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야기 2023-12/
12.01 탄핵을 얼마나 가볍게 봤으면 복사해서 붙이다 실수했겠나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법제사법위원회로의 회부 동의의건 등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재발의해 30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이 위원장에 대한 세 번째 탄핵안 제출인데, 절차와 내용 면에서 모두 문제가 심각하다. 민주당은 지난 9일 처음 탄핵안을 발의해 본회의에 보고까지 됐지만 다음 날 스스로 철회했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이 추가 본회의에 동의하지 않아 투표가 불가능해지자 이미 보고된 안건을 철회하는 꼼수를 쓴 것이다. 지난 28일에는 두 번째 탄핵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엉뚱하게 ‘검찰청법 규정’에 의해 탄핵한다고 써 냈다.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안에 있는 부분을 아무 생각 없이 ‘복붙(복사해 붙여 넣기)’ 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한다.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민주당이 탄핵을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탄핵은 공무원이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만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이 위원장의 위법이 드러난 것이 없다. 민주당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방통위의 해임 처분이 법원에서 효력 정지된 점 등을 이유로 이 위원장 탄핵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처분의 효력이 정지됐다는 것만으로 처분권자가 위법을 저질렀다고 볼 수 있나. 같은 안건을 같은 회기 내에 재상정한 것은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소지도 있다. 본회의에 올라간 안건의 철회는 본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도 없었다. 국민의힘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상대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낸 상태다.
민주당은 정권을 잃고 6개월도 안 돼 대통령 탄핵을 거론했고, 국무위원의 3분의 1 가까운 사람들에게 탄핵을 위협했다. 행안부 장관은 실제 탄핵 소추까지 했지만 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각됐다. 이 위원장 탄핵 건도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어이 탄핵 소추를 하는 것은 심판 기간 동안 이 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켜 총선에서 자기들 편을 들어줄 방송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 탄핵안을 표결하겠다는 1일 본회의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잡아 놓은 일정이다. 이 위원장 탄핵으로 예산안이 헌법이 정한 법정 처리 시한(2일) 내에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탄핵당해야 할 사람들은 민주당 의원들 아닌가.
조선일보 사설
12-01 이동관 전격 사퇴… 야당 탄핵 무력화

▲굳은 표정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사의를 밝힌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 참석해 야당의 탄핵안 추진에 유감을 표명하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연합뉴스
巨野 본회의 표결강행 직전 밝혀
尹대통령에게는 어제 사의 전달
與 “새 위원장으로 공백 최소화”
이재명 “원칙 어긋난 비정상 행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오전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자 방통위 기능이 정지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68석을 보유한 거야(巨野)는 “탄핵 회피용 꼼수”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전날 늦게 직접 자진 사퇴의 뜻을 밝혔다. YTN과 연합뉴스 TV 매각보류 등 주요업무에서 차질이 빚어진 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의 탄핵안을 통과시킨다는 민주당의 계획은 무산되게 됐다. 민주당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 등 검사 2명에 대한 탄핵 처리는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위원장의 사의 표명 배경에는 탄핵으로 방통위가 ‘식물 부처’로 전락하는 사태를 막으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방통위가 이 위원장과 이상인 방통위원 2인 체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탄핵안 의결로 직무가 정지되면 방통위 기능은 사실상 멈춰선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여부 심판에는 최장 180일이 소요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의 수리로 새 위원장 지명 절차를 밟으면 탄핵과 비교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방송 정상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이동관 아바타’를 내세워 끝내 방송 장악을 하겠다는 의도”라며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비정상적 행태에 대해 모든 방법을 찾아 책임을 묻고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갖 불법행위를 저질러 놓고 이제 와 ‘뺑소니’를 치겠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사의를 수리한다면 뺑소니를 방조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의회 질서 파괴를 무릅쓰고 탄핵안 표결을 강행하겠다면 기각 시 ‘총선 불출마’나 ‘의원직 사퇴’ 수준의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하고 본회의장에 들어가라”고 촉구했다.
문화일보 나윤석·김성훈·최지영 기자
12-01 이동관 방통위장 사퇴, 무분별 탄핵소추 단념 계기돼야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국회 본회의 표결 5시간여를 앞두고 스스로 물러난 것은, 탄핵소추안의 정당성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방통위 기능 마비를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에서 기각 결정이 예견되지만, 방통위원장에 대한 장기 직무정지가 초래할 부작용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실체적·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탄핵소추안은 이 위원장 사퇴로 폐기되게 됐다.
일반 부처의 경우 장관이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돼도 차관이 대행할 수 있지만,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이 위원장이 탄핵소추 되면 이상인 위원만 남기 때문에 의사 결정이 불가능하다. 상임위원 정수는 5명이지만 야당 추천 위원의 자격 문제로 현재 위원 2명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상임위원 1명으로는 YTN 매각과 종편 재연장 문제 등 중요한 사안을 의결할 수 없어 식물 부서가 된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에 대해 “언론 장악 등 공직자로서 반헌법적”이라고 주장하지만, 헌법이나 법률을 구체적으로 위반한 일이 없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징계 등은 이 위원장이 취임하기 전에 이뤄진 일이다.
심지어 민주당은 이번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내면서 주문에 ‘검찰청법 제37조’ 위반이라고 적시했다가 ‘복붙 (복사해 붙이기)’실수가 발견돼 철회하고 다시 내는 황당한 행태도 보였다. 탄핵 내용보다는 직무정지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 때처럼 헌재가 6개월 동안 심리하면 그 기간에 총선용 가짜뉴스의 단속도 어렵게 되는 점 등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관 9명 전원 일치로 기각 결정이 나온 것만 봐도 야당의 탄핵 오남용은 심각하다.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마찬가지다. 국정 발목 잡기와 이재명 대표 수사 방해용으로도 읽힌다. 이번 일을 계기로 무분별한 탄핵소추로 국회 권능을 희화화하고, 법치와 의회 민주주의도 훼손하는 행태를 단념하기 바란다.
12.01 쇄신과 희생은 없고 공천 갈등만 남은 여당 혁신위 한 달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발족 한 달 넘게 성과 없이 표류하고 있다. 당 지도부와 친윤, 중진 의원들에게 불출마와 험지 출마 등 희생을 요구했지만 호응은 없고 연일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 간 힘겨루기와 감정싸움만 표출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총선 출마를 포기할 테니 나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혁신위 활동이 공관위원장 되기 위한 건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혁신위 주장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에 그렇다면 공천 관리를 맡겨달라고 요청한 심리는 이해할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혁신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을 자청하는 것은 과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이 대표가 즉각 면박하듯 거부한 것도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혁신위가 내세운 쇄신과 희생은 사라지고 공천권 갈등만 부각되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후 윤석열 대통령은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했고 김 대표는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혁신위가 내놓은 인적 쇄신안과 이준석 전 대표 등에 대한 징계 철회, 국회의원 특권 폐지, 전략 공천 배제 방안 중 지도부가 수용한 것은 징계 철회뿐이다.
가장 핵심인 지도부와 친윤·중진의 희생은 대상자 대부분이 거부했다. 김 대표부터 “당대표 처신은 당대표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하태경·태영호 의원 등 일부가 험지 출마 의사를 비쳤지만 중진과 친윤 핵심부는 요지부동이다. 일부 친윤 인사는 지역구 행사에 당원 수천 명과 관광버스를 동원해 세를 과시했다. 김 대표는 자기와 가까운 영남 의원을 최고위원에 앉혀 비대위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친윤 의원들은 이런 김 대표를 지지하며 박수를 보냈다. 말로는 윤 정권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면서, 공천권을 쥐고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인 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도덕이 없다. 부모 잘못이 크다”고 했다가 사과했다. 잇따른 구설에 혁신위 무용론과 조기 해체론이 제기된다. 여당의 변화를 기대한 국민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12-01 탄핵·막말 폭주… 정통 민주당은 죽었다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이 민생 법안과 예산안 협의를 제쳐 두고 국회를 탄핵 정국으로만 몰고 가려다 전대미문의 희극적 실수를 저질렀다. 11월 29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에 ‘검찰청법’ 규정에 의해 탄핵을 소추한다고 잘못 기재한 것을 일단 철회한 뒤 다시 제출하려고 한다. 검사 등 3개의 탄핵안을 한꺼번에 작성하는 과정에서 ‘베껴쓰기’를 잘못했다는 것이다. 명분도 없는 일을 하려다 이렇게 된 것이다.
민주당은 11월 9일에 이어 168명 소속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발의한 탄핵안을 두 차례나 철회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 처음에는 국민의힘이 예정됐던 필리버스터를 철회하는 바람에 회기일 부족으로 철회했다. 이번에는 탄핵안 자체가 잘못 작성된 것이고, 그대로 처리했더라면 법적 효력이 상실될 뻔한 것이다. 아마도 처음 것도 똑같은 오류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로써 민주당 의원들은 아무도 법안 내용에 신경 쓰지 않는 고무도장 역할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당론이기에 실무진이 다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맡겨 둔다면 과연 이들에게 국정을 맡기는 것 자체가 너무 염려스럽지 않은가. 다른 법안도 이런 식이라고 생각하면 사실 등골이 오싹해진다. 이들에게는 당리당략과 자신의 이익(공천)뿐이라는 게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래도 예산을 위한 국회 회기를 ‘억지’ 탄핵을 위해 소모하겠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예산안뿐만 아니라 경제와 민생 법안이 민주당의 탄핵 입법 독주로 줄줄이 멈춰 서게 됐다.
다수 의석의 힘을 빌미로 일방적으로 국회를 운영하고 법 제정을 추진하면, 그것은 다수의 횡포이자 입법 독재다. 이 같은 입법 독재는 2020년 4·15 총선거에서 친야 세력이 300석 중 180석을 차지해 헌법 개정 외에는 모든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입법 권력을 가지면서 우려됐었다. 제21대 국회 개원 이후 상임위원장 배분에서부터 경찰법, 공수처법, 5·18역사왜곡처벌법,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등 ‘역사적 성과’라며 무차별적으로 다수 독재를 자행했다.
정권을 상실한 뒤에는 그야말로 국회 다수의 폭정으로 악화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위험이 심각하게 불거지자 ‘검찰독재’라며 방탄을 자임하고 나섰을 뿐 아니라, 현 정권을 흔들려는 속셈까지 드러내고 있다. 양곡관리법,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 노란봉투법, 방송 3법 등도 법제사법위원회를 경유하지 않고 임시회의에서 숫자로 강제 통과시켰다. 당대표에 대한 사법 과정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수사 담당 검사 탄핵 등 무모할 정도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촛불 탄핵의 효능감에 도취한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공공연하게 외치고 ‘암컷’ 막말 등으로 이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려는 태도는 정치 교양이 바닥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법과 절차를 지키는 건 독재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다수라는 이유만으로 합의 없는 합법성만을 추구하면 결국 ‘다수의 폭정’으로 귀결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수(민중)가 지배하는 민주정치가 타락하면 독재와 선동정치로 전락한다고 경고했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더는 일반 국민이 아는 민주당이 아니며,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집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문화일보
12-01 김용 유죄에 민주 비명 ‘사법리스크’ 비판… “정치 탄압이란 ‘방탄 프레임’ 무색해졌다”
국힘 “이 대표 정치생명 끝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대장동 사건’ 관련 유죄 판결에도 원론적 입장만을 내놓은 가운데 1일 여권은 물론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에서도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이 끝났다”고 직격했고, 비명계는 “검찰의 정치 탄압이라는 ‘방탄 프레임’이 무색해졌다”고 지적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장동과 무관하다는 이 대표 주장과 달리 공소장엔 이 대표가 여러 차례 적시됐다”며 “세 건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극성 지지층 뒤에 숨지 말고 ‘대장동 몸통’이 누구냐는 국민 물음에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정치생명이 끝났다”고 말했다.
민주당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 소속인 김종민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 출연해 법원 판결에 대해 “이 대표와 당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검찰이 정치 탄압을 했다는 (민주당과 이 대표의) 주장이 깨지기 시작했으니 위험해지는 것”이라며 “당내 ‘레드팀’을 가동해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유죄 판결이 나온 만큼 ‘묻지마 방탄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방탄을 유지해서 국민한테 먹힐지에 관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안 되겠다 싶으면 빨리 돌아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전날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며 “당에서 결단할 것은 결단해야 한다”고 이 대표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바 있다.
김 의원과 함께 ‘원칙과 상식’에 참여하고 있는 이원욱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법원 판결이) 민주당으로선 굉장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명(친이재명)계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뚜렷한 물증이 없음에도 재판부가 이해 못 할 판결을 했다. 공정하고 상식적인 판결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증거 없이 진술만으로 기소하고 유죄를 인정하는 건 군사 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퇴행”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일보 나윤석·김성훈 기자
12-01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3년 10개월 만의 1심 유죄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법원이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당시 울산경찰청장이던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에 대해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 사건에 연루된 청와대 인사들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20년 1월 이들이 재판에 넘겨진 지 3년 10개월, 1401일 만에야 1심 선고가 이뤄진 것이다.
이 의혹의 핵심은 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 전 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하명 수사’를 했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송 전 시장 측이 경쟁 후보였던 김기현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대표) 관련 정보를 수집해 청와대에 넘겼고,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은 이를 경찰에 전달해 수사하도록 하는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또 정보를 넘겨받은 황 의원은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관들을 인사 조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섰고, 송 전 시장은 이를 선거운동에 활용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통령실과 경찰이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 1심의 결론이다. 재판부가 “경찰과 대통령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했다” “선거제도와 참정권을 위협한 중대범죄”라고 질타한 이유다.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법 위반 사건 1심은 기소 이후 6개월 내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속한 재판을 통해 불법으로 당선된 선출직 공무원은 조속히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라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송 전 시장은 이미 임기를 끝마쳤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는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공판준비기일만 6차례 여느라 15개월이 걸렸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중간에 재판부 구성도 바뀌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재판이어서 일부러 지연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지체된 정의’가 반복되면 국민이 법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사법부는 이를 결코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
동아일보 사설
12.01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었던 2014년 7월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송철호(왼쪽) 전 울산시장의 지지를 호소하며 함께 유세하는 모습. 문재인은 대통령 시절 송철호의 울산시장 당선을 '소원'이라 말했고, 결과적으로 울산시장 선거에 청와대가 개입해 송철호를 당선시킨 선거범죄가 이어졌다. [연합뉴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문재인 정권 최악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정치적 논란을 떠나 명백한 중대범죄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이 29일 관련자 12명에게 무더기 유죄를 선고했다. 당시 청와대의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징역 2년,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징역1년. 주범에 해당되는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3년형.
선거 범죄는 민주주의 뿌리를 흔들기에 심각하다. 청와대가 범죄의 중심이니 최악이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 송철호를 당선시키기위해 청와대가 경찰을 동원해 유력 상대후보(김기현 현 국민의힘 대표)를 범죄자로 몰아 떨어트렸다. 유권자의 신성한 주권행사를 방해한 것이다.
유권자 입장에서 더 억울한 것은 범죄자들이 권력을 누리는 것을 눈 뜨고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유죄선고가 나오기까지 5년 넘게 걸렸다. 대통령의 입김 탓에 검찰도, 법원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 결과 송철호는 울산시장 임기를 무사히 마쳤다. 현직 경찰로 금뱃지를 단 황운하도 대법원 확정판결 이전에 임기를 무사히 마칠 것이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권력이 너무 큰 탓이다. 대법원장 임명권을 통해 사법부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다. 민주주의 기본원리인 삼권분립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사법부를 통한 견제와 정의구현이 지체되는 사이 유권자의 주권과 정의는 실종됐다.
유죄선고가 나오자 대통령 문재인에 대한 수사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잘잘못을 밝혀 대통령의 권력남용에 경종을 울려야한다. 정의가 더이상 지체되어선 안된다.
오병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12-01 野,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안 단독처리…헌정사 두번째
여당은 표결 불참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동관), 검사(손준성·이정섭)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법제사법위원회로의 회부 동의의 건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 2023.11.30/뉴스1
‘고발 사주’ 의혹을 받고 있는 손준성 검사와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을 받는 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지난 9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를 보복 기소한 의혹을 받는 안동완 검사를 시작으로 헌정사 두 번째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손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석 180명 중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 무효 2명으로 통과시켰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을 제외한 공직자의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150명)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168석인 민주당의 단독 처리가 가능한 것이다. 이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재석 180명 중 찬성 174명, 반대 3명, 기권 1명, 무효 2명으로 통과됐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손 검사는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 등 여권 인사 고발장을 전달하고 형사 고발을 사주한 혐의로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선고는 내년 1월 12일 이뤄진다. 이 검사는 최근까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을 수사 지휘했다가 비위 의혹이 불거진 뒤 대전고검 검사 직무 대리로 전보 발령이 나 수사에서 배제된 상태다.
대검찰청은 손 검사와 이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깊은 유감을 표했다. 대검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내고 “대상 검사들에 대해 이미 법령에 기한 사법·감찰 절차에 따라 엄정한 감찰·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이 때문에) 탄핵 대상이라 할 수 없음에도 또다시 정치적 목적으로 검사를 탄핵소추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부 문제에 대해 엄격한 잣대로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당초 민주당은 손 검사, 이 검사와 함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밀어붙여 강행 처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자신의 탄핵안이 처리되기 전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표명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수리하면서 탄핵소추안은 무위로 끝나게 됐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12-01 尹대통령, ‘노란봉투법·방송3법’ 거부권 행사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 1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지난달 9일 야당 주도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22일 만이다.
앞서 정부는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국무회의 의결 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부는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을 국회로 돌려보내게 됐다
앞서 대통령실은 “노란봉투법은 위헌성이 있고, 방송 3법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등을 바꾸는 만큼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총리도 이날 오전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교섭 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원칙에 예외를 둠으로써 건강한 노사관계를 저해한다”며 “또 불명확하고 모호한 개념으로 현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헌법상 원칙을 위반할 소지도 있다”고 했다.
방송 3법에 대해서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개정의 목적이라 하지만 내용을 보면 오히려 이와 반대의 경우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견제와 감독을 받는 이해당사자에게 이사 추천권을 부여해 이사회의 기능이 형해화될 위험도 높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5월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12.01 분열의 중심, 이준석과 이낙연
총선 4개월 앞, 여야 전직 당대표가 그 중심
이준석 탈당 가능성 매일 1%씩 올라가는 중
비대위·재창당 수준 혁신 없인 결별 불가피
이낙연 이재명 직격, 안철수의 文 공격 떠올라
‘통합 비대위’ 안 되면 야권도 그때처럼 분열

▲일러스트=이철원
4월 총선을 앞둔 12월은 정치권의 분열과 통합의 시간이다. 오래 분열했던 민주당은 2012년 총선을 앞둔 2011년 12월 문재인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포함된 ‘혁신과 통합’이 만든 시민통합당과 합쳤다. 2016년 총선을 앞둔 2015년 12월 안철수 탈당으로 민주당은 다시 갈라졌다. 2019년 12월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탈당했던 유승민이 돌아가 자유한국당과 합쳐 만든 ‘미래통합당’ 출범 전야였다. 2024년 4월 총선을 앞둔 12월 양당 모두 다시 분열의 시간이 오고 있다.
예상되는 4월 총선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①2012·2020년 같은 양자 구도 ②2016년 같은 3자 구도 ③1996년 같은 4자 구도다. 현 시점에는 ①20% ②40% ③40% 정도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신당’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민주당은 조응천·김종민·이원욱·윤영찬의 ‘원칙과 상식’이 이재명 대표를 향한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이낙연 전 대표가 포문을 열고 참전했다.
먼저 국민의힘. 지난달 이 지면에서 이렇게 썼다. “이준석과 관련하여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①결별 ②굴복 ③타협. ①은 쉬운 선택이지만 이 시나리오의 약점은 ‘총선 패배’ 두려움이다. (...) ②는 길을 잃은 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전 대표에게 사과하고, 당대표를 내쫓는 데 앞장선 핵심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 ③은 타협책이다. 인요한 혁신위의 ‘징계 철회’가 출발점이다. 공천은 당연히 보장될 것이다. (...) 어느 쪽이든 ‘미션 임파서블’이다.” 한 달 동안 인요한 혁신위가 ‘혁신할 시간’을 낭비한 사이 결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준석 탈당 가능성은 하루에 1%포인트씩 올라가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선택지는 세 가지다. ①'이준석 신당’ ②국민의힘 잔류 ③제3 지대 정당 합류. 현 시점에 ①50% ③30% ③20% 정도로 보인다. 12월까지 김기현 체제가 유지된다면 이준석 탈당 가능성은 90%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다. 김기현 체제가 붕괴하고 비대위로 전환한다면 탈당 가능성은 30%까지 떨어질 것이다. 만약 원희룡·한동훈·오세훈·이준석이 경쟁하는 ‘신당’으로 재창당한다면 탈당하지 않을 것이다. 탈당 명분과 동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다음 민주당. 이재명 대표 영장이 기각된 이후 ‘친명’ 중심의 구심력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구심력이 강해지면 원심력도 강해진다. 구심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면 그 물체는 원운동을 하지만 균형이 깨지는 순간 튕겨 나간다.
“민주당의 무너진 원칙을 되살리고 국민이 요구하는 상식의 정치를 세우겠다”며 출범한 ‘원칙과 상식’은 ‘팬덤 정당’ ‘방탄 정당’ ’패권 정당’과 전쟁을 선언했다. 이들은 “‘원칙과 상식’은 당내 패권주의 대신 정당 민주주의를, 내로남불과 온정주의 대신 도덕성과 윤리 의식을, 팬덤 정치 대신 당심과 민심의 조화를 추구한다”며 “대표 개인의 사법 방어에 당을 동원하는 방탄 정당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재명 당도 강성 지지층 당도 아니다. 친명 일색의 지도부, 강성 지지층, 외부 유튜브 언론이 지배하는 획일적 목소리로는 국민의 민주당으로 갈 수 없다. 강성 팬덤 정치와 과감하게 결별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선택지도 세 가지다. ①민주당 잔류 ②독자 신당 창당 ③제3 지대 정당 합류. 현 시점에 ①40% ②40% ③20% 정도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가 ‘통합 비대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들의 탈당 가능성은 하루에 1%포인트씩 올라갈 것이다. 이들의 민주당 이탈이 ‘탈당’이라면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은 사실상 ‘분당’이다.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와 민주당 대표를 지냈고, 이재명 대표와 치열한 대선 경선을 치른 이낙연의 탈당은 2015년 안철수 탈당 이후 가장 큰 분열이다.
얼마 전 “전우들의 시체 위에서 응원가를 부를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이 전 대표의 발언 취지에 대해 신경민 전 의원은 “지금 제3 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여기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지지를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신당 창당에 힘을 실었다.
지난 28일 이낙연계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이 주최한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길로’ 포럼 기조연설에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은 오래 지켜온 가치와 품격을 잃었다. 과거의 민주당은 내부 다양성과 민주주의라는 면역 체계가 작동해 건강을 회복했으나 지금은 리더십과 강성 지지자들 영향으로 그 면역 체계가 무너졌다.
면역 체계가 무너지면 질병을 막지 못하고 죽어간다. 안팎을 향한 적대와 증오의 폭력적 언동이 난무한다. 참담하다. 당내 민주주의가 거의 질식하고 있다. 정책이나 비전을 내놓는 활동이 미약해졌고 어쩌다 정책을 내놓아도 사법 문제에 가려진다”고 했다. 그는 “도덕적 감수성이 무뎌지고 당내 민주주의가 억압되는 것은 리더십과 무관하지 않다”고 이재명 대표를 직격했다.
“민주주의가 질식하고 있다”는 직설적 표현은 2015년 9월 문재인 대표를 향한 안철수의 “혁신은 실패했다”는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2012년 대선 경쟁자였고 당대표를 지낸 두 사람의 충돌은 결국 분당으로 이어졌다. 2022년 대선 경쟁자였고 당대표를 지낸 이재명과 이낙연의 충돌도 ‘분당 시즌2′로 귀결될까.
이 전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거대 정당 내부 혁신이 시급하지만 양대 정당의 혁신은 실패했거나 실패로 가고 있다. 지금의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갈래 모색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과 상의하지 않았지만 저는 그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당대표를 지낸 이준석과 이낙연이 분열의 중심에 있다. (나갈 테면 나가라는 듯) ‘거절할 수밖에 없는 제안’으로 시간만 끈다면 이들의 신당 창당은 불가피할 것이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중 누가 분열의 레일을 달리고 있는 열차를 멈춰 세울 것인가.
조선일보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12.01 김형준 교수 “탄핵·계엄 중독된 민주당, 대한민국 아수라판 만든다”
“이재명 바이러스 감염된 野, 민주도 상식도 없이 폭주”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탄핵과 계엄에 중독된 이재명 민주당이 대한민국을 아수라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조선일보 유튜브 ‘배성규·배소빈의 정치펀치’에 출연, “지금 민주당은 국정을 외면한 채 오로지 윤석열 정부를 탄핵하는데 정신이 팔려 있다”며 “영화 정치에 빠져 윤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말만 쏟아낸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민주당이 (전두환 신군부의 12·12 군사 쿠데타를 주제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계엄령’ 운운하는데 (성남시 비리를 주제로 같은 감독이 만든) 영화 ‘아수라’는 보지 않느냐”면서 “국민들은 ‘아수라’를 보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떠올릴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민주당은 입만 열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승한다고 주장하는데, 실용의 정치를 한 DJ와 원칙을 강조한 노 전 대통령과는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다”면서 “이재명 민주당은 과거 DJ와 노무현의 민주당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고 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 머리 속엔 오로지 국정 마비와 탄핵만 들어있다”면서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와 대표가 된 이후 민주당은 ‘이재명 바이러스’에 감염돼 민주도 상식도 없이 오로지 방탄과 막말로 폭주하는 정당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예산은 모두 삭감하고 이재명표 예산만 신설하거나 증액하고 있다”면서 “국회가 예산 항목을 신설하거나 증액할 수 없도록 한 헌법 규정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 대표는 각종 현안에 대해 책임있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침묵한다”며 “오로지 자기 정치 생명과 비리 방탄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 90%가 재판 공개에 찬성하고 있다”며 “사법부에 대한 불신, 이 대표 비리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걸핏하면 재판에 불출석하고 지각하며 사법부를 우습게 여기고 있다”면서 “공개 재판을 하면 최소한 재판에 지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 대표가 침묵하는 사이 오히려 이준석 전 대표가 매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비판하면서 야당 대표 행세를 하고 있다”며 “지금 제1야당 대표는 이재명이 아니라 이준석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고 했다. 그만큼 이재명 대표의 존재감이 야권 내부에서조차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준석 전 대표는 지금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려 한다”며 “하지만 청년 정치를 앞세우면서 보수의 텃밭인 대구에서 출마를 얘기하는 것은 자기 모순”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김종필·안철수 신당의 전례를 봤을 때 이준석 신당이 성공하려면 강력한 지역 기반과 대선 후보가 있어야 하는데 이 전 대표는 어느 것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준석 신당이 총선에서 실제 파괴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또 “이 전 대표가 다른 이들과 말싸움에선 우위를 보였을지 모르지만 한동훈 법무장관과 만나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며 “한 장관을 공격했다가 본전도 찾지 못하고 꼬리를 내린 경우가 적잖다”고 했다. 한 장관이 이준석 전 대표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배성규 기자
12.02 총선용 억지 탄핵이 일으키는 국정 파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사퇴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3.12.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민주당의 탄핵 표결 강행을 앞두고 사퇴했다. 취임한 지 100일도 되지 않았다. 방통위는 합의제 기관이다. 이 위원장 사퇴로 방통위원은 5명 중 1명만 남게 돼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2300억원 예산을 쓰는 중앙행정기관이 통째로 마비된 것이다. 탄핵은 공직자가 구체적인 법률을 위반했을 때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탄핵안에 이 위원장의 구체적인 법 위반 사항을 기재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검사들 탄핵안에 쓴 내용을 복사해 붙였다. 무도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다.
이 탄핵안은 헌재에서 기각될 것이란 사실은 민주당도 잘 안다. 민주당 계산은 헌재 판결이 내년 총선 때까지 나오기 힘든 만큼 그때까지 방통위를 마비시켜 현재의 유리한 방송 구도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연말로 예정된 KBS·MBC 등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등 주요 안건 의결이 불가능해지고, 가짜 뉴스 단속도 어려워진다. 이 위원장은 방통위 마비를 막기 위해 사퇴한 것이고 앞으로 대통령이 새 방통위원장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자신들 의도가 헝클어지자 이동관 위원장 사표를 받아들이지 말라고 요구했다. 물러나라고 탄핵한다면서 막상 그만둔다니 물러나지 말라는 것은 무슨 소리인가. 순전히 총선용 정략인 탄핵을 밀어붙여 이런 국정 파란을 만들고 있다.
민주당은 국무위원의 3분의 1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탄핵을 위협하고, 한 사람은 실제 탄핵했다. 그 탄핵은 헌재에서 기각됐다. 민주당은 이날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검사까지 탄핵했다. 피의자가 자신을 수사하는 검사를 탄핵한 것이다. ‘탄핵 중독’이란 말이 나올 만하다. 검사 탄핵은 역사상 두 번째인데 그 두 번 모두 민주당이 최근 한 것이다. 민주당에선 대통령이 새 방통위원장을 지명하면 또 탄핵하겠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아무리 정치가 엉망이고 정쟁이 도를 넘었다고 해도 주요 공직자에 대한 탄핵을 순전히 선거용 정략으로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 헌정사에 남을 오점이다.
조선일보 사설
12.04 범죄자마다 ‘방탄 출마’ 선언, 이젠 부끄러움도 모른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으로 검찰 출석을 앞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퇴진당’이란 비례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민주당이 윤석열 퇴진당은 민주당의 우당이라고 선언해주면 된다”며 “(대통령) 탄핵 소추를 비롯해 강력하게 민주당을 견인할 수 있는 당이 만들어져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했다. 돈 봉투 사건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캠프에서 벌어진 일이다.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돈 봉투를 만들고 전달한 사람들이 모두 혐의를 인정했다. 이쯤 되면 시시비비를 가릴 때까지 수사와 재판에 성실히 임하며 자숙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송 전 대표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기각시킬 자신이 있다”고 했다. 윤석열 퇴진당 대표로서 달게 될 금배지를 영장 판사에 대한 압박에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각종 비리로 1심에서 징역 2년 유죄를 선고받은 조국 전 장관도 최근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 회복 길을 찾아 나서겠다”며 내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2심에서 무죄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국회의원이 돼 정치적 면죄부를 받겠다는 생각을 굳혔을 것이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황운하 의원은 지난주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기소 3년 10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었다.
그가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고 당선되지 않았다면 이런 대접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판결이 나온 뒤 그는 페이스북에 “가시 면류관을 쓰고 채찍을 맞아가며 십자가를 메고 가시밭길을 걷는 것”이라고 썼다. 본인을 예수에 비유한 황 의원도 아마 내년 총선에 다시 출마할 것이다.
기소되면 일단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이 과거 정치권의 불문율이었다. 혹시라도 권력으로 죄를 덮으려 한다는 오해를 피하려는 것이었다. 이제는 혐의를 받는 상황이 오면 출마로 방탄 채비부터 갖추려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그 ‘선구자’였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 총 7가지 사건의 10가지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당대표 선거에서 이겨 그 많은 수사를 다 피해 가고 있다. 20명 가까운 종범이 구속됐는데 주범 격인 이 대표만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국회의원과 당대표 선거에서 패했다면 이런 일이 가능했겠나.
조선일보 사설
12.04 방울, 암컷, 어린놈… ‘막말 경연장’ 된 출판기념회

단기간 집중 반복 野 인사들 막말 행진
개인적 실언 아닌 특정그룹 집단정서 가능성
‘저질 정치’ 막으려면 막말 방치 안 돼
심리 전문가 “막말 대처, 바바리맨 대처와 비슷”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서 막말이나 비속어 발언이 줄을 잇고 있다. 출판기념회장의 분위기 그리고 막말·비속어(이하 막말)가 반복되는 패턴을 보면 어느 개인의 생각이라기보다는 특정 그룹의 집단정서, 실언이라기보다는 의도된 발언으로 볼 여지가 많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9일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 있나. 어린 놈이 선배를 능멸했다”며 한동훈 법무장관을 겨냥한 거친 표현을 쏟아냈다. 6일 뒤에는 최강욱 전 의원이 바통을 받았다.
광주에서 열린 민주당 민형배 의원 출판기념회 도중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을 비판하면서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도 보면 그렇게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거는 잘 없다”고 말했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민 의원과 같은 당 김용민 의원은 제지를 하는 대신 키득키득 웃으며 ‘무언의 동조’를 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 출판기념회에서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 함세웅 신부가 추 전 대표를 추켜세우는 과정에서 보기 민망한 손짓까지 해가며 “방울 달린 남자들이 여성 하나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당시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를 비롯해 황운하 김용민 의원 등 민주당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현장에서는 요란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만 당사자들은 대체로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다. 특히 최 전 의원의 경우는 당 지도부가 대신 나서 사과까지 했는데도 정작 본인은 지난달 28일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내가 그렇게 빌런(악당)인가”라고 되물으면서 자신의 발언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최 전 의원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의견도 나왔다. 남영희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비록 하루 만에 사과하기는 했지만 “(김건희 여사가) 학력 위조를 사과하면서 내조만 하겠다고 하고선 얼마나 많은 행보를 하고 있느냐”며 “더한 말도 하고 싶은데 저도 징계받을까 봐 말을 못 하겠다”고 최 전 의원을 징계한 당 지도부에까지 불만을 드러냈다.
공인에 대한 감시와 견제, 비판은 야당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김건희 여사는 공직에 직접 선출되거나 임명된 것은 아니라고 해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열외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비판과 막말은 다르다. 막말은 오히려 비판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 뿐이다.
정치는 곧 말이고, 말이 곧 정치라고 한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깊이 천착했던 대표적인 인물이, 최 전 의원의 암컷 발언에 등장한 ‘동물농장’의 저자 오웰이다. 그는 ‘정치와 영어’라는 에세이에서 언어의 몰락을 초래하는 궁극적 원인 중 하나로 정치를 꼽았으며, 사고가 언어를 타락시킨다면 언어 역시 사고를 타락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웰의 소설 ‘1984’에는 선전과 보도를 담당하는 진리부가 ‘자유는 노예다’ ‘전쟁은 평화다’ ‘무지는 장점이다’와 같은 프로파간다를 퍼뜨리는 내용이 나온다. 독일의 작가인 악셀 하케는 이 부분을 이렇게 해석했다. “기존의 단어에 완전히 새로운 반대 의미를 부여하여 고유의 뜻까지 잃게 된다. … 이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빅브러더에 대항하는 이들은 더 이상 아무 언어도 갖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오웰의 통찰과 하케의 해석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정치가 무언가 나쁜 것으로부터 오염되는 것을 막으려면 말의 오염을 절대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말을 지키는 것이 정치의 추락을 막는 길이다.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막말과 설화(舌禍), 부적절한 언행을 엄격히 검증해 내년 총선 공천심사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국민과 유권자가 경계심을 풀어선 안 된다. 최 전 의원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를 보면 민주당이 얼마나 진심인지를 알기 어렵다.
더구나 심리학 분야에는 막말은 특정한 정치 성향을 공유하는 그룹 안에서 발언의 공감대를 넓히고 메시지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고 한다. ‘개딸’과 같은 강성 지지층의 환심을 사려는 정치인들에게는 막말에 대한 끊임없는 유혹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인지심리학자인 아주대 김경일 교수에 따르면 막말에 대한 대처법은 ‘바바리맨’에 대한 대처법과 비슷하다고 한다. 흔히 무시나 무반응이 효과적일 것 같지만, 반대로 막말이나 바바리맨의 행위를 더 기승부리게 한다는 것이다. 결국 단호한 비판과 제재, 표를 통한 심판만이 정치가 막말에 오염돼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천광암 논설주간 iam@donga.com
12-04 탈당 이상민 “이재명 비판이 당 흔들기? 尹비판은 국가 흔들기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뉴스1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의원이 4일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이 됐다”며 “도덕성 실추되는 일이 많은데 자정 기능이 멈춰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개딸들, 소위 강성지지자들이라는 분들이 당을 점령해 당내의 공론장을 완전히 틀어막았다”며 “최근 희한한 발언이 있어도 당이 그냥 넘어가고 있지 않나. 이런 것들이 만연돼 있다. 제가 줄곧 노력했지만, 반응도 없고 외칠 공간도 없다. 더 이상 거대정당이라는 그 온실 속에 있을 수 없어 결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재명 대표의 영장이 기각되고 지난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이재명 대표 체제의 어떤 개선이 이뤄지기보다는, 더 공고화 됐다”며 “저 같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은 이제 아예 공간도 없을 정도”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데 대해서는 “뜻밖의 판결이라고 생각되지 않았고, 그것 때문에 제가 더불어민주당과의 결별을 결심하게 된 주요 동인은 아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자신의 SNS에 ‘먹던 우물에 침은 뱉지 마시라’고 쓰는 등 민주당 내에서 비판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먹던 우물에 침을 뱉는 게 아니라 비판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판을 마치 당을 흔드는 것이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국가를 흔드는 건가”라고 받아쳤다.
이어 “누구든지 공직을 맡고 있으면 비판은 열려 있는 것”이라며 “그것을 ‘내부 비판이다’ ‘내부 총질이다’라고 한다면, 지금의 여권이나 야권이나 본질적으로 다른 게 뭐가 있나”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여러 의원과 소통하고 있고, 신당에 대한 관심도 갖고 있다”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합류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조금 더 숙고가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12-04 신뢰도가 꼴찌인 집단

