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2023-07/
07.03 소상공인 빗속의 ‘최저임금 절규’ 왜 반복되나
노동계 내년 1만2210원 요구… 올해보다 27%나 올리라는 것
국내 자영업자 657만명 달해… 자신들만 약자라고 착각 말라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열린 최저임금 동결 촉구 결의대회에서 소상공인연합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5년 전 여름에 그랬던 것처럼 이날도 비가 내렸다. 지난달 하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동결 촉구대회’. 소중한 하루 장사를 접고 전국에서 모인 1000여 명의 소상공인들에게 비 오는 궂은 날씨는 별 대수가 아니었다. 울분에 찬 그들의 외침은 절규에 가까웠다.
내년 최저임금 협상에서 노동계는 1만2210원을 주장하고 있다. 올해보다 무려 26.9%를 올리라는 것이다. 이 액수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하지만 이 수치를 접한 순간 소상공인들 가슴엔 피멍이 들었다. “우리 보고 다 죽으란 소리”란 분노가 터져나왔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노동 쪽 사람들은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 생각이 없는 것이냐”고 했다.
2018년 8월 말 이런 울부짖음을 처음 들었다. 광화문광장에 모인 소상공인 수만 명은 장대비 속에서도 3시간 넘게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임원 15명은 단체 삭발을 했다. 많은 구호와 외침 중 비수로 찌르듯 마음속을 파고든 건 “우리도 국민이다”란 말이었다. 노동계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정권의 외면 속에서 그들이 느낀 절망과 아픔이 전해져 가슴이 저렸다.
노동계의 터무니없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 주장과 이에 분노한 소상공인 시위는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만성적 갈등으로 자리 잡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광경이다. 소상공인의 삶은 갈수록 황폐해지고 있다. 재작년 자영업자 평균 소득은 1952만원으로 처음 2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소득 하위 20%인 영세 자영업자 평균 소득은 5년간 55.2% 줄었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 노동계는 왜 소상공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는가.
2021년 현재 국내 자영업자는 656만8000여 명에 달한다. 가족이나 친·인척, 친구·지인 중 최소한 한두 명은 자영업자일 것이다. 개인적으론 최저임금 동결 등을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계급과 집단으로서의 노동자는 입장이 더욱 강경해지는 경우가 많다.
소상공인을 보는 노동자 계급의 철학적 관점은 그들에게 성서와도 같은 ‘공산당 선언’에 적나라하게 표현돼 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1848년 초 발표한 이 문건에서 “중간계급의 하층, 즉 소공업가, 소상인, 상점 주인 및 기타 몰락 상인, 수공업자, 농민 등 이들 모두는… 혁명적이 아니라 보수적이다. 아니 반동적이기까지 하다”라고 했다. 이런 관점은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많이 변했겠지만 언제든 노동자 계급의 이해관계가 소상공인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노동자 계급은 특히 자신이 세상과 역사의 주인공이며 진보를 이뤄낼 주축 세력이라고 믿는다. 오직 자신들만이 “자본가와 대치하는 모든 계급들 중 참된 혁명적 계급”이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시대가 아닌 현대에도 그런 생각을 할까. 문재인 정권 때 조직 규모를 87%나 불린 민주노총은 그들의 ‘선언·강령·규약’ 중 ‘선언’을 이렇게 시작한다. “생산의 주역이며 사회 개혁과 역사 발전의 주체인 우리….” 이런 세계관 속에서는 노동자의 투쟁과 전략은 본질적으로 노동자 계급의 세 확산과 단결 강화에 맞춰진다. 사회적 약자인 소상공인과의 대립 구도가 만들어져도, 그들의 호소가 커져도 잘 들리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노동자 계급의 위세는 좌파 포퓰리즘 세력이 정권을 잡았을 때 그 파괴적 영향력이 극대화된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이 대표적이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정부 때 노동자는 세상의 주인이었고, ‘소득 주도 성장’ 같은 엉터리 정책이 경제와 서민의 삶을 망가뜨렸다. 이에 맞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생존 투쟁도 그때 시작됐다.
조선일보 장일현 기자
07-03 태양광 부당 집행 5824억 추가적발
정부합동 2차점검 결과
문재인 정부 시절에 추진됐던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가짜 세금계산서 발행으로 사업비를 부풀리는 수법 등을 통해 5824억 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가 줄줄 샜던 것으로 새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1차 점검에서 적발됐던 2616억 원까지 합하면 전체 위법·부당한 집행금액 규모는 8440억 원에 이르고 있다.
3일 오전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문 정부 5년 동안의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전력기금) 사용 실태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관계부처 합동점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2차 점검을 진행한 결과 5359건, 5824억 원의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사업비를 부풀리는 등 금융지원사업과 관련해 4898억 원(3010건), 목적에 맞지 않는 보조금 지출 및 허위정산 등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보조금 부정 사용 574억 원(1791건)이 적발됐다. 전력 분야 연구 및 개발 266억 원(172건), 도서지역 발전시설 위탁운영 등 기타 86억 원(386건)의 부적정 처리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는 404억 원에 이르는 위법·부적정 집행 보조금은 즉각 환수조치하고 이번에 적발된 사안 중 626건에 대해 수사의뢰를, 85건에 대해서는 관계자 문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07.05 불법 천막에 전기까지 대준 지자체, ‘천막 공화국’ 된 원인

▲국회·구청 앞, 육교 위까지 점령 - 서울 시내 곳곳에는 집회·시위를 위한 불법 농성 천막이 55동이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3년 7개월 넘게 육교 위를 점령하고 있거나 한꺼번에 15동이 집단으로 설치된 곳도 있다. 사진은 위부터 국회의사당 정문 앞 인도를 차지하고 있는 천막 15동, 노원구청 앞을 점거하고 있는 민주노총 차량과 천막, 노량진 육교 위를 점거하고 있는 천막 8동. /이덕훈·김지호·박상훈 기자
서울 시내에 집회를 이유로 설치한 불법 천막이 55동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엔 설치한 지 3년이 넘은 것도 여러 개다. 집회 신고를 해도 천막은 불법이다. 그런 불법이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노량진 수산시장 비대위’라는 단체는 동작구 노량진역 육교 위에 불법 천막 8동을 4일 기준으로 1375일째 세우고 있다. 그동안 동작구청이 몇 차례 철거를 했지만 비대위는 이후 계속 천막을 설치했다고 한다. 행정기관의 법 집행이 무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그나마 나은 경우다. 서울 노원구청 앞에는 ‘월계인덕대책위’라는 단체가 1336일째 불법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인데 구청은 그동안 과태료 부과나 철거 시도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주민 민원이 빗발쳤지만 ‘자진 철거 계고장’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지자체 중엔 불법 천막 농성자들에게 구청 전기까지 끌어다 쓸 수 있게 해준 곳도 있다고 한다. 불법 천막 철거 의무가 있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직무유기를 넘어 불법에 편의를 제공한 것이다.
불법 천막 시위가 이토록 번진 것은 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천막을 세우면서부터다. 당시 박원순 시장은 이를 묵인하고 지원까지 했다. 이 시설을 서울시 의회로 옮기기까지 7년이 걸렸고, 그 사이 진영을 가리지 않고 툭하면 불법 천막을 세웠다. 지금도 서울시청 주변엔 코로나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가 세운 합동 분향소가 1년 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핼러윈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2월 시위 도중 갑자기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세웠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에도 불법 천막 15동이 들어서 있다.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고, 기업 주변의 불법 천막 농성도 흔한 풍경이 됐다. 불법을 방치하고 용인하면서 대한민국이 ‘천막 공화국’이 된 것이다.
행정기관들은 불법 천막 강제 철거 시 불상사가 생길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지난달 서울 서초구청은 현대차그룹 사옥 앞에 있던 불법 천막을 10년 만에 별 무리 없이 철거했다. 민노총 분신 노조 간부 분향소 천막은 경찰이 막았다. 그동안 불법 천막 철거는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05 ‘KBS 수신료 분리징수’ 개정안 방통위 통과... “공포 후 즉시 시행”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해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5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 통과됐다.

▲5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 /연합뉴스
방통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에 대한 의결을 실시했다. 표결에 참여한 2인의 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정부·여당 측 위원인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이 찬성했고, 야당 측 위원인 김현 위원은 의견을 밝힌 뒤 회의장을 나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개정안이 방통위에서 통과됨에 따라, 이후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순에 개정안이 공포돼 시행될 전망이다. 이날 가결된 원안에 따르면 개정안은 공포되면 유예 기간 없이 즉시 시행된다.
이날 회의에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조승래·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방통위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이들은 개정안이 “졸속”이라면서 의결을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시행령을 손보는 대신 “수신료를 폐지하는 법 개정안을 내라”고도 했다. 이들을 면담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은 “KBS가 방통위에 낸 의견서를 보면 분리 징수할 경우 기존 6000억원대 수신료가 1000억원대로 줄어들 것이라 지적한다”며 “자발적으로 내는 사람이 없다는 걸 KBS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5일 대통령실이 월 2500원인 수신료를 전기 요금과 분리해서 납부하는 방안을 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했다. 이에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지난달 14일 방송법 시행령 43조 2항 중 ‘(위탁 징수 사업자가) 수신료를 징수할 때 자기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하여 행할 수 있다’는 내용을 ‘결합하여 행해서는 아니 된다’로 수정하는 개정안을 마련해 공개했다. 이후 지난달 16일부터 10일간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KBS는 1994년부터 한국전력공사에 수신료 징수 사업을 위탁하고 30년째 TV 수신료를 전기 요금 납부 청구서에 합산해 받아왔다. 앞서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에서 지난 3월 9일부터 4월 9일까지 진행한 국민 참여 토론에서 투표수 5만8251표 중 5만6226표(96.5%)가 통합 징수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조선일보 김민정 기자
07.06 도 넘은 도덕적 해이와 편파 KBS, 수신료 강제 징수 폐지 자초

▲여의도 KBS 사옥./뉴스
KBS 수신료 징수를 전기 요금에서 분리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5일 방통위에서 통과됐다. KBS가 1994년부터 전기 요금에 수신료를 합산해 받아오던 사실상 강제 징수가 끝나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진행한 국민 참여 토론에서 KBS 수신료 강제 징수 폐지 찬성 의견이 96%를 넘은 것을 보면 당연한 결과다.
KBS와 일부에선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면 현 6900억원대 수신료가 1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해 경영에 큰 타격을 입고 공영방송 기능이 위축된다고 한다. 이런 주장은 수신료 납부를 거부할 국민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KBS가 자인하는 것이다. 경영 타격을 걱정할 게 아니라 이토록 많은 국민이 수신료를 내기 싫어할 만큼 KBS가 국민 신뢰를 잃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수신료 강제 징수를 없앤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KBS다. KBS는 지난 정권에서 정권 응원단이 되어 공공성 의무를 저버렸다. 대통령 방미 기간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자 비율은 야당이 여당의 7배를 넘었다. 대통령이 일본 국기에만 경례한 것처럼 조작 방송까지 했다. 이런 편파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공공성 문제 이상으로 심각한 것이 도를 넘은 방만과 도덕적 해이다. KBS는 전체 인원 4400명 가운데 억대 연봉자가 2200여 명으로 절반을 넘고 이 중 무보직자가 1500여 명에 이른다. 수신료 6900억원 중 1500억원 이상이 무보직 간부의 급여로 나간다는 뜻이다. 사실상 하는 일도 별로 없이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직원 중 간부 비율도 절반을 넘는다. 기업이었으면 당장 망했을 것이다. 그런 조직이 국민에게 강제로 수신료를 걷어 나눠 먹으며 탕진해왔다. 수신료 월 2500원은 결코 큰돈은 아니다. 그런데도 다수 국민이 수신료 납부에 부정적이다. KBS가 1983년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처럼 온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 제작에만 매진했다면 수신료 강제 징수 폐지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조선일보 사설
07.06 KBS 수신료, 8월부터 전기료와 따로 청구...안 내면 어떻게 될까
방통위서 시행령 개정안 의결… 이르면 이달 중순 시행
TV 수신료가 30년 만에 전기 요금에서 분리 징수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전체 회의를 열고 KBS 수신료를 전기 요금에서 분리해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여당 측 위원인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이 찬성했고, 야당 측 김현 위원이 반대 의견을 밝힌 뒤 회의장을 나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앞으로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순 개정안을 공포할 전망이다. 김 직무대행은 “KBS는 피 같은 수신료를 고품격 콘텐츠 생산에 투입하는 대신 월급으로 탕진하고 있다”며 “수신료 납부의 주체인 국민들은 KBS가 수신료를 얼마나 알뜰하게 썼는지 아니면 얼마나 헤프게 썼는지 물어볼 권리가 있으며 수신료 분리 징수는 바로 그 질문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에 따르면, 새 시행령은 공포 후 유예 기간 없이 즉시 시행한다. 앞으로 수신료 징수 방식이 어떻게 바뀌는지 소개한다.

▲그래픽=김현국
Q1. 수신료 분리 징수는 언제부터 시행하나
개정안을 공포한 날부터 즉시 시행하기 때문에 당장 다음 달 수신료부터 전기 요금 고지 항목에서 빠질 예정이다. 현재 징수 위탁 사업자인 한국전력은 이와 관련해 KBS와 협의 중이다. 한전은 전기 요금 고지서와 별도로 TV 수신료 고지서를 찍어 배부하는 방안과, 지금의 전기 요금 고지서를 기반으로 TV 수신료 부분만 절취선을 넣어 고지서를 고치는 방안 등을 다양하게 검토 중이다. 아파트는 대부분 관리사무소가 전기 요금까지 포함된 통합 관리비 고지서를 발행하기 때문에 고지서에 TV 수신료를 표시하고 별도 입금 계좌 번호를 알리는 방식 등을 논의 중이다.
Q2. 왜 나눠서 징수하나
그동안 TV 수신료가 전기 요금에 합산되어 부과되면서 수신료 납부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TV 수신료는 1963년 처음 도입될 당시 민간 사업자에 위탁했다가 각종 비리가 발생하자 1985년 KBS가 체납된 시청료를 직접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체납자는 재산까지 압류할 수 있게 했지만 당시 너도나도 문 앞에 붙인 ‘시청료 거부합니다’ 스티커 앞에 큰 실효가 없었다. 이후 1994년부터 한전 전기 요금과 통합해 징수해오고 있다. 이번 분리 징수 결정은 국민이 전기 요금에 합산 징수된 수신료를 환불받는 불편을 겪지 않도록 전기 요금과 수신료를 따로 납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Q3. TV가 없는데도 TV 수신료를 내야 하나
TV 수상기가 없으면 수신료를 내지 않는다. 수신료를 내지 않으려면 한전이나 KBS 수신료 콜센터에 전화해 TV 말소 신청을 하면 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관리사무소에서 TV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받고, KBS 최종 확인을 거치면 TV 수신료를 징수하지 않는다.
Q4. KBS는 보지도 않는데, 수신료를 내야 하나
최근 연간 5만건씩 수신료 환불이 발생한 것은 매체 환경 변화에 따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모니터로 OTT나 유튜브를 보는 등 텔레비전을 보유하지 않은 가정이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갖고 있다면 KBS를 보지 않더라도 TV 수신료를 내야 한다.
Q5. 수신료를 안 내면 어떻게 되나
수신료를 체납하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①고지된 수신료를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는 경우 ②TV 수상기를 갖고 있는데 등록하지 않은 경우다. ①은 수신료의 3%에 해당하는 가산금을 부과한다. 현재 2500원으로 계산하면 연간 900원이다. ②처럼 TV가 있는데도 없다고 거짓 신고를 하고 수신료를 내지 않으면 1년분 수신료에 해당하는 추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위 같은 추징금이나 가산금이 부과됐는데도 계속 납부하지 않으면,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을 얻어 국세 체납 처분례에 따라 원칙적으로 재산 압류를 포함한 강제 징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상 집행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호텔이나 헬스클럽처럼 보유한 TV 대수에 따라 수신료를 징수하는 대규모 영업장에서 체납할 경우, 액수가 클 수 있어 강제 징수에 따른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07.06 KBS 수신료 분리징수…공정보도·방만경영 쇄신 전기 되길
방통위, 시행령 개정…전기료 고지 대신 자체 징수해야
‘무보직 억대 연봉’ 개선, 수능 연계 EBS 지원 방안 필요
전기료와 통합 징수해 온 KBS 수신료를 따로 떼어 징수하도록 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어제 이런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이달 중순부터 시행될 전망이지만, 실제 분리징수 시행 시기는 KBS와 징수 위탁계약을 맺은 한전이 협의해 정하도록 해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분리징수로 바뀐다고 시청자가 당장 수신료를 안 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수신료에 대해 특별부담금과 같은 성격을 인정한 바 있어 징수 방법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KBS는 분리징수로 바뀌면 수신료 수입이 급감할 것이라며 재난방송 등 공영방송의 역할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기요금에 통합해 마치 세금처럼 징수하는 제도가 1994년 도입된 이후 수신료 수입은 급증해 지난해 약 69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소수 지상파 채널만 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방송 채널뿐 아니라 인터넷TV 등 유료 플랫폼과 OTT(인터넷망의 콘텐트)까지 시청자의 선택이 대폭 확대됐다. TV를 보는데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 ‘KBS를 보지도 않는데 왜 시청료를 강제로 내느냐’는 여론이 있던 게 사실이다. 일부 해외에선 공영방송 시청료를 징수원이 돌아다니며 거두거나 온라인 납부한다. 영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BBC의 수신료를 폐지하기로 하고 대체 지원 방안을 모색 중이다.
KBS는 무엇보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해오지 못했다는 지적을 진정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방만 경영과 편파 방송 논란이 대표적이다. 억대 연봉자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데, 무보직 상태로 억대 소득을 챙기는 사람만 30%가량인 1500명에 달했다. 그런데도 자체 인력 구조조정 등 개혁의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시청료 대폭 인상을 추진해 역풍을 자초했다. 특정 정파에 치우친 편향 방송과 불공정 보도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도 고대영 전 KBS 사장 해임 처분이 위법했다는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시사프로 진행자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불법 해임 관련 인사들이 침묵하고 있다’고 클로징 멘트를 하자 홈페이지의 다시보기를 삭제해 물의를 빚었다.
지금의 위기가 자업자득인 만큼 경영 정상화 노력과 공정한 보도로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KBS의 시청료 수입은 갈수록 낮아질 것이다. 정부·여당 역시 방송 길들이기 시비가 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힘에서 KBS 2TV 폐지론을 들고 나온 것은 성급하다. 시청료 분리징수 방안이 짧은 기간에 서둘러 추진되면서 KBS 시청료의 일부를 지원받아 온 EBS 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못했다.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정한 정부가 EBS 교재와 강의를 대입 수능에 50% 연계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징수 체계 변화에 따른 후속 보완 대책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07.06 아스파탐이 발암물질이라고?

