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소리 2023-09/
09.01 ‘뇌물 먹은 특검’의 대통령 기소, 어떻게 볼 것인가
초대형 부패 혐의 박영수 특검
권순일 대법관 의혹보다 더 충격
탄핵 사태 전년부터 대장동 수뢰
뇌물 사범이 특검 했다는 건가
법원 재판은 끝났지만
역사의 법정은 이제부터 시작
국회·법원·언론 등 그 누구도
역사의 평가와 심판 피할 수 없다
“모든 크레타 사람은 거짓말쟁이다”라고 외친 에피메니데스는 크레타 사람이었다. 고로 그의 주장은 참일 수 없다. 고전 논리학에 나오는 “에피메니데스의 역설”이다. 단지 논리학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 속엔 인간의 허위의식과 자가당착을 꼬집는 촌철살인이 담겨 있다. 인간세엔 소도둑이 바늘 도둑을 매타작하고, 부정한 판사가 결백한 피고인을 심판하고, 썩은 정치인이 깨끗한 공직자를 단죄하는 블랙코미디가 다반사로 펼쳐진다.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을 뇌물 먹은 범죄자로 만든 박영수 전 특검이 최근 스스로 구린 돈을 챙긴 특대형 부패 혐의로 구속·기소되었다. 검찰을 대신할 특별검사라면 특별히 정직하고, 청렴해야 하지 않나? 그 점에서 박 전 특검의 수뢰 혐의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보다 더 충격적이다. 술에 취한 경찰이 음주 운전자를 잡겠다며 경찰 차량을 몰면, 위법한 공무 집행이며, 그 자체가 음주 운전이다. 뇌물 먹은 자가 특검이 되어 대통령의 비리를 캐는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부조리하다. 사기 전과자의 법정 증언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뇌물 먹은 특검의 법적 행위는 공신력(public trust)을 상실한다.
탄핵 정국에서 박 전 특검은 사상 최대 규모의 수사단을 이끌며 90일간 30명을 기소하여 13명을 결국 감옥에 보냈다. 많은 국민은 그의 활약에 열광했고, 언론들은 “가장 성공한 특검”이라 칭송했다. 한데 검찰에 따르면, 그는 이미 2015년부터 대장동 업자에게 연봉 2억원을 받고 있었고, 20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우리은행에 로비하여 1500억 원의 대출 의향서를 발급하게 했다. 진정 대통령 탄핵이란 헌정사의 위기 상황에서 뇌물 사범이 특검직을 수행하는 법조 농단이 일어났단 말인가.
당시 특검은 “경제 공동체”나 “묵시적 청탁” 등 야릇한 법률 용어로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걸었으나 네 차례 재판에서 모두 재단 출연금의 뇌물성은 부인됐다. 그는 대통령이 받은 뇌물이 433억원이라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그중 말 세 필 값 36억원을 포함한 19.8%만을 인정했다. 이제 와선 재판부의 그 판단마저도 공정성이 의심스럽다. 코드 맞춰 줄을 서고 SNS에 정치 편향의 잡글이나 써 올리는 판사들을 신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특검만의 부패가 아니라 법조계 상당수의 타락일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태평양 건너 내 귀에도 “박근혜를 법적으로 사면한 자는 문재인이고, 정치적으로 사면한 자는 박영수”라는 말이 들려온다. 탄핵 정국에서 정의의 사도로 등장했던 특검이 부패 사범으로 둔갑했기에 국민은 헷갈린다. 그 모든 아수라판은 다 무엇이었나?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정의인가?
중국 국가주석이었던 류사오치(劉少奇)는 1969년 11월 감금 상태에서 세상을 떠났다. 문화혁명 당시 그는 홍위병 집회에서 조리돌림당하고, 가짜 뉴스에 인격을 살해당하고, 고무줄 재판에서 전 생애를 부정당했다. 그를 “역사적 반동”으로 몰기 위해 사인방은 특별조사단을 급조해서 400만 건의 문서를 파헤치고 꿰맞췄다. 법률 기술자들을 동원한 무도막심한 법조 농단이었다. 류사오치는 사후 7년이 지나 사인방이 체포될 때야 재심의 기회를 얻었고, 1980년 2월에야 명예를 회복했다. 사후 10년 3개월 만이었다. 이후 100위안 지폐에 마오쩌둥과 나란히 그의 초상화가 실렸다. 인민재판으로 처형당한 류사오치는 그렇게 역사의 법정에서 부활했다.
인간의 역사는 시대와 국경을 넘어 변조(變調)되고 반복된다. 중국식 문혁의 광기가 무늬만 바꿔가며 한국에서 재현될 수 있다. 박 전 특검의 구속은 탄핵 정국을 되돌아보게 한다. 법원의 재판은 이미 끝이 났지만, 역사의 법정은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과거의 모든 사건은 끝없이 다시 검증되고, 평가되고, 해석된다. 국회, 헌재, 검찰, 법원, 특검, 언론 등 그 누구도 역사의 평가와 심판을 면할 수 없다. 대통령과 국민도 예외가 아니다.
계산속이 뻔한 정치인들은 서둘러 탄핵의 강을 건너지만, 공화국의 시민들은 그 강을 거슬러 오르며 다시 물어야 한다.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파면은 헌법의 명령이고, 정의의 구현이고, 민주의 실현이었나? 머잖아 하늘만큼 두려운 역사의 법정에서 시대의 양심과 지성이 모여 바로 그 문제를 둘러싸고 재차 삼차 열띤 재판을 이어갈 것이다. 박 전 특검이 특대형 부패 사범으로 기소된 바로 지금이 역사의 법정을 여는 진실의 순간일 수 있다.
조선일보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09.01 文 정부 ‘3대 펀드 사기’ 再수사가 밝혀야 할 의혹
라임 등 2조3000억원대 사건
비호 의심 文 정권 인사도 등장
前 정부 검찰, 면죄부 주고 끝내
재수사 땐 부실 수사 배후 규명도
문재인 정부에서 대형 금융 사건이 세 차례 터졌다.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펀드 사건이다. 사모 펀드가 은행과 증권사 창구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투자 상품을 팔았다가 펀드 부실화로 환매(還買) 중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했다.
금융감독원 추산으로 라임 펀드는 4473명에게 1조5380억원, 옵티머스 펀드는 884명에게 5084억원, 디스커버리 펀드는 1278명에게 2612억원의 피해를 줬다. 모두 6635명이 이 펀드 상품을 샀다가 2조3076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 사모 펀드들은 투자 손실로 환매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도 상품을 팔아 그 돈으로 ‘돌려막기’를 했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더 불어났다.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당시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방치했거나 누군가 봐주지 않았다면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었다. 사건화된 이후 이 펀드들을 수사한 문재인 정부 검찰과 경찰도 ‘비호자’들은 밝혀내지 못했다. 미처 해외로 도피하지 못한 펀드 관계자와 기업사냥꾼들이 법정에 섰다.
옵티머스 사건에서는 이른바 ‘펀드 하자(瑕疵) 치유 문건’이 등장한다. 민주당, 금융계, 법조계의 유력자들이 옵티머스를 위해 한 활동을 옵티머스 대표가 정리한 내부 문건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그들 대부분을 무혐의 처리 또는 불입건했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중앙지검 수뇌부는 정권에 가장 충성스러운 검찰 간부들로 채워져 있었다.
라임 사건의 처리 과정은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추미애 전 법무 장관은 장관 취임 직후인 2020년 1월 “검사 비리의 온상”이라며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수단을 폐지했다.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금융 범죄 수사 조직이 없어진 상태에서 남부지검의 형사부가 이후 라임 수사를 맡았다.
주가조작꾼 김봉현은 자신이 몇몇 검사에게 술 접대한 것에 얹어 ‘윤석열 검찰총장이 민주당 쪽만 수사하라고 외압을 가했다’는 허위 폭로를 하면서 그 수사팀마저 무력화시켰다. 당시 추 전 장관은 김봉현의 ‘옥중 편지’가 공개되자 ‘검찰총장 지휘권 박탈’과 ‘수사팀 감찰·수사’로 호응했다. 그러나 ‘옥중 편지’의 주요 내용은 허위로 드러났고, 지금 검찰은 작성 경위와 편지를 사주한 배후를 추적 중이라고 한다.
디스커버리 사건에서는 동생이 대표인 디스커버리 펀드에 60억원가량을 투자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비슷한 시기 4억원을 투자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등장한다. 1년 넘게 수사하다 이들을 불입건한 경찰도 부실 수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금감원은 세 사모 펀드 자산운용사에 대한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된다는 의미다. 영장 없이 계좌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금감원의 검사 자료도 검찰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금융정치원”이라고 반발했다. 이 주장이 호응을 받기에는 2조3000억원 짜리 의혹을 ‘장기 미제’로 만들어 버린 문재인 정부 당시 수사가 너무 부실했다.
돌고 도는 것이 추미애 전 장관이 폐지했다가 윤석열 정부가 부활시킨 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부가 재수사를 맡는다. 펀드 비리의 수혜자 말고도, 수사 등에 외압을 가하고 방해한 세력들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
상식적이지 않은 결말은 상응하는 반작용을 부른다. 문재인 정부의 ‘3대 펀드 비리’ 처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식의 무리수와 비상식이 여기저기서 빚어지면서 ‘20년 집권’을 운운하던 민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잃었다. 내 식구 봐주다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도 유념해야 할 철칙이다.
조선일보 최재혁 사회부장
09.02 사상 최악의 대법원장 김명수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는 24일 퇴임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법관 인사(人事)에 대해 “나름의 공정을 유지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취임 초부터 우리법·인권법 출신 판사들은 요직에 앉히고, 문재인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들을 한직으로 보낸 건 다 알려진 사실이다. 대법원도 대법관 14명 중 7명을 우리법·인권법·민변 출신으로 채웠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거짓말이란 사실은 본인이 잘 알 것이다.
그는 국회에 거짓말을 한 최초의 대법원장이다. “법관 독립 침해 시도를 온몸으로 막겠다”고 해놓고 문 정권 때 법관 탄핵을 추진한 민주당에 잘 보이려고 탄핵 대상으로 지목된 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 국회에서 문제가 되자 아니라고 거짓말을 했다가 녹취가 나와 들통났다. 이는 그가 한 거짓말 중 일부일 것이다.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문 정권 편 판사들은 재판이 아니라 정치를 했다. 3년 전 기소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1심을 맡은 우리법 출신 판사가 15개월간 본안 심리를 진행하지 않아 아직도 1심이 진행 중이다. 어떤 판사는 정권 편을 든다고 뇌물 받은 사람의 형량을 뇌물 전달한 사람보다 적게 선고하기도 했다. 김명수 대법원은 ‘TV 토론에서 한 거짓말은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니다’는 황당한 판결을 내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 판결을 놓고 대장동 업자와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까지 불거져 있다. 이것이 김명수 대법원의 실체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 민주화라면서 법원장을 판사 투표로 뽑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문 정권 편 판결을 한 판사를 최다 득표자가 아닌데도 법원장에 임명했다. 이 제도 도입 이후 법원장들이 판사들 눈치 보느라 판사 인사 평정 역할을 사실상 포기했다. 나태한 판사들이 늘어났고 재판 지연으로 국민이 고통받았다. 그런데도 김 대법원장은 이 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현실을 전혀 모르는 것이고 아니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 재임 기간 중 2년 내에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장기 미제 사건이 민사소송은 3배로, 형사소송은 2배로 늘었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 수 부족과 코로나로 재판이 정지된 것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전체 법관 수는 2017년 2955명에서 지난해 3151명으로 늘었고, 민사 1심 사건은 같은 기간 35만건에서 34만건으로 줄었다. 판사는 늘고 사건은 줄었는데 재판이 지연된 것은 김 대법원장의 사법 포퓰리즘 탓이다.
김 대법원장은 시작부터 정치 ‘쇼’를 했다. 대법원장 지명을 받은 날 춘천에서 일부러 시외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서울 대법원에 왔다. 공식 업무가 아니어서 관용차를 탈 수 없다고 말해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대법원장이 되자마자 ‘재판 충실화 예산’ 수억원을 자신의 공관 개축 비용으로 전용했고, 아들 부부를 1년 3개월 동안 그 공관에 들어와 공짜로 살게 했다.
김 대법원장은 6년 전 취임사에서 자신의 취임 자체가 “사법부 변화와 개혁의 상징”이라고 했다. 하지만 애초에 자격 없는 인물을 대법원장에 임명해 좌지우지하려 한 것이 문 정권의 의도였다. 그의 6년은 ‘한국 사법의 흑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09-04 더 내고 늦게 받는 국민연금 계산委 개혁안 방향 옳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제도가 도입된 1988년 당시 3.0%에서 시작해 5년 뒤인 1993년 6.0%, 다시 5년 뒤인 1998년에 9.0%로 오른 뒤 26년째 그대로이다. 어떤 정부도 보험료를 더 걷는 악역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그 시기 동안 저출산 문제가 급속히 악화하면서 연금개혁 필요성이 절박해졌는데도 방치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덜 내고 더 받는’ 마법이 있는 양 사실상 국민을 속였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보험료를 더 내고 수급개시는 늦추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옳은 방향이다. 합계출산율 0.7 방어도 힘들어진 상황에서 향후 5년간 보험료를 낼 가입자는 약 86만 명 줄고 수급자는 240만 명 넘게 늘어난다. 계산위는 지난 1일 공청회를 열고 9.0%인 현행 보험료율을 내년부터 매년 0.6%포인트씩 올려 12%(2030년), 15%(2035년), 18%(2040년)로 상향하는 안을 제시했다. 수급개시연령도 65세에서 2033년 이후 5년마다 한 살씩 늦춰 68세(2048년)로 늦추는 안도 내놨다.
사실 국민연금 개혁은 출산율과 보험료, 지급액에 따른 셈법의 문제다. 이치가 자명한데도 개혁이 어려운 것은 정치적으로 인기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계산위 논의 과정에서 일부 위원이 40%인 소득대체율 상향, 즉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주장했는데, 무책임하다. 보험료율의 조심스러운 인상도 힘든 상황에서 ‘훨씬 더 많이 걷자’는 것은 현실성 없는 어깃장으로 비칠 뿐이다.
윤 정부로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연금개혁이 피하고 싶은 독배일 것이다. 그러나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인 만큼 국민을 설득하며 추진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야당 태도다. 더 내고 늦게 받는 데 대한 찬반 입장을 밝히고, 반대한다면 그 이유와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입법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문화일보 사설
09.05 성범죄자가 만든 위안부 추모 작품 지키겠다는 정의연

▲4일 오전 서울시가 기억의터에 위치한 임옥상의 작품을 철거 하려는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 회원들이 이를 저지하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보라색 천으로 작품을 덮고 띠를 두르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이태경기자
서울 남산 ‘기억의 터’에 설치된 ‘민중예술가’ 임옥상씨의 작품 철거를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라는 정의기억연대가 반대하고 나섰다. ‘기억의 터’는 박원순 시장 시절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공원이다. 이 공원의 조성을 총괄 기획하고 작품 두 점을 설치한 임씨는 최근 여직원 강제 추행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위안부 추모 작품을 성범죄자가 만든다는 것이 말이 되나. 이에 따라 서울시는 임씨 작품을 철거키로 했는데 다른 단체도 아니고 정의연이 막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 편에 서서 여성 인권 운동을 해왔다는 단체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의연 사무총장은 “성추행 작가가 반성도 없이 함께했다는 것에 분노한다”면서도 “철거가 이렇게 시급한 일인지 납득할 수 없다. 임옥상을 핑계로 한 역사 지우기일 뿐”이라고 했다. 분노한다면서 왜 철거에 반대하는지, 성추행범이 만든 위안부 추모 작품을 그대로 두자는 것인지, 성추행범 작품 철거가 왜 역사 지우기가 되는지 제대로 설명도 않고 있다. 궤변이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정의연은 전시 여성 인권을 유린한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고 공론화했다고 자부해 왔다. 그렇다면 성추행 범죄에 누구보다 분노해야 마땅하다. 위안부 추모 시설에 성추행범 작품을 그대로 둔다는 것은 위안부 할머니들뿐 아니라 여성 운동 전체에 대한 모독이다. 최근 전태일재단은 서울 청계천에 있는 임씨 작품 ‘전태일 동상’ 철거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정의연은 전태일재단보다 먼저 나섰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행동한다. 정의연에는 ‘위안부 할머니 돕기’나 ‘여성 인권’보다 ‘민중예술가 지키기’가 중요한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정의연 이사장 출신으로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미향 의원 사건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9-06 혈세 174억 받고 정치 편향, 민주화사업회 쇄신 급하다
공공기관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정치 편향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안전부는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5일 발표하며 “사업회는 2022년 발간한 ‘한국 민주주의 연례보고서에서 ‘검찰이 법무부를 재식민지화한다’ ‘경찰국 설치는 헌법에 정면으로 반한다’ 등의 주장을 했다”고 밝혔다. “매년 내는 연례보고서에 현실 정치 문제를 편향된 시각으로 언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1년 제정된 민주화운동기념사업법에 따라 설립된 사업회는 올해 예산 198억 원 중 174억 원이 국민 혈세인 국고보조금이다. 그런데도 거대 야당에 발맞춰 ‘노란봉투법’ 제정 운동을 하는 단체에 2022년 ‘한국 민주주의 대상(大賞)’을 수여했다. 상금 2000만 원이었다.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운동을 편 한국여성단체연합에는 상금 1000만 원인 본상을 줬다. 사업회의 지원금으로 반(反)정부·좌편향 활동을 벌인 민간단체도 8개다. 어떤 단체는 ‘구걸외교 친일행각 윤석열은 퇴진하라’ 구호도 내걸었다.
다른 기관에서 지원금을 받은 단체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게 한 지침마저 무시됐다. 2020∼2023년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은 단체 14개에 2억6000만 원을 중복 지원했다. 조작한 증빙 서류도 파악하지 못했다. 행안부는 임원 2명 해임을 포함한 6명 징계와 국고보조금 지원사업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으나, 근본 쇄신이 급하다. 민주화 정신 계승은커녕 되레 욕보이는 것으로도 비친 기관을 존치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폐지 입법 추진도 검토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09.07 “김명수, 나갈 때도 걸어서 나가라”
2017년 8월 22일.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 후보자는 관용차 대신 시외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걸어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로 들어왔다. 그는 “31년 5개월 동안 법정에서 재판만 해 온 사람”이라며 “어떤 수준인지, 어떤 모습인지 보여드릴 것”이라고 했다.
‘버스 출근’으로 탈(脫)권위를 표방했던 김명수 대법원의 상징은 이제 ‘재판 지체’와 ‘거짓말’이 됐다. 처리 기간이 2년을 넘는 장기 미제가 민사 1심 기준 세 배 가까이 늘었고, 현직 판사가 언론 기고로 ‘재판의 실패’를 공식화했다. 국회 탄핵을 거론하며 후배 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도 이를 부인했던 김 대법원장은 거짓말로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보다 무서운 것은 조직의 동력이 사라진 점이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판사들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는 상사가 아니라 ‘후임자’라고 한다. 전임자가 남긴 기록을 보고 그가 사건 처리를 제대로 했는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판사들은 후임자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일했다. 자기가 재판을 마친 사건은 2월 정기 인사 전 판결문을 쓰고 떠나는 게 기본이었다. 동료 집단 압력(peer pressure)의 힘이다.
그런데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는 동료 집단 압력이 사라져 버렸다. 복잡하거나 민감한 사건은 질질 끌고, 판결문을 후임자에게 떠넘긴다. 12월에 선고 예정인 사건을 2월로 연기하고, 2월엔 인사 이동해버리는 식이다. 배석판사들은 1주일에 세 건만 선고하겠다고 ‘담합’을 하고, 개탄하던 부장판사들도 이를 핑계로 워라밸에 젖어들었다. 한 고법 판사는 “놀먹판(놀고먹는 판사)이 하도 많아 누굴 집어서 욕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는 김명수 대법원이 사법 관료화를 없앤다며 법원의 평가 시스템을 무의미하게 만든 탓이 크다. 고법부장 승진제도 없어지고 법원장은 투표로 뽑는 법원에서는 근무 평정도, 동료 집단의 평가도 별로 의식하지 않게 됐다. 재판 잘하는 판사 대신 대법원장과 뜻을 같이하는 판사들이 좋은 자리에 가면서 행동 규범이 무너졌다.
그런데도 김명수 대법원장은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법관이 승진 제도가 있을 때 성심을 다하고 (승진 제도가) 없다고 그렇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자기의 인사 방침을 정당화했다. 재판 지체 중 당사자가 사망하기도 하는 상황에서 “신속한 재판보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재판”을 강조했다. 검찰 수사에 대해선 “수사가 정당한 절차로 진행되면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조건’을 달았다. 판사들 사이에서는 “정신 승리를 넘어 엽기 수준”이라는 독한 비판도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지난 6년이 떳떳하다면 퇴임 후 당당히 대법원 정문을 걸어 나가라”고 했다. 문 밖에 있는 게 검찰 수사이든 무엇이든 ‘조건’을 달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시작과 끝이 같은 일관성이 지금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미덕이 아닌가 한다.
조선일보 양은경 기자
09-08 유죄 조국 받들고 검찰 비난한 이성윤과 일벌백계 당위
현직 공무원 신분인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고검장급 검사)이 유죄 판결을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찬양하고, 자신이 속한 검찰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주장의 사실관계에 문제가 많고, 정치 중립 훼손 혐의도 짚인다. 조 전 장관을 백범 김구에 비유한 견강부회는 놀라울 정도다. 문재인 정부 시절 요직을 거치며 물의를 빚었던 ‘친문 검사’의 수준과 본색을 보여주는 행태로, 엄정한 징계와 사법 처리를 통해 일벌백계하는 게 당연하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6일 조 전 장관 북콘서트에 참석해 김구 선생의 ‘나를 이겨내야 그곳에 이를 수 있다’는 등의 말을 인용하면서 “조국 장관님은 극기 의지와 능력이 강철 같은 소유자”라고 했다. 또 “조국 전 장관이 혜안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때 검찰 개혁이 제대로 성공했다면 오늘 같은 무도한 검찰 정권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 “전두환 하나회에 비견될 정도의 윤석열 라인 수사 방식의 무도함” 운운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문 정권 때 성역 없는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압박, 검수완박 문제점과 부작용만 돌아봐도 혹세무민의 궤변이다. 윤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과 김구 선생에 대한 모욕도 된다.
사회를 본 최강욱 의원은 조 전 장관 비리에 연루돼 1·2심 모두 의원직 박탈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았고, 이 위원 본인도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무마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 되는 일도 더는 없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9.08 국민연금 성실 납부자 바보 만드는 기초 연금, 이대로 갈 순 없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분석한 결과, 기초 연금 수급자의 소득·자산 증가 속도가 다른 복지 급여 수급자들 소득·자산 증가 속도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초 연금을 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에게까지 기초 연금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성을 제기한다.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에게 주는 기초 연금에 드는 예산은 2014년 6조8000억원에서 올해 22조6000억원으로 연평균 14.2%씩 증가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10만원씩 증가하는 것이 공식이 되다시피 한 데다 65세 이상 인구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때 40만원으로 인상을 공약했다. 이대로 가면 2030년엔 기초 연금 예산이 46조원으로 불어난다. 나라가 감당할 수 없는 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기초 연금 월 지급액을 40만원으로 늘리거나 지급 대상을 100%로 하자는 법안, 부부가 함께 받으면 20% 깎는 조항을 없애자는 포퓰리즘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내년 국가 채무가 12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처지에서 도를 넘은 포퓰리즘이다.
현재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은 62만원 정도다. 그런데 기초 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면 부부의 경우 20% 감액하더라도 64만원을 받는다.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을 넘는다. 평생 꼬박꼬박 국민연금을 낸 사람들만 바보로 만드는 것이다. 지금도 기초 연금 받는 사람들은 돈 한 푼 내지 않았는데도 매달 국민연금 20년 이하 가입자들의 60% 수준 돈을 받고 있다. 나라가 이런 제도를 운영하면 결국 불만이 폭발한다.
이대로 갈 수는 없다. 기초 연금의 당초 취지에 맞게 소득 하위 30~35%를 집중 지원하고 그 이상은 국민연금과 형평성을 생각해 조정해야 한다. 무조건 소득 하위 70%에게 줄 것이 아니라 기준 중위 소득의 일정 수준 이하로 선정 기준을 바꾸는 방안도 전문가들이 제안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노후 보장의 주 역할은 국민연금이 담당하고 기초 연금은 저소득층에게 집중하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9.09 “文 공산주의자” 고영주에 소송한 文, 또 패소
부림사건 담당 검사는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 변호인은 문재인 전 대통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고 전 이사장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부(부장판사 마성영)는 문 전 대통령이 고 전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고 전 이사장은 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1982년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로 있을 때 부림사건을 수사했다”며 “부림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닌 공산주의 운동이었고, 그 사건 변호사였던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고영주 변호사는 부림사건 당시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였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 사건 재심의 변호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9월 고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문 정권 출범 후인 2017년 7월 고 전 이사장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회부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아무 근거 없이 허위사실을 공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2015년 9월 1억원을 배상하라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고 전 이사장의 행위가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보고, 고 전 이사장이 문 대통령에게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역시 배상액은 1000만원으로 낮췄지만,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지나친 논리 비약이라고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은 지난해 9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 발언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의 사상 또는 이념에 대한 의견 내지 입장표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적 인물인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교환과 논쟁을 통한 검증과정의 일환으로 보아야 하고, 이를 문 전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09-11 [속보]선관위 채용비리 353건 적발…28명 고발-312건 수사의뢰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의혹 신고 사건 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23.9.8 뉴스1
선관위 채용비리 353건 적발…28명 고발-312건 수사의뢰
동아일보
09-11 檢, ‘靑 울산시장 선거개입’ 송철호 징역 6년·황운하 징역 5년 구형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8.7/뉴스1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에게 검찰이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부장판사 김미경·허경무·김정곤)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문 전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송 전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송 전 시장은 2017년 9월 울산지방경찰청장이던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에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관련 수사를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황 의원은 청와대로부터 각종 비위 정보를 받아 하명 수사를 한 혐의와 함께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관을 부당하게 인사 조치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에 황 의원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는 징역 4년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는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분리해 구형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09.12 재판 지연 수법으로 불의 도운 ‘울산 공작’ 재판, 정의는 어디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민주당 황운하 의원에게 검찰이 11일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나머지 13명에 대해서도 검찰은 모두 징역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들이 재판에 넘겨진 지 3년8개월 만에 1심 재판이 끝난 것이다.
그사이 문 전 대통령의 ‘30년 친구’인 송 전 시장은 시장에 당선돼 임기를 다 채운 뒤 퇴임했고, 당시 울산경찰청장으로 국민의힘 후보를 수사했던 황 의원은 국회의원이 됐다. 재판 진행으로 볼 때 황 의원은 내년 5월까지 임기를 다 채울 것이다. 신속한 재판이 중요한 선거법 위반 사건은 1심 재판을 6개월 안에 끝내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아무리 강제력 없는 훈시 규정이라지만 이 정도의 재판 지연은 법원이 저지른 심각한 불의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권 최대 불법 혐의 중 하나다. 문 전 대통령은 송철호 시장의 당선이 ‘소원’이라고 했다. 그러자 청와대 비서실 내 8개 조직이 그를 당선시키려고 하명 수사, 후보 매수, 공약 지원 등 선거 범죄를 저질렀다. 송 후보 측이 넘겨준 야당 후보 관련 첩보로 경찰에 수사를 지시했고, 경찰은 야당 후보가 공천장을 받던 날 그의 사무실을 덮쳤다. 야당 후보는 나중에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선거에서 낙선한 뒤였다. 청와대 핵심 실세들은 송 후보의 당내 경쟁자에게 총영사 등 공직을 제안하며 후보 매수를 시도했고, 청와대 행정관들은 송 후보의 공약을 사실상 만들어줬다. 검찰은 이날 이 사건에 대해 “유례를 찾기 어려운 반민주적 선거”라고 했다.
문 정권은 이런 총체적 선거 부정을 덮으려고 또 총력전을 폈다. 문 전 대통령 대학 후배로 친문 검사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관련자들을 기소하자는 수사팀 의견을 뭉갰고, 추미애 법무장관은 수사팀을 검찰 인사를 통해 공중분해시켰다. 수사를 지휘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몰아내려 징계도 청구했다.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오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판사에게 사건을 맡겨 재판을 지연시켰다. 김 판사는 15개월 동안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을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고, 다른 판사들이 공판 날짜를 정하자 돌연 휴직을 신청했다. 조직 범죄단과 같은 행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최악의 재판 지연으로 이제야 1심 재판이 끝난 것이다. 문 정권의 불법을 그 수족이 된 검찰 간부와 법원이 덮고 뭉갠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일의 진상도 전부 드러나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9-12 ‘울산 선거공작’ 몸통 정황 文·임종석·조국 재수사해야
2018년 6월 실시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문재인 정권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의 1심 판결이 기소 이후 3년10개월 만에,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는 5년 이상 지나서 나오게 된 것은 그 자체로 중대한 법치 문란 사태다. 지연된(delayed) 정의는 부인된(denied) 정의라는 법언을 되새길 필요도 없이, 문 정권 검찰의 수사 방해와 김명수 사법부의 재판 지연 정황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런 혐의들은 물론, 문 정권에서 제대로 수사할 수 없었던 ‘몸통’에 대한 전면 재수사 당위성이 더욱 커졌다.
우선, 검찰이 11일 결심공판에서 밝힌 것처럼 ‘최상위 권력기관을 동원한 표적 수사, 상대방 흠집 내기 등 유례를 찾기 어려운 최악의 반(反)민주적 선거”였다. 검찰은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에게 각각 징역 6년, 5년 등 기소된 15명 전원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오는 11월 29일 1심 선고가 있을 예정이다. 이미 송 전 시장은 임기를 마쳤고, 황 의원 등도 최종 판결 이전에 국회의원 임기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기소 결재를 거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 지휘부와 중앙지검 수사팀을 불러 회의를 열어 결정해야 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부장판사는 1년3개월 동안 공판준비기일만 6차례 진행하면서 하염없이 끌다가 2021년 4월 질병을 이유로 휴직 신청을 냈다.
이번 사건 공소장에 문 전 대통령 이름이 35번이나 언급됐지만,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 등 기본적인 사실도 조사받지 않았다. 송 전 시장을 청와대에서 면담하고 당내 공천경쟁 후보를 주저앉히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전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해선 검찰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밝히면서도 불기소 처분했다. 이 처분에 대해 2021년 국민의힘이 항고해 서울고검에 계류돼 있다. 서울고검은 재판 결과를 보고 재수사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인데, 그럴 필요가 없다. 당장 재수사에 착수해 몸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9.12 선관위 경력직 15%가 부정 채용 의혹, 믿기지 않을 정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비리 실태조사단장인 정승윤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지난 6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별관에서 열린 선관위 채용 비리 실태 조사 협조 촉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7년간 선거관리위원회의 경력직 채용 사례를 모두 조사한 결과 전체 384명 중 58명이 부정 채용된 의혹이 크다고 밝혔다. 국가 기관 경력직의 최소 15%가 부정 채용 의혹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경력직 31명은 1년 공무원으로 우선 채용된 뒤 법에 정해진 면접·서류 시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되는 특혜를 받았다. 일부 경력직 채용 땐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만 공고를 냈다. 나이와 경력 등 응시 자격이 미달하는데도 합격한 경력직이 적지 않았다. 경력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경력 미달인데도 합격시켜 줬고, 평가 점수를 조작한 흔적도 발견됐다.
외부 면접위원을 절반 이상 두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선관위 직원들로 면접위원을 구성했다. 실무 경력을 ‘관련 분야’가 아닌 ‘선관위 경력’으로만 부당하게 제한했다. 채용 공고도 법정 10일 이상이 아닌 4일 전후만 했다. 이런 채용 절차 위반은 전체 162회의 경력직 채용 중 104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권익위는 선관위 가족·친인척·지인 특혜 채용이 얼마나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선관위가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고 한다. 선관위 직원 3000명 중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한 사람도 41%뿐이었다. 비리 조사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권익위 조사에도 협조하지 않아 권익위가 수차례 “부패를 숨기기 위해 꼼수를 부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선관위는 독립적 헌법기관임을 내세워 아무런 감시나 견제를 받지 않았고 자기들끼리 특권을 누리는 ‘신의 직장’을 만들었다. 특혜 채용과 금품 비리가 만연했다. 대선 때는 전대미문의 ‘소쿠리 투표’로 혼란을 자초했다. 그런데도 반성하고 개혁하기는커녕 저항하고 은폐하기 바쁘다.
조선일보 사설
09-12 일 많이 하는 나라는 옛말, 생산성 높일 노동개혁 급하다
한국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일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라는 낙인이 붙어 다녔다. 저임금·최장 근로 국가 프레임은 근로자의 처우 개선 필요성으로 자동 연결되면서 노동계 투쟁의 구호가 됐고,‘워라밸’ 운동이 일어났으며, 정치권도 호응해 노동 관계법 등 제도 변화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1일 발표한 ‘근로시간 현황 및 추이 국제비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한 풀타임 취업자의 주당 평균 실근로시간은 42시간으로, 2001년보다 8.8시간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의 차이는 1.3시간이었다. 전체 근로자의 1인당 연간 실근로시간도 1904시간으로, 2001년에 비해 500여 시간이나 감소했다. OECD의 연평균보다 185시간 긴 정도로, 감소 폭은 OECD(47시간)의 10배가 넘는다. 주 52시간 근로제 의무화, 공휴일 유급화, 대체공휴일 확대 등으로 근로시간은 앞으로 더 줄게 된다. 더는 세계 최장 근로라는 주장이 통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세계 꼴찌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OECD 37개 회원국 중 33위에 그쳤다. 저성장·고령화와 맞물리면서 2040년께부터는 성장률 제로 시대가 고착화할 것이란 경고도 쏟아진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동계는 청년 실업조차 외면한 채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주 5일 근무도 많다며 4.5일제 도입을 주장한다.
노동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올리지 않으면 더 이상의 성장은 불가능하다. 윤석열 정부는 3대 개혁과제의 하나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 현장의 불법 척결 등에 머무르고 있을 뿐, 정작 중요한 제도 개혁은 국회 의석수 부족으로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다. 야당의 노란봉투법 강행 등 역주행을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고용·근로시간 유연화, 임금 개편이 화급하다. 정부와 여당은 의석수 핑계를 버리고 국민 공감대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하며, 야당은 더 이상 노동개혁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문화일보 사설
09-12 ‘탈원전’했던 독일의 추락