국민을 가장 많이 앞세우는 집단은 국회의원이다. ‘국민의 뜻’ ‘국민을 위하여’ ‘국민을 대신하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상한 것은 아기들이 엄마를 찾는 이상으로 국민을 찾는데, 의원들은 국민에게서 멀어진 존재라는 점이다. 의원들의 ‘국민 타령’은 안타깝게도 많은 국민에게 공치사 소음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회의원은 한 입으로 두말한다.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 180도 달라진 입장을 보면 신기할 정도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같은 취지의 법안에 대해서 지지했던 입으로 반대한다. 찬성할 때도 국민의 뜻, 반대할 때도 국민의 뜻이다. 절대 다수당이 되어 멋대로 강행하는 법 처리도 국민의 뜻이라고 강변한다. 반대의 뜻을 가진 국민이 엄존하는데도 국민에게 설명하는 과정은 생략된다. 하늘 같이 모신다는 국민을 설득하려는 시늉도 하지 않고 당리당략의 거수기로서 충실할 뿐이면서 국민의 뜻이라고 한다.
국민을 입에 달고 사는 의원들
법 어기고도 “정치탄압”만 반복
정치에 대한 믿음은 말에 달려
최근 잇따른 막말의 끝은 어디…
국회의원들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법을 어긴 혐의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무조건 정치적 탄압이라고 한다.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아도 잘못이 없다면서 판결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최종심인 대법원의 유죄판결에 대해서도 하늘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다면서 역사의 법정에서는 이길 것이라고 한다. 문명사회의 엄중한 사회적 약속이고 근간인 법치주의를 법을 만드는 당사자들이 부정한다.
국회의원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우리 국민이 국회의원과 국회를 가장 신뢰하지 않은 집단, 가장 직무에 불성실한 집단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을.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지속적인 결과이다. 예를 들어 2016년부터 2023년에 걸친 정부기관, 사회기관, 여론조사기관, 시장조사 기업(영국의 ‘입소스’), 한국개발원(KD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같은 국내외의 기구에서 실시한 ‘신뢰도 조사’에서 만년 꼴찌이다. 다양한 조사 방법과 조사 문항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꼴찌를 벗어나지 못한다. 심지어 우리 국민은 처음 만난 사람보다도 국회와 정치인을 더 믿지 못한다는 치욕적인 조사 결과도 있다.
‘난공불락의 꼴찌’라는 결과의 가장 큰 이유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의정활동을 하라는 의무를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폭력적인 막말 아수라장을 연출하며 상대를 폄훼하고, 공론장을 마비시키며, 공동체의 통합이 아니라 갈등을 조장한다. 지난 9월 18일 법원의 선고로 의원직은 상실한 전 의원의 ‘암컷이 설친다’는 발언과 이 발언이 ‘문제가 없다’는 전·현직 의원들의 엄호 발언은 막말의 무한 질주가 갈 데까지 간 최악을 보여준 사례이다. 공적 이슈에 대한 시시비비의 논쟁이나 비판이 아니라 인격에 대한 모욕·악담·조롱·저주·욕설로서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언행이기 때문이다.
이런 막말은 남성과 여성의 존재를 동등하게 보지 않고 한쪽을 열등하게 보고, 세상을 이분법으로 구분하고 한쪽을 무시하는 가치관을 반영한다. 순전히 자신들을 위한 ‘아군과 적군 분류’ 논리를 국민에게도 적용하여 갈라치기로 진영화하고, 아군이 아닌 쪽은 비하·혐오하고 군림해도 된다는 의식의 산물이다.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흑인의 인권을 유린하는 법을 만들고, 종교가 다르다고 박해를 가하고, 민족이 다르다고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공익과 사익을 구분하지 못하고 풀 한 포기에도 우주가 있다는 존재의 장엄함을 부정하는 무지이다. 이러한 부정의 가치관은 일단 대통령을 탄핵에 올려놓는 게 국민의 뜻이라는 언행에도 날로 드러난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구체적인 혐의 사항 없이 의석수가 충분하니 ‘일단 올려놓고 보자’는 사고는 헌법의 정신을 모독하는 부정이다.
국회의원의 신뢰도는 국민을 향한 말(레토릭)을 통해 드러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신뢰도를 ‘에토스’(ethos)라고 하면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스란히 ‘듣는 사람이 내리는 평가’라고 하였다(『Rhetoric』, Roberts). 에토스는 ‘전문성’과 ‘믿음성’으로 형성된다(『Communication and Persuasion』, Hovland 등). 만년 꼴찌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는 국회의원 집단이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급선무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전문성과 믿음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리하면 ‘국민’을 내세우지 않아도 국민은 저절로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라며 신뢰하게 될 것이다.
중앙일보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커뮤니케이션학
12.04 장기표 “특권 폐지가 몽상? 세금 도둑 판치는 정치판 그냥 둘 건가”
[김윤덕이 만난 사람] 특권폐지당 창당 선언한 장기표

▲11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장기표는 청년처럼 패기가 넘쳤다. 그는 "도덕 없이 능력만 있으면 도둑"이라며 "특권 폐지가 정치를 바꿀 첫걸음"이라고 했다. /이태경기자
변호사 조영래는 장기표를 두고 “세상이 다 취해도 홀로 깨어 있으려고 하는 그 지나친 순수함이 병이요, 죄”라고 했다. 장기표 아내 조무하는 “남들은 ‘영원한 재야’라며 존경하지만 내가 볼 땐 그냥 바보”라고 했다. ‘모두가 행복한 정치’를 하겠다며 안 되는 길로만 골라 가는 바보 장기표가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깃발을 들었다. 지난 22일 가칭 ‘특권폐지당’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고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그는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를 발족해 입법 촉구 등 여러 활동을 했지만, 지금 국회에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7번 출마해 7번 낙선. 제도권과는 인연이 없는 것 아니냐고 하자 “때가 왔다”고 했다.
◇내년 총선 화두는 특권 폐지
-’특권폐지국민운동’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뜨거워 창당을 결심한 건가.
“법률을 만들거나 개정해야지, 우리가 맨날 거리에서 외쳐봐야 국회의원 특권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절감했다. 내년 4·10 총선에서 특권 폐지를 사명으로 여기는 국회의원들을 배출할 것이다.”
-특권 폐지만을 목적으로 한 정당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특권 폐지를 매개로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꿀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 것이다.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봐라. 저출산, 자살률 등 기적처럼 나라가 붕괴할 수도 있는 위기다. 정치가 이걸 반전시켜야 하는데 기성 정치 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금태섭 신당, 이준석 신당에 장기표 신당까지 얹겠다는 건가?
“정치 혁신, 국회 혁신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지금처럼 큰 때가 없었다. 현실 정치가 지금처럼 국민에게 배격받은 때도 없었다. 다른 신당들은 나처럼 밀어붙이지 못한다. 나는 그들처럼 제도권 정치인들과 이해관계가 전혀 없어 특권 폐지 운동도, 정치 혁신도 할 수 있다.”
-’창당 전문가’란 비아냥이 있을 만큼 장기표의 개혁 시도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매번 실패했고.
“세상은 때가 와야 한다. 그때가 지금이다. 이번엔 실패하지 않는다.”
-정당은 돈과 조직이 있어야 만들 수 있을 텐데.
“때를 만나면 돈이 들어오고 사람도 몰려든다. 그렇잖아도 요즘 내 일과의 3분의 1은 돈 구하러 다니는 일이다(웃음).”
-장기표는 1급수라 물고기가 모여들지 않는다던데.
“내가 1급수라는 건 착각이다. 나는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다. 이번에는 윤리, 도덕이 반듯한 정치 세력이 나와 여야 없이 카르텔로 엮여 있는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도덕 없이 능력만 있으면 그게 도둑놈이지 뭔가. 도둑들이 판치는 정치판을 국민들이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
-신생 정당이 의원 1명 당선시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일 텐데.
“어쩌면 당선보다 내년 총선에서 특권 폐지 붐을 일으키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특권폐지당이 불씨를 지피면 거대 양당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회의원 특권폐지를 촉구하며 인간띠로 국회를 에워싸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5.31/뉴스1
◇연봉은 세계 1위, 실력은 꼴찌
-특권 폐지 운동은 윤석열 대통령 스승이라는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도 극찬했더라. 이걸 왜 시작하게 됐나.
“공직자가 특권을 누리면 안 되고 사익을 추구해선 안 된다고 나는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다. 근소한 차이로 낙선했지만, 지난 총선 김해에서 출마했을 때도 국회의원 특권 폐지가 내 공약이었다. 공직자는 영어로 퍼블릭 서번트(public servant), 즉 공복(公僕) 아닌가. 종까지는 아니라도 머슴, 국민의 머슴이다.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 해놓고 특권을 누리면 되겠나. ”
-187가지나 된다는 특권을 들여다보니 왜 그렇게 의원 배지를 달려고 하는지 알겠더라.
“파렴치할 정도다. 연봉이 1억5500만원으로 미국 일본 독일 다음으로 높은데, 국민소득 대비로는 최고로 높다. 죄 짓고 재판을 받고 있거나 교도소에 있어도 월급이 나온다. 김남국처럼 잠적해 국회에 출석하지 않아도, 최강욱 이재명 노웅래 등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어도 월급이 나온다. 연봉은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일은 꼴찌 수준으로 못한다. 서울대 연구 자료에 따르면 국회의원 연봉 대비 의회 경쟁력에서 우리나라는 27국 중 26위였다.”
-연봉 외에 ‘의정 활동 지원비’라고 해서 1억2000만원이나 되는 돈도 받더라.
“입법 및 정책 개발비, 정책 자료 발간 및 의원 정책 홍보비, 업무 추진비, 사무실 소모품비, 의원 차량 유류비, 의원 차량 유지비 등 셀 수도 없고 중복되는 것도 허다하다.”
-문자 발송비 지원 명목으로 700만원도 받더라. 그래선지 홍보성 문자가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온다.
“그뿐 아니다. 설과 추석엔 400여만원씩 휴가비가 나가고, 강원도 고성의 국회수련원은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형제자매까지 사용하는 특권을 누린다. 해외 시찰비도 연간 2000만원을 지원받는다.”
-특권 중 특권은 후원금이라고 했다.
“국회의원은 1년에 1억5000만원을 후원금으로 받을 수 있고,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데 선거에서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 비용 전액을 국고에서 환급까지 받는다. 더 큰 문제는 총선이 아닌 대선이나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도 국회의원이 3억원까지 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돈을 어디에 쓰겠나. 재선을 위한 자기 선거운동에 쓴다. 정치 신인들이 국회로 진출하기 힘든 이유다.”
-보좌진도 9명이나 되는 줄 몰랐다.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은 국회의원 1명당 보좌진이 2~3명에 불과하다. 스웨덴은 국회의원 2~3명에 보좌진이 1명이다. 대한민국은 국회의원 1명당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연봉, 의정 활동 지원비, 보좌진 급여를 합해 한 해 8억원이 넘는다.”
-혜택은 누리면서 일은 안 하는 의원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나?
“그래서 특권폐지당 공약에 주민투표로 의원직을 박탈하는 ‘국민 소환제 도입’을 넣을 것이다.”
▲17일 오후 서울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서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주최 '7.17 특권폐지 국민 총궐기 대회'가 열리면서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권리가 표시되고 있다. 2023. 7. 17 / 장련성 기자
◇특권 내려놓겠다는 의원 7명뿐
-국회의원 자신들도 과도한 특권을 누린다고 생각하나?
“특권 폐지 운동을 시작하니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다선 국회의원이 우리가 무슨 대단한 특권을 누리냐며 발끈하더라. 여야 당대표, 원내대표에게 특권 폐지에 대한 의견을 들으러 가겠다고 하니 경찰이 막아섰다. 월급을 400만원으로 줄이고, 1억원이 넘는 의정 활동 지원비를 폐지하고 보좌진은 3명으로 축소하고 불체포 특권과 면책특권은 포기한다는 내용에 동의하냐고 의원 300명에게 질의서를 보냈다. 딱 7명만 동의한다는 답변을 보냈더라. 이게 우리 의원들 수준이다.”
-국회의원뿐 아니라 고위 공직자들의 전관 예우도 전관 범죄라고 비판했다.
“대법관을 지냈거나 법원장, 검사장을 지낸 사람들에 대한 전관 예우는 수사나 재판의 공정성 훼손을 넘어 법치주의를 파괴한다. ‘유전 무죄 무전 유죄’가 실제로 일어나 사법 피해자들을 만들어낸다. 법원과 검찰 고위직을 지낸 사람들은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양심에 맡겨야지 어떻게 법으로 강제하나.
“이걸 막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특권 카르텔은 사라지지 않는다.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50억원 수수를 무죄로 선고하는 걸 봐라. 총리, 헌재 소장 등 행정부 내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이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 고문으로 취업해 과도한 수익을 취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특권이 사라지면 정치권에 진출하려는 인재도 함께 줄어들지 않을까.
“특권이 없어야 국가를 위해 진심으로 헌신하려는 사람들이 온다. 근로자 평균 임금을 받는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의 국회의사당 앞에는 의원들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가 빼곡히 서 있다. 선진국처럼 국회의원이 생계형이 아니라 봉사형이 돼야 한다. 그래야 힘들어서 임기 한 번만 지내고 물러난다. 우리처럼 죽을 때까지 국회의원 하려고 발버둥 치는 나라도 없을 거다.”
▲11워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사무실에서 장기표 대표가 특권폐지 운동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는 22일 특권폐지당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이태경기자
◇장기표는 몽상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100만원을 선고받았더라.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의혹을 공론화하며 대장동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했는데, 이것이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이 됐다. 벌금 납부를 거부하고, 서울구치소에서 일당 10만원에 준하는 노역형으로 대신하겠다고 했더니 검찰이 집행을 보류했다.”
-벌금을 안 내면 통장을 강제 압류당할 텐데.
“어차피 통장에 5만7000원밖에 없다. 벌금을 내주겠다는 분이 많은데 내가 거절했다. 증거가 차고 넘치는 죄인은 권력이 있다는 이유로 잡아넣지도 못하면서 나처럼 돈 없고 권력 없는 사람에게만 죄를 묻는 게 옳은가. 도둑은 안 잡고 도둑 잡으라고 한 사람을 잡는 게 말이 되나?”
-그래서 특권 폐지 운동에 더 열심을 내는 건가.
“지난 4월 16일 출범식에 1000명 넘게 왔다. 예상도 못 한 숫자였다. 5월 31일 국회 포위 집회엔 5000명이나 참여했다.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이 이렇게 뜨겁다. 특권폐지당의 국회 입성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장기표를 몽상가라고 한다.
“특권 폐지가 몽상인가? 정치에 대한 나의 꿈과 소신이 몽상이 아니라는 걸 우리 국민이 알아줄 것이다.”
-선거 철만 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는 조무하 여사는 남편이 신당을 또 만든다는 걸 알고 있나.
“알리지 않으려다 창당 발기인 모집한다는 광고 문안 한 장을 집에 던지고 나왔다.”
-저녁에 한 소리 들으셨겠네.
“잘했다고는 절대 안 하지(웃음). 그러나 내 생각이 상당히 옳다. 아내 또한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할 것이다.”
☞장기표
1945년 경남 김해 출생.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전태일 분신 사건으로 노동운동에 투신했고, 이후 민주화 운동, 노동운동을 하며 수배 생활과 감옥 생활을 반복했다. 90년대 이후 7차례 총선에 출마하며 제도 정치권 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 ‘영원한 재야’로 불린다. 지난 4월부터 특권 폐지 국민운동을 전개했고, 최근 특권 폐지당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조선일보
12-04 ‘울산 윗선 靑 3인’ 수사 시급한 이유

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하명수사’와 관련해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과 송철호 전 울산시장에 대해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 수사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돼 기소한 지 4년 만에 첫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아직 1심 판결이지만, 문재인 청와대에 의한 ‘하명수사’가 있었음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송 전 시장은 문 전 대통령과 30년 지기 절친이다. 송 전 시장이 2014년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갔을 때 유세장에서 당시 국회의원이던 문 전 대통령이 “내 가장 큰 소원은 송철호의 당선”이라고 외친 적도 있다고 한다. 송 전 시장은 이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4년 후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에 당선된 뒤 “문 대통령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고도 한다. 그의 시장 당선을 위한 작업이 문재인 청와대에서 진행됐고, 그 사실관계를 법원이 부분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사건의 구도는 대략 다음과 같다. 송 전 시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과 면담했다. 송 전 시장의 측근인 송병기가 당시 김기현 시장(국민의힘 당대표)의 비위 혐의를 민정수석실에 제보했다. 한편 울산시장 공천의 당내 경쟁자였던 임동호에게 인사비서관실이 공공기관장직을 제안하면서 경선을 포기하도록 회유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반부패비서관실을 통해 울산경찰청장에게 첩보를 전달했고, 청장이던 황운하가 무리하게 수사를 강행하면서 수사에 미온적이던 경찰관들을 인사 조치하기도 했다. 결국 경찰의 망신주기 수사는 성공했지만, 송철호가 당선된 이후 김기현 시장 비위 사건은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됐다.
사건 전체를 보면, 대통령의 절친을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란 느낌이다. 이 중 법원에서 확인한 부분은 ‘하명수사’를 강행한 황운하와 이를 기획한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의 범행까지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과 비서실장이던 임종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 대통령 문재인에 대해서는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하므로 수사도 할 수 없었다.
이 사건 수사는 문 정권 시절에 칼끝이 대통령을 향하는 내용을 파헤치는 일이었다. 당연히 엄청난 탄압이 있었고 수사 검사들은 전부 좌천됐다. 그래도 검찰의 수사는 진행됐고 기소까지 이뤄졌다. 청와대가 볼 때는 경찰은 정말 예쁘고 검찰은 그야말로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검찰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자는 일에 적극 나섰던 사람이 황운하였다는 점도 그렇다.
청와대가 국가권력을 이용해 권력자의 친구를 당선시키는 공작을 했다면 그런 나라는 독재국가에 가깝다. 권력 남용을 즐기면서 그러한 범죄행위를 수사할 태세와 능력을 갖춘 조직을 무력화하는 데 진력하는 집단이 있다면 그들은 독재를 지향하는 것이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범죄자를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권력을 이용해 선거를 조작하는 만행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면, ‘청와대 하명수사’의 전모를 철저히 수사해 기소해야 한다. 조국, 임종석, 문재인에 대한 수사가 시급하다.
문화일보
12.05 신공항 건설·혁신도시 시즌2, 끝없는 포퓰리즘
전국 공항 10곳이 폐쇄 직전인데도 21조 들여 신공항 8곳 추진
공공기관 나눠 먹기 시즌 2도 내년 총선 무렵 불붙을 듯
공공기관 부채 670조원… 경영 부실은 눈에 안 보이나

▲한산한 양양국제공항 대합실./연합뉴스
우리나라에는 15개의 공항이 있다. 놀랍게도 인천·김포·김해·제주·대구 공항을 제외한 10곳이 회생 불능의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 지난 5년 8개월간(2017~2022.8) 10개 공항의 누적 적자가 무려 4800억원을 넘는다. 적자 공항들의 평균 활주로 활용률은 4.5%에 불과하고 2% 미만인 공항도 5곳이나 된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은 하루 평균 이용객이 570명으로, 작년엔 활주로 활용률이 0.1%까지 추락했다. DJ 정부 시절 실세 정치인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공항 추진에 앞장서 ‘한화갑 공항’으로 불리지만, 그 명성이 무색하게도 택시 기사들조차 출·입국장 진입 도로를 몰라 헤맨다고 한다. 또 다른 골칫거리인 강원도 양양공항은 공항 폐쇄와 재개항, 그리고 폐쇄를 반복하고 있다. 이 공항을 거점 공항으로 사용한 항공사 플라이강원이 지난 5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가 9월 저가 항공사 2곳이 운항을 재개했지만 한 달도 못 버티고 다시 운항을 중단했다. 건설비 3500억원이 투입된 양양공항은 영국 BBC 방송 등 해외 언론에 ‘유령 공항’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런데도 전국 지자체들은 8개의 공항을 더 짓겠다고 한다. 가덕도 신공항 13조7000억원, 대구신공항 2조6000억원 등 건설 비용만 21조원에 이른다. 그 돈이면 역대 정부에서 희망 고문을 해왔던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A·B·C·D 라인을 다 건설할 수 있다. 새로 짓겠다는 공항 예정지 인근에 문 닫기 직전인 공항이 있든 말든 혈세(血稅) 낭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덕도신공항 조감도./국토부 제공
또 다른 정치 공학의 결과물이 혁신도시다. 혁신도시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국가 균형 발전을 내걸고 추진했다. 국비 10조5000억원을 들여 전국 10개 도시에 혁신도시를 조성하고 2019년까지 한 도시당 10~15개씩 공공기관 153개를 강제 이전시켰다. 인프라가 전혀 없는 허허벌판에 혁신도시를 만든 것도, 시도별로 균등하게 기관을 나눠 배치한 것도 정치적 거래의 전형을 보여준다. 예컨대 에너지 관련 기관의 경우 한국전력공사·한국전력거래소는 전남 나주로, 전기안전공사는 전북으로, 가스공사는 대구로, 가스안전공사는 충북으로 옮겼으며, 가스공사와 합병을 논의했던 석유공사는 울산으로 이전했다. 농업·교육·정보통신·산업·법률 등 다른 분야의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또 도로교통공단처럼 본사는 강원도로 옮기면서 직원 수십 명 규모의 내부 조직인 면허본부는 울산으로 옮기거나, 본사는 지방으로 옮기되 대규모 서울 지사를 두는 꼼수 이전도 수없이 많다. 3~4개 메가 거점 도시를 만들어 시너지를 극대화해도 성공할까 말까인데, 오로지 표만 의식해 효율성을 오히려 저해하는 방향으로 혁신도시를 만든 것이다.
게다가 2018년 이후에는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 인구 유입보다 오히려 수도권으로 유출이 더 많아졌고, 혁신도시가 주변 도시의 인구를 대거 흡수해 원도심 공동화(空洞化)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나주 혁신도시는 당초 인구 5만명 유입을 기대했지만 3만9000명 수준을 맴돌고 있는 데다 유입 인구 대부분이 나주·광주 등 인근 도시에서 왔다. 수도권 인구의 유입 비율은 고작 14%에 불과하다. 한 공기업 임원은 “10년 넘게 혼자 사는 것도 힘들고 잦은 출장 때문에 길거리에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다”면서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공공기관 이전이 지방 소멸 해소에 무슨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 혁신도시 시즌2가 불붙을 것이다. 이번엔 지자체들이 국책은행 등 나머지 300여 기관들을 놓고 이미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체 공공 기관의 부채 규모가 670조원으로 재무 상태가 지난 5년 사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데도 경영 효율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 최근엔 비(非)혁신도시 지자체 30여 곳까지 가세해 “우리에게도 공공 기관을 보내 달라”고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포퓰리즘의 고삐가 풀리면 파국에 이르지 않는 한 중단은 없다.
조선일보 조형래 기자부국장 겸 에디터
12-05 선거 룰 1월 말로 미루고 또 ‘떴다당’ 궁리하는 野 야바위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아직 선거제도는 물론 선거구 획정까지 오리무중인 것은 황당한 일이다. 총선 1년 전인 지난 4월 9일까지 확정됐어야 할 일이다. 여야 모두의 탓이긴 하지만,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책임이 훨씬 무겁다. 야바위 위성정당을 만들게 한 현행 공직선거법을 일방 처리한 죄책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홍익표 원내대표는 내년 1월 말까지 연기하겠다는 식의 황당한 주장까지 내놨다. 온갖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겠지만, 유권자와 출마 희망자, 선거제도를 모두 우롱하는 일이다.
홍 원내대표는 4일 “비례 정당 창당 작업에서 민주당과 연합하자는 제안들이 있다”며 “연합 비례 정당을 만들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위성 정당을 부추기는 발언이다. 정당 투표 득표율이 3%만 넘기면 원내 의석을 갖는다. 더욱이 홍 원내대표는 “비례대표 문제는 1월 말까지 시간이 있다”고도 했다. 오는 12일 등록이 시작되는 예비출마자들 권리마저 빼앗아 입법 부작위의 위헌 논란 소지도 크다. 서두르겠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30일 전에야 확정한 지난 총선을 핑계로 내거는 태도가 개탄스럽다.
이번 발언 배경에는, 국민의힘 당론(병립형 비례대표 선거)에 대해 민주당이 입장을 확정하지 못한 사정도 있을 것이다. 연동형을 고수하면 위성정당 난립, 병립형에 합의하면 소수당 홀대로 비치기 때문이다. 이러는 사이에 ‘떴다방 정당’ 수준의 비례 위성정당 창당 움직임이 가관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검찰 출석을 앞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이 송영길, 용혜인(기본소득당) 등에게 비례대표를 모아주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신검부 체제 종식을 위해 돌 하나” 운운했다.
지난 총선에서 준연동형 제도는 위성정당을 만들어냈다. 민주당이 석고대죄해야 할 일이다. 더불어시민당은 의원 17명을 배출했으나 민주당에 흡수됐고, 최강욱 전 의원과 김의겸 의원 주도 열린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국민을 속이는 협잡 정치로의 회귀를 꾀하는 것 같다.
문화일보 사설
12-05 정당 존재 이유도 저버린 탄핵안 폭주

최대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헌법학
최근에 전개되고 있는 여당인 국민의힘과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상호 관계를 보면 정당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참여에 필요한 조직(헌법 제8조 제2항 등)인지, 국민을 팔아 세비·국고보조금·불체포특권 등 다양한 특권을 누리는 조직일 뿐인지 헷갈린다.
지금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세계 10대 강국에 속하는 대한민국의 여타 점에서 우선 조선 시대 당파싸움의 주역인 동인·남인 등 당파와 질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더구나 대한민국 대통령을 제왕적 대통령이라며 툭하면 권력 쟁취에 유리한 개헌 주장도 서슴지 않지 않는가. 오로지 권력을 향한 소용돌이에 휘말릴 뿐이다.
대한민국은, 반세기에 가까운 일제(日帝) 식민지로서의 혹독한 탄압과 착취로부터 제2차 세계대전의 연합국 승리로 해방됐으나, 남북으로 분단되어 남한지역에서만이라도 천만다행으로 1948년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건립됐다. 더구나 적화통일을 노린 북한의 3년여(1950∼1953)에 걸친 6·25 남침전쟁을 통한 전국 초토화로부터 유엔 참전국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수호했다.
이후 1960년의 4·19민주화혁명과 1961년의 군사혁명에 이은 제3공화국, 1972년의 유신헌법에 따른 권위주의 시대와 산업화를 거쳐 1987년의 민주화 개헌을 이루었다. 이제는 여야 간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일상화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이와 함께하는 자유시장경제 체제 아래 땀 흘려 이룩한 산업화와 세계화에도 성공했다. 이로써 우리보다 앞섰던 서유럽과 미국의 그것에 비견되는 자유와 번영을 우리는 지금 누리고 있다. 아마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태어난 독립국으로서 우리가 누리는 것과 같은 자유와 번영을 구가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한 사례일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켜낸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자유시장경제 체제는 어느 국민에게나 자유와 번영을 이룩할 수 있도록 담보해 주는 전제 조건이 된다고 우리의 체험에 비춰 믿는다. 이와 함께 우리는 우리의 위상에 상응하는 책무 또한 저버리지 않고 걸머지고 있다.
이러한 책무의 첫째는, 북한 주민(국민)에게도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을 누릴 수 있게 하는 평화적인 자유민주적 통일의 달성이다.(헌법 전문, 제4조) 그 둘째는, 우리만 잘살 것이 아니라 항구적인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에도 이바지해야 할 우리의 책무(헌법 전문)의 수행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다 같이 걸머지고 있는 이러한 엄중한 책무를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의 특권을 지닌 국회라고, 국민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의 특권적 여야 정당이나 정당원이라고 지지 않는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이러한 원칙과 상식을 저버리고 근래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빠져 있는 정부 장관과 검사 등에 대한 일방적인 ‘탄핵 만능주의’를 정당화하기는 아주 어렵다고 믿는다. 야당의 책무는 단지 정부나 여당의 정책 수립이나 업무 수행의 견제·균형을 이루게 하는 데만 있는 게 아니라, 그 형성이나 집행이 더 나아지도록 기여하는 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야당도 국가 공동체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헌법(제8조 제2항)은,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화일보
12-05 민생·미래 배반한 총선용 예산 도둑질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이번 주말이면 정기국회가 끝난다. 법정기한 내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과 ‘옥외 광고물법 개정안’ 및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안’ 등 시급한 법안의 처리는 요원하다. 그 밖에도 기업 구조조정 촉진법,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 전기차 및 수소차 육성 지원법 등 경제 관련 법안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영업 휴무 관련 법률 등 수많은 민생 법안이 국회의 무관심과 여야의 당리당략 속에 낮잠 자고 있다.
민주주의는 주기적 선거를 통해 권력을 교체하기 때문에 선거 주기에 따라 예산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다. 애초에 500억 원이 넘는 사업은 예외 없이 예타를 거치도록 의무화했는데, 표(票)에 눈이 먼 여야가 짬짜미로 면제사업 제안에 혈안이 돼 있다. 부산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박근혜 정부에서 폐기됐다가 지난 제21대 총선에서 부산·경남의 표를 얻으려는 문재인 정부와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의 짬짜미로 되살린 사업인데, 8조 원에서 시작한 사업이 20조 원대를 넘어 얼마나 더 커질지 알 수가 없다. 11조 원 규모의 광주∼대구간 달빛고속철 사업은 완성돼도 기존안보다 겨우 2분 빨리 가자고 쓰려는 돈이다. 역시 11조 원 규모의 대구공항 이전 사업도 예타 면제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각각은 작아 보여도 이렇게 만들어진 예타 면제 사업의 규모가 올해만도 44조 원에 이른다.
대규모 사업뿐만이 아니다.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법안이나 예산 확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야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약인 지역화폐 예산(7053억 원)을 모두 되살리겠다고 나섰고, 노인들의 임플란트 비용이나 청년패스 예산(2923억 원)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 서로 극한적 대치 속에서도 학자금 무이자 대출을 중산층까지 확대하는 법안에는 단번에 합의한 것도 포퓰리즘의 대표적 사례다.
문제는 나라 곳간 사정에 신경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내년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2.1%로 0.1%포인트 낮아진 반면, 인플레이션 예상치는 2.4%에서 2.6%로 높아져 서민과 주택담보 대출금이 많은 중산층의 부담이 무척 커질 게 뻔하다. 그런데도 국가 경쟁력 강화와 기업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외면하면서 내년 총선을 의식한 포퓰리즘적 사업 확대에 정신이 없다.
올해에만 60조 원이 넘는 세수(稅收) 펑크가 예상되는데, 이런 포퓰리즘 정책의 양산은 재정 적자의 급증을 예고한다. 나라가 감당하기 어려운 빚더미에 짓눌리고 있다는 말이다. 거기에 출산율이 0.7 밑으로 떨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저출산은 심각함을 넘어 절망적 수준으로 치달아 노인복지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는데 이를 감당할 젊은 세대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총선 퍼주기는 젊은 세대에게 그들이 결코 감당하지 못할 막대한 빚은 떠넘기는 것이다. 청년의 미래를 담보로 오로지 의석을 늘리는 데만 관심을 가진 여야 정치권을 징계하지 못하면 후손들은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우리나라는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와 같은 상황에 빠질지 모른다.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만이 나라의 미래를 구할 수 있다.
문화일보
12-05 이념 양극화보다 심각한 정서 양극화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회의원의 재선 욕망은 당연
생계와 직결된 경우 사생결단
험지출마 거부 당적변경 불사
여론 조작用 정치적 동원 심각
직업정치인 늘수록 더 악성화
국민이 각성해야 정치가 산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이상적인 지도자로 지식과 지혜를 가진 철학자를 꼽았다. 막스 베버는 저서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은 열정, 책임감 그리고 균형적 판단의 3가지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명히 정치 지도자에게 필요한 기준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에게 이러한 자질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 정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 비난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R 메이휴는 이미 50년 전에 규범론 대신에 실증적 시각을 제시했다. 가치를 개입시키지 말고 있는 그대로 현실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미국 의회를 연구하면서 선출직 정치인들은 모두 재선을 우선시하는 집단이라고 간주하고 의원들의 정치 행태를 분석했다. 의원들의 정치 활동은 의정 활동 보고회와 같은 홍보, 민원 해결과 예산 따내기 등 지역구 돌보기, 그리고 의회 투표와 연설 등 정치적 입장 표명이라는 3가지 범주로 분류된다. 그리고 이 모든 정치 활동은 재선을 포함한 자신의 정치 역량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미국 정치인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의 모든 선출직 정치인에게 적용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재선 목적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재선이라는 동기만으로 정치인들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모두 설명할 순 없지만,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행위 동기임은 분명하다.
현재 대다수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는 하나의 직업이 됐다. 직업정치인들은 국가에 봉사하기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치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의원직을 유지해야 상당한 수준의 보수와 사회적 명예를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직업정치인들에게 재선이 절실한 목적임은 당연하며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
선거를 앞두고 탈당하거나 당적을 옮기는 것도 당선 가능성을 키우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소속 정당을 옮기면 소신 없는 ‘철새 정치인’이란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재선 동기를 가진 정치인은 그런 부정적 평가로 인해 잃는 표보다 새로 얻을 수 있는 표가 더 많을 것이란 계산이 선다면 당적 변경을 선택하는 것이다.
언제나 정당 내에서 당내 갈등이 가장 심해지고 계파가 위력을 발휘하는 시기는 공천이 결정되는 그즈음이다. 이 모든 것이, 정치가 직업이기 때문에 직업을 잃지 않으려는 정치인들의 노력 산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재선 목표라는 개념을 바탕에 두면 정치인들 행태의 대부분이 설명된다.
현직 의원들에게 내년 4·10 총선에서 소속 정당이 승리하는 것과 본인이 당선되는 것 중에 어떤 쪽이 더 중요한지를 물어보면 의원들은 서슴없이 자신이 금배지를 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다. 이들에게 직업을 잃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중진 의원들에게 험지 출마나 불출마를 요구하며 당을 위해 희생하라고 주문하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
직업정치인들이 공적 사명감 없이 자기 이익에만 매달린다는 사실에 실망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정치인들이 일반 국민보다 더 도덕적이거나 애국적이라고 기대한 적이 없다. 국가를 위해 이 한 몸 바치겠다는 정치인의 출마의 변을 액면 그대로 믿은 적도 없다. 중요한 것은, 재선 욕구를 가진 정치인들을 국민이 주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가 제대로 작동하면 국민을 대변하는 정치인을 선출할 수 있다. 재선 욕구를 가진 정치인들은 선거 승리를 위해 유권자의 지지가 필수이기 때문에 국민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문제는, 여론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 여론을 만들려는 시도도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 양극화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이념적 양극화가 아니라 정서적 양극화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그리고 정서적 양극화는 정치인들의 정치적 동원의 결과다. 그동안 우리 정치는 국민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정치인들이 구조화하고 국민은 그에 추종하는 상황이었다. 직업정치인이 늘수록 국민이 바뀌어야 정치가 산다는 주장을 다시금 되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문화일보
12.06 민주당서 나온 “당대표들 도덕성 하나같이 평균 이하” 탄식
민주당 내부에서 당 지도부의 도덕성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5일 “어떻게 우리 당 대표 하셨다는 분들은 하나같이 도덕성이 국민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지 안타깝다”고 했다. 전날 이낙연 전 대표도 “국민 평균만큼이라도 깨끗하고 정직해다오, 이게 그렇게 어렵나”라고 했다. 모두 당내 비주류 인사들이지만 국민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말이다.
국민이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도덕은 성직자의 윤리가 아니다. 거짓말하지 말고 뇌물 받지 말라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비리,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허위 사실 공표 등 총 7가지 사건의 10가지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대부분 돈과 거짓말 관련이다. 이 대표가 분신이라고 한 측근을 비롯해 20여 명이 구속됐다. 그런데 본인은 구속을 피하려고 국회의원, 당 대표에 거푸 출마해 1년 넘게 방탄 국회를 열었다.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두 번이나 어겼다. 피의자이면서 수사 검사를 탄핵했다. 이 대표 개인 비리와 아무 관련 없는 민주당 의원들을 총동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송영길, 이해찬, 추미애 전 대표(왼쪽부터). 이들은 모두 각종 특혜, 불법 정치자금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하지만 “보수 정권의 공작 수사”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보란 듯이 공개 행보를 하고 있다. / 조선일보DB, 그래픽=송윤혜
송영길 전 대표는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돈 봉투를 뿌린 의원은 이미 구속돼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돈을 조달한 사업가는 재판에서 “송 전 대표가 ‘고맙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자 송 전 대표는 법무장관에게 “어린 X”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윤석열 퇴진당’을 만들어 출마하겠다고 한다.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놓고 또 말을 뒤집을 태세다.
이해찬 전 대표는 위안부 할머니 돈을 빼돌린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윤미향 의원에게 정의연 회계 자료를 왜 불태우지 않았느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대표가 의원에게 불법과 증거인멸을 종용한 것이다. 그는 한명숙 전 대표가 물증이 명백한 불법 자금 수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을 때도 무죄라고 주장했다.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른 것도 그다. 돈과 거짓말뿐 아니라 권력을 이용한 성범죄도 대부분 민주당에서 벌어졌다.
평범한 국민은 법을 어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잘못이 밝혀지면 벌을 받는 게 상식이다. 민주당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자신들은 법을 어겨도 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쩌다 잘못이 드러나면 오히려 화를 내고 상식 밖 말과 행동으로 덮으려고 한다. 입시 비리를 도운 혐의로 의원직을 잃고도 ‘암컷’ 막말을 한다.
“매일 라면만 먹는다”던 의원은 100억원대 코인 거래를 했다.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 있느냐”는 의원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다른 건 몰라도 도덕성만큼은 국민의힘보다 낫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더 도덕적이란 국민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이재명 대표부터 성찰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12-06 지역감정 악용하며 고속철로 화합하자는 정치권 궤변
여야 의원 261명이 발의한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에 급제동이 걸렸다. 대구∼광주 복선 고속철 프로젝트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이 법안은 포퓰리즘 비판 여론에다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5일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공청회 등도 거치기로 했다. 오는 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숨 고르기에 들어간 셈이다. 일단 다행이다.
당초 4조5000억 원이던 이 사업의 비용은 고속철로 바뀌면서 11조3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현재 대구∼광주 고속도로도 하루 통행량이 2만2322대로 전국에서 가장 적은 편이다. 그런데도 여야 의원들이 정부 동의 없이 달빛고속철을 밀어붙였다. 문재인 정부 때 조사한 비용 대비 편익마저 기준치(1.0)의 절반에 못 미치는 0.483에 불과한데도 여야는 “경제성보다 지역화합이 중요하다”고 우겼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민 통합 의미가 크다”며 여전히 연내 통과를 고집하고 있다. 광주시와 대구시는 명칭에서 ‘고속’을 빼고 ‘광주대구철도’로 바꿨지만, 아무리 꼼수를 부려도 사업비는 8조7000억 원에 이른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역감정을 악용해 갈라치기 해온 기존 정치인들이 고속철 하나 건설해 영·호남 지역감정을 해소시킬 수 있다는 건 궤변”이라고 한다. 툭 하면 광주나 대구로 달려가 지역 정서에 매달리는 정치권 행태를 볼 때, 일리 있는 지적이다. 포퓰리즘은 미래 세대에 대한 약탈이다. 달빛고속철이나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 등 예타를 무력화하는 법안들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중단하는 게 옳다. 내년 예산안 처리는 이미 헌법 시한을 넘겼고, 정기국회 회기 종료도 코앞이다. 막판 무더기 안건에 포함돼 은근슬쩍 처리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12-07 선동정치 놔두면 ‘나치당’ 판친다

