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 2023-09/
09-01 육사의 뿌리, 한미동맹과 맞닿아 있다

이제교 정치부장
‘홍범도 흉상’ 역사논쟁 아냐
한국의 미래방향 이정표 성격
진보는 한미동맹 약화를 원해
육사 美군정 시기 학교서 출발
기원이 독립군 아닌 것은 사실
이념적 목적의 이용은 없어야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한미동맹 70주년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름만 특별전이지 초라하기 그지없다. 1층 귀퉁이 15평여 공간에 마련된 유리전시관 5개, 패널 부스 10여 개가 전부다. 전시품도 6·25전쟁의 참상을 담은 외국 매거진, 군복 두세 벌, 훈장 몇 개가 고작이다. 한미동맹을 이렇게 대접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왜 전시했는지 모를 낡은 카메라 4점도 있다.
더 아연실색한 부분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실종이다. 눈을 씻고 봐도 그의 이름 석 자가 없다. 부스 2-3 ‘정전과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에는 “전쟁은 종료된 것처럼 보였지만 불안한 휴전상태가 지속되었고, 비극적 분단과 냉전체제가 고착되었다. 강력한 반공이데올로기를 표방한 한국 정부 요청으로 1953년 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마침내 정식 조인되었다”고 적혀 있다. 그는 떨떠름해 하는 미국에 ‘단독 북진 통일’을 외치는 벼랑 끝 전술로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담긴 한미동맹을 일궈냈다. 평가는 인색하다. ‘한국 정부 요청으로’라는 문구 하나로 한국의 운명을 고심했던 지도자의 심경을 뭉뚱그렸다.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은 단순한 역사논쟁이 아니다. 본질은 한미동맹을 바라보는 인식,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견해의 차이다. 원래 육사는 홍범도, 지청천, 이회영, 이범석, 김좌진 등 5인의 독립영웅 흉상을 모실 장소는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탄생은 독립영웅들의 자체적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라 미국의 태평양전쟁 승리에 따른 부산물이었다. 미국은 1945년 8월 점령군으로 남한에 들어와 군정을 실시했고 같은 해 12월 군사영어학교를 창설했다. 당시 국내에는 일본군과 만주군 출신, 좌우익 인사로 갈라진 조선임시군사위원회, 조선국군준비대, 대한국군준비위원회, 중앙육군사관학교 같은 군사 단체가 즐비했다. 미 군정은 북쪽의 공산주의 물결이 거세지자 일본 육사와 만주군, 신흥무관학교 인사를 주축으로 훗날 한국군으로 자리 잡는 국방경비대 제1연대를 출범시켰다. 또, 장교 양성을 위해 1946년 5월 1일 국방경비사관학교를 창설했다. 이 학교가 육사의 모체다. 현재 육사 개교기념일도 같은 날을 쓴다. 씁쓸하지만 육사가 독립군 항일 무장투쟁 정신을 토대로 탄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팩트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3·1절에 독립영웅 5인의 흉상을 육사 충무관 앞에 설치했다. 다음 해 육사 75기 졸업·임관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육사의 역사적 뿌리는 100여 년 전 신흥무관학교”라고 선언했다. 문 정부는 5년 내내 친북·친중 노선으로 일관했다. 한미연합훈련도 멈춰 세웠다. 그들은 유엔사령부 해체로 이어질 정전체제 종식과 한미동맹 구심력 약화를 원했다. 그러려면 육사는 미국이 아닌 독립군과 광복군의 적통을 이어받아야 했다. 민족적 자긍심에 상처를 줄지 몰라도 사슴을 말이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더구나 독립영웅 5인 중 홍범도 장군은 1921년 자유시 참변에 개입된 의혹이 있다. 1927년 소련 공산당원이 됐고, 볼셰비키 활동도 했다. 육사 입장에서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대목인 셈이다.
진보 진영에는 한미동맹을 푸대접하는 기류가 흐른다. 미국에 안보를 의탁하고 경제 성장의 꽃을 피웠건만, 한국이 미국에 선심을 쓴다는 태도가 묻어난다. ‘좌는 민주, 우는 독재’라는 인식에 갇혀 미국을 제국주의 침략국가로 여긴다. 낡은 운동권 사고다. 여기엔 지정학상 미국은 한국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망상이 깔려 있다. 하지만 오판이다. 대국의 행동을 결정짓는 것은 국익뿐이다. 미·중 패권 경쟁 구도에서 한국이 중국 쪽으로 다가간다면 미국은 언제든 손을 뗄 수 있다. 새로운 애치슨 라인을 그으면 그만이다. 남한 무력 점령을 노리는 북한이 간절하게 원하는 전개다.
올해도 육사에서는 300여 명의 생도가 배출된다. 전투·기술 병과 등을 부여받은 장교들은 유사시 위국헌신의 마음 하나로 또래 병사들과 최전선에 투입될 것이다. 꽃다운 나이에 먼저 희생되는 것도 그들이다. 육사의 기원을 따져보면 홍범도 장군의 흉상은 독립기념관에 모시는 것이 합당하다. 더 이상 정치적 이념을 위해 육사의 젊은 장교를 이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문화일보
09.01 6년 전 육사를 떠올렸다

30일 낮 서울 노원구의 육군사관학교 앞에 갔다. 정문까지 수백 미터의 가로수길에 20여 개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예상대로 극언이었다.
‘친일잔당 국방부, 국가보훈부를 철거하라’ ‘간도특설대 백선엽이 국군의 뿌리냐!’ ‘육군사관학교가 일본자위대 양성소냐!’ ‘이완용 국방부 장관 이종섭을 탄핵하라’.
육사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공개된 이후 나온 반발이다. 대통령실에선 “(홍 장군이) 소련 공산당 당원으로서 자유시 참변 이후의 삶이 육사 생도들이 매일 경례하면서 롤 모델로 삼는다는 기준으로 봤을 때 잘 맞겠느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고 설명하지만, 반향이 크지 않다. 다수는 현 정권의 역사의식을 개탄한다. 이해한다. 이런 논란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었나 싶다. 피로하다.
문 전 대통령, 독립군 편입 지시 후
육사서 항일투쟁 강조…갈등 씨앗
위국헌신 생도들은 어떻게 볼까
하나 논란의 씨앗이 뿌려진 6년 전을 되새겨볼 필요는 있다. 그렇다. 전 정권, 바로 문재인 전 대통령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2017년 8월 국방부 업무보고 때 “광복군과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군 전통도 각 군 사관학교 교육과정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육사에선 이런 일이 벌어졌다. 국방경비대사관학교(1946년 5월)를 시점으로 보던 육사가 12월 독립군 학술대회를 열었다.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이회영 선생의 후손인 이종걸 당시 민주당 의원과 이종찬 전 국정원장(현 광복회장)이 참석했다. 이듬해 2월엔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특강했다. 육사 홈페이지에서 백선엽 장군 웹툰이 사라지고 육사 바로 옆에 있는 육사아파트의 외벽에서 육사 마크가 지워졌다.
또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이 제작됐고 생도들이 수시로 다니는 교수부 건물(충무관) 앞에 설치됐다. 사실상 ‘한국군의 아버지’라 불리는 밴 플리트 장군의 동상은 400여m 떨어진, 찾아가야 볼 수 있는 곳에 있는 것과 대비됐다. 3월 1일 흉상 제막식이 있었고 5일 뒤 문 전 대통령 부부가 육사 졸업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으론 10년 만이었다. 이듬해엔 한국전쟁사·북한학·군사전략을 배우지 않더라도 졸업할 수 있게 했다.
당시부터 알게 모르게 “코드 맞추기”란 반발이 있었다. 군인의 아들이자 그 자신이 육사 67기 출신인 김세진도 그중 한 명이었다. 한국군의 복잡다단한 근원을 『한국군의 뿌리』에 담으며 이렇게 썼다. “‘한국군의 뿌리는 독립군이다’라는 슬로건이 난무하고 육사 교내에 독립운동가 5인의 동상이 세워지는 현상에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중략) 항일투쟁만을 부각해 개인과 조직의 세계관을 편협하게 만들고 정체성이란 관념에 갇혀 코앞의 안보 위협을 혼동하게 하는 위험한 선동이다. 대한민국 국군은 민족의 군대가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의 군대이자 국가의 군대다.” 그와 통화했다.
-논란이 더 커졌다.
“독립군이나 광복군의 정신을 계승하는 건 OK지만 (당시 조치는) 한국전쟁사를 선택과목으로 축소하고 육사의 뿌리를 신흥무관학교로 확장하면서 지금 안보 위협을 혼동하게 하는, 노 저팬 운동과 연계해 종합적으로 이뤄진 작업이었다. 육사 이전을 말하며 ‘너희들 말 안 들으면 이전한다’는 압박도 있었다.”
-당시 육사 교장이 강행했다던데.
“나중에 ‘압박 때문에 중심 잡느라 힘들었다’는 개인적 고충을 토로하더라. 그러나 그간 행적을 보면 본인을 위해 그리했다는 얘기도 있다.”(※당시 교장에게 문자를 남겼으나 답을 하지 않았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의 분석을 빌자면 문 전 대통령은 민족과 국가 사이에서 중심을 못 잡고 자신이 민족의 지도자인지 대한민국 통수권자인지 분간을 못 했다. 사실상 민족 지도자로 행동했다. 거기에 일부 군인들이 올라탔다. 과한 결과를 낳았다. 현 정권은 그걸 참아낼 생각이 없다. 못지않게 과한 결과를 낳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더 안타까운 건 장차 ‘위국헌신(爲國獻身)’ 군인의 길을 걸어야 할 생도들이 목격하고 있는 국가의 수준이다.
중앙일보 고정애 Chief에디터
hadj43215분 전
분란의 기저에는 이종찬이 있다. 이종찬이 누군가. 김대증 정권 때 국정원장으로 있으면서 김정일의 핵완성에 도음을 준 장본인 아닌가. 그런 주사파가 김대중 문재인 정권을 들락거리다가 자식의 친분으로 광복회장에 발탁된 건데 무슨 대벼슬 이라도 한양 분란을 야기한다. 윤 통의 가장 잘못한 인사가 이종찬 발탁이다.
09.02 “광주, 정율성 탓에 좌파 성지로 각인될 수 있다”
페이스북으로 추모 사업 비판
호남 출신 소강석 목사 인터뷰

▲소강석 목사
호남 출신 대형 교회 목회자가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기념공원 추진 논란과 관련해 “광주가 민주화의 성지가 아닌 좌파 이념의 이미지로 각인될 우려가 있다”며 비판했다.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 소강석(61) 담임 목사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국민 세금으로 정율성 기념공원을 추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전북 남원 출생으로 군산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광주에서 신학교(광신대) 1학년 재학 중 5·18민주화운동을 겪었다. 1988년 서울 가락동 지하상가에서 새에덴교회를 개척해 현재 등록 신자 5만명 교회로 성장시켰다. 2007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국내외 6·25전쟁 참전 용사를 초청해 보은 행사를 열고 있다. 2021년에는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 회장을 지냈다.
소 목사는 이 글에서 역시 호남(전남 보성) 출신인 문정희(76) 시인의 ‘눈물은 어디에다 두나’를 인용하며 정율성 기념공원 추진은 편향된 시각이 아닌 보편적·상식적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시인은 계간 ‘문학나무’ 가을호에 게재한 신작을 통해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 얼굴에 눈이 한 개다/(중략) 부패한 수족관과 같은 TV뉴스 화면에서/한 눈 가진 사람과 두 눈 가진 사람이/서로를 병신이라 우기고 있다/나는 울었다/그런데 내 눈물은 어디에다 두나/좌파도 우파도 아닌 내 한쪽 눈/어디로 갔을까/내 눈물은 어디에다 두나’라고 적었다. 소 목사는 “어젯밤 이 시를 읽고 잠들었는데 나도 일어나자마자 한쪽 눈만 뜬 것 같아 거울로 달려갔다. 다행히도 두 눈이 붙어 있었다”고 말했다.

▲전남 화순군 능주초등학교에 설치된 정율성 흉상. /김영근 기자
소 목사는 페이스북에 “정율성 기념공원 문제로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다”며 “정율성 기념공원은 한쪽 눈으로 볼 때는 일리가 있지만 두 눈으로 볼 때는 아무래도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적었다. 그는 “나는 결코 정치인이 아니어서 이런 글을 쓸까 말까 여러 번 썼다 지웠다 하다가 정치인이 아닌 종교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서 이 글을 쓴다”고 했다. 그는 “정율성은 6·25전쟁 당시 중공군으로 참전했고 팔로군 행진곡과 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한 사람”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기념공원을 추진한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소 목사는 이 글에서 “누구보다 호남을 사랑하고 호남이 어머니의 품처럼 느껴지고, 호남 출신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적었다. 그는 “그래서 저는 5·18민주항쟁의 정신도 가치 있게 여기고 호남은 민주화의 성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정율성 공원 추진)을 강행함으로써 5·18 민주화 정신이 훼손당하고 광주가 민주화의 성지가 아닌 좌파 이념의 이미지로 인각(印刻)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호남 지역은 6·25 때 공산당에 가장 많이 순교를 당했던 곳”이라며 교인 77명이 공산군에 학살당한 전남 영광 염산교회의 기독교인 순교탑과 순교 기념비 사진을 페이스북 글에 첨부했다.
소 목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문 시인의 시를 읽고 지금 시대를 관통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며 “아무리 양극으로 갈라진 시대라고 해도 정율성 기념공원 문제는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발언하면 또 다른 이슈가 될까 염려돼 밤새 고민했지만 종교 지도자는 때로는 선지자적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양심을 억누르지 않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게 됐다”며 “정율성 기념공원 문제로 광주가 좌파 이념 이미지로 각인되고 민주화 정신까지 훼손당하면 결국 모두에게 손해”라고 말했다.
소강석 목사 페이스북 글(요약)
요즘 정율성 기념공원 문제로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습니다. 저도 호남 출신입니다. 20대에는 광주에서 신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5·18 광주 민주항쟁을 겪었습니다.
정율성기념공원은 한쪽 눈으로 볼 때는 일리가 있지만 두 눈으로 볼 때는 아무래도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는 북조선 노동당에 입당하여 6·25 전쟁 당시 중공군 일원으로 참전을 하였고 조선인민군 행진곡과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사람입니다.
5·18 민주화정신이 훼손을 당하고 광주가 민주화 성지가 아닌 좌파 이념의 이미지로 인각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호남지역은 6·25 때 공산당으로부터 가장 많이 순교를 했던 곳입니다. 한 눈이 아닌 두 눈으로 역사를 보고 해석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선일보 김한수 기자
09.02 北, 새벽 4시 서해로 순항미사일 기습 발사...국가안보실 긴급 회의
탄도미사일 쏜 지 사흘만
한미 연합연습 반발

▲북한이 지난 2월 23일 새벽 함경북도 김책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을 발사하는 모습. 북한은 2일 새벽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2일 새벽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수 발을 발사했다. 지난 30일 심야에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쏜 지 사흘만이다. 북한은 전면전을 가상한 ‘남(南) 점령’ 전군 지휘 훈련을 지난 29일부터 실시 중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 국방 기자단에 보낸 공지문에서 “군은 2일 토요일 4시쯤부터 북한이 서해상으로 발사한 순항미사일 수 발을 포착했다”면서 “세부제원 등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의 전략적 요충지 백령도. 백령도는 한국 본토보다 북한 내륙에 더 가깝다. 황해도 장산곶까지는 13.5km에 불과하다. 북한은 백령도, 연평도 등 서북도서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등도 이런 배경에서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미사일은 지난달 21일부터 열흘간 실시된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조선중앙통신과 대내용인 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UFS 연습을 언급하며 지난 29일부터 “남측 전 영토를 점령”하는 전군 지휘 훈련을 김정은 주관하에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순항미사일도 지난달 30일 심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 등과 같이 북 전군 지휘 훈련과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SRBM은 평양 순안에서 발사돼 동해상으로 360여km 날아가 탄착했는데, 발사 방향을 남쪽으로 돌리면 탄착지점이 충남 계룡대(육·해·공군 본부)와 거의 일치했다. 순안에서 계룡대까지 직선거리는 350여km이다.

- ▲북한 김정은이 동해 해군 함대를 방문해 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1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이번 순항미사일은 북한의 백령도 등 서북도서 점령 훈련 목적으로 실시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순항미사일은 마하(음속) 10 전후로 빠르게 궤도를 그리다 떨어지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속도는 마하 1 전후로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낮은 고도로 ‘8(팔)’자형을 그리는 등 회피 기동 비행을 하다 기습 타격을 할 수 있다. 북한이 백령도 등을 기습 상륙해 점령을 시도할 때 우리 군의 함정 등이 지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등 여러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김정은은 지난 27일에는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으로 해군절을 맞아 해군 사령부를 찾으며, ‘해군 전술핵 실전 배치’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날 발사한 순항미사일이 북한이 전술핵탄두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2형일 가능성도 있다.

