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야기 2023-08/
08-01 “남은 수명 비례해 투표권” 野 혁신위원장의 노인 멸시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은경(58)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노인의 투표권 비중을 낮추는 게 합리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여생이 짧을수록 자신의 생애만 생각한 단견(短見)을 갖고 투표할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한 것으로, 민주주의 원칙은 물론 60대 이상 건국·산업화 세대의 헌신과 지혜를 멸시하는 패륜적 망언이다. 강단에서 한 학술적 측면의 분석이 아니고, 민주당 혁신을 책임진 인사 자격으로 지난 30일 청년 세대 좌담회에서 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더욱 고약하다.
김 위원장은 지금 청년이 된 자녀의 중학생 시절 ‘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해?’라고 물었다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자기가 생각할 때는 자기 나이부터 남은 평균 기대 수명까지, 엄마 나이부터 남은 평균 기대 수명까지 해서 비례적으로 투표를 하게 해야 한다”며 “그 말은 합리적”이라고 했다. 이어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표결을 하냐는 거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이기 때문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그게 참 맞는 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젊은층이 더 적극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그렇더라도 노인 세대의 판단 능력을 비하해서도,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를 이간질하는 논리를 펼쳐서도 안 된다. 노인 세대는 남은 수명 기간에만 유리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발상부터 모욕적 궤변이다.
앞서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정동영 의장은 “60대 이상은 투표 안 하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 유시민 의원은 “50대 접어들면 죽어 나가는 뇌세포가 새로 생기는 뇌세포보다 많다. 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고 했다. 조국 전 장관은 2011년 ‘노친네 투표 못하게 여행 예약해 드렸다’는 메시지에 ‘진짜 효자’ 댓글을 달았다. ‘시위 못하게 시청역 에스컬레이터를 없애자’고 했던 인사도 있다. 고령층 투표가 불리하다는 계산이 앞섰을 것이다. 아무리 표가 급해도 인륜까지 저버려선 안 된다.
문화일보 사설
08-01 양이원영 “지금 투표하는 이들,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아”…‘노인 폄하 논란’ 김은경 발언 ‘두둔’

▲뉴시스
김은경 발언 소개하며 “맞는 얘기”
“2050년 삶에 영향 미칠 정책 결정하는 윤석열 정권에 우리 아이는 아무것도 못해”
양이원영(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노인 폄하 논란’을 일으킨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발언에 “맞는 얘기”라면서 동조했다.
양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 발언을 소개하면서 “지금 어떤 정치인에게 투표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한다”며 “하지만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적었다. 그는 “미래에 더 오래 살아있을 청년과 아이들이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어야…그러니 정치가 싫어도, 일부 언론과 일부 정치권이 끊임없이 정치혐오를 불러일으켜도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50년 삶에 영향을 끼칠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윤석열 정권에 우리 아이는 아무런 것도 할 수 없다”며 “저는 그때 살아있을지 모르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 위와 같은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을 최대한 막아내겠다”고 덧붙였다.

▲양이원영 의원 페이스북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청년좌담회에서 과거 아들과 대화를 소개하며 “자기가 생각할 때는 평균 연령을 얼마라고 봤을 때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로(부터) 여명까지로 해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되게 합리적이죠.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로 표결해야 하나”라고 언급했다. 이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은 ‘노인 폄하 발언’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섰고, 민주당 당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문화일보 박세영 기자
08-01 ‘노인 폄하’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 48일내내 설화 ‘좌초 위기’

‘코로나 초선’ 등 잇단 구설
당내선 “혁신위가 혁신대상”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연일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이재명 대표로부터 ‘당 쇄신 전권’을 위임받은 혁신위가 출범 48일 만에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당내에서도 김 위원장의 반복되는 설화를 우려하며 “혁신위가 민주당의 최우선 혁신 대상”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1일 ‘노인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김 위원장을 한목소리로 강하게 질타했다. 조응천 의원은 B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로 표결해야 하나”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지독한 노인 폄하 발언”이라며 “(김 위원장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민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무지한 건지 아니면 인식이 아주 깊게 잘못된 건지 참 너무 황당하다”며 “나이로 이렇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 헌법 정신”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민주당사에서 혁신위 비공개회의를 주재하며 향후 다룰 쇄신 의제와 활동 방향 등을 공유했지만, 논란이 된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선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앞서 지난달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당내 계파를 살려 정치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말해 친낙(친이낙연)계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당내 초선 의원들을 코로나19로 학력 저하를 겪은 학생들에 비유하는 등 반복된 ‘막말’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 안팎에선 “혁신위의 쇄신 동력이 사실상 상실됐다”는 비관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혁신위를 바라보는 국민 분노도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노인 무시·비하 DNA의 화룡점정”이라며 “혁신위를 해체하고, 함량 미달 인물을 임명한 이 대표도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08.01 김은경 ‘노인 폄하’ 동조한 양이원영 “미래에 없을 사람들”
“더 오래 살 청년과 아이들이 미래 결정할 수 있어야”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1일 ‘노인 비하’ 논란을 일으킨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맞는 얘기”라며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남은 기대 수명에 따라 청년과 노인의 투표권 경중을 달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양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논란이 됐던 김 위원장 발언을 소개하면서 “지금 어떤 정치인에게 투표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한다. 하지만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에 더 오래 살아있을 청년과 아이들이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어야”라고 했다.
양이 의원은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입니다” 표현이 논란이 되자 약 3시간 뒤 해당 문구를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삭제한 뒤 해명글을 올렸다. 그는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이 미래에 살아있지 않을 거라는 표현은 나이 많은 이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층의 정치 참여의 필요성과 함께 저 자신을 생각하며 장년층과 노년층의 정치 참여 책임에 대해 쓴 글”이라고 썼다.
양이 의원은 이날 자신이 생각하는 ‘2050년 디스토피아 대한민국’도 설명했다. “해수면은 올라오고 잦은 집중호우로 서울의 1/3은 일상적으로 침수되고 갯벌은 사라지고, 구입하는 식재료가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것은 아닌지 늘 긴장해야 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너무 낮아서 수출할 때마다 세금을 더 내야해서 무역적자는 심해지고, 인구는 절반으로 줄어들어 폐교된 초중고교는 늘어나고, 연금 재정은 바닥나고 복지 재정도 부족해서 각자도생의 삶은 더 궁핍해진다.” 그는 “2050년 삶에 영향을 끼칠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윤석열 정권에 (대해) 우리 아이는 아무런 것도 할 수 없다”며 “저는 그때 살아있을지 모르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 위와 같은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을 최대한 막아내겠다”고 썼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청년좌담회에서 과거 자신의 아들이 ‘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해?’라고 질문한 것을 언급하며 문제 발언을 했다. 김 위원장은 “자기가 생각할 때는 자기 나이부터 남은 평균 기대 수명까지, 엄마 나이부터 남은 기대 수명까지 해서 비례적으로 투표를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은 되게 합리적이죠”라고 했다. 청년과 노인은 기대수명이 다르니 청년층의 표에 가중치를 줘야 한다고 해석돼 ‘노인 비하’ 논란이 일었다.
이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은 1일 “현대판 고려장을 하자는 것이냐”며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 당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조응천 의원은 같은날 라디오에서 “지독한 노인 폄하 발언”이라며 “정말 귀를 의심했다. 과연 우리 당을 혁신하러, 우리 당을 도와주러 오신 분 맞나”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을 뿐 1인 1표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부인한 바 없다”며 “중학생의 아이디어를 왜곡해 발언 취지를 어르신 폄하로 몰아가는 것은 사안을 정쟁적으로 바라보는 구태적 프레임이자 전형적인 갈라치기 수법”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08-01 檢, 윤관석·이성만 비회기중 구속영장… ‘돈봉투 의혹’ 방탄국회 차단

체포동의안 부결 두달만에 재청구
보강수사 통해 혐의사실 구체화
표결없이 영장실질심사 받아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일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지난 5월 국회에서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지 약 두 달 만이다. 현재 국회 회기가 중단된 상황이어서 두 의원은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이번 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아야 한다. 더 이상 ‘방탄 국회’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이날 윤 의원과 이 의원에 대해 각각 정당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은 지난 5월 24일 두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자동으로 기각됐다. 이번에는 임시국회가 지난달 28일 종료된 뒤 오는 16일까지 국회 회기가 중단된 점이 다르다.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두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지게 된다.
검찰에 따르면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열린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같은 해 4월 경선 캠프 관계자들이 선거운동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도록 지시·권유·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윤 의원이 경선 캠프 관계자들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의원들에게 제공할 현금 6000만 원을 받고, 이를 300만 원씩 봉투 20개에 담아 제공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의원은 같은 해 3월 지역 본부장에게 제공할 현금 1000만 원을 경선 캠프 관계자들에게 제공한 혐의와 윤 의원에게서 3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윤 의원에게서 금품을 수수한 의원이 몇 명인지 명백히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고 수수자를 특정하고 있다. 보강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두 의원에 대한 혐의를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역 의원과 관련한 보강 수사와 함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외곽조직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가 관여된 자금 조달 의혹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국회의원 명단
01. 강선우: 서울 강서구갑
02. 김교흥: 인천 서구갑
03. 김남국: 경기 안산시단원구을
04. 김병기: 서울 동작구갑
05. 김승남: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군
06. 김용민: 경기 남양주시병
07. 노웅래: 서울 마포구갑
08. 문진석: 충남 천안시갑
09. 민병덕: 경기 안양시동안구갑
10. 박성준: 서울 중구성동구을
11. 송갑석: 광주 서구갑
12. 신정훈: 전남 나주시화순군
13. 유기홍: 서울 관악구갑
14. 윤관석: 인천 남동구을
15. 이수진: 서울 동작구을
16. 이성만: 인천 부평구갑
17. 이용빈: 광주 광산구갑
18. 이용선: 서울 양천구을
19. 임종성: 경기 광주시을
21. 진성준: 서울 강서구을
22. 허종식: 인천 동구미추홀구갑
더불어민주당 지자체장 및 당직자
강태웅: 서울 용산구 지역위원장
김영록: 전라남도 도지사
박용수(보좌관): 강신성, 강화평, 조택상, 허광행
장경태, 김남국, 김용민, 이수진
- 유튜브 -
08.02 민주당 혁신위원장은 집안 대소사 결정 중학생 자식에게 맡기나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하게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노인의 투표권 비중을 낮추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 22세가 된 아이가 중학생 시절 ‘우리 미래가 훨씬 긴데 왜 미래가 짧은 분들과 똑같이 표결을 하느냐’고 하더라. 민주국가에선 1인 1표기 때문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그게 참 맞는 말”이라고 했다.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도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논란이 일자 김 위원장은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을 뿐 1인 1표 원칙을 부인한 바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 인식대로 남은 수명을 따져 투표권을 갖는 게 ‘합리적’이라면 정당은 초선 의원, 군대는 이등병, 직장은 신입 사원, 가정에선 어린이가 하자는 대로 해야 합리적이 된다. 그 ‘합리’대로면 김 위원장 집안 대소사는 미래가 더 긴 중학생 자식이 결정해야 한다. 누가 김 위원장에게 이렇게 말하면 김 위원장은 ‘그게 합리적’이라고 할 텐가.
논평할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민주당이 표를 얻으려고 노인과 청년을 갈라 물의를 빚은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과거 당 의장은 “60대 이상은 투표 안 하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했고, 한 의원은 “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고 했다. 조국 전 장관도 ‘노친네 투표 못 하게 여행 예약해 드렸다’는 인터넷 글에 “진짜 효자”라는 댓글을 달았다.
민주당이 진심으로 청년을 생각한다면 나라를 멍들게 한 포퓰리즘 정책부터 철회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5년간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 채무가 408조원 늘어 1000조원을 넘겼다. 모두 청년들이 갚아야 할 빚이다. 이런 걸 바로잡아 청년과 국민 신뢰를 얻자고 하는 게 민주당 혁신위원장 할 일 아닌가.
조선일보 사설
08.03 장예찬 “청년표 얻자고 어르신 비하, 배은망덕한 현대판 고려장”
“尹 치하 창피하다는 김은경, 연봉 3억 받으려 치욕 견뎠나”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3일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윤석열 치하에 있는 게 창피하다. 윤석열 정권 밑에서 금융위 부위원장 임기를 마치는 게 엄청 치욕적이었다”고 말한 것에 대해 “그렇게 창피하고 치욕적이었으면 부위원장 자리를 당장 그만뒀으면 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연봉 3억원을 더 받으려고 치욕을 견뎠다는 것이냐”고 했다. 김 위원장이 작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올해 3월까지 10개월을 사임하지 않고 버텼는데 그게 금감위 부위원장 연봉 3억원을 더 벌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지적한 것이다.
장 최고위원은 이날 조선일보 유튜브 ‘배성규·배소빈의 정치펀치’에 출연, “김 위원장이 ‘남은 기대 수명에 따라 노인과 청년의 투표권 경중을 달리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는데 나이에 따라 표를 달리 준다는 게 말이 되는 얘기냐”며 “청년 표를 얻자고 어르신들을 비하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어르신 세대는 스스로 허리띠 졸라가며 나라 경제를 일으킨 분들인데 어떻게 투표권을 빼앗겠다고 할 수 있느냐”며 “배은망덕한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했다. 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정권은 단 5년 만에 나라빚을 400조나 늘려 청년 세대에게 떠안긴 사람들”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청년들을 위하는 척하는 게 가증스럽다”고 했다.
장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방송 장악 위원장”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정말 방송장악을 했던 건 문재인과 민주당 정권”이라며 “KBS 사장을 부당 해임하고 TV조선은 점수 조작해 불이익을 줬던 사람들이 방송 장악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KBS 이사는 법카로 김밥 먹었다고 부당 해임했는데 현 KBS 이사장은 법카로 자장면 수백 그릇 값을 한번에 썼다”면서 “방송 장악과 가짜뉴스, 괴담 선동이 민주당의 전공 분야”라고 했다.
장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가 김성태 쌍방울 회장을 노상강도에 비유한 것에 대해 “김성태 회장은 이재명 대표의 방북을 뒤에서 도왔던 사람”이라며 “이 대표는 자신에게 도움될 때는 이용했다가 불리해 지면 바로 공격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 대표의 측근이었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도 법정에서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면 바로 ‘배신자’라고 공격할 것”이라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비정한 정치”라고 했다.
장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는 구속이 되더라도 절대 대표직을 내려놓을 사람이 아니다”며 “감옥을 가도, 외국으로 나가도 공천을 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청래 최고위원이 이 대표 다음 대표를 하고 싶어하는 모양인데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 대표가 구속된다면 아마도 감방으로 하명을 받으러 가서 ‘이게 이재명 뜻이다’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남국 의원의 가족들도 코인 투자를 했다는 보도에 대해 “김 의원이 ‘제명을 막아달라’고 호소하며 끝까지 버티는데 그러다 가족까지 다치게 될 것”이라며 “코인으로 큰 돈을 벌었으니 이제 배지를 내려 놓고 ‘코인 투기’ 본업으로 돌아가시라”고 했다.
조선일보 사설
08.03 사과 방문한 김은경에... 노인회장, 사진 뺨 때리며 “정신 차려라”
김은경, 나오며 눈물 글썽
대한노인회장이 ‘노인 비하’ 발언을 사과하러 온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앞에서 김은경 위원장 사진 ‘뺨 때리기’ 퍼포먼스를 했다. 김 위원장은 노인회 방문을 마치고 나오다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였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3일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노인 비하’ 논란에 대해 “어르신들 마음을 상하게 한 점을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은경 위원장은 전날(2일)에도 “철없이 지내서 정치 언어를 잘 모르고 깊이 숙고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다”며 유감의 뜻을 밝히긴 했으나 직접적인 표현의 사과를 한 것은 노인 비하 발언 논란 나흘 만이다.

▲3일 용산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김호일 회장이 노인폄하 발언 사과를 위해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과 면담 중 위원장의 뺨 대신 사진을 때리고 있다.
김은경 위원장은 이후 다른 위원들과 함께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사과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은 김은경 위원장에게 “분노하고 노인들이 난리니까. 우리나라 1000만 노인을 대표해서 본인 보고 뺨이라도 때려야 우리 노인들이 분이 풀릴 것 같다”며 “내가 손찌검을 하면 안 되니까 사진이라도 뺨을 한 대 때리겠다”고 했다.
김호일 회장은 미리 준비한 김은경 위원장 사진을 손으로 때리면서 “정신 차리라”고 외치고 “진정성을 갖고 사과도 하고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라”고 했다.
이를 착잡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김은경 위원장은 김호일 회장의 발언이 끝난 후 고개를 숙여 사과의 뜻을 표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노인 비하 발언 논란으로 사과 방문한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에게 사과를 받고 면담을 하는 중 김 위원장의 사진을 손으로 때리며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뉴스1
김은경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남편과 사별한 뒤 시부모를 18년간 모셨고 작년 말 선산에 묻어 드렸다”며 “어르신에 대해 공경하지 않는 마음을 갖고 산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제가 겪은 얘기를 통해 ‘투표라는 게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라고 설명하려 했는데 이렇게 비화가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판단하지 못했던 부족함이 분명히 있었다. 어리석음이 있었다”고 했다.
노인회 방문을 마치고 나온 김은경 위원장은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은경 위원장은 “전국의 노인분들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것 죄송스럽고 사죄드린다. 앞으로 이렇게 가벼운 언사를 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 말을 삼가겠다”고 했다.
한편 김은경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청년 간담회에서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청년들과) 똑같이 표결을 하냐”는 아들의 말을 언급하며 “합리적”이라고 해 ‘노인폄하’ 논란을 빚었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08-03 野 혁신위 잇단 패륜·파렴치 막말과 진정성 없는 사과
잘못에 대한 사과는 진실해야 한다. 무슨 내용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분명히 해명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지 않은 두루뭉수리 유감 표명이나 진의 왜곡 주장 등은 2차 가해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자신의 막말 파문에 대해 “어르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데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권을 주자는 발언은 60대 이상 건국·산업화 세대의 헌신과 지혜도 비하한 패륜적 망언이라는 점에서, 피해자인 노인 세대에 대한 분명한 평가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 언급은 마치 자신의 발언을 오해한 것이 문제라는 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인천시당 간담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때 금융감독원 부원장으로 임명받았는데,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엄청 치욕스러웠다”고 했다. 대통령 호칭도 붙이지 않았다. 윤 정부를 선택한 다수 국민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의 헌정과 선거 민주주의에 대한 폄훼도 된다. 시정잡배의 만취 발언이 아니라, 야당 혁신을 책임진 공인이라면 윤 대통령은 물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또, 한국외대 교수 출신인 김 위원장은 지난 2020년 금감원 사상 여성 최초 부원장(소비자보호처장)에 임명돼 연봉 3억 원에 최고급 관용차와 운전기사까지 제공 받았다.
임기가 3년이긴 하지만 부원장의 경우 원장이 사퇴하면 동반해 그만두는 것이 관례인데, 윤 정부 출범 이후 금감원장이 두 차례 바뀌면서 다른 부원장들은 모두 사퇴했는데 유일하게 지난 3월까지 임기를 마쳤다. 그래 놓고 “치욕스러웠다”고 했다. 파렴치의 극치다.
김 위원장의 사과는 마지못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는 당초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언급한 양이원영 의원 발언에 대해서도 맞장구쳤다. 혁신위가 이런데 이재명 대표는 침묵하고, 민주당 당직자들이 대한노인회를 찾아가 ‘대리 사과’를 한 것도 꼴불견이다.
문화일보 사설
08.03 리스크 돼버린 혁신위, 혁신과 멀어져 가는 민주당
박광온 “특정 세대 상처주는 언행 삼갈 것” 수습
민주당·혁신위, 혁신의 이유 냉철히 되짚어 봐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노인 관련 발언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면서 “민주당 모든 구성원은 갈등을 조장하거나 특정 세대에 상처를 주는 언행을 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전날까지도 혁신위는 “사과할 일이 아니다”고 했고, 김 위원장도 “마음 상한 분들이 있다면 유감스럽다” “유감스럽다고 한 것으로 된 것”이라며 버티던 상황에서 지도부가 대신 사과에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청년좌담회에서 “왜 나이 든 사람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는 아들의 질문을 소개하며 “맞는 말이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1로 표결해야 하나”라고 말한 데서 노인 폄하 논란이 비롯됐다. 혁신위는 청년 정치 참여를 독려했을 뿐 민주주의 원칙을 부인한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양이원영 의원이 “맞는 얘기”라며 김 위원장을 옹호하자 논란이 증폭됐다. 양이 의원은 이후 “오해를 불러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당 안팎은 혁신위 해체론까지 나오는 등 벌집을 쑤신 듯했다.
총선 앞에 이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 민주당 지도부가 결국 대리 사과로 진화에 나선 셈이다. 혁신위 해명을 십분 받아들인다 해도 김 위원장의 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했다. 그럼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털었으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도 또다시 윤석열 대통령을 직함 없이 지칭하며 “윤석열 밑에서 (금융감독원 부원장) 임기를 마치는 게 엄청 치욕스러웠다”고 말해 “패륜적 망발”이라는 정치적 반발까지 불렀다. 김 위원장은 어제 늦게 “어리석음이 있었다”면서도 직접 사과는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임명 때부터 “돈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인터뷰로 논란을 빚었다. 초선 의원을 코로나19로 학력 저하된 학생에 비유하는가 하면, 이낙연 전 대표에게 “계파를 살리려고 (정치적 언행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해 분란을 자초했다. 1호 혁신안 ‘불체포 특권 포기’는 사실상 용두사미가 됐고,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기명투표’ 제안은 이 대표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과 맞물리면서 “수박 색출용이냐”는 반발로 흔들렸다. 혁신위는 ‘오합지졸·콩가루 집안’이라고 민주당을 질타하고, 당내에선 “대체 혁신위가 산으로 가는 건지, 계곡으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맞받으며 반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래 가지곤 혁신이 힘을 받기 어렵다. 혁신위는 이 대표가 전권을 부여한 이 대표 작품이나 다름없다. 그런 태생적 한계에 설화와 논란을 초래해 오히려 혁신과 멀어진다는 비판을 되새겨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가 혁신의 이유와 방향을 다시 냉철하게 따져보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8-04 의원 특혜 확 줄여야 하는 4가지 이유

김태윤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교수
국민이 정치를 걱정한 지 수십 년이 됐다. 정치의 진흙밭에서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하루하루 어렵게 난관들을 헤쳐나오고 있다. 이제는 조금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 속에서 국회의원들에 대한 대우를 계속 높여주었다. 의원들이 제대로 월급 값을 하기를 소망하면서 말이다. 쉬쉬하면서 확보한 각종 혜택까지 합치면 이제는 누가 보아도 과도한 특혜라고 생각되는 수준이 되었다.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장기표 상임대표가 정리한 바에 따르면 의원 급여는 수당 등을 합쳐서 1인당 연봉 1억5000만 원에 달하고, 9명 보좌진의 평균 임금과 운영경비를 합치면 한 명의 의원실에 1년에 8억 원 정도를 지급한다.
문제는 특혜가 오히려 국회의원들의 직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의원직이 너무 매력적인 직업 내지는 비즈니스가 되었다. 후보 공천과 선거 당선까지의 긴 과정에 비용도 많이 들고 각종 지저분한 위험도 높다. 훌륭한 인품과 자기 절제심이 있는 현명한 분들이나 신선하고 맑은 청년들이 뛰어들 만한 판이 못 된다. 둘째, 특혜를 지속시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지 한다. 즉, 국회의원들의 유일무이한 목적이 재(再)당선이 된 것이다. 국리민복과 어려운 계층의 형편을 보살피기보다는 당리당략에만 몰두하게 된다.
셋째, 나름대로 동류의식이 생겨서 자기들끼리 봐준다. 수십 년간의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원 출신이 거부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또, 전직 의원들은 국민이 잘 모르는 이른바 꿀보직에 많이 취업한다. 무언가 유리한 점이 있어서일 것이다. 넷째, 국민의 평균적인 삶의 상황과 너무 동떨어져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국민과 분리되었다. 최근 국회에서 제정되는 법률들과 발의된 의안들을 보면 대부분 국민에게 추가적 부담을 지우거나, 없었던 의무를 만들거나, 벌칙을 강화하거나, 기득권의 이익을 더 보태주고 있다. 도대체 우리나라 국민의 한 사람이 만든 법률로 보기 어렵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거나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좋은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똘똘한 보좌진이 의원 일을 하고, 의원들은 특혜와 이익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국회 상임위 발언은 보좌관이 써주고, 정작 의원은 화장실에서 코인거래를 했다는 스캔들은 진정 한 사람만의 일탈 행위일까.
이런 맥락에서 보좌진 숫자를 대폭 줄여야 한다. 한두 명의 비서 기능만 남겨두고, 국회의원 본인이 직접 정책과 제도를 정성껏 살펴야 한다. 지금 보좌진이 수행하는 정책기능은 예산정책처나 입법조사처, 미래연구원 등 국회 기관들을 활용하면 된다. 그 기관들을 확대하거나 미국 의회 산하 기관인 회계감사원(GAO)을 신설해도 좋다. 그 기관들을 중심으로 국회의 전문성과 실력을 높여서 축적시켜 나가야 한다. 그래야 입법부가 전문성과 일반 역량으로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다.
국회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는 일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의원들이 평균적인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 입장을 공감하면서 정책과 제도를 섬세하게 검토하고 고민하는 봉사자들이 국회의사당을 채워야 한다. 역설 같지만,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 수준의 급여가 오히려 해답이 될 수도 있다.
문화일보
08.05 ‘민주당 돈봉투’ 윤관석 구속...현역의원 20명 본격 수사
의원 20명에 6000만원 건넨 혐의
현역의원 첫 구속… 수사 본격화

