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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이야기 2023-07/ 07.01 국민 감동 줬던 장미란에도 모욕 악플 공격, 병적 현상 - 07.31 자신의 방북 비용 댔다는 김성태를 ‘노상강도’라고 비난한 이재명

상림은내고향 2023. 7. 24. 16:05

정치(인) 이야기 2023-07/

07.01 국민 감동 줬던 장미란에도 모욕 악플 공격, 병적 현상

역도 영웅 장미란 용인대 교수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임명되자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극렬 지지자들이 악플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 대표 팬카페와 민주당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역도 선수가 뭘 안다고” “운동 선수가 뇌까지 챙기며 살긴 어렵다” 등 스포츠를 비하하는 인신 공격성 글이 쏟아졌다. “2찍이었나” “윤석열 부역자” “친일파 전향” 등의 댓글도 이어졌다. ‘2찍’이란 대선에서 기호 2번 윤 대통령을 찍은 국민을 비하하는 말이라고 한다. 민주당도 이번 인사를 싸잡아 비판하면서 “어떻게 하나같이 자격 없는 사람만 고르나”라고 했다. 장미란 차관이 도덕성이나 자질에 흠이 있다면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윤 정부에서 차관으로 발탁됐다는 이유만으로 매도한다. 우리 사회의 병적 현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29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발탁된 역도 국가대표 출신인 장미란 용인대 교수가 과거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습. /유키즈

 

장 차관은 올림픽에서 금·은·동 메달을 획득하고 세계선수권에서 4회 정상에 오른 선수였다. 다른 경쟁자들은 약물 복용으로 줄줄이 메달을 박탈당했지만 그는 페어 플레이의 상징 ‘내추럴(natural)’로 불렸다. 상대방에게 박수를 보내고 실패해도 남 탓 하거나 변명하지 않았다. 성실한 모습으로 2012년 올림픽 국민 호감도 1위였다. 선수촌에선 후배들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하는 큰 언니였다.

 

그는 은퇴 후 스포츠 행정을 공부했다. 석·박사 학위를 따고 교수가 된 뒤 미국 유학도 다녀왔다. 장미란 재단을 설립해 비인기 종목 선수와 스포츠 꿈나무를 후원했다. 탈북 청소년과 학교 폭력 피해 학생, 소외 지역 아이들과 함께 6년간 ‘장미 운동회’를 열었다. “제가 받은 사랑을 사회에 돌려드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는 편향적 정치 활동을 한 적도 없다. 자질·능력, 도덕성 면에서 하자가 없다. 문재인 정부도 수영 스타인 최윤희씨를 문체부 차관에 발탁했었다. 당시 민주당은 “현장과 행정 경험을 두루 겸비했다”고 했다. 편 가르기 대신 30대 청년 인재가 스포츠 행정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도록 격려해 줬으면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03 좌파 정치인의 아편, 괴담

정전협정 이후 70년은 남북한 체제 대결 역사
대한민국 성과 인정 못하니 北·스탈린 칭송한 유럽 좌파처럼
친중·반일에 매진하고 정권 흔들기 괴담 재생산

정전(停戰) 협정 70주년이 다가온다. 1953년 7월 27일의 협정 이후 70년은 남북한 체제 경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전·현직 경제 부총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기념 국제회의가 열렸다. ‘한국의 경제 기적’은 대한민국을 가리킨다는 것이 이제는 전 세계에 자명하지만 한때 북한에 그런 수식어를 붙여준 경제학자도 있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신인 저명한 여성 경제학자 조앤 로빈슨은 1964년 북한을 방문하고 이듬해 좌파 비평지에 ‘1964년 한국, 경제 기적’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로빈슨은 북한을 “빈곤이 없는 국가” “전후 다른 경제권의 놀라운 성장도 북한의 성취에 비하면 빛을 잃는다”고 썼다. “만약 한국인들에게 선택권을 주면 모두 북한을 택할 것”이라고도 했다. 물론 당시는 북한이 남한 경제력을 앞서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로빈슨은 1962년부터 시작된 북한의 독자 노선 경제개발 7개년 계획, 그리고 “독재라기보다는 구세주에 가깝다”며 김일성 리더십에 놀랍도록 후한 평가를 내렸다. 북한이 발전하고 남한은 쇠퇴하면서 휴전선이라는 거짓의 장막이 찢어질 것이라며 남한의 사회주의 흡수 통일도 예측했다.

