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의 소식 2023/
07-07 위성 쇼 위해 주민 굶기는 김정은 폭정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지난 5월 25일 누리호 발사로 한국이 자력으로 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린 7번째 우주 강국으로 등극한 지 7일째이던 31일. 북한은 ‘만리경-1형 정찰위성을 탑재한 천리마-1형 로켓’을 발사했다고 큰소리쳤다가 2단 추진체가 추락하는 바람에 자칭 우주 강국의 체면을 구겼다. 국군이 서해에 추락한 잔해들을 인양해 미군과 함께 분석했는데, 북한으로서는 발사체 및 위성 관련 정보를 한국에 털린 사건이었다. 이를 보면서 우리는 몇 가지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우선, 북한이 위성 발사를 빌미로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해 왔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천리마’ 발사 직후 유엔안보리, 국제해사기구(IMO), 유럽연합(EU) 등에서 ‘안보리 결의 위배’ 비난을 쏟아냈을 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6월 1일 자 담화를 통해 “미국은 수천 개의 위성을 쏘아 올렸는데 왜 우리의 위성 발사만 규탄받아야 하느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만리경-1형은 상업위성들보다 낮은 해상도를 가진, 군사적 효용성이 전무한 종이인형’이라는 분석 결과가 발표되면서 북한의 허세와 항변은 빛이 바랬다. 결국, 북한은 미사일을 쏘면서 겉으로는 한국에 뒤지지 않는 위성 실력을 과시하려 했던 것이다.
사실, 국제사회는 1998년 북한이 ‘광명성-1호’를 쏠 때부터 ‘위성 발사로 위장한 군사용 미사일’로 의심했고, 그래서 안보리는 결의 제1874호(2009년)를 통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했다. 그리고 ‘은하-3호’ 발사 직후에도 제2087호(2013년)를 통해 ‘모든 핵·미사일 활동’을 재차 금지했다. 그러나 위성 실력이 허풍으로 드러났다고 해서 저들의 핵·미사일 실력을 경시해서는 안 되며, 군사위성 개발을 향한 집요함을 얕봐서도 안 된다. 북한은 인민의 굶주림을 외면한 채 정권의 의지로 핵·미사일 개발에 국력을 쏟아붓는 군사 집단이다. 따라서 우리는 워싱턴선언을 뒷받침하는 구체적·가시적 실행계획들을 도출해 제도화함으로써 예상치 않은 정치변동에도 지속력을 유지하는 안보 지킴이로 삼아야 한다. 북핵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행보는 계속돼야 한다.
또 한 가지 명심할 것은, 북한의 상습적인 식량난과 굶주림이 미사일 발사나 위성 개발을 중단시킬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이미 전 주민이 십수 년 간 먹을 수 있는 식량을 허공에 뿌렸고,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12년 동안 197차례나 미사일을 쐈다. 80만t의 식량 부족이 예상되는 올해도 이미 상반기에만 17차례에 걸쳐 33기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대륙간탄도탄급 미사일 발사는 3000만 달러(약 392억 원) 그리고 단중거리 미사일은 500만 달러(약 65억 원)의 비용이 든다는 연구기관의 추정을 적용한다면, 이미 최대 6억5000만 달러(약 8500억 원)로 올해 식량 부족 문제를 거의 해결할 수 있는 돈을 탕진한 셈이다.
그러니 북한은 정말 특별한 집단이다. 요즘 노동신문에는 ‘지금 우리에게 있어 가을걷이보다 더 중요하고 긴박한 과업은 없다’ ‘힘을 총동원해 올해 농사를 성과적으로 결속하자’ 등의 제목들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군사비에 GDP의 4분의 1을 쏟아붓고 사흘이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쏘면서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문화일보
07.08 김일성 사망 29주기... 金부자 시체 박제엔 100억 넘게 썼다

▲1994년 7월 8일 사망한 북한 김일성의 시체 박제./조선일보DB
6·25전쟁 원흉(元兇) 김일성(1912~1994) 사망 29주기인 8일, 북한 김정은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김정일(1942~2011)의 시체가 박제돼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민족 최대 추모의 날에 즈음하여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으시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서거 29돌에 즈음하여 온 나라 전체 인민은 세월이 흘러도 진함 없는 절절한 그리움과 경모심을 안고 걸출한 수령, 민족의 어버이를 가장 경건한 마음으로 추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 29주기를 맞아 “위대한 수령님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강산에 차넘치는 조국의 7월” 운운하며 추모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정은은 또 북한이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부르는 6·25 정전협정 체결일인 오는 27일을 앞두고 ‘조국해방전쟁 승리 70돌 기념 메달’을 만들어 김일성·김정일에게 바쳤다.
김일성은 1994년 7월 8일 묘향산 개인 별장인 ‘향산특각’에 머무르다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같은 달 25일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의 역사상 최초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예정이었으나 김일성 사망으로 취소됐다.
김일성은 생전 자신이 죽으면 혁명열사릉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밝혔으나 아들 김정일은 이를 무시했다. 스탈린·레닌·모택동 등 사회주의 권력자들의 선례를 따라 우상화 작업을 위해 아버지 시체를 박제로 만들어 주석궁(이후 금수산기념태양궁전으로 개칭)에 전시했다. 김정일 역시 2011년 사망 후 같은 절차를 거쳐 박제됐다.

▲2011년 사망한 북한 김정일의 시체. 아버지의 선례를 따라 역시 박제됐다. /조선일보DB
2011년 AFP통신은 1994년 김일성 시체 박제에 참여한 러시아 전문가를 인용, 북한이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박제 비용으로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2011년 김정일 시체 박제에도 비슷한 비용이 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인간 시체 박제는 1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은 계속 발생한다.
러시아 레닌 시체는 매주 두 번 전문가들이 상태를 점검하고 정기적으로 시체를 방부 보존액에 담그는 등 관리를 거친다. 북한 김일성·김정일 시체도 매년 러시아 기술진을 초빙해 정기적으로 관리하는데, 연간 비용이 40만 달러(약 4억 5000만원) 이상 든다고 2019년 한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한 구에 2억 원 넘는 금액이 매년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김씨 부자 시체를 박제하고 관리하는 비용을 대략 추산하면 초기 박제 비용은 26억 원, 관리 비용은 82억 원가량 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서도 연 2억 원 이상 세금을 사망 100년이 다 돼가는 레닌 시체 관리에 쓰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있다. 독재자 시체를 계속 박제하는 북한·베트남 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시체 관리 비용’를 벌기 위한 수단으로 레닌 시체를 계속 보존한다는 시각도 있다.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월간조선 07월 호
■北 MZ 세대 생일 선물로 마약 준다?
北 마약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 늘고 있어
⊙ 호위사령부 산하 제약공장에서 필로폰 처음으로 생산
⊙ “北 주민들, ‘고난의 행군’ 이후 배고픔 잊기 위해 마약을 한다”
⊙ “주민들, 코로나19 이후 ‘필로폰’ 만병통치약이라고 믿어”
⊙ 마약 단속하는 北 안전원·보위원 마약 중독