▲윤관석 의원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윤관석 의원이 4일 구속됐다. 이 사건으로 현역 의원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소속이던 윤 의원은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탈당해 무소속 상태다. 검찰은 윤 의원을 조사한 뒤 돈 봉투를 받은 의혹이 있는 민주당 현역 의원 약 20명을 본격 수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말 송영길 당시 당대표 후보 캠프 관계자들에게 ‘국회의원을 상대로 금품을 제공하겠으니 돈을 달라’는 취지로 말해 현금 6000만원을 받은 뒤 이를 300만원씩 봉투 20개에 나눠 담아 민주당 의원들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의원은 돈 봉투를 건네면서 의원들에게 “지역 대의원들에게 송 후보를 찍으라고 해달라”는 취지의 ‘오더’도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윤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했다.
반면 윤 의원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성만 의원은 이날 구속을 면했다. 이 의원도 민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이 돼 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구속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의원은 2021년 3월 당시 송영길 당대표 선거 캠프 관계자들에게 1100만원의 현금을 제공하고, 그해 4월 말 윤 의원에게 3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가 있다.
앞서 검찰이 윤·이 의원에 대해 청구했던 첫 구속영장은 지난 6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 동의안이 부결되면서 기각됐다. 이후 검찰은 보완 수사를 거쳐 지난 1일 두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한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보좌관 출신인 박모씨도 이 사건으로 지난달 3일 구속됐다. 박씨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의원들에게 건넬 현금 6000만원을 윤관석 의원에게 전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08.05 방 6개 '100평 빌라'와 아리팍…김은경 강남2주택 100억 육박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 소유 빌라가 있는 반포 서래마을에는 대형 면적의 고급 빌라가 밀집해 있다. 함종선 기자
노인 폄하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집은 서울 강남의 대표 부촌 중 하나인 서초구 ‘서래마을’의 방6개 짜리 고급 복층 빌라다. 시중에서 얘기하는 ‘분양 평수’로는 100평이 넘는다. 그는 또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아리팍) 45평짜리도 소유하고 있다.
김 위원장 소유의 ‘강남2주택’ 시가는 인근 비슷한 크기 주택의 시세를 기준으로 했을 때 100억원에 육박한다. 민주당은 지난 2020년 4·15 총선 출마자 전원에게 ‘규제지역 2주택 이상 시 1주택 외 전부 매각’ 서약을 받는 등 다주택 보유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아리팍 전용 112.93㎡(공급면적 45평형) 한 채를 장남(1992년생), 차남(2002년생)과 함께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 선임 당시 민주당은 “아파트가 있는 것은 (2006년) 남편과 사별하면서 상속으로 물려받은 것이고, 당시 자녀들이 매우 어려서 재산 처분에 대한 본인의 판단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법정 지분대로 나눠 현재까지 소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전용 112.93㎡ 중 김 위원장이 80.67㎡(71.4%), 92년 장남과 2002년생 차남이 16.13㎡씩(각 14.3%) 지분을 나눠 소유하고 있다. 아크로리버파크는 2016년 신반포1차를 재건축한 단지로 김 위원장은 재건축 이전에 상속을 받았다.
해당 면적타입(150D타입)의 역대 최고가는 지난해 4월 54억원(18층)이다. 이 아파트 40평형대(공급면적 145~152㎡)에는 6개 타입이 있는데, 김 위원장 소유 아파트와 같은 타입은 이 가운데서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질 정도로 인기가 높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해당 면적 타입 매물의 매도호가는 50억~60억원이다.
김 위원장 소유 집과 같은 동 같은 라인의 고층 매물은 “‘파노라마 한강 뷰’가 가능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 소유 아파트는 29층(최고 38층)이라 평균 시세 이상에 거래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자택. 함종선 기자
김 위원장이 다세대주택이라고 신고한 빌라(현대파크빌라)는 지난 2009년 14억50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등기부등본과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 등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 가족은 아리팍 아파트는 임대(보증금 10억원)를 주고, 이 빌라에 함께 거주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70평형대(전용면적 242.43~248.73㎡) 6가구 규모의 이 빌라는 1991년 준공했다. 방이 6개, 화장실이 3개인 대형빌라다. 오래된 빌라의 경우 건물의 가치가 거의 없기 때문에 대지권면적(대지지분)에 따라 가격이 책정된다.
김 위원장 소유 빌라의 대지권면적은 222.75㎡(67.4평)이다. 이 집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1종 일반주거지역인 이 지역에 빌라 재건축이 잇달아 추진되면서 대지권면적 평당 호가가 6000만원 이상인 경우가 많다”며 “김 위원장의 빌라는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평당 5000만~5500만원 정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시세로 환산하면 33억7000만~37억원 정도라는 얘기다. 특히 김 위원장의 집은 복층이라 실제 사용 면적은 등기면적보다 훨씬 더 크다. 서래마을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실 사용면적은 100평이 훨씬 넘고, 대지지분이 70평에 육박하는 집이기 때문에 서래마을 중에서도 가치가 아주 큰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은 이 아파트 한채를 두 아들과 함께 보유 중이다. 뉴스1
인근의 1991년 준공한 효성빌라 전용 200.59㎡(대지권면적 165㎡)가 지난해 말 29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김 위원장의 빌라는 이보다 대지권면적(222.75㎡)이 더 크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금융감독원 퇴직에 따른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때 가족소유 아파트(35억8000만원)와 본인 명의 빌라(14억7100만원)의 가격을 공시가격에 따라 50억5100만원으로 적어냈다.
김 위원장은 1965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서울 성동구의 무학여고,한국외대를 졸업한 후 독일 만하임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원·함종선 기자 kim.won@joongang.co.kr
08.05 [단독] 백혜련·황운하 등 돈봉투 수수 정황 현역의원 19명 법정서 공개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전날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영장실질심사 때, 돈 봉투를 수수한 정황이 포착된 민주당 현역 의원 19명의 명단을 법정에서 공개한 것으로 5일 전해졌다. 백혜련·황운하 의원 등 검사, 경찰 출신이나 박성준·허종식 의원 등 언론인 출신 의원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법조계와 정치권에 대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말 송영길 당시 당대표 후보 당선을 목적으로 윤관석(구속) 의원에게서 300만원씩 든 봉투 20개를 각각 건네받은 것으로 지목된 민주당 의원이 최소 19명이라고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각각 열렸는데, 검찰은 두 의원의 범죄 혐의 사실과 구속 수사 필요성 등을 소명하는 과정에서 돈 봉투를 받아간 정황이 있는 의원들에 대한 그간의 수사 결과도 재판부에 밝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정에서 19명의 실명이 특정돼 공개됐고, 회의 참석이나 의원실 방문 등 돈 봉투 수수 당시 정황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고 한다. 그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3일 “윤관석·이성만 의원 영장실질심사 때 수수 의원 특정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한 ‘돈 봉투 살포’ 행위가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윤 의원이 2021년 4월 28일 오전 국회 외교통상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송영길 후보 지지 ‘국회의원 모임’에 참석한 의원 10명에게 300만원짜리 봉투 1개씩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날 모임에 참석한 사람은 김영호(서울 서대문을), 민병덕(경기 안양동안갑), 박성준(서울 중구성동을), 박영순(대전 대덕), 백혜련(경기 수원을), 이성만(인천 부평갑), 임종성(경기 광주을), 전용기(비례), 허종식(인천 동구미추홀갑), 황운하(대전 중구) 의원이라고 검찰은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이튿날인 2021년 4월 29일 윤 의원이 돈 봉투를 전달하기 위해 의원실 등에서 만난 것으로 지목된 의원이 9명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호남권 의원들이고 수도권 2명, 충청권 1명 의원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검찰은 그동안 돈 봉투를 받은 의원들의 동선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회사무처를 압수 수색해 2021년 4월 의원들의 출입 내역 자료 등을 확보하고, 송영길 전 대표의 일정을 관리했던 전직 비서관 이모씨 등을 압수 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2021년 4월 28일 열린 ‘국회의원 모임’ 일정을 조율하고 참석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
검찰은 윤 의원을 구속한 이후 보강 수사를 거쳐 돈 봉투 수수 의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민병덕 의원은 “나중에 연락해 달라”, 박영순 의원은 “터무니없는 얘기. 말도 안된다”고 답했다. 또 임종성 의원은 “그런 적 없다”, 전용기 의원은 “말도 안 된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곳에서 (봉투가) 오가는 것조차 말이 안 된다”며 “그런 적 없다”고 했다.
박성준 의원은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 그런 모임이나 회의는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돈 봉투를 주고 그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허종식 의원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날 모임에는 아마 갔을 것 같은데 돈 봉투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나머지 의원들에게도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 핵심 피의자 무소속 윤관석 의원(왼쪽)과 이성만 의원. /뉴스1
한편, 윤관석 의원은 이 사건으로 4일 밤 구속됐다. 윤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했다. 이 사건으로 현역 의원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소속이던 윤 의원은 이 사건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탈당해 무소속 상태다.
윤 의원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성만 의원은 이날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구속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의원은 2021년 3월 당시 송영길 당대표 선거 캠프 관계자들에게 1100만원의 현금을 제공하고, 그해 4월 말 윤 의원에게 돈 봉투를 수수한 의원들 중 한 명이라는 혐의가 있다.
보도가 나온 뒤, 백혜련 의원은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최고위원 후보로서 당선을 위해 의원들과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해야 하는 입장에서 특정 캠프로부터 돈 봉투 수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박성준 의원도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엄중한 법적 대응을 포함해 모든 대응 조치를 할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황운하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송영길 지지 모임에 참석했는지 여부도 명백히 밝혀져야 할 일이지만 이와 별개로 모임에 참석한 의원들을 곧바로 돈 봉투 수수 의혹 의원으로 특정해서 보도하는 건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밝혔다.
08-07 돈 봉투 정황 19명 법정 공개… 민주,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관련, 돈을 수수한 정황이 드러난 현역 의원 19명 명단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지난 4일 구속된 윤관석 의원의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검찰이 재판부에 실명과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그 중 10명은 2021년 4월 28일 국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회의원 모임’ 참석자로, 당시 윤 의원이 현금 300만 원이 든 봉투를 하나씩 건넸으며, 나머지 9명은 다음 날 국회 의원실 등에서 전달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해당 의원들 모두가 ‘허위 사실’ ‘악의적 여론몰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앞서 구속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 출신 박용수 씨 등을 통해 구체적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도 혐의가 상당히 소명됐기 때문에 영장을 발부했을 것이다. 특히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적시했다. 윤 의원과 수수 정황 의원 간의 진술 조작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정당 최고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로 표를 매수하는 것은 민주주의 파괴 행위다. 국민의 표를 받아 당선된 현역 의원들이 돈을 받고 당원들의 표심을 왜곡했다면 결코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은 19명 모두 차례로 소환 조사한 뒤 송 전 대표를 부를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의원들은 물론 민주당 차원에서도 진상이 신속히 밝혀질 수 있도록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미 체포동의안 부결이나 묵비권 행사 등으로 불신을 자초해왔다.
문화일보 사설
08.07 기대 餘命과 발칙한 상상
野 혁신위원장 아이디어 반대로 적용해 보자
살날 얼마 안 남았으니 편향 없어
1인 1표 말고 3표 주면 어떤가
발칙한 상상 첫 번째. 집에서 독일 영화 ‘패러다이스’(2023)와 할리우드 영화 ‘인 타임’(2011)을 다시 봤다. ‘패러다이스’는 인간의 잔여 수명을 사고팔 수 있다는 흉칙한 상상으로 만든 영화다. 어떤 가난한 청년이 자신의 수명 중에 15년을 떼어내 80만유로를 받고 파는 장면이 시작 부분에 나온다. SF공상 과학에서도 가당찮을 얘기다.
‘인 타임’에서는 왼쪽 팔뚝에 전광 숫자로 표시되는 잔여 수명이 나오는데, 화폐와 똑같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해도 카운터 리더기에 팔뚝을 갖다 대면 4분이 빠져나간다. 잔여 수명 수백 년을 가진 부자가 있는가 하면 근근히 24시간을 채워가며 사는 빈민층도 있다.
발칙한 상상 두 번째. 벨기에 소설가 아멜리 노통은 오래전 자신의 책에서 ‘기간제 계약 결혼’ 얘기를 꺼냈다. 모든 결혼을 부동산 임대 계약처럼 2년마다 갱신하자는 것이다. 그때 부부 쌍방이 동의하지 않으면 결혼 계약이 자동으로 종료된다. ‘검은 머리 파뿌리’ 서약은 전설이 된다.
발칙한 상상 세 번째는 ‘결혼을 2번 하도록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2번 하되 초혼 청년과 재혼 중년 여성을 짝짓고, 초혼 처녀와 재혼 중년 남성을 짝짓자는 것이다. 정서적, 경제적 조화를 이룰 수 있어서 인류의 총체적 행복 지수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마존 밀림을 탐사해 보면, 이미 이렇게 하고 있는 원주민 부족을 찾을 수 있다는 말까지 덧붙인다.
발칙한 상상 네 번째. 신체적 아름다움을 점수화하자는 것이다. 얼굴과 몸매가 얼마나 훌륭한지 측정치를 만들고 등급을 매겨서 여러 계약 조건 중에 하나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은 측정하고 적성은 검사를 하면서, 미적 조건은 왜 짐짓 무시하는 척하는가. 그런 위선을 그만두자는 제안이다. 입사, 입시, 결혼 중매, 공무원 채용 때 공식화하자고 한다.
마지막 발칙한 상상. ‘1인 1표’로 알고 있는 평등선거 원칙을 이제 종료한다. 대신 재산세, 소득세, 평생 사회 공헌도, 병역, 출산, 부모 효도 평판 등을 지표화해서 1에서 10까지 가중치를 두고 투표 때 적용하자는 상상이다. 재산권과 선거권을 연동하는 로크주의를 일부 되살리면서 동시에 아동 선거권도 인정해 주자. ‘합리적 가중치’에 우리가 합의할 수만 있다면 되잖겠는가.
아차 잊을 뻔했다. 이참에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서 기대 여명도 투표 가중치에 산입하자. 다만 반비례로 하자. 살날이 얼마 안 남은 어르신들은 어떤 정당 후보에 대해서도 개인적·정파적 쏠림 없이 중립을 지킬 수 있다. “미래가 짧으신” 그분들이 정치꾼들에게 뭘 바라고 왜곡된 선택을 하겠는가.
그런데 엊그제 “18년간 시부모를 모셨다”는 김은경 말을, 미국 사는 시누이라고 밝힌 사람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폭로하는 바람에 김은경은 졸지에 모든 신뢰를 잃고 말았다. 어디까지가 참 인생인지 알 수 없게 됐다.
헌법 제41조와 제67조는 국회의원·대통령을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고 돼 있을 뿐 1인 1표라고 못 박지는 않았다. 공직선거법 제146조에 ‘투표는 1인 1표로 한다’고 돼 있다. 여야 합의만 하면 개헌까지도 필요 없이 법만 살짝 고치면 된다. ‘투표는 1인 1표로 하되 가중치를 둔다’, 이렇게.
이미 우리네 ‘선진(?) 정당’들은 자기들끼리 치르는 각종 선거에서 대의원, 책임(권리) 당원, 일반 당원에 따라 투표권 차별을 두고 있다. 지금도 총선은 평등 원칙이 무시당하고 있다. 30만7000명이 국회의원 1명 뽑는 선거구(경기 화성 을)는 13만4000명이 1명을 뽑는 곳(부산 남구 을)보다 2.3배 불평등하다.
결론. 때론 극단적이고 발칙한 상상이 중심 잡는 데 도움을 준다.
조선일보 김광일 기자
08-07 노인폄하 관련…이재명 “김은경 혁신위원장 신중치 못한 발언, 상처 줘 유감”
혁신위원장 경질 질문엔 침묵
비명계는 “혁신위 해체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 논란과 관련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좀 신중하지 못한 발언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은 분들이 계시다”며 이같이 밝혔다. 논란이 불거진 지 8일 만이다. 그는 그러나 자신에 대해 제기되는 책임론, 김 위원장 사퇴, 대한노인회 방문 의사 등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청년좌담회에서 과거 아들과의 대화를 소개하며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게 자기(아들) 생각이었다”며 “되게 합리적이지 (않으냐)”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거센 논란에 김 위원장은 나흘 만인 지난 3일 “어르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더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공식 사과하는 한편, 대한노인회를 사과 방문했다.
이 대표가 김 위원장의 노인 폄하 논란에 관해 유감을 표했지만, 비명(비이재명)계는 혁신위가 운영 동력을 상실했으므로 해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혁신위가 전국을 돌아다니고 당원 간담회를 하면서 김 위원장 노인 폄하 말실수가 나온 지금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하나도 없다”며 “이런 상태라면 빨리 혁신위를 접어야 한다. 지금 남아 있는 건 그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오는 8일 대의원제 축소·폐지와 관련한 혁신안을 발표하지만 비명계가 반발하면서 혁신위발 갈등도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혁신위는 김 위원장이 노인 폄하 발언부터 가족사까지 다양한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향후 2주 안에 모든 혁신안에 대한 발표와 후속 작업을 마치고 활동을 조기 종료할 방침이다. 혁신위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혁신안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혁신위 내부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에 차등이 생기지 않도록 ‘1인 1표’로 맞추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최종 회의를 거쳐 내일 대의원제 축소·폐지와 관련한 혁신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혁신위 관계자는 “혁신안을 최종 발표한 이후 당헌·당규 개정용 문건과 백서를 만들고 활동을 종료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대영 기자 bigzero@munhwa.com
08.08 이미 파탄 난 ‘민주당 혁신’, 남은 건 김은경 논란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취임 때 “뼈를 깎는 노력으로 민주당을 윤리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의 도덕성 회복은커녕, 설화를 반복적으로 자초하더니 이제 김 위원장 개인사를 둘러싼 가족 공방까지 벌어졌다. 불 끄러 왔다는 소방수가 오히려 불을 더 지르는 꼴이다.
김 위원장은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권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발언으로 노인 폄하 논란을 일으켰다. 그걸 무마한다고 “교수라 철이 없어서”라고 말해 교수 사회의 반발까지 샀다. 정권 교체 후 다른 사람들이 다 물러날 때 연봉 3억원짜리 금융감독원 부원장 임기를 끝까지 채우고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친 것이 치욕스러웠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친이재명계 편향’ 지적도 나왔다. 혁신위 구성부터 친명 일색이었고, 이낙연 전 대표를 겨냥해 “당내 계파 정치는 부적절하다”고 했다. 초선 의원을 만나 ‘코로나 초선’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민주당 원로가 김 위원장에게 “개딸 홍위병 노릇 할 것이 아닌 바에야 깨끗이 사퇴하라”고 했을 정도다.

▲노인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찾아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과 면담을 마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이 혁신위를 띄운 것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와 돈 봉투 사건, 김남국 코인 논란, 강성 팬덤의 폐해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의원에게 쏠린 도덕성 파탄 비판을 불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지만 두 달이 다 되도록 아무 성과가 없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과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을 1호 혁신안으로 내놨지만 당 지도부는 무시했다. 김 위원장이 민주당 혁신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그때 직을 걸고 이 대표와 맞서거나 사퇴했어야 한다. 국민 거의 모두가 원하는 불체포특권 포기조차 거부되는데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나. 지금 보니 김 위원장의 진짜 관심은 민주당 혁신이 아니라 ‘금감원 부원장’처럼 좋은 자리였던 것 같다.
정당 혁신은 기본적으로 당내 문제지만, 민주당은 168석을 보유한 국회 제1당이다. 한국 정치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자신과 코드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을 내세워 적당히 혁신하는 시늉만 하려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8.08 김은경, 시부모 18년 모셨다? 아들·시누이 ‘막장 폭로전’
‘노인 비하’ 논란 이어 또 파문
더불어민주당 혁신위가 김은경 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에 이어, 김 위원장 시누이의 ‘시부모를 협박하고, 재산을 빼돌렸고, 사별한 남편과 불화가 있었다’는 폭로로 혼란에 휩싸였다. 지난 5일 김 위원장의 시누이 김지나씨는 “김은경의 노인 폄하는 그녀에겐 일상”이라는 폭로 글을 인터넷상에 올렸다. 그러자 김 위원장의 첫째 아들이 6일 “말도 안 되는 거짓 선동”이라며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김 위원장은 7일까지 이번 사안에서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 인사들도 김 위원장 가족 간 폭로에 말을 아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가족 간 문제는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고, 거기에 재산 문제가 끼면 당사자들끼리도 첨예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부모 18년 모셨나
발단은 김 위원장이 지난 3일 대한노인회에서 한 “남편 사후에 시댁 어른들을 18년 모셨다. 두 분을 선산에 묻어드렸다”는 발언이었다. 김 위원장은 “어르신들에 대해 공경하지 않는 마음을 갖고 살아본 적은 없다”고도 했다. 노인 비하 발언은 오해라는 취지였다. 김 위원장의 남편은 2006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위원장의 시어머니는 2021년 12월, 시아버지는 2022년 12월 사망했다.

▲그래픽=백형선
미국에서 20년째 거주 중이라는 시누이 김지나씨는 5일 “단 한 차례도 시부모를 모시고 산 적이 없고, (부모님은) 18년 동안 김은경에게 온갖 악담과 협박을 받으셨다”며 “그렇게 18년을 사시다 2년 전 어머님을 먼저 보내고, 끝내 자살한 아들이 너무도 그리운 아버지는 자식과 똑같은 방법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시아버지도 남편과 마찬가지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위원장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할아버지는 고향에 가셨고 수시로 어머니와 함께 할아버지 고향에 찾아갔다”며 “어머니는 제가 할아버지에게 무심해질 때에도 먼저 할아버지께 전화드리고 내려가라고 독려도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아버지가 숨진 뒤에도 김 위원장과 시부모의 관계가 좋았다는 취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18년을 모셨다’는 언급은 적어도 시부모님과 함께 살거나 근처에 살며 자주 만났다는 의미는 아니었던 것이다.
◇재산 빼돌렸나
시누이는 김 위원장이 남편 사망 직후 시아버지가 운영하던 사업체를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시아버지는 소방 관련 특허를 여러 개 갖고 관련 제품을 생산했고, 김 위원장 남편은 아버지와 함께 일했다고 한다. 실제 김 위원장의 시아버지는 10개 넘는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시누이는 “친정 아빠는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던 참에 오빠의 도움으로 날개를 달았다”며 “오빠는 그 덕으로 세무조사를 받아야 할 만큼 재산이 불어났고 그 당시 강남에 있는 아파트와 빌라를 매입했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시누이는 하지만 오빠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는 “김은경은 오빠가 떨어져 죽은 그 순간부터 장례가 끝난 우리가 본 어떤 순간에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며 “(오빠의 자살보다) 더욱 황당한 일은 어수선한 틈을 타 아빠 사업체를 (김 위원장이) 자신의 친동생 이름으로 바꾼 일”이라고 했다. 이어 “아빠는 즉시 시정을 요구하고 법에 호소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손써 볼 방법이 없었고,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고통도 모자라 땀 흘려 일군 사업체까지 며느리가 가로채 갔으니 집안은 풍비박산 났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의 아들은 “생전에 아버지가 운영했던 회사를 저희 어머니가 가로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할아버지는 아버지 돌아가신 후에 저희 집이 회사를 이끌며 할아버지, 할머니를 부양하길 원했다”고 했다. 현재 회사 명의가 김 위원장 동생 명의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전체 취지는 김 위원장 측에서 회사를 운영 중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공직자 재산 공개 때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와 빌라 등 61억원 재산을 신고했다. 시아버지 사업체 관련 재산은 내역에 없었다.
◇부부 불화가 자살 원인?
시누이는 오빠 부부 사이에 극심한 불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남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 김 위원장의 둘째 아들로부터 ‘엄마랑 아빠가 막 싸웠어. 그래서 아빠가 화가 나서 뛰어내렸어’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시누이는 이 사건이 일어나기 한참 전부터 “(김 위원장이) 말끝마다 60세가 되면 이혼할 거라는 말을 공공연히 흘리며 남편과의 사이가 멀어지고 있음을 내비쳤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의 아들은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 동생은 만 3세였다. 아버지의 죽음을 9살까지 숨겼고, 사인이 자살이라는 건 최근까지도 몰랐다’고 했다. 이어 “(고모가) ‘엄마랑 아빠가 싸웠고 화가 나서 뛰어내렸다’는 말을 동생으로부터 들었다고 거짓말을 하는 건 제 어머니뿐만 아니라 조카인 저나 동생에게 큰 잘못을 하는 거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저희를 괴롭히고 싶으셨나”라고 했다.
◇부의금만 챙긴 김은경?
시누이 김지나씨는 “남편 자살 이후 시부모의 사업체까지 빼돌린 며느리가 왜 돌아가신 시아버지 장례식장에 왔겠냐”면서 “겉으로 보기에는 사별한 남편의 시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며느리 노릇을 한다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겠지만 잘난 금융감독원 부원장 타이틀로 보내온 부의금을 챙겨가는 모습을 본 우리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작년 12월 금감원이 언론에 알린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시부 부고 기사. 당시 금감원 부원장인 김 위원장만 가족으로 기재돼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김은경 위원장이 시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은 일요일인 작년 12월 4일 오후 5시쯤 금감원 공보실을 통해 언론에 전파됐다. 고인은 1남3녀를 뒀는데, 당시 부고 기사에는 고인의 가족 사항으로 며느리인 김 위원장(당시 금감원 부원장)만 기재돼 있었다. 김지나씨를 포함한 3녀와 사위 등 이름은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고가 휴일에 알려진 데다 발인이 바로 다음 날 오전이었고 장례식장도 전북 전주여서 대부분 직접 상가에 찾아가지 못하고 조의금만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 고위 간부의 경조사에 금융기관 등이 내는 부의금 액수는 상당하다는 말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시부모 사망을 이용해 거액의 부의금을 챙겼다고 시누이가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의 아들은 “인터넷에 글을 올린 막내 고모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장례식에도 참여하지 않으신 분”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부의금만 챙겼다고 비난한 시누이가 오히려 장례식장에 있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 아들은 이어 “고모들은 부양 책임은 지지 않더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상속은 받아갔다. 저희 가족(어머니, 저, 동생)은 모두 상속을 포기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박상기 기자
08-08 이재명의 민주당 ‘혁신 쇼’의 예고된 파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월 20일 출범시킨 혁신위원회가 50일도 되지 않아 파장(罷場)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간의 활동, 그리고 오는 10일 발표한다는 대의원제 폐지 방안 등을 종합하면 민주당 혁신은커녕 당을 정치적·도덕적 파탄 지경으로 내몰았다. 애초 혁신위를 구성한 것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물론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 코인 파문 등으로 당의 윤리 의식과 자정 역량이 실종됐다는 여론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이 대표 사퇴론 확산을 막으려는 측면도 있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윤리 정당”을 강조했다. 하지만 본인부터 윤리·혁신과 거리가 멀었다. 남은 수명에 비례한 투표권 부여가 합리적이라는 황당한 발언으로 패륜과 반민주 논란을 자초했다. 연봉 3억 원을 챙기고도 “윤석열 밑에서 치욕” 운운했다. 낯 뜨거운 가족사 논란까지 불거졌다. “남편과 사별 후 18년간 시부모를 모셨다”는 주장에 대해 시누이가 거짓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김 위원장의 아들이 재반박에 나섰다. 그나마 1호 혁신안으로 주목을 끌었던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도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를 달아 사실상 사기극으로 귀결됐다.
혁신위의 최대 성과가 될 대의원제 폐지·축소는 혁신위 본질이 무엇인지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모든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고, 정당 시스템은 당원이 선택하면 되지만, 민주당의 현 상황에서 그 방안은 이 대표에게 당 장악력과 공천권을 강화해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표 지지층인 ‘개딸’ 등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박광온 원내대표마저 “대의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일”이라고 반대하는데, 혁신위가 총대를 멨다. 이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의 이재명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을 강조했다. 혁신위는 이 대표의 정치적 위기를 뒤집는 신(神)의 한 수가 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착잡하다.
문화일보 사설
08-08 김은경 ‘막된 정치’ 수혜자와 피해자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위원장 김은경의 행태를 보노라면 정말 우리나라 정치는 상식 밖의 막된 정치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정치의 혼탁함과 저질성을 한두 해 보아온 게 아니지만, 이번처럼 막막하고 답답함을 가눌 수 없는 적은 없었다. 이것은 당사자 한 사람뿐만이 아니라 이에 대처하는 거대 야당의 모습이 그렇고, 여당의 모습 또한 그리 나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명(餘命·남은 수명)에 비례해서 투표권 수를 달리해야 한다는 철없는 자식의 소리를 ‘합리적’이라고 치켜세우고는 정치에 ‘어리석은’ 그리고 ‘교수라 철이 없어서’ 그랬다는 변명은 참으로 ‘정치 교양’(political literacy)이 바닥 수준이라고 여겨진다. 1인 1표의 정치 평등 원칙이 민주주의의 최대 원리로 등장하기까지 인류가 얼마나 많은 투쟁을 벌여 왔는지를 모른다 하더라도, 단 하루 남은 목숨이라도 인권이 존중돼야 하는 인륜을 모를 수 있는가.
사회적 논란이 비등한 데도 민주당의 대응은 계파에 따라 다르다. 그렇게 갈구하던 단일대오의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진영정치와 선동정치에 매몰된 일부 인사는 당당하게 김 위원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과 비슷한 수준의 정치 교양이다. 그나마 부끄러움을 간파한 인사는 사퇴를 종용하고 나섰지만 별 반향이 없다. 대다수 야당 정치인은 그저 진영정치를 통한 총선 승리만이 관심이다. 아니, 그보다는 자신의 공천 여부에 더 촉각을 세우고 있다.
거대 야당의 표류는 당 대표로부터 그 근원이 나온다. 공천권을 장악하고 놓지 않으려는 이재명 대표의 전략은 집요하다. 보궐선거 출마, 당 대표 선출 과정, 그리고 당 운영에서의 권모술수는 교묘하다. 여러 사법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당직과 열성 당원을 이용해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사이다’ 이재명은 가고, 지연과 외면으로 사태를 최대한 연장하는 작전이다. 김 위원장의 설화는 오히려 이 대표에게 순기능을 한다. 자신의 검찰 소환에 관한 관심을 분산시키고 진영 선동에도 나쁘지 않다.
이 대표는 사면초가 상황에서도 느긋하게 예정대로 휴가를 다녀왔다. 민주당의 돈 봉투 살포 의혹은 당 차원에서는 치명적이지만, 이 대표에게는 오히려 동병상련의 동지를 확보한 거나 다름없다. 20여 명의 소속 의원이 수사 대상이 됨으로써 적어도 ‘정치 수사’ ‘소설’ 등의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당내 ‘올드 보이’의 귀환은 이 대표의 역전극을 가능케 한다. 고장 난 혁신위원회에 혁신 아닌 혁신을 위한 회생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수명이 연장되면 될수록 당의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내년 총선은 정권 안정론 대 심판론이 대세를 이룰 것이다. 대체로 선거가 집권 전반에 치러지면 여당이, 후반에 치러지면 야당이 유리한 게 우리의 선거 현실이다. 내년 선거는 정확히 말하면 집권 전반이지만, 햇수로 따지면 집권 3년 차가 돼 정권 심판론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야당의 악재를 고려하면 여당의 압승이 가능하나, 현 여당은 집권 당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 비전과 시대정신을 대변하기보다는 야당의 정쟁에 휘말리고 대통령 1인의 성과에만 의존한다. 유권자인 국민은 정치와 정치인을 정말 걱정하고 있다.
문화일보
08-08 나랏빚 폭증, 총선 때 심판해야 한다