황혜진 국제부 기자
“독일이 또다시 ‘유럽의 병자’로 전락했다.”
독일의 민간 싱크탱크인 이포(Ifo)의 한스 베르너 신 명예소장은 최근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이 같은 진단을 내놨다. 미국 이코노미스트와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서도 독일 경제 상황을 ‘유럽의 병자’에 빗대 설명하고 있다. ‘유럽의 병자’라는 별명은 통일 비용에 허덕이면서 고질적인 실업난과 저성장 국면에 빠졌던 1998년 당시 독일 경제를 묘사하는 용어로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독일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가 살아나면서 유럽 최대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 이처럼 세계 최대 산업 강국으로 주목받았던 독일이 ‘유럽의 병자’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으로 소환된 이유가 무엇일까.
독일은 올해 1분기 -0.1% 역성장한 데 이어 2분기 성장률은 0%에 그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올해 독일의 성장률을 -0.3%로 전망했다. 세계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역성장이 예상되는 국가로 지목된 것이다. 급격한 탈원전 정책이 화근이었다. 독일은 에너지 공급의 대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했다. 독일은 2035년까지 100%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목표로 세운 뒤 지난 4월 최종적으로 원전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러시아 가스 파이프라인을 믿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값 폭등을 초래했다. 전쟁 이후 러시아의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전기료, 천연가스료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실제로 독일의 올 2분기 에너지 순수입은 199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공급 불안정에 따른 비용 급등에 독일 경제를 지탱하던 제조업도 비상이 걸렸다. ‘탈원전→ 에너지 가격 급등→ 제조업 타격→소비 침체’라는 악순환의 늪에 빠진 것이다. 독일 연립정부 내부에선 이제 다시 원전 재가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독일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명확하다. 친환경이라는 미명 아래 국가 지도자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이 국가 경제를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이의 반대급부로 탈원전을 선택한 건 현실을 외면한 ‘이념적 선택’에 불과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도 독일처럼 아찔한 경험을 할 뻔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각계각층의 반대에도 탈원전을 밀어붙였다. 당시 정부가 탈원전을 주장하며 벤치마킹 대상으로 제시했던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수십 년에 걸쳐 탈원전을 결정했지만 ‘5년짜리’ 문재인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이를 강행했다. 다행히 지난 7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신한울 원전 2호기는 이르면 이달 말 시운전에 들어갈 전망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함께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이 드디어 속도를 냈다는 점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에너지 정책은 백년대계다. 향후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원전을 앞세운 에너지 정책은 이어져야 한다. 지속적인 에너지 정책 추진이라는 과제는 윤석열 정부에 주어진 또 다른 숙제다.
문화일보
09.13 “초대 대통령 기념관이 아직 없다니” 이름 없는 시민들 상식적 물음

▲지난 7월 17일 서울시 중구 장충동 자유총연맹 광장에서 대형 태극기가 이승만 동상 너머로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위한 모금 운동이 시작되자 많은 국민의 후원이 답지하고 있다. 건립추진위원회가 모금을 개시한 지 이틀 만에 4000여 명이 5억원 넘는 돈을 보내왔다고 한다. 올해는 이 전 대통령 서거 58주년이다. 초대 대통령 기념관이 아직도 없다는 사실을 처음 접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름 없는 평범한 시민 수천명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기틀을 세운 이승만 기념관이 없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과 좌파 단체들은 최근까지도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두고 “독재 정치의 부활”이라며 반대했다. 집권 연장 시도라는 이 전 대통령의 과오만 들춘 것이다. 오늘 한국민의 삶 전체가 이 전 대통령의 업적 위에 있다. 자유 민주와 시장경제 채택, 토지 개혁, 교육 제도 등 나라의 기본 틀을 그가 만들었다. 김일성의 6·25 남침에서 나라를 지키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어 대한민국 번영의 토대를 마련했다. 위대한 업적이다. 역대 대통령 모두가 공과를 갖고 있지만 이 전 대통령처럼 과오만 의도적으로 부각된 지도자도 없을 것이다.
60여 년 전 ‘이승만 하야’를 외치던 4·19 혁명 주역들은 최근 이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이승만의 과오뿐 아니라 공을 다시 봐야 한다”고 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건립추진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승만·박정희·노태우·김영삼·김대중 등 전직 대통령 아들 5명도 함께한다. 이 자체가 국민 통합이다. 많은 시민의 생각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원래 이승만 기념관 건립은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액 정부 예산으로 진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목표 금액의 70% 정도인 320억원을 국민 모금으로 채우고 나머지만 정부 지원을 받기로 했다. 온 국민이 동참한다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다. 어렵게 첫발을 내디딘 기념관 건립 과정 자체가 역사적 화해와 국민 통합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조선일보 사설
09.13 반나절 생활권 한국에 공항이 24개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별명은 ‘한화갑 공항’이다. DJ정부 실세이자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공항 추진에 앞장서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그는 “무안공항은 365일 중 비행기가 못 뜨는 날이 14일~17일인데, 세계적으로 이렇게 공항의 입지가 좋은 곳이 없다”며 성장을 자신했다. 하지만 연간 이용객은 지난해 4만6000명으로, 1999년 사업계획 당시 예측치(857만명)의 0.5%에 불과하다. 최근 5년 새 순손실액은 838억원으로 전국 공항 중 가장 크다.
경북 울진공항의 경우 교통 오지인 탓에 공항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추진됐다. DJ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인 김중권 전 실장이 영향력을 행사해 ‘김중권 공항’으로 불린다. 하지만 취항 항공사를 찾지 못해 2004년 공정률 85%에서 공사를 중단했다. 이곳은 현재 한국항공대 비행훈련원으로 쓰인다. 지금은 군(軍)공항으로만 사용하는 예천공항, 공사 중단 후 배추밭으로 변한 김제공항도 비슷한 이유로 문을 닫았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공항은 총 15개. 10곳은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 여기에 현재 건설이 검토·추진되고 있는 신공항이 새만금·경기남부·서산 등 9곳이다.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되면 한국에 24곳의 공항이 생기는 셈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고속도로와 고속철도가 그물망처럼 발달해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인 한국에서 공항이 24곳이나 필요한지 의문이다. 이미 상당수 공항이 이용객이 없어 문을 닫았고, 지금 있는 공항도 ‘유령공항’ ‘고추 말리는 공항’ 등의 오명을 쓰고 있는데, 신공항이 과연 계획대로 활성화될지 걱정이 앞선다.
경제성도 생각해볼 문제다. 잼버리 사태로 논란이 커진 새만금신공항만 해도 직선거리로 10㎞대 거리에 군산공항이 있고, 광주·무안공항과도 차로 1시간대 거리다. 서산신공항도 인천국제공항·청주공항과 멀지 않다. 특히 항공편을 이용할 인구는 해마다 줄고 있다. 경기남부국제신공항을 제외한 8개 공항을 새로 만드는데 추정된 예산만 21조원에 이르는데,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적자 공항은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따른 결과물이다. 경제성을 따지면 들어설 수 없지만, 지역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적 계산에 따라 단골 공약이 됐다. 그간 공항 건설을 밀어붙인 정치인 가운데 만성 적자와 부실에 대해 책임을 지거나 사과한 이는 한명도 없다. 이 좁은 국토에 또 적자 공항의 씨를 뿌릴 게 아니라, 남아 있는 적자 공항의 과감한 통폐합을 고려할 때다.
중앙일보 손해용 경제부장
09.13 대한민국은 언제 건국되었나?
《월간조선》 9월호를 만들면서 ‘편집장의 편지’를 쓰고 있는 오늘은 제78주년 광복절입니다.
올해 광복절을 ‘78주년’이라고 하는 것은 1945년부터 기산(起算)해서 그러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광복(光復)’이라는 말은 ‘빼앗긴 주권(主權)을 도로 찾음’이라는 뜻입니다. ‘주권’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 대내적으로는 최고의 절대적 힘을 가지고, 대외적으로는 자주적 독립성을 가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1945년 8월 15일에 우리가 일본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날 우리가 주권을 되찾은 것은 아닙니다. 1945년 9월 9일 아베 노부유키(阿部信行) 조선 총독이 미(美)24군단장 존 하지 중장에게 항복한 후 38선 이남에서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을 행사한 것은 재조선미육군사령부군정청, 흔히 말하는 ‘미군정(美軍政)’이었습니다. 이에 앞서 미육군태평양 사령관 맥아더 장군은 1945년 9월 7일 ‘미육군 태평양사령부 포고 제1호’를 통해 38도선 이남에서 미군정을 실시한다고 선포하면서 “점령군이 점령지 내의 입법, 행정, 사법에 걸친 모든 권력을 장악하며, 군정이 38도선 이남 한반도의 유일한 정부”라고 선언했습니다.
당시 국내 좌익 세력은 미군 진주(進駐)를 앞둔 9월 6일 조선인민공화국이라는 것을 선포했습니다. 중국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공(人共)도, 임정(臨政)도 합법적인 국가 혹은 정부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국가로 대우받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
정치학이나 국제법에서 국가 구성의 필수요소 혹은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대우받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을 설명하는 유용한 준거(準據)로 삼는 것이 있습니다. 1933년 체결된 몬테비데오협약입니다.
이 협약 제1조는 ‘국제법의 인격체(人格體)로서의 국가’는 ▲상주(常駐)하는 인구 ▲명확한 영토 ▲정부 ▲다른 국가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정부’란 ‘영토에 거주하는 인구에 대해 실효적(實效的) 통제를 할 수 있는 (혹은 영토에 거주하는 인구가 준수할 법률을 제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정부’를 말합니다. ‘다른 국가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란 ‘대외적 독립성과 자주외교권’, 곧 주권을 말합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나 조선인민공화국 모두 관념적으로는 한반도 내에 거주하는 조선인들을 통치하는 정부 혹은 국가임을 자처했지만, ‘영토에 거주하는 인구에 대해 실효적 통제’를 하거나 ‘다른 국가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부 혹은 국가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런 능력을 가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세워진 것은 1948년 8월 15일에 이르러서였습니다.
사실 이건 어려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학교만 나왔어도 누구나 아는, 국가의 3요소, 즉 국민, 영토, 주권에 대한 이야기이니까요.
이 뻔한 사실을 한사코 부인하면서 1919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종찬 광복회장이 그런 논란을 촉발시켰습니다.
물론 대한민국 헌법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法統)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법통’이라는 문구가 몬테비데오협약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국제법적 실체(實體)인 국가가 1919년부터 한반도에 존재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일찍이 임시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신규식(申圭植) 선생부터 김구(金九) 선생, 이승만(李承晩) 박사 등은 어떻게든 국제사회, 아니 중국 한 나라만으로부터라도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대한 승인을 얻어보려고 동분서주했지만, 끝내 그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건국강령
흥미로운 것은 대한민국임시정부도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1941년 11월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대한민국건국강령’이라는 것을 공표합니다. ‘건국으로 가는 로드맵’에 해당하는 이 ‘건국강령’은 임시정부의 활동 시기를 ‘복국기(復國期)’와 ‘건국기’, 즉 독립운동 단계와 건국 단계로 구분하면서 매 단계에서 임시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시했습니다.
이 ‘건국강령’에서는 ▲독립을 선포하고 국호(國號)를 일정히 하여 행사하고 임시정부와 임시의정원을 세우고 임시약법과 기타 법규를 반포하고 인민의 납세와 병역의 의무를 행하며 군력(軍力)과 외교와 당무(黨務)와 인심이 서로 배합하여 적에 대한 혈전(血戰)을 정부로서 계속하는 과정을 ‘복국의 제1기’ ▲일부 국토를 회복하고 당·정·군의 기구가 국내에 옮겨 설치되어 국제적 지위를 본질적으로 취득함에 충족한 조건이 성숙할 때를 ‘복국의 제2기’ ▲적의 세력에 포위된 국토와 포로[浮虜]된 인민과 침점(侵占)된 정치·경제와 말살된 교육과 문화 등을 완전히 탈환하고 평등 지위와 자유 의지로써 각국 정부와 조약을 체결할 때를 ‘복국의 완성기’라고 규정했습니다. ‘건국강령’은 또 ‘복국기의 국가 주권은 광복운동자 전체가 대행(代行)할 것임’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복국기의 대한민국’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광복운동자’ 스스로 인정하고 있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이어 ‘건국강령’은 ‘적의 일체 통치기구를 국내에서 완전히 박멸하고 국가의 수도를 정하고 중앙정부와 중앙의회의 정식 활동으로 주권을 행사하며 선거와 입법과 임관(任官)과 군사와 외교와 경제 등에 관한 국가의 정령이 자유로 행사되어 삼균(三均)제도의 강령과 정책을 국내에 시행하기 시작하는 과정’을 ‘건국의 제1기’라고 규정합니다. ‘건국의 제2기’ ‘건국의 완성기’는 독립 국가의 정책이 구현되어 국민들이 복리를 누리면서 잘살게 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1945년 8월 15일 당시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냉정하게 말하자면 ‘건국’은 고사하고 ‘복국의 1단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1945년 8·15 직후 여운형(呂運亨)은 건국준비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1947년 3월에는 이승만 박사를 명예소장, 김구 선생을 소장으로 하는 건국실천요원양성소가 설립되었습니다. ‘이제 해방이 되었으니 건국을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의 소산이었을 겁니다.
이상의 사례들은 모두 좌우를 막론하고 독립운동가들이 일제(日帝)로부터 해방된 후에야 건국 단계로 들어간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상황이 이런데 후인(後人)들이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으로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말하는 것을 그분들이 들으신다면 고소(苦笑)를 금치 못할 것입니다.
광복절은 ‘해방절’이 아니라 ‘독립기념일’
엄밀히 말하면 금년 광복절은 제78주년이 아니라 제75주년입니다. ‘광복절’은 원래 ‘해방절’이 아니라 ‘독립기념일’로 제정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1949년 5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국경일에 관한 법률안’에 의하면 8월 15일은 ‘독립기념일’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이것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광복절로 바뀐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정치지도자들은 당연히 광복=독립=건국으로 인식했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49년 8월 15일 ‘대한민국 독립 1주년’ 기념사에서 “민국 건설 제1회 기념일인 오늘을 우리는 제4회 해방일과 같이 경축하게 된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한국민주당을 이끌던 김성수(金性洙) 선생도 “금(今) 8월 15일은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만 4주년이 되고 대한민국의 독립을 세계에 선포한 지 1주년이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복’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 국민이나 언론은 곧잘 ‘광복=해방’으로 오인(誤認)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1960년 4·19 이후 ‘이승만 지우기’가 횡행하면서 결국 오늘에 이르러서는 ‘1945년 광복’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고착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런 인식은 사전적(辭典的)으로나 법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것입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 1948년 8월 15일 건국’, 이것이 상식입니다.⊙
월간조선 09월 호 글 : 배진영 월간조선 편집장 ironheel@chosun.com
09.13 61일간 ‘민노총 청산’ 1인 시위 벌이다 해고된 이영풍 전 KBS 기자
“KBS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치적 당파성”
⊙ “언론 정상화가 대한민국 정상화의 첫걸음”
⊙ “내게 ‘사내 질서 문란’을 적용해 해고… 민노총 운동 주도한 김의철 사장 또한 직 내려놓아야”
⊙ “선전·선동이 목적인 매체들이 활개 치게 되면,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전체주의로 갈 수도”
⊙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민주노총 KBS 언론노조가 보도국장 자리 ‘3대 세습’”
⊙ “KBS 경영진, 수신료 받을 때는 ‘국민의 방송’”
⊙ “민노총 목표는 고정수입 유지 및 KBS를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을 전파하는 문화 진지로 구축하는 것”
⊙ “김의철 사장-민노총 언론노조 간 고용안정협약 맺어지면, 노조 허락 없이 인력 채용, 해고, 전환배치, 分社·매각 못 해”

▲사진=이영풍 제공
세상을 바꿀 사건은 사회 면 귀퉁이에 실린다. 1면 톱기사는 사회가 이미 바뀌었다는 사후확인(事後確認)이다. 거대 조직 KBS에 단기필마(單騎匹馬)로 맞서는 남자가 있다. 일기당천(一騎當千)의 21세기 버전이다. 이영풍(53·李英豊) ‘전(前)’ KBS 라디오 보도국 기자다. 그는 특종이 많았던 기자다. KBS 아프가니스탄 종군특파원(1991년), 청해부대 이순신함에 승선해 소말리아 해적 실태 보도, 군(軍) 폭력으로 식물인간이 된 구상훈 이병 실태 발굴 등이 모두 그의 보도다. KBS 보도본부 시사제작팀장, 국제팀장, 신사업기획부장 등을 역임한 이영풍 기자는 8월 9일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1인 시위 61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 기자의 말이다.
“제가 지난 5월부터 KBS 뉴스 제작의 부당성과 편파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죠. 보도국장이 저를 따로 불러 메시지를 전하더군요.”
― 뭐라고 그러던가요.
“보도국장이 제 2년 후배입니다. 이 사람이 현(現) 집행부에 다소 저항적인 선배 기자들을 불러서 겁박(劫迫)했어요. 저한테는 ‘일반 유튜브에 나가서 KBS 프로그램에 대해 말하는 건 조심해라’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더군요. 억압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럼 회사가 할 조치를 하시라,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했죠.”
“‘해고는 살인’이라더니…”