코로나19 창궐 이후 북한 내부에서 필로폰 제조나 거래가 심각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북한에서 생산된 마약은 중국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북·중 국경이 봉쇄되자 100% 북한 주민들 상대로 거래되고 있다.
북한 정권에서도 이를 막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보지만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은 필로폰 제조와 유통을 막기 위해 관련자들을 사형까지 시키고 있다. 하지만 단속에 적발되는 이들은 일부 중독자와 유통 과정에서의 하수인들이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약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자 떠도는 소문을 듣고 필로폰을 복용했다가 중독된 사례도 있다. 이들은 필로폰 살 돈이 없자 집의 물품들을 하나 둘 장마당에 팔아 필로폰 살 비용을 마련하다가 더는 팔 물건이 없어지면 돈을 빌려 마약을 산 뒤 많은 양을 한꺼번에 투여해 생을 끊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한다.
최정훈 남북통일당 대표는 “지금 북한은 심각한 수준으로 마약이 퍼져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중국으로 밀수출을 못 하니 북한 내부 주민들을 상대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고 했다. 남북통일당은 2020년 3월 탈북민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정당이다.
최 대표는 “코로나19 당시에 북한은 치료제가 공급되지 않았다. 그러자 감염자들은 필로폰을 사서 투여하기 시작했다”면서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필로폰을 한 감염자들이 괜찮아지자 북한에서 필로폰이 코로나19를 치료한다고 소문이 돌았고, 그때부터 사람들이 필로폰에 정신이 팔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탈북민 김정혁(가명)씨는 “최근 북한 소식을 듣기 위해 연락을 했다가 기가 막힌 얘기를 들었다”면서 “고향의 고등학교 동창 몇 명이 필로폰에 중독돼 자살을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민은 “내가 탈북(2018년)하기 전에도 그런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면서 “같은 마을에 살던 사람이었는데 필로폰에 중독되어 집에 있던 모든 재산을 팔아 그 비용을 댔다. 하지만 비용 마련이 더는 어려워지자 필로폰을 과다 투여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북한 인권단체 ‘노체인’을 이끌고 있는 정광일 대표는 “북한에서 마약은 돈 많고 잘사는 사람은 하지 않는다. 제일 어렵고 힘든 사람이 환각 속에서 행복을 찾고 힘든 상황을 잊으려고 필로폰을 한다”면서 “그러다 결국 그 환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이어진다”고 증언했다.
‘고난의 행군’ 시기 마약 확산 시작
북한 내부에서 필로폰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시기는 1990년대 말부터다. 당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북한 대부분의 생산시설이 가동을 멈췄다. 모든 시설이 멈춘 상황에서 질병이 창궐하고 병자가 늘어났다. 제약공장도 문 닫은 지 오래였고, 국가가 제공하던 보건의료 서비스가 멈춘 상황에서 필수 의약품을 구할 방도는 없었다. 이 시기 북한 주민들은 마약으로 의약품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일반 사람들은 마약이 정확히 무엇이고, 마약의 부작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거의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아편은 북한에서 오래전부터 치료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었기에 조금 아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배탈, 설사, 고열 같은 게 있을 때 효능이 좋다는 것 정도였고, 그것이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어떠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당시 북한에서는 아편 말고도 새로운 마약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빙두’ ‘아이스’ 등으로 불리는 ‘메스암페타민’과 ‘헤로인’이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필로폰’을 북한에서는 ‘빙두’ ‘아이스’라고 부른다. 북한에서 헤로인 유통은 2000년대 초반 근절되었지만, 필로폰은 사람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져 나갔다.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에서 필로폰은 의약품을 대체할 만병통치약이었다. 실제 뇌졸중, 뇌경색 환자들이 필로폰을 복용하고 건강을 되찾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사람들의 필로폰에 대한 신뢰는 더 높아졌다. 여기에 필로폰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소문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고, 이후 필로폰은 북한 사회 곳곳으로 광범위하게 침투했다.
종합해보면 북한 주민들은 필로폰을 마약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의약품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코로나19 유행 당시 감염자들이 필로폰을 투여하고 나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더욱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코로나19 감염자들 필로폰 투약 소문
최근 도시에서만 유통되던 필로폰이 농촌마을까지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마약 밀수출을 하지 못하자 필로폰 유통책들은 농촌마을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농민들을 상대로 ‘필로폰을 하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고, 며칠을 쉬지 않고 일해도 힘들지 않다’고 유혹하며 필로폰을 유통하고 있다. 현금이 부족한 농촌마을에서는 가을에 곡식을 수확하면 1g당 옥수수 12kg씩 주기로 하고 필로폰을 외상으로 사고 있다.
김정혁씨는 “북한 농촌에서는 가을에 식량을 주기로 하고 필로폰을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밥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고, 농번기에 무리해서 일해도 힘들지 않다는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사람이 필로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부 주민은 배고픔을 잊기 위해 필로폰을 투여하기도 한다”면서 “마약에 대한 개념이 없다 보니 중독이라는 것에 대해선 알지도 못한다”고 했다.
최정훈 대표는 “1990년대 초반 북한 주민들에게 필로폰은 만병통치약이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 아프면 필로폰부터 찾는데 이렇게 서서히 중독이 되어 간다”며 “치료용으로만 쓰는 사람은 그나마 괜찮지만, 여기에 중독되어 한 가정이 몰락한 집도 수없이 많다”고 말했다.
호위사령부 관리 제약공장에서 필로폰 생산 시작
북한에서 필로폰을 제일 먼저 생산한 곳은 김일성 호위부대인 호위사령부가 관리하는 제약공장인 ‘상원군호위국제약공장’이다. 평양시 상원군에 위치한 이 공장은 호위사령부 군인들을 위한 약품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필로폰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전부터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상원군호위국제약공장에서 필로폰을 생산한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야간 근무를 하는 인원의 근무 중 졸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이유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다. 만약 전쟁이나 테러로 인해 김일성이 위험해질 경우 군인들이 목숨을 서슴없이 바치게 하기 위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탈북민은 “호위사령부가 관리하는 제약공장에서 처음 필로폰을 만들었다”면서 “김일성이 자신을 위해 가미카제 특공대를 만들기 위해 병사들을 중독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7월 김일성이 사망했고, 이후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이 시기 북한은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였다. 군인들도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외화벌이에 나섰다. 군 소속 외화벌이 회사들은 다른 물품으로 돈이 되지 않자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이후 마약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북한은 대대적으로 필로폰 생산에 들어간다.
북한은 당시 흥남제약공장과 순천제약공장, 상원만년제약공장에서 국가 주도로 마약을 생산했다. 함경남도 함흥시 흥남구역에 있는 흥남제약공장과 평안남도 순천시에 있는 순천제약공장은 화학 및 제약 인프라가 많이 조성된 지역이고, 과학자들이 많이 사는 도시여서 마약을 제조하기 안성맞춤이었다.
상원만년제약공장의 경우 원래는 평양시에 속했으나 지금은 황해북도에 속해 있다. 이 세 공장 모두 과거에는 의약품을 생산했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 마약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곳으로 바뀌었다. 이 외에 군(軍) 소유의 시설도 존재하지만, 지하에 있어 위성으로도 소재 파악이 어렵다.
북한은 국제사회와 중국, 러시아 등이 마약 생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자 마약 생산을 한동안 중단했다. 일시적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그곳에서 마약을 생산하던 기술자 중 일부가 민간으로 나왔고, 자신들이 직접 마약을 생산해 팔기 시작했다. 국가를 위해 마약을 생산하던 과학자, 기술자가 민간에서 활동을 시작하며, 결국 일반인에게까지 마약이 미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2008년 탈북한 김은정씨는 “흥남제약공장에서 일하던 기술자들이 공장이 문을 닫자 몰래 집에서 마약을 제조하기 시작했다”면서 “공장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마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확산된 필로폰 제조
민간으로 나온 필로폰 제조 기술자들은 처음에는 각 지역 본인의 집에서 마약을 제조했다. 하지만 필로폰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와 당국의 잦은 단속으로 인해 제조가 쉽지 않았다. 그러자 필로폰 유통책들이 기술자들을 빼돌려 다른 지역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북한 마약 유통책들은 기술자들을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는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 회령 등지로 이주시켜 필로폰을 생산하게 했다. 북한에서 제조된 필로폰 대부분이 중국을 통해 유통되기 때문에 거래의 편의를 위해 북·중 국경 마을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들은 마약을 두만강과 압록강 근처의 외딴집에서 제조해 생산 즉시 유통책을 통해 중국으로 넘긴다.
물론 이 세 지역에서만 마약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김정혁씨는 “북한에서 흔히 말하는 돈주들과 마약 유통책들이 필로폰 제조 기술자들을 다른 지역으로 빼돌려 그곳에서 마약 생산을 계속하도록 했다”면서 “기술자들은 북·중 국경 지역에도 많이 갔지만 다른 지역으로도 많이 이주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전국 어디서든 마약이 생산되는 곳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아마 지금 북한에서 10명 중 9명은 필로폰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면서 “머저리, 미물 아니면 거의 다 필로폰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고 증언했다.
그는 “최근에는 어린아이들이 집에서 부모들이 하는 것을 보고 있다가 부모가 집을 비우면 감춰두었던 필로폰을 꺼내 몰래 한다”면서 “북한 사회에서 필로폰은 일상화되어 있다. 북한 주민들이 친구 생일이나 결혼 선물로 필로폰을 주는 정도다”고 했다.
북한은 현재 마약으로 인해 진통을 겪고 있다. 여러 탈북민과 북한 내부 소식통의 전언에 의하면 북한 주민 대부분이 마약에 중독되어 가고 있어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북한 정권도 이에 갖은 방법을 동원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마약을 단속해야 할 안전원(경찰), 보위원(국정원 요원)들이 마약 제조·유통책들을 감시하고 적발하는 대신 이들 뒤에서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北 안전원·보위원들, 뇌물로 필로폰 받아
북한의 마약 확산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북한 정권이 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배포한 강연 자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자료는 2022년에 발간된 강연 자료다.
“함경남도 어느 군에서 무직자였던 박 모 놈 역시 돈에 환장이 된 년 놈들과 공모하여 10여차에 걸쳐 5kg의 마약을 제조하는 범죄행위를 감행하였으며 2009년 3월부터 2016년 2월 기간 40여차에 걸쳐 2.8kg의 마약을 10여 명에게 밀매하였을 뿐 아니라 2008년 8월부터 2016년 2월 기간에 10여 명의 불순한 자들과 수백 그램의 마약을 2000여차 사용하는 범죄행위를 감행했다.
평안남도 어느 군에서 부양(扶養)으로 살고 있던 오 모 년은 성 녹화물을 구매, 유포한 범죄로 법 기관에 단속되어 법적 처리를 받았지만, 자기의 죄과를 뼈저리게 뉘우치는 대신에 성 녹화물을 비롯한 불순 녹화물들을 사들여 시청하는 반국가범죄행위를 서슴지 않고 감행하였으며 2009년 11월부터 2016년 2월 기간에 4차에 걸쳐 자기 집과 여러 장소에서 2kg의 마약을 제조하고 400여차 사용하는 범죄를 감행했다.”
김은정씨는 “최근 북한 소식을 들어보면 안전원과 보위원들이 필로폰에 중독되는 사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들은 필로폰 유통책의 뒤를 봐주는 대신 노골적으로 필로폰을 요구하고 몇몇은 이를 본인이 투여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렇게 한 번 두 번 반복이 되면서 이들은 조금씩 마약에 중독되고 끝내는 당국에 적발되어 공개처형당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진다”고 했다.
김정혁씨는 “안전원과 보위원들 몇몇은 단속 과정에서 A급을 C급으로 바꿔 상부에 신고하고 빼돌린 A급을 되팔아 이윤을 남기는 식으로 돈을 번다”며 “이들이 마약상을 잡는 이유는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마약은 자멸을 부르는 지름길이다. 취재하면서 만난 대부분의 탈북민은 끝에 누구나 이런 말을 했다. “김정은 정권은 마약 때문에 망할 것이다.” ⊙
글 :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jgws89@chosun.com
07.14 식량난에 눈감은 북한 지도층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난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식량 원조 규모가 넉넉하지 않아 한국 정보 당국이 지난 3월 추산한 식량 부족분 80만t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북한 매체도 식량 보급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식량 배급이 불공평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남지 않은 평양 주재 외국인들의 전언에 따르면 평양엔 기아 사태가 없지만, 북한 동북 지방에는 기아로 인한 사망자가 있다고 한다. 심각한 인도주의적 재난이다. 경제 문제를 다룬 지난 6월 28~29일의 제8차 전원회의와 지난 5일의 내각 전원회의를 보면 북한 정권이 눈앞의 식량난을 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북 지방에 사망자 발생 보고
비료공장과 물 관리 개선 시급
저장창고·정미소도 현대화해야
그렇다면 해법이 있을까. 장기적으로 유일한 해법은 식량 증산으로 이어지는 자유시장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독립적인 상인 계층의 등장을 두려워하는 북한 정권은 이를 주저한다. 2021년 북한 정권은 당국의 곡물 독점을 위해 장마당을 축소했고, 당국이 운영하는 곡물 상점을 다시 열었다. 산이 많아 경작지가 부족한 북한의 지형적 특성도 문제다.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식량을 더 많이 지원하도록 할 재주도 없어 보인다. 유일한 희망은 세계식량계획(WFP) 인력의 재입국을 허용해 국제사회의 식량 원조를 다시 받는 것이다.
필자가 볼 때 식량난을 정치적·실질적으로 타개할 방법은 다음 네 가지다. 첫째, 비료 공장 확충이다. 옛 소련 붕괴로 석유에 의존하는 비료 산업은 더는 저렴한 석유를 우방국에서 수입할 수 없게 됐다. 비료가 부족하자 곡물 생산량이 곤두박질치면서 식량난으로 이어졌다. 북한에서 가장 큰 흥남비료와 남흥화학, 그리고 최근 문을 연 순천인비료공장의 경우 석탄이나 석회석을 연료로 사용해 돌아가지만, 여전히 효율적 가동이 어렵다. 식량난 해소를 위해 이 공장들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둘째, 물 관리다. 잦은 홍수와 가뭄은 흉작으로 이어진다. 북한에서 추방된 외국의 물 공학자들은 북한이 자신들만의 방식을 고집한다고 지적한다. 북한이 국제적으로 입증된 물 관리 방법을 무시한다는 비판이다. 북한이 기준 이하의 재료로 둑을 만들어 수압이 높아지면 둑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었다고 한탄했다. 어느 물 공학자는 현대의 북한보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물 관리 능력이 훨씬 뛰어났다고 전했다.
셋째, 식량 저장 현대화가 필요하다. 낡고 비효율적인 저장 시설에서 많은 곡물이 해충과 곰팡이에 썩어간다. 북한의 한 가정주부는 “처음에는 쥐들이 먹고 그다음에 병사들이 먹고 그다음에야 우리가 먹는다”고 필자에게 말했다. 넷째, 정미소의 현대화가 필요하다. 북한 정미소는 매우 열악해 수확한 벼와 겉겨를 제대로 정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쌀은 요리하기 어렵고 영양소가 충분하지 않다.
이런 문제 중에 하나만 개선해도 상황은 어느 정도 호전될 것이다. 이들 중 어떤 것도 정치적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미사일 외피 개발보다 정미소 건설이 훨씬 싸고 수월할 것이다.
그런데도 왜 북한 정권은 식량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는가. 아마도 북한 정권이 어떠한 외세의 영향도 허락하지 않기 때문 아닐까. 북한 주민은 한국식 말투를 쓰거나 ‘무분별하게’ 옷을 입으면 비난받는다. 이런 환경에서 어떤 군 간부도 외국의 물 관리나 곡물 저장 모델을 도입하자고 나서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지도부의 관심 부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들어 농업은 차치하고 그 어떤 경제 시설도 방문하지 않았다. 지난달에 있었던 전원회의에서 경제적 문제가 다뤄졌지만 김 위원장은 그 회의에서 발언하지 않았다. 이는 당 간부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신호를 준다.
새로운 무기를 만든 간부는 칭찬받지만,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군 간부는 언급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 지도자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어디에 관심이 없는지 간부들은 너무 잘 안다. 식량난에도 김 위원장은 지금 무기 프로그램에만 혈안이 돼 있다. 북한이 겪고 있는 많은 비극 중 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중앙일보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08-17 [속보] 국정원 “北, 김정은에 불평·항의하는 불평분자 색출 TF 신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4일 공개한 사진에서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6호 태풍 ‘카눈’으로 피해를 본 강원도 안변군 오계리를 찾아 피해 복구 현지 지도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가정보원은 17일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불평·항의하는 불평분자를 색출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고 보고했다. 북한에서는 올해 1~7월 굶어 죽은 사람이 최근 5년 평균치보다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내부 식량 사정이 악화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에서 국정원이 이같이 보고했다고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유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김정은 일가와 당 정책에 대해 거침없는 불평과 집단 항의가 있음에 따라, 북한 당국이 지역 당 산하에 불평분자 색출을 전담하는 비상설 TF를 신설했다”고 보고했다. 또 “북한 당국은 2023년 초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으나 실제 효과를 보지 못했고, 보위부 또한 안전원 등의 총기 소지 권한을 확대하면서 그 부작용도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북한 국경 폐쇄 후 탈북자가 급감했으나 올해는 현재까지 99명이 탈북한 것으로 파악돼 지난해 대비 3배가 늘었다. 국경이 개방되면 증가 추세가 좀 더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또 “현재 파악하기로 북한의 1∼7월 아사자가 240여건으로, 최근 5년 평균 110여건 대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사적인 곡물 거래 금지 정책과 군량미 우선 배분으로 곡물가가 계속 고공행진 속에 있다”라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지원 차량 활동이 활발한 것이 평양 등에서 포착됐다”며 “액체연료 공장에서 추진체가 빈번히 반출되는 등 ICBM 발사 준비 징후가 계속 식별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고체 미사일 생산시설에도 차량 활동이 이례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다”며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합동 훈련이 예상된다”고도 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하반기 최우선 주문과제로 군사 정찰 위성의 기술적 준비 완료를 요구했다”며 “군사 정찰 위성 결함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일 75주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8월 말 또는 9월 초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문화일보 조성진 기자
08-18 北고위층 겨냥 폭발물 테러설… 사실땐 ‘내부 동요’ 징표
“한달전 평양인근서 발생”보도
국정원 “올 北아사자 240여명”
북한 평양 인근에서 최근 폭발물 테러 정황이 있었다는 보도가 18일 나오면서 고위층을 겨냥한 테러설 등 북한 사회 내부의 동요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한 매체는 북한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1~2개월 전 평양 인근에서 폭발물 테러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소식통은 “현지 주민 몇몇의 증언을 통해 폭탄 테러 정황을 파악했다”면서 “(주민들은) 굉음과 사람들 비명소리도 들렸다고 했다”고 전했다. 인민군 고위급 인사를 겨냥한 폭탄 테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우발적이거나 실수로 발생한 사고일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소식통은 “아직 이 사고의 원인이 뭔지 더 확인이 필요한 단계”라면서도 “현지 주민에 따르면 사상자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폭발 사고가 있었고 이것이 고위층을 노린 의도적 테러였다면 북한 내 심각해지는 정세 불안 정황을 나타내는 징표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17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내 식량 사정이 악화하며 올해 1~7월 아사자가 240여 명으로, 최근 5년 평균 110여 명과 비해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장마당(시장) 세대를 중심으로 김정은 일가와 당 정책에 대한 거침없는 불평 및 항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까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관영매체에서는 관련 소식이 실리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에 관해 “통일부 차원에서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08.24 北 “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3단계 비행 중 오류 발생”