- ▲인천 백령도 해병대 제6여단이 KAAV(한국형돌격상륙장갑차) 기동 훈련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합참은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추가 징후와 활동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에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오전 임종득 안보실 2차장을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는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의도를 분석하는 한편 우리 군의 대응 태세 등을 점검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09.04 “남조선 괴뢰” 외치는 행사에 정부 도움 받아 참석한 윤미향 의원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지난 1일 일본 도쿄에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주최한 관동대지진 100주년 추도행사에 참석해 추모비에 헌화하고있다. /마이니치신문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지난 1일 도쿄에서 조총련 등이 주최한 관동대지진 100주기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명부터가 ‘간또대진재 조선인학살 100년 도꾜동포 추도모임’으로 북한식 표현이었다. 북한에서 노력 영웅 칭호와 국기훈장 1급을 받은 허종만 의장, 수시로 평양을 드나드는 박구호 제1부의장 등 조총련 지도부도 참석했다. 추도사를 낭독한 조총련 간부는 한국 정부를 “남조선 괴뢰 도당”으로 불렀다. 윤 의원은 이 행사 직전 한국 정부와 민단이 주최한 ‘제100주년 관동대진재 한국인 순난자(殉難者) 추념식’에는 불참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이럴 수 있나.
윤 의원 측은 국회 사무처를 통해 외교부에 공문을 보내 일본 입국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주일 한국 대사관은 공항에 직원을 보내 윤 의원의 입국 수속을 도왔고 도쿄역 인근 숙소까지 차량을 제공했다. 개인 일정이 아니라 국회의원의 공무임을 내세운 것이다. 그래놓고 정부 공식 추도식은 외면한 채 조총련 행사장에만 갔다. 정부를 농락한 것이다.
문제가 되자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 항공권과 숙소 예약, 방일 일정은 스스로 진행했다는 해명 글을 올렸다. 또 “민단에서 추도 행사가 있다는 사실을 들었지만 초대받지 못했다”며 “보수 언론은 색깔론 갈라치기 하지 말라”고 했다. 3500자가 넘는 글에서 부끄러움이나 뉘우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윤 의원은 의원이 되기 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돌본다면서 후원금을 받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가 “이용만 당했다”고 폭로한 순간 윤 의원은 국회의원 자격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윤 의원을 출당시켜 징계하는 시늉만 하면서 비례대표인 의원직을 보전할 수 있도록 도왔다. 법원은 재판을 2년 5개월 끌다가 1심에서 횡령 일부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의원 임기가 보장된다. 윤 의원이 세비를 꼬박 꼬박 챙겨가며 국익을 해치는 모습을 임기 말까지 참고 지켜봐야 할 모양이다.
조선일보 사설
09-04 “윤미향, 北 노동당 일본 지부 행사에 간 것은 국민 배신”
윤미향 의원의 일탈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의 한계를 한참 벗어났다. 이미 위안부 후원금 유용 문제 등으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자문기구로부터 ‘제명 권고’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반국가단체 판결을 받은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파렴치를 넘어 국가관 측면에서도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지난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간또대진재 조선인학살 100년 도꾜동포 추도모임’(북한식 표현) 행사에 참석했고, 북한에서 영웅 칭호를 받은 허종만 의장 등 조총련 지도부도 함께했다. 윤 의원을 앞에 두고 조총련 간부는 “남조선 괴뢰도당”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현안에 대해 북한식 주장도 폈다고 한다. 윤 의원은 이 행사 직전 정부와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주최한 ‘한국인 순난자(殉難者) 추념식’에는 불참했다.
그는 행사 주최자가 조총련이 아니라고 했으나 현장 안내문 등을 통해 거짓임이 드러났다. “민단 추도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도 사실과 달랐다. 민단 측은 관례대로 국회 한일의원연맹에 공문을 보냈고, 정진석·배현진·윤호중 의원은 추도식에 참석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외교부에 공문을 보내 의전 지원을 받고도 정부 행사는 외면하고 반국가단체 행사에 간 것이다. 이수원 민단 도쿄본부 단장은 “조선노동당 일본 지부 행사에 가는 건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 의원 제명에 앞장서지 않으면 정치적 숙주를 자인하는 셈이다.
문화일보 사설
09.04 “남조선 괴뢰” 친북행사 간 국회의원 의전 챙긴 외교부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지난 1일 일본 도쿄에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주최한 관동(關東·간토)대지진 10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조총련은 북한을 조국으로 여기는 단체이며, 한국 대법원으로부터 ‘반국가단체’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도 2020년 김정은에게 ‘노력 영웅’ 칭호를 받은 허종만 의장 등 조총련 지도부가 참석했고, 한 간부는 우리 정부를 ‘남조선 괴뢰 도당’이라고 지칭했다. 이런 행사에 참석하는 윤 의원에게 주일 한국대사관은 입국 수속을 지원하고 공항~숙소 간 차량까지 제공했다. 외교 활동을 위해 파견돼 있는 대사관 직원들이 국회의원의 ‘비서’ 노릇을 한 것이다.
윤 의원이 입국한 하네다공항부터 도쿄 시내 숙소까지는 차로 약 30~40분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를 타면 7만원, 지하철을 타면 1만원 이내로 갈 수 있는 거리다. 윤 의원실은 국회 사무처를 통해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고맙게도 대사관에서 공항에 나와 숙소까지 데려다 주었다”며 “그 외 일정은 모두 제가 직접 진행했다”고 했다. 또 자신의 행사 참석에 대한 비판을 ‘색깔론’으로 규정했다. 국민의힘은 3일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단체와 어깨를 나란히 했는데 국회의원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윤 의원의 제명을 요구했다.
오래전부터 국회의원들은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재외공관의 의전을 받는 것을 당연시해왔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의전 중독’이란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 여기에 정치인들에게 잘 보이려는 외교관들의 과잉 의전도 악순환을 부추겼다. 현지 활동보다 한국에서 온 손님과의 ‘인증샷’을 소셜미디어(SNS)에 훈장처럼 올리는 대사들도 있고, 주재국을 찾은 고위급을 의전으로 감동시켜 훗날 인사가 잘 풀렸다는 무용담(?)도 종종 회자된다. 요즘도 유럽에 있는 한 대사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재국이 ‘환승 허브’로 떠오르자 한국 손님 맞이에 분주하다고 한다.
외교부는 윤 의원 방문이 논란이 되자 2일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해오고 있는 시점에서 조총련 관련 행사에 참석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국회가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한 것이고 모든 일정을 공개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옥석을 가려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해명이다. 외교부는 올해 6월부터 야당이 후쿠시마를 방문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결과를 부정하고 도쿄전력에 문전박대를 당하는 ‘자해 외교’를 할 때도 편의를 제공했다.
하지만 외교 활동 하기에도 바쁜 재외공관의 한정된 인력과 자원을 언제까지 이런 악습에 낭비할 수는 없다. 이번 기회에 외교부는 아예 재외공관의 국회의원 지원 폐지 방침을 검토하길 바란다. 정말 국익을 위한 활동이란 것이 사전에 입증되는 경우는 예외로 두면 될 것이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09-05 [단독]윤미향 초청 ‘간토추도 추진위’ 대표 “DJ-盧정부때 北 100번 넘게 갔다왔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북한 지령받고 미군철수 투쟁 등 주도…유죄 판결도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5일 “한국에서 간토(關東) 학살 100주기 추도사업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추진위로부터 국회의원들에게 추도 행사 참여 요청이 있었다”고 밝힌 가운데 한일 정보당국이 추진위 공동대표를 맡은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의 활동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윤 의원은 앞서 1일 우리 정부 후원으로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개최한 간토 대지진 100년 한국인 희생자 추도식 대신 친북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추도 행사에 참석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한일 당국에 따르면 양국 정부는 한 대표가 총련 및 북한 당국과 관계를 맺은 점에 주목하고 북한 측과의 접선 여부 및 소통 내용 등을 들여다 보고 있다. 한 대표는 1일 일본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총련 주최로 개최된 ‘간토 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년 도쿄 동포 추도모임’에서 공개적으로 이름이 등장하는 유일한 한국 측 인사다. 한 대표는 이날 추진위 명의로 ‘련대인사(북한식 표기): 일본 정부는 100년간의 기만을 멈추고, 역사정의 바로 세워 아시아의 공동 번영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 제목의 인사문을 총련에 보냈다.
한 대표는 2004년부터 3년간 중국, 북한 개성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받고 국내에서 맥아더 동상 철거 투쟁, 주한미군 철수 투쟁 등을 주도한 혐의로 2010년 구속기소돼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한 대표의 부인 손미희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윤 의원이 활동했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외협력위원장으로 단체 실무를 맡아왔다.
한 대표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을 100번 넘게 갔다 왔다. 모두 통일부 허가를 얻고 합법적으로 갔는데 그 중 5번이 통일부 허가 밖 행동이라고 구속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번 총련 주최 추도모임에서 “한일 정부는 역사 정의와 평화를 양한 양국 시민들의 노력과 열망을 짓밟고 있다”며 양국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에 박차를 가하며 주변국과의 적대를 강요하고 있다”고 한미일 협력을 비난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09-05 北 이번엔 오염수 투쟁 지령, 심상찮은 南 공조세력 행태
북한의 남한 정치 개입이‘족집게’식으로 악성 진화하고 있다. 지령 빈도가 높아지고 내용도 구체화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국가정보원은 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국내 공조세력과 지하망에 (일본의 오염처리수 방류) 반대 활동을 하도록 하는 지령을 지속적으로 내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공조세력에 대해선 “반정부 세력”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북한 반응이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게 아니냐”고 질문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실제로 북한 지령은 ‘오염수 투쟁’은 반일(反日)보다 윤석열 정부와 한·미·일 공조 체제를 흔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한 행동 요령, 시위 장소와 구호까지 적시했다. 특히 방류 시기에 맞춰 강도를 높이라는 긴급 지령도 내렸다고 한다. 북한은 지령에서 “윤석열 정부 반대 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이들을 단죄하는 집단행동에 나서야 한다”면서 서울광화문광장과 일본 대사관 주변 등을 시위장소로 지정했다. 이번에 지령을 받은 단체는 재판을 받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나 창원 간첩단,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등이 아닌 조직이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광화문광장 등 서울 도심에서는 주말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 주도의 집회가 열린다. 주한 일본대사관 난입 시도도 있었다. 최근 적발된 간첩단들이 재판에 넘겨지긴 했지만, 재판 지연전술 때문에 상당수가 구속 기간 만료(6개월)로 석방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진다. 지난해 10월 핼러윈 참사 이후 북한은 ‘퇴진이 추모’라는 구호까지 지령을 내렸고, 실제 집회장에 등장한 바 있다. 내년 총선에 근접할수록 더 심상찮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체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반국가 행위에 대해 정치 진영에 관계없이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빈말이 돼선 안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9.06 윤미향은 조총련을 모르나, 그럼 재일교포의 ‘이 책’ 읽어보길
윤미향 무소속 의원께 추천할 책이 있다. 재일 교포 양영희(59)씨가 쓴 ‘북한에서 오빠는 죽었다(北朝鮮でオッパは死んだ)’이다. 일본어판밖에 없지만, 적은 분량이라 윤 의원 주변의 ‘도꾜 동포’들이 번역해 줄 수 있다. 책이 어렵다면 양씨가 만든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이나 ‘굿바이, 평양’도 좋다. 이런 걸 보고 나서도 한국 국회의원이 조총련 행사에 갔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조총련 열성 간부였던 양씨의 부모는 “북한이 지상낙원”이라는 말만 믿고 10대 아들 셋을 만경봉호에 태웠고 평생을 자책했다. ‘조총련 북송 사업’이 초래한 가족의 비극을 담아낸 게 양씨의 책과 다큐멘터리다. 조총련은 조선 학교와 지역별 기관 등을 총동원해 “무상 교육, 무상 의료 보장되고 차별 없는 공화국으로 가자”고 집요하게 교민들을 설득했고, 1959년부터 25년에 걸쳐 약 9만3000명을 ‘수령님의 품’으로 보냈다. 복잡한 서류 절차를 조총련이 모두 대리해 줬기에 까막눈 동포들도 대거 만경봉호를 탔다.
배가 원산항에 닿자마자 속았음을 알았지만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북송 교포는 인질이 됐고, 일본에 남은 가족들은 조총련에 거액 충성 헌금을 내야 했다. 양씨의 부모도 30년간 북한의 아들들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뒷바라지했다. 밥은 굶어도 베토벤 없이는 못 산다던 장남은 끝내 우울증으로 죽었고, 차남과 삼남은 뭘 하든 “김일성, 김정일 만세”를 외치는 기계가 됐다. 그럼에도 양씨는 “오빠들이 평양에 살아서 천운”이라고 말한다.
북송 교포들이 자유를 되찾을 방법은 탈북밖에 없었다. 북송선을 탄 9만3000여 명과 그 후손을 통틀어 약 200명만 탈북에 성공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가난과 차별에 질려 일본을 떠났는데, 북한에선 차원이 다른 빈곤과 박해가 있었다고 한결같이 증언한다. 식량난, 물자난은 예사였고 평생 ‘쪽발이’ 같은 멸칭을 들으며 천민 대우를 받았다. 도저히 못 살겠다고 혼잣말이라도 하면 온 가족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 행방불명됐다. 인권 단체들이 “조총련의 북송 사업은 현대판 노예무역”이라 규탄하는 이유다. 조총련은 올해로 북송 64년이 되도록 단 한 번도 사과한 적 없다.
윤 의원은 “일본 시민사회 어느 곳에 가든 조총련은 있다”며 자신의 조총련 행사 참석이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간토 대학살 못지않게 반인권적 참사인 재일 교포 북송 사업을 심지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한 조총련을 마치 평범한 시민 단체인 듯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윤 의원께서 조총련 피해자의 절절한 마음이 담긴 양씨의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보시길 간곡히 권한다. 그래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면, 윤 의원이 사람을 ‘사업 수단’으로 보는 시선에 익숙해서 그러지 않을까 한다.
조선일보 양지혜 기자
09.06 일만 나면 北이 지령 내리고, 한국서 그대로 실행된다니

▲2023년 8월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국내 일부 세력과 지하조직 등에 ‘반대 투쟁을 지속적으로 벌이라’고 긴급 지령을 내렸다고 국가정보원이 밝혔다. 북한은 시위 장소로 일본대사관과 광화문광장 주변까지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진보대학생넷 소속 대학생 등은 지난달 24일 주한일본대사관이 있는 건물에 진입해 기습 시위를 벌였다. 민노총과 좌파 단체들은 민주당과 함께 광화문 사거리와 세종대로 일대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열었다.
작년 핼러윈 참사 때도 북한은 민노총 간부 등에게 ‘시민단체와 연대해 윤석열 정권 퇴진과 탄핵 분위기를 조성하라’ ‘서명 운동, 촛불 시위, 추모 문화제 등을 전개하라’는 지령문을 하달했다. ‘이게 나라냐’ ‘국민이 죽어간다’ ‘퇴진이 추모다’ 등 구체적 구호도 지정했다. 실제 핼러윈 추모 집회 현수막에 이 문구가 그대로 담겼다. 국정조사 서명 운동과 촛불 집회, 추모제도 그대로 진행됐다. 당시 북한은 ‘분노 분출을 위한 조직사업’ 지침도 내렸는데 민노총은 곧바로 총파업 투쟁 대회를 열었다.
북한은 작년 화물연대 파업 때도 ‘모든 통일·애국 세력이 연대하라’고 지령문을 보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의 장기 파업 때는 경남 창원 ‘자주통일 민중전위’가 북 지침에 따라 민노총에 영향을 미치려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노총과 좌파단체들은 ‘국정원의 간첩단 수사는 공안 탄압’이라고 비난했는데 당시 북한은 ‘공안 탄압으로 몰아가라’는 지령문을 보냈다. 간첩 혐의로 구속된 충북동지회는 2019년부터 F-35A 전투기 도입 반대 릴레이 시위와 서명 운동, 규탄 회견 등을 열었다. 알고 보니 이들은 반대 시위를 하라는 북 지령을 받고 활동비까지 받았다.
무슨 일만 생기면 북이 지령을 내리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그대로 실행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일부 좌파단체들은 이름을 바꿔 달면서 광우병 시위와 제주 해군기지 반대 시위, 세월호 집회, 사드 반대 운동, 오염수 반대 집회 등을 이끌어 왔다. 그 뒤에도 북한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09.06 정율성 역사공원, 역사는 사라지고 '사업'만 남았다

▲국가보훈부의 반대에도 광주광역시가 정율성 공원 조성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독립운동가ㆍ음악가 정율성의 한국전쟁 중 ‘중공군’ 복무 경력 등을 문제 삼아 사업 철회를 요구하자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해당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러자 여권이 광주시장을 맹비난하는 가운데 일부는 이에 편승하여 이념 공세, 지역 혐오에 나서고 있다. 한편, 논란에 대한 입장 표명을 둘러싸고 5·18 공법단체가 분열하는 동안 정작 정율성 기념사업에 적극적이었던 광주 지역 정치인, 시민단체, 교육계는 침묵하고 있다.

▲정율성 기념사업 찬반 논란이 이어진 지난달 28일 오후 광주 남구 정율성로 인근에서 보수단체인 자유통일당 관계자들이 기념사업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율성의 생애를 간단히 살펴보자. 1914년 광주에서 출생해 학교를 다녔고 중국으로 건너가 의열단이 난징에서 운영한 조선혁명간부학교에서 수학하고, 독립운동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39년 중국공산당에 입당했고 훗날 중국인민해방군이 될 ‘팔로군’을 위해 〈팔로군 행진곡〉을 만드는 등 중국공산당 찬가를 다수 작곡했다.
해방 후 정율성은 소련 군정 하의 북한 지역에 정착했다. 그는 북조선로동당 황해도 위원회 선전부장, 조선인민군 구락부장과 협주단장 등을 역임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정율성은 중국으로 돌아갔고 중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러나 그해 말 중국인민지원군(중공군)의 일원으로 돌아와 참전했고, 전선의 병사들을 위무했다. 그의 생애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시기일 것이다.
교육 교재엔 ‘중공군 참전’ 외면
‘정율성 음악제’ 개최, 동구 불로동과 남구 양림동 두 곳에 모두 자리잡은 ‘정율성 생가’, 양림동 일대의 ‘정율성로’, 거기에 세워진 거대한 흉상이 말해주듯 지역사회는 정율성을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기억, 기념하고 있다. 단, 논란이 되는 그의 중국인민지원군 활동은 언급되지 않는다.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 발간한 중·고교 역사 교재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정율성을 기억, 기념하고 있다. 특히 해방 이후에서 한국전쟁에 이르는 시기 정율성의 행적을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정율성은) 광복 후 잠시 북한에 들어가 음악 활동을 하였지만 6·25 전쟁 동안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작곡 활동에 전념하였다’(고교 주제로 보는 한국사, 2018). ‘그가 북에서 보여준 활동은 음악 활동에 국한돼 있으며, 6·25 참전도 중국 국적을 지닌 문화 인사로 참여한 것이었다’(경상도 땅에서 싸운 남도 사람들, 2021). 또는 해방 이후 정율성의 행적을 아예 서술하지 않았다(중학교 주제로 보는 역사, 2018). 이처럼 그의 북한 정권 및 중국인민지원군 참가 사실은 생략하거나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반면 ‘2009년 중국 정부는 정율성을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으로 선정하였으며’(고교 주제로 보는 한국사), ‘2014년 한국을 찾은 시진핑 주석은 한·중 우호 인물 아홉 명을 언급하였는데, 한국인 중 현대 인물로는 임시 정부 주석인 김구와 정율성뿐’(중학교 주제로 보는 역사) 등 정율성에 대한 중국 정부의 평가는 크게 강조한다.

▲지난달 23일 오전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 생가 인근에 조성된 정율성거리에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전날 SNS에 글을 올려 "정율성은 공산군 응원대장이다"며 광주시가 추진 중인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의 철회를 요구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에 "정율성 선생은 시진핑 주석이 한중우호에 기여한 인물로 꼽은 인물이다. 적대 정치는 그만하고 우정의 정치를 시작하자"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광주역사문화자원’ 홈페이지에서는 「역사문화웹툰」등 에서 정율성을 별도의 항목으로 다루면서도 한국전쟁 기간의 행적을 언급하지 않고 독립운동가·음악가이자 한·중 우호 인물로만 서술하고 있다.
정율성 역사공원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상 정율성의 ‘중공군’ 경력만을 강조하는 정부 및 여당과 ‘독립운동가’ 경력만을 강조하는 광주광역시의 역사인식이 상호 충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 인물이 지닌 논란성을 인정하지 않는 흑백논리에 갇힌 역사인식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한국전쟁 참전, 산업화 등에 공로가 있다고 무작정 우상화해서는 안 되듯이 마찬가지로 독립운동가, 민주화운동가라는 이유만으로 우상화해서도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지역사회도 역사문화사업이 전개되어 온 방식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역사적 자산을 보존하고 바람직한 역사인식을 형성한다는 본질을 망각하고 확실하지도 않은 경제적 효과만 지나치게 기대하다 보면 ‘역사’는 사라지고 ‘사업’만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정율성 역사공원에 이미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고,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등 경제적 이유만을 내세우는 것은 공허하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에 대해 "북한의 애국열사능이라도 만들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지역 인물 무작정 찬양은 문제
그동안 지역에서 전개된 역사문화사업의 상당수는 지역 출신 역사적 인물을 어떻게든 더 찾아내어 진지한 역사적 평가를 거치지 않은 채 자랑거리로 만들어 기념비, 기념관, 기념상 등 각종 기념물을 세우고는 관광상품화하는 데만 혈안이 되었던 것은 아닌가. 그 과정에서 해당 인물이 지닌 논란 거리는 사업화 논리 속에 무시되어 왔다.
사실 광주광역시나 광주교육청 등에는 지역의 역사 문제를 다루는 여러 위원회, 포럼 등 공론장이 마련되어 있다. 정율성 역사공원이 타당한지도 이와 같은 장치를 통해 검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론장을 활용하여 역사교사·역사학자 등 지역 내 전문가들이 과연 직접 의제를 설정하고 그와 관련된 견해를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었는지, 당국은 이를 폭넓게, 깊이 수렴하고자 했는지는 의문이다.
지역에서 역사 담론을 주도하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 이런 사업을 통해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지역 사회의 ‘토호’들이다. 이들은 이런저런 영향력을 활용해 자신들의 역사 인식이 광주·전남의 목소리인 것처럼 지역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사회의 전문가 목소리는 배제되고 있으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일보 박용준 광주광역시 역사 교사·자유역사교육자모임 국장
09-06 정율성 기념공원 “반대” 국민 절반 넘어…77% 넘는 조사도

▲조선인민군 보안간부훈련대대부 구락부장 겸 합주단장 복무 당시 인민군 복장의 정율성(오른쪽) 소좌. 왼쪽은 아내 당쉐쑹(丁雪松). 이들 부부는 6·25전쟁 남침 초기 인민군 독려를 위해 서울에 내려왔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뉴시스 여론조사 , 51.2% 반대 찬성 27.4%…무당층도 반대(46.1%)가 찬성(22%) 두배
토마토그룹 여론조사, 반대 77.11%, 22.89%로 반대가 찬성의 약 3.3배
반대 이유 “역사적 평가 엇갈리는 인물 기리는 건물 짓는 건 혈세 낭비” 40%로 가장 많아
박민식 “이념 논쟁 아닌 국가 정체성의 문제…정율성 공원 국민상식 반하는 일”
최근 광주광역시가 북한 조선인민군 행진곡과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1914∼1976) 기념공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두 여론조사에서 국민 77.11%, 51.2% 가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 두 여론조사에서 ‘반대’ 응답자는 ‘찬성’ 비율의 2∼3배로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율성 역사 기념공원 추진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광주·호남지역을 비롯해 모든 지역에서 반대가 찬성을 훨씬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4일 2일 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1.2%가 역사공원 추진 사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찬성한다는 의견은 27.4%로 반대 응답과 23.8%p(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잘 모르겠다’는 21.4% 수준이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조차 찬성(48%)이 과반을 넘지 못했으며,무당층에서도 반대(46.1%)가 찬성(22%)보다 두배나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 100%,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2.1%, 표본오차는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백분율 집계의 경우, 소수점 반올림 과정에서 99.9% 또는 100.1%로 나타나는 라운딩 에러(반올림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앞서 토마토그룹 여론조사 애플리케이션 ‘서치통’이 국민 1002명(남녀 무관)을 대상으로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조사한 결과, 반대는 77.11%, 찬성 비율은 22.89%로 반대가 찬성의 약 3.3배로 나타났다.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을 기리는 건물을 짓는 건 혈세 낭비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40로 가장 높았다. 이어 ‘6·25 참전 호국영령에 대한 모독과 민주주의 수호에 가치를 둔 5·18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24.67%, ‘독립 이후 인민해방군을 위해 팔로군 행진곡 등을 작곡하는 등 공산당 활동을 했기 때문’이 22.44% 순이었다.
찬성 이유에 대해서는 ‘정율성 외에도 평가가 엇갈리는 역사적 인물들을 기리는 시설이 있기 때문’이 27.11%로 가장 많았다. ‘정율성이 의열단에 가입해 항일 독립운동을 했기 때문’(21.33%), ‘정율성이 중국 관광객에게 인기가 좋아 관광객 유치에 좋기 때문’(18.22%) 순이다.
이와관련 박민식 국가보훈부장관은 6일 페이스북에 올린 ‘정율성 이슈는 이념 논쟁이 아닙니다’라는 글에서 “보수 대 진보, 국민의힘 대 민주당 지지층에 따라 확고하게 달리 나타나는 여타 이슈와 확연히 달리 정율성 역사공원 추진 문제는 진영과 정당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주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번영과 우리 국민의 자유를 침해한 인물을 역사공원으로 기리는 일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상식에 반하는 일”이라며 “이는 색깔론도, 이념 논쟁도 아닌 국가 정체성의 문제이고, 국민혈세를 제대로 써야 한다는 민생의 문제”라고 밝혔다.
박 장과은 “민주당 일각에서 정율성 이슈를 이념 갈라치기라고 호도하며 반대하는 것이 민심과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조사 결과”라며 “갈라치기니 고립이니 하는 말로 지역을 볼모 삼아 정율성 논란을 덮으려는 시도는 더이상 용납돼선 안된다. 광주가 대한민국이며 대한민국이 광주가 되는 길로 나가자”고 제안했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09-06 홍범도가 본 홍범도