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학 연구교수
국가적 난제 전방위 확장에도
정치권은 해결보다 갈등 조장
근원적 문제는 분배 비중 조절
야당 정책 대안은 지속 불가능
여권은 방향 옳지만 품질 의문
격변 막을 정치 혁신자 찾아야
지난해 말 핼러윈 축제 때의 압사사건으로 많은 젊은이가 희생되자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정도로 정치적 파장이 컸다. 이후 화물연대 불법파업과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들의 정치성 파업이 있었다. 최근에는 일본 후쿠시마원전 오염처리수 방류를 둘러싸고 ‘이념 갈등’이 폭발했다. 또, 전례 없는 폭우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로 인명·재산·인프라 피해가 커지자 그 책임 문제로 떠들썩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정치·경제·안보·외교 관련 대립과 갈등이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어느 때보다 국민 여론은 심각하게 분열되고 정치권은 해결을 위한 정치적 조정보다 대립과 갈등을 조장해서 정쟁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갈등 상황 증폭은 행정 권력을 차지한 여당과 국회 권력을 차지한 야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민 여론의 분열과 갈등 증폭의 근저에는 해결책이 잘 보이지 않는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 1960년대 경제성장론의 대가 니컬러스 칼도는 대개 GDP의 70% 안팎이 노동에, 30% 안팎이 자본에 분배되는 게 장기적 경향이라는 ‘정형화된 사실(stylized fact)’을 발견했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1980년대 이후 노동분배비중(labor share)이 악화해 왔고, 2000년대 이후 더 심해지고 있음을 입증해 왔다.
원인 설명은 여럿이다. 그러나 경제학계는 국가가 특정 세력에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해서가 아니라, 1980년대 이후 기술 발전의 특징에 따른 경제적 효율성 추구로 이 현상이 나타났다는 데 이의가 없다. 그러므로 현재 여러 양태의 경제적 격차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격차가 설령 기술 발전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라 할지라도, 이로 인한 정치·경제·사회 문제에서 자유로운 정권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그러므로 ‘이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핵심 정치·경제·사회 어젠다이며, 이 문제 해결에 진력하는 것은 정치와 정부의 일의적 사명이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가 도전받을 것이다.
그런데 현대 기술 패러다임의 결과는 ‘승자독식(Winner-takes-all or most)’이 보편적이라, 이 경제적 격차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데 딜레마가 있다. 승자독식은 기술적·경제적 효율성 보장의 최적 수단이므로, 제약하면 나눌 파이가 작아지지만 용납하면 경제적 격차가 커지는 성향이 있다.
사실 정치권은 이미 이 상황 해결을 위한 대결에 돌입해 있다. 정부·여당은 규제 개혁, 세금 감면, 재정 건전성 제고, 사회안전망 효율화 등 전통적인 ‘작은 정부, 큰 시장, 약자 부조’를 지향하고, 야당은 기본소득 도입, 증세와 재정지출 확대, 개입과 규제 강화로 ‘큰 정부, 시장 규제, 보편적 복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현 상황에서 야당의 정책 대안은 경제 활력과 일자리 창출은 줄이고, 나랏빚을 폭증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세금으로 지출을 충당한다. 그런데 파이 창출의 핵심인 승자독식 결과는 제약하면서, 재정을 비효율적 보조금으로 살포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복지를 확장할 경우 필요 세수 확보는 불가능하고 재정지출은 폭증할 것이다. 결국, 이를 빚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어 국민의 삶은 어려워지고 지속 가능성은 악화할 것이다.
정부·여당의 정책 대안은, 그 방향은 문제 해결에 부합하지만 개혁의 폭과 품질이 과연 이 근원적 딜레마를 해결할 수준인지 의문이다. 반시장적 가격·진입 규제를 정책 수단으로 서슴지 않고, 건전 재정 실효성 제고 방안 마련과 연금·건강보험 개혁에 지금처럼 머뭇거리면 설사 정책 방향이 맞더라도 이 딜레마의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결국, 현재 제시 또는 실행되는 정책들로는 여야 모두 이 핵심 과제 해결에 성공하지 못할 게 뻔하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역사적으로 이 모순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대개 국내에서는 소요와 혁명이, 국가 간에는 전쟁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내년 4·10 총선의 선택 기준은 당연히 ‘이 격변 가능성을 해소할 정치적 혁신자는 누구인가’가 돼야 한다.
문화일보
08-08 ‘혼외자 논란’ 조동연· ‘천안함 막말’ 이래경· ‘노인 폄하’ 김은경… 이재명 ‘외부영입 잔혹사’
■ 영입1호부터 줄줄이 구설
조동연 나흘만에 사퇴 시작으로
이래경 불과 9시간만에 물러나
전화로 영입한 박지현과는 갈등
당 내 “리더십 한계 봉착” 고조
강서구청장 보선 전략공천 고심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조동연 전 공동상임선대위원장부터 현재의 김은경 혁신위원장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통해 당에 영입된 외부 인사들이 각종 구설에 휘말리는 ‘영입 인재 수난사’가 이어지면서 당 대표 리더십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당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인재 영입을 통한 전략 공천마저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노인 폄하’ 설화에 이어 가정사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 대표가 직접 영입한 외부 인재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 대표의 ‘1호 영입 인재’로는 대선 후보 시절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조동연 서경대 교수가 꼽힌다. 조 교수는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되자마자 혼외자 출산 등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끝에 나흘 만에 자진해서 사퇴했다. 이 대표는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을 추적하는 활동을 벌인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당으로 영입했다. 박 전 위원장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586그룹 용퇴론’을 당내 상의 없이 발표했다가 당 지도부와 마찰을 빚어 이틀 만에 사과했고,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사퇴했다. 최근에는 이 대표가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으나, ‘천안함 자폭설’ 등 과거 SNS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되면서 이 명예이사장은 임명 9시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대표가 영입한 외부 인재들이 잇따라 수난을 겪고 사퇴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당내 의원들은 이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영입했던 인사들이 계속해서 논란에 휩싸이는 모습은 검증 과정에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각종 논란이 발생한 이후 후속 대처도 빠르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당 대표 리더십에 의문부호를 붙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는 10월 예정된 강서구청장 재보선에서도 인재 영입을 통한 전략 공천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민주당의 고심이 깊은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외부 영입 인사들에 관한 구설이 끊이지 않다 보니 정치 신인을 영입하는 게 또 하나의 잠재된 ‘리스크’가 되고 있다”며 “특히 신인일 경우 후보를 일찍 내게 되면 괜한 스크래치(상처)만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화일보 김대영·이은지 기자
08.09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끼치는 해악 더 두고 볼 수 없다”
과거 민주화 운동 핵심이었던 인사들이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끼치는 해악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오는 15일 ‘민주화운동 동지회’를 결성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가 만든 쓰레기는 우리가 치우자”며 반미·반일 프레임에 갇혀 북한에만 관대한 운동권의 편협한 인식을 바로잡고 정당 정치 정상화를 위해 싸우겠다고 했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되고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을 지낸 주대환씨,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으로 미 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한 함운경씨,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맡고 광우병 시위를 주도한 민경우 씨 등이 참여했다.
‘운동권’은 군사 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이루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민주화 이후 대부분은 생업으로 돌아갔지만, 일부 학생 운동권 간부들은 이 경력을 바탕으로 정치권에 진출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영향력을 키우더니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 전반을 장악할 정도로 권력을 극대화했다. 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30년 권력이었다. 이제는 ‘운동권 귀족’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장기 권력화하면서 자신들이 내세웠던 민주주의, 인권, 정의와 반대로 갔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출범하는 동지회는 이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오는 광복절에 과거‘민주화 투사’들이 ‘반(反)대한민국’ 운동권 세계관을 바로잡아야겠다며 ‘민주화 운동 동지회’를 결성한다. (왼쪽부터)주대환 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함운경 전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 민경우 전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사무처장./조선일보 DB
문 정권 5년간 민주주의 파괴 행태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출발부터 드루킹을 동원한 대규모 여론 조작으로 시작했다. 선거법을 강제로 바꾸는, 민주 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폭거도 저질렀다.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 반민주적 작전을 예사로 사용해 입법 폭주를 했다. 문 전 대통령의 30년 친구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비서실 8개 조직이 나서서 야당 후보를 억지 수사했다.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붙였다고 청년들을 압수수색하고 주거침입으로 재판에 넘겼다. 5·18에 대해 정부 발표와 다른 주장을 하면 감옥에 보내는 법도 만들었다.
민주, 인권 무시는 국내에서만이 아니었다.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 제안을 4년 연속 외면하고, 귀순을 희망한 북한 어민들은 포승줄에 묶어 강제 북송했다. 김여정 말 한마디에 국제사회가 모두 반대한 대북전단금지법을 밀어붙였다. 도덕성을 강조하던 사람들이 조국·윤미향 사태로 공정과 정의를 파탄 냈다. 운동권 출신 시장·도지사들이 성범죄로 물러났다. 억대 연봉을 받는 공공기관에 낙하산으로 무더기 취업하고, 탈원전을 틈타 태양광 사업으로 돈을 벌었다. 각종 시민단체·협동조합·사회적기업을 만들어 수조원대 국민 세금을 타갔다. 운동권이 장기 권력이 되면서 이제는 서로 밀어주면서 국민 세금을 빼먹는 ‘운동권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민주당은 그 생태계를 확대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화는 운동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수많은 일반 시민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 평범한 시민들은 열심히 일해 기업 일으키고 세금 내며 나라와 사회에 기여했다. 그동안 운동권은 반민주, 반인권을 일삼는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이 됐다. 이 낡은 집단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8-09 ‘운동권 정치 설거지’ 깃발 드는 이유

주대환 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前 민주노동당 정책위 의장
열여덟 고3 문학청년에게 1972년 10월 유신이 어두운 그림자로 다가왔다. 서른셋 팔팔한 젊은이에게는 1987년의 민주화가 나의 투쟁이 승리했다는 자부심을 주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희망을 줬다. 그 사이 15년 동안 여러 차례 경찰서 유치장을 드나들고, 세 번 감옥을 갔다 왔다. 나의 청춘은 그렇게 흘러갔다. 문학청년은 투사가 됐다.
모든 청춘의 추억은 아름답다. 그 1972년부터 1987년까지의 내 청춘의 추억도 나쁘지 않다.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다. 멋진 친구들과의 우정도 나눴다. 아니, 그 시절 내가 경험한 동지애(同志愛)는 아마 그 시대가 아니었으면 경험하기 힘든, 시대의 선물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간혹 느낀다. 그 진한 동지애가 지금의 나를 구속한다. 옛 동지들이 모두 동의해주지 않으면, 보고 느끼는 대로 말하지 못한다. 청춘의 우정은 노년의 속박이 되고 있다.
이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정의와 민주를 외친 세대가 노동개혁과 연금개혁을 가로막는 기득권 세력이 됐다. 지적(知的)으로도 게을러, 50년 전에 만들어진,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계관·역사관을 고집한다. 125년 전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에서 조상들이 찾아낸 독립운동의 기본 노선, 해양 문명을 받아들이고 민주공화국을 세워 중국·러시아·일본 사이에서 독립을 지키려 한 그 길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뿐인가. 인류 보편의 가치를 버리고, 반미·반일 프레임에 갇혀 북한의 신정(神政) 체제에 관대하고 인권 문제에는 무관심하다. 젊은이들에게 그게 다 박정희·전두환 탓이라고, 5·18 트라우마 탓이라고, 이해해 달라고만 한다. 민주화운동과 상관도 없는 사람을 민주화운동 역사를 대표하는 당의 대통령 후보로 내세워 다음 세대를 속이려 한 건 아닌가. 반지성의 진영 정치, 괴담이 난무하는 극단의 대결에는 책임이 없는가.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이른바 ‘운동권 정치’가 내재돼 있는 건 아닌가.
우리는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다원주의를 거부하는 독선과 흑백논리를 키우고 있었다. 상대를 민주공화국 내부의 경쟁 상대로 보지 않고, 친일파와 군부독재의 후예로, 타도의 대상으로만 봤던 것이다. 우리는 일종의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모든 세대가, 모든 직군(職群)이 흘린 피와 땀이 모두 나라 발전의 밑거름임을 알지 못했다. 아직도 그런 태도를 고집한다면 민주공화국의 동료 시민들이 용납하겠는가.
괴롭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민주화운동의 옛 동지는 하나가 아니다. 노론과 소론처럼 분파돼야 한다. 우리는 청년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소론(少論)이다. 우리는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우울하게 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신파(新派)다. 우리는 젊은 날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초심파다. 우리는 변절자도 아니고 전향자도 아니고, 진영에서 탈출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단지 소수파다.
그래서 대한민국 수립 75주년인 올 광복절을 맞아 25년 뒤 100주년을 내다보면서 ‘민주화운동 동지회’를 발족하려 한다. 우리가 만든 쓰레기는 우리가 치우자. 젊은 날의 초심은 그대로이면서, 생각은 매일 바뀌는 사람은 오라. 우리 함께 후손들을 위해 설거지를 하자.
문화일보
08.09 나랏빚·가계빚 불린 장본인이 ‘빚내서 빚 정리하자’ 추경 요구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부채 위기 뇌관 제거를 해야 한다”며 ‘배드 뱅크(bad bank)’를 설치하고 추경 예산을 편성해 여기에 돈을 출연하자고 했다. 배드 뱅크란 금융기관으로부터 미상환 대출을 사들여 정리하는 구조조정 기관으로,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사용한 방식이다. 그러나 국민 세금으로 부실 금융기관을 지원하고 채무자 빚을 탕감해준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 국가 부도 정도가 아니면 쓰기 어려운 방식이다.
현재 정부는 세금 투입 대신 채권단이 손실을 떠안는 방식으로 부동산 금융 부실 정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책은행과 증권사·사모펀드가 출자한 4조9000억원 규모의 부실 기업 정리 펀드를 운용 중이고, 9월엔 자산관리공사와 5대 금융지주사 등의 출연금으로 1조원 규모 펀드도 가동된다. 이 단계에서 세금이 들어가는 ’배드 뱅크’부터 만들면 채무자들이 빚을 갚지 않아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그동안 배드 뱅크가 사후적으로 운영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35조원 규모 추경을 편성해 ‘배드 뱅크’ 출자 외에도 중소기업·자영업자 이자를 감면해주고 국민 80%에게 10만~25만원의 에너지 물가 지원금, 전세 보증금 이자 지원 등에 쓰자고 주장하고 있다. 35조원은 전액 빚이다. 민주당은 온갖 곳에 세금을 뿌리면서 5년간 국가 채무를 450조원이나 늘렸다. ‘미친 집값’과 ‘영끌 빚투’ 악순환을 만들어 가계 부채도 400조원 이상 증가시켰다. 야당이 된 후에도 매년 1조원을 퍼부어 남는 쌀을 사들이는 법을 일방 처리하고, ‘문재인 케어’로 구멍 난 건강보험 재정을 세금으로 메워주는 법안, 기초연금을 월 40만원으로 올리는 법안, 대학생 학자금을 무이자 대출해 주는 법안 등을 추진했다. 이렇게 나랏빚, 개인 빚을 천문학적으로 불린 장본인이 ‘빚내서 그 빚 정리하자’고 한다.
조선일보 사설
08-09 6세 어린이까지 ‘오염수 괴담’ 선동에 끌어들인 민주당
어린이들의 생각은 소중하다. 그러나 신념이나 소신으로 볼 수는 없다. 언젠가 합리적 판단을 하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교육과 어른의 역할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초등학생들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이벤트에 끌어들이고, 그들을 활동가라고 지칭하며 그들의 발언이 상당한 권위를 갖는 양 포장했다. 어린이까지 괴담 선동의 소품으로 악용하는 반교육적·패륜적 행태로서, 북한이나 나치의 선전선동술을 상기시킨다.
민주당은 8일 이재명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핵 오염수 불법 해양 투기 저지를 위한 아동·청소년·양육자 간담회’를 열었다. 7명의 어린이가 나왔는데, 취학 전인 6세부터 10세 초등학생까지였다. 아동 활동가를 대표해 발언한 여덟 살 어린이는 “내가 제일 싫은 건 우리나라 대통령이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걸 찬성했다는 것” “우리나라도 위험한 핵발전을 당장 멈추자” “핵발전소보다 더 무서운 말을 써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미래세대도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했다.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민주당 주장의 상당 부분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괴담으로 드러났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도 ‘깡통’이라며 부정했다. 그런 주장을 계속하기 위한 행사에 어린이를 등장시킨 것은 ‘선전 동원’ 말고는 달리 설명이 힘들다. 광우병·사드 사태 때도 유모차 시위 등 유사한 행태로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아동 학대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수권정당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문화일보 사설
08.10 ‘광복절 특사’ 김태우·이중근 포함...최지성·장충기 제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왼쪽)과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세 번째 특별 사면이다. 앞서 신년 특사에서 제외됐던 재계 인사들이 8·15 특사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사면심사위원회 전체 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 사면심사위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 차관·검찰국장,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과 외부위원 5명 등 9명이 참석했다.
재계에서는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 등이 사면·복권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과 조광한 전 경기 남양주시장 등이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고 한다.
김태우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폭로했다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돼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되면서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하지만 이날 사면심사위원들은 김 전 구청장이 문재인 정부의 비리 의혹을 제보한 ‘공익 신고자’라는 점을 감안해 이번 특사 명단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구청장은 복권까지 이뤄지면서 오는 10월 보궐 선거에도 출마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경선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지만, 이번 특사에서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이날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 지난 2016년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사건’ 관련 인사들은 특별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작년 3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의혹 사건으로 재판받고 있는 상태라 이번에 사면을 받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 두 사람과 함께 ‘최순실 사건’에 연루됐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도 이번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지난 2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도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8·15 광복절 특별 사면에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방역 수칙을 어겨 처벌받은 소상공인 등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민생과 경제 살리기라는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신년 특별 사면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포함됐다. 또 작년 광복절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STX 회장 등이 특별 사면을 받았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이날 사면심사위 결과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5일 자로 특별 사면을 단행할 전망이다.
08-10 ‘조국 비리 공익신고’ 김태우 특별사면 당연하다
법무부가 9일 사면심사위원회에서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을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했다고 한다. 사필귀정을 위한 당연한 결정이다. 권력 비리를 폭로한 공익제보자였지만 보호받기는커녕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구청장 당선까지 무효가 됐기 때문이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2018년 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조국 당시 민정수석비서관 등의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환경부의 블랙리스트 등 권력 비리 의혹 35건을 폭로했다.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그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은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검찰도 청와대가 고발한 16개 항목 중 유재수 감찰 무마와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 11개 항목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게다가 그 뒤 법무부 장관도 지낸 조국 전 수석은 자녀 입시 비리에 이 혐의가 더해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도 지난해 1월 같은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한결같이 김 전 구청장 폭로의 공익성을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체제의 대법원은 지난 5월 김 전 구청장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김 전 구청장이 대법원 판결 사흘 전 신청한 ‘공익 신고자 책임 감면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모두 공익제보를 무력화하고 법의 궁극적 목적인 사회정의를 외면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부당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김 전 구청장에 대한 사면을 최종 확정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8.11 노무현 부부 명예 훼손했다고 징역형, 판사가 ‘노무현 성역’ 만드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1심에서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정 의원이 2017년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 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적어 유족에게 고소당한 것이다. 지난해 검찰은 정 의원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했는데 판사가 정식 재판에 회부해 징역형을 선고한 것이다. 대개 명예훼손 사건은 유죄라고 해도 벌금형을 선고하는 게 일반적이다. 징역형은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정 의원 글 중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부부 싸움 하고, 권씨가 가출하고,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목숨을 끊은’ 부분을 허위 사실로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거칠고 단정적인 표현으로 노 전 대통령 부부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글은 2017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명박 정부의 보복으로 노 전 대통령이 죽게 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려 한 것이다. 더구나 정 의원은 법정에서 유족에게 사과도 했다. 그런데도 징역형을 선고했다. 부부 싸움 하고 집을 나갔다는 정도의 말로 감옥까지 가야 한다면 민주 사회라고 할 수 있나.
앞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한동훈 장관이 과거 노무현재단 계좌를 불법 추적했다”는 허위 사실을 주장해 기소됐지만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비슷한 의혹을 제기한 황희석씨도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징역 6개월과 벌금 500만원은 하늘과 땅 차이다. 정 의원에게 선고한 징역형이 형평에 맞지 않게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가 “그 당시 노 전 대통령 부부는 공적(公的)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웠다”고 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법원은 통상 공적 인물에 대한 의혹 제기는 폭넓게 허용한다. 그런데 사인(私人)에 대한 명예훼손이어서 엄하게 처벌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누가 납득하겠나. 판사가 징역형을 내리고자 만들어낸 억지 아닌가. 이 사건 판사에게 노무현 아닌 다른 사람 문제라 해도 징역형을 선고했겠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구를 비판의 성역으로 만들기 위해 판결을 이용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
08.11 대통령제의 유효기간은 끝났다