▲지난 5월 31일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을 발사하고 있다. 이 로켓은 2단분리에 실패해 서해에 추락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24일 군사정찰위성을 탑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 지난 5월 31일 처음으로 발사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지 85일 만이다. 하지만 발사체는 1·2단 분리 때까지는 정상 비행을 하다 3단 분리 비행에서 문제가 생겨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에 이어 이번에도 우주발사체 발사에 실패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3시 57분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북한은 남쪽방향으로 ‘북한 주장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며 “우리 군은 경계태세를 격상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발사체는 3단 분리에 실패해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2차 군사정찰위성발사시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1계단과 2계단은 모두 정상비행했으나 3계단 비행 중 비상폭발체계에 오류가 발생해 실패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는 2단 분리에서 오작동이 발생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3단 분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그러면서 “국가우주개발국은 비상폭발체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된 원인을 빠른 기간내에 해명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해당 사고 원인이 계단별 발동기들의 믿음성과 체계상 큰 문제는 아니다”면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한 후 오는 10월에 제3차 정찰위성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서해에 추락한 지 15일 만인 6월 16일 인양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조선일보 DB
우리 군도 이날 오전 6시 40분 추가 입장을 내 북한의 발사 실패를 확인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 주장 우주발사체’ 발사징후를 사전에 식별하여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으며, 발사 시 즉각 포착하여 지속 추적·감시하였고, 실패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북 주장 우주발사체’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어떠한 발사도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면서 “군은 확고한 연합방위태세 하에 진행 중인 UFS 연습과 훈련을 강도 높게 지속 시행하면서, 북한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한 가운데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초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미는 지난 21일부터 이달 31일까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한 하반기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 진행 중에 있다.
앞서 북한이 밝힌 위성 발사체 잔해물 낙하 예상 지점은 한중잠정조치수역에 포함된 북한 남서 측 서해상 2곳과 필리핀 동쪽 태평양 해상 1곳이었다. 우리 군은 실제 발사체 추락한 위치를 파악해 잔해물 수거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재차 실패로 끝나면서 김정은의 리더십에도 일정 부분의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최근 식량 부족이 심각해지며 민심이 동요하자 “건달뱅이들이 무책임한 일본새(일하는 태도)로 국가 경제 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면서 경제난을 김덕훈 내각 총리의 책임으로 돌리며 그를 경질하기도 했다.
08-24 北 또 ‘우주발사체’ 도발… 한미일 新대응체제 가동해야
북한이 24일 새벽 3시 50분쯤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했지만 지난 5월 31일 1차 발사에 이어 또 실패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단계와 2단계는 모두 정상비행했으나 3단계 비행 중 비상폭발 체계에 오류가 발생했다”고 2시간 만에 실패를 시인했다.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10월 중 3차 발사를 예고했다. 연거푸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1차 때 2단계 엔진 문제로 추락한 것에 비하면 기술적인 진전을 이뤘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북한의 ‘우주발사체’ 실험은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추진체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도발이다. 정찰위성을 2∼3개월 간격으로 만들어 계속 발사한다는 것부터 비정상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정각 발사 실험을 위장한 것 아니냐는 게 합리적 분석이다. 1차 발사체를 수거해 검증한 군 당국은 정찰위성으로서 가치가 없는 조악한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어 더욱 그렇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군사위성을 갖지 못하더라도 핵미사일 자체로 치명적인 위협이다. 이런 판단에 의거해 한·미·일은 ‘8·18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3국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신(新) 대응체제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고를 받고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미사일 방어능력 증대, 3자 훈련 정례화를 면밀하게 추진하라”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미국·한국 등과 협력해 필요한 대응을 적시에 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국방부는 정상회의 후속조치로 “올해 말까지 3국 공동의 미사일 방어를 가동하고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기 경보를 포함한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의 상습 도발에 더 강력한 외교적·군사적 대응을 해야 한다. 진행 중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한미 연합훈련을 차질없이 실시하고, 앞으로 더 한층 강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한·미·일 3국이 북한 도발에 대한 새로운 대응체제 구축 및 가동을 더욱 서두를 필요가 있다.
문화일보 사설
08-29 김정은 ‘대내외 곤경’ 더 심각해졌다

권태오 前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대표, 예비역 육군 중장
안석 간석지 막말 공개 이례적
경제체제 파탄 책임 전가 예고
핵 개발 속 자력갱생은 신기루
식량 부족 심각해 아사자 속출
한미일 합의로 협박도 안 통해
인사 조치 통한 변화 나타날 것
외부와 단절된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공식적으로 바깥세상에 알려지는 창구는 당에서 운용하는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정도다. 주로 다루는 뉴스들은 주민을 교육하고 선전선동하기 위한 것이지만, 가끔은 외부를 향한 상당한 메시지도 담겨 있다. 지난 21일에는 좀처럼 보기 드문 내용이 보도됐는데, 그 속에는 현재 북한이 직면한 문제가 적나라하게 포함돼 있었다.
기사는 김정은이 배수구 구조물 설치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대규모 침수 피해가 발생한 평안남도 남포시 안석 간석지 침수 현장을 방문한 것을 다루고 있었다. 그 내용은 자못 심각했다. 붕괴된 해안선 제방으로 유입된 바닷물로 560여 정보(약 5.5㎢)의 농경지가 침수된 곳에서 내각 총리(김덕훈)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건달쟁이” “정치적 미숙아” “지적 저능아” 등의 막말을 쏟아내고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하는 모습이 방영된 것이다. 대체로 지도자의 긍정적인 모습만 방송하던 북한 매체에서 물에 잠긴 경작지에 들어간 김정은이 수행원들에게 손가락질하며 욕하는 것을 그대로 송출한 것이기에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먼저, 지도자가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체제는 조만간 파탄 날 것으로 보인다. 안보는 핵무기를 통해 달성됐지만, 경제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김정은은 2017년, 6차 핵실험에 성공한 후 핵무력이 완성됐다고 선언하고 그 이듬해 국가발전 전략을 ‘사회주의의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자원 배분 우선순위를 군사에서 인민 경제 분야로 옮기고, 이 문제는 전적으로 내각이 책임지도록 했는데, 마치 전문 관료들로 구성된 내각을 우대하고 국가 경영에 책임을 분담한 것 같았으나 실상은 감당하기 어려운 임무를 맡기고 실패할 때는 책임을 전가한다는 복선이 깔려 있었다. 본질적으로 지도자가 자력갱생을 계속 고집하는 한 누가 맡아도 현재 북한의 경제정책은 성공할 리 만무한 것이다.
둘째, 북한의 심각한 식량 사정을 엿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이후 북한은 국경을 봉쇄하고 장마당을 폐쇄하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경제활동이 불가능해진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반복된 홍수는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 사정을 악화시켜 버렸다. 그러다 보니 농경지가 바닷물에 침수된 사건은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대형 사고인 것이다. 미국 농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은 121만t에 이르렀으며, 앞으로도 매년 평균 80만t가량의 부족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아사자가 속출한다는 소식이 헛소문이 아닌 것이다.
셋째, 예고된 인사 조치는 내각만으로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김덕훈은 내각 총리이면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어 형식적으로는 북한 서열 2위에 해당한다. 그런 인물을 적시해 용서할 수 없다고 공언한 것은 인사 조치의 폭이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예측하게 만든다. 이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있기 때문이다. 남한의 정권이 바뀌면서 문재인 정부와 협의해 애써 중지시켰던 한미연합연습이 부활했다. 미사일을 쏘면 ‘무조건 대화’하자고 나오던 한국과 미국의 반응도 이제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캠프데이비드에서의 한미일 3국 합의는 그동안 잘 써먹던 핵 카드마저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으니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책 변화가 불가피하며, 새로운 인물을 기용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넷째, 물속에 들어간 김정은의 모습을 보여 준 것은 이미지 개선 의도도 있던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김정은이 고모부를 처형하고 친형도 독살한 잔인한 독재자이며 인민은 굶주려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진하는 불량한 지도자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번의 영상은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인민 경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보이려 시도한 것이다.
북한은 충성 경쟁을 유발하거나 책임을 전가(轉嫁)하기 위해 자주 ‘인사 조치’ 방법을 사용해 왔다. 만일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면 대외정책에서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기에 곧 드러날 김정은의 속내가 주목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문화일보
09-02 北급변사태 가능성 커져… 대응 시나리오 정비해야
북한 내 식량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다만 요즘 식량 사정은 확실히 심상치 않다. 보통 어떤 지역 내 식량 수급 상황을 파악할 땐 결식(缺食) 개념으로 확인한다. 북한은 좀 다르다. 만성적 식량 부족 국가인 북한에서 결식은 일종의 상수다. 그래서 아사(餓死), 즉 굶어 죽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가 식량난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 내 아사자 발생 건수는 올해 1∼7월 기준 240여 건. 최근 5년간 매년 같은 기간 평균(110여 건)보다 2.2배로 증가했다. 북한은 배급 순위표 최상단에 있는 군인에게 지급하는 1인당 하루 곡물 배급량까지 기존 620g에서 580g으로 최근 감량했다고 한다. 앞서 5월 어선을 타고 탈북한 두 일가족이 목숨을 걸고 귀순한 배경에도 ‘배고픔’이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장 살고 죽는 문제와 직결되는 식량난은 북한 내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치지만 특히 우리 정부 당국은 범죄율과의 연계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사람이 극단적 상황에 몰리면 극단적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느냐”며 “굶어 죽는 것만큼 극단적 상황은 없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북한 내 강력범죄는 급증 추세다. 국정원은 올해 상반기 북한 내 강력범죄가 예년 같은 기간 대비 3배 늘었다고 밝혔다. 물자 탈취를 노린 사제폭탄 투척 등 대형화 조직화된 범죄까지 발생하고 있다. 폭발물 테러 정황도 최근 포착됐다. 북한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현지 몇몇 주민의 증언을 통해 테러 정황이 파악됐고, 이 주민들은 사람들 비명까지 들었다고 했다. 우발적이거나 실수로 발생한 사고일 가능성이 있지만 군부 고위급 등 지배층을 겨냥한 폭탄 테러일 수도 있다는 게 이 소식통의 얘기다.
강력범죄가 급증하고 테러 가능성까지 대두되는 현 상황을 휴전선 건너 윗동네 얘기만으로 볼 건 아니다. 북한 내 급변사태 가능성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보 소식통은 “폐쇄적인 체제일수록 점진적 붕괴보단 급변사태로 한순간에 무너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고위층을 겨냥한 테러 등은 이 급변사태를 촉발시킬 확률 높은 트리거라고도 했다. 인민군 부소대장 출신 탈북민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북한 급변사태는 예고돼 있다. 2, 3년 안에 닥쳐올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 급변사태에 대응할 계획을 정부는 이미 갖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고, 매년 이 계획을 업데이트도 한다. 다만 김정은 집권 초기보단 정부 안팎에서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나 고민이 줄었단 말도 들린다. 10년을 훌쩍 넘긴 김정은 체제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급변사태 가능성이 줄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국경 봉쇄가 식량난을 가중시키고, 그 식량난이 반체제 테러 가능성까지 연쇄적으로 높인 현 상황은 새로운 전개로 봐야 한다. 급변사태 위험 수위가 높아진 건 분명하다. 북한 급변사태 시 우리 민군 작전 계획을 가다듬어야 한다. 대량 탈북 사태, 주변국 개입 시나리오 등에 따른 대응책까지 당장 꺼내 쓸 수 있을 수준으로 정비할 때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
09.07 푸틴 만나는 김정은, 뒤에선 러 해킹해 무기 기술 빼냈다
앞에선 푸틴과 정상회담 추진
뒤로는 러 방산업체 기술 탈취
판박이 미사일·전차·위성 생산

▲지난 7월 26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무장장비전시회장을 찾아 무기를 설명하고 있다./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지난해 초 러시아 위성 개발 업체인 ‘스푸트닉스’의 내부망을 해킹해 초소형 위성체 관련 기술 등을 빼낸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북한은 러시아 최대 전차 생산 업체인 ‘우랄바곤자보드’ ‘러시아판 패트리엇’으로 알려진 S-300 등 지대공 요격 미사일 개발사인 ‘알마즈-안테이’도 해킹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러가 이달 중순 정상회담을 열고 대규모 무기 거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북한이 뒤로는 러시아의 기술을 탈취해왔다는 것이다.
본지가 입수한 사이버 보안 업체 ‘지니언스 시큐리티 센터’ 보고서 등에 따르면, 북한 해커 부대는 지난해 1~3월 스푸트닉스의 시스템에 침입할 수 있는 백도어(뒷문)를 몰래 설치해 다량의 정보를 빼낸 것으로 나타났다. 스푸트닉스는 러시아 우주연구소와 연계된 민간 위성업체다. 북한은 이 업체에서 초소형 위성체 관련 설계도 등 기술 일부를 빼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올해에만 두 차례 정찰위성이 탑재된 우주 발사체를 발사하는 등 우주 기술에 진전을 본 것도 이 같은 해킹이 한몫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2020년 5~8월에는 지대공 미사일 개발로 유명한 러시아 알마즈안테이사의 내부망을 뚫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해커들은 이 회사의 내부망에 침입해 개발자들의 신상 정보와 미사일 부품 정보 등 각종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2019년 중순에는 러시아의 3.5세대 주력 전차인 ‘T-14 아르마타’ 등을 개발·생산하는 우랄바곤자보드의 설계 도면을 해킹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은 극초음속· ICBM 등 첨단 무기 관련 방산 업체들도 수년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해킹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의 방종관 전력개발센터장은 “북한에 러시아는 최고의 무기 판매처이자 우방이지만 동시에 기술 탈취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09-08 리설주 대신 신형잠수함 ‘탯줄 자른’ 최선희… ‘확고한 권력’ 시사

