환 때보다 지금 삶이 나았을 텐데 말이지.”

원고지 10매 분량의 짧은 이 글이 장편소설이 됐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전국반외세반독재애국학생투쟁연합(애학투련), 건대사태, 5·3 인천사태, 구로구청 점거 사건 등의 현장들이 다큐처럼 그려진다. 실존 인물인 은지는 여기서 ‘윤희숙’으로 등장한다. 주인공 승연의 선배다. 주인공은 따로 있지만, 사실 승연의 눈으로 본 희숙의 이야기에 더 가깝다. 작가 또한 “희숙의 얘기를 쓸 때 가장 공을 들였다”고 했다.

― 희숙 외 모든 등장 인물이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겁니까.
“주인공 승연을 제외하고요. ‘데모하던 그 언니는’이란 글을 올리자, 운동권 출신들의 제보가 많이 들어오더군요. 그때부터 1년간 취재를 하며, 운동권 깊숙이 들어가 살았습니다.”

 

― 그런데 왜 소설이란 형식을 차용한 겁니까.
“실제 일어난 일이지만, 르포나 탐사보다 더 파급력이 있는 방법을 찾은 거죠.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기 위한 장치로 관찰자 입장인 승연이란 허구의 인물이 필요하기도 했고요. 또 언젠가 소설을 쓰고 싶기도 했어요. 그 전까지는 소셜미디어 등에 습작만 여럿 썼죠.”

앞서 자기계발서 《망설이지마, 지금이야》(2016)와 에세이 《마침표라니, 쉼표지》(2020)를 냈지만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 실존 인물들은 소설 밖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겠군요. 제보자들은 책을 보고 어떤 반응이었습니까.
“소설에서처럼 이미 사망한 분도 있고요. 그 외 인물들의 삶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에 소설의 결말을 짓는 데 고심했습니다. 그들 이야기에 결론을 지어줘야 했으니까요. 보고 나서는, 절제를 잘 했다고 하더군요. 숨기고 살려고 했던 치부인데, 이를 드러낸 이상 수위 조절은 작가의 몫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생각보다 상당히 절제해 잘 썼다고, 고맙다고 하더군요. 뿌듯하죠.”


19금 장면들

― 노골적 성행위 장면이 많이 등장하더군요. 1980년대 운동권의 민낯은 성(性) 문제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었던 건가요.
“책에서 섹스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당시 운동권은 사상이념 의식화 교육 시 성적 수치심을 장애물로 규정하고 여성 동지들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교육했습니다. 말이 성적 자기 결정권이지 남자들의 성 유린, 성 유희, 성 착취, 무상(無償) 섹스하기 위한 허울 좋은 명분이었던 거죠.”

이를테면 남성들이 빙 둘러싼 곳에서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며 여학우에게 가슴을 까보이게 하는 거다. 특히 ‘희숙’은 소설 속 운동권 리더 격인 변태섭에게 철저히 성적 대상으로 이용된다. 변태섭의 선배에게 성상납까지 당한다. 이 대목에서 소설가 남정욱 전 숭실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의 서평을 빌려 쓰면 이렇다.

〈“(당시 운동권에는)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운동의 논리가 있었고 군사 정권을 작살 낼 수 있다면 시시한 도덕적 위반은 얼마든지 저질러도 되는 하찮은 일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착한 척, 선한 척, 정의로운 척하는 이들을 고발한다. 운동의 아이들이 가진 도덕적 우월감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있는 선민의식이 얼마나 허상이며 사기이고 기만인지 사정없이 폭로한다. 도덕적 우월감이 저지르는 범죄는 한마디로 너와 나는 같지 않으며 거대담론을 끌고 나가는 자신들은 타인의 삶을 사소하게 여겨도 좋다는 놀라운 발상이다. 따라서 이들에겐 애초부터 죄책감이 자랄 토양이 없다.

소설에서 변태섭은 윤희숙을 정신적·육체적으로 망가뜨리면서도 일말의 반성이나 책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민주를 위해 민을 겁탈하고 학살하면서 어쩔 수 없는 콜래트럴 대미지로 치부하는 동시에 자신은 그럴 권리가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다. 위선과 정신질환이 뒤섞인 변태섭의 정신세계는 특별히 유난한 것도 아니고 그들 세계에서는 보편이고 일상이다. 그래서 자기 여자를 상납하고 받는 자도 태연히 받아먹는 것이다(직유법이다).”〉

― 변태섭의 실존 인물은 누구입니까.
“은지 언니의 남편입니다. 그 인물을 중심으로 그의 후배들과 여러 운동권 출신 인물들의 특징을 축약해서 한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 희숙이 했던 민주화 운동은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변태섭은 예전 광주 한 가라오케에서 운동권 출신 정치인 우모(某)씨가 임모씨란 여성에게 ‘너 같은 게 어떻게 여길 끼냐’고 한 것처럼 ‘너랑 나랑은 동급이 아니다’라는 계급의식으로 희숙을 대했지만, 희숙은 첫사랑이라 믿었던 변태섭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죠. 변태섭이 말한 대로 노동자와 자본가가 동등한 세상이 오면 가난한 희숙의 집도 해방될 거라 믿은 거죠. 그러면서 세미나를 통해, 책을 통해 좌익사상에 물든 거고요.”


소설 속 ‘개딸’의 이중

▲박선경 작가의 첫 소설 《86학번 승연이(북앤피플)》. 586 운동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사진=북앤피플

 

소설에는 ‘개딸’도 등장한다. 주인공 승연이 50대가 돼서 만난 강윤희라는 인물이다. 강씨는 승연이 대학 때 잠깐 스쳤던 운동권 여학생으로, 후에 승연의 딸의 친구 엄마가 돼 나타난다.

― ‘개딸’의 정체가 ‘2030 여성’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4050 여성’이 많다고 하죠. 소설 속에서는 아예 50대 여성으로 못 박았더군요.
“개딸은 20~30대도 있고, 40~ 50대도 있죠. 제가 몸담고 있는 사회 여론조사 연구기관인 ‘굿소사이어티’의 조사에서도 드러난 사실입니다. 이들은 어떤 합리성이나 논리성이 없는 집단이에요. 마치 외눈박이 고양이들이 양 눈을 가진 고양이에게 변종이라 지적하는 느낌이죠.”

― 강윤희는 왜 ‘개딸’이 된 걸까요.
“강윤희는 과거 운동권이었을 때 환영받지 못한 인물이었습니다. 민주화 운동을 열심히 해서 선택받고, 성적 자기 결정권도 주장하고 싶었지만, 외모로 계급을 매기는 운동권 내부에서 늘 그의 얼굴은 선호도가 낮았죠. 선택받지 못한 데 대한 분노가 있어 후에 성형을 했고, 돈 많은 변호사 남편을 만날 수 있었죠. 결국 윤택한 삶을 살게 됐지만, 과거 선택받지 못한 데 대한 앙금은 해소가 안 된 겁니다. 그 시절에 성장이 멈춘 거죠. 지금과 같은 삶을 꾸린 데는 자본의 힘이 있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과거 행동을 반성하지도 않는 인지부조화적 모습을 보이는 겁니다. ‘개딸’의 이중성을 강윤희란 캐릭터로 폭로한 거예요.”

박 작가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보수우파 성향. 그의 말처럼 ‘무명으로 활동하면서’ 한동안 정치 성향은 안 밝혔다. 목소리를 낸 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부터다. 그는 “친구들이 촛불 집회에 나간다기에 ‘그게 탄핵할 일이야?’라고 했다가 교우관계가 다 정리됐다”고 했다. 스스로를 ‘돌연변이’라고도 했다. 전라남도 장성 출신 부모님 아래 자랐다. 한신대 철학과에 진학한 것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지지자였던 부친의 영향이 컸다. ‘조국(曺國) 수호 집회’에 갔다가 다쳤다는 어머니와 한바탕 싸우기도 했다.

극 중 승연 또한 한신대 학생으로 나온다. 승연처럼 작가 또한 ‘시위와는 한 발짝 떨어진’ 학창 시절을 보냈다. 허구의 인물 승연에겐 일정 부분 작가의 모습이 투영된 셈이다. ‘학교에 불만 많은, 비싼 청바지가 잘 어울리고, 자기 할 말은 해야 하는, 부유한 집에서 자란 고집 센 막내.’ 소설 속 태주가 묘사한 승연의 모습 역시 작가와 닮았다.

― 승연이 운동권 학생을 보며 생각했던 ‘쟤는 대학교 1학년 1학기도 안 지났는데 전두환과 무슨 원수를 맺었다고 돌을 던지나’는 결국 작가의 물음이기도 했군요.
“이제 막 입학한 학생이 뭘 얼마나 안다고, 무슨 원수를 졌다고, 사생결단을 내려고 하고, 잡혀가는 걸 영광으로 여길까, 이런 생각을 했어요. 간혹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학생 때 왜 데모를 안 했냐고요. ‘설득이 안 됐다’고 답합니다. 뭐든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뭐가 없잖아요. 이 나라를 갈아엎어야 해. 왜? 열심히 일한 다음 제도 안에서 기여하면 되지 않나. 이런 거죠. 1학년 때 《사상계》 전집을 사 보기도 했어요. 사상 자체가 옳다 그르다는 게 아니라 저한텐 와닿지 않았어요. 인간 본질에는 탐욕이 자리한다고 생각해요. 집단 사회에서 경쟁과 시기는 당연한 건데, 평등과 공평? 글쎄요. 물론 시스템은 그렇게 만들어야겠지만, 과연 만인이 동등할 수 있나요. 이를 주창하던 세력들이 하는 짓은 결국 그와 모두 배치되죠.”


“586 세대 교체 이뤄져야”

작가는 굿소사이어티 조사연구소 공동대표로도 있다. 여론조사를 심층 분석하는 기관이다. 그는 “민간 여의도연구원 같은 기관”이라면서 “구국의 신념으로 재능기부 중”이라고 했다. 봉급을 안 받는다는 뜻이다. 박 작가는 “2023년 12월 8일 자 기사를 보니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 판세를 자체 분석한 결과, 서울 49석 가운데 우세 지역은 강남 3구의 6곳 정도라고 보도했던데, 국힘이 불리하다는 건 우리 조사에서도 드러난 사실”이라고 했다.

― 내년 총선이 실제로 그렇게 될 거라 봅니까.
“완전 창당 수준의 개혁, 혁신, 쇄신이 있지 않는 한 참담할 거라 봐요. 저쪽도 이재명 대표 때문에 심각한 불협화음이 있으니, 결국 쇄신을 어느 쪽에서 먼저 하느냐가 기선을 잡을 수 있겠죠. 그런데 국민의힘을 보니, 쇄신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보이더군요. 자리에 연연하기 바쁘죠. 이번 총선에서 지면 무엇이든 희망은 없다고 봐야죠.”

― 총선을 앞두고 책을 냈는데, 이 소설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길 바라는지.
“세대 교체입니다. 굳이 나이만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이제 586이라는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거죠. 물론 역사적 맥락에서 이들의 민주화 운동 자체를 전면 부인하진 않습니다. 실제로 더 나은 시스템 마련을 위한 노력도 있었다고 믿어요. 그러나 이를 이용해 다수를 선동하고, 불순한 목적 혹은 탐욕으로 권력을 획책한 586의 민낯은 민주와는 거리가 멉니다. ‘독재 타도’를 외치지만 독재보다 더 나쁜 행태들이죠. 이 과정에서 유린당한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 권력 아래서 힘없이 소모품으로 이용됐던 사람들의 민주화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한편 버젓이 얼굴을 드러낸 586들은 학생운동했단 이유만으로 무슨 훈장이라도 받듯 장관도 하고 국회의원도 하죠. 국민을 위해 있는 자리 아닙니까. 이제 이런 일은 없어야죠. 물갈이를 해야죠. ‘좌파가 권력을 잡으면 안 된다’는 극단적인 얘기가 아닙니다. 어느 한쪽의 독주(獨走)는 막아야 한다는 거예요. 균형을 잡으려면 양쪽이 다 합리적이어야 하는데, 지금 정치는 서로 그냥 생떼만 쓰고 있어 걱정입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박 작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는 글로써 실체를 알렸고, 많은 이의 공감을 통해 우리 힘으로 세대 교체를 이뤘으면 좋겠다”면서 “문화를 선점한 좌파에 제동 거는 계기도 됐으면 한다”고 했다.

― 1980년대 운동권의 실체를 알아야 할 이들은 막상 이 책을 잘 보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어쩔 수 없죠. 대부분 우파에서 보더라도, 읽은 분들 중 많은 이가 ‘말로만 들었는데 실감이 난다’고 했으니, 그걸로도 괜찮지 않나 합니다. 좌우를 떠나 그 시절 얘기를 잘 모르는 2030들에게도 흥미로울 수 있으니,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反日 주제 차기작 구상 중

― 아들이 아이돌 출신 배우(홍석)인 걸로 압니다. 정치 성향을 밝히고 활동하는 데 조심스럽지 않나요.
“저는 말을 아끼거나 돌려서 하지 않습니다. 직격탄을 날려요. 그래서 강성 이미지죠. 핵을 머리에 이고, 공산당하고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하는데, 중도가 어디 있어요? 다 같이 힘을 모아야죠.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아들이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를 많이 합니다. 막상 아들은 ‘엄마와 나는 각자의 삶이 있다. 아들로서 엄마를 사랑하면 되지, 생각까지 바꾸려 하면 안 된다’는 주의입니다. 또한 본인이 몸담은 연예 산업이야말로 철저히 자본주의 논리로 움직이는 곳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열심히 하는 만큼 돈을 번다는 구조가 잘 드러나는 곳 중 하나죠.”

― 구상 중인 차기작이 있습니까.
“또 다른 사회고발 서적을 구상하고 있어요. 마찬가지로 소설로요. 주제는 반일(反日)입니다. 미래를 향해 갈 생각 없이 과거에 발목 잡힌 채, 국민들의 의식을 묶어둔 반일운동으로 인해 나라가 골병이 들다시피 했어요. 과거를 성찰하는 게 아니라 서로 증오하는 역량만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양산했죠. 이처럼 고질적이고, 퇴행적인 사회현상을 지적할 생각입니다. 지금보다 자료가 두세 배는 더 많이 필요한 일이 될 거라 예상합니다.”

《86학번 승연이》는 잘하면 영화로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진행된 건 없다. ‘한다면 한다’는 작가 의지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벌써 점찍어둔(?) 배우들도 있다고 한다.⊙

월간조선 01월 호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01.04 위험수위 넘은 ‘은둔형 정치 훌리건’

[NEWS&VIEW]
이재명 대표 습격한 60대 남성
흉기 개조, 집요하게 범행 준비
여당 탈당 뒤 민주당 당적 가져
지인들 “정치 유튜브 많이 봐”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의 범인 김모(67)씨는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3일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 대표를 찌른 흉기를 구입해 개조했고 이 대표 동선(動線)을 사전 답사한 정황들이 속속 확인됐다. 경찰은 이날 김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범행 전날인 1일 충남 아산시에서 KTX를 타고 부산으로 왔다가, 같은 날 열차 편으로 울산에 한 차례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울산역은 이 대표가 갈 예정이었던 평산마을과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다. 김씨는 다음 날인 2일 부산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지지자 행세를 하며 이 대표에게 다가가 이 대표의 목 부위를 찔렀고, 범행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

 

‘정치 테러’에 해당하는 이 모든 행위는 김씨 단독으로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은둔형 정치 훌리건’에게 나타나는 범행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에 과몰입한 나머지 특정 정치인을 따라다니고 살해까지 시도했다는 점에서 특정 축구팀에 대한 호오(好惡) 때문에 경기장 안팎에서 난동을 벌이고 극단적인 폭력 행위까지도 불사하는 훌리건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또 어떤 조직에 속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결행하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라는 것이다.

 

김씨 이웃들의 증언은 이를 뒷받침했다. 부동산중개업자인 김씨는 사무실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인터넷 바둑을 두는 사람으로 기억됐다. 부동산업계의 한 지인은 “말도 별로 없었고 술도 안 마셨다”고, 김씨의 친척은 “같은 동네에 살아도 왕래가 잘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이웃과 거리를 두면서도 평소 정치 유튜브를 즐겨 봤다고 한다. 김씨 사무실 인근 상점의 주인은 “김씨는 물건을 사러 올 때 볼륨을 크게 키워 놓고 정치 관련 유튜브를 시청하곤 했다”며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이어서 다른 대화는 없었다”고 했다. 경찰도 김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디지털 증거 추출)해 평소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을 파악하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는 “이재명이 싫어서 그랬다”며 이 대표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었다는 소수의 증언도 있다. 경찰은 이런 ‘증오심’의 배경이 극단적 내용의 유튜브 시청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정치권에선 “상대 진영을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악마화하며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 이런 혐오를 확대 재생산하는 정치 유튜브가 김씨와 같은 괴물을 낳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 대표 피습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3일 오후 충남 아산시에 있는 김씨 집과 부동산중개사 사무실, 자동차 등을 압수수색하고, 김씨의 당적 확인을 위해 영장을 발부받아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김씨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노트북, 개인 메모 등을 확보하고, 과도와 캠핑용 칼, 칼 가는 도구 등을 발견했다.

 

김씨는 이 대표를 찌른 흉기를 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범행에 쓴 칼은 칼날 길이가 약 13㎝, 이를 포함한 칼 전체 길이가 약 18㎝인 등산용으로, 지난해 인터넷으로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가 칼자루(손잡이)를 빼고 테이프로 감아서 잡기 편하게 개조했고, 칼날은 A4 용지로 여러 겹 싸서 숨기려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 전날인 1일 울산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 “부산에 올 때도, 울산에 다녀올 때도 김씨 혼자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무 연고가 없는 울산에 왜 갔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역시 김씨가 이 대표 동선을 쫓아다닌 정황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보유하고 있는 당적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다. 그는 전날 경찰 조사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 가입했다가 2019~2020년쯤 탈퇴하고, 작년에 민주당에 가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경찰이 묻지도 않았는데 그런 진술을 했다고 한다. 경찰을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아 국민의힘과 민주당으로부터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김씨는 과거 국민의힘 당원으로 활동하다 탈당한 뒤 지난해 민주당에 입당해 최근까지 당적을 보유해온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수사 당국에 피의자 당적을 확인해 줬다”며 “현재 피의자는 국민의힘 당적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김씨가 국민의힘 당적을 갖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찰은 또 민주당의 당원 명부에서 김씨 이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권 인사는 “김씨가 ‘은둔형 정치 홀리건’이면서 여야로 당적을 옮겨 다녔다”면서 “거기에는 정치 유튜브 방송 등의 주변 환경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가 간헐적으로 자신의 정치 성향을 드러냈다는 증언도 일부 나왔다. 김씨의 한 친척은 “김씨가 평소 정치 이야기를 잘 안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김씨가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러 나가는 장면이 이웃에 목격되기도 했다. 한 이웃은 “보수 정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사람이 민주당 쪽으로 정치 성향이 바뀌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조선일보 부산=김준호 기자 부산=신지인 기자 아산=김석모 기자

 
 

01-04 李대표 서울대병원 이송과 응급 헬기 둘러싼 특권 논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 다음날인 3일 일반 병실로 이동해 회복 과정에 들어갔다고 한다. 천만다행이다. 정치 테러를 규탄하고 이 대표의 쾌유를 기원하는 마음은 한결같지만, 문제점도 몇 가지 드러났다. 이 대표에겐 야박하게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인 만큼 본인을 위해서도 신속하고 투명하게 정리되는 게 낫다.

첫째, 굳이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데 대한 논란이다. 부산대병원은 물론 부산 시민도 씁쓸함을 느꼈을 것이다. 구급차와 소방응급헬기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도착한 이 대표는 응급 처치를 받고 헬기를 이용해 400㎞ 이상 떨어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장 소방 당국의 보고에 따르면, 이 대표는 ‘경정맥 1㎝가량 열상’을 입었다고 했다. 4년 연속 A급 평가를 받은 부산대 광역외상센터가 충분히 수술할 역량을 갖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 수 있다. 게다가 서울대병원엔 광역외상센터도 없다. 그런데도 5시간이나 걸려 이동한 것부터 의문이다.

둘째, 소방청 소속 119 응급 헬기를 이용해 서울로 이동한 것은 특혜 논란을 낳기에 충분하다. 응급의료법상 생명을 다투는 응급 환자이거나 임산부, 뇌졸중, 심근경색 같은 환자 등에만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비용은 의료진 요청이면 무료(국가 부담)라고 한다. 일반 국민이었다면 응급 헬기를 무료로 이용하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대표의 경우 가족의 요구로 부산대병원이 헬기 이송을 요청했고, 서울대병원이 소방청에 요청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증상이 이런 절차를 거쳐 최장거리(편도 400㎞) 병원으로 옮길 만큼 엄중했는지 따져볼 문제다.

셋째, 민주당의 지역 의료 강화 공약과 충돌한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이재명 정부는 아프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차별 없이 치료 받을 수 있는 의료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지역의사제도와 공공의대 도입 법안도 발의했다. 그래놓고 ‘황제 의료’ 비아냥을 받을 정도로 무리하게 서울로 옮겨감으로써 지역 의료 불신을 키웠다.

문화일보 사설

 
 

01-05 “지역의료 무시하고 응급체계 짓밟았다” 의료계 분노

정치테러로 부상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119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은 것을 놓고, 부산 지역 의료계는 물론 대다수 의료인이 ‘의료 내로남불’ ‘특권 진료’ 등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 대표의 부상 정도와 부산대병원 역량, 지금까지 드러난 전원(轉院) 과정을 종합하면, 의료계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특히, 야당 대표도 지역 의료 수준을 못 믿는다는 것을 전 국민에게 보여줌으로써, 그러지 않아도 심각한 서울 대형병원 집중 현상을 더 부추기게 됐다.

부산시의사회는 4일 성명에서 “지역 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 전달체계를 짓밟아 버린 민주당을 규탄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의사회는 “환자의 상태가 아주 위중했다면 당연히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고, 그러지 않다면 일반 운송편으로 연고지 종합병원으로 전원해야 했다”면서 “이것이 국가 외상 응급의료 체계이며, 국민이 준수해야 할 의료 체계”라고 했다. 응급의료법에도 부합하는 합당한 주장이다. “지방 거점 병원 의료부터 무너진다”(충청도 대학병원 교수), “지역 의사제 하자며 자기는 헬기 타고 서울 갔다”(경기도의사회 비상대책위원장), “의료계 공분을 사고 있다”(대한의사협회 관계자) 등 의료계 전반에서 분노와 개탄이 쏟아졌다.

서울대병원은 이날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는 전원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했지만, 부산대병원 측은 즉각 “서울 전원을 반대했다. 부산대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술이었다”고 반박했다. 집도 의사가 수술 준비를 다 했으나 당과 가족 요청으로 전원했다는 언급도 나왔다. 부산대병원 광역외상센터는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중증인데 수술을 않고 전원했다면 부산대병원 책임이고, 경증인데도 헬기를 탔다면 응급의료법 위반이다. 이런 일이야말로 특검이나 국정조사 대상 아닌가.

문화일보 사설

 
 

01.05 “나를 조사하라”더니 검찰 조사 다 불응한 송영길 전 대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대표가 2023년 12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뉴스1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기소됐다. 지난달 18일 구속된 후 17일 만이다. 검찰은 통상 피의자를 구속하면 여러 차례 소환해 조사한다. 검찰은 송 전 대표 구속 이후 다섯 차례 소환 조사를 통보했지만 사실상 그가 모두 불응해 조사 한번 제대로 못 하고 기소했다. 송 전 대표가 한 차례 출석하긴 했지만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다시는 부르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보통의 피의자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구속 피의자가 소환 조사를 계속 거부하면 통상 검찰은 영장을 받아 강제 구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송 전 대표가 조사에 불응한 것은 민주당 전 대표를 검찰이 어떻게 하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 검찰은 강제 구인을 하지 않았다.

 

송 전 대표는 구속되기 전 검찰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검찰청에 두 차례나 나와 “나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외쳤던 사람이다. 그런데 정작 검찰이 지난달 피의자로 소환하자 “정치 보복 수사”라며 묵비권을 행사하더니 구속된 이후엔 소환에도 불응했다. 자신을 먼저 조사하라는 것은 검찰에 해명하겠다는 뜻이다. 그래 놓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묵비권은 피의자의 권리라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는 “검사에게 억울한 점 해명해봐야 실효성이 없다”고 했지만 그럼 두 차례 ‘셀프 출석’은 왜 한 것인가.

 

송 전 대표만이 아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백현동 사건으로 검찰에 소환됐을 때 지지자들 앞에서 14분간 입장문을 읽고는 검찰 조사에선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도 장관 후보자 시절엔 국회에서 자신의 비리와 관련한 해명 기자회견까지 하더니 정작 검찰 조사에선 묵비권을 행사했다.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윤관석 의원도 “결백을 밝히겠다”고 하고는 검찰 조사에선 묵비권을 행사하다 구속된 후 결국 법정에서 혐의를 시인했다. 불법 혐의가 드러나면 일단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부터 씌우려는 행태는 정치의 일상이 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1.05 [속보] 윤 대통령, '쌍특검법'에 거부권 행사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법안이 통과된 뒤 8일 만이다.

 

이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오늘 오전 국무총리 주재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요구안,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발표했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특검 법안들은 총선용 여론 조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많은 문제점이 있다”며 “국무회의 심의 결과 여야 합의로 처리해 오던 헌법 관례를 무시했고, 재판 중인 사건 관련자들을 이중으로 과잉 수사해 인권이 유린되며, 총선 기간 친야 성향의 특검이 허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할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 특검 법안들은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국민의 혈세가 민생과 무관한 곳에 낭비될 수밖에 없다”며 “검경 등에서 특검에 수백 명의 인력이 차출될 경우 법 집행기관들의 정상적인 운영에도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각각의 특검 법안에 대해서도 이 실장은 문제를 지적했다.

 

‘50억 클럽 특검 법안’에 대해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방탄이 목적”이라며“누군가 대장동 사업 로비로 50억원을 받았다면 그 사람은 당시 인사권자인 이재명 성남시장 주변 사람일 것”이라며 “자신의 신변안전을 위해서라도 지난 대선에 민주당 집권을 바라고 지지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여당의 특검 추천권은 배제하고 야당만 추천해 친야 성향의 특검이 수사한다면 진상이 규명될 리 없다”고 했다.

 

이어 “친야 성향의 특검이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훼방하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 결과를 뒤집기 위한 진술 번복 강요, 이중 수사, 수사검사에 대한 망신주기 조사, 물타기 여론 공작을 할 것도 예상된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12년 전 (윤 대통령이) 결혼도 하기 전인 일로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한 사건을 이중으로 수사함으로써 재판받는 관련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정치편향적인 특검”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전 9시께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임시국무회의에선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으며, 윤 대통령은 직후 재가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정부는 쌍특검법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하게 된다.

중앙일보 홍주희 기자

 

01.06 한 위원장이 책임지고 특별감찰관 임명, 총선 후 특검 추진을

▲이관섭 비서실장이 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김건희 여사·대장동 특검법(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 의결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이른바 ‘김건희 특검’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관섭 비서실장은 “이번 특검 법안은 총선용 여론 조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며 “여야 합의로 처리해 오던 헌법 관례를 무시했고, 재판 중인 사건 관련자를 이중으로 수사해 인권이 유린당한다”고 했다. 김 여사 특검 관련해선 “12년 전 결혼도 하기 전 일로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 한 사건”이라며 “정치 편향적 특검”이라고 했다. 이 실장 말에 틀린 것이 없다. 김 여사 특검법은 민주당의 노골적인 총선 정략이다.

 

민주당이 이 특검들이 실현될 것으로 생각했을 리 없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민으로부터 비난을 받게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실제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특검을 실시해야 하고, 거부권은 안 된다는 국민 여론이 높다. 김 여사와 관련해 많은 의혹이 불거졌지만 윤 대통령은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다. 그러니 대통령이 아무리 정당하게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얘기해도 부인을 감싸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산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대통령실은 김 여사를 담당할 제2부속실 설치 및 특별감찰관 임명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국민 대다수가 원하면’이란 단서를 달아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했고, 특별감찰관은 여야 합의로 추천하면 지명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때 국민의힘 내부에서 논의되던 총선 후 특검은 언급하지 않았다. 제2부속실은 윤 대통령 공약에 따라 없앤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일정이 김 여사를 통해 무분별하게 전파되고, 심지어 친북 활동을 하는 사람이 김 여사를 통해 대통령 취임 만찬에 참석했다. 김 여사는 그가 준 명품 백까지 받았다. 김 여사 활동을 공적으로 지원하는 조직이 있었으면 이런 황당한 일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수석비서관급 이상의 공무원을 감찰하는 독립 기구다. 명품 백 수수 문제 등을 독립적으로 조사할 수 있다. 특별감찰관이 있었다면 김 여사는 더 조심했을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내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숨길 일이 많았던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해 추천하면 임명하겠다는 핑계를 댔다. 지금 윤 대통령도 같은 말을 한다. 김 여사 문제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민주당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추천을 미루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 입장에서는 특별감찰관 없이 김건희 여사가 계속 사고 치는 게 더 재미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먼저 나서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다. 한 위원장이 민주당 상관없이 국민의힘 차원의 특별감찰관 추천을 해야 한다. 본인이 언급했던 대로 총선 이후 여야 합의로 김 여사 특검을 실시할 수 있다고 밝힌다면 많은 국민이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를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1.07 운동권 정치인을 청산해야 하는 이유

민주당 586을 향한 한동훈의 이유있는 비판

 ▲일러스트=유현호

 

1989년 10월 13일, 건국대 4학년 정청래는 주한 미국 대사관에 사제 폭탄을 투척한다. 과거 운동권 학생들이 미국 관련 기관에 테러를 저지른 경우는 여러 번 있었다. 1982년 문부식을 비롯한 고신대 학생들이 부산 미문화원에 불을 질렀고, 3년 뒤에는 허인회가 위원장인 삼민투라는 단체가 서울 미문화원을 점거하기도 했다.

 

운동권이 이런 행동을 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1980년 광주에서 벌어진 비극이 미국 책임이라는 것이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김일성이 1972년 주창한 ‘갓끈이론’에 충실해서였다. ‘선비가 갓을 쓰려면 끈 두 개를 매서 묶어야 하는데, 끈 하나는 미국이고 다른 끈은 일본이다. 남조선을 해방시키려면 두 끈 중 하나를 잘라버려야 한다’는 게 그 내용이었다.

 

1980년대 단파라디오로 황해도 해주에서 송신하는 북한의 지령을 받던 운동권들은 그래서 반미를 외쳤다. 대한민국이 미 제국주의의 식민지라는 게 그들의 논거였는데, 87년 6월 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지고, 이듬해 88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반미투쟁은 점점 대중에게서 소외됐다.

 

좌파들이 반미에서 반일로 투쟁 노선을 바꾼 것도 이 때문인데, 반미가 철 지난 것으로 취급되던 1989년, 정청래가 쇠파이프와 사제 폭탄을 들고 미 대사관 담을 넘은 건 당시로서도 뜬금없는 일이었다. 시기도 시기지만 더 이상한 점은 직접 제작했다는 사제 폭탄 4발이 모두 불발됐다는 점. 산업공학을 전공한 것치고는 폭탄 제조에 영 성의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가 징역 2년이라는 가벼운 형을 받은 것도 폭탄이 불발된 덕분. 어쨌거나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면 출소 후 더 가열차게 학생운동을 했을 것 같지만, 그의 선택은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보습학원 강사, 그것도 영어 담당이었다.

 

“그 시절에 도대체 뭐 했냐?” 정청래 같은 586 운동권들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걸핏하면 하는 말이다. 영화 ‘1987′이 말하는 것처럼 자신들은 대학생이 물고문으로 사망해도 숨기기 급급했던 당시 정권의 비리와 싸웠고, 그 결과 지금 같은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청래 사례에서 보듯, 대사관에 폭탄을 던지고, 북한 지령에 따라 반미를 외친 게 대한민국 민주화에 무슨 도움이 됐는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정청래는 그 일로 2년 징역을 산 덕에 30개월에 군기도 셌던 군복무에서 제외될 수 있었고, 경력을 포장해 국회의원까지 됐으니, 이쯤 되면 남는 장사 아닌가? 물론 감방 생활이 쉬운 건 아니겠지만, 정청래가 팟캐스트에 나와 ‘다른 죄수들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며 편하게 지냈다’고 한 걸 보면, 남는 장사라는 표현이 과하지는 않을 것 같다.

 

21대 국회에서 병역이 면제된 이는 민주당 34명, 국민의힘 12명. 그중 정청래처럼 감방에 갔다 와 군면제가 된 이는 송영길, 윤호중, 이인영, 김민석 등 민주당에만 21명이다. 이들이 군면제를 위해 학생운동을 한 것은 아니겠지만, 당시 운동권에 군복무를 기피하려는 경향이 있었던 건 맞는 것 같다. 대표적인 예가 이광재 의원인데 첫 신검에서 현역병 판정을 받은 그는 이듬해 입대할 때 두 번째 손가락이 절단된 게 확인돼 면제 판정을 받는다. 처음에는 노동운동의 일환으로 위장 취업을 했다가 프레스에 절단됐다고 했지만 기자의 질문에 어느 회사인지 특정하지 못했고, 그 뒤 혈서를 쓰느라 잘랐다더니, 방송 토론회에서는 ‘우울해서 잘랐다’고 답변하는 등 계속 말이 바뀌었다. 잘린 손가락이 하필이면 방아쇠를 당기는 오른손 검지였기에, 병역기피를 위한 게 아니냐는 세간의 의심을 받았다.

 

지난 총선 때 광주에서 당선된 조오섭 민주당 의원도 검지 절단으로 군대를 안 간 사례. 총선 즈음한 토론회에서 그는 시청자에게 손가락을 보여 달라는 상대 후보의 요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노동) 현장에 있으면서 아주 미숙한 몸놀림으로 프레스에 사고를 당했습니다. 후천적 장애인들에게 사과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더 기가 막힌 점은 민주당 의원의 자녀 중에도 병역이 면제된 이가 14명으로 국민의힘(2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다. 1988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병역이 면제된 이인영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의 아들은 2013년 부정교합 치료를 사유로 검사를 한 차례 연기하더니, 2014년 2차 검진 때는 난데없이 강직성 척추염으로 5급 면제판정을 받는다. 척추에 염증이 생겨 관절 움직임이 둔화되는 병인데, 1차 때 없던 질병을 2차 때 제시한 것은 “현역 입영 의지가 강했다”는 이인영의 말과는 배치된다. 더 논란이 된 것은 그 이후 행적. 병명대로라면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함에도 아들은 스위스에서 1년여 동안 유학 생활을 했고, 국내에 돌아와서는 카트레이싱을 즐기고, 맥주병이 담긴 상자를 번쩍 들어 올렸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이인영은 “맥주 상자 무게를 확인해 보자”며 발끈했다. 학생운동으로 병역을 면제받고, 그 이력을 팔아 국회의원과 통일부 장관까지 된 것만으로도 운동권 시절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받은 것 같은데, 거기에 더해 아들 유학도 보내고, 세간의 의심처럼 병역면제까지 시켜줬다면, 대체 그 운동은 누구를 위해 한 것일까?

 

그런데도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그 시절 뭐 했냐”를 외치는 그들을 보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민주당을 숙주 삼아 수십 년간 386, 486, 586, 686이 되도록 썼던 영수증을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며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 과업을 위해 한 위원장이 임명한 이가 바로 시민단체 길 대표인 민경우. 좌파 운동권의 대부였던 그는 저서 ‘스파이 외전’과 유튜브 활동을 통해 586 운동의 실체를 폭로해 왔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운동권 세력이 총궐기한 것은 당연한 일, 그들은 과거 민 대표가 찍었던 유튜브를 분석하고, 그중 건수가 될 만한 것들을 언론에 흘리며 민 대표를 ‘막말 유튜버’로 몰아갔다. 유튜브의 속성상 표현이 좀 세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백번 양보해 그 말들이 적절치 않았다 해도, 그 공격의 주체들이 공직자 신분으로 형수에게 쌍욕을 한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려 한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결국 민 대표는 사퇴했지만, 새삼 깨닫게 된다. 운동권 청산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한 위원장의 건투를 빈다.

조선일보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01.08 시급하다며 특검 강행하더니 이제는 최대한 늦춘다니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권칠승 수석 대변인은 “헌재의 법적 판단이 있고 난 뒤에 재의결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 검토를 이유로 1월 국회에선 김 여사 특검법을 재의결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보통 보름 이내에 국회에서 재의결을 해왔다.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재의결하고, 여기서도 부결되면 자동 폐기된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 특검법안에 대해서는 재의결을 미루겠다고 한다. 재의결이 부결되는 것을 늦춰 특검 이슈를 최대한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진상을 조속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여야 합의로 특검을 구성하는 헌법상 관례를 무시하고 단독으로 법안을 발의해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올리고,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그렇게 서두르더니 이제는 언제 결론이 날지도 모를 권한쟁의심판을 받아보자고 한다. 헌재의 권한쟁의심판은 평균 543일이 걸린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권한쟁의심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다수 견해이기도 하다. 민주당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하겠다고 한다.

조선일보 사설

 

01-08 폭주 국회 끝내야 민생도 혁신도 산다

 

문희수 논설위원

‘반도체의 봄’ 경기 회복 기대
바닥 확인했지만 긴축 경영 38%
부동산PF.가계 빚 난제 수두룩

체감 민생 경기 살리는 게 관건
與野 포퓰리즘에 정부 동요 우려
‘말로만 민생’ 국회 물갈이해야

한국 경제를 이끄는 반도체에 마침내 봄이 오고 있다고 한다. 새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희망적인 소식이 반갑다. 실제 경기 회복 조짐을 알리는 청신호들이 잇따른다. 반도체의 선전을 바탕으로 수출은 3개월 연속 늘어, 7개월 연속 무역흑자다. 치솟던 물가는 진정 추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회의록에서 확인됐듯이 금리도 올해 세계적으로 최소한 하반기부터는 인하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온기가 실생활에 와닿지 않는다. 기업들도 경기가 바닥을 쳤지만, 여전히 체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38%는 올해 긴축 경영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고, 44%는 현상 유지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긴축 경영’ 응답은 52%로 더 높았다. 기업들이 투자도 고용도 늘리지 못하는 실정인 것이다. 특히, 소상공인은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결과 긍정 전망이 고작 7.5%였다. 한국은행의 지난달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도 기준치(100)를 여전히 크게 밑돈다. 아직 봄은 멀다.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특히, ‘민생의 봄’은 더욱 요원하다. 물가가 진정됐다지만 생활물가는 높기만 하고, 고용 절벽은 청년층에서 40대로까지 오히려 번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고용률 최고, 실업률 최저라고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은 통계와 현실의 괴리를 새삼 확인시킨다.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민생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헛일이다. 최상목 새 경제팀이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활력 있는 민생 경제’를 강조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규제 개혁과 감세를 통한 내수·투자 확대를 실천해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난제가 수두룩하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새해 출발부터 무려 22조8000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 채무의 연착륙이 발등의 불이다. 청년층의 무리한 주택 매수에서 보듯 가계 빚과 소상공인 부채는 더 심각하게 다가왔다. 올해 경기는 다소 풀리겠지만, 성장률은 잘해야 2% 안팎으로, 기껏 1%대 저성장을 넘어서는 정도일 것이라는 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은 등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이다. 한국의 이 정도 성장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이고 보면, 글로벌 경제성장의 덕을 기대하기도 힘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국회는 폭주를 거듭한다. 지난해 정기국회와 1월 임시국회에선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낸 개혁법안 222건 중 절반도 통과하지 못했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의무 거주 완화, 대형마트의 휴일 온라인 배송 허용,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등 민생 법안조차 좌절됐다. 인공지능(AI)산업 지원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개정안 등 ‘킬러 규제’ 혁파도 가로막혔다. 민생이 최우선이라는 것은 말뿐인 거야(巨野)의 폭주다. 이런 야당에 더해 여당조차 4·10 총선을 겨냥해 포퓰리즘으로 치닫는다. 윤 정부는 건전 재정과 반(反)포퓰리즘을 고수하지만, 최근엔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1분기 소상공인 전기료 감면 등 야당의 공약 같은 정책을 잇달아 내놓는다. 야대 국회의 훼방에 지친 나머지 총선을 의식해 현안 선점을 통해 김을 빼려는 측면도 엿보이지만, 아슬아슬해 우려를 사는 지경이다.