▲일러스트=이철원
나는 한국과 미국에서 각기 꽤 오래 살면서 두 나라 정치를 다 구경해 본 사람이다. 그 소감은 이렇다. 미국 정치가 ‘농구 시합’ 보는 것 같다면 한국 정치는 ‘권투 시합’ 보는 것 같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가 ‘팀플레이’를 기본으로 하는 ‘경쟁 게임’이라면, 한국 정치는 서로 때려눕히는 ‘격투 게임’인 것이다. 그 ‘격투 경기’만 1년 내내 보며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한마디로 참 불쌍한 사람들이다.
선진국 클럽인 OECD 38국가 중, 우리같이 국민이 맨날 살벌한 ‘권투 시합’만 보며 살아야 하는 나라는 우리 말고도 4곳이 더 있다. 칠레, 멕시코, 튀르키예(터키), 콜롬비아다. 칠레의 피노체트 정권은 17년간 시민을 무려 10만여 명 고문하거나 학살했다. 멕시코는 무려 77년 동안 한 정당이 정권을 독점하는 바람에 국민들은 참 고통스럽고 긴 인고의 세월을 겪어야 했다. 내각제로 순조롭게 발전해 가던 튀르키예는 2014년 대통령제로 바꾼 지 2년 만에 쿠데타가 일어났고, 그 후에도 정쟁의 회오리가 계속되고 있다. 콜롬비아도 비슷한 유의 온갖 시련을 겪어 왔다. 신기하게도 한국을 포함한 이 다섯 나라에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대통령제 국가’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제 국가 5곳이 다른 나라와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무엇일까? 바로 대통령에게 소위 ‘대권’이라는 것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대권’이 무엇인가? 그것은 군 통수권, 검찰권, 경찰권, 감사권, 인사권, 조세권 등 수십 가지 각종 권력·권한이 궁극적으로 한 사람에게 집중된 것을 말한다. 거기에 ‘4~5년 임기’까지 보장됐다. 그 총합적 힘의 위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그것이 발현하는 거대한 영향력과 ‘떡고물들’, 그것은 필연적으로 ‘싸움판’을 유발한다. 그래서 이 나라들 정치는 모두 예외 없이 온통 ‘싸움판’인 것이다.
그런데 같은 대통령제인데 유독 미국 정치에는 ‘싸움판’이 없다. 왜 그럴까? 그 나라 대통령제가 우리와 다른 ‘종’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연방제 국가이다. 수십 주가 일종의 ‘계약’을 통해 세운 나라이다. 그래서 대외적으로는 한 나라이지만, 대내적으로는 사실상 수십 나라가 협동으로 작동되는 그런 구조인 것이다. 그런 나라는 ‘대권’이 주어질 수가 없다. 사실 미국 대통령의 권한은 외교, 국방, 거시 경제, 각 주의 이해관계 조정 등 몇몇 분야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대권’이 없으니 ‘싸움판’이 벌어질 이유도 없는 것이다.
미국은 그렇다 치자. 그렇다면 OECD의 나머지 나라 약 30곳 정치에는 왜 ‘싸움판’이 없는가? 답은 같다. 그 나라들에는 ‘대권’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 모델인 내각제를 보자. 그곳 최고 권력자인 총리에게 ‘대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에게는 보장된 ‘임기’도 없다. 여차하면 국회 불신임 결의로 쫓겨날 수 있다.
그렇다면 총리에게는 아무 ‘칼’도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수틀리면 언제든지 ‘국회 해산’이란 ‘칼’을 빼 들 수 있다. 그러면 총선을 통해 ‘판’을 새로 짠다. 이런 위험이 있으니 국회도 매우 조심한다. 총리도 국회도, 항상 국민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처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향한 최선의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판 같은 ‘싸움판’이 벌어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 심판권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 대접’을 정말 제대로 받는 것이다.
이 내각제의 대단한 위력은 그동안 더 이상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하게 입증되었다. OECD 국가의 3분의 2가 내각제를 택한 이유가 반드시 있다. 두 가지 예만 들자. 인구 천 만도 안 되는 나라 이스라엘은 지난 몇 십 년간 수억 인구를 가진 주변 아랍 국가들에 무려 네 차례나 거대한 무력 침공을 당했다. 그러나 예외 없이 다 깨끗이 격퇴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소득은 대한민국의 1.5배가 넘는 나라, 그것이 바로 ‘내각제 국가’ 이스라엘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나오는 “북한의 침공 위협 등 때문에 대한민국에는 대통령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 ‘무식의 소치’인지는 자명하다. 약 200년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군림했던 대영제국, 한때 전 세계 면적의 4분의 1, 인구의 6분의 1까지 지배했던 그 나라는 내내 내각제 국가였다.
왜 내각제가 이런 신통력을 발휘할까? 그 원리는 간단하다. ‘싸움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생산적 에너지’로 변환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라가 편안하고 발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이 1960년대 4·19 직후 시도했던 내각제 실험, 그것이 불과 1년 만에 쿠데타로 좌절되어 버렸다는 점은 사실 참 아쉬운 면이 있다. 좀 더 시간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물론 5·16으로 시작된 군사정권, 그리고 이후의 과정에서 우리 민족이 크게 부흥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국민이 그동안 치러야 했던 그 엄청난 대가를 잊어서는 안 된다. 군부 독재, 3선 개헌, 유신 독재, 5·18 민주화 운동, 전두환 독재 등 근 50년 동안 우리 국민이 겪어야 했던 그 참담한 고통을 잊을 수는 없는 것이다. OECD 회원국 중 ‘선진화’를 위해 국민이 우리같이 이토록 처절한 대가를 치른 나라는 없었음은 기억해야 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그동안 이 지구촌이 우리에게 보여준 현실은 명확하다. 대통령제란 대한민국 같은 선진국에는 단연코 적합하지 않은 모델이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문맹률이 절반 이상 되는 그런 나라, 국민이 워낙 미개해서 어쩔 수 없이 강력한 ‘현자’ 통치자가 한 명 꼭 필요할 때 할 수 없이 채택하는 것이 ‘대통령제’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촌스럽기 짝이 없는 모델이다.
생각해 보라! 도대체 우리 같이 최상급 문명국, 그 우수한 국민들로 구성된 나라가 아직도 단 한 명의 판단에 모든 것을 위탁하면서 살아야 하겠는가? 그 필연적 결과인 이 진절머리 나는 싸움판을 앞으로도 계속 참고 견디며 살아가야 하겠는가? 이 지저분한 괴물을 정말 우리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주고들 싶으신가?
조선일보 전성철 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08.12 위선 내로남불 놔둔 채 ‘이재명 민주당’ 강화하고 끝난 혁신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당대표 선출 시 대의원 투표를 배제하고 이른바 ‘개딸’이 주축인 권리당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지막 ‘혁신안’이라며 내놓고 활동을 종료했다. 민주당이 혁신위를 만든 이유는 이재명 대표 방탄 논란, 돈 봉투 사건, 김남국 코인 사건, 꼼수 탈당과 복당, 강성 팬덤 등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문제들 때문이었다. 국민은 민주당 혁신위가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위선에서 벗어날 도덕성 회복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방안은 하나도 내놓지 않고 ‘개딸 권한 강화’로 당내 갈등만 키우고 활동을 끝냈다.
민주당이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조건을 달아 불체포특권 포기를 사실상 거부했을 때 혁신위는 모른 척 넘어갔다. 혁신위가 돈 봉투 문제의 대안으로 내놓은 것은 엉뚱하게 대의원제 폐지와 권리당원 권한 강화였다. 친이재명계에 유리한 방안이다.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 전에 이재명 대표가 물러나더라도 친이재명 인물이 당대표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국민이 바란 것은 돈 봉투를 주고받지 말고, 국회 회의 중에 코인 거래하지 말고, 꼼수 탈당하지 말라는 것이지 전당대회 제도를 바꾸라는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 국민은 민주당 대표 선출 방식을 알지 못하고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故김문기·백현동 허위 발언'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0차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3.08.11. /뉴시스
그나마 혁신위 활동에서 주목할 부분은 여론조사 결과다. 혁신위가 ‘민주당 정치인이 비호감인 이유’를 물었는데, 국민 절반가량이 ‘무능’과 ‘부패’를 꼽았다. 바로 이게 혁신위가 출범한 이유다. 같은 질문에 민주당 의원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민주당 당직자와 보좌진은 67%가 ‘위선’을 꼽았다. 그런데도 민주당 혁신안에서 무능, 부패, 위선을 해결할 방안은 하나도 없다.
이재명 대표가 고른 혁신위원장들을 보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첫 위원장은 ‘천안함 자폭’ 등 온갖 괴담과 막말을 일삼아 온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 출신 인사였다. 두 번째 김은경 위원장은 50일간 노인 폄하, 개인 가족사 등 온갖 논란만 빚었다. 민주당의 많은 일들이 그렇듯 이번에도 실제 혁신할 생각 없이 혁신하는 척만 하다 끝났다.
조선일보 사설
08-12 혁신은커녕 분란만 일으키고 조기 종료한 김은경 혁신위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안 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가운데). 김 위원장은 이날 혁신안 발표를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부족한 말로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0일 당 지도부 선거 때 대의원 비중을 없애는 대신 권리당원 비중을 높이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현역 의원 중 의정활동 하위 평가자에 대해선 공천 페널티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내에선 이 혁신안이 권리당원 입지 강화를 요구해 온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졌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친명-비명 간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혁신위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60표에 해당하는 비정상을 개선한다고 했지만 대의원 문제는 1년 뒤 당 지도부 선거와 관련된 문제다. 내년 총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도 대의원 문제가 시급하게 다뤄야 할 혁신 과제인지 의문이다. 강성 당원 지지를 업은 친명계의 차기 당권 장악을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이 시스템 공천을 위해 올해 5월 확정한 공천 룰을 혁신위가 굳이 손댄 것도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비명계 의원들은 “친명계 원외 인사들의 꼼수가 반영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잇단 설화도 분란을 자초했다. 노인 폄하 발언에 앞서 초선 의원 간담회에선 ‘코로나 초선’이라고 말했다가 사과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 위원장의 사생활 논란까지 불거져 혁신위의 위상은 바닥에 떨어졌다. 혁신위가 예정된 활동 기한을 한 달 정도 앞당겨 조기 종료한 배경일 터다.
김은경 혁신위는 민주당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거래 등으로 도덕성 위기에 직면하자 6월 20일 당 쇄신기구로 출범했다. 내로남불 등 민주당의 도덕 불감증을 쇄신하라는 특명을 부여받은 것이다. 혁신위가 민주당 당직자·보좌진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7%가 “우리 당 정치인이 비호감인 이유는 위선”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혁신안 중 이런 요구를 반영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말로만 혁신을 외쳤을 뿐 본질적 책무를 방기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동아일보 사설
08.12 議席 잃는 선거, 정권 잃는 선거
국가 정통성·안보
제자리 찾기 과감히,
內部 비판엔 숨통을
온 나라 똥바다 만든
문재인의 ‘우리편第一主義’
경계해야

▲개혁연대민생행동과 공익감시민권회의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7월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이전에 선거관련법 전면 개정할 것을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2023.7.21/뉴스1
한국 정치는 지금 3당 구도를 닮아간다. 크기로 보면 국민의 힘·무당파(無黨派)·더불어민주당 순(順)이다. 무당파는 꾸준히 늘어 작년의 두 배, 30%대 중반에 달한다. 국민의 힘과 민주당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쇠퇴하고 있다. 무당파는 당원이 없다. 정강·정책도 없고 따라서 노선(路線)도 없다. 능동적 정치 주체(主體)가 아니기에 잘한 것도 못한 것도 없다. 요즘 추세로 보면 이런 5무(無) 세력이 최대 정치 집단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무당파란 원래 정치에 아예 관심이 없는 모래알의 묶음이다. 선거 때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기권하는 게 대부분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애당초 무당파는 정치 셈에 넣지도 않았다. 요즘 무당파는 원조(元祖) 무당파와 성격이 달라졌다. 여당에 실망하고 야당에 불만이 커 이탈한 사람들이다. 이런 부스러기가 모여 산을 이룬 것이다. 그냥 산이 아니라 몸뚱이의 9할이 물 아래 잠긴 빙산(氷山)이다. 초호화 거대 여객선 타이태닉호도 빙산에 부딪혀 속절없이 가라앉았다. 정치 빙산도 일정 크기를 넘어서면 무섭다.
종래 정치권이 무당파를 무심하게 넘긴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무당파는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 정당에서 떨어져 나온 지지자를 ‘가출(家出)한 집토끼’라고 부르며 경시(輕視)한 데서 드러나듯 막상 투표장에 나가면 ‘그래도 어쩌겠나…’ 하며 옛 지지 정당에 표를 던진다는 고정관념이다.
지지 정당에 불만을 가진 지지자들 행태는 보통 3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죽이 되나 밥이 되나 일편단심(一片丹心)파다. 한때 바닥을 기던 한화 이글스 열성 팬처럼 팀 성적이 오르기만을 말없이 기다린다. 둘째는 지지를 철회하지 않으나 체질 개선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쪽이다. 내부(內部) 항의자다. 마지막은 두말없이 애플 아이폰에서 삼성 갤럭시로 갈아타듯 지지 정당을 바꾸는 것이다. 정당이 몰락을 회피하고 집권 유지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내부 비판자 관리다. 내부 비판을 억압하거나 비판에 귀를 닫아버리면 탈출 사태가 벌어진다. 그런 정당은 쇠락(衰落)을 피할 수 없다.
무당파의 급속 증가는 여야 정당의 리더십 유형과 내부 의사소통 구조와 직접 관련이 있다. 공화당 정권이 무너지고 얼마 안 된 1980년대 초 어느 정치원로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권력자는 외부 비판에는 독(毒)이 들어있다 생각하기에 노선과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내부 비판이 중요하다. 펀치를 맞아 보면 악의(惡意)인지 선의(善意)인지 금방 안다. 급소(急所)를 살짝 비켜가며 치는 게 내부 비판이다. 그걸 맞고 아픈 척하며 노선과 태도를 변경하는 게 현명한 권력이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과 김영삼 총재의 마지막 장면을 서로의 ‘급소 치기’였다며 아쉬워했다.
35% 무당파가 내년 총선 투표장에 얼마나 나갈지, 투표장에 나간 무당파가 ‘그래도 어쩌겠나…’ 하며 옛 지지 정당에 얼마나 표를 던질지도 모른다. 어떤 경우든 전체 지역구 의석 253석 가운데 121석이 걸린 수도권 승패는 무당파 유권자에게 달렸다. 민주당의 ‘개딸’이나 ‘묻지 마 국민의 힘’ 지지자가 아니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가 ‘야당에 표를 줘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쪽을 살짝 앞선다고 한다. ‘야당’을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표현을 바꿔 물으면 예외 없이 지지율이 10% 이상 뚝 떨어진다고도 한다. 야당은 다음 총선에 지면 의석을 잃는다. 여당이 다음 총선에 패배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무엇을 잃겠는가.
무당파는 중도파(中道派)가 아니다. 국가 정통성과 헌정(憲政)질서를 지키고 동북아의 미아(迷兒)가 될 뻔한 안보에 제자리를 찾아주는 싸움에서 물리적 중간(中間)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사에서 이 정권이 ‘MB 시즌 Ⅱ’라는 말을 듣는 걸 싫어한다. 시즌 Ⅱ가 원작(原作)보다 나은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는 모습보다 귀(耳)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기를 원한다. 급소 살짝 곁을 맞았으면서도 급소를 맞은 듯 아파하며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고 인사 라인의 단추 하나 둘쯤 바꿔 달기를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정치에 남긴 최대 해악(害惡)은 우리 편 잘못과 허물은 눈감고 넘어가자는 ‘우리편(便)제일주의(第一主義)’다. 그것이 온 나라를 똥바다로 만들었다. 결국 문재인을 망치고 민주당을 망치고 나라를 망쳤다. 대통령은 ‘우리편제일주의’를 권고하는 ‘우리 편’을 경계해야 한다.
조선일보 강천석 고문
08.14 “김건희 무차별 공격… 한 여성 발가벗겨 광화문 세워놓고 짱돌 던지는 것”
[김윤덕이 만난 사람]
癌투병에도 발언, 전여옥 前의원

▲암투병 중에도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해 맹렬히 사회발언을 하는 전여옥 전 의원이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정치인은 사랑이 아니라 감시하고 채찍질하며 부려먹어야 할 대상"이라며 "오늘의 '국개'를 만든 데는 유권자들 책임도 크다"고 했다. /남강호 기자
전여옥 사전에 힐링, 고요, 평화는 없다. “10차 세계대전을 치르다시피 살아온” 인생이었다. “앞만 보고 달린다”, “눈물을 무기로 쓰는 여자는 되지 않겠다”가 생의 철칙이었다. 뜻밖의 불청객이 찾아온 건 2년 전 겨울. 대장암 4기로, 이미 간으로 전이돼 수술이 불가하다고 의사는 말했다. 울음을 터뜨린 아들 앞에서 남은 생 더 뜨거운 전사(戰士)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전여옥이 깔깔 웃었다.
◇癌, 눈가의 잔주름처럼 여긴다
-충격이 크셨겠다.
“아들이 ‘엄마, 암이래’ 하며 울더라. 그래도 아이가 아니라 내가 아파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엄마는 자식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데, 난 아들을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항암치료가 힘들지 않은가.
“즐거운 과정은 아니다. 그럼에도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살아 있다는 것에 희열과 경이를 느낀다. 어제보다 몸 상태가 나아졌다고 느끼면 설거지도 하고 청소기도 막 돌린다. 내가 평생 과체중인데, 항암엔 나처럼 뚱뚱한 사람이 유리하단다(웃음).”
-암을 눈가의 잔주름처럼 여기며 산다고 했더라.
“인생이 2미터의 물이라면 난 1미터밖에 몰랐는데 암을 통해 1.5미터는 더 내려가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를 보고 있다. 누군가를 용서하기까지의 시간도 짧아졌다.”
-아픈데 유튜브와 블로그는 왜 그리 맹렬히 하시나?
“암을 선고받으니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나머지를 사느냐가 중요해졌다. 내겐 사회를 향한 발언이 또 하나의 치유 방법이다.”
-투병 사실은 지난 5월에 알려졌다.
“대통령도 아닌데 국민에게 내 건강 상태를 공표할 필요가 있나. 또 내가 암이라고 하면 좌파들이 얼마나 저주를 퍼부을 건가.”
-실제로 ‘벌받았다’ ‘모자 벗어보라’는 악플이 쏟아졌다.
“진짜 촌스럽고 유치하게 군다 싶더라. 머리 보여주는 게 뭐 대단한가 싶어 기꺼이 벗었다.”
-모욕과 조롱에 상처받지 않나?
“나도 인간이니까 안 받는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옳지 않고, 나는 그들보다 모든 점에서 나은 사람이라 괜찮다. 그리고 내겐 날 위해 함께 울어주고 애태워주는 좋은 친구들이 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부인 김건희 여사와 반려견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5.11/뉴스1
◇김건희 여사 두둔하는 이유?
-진혜원 검사와의 소송으로 투병 사실을 공개했다던데.
“진혜원이 김건희 여사를 조롱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내가 인격 살인이라고 논평했더니 모욕이라며 고소했더라. 내가 정계에 복귀하려고 김건희를 두둔한다면서. 그래서 김소연 변호사가 투병 사실을 밝히면 정계 복귀를 위해 진혜원과 싸우는 게 아님을 대중이 알지 않겠느냐고 해서 동의했다.”
-김 여사를 왜 그리 열심히 방어하시나.
“사람이 잘못을 하면 거기에 적당한 형량을 받아야 하는데 김 여사는 자신이 한 것에 비해 너무 가혹하게 받는다고 느꼈다. 좌파들이 대통령이 무식하다고 공격하지만 서울법대 나오고, ‘아메리칸 파이’를 그 자리에서 열창하는 사람이니 먹히질 않는다. 술고래라고 욕하는데 윤 대통령이 주사 부렸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반면 김건희씨는 여성이라 가짜 뉴스로 부풀리기 좋다. 콜걸이니 동거니 얼마나 무자비한가. 암 걸린 내게도 온갖 악플이 쏟아지는데, 김 여사는 나의 열 배, 백 배는 달릴 거라 본다. 한 여성을 발가벗겨 광화문 네거리에 놓고 짱돌을 던지는 셈이다.”
-무속, 풍수 등 김 여사의 처신엔 문제가 없을까.
“내가 아는 벤처기업인도 전속으로 상담하는 무속인이 있다. 정치인들도 부지기수다. 풍수가 무슨 문제인가. 신문마다 ‘오늘의 운세’ 코너도 있는데. 성형도 그렇다. 나도 보톡스 많이 맞았다. 성형은 개선의 열망이 강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한다. 의료의 중심이 안티에이징으로 가는 세상에 왜 성형 갖고 난리인가. 다만 김 여사에게 조언하고 싶은 건 있다. 그녀가 가장 예뻐 보인 건 맨얼굴에 헐렁한 치마 입고 강아지와 함께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 나갔을 때다. 화장 안 해도, 애교머리 안 해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래도 리투아니아 명품숍 논란을 ‘마녀사냥’이라 감싼 건 오버다.
“빡빡한 공식일정 중 머리 식히려고 산책한 걸 갖고 너무 심하게 비난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한 남자분이 화가 나서 댓글을 올렸더라. 우리는 보수정권을 지키기 위해 후쿠시마 오염수에 양평고속도로까지 야당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안간힘을 쓰는데 어떻게 영부인이 명품가게에 들어갈 수 있냐고. 그 글을 읽고 반성했다. 내가 같은 여성으로 너무 김건희를 동정했다는 생각에. 그래서 김 여사에게 ‘정(丁)의 각오로 대통령을 보필해 달라’는 글을 뒤이어 올렸다.”
-전여옥의 입은 여전히 거칠더라. ‘전여옥 TV’에서 민주당을 무뢰배, 당대표를 잡사범이라고 했다.
“정확하지 않은가? 내가 정치할 때 만난 민주당 의원 중엔 괜찮은 이가 참 많았다. 독재와 싸운 역사가 있고, 민주주의 위해 자신을 던진 사람들이었다. 그런 민주당이 타락한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청춘의 빛을 다 잃어버린 노회한 정당 같달까. 국회의장을 지낸 임채정 같은 분은 지금도 존경한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려면 고쳐야 할 것에 대해 진심 어린 조언도 해주셨다. 그런 인간적 면모가 사라진 권력 괴물이 지금의 민주당이다.”
-박지원 의원도 저격했다.
“내가 정치는 오래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게, 나이 많은 정치인들의 권력욕을 보면서다. 솔직히 내리 3선 이상은 국회의원 못 하게 해야 한다. 다선 의원에 장관까지 했으면 후배들 디딤돌이 돼줘야 하는데 정치를 또 하겠다고 나서니 얼마나 추한가. 제발 여의도에서 나와 서민의 땅을 밟아보라. 김밥천국에도 가보시라.”
-젊은 이준석은 왜 미워하나?
“이준석은 젊지 않다. 박지원과 똑같이 노회한, 충심은 없고 꼼수와 못된 정치공학만 배운 늙은 정치인이다.”

▲2004년 천막당사 시절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전여옥 대변인.
◇박근혜 저격? 돌아가도 같은 선택
-정치를 안 했다면 더 건강하지 않았을까?
“누가 떠밀어서가 아니라 내 발로 들어간 정치다. 오히려 내 인생에 전기를 맞았다. 나의 성취는 순전히 내가 잘났기 때문이라 여겼는데 정치를 하고 수많은 유권자를 만나보니 난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더라. 다만 정치는 남의 인생을 사는 거라 행복하진 않았다. 매일매일 지뢰밭을 밞으며 검투사처럼 살았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맞서지 않았다면 지금도 정치를 하고 있지 않을까.
“100% 지는 싸움이었지만 보수를 지지하는 국민을 위해 나라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 대통령의 문제를 모두가 알았지만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국민 앞에 큰 죄를 짓는 거라고 생각했다.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탄핵된 박 대통령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겠다.
“난 박 대통령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에겐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애국심이 있고, 대중을 움직이는 데 누구보다 뛰어난 정치인이었으며, 권력 의지는 DJ(김대중)보다도 강했다.”
-윤석열 후보를 일찌감치 지지했다.
“검사에 대한 편견이 있었지만, 권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걸 보면서 이런 사람이 나라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요리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나와 매우 비슷했고(웃음).”
-윤 대통령도 잘못하면 비판할 건가.
“물론이다. 내가 윤석열을 남자로 좋아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하하!”
-우려하는 점은 없나.
“인사는 좀 실망스럽다. 하지만 그분이 27년을 검사만 해서 이재명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는 알아도, 누가 진짜 능력 있는 사람인지는 모를 거다. 그래서 대통령이 물망에 오른 후보들과 최소 1시간 대화를 나눠보면 좋겠다. 적어도 3배수를 두고 결정했으면 한다.”
-내년 총선은 어떻게 될까
“윤통이 지금 팔수 중이다 생각하며 겸손하게 나아가면 승산 있다. 김 여사는 ‘부산 이즈 레디’ 같은 열쇠고리 달고 엑스포 유치에 힘쓸 게 아니라 보육원 아이들, 반지하에 사는 아이들 문제를 살피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내리 5선 한 안민석이 엉터리 같지만 소셜 스킬이 엄청 좋다. 사근사근하고. 서민들에게 좌파들은 속삭인다. 힘들어서 어떡하냐며. 커피 한 잔도 안 사주는데 그런 말들이 위로가 된다. 우파가 그걸 알아야 한다.”
◇내게 있어 창세기는 내 생일
-’전여옥TV’를 보니 매일 모자가 바뀌더라.
“워낙 드세 보여 날 동정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암에 걸렸다고 하니 사람들이 잘해준다. 모자도 사주고. 물론 가슴을 후벼파는 악플도 달린다. 그럴 땐 거울 보고 ‘난 전여옥이다!’를 외친다(웃음).”
-’내게 있어 창세기는 내 생일’이라고 했다.
“내가 태어나야 세상이 존재하고, 내가 죽으면 끝나니까. 아프기 전에도 생일을 1주일에 걸쳐 뻑적지근하게 지냈는데, 요즘은 마지막 생일이 될까 봐 한 달 내내 축하받는다.”
-10차 대전을 치르며 산 것 같다고 했다.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고, 나는 태생이 전사였다. 정신 놓고 멍 때리는 걸 제일 싫어한다. 하나라도 더 보고 읽어야 하지 않나. 아들에게도 너보다 경험 많고 나이 많고 능력도 있어서 배울 게 많은 여자와 결혼하라고 했다.”
-아들을 위해 ‘흙수저 연금술’이란 재테크 책도 펴냈더라.
“돈 쓰는 걸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아들한테도 네가 지금 10원짜리 동전을 굴러다니게 하면 그 10원 때문에 울게 될 날이 온다고 귀에 못이 박이게 얘기했다. 돈은 자유와 독립과 권력을 준다. 타인이 날 모욕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돈이다. 아들이 자동차 튜닝 가게를 열었는데, 아침 7시에 내 방문을 열고 외치더라. 외상값 13만원이 입금됐다며! 그게 안 들어올까 봐 잠 못 자는 아이를 보며 내가 떠나도 한몫의 인간으로서 잘 살겠구나 했다.”
-’총체적으로 계산하면 내 인생은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했다.
“나는 늘 나를 축복했다. 아이 블레스 유! 실제로 운이 좋았고, 예기치 않은 곳에서 수많은 이가 도와주는 인생을 살았다.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다만 결혼을 늦게 해 아직 어린 아들이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엄마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늘 네 옆에 있어줄 거라고 말한다. 넌 절대 혼자가 아니라고.”
☞전여옥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KBS 도쿄특파원을 거쳐 2004년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17대,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일본은 없다’를 비롯해 ‘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돼라’ ‘오만과 무능’ ‘산다는 것은 1%의 기적’ 등 여러 저서를 출간했다. ‘전여옥 TV’를 운영한다.
조선일보
08.14 강만수·이중근·신영자·김태우 등 2176명 광복절 특사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김기문 중소기업회장도 포함
“강서구 돌아가겠다” 김태우 보선 출마 의지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 ‘8.15 광복절 특별 사면’ 대상자로 최종 확정돼 15일 사면·복권된다.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구청장직을 잃었던 김 전 구청장은 이번 사면 발표 직후 오는 10월 보궐 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소강원 전 기무사령부 참모장도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절 특사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광복절을 맞아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경제인,정치인, 기업임직원 등 2176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15일자로 단행했다고 14일 밝혔다. 소상공인 중에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경미한 방역 수칙 위반으로 처벌된 시민도 포함됐다. 또 소프트웨어업, 정보통신공사업, 여객 ·화물 운송업, 생계형 어업인, 운전면허 등 행정제재 대상자 총 81만 1978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를 함께 시행하고, 모범수 821명을 가석방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의 지속과 물가 상승 등으로 서민 경제의 어려움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자금 상황 악화 등으로 인해 처벌 받은 중소기업인, 소상공인에 대한 적극적인 사면을 통해 이들이 경제활동에 복귀해 서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기여할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정관계 인사 중에는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 형선고 실효와 함께 복권된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폭로했다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가 확정됐지만, 비리 의혹을 제보한 ‘공익 신고자’라는 점을 고려해 사면 대상으로 최종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구청장은 이날 사면 발표 직후 “강서구로 다시 돌아가겠다”며 오는 10월 보궐 선거 출마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오늘 사면으로써 억울한 누명은 벗겨졌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당과 국민이 허락해 준다면 남은 시간을 다시 강서구에서 더욱 의미 있게 쓰고 싶다”고 했다.
조광한 전 경기 남양주시장과 정용선 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도 사면·복권된다. 조 전 시장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경선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바 있다. 정 전 청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경찰의 인터넷 댓글 사건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었다.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던 소강원 전 기무사령부 참모장은 복권된다. 정부 관계자는 “상급자의 지시로 불법행위를 한 공직자에 대해 복권을 통해 사회에 다시 기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번 특별 사면에서 복권 명단에 포함됐다. 강 전 장관은 각종 정부 지원금 특혜 관련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돼 2018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 2개월 실형을 확정 받았다. 이밖에도 박재기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과 임성훈 전 나주시장이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경제인에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과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형선고 실효와 함께 복권됐다. 박 명예회장은 130억원 이상 규모 배임 혐의로 2018년 1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돼 2025년 말까지 취업이 제한돼 그룹 명예회장직으로 물러났지만, 이번 특별 사면으로 경영 일선 복귀가 가능해졌다. 횡령·배임 등 혐의로 2019년 10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과 함께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던 신영자 전 이사장도 이사장 직 복귀가 가능해 질 전망이다. 신동빈 회장은 작년 광복절 특별 사면 때 복권됐다.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도 복권돼 경영 복귀가 가능해졌다.
정부는 “기후·에너지 위기, 국제적 경제질서 변화 등 복잡·다변한 국내외 상황에서 경제위기 극복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경제인들의 진취적인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적극적인 기술 투자와 고용 창출로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주도하는 주요 경제인들에게 사면을 통해 우리나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 사면에서 지난 2016년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사건’ 관련 인사들은 특별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작년 3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의혹 사건으로 재판받고 있는 상태가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두 사람과 함께 ‘최순실 사건’에 연루됐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도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조선일보 허욱 기자
08.14 '광복절 특별사면' 김태우 "尹에 감사…강서구로 돌아가겠다"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 연합뉴스
'8·15 광복절 특별 사면' 대상자가 된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 "강서구로 돌아가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는 10월 치러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대한 출마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김 전 구청장은 14일 낸 입장문에서 "사면을 결정해주신 윤석열 대통령님과 정부 당국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문재인 정권의 비리를 처음 고발하고, 4년 8개월이 지난 오늘에서야 온전히 명예를 되찾았다"고 밝혔다.
이어 "조국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라며 "공익신고자인 저에게 문재인 검찰의 정치적 기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범죄 행위를 감추기 위한 정치적 탄압이었다"고 비판했다.
김 전 구청장은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일을 "공익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저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감내해야 했던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저는 권력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십 수년간 다녔던 직장에서 쫓겨났다"며 "충격으로 모친은 치매 증상이 생겼고, 새벽에 집안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모습을 본 두 살배기 딸과 다섯 살 아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가 남았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김명수의 법원'은 공익신고자에게 공무상 비밀 누설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혐의를 씌워 범죄자로 낙인찍었다"며 "겨우 반 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으로 57만 강서구민의 민의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판결이 아닌 정치를 한 것이고, 정치가 공익을 덮어버린 것"이라며 "도둑을 잡으라고 신고하니 도둑은 잡지 않고 신고한 사람만 처벌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구청장은 "하지만 저들의 권력으로도 진실은 감추지 못했다"며 "저의 공익신고로 문재인 정권의 부패 정치인과 공무원이 드러났고, 권력을 이용해 내 편의 잘못은 무마하고 상대편의 약점을 캐는 잘못된 관행도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김 전 구청장은 "강서구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힘들었던 시기에, 서울 강서구는 공익신고로 오갈 데 없었던 저를 따뜻하게 받아주었다"며 "57만 강서구민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재판 중이던 저를 강서구청장으로 선택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보답하기 위해 목디스크가 파열되도록 온 열정을 다해 구정에 임했다"며 "이전 지방 정권이 십 수년간 해내지 못한 숙원사업을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강서구민의 기대와 성원 덕분이었다"고 했다.
이어 "만약 당(국민의힘)과 국민이 허락해 주신다면 제게 남은 시간을 다시 강서구에서 더욱 의미 있게 쓰고 싶다"며 "어떤 방식이든 어떤 역할이든 가리지 않겠다. 국민이 주신 기회를 국민에게 봉사하며 쓰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하던 2018년 말 특감반과 관련한 의혹들을 폭로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언론 등을 통해 누설한 혐의로 기소돼 올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고,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그동안 여권에서는 그가 전 정권의 비리 사실을 알린 공익제보자인 만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는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 이날 김 전 구청장을 형선고 실효와 함께 복권 조치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08.15 ‘정진석 사건’ 판사, 임용 후에도 정치성향 글 올렸다
고교·대학 재학시절 글 이어… ‘정치성향 판결’ 논란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이란 중형을 이례적으로 선고해 논란이 된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판사 재직 때도 ‘친야(親野)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사실이 14일 추가로 드러났다.
그동안은 박 판사가 고교·대학 시절 쓴 비슷한 성향의 글들과 이후 소셜미디어 활동들이 공개돼 있었다. 박 판사가 판사 시절 쓴 글들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법조인들은 재차 “박 판사 글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이번 ‘정진석 판결’은 판사의 정치 성향이 판결에 반영되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 문제를 환기시켜 준다”고 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박 판사는 2022년 3월 15일 페이스북에 ‘이틀 정도 소주 한잔하고,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라는 글을 썼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한 지 6일 뒤였다.
박 판사는 또 2021년 4월 9일 중국 드라마 ‘삼국지’ 장면을 캡쳐한 사진을 30장 정도 올렸다. ‘승패는 언제나 있을 수 있다. 피를 흘릴지언정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진 이틀 뒤였다.
박 판사는 조국 전 법무장관의 자녀 입시비리가 불거진 2019년 10월 10일에는 언론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누가 먼저 돌로 치랴’ ‘권력 측 발표 그대로 사실화’ ‘약자에게만 강한 건 깡패’ 등의 내용으로 조 전 장관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기자들을 비판했다. 고(故) 리영희 교수가 1971년 당시 언론을 비판한 글을 차용했다.
박 판사는 또 2018년 1월 25일 ‘분노하라’는 문구와 함께 주먹 쥔 삽화 사진을 페북에 올렸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진보 성향 판사들에 대한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작성됐고 부당한 재판 개입이 이뤄졌다면서 대국민 사과를 한 다음 날이었다.
박 판사는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에 배치된 직후 이 페북글들을 삭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채널A는 그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과거 박 판사가 썼다가 지운 글이 맞는다”고 밝혔다. 중앙지법은 “박 판사가 정진석 의원 판결을 염두에 두고 삭제한 것은 아니고, 중앙지법 판사로 부임해 형사단독을 맡은 지난 3월쯤에 소셜미디어의 글들을 삭제했고 문제된 글들은 그중 일부”라고 했다.
앞서 중앙지법은 박 판사가 고교·대학 시절 쓴 글에 대해 “특정 시기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일부 내용을 토대로 법관의 사회적 인식이나 가치관을 평가할 수 없다”며 박 판사를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박 판사의 해당 글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비판하고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을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이날 박 판사가 판사 재직 때 쓴 ‘정치 성향’ 글이 추가로 공개되자, 중앙지법은 “기존 글과는 맥락이 다른 것 같다. SNS의 (정치적) 사용이라는 추가 쟁점이 생긴 만큼 다시 검토해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판사 재임 때 박 판사의 글들이 법관윤리강령 위반이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강령의 7조는 법관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을 정하고 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는 2012년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을 표명할 때 자기 절제와 균형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품위를 유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법조인들은 “판사도 정치적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은 공직자윤리위 권고를 넘어서는 문제”라며 “법관의 정치 성향에 판결이 좌우되는 현상을 차단하는 것이 사법부 과제로 떠올랐다”고 했다.
08-15 이상민 “이재명 안면인식장애? 그럼 정치 활동 어려워”