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학 연구교수
미국 유럽 일본 선진국에서도
자유민주주의 위협 요인 급증
대응의 토대는 자유사회 신뢰
자유와 책임은 동전의 앞뒷면
바이마르공화국은 타산지석
우파 정치권 각성 더없이 중요
지난 몇 년간 국제질서는 제1·2차 세계대전 사이 ‘간전기(間戰期)’ 같은 ‘대혼란’ 상태로 접어들었다.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은 호전적 성향을 과시하고, 미국·유럽·일본도 자국 우선주의를 노골화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설립된 유엔과 세계무역기구(WTO)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그 기능이 사실상 무기력해지고, 국가들의 블록화가 진행되고 있다. 인류의 공멸 가능성을 가진 기후변화, 기술 격변, 핵전쟁 위기 등이 현재화하는 대전환기지만 국제적 공조는 퇴조 중이다.
지정학·기술·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돼 자유와 번영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도전도 거세다. 정치인들은 극한 대립과 분열로 정쟁에 매몰되고, 체제 수호와 국가적 난제 해결은 더는 정치와 언론의 주관심사가 아닌 듯하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의 강성 팬덤은 집단적 언어폭력과 물리적 가해 위협 등으로 추앙하는 정치인과 정당 비판자들을 무차별 공격하고, 가짜뉴스 등 기술 오남용에 의한 정치적 선택의 왜곡도 보편화하고 있다. 그러나 공권력은 이들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지 못하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자유와 자유사회에 대한 명백한 이해와 믿음이 난마 같은 현 상황을 해결하는 근원적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자유와 자유사회를 수호하려는 의지야말로 당면한 난제들에 대한 개인적·사회적·국가적 인식 재정립의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197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자유주의의 거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명저 ‘자유헌정론(The Constitution of Liberty)’에서 자유와 자유사회의 본질과 특징을 명백하게 설명했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원칙을 주장하는 것이고, 집단행동의 편의주의를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별 상황에서 자유 제한의 구체적·가시적 이득은 확실해 보이나, 그로 인해 희생되는 이득은 그 속성상 알 수 없고 불확실하다. 자유사회가 내거는 약속들은 언제나 불확실한 가능성일 뿐이며, 이는 개인들에게 확실한 어떤 것이 아니라 기회일 뿐이란 뜻이다. 따라서 자유가 한 사회의 최고 원칙이 되지 못하면 이 치명적 약점 때문에 서서히 침식된다.
또 자유사회는 법으로 강요된 의무를 넘어 책임감에 따라 행동하고, 개인 노력의 결과인 성공과 실패를 모두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다. 이 자유와 책임의 상호 보완성은 책임질 수 있는 사람만 자유를 주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책임 부여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으므로 강제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삶에 질서를 도입하기 위해서 고안한 핵심 장치다.
자유사회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는 필연적으로 그의 가치관에 달렸다. 그러나 자유를 신봉한다는 것은 각자가 정상적인 동기와 자제력을 가졌다는 것을 인정해서, 자신을 다른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최종 심판관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이는 그가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한 탐탁지 않더라도 그의 목적 추구를 막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각 개인이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할 수 없고, 자유를 진정으로 알 수 없다.
또, 자유사회에서 개인은 자유를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평가받고 존중받는다. 자유 없이는 도덕적 평가와 존경이 무의미하다. 예컨대, 누군가의 선행이나 악행이 모두 보상·규칙·강제 때문이라면, 미덕은 미덕이라 할 수 없고 선행은 칭송 대상이 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자유는 선을 행할 기회이기도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나쁜 일을 할 기회이기도 할 때만 그렇다. 즉, 행동의 자유는 그릇된 행동을 할 자유를 포함한다. 선택의 기회가 있을 때만 강제에 의하지 않은 자율 준수를 칭찬하거나 비난할 수 있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이 우파 전체주의인 히틀러의 나치당에 전복된 것도 자유와 자유사회에 대한 관점에서 벗어나 정치공작적 합종연횡으로 정권을 유지하려던 기성 우파 정치권이 나치당의 정치폭력, 선동과 조작을 용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유와 자유사회에 대한 신념에 입각할 때만 현 난국은 합리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
문화일보
12-08 “도덕은 평균 이하, 민주는 실종”, 이런 당이 “180~200석” 호언
민주당이 7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당 지도부 선출 때 권리당원 투표 비율을 대폭 늘리는 당헌 개정을 완료했다.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인 이른바 ‘개딸’의 권한을 강화한 것이다. 비이재명계는 반대했지만 이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한다”며 밀어붙였다. 이 대표가 혹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우에도 개딸의 지원을 받는 친명계가 다음 당권을 또 장악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표 측은 이번 당헌 개정이 ‘김은경 혁신위’ 제안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혁신위 1호 제안인 불체포특권 포기는 거부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이 대표가 국민 눈높이라고 하는데 그 국민이 과연 누구냐”며 “민주당이 독일 나치당을 닮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날 통과된 안건 중에는 국회의원 평가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받은 의원들의 경선 득표 감산 비율을 20%에서 30%로 늘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비이재명계 의원을 잘라내는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박용진 의원은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경선 룰을 바꾸는 것은 1년 전에 공천 규칙을 확정하도록 돼 있는 당헌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및 중앙위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2차 중앙위원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뉴스1
이날 중앙위 투표 방식도 논란이 됐다. 안건이 2개였는데, 투표를 따로따로 하지 않고 한꺼번에 하도록 했다. 두 안건에 ‘모두 찬성’ 아니면 ‘모두 반대’만 가능하고, 하나는 찬성하고 다른 하나는 반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투표가 어디 있나. 정세균 전 대표가 “지금까지 정치를 해오면서 가장 민주주의가 실종된 정당의 모습을 보고 있다”고 했다는데, 그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당의 당헌·당규는 국민과의 약속과도 같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를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도덕성을 강화하겠다며 규칙을 만들고, 막상 이를 적용해야 할 때가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시한다.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그랬고, 이 대표 한 사람을 위해 당헌을 두 번이나 바꿨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을 여야 합의 없이 단독 처리하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을 벌인 당이다. 절대 안 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위성 정당까지 만들었다. 이 일을 주도한 이해찬 전 대표는 6일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1당을 뺏길 것 같지 않고, 단독 과반을 넘기느냐 아니면 지난 총선처럼 180석을 먹느냐 그게 관건”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200석을 장담하기도 한다. 내부에서조차 “도덕성은 평균 이하이고 당내 민주주의는 실종됐다”는 탄식이 나오는 정당이 국회 석권을 호언한다. 그런데 이 호언이 ‘자만’으로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부·여당이 실망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선일보 사설
12-08 이번엔 당헌 바꿔 ‘개딸당’ 강화한 민주당의 정치 퇴행
당헌은 정당의 최상위 규범인 만큼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 국가 최상위 규범인 헌법 개정 절차가 국회의원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과 국민투표를 거치도록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하도록 당헌을 이미 여러 차례 바꿨다. 7일에는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중을 높이는 당헌 개정을 확정했다. 또, 선출직 공직자 평가시 하위 10%인 현역 의원의 경선 득표 감산 비율을 20%에서 30%로 확대하도록 했다. 비주류 측은 이 대표 재선 및 친위 세력 공천 포석이라며 반발하는데, 일리가 있다.
민주당은 이날 중앙위원회를 열어 이런 당헌 개정안을 처리했다.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는데, 핵심은 강성 지지층(개딸)이 다수인 권리당원의 영향력 확대다. 대의원 대비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은 60분의 1에서 20분의 1로 3배 이상 높아졌다. 총선을 4개월 앞두고 비주류 현역 의원들에 공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민주 정당으로 나가기 위한, 정권을 되찾기 위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라고 했다. 하지만 내용과 절차를 따져보면 정치 퇴행이랄 수밖에 없다. 당내 민주주의는 약화하고, 강성 지지층이 좌지우지하는 ‘개딸당’ 경향은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홍영표 의원은 “혁신위 제안 1호는 불체포특권 포기였는데 이재명 대표부터 그렇게 했느냐”고 직격 했다. 이원욱 의원은 “직접민주주의가 정치권력과 결합할 때 독재 권력이 된다는 것을 나치에서 봤다”고 했다. ‘전당대회’(당헌 25조), ‘경선 감산기준’(100조)의 두 조항에 대한 찬반을 한꺼번에 물은 절차도 석연찮다. ‘시스템 공천’을 위해 경선 룰 개정의 경우 선거 1년 전에 해야 한다는 당헌 규정도 위반했다.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헌법 제8조를 뒤흔드는 것으로도 보인다.
문화일보 사설
12-08 비명 “당헌 맘대로 고친게 도대체 몇번째냐” 분노
■ 당헌 개정에 당내분열 가속
“이재명 대표 취임뒤 계속돼와
약속 다 어기면 국민신뢰 잃어”
“선거 코앞인데 규정변경 시도
‘시스템 정당’ 자부 무색해져”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을 3배 이상 높이고, 총선 경선에서 현역 의원의 페널티를 강화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확정하면서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명(친이재명)계가 당헌·당규를 본인들에게 유리하게끔 마음대로 고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당내 분열이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8일 KBS 라디오에서 “대의원 제도를 둔 게 적극적인 당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하자는 취지였는데 이런 게 계속 줄어든다”며 “이 대표가 들어선 이후 주변 사람들이 당헌·당규를 마음대로 고친 게 한두 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한 것도 뒤집었고, 선거법부터 뒤집으려고 한다”며 “이렇게 줄줄이 약속을 다 어겨버리면 이 정당이 과연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당으로 갈 수 있느냐. 저는 어렵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윤영찬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전날 중앙위원회에서 이 대표가 ‘정당은 당원이 주인’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얼핏 보면 맞는 것 같지만 저는 거기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당은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받들기 위해 존재하는데 당원이 주인이라고 해버리면 국민과 당원 간 굉장히 큰 괴리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공천 규정 변경에 관해서도 “이미 1년 전에 공천 규정이 다 확정이 됐다고 이야기를 해 왔고, 의원총회에서도 다 발표했다”며 “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공천 규정 변경을 시도하니 우리가 ‘시스템 정당’이라고 자부해 온 부분에 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전날 중앙위원회를 열고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비중을 현행 60 대 1에서 20 대 1 미만으로 변동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했다.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10%인 현역 의원의 경선 득표 감산 비율도 20%에서 30%로 확대했다. 비명계는 ‘공천 불이익’과 ‘개혁의 딸(개딸) 당 변질’에 관해 지속해서 우려했지만, 당 지도부가 중앙위원회를 거쳐 당헌·당규를 개정하면서 친명·비명 간 당내 분열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내년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직을 중임하고자 당헌·당규 개정을 밀어붙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총선을 마치면 4개월 후에 전당대회가 다가오는데, ‘차기 전당대회 포스트 이재명 체제’ 혹은 ‘이재명 중임’을 염두에 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관측했다.
김대영 기자 bigzero@munhwa.com
12-09 의원 징계안 53건 중 52건 뭉갠 21대 국회… 與野 ‘찰떡 짬짜미’

21대 국회가 업무를 마무리하면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상정됐던 징계안 총 53건 중에 이미 처리한 1건을 제외한 52건이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52건 가운데 3건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가 ‘의원직 제명’을 건의한 중대 사안이다. 코인 거래 김남국 의원,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 윤미향 의원, 피감기관에서 가족회사가 수주(受注)한 박덕흠 의원으로, 이들 3명은 징계 없이 4년 임기를 마무리하게 됐다.
3명 외에는 상대당 의원을 “쓰레기”로 부르는 식의 품격을 잃은 막말이 윤리특위에 다수 올라왔다. 각각 다른 이유로 3번 제소된 의원도 있었다. 여성 보좌관을 성추행하거나, 상대 대선 후보의 현금 수수설을 제기하면서 엉뚱한 돈다발 사진을 내놓은 의원도 이대로 임기를 마치게 됐다.
지난 4년 동안 여야가 주고받은 징계 요구는 상궤를 벗어난 국회 모습 그대로다. 윤리특위는 전체회의를 9번만 열었다. 5개월에 1번꼴이다. 개점휴업과 뭐가 다른가. 52건 대부분은 보통의 공직자라면 빼놓지 않고 징계를 받았을 행동이다. 하지만 국회는 공직사회나 일반 회사라면 넘어갈 수 없는 일을 뭉개버렸다. 국회의 윤리 감각이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다는 것만 확인시켰다. 또한 법사위 의사진행 방해를 이유로 민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하면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년 전 받았던 유일한 징계는 흐지부지됐다. 헌법재판소가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며 효력 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였다.
서로 으르렁대다가도 예산 따내기, 현역 의원 기득권 지키기, 징계 눈감아주기를 놓고는 적대적 공생관계로 되돌아오는 여야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야가 소리 높여 상대를 징계하겠다며 윤리특위에 넘기지만 대중의 관심이 사라지면 그때뿐이다. 여야 짬짜미를 위해 징계안에는 처리 시한도 정해두지 않았다.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본회의를 통과한 징계안은 1차례도 없었다. 2011년 강용석 의원이 성희롱 발언으로 30일 출석정지 받은 것이 가장 최근 사례다.
국회의 책임 방기가 명백하지만 나의 잘못이라고 책임감을 느끼는 정치인은 안 보인다. 이래선 안 된다는 자성 발언도 들어본 적이 없다. 윤리특위에서 명망 있고 중립적인 외부 인사가 표결에 참여하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국회는 수용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이러니 우리 사회의 주요 기관 중 국회가 가장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와도 반박할 길이 없는 것이다.
동아일보 사설
12.09 박민 KBS 사장
“KBS를 재창조 수준으로 개혁하겠다”

▲사진=조선DB
지난 10월 13일, KBS 이사회가 박민(朴敏·60)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제26대 사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뜻밖의 인사였다. KBS 이사회의 야권 이사들은 “방송 문외한인 데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며 반발했다.
앞서 KBS 이사회는 9월 12일 김의철 KBS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의결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정연주·고대영 전 사장 역시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났었다. 임기 중 KBS 사장의 교체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말이 나왔다.
특히 문재인 정권 시절, KBS는 “경영자로 무능했고 편파를 일삼았다”는 비판,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고 있다”는 원성이 터져 나왔다. 100% KBS 민노총 노조 출신으로 채워진 경영진은 KBS의 가치,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키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없었다.
수천 명의 이재민이 대피하는 상황에서 버젓이 ‘김제동 시사프로’를 틀어놓고, 민노총 간첩단 사건을 〈9시 뉴스〉에서 보도하지 않았으며, 편파방송 진행자와 패널을 TV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등장시킨 KBS였다.
김의철 전 사장은 자신의 해임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소(訴)를 냈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10월 20일 신청을 기각시켜버렸다.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신청인(김의철)의 인사권 행사로 KBS 주요 보직의 인적 구성이 특정 집단에 편중되는 형태가 되었다. 공영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될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을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월 12일 박민 사장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고, 박 사장은 이튿날 취임식을 가졌다. 그는 “재창조 수준”의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예고했다. 취임사 곳곳에 칼날 같은 번뜩임이 보인다는 얘기도 나왔다.
“국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편견 없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KBS가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상실했다고 지적받고, 공정과 공익과 공영의 가치보다 정파성과 정실주의를 앞세운다는 얘기도 듣는다.”
“공영방송을 개인이나 집단의 이념이나 소신을 실현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분은 앞으로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뉴스 9〉를 4년간 진행해온 이소정 앵커와 〈주진우 라이브〉의 진행자 주진우씨에게 하차를 통보했다.
아울러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불공정 편파 보도로 신뢰를 잃었다며 대표 프로그램인 〈9시 뉴스(뉴스9)〉의 ‘검언유착’ 사건 오보, 장자연씨 사망과 관련해 윤지오씨를 출연시킨 사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시장의 ‘생태탕’ 의혹을 집중 보도한 점 등을 되짚으며 사과했다. 박 사장은 “지난 몇 년 동안 불공정 편파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일부 진행자가 한쪽 진영의 편을 들거나 패널 선정이 편향된 일이 적지 않았다”며 “팩트 체크를 활성화해 오보를 방지하고, 정정보도는 원칙적으로 뉴스 첫머리에 보도하겠다”고 강조했다.
KBS는 보도의 공정성 문제와 더불어 현재 TV 수신료 분리 징수, 2TV 재허가, 예산 지원 삭감 등 전례 없는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 내·외부의 위기를 어떤 구조개혁으로 돌파할지, 그래서 어떻게 공영방송의 신뢰를 되찾을지 주목된다.
박민 사장은 경남 마산 출신으로 서울대 정치학과와 동(同)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92년 《문화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과 정치부장, 편집국장 등을 거쳤다. 박 사장의 임기는 김의철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12월 9일까지다.⊙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12-11 거부권 행사돼 재의결까지 부결된 법안을 “재추진하겠다”니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 정권의 국회입법권 무력화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의결에 부쳐진 ‘노란봉투법’, 방송 3법이 8일 최종 부결되자 민주당은 이 법안들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 두 법은 물론, 양곡관리법·간호법 등 기존에 거부된 법안까지 모두 합쳐 다시 준비해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쓴 법안 전부를 재발의해 또다시 같은 과정을 밟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견제와 균형을 위한 헌법의 3권분립 정신을 제도화한 것이다. 국회가 무리한 법을 만들면 대통령이 제동을 걸도록 거부권을 부여하고,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다시 3분의 2 찬성으로 재의결하면 법안이 그대로 확정되도록 했다. 이 모든 절차를 거쳐 최종 폐기된 법안을 재추진하겠다는 것은 헌법의 기본 정신을 무력화하는 것과 같다.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양곡관리법, 간호사법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크거나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는 법들이다. 민주당도 정권을 잡았을 때는 압도적 의석을 갖고도 이 법들을 손대지 않았다. 그런데 야당이 되니 꼭 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밀어붙였다. 지지층에게는 생색을 내고 정치적 부담은 대통령에게 지우려는 계산일 것이다. 그러더니 국회 재의결까지 거쳐 최종 부결된 법안을 또다시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 정도면 싸움을 위해 싸움을 거는 것과 같다. 어떻게든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고 정쟁을 이어가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말로는 민생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 국회에서 한 일은 정쟁을 위한 일이 더 많았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을 3명 중 1명꼴로 탄핵하겠다고 위협하고, 1명은 실제 탄핵했다. 국무총리와 장관 2명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75일간 대법원장 공백 사태를 만들어 조속한 재판을 원하는 국민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취임 석 달밖에 안 된 방통위원장에게 탄핵을 협박해 물러나게 하더니, 청문회 날짜도 잡히지 않은 새 위원장 후보에게도 탄핵하겠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달 안에 반드시 ‘김건희 여사 특검’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 여사 특검은 정부·여당 공격용이고, 대장동 50억 클럽은 이 대표 방탄용이다. 방통위원장 탄핵이나 특검법 모두 경제 위기에 시달리는 국민 삶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선거용이다. 정작 민생에 영향을 줄 내년도 예산안은 헌법이 정한 처리 기한을 이미 넘겼다. 여당 책임도 있지만 다수 야당 책임이 크다. 아무리 정치가 엉망이고 정쟁이 도를 넘었다지만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말문이 막힐 뿐이다.
조선일보 사설
12.11 송영길의 ‘당내 잔치’
13시간 검찰 조사 후 등장해
전당대회가 당내 잔치라고?
정당법 정면 위반한 중대 범죄
이게 민주당 정치 윤리인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2023년 12월 8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피의자 송영길’이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혐의로 엊그제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13시간 동안 조사받고 나와 말했다. “전당대회는 훨씬 비난 가능성이 작고 자율성이 보장된 당내 잔치입니다.” 10시를 넘긴 밤늦은 시각이었다. 이런 투로 말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송영길 본인 입으로 말하는 것을 들으니 놀라웠다. 청사 밖에서 그를 기다리던 젊은 기자들도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비난 가능성이 작다” “자율성 보장” “당내 잔치” 이런 말은 ‘우리 당 동지들끼리 도타운 정을 나누며 벌인 일이니 당 바깥에 있는 검찰이나 언론은 당최 왈가왈부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당내 잔치’를 벌일 때는 으레 돈 봉투가 오가는 오랜 미풍양속이 있었으니 제3자는 시비 붙지 말라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자율성이 보장된 당내 잔치’라는, 얼핏 따뜻한 느낌마저 주는 이 말에는, 그러나 타락한 정당 문화가 부끄러움 없이 표출된 것이라고 봐야 옳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정당 구성원들, ‘여의도 사람들’의 정치 윤리가 송영길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 돌연 아득해졌다. 송영길은 국회의원을 다섯 번 하고, 인천 시장을 지내고, 당 대표를 하고, 서울 시장에도 출마했던 사람이다. “정치를 잘 모르는” 우리는 “선거를 치르려면 ‘실탄’이 있어야 한다”는 ‘정치 9단’들의 말에 속아왔기에 ‘송영길식 당내 잔치’에 경의를 표할 뻔했다.
에둘러 갈 것 없다. 우리나라 ‘정당법’을 꺼내 보면 된다. 송영길이 3선 의원을 거쳐 인천 시장이었던 2013년에 개정된 이 법 제50조는 ‘당 대표 경선 등의 매수 행위’를 적시하고 있다. ‘정당의 대표자로 선출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려고, 선거인으로 하여금 투표를 하게 하거나, 하지 아니하게 할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한 자’(부분 생략)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했다. 여기엔 이런 금품을 받겠다고 ‘승낙한 자’도 포함된다.
‘…하거나, …되게 하거나, …못하게 하거나’, 세 번을 반복하는, 다소 억지스러운 문장 속에 들어 있는 ‘법 그물’이 섬뜩할 만큼 촘촘하다. ‘당내 잔치’ 때 돈 봉투를 만지작거리거나 쳐다보기만 해도 발본색원하겠다는 법 제정 의지가 추상같다. 특히 정당법 제50조 2항은 이런 금품 제공을 ‘지시·권유·요구·알선한 자’는 징역 5년 이하, 벌금 1000만원 이하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돈 봉투 살포’ 이후 당 대표 경선을 뚫고 당선된 최대 수혜자가 송영길이었으므로 만약 송영길이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징역 5년짜리’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것은 ‘당내 잔치’가 아니라 현행 정당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집단 범죄’였다. 만약 사법부가 현재까지 드러난 관련자 약 25명에게 최대 형량으로 엄벌한다면 모두 합쳐 80년 징역형에 이를 수도 있는 중대 범죄인 것이다. ‘당내 잔치’는 고사하고 요즘 동(棟) 대표 뽑는 ‘동네 잔치’도 그렇게 했다간 큰일 난다.
송영길은 “그 정도 액수 가지고 지금까지 검찰이 수사한 역사가 없다”는 말도 했다. 3억원이 넘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고, 당 대표 경선에 뿌린 돈이 9400만원이라는 의혹에 휩싸인 그가 ‘그 정도 액수’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현 당대표가 대장동 특혜 의혹에 연루돼 몇 백억, 몇 천억 얘기가 오가니 이 정도 돈 봉투는 푼돈-애교로 봐달라는 것인가. 문 정권 5년 동안 집권 민주당은 이런 ‘당내 잔치’ 분위기에 젖어 있었는가. 그 당의 대선 경선 때 후보의 측근이 8억원을 받은 것도 이 같은 흥청망청 잔치였는가. 지금도 그러한가.
조선일보 김광일 기자
12-11 ‘개딸’ 자부하더니 혐오 대상 되자 쓰지 말라는 개명 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인 ‘개딸’이 돌연 이 명칭의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개인도 조직도 얼마든지 개명(改名)할 수 있지만, 최근까지도 개딸의 이름으로 적극적 정치 행동을 해왔음을 고려할 때 ‘명칭 세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소수가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선 과격한 행동과 튀는 명칭이 효과적인데, 최근 당헌 개정 등을 통해 사실상 주류로 부상하게 되자 온건한 이미지로 포장하려는 ‘개명 쇼’로도 비친다.
이 대표의 팬카페 개설자는 지난 9일 당 홈페이지에 ‘개딸이라는 명칭을 공식 파기한다. 앞으로 민주당원, 민주당 지지자로 명명해달라’고 청원을 올렸다. 작성자는 ‘개혁의 딸이라며 서로를 격려했지만 상대 진영은 우리를 전두광(전두환)처럼 프레임해 선동했다’고 이유를 적었다. ‘개딸이란 기사로 매도한다면 허위·날조·선동 기자로 낙인찍겠다’면서 ‘민주당은 그런 언론사에 정정 보도를 요구해달라’고도 했다. 개딸은 지난해 대선 패배 뒤 개설한 ‘재명이네 마을’에서 ‘개혁의 딸’ ‘양심의 아들’이라고 스스로 부른 데서 비롯됐다. 이 대표도 당시 ‘개딸, 냥아, 개삼촌, 개이모, 개언니, 개형 모두 사랑한다’고 썼다. 이렇듯 자부심 느끼며 자칭했던 이름을 바꾸고, 언론을 향해 협박하는 행태까지 보인 것은 황당한 일이다.
그동안 개딸은 이 대표의 홍위병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막말 협박과 보복적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오죽하면 “개딸 빠시즘 정당” 얘기까지 나돌겠는가. 혐오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은 그렇게 행동한 탓이다. 행태를 바꾸면 그런 이미지는 사라지고, 새삼 개명할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12.12 “이낙연 사쿠라” 김민석 발언, 86 청산론 다시 불붙였다
당내 “586기득권, 오만정 떨어져”

▲11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김 의원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3선) 의원이 11일 신당 창당을 시사하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계를 향해 “전형적인 사쿠라 노선” “사실상 경선 불복”이라고 했다. 이 같은 원색적 비난에 대해 당내에선 “오만정이 떨어진다”며 86세대 청산론이 다시 소환됐다. 과거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캠프로 갔던 이력이 있는 김 의원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전형적인 86 운동권식 내로남불이라는 것이다.
논란이 된 발언은 김 의원이 이낙연 전 대표와 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 의원이 모인 ‘원칙과 상식’이 연일 이재명 대표 체제를 비판하며 신당 창당을 시사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나왔다. 김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국은 당사자들과 관련된 공천권 보장 문제”라며 “전두환·노태우 시절의 민한당 이후에 안철수, 손학규로 이어졌던 일종의 정통 야당과 다른 ‘사쿠라 노선’”이라고 했다. 사쿠라는 벚꽃의 일본어로, 우리 정치권에선 과거부터 ‘야합자’ ‘변절자’의 의미로 쓰인다.
김 의원은 “지금 시대정신은 국민들은 뭉쳐서 윤석열 검찰 독재를 견제하라인데, 거기에 집중하지 않고 오히려 당내 문제에 돌리거나 또는 시대 과제가 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이 전형적인 사쿠라”라고 했다. 검찰의 이재명 대표 수사에 당이 하나가 돼 맞서 싸워야 하는데, 다른 목소리를 내면 변절자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 전 대표에 대해 “이재명 대표와 (대선) 경선을 해서 진 분 아닌가. 이건 사실상 경선 불복”이라고도 했다.
그러자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를 포함해 586 기득권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이 왜 커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내로남불로는 떠나가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민석 의원의 이력을 겨냥해 “독재 정권 시절 학생운동 하고 총학생회장 한 게, 안기부 특채를 노리고 나중에 국회의원 배지 달려고 한다는 식의 마타도어와 같은 수준”이라고 했다. 또 ‘공천을 받으려 저런다’는 김민석 의원에 대해 “만정이 떨어진다”고도 했다.
민주당 대표적 86세대인 김민석 의원은 15대 총선에서 최연소인 31세 나이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서울시장 후보까지 되면서 ‘차기 주자’로 꼽혔다. 그러나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탈당하고 정몽준 캠프인 국민통합21로 당적을 옮겨 ‘철새’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한 초선 의원은 “그런 이력이 있는 김 의원이 민주당 주류를 비판하는 당내 동료를 ‘사쿠라’라고 하는 것 또한 운동권식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정책위의장 시절엔 ‘운동권 동지’인 송영길 전 대표의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터지자 “송영길은 물욕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보증한다”고 해 논란이 됐었다.
윤영찬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 의원의 과거 탈당 사건을 거론하며 “이 사건으로 ‘김민새’라는 오명을 쓰고 10년 넘게 정치 낭인 생활을 했다”며 “말이 현실론이지 선택의 중심엔 늘 김민석 본인이 있지 않았나”라고 했다. 여선웅(40)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은 본지에 “김민석 의원의 이 전 대표 비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애처로웠다. 생명 연장을 위해 돌격대장을 자처하거나 침묵하고 있는 86세대 정치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당내 주류를 이루는 86운동권 현역들 가운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는 우상호 의원 단 한 명이다.
공격 대상이 된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김민석 의원 발언에 대해 “대꾸할 가치가 안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나 김민석 의원은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대꾸할 가치가 없는 게 아니라 반박할 용기가 없다고 본다”며 “사쿠라의 길을 접기 바란다”며 맞섰다.
조선일보 주희연 기자
12.13 이제는 익숙해지기까지 하는 ‘운동권 내로남불’

▲왼쪽부터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영길 전 대표, 조국 전 장관./뉴스1·김지호 기자·뉴시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11일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며 탈당을 고려 중인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계를 “전형적인 사쿠라(변절자) 노선”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 전 대표 등을 향해 “지금 시대정신은 윤석열 독재를 견제하라는 것인데 거기에 집중하지 않고 당내 문제에 돌리는 것은 전형적인 사쿠라”라고 했다.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 의원은 운동권 전력을 바탕으로 민주당에 영입돼 재선 국회의원에 이어 2002년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까지 됐다. 80년대 운동권의 대표적 인물이었지만, 같은 해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정몽준 후보의 국민통합21로 당적을 옮겨 “양지만 좇는 사쿠라”라는 비판을 받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쉽게 당을 옮겨 ‘사쿠라’ ‘철새’라는 비판을 받았던 그가 다른 사람의 탈당을 ‘사쿠라’라고 맹비난하는 것을 보니 철면피의 내로남불이라고밖엔 달리 할 말이 없다.그의 “검찰독재와 싸우는 엄중한 시기다. 무조건 뭉쳐서 싸우고, 싸우며 뭉쳐야 한다”는 발언은 과거 북한을 거론하며 민주주의를 억눌렀던 통치자들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
김 의원과 같은 시대 운동권이었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최근 한동훈 법무장관을 “어린 X” “건방진 X”이라고 비난했다. 30대 후반, 40대 초반에 국회의원이 된 이들 운동권은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60대 이상 국민을 ‘뇌가 썩었다’ ‘투표 안 하고 쉬라’는 등으로 매도했다. 그러나 이제 자신들도 나이가 들자 젊은 사람에게 “어린 X” “건방진 X”이라고 한다.
역시 운동권 출신의 조국 전 법무장관은 학자 시절 SNS를 통해 온갖 좋은 말을 하며 저명 인사가 됐지만, 법무장관 검증 과정에서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는 내로남불이 드러나 사람들이 혀를 찼다. 민주화 과정에 공을 세운 이들은 자신들은 무슨 행동과 말을 해도 정당하다는 큰 착각에 빠진 듯하다. 운동권은 정의롭기 때문에 자신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잘못이라는 비뚤어진 선민의식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지 않고서는 이토록 내로남불을 반복할 수 없다. 이제 이들의 내로남불에 익숙해질 지경이다.
조선일보 사설
12.13 檢, 송영길 구속영장 청구…9400만원 돈봉투 뿌린 혐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8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13일 정당법·정치자금법·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위반(뇌물수수) 등 혐의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5월 민주당 당대표 경선캠프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당선을 위해 동료 의원과 캠프 관계자를 상대로 9400만원 가량의 돈봉투를 뿌린 혐의(정당법 위반) 등을 받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12-13 [일지] ‘민주당 돈봉투’ 수사 개시부터 송영길 구속영장 청구까지
검찰이 13일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 개시 8개월 만이다.
돈봉투 의혹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 당시 송 전 대표 캠프가 당 대표 당선을 목적으로 현역 국회의원과 지역상황실장 등에게 9400만원의 돈봉투를 살포했다는 내용이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아래는 일지.