▲이영풍 기자가 1인 시위를 벌였던 61일 동안 많은 시민이 동참했다.
이영풍 기자는 면담을 마친 후 호소문을 짓고 농성을 시작했다.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다.
“그 사람들은 입만 열면 자기들은 언론 자유를 위해서 투쟁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랬던 그들이 이제는 사내(社內) 언론 자유를 포괄적으로 억누르고 있습니다. 보도국장 방에 불려 갔다 나오는 길에 생각하니 구체적 행동이 없이는 언론 자유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1인 시위를 시작했죠. ‘KBS 민주노총 청산’ ‘경영진 총사퇴’를 주장했습니다.”
― 해고 사유는 뭡니까.
“KBS 중앙인사위원회에 보낸 서류에 나와 있습니다. 사내 질서 문란, 업무 복귀 명령 불이행, 외부인 불법 행위 유발 등입니다. 제가 취업규칙 제4조(성실)와 제5조(품위유지)를 위반했다는 거죠. 징계사유는 인사규정 제55조 제1호(법령 정관 및 제 규정 위반), 제2호(직무상 의무 위반 태만), 제3호(공사 명예훼손, 공직자 품위 오손)입니다. ‘해임’은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입니다.”
― 이번 조치가 부당 해고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민노총 구성원들은 저보다 더한 행위를 하고도 해고당하지 않았으니까요. 제게 적용된 해고 사유가 ‘사내 질서 문란’이라면 KBS 구성원 2000여 명도 함께 해고해야 합니다. 6년 전 민노총 세력이 사내에서 불법 파업을 벌였으니까요. 제게 적용한 논리대로라면, 김의철 사장 본인부터 직(職)을 내려놓아야죠. 민노총 노조 운동은 김의철 사장이 주도한 것이니까요.”
― 전형적인 ‘내로남불’이군요.
“김의철 사장은 온갖 비위로 해고된 후배를 특별사면까지 동원해서 살려줬죠. 민노총 노조는 그 당시에 ‘해고는 살인’ ‘가정 파괴’를 외쳤습니다. 저는 회사를 살리겠다고 나섰는데 바로 해고 통지서를 보내더군요. 누구에게나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편이냐 아니냐에 따라 적용 기준이 달라지는 겁니다.”
“KBS 〈9시 뉴스〉, 창원 간첩단 사건 보도 안 해”
― 현 KBS 집행부 주장이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라는 건 무슨 얘기입니까.
“제가 외부 세력을 끌어들였다고 하는데, 외부 세력이 누구입니까. 국민입니다. 그렇다면 내부 세력은 민노총이라는 겁니까? 논리가 그렇잖습니까. 저에 대한 해고 통보는 김 사장과 민노총 세력이 더 이상 KBS에 근무해서는 안 된다는 방증입니다. 저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방송을 하자’고 외칩니다. KBS의 주인은 민노총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잘렸습니다.”
그는 현 KBS를 집행부와 민노총 노조가 사유화(私有化)한 조직인 듯하다고 진단했다. 가장 큰 문제는, KBS가 시청자들에게 공영방송의 생명인 공정성(公正性)을 상실한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 불공정 방송의 실례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최근 전국을 뒤흔든 창원 간첩단 사건을 보죠. 다른 신문·방송에서는 대서특필했는데, KBS 〈9시 뉴스〉에서는 아예 보도를 안 했습니다. 〈9시 뉴스〉라면 KBS를 대표하는 프로그램 아닙니까. 그런데 왜 보도를 안 했느냐고 했더니 변명이 걸작이었습니다.”
― 뭐라고 하던가요.
“현장 기자가 아이템 발제를 안 해서 못 했다고 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변명이죠. 뉴스 가치가 있으면 팀장, 부장, 국장, 주간, 본부장 누구든 의견을 낼 수 있지 않습니까. 제가 이렇게 주장하니까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이영풍 기자가 생각하는 가장 편파적이고 심각한 사례는 또 있다.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정체성(正體性)을 뒤흔들 정도의 일이다. 북한의 소위 인민군 열병식을 생중계한 ‘사건’이다.
“북한 조선중앙TV 방송을 그대로 내보냈지만,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생방송은 아니죠. ‘열병식 생중계처럼 보이는 화면’은 북한이 사후에 편집한 영상입니다. 자기들에게 불리한 장면은 빼고 사후 편집해서 몇 차례 검열을 거친 영상이죠. 북한에는 언론이 없고, 어떤 선전매체조차도 당국의 엄격한 관리 감독을 받습니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소위 열병식 화면을 우리 언론이 그대로 받아서 내보냈다는 건 공산당의 선전 운동에 그대로 말려 들어간 것과 진배없습니다.”
그는 “이런 건 사실은 모든 국민이 볼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정보, 안보 관련 전문가들이 예의주시하며 북한 군부의 변화나 신무기 등을 전략적 관점으로 봐야 하는 영상이지 KBS, MBC, 연합뉴스TV까지 모두 나서서 내보낼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물었다.
“민노총이 모든 문제의 근원”

▲KBS 민노총 언론노조(언론노조 KBS본부)는 문재인 정권 시절 강규형 교수 등 ‘야당 출신 이사’ 퇴출에 앞장섰다. 사진=조선DB
― 공영방송으로서의 현재 KBS의 가장 큰 문제는 뭡니까.
“정치적인 당파성(黨派性)이죠.”
그는 “민노총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했다. 민노총은 금속노조나 생산 현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대한민국 언론을 지배하는 거대 정치 세력이라고 했다.
“민노총 언론노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노선이 강경하다는 겁니다. 자연히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를 추구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 때마다 좌파 성향 정당들과 정책 협약식을 해왔어요. 이건 대한민국에 내로라하는 기자, PD, 아나운서 등이 마치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듯한 뉘앙스를 주면서 정치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과 같습니다.”
― 현행법 위반 아닙니까.
“그렇죠. 공영방송 종사자들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게 돼 있습니다. 특히 선거 보도할 때는 엄격한 정치적인 기준이 요구되죠. 그런데 노동법상의 보호를 받는 노동조합 활동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 하지만 그 협약식에 참가한 당사자가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아닙니까.
“그렇죠. 기획하고 편집하고 인터뷰 섭외하고 모든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특정 정치 세력에 편향돼 있다는 것은 상당히 불공정한 보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 바로잡을 방법은 없나요?
“헌법소원(憲法訴願)을 해서라도 막아야죠. 다른 건 몰라도, KBS 기자, PD, 아나운서는 민노총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민노총, 언론 장악 행동대 역할”
KBS에는 4개의 노조가 있다. 민노총 산하의 언론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언론노조 KBS)가 사측과 교섭권을 가지고 있다. 조합원 수는 1300명 내외. 우 성향 노조인 KBS노동조합은 조합원 수가 1000명 정도다. 제3 노조인 KBS공영노조와 최근 출범한 MZ 노조는 아직은 이 두 노조에 비해 조합원 숫자가 많지 않다.
― KBS가 이렇게 민노총 영향권 안에 들어간 이유라면 뭐가 있겠습니까?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죠?
“민노총 세력이 본격적으로 세를 불린 건 2009년도 김인규 사장이 부임한 이후입니다. 원래 단일 노조였는데 ‘사원행동’이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나간 세력이 민노총 노조를 만든 거죠. 이후에 숫자를 계속 늘려오다가 박근혜 정부 탄핵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영향력이 급증했습니다.”
이전엔 KBS노동조합이 교섭대표 노조였다. 문재인 정권으로 정권 교체가 되면서 민노총 산하 노조가 교섭대표권을 획득했다.
“2017년 5월에 문재인 집권 직후 민주당의 소위 ‘언론 장악 문건’이 나옵니다. 8월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나온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입니다.”
미디어연대에 따르면 문건에는 ▲당 적폐청산위원회 활동의 최우선 추진 ▲방송사 구성원 중심의 사장 퇴진 운동 ▲야당 추천 이사 퇴출 ▲감사원 감사 ▲재허가를 통한 문책 등의 음모가 담겨 있었고, 그 언론 장악 시나리오는 계획대로 추진됐다. 이 문건의 존재는 허구가 아니었다. 2023년 초 고대영 전 KBS 사장의 해임 취소 판결을 내린 법원은 민주당의 언론 장악 문건의 실체를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사후적으로 봤을 때 민노총 세력이 홍위병 완장 차고 언론을 장악하는 일에 앞장선 것이라 봅니다. 행동대 역할을 한 거죠. 이 과정에서 민노총 세력이 급속하게 불어났습니다.”
‘행동대’는 물리력을 행사한다. 문건에 나온 ‘야당 추천 인사 퇴출’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노조원들은 야당 추천 이사들의 집과 직장에 집단으로 찾아가 시위를 하며 위력을 과시했다.
“민노총 세력이 조직을 운영하는 행태를 보면,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쫓아낼 이사를 콕 집고 직장으로 몰려가 부담을 줬죠. 사립대 재단을 공격하면 재단이 엄청나게 부담을 느끼지 않겠습니까?”
‘공포와 당근’
― 민노총 산하의 언론노조 KBS가 정권 교체 이후에도 주류의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뭡니까.
“KBS의 기자와 PD 상당수가 현재 민노총 언론노조 소속입니다. 사실상 인사권도 쥐고 있죠. 이들에 의해 아나운서나 기타 등등의 인사들이 예속되는 모양새입니다. PD나 기자가 기회를 주지 않으면 아나운서는 방송에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죠. 민노총 언론노조는 인사권만이 아니라 편성권도 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보도국장은 핵심 중의 핵심 보직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민노총 KBS 언론노조가 이 자리를 ‘3대 세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거기에 줄 서는 것입니다. 일종의 ‘공포와 당근’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는 겁니다. 민노총 세력에 가입하지 않으면 왕따를 시키고, 끌어들인 다음에는 당근을 줍니다. 자기들을 위해 일을 잘하면요. 쉽게 이야기하면, 조직폭력배의 문화와도 같은 것입니다.”
― 민노총의 궁극적인 목표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정수입 유지 및 KBS를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을 전파하는 문화 진지(陣地)로 구축(構築)하는 것이죠. KBS는 1년에 7000억원 정도의 수신료가 들어옵니다. 어떠한 영업활동을 하지 않아도, 국민께서 꼬박꼬박 내주시는 돈이죠. 좌파 성향의 민노총 입장에서는 얼마나 꿀단지 같겠습니까. 수입도 안정적이고 문화전쟁도 할 수 있고, 절대로 놓고 싶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KBS를 민노총 노영(勞營) 방송처럼 만들자는 것이 이자들의 목표입니다.”
“노조에 경영권 넘겨주는 고용안정협약”

▲김의철 KBS 사장. 사진=조선DB
이영풍 기자의 주장과 우려에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 지금 KBS 내부에서는 김의철 사장이 민노총 노조와 ‘고용안정협약’이라는 것을 체결할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게 뭐냐 하면, 회사의 경영권을 노조한테 다 넘겨주는 겁니다. 노조 허락 없이는 인력을 채용할 수도, 해고할 수도 없고 전환 배치도 하지 못하죠. 회사를 분사(分社)하거나 매각하려고 해도 일일이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겁니다. 이 협약이 맺어진다면, KBS는 더 이상 ‘국민의 방송’이라고 할 수 없어요. ‘민노총 노조’의 방송이 되는 겁니다.”
― 이 협약대로 노조가 KBS를 장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일단 공정성 파괴가 지금보다 더 심해지겠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0여 년 전 이명박 정부 시절입니다. 유튜브 ‘고성국 TV’를 운영하는 고성국 박사를 시사 프로 MC로 쓰자는 논의가 있었는데 못 썼습니다. 당시 민노총 노조가 ‘고성국은 우파 패널’이라면서 난리를 쳤어요. 공정성이 훼손된다는 것이 반대 이유였습니다. 자기들은 그런 식으로 행동했으면서, 지금은 주진우·최경영·최욱 등 편향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주요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용했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주목받았던 팟캐스트 진행자, 재야 활동가들이 공중파의 좌편향화를 추진하는 이들입니다.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이 진행을 맡다 보니 제정(帝政)러시아와 소련을 혼동하는 경우도 나오고… 뭐 더 말해 뭐 하겠습니까.”
“분노 담은 다큐멘터리로 국민 갈라”
이영풍 기자에 따르면 노조의 힘이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경우, 정말로 우려해야 할 상황이 펼쳐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사실’보다 ‘의도’를 중요시하는 프로그램의 제작 및 전파(傳播)다. 방송 보도 프로그램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의무가 ‘사실’의 전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실’을 빙자해 만드는 프로그램의 유통이다.
“이른바 PD 저널리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자는 팩트, PD는 구성’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구성도 정확한 팩트를 기반으로 해야죠. 팩트가 아니라 괴담이나 소문을 바탕으로 구성하면 그건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2008년 MBC 광우병 프로그램처럼 미리 짜놓은 프레임에다가 확인되지 않은 것들을 넣어서 에피소드를 구성하고 방송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가짜뉴스’죠. 우리가 인간의 네 가지 기본 감성을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희로애락이 가미돼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때로는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드리고 때로는 사회의 문제도 알려서 개선해나가고, 방송이 이런 걸 해야 하는데 민노총 세력은 희로애락 중 오직 ‘로(怒)’에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분노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국민을 가르는 거죠.”
광우병 프로그램은 내용 대부분이 허위 정보였다. 그 사실이 재판과 사후 검증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MBC 같은 경우는 광우병 프로그램 제작에 연관된 사람이 사장도 되고 내부 징계도 없었으니 말 다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 프로그램으로 우리 사회가 입은 피해를 복구하려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걸까요? 그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국회의원들이나 시민단체가 항의 방문하면 MBC는 ‘언론탄압 하지 마라’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합니다.”
“왜 KBS, MBC는 리콜 안 하나?”
제작의 자율성과 책임성은 동전의 양면이다.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자유만을 강조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그래서 책임지지 못할 프로그램은 방송에 내보내지 말아야 합니다. 자율적으로 만든다? 언론 자유 보장하라? 좋습니다. 그런데 자율적으로 만든 방송에서 오류가 발견된다, 그리고 그 오류로 인해 우리 사회가 피해를 입는다. 그러면 만든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이 바른 자세죠. 현대자동차나 외국의 유명한 회사, 예를 들어서 벤츠, 아우디 뭐 이런 회사들도 물건을 시장에 내놓고 문제가 있으면 리콜해줍니다. 그런데 왜 KBS, MBC 등 대한민국의 이른바 지상파 언론들은 리콜 안 합니까?”
― 혹시 ‘언론 자유는 신성(神聖)하다’라는 명제(命題)에서 시작해 지상파 언론 종사자들이 스스로의 작업을 신성불가침(神聖不可侵)으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그런 경향이 있죠. 감사원에서 어떤 조사 행위를 위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무수행 하려고 MBC로 들어갈 때였죠. MBC 민노총 노조 세력들이 나와서 몸으로 막았습니다. MBC가 성지(聖地)입니까? 자동차 품질에 문제가 있으면 언론이 보도합니다. 그럼, 언론 보도에 문제가 있으면요? 자기들 작업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왜 인정하지 않는 겁니까? 그래야 프로그램이 더 정확해질 수 있고 그것이 자기의 행위에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겠습니까?”
지난 8월 1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준비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 선전·선동을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했던 공산당의 신문과 방송을 우리가 언론이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사실과 진실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주장을 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기관지, 영어로는 ‘오건(organ)’이라 한다”라고 말했다.
“공산당의 선전매체는 언론이 아니고 ‘기관지’라고 하잖아요. 언론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권력기관에 대한 비판, 감시, 견제 기능을 갖춰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 의미로 언론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받아줍니다. 그런데 거짓 정보, 왜곡된 정보, 선전·선동을 목적으로 조작한 정보를 전달하는 곳은 언론이 아니죠. 거짓 정보를 국민이 사실이라고 믿고 그에 기반해서 의사 결정을 한다고 가정해보십시오. 사실 전달이 아니라 선전·선동이 목적인 매체들이 활개를 치게 되면, 특정 정치 세력이 방송을 장악하게 되면 그 결과 여론이 왜곡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전체주의(全體主義)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 정상화가 대한민국 정상화의 첫걸음입니다. 언론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여론 조작은 계속될 겁니다.”
“좌파가 한마디 하면 우파도 한마디 해야”
그의 작심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지금 많은 국민이 KBS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공정입니다. 좌파가 한마디 하면 우파도 한마디 하는 공영방송을 원하고 있어요. 저널리즘의 원칙은 우리가 생산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기사를 방송국 내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검증은 시청자가 하는 거죠. 시청자에 의해 공정함이 검증된다는 것이 자유민주적 언론관입니다.
전체주의적 언론관은 다릅니다. 집권자의 의사를 가장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독일 나치의 히틀러나 구소련의 스탈린이나 북한 김일성의 일당 독재체제가 그 사례입니다. 이런 곳에서 언론은 집권당의 기관지일 뿐입니다. 더 이상 언론이 아닌 겁니다. 진정한 언론이 사라지면 국가는 전체주의로 가게 됩니다. 언론과 개인의 자유는 사라집니다. 권력에 ‘언론 권력’이 동조하며 전체주의 독재국가의 틀을 완성하는 거죠.”
이영풍 기자에 따르면, KBS 민노총 노조는 최근 들어 위기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예전 같으면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밀어붙였을 일을 어딘가 모르게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발점은 ‘돈’이다. KBS의 방만 경영과 적자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수신료 분리 징수 국민운동, ‘시청료’ 납부 거부 등의 움직임도 일어났다. 그 결과가 지난 5일 방통위에서 통과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다. KBS 수신료 징수를 전기 요금에서 분리하는 안이다. 어쩌면 KBS의 ‘방만 경영’과 ‘공공성 문제’에 대한 여론의 질타인지도 모른다.
“지금 수신료를 못 내겠다 하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왜 그렇겠습니까? 편파 왜곡 방송을 하니까 시청률이 떨어지고 시청률이 떨어지니 광고 영업이 잘 안 될 것이고 경영 적자가 나고, 경영의 악순환이 일어나는 겁니다. 그래서 국민의 목소리를 KBS 직원들은 잘 들어야죠. 목소리를 듣지 않으니까, 국민이 그동안 참다 참다 이번에 KBS라는 조직에 회초리를 든 것이다, 저는 이렇게 판단합니다.”
“KBS, 1분기에만 400억원 적자”
― 실제로 경영상태가 안 좋습니까.
“경영 참사죠. 숫자를 가지고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올해 1분기에만 KBS는 400억원 적자가 났습니다. MBC와 SBS는 흑자가 났고요. 결론은, 현 경영진에게 경영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 수신료 문제가 터진 후 현 경영진이 들고나온 모토가 ‘KBS는 국민의 방송’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민노총의 의도죠. 이 사람들은 수신료를 받을 때는 ‘국민의 방송’이라고 합니다. 편향성 시비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답변이나 납득 가는 개선책을 내놓지 않으면서요. 공영방송의 골간을 흔든 민노총 KBS는 국민과 시청자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민노총 노조 이야기를 한 김에 그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돈’ 그리고 ‘방송의 공정성’에 관한 문제다.
“KBS 내부의 기자, PD 등 방송에 직간접으로 관여하는 분들은 민노총 언론노조를 지금 당장 탈퇴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분들 월급에서 일정 비율의 돈이 민노총 조합으로 들어가거든요. 한국노총과 달리 민노총은 월급에서 바로 떼서 바로 중앙으로 올라갑니다. 올라갔다가 거기서 분배해서 내려오는데, 창원 간첩단 사건을 보면 민노총의 핵심이 간첩 활동을 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민노총 언론노조 조합원 조합비가, 비록 내 의사와 무관하더라도 간첩 활동에 쓰였다면 그런 조직에서 당장 탈퇴해야 맞는 거죠.”
― 방송 공정성과는 어떤 관련이 있습니까.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를 추구한다는 조직에 몸을 담고 조합비를 내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공정하고 불편부당(不偏不黨)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가 있습니까? 어불성설(語不成說)이죠. KBS 안에 있는 민노총 세력들은 국민을 위한 방송을 하지 않았어요. 자기들이 편애하는 시민을 위한 방송을 했기 때문에 KBS의 신뢰도가 지금처럼 추락한 겁니다. 전 국민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KBS 구성원들은 각성해야 합니다.”
“제 입 막는다고 진실 가려지지 않아”
이영풍 기자의 해고 통지는 또 다른 ‘현상’을 불러왔다. 그가 ‘공영방송 장악’에 맞서며 장외투쟁에 나서자 도처에서 응원군이 나타난 것이다. ‘민노총 세력의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을 결사 저지’한다는 모토로 모인 전·현직 KBS와 MBC 기자·앵커·국장, KBS노동조합, MBC 제3노조, YTN 방송노조, 연합뉴스 공정노조,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등 30여 개의 시민단체가 순식간에 연대(連帶)했다. 일반 시민들의 지지 조화(造花) 행렬도 이어졌다.
“사측이 뉴미디어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무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는 공중파밖에 없으니 독점권력이 어마어마했습니다. 방송하려면 제작 장비도 장비지만, 송출을 위한 기지국도 세워야 하고, 개인이나 어지간한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죠. 제가 민노총 방송체제의 문제점을 지금 뼈아프게 지적하니까 제 입을 빨리 막고 싶었을 겁니다. 공중파에서 쫓아내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봤겠죠.
그런데 저는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통해서, 아주 싼값으로 국민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라는 인류사의 혁명적인 발명품을 통해서요. 제 호소문도 카톡을 통해서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이 인터뷰도 제 호소문을 널리 퍼뜨리고 날라주신 분들 덕분에 할 수 있었고요. 복직(復職) 투쟁도 병행 중입니다. KBS 구성원들이 ‘여론은 거대 방송사만이 주도할 수 있다’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제 입을 막는다고 진실이 가려지는 건 아닙니다.”⊙
월간조선 09월 호 글 : 장원재 ㈜戰後70년 생생현대사 TV 대표
09-14 ‘울산선거 공작’ 몸통 재수사 당위성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문재인 정권의 울산시장선거 개입에 관한 결심공판이 기소 이후 3년8개월, 부정행위가 있은 지 5년여 만에, 1심 판결 날짜는 오는 11월 29일로 잡혔다. 공직선거에 대한 재판은 시간의 중요성을 고려해 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하지만,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지연 사태가 일어나 피고인 당사자들의 공직 임기가 이미 끝났거나 얼마 남지 않았다. 재판 결과에 따라 윗선에 대한 재수사가 불가피한 것으로도 보인다.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의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검찰은 2021년 5월 첫 공판 때 공소사실을 밝히면서 이 사건을 ‘부정선거의 종합판’이라고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측근인 송철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관계자들이 경쟁자인 김기현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대표)의 비리 첩보 문건에 대해 경찰에 표적 수사를 지시했고, 송 후보의 공약 지원을 위해 김 시장 병원 공약 예비 타당성조사 탈락을 선거 직전에 공표했으며, 송 후보의 당 공천 경쟁자를 회유하기 위해 ‘자리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문 정권의 정통성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사실 재임 기간 진실이 밝혀졌더라면 탄핵감이었다. 공소장에는 문 전 대통령이 35번이나 언급됐는데도 기본적인 사실 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 송 전 시장과 ‘30년지기’이자 ‘평생의 동지’라는 문 전 대통령은 ‘송 시장 당선을 보는 게 소원’이라고도 했다.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은 송 전 시장을 청와대에서 면담하고 병원 공약 예타 문제와 당 공천 경쟁 후보의 회유 등에 관여한 혐의가 있고, 당시 청와대 8개 부서가 개입한 것으로 보아 강한 의심이 들지만, 조국 전 민정수석비서관과 함께 불기소 처분됐다.
당시 정부의 최상위 권력이 개입했을 정황적 증거는 명백함에도 사건 수사는 꼬리 자르기와 온갖 지연 공작으로 축소 왜곡됐다. 문 정부는 청와대·법무부·검찰과 정부 관련 부서, 심지어 사법부까지 체계적으로 공권력을 동원했다. 검찰은 2020년 4월 총선에 영향을 준다며 수사와 기소에 소극적 자세로 임했고, 임종석과 조국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더욱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수사 담당 검사들을 좌천성 인사했으며 공소장도 비공개했다.
게다가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부는 노골적인 재판 지연의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재판은 2020년 1월 29일 검찰의 공소 제기 이후 1년 넘게 공판 준비 절차만 계속되다가 2021년 5월 정식 공판이 열린 뒤 2년 넘게 진행됐다. 특히,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부장판사는 1년3개월 동안 공판 준비기일만 6차례 진행하면서 지연시켰다. 조국 등 문 정부 인사 관련 재판에서 사법부 판결의 정치화에 대한 비판이 불거지기도 했다.
울산시장선거 불법 개입 사건은 문 정권의 권력 남용과 도덕적 타락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탈북자 강제 북송 등의 다른 사안들은 정책적 판단의 문제라고 둘러댈 수 있지만, 부정선거 개입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민주투사’라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 가치를 유린했다. 피고인들이 ‘정치검찰’을 비판하고 죄의식이 전혀 없어 보인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그 이중성과 위선을 개탄할 뿐이다.
문화일보
09.15 "협조 안하면 예산 날린다"…'집값 상승' 숨긴 文정부 통계조작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김상조 전 실장(왼쪽부터)과 김수현 전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모습. 감사원은 이들 모두를 통계조작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연합뉴스
#1 2018년 5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점을 당과 정부가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주일 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발표에서 1분위(하위 20%) 소득이 역대 최대폭(8%)으로 하락해 ‘소득주도성장 허구론’이 제기된 뒤 나온 발언이었다.
#2 2020년 7월 2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11% 올랐다”고 말했다. 집값이 최소 30~40% 이상 올랐다는 기사와 통계자료가 쏟아지던 때였다. 야당에선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감사원이 15일 1년여간 조사한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사건'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에서 문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인용한 통계 수치에 대해 감사원은 "조작되거나 자의적인 짜깁기"라고 밝혔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재인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하여 통계수치를 조작하게 하는 등 각종 불법 행위를 했다”며 “(주택 통계의 경우)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최소 94회 이상의 조작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정황은 주택(집값)에만 머물지 않고, 고용(비정규직)과 소득(분배) 통계에서도 발견됐다.
감사원은 통계자료를 사전 보고받은 뒤 통계 조작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업무방해·통계법 위반 등)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을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전직 국토부 고위직과 통계청 관계자, 한국부동산원 원장도 포함돼 수사 요청 인원은 22명에 이른다.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7명에 대해선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를 송부했는데, 여기엔 노형욱 전 국토부 장관과 윤종원 전 경제수석이 들어갔다.

▲박경민 기자
문재인 정부 정책분야 최고위층이 대부분 통계조작에 연루됐다고 본 것이다. 감사원이 검찰에 송부한 자료는 3만쪽에 달한다고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객관적 자료로 확인된 부분만 이정도”라고 했다.
감사원이 위법이라고 명시한 대목은 두가지다. 첫째 청와대와 국토부가 한국부동산원에 주간 주택가격 동향조사 발표 3~4일 전 ‘주중치’ 통계를, 공식 발표 전날 ‘속보치’ 통계를 별도로 요구한 점이다. 통계 자료 사전 유출은 통계법 위반이다.
두번째는 사전 자료를 받아본 뒤 공식 발표에 영향을 미친 정황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주중치’나 ‘속보치’의 가격 변동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부동산원에 가격 변동률을 낮추라는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이에 한국부동산원은 표본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게 입력하며 집값 통계를 조작해 발표했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압박 강도가 더해졌다. 2018년 9월 ‘9·13’ 대책 발표 이후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하락할 때만 호가를 통계에 반영하고, 상승할 땐 반영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듬해 6월 김 전 장관 취임 2주년을 앞두고 매매변동률이 마이너스에서 보합으로 전환되자,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 전주처럼 마이너스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그 뒤 부동산원은 서울 매매 변동률을 마이너스로 조작하고, 보도자료 초안에 적힌 “서울지역 보합세 전환”을 “서울 32주 연속 하락세 지속”으로 변경했다.