 

로빈슨의 장담과 달리, 경제개발계획을 통한 남북한 체제 대결은 북한의 처절한 실패로 귀결 났다. 하지만 1983년 사망 당시까지도 로빈슨은 판단 오류를 정정하지 않았다. 후기 케인스 학파로 분류되며 상당한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은 학자였지만 현실 인식에서는 어리석기 그지 없었다.

 

좌파 지식인의 자가당착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2차 대전 이후 초강대국으로 등장한 미국과 소련을 바라보면서 유럽 지식인의 좌우 논쟁이 치열했다. 좌파 지식인이 우세하던 프랑스에서 6·25 전쟁을 둘러싼 논쟁도 벌어졌다. 프랑스 정부는 유엔 연합군의 일원으로 파병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한민국을 지키느라 피 흘리는데, 실존주의로 유명한 스타 철학자 사르트르는 스탈린 체제의 공산주의를 옹호하고 6·25 전쟁이 미 제국주의 도발로 인한 북침이라는 주장을 폈다.

 

프랑스 우파 사상가 레몽 아롱은 사르트르를 비롯해 전후 프랑스 좌파 지식인들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는 심하게 비판하면서 공산주의자의 억압이나 폭력에는 침묵하거나 두둔하는 실태를 보면서 1955년 ‘지식인의 아편’이라는 저서를 남겼다.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라고 했던 칼 마르크스에 빗대, 좌파 지식인들에게 마르크스적 이데올로기는 아편처럼 보통 사람들보다 해방되기 더 어려운 세속 종교라는 비유다. 좌파는 불완전한 사회를 비난하면서 관념에 의해 형성되는데 문제는 좌파가 권력을 잡고 기존 사회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자가당착에 빠진다는 점이다.

 

유럽의 좌파 신화는 1990년을 전후해 동구권 몰락과 독일 통일, 소련 해체로 완전히 무너졌다. 1960년대 학생운동 세력으로 정치에 입문한 유럽 좌파 정치인들은 ‘제3의 길’을 제시하면서 좌파 정당의 노선을 수정하고 현실을 직시하며 수권 정당으로서 자격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2000년대 들어서도 좌파 정당이 스스로 개혁을 못해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우파 사르코지 대통령(2007~2012년 집권)에 대한 반감 덕에 좌파 올랑드 대통령(2012~2017년)이 집권에는 성공했지만 지지율 4%의 무능한 정부로 끝났다. 결국 젊은 정치인 마크롱이 제3정당을 창당하면서 집권에 성공해 뒤늦게 프랑스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도 유럽처럼 선거를 통한 좌우 정당의 권력 교체가 정착됐다. 군사 정권에 반대하면서 반미·반정부를 외쳤던 80년대 386운동권의 논리적 시효는 스스로 집권당이 되면서 끝났다고 봐야 한다. 영국이나 독일의 ‘제3의 길’처럼 좌파 정당이 정책 노선을 수정하면서 시대에 맞게 변모했어야 하는데, 프랑스 좌파 정당처럼 그러질 못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손쉽게 집권에 성공하면서 개혁 기회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집권해서도 대한민국의 성취에 대해 끊임없이 역사적 정통성을 부정하고 철 지난 반일(反日) 프레임을 가동하면서 갈등과 불만을 부추기는 길을 택했다. 재집권에 실패한 뒤로는 광우병·천안함·사드 괴담의 바통을 이어받아 괴담 정치에 매달리며 늪으로 빠져든다. 레몽 아롱이 ‘지식인의 아편’이라고 했던 것처럼, 일부 좌파 정치인과 그 지지 세력은 괴담이라는 아편에 중독된 것처럼 보인다. 아롱은 “정직하면서 똑똑한 사람은 절대로 좌파가 될 수 없다. 모순투성이인 사회주의 본질을 알지 못한다면 머리가 나쁜 것이고, 알고도 추종한다면 거짓말쟁이”라고 했다. ‘괴담 정치’에 매달리는 우리나라 좌파 정치인들은 이 중 어느 쪽일까.