▲ⓒ News1
◇2021년 5월
▶2일
-민주당 전당대회, 송영길 당대표 선출
◇2023년 4월
▶12일
-서울중앙지검, ‘돈봉투’ 수사 개시…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피의자 9명 압수수색
▶16일
-검찰,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피의자 조사
▶19일
-검찰, 강래구 1차 구속영장 청구
▶21일
-법원, 강래구 영장 기각
▶24일
-송영길 전 대표, 인천공항 통해 파리에서 조기 귀국
▶29일
-검찰, 송영길 주거지·먹사연 등 4~5곳 압수수색
▶1일
-검찰, 송영길 경선 캠프 관계자 추가 압수수색
▶2일
-송영길, 서울중앙지검 자진 출석…조사 무산
▶3일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탈당
-검찰, 송영길 전 보좌관 박용수씨 소환조사
▶4일
-검찰, 강래구 2차 구속영장 청구
▶8일
-법원, 강래구 구속영장 발부
▶15일
-검찰, 박용수 주거지 추가 압수수색
▶19일
-검찰, 이성만 소환조사
▶22일
-검찰, 윤관석 소환조사
▶23일
-검찰, 송영길 캠프 서울지역상황실장 주거지 압수수색
▶24일
-검찰, 윤관석·이성만 구속영장 청구
-송영길 캠프 콜센터 운영자 주거지·사무실 압수수색
▶26일
-검찰, 강래구 구속 기소…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2023년 6월
▶5일
-검찰, 국회사무처 압수수색
▶7일
-송영길, 2차 자진 출석…조사 무산
▶12일
-윤관석·이성만 체포동의안 국회서 부결
-검찰, 송영길 컨설팅 업체 ‘얌전한 고양이’ 압수수색
▶27일
-검찰, 박용수 구속영장 청구'
◇2023년 7월
-법원, 박용수 구속영장 발부
▶10일
-검찰, 국회사무처 2차 압수수색
▶11일
-강래구, 첫 공판서 ‘윤관석에 3000만원 제공’ 혐의 인정
▶14일
-검찰, 송영길 회계관리자 압수수색
▶21일
-검찰, 박용수 구속기소…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2023년 8월
▶1일
-검찰, 윤관석·이성만 구속영장 재청구
▶4일
-법원, 윤관석 영장 발부·이성만은 기각
▶8일
-검찰,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 소환조사…불법정치자금 제공 혐의
▶17일
-검찰, 송영길 전 비서 압수수색
▶18일
-검찰, ‘캠프 식비 대납’ 기업인 압수수색
▶22일
-검찰, ‘정당법 위반’ 윤관석 구속기소…돈봉투 살포 혐의 제외
◇2023년 9월
▶7일
-검찰, 송영길 전 보좌진 주거지 압수수색
▶18일
-윤관석, 재판서 돈봉투 20개 수수 인정
▶27일
-검찰, 송영길 주거지 압수수색
◇2023년 10월
▶12일
-검찰, ‘국회 로비 관여 의혹’ 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출신 김모씨 소환조사
▶13일
-검찰, ‘캠프 식비 대납’ 기업인 소환조사
◇2023년 11월
▶2일
-검찰, ‘돈봉투 수수 혐의’ 임종성·허종식 의원 압수수색
▶3일
-송영길,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신청서 제출
▶20일
-검찰시민위원회, 송영길 사건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 기각
-검찰, 재판서 ‘송영길 지지의원 모임’ 21명 명단 공개
◇2023년 12월
▶8일
-검찰, 송영길 정당법 위반·정치자금법 위반·특가법상 뇌물 등 혐의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수사 개시 후 8개월만
▶13일
-검찰, 송영길 구속영장 청구…‘7억6300만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돈봉투 제공 등 혐의
(서울=뉴스1)
동아일보
12.13 장제원 불출마, 與 의원들 나라 위한 길 숙고하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뉴스1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장 의원은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고 했다. 장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친윤석열계에서도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힌다. 지역구에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지만 국민 여론을 받아들여 불출마를 결정했다. 정부 탄생에 공이 있는 사람으로서 어려운 결심을 한 것이다.
많은 국민은 여당의 모습에 실망하고 있다. 정권을 잡자마자 당 대표와 대통령 측근들이 집안싸움을 벌였다. 다툼은 지금까지 이어져 당 대표 출신이 탈당을 한다고 한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 의원들에게 ‘희생’을 권유한 것은 국민 앞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국민 여론을 받들어 희생하는 것 또한 국정을 책임진 여당 의원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장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한 것이 그런 뜻일 것이다.
국민의힘은 한나라당 시절인 2004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을 맞아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천막 당사를 치고 소속 의원 수십 명이 불출마를 결심하는 희생을 통해 민심을 가라앉히고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지금 상황이 그때 못지않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지만 의원들은 “소는 누가 키우냐” “나 외엔 우리 지역구에서 이길 사람이 없다”며 희생을 거부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완패하면 윤석열 정부는 남은 3년 동안 식물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경제 안보 사회 위기를 극복할 동력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장 의원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민의힘 인사들은 개인의 이익보다는 당, 당보다는 나라의 미래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숙고해야 할 때다. 윤 대통령도 이런 상황이 오게 된 근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2.13 지금이라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라
‘김건희 리스크’ 부풀리는
野의 나쁜 정치에 이기는 비책
대통령 먼저 修身과 齊家를
이재명 대표의 신속 재판을
민주당은 요구할 수 없지만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임명 가능
야당 필승 전략 순식간에 무너져
“제가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입니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월 19일 내뱉은 발언, 아니 망언이다. 너무도 흉측한 소리인 데다 벌써 한 달 가까이 된 일이지만 굳이 또 꺼내 드는 이유가 있다. 이번 총선에 임하는 야당의 선거 전략이 바로 저 여성 혐오 발언에 농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전략’이라 부를 수 있을지,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민주당의 방침은 분명하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 ‘김건희 이슈’를 최대한 부각시킬 요량이다. 그 이유 또한 분명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사법 리스크’를 최대한 상쇄하기 위해서다. 이번 달 내로 ‘김건희 여사 특검’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는 것만 봐도 분명한 사실이다.
민주당의 선거 전략은 옳지 않다. 원칙적, 도덕적 차원에서 보자면 그렇다. 하지만 오직 선거 승리라는 합목적적 기준으로 볼 때 민주당에는 좋은 전략이다. 정치 전반이 썩었다는 인상을 풍기면 풍길수록 민주당이 유리하다. 어지간한 추문이 터져 나와도 찍어줄 ‘콘크리트 지지층’의 숫자가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얼마 되지 않는 표 차이로 의석이 오가는 수도권 승부를 위해서라면 진흙탕 싸움을 벌여 어중간한 중도 표심을 털어내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서울 49석 가운데 국민의힘 ‘우세’ 지역은 이른바 ‘강남 3구’에 속하는 6곳에 지나지 않는다는 국민의힘 총선 판세 자체 분석 결과는 그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이재명 방탄을 위해 국회를 파행 운영할수록 민주당의 총선은 쉬워진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도 사치스럽게 보일 지경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할 방법이 있을까? 답은 멀리 있지 않다. ‘도둑맞은 칠면조’를 되찾아오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해 8월 이 지면에서 말했듯, 대통령실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소리다.
총선을 앞두고 특별감찰관 임명이라니 생뚱맞은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자. 앞서 말했듯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X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탓하기’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 자체를 없앨 수는 없으니 김건희 리스크를 더 크게 부각시킴으로써, 정치의 한심한 꼴에 넌더리를 내며 중도층이 이탈하면 집토끼 숫자가 큰 민주당이 이득을 본다는 계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 나서서 본인의 주변 정리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민주당의 필승 전략은 순식간에 무의미해진다.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민주당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이재명 대표의 신속 재판과 사법 처리를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특별감찰관 임명은 총선을 넘어 ‘윤석열 2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현 정권의 출범 이후 벌어진 일들을 되짚어 보자. 윤 대통령이 ‘집안 단속’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당선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러한 비판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한미 동맹과 일본과의 관계 개선, 2030년 엑스포 유치 같은 ‘큰일’에 주로 관심을 쏟아 왔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멀리 보겠다는 태도를 유지해 왔다.
그럼에도 주저앉은 대통령 지지율은 일어설 기미가 없다. 원래 인기 없을 수밖에 없는 일을 뚝심 있게 추진해서가 아니다. 윤석열이라는 인물 그 자체를 향한 회의적 시선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만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으니, 선후를 알면 도에 가깝다.” 대통령 본인이 ‘수신’과 ‘제가’를 못 하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한데, ‘치국’과 ‘평천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필자는 윤 대통령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이 지면을 통해 대통령실 특별감찰관 임명을 제안한 바 있다. 그리고 지금 같은 제안을 또 하고 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면구스러운 일이나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총선을 앞두고 맥락이 달라졌다. 여성 혐오 망언까지 입에 올려가며 ‘김건희 리스크’를 부풀리는 나쁜 정치를 이기는 방법은 대통령이 몸소 수신과 제가에 힘쓰는 것뿐이다. 거기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치국과 평천하는 스스로 이루어질 것이다.
조선일보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12.14 김기현 대표 사퇴는 시작일 뿐, 다 안 바뀌면 미래 없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 환송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뉴스1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사퇴했다. 당 혁신 차원에서 퇴진 압력을 받아오던 김 대표는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지 하루 만에 물러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 대표인 저의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저의 몫”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지금과 같은 위기를 맞은 것은 기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지만, 지난 3월부터 당을 이끈 김 대표와 지도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 최근 민심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1년 반 만에 크게 돌아섰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계속 확산돼 국민의힘이 텃밭으로 인식해온 영남 지역에서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한다.
여당의 기본적인 책무는 대통령의 인사와 정책에 대한 민심의 동향이 어떤지를 파악하고 이를 가감 없이 전달해 민심 반영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고 이것이 개혁 국정의 동력이 된다. 그런데 김 대표와 당 지도부는 정부와 여당이 이렇게 가라앉고 있는 데도 상황을 직시하지 않았다.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한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정치인은 대통령의 ‘졸병’이 아니다. 공무원들은 심각한 대통령 부인의 문제를 직언할 수 없지만 정치인은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을 바로 사면시켜 다시 출마시키는 무리한 일이 벌어지는데도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 이 선거 참패로 출범한 혁신위가 이런 당 지도부·중진·친윤 핵심에게 물러나달라고 요구한 것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런 결단 없이는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
김 대표의 사퇴와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국민의힘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변화를 실감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만큼 지금 정권과 민심의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혁신적인 공천과 과감한 세대교체로 젊은 세대를 전면적으로 국민 앞에 내세워 나라의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에서 장차관을 했거나 대통령실 요직에 있던 이들이 당선되기 쉬운 ‘지역구 쇼핑’에 나서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국 정치 역사에서 국민 시선을 두려워하며 자신을 희생하고 변화한 정당은 국민의 선택을 받았고 아닌 정당은 사라졌다.
조선일보 사설
12-14 여당은 창당 수준 혁신하고 尹은 ‘출마 초심’ 돌아가야
총선이 채 4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또 혼돈에 빠졌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예상보다 빨리 김기현 대표가 13일 사퇴하면서 변화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지난해 3월 대선 승리 뒤 4개월 만에 이준석 대표 체제가 내부 징계를 통해 무너지고, 김 대표도 9개월 만에 쫓겨나듯 물러난 과정에 윤석열 정권의 문제점과 대책이 내포돼 있다. 여당은 대통령 권력 중심으로 재편돼 ‘용산 2중대’처럼 움직이고, 윤 대통령은 정치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친윤’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면서 온갖 난맥을 자초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활로는 이미 제시돼 있다. 여당은 모든 기득권을 해체하고 창당 수준으로 환골탈태하고,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 2021년 6월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 19개월을 냉철히 돌아보면서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부터 인정해야 문제가 풀리기 시작한다. 여당은 최근 초선 의원들의 김 대표 옹위 소동이 상징하듯, 중진부터 초선까지 대대적 물갈이가 불가피하다.
당장 여당은 비상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여당은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해야 하지만, 민심을 직시하고 반영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준석 체제는 대통령과 불협화를 냈고, 반대로 김 대표는 ‘여의도 출장소’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연·포·탕(연대·포용·탕평)’ 공약도 이행하지 못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 김태우 후보를 대법원 확정 판결 3개월 만에 사면해 출마시키려는 윤 대통령의 의지를 꺾지도 못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도 결국 자신의 연명을 위한 꼼수라는 인식만 남겼다.
모든 책임은 윤 대통령 앞에서 멈춘다. 윤 대통령은 출마 선언문에서 “정권교체라는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하면 국민과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다는 절실함으로 나섰다”면서 “열 가지 중 아홉 가지 생각은 달라도 정권 교체라는 생각을 같이하는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런데 집권 후엔 달라졌다.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겼지만, 당내 비주류를 내치는 등 통합과 소통에서 역주행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의 정치적 심각성에도 귀를 막고 있는 것 같다. 측근의 신상필벌도 공정하지 않아 보인다. 내년 총선은 지난 대선만큼 중요하고, 출마 선언 당시보다 상황이 더 엄중하다는 사실부터 깨닫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12-14 비명 4인, 이재명에 공개적 반기… “통합비대위로 가야”

▲‘원칙과 상식’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혁신 제안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민·조응천·이원욱·윤영찬 의원. 박윤슬 기자
■ ‘이 대표 퇴진’ 촉구
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
“우린 공천욕심 내려놔” 배수진
“민주당엔 패권적 단합만 있을 뿐”
지도부·중진 기득권포기 요구
이재명, 제안에 침묵 “단합이 중요”
더불어민주당의 비주류 4인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 14일 지도부 사퇴를 통한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날리면서 야권발 정계 개편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친명(친이재명)계가 ‘원칙과 상식’의 제안을 거부할 경우 민주당의 분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칙과 상식’을 이끌고 있는 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리더십 리스크’를 해결해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 준엄한 민심”이라며 “달라지겠다는 몸부림이 없다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엄중한 시기에 당 대표가 주 3회 재판을 받고, 유죄 판결이 선고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친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양측이 동의하는 비대위를 구성해 이 대표가 공천권을 내려놓아야 국민의힘의 혁신 드라이브에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들은 당 지도부 2선 퇴진과 함께 586 중진과 친명 핵심의 기득권 내려놓기, 준연동형 유지·위성정당 금지 등 선거법 약속 준수를 요구 사항으로 전달했다. 특히 선거법 개편과 관련해 ‘백성이 믿지 않으면 서 있지 못한다(民無信不立)’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며 “약속을 어겨 10석을 더 얻는 구차한 길 말고, 수십 석을 더 얻는 당당한 길로 가자. 그게 김대중과 노무현의 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혁신 과제가 수용되면 ‘원칙과 상식’ 의원들 역시 험지 출마 또는 백의종군(불출마)을 결단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조 의원은 이날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말로만 단합을 외칠 뿐 ‘원 보이스’만 나오는 민주당에는 ‘강요된 단합’과 ‘패권적 단합’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 대표와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제안은 없으나 회동 요청이 오면 피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원칙과 상식’의 최후통첩에 친명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 의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1년 전부터 같은 말을 반복하는 그들은 ‘비원칙과 몰상식’의 전형”이라며 “통합 비대위를 만들어 본인들이 비대위원을 하겠다는 소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원칙과 상식’의 제안에는 답을 하지 않은 채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와의 회동 추진과 관련해 “변화하되 단합과 단결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주류 의원 4인방은 당 혁신의 ‘키’를 지도부에 넘긴 만큼 이 전 대표가 주도하는 신당 합류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윤 의원은 “당내 여러 의원이 신당 창당을 비판하지만 민주당이 먼저 혁신해야 신당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일보 나윤석·김성훈·김대영 기자
12-14 여당 ‘비대위 체제’로 전환… 야당 비명계 “이재명 2선 퇴진”

▲착잡한 여당 중진들 14일 오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김기현 전 당대표 사퇴에 따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학용, 조경태, 정우택 의원, 윤 권한대행, 주호영, 정진석 의원. 곽성호 기자
국힘 윤재옥 대행기간 최소화
“이른 시일내 비대위원장 선임”
민주 윤영찬 등 4인 기자회견
“李, 선당후사” 거취 결단 요구
김기현 전 당대표가 사퇴한 국민의힘이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 체제의 기간을 최소화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로 전환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인선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명(비이재명)계가 이재명 대표의 일선 퇴진과 통합 비대위로의 전환을 공개 요구하고 나서 분열·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윤 권한대행은 14일 국회에서 당 중진의원 연석회의와 최고위원회의를 연달아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 궐위 시 60일 이내에 전당대회를 열도록 돼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전당대회를 열 상황이 안 된다고 의견이 모아졌다”며 “비대위 체제로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윤 권한대행은 비대위원장을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선임하겠다고도 밝혔다. 당 중진들의 의견과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를 통해 비대위 체제 전환의 뜻을 모은 만큼 윤 권한대행은 15일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원장 선임 등에 관한 의견 수렴에 나설 전망이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을 진두지휘할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안대희 전 대법관, 이명재 전 검찰총장 등도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 의원 등 4명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가 선당후사하는 통합 비대위로 가야 한다”며 이달 말까지 이 대표의 거취 결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압도적 심판을 위해서 한발만 물러서 주시기 바란다”며 “그래야 민주당이 방탄 정당, 팬덤 정당, 패권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 대표의 선당후사 결단에 우리 네 명 모두도 험지 출마든, 백의종군이든 선당후사의 길에 앞장서겠다”며 “586 중진들도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화일보 이후민·이은지 기자
12.15 이 대표 눈엔 도발로 우리 국민 죽인 게 北 아니고 우리 정부인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집권 여당이 제2의 총풍 사건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윤석열 정권의 퇴행적 모습을 봤을 때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이재명 대표도 “국내 상황이 어려운 점을 타개하기 위해 다시 무슨 조직 사건을 들고 나오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참 많다”며 “특히 휴전선을 중심으로 국지적 충돌을 유도하려고 한다는 걱정이 참으로 많다”고 했다. 그 근거는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른바 ‘총풍 사건’이 있었던 1990년대와 지금은 남북 관계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은 민주당이 잘 알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한국 정부를 위해 휴전선에서 도발을 일으켜 준다는 것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이제는 북이 도발하면 민주당이 더 유리한 것이 한국 정치 상황이다. 천안함 폭침으로 남북 관계가 악화되자 당시 선거에서 민주당이 ‘전쟁이냐 평화냐’는 슬로건으로 큰 이득을 봤다. 지금 북이 도발하면 민주당은 또 ‘전쟁이냐 평화냐’를 들고 나올 것이고 효과를 볼 것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북과 잘 통하는 민주당이 휴전선에서 북의 도발을 유도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면 뭐라고 하겠나.
민주당과 이 대표는 연평도 포격으로 우리 국민 4명을 죽인 북한의 도발도 우리 정부의 유도에 따른 것으로 보는지 궁금하다. 휴전선에 목함 지뢰를 매설해 젊은 우리 장병들을 희생시킨 북한 도발도 그런 것으로 보나.
천안함 폭침으로 우리 장병 40여 명을 떼죽음시킨 것도 우리 정부가 유도한 것인가. 핵을 개발해 대한민국을 없애버리겠다고 위협하는 것도 한국 정부의 사주에 따른 것으로 생각하나. 실제 도발을 일으켜 우리 국민을 해치는 북의 범죄에는 눈을 감고 엉뚱하게 우리 스스로에게 손가락질하는 무책임한 행태는 아무리 선거 정략이라도 이제는 그만둬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2.15 더 큰 쇄신 대상은 오만한 거야 민주당이다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 의원들이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 의원. 김성룡 기자
이재명 방탄과 정쟁, 탄핵·입법 폭주로 날 새워
비명계·초선 경고음에도 이재명 대표는 “단합”만
더불어민주당 비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대표의 사퇴와 계파를 아우르는 통합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 등은 험지 출마든, 백의종군이든 선당후사의 길로 나서겠다고도 했다. 그제는 이탄희·홍성국 두 초선 의원이 선거제 퇴행 우려와 후진적 정치 현실을 지적하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권 핵심발 인적 쇄신 바람에도 꿈쩍 않는 민주당 주류를 향한 마지막 경고였다.
그러나 민주당에선 그 어떤 쇄신 움직임도 찾아보기 어렵다. 지도부나 친명계, 586세대에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희생·헌신하겠다고 자처한 경우는 사실상 전무하다.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 중 중진은 박병석(6선)·우상호(4선) 의원 2명이다. 나머지는 이·홍 두 의원을 포함한 초선 의원 4명이 전부다. 이재명 대표 역시 어제 “변화하되 최대한 단합과 단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화보다는 친명계 중심의 결속에 방점을 둔 언급이다. 시스템 공천이 우선이라며 인적 물갈이에 선을 그어 온 기존 입장의 연장선일 뿐이었다.
여야가 민생은 뒷전인 채 정쟁에 몰두해 정치 상실의 시대를 초래한 책임은 대화, 협치의 손을 내밀지 않은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도 있다. 그러나 167석 압도적 의석을 무기로 한 입법·탄핵 폭주로 정치 피로감과 혐오감을 가중한 민주당에 나머지 절반 이상의 책임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민주당은 어제도 논란의 ‘민주유공자법’을 상임위에서 단독 의결했다. 사법리스크에 갇힌 야당 대표는 방탄 국회와 단식이라는 극한 투쟁으로 의회 기능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강성 지지층과 막말에 기댄 팬덤 정치의 노예가 되면서 대의민주주의 질서까지 무너뜨렸다. 여권의 쇄신도 중차대한 사안이지만, 민주당도 뼈를 깎는 성찰과 쇄신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다.
그런데도 “총선에서 1당을 빼앗길 것 같지 않다. 단독 과반이냐, 180석을 먹느냐가 관건이다”(이해찬 전 대표), “200석 못 하리라는 법도 없다”(정동영 상임고문)며 대승 운운하는 오만한 전망이 앞선다. 586세대의 “사쿠라 신당은 초전 박살내야”(김민석 의원), “어린×”(송영길 전 대표) 등의 내로남불식 비하 발언은 대결의 정치를 잇따라 부추긴다. 친명계는 원내·외를 가리지 않고 양지로 몰려가고 있다. 순전히 반사이익이 따라준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을 마치 자신들이 잘해서 이긴 양 승리에 취해 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행태다.
선거를 좌우할 유권자의 3분의 1(27%, 한국갤럽)은 지지를 유보한 채 여야 모두를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여당은 쇄신의 물꼬를 일단 텄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분당 움직임은 가시화하고 있다. 역사는 늘 혁신한 정당의 편에 섰다. 침대축구식 꼼수로는 결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민주당은 직시하라.
중앙일보 사설
12-15 ‘고문 가담자 공천 적격’ 이적단체 출신들 길 터주는 野
더불어민주당의 내년 총선 공천 희망자 중 고문치사에 가담했거나 이적단체 활동 전력이 있는 인물이 공천 1차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아가 586 정치의 주력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세력을 과격 운동권 후배 세력인 한국대학생총연합(한총련) 출신들이 대체 할 것이라는 우려가 야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전남 해남·완도·진도 출마를 준비 중인 정의찬 씨는 1997년 5월 한총련의 광주·전남 지부였던 남총련 의장이자 조선대 총학생회장으로 ‘이종권 고문치사 사건’에 가담,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민간인을 프락치로 오인해 7시간 동안 쇠파이프 등으로 집단 폭행하고 물고문, 전기고문을 가해 사망케 한 혐의다. 김대중 정부 때 사면복권 된 정 씨는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산하단체에 근무하다 이런 경력이 알려지면서 사퇴했지만, 지난 8월엔 대표특보로 임명됐다. 민주당 후보자 검증위원회는 14일 그에 대해 ‘적격’ 판정을 했다. 공천으로 이어지면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정 씨와 함께 특보에 임명된 강위원 씨도 한총련 의장을 지냈다. 1997년 6월 3일 한총련 5기 출범식을 앞두고 한양대에서 선반기능공 이석 씨를 경찰 프락치로 몰아 15시간 감금, 폭행, 물고문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강 씨는 폭행 치사사건에 직접 가담하진 않았지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한 달 뒤 구속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5기 한총련은 1998년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정을 받을 정도로 과격한 시위와 심각한 친북적 행태를 보였다. 강 씨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 “찬성 의원들 정치생명을 당원들이 끊어 놓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광주 서구갑 출마를 선언했다. 이런 인사들이 국민의 대표일 수는 없다.
문화일보 사설
12-15 ‘민주’ 모독하는 운동권 특혜 추가·상속法 폭주 접으라
기어이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의 강행 처리 수순에 돌입했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민주헌정 질서 확립에 기여한 사람을 예우한다면서 처리 방식부터 여야 합의조차 없는 반(反)민주적이었다.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 회부를 신청해 제동을 걸려 했으나, 야당이 다수인 안건조정위가 일방 의결해 전체회의에 넘긴 것이다.
이런 절차적 결함에 앞서 법안 내용도 문제가 많다. 우선, 민주화 운동에 대한 보상 범위를 크게 넓히고, 또 상속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특혜다. 1999년 제정된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에 따라 보상을 받은 9844명 가운데 다시 사망·부상·유죄 판결 등 피해를 본 829명을 ‘민주유공자’로 지정해 추가 혜택을 주는 내용이다. 그간 4988명에 지급된 보상금·생활지원금만 1169억 원이다. ‘관련자’와 ‘유공자’ 혜택은 차원이 다르다.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의료·양로 지원을 받는다. 교육·취업 지원은 삭제했다고 하지만, 일단 근거 법만 제정되면 개정을 통해 혜택을 추가하는 것은 쉽다. 유사한 전례도 있다.
게다가 유공자 대상이 깜깜이 상태다. 이 법안대로 하면 19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 19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 경찰에 화염병을 던져 7명을 사망케 한 1989년 동의대 사건 연루자도 유공자가 될 수 있다. 법원이 성추행 혐의를 인정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마찬가지다. 대상자를 국가보훈부가 심사하도록 규정했으나 야당이 집권하면 모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보훈부는 대상자 829명에 대한 세부 내용을 국가기록원에 요청했지만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의 “깜깜이 법” 지적이 타당하다. 야당은 폭주를 멈추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12-16 ‘셀프 특혜’ 꼬리표에도 ‘민주유공자법’ 단독 강행한 野
민주화운동 공헌자를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는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민주유공자법) 제정안이 그제 야당 단독으로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며 이 법안에 반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의결을 밀어붙였다.
이 법은 관련법에 따라 유공자로 예우받는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이 아닌 6월 민주항쟁 등 다른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다치거나 숨진 이들을 국가보훈부 심사를 거쳐 유공자로 예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공자로 인정받은 당사자와 가족은 의료·양로 혜택과 요양 지원 일부를 국가로부터 받게 된다.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이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유공자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헌의 기준이 모호하고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1999년 제정된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에 따라 이미 보상을 받은 9844명 가운데 다시 수백 명을 추려내 ‘민주유공자’ 혜택을 추가로 주는 것이 필요한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법이 통과되면 911명을 심의하게 된다는데, 이들 중엔 진압 경찰 7명이 숨진 동의대 사건, 무고한 민간인을 ‘프락치’로 몰아 감금·폭행한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 관련자들까지 포함돼 있다고 한다. 민주당은 보훈부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는 태도이나 보훈부는 어떤 사건을 민주 유공 사건으로 볼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법안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동아일보 사설
12.16 ‘민주유공자법’ 또 날치기, 언제까지 운동권 받들어야 하나

▲그래픽=정인성
민주당이 민주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을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에 회부해 제동을 걸려 했지만 진보당 강성희 의원을 안건조정위에 투입해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의결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이 법안을 정무위 소위에서 통과시킬 때도 국민의힘이 표결에 반대하자 날치기 처리했다. 법사위와 본회의가 남아있지만, 다수 의석을 앞세워 통과시킬 것이다. ‘민주’를 내세운 법안을 처리하면서 시종일관 반민주적 행태를 서슴지 않는다.
이 법안은 기존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민주화 운동 관련자 9844명 중 다치거나 숨지거나 행방불명된 829명을 추려 민주 유공자로 지정·예우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이미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고 있다. 2000년 이후 4988명이 받은 보상금이 110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민주화 유공자 본인은 물론 부모와 자녀까지 의료·양로 지원을 해주자는 것이다. 자녀 교육·취업 지원은 삭제했다고 하지만, 일단 법이 제정되면 개정을 통해 얼마든지 넣을 수 있다. 과거에도 그런 사례가 많다.
이 법이 제정되면 방화로 경찰관 7명을 죽인 동의대 사건, 운동 자금 마련한다고 무장 강도를 한 남민전 사건, 무고한 민간인을 ‘프락치’로 몰아 감금·폭행한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 관련자들까지 민주 유공자 심사 대상이 된다. 게다가 유공자 특혜를 받을 대상자 명단과 공적은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비밀이라고 한다. 유공자가 누군지, 무슨 공을 세웠는지도 모르는 채 세금을 쏟아붓자는 법도 있나.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때에도 같은 법안을 냈다가 2021년 스스로 철회했다. ‘운동권 셀프 특혜법’을 만드는 데 대한 국민의 눈총이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자신들의 임기도 끝나가자 안면 몰수하고 밀어붙인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치적 비난 소재로 이용할 것이다.
민주화는 운동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수많은 일반 시민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평범한 시민들은 생업으로 돌아와 열심히 일하고 세금 내며 나라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했다. 그 사이 운동권 간부들은 정치권에 진출해 반민주, 반인권을 일삼는 권력 집단으로 변질했다. 이제는 국민 세금으로 운동권의 부모와 자녀까지 도우라고 요구하고, 그 법을 날치기한다. 오죽하면 ‘민주화 운동 동지회’마저 법 제정에 반대하겠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12-16 소설을 쓴 건 누구인가

김용 재판부, 소설이라던 혐의 상당수 인정
이재명-민주당,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할 때다'
지난해 11월 8일 검찰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자들과) 유착관계를 맺고 금품 제공과 선거 지원에 따른 사업상 특혜를 주고받았다”고 했다. 김 전 부원장은 “(검찰이) 창작 소설을 쓰고 있다. 절필시키고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맞받았다.
열흘 후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이 “대장동 업자들에게 특혜를 몰아주고 수익을 뇌물로 받았다”고 했을 때도 정 전 실장 측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등의 진술에 의존한 완벽한 소설”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반응도 비슷했다. 이 대표는 정 전 실장 뇌물 수수 의혹을 두고 “검찰이 훌륭한 소설가가 되긴 쉽지 않겠다. 창작 완성도가 매우 낮은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선고된 김 전 부원장 1심 판결에서는 김 전 부원장과 민주당 측이 소설이라며 부인했던 내용이 상당수 인정됐다.
첫째,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전 부원장이 정 전 실장 및 유 전 직무대리와 “이 대표의 정치적 성공을 바라는 동지이자 의형제라 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했다. 유 전 직무대리는 물론 정 전 실장과도 “친분 관계일 뿐 의형제는 아니었다”고 한 김 전 부원장의 발언과 거리가 있는 대목이다.
둘째, 김 전 부원장 측은 검찰이 돈을 받았다고 지목한 2021년 5월 3일 “다른 곳에 있었다”며 전직 경기도 공공기관 대표 증언을 알리바이로 제시했지만 재판부는 “믿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그날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1억 원을 건넸다는 유 전 직무대리 증언을 인정했다.
셋째, 재판부는 2021년 6월 8일 경기 수원시 광교 버스정류장에서 3억 원을 전달하고 6, 7월 2억 원을 더 건넸다는 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도 인정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날짜가 오락가락한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다소의 차이는 비본질적”이라며 일축했다.
넷째, 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이 검찰의 회유·압박으로 이뤄져 신빙성이 낮다는 김 전 부원장 측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검사의 협박·회유 등이 행해졌다고 볼 사정은 안 보인다”고 했다.
다섯째, 김 전 부원장 측은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시기는 이미 전국 조직 완성 후였고 그 준비 과정 역시 자원봉사자가 갹출했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경선 대비 문건 등을 볼 때 자원봉사로 해결될 정도가 아니었다”며 “조직 구성과 준비 등을 위한 자금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판결 후 이 대표는 “아직 재판이 끝난 게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1심에서 범죄사실이 대부분 인정된 이상 경천동지할 새 증거가 없다면 2, 3심에서 무죄가 선고되긴 힘들다는 게 법조계의 상식이다. 특히 정진상-김용-유동규 및 대장동 일당의 유착 관계(첫째)와 유 전 직무대리 진술의 신빙성(둘째∼넷째)이 인정된 건 이 대표와 민주당에 뼈아픈 대목이다. 진행 중인 정 전 실장 및 이 대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이 대표와 민주당은 대장동 의혹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기보다 ‘소설’, ‘야당 탄압’, ‘정치 보복’이란 구호로 일관했다. 잘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알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이 대표가 스스로 ‘분신’이라고 했던 측근의 일탈이 드러났다. 이 대표는 이제라도 대장동 의혹에 대해 아는 만큼 설명하고, 측근 관리를 제대로 못했던 것에 유감이라도 표해야 한다. 그게 2년 넘게 이어진 대장동 스캔들로 분노하거나 실망했던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장원재 사회부장 peacechaos@donga.com
12.16 이 대표 캠프에선 고문치사범 정도는 별것 아닌가