▲박경민 기자
또한 국토부 관계자는 2019년 7월 부동산원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현 부동산원)의 조직과 예산을 다 날려버리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국토부가 부동산원을 압박한 만큼, 국토부도 청와대 압박에 시달렸다. 김상조 전 정책실장은 2020년 8월 ‘부동산 통계현안 및 개선방안 회의’에서 대정부질문 당시 김 전 장관의 “집값 상승률 11%” 발언에 대한 경실련과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적극적으로 감정원의 우수한 통계를 홍보하세요. 경실련 본부장이 날뛸 때 강하게 반박하라는 말입니다”라고 국토부 관계자를 질책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청와대 정책실장 등 정점에서 지시가 내려가면,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부동산원에 압박을 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처럼 청와대→국토부→부동산원, 혹은 청와대→부동산원의 압박이 커질 때마다 변동률은 요동쳤다.
감사원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서울 지역에만 한정됐던 부동산원의 주중 조사를 수도권으로 넓히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그 뒤 총선 직전까지 10주간 청와대가 국토부와 부동산원에 변동률 상승 사유를 반복 확인했고, 총선 뒤 '6·17 대책' 발표 이후엔 6월 5주차 결과 발표에 앞서 청와대가 “서울 변동률을 지난주보다 아래로만 하라”고 국토부를 압박한 정황도 공개했다.
감사원은 부동산값과 관련해 통계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되자 한국부동산원이 표본 대상을 확대하고 가격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도 조작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조사 표본의 가격을 시세에 맞춰 올리자, 앞서 눌려있던 예전 집값 수치와 비교해 변동률이 급증했는데, 이를 숨기려 표본 가격을 임의로 올려 변동률을 낮췄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4년, 서울 아파트 시세변동 분석결과 기자회견'의 모습. 뉴스1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했음에도 가계소득과 분배가 악화되고 비정규직이 급증하자 청와대와 통계청이 소득·고용 통계를 조작하거나 짜깁기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은 2017년 2분기 가계소득이 10년 이래 처음 감소하자 ‘취업자가 있는 가구’ 소득에 임의의 가중값을 곱해, 가계소득이 전년동기 대비 1% 증가로 조작해 발표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근로소득과 소득분배율 관련 통계 수치도 수차례 조작됐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국가 통계와 관련해선 청와대가 직접 나서기도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8년 5월 가계동향조사 발표에서 1분위(하위 20%) 소득이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하고,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와 하위 20% 소득 차이)도 커지자,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통계청에 “통계자료를 다 들고 와라”고 지시한 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개인 연구원에게 관련 자료를 건네고 별도의 조사를 요청했다.
이후 해당 연구원의 분석 내용이 최저임금 인상 영향과 무관함에도 청와대는 “개인 근로소득이 하위 10%를 제외하고 모두 증가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 전 대통령의 “최저임금 긍정효과 90%”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감사원은 “청와대가 노동연구원이 아닌 소속 연구원 개인의 분석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공표 전) 통계자료도 임의로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한 2019년 10월 통계청 발표에서 비정규직이 급증하자, 당시 청와대가 통계청에 고용 예상기간을 묻는 병행조사 등 “조사 방식 때문에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으로 설명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중간 감사 결과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충격적인 국기문란의 실체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에 수사가 의뢰됐다고 하니 책임 소재가 밝혀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감사원 정치감사 대응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감사원이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업무 검토’를 ‘조작’으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09.15 "文정부 '소주성' 효과 안나오자…세 달째부터 통계조작 시작"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제3별관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추진에도 소득 및 고용 분배 지표가 나아지지 않자 가계동향조사와 같은 핵심 지표를 조작해 발표한 정황이 감사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15일 “문재인 정부가 핵심 경제정책인 ‘소주성’ 효과 입증을 위해 소득과 고용에 대한 통계를 장기간 조작·왜곡했다”고 밝혔다.
文정부 출범 두 달 뒤부터 통계 조작
통계청은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에 새로운 가중값(취업자가중값)을 추가로 곱해 소득을 올리는 방식으로 전년동기대비 가계소득이 증가한 것처럼 조작했다. 이런 ‘통계 마사지’를 통해 전년 대비 0.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던 가계소득이 1% 오른 결과로 둔갑했다. 통계청은 또 처음에는 ‘임금근로자’를 대상으로만 가중값을 적용했다가 여전히 소득이 감소하자 소득 분포가 불규칙한 ‘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전체 취업자’로 확대 적용했다. 감사원은 “표본설계 담당 부서가 가중값이 불안정하단 이유로 반대했지만, 통계작성 부서가 ‘관여 말라’며 강행했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같은 해 3·4분기에도 유사한 방법을 사용해 가계소득 증가율을 부풀렸다.
소주성의 또다른 핵심인 분배 지표도 악화하자 통계 조작이 다시 이어졌다.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배율(상위 20% 소득을 하위 20%로 나눈 값으로 값이 클수록 소득분배 불평등 정도가 높음)이 2003년 이후 최악인 6.01로 나오자 통계청은 2017년 2분기부터 임의 적용해온 취업자 가중값을 빼고 다시 계산해 5.95로 공표했다. 이 과정에서 통계청 간부들은 외부 출신 청장이란 이유로 당시 황 청장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수석실, 통계청 자료 재가공

▲황수경 통계청장이 2018년 6월 29일 대전 통계센터에서 열린 '제4회 국민 삶의 질 측정 포럼'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계청의 통계 조작은 당시 청와대의 압력에 의한 것이란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잇따른 ‘통계 마사지’에도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격차가 역대 최대치로 벌어졌다는 결과가 나오자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감사원에 따르면 ‘소주성’ 설계자로 꼽히는 홍장표 당시 경제수석이 발표 당일인 같은 해 5월 24일 통계청에 ‘통계자료를 다 들고 들어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홍 수석은 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원에게 자료를 따로 전한 뒤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 근로소득 증감을 분석하도록 요청했다. 이때 자료를 받은 이들 중 한 명은 석 달 후 신임 통계청장으로 임명된 강신욱 보건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이었다.
분석 결과를 받은 경제수석실은 연도별(2016~2018년) 증감률만 계산된 단순 비교로 최저임금 영향을 분석한 적이 없는데도 “개인 근로소득이 하위 10%를 제외하고 모두 증가했고 저임금분위에서 증가율이 더 높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은 개선됐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활용해 그해 5월 3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으로 저임금 근로자 임금이 크게 늘었고, 이는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성과이고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했다.
청장 패싱하고 청와대 지시대로 수정·발표
청와대의 통계 조작은 2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를 앞두고 더 대담해졌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2분기 조사 결과 발표(8월 20일) 사흘 전에 통계청 관계자들을 불러 2분기 소득5분위배율 수치가 여전히 악화 추세인 점을 미리 확인했다. 그러면서 일부 분석 결과는 ‘논쟁이 불거진다’며 삭제할 것을 지시하는 한편, 표본의 한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 간부들은 청와대가 지시한 수정사항을 반영한 뒤 청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그대로 발표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같은해 8월 26일 황 청장은 경질됐고 강신욱 보사연 연구실장이 새 청장이 됐다. 당시 황 청장은 이임식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는 말을 남겼다.
일자리수석실, 비정규직 86.7만 증가하자 적극 개입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2019년 9월 15일 서울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근 고용 동향과 전망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고용 통계의 경우 감사원은 황덕순 당시 일자리수석을 중심으로 청와대가 통계 조작에 개입했다고 봤다. 2019년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비정규직이 전년보다 86만7000명 급증했단 결과가 나왔다. 문 대통령 대선 공약인 '비정규직 제로(0)'와 전면 배치되는 흐름이었다. 일자리 수석실은 통계청에 '아주 이례적인, 있을 수 없는 수치'라며 '통계 결과 발표 시 어떤 방식으로든 병행조사 효과를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병행조사는 고용 예상기간을 묻는 질문을 추가하는 조사 방식이다. 질문을 받고 새삼 고용 기간에 대해 고민하게 된 응답자가 스스로를 '기간제 근로자'로 인식해 과거 포착되지 않은 기간제 근로자가 대폭 추가됐다는 게 이른바 '병행조사 효과'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검증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에 병행효과 추정치가 23만2000명~36만8000명이라고 보고했고, 경제수석실은 “이정도에요?”라며 해당 수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최대가 30만에서 50만이지요?”라며 원하는 숫자를 사실상 제시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병행조사 효과가 실제로 존재했는지에 대한 검토나 분석이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09.16 전무후무할 경제 통계 조작 정권, 그 사령탑은 文 청와대였다
문재인 정부가 정책 실패를 감추려 부동산 가격, 소득·분배·고용에 관한 정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해 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통계 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4명 전원과 경제수석, 국토부 장관, 통계청장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문 정부 통계 조작이 가장 심했던 분야는 부동산이었다. 집값 정책이 효과를 내는 것처럼 보이려고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를 5년간 최소 94차례 조작했다. 청와대는 최종 수치가 예측치보다 높게 나오면 부동산원에 “이유를 대라”는 식으로 압박, 통계 조작을 유도했다. 국토부는 “협조하지 않으면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압박했고 부동산원은 표본 아파트 가격을 낮춰 입력하는 등 통계를 ‘창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예측치가 0.67% 오른 것으로 보고되자, 청와대가 부동산원에 확정치를 낮추라고 지시했고 부동산원은 확정치를 예측치보다 0.22%포인트 내린 0.45%로 조작해 발표했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15일 문정부 5년간 통계 조작 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토부는 이념 과잉 정책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집값, 소득, 분배, 고용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뉴시스
민간 통계보다 현저히 낮은 부동산원 아파트 가격 통계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과거 표본 가격을 상향 조작하거나 새 표본의 가격을 하향 조작하는 식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조작했다. 부동산 대책이 먹히지 않자 청와대는 “서울 집값 변동률을 지난주보다 낮게 하라”고 국토부에 주문했다. 국토부는 “윗분들이 대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분위기가 좋지 않다”면서 부동산원을 압박했다. 문 정부 집권 4년 차에 KB국민은행 통계로는 집값이 두 배 가까이 폭등했는데도 국토부 장관은 “14% 올랐다”고 우기고, 대통령이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황당한 발언을 한 것은 모두 이런 통계 조작에 근거한 것이었다.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엉터리 정책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서도 소득·분배·고용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 2017년 6월 가계소득이 0.6% 감소한 것으로 나오자 ‘가중치’ 장난을 쳐 도리어 1% 오른 것으로 조작했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렸는데 소득 분배가 오히려 더 나빠진 것으로 나오자, 청와대는 노동연구원에 지시해 하위 10%를 제외한 근로소득은 모두 늘고, 소득 불평등도 개선됐다는 가짜 결과를 만들어냈다. 문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허황된 말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소득 격차 배율이 6.01로 2003년 이후 최악의 수치가 나오자 또 가중치 장난으로 배율을 5.95로 조작해 발표했다.
2년 연속 최저임금을 두 자릿수 인상률로 올린 뒤 비정규직 근로자가 86만여 명이나 증가한 결과가 나오자 청와대는 ‘자기가 비정규직 근로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사람들이 뒤늦게 이를 자각한 결과’라는 황당 가설을 적용하라고 통계청에 요구했다. 통계청은 별도 조사나 검증 없이 청와대 주문에 따라 이런 ‘자각 효과’ 탓에 비정규직 급증엔 35만~50만명의 수치가 과대 반영됐다는 보도 자료를 냈다.
문 정부 통계 조작은 청와대에서 기획되었으며 통계 조작 범위와 정도가 짐작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 정부는 통계청 실무자의 ‘통계 사전 보고는 불법’이라는 호소를 무시한 채 통계를 미리 빼내고, 조작을 강요했다. 그래도 불리한 통계가 계속 나오자 청와대는 잘못된 정책을 고치지 않고 통계청장을 교체했다. 새 통계청장은 표본 수, 응답 기간, 조사 기법 등을 모조리 바꿔 과거 소득 지표와 비교를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기업의 분식 회계는 기업만 망하게 할 뿐이지만, 정부의 통계 조작은 나라를 망친다. 그리스는 재정 적자 통계를 조작했다가 들통나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렸다. 통계 조작은 미친 집값, 소득·고용 참사 등 국민 고통으로 이어졌다.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통계 조작은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통계 관리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9.16 靑, 집값 지도 펴고…상승땐 “이게 맞나” 압박 , 하락땐 “피자 쏜다”
실무진이 말하는 당시 靑 대책회의
“(청와대) 회의에 들어가면 자리마다 탁자 위에 서울 25구(區) 지도가 한 장씩 놓여 있었습니다. 구마다 색깔이 파란색(하락)이냐 빨간색(상승)이냐에 따라 그날 회의 분위기가 천당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 통계를 조작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15일 나온 가운데, 당시 업무에 직접 관여했거나 이를 곁에서 지켜본 실무자들 사이에선 청와대가 자신들이 원하는 부동산 수치가 나오도록 국토교통부나 한국부동산원 고위급은 물론, 실무자까지 고강도 압박을 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예전 ‘탈원전’ 감사에서 드러난 ‘죽을래 과장’ 사태(장관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부정적이던 담당 과장에게 ‘너 죽을래’라고 윽박지른 일) 때와 유사했다는 얘기였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문 정부 청와대는 수시로 부동산 관계 관료들을 불러 논의했는데, 시장이 급등할 때는 주간 단위로 회의를 소집하고 대응 방안을 내놓으라고 다그쳤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부동산 정책에 관여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주간 단위 회의까지 하며 압박한 적은 유례가 없던 일”이라고 했다. 부동산 정책 실무자들로선 “회의 소집 자체가 압박이었다”고 했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한 전직 관료는 “아파트 값이 어떻게 움직였느냐에 따라 청와대 사람들 표정이 천양지차였다”며 “집값이 오를 때에는 ‘제대로 조사한 것 맞느냐’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다가도 대책 발표 후 집값이 떨어지면 ‘피자 쏘겠다’면서 기뻐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가격을 잡으면 피자 한 판 쏘겠다”고 발언한 후 피자는 공무원에게 무형의 칭찬과 격려로 통했다. 문 대통령은 정권 내내 “집값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국토부에 피자를 쏜 적은 없다.

▲그래픽=박상훈
문 정부는 주택 통계 등 부동산 정책이 국토부의 고유 권한임에도 청와대의 입김이 너무 셌다는 의견도 많았다. 당시 고위 관료를 지낸 A씨는 “과거에는 부동산 정책을 두고 청와대와 교감하는 수준이었던 반면, 문 정부는 정부 부처에서 만든 정책을 청와대가 평가하고 고쳐서 최종본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김현미 전 장관조차도 청와대 사람들 앞에서는 작아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문 정부 청와대의 과도한 간섭과 무리한 요구로 인해 국토부 내에서 주택 정책 관련 부서는 기피 부서로 전락했다. 국토와 교통이 양대 업무 축인 국토부 내에서 실장급 이상 최고위직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주택 정책 경력이 필수였고, 해당 부서 공무원들의 자부심도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업무 강도에도 불구하고 사무관이나 과장급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문 정부 들어서는 청와대가 하명한 목표에 맞춰 자신도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을 짜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부서 위상이 급속도로 추락했다. 인사 시즌이 되면 주택 관련 부서를 피하기 위한 눈치 싸움이 치열했고, 타 부처 파견 발령을 받은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문 정부 말기엔 국토부 실무자들 사이에서 “지금 청와대랑 엮였다가 나중에 적폐로 몰려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통계 조작 감사가 시작되면서 최근 국토부 내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조선일보 정순우 기자
09.16 집값·소득 통계 조작… 文정부, 국민을 속였다
감사원, 장하성·김상조·김수현·김현미 등 22명 검찰 수사 요청

▲김수현,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2019년 7월 초, 아파트 가격 통계를 내는 한국부동산원 김학규 원장이 세종시의 국토교통부 청사로 소환됐다. 김 원장은 박선호 당시 1차관과 주택토지실장을 차례로 만나, 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받았다.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부동산원 주택통계부장도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에게 불려가 “협조하지 않으면 부동산원의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는 말을 들었다.
국토부가 요구한 ‘협조’란 아파트 가격 통계 조작이었다. 전년도 9·13 부동산 대책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었던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통계가 미리 보고되자, 상승률을 실제보다 낮춰 발표하라고 한 것이다. 국토부는 앞서 청와대로부터 “집값 ‘상승률’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였다. 감사원은 청와대가 2017년 6월부터 부동산원의 공표 전 통계를 미리 받으면서, 통계 숫자가 정부에 불리하게 나온 때마다 국토부와 부동산원을 압박했다고 15일 밝혔다. 부동산원은 2019년 6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매주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주보다 0.02%씩 상승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조작된 통계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 정부는 문 전 대통령 취임 다음 달인 2017년 6월부터 퇴임 6개월 전인 2021년 11월까지 4년 5개월간 집값과 소득, 고용에 관한 정부 공식 통계를 조작했다. 부동산원이 주 1회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는 94차례 이상 조작됐다. 통계청의 ‘가계 동향 조사’와 ‘근로 형태별 부가 조사’ 통계도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청이 통계 산출 방식을 바꾸거나, ‘지금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보도 자료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조작된 통계는 부동산 정책과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실패를 감추는 데 쓰였다. 집값 상승이 하락으로, 소득 분배 악화가 개선으로 둔갑했다. 문 전 대통령과 당시 정부 고위 관리들은 조작한 통계를 바탕으로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22명을 통계법 위반과 직권 남용, 업무 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들이 통계 조작을 지시·압박했다는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통계 기초 자료와 관계 기관 직원들의 진술 및 온라인 메신저 대화 내용 등 2만여 쪽 분량의 증거를 모았다고 밝혔다.
국가 통계는 국가의 현 상태를 보여주고 국민과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을 세우는 기초 자료다.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에도 제공된다. 정권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런 자료를 훼손하거나 조작하는 일은 지금까지는 공산국가나 경제 위기 직전의 그리스 등 ‘실패 국가’에서만 벌어졌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심각한 국기 문란이자 국정 농단”이라고 했다. 반면 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모임인 ‘사의재’와 더불어민주당은 “조작 감사”라고 했다.
09.16 소주성 지표 악화되자… 靑, 가이드라인 주고 계산방식 계속 바꿨다
정책 실패 감추려 ‘통계 꼼수’ 주도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소주성)’과 ‘비정규직 제로(0)’ 등 핵심 경제정책의 실패를 덮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균 가계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자 계산 방식을 바꿔 소득이 늘어난 것처럼 조작했고, 분배 지표를 좋게 만들기 위해 고소득층 소득을 축소하는 수법을 썼다. 경제 전문가들은 “모든 경제정책의 출발점은 정확한 통계로부터 시작한다”며 “정책 실패를 숨기기 위해 통계를 조작하는 것은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15일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감사 결과 발표에서 “(문 정부의) 대통령비서실 등은 통계 작성 기관인 통계청을 압박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거나 통계 서술 정보를 왜곡하게 하는 등 각종 불법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이철원
◇소득 늘어난 것처럼 계산 방식 바꿔
감사원에 따르면, 문 정부 청와대와 통계청은 원하는 통계치가 나올 때까지 계산 방식을 계속 변경했다. 소득 분배가 악화된 통계가 나와 청와대에서 압력을 받던 통계청은, 문 정부 첫해인 2017년 6월 평균 가계소득마저 427만8000원으로 1년 전(430만6000원)보다 0.6% 감소한 것으로 사전 집계가 나오자 통계 조작에 착수했다.
처음엔 ‘임금 근로자’의 소득에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늘렸다. 하지만 그래도 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계산되자,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취업자의 소득에 가중치(취업자 가중치)를 부여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가계소득은 434만7000원으로 불어났다. 통계청은 조작된 결과를 바탕으로 “가계소득이 1년 전보다 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분배 지표도 조작의 대상이 됐다. 문 정부는 경제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8년 최저임금을 2017년에 비해 16.4% 올리는 정책을 썼다. 그러나 2018년 5월 소득 5분위 배율 가(假)집계 결과, 2003년 이후 최악인 6.01배로 솟았다. 소득 5분위 배율이란 소득이 높은 상위 20%(5분위) 평균 소득을 소득이 낮은 하위 20%(1분위)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소득이 불평등하다는 뜻이다. 문 정부는 소득을 부풀릴 때 썼던 취업자 가중치를 없애는 방식으로 다시 계산해 이 비율을 5.95배로 낮춰 발표했다. 입맛에 맞는 통계치가 나오도록 계산 방식을 바꾼 것이다.
당시 홍장표 경제수석이 이끄는 경제수석실은 최저임금 인상과 소주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뭐라도 분석해야 한다” “통계 자료를 다 들고 들어오라”며 통계청에 요구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청와대는 통계청에서 받은 자료들을 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원에게 따로 건네 ‘가구’가 아닌 ‘개인’의 근로소득 불평등은 개선됐다는 통계를 만들도록 했다.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이 통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비정규직 급증한 원인도 조작
문 정부 청와대는 2019년 10월 “비정규직이 1년 전보다 86만7000명 늘어났다”는 통계청 보고를 받고 “아주 이례적인, 있을 수 없는 수치”라며 이를 해명하는 통계청 보도자료 작성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당시 통계청은 “비정규직 여부를 조사하는 질문 방식이 바뀐 효과 때문에 실제로는 정규직인 근로자가 비정규직이라고 잘못 답했다”며 이 숫자를 23만2000~36만8000명이라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숫자를 마음대로 추정하고, 통계청 분석을 이에 맞추도록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는 통계청 보고를 받은 뒤 “(숫자가) 이 정도예요?”라며 “최소, 최대가 30만에서 50만이지요?”라고 했다. 이후에도 청와대는 한 차례 더 “숫자가 30만에서 50만명 안에 있네요”라며 숫자를 부풀리는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통계청은 비정규직 급증의 원인을 설명하는 보도자료에서 질문 방식이 바뀐 효과를 35만~50만명으로 추정해 발표했다. 또 통계청의 보도자료 초안에는 ‘전년 대비 시 해석상 오해의 소지가 있음’이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청와대의 검토를 거친 뒤 ‘전년도와 단순 비교 불가하다’는 표현으로 바뀌기도 했다.
09-16 “文 정부 통계 조작”…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로 진상 밝혀야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주택·소득·고용 통계를 유리한 쪽으로 조작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통계청,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감사원은 전 정부의 장하성 정책실장과 홍장표 경제수석비서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 강신욱 통계청장 등 22명에 대해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여러 차례 제기됐던 통계분식 의혹에 근거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감사원은 문 정부 청와대와 국토부가 집값 동향 발표 전 수시로 부동산원에서 통계를 미리 보고받고, 영향력을 행사해 일부 숫자를 고쳤다고 봤다.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2019년 6월에는 국토부 측이 “저희 다 죽는다. 전주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해 달라”고 요청했고, 부동산원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을 ―0.01%로 고쳤다고 한다. 비슷한 일이 4년 5개월 동안 최소 94회 벌어졌다는 것이다.
부동산원이 보고한 아파트값 상승률이 높은 경우 청와대 측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 정부가 내놓은 집값 상승률이 KB부동산 등 민간 통계보다 낮았던 게 조작 때문이었다는 의미다.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관련해서도 거짓해명, 통계조작이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5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고 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원 개인의 분석 결과를 청와대가 받은 걸 인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자 청와대는 “노동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것”이란 해명을 내놓도록 통계청을 압박했다고 한다.
또 청와대는 2017년 2분기, 4분기에 각각 가계소득, 소득 불평등도가 악화되자 통계 가중치를 조정해 양쪽 모두 개선된 것처럼 바꾸게 했다. 2019년 8월에는 소주성의 취지와 반대로 비정규직이 급증하자 조사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것처럼 발표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부동산·소득·일자리 등 국민의 실생활과 관련한 국가 공식 통계를 정치적 이득을 위해 조작하는 일이 있었다면 결코 좌시해선 안 될 국기문란 행위다. 다만 이번 발표에 대해 문 정부 출신 관료 등으로 이뤄진 정책포럼 사의재는 입장문을 통해 “통계 조작은 가능하지도 않고, 할 이유도 없다”면서 통계 조작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를 가진 현 정부의 ‘감사 조작’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09.18 [단독] “文정부가 통계 조작 외압” 첫 제보자는 부동산원 노조였다
조작 압박 받던 부동산원 노조 2019년 경찰 제보, 靑도 인지… 그럼에도 실질적 조치는 없어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아파트 가격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린 사람들은, 조작 지시를 받고 거짓 통계를 만들어내야 했던 한국부동산원 조사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부동산원 조사원들이 속한 부동산원 노동조합이 2019년 가을 경찰 정보관에게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가격 통계에 외압을 가하고 있다’고 제보한 정황을 입수했다고 17일 밝혔다. 그러나 제보를 전달받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실질적으로 외압을 막는 조치를 했다고 확인된 것은 없다. 관련 부서에 “부동산원에 전화하지 말라”고 했을 뿐이다. 이날 대통령실은 전 정부의 통계 조작에 대해 “기업으로 치자면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주주인 국민, 해외 투자자와 해외 시장을 기망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5일 감사원이 문 정부가 집값과 소득, 고용에 관한 정부 공식 통계를 장기간 조작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문 정부 청와대 참모 및 장관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사의재’는 “통계 조작은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통계 조사와 작성에는 수많은 공무원, 조사원들이 참여한다”며 “이런 모든 이들이 조작의 의도를 가지고 한 몸처럼 움직여야 감사원이 주장하는 통계 조작이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공무원·조사원들은 청와대와 국토부 고위층의 지시에 따라 원치 않게 통계를 조작하면서도, 그 불법성을 거듭 지적하는 한편으로 조작의 내막을 보여주는 기록들을 남겼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토부 실무자들과 부동산원 직원들로부터 확보한 진술과 기록이 수천 쪽 분량”이라고 했다. 이들은 청와대와 국토부 고위층이 통계 조작을 직접적으로 지시하거나 압력을 넣으면서 한 말들을 온라인 메신저 등에 적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 보고한 아파트 가격 상승률 통계 중간 집계값에 대한 고위층의 반응과 분위기, 하달된 지시를 공유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들은 각 고위 관리가 통계 조작과 관련해 어느 자리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의뢰 대상에 오른 장하성·김현미 - 2018년 9월청와대에서 열린 '포용국가 전략회의'에서 장하성(왼쪽) 당시 정책실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화를 하고 있다. 감사원은 최근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계를 조작한 의혹이 있다"며 장 전 실장, 김 전 장관 등 문 정부 관계자 22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6월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부동산원에 주 1회 실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중간 집계값을 만들어 가져오게 했다. 이 조사는 전국의 부동산원 조사원들이 미리 표본으로 선정해놓은 아파트들을 현장 조사해 7일 전에 비해 가격이 얼마나 오르거나 내렸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장 실장 요구에 따라, 조사원들은 주 1회 하던 조사를 주 2회 해야 했다. 지난주 조사 시점으로부터 3일만 지난 상태에서 아파트 가격 등락을 먼저 확인해 보고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4년 5개월간 청와대와 국토부는 이렇게 보고된 ‘중간 집계’ 아파트 가격 상승률보다 최종 집계된 상승률이 높으면 ‘가격이 올라간 이유를 대라’라고 요구하는 등의 방식으로 통계 조작을 압박했다.
특정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높게 조사되면, 해당 지역 부동산원 지사장이 국토부로 호출돼 ‘소명’을 해야 했다. 나중에는 말단 조사원까지 국토부로 호출됐다고 한다. 몇 명이 시범적으로 호출된 뒤에는 ‘호출하겠다’고 넌지시 말하는 것도 압박 수단이 됐다. 부동산원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 주에는 (국토부 관리) ○○○에게 오셔서 보고하셔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부동산원 본사도 지사 조사원들에게 특정 숫자를 제시하면서 ‘상승률이 이 숫자 이상으로 나오게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다방면으로 압박을 받은 조사원들은 직접 조사한 아파트 가격 대신 이를 임의로 깎은 가격을 입력했다. 이렇게 거짓으로 집계된 가격 상승률조차도 너무 높다고 생각되면, 본사가 값을 더 깎아서 청와대와 국토부로 보냈다.
부동산원 직원들은 통계 조작의 원천인 중간 집계값 보고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2017년 8월부터 4년간 12차례나 냈다. 통계법이 금지하고 있는 ‘작성 중 통계 사전 제공’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통계법에 따르면, ‘작성 중’인 통계는 새로운 통계를 설계하거나 기존 통계를 개편하기 위한 경우에 한해서만 미리 받아볼 수 있다. 이 경우가 아니면 작성 중인 통계를 받아보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중간 집계값 받아보기를 2017년 말 잠깐 중단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재개했다. 나머지 요청은 묵살했다.
참다 못한 부동산원 노조는 2019년 가을 경찰에 청와대와 국토부의 외압을 제보했고, 이 내용은 그해 11월 공직기강비서관실에도 전달됐다고 한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실과 국토부가 영향력을 부당하게 행사하고 있다고 보고, 국토교통비서관실에 ‘부동산원에 직접 전화하지 말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런 결론을 국토부에도 알렸다. 부동산원에 대한 압박을 중단하라는 취지였다. 이는 김현미 당시 장관에게도 보고됐다고 한다. 그러나 국토교통비서관실과 국토부가 작성 중인 통계를 미리 받아서 통계 최종 수치를 고치게 하는 일은 그 뒤에도 계속됐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후속 조치를 취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은 최강욱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7일 통계 조작 감사 결과에 대해 “국가 장래를 위해 엄정하게 다스리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국가의 기본 정책 통계마저 조작해 국민을 기망한 정부는, 기업으로 치자면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주주인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거래 상대방인 해외 투자자와 해외 시장을 기망한 것”이라며 “책임을 묻고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도 회계 조작의 공범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문 정부 인사들의 모임인 ‘사의재’는 통계를 미리 받아본 것에 대해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런 반박이야말로 ‘작성 전’ 통계를 받아보는 불법 행위를 했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문 정부 기간에 고용률이 사상 최고였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유하고, “문재인·민주당 정부 동안 고용률과 청년 고용률 사상 최고, 비정규직 비율과 임금 격차 감소 및 사회보험 가입 확대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통계 조작 논란에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일보 김경필 기자
09.18 오죽 외압에 시달렸으면 노조가 ‘통계 조작’ 제보했겠나
감사원의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발표에 대해, 문 정부 인사들과 민주당은 “통계 조사·작성에는 수많은 공무원이 참여한다. 모든 이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감사원이 주장하는) 통계 조작이 성립된다”면서 ‘정국 돌파용 정치 쇼’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청와대가 사령탑이 돼 국토부, 통계청, 부동산원까지 모든 통계 유관 기관들이 한 몸처럼 움직인 흔적이 광범위하게 드러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통계를 산출하는 한국부동산원 소속 직원 1100여 명 중 상당수가 ‘조작 지시를 하달받았다’고 진술하고, 뒷받침하는 물적 증거도 감사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새로 확인된 사실 중 하나는 부동산원 노조가 직원들이 통계 조작 요구에 시달리자 경찰에 이를 제보했다는 것이다. 노조의 제보를 받은 경찰 정보관이 ‘부동산원에 대해 청와대와 국토부가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는 내용의 정보 보고를 했고, 이 내용이 경찰청을 통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로 전달됐지만, 청와대가 이를 뭉갰다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장관 아들에게 가짜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최강욱 민주당 의원이었다. 수많은 관련자가 한 몸처럼 움직이며 통계를 조작할 수 있었던 것은 사령탑이 최고 권력기관 청와대였기 때문이다.
문 정부 인사들은 또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변명하지만, 2016년 개정된 통계법은 ‘통계 작성·공표 과정에서의 영향력 행사’ ‘공표 전 제공·누설’을 금지하고 있다. 이런 엄격한 통계법을 만든 주역이 바로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었다. 19대 국회의원 시절, 김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통계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외압·누설 금지 조항이 담긴 통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었다. 이랬던 사람이 국토부 장관이 되자, 집값 통계 조작을 주도했다. 당시 국토부는 부동산원이 불법적 사전 보고를 그만하게 해달라고 12차례나 요청했는데도 모두 묵살했다.
문 정부는 통계 자료 제출에 비협조적이던 통계청장을 잘라내고 문 정부 입맛대로 소득 통계를 마사지해준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원을 새 통계청장에 임명했다. “좋은 통계로 보답하겠다”는 새 청장 지휘 아래 통계청은 기상천외한 꼼수와 편법을 동원해, 정권 입맛에 맞는 통계를 계속 내놨다. 통계는 정책 설계의 기초이자 정책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 역할을 한다. 통계 조작은 국민을 속이는 사기 범죄이며,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국정 문란 행위다. 감사원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로 범법자를 가려내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9-18 조작 통계 결과물 옹호한 文, 통계 조작 정점 自認 아닌가
감사원이 발표한 문재인 정부의 국가 통계 조작 혐의는 ‘정권 차원의 조직 범죄’로 볼 만하다. 임기 5년 내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수법과 행태도 정상적 정부에서는 있을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실무자들이 계속 불법 우려를 제기했음에도 묵살했다고 한다. 감사원이 문 대통령의 청와대 정책실장 4명 전원과 경제수석비서관, 국토교통부 장관 등 22명을 수사 의뢰한 것도 이런 중대성 때문일 것이다. 문 정부 고위 인사들 모임인 사의재 측이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는데, 혐의 일부에 대한 자백과 마찬가지다.
그런 일들의 정점(頂點)에 문 전 대통령이 있을 수밖에 없다. 통계 조작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임은 물론, 국가 정책을 왜곡하고 민간 기업 투자와 학계의 연구·분석까지 잘못으로 이끄는 국기(國基) 파괴 행위다. 문 전 대통령은 일단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자신의 책임에 대해 소명하는 게 도리다. 그런데 17일 문 정부 때 고용률이 사상 최고였다는 내용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보고서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면서 “문재인·민주당 정부 동안 고용률과 청년 고용률 사상 최고, 비정규직 비율과 임금 격차 감소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조작된 통계에 기반한 혹세무민 주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나아가 자신이 최종 책임자임을 간접적으로 자인하는 행태이기도 하다.
해당 보고서 작성자인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문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증한 결과가 나오자 ‘자기가 비정규직이란 사실을 뒤늦게 자각한 결과’라는 황당한 가설을 적용하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 “집값 안정” 등의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통계 조작은 대통령 임기 중에 적발됐다면 탄핵에 이를 만큼 심각한 범죄다. 문 전 대통령을 포함한 성역 없는 수사가 시급하다.
문화일보 사설
09-18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징역 3년 처벌감’
외압·누설, 法 27조 2항 위반
檢, 이르면 금주중 수사 착수
문재인 정부 당시 주요 인사들이 통계 관련 외압 행사와 사전 누설을 금지한 ‘통계법 27조 2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징역형 등 형사 처벌 가능성이 18일 대두되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범죄 혐의가 확인된 22명에 대해 지난 13일 검찰에 수사 요청이 이뤄졌다. 이들은 직권남용·업무방해·통계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데, 특히 통계 작성·공표 과정에서 영향력 행사와 공표 전 누설, 목적 외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통계법 27조 2항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통계법에 따르면 이를 위반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수사요청을 받은 검찰은 논의를 거쳐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통계 조작 관련 사건의 수사를 담당할 부서를 결정할 전망이다. 대검찰청은 서울중앙지검이나 재경지검 4곳, 대전지검 가운데 한 곳에 사건을 배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감사원은 현 정부에서 벌어진 새만금 잼버리 대회 파행 사태에 관해서도 이날 실지조사에 전격 돌입했다.
문화일보 조재연·김무연 기자
09-18 김명수 6년 위선·위법과 사법부 재건