조선일보 강경희 논설위원

 
 

07.03 ‘오염수 규탄 결의’ 강행한 날, 일본 여행 계획 짠 민주당 의원

▲뉴데일리가 지난달 30일 포착한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휴대폰 문자메시지. /뉴데일리 제공

 

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 부의장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일본 홋카이도 여행과 관련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포착됐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규탄 결의안’을 일방 통과시켰다. 그 시각 김 부의장은 일본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김 부의장이 받은 문자에는 “○○ 지역이면 한국인이 많이 없이 (골프를) 치실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한국인이 드문 골프장을 찾아달라고 문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온갖 괴담을 퍼뜨리며 반일 선동을 해온 정당의 중진 의원이 뒤로 일본 골프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니 그 이중성에 기가 막힐 뿐이다. 민주당은 과학적 근거 없이 “핵 폐수” “방사능 우럭” 등 괴담을 생산해 국민 불안을 조장해왔다. 천일염 사재기 소동이 빚어지고 수산물 소비가 위축돼 어민 피해가 커지는 데는 민주당의 공포 마케팅이 한 몫했다. 김 부의장도 자기 지역구에서 후쿠시마 방류 반대 서명 운동을 독려했다. 그래놓고 뒤로는 일본에 놀러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양심이 있다면 이렇게는 못 할 것이다.

 

민주당은 전국을 돌며 한 달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의원 3명이 단식까지 했다. 장외 집회에서 임종성 의원은 “X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수 없다”고 하고, 민주당이 전문가라고 내세운 인사는 “IAEA를 해체해야 한다”고 했다. 유엔 산하 IAEA는 원자력 분야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 기구다. 이런 기구를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은 전 세계에 민주당밖에 없을 것이다.

 

후쿠시마 방류로 인한 방사선 피폭량은 엑스레이 한 번 찍을 때의 1000만분의 1이라고 한다. 오히려 중국 원전에서 서해로 나오는 삼중수소가 후쿠시마의 50배나 된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방류를 해도 100년간 아무 영향이 없다고 하는데도 이재명 대표는 이 전문가들을 ‘돌팔이’로 몰아붙이며 “우물에 독극물 풀기를 중단하라”고 외친다. 대장동, 돈 봉투, 김남국 코인 등 불리한 이슈에서 벗어나고 불안감을 자극해 내년 총선에서 득을 보려는 의도일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도 ‘한일 갈등이 총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저질 괴담과 반일 몰이에 넘어갈 국민은 많지 않다. 총선에서 지지를 호소하려면 그에 앞서 민주당이 버린 양심과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03 포퓰리즘 탈출한 그리스, 한국 정치는 여전히 퍼주기 중독

▲2023년 6월 22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2차 총선을 앞두고 열린 유세에서 좌파 시리자 당 대표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시리자’는 2차 총선에서 17.8% 득표에 그쳐 40.6%를 얻은 중도 우파 신민주주의당(신민당)에 참패했다 /로이터 뉴스1

 

남유럽 포퓰리즘 정치의 상징인 치프라스 그리스 전 총리가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제1 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대표에서 물러났다. ‘시리자’는 지난달 총선에서 17.8% 득표에 그쳐 40.6%를 얻은 중도 우파 신민주주의당(신민당)에 참패했다. 최저임금 인상, 연금수령액 증액, 근로 시간 단축 등 ‘시리자’의 포퓰리즘 공약이 외면받자 백기를 든 것이다.

학생 운동권 출신의 치프라스는 그리스가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린 2015년 국제 채권단이 구제금융 조건으로 제시한 ‘재정 긴축’을 거부하겠다는 공약으로 총선에서 승리, 최연소 총리로 등장했던 인물이다. 그는 국제기구 요구에 대해 포퓰리즘 정책을 수정하는 척만 했을 뿐 실질적인 개혁을 하지 않은 채 그리스를 계속 침체로 밀어 넣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근로시간은 단축하면서 최저임금과 연금 수령액을 올리겠다고 했지만 포퓰리즘의 폐해를 알게 된 유권자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의료·연금 개혁과 감세 등의 친시장 정책을 추진하는 우파 정당이 재집권하면서 그리스의 개혁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리스 경제는 2021년 8.4%, 지난해 5.9% 성장을 하며 ‘유럽의 문제아’라는 오명을 벗어 가고 있다. 그리스뿐 아니라 프랑스가 연금개혁을 하고, 이탈리아도 노동정책을 개편하면서 유럽 전역에서 좌파 포퓰리즘이 퇴조하는 추세다.