아스파탐 때문에 세상이 떠들썩하다. 지난달 29일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아스파탐을 발암물질 분류에 넣기로 했다는 소식이 로이터통신 단독 뉴스로 나왔다. 아스파탐을 기존 발암물질 분류 목록에 추가한 것이다. 여기에 오른 물질의 수는 1군부터 3군까지 무려 1100개가 넘는다.
국제암연구소의 분류는 많은 혼란을 유발한다. 이 목록에서 발암물질 또는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분류하는 기준은 과학적 근거가 얼마나 확실하냐에 따른다. 발암성이 어느 정도로 심한지 섭취량이 얼마부터 위험하다는 이야기인지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가령 매우 뜨거운 음료와 살충제 성분 DDT가 모두 2A군이다.
DDT와 뜨거운 음료가 동일한 정도로 위험하다는 뜻인가. 전혀 아니다. 과학자들의 연구가 비슷한 정도로 진행되었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2015년 10월 흡연, 술과 같은 1군에 들어간 가공육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가공육 과잉 섭취로 인한 암 사망자 수보다 흡연으로 인한 암 사망자 수가 30배, 음주로 인한 암 사망자 수는 20배가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아스파탐이 어느 군으로 분류될지는 아직 모른다. 오는 14일 발표를 기다려봐야 한다. 일부 언론의 예상대로 2B군에 포함된다면 고사리, 알로에 베라 추출물, 김치, 피클과 같은 절임채소와 같은 군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미 논란이 뜨겁다. 아스파탐 섭취와 암 위험에 대해 프랑스 성인 10만 명을 대상으로 8년 가까이 추적 연구한 결과 암 위험이 조금 증가했다.
이런 식의 관찰 연구로는 인과관계를 알 수 없다. 게다가 이번 연구에 참여한 사람은 애초에 일반 국민보다 아스파탐 섭취량이 적은 사람들이었다. 프랑스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대체 감미료 자체를 적게 먹고 있는 사람을 다시 둘로 나눠 봤더니 암 위험과 연관성이 있더라는 이야기다. 아스파탐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그런 차이가 나타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19년 영국의학협회지에 실린 연구에서 35건의 관찰 연구와 21건의 임상시험 연구를 분석했다. 결론은 대체 감미료가 체중 감량에 주는 유익도 미미하긴 하지만 특별히 암 위험을 높이거나 해롭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연구 결과가 이 점에서는 일치한다. 아스파탐과 같은 대체 감미료가 당뇨환자의 혈당치를 개선하거나 과체중, 비만에 큰 도움을 주진 못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해롭지도 않다.
세계보건기구산하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 따르면 체중 60㎏ 성인이 하루 제로 소다 12~36캔을 매일 같이 마시지 않는 한 위험하지 않다. 현대인의 식탁에서 더 중요한 정보는 질보다 양이다. 과유불급의 원칙을 잊지 말자.
중앙일보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07-07 새마을금고 불안 조기 진화하고 금감원에 감독 넘겨야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6.49%까지 치솟고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4월 이후 7조 원을 빼내면서 새마을금고발(發) 금융 불안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예·적금 전액을 보장하고 유사시 정부 대출까지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급한 불은 잡혀가는 분위기여서 다행이다.
새마을금고는 서민을 위한 풀뿌리 협동조합으로 출발해 현재 자산규모 284조 원, 점포 수 1294개, 거래 고객 2262만 명으로 덩치가 커졌다. 특히 저금리 시절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쪽으로 돈이 몰리면서 10년 사이에 규모가 3배나 급팽창했다. 문제는 행정안전부가 관리·감독을 맡아 금융 건전성 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담당 직원도 10여 명에 불과하고 순환 보직에 따른 금융 비전문가들이다. 또, 금융감독원은 반기에 한번씩 상호금융사들을 점검하지만 행정안전부는 2년에 한번씩 새마을금고를 점검한다. 다른 금융회사들은 분기별로 경영 공시를 하는 반면, 새마을금고는 반기마다 공시한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선 다른 금융기관과 별반 차이가 없는 데도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는 소홀했다. 새마을금고 대출 213조 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기업 대출이고, 특히 부동산 대출이 3년 새 2배 이상 늘어나 지난해 말 56조 원으로 부풀어 올랐다. 이번에도 지역 사업자가 건설하는 오피스텔, 빌라 등에 집중 대출한 게 탈이 났다. 금감원이 지난해부터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규제에 들어간 반면 새마을금고는 풍선효과로 오히려 부동산 PF 대출을 늘렸다가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에 따른 금융불안 징후는 새마을금고에 국한되지 않는다. 작년 10월 기준,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예·적금은 800조 원에 이른다. 언제 어느 약한 고리에서 문제가 터져 시스템 위기로 비화할지 모른다. 올해 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보듯 금융위기에는 강력한 조기 진화가 중요하다. 21년째 5000만 원으로 묶여 있는 예금자보호 한도부터 1억 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감독원으로 넘기는 입법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7-07 성추행으로 징역 1년 구형된 ‘민중미술가 임옥상’ 위선
원로 민중미술가 임옥상(73) 씨의 위선(僞善)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의 성(性)추행 혐의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6일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범행 경위와 내용, 추행 정도가 가볍지 않아 죄질이 불량하다. 범행 이후 현재까지도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신상정보 공개 고지 명령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임 씨는 법정 최후 진술에서 “10년 전 순간의 충동과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를 줬다. 반성하고 사과드린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으나, 혐의부터 파렴치하다. 2013년 자신의 미술연구소 여직원을 강제추행했다. 직장 내의 지위를 악용한 셈이다. 그는 제18대·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공개 지지했고,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도 나섰다. 그가 촛불집회를 묘사한 대형 그림 ‘광장에, 서’를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청와대 본관에 건 일로도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명사여서 더 참담하다.
예술 활동도 정직과 진실이 생명이다.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과 증거를 모두 인정한 그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오는 8월 17일로 예고한 선고 결과를 예단할 순 없다. 하지만 ‘예술’을 앞세우며, 뒤로는 성범죄까지 저지르는 파렴치한 이중인격자가 문화예술계에 더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문화일보 사설
07-10 정치파업에 멍드는 경제

김성훈 산업부 차장
지난 6일 민주노총은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날 노조 집회에선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철폐 등 외에 ‘문제는 윤석열! 정답은 퇴진이다!’라는 플래카드도 등장했다. 노동자대회인데 ‘안전한 바다 안전한 식탁’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반대 퍼포먼스도 했다.
같은 날 한국산업연합포럼이 주최한 산업발전포럼에선 올해 하반기에 국내 경기 하강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상반기 반도체산업이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지탱했던 자동차산업조차 하반기에는 내수, 수출을 가리지 않고 지난해보다 실적이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지난달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 전환한 것도 수입이 수출보다 더 줄어든 결과일 뿐이라 ‘불황형 흑자’란 지적이 나오는 지경이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지난 3일 총파업 깃발을 들었다. 오는 15일까지 산별 파업과 집회를 이어간다. 특히, 총파업 의제 중에 버젓이 ‘일본 핵오염수 해양 투기 중단’이 포함돼 있고, 정권퇴진 범국민대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이번 총파업은 정치파업이고, 따라서 불법파업일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를 보면, 노동쟁의는 ‘노조와 사용자 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로 정의돼 있다.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도 있다. 환경단체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반대 집회를 한다면 몰라도, 노조가 그 이슈로 파업하는 건 황당할뿐더러 불법파업인 셈이다. 야당이 밀어붙이려는 노조법 개정안에조차 정치적 이슈를 파업 대상으로 허용해주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민주노총은 이전에도 수차례 정치파업을 벌여 왔다. 2007년 7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파업 때는 그나마 ‘FTA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2004년 11월에는 비정규직 관련 입법 저지와 함께 ‘이라크 파병 연장 반대’ 등 정치적 사안을 이유로 총파업을 했다.
2008년 7월에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가 총파업을 하는 이유였다. 민주노총은 이후로도 2017년 6월 28일부터 7월 8일까지를 ‘사회적 총파업 주간’으로 설정하고,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철폐 외에 ‘사드(THAAD) 반대’ 같은 정치적 요구를 내걸고 6월 30일 총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정치적 불법파업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건 기업과 경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의 임금 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근로손실 일수는 35.2일로 일본의 352배였다.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벌어진 파업이라면 노사가 타협점을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상급노조의 정치파업에 근로자들이 동원된 경우 기업은 손쓸 방법도 없다. 경영계는 이번 파업에 대해 “정당성을 상실한 불법 정치파업이고, 경제 회복을 위한 국민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노조의 정치파업은 이제 끝내야 한다.
문화일보
07.11 4개그룹이 진주 한동네서 싹텄다, 47국서 찾아온 ‘K산업화 성지’
삼성·LG·GS·효성 발원 진주 승산마을
세계중기협회 47국 150명 몰려
“한마을서 시작된 800조 매출...영화 같다”

▲‘한국 기업가 정신 포럼’에 쏠린 관심 - 10일 진주시 내동면 능력개발관 대강당에서 열린 ‘K기업가 정신 국제 포럼’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개회식을 지켜보다가 스마트폰을 꺼내 행사 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포럼에선 서양의 기업가 정신과 K기업가 정신을 비교하는 세션도 진행됐다. 해외 학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부각되는 현재, 공동체를 우선한 K기업가 정신에 해답이 있다”고 했다. /진주시
10일 인구 34만명의 중소도시 경남 진주에 있는 한 대강당은 세계 47국에서 온 외국인 150여 명으로 북적였다. 이날 오전 진주시 내동면 능력개발관 대강당에서 열린 ‘K기업가정신 국제포럼’에 참가하기 위한 학자·기업인·학생들이다. 이 행사는 진주시와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가 “삼성·LG·GS·효성 창업주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철학이 진주에서 발원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공동 기획한 행사다.
ICSB는 1955년 미국에서 설립돼 90국 5000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비영리 단체다. 주로 학자, 기업인으로 구성됐는데 ‘유엔 세계 중소기업의 날’을 제정하는 데 기여하기도 한 곳이다. ICSB 회장인 아이만 타라비시 조지워싱턴대 경영학과 교수는 작년 한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진주에 가면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의 이병철 창업주를 비롯해 LG 구인회, GS 허만정, 효성 조홍제 창업주가 동시대에 교류한 마을이 있다”는 말을 듣고 진주를 찾았고, 진주시와 이 포럼을 함께 준비했다.
타라비시 교수는 “대기업 4사가 어떻게 한 거리(same street)에서 시작할 수 있었는지, 할리우드 영화 시나리오 같은 이야기”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더 커진 현재, 한국과 진주의 ‘K기업가정신’이 ‘한강의 기적’, ‘K팝’처럼 더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1960년대 가장 가난했던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는 예부터 이웃과 나라, 그리고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우리만의 독특한 기업가정신이 발현된 것으로, 해외 학자들이 학문적으로 연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10일 ‘K기업가정신’ 국제포럼에서 주목받은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은 ‘한국 산업화의 성지’라는 찬사를 받는 곳이다. 한국 경제의 중추를 이루는 삼성·LG·GS·효성의 1세대 기업인들이 동시대에 한곳에서 교류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그래픽=백형선
이들이 일군 기업들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으로 성장했다. 삼성 일가는 삼성·CJ·신세계·한솔, LG 일가는 LG·LS·LX·LIG·LF·아워홈, GS그룹 일가는 GS·삼양통상·삼양인터내셔날·승산·새로닉스·코스모, 효성 일가는 효성·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를 운영 중이다. 이 중 삼성·신세계·CJ·LG·LX·LS·GS·효성·한국타이어·한솔 등 10개 그룹의 매출(2022년 말·대기업 집단 지정 기준, CXO연구소)은 800조원(약 6100억달러)으로, 전 세계 GDP 순위 23위인 스웨덴(6274억달러)과 맞먹는다.
포럼 개최를 주도한 아이만 타라비시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 회장은 “호수와 산을 낀 진주의 지리적 위치, 유서 깊은 유교 전통뿐 아니라 실천주의 유학을 실현한 남명 조식 선생의 사상까지 더해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경제 생태계를 이뤘다”며 “진주는 5년 후, 10년 후에는 한국 기업가정신의 모태 도시로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보국, 인화단결… ‘나라와 사람이 우선’
포럼에선 한국 1세대 창업주들이 개인보다 이웃과 나라를 더 걱정했다는 공통점에 많은 학자와 기업인들이 주목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생전에 “모든 것은 나라가 기본이다. 나라가 잘되어야 기업도 잘되고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업보국’을 평생의 신념으로 삼았고, 여기에 더해 ‘인재 제일, 합리 추구’를 경영 철학으로 삼았다. 구인회 회장 역시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다”며 “나라의 백년대계(百年大計)에 보탬이 되어야 기업이 영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강조한 ‘인화단결’은 LG의 전통이 됐다.

↕그래픽=양인성

허만정 선생은 평소 “돈은 개미같이 부지런히 모으되, 의로운 일에는 크게 써야 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해진 신발을 신고 다니면서 독립운동 조직 백산상회에 자금을 댔다. 구씨와 허씨가 시작한 동업은 2005년 허씨 일가가 GS그룹을 분리해 나올 때까지 50년간 지속됐다.
효성의 창업주 조홍제 회장은 평소 “도리에 어긋나는 길을 가는 기업은 반드시 망한다”고 확신했고, 국리민복(國利民福)과 숭덕광업(崇德廣業·덕을 높이고 업을 넓힌다)을 경영 철학으로 삼았다.
9일 승산마을 투어에 이어, 10일 K기업가정신 국제포럼에 참가한 이탈리아 대학생 가에타노 데 로사씨는 “삼성, LG 같은 한국의 글로벌 기업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기업가정신에 대해서는 사실 생소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식품 업체를 운영하는 비엘 호세씨는 “단순히 이윤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사회와 국가를 우선에 뒀던 한국 기업가정신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진주시, ‘한국 기업가정신’ 관광 벨트 조성
진주시는 산업화 초기부터 ‘공동체’와 ‘사람’에 주목했던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세계 곳곳에 확산시키기 위해 K기업가정신 관광 벨트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병철·구인회가 다닌 초교의 ‘부자 나무’ 앞에서 - ‘K기업가정신 국제포럼’ 참가자들이 지난 9일 옛 지수초등학교(현 K기업가정신센터) 소나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삼성 이병철 창업주와 LG 구인회 창업주가 다닌 이 학교의 소나무는 부자의 기운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부자 나무’로 불린다. 올해 처음 열린 K기업가정신 국제포럼을 찾은 47국 출신 150여 외국인은 삼성·LG·GS·효성 창업주들이 교류한 승산마을을 둘러봤다. /진주시
먼저 인구 감소로 폐교돼 9년간 텅 빈 채로 방치돼 있던 지수초등학교를 ‘K기업가정신 교육센터’로 고쳐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지난 1년여간 4만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진주시는 승산마을과 “3대 거부가 나온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남강의 ‘솥바위’, 경남 의령 정곡면 이병철 회장 생가와 경남 함안 군북면 조홍제 회장 생가까지 남강에 인접해 있는 장소들을 묶어 ‘진주 남강 부자 로드’를 조성해 관광 벨트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세계에 확산하는 일은 진주시만의 일이 아니고, 진주시만의 힘으로는 부족한 만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07.11 "늦출 이유 없다"…순방 尹, 'KBS수신료 분리징수' 전자결재 할듯
공영방송(KBSㆍE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하면 즉시 공포ㆍ시행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2항을 수정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는 현행 조문에서 ‘행할 수 있다’는 문구를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로 바꾼 것이다. 현재 수신료는 전기요금에 포함돼 통합 징수되고 있는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수신료는 전기요금과 분리돼 따로 징수해야 한다.
한 총리는 “국민이 수신료 납부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게 되고 수신료에 대한 관심과 권리 의식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국민의 일상에서 불편하거나 불합리한 문제에 귀 기울이고 이를 시정하는 일에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전자결재로 개정안을 재가할 가능성이 크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수신료 분리징수를 늦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수신료를 통합징수해 온 한국전력 측은 “개정안이 즉시 시행될 수 있는 만큼 당장 12일부터 수신료를 분리징수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수신료 분리징수가 코앞으로 닥치자 KBS는 비상경영을 선포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김의철 KBS 사장은 전날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신규 사업은 모두 중단한다. 기존 사업과 서비스는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며 “분리징수 여파에 따라 부분적인 고통 분담은 불가피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고용 안정만큼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07-11 2500원 강제징수 ‘끝’… KBS는 비상경영