▲뉴시스
이상민(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안면인식 장애’ 발언을 했던 이재명 대표를 향해 “그럼 정치 활동 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14일 오후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정치인들은 많은 분들을 보기 때문에 기억을 하지 못할 경우가 있지만 모르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 잘 기억나지 않아도 마치 잘 아는 것처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이 대표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정치인은 너무 많은 사람을 접촉, 상대가 자신을 기억해도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행사에서 보거나 밥을 같이 먹어도 기억이 나지 않아 안면 인식장애라 비난받기도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지적한 것이다.
이 의원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의 대표직 사임도 촉구했다. 그는 “(이 대표) 본인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무고함을 밝혀서 돌아오도록 하고, 당은 당대로 분리해서 당의 앞길을 찾아 나가야 된다”며 “대표직을 사임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혁신안에 대해선 “당내의 강경, 소위 개딸들 주장을 그대로 담은 내용으로 민주당을 개딸당으로 명실공히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만들고 싶으면 밖에 나가서 개딸당을 만들면 될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문화일보 이정우 기자
08.16 김명수의 ‘우리법·인권법 코드인사’...정치편향 판사 대거 중용
‘정진석 실형’ 선고 뒤 커지는 논란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통상 벌금형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명예훼손 사건에 징역형을 선고한 것을 두고 “담당 판사의 정치 성향이 반영된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왔는데, 그런 지적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이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판사인 박병곤(38)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판사는 고교, 대학 시절뿐 아니라 법관 임용 후에도 친야(親野)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는 글들을 페이스북에 다수 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 판사는 ‘정진석 사건’의 첫 재판이 열리기 두 달 전쯤 페이스북 글을 삭제했지만, 그 내용을 캡처한 파일이 법조계에서 이야기되고 있다. 판사의 정치 성향이 형량과 연결됐다는 비판을 뒷받침하는 박 판사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법원 일각에선 심각하게 보는 기류가 있다고 한다. 대법원도 뒤늦게 진상 파악에 나섰다.
법조계에선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법원 내부에 누적됐던 ‘정치 편향’ 판사 문제가 이번에 터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들이 ‘정치 편향’ 판결이나 언행으로 논란이 된 일은 ‘김명수 대법원’ 이전에도 있었다. 2011년 최은배 부장판사(현 변호사)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뼛속까지 친미(親美)’라고 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김명수 체제’가 들어선 이후 판사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잦아졌고, 그런 판사들은 민감한 사건을 다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부에 배치되는 등 대거 중용됐다.

▲그래픽=백형선
오현석 부장판사는 2017년 8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 대법원장을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한 직후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린 ‘재판과 정치, 법관 독립’이란 제목의 글에서 “재판이 곧 정치라고 말해도 좋은 측면이 있다” “개개의 판사들 저마다 정치적 성향들이 있다는 진실을 존중해야 한다”고 해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오 부장판사는 2020~2022년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으로 옮겨 형사 재판부를 맡았다.
김미리 부장판사는 2020년 6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의 1심 재판장을 맡으면서 “이 사건은 검찰 개혁을 시도한 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 보는 일부 시각이 존재한다”고 발언해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김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 이례적으로 4년간 근무하면서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 전 정부 관련 사건들을 심리했다. 김 부장판사도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최창석 부장판사(현 변호사)는 2020년 4월 법률신문에 ‘사법 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신광렬·성창호·조의연 부장판사에 대한 1심 무죄 선고를 비판하며 “향후 재판에서 정의와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는 결론이 도출되길 희망한다”는 글을 올려 법원 안팎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동료 법관의 판결을 법리가 아닌 정의 관점에서 비판한 것은 과했단 지적이 나왔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법조계에선 최한돈 부장판사(현 변호사)가 2020년 8월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을 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변호사)의 명예훼손 사건 2심 재판장을 맡아 1심 무죄 판결을 깨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도 판사의 정치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례로 본다. 대법원은 이후 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최창석·최한돈 판사 모두 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2019년 3월 당시 박정길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최순실 일파의 국정 농단으로 공공기관의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히 행사되지 못했다”는 이유를 댔다. 김 전 장관의 책임을 이른바 ‘최순실 일파’에게 돌린 것이다. 김 전 장관은 결국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박 부장판사는 지난해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재판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법조인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도입한 사무분담위원회 제도가 이런 상황을 뒷받침했다”고 지적했다. 사법의 민주화를 제고한다며 도입한 이 제도가 ‘정치 성향’ 판사들이 중용되는 통로로 활용됐다는 것이다. 사무분담위원회는 동료 판사들로 구성된다.
한 전직 법원장은 “과거에는 법원장이 축적된 동료·선후배의 ‘평가’에 기반해 중요 보직 판사를 결정하고 ‘문제 법관’을 걸러 냈는데 김 대법원장은 그 기능을 완전히 폐기시켰다”고 했다. 다른 중견 판사는 “과거로 완전히 회귀할 순 없겠지만, 포퓰리즘을 가장해 대법원장의 입김이 미칠 수 있는 지금의 법관 배치 시스템을 전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는 9월 취임할 새 대법원장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원 안팎에선 대법원이 박 판사에 대한 징계에 나서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대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며 극우 성향 사이트에 익명으로 댓글 수천 개를 달았던 수원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으면서, 해당 판사를 다른 법원으로 전보시키기도 했다. 한 판사는 “법원의 윤리 감사 기능을 부활해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08.16 판사 임용 후 쓴 정치글 싹 지운 박병곤… ‘의도된 정치 판결’ 논란
“중립성 문제 스스로 의식한 정황”

▲일러스트=김성규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중형’을 선고했던 박병곤(38)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판사 임용 후 페이스북에 썼던 ‘정치 성향’ 글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당 글들은 박 판사가 자신의 친야(親野) 성향을 가감 없이 노출하는 내용이다. 법조인들은 “박 판사의 정치 성향이 ‘정진석 사건’의 형량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심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는 박 판사가 고교 및 대학 시절 쓴 글과 소셜미디어 활동이 공개됐었다.
박 판사는 지난 2월 수원지법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으로 이동했다. 그는 한 달 뒤쯤인 지난 3월 판사 임용 이후 쓴 글들을 페이스북에서 삭제했다고 한다. ‘정진석 사건’ 재판은 지난 3월 2일 첫 기일이 잡혔다가 5월 30일로 미뤄졌다. 페이스북 글 삭제는 그 사이에 이뤄진 것이다.
법조인들은 “당시 박 판사는 페이스북 글이 앞으로 자신이 내릴 판결과 관련해 중립성 문제로 이어질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한 법조인은 “박 판사는 스스로 재판을 회피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 성향을 보여주는 흔적들을 없앤 뒤, 통상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명예훼손 사건에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한 셈”이라고 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만약 페이스북 글들이 남아 있었다면 피고인(정진석)이 박 판사에 대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박 판사는 ‘정진석 사건’ 선고를 한 다음 날인 지난 11일부터 휴가를 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15일 오후 3시 30분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박 판사는 지난 4월 중순 법조인들의 프로필을 관리하는 ‘한국법조인대관’ 운영사 측에 자신의 등재 정보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판결이 나기도 전에 등재 정보를 모두 삭제해 달라고 한 경우는 사실상 처음”이라고 했다.
한편, 박 판사가 고교·대학 재학 때부터 판사 임용 후까지 쓴 글들은 현 여권을 비판하고 야권을 옹호하는 내용이다.
박 판사는 고3 때인 지난 2003년 10월 한 인터넷 사이트에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고 싶으면 불법 자금으로 국회의원을 해 처먹은 대다수의 의원들이 먼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는 글을 올렸다. 박 판사는 또 모 대학 신문사에서 활동하던 2004년 3월 광화문 촛불 집회에 참석하고 난 뒤 “전·의경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나. 천대 만대 국회의원 해먹기 위해서 대통령을 탄핵시킨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한나라당 녀석들 때문”이라는 글을 썼다.
또한 2004년 초 박 판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한겨레신문에 기고해 좌파의 존재를 알리고,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인 ‘법조계의 적화를 꾀하라’는 지하당의 명령을 받아서 OO대학교 법과대학에 침투해 예비 법조인들의 좌경화를 선동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2004년 2월 다른 블로그 글에서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의 전신)에서는 나를 ‘(수원) 영통 지역 최연소 당원’이라 부른다”고 했다.
박 판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박 판사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사가 된 뒤 그가 쓴 글은 이런 소셜미디어 활동과 일맥상통했다.

▲그래픽=김성규
박 판사는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하고 6일 뒤인 2022년 3월 15일 페이스북에 “이틀 정도 소주 한잔하고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고 썼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지고 이틀 뒤인 2021년 4월 9일에는 ‘승패는 언제나 있을 수 있다. 피를 흘릴지언정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는 내용의 중국 드라마 장면을 캡처한 사진을 올렸다.
박 판사는 조국 전 법무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2019년 10월 10일에도 “권력 측 발표 그대로 사실화” “약자에게만 강한 건 깡패” 등의 내용을 담아 조 전 장관에게 부정적인 보도를 한 언론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법원 안팎에서는 “법관도 정치적인 성향을 가질 수도 있고 적절한 통로를 통해 개인 의견을 표현할 수도 있다”면서도 “박 판사의 경우, 판결에 본인의 정치 성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여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08.16 변호사들 “재판 가면 판사가 인권법 출신인지부터 봅니다”
“하급심부터 대법까지 판사 정치 성향이 유·무죄 갈라”
“그 판사 성향이 어떤가요?”
몇 년 전부터 변호사들은 의뢰인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판사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담당 판사의 출신 지역과 학교 등은 물론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여부까지 찾아본다. 최진녕 변호사는 “특히 집회 관련이나 명예훼손 사건 등은 어떤 재판부에 배당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믿기 때문에 판사 성향을 직접 알기 어려운 경우 법원 내 아는 사람을 통해 파악하기도 한다”고 했다.
판사 성향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지는 경향은 하급심뿐 아니라 대법원도 마찬가지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민변 회장 출신인 김선수 대법관을 비롯한 진보 성향 대법관들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노동 사건은 어떤 형태로 회사에 불리한 판결이 나올지 모르는 ‘지뢰밭’으로 통한다고 한다. 진보 성향이 아닌 주심 대법관에게 배당되면 ‘로또 당첨’이라고 할 정도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일부 기업들은 김 대법관을 피하기 위해 그의 동생과 동생 배우자가 근무하는 대형 로펌 변호사를 일부러 선임하기도 한다”고 했다. 대법원 내부 방침상 특정 대법관의 2촌 이내 친인척이 재직 중인 로펌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은 그 대법관이 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서 이례적인 중형 선고로 논란이 된 박병곤 판사도 정치 성향이 판결에 반영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판사의 정치 성향이 그대로 판결에 반영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판사에 대한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연방 항소법원 홈페이지에는 판사 출생지와 교육 과정, 가족 관계를 비롯해 지명 과정, 저서, 언론 보도 등이 모두 공개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법조인 인명 정보에는 출생 연도와 출신 학교, 근무지 등만 나타나 있다. 대법원은 판사가 특정 학회 소속인지 여부도 공개하지 않는다. 한 판사는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면 판사가 최소한 평소 개인 성향을 판결에 그대로 반영하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08.16 정치 편향 드러낸 ‘정진석 사건’ 판사, 누가 판결 믿겠나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판사 임용 뒤에도 ‘친민주당’ 성향을 드러내는 글을 소셜 미디어에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에서 진 뒤 “이틀 정도 울분을 터뜨리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고 썼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자 “피를 흘릴지언정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는 표현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통상 명예훼손 사건에선 벌금형이 선고되는데 박 판사는 정 의원에게 이례적으로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의 정치 편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박 판사는 고교·대학 시절에도 노 전 대통령 탄핵과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등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판사로 재직하면서 정치 편향 글을 계속 썼다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한 법관 윤리강령 위반 소지가 크다. 박 판사는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 배치된 후 이런 글을 지웠다고 한다. 스스로도 문제 있다는 걸 의식했을 것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가 판사 재직 시절 소셜미디어에 정치성향이 반영된 글을 올린 것으로 14일 드러났다./채널A 제공
10여 년 전에도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한 판사는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이란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가카새끼 짬뽕’ 등으로 대통령을 비하한 판사도 있었다. 문제가 되자 대법원 공직자윤리위는 2012년 소셜미디어에서도 법관은 공정성을 의심받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그런데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을 전후해 일부 판사는 정치 성향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진보 성향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는 ‘재판이 곧 정치’라고 했고, 다른 판사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다음 날 ‘지난 6~7개월은 역사에 기록될 자랑스러운 시간들’이라고 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문제 삼지 않았고, 특정 모임 출신들이 사법부 요직을 독차지했다. 박 판사가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글을 계속 쓴 것도 ‘김명수 대법원’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법관의 판결을 누가 납득하겠나.
조선일보 사설
08-16 ‘법의 여신’도 재판할 때 눈을 가린다

박민 논설위원
‘법관의 양심’ 자의적 해석에
정치성향 따라 판결 극단 오가
일상화 굳어진 사법부 정치화
정진석 실형 선고 필연적 결과
수뇌부 교체로 치유 힘든 중증
사법 구성원 치열한 성찰 필요
원론적으로 재판은 정치적이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103조에서도 ‘정치’를 읽어낼 수 있다. 헌법과 법률이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고 그에 따른 재판은 소극적 정치 과정이다. 20세기 법학 논문에서 최다 인용된 미국 법학자 리처드 포스너는 ‘대법관이 사법 자제의 입장을 취해도 여전히 정치인이다’고 말했다. ‘법관의 양심’이란 영역에서 ‘정치’는 확장된다. 재판 과정에 개인의 지식과 경험, 기질과 선입견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의 정치화’는 민주주의의 최대 위협이다. 3권분립은 선출된 (의회) 권력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비선출 (사법) 권력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인간과 여론이 항상 합리적일 수 없다. 다수의 폭력이 초래하는 위험은 나치즘과 같은 전체주의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법적 이성을 통해 다수의 폭력으로부터 소수를 보호하는 법치주의는, 다수결에 따르는 민주주의와 긴장 관계다. 정치인들이 ‘민주적 통제’를 내세워 사법부에 정치적 잣대를 강요하는 것은 민주주의 파괴의 출발이다.
권위주의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우리 사회는 사법의 정치화를 경계한다. 같은 맥락에서 ‘법관의 양심’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지지해왔다. “법관의 양심은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직업적이고 객관적인 것이어야 한다. 법리에 따라 올바른 결론에 이를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재판 거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신임 법관 임명식 때마다 했던 연설이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는 이 같은 해석을 판결에 대한 불법적·위헌적 통제로 규정했다. 이어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같은 특정 성향의 법관들이 법원의 요직을 장악했고 이들이 주축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부 운영을 좌지우지했다. 그 결과, 피고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재판 결과와 재판 기간이 극단을 오갔다. 사법 정의의 핵심인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이 실종된 것이다. 법조 관계자들은 재판에 대한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이 무너졌다고 한탄한다. 소송에 임하는 국민은 법관의 정치 성향 분석에 매달린다. 사법의 정치화가 일상화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지난 10일 판결은 이런 흐름의 필연적 결과다.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대학 진학 직후 블로그를 통해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인 법조계의 적화를 꾀하라는 명령을 받아서 법과대학에 침투하여 예비 법조인들의 좌경화를 선동하고 있다”고 밝힐 정도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법관에 임용된 후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한 뒤 ‘이틀 정도 울분을 터트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앞서 2019년 10월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가 불거지자 ‘누가 먼저 돌로 치랴’ ‘권력 측 발표 그대로 사실화’ 등의 내용으로 언론을 비판했다.
‘법관은 SNS상에서 사회·정치적 쟁점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경우에도 균형적 사고를 바탕으로 품위를 유지해야 하고,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를 야기할 수 있는 외관을 만들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 의견 7호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박 판사가 재판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법관의 ‘양심’보다 앞세웠을 가능성이다. 예비 법조인의 좌경화를 선동했던 그로서는 ‘존엄’인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통상적 법 해석이나 판례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사법부 정치화는 중증이다. 수뇌부 교체로 완치될 수 없다. ‘재판이 곧 정치’라고 법원 통신망에 올리거나 자신이 재판을 맡은 조국 사건을 ‘검찰 개혁에 대한 반격’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판사들이 법원 요직에 대거 포진해 있다. 사법부의 치열한 자기 성찰과 대대적 혁신이 절실하다. 법과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어도 재판할 때, 주관성을 버리겠다는 뜻으로 눈을 가린다.
문화일보
08.16 “우리가 만든 쓰레기, 우리가 치울 것” 운동권 588명의 반성문
광복절날 민주화운동 동지회 출범