▲2023년 8월 16일 비공개로 열린 특별보좌역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정의찬에게 당대표 특보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정의찬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는 15일 조선대 총학생회장 시절 민간인 고문치사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정의찬씨에 대한 재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재명 대표의 특보로 전남 해남·완도·진도에서 출마 준비를 해 온 정씨에 대해 전날 ‘공직 후보 적격’ 판정을 내렸다가 “고문치사범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느냐”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하루 만에 번복한 것이다.
90년대 친북 학생운동을 이끈 한총련 산하 남총련(광주·전남대학총학생회연합) 의장이었던 정 특보는 1997년 ‘이종권 고문치사 사건’으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남총련 간부 등이 대학생 행세를 하던 이종권씨를 경찰 프락치로 보고 집단 폭행, 고문해 사망하게 한 후 사건 경위를 조작한 사실이 경찰 조사로 드러났다.
이 대표는 논란이 커지자 “규정을 잘못 본 업무상 실수”라고 했다. 거짓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고문치사는 운동권 내에서 유명한 사건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다. 더구나 정의찬씨는 2021년 4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였을 때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으로 기용됐다가 고문치사 사실이 알려지면서 4개월 만에 사임했다. 이 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이 대표는 그런 정씨를 2022년 대선 때 선거대책위 조직본부팀장으로 다시 발탁했다. 이어서 지난 8월엔 자신의 특보로 임명했다. 고문치사 정도는 문제없다고 본 것이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가 이런 과정을 몰랐다면 거짓말이다. 이 대표가 총애하는 것을 알고 ‘공직 후보 적격’ 명단에 넣은 것이다. 민주당에는 이미 혁명 자금을 마련한다며 남의 집에 들어가 강도 짓을 한 사람도 3선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의찬씨 문제가 알려지자 인터넷에선 “이 대표 주변에서 사망 사건이 잇따르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런 여론이 없었다면 고문치사범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그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 영향력 확대를 위해 권리당원의 권한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하고 모든 인사권을 장악, 민주당을 자신의 사당(私黨)으로 만들었다. 이제 당의 공식 기구도 이 대표 측근들의 끔찍한 전과마저 못 본 척 눈감아 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들이 눈을 뜨고 감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
12.16 무너지는 민주주의 살리는 길

필자가 성인이 되어 꾸었던 악몽 중에서 가장 끔찍한 것은 북한 주민이 되어 무시무시한 독재 권력의 감시 체제하에서 헤매던 꿈이었다. 소스라치게 놀라 잠을 깼던 기억이 생생하다. 70년대 초 유신독재 시절 학생운동과 관련해 경찰에 쫓겨 다니던 기억과 중첩되기도 했다. 투사의 삶을 살지는 않았지만,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내 삶의 존재론적 기반이 됐다. 대부분의 국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중남미,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유럽 도처에서 권위주의 포퓰리스트들이 득세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급기야는 민주주의의 모범국이랄 수 있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고, 그 후 상식과 기본관념을 흔드는 일들이 터져 나왔다.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틀을 깨려는 시도들이 행해졌고, 대통령 스스로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폭동을 사주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내년 미국 등 40개국에서 선거 실시
민주주의 후퇴 바람 잠재울지 관심
이념이 아니라 민생에 매진해야
위기의 한국 민주주의 살릴 수 있어

▲선데이 칼럼
이러한 미국 상황은 한국 정치에도 상당한 심리적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진보와 보수 양 진영 모두에서 ‘묻지마’부대가 특정 정치인을 추종하며 민주제도와 절차들을 쉽게 무시하고 극단적 방향으로 치달았다.
민생 관련 정책 토론과 경쟁은 뒷전으로 밀리고 정당은 무력해졌다. 국민을 위해 잘하기 경쟁보다 상대 당이 못하기를 기다리면서, 거대 양당은 극단적 대결 속의 공생관계 속에 안주했다. 어느 대법원 수장의 행태는 1950년대 서슬 파랬던 김병로 대법원장 시대보다 훨씬 초라해져 버린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2024년에는 세계인구 41%가 살고 있는 40개국에서 선거가 있고, 11월 5일에는 미국 대선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민주주의 후퇴의 바람이 폭풍으로 변할지 아니면 사그라들지, 대세가 내년에 결정될 것이다.
미국의 권위 있는 시사저널 애틀랜틱은 ‘만일 트럼프가 승리하면(If Trump Wins)’이라는 신년 특집을 출간했다. 그 글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작성자였던 데이비드 프럼은 트럼프가 승리하면 벌어질 일들을 예측했다. “자신이 기소된 모든 재판을 중단시키고, 자신을 위해 2020년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했던 모든 사람을 사면할 것이고, 법무부로 하여금 자신의 적과 비판자들을 조사하게 할 것이며, 공무원 독립을 중단시키고, 자신의 지시 이행을 거부한 연방 관리들을 해고할 것이며, 만일 시민들이 저항하면 군대를 동원해 진압해 버릴 것이다.”
유럽과 중남미 민주주의를 20여년간 연구해온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엘 지블렛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최근 저서에서 민주주의는 과거처럼 군부 쿠데타로 무너지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 절차를 밟아 당선된 잠재적 독재자들에 의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극단주의자들을 배제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중요한 제도적 안전장치가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결단이 필요한데 “기성 정당이 두려움과 기회주의, 혹은 판단 착오로 인해 극단주의자와 손잡을 때 민주주의는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들은 민주주의가 건강해지려면 헌법도 중요하지만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이 헌법을 받쳐 줘야 하는데 그 규범의 핵심은 상대 정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관용과 이해, 그리고 제도적 권리를 행사할 때 국가 전체를 위해 당파적 이해를 스스로 절제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의 지적 하나하나로부터 우리 한국의 정당들은 과연 얼마나 자유로울까?
그런데 잠재적 독재자, 극단주의자, 포퓰리스트들은 어떻게 선거에서 승리하는가? 2016년 트럼프의 당선과정을 보면 답이 나온다. 그는 세계화 과정에서 피해를 보고 낙오된, 그러나 제대로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의 분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당선됐다. 이런 패턴은 세계의 다른 지역이나 한국에서도 대체로 비슷하다. 그렇다면 해답은 단순해진다. 민주적 집권 세력이 그렇게 힘들어하는 시민들의 분노를 올바른 정책 실현으로 잠재우고 통합의 틀 안으로 품어내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수많은 법안을 통과시키고 외국 기업들을 끌어들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산층을 강화하려는 것이 그 때문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살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중소기업 관계를 효율성과 호혜성에 기반을 둔 상생 관계로 혁신하고, 첨단 기술력 육성에 매진하고,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중소상공인들을 지원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며, 노동 개혁을 추진하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보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그래서 중산층과 중도의 마음을 끌어당기면 될 것이다. 결국 이념이 아니라 민생에 매진하는 것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이다.
1871년 통일을 달성한 독일의 명재상 비스마르크는 국익을 앞세워 냉철한 현실주의(Realpolitik) 외교를 펼쳤다. 이로써 국력을 키워 나갈 안정적인 국제환경을 조성했다. 그러나 국내적으로는 사회보장시스템을 과감하게 구축해 소외계층을 끌어안아 통합으로 이끌었다. 2024년 이후 불안한 세계정세 속에서 민주주의, 안보, 번영을 추구하는 한국에 150여년 전 그의 전략이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중앙일보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12.18 “학생인권조례 놔두라”는 李대표, 현장 교사들의 아우성은 안 들리나

▲충남도의회가 15일 제348회 정례회 제4차 본회를 열어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등 일부 지역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대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다고 교권이 보호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비극을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나쁜 정치’도 문제다. 교권과 학생 인권을 대립 관계로 규정하고 선생님과 학생을 갈라치기 한다”며 이같이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이 이슈에 대해 제대로 모르거나 오히려 더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충남도의회가 15일 학생인권조례를 전국 처음으로 폐지했다. 서울·광주·경기·전북·제주 등 5곳은 여전히 조례를 시행 중인 가운데 서울시의회도 교사·학생·학부모 모두의 권리와 책임을 명시한 새 조례를 만드는 방안에 대해 본격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학생인권조례를 갖고 있던 교육청들이 폐지 또는 개정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조례가 학생 인권만을 과도하게 강조해 교권 붕괴를 초래한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례 영향으로 학생들이 잘못된 인권 의식을 갖고 ‘학칙을 어기고 수업을 방해해도 교사와 학교는 어찌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교사나 다른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이 조례 영향으로 교실 내에서 통제 안 되는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어떤 제재도 할 수 없다는 것이 교사들 얘기다. 예를 들어 학생 휴식권을 보장하는 조항은 수업 중 학생이 잠을 자도 교사가 깨우기 어렵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교총이 지난 7월 전국 교사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4.1%가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데 동의할 정도였다. 심지어 교실에서 벌어진 학생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교사들이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장 교사들의 이런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가.
학생들 인권을 소홀히 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 학생들 교육에 지장을 초래하고 또 다른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 권리를 추락시킬 정도라면 다른 문제다. 문제가 명확하게 드러났는데도 진보 교육감들 눈치 보느라 “조례에 손대지 말자”고 하는 것이야말로 ‘나쁜 정치’다.
조선일보 사설
12-18 예산안도 단독 처리 겁박 野, 포퓰리즘 예산부터 접으라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예산안 단독 처리를 겁박하고 나섰다. 민주당 측은 17일 “여당이 끝까지 버티면 20일 본회의에 우리가 만든 감액 수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표’ 예산을 극대화하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인지, 실제로 강행할지 두고 볼 일이지만, 현실화하면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정부의 예산 편성권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은 물론, 예산 부수 법안과 맞물리며 정부 살림살이도 뒤죽박죽된다.
여야는 현재 총예산 656조9000억 원 가운데 56조9000억 원 규모의 증·감액을 놓고 대립 중이다. 연구·개발(R&D), 새만금 개발, 특수활동비 등이 쟁점이라지만 핵심은 이 대표의 공약 예산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상임위원회에서 신설·증액을 강행한 지역화폐·청년패스 예산 등인데 모두 현금성 포퓰리즘 사업들이다. 지역화폐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하라는 정부 입장이 옳다. 민주당은 정부 예산에서 7053억 원 지원을 요구한다. 민주당은 지난해에도 끝까지 고집해 3525억 원을 편성한 바 있다. 월 3만 원에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하는 청년 패스 예산(2923억 원)도 이 대표가 직접 지시한 것이다.
민주당이 감액 수정안을 단독 처리하려면 선심 발상부터 포기해야 일말의 진정성이라도 인정 받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 원전 생태계 조성 예산(1831억 원), 특수활동비, 예비비를 대폭 삭감한다면 국정 발목을 잡는 것은 물론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일도 된다. 올해 세수 펑크가 역대 최대 규모인 60조 원대로 추산되고, 내년엔 더 악화할 전망이다. 여야 모두 선심·쪽지 예산부터 삭감하는 게 도리다.
문화일보 사설
12-18 공천 자격 번복과 李 주변 한총련 본색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당대표특보를 지난 14일 후보자 ‘적격’ 판정했다가 이튿날 ‘부적격’으로 번복했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서 전남 해남·완도·진도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정의찬 특보가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로부터 적격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일자 정 특보의 과거 경력을 이유로 부적격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정 특보가 이 대표의 측근으로 활동해 온 경력을 보면, 이 대표는 정 특보가 ‘이종권 씨 고문치사 사건’에 연루돼 법원의 심판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개연성이 짙어 보이고, 검증위는 정 특보와 관련된 사건을 알면서도 애초 검증을 통과시킨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총선 출마 자격 번복과 관련, 정 특보는 “공안 당국의 강압적 수사에 의한 피해자”라는 입장을 보이면서 반발하고 있다.
‘이종권 씨 고문 치사’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지부였던 광주전남총학생회연합(남총련) 간부들이 지난 1997년 5월 전남대에서 민간인 이종권 씨를 ‘경찰 프락치’로 의심하고 7시간 동안 쇠파이프 등으로 집단폭행·고문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정 특보는 당시 남총련 의장이자 조선대 총학생회장으로서 이 사건에 연루돼 항소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002년 특별사면·복권된 이후 정 특보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캠프 선거대책위 조직본부팀장을 맡는 등 이 대표의 측근으로 활동해 왔다.
그리고 호남 친명계 대표 주자인 강위원 민주당 당대표 특보도 광주 서구갑 출마를 선언한 바 있는데 한총련 5기 의장을 지냈다. 강 특보는 1997년 한양대에서 선반공 이석 씨를 경찰 프락치로 몰아 감금 폭행해 죽음으로 몬 사건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바 있다. 2018년 광주 광산구청장 출마를 포기한 바 있는 강 특보는 공천 심사에서 적격 판정 심사 중이라고 한다.
민주당의 검증위가 ‘후보자 적격’ 판정을 내린 338명 중에서 부적격으로 번복된 케이스는 현재 정 특보 한 명뿐이다. 이들 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총선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211명을 분석했더니 전과 기록이 있는 사람이 33%나 된다고 한다. 전과 기록이 있다고 모두 자격 미달이라고 할 수는 없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후보자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어린 놈’ ‘건방진 놈’이라고 한 이후 운동권 출신 정치인의 기득권 청산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1980년대에 민주화운동을 한 이른바 ‘86 정치인’의 당시 민주화를 위한 열망과 용기는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과하게 혜택을 보려는 운동권 출신 일부 정치인의 ‘정신 승리’는 국민 전체에 피해를 주면서 사익을 추구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내년 4·10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는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의 사익과 일반 국민의 법감정 사이에는 좁히기 힘든 간극이 있어 보인다.
여야를 불문하고, 민주화운동과 달리 고문 등으로 인명을 뺏은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운동권 출신 정치인을 국회의원 후보자로 공천한다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다.
문화일보
12.19 '돈봉투 의혹' 송영길 구속…法 "사안 중하고 증거인멸 우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검찰 수사 8개월만에 구속됐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며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부장판사는 “인적·물적 증거에 관해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피의자의 행위 및 제반 정황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도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지난 13일 불법 정치자금 수수, 제3자 뇌물 수수, 정당법 위반 등의 혐의로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지난 4월 돈봉투 의혹 사건 관련해 강제수사에 나선 지 8개월 만의 영장 청구였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宋, “방어권 행사 위해 전화” vs 檢, “증거인멸”
송 전 대표의 구속영장 발부에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인멸 우려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검찰 수사 중 차명폰을 사용하면서 수사 상황을 파악하려고 한 정황을 구속영장에 담았다. 검찰은 프랑스 파리에 머물던 송 전 대표가 지난 4월 귀국 전 휴대전화를 폐기하고, 외곽 후원조직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정황도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증거인멸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영장 심사를 마치고 나온 송 전 대표는 검찰의 증거인멸 주장에 대해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참고인 상황이 어떤지 알아본 것이다. 압박 수사를 받는 이들을 위로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건 관계자들과 통화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전화 한 것이 증거인멸이라고 하면 너무나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반박했다.

▲김영옥 기자
檢, “정당 민주주의 근간 훼손”
송 전 대표는 우선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4월 국회의원 교부용 돈 봉투 20개를 포함해 총 6650만원을 민주당 국회의원, 지역본부장들에게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돈봉투를 조성하고 살포하는 과정에서 송 전 대표가 스폰서인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5000만원, 무소속 이성만 의원으로부터 1000만원을 부외 선거자금으로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250여쪽 분량의 PPT를 준비한 검찰은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했다”라며 “돈봉투 의혹의 최고 수혜자이자 최종 책임자는 송 전 대표”라고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를 위한 자금 조달과 제공 과정을 보고받고 인지한 정황을 공소장에 적시한 검찰은 확보한 진술과 휴대전화 포렌식 증거 등을 법정에서 제시하며 개별 혐의마다 송 전 대표의 공모 여부를 입증했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돈봉투가 살포된 2021년 4월 28일 모임에 송 전 대표가 참석한 정황도 제시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먹사연을 통해 불법정치자금 7억6300만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는 “공익법인을 외곽조직으로 변질시켜 불법 정치자금 창고로 활용한 정경유착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먹사연을 통한 7억6300만원 중 4000만원에는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소각처리시설 관련 청탁 명목의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2020년 4월 송 전 대표가 인천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사업가 A씨의 공장을 방문한 뒤 10분 만에 먹사연 후원계좌에 1억원이 입금된 내역도 제시하며 송 전 대표가 후원금 모금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는 “먹사연 후원계좌로 들어온 금액은 공식적으로 투명하게 보고된 사안”이라며 “검찰이 돈봉투가 입증 안 되니까 별건으로 수사한 것으로 해명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4000만원의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과 송 전 대표 측이 첨예하게 맞붙었다. 통상 뇌물 혐의가 실형 선고 확률이 높아 검찰과 송 전 대표 양측에서 구속영장 발부를 가를 승부처로 꼽아왔다. 송 전 대표는 “민원을 듣고 알아보는 게 죄인가. 4000만원에 직무상 양심을 팔지 않는다”라며 후원금을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4000만원 후원금이 폐기물 소각장 인·허가 청탁의 대가였다는 검찰 쪽 주장에 무게를 뒀다.
돈봉투 수수 의혹 20명, 소환조사 임박
검찰이 송 전 대표 신병을 확보하면서 20명의 돈봉투 수수 의원에 대한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돈봉투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박용수 전 보좌관, 무소속 윤관석 의원 재판에서 돈봉투 전달 과정에 오간 대화 내용, 돈봉투가 살포된 것으로 의심되는 회의의 참석 대상 명단을 공개하며 돈봉투 수수 의혹 대상을 좁혀왔다. 검찰은 돈봉투를 받은 의원들에 대한 소환조사와 기소를 끝으로 돈봉투 의혹 사건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12-19 ‘민주당 돈봉투 의혹’ 송영길 구속…“불법 정치자금 받고 경선금품 관여”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
법원 “증거인멸 염려” 영장 발부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사진)가 18일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됐다. 이번 의혹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 전 대표가 수사 착수 250일 만에 구속되면서 돈봉투를 수수한 것으로 알려진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후속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1시 59분경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 대표 경선 관련 금품 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유 부장판사는 “인적 물적 증거에 대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의자의 행위 및 제반 정황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도 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5월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들에게 나눠준 300만 원짜리 돈봉투 20개를 포함해 6650만 원을 살포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20년 1월∼2021년 12월 외곽 후원조직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억63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 가운데 4000만 원은 청탁 대가로 보고 뇌물 혐의도 적용했다.
송영길 전 대표 구속
檢 “宋, 돈봉투 살포 보고 받아”
宋 “불공정 게임” 항변 안받아들여져
檢, 돈봉투 수수 의원 후속수사 예고
송 전 대표 구속 이후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둔 야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검찰은 앞서 무소속 윤관석 의원(수감 중) 재판에서 돈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을 받는 2021년 4월 송 전 대표 지지 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 21명 실명을 공개한 바 있다.
검찰은 6시간 25분 동안 진행된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서민석 윤석환 부부장검사 등 수사 담당 검사 5명을 투입하며 총력전에 나섰다. 약 250쪽의 프레젠테이션(PPT)과 A4용지 500여 쪽의 의견서를 동원해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송 전 대표 측도 이에 맞서 친형이며 판사 출신인 송영천 변호사를 필두로 5명의 변호인단을 내세워 방어전에 나섰다. 이들은 수백 페이지 분량의 의견서를 제시하며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양측은 송 전 대표의 외곽 조직인 먹사연의 성격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인천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사업가 A 씨가 총선 직전인 2020년 4월 송 전 대표를 만난 직후 먹사연 후원 계좌에 1억 원을 송금한 내역 등을 제시하며 송 전 대표가 직접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앞장섰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송 전 대표는 당시 지역구가 아닌 곳에 위치한 A 씨의 공장을 직접 찾았는데 방문 10여 분 뒤 송금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기존에 송 전 대표와 잘 모르는 사이였던 A 씨가 송 전 대표 방문 직후 후원한 걸 두고 ‘무언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송 전 대표의 후배로 1억 원을 냈던 또 다른 사업가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검찰은 그 밖에도 사전에 송 전 대표를 만나 후원을 약속했던 한 사업가가 실제 송 전 대표와 만나는 일정이 잡히자 그 전날 후원금을 입금한 사례 등을 들며 송 전 대표가 외곽 후원조직인 먹사연을 통해 직접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송 전 대표 측은 “송 전 대표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 후원한 사람들도 있다. 또 ‘싱크탱크’에 기부한 것은 정치자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돈봉투 살포와 관련해서도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전 보좌관 박모 씨를 통해 내용을 모두 보고받아 인지하고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송 전 대표가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하기 전 휴대전화를 바꾸고 차명 휴대전화로 사건 관계자에게 전화한 정황 등을 제시하며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송 전 대표 측은 “윤 의원과 보좌관 박모 씨에게 자금 조달 및 돈봉투 살포를 지시·권유하지도 않았고 그 과정을 보고받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전 대표는 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가면서 “(사건 관계인에게) 전화했다고 증거인멸이라고 말하면 너무 불공정한 게임”이라고도 했지만 유 부장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판사 김정곤)에서 진행된 윤 의원 결심 공판에서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 전 대표 캠프에서 돈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 등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다음 달 31일로 예정됐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12-19 ‘돈봉투’ 송영길 구속… 받은 野 의원 19명 수사 속도 내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은 두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5월 2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며, 서울중앙지법의 유창훈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18일 밤 12시 직전 영장을 발부했다. 우선, 송 전 대표 측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은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를 신속히 진행해 진상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총선이 4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둘째, 송 전 대표는 19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의 대표적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586 정치인 용퇴론이 더 확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송 전 대표는 관련자들의 증언과 증거가 넘쳐나는데도 검찰의 정치보복 수사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유 판사는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 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 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며 “인적·물적 증거에 관하여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의자의 행위 등에 비추어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명확히 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37세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5선 의원과 인천시장, 집권당 대표를 역임한 정치인의 몰락이다.
송 전 대표가 2021년 4월 27일과 28일 윤관석 의원에게 돈봉투 20개, 총 6000만 원을 제공했고, 자신의 외곽 조직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억6300만 원을 수수했으며, 소각 처리 시설 관련 청탁과 함께 뇌물 4000만 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법원이 대부분 받아들인 셈이다. 지난 4월 프랑스에서 귀국했을 때 사용 1주일 된 ‘깡통 폰’을 검찰에 제출하고 ‘대포 폰(차명 휴대전화)’으로 사건 관련자들과 통화해 검찰의 수사 상황을 캐내려 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어린놈’ 등 막말도 퍼부었다.
검찰은 민주당 의원 19명에게 돈봉투 20개가 전달된 혐의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공천과 민주당의 도덕성도 걸린 문제다. 나아가 이재명 대표에게 지역구를 넘기는 등 전·현 대표의 커넥션 여부도 규명할 필요가 있다.
문화일보 사설
12-19 보복운전 하고 법정에서 거짓 진술까지 한 李대표 측근
더불어민주당 ‘얼굴’ 가운데 한 사람인 이경 상근부대변인의 인성 파탄 행태는 제 얼굴에 스스로 침을 뱉는다고 할 정도로 개탄스럽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이기도 한 그는 지난 15일 보복운전(특수협박)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지난 대선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었던 2021년 11월 12일 밤 운전하던 중 옆 차선으로 끼어들기를 했다가 뒤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고 상향등을 켜자 그 차량 앞으로 진입해 여러 차례 급제동한 혐의다.
그는 사건 당시 경찰에 “운전은 했지만 급정거는 안 했다”고 답변했으나, 한 달 후 경찰에 출석해선 말을 바꿔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했다. 나는 깊이 잠들어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법정에서도 이를 주장했는데,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정유미 판사는 “기억이 없다면서 대리운전 기사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대선후보의 선대위 대변인이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믿기 어렵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한마디로 새빨간 거짓말이란 얘기다.
이 씨는 재판 후 SNS에 “억울함을 풀어가겠다”고 항소했음을 알리면서 상근부대변인 직을 사퇴했다. 보복운전은 난폭운전과 달리 보복이란 특수성 때문에 도로교통법이 아닌 형법이 적용되는 중대 범죄다. 거짓 진술까지 고려하면 500만 원 벌금형이 가볍게 여겨지고 ‘세상을 참 우습게 본다’는 한탄이 나올 지경이다. 그는 최근 탈당한 이상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 유성을 출마를 밝힌 바 있다. 골프를 같이 쳤어도, 최측근이 돈을 받아도 “모른다”는 당 대표 주변의 유유상종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문화일보 사설
12-19 돈봉투·보복운전·고문치사… 민주 ‘3중 악재’

지방선거 ‘성추문 악몽’에 이어
총선앞 잇단 ‘범법 리스크’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잇따라 들이닥친 ‘송이정(송영길·이경·정의찬)’ 3중 범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성 추문’ 악재로 지방선거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셨던 악몽이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에서 또다시 재현될까 전전긍긍하며 여론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의 구속이 내년 총선에서 중도층 민심을 얻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 전 대표를 비롯해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사건 연루 인사들은 탈당했지만, 이번 구속으로 검찰이 최대 20명에 달하는 수수 의원 특정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라 추가 파장이 일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의원에게 돈봉투 20개, 총 6000만 원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586 운동권의 씁쓸한 윤리적 몰락”이라고 촌평했다.
총선 출마를 예고한 당내 인사들도 잇따라 추문에 휩싸이고 있다. 이경 전 상근부대변인은 한밤중 보복운전을 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부대변인은 2021년 11월 12일 밤 10시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도로에서 운전하던 중 차선을 변경한 자신에게 뒤따르던 차가 경적을 울리고 상향등을 켜자 불만을 품고 여러 차례 급제동했다. 그는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선대위 대변인을 맡았던 친명(친이재명) 인사로 내년 총선에서 대전 유성을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부대변인직을 사퇴했다.
민주당은 과거 학생운동 시절 민간인 고문치사 사건으로 실형을 받은 정의찬 당 대표 특별보좌역(특보)에 대한 총선 후보자 검증 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내렸다가 논란이 일자 번복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12.20 ‘86 운동권 세대’ 종언 앞당길 송영길 구속
돈봉투 수수 대부분이 이 세대…밑천 드러낸 도덕성
생활정치의 시대에 담론 제시 못 해, 이제 길 터줘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등과 관련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구속됐다. 최대 수혜자인 그는 2021년 당 대표로 뽑힌 전당대회를 앞두고 6000여만원을 의원 등에게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후원 조직을 통해 기업인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7억여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구속을 결정한 판사가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도 우려된다고 한 것을 보면 “이게 무슨 중대 범죄라고 지×을 하느냐”고 목청 높이던 그의 행태가 측은하기까지 하다.
그간 송 전 대표는 뉘우친 적이 없다. 프랑스 파리에서 체류하다 의혹이 나오자 민주당을 탈당했을 뿐, 귀국해서도 “캠프 일을 챙기기 어려웠다”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녹취록이 공개되고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되는데도 검찰청사를 찾아가 회견을 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건방진 ×’ ‘어린 ×’이라거나 “물병을 던져버리고 싶다”는 막말까지 쏟아냈다.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고 최근에는 비례정당을 만들겠다고까지 했으니 참으로 몰염치다.
송 전 대표의 구속은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운동권 출신)의 민낯을 보여준다.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1987년 출범한 전대협에 다소 앞선 86 운동권의 ‘맏형’에 해당한다. 2000년 민주당 공천으로 국회에 들어와 5선을 했고, 인천시장과 180석 집권당 대표까지 지냈다. 대통령 빼고 다 해봤다는 그가 도덕적 문제를 ‘별것 아니다’고 넘긴 것 자체가 이 세대 종언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민주화 이력을 발판으로 20년 이상 누릴 대로 누렸지만, 이들의 밑천이던 ‘도덕적 우위’는 바닥을 드러냈다. 이번에 금품 수수자로 지목된 대다수가 86세대다. 검찰 수사가 이어질 텐데, 스스로 고백하고 성실히 수사받아야 마땅하다.
소속 의원들의 돈거래에도 민주당은 당 차원의 사과를 하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탓에 관련 의원들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못하는데, 86 운동권 출신들이 당의 요직에 있는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당내에서 “70년대생은 86세대 수발들다 시간 다 보냈고, 이젠 80년대생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 그룹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는 우상호 의원 정도다.
젊은 피로 정치권에 수혈된 청년들이 장년을 훌쩍 넘겼지만 달라진 시대에 맞는 새 담론을 내놓은 적도 없다. 진영 논리에 갇혀 있다 개혁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세대 맏형 중 한 명인 김영춘 전 장관은 지난해 정계를 은퇴하며 “이제 민주주의, 통일, 기득권 타파 등 거대 담론의 시대가 아니라 생활정치의 시대가 됐다”고 했다. 통렬한 참회와 함께 각계 전문가 등 이후 세대에게 길을 터주는 게 이제 86세대가 우리 사회에 기여할 일이다.
중앙일보 사설
12-20 민주당 전 대표는 구속, 현 대표 영장은 기각, 대체 무슨 기준인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으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판사는 영장을 발부하면서 “사안이 중하고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했다. 송 전 대표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폐기하고,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건 관계자들과 접촉한 점 등을 감안했을 것이다. 그런데 유 판사는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을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던 사람이다. 이 대표 혐의 중엔 다른 사람에게 거짓 증언을 시켰다는 ‘위증 교사’도 있었다. 유 판사는 이 ‘위증 교사’를 인정하면서도 증거가 확보돼 추가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위증 교사는 대표적인 증거 인멸이다. 그런 사람은 증거 인멸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앞뒤가 안 맞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영장 발부 기준이 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선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돈 봉투를 만들고 전달한 사람들이 이미 구속됐고 모두 혐의를 인정했다. 그 정점에 있는 송 전 대표 영장 발부는 당연한 결과다. 이 대표 관련 사건도 구속된 사람만 21명이다. 21명 거의 대부분이 이 대표를 위해, 혹은 이 대표 때문에 한 일로 구속됐다. 백현동 비리는 결재권자가 이 대표였고, 불법 대북 송금도 이 대표를 위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유 판사는 이 대표 개입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 대표 영장만 기각했다. 크게 보아 같은 일로 21명이 구속됐는데 정작 그 일의 핵심인 사람만 구속되지 않은 것이다. 납득하기 어렵다.
유 판사는 이 대표 영장을 기각하면서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했다”고 했다. 감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증거 인멸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는 대북 송금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이 대표 측근 의원이 개입한 뒤 그 진술을 번복했다. 이는 증거 인멸 행위에 해당한다. 이 대표는 대표직과 의원직도 방탄에 이용했다. 그런데 어떻게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할 수 있나. 결국 정치적인 부담의 차이 때문에 전직 대표는 구속하고, 현직 대표 영장은 기각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이면 판사가 법리가 아니라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이제 민주당은 전직 대표는 구속되고 현직 대표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 받는 상황이 됐다. 민주당은 이런 초유의 사태에도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동안 돈 봉투와 관련한 통화 녹음이 다 확보됐는데도 관련자들은 “조작” “탄압”이라며 오히려 공세를 펴왔고 송 전 대표도 “영장을 기각시킬 자신이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자신과 관련한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며 단식까지 했다. 민주당은 잘못이 드러나면 거짓 주장을 하고 검찰에 역공을 퍼붓는 게 일상이 됐다. 하지만 진실은 결국 드러나게 돼 있다.
조선일보 사설
12.20 ‘일단 거짓말부터’ 李대표 주변에 모여 있는 사람들

▲이경 더불어민주당 상근 부대변인./조선DB
친이재명계로 꼽히는 이경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이 보복 운전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21년 11월 12일 밤 서울의 한 도로에서 다른 차에 여러 차례 급제동으로 위협하고 이런 보복 운전을 쫒아가면서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는 최초 경찰 조사 땐 “운전은 했지만 급정거는 안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다 한 달 뒤엔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리운전 영수증 등 근거는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법원은 “믿기 어렵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이 부대변인의 주장을 거짓말로 본 것이다.
사람이 감정에 치우쳐 잘못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부대변인은 반성은커녕 거짓말부터 했다. 사건 당시 그는 이재명 대선 캠프 선대위 대변인이었다. 그런데 잘못을 저지르면 일단 거짓말부터 하고 보는 이런 사람들이 이재명 대표 주변에 많은 것은 무슨 까닭인가.
친이재명계 모임 ‘처럼회’ 소속인 김남국 의원은 핼러윈 참사를 다룬 국회 상임위에서 코인을 거래한 사실이 드러나자 “몇 천원 정도”라고 했다. 알고 보니 회의 중 거래 횟수만 수백 번이었다. 최강욱 전 의원은 화상회의 도중 저속한 성적 발언으로 논란이 되자 ‘짤짤이’ 거짓말부터 했다. 그 역시 처럼회 소속이다. 대장동 일당에게 불법 경선 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형을 받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이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가짜 알리바이까지 제시했다.
이 대표부터 각종 거짓말 의혹에 휩싸여 있다. TV토론에서 거짓말을 해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았다. 대법원이 판결을 바꿔주지 않았다면 대선에 출마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함께 해외 출장을 가 골프 치고 마주 앉아 식사하는 사진까지 나왔다. 쌍방울 관계자들이 대북 송금 사실을 모두 인정하는데도 “검찰의 신작 소설”이라고 했다. 대장동·백현동 비리,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허위 사실 공표, 위증 교사 등 총 7개 사건의 10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대부분 돈과 거짓말 관련이다.
조선일보 사설
12-20 “판 바꿀 수 있는 적임자”… 與, ‘한동훈 추대’ 사실상 결론

▲마지막 의견수렴 윤재옥(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20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인선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신영균(앞줄 왼쪽) 상임고문 등 상임고문단과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문호남 기자
■ 국민의힘 원로들 비대위 제언
“누구보다 기민·정확한 인물
아껴뒀다 총선지면 소용없어”
“尹과 상하관계 이미지 경계를
부족한 경험 보완 필요” 지적도
윤재옥, 의견수렴후 확정할 듯