▲KBS 앞에 근조 화환 KBS 시청료 분리징수를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11일 오전 서울 KBS 본관 앞에 보수단체들이 보낸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 박윤슬 기자
■ 수신료 분리징수 확정
여 “방만운영·편파방송 결과”
야 “윤정부의 방송 길들이기”
KBS측 TV수신료 연간 수입
6000억→1000억 줄어들 듯
11일 국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지난 29년간 사실상 강제로 징수해 온 KBS 시청료가 전기요금에서 분리돼 소비자 선택권을 한층 보장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KBS가 억대 연봉 지급 등 방만 운영에다 편파방송을 해 온 결과”라며 정부 결정을 옹호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언론탄압”이라며 반발했다. KBS는 신규 사업 중단과 함께 비상 경영 태스크포스(TF) 구성에 들어갔다.
그간 TV 수신료는 TV 수상기가 있는 가구의 경우 전기료에 합산해 월 2500원씩 통합징수로 납부하는 형태였다. 개정안이 윤석열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돼 시행되면 국민이 직접 TV수신료의 징수 여부와 구체적인 금액 등을 인지하고 납부 의사를 표시할 수 있게 된다. 지난 1994년 통합징수방식이 시행된 이후 29년 동안 이어져 온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비로소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수신료 분리징수는 현재의 납부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국민의 목소리에서부터 시작됐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국민의 일상에서 불편하거나 불합리한 문제에 귀 기울이고 이를 시정하는 일에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수신료 분리 징수로 공영방송의 질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시청자 권익이 높아진다며 환영의 뜻을 내놨다. 민주당은 “공영방송 길들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앞두고 김의철 KBS 사장은 직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비상 경영을 선포했다. KBS는 분리 징수가 시행되면 연간 6000억 원대인 수신료 규모가 1000억 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은 10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이 시간부로 비상 경영을 선포한다. 신규 사업을 모두 중단하고, 기존 사업과 서비스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며 이를 위해 비상 경영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시행돼도 당분간 법적 다툼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김 사장은 “향후 수신료 분리 징수 관련 시행령이 공포되는 즉시 위헌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분리 징수 방침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은 만큼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이를 수용하고 자체 징수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김 사장은 “한국전력과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면서 “징수율을 높일 아이디어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김유진·안진용 기자
07.12 고지서 받았다면? 아파트는 어떻게? TV수신료 분리납부 Q&A
TV 수신료와 전기 요금을 오늘(12일)부터 분리 징수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제43조 2항)을 해외 순방 중 전자 결재로 재가했다. 이에 따라 개정 시행령은 12일 관보 게재와 함께 공포·시행된다.
1994년 도입한 TV 수신료와 전기 요금 통합 징수 제도는 30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그동안은 수신료를 전기 요금에 합산 징수해 TV가 없는데도 수신료를 내는 경우가 있었고, 수신료와 전기 요금을 따로 납부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수신료 분리 징수는 납부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국민의 목소리에서 시작됐다”며 “(분리 징수를 통해) 국민이 수신료 납부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수신료에 대한 관심과 권리 의식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TV 수신료 위탁 사업자인 한국전력(한전)은 분리 징수 방법과 비용 부담 원칙을 놓고 KBS와 협의 중이다. 하지만 이미 법령이 시행됐기 때문에 한전은 수신료 분리 납부를 원하는 시청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신료 납부 방식을 제시해야 한다. 앞으로 수신료 납부 방식이 어떻게 바뀌는지 소개한다.
Q1. TV 수신료 분리 납부가 바로 시행되나
개정된 시행령은 대통령 재가 및 공포 후 즉각 효력이 생긴다. 한전은 완전한 분리 징수를 위한 고지 및 징수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지만, 현재 시스템에서 분리 납부가 가능한 방법을 시청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번 달부터 TV 수신료를 분리 납부할 수 있다.
Q2. 앞으로 TV 수신료 청구서 따로 나오나
한전은 별도 청구서 제작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오는 10월 고지서 제작·발송 인프라 구축 및 수납 시스템 보완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KBS는 이날 정부의 분리 징수 결정에 반발하며 “개정 시행령이 공포되면 곧바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Q3. 당장 TV 수신료 어떻게 따로 납부하나
①자동 이체해 온 경우: 예금 계좌나 신용카드로 전기 요금을 자동이체 납부해 온 시청자는 12일부터 한전 고객센터(123번)로 연락해 ‘별도 납부’를 신청해야 한다. 이달 말부터는 한전 홈페이지와 ‘한전:ON’ 앱(응용프로그램)에서도 별도 납부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전기 요금 납부 마감일 4일 전까지 신청해야만, 전기 요금 인출 계좌에서 수신료 2500원을 제외한 전기 요금만 자동 출금된다. 자동 납부 고객들은 당분간 매달 분리 납부를 신청해야 할 전망이다. 한전은 KBS와 맺은 계약에 따라 2024년까지는 수신료 징수 업무를 대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전은 별도의 수신료 납부 계좌를 대상자에게 안내할 예정이다. TV 수신료는 이 계좌로 월 2500원을 입금하면 된다.
②전기 요금을 직접 이체해 온 경우: 12일부터 전기 요금 청구서에 표기된 계좌에 전기 요금과 수신료를 각각 구분해 입금하면 된다. TV 수신료를 내고 싶지 않다면, 2500원을 제외한 전기 요금만 납부하면 된다.
③신용카드로 매달 결제해 온 경우: 신용카드 고객센터 상담사 연결을 통해 분리 납부를 신청할 수 있다. 이달 말부터는 ‘한전:ON’ 앱에서도 분리 납부를 선택할 수 있다.
④은행 지로·편의점 납부의 경우: 은행 지로나 편의점 납부로는 ‘분리 납부’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청구서에 표기된 지정 계좌나 신용카드 납부로 전환해 분리 납부할 수 있다.
Q4. 아파트 거주자들은 어떻게 하나
대단위 아파트 단지는 한전과 계약해 한꺼번에 한전에 전기 사용량을 통보하고, 청구된 전기 요금을 가구별로 사용량에 맞게 배분해 왔다. 앞으로 아파트에 거주하는 개별 가구가 수신료 분리 납부를 희망할 경우 관리사무소에 신청해야 한다.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도 분리 징수할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택관리사협회는 시행령 이후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한전에 전기료를 일괄 납부할 수는 있으나, TV 수신료를 각 가구에서 따로 거둘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수신료를 한전 대신 걷어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전은 “관리사무소가 TV 수신료 징수 의무를 갖고 있진 않지만 아파트 주민 상당수가 분리 징수를 희망할 것이므로, 주민 만족 차원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협조를 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Q5. TV 수신료를 안 내면 어떻게 되나
분리 납부가 가능해진 뒤에도 방송법에 따라 TV를 보유한 가정은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 TV를 갖고 있는데 수신료를 내지 않으면, 방송법에 따라 미납 수신료의 3%만큼 가산금(월 수신료 2500원 기준 70원)을 부과한다. 미납 수신료가 쌓이면, KBS가 방통위 승인을 얻어 국세 체납에 준하여 재산 압류 등 강제 집행할 수 있다. 하지만 TV 수신료 미납을 이유로 일반 가정을 방문해 강제 수금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Q6. 지난달 전기 요금 고지서(수신료 포함)를 이미 받았는데
가정에서 한전 전기 요금 고지서를 받았고, 납기일이 분리 납부 시행일(12일) 이후라면 분리 납부할 수 있다. 납기일이 15일 이전인 자동이체 고객이라면, 이미 분리 납부를 신청하는 기간이 지난 만큼, 분리 납부를 위해선 신용카드 등 다른 납부 방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07.12 세계 유례없는 집단 시위 일상화 국가, 법원 판단도 달라져야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5월 3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민주노총 경고파업 결의대회 사전집회를 마친 뒤 세종대로를 향해 행진 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노총은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이 이곳에서 오후 5~11시 집회를 갖겠다고 신고하자 경찰은 “퇴근길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며 오후 5~8시 사이 집회는 금지를 통보했다. 그러나 법원은 민주노총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고 경찰이 항고했으나 서울고법도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다. 법원이 집회·시위의 자유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이다.
세계에서 우리처럼 집단 시위가 일상화된 나라가 없다. 집회·시위가 신고제여서 극히 일부 지역만 빼고 신고만 하면 경찰이 제어할 방법도 없다. 도심 광장은 물론 대로를 막고 집회·시위하는 것이 일상이고 이 때문에 시민들이 겪는 불편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연세대에서 민노총 청소·경비원들이 넉 달간 스피커 볼륨을 높이고 교내 집회를 벌이자 한 학생이 여러 법적 조치를 취했지만 모두 무혐의 또는 각하 처분이 나왔다. 현대차 복직을 요구하는 사람이 11년째 매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 빌딩 앞 도로 한가운데인 ‘안전지대’에서 위험한 집회를 열어도 경찰과 구청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어 법을 개정할 수도 없다. 결국 집회 시위의 자유와 시민 일상의 자유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유일한 곳이 법원이다. 경찰과 법원의 판단은 집회·시위 제한을 규정한 집회시위법 5~12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갈리고 있다. 그런데 법원은 시민의 일상보다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우선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가 아무리 기본권이라 해도 다른 사람의 일상을 현저하게 해치는 수준까지 허용할 수는 없다는 것을 법원도 잘 알 것이다. 특히 다양한 미디어 등 얼마든지 의사 표현할 방법이 많은데 일부러 남에게 피해를 주려는 시위가 어떻게 자유를 누릴 수 있나.
시위와 집회의 목적은 자신들 의견을 전달하는 데 있다. 그것이 정도를 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다른 이들의 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하는 수준이면 어느 정도 제한하는 것이 맞는다. 법원의 판단이 달라졌으면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13 특권처럼 된 민폐시위, 제한 필요하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집회·시위의 자유가 민주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인권의 하나라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30여 년이 지나면서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달라졌는데, 이를 주도하는 사람들의 인식은 민주화 이전에 머물고 있어 갈등이 첨예하다.
민주화 이전 집회·시위는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민주화 투쟁의 수단이었고, 그래서 저항권의 성격도 인정됐다. 당시 시민들이 시위대의 화염병 투척을 용인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의 집회·시위는 민주화 투쟁의 수단이 될 수 없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시위는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물리력으로 몰아내려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집회·시위를 통해 다중의 위력으로 주장을 관철하겠다는 것은 곧 민주적 다수의 결정을 무시하고 부정하는 것이다. 물리력을 동원해서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은 폭력혁명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
민주화 이후의 집회·시위는 저항권의 수단이 아니라 평화적이고 집단적인 의사 표현의 수단이다. 이제는 죽창이나 각목과 쇠파이프 등을 동원한 폭력적 집회·시위는 불법임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집회·시위를 다른 인권에 비해 우월한 것으로 보는 경향은 아직도 있다. 집회·시위로 인한 교통 방해는 무조건 감수해야 하고, 노숙 집회로 인해 밤잠을 설치는 것도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인권은 헌법상 최고의 가치지만, 어떤 인권도 절대적이진 않다. 생명권도 사형에 의해 제한될 수 있으며, 종교의 자유 역시 타인의 인권과 충돌하면 제한될 수 있다. 그런데 집회·시위의 자유는 다른 인권에 우선한다는 근거가 무엇인가?
헌법상 인권과 인권이 충돌할 때는 어느 하나를 우위에 놓기보다는 양자를 동시에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조화점을 찾는 게 원칙이다. 예컨대, 언론의 자유와 명예권이 충돌할 경우 진실에 부합하고 공익을 위한 언론은 명예권에 우선하지만, 허위이거나 음해 목적의 언론보다는 명예권이 우선한다. 이를 통해 언론의 자유와 명예권이 모두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 집회·시위의 자유도 시민들의 거주이전의 자유(도로통행권), 주거의 평온 등과 조화점을 찾아야 한다. 집회·시위가 중요하니 도로통행권이나 주거의 평온은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민주화 투쟁도 아닌, 특정 집단의 이익을 주장하는 집회·시위가 왜 시민들의 인권에 우선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집회·시위의 시간과 장소 등에서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사고가 필요하다. 200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에 따라 야간옥외집회를 허용하되, 시민들이 잠자는 시간까지 집회가 허용될 이유가 없다.
대규모 집회의 경우에 도로교통에 방해가 되는 것은 불가피하더라도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도로 점거를 최소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교통체증 지역이나 출퇴근 시간대에 대해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를 무시하는 집회·시위의 특권 의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집회·시위에 대한 국민의 반감만이 확산될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집회·시위의 자유 위축으로 나타날 것이다.
문화일보
07.13 대규모 적자에도 수신료 믿고 법카 펑펑 KBS, 더 이상은 안 된다

▲KBS 노동조합은 12일 남영진(사진) KBS 이사장이 법인 카드로 수백만원의 물품과 식대를 지출했다며 불법 사용 여부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KBS 노동조합은 “남영진 KBS 이사장이 고향 근처에서 수백만원 상당의 물품을 법인 카드로 구매하고 회사 인근 중식당에서 한 끼에 150만~280만원대의 식대를 결제했다”며 “대규모 적자와 역대 최악의 재정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자장면 430그릇의 법인 카드를 쓴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비상근인 남 이사장은 “고향인 충북 영동에서 4차례에 걸쳐 곶감 66만~183만원어치를 법인 카드로 구매해 KBS 이사와 사무국 직원들에게 보냈다”고 했다. 또 이사회 뒤풀이 만찬과 송년회 명목으로 수백만원의 식대를 법인 카드로 결제했다고 한다. 작년 12월에는 법인 카드로 592만원을 쓰기도 했다. 노조는 “불법 사용이 의심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강규형 전 이사가 법인 카드로 김밥 2500원 결제한 것까지 문제 삼아 그를 쫓아냈다. KBS 이사회의 여야 구도를 뒤집기 위해 부당 사용액이 더 큰 이사들은 놔두고 강 전 이사만 표적 삼았다. KBS 이사회는 그 후 세월호 참사 당일 노래방에서 법인 카드를 쓴 사람을 사장으로 추천했다. 이번엔 KBS 이사장이 선물 값이나 회식비로 수백만원씩 펑펑 쓴 기록이 나온 것이다. 부당 사용 여부를 떠나 적자와 방만 경영의 늪에 빠진 KBS 이사장에게 아무런 책임 의식이나 위기의식도 없는 것이다. KBS는 돈을 어떻게 나눠 먹고 탕진해도 망하지 않는다는 도덕적 해이가 회사 전체에 만연해 있다. 그렇게 믿는 구석 중 하나가 수신료 강제 징수였다.
지금 KBS는 독재 시절 때보다 더 편향되고 방만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체 인원 4400명 가운데 억대 연봉자가 2200여 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이 중 무보직자가 1500여 명이다. 수신료 6900억원 중 1500억원이 별로 하는 일 없는 간부들 급여로 나간다. 직원 중 상위 4개 직급 비율이 60%에 달해 시정 명령을 받았다. 방통위 재승인 심사 때 시정했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오히려 상위 직급은 2765명에서 2820명으로 더 늘었다.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29만원이 됐고, 올해 1분기에만 400억원 넘는 적자를 냈다. 일반 기업이었으면 망해도 몇 번을 망했을 것이다.
수신료 강제 징수가 폐지되자 KBS 사장은 “공익적 프로그램의 축소·폐지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공익 프로그램 축소가 아니라 보직 없이 억대 연봉을 받는 1500명부터 구조 조정해야 정상 아닌가. 지금 KBS엔 이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들어 설 자리가 없다.
조선일보 사설
07-13 시청자 무서운 줄 몰랐던 KBS

KBS 망친 통합징수제 다시 하자는 野
공영방송 실패에 책임 물을 수 있어야
전기요금에 합쳐 내던 공영방송 수신료를 따로 낼 수 있게 됐다. 1994년 수신료 전기료 통합징수제가 시행된 지 30년 만의 변화다. KBS는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선포했다. “분골쇄신하겠다”는 대국민 호소문도 냈다. 거듭되는 편파 방송, 방만 경영 비판에 꿈쩍도 않던 KBS가 분리 징수제 덕에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방송법 시행령을 바꿔 분리 징수제를 시행하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공영방송 발전과 징수의 효율을 명분으로 통합 징수를 못 박은 방송법 개정안을 내놨다. KBS도 시행령으로 수신료 징수 방식을 바꾸는 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통합 징수제 시절로 돌아가자는 주장인데 동의할 수 없다.
TV 수신료는 방송법에 따라 TV가 있으면 KBS를 보든 안 보든 내야 하는 돈이다. 공영방송은 공공재이므로 누구나 공평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방송법에는 시청자의 수신료 낼 의무만 있지 수신료가 허투루 쓰일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불량 방송과 도덕적 해이로부터 시청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수신료 안 내면 전기 끊겠다고 협박하는 야만적 제도가 통합 징수제다.
KBS와 야당은 공영방송이 공적 책무를 다하려면 통합 징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통합 징수제 시절 KBS를 떠올려 보라. 안정적 재원으로 공영방송다운 방송을 해왔다고 인정해줄 시청자가 몇이나 될까. KBS는 2017년과 2020년 정부의 재허가 최저 기준 점수에 미달돼 간신히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다. 당시 심사평을 몇 줄 옮겨본다. “한국 방송 문화의 표준을 제시해야 함에도 일반적 방송에 대한 기대에도 못 미치는 성과” “뉴스 공정성과 신뢰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2TV는 콘텐츠 차별성도 없고 재방송 비율이 타 방송사에 비해 높아 공영방송의 정체성 훼손…”.
수신료 쉽게 걷어 쓰다 문 닫을 위기에 처한 KBS와 달리 일본 NHK는 수신료 징수가 너무 어려운 덕에 세계적 공영방송으로서 명망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방송법에는 수신료 납부 의무가 없다. NHK와 수신 계약 의무만 있을 뿐이다. 최근 법 개정으로 도입된 수신료 미납 시 할증료 규정을 제외하면 처벌 조항도 없다. 시청자의 자발적 납부에 생존이 달려 있으니 끊임없이 자정 노력을 하고 존재 가치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
2000년대 중반 NHK 내부 비리와 정권 외압설이 터져 나오자 시청자들은 수신료 납부 거부로 불신임을 표시했고 NHK는 대대적인 개혁과 창사 이래 첫 수신료 인하까지 발표했다. 정지희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시청자의 선의에 의존하는 일본 수신료 제도에 대해 “공영방송이 소임을 다하지 않을 때 시청자가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최후의 무기”라며 “공영방송 존속의 중요한 열쇠”라고 평가했다.
우리에게도 1980년대 전국적인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으로 ‘땡전 뉴스’를 단죄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성명서 내용이 이랬다. “KBS는 공영방송임을 자처하며 시청료와 독점적 광고료 수입으로 운영하면서도 왜곡 편향 보도를 일삼는 등 … 시청료는 공정보도를 하고 그 대가로 받는다는 국민과의 계약으로, KBS가 이를 지키지 아니할 때 시청료 납부를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국민의 권리다.”
이후 통합 징수제로 가지 않았다면 KBS는 시청자 무서운 줄 알고 정신을 차렸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 전기료 합산이라는 꼼수를 부린 것이 결과적으로 KBS에 독이 됐다.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을 공영방송을 바로잡고 민주화를 앞당긴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통합 징수제 시절로 돌아가자는 말은 꺼낼 수 없는 것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07-13 내년 최저임금 인상, 성장률 넘으면 더 큰 재앙 부른다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결정이 임박했다. 정부는 다음 달 5일까지 결정·고시해야 한다. 하지만 노사 간 의견 차이가 여전히 크다. 노동계는 현행 시급 9620원에서 15.8% 인상한 1만1140원, 경영계는 1.2% 올린 9740원을 제시했다. 13일 소집된 최저임금위원회 제13차 전원회의에서 수정안을 내더라도 합의는 요원하다. 따라서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내고, 곧바로 표결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최저임금은 2017년 이후 48% 급등했다.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시간당 1만1544원으로 이미 1만 원을 넘었다. 영세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경우 지불 능력을 넘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실제로 채용 축소·중단 사례도 급증했다. 편의점들이 주휴수당을 피하려고 단기 알바를 늘린 여파로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가 154만 명 수준이고, 무인 편의점수는 2019년 등장한 이후 올해 3500개를 넘었다. 알바조차 두지 못하는 ‘고용 없는 자영업자’도 지난해 426만7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이던 2008년 이후 가장 많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만 원이 되면 고용이 6.9만 명 감소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중소기업의 70%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신규 채용 축소·폐지, 인력을 대체할 자동화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게 무역협회의 조사 결과다.
최저임금은 이미 한계 수준에 이르렀다. 저임금 취업자를 보호하려는 제도가 일자리를 없애는 역설적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총인건비 부담 가중에 따른 대기업의 신규 채용 위축도 예상된다. 정부는 올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본다. 최저임금을 이런 성장률보다도 더 올리면 문재인 정부 초기의 과속 인상 때보다 더 큰 재앙을 부를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7.14 파업을 식은 죽 먹기나 장난처럼 할 수 있는 나라
현대차 노조가 느닷없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한다면서 파업을 벌였다. 생산라인을 4시간 동안 멈춰 2000대 이상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이 파업은 민노총의 정치 파업에 동조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벌인 것이라고 한다. 공장 조합원 4만여 명을 가진 국내 최대 노조가 임금이나 근로 조건과는 아무 상관없는 정치 목적을 위해 법 절차를 모두 무시한 채 전국 공장의 생산라인을 멈춰 세웠다. 명백한 불법이지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나라가 한국 말고 또 있겠나. 지금 자동차 산업은 반도체 부진 속에서 수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파업을 장난처럼 하고 있다. 수많은 협력 기업에도 민폐를 끼치는 행위이지만 어떤 거리낌도 책임감도 찾아볼 수 없다.
현대차 노조의 일탈은 한국이 파업을 너무나 쉽게 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노조 집행부가 파업을 결정하면 사실상 그대로 파업이 된다. 그래도 노조원들이 실질적으로 손해 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회사는 노조 눈치만 본다. 나라 산업의 중추와도 같은 거대 공장이 이렇게 쉽게 멈춰 선다.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민노총의 지침에 따라 현대차 노조가 12일 4시간 동안 공장 생산라인을 멈췄다. 12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오전조 근무자들이 파업을 위해 2시간 일찍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쉬운 파업, 멋대로 하는 파업은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노조와 한 몸처럼 움직이며 든든한 뒷배가 돼 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벌인 날, “파업권 보장을 위한 노조법 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노란봉투법’ 추진을 공언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 범위를 대폭 넓혀 하청업체 직원이 원청인 대기업에 단체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도 할 수 있게 만드는 법이다. 이 법은 또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때 노조원 개인별로 액수를 계산해 제출토록 해, 사실상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까지 어렵게 만든다. ‘불법 파업 조장법’이란 지적이 지나치지 않다.
대기업 노조의 제 멋대로 파업을 막으려면 법치주의 원칙에 따른 엄벌과 그에 대한 손해 배상, 나아가 불법 파업 시 대체 근로자를 투입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개정해야 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파업시 대체근로자 투입을 사실상 금지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한국 대기업 노조는 이미 조합원의 이익 증진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일종의 정치 집단으로 변질됐다. 민노총은 한미 동맹 해체, 한미 훈련 중단 등을 주장하며 정치 투쟁을 벌여왔다. 북한은 노조가 말살되고 근로자가 노예가 된 곳인데 그 북한이 좋다고 한미 동맹 해체를 주장한다. 민노총 위원장은 “한국 사회에서 노조 활동을 하려면 한미와 남북 관계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이런 민노총을 개혁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근로자들 뿐이다.
조선일보 사설
07.14 정치 한다고 환자들 위험에 빠뜨리다니, 의료인 맞는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오전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한 시민이 파업 안내문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13일 총파업을 시작하면서 상당수 의료기관이 수술을 연기하거나 환자를 옮기는 등 의료계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파업에는 전국 20곳 정도의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 145개 의료기관, 4만여 명의 간호사·의료기사 등이 참여했다고 한다.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은 지난 2004년 이후 19년 만이다.
노조는 “인력 부족, 필수의료·공공의료 붕괴 위기를 알리기 위한 파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의료 붕괴를 부른 것은 노조였다. 부산대병원·한양대병원 등은 미리 13~14일 예정인 수술 일정을 연기하고 입원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조치를 했다. 갑작스러운 수술 취소 등으로 상태가 나빠졌을 중증 환자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응급의료는 차질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서울에서 유일하게 외상센터를 운영하는 국립중앙의료원 등은 119종합상황실 등에 ‘환자 이송 자제’를 요청했다. 웬만하면 119 환자도 오지 말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병원에 몰리면서 전국 곳곳에서 혼란이 벌어졌다.
의료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직종별 업무 범위 명확화 등은 노조가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금 정부도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의료인들이 환자를 버리고 서울 도심 대로를 막은 채 파업 투쟁가를 부르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 도심은 마비 상태였다. 폭우도 겹쳐 시민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런 파업이 어떻게 국민 공감을 얻겠나. 더구나 이번 파업은 민주노총 정치 파업에 장단을 맞추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정치 한다고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리다니 이들이 의료인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7.15 6월까지 광화문 일대 길 막은 시위 500건, 법원이 한번만 나와보길