주요 그룹 총수들의 새해 화두는 변화와 혁신이다. 위기를 못 넘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의 표출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기회를 살릴 수 없으니, 지속 경영을 하려면 다른 대안도 없다. 국회도 당연히 물갈이해야 한다. 제21대 국회는 반민생·반혁신·반시장이었다. 특히, 윤 정권 출범 이후에는 역주행뿐이다. 경제를 뒷받침하기는커녕 윤 정부의 공(功)을 만들어 주지 않으려는 일념으로 민생 법안조차 외면하고 있다. 독선 야당, 무능 여당이다. 유례를 찾기 힘들다. 전 세계 정부와 의회, 기업들은 날로 진화하는 AI 시대에 대응해 혁신과 변화에 필사적인데 한국 정치와 국회는 기득권을 수호하고, 선동·왜곡으로 편을 가르며 퇴행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런 국회가 재연된다면 미래는 없다. 폭주 국회를 끝내는 것이 민생·경제 살리기의 출발이다.

문화일보

 
 

01-09 총선 3개월 앞인데 선거제도 오리무중, 거야 책임 크다

여야 정치권이 9일 이번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본격적인 총선 체제에 돌입한다. 총선을 3개월 앞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공천관리위원장을 임명했고, 외부 인재 영입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공직자 사퇴 시한(11일)도 임박했다. 그런데 정작 선거 룰은 오리무중이다. 총 300석 중 지역구 253석을 어디서 뽑을지를 정하는 선거구 획정의 경우, 지난달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출했음에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비례대표 47석의 배분 방식을 정하는 선거제 개편은 더 심각한 문제다. 위성정당을 막기 위해 여당은 정당득표율로 비례대표를 정하는 병립형 회귀를 사실상 당론으로 정했으나, 민주당은 연동형 유지 여부를 놓고 내홍을 빚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했을 정도로 병립형 회귀를 바라는 것 같다. 위성정당 형태가 되면 비례대표 공천권도 제대로 행사하기 힘들다. 반면 좌파 시민단체들은 민주당과 연합을 통해 3% 이상 득표하는 복수의 위성정당을 만들면 야권 전체로 200석 이상도 가능하다며 연동형 유지 또는 보완을 압박한다.

국회 계류 중인 위성정당 방지법이 제정돼도 원천 차단할 순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역대 최악의 위성정당을 출현시킨 2020년 준연동형 선거법은 ‘검수완박법’ 처리를 놓고 흥정을 벌인 민주당과 소수 정당들의 야바위로 탄생한 것이다. 이를 바꾸는 것은 비정상의 정상화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경쟁 룰의 불확실성은 신당이나 신진 세력에 불공정 경쟁일 뿐만 아니라, 유권자 선택권 침해에 해당한다. 책임이 더 큰 거야(巨野)의 조속한 결단이 필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1-09 노동개혁도 총선에 달렸다

 

김성훈 산업부 차장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노동·교육·연금의 3대 구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통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겠다”며 노사 법치 확립과 노동시장 유연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핵심 개혁방향으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 날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서도 노동시장을 개혁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언급은 정부가 올해 노동개혁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대통령은 3대 개혁과제 중 노동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우리 노동시장이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와 방향을 정확히 제시했다”며 “정부의 강도 높은 노동개혁 추진으로 불합리한 노사 관행과 제도가 선진화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지난해의 예를 되짚어보면 노동개혁 성공을 낙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중점 추진사업으로 △노동개혁 완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일자리 불확실성 선제 대응 등을 설정한 바 있다. 노조 회계 공시를 통해 회계 투명성 강화에 있어서는 일정 수준 성과를 냈다. 하지만 ‘노동규범 현대화’ 과제로 정했던 노사 자율적 선택권 확대를 위한 근로시간 관련 입법, 파견업무 대상 확대 등 파견제도 선진화, 노사 대등성 확보를 위한 대체근로 개편 등은 사실상 추진조차 되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게 타당하다.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상생임금위원회’는 지난해 2월에 발족했지만, 눈에 띄는 결과를 낸 게 없다.

이처럼 노동개혁이 지지부진했던 데는 국회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노동규범 현대화 과제가 실현되지 못한 것은 대부분 법 개정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노조는 사용자에 착취당하는 절대 약자’이고, 따라서 사용자를 강력히 규제하고 노조는 더 보호해야 한다는 해묵은 인식을 버리려 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여당이던 문재인 정부 시절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등 개정을 통해 노조 단결권을 대폭 강화하면서 사용자의 방어권 등 노사관계 힘의 균형을 위한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무기로 야당이 된 후에도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입법을 좌절시키고 되레 ‘노란봉투법’ 등 친노조 입법을 주도해왔다.

경영계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하는 대기업 강성 노조의 막강한 권력, 임금 체계와 고용의 경직성 등은 여전하다. 노조의 무분별한 사업장 점거 금지 없이 윤 대통령이 강조한 노사 법치주의 확립은 어불성설이다. 대체근로 허용, 고용 규제 완화 등 할 일이 산처럼 쌓여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한 법 개정 없이는 노동개혁은 올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친노조 성향 정당들이 과반 의석을 유지한다면 당장 노란봉투법부터 다시 처리될 것이다. 3분의 2 의석을 차지하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소용없다. 결국, 노동개혁의 성패는 오는 4월 총선 결과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화일보 

 
 

01-09 이재명, 피습 뒤 ‘서울행 - 부산팽’ 논란… “총선 100만표 날렸다” 분석도

이재명의 위기 대응

지역의료계 무시·특권의식 보인 정치적 패착… 과거 정치인 테러에 대한 동정심 유발과 대조적
서울대병원으로 옮기며 ‘기회의 창’ 스스로 닫아… 피습사건 후 민주당 PK 지지율 되레 하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흉기 피습과 이후 행보와 관련해 부산 민심이 요동친다. 부산대병원을 떠나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것을 놓고 남쪽으로부터 북상하는 분노, “서울 행(行)=부산 팽(烹)”이라는 탄식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100만 표는 날린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회와 위기의 변주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에 따르면 원래 이 대표는 새해 첫날인 1일 단배식과 국립서울현충원의 김대중 묘역 참배, 봉하마을 노무현 묘역 참배, 양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 등 일정을 당일치기로 치르려 했다. 그런데 ‘한 끼 제대로 대접하고 싶다’는 권양숙 여사의 당부로 봉하마을 체류시간을 늘리고 양산마을 방문을 하루 뒤로 미루는 1박 2일 일정으로 계획을 바꿨다. 겸사겸사 부산에서 1박을 하면서 민심을 살피고 2일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 들르면 총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이렇게 일정 조정이 이뤄진 상황에서 2일 오전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서 이 대표가 흉기 피습을 당했다.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대개는 대중의 동정심과 지지 욕구를 불러 정치활동에 득이 되기 마련이다. 이때 정치인의 태도와 메시지가 중요하다.

미국의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1981년 3월 30일 워싱턴DC 힐튼호텔 앞에서 가슴에 총탄을 맞았다. 그는 수술 전에 부인에게 “총알이 날아올 때 몸을 숙여야 한다는 것을 잊었어(I forgot to duck)”라고 농담을 건넸다. 건강 회복 후 그의 인기는 치솟았다. 미국 제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는 1901년 9월 6일 버펄로의 박람회 참석 중 무정부주의자의 총에 맞아 쓰러졌다. 그는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도 제압당한 범인이 두들겨 맞는 것을 보고 “그를 때리지 말라!”고 외쳤다.

2006년 5월 전국 동시 지방선거일(31일)을 앞두고 커터칼 습격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술 후 “대전은요”라고 했다는 메시지는 열세였던 대전 선거 판세를 뒤바꿔놓았다. 정치인의 수난은 태도와 메시지에 따라 기회가 된다. 피습 후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조치를 받은 이 대표가 수술을 위해 서울대병원행을 결정한 건 외려 기회를 위기로 바꿨다.

 
 

 

◇부산 선거와 민심

부산은 부마항쟁(1979년)으로 대표되는 오랜 민주화의 터전이었다. 군사 권위주의 세력의 장기집권 시절 서울·광주 등과 함께 ‘여촌야도(與村野都)’라는 투표 공식을 만들어낸 곳이기도 하다. 그 중심엔 김대중과 함께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양대 산맥이었던 김영삼(YS)이 있었다.

대한민국 역대 최연소인 만 25세에 국회의원이 되고 최다선인 9선 의원을 지낸 YS의 부산에 대한 영향력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1970∼1980년대 그는 ‘야도 부산’을 이끌었고, ‘1987년 체제’ 수립 후 첫 총선인 13대 때(1988년)에서 부산의 15석 가운데 통일민주당이 14석을 싹쓸이하는 영향력을 발휘했다. 14대(1992년), 15대(1996년), 16대(2000년)에서도 그가 속한 정당이 부산 의석을 사실상 석권했다. 그 사이에는 3당 합당(1990년)과 문민정부 출범(1993년)이라는 정치적 격변도 있었다.

부산에서 민주당 계열이 다시 당선자를 배출한 건 퇴임한 대통령 YS의 영향력이 줄어든 17대(2004년) 때부터다. 이는 ‘부산 출신’의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시기와 맞물린다. ‘박근혜 탄핵’을 전후한 시점엔 민주당 계열이 본격적으로 부산 지역 세 확장을 꾀했다. 20대(2016년)와 21대(2020년) 때 민주당 계열은 5석과 3석을 확보했다. 결국 ‘1987년 체제’가 들어선 이후 부산 민심은 지역을 대표하는 시대적 인물의 출몰과 정치 변동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면서 형성된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부산 시민의 염원이 담긴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서 흉기 피습을 당했다는 건, 그 자체로 정치적 변동으로 이어지는 ‘기회의 창’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부산이 아니라 서울행을 결정함으로써 그 창을 스스로 닫고 말았다.


◇‘서울행’ 파장

정치의 ‘장면’ 변화는 때로 ‘국면’ 변화를 예고한다. 이 대표 측이 부산대병원의 권고를 거절하고 ‘닥치고 서울행’을 결정한 후 ‘닥터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향했던 장면이 그렇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서울행은 ‘부산 의사는 실력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국에 내보내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불렀다. “잘하는 곳에서 수술해야 한다”는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은 부산을 ‘열등 지역’으로 만들었다. 서울대병원의 집도의가 “혈관 수술은 고난도여서 경험 많은 의사가 해야 한다”고 한 말은 부산 의료 수준을 경험이 부족한 하급 수준으로 격하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8일 이 대표 헬기 이송에 대해 성명을 내고 “정치인의 선민의식이 국가 응급환자 진료 및 이송체계를 비틀어버렸다”고 밝혔다. 부산시·서울시·광주시의사회 등도 ‘지역 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았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수도권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아주대병원 의사 출신 A 씨는 “의사회들이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이 대표 측의 특권의식에 분노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울과 그 외 지역’이라는 차별주의에 대한 우려도 강했다. 부산에서 오래 개업의를 하는 B 씨는 “전국의 권역외상센터 가운데 최정상급으로 평가되는 부산대병원도 못 믿겠다는 건 경악할 일”이라면서 “한국 제2의 도시이자 글로벌 시티인 부산조차 ‘기타 등등’으로 ‘팽’당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라고 했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부산·울산·경남(PK) 40개 지역 가운데 7개 의석을 얻은 민주당의 올 4월 22대 총선에서의 이 지역 목표 의석수는 10석 이상이다. 이 대표의 부산 방문과 때를 맞춘 피습 사건이 이를 도와주는 듯했지만, ‘서울행=부산팽’이라는 인식이 번지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100만 표 날렸다”

리얼미터가 조사한 최근의 정당 지지도를 보면 전국 단위에서의 여야 지지율 흐름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이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런데 PK에서는 ‘이재명 피습’과 닥터 헬기를 이용한 서울행을 거치면서 민주당 지지도는 크게 떨어졌고,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뒤 지지율이 떨어지던 여당은 ‘이재명 피습’을 계기로 회복한 것이 확인된다. 이 대표는 1일 노무현 묘역에서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꼭 만들겠다’라고 썼는데, 하루 만에 반칙과 특권을 행사했다. 그의 퇴원 후 첫 메시지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 용어 설명

‘여촌야도’는 과거 농촌은 보수 여당에, 도시는 진보 야당에 투표하는 것. 윤천주가 처음 사용한 말로, 급격한 산업화 시절의 투표 양상을 표현. 지역주의 투표가 고착화하면서 점차 사라짐.

‘닥터 헬기’는 응급의료지원(EMS) 헬리콥터. 응급의료법에 근거해 응급의료 취약지역 환자의 신속한 이송과 응급처치를 위해 운용되는 헬기. 대한민국은 2011년부터 닥터 헬기를 운용.


■ 세줄 요약

기회와 위기의 변주 :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대개는 대중의 동정심과 지지 욕구를 불러 정치활동에 득이 됨. 이때 정치인의 판단과 대응력이 굉장히 중요. 정치인의 적절한 태도나 메시지에 따라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어.

부산 선거와 민심 : 부산은 과거 서울·광주 등과 함께 ‘여촌야도’의 공식을 만들어낸 곳. 부산 민심은 시대적 인물의 출몰과 정치 변동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면서 형성. 이재명은 피습으로 그런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었음.

‘서울행’ 파장 : 하지만 피습 후 닥터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간 것은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특권의식을 보였다는 비판 받아. ‘서울행=부산팽’ 논란으로 기회의 창을 스스로 닫으며 “100만 표 날렸다”는 평가 나와.

문화일보 허민 기자

 
 

01.10 [속보] 경찰 “습격범, 이재명 대통령 되는 것 막으려 범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살해하려고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미수)로 구속된 피의자 김모씨가 10일 오전 부산 연제구 연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찔러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김모(67)씨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으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10일 오후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김씨가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고 총선에서 특정 세력에게 공천을 줘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대표 재판이 연기되는 등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앞서 김씨가 범행에 앞서 작성한 일명 변명문(남기는 말)을 범행 이후 언론매체와 가족에게 전달해줄 것을 약속한 조력자 70대 남성을 검거해 입건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과 디지털 포렌식 조사, 통화내역, 행적 분석 등을 통해 현재까지 범행을 공모한 공동정범이나 범행을 교사한 배후세력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향후 부산경찰청은 사건 송치 이후에도 검찰과 긴밀히 협력하여 한 점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2일 오전 10시 50분께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 전망대를 방문한 이 대표에게 지지자인 것처럼 접근해 목 부위를 흉기로 찌른 뒤 현장에서 체포됐다.

 

부산경찰청은 68명으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차려 9일간 이번 사건을 수사해왔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께 부산 연제경찰서 유치장에 있는 김씨를 검찰로 구속 송치했다.

정시내 기자 jung.sinae@joongang.co.kr

 
 

01.10 총선, 현역 의원들 평가부터 제대로 하자

타다금지법·직방금지법 등 혁신과 창업의 적들, 罪 물어야
대구·가덕도 신공항·달빛철도 등 발의한 국회의원도 마찬가지
나라 발전 가로막는 법 만든 이, 헛돈 쓰게 해 나랏빚만 늘린 이
그런 국회의원 다시는 뽑지 말고 능력 있는 젊은이에게 표를 주자

 ▲2021년 11월 11일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롯한 21대 국회 여야 의원들이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1.11/ 남강호 기자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다. (헌법 제40조) 아무 법이나 만들라는 뜻은 물론 아니다.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법을 만들라는 것인데, 정치인들은 왕왕 만들지 말아야 할 악법을 만든다. 특정 집단, 특정 지역에 이익을 주는 일은 표로 연결되지만 전 국민을 위하는 일은 표를 얻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어 그런 것 같다. 제대로 검증해 본 적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농민, 노동자, 공인 중개사, 택시 운전사 등 각 분야 이익은 열심히 챙기는데 온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늘 뒷전이다.

 

우리 경제와 젊은이들에게 결정적 타격을 준 대표적 사례가 ‘타다금지법’이라 부르는 2020년 3월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다. 우버, 리프트, 그랩 등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형적 공유 경제 방식 신사업을 막아 버린 이 법에 찬성표를 던진 사람들에게 혁신과 창업에 찬물을 끼얹은 죄를 물어야 한다. 그 외에도 에어비앤비 등 다른 나라에서 가능한 사업이 한국에서는 안 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있는 규제도 혁파해서 창업을 촉진해야 할 판에 기존 법이 허용하는 사업을 굳이 법을 개정하여 망가뜨렸으니 가장 죄질이 나쁜 경우다.

 

직방금지법이라고도 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국토위 법안소위에서 보류되어 아직 미수범이기는 하지만 발의한 의원들에게 같은 죄를 물어야 한다. 타다금지법의 폐단과 로톡, 삼쩜삼 등 플랫폼 신사업을 둘러싼 논란을 다 지켜보고도 같은 짓을 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 나쁘다고도 할 수 있다.

 

좀 오래되었지만 2013년의 정년 60세 의무화법도 상기해야 한다. 57.2세였던 기업들의 평균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여 3년간 정년퇴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만들었다. 호봉제가 아직도 지배적인 우리나라에서 정년퇴직할 때쯤이면 초임의 3배 정도 임금을 받는데, 3년간 제대로 퇴직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신입 사원 채용이 그만큼 어려워졌음은 불문가지다. 젊은이들의 취직, 결혼, 출산에 악영향을 끼쳐 국가 소멸 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지금이라도 물어야 한다.

 

입법 못지않게 매년 660조원 쓸 곳을 정하는 예산 심의, 확정권(헌법 제54조)도 중요하다. 헌법은 또 제57조에서 “행정부의 동의 없이는 지출 예산의 각항 금액을 늘리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학자금무이자대출법 등 예산 반영을 의무화하고 있는 법은 다 헌법 위반이다. 행정부는 이런 위헌적 법률은 무시해야 하고, 유권자는 이런 법을 만든 사람들을 다시 뽑아서는 안 된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로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는 법률이 줄을 잇는 것도 문제다. 작년 4월에 통과된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원래 예타는 면제할 수도 있고, 예타 결과가 미흡해도 예산에 반영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등 타당성이 없었던 사업 위에서 건설된 나라다. 다만 충분한 경제성 분석을 전제로 행정부가 판단할 일이고 국회가 예타 면제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헌법 정신이다.

 

여기도 미수범이 있다. 달빛고속철도는 결국 비행기가 한 번도 취항한 적이 없는 울진공항급 망발임에도 발의자가 261명을 기록했다. 해당 지역에 지역구를 가지고 있지도 않은 사람들까지 부화뇌동했다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금리와 고물가, 그리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 부진은 상당 부분 무분별한 재정 지출로 국가 채무가 급증한 결과이고 그 부담은 젊은이들에게 집중되게 마련이다. 나랏돈을 낭비해서 이런 결과를 초래한 사람들을 뽑지 말아야 하는데, 이런 예산 항목이 전체 예산안 속에 파묻혀서 통과되기 때문에 누구 책임인지 가리기가 어렵다. 예타 면제법들은 예산 낭비에 앞장서고(발의) 동조한(찬성) 의원들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증거다. 이런 짓을 하다가는 표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서 재발을 막아야 한다.

 

요컨대 나라 발전을 가로막는 법 만들기와 나랏빚만 늘리는 헛돈 쓰기를 일삼은 사람들을 다시 뽑지는 말자는 말이다. 이런 전과가 없는 젊은 사람들에게 표를 주자. 돈을 벌어 나라에 세금을 많이 내고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월급을 준 적이 있는 사람을 뽑자. 불체포특권 포기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선진국에 비해 과도한 의원 대우와 특권을 다 줄이겠다고 하는 사람을 뽑아 주자.

조선일보 박병원 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이사장·한국고간찰연구회 이사장

 

01.10 이원욱·김종민·조응천 민주 탈당 “양심 때문에 더 못하겠다”

윤영찬은 이탈 “민주당 남겠다”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의원 등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비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에 속한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의원이 10일 탈당을 선언했다. 원칙과 상식은 원래 윤영찬 의원까지 네 명이지만, 윤 의원은 기자회견 직전 ‘민주당 잔류’ 의사를 밝히며 이탈했다.

 

윤 의원을 제외한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40분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한국 정치에 이의 있다”며 “새로운 길을 열겠다”고 했다.

 

세 의원은 “오늘 민주당을 떠나 더 큰 민심의 바다에 몸을 던진다”며 “정치적 유불리를 따졌다면 이 길을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원칙과 상식’은 그동안 이재명 대표의 대표직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 설치를 요구해 왔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재명 정치와 싸우는 것도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며 “(탈당의) 가장 근본적 이유는 양심 때문”이라고 했다. “이 비정상 정치에 숨죽이며 그냥 끌려가는 건 더 이상 못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방탄 정당, 패권 정당, 팬덤 정당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했지만 거부당했다”며 “3총리가 진심 어린 충고를 (이재명 대표에게) 했지만 어떤 진정성 있는 반응도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의 독선과 독주, 무능과 무책임을 심판해야 하지만, 지금 이재명 체제로는 윤 정권을 심판하지 못한다”며 “윤 정권을 반대하는 민심이 60%지만, 민주당을 향한 민심은 그 절반밖에 안 된다”고 했다. “나머지 30%의 국민은 윤 정권이 이렇게 못하는데도 민주당은 지지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정치는 실패했다. 승자독식 때문”이라며 “미래로 가는 개혁 대연합을 제안한다”고 했다. 이어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가 되어있다면 모든 세력과 연대·연합할 것”이라며 “정치개혁의 주체를 재구성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세 의원은 ‘제 3지대’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전 대표도 11일 탈당을 예고한 상태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3.12.5/뉴스1

 

윤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을 30여분 앞두고 민주당에 남겠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저는 오늘 민주당에 남기로 했다”며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고 했다. 윤 의원은 “지금까지 함께해온 원칙과 상식 동지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할 따름”이라며 “민주당을 버리기에는 그 역사가, 김대중 노무현의 흔적이 너무 귀하다. 그 흔적을 지키고 더 선명하게 닦는 것이 제 소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원칙과 상식’에 속한 다른 세 의원도 윤 의원의 민주당 잔류 결정을 기자회견 직전에야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탈당은 안 하겠다면서도 “신당의 가치와 염원에 대해 동의한다. 그 분들 또한 대한민국 정치를 걱정하고 바꾸려는 분들이다. 성공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 분들에게 누구도 돌멩이를 던질 자격은 없다고 본다”고도 했다.

 

윤 의원은 경기 성남시 중원구가 지역구다. 친명계 현근택 변호사가 이 지역에서 윤 의원과 경쟁하고 있다. 현 변호사는 최근 지역에서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당 윤리감찰단이 감찰에 착수한 상태다. 민주당 안에선 윤 의원이 탈당하지 않고 당 잔류로 선회한 이유가 현 변호사의 감찰 때문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조선일보 박상기 기자

 

01-10 시급한 민생법 팽개치고 ‘참사의 정치화’법 강행한 野

더불어민주당이 9일 단독 처리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 특별법’이 총선을 꼭 3개월 앞두고 새 쟁점으로 부상했다. 법안 내용을 따져보면, 대통령의 재의 요구가 불가피하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법’과 마찬가지로, 적실성·공정성·실효성 측면에서 결함이 심각한 ‘참사의 정치화’ 법안 성격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거대 야당이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2년 유예, 분양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 비대면 진료 확대 등의 시급한 민생 법안들을 팽개친 채, 거부권을 사실상 유도하는 법안을 강행한 모양새도 고약하다.

이 법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8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단독으로 통과시킨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처리했다. 핼러윈 참사는 500명에 이르는 인력을 투입해 수사한 결과 ‘좁은 골목에 감당할 수 없는 인파가 몰려 넘어지면서 참사가 벌어졌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용산경찰서장과 용산구청장 등 현장 지휘 책임이 있는 23명이 기소돼 재판 중이다. 55일에 걸친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새롭게 밝혀진 것은 없다. 야당이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소추했지만,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이 “헌법상 재난안전법상 문제가 없다”며 기각한 바 있다.

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특조위는 총선일인 4월 10일부터 1년6개월 동안 활동하는데, 특조위원 11명과 직원 60명으로 구성돼 96억 원 가량의 예산이 들어간다. 특조위원 11명에 대해선 여당이 4명, 야당이 4명, 유가족 등이 3명을 추천, 사실상 야권이 주도하며, 압수수색과 동행명령 등 사실상 특검 같은 권한도 가진다. 세월호 참사 이후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8년 동안 특검, 국조 등 9차례 조사를 벌였지만 새롭게 밝혀진 게 없다. 인건비만으로 700억 원 이상 들어갔는데 민변 변호사, 민노총 활동가 등 운동권 출신 일자리만 제공한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국회로의 환부(還付)는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취지를 다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밝히는 일도 필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1-11 민주당 분열 가시화…‘품격·실력 갖춘 야당’ 경쟁해 보라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좋은 여당’만큼 ‘좋은 야당’도 중요하다. 성장의 보수와 분배의 진보가 교차 집권하면서 국가 발전과 통합을 유지하는 게 더없이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30%대 초중반을 맴도는데도 반사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수권 태세, 특히 품격과 실력의 측면에서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前) 대표와 합리적 주장을 해온 의원의 잇단 이탈도 같은 맥락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오후 탈당 및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한다. 하루 전에는 ‘원칙과 상식’ 소속의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이 동반 탈당했다. 앞서 지난달엔 이상민 의원도 탈당했다. 원내 제1당, 거야의 분열이 가시화했다. 이들은 이 대표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민주당 분열의 최종 책임은 이 대표에게 있다. 사법 리스크 방어에 당력을 소모하고, 친명계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면서 사실상 ‘사당화’ 했다. 친명계 강성 인사들이 속속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 ‘자객 출마’를 선언하고, 음주운전 유죄 등이 드러났는데도 구명운동이 벌어지는 등 친명 일색 공천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성희롱성 발언과 관련해 이 대표와 정성호 의원 간에 징계 수위를 논의하는 문자대화는 ‘이재명 사당’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됐다.

이 전 대표 등은 ‘제3지대 빅텐트’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명분은 좋지만 험난한 길이다. ‘반명’(반이재명)을 넘어선 비전과 정책으로 차별화하는 게 급선무다. 정치 혐오증을 폭증시킨 구태에서 벗어나 품격과 실력을 겸비한 국정 견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과 그런 식의 경쟁을 하면 야권을 넘어 한국 정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한편, 탈당 발표 30분 전 잔류를 선택한 윤영찬 의원의 사례는 대의보다 오직 공천만 노리는 나쁜 정치다.

문화일보 사설

 
 

01.11 이낙연, 민주 탈당 “DJ 정신 사라지고 1인 방탄정당 변질”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있다. 2024.1.11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저는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을 들락날락했지만, 저는 민주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켰다”며 “제게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다. 오랫동안 고민하며 망설였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2003년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분당,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과 국민의당 분당 때도 민주당에 잔류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나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며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들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으로 모멸 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받았다”며 “저는 그런 잔인한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악화됐다. 포용과 통합의 김대중 정신은 실종됐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피폐에는 제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특히 민주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2021년에 치러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기존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자를 낸 것은 제가 민주당 대표로 일하면서 저지른 크나큰 실수였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둔 시기에 서울과 부산의 공조직을 가동하는 것이 대선 승리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얕은 생각을 제가 떨쳐 버리지 못했다”며 “또한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위성정당 허용 결정에 제가 동의한 것도 부끄럽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저의 그런 잘못을 후회하면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저의 오늘 결정에 대해 저의 아버지처럼 오랜 세월을 보상도, 이름도 없이 헌신하시는 당원 여러분께 이해를 구한다”며 “저는 지금의 민주당이 잃어버린 민주당 본래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길에 선다. 저는 죽는 날까지 그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무능한 정권과 타락한 정치가 각자의 사활에만 몰두하며 국가의 위기를 심화시킬 뿐, 국가 과제의 그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검찰공화국’을 거의 완성했다. 민주당은 스스로의 사법 리스크로 ‘검찰폭주’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검찰독재’와 ‘방탄’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 여야는 그런 적대적 공생관계로 국가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무능하고 부패한 거대양당이 진영의 사활을 걸고 극한투쟁을 계속하는 현재의 양당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다”며 “미국은 양당제 속에서 분열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다당제로 극단의 정치를 피하면서, 분열을 극복하고 있다. 우리도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다당제 실현과 함께 개헌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했으면 한다”며 “‘특권 없는 정치’와 ‘성역 없는 법치’를 꼭 구현하려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경제에서는 R&D 지원과 규제 혁파로 기업의 도전을 돕고, 미래기술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끊임없이 개발하도록 하겠다. 복지는 생활에 필수적인 기초 서비스를 국가가 단계적으로 제공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중부담-중복지’로 발전시키도록 하겠다”며 “문화에서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김대중 정부의 원칙을 되살려, ‘제2의 한류’를 더 확산시키도록 돕겠다. 외교에서는 한미동맹을 중심에 두면서 중국, 일본,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정착시키고,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평화와 번영을 돕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제3지대와의 연대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전날 민주당을 탈당한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과 연대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개혁신당(가칭) 창당 준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연대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 누구라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 협력해야 한다”며 “양당 독점의 정치 구조를 깨는 일이 만만찮은 일이기 때문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 전 대표를 향해 “민주진영 총선 승리를 위해 신당을 중지하고 민주당과 함께 해달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 129명은 “이 전 대표의 탈당 의사 철회를 간절히 바란다”면서도 “이 전 대표는 단 한 번의 희생도 없이 이 모든 영광을 민주당의 이름으로 누리고서도 탈당하겠다고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제가 그분들의 처지였다면 훨씬 더 점잖고 우아하게 말했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민주당이 국민 신뢰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건 단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아서다. 기자회견을 목전에 둔 시점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런 노력을 평소에 당의 변화를 위해 썼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움을 느낀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상윤 기자

 
 

01-11 李 헬기 특혜 본질은 ‘목숨 값 차별화’

 

노환규 하트웰의원 원장, 前 대한의사협회장


누군가가 “사람의 목숨에 값어치를 매길 수 있는가” 하고 묻는다면 아마도 이 질문을 받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16년 9월 30일, 당시 만 2세이던 A군은 할머니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해 곧장 전북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전북대병원은 할머니에 대해서는 수술에 들어갔다. 그러나 골반 골절과 발목 골절상을 입은 A군에 대해서는 소아의 발목 골절을 수술할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이송을 결정했다. 그런데 A군의 이송을 받아줄 병원이 없었다. 무려 13개 병원으로부터 거절을 당한 후에야 아주대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는데, 그동안 흘린 출혈량이 너무 많아 안타깝게도 A군은 수술 도중 숨졌다.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가덕도에서 괴한의 칼에 목을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소방 헬기로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져 CT 촬영을 통해 수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받았으나,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부산대병원의 치료를 거부했다. 그러곤 소방 헬기를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의 수술을 받았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강력히 반발했다. 지난 9일 기준, 전국의 16개 시도의사회 중 충북과 전남을 제외한 14개 의사회가 부산시의사회를 시작으로 연이어 이 대표의 부적절한 행동을 비판했다. 비판의 내용은 두 가지였다. ‘입으로는 지역의료를 살려야 한다면서 정작 자신은 지역의료를 무시했다’는 내용과 ‘소방 헬기는 중증의 응급환자만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원칙을 무시하고 헬기를 이용하는 특혜를 누렸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응급의료헬기 매뉴얼에는 헬기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시해 놨다. 여기에는 중증외상(동승자 사망 등, 3층 이상 또는 산속 추락, 총상, 관통상, 낙뢰, 감전 및 중증 화상 등 지혈되지 않는 외부출혈), 심근경색, 뇌졸중, 급성호흡곤란, 심정지, 독극물중독, 분만징후 산모 등으로 이용 대상이 제한돼 있는데 이 대표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의사들과 여권, 그리고 보수층이 이 대표의 이송 과정을 비판하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나섰다. 그는 “제1 야당 대표는 국가 의전 서열상 총리급에 해당하는 일곱 번째 서열에 있다”면서 제1 야당 대표의 소방 헬기 사용 특혜를 비판하는 것은 유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A군과 제1 야당 대표의 목숨 값이 다르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단순히 특혜를 요구한 행동을 비판한 게 아니다. 의사들이 염려한 것은, 이 대표의 행동이 초래할 부정적 영향이었다. 의사들은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이송으로 인해 응급 현장의 원칙이 무너졌으며, 환자들이 너도나도 응급의료 소방 헬기를 이용하게 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칠 것’이라고 예견했는데, 사건 직후부터 현실화하고 있다. 홍 시장처럼 목숨 값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으나, 대다수는 사람의 목숨 값에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국민의 일반적 생각이다.

한 사람의 생각을 더 정확히 반영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서 나오는 말보다는 행동이다. 그리고 위급한 상황에서 나오는 행동에서 더욱 정확한 생각을 알 수 있다. 이번 사건이 그 좋은 사례다.

문화일보 

 
 

01-11 핼러윈法 허구성과 野 인명 경시 기억

 
 

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과 관련해 국민의힘 측이 반대하는 내용은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부분이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국민의 혈세를 퍼붓고도 참사의 원인과 책임 소재에 관해 새롭게 발견해낸 것은 하나도 없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게 그 이유다. 유가족 보상과 피해 지원 확대에 대해선 국민의힘도 같은 입장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것은, 너무 급격히 방향을 전환하는 바람에 배가 심하게 기울었고 평형수가 규정대로 채워져 있지 않아 선박의 자세가 복원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설명 외에 특조위가 새롭게 찾아낸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 또한, 배가 침몰하기 시작했을 때 해경이 반복적으로 승객 탈출을 요청했고, 승무원들이 여러 차례 퇴선 여부를 물어봤는데도 선장이 끝까지 이를 무시한 결과 배에 남아 있던 승객과 승무원 303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 외 승객 사망에 다른 원인이 있었는지 특조위가 밝혀낸 사실은 없다.

세월호특조위를 위해 투입된 국가 예산은 모두 572억 원이었다. 무엇 하나 변변히 밝혀내지도 못하면서 조사가 반복된 것은, 유족들의 한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쨌든 어느 모로 보나 악독한 이는 퇴선 명령을 끝까지 뭉갠 선장이다. 그런데 그를 비난하는 정도로는 분이 풀리지 않은 듯하다.

2022년 9월 세월호특조위가 발간한 62쪽 분량의 권고문을 보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생명까지 경시하는 회사 행태의 근본적 원인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다. 대신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경시했다는 점에 논의를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은 세월호 참사 특별법과 구조·내용이 본질적으로 같다. 세월호특조위와 마찬가지로 이태원특조위의 가장 중요한 임무도 ‘이 참사는 국가가 국민의 인명을 경시한 결과다’라고 선언하는 게 될 것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원인은 좁은 공간의 경사로에 갑자기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렸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은 코로나를 핑계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그러나 새 정부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모든 제한을 일거에 해제했다. 젊은이들이 그동안 억눌렸던 욕구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마침 핼러윈 축제였다. 경찰이 적절하게 인원을 통제했더라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이러한 통제를 하려면 지침이 있어야 한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국민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조위가 그런 지침을 만들기 위한 조직이 될지는 회의적이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현 정부를 국민 인명을 경시하는 집단이라고 매도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자신들의 가장 아픈 부위를 잘 알고 있기에 나타나는 증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실종돼 북한군에 사살돼도 죽든 말든 방관했고, 탈북한 어민 두 사람을 강제로 북송해서 고문치사 당하도록 한 장본인이 민주당 정권이었으니 하는 말이다. 새로운 조사 결과나 획기적인 대책은 전혀 기대할 수 없고 정치적 비난만 하다 끝날 이태원특조위에 96억 원의 혈세를 낭비하려는 일을 보고 있자니 속이 터진다.

문화일보 

 
 

01.11 며칠 새 민주당에서 벌어진 혀를 찰 일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휴대전화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 /이데일리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던 9일 친이재명계 핵심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공개됐다. 두 사람은 성희롱 발언을 한 친이재명계 현근택씨 징계 문제를 논의했다. 이 대표가 심하게 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하자 핵심 의원은 곧바로 ‘공천 탈락’에서 ‘엄중 경고’로 조치를 수정했다. 거의 180도 뒤바뀐 것이다. 당 차원 윤리 감찰, 최고위원회의 징계 논의 등을 다 건너뛰고 당 대표와 측근 의원 둘이서 징계 수위를 사실상 결정한 것이다. 이 의원은 당원 징계를 논의할 어떤 당직도 맡고 있지 않다. 이번 일을 보면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私黨)이 됐다”는 비판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

 

현씨는 최근 같은 당 정치인의 여성 비서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여성위원회가 엄중 조치를 요구할 정도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성범죄는 공천을 원천 배제하도록 돼 있다.

 

이 대표에겐 이 당헌·당규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당헌·당규는 모두 고쳤다.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른바 ‘개딸’의 권한을 강화해 다른 당원들이 자신에게 도전할 생각조차 못 하게 했다. 당헌 당규가 있어도 무시하면 그만이다.

 

이날 비이재명계 의원 3명은 “비정상 정치에 끌려가는 건 양심상 더는 못 하겠다”며 탈당했다. 정대철·문희상 등 원로들도 당 운영의 비민주적 행태를 여러 차례 지적했다. 5선 이상민 의원은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갔다.

 

이낙연 전 대표도 11일 탈당한다. 그런데 누구보다 이 대표를 비판하며 비이재명계 의원 3명과 행동을 같이하기로 했던 윤영찬 의원은 돌연 당 잔류를 선언했다. 윤 의원은 지역구에서 현근택씨의 도전을 받고 있었는데 현씨 관련 이 대표 문자 메시지가 폭로되며 현씨 대신 자신이 공천받을 가능성이 생기자 태도가 돌변했다. 비이재명계의 탈당에 비판적인 사람들조차 그의 변심에 기막혀 했다.