▲지난 6일 열린 북한의 첫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 진수식에서 최선희(왼쪽) 외무상이 통상 여성이 맡는 진수자 역할에 나서 도끼로 밧줄을 자르고 샴페인 병을 깨트리고 있다. 이 모습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 현송월 당 선전부 부부장 등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崔, 진수식 하이라이트 역할
보통은 퍼스트레이디가 맡아
북한의 첫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식에서 진수자 역할을 최선희 외무상이 맡은 것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제기된다. 여성이 맡게 되는 진수자는 국가 규모 진수식에서는 주로 여왕이나 퍼스트레이디가 맡게 되며, 진수자는 탯줄을 자르듯 선박과 독을 잇는 밧줄을 도끼로 자르는 등 역할로 해당 행사의 주인공으로 비친다.
8일 조선중앙통신의 지난 6일 ‘김군옥영웅함’ 진수식 보도에 따르면, 최 외무상이 진수자 역할을 맡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 김명식 해군사령관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수식의 하이라이트인 진수선(함정과 연결된 줄)을 도끼로 끊고, 샴페인 병을 깨뜨리는 의식을 치렀다. 서구 전통상 이 같은 의식은 여왕, 퍼스트레이디, 선주의 부인 등에게 맡겨져 왔다. 한국도 지난해 7월 울산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8200t급)의 진수식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진수자로 나섰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는 아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최근 공개 행사 때 데리고 다니는 딸 주애나 여동생 김여정도 나서지 않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최 외무상의 진수식 등장 자체도 의아한데 통상 지도자급이 맡은 의례까지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을 겨냥한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리설주나 김주애 등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분석도 있다. 최 외무상은 김 위원장 집권 후 외무상을 맡아 핵심 측근으로 부상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월간조선 09월 호
최초 인터뷰
■탈북 IT 기술자가 말하는 북한의 해외 IT 외화벌이 실상
“중국·러시아 파견 北IT 기술자들, 미국인으로 위장해 미국계 회사 취업”
⊙ “과거에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많이 해… 지금은 아이폰 앱 개발 등”
⊙ “해외 파견 IT 기술자들, 감금된 상태에서 하루 17~18시간 노동”
⊙ “75 지도국은 1년에 2000만 달러 넘게 벌어들여”
⊙ “번 돈의 평균 80%는 회사에 바치고 10~15% 자신이 가져가”
⊙ “금성학원·금성제1중학교 출신 영재 200명, 김일성대와 김책공대로 진학”
⊙ “해외 나온 후 김씨 정권의 위선을 봤다”
⊙ “북한에 있을 때부터 빌 게이츠처럼 스타트업 하는 것이 꿈”

▲북한이 해외로 파견한 IT 인력들을 묘사한 그림이다. 사진=조선일보
지난 5월 23일 한국과 미국 양국은 북한의 IT(정보기술) 인력을 이용한 외화벌이를 차단하기 위해 북한 진영정보기술개발협조회사와 그 총책임자 김상만을 제재(制裁) 대상으로 지정했다. 북한 IT 기술자들이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해 미국과 한국 등 여러 나라의 IT 일감 수주를 통해 벌어들이는 자금이 핵·미사일 개발 밑천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한국 정부는) 이 밖에도 북한 해커들의 해외 외화벌이 활동에 직접 관여한 북한의 기관 3곳과 개인 7명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그동안 북한은 여러 경로를 통해 핵·미사일 실험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해왔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자금줄이 막히자 IT 기술자들을 양성, 해외로 파견했다. 이들은 국적과 신분을 숨기고 해외에서 휴대전화에 필요한 프로그램과 다양한 IT 관련 일들을 하면서 달러를 벌어들였다.
기자는 지난 7월 미국 출장 중 IT 기술자로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던 중 탈북한 김진명(가명)씨를 만났다. 그동안 해외에 파견된 IT 기술자들이 탈북(脫北)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북한의 IT 기술자가 국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에 대한 정보는 현재 공개된 바 없다.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의 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최고 인재들로 구성된 김일성대 금성반

▲북한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금성학원. 사진=연합뉴스
― 먼저 본인 소개를 해주시죠.
“북한의 금성학원 컴퓨터반을 졸업하고 김일성종합대학 ‘금성반’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군수공업 분야에 배치받아 해외로 나오게 됐습니다. 해외 분야에서 10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 원래 금성학원은 예술 인재를 양성하는 곳으로 알려졌는데요.
“원래는 그랬죠. 그 전에는 금성제1중학교로 불리다가 2003년 7월부터 금성학원으로 명칭이 변경됐어요. 그러다 다시 분리해 다양한 특기생들을 키워내는 곳으로 확장됐죠. 대표적으로 수학부와 컴퓨터학부 같은 부서가 추가되어 다양한 인재 양성 학교로 자리 잡았어요.”
― 수학부와 컴퓨터학부를 새로 추가한 이유가 있나요.
“2001년경 김정일이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후 러시아에서 IT 분야에 대해 많은 영감(靈感)을 받은 것 같아요. 돌아와서는 갑자기 IT 인재들을 양성하라고 지시가 내려왔어요. 이후 전국의 제1중학교(북한의 수재학교)들에서 시험을 봐서 인재들을 뽑았어요. 물론 아무나 시험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학교에서 전교 몇 등 안에 드는 학생들만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있었죠. 여기서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을 뽑아 금성학원 컴퓨터학부와 금성제1중학교로 보냈습니다.”
― 금성학원과 금성제1중학교를 졸업하면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나요.
“두 학교 학생들은 다른 데 갈 수 없습니다. 오직 김일성종합대학교(김대)와 김책공업종합대학(김책공대)에만 갈 수 있습니다. 두 학교에는 IT 인재를 양성하는 전문반이 따로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금성학원을 졸업하고 김대 금성반으로 곧바로 갔습니다.”
― 금성반은 하나의 학부 개념인가요.
“특설 학부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은 아니고 금성학원과 금성제1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만 갈 수 있는 특별반입니다.”
― IT 인재를 전문적으로 키우기 위해 특별반을 만든 거군요.
“네. 여기는 다른 학과들처럼 4년제가 아니라 2년 반이면 졸업할 수 있게 만든 특설반입니다.”
― 학생들은 보통 몇 명 정도 되나요.
“해마다 다릅니다. 한 해에 금성학원에서 100명, 금성제1중학교에서 100명이 졸업을 하는데 200명 중에서 김대와 김책공대로 나눠 가게 되는 거죠. 한마디로 북한 최고의 IT 인재들이 여기로 모인다고 보면 됩니다.”
“김일성·김정일 혁명역사와 컴퓨터만 배워”

▲1990년대에 금성학원 학생들이 컴퓨터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그런데 왜 학기가 2년 반밖에 안 되죠.
“어린 학생들을 빨리 교육시켜 해외로 내보내 돈벌이를 하려는 북한의 계획입니다. 그리고 어릴수록 머리가 잘 돌아가니까 빨리 교육시켜 내보내는 거라고 봅니다.”
― 2년 반 동안 모든 과목을 압축해서 배운다고 보면 되나요.
“그건 아닙니다. 북한 대학에는 다양한 과목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주체 경제학, 철학, 사회학 등 여러 과목이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것은 배우지 않습니다. 오직 김일성·김정일 혁명역사와 컴퓨터에 관해서만 배웁니다. 그러니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죠.”
― 2년 반 후 졸업하면 그다음은 어떻게 됩니까.
“사실 그다음부터는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힘 있는 기관들의 싸움이죠.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로 인해 돈벌이가 IT밖에 없으니 기관들이 IT로 다 몰리는 거죠. 그렇다 보니 우리 같은 사람들의 인기는 대단한 거죠. 우리가 선택해서 가는 것은 아닙니다.”
― 주로 어떤 기관들이 힘이 있다고 보면 되나요.
“인민무력부(현 국방성), 총정치국, 정찰총국 등 군(軍) 관련 기관들이 힘이 있죠. 힘 있는 기관들에서 학교로 찾아와 학생들에게 자기들 기관으로 올 생각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학생들은 당연히 힘 있는 기관으로 가려고 하죠. 그곳에 가면 자신의 미래가 보장되니 학생들은 기회만 되면 다 가려고 하죠.”
― 군에서 인재들을 가장 먼저 뽑아 가는 거네요.
“네. 그리고 당(黨) 산하 기관 회사들에서 학생들을 데려가려고 합니다.”
― 당 산하 기관들은 어떤 곳이 있습니까.
“조선컴퓨터센터가 있고, 75 지도국 같은 데서 뽑아 갑니다. 조선컴퓨터센터의 또 다른 이름은 313총국이라고도 합니다. 이 기관들은 당 산하 군수공업부 산하 기관들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1만 달러에 팔아넘기는 것”
― 또 다른 기관도 있나요.
“국가정보화국 같은 경우는 내각 산하 기관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밖에 평양정보센터(PIC) 등이 있습니다. PIC는 평양 보통강구역 경흥동에 본사를 두는 기업소로서, 조선컴퓨터센터와 쌍벽을 이루는 북한의 중추적인 컴퓨터 종합운영 기관입니다.”
― 공식적으로 이들이 북한에서 가장 큰 컴퓨터 관련 회사인가요.
“네. 북한 주민들이 아는 공식적인 큰 기관들이죠. 군에서 학생들을 선발해 가고 나면 나머지 기관들에서 데려가야 하는데 인원이 없어 학생들을 데려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생 수가 200명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학생들을 데려가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꼼수가 발생하는 거죠.”
― 어떤 꼼수요.
“학생들에게 가격이 매겨져 있습니다.”
― 가격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학생들이 졸업하면 대학교 학생간부과에서 이들의 거처를 정해줍니다. 그렇다 보니 회사의 경우 간부과를 통해야만 학생들을 데려갈 수 있겠죠. 처음엔 기관들이 간부과 사람들에게 뇌물을 바치면서 잘 보이려고 노력했죠. 그러다 점차 IT 기술자들의 수요가 많아지다 보니 이들(간부과)이 돈을 요구하기 시작한 거죠.”
― 1인당 얼마씩 내야 되나요.
“2018년까지만 해도 5000달러였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이런 거래가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2018년 이후 1인당 1만 달러까지 가격이 올랐는데, 아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더 올랐을 겁니다.”
― 이런 사실을 학생들은 아나요.
“당연히 모르죠. 이건 뭐 과거 노예들을 팔고 사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1명당 1만 달러에 팔아넘기는 거죠.”
“10명씩 한 조로 묶어 해외로 파견”
― 보통 기관들에서 몇 명 정도를 뽑아 갑니까.
“기관마다 다르죠. 군부에서 뽑아 갈 때는 3~5명 정도 뽑아 갑니다. 물론 과거 초기에는 많이 뽑아 갔어요. 1년에 150명씩 데려가다 보니 해당 기관에 ‘금성반’ 중대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많이 뽑아 가지 않습니다.”
― 해당 인원들을 모두 해외로 파견하는 건가요.
“맞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2~3명 선발해 거기에 인원을 더 추가해 한 개 조(組)로 묶어 해외로 파견합니다. 이렇게 소규모로 뽑아 가는 사람들은 힘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적은 인원이 나갑니다. 금성반에서 공부한 사람은 100% 해외로 나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 다른 기관들은 몇 명 정도가 한 조인가요.
“대부분 10명씩 한 조로 묶어 해외로 파견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한 조에 있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한 조에 10명이 편성되어 있습니다.”
― IT 기술자들 평균 연령대는 어떻습니까.
“다들 나이가 어립니다. 북한은 17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가서 2년 반을 공부하고 바로 해외로 나가니까 대부분 19세에서 20세의 젊은 청년들이죠.”
― 해외로 파견되기 전 다른 교육은 받지 않나요.
“심한 경우 40~50명 한 집에 살아”
― 인원을 가장 많이 파견한 기관은 어딥니까.
“아무래도 국방 관련 분야가 제일 많습니다. 해외 파견된 북한 IT 기술자들은 대부분 그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제일 많이 나가 있는 국가는 어딥니까.
“중국과 러시아죠. 다른 국가도 있는데 두 국가에 비해 많지 않습니다.”
― 해외로 파견되면 어디서 생활하나요.
“대부분 집을 빌려 생활합니다.”
― 그럼 10명이 한 집에서 생활하나요?
“급이 높고 힘 있는 기관은 3~5명 정도가 한 집에서 생활하고, 보통은 10명이 한 집에서 거주합니다. 힘이 없는 경우는 40~50명이 한 집에서 살기도 합니다.”
― 그 인원이 어떻게 한 집에서 살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나와 있는 무력부(현 국방성) 61부 같은 경우 한 개 팀이 10명 정도씩 나옵니다. 그런데 한 개 팀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팀이 나오다 보니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죠. 3층짜리 집을 하나 빌렸는데 43명이 그 집에서 거주합니다. 3층짜리 집에 남자들만 43명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렇다 보니 인적이 드문 외딴곳으로 집을 구하죠. 이렇게 여러 팀이 나와 한곳에 모여 살면서 한 개 기지를 만들어 활동합니다.”
― 그게 가능합니까.
“원래는 불가능하죠.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비좁고 불편해도 당에서 같이 살라고 하는데 살아야죠.”
“감금 상태로 하루 18시간 일해”