 

반면 한국에선 국가 재정이 악화하는 중에도 선심성 예산이 크게 늘어나는 등 포퓰리즘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민주당은 세수가 구멍났는데도 35조원 추경을 주장하고 기초연금 40만원 인상 법안, 대학생 무이자 대출 법안, 아동수당 확대 법안을 추진하겠다 하고 있다. 여야는 서로 잡아먹을 듯 싸우다가도 광주 군공항 이전과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을 맞바꾸는 법안을 합의 처리하는 등 표가 되는 선심 정책에는 의기 투합하고 있다.

 

재정 적자에 상한선을 두는 최소한의 장치인 ‘재정 준칙’은 3년째 국회에서 발목 잡혀 있다. 국회 기재위의 여야 의원들은 재정 준칙 현지 조사를 이유로 외유성 유럽 출장까지 다녀오더니 지금껏 제대로 된 논의조차 벌이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 정치권의 선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그리스도 퍼주기 만능주의에서 벗어났는데 한국 정치는 아직도 포퓰리즘 중독에 빠져 헤어날 줄 모른다.

조선일보 사설

 

07.03 “국회의사당 돔보다 높으면 안돼” 황당한 고도 제한 50년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서울시가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곳곳의 ‘고도(高度) 제한’을 대폭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그중 제일 눈에 띈 곳은 국회의사당 주변이다. 여의도 서쪽, 서(西)여의도라고 부르는 곳이다.

여기는 고도 제한 때문에 41m 또는 51m 넘는 건물을 올릴 수 없게 돼 있다. ‘한국의 맨해튼’을 목표로 여의도를 만들었지만 이런 규제 때문에 10~13층 건물밖에 없다. 반면 여의도 동쪽은 333m짜리 ‘파크원’도 있고 285m 높이의 IFC(국제금융센터)도 있다. 국회의사당을 지키려다 보니 반쪽짜리 맨해튼을 만든 셈이다.

 

41m, 51m란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 봤더니 국회의사당의 돔 꼭대기 높이가 60m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1975년 국회의사당을 지으면서 국회 요청으로 생긴 규제다. 보안상 다른 건물이 국회의사당을 내려다봐선 안 된다는 취지다. 국가의 상징인 국회의사당을 가리면 안 된다는 이유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라면 국회의사당 앞쪽 라인만 규제하면 되는데 정부는 여의도 서쪽 전체를 41m, 51m로 묶었다. 1㎞ 떨어진 여의도공원 쪽까지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없게 했다. 일률적인 통 규제를 한 것이다. 국회의사당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던 초원아파트는 이 규제 때문에 지은 지 50년이 넘었지만 재건축도 못 한다.

 

서초동 법원 단지는 이번에 고도 제한을 아예 해제하기로 했다. 법원과 검찰청 앞에 왜 고도 제한이 필요한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바로 길 건너 있는 대법원 주변은 높이 규제가 없었다. 기준이 뭔지 알 수가 없다.

 

고도 제한이 필요한 곳이 있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고도 제한을 활용하는 도시가 많다. 하지만 규제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필요한 만큼 메스(외과용 칼)를 대듯 쓰는 게 맞는다. 규제에는 필연적으로 시민의 희생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번에 고도 제한이 완화되는 북한산, 남산 주변 지역 주민들은 30~50년간 자기 집도 새로 못 짓고 슬럼화된 동네에 살아야 했다. 북한산 인근 강북구는 시가지의 4분의 1이 고도 지구에 묶여 있다. 그러니 재정 자립도가 서울 25구 중 꼴찌다.

 

경관을 가린다는 이유로 수십 년간 규제에 묶였던 북한산, 남산 주변과 달리 강남과 서초, 송파, 용산 등 한강 변은 30층 넘는 고급 아파트들이 쭉쭉 올라갔다. 한강의 경관이 북한산이나 남산만큼 귀하지 않다는 말인가. 시민의 희생이 따르는 규제는 그만큼 원칙과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역 간 격차와 불균형을 부를 수밖에 없다.