▲15일 서울 중구 성공회성당 인근에서 ‘민주화운동 동지회’ 발대식이 열렸다. 동지회는 민경우(앞줄 왼쪽에서 둘째)씨처럼 과거 열혈 운동권이었지만 오늘날 ‘586 운동권’ 세력엔 비판적인 인사들이 주축이 돼 결성했다. /이태경 기자
15일 낮 서울 광화문 사거리는 뜨거웠다. 광복 78주년이자 대한민국 정부 수립 75주년을 기념해 열린 집회들의 인파와 교통 체증, 소음, 찜통더위가 한데 섞인 가운데 설거지를 선언한 사람들이 있었다. 1987년 6월 항쟁의 진원지인 성공회성당 앞에서 이들이 외쳤다. “우리가 만든 쓰레기는 우리가 치우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가 새 잔치를 벌일 수 있도록, 우리가 벌였던 잔치판은 우리가 설거지합시다!”
이날 공식 출범한 ‘민주화운동 동지회’ 회원들이었다. 민주화운동 동지회는 1970~80년대 누구보다도 뜨겁게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운동권이었지만 오늘날 ‘586 운동권’ 세력엔 비판적으로 돌아선 인사들이 주축이 돼 결성했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됐던 주대환(현 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씨와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이었던 민경우(현 대안연대 대표)씨, 1985년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했던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 함운경(현 네모선장 대표)씨가 앞장섰다. 인명진 목사와 민미협·민예총 출신 최범 디자인 평론가 등도 힘을 보탰다. 이들은 한 달 전부터 발족을 준비했는데 588명이 뜻을 같이했다. 운동권 경력이 전혀 없는 50대 여성이나 민주화 운동을 근현대사 교과서에서나 본 20대 대학생, 30대 직장인 등도 참여했다. 대한민국이 지금껏 이룬 성취를 긍정하고, 앞으로의 역사도 계속 눈부시기를 희망하는 시민들이다.
왜 오늘 여기 와야 했는지 각자 이유를 말했다. 고교 국어 교사인 이기정씨는 1980년대 두 차례 투옥됐고, 그의 어머니도 아들 따라 민주화 운동에 동참해 두 차례 옥살이를 했다. “끝없이 추락하는 민주화 운동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에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연 이씨는 “운동권 사람들 다수가 ‘조국 사태’를 강력 비호하며 그 어처구니없는 일에 민주화 운동의 명예를 마구 팔아먹고 있는 모습에 경악했다”고 했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전교조에서 탈퇴한 그는 “사람들이 민주화 운동 참여자들을 입시 비리나 옹호하는 한심한 위선자로 생각할까 두렵다. 초심을 잃어버린 운동권 세력 때문에 저는 평생의 자부심을 잃어버렸다”고 성토했다.
작가 오진영씨는 “스물일곱 아들을 위해 나왔다”며 “언젠가 자기 이름을 내건 이발소를 차리고 싶다는 아들의 꿈이 이루어지려면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잘 살아야 하는데 운동권 세력은 국민 앞날엔 관심 없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려 다시 집권하는 방법만 생각한다”고 했다. 광주광역시가 고향인 의사 박은식씨는 “민주당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현재 민주당 내 운동권 세력은 이 나라를 망치는 사람들이라고 깨닫게 됐다”면서 “찐으로(진실로) 운동권이셨던 분들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설거지’를 자청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20대 김건(신전대협 공동의장)·이황헌(국민의힘 대전시당 대변인)씨 등은 “후배들이 성심껏 도울 테니 선배들께서 종북 세력과 결별하는 기회를 마련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김형기 경북대 명예교수는 “주사파가 멋대로 민주화 운동의 상징 자산을 독점해버린 현실을 바꿔야 한다”면서 “대한민국 역사에 새순을 틔우기 위해 힘을 모으자”고 했다. 이날 출범식은 “586 설거지를 반드시 완수해 달라”는 뜻에서 이한솔씨가 청년을 대표해 함운경씨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는 것으로 끝났다.
08-17 정치적 판결 부른 ‘코드 대법관’ 폐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정치와 사법의 관계는 엄격한 분리를 전제로 한 견제와 균형의 관계다. 비단 삼권분립의 요청에 따라 입법이 사법과 분리돼야 할 뿐만 아니라, 사법의 본질인 공정한 재판은 정치적 중립성을 필수적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정진석 의원에 대한 법원 판결을 계기로 정치적 판결에 대한 비판이 강해지고 있다. 과거에도 이재명 판결, 은수미 판결 등 정치적 판결로 비판된 사례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 법원의 정치적 판결이 계속 늘어난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정치적 판결은 단순히 판사의 개인적 양심을 근거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 규정은 헌법과 법률의 객관적 해석에 따른 직업적 양심을 의미하는 것이지, 판사 개인의 정치적 소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판결로 정치한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가 된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사법부 코드 인사의 폐해가 뚜렷하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대법원장과 대법관에 대한 코드 인사이다. 하지만 그 영향은 하급심에도 미칠 수밖에 없기에 이러한 정치적 편향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판결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둘째, 이른바 ‘MZ세대’의 젊은 판사들이 기존 룰을 무시하고 자기주장을 앞세우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런 경향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법원 내에서 정치적 중립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셋째, 정치적 판결로 물의를 일으키고 법복을 벗은 판사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가 계속되면서 법복을 벗는 데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더욱이 최근에는 법복을 벗은 직후 국회의원이 된 사례가 늘면서 정치적 판결을 부채질한다.
이러한 정치적 판결의 일차적 피해자는 법원이다. 정치적 판결로 인해 사법불신이 계속 심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런 판결을 하는 법원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들까지 나온다. 일부 판사의 정치적 판결이 법원 전체를 궁지로 모는 것이다. 물론 일차적 피해자가 법원이라 해도, 궁극적인 피해자는 국민이다. 판사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공정하지 않은 재판을 하게 되면, 그 재판의 당사자인 국민은 부당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일부 정치인의 문제라고 의미를 축소해선 안 된다. 그 판결의 영향은 국가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요구되는 것은 오로지 공정한 재판을 위한 것이다. 판사의 재판상 독립이 강조되고, 엄격한 신분보장이 인정되는 것도 국민을 위해 공정한 재판을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정치적 중립성을 깨뜨리면서 사법의 독립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다.
물론 판사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기본권을 갖는다. 하지만 개인으로서 정치적 기본권을 누리는 것과 공직의 수행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것은 별개다. 그래서 직업적 양심이 강조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사법부 코드 인사가 배제되고, 판사의 정치적 중립성이 엄격하게 준수돼야 한다. 그리고 판사가 정치인이 되려고 하는 일도 퇴직 후 일정 기간 금지돼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08.18 이재명, ‘불체포 특권 포기’ 말 아닌 행동으로 입증하라
올 들어 네 번째 검찰 출석하며 뒤늦게 ‘방탄’ 포기
장외 여론전 접고 수사 성실히 응하는 게 진정성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17일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불체포 특권 포기 입장을 밝혔다. 수사를 받기에 앞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 심사를 받겠다. 저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따로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네 차례나 검찰에 소환된 제1 야당 대표가 뒤늦게나마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보여주는 행동은 말과는 달라 ‘표리부동’ 논란을 부르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는 소환을 앞두고 연이틀 당 안팎에 결백 호소 서한을 보냈고, SNS에도 “1원 한 푼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검찰 진술서를 올렸다. 소환 전날엔 검찰 출석 날짜와 장소가 적시된 포스터까지 띄웠다. 이를 본 이 대표 지지자들은 어제 중앙지검 청사에 나와 ‘정치 검찰 아웃’을 연호했다. 말로는 불체포 특권을 포기한다면서 지지층을 결집해 검찰을 압박하는 여론전에 나선 형국이다. 그러니 또다시 불체포 특권을 적극 행사하려는 자락 깔기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백현동과 관련한 이 대표의 의혹은 지지층 결집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용도가 4단계나 건너뛴 덕에 아파트 시행사가 3000억원 대의 분양 이익을 챙겼다. 이 대표는 “용도변경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토교통부의 요구 탓”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용도 상향을 요청한 적이 없으며 성남시에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회신한 국토부의 공문 등 그런 주장을 뒤집는 물증이 다수 나왔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이 대표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도 기소한 상태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이런 물증들에 대해 명쾌한 해명은 피하면서 “당당하게 조사받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지난 세 차례 검찰 조사에서 보여준 모습은 당당함과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사전 진술서만 제출한 채 답변을 회피한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같은 대응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당히 조사에 응한다면 검사의 질문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게 상식 아닌가. ‘야당 탄압’만 외치면서 입을 닫는다면 불리한 측은 이 대표다. 그런 방식으로 수사에 대응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소환 전날 ‘1 특검 4 국정조사’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채수근 상병 사건을 수사하고 양평 고속도로 논란, 잼버리 부실 등을 국정조사하겠다는 것이다. 특검·국조 5건을 한꺼번에 추진하는 것부터 이례적인 데다 채 상병 사건의 경우 경찰 수사 단계에도 가지 못해 민주당 내에서도 “비현실적”이란 얘기가 돈다. 이러니 검찰에 소환될 이 대표의 방탄용으로 급조된 특검·국조 아니냐는 비판이 다시 나오는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08.20 검찰 수사, 호남 출마 채비...민주당 골칫거리 된 전·현직 대표들
줄잇는 대표 잔혹사에 당내서도 “총선 복병”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송영길, 이해찬, 추미애 전 대표(왼쪽부터). 이들은 모두 각종 특혜, 불법 정치자금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하지만 “보수 정권의 공작 수사”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보란 듯이 공개 행보를 하고 있다. / 조선일보DB, 그래픽=송윤혜
더불어민주당의 전·현직 대표들이 꽃길이 아닌 험로를 걷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각종 의혹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고 이해찬, 추미애, 송영길 전 대표 등도 수사선상에 놓여 자유롭지 못한 신세다. 한 인사는 고소·고발까지 합쳐 99건의 서면 진술서를 썼다고 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정권 교체에 의한 야당 탄압”이라며 무죄를 호소하고 있지만, 의심받는 혐의들은 이미 문재인 정권 때부터 수사를 진행했거나 정치권 내에서 소문으로 나돌던 것들이다. 이쯤 되면 ‘야당 대표 잔혹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나는 잘못 없고 보수 정권 탓”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여러 차례 검찰에 소환됐다. 이 건 말고도 작년 대선 때 “나는 그 사람(사망한 측근 김문기씨)을 모른다”고 해서 허위 사실 유포 관련 선거법 재판도 받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도대체 혐의가 몇 개인지조차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최근 “TV만 틀면 국민이 보길 원하지 않는 부정부패 대하드라마를 강제 시청해야 한다”고 할 정도다. 이 대표는 이 많은 의혹에도 아직까지 대표직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
이 대표 직전 대표였던 송영길 전 대표도 측근 비리인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2021년 자신이 당대표로 뽑힌 전당대회 때 의원과 측근 간에 금품이 오갔다는 것인데, 정작 자신은 탈당한 뒤 떳떳하게 공개 행보를 하고 있다. 오히려 민주당에 “검찰 독재에 겁먹은 민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탄생에 기여했던 추미애 전 대표 역시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으로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검찰은 “특혜가 없었다”며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지만, 대검이 재수사 명령을 내렸다. 권익위도 당시 “문제없다”고 했다가 얼마 전, 법무 장관이었던 추 전 대표와 아들 수사 간 “공직자의 이해충돌이 맞는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추 대표는 이외에도 국민의힘,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갖가지 사건으로 고소·고발당했다.
문재인 정부 때 대표를 지낸 이해찬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는데도 뉴스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수사와 관련해 언급되는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이 매달 3000만원씩 총 7억원에 달하는 용돈 명목의 돈을 최측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해 전달했다는 것. 민주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김성태 회장이 이해찬, 이화영을 통해 이재명에 줄을 댔다”는 얘기는 이미 2021년부터 정치권에서 공공연하게 돌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현직 대표가 민주당에 가장 큰 복병”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권 차원의 정치 수사라고 보여지긴 하지만, 조용한 대표가 한 명도 없다는 것도 쉽게 이해는 안 가는 일”이라고 푸념했다.
당 대표 자리는 독이 든 성배로도 불린다. 당내 기반이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국민적 지지도 받아야만 앉을 수 있다. 그러나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잘나가다가도 대표가 된 뒤 지지율이 하락하기도 한다. 여야 할 것 없이 말로가 좋지 않은 경우는 많았다. 국민의힘 김무성 전 대표가 2016년 공천을 하면서 ‘옥새 파동’을 일으킨 뒤 그랬고,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도 대표를 맡고 인기가 떨어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도 비슷한 처지다.
◇전직 대표들은 호남에 출마한다고?
민주당의 또다른 걱정거리 중 하나는 전직 대표들의 호남 출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동영 전 대표는 전북 전주에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원내대표를 지냈던 천정배 전 장관,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각각 고향인 광주(光州), 전남 출마를 준비 중이다.
민주당으로선 혁신위가 당내 중진과 원로에게 공식적으로 불출마를 해달라고 요구한 가운데 이들의 복귀가 매우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그러나 올드보이들도 물러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천정배, 박지원 전 대표 모두 “호남을 위해 일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민주당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인적 쇄신, 혁신이 과제인데 원로들이 텃밭인 호남에 출마하겠다고 하면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며 “그렇다고 ‘나오지 말라’고 하면 또다시 호남이 반으로 갈라질 수도 있어 고민이 깊다”고 했다. 한 호남 의원은 “대표를 지낸 지 십수 년이 넘은 분들”이라며 “당을 위해 좀 더 고민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대표는 2006년, 천 전 장관은 2004년, 박지원 전 원장은 2016년에 대표 또는 원내대표를 지냈다.
조선일보 김아진 기자
08.21 李대표 “당당히 맞서겠다” 다음날 親明은 “체포안 당당히 부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최고위원.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네 번째 검찰 소환 조사를 받고 나온 다음 날 같은 당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시 당당하게 부결 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백현동·쌍방울 사건 등으로 2차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전날 이 대표는 “당당하게 맞서겠다” “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심사받겠다”고 했는데, 하루 만에 그의 최측근이란 사람이 체포동의안이 상정되면 부결표를 던지겠다고 한 것이다. 박 최고위원은 “이런 의원이 저 한 사람만이겠느냐”고도 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도 부결 표를 던지라는 압박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약해 놓고 대장동 비리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특권 뒤에 숨었다. 민주당은 하루도 빠짐없이 방탄 국회를 열었고,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면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동료 의원을 겁박했다. 그렇게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이 대표는 다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기에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조건을 달았고,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에 서명하라는 혁신위 요구도 거부했다.
이 대표는 불체포 특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면서도 국회 회기 중엔 영장을 청구하지 말라고 했다. 회기 중 체포동의안이 올라오면 표결을 해야 하는데 당내 분열과 갈등이 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의자가 영장 청구 시점을 지정하는 경우는 없다. 유력 정치인이라고 해서 영장 청구 시점을 맘대로 정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또 다른 특권이다.
이 대표 말대로 하면 검찰은 연말까지 그에 대한 영장을 청구할 수도 없다. 8월 국회가 끝나면 곧바로 정기국회다. 9월 1일부터 100일간 회기가 이어진다. 예산안 심사가 끝나면 총선 국면으로 접어든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제1야당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가 쉽겠나.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한 것처럼 하더니, 영장 심사도 당당히 받을 것처럼 해놓고 결국은 안 받겠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8-21 李 “당당” 친명 “표결 보이콧” 기만극

서정욱 변호사, 前 영남대 로스쿨 교수
검찰이 지난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백현동 배임’과 ‘위증교사’ 수사를 마치고 ‘쌍방울 대북 송금’과 묶어 9월 중 구속영장 청구를 적극 검토 중이다. 이 대표는 검찰이 내세운 혐의에 대해 당당하게 법리적으로 반박하긴커녕 ‘정치 보복’ 운운한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수사가 ‘문재인 정권’ 때 ‘경쟁 캠프’에 의해 제기됐다는 사실은 이 대표 자신도 잘 알 것이다.
위례·대장동과 관련한 두 차례 검찰 조사 때처럼 서면 진술서를 제출하고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한 이 대표가 검찰 출두 전 ‘총력 동원’에도 불구하고 100여 명밖에 안 모인 이른바 ‘개딸’ 앞에서만 유독 개선장군처럼 큰소리를 치는 것도 참으로 위선적이고 이중적이다. ‘수사 단계를 건너뛰고 재판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방식으로 대응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1심에서 결국 2년 실형의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는가.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공표’로도 기소된 백현동 의혹에 대해 이 대표는 “용도변경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토교통부의 요구 탓”이라고 주장하나, 참으로 민망하고 좀스러운 변명이다. ‘용도 상향은 성남시에서 적의 판단할 사항’이라는 국토부의 공문 등 수많은 인적·물적 증거 앞에 세 치 혀로 진실이 가려지겠는가. 검찰이 쓴다는 신작 소설의 주인공으로 ‘박 전 대통령’과 ‘국토부’를 내세우는 것이야말로 구속돼 있는 ‘허가방’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까지 포복절도할 일이다.
한편, 이 대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면서 “국회 비회기 때 영장을 청구하라”고 요구하지만, 이 또한 적반하장의 망동이자 황당무계한 꼼수다. 박찬대 최고위원이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부인, 측근(이우일)과의 접촉을 통해 진술 번복을 회유하며 사법 방해를 일삼아 ‘쌍방울 대북송금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킨 의혹이 속속 나오고 있지 않은가. 방탄 국회 뒤에 숨지 않겠다는 불체포특권 포기가 진심이라면 ‘당론으로 가결’을 정해 실질심사를 받으면 그만이지 왜 “식당 예약하듯이”(한동훈 장관), “백화점 물건 쇼핑하듯이”(김기현 대표) 피의자가 임의로 시점을 특정하는가. 이 대표가 “당당히 맞서겠다”고 한 다음 날 친명(親明)들이 “표결 보이콧 등을 통해 당당히 부결”시키겠다는 것은 ‘짜고 치는 고스톱’의 명백한 반증이 아닌가.
이 대표는 이번 검찰 출두에 앞서 “저를 희생 제물 삼아 정권의 무능과 정치 실패를 감춰 보겠다는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에 기꺼이 시시포스(Sisyphos)가 되겠다”는 ‘희생자 코스프레’를 했다. 시시포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신들을 기만한 죄로 지옥에 떨어져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는데, 바위가 산꼭대기쯤에 이르면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지기 때문에 그는 영원히 이 일을 되풀이해야 했다.
이 대표의 언급으로 뜬금없이 소환된 시시포스는 욕심이 많고 속이기를 좋아했다는 점에서, 부패하고 거짓말을 일삼는 이 대표와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았다. 그렇다면 결국 결론도 똑같을 수밖에 없다. 대장동·위례·성남FC에 이어 백현동·쌍방울·정자동까지 끝없는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은 정의의 철칙이다. 거짓은 결코 진실을 이길 수 없고, 역사의 법정에는 시효가 없다.
문화일보
08-21 고민정 “이재명 체포안 표결 거부?… 약속 번복하잔 말인가”
친명 ‘부결’ 주장에 공개 비판
“불체포특권 포기선언 지켜야”
혁신안 이어 계파갈등 재점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당내 친명(친이재명)계 일각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국회 회기 도중 청구될 경우 ‘체포동의안 표결거부’ 또는 ‘부결’로 엄호하자는 주장이 나온 것에 대해 21일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번복하자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검찰이 다음 달 정기국회에 맞춰 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친명-비명(비이재명) 간 사분오열이 촉발되면서 계파 전쟁의 서막이 재차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서 “김은경 혁신위원회에서 제안했던 체포동의안에 대한 민주당의 기조, 그리고 거기에 대한 지도부의 답변은 있었던 상황”이라면서 “그 말을 번복하자는 말인가를 오히려 좀 확인해 보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친명계 원외 모임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전국대회에서 민형배 의원이 “(체포동의안) 투표 거부로 이 대표를 지키고, 민주당을 지키도록 하겠다”고 주장한 지 하루 만에 공개 비판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거듭 약속했지만, 최근 친명계 내부에선 검찰의 9월 회기 중 구속영장 청구가 유력해지자 “체포동의안을 부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고 최고위원은 “혁신위에서 내놓은 안들에 대해 오히려 더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원님들도 많기에 번복하려는 의도는 아닐 것 같다”면서도 “약속을 지키는 게 정치”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처럼 당내 계파 분열을 우려, 9월 회기 중 체포동의안 표결만큼은 최대한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이날 비공개 오찬 회동에 참석해 8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합의에 나섰으나 회기 종료일과 본회의 개최일 등에서 여전히 이견을 보였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막기 위해 이날부터 오는 25일 사이에 본회의를 열고, 마지막 주에는 국회를 쉬자는 입장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운영을 마치 자신들의 당리당략에 맞추는 게 당연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08.22 [단독] “이재명, 법카 유용 모를 리 없다...샴푸 사러 청담동까지 심부름”
김혜경 ‘불법 유용 의혹’ 공익 신고인 “李도 지시·묵인”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공익 신고한 A씨가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휴일 식사 비용도 모두 법인카드로 결제됐다”며 권익위에 추가 신고했다. 사진은 A씨가 “당시 이 대표에게 제공된 식사 중 하나”라며 내놓은 텔레그램 캡처 화면. /공익 신고인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불법 유용 의혹’을 공익 신고한 전직 경기도 공무원이 “이재명 대표도 법인카드 유용을 지시·묵인하는 부패 행위를 저질렀으니 이를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공익 신고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법인카드 불법 유용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이던 시절 그의 아내 김씨가 비서 배모씨를 시켜 초밥, 샌드위치, 과일 등 사적 물품을 관사나 자택으로 사 오게 하면서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이 의혹은 2021년 3~10월 경기도 비서실 공무원을 지낸 A씨가 작년 1월 공익 신고하면서 제기됐다. A씨는 배씨의 지시를 받아 법인카드로 직접 물건을 사 간 사람이다.
이와 관련, 배씨는 지난 10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대선을 앞둔 2021년 8월 김혜경씨가 당 관련 인사들과 한 오찬 모임의 식사 비용을 배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혐의(선거법상 기부 행위 금지 위반) 등이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이 대표의 아내 김씨도 배씨와 공범 혐의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돼 있다. 다만 경찰은 작년 9월 이 대표에 대해서는 “법인카드 유용 사이에 연결 고리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검찰에 보내지 않고 종결했다.
A씨는 이 대표에 대한 ‘부패 행위 신고서’를 지난 20일 권익위에 냈다. 이 신고서에서 A씨는 “이 대표는 경기도 법인카드로 자신과 아내의 아침 식사 등이 구매되고 있다는 사실, 아내가 배씨 등에게 (법인카드 불법 유용과 관련해) 위법한 지시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경기지사라는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자신과 아내의 이익을 위해 공금 횡령 등이 이뤄지게 했는데 이는 명백한 부패 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공적 업무에 사용돼야 할 법인카드를 사적 용도로 횡령하거나 횡령을 지시·묵인하는 행위를 오랜 기간 거의 매일 반복해 법치주의를 무시했으니 철저한 조사를 통해 조치해 달라”고 했다.
공익 신고 다음 날인 21일 A씨는 본지와 만나 “이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 평일은 물론 법인카드를 쓸 수 없는 휴일에도 공관에 혼자 있을 때 직원들을 시켜 식사를 배달받는 ‘수라상 의전’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의 휴일 식사 비용도 모두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이라고 했다. 인근 식당에 장부를 달아놓고 휴일에 이 대표 식사를 사서 공관에 보내고 이후 평일에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을 썼다는 것이다.

▲그래픽=이진영
A씨는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 대표에게 전달된 식사 중 하나”라며 자신이 배씨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신저 사진 캡처 화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황태뭇국, 동태조림, 김, 파김치, 소시지전, 도라지오이무침, 미역줄기나물, 배추김치, 배, 단감 등이 쟁반에 차려진 모습이다. A씨는 “포장된 음식을 가져와 공관 주방에서 국은 다시 데우고 반찬은 그릇에 담았다”면서 “이 대표 밥을 챙기느라 주말에도 직원들이 출근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A씨는 “이 대표가 경기도 법인카드 불법 유용을 모를 수가 없다”면서 “불법 유용의 주범이 이 대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예산의 1000만원 단위까지 기억할 정도로 숫자에 밝은데 본인이 먹고 쓰는 것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경기도 법인카드로 비용을 쓰면서 본인 계좌 금액은 그대로인 것이 당연히 눈에 보였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또 이 대표가 사용하는 샴푸를 사려고 서울 청담동 일대로 심부름을 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내 돈으로 먼저 샴푸 값을 결제하고 영수증을 내면 경기도 비서실 직원 개인 명의 계좌에서 그만큼 입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첫 공익 신고 후 1년 7개월이 지난 뒤에 추가 신고를 한 계기에 대해 A씨는 “처음 공익 신고를 할 땐 이 대표에 대해 사회적 차원에서 응당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했다”며 “아직까지 이 대표가 건재하게 활동하는 것을 보며 변한 게 없다고 느껴 추가 신고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그동안 이 대표 지지자들에게 신변 위협을 느껴 호텔과 모텔을 전전하다가 집도 이사했다”면서 “지금도 경찰이 제공한 신변 보호용 스마트 워치를 차고 호신용 삼단봉을 지니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은 본지에 “밝힐 입장이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이민준 기자
08-22 李 휴일 식사도 법카로 결제했다는 前 비서의 공익신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사건의 최고 책임자라는 공익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됐다고 한다. 지금까지 법카 사건은 이 대표 아내인 김혜경 씨 의혹으로 정리됐는데, 이번 신고를 계기로 이 대표 책임 여부도 규명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경기도 비서실 공무원을 지낸 A 씨는 지난 20일 이 대표에 대한 ‘부패 행위 신고서’를 냈다. 지난해 2월 김 씨의 법카 유용 의혹을 공익신고한 당사자이기도 한 그는 신고서에서 “이 대표가 공적 업무에 사용돼야 할 법인카드를 사적 용도로 횡령하거나 지시·묵인하는 행위를 매일 반복했다”고 했다. 언론 인터뷰에선 “휴일에도 공관에 혼자 있을 때 직원들을 시켜 식사를 배달받는 수라상 의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비용 처리는 식당 장부에 기재했다가 추후 평일에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을 썼다고 한다. 심지어 이 대표가 사용하는 샴푸를 사려고 서울 청담동 일대로 심부름을 가기도 했으며, 자신이 일단 결제하고 영수증을 내면 비서실 직원이 입금해줬다고 폭로했다.
비록 금전 규모에서는 대장동 의혹 같은 거대 혐의에 비해 사소해 보이지만, 공인 의식 부재 등 본질에 있어서는 그에 못지 않게 심각하다. A 씨는 직접 경험을 토대로 “불법 유용의 주범이 이 대표”라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때 법카 유용 의혹에 대해 이 대표는 “직원의 부당행위를 살피지 못했고 배우자도 차단하지 못했다”며 사과했지만, 사법적 책임은 주변으로 돌렸다. 김 씨 법카 사건에 연루된 배모 씨는 지난 10일 1심 판결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김 씨에 대한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번에 새로운 공익신고가 접수된 만큼 우선 권익위가 제대로 조사하고,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신속히 당국에 이첩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8.23 日 오염수 방류, 정부는 우리 해역 방사능 거의 매일 측정 발표해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24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오염수 134만t을 방류 기준에 맞게 정화 처리해 내보내는 데 3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한다. 방류는 일본이 결정하는 것으로 외국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방류로 인해 우리나라 횟집 등 수산업계에 당분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수기인 추석 연휴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사실상 ‘0′이나 마찬가지라는 많은 과학 연구 결과가 있다. 방류수가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한국 해역으로 올 때 남아 있는 것은 무시해도 좋을 것이다. 일본의 사정도 딱하기는 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생긴 오염수를 달리 도리가 없어 정화해 바다로 방류하는 것이다. 수증기 방출, 심지층 주입 등 다른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너무 막대한 비용이 들거나 해양 방류보다 생태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인접 국가 국민 입장에선 방류가 꺼림칙하게 생각되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과학적 안전과 사회적 안심은 다르다.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한국의 많은 국민 생각도 비슷할 것이다. 일본은 자국 문제로 한국민에게 한국 정부에 여러 부담을 안기고 있는 것을 새겨봐야 한다.
한국 어민들과 수산업계도 대부분 방류로 인해 바다 또는 수산물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고 느끼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수산물 기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일본에는 남에게 폐(弊·메이와쿠) 끼치는 것을 극구 꺼려하고 폐 끼쳤을 경우 죄송해하는 관습과 문화가 있다. 기시다 총리가 일본 어민들을 향해 고개를 숙인 것처럼, 일본 정부는 한국의 수산업계와 한국 국민에 대해서도 뭔가 사정을 설명하면서 양해를 청할 필요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이번 방류의 몇 만배에 달하는 오염수가 바다로 쏟아져 들어갔지만 지금까지 우리 해역에 미친 영향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일본이 방류를 시작하면 한국 해역의 방사능 농도를 매일 하다시피 측정해 발표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결국 국민의 불안은 사그러들 것이다. 문제는 그 때까지 입을 우리 수산업계 피해다.
조선일보 사설
08-23 野 ‘국민 안전 비상사태’ 선동, 어민 피해 키울 자해극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를 24일부터 방류키로 결정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안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23일 국회 촛불 집회, 24일 서울 도심 행진, 26일 광화문 집회 등에 나선다. 겉으로는 일본 정부를 비난하지만 실제로는 윤석열 정부 대응을 ‘친일·매국’으로 매도하는 데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백현동 사건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에서 이재명 대표의 혐의가 더 구체화하는 가운데, 제2의 광우병 사태를 노리며 당내 결속과 대여 투쟁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정치적 속셈도 비친다.
국민 안전 비상사태라는 설정부터 침소봉대의 선동이다. 한국 해역과 수산물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오염수 방류 자체를 반길 사람은 없다. 설혹 반대하더라도, 수많은 대안을 검토하고 과학적 검증을 거친 고육책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게 합리적인 자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공식보고서를 통해 ‘인간과 환경에 미칠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내 과학자들도 “2011년 사고 당시 미처리 방사성 오염 물질이 300t씩 방류됐으나 우리 해역에 어떤 영향도 나타나지 않았다”며 “방류지점에서 2∼3㎞ 떨어진 지점의 삼중수소 농도는 한강 물 수준이라는 것이 과학적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이런데도 이 대표는 “과학적 검증도 없이 오염수를 인류의 공공재인 바다에 내다 버리겠다는 패악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근거 없는 괴담으로 공포를 부추기는 이런 행태는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 해역과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켜 어민 피해를 키우는 자해극이 된다. 실제로 방류도 하기 전부터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을 비난하더라도 최소한 ‘우리 해역과 수산물은 안전하다’는 입장을 함께 밝혀야 할 것이다.
윤 정부도 국민 불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IAEA가 운영하는 현장 사무소를 정기 방문하고, 방사능 조사를 일본 인근 공해상과 태평양 도서국 해역으로 확대했다. 일본 정부의 약속 이행을 철저히 감시하는 한편, 우리 해산물은 안전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소비 진작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국민이 선동에 속지 말고 수산물 소비를 계속하는 일도 중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8.23 불체포특권 포기, 말장난하지 말고 법을 바꿔라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쇼’
정치인 말은 뒤집으면 그만
포기 선언이 진심이라면
‘방탄 국회 방지법’ 논의해야
국회의원들의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은 예상대로 한바탕 쇼로 끝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의원총회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결의했지만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라는 조건을 달았다. 정당한 영장인지를 법원이 아니라 자기들이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방탄 국회를 자초했다는 비판에 떠밀려 이런 결의를 했지만 속으론 계속 특권 뒤에 숨겠다는 말장난일 뿐이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2명 중 110명이 서명한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도 믿기 어렵다. 법적 구속력 없는 말뿐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에게 말은 언제든 뒤집으면 그만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그 대표 사례다. 그는 대선 때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약했지만 대선 후 방탄 국회를 계속 열어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그래 놓고는 지난 6월 또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고, 지난 17일 검찰에 출석할 때도 비슷한 말을 했다. 하지만 그 말도 믿을 수 없다. 그는 3년 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때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가 이를 이틀 만에 뒤집으면서 “말로 어디 해놨다고 해서 반드시 그렇게 하면 바보 아니냐”고 했다. 이게 그의 진심일 것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불체포 특권은 의원 개인이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헌법에 명시된 불체포 특권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기 중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정부는 체포 동의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표결로 동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결국 불체포 특권은 국회의원에 대한 국회의 체포 여부 동의 권한이지 의원 개인이 행사 여부를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민의힘 의원 중 김웅 의원이 서약서에 사인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의원들이 서약서 쓴다고 그 제도가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정치 공세나 캠페인 차원에서 헌법상 제도를 도구처럼 활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법적으로는 김 의원 말이 맞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월 21일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에 사인한 후 서약서를 들고 있다./뉴시스
17세기 영국에서 도입된 이 제도는 의회에 대한 행정부의 부당한 압력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제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국회의원들이 법망을 벗어나는 시대착오적 특권으로 이를 악용한 데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제도를 정비하면 된다. 지금 당장 헌법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 틀을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적어도 방탄 국회 제한 규정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웅 의원이 지난달 제출한 국회법 개정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100명)이 요구하면 15일간 임시회를 열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한창일 때 이 대표 방탄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임시회를 열었다. 보통 임시회가 한 달씩 열리는데 방탄용이 분명한 경우 일정 수의 국회의원들이 요구하면 보름 동안은 임시회를 열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이에 검찰은 비리 혐의가 있는 국회의원에 대해 영장을 청구해 체포동의안 처리 절차 없이 법원에서 영장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헌법 취지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방탄 국회를 막는 방법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법안은 아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을 했던 의원들도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여야 의원들끼리 말싸움만 하고 있다. 어차피 포기할 생각이 없었으니 그럴 것이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이나 진정성이 있는 국회의원들이 있다면 이 법안에 대한 논의라도 시작했으면 한다.
조선일보 최원규 논설위원
08-23 김남국 ‘불출마 꼼수’에 국회 징계 멈춘 민주당 反윤리
더불어민주당이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거래 의혹 및 국회 상임위 회의 중 거래 논란 등으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된 김남국 의원에 대한 징계절차를 멈춰 세웠다. 윤리특위가 22일 징계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징계안을 의결할 계획이었으나, 민주당이 표결 연기를 주장해 오는 30일로 미뤘다. 소위 개회 직전에 김 의원이 SNS에 ‘22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 지역구를 위해 임기를 마치고 싶다’고 밝힌 게 이유였다. 자문위원회 권고대로 소위도 의원직 제명을 의결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었다.
김 의원이 지난 5월 민주당을 탈당할 때부터 내년 총선 불출마는 예견됐다. 자진 탈당하면 1년 내 복당할 수 없어 민주당 공천은 사실상 물 건너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쑥 불출마를 꺼낸 건 징계 회피용 꼼수 외에는 달리 보기 힘들다. 정치 쇼가 윤리 위반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김 의원이 “유권자에 실망을 안겨드렸다”고 말한 게 진심이라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게 옳다. 공식 기자회견이 아니라 SNS로 밝힌 것은 유권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민주당이 김 의원의 징계수위를 낮추려 한다면 반(反)윤리 정당임을 자인하는 일이다. 성희롱 발언 뒤 ‘짤짤이 해명’을 한 최강욱 의원과 관련, 당 윤리심판원은 지난해 6월 당원 자격 6개월 정지 처분을 내렸는데, 재심 신청 이후 1년 2개월째 결론이 안 나왔다. 4년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커졌다. 여론이 나쁘면 징계 시늉을 하고, 잊을 만하면 흐지부지하는 행태야말로 반윤리적 국민 우롱이다.
조선일보 사설
08-23 “비대위 전환” “옥중공천 각오”… ‘이재명 리더십 공백’ 대비 갑론을박