▲김정일이 컴퓨터를 하는 학생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해외로 파견된 IT 기술자들의 생활환경은 어떤가요.
“일단 먹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습니다. 각자 버는 돈이 있으니. 제일 스트레스받는 것은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감금된 상태에서 하루 17~18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하루에 17~18시간을 일합니까.
“기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원래 규정상 하루에 14시간이 의무 작업 시간입니다. 이것도 많은 거죠. 그런데 사람들이 일에 치여 살다 보니 대체로 17~18시간을 일하게 됩니다. 많이 하는 사람은 20시간도 합니다.”
― 사람이 하루 20시간씩 일하고 살 수 있나요.
“그럼 어쩝니까. 돈벌이는 힘들지, 국가에 바쳐야 하는 돈은 있으니 해야죠.”
― 매일 17~18시간씩 일하나요.
“보통 금요일까지 그렇게 일하고 토요일은 생활총화를 합니다. 안 하고 쉬는 기지들도 있는데 해외 나와 있으니 정신을 다잡아야 한다면서 대부분 생활총화를 하죠. 그리고 일요일에는 12~14시간 정도 일합니다.”
― 그럼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매일 2~3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 자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앞에서 언급했듯이 하루 14시간이 기본 업무 시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 외 산책 시간도 있고, 다양하게 프로그램을 짜놓긴 했지만 지키겠습니까? 사람들도 돈을 벌어야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하는 거죠.”
― 자신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일을 하지 못하면 제재가 굉장히 심합니다. 한 달 계획을 채우지 못할 경우 한 달 동안 의자 없이 책상 앞에 서서 일을 해야 합니다. 미치는 거죠. 짧은 시간도 아니고 하루에 17~18시간을 서서 일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끔찍한 벌이죠.”
“극심한 스트레스로 동료 찔러 죽이기도”
― 다른 벌도 있나요.
“그리고 대부분 기지에는 식사를 챙겨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알아서 식사 당번을 정하는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을 일주일이나 보름 정도 식사당번을 시킵니다. 이 사람들은 하루 세끼 40명 가까운 사람들의 식사를 책임져야 합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고 부족한 자기 근무시간을 채워야 합니다.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일을 하다 보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사건 사고도 자주 일어납니다.”
― 주로 어떤 사고들이 일어나나요.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거는 서로 다툰다든지, 스트레스 때문에 저처럼 탈북을 하는 이들도 있고, 정신병에 걸린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는 사람들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자는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인 사례도 있습니다.”
― 자는 사람을 칼로 찔렀다고요.
“네. 어디라고는 말은 못 하지만 한 기지에서 하루 17~18시간을 착취당하다 보니 계속 언급하듯이 잠잘 시간이 부족해요. 먹는 것보다 잠이 더 그리울 수가 있죠. 그런데 40명의 사람이 군대처럼 일렬로 누워 잠을 자는데 피곤하다 보니 코를 심하게 고는 경우가 있어요. 내가 하루에 2시간밖에 잠잘 시간이 없는데 코골이 때문에 잠을 못 자게 되니 화가 나서 칼로 동료를 찌른 거죠. 내가 만약 편하다고 하면 코 고는 사람들을 보고 ‘아, 피곤했구나’고 동정심이 생길 텐데 잠을 못 잔 상태에서 예민해지고 화가 나면 무슨 짓이라도 저지르죠.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 잠을 못 자고 하면 온전한 사람도 정신병에 걸리죠. 코로나19 때 정말 다양한 사건이 많았습니다.”
― 혹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있나요.
“제가 아는 한은 없습니다. 모 기지에서 한번 자살 소동이 있었는데 그건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라 짝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사건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도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합니다.”
― 정말 상황이 열악하네요.
“열악하죠. 아까 말한 러시아 3층 집의 경우 화장실이 3개 있는데 3개로 43명이 사용하고자 하면 이것도 엄청난 스트레스죠. 거기에 밖에도 나가지 못하지, 가족들과 오랫동안 떨어져 있으니 가족도 그립지, 편지나 전화라도 할 수 있으면 괜찮을 텐데 그것조차 허락이 안 되니 더 미칠 노릇이죠.”
― 보통 몇 년씩 해외에 체류하나요.
“원래 원칙은 2년에 한 번씩 북한으로 들어가 정신 재무장을 하고 다시 나오게 됩니다. 들어가서 사상학습도 받고 다양한 재교육을 받고 나가죠. 그런데 이게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 왜 잘 안 지켜지나요.
“비용 때문이죠. 만약 한 사람이 북한으로 들어가려면 비행기, 기차표 값만 해도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한꺼번에 몇십 명씩 들어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들겠는지. 그러다 보니 기지들에서 잘 안 보내려고 하죠. 그리고 사람들도 한 번 들어가면 주변 간부들에게 뇌물을 바쳐야 하니까 잘 안 가려고 하죠. 그러다 보니 오가는 것이 서서히 없어지기 시작했죠. 코로나19 때문에 못 들어간 경우도 있고요. 한 5~6년씩 못 들어간 사람도 있을 겁니다. 물론 휴가로 10일씩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휴가도 연차가 쌓여야 갈 수 있습니다.”
“잘 버는 사람은 한 달에 10만 달러 벌어”
― 1인당 한 달에 얼마 정도씩 법니까.
“천차만별입니다. 잘 버는 사람은 한 달에 10만 달러를 버는 사람도 있고, 못 버는 사람은 아예 벌이가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 누가 한 달에 얼마 벌었는지 공개합니까.
“전체 공개는 하지 않지만 같은 기지에서는 공개합니다. 일종의 채찍 효과를 보기 위해서죠. 못 버는 사람은 엄청난 스트레스죠.”
― 한 달에 얼마를 벌어야 기본이라고 봅니까.
“기지마다 다른데 평균 한 달에 3만 달러를 벌면 그래도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습니다.”
― 아예 수입이 없는 사람들은 처벌을 받게 되겠네요.
“그렇죠. 이렇게 차이가 크다 보니 기지 안에서도 착취가 이뤄집니다. 10만 달러 버는 사람이 지금 하는 일이 끝나기 전에 다른 일거리가 들어오면 벌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 일을 시킵니다. 그리고 일을 끝내고 나면 수입의 절반을 자기가 가져가는 거죠. 하청(下請)의 재하청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도 1~2년 정도 지나면 대체로 어느 정도는 수입이 있습니다.”
― 10만 달러를 버는 사람은 어떤 일을 합니까.
“사람과 시기마다 다릅니다. 예전에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많이 했다면 지금은 아이폰 앱 개발이나 컴퓨터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일을 하죠. 많은 기술자가 미국의 휴대전화회사 ‘애플’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솔직히 돈이 되는 일은 다 한다고 보면 됩니다.”
― 이런 내용을 북한에서 가르쳐줍니까.
“아니요. 북한에서 배운 내용으로는 나와서 일을 못 합니다. 해외 파견되면 나와서 모두 다시 배우게 됩니다. 젊고 감각이 있는 젊은 사람들이라 금방 배웁니다.”
“번 돈의 50% 상금으로 주기도”
― 그렇게 벌어 북한 당국에 얼마를 바치나요.
“이것도 기지마다 다릅니다. 북한법상 해외 나가 막일하는 노동자들 빼고 한 달 생활비를 200유로씩 지급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기지들에서는 상금제도를 도입해 사람들에게 더 주는 곳도 있습니다.”
― 상금제도는 어떤 겁니까.
“상금은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으니 회사마다 자기들 모델을 만듭니다. 제일 많이 사용하는 모델은 내가 만약 이번 달에 1만 달러를 벌면 여기서 10%, 2만 달러를 벌면 20%, 3만 달러 30% 이렇게 해서 5만 달러를 벌면 50%까지 주는 곳도 있습니다. 6만 달러부터는 다 50%를 줍니다. 이런 곳은 일할 맛이 나죠. 이걸 노리고 상금제도를 만든 거죠. 수익이 없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 이런 제도를 도입하고 다 잘 버는 곳에서는 이런 제도를 도입하지 않습니다. 많이 벌수록 회사가 손해니까. 평균 80%는 바치고 10~15%를 자신이 가져갑니다. 그런데 회사가 80%를 가져간다고 북한 정권에 다 바치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절반은 회사가 가지고 나머지 절반을 바칩니다.”
― 100%를 빼앗는 곳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힘 있는 군 단위의 경우 그렇습니다. 그러고는 2~3년 열심히 일하면 북한 조선노동당에 입당(入黨)시켜주겠다고 합니다. 대부분 사람은 어린 나이에 나오다 보니 군대에 가지 않고 입당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해외 나와 입당까지 하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죠.”
― 입당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권력으로 가려는 욕심이 있으면 굉장히 중요하죠. 권력 의지가 없어도, 한국에서 입사 원서 넣을 때 대학 졸업장을 제출하는 것 정도로 보면 됩니다. 큰 도움은 안 되지만 취직하기 위해서는 꼭 있어야 하는 졸업장처럼….”
― 실제로 북한 정권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은 많지는 않네요.
“한 개 단위로 놓고 보면 그렇지만 이런 단위들이 수십 개가 있습니다. 제일 큰 단위가 75 지도국인데 이들은 1년에 2000만 달러 넘게 벌어들입니다. 다른 석탄 수출, 마약 이런 거에 비하면 얼마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는 인건비도 많지 않아서 나름 괜찮은 수입입니다.”
― 일을 하고 돈을 받을 때 가상화폐로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요.
“과거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가상화폐를 받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요즘은 무조건 달러로 받기 때문에 편리하죠.”
― 오프라인으로 회사에 직접 취업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요.
“오프라인으로 중국이나 러시아 기업들에 취업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또 대부분 미국 기업 일을 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일합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기업들에 취업했는데 요즘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 왜 그렇죠.
“간단하죠. 뭐 적대적 관계나 이런 것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돈이 안 돼서 안 하는 겁니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받아서 정권에 바치고 나면 나한테 남는 게 없어요. 그러니 돈을 많이 주는 미국 기업 일을 하는 거죠.”
― 근데 미국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네, 가능하죠. 암시장 같은 곳에 가면 돈을 주고 미국 사람으로 완벽하게 위장할 수 있어요. 미국인으로 위장한 다음 중국이나 러시아에 사는 미국인인 것처럼 하고 취업을 합니다. 아니면 유럽 사람으로도 위장합니다. 해당 국가의 사람 정보를 도용해 이력만 바꾸면 끝납니다.”
“돈 안 되는 한국 기업과는 거래 안 해”
― 최근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IT 분야 외화벌이에 대해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 비해 많은 제재가 가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은행 문제니까 북한이 돈을 받아 중국은행 쪽으로 대부분 옮기는데 미국이나 한국이 미국 회사에서 돈이 나가 중국은행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만 잘 차단한다면 효과가 있을 겁니다. 국제사회가 석탄 수출이나 이런 것보다 돈이 적어 지금까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지금부터 작정하고 추적하면 IT 쪽도 얼마 못 갈 겁니다.”
― 현재 IT 기술자들이 파견된 나라는 어디 어디입니까.
“과거에는 아프리카에 2개 팀, 말레이시아에 2~3개 팀, 유럽,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라오스, 두바이, 몽골에도 있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데 최근에 제재가 심해지고 코로나19 등으로 다 철수를 하면서 요즘은 중국, 러시아, 라오스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총 인원은 몇 명 정도입니까.
“2000~3000명 정도 나와 있다고 보면 됩니다.”
― 한국 정부 등에서 북한 IT 인력과 관련해 주의보를 발령한 것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전에 미국이 먼저 했죠. 이런 것들이 나오면 정보를 전체 기지에 돌립니다. 조심하라고. 그런데 뭐 한국에서 나온 거에 대해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왜냐면 한국 기업과 거래하는 곳이 별로 없으니까요. 돈이 안 되니 안 하는 거죠.”
― 북한의 IT 인력들까지 완벽하게 대북제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일 쉬운 방법은 북한 IT 기술자들이 만드는 프로그램 회사들에서 조심하면 됩니다. 실제 대부분 중국과 러시아에 거주하니 중국과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VPN(Virtual Private Network·가상사설망)을 차단하면 영향이 있을 겁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100% 막지는 못하지만, 북한 기술자들이 일을 못 하면 돈이 줄어들 것이고 미국의 눈을 피해 다음 대상을 찾겠죠.”
― 100% 차단은 안 됩니까.
“네. 100% 차단은 안 돼도 IT 인력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을 망하게 할 수는 있습니다. 북한 같은 경우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10만 달러를 벌어들이다가 제재로 인해 5000달러밖에 못 번다고 생각하면 북한 정권은 더는 IT를 유지시켜야 할 필요성이 없는 거죠. 오히려 1000~2000명의 인력을 먹여 살리려면 더 손해가 날 수 있죠. 그렇게 되면 유지할 이유가 없어져 철수를 시킬 겁니다. 100%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규모를 줄이면서 옥죌 수는 있습니다.”
“해커들은 미림대학 출신들”
― IT 기술자로 파견됐다가 해커로 전향하는 이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있긴 하죠. 사실 해킹은 굉장한 기술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일이 비슷하잖아요.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이상 계속하다 보면 익숙해지죠. 그리고 북한이 해킹에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나와 있는 방식으로 하는 거라 젊은 친구들이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IT 기술자로 나온 이들에게 해커 일을 시키지는 않아요.”
― 왜 안 시키나요.
“돈이 안 되니까요. 해킹을 통해 은행을 털어 돈을 많이 벌 수는 있지만 해킹은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리고 수백만 개의 메일을 던져 그중 하나 얻어걸리는 것을 통해 해킹하는 것인데 우연적인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수입 모델이 정해져 있는 회사에서는 위험을 감소하면서까지 하지는 않습니다. 해외 서버를 관리하기 위해 나와 있는 단위들과 돈 벌려는 계획이 없는 곳에서는 해킹 쪽으로 시도해보라고 지시를 하죠. 우리 쪽에서도, 한다고 해도 3000명 중 4~5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요즘 북한의 해커들은 해외에 없습니다. 거의 다 북한 내부에서 활동합니다.”
― 북한 해킹 인력들도 금성반에서 뽑아 갑니까.
“과거에는 몇 명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해킹 관련해서는 대부분 미림대학 졸업생들이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IT 기술자 중 여성도 있나요.
“여자는 없습니다. 다 남자입니다. 과거에 여성들도 시도했었습니다. 디자인 관련해서 여성 인력들을 키웠는데 결국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중단시켰죠.”
― 그럼 금성학원에서부터 여성들은 없는 건가요.
“네. 없습니다. 그리고 아까처럼 한 집에 43명씩 사는데 거기 여성이 한두 명 끼어 있으면 서로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그런 측면에서도 여성들은 교육하지 않죠.”
“자유를 얻고 싶어 탈북”
― 탈북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뭡니까.
“저는 다른 것을 떠나 딱 한 가지 이유에서 탈북했습니다. 자유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해외 나와 돈도 벌었고, 북한에 돌아가면 잘살 수 있었는데 정작 나에게 필요한 자유는 없었습니다.”
― 해외에 있으면서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는 많이 접하죠?
“상대적으로 많이 접합니다. 물론 단속을 하지만 몰래 정보들을 찾아보죠.”
― 처음 나와 찾아봤던 정보는 뭡니까.
“김일성·김정일과 관련한 자료들을 찾아봤습니다.”
― 어땠습니까.
“충격이었죠. 뭐 물론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김씨 정권에 대한 실망감을 많이 느끼게 됐죠. 그리고 김정은이 자신의 이복형을 암살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에게는 항상 꿈이 있었다”
― 김씨 정권에 대해 어떤 실망감이 들었나요.
“김씨 정권의 위선(僞善)을 봤습니다. 북한에 이런 노래가 있습니다. 김정일을 찬양하는 노래인데 ‘쪽잠과 줴기밥(주먹밥)’이라는 노래입니다. 어린 시절 이 노래를 참 많이 불렀습니다. 물론 북한 매체에서 많이 선전도 하고 했으니. 이 노래는 김정일이 인민들을 생각하면서 차에서 쪽잠을 자고 줴기밥을 끼니로 하면서 현지 지도의 길을 간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처음 접하고 보니 다 거짓말이었습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지만, 점차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죠.”
― 미국에서 살아보니 어떻습니까.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거죠.”
― 대부분 북한 출신은 한국으로 오던데요.
“그렇죠. 근데 저는 처음부터 미국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탈북은 한순간에 결정해서 실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 몇 년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으로 한국 관련해서 찾아보고 했는데 한국에 대한 실망감이 생겼습니다.”
― 어떤 실망감이죠?
“북한 출신들에 대한 차별이나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면서 미국으로 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연히 통계를 보게 됐는데 북한 출신들의 경제 상황이 일반 국민의 절반도 못 되더라고요. 물론 개인이 일하지 않아 그런 것도 있지만….”
― 앞으로 꿈은 뭡니까.
“저는 항상 꿈이 있었습니다. 북한에서부터 스타트업을 하는 것이 저의 꿈이었습니다. 빌 게이츠처럼요. 금성학원에서 공부하던 시절 선생님들이 빌 게이츠 얘기를 참 많이 했습니다. 그때 알고 나도 빌 게이츠처럼 스타트업을 해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
09.16 평양의 ‘무기 메뉴판’