소련서 나온 자료 보기 전까지 홍범도 아는 체 말아야
그의 自意識은 소련을 새 조국으로 삼은 빨치산
한인 무장해제에 가담했고 강제이주에도 불만 없어
문재인이 한 도발 바로잡는 걸 도발이라 해선 안 돼
홍범도에 대해서는 소련 붕괴 이후 공개된 자료를 보기 전까지는 알량한 지식으로 함부로 얘기해선 안 된다. 그중에서도 꼭 봐야 할 자료가 1932년 홍범도가 소련 정부로부터 연금과 특혜를 받기 위해 제출한 이력서와 소련 정부 측 질문 항목에 맞춰 응답한 앙케트 자료다. 두 자료는 홍범도가 자신의 삶을 한 번은 자유롭게, 또 한 번은 형식에 맞춰 요약한 것이다. 동아일보가 1993년 대우그룹과 공동기획해 거금을 주고 러시아에서 구입한 자료에 들어 있었다.
홍범도는 1921년 11월 레닌을 만나러 모스크바에 간 것은 그해 6월 자유시에서 한인 부대 사이에 발생한 유혈 사태를 보고하기 위함이라고 썼다. 단순히 56명의 한인 대표 중 한 명이 아니라 자유시 사변을 보고하기 위해 갔으며, 자유시 사변은 외견상 러시아 부대가 앞장섰지만 한인 부대끼리 싸운 유혈 사태임을 밝히고 있다.
홍범도는 자유시 사변 3개월 전 이미 무장해제를 주도한 칼란다리시빌리 부대의 한인 여단 제1대대장으로 임명됐음도 밝혔다. 홍범도나 그의 부대가 단순히 무장해제에 응한 것 이상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가능하다. 그래야 그가 자유시 사변 후 재판위원을 맡고 레닌에게 권총과 금화를 포상으로 받은 사실이 설명이 된다. 그가 포상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 강제 무장해제된 사할린 부대원 2명에게 암살될 뻔한 사건은 그를 향한 원한이 팽배했음을 보여준다.
국내 홍범도 연구자는 한두 명에 불과하고 홍범도가 좋은 평가를 받아야 먹고산다. 그래서 근거도 불분명한 증언을 토대로 홍범도가 자유시 사변에 땅을 치며 통곡했다느니, 재판위원으로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했다느니 하는 낭설을 늘어놓고 있다.
홍범도는 1919년부터 1920년까지 빨치산 부대를 거느렸다고 썼다.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는 1920년 6월과 10월의 일이다. 두 전투에 임할 때 그의 자의식은 독립군이 아니라 빨치산이었던 것이다. 그의 빨치산 증명서에는 칼란다리시빌리 부대 편입 전부터 포함해서 1919년 9월부터 1922년 11월까지 적위군(적군을 호위하는 준군사조직)에 근무한 자라고 나온다.
그는 1913년 일본의 수배를 받아 소련의 극동지역으로 건너왔다고 썼다. 그의 부대는 1919년 러시아 적군에게서 훈련을 받고 적군의 도움으로 무장을 강화했다. 산(山)포수였던 홍범도는 극동지역에서 1차 대전과 러시아 내전을 겪으면서 현대 무기의 위력을 실감하고 엽총으로는 일본군을 상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 러시아 적군과 함께하기로 일찍이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
홍범도는 자유시 사변 이후 독립영웅으로 불리기에는 수치스럽게도 다시 총을 잡지 못했다. 무장해제된 한인 부대는 교육훈련부대로 편성됐다가 해체됐다. 무장해제의 목적이 본래 그것이었으나 홍범도도 속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가 구술한 자서전이란 게 남아 있는데 그 책에서 무장해제에 불만다운 불만을 토로한 적이 없다. 심지어 스탈린 치하의 강제 이주에 대해서도 그렇다. 오히려 2차 대전 때 독일이 소련에 개전하자 전쟁터로 보내달라고 나설 정도였다.
그의 1927년 소련 공산당 가입은 형식적인 절차였을 뿐이다. 이미 1919년 무렵부터 그의 자의식 속의 새로운 조국은 소련이었다. 그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공부해서 공산주의자가 된 사람은 아니지만 ‘당은 개인보다 위대하며 당은 언제나 옳다’고 여긴 뼛속 깊이 공산주의자였다.
봉오동-청산리 전투는 무장투쟁의 여명으로 착각한 황혼이었다. 일본군의 반격으로 간도의 조선인들은 무고한 학살을 당하고 독립군은 땅끝까지 쫓겨갔다. 무장해제에 응한 쪽은 영원히 총을 빼앗겼고 무장해제를 거부한 뒤 만주로 돌아온 쪽은 지리멸렬했다. 독립군이 맘 놓고 숨쉴 땅 한 자락이 없었는데도 이종찬 광복회장은 나라를 잃은 적이 없고 따라서 건국이 뭔 말이냐는 헛소리를 광복절 기념사에서 늘어놓았다.
홍범도보고 지옥에나 꺼지라고 하는 건 아니다. 그는 나름 신조의 사나이였다. 다만 대한민국 현충원은 그가 있을 자리가 아니다. 국방부는 더 아니고 육사는 더욱더 아니다. 재조산하(再造山河) 운운하며 이념적 도발을 시작한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도발을 바로잡아 원상태로 되돌리는 걸 똑같이 도발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언제쯤 정신을 차릴 것인가.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09-07 러시아에 ‘대북 거래’ 강력 경고할 때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연구위원
북한 김정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한다. 2019년 첫 만남 이후 4년4개월 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을 겪고 있는 러시아에 북한은 탄약과 무기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독재국가들의 무기고’다.
러시아가 구매할 북한제 무기는 탄약 외에 다양한 첨단무기가 포함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자국산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재고가 소진되자, 이란제 자폭 드론을 구매한 후 면허생산까지 한다. KN-23과 KN-25처럼 첨단 기술에 높은 살상력을 가졌지만 저렴한 북한 무기를 러시아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북한이 얻어낼 반대급부다. 북한은 스스로 만들 수 없었던 첨단 재래전력을 러시아로부터 받아낼 수 있다. Su-35 같은 최첨단 전투기가 대표적이다. 1980년대 말 도입한 MiG-29를 최신 전투기로 운용하는 북한에는 절호의 기회다. 입수 불능이던 전투기용 엔진이나 핵심 부속 등을 확보하며 공군력을 재건할 수도 있다. 러시아의 위성항법체계(GLONASS·글로나스)를 활용해 정밀타격 능력을 높일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북한이 핵 개발에서 풀지 못한 기술적 난제를 러시아가 해결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언론 보도에서는 핵잠수함이나 정찰위성 기술을 언급했지만, 북한은 전술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북한판 ‘핵 3축 전력’을 모두 완성하지 못했다. △ICBM은 정상각도 발사와 다탄두 기술 △전술핵은 초소형 핵탄두를 기폭시킬 폭발렌즈 △SLBM은 핵잠수함의 추진체계 등 여전히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다. 이렇듯 핵무기 완성을 위해 필요한 마지막 퍼즐 조각들이 북한에는 절실하며, 세계 최대 수준의 핵무기고를 가진 러시아는 그 해답을 쥐고 있다.
북한이 국제정치상의 얻을 실익은 더 크다. 먼저, 유엔 대북 제재가 무력화된다. 특히, 유엔 대북 제재의 핵심인 무기금수조치를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폐기하는 형국이다. 무기 거래로 북한이 받을 대금이나 원유는 고스란히 핵 개발의 기반이 된다. 게다가 소련 붕괴 후 좀처럼 이뤄지지 않던 북·러 군사 협력까지 구체화된다. 최근 러시아가 북한을 중·러 연합 해상훈련에 초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결론적으로 북·러 협력은 한국 안보의 심각한 위기로, 정부의 결기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러시아 정부에 대한 강한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 북·러 무기 거래와 군사 협력이 우리의 안보를 뒤흔드는 레드라인임을 천명해야 한다. 러시아가 우리나라의 안보를 위협한다면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첨단 무기를 지원해 러시아를 패배시킬 것임을 경고해야 한다. 유엔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행동하는 한 한·러 상호 발전의 실익이 여전히 존재함을 환기할 필요도 있다.
또한, 북중러 삼각 협력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필요에 의해 협력이 가속되는 북·러와 달리, 중국은 대만-동중국해-남중국해를 넘어 분쟁을 확장시킬 실익이 작다. 중국은 북한 정권 유지를 위해 비핵화 목표를 희생하지만, 오히려 핵폭탄 수백 발을 가진 북한이 중국에 위협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견고한 한미일 삼각 협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회유하고 러시아를 압박하는 적극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문화일보
09.08 이재명 숙주 삼아 부활 노리는 한총련
97년 연쇄 민간인 치사 사건, 이념·폭력 한총련 몰락 계기
핵심 당사자들 다시 정치권에… 李는 공천 보장 특보로 임명
1997년 5월은 한총련 주사파 운동이 몰락하는 분기점이었다. 열흘 남짓한 기간에 한총련 폭력에 민간인 두 명이 죽었다. 학생운동이 공권력 같은 외부 충격이 아닌 이념과 폭력이라는 요인으로 내파(內破·implosion)를 겪었다. 5월 26일, 전남대에서 민간인을 프락치로 몰아 때려 숨지게 한 ‘이종권 사건’이 벌어졌다. 사법 처리된 18명 중에는 한총련 산하 남총련(광주·전남 지역 총학생회연합) 의장이었던 정의찬도 있었다. 그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김대중 정부에서 사면 복권됐다. 지금은 이재명 대표 측근이다. 당시 사건 관련자 중에는 복역 이후 강도, 성폭력, 살인까지 저지른 사람도 있다.
‘이종권 사건’이 있었지만 한총련은 5기 출범식을 예정대로 준비했다. 수만 명이 횃불을 들고 20대 젊은이를 의장으로, 지도자로 떠받드는 기괴한 행사였다. 지금 북한을 보면 유사한 구석이 많다. 출범식을 준비하던 6월 3일, 한양대에서 선반 기능공이 한총련 간부들에게 몽둥이로 맞고 물고문을 받다 죽었다. ‘이석 사건’으로 모두 22명이 입건됐다. 무고한 시민 2명이 연속해 죽었지만, 한총련은 얼마 뒤 강위원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한총련 5기 의장으로 ‘옹립’했다. 강위원은 사건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지만 국보법 위반으로 한 달 뒤 구속됐다. 1년 뒤 대법원은 한총련을 이적 단체로 규정하고 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 역시 김대중 정부에서 사면됐다.
피해자 유족이 있는 사건 당사자라면 정치 영역에 들어오면 안 된다. 설령 그들의 선배인 전대협 정치인들이 30대에 배지를 달고 20년 이상 군림하는 모습을 봤더라도 참아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망각의 힘을 믿었고, 기어코 정치 무대에 올라왔다. 정의찬은 2021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경기도 수원월드컵관리재단 사무총장에 임명했지만, 과거 이력이 불거지며 사퇴했다. 앞서 강위원은 2018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다 2003년의 성희롱 사건이 불거져 출마를 포기했다. 그는 “피해자의 상처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1년 뒤 경기도 농수산진흥위원장이 됐다. 이재명이라는 숙주를 잡은 것 같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정의찬, 강위원에게 특보 임명장까지 줬다. 특보 이력은 내년 총선에서 ‘이재명 측근’임을 증명할 마패다. 이들은 공천이 곧 당선인 광주·전남의 지역구에서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이대로면 한총련 주역들이 다음 국회에 들어오게 된다. 이념과 폭력으로 얼룩진 시대를 주도한 사람들을 다시 보는 것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강위원은 이 대표 단식이 시작되자 “독립군의 심정으로 국민 항쟁에 나선다” “무능 폭력 정권 윤석열은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한총련 의장 때 김영삼 정권 퇴진과 민중 항쟁을 외치던 그 모습 그대로다. 정의찬의 이력이 문제가 되자 그의 모교 ‘민주동문회’ 조직은 “시대적 비극을 정략적 공격에 이용하지 말라”는 성명을 냈다. 민간인 치사 사건을 “공안 탄압과 민주화운동의 대결이 초래한 시대적 아픔”이라고 했다. 학생들 폭력이 있었지만 국가 폭력이 그 원인이라는 취지의 유시민 항소 이유서의 궤변을 40년 뒤 또 듣게 될 줄 몰랐다.
한총련이 이 대표를 숙주 삼아 부활을 노리고 있다. 한총련이라는 오명에 대한 역사 물타기도 시도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왜 한총련 핵심 인사들을 성남시와 경기도 시절부터 중용했고 지금도 그 뒷배가 되고 있는지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다.
조선일보 정우상 정치부장
09-08 北 ‘핵 공격 잠수함’ 완성…해상 핵위협 응징 전략 급하다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긴 하지만, 중·단거리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한 북한 잠수함 위협이 현실화했다. 북한은 지난 6일 ‘전술 핵공격 잠수함’ 진수식을 가졌다면서 SLBM 발사관 4개 등이 보이는 사진 등을 공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진수식에서 “전술핵잠수함의 표준형”이라면서 “해군의 핵무장화는 더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시대적 과제”라고 했다. 이미 배치된 70여 척의 잠수함도 전술핵 탑재가 가능하도록 개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앞으로 계획돼 있는 신형 잠수함들, 특히 핵추진잠수함”을 언급함으로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그 문제를 논의할 뜻도 비쳤다.
북한의 핵무기 탑재 잠수함 역량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임은 분명하다. 바다로부터의 핵공격 위협이 급속히 증대한 것으로, 비상한 대응이 더 시급해졌다. 잠수함은 사전 탐지가 어렵다는 점에서 킬 체인 기반의 3축 체계에 중대한 허점이 생긴다. 핵 어뢰를 장착하면 항공모함 등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2010년 북한 잠수함의 어뢰 한 발에 천안함이 폭침되며 46명의 장병이 목숨을 잃었는데, 핵탄두 SLBM의 도발은 피해를 상상하기 어렵다. 북한이 완성한 잠수함은 로미오급 개량형(3000t급)으로 추정되는데 3∼4기의 SLBM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SLBM 1기를 탑재했던 고래급 잠수함(2000t급)에 비해 성능이 개량된 것이다.
북한의 신형 잠수함 건조는 2019년 시작됐다. 4년 만에 완성한 것은, 북한이 2022∼2023년 한국·러시아의 방산기술 해킹에 집중했다는 마이크로소프트 위협분석센터(MTAC) 보고서를 볼 때 잠수함 기술 해킹과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해킹 차단 국제공조와 별도로 핵공격 잠수함을 압도할 전략자산 확보가 기본이다.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상시 배치와 함께,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가 급하다. SLBM 탑재 도산 안창호잠수함은 디젤 동력이란 한계가 있다. 오커스(AUKUS)와 같은 한미 핵잠수함 공조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 잠수함을 상시 추적·파괴할 수 있는 한미일 대잠 작전 역량 확보도 중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9.09 북 핵 탑재 잠수함 진수식, 조잡하나 무시할 수 없어

▲북한이 8일 수중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전술핵공격잠수함을 건조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주체적 해군 무력강화의 새시대, 전환기의 도래를 알리는 일대 사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 당의 혁명 위업에 무한히 충직한 영웅적인 군수노동계급과 과학자, 기술자들은 우리 식의 전술핵공격잠수함을 건조해 창건 75돌을 맞는 어머니 조국에 선물로 드렸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 열린 진수식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리병철ㆍ박정천 원수, 김덕훈 내각총리 등 참석했다./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수중에서 핵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첫 번째 잠수함 진수식을 가졌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잠수함은 함상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관 10개가 달려 있다. 중거리 SLBM 북극성을 장착하고 핵어뢰 수중 무인정 ‘해일’의 탑재도 가능하다고 한다. 북 잠수함은 북한의 수십 년 된 낡은 잠수함을 개조한 것으로 외형상으로도 조잡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북의 기술 수준으로 볼 때 잠항 능력과 수중 작전 능력은 잠수함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국방부도 “북한이 미사일 탑재를 위해 함교 등 일부 외형과 크기를 증가시킨 것으로 보여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북한 잠수함이 단 한 번 핵 미사일을 발사하는 용도라는 점이다. 단 한 번의 발사라도 우리에겐 심각한 위협이다. 김정은이 2021년 5대 국방 과업의 하나로 핵 추진 잠수함을 제시한 것도 가볍게 볼 수 없다. 김정은은 다음 주 러시아를 방문, 푸틴 대통령을 만나 북한의 포탄을 지원하는 대가로 핵잠수함 및 SLBM 기술을 전수받는 합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이 핵 미사일을 실은 핵 추진 잠수함을 갖는 것이 현실화되면 우리 안보엔 재앙이다.
전문가들은 핵은 핵으로만 억지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핵 추진 잠수함은 핵 추진 잠수함만으로 추적 감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군의 대잠(對潛) 전력도 재검토해야 하지만 북의 잠수함 기지를 상시 감시할 수 있는 핵 추진 잠수함 보유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핵 추진 잠수함은 원자력 전기로 추진하는 잠수함으로 핵 폭탄과는 아무 상관없다. 미국도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 보유에 무조건 반대만 할 일이 아니다.
한·미·일 3국 정상은 지난달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나 북한의 위협에 맞서 3국 안보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합의했다. 한·미·일이 북한 잠수함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3국 해·공군력을 적시에 활용하는 연합작전을 수행하는 것과 동시에 호주처럼 한국에도 핵 추진 잠수함 보유를 허용해 북핵 감시에 나설 수 있게 하기 바란다. 이런 과감한 조치들은 캠프 데이비드 선언이 미사여구가 아니라는 실증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9.09 푸틴과 김정은의 ‘유용한 바보들’
“전쟁광은 내가 아닌 푸틴입니다. 뇌가 조금만 있다면 알아야죠”
핵 위기도 한·미·일 탓이라니… 獨 총리 절규가 남 일 같지 않다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로이터 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인내심 많은 성격이라고 알려졌다. 그런 그가 지난 6월 한 정치 집회에서 분노를 표출한 일이 있다. 몇몇 청중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독일이 무기를 지원했다며 “전쟁광”이라 야유하자 쏟아낸 즉흥 연설이었다.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제국주의적 야욕 탓에 수많은 청년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쟁광은 바로 푸틴입니다. 뇌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알아야 할 텐데요!”
이코노미스트는 숄츠의 에피소드와 우크라이나 침공 후에도 러시아의 ‘친구’로 남고자 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을 모아 보도하면서 ‘푸틴의 유용한 바보들’이란 제목을 달았다. ‘유용한 바보들’은 냉전 시대 유행한 표현으로, 제멋에 빠져 맹목적으로 소련 같은 공산·전체주의를 옹호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을 일컫는다.
음식에 독을 타고 비행기를 떨어뜨려 정적(政敵)을 제거하는 러시아의 전체주의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 그에 버금가게 잔혹한 북한의 김정은이 본격적으로 손을 잡을 조짐이다. 정상회담까지 준비 중이라고 한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전 무기를 러시아에 공급하고, 북한은 핵 추진 잠수함 등 러시아의 핵 관련 기술을 원한다고 알려졌다. ‘원래 한통속’이라 넘길 일이 아니다. 양국의 무기 거래는 냉전 이후 세계대전급 분쟁을 억제해온 중요한 장치 중 하나인 유엔 안보리를 무력화하는 매우 심각한 행위다. 한 외교 소식통의 말이다. “북핵 저지를 위한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1718호 등)는 북한으로 들고 나는 모든 군사 분야 거래를 금지합니다. 북·러 무기 거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그 결의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중차대한 도발입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2023년 7월 27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군사대표단을 위해 '성대한 연회'를 마련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연회에 앞서 쇼이구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 총비서에게 보낸 선물을 전달했다./노동신문 뉴스1
최근 영화 ‘오펜하이머’로 유명해진 원자폭탄 개발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가난한 불량 국가의 손에 핵무기가 들어가는 악몽 같은 미래를 불안해하며 말년을 보냈다. 북·러 결탁은 그 악몽을 빠르게 현실로 바꿀 것이다. 오펜하이머보다 더 잠이 안 와야 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다. 정치권이 초당적 목소리로 이를 규탄해 결연한 반대를 천명해도 부족하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 원내대표는 북·러 정상회담 보도가 나온 날 “한·미·일 중심 일방주의 외교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한다”고 했다.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한 중국의 비난 성명(“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위협”)과 맥락이 같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국익에 심각한 위해”라며 비난해왔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북·러 무기 거래에 언급조차 없다.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며 단식 투쟁만 벌이고 있다.
6일 국회에선 탈북민 출신 태영호(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서두르자는 말을 했다가 “쓰레기”란 막말을 들었다. 6년 전 태 의원의 한국행이 알려지고 나온 북한의 첫 반응이 “인간 쓰레기”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섬뜩하다. 이달 초 북한의 ‘일본 지부’ 격인 조총련 주최 행사에 외교부 도움까지 받아 참석한 윤미향 의원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지금까지 반복하고 있다. 행사장에선 한국을 “남조선 괴뢰도당”이라 불렀다는데, 그래도 문제가 아닌가.
이코노미스트는 “‘유용한 바보들’은 항상 ‘평화를 지키기 위해 그들(전체주의 독재자들)을 이해하고 대화해야 한다’는 등의 복잡한 논리를 편다. 하지만 이들을 묶는 간단한 공통분모는 결국 냉전 이후 이어져 온 지루한 반미(反美) 정서일 뿐이다”라고 분석했다. 표현·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국이니 푸틴이나 김정은으로 마음이 기울어도 어쩔 수 없다. 다만 점점 커지는 북핵 위협 앞에서 내가 낸 세금이 그런 활동에 낭비되는 일은 막고 싶다.
조선일보 김신영 국제부장
월간조선 09월 호
09.09 윤석열-문재인 정부 한미연합훈련 비교
文 5년간 美 전략자산 참여 훈련 4회, 尹 1년 만에 15회
⊙ 윤석열 정부 들어 육·해·공·해병대 훈련 횟수도 연평균 200여 건 증가
⊙ 항모강습단 호송 훈련 첫날 노무현 8주기 참석한 문재인
⊙ “문재인 정부, 北이 핵 도발하지 않을 것이란 환상에 빠져”(한기호)
⊙ “한미연합훈련 취소·축소로 인해 北에 대한 우리 메시지 약화”(백승주)
⊙ “전략자산 참여 훈련은 핵 도발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양욱)
⊙ “북한이 주적인지가 연합훈련 횟수 차이로 나타나”(신인균)