김태훈 변호사, 한변 명예회장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는 24일 임기 만료로 퇴임한다. 그는 2017년 8월 22일 대법원장 후보자로서 관용차 대신 시외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걸어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로 들어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법정에서 재판만 해 온 사람”이라며 “어떤 수준인지, 어떤 모습인지 보여드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것은 위선과 절망뿐이었다. 그는 자신에 대한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 국회 인준 표결을 앞두고 정치적 독립이 핵심인 판사들에게 야당 의원을 상대로 한 인준 찬성 로비라는 정치적 행위를 하게 하고, 공공기록물인 청문회 자료를 복원 불가능하게 폐기했다. 그해 9월 25일 대법원장에 취임하자마자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작업에 발맞춰 전임 양승태 대법원에 사법농단, 재판 거래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고, 3차에 걸친 자체 조사 결과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었음에도 사실상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2018년 9월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이 질책성 훈계를 하자 복명하듯이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 협조를 할 것”이라고 굴욕적으로 답했다. 그리하여 헌정사상 처음으로 100여 명의 전현직 법관이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사건’으로 먼지떨이 식 수사를 당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고, 14명의 전현직 법관이 기소돼 사법부는 완전히 초토화됐다.
김 대법원장은 자신이 회장을 지낸 특정 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인권법 출신 판사들을 요직에 앉히고, 권력 비리 재판에서 정권 측에 불리하게 판결하거나 눈에 난 판사들은 한직으로 보내거나 퇴직하도록 해 직권남용 논란을 일으켰다. 대법원도 대법관 14명 중 7명을 우리법·인권법과 민변 출신으로 채워 편향된 대법원 판결이 속출했다. 국제법 원칙을 무시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폄훼한 ‘백년전쟁’ 판결, 이재명 대선후보를 가능케 한 ‘TV 토론 거짓말 허용’ 판결, 노동자의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 판결 등이 그것이다. 하급심도 마찬가지였다. 2020년 1월 기소돼 아직도 1심 진행 중인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 3년2개월 걸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판결, 2년5개월 끌다가 윤미향에게 면죄부를 준 위안부 후원금 판결 등이다.
김 대법원장은 외풍으로부터 사법부를 수호하긴커녕 법원 판결에 대한 외부 압력을 방치했고, 민주당이 탄핵 대상으로 지목한 후배 판사의 사표 수리를 스스로 부당하게 거부하고는 사표 수리를 거부한 적 없다고 거짓말까지 해 형사고발 당해 ‘거짓의 명수’라고 조롱받는다. 판사들이 법원장을 투표로 뽑도록 해 판사들의 사명감은 사라지고, 김 대법원장 재임 5년간 전국 법원에서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장기미제 사건이 민사소송은 3배로, 형사소송은 2배로 늘어났다. 김 대법원장은 공관의 사유화와 만찬 파동 등으로 법관윤리강령 위반을 넘은 위법 상황도 심각하다.
이 모두 사법부 수장으로서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로서, 법원 판결에 대한 믿음을 무너뜨렸다. 법치주의의 보루인 사법부의 존립 기반은 국민의 신뢰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전례 없는 김 대법원장의 중대한 위헌·위법 행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진정한 사법부 재건에 힘써야 할 때다.
문화일보
09.19 ‘응급 소생술’ 필요한 사법부

사법부의 권위는 재판의 신뢰성에서 나온다. 정치가 망가져도, 수사기관이 실수해도 법원이 마지막 안전판이라는 오랜 믿음이 있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가 선거방송 TV 토론 중에 했던 거짓말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라는 납득 어려운 논리를 동원해 면죄부를 줬다. 법조를 출입하던 김만배 기자가 대법원 구내 이발소를 드나들기 위해 대법관 이름을 방문록에 썼다고 주장하면서 대법관의 권위는 폭락하고 말았다.
김명수 대법원 체제 신뢰성 위기
정치 진영·이념 편향 판결 잇따라
신속·성실 재판 여건 만들어 가야

▲시론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영상물 ‘백년전쟁’은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히틀러의 참모 괴벨스에 비유해 ‘악질 친일파’, ‘A급 민족반역자’로 표현했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정부라는 식으로 매도한 영상물인데도 다수 대법관이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백년전쟁’ 방송을 금지하지도 않았고, 영상 일부를 삭제하라고 명령하지도 않았다. 방통위가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라는 가벼운 제재를 하자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방통위 조치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이 다수가 되면서 굳이 대법원이 파기 환송했다. 대법관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고, 의견이 동수로 대립했는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파기 쪽에 가담했다.
지금 이 나라 사법부의 모습은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 속전속결로 진행한 헌재의 탄핵 결정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유죄 판결도 그랬지만, 양승태 체제에 대한 법원 내부의 과격한 공격이 신호탄이었다.
‘자칭 개혁파’ 판사들 사이에서 “양승태 코트(Court·법원)를 날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더니, 판결서 작성에 대한 선배 법관의 조언이 ‘재판 관여’로 몰리고 법관 탄핵 사유로 둔갑했다. ‘검찰이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더라’는 환호까지 들렸다.
그런 바람을 주도한 판사는 정치권의 연락을 받자 홀연히 법원을 떠나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른바 ‘사법 적폐 숙청’ 작업으로 형사처벌, 징계, 부당 인사의 대상이 된 엘리트 법관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법원을 떠났다. 자칭 개혁파 판사로부터도 “사실은 법원행정처 출신이 요직을 독점하는 데 대한 불만이었는데 너무 나갔다”는 뒤늦은 자책이 들린다. 법관 사회에서는 아예 말을 삼가는 분위기가 됐다고도 한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은 가장 우수한 자원으로 충원해야 한다. 훌륭한 선배가 대법관으로 헌재 재판관으로 자리 잡는 현실이 후배 법관들에게는 직무에 헌신할 동기가 된다. 그러한 헌신으로 건강한 사법부가 유지됐다.
평생 ‘반(半) 정치인’ 행세를 하던 변호사나 대형 로펌의 발주로 의견서 쓰기에 바쁘던 로스쿨 교수가 현직 법관들의 소명감에 상처를 내면 안 된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를 없애고 모두 어깨동무하고 함께 정년을 맞자는 평등주의, 인기투표로 법원장을 결정하자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재판 지연 외에 어떤 장점을 보여줬나.
지난 6년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 업무 효율도 떨어뜨렸다. 엘리트 법관을 일반직 직원으로 대체하고, 무책임한 자문회의를 잔뜩 신설했으니 법원행정처가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다. 과도한 친노조정책에 신바람이 난 서울중앙지방법원 노조는 ‘6시 이후 재판은 진행 말라’는 요구까지 했다고 한다. 정진석 국회의원(국민의힘)에 대한 명예훼손 실형 판결도 그냥 나온 것이 아닐 거라 본다. 대법원의 권위가 무너지면서 구성원인 판사들 스스로 사법부의 무게를 솜털같이 여기게 된 탓이 아닐까 싶다.
지난 6년간 김명수 대법원 체제를 거치며 사법부의 붕괴도, 시민의 분노도 임계점에 와 있다. 법원은 조롱거리로 전락했고, 법원의 정치화는 위험 수준이다. 새 대법원장의 ‘응급 소생술’에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인사가 만사’이니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를 되살리고, 법원장 추천제를 폐기해 회생의 첫발을 떼야 한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법원 내부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유능한 판사들로 임명해야 한다. 법원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신속하고 올바른 판결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했으면 한다.
홍승기 인하대 법전원 교수·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
09-19 ‘윤석열 커피’ 인용보도한 방송사들, 유례없는 ‘과징금 부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연합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온라인 매체 뉴스타파의 ‘김만배 음성파일’ 기사를 검증없이 인용보도한 방송사들에 대해 과징금 부과 등 유례없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19일 오전 회의를 열고 KBS 1TV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JTBC ‘뉴스룸’, YTN ‘뉴스가 있는 저녁’ 등 지난해 3월 7일 방송된 김만배 인터뷰 보도와 관련해 관계자 의견진술을 듣고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비교적 균형있는 보도를 했다고 평가한 SBS ‘8뉴스’만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다.
최종 징계 여부와 과징금 액수는 오는 25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확정된다. 현재 방심위는 여야 4대 3 구도라 이 결정은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과징금 부과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법정 제재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징계다.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 징계’ ‘과징금’으로 제재 수위를 결정할 수 있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에 대해 소위 단계에서부터 무더기로 중징계를 의결한 것은 방심위 출범 후 처음이다.
지난 2019년 기자가 자기 목소리를 변조해 허위 인터뷰를 내보낸 KNN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지상파에 대한 역대 최고 징계였다. 이에 대해 류희림 위원장은 “KNN의 경우 기자 개인의 일탈인데도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사안은 그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이 날 회의에서는 ‘가짜뉴스’의 정의와 심의를 둘러싸고 여야 위원들이 강하게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고, 각 방송사들의 의견 청취 전 야권 성향 위원 2명이 모두 퇴장했다. 야권 성향 옥시찬 위원은 18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방심위와 협력해 가짜뉴스 심의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방심위는 류희림 위원장의 개인 놀이터 아니다. 합의제 위원회인데 위원들과 어떤 토론도 없었다. 독선적이고 권한 남용”이라며 퇴장했다. 김유진 위원 역시 “이번 심의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심의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류 위원장은 “엄중한 민간 독립기구의 위상을 갖는 위원회를 놀이터로 표현한 데 굉장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김만배 녹취록의 경우 이를 인용 방송했던 MBC, JTBC 등이 뉴스타파의 보도의 중간 내용을 발췌·편집했다. 게다가 담당 검사의 주체까지 바꾼 것은 허위·조작”이라며 가짜뉴스 관련 심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문화일보 안진용 기자
09.20 공무원 몇 사람만 저항했어도 文 정부가 통계 조작 못 했을 것
문재인 청와대의 집값·소득·분배·고용 통계 조작에 대해 문 정부 인사들은 “통계 조사·작성에 참여하는 수많은 공무원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통계 조작이 성립된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너무나 명확한 증거와 증언이 나와있다. 문 정부 측의 부인은 공무원들이 늘 그렇듯 청와대의 부당한 지시에 저항하지 않고 순응했음을 보여줄 뿐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 청와대는 물론 국토부·통계청 소속 공무원 모두가 한 몸이 돼 통계 조작에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 조작을 외부에 알린 사람들은 한국부동산원 노조뿐이었다. 그마저 폭로나 고발이 아니라 경찰청 정보 라인에 비공개적으로 흘리는 형태였다.
공무원이 법령에 어긋나는 지시에 따르는 것은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위반이다. 그런데 수많은 공무원이 통계법을 위반해 통계 발표 전 미리 청와대에 보고하고, 청와대 주문에 따라 숫자를 조작하는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수사 의뢰된 고위 공무원만 13명에 이른다. 실무진까지 합치면 통계 조작에 가담한 공무원이 수십 명, 수백 명은 될 것이다. 이들 중 몇 사람만 불법에 맞서 목소리를 냈다면 문 정부가 5년 내내 국가 통계를 조작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통계 조작뿐 아니다. 문 대통령이 탈원전을 들고 나오자 주무 부처인 산업부 관료들은 이를 막기는커녕 앞장섰다. 대통령 입맛에 맞춰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뒤 7000억원을 들여 새 설비나 다름없이 보수한 월성 1호기를 멈춰 세웠다. 담당 과장이 잠시 주저하기도 했지만 장관이 “너 죽을래”라며 다그치자 곧바로 백기 투항했다. 산업부 실무자들은 감사원이 감사에 나서자 휴일 밤중에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관련 문건을 모조리 삭제했다. 담당 서기관은 ‘누구 지시였느냐’는 검찰 추궁에 “신(神) 내림” 운운하며 황당한 변명을 하기도 했다.
문 정권이 중국에 군사 주권을 내주는 ‘3불(不)’ 약속을 했을 때 국방부나 외교부 공직자 누구 하나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 공무원들은 문 정권의 ‘4대강 보 해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문가 집단들이 보 해체의 경제성 평가를 엉터리로 하는 걸 뻔히 보고서도 못 본 척 방관했다. 문 정부 초기 청와대가 국가 채무 비율 수치 조작용 적자 국채 발행을 지시하자 기재부의 30대 초반 사무관은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고 이를 외부에 알렸다. 그러나 이런 공무원은 몇 사람 나오지 않았다. 공무원 개인에게는 자리를 지키고 승진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을 보면 대통령이 승진시켜준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다.
조선일보 사설
09.20 [단독] 황수경 “통계법 위반, 靑에 자료 주지 말라”...불법 거부하다 경질돼
당시 통계청 간부들, 황 청장 몰래 소득지표 조작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2017년 10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뉴스1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불법적인 통계 자료 제공 요구를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이 지속적으로 거부하자, 청와대가 통계청 직원들과 연락해 통계를 조작한 것이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황 전 청장은 통계 조작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청장은 2018년 8월 취임 13개월 만에 문 전 대통령에 의해 전격 경질됐다. 후임으로 임명된 강신욱 청장은 “장관님들의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했고, 고용 통계를 직접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에 수사 요청됐다.
19일 감사원에 따르면, 홍장표 당시 경제수석을 비롯한 문 정부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은 임기 초인 2017년부터 통계청에 소득·고용 관련 통계를 비롯한 각종 통계의 기초 자료를 보낼 것을 요구했다. 통계 조사 대상 각각의 개인 정보 등이 담긴 원자료를 달라는 요구였다. 통계법상 자료 제공은 이미 작성·공표된 통계에 한해서, 기록을 남기는 등의 일정한 형식과 절차를 거쳐서만 가능하다. 청와대의 요구는 합법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황 전 청장은 청와대의 이런 요구를 모두 거부했다. 통계청 직원들에게도 “청와대에 통계법을 위반해서 자료를 주지 마라”는 지시를 반복해서 내렸다. 통계청 직원들도 청와대 경제수석실 등이 무리한 요구를 할 때마다 ‘해당 자료 제공은 통계법에 저촉돼 불가하다’고 설명하는 문서를 보냈다.
그러자 청와대는 황 전 청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청와대 한 수석은 2018년 4월 황 전 청장을 직접 만나 ‘다른 기관들은 (작성 중인) 통계 자료 사전 제공을 잘하는데, 왜 통계청만 잘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당시는 청와대가 한국부동산원에서 작성 중인 아파트 가격 상승률 통계를 미리 받아보고 부동산원을 압박해 상승률 통계를 조작하고 있을 때였다.
황 전 청장은 2018년 8월 갑작스럽게 경질됐다. 그는 이임식에서 “통계청의 독립성, 전문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이임식 직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경질 사유는) 모른다. 그건 인사권자의 생각이다”라며 “어쨌든 제가 그렇게 (청와대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나 통계청 일부 직원은 황 전 청장 재직 중에 이미 청장 몰래 통계를 조작하고 있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 일부 간부는 2017년 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로 따로 불려가 ‘소득 통계가 좋게 나와야 한다’는 취지의 압력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 출범 이후 첫 분기였던 2017년 2분기에 대한 통계청의 ‘가계 소득 동향’ 조사에서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가계 소득이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자 일부 통계청 직원은 가중치 기준을 바꿔 가구 소득이 오히려 증가한 것처럼 나오도록 했다.
통계 계산 방식을 무단으로 바꾸는 것은 불법이다. 이 과정에서 통계청 직원들은 2017년 8월 황 전 청장에게는 기존의 방식으로 계산된 통계 수치를 공표하겠다는 문서를 올려 결재를 받고, 대외적으로는 조작한 통계 수치를 공표했다. 청와대도 조작된 값을 받아봤다. 통계청 직원들은 감사원 조사에서 “황 전 청장이 외부(한국개발연구원) 출신이라, 새로운 방식으로 계산한 것을 보고하면 통계 신뢰성을 의심할 것 같아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계청 직원들이 무단으로 변경한 계산 방식은 이듬해 5월 조사에서 문제가 됐다. 이 계산 방식은 가구 소득은 커 보이게 하지만 소득 분배는 악화된 것으로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통계청 직원들은 가중치 계산 방식을 원래대로 되돌려 만든 통계를 올려 황 전 청장에 보고했다. 황 전 청장은 계산 방법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 이 통계를 해설하는 보도 자료는 그 문구도 아예 청와대의 직접 지시를 받아 고친 뒤 황 전 청장에게는 알리지도 않고 배포했다.
황 전 청장은 통계청 직원들이 자기를 속였다는 것을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한다. 감사원은 황 전 청장이 통계 조작을 알지 못했다고 보고, 그를 수사 요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조선일보 김경필 기자
09-21 文정부 통계 조작, 엄단이 재발 방지책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
부동산 통계 왜곡 의혹과 관련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해 94회 이상 부동산 통계 작성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청와대 비서실과 국토교통부 등 전·현직 공무원 22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올바른 국가 정책 수립을 위해선 정확한 원인 진단이 필수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초자료가 국가 통계다. 만일 감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인 만큼 통계 조작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은 문 정부 때 경실련과 정치권·언론 등에서 수차례 제기했다. 집값은 문 정권 시작 단계부터 상승했는데 이에 따른 투기 조장, 주거 불안, 양극화 심화 등을 해소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있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2019년 11월, 임기 2년 만에 가진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해 국민이 느끼는 집값 상승의 심각성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게 했다.
당시 국토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1.08%라고 밝혀 국민의 의심은 통계 조작 의혹으로 번졌다. 국토부 발표 자료는 경실련 조사 결과와도 크게 달랐다. 서울 34개 아파트 단지 시세 변화를 분석한 결과 같은 기간 상승률은 32%였고, 당시 청와대 비서실 공직자가 소유한 아파트값도 39% 오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부동산 통계도 문 정부 출범 후 3년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52%로 나타났다.
모든 조사 결과가 국토부 발표 상승률의 2∼3배로 높게 나타나자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경실련은 청와대와 국토부에 수차례 공개 질의를 통해 정부 통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통계 산출 근거와 표본아파트 상세 내역 및 거래 현황 등 구체적인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개할 수 없다”며 통계 왜곡 문제를 외면하고 방치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공개한 집값 상승률이 맞다면 5년 임기 동안 26차례나 부동산정책을 발표할 이유가 없었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한 지 2년, 임기 말이던 2021년 9월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부동산정책에 대해 너무나 죄송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한 발언도 설명이 안 된다. 그리고 이번 감사 결과는 지난 정부에서 통계 조작 시도가 있었음을 확인해 준 것이다. 따라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은 철저하게 수사해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하기 바란다. 만일 통계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관련자는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 통계 조작에 대한 유혹은 어느 정부도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는 즉시 폐지해야 한다. 정확하지도 않은 자료를 주간 단위로 내놔 투기 조장과 예산 낭비만 부추기고, 지금 같은 거래 침체기에는 더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월간 통계 등과 관련해서도 산출 근거인 표본아파트의 위치와 아파트명, 거래 현황 등 상세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통계가 생성될 수 있도록 투명한 통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야말로 통계 조작을 막을 수 있는 근본 해법이다.
문화일보
09.21 통계 조작과 '그들만의 나라'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한국부동산원)의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
감사원의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사건’ 중간 감사결과에서 충격적인 것은 부동산원 직원들이 전한 생생한 압력의 멘트들이다. 위 발언은 2019년 7월 초 국토부 간부가 부동산원 직원을 불러 한 말이다. ‘협조’는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실제보다 낮추라는 것이었다. 주무 부처 관료의 위협이 부동산원 직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부동산원 직원들 외압 기록 남겨
국정 성과 위해 수치 조작 의혹
통계조작은 나라 망치는 지름길
사건의 본질은 그런 얘기가 실제로 오갔느냐는 여부, 그래서 통계가 달라졌느냐는 것이다. 감사 결과에는 청와대와 국토부에 시달린 부동산원이 ‘2019년 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70주간 조사 없이 임의의 예측치를 주중치로 산정하였고’라는 대목이 있다. 조사도 하지 않고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임의로 입력했다는 것이다.
문 정부 참여 인사들은 이번 감사를 ‘감사 조작’ ‘정치쇼’라고 비난한다. 감사가 조작됐다면 그런 압력과 통계치 조작이 없었음을 해명하고 입증하면 될 것이다.
문 정부 경제정책은 집값 안정과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이 핵심이었다. 27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는 동안 집값은 잡히지 않고 계속 올랐다. 근로자 소득을 올려 성장을 꾀한다는 ‘소주성’은 2018년에만 최저임금을 16.4%나 인상했지만 고용과 분배는 오히려 최악으로 치달았다.
정상적인 정부에선 이 정도 상황이면 정책 기조를 돌아보고 궤도를 수정한다. 그 판단 근거가 되는 것이 국가 통계다. 문 정부는 대신 집값 상승률을 낮추거나 소득 지표 산정 방식을 변경하는 등 통계치를 바꿨다는 것이 감사원 감사 결과다.
통계 조작이 위험한 것은 현실 인식을 왜곡해 세상을 엉뚱한 곳으로 내몰기 때문이다.
부동산원 통계에서 문 정부 5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은 19.5%였다. 하지만 KB국민은행 조사에선 62.2%였다. 부동산 대란의 핵심 원인은 공급 부족과 불안 심리였다. 그러나 문 정부는 수요 억제에 골몰했다. 세금 인상, 대출 제한, 재건축 규제 등을 쏟아냈다. 규제가 가수요를 폭발시켰고, 집값은 폭등했다.
소주성은 최저임금이 급상승한 2018년 초부터 바로 문제를 일으켰다. 취업자 증가 폭이 둔화하더니 그해 8월 3000명으로 떨어지는 고용 참사가 벌어졌다. 1분기 빈부 격차는 통계 작성 이래 최악으로 나타났다(소득 5분위 배율 5.95배).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다(2018년 5월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 문 정부는 다음 해에도 최저임금을 10.9% 올렸고, 산업 현장은 더 얼어붙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는 문 정권에 대해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국민의 실제 삶보다 통계 분칠을 해서라도 자신들이 공약한 세상(집값 안정과 소주성)이 구현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게 더 중요했던 것인가. 그러고도 민주 정부라고 할 수 있나. 통계 조작은 문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 아래 진행된 것인가, 아니면 대통령은 모른 채 진행된 청와대 참모와 장관의 비뚤어진 충정이었나.
통계 조작이 나라를 망친 사례는 많다. 그리스의 국가부도 위기와 구제금융도 재정적자 통계 조작에서 비롯됐다.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 통계 조작도 악명 높다. 옛소련 등 공산권 국가들은 말할 것도 없다.
딴 세상 얘기로 흘려넘길 일이 아니다. 잘못된 통계는 틀린 정책을 낳고 나라 경제를 골병들게 한다. 부동산 대란 속에 치솟은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소주성은 고용 시장을 일그러뜨렸다. 문 전 대통령은 감사결과가 나오자 “문재인 정부 동안 고용률과 청년 고용률은 사상 최고였다”며 한 연구소의 보고서를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그가 언급한 고용률에는 소주성의 후유증으로 급증한 초단시간 일자리와 세금으로 만든 고령자 공공 일자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랑하기엔 민망한 일자리들이다.
중앙일보 이상렬 논설위원
09-21 이균용, 가족 관련 흠결 있지만 사법 정상화 역량 갖췄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검증을 위한 국회 청문회(19∼20일)가 끝나고 임명동의 절차를 앞두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가 24일 종료되기 때문에 사법부 수장 공백을 막기 위해 신속한 본회의 표결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등과 맞물려 야당 의원들이 이성적 판단에 방해를 받을 가능성도 있어 우려된다. 청문회 과정에서는 이 후보자의 사법적 역량이나 판례 등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대법원장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가족 관련 의문점들이다. 상속받은 처가 회사의 10억 원대 비상장주식 재산신고 누락, 해외 체류 딸에게 6800만 원을 송금하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은 점, 아들이 미국 회사에 취업했을 때 자신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한 사실 등이다. 도덕적 차원은 물론 실정법 차원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짚인다. 이 후보자가 말했던 것처럼 실제로 몰랐던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이라면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법관으로서는 더 엄격하게 관리했어야 할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해선 국민이 납득하고 양해할 정도로 더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김명수 체제 6년 동안 추락한 사법부 신뢰를 바로 세울 적임자인지의 문제다. 가족과 관련된 흠결이 있지만, 다른 역량을 덮을 정도로 보기는 힘들다.
김 대법원장 6년 동안 법원의 정치화와 편향성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문재인 대통령이, 특정 이념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내는 등 한쪽만을 대변하는 판결을 주로 해온 데 더해 대법관 경력이 없는 춘천지방법원장을 사법부 수장으로 지명했을 때부터 예견됐던 참사였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 법원장 추천제 등 사법 포퓰리즘 제도 도입에 따른 재판 지체도 심각한 지경이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법관이 진영 논리가 원하는 쪽으로 이끌리고 싶은 유혹을 느끼면 사직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의원들은 정치 상황을 배제하고 오직 ‘양심’에 따라 표결에 임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9.21 기막힌 문재인 발언, 수능 한국사에 답 있다
"진보정부에서 경제 성적도 월등히 좋았다. 경제는 보수정부가 잘한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 우리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시기는 노무현·문재인 정부뿐이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평양 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한 말이다. 기만전술로 북핵 위기를 키워온 북한에 대한 짝사랑은 차라리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재임 중 각종 무리한 경제정책을 도입해 국민 삶을 어렵게 만든 전직 대통령의 자화자찬은 참기 어렵다.
문 "진보, 경제 잘 했다" 자화자찬
보수 깎아내린 역사 시험도 한몫
일제 비중 34%, 진보만 긍정 묘사
고속도로와 반도체 등 박정희·전두환 정부 시절 다져놓은 산업 인프라로 지금 우리가 이만큼 먹고사는 건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조차 한 해도 빠짐없이 플러스 성장을 한 게 보수 이명박 정부(3.2%)다. 문재인 정부는 연평균 2.32%로 보수 박근혜 정부(2.97%)보다 못했다. 재정은 차이가 더 확연하다.
박근혜 시절 23조원이었던 연 순재정적자를 77조 8200억원으로 키웠다. 한마디로 이전 보수정부가 차곡차곡 모은 곳간을 거덜 냈다. 지난 2020년 초 터진 코로나 19사태가 좋은 핑곗거리겠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무분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13만명이나 늘린 공무원 수 등 실책 탓이 훨씬 크다. 특히 공무원 급증은 재정을 압박하는 인건비 상승이나 후세에 부담 주는 연금 적자 확대뿐만 아니라 늘어난 공무원 수만큼 규제도 늘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직접적 요인이 됐다. 한 민간연구소가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1.3%나 떨어뜨렸다고 분석했을 정도다. 그나마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를 타결시킨 공이라도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경제에 관해서라면 아무 공이 없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다 못해 통계 조작으로까지 이어진 부동산 실패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숫자 몇 개만 찾아봐도 뻔히 드러나는 불과 몇 년 전 일로도 문 정부 사람들은 이렇게 '조작된 신화'를 만들어낸다. 뻔뻔하다는 비판을 넘어 꼭 짚을 대목이 있다. 보수가 지난 수십 년간 실패해온 역사 전쟁 말이다. 진보를 참칭하는 사람들이 자기들 입맛대로 역사를 기록하고 결국 이를 토대로 좋은 평가를 받을 거라는 자신감이 이런 거짓에 가까운 주장을 거리낌 없이 하는 배경이라서 하는 얘기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지난해 공개한 중학교 국정 역사교과서. 중앙포토. 근현대사 중심인 데다 대부분의 내용이 일제 침략 비판과 보수 정부 비방 등 편파적인 데다 경제적 측면은 비중이 미미하다. 중앙포토
지나친 비약이 아니다. 지난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필수인 한국사 문제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7년 치 수능을 전부 찾아봤더니, 매년 총 20문제 중 10문제(2018학년도는 9문제, 2023학년도는 13문제)가 일제 침략 야욕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조선 고종 이후 근현대사였다. 입만 열면 5000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면서 정작 후세를 가르치는 교과서에선 절반을 근현대사로 채운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일제 탄압과 관련한 문항이 매년 5~8개(총 34%)로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한국사가 아니라 대일 적개심 유발을 위한 일제 수난사로 과목 이름을 바꿔 달아야 할 판이다. 특히 진보가 추앙하는 북한군 창설 주역 김원봉이나 함께 활동한 김익상, 사회주의 단체 정우회 등 유독 사회주의 계열 인사와 독립운동을 연결한 문항이 많다.
일제와 해방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문항은 더 기가 막히다. 긍정적 측면만 부각한 남북화해가 총 6번이나 등장한다. 일제와 남북화해를 빼면 7년을 전부 합해도 겨우 10문제가 남는데 그중 이승만 정부를 비판하는 3·15 부정선거가 4번, 첫 진보정부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3번, 전두환 정부 비판이 1번, 6·25 관련 내용이 1번 나온다. 마지막 한 문항은 유일한 경제 관련인 박정희 정부의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인데, '전태일 분신 사건으로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보여줬다'고 부정적 측면을 더 강조한다. 문 전 대통령이 자랑스럽게 얘기한 글로벌 10대 국가로 도약할 수 있었던 과거 보수정부의 전향적 경제정책이나 기업인의 과감한 도전은 어디에도 없다. 수능 문제만 보면 한국은 좌파와 남북화해 덕에 번영한 나라다.