▲다큐멘터리 영화 '잠입'(연출 매즈 브루거)의 배우 울리히 라르센 /서울락스퍼영화제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평범한 사람’. 울리히 라르센이 건넨 명함에 영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는 북한을 농락하고 10년 동안 스파이 임무를 수행한 덴마크 배우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기 거래를 논의했다는 뉴스를 보고 지난해 만난 이 담대한 남자가 떠올랐다.
라르센은 북한의 불법 무기 거래를 적나라하게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 ‘잠입(The Mole)’의 주인공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 스페인에 본부를 둔 북한친선협회(KFA)에 가입해 신뢰를 얻고 임원이 된 라르센은 북한과 우간다, 요르단 등지에서 무기 밀매를 시도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용기와 근성 없이는 만들 수 없는 다큐다.
‘잠입’은 함정수사 기법을 사용했다. 정체가 탄로 날 수도 있는데 목숨을 걸 만한 일이었을까? 라르센은 “북한은 유엔 제재를 받으면서도 무기를 팔아 외화를 벌어야만 했고 나는 그들의 절박함을 역이용했다”며 “북한 주민들이 겪는 고통에 비하면 그렇게 위험하지 않았다”고 했다. 원제 ‘The Mole’은 ‘두더지(스파이)’라는 뜻이다.

▲다큐멘터리 '잠입' 에서 북한이 몰래 수출하는 무기 품목을 보여주는 장면. /서울락스퍼영화제
2017년 평양의 한 식당에서 북한 당국이 그에게 미사일과 탱크 등 ‘무기 메뉴판’을 보여주는 장면이 압권이다. 스커드 미사일 5발은 1400만달러였다. 북한 관료들과 함께 우간다로 가서 “호화 리조트를 짓겠다”며 섬 구입을 논의했지만 지하에 무기와 마약 생산 공장을 넣으려 했다는 흉계도 폭로한다. 북한은 불법을 숨기려고 ‘삼각 거래’ 수법도 썼다
두 번 방북해 훈장까지 받은 라르센은 “거룩한 북한을 위한 투쟁을 유튜브에 올리겠다”고 속여 거의 모든 것을 촬영했다. 몰카로 찍은 장면들도 있다.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는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2020년 말 이 다큐가 공개되자 북한은 “조작이고 가짜”라고 잡아뗐지만, 영국 BBC 말마따나 “김정은 위원장은 꽤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은퇴한 요리사 라르센은 10년 동안 가족까지 속였다. 그는 “일상의 95%는 나 자신으로, 5%는 스파이로 살아야 한다는 지침에 충실했다”며 “촬영을 마치고 아내에게 진실을 고백하며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이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잠입’은 통일부가 공모한 북한 인권 증진 사업에 선정돼 오는 20~24일 청주·구미·부산·대구·서울에서 상영회를 연다. 라르센도 방한해 관객을 만난다. 평양의 ‘무기 메뉴판’을 볼 기회다. 상영 일정은 https://sliff.kr/ 참조.
조선일보 박돈규 주말뉴스부장
10.01 김정은의 2억 시계…'핵'만큼 '명품'에 집착하는 북 백두혈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공식석상에서 몽블랑 만년필과 고가의 스위스 시계 등 명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백두혈통’ 김씨 일가의 명품 사랑은 유별나다. 정상회담 등 외교 일정을 비롯한 공식석상에서 보란 듯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과 시계 등을 착용하곤 한다. 주민들은 아사(餓死)자가 생길 정도의 식량난으로 고통받는 와중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을 착용하는 김정은 일가의 사치스러운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참담한 북한의 인권 실상을 보여준다.
200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1718호)에 따라 대북 사치품 수출이 금지된 이후 17년 간 꾸준히 품목들도 추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백두혈통의 명품 착용은 그 자체만으로도 제재 위반 소지가 짙다. 그럼에도 김정은 일가는 지난 12~17일 러시아를 방문해 북·러 군사협력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도 보란 듯이 명품을 드러냈다.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수입품 사용 등을 ‘반사회적 문화’로 규정하며 단속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김정은은 지난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 앞서 몽블랑 만년필을 사용해 방명록을 작성했다. 특히 김정은은 몽블랑 앰블럼이 각인된 만년필 케이스를 버젓이 테이블 위에 올려놨고, 북한 노동신문은 이 사진을 그대로 게재했다. 2018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개최한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김정은은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으로부터 몽블랑 만년필을 건네받아 방명록을 작성했다.
10대에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 생활을 한 김정은은 명품 시계에 대한 애착도 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을 참관할 당시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인 IWC의 시계를 착용했을 정도다. 당시 김정은이 착용한 모델은 1600만원에 달하는 ‘포로토피노 오토매틱’ 모델이었다. 2015년 노동당 기념행사 당시엔 2억원대의 파텍 필립 시계를 차기도 했다.
김정은의 방러 일정을 수행한 김여정 역시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의 핸드백을 손에 든 채 나타났다. ‘레이디 디올 라지백’으로 불리는 이 가방은 가격이 약 1000만원에 달한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북한 주민의 연평균 소득(2021년 기준)은 142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김 부부장은 북한 주민의 7년 치 소득과 맞먹는 가격의 핸드백을 과시용으로 들고 다니는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왼쪽), 최선희 외무상(가운데), 현송월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각각 핸드백을 든 모습. NK뉴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을 수행한 최선희 외무상 역시 고가의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러시아 하바롭스크의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을 방문한 최선희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핸드백을 소지했다. 타조 가죽으로 만든 이 제품은 지금은 단종됐는데,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약 1만 달러(약 1330만원)에 거래된다.
김정은의 명품 사랑은 대를 이어 내려오는 모양새다. 김정은의 딸 김주애는 지난 3월 16일 ICBM 시험발사 참관 당시 250만원에 달하는 크리스찬 디올 외투를 입었다. 당시 한국을 비롯한 각국 언론에서 김주애의 명품 외투에 관심을 갖자 지난 4월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할 땐 돌연 중국 쇼핑몰에서 2만 910원에 팔리는 블라우스를 입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11-01 북한, 아프리카 이어 유럽서도 빠진다… 스페인 대사관 폐쇄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에 지난 2019년 3월 27일 인공기가 게양된 모습.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우간다, 앙골라 등 아프리카에서 잇달아 재외 공관을 폐쇄한 북한이 스페인에서도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31일(현지 시간) 스페인인민공산당(PCPE)이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외교 문서 ‘구상서’에 따르면 주스페인 북한 대사관의 서윤석 임시 대리 대사는 지난달 26일 북한 외교 사절단의 철수를 알렸다. 또 앞으로는 주이탈리아 대사관이 관련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PCPE가 북한 측 인사와 면담한 기록의 일종인 구상서에는 북한이 스페인을 떠나기로 결정한 이유나 사정 등은 담기지 않았다.
북한과 스페인은 2001년 수교했으며, 북한은 2013년 마드리드에 북한 대사관을 개관했다.
2017년 9월 스페인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김혁철 당시 주스페인 북한대사를 추방했으며, 2019년 2월에는 괴한이 북한 대사관을 습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한은 최근 우간다, 앙골라, 홍콩 등에서 공관을 철수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 대사관 폐쇄 배경 관련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로 외화벌이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어 더 이상 공관 유지가 어려워진 탓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화일보 곽선미 기자
11.15 웜비어 부부의 복수는 끝나지 않았다…“北자금 220만달러 또 회수”
아들 떠난지 6년 반, 北 자금 추적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유태인 집안
“北 김정은, 사람 잘못 골랐어”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 웜비어(오른쪽)와 신디 웜비어가 2019년 11월 방한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김정은은 사람을 잘못 골랐다. 나는 죽을 때까지 악랄한 당신 정권과 싸우겠다.”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 2019년 11월 방한 기자회견)
이토록 정의롭고 또 아름다운 ‘복수’가 또 있을까.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미국인 대학생 고(故)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미국 은행에 동결돼 있던 북한 자금 약 220만 달러를 회수했다고 VOA(미국의 소리)가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지 6년 반이 지났지만 북한을 상대로 한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의 ‘정의 구현’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명문 유대인 집안인 이 가족이 북한 핵·미사일 자금원으로 지목 받은 가상 화폐까지 파헤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 뉴욕남부 연방법원 재판부는 지난달 23일 “미국 은행에 예치된 북한 자금을 웜비어 부모에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소유권 이전이 승인된 자금은 미국 뉴욕멜론 은행에 예치된 220만3258달러로 원 소유주는 ‘러시아 극동은행’이다. 부부는 “극동은행이 북한 고려항공의 대리·대행 기관이다”라고 주장하며 해당 자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해 5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극동은행이 북한 고려항공에 재정·물질·기술 지원을 제공했다며 소유한 자금을 동결했다.
웜비어 부부가 아들의 죽음에 대한 북한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고 돈을 받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2018년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5억 달러의 손해배상액을 인정받은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 판결을 근거로 전세계 곳곳에 흩어진 북한 자산을 추적해왔다. 2019년 북한산 석탄을 불법 운반하다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해 매각 대금 일부를 건네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 자금을 회수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부부의 노력도 놀랍도록 치밀했다. 이번 판결을 끌어낸 것도 지난 2019년 미 의회가 통과시킨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 강화법’이 시작이었다. 이 법은 북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금 뿐 아니라 제3자 대북 금융 제재 대상의 자금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지난해 재무부가 극동은행을 제재하면서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 강화법의 정신에 따른 것’이라 했는데 이 제재를 근거로 동결 자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으니 부부가 아들 이름을 딴 법안의 첫 수혜자가 된 셈이다. 김정은을 두둔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인 문재인 정부를 질타하는 등 세상에 영향력을 줄만한 메시지를 내놓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북한에 억류돼 숨진 미국인 대학생 고 오토 웜비어씨가 생전인 2017년 6월 평양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최근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새 자금원으로 지목받는 가상 화폐 계좌까지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사는 웜비어 일가는 지역에서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유태인 가문이다. 부부는 삼남매 중 장남인 오토가 22세의 젊은 나이로 숨지자 모든 연줄을 동원해 보복 조치에 나섰는데 복수는 7년 가까이 멈출줄 모르는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안 그래도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겪는 북한이 정말 호되게 걸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웜비어 부부는 지난 2019년 11월 방한해 “김정은이 사람을 잘못 선택했다”며 “내가 죽는 순간까지 김정은 정권과 싸우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11.22 北 “정찰위성 성공적 발사, 궤도에 정확히 진입”

▲북한이 지난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연합뉴스
북한은 22일 전날 밤 발사한 군 정찰위성 1호기가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이 발표가 사실이라면,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 실패 이후 3번째 만에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023년 11월 21일 22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천리마-1형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정상비행해 발사후 705s(초)만인 22시 54분 13초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현지에서 발사를 참관하고 항공우주기술총국 과학자, 기술자들을 축하했다고 한다. 통신은 또 항공우주기술총국이 빠른 기간 내 수개의 정찰위성 추가 발사 계획을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보도는 군 정찰위성을 발사한 지 약 3시간 만에 나왔다.
북한은 당초 22일부터 내달 1일 사이 발사할 계획이라고 일본 해상보안청에 통보했었는데, 이보다 하루 앞선 야간에 군 정찰위성을 기습 발사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지난 8월 24일 이후 89일 만이다. 북한은 지난 5월 31일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을 발사했지만, 2단 로켓 점화에 실패해 전북 군산 어청도 서쪽 200여㎞ 해상으로 추락했다. 이어 8월 24일에는 1단부와 페어링(1단과 2단 연결부위)은 비교적 북한이 예고한 지역 비슷한 곳에 떨어졌으나, 2단 추진 단계부터 비정상 비행하는 등 발사에 실패했다. 2단부는 예고 구역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떨어졌다.
조선일보 최혜승 기자
12.14 올해 북한 7대 뉴스…바다엔 수중 핵공격함, 하늘엔 군사정찰위성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선정