▲민주노총 건설노조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총파업·총력투쟁 전국동시다발 결의대회를 열고 건설노조 탄압 분쇄, 불법하도급 근절 및 건설노동자 생존권 보장, 윤석열 정권 퇴진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3개의 집회가 열렸다. 이틀째 총파업을 이어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서울 집회,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회, 민주노총 총파업결의대회가 차례로 이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폭우 속에서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차로 상당 부분까지 차지하는 바람에 세종대로 양방향 모두 극심한 교통 정체가 일어났고 쩌렁쩌렁 울리는 마이크·노래 소음으로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길거리는 집회 참가자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로 숨쉬기조차 거북한 곳도 많았다. 광화문만 아니라 이런 곳이 적지 않다.
이날 풍경은 다른 날과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다. 경찰 집계를 보면 올해 1월에서 6월까지 광화문광장은 190건, 시청역 일대는 182건, 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는 173건의 집회·행진 신고가 있었다. 숭례문로터리도 82건, 세종로터리를 포함하는 세종대로 44건 등이었다. 이 일대에서만 하루 평균 3건의 집회가 열린 셈이다. 더구나 이 중 75%는 일부 차로까지 막은 집회·행진이었다. 주최자는 민주노총이 80건으로 가장 많았다. 민주노총이 광화문 일대를 자기 앞마당처럼 사용하며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이날 시민들이 겪는 피해를 고려해 3개 집회 중 민주노총과 건설노조 집회에 대해 금지 또는 제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주최 측이 집행정지 신청을 내자 법원이 또다시 집회를 모두 허용했기 때문이다. 근래 법원은 시민 불편은 무시하고 집회·시위의 자유만 허용하고 있다.
민주화 투쟁을 거치며 우리 사회와 법원에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우선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노조 등은 우리 사회의 권력층이 됐다. 우리 사회의 ‘갑’이 된 이들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누리면서 다른 사람의 일상을 현저하게 해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정의가 아니다. 더구나 다양한 미디어 등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의사 표현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민노총 등은 일부러 다른 사람들을 괴롭혀 이목을 끌려는 방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법원이 한 번 만이라도 대로를 막고 벌어지는 시위 현장에 나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봤으면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15 무궁화·새마을호, 모두 운행 중지.. KTX도 일부 스톱

▲14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부근을 달리던 무궁화호 회송열차가 선로 안쪽으로 유입된 토사로 인해 탈선한 모습. (충북소방본부 제공)/연합뉴스
집중호우 등으로 15일 무궁화호와 새마을호 등 일반열차의 운행이 모두 중단됐다. KTX도 중앙선과 중부 내륙선을 오가는 KTX-이음은 운행하지 않는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인)는 “전국적인 집중 호우의 여파로 오전 9시 기준 무궁화호, ITX-새마을 등 모든 일반열차의 운행을 중지한다”며 “집중 호우로 선로 침수, 산사태, 낙석우려 등 위험에 대한 안전 확보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다.
코레일은 또 KTX의 경우 경부고속선, 강릉선, 전라선, 호남선 등은 운행하지만 호우로 인해 서행할 수 있으며, 수도권과 동해선 등 광역전철은 전구간 정상운행 한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서울역 모습./뉴스1
앞서 지난 14일 경부선 신탄진-매포역 구간에서 토사유입으로 발생한 ‘회송열차 궤도이탈’ 사고와 집중 호우로 인해 코레일은 KTX, 일반열차 등 170여회 열차 운행을 중지하고, 30여회 운행조정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경부선 신탄진-매포역 구간은 복구 완료 때까지 운행이 중단될 예정이며, 다른 지역은 집중호우가 해소될 때까지 중단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측은 “이용 고객은 반드시 코레일톡, 고객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열차 운행 상황을 확인해 달라”며 “운행 중지된 열차 승차권은 위약금 없이 자동으로 반환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수경 기자
07-15 경북, 폭우로 사망 14명·실종 11명…실종자 수색 인명 구조견 투입

▲15일 경북경찰청이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된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 인명구조견을 투입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경북경찰청 제공
경북, 폭우로 13명 사망·10명 실종…실종자 수색 인명 구조견 투입
경북소방 대응 2단계 발령·경북도 장비·인력 총동원
예천=박천학 기자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경북 북부지역에서 산사태 등으로 인한 주택 매몰로 14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또 실종자도 11명이 발생해 소방 당국이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수색작업에 총력하고 나섰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내린 폭우로 15일 오후 3시 기준 도 내에서 14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됐다. 또 2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망자는 예천 5명, 영주 4명, 봉화 3명, 문경 1명 등이다.
이날 오전 5시 16분쯤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서 산사태로 인해 주택 5채가 쓸려갔으며 3명이 숨지고 1명은 소방당국이 구조 중이다. 예천군 감천면에서도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돼 3명이 실종됐다. 예천군에서는 사망 6명, 실종 1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또 봉화군 춘양면에서도 산사태로 2명이 숨졌고 영주시 풍기읍과 장수면에서도 각각 2명이 사망했다.
경북소방본부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409명과 장비 149대를 투입해 실종자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북도는 신속한 구조와 응급복구를 위해 경찰·군부대·소방 등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기로 했다. 경북경찰청은 실종자 수색을 위해 인명 구조견을 투입했고 육군 50사단도 피해 지역에 병력을 투입해 피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문화일보
07.16 [경북] 26명 사망·실종, 이재민 1562명...농작물 472만평 피해
실종자 수색 작업 지속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서 한 주민이 산사태로 부서진 터전을 앞에 두고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예천·영주 등 북부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주민 1563명이 대피하고 472만평 상당의 농지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를 입었다. 호우로 인한 사망자·실종자 수도 20여명에 달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16일 오전 9시 기준 호우·산사태 등으로 인한 사망자는 17명(예천 7명·영주 4명·봉화 4명·문경 2명), 실종 9명, 부상 18명이다. 이중 실종자는 전부 예천군에서 발생했다. 사망자와 실종자 수는 전날과 같으나 부상자가 5명에서 18명으로 늘었다.
비가 내리면서 한때 1471가구 2166명이 대피했으며, 현재 1043가구 1563명이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폭우로 도로와 제방, 상하수도 등 공공시설 110곳이 피해를 입었고, 주택이 29곳이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진 전파 판정을 받았다. 시설물이 유실되거나 토사에 휩쓸린 문화재는 14개이며, 전통 사찰 9곳도 기와가 날아가거나 석축이 붕괴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특히 영주와 상주·문경·청송·예천·봉화 등에선 총 1562.8ha(약 472만평) 상당의 농지가 물에 잠겨 막대한 농작물 피해를 입었다. 한때 폭우로 인해 영주·문경·예천·봉화 등지에서 1만 464가구가 정전됐으나, 전날 오후 11시 기준 1만 112가구가 복구됐고 나머지 352가구엔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경북소방본부 등 구조당국은 소방인력 650여명과 군인·경찰 등 400여명을 투입해 실종자가 대거 발생한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은풍면 금곡리 등 5개 지역에 인명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다. 수색 작업에는 인명 구조견 10마리와 드론 5대도 함께 동원됐다. 문경·봉화·영주 지역에는 호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안전 조치 작업이 지속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군·경·소방을 포함한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재난에 총력 대응하겠다”면서 “추가 산사태 붕괴를 대비해 주거지 주변을 집중 점검하고 주민 사전 대피를 적극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은 윤재옥 원내대표 등을 비롯해 원내대표단을 꾸려 예천 피해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조선일보 이승규 기자
07.17 오송 지하차도 참사… 3차례 경고에도 통제 안 했다
지하차도 잠겨 최소 12명 숨져
전국 폭우, 39명 사망 9명 실종

▲6만t 물 쏟아져 버스까지… - 15일 오전 8시 40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궁평2지하차도가 인근 미호강에서 범람한 흙탕물에 의해 빠른 속도로 잠기고 있다. 이곳 지하차도는 2~3분 만에 물로 가득 찼다. 소방 당국은 이 사고로 당시 지하차도에 있던 9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특히 사망자 9명 중 5명은 폭우로 통제된 원래 노선을 우회해 이곳 지하차도를 지나던 급행버스 안에서 발견됐다. /지하차도 CCTV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지난 15일 폭우로 물에 잠겨 17일 새벽 현재 12명이 숨졌다. 이 지하차도에는 최소 15대의 차량이 있었기 때문에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호천교 인근 제방이 무너져내려 유입된 물이 지하차도를 덮쳤고, 2~3분 만에 지하차도는 6만t의 물로 가득 찼다. 폭우로 인한 자연재해였지만, 이번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사고 전까지 최소 세 차례의 홍수통제관리소와 주민 경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하차도 통제는 없었다.
사고가 일어난 시각은 15일 오전 8시 40분이었다. 4시간여 전인 이날 오전 4시 10분,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천교 주변에 홍수 경보를 발령하고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 등 기관 76곳에 통보문과 문자를 발송했다.
사고 발생 두 시간 전인 오전 6시 34분에는 금강홍수통제소가 유선으로 청주 흥덕구청에 주민 대피·통제를 요청했다. 이어 사고 한 시간 전에는 궁평1리 이장을 지낸 장찬교(68)씨가 119에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취지의 신고를 했다고 한다. 119는 이와 같은 사실을 시청에 알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청은 제방 근처에 있는 궁평2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
세 차례 경고에도 관계 기관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이, 궁평2지하차도는 15일 오전 8시 40분 범람한 미호강 물로 삽시간에 가득 찼다. 청주의 747번 급행버스는 폭우로 통제된 다른 길을 피해 이곳 지하차도를 지나다 사고를 당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9명 중 5명이 버스 안에서 발견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9년 전국의 위험 지하차도 145곳을 세 등급으로 분류하고 ‘호우경보’ 등이 발령되면 통제하도록 했다. 궁평2지하차도는 통제되지 않았는데,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가 별도의 세부 매뉴얼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도 매뉴얼에는 지하차도 중앙이 50㎝ 잠겨야 도로가 통제되도록 돼 있어 사전 통제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궁평2지하차도 침수 당시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 차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전국적 상황을 점검 중이었다고 한다. 충북 지사는 괴산댐 월류 현장을 방문 중이었고, 청주 시장은 주택가 침수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오송 지하차도 사고는 정부 대응 시스템의 사각(死角)지대에 있었던 셈”이라고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7일 오전 6시 기준까지 이번 폭우로 전국에서 39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외에도 경북 예천군에서만 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충북 괴산에서는 15일 괴산댐이 43년 만에 넘쳐 한때 주민 대피령이 발령됐다. 전국 106개 시·군·구에서 9440명이 홍수·산사태 때문에 대피했다. 농작물 침수 피해 규모는 1만9769ha였다. 축구장 2만1000개 수준의 크기다. 도로 221곳이 통제됐고, 16일까지 일반 열차 전 구간이 운행 중지되고 KTX만 서행 운행됐다.
07.17 이번엔 지하차도 참사, 반지하·지하 주차장 비극 되풀이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집중호우로 16일까지 50명 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미호천의 무너진 제방을 타고 하천 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10여 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집중호우도 아니고 많은 비가 예고됐는데도 수십 명의 귀한 목숨을 잃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사고가 난 궁평2지하차도는 미호천과 수백m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인근 논밭보다 낮은 지대여서 침수 사고가 예견되는 곳이었다. 미호천에는 15일 오전 4시 10분 홍수경보가 내려졌다. 당시 금강홍수통제소는 관할 구청 등에 교통 통제가 필요하다고 알렸지만 교통 통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통 통제만 이루어졌으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결국 오전 8시 40분 미호천교 인근 둑이 유실되면서 순식간에 하천 물이 지하 차도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사전에 제방 관리도 허술했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 예천군에서는 산사태 등으로 10여명의 사망·실종자가 나왔다. 적극적으로 주민 대피를 이끌었으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지난해에도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와 영남 지방을 덮친 태풍 ‘힌남노’ 등으로 서울의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과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갇혔던 7명을 포함해 수십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사고 이후 정부는 적극적인 대비와 재발 방지를 다짐했지만 안타깝게도 지하 차도와 산사태로 지난해 비극이 그대로 되풀이됐다.
기후변화로 천재지변도 갈수록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면서 인위적인 사전 대책 또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지하 차도 비극에서 보듯 ‘인재 논란’이 뒤따르는 것은 조금 더 적극적인 행정을 펼쳤더라면, 좀 더 대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불가항력의 측면이 있다지만 행정의 기본을 지켰더라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올해는 수일째 폭우가 쏟아지는 등 재난이 예고됐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천재지변 탓만 하기가 어렵다. 행정안전부와 지자체는 되풀이되는 일이라고 안일하게 대비했거나 재난 관리 매뉴얼에 허점이 없었던 것인지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 한다. 기후변화로 수십 년 만에 한 번씩 찾아오던 ‘극한 호우’가 연례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17 해마다 반복되는 비 피해 참사, 후진국형 공공재난이다
정부 발주 공사장 둑 허물어 오송 지하차도 침수
시청·구청은 호우경보 속에 교통 통제 손 놓아
관청의 관행·형식적 호우 대응 전면 쇄신해야
공공기관 입사 시험 보러 가는 처남을 격려하려고 역으로 가는 버스에 함께 오른 30세 초등학교 교사, 세종시에서 오창읍으로 출근하던 47세 치과의사, 친구들과의 여행을 위해 오송역으로 향하던 24세 작업치료사. 어제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지하차도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들이다. 초등학교 교사는 두 달 전에 결혼한 새신랑이었다. 치과의사는 노모에게 이틀에 한 번꼴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은 효자이자 쌍둥이를 포함한 세 아이의 아빠다. 외동딸인 작업치료사는 거동이 어려운 노인 환자를 미소로 대하던 성실한 젊은이였다.
우리들의 착한 이웃을 한순간에 저세상으로 데려간 것은 삽시간에 불어난 지하차도 물이었다. 물은 인근의 미호강(지난해 미호천에서 미호강으로 명칭 변경)에서 넘쳐 왔다. 둑이 제대로 서 있었다면 강물이 거기까지 올 수는 없었다. 강물이 범람 수위까지 차지는 않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기존의 미호천교 옆에 추가로 다리를 놓는 공사를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제방 일부를 허물었다. 교각 설치 공사 때문이었다. 최근에 장마철이 다가오자 부랴부랴 시공사는 대충 흙으로 둑을 만들어 놓았고, 그제 새벽 집중호우로 미호강 수위가 올라가자 포클레인으로 흙을 더 쌓는 작업을 벌였다. 결국 그곳이 터졌다. 물이 오송 지하차도를 꽉 채우는 데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안에 차량 15대가 갇혔고, 어제 저녁까지 9명의 사망이 확인됐다. 희생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청주시나 관할 구청(흥덕구청)이 지하차도 통행을 제한했다면 끔찍한 불행을 막을 수 있었다. 그날 새벽 이 지역에는 호우경보가 발령됐다. 금강홍수통제관제소는 지하차도 침수 두 시간 전에 청주시와 흥덕구청 등에 교통 통제와 주민 대피를 권했다고 밝혔다. 연락받은 구청 직원은 담당 과에 전달했다고, 시청 측은 도청 소관 업무로 봤다고 주장했다.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 호우로 하천이 위험 수위로 급속히 상승하는 상황에서 지하차도에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것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장마와 태풍이 잦은 여름에 제방이 사실상 뚫려 있었다. 관할 자치단체가 이를 몰랐어도 문제고, 알고도 방치했다면 더 큰 문제다.
물론 비가 많이 내렸다. 그렇다고 막지 못할 천재지변은 아니었다. 과욕이 부른 민간 영역에서의 인재도 아니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관이 주도한 공사에서의 안전 무시, 지자체의 안일함, 정부의 재난 관리 감독 부실이 만든 공공 재난이다. 지난 수일간의 집중호우에 40명 가까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다. 경북의 산사태에 많은 인명 피해가 났다. 예천의 피해 지역은 지자체의 사전 점검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각 지역의 산사태 예방 점검이 형식적 연례행사였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후변화의 영향 때문인지 기록적 집중호우가 매년 반복된다. 피해 양상도 비슷하다. 알고도 당하는 후진국형 재난이다. 관행적 대응에서 탈피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호우 대책 쇄신이 필요하다. 늘 하던 대로 땜질만 대충 하면 선량한 시민들이 물난리 속에서 허무하게 희생되는 여름철 비극을 끊어낼 수가 없다.
중앙일보 사설
07-17 지하시설 官災 참사 되풀이, 지자체 책임 엄중히 물어야
같은 유형의 재해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불가항력의 천재(天災)가 아니라 대비에 실패한 인재(人災)다. 그런 점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변은 사실상 살인 행위라고 해도 될 만큼 지자체와 건설 업체의 책임이 무겁다.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로 13명이 숨진 것은 기록적 폭우를 참작하더라도 담당 공직자들의 무사안일과 무책임이 빚은 관재(官災) 말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비롯해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청 등의 관련 공무원들에 대해 직무유기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할 정도다.
지하차도 참사의 1차 책임은, 미호천교 제방 보완을 제대로 하지 않은 건설업체와 발주처인 행정도시건설청에 있다. 공사를 위해 허물었다 엉성하게 쌓은 임시제방이 붕괴돼 2∼3분 만에 물이 지하차도를 덮쳤다. 톤백으로 불리는 마대에 흙이나 돌을 넣어 보완하는 것이 기본인데, 굴착기로 주변 토사를 긁어모은 뒤 방수포로 덮었다고 한다. 그런 식이면 붕괴한다고 인근 주민이 항의했을 정도다. 침수 4시간30분 전부터 금강홍수통제관리소가 홍수경보를 발령했고, 2시간 전에는 교통통제와 주민 대피를 권했다. 그런데도 청주시와 흥덕구청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고, 충북도는 지하차도 가운데가 50㎝까지 물이 차야 차량통제를 한다며 CCTV로 지켜만 봤다고 한다.
최근에도 같은 유형의 사고가 빈발해 온갖 대책이 수립됐음을 고려하면, 더욱 죄질이 나쁘다. 2020년 7월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로 3명이 사망해 구청 공무원 11명이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돼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8월엔 서울 관악구 빌라 반지하 침수로 일가족 3명이, 9월엔 하천 범람으로 경북 포항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물이 쏟아져 7명이 숨졌다. 이런데도 행정안전부 장관은 야당 탄핵소추 공세로 반년 가까이 공석이다.
문화일보 사설
07.18 중대본 “호우 사망 41명·실종 9명” 오송 지하차도 수색은 일단락

▲17일 오후 집중 호우로 인한 수위 상승으로 출입이 통제된 서울 잠수교에서 관계자들이 도로 보수를 하고 있다. /뉴스1
18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사망자는 총 41명이다. 실종자는 9명, 부상자는 35명이다.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사망자는 최종 14명, 부상자는 10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오후 9시쯤 지하차도 인근 농지에서 마지막 실종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국은 앞으로 수 일에 걸쳐 인근에 미처 파악하지 못한 추가 실종자가 있는지 살피고, 토사 제거 작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13일부터 전국적으로 이어진 호우로 인한 이재민은 123개 시군구 1만2709명애 달한다.
공공시설물 파괴는 912건, 사유시설 파괴는 574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주택 침수가 274건으로 충남과 전북, 경북 등 지역에서 특히 많았다.
기상청이 18일 충청과 남부지방, 제주에 다시 시간당 30~60mm의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보한 가운데, 이날 오전 5시까지 전남 여수에 50.5mm가 내리는 등 전남과 강원 일대에 많은 비가 내렸다.
조선일보 김휘원 기자
07-19 청주·예천 등 13곳 ‘특별재난’ 선포