 

우리나라 정당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비를 보조 받는 대신 민주적 내부 질서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 ‘당내 민주주의’는 그냥 구호가 아니라 법에 정해진 것으로 각 정당이 반드시 지켜야 한다. 국회의원은 자기 금배지 보존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대한 봉사가 책무다. 그런 점에서 며칠 새 민주당서 벌어진 일은 혀를 차게 한다.

조선일보 사설

 

01.12 여야 前 대표들 동시에 탈당하는 한국 정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뉴스1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이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11일 탈당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탈당 회견에서 “(민주당에서) 김대중·노무현의 정신과 가치, 품격은 사라지고,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됐다”고 했다. “저의 지지자들은 ‘수박’으로 모멸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받았다”며 이재명 대표를 비판했다. 이에 앞서 이준석 전 대표도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며 탈당했다.

 

총선이 있는 해에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은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얼마 전까지 여야의 당 대표를 했던 이들이 거의 동시에 탈당한 것은 이례적이다. 도저히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두 전직 대표는 자신들이 속했던 정당과 정책적 차이가 있어서 탈당한 것이 아니라 당내 권력 싸움에서 밀려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느 정당이나 주류와 비주류는 있게 마련이다. 당권을 잡은 주류가 상대적으로 더 큰 힘을 행사하지만, 비주류도 일정 지분을 보장받으면서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잘만 되면 이런 경쟁 분위기가 당이 긴장감을 잃지 않고 활력을 유지하게 만드는 역할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정당들은 주류는 친(親)자를 붙이고 아닌 쪽은 비(非)자를 붙여 서로 상종 못 할 사람들처럼 상대해왔다. 이런 당내 권력 싸움은 국민의 환멸만 불렀을 뿐 국정과 정치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두 전직 대표는 각각 ‘이낙연 신당’ ’이준석 신당’을 만들어 총선에 뛰어들 계획이라고 한다. ‘빅 텐트’를 명분으로 두 사람이 서로 연대해 하나의 당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금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 숫자가 상당하다. 제3당이 성공할 최소한의 여건은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준석, 이낙연 신당은 대북 관계나 경제정책 원칙 같은 이념적 정체성에서 거의 정반대라고 할 정도로 상반된 입장이다. 그런 두 당이 합친다면 ‘반윤’ ‘반명’이라는 것 이외에 어떤 정책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선일보 사설

 

01-12 野 이재명·황운하·노웅래 ‘공천 적격’ 이런 심사 왜 하나

정당의 공직 후보자 공천 과정이 자질과 도덕성 검증을 거쳐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겉으로만 그렇게 하고, 실제로는 그런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민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천에 앞서 공천 적격 여부를 가리는 사전 심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제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런데 실상을 보면 문제 인사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고 있어 문제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는 11일 검증 통과자 8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10개 혐의에 3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이재명 대표(인천 계양을)는 물론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된 황운하 의원,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도 ‘적격’ 판정을 받았다. 민주당은 지난해 5월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선출 규정 특별당규’도 개정했다. 21대 때 적용된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재판을 계속 받고 있는 자와 음주운전 등 중대한 비리가 있는 자’를 부적격 처리 대상에서 삭제하고 ‘중대한 비리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만 남겨뒀다. 황 의원이 구제되고 이 대표도 노 의원도 개혁 역주행 수혜자가 됐다. 당시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에다 대장동 개발·성남FC 후원금 혐의로 기소(3월)된 상황이었다.

전날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이 도덕성을 잃어버렸다. 의원의 41%가 전과자”라고 비판했다. 굳이 검증위라는 절차를 둔 것도 이런 비판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런 취지라면 기준 적용이 일관돼야 한다. ‘청담동 술자리’ 등 허위 주장으로 ‘가짜뉴스 제조기’로 지탄받는 김의겸 의원도 적격 판정이었다. 사면 복권된 전병헌 전 의원이 부적격 판정을 받았는데, 해당 지역구 현역 의원이 검증위원장을 맡고 있다면 누가 공정하다고 생각하겠는가. 차라리 사전 검증을 없애는 게 정직한 일이다.

문화일보 사설

 
 

01-12 당정 “290만 명 신용사면”… 이러다 금융 질서 근간 흔들릴 것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에게 힘이 되는 신용사면’ 민당정 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1 뉴스1

 

정부와 국민의힘이 어제 당정협의회를 열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대출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신용사면’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영업이 어려워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제때 못 갚아 신용도가 떨어진 자영업자들이 대출 등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290만 명이나 되는 수혜자들의 연체 기록이 지워질 경우 금융회사들이 우량 대출자와 부실 대출자를 구분할 기준이 없어진다는 게 문제다.

당정이 합의한 신용사면의 대상은 2021년 9월부터 이달까지 2000만 원 이하의 연체를 했던 사람 중 올해 5월 말까지 빚을 모두 갚는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이다. 3개월 이상 연체한 기록이 남아 있는 290만 명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2021년 10월에도 코로나19 충격으로 연체한 개인사업자 230만 명의 기록을 삭제해준 적이 있다. 당시엔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2000만 원 이하를 연체한 채무자 중 2021년 말까지 빚을 갚은 이들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팬데믹이란 재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연체 기록을 지워주는 일이 반복되면 금융산업의 근간인 신용 질서가 흔들리고,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빚 잘 갚는 채무자와 자주 연체한 채무자를 구별할 수 없으면 금융회사는 전체 대출금리를 높이고, 한도는 줄이게 된다. 힘들어도 꼬박꼬박 빚 갚은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연체 기록이 삭제된 자영업자들이 다시 대출을 받으려고 몰릴 경우 1052조6000억 원까지 불어난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급증할 우려도 있다. 전체 금융권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은 재작년 말 0.69%에서 지난해 9월 말엔 1.24%로 높아지는 등 빚의 질도 계속 악화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관리의 고삐를 풀 게 아니라 오히려 단단히 조여야 할 때다.

 

이번 신용사면은 4·10총선을 두 달 앞둔 2월 설 연휴 직전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의 ‘은행권 종노릇’ 비판과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은행들이 자영업자 187만 명을 대상으로 2조 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내놓은 게 불과 3주 전이다. 550만 자영업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잇따른 조치는 결국 총선을 겨냥한 정부 여당의 선심 공세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동아일보 사설

 

 

월간조선 01월 호

●《가짜와의 전쟁》 펴낸 정호윤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팀장

거짓과 조작 등 가짜와 싸우며 두 대통령 탄생을 도왔던 검증 전문가의 충격적이고도 내밀한 증언

⊙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지지 기사’ 쓰기를 직접 지시한 언론사 사주도 있었다”
⊙ “대통령 주변 관련 자주 회자되는 천공은 교묘히 친분 사칭하는 인물로 벌 받아 마땅”
⊙ “윤 대통령, 절대로 ‘쇼’를 하지 않는 분… 박근혜 전 대통령, 정말 꼼꼼하고 일만 하는 분”
⊙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공직기강팀장으로 고위 공직자 감찰 및 인사검증 맡으며 성과 창출
⊙ 박근혜 청와대 부속실에서는 대통령에게 상신하는 보고서 담당
⊙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세월호 7시간’ 의혹
⊙ 초등학교 시절부터 품었던 꿈의 실현을 위해 고향에서 걸음을 내딛다

 
 

정호윤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팀장이 책 《가짜와의 전쟁》을 펴냈다. 그는 20대에 최연소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정치와 본격적인 만남을 가진 후 국회의원 보좌관, 박근혜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 (사)국정리더십포럼 이사장, 《월간조선》 기획위원, 대통령실 공직기강팀장으로서 20여 년간 거짓 선동과 조작 등 가짜와의 전쟁을 벌여왔다.

정 팀장은 이 가짜와의 전쟁을 통해 박근혜, 윤석열 두 대통령의 탄생을 도왔다. 이번에 펴낸 《가짜와의 전쟁》은 그가 지금까지 벌여온 가짜와의 전쟁에 관한 기록이자 비화이며 증언록이기도 하다.

1979년생으로 44세인 그는 지난 2023년 12월 4일 대통령실 공직기강팀장에서 물러났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다. 그는 2024년 4월 10일 실시되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로 나설 계획이다. 도전 지역은 그가 학창 시절을 보낸 부산 사하을이다.

국회의원 선거 도전을 앞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저서를 내지만 정 전 팀장이 낸 책은 이들이 낸 책과 많이 다르다. 기자들이 탐낼 비화가 가득하다. 자신에 대한 은근한 자랑으로 채워진 책이 아니라 정권의 탄생을 위해 그리고 정권의 탄생 후에는 정권의 심장부에서 보고 겪었던 일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물론 감동은 덤이다.

‘가짜와의 전쟁’

국회의원이 된다고 해서 그의 가짜와의 전쟁이 멈추지는 않을 것 같다. 그가 쓴 책 서문의 일부를 인용한다.

〈… 나는 지난 대선에서 거짓과 위선, 허위와 조작에 맞서 치열하게 싸웠다. 이재명 후보의 불법과 비리, 거짓을 파헤쳐 가짜 후보의 실체를 국민에게 알렸고, 허위와 조작으로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 여사를 공격하는 가짜 뉴스들을 바로잡아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렇게 목숨 걸고 뛰었던 데에는 과거 겪었던 쓰라린 아픔 때문도 있었다.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셨었다. 당시 말도 안 되는 가짜 뉴스들이 퍼져나가 대통령의 품격이 땅에 떨어졌고, 국민의 분노가 탄핵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가짜 뉴스들을 바로잡지 못했다는 마음의 부채의식은 내 가슴 한편에 돌처럼 남아 있었다.

절치부심하고 다가선 2022년 대선 때도 가짜 뉴스는 여전했다. 이 가짜는 진짜의 목을 조르며, 독처럼 혈관을 파고들어 연탄가스와 같이 사회 공기를 질식시킨다. 영부인의 한숨이 내 가슴을 베었다. 가짜 뉴스 때문에 망가진 삶과 인격은 누가 책임져 주나요.

이제 나는 전장(戰場)에서 직접 가짜와 전쟁을 하고 싶다. 내가 싸우고자 하는 가짜는 가짜 뉴스, 가짜 정치인만이 아니다. 겉으로는 국민을 위한다면서 실제로는 정파적 이익을 위해 추진되는 가짜 정책들, 국민을 옥죄는 가짜 규제들, 힘들게 살아가는 국민을 위해 쓰이지 않고 정치편향적 시민단체 같은 꾼들을 위해 쓰이는 가짜 예산 등 나라를 망치고, 민생을 힘들게 하는 모든 가짜들과 전쟁을 하고 싶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월간조선》 최우석 기자와의 대담으로 꾸며졌다. 정 팀장의 오랜 벗인 최 기자는 질문을 통해 정 팀장의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내게 하는 데 도움을 줬다. 책에서는 두 사람의 문답에 ‘최우석’ ‘정호윤’으로 표기했으나 이 기사에서는 편의상 최 기자의 질문은 하이픈(-)으로 표기했고 정 팀장의 답변은 큰 따옴표(“”)로 표시했다.


“검증과 사찰은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호윤 팀장. 사진=정호윤

 

정 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을 떠난 지 얼마 안 된 2021년 4월경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다.

〈― 윤석열 캠프 합류 시기가 빨랐네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대통령의 참모 그룹 중에서는 상당히 일찍 합류한 사람 중 한 명일 겁니다. 대통령께서 검찰총장직에서 사퇴(2021년 3월 4일)하고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합류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 전공(專攻), 전문(專門)이 검증(檢證)이잖아요.
“제가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도 검증팀에서 일했잖아요. 윤석열 캠프에서도 상대 후보를 검증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정의를 외친 문재인 정권에서 오히려 공정과 상식에 대한 그 목마름이 더 컸습니다. ‘검찰총장 윤석열’에 투영됐던 그 열망에 제 마음과 똑같은 가치가 담겨 있었습니다.”

― 상대에 대한 검증을 사찰(査察)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캠프의 검증팀은 일반인을 사찰할 일도, 권한도 없습니다. 일반적인 캠프에서의 검증은 시중에 알려진 상대 후보를 둘러싼 의혹과 정황 등을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과거 권력기관이 정치인이나 국민을 상대로 하던 불법 사찰(査察)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검증했겠네요.
“당시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사실에 기반한 의혹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실제 확인한 충격적인 문제들도 있었고요. 당장 ‘성남FC 제3자 뇌물 사건’이 떠오르네요.”

― 왜죠?
“‘성남FC 제3자 뇌물 사건’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당시 성남FC 구단주를 겸임하며 4개 기업(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푸른위례프로젝트)의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받는 대가로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이 사건에 대해 재판을 받고 있지만 대선 때만 해도 ‘의혹’이었죠. 의혹을 혐의로 바꾸는 데 저도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 이런 중요 자료와 팩트는 어떻게 입수하고 확인한 것입니까.
“정보 공개 청구와 국회 자료 요구를 통해 입수하고, 그 자료를 정밀 분석해 확인한 사실입니다.”〉

정 팀장은 이외에도 백현동 비리, 이 대표 조카가 자신의 옛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살해한 범죄 등을 어떻게 찾아내고 추적했는지도 이 책에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위험했던 순간

대선 기간 중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측은 쥴리 등 가짜 뉴스를 동원해 김건희 여사를 공격했다.

〈―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에서 일하면서 언제가 최대 위기였습니까.
“우리 후보가 계속 앞서나가다가 2021년 12월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역전을 당했습니다. 쥴리로 시작한 말도 안 되는 가짜 뉴스가 서서히 먹히기 시작한 것이죠. 그때 김건희 여사의 몸과 마음이 참으로 많이 상하셨다고 해요. 자신을 둘러싼 허무맹랑한 거짓이 진실처럼 퍼져가는 상황을 본다면 누군들 괜찮겠습니까.”

― 당시 캠프 분위기는 어땠나요.
“선거라는 게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도 있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이고 여러 번의 부침을 겪게 되는 것인데, 캠프 내에 ‘이기기 어렵겠다. 이번 선거는 끝났다’고 섣부른 예단을 내뱉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강력하게 경고했어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앞서고 있었다. 지지율은 언제든지 뒤바뀐다. 그런 이야기할 거면 왜 캠프에 있는 것이냐’라고요.”

― 대선을 3개월 앞둔 상황에서 ‘패배’를 확정하는 사람들은 ‘캠프’서 일할 자격이 없어 보입니다.
“2022년 1~2월로 가면서 우리 후보가 다시 치고 올라갔죠.”

― 다시 역전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우리 대통령께서는 강한 추진력을 갖고 계신 후보였어요. 위기가 왔을 때 강력하게 돌파하는 힘이 굉장하시죠. 당시 대통령께서 김종인 총괄위원장이 이끌던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체하는 동시에 측근으로 꼽혀온 권성동·윤한홍 의원 등도 선대위 직책과 당직에서 물렸습니다. 빠른 결단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봅니다.”

― 정치 초보인데, 고수 같은 결단이었네요.
“습득이 진짜 빠르신 분입니다. 그리고 우리 캠프도 2021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네거티브 대응을 시작했고요.”〉

가짜 뉴스 해소에 정 팀장의 도움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가짜 뉴스로 여성 혐오 범죄까지

▲김건희 여사와 정호윤 팀장. 두 사람 앞에 윤 대통령 부부의 반려견이 엎드려 있다. 사진=정호윤

 

〈― 아무리 봐도 영부인이 과거 유흥주점에서 ‘쥴리’라는 가명을 쓰고 일했다는 주장은 황당하다 못해 역겹습니다. 이 정도면 범죄 아닌가요?
“민주당과 좌파 세력들에게 증거 있으면 좀 가져오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을 접대부라고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전형적인 가짜 뉴스이며, 이 정도면 여성 혐오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처벌받을 것이고 꼭 처벌해야 합니다.”

― 2021년 7월 건물 외벽에 김건희 여사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도 그려졌었죠.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인격 모독이라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진보를 가장한 외눈박이 좌파의 행태는 늘 한결같습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입에 담고 싶지도 않은 그림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권을 유린하더니, 2021년에 또 그림으로 김건희 여사의 인권을 능욕했습니다. 여성의 인권이 이렇게 능멸당하는데도 2012년이나 2021년이나 진보 여성계의 침묵은 한결같더군요. 그들에게 인권은 보편적 인권이 아니라 내 편에만 적용하는 선택적 인권임을 자인한 셈입니다. 우리는 가짜 여성단체, 가짜 인권단체가 판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겁니다.”

― 대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그랬고, 현(現) 영부인과 관련해서도 그렇습니다. 모래알만 한 근거도 없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서 유튜브를 통해 퍼트리고, 일부 언론은 그걸 과대 포장해서 기사화하고, 이 기사를 근거로 국회의원이 면책특권을 이용해서 기자회견을 하고 나면 어느새 ‘가짜’는 ‘사실’로 둔갑합니다. 피해자들의 말살된 인격은 누가 보상해줍니까. 하루는 영부인께서 사석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을 전해 들었습니다. ‘가짜 뉴스로 인해 상처 입은 피해자들은 누가 치료해주고, 망가진 명예는 누가 되찾아줄 것이냐고.’ 그때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피해를 몸소 지켜본 제가 직접 가짜와의 전쟁을 해야겠다고 말이죠.”〉

기자들에게 이재명 지지 보도 압박한 언론 사주

정 팀장은 이 책을 준비하면서 이 사실만은 반드시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 언론사 사주의 집요한 대선 개입 이야기다. 정 팀장의 관련 대목 서술 부분이다.

〈대선 기간 중 민주당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같이 김건희 여사를 공격하는 보도자료를 쏟아냈다.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이자 국민이자 여성이기도 한, 한 사람의 인격을 말살할 정도의 허무맹랑한 가짜 뉴스로 범벅된 보도자료였다. 그런데 아무리 국회의원 이름으로 나온 보도자료라고 해도 기본적인 팩트 체크를 하고, 당사자의 반론을 듣고 이를 반영한 후에 기사화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이자 사명이다. 면책특권 뒤에 숨는 비겁한 국회의원들은 그렇다 쳐도 언론과 언론인은 달라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유독 한 언론사가 이 말도 안 되는 보도자료를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기사로 보도했다.

자료를 기사화하는 기자는 나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후배였다. 그래서 그 기자 후배에게 매일같이 전화를 걸어 “아니 사실관계 확인도 안 하고 기사를 쓰면 어떡하냐?”고 항의를 했다.

그 기자도 한두 번은 의원 보도자료라 그냥 썼다고 하면서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의 항의가 거의 매일 반복되자 나중에는 양심을 더 이상 속일 수 없었는지 진실을 털어놓기에 이르렀다.

“형님 그거 제가 쓴 거 아닙니다. 바이라인(기사를 쓴 기자 이름)만 제 이름을 달고 나간 거고요. 기사는 (민주당)반장이 직접 쓴 겁니다. 우리 사주(社主)가 의원회관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기자들을 압박하고 있어요. 이재명 후보를 무조건 지원하라면서 민주당 요청은 그대로 내주라는데 어떡합니까. 저희 반장도 쓰고 싶어서 쓰는 건 아닐 거예요. 저도 미치겠어요. 더는 못 버티겠습니다. 선거 끝나면 다른 회사로 옮겨야 할 것 같아요.”

후배 기자의 이야기는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로는 후배 기자를 나무랄 수가 없었다. 기자를 꼭두각시로 삼아 대선을 조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배후에 있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는 세상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재명과 민주당뿐만이 아니었다. 민주당 정권과 함께 성장한 이권 카르텔의 주인공들에 특정 기업과 언론도 있었던 것이다.

대선이 끝나고 이 후배 기자는 결국 더는 그곳에 못 있겠다며 다른 언론사로 이직했다.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당시의 충격적 이야기를 글로 담아도 되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물었다. 원하지 않으면 절대 담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후배는 기자가 진실을 감추어서는 안 되지 않겠냐며 사실을 공개하는 데 기꺼이 동의했다.

― 후배가 다칠 수도 있는 너무 민감한 이야기인 거 같습니다.
“정말 열심히 하는 후배라 저도 마음이 많이 쓰였습니다. 당연히 전화해서 동의를 구했습니다. 회사도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한 상태이고요. ‘내가 당시의 이야기 좀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데 뭐라고 반대하겠느냐. 마음껏 이야기하시라’고 하더군요. 역시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는 다릅디다.(웃음)”〉


공직기강팀장으로 가다

▲정호윤 팀장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호윤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대통령실 공직기강팀장으로 임명됐습니다. ‘검증’이 천직이네요.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요.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과 감찰 업무를 주로 하는 부서입니다.”

― 감찰권이 있나요?
“‘대통령비서실 직제’라는 대통령령(令)을 보면 과거 민정수석실의 업무로 인사 검증과 2급 이상 고위 공직자의 감찰에 대한 권한이 주어져 있습니다. 과거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민정수석실 산하였고, 현재는 민정수석실이 없기 때문에 공직기강실이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과 감찰 업무를 맡은 것이죠.”

― 사실 검증이 잘 돼야 좋은 인사가 가능하잖아요.
“그렇죠. 행여나 문제가 있는 사람이 요직에 가면 당연히 안 되잖아요. 철저하게 검증해서 문제가 있는 인물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유를 자료로 보고하는 구조입니다.”

― 대통령이 다 들어주시던가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를 보니 대통령도 청탁하는 거 같던데요.
“대부분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원칙주의자’이십니다.”

― 민정수석실 폐지에 대해서는 ‘공’도 있지만, 감찰반이 폐지되면서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감찰 기능이 약해졌다는 ‘과’가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과거 민정수석실이 하던 ‘대통령의 친족 및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한 예방적 감찰도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빈틈없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 좀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인데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어떻게 구성돼 있습니까.
“과거의 공직기강비서관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사기관과 정부부처에서 오신 분들 그리고 변호사 등이 함께 호흡을 맞춰 일했습니다.”

― 대통령실로 파견된 늘공(직업공무원)들은 에이스들이 많죠?
“대단한 실력자들이 많습니다. 그분들 일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 팀장인데, 팀원들에 비해 젊은 거 같습니다.
“많게는 7~8세 많은 분이 저와 팀을 이뤄서 일하기도 했습니다만, 저는 수평적 리더십을 선호하기 때문에 지시 위주의 업무 처리보다는 제가 주도적으로 일하면서 팀원들과 같이 호흡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업무 처리가 매우 매끄러웠다고 자부합니다.”

― 리더십을 보여줬네요.
“부끄럽습니다. 다들 훌륭한 분들이라 젊은 팀장의 의견을 잘 이해해주시고 좋은 방향으로 함께 이끌어주셨지요. 어쨌든, 팀장이면 팀을 이끌어나가야 하잖아요. 저는 제 일을 미루지 않고 제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주도적으로 처리했습니다. 직접 조사에 참여하고, 보고서도 직접 쓰는 스타일입니다. 팀원들에게는 그분들이 각자 잘할 수 있는 임무를 배분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놀라더라고요. ‘어공이 어떻게 이렇게 일을 잘하느냐’고요. 다들 좋게 봐주시니까 저도 더 책임감을 갖고 일한 것 같습니다. ‘원팀’으로 더욱 똘똘 뭉쳐서 일했습니다.”

― ‘늘공’은 ‘어공’에 대한 불신이 있잖아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린다면 ‘늘공’은 ‘어공’이 ‘입(口)’으로만 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공’ 중에 비리에 노출된 사람이 ‘늘공’보다 많은 것도 사실이었고요. 결국 ‘어공’과 ‘늘공’이 하나가 되려면 서로에게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인정해야 진정한 ‘원팀’이 될 수 있으니까요.”〉

“천공, 정말 나쁜 사람”

〈― 언론을 보면 간혹 측근 사칭 사기 사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역대 정부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는 청와대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당시 총무비서관을 사칭해서 유명 건설사에 취업했다가 처벌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현 정부에서도 대통령 내외와 일면식도 없는 사기꾼들이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다 적발되는 사례가 꽤 있었습니다. 제가 제보받은 사례를 수사기관에 제공해서 구속한 사례도 있습니다. 대통령 내외를 파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국민이 먼저 의심부터 하셔야 하고, 곧바로 수사기관에 신고하셔야 선의의 피해자들을 막을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아직도 사칭에 속는 사람이 있습니까?
“5분가량의 샘플 목소리만 있으면 어떤 문구로든 특정인의 목소리를 따라 만들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도 있지 않습니까. 유치한 보이스피싱과는 차원이 다르죠. 그리고 대통령 내외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사기꾼들이 그럴싸하게 이야기하면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 자신이 대통령의 멘토라고 이야기하는 역술인 ‘천공’ 같은 사람은 스스로 ‘측근’이라며 ‘이권’에 개입하거나 그렇진 않나요.
“제가 이번 기회에 천공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저는 천공이란 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번에 언론에도 보도된 바가 있는데요. 한 번은 영부인께서 지방 일정을 가시는 걸 보고, 천공이 같은 지역을 방문해서 그 지역 기관장 등에게 안내와 식사 대접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지역 정가에서는 자초지종을 잘 모르니까 ‘영부인과 진짜 가까운 모양이다’라고 생각하고, 대접해주는 것이죠. 영부인과는 정말 아무 상관도 없는데, 모든 비난은 영부인에게로 돌아옵니다. 전혀 근거 없는 ‘비선 실세’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고요. 대통령 내외와 정말 가까운 사람이면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죠. 천공이란 사람은 과거에 잠시 알았던 사이일 뿐이며, 현재 어떤 관계가 없음에도 어떻게든 대통령 내외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매우 악의적인 사람이라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민주당, 사실인지 아닌지 관심 없는 듯”

― 천공은 ‘관저 선정 개입’ 의혹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죠?
“이 의혹은 천공이 자기가 아니라고 한마디만 했으면 상대측의 일방적 가짜 뉴스로 사라졌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파악하기로는 천공이 자신의 주변에 마치 자기가 관저 부지에 다녀온 것처럼 이야기하고 다녔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자기가 관저 부지를 보러 갔는데 자신이 드러날까 봐 마스크를 쓰고 차에서 내리지는 않았다, 차 안에서만 봤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닌다는 겁니다.”

― 천공 본인이 ‘관저 선정 개입’ 의혹을 오히려 증폭시킨 거네요.
“그렇습니다. 불순한 의도가 다분한 것이지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거짓이라 해도 과시를 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처음부터 진실만 말했다면 그렇게 시끄러울 일이 아니었습니다.”

― 자신이 대통령 측근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허위를 퍼트린 것이네요.
“그렇습니다. 한 번은 크게 혼이 나야 할 사람이지요.”

― 이 의혹과 관련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주술의 나라”라는 비판까지 했습니다.
“정당이나 정치인이 언론인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명예를 손상할 수 있는 주장을 하려면 최소한 사실 확인은 해야 합니다. 법을 떠나 그게 기본 도리 아닙니까. 요즘 민주당은 사실인지 아닌지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 내외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덧씌울 수만 있으면 덮어놓고 공격하다가 가짜 뉴스로 판명 나면 모른 척하지요. 이들이 가짜 뉴스 퍼뜨리는 데 아무런 죄책감도 없는 것은 처벌이 없기 때문입니다. 앞에서도 계속 언급했지만 이런 게 바로 제가 가짜와의 전쟁을 준비하는 이유입니다.”


‘여성을 서슴없이 짓밟는 세력’

― 대선이 끝나고도 영부인에 대한 가짜 뉴스 공격은 끊임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그렇고, 영부인도 그렇고 ‘여성’이기 때문에 공격을 더 당하는 것 같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미혼이셨는데, ‘밀회설’ ‘비아그라’ ‘침대’ 등 온갖 상상력을 자극하는 단어들을 갖다 붙인 제목의 가짜 뉴스, 가짜 영상들이 지금도 버젓이 나돌고 있어요. 영부인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지요. 사업을 하고, 그 경험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던 분이 갑자기 술집 접대부가 되고…. 이게 말이 됩니까.”

― 가짜 정보로 한 사람의 인격을 말살하는 것이죠.
“저는 솔직히 이렇게 여성을 서슴없이 짓밟는 세력을 왜 다수 여성이 지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밀회나 저지르는 사람으로 만들고, 자기의 영역에서 인정받은 분을 호스티스로 만든 세력들은 모두 끝까지 찾아내 반드시 처벌해야 하고, 정치적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 접대부 설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가짜 공격 때문에 영부인이 많이 아팠다고 들었습니다.
“온갖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짜 뉴스는 대서특필됩니다. 수많은 유튜버가 퍼 나르죠. 그런데 이런 가짜 뉴스가 수사 등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져도 그 수사나 재판 결과는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유명인의 ‘성’ 비위는 1면에 나오지만, 이 비위가 무죄로 밝혀졌을 때는 뒷면 단신으로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사람이 정말 억울하면 그게 마음의 병으로 옵니다. 늘 심신이 괴로운 거죠. 원인 모를 통증 때문에 움직일 수도 없고요. 영부인께서 그러셨어요.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그런 모습을 본 대통령은 어땠을까요.
“얼마나 화가 나셨겠어요. 검사 시절 같았으면 철저히 수사해서 사실을 밝혀내셨을 텐데. 엄청 답답하셨을 겁니다.”〉

가까이서 지켜본 윤석열 대통령

〈― 윤석열식 개혁은 잘 추진되고 있는 건가요.
“윤석열 정부는 소위 말해 선거를 앞두고 표만 생각하는 매표성 정책은 추진하지 않습니다. 다소 인기를 얻지 못하더라도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 추진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민간단체 보조금 개혁, 노동 개혁,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지 않기 위한 재정 준칙 마련이 그 예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미룬 가스·전기 요금 인상도 표엔 도움이 되지 않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후세에 부담을 떠넘기는 일이기 때문에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겁니다. 국민께서 그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솔직히 당장 눈앞의 이익에 손을 들어주는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5년간 국가부채를 약 450조원이나 늘렸다고 합니다. 초기 코로나19 보상금, 노인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현금을 뿌리는 데만 앞장섰죠. 정치가 나라를 망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나쁜 것이 포퓰리즘입니다. 2024년 예산안을 보면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퍼주기’ 지출을 최대한 억제해 긴축 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이 확고하지요. 보수 정부는 나라를 좀먹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 보수 성향 대통령들은 당장 눈앞의 인기가 아닌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본다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기존 정치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안 됩니다. 제가 봤을 때 윤 대통령은 기성 정치를 답습하지 않는 개혁가란 표현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 개혁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지만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통치 스타일에 대한 반감도 있습니다.
“시간이 5년밖에 없으니까요. 당신께서 집권했을 때 제대로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도 절대 바뀌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겠죠. 그래서 흙탕물, 오물이 튀더라도 신속하게 개혁을 추진해나가는 겁니다. 저는 국민이 윤석열 대통령의 진정성을 알아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분입니까.
“방송이나 언론 보도를 보면 ‘회색 경량 패딩’만 입으시잖아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천안함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다니시고요. 소탈하세요. 이런 게 대통령의 진짜 모습이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쇼통’이란 비판을 많이 받았잖아요. 내용보다는 TV에 화려하게 나오는 행사를 좋아해서 붙여진 것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그 반대입니다. 절대 ‘쇼’를 하시지 않죠.”〉


청와대 부속실 근무 시절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 검증팀에서 일한 정 전 팀장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부속실에서 4년 3개월간 근무했다.

〈― 검증과 조사가 전문인데, 왜 1부속실에서 근무하라 했을까요.
“그래서 저도 처음에 많이 놀랐습니다. 원래 대선이 끝나면 인수위 구성 후에 캠프 출신들에게 비공식적으로 희망부서 지원을 받습니다. 우리가 대학 갈 때 1지망, 2지망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 방식이죠. 저는 당연히 1지망으로 민정비서관실을 적었습니다. 2지망으로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을 썼고요. 저는 제가 청와대에 간다면 당연히 민정 아니면 공직기강에서 일할 줄 알았거든요. 어쨌든 1부속실로 갔습니다. 청와대는 처음이라 길도 헤맸어요. 부속실은 ‘본관’에 있어서 청와대 연풍문을 통과하고도 한참을 더 올라가야 했거든요. 거기서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을 처음 만났습니다.”

―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과는 원래 인연이 있었습니까.
“전혀요. 그날 만남이 처음이었습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떤 분이셨나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말 꼼꼼하고 일만 하는 분이셨습니다. 부처와 수석실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들을 직접 다 확인하셨습니다. 언론이나 야당에서는 대통령이 대면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비판했었는데, 박 전 대통령은 신중한 결정을 위해 보고서를 직접 확인하는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좀 쉽게 설명하자면 이명박 전 대통령 같은 분은 짧은 대면 보고를 듣고, 그 자리에서 결정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박 전 대통령은 보고서 내용을 꼼꼼히 다 읽고 직접 장관이나 수석에게 전화를 해서 상의하고 이후에 판단해서 결정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누가 옳고 그르다는 것이 아니라 통치 스타일이 다른 것이죠. 박 전 대통령이 밤낮없이 일하시니까 저도 집에 가지 못하거나 새벽까지 남아 일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 박 전 대통령이 하루에 소화한 보고서 양이 그렇게 많은가요.
“제가 대통령께 상신하는 보고서를 담당하는 업무를 했는데요. 그 양이 어마어마했죠. 제 기억에 대통령께서는 보고서를 꼼꼼하게 다 보시고 장관과 수석에게 지시를 많이 하셨습니다. 그러면 그에 대한 추가 보고서가 또 올라왔습니다. 당시 수석과 장관들 사이에서는 ‘대통령께서 자주 전화를 해서 지시해 전화기를 방수 패드에 넣고 샤워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세월호 7시간의 진실

〈―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은 뭡니까.
“대통령 취임 후 1~2년 차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참석을 요청하는 행사가 정말 많았습니다. 대통령이 기혼일 경우 배우자와 나눠서 소화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미혼이기 때문에 혼자 행사를 다 소화하셔야 했죠. 요청을 거의 다 들어주려 애쓰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체력이 한계에 달한 것이죠. 한번은 규제개혁 관련해서 7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토론을 한 직후에 해외 순방을 떠나셨는데 무리를 하셔서 링거를 맞으면서 외교 활동을 하셨죠. 귀국 직후에 너무 힘드셔서 우리 부속실에 일주일 중 평일 하루만 행사 일정을 빼줄 수 있겠냐고 말씀하셨습니다. 보고서와 자료를 검토할 시간도 필요하시다면서요. 우리(부속실)는 논의 끝에 평일의 중간인 수요일에 대외 일정을 잡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수요일에 외부 일정을 안 잡은 그 첫날에 바로 세월호 참사가 터진 겁니다.

사실 박 전 대통령은 여성이시잖아요. 남성 대통령하고는 다릅니다. 남성 같은 경우 급한 일이 발생하면 급히 세수만 하고 정장 차려입고 나가면 되는데, 여성 대통령은 다르지 않습니까. 특히 박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대본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시간이 조금 지체된 부분은 있었으나, 계속 상황을 보고 받으면서 필요한 지시를 하셨습니다. 이런 분에 대해서 굿판을 벌였느니 어쨌느니 하니까 속이 상하다 못해 썩어 들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 문재인 정권과 괴담 유포 세력은 박 전 대통령이 잘못해 참사가 벌어진 것처럼 몰고 가려고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물고 늘어졌습니다.
“이번에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요. 세월호 참사 보고 시점 등을 조작해 국회 답변서를 제출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무죄를 받았습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장수,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도 무죄가 확정됐지요.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3명이 모두 무죄판결을 받은 겁니다. ‘세월호 7시간’ 의혹이 모두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난 것이지요.”

― 법정에서 증언을 한 적도 있나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1부속실에서 제 업무 중 하나가 대통령 상신용 보고서를 취합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에 관련 비서관실에서는 수분 단위로 비슷한 내용의 세월호 상황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이미 방송에 실시간으로 내용이 다 나오고 있었고, 보고서 내용도 수치 일부만 업데이트해서 오는 것이라서 정호성 비서관과 이걸 모두 다 보고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고, 그래서 일부는 자체적으로 생략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검찰에서는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서 수사할 때 저를 한 번도 부르지 않았습니다. 제가 조사를 받았다면 당시의 정확한 상황과 진실이 좀 더 일찍 밝혀졌을 텐데요. 어쨌든 재판에 증인으로 한 번 나오라고 해서 나갔고 정확한 사실만을 진술했습니다.”〉

‘보좌관급 인턴’

〈― 어디서 태어났습니까.
“부산에서 태어났습니다.”

― 부산에서 쭉 자라온 건가요?
“네. 수영구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중학교 때 사하구로 이사를 해서 대동중학교와 동아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 왜 사하구로 이사를 한 겁니까.
“부모님이 사하구에 집을 사셨어요. 그래서 사하구에 터전을 잡게 된 것입니다.”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온 겁니까.
“대학을 서울로 갔습니다.”

― 부산에서 대학을 다닐 수도 있지 않았나요.
“저는 사춘기 시절에도 친구들이 ‘너 나중에 뭐 할 거냐’고 물으면 대답이 한결같았습니다. 항상 ‘나는 정치인이 될 거다’라고 말했죠. 친구들은 황당해했습니다. 공부보다 노는 데 빠져 있는 친구가 정치인이 되겠다고 하니 황당했겠죠. 저는 어느 대학에 가든 정치외교학과에 가고 싶었습니다. 기왕이면 서울에 가서 더 큰 세상을 보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졸업 후에 국회에 가겠다는 작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죠.”

―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다고 들었습니다.
“2004년 제 나이 만 25세 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순식간에 사실상의 가장이 된 것이죠. 제가 대학 졸업 후인 2003년에 인턴으로 국회에 처음 들어가게 됐습니다. 당시 부산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 의원실이었죠.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인턴인데도 집에 가지도 않고 일만 했습니다. 당시 함께 일했던 보좌관(4급)이 저를 기특하게 생각했습니다. 많은 일을 해볼 수 있었죠. 인턴으로 일한 첫해에 국정감사를 치렀는데, 주변 사람들이 ‘보좌관급 인턴’이라는 별명도 붙여주었습니다. 제 자랑이라 민망하긴 하지만 저는 당시 남들보다 2~3배는 더 일했습니다. 그런데 재선을 앞둔 총선 과정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죠. 그때의 충격과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26세 때 5급 국회의원 비서관

― 인턴 보수가 많지 않았을 텐데요.
“그 당시는 월 100만원이었습니다. 저 혼자 쓰기에도 빠듯한데 그걸 쪼개서 어머니에게 보내드렸지요. 그래도 꿋꿋이 열심히 일한 결과가 빛을 발했는지 만 26세에 5급 비서관으로 승진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파격적인 나이였습니다.”