《월간조선》이 국회 등으로부터 입수한 국방부 문건(훈련 현황 집계)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간 북한의 핵 공격을 막을 목적인 ‘미국 전략자산 전개하 연합훈련’을 4번밖에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4번의 훈련도, 모두 임기 첫해인 2017년도에 있었다. 이마저도 한미 공군 최대 규모(비질런트 에이스 이전)의 연합훈련인 ‘맥스 선더(Max Thunder)’는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바로 다음 날인 2017년 5월 11일에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문 전 대통령 임기 내 이뤄진 ‘미국 전략자산 전개하 연합훈련’은 4번이 아닌 3번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월간조선》이 국회 등으로부터 입수한 국방부 문건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간 북한의 핵 공격을 막을 목적인 ‘미국 전략자산 전개하 연합훈련’을 4번밖에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4번의 훈련도, 모두 임기 첫해인 2017년도에 있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부터 23년 5월 현재 ‘미 전략자산 전개하 연합훈련’은 총 15회 진행됐다. 각 군의 훈련 횟수도 연 평균 200여 건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월간조선
맥스 선더는 한미 공군이 북한의 지대공·공대공 위협에 대응하는 작전 수행 능력을 점검, 향상하기 위해 2009년에 시작한 연합 공중작전 훈련이다. 미국 공군의 레드 플래그-알래스카(RF-A·Red Flag-Alaska) 훈련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공군은 2005년 RF-A 훈련에 전투기 참관 요원을 파견하고 이어 F-15K 전투기 인수·전력화가 맞물린 2008년에는 세인트루이스 보잉사(社) 공장에서 F-15K를 인수해 ‘Red Flag Nellis(넬리스)’ 훈련에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2009년 맥스 선더 훈련이 탄생했다. 맥스 선더는 미군과 한국군이 어깨를 맞대고 훈련하며 한반도 국방과 안보에 필수적인 전술 기술을 연마하는 기회인데, 문재인 정부 들어 연합 편대군 종합훈련(Korea Flying Training)으로 대체되면서 사실상 폐지됐다.
항모강습단 호송 훈련 첫날 盧 추모식 참석한 文
맥스 선더 훈련 외 문재인 정부 시절 실행했던 훈련은 항모강습단 호송 훈련(5월 23~25일), MCSOF 훈련(10월 10~20일), 항모강습단 훈련(11월 8~14일)이다. 미 해군의 항공모함 강습단(Carrier Strike Group)은 일반적으로 항공모함을 기함(旗艦·Flag Ship)으로 삼고 그 함의 이름을 닉네임으로 쓴다. 이지스 구축함, 미사일 순양함, 군수지원함, 핵 추진 잠수함 등으로 편성된다. 항모강습단의 전력은 웬만한 국가의 해·공군력 전체와 맞먹는다. 항모를 ‘바다의 요새’ ‘떠다니는 해군기지’로 부르는 이유다. 항모강습단 호송 훈련이 있었던 시기(2017년 5월 23~25일) 문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에 참석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23일 추도식에서 “노무현의 꿈이 깨어 있는 시민의 힘으로 부활해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됐다”며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이제 가슴에 묻고, 다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보자. 우리(진보 세력)가 안보도, 경제도, 국정 전반에서 훨씬 유능함을 다시 한 번 보여주자”면서 “문재인 정부가 못다 한 일은 다음 민주 정부가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단단하게 개혁해나가겠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바로 전날인 22일엔 연차휴가를 내고 경남 양산 사저(私邸)에 머물렀다.
그러니까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항모강습단 호송 훈련 바로 전날 연차를 냈고, 훈련 첫날에는 친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한 셈이다. 심지어 문 전 대통령은 추도식에서 안보를 언급하기도 했다.
2018~2021년 美 전략자산 전개 훈련 전무
MCSOF는 연합 대특수전부대작전(MCSOF·Maritime Counter Special Operation Force) 훈련이다. 해상으로 침투하는 적을 초기에 격멸하는 작전이다. 전시 20여만 명에 달하는 북한군 특수작전부대가 공기부양정·잠수함정 등을 타고 후방에 상륙하면 막대한 피해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상륙 이전에 바다에서 이들을 탐지·격멸하는 MCSOF 훈련이 중요한 이유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미국 전략자산 전개 연합훈련이 모두 2017년에 실행됐으며, 2018, 2019, 2020, 2021년에는 훈련이 전무(全無)했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시작부터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통일외교 안보 특보였던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 중단만 해도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및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게 2017년 6월이었다. 문 전 대통령 취임 한 달째 되는 시기다.
당시 문재인 청와대는 문 교수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 공식 정책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문 교수의 이런 생각이 문 전 대통령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 특보가 민감한 정책 사안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대놓고 말할 수 없었을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계속 비난하자 훈련 정책을 조정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한미 정부는 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거나 취소했고 이 같은 기조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이어졌다.
문 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필요하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北과의 핵전쟁 막는 훈련인데…
서두에 간단히 언급했지만, 미국 전략자산이 투입되는 연합훈련은 북한의 핵 공격을 막는 게 목적이다. ‘미 전략자산(strategic U.S. military assets)’이란 게 있다. 미국이 동맹국에 확장억제력을 제공할 수 있는 무기를 의미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B-2, B-52 등), 전략핵잠수함(SSBN) 등 핵 관련 무기와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패트리엇, SM-3(미 해군 이지스함 탑재 요격미사일) 등이 전략자산으로 분류된다. 핵 추진 항공모함, 재래식 전략폭격기 B-1B, 줌왈트급 구축함 등도 재래식 무기이긴 하지만 상대에게 핵 공격에 버금가는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전략자산으로 꼽힌다.
‘확장억제’란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으면 미 본토가 공격받았을 때와 같은 전력 수준으로 보복 응징 타격한다는 개념이다. 확장억제란 용어는 2006년 10월 제38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명시됐다. 그 전에는 핵우산이란 용어가 사용됐다. 핵우산은 핵무기가 가진 파괴력이 주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적국이 핵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의미다. 핵우산이 포괄적 정치적 개념이라면 확장억제는 군사 전략적 차원에서 구체화한 개념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전략자산 전개하 연합훈련’은 북한과의 핵전쟁 가능성을 누그러뜨릴 사실상의 유일한 수단, 방법이다.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 회장은 ‘미국 전략자산 전개하 연합훈련’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체제의 종말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전략자산이 투입된 한미연합훈련은 워싱턴선언의 이행 의지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훈련”이라고 했다.
2023년 4월 26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 공격을 감행하면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文, 北이 핵 공격 안 할 것이란 환상에 빠져”
문재인 정부가 이렇게 중요한 훈련을 거의 하지 않은 것과 관련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환상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의 이야기다.
“북한에 대한 안일한 생각과 북한은 핵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환상이 (미국 전략자산 투입 연합훈련 축소, 중단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봅니다. 북한 눈치 보기가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지요.”
한 의원은 예비역 중장으로 5군단장을 역임했다. 강원도 철원에서 자랐으며, 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을’ 지역구 의원이다. 육군사관학교 31기로 졸업해 군인 출신 현역 국회의원 중 가장 선배 격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핵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에 젖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이 절대 우리에게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면서도 “정치적 계산에 따른 북한 눈치 보기가 훈련 축소로 이어졌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훈련 취소·축소 이후 北, 오히려 우리 우습게 봐”

▲2023년 4월 17일 한국과 미국 공군이 대규모 연합편대군종합훈련을 펼쳤다. 한국은 F-35A, KF-16, FA-50 경공격기, KC-330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등 60여 대가 나섰다. 미국은 F-16 전투기, A-10 공격기, KC-135가 참가했다. 또 공중급유기와 미 해병대 F-35B 전투기, FA-18 전투공격기 등 40여 대도 함께했다. 사진=조선일보
문재인 정부가 연합훈련을 중단·축소했음에도, 북한은 핵개발을 지속했다. 대놓고 문재인 정부를 무시한 것이란 지적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의 말이다.
“연합훈련을 중단하라는 북한의 요구를 사실상 받아들임에 따라 북한의 눈치를 계속해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김여정이가 ‘삶은 소대가리’라고 욕을 해도 아무 말도 못 하지 않았나.”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략자산 전개는 핵 도발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이런 훈련을 축소, 중단시킨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우릴 무시한 건 당연한 결과란 것이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의 견해다.
“전략자산이 전개된 한미연합훈련이 줄어들면 결국 전투력 악화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두렵겠습니까?”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다 보니, 북한 버릇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백승주 회장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훈련하지 않으면 실전에서 실수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문재인 정권 때 한미연합사령관과 만나 훈련 축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당시 사령관이 ‘전략자산이 투입된 훈련은 대규모로 진행해야 하는데 소규모 훈련 또는 시뮬레이션 훈련에 그쳐 전투력 손실이 클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대한 우리의 메시지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는 올해 초인 1월 3일(현지시각)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를 없애겠다는 지금까지 미국의 정책 목표는 더는 유용하지 않다”며 “단지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하려고 제재를 완화하고 합동군사훈련을 줄이는 것은 헛수고하는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미 협상이 진행됐던 2018~2021년 주한 미국 대사를 지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날 《워싱턴타임스》 재단 주최 웨비나에서 “KJU(북한 김정은)가 원하는 것은 제재 완화, 핵무기 보유, 한미동맹 약화, 한반도 지배 등 네 가지”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미연합사령부 역대 사령관·부사령관들도 한미동맹재단(회장 정승조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주최한 ‘연합사 지휘관 포럼’(2022년 10월 25일 개최)에서 “한미연합훈련이 가장 확실한 대북 억지력이고 압박 수단”이라며 “미래에 비핵화 협상이 개시되더라도 절대로 훈련 규모를 축소·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윤연 예비역 해군 중장은 2021년 3월 17일 《조선일보》 발언대에 이렇게 썼다.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은 꾸준한 교육 훈련으로 길러진다. 군인이 혹독한 추위와 폭염 속에서 훈련을 받는 것은 평소 훈련 때 흘린 땀 한 방울이 전시에 귀중한 생명을 지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평화를 원하지만, 평화는 공짜로 얻을 수 없다. 평화를 원하려면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한미연합훈련도 대규모 실제 기동 훈련을 해야 대비 태세를 보장할 수 있다. 이 훈련은 우리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버팀목이다. 한미연합사의 구호인 ‘파이트 투나이트(Fight tonight·오늘 밤이라도 즉각 싸울 수 있는 상시 전투태세)’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尹 취임 후 국방·안보 분야 곳곳에서 비정상의 정상화 이뤄져

▲2023년 3월 29일 오전 포항시 북구 화진해수욕장 일대에서 ‘23 쌍용훈련, 결정적 행동’ 훈련을 실시했다. 사진=조선DB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국방·안보 분야 곳곳에서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국방부 문건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부터 23년 5월 현재 미 전략자산 전개하 훈련은 총 15회 진행됐다. 횟수에서 전 정부 때와 큰 차이를 보인다. 6~8월에도 다수의 한미연합훈련이 치러진 것을 감안하면 그 격차는 더욱 클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 각 군의 훈련 횟수도 연평균 200여 건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인 2017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는 1년에 평균 880여 건의 훈련을 시행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는 평균 훈련 횟수가 1135건으로 증가했다. 군대를 군대답게 만들고 빈틈없는 대비 태세를 유지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물론 전 정부 입장에서는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가 있었다고 반박할 수 있겠으나, 문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코로나19 창궐 전부터 한미연합훈련을 달갑지 않게 여겼다.
윤석열 정부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은 한국이 전쟁을 준비하고 강력한 군이 되면 뭘 해도 안 되니 아예 전쟁 준비를 안 하는 분위기를 우리 군에 조성하려 한다”면서 “싸워 이길 수 있는 강군이 되려면 끊임없이 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이라는 자산과 6·25에서 나라를 지킨 선배의 전투 경험과 훈련을 통해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아주 싫어하는 훈련 재개

▲2023년 3월 28일 오전 제주 남방서 한미 해군 연합 해상훈련에 참가한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CVN 68·10만t급)가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니미츠함은 길이 332.8m, 폭 76.8m, 축구장 3배 넓이의 비행갑판을 갖추고 승조원 6000여 명을 태울 수 있다. 사진=조선DB
윤 대통령 취임 후 시행한 미 전략자산 전개하 훈련 15개는 다음과 같다.
〈▲2022년 9월 26일 한미연합훈련(美 로널드 레이건 항모) ▲2022년 9월 30일 한·미·일 대잠전 훈련 ▲2022년 10월 6일 한·미·일 해상미사일 방어 훈련 ▲2022년 11월 5일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훈련 ▲2022년 11월 19일 연합공중훈련 ▲2022년 12월 20일 연합공중훈련 ▲2023년 2월 1일 연합공중훈련 ▲2023년 2월 19일 연합공중훈련 ▲2023년 3월 3일 연합공중훈련 ▲2023년 3월 6일 연합공중훈련 ▲2023년 3월 19일 ‘23 FS’ 연습 일환 연합공중훈련 ▲2023년 3월 27일 한미연합훈련(美 니미츠 항모) ▲2023년 4월 5일 한·미·일 대잠전 훈련, 수색구조 훈련 ▲2023년 4월 5일 연합공중훈련 ▲2023년 4월 14일 연합공중훈련〉
2022년 9월 23일 미국의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이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했는데, 미 항모가 한국 작전구역에서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2017년 11월 3척의 미 항모가 동시에 동해를 찾은 후 5년 만이었다. 이 훈련에는 미 7함대 소속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과 핵 추진 잠수함, 이지스 구축함 등 함정 20여 척과 항공기 110여 대가 참가했다.
한·미·일 3국 해군이 연합해상훈련을 한 것도 5년 만이었다. 이 훈련은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중단됐던 한·미·일 군사·안보 공조를 복원·강화하는 것을 의미했다.
2022년 9월 30일 한·미·일 대잠전 훈련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의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지난 2017년 4월 처음으로 시행된 이후 중단된 상태였다.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은 김정은이 아주 싫어하는 훈련 중 하나다. 연합공중훈련에는 미 전략폭격기 ‘B-52H’도 참여하는데 이는 김정은이 두려워하는 무기로 꼽힌다.
B-52H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핵잠수함(SSBN)과 함께 미국의 핵 3축 무기에 들어가는 전략자산이다. B-52H는 사거리 200km의 공대지 핵미사일을 비롯해 초정밀 장거리공대지미사일(JASSM·재즘) 등 최대 31t의 폭탄을 싣고 6400km 이상을 날아가 목표물을 폭격할 수 있다.
재즘은 미국의 대표적 초정밀 장거리 타격 무기다. 최대 사거리가 925km에 달하지만 오차 범위는 3m 이내로 알려져 있다. 최대 450kg급 관통폭발 파편형 탄두를 장착해 요새화된 진지와 지하 벙커를 완파할 수 있고, 적외선 추적 장치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재밍(교란) 대응 장치가 탑재돼 전천후 주야간 작전도 가능하다. 또 스텔스 설계가 적용된 외형으로 레이더로 탐지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연합훈련 때 입항한 니미츠급 항공모함은 미 해군이 운용 중인 배수량 10만t 안팎의 핵 추진 항모다.
정권 바뀌니 한미연합훈련 정상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9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1년간의 국정을 돌아보며 “외교·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루어진 분야도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대일·대북 정책 등을 비판하면서 현 정부에서 비정상을 정상화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TV로 생중계됐다. 취임 1년(10일)을 하루 앞두고 나온 사실상 대국민 담화였다.
“북한의 선의에만 기댔던 대한민국 안보를 탈바꿈했다.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닌 적의 선의에 기대는 평화는 가짜다. 현 정부에선 킬체인 등 3축 방어 체계를 강화하고 한미연합훈련, 민방위 훈련을 재개했다.”
사실상 미국의 전략자산이 투입되는 한미연합훈련이 부활한 것과 관련 군사 전문가들은 “나라가 정상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기호 의원은 “윤석열 정권 들어 한미연합훈련이 정상화된 것”이라고 했다.
백승주 회장 또한 “싱가포르 회담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선물 주듯이 하지 않겠다고 한국과 협의 없이 일방 선언했다”며 “문제는 문재인 정부였다. 그 어떤 어필도 하지 않았다. 반면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을 정상화했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북한에 대한 인식 변화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신인균 대표의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한미연합훈련 횟수의 차이는 북한을 적으로 인식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서 나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김정은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권력자들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아야겠다는 의지가 미국과의 동맹을 지키겠다는 의지보다 컸다.”
다시 그의 이야기다.
“미국의 전략자산이 투입된 한미연합훈련이 전 정권에 비해 훨씬 많이 이뤄지는 것은 한미동맹을 복원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양욱 위원은 “북한에 전하는 경고 메시지의 수위가 변한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땐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전략자산 투입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했다. 그런데 북한의 비핵화가 결국 거짓으로 밝혀지게 되면서 우리 정부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전략자산 전개는 핵 도발을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한 것이나 다름없다.”
태풍 때도 전쟁 입에 올린 김정은 믿은 대가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7차 확대회의가 지난 8월 9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고 10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회의에서 지금의 한반도 지역 정세를 심도 있게 개괄 분석하고 군대의 전쟁 준비를 공세적으로 더욱 다그치는 것에 대한 강령적 결정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사진=조선DB
김정은은 6호 태풍 ‘카눈’의 영향권에 든 상황에서도 ‘공세적 전쟁 준비’를 이야기했다.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8월 10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7차 확대회의가 전날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정세 악화 주범들의 군사적 준동을 분석하고 철저히 견제하기 위한 공세적인 군사적 대응안들을 결정했다”고 했다. 유사시 적들의 공격을 압도적인 전략적 억제력으로 일거에 무력화시키고 동시다발적인 군사적 공세를 취하기 위한 확고한 전쟁 준비 태세를 갖춘 데 대한 문제들이 중요 의제였다고 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은 확대·변화된 작전 영역과 계획에 따르는 중요 군사행동 지침을 시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어 “새로운 전략적 임무에 따르는 실전 훈련을 적극 실시하고 상시적인 작전 준비 태세를 갖추기로 하는 결정을 전원일치로 가결했다”고 했다.
《로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정은이 대한민국 지도의 서울 주변과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부근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발언하는 모습이 담겼다.
김정은은 회의에서 “군대의 전쟁 준비를 공세적으로 더욱 다그쳐라”고 지시하며 “적의 군사력 사용을 사전에 제압하며 전쟁 발생 시 적의 각이한 형태의 공격행동을 일제히 소멸하기 위한 당 중앙의 군사전략적 기도 실현에서 기본은 강한 군대가 준비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이날 총참모장 박수일 대장을 해임하고 리영길 차수를 임명하기도 했다.
한국 무시했던 김정은 정권 바뀌자 초조해해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줬다. 그런데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인 한국이 언제부턴가 최빈국 북한에 조롱·모욕당하는 게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결과적으로 한미연합훈련 축소·취소 등 전 정부의 대북 정책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21년 1월 18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을 했다.
특히 남북 관계와 관련,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은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강조하며 핵잠·전술핵 등 대남·대미용 핵개발을 공개 지시했다. ‘핵’을 36차례 언급하면서 비핵화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국군통수권자가 핵을 수십 번 언급해도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식으로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판단했기에 북한이 우리를 우습게 본 것이다. 그랬던 김정은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미연합훈련이 정상화되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09.10 중국의 비밀경찰서 논란과 외국대리인 등록법 필요성
기존 국가보안법 등으로는 중국의 영향력 공작 등 대처 못 해
⊙ 최재형 의원, 중국의 영향력 공작 등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대리인 등록에 관한 법률안’ 발의
⊙ “어떤 조직과 개인도 모두 국가 정보공작 활동 도와야”(중국 국가정보법)
⊙ 미국, 외국요원등록법·음모법 등으로 중국 ‘비밀경찰서’ 관련자 처벌
윤민우
1972년생.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 인디애나주립대 범죄학과 석사, 샘휴스턴주립대 형사사법학대학 범죄학 전공 박사, 서울대 외교학과 국제정치학 박사 / 가천대 경찰정보학과 교수, 現 국가정보원 자문위원, 국군방첩사령부 자문위원 / 《폭력의 시대 국가안보의 실존적 변화와 테러리즘》 저술