국민의힘 원로 정치인들인 상임고문단은 당의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력 거론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 기대감과 동시에 일부 우려를 표했다. 상임고문들은 한 장관을 새 비대위원장으로서 ‘적임자’라고 평가를 내리면서도, 부족한 정치 경험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용갑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2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장관을 반대한다면 대안도 없는 반대일 것”이라며 “온 신경이 비대위원장 체제로 가는 데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는 데 쏠려 있다. 그 적격자는 한 장관이라고 본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상임고문은 “정치를 해봤지만 한 장관처럼 저렇게 기민하고 순발력 있게,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사람 별로 못 봤다”며 “상당히 기대를 걸 수 있는 인물”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한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평가돼 온 만큼 당정 관계가 ‘상하관계’로 비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유흥수 한일친선협회중앙회 회장은 “한 장관이 그간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보인 태도나 국회에서의 모습을 보면 ‘이 친구는 대통령이 뭐라 말해도 고분고분할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통령과 가깝기 때문에 신뢰를 바탕으로 오히려 민심이나 사정을 정확히 전해서 소통이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도 “이번 지도체제 전환 과정의 핵심은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을 모시고 해왔던 분들이 조금 옆으로 비켜주고, 대통령께 국민 뜻을 확실히 전할 수 있는 사람으로 모양 갖추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전 대표는 “과거에 대한 심판과 새로운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개념으로 바꿀 수 있는 선거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을 해낼 지도부와 당을 구성하지 않으면 이번 총선은 하나 마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이 국민의힘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거론된다는 점에서 비대위원장보다는 선거대책위원장 등의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황 전 대표도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보다도 더 막중하고 험한 자리”라면서 “한 장관을 대선 후보로도 키우고 이모저모로 활용해야 할 분이라는 여망이 있는데 시기적으로 이 카드가 적절하냐 하는 점에서 걱정들을 하시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거기로(한 장관으로) 다 여망이 모인다고 하니까 보완책을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도 “지금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워 놓으면 (총선 공천과 관련해) 별의별 음모로 흠집이란 흠집이 다 날 수 있다”며 “당의 소중한 자산을 함부로 써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임고문도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판을 바꿀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을 벌일 수는 있지만 뒷마무리할 내공이 없다. 비대위원장보다는 선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
12.21 [속보] 한동훈, 與 비대위원장 수락…오후 장관 이임식 예정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출석해 있다./연합뉴스
조선일보 허욱 기자
12-21 한동훈, 비대위원장 수락… 국힘 최고위 공식 추대
한동훈, 오늘 법무장관 사퇴
윤재옥 권한대행과 오전 회동
국힘, 26일쯤 전국위서 추인
한동훈(사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하고 장관직에 사의를 표했다. 비대위로의 지도체제 전환을 추진해 온 국민의힘은 21일 오후 ‘한동훈 비대위’ 출범을 위한 공식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르면 다음주 초 ‘한동훈 비대위’가 공식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제안을 수락하고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을 만나 비대위원장직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도 한 장관의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의 이임식은 이날 오후 열릴 전망이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회의에서 “오늘 예산안 처리 이후에 비대위 관련 절차를 밟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권한대행은 지난 14일 비대위 체제로 전환을 결정한 뒤 의원총회, 중진연석회의, 상임고문 간담회 등을 통해 당내 중지를 모아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한동훈 대세론’이 굳어졌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한 장관을 공식적으로 새 비대위원장 후보로 발표하고 비대위원장 임명을 추인하기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 의결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날 오후 본회의 직후 화상으로 긴급최고위원회의를 거쳐 전국위 소집을 공고하면 3일간의 공고 기간이 필요한 만큼 비대위원장 추인을 위한 전국위는 이르면 24일 열릴 수 있다. 다만 24일이 주말인 점을 고려해 전국위를 온라인 화상 회의 방식으로 진행하거나, 평일인 26일에 개최하는 방안도 당내에서 거론되고 있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임명되면 비대위원 인선을 꾸려 상임전국위 의결을 받아야 하며, 비대위원 임명 즉시 비대위 설치가 완료된다.
한편, 한 장관의 후임 인사는 곧바로 이뤄지지 않고 한동안 이노공 차관의 장관 대행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여태 이재명 대표 수사 등에 대해 ‘법과 원칙’을 운운하더니 집권 여당의 비대위원장이 될 사람이 뭘 얼마나 공정하고 상식적으로 수사했겠나”라고 비판했다.
문화일보 이후민·손기은·나윤석 기자
12-21 경제외교 예산 깎고 불필요한 새만금공항 살린 反국익
여야는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어 정부 제출 예산안에서 3000억 원을 줄인 656조6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키로 합의했다. 법정 시한을 19일이나 넘긴 늑장·졸속 심사에다 나라 살림을 볼모로 삼는 등 올해도 어김없이 구태가 되풀이됐다. 그래도 문재인 정부에서 폭증한 총지출 증가율을 2005년 이후 최저로 묶어 재정 건전성 기조를 다진 것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국익은 물론 재정 효율성도 저버린 예산이 수두룩하다.
국회에서 증액한 부분은, 정부의 합리화 정책에 따라 대폭 삭감되면서 현장 반발을 샀던 연구·개발(R&D) 예산 6000억 원을 제외하면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게 대부분이다. 대표적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지원을 위해 3000억 원이 추가로 반영됐다. 지역화폐의 전국화(全國化) 부작용이 입증되면서 정부 안에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상임위에서 7053억 원이 순증됐고, 최종 43% 수준으로 합의됐다. 지난해에도 막판에 3500억 원을 증액했었다.
지난 8월 새만금 잼버리 사태를 계기로 사업 타당성 논란이 일었던 새만금 관련 예산도 3000억 원이 증액됐다. 정부 안은 부처 요구 대비 78% 삭감된 1479억 원이었으나 67.5%(4479억 원) 수준으로 올라갔다. 대부분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고, 새만금국제공항 관련 예산(290억 원)도 포함돼 있다. 인근 군산공항과 불과 1.3㎞ 떨어졌고, 무안국제공항과도 1시간 거리여서 당장 건설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잼버리 대회 개최를 명분으로 추진돼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해줬지만, 잼버리 수송은 고사하고 진흙밭으로 방치한 사실을 벌써 잊은 것 같다.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은 2500억 원 가까이 깎였다고 한다. 정부 안은 6조5000억 원 규모였는데, 대통령의 잦은 해외 순방 등을 이유로 감액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ODA는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원조 프로젝트지만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 제고와 함께 민간사업 진출의 역할도 한다. 경제외교력을 높이는 일이 시급한데, 엉뚱한 선심 예산에 밀렸다. 국익을 내팽개친 개탄스러운 행태다.
문화일보 사설
12-21 민주, 끝없는 입법폭주… “이태원 특별법 오늘 처리”

▲홍익표(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 원내대표, 이개호 정책위의장, 김성주 의원. 연합뉴스
■ 오후 본회의 여야충돌 전운
민주, 진상조사기구 설치 추진
공공의대설립·지역의사제 등
어제는 상임위에서 강행 처리
국힘 “내년 총선 겨냥 입법 쇼”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은 물론 정의당마저 절차를 문제 삼은 ‘공공의대 설립법’과 ‘지역의사제 도입법’을 상임위에서 강행 처리한 데 이어 21일 오후 본회의에서 여야 간 쟁점이 좁혀지지 않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를 시도하기로 했다. 여권에선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협치를 내팽개친 거야(巨野)의 입법 폭주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오후 본회의에서 의사일정 변경 동의를 통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를 시도할 생각”이라며 “국민의힘이 진상 규명의 과제를 외면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6월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지난달 29일 자동 부의됐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 안건은 부의된 지 60일 이내(내년 1월 하순)에 자동 상정되는데, 처리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진상조사기구 설치에 초점을 맞춘 민주당 특별법에 맞서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피해자 지원’이 핵심인 법안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민주당은 전날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당이 반대하는 공공의대 설립법과 지역의사제 도입법을 강행 처리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공의대 설립법은 국민 세금으로 교육받은 의사가 10년간 의료 취약 지역에서 복무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지역의사제 도입법은 의대가 ‘지역 의사 선발 전형’으로 학생을 뽑아 의료 취약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복무를 시키는 제도다. 보건복지부와 여당이 의무 복무의 위헌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전날 상임위에선 정의당마저 일방적 처리에 따른 절차를 지적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법안에 대해 “민주당은 의사들이 격렬히 반발할 것을 알면서도 의대 정원 확대를 무산시킬 입법 폭주에 나섰다. 총선을 겨냥한 입법 쇼”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의대 정원만 늘리고 나중에 지역 의대를 설립하면 인기학과 쏠림을 방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전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단독 처리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12-22 657조 내년 예산 지각처리… 與野 뒷거래는 여전히 ‘블랙박스’
국회가 어제 본회의를 열어 656조6000억 원의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여야의 극한 대치로 인해 이달 2일까지인 법정시한을 19일 넘겨 지각 처리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 뜻대로 정부안을 수정해 단독 처리할 뜻을 밝히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급하게 협상에 나서면서 지난해의 22일 최장 지각 처리 기록을 깨는 불명예는 피했다. 하지만 3년 연속 법정 시한을 어겼고, 그 과정에서 어떤 타협이 이뤄졌는지 국민은 알 수 없는 ‘블랙박스’식 밀실 합의가 재연됐다.
통과된 내년 예산안은 정부안을 4조2000억 원 깎은 대신 여야가 요구한 3조9000억 원을 늘려 전체적으로 3000억 원 감액됐다. 정부가 나눠 먹기 예산 배정을 바로잡겠다며 올해보다 5조2000억 원 줄인 연구개발(R&D) 예산은 여야 합의로 6000억 원을 증액했다. 여야의 타협으로 민주당이 깎으려던 정부 원자력 예산 1814억 원, 정부가 전액 삭감했던 ‘이재명 표’ 지역화폐 예산 3000억 원이 동시에 살아나고, 새만금 예산 3000억 원이 증액됐다.
내년 예산 증가율은 올해 본예산 대비 2.8%로 관련 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최저다.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급증하던 예산 규모, 나랏빚 증가에 어느 정도 제동은 걸린 셈이다. 하지만 막바지 협상에서 여야가 국회법상 근거가 없고, 회의록도 남기지 않는 소(小)소위원회를 만들어 주고받기 흥정을 하는 구태가 되풀이된 게 문제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의 한 해 나라 살림이 극소수 여야 지도부와 공무원만 모인 밀실에서 최종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여야 전·현직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 예산이 수억∼수십억 원씩 새로 반영되거나 늘었다고 한다. 한쪽 주장만 일방적으로 관철할 수 없어 주고받기 타협이 불가피하다 해도, 이런 협상을 기회로 삼아 제 지역구를 챙기려고 ‘쪽지예산’ ‘카톡예산’을 끼워 넣는 것은 뿌리 뽑아야 할 관행이다.
동아일보 사설
12.22 정의찬 “강압수사”라는데…당시 수사했던 野 법률위원장 “그런 적 없다”
‘고문치사 연루’ 놓고 친명 내전

▲정의찬 당대표 정무특보(왼쪽)와 양부남민주당 법률위원장.
민간인 고문치사 연루 사실이 드러나 공천 예비 심사 부적격 판정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정의찬(50) 당대표 정무특보 측은 “강압 수사의 피해자”라며 탄원서를 돌리고 나섰다. 하지만 당시 정씨를 수사하고 기소한 양부남(62) 민주당 법률위원장은 “강압 수사는 없었다”고 했다.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두 사람은 내년 총선에서 각각 전남 해남·완도·진도(정의찬), 광주 서구을(양부남)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친명계가 친명계에게 ‘강압 수사’를 주장하고 이를 부인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 특보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서 “현장에 없었고 (폭행을) 지시한 적도 없으나 강압적 수사로 더해지는 고통을 볼 수 없어 의장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담은 온라인 탄원서를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20일부터 공유하며 지지자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탄원서에는 “같은 당의 동지가 겪은 시대적 아픔과 상처를 보듬지 못하면서 어떻게 고통받는 국민의 삶을 보듬을 수 있겠냐” “공직 후보자 자격 심사가 시대적 상처와 아픔을 헤집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 특보는 지난 15일 부적격 판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에서는 “공안 당국의 강압적 수사에 의한 피해자로 평생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논란이 됐던 1997년 ‘이종권 치사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는데 강압 수사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시 검사로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양부남 민주당 법률위원장은 21일 본지 통화에서 “강압 수사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양 법률위원장은 “경찰에서 사건이 넘어왔을 때는 정의찬은 빠져 있었는데 구속된 피의자 중 1명이 정의찬이 가담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정의찬을 다음 날 조사했더니 정의찬도 그 사실을 인정했다”고 했다. 정 특보는 당시 현장 검증 과정에서도 ‘정의찬’ 이름표를 목에 걸고 폭행을 재현했다. 양 위원장은 ‘정 특보가 폭행 현장에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자세한 사건 내용은 판결문을 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특보가 출연한 친이재명 성향 유튜브에선 “양부남 위원장도 탄원서에 서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양 위원장은 본지에 “탄원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며 “(서명하면) 강압 수사를 한 사실이 없는데 강압 수사를 했다고 인정하는 꼴 아니냐”고 했다. 다만 양 위원장은 치사 사건에 대해 “나름대로 민주적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이종권 고문치사 사건’은 한총련 산하 남총련(광주·전남대학총학생회연합) 간부들이 민간인 이종권씨를 경찰 프락치로 몰아 쇠파이프로 폭행하고 고문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정 특보는 남총련 의장이자 조선대 총학생회장이었다. 당시 정 특보는 항소심에서 5년형을 선고받고 약 4년 3개월 복역한 뒤 2002년 사면·복권됐다.
법조계에서도 정 특보의 ‘강압 수사’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1997년은 문민정부 시절로 군사정권 시절처럼 강압 수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1999년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새로운선택 곽대중 대변인은 “당시 한총련 계열 운동권은 ‘의장’을 결사 옹위해 온 조직인데 의장이 자기 죄가 없는데도, 다른 운동권 학생을 감싸기 위해 나서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비명계 수도권 재선 의원은 “정 특보가 정치적 생명을 위해 아무 말이나 다 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뿐 아니라 자기가 소속된 정당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친명계 간의 내부 총질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은 22일 예비 후보 공천 자격 이의신청처리위원회 첫 회의를 연다. 빠르면 이날 정 특보에 대한 심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12-22 韓 비대위, 실력·품격 있는 여당으로 환골탈태가 관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21일 공식 지명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기존의 ‘여의도 정치’와는 전혀 다른 특성을 보여준다. 실력과 품격을 겸비하고 젊고 따뜻한 보수주의를 지향하는 등 여당의 ‘웰빙당’ 행태는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확연히 구별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잘하면 극심한 양극화·저질화로 치달은 기성 정치의 판을 뒤엎을 수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현실 정치의 벽에 막혀 정치적 참사로 귀결될 수도 있다. 비대위와 공천관리위원회 인선이 1차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일단 “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상황”이라는 한 전 장관의 현실 인식은 적절해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의 집권 여당 상황에서 야구로 치면 패전과 역전이 판가름 나는 순간에 등장한 4번 타자다. 현 정부 출범 1년 7개월 만에 세 번째 비대위가 출범하는 여당 사정도 함축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김건희 여사 리스크, 수도권 민심 이반에도 지역 구도에 기대는 관성, 헌신보다 개인 이해가 먼저인 풍토 등이 그대로라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아도 휘둘러서” 반드시 홈런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 방향은 분명하다. 재창당 수준으로 여당을 환골탈태시키는 일이다.
당면 과제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 정립이다. 한 전 장관은 “대통령이든 여당이든 정부든 모두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기관”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여당이 이니셔티브를 쥐어야 한다. ‘용산의 여의도 출장소’ 얘기가 계속 나오면 공멸한다. 대통령실이 ‘여당의 용산 출장소’가 되어야 한다. 윤 대통령과 한 전 장관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누구를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입장을 밝혔을 정도로 유사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관계 정립도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당의 주류를 재편해야 한다. 친윤·낙동강 세력에 둘러싸이는 순간, 쇄신은 물 건너간다. 과감히 구시대 인물을 배제하고, 참신한 인재를 발굴해 정치 세대교체까지 이뤄내는 ‘공천 혁명’이 필요하다. 그러면 50대의 여당 수장으로서, 86세대가 주류인 야당과 대비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12.23 ‘고추 말리는 공항’ 오명에도 100억원 들여 활주로 연장
野 예결위원장 지역구인 무안에 ‘쪽지 예산’ 추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은 지난해 활주로 이용률이 0.1%로, 전국 공항 15곳 가운데 최하위였다. 비행기가 연간 1000번 뜨고 내릴 수 있다면, 실제로 이착륙을 한 것은 한 번뿐이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무안공항 이용객은 2만9394명으로, 하루 평균 100명이 안 됐다. 이용객이 적어 ‘활주로에서 고추를 말리는 공항’이란 오명을 쓰기도 했다.

▲일러스트=백형선
그러나 이 공항에선 지난해부터 약 500억원을 투입해 2800m 길이 활주로를 3160m짜리로 연장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은 75억원이었다. 하지만 지난 21일 국회에서 가결된 예산안 최종안에선 100억원으로 늘었다. 막판 비공개 심사에서 ‘쪽지 예산’으로 늘린 것이다. 쪽지 예산이란 여야의 막판 밀실 협상장에 쪽지로 청탁을 넣어 최종 예산안에 들어가게 하는 것을 말한다. 무안공항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서삼석(전남 영암무안신안·재선) 의원의 지역구에 있다.
이 공항은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착공됐다. 비용 대비 편익이 1.45로 경제성이 있다며 예산을 타냈지만, 2004년 감사원 감사에서 ‘경제성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이 다시 계산한 경제성은 0.49에 불과했다. 무안공항의 누적 적자는 1000억원이 넘는다.
국회의 내년도 예산 심사 과정에서 무안공항을 비롯한 지방 공항 건설 관련 예산이 461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22일 집계됐다. 이미 확정된 공항 건설 계획에 따라 정부가 내년에 6793억여 원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여기서 6.8%를 더 늘린 것이다. 전체 예산 증가율(2.8%)의 두 배가 넘는다.
현존 공항 15곳 가운데 인천·제주·김해·김포 등 4곳을 제외한 11곳이 적자 상태로 운영 중이지만, 이 밖에 10곳이 추가로 건설되고 있거나 검토되고 있다. 상당수는 경제성보다는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다.
전남도는 무안공항 활주로를 확장해 중·대형 여객기도 이착륙할 수 있도록 하면 여객 수요가 늘어나 제대로 된 공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인근의 광주공항을 무안공항에 통합시킨다는 계획이다. 2020년에는 국토교통부에 활주로 확장을 건의하면서, 무안공항 이용객이 300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러나 올해 1~11월 광주·무안공항 이용객을 모두 합해도 200여 만명 정도였고, 광주공항도 적자였다.
인접한 전북도에선 새만금 신공항 예산이 국회에서 261억원 증액됐다. 정부는 올해 새만금 신공항 예산으로 135억원을 편성했고, 지난 8월 새만금 신공항을 비롯한 새만금의 각종 SOC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내년 예산을 그 절반가량인 65억5100만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새만금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전북에 전가한다’고 반발하면서 예산이 정부 삭감분 이상으로 늘었다. 새만금 신공항이 당초 계획대로 계속 추진되면 2028년까지 8000억원 이상이 투입된다. 새만금 신공항 옆에는 군산공항이 가동 중이고, 이 공항의 이용객은 지난해 40만여 명, 올해 15만여 명에 불과했다. 군산공항을 닫고 전북의 모든 수요를 신공항으로 가져오더라도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은 올해 133억원이 투입됐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5366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가덕도 인근 바다를 메워 만드는 신공항은 부산시에선 사업비를 당초 7조5400억원으로 추산했지만, 지난해 사전 타당성 조사에선 13조76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계산됐다. 최근 국토부는 활주로 2개를 만들 경우 사업비가 15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예산안 심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가덕도신공항 건설공단’이란 기관을 별도로 세워야 한다며 예산 97억여 원을 추가했다. 해양수산부 예산에서도 부산항과 가덕도 신공항 간 통합 물류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며 3억원이 새로 생겼다. 대구경북신공항도 정부가 잡은 내년 예산 100억원에 국회에서 1억5600만원이 추가됐다.
청주공항은 정부 계획에 없던 ‘주기장 확충’ 예산이 국회에서 100억원 생겨났다. 청주공항 이용객이 지난해와 올해 각각 300만명을 넘어선 만큼, 더 많은 여객기를 지상에 대놓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주공항은 최근 5년간 4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흑산도에 소형 공항을 건설한다는 계획으로 정부가 63억9000만원 편성한 예산도 국회에서 2억원 증액됐다. 경기도에선 인천·김포공항과 별개의 민간 공항을 새로 만드는 것이 타당성이 있는지를 연구하기 위한 예산이 올해 61억원 투입됐다. 내년에도 54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는데, 경기도 지역 국회의원들의 요구로 2억원이 늘었다.
철도 건설에서도 여야의 예산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 여야는 지난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 사업은 2년 전 국토부의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이 0.483으로, 경제성 기준인 1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여야는 이 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한다는 조항을 특별법에 넣어 사업을 강행할 방침이다.

▲그래픽=백형선
조선일보 김경필 기자
12.24 김건희 특검으로 보는 보수 지지자의 특징
[서민의 문파타파] TK도 대통령 거부권 반대… 과연 특검까지 할 사안인가

▲일러스트=유현호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에서 처리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70%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은 20%로 나타났다. 김건희 특검법은 김 여사가 소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죄에 가담했는지를 특검을 통해 규명하자는 것. 아무리 영부인이라 할지라도 죄가 있다면 수사하는 게 맞지만, 과연 특검까지 할 사안인지는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 특검의 대상은 검찰이 수사하기 힘든 권력형 범죄에 국한해야 한다. 도이치모터스에서 주가조작이 벌어진 기간은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윤 대통령 취임보다 무려 10년도 더 전의 일인 데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결혼한 것도 2012년 3월. 애초에 ‘권력’이 끼어들 건덕지가 없었다.
둘째, 특검은 중대한 범죄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올 2월 내려진 1심 선고에서 도치이모터스 회장 권오수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주가조작을 실제로 담당한 이모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주가조작 의도는 있었으나 주가가 계속 떨어진, 실패한 주가조작이란 게 그 이유였다. 김 여사는 이들에게 계좌를 맡긴 91명 중 1명의 전주에 불과했으니, 특검 대상이 되기엔 너무 사이즈가 작다.
셋째, 특검은 검찰 수사가 미진한 경우에 국한해야 한다. 경찰과 검찰이 월급을 받는 이유는 범죄자를 잡으라는 취지. 그런데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의혹은 문재인 정권의 검찰이 1년 반을 털었지만, 기소는커녕 소환조사조차 하지 못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장이자 당시 검사였던 이복현은 올 2월 정무위원회에서 이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한 톨의 증거라도 있었으면 기소했을 텐데 증거가 없었다”며 “당시 변호인단은 조사를 받고자 했는데 검찰이 안 불렀다. 조사하면 처분을 해야 하는데 증거가 없어서 조사하면 할 수 있는 게 무혐의 처분밖에 없으니까 못한 거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실제로 검찰은 전주 중에서 개입 정도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 손모씨만 기소했는데, 1심 재판부가 손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니, 문재인 검찰이 김 여사를 기소 못 한 것도 이해가 된다. 이런 사안에 대해 81억의 국민 세금을 써가면서까지 특검을 해야 할까?
그런데도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조국 사건을 수사한 이후부터 ‘김건희=주가조작’을 외치기 시작했고, 정권을 잃어버린 뒤에는 그 주장의 강도를 수백, 수만 배 높였다. 이건 민주당이 ‘김 여사 때리기’로 총선을 치르기 위한 빌드업이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고, 아무리 허황된 거짓말이라도 수없이 반복하면 믿는 사람이 늘어나게 마련이니 말이다. 타임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민주당은 지난 3월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고, 4월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다. 법안 통과를 위해선 상임위 심사 기간 180일, 본회의 숙려 기간 60일 등 240일이 필요하니, 12월 22일 이후에는 민주당 단독으로 특검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
그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강욱 등 민주당이 정한 이가 특별검사가 돼서 김건희 여사를 수사하고, 내년 1월부터 총선이 끝날 때까지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특검 브리핑’이란 명목으로 매일같이 매스컴을 탈 것이다. 민주당과 좌편향 언론이 이를 확대재생산할 테니, 국민의힘이 아무리 좋은 전략을 내놓는다 한들, 이번 총선은 해보나마나다. 신기한 것은 민생과 하등 상관없는, 이런 비열한 선거 전략에 동의하는 이가 70%나 된다는 사실이다.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 생각하고, ‘청담동 술자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좌파 지지층이 37% 내외라는 것을 감안해도, 이 수치는 지나치게 높다. 왜일까.
다음 기사를 보자. “보수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67%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19%)를 크게 상회했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사람 중에서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53%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35%)보다 높았다.” 이 수치가 사실이라 여겨지는 게, 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스스로 보수에 속한다고 말하는 그들은 김 여사에 대한 비호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윤 대통령이 잘되려면 김 여사를 버려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심지어 대선 기간 동안 보수층에서 유행했던 구호도 ‘이재명은 구속, 윤석열은 이혼, 안철수는 단일화’였다.
잠시 이재명의 부인인 김혜경 씨를 소환해 보자. 첫째, 김혜경은 이재명이 성남시장이던 2011년부터 관용차를 이용했고, 공무원 배소현을 사적으로 부렸다. 지난 대선 막판에 터진 법카 의혹은 그간 해오던 일이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둘째, 201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08__hkkim이라는 계정의 트위터가 노무현·문재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을 소재로 한 고인 드립, 전라도 비하 등등을 일삼아 문제가 됐는데, 이 계정의 주인이 김혜경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위 ‘혜경궁 김씨’ 사건. 비록 검찰에 의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경찰은 김혜경 것이 맞는다고 판단했다. 셋째, 이재명이 형수에게 패륜적인 언사를 내뱉을 때 옆에 있던 김혜경은 최소 여섯 차례 웃음을 터뜨렸다. 형수는 “이재명 후보의 쌍욕과 손아래 동서의 비웃음 소리가 특히 뼈에 사무쳐 도저히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외에도 김혜경은 ‘나다. 작은엄마’로 시작된 통화에서 친형 강제 입원을 가지고 조카를 겁박했다. 하나하나가 다 말이 안 나올 만큼 심각한 사안이지만, 좌파 지지자 누구도 이를 이유로 ‘이재명이 김혜경을 버려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눈과 귀를 막은 채 이 모든 것이 공작이고 가짜 뉴스라고 우기고 있다.
지금 난 보수층도 김건희 여사를 맹목적으로 지키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김혜경에게 제기된 정도의 의혹을 김 여사가 받고 있다면, 그리고 그에 걸맞은 증거가 있다면 특검으로 진실 규명을 하는 게 맞다. 이마저 반대하면 우리가 개딸과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10년도 더 지났고, 주범마저 가벼운 처벌을 받은 사건을 이용해 총선을 치르려는 민주당의 전략에 놀아나지 말자는 거다. ‘떳떳하다면 특검 받으면 된다’는 순진한 생각도 제발 좀 접으시라. 그런 사람이 많아진다면, 윤 대통령은 물론이고 대한민국도 지키지 못하게 될 테니까.
조선일보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12.25 ‘한동훈 비대위’ 앞에 놓인 세 가지 숙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마치고 단상을 나서고 있다./뉴스1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국민의힘을 이끌게 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에겐 당장 해결해야 할 난제 세 가지가 기다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비대위원 인선이다. 국민은 비대위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보고 ‘한동훈 비대위’의 앞날을 가늠하며 지지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 얼마나 혁신적이고 참신한 인물을 비대위원에 기용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비대위가 국민 눈높이에 걸맞지 못한 진용으로 채워진다면 ‘한동훈 실험’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대통령과 상명하복 관계를 벗어나 틀린 것은 짚어주고 할 말은 하는 집권 여당의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 운영과 편협한 인사(人事), 김건희 여사 논란 등에 대해 여당으로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을 바란다. 2011년 한나라당의 ‘박근혜 비대위’는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정권에 쓴소리해 온 이상돈 교수에서 20대 청년 이준석까지 외부 인사 6명을 파격적으로 기용해 혁신 제안을 쏟아내면서 당의 면모를 일신했다. 한 위원장이 내실 있는 비대위를 구성한다면 빈사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에 활기를 주고 민주당에도 영향을 미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두 번째 과제는 민주당이 오는 28일 통과시키겠다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현명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윤 정권의 약한 고리가 김 여사로 드러나자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분명하나 무작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독소 조항을 없앤 뒤 총선 후 추진’하는 방안을 한 위원장이 적극 제안할 필요가 있다. 한 위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 성의를 갖고 설득한다면 ‘총선 후 특검’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 탈당을 공언한 이준석 전 대표 문제도 한 위원장이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 이 전 대표는 거친 언동으로 논란을 부르고 있지만 지난 대선에서 승리에 기여한 젊은 정치인과 결별하는 것은 집권당의 손실이다. 이 전 대표는 기본적으로 국민의힘과 같은 이념을 갖고 있는데, 그조차 품지 못한다면 어떻게 총선에서 표를 얻고 야당과 협치할 수 있겠나.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화해를 이루는 데 기여한다면 한동훈 비대위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이 ‘윤석열 아바타’라고 하자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한 가지 기준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누구에게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국민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바로 ‘맹종하지 않고 공공선을 추구하는’ 비대위다. 이 원칙을 지킨다면 세 가지 난제의 해답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2.25 이준석 탈당·김건희 특검·세대교체… 한동훈 앞 ‘3대 킬러 문항’
내일 취임 후 사흘간 난제 줄줄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지명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오는 26일 정식 임명되면 세 가지 난제를 만나게 된다. 27일 ‘이준석 전 대표 탈당’, 28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 29일 ‘비상대책위원 인선’이 차례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세 과제 모두 ‘여권 통합’ ‘당정 관계 변화’ ‘세대교체와 혁신’ 여부를 가늠할 중요 현안들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취임 다음 날부터 사흘 연속 풀어야 하는 ‘킬러(초고난도) 문항’이 한동훈 비대위의 성패를 조기에 좌우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가장 먼저 직면하는 문제는 이 전 대표 문제다. 이 전 대표는 오는 27일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 창당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 때문에 한 전 장관이 이 전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권 관계자는 “예고된 사안이지만 이 전 대표가 정말 탈당을 한다면 여권에는 큰 악재”라며 “한 전 장관이 이 전 대표의 ‘회군’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한 전 장관이 이 전 대표의 요구 조건을 맞춰줄 수 없기 때문에 만남 자체가 불발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친윤계 의원은 “이 전 대표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총선 지휘권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권 지지자 상당수가 동의하지 않는 이런 조건은 애초에 한 전 장관이 들어줄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성과 없는 만남이 뻔한데 한 전 장관이 무리해서 만나려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 전 대표 측 인사는 “한 전 장관과 만나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한 전 장관과 만난다고 해서 뭔가를 기대하거나 결심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오는 28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을 강행 처리할 예정이다.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 취임 후 처음 맞는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쟁점 법안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정치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데, 한 전 장관이 기존 당정의 입장을 반복할 경우 ‘제 식구 감싸기’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한 전 장관은 지난 19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며 “다만 (야당의 특검법은 총선 기간에) 선전 선동하기 좋게 만들어진 악법이다. 그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독소 조항 제거’와 ‘총선 후 추진’을 조건으로 수용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 전 장관은 성탄절 연휴 기간에는 서울 모처에서 비대위원 인선 작업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장관은 오는 29일 비대위원 인선을 마치고 비대위를 출범한 뒤 새해 첫날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 활동에 들어가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는 한 전 장관이 586 운동권 중심의 민주당에 맞서 70·80·90년대생 위주의 ‘789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하태경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서 “낡은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 당을 이끌어야 우리 당도 살고 한동훈 비대위도 성공할 수 있다”며 “789세대를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하되 새로운 시대정신을 잘 대변하는 사람이라면 그 이전 세대라도 중용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더 높일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 사흘 동안 난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향후 총선을 지휘하는 여당 사령탑으로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비대위원장에 임명되면 일주일은 오로지 ‘한동훈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그 기간에 어떤 메시지를 내고, 어떤 어젠다를 제시하고, 어떤 인선을 하느냐가, 앞으로 그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한 전 장관과 국민의힘이 여론을 호도하며 ‘김건희 특검법’을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며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처음부터 정권의 부도덕함을 호위하는 아바타 노릇을 한다면 정권 몰락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승재 기자
12.25 “송영길 구명” “이경 지키기” 막무가내로 번진 자기편 감싸기

▲'송영길 검찰탄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22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야권 원로들이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으로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구명 운동에 나섰다. 함세웅 신부,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은 송 전 대표 구명을 위한 비상대책위를 조직하고 “송영길 구속은 야당·시민 단체 탄압의 서곡”이라고 주장했다. 코인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남국 의원도 참여했다. 이 사건 수사는 검찰이 시작한 게 아니라 돈 전달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나와 문제가 되자 이재명 대표가 의뢰한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 탄압이라고 한다.
돈 봉투 사건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캠프에서 벌어진 일이다. 돈 봉투를 만들고 전달한 사람들이 모두 혐의를 인정했고 대부분 구속됐다. 그 정점에 있는 송 전 대표 영장만 기각됐다면 그것이 더 논란이 됐을 것이다. 송 전 대표는 지난 5월과 6월 검찰 청사에 두 차례나 셀프 출두해 “날 조사하라”고 요구하더니 정작 이달 초 검찰 조사에선 “헌법상 권리”라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구속 이후에도 검찰의 소환 조사에 3차례 연속 불응하고 있다. 정말 떳떳하다면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송영길 비대위’에 참여한 함세웅 신부, 이부영 전 의장 등은 야권에서 원로 대접을 받는 사람들이다. 원로라면 부정과 비리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게 상식이고 정상이다. 이 사람들의 행동은 정반대다. 김남국 의원은 최근 재판에서 검찰이 공개한 송 전 대표 측의 ‘돈 봉투 수수 의혹’ 명단에 포함됐다. 이 사건 이해 당사자가 ‘몸통’의 구명 운동을 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은 보복 운전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아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이경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에 대한 구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 팬카페에 “이경을 일하게 하라” “이경을 품어야 한다” 같은 릴레이 글을 올리는가 하면 민주당 당사로 몰려와 부적격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시위도 벌였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엔 ‘이경을 당원 선택에 맡겨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나흘 만에 1만여 명이 동의했다. 부적격 판정을 뒤집으라는 것인데, 요즘 민주당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도 없어 보인다.
조선일보 사설
12.25 정의찬은 누구에게 사과하는가?
25세 청년을 프락치라며 죽여놓고
정작 희생자에겐 침묵한 채
유가족과 당시 상황에만 사과를?
광주 희생자에게 사과하는 대신
그때 상황에만 유감 표명한
5공 주역들과 뭐가 다른가
왜 다들 자기 밖의 악마만 보고
자기 안의 악마는 외면하나

▲정의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특보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과거 고문치사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은 정의찬 당대표 특보가 총선 후보자 검증 과정서 공천 적격 판정을 받아 논란이 되자 재논의를 거쳐 부적격 처리했다./뉴시스
유대계 이탈리아인인 프리모 레비(1919~1987)에 따르면, 나치즘의 사악함은 단지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는 데 있지 않다. 나치즘의 진짜 나쁜 점은 희생자들을 타락시켜 끝내 자기와 닮게 만든다는 데 있다. 아우슈비츠에서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로서 그가 체득한 비극적 리얼리즘은 여전히 울림이 크다.
정도의 차이야 있지만, 해방 이후 한국에서 독재의 가해자들과 희생자들, 그리고 그들과 맞서 싸운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곱씹다 보면 레비의 리얼리즘을 떠올릴 때가 많다. 요 며칠 사이 정의찬 민주당 정무특보의 공천을 둘러싼 보도를 접하면서 다시 그랬다.
보도에 따르면, 정의찬은 학생운동 시절 민간인 고문치사 전과 때문에 민주당 총선 후보 공천 예비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당내에서 ‘강압 수사의 피해자’라는 탄원서가 동지들 사이에서 도는가 하면, 이의신청서를 낸 본인은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는 조선대 총학생회장으로 있던 1997년 다른 남총련 간부들과 함께 25세의 청년 이종권을 프락치로 몰아 쇠파이프 등으로 구타해서 죽였다. 이 사건으로 5년 징역형을 받아 형기를 6개월 남기고 김대중 정부의 사면으로 2002년 출옥했다. 이재명 경기도는 2021년 8월 그를 경기도 수원 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으로 임명했지만, 고문치사 전력이 불거지자 스스로 사퇴한 바 있다.
그런 그가 다시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정무특보가 되어 총선에 나가려다 당 공직선거 후보자 검증위원회의 부적격 판정을 받아 이의 신청을 했다가 다시 철회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억울함과 답답함을 가슴에 묻고, 언론의 왜곡과 음해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싸우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잘못했지만 잘못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런가 하면, “어찌 됐든 사람이 생명을 잃어버린 상황이니까, 그런 것에 대해서는 평생 저도 죄송스럽고, 유가족한테 죄송하고 그 당시 함께했던 동지들한테도 정말 죄송한 상황”이라고도 말했다는 것이다. 이의신청을 철회하고 자숙하는 모양새를 보여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도 그의 사과가 나는 어딘지 불편하다. 그가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대상은 “사람이 죽게 된 상황”이거나 죽은 사람의 “유가족,” 그리고 “함께했던 동지들”이다. 정작 자신의 고문치사로 죽은 희생자 이종권에 대한 사과는 없다. 그의 사과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문치사가 일어난 상황에 대한 정의찬의 유감 표명이 광주의 희생자들에게 사과하는 대신 광주의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5공 주역들의 사고방식과 얼마나 다른지는 의문이다. 정의찬의 한총련 동지들 또한 사과받는 위치가 아니라 같이 사과하거나 반성해야 할 주체이다. 이종권 고문치사 사건의 심정적 공범자인 동지들에게 그는 사과와 자성을 촉구해야 했다.
유가족이라고 해서 죽은 이종권을 대신해서 사과받고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도 희생자 대신 가해자를 용서할 수는 없는 법이다. 고문치사의 희생자인 이종권은 쏙 빼고, 운 나쁜 상황과 공범인 동지들 그리고 기껏해야 유가족에게나 죄송하다는 정의찬의 사과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나뿐만 아닐 것이다.
이종권은 지역 명문 대학의 유명 문학 동아리 회원 자리를 선망했던 가난한 주변인이었던 것 같다. 민중 속의 민중이었던 그가 민주화 운동의 주역을 자처하는 한총련 간부들에게 프락치로 몰려 맞아 죽은 사건은 비극이라는 말로도 차마 담지 못할 만큼 비극적이다. 설혹 프락치였다고 해도 감금하고 고문해서 죽일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차라리 80년대 5공화국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어버린 총체적 비극이라 차치할 수도 있다. 이 사건은 6공 출범 이후 정치적 민주화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진전된 시점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더 뼈아프다.
과거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 과거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이 사건에 대한 비판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기억을 만들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정의찬 등이 소아병적 정의를 벗어나 자성적 부끄러움에서 다시 시작할 때, 독재 비호 집단의 뻔뻔한 정의도 설 땅이 없어진다. 누구든 자기 밖의 악마만 보고 자기 안의 악마를 지나치면 곤란하다.
냉전적 악마론의 지평에 갇혀 있는 한국 민주주의는 업그레이드할 시점을 많이 지나쳤다.
조선일보 임지현 서강대 교수·역사학
12.25 ‘혁신 무풍’ 민주당… ‘강서 압승’이 毒이 되고 있다