― 최연소 아니었나요?
“당시는 국회 보좌진에 대한 공식 통계가 없었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 당시에는 20대가 5급 비서관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제가 17대 국회에서 최연소 비서관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특종으로 이름을 날린 보좌진이었습니다.
“국회는 무한경쟁 사회입니다. 보좌진이 되면 공무원이 되지만 별정직이라 신분 보장이 안 되거든요. 업무 능력이 의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 날이라도 나가야 하는 곳이 국회입니다. 그때는 실업급여도 없었어요. 다행히 요즘에는 사전예고제가 도입되어서 사직 통보를 받고 한 달은 퇴직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고 하더군요. 일을 정말 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열심히 한 결과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지요.”

― 가장 기억에 남는 특종은 뭔가요.
“노무현 정권 당시 국가정보원이 2006년 8월 한 달 동안에만 정부 전산망을 통해 2924건의 국민 개인 정보를 열람한 것을 밝혀냈습니다. 행정정보공동이용센터의 ‘정부기관 월별 행정정보 열람통계’를 확인해 찾아냈죠. 2006년 8월은 국정원 ‘부패척결 태스크포스(TF)팀’의 고모씨가 한나라당 대선 주자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의 부동산 자료를 열람했다고 국정원이 밝힌 시기였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노무현 정권의 국정원이 사찰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었는데, 그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졌죠. 《조선일보》 《동아일보》 1면을 비롯해서 우리나라 거의 모든 언론이 이 자료를 보도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도 그의 꿈은 정치인

▲정호윤 팀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정 팀장은 2023년 12월 4일 원 장관을 만나 사하구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정호윤

 

정 전 팀장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정치인을 꿈꿨다고 한다. 그는 그런 꿈이 담긴 초등학교 시절 쓴 일기장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지난 20년간은 정치의 주변에서 그 꿈을 키워나가던 시간이었다. 이제 그는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정치의 주변인이 아닌 주인공이 되고자 한다. 출발지는 그가 학창 시절을 보냈던 부산 사하을이다.

부산 사하를 위한 정 전 팀장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그는 대통령실 공직기강팀장직 사표를 낸 당일인 2023년 12월 4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사하구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 팀장은 이 자리에서 원 장관으로부터 부산 전체의 숙원 사업인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은 물론, 사하구 주요 숙원사업의 신속 추진 약속을 이끌어냈다.

정 팀장은 원 장관과의 면담에 이어 김오진 1차관, 백원국 2차관과도 만나 사하구 지역 사업의 신속 추진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두 차관은 모두 정 전 팀장과 대통령실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이처럼 발 빠른 움직임은 그에게 젊음이 있고 20년 동안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가 있어 가능한 일인 것 같다.⊙

글 : 김성동 선임기자 ksdhan@chosun.com

 

 

01.13 李 대표 아니었으면 뇌물·징역·가짜 뉴스가 출마 적격일까

▲더불어민주당 황운하·노웅래 의원./뉴시스·뉴스1

 

민주당이 뇌물과 선거개입 혐의로 각각 재판을 받는 노웅래·황운하 의원에 대해 총선 후보자로 ‘적격’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노 의원은 2020년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경기 용인시 물류 단지 개발, 태양광 사업 등 청탁과 함께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3월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돈과 청탁이 오가는 대화 녹음까지 나왔지만 적격 판정을 받았다. 황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모든 범죄가 나쁘지만 뇌물과 선거 범죄는 선출직 공직자가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1심 판결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다면 이런 사람은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공직을 맡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주당에선 ‘청담동 술자리’ 허위 주장을 퍼뜨린 김의겸 의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채널A 기자의 통화 녹취록을 거짓으로 꾸며내 KBS 기자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신성식 전 수원지검장 등 가짜 뉴스 의혹 관련자도 모두 적격 판정을 받았다.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원 일부도 적격 판정을 받아 다시 출마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앞서 고문 치사 사건에 연루돼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정의찬씨에게 적격 판정을 내렸다가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하루 만에 번복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이런 사람들을 공천 적격으로 발표하면 여론의 비판을 받는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적격이라고 한 것은 이재명 대표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비리, 선거법 위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등 7개 사건에 뇌물·배임 등 10개 혐의로 수사 혹은 재판을 받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황운하·노웅래 의원 등을 부적격으로 판정하면 이 대표도 부적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비해 이 대표는 대선 패배 직후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당헌을 고쳤다. 실제 기소되자 1·2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도 공천을 받는 데 지장이 없도록 다시 당규를 고쳤다. 이 바뀐 당규가 이번에 적용돼 이 대표뿐 아니라 많은 범죄 혐의자의 총선 출마 길을 열었다. 이 대표 한 사람 때문에 당의 도덕성이 하향 평준화됐다는 민주당 탈당파의 지적이 틀리지 않다.

 

이 대표는 12일 자택에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첫 회의에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공정하고 독립적이며 투명한 공천 관리로 최고의 인재를 국민께 선보여 드리자”며 “미래의 희망을 선사하는 민주당을 만들자”고 했다. 뇌물과 돈봉투, 선거 개입 범죄 혐의자, 가짜 뉴스 유포자가 국회의원에 적격이라는 민주당이 국민에게 무슨 희망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선일보 사설

 

01.13 박은식 “정율성 공원 지역구, 떨어져도 화끈하게 도전”

내과의사 출신 ‘젊은 호남 보수’
국민의힘 박은식 비대위원

 ▲국민의힘 박은식 비상대책위원이 12일 국회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출신인 박 위원은 “이번 총선에서 정율성 공원 예정지와 정율성 거리 전시관, 모교가 있는 광주 동·남구을 지역구에 출마하고 싶다”고 했다. /이덕훈 기자

 

광주광역시 출신 의사인 국민의힘 박은식 비상대책위원이 12일 “이번 총선에 출마한다면, 정율성 공원 조성 사업이 진행 중인 광주 동·남구을에 출마할 것”이라고 했다. 이변이 없는 한 떨어질 것이 뻔한 곳에 도전장을 내겠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젊은 호남 보수’를 내세우며 지금껏 중요 국면마다 “‘호남 예외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 대선 때는 광주 시내 한복판에서 “어떻게 조국 전 장관을 광주 정신이라 부를 수 있느냐”고 했고, 최근엔 광주시의 정율성 기념 공원 사업을 반대하는 데 앞장섰다. 정율성은 중국 인민해방군가와 북한의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했다. 다음은 박 위원과 일문일답.

 

이곳은 내가 초등·중학교 나온 곳

-정말 광주 동·남구을에 출마할 것인가.

“지역구 출마를 생각 중이다. 비례대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비례대표로 당선돼 4년간 어느 지역구로 갈지 당의 눈치를 보느니, 고향인 광주광역시에서 나와 보수 정당의 진정성을 보여주면서 떨어지더라도 화끈하게 도전하는 게 낫다. 광주 동·남구을엔 정율성 공원(동구 불로동) 예정지가 있고, 정율성 거리 전시관(남구 양림동)이 있다. 내가 졸업한 광주 대성초와 금남중(현 운림중) 역시 광주 동·남구을이다.”

 

-떨어질 게 뻔한데.

“당선되는 게 매우 어려운 것은 잘 안다. 그래도 고향 광주 출마는 시민 사회 운동의 일환이라 생각한다. 지도부에도 그렇게 말해왔다. 광주에 출마해 광주·호남은 진보와 보수, 민주화와 산업화가 공존하는 곳이란 걸 알리고 싶다. 호남 출신 김성수는 독립운동가에게 거금을 후원하고, 좌익 세력에 대항하며 이승만과 협력해 대한민국 건국을 주도했다. 광주 기아차와 금호타이어, 전남 광양제철소, 여수 정유산업 등이 산업화 시절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광주·호남에 부채 의식보다 고마움을 갖겠다”고 했다.

“매우 동의한다. 역사적 아픔과 의의를 기억하되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존경심을 보이며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다. 실질적인 삶의 개선을 이룰 수 있는 공약도 필수다. 호남도 영남도 다 대한민국이지 않나. 정치인들이 계속 갈등을 재생산하며 이용한다면 지금은 후후삼국시대일 것이다. 그래선 안 된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에 대한 호남 반응이 어떨 것 같나.

“4년 전보단 호의적일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4일 광주 신년 인사회 때 한동훈 위원장을 환대하는 분위기도 있었고, 지금은 호남에 필요한 정책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여당인 점도 그렇다. 광주 복합쇼핑몰센터, 무등산 케이블카, 광주 지하철 2호선 문제 등은 정부·여당이 빨리 해결해줘야 한다.”

 

보수 정당의 진정성 보여줄 것

-호남에 출마할 여당 인재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많다.

“우리가 여당일 때 당의 호남 출신 엘리트들이 적극적으로 출마를 해줬으면 좋겠다. 이정현 전 의원과 정운천 의원이 호남에서 당선됐던 것도 이분들이 여당 의원으로 중앙에 호남의 목소리를 반영해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심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내가 ‘현역 물갈이’ 문제로 뒤숭숭하다.

“당이 영입한 젊고 유능한 인재들의 총선 출마는 대환영이다. 그러나 다선, 영남 의원이라고 무조건 물갈이 대상에 올리는 것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중진의 지역을 이끄는 능력, 상대 당의 공격에 고단수의 해결책을 내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다수당이 됐을 때 국회의장도 배출해야 한다.”

 

-‘이준석 신당’은 어떻게 보는가.

“추구하는 이념이 다른 이들과 ‘빅 텐트’를 구성하면 나중에 노선 문제 등으로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총선 때 동력이 약할 것으로 보인다.”

 

-당의 중도·외연 확장은 잘되는 것 같나.

“확실히 한 위원장의 등장으로 당 내부 결속이 단단해졌다. 그러나 아직 중도·외연 확장은 여러 지표를 보더라도 부족하고,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경제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공약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비대위는 한 위원장의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는다. 비대위 발족 직후 내부 회의 때 제2부속실·민정수석실·특별감찰관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했다. 국민이 납득할 대책이 나와야 한다.”

조선일보 김정환 기자

 

01-13 서울대병원이 침묵한 대가

박근혜 피습 직후 브리핑한 세브란스와 대조적
전문가, 진실 말해 허위정보 확산 막을 책무

필자는 2006년 5월 사회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 피습 사건을 취재했다. 휴일이었던 토요일(5월 20일) 저녁 같은 팀 기자들과 저녁을 먹다 오후 7시 20분경 피습 소식을 듣고 황급히 달려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공격당한 박 전 대표는 즉각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오후 9시 15분경부터 2시간가량 수술을 받았다. 박창일 세브란스병원장과 수술을 집도한 성형외과 탁관철 교수는 수술 직후인 오후 11시 40분경 카메라 앞에 섰다. 이 자리에서 “예리한 흉기로 11cm 자상을 입었으며 상처가 0.5cm만 더 깊었다면 위험했을 것”이란 소견을 밝혔다. 피곤한 표정이었음에도 자정이 넘을 때까지 취재진 질문 20여 개에 답하고 자리를 떴다.

이달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소식을 듣고 당시 기억이 되살아났다. 현직 야당 대표가 공격당했다는 점은 같았지만 피습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괴담이 급속도로 확산된 건 18년 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SNS 보급과 극단주의 확산의 영향이겠지만 괴담이 퍼지는 것에 제동을 걸 기회는 있었다는 생각이다. 이 대표 수술 직후 서울대병원 집도의가 직접 이 대표의 상처와 흉기, 상태를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이 대표 수술 이후 41시간 반 동안 침묵을 지켰다. 수술 당일 출입기자단에 브리핑을 예고했다가 1시간 40분 만에 취소하기도 했다. 결국 언론은 민주당 브리핑 등에 의존해 이 대표 상태를 전해야 했다.

현장에선 혼선이 난무했다. 민주당은 ‘내경정맥’을 ‘뇌경정맥’으로 공지했다가 번복했고, ‘내경정맥 60%가량이 손상됐다’고 했다가 철회했다(이후 다시 맞다고 했다). ‘1cm 열상(피부가 찢겨 생긴 상처)’은 허위정보라며 ‘2cm 창상(칼, 창 등에 의해 다친 상처)’로 불러달라고도 했다. 그러는 동안 일부 극우 유튜버를 중심으로 ‘자작극 아니냐’는 음모론도 확산됐다.

 

길어지는 침묵에 비판이 확산되자 서울대병원은 4일 오전에야 브리핑을 갖고 이 대표의 상처를 ‘1.4cm 자상’으로 정리했다. 또 “기도 손상이나 내경동맥 손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난도 높은 수술이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서울대병원 측은 브리핑이 늦어진 이유를 “의료법·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환자 동의 없이 의료 정보를 발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날 민주당이 서울대병원을 향해 “정권 눈치를 보느라 브리핑을 안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걸 감안하면 이 대표 측 동의가 없어 브리핑이 늦어졌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 질문을 받지 않은 이유와 10일 퇴원 때까지 추가 브리핑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서울대병원은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의료계에선 서울대병원 집행부가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이란 입장 때문에 여야 눈치를 보다 침묵을 지키기로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의 침묵은 본의든 아니든 일방적 주장과 음모론 확산에 기여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에 따르면 SNS 보급으로 허위정보는 팩트보다 6배나 빠르게 퍼진다고 한다. 그리고 허위정보의 해악을 막을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는 신뢰할 만한 전문가가 직접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많은 전문가들이 언론에 나섰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피습 때 서울대병원의 침묵은 두고두고 반면교사로 남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장원재 정책사회부장 peacechaos@donga.com

 

01.15 너무 많은 의원 보좌관들, 월급은 나라서 받고 의원 私兵 노릇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2024년 갑진년 (甲辰年)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린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진영 정치가 심화하면서 정치와 입법은 실종됐다. 22대 총선은 희망을 선택할 때. 국민이 선택한 인물들이 새 국회에 희망의 미래를 선물해주기를 기대한다. 사진은 31일 국회의사당 모습. /뉴스1

 

민주당의 한 의원은 12월 국회가 끝나자마자 보좌진 9명 전원을 지역구에 내려보냈다고 한다. 작년 9월부터 보좌진 7명을 지역구에 내려보낸 국민의힘 의원도 있다. 올 들어서는 의원실마다 보좌진 1~2명만 남고 모두 지역구에 내려가 의원회관이 텅 비었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보좌진을 선거 운동원으로 동원하는 악습이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되풀이되고 있다.

 

국회의원이 자기 세비로 보좌진을 고용했던 시절이 있었다. 보좌진을 선거운동에 투입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하지만 1984년부터 보좌진은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국회 소속 공무원이 됐다. 의정 활동을 보좌하라고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 의원의 선거운동에 동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보좌진이 자신의 채용과 면직에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의원의 지시를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거철이 아닌 때에도 보좌진을 개인 집사처럼 집안 일에 동원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

 

외국은 대부분 보좌진의 업무를 입법 활동 지원에 한정한다. 숫자도 우리보다 훨씬 적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의원당 보좌진이 2~5명에 불과하다. 일본도 3명이고 더 쓰려면 자비로 고용해야 한다. 스웨덴은 의원 4명당 보좌관 1명 정도를 두는데, 국민 세금이 아니라 소속 정당에서 월급을 주고 고용한다. 미국을 제외하고 한국처럼 보좌관이 많은 나라는 찾기 어렵다. 미국도 보좌관의 선거운동은 엄격히 금지한다. 일본은 코로나 때 의원 세비를 20% 자진 삭감했고, 독일 의회는 의원 정수를 줄였다. 우리는 해마다 의원과 보좌관 월급을 올렸다. 보좌진 숫자는 많지만 입법의 질은 형편없다. 국민소득 대비 의원 세비는 OECD 국가 중 셋째로 높지만 의회 효과성 평가는 북유럽은 최고인데 우리는 꼴찌에서 둘째다.

 

우리 의원들은 연간 세비와 수당만 1억5000만원이 넘는다. 불법을 저질러 감옥에 가도, 회의 시간에 수백 차례 코인 거래를 하다 잠적해도 한 푼도 깎이지 않는다. 비리 범죄를 저질러도 불체포 특권을 누리고 거짓말해도 면책 특권을 받는다. 이러니 서로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선거 때마다 죽기 살기로 싸운다. 세비를 도시 근로자 평균 임금(월 378만원) 수준으로 내리고, 각종 특권을 없애면 의원이 되려고 서로 치고받을 일도 없으니 정치가 정상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과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1.15 시각장애 의원의 분투 “정치 들러리로 남지 않으려는 4년이었다”

여야 모두 극찬한 ‘여의도 활동記’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에세이 출간

“지난 4년간 ‘여의도 들러리’로 남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많은 분이 저를 ‘어항’ 속에 가두려할 때, 어떻게 그걸 깨고 헤쳐 나왔는지 진솔하게 썼습니다.”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근 자신이 출간한 책 '(어항)을 깨고, 바다로 간다'를 들고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피아니스트 출신으로 첫 여성 시각장애인 의원인 김예지(44) 국민의힘 의원이 여의도 활동기를 다룬 책 ‘(어항)을 깨고, 바다로 간다’를 최근 출간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출간 소식이 여의도에 홍수처럼 쏟아지는데 그의 책은 여야 진영을 막론하고 호평을 받는다. 신당 ‘새로운선택’의 곽대중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책장마다 감동하고 감탄했다. 예의상 건네는 말이 아니라 정치인 에세이 중에 최고”라며 “각자의 앞을 가로막은 차별·혐오·가난 등의 장벽을 넘어 우리는 바다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1호 인재로 영입돼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 의원은 당 최고위원을 거쳐 최근 출범한 ‘한동훈 비대위’ 위원까지 맡고 있다. 장애인 의원으로서는 이례적인 활약이다. 그는 “처음 비례대표 제의를 받았을 때, 당 관계자들은 ‘당신이 안내견과 국회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큰일을 하는 것’이라며 생색내기용 4년짜리 들러리로 저를 영입하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면서 “장애인에게 별 기대가 없는 그 무관심의 어항부터 깨부수고 싶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책에서 ‘내게는 불빛이 필요 없지만, 어두운 밤이면 여러분을 위해 불을 켜드릴 것이다. 여러분은 저 뒤편 어항 구석에 남아서 웅크리고 있는 ‘코이’가 있는지 확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는 작년 6월 국회 대정부질문 때 ‘코이의 법칙’을 언급해 화제가 됐다. 작은 어항 속에서는 10cm 미만으로 자라지만, 강물에서는 1m 넘게 자라나는 물고기 ‘코이’를 예로 들면서 “사회적 약자들이 어항을 깨고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강물이 되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해 여야 의원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그의 ‘어항’ 경험담을 집대성한 게 이번 책이다.

 

김 의원은 장애인 의원들이 으레 선택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아닌 문화체육관광위에서 활동했다. 대표 발의 법안 169건, 공동 발의 법안 1381건으로 총 1550건의 법안을 제출(작년 12월 기준)해 21대 국회의원 300명 중 일곱째로 많은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를 비준시켜 국내에서 장애인 권리 구제가 안 될 경우 유엔에 직권조사를 신청할 수 있게 된 것과, 의약품·식품 등에도 점자 표기를 하도록 개정안을 통과시킨 일 등이 가장 보람찬 활동”이라며 “여성 장애 예술인 국회의원으로서 여의도는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어항들이 모여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이어 “앞을 볼 수 없기에 정확한 언어로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훈련을 평생 해왔는데, 정치야말로 ‘언어의 예술’이 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숙명여대 피아노과 일반 전형 수석 입학에 미국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피아니스트다. 또 전국 장애인 동계 체육 대회 메달리스트(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이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형태 입체 악보로 특허를 딴 개발자이고, 조향(調香) 관련 창업에 뛰어드는 등 다양한 ‘어항 깨기’ 이력을 자랑한다. “봉사(시각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가 하는 봉사가 참봉사”라고 스스럼없이 농담하는 유머 감각까지 갖췄다.

 

요즘 그가 천착하는 과제는 ‘격차 해소’다. 단순히 장애·비장애의 격차 해소뿐만아니라 소득 격차, 지역 격차 등 우리 사회의 많은 격차를 해소할 방안을 모색한다. 김 의원이 이번 비대위에 참여한 이유도 한동훈 위원장이 “격차 해소에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는 “갈수록 양극화되는 여야 정치 지형 속에서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중심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 일환으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식 참석 및 사과 등을 했다”고 설명했다.

 

“작곡가 슈만에게 아내 클라라가 전부였던 것처럼, 의원에겐 국민이 전부여야 합니다. 우리 당의 클라라이자 함께 어항을 깨고 바다로 나갈 ‘동료 코이들’인 국민 여러분을 위해,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선일보 양지혜 기자

 

01-15 입법 방치해 수십 조 방산 수출도 훼방 놓는 反국익 국회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이 급성장하면서 미국·러시아·프랑스·중국에 이은 세계 5위권에 진입했으며, 윤석열 정부는 4위 진입도 노리고 있다. 그런데 관련 법규는 방산 수출이 미미했던 수준에 머물러 있어 개정이 시급하다. 하지만 현 국회는 입법을 방치함으로써 방산 수출의 발목을 잡는 심각한 반(反)국익 행태를 보인다. 국가 간 무기 거래는 규모가 엄청나고, 계약·조달도 장기간 진행되기 때문에 양국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어 ‘정상들의 비즈니스’로 불린다. 특히 판매국가의 금융 지원이 관건이다.

폴란드는 K-방산 수출의 대표적 사례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폴란드는 한국 무기 구매에 적극 나서 2022년 7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FA-50 전투기 48대,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672문, 현대로템의 K2전차 980대를 도입하는 기본계약을 했다. 불과 한 달 뒤 총 17조 원 규모의 1차 계약 체결로 이어졌다. 여기엔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6조 원씩 총 12조 원을 폴란드에 빌려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제는 최대 30조 원에 달할 2차 계약이다. 현행 수출입은행법으로는 추가 자금 지원에 한계가 있다. 수은 자본금은 15조 원으로 묶여 있고, 동일인에 대한 대출한도는 자기자본의 40%까지다. 2차 계약에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이 1조3600억 원에 불과하다.

수은법을 개정해 자본금을 늘리는 일이 화급하다. 여야 모두 개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그런데도 국회는 한 차례도 개정안을 심사하지 않았다. 심각한 직무유기다. 민생법안을 외면하고 선거구조차 획정하지 않는 국회가 방산수출까지 훼방을 놓고 있다. 지난해 10월 총선 승리로 새로 취임한 폴란드 총리는 지난해 말 전 정부의 무기계약 효력 논란을 해소했다. 다행이지만, 다른 빌미로 사달이 나지 않게 대비해야 한다. 여야는 실기하지 말고 15일 회기가 시작된 임시국회에서 신속히 법안을 처리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1-15 류호정, “탈당하고 의원직 내려놓는다…정의당, 다시 민주당 2중대로”

▲뉴시스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류호정(사진) 의원이 정의당을 탈당했다.

류 의원은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이 다시 민주당 2중대의 길로 가고 있다”며 “제3지대에서 세 번째 권력이 되겠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정의당이 전날(14일) 결국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정당을 승인했다”며 “당의 진로에 관한 당원의 총의를 묻지 않겠다는 어제의 결정 때문에 당원총투표까지 당원을 최대한 설득하겠다던 저의 노력도 여기까지”라고 했다.

이어 “전날엔 운동권 최소연합을 선언했지만 조만간 조국신당과 개혁연합신당, 진보당 등과 함께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위성정당에 참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연합정당이라는 교묘한 수사와 민주당 느낌을 최대한 빼는 수작으로 인천연합과 전환, 막후의 심상정 의원은 마지막까지 당원과 시민을 속일 테지만 실제로 지도부 내에서 논의되고 있고 비대위원장의 인터뷰에서도 관측할 수 있는 분명한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류 의원은 “정의당은 시대 변화에 맞춰 혁신하지 못했고 오직 관성에 따라 운동권연합, 민주대연합을 바라고 있다”며 “조국 전 법무부장관 지명, 박원순 전 시장 조문 시기에도 정의당은 민주당과 정확히 일치하는 세계관에 따라 선택했다. 그 반독재민주화 세계관에서 먼 젊은 정치인들이 반대했지만 도저히 바꿀 수 없었다”고 했다.

또 “저는 정의당이 시민께 약속한 재창당은 ‘제3지대 신당 창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정의당이 민주당의 도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정당으로 몰락해 가는 걸 참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 향후 거취에 대해 “이번 주 피제소인 류호정의 당기위원회가 열린다”며 “마지막으로 당의 공적 기구에서 제 진의가 무엇이었는지 소명하겠다. 이후 징계 결과와 상관없이 정의당을 탈당하고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박세영 기자

 
 

01-15 더 이상 ‘비명’ 없는 민주당의 비명

지난주 더불어민주당에선 탈당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이재명, ‘너’ 밑에선 아무것도 할 생각 없다”던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 조응천 이원욱 의원이 10일 결국 탈당을 선언했고, 다음날엔 이낙연 전 대표도 “민주당은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하며 24년 만에 민주당을 떠났습니다.

 

이 대표 입장에선 앓던 이가 한꺼번에 빠져 속이 시원할 것 같습니다. 줄곧 자신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비명(비이재명)계가 그동안 얼마나 꼴 보기 싫었겠습니까.

한 야권 원로는 탈당을 고민하는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 A에게 “어차피 이재명이 당신에게 공천을 줄 리가 없다. 그냥 당에 남아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나가서 신당을 차려라. 다만 불출마는 비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결코 자신을 거스르는 사람에게 보여주기용으로라도 공천을 줄 리 없다는 거죠.

“민주당, 광신적으로 변할 것”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서 주인공인 권력자 돼지 ‘나폴레옹’은 자신이 기른 사나운 개 아홉 마리를 호위병으로 앞세워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열리던 동물들 간 회합도 일방적으로 중단하죠. “앞으로 회합은 중지한다. 토론은 일체 없다”는 그의 말에 일부 돼지들이 반발하지만, 으르렁거리는 개들 앞에 다들 결국 침묵합니다.

몇몇 돼지들은 그래도 좀 더 똑똑했다. 앞줄에 앉은 네 마리 젊은 돼지가 못마땅한 듯 째지게 소리를 내더니 벌떡 일어나 동시에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갑자기 나폴레옹 주위에 앉아있던 개들이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깊숙이 뱉어내자 돼지들은 아무 소리 못 하고 다시 앉았다.

 

그 뒤로 권력을 쥔 돼지들은 자신들만의 ‘특별위원회’에서 주요 결정을 내리고 다른 동물들에게 일방 통보하죠. 동물농장 내 철칙이었던 ‘7계명’도 필요할 땐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수정하고요. 어디서 많이 본 장면들 같습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01.15 1심 실형도, 뇌물 혐의도 “출마 적격”이라는 민주당

황운하·노웅래 등 적격 판정 놓고 당 안팎 술렁

흠결 친명 인사 무더기 적격, 사당화 우려 증폭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가 지난 11일 공개한 총선 예비후보 검증 통과자 명단(10차, 89명)에 당 안팎이 뒤숭숭하다고 한다. 선거개입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과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웅래 의원 등이 적격의 문턱을 넘으면서 논란과 함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황 의원은 2018년 울산경찰청장 재임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친구 송철호 당시 울산시장 후보를 도우려고 김기현 울산시장 측을 표적 수사하는 등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노 의원은 2020년 2~12월 각종 지역 인허가 알선 및 선거자금 등의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정도 사안이라면 대법원 확정판결 전이라도 자숙하는 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처신이다. 노 의원의 경우엔 2022년 12월 한동훈(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법무장관이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돈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녹음돼 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뇌물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사면복권된 전병헌 전 의원은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친명계로 꼽히는 김병기 검증위원장과 같은 지역구(서울 동작갑)의 경쟁 관계다. 선수가 맞대결 상대를 직접 탈락시킨 심판이다. 과거 미투 파문이 불거졌던 정봉주 민주당 교육연수원장과 청담동 술자리 허위 주장을 폈던 김의겸 의원도 무사 통과했다. 모두 친명계 인사라 당내에서조차 “아전인수 잣대” “이럴 거면 다 적격 줘라” 는 쓴소리가 잇따른다.

 

검증위는 이재명 대표도 적격으로 판단했다. 문제적 인사들의 통과가 이 대표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피하기 어렵다. 10개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는 이 대표만 적격일 경우엔 논리적 모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대표의 셀프 적격 판정을 위해 잣대를 낮추면서 친명계가 무더기로 혜택을 받은 모양새다. 반면에 비명계는 공천 학살설이 공공연하다.

 

최근 친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 성희롱성 발언과 관련해 “(당직 자격정지) 너무 심한 거 아닐까요”라는 대표 문자 하나에 “그러면 엄중 경고”(정성호 의원)라며 바로 낮춰준 장면과 맞물려 사당화 논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계파 배려 없다. 친명·비명·반명도 없다”고 공언했지만, 첫 길목부터 벌어진 사천(私薦) 우려를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여든, 야든 혁신 공천 없이는 절대 민심을 얻을 수 없음을 명심하라.

중앙일보 사설

 

01.16 정략 법안은 죽기 살기, 국익 법안은 나 몰라라

▲한국이 수출한 K2 전차와 K9 자주포가 2022년 12월 폴란드 북부의 그디니아 항구에 도착했다. 1차 수출 물량이 현지에 도착한 직후 열린 인수 행사인데도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등 정부와 군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AFP 연합뉴스

 

국내 기업들이 폴란드와 맺은 30조원 규모 무기 수출이 국회의 입법 태만 탓에 자칫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폴란드의 무기 수입 대금을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을 통해 대출해 주게 돼 있고 추가 대출을 하려면 수은 자본금을 증자해야 하는데, 국회가 관련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급히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2년 7월 한국의 FA-50 전투기 48대, K9 자주포 672문, K2 전차 980대를 도입하기로 기본 계약을 맺었다. 한 달 뒤 폴란드는 무기 17조원어치를 먼저 수입하는 1차 계약을 맺었는데, 수은과 무역보험공사가 각각 6조원을 빌려주기로 약정했다. 문제는 최대 30조원어치인 나머지 물량을 공급하는 2차 계약 단계에서 발생했다. 동일 차주(借主)에게 자기자본의 40%(7조3600억원)까지만 대출할 수 있게 돼 있는 수은법 탓에 수은의 추가 대출 여분이 1조3600억원밖에 안 돼 2차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국회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여야 의원들이 수은 자본금을 15조원에서 25조~35조원으로 늘리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총선을 앞두고 정쟁에만 정신이 팔린 여야가 이 법안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아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검 등 정략 법안에 쏟은 힘의 10분의 1만 써도 이 법안은 벌써 처리됐을 것이다. 폴란드 무기 수출을 계기로 K방위산업의 도약이 힘을 받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직무 유기다.

 

세계의 무기 수입국들은 폴란드에 가성비 좋은 고품질 무기를 신속히 대량 공급한 K방산의 역량에 놀라며, 한국산 방산 제품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설정한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이 되기 위해서라도 수은의 수출 금융 지원 한도를 대폭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 향후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건설 사업,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등 초대형 국제 인프라 사업의 한국 기업 참여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총선 분위기에 휩쓸려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수은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될 수도 있다. 1~2월 임시 국회 회기 때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1.16 제3지대가 성공을 말하기전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가운데)와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왼쪽), 비명(비이재명계)계 탈당 그룹인 '원칙과 상식'의 김종민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카페에서 티타임 회동을 하며 밝게 웃고 있다./연합뉴스

 

제3지대 신당 사람들은 “설 연휴 전엔 기호 3번으로 대통합할 것”이라고 말한다. 4·10 총선 두 달 전 명절 밥상 주제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후 사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새로운미래(이낙연), 미래대연합(민주당 탈당파), 새로운선택(금태섭·류호정), 한국의희망(양향자), 개혁신당(이준석) 5개 세력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이낙연 전 대표 측과 민주당 탈당파는 창당도 안 한 신당의 당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 야권 계열 세력이 설 연휴까지 극적으로 합친다 해도 이준석 신당과의 통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여권 성향 지지자들은 “우리가 왜 민주당 탈당파들과 함께해야 하느냐”고 반발한다. 대북·안보 분야 노선 차이도 극명하다.

 

“기득권 양당 정치 타파” “승자 독식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혐오와 적대의 정치 이젠 끝내자”. 지난 14일 미래대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쏟아진 구호들이다. 말만 들으면 유럽식 다당제의 장밋빛 꿈이 당장 실현될 기세지만 한국의 유권자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5개 신당 대표가 모두 모였다는 인터넷 속보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저렇게 나가서 양당 체제에 신물 느낀 유권자들이 귀한 표 던져줘서 배지 달고 나면 지들끼리 성향이 맞네 안 맞네 내부에서 싸우다가 결국엔 다시 국민의힘·민주당에 복귀하고 당 해체할 거면서... 한두 번 속냐??” “양당에서 꿀을 빨 만큼 빤 너희를 왜 뽑아줘야 하지?”라는 반응도 있었다.

 

2015~2016년 국민의당 창당 과정에서 신당 사람들은 지금과 똑같은 얘길 했다. 당시 창당대회에서 손잡고 웃으며 찍은 당 주역들의 사진은 그런 구호가 얼마나 허망했는지 말해준다. 대부분 양당으로 돌아가거나 당을 바꿔 정권의 요직을 맡거나 또 배지를 달았다. 우리 국민의 기억력이 단기적·세부적으로는 어두울 수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 말을 외치던 정치인들이 어떤 길을 걸어 어디에 도착했는지 잊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2020년 국민의당 후신 바른미래당이 흔적도 거의 없이 사라질 때 적잖은 보좌진·당직자가 여의도를 떠났다. 그들은 “다당제를 정말 믿었는데 현역들에겐 그저 배지 한 번 더 달겠다는 수단에 불과했다. 우린 노예였다”고 말했다.

 

정당 대표가 대낮에 흉기 습격을 당하고 국회의사당 난동이 일상화한 세상. 양극 구도에 혐오와 환멸을 느끼는 유권자의 존재는 상수(常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이 30~40%에 이른다. 그러나 양당의 온실에서 누릴 건 다 누리다가 당을 뛰쳐나와 별안간 다당제 전도사가 된 일부 기득권 정치인들에 대한 역겨움도 그에 못지않다. 국민은 ‘너희도 이 난장판을 함께 만들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제3지대 신당이 성공하려면, 자신들이 과거 양당 체제에서 얼마나 달콤한 열매를 맛봤는지, 그 탐욕에 취해 어떤 언행(言行)으로 이 적대 구도를 공고히 했는지, 그것부터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01.16 [단독] “윤관석, 송영길에 돈봉투 10개 보여주고 ‘잘 전달하겠다’”

공소장에 “宋, 후원자 요구를 공약으로
원전업체서 후원 받을땐 ‘탈원전 반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박용수(구속 기소)씨에게서 돈봉투 조성 내역을 수시로 보고받았다는 내용을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15일 나타났다. 또 검찰은 공소장에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외곽 후원 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에 대한 후원을 요청하면서 해당 후원자의 요구 사항을 총선 공약에 반영하기도 했다고 적었다.

 

법무부가 이날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에 제출한 송 전 대표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보좌관 출신인 박용수씨에게서 ‘부외자금’ 조성 내역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공소장에 “송 전 대표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공직선거 및 당대표 경선을 치러본 경험이 있었기에 부외자금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자신이 직접 챙기기 어려운 ‘캠프 부외자금’ 관련 사항은 자신의 최측근이자 선임 보좌관으로서 경선 캠프 실무를 총괄하던 박씨가 관리하도록 권한을 부여했다”고 했다.

 

◇윤관석, 송영길 앞에 돈 봉투 늘어놓고 “잘 전달하겠다”

검찰은 민주당 출신 이성만 무소속 의원과 송 전 대표의 ‘스폰서’로 불린 사업가 김모씨가 송 전 대표 캠프에 각각 1000만원과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내용도 송 전 대표가 모두 보고받았다고 판단했다. 또 송 전 대표 캠프 관계자들이 윤관석(구속 기소) 무소속 의원에게 300만원씩 든 ‘현역 국회의원 살포용’ 돈봉투 20개를 두 차례에 걸쳐 전달한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박씨를 통해 현금 제공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고 해당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송 전 대표의 공소장에 적시했다.

 

윤 의원이 2021년 4월 28일 1차로 돈 봉투 10개를 살포한 직후 추가 돈 봉투 10개를 전달받아 송 전 대표에게 보여준 정황도 공소장에 담겼다. 검찰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경선 캠프 사무실에서 윤 의원에게 돈 봉투 10개를 전달했고, 윤 의원은 해당 사무실에서 송 전 대표를 만나 종이 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의원들에게 잘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또 송 전 대표가 2021년 이정근 전 부총장으로부터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과 함께 캠프 조직본부 활동가들 운영비 마련 방안을 논의하였고, 강 전 위원이 비용 마련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도, 음성적인 자금 마련 및 사용 계획을 제지하거나 만류하지 않고 ‘돈이 많이 필요하냐’는 취지로 물어보는 등 조직본부 차원의 부외 선거자금 마련·사용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민주당 지역본부장들에게도 돈 봉투가 전달된 사실을 강래구(구속 기소)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으로부터 보고받자 이에 대해 “잘했다”고 칭찬하면서, 돈봉투 전달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도 공소장에 적었다.

 

◇먹사연 후원자 요구 사항 공약에 반영…宋 측근, 원전업체 대표엔 “탈원전 반대”

이날 국회에 제출된 송 전 대표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통일부 소관 ‘공익법인’으로 허가 등록된 먹사연이 어떻게 송 전 대표의 정치 활동을 지원했는지 등 경위와 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먹사연은 법인 자금으로 송 전 대표 이름, 자필 메시지 등이 각인된 텀블러 1000개를 만들어 송 전 대표의 지지자들에게 전달하거나, 여론 조사 분석 비용 및 컨설팅 비용으로 9240만원을 대납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먹사연은 송 전 대표 지지 의원 모임의 다과 비용을 대납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법적으로 규정된 국회의원 후원회의 후원 한도를 피하기 위해 먹사연을 이른바 ‘대납 창구’로 활용했다고 봤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후원자들에게 ‘먹사연에 후원하면 기부한도인 연간 500만원 제한이나 법인 또는 단체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규제를 회피해 송 전 대표를 지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적극 안내했다”고 공소장에서 밝혔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공소장에서 “송 전 대표가 후원 내역을 별도로 보고받고 후원자들에게 개별적으로 감사 인사를 표시하기도 했다”고도 했다. 송 전 대표는 먹사연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송 전 대표는 국회의원 출마 당시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소재 재활병원 원장 A씨에게 1억300만원의 불법 후원금을 받는 과정에서 A씨의 요구 사항을 자신의 공약으로 반영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A씨가 (송 전 대표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송 전 대표에게 ‘인천 계양구에 종합병원을 신설하는 계획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면서 “이후 (먹사연 직원) 박모씨가 A씨를 만나 먹사연에 기부해줄 것을 우회적으로 요청하고, 월 1000만원이 있어야 운영이 된다고 했다”고 했다.

 

이에 A씨가 6개월간 매달 1000만원을, 그 이후에도 매달 200만~300만원을 먹사연에 송금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이어 송 전 대표는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 출마해 “인천 계양구에 종합병원을 유치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에는 A씨가 근무 중인 병원에 시찰 방문을 하고, 그날 저녁 A씨와의 만찬 자리도 가진 것으로도 조사됐다.