피해조사 뒤 추가지정 방침
尹 “복구 지원 범정부 대응”
예천 수색 해병대 1명 실종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집중 호우로 대규모 피해를 본 경북 예천군과 충남 공주시 등 13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피해 입으신 분들의 신속한 일상 복귀를 위해 사전 조사가 완료된 지역부터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선포 지역 13곳은 △세종시 △충북 청주시·괴산군 △충남 논산시·공주시·청양군·부여군 △전북 익산시 △경북 예천군·봉화군·영주시·문경시 등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피해주민들은 기존의 재난지원금과 함께 국세·지방세 납부 예외, 공공요금 감면 등을 추가로 지원받게 된다. 통상 기상특보가 해제된 뒤 지방자치단체 자체 조사, 중앙 합동조사를 거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데 이번엔 긴급 사전 조사를 실시해 우선 선포지역 13곳을 지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장관 직무대행)에게 “신속한 피해복구 지원과 함께 현재 집중호우가 지속되고 있으므로 인명피해 방지를 위해 관계기관이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는 “호우 피해 농가 지원과 함께 농작물 수급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오전 11시 기준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전날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3명의 시신이 추가로 수습되면서 44명으로 증가했다. 실종자 6명에 대한 수색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날 오전 9시쯤 경북 예천에서 실종 주민 수색을 하던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문화일보 김윤희 · 민정혜 기자
07.19 최저임금 2.5% 올려 9860원... 8시간 주5일 땐 월급 206만원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9620원)보다 2.5% 오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9860원으로 결정됐다”고 19일 밝혔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 양측이 최초 제시안을 낸 뒤 양 측이 서로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달 말 경영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 9620원(동결), 노동계는 시급 1만2210원(26.9% 인상)을 제시한 바 있다. 심의 기간 내내 양 측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18일 오후 시작된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도 노사는 계속 평행선을 달렸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은 결국 18일 밤 10시 10분쯤 9820원(2.1%)~1만150원(5.5%)원을 심의 촉진 구간으로 제시했다. 심의 촉진 구간이란 노사 양 측 협상이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될 때 공익위원들이 인상안의 상·하한선을 제시하는 것이다.
19일 새벽 2시 5분쯤 9차 수정안으로 경영계는 시급 9830원(2.2%), 노동계는 1만20원(4.2%)을 제시했다. 다시 한 시간 뒤인 새벽 3시 5분쯤 경영계는 10차 수정안으로 시급 9840원(2.3%)를 재차 제출했다. 노동계는 추가 수정안을 내지 않았다.
노·사가 수정안을 9~10차까지 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개 2차나 3차 수정안까지 낸다. 그만큼 노사 양 측 입장차가 크고, 기싸움이 팽팽했다는 뜻이다.
10차 수정안이 나온 이후 공익위원들은 노사 양 측 합의를 시도했다. 새벽 4시 30분쯤 9920원의 공익위원 조정안에 민노총 위원들을 제외한 위원 상당수가 거진 동의를 했다고 한다. 민노총은 9920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양 측은 이후 11차 수정안으로 각각 9860원과 1만원을 추가로 제출했다. 최저임금위는 두 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했고, 경영계 안 9860원은 17표, 노동계 안 1만원은 8표, 기권 1표로 9860원이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날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 9860원은 월급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이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를 가정한 것이다. 여기에는 주휴(週休)수당이 포함돼 있다. 주휴수당이란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 주말에 일하지 않아도 하루 일한 것으로 보고 줘야하는 수당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근무한 근로자 입장에선 월 실제 근무 시간은 174시간이지만, 쉬는 날인 토요일도 일한 시간으로 계산돼 209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효과를 감안하면 시급 9860원의 최저임금이 고용주 입장에선 사실상 시급 1만1832원의 부담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조선일보 곽래건 기자
07-19 최저임금 2.5% 인상, 내년 결정 땐 업종별 구분해야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2.49%는 일단 수용할 만한 수준이다. 올 물가인상 전망(한국은행 3.5%)에도 못 미친다는 점에서 노동계는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반발하지만, 그동안의 과도한 인상이 빚은 부작용을 고려할 때 동결 또는 올 경제성장률(정부 1.4%) 수준이 적절하다는 경제 전문가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밤샘 논의를 거쳐 19일 아침 사용자 측이 최종 제시한 시급 9860원(2.49% 인상)을 표결로 채택했다. 월급(209시간 기준)으로는 206만740원이다. 근로자 측은 상징성이 큰 1만 원(3.95%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용자 측 위원 9명 전원과 공익위원 8명이 사용자 측 최종안에 찬성했다.
최저임금이 2017년 이후 매년 급등하면서 일자리 파괴 등 경제를 위축시키는 폐해도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특히, 자영업은 이미 지불 능력을 넘어 위기가 더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의 최저임금만으로도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이미 1만 원을 넘는다. 이에 따라 주 15시간 미만 단기 알바 일자리가 급증하고, 채용 기피로 고용 없는 자영업과 무인 편의점 증가 추세가 가속화한다. 아예 일자리를 잃는 청년층과 취약층도 점점 늘어나는 실정이다. 취약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당초 취지에서 멀어져 오히려 일자리를 없애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또, 최저임금은 정부 정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실업급여 등 사회복지·일자리 사업 200개의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1986년 법이 제정돼 1988년부터 적용된 최저임금 결정 구조와 적용 방식 등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노사관계는 물론 일자리 성격 자체도 30여 년 전에 비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체 업종에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고용의 질 저하· 일자리 축소 같은 구조적인 폐해를 확대 재생산할 뿐이다. 최저임금법의 전면 개정에 나설 때다. 그에 앞서,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하는 일도 화급하다. 지역별, 기업 규모별 차이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법 제4조는 제정 때부터 현행까지 그 길을 열어놓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는 반드시 병행해야 할 과제들이다.
문화일보 사설
07-19 ‘공정성 유린 MBC 보는 게 괴로웠다’는 진보 언론학자
공영방송 MBC의 도를 넘은 편파 보도에 대해, 한 진보 언론학자가 조목조목 비판한 책을 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18일 출간한 저서 ‘MBC 흑역사’에서 ‘공정성을 유린하는 MBC의 과도한 당파성을 지켜보는 게 괴로웠다’고 했다. ‘MBC는 자신들이 선(善)과 정의를 독점한 것처럼, 더불어민주당 편을 드는 게 방송 민주화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도 했다. MBC가 낯뜨거워하며 자성(自省)해야 마땅할 지적이 많다.
박성제 전 MBC 사장이 보도국장이던 2019년 9월 서울시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TBS의 편향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던 일도 그중 하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호한 서울 도심 촛불집회 규모를 두고, 당시 박 국장은 “100만 명 느낌”이라며 터무니없이 부풀렸다. 강 교수는 ‘역대 어느 방송 보도국장이 그런 정치적 발언을 다른 방송사에 나가 했느냐. MBC가 문재인 정권 대변 방송의 총본산임을 분명히 보여준 셈’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진보 진영이 선악 이분법에 중독돼 반대편을 악으로 몰아간다. 마약중독이나 알코올중독과 다를 바 없다’고도 했다. ‘보수 정권에 대한 반감과 혐오에 편승해 정권과 맞짱 뜨는 공영방송의 길로 간다면, MBC 스스로 무덤을 파는 길’이라는 그의 고언(苦言)이나마 MBC는 경청하고, 더 늦기 전에 공영방송 위상을 찾아야 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07-19 신규확진 다시 하루 3만명… 여름 휴가철 ‘코로나 비상’

주간 신규 확진 22.2% 늘어
7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에 돌입하면서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만 명대에서 3만 명대로 올라서 내달 2단계 일상 회복을 앞둔 방역 당국이 감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9일 질병관리청은 7월 2주(9∼15일) 주간 신규 확진자가 직전 대비 22.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인플루엔자의 여름철 유행이 이례적으로 지속되고 있고 결막염 등 안과 감염병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동시다발적 감염 확산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질병청은 이날 발표한 ‘코로나19 주간 위험도 평가’에서 “9∼15일 주간 신규 확진자는 18만6953명으로, 전주 대비 22.2% 증가했다”면서 “감염재생산지수는 1.16으로, 최근 3주 연속 1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 1월 30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후에도 꾸준히 1만∼2만 명대를 유지했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7월 들어 3만 명을 넘어서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3만1224명에 올라서더니 이후 12일 3만4120명, 13일 2만9349명, 14일 2만9560명, 15일 3만879명, 16일 2만8432명 등 2만∼3만 명대를 오가다가 17일에는 1만2121명으로 잠시 주춤한 상황이다. 다만, 17일 감소는 주말 검사 건수 감소로 확진자가 줄어드는 ‘주말 효과’로 분석돼, 주중 다시 3만 명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이면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2급에서 4급으로 떨어지고 검사·치료비가 일부 유료로 전환되는 등 2단계 일상회복 조치가 이뤄질 전망인 만큼 최근의 증가세를 방역 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질병청은 다만 “코로나19 주간 위험도는 26주 연속 ‘낮음’ 단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라면서 “최근 확진자 발생이 3주 연속 증가하고 있지만 6월 4주차 중증화율, 치명률은 0.13%, 0.03% 수준으로 해당 수치들이 가장 높았던 지난해 12월 1주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07.20 끝난 줄 알았는데… 코로나 하루 확진, 6개월만에 다시 3만명
휴가철, 지난주보다 22% 증가
코로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신규 확진자는 지난 2~6월 하루 1만~2만명대였지만, 7월 들어 연일 3만명을 오르내리고 있다. 코로나 방역 규제가 풀린 가운데 휴가철을 맞아 야외 활동과 이동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신규 확진자는 18만6953명으로 전주보다 22.2% 늘었다. 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6월 셋째 주 1만6025명에서 7월 둘째 주 2만6708명으로 3주째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지난 11일 3만1224명을 기록해 1월 27일 이후 6개월 만에 3만명을 넘어섰다. 12일(3만4120명)과 15일(3만879명)에도 잇달아 3만명을 웃돌았다. 올 들어 일일 확진자가 가장 적었던 3월 20일(3924명)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9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그래픽=송윤혜
방대본은 이날 “7월 둘째 주 감염재생산지수가 1.16으로 3주 연속 1 이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감염재생산지수는 감염자 한 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1 이상이면 ‘유행 확산’, 1 미만이면 ‘유행 억제’를 뜻한다. 당분간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날 것이란 의미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더운 여름철에는 활동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지난달 1일부터 코로나 확진자의 격리 의무가 사라지고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되는 등 ‘엔데믹(풍토병화)’ 체제에 들어갔다. 방역 해제 이후 맞는 첫 여름이다. 더위 속에 마스크를 쓰는 사람도 거의 없다. 방역 의식이 풀린 틈을 비집고 코로나가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기 화성시에 사는 정선아(24)씨는 “14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얼마 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녀온 콘서트장에서 걸린 것 같다”며 “봄 이후에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쓴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존에 접종한 코로나 백신의 면역력이 감소한 것도 최근 코로나 증가 이유로 지목한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은 접종 후 6개월에서 1년이 지나면 효력이 거의 없어진다”고 했다. 고령층은 주로 작년 10~12월에 접종한 만큼 백신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요양원에 계시던 어르신 중에 코로나에 걸려 병원으로 전원 조치돼 오시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면역력이 약한 60세 이상 고령층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6월 셋째 주 3만1160명에서 7월 둘째 주 4만7115명으로 51% 증가했다.
새로운 코로나 변이의 등장도 확진자 증가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에 들어온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중 XBB와 그 하위변이들은 기존 백신이 잘 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 교수는 “코로나에 걸렸거나 백신을 맞아 면역이 생긴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면역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데 새로운 코로나 변이가 계속해서 나오니 확진자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 당국도 신경 쓰고 있다. 특히 기존 백신이 잘 먹히지 않는 XBB 등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10월부터 XBB의 하위변이인 XBB.1.5를 기반으로 한 백신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방대본은 확진자 증가세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6월 넷째 주 기준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0.13%, 0.03%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 의료 대응 역량도 충분하기 때문에 코로나 주간 위험도 평가를 26주 연속 ‘낮음’ 단계로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오주비 기자
07.20 미호강 하천 정비 반대 환경 단체, 오송 참사에 책임 느끼고 있나

▲지하차도 침수 참사 사흘이 지난 18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미호천교 재가설 공사 현장. 미호강 임시 제방에 방수포와 함께 모래주머니가 둘러져 있다. 이곳 임시 제방이 지난 15일 폭우로 범람하면서 지하차도 침수를 일으켜 14명이 사망했다. /뉴스1
오송 지하 차도 침수는 인근 미호강에 허술하게 쌓은 임시 제방이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범람한 것이 직접 원인이다. 이와 함께 미호강은 강바닥이 퇴적물로 높아져 준설이 꼭 필요했는데 환경 단체 반대에 막혀 이뤄지지 않은 것도 배경 원인이었다.
충북도는 2021년 9월 ‘미호강 프로젝트’ 사업 구상을 내놨다. 수질 개선, 수량 확보, 여가 공간 확장 세 가지가 목표였다. 수량 확보를 위해선 하천 변 저류지 조성과 강바닥 준설 등이 거론됐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구상이 나오기 전 공개적으로 퇴적물 준설 필요성을 밝혔다. 그러나 충북 일부 지역환경단체들은 ‘전면 재검토하라’며 반대했다. 하천에 배 띄우고 놀이공원 만들겠다는 뜻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4대강 사업처럼 된다고 했다. 환경 단체들은 ‘미호종개(천연기념물)와 흰수마자(멸종위기종) 같은 물고기가 돌아오게 수질 개선에 집중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미호강개발추진위’ 등 시민 단체는 10여년 전부터 대규모 준설을 요청해 왔다. 제방을 높여 홍수 방어력을 키우고 준설 토사와 모래는 건축 자재로 활용해 주변 경제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작년 7월 취임한 김영환 충북지사는 프로젝트 명칭을 ‘미호강 맑은 물 사업’으로 바꿔 후속 연구 용역을 진행시켜 왔다. 조만간 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
양쪽 주장 모두 일리가 없지 않다. 수질과 모래톱도 중요하다. 그러나 극한 호우가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는 상황에선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최우선 중점을 둬야 한다. 준설과 제방 보강이 이뤄진 4대강 본류에선 최근 10여 년 사이 홍수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미호강도 진작 하천 정비를 했더라면 이번 같은 범람에 따른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환경 단체들이 기후 위기 대응을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준설 등 하천 정비에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극한 호우 빈도가 2013년 8건에서 작년엔 108건으로 늘었다. 이번 호우도 괴산댐 월류, 금강 백제보 부근 제방 물 솟구침 등 곳곳에서 위험을 노출시켰다. 서둘러 전국 하천에 대한 하천 정비와 제방 보강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하천 관리를 환경부에 맡긴 것도 적절한 것인지 점검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20 4대강 보 해체도 ‘결론 조작’ 文정부 책임 엄히 물어야
최근 호우로 지류와 지천이 범람해 큰 피해를 낸 것과 달리, 4대강 본류에선 10여 년 동안 심각한 피해가 없었던 것은 준설과 제방 보강 등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환경단체가 끊임없이 방해와 보(洑) 철거를 시도했으나 결국 유익하다는 결론이 난 셈이다. 수질도 마찬가지다. 서울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4대 강 사업 이전 10년과 이후 10년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 99항목 중 76항목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만 보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 죄악시 정책의 죄책을 알 수 있다. 급기야 문 정부의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보 해체만을 가정한 경제성 평가를 했고, 위원회도 해체론자들로 구성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결론을 정해놓고 꿰맞춘 ‘결론 조작’ 범죄라고 할 만하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기획위 회의록에 따르면,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개방’ 발표를 앞두고 진행된 경제성 분석 과정에서 ‘해체’만 하고 ‘유지·관리’ 방안은 검토 대상도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참석자가 “보 해체 외의 대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나 무시됐다는 것이다. 위원 중 민간 인사 8명은 모두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특정 시민단체 출신으로 드러났다. 이런 단체의 결론을 토대로 환경부는 2019년 2월 금강·영산강 5개 보 가운데 세종보, 공주보, 죽산보 등을 해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문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가 탈원전 방침에 따라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하면서 경제성 조작을 했던 것과 닮았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19일 탈원전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고,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은 재판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 직후 “4대강 보 개방” 지시를 한 후, 환경부와 기획위가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을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미 4대강 반대 단체와 협의하라는 지시를 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20일 감사 결과를 발표한다. 국정 조작에 대해 성역 없이 수사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재발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7.20 “평가단서 이 사람 빼라” 4대강 보 해체 결정, 좌파 단체들이 좌지우지
文정부 때 보 해체·상시개방 졸속 결정
감사원, 금강·영산강 보 재검토 요구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등 환경단체가 25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4.25 생명의 강 3천인 선언대회를 열고 자연성 회복 정책 추진, 수질개선 녹조문제 해결 개선방안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04.25. /연합뉴스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금강·영산강의 5개 보(洑)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20일 공개됐다. 보의 처분 방안을 결정한 ‘4대강 자연성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조사평가단)의 구성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좌지우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 정부가 조사평가단에 참여시킬 민간 전문가 후보 명단을 4대강 반대 단체에 미리 줬고, 4대강 반대 단체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지 않은 전문가들을 지목해 조사평가단에서 배제되도록 했다. 그 결과로 조사평가단의 민간 위원 대다수가 4대강 반대 단체가 추천한 인사들로 채워졌고, 이들에 의해 2019년 2월 5개 보 해체·개방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는 4대강 보를 해체·개방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이득인지, 손실인지를 판단할 자료가 부족한 상태였다. 그러나 조사평가단은 두 달 만에 서둘러 보 해체·개방 결론을 냈다. 문 정부가 내세운 ‘4대강 보 처리 방안 확정’ 국정 과제의 시간표에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과정에서 조사평가단은 ‘5개 보 가운데 일부는 해체하고, 나머지는 상시 개방한다’는 결론을 내기 위해서 신뢰성이 낮은 평가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5개 보 해체·개방이 과연 이로운지 여부를 추가 자료를 통해 재평가해 봤더니, 보를 해체하는 것이 사회적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감사원은 정부에 “충분한 기초 자료에 근거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며, 사실상 5개 보 해체·개방 결정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 감사 결과와 관련해 감사원은 지난 1월 이미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과 조사평가단 공무원 2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감사원이 20일 공개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8월 환경부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훈령에 따라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조사평가단)을 설치했고, 조사평가단 내 ‘전문위원회’와 ‘기획위원회’의 구성에도 착수했다. 전문위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되고, 기획위는 전문위 내부에서 선정된 민간 전문가 8명과 환경부 공무원 7명 등 15명으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이 기획위가 4대강 보의 처분 방안을 결정하게 돼 있었다.
당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181개 시민단체는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재자연위)라는 연합체를 이루고 있었다. 김은경 장관은 조사평가단 공무원에게 ‘전문위 구성은 재자연위의 추천을 받아서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공무원은 재자연위 간부에게 전문위에 참여시킬 민간 전문가 후보 169명의 명단을 메일로 보냈고, 재자연위 간부는 자기가 보기에 ‘4대강 사업을 찬성 또는 방조했다’고 생각되는 41명의 이름 옆에 ‘안 된다’는 의미로 ‘N’을 적어 돌려보냈다.
이 41명은 전문위 구성에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제외됐다. 2018년 9월 14일 김은경 장관에게 보고된 후보 명단에는 재자연위가 반대하는 전문가가 3명 포함돼 있었으나, 그 옆에도 ‘N’ 표시가 달려 있었다. 하루 뒤 다시 작성된 후보 명단에서는 이 3명이 빠지고, 재자연위가 반대하지 않은 다른 3명이 들어갔다. 2018년 11월 전문위원으로 최종 선정된 43명 중 절반 이상인 25명(58.1%)이 재자연위가 추천한 인사들이었고, 재자연위가 반대한 41명 중에서는 아무도 선정되지 않았다.
전문위는 4개 분과로 나뉘어 있었고, 각 분과는 자기들 중에서 분과위원장을 선출했다. 기획위에는 이 4개 분과 위원장과, 분과 위원장들이 1명씩 고른 전문위원 4명 등 총 8명이 민간 위원으로 참여했다. 재자연위가 추천한 인사들이 전체 전문위원의 절반이 넘었으므로, 4개 분과 위원장은 모두 재자연위 관련 인사들이 차지했다. 이들이 고른 기획위원도 모두 재자연위 관련 인사들이었다. 결국 기획위 민간 위원 8명 전원이 재자연위가 추천한 인사들로 채워졌다.
기획위는 2018년 12월 첫 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이 회의에서 먼저 정해진 것은 ‘두 달 뒤인 2019년 2월까지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결정을 서두르는 것을 우려하는 일부 기획위원들의 의견은 무시됐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임기 첫 달인 2017년 5월부터 ‘4대강 보의 처리 방안을 2018년 말까지 확정한다’고 반복해서 발표한 상황이었고, 청와대가 환경부에 이 시간표를 지키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청와대와 협의를 통해 시한을 2019년 2월로 미뤄놓은 상태였고, 기획위에 정부 측 위원으로 참석한 환경부 공무원들은 이때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기획위는 5개 보의 처리 방안을 날림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기획위는 5개 보를 해체하면 수질이 개선되고 홍수 조절 능력도 개선된다고 전제하고, 이런 이득이 보 해체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크면 보를 해체하기로 했다. 보 해체로 인한 이득이 비용보다 작은 경우에도 보를 상시 개방하기로 했다. 보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그대로 둔다는 선택지는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고 나서 기획위는 보를 해체할 경우의 이득이 얼마나 될지를 숫자로 계산해보기 시작했다. 문제는 보 해체 시 수질이 과연 얼마나 개선될 것인지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보를 설치하기 전에 측정한 수질 자료가 있기는 했지만, 보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강바닥을 준설하고 강변을 정리해 강물의 흐름이 바뀐 상황이었기 때문에, 보를 해체한다고 해서 강이 보 설치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또 해가 갈수록 강으로 유입되는 오염 물질의 양이 늘어나고 있었다. 따라서 보 설치 전에 측정한 수질 자료로 보 해체 후의 수질을 예측하면, 보 해체로 인한 수질 개선 정도가 과대평가될 수 있었다.
보를 2017년부터 임시로 개방해놓은 상태에서 측정한 수질 자료로 보 해체 후의 수질을 예측해보는 것에도 문제가 있었다. 보를 개방해놓은 기간이 얼마 안 돼, 수질 자료 측정 기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또 영산강의 승촌보·죽산보는 보를 임시로 개방했더니 오히려 수질이 악화된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기획평가단 내에선 ‘시간을 두고 수질 측정 자료 등을 더 모아야 한다’, ‘기존 측정 자료를 그대로 사용해선 안 되고 이를 재평가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그러나 기획위는 2개월 내에 결론을 내리기 위해 ‘보 설치 전’에 측정한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보 해체 후의 수질을 예측하는 데 썼다. 그 결과,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해체하고, 금강 공주보는 부분 해체하며,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런 결론은 국가물관리위원회에 통보됐고, 2021년 1월 물관리위가 기획위의 결론대로 5개 보 해체·개방을 확정했다.
기획위가 금강 세종보·공주보와 영산강 죽산보 등 3개 보에 대해 해체 결정을 내릴 때 활용한 자료는 2017년까지 측정한 수질 자료였다. 감사원이 그 뒤 2020년까지 3년간 추가로 측정한 자료를 적용해 보 해체 결정이 타당한지를 다시 평가해 봤더니, 결론이 뒤집혔다. 공주보·죽산보는 해체하지 않아야 하고, 세종보는 해체가 이로운지 여부를 확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획위가 틀렸고 감사원의 재평가가 반드시 옳다는 것이 아니라, 측정 기간과 방법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2019년에 성급하게 보 해체·개방을 결정해선 안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김경필 기자
07.20 환경부 “4대강 보 전부 존치…망가진 세종보 복구”
文정부의 4대강 결정 뒤집어