▲민주당 최고위 이재명(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청래 최고위원, 이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 고민정 최고위원. 곽성호 기자
■ 민주 ‘총선 플랜B’ 계파 갈등
비명 “최고위 동반 사퇴” 압박
일각선 ‘조기 全大 필요’ 역설
친명 “궐위상황 없을 것” 반박
“새 대표 뽑더라도 당심은 친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9월 영장 청구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표 궐위를 가정한 ‘총선 플랜B’ 논의가 당내에서 분출하고 있다. 비명(비이재명) 측은 최고위원 동반사퇴를 통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또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 필요성을 역설하며 이 대표 사퇴를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다. 이에 친명(친이재명) 측은 ‘이재명 체제’로 옥중공천까지 각오하겠다고 맞섰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명 그룹 일각에선 두 가지 시나리오가 논의 중이다. 첫 번째는 지도부 동반사퇴를 통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비대위는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 과반이 궐위될 때 구성이 가능하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 8명 중 5명이 친명이다. 이 대표가 자리를 내려놓더라도 친명 최고위원이 동반사퇴하지 않으면 비대위 구성은 성립되지 않는다. 비명 A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 위기론이 촉발되면서 자연스럽게 동반사퇴 여론이 형성돼 비대위 출범이 가능할 것”이라며 “대표 공석에 친명 지도부가 책임지지 않는 건 당을 깨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 측은 친명 최고위원들의 동반사퇴 가능성이 낮을 경우를 대비, 조기 전대 개최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도 꾀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도 당헌에 따라 이 대표 잔여 임기가 8개월 이상일 때만 가능하다.
친명 측은 ‘옥중 대표직 수행’도 각오한다는 자세인데, 그 속내는 대표 잔여 임기를 8개월 미만으로 남겨 친명 중앙위원회에서 신임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것을 차선책으로 생각하는 중이다. 친명 C 의원은 “유고 상황 자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조기 전대가 치러지든, 중앙위에서 새 대표를 뽑든 당심은 친명”이라며 이 대표가 사퇴하더라도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회기 중 체포동의안이 들어오면 어떻게 대비할 것이냐’는 질의에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되느냐”고 응대했다.
문화일보 김성훈·김대영 기자
08-24 경기도 법카 공익신고와 세금 도둑질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고위 공직자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하는 것은 공적 업무 수행 과정에서 즉각 지불해야 할 비용이 발생할 때 투명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법인카드는 액수 제한과 함께 주점을 비롯한 부적절한 장소나 오후 9시 이후, 또는 휴일이나 주말 결제는 아예 불가능하게 제한을 두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사전에 품의(稟議)하고 예산을 받아 결제하는 것과는 달리, 법인카드 사용의 정당성은 일정 부분 사용자의 윤리적 판단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대다수 공직자가 이처럼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법인카드 사용의 기본 윤리를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혀 갖지 못했나 보다. 경기도 비서실에 근무했던 A 씨의 ‘부패 행위 신고서’(공익신고)에 따르면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를 광범위한 개인적 용도에 무단 사용해 왔다고 한다. 대선 후보 시절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 후보는 가족과 부하 직원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자신이 미처 챙기지 못했다는 점만 사과했었다. 이번 공익신고는 그가 법인카드 불법 사용을 직접 지시 또는 묵인했다는 것인데, 만일 사실로 판명된다면 대선 과정의 거짓말과 함께 공금횡령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법인카드를 불법적으로 사용한 액수가 적으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액수와 상관 없이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면 그것은 범죄다. 더욱이 이 대표가 공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면서 양심의 가책도 못 느꼈다면 절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문자 그대로 공직윤리가 전혀 없는 사람이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섰던 셈이기 때문이다.
더 기막힌 일은 법인카드를 사용한 장소와 방식이다. 신고자에 따르면, 근무 기간 중 거의 매일 오전 이 대표가 아침 식사로 먹을 샌드위치와 샐러드, 컵과일 등을 경기도청 관사 및 이 대표 자택으로 배달했고, 부인 김(혜경) 씨가 먹을 과일을 수시로 구입해 경기도청 관사에 채워 놓으면 김 씨가 주기적으로 관사를 방문해 성남시 자택으로 가져가는 것을 자신이 직접 확인했다고 한다. 그 밖에 이 대표의 옷 세탁 비용 등 생활비 지출에도 경기도청 법인카드가 사용됐고, 개인적으로 보내는 명절 선물 비용이나 심지어 집안 제사 음식도 모두 법인카드로 처리하면서 용도는 ‘직원 격려용’으로 기재했다고 한다. 먼저 현금 결제하고 영수증을 제출하면 비서실에서 송금하거나, 각 음식점에 미리 장부를 마련해 두고 결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국민 혈세를 사용(私用)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명백히 공금횡령과 공금횡령교사에 해당한다. 범죄 이전에 공직자윤리를 정면 위반한 것이며, 고위 공직자로서 결코 국민 앞에 나설 수 없다. 더욱이 이처럼 치졸한 방법으로 국민 혈세를 훔쳤다면, ‘○○치’라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필자는 행정학과를 나와 평생 행정과 정책을 연구하고 가르치다 보니 고위 공직자나 공공기관장을 지낸 친구가 많다. 그들과 평생 친구로 지내지만, 단 한 사람도 법인카드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걸 본 적이 없다. 함께 만나는 친구들도 항상 N분의 1로 나눠 냄으로써 그들이 공직자로서의 품위와 윤리를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이 대표에게 묻고 싶다. 대한민국이 그렇게 만만하냐고.
문화일보
08.24 ‘정치 판사’들은 여의도로 가라

“판결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넘어 급기야 법관마저도 이념의 잣대로 나눠 공격의 대상으로 삼기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고 사법부의 독립을 확고히 하는 것이 국민의 준엄한 명령임을 한시도 잊지 않겠습니다.”
다음달 24일 퇴임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6년 전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온몸으로 법관의 독립을 지켜내겠다던 그는 현직 판사가 정치적 이유로 탄핵당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 위해 당사자가 낸 사표를 반려하고, 국회에 거짓말을 한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김명수 대법원, 정치 편향 가속
‘노무현 사건’ 판결 공정성 논란
양심적 법관 모독하지 말아야
그는 ‘법관마저 이념의 잣대로 나눠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사회적 현상을 개탄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이젠 거꾸로 판사가 법복을 입고 정치 편향성을 판결에 담는 세상이 됐다. 여기엔 김명수 대법원 체제가 들어선 이후 튀는 언행으로 여의도 진출에 성공한 몇몇 법복 입은 ‘정치판사들’이 선례로 작용한 탓도 크다고 본다.
군인·경찰·소방과 달리 판사 집단은 조직 자체가 크지도 않고, 일사불란한 위계질서가 필요하지도 않은 공직이다. 그런데도 국민을 대할 때 별도의 유니폼을 입도록 하는 공직은 판사가 유일하다. 판사의 재판은 항상 법복 안에서 이뤄진다. 그리고 그런 법복을 입은 법관은 법대에 앉아 법정을 내려다본다. 법대를 높게 만든 것은 법관들의 키가 작아서가 아니다. 죄 중에 법정모욕죄가 있다. 일반 공무원 모욕죄는 없다. 왜 법관만 특별한 옷을 입고 특별히 높은 곳에 앉아 그들보다 지적·도덕적·윤리적으로 모자랄 것 없는 시민들로부터 인사를 받고 업무 수행에 특별한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할까.
그것은 법관 개인이 잘났기 때문이 아니다. 이솝 우화 중에 ‘신상(神像) 나르는 당나귀’가 있다. 신상을 싣고 가던 당나귀가 사람들이 그 앞에서 엎드리자 우쭐거리며 태업하다 마부로부터 핀잔을 듣는다. “멍청이야, 사람들이 널 보고 절하는 것이 아니라 신상을 보고 절하는 거야.” 당나귀는 핀잔과 함께 채찍 세례를 받았다는 이야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관련 사건에서 검사가 벌금 500만원을 구형한 피고인에게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방법원 박병곤 판사가 “판결로 정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실형 선고를 끌어내기 위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전직 대통령은 공인이 아니다”라는 박 판사의 독특하고 억지스러운 해석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은 졸지에 장삼이사(張三李四) 필부로 전락했다. 피고인뿐 아니라 노 전 대통령도 ‘의문의 1패’를 당한 셈이 됐다.
진실을 밝히고, 옳고 그름을 따지며, 사회적 승복을 끌어낼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는 사법은 국가 권력의 전횡을 막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다. 동시에 자유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안식처다. 손발 없는 권력인 사법부의 힘은 바르고 공정한 법 적용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서 나온다.
사법은 국가의 정신이자 혼이다. 입법이 망가지고, 관료가 부패해도 사법이 정확하게 작동하고 최소한 그런 노력을 하는 법관들이 있다면 그 사회와 국가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프랑스 정치철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은 『아메리카의 민주주의』에서 미국의 법관들이 판결을 통해 실질적으로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그것은 대중이 형식을 뭉개고 격정에 휘말리며 성급하게 나가고자 할 때 정반대의 완충재 역할을 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수도승 같은 자세로, 공평무사함을 통해 판사는 사회에 울림을 줘야 한다.
그런데 이번 박 판사의 행동은 재판권을 파당적으로 남용한 것이란 의심을 받기에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상식적인 국민의 균형 감각에도 못 미치는 편향성으로 판결을 내린 법관에게 탄핵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이번 판결을 묵인하고 넘어가면 ‘법복 입고 정치하는’ 제2, 제3의 판사가 쏟아져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선악에 대한 분별력보다 이해타산에 능하고, 튀는 언행으로 정치권에 환심을 사려 하며, 기회만 되면 여의도로 이직하려는 자들이 법원에 남아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 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동시에 대다수 양심적인 법관을 모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
08.25 “우리 수산물 오염시키는 장본인은 정치와 언론”이라는 어민들 절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STOP'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8.2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한 24일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가 호소문을 내고 “우리 바다와 수산물을 오염시키는 장본인은 오염수 방류를 정치에 활용하는 정치인, 언론, 가짜 전문가들”이라며 “국제기구와 저명한 과학자들이 밝혔듯 우리 바다, 우리 수산물은 안전하다”고 했다. 연합회는 “수산업계의 미래가 원전 오염수 괴담으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과학자들은 후쿠시마 방류로 우리 국민들이 섭취하는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된다는 주장은 과장 정도가 아니라 날조와 다름없다고 설명한다. 후쿠시마 방류로 인한 방사선 피폭량은 엑스레이 한 번 찍을 때의 1000만분의 1이라고 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바다로 쏟아져 나온 오염수는 지금 방류하는 오염 처리수보다 핵종에 따라 600~3만배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지난 12년간 우리 바다와 수산물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그런데도 수산시장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이미 후쿠시마 인근 모든 수산물은 수입 금지된 상태다. 정부는 전국 200개 해역에서 바닷물을 채취해 검사하고, 위판장과 양식장 등 수산물 생산 단계에서 2차 검사를 한다. 시장 마트 등에서 수산물 유통 직전 식약처가 3차 검사를 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이후 7만5000건의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검사가 이뤄졌지만 기준치를 넘은 적이 없다. 한마디로 우리 수산물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재개한 유럽은 바보가 아니다. 후쿠시마 방류수가 우리보다 먼저 도달하는 미국, 캐나다에선 어떤 괴담도 없다. 주일 미국 대사는 후쿠시마에 가서 그 수산물을 먹겠다고 했다. 그들도 바보가 아니다.
그런데도 일부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기피하는 것은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과 TV 방송들이 수산물 먹으면 방사능에 오염된다는 식의 주장을 매일 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 피해는 우리 수산업계가 보고 있다. 15년 전 광우병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인사는 “당시 광우병의 사실 관계에 대해 회의를 한 적이 없다. 이명박 정권 퇴진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가 하는 차원에서만 얘기가 오갔다”고 고백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번 괴담은 광우병 괴담보다 더 빨리 사라질 것이다. 앞으로 우리 바닷물과 수산물을 채취해 방사능을 조사하면 문제없다는 것이 계속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애꿎은 어민들이 피해를 본다. 양식 있는 국민들이 나서 수산물 소비를 평소보다 늘리는 등으로 괴담이 사라질 때까지 수산업계를 도왔으면 한다. 정부는 월 1, 2차례인 바닷물 방사능 조사를 크게 늘려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8-25 李 체포동의 표결 땐 黨 쪼개진다며 국회 문 닫은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8월 임시국회 회기를 25일로 조기 종료하는 안건을 단독 발의해 24일 통과시켰다. 일부러 국회 문을 닫은 것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막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백현동 특혜 개발 사건으로 수원지검에 출석하면서 “(검찰은) 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해서 분열을 노리는 꼼수를 포기하고 비회기 때 청구하라”고 했다. 그에 따라 민주당이 정기국회 회기 시작(9월 1일)에 앞서 비회기(8월 26∼31일)를 억지로 만든 것이다.
유사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하기 위해 의도적인 ‘방탄 국회’를 계속 열어왔던 행태가 이번엔 정반대로 바뀌었다. 그런 식의 부결 전략에 대한 여론의 역풍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이 대표가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공언한 취지와도 배치되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속사정은 막상 표결이 이뤄질 경우엔 민주당의 분열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검찰이 정기국회 중에 체포동의안을 내는 것은 부결되면 방탄, 가결되면 분열됐다고 하려는 정치적 의도”라는 했는데, 간접화법을 사용했을 뿐 같은 맥락의 발언이다.
그러나 며칠 안 되는 비회기 중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는 주장부터 현실성이 없다. 검찰이 대북송금 사건과, 백현동 사건(서울지검)을 병합하면 영장 청구 시점은 9월 초나 그 이후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정을 이 대표와 민주당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비회기 영장청구를 압박하는 것은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한다’는 식으로 공격하고, 정기국회 때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면 부결시킬 명분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것이 진심이라면, 회기 중이더라도 민주당 의원들에게 “가결해 달라”고 당부하면 된다. 이들 사건은 이 대표 개인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문제다. 민주당에 이어 국회까지 들러리 세우고 망가뜨리지 않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8.26 국회 회의 중 코인 거래한 의원은 제명으로 본보기 만들어야
국회 상임위 회의 중 200차례 이상 코인 거래를 한 김남국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발표하자 국회 윤리특위 민주당 의원들은 김 의원 제명 표결을 연기시켰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는 김 의원 제명을 권고한 상태다. 민주당 소속 특위 의원들이 제명을 막으려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이 속했던 민주당의 의원들은 “정치인에게 불출마는 사실상 사형 선고”라며 “불출마 선언까지 했는데 제명은 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 의원은 핼러윈 참사를 다룬 상임위 회의 도중 코인 거래를 한 사람이다. 도저히 국회의원이라고 할 수 없다. 그는 “(돈이 없어) 라면을 먹는다”고 했던 사람인데 알고 보니 코인을 팔아 보유한 현금성 잔고가 한때 100억원 가까이 됐다. 김 의원은 코인 거래가 처음 드러났을 때 “너무 소액이어서 정확히 모르지만 0.99개, 금액은 몇 천원 정도”라며 거짓말을 했다. 코인 투자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의혹도 받고 있다. 한마디로 코인 투자가 본업이었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8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스1
우리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동료 의원의 비위를 봐주는 데는 특이할 정도로 집요하다. 국회는 심각한 물의를 일으킨 의원은 제명하게 돼 있으나 이 징계 조항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인 1979년 정치적 문제로 제명당한 것이 한국 헌정 사상 유일한 사례다.
그동안 정치와 관련 없는 개인 비위로 제명당해 마땅한 의원은 한둘이 아니었으나 한 번도 제명 의결이 나온 적이 없다. 의원들이 다른 의원의 비위를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역지사지해 제명 처분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21대 국회 윤리심사자문위는 지난해 1월 윤미향·이상직·박덕흠 의원도 제명하도록 권고했으나, 이들에 대한 징계안은 여전히 윤리특위에 계류돼 있다. 여야 모두 미적거리고 있다. 이러니 국회에 엄격한 윤리가 세워질 수 없었고 김남국 의원 같은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김 의원은 반드시 의원들 손으로 제명시켜 의원직을 박탈함으로써 분명한 본보기를 만들고 다시는 이런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8.26 [단독] 박병곤 판사 명예훼손 판결 35건 중 실형은 ‘정진석 사건’이 유일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이례적 중형인 징역 6개월을 선고한 박병곤(38) 판사가 법관 임용 이후 관여한 명예훼손 판결 총 35건 중에 실형(實刑)을 내린 경우는 정 의원 사건이 유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33건은 벌금이나 무죄였고, 다른 1건은 집행유예였다.
박 판사가 고교·대학 때뿐 아니라 판사가 된 뒤에도 현 여권을 비판하고 야권을 옹호하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의 정치 성향이 정 의원 판결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픽=이철원
◇명예훼손 재판 총 35건, 정 의원만 실형
박 판사는 사법시험 51회에 합격해 사법연수원과 군 법무관을 마치고 지난 2015년 판사로 임용됐다. 이후 광주지법, 수원지법의 합의부 배석판사를 거쳐 올해 2월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 단독판사로 재직 중이다.
25일 대법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박 판사가 관여한 명예훼손 재판은 모두 35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1건은 항소심 배석판사로 1심에서 올라온 사건을 다룬 것인데 벌금형이 2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무죄 6건, 집행유예 1건 등으로 나타났다.
박 판사가 단독판사로 판결한 명예훼손 사건은 4건이다. 앞서 벌금 2건, 공소기각 1건에 이어 이번에 정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그가 8년간 법관 생활을 하면서 명예훼손 재판에서 실형을 내린 것은 정 의원 사건뿐이다.
◇비슷한 사건에선 집행유예
박 판사가 배석판사로 관여한 집행유예 사건과 단독판사로 진행한 정 의원 실형 사건은 ‘공인(公人)’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또 두 사건은 모두 비방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경우에 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된 것이다.
집행유예 사건의 피고인은 한 지역 신문 기자였는데 그는 공기업 사장을 상대로 ‘성적으로 문란하다’ ‘여성들과 내연 관계에 있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단체 채팅방에 여러 차례 퍼뜨린 혐의를 받았다. 같은 내용의 기사도 게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0년 박 판사가 속한 수원지법 형사 2부는 비방 목적, 허위 사실 유포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범행을 시인했다는 이유로 실형은 내리지 않았다.
반면 정 의원의 경우 검찰이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지만 박 판사는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앞서 한동훈 법무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벌금 500만원, 세월호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차명진 전 의원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1심에서 선고받은 바 있다. 비슷한 혐의인데도 정 의원은 이례적인 중형을 받은 것이다.
한 변호사는 “박 판사는 노 전 대통령을 공인으로 볼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명예훼손 인정 범위를 넓히는 법리를 적용했다”면서 “정 의원이 잘못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사과했는데도 형량 결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어떤 법관이 맡아도 같은 결과 나와야”
박 판사와 관련해 대법원은 지난 15일 사실 관계 조사에 착수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도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원들이 박 판사에 대해 질문하자 “법관은 언제나 재판에 대한 공정성이 우려될 행동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7년 9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법원이 정치화하면서 판사의 이념 성향에 따라 판결이 들쭉날쭉한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이와 관련,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대전고등법원장이던 작년 4월 “사람에 따라 판결이 달라져서는 안 되고 어떤 법관이 맡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어야 신뢰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또 작년 12월에는 “법관은 특정한 정치적, 가치적 입장에 지나치게 관련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피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방극렬 기자
08.26 광우병·사드 때처럼 ‘선수들’ 다 나왔다...오염수 총공세
민주당·민노총 거리 집회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중단을 촉구하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총 등 야권 성향 단체들은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규탄 총공세에 나섰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 앞장섰던 이들이 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다시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야당과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공동 행동’(공동 행동)은 26일에는 대규모 장외 집회도 예고했다.
민주당은 2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도보 행진을 하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비판했다. 경찰은 이날 행진에 약 700명(민주당 추산 2000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테러를 자행하는 일본 행태는 돈 몇 푼 모아서 유흥 업소에 가보겠다고 사람 목숨을 뺏는 ‘살인 강도’나 다름없다”며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는 인류에 대한 범죄이고 제2의 태평양 전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은 일본의 환경 범죄를 방조한 공동정범으로 기록될 것”이라고도 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순신 장군은 13척의 배로 왜군을 물리쳤다”며 “이순신 장군에게 부끄럽지 않게 국민과 함께 ‘이기는 싸움’을 시작하겠다”고 외쳤다.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 수도권 시·구의원과 권리당원들은 “생명의 바다, 죽이지 마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철회”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했다. 대통령실 앞에서는 오염수를 상징하는 노란색 천을 자르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野대표는 장외투쟁… 해수부 장관은 '수산물 먹기' 캠페인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 대표가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인천종합어시장 인근 횟집에서 회를 먹고 있는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박상훈 기자·뉴스1
민주노총과 공동 행동 등 야권 성향 단체 소속 약 100명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핵 오염수 해양 투기 공범, 윤석열 정권 심판 촛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방사능 테러 중단하라” “윤석열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신고 시간이 끝나 경찰이 해산을 요구하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윤석열 해산시키러 왔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민주당·정의당·진보당 등 야당과 공동 행동은 26일에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 중단! 투기 용인 윤석열 정부 규탄! 범국민 대회’를 공동 주최한다. 공동 행동은 민주노총·한국진보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이 주축이다. 이들 단체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광우병 국민 대책회의’에 참여했고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도 반대했다. 주최 측은 26일 집회 때 ‘죽창가’ 공연으로 집회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죽창가는 야권 인사들의 반일 입장을 대변하는 운동권 노래다.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시민사회단체원들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한 윤석열 정권 규탄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민주당 우원식·양이원영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27일에는 일본 후쿠시마현을 방문해 일본 사민당이 주도하는 현지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사민당은 일본 중의원 465석 중 1석, 참의원 248석 중 2석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이 바다와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된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피해는 국내 어민이 겪게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민주당은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응해 수산업계 직·간접적 피해 보상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수산업계는 오염수와 관련된 비과학적 주장을 중단해 수산물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168석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오염수 공포와 반일 감정을 조장해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장외 투쟁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문제에서만큼은 친명·비명 차이가 없다”며 “당내 단일 대오 구축에 가장 좋은 소재”라고 했다.
08.28 日 오염수 반대하는 중국도 “한국처럼 하지 말라”

▲(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2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영일대해수욕장 앞 바다에서 포항시청 해양항만과 직원이 바닷물 시료를 채수하고 있다. 포항시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매주 수요일 마다 시료를 채취해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2023.7.25/뉴스1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대적으로 반발하며 정치적 호재로 활용하는 정치 세력은 전 세계에서 사실상 중국 공산당과 한국 민주당뿐이다. 중국 공산당은 오염수 방류에 반발, 일본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관영 매체들을 동원해 반일에 나서고 있다. 일본이 올해 대만과 240km 떨어진 이시가키지마에 자위대 기지를 설치, 대만 유사시에 대비하고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데 대한 정치적 대응이다.
그런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가 “한국을 따라 하지 말라” “우리는 한국인보다 이성적”이라고 진정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오염수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면서 소금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자 비슷한 일이 먼저 벌어진 한국 사례를 언급하며 경계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우리 민주당은 이번 주말 광우병, 사드 사태 당시 온갖 괴담으로 국민을 선동했던 반일 단체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26일 죽창가를 부르며 시작된 집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핵 오염수 방류는 태평양 연안 국가에 대한 전쟁 선포”라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일본이 일으킨 전쟁의 피해국으로 지목한 태평양 연안 국가들은 오염수 방류를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류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오염수가 도착하는데도 그렇다. 미국은 오염수 방류를 지지한다고까지 했다. 유럽연합(EU)은 아예 지난달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유지해 오던 일본산 식품 수입 제한 조치를 전면 철폐했다. 일본 바다에서 잡히는 수산물을 그대로 먹겠다는 것이다. EU가 우리보다 식품 안전에 둔감해서 내린 결정이 아닐 것이다. 오염수 피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과학적 분석 결과를 신뢰한다는 뜻이다.
실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24일 오염 처리수 해양 방류를 시작한 후 인근 해역의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L)당 10베크렐을 밑돌아 평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일본 수산청이 인근 해역에서 잡은 물고기를 조사했으나 기준치를 넘는 삼중수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예상했던 대로다.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비이성적인 정책을 예사로 벌여온 중국 공산당이 한국을 ‘비이성적 소동’이 벌어지는 나라로 지목했다. 주요 7국(G7) 가입이 거론되는 대한민국의 제1당이 1인 독재 정권으로 치닫는 중국의 공산당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당사자들은 이런 처지를 부끄러워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조선일보 사설
08.28 고속도로도 한산한 곳에 4조5000억 들여 고속철 놓겠다니