▲삼성반도체가 글로벌 1위에 올라선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은 오히려 위기를 말하며 '신경영 선언'을 했다. 이런 결단이 지금의 반도체 강국을 만들었지만 교과서는 이를 담지 않는다. [사진 삼성전자]
반도체 관련 책들을 찾아 읽다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던졌다는 질문(『이건희 반도체 전쟁』) 하나에 꽂혔다. 조선이 개국한 1392년과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의 1인당 GDP를 묻더란다. 쌀 생산량 기준으로 개국 때 2달러, 임진왜란 때는 1달러였다. 이 보고를 듣고 이 회장이 "사회지도층이 백성들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정권 연장이나 재창출만 고민하면 지금이 (200년만에 생산이 반 토막 난) 조선과 다를 게 없지 않겠느냐"고 한탄했다고 한다. 지도층 인식과 별개로, 이렇게 좌파 편향적인 데다 이렇게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한국사 교육으로는 실패한 조선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야기한 정율성 공원이나 홍범도 흉상 같은 지엽적인 역사 논란도 퇴행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정말 제대로 역사 전쟁을 하려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오늘을 만든 기업가나 경제정책을 가르쳐야 한다.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
09.22 [단독] ‘소주성 실패’ 뜨자, 홍장표 밤새 통계 조작
文정부 ‘소득 분배 최악’ 통계에 청와대로 강신욱 불러내 왜곡
문재인 정부 ‘소득 주도 성장’(소주성) 정책 이후 저소득 계층의 소득이 오히려 줄었다는 통계가 나오자, 청와대가 통계청 공무원 등을 불러 통계를 뒤집기 위한 밤샘 회의를 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당시 회의를 주도한 인물은 소주성 설계자인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다. 홍 전 수석은 이후 불법적으로 넘겨받은 통계 원자료를 국책 연구기관 인사에게 전달해, ‘소주성으로 근로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는 왜곡된 분석 자료를 만들어냈다. 문 정부는 소주성 정책 전면 재검토까지 고려했지만, 홍 전 수석의 자료 이후 없던 일이 됐다. 조작·왜곡된 통계가 문 정부의 정책 방향까지 좌지우지했던 것이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첫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을 한 번에 16.7% 올렸다. 그러나 이듬해 5월, 급등한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적용된 2018년 1분기의 가계 소득을 통계청이 조사해 보니, 소득 최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역대 최대로 감소하고, 최상위 20% 가구의 소득은 늘어났다는 결과가 나왔다.
통계청 공무원들은 통계 조작을 통해 최상위 20% 가구 소득이 최하위 20% 가구 소득의 6.01배에 달할 정도로 소득 격차가 커졌다는 당초 조사 결과를, 5.95배 수준으로 낮췄다. 그러나 이 숫자조차도 소득 분배가 2003년 이래 가장 나빠졌다는 결론을 뒤집지는 못했다. 소주성 정책이 역효과를 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5월 24일 통계청이 이런 통계를 공표하자, 홍 전 수석은 통계를 작성한 공무원 2명을 청와대로 호출했다. 그는 “뭐라도 분석해야 한다”며 이들에게 통계 작성에 쓰인 원자료를 모두 갖고 오게 했다. 조사 대상 국민 각각의 개인 정보가 담긴 자료였다. 이미 공표된 통계라도 그 원자료를 받아보려면 통계자료제공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또 국민 개개인의 민감한 정보가 담긴 부분은 받아볼 수 없다.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은 청와대의 불법적인 원자료 제공 요구는 거부하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해 놓은 상태였다. 감사원은 그래서 홍 전 수석이 통계청 공무원들에게 원자료를 들고 오게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홍 전 수석이 ‘원자료가 통계청 공무원 노트북 안에 들어 있는 상태라면 청와대가 원자료를 직접 받은 것은 아니니 괜찮지 않으냐’고 봤다는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홍 전 수석은 대학원 후배인 강신욱 당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불렀다. 홍 전 수석은 강 위원과 통계청 공무원들에게 통계 산출 방식을 바꿔 통계를 다시 만들어보게 했다. 오후 8시쯤 시작된 작업은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밤샘 회의에서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하자, 홍 전 수석은 통계청 공무원들에게 원자료를 강 위원과 자신의 다른 대학원 후배인 홍모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에게 넘기게 했다. ‘돌파구’는 홍모 위원에게서 나왔다. 그는 5월 27일 ‘가구별 소득은 감소했지만, 저임금 근로자 개개인의 임금은 많이 올랐다’는 취지의 분석을 만들어냈다.
당시는 정부 내에서 소주성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을 때였다. 기획재정부는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면 저소득층이 오히려 일자리를 잃고 자영업자들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었다. 5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선 다음 날 열리는 ‘가계 소득 동향 점검 회의’에서 소주성 정책을 재검토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앞서 홍모 위원의 분석은 최저임금 인상에도 일자리를 잃지 않고 살아남은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이 올랐다는 것을 뜻할 뿐, 이로 인해 실직하게 된 사람들의 소득 감소는 반영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홍 전 수석은 홍모 위원의 분석에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문구를 덧붙인 회의 자료를 만들었다.
이 회의 자료는 가계 소득 점검 회의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소주성 재검토는 없는 일이 됐다. 문 전 대통령은 이틀 뒤 ‘국가 재정 전략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공개 발언했다.
이후에 문 전 대통령 발언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소주성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통계와 정반대되는 해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홍 전 수석은 통계청에 전화해 6월 2일 ‘(홍모 위원의 분석은) 통계청이 원자료를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에 정식으로 제공해, 노동연구원이 분석한 결과’라는 거짓 설명 자료를 발표하게 했다. 그다음 날엔 홍 전 수석이 청와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자기가 홍모 위원에게 시켜 만들어낸 결과를 “국책 연구 기관이 면밀히 분석한 결과”라고 소개했다.
감사원은 당시 기재부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실업자를 늘리고 소득 분배를 악화시켰다’는 취지의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다. ‘소주성 재검토’ 회의에 참석했던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가 홍 전 수석이 들고 온 통계 재해석 자료를 보고 기재부 공무원들에게 ‘다시 살펴보라’고 지시해 만들어진 보고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김경필 기자
09-22 통계 조작 밤샘 회의도 드러난 文 ‘국정 사기극’ 요지경
문재인 정부 시절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설계자인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통계청 직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통계 조작을 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졌다고 한다. 원하는 조작 결과를 얻으려 밤샘 회의도 했다고 한다. 국정 최고 컨트롤타워에서 조폭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조작·협박이 이뤄졌다니 충격이다.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최저임금을 16.7% 급격히 인상, 이듬해 1분기 가계소득이 최하위 20%에서 역대 최대로 감소하고, 최상위 20% 가구에선 늘어나는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최상위와 최하위 소득 격차가 더욱 벌어지자 통계 조작을 통해 5.95배 수준으로 낮췄다. 2018년 5월 홍 전 수석은 통계청 직원 2명을 청와대로 불렀다고 한다. 원자료가 담긴 컴퓨터를 가져오게 한 뒤 강신욱 당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불러 밤을 새우며 유리한 결과를 만들게 했다. ‘취업자 있는 가구’에 가중치를 두는 꼼수로 ‘가구별 소득은 감소했지만, 저임금 근로자 개개인 임금은 올랐다’는 엉터리 논리를 만들어냈다.
원자료 유출은 불법인데도 홍 전 수석은 “노트북 안에 있는 상태라 원자료를 받은 건 아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불법을 알고도 자행한 것으로 더욱 죄질이 나쁘다. 이 때문에 소주성 정책 수정은 물 건너가고,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 대통령의 황당한 발언도 나왔다. 그나마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국정 사기극 요지경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수사 당국 책임이 더 막중해졌다.
문화일보 사설
09-22 文 정권과 민주당은 국가의 소중한 유업을 버렸다

文 정권, 인륜 질서와 인권 육성 책임 외면해
북한 동포에겐 김정은 밑에서 순종하라 암시도
대표와 ‘더불어’ 퇴락 민주당, 애국적인 반성 필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였다. 한 미국인이 전해 준 이야기다. 이제는 아메리카의 이상과 꿈은 사라지고 세계를 영도해 갈 희망도 약화될 것이라는 하소연이다. 그 하나의 실례다. 빌리 그레이엄 2세 목사가 부친의 뒤를 이어 신앙부흥회를 이끌어 왔다. 캐나다에서 부흥 집회를 계획했을 때 캐나다 기독교 지도자들이 반대했다. 그레이엄 목사가 선거 때 트럼프를 지원했는데, 기독교 정신을 훼손시키는 정치가를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어떻게 캐나다 국민에게 기독교 신앙을 인도할 수 있느냐였다. 같은 집회를 노르웨이에서도 계획했으나 거절당했다. 기독교 정신이 무엇인가. 진실과 자유, 인간애의 정신이다. 그 정신을 거부하는 정치는 세계 어디에서도 수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에서다.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에 정신적 무질서와 건국 이래 정치 역사에 불미스러운 발자취를 남겼다. 한 사회와 국가가 병드는 기간은 짧지만 치유하고 재출발하기에는 긴 세월이 필요하다.우리는 어떤가. 지난 5, 6년 동안에 소중한 정신적 유산을 상실했다. 그 책임이 민주당 정권에 있다. 문재인 정권 기간에 우리는 인류의 유업이면서 역사의 최고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 인륜의 질서, 인권 육성의 시대적 사명을 책임지지 못했다. 인권의 존엄성을 추락시킨 것이다. 세월호 참극을 정치 목적의 제물로 삼으면서 고귀한 청소년의 희생 대가를 교훈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천안함 사건의 본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자세는 국민의 애국심을 혼란스럽게 했다. 서해에서 대한민국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 소각되었을 때도 더 이상 사태가 확대되지 않아 다행이라는 게 청와대의 태도였다. 북한에서 귀순해 온 두 동포 어부를 포승줄로 묶고 눈을 가린 채 북으로 넘겨주는 상상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 유엔과 휴머니즘을 신봉하는 세계인의 기대와 희망을 거부했다.
문 정권의 가장 큰 실책은 북한 동포가 70여 년 동안 가져온 대한민국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배신한 사실이다. 북한 동포들에게 김정은 정권 밑에서 자족 순종하라고 암시해 주었다. 전 세계가 북한 동포를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구출해야 한다는 염원을 지녀 왔다. 반인권적인 정치와 행위는 그 역사적 사명에 역행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뒷받침했고 결국은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지연시키면서 오늘의 난국으로 이끌었다. 민주당 측 인사들이 “북에서 온 쓰레기 인간…” 운운하는 망언을 대할 때 문 정권과 민주당은 스스로 종말을 재촉한다는 서글픈 탄식을 금치 못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운동권 출신의 정치 세력과 함께 출범한 문 정부의 무지는 정치, 경제의 과거 업적까지 파괴하는 100년 전 공산정권 수립의 이념을 도입했다. 소득주도성장은 제한된 국가 내에서도 허용되지 않는 반시대적 정책이다. 정치를 국민의 자유와 희망을 배제하고 정권 유지와 권력 만능의 수단으로 삼았다. 그 결과는 진보의 생명인 미래와 열린사회를 퇴락과 폐쇄적인 과거로 후퇴시켰다. 미래와 희망을 포기한 것이다.
정의는 법치국가의 기본 가치다. 법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사회악을 배제하고 선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질서 파괴의 큰 사회악을 저지르면서도 정치인들의 특권으로 자부하는 범악은 책임지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국민 앞에서 “나는 1원 한 푼도 받은 바 없다”고 말한다. 법 담당자들인 정부와 검찰의 정치 탄압에 항거하자는 지도자가 대부분이다. 그들의 질서 파괴가 국민을 얼마나 큰 도탄과 불행으로 이끌고 있는지는 관심조차 없다. 그 법을 갖고 정권 유지와 지도자의 명예와 업적으로 둔갑시키는 것이 이중적 범죄임을 생각지 못한다. 법을 악용해 선한 질서를 퇴락시키는 잘못이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국가 존재의 기본가치인 진실과 정의는 버림받은 지 오래다. 국가 통계까지 허위 조작했는가 하면 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용납할 수 없는 허위 음모의 악습을 이어왔다. 대법원의 위신도 버림받고, 선관위의 처신도 국민의 분노를 가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과 ‘더불어’는 버리고, 정권과 ‘더불어’까지 떠나 당 대표와 ‘더불어’ 퇴락했다.
우리도 같은 기간에 살았다. 잘못이 없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민주당 정치인의 애국적인 반성과 국민의 대한민국을 위한 선택과 새로 태어남이 없으면 우리 모두의 앞날이 어떻게 되겠는가.
동아일보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09.23 밤샘 회의로 원하는 통계 수치 나올 때까지 압박한 ‘소주성’ 설계자