 

또한 송 전 대표가 원자력발전 설비 제조업체 대표 B씨로부터 후원을 받을 때, 송 전 대표의 전남 지역 특별 보좌관을 통해 B씨에게 ‘송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었다. 원전 업체 대표의 후원을 받기 위해 당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 특별보좌관은 B씨에게 “송 전 대표를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서 먹사연 기부를 권유했으며, 이후 B씨는 총 7500만원을 먹사연에 후원했다고 한다.

 

송 전 대표는 박용하 전 여수상의 회장으로부터 여수국가산업단지 소각시설 신설 및 증설 허가와 관련한 청탁을 받은 뒤 박 전 회장에게 국토교통부 국장 출신 인물을 소개했고, 이 인물이 국토부 담당자들에게 12차례 전화를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박 전 회장은 먹사연에 총 3억5000만원을 후원했는데, 검찰은 이중 4000만원은 여수국가산단 소각시설 신설 허가와 관련한 청탁으로 보고 뇌물 혐의도 적용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의 청탁을 접수한 박모 보좌관이 우선 박 전 회장 측에 국토부 담당자들의 연락처를 전달했고 이후 송 전 대표가 국토교통부 국장 출신인 민주당 정책연구위원 C씨를 박 전 회장에게 소개해줬다고 한다. 검찰은 “C씨가 실제로 2021년 7~9월 소각처리시설 관련 개발계획변경 허가 신청에 대한 국토부 담당자들에게 12차례 전화해 진행 상황을 확인하면서 ‘잘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의원실과 먹사연 포함된 텔레그램방서 SNS 게시글도 논의”

검찰은 통일부 소관 공익법인으로 허가 등록된 먹사연을 사실상 ‘사적 외곽 조직’으로 변질시킨 사람은 송 전 대표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송 전 대표가 2019년 11월쯤 ‘외곽 조직’으로서 먹사연의 역할 수행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며 “먹사연의 인적 구성을 변동시켜 개편 작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이모씨를 소장으로 영입하면서 자신의 정치 활동 지원 및 보좌 업무를 수행하는 외곽조직으로 기능하도록 역할을 부여했다”고 적었다. 먹사연 소장으로 영입된 이씨가 먹사연 운영 계획을 정리해 송 전 대표에게 보고했는데, 여기엔 이른바 ‘친문 네트워크’가 있는 전문가를 상근 인력으로 고용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검찰은 먹사연이 2020년 1월부터 고유 목적 사업인 ‘통일 방안 연구 등 활동’은 전혀 하지 않은 채, 대신 송 전 대표의 정치 활동에 도움 될 수 있는 인물들을 영입해 송 전 대표의 정치 활동을 사실상 보좌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해 2~4월에는 먹사연 소장 이씨가 직접 정계 인사들을 만나 송 전 대표 지지를 요청한 뒤, 그 결과를 송 전 대표에게 보고했으며, 같은 해 6월부터는 먹사연이 송 전 대표의 SNS 활동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대외용 메시지를 전달해 의원실 보좌관에게 전달했다고 조사됐다.

 

그해 8월에는 의원실 보좌진과 먹사연 등이 1박 2일로 합동 워크숍을 가졌으며, 이후엔 아예 의원실 관계자들과 먹사연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텔레그램’ 메신저 대화방을 만들어 송 전 대표의 일정, 보도자료, SNS 게시 자료 등을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편, 송 전 대표는 구속 기소된 이후부터 “위법한 검찰권 행사”라며 “정치적 보복이자 별건 수사”라는 입장이다. 앞서 송 전 대표는 “(검찰이 주장하는 불법 정치자금은) 제가 받은 게 아니고 먹사연 공식 후원계좌로 들어온 금액이고 공식적으로 투명하게 보고된 사안”이라고도 했다. 작년 12월에는 “(먹사연의 운영 취지에) 동의하는 기업인이 자발적인 후원금을 냈는데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며 “돈 4000만원에 저의 직무적 양심을 팔아먹을 정도로 정치활동을 해 오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유종헌 기자 이민준 기자

 
 

01-16 반반제 선후제 연합당…악성 진화하는 野 위성정당

지난 총선에서 기형적으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 방식은 소수 정당 배려나 사표(死票) 줄이기 등 원론적 타당성을 반영하긴커녕, 정반대로 정상적으로 국회에 진입하기 힘든 저질·극단 인사의 원내 진입 수단으로 악용됐다. 게다가 거대 정당이 모두 꼼수로 위성정당을 만드는 대국민 사기극 정치까지 자행했다. 그 결과 국민은 지난 4년 위성정당 출신 의원의 폐해를 감내해야 했다.

그런데 위성정당 꼼수가 더 교묘해지는 등 악성 진화할 조짐을 보인다. 비례대표(47석) 배분 방식을 놓고 갈팡질팡해온 더불어민주당이 현행 유지를 내비치면서 지난 총선 때보다 복잡한 온갖 술수가 난무한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5일 “현행 제도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고민이 있다”면서 절반은 병립형으로, 절반은 연동형으로 뽑는 반반제(半半制) 방식도 언급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말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하면서 병립형을 시사했으나, 군소정당과 재야단체 압박이 커지자 주춤하는 양상을 보인다. 군소 정당들은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정강·정책이 다른 정당이 오직 의석수만 갖고 뭉쳤다가 선거 뒤 해산하자는 야바위 방식이다.

비례연합정당은 4년 전 민주당과 4개 소수 정당이 야합해 생겨난 위성정당보다 더 노골적 꼼수다. 비례대표로 의원 배지를 달게 해주면 민주당 지지 운동을 하겠다는 거래 제안이나 마찬가지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소수 정당 비례대표 후보를 앞 순위에 배치하고, 민주당은 뒷순위에 배치하면 위성정당 논란은 더욱 불식될 것”이라며 선후제(先後制)를 주장했으나, 모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다른 정당 소속으로 내는 게 속임수 정치 아니고 뭔가.

그런 기형적인 제도로 국회에 들어온 비례대표들은 끊임없이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 유포자인 김의겸, 조국 전 장관의 아들에게 로펌 인턴 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최강욱, 시민단체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윤미향, 부동산 의혹으로 제명된 양정숙 등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대로 가면 조국·송영길 정당까지 등장할 판이다.

문화일보 사설

 
 

01-16 원희룡 “돌덩이 하나에 정치 꽉 막혀… 내가 치울 것”

 

이재명과 ‘계양을 맞대결’ 공식화

 원희룡(사진)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오전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천 계양은 미래 발전 가능성이 무궁한 곳이다. 내가 온몸으로 도전하겠다”고 밝히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계양 지역 4월 총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날 원 전 장관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당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인천 계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천 계양 출마 의지를 밝혔다.

원 전 장관은 “이곳 계양은 수준이 높은 곳으로 젊음이 넘치고 미래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고 전국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지역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는 수준 높은 주민들이 있다”며 “이런 국민이 살고 계신 곳을 험지라 부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계양에) 온몸으로 도전할 것이기 때문에 도전지라고 불러달라”며 “저와 우리가 도전하는 곳은 곧 격전지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원 전 장관은 이 대표를 겨냥해 “우리 정치가 꽉 막혀 있다. 돌덩이 하나가 자기만 살려고 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 돌덩이가 누군지 여러분 아시죠. 제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전 장관은 신년인사회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국회를 본인이 살기 위한 방탄막이로 만들고 있는 야당 책임자가 발을 디딘 곳이라면, 한국 정치의 가장 큰길을 막는 돌덩이기 때문에 그것을 치우러 어디든 가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선 이 대표가 비례대표로 출마해 다른 후보들의 유세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만큼 ‘원희룡-이재명’ 빅매치가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인천 계양갑·을 지역은 오랜 기간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돼 국민의힘 입장에선 최고의 험지로 불린다. 원 전 장관이 이 대표가 아닌 다른 민주당 후보와 대결해 패배할 경우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

 
 

01-16 [단독]‘개혁신당’ 당명 확정…윤형건 교수 홍보본부장 영입

▲개혁신당 새 로고(개혁신당 제공)

 

“정치적 목표 일목요연하게 드러나”… 가칭으로 정했던 당명 그대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창당을 준비중인 ‘개혁신당’이 당명과 로고를 확정하고 창당 막바지 작업에 들어섰다. 개혁신당은 홍보·디자인 분야 전문가인 윤형건(64) 수원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를 홍보본부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개혁신당은 현재 가칭으로 정했던 당명을 그대로 쓰기로 결정하고, 로고 및 폰트 디자인 작업에 한창이다. 개혁신당은 당 색상을 주황색으로 결정하고 ‘개혁오렌지’ 색상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개혁신당이란 당명은 우리가 추구하는 정치적 목표가 일목요연하게 드러나고, 창당 초기부터 입에 익고 익숙한 이름이라 특별한 이견 없이 당명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윤형건 수원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

 

개혁신당 브랜딩 작업은 새로 영입한 윤 교수가 맡아 진행하고 있다. 윤 교수는 문화일보에 “디자인으로 구태한 양당이 아닌 신당에서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역량을 보태고 싶다”며 “한국 정치의 새로움을 더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현재 한국디자인학회 이사이자 일본굿디자인어워드 국제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중국 상해교통대학교에서 디자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개혁신당은 개혁오렌지는 젊음과 대담함을 상징하고, 역동성과 미래지향성을 추구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신당의 이미지를 색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오렌지 혁명’이라는 과거 사례에서 찾듯 하나의 목표에 집중해 나아가겠다는 은유도 담겼다고 덧붙였다. ‘개혁’ 글자색의 검정은 강인함, ‘신당’의 흰색은 자유와 참정권을 뜻한다. 개혁신당은 “이 색상이 개혁오렌지와 보조를 맞춰 금번 총선에서의 진취적인 승리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일보 김보름 기자

 
 

01.17 여도 야도 ‘닥치고 선심’, 만약 다 실현되면 나라 경제 결딴날 것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당이 지난해 4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재추진 절차를 시작했다. 쌀 가격이 기준가보다 떨어지면 차액을 정부 예산으로 보전해주는 이 법안은 매년 수조원의 국민 세금이 소요돼 감당이 힘든 데다 안 그래도 남아도는 쌀의 과잉 생산을 가속화시킬 우려가 큰 법안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차액 보전 대상 작물을 쌀뿐 아니라 배추·무·고추·마늘·양파 등으로 대폭 넓힌 새로운 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 안건으로 올렸다. 애초 법안보다 문제점을 훨씬 더 키워 다시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 법안은 이번 국회 중 통과가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이를 가장 잘 안다. 그러면서도 입법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농민 표를 겨냥한 보여주기 쇼다. 민주당은 이런 쇼가 많아 새삼스럽지도 않다. 문제는 여당까지 마구잡이 선심 경쟁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새해 들어 윤석열 대통령은 전국을 순회하며 부처별 신년 업무 보고 형식을 빌린 ‘민생 토론회’를 주재하고 연일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공매도 부작용이 해소되지 않으면 계속 금지하겠다”(1차 민생토론회), “30년 이상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겠다”(2차 민생토론회)는 등 시장을 흔들 만한 메가톤급 정책을 ‘깜짝 쇼’ 하듯 풀어놓고 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서민·소상공인 290만 명의 대출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신용 대사면, 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자영업자 40만 명의 대출이자를 1인당 150만원까지 돌려주는 정책, 자영업자 코로나 지원금 8000억원 상환 면제, 소상공인 전기료 지원, 대주주 주식 양도세 완화 등 선심 정책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이들 정책은 대부분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사안들이지만 마구 던지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매표용 선심 정책을 난사한 탓에 국가·가계부채가 각각 400조원 이상 급증했다. 나라와 가계 모두 재정 상태가 엉망이 돼 국민 경제가 침체에 빠져 있다. 민주당은 정권을 빼앗기고도 교훈을 얻지 못한 채 포퓰리즘에 매달리고, 당시 선심 정책을 맹비난하던 국민의 힘은 여당이 되자 똑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 만약 여야의 선심 정책이 실제로 모두 실현되면 나라 경제가 결딴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1.17 의원 수 감축도 필요하나 특혜와 특권 폐지가 급선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인천시 계양구 한 호텔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을 제일 먼저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의원 정수 축소는 과거에도 정치 개혁을 추진할 때마다 거론한 사안이다. 실제 이 주장에 공감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작년 6월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찬성 비율이 65%에 달했다. 혐오감을 자아내는 한국 정치의 현주소다. 의원들이 하는 일이라곤 정쟁과 방탄, 입법 폭주와 꼼수, 가짜 뉴스 살포와 혈세 낭비뿐이라고 인식되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의원 정수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의원들이 누리는 각종 특권이다. 한국 국회의원은 보좌진을 9명 거느린다. 대다수 선진국이 2~5명임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많다. 이들 월급은 국민 세금에서 나온다. 의정 활동을 보좌하라는 뜻이지만 실제 하는 일은 의원의 선거운동원이다. 의원들이 매년 받는 세비와 수당도 1억5000만원이 넘는다. 감옥에 가도, 잠적해도 깎이지 않는다. 국민소득 대비 세비는 OECD 국가 중 셋째로 높은데 의회 효과성 평가는 뒤에서 둘째다.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을 비롯해 누리는 각종 혜택도 186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각종 갑질 사고도 이런 지위와 특권을 당연시하는 풍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은 특권을 누리고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자리다. 그런 직분에 충실하면 고생스러운 자리다. 결코 좋은 자리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의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니 의원이 되려고 혈안이다. 의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무수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 다시 공천받아 당선되는 것이다. 한국 정치가 죽기 살기로 싸우는 이유 중 하나다. 권력 줄 세우기와 극단적 대결 정치도 여기에서 나온다. 최근엔 정치 양극화와 극렬 팬덤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국회는 원수처럼 싸우다가도 자기들 밥그릇 늘릴 땐 언제 그랬냐는 듯 의기투합한다. 해마다 오른 의원 세비와 보좌관 월급이 그 결과다. 의원 정수 축소는 선거가 끝나면 여당에서부터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한 위원장이 아무리 호소해도 이미 당선된 의원들에게 먹혀들기 어렵다. 의원 정수를 줄이기도 쉽지 않겠지만 만약 줄인다고 해도 그것을 핑계로 보좌관과 세비, 각종 혜택을 더 늘릴 것이다. 의원들이 담합해 추진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한국 정치 개혁은 의원 자리의 매력을 크게 줄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1-17 韓 “의원 50명 감축” 여야 정치개혁 경쟁 기대한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스스로 기득권과 폐해를 줄이는 정치개혁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유일한 기회가 총선 시기이다. 국민 요구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은 선거 때만 주인이고, 끝나면 노예’라는 루소의 명언도 그런 맥락이다. 마침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정치개혁 방안을 내놓고 있다. 정치에 투신한 지 3주 남짓한 완전 초보여서 정치 현실을 모른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국민의 정치 불신이 너무 심각한 만큼 야당도 개혁 방안을 내고 경쟁하기를 기대한다.

한 위원장은 16일 네 번째 정치개혁안으로 ‘국회의원 정수 50명 감축’을 제시했다. 여론조사에서도 정원 감축 찬성 응답이 압도적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우와 특권을 누리면서도 정쟁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야당이 동의하면 이번 총선부터 250명을 선출하고, 그게 힘들면 “총선에서 승리해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을 제일 먼저하고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나쁜 포퓰리즘”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궤변이다. 저질 정치가 개혁 요구를 불렀는데, 정치개혁 방안이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는 본말 전도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의원 1인당 인구수가 17만 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많다는 이유로 30∼50명을 늘리는 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생산성 측면에선 최악 수준이다. 세비는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고 9명의 보좌진을 두고 있는데도 의회 효과성은 꼴찌 바로 앞이다. 마구잡이 입법 탓에 법안 가결률이 10% 안팎에 불과하다.

의원 숫자에 대한 절대적 기준은 없다. 그러나 제도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온갖 명분으로 의원 수를 늘리자고 하면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현 상황에서는 의석수를 줄여야 할 이유가 더 많다. 현재 47명인 비례대표를 없애고 미국처럼 지역구 의원으로만 해도 된다. 비례대표 제도 역시 직능 대표성과 사표(死票) 줄이기 등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저질·극단 의원 양산 통로가 됐다. 국민은 포퓰리즘 경쟁보다 정치개혁 경쟁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문화일보 사설

 

01.17 李 대표와 그 주변엔 ‘위증 교사’가 왜 이렇게 많은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에서 '거짓 알리바이' 증언을 부탁한 혐의를 받는 박모씨와 서모씨가 1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에서 증인에게 거짓 위증을 시킨 혐의로 두 명이 구속됐다. 구속된 두 명은 이 대표의 대선 캠프 상황실장 출신이고, 위증한 사람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산하기관장에 임명했던 사람이다. 이 산하기관장 출신이 위증을 인정하면서 그에게 위증을 요구한 사람들이 이번에 구속된 것이다. 위증 과정에 관여한 이들은 모두 이 대표 주변 인물들이다. 이 대표에게도 거짓 위증을 시키는 과정을 몰랐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위증에 관여한 이들은 지난 대선 때 대장동 일당에게 불법 경선 자금 8억원을 받은 혐으로 기소된 김용씨의 무죄를 주장하려고 알리바이까지 조작했다. 검찰이 김씨가 8억원 중 1억원을 받았다고 지목한 날 산하기관장 출신은 김용씨가 다른 장소에서 자신과 업무 협의를 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일정이 기재된 휴대전화 일정표 화면을 찍은 사진도 증거라며 냈다. 하지만 모두 가짜로 드러났고 김용씨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법정에서 위증이 판친다고 하지만 알리바이 조작은 흔치 않은 일이고 조작된 증거까지 제출했으니 심각한 범죄다. 검찰은 “최악의 위증 사건”이라고 했다. 과장이라고만 할 수 있나.

 

경선 자금 수수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김씨는 “창작 소설”이라고 했고, 이 대표는 “야당 탄압”이라고 했다. 자금 전달에 관여한 여러 명이 혐의를 인정했고 자금 전달 시기와 액수를 적은 메모가 나왔는데도 두 사람은 혐의를 부인했다. 그래 놓고 뒤에선 주변 인물들이 나서 알리바이까지 조작했다. 이러니 이 대표와 측근들이 하는 말을 믿기 힘든 것이다.

 

이 대표도 위증 교사 혐의로 기소돼 있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뒤 재판 과정에서 증인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증인도 이미 위증 혐의를 인정했고, 이 대표가 위증을 요구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도 나와 있다. 이 대표와 주변 인물들에겐 왜 이렇게 거짓말과 위증 교사가 많은가.

조선일보 사설

 

01-17 권익위는 ‘李 헬기 특혜’ 조사, 민주당은 축소 수사 주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테러’의 후폭풍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의료계와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특혜’ 논란이 제기되면서 민심이 요동치고, 이를 의식한 민주당은 테러 배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축소·은폐 수사 규탄 대회를 여는 등 ‘프레임 전쟁’으로 비화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부산대병원에서 응급 헬기를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轉院)한 것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된 데 따른 조치라고 한다.

이 대표에 대한 흉기 공격은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이며, 반드시 모든 가담자를 엄벌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권익위 조사도 불가피하다. 부정 청탁과 특혜 제공 여부 등이 핵심이다. 이미 국민적 관심사가 된 만큼, 이런 의혹들을 신속히 해소하는 게 민주당에도 유리할 것이다. 당황한 상황에서 혹 부적절한 일이 있었다고 해도 국민이 흔쾌히 양해할 것이다. 부산대병원에서 중증 외상 환자를 충분히 치료할 수 있음에도 헬기를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옮겨간 것이 부정청탁이나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 응급의료법 위반인지 등을 투명하게 밝히길 바란다. 진상 규명에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도 조사에 적극 협력하는 게 옳다. 그런데 배후 운운하며 음모론을 퍼뜨린다. 민주당은 16일 국회에서 ‘당대표 정치 테러 은폐 수사 규탄 대회’를 열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공범이 없고 정치적 배후가 없다면 우리가 국민을 설득해 내겠다”고 했다. 테러에 정치적 배후와 공범이 있다는 선동이나 마찬가지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김어준 씨의 주장을 받아 경찰의 피습 현장 물청소가 증거인멸이라고 되풀이하고 있다. 이 대표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문화일보 사설

 
 

01.17 4·10 총선에 민주주의 사활도 걸렸

김석 국제부장

2024년은 지구촌 선거의 해
권위주의국 개입과 극단주의
AI 이용 가짜뉴스 위협 고조

최대 하이라이트 美 대선 요동
한국 총선도 3대 변수에 위협
유권자가 중우정치화 막아야

올해 민주주의의 첫 시험대로 꼽혔던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 성향인 라이칭더(賴淸德) 민진당 후보가 당선됐다. 라이 당선자가 말한 대로 “대만이 민주 진영의 첫 번째 승리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라이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군사적·경제적 위협은 물론 각종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대만 민주주의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국제선거제도재단(IFES)에 따르면 올해는 47개국, 전 세계 인구의 40%가 참여하는 선거가 치러지는 말 그대로 ‘지구촌 선거의 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구촌 주민들이 생전 겪을 가장 크고 중요한 민주주의 행사가 몰린 해라며 앞으로 수십 년간 세계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올해 각국 선거는 민주주의가 가장 이상적인 정치체제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할지, 민주주의가 허울만 남은 채 중우정치로 몰락할지를 보여줄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주의를 흔들려는 3가지 변수가 올해 표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3가지 변수는 대외적으로는 권위주의 국가들의 선거 개입 움직임, 국내적으로는 국민을 갈라치는 극단주의, 기술적으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가짜뉴스다. 대만 총통 선거부터 중국은 수차례 군사적 도발과 경제적 압박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친중과 반중을 놓고 대만 정치인과 국민은 갈등에 휩싸였다. 또, 샤오메이친(蕭美琴) 부총통 당선자가 미국 시민권자라는 가짜뉴스 등도 범람했다.

대만 선거라는 첫판은 민주주의의 승리로 끝났지만, 안도하기는 이르다. 올해 최대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미국 대선도 이미 이 3가지 변수에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정치권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각종 거짓 정보를 흘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 의회 난입 사태로 수감된 지지자들을 ‘인질’이라고 부르고,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마녀사냥이라며 극단주의를 조장하고 있다. AI를 사용한 각종 가짜 영상이나 사진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정치위험 분석업체 유라시아 그룹은 지난 8일 미국 대선을 올해 최대 위험으로 꼽으며 “전례가 없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미국 선거가 세계의 안보, 안정, 경제 전망에 그 어느 것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유라시아 그룹은 “미국 대선은 정치적 분열을 심화하고 미국이 지난 150년간 경험하지 못한 정도로 민주주의를 시험하며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신뢰도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치 양극화로 누가 이기든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아 미국 사회가 극도의 혼란에 휘말리고 국정 마비가 불가피하며 미국의 적들은 이를 반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경고는 총선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헌법에 전쟁 시 남한 무력 점령·평정·수복 사항을 반영하겠다며 노골적인 위협으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치권,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개딸로 대표되는 극단주의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이들의 눈치를 보며 당은 물론 국민도 갈라치고 있다.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각 당은 가짜뉴스를 퍼뜨리느라 여념이 없다. 이번 총선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지를 증명할 가늠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저서 ‘역사’에서 페르시아인의 입을 빌려 “민주제는 악이 만연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며 “악인들 사이에는 강력한 유대감이 생겨 국가에 해악을 끼치는 자들이 결탁해 모반을 꾀하게 된다”고 민주주의가 자칫 중우정치로 빠질 위험성이 있음을 갈파했다. 역사도 이러한 사례를 수없이 보여줬다. 민주주의가 중우정치에 빠지지 않고 제대로 기능하게 하는 방법을 정치인들은 이미 알고 있다. 이 대표 스스로 언급했듯이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정치를 종식”하면 된다. 하지만 북한 위협에 정권 책임론을 내세우고, 이 대표 피습사건 가짜뉴스에 편승하고, 극단적 지지층만 바라보는 민주당을 보면 이 말이 지켜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악인들 사이의 강력한 유대감’을 깨뜨리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에 정치인이 아닌 유권자들이 나서야 하는 이유다.

문화일보

 
 

01-17 ‘채널A 기자 명예훼손’ 최강욱, 항소심 벌금 천만원…1심 무죄 뒤집혀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는 무죄가 나왔지만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최태영·정덕수·구광현 부장판사)는 17일 오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의원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여론 형성에 기여하며 정치인으로서 신중한 발언을 인식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해 여론 형성을 왜곡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최 전 의원은 2020년 4월 이른바 ‘채널A 사건’ 의혹이 제기된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허위사실이 담긴 글을 올려 이 전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SNS에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눈 딱 감고 유시민에게 돈을 건네줬다고 해라’, ‘유시민의 집과 가족을 털고 노무현재단도 압수수색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한 혐의를 받는다.

2022년 10월 1심은 최 전 의원이 허위사실을 기재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명예훼손죄 성립 요건인 ‘비방 목적’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 불복한 검찰은 항소했고, 2심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혐의에 추가했다.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에 대해 처벌 범위가 더 넓은 항목을 추가한 것이다.

한편 최 전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 대학원 측 입시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문화일보 조성진 기자

 
 

01.18 ‘망천’소리 들어 마땅한 민주당 공천 난맥상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요즘 ‘개딸’(강성 이재명 지지층)들 문자 폭탄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16일 아침 방송 인터뷰에서 “같이 자냐” 등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당의 현실을 정면 비판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심각하게 판단해야 하는데, 방치하는 양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면 즉각 조치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상민·조응천·김종민·이원욱 등 쓴소리를 내온 의원들의 탈당으로 ‘친명 천지’가 된 민주당에서 거의 유일하게 터져 나온 ‘다른 목소리’였다.

 

비위 의혹 친명 검증위 통과 논란
쓴소리 박용진은 개딸 공세에 곤욕
이대로면 ‘야당 심판론’ 터질 수도

 

이게 먹혔는지 현 부원장은 그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날까지 “피해자와 합의 중”이라면서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그였다. 그러나 피해자 이름을 적은 합의문 초안 공개로 2차 가해 논란까지 불거지며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박 의원이 “한동훈이었다면”이라며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을 직격하자 뜻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당이 현 부위원장 감찰을 개시한 게 지난주 초인데 엿새가 지나도록 결론이 안 나오는 거다. 복잡한 사안이 아닌데도 긁어 부스럼 만든 것 아니냐.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도 컷오프 대상이라 했지 않나. 그래서 한마디 했는데 결과가 있었다. 당에 상식이 살아있다고 본다.”

 

박 의원 얘기다. 맞다. 그런데 왜 현역 의원이 목소리를 낸 뒤에야 상식이 실현되는지 의문이다. 그제 활동을 끝낸 민주당 선출직공직자 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도 상식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뇌물 혐의로 재판 중인 노웅래 의원,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황운하 의원, ‘미투’ 파문이 불거졌던 정봉주 민주당 교육연수원장 등이 죄다 적격 판정을 받았다.

 

검증위는 시장 재직 시절 기혼녀와의 불륜 의혹이 논란이 돼온 곽상욱 전 오산시장에 대해서도 결정을 내리지 않고 공천관리위원회로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청와대를 포함해 청와대에 장기 재직한 전직 간부 A씨는 “배우자 B씨와 곽 전 시장의 불륜으로 가정이 파탄 났다”는 탄원서와 B씨의 부정행위를 인정한 법원 판결문을 이 대표에게 보냈다고 한다. 곽 전 시장은 2019년 국민의힘이 B씨의 진술을 확보하자 보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수원지법은 “(진술) 녹음 파일엔 수년간 곽 시장과 여성 간 있던 일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술돼있다. 현직 시장의 불륜 의혹은 공적 관심 사안”이라며 기각했다. 이에 대해 곽 전 시장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불륜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불륜은 없었다”는 요지로 B씨가 당에 보낸 탄원서도 공개했다.

 

진실 여부를 떠나,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논란에 판단을 유보하고 공관위에 공을 넘긴 검증위의 행태부터 검증 대상감이다. 곽 전 시장은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 시장 군수협의회 회장을 맡아 도정을 뒷받침하는 등 친명계로 분류된다. “친명이라 검증위가 눈치 본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 외에도 공천 잡음이 난 인사들은 상당수가 친명계다. 검증위는 뇌물 혐의로 유죄 판결받은 뒤 사면 복권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부적격으로 판정했는데, 그의 지역구(동작갑) 현역은 검증위원장인 친명 김병기 의원이다. 역시 동작갑 출마를 준비해온 이창우 전 동작구청장도 검증위의 부적격 판정을 당했다. 김 부총장의 유력 경쟁자 2명이 연달아 부적격 판정을 당했으니 ‘선수가 선수를 쳐낸 것’ ‘셀프 단수 공천’이란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런 조치들에 대해 “당헌·당규에 벗어나지 않았다”고 해명하지만, 유권자가 납득할 수 있겠나. 선출직 공직자는 남다른 도덕성이 요구된다. 뇌물·성비위는 혐의·의혹만으로도 자격에 흠결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유무죄를 따질 여지가 있다지만 상식적 잣대로 문제가 있다면 조치하는 게 공당의 도리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안규백 의원은 불륜 논란이 불거진 친문 후보가 찾아와 읍소했지만 “사실 여부 이전에 논란만으로도 일벌백계 감”이라며 컷오프했다. 이런 결기가 기본 아닌가.

 

여당이 아무리 인기가 없더라도 ‘망천’이란 소리까지 듣는 ‘친명 공천’ 잡음을 민주당이 잠재우지 못하면 여당 아닌 ‘야당 심판론’이 얼마든지 대두할 수 있다. 이제 민주당의 공천을 매듭지을 역할은 공천관리위원회로 넘어갔다. 그런데 공관위 부위원장부터 친명 핵심 조정식 사무총장이니 걱정이 앞선다. “계파 배려 없다”는 임혁백 공관위원장의 다짐이 실현되려면 온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공관위의 결정 과정을 감시해야 할 듯하다.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01.18 검찰, ‘울산시장 선거개입’ 조국·임종석·이광철 등 재수사 명령

 서울고검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과거 불기소 처분을 받은 조국 전 법무장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에 대해 18일 재기수사를 명령했다.

 

서울고검은 이날 오전 “기존 수사기록, 공판기록과 최근 법원 판결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오늘 조 전 장관 등 5명에 대한 재기수사를 명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조국 전 민정수석./조선일보DB

 

당초 조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모해 송철호 전 울산시장의 당시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고베 총영사 등의 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았다. 또 검찰은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 수첩에 ‘임동호를 움직일 카드가 있다고 조국 수석이 얘기함’이라고 적혀있는 등 조 전 장관이 이 사건에 연루된 단서 등을 확보했었다.

 

그럼에도 서울중앙지검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 2021년 4월 조 전 장관, 임 전 실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면서 중앙지검은 당시 불기소 결정문에 “조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이 순차적인 의사 전달을 통해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현재까지 확인 가능했던 증거나 정황들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가 부족하다”고 했다.

 

당시 중앙지검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이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사건에 개입한 의혹에 대해서도 “강한 의심은 드나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같은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중앙지검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직원 문모씨가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부터 입수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위 정보를 가공해 이광철 당시 선임행정관에게 보고했고, 이광철 전 비서관은 이를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당시 불기소 결정문에서 밝혔다.

 

하지만 법원이 기소된지 3년 10개월 만에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1심 재판에서 핵심 인물들에게 유죄를 내리면서 기류가 바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3부(재판장 김미경)는 작년 11월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민주당 의원),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이들을 포함해 12명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민 전체에 봉사해야 할 경찰 조직과 대통령 비서실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해 국민의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며 “엄중한 처벌로 다시는 선거 개입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필요가 크다”고 했다.

 

이에 따라 서울고검은 두달 가까이 조 전 장관, 임 전 실장 등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항고 인정 여부를 고심해 왔고, 이날 재기수사를 명령한 것이다. 향후 이들에 대한 재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정원두)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01-18 “법·펜으로 안 되니 칼” 배후 있는 듯 음모론 선동하는 李

흉기 피습 이후 15일 만에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은 뜻밖이었다. 많은 민주당원은 물론 국민도 극단 정치의 폐해와 통합의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기대했다.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넘긴 사람의 호소는 정파를 떠나 절절한 호소력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고 했다. “상대를 제거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내가 모든 것을 다 가져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정치가 전쟁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 대표 발언은 법(사법기관)·펜(언론)·칼(테러범)을 동일 선상에 놓고 ‘공통의 배후’ 뉘앙스를 풍긴다. 정치지도자답지 않은 발언임은 물론, 교묘한 어법으로 법치와 언론을 정치 테러와 묶어 싸잡아 매도하는 궤변이다. 사법 기관과 언론에 대한 심각한 모욕도 된다. 진보 성향의 진중권 광운대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법·펜·칼을 든 주어가 “문법적으로” 없으며, 이는 사주한 주체를 시사할 뿐 지목하지 않는 “전형적인 음모론적 사고방식”이다.

이 대표는 허위사실 유포 2건을 필두로 △위례·대장동 사건으로 부패방지법 위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배임 △성남FC 의혹과 관련해 뇌물, 범죄수익은닉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배임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으로 제3자뇌물, 외환거래법 위반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위증교사 등 10개 혐의를 받고 3개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이다.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미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판결문엔 이 대표 이름이 120회 등장한다. 합당한 증거 및 법리와 씨름하는 검사·판사 모두 음모의 앞잡이란 말인가. 기사에 왜곡이 있다면 구제신청이나 소송을 제기해 바로잡으면 될 일이다. 많은 국민을 잠깐 속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오래 속일 순 없다.

문화일보 사설

 
 

01.18 너무 늦은 ‘울산 선거 공작’ 재수사, 결론은 신속히 내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뉴스1·뉴시스·뉴스1

 

서울고검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재수사 결정을 내렸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이 불기소 처분을 내렸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국 전 민정수석 등을 다시 수사하라고 한 것이다. 이 사건은 2018년 청와대 비서실이 문재인 전 대통령 ‘30년 친구’인 송철호씨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려고 상대 후보에 대한 하명 수사 등 선거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이런 규모의 사건을 청와대 비서관 차원에서 벌일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검찰은 비서관 일부만 기소하고 그 윗선인 임 전 실장 등은 불기소 처분했다. 그렇게 비정상으로 끝난 수사를 이제야 다시 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재판도 질질 끌더니 수사도 너무 늦었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권 최대 불법 혐의 중 하나다. 문 전 대통령이 송철호씨 당선이 “소원”이라고 한 뒤 청와대 비서실 조직이 동원돼 후보 매수, 하명 수사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대통령 친구는 당선됐고, 야당 후보가 공천장을 받던 날 그의 사무실을 덮친 경찰 책임자는 국회의원이 됐다. 작년 11월 법원은 1심에서 이를 유죄로 인정해 관련자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진상은 다 드러나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임 전 실장이 문 대통령을 대신해 송 시장에게 출마를 요청했다는 메모가 송 시장 측근의 업무 수첩에서 나왔다. 이 업무 수첩엔 ‘경쟁자를 움직일 카드가 있다고 조국 수석이 얘기함’이라고도 적혀 있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이들을 불기소했다. 이런 일들을 수석과 비서실장이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검찰은 재수사 대상을 임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등 5명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책임자는 문 전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그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그의 부하들이 총동원됐는데 그 외에 누가 책임자인가. 이 사건 수사를 막기 위해 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팀을 공중분해 시키고 검찰총장도 몰아냈다. 왜 이렇게 했겠나.

조선일보 사설

 

01.19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조국·임종석, 철저한 재수사를

문 정부 시절 불기소 3년 만에 검찰의 재수사

비서관은 1심 유죄…수석·실장은 정말 몰랐나

검찰이 2018년 문재인 정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재수사하기로 했다. 상급기관인 서울고검이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에 재기수사를 명령하면서다. 기존 수사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판단했을 때 상급 검찰청이 다시 수사하라고 지시하는 절차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훼손한 사건이었던 만큼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이 사건은 2018년 6·13 지방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여당 소속 송철호 후보의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지난해 11월 1심 판결에서 송 전 시장과 황운하(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 의원은 징역 3년,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경찰 조직과 대통령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했다”며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6년이 돼 가지만 아직도 관련 의혹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백 전 비서관의 윗선인 조국 전 수석과 임종석 전 실장은 2021년 4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수석이나 실장의 지시 또는 승인 없이 비서관이 독단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이었다. 당시에도 검찰이 두 사람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은 이들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들지만 관련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의혹이 제기된 선거 비리 수사를 이런 식으로 종결한 데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의 재수사 결정에 대한 조 전 수석과 임 전 실장의 반발은 실망스럽다. 임 전 실장은 “명백한 정치탄압”이란 말까지 썼다. 이전 정부에서 장관까지 지낸 고위 공직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잘못한 게 없다면 떳떳하게 재수사받고 혐의 없음을 밝히는 게 마땅한 일이다. 만일 새로운 증거가 드러난다면 재판을 통해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수사와 재판 지연은 다른 사건에서도 문제지만 선거 비리 사건은 더욱 그렇다. 이번 사건의 발생에서 검찰의 기소까지는 2년가량 걸렸고, 기소부터 1심 판결까지는 다시 3년10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송 전 시장은 4년 임기를 마쳤고, 조 전 수석과 임 전 실장은 이번 총선에서 출마할 채비를 하고 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만일 검찰이 재수사를 통해 조 전 수석과 임 전 실장의 불기소 처분을 뒤집더라도 법정에서 유·무죄를 가리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최대한 신속한 사법 절차로 이번 사건의 수사를 철저하고 투명하게 마무리하길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1.19 증거 없는 민주당의 ‘이재명 피습 음모론’ 부적절하다

이재명 “법, 펜, 칼로 죽이려 하지만…” 발언 논란

경찰은 범인 신상 공개까지 검토해 음모론 불식을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에 대해 거당적으로 음모론의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음모론을 본격 점화한 건 이 대표 본인이다. 지난 17일 당무에 복귀한 이 대표는 “(저를) 법으로도 죽여 보고, 펜으로도 죽여 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 하지만 절대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치 권력이 자신에 대한 테러를 사주했다는 뉘앙스다. 만약 이 대표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윤석열 정권이 즉각 문을 닫아야 할 충격적 범죄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특별한 주장엔 특별한 증거가 필요하다. 이 대표는 그런 민감한 얘기를 하면서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펜으로도 죽여 보고’라는 말도 유감스럽다. 자신을 향한 언론의 비판은 정권의 입김에 불과하다는 게 이 대표의 언론관인가.