▲중국 비밀경찰서 의혹을 받은 음식점 동방명주의 실질 지배인 왕하이쥔이 2022년 12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동방명주는 중국 비밀경찰서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미중 패권경쟁을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가운데 중국의 이른바 ‘비밀경찰서’ 논란이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에서 중대한 논란이 된 바 있다. 2023년 1월에 중국 정부가 미국에서 비밀경찰서를 운용하면서 미국 내 중국에 반대하거나 비우호적인 인사들을 위협하는 활동을 해오다가 미국 사법(司法) 당국에 발각된 바 있다. 중국은 뉴욕시 맨해튼 차이나타운 한복판에 향우회 간판을 걸고 버젓이 중국 경찰들을 배치하여 비밀리에 중국의 해외도피사범 송환 작전인 ‘여우사냥’을 수행하였다. 이와 함께 가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이용해 미국 내에 있는 중국에 반대하거나 비우호적인 인사들을 위협하고 중국 공산당과 정부를 옹호하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파해온 중국 정부에 의해 운영된 ‘912 특별 프로젝트팀’의 실체가 드러난 바 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비밀경찰서를 통한 해외 영향력 공작은 영국에서도 3곳이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되어 영국 정부에 의해 폐쇄되었다. 당시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에 의하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최소 53개국에서 중국이 비밀경찰서 102곳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한국에서도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 국내 보안 당국의 노력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러한 중국 비밀경찰서 운용의 구체적인 사례들이 드러났다. 2022년 12월 서울 잠실 한복판에서 중식당 ‘동방명주’가 사실상 중국 정부의 비밀경찰서 역할을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최근 2023년 6월에도 국정원과 경찰 등은 중국이 제주시 중국인 밀집 지역에 있는 한 호텔에 비밀경찰서를 차려놓고 운용했던 것으로 의심하고 관련 사안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와 더불어 제주 한라산 기슭에 있는 한 고급 리조트에서도 중국이 비밀경찰서를 만들어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관련 사안에 대해 국정원과 경찰이 실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해당 리조트는 중국인 왕 모 씨가 최고경영자로 있는 호텔 법인 소유로 알려졌다.
중국의 超限戰에 대처할 법률 없어
이러한 일련의 중국 비밀경찰서 의혹들과 관련된 국내에서 일어나는 위법적이고 위협적인 해외 정보기관의 공작 활동에 제동을 걸기 위해 2023년 6월 15일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 ‘외국대리인 등록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우리나라에서 외국 당사자를 위해 활동하는 외국대리인의 등록, 업무수행 등에 필요한 규정을 담았다. 이와 같은 입법안의 발의는 현행 국내 실정법으로는 이른바 영향력 공작 또는 초한전(超限戰·unrestricted warfare) 등으로 불리는 해외 국가들로부터의 은밀한 안보위협에 제대로 대응하고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인식과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방안으로 나온 것이다.
사실상 한국은 중국과 같은 적대적인 외국으로부터의 스파이 활동이나 영향력 공작의 위협을 수사하고 처벌할 마땅한 법령이 없다. 우리에게 익숙한 국가보안법은 사실상 북한과 북한과 연계된 반국가 단체에만 적용된다. 테러방지법은 유엔이 지정한 테러단체와 그 조직원 또는 관련자에 적용된다. 형법상 ‘외환(外患)의 죄’의 경우는 외국으로부터의 위협을 명시하고는 있지만 전쟁 상황을 상정하여 적국(敵國) 또는 적국과 관련되거나 전쟁 유발과 관련된 행위들을 한 자들을 처벌한다. 형법상 ‘내란(內亂)의 죄’는 주로 내국인에 대해 적용되는 법령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체류 중국인에 의한 비밀경찰서 활동이나 공자학원, 선거개입 등과 같은 각종 영향력 공작은 그 안보위협이 중대한데도 불구하고 사실상 마땅히 처벌할 법령이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은 국가보안법의 적용 대상도 아니고, 테러방지법이나 ‘내란의 죄’의 적용 대상도 아니다. 비밀경찰서 운용 정도를 테러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내란선동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또 중국인은 내국인도 아니다. ‘외환의 죄’ 역시 중국과 전쟁 상황에 있지 않기 때문에 법령상 적국이라고 규정하기도 어렵고, 비밀경찰서 활동 정도를 전쟁을 유발하는 행위인 ‘전단(戰端)을 열게 하거나’ ‘대한민국에 항적(抗敵)’한 행위로 판단할 수도 없다.
영향력 공작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공자학원 추방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사진=공자학원추방운동본부
이런 상황에 글로벌 및 동북아시아 지역 차원에서 미중 패권 경쟁이 격렬해짐에 따라, 해외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비밀경찰서와 선거개입 등의 영향력 공작과 첨단 과학기술 절도, 군사기밀 탈취, 정치적 우호 세력 구축 등을 위한 스파이 활동 등의 위협이 실질적인 국가안보의 위협으로 대두되었다.
특히 과거의 전통적인 스파이 활동과는 결이 다른 영향력 공작의 위협은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중요한 안보위협 사안이 되고 있다. ‘영향력 공작’은 ‘자국(自國)의 국익(國益), 전략목적, 또는 정책목표 실현 등을 위해 해외 타깃 국가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망라한 모든 분야에 영향력을 투사(投射)하여 자국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타국(他國) 여론을 움직이고, 비정통적 방식으로 자국의 힘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나토에서는 이를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라는 개념으로 발전시키고 있으며, EU에서는 용어를 상대적으로 순화하여 FIMI(Foreign Information Manipulation and Interference·해외정보조작개입)라는 개념으로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反간첩법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비밀경찰서’ 활동 등의 도발을 자행해온 중국은 오히려 해외로부터의 스파이 활동과 영향력 공작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반(反)간첩법’을 2023년 7월 1일부터 개정, 시행했다. 이 법은 간첩행위의 정의와 법 적용 범위를 넓히고, 국가안보기관의 단속 권한을 확대한 것으로 국외기관, 조직, 개인이 중국의 국가안보를 해하는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법은 ‘국가안보와 이익’의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아 중국 당국이 간첩행위를 자의적(恣意的)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 특히 1장 4조에서 ‘간첩행위’를 열거하고 있는데 여기서 ‘간첩조직’과 그 ‘대리인’의 정의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있으며, 간첩행위 리스트에 ‘다른 간첩 활동을 전개하는 일’을 명시하여 중국 보안 당국의 자의적 해석에 의해 거의 모든 ‘활동’이 간첩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게 했다. 또한 중국의 반간첩법은 간첩행위에 대해 기밀 정보뿐 아니라 국가안보와 국익 저해 등으로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했는데, ‘안보’와 ‘국익’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광범위해 중국 당국이 의도할 경우 언제든 간첩죄로 엮을 수 있게 했다. 게다가 사안이 엄중할 경우 해당 법령에 따라 무기징역과 사형도 가능한데 이 역시 중국 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를 개연성이 크다.
이 때문에 중국에 대한 스파이 활동 또는 영향력 공작과 전혀 관련이 없는 ‘탈북민 지원과 선교, 구출활동’ 등도 반간첩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게 됐다. 대만 정부는 중국의 반간첩법에 해당할 수 있는 7가지 위험행위들로 ① 학술교류나 정보 수집 ② 중국 기업 임직원이나 공산당 간부와의 친밀한 교류 ③ 항만시설이나 군사훈련 사진 촬영 ④ 민주주의나 자유에 관한 선전 ⑤ 중국에 주재하는 외국 기관과의 친밀한 교류 ⑥ 중국의 사회정세에 관한 정보수집 ⑦ 국경지대에서의 빈번한 왕래 등을 꼽았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중국은 자신들의 민간인들과 민간회사들을 해외 국가들에 대한 자신들의 스파이 공작과 영향력 공작에 프락시(proxy)로 적극 활용한다. 중국은 이를 아예 법령으로 규정하여 민간인들과 민간회사들에 국가 스파이 활동과 영향력 공작에 대한 협조 의무를 부여하였다. 예를 들면, 2017년 제정된 중국 국가정보법 7조에 따르면, “어떤 조직과 개인도 모두 관련법에 따라 국가의 정보공작 활동을 지지하고, 돕고, 협조해야 한다”, 같은 법 14조는 “정보기관 요원들은 유관기관과 조직, 공민에게 정보수집과 관련해 필요한 협조와 지지를 요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같은 해인 2017년에 제정된 사이버안보법 28조는 “인터넷서비스 운영자는 공안기관과 국가안전기관에 접속기술과 암호해독 등의 기술지원과 협조를 마땅히 제공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보기관들은 언제든지 모든 중국 IT 기업의 보안구역에 진입하고 서버를 열람할 수 있으며, 서버와 장비들을 압수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의 법령들은 중국 정보기관과 공안기관들의 정보·수사 활동에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민간 부문의 협력과 조율을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다.
외국요원 등록법과 음모법
이처럼 오늘날 스파이 활동과 영향력 공작이 야기하는 중대한 국가안보 위협에 대해, 미국은 관련 법령들을 활용해 대응하고 있다. 속칭 FARA법으로 불리는 ‘외국요원 등록법(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FARA)’은 2012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오랫동안 해외 마약 카르텔 조직과 마피아와 같은 미국 내 각종 폭력적 범죄단체들, 알카에다나 ISIS와 같은 해외테러 세력, 그리고 냉전(冷戰) 시기 소련 등 적대국가의 전통적 스파이 공작에 대응해 활용해 오던 음모법(conspiracy law)을 중국의 비밀경찰서 활동과 같은 비전통적 영향력 공작에 적용하였다.
예를 들면, 미 FBI(연방수사국)는 중국의 비밀경찰서 활동 혐의 관련자들인 류 지안왕(Lu Jianwang)과 첸 진핑(Chen Jinping)에 대해 이와 같은 법령들을 적용하였다. 이 사건의 체포 영장 신청을 위한 FBI의 고소장 및 진술서는 두 개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음모법 적용을 위해 음모가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이 음모와 관련되어 외국요원 등록법 등의 미 연방법의 위반이 발생했음을 적시(摘示)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음모법에 따라 음모행위 자체가 연방법 위반행위 그 자체와 별도로 처벌되며, 범죄행위의 본체를 구성하는 행위 역시 해당 사건에 적용된 외국요원 등록법과 사법방해죄(obstruction of justice) 등에 따라 각각 별도로 처벌된다.
이 사건에서 적용된 음모법(18 USC § 371)은 “두 명 이상의 사람이 미국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르거나 미국 또는 미국의 기관을 사취(詐取)하기 위해 어떤 방식이나 목적으로 공모하고 그러한 사람 중 한 명 이상이 음모의 목적 달성에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행위라도 하는 경우, 각각 1만 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두 가지 형벌 모두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음모죄가 성립되면 1만 달러 이하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벌금형과 징역형에 동시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이 음모법의 양형은 음모행위 과정 중에 해당되는 탈세, 서류위조, 간첩행위, 테러, 또는 범죄 등 불법행동의 예비 또는 실행, 범죄단체 구성 등과 같은 다른 관련 범죄들과 별도로 부과되는 것으로 만약 다른 형사법의 위반사항에 따른 양형(量刑)이 별도로 더해진다면 그 벌금이나 징역의 양형은 가중해서 더 증가할 수 있다. 또한 음모죄 성립 요건 역시 미국 국가나 미국 연방기관에 대한 어떤 종류의 범죄행위나 사기행위를 실행하기 위한 모의나 모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어떤 종류의 실행도 모두 음모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해당 ‘비밀경찰서’ 사건에서는 두 피의자에게 이 음모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었다.
외국요원들, 미 법무장관에게 사전 고지해야
한편 이와는 별도로 해당 피의자들의 범죄의 본체에 대해서는 외국요원 등록법과 사법방해죄가 적용되었다. 이는 음모라는 과정을 거쳐 이들이 음모의 최종 목적이 되는 어떠한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관련된 부분이다.
먼저 사법방해죄와 관련해서, 피의자들은 고의(故意)로 문서와 다른 미 사법 당국의 수색·압수의 대상들을 변경하거나, 파괴하거나, 감추었고, 이 때문에 공식적인 미 연방법 집행 절차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는 구체적으로 미 연방법 사법방해죄(18 USC Chapter 73) 관련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해당 사건에서 음모 가담자들은 외국요원 등록법(18 USC § 951)에 따른 연방법을 위반한 것으로 고소장 및 진술서에 기재되었다. 이는 외국 정부의 대리인들을 규제하는 법률로 ‘비밀경찰서’ 사건과 같은 케이스에 안성맞춤으로 적용될 수 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미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정부의 요원들은 미 법무장관에 의해 설치된 법률과 규정에 따라 미 법무장관에게 사전고지(prior notification)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고지 의무 위반은 그 자체로 범죄구성 요건에 해당한다. 세부규정으로 외국요원 등록법은 미 법무장관에게 해당 통지 요건을 설정하는 규칙과 규정을 공포해야 할 권한과 의무를 부여한다. 또한 이 법은 외국 정부의 대리인의 법률적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외국 정부의 대리인은 외국 정부나 공무원의 지시나 통제에 따라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데 동의하는 개인으로 정의된다. 이 때문에 외국 정부의 대리인 범위에 민간인들도 포함된다.
최재형 의원, ‘외국대리인 등록법률안’ 제안

▲최재형 의원. 사진=최재형 의원 페이스북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 이번에 발의한 ‘외국대리인 등록에 관한 법률안’은 앞서 자세히 언급한 미국은 물론 호주, 싱가포르 등의 다른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이미 존재하는 법률이다. 또한 최근 잇따른 중국의 비밀경찰서 위협에 대응하여 캐나다와 영국 등도 현재 비슷한 법률들을 제정하는 과정에 있다. 이러한 오늘날의 중국의 해외 영향력 공작 위협 증대와 반간첩법 시행 움직임, 해외 주요 자유민주주의 동맹국들이 자신들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기울이고 있는 입법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이번 최재형 의원의 법률안 발의는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에 발의된 해당 법률안은 미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속칭 외국요원 등록법(FARA법)으로 불리는 ‘연방법 18 USC § 951-외국정부의 대리인(Agents of foreign governments)’과 거의 같다. 아마도 미국 연방법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최재형 의원이 대표발의한 외국대리인 등록에 관한 법률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제1조는 단지 법률안의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법률안의 실질적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제2조에서 ‘외국당사자’와 ‘외국대리인’에 대한 법적 개념 정의를 하고 있는데 이는 미 연방법 18 USC § 951(d)와 같다. 법률안 제3조는 외국대리인의 법무부 장관에 대한 사전 등록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미 연방법 18 USC § 951(a)에 해당한다. 법률안 제6조 제1항 및 제2항, 제9조, 제10조 제1항, 제10조 제3항, 제12조 등은 법무부 장관의 외국대리인 관련 관리감독 법적 권한과 의무에 대해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미 연방법 18 USC § 951(b)에 비견된다.
외국대리인 등록법안 주요 내용
가. 이 법은 대한민국에서 외국당사자를 위하여 활동하는 외국대리인을 등록하도록 함으로써 외국대리인 활동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 국가의 안전보장 및 민주적 의사형성 과정 왜곡 방지를 목적으로 함(안 제1조).
나. “외국당사자”라 함은 외국정부, 외국정당, 외국인, 외국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 그 밖의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포함된 단체를 말하며, “외국대리인”이라 함은 외국당사자의 대리인·대표·피고용인 등의 자격으로 외국당사자의 직접 또는 간접적인 명령·지시·통제를 받거나 자금 지원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외국당사자를 위하여 정치적 활동·정책자문·홍보자문·모금 등의 활동을 하는 개인·법인 또는 단체를 말함(안 제2조).
다. 외국대리인이 되려는 사람은 외국대리인의 성명, 외국당사자의 성명, 외국당사자로부터 수령한 금품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기재한 등록서류를 제출하는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법무부 장관에게 등록하여야 함(안 제3조).
라. 법무부 장관은 등록서류 및 보충서류에 허위사실을 기재하는 경우에는 외국대리인 등록을 취소할 수 있고, 외국대리인이 이 법에 규정하고 있는 소정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외국대리인에게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음(안 제6조 제1항 및 제2항).
마.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에 대한 관련 자료의 제출은 직접 전달, 우편 및 전자매체를 통하여 전달할 수 있고, 이 경우 48시간 이내에 사본 2부를 법무부 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함(안 9조).
바. 외국대리인은 그의 활동에 따른 회계장부 및 활동기록을 해당 연도의 말일까지 외국대리인의 주된 사무소에 비치하여야 하고, 그 다음 연도 1월 1일부터 3년간 이를 보존하여야 함(안 제10조 제1항).
사. 법무부 장관은 필요한 경우에는 외국대리인에게 회계장부와 그 밖의 활동기록을 제출할 것을 요구할 수 있음(안 제10조 제3항).
아. 법무부 장관은 외국대리인이 제출한 등록서류, 보충서류와 그 첨부서류, 인쇄물 등 관련 증빙자료를 국회, 중앙행정기관 등에 제공할 수 있음(안 제11조).
자. 법무부 장관은 필요한 경우 등록서류·보충서류·장부 및 그 기록의 사실여부, 그 밖에 이 법의 준수여부를 소속공무원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관계기관에 외국대리인의 사무실에 출입하여 조사하게 할 수 있음(안 제12조).
차. 이 법을 위반하여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외국대리인 활동을 하는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음(안 제15조).
미국보다 인권 침해 소지 적어
한편 최재형 의원안과 미국의 FARA법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도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경우 18 USC § 951(b)에서 ‘법무장관에게 해당 통지 요건을 설정하는 규칙과 규정을 공포해야 할 권한과 의무를 부여한다’라고 하여 법무장관에게 포괄적인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 데 반해 최재형 의원안은 구체적으로 각 조와 항에서 세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는 오히려 법무부 장관의 권한과 책임을 입법으로 통제함으로써 법무부 장관의 권한남용의 개연성과 불필요한 인권침해 소지를 더 줄인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처벌규정의 경우, 최재형 의원안은 제15조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이를 병과(竝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역시 미 연방법 18 USC § 951(a) 규정과 유사하나 미국은 10년 이하의 징역을 규정하고 있는 데 반해 최재형 의원안은 5년 이하의 징역을 규정하고 있어 미 연방법보다 더 관대한 편이다.
이 밖에 최재형 의원안은 미 연방법과 마찬가지로 외국대리인 등록 의무 면제 규정을 제5조에서 나열하고 있다. 이 역시 미 연방법의 경우는 외국대리인 등록 의무 예외규정의 적용범위가 최재형 의원안에 비해 좁고 예외규정에서 제외되어 등록 의무가 부과되는 예외규정의 예외규정까지 두고 있는 데 반해, 최재형 의원안의 경우 예외규정의 예외규정은 법률안에 담겨 있지 않아 한국 법률안이 등록 의무 예외규정에 해당하는 범위가 더 넓다. 따라서 최재형 의원안이 상대적으로 미국의 외국요원 등록법에 비해 더 관대하고 권한남용과 인권침해의 소지를 더 최소화한 법률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미 연방법과 최재형 의원안에서 관찰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법무부 장관의 다른 부처 수장(首長)들과의 관계에 관한 규정이다. 미 연방법의 경우 18 USC § 951(c)에서 법무장관에게 즉시 국무장관에게 관련 사안을 통지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데 반해, 최재형 의원안의 경우 제11조 ②에서 외교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이 요청 시에 법무부 장관에게 즉시 제공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미 연방법의 경우에 법무장관의 국무장관에 대한 통지 의무 위반 시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 법무장관에게 재량권(裁量權)을 사실상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사안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미 연방법과 최재형 의원의 이와 같은 차이가 크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안보 위해 반드시 필요
결론적으로, 이미 시행되고 있는 미 연방법 규정과 최근 발의된 최재형 의원의 법률안을 비교분석해 볼 때, 최재형 의원이 대표발의한 외국대리인 등록법이 정부의 권한남용이나 외국대리인에 대한 인권침해의 소지와 관련된 문제를 과도하게 야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 연방법과 비교해 볼 때 이번에 제기된 법률안은 더 세심하게 권한남용과 인권침해의 불필요한 시비를 야기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처벌 역시 더 약하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법률안에 대한 비판이나 반대가 법적, 윤리적, 국가안보적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만약 그러한 비판 또는 반대 주장이 힘을 얻으려면 미 연방법 18 USC § 951에 대해서도 동일한 비판과 반대가 가해져야 한다.
더불어 최근 대폭 개정되어 202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국의 반간첩법은 한국 법률안이나 미 연방법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권한남용과 인권침해의 여지가 크다. 최재형 의원안에 대한 비판이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중국의 ‘반간첩법’에 대해서도 진정성 있는 비판이 가해져야 한다.
미 사법 당국이 미국 내 중국 비밀경찰서 혐의에 대한 정당하고 효과적인 법 집행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18 USC § 951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이와 같은 법률이 존재하지 않아 같은 중국 비밀경찰서 혐의에 대해서 효과적인 수사나 처벌을 수행하기 어렵다. 이는 미국이 외국의 영향력 공작으로부터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방패를 보유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같은 위협에 대해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방어수단이 없이 그대로 노출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최재형 의원이 대표발의한 ‘외국대리인 등록에 관한 법률안’은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위해 시의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EU, ‘해외정보조작개입’ 대응 강화
오늘날 중국·북한 등의 해외 적대국가로부터 야기되는 스파이 활동과 영향력 공작의 위협은 일반인들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위협적이다. 이에 이 글에서 자세히 살펴본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EU, 스웨덴 등 자유민주주의 동맹국들은 하나같이 관련 법령을 제·개정하고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면 EU의 경우에도 중국·러시아 등의 해외정보조작개입 위협에 대한 대응체계와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는 국방부 산하 심리안보국(Psychological Security Agency)을 중심으로 해외로부터의 영향력 공작과 허위조작정보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및 지역적 안보환경에서 한국은 여전히 빈약하게 무장되어 있다. 이번 최재형 의원 대표발의안은 ‘영향력 공작’과 ‘스파이 전쟁’이라는 새로운 비전통적 안보위협에 맞서 우리 국가에 반드시 필요한 방패(shield)를 하나 들려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09-11 北 핵공격잠수함 실상과 5대 대비책