올해 남북관계는 어둠의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이었다. 북한은 한국은 물론 서방과의 대화를 전면 중단했다. 대신 중국, 러시아와 일명 ‘북방 3각관계’를 강화하며 뒷배를 다졌다. 내부 자원의 극심한 부족에도 불구하고 평양에 신시가지를 건설하고, 결속을 도모했다.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가 선정한 올해 북한 7대 뉴스를 소개한다.
1. 군사정찰위성 발사=지난 11월 21일 밤 10시42분. 북한은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 새로 건설한 로켓 발사장(북한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을 쐈다. 북한은 ‘만리경-1형’으로 명명한 군사정찰위성이 발사 702초 만에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5월 31일과 8월 24일 각각 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정보 당국은 지난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에서 위성 발사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총력을 기울였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자 “눈을 갖게 됐다”며 관계자들을 치하했다. 위성은 현재 500㎞ 안팎의 고도에서 초속 7.6㎞의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다. 한국군은 지난 2일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해 현재 시험 작동 중이다. 남북 간 스페이스 배틀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서방과 단절, 중·러 뒷배 챙기기
러시아 우주기지서 푸틴과 회담
개성공단 30개 한국 공장 가동
코로나로 봉쇄했던 국경 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의 위성 발사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2. 9·19남북군사합의서 파기=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하자 정부는 발사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9·19 남북군사합의서의 효력을 일부 정지했다.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의 부속 합의서인 9·19 군사합의서 가운데 휴전선 일대에서 비행을 금지했던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드론이나 정찰기를 이용한 전방 지역의 정찰 임무를 재개키로 한 것이다. 북한은 이에 반발하며 지난달 23일 9·19 군사합의서 전체의 무력화를 주장했다. 이후 북한은 비무장지대에 병력과 중화기를 투입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동시에 북한은 판문점에 근무하는 군인들에게 권총을 지참케 하는 조치도 취했다. 남북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안전핀이 제역할을 잃고 있다.
3. 개성공단 불법 가동=통일부는 지난 8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측 생산 시설을 불법으로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10여 개 수준이었던 불법 가동 공장 숫자가 6개월 만에 30여 개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정부는 위성과 전방 지역에서 관측 장비를 통해 북한의 이런 동향을 포착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가동 중인 기업의 명칭을 밝히지는 않았다. 북한은 또 지난 2020년 6월 폭파 후 방치했던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지난달 말부터 철거하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일종의 남북관계 단절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시위로 풀이된다.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잠수함 진수식. [연합뉴스]
4. 국경 다시 개방=북한은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우려해 봉쇄했던 국경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국경 근처에 얼씬거리면 모두 총살하라고 지시할 만큼 진공 상태를 주문했다. 외국과 항공이나 항로, 인적 교류는 중단됐다. 그러나 북한이 오랜 국경 봉쇄로 물자 부족을 겪자 지난해 북·중 화물열차에 한해 간헐적으로 운행을 해오다 지난 7월 27일 정전협정체결 기념일(북한은 전승절)을 맞아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을 받아들였다. 이를 신호탄으로 지난 9월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에 북한 대표팀과 응원단을 파견했다. 또 중국에 발이 묶였던 북한 주민들을 귀국시켰다. 하지만 러시아 등 일부 외교사절을 제외하고 외국인들의 입국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5. 북·러 정상회담, 그리고 무기거래=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열차로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 기지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양측은 정상회담 이후 4년 만에 경제 공동 위원회를 열고 경제 협력을 재개했다.〈중앙일보 9월 21일자 23면〉 특히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연해주 대표단이 지난 11일 평양에 도착했는데,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최근 대러 노동자 파견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어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자신이 총력전을 펼쳤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러시아의 조력을 요청했다고 한다. 북한은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전부터 나진항을 통해 포탄 수백만 발을 러시아에 제공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일종의 대가였던 셈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군사 매체인 디펜스엑스프레스는 지난 9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북한산 포탄에 불량품이 많아 애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정확도에 문제가 있고 폭발 사고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6. 딸 앞세운 김정은=지난해 11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8형 미사일 발사장에 처음으로 등장한 김 위원장의 딸은 올해 다양한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13개월 동안 19차례 활동한 대부분이 군 관련 행사지만 지난 2월 25일엔 서포지구 새 거리 착공식에도 등장했다. 특히 북한 매체는 지난달 30일 공군절 행사를 보도하며 김 위원장 앞에 딸이 서 있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도 공개했다. 통일부는 이전까지 남아를 선호하는 북한 체제의 속성상 여성이 후계자가 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후계자와 관련해선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통일부는 지난 6일 “김 위원장이 딸 주애를 후계자로 내세우기 위해 조기 등판시킨 게 아닌가 보고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아직 북한 매체는 그를 후계자로 칭하지는 않고 있다.
7. 신형 잠수함 진수=북한은 지난 9월 3000t급으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을 진수했다. 대형 수직발사관 4기와 소형 수직발사관 6기 등 모두 10기의 발사관을 장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이를 ‘김군옥영웅함’으로 명명하고, ‘수중 핵공격함’이라고 주장했다. 이 잠수함은 북한이 러시아에서 들여온 잠수함을 개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해군 핵 무장화의 일환이라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핵 위협은 한층 커지게 됐다.
중앙일보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12.15 병들어 죽은 소 팔았다고… 北, 2만명 보는 앞에서 9명 총살
내주 열리는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논의될 예정인 가운데, 북한 주민의 인권 실태가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남녀 9명이 소고기를 팔다 적발돼 처형됐고,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10대 청소년이 공개 처형당한 사례도 있었다.
14일 데일리NK 재팬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30일 오후 4시 북한 양강도 혜산시 고지대에 있는 비행장에서 남성 7명, 여성 2명 등 총 9명이 총살됐다. 처형된 이들은 양강도 수의방역소장, 양강도 상업관리소 판매원, 농장 간부, 평양 모 식당 책임자, 군 복무 중 보위부 10호 초소(검문소) 군인으로 근무했던 대학생 등이었다.
이들의 죄는 2017년부터 지난 2월까지 병으로 죽은 소 2100여 마리를 잡아서 불법으로 유통시켰다는 것이다. 북한은 개인이 소를 소유하거나 도축·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단순 경제범이 아닌 정치범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데일리NK재팬은 “북한에서 소는 중요한 생산수단이어서 서민이 소고기를 먹는 일은 드물다”며 “당국의 허가 없이 소고기를 판매하거나 먹어서 총살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북한에서) 소고기는 ‘금단의 맛’”이라고 했다.
조선인민군 특별군사재판소가 피고인들의 죄목을 읽고 사형 판결을 내리자마자 말뚝에 묶여 있던 9명은 총살당했다. 이 장면을 2만5000여명의 주민이 목격했다. 이들은 비행장에 집결돼 보안요원과 군인에 둘러싸인 채 강제로 처형 장면을 봐야만 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참혹한 장면이 계속 꿈에 나왔다” “병으로 죽은 소고기를 내다 판 것이 사형에 처할만한 정도의 죄인가”라며 토로했다고 한다.
소고기에 대한 규제는 코로나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다시 강화됐다고 한다. 데일리NK 재팬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중앙당(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은 당의 각 지부, 행정기관, 사법기관에 대해 농경용 소를 개인이 사적으로 소유, 밀매, 도축하는 행위를 철저히 관리 통제하라는 지시를 2020년 9월 11일 내렸다”고 했다. 또한 피고인들이 소 2100마리를 판매한 게 사실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공포 정치로 민심을 통제하기 위해 희생양을 만든 것이란 의혹이다.
코로나 종식 이후 북한에선 공개 처형 수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신문은 지난 10월 “코로나 확산 전 공개처형 수는 매년 10여 명 정도였으나 지난 1년간은 1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10대 청소년이 한국 드라마 등을 시청하고 친구에게 유포했다는 이유로 적발돼 처형됐다. 북한은 지난 2020년 12월 한국 드라마, 음악 등 ‘한류’의 시청·유포를 금지하는 ‘반동사상문화비난법’을 제정한 바 있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지난달 15일 북한에 의한 인권침해를 비난하는 유럽연합(EU)의 결의안을 투표 없이 채택했다. 2005년부터 19년 연속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은 이달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조선일보 최혜승 기자
12-18 북한 포탄은 왜 불량일 수밖에 없을까