 

이뿐이 아니다. 민주당은 18일 이 대표 피습 당시 대테러종합상황실 공무원들이 부상 정도를 축소해 문자메시지를 배포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 내용을 보면 사건 발생 직후 소방 내부 1보 보고엔 ‘목 부위 1.5㎝ 열상’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후 대테러종합상황실이 배포한 문자엔 상처 부위가 ‘1.5㎝’에서 ‘1㎝’로 축소됐다는 것이다. 또 소방 1보의 ‘흉기’라는 표현이 상황실 문자에선 ‘과도’로 바뀌었고, ‘출혈량 적은 상태’ ‘경상 추정’ 등의 표현이 추가된 것은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의도였다고 민주당은 주장한다. 상황실 문자가 진실과 얼마만큼 달랐는지는 따져봐야겠지만, 과연 이 정도의 내용이 공당이 “음모·공작”이라며 고발까지 할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또 정청래 최고위원은 “경찰이 물청소로 현장 핏자국을 지운 것은 증거 인멸 아니냐”는 주장도 했다. 범인이 현장에서 바로 잡혔고, 범행 도구와 영상·사진도 다수 확보했는데 경찰이 무슨 증거를 어떻게 인멸한다는 소리인가. 경찰에도 친야 성향이 수두룩한데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면 이미 벌써 민주당에 제보가 들어갔을 것이다.

 

지금 민주당 내부에서도 음모론에 너무 매달리면 역풍 맞을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음모론에 집착하는 건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행 헬기 탑승 논란을 덮기 위해서란 관측까지 나온다. 민주당은 지금 음모론을 제기할 때가 아니라 정치 테러에 맞선 국민 화합의 메시지를 발표하는 게 정도다.

 

이참에 당국도 정치테러의 심각성을 감안해 범인 신상을 공개하는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 경찰은 신상 공개 규정이 굉장히 까다롭다는 이유로 비공개했다고 하지만, 현 정부에 불리한 내용이 나올까 봐 몸을 사린다는 의심을 깨끗이 불식하기도 어렵다. 그럴 바엔 차라리 특별 절차라도 도입해 범인 신상과 범행 자료를 공개해 음모론을 해소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

중앙일보 사설

 

01-19 법치와 언론 욕보인 李 법·펜·칼 궤변

 
 

이재교 세종대 법학부 교수,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고 했다. 법은 본인을 수사한 검찰이나 경찰을, 펜은 본인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의미함이 분명하다. 법으로, 펜으로, 칼로 죽이려는 주체가 동일하다는 주장임이 문맥상 명백하다. 어떤 세력이, 수사로 언론으로 그리고 칼로 자신을 죽이려고 시도했다는 말이다.

음모론도 이 정도면 중증이다. 그러잖아도 이 대표를 가해한 범인의 배후가 있는데도 경찰이 축소 수사했다는 둥 현장에 출동했던 응급구조대와 의료진이 이 대표를 해하려 했다는 둥 음모론이 횡행하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역시 특검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 대표 본인도 목 부상이 경상에 불과하다느니 심지어 자작극이라는 등의 가짜뉴스에 분노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 대표가 음모론을 제기한 건 아닌 듯하다. 이 대표를 칼로 찌른 테러에 대해서는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새삼스러울 정도로 황당한 범죄다. 이 대표의 본심은 이런 황당한 범죄행위와 자신에 대한 수사를 동일선상에 놓은 다음, 수사도 테러와 매한가지로 황당한 범죄라고 주장하려는 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누구든 검찰 수사에 대해 탄압이라고 항변하고 억울하다고 호소할 권리는 있다.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권리가 있더라도 타당성은 별개다. 과연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이 대표에게 그렇게 억울한 일일까? 정권이 이 대표를 정치적으로 죽이기 위해 없던 일을 조작해 내는, 테러에 비견할 만한 흉악한 짓을 벌이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이 대표가 수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건은 너무 많아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대형 비리라는 경기 성남시 대장·위례·백현동 개발 관련 부정사건, 성남FC 의혹과 관련한 뇌물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한 위증교사 등 10여 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거나 기소돼 현재 3개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관련 사건으로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미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이 대표와 가까운 사람 여러 명이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유명을 달리했는데, 이 대표의 비리 혐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다. 이들 혐의에 대해 이 대표에게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 대표에 대한 수사 자체가 범죄에 버금간다고 비난할 일이 아님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수사에 대해 테러에 유사한 공격이라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을 인정한다면 말이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법조인이자 국회의원이고, 다수당의 대표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1600여만 표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다. 대한민국의 법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 부정할 리도 없을 인사가 국가의 수사기관을 이런 식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수사에 억울한 점이 있으면 소명하고, 안 되면 재판에서 밝히면 될 일이다. 보통 사람은 다 그렇게 한다. 보통 사람보다 훨씬 큰 발언권과 특권을 가진 제1당 대표가 무엇이 부족해 수사를 테러와 동일선상에 놓고 매도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문화일보

 
 

01-19 대통령에 ‘의도적 행패’ 의원과 민주당의 무도한 두둔

 전북 전주에서 18일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대통령 경호처 요원들에 의해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간 강성희 진보당 의원(전주을)의 행패는 국회의원은 물론 시민의 기본 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행태다. 초등학생도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안다는 점에서, 이런 인사를 선출한 지역구민도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 강 의원을 두둔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군소 정당 소속인 강 의원의 언동은 나름 의도한 것이겠지만, 제1 야당의 반응은 무도(無道)한 일이다.

대통령 참석 행사가 아닌 일반 행사나 회의에서도 그런 몰상식한 언동을 하면 끌어내는 게 당연하다. 행사도 토론도 제대로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입장하면서 강 의원과 악수했다. 강 의원은 대통령 손을 잡은 채 “국정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진다”고 외쳤다. 대통령 손을 강하게 잡아끌기도 했다고 한다. 계속 큰소리로 소란을 피우자 경호관들이 격리했다.

이재명 대표에게 사인 받겠다며 접근해 흉기로 목을 찌른 사건이 지난 2일 발생했다. 강 의원이 마음만 먹었으면 더한 일도 저지를 수 있었을 것이다. 경호 요원이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이런 사람을 의원으로 만든 데는 민주당 책임도 있다. 이상직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선거구에서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덕분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공당이라면 봉변한 윤 대통령을 위로하고 강 의원을 비난하는 게 옳다. 그런데 대변인이 “독재 정권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했다.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헌화할 때 백원우 의원이 “이명박 사죄해”라고 외치다 끌려나갔다. 당시 장의위원회 운영위원장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 내외에게 사과했다. 나중에 “백 의원과 같은 마음이지만 그래도 상주잖아요”라고도 했다.

문화일보 사설

 
 

01.20 “우리 북한” 운운 李 대표가 말한 ‘北 김씨들의 노력’은 뭔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북한 김정은을 향해 “적대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김일성 주석의 노력이 폄훼·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연일 ‘전쟁’ 운운하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데 ‘우리 북한’이라니 실제 이렇게 말했는지 다시 찾아보게 할 정도다. 민주당 대변인실은 ‘우리’를 지우고 이 대표 발언을 게시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말하는 ‘우리 북한의 김정일·김일성 주석의 노력’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궁금하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남북회담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북 관계에서 김일성·김정일이 한 행위의 거의 전부는 우리를 파괴하고 죽이는 것이었다. 김일성은 6·25 남침으로 한민족 300만명을 죽이고 국토를 초토화시켰다. 우리 민족 역사에 이 이상의 인명 피해는 없다. 죽을 때까지 적화통일을 외치며 무력 도발과 테러를 일삼았다. 청와대 습격, 울진·삼척 공비 침투, 판문점 도끼 만행, 아웅산 테러, 김포공항 테러, KAL기 폭파 테러, 천안함 폭침 등이 모두 김일성·김정일이 저지른 짓이다. 민족을 공멸시킬 핵무기를 만든 것도 이들이다. 그 와중에 북한 주민 수백만 명이 굶어 죽었다. 김씨들은 그래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지금도 2000만 북 주민 전체를 노예와 가축으로 짓밟고 있다. 한국 드라마를 봤다고 사람을 죽인다. 그것도 ‘척추를 꺾어 죽이라’고 한다. 북한 전체를 감옥과 지옥으로 만든 김씨들이 한 ‘노력’은 어떤 것인지 이 대표는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는 “이러다가 전쟁 나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걱정이 커진다”며 “북한에 본때를 보인다면서 평화의 안전핀을 뽑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핵을 들고 전쟁 위협을 하는 것은 김정은인데 방어에 급급한 우리에게 무슨 책임이나 있는 듯 말한다. 북이 도발해도 손 놓고 있으란 건가. 총선을 앞두고 전쟁 불안감을 고조시키면 과거 천안함 폭침 때처럼 득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계산하는 것 같다. 김정은이 남침할 생각이 있으면 “전쟁한다”고 예고하겠나. 러시아에 포탄 200만 발을 넘기면서 어떻게 남침을 하나. 전쟁 위협은 북한 내부 어려움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우리 사회에 전쟁 불안감을 일으켜 총선에서 정부에 타격을 주려는 계산일 수도 있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우리 정치에 개입하려는 김정은의 의도를 읽고 초당적으로 비판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민주당과 이 대표는 그 반대로 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1.20 간단한 사건 재판 16개월 끌다 사표 내버린 판사의 변명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을 16개월 끌다 선고도 하지 않고 돌연 사표를 낸 강규태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이례적으로 자신의 사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가 사직하지 않았더라도 2년간의 형사합의부 재판장 업무를 마치고 업무가 변경될 예정이었다”고 했다. 통상 형사 재판장을 2년마다 교체하는 법원 내규에 따라 자신이 이번에 교체 대상이었던 만큼 사표를 안 냈더라도 재판 지연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내규엔 중요 사건 처리를 위해선 교체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 자신이 책임감만 있었더라면 선고를 못 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은 일절 하지 않은 채 법정에서 변명만 했다.

 

강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증인 49명 중 33명에 대한 신문을 마쳤다. 물리적으로 총선 전에 판결이 선고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증인이 많으면 재판 횟수를 늘리면 된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2주에 1회’씩 재판 기일을 잡았고, “주 1회 재판을 고려해 달라”는 검찰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초부터 선고할 생각이 없었고, 재판 기일을 이에 맞춰 잡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래 놓고 증인 숫자 핑계를 댄다.

 

이 사건은 지난 대선 때 이 대표가 대장동 핵심 실무자를 몰랐다고 하고, 국토부 협박으로 백현동 개발이 이뤄졌다고 말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이 대표가 몰랐다고 한 대장동 실무자와 외국에서 같이 골프를 한 사실 등이 다 드러나 있다. 결코 오래 걸릴 재판이 아니다. 더구나 선거법 사건은 신속한 재판을 위해 1심을 6개월 내에 끝내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그런 사건 재판장이 사건을 이렇게 오래 끌다 재판도 마무리하지 않은 채 사표를 내는 것은 유례가 드물다. 강 판사는 사과부터 했어야 한다.

 

강 판사가 조금의 책임감이라도 느낀다면 남은 재판은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고, 다음 재판부를 위해 재판부 교체 이후 재판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지도 미리 정해둬야 한다. 그런데 그는 “제 사직이 공개된 마당에 2월 2일 재판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한지 고민이 된다”고 검찰과 피고인 측에 묻기도 했다. 재판 진행은 재판장 전권으로 의견 물어 결정할 일이 아니다. 강 판사는 지금도 열심히 재판하는 다른 판사들 얼굴에 마지막까지 먹칠을 했다.

조선일보 사설

 

01.22 ‘강제 당론 투표’ ‘제왕적 당대표’ 폐지가 정치 혁신이다

 
 

선 79일 앞의 예비후보들이 ‘금배지’ 꿈에 부풀어 뛰고 있다. 각자의 사회적 성취를 토대로 국가·국민을 위해 선량을 해보겠다는 멋진 포부와 열정을 응원하고 싶다. 현실은 그러나 참담하다. “강경파가 박수부대를 동원해 의원총회에서 밀어붙인다. 수시로 당론을 정해 안 따라가면 가차 없이 징계다. 강제 당론이 일상이다. 당대표까지 공천권을 갖고 횡포 부리니 줄을 설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왜 하냐고…. 그냥 한 번 더 하기 위해서가 유일한 목표들이다.”

 

의원 소명은 오로지 국익 위한 양심
거대정당 당론 강압, 의원 영혼 말살
공천권 횡포 당 대표직 하등 불필요
철폐 없인 어떤 정치 개혁도 공염불

 

민주당을 탈당한 조응천 의원의 ‘초선 4년’ 토로다. 정치가 왜 이 모양인지 정곡(正鵠)을 짚었다. 야도, 여도 크게 다를 건 없다. ‘인재 영입’이다, ‘새 피 수혈’이다 마술피리에 홀려 따라간 의원들은 총선 다음 날부턴 영락없는 거대 정당의 노예 신세다. 짧은 79일의 유권자 상전 노릇이 끝나면 국민도 거대 정당 밑 노예의 길 시작이다. 지금의 총선은 후보·정당·국민 3자의 ‘노예계약서’ 서명식일 뿐이다. 영원한 악순환이다.

 

주범은 ‘강제적 당론 투표’와 ‘제왕적 당대표’다.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46조2항)고 헌법은 적시했다. “선출된 의원이 선거구민, 정당 및 이익단체 등의 특수이익이 아니라 전체 국민을 위한 국가이익을 추구하도록 보장한 자유 위임의 원칙”이라고 헌법재판소는 2019년 해석했다. ‘전체 국민을 위한 국가이익’만이 ‘양심’이다.

 

현실은 거꾸로다. 지난 연말 쌍특검법안 통과를 보자. 야권 183명 투표에 ‘50억 클럽’ 특검은 183명 찬성,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182명 찬성. 그 찬반 논리를 차치하고, 21세기 대낮에 무슨 ‘북한식 투표’ 느낌이다. 당론에 따른 투표 추종도와 자기들끼리의 정당 단합도는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일 터다. 물론 여당 역시 당론으로 투표 전 퇴장했으니 크게 할 말도 없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당내 이탈표에 ‘개딸’들의 ‘수박 색출’ 난동 역시 같은 맥락.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스스로 예종하는 풍토가 생긴 건 가장 슬프다. 당대표 경선 당시 여당 초선의원 50여 명이 ‘나경원 비난’ 연판장을 돌리며 용산에 주파수 맞춘 장면은 ‘영혼 소멸’의 상징이다. 영혼들이 없어지니 민주당의 가장 보수적 의원과 국민의힘의 가장 진보적 의원 사이, 즉 중도온건파는 모두 멸종이다. 민주적인 당내 토론도 함께….

 

당론 강제는 우리 의회를 심각한 위헌·위법적 상태로 만들었다. 국회는 국가의 기구다. 정당은 사적 결사체일 뿐이다. 정당법 2조는 “정책 추진,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이 목적인 국민의 자발적 조직”으로 정당을 규정한다. 자발적 결사체가 국가 기구인 국회의원들의 의사를 강제 구속하는 게 바로 위헌·위법적이다. 어느 법률에도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다른 암 덩어리, 제왕적 당대표다. 모든 분란·갈등의 진원이다. 박정희 시대와 군부 정치, 3김 시대의 극한 대결 속에 강력한 자기 진영 통제를 위해 만든 제도가 당 총재다. 스스로는 당권을 징검다리 삼아 차기 대권을 노린다. 그리 하려니 모든 공천권과 당직 인사, 자금 루트를 거머쥐며 의원들을 꼭두각시로 만든다. 용산이 억지로 만든 김기현 당대표의 블랙코미디 경선, 한 틈의 대선 패배 성찰도 없이 당대표로 직행, 방탄 사당화 논란을 자초한 이재명 대표의 사례를 보라. 당대표 만들어 이익 공유를 꾀했던 게 송영길 캠프의 경선 돈봉투 살포 아닌가. 하등 쓸모없는 옥상옥 계륵(鷄肋), 당대표다.

 

미국처럼 의원들이 선출한 여야 원내대표가 독립적인 의회의 입법·정책을 주도해 가면 될 뿐이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역시 야당 대표가 아니라 입법부 소속인 여야의 원내 지도부와 정책을 협치해 가면 될 터다. 평소 국고보조금·후원금 등을 관리하다 선거나 전당대회 즈음 공정한 후보 경선의 룰과 과정을 관리해 주는 미국 정당의 ‘전국위원회(National Committee, 공화당 RNC, 민주당 DNC)’ 정도 느슨한 조직이면 충분하다. 인사 청탁과 민원 창구일 뿐인 지역구 당협(지구당) 또한 선거 때의 한시적 자원봉사 조직이면 족하다. 당대표 눈도장 찍으러 몰려다닐 시간, 의정에 충실토록 하자. 당론 추종과 충성심만을 공천 잣대 삼는 건 망국의 지름길이다. 물론 꼼꼼하게 의정 성과를 계량해 공천에 반영할 데이터 시스템이 선행돼야 한다. 정치 신인 충원을 위해선 당원만이 아닌 지역 주민들의 여론, ‘새피’ 들의 사회적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새 시대의 공천 시스템이 나와야 할 시간이다.

 

“천국에 가더라도 정당과 함께라면 가지 않겠다”(토머스 제퍼슨)는 비유처럼 우리 공룡 정당들은 극한 혐오의 대상이 된지 한참이다. 후보들에게 “불체포 특권 포기” “금고 이상 시 세비 반납” 등 갑질만 해댈 게 아니다. 쇄신의 대상은 바로 그 거대한 기득권 정당과 그 당의 제왕들이다. 강제 당론 투표, 전횡 일삼는 당대표직을 없애겠다고 국민에게 공약하라. 그것만이 진정한 정치 교체다. 그런 혁신에 표를 주고 싶다.

중앙일보 최훈 주필

 

01-22 세금 깎아주기-퍼주기, 全보다 못하다

이철호 논설고문

1일 1선심 여야 포퓰리즘 경쟁
도 넘는 총선용 감세·현금 살포
‘서울의 봄’으로 전두환 악마화

“그런 선거는 져도 좋다”는 결기
인기 없는 긴축 정책 고수한 全
7년 만에 후진국 → 중진국 배경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4월 총선에 나가는 대통령실 참모들과 비공개 작별 오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러분은 패배해도 당협위원장이나 공기업 등 제2 인생이 남아 있지만 나는 총선에서 지면 끝이다.” 그런 절박감 때문인지 대통령은 연초부터 용인·고양·수원을 돌며 민생토론회를 열고 있다. 수도권 총선 격전지마다 큼지막한 보따리를 아낌없이 푼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완화, 반도체 클러스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한마디로 종합선물세트다. 당정 회의도 20여 건의 감세와 이자 감면 등 사흘에 한 번꼴로 지원 사격 중이다. 벌써 연간 줄어드는 세금만 3조7000억 원이고, 건강보험료 감면과 시설투자 세액공제까지 합치면 줄잡아 10조 원에 이른다. ‘건전 재정’ 약속은 총선 앞에서 증발해 버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사생결단식 총선을 예고했다. ‘경로당 주 5일 점심 제공’을 시작으로 흉기 피습 이후 당무에 복귀하자마자 연 1조 원 규모의 양곡관리법 개정안부터 단독 의결했다. 2자녀 출산 시 24평형, 3자녀 출산하면 33평형 아파트(분양전환 임대주택)를 주기로 했다. 뭉칫돈은 덤이다. 신혼부부에게 1억 원을 빌려준 뒤, 둘째를 낳으면 5000만 원 깎아주고, 셋째 낳으면 1억 원 전액을 탕감해 준다. 여야의 불꽃 튀기는 ‘1일 1선심’ 전쟁이다.

영화 ‘서울의 봄’ 누적 관객 수가 1291만 명으로 역대 흥행 7위로 올라섰다. 재관람률 10.4%에다 2030세대 지지 덕분에 이대로 설 연휴까지 가면 5위 ‘베테랑’(1341만 명)까지 넘어설 기세다. 영화가 흥행할수록 전두환 전 대통령은 더 ‘죽일 놈’이 됐다. 민주당은 “윤석열 사단=검찰 하나회”라는 낙인찍기에 바쁘고, 국민의힘도 “하나회를 척결한 것은 우리”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2년 전과는 딴판이다. 윤 대통령은 2021년 10월 19일 “전 대통령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많다. 호남 분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꽤 있다”고 말했다. “저도 전 대통령처럼 지역과 출신을 가리지 않고 최고의 전문가들을 뽑아서 적재적소에 두겠다”고도 했다. 민주당이 “학살자 옹호이자 호남 능멸”이라 덤벼들었으나 “전 대통령이 다 잘못한 게 아니지 않으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대표다. 2021년 12월 11일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3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가 맞다”고 말했다.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전두환 비석을 밟고 지나갔던 것과 대비된다. 좌파 진영이 곧바로 “전두환 경제가 성과라면 이재명이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가”라며 집단 린치를 가했다. 지지층이 흔들리는데도 이 대표는 “나름 능력 있는 관료를 선별해 거기다 맡긴 덕분에 어쨌든 경제가 성장한 것도 사실”이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 발 더 나가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병폐가 흑백논리·진영논리”라 받아쳤다.

전 전 대통령이 김재익 경제수석에게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며 믿고 맡긴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스스로도 뚜렷한 경제철학을 구축했고 ‘경제 안정’에는 결코 양보하지 않았다. 본인이 무식해서 김 수석에게 전권을 줘 경제가 잘됐다는 것은 지나친 폄훼다. 이장규의 책 ‘전두환의 공(功)을 논함’에 따르면 1983년 7월 27일 “내년 세출 예산을 동결하라”는 폭탄선언이 나왔다. 여당인 민주정의당은 이듬해 총선을 앞둔 판에 “정치적 자살 행위”라며 들고일어났다. 전 대통령은 청와대로 몰려온 민정당 간부들에게 오히려 호통을 쳤다.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데 여당이 반대하면 어떻게 하느냐.” 그걸로도 못 미더웠던지 대못까지 박았다. “예산 동결 때문에 선거에 진다면 그런 선거는 져도 좋다.”

그렇게 ‘서울의 봄’ 이후 7년 동안 가장 인기 없는 정권이 가장 인기 없는 긴축 정책을 편 끝에 한국 경제가 살아났다. 1인당 소득 1686달러였던 후진국이 1987년 세계 평균을 뛰어넘는 3321달러의 중진국으로 올라섰다. 총선을 의식해 윤 대통령은 세금을 깎아주고, 이 대표는 재정을 퍼주는 데 골몰한다. 경제를 대하는 태도만은 전 전 대통령에게 배웠으면 한다.

문화일보 

 
 

01-22 울산선거 공작 윗선 수사는 사필귀정

 
 

서정욱 변호사, 前 영남대 로스쿨 교수


서울고검이 지난 18일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공작 건’과 관련해 문재인 청와대의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조국 전 민정수석에 대해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팀을 공중분해 하고, 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꼬리 자르기 식으로 사건을 덮어 버렸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만시지탄이나 사필귀정이다. 문 정권은 국민의 상식적 판단을 억누르고 사건의 실체를 은폐하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관련 사건의 1심 재판에서 핵심 인물들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은폐는 불가능하지 않은가.

이 사건의 몸통이자 배후는 누가 뭐래도 공소장에 35번(판결문 14번)이나 언급된 ‘문 대통령’이다. ‘30년 지기 송철호의 시장 당선을 소원’이라 했고, 청와대의 8개 조직은 하명 수사, 후보 매수, 공약 지원 등 군사작전 식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도 그동안 문 대통령에 대해서는 실체 진실을 위한 최소한의 서면조사 등도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의 스모킹건인 송병기 전 울산 부시장의 2017년 10월 업무수첩에 ‘임 실장이 문 대통령을 대신해 송 시장에게 울산시장 출마를 요청했다’고 메모 돼 있는데 어떻게 조사조차 않을 수 있는가.

임 실장과 조 수석도 마찬가지다. 먼저, 임 실장의 경우 위 업무수첩에 ‘송 시장이 당선을 위해 임 실장 등을 통해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후보(당시 민주당 울산시당 위원장)에게 원하는 공사 자리를 제공하는 선거 전략을 짰다’고 돼 있는데 어떻게 제대로 조사조차 않는단 말인가. 조 수석도 기존의 공소장에 ‘특히 지방선거 이후 5개월 동안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다가, 김기현 울산시장 관련 사건의 수사 상황을 확인해 달라는 조 수석의 요청에 따라 관련 사건 보고가 올라왔다’고 적혀 있고,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이미 처벌됐다.

결국 이 사건은 검찰이 일체의 좌고우면 없이 오로지 ‘국민’과 ‘법’만 바라보고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파헤쳐 민주주의의 적들을 발본색원했어야 함에도 권력의 외압으로 흐지부지, 유야무야로 끝나고 말았다.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휴대전화 포렌식은 물론 개인 주거지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없었고, 제대로 된 소환 조사도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국민을 우롱하고 법치를 말살하는 ‘부실·은폐·축소 수사’였다.

공명선거는 참된 민주정치 구현을 위한 요체이자 국가와 사회 발전의 초석이다. 따라서 선거 부정은 민주정치의 근본을 훼손하는 국기 문란 범죄다. 특히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인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 위반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민주주의의 적이다. 이제라도 검찰은 임 전 실장, 조 전 수석에 이어 문 전 대통령까지 일체의 성역 없이 오로지 법과 원칙, 증거와 팩트에 따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이것만이 거악 척결과 정의 실현이란 본연의 사명에 투철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길이다.

문 전 대통령도 스스로 과거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사건 재수사 지시 때 “고의적인 부실, 비호, 은폐 수사 의혹에 대해 주머니 속을 뒤집어 보이듯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지 못한다면, 검찰은 사정기관으로서의 공정성과 공신력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문화일보 

 
 

01-22 “우리 북한” 발언 이재명,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신전대협에 고발당해

▲대학생 단체인 신(新)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가 2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신전대협 제공

 신전대협 "이재명 대표. 안보위기 책임 주체를 대한민국에 돌려"
서해수호 55용사 유족회도 "장병들 가슴에 비수 꽂는 망언" 사과 요구 성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을 ‘제1주적’‘영토 평정’ 등 핵전쟁 위협 발언을 늘어놓는 가운데 최근 당 회의에서 ‘우리 북한’ 등의 발언을 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대학생단체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했다.

대학생 단체인 신(新)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는 2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이 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신전대협은 이 대표가 지난 19일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발언한 ‘우리 북한’, ‘선대인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취지의 발언 등이 국가보안법(제 7조 찬양·고무죄) 위반 혐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전대협은 고발장에서 "이 대표의 당시 주장은 북한이 민족 관계까지 부정하며 대한민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정책인 강 대 강 대치가 더욱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며 "안보 위기 상황의 책임 주체를 대한민국으로 돌리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특히 한국전쟁을 주도한 김일성이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주장은 국제 사회에서 오로지 북한만이 주장하는 ‘북침설’을 선전 혹은 동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단체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정권의 만행을 평화적 노력이라 규정하고, 북한의 대남 인식을 선전 및 동조했다"고 덧붙였다.

신전대협측은 "제1야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준비된 자료를 통해 위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우발적인 말실수가 아님을 주목해야 한다"며 "김일성과 김정일은 6·25 전쟁, 각종 무장공비 침투 사건, 연평해전, 핵실험, 그리고 천안함 피격 사건 등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국민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적대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 또 김일성 주석의 노력들이 폄훼되지 않도록,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선 "옆집에서 돌멩이를 던진다고 더 큰 돌을 던져서 더 큰 상처를 낸다 한들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비판했다.

앞서 ‘서해수호 55용사 전사자 유족회 및 참전장병’도 지난 20일 참전 장병들과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김정일과 김정은의 도발로 가족과 전우를 잃은 서해수호 55용사 전사자 유족회와 참전 장병들은 물론 김일성이 일으킨 6·25전쟁으로 희생된 수많은 호국 영령의 유족, 장병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망언"이라며 "민주당은 서해수호 55용사를 비롯한 호국 영령들에 대한 공식 입장과 현 사태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01.22 '김건희 리스크' 대응 여권 대혼란 진정시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과 함께 주먹을 쥐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한동훈 위원장 '김건희 리스크' 대응 갈등

여권 분열 재정비 못하면 회복 불능 사태 맞을 수도

 

4·10 총선을 채 80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비롯한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 대응을 두고 대혼란에 빠졌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사천 논란도 겹치면서 여권으로선 최악의 악재를 맞은 형국이다.

 

여권에 따르면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과 한 위원장 등 여당 지도부가 어제 비공개로 만났다. 한 위원장이 최근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국민이 걱정하실 만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한 이후 여권 내 ‘김건희 리스크’ 대응을 놓고 이상 기류가 흐르자 이를 수습하기 위한 자리였다. 대통령실에선 한 위원장의 최근 공천에 대해서도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이날 회동을 두고 '여권에서 한 위원장 사퇴 요구가 나왔다'는 보도가 나왔고, 한 위원장은 보도 내용을 부인하지 않고 대신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을 하겠다”는 입장을 기자단에 공지했다. 그러면서 사퇴설에 대해선 “(사퇴를 요구한 건) 여권 주류가 아니라 대통령실”이라고 했다. 이에 대통령실도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고 대응했다. 그러면서도 “논란이 되는 ‘기대와 신뢰’ 철회와 관련해선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경율 비대위원 낙하산 공천' 논란으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보냈던 기대와 지지를 철회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사실상 확인하면서 한 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실제 대통령실에선 한 위원장이 최근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 비대위원을 서울 마포을 출마자로 깜짝 소개할 때부터 우려를 표명했다. 기존 당협위원장의 반발을 부르는 등 사천 논란으로 번지자 “전략공천이 필요하다면 특혜 논란을 원천 차단하며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지역 등을 선정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반면에 국민의힘에선 “김 비대위원이 연일 김 여사를 공격한 게 대통령실의 반발을 불렀다”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김 비대위원이 지난 17일 유튜브에서 “프랑스혁명이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난잡한 사생활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감성이 폭발된 것”이란 취지로 말한 게 대통령실의 강한 반발을 샀다는 것이다.

 

총선이 목전이다. 한 위원장의 사천 논란은 경솔했던 측면이 있다. 그러나 ‘김건희 리스크’는 국민의 60% 이상이 의혹을 해소하고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등 돌린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 혁신을 내걸고 '한동훈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여권이 속히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해법을 진솔하게 모색하지 않으면 자칫 회복 불능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음을 각성하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1.23 문제의 핵심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의 해소 여부다

▲이관섭 비서실장이 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건희 여사·대장동 특검법(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 의결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용산 대통령실과 한동훈 위원장을 초유의 대립 상태로 만든 핵심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리스크다. 지난해 11월 유튜브 ‘서울의 소리’가 김 여사의 디올 백 수수 의혹을 공개한 이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물론 어제 공개 사과한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의 발언이 지나치긴 했다. 그는 최근 유튜브에 출연해 김 여사 관련 얘기를 하면서 프랑스혁명 당시 처형당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언급했다. 대통령실이 격분할 만한 내용이다.

 

디올 백 사건이 폭로된 직후부터 민주당에선 극한 표현을 써가며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주장해 왔다. 그러다 이젠 국민의힘 내부에서까지 김 여사에게 진상을 해명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사태가 여권의 대분열에까지 이른 이유는 김 여사가 목사로부터 명품 백을 받는 동영상을 보고 놀란 국민에게 대통령실이 명확한 설명도 없이 두 달 가까이 시간만 보낸 탓이다. 한 달 전만 해도 한 위원장은 이 사안을 ‘몰카 공작’으로 규정하고 “민주당이 나한테 물어보라고 여러 언론에 시킨다고 그러더라”며 적극적으로 방어했었다. 그러던 그조차 현장 여론들을 접하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언급했고, 최근엔 “국민들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해도 총선 결과에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달리 방법이 있겠는가.

 

이 사안이 치밀하게 사전 기획된 비윤리적 함정 취재임은 분명하다. 김 여사 주변에서 “특정 세력의 청부를 받은 선물 공작의 가해자들이 먼저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해당 목사가 김 여사 선친과의 인연을 앞세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라는 대통령실 해명만으론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이런 자세가 사건을 더욱 키워 온 셈이다. 영상에 나온 이후 가방을 처리한 시점, 방식부터 하나도 명쾌한 설명이 없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김 여사가 직접 전후 사정을 설명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그게 어렵다면 대통령실에서라도 상세히 설명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더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다.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이 시급하다. 다시는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제2부속실이 차단하고 특별감찰관이 사후에도 점검한다는 믿음을 줘야 국민은 안심한다.

중앙일보 사설

 

01-23 ‘함정 몰카’ 최재영 전력 논란… 집필한 책서 “북한은 정당한 나라”

 

北 왕래한 개신교 통일운동가
국보법 위반혐의 수사 받기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함정 몰카’를 벌인 최재영(61·사진) 목사의 행보 및 의도, 과거 전력 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 목사는 경기 양평이 고향인 재미교포로 개신교를 전파하는 통일운동가이자 대북활동가로 알려졌다. 최 목사는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김건희 특별검사법’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 목사는 “저는 정(情)을 의(義)로 승화시켰다”며 “여러분들은 저를 이해해줘야 한다”고 ‘몰카’의 당위성을 내세웠다. 최 목사는 2022년 9월 13일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네고 이 장면을 자신의 손목시계에 달린 카메라로 몰래 촬영했다. 최 목사는 “김 여사를 접견하는 과정에서 고위직 인사를 임명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목격하는 데서부터 모든 사건이 출발했다”며 “다음에 접견할 기회가 있으면 증거 채집을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몰래카메라까지 작동해 촬영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등도 참석했다.

최 목사는 1995년 ‘대북사역 통일운동’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1998년 미국에서 통일운동단체인 ‘엔케이 비전(NK VISION) 2020’을 설립했다. 이후 우리나라와 북한을 왕래하며 종교·역사·언론·경제 등 4개 분야 사업을 진행, 대북지원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최 목사는 재미교포 신분을 이용해 2015년부터 북한 교회와 종교기관들을 수차례 찾아다니며 ‘북녘의 교회를 가다’ ‘평양에서 서울로 카톡을 띄우다’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최 목사는 저서에서 “북한은 정당한 나라이며, 미국을 비롯한 서구가 이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국내 강연을 열기도 했다.

최 목사는 2018년 6월 국가보안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구체적 혐의는 △2013년 7월 북한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 △2014년 북한 태양절 행사 참석 △2014년 9월 재북인사 8명의 사진·약력 등을 통일전선부 소속 공작원 박철(전 유엔 참사)을 통해 반국가단체인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에 전달할 목적으로 7회 이메일 통신 등이었다. 특히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로부터 북한 평양에 소재한 ‘재북 인사 묘’에 필요한 자료를 입수하라는 지령을 받고 이를 건넸다고 한다. 이후 2020년 문재인 정권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

 
 

01.23 “출마” “불출마” “지역 바꿔 출마” 한 의원이 보여준 한국 정치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성남시 중원구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2/연합뉴스

 

민주당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이 경기 성남중원에 출마하겠다며 어제 기자회견을 가졌다. 원래 이 의원은 ‘30여 년 세브란스병원 간호사 출신’임을 강조하며 지난 1년간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준비해 왔다. 지난 11일엔 정식으로 출마 회견도 열었다. 그런데 며칠 뒤 서대문갑 공천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선언 열흘 만이었다. 그래 놓고 다시 하루 만에 지역구를 바꿔 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지난 11일간 국회 기자회견장에 세 차례나 섰는데 ‘출마’ ‘불출마’ ‘다시 출마’로 극과 극을 오갔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너무 심하다” “염치도 없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고 한다.

 

이 의원이 아무 연고도 없는 성남중원을 택한 이유 역시 혀를 차게 한다. 현재 이 지역 국회의원은 민주당 비이재명계 윤영찬 의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 의원에 맞서 친이재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개딸’들의 지지를 업고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공천이 어려울 것으로 본 윤 의원은 탈당이 기정사실처럼 돼 있었다. 그런데 최근 현 부위원장이 성희롱 논란에 휘말려 공천 가능성이 낮아지자 윤 의원은 갑자기 탈당 대열에서 혼자 이탈해 당에 남았다. 함께 탈당하기로 했던 동료 의원들에 대한 배신이었다. 민주당 내에선 이런 윤 의원의 돌변을 두고 비판이 쏟아졌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불출마 선언을 했던 이수진 의원이 ‘내가 진짜 친이재명’이라며 “이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윤영찬 의원, 이수진 의원, 현근택 부위원장이 얽혀 벌어진 일은 이들 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신도, 원칙도, 신의도, 최소한의 염치도 없이 그저 금배지를 달겠다고 충혈된 눈으로 달려드는 부나방들의 아귀다툼, 바로 한국 정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1-23 신뢰가 무너지니, 허울뿐인 ‘시스템 공천’

 
 “경선 결과가 끝내 못 미더우면? 그땐 검찰로 들고 가야지.”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총선 예비후보 검증 결과를 두고 뒤숭숭한 가운데 한 현역 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자질이 의심되는 수준의 후보와 경선에서 맞붙어 최악의 결과가 나올 땐 경선 불복도 검토할 수 있다는 거다. 반쯤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이미 당에 대한 불신은 상당해 보였다. 그는 “이번 선거를 준비하면서 민주당이 이런 수준밖에 안 되는 당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낙연도, ‘원칙과 상식’도 최소한의 신뢰마저 무너지니 탈당한 것 아니겠냐”고 했다.

실제 요즘 민주당에선 그동안 자기들끼리는 자랑처럼 여겨온 ‘시스템 공천’의 공든 탑이 도처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민주당이 2016년 도입한 시스템 공천은 과거 ‘밀실 공천’과 달리 객관화된 수치와 당헌당규 등에 따라 후보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유독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잡음이 많다.

일례로 지난 총선 때 공천 결과에 불복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했던 문희상 전 국회의장 아들 문석균 씨는 이번에 ‘적격’ 후보로 판정받았다. 반면 탈당하거나 무소속 출마한 적 없는 김윤식 전 시흥시장은 ‘경선 불복’을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당내에선 김 전 시장이 ‘친명(친이재명)’ 조정식 사무총장 지역구에 도전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이중잣대’ ‘편파판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재판 중인 피고인들이 줄줄이 ‘적격’ 판정을 받은 것도 논란이다. 주 2∼3회 법정에 나가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 등이 모두 민주당 기준에선 ‘적격’한 후보들이라 한다. 이는 민주당이 이번 총선을 앞두고 하급심에서 유죄가 나더라도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당규(공천룰)를 바꿔둔 덕분이다. 사실상의 ‘이재명 맞춤형’ 공천룰이다. 아무리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총선 후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는다면 역대급 규모의 재·보궐선거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성추문 의혹을 일으킨 ‘친명’ 인사들에 대해서도 유독 관대했다. 당이 차마 ‘부적격’ 딱지를 붙이지 못하고 주저하는 사이 논란의 친명 인사들은 마치 당을 위해 자신들이 희생하는 모양새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동료 정치인의 여성 비서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가 2차 가해 논란까지 일으켰던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당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했고, 과거 성추문 전력이 논란이 된 강위원 당 대표 특보도 “당이 결정을 못 하는 상황이 부담된다”고 검증 신청을 철회했다. 둘 다 피해자가 아닌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불출마한다는 거다. 당내에선 “성폭력 범죄는 예외 없는 부적격에 해당하는데도 당이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어느 시스템이든 제대로 돌아가기 위한 기본 전제는 구성원의 신뢰다. 아무리 잘 구축된 시스템도 내부인들이 믿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논란이 되는 결정들의 배경엔 공교롭게도 대부분 ‘친명’이 엮여 있다. 이 대표와 지도부가 아무리 ‘시스템 공천’ 노래를 불러도, 이미 신뢰를 잃은 당원들에겐 ‘시스템 학살’로 들리는 배경이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01-23 총선 D-78…巨野 더는 꼼수 부리지 말고 병립형 결단해야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을 78일 앞둔 23일까지도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놓고 갈팡질팡하면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 퇴행적 위성정당 문제를 야기한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를 만든 데 대한 결자해지와 석고대죄 자세로 조속히 이성적 결단을 해야 한다. 현 단계에서 최상의 방안은 위성정당을 원천 봉쇄할 병립형 선거제로 회귀하는 것이다. 모든 제도에 장단점이 있지만, 선거제도는 누구나 이해할 만큼 단순해야 표심 왜곡이 줄어든다는 점에서도 타당성이 있다. 올 들어 이재명 대표도 이를 검토했었다.