김혁수 대한민국잠수함연맹 초대회장, 초대 잠수함전단장
북한은 1973∼1975년 중국에서 로미오(R)급 잠수함 7척을 도입한 이후 1980년대 초까지 16척을 자체 건조해 운용해 왔다. 6차례의 핵실험과 핵무기 운반 수단인 각종 미사일의 개발·시험을 계속했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시험을 위해 R급을 개조한 신포급(2000t급) 잠수함을 사용했다. 수중에서 미사일 사출·점화·비행 3단계를 성공해 500㎞까지 날아 이젠 시험용 아닌 대형 잠수함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 6일 북한은 3000t급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식을 가졌다. 이 잠수함은 전략핵이 아닌 소형의 전술핵무기를 탑재한 디젤잠수함(SSB)이다. SSB는 구소련에서 운용했던 골프(G)급이 대표적인데, 북한이 3척을 고철로 구매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번에 진수한 잠수함을 두고 R급을 개조했다고들 하지만, 40∼50년이 된 R급 잠수함을 개조해 확장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R급과 G급을 참고해 개량한 잠수함을 건조한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0월 미국 웹진 ‘38노스’(38North)는 북한이 대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R급을 확장해 길이만 길어지고 폭은 그대로다. 선진국과 우리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의 수직발사대(VLS)처럼 선체 내부가 아니고 함교탑 뒤에 돌출된 발사관을 설치했다. 이는 마찰저항으로 소음이 많이 생기고 기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잠수함은 아무리 조잡해도 수중에 있으면 탐지가 어려운 만큼 문제점을 개선해 실전에 배치된다면 한미일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이번에 진수한 북한 잠수함은 대형 발사관 4개에 북극성-3·4·5형을 4발 탑재하고 소형 발사관에는 북극성-1형 및 미니 SLBM 6발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핵 어뢰도 탑재해 미 항공모함과 주요 항만을 파괴하고 인근 지역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북한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SLBM은 북쪽만이 아니라 전방위에서 공격 받을 수 있어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된다. 몇 가지 대비책을 제시해 본다.
첫째,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군은 정상적 운용이 어려운 설계이며 기만용일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이 수중 바지에서 SLBM 발사시험을 할 때도 과소평가하고 비웃었으나, 이젠 다수의 발사관을 탑재한 핵공격잠수함을 진수했다. 둘째, 원자력추진잠수함을 조속히 확보해야 한다. 김정은은 진수식 때 원자력추진잠수함도 확보해 나가겠다고 했다. 북한의 원자력추진잠수함 출현 전에 우리가 먼저 확보해야 한다.
셋째, 우리 잠수함으로 감시작전을 강화해야 한다. 잠수함은 평시에도 적 해역 가까이 장시간 작전할 수 있는 전력이다. 적 해역에 근접해서 북한 잠수함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넷째, 한미일 공조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각국의 정보자산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대응훈련도 강화하며 미국의 전략핵 잠수함을 상시 배치해야 한다.
다섯째, 유사시 공격적 대잠전(對潛戰)도 실시해야 한다. 적 잠수함을 탐지해 추적·공격하는 수동적 대잠전만이 아니라, 적 잠수함 기지를 선제공격하는 공격적 대잠전도 준비해야 한다.
안보 수호에 있어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고 상상할 수 없는 것도 상상하며, 과소평가하지 말고 대비태세 능력을 갖춰 대한민국을 굳게 지켜야 한다.
문화일보
09-12 ‘서해공무원 피살’ 감사가 위법이라는 황당한 공수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전체 수사 인력의 3분의 2를 투입해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의 ‘표적 감사’ 고발에 따른 것이라고 하는데, 압수수색영장에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도 포함됐다고 한다. 감사원이 지난해 6월 문재인 정권의 월북 몰이 및 은폐·조작 의혹에 대한 감사에 나선 것이 감사원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위원회에서 주요 감사계획을 사전에 의결한다’는 감사원법을 위반한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감사 착수 전까지 개최된 6차례 감사위원회의에서 심의 안건 중 서해 사건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사회적 논란이 큰 사안을 미리 계획에 포함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시 공직 감찰’로 분류해 감사를 실시하고, 추후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친다고 한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20명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청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문 정권이 북한군의 공무원 총살을 ‘월북’으로 몬 국기 문란 사건이다. 유족도 ‘서해 일기’라는 회고록을 통해 월북 몰이 실상을 증언하고 있다. 이런 일을 감사원이 방치한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 공수처가 절차상의 의문점을 침소봉대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것은 월북 몰이 진상 규명을 훼방하고, 결과적으로 북한 만행을 두둔하는 행태로도 비칠 수 있다. 태생적 한계에다 문 정권 편향 오해조차 자초한 공수처 전력까지 고려하면, 압수수색이 더 황당해 보인다.
문화일보 사설
09-14 10년 만의 국군 시가행진… ‘힘에 의한 평화’ 인식 계기다
문재인 정부 내내 ‘평화 쇼’에 매달린 결과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만 초래했다. ‘힘으로 뒷받침되는 평화’가 아니면 사상누각임이 거듭 확인된 것이다. 오는 26일 열릴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10월 1일) 기념 행사에는 10년 만에 국군의 서울 도심 시가행진도 포함돼 있다. 추석 연휴 직전의 교통 통제 등 시민 불편도 예상되지만, 국군 위력과 첨단 무기 과시를 통해 안보 자신감과 대북 억지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가 13일 정상회담을 갖고 “민감한 영역에서 협력” 등을 합의하면서 안보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현무-5 미사일이 등장하고, 주한미군 전투부대원 300여 명과 전투기 7대도 참여한다. 괴물 미사일로도 불리는 현무-5는 탄두 중량만 8∼9t에 이를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재래식 무기이지만, 살상력이 핵무기에 버금가고, 지하 관통력은 더 강해 ‘김정은 벙커’를 파괴할 위력을 가졌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그동안 “고위력 무기 개발”로만 언급해왔다. 주한미군 동참은 한미동맹 강화를 상징한다.
5년마다 열리던 국군 시가행진은 지난 2018년 당시 문 대통령이 “병사들의 고충” 운운하면서 사라졌고, 그 대신 가수들 축하 공연으로 대체됐다. 그러나 실질적인 이유는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대내외에 자국군의 위상과 무력을 과시하는 군사 퍼레이드는 민·군 간의 신뢰를 높이고, 전쟁 억제 효과도 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국가가 시행한다. 문 정부 5년 동안 망가진 국방 태세를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이번 행사를 통해서 ‘더러운 평화가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는 야당의 황당한 안보 포기 발상도 시정되기를 기대한다.
문화일보 사설
09-15 ‘북·러 도발도 尹 탓’ 민주당, 또 노동당 2중대 자임하나
야당에는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국정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이 있다. 하지만 정부 비판에도 합리적 논거와 대안이 제시돼야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북한과 러시아가 전방위 군사협력에 나선 원인이 윤석열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13일 “4년5개월 만에 북·러 정상이 만나도록 만든 일등 공신은 윤 대통령”이라며 “윤 대통령이 러시아를 자극해 북한에 경도되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14일 “북·러 정상회담은 윤석열 정부의 경직된 대북 정책과 균형 잃은 외교 정책이 가져온 패착”이라고 했다.
궤변이다.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회담의 직접적 계기는 러시아가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전에 쓸 탄약 등을 북한에서 얻으려는 것이다. 북한의 포탄 지원은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8월 18일)가 열리기 훨씬 전부터 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윤 대통령 취임 이전에 시작됐다. 대통령실은 “북한 무기가 러시아에 의해 쓰였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확인해온 사항”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우크라이나 포병대가 러시아에 넘어가기 직전에 압수한 북한제 로켓포탄의 사진도 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지원에 대한 답례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러시아의 ‘병참 기지’ 확보가 북·러 밀착의 원인인 것이다.
민주당의 주장은,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에 대해 김정은이 “깡패 우두머리들이 조선반도를 가장 불안정한 핵전쟁 위험수역으로 만들었다”며 한미일에 책임을 전가한 논리의 연장선에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6월 대북전단 살포를 막으라는 북한 담화 뒤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은 12월 금지 입법을 강행해 ‘김여정 하명법’ ‘조선노동당 2중대’ 등의 조롱을 자초했다. 2021년 8월에는 김여정이 “전쟁연습을 벌이는가, 큰 용단을 내리는가”라고 하자, 민주당 의원 60여 명이 한미연합훈련 연기 서명을 하기도 했다. 북·러 무기 거래는 대한민국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도 된다. 한미일 공조는 이에 대응하는 필수 불가결한 조치다. 북·러로 향해야 할 화살을 엉뚱하게 정부에 겨눈다면, 민주당 국적이 어디냐고 물을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 사설
09-15 이젠 재판장 고발, 간첩단 피고인 활보 막을 대책 급하다
간첩단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재판 지연 전략이 ‘사법 조롱’ 수준에 이르렀다. 그로 인해 구속 기간을 넘겨 풀려난 뒤 증거인멸이나 다른 간첩 혐의자와의 접촉 등 활보하는 정황도 있다고 한다. 형사 피고인들의 방어권과 인권 보장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런 장치를 악용해 법치와 방첩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종합 대책이 시급하다. 경남 창원 간첩단(자주통일민중전위) 사건의 피고인들은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 재판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고, 나흘 뒤엔 재판부 기피 신청도 냈다.
지난 3월 15일 구속 기소된 황모 씨 등 4명은 재판 관할 이전을 요구하거나,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 항고·재항고를 거듭하며 5개월 넘게 정식 재판이 지연됐다. 1심 구속 기간(6개월)이 지난 14일로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재판부 기피 심리 기간은 구속 기간에서 제외된 바람에 아직 석방되진 않았다. 다른 간첩단 사건 재판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진다. 2021년 9월 기소된 ‘충북동지회’ 사건 피고인들도 공판 연기 신청, 국가보안법 위헌 심판 제청, 보석 청구, 변호인 교체, 재판부 기피 신청 등을 총동원해 재판을 질질 끌어 아직도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사이 구속 기간 만료와 보석 등으로 전원 풀려났고, 석방 뒤엔 또 다른 간첩단 사건의 주범과 접촉하기도 했다고 한다.
검찰은 국민참여재판 신청, 위헌 심판 신청 등 피고인 요구에 의해 재판이 지연된 경우엔 구속 기간에 산입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도 간첩 피고인이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을 악용해 풀려나 활보하고, 심지어 간첩 활동도 재개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신종 간첩이 늘어나는 경향도 보이고 있어 더욱 그렇다.
문화일보 사설
09.18 간첩단 사건마다 재판 지연 전술, 사법 허점 보완 서둘러야

▲창원간첩단 사건으로 기소된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관계자들. /뉴스1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받고 있는 경남 창원 ‘자통(자주통일 민중전위)’ 사건의 피고인들이 얼마 전 재판부를 바꿔 달라는 기피 신청을 냈다. 기피 신청에 대한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재판이 열리지 못한다. 이 사건 피고인들은 지난 3월 구속 기소 이후 여러 이유로 재판을 지연시켰다. 4월 초엔 창원에서 재판받게 해달라며 관할 이전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했고 곧바로 국민 참여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신청해 기각당하자 항고, 재항고를 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그러다 보니 5개월 넘게 정식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이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풀려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현행법은 심급별로 6개월인 구속 기간 내에 재판을 마치지 못하면 구속 피고인을 풀어주게 돼 있다. 이들의 1심 구속 기한은 14일로 끝날 예정이었다. 재판부 기피 신청에 따른 심리 기간은 구속 기간에서 제외돼 이들이 바로 석방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의 지연 작전이 성공해 재판을 재개하더라도 얼마 후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같은 재판 지연이 국보법 재판 피고인들의 단골 전략이라는 점이다. 북한 지령을 받고 지하조직을 꾸린 혐의로 2021년 9월 기소된 ‘충북동지회’ 사건은 피고인들이 법관 기피 신청, 위헌심판제청 신청 등 온갖 지연책을 동원하는 바람에 아직도 1심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 그 사이 피고인들은 구속 기간 만료와 보석 등으로 전원 석방됐다. 이들 중 일부는 또 다른 간첩단 사건의 주범과 접촉하기도 했다고 한다. 제주 ‘ㅎㄱㅎ’ ‘민노총 간첩단’ 등의 피고인들도 줄줄이 국민 참여 재판을 신청했다.
간첩 혐의자도 법적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지만 일종의 입법 공백을 악용해 재판 시스템을 농락하는 것까지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국민참여재판 신청, 위헌 심판 신청 등 절차적인 문제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경우 이를 구속 기간에서 제외하도록 형사소송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법원도 재판 지연 전략에 휘둘리지 말고 중심을 잡고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9.18 27년 전 오늘 북한 잠수함 침투...전쟁을 잊으면 위태로워진다

▲1996년 9월 18일 강릉 안인진리 앞바다에 나타난 북한 잠수함 우리 군이 수색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7년 전인 1996년 9월 18일 새벽 강원도 강릉시 안인진리 일대에는 어둠이 짙게 깔렸다. 달빛조차 비치지 않았다. 이날 따라 파도가 심해 경계도 평소보다 완화됐다. 필자는 당시 동해안을 지키는 철벽부대(68사단·현 23경비여단)에서 실무 장교(대위)로 근무하고 있었다.
새벽 2시께 사단 지휘통제실에서 안인진리 바닷가에 ‘불빛이 번쩍했다’며 비상소집을 했다. 이것만으로는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다. 필자는 현장조사팀이 아니었지만 현장으로 차를 몰았다. 이미 군경합동조사팀이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어두운 데다 파도까지 심해 미상의 물체가 바위섬인지 무엇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어둠에 눈이 적응되자 잠수함의 출입구인 해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주위에 벗어 던진 잠수복과 물갈퀴가 널려 있었다.
조사팀은 10∼12명이 탑승하는 ‘북한 상어급 잠수함’으로 결론 내렸다. 심장이 쿵쿵거리며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잠수함을 타고 온 북한군을 소탕하기 위한 작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오전 10시경 북한군 잠수함이 침투했다는 첫 보도가 나왔다. 조금 지나 안인진리 일대에 기자만 150여 명이 몰려들었다. 언론은 그때까지도 생소한 위성 장비를 활용해 실제 군사작전을 최초로 실시간 보도하기 시작했다.
오후 4시 30분경 북한군을 추격하던 장병들이 안인진리에서 서남방 7km 떨어진 청학산(338m) 중턱 무덤가에 쓰러져 있는 북한군 11명을 발견했다. 일부에선 “잠수함의 승조원이 10~12명이니 전원 자살한 것이다”라며 작전 종료를 예상하는 성급한 소리도 나왔다.
50여명의 기자와 함께 현장에 가니 맨 앞에 1명이 쓰러져 있고 그 뒤에 10명이 총상을 입은 채 나란히 누워 있었다. 정보분석팀은 처음에 전원 자살한 것으로 판단하다가 주변에 흩어진 수십발의 탄피를 보고 타살임을 간파했다.
이때 주민 신고를 받은 경찰이 승조원인 이광수를 생포했다. 천운이 따랐다. 이광수는 “잠수함을 개조하여 26명이 탑승했다. 공작원들이 도주하는데 거추장스러운 승조원을 죽였다”고 진술했다. 동료까지 죽이는 북한군의 잔학상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 섬뜩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당시 현장은 처참했지만 언론은 북한군의 주검을 모자이크 처리해 보도했다. 필자는 27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현장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북한군 14명이 도주하는 상황에서 특전사도 투입됐다. 두려움이 엄습해 왔지만, 용감한 전우들을 보며 필자는 북한군의 은거 예상 지역을 향해 투항 권유 방송을 계속했다.
18명 사망, 27명 부상. 이 작전으로 입은 아군의 피해다. 장병 12명 비롯해 경찰 1명과 예비군 1명, 민간인 4명이 사망했다. 전사한 장병 중엔 필자의 룸메이트도 있었다. 이제 전사한 전우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도 해마다 동해안을 지키는 부대는 ‘리멤버 1996년’ 이라는 적 도발 대비 훈련을 한다.
해마다 가을이 찾아올 때쯤 필자는 강릉시 안인진리에 간다. 올해는 조금 일찍 여름의 끝자락에 다녀왔다. 이번에도 작전지역을 답사할 때 북한군을 소탕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험준한 산으로 뛰어들던 전우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전사한 전우들이 떠오를 땐 가슴 아프다. 유가족들도 이맘때쯤이면 슬픔에 잠길 것이다.
당시 49일간 하루 평균 4만3000명, 연인원 200만 명이 작전에 투입됐다. 이 작전은 돌아볼수록 많은 깨우침을 준다. 아쉬움과 자부심이 교차한다. 당시 군 수뇌부도 초기 대응의 실패를 인정했다. 이유가 어떻든 침투 현장에서 바로 작전을 종결하지 못하고 49일 동안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이 작전이 크게 조명되지 않는 것 같다. 젊은 세대 중엔 이 사건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기억하고 교훈을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죽음도 불사한 장병들과 경찰, 예비군 그리고 작전에 협조한 주민들을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최초 택시기사가 경찰에 신고한 것은 물론이고, 작전 종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도 주민 신고였다. 이는 민·관·군경·소방의 통합방위 작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준 사례다. 국가안보에는 여야와 너와 내가 따로 없다. 모두 힘을 합쳐야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

▲북한이 수중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을 진수했다고 8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진수식을 지켜보는 모습. 함교 부분에 10개 가량의 SLBM 수직 발사관이 있다. 하지만 합참 관계자는 “외형 분석 결과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7년이 지났지만 한반도 주변의 안보 위기는 높아만 간다. 지난 13일 북한의 김정은이 러시아로 가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북한의 탄약과 러시아의 무기 기술 거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1996년엔 상어급 잠수함을 이용해 침투하다가 잠수함이 좌초되었다. 하지만 이제 북한은 수중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공격형 잠수함을 진수했다. 잠수함의 성능에 대한 사실관계를 떠나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 위협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27년 전 9월 18일. 북한군이 잠수함으로 강릉 안인진리로 침투한 것을 상기하면서 “천하가 비록 편안해진다 해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태로움이 온다”는 사마양저(중국 춘추시대의 명장)의 명언이 새삼 가슴을 친다.
중앙일보 전병규 경일대 특임교수, 예비역 대령
09.19 한쪽만 지키는 남북 군사 합의, 기념 아니라 폐기 검토해야

▲지난 2018년 9월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전 북한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문에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전 정부가 오늘로 5년을 맞는 9·19 남북 군사 합의 체결 당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북의 침공 때 무방비 상태에 빠질 위기에 처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우리 공군이 수도권 상공에 정찰기나 전투기를 띄우지 못하게 될 뻔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2018년 6월 군사분계선 남북으로 각각 60km까지 전투기 비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 평양은 아무런 영향이 없고 서울 등 한국 수도권 상공만 해당한다. 북한은 전투기 외에도 무인기와 헬기는 분계선에서 각각 40km, 20km까지 띄우지 말라고 요구했다 한다.
당시 우리 대표단은 이런 북한의 요구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그대로 북한 안을 받아 왔다고 한다. 합참 실무진이 강력히 반대해 북한 안이 그대로 합의되는 것은 막았지만 우리 공군과 정찰 자산 비행에는 큰 제약 요인이 생겼다. 9·19 합의는 북한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합의였다. 우리 군에만 무거운 족쇄를 채운 합의였는데 지난 5년간 북한은 끊임없이 9·19 합의를 어겨왔다. 문재인 전 정부는 북한의 위반을 못 본 척했다.
그런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 정부 인사들은 오늘 9·19 합의 기념 회의를 연다고 한다. 9·19 합의는 기념할 것이 아니라 폐기를 검토해야 한다. 북한은 우리를 겨냥해 핵 공격을 공언하고 있다. 말만이 아니라 실제 그런 수단을 갖춰가고 있다. 이는 9·19 합의에 대한 전면 위반이다. 한쪽만 지키고 다른 쪽은 마음대로 어기는 것은 합의가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09.19 [단독] 北, 9·19 합의 때 서울·수도권까지 비행금지구역 요구
文정부, 北제안 그대로 가져와
합참이 반대해 일부 구역 축소
북한이 2018년 9·19 남북 군사 합의 협상에서 청와대, 국방부, 주한 미군 기지 등 서울과 수도권이 포함되는 군사분계선(MDL) 이남 60㎞까지 전투기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기본적 대북 정찰 비행이 제한될 뿐 아니라 수도 방위 체계도 무너뜨릴 무리한 요구였지만 당시 청와대·국방부·통일부 인사로 구성된 협상단은 이를 바로 거부하지도 않고 그대로 군에 들고 와 검토를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김정은과 벌일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고 9·19 군사 합의 협상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방위와 합참 전·현직 여러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2018년 6월 14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 제8차 남북 장성급 군사 회담에서 MDL 기준으로 고정익(전투기)은 군사분계선 60㎞, 무인기는 40㎞, 회전익(헬기)은 20㎞ 이내 상공을 비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해 9월 평양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에서 군사 분야 합의물을 내놓기 위한 1차 협상 자리였다. 한국 측 협상단은 김도균 당시 국방부 대북정책관을 수석 대표로 박승기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 통일부·합참 과장 등 5명으로 구성됐다.
한국 대표단은 당시 협상에서 북측 제시안에 고개만 끄덕일 뿐 별다른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전직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 대표단은 주로 북한 대표단의 설명만 들을 뿐 비행 금지 구역과 관련해 우리 쪽 안을 제시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단은 협상을 마치고 북한 안을 합참에 그대로 가져와 검토를 맡겼다. 합참은 발칵 뒤집혔다. MDL에서 평양 거리는 140㎞가 넘지만, 서울은 40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MDL 기준으로 남북으로 똑같이 60㎞ 이내 상공에서 전투기 비행을 금지해 공평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한국에 크게 불리한 조건이었다.