▲2021년 1월 19일 오후 세종시 세종보 주변 강가 바닥이 휜히 드러나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에는 금강 세종보, 영산강 죽산보는 전면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하기로 했다. /조선DB
문재인 정부 시절 단행된 금강·영산강 5개 보 해체 및 상시개방 결정이 뒤집힌다. 환경부는 기존 보를 존치하는 한편, 첫 조처로 현재 기능을 잃어버린 금강 ‘세종보’에 대한 복구 작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20일 “금강·영산강 보 해체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 후속 조치로 2021년 1월 의결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의 재심의를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보·죽산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승촌보는 상시개방한다는 전임 정부 당시 결정을 뒤집겠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불합리하게 보 해체의 경제성 분석이 이루어진 점 ▲반(反)4대강 인사들로 4대강조사·평가단 전문위원회가 불공정하게 꾸려진 점 등이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밝혀짐에 따라 후속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도 드러났듯 지난 정부의 보 해체 결정은 성급하고 무책임했다”며 “4대강 모든 보를 존치하고, 세종보·공주보 등을 운영 정상화하여 다시 활용하는 등 4대강 보를 보답게 활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지속되어온 이념적 논쟁에서 벗어나 이제 4대강과 관련한 논쟁을 종식하고, 일상화된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하여 안전을 최우선 하는 물관리를 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빠른 시일 안에 댐 신설, 준설 등 과감한 하천 정비가 포함된 치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
07-20 초등생의 교사 폭행과 교권 바로 세울 특단 대책 시급성
교권(敎權) 붕괴의 참담한 실상이 또 드러났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19일 밝힌 바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여교사는 교무실로 찾아온 어느 학부모의 “교사 자격이 없다” 등 비난에 지난 18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교사노조는 이와 별도로 서울 양천구의 초등 6학년 담임 여교사가 지난달 30일 교실에서 제자에게 폭행당해 전치 3주 상해 진단까지 받은 사실도 전했다.
피해 교사가 학생에게 맞은 상황은 옮기기조차 민망하다. 지난 3월에도 폭행당했던 교사는 상담수업 참석을 설득하며 “또 때리면 고소한다”고도 했다. 돌아온 것은 욕설, 얼굴과 몸을 향한 주먹질, 메다꽂은 뒤 퍼붓는 발길질 등이었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조차 피해 발생 20일이 지나서 개최됐다. 교육지원청도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선 교사들이 사법 당국에 제출하려고 모은 ‘엄벌 탄원서’가 19일 기준 1800장에 이른 배경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원 폭행과 상해가 일상화했다”고 한다. 교육부 통계로도, 학생·학부모로부터 얻어맞은 교사가 최근 5년간 1133명이었다. 2018년 172건에서 지난해 361건으로 급증했다. 초등생 가해도 많아지는 추세다. 피해 교사가 학부모에게 고소당하는 일까지 빈발한다. 교총에 올해 접수된 교권 침해 소송 87건 중 51%인 44건이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경우다. 교권을 바로 세울 특단 대책이 시급하다. 교사 훈육권을 제대로 보장하면서, 교육적 간접 체벌은 허용하는 식도 그 일부일 수 있다.
문화일보 사설
07.21 文 정권 4대강 보 해체 결정서 벌어진 경악할 왜곡 조작

▲2018년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가 경제성평가를 조작하다시피 해 보 해체를 결정한 전남 나주시 죽산보. /뉴스1
감사원의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문재인 정부가 정말 이렇게까지 무리하고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 보 해체를 결정했던 것인가 하고 경악하게 된다. 우선 환경부는 2018년 11월 보 해체 여부를 결정하게 될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하기 앞서 관련 기관·단체에서 추천받은 전문가 169명 명단을 환경단체들 연합기구인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라는 기구에 넘겼다. 재자연화위원회는 4대강 사업을 찬성 또는 방조했다고 판단되는 41명 명단에 ‘no’라는 의미의 ‘N’ 표시를 해 돌려보냈다. 사실상 블랙리스트였다. 이에 따라 당초 환경부가 작성한 최종 후보 명단에 있던 3명은 환경단체 비토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환경부가 사실상 환경단체의 지시를 받고 4대강 반대 전문가들로만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위원 43명을 결정한 것이다.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처음부터 뻔했다.
더 황당한 것은 위원회가 3개월 활동하면서 ‘세종보·죽산보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 백제보·승천보 상시 개방’의 최종 결정을 내리는 데 활용한 경제성 평가가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왜곡됐다는 점이다. 경제성 평가에서 비용(cost)은 보 철거비와 취·양수장 보강비를 더한 값으로 객관성에 큰 문제가 없었다. 반면 보 해체의 편익(benefit)은 대부분 보를 해체할 경우 수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수질이 과연 개선될지 또는 나빠질지 미리 알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보 수문을 열어 수질을 모니터링해왔던 것이다. 보 수문을 열어 수질이 개선되면 보를 해체할 경우도 수질이 나아질 것으로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였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수질이 되레 나빠지는 경우들이 나왔다. 특히 영산강 최하류 죽산보 수질은 아주 뚜렷하게 나빠졌다. 따라서 보를 해체하면 수질이 악화될 것으로 보는 게 당연했다.
그러자 위원회는 ‘수문 개방 동안의 수질 실측치’가 아니라 ‘보 건설 전 수질’을 갖고 ‘보 해체할 경우의 수질’로 간주하기로 결정했다.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을 대규모로 준설해 강의 형상 자체가 완전히 바뀐 상태였다. ‘보 건설 전 수질’을 ‘보 해체 후 수질’로 본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위원회에서도 “이렇게 하면 반대편 전문가들이 ‘웬 무식한 얘기 하네’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그런데도 위원회는 보 건설 전 수질을 보 해체 후 수질로 하기로 결정했다. 한 위원은 “아마 그냥 아무 생각 없는 국민들이 딱 들었을 때 ‘그게 말이 되네’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라면서 “메시지 전달용으로는 그게 괜찮아요”라고 했다. 과학이 아니라 정치를 한 것이다.
이렇게 조사·평가위원회가 세종보·죽산보의 해체를 결정했고, 2021년 물관리위원회가 동일하게 최종 결론을 냈다. 환경부와 대학교수 주축의 전문가 위원회가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제성 평가 왜곡, 조작을 자행했던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21 “생각 없는 국민은 ‘말 되네’ 할 것” 이게 文정부 본색
문재인 정부가 자신의 정책이나 이익과 배치되는 사안에 대해 은폐·왜곡·조작을 일삼았던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고용과 분배가 악화하자 국가 통계를 왜곡했고, 탈원전 담당 공무원은 한밤중에 관련 공문서를 폐기했다. 이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했던 것은 언제든 국민을 속이고 선동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 정부의 이 같은 인식은 4대강 보 해체 결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적나라하게 재확인됐다.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하는 기획위원회는 ‘보 해체’ 상태를 모델링하지 않고 ‘보 설치 전’과 ‘보 개방 후’ 측정자료를 활용했다. 그래놓고 한 위원은 “우리가 설치 전 수치를 쓰는 게 아무 생각 없는 국민이 딱 들었을 때 ‘그게 말이 되네’라고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이 “과거 자료는 (그대로 쓰면 안 되는) 노이즈를 안고 있다. 반대편 전문가들이 볼 때 무식한 이야기라고 할 것”이라고 한 것을 보면,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또 다른 의원은 ‘편익 전체가 마이너스 값이 나와서 이거(편익)를 비용(분모)에 넣어서 0과 1 사이(플러스)로 하는 게 불가능하냐’고 했다는데, 사실상 조작을 제안한 것과 같다. 문 정부는 민간위원 전원을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인사들로 채웠다는 점에서, 이렇게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전날 감사원은 문 정부 청와대가 국방부로부터 사드 기지 주변 전자파와 소음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취지의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지속적으로 보고받았지만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세계적 석학들이 문제가 없다고 발표해도 온갖 괴담으로 선동을 일삼는다. 집권 시기에도 괴담에 근거한 정책을 집행한 것으로 이번에 드러났다.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게 본색처럼 됐다.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단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7.21 4대강 반대 단체가 금강·영산강 보의 운명 좌우했다니

▲해체가 결정된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시민단체가 환경부에 특정인 인선 배제 요청”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비리 철저 규명·수사를
호남과 충청 지역 주민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였던 금강·영산강 보(洑) 해체 및 상시 개방 결정이 불공정·불합리한 과정으로 이뤄졌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어제 나왔다. 감사원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4대강 조사·평가단 단장 및 담당 팀장에 대해 지난 1월 검찰에 수사를 요청함에 따라 부적절한 정책 수준을 넘어 범죄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였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6월 4대강 보를 상시 개방한 이후 금강의 세종보와 영산강의 죽산보를 해체하기로 2021년 1월 확정했었다. 이 과정에서부터 전문가 사이에선 “잘못된 자료로 밀어붙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가 경제성 평가 등을 조작해 보 해체라는 잘못된 결론을 냈다”(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에서 보 해체 여부를 판단한 기준인 경제성 분석(B/C)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교 시점과 산정 방법에 따라 동일한 보에서 B/C 값이 10배까지 차이가 나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는데도 국정과제 시한을 이유로 해체 여부를 결정했다는 결론이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 과학적 타당성조차 의심되는 주먹구구식 자료를 바탕으로 결정됐다는 얘기다.
더욱 심각한 대목은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4대강 조사·평가단에 기획·전문위원회를 설치하는 과정에 특정 시민단체의 의견이 대폭 반영됐다는 점이다. 특히 환경부 담당 팀장은 유관기관과 단체에서 전문위원회 위원으로 추천받은 전문가 명단(169명 이상)을 e메일로 시민단체에 유출했다. 이를 받은 시민단체는 명단 중 4대강 사업에 찬성 또는 방조했다고 판단한 사람들을 표기해 회신했다. 국가 프로젝트를 공정하게 판단해야 할 위원회에 특정 시민단체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엑셀 파일에 ‘N(NO)’이라는 표시가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고, 실제로 시민단체가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41명 중 한 명도 선정된 사람이 없었다. 이게 블랙리스트가 아니고 무엇인가. 43명의 전문위원 중 과반인 25명(58.1%)이 시민단체 추천 인사로 선정된 사실 또한 황당하다.
이처럼 과학적 근거가 부실하고 인선 과정도 의혹투성이인 방식을 통해 금강·영산강 보의 해체와 상시 개방 같은 주요 정책을 결론냈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 때문에 금강과 영산강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인근 농가가 지하수 고갈에 시달렸다. 친환경 소수력(小水力) 발전소도 가동을 중단하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환경부는 지난 정부의 보 처리 방안 결정에 대한 재심의를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심의에선 과거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과학적 근거를 반영해 보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7.21 [속보] 한상혁 前방통위원장 면직 효력 유지…법원, 항고 기각

▲TV조선 재승인 점수조작 의혹으로 기소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도봉구 북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면직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1심 결정에 불복해 낸 항고를 법원이 21일 기각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김대웅 김상철 배상원 부장판사)는 이날 한 전 위원장 측이 낸 면직 처분 효력을 유지한 1심 결정에 대한 항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전 위원장은 2020년 3∼4월 TV조선 반대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선임하고, TV조선 평가점수가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로 올해 5월 2일 재판에 넘겨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달 30일 방통위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한 명목 등으로 한 전 위원장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애초 한 전 위원장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였다.
이에 한 전 위원장은 면직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 신청도 냈으나 지난달 23일 기각됐다.
집행정지 사건 1심은 한 전 위원장이 기소된 혐의인 TV조선 재승인 평가점수 사후 수정 인지, 허위 보도자료 작성·배포 지시 등에 대해 "일정 정도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한 전 위원장 측 대리인은 지난 13일 항고심 심문기일에서 "(형사재판에서) 증인신문을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혐의가 소명됐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07.22 장난 삼아 올린 가짜 뉴스가 몰고 온 어처구니 없는 사태

▲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정문 입구에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를 추모하는 글과 꽃이 빼곡히 놓여 있다.. /뉴스1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신입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한 국회의원을 원인을 제공한 책임자로 몰고 갔던 인터넷 글이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로 판명 났다. 사건 발생 후 처음 올라온 인터넷 글들은 “학부모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같은 막연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얼마 후 대형 네이버 맘카페에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긴 글이 올라왔다.
“교사가 학부모에게 시달리다 교육청에 불려갔다 온 다음 날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해당 반 담임이 1학기에만 두 번 교체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더 나아가 “학부모 가족이 서초동 OO아파트 사는 3선 국회의원이라고 한다” “중진 의원 손녀랑 관련되다 보니 교육청에서 알아서 기었다”는 주장도 덧붙여졌다.
네티즌들이 분노하자 친야 유튜버 김어준씨가 올라탔다. 김씨는 “국민의힘 3선 의원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보도가 없다. 곧 실명이 나올 것이고 대단한 파장이 있을 사안”이라고 예고했다. 인터넷에선 곧바로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란 소문이 퍼졌다.
한기호 의원은 “내 손자 손녀는 서이초에 다니지 않는다”고 공개 반박했다. 경찰 조사에서도 해당 학교에 정치인 자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관련 글은 이미 3만명 이상이 읽은 뒤 다른 사람들에게 급속도로 전파된 뒤였다. 한 의원이 법적 대응 입장을 밝히자 문제의 글은 내용이 완전히 바뀌었다. 제목부터 ‘국회의원 절대 아닙니다’였다. “인터넷에 도는 이야기들 올린 건데 이리 많이 퍼질 줄 몰랐다. 의정 활동 열심히 하시는 덕망 있는 국회의원이십니다”라고 정반대 내용의 변명을 늘어 놓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뒀다는 이 여성은 한 의원 사무실을 찾아와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고 한다. 인터넷에선 민주당 서영교 의원을 문제의 정치인으로 지목한 글도 올라왔다. 서영교 의원은 “내 자녀는 미혼”이라고 해명했다. 역시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였다.
이번 일은 한국에서 가짜 뉴스가 얼마나 무책임하게 만들어지고 번져나가는지를 보여준다. 극단적 선택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갑질, 강남, 정치인 등 민감한 요소들을 교묘히 엮어 인터넷에 올린다. 네티즌들이 몰려들어 글을 퍼나르면서 조회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장난 삼아 벌인 일로 아무 관련 없는 정치인은 돌이킬 수 없게 명예가 훼손됐고 우리 사회는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을 겪었다.
조선일보 사설
07.23 삼복더위 보양식의 ‘지존’은 염소?
보신탕부터 흑염소까지
복달임 음식의 흥망성쇠