▲지난 4월17일 오후 전북 남원시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휴게소(광주방향)에서 열린 '대구-광주 공항특별법 동시 통과 기념행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 등 내빈들이 달빛동맹 화합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4.1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광주 간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지난주 발의됐다. 여당 원내대표가 발의한 이 법안에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의원 261명이 서명해 헌정 사상 가장 많은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 109명, 민주당 148명, 정의당 1명, 무소속 3명이다.
광주에서 대구까지 198.8㎞의 고속철도를 놓는데 투입되는 총사업비는 4조5158억원이다. 이 노선은 1999년부터 검토했고 전임 대통령 때도 공약 사항이었으나 경제성이 낮아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비용 대비 편익 지수가 1보다 커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데 2021년 조사에서도 이 수치가 0.483에 불과했다.
하지만 특별법이 제정되면 아무리 경제성이 낮아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고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여야 의원 261명이 서명했으니 이미 법이 통과된 것이나 다름없다.
달빛고속철도 추진은 올 초 광주와 대구가 2038년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를 의결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특별법안을 발의한 여당 원내대표는 “단순히 경제성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 화합을 넘어 국민 통합이라는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고속철도가 없다고 대구·광주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동서 화합 명분으로 1984년 88올림픽고속도로가 개통됐다. 2015년에는 광주대구고속도로로 명칭을 바꾸고 2조원 넘는 예산을 투입해 4~6차선으로 확장했다. 이 광주대구고속도로는 작년 기준 하루 교통량이 2만2322대로, 전국 고속도로 평균 교통량(5만2116대)의 절반도 안 될 만큼 한산하다. 양 지역 간 교통량이 더 늘어나도 감당할 여력이 충분하다.
지금 나라는 1000조원 넘는 빚더미에 올라 앉아있다. 올 상반기에도 관리재정수지가 벌써 83조원 적자다. 이런 마당에 허리띠 졸라매고 국가 재정을 꾸려가야 할 여당과 경제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미래에 꼭 필요한 법안들은 몽땅 뭉개온 야당이 지역 표심 사는 법안에 짬짜미로 뭉친 꼴이 볼썽사납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조선일보 사설
08.28 후쿠시마 ‘오염처리수’라고 부르자
과학적으로 안전하다 해도 국민을 더 안심시켜야 한다
막연한 공포의 대상인 방사능…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이해해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이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를 시작한 지난 24일 후쿠시마현 우스이오해수욕장에서 시민들이 해수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7년 미국에서 ‘물 마시고 소변 참기’라는 대회가 열렸다. 스물여덟 살 여성 참가자가 3시간 동안 7.5ℓ를 마시고 의식을 잃었는데 몇 시간 뒤 사망했다. 사인(死因)은 ‘물 중독’이었다. 하루 수분 섭취 권장량은 성인 기준 2ℓ. 짧은 시간에 인체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이 마시면 물도 독이 될 수 있다.
보톡스는 독성이 매우 강하다. 20ng(나노그램)만으로 사람이 죽는다. 하지만 용량을 1000분의 1로 줄이면 성형외과에서 얼굴 주름을 펴는 주사제로 사용한다. 사람을 돕는 농도가 있고 사람을 잡는 농도가 있는 셈이다. 유해 물질 또한 안심하고 섭취해도 되는 허용 기준치가 있다. 물에 납이 0.01㎎/ℓ, 비소가 0.01㎎/ℓ, 수은이 0.001㎎/ℓ 이하로 들어 있다면 음용수로 ‘합격’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는 최근 주최한 토론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오염처리수’로 고쳐 불렀다. 방류 기준에 부합한다는 뜻이다. 생물학적 독성은 ‘용량과 투여 시간’에 따라 결정된다. 그 두 가지를 명시하지 않고 “아스피린 먹으면 죽을 수 있다”거나 “물 마시면 죽을 수 있다”고 말한다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지금 오염처리수를 향한 괴담도 그런 전제 조건을 무시한 선동에 불과하다. 물론 일본이 방류 기준을 지키는지 계속 감시하고 검증해야 한다.
인류는 방사선 피폭을 견디면서 살아왔다. 일상적으로 먹는 쌀, 배추, 물, 바나나, 우유, 고기, 생선에도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다. 태평양에서 핵실험 수백 회를 한 1960년대에 북반구의 삼중수소 농도가 급격히 증가했지만, 물고기와 사람에게 특별한 문제가 발견된 적은 없다. 박일영 충북대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처리수를 한꺼번에 방류한다 해도 우리 해역에 미치는 방사성 동위원소의 농도 증가는 지금 바다나 생물체 내에 있는 현존량의 1만분의 1에서 100만분의 1 수준으로 대단히 미미하다”며 “수산물을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불안과 공포를 이용해 ‘가짜 위험’을 부각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방사능 분야 석학인 웨이드 앨리슨(82)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하자 “돌팔이”라고 저격했다. 그렇다면 과총은 돌팔이들의 집합체인가. “100% 안전한가?”라는 질문은 어리석다. 그런 식품이나 약품, 기술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탑승한다. 리튬 배터리가 폭발한 적이 있지만 휴대폰을 귀에 대고 통화한다.
방사성 의약품의 특성과 인체에 대한 영향을 연구해 온 박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처리수를 가져오면 마시겠다”며 생방송 토론을 제안했다. 정치인이나 환경 단체와는 과학의 언어로 토론할 수 없으니 과학자가 나서길 바랐지만, 3개월 동안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진영의 감옥에 갇혀 듣지 않고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지만 과학과 상식을 계속 이야기할 것”이라며 “광우병 사태처럼 다수가 속거나 이용당하지 않는 점은 희망적”이라고 했다.
정부에 제안한다. ‘오염수’가 아니라 ‘오염처리수’라고 부르자. 과학적 의미의 안전과 국민이 느끼는 안심 사이에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인식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후쿠시마 사고는 재앙이었지만 우리가 손해만 본 것은 아니다. 원전의 안전성이 더 높아졌고 폐로 처리 등 문제에 대처하는 간접 경험을 얻었다. 오염처리수 방류도 위기만은 아니다. 보이지 않고 느낄 수도 없어 막연한 공포를 주는 방사선과 방사성 물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조선일보 박돈규 주말뉴스부장
08-28 이재명 “태평양전쟁” 선동에 국민은 휘둘리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의 ‘태평양 핵 오염’ 선동과 반일 죽창가 시위가 더 극렬해졌다. 그런데도 지난 주말 국내 수산물 시장은 큰 동요가 없었고 일본 관광 인기도 여전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가 지난 24일 시작되면서 수산물 공포 확산이 우려됐음에도 국민은 과학을 신뢰하면서 합리적 사고를 하는 것으로, 광우병·사드 사태 등과 비교할 때 상당한 의미가 있다. 앞으로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단할 순 없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대다수 국민에겐 괴담이 먹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6일 여러 단체와 함께 서울 도심에서 70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인 가운데 반대 시위를 주최했다. 이재명 대표는 “핵 오염수 방류는 태평양 연안국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태평양전쟁을 다시 한번 환경 범죄로 일으키려 한다”면서 “(일본의) 패악질을 가장 합리화하고 지지한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집회는 ‘죽창가’ 합창 공연으로 시작됐고, 일부 참가자들은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또 정청래 의원이 SNS에 일본산 불매 운동을 의미하는 ‘NO JAPAN’ 글을 올리자 “오늘부터 일본은 주적”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대표의 거친 표현이 인격 수준을 말해주지만, 내용도 괴담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을 거친 뒤 각국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오염수를 방출하는 것을, 선전포고도 없이 진주만을 공습했던 일제 행태와 동일시하는 것은 혹세무민이다. 방류에 반대하더라도 과학적 근거가 없는 거짓말을 하면 공인(公人) 자격이 없다. 잠재적 피해국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미국과 태평양 도서국들조차 그런 주장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일본 수산청이 지난 25일 방출구에서 5㎞ 떨어진 지점에서 잡은 광어 등을 검사했지만, 삼중수소는 사실상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주말 수산물 매출은 대형 마트의 할인 노력 등에 힘입어 오히려 작년 이맘때보다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 불안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괴담에 맞서 국민 이성(理性)이 이길 수 있도록 더욱 철저히 조사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8-28 도덕성·리더십·혁신 ‘3無 1년’ 이재명… 당내 “앞으로 더 걱정”
]▲입장하는 이재명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곽성호 기자
■ 취임 1주년 성적표와 전망
1년 내내 ‘사법 리스크’ 에 발목
김남국·돈봉투 등 도덕성 추락
친명·비명 갈등은 갈수록 악화
오늘 최고위 별도 메시지 없이
오염수·이동관 등 공세에 집중

28일로 임기 반환점을 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난 1년에 대해 도덕성·리더십·혁신이 실종된 ‘3무(無)정치’로 집약된다는 평가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당 대표 역할이 막중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아킬레스건인 ‘사법 리스크’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어 “임기 2년 차가 더 걱정”이라는 당내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임 1년’과 관련해 별도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오전 진행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 및 해병대원 사망 사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등에 반발하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데 열을 올렸다. 이 대표는 지난해 취임 일성에선 ‘재집권’을 목표로 ‘민생’을 앞세웠지만, 자신의 사법 리스크 탓에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들어 정부 비판과 반대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데, 당내에선 이 대표가 2년 차에는 민생보다 ‘대여 공세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오는 30일 또는 31일에 기자간담회를 개최, 취임 1주년 소회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의 지난 1년은 사법 리스크에 얼룩진 수난의 시간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수사에 끌려다니는 탓에 민생 드라이브는 빛이 바랬고 김남국 의원 코인 투자 논란, 돈 봉투 사건 등으로 당 도덕성도 실추됐다. 그러는 사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자진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명분 삼아 사상 초유의 회기 단축에 나서는 등 엄호에 나서면서 국회를 ‘이재명 블랙홀’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친명(친이재명) 지도부가 방탄에 나설수록 당 내홍은 더욱 확산했다. 지난 2월 27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계기로 표면화한 친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사이 갈등은 최근 ‘이재명 9월 영장설’이 유력해지면서 한층 심화된 양상을 띠고 있다. 여기에 당 쇄신을 내걸고 출범한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 대표 리더십 또한 휘청거리는 모양새다.
당내에선 계파와 상관없이 ‘이재명이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라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2차 체포동의안) 부결을 시킨다면 우리 당은 영원히 방탄 지옥으로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설령 이 대표 거취가 달라져도 우리 당을 지지하고 있는 (강성) 그룹이 실망을 하고 투표장에 나오지 않으면 투표율이 대거 내려가고 총선에서, 박빙인 수도권에서 전멸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08-28 양향자 신당 ‘한국의 희망’ 출범… 제3지대 본격화
금태섭 ‘새로운 선택’ 내달 창당
무당층 30% 겨냥… 반응 미지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이끄는 신당 ‘한국의 희망’이 28일 공식 출범한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신당도 내달 몸풀기에 나서면서 내년 총선을 7개월여 앞두고 ‘제3지대’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무당층이 30%에 달하는 ‘특수’를 겨냥한 행보지만, 돌풍을 일으키기는 아직 미약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의 희망 창당준비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연다. 한국의 희망은 이날 대국민 서약에서 “한국 정당은 실력도, 비전도, 품격도, 염치도 없이 권력 상황에 따라 수시로 모습을 바꿔가며 정치를 망치고 민생을 해치며 국가 미래를 발목 잡고 있다”며 “한국의 희망은 이 시대 정치의 본령인 경제 발전, 국민 통합, 비전 제시, 국민 행복을 이뤄내 대한민국을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 건너가게 하겠다”고 밝혔다.
금 전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 ‘새로운 선택’도 내달 19일 서울 영등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창당발기인 대회를 열 계획이다. 정부여당의 실책에도 현 야당이 대안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실망감 등 무당층이 역대급으로 불어난 상황에서 이들이 내년 총선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만, 대선주자급이 없는 신당이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로 보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
08.29 차분한 수산시장, ‘방류수 괴담’ 주장 안 먹혀들고 있다

▲8월 28일 오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이 수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찾은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김동환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작 후 첫 주말 동안 수산시장은 별다른 매출 손실이 없었다고 한다. 상인들 스스로 의아해 했을 정도라고 한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은 평소 주말보다 되레 매출이 상당히 늘었다고 한다. 백화점과 마트의 수산물 코너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 주말을 보냈다. 일부 대기업은 수산물 소비에 앞장서겠다는 움직임이다. HD현대는 전국 86개 사내 식당의 메뉴로 우럭과 전복을 추가해 연말까지 100t을 소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광우병 괴담 때의 대소동과는 크게 다른 양상이다.
먹거리 문제엔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꺼림칙한 느낌만으로도 소비 행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칫 시장에선 패닉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다. 정치권이 이를 이용하지 않을 리가 없다. 비정상 상태인 TV 방송이 이를 과장 보도하면서 소동은 더 크게 번지기 일쑤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그런 사태를 몰고 올지 모른다고 수산업계가 긴장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시장 분위기가 차분하다고 한다. 다행이다.
무엇보다 공포 분위기를 만들려는 민주당 주장이 국민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주말 방류 규탄 집회에서 “핵 오염수 방류는 태평양 연안 국가에 대한 전쟁 선포”라고 했다. “태평양 전쟁”이라는 극언까지 했다. 일본은 방류 전 과정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전 검증과 사후 감시를 받고 있다. 그걸 태평양 전쟁이라면 어떤 사람이 동의하겠나. 정치적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어서 공감을 사기 어렵다. 민주당과 이 대표의 비난의 종착지는 언제나 윤석열 정부다. 실질적 공격 목표가 방류를 하는 일본이 아니라 윤 대통령인 것이다.
수산시장 분위기가 비교적 차분한 것은 비슷한 사례의 학습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정치 의도를 가진 세력이 미국 쇠고기나 성주 참외 등 식품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걸 봐왔다. 그때마다 육우업계, 성주 농민 등 죄 없는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다. 이번 방류수 문제도 민주당 주장이 먹힐 경우 피해를 입는 것은 엉뚱한 우리 어민과 수산업계다. 오염수 방류를 공격하는 세력도 이를 잘 알고 있지만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수산물 불매 운동과 다를 게 없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언젠가 민주당은 지금의 비합리적이고 막무가내인 자신들 행동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민주당의 정치적 의도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식 있는 많은 시민들이 우리 수산물을 더 많이 소비해 어려운 어민들과 수산업계를 도와야 할 때다.
조선일보 사설
08-29 이제는 수산업계 살릴 때

박수진 경제부 차장
주사위는 던져졌다. 지난 24일 오후 1시 3분부터 결국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처리수 방류가 개시됐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東京)전력은 하루에 460t씩 향후 17일간 오염처리수 약 7800t을 방류하고 이 같은 방식으로 30년 동안 총 134만t을 내보낼 예정이다. 방류 후 측정해 보니 다행히 방사성 물질 농도는 기준치를 밑도는 정상 범위로, 인간과 환경에 영향이 없다고 한다. 일본 정부(환경성)가 방류 하루 뒤인 25일 후쿠시마 1원전에서 40㎞ 이내 11개 지점에서 채취한 바닷물의 삼중수소 농도는 ℓ당 7∼8베크렐(㏃·방사능 단위)로 검출 하한치보다 낮았다. 이 중 3개 지점에서는 세슘137 등의 방사성 물질 농도도 조사했는데, 결과는 모두 검출 하한치를 보였다.
일본 정부 말만 믿을 수 없으니 우리 정부도 조사에 나섰다. 해양수산부가 25일 남동·남서·제주 등 우리나라 3개 해역 15개 지점에서 해양 방사능을 조사했는데, 결과가 가장 먼저 나온 남동 해역 5개 지점에서 삼중수소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먹는 물 기준치와 견줘 훨씬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예견됐던 결과다.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자체가 오염수에서 오염 물질을 최대한 줄여서 방류한 물이기 때문이다. 핵연료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에 지하수, 빗물이 섞인 게 후쿠시마 오염수인데 여기에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삼중수소를 제외한 세슘 등 방사성 물질 64종이 걸러졌다. 또, 물 분자 형태여서 ALPS가 없애지 못하는 삼중수소는 바닷물을 다량 넣어 배출 기준치의 40분의 1 수준으로 희석해 내보냈다. 삼중수소는 자연 상태 바닷물에도 이미 존재하는 물질이다. 게다가 방류된 오염처리수는 우리나라와 반대 방향인 태평양 쪽으로 퍼진 뒤 구로시오해류를 타고 미국 서부 해안으로 가게 된다. 이후 캘리포니아해류를 따라 남하한 뒤 북적도해류를 타고 순환하며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4∼5년. 그사이 바닷물에 추가로 희석된다. 과학적·객관적 사실로만 본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국민 불안은 여전하다. 지난 주말 새 오염처리수 방류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가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잇따라 열리고 유명 가수의 규탄 글도 올라왔다.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고 비판만 하기에 ‘일반 국민’이 느끼는 공포감은 여전히 커 보인다. 2021년 일본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 후 수산물 안전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9명꼴인 91.2%가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한 데서도 드러난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노량진수산시장 내 일평균 수산물 거래량이 12% 줄었고, 2년 뒤인 2013년 오염수 누출 사고 시 국내 전통시장의 수산물 소비는 절반에 가까운 40% 급감했다. 대표적인 ‘국민 생선’인 우럭 재고가 이미 1만t가량 쌓인 가운데, 추석을 앞둔 어민들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그간 오염처리수 방류와 관련한 과학적 검증과 투명한 결과 공개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존망 기로에 놓인 수산업계를 살리기 위해 다각도의 소비 활성화 대책 발굴 등 후속 조치 마련에도 힘써야 하는 이유다.
문화일보
08.31 김남국 제명도 부결시킨 민주당, ‘기본 윤리의 파산’ 개탄한다
국회 회의 중 200차례 이상 코인 거래를 한 김남국 의원 제명안이 30일 국회 윤리특위 소위에서 부결됐다. 여야 3명씩 6명이 투표한 결과 3대3 동수가 나와 과반(4명)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 3명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같이 요구하고 국회 윤리자문위도 권고한 김 의원 제명을 민주당이 막았다. 표결에 참여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투표 전 이재명 대표와 상의했느냐’는 질문에 “특정인하고 한 건 말할 수 없다. 거의 대부분하고 상의했다”고 했다.
김 의원의 문제는 정치 문제가 아니다. 국회의원의 존재 이유와 기본 윤리에 대한 문제다. 그의 행태는 도저히 국회의원이라고 할 수가 없다. 그는 핼러윈 참사를 다룬 국회 상임위 회의 자리에 앉아 코인 거래를 했다. “너무 소액이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0.99개, 금액은 몇 천원 정도”라며 별것 아니라고 했지만 알고 보니 회의 중 거래만 수백 번이었다. 의원직보다 코인 투자가 본업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의원 자격 상실이다. “돈이 없어 라면을 먹는다”고 했지만 코인 계좌에 현금성 잔고가 100억원 가까이 됐다. 민주당 대학생위원회조차 “당의 무너진 도덕성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비판이 커지자 3주일 가까이 잠적해 국회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고도 세비는 다 받아갔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핸드폰을 확인하고 있다. 2023.8.25/뉴스1
김 의원은 거래 내역도 숨길 게 없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민주당 자체 조사, 국회 윤리자문위 조사 등 매번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민주당 내부 징계를 위한 의총이 잡히자 2시간 전 탈당했고, 국회 윤리위가 제명안 표결을 시도하자 30분 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한다는 이유로 민주당은 그의 제명안을 부결시켰다.
불출마하면 어떤 비위도 징계하지 않고 면책한다는 것은 민주당식 윤리인가. 김 의원 같은 사람도 제명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원 제명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이 옳다.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 민주당 출신 의원에 대해서는 앞으로 그 어떤 징계도, 체포도 불가능하다. 김 의원이 의원 자격이 없다고 믿는 국민들은 이런 민주당이 공당의 자격이 있는지 다음 선거에서 물을 것이다.
이와 별개로 김 의원의 코인 거래와 관련한 진상도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신생 코인 투자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가상 자산 과세를 유예하고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이해 충돌 등 규명해야 할 의혹이 남아 있다.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면 결국 수사기관이 나서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8-31 김남국 국회 제명 부결한 민주당, 李 ‘무한 방탄’ 노렸나
무소속 김남국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30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부결된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온정주의 차원을 넘어선 ‘윤리파탄 선언’이라고 해야 타당할 것이다. 여야 동수인 6명의 무기명 표결에서 민주당 3명(송기헌·김회재·이수진)이 반대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 의원은 이미 윤리·도덕적으로 국회의원 자격과 신뢰를 상실했음이 명백하게 드러난 상황이다. 국회 상임위 도중에만 코인을 200차례 이상 거래했고, 2021년 말 거래소 잔액이 99억 원에 이른다. “상임위 도중 거래는 두세 차례뿐” “금액은 몇천 원 정도”라던 해명은 모두 거짓이었다. 그러면서 라면과 구멍 난 운동화로 가난을 연출하는 위선을 보였다. 과세 유예 법안을 발의한 이해충돌 논란도 있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민주당 내부 징계를 위한 의총을 2시간 앞두고 탈당했고, 지난 22일 윤리특위 소위 회의 30분 전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회생하는 꼼수를 썼다.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진작 ‘의원직 제명’을 권고했다. 결국 김 의원은 내년 5월까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는데 6억 원 넘는 세금이 든다. 불출마하면 어떤 비위도 징계하지 않고 면책하는 게 민주당의 윤리인식임을 자인했다.
민주당이 이런 비난 여론을 예상 못했을 리 없다. 그런데도 강행한 건, 이재명 대표 ‘방탄’ 때문으로 비친다. 이 대표가 이달 중순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면, 김 의원 제명안과 비슷한 시기에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공산이 크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미리 화근을 없앤 게 아니냐는 것이다. 송기헌 원내부대표도 당 지도부와 사전 협의 여부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 29일 의원 워크숍에서 채택한 ‘8대 약속’에서 ‘정치윤리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스스로 허언으로 만들었다.
문화일보 사설
08.31 그분들 지난여름 무엇을 했느냐

삼중수소, WHO 기준치의 0.1%
0.1%가 99.9%를 깔보는 요지경
분열 선동한 이들에 책임 물어야
#1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로 일본의 한 TV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출연자는 한국, 중국, 일본 측에서 한 명씩. 중국을 대표한 한 교수는 시종일관 '과학'을 논하지 않았다.
"일본도, IAEA도 믿지 못하겠다.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말의 반복이었다. 한국 야당 주장과 같았다.
일 자민당 간사장 대리는 발끈했다. 중국 원전 앞바다의 삼중수소 수치가 후쿠시마의 50배라고 받아쳤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탱크. 교도=연합뉴스〉
난 "일단 결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결과가 계획과 같다면 모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을 것이라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확신이 있었다.
첫째,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아무리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먹어도 내 몸의 방사능 수치는 변함이 없었다.
둘째, 많은 이가 잘 모르거나 알고도 모른 척하지만, 사실 현 시스템상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다.
방류 전에 미리 농도를 측정해 기준치 이하여야만 내보내기 때문이다. 3중 안전장치도 있다.
도쿄전력이, IAEA가 대놓고 한패가 돼 속임수를 쓰지 않는 한 태평양 바다에 영향이 있을 수가 없는 구조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한 지난 24일 오염수가 상류 수조에서 하류 수조로 넘어가고 있다. 도쿄전력 홈페이지
#2 그럼에도 지난 24일의 오염수 방류 후 나타난 방사능 수치는 좀 의외였다. 낮아도 너무 낮았다.
방류 직전 측정한 삼중수소 농도는 L당 최대 63베크렐. 일 정부 기준치(6만 베크렐)의 0.1%였다. 99.9%나 낮았다.
바닷물도 비슷했다.
방류 이튿날 원전 반경 3km 이내 열 곳 중 가장 높게 나타난 게 8.1베크렐. 일본 정부 기준(L당 700베크렐)의 1.16%,
세계보건기구(WHO)의 먹는 물 기준(L당 1만 베크렐)의 0.1%다. 수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떨어지고 있다.
원전 인근에서 잡은 광어·성대 등 물고기에서도 삼중수소는 검출되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 대목에서 이런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니, 그동안 이 '0.1%'도 안 되는 것이 진실인 양 국민들 상대로 온갖 선동을 했던 이들은 뭐였나." "결과가 나온 뒤에도 광화문에 모여 '죽창가'를 부르는 이들은 진정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걱정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생존을 걱정하는 것인가."
질문은 이어진다.
야당은 "오염수 방류는 '제2의 태평양 전쟁'을 선포한 것"(이재명 대표)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태평양 전쟁 피해국인 미국 정부는 '환영 메시지'를 냈다.
전쟁을 '선포 당한' 다른 태평양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주일 미 대사는 오늘(31일) 후쿠시마를 찾아 후쿠시마산 생선을 먹는단다. 이를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돌이켜보면 광우병 파동 때도 광화문에 모였던 세력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9.9%"라며 0.1%와 99.9%를 뒤바꿔치기했다.
이후 반성도 사과도 없었다. 데자뷔다.
#3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냉정해져야 한다.
중국이 왜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라는 극단적 선택에 나섰을까.
대만 문제를 두고 미국과 손잡은 일본에 대한 정치적 보복의 성격일 것이다.
하지만 난 이 못지않게 한국과 일본을 떼놓기 위해 한국의 야당과 시민단체에 일종의 '모럴 서포트'(도덕적 지원)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본다.
한국 내 반일 감정을 자극하려는 속셈이다. 중국의 단골 패턴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지난 30일 오후 전남 목포역 광장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중국·한국 야당(당시 집권 여당)이 한 방향으로 움직였던 북핵 대응과 어찌 보면 양상이 같다.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우리 모두 목도했다.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이다.
자,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수년 전 역사 국정교과서 논란 당시 어느 역사학자가 일갈한 말이 생각한다.
"0.1%가 99.9%를 편향이라 비난하는 걸 정상이라고 여기는 자들은 정신이상자다."
맞다. 국민도 ,국가도 이런 비정상적 분열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우리 수산업자들을 볼모로 분열을 조장한 '그분들'에게 준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당신들은 도대체 지난여름 무엇을 했느냐"고.
김현기 순회특파원 겸 도쿄총국장 kim.hyunk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