▲2018년 6월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소득분배 악화 원인 및 소득주도성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개인기준 근로소득 증가율 표를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소주성) 정책으로 하위층 소득이 감소했다는 부정적 통계가 나오자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밤샘 회의를 열어 통계청 공무원들에게 통계 산출을 바꾸도록 압박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그러고도 수치가 개선되지 않자 홍 수석은 국책 연구소 관계자에게 맡겨 엉터리 분석 보고서를 만들게 했다. 원하는 숫자가 나올 때까지 압박했다는 것이다.
문 정부는 출범 직후 ‘소주성’의 일환으로 2018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16.7%나 올렸다. 그런데 2018년 1분기의 가계 소득 조사에서 최하위 20%의 소득이 역대 최대로 감소한 반면 최상위 20%의 소득은 늘어 소득 불평등이 15년 만에 최악으로 악화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주성의 역효과가 통계로 입증되자 문 정권은 정책을 고치는 대신 통계를 고치려고 했다. 홍 수석은 통계 작성 공무원 2명을 청와대로 부르면서 통계 작성에 쓰인 원자료도 갖고 오게 했다. 이는 원자료 열람 때 관계자·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관련 규정을 어긴 것이다.
그러고도 통계 수치가 좋아지지 않자 자신의 후배인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에게 자료를 넘겨 ‘저임금 근로자 개인별 임금은 올랐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만들어냈다. 이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직한 사람들의 소득 감소는 반영하지 않은 엉터리 분석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황당 발언을 했다. 홍 수석은 ‘통계청이 원자료를 노동연구원에 정식 제공해 노동연구원이 분석한 결과’라는 거짓 설명 자료까지 통계청이 발표하도록 시켰다.
소득 주도 성장은 말이 마차를 끄는 것이 아니라 마차가 말을 끈다는 정책이다.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이 정책을 설계한 사람이 바로 홍 수석이다. 문 정권은 이를 밀어붙이면서 다른 견해는 무시했는데 이 과정에 통계 조작이 있었다. 기획재정부 등 일각에선 정책 부작용이 심각한 소주성의 전면 재검토까지 고려했지만 홍 수석이 보고한 엉터리 자료 때문에 재검토를 없던 일로 했다고 한다. 앞뒤가 뒤바뀐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한 장본인이 그 부작용을 통계 조작으로 덮은 것이다. 이 사람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과조차 한 적이 없다.
조선일보 사설
09.23 김명수 “불민함과 한계로 국민 기대 못 미쳤다”... 6년 임기 마치고 퇴임
법조계 “사법부 흑역사”
김명수 대법원장의 퇴임식이 2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2층 중앙홀에서 열렸다. 그는 퇴임사에서 “제 불민함과 한계로 인해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모든 허물은 저의 탓으로 돌려 꾸짖어 달라”고 했다.
퇴임식에는 대법관 13명과 각급 법원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양승태·이용훈 전 대법원장 퇴임식 때는 600여 명이 함께했다. 김 대법원장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 퇴임식을 못 치른 대법관들이 있다며 간소하게 하자고 했다고 한다.
김 대법원장은 기념 촬영을 마친 후 청사 현관 양쪽으로 나눠 선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나서 “여러분을 믿고 떠난다. 그간 감사했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전임 대법원장들이 청사 밖에 늘어선 직원들과 인사하고 떠난 것과는 달랐다.
박수를 받은 김 대법원장은 손을 한 번 흔들고는 검은색 제네시스 관용차에 탑승했다. 그 앞에는 수행·경호 인력이 탄 차가 있었다. 김 대법원장 일행 차들이 대법원 정문을 빠져나갈 땐 경찰들이 ‘김명수 규탄’ 시위대 30여 명이 투척물을 던질 것에 대비해 대형 그물망을 펼치기도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마친 후 박수를 받으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김 대법원장은 춘천지법원장이었던 6년 전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49년 만에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사법부 수장이었다. 그는 2017년 8월 지명 다음 날 춘천에서 관용차 대신 시외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걸어서 대법원 청사에 왔다. 그러고는 “31년 5개월 동안 재판만 해 온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김 대법원장 6년은 ‘사법부 흑역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 대법원장은 전임 ‘양승태 사법부’를 적폐로 몰면서 검찰을 끌어들였다. 대법관 13명 중 우리법·인권법·민변 출신 등 진보 성향 대법관이 7명에 달했고, 법원행정처와 대법원 요직에 우리법·인권법 출신들을 배치해 ‘편향 인사’ 비판이 일었다. 또 고법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없애고 법원장 후보를 판사 투표로 뽑는 제도를 도입했다. 열심히 일할 동기는 사라지고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판사들은 나태해졌다. ‘재판 지연’이 심각해졌고 판결 질도 떨어졌다. 김 대법원장 자신은 국회에 한 거짓말이 들통나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한 법조인은 “처음에 ‘쇼’를 했던 김 대법원장이 초라하게 퇴장했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퇴임사에서 취임할 때 강조했던 ‘좋은 재판’을 11차례나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 등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영상 재판 확대 등을 통해 ‘좋은 재판’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로 만들었다고 했다.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해선 “좋은 재판은 국민이 체감하고 인정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며 “국민이 재판에서 지연된 정의로 고통을 받는다면 우리가 추구한 가치들도 빛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 행정의 재판에 대한 우위 현상은 사법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됐고 법관의 내부적 독립도 한층 공고해졌다”고 자평했다. 한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사법 행정 기능을 방치해 ‘재판 지연’을 초래해 놓고 ‘지연된 정의’를 언급한 게 앞뒤가 안 맞는다”며 “‘좋은 재판’이 뭔지 모르겠다. 자신의 임기 내 일어난 사법부 문제를 외면하는 것 같다”고 했다.
2017~2018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제기하며 ‘김명수 코트’의 주축이 됐던 우리법·인권법 출신 판사들은 법원을 떠났다. 인권법 출신 이탄희·이수진 전 판사, 우리법 출신 최기상 전 판사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법원을 나와 민주당 의원이 됐다. 인권법이 주목을 받자 부담감을 느껴 탈퇴하는 판사들도 있다고 한다. 2021년 회원 수가 460여 명에 달했던 인권법은 최근 400명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오는 24일 공식적으로 끝난다.
조선일보 송원형 기자
09.25 문재인의 ‘진보 신화’ 조작
통계 조작 드러난 가운데
퇴임 후 첫 공식 행사서
“보수 유능은 조작된 신화”라며
조작 프레임은
보수에 떠넘기고
또 왜곡된 자화자찬
퇴임 후 서울 온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첫 행사가 9·19 기념행사인 것이 뜻깊다고 했다. 잊히고 싶다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주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 연설로 잊으려는 시절을 또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진 진보 정부에서 안보 성적도, 경제 성적도 월등 좋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안보는 보수 정부가 잘한다, 경제는 보수 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강한 어조로 연설했다. 보수 정부를 향해 ‘조작된 신화’ 운운한 데서 문 전 대통령의 불안과 초조가 드러난다. ‘조작’은 문 전 대통령이 속한 정치 세력이 사용해온 단골 메뉴 아니던가.
상경(上京) 연설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은 안보 분야에서 2018년 9·19 선언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남북 군사 합의를 꼽았다. 5년 전 발표 당시부터 조작 비슷한 것이 드러난 기억이 떠올랐다. 조선닷컴에 24시간 온라인 기사를 내보내는 디지털편집국을 총괄하던 때였다. 군사 합의 가운데 우리 덕적도와 북한 초도를 잇는 구역에서 해상 기동훈련, 사격 훈련 등이 중지되는 서해 완충 수역을 설정했는데 길이가 남북 각각 40㎞, 총 80㎞라고 발표했다. 디지털편집국 소속의 두 젊은 기자(양승식, 변지희)가 구글맵을 분석해 정부 발표가 엉터리임을 밝혀냈고 곧바로 온라인 기사로 특종 보도했었다. 수역 길이는 남측 85㎞, 북측 50㎞의 총 135㎞로, 우리 측이 35㎞나 더 양보했다. 그날 밤 국방부 대변인실은 “완충 수역 내 북측 해안포 108여 문, 우리 측 해안포 30여 문, 해상에서도 황해도 인근 북측 경비함정이 우리 측보다 수배 이상 운용하고 있음을 고려 시 특정 선을 기준으로 상호 등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음”이라는 얼토당토않은 해명 문자를 국방부 출입 기자들에게 보냈다. 다음 날 아침에 잘못된 발표임을 공식 인정했다. 협상 내용을 놓고 논란이 일자 또 희한한 추가 설명을 냈다. 정권 바뀌고 최근에야 9·19 군사 합의 협상 당시 북한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무방비 상태로 몰아넣으려고 얼마나 부당한 요구를 했었는지가 드러났다. 그 황당했던 서해 완충 수역도 문 대통령의 방북 및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고 졸속 합의한 것이었다. 조작된 평화였다.
경제 분야 통계 조작은 5년 내내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감사원이 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4명과 경제수석, 국토부 장관, 통계청장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집값 통계는 5년간 최소 94차례 조작됐다고 한다. 조작 압력이 얼마나 심했으면 한국부동산원 노조가 경찰에 제보했겠나. 소득 주도 성장의 일환으로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했더니 최하위층 소득이 급감하고 소득 분배가 최악이 됐다. 소주성 설계자라는 청와대 경제 수석은 엉터리 분석 자료로 실패를 덮었다. 말 안 듣는 통계청장은 교체하고 악화된 지표는 산정 방식을 바꿨다. 탈원전은 경제성을 조작해서 강행했다.
‘조작’은 ‘내로남불’과 더불어 문 정부 국정을 압축하는 단어다. 문 전 대통령이 보수 정부를 향해 ‘조작된 신화’ 운운하는 건 영 어색한 공격이다. 보수 정부가 늘 국민 기대에 부응하게 유능한 건 아니었고 실망도 시켰지만 문 정부처럼 심각하게 통계를 조작하고 대놓고 국민을 속이지는 않았다. ‘조작된 신화’ 구축의 장본인은 문 전 대통령이다. 퇴보 정권이면서 진보를 자처한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문재인 정부는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열었다”고 경제 치적인 양 자랑하는데 문 정부 성과도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3만달러 시대가 열리는 2017년에 문 정부가 출범했다.
1963년에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를 겨우 넘은 최빈국 대한민국은 31년 만에 1만달러 시대에 고속 진입했다. 그 2배인 2만달러로 가는 데는 12년이나 걸려 2006년에 도달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성장이 둔화하면서 3만달러에 진입하는 데도 11년 걸렸다. 한국 경제를 직시하고 책임 있는 정부라면 규제 혁파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데 국정 역량을 집중했을 것이다. 이전 박근혜 정부로부터 흑자 재정, 초과 세수를 물려받고 세계 경제 여건도 좋을 때 출발했건만 문 정부는 노조 편향, 반(反)시장 반기업의 이념 정책을 고집하면서 고용 참사에, 집값 전셋값을 들쑤셔놨다. 5년 새 국가 부채 400조원, 가계 부채 400조원을 늘렸다. 합계 출산율 1명대 초반을 간당간당 유지하던 초저출산율이 문 정부 때 1명 이하로 뚝 떨어져 초초저출산율이 됐다. 집값 뛰면 출산율이 하락한다는 분석도 있다. 무능이 드러날 즈음에 코로나 팬데믹이 그걸 덮었다. 온갖 포퓰리즘 정책 덕에 운칠기삼(運七技三) 아닌 운구기일(運九技一)의 실력만 있었어도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실력조차 없어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든 무능의 좌파 정권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국민 상당수가 뻔히 아는 사실을 외면한 채 문 전 대통령은 지지자에게 둘러싸여 자화자찬 연설로 첫 상경 행사를 치렀다. ‘벌거벗은 임금님’ 행차를 보는 듯했다.
조선일보 강경희 논설위원
09.25 디케의 칼

대법정 입구 동상에 관심이 간 건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 때문이다. 금태섭 전 의원이 2008년 펴낸 『디케의 눈』을 제목 표절했다는 시비가 붙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디케의 눈물』. 제자(금태섭)는 검사 시절 느꼈던 사법정의 소신을 피력한 반면 추천사까지 써 줬던 스승(조국)은 자신 및 주변인의 억울함, 윤석열 대통령과 검사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각오를 담은 정의를 외친다.
그와 관련된 중요한 판결이 최근 하나 나왔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대법원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선고했다. 의원직 상실형이다. 조 전 장관의 아들 조원씨에게 대학원 입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자신이 변호사로 일하던 지난 2017년 10월 거짓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 준 혐의다. 이 사건에는 조 전 장관 부부와 아들까지 연루되고 공모 혐의도 인정돼 최종적으로 유죄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시간이다. 검찰은 최 전 의원을 2020년 1월에 재판에 넘겼다. 1, 2심을 거쳐 대법원 판결까지 무려 3년 8개월이 걸렸다. 최 전 의원은 기소된 상태에서 2020년 4월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총선에 출마해 21대 국회의원이 됐다. 대법원에서만 1년 4개월이 걸리는 등 재판이 늦어지면서 4년 임기 중 7개월만을 남긴 3년 5개월간 의정 활동을 했다. 그는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깐죽거리지 말라”고 하는 등 현 정부에 대한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
최강욱 재판에 3년 8개월 걸려
윤미향·황운하는 임기 채울 듯
정치인에 ‘신속재판’ 강제해야
기다리던 또 다른 판결도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후원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한 윤미향 의원(무소속)에게 2심 재판부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윤 의원이 법인 계좌에 보관하던 1700만원을 유용한 혐의만을 인정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었다. 의원직 상실형을 면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횡령 액수를 8000만원으로 봤다. 1심에서 무죄라고 했던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을 관련 없는 용도로 사용한 혐의’ 등도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 1심 선고 직후 “…얼마나 억울했을까…”“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윤 의원을 지지했던 의원들은 말이 없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2일 일본어판에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조총련 주최 간토대지진 100주년 행사 기사와 사진을 게재했다. 무소속 윤미향(붉은원) 의원의 모습도 보인다. 연합뉴스
윤 의원 역시 ‘지연된 정의’ 덕을 보고 있다. 2020년 9월 기소돼 올해 2월 1심 판결을 받기까지 2년 5개월이 걸렸다. 기소 후에도 무죄를 주장하며 민주당에 남아있던 그는 2021년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고 나서야 당적을 내놓고 무소속이 됐다. 최근 2심까지 3년이 소요됐는데 대법원에서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의원 임기를 다 채우게 된다. 재판이 늦어지는 동안 윤 의원은 지난달 친북 단체 조총련 등이 주최한 간토대지진 100주년 행사에까지 참여하는 등 논란이 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개인 자격이라고 했지만 주일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대사관 차량을 제공받았다.
이뿐인가. 수많은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한 재판이 시간만 끌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송철호 전 울산시장의 경우 2020년 1월 기소된 후 3년 8개월 만인 지난 11일 결심공판이 있었다. 그 사이 임기를 다 마쳤다. 함께 기소된 황운하 민주당 의원 역시 임기를 다 채울 것 같다. 국회의원의 경우 연간 약 1억5400만원의 세비를 받는다. 의원실에서 별도로 약 9400만원의 경비를 받는다. 후원금도 있다.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임기 중 꼬박꼬박 받을 것이다.
몇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선출된 정치인들의 형사사건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래도 선거사범에 대한 원칙은 있다. 공직선거법 제270조는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럼에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처럼 길어지는 재판이 부지기수여서 강제성 있는 보완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다른 형사사건에 대해서도 원칙을 정할 수 있다. 기소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서 받은 세비와 경비, 후원금을 나중에 유죄가 확정될 경우 환수라도 해야 한다.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김성룡 기자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 대법정에 설치된 디케상은 눈을 가리고 있지 않다. 한 손에 칼 대신 법전을 들고, 표정도 온화하다. 인간적인 재판을 하면 좋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담긴 듯하다. 하지만 사법 사각지대에서 자신들만의 정의를 외치며 많은 걸 누리는 이들에 대한 신속하고 냉철한 심판이 필요하다. 한국의 디케도 눈을 가리고 칼을 들어야 한다.
중앙일보 문병주 논설위원
09-25 유럽 모범국 독일의 추락이 주는 교훈

문희수 논설위원
경제난에 ‘유럽의 병자’로 전락
중·러에 너무 의존하다 역성장
제조 강국 안주해 AI 시대 뒤져
기업 경쟁력이 국가경쟁력 좌우
총선 겨냥 포퓰리즘 확산 불안
한국판 ‘잃어버린 30년’ 경고
세계 4위 경제 대국인 독일의 몰락은 충격적이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올 2분기도 제로(0)성장이다. 연간 성장률이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로 추락할 것이란 게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가난해졌다는 소리를 듣는 유로존 20개국의 평균치에도 못 미친다. 내년엔 회복될 전망이지만 예상치는 점점 낮아진다. 2000년대 초반 때처럼 ‘유럽의 병자’가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독일 위기의 원인으로는 우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꼽힌다. 중국은 7년 연속 독일의 최대 교역국이었다. 중국의 경제 위기가 미치는 여파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러시아의 가스 파이프라인을 믿고 10년 넘게 추진하던 탈원전이 위기를 키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값이 치솟아, 물가 급등·내수 부진을 불러 경제난을 가중시켰다.
그보다 더 치명적인 요인은 내부에 있다. 독일이 인공지능(AI) 시대인데도 자신의 강점인 전통 제조업에 안주하다, 시대 변화를 못 따라간 것이다. 독일이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했던 것은 임금이 싼 동유럽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고용 유연성을 강화한 하르츠 노동개혁 등의 효과다. 그러나 이젠 이런 전통적 경쟁력만으로는 안 통한다. 더구나 옛 동독 등 동유럽의 임금 급등, 독일 내 최저임금의 급속한 상승 등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유엔산업개발기구의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평가에서 독일은 1위지만, 디지털 산업은 19위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도 최근 독일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64개국 중 22위로 낮췄다.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산업만 봐도 경쟁력 저하가 뚜렷하다. 내연 자동차 세계 1위인 폴크스바겐은 전기차 시장에선 미국 테슬라, 중국 BYD·상하이차에 밀려 4위로 처져 있다. 전기차 전환이 늦었던 탓이다. 다른 산업들도 변화에 뒤진다. 독일의 글로벌 기업 CEO들이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고 살았다”고 한탄하는 실정이다.
한국 경제는 제조업이 중심인 점에서 독일과 유사하다. 그렇지만 한국의 대기업들은 독일과 다르다. 새 시대에 맞게 변화와 혁신을 선도해 경쟁력을 인정받는다. 반도체·전기차·배터리·소형모듈원전(SMR) 등에서 미국·유럽·중동 등 세계 각국이 같이 일하자며 손을 내민다.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그래도 경제가 이나마 선방하는 것은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 덕분이다. 기업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사회주의 색채가 더 강해진 사회민주당 주도의 독일 연합정부가 지난 8월 파트너인 녹색당의 ‘부자 감세’ 반대와 재정 적자를 무릅쓰고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해 46조 원 규모의 법인세 감면, 21조 원의 보조금 대책을 꺼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이 더 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보인다.
그런데도 국내에선 대기업을 폄훼하는 인식이 유난하다. ‘부자 감세’ 타령이 끊임없다. 그렇기에 최근 한국경제인협회(전경련)의 설문조사 결과는 주목된다. 10년 전과 비교해 대기업 호감도가 높아졌다는 응답은 41%인 반면, ‘낮아졌다’는 9.6%다. 호감이 있다는 응답(58.3%)도 비호감(8.6%)을 크게 웃돈다. 의미 있는 변화다. 수출·투자·일자리 등 대기업의 역할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불안 요인은 즐비하다. 무엇보다 포퓰리즘이 문제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도 그렇다. 2년 연속 긴축했다면서도 ‘약자 복지’ 강화를 이유로 보건·복지·노동 등 복지예산은 17조 원 더 늘렸다. 내년 4월 국회의원선거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복지는 일단 시작하면 중단하기 어렵고, 지속하기는 더 어렵다. 성남시가 이재명 전 시장이 도입했던 청년 복지수당을 7년 만에 중단한 것이 단적인 예다. 야당은 35조 원 추경안에다, 청년 수당·학자금 무이자 대출 등을 주장한다. 기초연금 인상은 여야 구분도 없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포퓰리즘이 확산하고, 위기감은 더 커질 것이다. 경제계에선 한국판 ‘잃어버린 30년’을 우려한다. 독일 여당은 경제난에 지지도가 2년 만에 3위로 떨어졌다. ‘졸면 죽는다’는 말은 누구도 예외 없다. 정부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문화일보
09.26 민주당 내부 문제로 해소 기약 없는 대법원장 공석 사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는 25일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이 원내대표 부재 등의 이유로 본회의를 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가 24일 만료된 후 선임인 안철상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아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대법원장 권한대행 체제는 1993년 김덕주 대법원장이 재산 문제로 사퇴한 후 30년 만이다. 당시는 국회 인사 청문회가 도입되기 전이어서 대법원장 권한대행 체제는 2주 만에 해소됐지만 이번엔 다르다.
국회는 다음 달 10일부터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다음 본회의는 11월 9일 열기로 해 여야가 별도로 논의하지 않으면 이 후보자 동의안 처리가 한 달 반가량 늦어질 수 있다. 더구나 민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재명 대표 체포안 가결에 대한 보복성 투표를 이 후보자에게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이 후보자를 낙마시키면,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대법원장을 지명하고 인사 청문회를 또 해야 해 자칫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연말까지 갈 수도 있다.
대법원장의 부재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아 우리 사회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전원합의체 운영에 지장을 준다. 김명수 대법원에서 지연됐던 중요한 재판 판결이 더 늦어질 수 있다. 후임 대법관 인사도 문제다. 안철상 대법관과 민유숙 대법관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 종료된다. 추석 연휴 직후에는 두 대법관 후임자에 대한 인선에 착수해야 하나 대법원장이 없는 상태에서는 진행되기 어렵다. 이렇게 사법부 비정상 상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국회 본회의가 언제 열릴지 모르게 되면서 여야가 시급히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98개의 민생 법안도 표류하고 있다. 흉악한 범죄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는 ‘머그샷 공개법’ 외에도 실손 보험 혜택을 손쉽게 받을 수 있는 법안, 음주운전 차량 시동잠금장치 의무화 법안, 미등록 영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 등이 모두 처리되지 못했다.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던 우주항공청 설치 법안도 무기 연기됐다.
이재명 대표 체포안 가결 이후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결국 민주당 내부 문제다. 당내 문제가 대법원장 공석 사태로 이어져야 할 이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민주당은 당내 문제와는 별개로 대법원장 인준 표결만은 속히 실시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9-26 ‘원조’ 영국도 없앤다는 상속세, 한국도 폐지 검토할 때
영국 보수당 정부가 다음 달 200년 넘게 유지해온 상속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은 프랑스혁명 이후 부의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1796년 상속세를 처음 도입한 원조(元祖) 국가다. 내년 말 총선을 앞두고 영국에서 상속세 폐지 여론이 높아지자(찬성 48%, 반대 37%), 리시 수낵 총리는 세율 40% 상속세에 대해 “가장 혐오스러운 세금”이라며 단계적 폐지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미 선진국에서 상속세 폐지는 대세가 됐다. 소득세를 낸 재산에 부과하는 이중과세라는 논란과 투자·고용을 줄이는 부작용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5개국에서 상속세가 사라졌다. 캐나다·뉴질랜드·오스트리아는 물론 평등을 중시하는 북유럽의 스웨덴·노르웨이도 상속세를 폐지한 바 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50%)은 최대 주주 할증(20%)까지 고려하면 세계 최고다. 부의 대물림 차단이란 국민 정서에 기대어 2000년 이후 물가와 경제성장을 고려하지 않고 똑같은 틀을 유지하고 있다. 급기야 창업자 별세에 따른 상속세 물납으로 정부가 올해 초 넥슨 지주회사인 NXC 지분 29.3%를 보유하는 2대 주주에 오르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상속세 부담으로 알짜 기업이던 락앤락과 쓰리쎄븐, 유니더스 등은 아예 회사를 외국 사모펀드 등에 넘겼다. 기업들 사이에 “한두 번 더 상속세를 내면 모든 기업이 국영기업이 될 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과거에는 탈세가 워낙 흔해 소득세를 사망 시점에 한꺼번에 걷는다는 명목으로 상속세를 도입했다. 하지만 지금은 투명하고 정밀한 과세가 보편화한 만큼 가혹한 상속세는 명분을 잃은 지 오래다. 상속 재산 전체에 과세하는 유산세에서 각자 받은 만큼 과세하는 유산 취득세로 찔끔 바꾸는 데 머물러선 안 된다. 원조인 영국마저 없애려는 상속세에 대해 우리도 근본적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다.
문화알보 사설
09.26 통계 조작은 ‘㈜대한민국’ 상장 폐지 사유

1962년 제정된 통계법은 지금까지 17회나 개정됐다. 그중 최근 가장 많이 알려진 개정은 2016년 1월에 있었다. 여러 민주당 의원들이 2013년 여름 통계법 개정안을 앞다퉈 발의한 결과다. 그해 6월 통계청이 전년 11월 고소득층 가구 소득을 보정한 ‘새 지니계수’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공표하지 못했다는 ‘지니계수 논란’이 있었다. 지니계수는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옛 민주당, 통계 중립 입법 남발
감사원 “문 정부 통계조작” 적발
‘통계 주도성장’ 행위 엄벌해야

▲시론 일러스트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너도나도 통계의 중립성 확보를 위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현미 의원은 “작성된 통계를 공표하지 않는 행위 역시 통계의 중립성을 해칠 수 있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고, “통계청에서 작성한 통계가 공표되기 전에 다른 행정기관 등에 유출되는 것은 통계 결과 및 공표 시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공표 전에 통계를 유출하는 행위에 대하여 제재를 가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통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안민석 의원도 “공표 전에 통계를 열람하거나 제공받은 자를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통계에 대한 비밀 유지 의무를 강화하여 통계의 중립성을 확립”하자며 법안을 발의했다. 정청래 의원은 “통계 조작에 대한 처벌도 너무 가벼워 통계 조작을 방지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처벌 강화를 꺼냈다. 박남춘 의원은 통계청장 임기를 4년으로 법제화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박근혜 정부도 통계 작성·공표 과정에서 영향력 행사 금지를 골자로 하는 통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들을 심의·통합해 2016년 1월 통계법이 개정됐다. 그 과정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자못 비장했음이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 회의록에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훗날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되는 윤호중 의원은 “통계청장에 대해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대통령 임기보다도 훨씬 더 길게 임기를 보장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고 일갈한다.(2014년 11월 17일) 김현미 의원은 “통계 자료를 미리 줘서 마사지한다고 그러지요. (중략) 그런데 이게 청와대나 기재부가 통계청에 업무 수행에 필요하니까 요청을 하면 24시간 이내에 줄 수 있는 거잖아요. 24시간이면 충분히 자료를 마사지해서 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거지요. 그러니까 이것으로 과연 통계의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지적한다.(2015년 11월 20일) 그는 통계가 어떻게 마사지될 수 있는지 너무나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토록 통계의 중립성과 통계청장 임기 보장을 주장하던 민주당이 탄핵으로 집권하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일들은 정말 가관이다. 최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에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을 조작하도록 지시했다. 국토부는 한국부동산원 직원을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당시 장관은 김현미 민주당 의원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후 소득분배가 오히려 악화했다는 통계가 발표되자 청와대 경제수석은 통계청 직원들에게 아예 원자료를 들고 들어오라고 해서 통계를 다시 만들도록 했다.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라 ‘통계주도성장’이었다. 그 무렵 황수경 통계청장은 청와대의 불법적인 자료 제공 요구를 거부하다 경질됐다.
정권이 조직적으로 자행한 ‘통계 농단’을 어떻게 해야 할까. 상장회사가 조직적인 분식회계로 주주와 시장을 속이면 상장폐지(상폐) 사유다. 국민과 세계를 속인 문재인 정권의 통계 농단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으로 치면 상폐 사유가 된다. 실제로 2000년 재정 적자 규모를 속인 그리스는 2010년 구제금융을 받고 유럽연합(EU)의 ‘법정관리’를 받는 신세가 된 일이 있다. 통계 조작이 반복되면 대한민국도 그리스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을 조작하려고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압박한 2019년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약 1234조원이었다. 0.01%만 속여도 1234억 원이다. 버스 기사가 버스요금 800원만 횡령해도 해고 사유가 되는 세상이다. 말도 안 되는 통계주도성장이 다시는 자행되지 못하도록 통계 농단을 법이 정한 최고 수준으로 엄벌해야 한다.
중앙일보 송영훈 법무법인 시우 변호사
09-27 김명수 6년 흑역사, 문재인 책임이다