▲그래픽=김현국
합참 분석 결과, 북한 안을 수용하면 우리 공군은 서울 상공은 물론 경기도 등 수도권 상당 지역에서 전투기나 정찰기도 띄우지 못하게 되는 것으로 나왔다. 감시·정찰, 근접 항공 지원, 대화력전은 물론 각종 합동 훈련도 제한된다. 사단급 UAV(무인 항공기) 운용도 사실상 불능 상태에 빠지고, 파주 등에 있는 헬기 운용 기지의 이전도 불가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대표단이 2018년 북한과 벌인 협상에서 우리 군 정찰 능력을 크게 제한하는 불리한 안을 들고 온 데 대해 합참 관계자는 “당시 군 내부에서는 한국 대표단이 왜 아무 소리도 못 하고 북한 제안을 그대로 가져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합참 실무자가 직을 거는 마음으로 이 안을 받아선 안 된다고 청와대와 협상 대표단에 보고를 올렸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단은 한 달 뒤인 7월 중순 북측에 고정익 20㎞, 무인기·회전익 10㎞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북한 대표단은 버럭 화를 내며 “이런 식으로는 협상을 못 한다”면서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고정익 40㎞, 무인기 25㎞, 회전익 15㎞ 안을 받으라”고 요구했다.
정부 소식통은 “한국 대표단은 북한 측에 시종일관 끌려다녔다”면서 “북측은 어떻게든 한국의 대북 방위 태세를 약화시키려고 비행 금지 구역을 더 남쪽으로 내리려 한 반면, 한국 대표단은 주목적이 협상 타결인 듯 최대한 북측에 맞추려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대표단은 우리 원안을 고수하려는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고 북한의 2차 안을 합참에 가져와 검토시켰다.
합참은 그때도 “수도권 방어 임무에 치명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군단·사단급 UAV와 헬기 운용 폭이 대폭 줄어든다”며 반대했다. 특히 제공력은 북한이 한국에 절대적으로 열세이기 때문에 범위가 어떻게 되든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하면 북한에 유리하다. 북한은 비행 한 번당 수천만 원이 드는 전투기 운용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비행을 거의 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한미 군에 위협을 줄 만한 전투기·정찰기도 거의 없다.
반면 한국 공군과 주한 미군은 5세대 스텔스인 F-35A 등 첨단 전투기를 비롯해 RC-135S 코브라볼, U-2 등 각종 고성능 정찰기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정찰 비행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동향, 북 군부 통신 신호 등을 수집해 한미 군 당국이 선제 대응하는 데 필수적이다. 전직 합참 의장은 “공중에서 북한을 보는 ‘눈’과 전투기로 공격하는 ‘주먹’을 제대로 못 쓰도록 묶어버리는 군사 협상을 한 것부터 문제지만 그걸 졸속으로 진행한 것은 심각한 안보 저해 행위”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합참 작전·전략 실무자들의 거듭된 반대 의견에도 협상을 강행했다. 이에 협상 대표단은 이후 8월 3차례 협상을 더 한 끝에 2018년 9월 13일 최종 협상에서 비행 금지 구역을 고정익은 서부 20㎞·동부 40㎞, 무인기는 서부 10㎞·동부 15㎞, 회전익은 10㎞ 이내로 하기로 합의했다. 합참은 평양과 서울은 MDL 기준 거리가 3배 이상 차이 나서 비행 금지 구역 거리를 동일하게 적용하면 한국만 불리하다고 했지만, 이는 최종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비행 금지 구역도 당초 북한이 최초 제시한 안에서 크게 변하지 않고 서부와 동부로 나누어 서부 거리를 좀 더 줄이는 것으로 조정됐다. 군 내부에서는 최종안과 관련, “손발을 묶고 수도 방어를 하자는 것”이라며 비판이 나왔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그해 9월 19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군사적 긴장감을 완화할 수 있는 9·19 군사 합의가 도출됐다”고 발표하며 군에 합의안을 따르라고 지시했다.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선 9·19 합의가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9·19 군사 합의는 지상과 해상에서도 긴장 유발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는데, 북한이 2020년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고 지난해 12월에는 무인기 5대를 우리 영공에 침투시켰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1대는 용산 대통령실 방어를 위해 설정한 비행 금지 구역(P-73)까지 정찰하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9·19 군사 합의로 우리 군의 정찰·탐지 및 대응 역량이 약화된 사이 북한은 9·19 합의를 위반하며 군사 도발을 벌이는 것이다.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09-19 대북 굴종 더 드러난 9·19합의, 전말 밝히고 책임 물어야
5년 전인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발표된 남북 군사합의는 당시에도 수도권 안보 위협과 북방한계선(NLL) 무력화(無力化) 등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자칫 잘못하면 수도권 방어 자체를 무너뜨릴 아찔한 합의도 해줄 뻔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데도 문재인 정권은 자화자찬하고, 협상 대표를 지냈던 인사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공언했다. 9·19 합의는 애초 북한에 절절맨 굴종적 내용이었으며, 북한의 각종 도발로 실효성도 없어졌다. 이제라도 반(反)안보 합의 전말을 소상히 규명하고, 합당한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안보 태세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9·19 합의는 당시 서해 해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을 NLL 남북으로 95㎞와 40㎞로 설정해 NLL 포기 논란을 일으킨 것은 물론이고, 백령도 등 서해 5도 방어도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군사분계선(MDL) 부근의 비행금지구역 설정도 서울과 평양의 거리를 감안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설정, MDL과 가까운 서울 수도권 방어가 어려워진 결과를 낳았다. 그런 굴종적 합의문이 나온 배경에 의구심이 많았는데, 최근 실무자 증언이 나오면서 엉터리 협상 행태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북측은 첫 실무협상 때 일방적으로 안을 내놓았고, 남측은 고개만 끄덕인 채 받아왔다고 한다. 북측은 비행금지구역과 관련, MDL 기준 고정익(전투기)은 60㎞, 무인기는 40㎞, 회전익(헬기)은 20㎞를 요구했다. 합참 실무자들이 “수도권 방어가 무너진다”며 강력히 반대해 전투기 비행금지구역이 서부 20㎞, 동부 40㎞ 등으로 줄었다고 한다.
북한은 이 합의 후에도 비무장지대 남측 GP 총격,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서해 NLL 이북 해상완충구역 포격, 무인기 영공 침공 등의 도발을 자행했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사실상의 불가침 합의서’라며 국회 비준을 시도하기도 했다. 최근엔 당시 남측 협상대표였던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강원도 속초·인제·고성·양양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6·25전쟁 때 수복된 지역으로 실향민이 유난히 많다. 그런 분들을 모독하지 말고 자중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9-19 “북한 위장평화에 5년 허비… 9·19 합의 사문화해야”

■ 안보전문가들 한목소리 주장
“북한, 군사력 증강 위협 노골화
남측 안보 구멍 없는지 점검을”
명시적 폐기 여부엔 입장 갈려
“분열 우려…효력 정지” 의견도
2018년 9·19 군사합의에서 남북이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에 합의한 지 19일로 5년이 됐지만, 북한은 그간 해상완충구역 내 포병사격 등 합의 위반을 반복하고 있는 데다 핵·미사일 증강 등 군사적 위협을 한층 노골화했다. 국방·안보 전문가들은 9·19 군사합의 후 지난 5년을 위장 평화 공세에 허비했다며 사실상 사문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명시적 폐기 여부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렸다.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전 통일연구원장)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9·19 군사합의 직후 군사 도발이 뜸해졌다고 해서 합의가 평화에 기여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북한은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준비하는 등 군사력 증강을 멈춤 없이 진행해 왔다”며 “오히려 우리 국민의 안보 의식만 이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다만 “폐기 선언을 할 경우 반대하는 사람들이 또 들고일어나 국민 화합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말대로 북한이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심각한 도발을 하면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지난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과 합의문을 만들어 한반도 평화를 가져왔다고 선전하는 것이 중요했으니, 북한이 뭘 얘기하든 ‘묻지 마 수용’이었다”며 “9·19 군사합의로 인해 우리 안보에 어떤 문제가 생겨났는지 잘 따져서 앞으로 북한의 전략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대남 협상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의도는 무엇인지, 지난 정부의 대응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소상히 따져봐야 한다는 제언이다. 남 원장은 “명시적으로 폐기를 선언하면 우리가 합의를 깨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지키지 않은 약속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이유는 전혀 없다”며 폐기를 주문했다. 신 대표는 “9·19 군사합의로 인해 우리가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은 군의 방어 능력과 안보 태세”라고 강조했다.
최근 북·러 정상회담에서 무기 거래가 논의된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한정(韓正) 중국 국가부주석을 만나 “고위급 접촉을 바탕으로 개방적인 소통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은 좋은 일”이라며 “세계는 우리가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기를 기대하고 있고, 미국은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주석은 “미국이 중·미 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 양국 정상의 공통된 이해 위에서 더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가 러시아에 대한 공식 친선 방문을 마치시고 9월 18일 새벽 국경 역인 두만강역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 조재연·김유진 기자
09-19 간첩 피고인들에게 농락당하는 법정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올해 초에 적발돼 구속기소된 이른바 제주간첩단(ㅎㄱㅎ), 창원간첩단(자주통일민중전위), 민주노총침투간첩단 사건 피고들이 이달 말부터 줄줄이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피고 측 변호인의 상투적인 재판 지연 전술과 이에 말려든 재판부 때문에 1심 구속기한(6개월)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통상, 간첩사건 등 국가안보 관련 재판은 집중심리 등을 통해 구속기한 내에 1심 재판을 마치는데 최근 재판부는 ‘세월아 네월아’식 공판을 진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주간첩단(자주통일충북동지회) 사건의 경우 일당 4명 중 3명은 구속, 1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기소된 지 2년이 훨씬 지났지만 1심 판결이 언제 끝날지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다. 그사이 지난해 3월 피고 1명이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된 데 이어, 5월엔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져 2명이 추가로 석방됐다. 그 결과 민주노총침투간첩단 중 1명이, 석방된 청주간첩단 사건 피고와 접촉해 관련 정보를 교환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청주간첩단 사건 피고들은 첫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들은 두 차례나 재판부 기피 신청이 기각됐는데도 거듭 불복하며 대법원에까지 제기해, 최종 기각까지 210일이 걸렸다. 또, 재판 중에 국가보안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며 공판 연기를 주장했다. 변호인들을 수시로 교체해 기록 열람·검토를 이유로 공판 재개를 방해하기도 했다. 검찰의 조속한 재판 진행 요구에도 재판부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변호인 측의 재판 지연술에 사실상 휘둘린다.
이런 일은 올해 초에 적발된 3건의 간첩단 사건 재판에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지난 3월 구속기소된 창원간첩단 사건 재판에서 변호인들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불허되자 항고·재항고를 계속하며 5개월간 공판을 지연시켰다. 이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고 심지어 담당 판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최근엔 보석 신청으로 재판이 중지된 상태다. 제주간첩단과 민주노총침투간첩단 재판에서도 뻔히 기각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며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
사법 시스템이 간첩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의 재판 지연 전술에 이처럼 농락당하며 무력화하고 있다. 법 정의 실현을 위한 재판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은 관련 판사들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사법부에 묻고 싶다. 안보 파괴자 외에도 살인·강도·강간·사기 등 각종 흉악 범죄자들이 재판 지연 전술로 줄줄이 석방돼 거리를 활보하게 된다면 그게 사법정의 실현인가? 북한은 우리 사법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해 대대적인 간첩 공작을 다방면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가 사법 시스템의 무력화와 붕괴를 막기 위해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의 미비점을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 특히, 간첩사건 등 안보 위해 사건에서 재판 지연 전술이 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보사건의 집중심리 의무화, 구속기한 연장 의무 허용, 공판 정지 시 구속기한 미포함, 잦은 법관 기피 신청의 제한, 재판 중 위헌법률심판 신청의 제한 규정 등을 도입해 법정이 간첩 피고인들의 ‘사법 놀이터’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간첩사건 재판부의 인식 전환과 신속한 공판 진행이 절실하다.
문화일보
09-20 빨치산이 가르쳐준 빨치산의 의미

빨치산은 아무 의병이나 독립군이 아니라 공산주의 계열 의병이나 독립군 의미
홍범도의 죄는 단순히 빨치산이라는 게 아니라 자유시서 한 짓이 독립군 파탄 초래했다는 것
역사학회 등 51개 역사단체가 홍범도 흉상 철거에 반대하면서 “빨치산은 비정규군이란 뜻으로 일제강점기에 의병이나 독립군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빨치산은 의병이나 독립군을 지칭할 때는 대개 특정한, 다시 말해 공산주의 계열에 사용됐다. 홍범도 당시의 빨치산부터 그렇다. 역사학계가 좌파에 장악돼 전문가의 권위로 일반인을 오도하는 건 역사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일어나는 일이다.
홍범도 연구자들에게 잘 알려진 이인섭이라는 빨치산은 ‘1965년 9월 18일 김세일 동지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대강 이렇게 썼다. “의병은 갑오농민전쟁 시기 의병, 을사조약 정미7조약 군대해산 시기 의병, 경술 합병 후의 의병이 있다. 독립군은 일본의 식민지 통치 당시 중령(中領·중국 영토)과 아령(俄嶺·러시아 영토)으로 이전해 무장 투쟁한 부류다. 빨치산은 소련에서 국민전쟁(러시아 10월 혁명 후 내전) 당시 조선 민족주의 독립운동이 사회주의적으로 전환되면서 등장했다. 갑오농민전쟁으로부터 빨치산 때까지 계속 지도적 역할을 담당한 사람은 홍범도밖에 없다.”
김승빈은 신흥무관학교 교성대 출신으로 홍범도 부하가 된 빨치산이다. 그는 ‘1970년 김세일 동지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10월 혁명에 대한 보도에 접하자 원동(遠東)의 조선 사람들도 농촌에서 소비에트 기관을 선거 조직하는 사업에 나섰다. 원동에서 공민전쟁(내전)이 시작하는 때에 한인사회주의자동맹은 조선 사람들로 적위군 부대를 조직하여 전선으로 내보냈으며 연해주 수청에서는 한창걸 동무를 비롯한 25명의 니콜라엡스카야 촌(村)소비에트 위원들의 창발적 열성에 의해 빨치산 부대가 조직됐다. 이때부터 시작된 조선인 빨치산 운동은 조선에서 3·1운동이 일어난 이후에 확대 강화됐다”고 썼다.
홍범도는 봉오동·청산리 전투 전인 1919년 무렵부터 빨치산이었다고 자기 이력서에 썼다. 그러나 흉상 철거 주장의 이유가 그가 단순히 빨치산이어서가 아니라 빨치산으로서 자유시에서 한 일 때문임은 역사가들이 더 잘 알 텐데도 빨치산의 뜻을 물고 늘어지며 논점을 흐렸다.
홍범도의 씻을 수 없는 과오는 간도에서 넘어온 어느 부대보다 무장해제에 앞장섰다는 사실이다. 김좌진 이범석 등 민족주의 계열 독립군은 러시아령 입국 직전 돌아가 버렸다. 입국한 중심 인물은 봉오동 전투의 세 주역인 홍범도 최진동 안무다. 그러나 최진동과 안무의 부대만 해도 자유시 사변 당일 공격을 받고 포로가 됐다가 풀려났다. 홍범도의 부대(정확히는 신흥무관학교 교성대 출신 이청천 부대를 포함한 홍범도 부대)만 사변 전에 무장해제를 주도한 이르크추크파에 넘어가 그쪽 편에 섰다. 그의 부대가 사변 당일 토벌에 나섰다는 기록은 없지만 다음 날 전장(戰場) 소제(掃除)를 했다는 당시 부대 지휘관 김승빈의 증언이 있다. 싸움은 어느 한편에 서서 2선에서 역할을 했다고 하더라도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되지 않는다. 홍범도는 자유시 사변에 깊이 연루돼 있다.
자유시 사변의 피해 상황은 당시 참가자들에게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공격한 측은 피해를 축소했고 공격당한 측은 과장했다. 소련 붕괴 후 밝혀진 코민테른 전권위원 오홀라의 보고에 따르면 익사자 60여 명을 포함해 전체 사망자는 120여 명이다. 포로로 된 후 탈출 강제노동 수감 등의 과정에서 또 수십 명이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심각한 사실은 연해주 기반의 사할린부대를 빼고도 1000명에 가까운 간도 독립군이 일시적 무장해제를 거쳐 결국 영구히 무장해제됐다는 것이다.
자유시 사변 후 최진동과 안무는 다시 간도로 돌아갔다. 홍범도와 함께 무장해제에 앞장선 이청천은 러시아 적군으로 편제돼 사관학교 교관으로 활동하던 중 노선 차이로 체포됐다 풀려난 후 중국으로 건너왔다. 홍범도만 레닌의 포상도 받으면서 그곳에 남았다.
홍범도가 죽었을 때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신문 ‘레닌기치’는 이런 부고 기사를 냈다. “홍범도 동무는 레닌-스탈린당의 충직한 당원으로서…당의 사명을 꾸준히 실행하기에 정력을 아끼지 않으셨다.” 이 시점에서 100년 전 빨치산이었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빨치산으로 독립군의 전력을 파탄 내고 소련을 새 조국으로 삼은 사람이 대한민국 건국과 군과 육사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묻는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09-21 육사 흉상 논란 화근은 文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역사이념 전쟁으로 비화한 육사 독립영웅 흉상 이전 논란의 원인 제공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첫째, 육사의 정체성과 관련된 중대 사안이었음에도 흉상 제작 의뢰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구체적 문서 등 기록이 남아 있는 게 없다. 도대체 5년 전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10년 만에 대통령이 임석하는 육사 졸업·임관식(2018년 3월 6일)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청와대 지시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흉상 설치 작전’이 강행됐다. 생도들이 교육받는 충무관 중앙 현관 정면에,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흉상이 충분한 의견수렴과 공감대 형성, 관련 규정에 따른 절차 준수 없이 불과 20여 일 만에 ‘졸속 설치’됐다.
둘째, 문 정부는 동상·흉상 설치 관련 육사의 전통과 관행을 무시했다. 육사는 1946년 개교 이래 학교 설립 기여자(밴플리트 장군), 6·25전쟁 전사자(심일), 월남파병 순직자(강재구), 군인정신의 표상(안중근) 등 4명 외에는 동상 및 흉상 설치에 신중을 기했고, 정치적 요소 개입을 거부했다. 육사 교육과정은 과거 특정 시점 선열들의 정신으로 한정 짓지 않았다.
셋째, 인물 선정 과정이 적절했는지도 논란거리다. 항일무장투쟁 공적에도 불구, 종국에는 연해주 독립투쟁의 맥을 끊게 한 ‘자유시참변’에 깊숙이 개입한 데다, 뼛속까지 소련 공산당 이념에 물들고, 소련군 제복과 레닌이 준 권총을 형상화한 홍범도 장군 흉상의 육사 설치는 당시에 논란이 많았지만 밀어붙였다. ‘군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국군 이념에 배치된다.
넷째, 육사 독립영웅 흉상 설치는 2017년 8월 국방부 업무보고 때 문 전 대통령이 “광복군과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군 전통도 육사 교과과정에 포함하고, 광복군을 군 역사에 편입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문 정부의 죽창가, ‘반일 선동·친일 프레임’의 상징물로 흉상이 설치된 의혹이 짙다. 윤경로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장은 국방부 업무보고에 앞서 2017년 8월 14일 문 전 대통령에게 “육사 모체를 친일파 우글거린 군사영어학교로 하는 것은 잘못, 자존심 문제”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현충일, 월북 후 김일성 정권 국가검열상·노동상을 지낸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라고 할 정도로 국가 정체성과 보훈에 무지를 드러냈다.
다섯째, 육사의 모체인 군사영어학교를 ‘친일 프레임’을 들이대 육사 역사에서 지우려 했다면 이는 시대착오적 역사 왜곡이다. 미군이 설립하고 미군 교관 등에 의해 육성된 군사영어학교, 육사의 전신인 ‘남조선국방경비사관학교’ 등이 주축이 돼 6·25전쟁 직전 8개 사단 9만5000여 명의 국군이 육성됐기에 북한 남침이 저지됐다. 광복군 출신 이범석 초대 국방부 장관은 “일본군에 충성한 것을 속죄하고 민족에 참회하는 차원에서라도 군대에 들어오라”며 신태영-응균 부자(父子) 장군 등 우수한 일본군 출신 고급 장교들을 설득, 창군에 끌어들였고 이들은 전장에서 큰 공을 세웠다. 광복군 출신이 당시 일본군 출신 장교들을 민족반역자라며 배제했다면 대한민국은 지도에서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문화일보
09-22 건군 75년… 안보엔 여야도 설마도 과잉도 없다