李, 대표직 놓는 순간 천 길 나락 떨어질까 불안
개딸 방어벽 치고 尹 실패 반사이익 기대하지만
與 변화로 이젠 ‘이재명-한동훈’ 대결 구도로 재편
保身 급급한 리더십으로 野 총선 이끌 수 있겠나
지팡이를 짚고 ‘강서 압승’의 축배를 들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어깨가 축 처진 느낌이다. 통상 6개월 이상 이어진다는 단식 후유증 탓만은 아닌 것 같다. TV 영상을 통해 비치는 표정을 보면 우선 지쳐 보인다. 주 2, 3회 법정에 직접 출석하는 본인 재판은 물론이고 측근들의 재판 진행 상황까지 챙겨야 하니 정신적 에너지의 상당 부분은 사법 리스크 대응에 소진되고 있을 것이다.
혁신과 통합을 요구하는 당내 비주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대응 방법도 마땅치 않다. 이낙연 전 총리는 “DJ도 2선 후퇴 여러 번 했다. 사법 문제가 없어도 그랬다”고 했다. DJ는 사법 리스크가 없었기 때문에 2선 후퇴가 가능했던 것이고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 때문에 2선 후퇴가 어려운 것 아닐까. 이 대표 스스로도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50년 형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가 무리하단 항변이지만, 방탄 철갑이 뚫리면 천 길 나락이 현실화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느껴진다.
그러니 수비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개딸들로 방어벽을 치고 공천권으로 단일대오를 유지하며 잔뜩 웅크린 자세다. 비례대표 방식을 놓고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란 말에도 지금 사느냐 죽느냐 하는 판에 원칙과 명분 내세울 때냐는 심리가 깔려 있다. 여권의 헛발질, 명품 백 같은 영부인 리스크 등 상대방의 자책골이 이어지면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계산일 것이다.
그러나 대안세력으로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반사이익만 기대하는 정치가 공감을 얻을 순 없다. 강서 승리 이후 친명 측의 당권 굳히기 시도, 이에 대한 비주류의 반발 뉴스만 들릴 뿐 이 대표나 민주당이 정국을 긍정적으로 주도하는 메시지를 던진 것은 하나도 기억에 남는 게 없다. 180석이네 200석이네 하는 근거 없는 낙관론, “암컷들이 설치고…” 등의 막말이 횡행했을 뿐이다. 이쯤이면 강서 압승은 결국 야당에 독(毒)이 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 등판이란 변수가 발생했다. 야권 안팎에선 정청래류의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 주장도 있지만,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의 엄습을 경계하는 기류도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긴 이르지만, 분명한 건 내년 총선이 ‘윤석열 대 이재명’의 구도가 아닌 ‘한동훈 대 이재명’의 구도로 재편되는 양상이란 점이다. 내년 대통령 초청 신년인사회 때 언론의 투샷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아니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과 이 대표에게 집중될 것이다.
정치 경험이 없는 X세대, 술을 안 마시는 초엘리트 검사 출신, 검은 안경테에 옷 잘 입는 패셔니스타. 그에 비해 여러모로 대척점에 있는 아홉 살 위의 이 대표. 영상으로 보여지는 둘의 이미지, 호감도를 비교 평가하려는 건 아니다. 한 전 장관은 난전도 마다 않는 ‘공격형’의 면모를 보일 것이고, 이 대표가 어떻게 대응할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이지만 그 또한 그들의 게임이다.
다만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이 대표가 지난 1년 이상 민주당을 자신의 서바이벌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는 사실이다. 제1야당은 공화제의 바탕이 되는 국가 시스템의 중요한 축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권도 문제지만 공당(公黨)의 역할을 혼동하고 존재 가치를 훼손한 이 대표의 책임도 크다. 이러니 민주당 지지율은 한국갤럽 기준으로 1년 넘게 38%를 넘지 못하고, 정권견제론이 정권안정론보다 훨씬 높지만 민주당을 찍을 이유를 찾지 못하는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한 달 전 칼럼에서 여권을 향해 “대선, 지방선거에 이어 내년 총선까지 또 ‘윤석열 대 이재명의 싸움’으로 가야 하나…. ‘윤석열 당’이 아닌 미래 대권 주자들이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각축을 벌이는 ‘오픈 정당’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대통령은 뒤로 한발 물러서란 얘기였는데 한동훈 ‘원톱’으로 귀결됐다. 선택도 결과도 현 여권의 몫이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야겠다. “‘이재명 당’, 개딸 당, 색이 바랠 대로 바랜 86 운동권 당이 아닌, 미국 민주당 정도의 가치와 비전을 추구하는 ‘오픈 정당’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 대표가 보신(保身) 리더십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민주당이 상식적인 중도 진보의 정당으로 변모할 수 있을까. 진정한 여야 혁신 경쟁으로 내년 총선이 의회정치 복원의 변곡점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데 이 대표가 총선 후 당 대표 선거에 또 나설 것이란 얘기까지 들리니…. 난망한 일이다.
정용관 논설실장 yongari@donga.com
12.25 굿바이 86세대

위기 때마다 소환되는 86세대 정치인(약칭 86세대)의 퇴진론이 이번엔 진짜일 것 같다. 86세대의 정치적 자산인 ‘도덕적 우월감’이 이들의 맏형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으로 완전히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2019년 ‘조국 사태’가 20대의 반발과 ‘이대남’의 정치적 결집을 촉발했다면, 송 전 대표의 ‘돈봉투’ 사건은 86세대의 태생적 모순을 끄집어내 이들의 퇴진을 앞당길 것이다.
86세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력에 비해 과잉 대표됐다는 점이다. 17대부터 21대 총선까지 86세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59→68→105→132→174명으로 늘었다. 2000년(16대) 송 전 대표의 원내 입성을 시작으로 우상호·윤호중·이인영·정청래 의원 등 운동권 정치인 상당수가 2004년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20년 동안 민주당 주류로 행세하며 한국 정치를 과점했다. 대부분 내년에도 출마 준비 중이다.
20년 걸친 정치 과점, 유례 없어
송영길, 86세대 도덕성 치명타
성찰없는 ‘민주건달’ 말도 나와
지금껏 그 어떤 세대도 이처럼 오랜 기간 권력을 쥐어본 적이 없다. 이철승 서강대 교수의 말처럼 86세대는 “학연·지연·혈연의 네트워크를 가로지르는 ‘연대’의 원리를 터득해 시민사회와 국가를 점유하고 위계구조의 상층을 과잉 점유”해왔다(『불평등의 세대』). 2000년대 신자유주의 질서로 사회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운동권 경력으로 어린 나이에 운 좋게 요직을 꿰찼고, 지금도 권력의 중심에 서 있다.
그 원동력 중 하나는 ‘도덕적 우월감’이라는 상징 자본이다.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위해 몸을 던졌던 이들의 희생 스토리는 구태 정치를 청산하는 개혁의 자양분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어느새 자신이 그토록 싸웠던 기득권이 됐고, 젊은층으로부터 부조리와 특권의 대명사라는 비판까지 받는다. 주된 이유는 이른 나이에 얻은 성취 탓에 스스로 공부하고 성찰하는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들의 목표는 ‘독재타도’와 ‘반미자주’였지, 제도로서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도 다원적 통치체제인 대의제를 무시하고, 선거에서 다수표 획득이 곧 인민의 ‘총의(總意)’인 양 착각하는 행태를 보인다. “돈벌이의 어려움을 모르는 민주건달”(홍세화)이란 표현처럼 86세대는 용역깡패가 압도적 물리력으로 철거민을 몰아내듯, 의회에서 다수파의 전횡을 일삼았다.
원인은 청년 시절 형성된 왜곡된 세계관 탓이 크다. “한국 좌파엔 주자학적 교리가 내재한다”는 함재봉 한국학술연구원장의 지적처럼 과거 운동권 내부에는 교조적 이념에 치우친 엄격한 위계가 존재했다. 여성·소수자 등 이슈는 반미·통일 같은 대의에 밀려 뒷전이었다. 『몰락의 시간』에 나오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의전 중독이나 ‘박원순 사태’ 때 보여준 86세대의 반민주적 행태가 그렇다.
성리학이 엄격한 군신의 위계를 질서화할 수 있던 건 ‘수신제가(修身齊家)’를 전제했기 때문이다. 세속의 권력과 종교 지도자의 역할을 겸한 성리학의 군주는 도덕적 우위와 뛰어난 역량으로 권위를 인정받는다. 성리학과 비슷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국가관도 국가의 존재 이유는 ‘선한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고, 지도자는 지혜와 도덕의 탁월성(aretē)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정치학』).
하지만 86세대에겐 수신제가의 노력도, 탁월성을 얻기 위한 자기 단련도 없다. 심지어 송 전 대표의 구속 사건에서 보듯, 한때 자산이었던 ‘도덕적 우월감’마저 사라졌다. 그 대신 남은 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 내뱉은 ‘건방진 ×’ ‘어린 ×’ 같은 막말과 명백한 혐의가 나와도 결백을 주장하는 뻔뻔함 뿐이다. 성찰과 뉘우침이 없는 것은 조국 전 장관이나 최강욱 전 의원 등 다른 86세대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변했지만, 86세대는 여전히 운동권 시절의 교조적 이념과 그릇된 세계관에 갇혀 있다. “파시즘의 유산은 그와 싸운 이들의 내면에 파시즘을 남긴 것”이라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말처럼, 86세대는 여전히 피해의식과 자기연민에 사로잡혀 타인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한다. 자기변명으로 가득한 자서전으로 지지층을 세뇌하고, 검찰 같은 거악을 설정해 투쟁과 희생의 서사를 만든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한 세대가 20년 넘게 정치권력을 과점했으면, 다음 세대를 위해 ‘후생가외(後生可畏)’하는 게 옳다. 86세대가 지닌 명암 중 그나마 밝은 부분이라도 역사에 남길 수 있을 때 용퇴하는 것이 맞다. 올라설 때보다 내려올 때를 더욱 잘 아는 것이 현명하다. 내년 총선에서 한 번 더 권력을 연장할 순 있겠지만, 결국엔 ‘덧없는 장미의 이름’으로만 남게 될 뿐이다.
중앙일보 윤석만 논설위원
12.26 벌써 ‘비명 학살’ 논란…혁신도 무풍지대인 민주당
친명계 지역구 노리던 비명계들 줄줄이 공천 탈락
‘이낙연 신당’ 설득 없는 리더십 실종에 ‘한나땡’만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 공천 초기 단계부터 내홍을 겪고 있다. 비이재명계 인사들이 줄줄이 탈락하면서 벌써 ‘비명 학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성 전 고양시장과 김윤식 전 시흥시장이 공천 검증위의 ‘부적격’ 판정에 이의신청을 냈지만 모두 기각됐다. 이들은 친명계 의원과 조정식 사무총장의 지역구 출마 희망자였다. 이의신청이 기각된 이창우 전 동작구청장도 검증위원장을 맡은 김병기 의원의 지역구 출마를 준비해 와 ‘친명 공천 사유화’ 논란이 인다. 심지어 텃밭인 호남에서도 ‘친명 후보자 명단 12인’ 사진이 돌고 ‘찐명’ 마케팅을 벌이는 후보가 있는 등 공천 과정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 와중에 친명계 인사들의 경우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이 구명 운동을 벌여주고 있다. 민주당은 민간인 고문치사 연루 의혹을 받은 정의찬 이 대표 정무특보를 적격 판정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부적격으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당내 전대협 세대와 한총련 세대 간 갈등까지 노출됐다. 친명계인 이경 전 부대변인은 보복운전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아 부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강성 지지층이 당사로 몰려와 옹호 시위까지 했다. 이러니 “수령 체계를 닮아 간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밥그릇 갈등이 심해지자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그제 회동해 공천 잡음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연말을 당 혁신 조치 시한으로 제시하며 신당 창당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에 이의신청이 기각된 인사들이 신당 합류 의사를 밝힌 것을 보면 ‘비명계 죽이기’가 현실화했다가는 원심력이 커지면서 당이 공중분해할 가능성마저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 대표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법 리스크에 갇혀 있을 뿐 ‘이낙연 신당’을 막을 설득 노력조차 하지 않고, 공천 논란에도 입을 닫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됐지만 “이미 탈당했다”는 핑계를 대며 당 차원의 사과조차 없다. 당의 변화를 촉구하는 비명계 의원들의 의견에 귀담아들을 내용이 있음에도 응답한 적이 없다.
이 대표와 친명계 주류가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만 믿고 총선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면 착각이다. 국민의힘은 오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나선다. 여당에선 70년대생인 한 위원장이 ‘789세대’(70·80·90년대생)를 내세워 민주당 주류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를 퇴출하자는 세대교체론까지 분출 중이다. 반면에 민주당에선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이라는 허세만 보일 뿐 어떠한 쇄신 움직임도 없다. 상대 실책만 바라며 변하지 않는다면 선거의 키를 쥔 중도층의 냉혹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중앙일보 사설
12-26 BTS 입대와 ‘운동꾼’ 타락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올해 최고의 보훈·안보 뉴스로 방탄소년단(BTS) 멤버 7명의 군 입대를 꼽고 싶다. K-팝 전도사들의 군 입대는 공정한 ‘K-병역’을 통해 국격을 높였고, 군인 BTS는 군백기 없는 인기 가도로 ‘K-안보’ 건재·튼튼함을 과시했다. 올해 최악의 보훈·안보 뉴스는 86세대 정당이 주도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민주유공자법)이다. 더불어민주당 86세대 의원들이 2020년 4월 총선 압승 직후 발의, ‘민주화’를 향한 열사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운동권 셀프특혜법’ ‘가짜유공자 양산법’으로 퇴색시켰다. BTS가 상징하는 MZ세대 시대정신인 공정과, ‘민주화’를 모독한 86세대 정치인들의 자책골이 극명하게 대비된 한 해였다.
민주유공자법 대상은,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른 사망·부상자 829명에 부마항쟁 관련자까지 모두 911명이다. 교육·언론·노동운동 등 145개 유형 다양한 사건들을 포함한다. 박종철·이한열 열사처럼 민주화운동 성격이 분명한 사건이 있는가 하면, 동의대·남민전·서울대 프락치 사건 등 사회적 논란이 된 사건들까지 망라해 뒤죽박죽이다. 이 중 어떤 사건을 보훈의 영역에서 기리고 기념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데도 야당 단독으로 법 통과를 시도한 깜깜이·기형적 법안이다. 입법단계에서 국가유공 대상자를 걸러내야 하는데 국회 본연의 역할은 포기한 채 911명 대상자를 뭉뚱그려 통과시켜 놓고, 국가보훈부에 막강 권한을 줄 테니 알아서 심사하라고 했다. 이는 입법부의 직무유기다. 이 괴상망측한 법이 통과되면 법의 모호성으로, 집행기관인 행정부는 국가유공자 자격 심사 과정에서 숱한 소송에 휘말릴 게 뻔하다.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은 “운동권 기득권 세력에 의한, 운동권 카르텔을 위한 반민주적 방법에 의한 극단적 입법권 남용, 오만함의 극치”라 비판했다.
145개 유형 중 동의대 사건은 1989년 당시 동의대 내 입시부정 문제로 학생들이 농성에 나섰고 이를 진압하던 경찰 7명이 화재로 사망한 사건이다. 이 법이 제정되면 가해자일 수 있는 학생들을 유공자로 인정할 수도 있는데, 이는 국가 기강을 뒤흔드는 일이다. 활동 자금을 마련한다고 무장강도 행각을 한 남민전 사건, 민간인 감금 폭행사건인 서울대 프락치 사건, 미국 문화원 방화사건 관련자를 민주유공자 심사 대상으로 정해 놓은 건 보훈과 민주 가치를 배반한다. 특히, 남민전 사건은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 사건으로 헌법에 배치된다. 지금은 ‘독재팔이’ 할 시기가 지났다. 이들 사건 관련자를 국가유공자 예우 대상에 포함시킨 것 자체가 국회 권력남용이다. 민주화운동 중 본 피해에 대한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것과 보훈 차원에서 국민이 존경해야 할 영웅으로서의 민주유공자를 결정하는 것은 엄연히 차원이 다르다.
민주화운동은 86정당 전유물이 아니다. 적어도 국가유공자 선정만큼은 여야 합의 정신에 따르는 게 정상이다. 비민주적 방식의 깜깜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리는 정치쇼를 의도했다면, 이는 ‘민주화운동’ ‘민주정신’에 대한 모독이다.
문화일보
12-26 ‘한동훈 비대위원장’ 96.5% 찬성…與전국위, 임명안 가결
오후 3시 취임식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뉴스1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이 26일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0시 이같은 안건을 상정하고 오후 1시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회의는 온라인으로 열렸고 투표는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통해 이뤄졌다.
비대위원회 설치 건에 대한 투표는 재적 전국위원 824명 중 650명(투표율 77.88%)이 참여했고, 찬성 641명·반대 9명으로 가결됐다. 한 전 장관의 비대위원장 임명안에 대한 투표에는 재적 824명 중 650명이 참여했고 찬성 627명·반대 23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3시 여의도 당사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 취임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다만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에 임명된다고 해서 곧바로 당이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최대 15명인 비대위원 인선이 완료돼야 한다. 이르면 28일 최고위원회의 의결과 29일 상임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비대위원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원까지 모두 임명되면 기존의 당 대표 권한대행(윤재옥 원내대표)은 물러나고, 최고위는 해체된다. 윤 당 대표 권한대행은 다시 원내대표직만 맡는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12.27 유시민에서 정의찬까지

“이 사건으로부터 ‘개똥이와 쇠똥이가 말똥이를 감금 폭행했다. 그래서 처벌을 받았다’는 식의 흔하디 흔한 교훈밖에 배우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건 자체보다 더 큰 비극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유시민씨는 항소 이유서 서두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서울대생 민간인 감금·폭행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 형을 선고받고 법원에 약 2만 자의 글을 보냈다. 1984년 가을 서울대생들이 학교 안에 있던 외부인 네 명을 붙잡아 고문과 유사한 폭행(각목으로 때리고 물속에 머리를 넣어 호흡을 막음)을 가했다. 수사·정보 기관에 포섭된 정보원, 즉 ‘프락치’라는 자백을 받기 위해서였다
민간인 감금에 “도덕적 무죄” 주장
상해치사 주범 공천 시도로 이어져
40년 새 운동권 집단 윤리가 ‘흑화’
서울대 경제학과 3학년생으로 복학생협의회 집행위원장이었던 유씨는 그 글에서 이 사건을 ‘정권과 학원 간의 상호 적대적 긴장이 고조된 관악 캠퍼스 내에서, 수사기관의 정보원이라는 혐의를 받은 네 명의 가짜 학생을 다수의 서울대 학생이 연행·조사하는 과정에서, 혹은 약간의 혹은 심각한 정도의 폭행을 가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그가 말한 ‘혐의’라는 것은 서울대생이 아닌 사람이 서울대 안을 돌아다녔다는 정도였다. 소지품에서 학생들 동향을 파악해 적은 메모 같은 것도 나오지 않았다. 피해자 중 한 명은 방송통신대 학생이었는데, 리포트 작성 때문에 서울대 교수를 만나러 왔던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유씨는 항소 이유서에 ‘가능한 한 짧은 감금과 비폭력이라는 원칙을 관철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실제로 이 원칙이 관철되었으므로 본 피고인은 아무런 윤리적 책임도 느끼지 않습니다’고 썼다. 도적적 잘못은 없다는 주장이었다. 감금 시간은 짧게는 22시간, 길게는 6일이었다.
유씨는 재판부에 ‘정치적 의미’를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렇게 글을 이었다. “전후 맥락을 모조리 무시한 채 조사를 위한 연행·감금마저(폭행 부분이 아니라) 형사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1심의 판결은 지금 이 시간에도 갖가지 반사회적 목적을 위해 교정을 배회하고 있을 수많은 가짜 학생 및 정보원의 신변 안전을 보장한 ‘가짜 학생 및 정보원의 안전 보장 선언’이 아니라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유씨는 항소심에서 감형돼 징역 1년 형을 받았다. 도주한 공범 백태웅·이정우·윤호중씨 등 당시 서울대 학생회 간부들도 체포 뒤 비슷한 수준의 처벌을 받았다. 국가기관의 학교 정탐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선 학교 안에서 수상해 보이는 사람을 감금해 조사하는 것은 윤리적 책임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행위라는 유씨 주장에 동조하는 이가 많아졌다. 운동권은 ‘대학생 개똥이와 쇠똥이가 민간인 말똥이를 감금 폭행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용인되는 세계가 됐다.
1989년 연세대에서 프락치로 의심받은 설인종(당시 전문대 2학년)씨가 학생 8명으로부터 감금·폭행을 당하다 숨졌다. 1997년 5월 전남대에서 이 대학 학생으로 신분을 속여 온 이종권(당시 25세)씨가 남총련 학생들의 집단 폭행으로 사망했다. 폭행에 가담한 학생들은 이씨가 숨을 거둔 것으로 보이자 그를 교정으로 옮겨 방치했다. 범행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한 달 뒤 한양대에서 한총련 간부들이 학생회관 주변에 있던 선반기능공 이석(당시 23세)씨를 붙잡아 가혹행위를 했다. 이씨는 과다출혈 등으로 숨졌다.
전남대 사건 주범이 정의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특별보좌역이다. 남총련 의장이었던 그는 상해치사죄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사면(김대중 정부 시절)을 받았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그는 민주당의 공천 적격심사를 무난히 통과했는데, 범죄 경력을 확인한 언론의 비판이 잇따르자 당이 취소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과 상당수 민주당 의원은 그를 탈락시킨 것이 부당하다며 ‘구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유시민씨로부터 정의찬씨에 이르기까지 도덕적 용인 범위가 감금·폭행에서 치사로 확대됐다. 40년 새 이른바 ‘민주화 세력’은 이렇게 흑화(黑化)했다.
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12-27 한동훈, 운동권 특권 청산 넘어 ‘정치교체’ 이뤄내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26일 수락 연설에는 보수·진보라는 표현이 없다. “국민의힘보다 국민이 우선”이라며 “선당후사 대신 선민후사”라고 했다. 탈이념 정치를 지향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힘이라는 외피도 초월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게임과 달리 정치는 누가 이기는지 못지않게 왜 이겨야 하는지가 본질”이라며, 현재 여의도의 사생결단 정치에서는 찾기 힘든 ‘소명’을 소환했다. 세대교체와 총선 승패 차원을 넘어 정치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로 들린다. 과감한 ‘정치교체’ 메시지는 현 시대정신에도 부합한다.
당면 과제로 운동권 정치 청산을 제시했다. 한 위원장은 “수십 년 동안 386이 486, 586, 686이 되도록 썼던 영수증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 “운동권 특권 세력과 개딸전체주의와 결탁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중대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걸 막는 게 지상목표인 다수당”이라고 규정했다. 이재명 대표와 운동권 정치 세력은 당연히 반발하겠지만, 그런 행태 때문에 분당 조짐이 보일 정도로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근원적 과제는, 야당 비판 및 총선 전략 차원을 넘어 21세기 정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1970년대 구상유취 비아냥 속에서 40대 기수론으로 세대교체를 관철한 김영삼·김대중, 1992년 제15대 총선에서 노무현·홍준표·김문수 등을 영입한 YS, 운동권과 경제 전문가를 영입한 DJ에 이어 정치권 자체를 바꾸는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한 위원장은 ‘자유민주주의 정당’으로서 차별 없는 경쟁, 경쟁에서 이기지 못한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 보장을 약속하고 “인구재앙이라는 정해진 미래에 대비한 정책, 진영과 무관하게 서민과 약자를 돕는 정책” 등을 제시했다. 공천 기준으로 다양성과 헌신·신뢰·실력 등 4가지 덕목을 제시하고, 불체포특권 포기를 아예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현재 여당은 무기력·낙동강 정당, 야당은 방탄·호남 정당으로 불신받지만, 현실 정치의 벽은 높다. 한 위원장이 출사표 초심을 잊지 않고 기득권 벽을 넘어 정치 교체를 이뤄내느냐 여부에 여권은 물론 나라 미래도 달려 있다.
문화일보 사설
12-27 한동훈에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

이철호 논설고문
보수 앞섰던 기울어진 운동장
2016년 총선 이후 진보 우위로
與 외부 수혈과 단일화로 신승
기초체력 약한 소수파로 전락
김건희 특검법부터 가시밭길
법치와 자유 칼같이 지켜내야
‘기울어진 운동장’은 스페인 축구에서 유래됐다. 프리메라리가 강자인 바르셀로나FC는 2006년 16연승, 2011년엔 리그 16연승의 대기록을 세웠다. 주눅이 든 상대 팀은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다”고 푸념했다. 이 용어를 잽싸게 수입한 게 열린우리당이다. “보수는 위쪽에, 진보는 아래쪽에서 뛰는 축구다. 진보는 죽을 힘을 다해도 골을 넣기 힘든데, 보수는 뻥 축구를 해도 쉽게 이긴다.” 노무현 정부 지지율이 곤두박질하자 무섭게 확산된 논리다.
현행 선거법으로 총선의 영남 의석은 65석, 호남은 28석이다. 기본적으로 보수 쪽이 37석 먹고 들어간다. 김대중 대통령은 외환위기에도 이인제의 독자 출마에다 김종필과 DJP연합까지 보태 겨우 이겼다. 노무현 대통령도 정몽준과 후보 단일화 파동을 디딤돌 삼아 간신히 승리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런 공식이 무너졌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로 보수 정치권이 쑥대밭이 됐다. 반면, 노무현의 비극적 선택 이후 당시 2030(현재 35∼55세)은 민주당의 견고한 아성이 됐다.
변곡점은 2016년과 2020년 총선이었다. 2016년엔 국민의당에 호남을 뺏겼지만, 민주당은 수도권 압승으로 1당이 됐다. 2020년엔 서울에서 53% 득표하고 의석 81%를 휩쓸었다. 무능한 보수가 인물과 이슈에서 밀린 게 사실이다. 더 중요한 건 진보가 수도권 박빙 지역에서 3∼5%만 이기면 언제든 압도적 승리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보수 과점 구도가 변했다. 이제 진보가 위쪽, 보수가 아래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 결국,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은 자체 후보를 내지 못하고 외부에서 윤석열 후보를 긴급 수혈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실패에도 안철수와 후보 단일화 끝에 0.73%포인트 차로 간신히 이겼다. 역사적으로 후보 단일화는 약자의 전술이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렇게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한다.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30%대 중반에서 맴도는 게 이상 현상이 아니다. 2016년 총선의 새누리당 비례대표 득표율은 33.5%, 2017년 대선 득표율 30.8%, 2018년 지방선거 광역의원 비례대표 득표율 34.8%, 2020년 총선 득표율이 33.8%였다. 이게 뉴노멀이 됐다. 후보 단일화·합당 등 온갖 신공을 펼쳐야만 대등한 경기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대선 승리와 지방선거 압승이 오히려 기적이다.
한 비대위원장을 향해 윤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하고, 이준석 전 대표를 품으라는 주문이 쏟아진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해법이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부터 걸림돌이다. 최근 대통령실은 김 여사 관련 언론 보도 동향을 종합 보고했는데, 윤 대통령은 한참 말이 없었다고 한다. 평소 발언이 많다는 시중의 소문과 달랐다. 김 여사도 심각성을 전달받은 뒤 “당분간 노출을 삼가시라”는 대통령실 건의에 따르기로 한 모양이다. 크리스마스 때 윤 대통령은 혼자 성당을 찾았다.
돌아보면 선출되지 않은 권력 2인자에 대한 심판은 무서웠다. 지나칠 만큼 민심은 가혹하고 잔인했다. 재임 시절 혈육을 쳐내는 것은 아들 김현철을 사법 처리한 김영삼 대통령이나, 아들 3형제를 감옥에 보낸 김대중 대통령 정도의 경지에 올라야 가능한 선택이다. 한 위원장은 “당과 충분히 논의해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거친 민심을 어떻게 잠재울지 지켜볼 일이다. 여당은 거명조차 꺼려 ‘도이치모터스 특검’이라 부른다.
역대 비대위 중 성공한 사례로는 2011년 박근혜 비대위, 2016년 김종인 비대위가 꼽힌다. 좁은 강성 지지층을 벗어나 과감하게 중도로 나갔던 게 공통분모다. 한 비대위도 태극기 부대와 아스팔트 개신교, 극우 유튜버들과 절연할 필요가 있다. 냉전 반공주의나 산업화 신화가 중도·청년층에 먹혀들 시기는 지났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숱한 사법 리스크, 송영길 전 대표의 돈봉투 사태 등에도 지지율이 밀릴 만큼 기초체력부터 허약하다. 한 위원장이 취임사에서 “지역구나 비례대표로 출마하지 않고 승리를 위해 용기 있게 헌신하겠다”고 한 것은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운 느낌이다. 칼같이 법치주의와 자유 경제를 수호하는 새 모습을 보여야 한다. 헌 보수가 죽어야 새 보수가 산다. 국민의힘 마지막 승부수라는 한동훈 앞에 이런 힘든 가시밭길이 놓여 있다.
12-27 이준석, 국힘 공식 탈당… 내달 초·중순 신당 창당 목표

12년전 정계입문 날 맞춰 감행
합류할 인사 적어 파급력 한계
이준석(사진)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국민의힘 탈당을 공식 선언하고 신당 창당에 돌입한다. 이 전 대표는 12년 전 ‘박근혜 키즈’로 정계에 입문한 뒤 국민의힘 대표에 올랐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대한 과도한 비판과 ‘품성 논란’에 휩싸여 결국 국민의힘을 떠나게 됐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 들어간 국민의힘이 쇄신 행보로 나선 상황에서 이준석 신당의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한 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을 비롯한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계획을 밝힌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 전환, 당정관계 재정립 등을 국민의힘 잔류 조건으로 제시해 왔지만, 여권의 뚜렷한 태도 변화가 없다고 판단해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장소로 노원구 상계동을 택했는데, 상계동이 포함된 노원병은 지난 20대 총선과 2018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21대 총선 등 세 차례 선거에서 이 전 대표가 도전한 지역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11년 12월 27일 19대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회에 최연소(26세) 비상대책위원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이 전 대표는 2021년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돼 20대 대선과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이끌며 승리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다만 지난해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전후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 의혹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 지도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이어 왔다. 최근에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겨냥한 욕설을 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신당,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 선택’, 양향자 의원이 이끄는 ‘한국의 희망’ 등 여야를 막론하고 신당 창당 움직임이 분출하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계 개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구심점이 될 만한 거물급 정치인이 마땅히 보이지 않고, 탄탄한 지역 기반을 지닌 세력을 찾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12-27 남평오, 이재명 강성지지층 직격… 개딸 “이낙연의 차도살인”
이낙연 최측근 남평오 “사법리스크 만든 건
이낙연 아닌 이재명 대표 본인”
‘개혁의 딸(개딸)’을 비롯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지지층은 사법리스크의 시발점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제보한 게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라고 주장하며 검찰을 이용해 이 대표를 공격했다는 이른바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론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이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최초 언론 제보자라고 밝히고 이 대표 강성지지층과의 정면 승부를 택하면서,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향해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따르면, 2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이 전 대표 출당 요구 청원 글은 올해 2월과 지난 3일 올라왔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의 국회 표결이 이뤄진 이후인 올해 2월 청원 글을 올린 한 권리당원은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대장동 건을 최초로 터뜨려놓고 이재명 대표님께 사과도 하지 않고 자기는 미국으로 냅다 도망쳤다”며 “이 전 총리는 어떻게 하면 자기 사람들을 이용해서 이재명 대표를 제거할까, 이 궁리만 하고 있다”고 청원 취지를 밝혔다. 이 청원 글은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3일에는 “77.7% 당원이 뽑은 이 대표를 (통해) 민주당 당원은 총선을 치르길 원한다”며 “힘을 모아 통합해야 할 때 또다시 분란을 일으키는 이 전 대표를 당원으로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청원 글이 재차 올라오며 2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배제의 정치가 아니라 통합과 단결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밝힌 이후 글을 삭제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이 전 대표가 터뜨렸다는 취지로 이 대표 강성지지층의 공세가 이어지자 이 전 대표 측은 정면 승부를 택하는 모양새다. 남 전 실장은 지난 2021년 20대 대선 민주당 경선 이낙연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던 시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최초로 언론에 제보한 게 본인이라고 밝혔다. 남 전 실장은 문화일보에 “사법리스크를 만든 건 이 전 대표가 아닌 이 대표”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의 최측근인 남 전 실장이 이 대표와 당의 극성 지지층을 직격하면서 사실상 ‘이낙연 신당’ 창당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대표가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연이어 회동하면서 이 전 대표를 고립화시키려는 모양새로 상황이 흘러가자, 이 전 대표 측이 이 대표와의 결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분출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와 헤어질 결심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신당 창당을 위해 이 전 대표가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기자 bigzero@munhwa.com
12.27 북한의 총선 개입에 대비하라
北과 친북 좌파는
미우나 고우나 공생 관계
그들의 핵심 수단은 ‘평화팔이’
가짜 평화라도 호소력은 높아
단호한 응징은 軍 의무지만
말은 아끼고 행동으로 보여야
내년 총선에 북한이 개입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경계해야 한다. 주사파가 주도하는 국내 친북 좌파 세력에 대한 북한의 애정과 기대는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실망과 환멸로 변한 것이 사실이다. 김정은이 그토록 갈망하던 미국과의 딜이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파탄으로 끝난 결정적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상황 판단과 훈수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특등머저리’ ‘삶은 소대가리’등 입에 담지 못할 악담으로 분풀이를 했겠나.
그렇다고 김정은이 우리 총선에 개입하여 친북 좌파 세력을 지원할 동기가 없을 것이라고 속단하면 안 된다. 김정은으로서는 한·미·일 간의 군사 협력, 특히 미사일 방어 분야의 협력을 저지하고, 대북 군사적 압박을 완화하는 것이 가장 절박한 당면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대북 압박과 한·미·일 공조 체제의 중심에 있는 윤석열정부를 흔들고 무력화시켜야 하는데 이는 친북 좌파 세력의 지원과 공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친북 좌파도 윤석열 정부 타도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고 ‘전쟁 대 평화’ 프레임을 이용한 ‘평화팔이’를 핵심 수단의 하나로 삼고 있다. 그런데 평화팔이가 정치적 흥행을 거두려면 북한이 실제로 도발이나 위협을 통해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고 국민의 전쟁 공포심을 자극하는 데 ‘협조’해줘야 한다. 이렇듯 북한과 친북 좌파는 미우나 고우나 공생 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
평화팔이의 전형적 수법은 ‘진보 좌파가 집권하면 한반도가 평화롭고 보수 세력이 집권하면 전쟁 위험이 높아진다’는 ‘미신’을 확산하고 이의 신빙성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가장 좋은 전쟁보다 낫다’는 패배주의적 평화 지상주의로 혹세무민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쟁 대 평화’의 이분법적 프레임과 전쟁공포증을 활용한 평화팔이가 그 단순 명료함 때문에 가지는 대중적 호소력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우리 역사에서 ‘나쁜 평화, 좋은 전쟁’ 사상을 가장 모범적으로 실천한 인물은 이완용과 고종 황제였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과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항복할 전쟁을 하는 것보다는 일본에 순순히 나라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왕실의 안위를 보장받는 길을 선택한 이완용이 매국노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그의 평화 지상주의를 맹신하고 추종하는 세력은 순진한 국민을 현혹할 신통력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북한이 핵·미사일의 양적 확대와 기술적 고도화에 비약적 진전을 이루어 한반도 평화를 파괴할 압도적 능력을 갖추었고 내일의 평화는 더 위태롭게 되었는데도 ‘진보 좌파 정부=평화’라는 미신을 신봉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문재인의 평화는 대북 굴종으로 얻어낸 부끄러운 평화이고, 김정은의 선의에 의존하는 위태로운 평화이고, 우리 공무원이 야만적으로 살해당하는 치욕을 참아가며 지켜온 가짜 평화라고 설득해도 소용이 없다면 이는 그간 친북 세력의 선전 선동이 나름 성공을 거두었음을 의미한다. 장기간에 걸친 의식화로 형성된 전쟁과 평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짜 평화, 진짜 평화’ 프레임으로 하루아침에 바로잡을 수는 없다. 진짜가 가짜를 이긴다고 믿는 것은 오만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향후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위협에 대응함에 있어 이러한 현실을 염두에 두고 친북 세력과 북한의 전략적 공조에 말려들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북한이 실제 도발을 감행할 경우 단호하게 응징하는 것은 군의 당연한 의무다. 다만, 군은 말을 아끼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실제 도발하기 전에 응징 의지를 요란스럽게 과시할 필요가 없고, 도발을 응징한 이후에도 우리 군이 이를 자랑하고 홍보하는 것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통쾌한 응징도 이에 안심하는 국민보다 불안해하는 국민이 많아지면 정치적으로는 실익이 없다. 따라서 북한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더라도 정부는 별일 아닌 듯 시치미를 떼거나 의미를 축소하는 것이 더 현명할지 모른다. 참수 작전을 함부로 언급하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
내년도 한미 연합 훈련에 핵 작전 시나리오를 포함하여 진행하기로 한 것은 미국 확장 억지의 실행력을 가시화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북한의 과잉 반응으로 핵전쟁의 위험이 높아졌다고 불안해하는 국민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 정치적 역효과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진행하고 이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군사 안보적으로 옳은 것이 정치적으로는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수 있다.
조선일보 천영우 前 청와대 외교안보수석·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12-28 혁신 우파 키워야 ‘좌파 독재’ 막는다