▲북한산 포탄이 포신에서 폭발하는 바람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것으로 전해진 러시아군 자주포. 사진 출처 텔레그램
김일성종합대학 2학년 때인 1994년 겨울, 나는 평양고사포병사령부 122여단 5대대 1중대 대원이 됐다. 북한 대학생들은 2학년 때 대공포 부대에서 6개월 동안 군 복무를 하고 예비역고사포병지휘관 자격을 받는다.
내가 간 중대엔 57mm 대공포 8문이 있었다. 첫 보직은 장탄수였다. 4발이 든 탄약상자를 들고 뛰는 훈련부터 받았는데 여간 무거운 게 아니었다.
다음은 포탄 외부의 ‘그리스’(윤활유)를 벗기고 신관을 끼우는 훈련이었다. 그리스가 어찌나 두꺼운지 벗겨 내는 데 시간이 참 많이 들었다. ‘전쟁이 나면 포탄 그리스 벗기다 시간 다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 옆에 포탄 몇백 발을 보관한 포탄창고가 있었다. 야간 근무 때 추우면 그리스가 녹아 흘러내린 포탄창고에 들어가 잠을 잤다. 포탄상자와 벽 사이 공간은 약 80cm 정도 됐는데 그 틈에 들어가 동창들과 휘발유 곤로로 찌개를 끓여 먹었던 일도 있다. 술까지 마시고 취해서 자고 말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탄약상자에 불이 옮겨붙었다면 온 중대가 날아갈 뻔했다. 그만큼 탄약 관리가 허술했다.
교도대엔 제일 낡은 포가 배정된다. 그걸 감안해도 우리 중대 대공포 중엔 1942년에 생산돼 6·25전쟁 때 참전했던 것도 있었다. 포탄은 당시 기준으로 생산연도가 약 30년 정도 된 1960년대 초반 제품이었다. 포탄창고는 겨울이면 냉기 때문에 허연 성에가 벽에 두껍게 끼는데, 과연 전쟁이 나면 이 포탄들이 제대로 발사될까 싶은 걱정이 들었다.
얼마 전 구글어스로 살펴보니 그때의 중대 포진지는 물론이고 병실과 돼지우리까지 그대로였다. 80년째 같은 포를 사용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있을 때 포신 청소를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과연 그 포신은 온전할지, 포판은 돌아갈지 의문이다.
2010년 연평도 포사격 때 북한이 발사한 포탄의 절반이 바다에 떨어지고, 섬에 떨어진 것들 중에도 불발탄들이 대량 발생한 것을 보고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포와 포탄 관리가 한심한데 제대로 날아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북한 포탄은 러시아에 가서도 망신살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북한산 포탄을 해체해 봤더니 부품이 빠져 있고, 충전된 화약의 색깔도 달랐으며, 밀봉돼야 할 부분이 훼손돼 습기에 노출돼 있었다고 한다. 북한산 포탄을 사용하다 포신과 포탑이 완전히 날아갔다는 러시아 자주포 사진도 공개됐다.
러시아에 준 포탄이 재고품인지, 신품인지에 대해 논쟁도 있지만 내가 볼 땐 의미 없는 짓이다. 확실한 것은 북한 포탄은 불량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 포탄은 1994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 생산한 것과 이후에 생산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1994년 이전 것은 그나마 생산 지도서대로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30년 넘게 보관 관리가 안 되면서 불량이 될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중반의 고난의 행군은 군수공장 노동자들의 대량 아사부터 시작됐다. 그게 1994년 가을이었다. 이때부터 생산은 둘째고, 살아남는 게 중요했다. 당연히 누구도 품질 같은 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럼 고난의 행군이 끝난 뒤엔 제대로 생산될까. 이때부턴 간부들과 노동자들이 원자재들을 빼돌려 팔기 시작했다.
위에서 요구하는 것은 수량이지 품질이 아니다. 수량 과제를 못 하면 처벌받지만, 질 때문에 처벌받는 일은 거의 없다. 품질 검사원들도 다 한통속이라 대충 넘어간다. 이건 군수공장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전체의 문제다.
게다가 상부에선 설비와 자재도 제대로 주지 않고 무조건 자력갱생하라고 한다. 할 수 없다고 하면 조건타발을 앞세운다고 처벌한다. 그러니 간부라면 수량부터 맞추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러시아에서 큰 망신을 당했으니 아마 포탄 공장 간부들은 처벌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일은 수십 년에 한 번 있는, 운 나쁜 천재지변에 해당한다. 수량 때문에 처벌받을 확률이 여전히 수십 배 더 높으니 앞으로도 계속 불발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에선 중국산의 품질이 한심하다고 비난하지만, 내가 볼 땐 북한산은 그보다 열 배는 더 조악하다. 김정은이 열병식 때마다 한두 개씩 선보이는 신상 무기도 한두 번은 굴러가거나 날아가긴 하겠지만, 품질이나 내구성은 형편없다고 확신한다. 솔직히 난 김정은이 핵무기를 쏘면 그게 제대로 폭발할지도 의문이다.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
12-20 동계 훈련 앞두고 ‘고깃값’ 벌러 돈 빌리러 다니는 북한 장교들...“군 내부 재정난 심각”
"북한 인민군 국경경비대 장교들이 동계훈련을 앞두고 고기 먹을 돈이 없어서 지역 유지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닌다"
북한 인민군이 지난 1일부터 동계훈련 기간에 돌입한 가운데, 북한 국경경비대 장교들이 훈련 시작 전에 돈을 빌리러 다녔다는 증언이 나왔다. 군사들을 먹일 돼지고깃값을 벌기 위해서로, 북한 인민군 내 재정난이 심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데일리NK 재팬에 따르면 양강도 혜산에 주둔하는 북한 국경경비대 제25여단 장교들이 훈련 시작 15일 전부터 재산을 갖고 있을 것 같은 지인이나 지역 유지 집을 찾아가 돈을 빌렸다. 해당 장교들은 인민군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왔다면서 돈을 빌려 갔다고 한다.
북한 인민군은 장교들을 시켜 돈을 빌릴 정도로 군 내부 재정난이 심각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인민군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나 정기훈련의 첫날에는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특식을 지급한다. 그 때 단골 메뉴로 돼지고기와 두부가 듬뿍 들어간 국을 끓여주는데, 군 내부 재정사정이 어려워지자 고깃값을 마련하기 위해 장교들이 돈을 빌리러 다니는 상황이다.
북한 국경경비대 부대는 인민군 내에서도 재정적으로 풍족한 부대로 여겨졌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내부 재정난이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국경경비대 부대는 중국에서 밀수를 하는 지역 주민에게 뇌물을 받으며 부대 자금을 마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국경이 봉쇄되며 재정난이 심해진 상황이다.
문화일보 김선영 기자
12.21 北주민 하루 2000㎉도 못 먹는다… 경기 침체·식량난 ‘코로나 직격탄’
통계청 ‘북한 경제지표’ 보니
▲웃고는 있지만… 배고픔과 싸우는 北주민들 -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북한 주민 1인당 에너지 공급량은 1982kcal에 불과해 영양 부족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경제는 2022년까지 3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사진은 지난 15일 평양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보도된 평양시 역포구역 소신남새농장에서 새집들이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뉴스1
북한 주민들이 코로나 전후로 영양 부족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됐다. 북한 주민 1인당 하루 에너지 공급량이 20대 성인 여성의 권장 섭취량인 2000kcal 아래로 처음 떨어진 것이다. 경제 성장률도 2020년 이후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작년엔 뒤늦게 코로나 확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침체와 식량난까지 겪는 와중이라 북한 주민들의 궁핍한 삶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북한 식량난, 단백질·지방 섭취도 태부족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북한 주민 1인당 하루 에너지 공급량은 1982kcal로 1년 전(2030kcal)보다 2.4% 줄었다. 지난 1987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처음으로 2000kcal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2020년 발간된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성(19~49세)이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량은 2500~2600kcal, 성인 여성(19~49세)의 경우 1900~2000kcal다. 청소년기의 경우 남성 2700kcal, 여성 2000kcal로 더 높다. 우리나라와 신체 조건이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북한 남성 주민 대부분이 영양 부족을 겪고 있는 셈이다.
북한 주민들의 경우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과 지방 섭취량도 권장 섭취량에 못 미쳤다. 2021년 기준 북한 주민 1인당 하루 단백질 공급량은 55.1g으로, 우리나라 국민(113.3g)의 48%에 머물렀다. 지방은 31.2g을 섭취해, 우리나라 국민(123.6g)의 25%에 그쳤다. 황지윤 상명대 식품영양학전공 교수는 “이 같은 단백질 공급량은 12세 이상 남성, 12~29세 여성의 권장섭취량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지방 섭취량의 경우에도 필수 지방산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섭취량 자체도 부족하지만, 섭취하는 식품에 대한 문제도 크다. 북한은 단백질 대부분을 육류와 같은 동물성 단백질보다 콩 등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섭취하는 식품의 질적 측면에서도 영양소 공급이 부실한 상황일 것”이라고 했다.
이 와중에 지난해 코로나로 인한 식량난까지 북한을 덮쳤다. 지난해 북한의 쌀 생산량은 207만4000t으로 1년 전(215만6000t)보다 8만1000t(4%) 줄었다. 우리나라 쌀 생산량(376만4000t)의 55%에 그치는 수준이다.
◇북한, 3년째 마이너스 성장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과 싸우는 사이, 북한 경제는 3년째 가라앉는 상황이다.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년 전보다 0.2% 줄었다.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4.5%, 0.1%씩 감소한 데 이어 3년째 감소세를 이어간 것이다. 특히 북한 경제를 지탱하는 광공업이 지난 2017년(-8.5%)부터 지난해(-1.3%)까지 6년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농림어업 생산도 지난해 –2.1%로 고꾸라졌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3.1% 성장을 거두며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에 들어선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인데, 지난해 북한에 오미크론 코로나가 확산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5월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음을 처음으로 인정한 뒤, 2개월에 걸쳐 477만명가량의 ‘발열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 경제가 코로나로 인한 침체의 늪을 벗어날 때, 북한은 여전히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여파를 극복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했다.
지난해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43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4248만7000원으로 북한의 30배에 달한다. 경제 규모도 격차가 심화돼, 지난해 북한의 명목 GDP는 36조2000억원으로 우리나라(2161조8000억원)의 1.7% 수준에 불과했다.
다만 지난해 북한의 무역총액은 15억9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22.4% 증가하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1조4150억달러)의 0.1%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중국이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6.7%로,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했다.
조선일보 강우량 기자
12.28 불혹의 김정은
집권 12년 꽉 채웠지만 생일·고향·모친 공개 못해
경제난에 令은 안 서고 딸 등장에 “아들은?” 수군
김정은의 40회 생일(1월 8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북이 중시하는 ‘꺾어지는 해’이지만 경축 동향은 감지되지 않는다. 김일성·김정일 생일을 ‘민족 최대 명절’로 성대히 기념하는 것과 딴판이다. 김정은 생일은 집권 12년이 지나도록 명절 지정은커녕 공개도 하지 않고 있다. 2020년엔 ‘명절 언급, 행사 진행 엄금’ 지시까지 내렸다. 알더라도 입 다물란 것이다.
북 주민들은 김일성이 태어난 평양 만경대와 김정일 생가로 날조된 백두산 밀영을 성지로 떠받든다. 탁아소 때부터 그러라고 배운다. 각급 학교에선 이른바 ‘백두산 4대 장군’ 일대기가 각각 별도 교과목이다. 총 수업시수의 30% 정도다. 조작의 산물이지만 김일성·김정숙·김정일은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가 상세히 기술돼 있다. ‘4대 장군’ 중 김정은만 출생에 관한 기술이 없다. 순례할 성지도 없다. 이상하지만 아무도 내색은 못 한다.
김정은 탄생설화가 미완인 것은 모친 고용희 때문이다. 북은 김정은 집권을 즈음해 ‘위대한 선군조선의 어머님’이란 간부용 기록영화를 만들어 고용희 우상화를 시도하다 돌연 중단했다. 영상이 유출돼 고용희의 출신 성분이 구설에 오른 직후였다. 아무리 수령이라도 북송 재일교포 출신의 기쁨조 무용수를 국모로 내세울 수 없는 게 북한 현실이다. 그랬다간 ‘백두혈통이 후지산 줄기에 오염됐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이모 고용숙 부부와 외삼촌 고동훈은 서방에 망명했다. 외조부 고경택은 일제 부역 의혹이 있다. 외가 전체가 북이 경멸하는 ‘적대계층’이다. 날조와 창작에도 한계가 있다. 조작에 도가 튼 노동당 선전 전문가들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2019년 3월 김정은이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며 신격화 중단을 공개 지시한 배경이 짐작된다.
김일성은 고용희를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안 만나주면서 이복형 김정남은 손자로 인정했다. 살의(殺意)는 그때부터 품었을 것이다. 고용희는 유선암을 앓다 2004년 파리에서 숨졌다. 스위스에 있던 김정은은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2012년 집권하자마자 평양산원에 유선종양연구소를 세우고, 어머니날(11월 16일)을 기념일로 지정하고, 전국어머니대회를 부활시킨 건 우연이 아니다.
이달 초 김정은은 전국어머니대회를 소집했다. 11년 만이다. 살아있다면 70세일 고용희를 추모하는 나름의 방식이었다. 개회사 낭독 때부터 흐느낀 김정은은 부하의 보고를 듣다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나라의 대들보로 자라는 자식의 성장을 보는 것보다 어머니에게 큰 낙은 없다’는 대목이었다. 그리움과 콤플렉스, 절대권력을 쥐고도 고용희를 내세울 수 없는 무력감이 뒤섞였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월 21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실은 신형 위성 운반로켓 ‘천리마-1형’이 발사 성공하자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부쩍 많아진 흰머리가 눈에 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생일을 쉬쉬하고 우상화를 중단한 것을 북한은 ‘애민주의’로 포장했다. 진짜 ‘애민’을 했다면 인민들 형편이 조금은 나아졌어야 한다. 핵에 집착하니 ‘이밥에 고깃국’에선 외려 멀어졌다.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던 약속은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로 슬그머니 바꿨다. 장마당뿐 아니라 권부 핵심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영(令)이 설 리가 없다.
지난 1년간 김정은은 열 살짜리 딸을 무력시위 현장에 계속 대동했다. 극심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파격을 넘어 기행이다. 핵무력 고도화란 업적을 부각해 4대 세습을 기정사실화하려고 무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세자 책봉은 서두르지 않는 법이다. 왕의 권력은 줄고 후계자는 표적이 된다.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생긴 것이다.
정보 당국이 존재를 확신했던 장남의 행방이 묘연하다. 스위스 유학 때부터 사귄 현송월의 소생이란 설, 지능이 낮아 후계 구도에서 밀렸다는 설이 나돈다. 평양의 수군거림이 광화문에 닿고 있다. 마흔도 안 된 김정은의 흰머리가 부쩍 늘었다.
조선일보 이용수 논설위원
12.29 국제사회 조롱받는 북한판 인권백서

지난 10일은 세계인권선언 75주년 기념일이었다. 그날 ‘인권백서’를 발표하면서 북한은 인권을 존중은 하지만 “인권선언이 강조한 인간의 존엄과 권리는 오늘날 총기류 범죄와 인종차별, 경찰의 폭행, 여성 및 아동 학대 등 사회악이 만연한 미국과 서구에서 무참히 유린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번 백서는 인권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얼마나 뒤틀렸는가를 보여준다.
2014년 2월에 나온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 등을 보면 북한의 인권 유린은 전방위적이고 지속적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인권 존중을 지향하지만, 북한 정권 존립의 토대가 되는 정치적 신념은 인권이라는 개념과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다. 북한에서 개인의 가치, 그리고 개인과 국가의 관계는 최고 지도자와 그를 둘러싼 당에서 출발한다.
북, 인권선언 75돌에 미국 비판
북한도 인권 관련 두 규약 가입
조약 이행 여부 논의할 날 오길
▲북한의 인권 침해, 두고만 볼 것인가. [일러스트=김지윤]
이러한 정치체제에서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인권, 당이나 최고 지도자에 좌지우지하지 않는 개인의 권리란 존재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은 절대적 충성이 필수적이었던 항일 조직 빨치산을 이끈 김일성의 개인 경험과 일제 치하 한국인에게 강요됐던 일본 천황에 대한 충성이 혼합된 결과다.
따라서 국제적 인권 약속은 북한과 북한의 전통, 그리고 정치적 신념에 해로운 것으로 철저하게 거부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은 딱히 그렇지도 않다. 1981년 9월 북한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ICCPR)’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ESCR)’에 가입하는 기이한 행동을 보여줬다.
신념의 자유, 결사의 자유, 고문으로부터의 자유, 이동의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북한의 관행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ICCPR와 ICESCR은 모두 독립적인 유엔 기구에 의해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니 두 규약에 가입한 북한이 마치 자국의 인권 유린에 대한 비판을 감수한 것처럼 보인다. 북한이 왜 이들 조약에 가입했는지 우리는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1991년 9월 17일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함으로써 북한도 세계인권선언 준수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이에 따라 유엔 인권이사회의 조사를 받게 되고,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북한 인권보고서 발간이 가능하게 됐다. 국제사회와의 약속과 북한 내부 관행의 절충점을 찾기 위한 북한의 노력은 이번 인권백서에서도 드러난다. 진정한 인권 준수는 완전한 주권 없이는 불가능하며 북한은 주권을 수호하고 있기에 당연히 인권도 보호하는 중이라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의 주장을 비웃는다.
국제무대에서 행한 인권에 관한 공식적인 약속과 실질적인 관행 사이의 큰 차이는 세 가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다. 먼저 북한은 ICCPR와 ICESCR, 그리고 세계인권선언에 관한 유엔 체제와 지속적인 마찰을 빚고 비판을 받는다. 그때마다 유엔 대표부 북한 외교관은 흥분하고 북한 관영 매체는 유엔의 관련 보고서를 맹비난한다. 북한 정권은 이러한 국제적 비판을 질색하고, 이러한 긴장 관계는 세계가 북한에 적대적이고 유엔은 미국의 조종을 받는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둘째, 유엔 기구와 조약이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일련의 기준으로 작동한다는 것은 긍정적 결과다. 당장은 북한 정권의 철저한 정보 통제로 인해 북한 주민은 관련된 문서에 접근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정권 자체가 규칙을 위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이는 북한 정권에 실질적 위협이다.
예컨대 1976년 ‘모스크바 헬싱키 그룹(MHG)’이 밝힌 옛 소련의 국제법 위반은 결국 소련 체제 붕괴로 이어졌고, 1989년 동독이 스스로 규칙을 어겼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해 말 베를린 장벽 붕괴로 이어졌다.
셋째, 국제 조약과 기구는 장기적으로 북한의 인권 성적표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나눌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물론 국제사회와의 교류가 전무한 북한이 조만간 이러한 논의에 나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 지금은 요원해 보여도 우리는 북한 주민을 생각해서라도 언젠가는 북한 인권 관련 유엔 조약의 이행을 위한 논의를 재개한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중앙일보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