신상태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장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이 4년 만에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오자마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방문도 가시화하고 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무기가 벨라루스를 통해 러시아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북한에 핵추진잠수함과 최신 전투기를 지원할 것이란 보도도 나온다. 북한의 핵 위협이 더 가중되는 상황에서 한반도는 북·러·중과 한·미·일이 대치하는 신냉전 시대로 들어선 것이 분명하다.
이 같은 안보 비상시국에 국군이 오는 10월 1일 75돌 생일을 맞는다. 나날이 성숙하고, 다달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 든든하다.
돌이켜보면, 국군은 불과 ‘세 살’ 걸음마 수준의 전력으로 북한의 6·25 남침전쟁에 맞서 싸웠다. 그리하여 오늘의 소중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켜낸 것이다. 유엔 63개국의 병력과 물자 지원이 있었다곤 하지만, 국군의 위국헌신·결사항전의 의지가 없었다면 어찌 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겠는가? 군의 존재 목적이 싸워 이기는 데 있다고 한다면 국군은 일단 1차적 소임은 잘 완수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전에서 군의 임무는 많이 달라졌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전쟁 자체를 억지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기기까지는 감당해야 할 피해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아직도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잘 말해 준다. 더욱이, 지금은 무기와 장비가 고도로 첨단화했고 미래전은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에서,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그 결과가 얼마나 참혹할지는 예측하기도 어렵다. 결국, 승자나 패자 모두에게 공멸을 가져다줄 게 분명하다.
따라서 국군의 소임도 ‘전쟁 억지’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전쟁은 어떻게 억지할 수 있는가? 두말할 것도 없이 적을 압도하는 군사력을 갖는 것이다. 우리 군사력이 압도적이라면 싸워 봐야 질 게 뻔한 싸움을 걸어오는 바보는 없을 테니까. 이런 측면에서 국군의 전력은 참으로 믿음직하다.
첫째, 정보기술(IT) 분야에 능통한 세계 최고 학력의 병사들이 있다. 민주와 자유의 가치를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들은 외부의 침략이 있다면 분기탱천해 일당백 전장의 용사들로 돌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세계 최첨단 무기 체계를 갖춘 국군의 전력이다. 국방개혁 4.0 기본계획에 따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군으로 전환 중인 국군은 여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세계 각국이 한국의 방산 물자 구입에 나선다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지난 8월 워싱턴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체제 구상이다. ‘사실상의 3국동맹’으로까지 언급되는 캠프데이비드 선언은 우리 안보사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게 분명하다. 세계 최강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미동맹에 이어 한미일동맹,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아우르는 다자동맹으로 확장된다면 북한이 감히 넘보지 못할 막강한 연합 전력을 형성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천만 국민의 생존이 걸린 안보 문제에 관한 한 이견이 없는 명제가 있다. 안보에는 여·야도, 설마도, 과잉도 없다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국군은 땅에서, 하늘에서, 바다에서 그리고 해외에서 힘차게 외친다. ‘부모형제 우릴 믿고 단잠을 이룬다…’.
창설 75돌을 맞는 국군의 50만 장병에게 오천만 국민, 1100만 예비역과 더불어 뜨거운 축하를 보낸다.
문화일보
09.25 인천에서 동맹의 힘·국군의 위용을 봤다
김구회 남북문화교류협회 이사장 기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인천항 수로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서 노적봉함에 탑승해 기념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지난 15일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 참석했다. 기념식은 인천항 수로를 항해하는 해군 함정에서 개최됐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지자체·군 등 많은 이들이 해군 상륙함 노적봉함에 승함해 행사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전승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전승기념식이 움직이는 해군 함정에서 진행된 것도 처음이었다. 이는 한미 동맹의 가장 상징적인 승리라 할 수 있는 인천상륙작전을 다시 떠올리고 기억하기 위한 의도일 것이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세계 질서 변화 속에서 한미동맹의 더욱 굳건히 다지고 발전시키자는 의지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구회 사단법인 남북문화교류협회이사장
윤 대통령 연설 뒤 배경에는 ‘힘에 의한 평화,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현 정부의 외교 안보 기조다. 이날 기념식에서 해군의 함정을 보면서 힘에 의한 평화는 강력한 국방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건조비만 1조3000억 원이 넘는 이지스 구축함 서애류성룡함을 비롯해 호위함, 군수지원함, 유도탄고속함, 그리고 당당한 위용을 뽐낸 마라도함까지 최첨단 해군 함정이 사열에 참가했다.
73년 전 인천상륙작전에는 유엔군 소속 261척의 상륙함정이 동원됐다. 그 가운데 한국 해군에선 ‘백두산함’을 비롯한 15척의 함정이 참가했다.
특히, 백두산함은 해군 창설 당시 장교, 부사관, 수병들이 자발적으로 월급 일부를 각출해 모은 돈과 정부 지원금으로 미국에서 사온 중고 연안 구잠함이었다. 이 함정은 6.25전쟁 때 혁혁한 공을 세웠고, 한국 해군이 뿌리 내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렇게 눈물겹게 첫 발을 뗀 우리 해군이 세계 해군력 순위 10위 권 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으니 참으로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조엘 보웰 주일 미국 육군 사령관은 집무실에 거꾸로 뒤집힌 인도·태평양 지도를 걸고 있다고 한다. 이 지도를 기준으로 보면 바다는 세상의 중심이고, 한국은 대륙이 바다로 나가는 창이다. 우리가 해군력을 더욱 강화시켜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이날 행사에는 6.25전쟁 참전 용사들인 101세 이서근 예비역 해병대 대령과 91세 빈센트 소델로 예비역 미 해병대 대위, 94세 알프레드 김 예비역 미 해군 중령 등 참가했다. 다들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고령에도 젊은 시절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싸웠던 그 순간을 기리기 위해 한국을 다시 찾았다. 그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한국의 위상에 이들도 놀랐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들에게 직접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를 현장에서 바라보며 전쟁은 여전히 이 땅에 살아있는 역사, 쓰여지고 있는 역사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정전 70 년이 지났지만, 이 땅에 평화는 오지 않았다. 북한은 최근 각종 군사 도발로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거세지는 러시아·북한 등 공산전체주의 세력의 위협은 우리 군이 계속 강력한 힘을 키워나가야할 이유를 말해준다.
오는 26일 서울에선 대규모 군 장비가 동원되는 ‘건군 75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 계기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다. 10년 만의 육해공군 시가행진 부활과 함께 주한미군까지 참가하는 역대급 규모다. 이 행사가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과 더불어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는 군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국군 장병의 사기를 높이면서 국민과 함께 자긍심과 감동을 심어주는 축제의 장이 되리라 믿는다.
조선일보
09.25 6·25 참전국 국방장관 11월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한미 동맹 70년, 번영을 위한 동맹]
연말까지 동맹 70년 행사 풍성
한국과 미국은 동맹 70주년을 맞아 연말까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에서 한미동맹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11월에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참전국 국방장관이 모두 서울로 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군의날 행사에선 사상 처음으로 미군 전투부대원이 행진을 한다. 한미 양국에서 진행했거나 진행 예정인 기념 행사를 종합하면 역대 최다인 150건이 넘는다.

▲①이승만 대통령이 1952년 방한한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 당선인을 맞이하는 모습 ②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총사령관 ③6·25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 ④6·25전쟁에 참전한 제임스 밴 플리트 미 8군 사령관 ⑤채명신 베트남 한국군사령관 ⑥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⑦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⑧201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⑨1961년 방미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과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이달 25일부터 이틀간 미 워싱턴 DC에서 ‘한미전략포럼’을 주최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기조 연설을 하고 박진 외교부 장관이 축사(영상)를 한다. 한미 전문가들이 두루 참석해 ‘한미 동맹의 새로운 70주년’ ‘캠프 데이비드 합의에 따른 한·미·일 다자(多者) 협력’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26일엔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행사를 기념해 서울 도심 시가 행진을 하는데 사상 처음으로 미군 전투부대원 300여 명이 한국군과 함께 행진한다.

▲그래픽=김성규
다음 달 12일엔 한미동맹재단·SK그룹이 주도해 파주 평화누리공원에 고(故) 윌리엄 E 웨버 대령과 존 싱글러브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추모비가 제막된다. 두 사람 모두 6·25전쟁 참전 영웅이자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전쟁에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웨버 대령은 6·25전쟁을 미국 내 알리는 데 일생을 바쳤고, 싱글러브 장군은 1977년 지미 카터 대통령의 주한 미군 철수 계획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강제 퇴역당했다. 이 외에도 재단은 7일 미국 애틀랜타, 13일 서울에서 각각 동맹 70주년 기념 콘퍼런스를 진행한다. 빈센트 브룩스·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주한 미군 사령관 등이 참석하고 한미 우호 증진을 위해 힘쓴 이들에게 ‘웨버상’ ‘아너스상’ 등을 시상한다.
11월엔 서울에서 열리는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을 위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방한한다. SCM에선 동맹의 70년 성과를 평가하는 한편 동맹의 국방 분야 미래 구상이 담긴 ‘한미 동맹 국방 비전’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SCM과 연계해 사상 최초로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를 공동 개최한다. 사실상 6·25 참전국 국방장관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자리여서, 자유·민주 진영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70년 동맹’을 주제로 한 기획전을 12월 31일까지 진행하고 있고, 미국 현지에서도 K팝·태권도·한국 요리 등을 주제로 하는 문화 행사가 연말까지 계속된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09.25 北 남침때 맨먼저 맞설 美부대 “적 미사일 위치 샅샅이 꿰고 있다”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는 냉엄한 국제사회 현실은 적어도 지금까지 한미 동맹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한미 동맹’이 시작된 지 70년, 6·25를 통해 씨를 뿌린 동맹은 역사의 시련을 거치며 성장했고 강해졌다. 베트남·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함께 싸웠고, 이젠 우크라이나와 자유의 어깨를 걸고 있다. 미국의 원조로 성장한 한국이 미국에서 가장 많은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나라가 됐고, 미8군 무대에서 성장한 음악인들은 K팝의 씨를 뿌렸다. 70년 전 두 나라의 진격은 휴전선에서 멈췄지만, 자유와 번영을 향한 한미 동맹의 새로운 진격은 계속되고 있다. 본지는 ‘한미 동맹 70주년-번영을 위한 동행’을 통해 한미 동맹의 과거·현재· 미래를 짚어본다.
▲2023년 9월 12일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한미 연합 화생방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미국측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예하 59화학중대, 스트라이커여단 2-77포병대대와 대한민국측 23화생방대대, 28사단 화생방지원대 장병들이 참가했다. /남강호 기자
북한 김정은이 러시아 국경을 넘던 지난 12일. 경기도 동두천에선 주한 미군 제210야전포병여단이 M270 MLRS(다연장로켓시스템) 훈련을 하고 있었다. 210여단은 한강 이북에 주둔하는 유일한 미군 전투부대다. 일시에 최전방 북한 장사정포 부대를 초토화할 수 있는 MLRS를 수십 대 운용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6·25전쟁, 걸프전쟁 때 참전해 나치 독일, 북한, 중공,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에 맞서 위용을 떨친 명장 부대다.
주한 미군은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계기로 210여단 부대와 훈련 장면을 최초로 공개했다. 6·25전쟁 정전(停戰) 직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해온 주한 미군은 한미동맹의 대표적 상징이다. 주둔하는 그 자체만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핵심 ‘전략 자산’으로 평가된다. 그 가운데서도 비무장지대(DMZ) 철책 앞에 배치된 210여단은 북한이 남침할 경우 가장 먼저 맞닥뜨릴 ‘인계철선(引繼鐵線·Tripwire)’ 부대다.
▲미군의 대표적인 포병 무기인 MLRS(다연장 로켓 시스템)가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에이태킴스(ATACMS)를 발사하는 모습. /주한미군
이날 210여단이 주둔하는 동두천 캠프 케이시(Casey) 기지 연병장에서는 수십 대의 MLRS 발사대, 지휘통제 장갑 차량이 굉음을 내며 상호 운용 훈련을 펼쳤다. 북한의 선제공격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군 본부에서 원점 타격 지점을 파악해 지휘 통제 차량에 정보를 공유하면 각 지휘 차량이 MLRS 발사 차량에 타격 좌표를 전달해 융단 폭격을 가하는 절차를 익히고 있었다. MLRS는 1발당 수백 개의 자탄이 든 227㎜ 로켓탄을 동시에 12발 발사할 수 있어 ‘강철비’로 불린다.
사거리 300㎞의 지대지 탄도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도 동시에 2발을 쏠 수 있는데, 이는 갱도에 은폐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도 정밀 타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MLRS 수십 대면 DMZ 인근에 배치된 북한 240㎜ 방사포(다연장로켓), 170㎜ 자주포 등 포병 부대를 일거에 초토화할 수 있다.

▲2023년 9월 12일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 내 미2사단 제210포병여단의 M270 MLRS 등 다연장로켓 발사기를 뒤로하고 지휘차량 등이 기동 훈련을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북한은 미군이 지난해 MLRS 사격 훈련만 하면 한미 군을 비방하는 성명을 총참모부 명의로 내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2015년 북한의 DMZ 목함 지뢰 사태 당시 우리 군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이 적반하장식으로 서부전선 포격 도발을 벌이며 48시간 내 심리전 중지를 요구했는데, 그때 전면에 나선 부대가 210여단이다. 미군은 210여단이 MLRS 장갑 차량을 몰고 경기 파주 통일대교를 통해 최전방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는데, 이를 본 북한은 갑자기 포격을 멈추고 ‘대화’를 제안하더니 이례적으로 ‘유감’ 표명을 했다.
미 육군 2사단 소속인 브렌던 툴란 210여단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막강한 미군 화력 부대가 한국 군과 함께 최전방에 배치된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의 무력 도발을 억지하는 효과를 낸다”면서 “우리는 한국을 겨눈 북한의 미사일 등 공격 지점을 샅샅이 파악하고 있으며, 유사시 즉시 저들의 기지를 초토화할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70년 전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한미가 피 흘렸고 그렇게 한미동맹과 그 상징인 주한 미군이 탄생했듯이 으로도 한미는 어떤 최악의 상황에도 같이 헤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인성
210여단이 주둔하는 캠프 케이시는 한강 이북에 남은 유일한 미군 전투기지다. 과거 의정부 등 전방 여러 지역에 미군 기지가 설치돼 있었지만 평택 험프리스 기지 확장 건설이 결정되면서 전방의 미군 부대들이 모두 험프리스로 이전했다. 캠프 케이시도 험프리스로 옮겨질 뻔했지만 북한 장사정포 대응 등 임무 중요성 때문에 2014년 동두천에 계속 주둔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어 지금까지 최전선을 지키고 있다. 이 기지에는 210여단을 비롯해 미 본토에서 9개월마다 새로 순환 배치되는 부대로 현재 스트라이커(Stryker) 여단, 핵·대량살상무기(WMD)에 대비하기 위한 화생방대대도 배치돼 있다. ‘신속기동여단’으로 불리는 스트라이커 여단은 수십 대의 스트라이커 장갑차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케이시 캠프에서는 210여단 훈련과 별도로 북한의 생화학 미사일 공격 등 WMD에 대비하는 한미 연합 훈련도 진행됐다. 미 측에서는 스트라이커 여단, 제23화생방대대, 우리 측에선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육군 28사단 등이 참가했다. 생화학전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열세에 몰린 러시아가 핵·WMD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사회의 대응 과제로 급부상했다. 특히 북한은 공개적으로 핵·미사일 위협을 하는 가운데 뒤로는 생화학 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반 쇼트슬리브 화생방대대 59 화학중대장(대위)는 “화학전은 갈수록 그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 위험에 완벽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쇼트슬리브 중대장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중동 다수 지역에서 참전 경험이 있는 화학전 전문가라고 한다.
▲2023년 9월 12일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한미 연합 화생방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미국측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예하 59화학중대, 스트라이커여단 2-77포병대대와 대한민국측 23화생방대대, 28사단 화생방지원대 장병들이 참가했다. /남강호 기자
미 랜드연구소와 한국 아산정책연구원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2500~5000t의 화학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북한은 화학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야포와 다연장로켓 발사대, 박격포, 공중폭발폭탄, 미사일을 갖췄으며 화학무기 공격이 가능한 무인기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는 이날 동두천 일대에 북한의 화학 폭탄이 떨어진 상황을 가정해 훈련했다. 한미 장병들은 실제 제독 차량 등을 동원해 오염된 장갑차, 부대원들을 제독하며 안전지대로 이동시키는 연습을 대규모로 펼쳤다.
툴란 210여단장은 “우리는 한국, 그중에서도 전략적 요충지인 동두천의 일원이 돼 한국, 더 나아가 동북아의 안보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한국군과 끊임없이 손발을 맞추며 대비 태세 훈련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한 미군은 군 훈련뿐 아니라 동두천 등 주둔 지역에서 독거 노인 돌보기, 어린이 영어 교실 등 여러 봉사활동과 대민 지원을 하며 잠깐 왔다 가는 ‘손님’이 아니라 같이 힘을 합치는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주한미군 제210야전포병여단의 브렌던 툴란 여단장(대령)이 지난 12일 210여단이 배치된 경기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서 부대 마크 앞에 서 있다. /남강호 기자
툴란 여단장은 한국 근무만 이번까지 다섯 번째인데 두 번째 근무 당시 한국 여성을 만나 11년 전 결혼해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고 한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 등 공유하는 가치가 많기 때문에 두 나라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삶을 가꿔나가는 것도 상대적으로 수월한 것 같다”면서 “한미동맹이 안보동맹에서 산업·경제뿐 아니라 문화·인적 교류 등 여러 면에서 더욱 발전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동두천=노석조 기자
09-25 ‘순직 의무군경의 날’ 지정해 국가 헌신 제대로 기려야
국가를 위해 의무 복무 중에 순직한 군인·경찰·소방관 등을 기리는 정부 차원의 공식 기념일 지정이 가시화했다. 행정안전부는 “4월 넷째 금요일을 ‘순직 의무군경의 날’로 지정하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지난 21일 입법예고했다”고 24일 밝혔다. 10월 31일까지 의견을 수렴해,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확정 후 내년부터 국가보훈부 주관 기념식을 갖게 된다.
보훈부에 등록된 순직 의무군경이 지난 6월 말 기준 1만6414명이다. 제대로 기려야 마땅하다. 제도가 없어진 의무소방원의 순직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순직군경부모유족회가 민간 차원에서 매년 추모대회를 열며, 기념일 지정을 거듭 촉구해온 상황을 더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에 기념일 제정안도 발의된 상황이다. 독립유공자와 참전 유공자뿐 아니라, 국가의 부름에 응해 목숨을 바친 헌신은 순직도 모두 국가가 기려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책무다.
박창용 유족회 회장은 “5월 가정의 달을 앞둔 그날은 꽃도 피우지 못하고 산화한 영령을 기억하기 좋은 것 같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간단한 기념행사만 해줘도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했다. 행안부가 “순직 의무군경의 희생을 국민이 함께 기림으로써 호국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국민 통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한 취지의 실현을 위해서도 기념일 지정이 필요하다. 보훈부가 “현충일, 서해 수호의 날 등 다른 법정기념일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부 기념식이 진행될 것”이라고 부연한 배경도 다를 리 없다.
문화일보 사설
09.25 꽃가루 날리던 군인들의 행진

▲1970년 10월 1일 국군의 날 서울 도심 시가행진 행사, 볼거리가 많지 않던 그 시절 군인들의 화려한 시가행진을 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몰렸다/ 사진가 박옥수

▲1970년 10월 1일 국군의 날 서울 도심 시가행진 행사, 볼거리가 많지 않던 그 시절 군인들의 화려한 시가행진을 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몰렸다/ 사진가 박옥수

▲1970년 10월 1일 국군의 날 서울 도심 시가행진 행사, 볼거리가 많지 않던 그 시절 군인들의 화려한 시가행진을 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몰렸다/ 사진가 박옥수

▲1969년 10월 1일 국군의 날 서울 도심 시가행진 행사, 볼거리가 많지 않던 그 시절 군인들의 화려한 시가행진을 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몰렸다/ 사진가 박옥수

▲2003년 10월 1일 건국 55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국군 전차부대 퍼레이드가 시청 앞을 지나고 있다./조인원 기자

▲2003년 10월 1일 건국 55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여군들 퍼레이드가 서울 시청 앞을 지나고 있다./조선일보 DB

▲1959년 10월 1일 국군의 날을 맞아 서울 운동장에서 기념식을 갖고 시가행진을 하기 위해 운동장을 나서는 여군 부대의 모습이다./ 조선일보 DB
조선일보 조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