박승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
좌파 득세 구조적 요인 수두룩
고성장 끝나며 우파 기반 약화
전쟁 세대 퇴조하고 지리멸렬
전방위 좌파 카르텔 더욱 견고
위장 진보가 번영과 법치 파괴
도덕적·실천적 개혁운동 절실
한국 정치에 이른바 ‘민주당 20년 집권설’로 상징되는 장기간의 ‘좌파 독재’ 시대는 기필코 현실로 다가올 것인가.
한국 정치는 해방 이후 수십 년 동안 ‘우파 독재’가 지배했으나, 1997년 김대중 정권의 출현 이후 현재까지 25년여 동안 좌파와 우파 사이의 교차 집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권 교체 패턴이 앞으로도 장기간 계속 유지되면서 안정적인 미국식 양당 정치로 정착되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패턴은 ‘좌파 독재’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기 이전의 과도기적 양상에 불과할 수 있다. 왜 그럴까.
첫째, 우파와 좌파의 조화롭고 안정적인 공존과 타협, 이에 기반을 둔 양대 정당 간 상호 정권 교체 정치의 지속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반드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압도해서 권력을 독점하는 방식이 한국 정치에서 훨씬 더 익숙하다.
둘째, 우파 세력은 국가 지도력을 유지·강화하는 데 미숙했다. 우파는 국민에 대한 헌신·희생·봉사·나눔·솔선 등 공화제적 가치를 선도하는 ‘도덕적-실천적 지도력’의 실행에 미흡했다. 국민 위에 군림해 호령하면서, 권력과 부(富)를 독점하는 이기적인 상류층 지배 집단 행세에 탐닉했다. 또한, 점진적이고 질서 있는 체제 개혁, 국가의 내적 운영 질서와 작동 방식의 선진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데 무능하거나 게을렀다.
셋째, 과거의 우파 독재는 인권 탄압·불법 선거 등 민주주의 퇴행의 문제를 안고 있었으나, 지속적인 고도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번영에 기반을 두고 유지됐다. 그러나 고도 경제 성장 시대가 저물면서 우파 독재의 기반은 해체됐고,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의 급격한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미래의 좌파 독재는 경제위기·저성장·경기침체 등 경제적 불안정과 양극화의 심화를 기반으로 약진할 수 있다. 경제적 침체와 불안정은 사회적 양극화, 일자리 축소, 주택 가격 상승과 주거 불안정,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심화, 자살률 증가, 노인 빈곤 문제 등 사회문제를 낳고 있으며, 기존 사회질서에 대한 저항 세력의 양산과 불만 에너지의 응축을 유발하고 있다. 사회적 소외 계층을 유혹하는 기본소득제, 지역화폐 제도, 마이너스 통장 제공 등 광범위한 포퓰리즘 정책이 논의되거나 시행되면서 좌파의 득표력을 강화하고 있다.
넷째, 우파의 지지 기반인 노년층과 전쟁 세대의 퇴조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불가피한 반면, 좌파는 해방 이후 치열하고 조직적인 사상투쟁·교육투쟁·문화투쟁을 전개해 오면서 학계·문화계·예술계·종교계·법조계 등 지식인 사회에 광범위한 동조 세력을 포진시켰다. 또한,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에 견고한 좌파 카르텔을 건설했다.
다섯째, 우파 세력의 모래알 같은 느슨한 연대 의식과 지리멸렬한 단결력과 달리, 이론적·사상적으로 무장된 좌파 세력은 강철 같은 단일대오와 결사옹위의 강고한 연대 의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언론과 온라인 미디어를 동원한 여론전과 선전선동술에서도 압도적인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
여섯째, 좌파 세력은 입으로는 진보·정의·개혁·공정을 외친다. 하지만 실제로는 합법적·비합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우파 보수 세력을 숙청하고 권력 독점을 쟁취하려는 탐욕스럽고 무능·부패한 이른바 ‘위장 진보’ 세력에 가깝다. 좌파 독재는 국가 체제 자체를 위협하는 국가사회주의나 전체주의로 경도(傾倒)될 가능성도 크고, 과거의 우파 독재 주도로 이룬 경제적 번영의 기반마저 훼손할 것이다. 나아가 언론과 검찰 해체를 완성해 도적 떼가 매를 들고 범법자들이 천하를 호령하는 난장판으로 정치를 퇴행시킬 위험성이 있다.
결국, 한국 정치가 좌파 독재의 암울한 미래 전망에서 벗어나 국가의 실질적 개혁과 선진화로 가는 길은 일종의 총체적인 ‘도덕적-실천적 개혁운동’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혁신적 우파 정치 세력의 성장에서만 기대할 수 있다. 정치를 국민 위에 군림하고 호령하기 위한 ‘출세의 직업’이 아니라, ‘공직의 정신’으로 특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발로 뛰며 봉사하는 ‘일꾼의 직업’으로 삼는 새로운 리더들이 주도해 나갈 때 한국 정치는 밝은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일보
12-28 쌍특검·3국조… 巨野의 총선용 ‘입법권 남용’ 度 넘었다
거대 야당의 폭주가 제21대 국회 막바지까지 이어지고 있다. 위헌적 요소가 수두룩한 특검법, 여야 합의 안 된 국정조사요구서 등 오로지 내년 총선을 겨냥해 선전·선동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는 의도 외엔 이해하기 힘들다.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헌법 제46조도 저버린 개탄스러운 입법권 남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특검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 등 ‘쌍특검’ 법안 표결을 강행할 방침이다.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은 법이라고 하기도 힘들 만큼 엉터리다.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관련자들의 모든 불법행위’로 수사 범위를 설정해 법률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고, 야당만의 특검 추천권을 명시해 중립성 원칙에 반하며, 수사 상황 브리핑이라는 피의사실공표죄의 예외를 허용한 것은 ‘악법’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독소조항을 빼고 특검 시기를 조정하자는 대안도 무시됐다. 야당 추천권를 피하려 대통령이 여당을 탈당할 경우에 대비한 수정안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가족 감싸기로 비난하며 윤 대통령의 법치주의 이미지를 공격하고, 심지어 재의결 시기를 늦추면서 여당 공천 탈락자의 반란표를 모을 시나리오까지 검토한다고 한다. 50억 클럽 특검법은 애초부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지연·방해하고, 대장동 사건의 초점을 법조 비리로 둔갑시킬 의도가 다분했다. 이 대표는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혹세무민 선동까지 되풀이한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서울∼양평고속도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3개의 국정조사’도 마찬가지다. 당국의 조사·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얼마든지 국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표 방탄에 집중하느라 현안 발생 5∼6개월이 지나고 총선을 100여 일 앞둔 시점에 밀어붙이면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각 상임위 쟁점 법안 처리에서도 비교섭단체 야당을 끌어들여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한다. 전세사기 특별법, 민주유공자법 등이다.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면서 국회 자체의 권위도 망가뜨린다.
문화일보 사설
12.28 새삼 놀라게 되는 ‘폭행치사’ 운동권의 파렴치 행태

▲전남 해남·완도·진도 지역구에 출마 준비 중인 정의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특보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공직후보자검증위원회 재심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정무특보인 정의찬씨가 1997년 ’이종권씨 상해치사 사건’ 당시 직접 구타를 하고 ”똑바로 조사하라”고 지시하는 등 사실상 주범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1990년대 친북 주사파 한총련 산하 남총련(광주·전남대학총학생회연합) 의장으로 활동하다가 경찰 프락치로 의심받던 이씨를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정씨는 최근 이 사건이 다시 주목받자 “(사건 당시) 현장에 없었고 지시한 적도 없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1·2·3심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 정씨의 주장 자체가 사실이 아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씨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한 번도 자신의 ’현장 부재’를 주장하지 않았다. 판결문엔 그가 사건 당일 남총련 사무실에서 뺨을 때리고 옆구리를 걷어찬 것이 적시돼 있다. 공범들이 이씨 폭행 후 ”경찰 프락치가 틀림없는 것 같다”고 하자 ”더 자세하게 조사해 보고하라”고 추가 지시도 했다. 이씨는 결국 7시간 뒤쯤 이들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사망했다. 대법원은 “(정씨가) 고문, 폭행, 협박, 신체 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기망(欺罔) 등에 의해 임의성 없는 진술을 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 광주지검 검사로 이 사건을 수사한 양부남씨는 지금 민주당의 법률위원장이기도 하다. 그는 “강압 수사는 없었다”고 확언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시대착오적 친북 활동을 하며 우리 사회에 해악을 끼쳐온 주사파 운동권 세력은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한 적이 없다. 정씨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시대의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당시 폭행치사 공범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K씨는 이후 살인, 강도, 성폭행 등으로 무기징역을 받고 복역 중인데, K씨도 시대적 피해자라고 할 건가.
전혀 반성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정씨는 지금도 이재명 대표의 특보라고 한다. 그러니 민주당이 이런 사람을 처음에 국회의원 ‘공천 적격’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민주당에선 이 정도의 범죄와 거짓말은 별 일도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정씨 문제에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2.28 여의도 사투리를 모르는 789세대의 도전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정치쇼에 현혹되는 선거 경계
兵風, 거짓 폭로, ‘줄리’ 등 선거 때마다 등장한 정치 공작은 민심 교란하는 민주의 公敵
국민들은 낡은 정치 버리고 새 정치 보여주는 쪽에 표 줄 것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형동 비서실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스1
총선을 앞두고 전개되는 혼탁한 정치판을 보면서 스무 살 때 읽었던 프롬(Erich Fromm)의 문장이 떠올랐다. 선거 민주주의를 불신했던 그는 대략 이런 주장을 펼쳤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가 제대로 치러지려면 유권자는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할뿐더러 투표 행위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현실을 보면 유권자는 반(半) 최면 상태에서 정치쇼에 현혹되어 인기 상품을 충동구매하듯 소중한 한 표를 던지기에 민주 선거는 막장 드라마로 전락하고 만다.
지난 4반세기 한국의 선거판을 되짚어 보면 프롬의 주장에 새삼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1997년의 허위 병풍, 2002년의 거짓 폭로 등은 모두 현재의 야권 세력이 여론을 훔치기 위해서 기획한 정치 공작이었다. 2년 전 대선을 앞두고 날마다 전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던 “줄리”라는 가공의 인물은 어떤가? 그 역시 상대편 후보를 죽이려는 간특(奸慝)하고 비열(鄙劣)한 거짓말로 드러났다. 후보 본인이 아니라 그의 부인을 겨냥한 인격 살해의 흉기였기에 ‘간특’과 ‘비열’이란 단어를 안 쓸 수 없다. 서양의 결투 문화에선 사내들끼리 다투다 상대의 부인을 공격하면 거기서 싸움은 끝이 난다. 누구든 타인의 와이프를 건드리는 순간 비겁한 얼간이의 오명을 쓰고 천하의 조롱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진정 한국 정치엔 명예도, 금도도 없는가?
얼마 전 대통령의 부인이 막장 정치극의 주연으로 다시 불려 나왔다. 이번엔 한 목사가 몰카를 찍어 언론에 흘린 후 뇌물을 받았다며 대통령 부부를 고발했다. 공인 신분으로 그런 속임수에 말려들었음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 자체가 인격 살해의 흉계로 자행된 범죄 행위다. 타인을 음해하려는 악의를 갖고 덫을 친 행위가 어떻게 범죄가 아닐 수 있나? 하물며 암수로 여론을 흔들려는 반민주적 정치 공작임에랴.
이번에도 정치 공작의 주체는 어제의 그 세력이었다. 민주의 깃발을 들고 설치지만, 간사한 꾀로 민심을 교란하는 세력은 민주의 공적이다. 왜 매번 선거철만 되면 음흉한 정치 공작이 반복되는가? 선거만 끝이 나면 그 모든 정치 공작을 쉽게 용서하고 망각하는 한국 사회 특유의 불감증 탓이다. 2002년 청와대에서 꾸며낸 거짓말로 야권 대선 후보의 부인을 수뢰범으로 몰았던 그 인물이 지금도 5선 의원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실을 보라. 조직을 위해 죄를 짓고서 형을 살고 나오면 뒷배를 봐주는 전형적인 마피아식 논공행상이다.
정치 공작에 휘둘리지 말고 내년 총선의 본질적 의제로 돌아갈 때다. 국회 물갈이냐, 정권 심판이냐? 국민은 냉철하게 집단지성을 발휘해서 양자택일해야 한다. 현재의 제1 야당은 한국 민주화의 역사에서 큰 공을 세웠지만, 적어도 지난 정권에선 엉터리 정책을 남발하고 내로남불의 작태를 연출하다 퇴출당했다. 2년 만에 그들을 다시 불러와 “탈원전”과 “소주성”과 “반일·종북”의 폭주를 이어가게 한다면, 정권 교체는 왜 했는가? 현 정권은 정치적 미숙으로 끝없는 잡음을 일으켰지만, 지난 1년 7개월 적잖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현 정권이 한·미·일 공조를 되살렸다는 점은 전 세계가 높게 평가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한미 동맹도 흔들거렸고, 미국은 한국을 배제한 채 일본을 끼고 쿼드(Quad) 안보협의체를 맺었다. 한·미·일 공조의 열쇠는 언제나 한국이 쥐고 있었다. 그 점을 잘 아는 현 정권이 가치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게다가 부정부패를 일삼은 전 정권 실세들에 대해서 현 정권은 사법 정의를 세우고 있다. 대한민국이 운동권적 일탈을 멈추고 글로벌 정상 궤도에 진입하려 했다고 하면 과언일까?
문제는 국회다. 벌써 200석 운운하는 거대 야당이 내년 총선에서 이긴다면 어떤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비용이 초래될까? 범야권은 집권당에 군부독재의 이미지를 덧씌우며 대통령 부인 공격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야 합의도 없이 총선용 특검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다지만, 86세대 특유의 낡은 정치가 더는 통할 리 없다. 이제 다수 국민은 대안 세력의 새 정치를 희구한다. 젊고 유능한 법무부 장관이 집권당 비상 대책의 조타수로 우뚝 서면서 의회 권력의 교체를 바라는 국민 여론이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 다음 총선은 국회를 물갈이해 나라를 살리는 싸움이다. 여의도 사투리를 모르는 789세대가 대한민국의 희망일 수 있다.
조선일보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12-28 40대이하 6명… 국힘 ‘젊은 비대위’ 출범

한동훈號 비대위원 명단 공개
임명직 8명은 평균 43.75세
비정치인 7명으로 절반이상
‘정치 세대교체’ 기대감 증폭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당 지도부를 이끌 비대위원 인선 명단을 전격 공개했다.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등 당연직 2명을 제외한 임명직 8명의 평균연령은 43.75세의 젊은 인사들로, 김예지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비정치인으로 채워졌다.
한 위원장은 이날 김예지 의원과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 김경율 경제민주주의 21 대표, 구자룡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 장서정 돌봄·교육 서비스 플랫폼 자란다 대표, 한지아 의정부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대표, 윤도현 자립준비청년 지원(SOL) 대표를 비대위원으로 임명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과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당연직으로 포함됐다. 이전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지낸 김 의원을 제외하면 임명직 전원이 비정치권 인사들로, 최근 당 인재영입위원회에서 내년 총선을 대비해 모셔 온 영입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비대위원 10명 중 6명이 모두 40대 이하로, 임명직 비대위원 최연장자는 1965년생인 민경우 상임대표이고 2002년생인 윤도현 대표가 최연소 비대위원으로 ‘한동훈 비대위’에 합류하게 됐다. 민 상임대표는 86세대 운동권으로 활동하다 전향한 인물이고, 김경율 대표는 ‘조국 사태’를 계기로 참여연대를 탈퇴한 바 있다.
앞서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을) 정치인 위주로 할 거라면 내가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밝혀, 비정치인 위주의 ‘789세대’(1970~1990년대생) 비대위원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거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문화일보 이후민·최지영 기자
12.28 프레임의 충돌

“완벽한 검찰공화국의 수립을 위한 포석이 놓였다. 이제 ‘당, 정, 청(=용)’이 모두 검찰 출신에 의하여 장악되었다. 2019년 검찰 쿠데타가 시작되었다고 문제 제기했을 때 과한 규정이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이제 앞다투어 ‘검찰 쿠데타’란 말을 쓰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이 제 SNS에 올린 글이다.
총선을 앞두고 프레임의 전쟁이 시작됐나 보다. 민주당이 무기로 선택한 것은 ‘검찰 쿠데타’라는 프레임. 실제로 대통령도 검사 출신인데 당 대표(비대위원장)마저 검찰 출신으로 바뀌었다. 거기에 당·정·용의 여기저기에 검찰 출신이 즐비하니, 야당으로부터 ‘검찰 쿠데타’나 ‘검찰독재’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도 하다.
여당의 위기 맞아 한동훈 조기등판
야 ‘검찰 쿠데타’ 맞서 “운동권 청산”
새로운 유형의 보수 만들어야 승산
말싸움 아니라 실천 통해 입증해야
이 프레임은 문학적 성격을 띤다. 민주적 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은 ‘쿠데타’가 아니다. 검사 출신의 과다기용은 ‘편중 인사’일지는 몰라도 그걸 ‘독재’라 부를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검찰 쿠데타’는 프레임이라기보다는 수사학에 가깝다. ‘개새끼’라는 말을 생물학적 분류에 사용하지는 않지 않은가.
게다가 ‘검찰 쿠데타’의 주역이 누구던가?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것은 민주당 정권이었고, 일개 검사장을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 역시 법사위 소속 민주당의 의원들이었다, 사실 민주당의 ‘처럼회’야말로 제2의 검찰 쿠데타를 획책하는 21세기 ‘하나회’라 불러 마땅하다.
검찰의 정치화를 막겠다며 시작한 검찰개혁. 그 명분을 자기들 비리와 범죄를 덮는 데에 악용하다 아예 검찰에 나라를 갖다 바쳤으면 자성이나 할 일. 그런데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생쥐도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다는데 영장류씩이나 돼서 오류로부터 배우지를 못하니, 종(種)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검찰 쿠데타’ 프레임에 국민의힘은 ‘포스트 운동권’으로 맞선다. 조국 사태, 오거돈·박원순·안희정의 성추행, 은수미의 직권남용, 윤미향의 공금 횡령, 노웅래의 뇌물수수, 송영길·윤관석의 돈 봉투 살포, 이재명·김용·정진상·이화영의 대형 토착 비리. 그 잘난 민주투사들의 민낯을 보라.
그러니 이런 말을 듣는 것이다. “중대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걸 막는 게 지상 목표인 다수당이 폭주하면서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그런 당을 숙주 삼아 수십 년간 386이 486, 586, 686이 되도록 썼던 영수증 또 내밀며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합니다.”
한동훈이 등판하자 민주당에선 ‘한나땡’이라며 짐짓 여유를 부린다. 그런데 적어도 말의 전쟁에서 민주당 정치인들은 승산이 없어 보인다. ‘암컷’, ‘놈’ 등 막말에 ‘대통령 탄핵’, ‘계엄선포’ 등 극언을 남발하는 처참한 언어능력으로 루쉰과 처칠을 인용하는 수준의 언어 감각을 상대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프레임의 대결을 말싸움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쟁이를 거짓말쟁이라 부르는 시대에는 참말쟁이든 거짓말쟁이든 모든 말쟁이에게 짜증이 나기 마련. ‘운동권 청산’이라는 말의 낙인효과보다 중요한 것은 그 프레임이 한갓 수사학이 아니라 현실의 기술임을 입증하는 실천이다.
민주당 사람들이 영화 한 편(‘서울의 봄’)에 잔뜩 고무된 것은, 이제 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정당성을 아득한 과거에서, 영화라는 허구에서 찾는 신세가 됐음을 의미한다. ‘검찰 쿠데타’라는 생뚱맞은 표현도 현실에 영화를 투사함으로써 얻어진 것. 산업화의 뒤를 이어 민주화의 시대도 막을 내린 것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민주당에서는 세대교체에 실패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를 내침으로써 회춘의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 다시 70대 80대, TK 정서에 갇힌 당은 위기에 빠졌고, 결국 적금 깨서 생활비 대듯이 대선 카드를 당겨쓰는 처지가 됐다. 경위야 어쨌든 국민의힘은 또 한 번 기회를 맞았다.
‘포스트 운동권’의 프레임은 상대를 멋지게 날려버리는 말솜씨가 아니라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보수를 기획하여 그로써 민주당을 정말 낡아 보이게 하는 실천을 통해 그 올바름이 입증된다. 하지만 어떻게? 힌트는 그가 장관 시절 가끔 보여주던 탈진영, 탈권위의 언행에서 찾을 수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당도 그렇고, 대통령도 그렇고, 사실 바뀐 것은 하나도 없잖은가. 그저 당의 얼굴 하나만 바뀌었을 뿐. 지난 1년 반 동안 경험한 나라 꼴은 한국 보수의 한계를 보여준다. 새 비대위원장에 대한 지지자들의 희망은 그 한계를 돌파할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에 대한 기대이리라.
길이 아닌 것은 ‘함께’ 가야 길이 된다. 과연 그렇게 만들 수 있을까? 아무쪼록 가지 않은 길을 가기로 한 그가 현실의 저항에 좌절하지 않기를, 한갓 분식(粉飾) 위원장, 즉 보수의 흉한 얼굴을 가리는 일회용 마스크로 소모되지 않기를 바란다.
중앙일보 진중권 광운대 교수
12-28 국내 연구로도 입증된 中 ‘댓글 선거 공작’의 심각성
북한은 물론 중국도 한국의 선거를 겨냥한 사이버 공작에 나선 정황은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났는데, 이번엔 대학 연구팀에 의해서도 입증됐다. 그동안 중국이 미국·대만 등 다른 나라의 선거에 개입, 친(親)중국 정권을 출범시키거나 중국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했고, 그 수법도 나날이 발전해왔다. 국내 경우엔 아직 중국 정부 차원의 개입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내년 4·10 총선 때 중국의 댓글 공작에 대비한 대책이 더 절박해졌다.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 연구팀이 네이버 뉴스 댓글을 빅데이터 분석 기법인 ‘크롤링(데이터 추출)’으로 확인한 결과, 한미·한일 관계 비판 성격의 댓글을 대량으로 쓰는 50여 개 계정을 찾아냈다. 이들은 지난 9∼11월에만 3만 건이 넘는 댓글을 남겼는데 ‘참붕어빵’ 계정은 하루 평균 130여 개 댓글을 달았다. 이 계정들은 미국과 유럽연합이 공개한 중국 댓글 공작 추정 계정과 같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계정 이름에 중국식 어법이 반영된 경우가 많고, 한글맞춤법의 오류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계정 3개가 네이버에 남긴 댓글만 지난 2019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2만6207개에 이를 정도다.
댓글 내용은 노골적 선동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선(지난해 3월 9일)과 지방선거(지난해 6월 1일)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선 비난 댓글을, 민주당 후보를 향해선 지지 댓글을 달았다. ‘윤석열이 되면 나라 망하고 전쟁 난다’ ‘룸살롱 어퍼컷이 되면 나라 망한다’ ‘이재명 황제 폐하 납시오’ 등의 댓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를 방치하면 민의가 왜곡되고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에 처한다. 이제는 AI 기반의 딥페이크 영상도 확산일로다. 총선이 100여 일 앞이다. 더욱 경각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12.29 前 운동권, 여성 의대교수, 보육원 출신 02년생… 40代 이하가 6명
[달라진 여권 얼굴] 與 지명직 비대위원 8명 누구인가

▲한동훈 비대위 비대위원들. 사진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민경우, 김경률, 구자룡, 장서정, 김예지, 한지아, 윤도현, 박은식./조선일보DB
28일 발표된 ‘한동훈 비상대책위’는 기존 지도부보다 한층 젊어졌고, 비정치인·전문가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당연직 비대위원인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제외하고, 지명직 비대위원 8명 중 정치인은 김예지 의원 1명밖에 없었다. 지명직 비대위원들의 성별은 남성 5명, 여성이 3명이었다.
이날 국민의힘 비대위원으로 지명된 인사 중 유일한 정치인인 김예지(43) 의원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이다. 지난 6월 대정부 질문에서 김 의원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 위원장을 부르자, 한 위원장이 김 의원이 알아차리도록 “의원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나와 있습니다”라고 답해 화제가 됐다.
김 의원은 그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등으로 여야가 고성을 주고받는 가운데, 장애인 정책을 차분히 언급해 여야 의원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당시 법무부 관계자들에게 “김 의원은 의원 한 번만 하긴 아까운 인재”라고 칭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명직 비대위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민경우(58) 시민 단체 길 상임대표는 과거 이적(利敵) 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 본부 사무처장을 지내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두 차례 구속된 운동권 출신이다. 민 대표는 2008년 한미 FTA 반대 운동본부 정책팀장으로 광우병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그랬던 민 대표는 올여름 야권의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에 “광우병 괴담과 판박이”라며 “광우병 시위 당시 팩트엔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지난 8월엔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 출신인 함운경씨, 인명진 목사 등과 함께 “우리가 만든 쓰레기는 우리가 치우겠다”며 86 운동권 청산을 주장했다. 당 관계자는 “‘운동권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강조한 한 위원장의 생각이 그대로 담긴 인선”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하경
‘조국 흑서’의 공동 저자인 김경율(54) 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 역시 민주당 내 86 세력과 선명한 대비가 되는 인물이다. 전남 해남 출생으로 광주광역시에서 자란 그는 학생·노동운동을 했다. 참여연대에서 경제 민주화·재벌 개혁 운동도 열심히 했다.
그러나 2019년 9월 ‘조국 사건’이 터지자, 참여연대를 탈퇴했다. 조국 사건에 침묵하는 진보 진영에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진보 진영의 ‘내로남불’을 ‘팩트’로 저격하기 시작했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연루된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 대선 국면부터 지금까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발목을 잡은 대장동 비리 의혹 등을 파헤쳤다.
광주광역시 출신 내과 의사인 박은식(39) 호남대안포럼 대표도 ‘조국 사태’ 전후로 페이스북에 글을 쓰며 호남 보수 논객으로 유명해졌다. 이재명 대표가 단식 투쟁을 벌이던 지난 9월, 박 대표는 이 대표가 맞는 수액에 대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전해질, 심지어 비타민까지 다 들어 있는 혈관 뷔페”라고 비판했다. 광주시가 6·25 대남 침략 전쟁에 참전한 정율성을 기리는 기념 공원을 만들려고 하자 반대 시위도 벌였다. 최근엔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으로서 당 인재 발굴 활동도 하고 있다.
1978년생 동갑내기 비대위원도 3명 포진했다. 구자룡(45)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을 심층 분석해 방송 등에서 설명한 이른바 ‘이재명 저격수’로 불린다. 돌봄·교육 플랫폼 ‘자란다’의 장서정(45) 대표는 보육·워킹맘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세계보건기구(WHO) 담당관 출신으로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인 한지아(45) 의정부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도 비대위원으로 참여한다. 한 교수는 동교동계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조카이기도 하다.
가장 어린 비대위원은 2002년생인 윤도현(21) SOL 대표이다. 태어난 지 사흘 만에 보육원에 들어가 18년간 있다 자립했다. 자신과 비슷한 상황인 청년들의 자립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2021년에는 자립 활동가 13명과 자신들의 경험을 담은 ‘우리가 마주한 세상에는 지도가 없었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20대와 사회적 약자를 동시에 대변하는 인사”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정환 기자
12.30 바닥 없는 의원 윤리의 파산, 김남국 코인 거래 1118억

▲무소속 김남국 의원. /조선DB
현직 국회의원 11명이 21대 국회 임기 중에 가상 자산을 1256억원어치 거래했으며, 이 가운데 무소속 김남국 의원 혼자 1118억원을 거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거래 금액의 89%로, 나머지 10명의 평균 거래액(13억8000만원)의 81배에 달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의원의 가상 자산 보유·거래 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본업이 의원인지 코인 투기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김 의원은 핼러윈 참사 문제를 논의하는 국회 상임위 회의 도중에 코인을 거래한 사실만으로도 의원 자격 상실이다. 그는 “너무 소액이라 모르겠지만 몇 천 원 정도”라며 별것 아닌 양 말했지만 국회 윤리심사자문위가 조사해 보니 회의 도중 거래만 수백 번이었다. “매일 라면만 먹는다”며 ‘가난한 청년 정치인’ 이미지를 연출해 후원금을 모았는데, 알고 보니 코인을 팔아 보유한 현금성 잔고가 2021년 말 기준 100억원에 육박했다. 그런데도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다 당 징계와 코인 거래 내역 공개가 목전에 다가오자 민주당 탈당계를 제출했다. 그때 한 말이 “부당한 정치 공세에 끝까지 맞서겠다”였다. 민주당에서 전형적으로 나오는 현상이다.
김 의원은 국회 윤리위가 제명안 표결을 시도하자 30분 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한다는 이유로 민주당 소속 윤리위원들은 제명안을 부결시켰다. 무슨 잘못을 저질러도 불출마만 선언하면 면책해 주고 의원직을 유지시켜 주는 게 민주당식 윤리인가. 이러니 김 의원도 안하무인으로 버틴 것이다. 국회의원의 존재 이유와 기본 윤리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거래 금액은 김 의원에게 미치지 못하지만 가상 자산 보유·거래 내역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국회의원이 9명 더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지난 5월 국회가 권익위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의원 가족을 제외하고 의원 본인의 가상 자산 내역만 조사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국회법엔 재산 등록 때 가상 자산을 누락한 의원을 징계할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있으나 마나 한 조항이 돼버렸다. 1118억원을 거래한 사람도 의원직을 유지하는데 누굴 징계할 수 있겠나.
조선일보 사설
12.30 이낙연 “이재명 변화 의지 확인 못해...갈 길 가겠다”
이재명 “대표 사퇴·비대위 요구 수용 어려워”
전격 비공개 회동했으나 갈등만 확인하고 갈라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30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30일 비공개 회동을 갖고 통합 방향을 논의했지만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입장차만 확인했다. 이 전 대표는 회동을 마치고 “이재명 대표로부터 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좀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제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탈당 및 신당 창당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표 역시 이 전 대표에게 “(이 전 대표가 요구한) 사퇴나 통합 비대위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배석자 없이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전 대표가 그간 이 대표의 사당화를 비판하며 대표직 사퇴 및 통합비상대책위원회 요구를 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연말까지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했었다. 두 사람의 단독 면담은 지난 7월 이 전 대표가 미국에서 귀국했을 때 만난 이후 5개월 만이다.
55분간 비공개 차담을 가진 두 사람은 굳은 얼굴로 기다리던 취재진 앞에 섰다. 이 대표가 먼저 “상황이 매우 엄중하기 때문에 국민들, 우리 당원들 눈높이에 맞춰서 단합을 유지하고 이번 총선을 반드시 이겨야 된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당에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될 수 있고 실제로 기대치에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당을 나가시는 것이 그 길은 아닐 것이다는 간곡한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가능한 길을 찾아서 단합을 이뤄내고 그 힘으로 우리 국민들의 이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내야 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후 이 전 대표를 바라보며 “총리님, 다시 한번 깊이 재고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이에 이 대표는 “먼저 갈까요”라고 말했고 식당을 먼저 빠져 나갔다.
이어 이 전 대표가 취재진 앞에 섰다. 카메라 앞에서 수초간 침묵을 지키던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형편없는 폭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단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오늘 그 변화의 의지를 이재명 대표로부터 확인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마친 뒤 굳은 표정을 지으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구현하고자 했던 그 가치와 정신과 품격을 지키는 것이 더 본질이라고 믿는다”며 “그 정신과 가치와 품격이 지금 민주당에서 실종됐기 때문에 그것을 회복하라는 노력은 어디선가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오늘 민주당의 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그동안 당 안팎에서 충정 어린 제안이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응답을 기다렸으나 (이 대표로부터) 어떠한 응답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들이 ‘탈당할 것이냐’고 묻자 “그것은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좀더 가치있는 일을 위해서 제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요구했던 통합 비대위 전환 여부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는 “네, 그걸 (이 대표가) 거부했다”고 했다.
이후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현장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대표는 ‘엄중한 시기에 당 안에서 가능한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낙연 전 대표가 강조한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는 것은 당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 당 안에서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낙연 전 총리는 “지난 7월 이재명 대표를 만났을 때부터 혁신을 통한 단합을 강조했으나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그 반대로 갔다. 양당을 떠난 국민도 국민이고 민주당을 떠난 국민을 모셔오는 것이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된다. 민주당이 잘 되기를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수십년간 지켜왔던 가치와 품격을 유지해야 하는데 지금 민주당에서 그런 기대를 갖기는 어렵다”고 말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박 대변인은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에게 ‘대표직 사퇴나 비대위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애초 이날 비공개 회동 전부터 이 대표가 이 전 대표가 요구한 대표직 사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에 이날 두 사람의 빈손 회동은 예견된 결과였다는 평가가 많다. 결국 이 전 대표의 탈당을 앞두고 양측이 마지막으로 명분쌓기용 만남을 가졌다는 것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가 신년 초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6선 출신 이석현 전 국회 부의장은 29일 이미 민주당을 탙당하고 이낙연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조선일보 박국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