▲경기도 하남 ‘까치산장’ 주인 차형자씨가 흑염소 배받이와 갈비 수육을 손으로 찢고 있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경기도 하남에 있는 흑염소 전문점 ‘까치산장’은 중복이던 지난 21일을 앞두고 흑염소탕 가격을 2만원으로 1000원 올렸다. 식당 주인 차형자씨는 “염소 가격이 말도 못하게 올랐다”고 했다. “염소 고기 가격이 지난해보다 30% 넘게 뛰었어요. 2020년만 해도 탕 한 그릇에 1만7000원을 받았는데, 손님들에겐 죄송하지만 이제는 2만원을 받지 않을 수가 없네요.”
염소가 개, 닭, 장어, 민어 등 쟁쟁한 강자들을 제치고 보양식계 지존 자리에 오를 기세다. 인기와 가격이 치솟고 있다. 한국흑염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산지 염소값(생체)은 1kg 기준 거세·암염소 1만9000원, 비거세 1만7500원이었다. 크게 오르기 전인 2021년 7월 1kg당 거세 1만3000원, 비거세·암염소 1만1000원과 비교하면 평균 52% 상승했다. 염소 한 마리 무게가 평균 60~70kg인 점을 감안하면 마리당 120만원꼴이다. 5년 전만 해도 염소 한 마리 가격은 10만~15만원 정도였으니, 10배 정도 오른 셈이다.
◇개 밀어내고 왕좌 차지한 삼계탕
전통적으로 한국 보신 식문화의 중심은 개장(狗醬) 즉 개고기 국이었다. 20세기 중반까지 개고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구하기 쉽고 저렴한 단백질원이었다. 19세기에 발간된 ‘동국세시기’ ‘열양세시기’ ‘경도잡지’에는 개장국에 관한 기록이 자세하게 나온다. 그때도 개고기를 싫어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개발된 게 개고기 대신 소고기를 넣은 육개장이다. 19세기 말 만들어졌다고 추정되는 육개장은 대구에서 꽃피웠다. 20세기 초까지 ‘대구탕’이라 불릴 정도였다.
서울과 호남에서는 민어가 개고기만큼 인기가 높았다. ‘서울에서는 복중에 민엇국으로 복달임해 온 식습관이 있다. 60세 이상이 되는 분들은 예부터 민어 등 물고기를 쇠고기 대신 즐겨 먹는다(1974년 3월 14일 자 조선일보).’ 민어는 1934년 어획량이 7만4000t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남획으로 급감했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복달임 음식 대표 자리에서 밀려났다.
삼계탕은 1950년대 이후 외식으로 등장했다. 비슷한 음식은 조선시대부터 있었지만, 음식보다는 보약으로 인식됐다. 삼계탕이란 단어는 1910년 일본인들이 작성한 ‘중추원조사자료’에 처음 등장한다. ‘여름 3개월간 삼계탕, 즉 인삼을 암탉의 배에 넣어 우려낸 액을 정력약으로 마시는데, 중류 이상에서 마시는 사람이 많다’고 나온다.
요리로서 삼계탕은 ‘조선요리제법’ 1817년판에 나온다. 저자 방신영은 ‘닭을 잡아 내장을 빼고 발과 날개 끝과 대가리를 잘라버리고 배 속에 찹쌀 세 숟가락과 인삼 가루 한 숟가락을 넣고 쏟아지지 않게 잡아맨 후에 물을 열 보시기쯤 붓고 끓이나니라’라고 적었다.
당시 삼계탕은 부자들만 먹을 수 있었던 약선(藥膳)음식이었다. 닭과 인삼은 비싸고 귀했다. 삼계탕 대중화는 인삼 전매가 풀리고, 양계산업이 본격화한 1960년대 이후다. 닭 배 속에 인삼 가루 대신 수삼(水蔘)을 넣은 삼계탕 전문점이 속속 문을 열었다. 최고의 보양식 타이틀을 바로 차지하진 못했다. 보신탕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신탕이란 이름은 1950년대에 등장한다. 음식 작가 박정배씨는 “이승만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저 식당에서 뭘 파는 거냐’고 묻자 보좌진이 차마 개고기 국이라 답할 수 없어 보신탕이라 부르게 됐다고 알려졌다”고 했다. 보신탕은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두고 해외에서 논란이 됐다. 보신탕집은 서울 4대문 밖으로 쫓겨났다. 삼계탕은 때를 놓치지 않고 국민 보양식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는다.
◇장어·민어·염소… 보양식 춘추전국
요즘 염소 가격이 치솟는 건 개고기 식용 문화가 차츰 사라지면서 대체품으로 염소 고기가 뜨기 때문.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라 불릴 정도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고, 개고기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 까치산장 차형자씨는 “흑염소 인기를 체감한 건 3년 전부터”라고 했다. “코로나를 이겨내려면 체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개고기는 꺼려진다는 거예요. 그런 손님들이 흑염소로 많이 전향하셨죠.”
염소 고기는 미주 한인사회에서 오래전부터 합법적으로는 구할 수 없는 개고기 대체육이었다.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김진출(78)씨는 “여기서는 한국에서 염소탕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부터 염소탕이나 염소전골을 먹으며 개고기 수육과 보신탕에 대한 향수를 달랬다”고 했다. 염소 고기는 개고기와 맛과 질감이 비슷하다. 갈비나 배받이 부위를 수육으로 먹으면 개고기와 차이가 나지만, 얼큰하고 구수하게 양념해 끓이는 탕이나 무침은 구분하기 힘들다.
염소에 앞서 뱀장어(민물장어)와 갯장어(하모)가 삼계탕의 패권에 도전했다. 박정배 작가는 “뱀장어는 오래전부터 한반도에서 먹어왔지만 반으로 갈라 간장양념을 발라 굽는 현재의 조리법은 일제강점기에 소개됐고, 1970년대 육식·보양식 문화가 본격화하며 퍼졌다”고 했다.
몇 해 전부터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던 갯장어가 뱀장어의 인기를 뛰어넘었다. 양식이 불가능한 데다 여름에만 잡혀 연중 먹을 수 없는 희소성, 양식으로 가격이 저렴해진 뱀장어에 비해 비싼 가격으로 ‘프리미엄’ 이미지까지 얻었기 때문이다. 개처럼 이빨이 날카롭고 잘 물어 갯장어(개+장어)란 이름을 얻었다. 일본명 하모(ハモ)’도 ‘물다’라는 뜻의 일본어 ‘하무(ハム)’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갯장어는 교토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일본 간사이에서 특히 귀한 대접을 받는데, 한반도 남해안산이 일본산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방 이후로 한참 동안 남해안에서 잡힌 갯장어는 일본으로 전량 수출됐다. 전남 여수, 경남 통영·고성 등 남해안 일부 지역을 제외한 한반도 대부분에서 갯장어를 몰랐던 이유다.
한때 잊힌 민어도 2000년대 중반부터 언론에 다시 소개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서해를 끼고 있는 전라도와 충청도, 서해에서 배로 올라올 수 있는 서울에서 주로 먹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민어를 찾으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다. 2014년쯤 민어 양식이 성공하면서 가격이 차츰 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여름 대표 복달임 자리를 삼계탕으로부터 빼앗지는 못하고 있다.
박 작가는 “삼계탕은 주재료인 닭과 인삼의 생산·유통이 산업적으로 완전히 정착된 상태”라며 “염소는 물론 어떤 음식도 삼계탕을 끌어내리고 보양식 ‘존엄’ 자리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07.24 “교단 무너져” 교사들 절규, 우리 사회 응답 너무 늦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검은 옷과 마스크 차림의 교사·예비교사 약 5000명이 지난 주말 서울 종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교사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2년 차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이 교육 현장의 교권(敎權) 침해 실태를 고발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사건 경위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교사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우리 사회가 신속히 응답할 의무가 있다.
교사들은 “악성 학부모 민원에 대한 글이 교사 커뮤니티에 넘친다. 언젠가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학생 인권과 학부모 인권을 보호하는 만큼 교권도 보호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당한 생활 지도에도 학부모가 “왜 우리 아이 마음을 상하게 했느냐”고 항의하며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교단을 떠나는 교사도 속출하고 있다.
교사에 대한 ‘아동 학대’ 고소 남발부터 정부·국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5년간 교사가 아동 학대 혐의로 고소·고발당해 수사받은 사례가 1252건에 달했다. 대부분 불기소·무혐의 처분이 나오지만 신고만 당해도 교사가 겪어야 할 부담과 고통이 너무 크다. 교사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 학대에서 제외하는 법안이 이미 국회에 올라와 있다. 여야 모두 공감하는 사안인 만큼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
좌파 교육감 주도로 도입한 ‘학생 인권 조례’가 학생 인권만 과도하게 강조하는 나머지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말 집회에서 9년 차 교사는 “교실 안에서도 학생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교육 시스템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다. 다른 교사는 학생이 행패를 부려도 “좋은 말로 ‘부탁’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학생 인권 조례에 교권을 침해하고 다른 학생의 학습권까지 방해하는 조항이 있다면 재정비해야 한다.
현재 학생 간 폭력은 학생부에 기재하면서,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실은 기록하지 않는다. 교사 폭행이 훨씬 심각한 문제인데 기록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무분별하고 악의적인 학부모 민원에 응당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교사들이 안심하고 학생 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학교 교육이 무너질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07.24 학원 돈 받은 교사 130명...‘수능 출제’ 평가원 경력자는 4억 받았다
드러난 사교육 카르텔
현직 고등학교 교사들이 유명 입시 학원들을 상대로 수능 모의고사 문제 출제, 입시 컨설팅, 강의 등을 해주고 매년 거액을 받은 정황이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드러났다고 한다.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열린 한 대형 입시학원의 '2024 수시·정시 합격 예상 점수 공개 및 수험생 지원전략 설명회'에서 한 학부모가 정시모집 배치 참고표를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에선 지난 10년간 대형 입시학원들로부터 5000만원 이상의 돈을 받은 현직 고교 교사가 13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최근 국세청은 메가스터디, 대성학원, 시대인재, 이강학원, 이투스 등 매출액 50억원 이상인 대형 학원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그랬더니 대형 학원들은 예외 없이 현직 교사들을 활용하고 일종의 ‘급료’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 꼬리가 잡힌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픽=박상훈
세무 당국은 대형 학원들의 세무 자료를 토대로 지난 10년간 학원에서 ‘5000만원 이상’을 받은 교사를 추려냈는데 모두 130여 명 규모였다고 한다. 그중 1억원 이상 받은 교사는 60여 명이었다.
일부 교사는 최근 5년간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업무에 참여하면서 유명 학원에서 수억 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가원은 수능 문제를 출제하고 대입과 관련한 교육과정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현직 교사들도 수당을 받고 업무에 참여한다. 그런 활동을 한 현직 교사가 어떤 형식으로든 거액을 입시 학원들에서 받은 것은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의혹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립·사립학교 모두 교사는 국가공무원법 적용을 받고 영리 활동을 하려면 학교장에게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교사가 참고서나 문제집을 쓰기도 하고, EBS 강의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능을 출제하는 평가원에 관여한 교사가 입시 학원의 돈을 받고 일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입을 좌우하는 수능 출제와 관련해 교사가 자신의 노하우를 특정 학원에 전하고, 학원은 이를 이용해 수험생을 끌어모아 큰돈을 버는 ‘사교육 카르텔’이 구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그들이 평가원 업무에 참여한 내용과, 입시 학원에서 한 활동이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상당한 파문이 일 것”이라고 했다.
대형 학원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은 교사는 경기도 한 고등학교에서 사회 교과를 가르치는 교사 A씨였다. 메가스터디 등에서 10년간 총 9억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학 상담을 하는 경기도 지역 교사 B씨는 이투스교육 등에서 10년 동안 총 5억9000만원을 벌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대성학원 등에서 4억6000만원을 받았다. 이강학원 등에서 3억6000만원을 받은 경기도 교사, 시대인재 등에서 3억2000만원을 받은 서울 지역 교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의 한 수학 교사는 대성학원 등에서 10년간 3억30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이 입시 학원에서 받은 돈이 거액인 점으로 미루어, 일부는 학원에서 제작하는 수능 모의고사 ‘킬러 문항’ 출제 등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유명 입시 학원들은 ‘수능 킬러 문항’ 대비를 주요 세일즈 포인트로 삼아 학원생들을 모집해 왔다.
서울 한 일반고에서 사회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는 지난 5년간 대성학원 등에서 3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평가원에선 최근 5년간 총 4000만원을 받았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대형 입시 학원들에서 총 4억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평가원에서 600만원을 받았다.
국어를 가르치는 서울의 고등학교 교사 C씨는 5년 동안 여러 입시 학원에서 2억원을 벌었는데, 같은 기간 평가원에서 3000만원을 받았다. C씨는 대형 입시 학원에서 번 소득을 누락해 세무 당국 감시망을 피하려 한 정황도 발견됐다고 한다. C씨의 5년간 소비 지출은 약 24억원인데, 세무 당국은 수입에 비해 과다한 규모로 보고 C씨의 소득 내역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C씨가 부동산 등을 취득했는데 그 자금의 출처도 석연치 않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 당국은 현직 교사들이 입시 학원에서 수년 넘게 돈을 받아오면서 세율이 낮은 ‘기타 소득’으로 신고한 것은 잘못됐다고 보고 세금을 추가로 물릴 예정이라고 한다.
또 교육 당국이 교사가 평가원 참여 경력을 활용해 수익을 취득했는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당국 관계자는 “이들이 대형 입시 학원에 문제를 유출한 혐의 등 유착 정황에 대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했다.
07-24 교육 망치는 학생인권조례도 교육법도 확 뜯어고쳐야
참담하게 붕괴한 교권(敎權)을 확립하기 위한 법적 뒷받침의 시급성이 거듭 확인됐다. 전국 전·현직 교사와 예비교사 5000여 명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모여, 나흘 전에 극단적 선택을 한 초등학교 교사를 추도하며 “교사 생존권과 교육권 보장”을 한목소리로 요청했다. 교권 침해 차원을 넘어 인권침해이기도 한 학생·학부모의 행패가 일상화한 현실에 대한 증언도 쏟아졌다.
어느 교사는 “국어 교재를 안 가져온 학생에게 가져오라고 했다. 무시하길래 다시 지시했는데 반 아이들이 ‘원래 그런 애’라며 그동안 당했던 학교폭력 얘기를 쏟아내더라. 진정시키고 교무실에 가니, 1시간 만에 아동학대로 신고당해 있었다. 결국 경찰 조사를 받고 ‘혐의 없음’이 나오긴 했지만,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한 초등 교사는 착한 일을 한 학생에게 ‘칭찬 스티커’를 줬다가, 못 받은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아이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며 경찰에 신고당한 경험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앞세워 교사 교육권은 제도로도 내팽개친 결과다.
교권 붕괴는 교육 붕괴다. 교육을 망쳐온 조례와 법률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 전교조 주장을 좇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주도로 2010년 첫 제정 뒤로, 서울·광주·전북·충남·제주 등 6개 시·도 교육청으로 확산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휴대전화를 비롯한 전자기기 소지·사용을 금지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그러니까 학생이 교사에게 ‘촬영하니까 (훈육을) 해볼 테면 해보라’고 협박하고, 학부모는 ‘아동학대’로 몰기 위한 녹음기까지 자녀에게 들려 보낸다. 교육적 상·벌조차 ‘부당한 차별’이라며 고발하고, 수업 중에 잠자던 학생이 깨우는 교사에게 ‘휴식권 침해’라고 대들기까지 하는 배경도 마찬가지다. 이런 조례는 폐지하거나,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학생 생활지도에 고의 또는 중대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학생의 교권 침해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게 하는 교원지위법 개정안 등은 이미 발의된 상태다. 국회는 입법을 더 미적거릴 때가 아니다.
문화일보 사설
07-24 학생인권조례 폐지해야 할 5가지 이유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교육학
지난달 30일 발생한 한 초등학생의 교사 폭행 사건을 계기로 교권 추락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현재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례를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우선, 교사에게 가하는 학생의 폭력 양상이 잔인하다. 이번 사건의 여교사도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교사의 교과지도나 생활지도상 드러난 불만이 아니라, 특별한 이유 없는 ‘묻지 마’ 폭행을 자행한다. 그리고 폭행 학생의 연령이 낮아진다. 이번 사건도 초등학생이 저질렀다.
우리는 학교폭력을 학생들 간의 폭력 사건으로만 인식한다. 그러나 학교폭력은 교사가 학생에게 가하는 폭력과 학생이 교사에게 가하는 폭력도 포함된다. 전자를 주로 체벌 중심의 금지사항으로 보고, 후자는 아예 학교폭력의 범주에 넣지도 않는다. 그만큼 학생이 교사에게 가하는 폭력에 무감각한 사회적 분위기에 젖어 있다. 학교폭력은 이 세 가지를 묶어 체계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한 교육 당국의 조치는 근원 치료 아닌 대증요법에 가깝다.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교육부 고시(告示)와 매뉴얼 그리고 교원지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보다 근본에 가까운 조치로 지난 21일에 교육부 장관은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학교폭력 원인(遠因) 치료를 위한 답은 이 조례의 폐지다.
결정적인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사회 분위기 호도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을 사회계약설의 ‘자연인’처럼 규정한다. 그 결과 학생들은 자신이 ‘배워야 할’ 교육과정을 교육감이나 학교장과 ‘협상’할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을 학교라는 ‘감옥’에 죄 없이 갇힌 존재로 상정, 학생이 교사에게 가하는 학교폭력이 일어날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간과한다. 그리고 교사가 학생에게 가하는 교육적 제재를 일종의 ‘폭력’으로 규정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둘째, 학생 신분이다. 학생은 아동이나 청소년이 학교라는 교육제도에 몸담고 있을 때에만 가지는 지위다. 따라서 ‘학생’은 배우는 사람으로서 가르치는 사람을 전제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지위를 뜻한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을 잘못 규정함으로써 선의의 교육적 고려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버렸다.
셋째, 법리적 문제다. 지방의회가 제정하는 조례는 상위법을 위배할 수 없다. 학생의 지위 문제만이 아니라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인권보장원칙’을 마치 헌법상 기본권인 양 규정한다.
넷째, 학생인권조례는 행복추구권을 내세워 학생들이 학교 당국이나 교사에게 무한 청원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규정한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것을 행복추구권으로 내세우고 이를 학습 회피 목적으로 악용해도 교사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다섯째,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안에서 학생과 교사가 대립·갈등하는 관계로 규정한다. 그 여파로 몇몇 지방의회는 이 조례에 대항하는 ‘교권조례’를 만들기까지 하여 대립각을 명시화했다.
학생인권조례는 좌파 교육감들이 주도해 만들었다. 이번 교사폭행 사건과 관련해 학생인권조례가 교육적 관점만이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도 해악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할 게 아니라, 지방의회가 이를 폐지하도록 해야 한다.
문화일보
07.24 두 동강 난 논산 제방… 범람 막을 수 있던 3년을 흘려보냈다
제방 뚫린 충남·전북 가보니
지난 20일 금강 지류인 충남 성동면 논산천(川). 대청댐 하류 100㎞ 지점 제방이 두 동강 나 있었다. 지난 14~15일 이 일대에 300~400㎜의 비가 쏟아지자 높이 20~30m, 폭 100m가량의 제방 일부가 무너진 것이다.
제방 앞 벼들은 모두 쓸려 나가 흔적조차 없었다. 포클레인 3대가 쉴 새 없이 흙을 퍼 올리며 뚫린 제방을 보수하고 있었다. 같은 날 전북 익산의 산북천도 높이 8m, 폭 10m인 제방이 무너져 있었다. 산북천도 금강 지류다. 이번 장마철 폭우로 무너진 제방 170여 곳은 4대강의 본류가 아니라 지류나 지천이다. 2013년 보 건설과 준설 등을 마친 4대강 본류에선 이번 극한 강수에도 제방 붕괴나 물 넘침 등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지류와 지천에서 제방이 무너지고 홍수 피해가 난 것이다.

▲19일 충남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에서 최근 내린 집중호우로 무너진 제방을 복구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논과 밭은 물에 잠겨 있는 상태다. 최근 기후변화로 극단적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시절 멈춘 치수 사업을 복원하지 않으면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현종 기자
2020년 남부 지방은 ‘역대 최장 장마’로 큰 홍수 피해를 겪었다. 그런데 2021년 1월 문재인 정부는 치수(治水) 사업은커녕 멀쩡한 4대강 보를 부순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가 주도의 댐 건설 중단 선언도 했다. 하천 관리 등 치수 관련 예산(수자원)을 2015년 2조4000억원에서 2020년 1조2000억원으로 반 토막 냈다.
4대강 사업의 계획은 주요 하천의 본류를 먼저 정비한 후 지류·지천까지 모두 손보는 것이었다. 4대강 본류에선 홍수 피해가 없다. 2020년 홍수 피해가 컸던 섬진강은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된 곳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와 환경 단체 등은 4대강 사업을 ‘강 파괴’로 몰아붙이며 지류와 지천에는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그동안 방치한 지류와 지천에서 피해가 빈발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극한 강수가 빈번해지자 지류와 지천이 갑자기 불어난 강수량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강은 보기 좋은 하천으로 가꿀 필요도 있지만 그에 앞서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홍수와 가뭄 피해를 막을 수 있게 이수와 치수 기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금 치수 대책을 마련해도 건설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지류·지천 정비와 댐과 보의 신·증축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중단된 치수 사업을 복원하지 않으면 홍수와 가뭄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25일 시작한 올해 장마는 22일까지 전국 누적 평균 597.5㎜의 비를 쏟아냈다. 역대 같은 기간 최고 기록이다. 이 기간 평년 강수량은 281.8㎜다. 이런 극한 강수와 홍수 피해는 해마다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번에 범람한 의당천·정안천·제민천 등도 모두 금강의 지류·지천이다. 제민천 수위가 올라가며 인근 옥룡동 지역 일부가 침수하자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의당천과 정안천이 넘쳐 차량 운행이 통제되기도 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금강의 대표적 지류인 미호강이 넘치며 발생했다.
같은 날 전북 익산의 산북천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제방 옆 수풀이 우거졌을 자리에는 흙과 자갈이 쌓여 있었다. 이곳의 물이 다른 하천으로 빠져나가며 인근 고추밭을 휩쓸고 가기도 했다. 500㎜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진 청양군에서도 16일 청남면의 지천 제방 일부가 붕괴하며 인양리 등 3개 마을이 물에 잠겼다. 인근 주민이 긴급 대피했고, 흙탕물이 인근 지역으로 유입돼 지방도 제1대흥교~중산리 삼거리 구간의 차량이 일시 통제됐다. 멜론과 수박 등 비닐하우스 농가가 대부분 물에 잠겼다. 청양은 지난해에도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 논산·익산=조유미 기자
07.25 학원 돈 받은 교사들, ‘사교육 카르텔’ 빙산의 일각일 것