김세동 논설위원
최악 법원 만들고 좋은 재판 자찬
‘인권법’등 진보성향 판사 중용
사법 포퓰리즘에 재판 적체 심각
사법 정치화 속 異常 판결 속출
조국·윤미향 재판 한없이 지연
말석 지법원장을 발탁한 文 죄책
김명수 대법원장이 마침내 6년 임기를 끝내고 지난 24일 퇴임했다. 임기 내내 자신이 회장을 지낸 특정 서클 출신 판사 중용을 통한 법원의 정치화, 민주당에 불리한 재판의 무한정 지연, 역대급 재판 지체 현상 등을 지적받아 최악의 사법부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김 대법원장은 22일 열린 퇴임식에서 별다른 반성 없이 자랑을 늘어놓고 경찰이 달걀 등 오물 투척에 대비해 설치한 ‘그물망 호위’를 받으며 대법원을 떠났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사 때 했던 것처럼 퇴임 때도 ‘좋은 재판’을 11번이나 입에 올렸다. 좋은 재판을 “독립된 법관이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를 통하여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는 것”이라고 정의한 뒤 “좋은 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여건 마련을 위해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본인도 민망했는지 “국민이 재판에서 지연된 정의로 고통을 받는다면 우리가 추구해온 가치들도 빛을 잃게 될 것”이라고 재판 지연을 언급했지만, “정의의 신속한 실현도 우리가 놓쳐선 안 될 중요한 가치지만 충실한 심리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는 방향도 결코 되돌릴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다. 신속한 재판도, 법리에 충실한 재판도 아닌 추상적이고 모호한 ‘좋은 재판’이라는 말을 김 대법원장이 마지막까지 집착한 건 정치 편향적인 판사의 주관적인 정의가 실현된 재판, 우리 편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재판 선호가 여전함을 드러낸 것 아닌가.
실제 김명수 법원에서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들이 법원행정처·서울중앙지법 등의 주요 보직은 물론, 대법관과 헌법재판관도 휩쓸었다. 김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4명 중 7명이 우리법·인권법·민변 출신이었다. 헌법재판관도 9명 중 5명을 이들이 차지했다. 사법의 정치화가 노골화하면서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들이 이어지는 한편,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불리한 재판은 한없이 지연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 허위 인턴확인서를 만들어준 최강욱 의원 재판은 복잡한 법리적 쟁점이 없는 사건임에도 3년 8개월을 끌어 국회의원 임기를 8개월 남겨놓고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됐다.
조국 자녀 입시비리 사건도 3년 2개월 만에 1심 판결이 났고, 위안부 할머니들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윤미향 의원 재판도 3년을 끌어 지난 20일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상고심까지 감안하면 윤 의원이 임기를 다 채울 때까지도 확정판결이 안 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친구 송철호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8개 부서가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4년 가까이 1심을 하고 있다. 법원이 아무런 부끄럼 없이 노골적으로 민주당 편향을 드러낸 것으로, 전무후무한 사법부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실력 있는 정통 법관들의 사표가 줄을 잇고 법원 내 민중주의·편의주의가 판을 치면서 재판 지연은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해졌다. 1심 판결이 2년 안에 나오지 않는 ‘장기 미제’ 사건은 지난 5년간 민사소송이 약 3배(형사소송은 약 2배)로 늘었다. 재판을 기다리던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원고 회사가 망하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이런 김명수 사법부에 문재인 원죄가 어른거린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8월 양승태 대법원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13년이나 낮은 춘천지법원장을 신임 대법원장에 지명했다.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한쪽 편을 드는 판결을 해왔다고 지적받는, 대법관 경험이 없는 말석 지방법원장을 임명하면 청와대 의중대로 사법부를 끌고 갈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이해됐다. 김 대법원장이 회장으로 있을 때 인권법연구회 간사를 지낸 김형연 판사가 법복을 벗은 지 이틀 만에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옮긴 것도 이전 정부에서 보지 못하던 일이었다.
이런 사법부 모습은 운동권 출신 청와대 비서관들과 판사들의 합작품으로 판단된다. 김 대법원장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 법원장 후보 추천제 등 포퓰리즘 제도를 도입해 특정 이념 성향의 판사들이 득세하는 정치판으로 만들어 법원을 회복 불가능으로 망가뜨려 놨는데, 능력이 안 되는 지방법원장을 억지로 대법원장에 밀어 올린 문 전 대통령 죄책이 작지 않다.
문화일보
09.28 “통계 조작은 국민과 경제를 실험 대상 삼은 범죄”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통계 조작과 왜곡 실태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알려졌다. 감사원은 관련자에 대한 수사도 의뢰했다. 사실이라면 국기 문란 범죄가 범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자행된 충격적인 일이다. 국가 정책은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수립된다. 이 통계를 조작하거나 왜곡했다는 것은 정책을 입맛대로 주물렀다는 얘기이자 국민을 속였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미검증 가설인 ‘소득주도성장’
국민 상대로 검증 실험에 나서
실패 거듭하자 잇단 수치 왜곡
통계청장 바꾸는 무리수까지
고용참사 빚은 최저임금 인상

▲2017년 5월 2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앞에서 시연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렇다면 문 정부는 왜 이처럼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범죄를 감행했을까. 그 출발 선상에 문 정부의 국정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다. 소득은 생산이나 혁신, 즉 성장의 대가다. 선후가 명확하다. 소득주도성장은 이 순서를 뒤집었다. 애초 구현 자체가 어렵다. 그래서 학계에선 ‘소득주도성장론은 논리적 비약과 불안정성이 존재하고, 그 인과관계가 실증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문 정부가 이 이론을 국정의 뼈대로 내세운 것은 검증되지 않은 가설을 국가 경제와 국민을 상대로 실험하는 어처구니없는 국정운영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 첫 실험 대상은 최저임금이었다. 2017년 문 정부가 출범한 뒤 이듬해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16.8%나 확 올렸다. 당장 노동시장이 요동을 쳤다. 음식·숙박업은 물론 제조업 취업자도 뒷걸음질 치는 등 일자리가 큰 충격을 받았다. ‘고용 참사’라는 용어가 일상화했다.
첫 실험의 결과가 실패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일자리 안정자금’이었다. 국가가 기업에 고용된 근로자의 임금을 대신 주는,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보지 못한 희한한 정책이다. ‘퍼주기 정책’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럴수록 노동시장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실패를 만회하려 등장하는 무리한 정책에 시장은 더 갈피를 못 잡았기 때문이다.

▲신재민 기자
그 해법으로 택한 것이 고용통계라는 정책 문진표를 왜곡하는 것이었다.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저임금이 오른 뒤 근로시간은 줄었지만, 고용은 안 줄었다”고 말했다. 어이없는 논리다. 고용총량은 고용인원(n)에 근로시간(h)을 곱해서 산출한다. 따라서 근로시간이 줄었다는 것은 고용이 줄었다는 뜻이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을 느낀 고용주는 우선 근로시간을 줄인다. 단박에 사람을 줄일 수 없으니 인건비 총액을 맞추려는 고육책이다. 고용 감축의 전 단계가 근로시간 감축이라는 얘기다. 장 실장의 논리는 무참하게 깨졌다.
정책 알리바이 찾으려 왜곡 반복
이렇게 되자 문 정부는 또 다른 정책 알리바이를 찾아 나섰다. 2018년 8월 문 전 대통령은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상용직이 늘어났다”는 해석을 붙여서다. 언뜻 듣기에는 정규직과 같은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난 것처럼 들리지 않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고용의 형태로 구분하는 개념이다.

▲신재민 기자
상용직은 임시직이나 일용직과 구분하는 개념일 뿐 정규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1년 이상 일하면 모두 상용직으로 분류된다. 일한 기간이 3개월이면 임시직, 하루면 일용직이다. 아르바이트를 1년 넘게 해도 상용직이고,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 환경미화원, 가사도우미도 상용직이긴 마찬가지다. 이게 고용의 질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얘기인지 이해할 수 없다. 사실 역대 모든 정부에서 상용직은 증가해왔다. 이걸 교묘하게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한 포장지로 활용한 셈이다. 그나마 문 정부에선 상용직 증가세마저 고꾸라졌다. 2018년에는 그 전해보다 32%나 줄었다.
그러자 청와대는 또 다른 통계를 탐닉했다. 그해 11월 “청년 고용률이 1.1% 올랐다”는 주장을 했다. 이걸 근거로 “고용시장이 나아지는 부분이 있다”고 자화자찬을 했다. 이 말에 당시 통계청 관계자가 허를 찔렀다. “근로시간이 짧은 20대 취업자들이 많이 증가해 발생한 착시현상”이라고. 초단타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메뚜기 청춘’의 아픔까지 ‘나아지는 지표’라고 덧칠하는 부도덕성을 보이는 정부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09.30 이문열 “反국가세력 겨냥한 尹 대통령의 이념전쟁, 용기있고 위로된다”
소설가 이문열(李文烈·75) 선생은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할 ‘국민 작가(國民 作家)’이다. 29세 때인 1977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1979년 <사람의 아들>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1980년대에 <젊은 날의 초상>(1981), <황제를 위하여>(1982),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87) 등으로 문학상을 휩쓸며 한국 문단의 ‘별’이 됐다. 12권짜리 대하(大河)소설 <변경>과 평역(評譯) <삼국지> <수호지> <초한지>를 포함해 90권의 작품을 썼고, 지금까지 팔린 그의 책만 3000만권이 넘는다.

▲2023년 9월 21일 낮 경기도 이천 부악문원에서 기자와 인터뷰하는 이문열 선생.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극렬한 간첩 활동만 아니면 좌익에 대해 굉장히 관용하는 사회가 됐다. 전체적으로 국민들이 너무 (좌파와 전체주의 위협에) 둔감해져 있다"고 말했다./송의달 기자
◇좌파에 맞선 우파의 보루·기둥
그는 이른바 1987년 체제 수립 이후 자유우파(自由右派) 목소리를 확실히 내 온 논객형(論客型) 작가이다.
2001년 7월 김대중 정부의 보수 언론사들에 대한 세무 사찰(査察)을 보며 그는 ‘신문 없는 정부를 원하나’ ‘홍위병을 떠올리는 이유’라는 글을 발표했다. 이에 발끈한 좌파 진영은 그해 11월 그의 경기도 이천 집 앞에서 ‘책 장례식’을 열었다. 이문열은 그러나 현존 작가에게 가해진 전무후무(前無後無)한 폭거를 이겨내고 2016년 말 탄핵 국면 이후 창궐(猖獗)하는 좌파에 맞선 우파 진영의 보루(堡壘)이자 기둥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4개월을 맞은 현 상황을 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기자는 이런 궁금증을 품고 이달 21일 낮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장암리에 있는 ‘부악문원(負岳文院)’을 찾아가 4시간 가까이 이문열 선생을 만났다. 객사(客舍)를 겸하고 있는 문원에는 50대 작가 5명이 묵으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문열 선생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이천 부악문원 안 건물에 걸려있는 편액(扁額)에는 '가류헌(可㽞軒)'이라 적혀 있다. 그는 "머물 순 있어도 살지는 말라’ 뜻"이라고 설명했다./송의달 기자
-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가?
“작년 상반기에 3개월 동안 심하게 앓았다. 사흘은 혼수 상태에 빠졌다. 기억력은 별 영향 없으나 그 이후 기력이 좀 떨어진 상태이다. 담배는 50세에 끊었고 요즘은 술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매일 유심히 세상사를 살펴보고 있다.”
그는 “한창 때에는 새벽 4시까지 작업하다가 오전 11시쯤 일어났으나 지금은 오전 2시쯤 취침해 오전 7~8시에 일어난다. 쓰고 싶은 작품은 몇 개 있지만 나이 때문인지 힘이 부친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고 했다.
- 작년 6월말 애지중지하던 물건들을 모아놓은 고향 영양(英陽)의 광산문학연구소가 불에 타 전소됐는데.
“뜻밖의 화재였다. 다행히 최근 경상북도와 영양군이 예산을 들여 재령(載寧) 이씨 문중(門中) 소유의 1300여평 문학연구소 부지를 공시지가(公示地價) 기준으로 매입해 갔다. 그 분들이 새로 문학관을 짓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경북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 두들마을에 있는 광산문학연구소. 왼쪽은 화재 전 모습, 오른쪽은 2022년 6월 30일밤 불 타고 있는 모습. 이 연구소는 이문열 선생이 2001년 한국 현대문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문학도 양성을 위해 자비 4억 9000만원과 국비·군비 지원 4억원 등 총 8억9000만원을 들여 지었다./조선일보DB
◇“최악은 지났지만 아직 갈 길 멀다”
- 요즘 시국(時局)을 진단한다면?
“지난 몇 시절과 같은 암담했던 최악은 지나갔고 이제 풀려가고 있는 중이라고 본다. 내 개인적으로도 좀 풀린 기분이 든다. 하지만 아직 욕심대로 다 된 것 같진 않다. 더 희망적, 아주 희망적이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일찌감치 윤석열 후보를 공개 지지했는데.
“윤 대통령은 1980년대 서울대 법대 재학시절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한 모의재판에서 검사역을 맡아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求刑)했었다. 그때부터 소문으로 나는 그의 이름을 들어 알고 있었다. 나름 오래 전부터 주의깊게 봐 왔다. 적어도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보고 망설이지 않고 그를 지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모습. 그는 대학 재학중 교내 모의법정에서 검사 역을 맡아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었다./윤석열 대선후보 캠프 제공
◇“선방하는 尹 대통령...점수로는 80점 이상”
- 취임 1년 4개월이 넘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성적을 점수로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은 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그가 내걸고 있는 큰 방향은 옳아 보인다. 정치 초보 치고는 무난하게 잘 하고 있고, 40% 가까운 지지율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선방(善防)하고 있다.”
그의 이어지는 말이다.
“윤 대통령의 뚝심과 끈기, 과단성, 과감성은 인정할 만하다. 민노총 총파업 대응과 한미일(韓美日) 동맹 복원,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대처 등에서 그러하다. 다른 어느 보수 대통령처럼 촛불 시위대에 밀리거나 처량하게 산에 올라가 눈물짓는 모습을 그는 보이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치밀함이 약간 부족한 측면과 인사 풀(pool)이 좁은 점은 보완했으면 한다.”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오른쪽)이 2023년 9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일본 측의 오염처리수 방류 개시 뒤 처음 실시되는 우리 정부의 공해상 해양 방사능 검사와 관련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 요즘 우리나라 사회를 진단한다면?
“무엇보다 말[言]의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 소란스럽고 시끄럽기만 할 뿐 좋은 영향을 주거나 신뢰를 높이는 말이 사라졌다. ‘정자언야(政者言也)’라는 글귀도 있지 않나. 정치는 말이 사실상 전부인데….”
그는 “김대중 대통령 같은 이는 야당(野黨) 시절에도 책을 많이 읽어선지 ‘말을 아는’ 사람이었다. 지금 어느 야당 대표와 같은 잔인성, 표독성, 사기(詐欺)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치권 전체를 둘러 봐도 여·야 모두에 인물이 없다”고 했다.
◇‘좌파·진보가 곧 正義'라는 착각
- 작년 11월 모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으로 대한민국이 제도적으로 망하는 것은 간신히 막았다. 그런데 이게 원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10년 안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제가 볼 때 사회 분위기상 우리나라의 절반 이상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자기가 좌익(左翼) 활동하는 줄 모르면서 좌익 노릇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좌파·진보가 곧 정의(正義)’라고 자동입력돼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와 소설가 조정래씨. 한국 지식인들과 40~50대의 좌경화를 부추킨 대표적인 인물이다. 리 전 교수는 중국 사회주의 정권을 찬양했고 조씨는 국내 남로당의 빨치산 활동을 미화했다./조선일보DB
- 사회 전반의 좌경화(左傾化)가 심각한 것 같다.
“나이 든 기성 세대라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나라는 지금 극렬한 간첩 활동만 아니면 좌익에 대해 굉장히 관용하는 사회가 됐다. 예전에 골수 좌익만 하던 발언을 지금은 우리가 예사롭게 듣고 대하는 세상이다. 전체적으로 국민들이 너무 (좌파와 전체주의 위협에) 둔감해져 있다. 그러니 우파적 생각에 투철한 사람들은 더 외골수가 된다. 전체적으로 좌·우파가 극단으로 갈리고 있다.”
◇“좌파와 균형 이루려면 우파 더 대동단결해야”
- 좌파와 우파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금 우리 시대에선 우파(右派) 노릇을 하는 게 솔직히 갑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믿는 좌파들을 반(反)국가 세력, 전체주의자라며 이념 전쟁을 벌이고, 자유민주주의 성향을 분명히 하는 것은 위로(慰勞)가 되고 용기있는 행동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자유우파 세력이 작은 의견 차이와 갈등은 접고 큰 차원에서 마음을 모아 대동단결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9월 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그는 이날 기념사에서 "아직도 공산 전체주의 세력과 그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 그리고 반(反)국가 세력은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한일 협력 체계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반(反)국가 세력을 비판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0월 19일 서울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취임 후 첫 '원외 당협위원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자유민주주의에 공감하면 진보든 좌파든 협치하고 타협할 수 있지만,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反)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연합뉴스
▲윤건영 전 청와대 상황실장(사진 맨 오른쪽)과 윤영찬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들이 2023년 6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전임 정부를 반(反)국가세력'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 문재인 정부 5년은 어떤 시대였는가?
“그때부터 언어, 말이 상하기 시작했다. 또 전체주의(全體主義)화가 진행되고 북한에 대한 경계심이 허물어진 시대였다. 전체주의화는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사람들이 거의 감지하지 못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낮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뒤 손을 잡고 위로 들어 올리고 있다.(사진 맨 아래) 위의 사진 두 개는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모습/조선일보DB
이문열 작가의 아버지는 일제 시대 동경(東京) 농대(農大)를 졸업한 엘리트였다. 그러나 해방후 좌익 활동을 하다가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 9월 홀로 월북했다. 이문열 작가의 본명은 ‘열(㤠)’인데, 1948년 출생한 아들에게 아버지가 ‘열렬한 사회주의 투사가 돼라’며 붙인 것이다. 어머니와 이 작가를 포함한 5남매는 ‘빨갱이 가족’이란 딱지를 붙인 채 살았다. 이 작가는 1979년부터 이름 앞에 ‘문(文)’자를 추가해 이문열이라는 필명을 쓰고 있다.
◇“북한에 대한 한국의 우위는 ‘자유’”
-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랄까, 여러 감정이 있었을 것 같다.
“젊은 시절에는 일부 그랬을 수 있으나 지금은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내 스스로 그동안 완전한 자유시민(自由市民)이 됐다는 확신이 든다.”
▲이문열 작가가 1998년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받은 편지. 그의 부친은 1950년 9월 홀로 북한으로 넘어갔다. 이 작가는 아버지로부터 1987년과 1998년 두 차례에 걸쳐 편지를 받았으나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다./조선일보DB
그는 “북한에 대한 한국의 문화적 우위를 꼽는다면 단연 자유(自由)”라며 이렇게 말했다.
“남북한 교류 건으로 북한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이 자유가 박탈된 나라에 살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70년 넘게 자유민주 진영에 속한 대한민국에는 자유와 민주라는 현대 문명의 가치가 축적돼 있다. 자유에 관한 한 우리는 확실히 북한에 대해 우위에 서 있다. ‘한국이 미국의 졸병(卒兵)’이라는 식의 시각에도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 그런데 우리나라 문화예술계는 좌파 진영 세상이지 않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내가 많은 작품을 내고 활동했지만, 좌파 진영 문예지인 ‘창작과비평’과는 무관하게 보냈다. 내 작품이 32개국에 25개 언어로 번역돼 팔리고 있지만, 그들이 수십 년동안 나를 거론조차 않고 있어서다.”
▲백낙청 전 서울대 교수가 주도한 창작과비평의 1966년 창간호와 1988년 복간호. 창비는 김수영, 고은, 조정래 같은 좌파 작가는 키워주고 서정주, 이문열 같은 우파 작가는 격하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성을 지속하고 있다./조선일보DB
▲2001년 11월 3일 오후 2시쯤 경기도 이천시 부악문원 앞에서 열린 이문열 작가 책 장례식에서 한 어린이가 관(棺)처럼 묶은 소설책 앞에서 '영정'을 듣고 걷고 있다.어른들이 영문도 모르는 어린이에게 시킨 일이다. 당시 이문열 작가는 강연차 지방에 내려간 상태였다고 한다./조선일보DB
◇“문학 소멸할지 모른다는 걱정 들어”
- 그런 점에 억울하거나 서운하지 않는가?
“꼭 그렇게 억울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김지하를 비롯해 그쪽의 상당수 사람들과는 잘 지냈다. 항상 문제는 자주(自主)라든가, 평등, 민족을 내세우는 일부 바람잡이들이다. 그렇게 악다구니질할 필요 있을까 싶은데 그런 걸 앞세워 색칠한 깃발 들고 나서는 사람들 때문에 문제가 된다.”
그는 “지금 좌파 진영에서도 그들이 특별히 내세우는 작가가 안 보인다. 제대로 활동하는 문학 단체도 없다”며 “전체적으로 이러다간 글로 하는 시대, 즉 문학이 소멸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생각하는 힘이 파편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문열 선생이 소장하고 있는 소설 ‘영웅시대’ 초판본과 자신의 금장 몽블랑 만년필/오종찬 기자
- 후배 작가들에게 조언한다면?
“두 가지다. 시대는 변해도 문언(文言·글과 말)은 패배하지 않는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문언의 나라이니 거기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말라. 또 하나는 우파 작가라고 크게 떠들어 댈 필요는 없지만 각 사안에 대해 우파적 논리로 당당하게 나서면 어떨까 한다. 왼쪽 날개로만 새가 날 수 없듯, 세상에 우파도 꼭 필요하다.”
이 작가는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20~30대는 50~60대와 크게 다르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좌파적 유행이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나 20~30대는 태어날 때부터 자유(自由)를 체화(體化)한 세대이다. 좌파는 어느 정도 갈 때까지는 괜찮게 보이지만 자기의 빛이나 본래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 꼭 있다. 자유가 몸에 밴 이들을 좌파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이들은 반공(反共) 교육을 받은 세대가 아니다. 최근 우파 전향을 선언한 50~60세대가 제법 된다. 주사파(主思派)가 우리 사회에 깊은 영향을 미치진 못하는 것 같다.”
▲2022년 12월 3일 서울 도심에서 좌파·우파단체들이 각각 상반된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등 좌파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왼쪽 사진)과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등 우파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를 하는 모습/뉴스1
- 그런 점에서 희망을 가질만한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사(史)가 1970년대부터라도 해도 50년이 넘는다. 우리가 겪은 군부 독재는 얼마나 가혹했나? 우리가 쟁취한 자유에 대한 경험도 세계적으로 흔치 않다. 그런 우리가 최소한 싸구려 민주주의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세계 인류사적으로도 최상위 30% 안에 든다. (대학 진학률이 70%대인) 우리나라의 교육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다.”
◇“내년 4월 총선은 5% 차이 박빙의 대결”
- 2003년 한나라당 공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전망한다면?
“이겨도 5%, 져도 5%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진짜 박빙(薄氷)일 것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여러 고비를 잘 극복해야 지금보다 좀 올라갈 수 있다. 윤 대통령에겐 자신에 대한 믿음이랄까, 뿌리 같은 게 있어 보인다. 그래서 야당에게 쉽게 당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 작가는 그러면서 “정책으로 ‘우파가 잘했다’ ‘좌파 정권 보다 지금 정권이 더 낫다’는 거를 증명하고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문열 선생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촛불시위가 벌어지던 2016년 12월 쓴 기고문. 2016년 12월 2일자 조선일보 A1면과 A2면에 실렸다./조선일보 캡처
- 우파 정치인들은 어떤가?
“그냥 국민의힘 소속 누구로 떠오를 뿐 보수우파 정치인으로 기억나는 사람이 없다. 우파적 신념 체계에 기초한 정치인이 안 보이고, 고만고만한 사람들만 있다. 어떤 공통된 신념과 가치체계를 중심으로 이게 같은 사람들이 뭉쳐 세력을 키우고 확장해야 한다.”
◇“용서와 조화의 세상 언젠가는 오길”
-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한 월간지에 자전적 대하소설 <둔주곡(遁走曲) 80년대>를 2017년 시작해 1980년 5월 직전까지 다루다가 2018년 연재를 중단한 상태이다. 이걸 다시 이어 완성하는 일 등 몇 가지 있다. 그런데 작년에 크게 앓고 난 뒤로 글을 제대로 쓸 수 있겠다는 자신(自信)이 들지 않는다.”
▲이문열 작가가 가장 애착이 간다고 꼽은 장편소설 '시인'. 19세기 실재 인물인 김병연(김삿갓)의 특이한 생애를 독특한 상상력으로 소설화했다. 이문열에게 ‘위장된 자서전' 또는 '고백록’이기도 하다
▲이문열 작가의 책은 32개국에 25개 언어로 번역돼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미얀마(버마)어, 그리스어, 인도어, 중국어, 터키어, 리투아니아어로 각각 번역된 이문열 작품들/송의달 기자
- 지금까지 쓴 90권 중 가장 애착가는 작품은?
“모든 작품에 애착이 가지만 하나만 꼽는다면 소설 ‘시인(詩人)’이다. 삿갓 하나 쓰고 세상을 유랑한 전설적인 시인 김삿갓(김병연)의 생애를 상상력으로 소설화했는데, 월북한 아버지를 지우려고 소설로 방황의 세월을 보낸 나에 대한 자전적(自傳的) 스토리이기도 하다. 세계 20여개국에서 번역·출간돼 11개국에서 재판(再版) 이상 발행한 걸로 안다.”
- 추석을 맞아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때 나도 치열하게 살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대립각이 너무 날카로와 서로에게 상처를 많이 주고 있다. 살아보니 좌우(左右) 이데올로기 구호나 깃발이 아니고 어떤 체화(體化)된 믿음과 가치가 우리 사회에 너그럽게 자리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용서하고 관대하며 조화를 이루는 그런 세상. 과연 언제 그게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이문열 선생이 20대 후반 시절 자신의 사진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 안동, 밀양, 영양 등을 오가며 성장기를 보냈다. 그는 "안동고교와 서울대 사범대를 다니다가 중퇴했으나 안동고 명예졸업장을 수 년 전 받았다"고 말했다./송의달 기자

▲이문열 선생의 서재 벽에 붙어있는 액자. '한가로운 구름 아래 들판의 학이 어느 하늘인들 날지 못하리'라는 뜻이다./송의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