오는 25일 열릴 민주당 의원총회가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는 새롭게 권역별 비례대표와 제한적 연동제를 합친 절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전국을 수도권·영남권·호남권 등으로 나눠 인구비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정하고,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소수 의석을 할당해 연동형을 적용하는 식으로 소수 정당을 배려하는 방식이다. 현행 준연동형보다 낫지만 너무 복잡하고 작위적이다. 소수 정당 배려 효과도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방안으로 여야 협상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 주변의 소수 정당들이 여전히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민주당은 2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 등과도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선거제 개편 지연은 전적으로 민주당의 책임이다.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가장 유리한 방식을 찾으려는 득실 계산이 이 지경에 이르게 했다. 연동형 실험은 제21대 총선 한 번으로 족하다. 지역구 선거는 최다득표자가 당선되고, 비례대표 배분은 정당득표율에 따르는 방식 말고 더 나은 제도에 합의하지 못하면 병립형 결단이 불가피하다.

문화일보 사설

 
 

01.23 공지영 “진보에 염증, 열렬히 지지했던 유명인사에 배신감”

▲지난 15일 경남 하동군 평거리 마을 자택에서 공지영 작가가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지영(60) 작가가 3년 만에 펴낸 신작 에세이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해냄)’에서 86세대에 대한 반성문을 썼다.

 

공 작가는 23일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열렬하게 옹호했던 한 사람이 내가 이전까지 생각했던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는 “그런 사람일 거라고는 정말 꿈에도 상상을 못 했다”며 “꽤 오래 친분이 있었기에 배신감은 더 컸다”고 했다. 이어 “욕을 먹으면서도 그를 감쌌던 건 당시로선 나름의 애국이고 희생이었는데,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떠들었구나 싶었다”고 했다.

 

공 작가는 “나중에 과오가 드러났을 때 그가 ‘미안하다’, ‘잘못했다’고 한마디만 했어도 이렇게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와 관련 자신과 소셜미디어상에서 설전을 벌였던 진중권 교수에게 “미안해 죽겠다”며 사과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공개 지지한 공 작가는 2020년 반대 입장인 진 교수와 논쟁을 벌였다. 당시 진 교수는 조국 장관 임명에 찬성한 정의당을 탈당했다. 공 작가는 진 교수를 겨냥해 “이분이 평소에도 불안하고 힘들다고 한다. 이제 이분 친구들이 이분을 좀 보살펴드렸으면 한다”고 했고, 진 교수는 “공 작가 허언증이 심해졌다. 유튜브 그만 보시고 트위터 그만하시라”고 응수했다.

 

공 작가는 “우리 86세대는 그래도 자기가 한 약속은 지킬 것이라고 마지막까지 믿었던 것이 화근”이라며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본인들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지금의 진보는 더 이상 진보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금고 이상 징역형 확정시 국회의원 세비를 반납하게 하자는 한동훈의 주장은 아무리 국민의힘이라도 맞는 말이고, 예전 같으면 ‘박근혜 키즈’라고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이준석도 옳은 말을 하니 예뻐 보인다고 농담처럼 얘기한다”고 했다.

 

다만 공 작가는 “그렇다고 보수로 간 것은 아니다”며 “우리 세대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지지하지 않고 비판적 자세를 취하며 사안별로 판단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86 운동권이 국회의원이 되고,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이 됐는데도 여전히 낡고 이분법적인 논리를 내세우며 80년대식 구호를 외치는 이데올로기적 동지들과 결별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라고 했다.

 

신간 제목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는 이런 공 작가를 배신자라고 낙인찍고, 손가락질해도 소수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며 스스로에게 던지는 다짐이라고 했다. 공 작가는 “이제 애들도 다 컸고, 책이 안 팔리면 안 팔리는 대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겠다”며 “누구 편에도 서지 않으니 생각하는 대로 말하면 되고, 내가 틀릴 수도 있으니 그만큼 자제도 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책은 2022년 예루살렘 순례 여정 중 공 작가가 얻은 삶의 메시지와 영성을 전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가르는 높다란 장벽과 철조망을 마주하고, 요르단부터 예루살렘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고독, 옳고 그름, 고통, 행복, 보편적인 우리네 삶의 주제에 천착한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01.24 민주당 ‘5대 혐오 범죄’ 공천 기준, 당대표에게 적용한다면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민주당의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성범죄, 음주 운전, 직장 갑질, 학교 폭력, 증오 발언을 ‘5대 혐오 범죄’로 규정하며 공천 심사 때 이와 관련된 도덕성을 집중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5대) 혐오 범죄를 저지른 인사는 국민의 대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확산 중”이라며 “공관위 도덕성검증소위가 컷오프 대상으로 판단하면 내가 책임지고 컷오프시킬 것”이라고 했다.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공천 기준이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엔 큰 걸림돌이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과연 이 기준에 적합하냐는 의문이다. 이 대표는 2004년 성남시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구금된 후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58%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0.158%면 심각한 만취 상태다. 이 대표는 2021년 관훈토론회에서 “음주 운전 경력자보다 초보 운전자가 더 위험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 지사 시절에 도청 공무원을 자신과 배우자의 개인 심부름에 동원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당시 도청 7급 공무원은 매일 아침 이 지사가 벗어 놓은 속옷, 양말을 세탁기에 돌리고 와이셔츠는 세탁소에 맡기는 등 사적인 일에 동원됐다. 이 지사가 즐겨 쓰는 일제 샴푸가 떨어지면 판매처인 서울 청담동에 가서 사오기도 했다. 전형적 직장 갑질이다.

 

이 대표는 여성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형수에게 반복해서 했다. 성남시장 시절 인터넷에 “이 멘션(언급) 보고 기분 나쁜 님들, 그대들이 곧 강아지니라”와 같은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이 대표의 전력에 대해 임혁백 위원장은 자신이 밝힌 5대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임혁백 위원장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등 비리와 관련된 후보자에 대해 “대법원의 유죄판결을 받기 전까진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4년 전 21대 총선 때는 “하급심에서 재판 중인 자를 부적격 처리할 수 있다”고 했던 데서 후퇴한 것이다. 임 위원장이 이 기준을 밝힌 것은 이 대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7개 사건에서 10가지 혐의로 재판받는 이 대표와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체포 동의안이 청구됐던 노웅래 의원 등 현재 재판 중인 민주당 의원 10여 명이 공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조선일보 사설

 

01-24 이언주·이수진 ‘메뚜기 정치’ 저급한 정치 실상이다

정치인이 당적을 바꿀 수도, 지역구를 옮길 수도 있다. 그러나 합당한 명분과 정치 소신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최근 최소한의 그런 설득력도 갖추지 못한 저급한 행태가 빈발하기 시작했다. 여성 정치인으로서 기대를 모았던 이언주 전 의원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의 행태는 그런 실상을 보여주고 있어 안타깝다.

지난 18일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언주 전 의원이 25일 민주당 복당을 최종 결정한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가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변호사 출신으로 제19·20대 국회에서 활동한 이 전 의원은 민주통합당(현 민주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무소속→미래를 향한 전진당→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게 된다. 2017년 4월 민주당을 탈당한 중요한 이유가 ‘친문 패권정치’와 586 운동권 정치의 폐해였다. 자신의 저서 ‘나는 왜 싸우는가’에서 민주당의 복지 포퓰리즘, 소득주도성장, 친북 정책 등을 강력히 비판했고, 2019년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해 삭발까지 했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재명의 민주당’은 달라졌는가. 이 대표 방탄과 입법 폭주 등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현재 민주당 상황을 보면, 자신이 개탄했던 ‘친명 인사’들조차 이 대표 지지층에 밀려 수모를 당하고 있다. 당헌·당규와 공천 기준도 자의적으로 바뀌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여러 의원이 탈당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이 당선 가능한 지역의 공천을 약속 받을 것이란 추측이 나도는 이유다.

이수진 의원은 공들여온 지역구(서울 서대문갑)에서 공천 가능성이 낮아지자 불출마를 선언(21일)했다가 하루 만에 돌연 선거구(경기 성남중원)를 바꿔 출마 선언을 했다.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친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출마가 어렵게 되자 비명계 윤영찬 의원이 탈당 계획을 접었다. 그래서 윤 의원은 비판을 받는 처지다. 이런 상황을 이용하려는 속셈일 것이다. 친명·친문 경쟁도 요지경이다. 철새 정치보다 더한 메뚜기 행태가 수두룩하다.

문화일보 사설

 

01-24 김건희 못마땅하지만 나라가 친북 인사에 놀아나서야

 

함정 취재는 단순한 몰카 취재와 달라
김 여사가 보인 모습 실망스럽지만
친북 목사의 함정 취재 고려해
비판의 균형감 찾아야

김건희 여사를 함정 취재한 사람은 최재영 목사가 아니라 그냥 최 씨라고 부르겠다. 개신교에서 목사라고 부르려면 최소한 어느 교단(총회) 어느 노회 소속인지가 나와야 한다. 그는 2014년 통일뉴스라는 인터넷 매체에 방북기를 연재하면서 이력에 안양대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을 나왔다고 썼다. 안양대 신학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 총회 신학교다. 그렇다면 대신 총회 아래 어느 노회에 속한 목사가 돼야 하는데 그러지는 않은 것 같다.

그는 자신을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해외총회 남가주노회 소속 목사라고 밝혔다. 대한예수교장로회는 통합과 합동이 양대 산맥이다. 통합과 합동은 각각 총회의 이름이다. 총회 안에 총회가 있을 수 없으므로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해외총회는 어색하다. 현재 합동 총회에는 미국에 동부노회 서부노회 등 2개 노회밖에 없다. 그가 밝힌 소속은 우리가 흔히 아는 합동과는 관련이 없다.

그가 201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영광의빛교회(The Light of Glory Church)의 2대 담임목사로 취임했다는 기사가 당시 현지 한인 매체에 일제히 나왔다. 그것 말고는 그 교회에 관한 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 교회에 관한 영상이나 사진조차도 인터넷에 남아 있는 게 없다. 현재 구글 지도로 교회를 찾아보면 폐업이라고 돼 있다. 이상한 교회다.

그의 나이가 올해 61세인 걸로 봐서 또래들처럼 학교를 갔다면 안양대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을 다닌 것은 1980년대일 것이다. 이후 고려대 철학과 대학원에서 교육철학을 공부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그러고는 1995년 미국으로 떠났다고 하니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는 본격적인 목회를 한 것 같지는 않다.

그는 미국에 간 지 3년 만에 1998년 ‘NK VISION 2020’이라는 통일운동 단체를 만들었다. NK는 뉴코리아(New Korea)의 약자다. 사우스코리아도 노스코리아도 아닌 뉴코리아를 내세우고 있지만 친북적인 단체다. 이 단체가 얼마나 큰지 모르겠으나 그 산하에 손정도목사기념학술원, 동북아종교위원회, 남북동반성장위원회, 오작교포럼 등 이름도 어마어마한 기구가 4개나 있다.

그는 손정도목사기념학술원장 자격으로 2014년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의 봉수교회와 함께 대표적 대외 선전용 교회인 칠골교회에서 설교도 하고 북한이 가정교회라고 주장하는 곳도 방문했다. 그 뒤 북한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고 지역 교인 10여 명이 집에서 예배를 보는 가정교회가 무려 530곳이나 된다고 선전하고 다닌다. 전형적인 친북 인사의 길을 가고 있다.

 

최 씨가 김 여사 문제로 여권의 분열이 심화되는 것을 틈타 그제 기자회견을 통해 최고권력자에 대한 몰래카메라 취재의 당위성을 내세웠다. 그러나 최 씨가 한 것은 단순한 몰카 취재가 아니라 함정 취재다. 몰카 취재는 평소와 다름없이 전개되는 상황 속에 취재하는 사람이 카메라를 숨기고 끼어들 뿐이다. 함정 취재는 취재하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미끼를 던지면서 상황을 조성한다. 최 씨의 경우는 김 여사에게 300만 원짜리 디올 백이라는 미끼를 들고 가서 상황을 만들었다. 전문적인 스파이처럼 손목 몰카 시계까지 차고서 그렇게 했다.

길바닥에 돈뭉치를 일부러 놓아두고 길 가는 사람들의 반응을 몰카로 찍는다고 해보자. 길에서 주운 돈뭉치라고 슬쩍 하는 것은 단순히 비양심적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실물 습득죄라는 범죄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런 반응으로 사람을 정죄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사람을 일부러 유혹의 함정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목사라면 더구나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성경에서 마귀가 예수를 상대로 빵과 능력과 권력을 차례로 미끼로 던지며 한 시험이 바로 그런 짓이다.

물론 우리가 냉철해지려고 해도 몰카 속에 비친 모습은 마음속에 남기 마련이다. 누군가 돈뭉치를 주워 경찰서에 갖다 주지 않고 슬쩍 하는 모습을 본다면 그를 전과 같이 여기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도 그런 유혹에 빠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렇다. 그래서 함정 취재는 하면 안 되고 용납하는 것으로 비치게 해서도 안 된다. 김 여사가 디올 백을 즉각 돌려주지 않고 받은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균형감의 회복을 위해 노력할 때다. 김 여사가 못마땅하지만 나라가 친북 인사의 공작에 놀아나서야 되겠는가.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01-24 ‘위성정당 개악’ 조짐과 민주당 원죄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총선까지 77일 남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은 본격적으로 공천관리기구를 만들고 예비후보 평가에 들어갔다. 그런데 선거법은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다지 놀랍지가 않다. 제20대 총선에서는 42일 전에, 그리고 제21대 총선에서는 39일을 남기고 선거법 개정에 여야가 합의했다.

공직선거법 제24조의 2는 ‘국회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이를 어겼을 때 강제 규정이 없는 탓에 이 법이 개정된 2016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들고 자신들이 그 법을 지키지 않는 전형적인 사례다. 거대 양당이 선거법 합의를 서두르지 않는 것이야말로 갑질 카르텔이다. 법을 개정할 수 있는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다. 더욱이 거대 양당은 선거법 개정을 통해 국민의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한 석이라도 더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려는 전략으로 임한다.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예비후보가 등록하고 제한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등록할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비례대표 선출 방식이 정당 내부에서조차 합의되지 않는데도 서두르는 기미가 없다. 특히, 지난 제21대 총선에서 선거법 개정은 국민의힘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그 결과 준연동제 아래서 제도의 취지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이 등장했다.

선거 결과는 위성정당이 양당에 이득을 준 것으로 나타났지만,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양당은 위성정당 금지 법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선거 후 2년 이내에 위성정당이 합당하면 국가보조금을 삭감하는 법안이나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공천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정당 지도부나 의원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도 위성정당이 출현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 제시되는 새로운 준연동형 방식은 개악(改惡)에 가깝다. 이전까지의 ‘전국단위’가 아닌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대표적이다. 지역주의 완화를 목적으로 한다지만 지역 기반의 거대 양당이 오히려 지역주의를 선동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지역주의는 선거제도가 아닌 유권자의 이성과 합리성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또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합당 없는 비례연합정당을 주장한다. 여러 정당 후보들이 하나의 정당으로 등록해 비례대표 순번을 채우고 선거가 끝나면 연합정당을 해체, 원래의 정당으로 돌아가는 시나리오다. 이는 유권자들이 선호 정당을 택하도록 고안된 연동형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며, 예전 더불어시민당 같은 위성정당과 유사할 뿐이다.

공직선거법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확정 시기를 조기화하는 것이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법의 규정에 따른 정당들의 이익과 손해가 명확해지고 합의가 어려워진다. 또한, 정치를 해 보려는 새로운 지망인들은 법과 규정이 정해져 있어야 제대로 준비를 할 수 있다. 비례대표제의 목적이 소수자의 대표성과 전문가 등용이라는 목적과 더불어 군소 정당 출현을 쉽게 하는 것이라면 이번 선거법 개정에는 위성정당을 금지하는 규정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문화일보 

 

01.25 “고용 있어야 노동도 존재” 83만 영세업자 위협하는 ‘재해법’ 확대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24일 국회를 찾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추가 유예 법안의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뉴스1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사흘 앞둔 24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국회를 찾아 시행을 2년 유예하는 법 개정안을 처리해 달라고 호소했다.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27일부터 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민주당을 찾아가 “고용이 있어야 노동이 있는 거 아니냐”고 했다.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은 속수무책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법이다. 2022년부터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 데 이어 오는 27일부터 5~49인 사업장에도 확대 시행되면 소규모 기업은 물론 음식점·빵집·카페 등을 포함한 영세 사업장 83만여 곳이 이 법을 적용받는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7%가 준비 부족 상태라고 응답한다. 이 법은 사업장마다 안전 관리자를 별도로 두도록 의무화했는데, 두 곳 중 한 곳은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영세 업자들이 사람을 따로 채용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2년 재유예’ 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영세 사업장의 안전 관리 체계 구축을 돕는 예산 1조5000억원을 확보했다. 경제 6단체는 “이번에 연장하면 유예 기간을 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내놨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과 산재 예방 예산을 2조원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며 법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법을 예정대로 시행하라는 양대 노총과 노동계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도입 때부터 규정이 모호하고 처벌 위주여서 논란이 많았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2년간 시행한 결과, 산재 예방 효과도 뚜렷하지 않다. 선진국들은 기업인 개인 처벌보다 기업 벌금형으로 대응한다. 영국의 ‘기업 과실 치사법’은 산재 사고를 낸 기업에 ‘무제한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해 기업의 사고 예방 노력을 유도한다. 여야는 조속히 유예 법안을 처리해 영세 사업자의 불안을 덜어주고, 추후 문제점 많은 법안의 근본적 개선책도 모색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1-25 ‘험지 출마’ 김경율 사퇴 외치며 양지 찾는 친윤 몰염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측의 갈등이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 동행을 계기로 일단 잠복했다. 그러나 친윤 및 대통령실 일각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 ‘폭발’의 도화선이 된 김경율 비대위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진다. 한 위원장은 “들은 바 없다”고 일축하지만, 출구 전략 아이디어로 거론된다.

본말과 경중을 뒤바꾼 억지다. 알량한 기득권에 매달려 웰빙당 탈피를 가로막는 몽니이기도 하다. 김 위원은 참여연대 출신으로 조국 사태를 계기로 야권을 등졌다. ‘조국 흑서’ 공동 저자로 좌파 진영의 위선과 민낯을 폭로하는 데 앞장섰다. 지난 대선 때 회계사의 시각으로 대장동 비리의 실체를 정확한 팩트를 가지고 파헤쳤다. 0.73%포인트 차이로 겨우 이기는 데 그만큼 결정적 기여를 한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영입 제안을 거절해 오다 한 위원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비대위에 합류했고, 대표적 험지인 서울 마포을 출마를 선언했다. 최근 3번의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승리했고, 4년 전엔 정청래 의원이 15%포인트의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곳이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 지역에 도전한다면, 여당은 절이라도 해야 할 형편이다.

그런데 김 위원이 김 여사의 명품 백 논란을 사과해야 한다며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했다는 이유로 김 위원을 희생양 삼으려 든다. 다소 표현이 거칠긴 하지만, 다수 국민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그런 표현에 대해선 사과도 했다. 대통령실과 친윤 인사들의 뭉개기 행태를 보면서 보수 성향 국민 중에 그보다 더한 표현을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낙찰자를 정해 놓고 입찰하면 부정행위”라는 발언을 윤 대통령이 사실상 공개적으로 했다면, 윤 대통령 책임도 크다. 김 여사 문제가 본질이며, 결자해지 책임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있음을 망각해선 안 된다.

친윤 인사들은 서울 강남이나 대구·경북 등 정치적 양지로 몰려간다. ‘개딸’을 앞세운 친명보다 더 몰염치한 행태다. 여당은 재창당 수준의 공천 혁신 없인 총선에서 이기기 힘들다. 김 위원에 대한 대우가 중도·수도권으로의 확장이냐, 낙동강 정당으로의 몰락이냐를 가를 시금석이다.

문화일보 사설

 
 

01-25 직무 긍정 한동훈 47%〉이재명 35%…부정은 李 56%〉韓 40%

 
 
 
 

여야 당 대표 직무 평가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높다는 전국지표조사 결과가 25일 나왔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20%포인트 넘게 높았다.

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가 지난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월 4주 전국지표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 3.1%포인트)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로서 직무를 얼마나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잘하고 있다’ 47%, ‘잘못하고 있다’ 40%로 집계됐다. ‘모름·무응답’은 13%다.

한 위원장 직무 평가는 긍정이 부정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높다. 국민의힘 조타수를 맡고 지난 한 달 동안 보인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이다. 과거 김기현 대표나 이준석 대표와 비교해도 평가가 나은 편이다.

세부적으로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에서 각각 긍정평가가 88%, 74%로 압도적이다. 중도층은 긍정 42%, 부정 44%로 팽팽했다. 무당층은 긍정 33%, 부정 39%로 조사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잘하고 있다’ 35%, ‘잘못하고 있다’ 56%로 나타나 부정이 긍정보다 21%포인트 높다. 지난해 8월 5주 조사와 비교하면 긍정은 2%포인트, 부정은 1%포인트 각각 높아졌다. 평가에 큰 차이는 없는 셈이다.

이 대표는 중도층에서 긍정 38%, 부정 55%로 나타났다. 평균과 큰 차이가 없다. 무당층은 긍정 25%, 부정 56%다.

이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 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고,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문화일보 조성진 기자

 
 

01-25 與배현진, 강남 거리서 괴한에 피습…병원 이송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25일 서울 시내에서 미상의 가해자로부터 습격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배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가해자의 공격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배 의원은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가해자는 배 의원에게 “국회의원 배현진이 맞느냐”며 접근한 뒤 둔기로 후부두 쪽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의원은 출혈이 발생했지만 다행히 의식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01.26 李 대표 피습 3주 만에 여당 의원 공격, 정치 테러에 철저히 대비해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어제 오후 서울 강남의 한 빌딩에서 10대 남성에게 돌로 머리 부위를 10차례 이상 가격당했다. 배 의원은 피를 많이 흘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돌이 깨질 정도로 큰 충격이 가해졌지만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범인은 “국회의원 배현진입니까”라고 물어 신원을 확인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배 의원을 노린 범행이었단 얘기다. 이번 사건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에서 흉기 습격을 받은 지 23일 만에 벌어졌다.

 

배 의원을 공격한 범인은 15세 중학생이라고 한다. 미성년자가 이런 테러를 자행했다니 충격적이다. 이 대표 습격 사건을 모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 범행 동기, 공모 여부 등이 밝혀지지 않아 예단하기 어렵다. 이번에도 이 대표 피습 때 그랬던 것처럼 온갖 억측과 가짜 뉴스가 난무할 것이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여야 어느 쪽이든 이번 사건을 정쟁의 소재로 삼거나 선거에 이용해선 안 된다. 이 대표와 배 의원 습격 사건은 정치 양극화와 극렬 팬덤 현상이 일상이 된 우리 정치 풍토를 되돌아보게 한다. 각 당 지도부는 극성 지지층을 자제시킬 필요가 있다.

 

법치국가에서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직업 특성상 유권자들과 활발히 접촉해야 하는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범죄다. 이제 총선이 70여 일 남았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정치인을 노린 테러가 빈발할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현재 경찰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만 주요 후보들을 근접 경호하는 전담팀을 운영한다. 이런 식으로는 유사 범죄의 재발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각 정당들과 협의해 정치인 경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1.26 이번엔 중학생이 국회의원 테러...“평소 단톡방에 정치글 올려”

與 배현진 강남서 피습

▲25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 안에서 중학생 A(15)군이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의 머리를 돌로 가격하는 모습. 배 의원은 용산구 순천향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배현진 의원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25일 서울 강남의 한 건물에서 중학생 A(15)군에게 습격당했다. A군은 배 의원의 머리를 겨냥해 돌로 10여 차례 가격했다. 경찰은 A군의 범행 동기를 수사 중이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에 이어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오후 5시 15분쯤 배 의원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빌딩 1층에서 A군에게 습격당했다고 밝혔다. A군은 돌로 배 의원의 머리를 총 17차례 내려쳤다. 배 의원의 수행 비서가 주차장에 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배 의원 측이 공개한 해당 건물의 감시카메라와 경찰 등에 따르면, 배 의원과 마주친 A군은 ‘국회의원 배현진입니까’라고 물어 신분을 확인한 뒤 갖고 있던 돌로 배 의원을 가격하기 시작했다. A군은 배 의원이 쓰러진 이후에도 머리를 10여 차례 때렸다. 배 의원의 “살려주세요” 비명을 듣고 나온 식당 직원이 A군을 말렸지만, A군은 배 의원 머리를 겨냥해 계속 돌을 휘둘렀다. 배 의원 측은 “가격에 사용된 돌이 깨질 정도로 심하게 내려쳤다”고 했다. A군은 인근 중학교의 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의 범행은 단순 폭행 수준을 넘어섰다”며 “정확한 동기를 수사 중”이라고 했다. A군의 지인들은 “A군은 평소 정치 관련 글과 영상을 소셜미디어나 단체 채팅방에 올리곤 했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이날 국회에 등원해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본회의에 참석했다. 본회의 직후인 오후 4시 15분에는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쌍특검법’ 재표결을 촉구하는 규탄 대회에 참석했다. 오후 4시 40분 규탄 대회가 끝난 뒤 강남구 신사동으로 이동한 배 의원은 해당 건물에서 개인적인 용무를 봤다고 한다.

 

A군의 모습은 이날 오후 4시 35분쯤 사건 현장 근처 감시카메라에 포착됐다. 인근을 배회하던 A군은 오후 4시 50분쯤 범행 현장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검은색 롱패딩을 입고,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했다.

 

범행은 오후 5시 15쯤 일어났다. 배 의원 측 관계자는 “수행 비서가 배 의원 피습을 알고 뛰어와 A군을 붙잡았다”며 “A군은 도망가지 않고 현장에 서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오후 5시 17분쯤 현장에 구급차가 도착했고, 오후 5시 26분쯤 경찰이 출동해 A군을 연행했다. 앞서 현장에 있던 배 의원 측 관계자는 경찰에 “가해자가 돌로 찍었고, 피해자가 후두부를 다쳐 피를 흘리고 있다”고 신고했다고 한다. 경찰은 A군을 현장 체포했고, 흉기로 사용된 돌은 지퍼백으로 수집했다.

 

본지가 확보한 현장 인근 건물의 감시카메라 영상에 따르면, A군은 체포 직후 수갑을 찬 채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경찰의 말을 따르는 모습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에 대해 피의자 진술을 받고 있지만 횡설수설하는 상태”라고 했다. 본격적인 조사는 부모의 동의를 받은 뒤 진행될 예정이다. A군의 한 지인은 “A군이 평소 ADHD(주의력결핍장애)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찰은 A군이 배 의원의 동선을 어떻게 알았는지, 범행 도구인 돌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규명하고 있다.

 

배 의원은 사건 직후 구급차를 타고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병원으로 후송됐다. 그는 응급 처치 후 봉합 수술을 받았다. 순천향대 신경외과 박석규 교수는 브리핑을 열고 배 의원의 상태를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응급실에 왔을 때 의식은 명료했고 출혈은 심각하지 않아서 CT 촬영을 한 뒤 응급 치료했다”며 “골절이나 큰 손상은 없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열상이 1㎝였고, 스테이플러로 두 번 봉합했다”며 “뇌진탕 증세가 보이며 놀라서 불안해하는 상태”라고 했다. 그는 “배 의원이 둔기에 맞고 넘어지면서 머리가 땅에 부딪혔는데 뇌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신경외과에서 진료했다”며 “MRI 촬영 뒤 뇌손상이나 출혈이 있는지 알아볼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CT상에는 뇌에 피고임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눈 주위랑 안면에 긁힌 상처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범행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이후 또다시 벌어진 정치인 대상 테러”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부산 가덕도에서 김모(67)씨로부터 칼로 목 부위를 찔렸다. 김씨는 이 대표가 다닌 행사장을 6차례 따라다니며 범죄를 사전에 계획했고, 범행 전 ‘지난 정부 때 부동산 폭망, 대북 굴욕 외교 등으로 경제가 쑥대밭이 됐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그래픽=김성규

 

15세인 A군은 형법상 형사 처벌 대상이다. 형법 제9조 1항은 14세 미만을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하고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소년법에 따라 가정법원 또는 관할 지방법원 소년부에서 사건을 심리하는데,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 사실이 발견될 경우 형사처분 필요성에 따라 검찰에 송치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이 대표 습격 사건의 모방 범죄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정치인들에 대한 테러 행위를 접하면서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마음에 모방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정치인에 대한 혐오가 커질수록 이런 유의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조선일보  신지인 기자 양승수 기자 서보범 기자

 

01-26 급기야 중학생도 정치테러…무관용 엄단해 확산 막을 때

대표적 젊은 정치인의 한 사람인 배현진(41) 국민의힘 의원이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이후 불과 23일 만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배 의원이 최고위원·사무부총장 등 주요 당직을 맡았지만, 테러를 당했던 박근혜·송영길·이재명 같은 ‘당 대표’급은 아직 아니다. 테러 대상이 넓어졌다. 이번 범행의 범인이 15세의 중학생이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주로 50·60대 성인에서 사춘기 청소년으로 낮아진 셈이다. 이런 양방향 확산을 막을 전방위 대책이 더 절실해졌다.

배 의원은 2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건물 입구에서 돌로 머리를 10여 차례 이상 가격당했다. 배 의원은 뒷머리 두피가 찢어져 봉합 수술을 받았는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불행 중 다행이다. 아직 범행 동기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단정하긴 어렵지만, 이 대표 테러의 모방 범죄이거나, 그 사건에 자극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테러는 용납할 수 없는 악질 범죄다. 무관용으로 엄단해 무분별한 확산을 막는 일이 우선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적 배경 여부와 무관하게 중대 범죄로 보고 “범인을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올바른 접근이다. 이 대표도 “철저하고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다만 여야 정치권은 중학생이 배 의원의 신원을 두 차례 확인한 뒤 돌로 머리를 가격하고, 넘어진 뒤에도 돌이 깨질 때까지 15차례 더 머리를 때렸을 정도의 엄청난 증오심을 어떻게, 누가 심었을지를 따져봐야 한다. 주변 어른이나 선배·친구들이 나쁜 영향을 줬을 수도 있고, 만연한 정치 유튜버들의 증오 조장 방송이나 정치권의 습관적 분노 유발 진영 정치가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이 대표 피습 이후에도 정치권은 증오감을 키우는 정치를 계속해왔다. 일부 유튜버는 이런 상황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한다. 정치권의 각성과 이런 토양을 없앨 대책이 시급하다.

문화일보 사설

 

01.26 한국 국회의 ‘국익 뒷전’ 보여주는 달빛 철도 사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2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통과되고 있다. 달빛고속철도는 광주 송정역을 출발해 전남(담양)∼전북(순창·남원 등)∼경남(함양·거창·합천)∼경북(고령)을 거쳐 서대구역까지 지난다. 총연장은 198.8㎞로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철도가 개통하면 광주에서 대구까지 1시간대 이동이 가능해진다. 예상 사업비는 약 8조원이다. 2024.1.25/뉴스1

 

여야 의원 261명이 무더기로 이름을 올려 헌정 사상 최다 발의 법안이 된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구(달구벌)와 광주(빛고을) 간 철도 건설에 각종 혜택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총선용 포퓰리즘 입법이란 비판이 쏟아지자 애초 법안에서 ‘고속철도’와 ‘복선(複線)’ 부분을 뺐지만 경제성 평가를 위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등의 문제 조항은 여전히 남긴 채 여야 합의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달빛철도는 효율성과 시급성 면에서 다른 지방 철도보다 우선순위가 밀리는 사업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제4차 국가철도망’ 잠정안에도 반영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대구시장과 광주시장이 2038년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를 명분으로 정치적으로 밀어붙어 국가 사업에 포함시키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총선이 다가오자 두 도시 시장이 ‘단선·일반철도’ 아닌 11조3000억원짜리 ‘복선·고속철도’로 계획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고속철도의 대구~광주 운행 시간은 84분이지만 일반 철도로 고속 운행해도 그보다 2분밖에 더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쏟아지자 ‘고속’ ‘복선화’만 빼고 예타 면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구~광주 고속도로의 하루 통행량(2만2322대)이 전국 고속도로 평균(5만2116대)의 절반 이하일 만큼 교통 수요가 한산한데 여기에 또 철도를 놓겠다는 것이다.

 

11조원 드는 고속철도는 접었다지만 ‘단선·일반철도’를 건설하는 데도 6조원이 들고, 대구·광주가 ‘복선·일반철도’를 고집하면 최소 8조7000여 억원이 든다. 4차 국가철도망의 44개 신규 사업 가운데 다른 사업들은 사전 타당성 조사, 예비 타당성 조사 등을 받으며 진행하고 있다. 다른 지역은 다 절차 지켜 철도를 놓는데 대구와 광주만 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주는 게 어째서 국토 균형 발전인가. 정치력 센 두 도시의 ‘철도 새치기’일 뿐이다.

조선일보 사설

 

01-26 반국익 반민생 몰염치 ‘최악 국회’ 4월 총선서 싹 바꿔야

현재의 제21대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180석, 국민의힘 103석이라는 압도적 차이 속에서 출발해 위성정당, 거야 폭주 등 온갖 비정상 행태로 점철됐다. 임기 막바지인 25일의 본회의 상황은 헌정 사상 최악 국회라는 오명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폐업을 고민할 지경인 영세 사업장의 현실은 외면하고, 30조 원대 무기 수출을 위해 절실한 법안은 상정도 못 하면서, 사업성이 낙제점인 수조 원 규모 철도사업은 짬짜미로 통과시켰다. 진보 가치를 대변한다는 정당이 ‘1석 구하기 꼼수’를 부리고, 거대 양당은 유유상종으로 들러리를 서줬다. 반(反)국익·반민생·몰염치의 종합판으로, 국회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할 정도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2년 늦추는 법안의 처리가 불발돼 결국 27일부터 상시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제조업은 물론 빵집·고깃집·세탁소 등 서비스 업종도 잠재적 범법자가 되게 생겼다. 영세사업체 83만7000곳과 근로자 약 800만 명이 대혼란에 빠졌다. “장사를 접으란 말이냐”는 원성이 커지고 종업원을 줄이는 고육책까지 나온다. 여야는 지난해 9월 발의된 유예안을 140일 동안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행일이 임박해서야 국민의힘은 경영 부담 가중을 외치기 시작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등 새 조건을 내걸었다. 정반대로, 대구∼광주 간 달빛철도 특별법은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사업비가 추산 방식에 따라 4조5000억 원에서 11조 원에 이르는데도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줬다. 지역화합 명분으로 혈세를 멋대로 퍼붓는 셈이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2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은주(비례대표) 정의당 의원 사직안을 처리해 준 것은 더욱 가관이다. 재판이 한없이 지연된 것도 문제지만, 대법 판결이 나올 오는 30일 이후엔 의원직 승계가 불가능하게 되자 최대한 늦추다 사퇴한 것이다. 이 의원은 이게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유권자를 우롱하는 행태다. 30조 원대 폴란드 무기 수출 성사에 필수인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 실거주 의무를 폐지한 주택법 개정안,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사이버안보 기본법 제정안 등은 방치돼 있다. 오는 4월 10일 총선에서는 정파를 가릴 것 없이 국회의원을 최대한 물갈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화일보 사설

 
 

01-26 태영호 “명품백 건넨 최재영, 북한 노동당 외곽 조직서 활동”

“선전매체 민족통신 편집위원
종북인사에 놀아나선 안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을 두고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공작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시에 놀아나는 종북 인사에 대한민국이 놀아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함정 취재를 감행한 최재영 씨는 목사보다는 친북 활동가로 더 알려져 있다”며 “그는 재미교포이고 북한을 여러 차례 다녀왔으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조사받은 바 있고 북한을 옹호하는 책과 글을 끊임없이 써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편집위원으로 있는 민족통신은 북한 노동당의 외곽 조직으로, 미국에서 교포 대상 친북·반한 활동을 벌이는 대미·대남 공작 선전매체”라고 꼬집었다

태 의원은 최 씨를 전형적인 종북 인사라고 지적했다. 태 의원은 “그는 북한 가정에서 성경책을 볼 수 있고 가정 교회가 허용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김주애(김 위원장 딸)도 믿지 않을 소리를 계속하고 다녔다는 전형적 종북 인사”라며 “최 씨는 21대 총선 당시 나를 낙선시키라는 김정은 당국 지시에 따라 낙선 운동을 벌인 정연진 AOK(액션원코리아) 대표와 종북 활동을 벌이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와 최 씨가 함께 있는 사진도 공개했다. 또 “(최 씨는) 목사인지부터 불분명하다”며 “그가 담임목사로 취임했다는 교회는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폐업이라고 돼 있는 이상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태 의원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을 ‘종북 인사들이 놓은 덫’이라고 비판했다. 태 의원은 “논란의 본질은 윤석열 정부를 흔들려는 종북 인사들이 놓은 덫, 몰카 함정 취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총선을 앞두고 군사적 도발로 전쟁 위기론을 만들어보려는 김정은의 대남 총선 전략이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공작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

 

01.27 李 구속 막으려 총력 다한 黨이 영세업주들 감옥행엔 나 몰라라

오늘부터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소규모 기업과 영세 사업장에 대해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된다. 정부·여당은 2년 유예를 주장했지만, 민주당이 끝내 반대했다. 앞으로 이들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83만여 명의 사업주가 추가로 잠재적 범죄자가 된 것이다. 이들은 “영세 사업자를 교도소 담장 위에 올려놓는 법”이라고 하소연했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산업 재해를 막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현실이다. 중대재해법을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는 대형 사업장은 이미 2년째 시행 중이지만 산재 예방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87%가 이 법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상당수 사업장은 안전 관리자를 별도로 둬야 하는데 이를 하겠다는 사람도, 채용할 여력도 없다. 법도 지나치게 처벌 위주다. 음식점·빵집·카페 등에서는 사업주가 구속을 피하기 위해 직원을 내보내고 고용 인원을 5인 미만으로 맞추고 있다고 한다. 소규모 업소는 사업주가 감옥에 가면 사업장 자체가 끝난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법이 오히려 일자리를 뺏고 있다. 연간 1만 1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실질소비가 1조원 넘게 줄어들 거란 연구 결과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지난 24일 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고용이 있어야 노동이 있는 것 아니냐”며 확대 유예를 간청했지만 원내대표는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민주당도 이런 현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확대 시행에 찬성한 것은 선거를 앞두고 우군으로 여기는 노동계의 눈치를 본 것이다. 아무리 선거에 이기는 것이 정당의 목적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국민들 사정을 나 몰라라 할 수 있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취임 후 1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방탄 국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불체포 특권을 이용하고 있다. 특권 뒤에 숨었다. 이 대표 수사 검사를 탄핵까지 했다. 이 모든 일이 이 대표를 감옥에 보내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래 놓고 힘들게 생업을 이어가는 영세사업주 83만명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법안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조선일보 사설

 

01.27 정치 품격만 높여도 정치인 연쇄 테러 멈출 수 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에서 습격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 /배현진 의원실 제공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돌로 17차례 내리친 중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정신질환 경력과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배 의원 측에 따르면 이 중학생은 “국회의원 배현진입니까?”라고 두 번 물어 신원을 확인한 뒤 무자비하게 배 의원을 폭행했다. 처음부터 배 의원을 노린 계획 범행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이달 초 부산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찌른 범인도 장기간 이 대표의 뒤를 밟았다고 한다. 한국도 정당과 정치인을 혐오하는 사람이 테러까지 벌이는 사회가 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연초 3주 간격으로 터진 정치 테러는 극단적 대립과 갈라치기, 상대편에 대한 혐오와 저주가 일상이 된 우리 정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1년 전 본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 44%와 민주당 지지자 45%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과 식사나 술자리를 함께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답했다. 정치적 견해 차이로 나라가 두 쪽이 났다는 얘기다. 이렇게 답한 비율은 정치 유튜브를 매일 여러 편 본다는 응답자층에서 53.3%, 보지 않는다는 응답자층에서 37.6%로 조사됐다. 정치권이 조장한 대립과 갈등에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들이 기름을 붓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국민 통합에 진력하는 것이 정치의 사명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여야 할 것 없이 국민 갈라치기에 앞장서고 있다. 가짜 뉴스로 상대를 악마화하면 극렬 팬덤이 열광한다. 정치인의 발언은 증오와 혐오로 점철돼 있다. 품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런 토양에서 테러가 이어지는 것이다. 정치의 품격만 높여도 테러를 멈출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1.27 ‘피습’ 배현진 퇴원 “이러다 죽겠구나 공포… 국민 안전 위해 노력”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조선일보DB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27일 피습 이틀 만에 퇴원했다. 배 의원 측은 “배 의원이 12시쯤 순천향대서울병원에서 퇴원했다”며 “빠른 시간에 현장에서 다시 인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당분간 가족과 모처에서 안정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 의원은 퇴원 직전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내고 “사건 당시 ‘이러다가 죽겠구나’하는 공포까지 느꼈지만 지금은 많은 분들의 도움과 배려 덕분에 잘 치료받고 회복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사건은 국민 누구에게도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한 배 의원은 “상상도 못 했던 사건의 직접 피해자가 되고 보니 이러한 끔찍한 일이 국민 누구나가 너무나 무력하게 당할 수도 있는 치명적인 위협이라는 걸 실감했다”고 했다.