▲서울 강남 학원가를 주도해 '빅3'로 불리는 입시학원인 메가스터디(왼쪽)와 시대인재(가운데), 대성학원의 전경. /오종찬 기자·연합뉴스
현직 고교 교사 130여 명이 대형 입시 학원으로부터 지난 10년간 5000만원 이상의 돈을 받은 것으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드러났다고 한다. 130여 명 중 1억원 이상 받은 교사가 60여 명이고 최대 9억3000만원을 받은 교사도 있다고 한다. 드러나지 않은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이들 교사들이 사교육 시장에 선을 대고 돈을 버는 열성 이상으로 자기 학교 학생들을 가르쳤는지 궁금하다.
궁금한 것은 현직 교사들이 어떤 일을 한 대가로 이 같은 돈을 받았느냐는 점이다. 우리 사교육 시장에서는 수능에 근접한 문제를 만드는 학원일수록 수험생이 몰려 큰돈을 버는 구조다. 수능 적중률이 높을수록 불안감에 휩싸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상대로 터무니없는 고액 수강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현직 교사들이 학원들을 상대로 수능 모의고사 문제 출제, 입시 컨설팅, 강의 등을 해주고 매년 돈을 받았을 개연성이 크다고 한다. 교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기에 이런 돈이 오갈 수 있었는지 규명해야 한다.
교사들 중에는 ‘수능모의고사 출제’와 ‘교육과정 연구’ 등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업무에 참여했던 이들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평가원은 수능 문제를 출제하고 대입과 관련한 교육과정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입시 학원들이 교사들을 통해 수능 출제 경향과 방향 같은 정보를 파악하고 그 대가로 거액을 제공했다면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의 일단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직 교사는 평가원 수능 출제에 참여할 경우 비밀 유지 서약을 하는데 이를 저버렸을 가능성이 있다.
학생 학부모들은 이들이 수능 출제 경향만 아니라 교내 시험 문제 유출과 같은 범죄 행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도 의심하고 있다. 수능만 아니라 내신 성적도 대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사들이 학교 시험에 대한 출제 경향이나 문제를 학원에 유출하고 학원이 일부 학생들에게 이를 전달했다면 차원이 다른 비리가 된다.
이 문제는 조사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 입시 제도의 기본 원칙인 공정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메가스터디, 대성학원, 시대인재, 이강학원, 이투스 등 매출액 50억원 이상인 대형 학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지만, 이들과 교사들 연결 고리가 다 드러났다고 할 수 없다. 대상 학원을 더 넓혀 조사해볼 필요도 있다.
조선일보 사설
07.25 우린, 지금 정말 괜찮습니까?
신림동, ‘생면부지’에게 맞은 칼
6만t 물 들이닥친 오송 지하차도
대낮 음주운전에 숨진 초등생
정말 이대로 괜찮습니까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역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 현장에서 희생자의 대학친구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3.07.24./뉴시스
길을 걷다 낯선 사람이 휘두르는 흉기에 찔리지 않을 자신이 당신에겐 있습니까? 지난 21일 이후로 전 이 질문에 대답하기가 몹시 어려워졌습니다.
그는 알았을까요. 그날 아침에 눈뜰 때까지만 해도, 새까맣게 몰랐을 것입니다. 오후 2시, 새하얀 대낮. 서울 신림역 근처. 가해자 조씨가 경찰에게 말했듯 오가는 사람이 많은 곳입니다. 생면부지 처음 본 사람에게 갑자기 칼을 맞을 곳은 누가 봐도 아니었습니다.
상상조차 못 했을 겁니다. 2023년 대한민국 서울 땅에서 인과관계도 없고 까닭도 영문도 없는 폭력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상식적인 판단으로 그는 한낮의 서울이 안전하다고 믿고 길을 걸었을 겁니다. 그 상식적인 판단과 믿음이 생때같은 청춘을 앗아갔습니다.
상식을 깬 건 이 나라 행정기관입니다. 전과 3범에 소년원을 14차례 드나든 자를 사회에 내보내면서 어떤 예방책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보호 관찰 조치를 내리지도, 의무적·정기적으로 정신감정이나 상담 치료를 받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풀려난 조씨가 아무 사고를 저지르지 않고 얌전히 지낼 거라 여겼을까요. 아니면 그것까진 자기들 책임도 알 바도 아니라고 여겼을까요. 이 나라는 그토록 많은 참사와 사고를 겪었음에도 이런 일들을 미리 대비하고 신경 쓰기엔 아직도 불행과 비극을 덜 치러낸 것일까요.
한때는 그래도 비교적 안전한 곳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배나 비행기를 불안에 떨지 않고 탈 수 있고, 도로가 무너질까 걱정하지 않고 차를 몰 수 있고, 공공장소에서 총알을 맞을까 두려워하지 않으며 살 수 있다고. 지난 7월 15일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입구의 모습을 뉴스에서 보면서, 그 생각이 틀린 것이었음을 그만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알았을까요. ‘진입 금지’ 표시 하나 없는 4m 깊이의 지하차도를 그저 의심 없이 평소처럼 운전해 들어갔을 것입니다. 앞차가 갔으니 뒤차도 갔을 겁니다. 디지털 강국, 통신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터지는 나라. 이런 곳에서 차랑 통제하는 쪽이 아예 위험을 알지도 못했다고, 위험을 알아차린 쪽에선 정보를 제때 알리지도 않았다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다 먹통이고 불통일 줄 그 누가 알았을까요. 그렇게 갑자기 들이닥친 6만t의 빗물에 휩쓸려 14명이 순식간에 우리 곁을 떠나게 되리라고, 과연 어느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학교에 보낸 아이가 무사히 교문을 지나 집으로 돌아올 거란 장담도 이젠 쉽게 할 수 없습니다. 작년 12월 서울 강남 청담동 한 초등학교 교문 앞. 아홉 살 학생이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숨을 거뒀습니다. 오후 5시 무렵의 하굣길. 다른 곳도 아닌 학교 횡단보도 앞이었습니다. 아이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하고도 술이 깨지 않아 집까지 갔다 돌아온 음주 운전자에게 검찰은 징역 2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지난 5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했고 뺑소니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가해자에 대해 “음주량을 거짓으로 진술했고, 구호 조치도 소극적이었다”면서도 “형사 처벌 전력이 없고, 암 투병 중이며, 3억5000만원을 공탁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아홉 살 아이가 음주 운전 차량에 숨졌건만, 3억원 넘는 공탁금이 형벌을 크게 줄인 것입니다.
명목 GDP 2161조원, 경제 13위의 나라. 이 나라가 어느덧 상식적인 시민들이 최소한의 보호막이나 사회 시스템의 가장 소극적 가동을 기대할 수 없는 곳이 돼버린 건 아닌가요.
흰 꽃과 눈물로 뒤덮인 거리, 지하차도와 학교 정문을 보며 다시 묻습니다. 우린 지금 정말 괜찮습니까? 우린, 오늘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까?
조선일보 송혜진 기자
07.26 올여름 장마 공식종료…강수량 역대 세번째
충청권과 남부지방을 강타하며 극심한 수해(水害)를 발생시킨 올여름 장마가 26일 공식 종료됐다. 역대 세번째로 많은 비를 퍼부은 장마로 기록됐다.
기상청은 25일 제주도와 남부지방, 26일 중부지방에서 각각 장마가 끝났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장마는 지난 6월 25일 제주도와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26일 중부지방까지 전국에서 거의 동시에 시작됐다.
올해 장마는 각종 기록을 썼다. 동서로 길이가 길고 남북으로 폭은 좁은 ‘띠’ 형태로 좁은 지역에 많은 비를 뿌린 장마전선은, 이 전선이 오래 머무른 충청·경상·전라권에 집중호우를 쏟아냈다. 전라권에선 역대 가장 많은 장맛비가 쏟아진 해로 기록됐고, 경상권과 충청권은 각각 역대 두번째, 세번째로 비가 많이 내린 해였다.
▲지난 14일 오후 홍수 주의보가 내려진 충북 청주시 무심천 하상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현재 수위는 3.7m로 홍수 주의보 기준인 4m에 근접하다. 2023.7.14/뉴스1
올해 장마철 전국 평균 강수량은 641.4㎜로 기상 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래 역대 세번째였다. 1위는 2006년 704㎜, 2020년 701.4㎜다.
장마기간 중 비가 내린 날은 20.5일로 평년(17.3일) 보다 4일가량 많았다. 하지만 가장 많은 비가 퍼부었던 2006년과 2020년의 장마기간 강수일수가 각각 27일, 28.7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장마는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많은 비를 쏟아냈다고 볼 수 있다. ‘강수일수 대비 강수량’만 놓고 보면 올해가 평균 31.3㎜로, 2006년(26.1㎜), 2020년(24.4㎜) 보다 많다.
올해 장마 기간은 전국 모두 총 31일로 평년과 비슷했다. 평년 장마기간은 중부지방이 6월 25일~7월 26일(31.5일), 남부지방 6월 23일~7월24일(31.4일), 제주도 6월 19일~7월 20일(32.4일)이다.
다만 장마가 끝나도 국지성 집중호우는 또 내릴 수 있다. 작년 8월 8일 서울에 각종 침수 피해를 입힌 시간당 141.5㎜, 하루 380여㎜의 집중호우는 장마가 끝나고 내렸다. 태평양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가 발생하며 올해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많은 수증기가 공급될 전망이라 8월에도 각종 비 피해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
07-28 오송 참사 ‘官災’ 정황 속속 확인… 국조실, 36명 수사의뢰
‘감독부실·신고묵살’ 결론
63명 징계도 요구할 방침
정부는 24명이 희생된 궁평2 지하차도 침수사고는 미호천 제방 무단철거 및 부실한 임시제방 감독 부실과 3차례의 112·119 신고를 묵살해 관재와 인재가 겹쳐 발생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충북 오송 궁평2 지하차도 침수사고에 대한 감찰 조사 결과, 충북도와 청주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충북소방본부 등 4개 기관 공직자 16명과 미호천 임시제방 공사현장 관계자 2명 등 18명에 대해 이날 중으로 추가 수사 의뢰를 마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국조실은 기존에 수사 의뢰한 충북경찰청 등 소속 18명에 더해 이날 18명까지 총 36명을 검찰 수사로 넘겼다. 5개 기관 63명 공직자의 비위행위를 소속기관에 통보하고 징계 등의 조치도 요구할 방침이다. 국조실은 수사 의뢰·징계 요구와 별도로 직접 지휘 감독 책임을 가진 관리자 인사 조치를 윤석열 대통령과 각 지방자치단체에 건의하기로 했다. 진상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수사 대상이 된 충북경찰청과 충북도청 등 기관 간에 책임소재 공방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행복청의 경우 ‘오송~청주(2구간) 도로확장공사’ 발주기관으로서 공사 시공사와 감리사가 하천점용허가를 위반해 규격 미달 임시제방을 설치했지만 이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는 사고 발생 이전 궁평2 지하차도의 통제기준이 충족됐는데도 교통통제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경찰청은 사고 당일 112 신고를 두 번 접수하고도 실제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 출동한 것으로 허위 시스템 입력 및 종결 처리했다고 판단됐다. 119 신고도 한 차례 접수됐지만 청주시와 충북소방본부는 위기 상황인데도 가용 인력 투입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들 기관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각 기관 사이에 이번 사고의 책임소재를 놓고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수·산사태 등 재난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조실은 재난대응체계의 전면 개선을 위해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하차도 인명피해 근절 등 관리제도 재검토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태풍 발생 등에 대비해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의 재난대응체계 및 대비상황에 대한 전면 점검도 실시하기로 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07-28 법인세·상속세 핵심 손 안 대고 경제 살릴 수 있겠나
신혼부부에 대해 합산 3억 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되고, 자녀장려금(CTC)도 2배 늘리는 등의 2023년 세법개정안이 발표됐다. 바이오의약품이 국가전략기술로 선정돼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가 늘어나고,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제작비의 세액공제율도 끌어올린다. 세수 부족 우려에도 저출산에 대비하고 기업 활력을 자극하려는 정부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번에도 핵심인 법인세와 상속세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법인세는 내년에도 최고세율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1.2%)보다 훨씬 높고, 세계 최고의 징벌적 상속세 역시 73년째 유지된다. 법인세는 국가대항전이 된 지 이미 오래고, 상속세도 자본주의 종주국인 영국의 집권 보수당이 2025년 총선 공약으로 폐지를 제시했다. ‘높은 법인·상속세율이 기업 투자와 부(富)의 세대 이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정부가 아무리 내년 총선과 야당의 반발을 의식한다 해도 이런 ‘찔끔 감세’로는 경제를 살리기에 역부족이다.
탈세계화와 공급망 개편을 맞아 경쟁국들에 크게 미흡한 리쇼어링(해외에서 국내 복귀) 기업 지원도 아쉬운 대목이다. 소득세·법인세 감면을 최대 10년간으로 늘였지만, 미국의 파격적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과는 비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우리가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내릴 동안 프랑스는 8.3%포인트, 일본은 14%포인트나 낮춰 리쇼어링을 독려하고 있다. 이들은 아예 수십조 원의 현금을 살포한다.
이미 미국의 애플·인텔, 프랑스의 르노 등이 본국 회귀를 선언했다. 우리는 2013년 리쇼어링 지원법을 만들었지만 이제까지 돌아온 기업은 126개 사에 그쳤고, 대부분 중소·중견기업들이다. 대기업들은 가뜩이나 귀족 노동조합, 수도권 규제로 회귀를 망설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리쇼어링과 외국인 직접투자에 따른 ‘알짜’ 제조업 고용이 전년 대비 53% 증가한 36만4904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이 저성장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동안 미국은 침체 없는 ‘노 랜딩(No landing)’의 호황을 누리는 비밀이다.
문화일보 사설
07.29 저출생 큰 원인 ‘보육난’ 해소, 유보 통합이든 뭐든 다 해야
정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그간 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해온 어린이집 관련 예산과 인력을 올해와 내년에 걸쳐 교육부·교육청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논의했지만 매번 실패해온 ‘유보 통합’ 작업을 28년 만에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1단계로 올해 안에 복지부의 보육 업무·예산·인력을 교육부로 이관해 중앙부처를 일원화하고, 내년엔 2단계로 지자체가 갖고 있는 업무·예산·인력을 시도 교육청으로 넘길 방침이다. 2025년엔 3단계로 교육과정·시설기준 등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모델을 적용하기 시작하겠다는 시간표를 갖고 있다. 교사 처우 개선과 시설·환경 개선 등을 위해 정부 추산으로도 매년 2조원대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 대규모 사업이다.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대상 아동 연령대가 겹치지만 법적으로 완전히 다른 기관이다. 만 3~5세 대상인 유치원은 교육기관이고, 0~5세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보육시설이다. 똑같은 아이들인데 다른 교육과정과 시설, 교사 수준, 비용으로 질적인 차이가 있는 교육 또는 보육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지적에 따라 정권마다 유보 통합을 추진했지만 부처 간 입장이 다르고 유치원·어린이집 종사자들 이해관계가 달라 번번이 실패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유보 통합에 본격 시동을 건 것은 이 문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악의 저출생 국가인 우리는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미증유의 위기 상황에 있다. 저출생의 원인은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에서도 직장을 가진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보육난’이 큰 문제다. 보육 문제로 발을 굴러 보지 않은 사람들이 드물 정도인데 아이를 낳고 싶겠나. 유보 통합은 바로 이 보육난을 해소하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유보 통합을 통해 어린이 보육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어린이집 시설 기준과 교사들의 전문성은 높이고 유치원의 운영 시간은 늘리는 등 두 기관의 장점을 취하는 상향 평준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젊은 부모가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유보 통합을 미래 세대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보 통합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해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유보 통합은 민주당의 지난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보육난 해소와 저출생 극복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7.29 수많은 신고, 제보, 경고 다 무시한 공무원들, 존재 이유 뭔가
충북 청주 오송읍 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이 숨진 사고는 관재(官災)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무조정실 감찰 결과에 따르면 15일 궁평 차도 인근 미호천교 아래의 임시 제방이 폭우로 붕괴된 것이 이번 사고의 중요한 원인이다. 지역 관할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시공회사와 감리회사가 기존의 미호천교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규격 미달의 임시 제방을 설치하는 데도 이를 감독하지 못했다. 임시 제방만 제대로 쌓았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충북도와 청주시의 책임도 크다. 사고 전날 청주 지역에 호우경보가 발령되고, 미호천교 일대는 홍수경보가 내렸지만 지하차도를 모니터하거나 교통통제를 실시하지 않았다. 충북경찰청은 사고 발생 전에 ‘궁평 지하차도 긴급 통제’를 요청하는 신고를 받았지만 담당 경찰관들은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문제가 커지자 제대로 출동한 것처럼 112 신고 시스템에 입력했다고 한다. 충북소방본부는 미호천교 아래 임시제방이 위험하다는 신고를 받았으나 “그곳에 갈 인력이 없다. 구청 같은 데 전화해 보라”며 다른 기관에 알리지 않았다.
이렇게 들어온 신고, 제보, 경고가 확인된 것만 10건이 넘는다고 한다. 행복청·충청북도·청주시·충북경찰청·충북소방본부 등 관계 기관 중 어느 한 기관만이라도 자기 책임을 다 했다면 사고를 막거나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국조실은 “호우경보와 홍수경보가 발령된 비상 상황에서 신고 등 수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여러 기관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조실은 관련 공무원 36명을 수사 의뢰하고 63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행복청장 등 5개 기관의 최고위급 책임자를 경질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수해에 대한 조치로는 이례적으로 규모가 크다. 그만큼 공무원들의 태만이 심각했다는 뜻이다. 현장에 출동하지도 않은 경찰에선 자신들에 대한 조사에 반발하는 움직임까지 있었다.
최근 자연재해는 ‘지구 열대화’로 불릴 정도의 이상기후 때문에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하루에 비가 수백㎜ 퍼붓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기존 재해 대응 체계를 정비하고, 지하차도, 하천 주변 공원, 다리 등의 취약 시설물에 대해 확실한 통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시스템과 장비를 도입해도 공직자들이 이렇게 태만하고 부주의하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31 철근 빼먹은 LH아파트 충격… 비리 카르텔 발본색원해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LH 아파트 91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있어야 할 철근이 빠져 있었다고 30일 발표했다. 한국의 건설기술 경쟁력은 세계 6∼7위를 다투며, 시공 능력에서는 세계 최장 교량(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과 주요 랜드마크 빌딩을 세우고 중동에서도 조(兆) 단위 프로젝트를 쓸어담는 최강국에 속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발표는 충격적이다. 국토교통부가 곧 민간 발주 아파트 100여 곳에 대한 안전점검도 진행할 예정이어서 철근을 빼먹은 이른바 ‘순살 아파트’는 추가로 쏟아질 수 있다.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중요 분쟁도 매년 3000건이 넘을 만큼 후진국형 부실이 반복되고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사고 원인은 철근 빼먹기와 레미콘에 물타기로 밝혀졌다. 국민이 더 불안한 이유는 지난해 광주 화정동 아파트의 HDC현대산업개발에 이어 검단의 GS건설 등 시공능력 기준 5위권 이내의 대형 건설사들이 짓는 아파트가 사고의 진앙이라는 점이다. 최근 문제가 된 아파트들이 문재인 정부 시절 코로나 사태와 철근·콘크리트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시기에 착공된 것도 불안한 대목이다. 여기에 최저가 입찰에다 단가 후려치기와 하청·재하청까지 남발하는 잘못된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다. 입주민들이 아파트값 떨어질까 쉬쉬하는 사이 어디서 잠복된 위험이 터져나올지 모를 살얼음판이다.
부실 아파트 공사는 살인에 준하는 범죄 행위다. 그런데도 국회는 발주자의 감리 책임을 강화하는 건설산업특별법 개정안을 2020년 9월 발의해 놓고 3년째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이러니 검단 아파트 사고를 두고 LH와 GS건설이 여전히 핑퐁게임을 벌이고, 지금도 폭우 속에 콘크리트 타설이 강행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모든 책임은 좌든 우든 이권 카르텔에 있다”고 인정했다. 이번 기회에 건설 이권 카르텔을 발본색원할 수 있도록 강력한 처벌과 함께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서둘러야 마땅하다.
문화일보 사설
07-31 학부모의 “도끼로 목” 교사 협박 놔두고는 교육 불가능
학부모들의 교권(敎權) 침해도 더 악성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30일 밝힌 사례 중에는 습관적으로 욕설하는 학생을 지도해도 나아지지 않아 반성문을 쓰게 한 교사에게, 학생 아버지는 문자 폭탄에 이어 전화로 “내가 도축업자인데 도끼를 들고 가서 담임 목을 따겠다”고 협박한 일도 있었다. ‘별거 아닌 일로 반성문을 쓰게 했다’는 것으로, 학생 일탈을 부추기기도 하는 그런 협박을 놔두고는 교육 자체부터 불가능하다.
범죄에 해당하는 학부모 행패가 만연해 있다. 다른 교사는 “(잘못을 나무라는 취지로) 출석부로 교탁을 몇 번 내리쳤는데, 한 학부모가 아이 청각에 이상이 생겼다는 진단서를 떼서 교장실에 찾아가 난리를 쳤다”고 했다. 전국 교사 3만 명이 지난 29일 서울 도심 집회를 열고 “교사 교육권 보장” “안전한 교육 환경 조성” 등을 외치며 쏟아낸 증언도 참담하긴 마찬가지다. 어느 교사는 “교실로 찾아와서 하는 항의, 밤낮없는 폭언 등이 환각과 환청이 돼 저를 괴롭혔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었다”고 했다.
이런 현실은 교육부 집계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202건으로 2019년 227건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폭행·상해’ 등 심각한 침해는 3.5%에서 6.9%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 6월까지 전국 공립 초중고 교원 100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교권 침해 악성화와 무관할 리 없다. 교육부는 교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학부모 행패에 대한 형사·민사 책임을 철저하게 묻는 방안도 포함돼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문화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