 

배 의원은 “오랜 시간 뉴스를 했던 사람으로서, 또 국민을 지키겠다고 정책을 하고 있는 공직자로서 이번 일은 제게도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며 “힘내서 완쾌한 뒤에 국민, 저의 송파 주민들을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보다 더 필사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사건에 관한 내용은 수사기관을 신뢰하며 지켜보겠다”며 “면밀한 수사 뒤에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법적 처리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배 의원은 “저를 구해주신 시민들, 신고를 받고 순식간에 달려와 주신 소방대원과 경찰관들, 그리고 많이 놀란 저를 끝까지 배려해 주신 순천향병원의 의료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잘 회복하고 뵙겠다. 모두 건강하세요”라고 했다.

 

배 의원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중학생 A군(15)에게 둔기로 머리를 수십 차례 가격당했다. 피습 직후 머리에 출혈이 있는 상태에서 순천향대서울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피의자는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김명진 기자

 

01-29 野 운동권 대 與 전문가 대결 확산, 민심 향배 주목된다

총선은 1차적으로 정당 의석 수와 후보 당락을 결정하지만, 근본적으론 국가 방향을 설정하는 민주주의 축제의 장이다. 4·10 총선이 72일 앞으로 다가왔다. 극단적 편 가르기와 ‘묻지 마 지지’ 현상으로 총선 본질이 실종된 와중에 시대정신을 생각하게 하는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있어 주목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취임사에서부터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을 내세웠고, 여당의 전문가들이 야당의 유력 586 정치인에게 도전장을 내고 있다.

윤희숙 전 의원이 28일 서울 중구·성동갑 출마를 선언한 것은 상징적이다. 현역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울 서초을로 지역을 옮기는 바람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마 채비를 하는 곳이다. 윤 전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 전문가로서, 포퓰리즘 정책의 폐해를 신랄하게 파헤쳤고, “저는 임차인 입니다”라는 국회 본회의 5분 연설은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특히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일었을 때, 과감히 의원직을 사퇴하는 책임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해당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당시 지역구는 여당에 유리한 서울 서초갑이었다. 윤 전 의원은 “이번 선거 정신은 껍데기는 가라”라며 “민주화운동 경력이란 완장을 차고 부동산 시장을 난도질한 것이 껍데기”라고 했다. 정청래 의원의 서울 마포을엔 참여연대 출신이면서 조국·이재명 비판에 앞장선 김경율 회계사, 송영길 전 대표와 함께 86 운동권의 핵심인 김민석 의원의 영등포을 지역엔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초대 의장 출신인 이인영 의원의 구로갑엔 호준석 전 YTN 앵커가 나섰다.

반면, 현역 의원 164명 중 70여 명이 학생·노동 운동권 출신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들의 입지는 확고하다. 이들은 여권 움직임에 대해 “철 지난 이념 공세”라고 일축하고 있다. 정계 진출 30년을 바라보는 86세대는 한때 주목을 받았지만, 이제는 기득권과 내로남불의 상징이 됐다. 노무현·문재인 정권의 주류였던 이들은 철 지난 이념을 앞세워 소득주도성장,검수완박, 대북 퍼주기에 앞장서 왔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민심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문화일보 사설

 

01-29 고통받는 서민 걷어차는 국회

이관범 산업부장

“코로나19 때보다 더 심각해”
“경영의 神 와도 살리지 못해”
활시위 떠난 중대재해처벌법

대기업 노조 목소리 휘둘리며
총선 표 계산 골몰하는 정치권
1일이 줄폐업 막을 마지막 기회


겨울은 동이 트기 전이 가장 어둡고 춥다. 성장률·수출·소비 등 거시 지표가 조금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만, 경제 실핏줄인 서민경제가 바닥부터 무너져 가는 조짐이 심상치 않다. 폐업 점포에서 쏟아져 나온 냉장고·싱크대 등 중고 기기를 내다 파는 특성상 ‘경기 바로미터’로 불리는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 이곳에서 주방기기 점포를 운영하는 박모(67) 씨는 본보 기자와 만나 “개업을 하는 데가 없어 설비가 잔뜩 쌓여 있다”면서 “지금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때보다 사정이 더 좋지 않다”고 말했다. 폐업 정리 업체를 운영 중인 그조차 “가게 문을 닫고 싶어도 나가질 않아서 적자를 버티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버티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장신구 도매상을 운영해온 김모(62) 씨는 “지난 40년간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지만, 지금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물건이 조금씩 팔리는가 싶었는데, 엄청나게 뛴 물가와 금리의 후폭풍으로 소매상의 발길은 끊기다시피 했다고 한다. 디자인해서 공장 여러 군데에 주문을 줘 왔는데, 더는 주문 넣을 물량이 없자, 거래하던 공장 대부분도 문을 닫았는지 연락조차 닿지 않는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함께 일한 직원에게 집이 팔리면 밀린 월급을 주겠다고 각서를 써줘야 했다.

최근 만난 한 상장사 창업주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경영의 신(神)이 와도 회사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의 유물인 과도한 기업·노동 규제가 초래한 생산성과 경쟁력 저하 등을 모래주머니처럼 찬 채 고물가와 고금리, 경기 둔화, 지정학적 위기, 공급망 분절 등의 여파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제조업 영업이익률이 보통 3% 남짓인데, 원자재 가격은 30∼40% 이상 뛰고 연 2% 이던 금리는 5∼6%로 치솟고 러시아에서 오던 주문은 끊겼다”면서 “오죽하면 태영건설의 91세 된 창업주가 눈물로 채무 유예를 호소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직후에도 흑자를 냈던 그의 회사는 최근 2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1월 27일부터 5∼49인 영세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되면 줄 폐업 위기에 몰릴 것”이라는 83만7000여 영세 경영인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대로면 다 죽는다”며 중처법 적용을 마지막으로 1∼2년 더 유예해 달라고 호소를 했지만, 국회는 관련 법 개정안을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본보가 입수한 중소기업 정책 민간 연구기관 파이터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처법을 5∼49인 사업장에 확대 적용할 경우 해마다 1만1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수치 자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보일 수 있겠지만, 영세 근로자의 실직은 생계 자체를 위협받는 것이라는 점에서 경중이 다르다. “처벌을 피하고자 5인 미만으로 인원수를 줄이고 한솥밥을 먹어온 식구 같은 직원을 내보내야 할 판”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행된 지 사흘이 됐지만, 본인이 중처법 적용 대상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속출하는 등 현장은 대혼돈 상황이다. 본지 기자와 만난 한 식당 주인은 아르바이트생을 여럿 쓰기 때문에 5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상용·일용 등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사업장에서 5인 이상이 일하면 중처법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모르는 대답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이 같은 상황을 내버려 둔 채 뒤늦게 법 개정을 호소하며 뒷북을 치는 정부에도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여야는 모두 민생을 챙긴다고 외치지만, 4·10 총선을 앞두고 표 계산에만 골몰하고 있다. 야당은 여당이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민생을 외면한다고 비판하고, 여당은 야당이 노동계 표를 의식해 무리한 요구를 한다며 책임 공방만 반복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가 주도하는 노동계는 서민경제의 현실과 고통에 눈 감은채 “유예는 안 된다”며 원론적인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그야말로 바닥 경제는 최악이다. 오는 2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조차 영세 경영인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여야와 노동계 모두 서민경제를 지옥으로 등 떠민 책임을 심판받을 때가 곧 닥치지 않겠는가.

 

문화일보

 
 

01-29 비례대표 없애고 의원 정수 감축할 때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총선이 72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가 공천관리위원회 가동을 비롯한 선거 준비에 본격 들어갔다. 사회 각 분야의 외부 인재를 영입해 새로운 얼굴로 표심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그러나 각 당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가긴커녕 정치에 대한 혐오가 깊어지고 있다. 정치가 사회 갈등을 조정해 타협을 끌어내는 본래의 기능을 못 하고 오히려 대립과 분열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정치인에 대한 폭력적 위해(危害) 사건은 현 정치를 개혁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오는 5월 29일로 임기가 끝나는 제21대 국회는 이른바 검수완박과 같은 무리한 입법과 무분별한 탄핵소추로 국정의 혼선을 초래했다. 각종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는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방탄국회라는 오명을 얻으며 국민의 정치 불신을 가중시켰다. 이 같은 혼란과 불신을 초래한 정치 행태에 대해 국민의힘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 귀책사유 재·보궐선거 무공천, 국회의원 수 50명 감축, 출판기념회 정치자금 수수 금지 등 5가지 개혁안을 제시하며 정치 쟁점화를 꾀하고 있다.

정치인의 비리와 부정부패로 인한 실망감과 피로감이 만연한 와중에 이 같은 정치개혁안은 많은 국민에게 크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개혁안의 모든 제안이 쉽게 시행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이나 귀책사유가 있는 재·보선 무공천은 이유도 합당하고 시행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와 국회의원 정수 감축은 진지하고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헌법 제44조에 규정돼 있어 개헌 않고 쉽게 제약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부당한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국회의원이 소신에 따라 정치활동을 하는 데 꼭 필요한 규정이기 때문이다. 비리와 부패에 연루된 국회의원의 체포와 구금을 막는 방탄국회와 같은 정치 행태에 대해 냉정하게 심판하는 일은 유권자의 몫이다.

이에 비해 국회의원 수 감축은 논쟁의 여지가 있으나, 이번 기회에 충분히 논의해 볼 만한 제안이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수는 인구 비율로 비교했을 때 OECD 회원국 중 적은 편으로, 의원 수 감축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사회연결망의 확대 덕분에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적 소통이 가능한 상황에서 국회의원 수를 과거와 같은 규모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병립형, 연동형, 권역별 병립형 등 선출 방식에 관해 정쟁을 초래하는 비례대표제를 차라리 폐지해 국회의원 수를 축소하는 방안은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위성정당의 비례대표로 선출된 후 유권자가 지지한 바 없는 생소한 정당에서 활동한 의원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전혀 다른 정당에서 의원직을 유지하다가 임기 말에 사퇴하는 의원도 있었다. 이런 정치 행태는 민주주의를 배신하는 위선이다. 총선을 목전에 둔 여야 정치인은 국민의 정치 불신과 혐오가 위험 수준에 이른 현실을 직시하고 다양한 정치개혁 방안을 놓고 경쟁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01.30 21대 국회 마지막을 30조원 방산 수출 발목 잡기로 끝내나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2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통과되고 있다./뉴스1

 

총선 전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될 2월 1일이 목전에 닥쳤는데, 방산 수출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출입은행법 개정 등 시급히 처리돼야 할 각종 민생법안이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설 연휴가 임박한 데다 여야 모두 공천 과정에 돌입하면 국회 본회의가 또 언제 열릴지 몰라 2월 1일 본회의가 사실상 민생법안 처리 마지노선으로 간주되고 있다.

 

처리가 시급한 민생법안들은 수출입은행법 개정 외에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 또는 유예를 위한 주택법 개정,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 등이다. 또 법 개정 시기를 놓쳐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유예는 지금 당장이라도 시급히 처리돼야 할 민생 법안 중 하나다.

 

민생 법안들이 표류한 근본 원인은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사사건건 정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은 폴란드와 맺은 30조원 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입은행의 자본금을 15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국책 은행의 방산 금융 지원은 국제 방산 거래에서 관례인데 민주당은 “특정 방산 업체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고 트집을 잡는다. 폴란드에 K2 전차, K9 자주포, FA-50 전투기를 수출해 막대한 일자리와 수출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어떻게 특혜가 되나.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를 국가가 지원하는 것도 특정 반도체 업체에 특혜를 주는 건가. 민주당이 우리 방위 산업 발전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이 법만큼은 통과시켜야 한다.

 

아파트 실거주 의무를 덜어주는 법안은 4만여 가구의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에게 발등에 떨어진 불인데 민주당은 “갭 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고 발목을 잡아왔다. 새 아파트 입주자를 모두 부동산 투기꾼으로 모는 격이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산은 노조의 반대’를 이유로 딴지를 걸어왔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유예는 민주당이 역시 우군으로 여기는 노동계만 의식한 탓에 83만 소상공인들의 절규를 외면했다. 이번 임시 국회의 본회의 마감일은 2월 1일이다. 4월 총선을 감안하면 이날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익과 민생을 위한 법안은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1.30 이럴 바엔 정의당은 간판을 내리는 것이 정의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2차 전국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1.28. bjko@newsis.com

 

정의당이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례대표 2년 순환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 후보로 비례대표 의원이 되면 의원직을 2년만 하고 사퇴해 비례대표 후순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의원직을 물려준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임기는 헌법에 4년으로 규정돼 있다. 그런데 정의당은 의원 1명의 4년 임기를 2명이 2년씩 나누겠다는 것이다. ‘나눠 먹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정의당 비대위원장은 “의원 개개인이 가진 특권을 축소할 대안”이라고 주장했지만 어불성설이란 사실을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개인의 욕심을 위해 헌법을 농락하고 정치를 희화화하면서 당 이름은 ‘정의’라고 한다.

 

앞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1·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기도 전에 의원직을 스스로 그만뒀다.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이 의원직을 승계해 넉 달짜리 국회의원이 돼 현재 6석인 정의당 의석을 4월 총선까지 지킬 수 있다. 그래야 투표용지에 ‘기호 3번’이 된다는 것이다. 이 꼼수 사직 안건은 국회에서 찬성 179표, 반대 76표로 통과됐다. 한심한 국회의 한심한 작태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정의당 데스노트’란 말이 있었다. 정의당이 반대하는 고위직은 어김없이 낙마한다는 뜻이었다. 정의당은 2019년 조국 사태 초반만 해도 조씨에게 “버틸 수 있겠냐”고 했다. 그러다 돌연 “사법 개혁의 적임자”라며 ‘데스노트’에서 제외했다. 알고 보니 민주당이 원하는 공수처 신설과 정의당이 원하는 선거법을 맞바꾸는 뒷거래를 한 것이었다. “당명에서 정의를 빼라”는 비판이 빗발치고 탈당이 줄을 이었다. 막상 총선에선 위성 정당을 만든 민주당에 뒤통수를 맞아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정의당은 2021년 당대표가 같은 당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했고, 2022년엔 청년 대표가 당 관계자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당 차원에서 박원순 조문을 강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성추행 가해자 옹호당’이란 비판도 나왔다.

 

이런 당이 4월 총선에서 의석을 늘리기 위해 녹색당과 선거연합정당을 결성했다. 나라와 선거를 희화화한 현행 선거법이 결국 개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비례 의석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떴다방’ 식 정당을 만든 것이다. 이런 정의당은 이제 간판을 내리는 것이 한국 정치를 위한 진정한 ‘정의’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1-30 野, 위성정당 낳은 연동형 사죄하고 병립형 결단하라

총선이 불과 71일 앞이지만 비례대표 선출 방식은 오리무중이다. 압도적 책임은 더불어민주당, 특히 이재명 대표에게 있다. 자칫 잘못하면 시간에 쫓겨 또 엉뚱한 방식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31일엔 이 대표 신년 회견, 그 다음날엔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어지러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위성정당이라는 최악 사태를 낳은 현행 연동형을 폐기하고, 그 이전의 정통 병립형으로 되돌리는 쾌도난마 결단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원죄부터 반성해야 한다. 위성정당을 낳은 최악의 선거제, 검수완박법 처리를 고리로 군소 정당과 흥정해 만든 준연동형을 바꿔야 하는 정치도의적 책임도 무겁다. 국민은 몰라도 된다는 복잡한 선거 제도를 만든 데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위성정당을 원천 봉쇄하는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첫 단추다. 사실 비례대표 제도가 혼돈에 빠진 가장 큰 책임은 이 대표에게 있다. 지난해 말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을 선택할 듯했으나 대선 공약 파기 비판, 당내 일부와 소수당·좌파 진영의 비례연합정당 제안 등에 밀려 결단하지 못하고 있다. 정청래 수석최고위원은 ‘권역별 병립형’과 당원 투표도 주장한다. 그러나 당내 및 외곽 세력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 대표의 손익계산은 짐직할 만하다. 연동형으로 가면 공천권이 제한되고 이낙연 전 대표 세력 등의 의석 잠식도 걱정될 것이다. 병립형이면 대선 공약 파기, 진영 분열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모든 제도에 장단점이 있지만, 여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권역별 병립형은 부작용이 훨씬 크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지난 28일 “위성정당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는 선거”라며 3개 권역별 병립형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지역주의 완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데 47석으론 효과를 얻기 힘들다. 여기에 일부(15석 가량)를 소수 정당에 배려하는 연동형을 결합하면 더 나빠진다. 오늘이라도 전국 단위의 단순 병립형을 결단하고, 총선 뒤에 전반적 선거제도 개혁을 협의하는 게 옳다. 이미 많이 늦었다.

문화일보 사설

 

01-30 이재명 “우리 북한”과 친북·개딸 연대

김주성 前 한국교원대 총장

“선대들, 김정일 김일성 주석”
현대사 비애 함축한 망언 수준
북 아닌 주사파 운동권에 구애

위수김동 외치던 운동권 세력
전향 없이 정치권력 좌지우지
4·10 총선은 최후의 심판 될 것

얼마 전 제1야당 대표에게서 놀라운 발언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 또 김일성 주석의 노력이 폄훼되지 않도록,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우리’라니! 발언의 앞뒤 맥락이나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사건 등을 생각하면 단순한 실언 같지는 않다. 놀란 마음에 몸이 오싹하다. ‘우리’ 현대사의 비애가 “우리 북한”이라는 이 한마디에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

말투로만 보면, 북한의 당 원로가 한 말 같다. 김정은은 보름 전에 ‘대한민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삼겠다고 대남 위협을 극대화했다. 심지어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도 했다. 그동안 숨어서 핵을 개발하더라도, 겉으론 ‘우리끼리’ 평화통일을 앞세웠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한민국 족속들과는 통일의 길을 함께 갈 수 없다’며 아주 갈라서겠다고 난리다.

북한에는 원로가 있을 수 없다. 공산수령체제에서는 그 누구든 수령에게 입도 뻥긋할 수 없다. 그래서 이 대표 발언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주사파 정치 세력에 정치생명의 빚을 지고 있는 처지 탓에 나온 말일까.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평화의 안전핀을 뽑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정은이 어떤 망나니짓을 하더라도 참고 있으라는 말이다. 이 대표의 지론은 “이기는 전쟁보다는 더러운 평화가 낫다”는 것이다. ‘더러운 평화론’은 미국 독립전쟁의 영웅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을 각색한 것이다.

프랭클린의 말은 ‘지금까지 좋은 전쟁도 나쁜 평화도 없었다’였다. 피치 못할 전쟁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전쟁에 대한 아쉬움을 말한 것뿐이다. 프랭클린이 한국의 현 상황을 본다면, 도발의 주체에는 먹히지도 않을 헛말이나 하고 도발의 객체에는 정치 공세를 펴는 걸 보고 의아해할 것이다. 자신의 ‘깨끗한’ 말을 ‘더러운’ 말로 바꿨으니, 더더욱 화를 냈을 법하다.

이번 망언을 누구한테 왜 했단 말인가? 욕설 파문과 말 바꾸기, 대장동 사건 등 그의 행적은 거의 다 알려져 있다. 전직 민주당 대표 등 많은 정치인이 떠나고 있다. 적극적 지지층으로 남은 세력은 친북 정치인들과 친명 개딸들이다. 개딸은 친북 주사파 정치 세력이 자릴 비우면 금방 무너질 모래성이다. 주사파 세력은 그동안 민주화운동의 공로를 앞세우고 87체제의 주류로 자라 잡았다. 온갖 정치 실험을 다 했지만 성공한 것이 없다. 그래서 야권 내부에서도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대학 시절에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만세’와 ‘친지김동(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 만세’를 외쳤고, 여전히 시대착오적 빈껍데기 정치 상상력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놀랍게도 당시에 대학가는 그런 소리로 가득 찼었다. 국민은 대학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그들이 민주화운동을 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그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학생운동을 한 게 아니다.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회민주주의’, 레닌의 ‘참된 민주주의’, 마오쩌둥(毛澤東)의 ‘신민주주의’, 그리고 김일성의 ‘인민민주주의’를 위해 학생운동을 했다.

그동안 국민은 잘못 알고 주사파 운동권에 부채 의식을 느꼈다. 그것을 정치자산으로 삼고 주사파 정치 세력은 호의호식하며 특권 세력이 됐다. 30년 가까이 정치권력을 좌지우지했다. 그런데 결국 국가 경쟁력을 허무는 데 일조했다. 앞으로도 계속되면 국가를 빈껍데기로 만들지 모른다. 이들은 아직도 ‘위수김동’과 ‘친지김동’에 젖어 있다. 그동안 공식적으로 전향한 적이 없으니,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세력을 방패로 삼아 이 대표는 살아남으려 한다. 그래서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과 김일성”을 소환하는 것이다. 지난번에는 ‘대학생 시절에 학생운동을 한 것이 뭐가 나쁘냐’고 항변하더니, 발언 수위를 높였다. 다급한 것이다. 2024년의 시대정신은 주사파 정치 퇴출을 요구한다. 4·10 총선은 주사파 권력의 피날레가 될 것이다. 이런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며 자신을 정치적·사법적으로 지키기 위해, 제1 야당의 대표는 비전향 특권 세력을 잡아 두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안타깝다.

문화일보

 

01.30 닥치고 가덕도

동남권 신공항을 처음 꺼낸 건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이듬해 이명박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받았다가 2011년 백지화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시 후보지 세 곳을 평가했다. 가덕도는 꼴찌였다. 파리공항공단 측은 김해신공항 818점, 밀양 665점, 가덕도 635점을 줬다. 장마리 슈발리에 수석연구원은 “가덕도는 국토 남쪽 끝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건설비가 많이 든다. 공항 입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다시 군불을 땠다. 김해신공항을 흠집 내더니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둔 2021년 느닷없이 가덕도로 바꿨다. 1등(김해)이 문제 있다며 2등(밀양)을 건너뛰고, 3등(가덕도)으로 직행했다. 기이한 결정이었다.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특별법을 만들어 대못을 박았다. 부산 표를 구걸하는 야당(국민의힘)이 합세했다. 일사천리의 진풍경이었다. 예타 면제는 두고두고 나쁜 선례로 남았다. 지난주 통과한 ‘달빛철도특별법’도 가덕도의 아류다.

부산 표 구걸…여야 합작 ‘정치공항’
활주로 1개 13조, 김해공항의 세 배
무리한 공기 단축, 부등침하 우려
엑스포 없는데 조기 개항해야 하나

지난해 3월 윤석열 정부는 2030 부산엑스포전에 개항하겠다며 공사 기간을 5년6개월이나 앞당겼다. 마음만 먹으면 뚝딱 줄일 수 있는 건지 의아했지만,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당초 안은 바다에 짓는 것이었는데, 바다와 육지에 걸쳐 짓는 공법으로 바꿨다. 매립 규모가 줄면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 꼴찌인 가덕도에, 공법도 최선이 아닌 차선으로 누더기가 됐다. 활주로 달랑 1개의 여야 합작 ‘정치공항’이 탄생하는 것이다.

 

가장 큰 논란은 안전 문제다. 특별법 처리 당시 국토부는 “진해 비행장과 공역이 중첩되고, 김해공항 관제 업무가 복잡해져 안전사고 위험이 증가한다. 수심이 30m에 이르고 태풍이 지나는 길목”이라고 지적했다. 활주로 1개로는 화재 등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 부등침하(땅이 불균등하게 가라앉는 현상) 우려도 있다. 2022년 사전타당성조사 연구진은 “바다~육지 공항은 지반의 지지력 차이가 커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다 쪽 활주로가 육지 쪽 활주로보다 많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의미다.

 

난공사로 비용도 많이 든다. 김해공항 확장에 4조7000억원이 필요하다. 가덕도는 세 배인 13조5000억원. 활주로를 1개 추가하면 7조원이 더 든다. 도로와 공항철도, 해상여객터미널 건설비는 별도다. 외항에 짓는 만큼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실제 사업비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가덕도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은 0.58이다. 공항을 지어서 얻는 편익이 비용의 절반에 그친다. 경제성으로 따지면 지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원안대로 김해공항을 확장하고, 남는 세금은 어려운 이웃 돕는 데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이용객은 불편하다. 부산에서 가덕도는 김해공항보다 멀다. 활주로 1개로는 국내선이 들어갈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국제선은 가덕도, 국내선은 김해공항으로 이원화된다. 항공사는 비용이 증가한다. 공항이 불편하고 비싸면 흥행이 안 된다. 텅 빈 활주로에 고추를 말리는 전남 무안공항처럼. 이미 웬만한 수요는 인천공항 2여객터미널과 서울~부산 KTX가 흡수했다. 자칫 부산 시민은 들러리 서고, 가덕도 인근 땅 주인과 관련 업자만 배 불리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사정을 잘 알면서도 침묵한다. 그러는 사이 가덕도 시계는 돌아간다. 지난해 말 기본계획을 고시했고, 올해 5000억원 넘는 예산을 편성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담당 공무원이 직무유기로 검찰에 불려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보수·진보가 모처럼 한통속이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인들은 표만 생각한다. 문제점에 눈 감고, 지역에 장밋빛 환상을 심었다. 문 전 대통령은 특히 노골적이었다. 2021년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앞바다에서 “신공항 예정지를 눈으로 보니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별반 차이가 없다. 지난해 12월 엑스포 불발 1주일 만에 부산을 찾았다. “지역 현안 사업은 그대로 더 완벽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개항을 무리해 가며 5년 이상 앞당긴 건 엑스포 때문이었다. 유치에 실패하니 이번엔 민심을 달래기 위해 조기 개항을 밀어붙인다. 어처구니없는 악순환이다. 촉박한 엑스포 시간표가 없어진 만큼 안전과 비용을 따져 다시 검토하는 게 맞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술 더 떴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정부가 가덕도를 국내 공항 정도로 대폭 축소해서 땜질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스타일의 저열한 비방이다.

 

젊은 정치인도 오십보백보다. 2021년 7월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가덕도 특별법은 우리 당이 앞장서 입법했다”고 자랑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부산을 찾아 “조기 개항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정치와 선을 긋고,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면서 똑같은 구태 정치를 한다. 다들 자기 장사와 표 계산에 바쁘다. 세금을 자기 돈처럼 아껴 쓰고, 자신보다 나라의 앞날을 더 걱정하는 지도자가 안 보인다. 좌우, 신구를 막론하고.

중앙일보 고현곤 편집인

 

01.31 李 대표 걸리는 ‘음주 운전’ ‘증오 발언’ 공천 기준서 제외, 예상대로다

▲지난 1월 12일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중앙당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관리 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29일 4·10 총선 공천 심사에서 부패·성범죄·납세 및 병역·직장 갑질·학교 폭력 등 5개 항목의 도덕성을 중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컷오프 기준으로 삼겠다”며 발표했던 5대 혐오 범죄 ‘성범죄·음주 운전·직장 갑질·학교 폭력·증오 발언’에서 음주 운전과 증오 발언이 제외됐다. 예상대로다. 국민 의견 수렴 결과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재명 대표의 과거 행적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는 2004년 성남시에서 만취 상태의 음주 운전으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0.158%의 혈중 알코올 농도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 ‘2001년 있었던 0.1% 이상 음주 운전’을 장관 결격 사유로 내세웠다. 이에 따르면 이 대표도 결격이다. 이 대표는 또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욕설을 자신의 형수에게 여러 차례 한 사실이 녹취록으로 남아 있다. 너무 저속하고 끔찍한 말들이어서 어떤 언론도 쓸 엄두를 못 냈다. 성남시장 재직 시에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사람들을 개에 비유하기도 했다.

 

임 위원장이 5대 혐오 범죄를 발표했을 때도 항목 선정 및 적용 시점 등이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교묘하게 조정됐다는 뒷말이 나왔었다. 그런데 그 기준마저도 글자 그대로 적용하면, 이 대표를 공천 적격자로 분류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 때문에 공관위가 도덕성과 관련된 세부 기준을 ‘국민 여론’을 앞세워 바꾼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이미 4차례 전과를 가진 이 대표는 총 7개 사건에서 10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시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사건, 성남FC 사건에서 배임, 제3자 뇌물 등의 혐의, 검사 사칭 사건에서 위증교사 혐의, 선거법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매주 재판정에 출두하고 있다. 민주당이 새로 1순위 결격 순위로 올려 놓은 ‘부패’에서 이 대표는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민주당은 언제 나올지 기약할 수 없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상관없다’고 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1-31 설 상여금 424만, 월급 1300만 원… 최악 국회의 최고 특혜

제21대 국회는 막판까지 반(反)국익·반민생·파렴치 행태를 보이면서 역대 최악 국회의 오명을 자초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의원들은 지난 20일 올해 첫 월급으로 1300여만 원을 받았다. 여기엔 설 상여금도 424만 원이 포함됐다. 국회의원 1년 연봉은 지난해보다 약 1.7%(300만 원) 오른 1억5700만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공무원 보수 인상 기준에 따른 것이고, 이미 예산도 편성돼 있다. 그러나 국회 행태를 보면 ‘납세자 국민’ 입장에서 울화가 치밀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예산 낭비를 감시하는 주체가 아니라 ‘혈세 도둑’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국회사무처는 지난 11일 ‘2024년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기준’에 대해 김진표 의장의 결재를 받아 1월 급여를 지급했다. 물론 의원 보수 인상은 정부의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맞춰 결정된다. 지난해에는 공무원 연봉 동결과 연동했지만, 올해는 공무원 2.5% 인상에 의원은 1.7% 인상을 결정했다고 한다. 일반 국민의 가구당 연간 평균소득(2022년 기준) 6762만 원의 2.3배다. 미국(약 2억3000만 원)을 제외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1명당 최대 9명인 보좌진 급여 등을 합하면 의원 1명에게 지원되는 세금이 연간 약 7억 원을 넘는다.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도 적용되지 않는다. 고비용 저효율 입법부의 실상을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된 윤관석 의원, 1·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 윤미향 의원도 대부분의 급여를 받는다.

하지만 임기 막바지까지도 의정 활동은 개탄스럽다. 당장 31일 오후 전국 중소기업인과 영세 소상공인 3000여 명이 1일 본회의를 앞두고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는 지경이다. 총선을 70일 앞두고 아직 선거제조차 정하지 못하면서, 꼬박꼬박 고액 월급을 챙겨가니 누가 수긍하겠는가. 조경태·이탄희 의원 등은 ‘절반 세비’를 주장했지만 공염불이었다. 4월 총선을 계기로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정수 감축 등을 공론화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1.31 ‘약속 대련’이든 아니든 흥행 성공,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그제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2시간 30분가량 만났다.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함께 방문한 지 6일 만이었는데, 이 자리에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이 실장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고 알려졌던 터라 이날의 화기애애한 오찬 간담회 장면은 ‘당정 갈등’이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을 낳았다.

 

여권의 당정 갈등은 총선을 앞두고 단연 이목을 끈 사건이었다. 임기가 3년이나 남은 대통령에게 ‘20년 측근’인 한 위원장이 일종의 반기를 들었다는데, 화제가 안 되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한 위원장의 대응에 섭섭함을 표했다는 단독 보도가 나오고, 한 위원장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는 입장문을 내는 등 드라마틱한 서사까지 갖췄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회동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관섭 비서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제공=대통령실]

 

일련의 전개를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실시간으로 반응했던 ‘약속 대련’에서부터 ‘궁정 쿠데타’(신평 변호사)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했다. 대통령과 여당 비대위원장의 마찰이 일종의 기획이었든 실제였든, 여권발 이슈가 흥행에 성공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동훈 '尹 아바타' 탈피 효과
명품백 의혹 극복 플랜 준비중
오히려 민주당이 숙제 떠안아

여권 사정을 잘 아는 인사에게 전말을 물었더니 전후 설명 대신 여권이 거둔 효과부터 거론했다. 한 위원장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윤석열 아바타’라는 시각이었는데, 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선 그 고리부터 끊는 게 우선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갈등 양상으로 아바타 딱지를 떼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 인사는 "이 비서실장은 내공이 간단치 않다. 경거망동했을 리가 있느냐"라고 말해 대통령실과 여당 사이에 모종의 공감대가 있었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한 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반응이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대응과 관련한 것이었던 만큼 실전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한 위원장이 ‘국민의 눈높이’를 언급했고, 김경률 비대위원이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까지 꺼냈으니 용산에서 불쾌해했을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변수 속에서도 명품백 수수 의혹을 그대로 두고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는 어렵다는 인식은 대통령실과 여당 핵심이 공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당초 민주당이 띄운 김 여사 관련 논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출발이었다. 그런데 당정 갈등이 시선을 독차지하는 사이 명품백 사과 논란으로 치환된 측면이 있다. 윤 대통령이 조만간 관련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시점에 맞춰 여권 인사들은 ‘덫에 걸린 쪽에만 사과하라고 하느냐’며 일제히 여론전에 나섰다. 여권 일각에선 '기획 녹화'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알리면서 제2부속실 설치 등 보완책과 함께 영부인 경호에 구멍이 뚫린 점을 고려해 경호 라인에 책임을 묻는 조치도 수습책의 하나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번 충돌을 ‘권력 2인자’의 차별화로 보며 일종의 레임덕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여권 인사는 “총선에서 져서 진짜 레임덕이 오는 게 더 심각하다는 점을 여권 수뇌부가 모를 리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이번 사건을 거치며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경제·한국갤럽의 25~26일 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앞서긴 하지만 한 달 전 조사에 비해 정부·여당 심판론이 5%포인트 낮아졌다.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뽑겠다는 비율은 6%포인트 올랐다. 특히 스윙 보터 지역인 대전·세종·충청에서 국민의힘 후보 선호도가 12%포인트 증가했다.

 

당정 갈등 이슈는 오히려 민주당에 숙제를 던진 모양새다. 이전과 달리 여당이 용산을 제대로 견제한다는 이미지를 확보할 경우 선거에서 야당을 뽑아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GTX 노선을 경기 평택과 충남 아산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민심을 얻기 위한 정책 수단도 동원 중이다. GTX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시절 시작된 것을 보면 언제 실현될지 알 수 없는데도 이미 평택·김포 등이 들썩이고 있다.

 

민주당 출신 인사가 나서 “지역구 의석이 호남 28석, 영남 65석인 데다 강원·충청 등에서 민주당이 밀린다. 이대로면 총선에서 민주당이 질 가능성이 크다”(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는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 의원들은 여전히 여권 내홍을 평가하느라 바쁘다.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여권의 실책만 기대하고 유권자에게 어떠한 감동도 주지 못한다면 경고가 현실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중앙일보 김성탁 기획취재2국장

 

01-31 ‘민주당 돈봉투’ 윤관석 징역 2년…“정당민주주의 신뢰 크게 훼손”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은 징역 1년 8개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윤관석 의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김정곤 김미경 허경무 부장판사)는 31일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의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겐 총 1년 8개월의 징역형과 벌금 600만 원, 추징금 300만 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윤 의원과 강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국민들의 정당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는 점에서 피고인들의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했다.

윤 의원은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경선캠프 관계자들로부터 6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캠프 핵심 관계자였던 강 씨는 윤 의원의 금품 제공 지시·권유·요구를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었던 박용수 씨에게 전달했고, 이에 따라 박 씨는 2021년 4월 27∼28일 두 차례에 걸쳐 300만 원씩 들어있는 봉투 20개를 윤 의원에게 제공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윤 의원이 마련된 돈봉투 20개를 4월 28∼29일 이틀간 민주당 의원들에게 살포했다고 보고 있다.

강 씨는 지역본부장과 지역상황실장들에게 3000여만 원이 살포되도록 지시·권유한 혐의도 받는다.
문화일보 곽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