 

서울에는 문화재 주변에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하는 문화재 규제도 많다. 이는 문화재가 집중한 구도심 강북과 강남의 격차를 키웠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란 말이 떠오르지만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균형을 잡아가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최종석 기자

 
 

07-03 공포의 주술로는 집권 못 한다

 

이제교 정치부장

野 오염수 방류 반대는 비정상
감정 아닌 과학으로 판단해야
장외집회에서 불안 조장 유감

민주당에 국가 위한 담론 실종
‘이재명 포비아’속 입법 폭주
공포는 집권 공식이 될 수 없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를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방사선 허용 기준치 이내로 바다로 배출한다면 한국은 막을 명분이 없다. IAEA는 오염처리수가 배출 기준을 충족하는지 2021년부터 연구해 왔다. 분석은 미국,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모나코 등에 있는 독립적 연구기관에서 진행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참여했다. 이들 연구기관은 전 세계 환경 방사능 측정을 위한 분석 실험실(ALMERA) 네트워크의 구성원들이다. 과학자들이 뇌물을 받고 분석 결과를 조작할 가능성은 제로다.

지난 1일 민주당은 서울 도심에서 규탄대회를 가졌다. 자체 집계로 10만 명, 언론 추산 1만 명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표는 “일본이 우리의 바다를 오염시키려고 하면 당당하게 하지 말라고 말해야 주권국이 아니겠느냐”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문제는 한 국가의 정당이 장외로 뛰쳐나가 정부에 돌팔매를 던질 사안이 아니다. 이성적 국가의 의사결정은 감정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투명한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가동 효율성 점검과 지속적인 샘플 채취 및 분석 요구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무조건적인 반대는 국제사회에서 정답으로 인정되지 못한다.

2년 전 같은 날 이 대표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출마 선언문의 핵심 개념은 억강부약(抑强扶弱)으로 요약된다. ‘억강’ 두 글자에서는 이 대표의 세상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부자를 향한 불만과 기득권에 대한 증오가 묻어난다. 인류 최초 법전의 전형이 담긴 ‘우르남무 코드’의 서문에는 ‘과부나 고아를 권력자의 손에 넘기지 않고, 땅에 형평성을 확립해 저주, 폭력, 다툼을 추방하겠다’고 적혀 있다. 기원전 2112년의 일이다.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도시 우르에서 발흥했던 우르남무 왕은 갈등과 대립, 분쟁을 치유하고자 했다. 40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지도자의 자질은 동일하다. 국가의 공평한 법 집행을 이행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는 보호받아야 하지만, 기득권이라고 탄압을 가해서도 곤란하다.

언제부터인가 민주당에서는 국가 미래 담론 논의가 실종됐다. 올 들어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방송법, 간호법을 여당과의 협의 없이 줄줄이 본회의에 올렸다. 지난달 30일에는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도 단독 부의, 7월 임시국회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 이들 법안은 모두 반자본주의적 요소나 극단적인 사회 대립 요인을 갖고 있다. 국부의 창출, 자원의 생산과 분배, 빈부 격차 해소, 과학기술 육성 등을 위한 진지한 탐색을 더 이상 민주당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의 핵심 기능 중 하나가 미래에 대한 방향의 제시다. 지금 민주당은 그 역할과 기능을 스스로 외면한 채 포기하고 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포비아’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돈다. 이 대표는 카리스마를 가진 정치인이지만, 동시에 공포의 리더십을 지닌 지도자라는 것이다. 대장동 사건에 직간접으로 얽혀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이 5명이라는 사실은 제쳐 놓더라도 유세 과정에서 음식점을 나오다가 소녀의 팔을 밀치는 듯한 장면이나 싸늘한 눈빛으로 기자 질문을 외면하는 모습에서 어둡고 차가운 내면이 분출된다는 주장이다.

최근 민주당의 혁신위원회 출범은 비명계 의원들에게는 공천학살 예고편으로 여겨진다. 그에게서는 “군주는 사랑받기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적 속성이 떠오른다. 그래도 이 대표는 대선에서 47.8%, 1613만 표를 얻은 정치인이다. 지금도 40% 안팎 지지율을 손에 쥔 대권 1위 후보다. 이 대표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가 방사능 테러라는 공포의 주술을 집어 던져야 하는 이유다. 입법 폭주 트랙에서 벗어나 정부·여당과 국가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댈 때 국민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사법 리스크 탈출 가능성도 커진다. 이 대표는 투쟁의 촛불이 아니라 이성의 횃불을 들어야 한다.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공포정치는 집권 공식이 될 수 없다.

문화일보

 
 

07-03 급기야 “IAEA 해체” “×” 막말 나온 민주당 선동 시리즈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최종 보고서가 4일 일본 정부에 전달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반발 수위도 높아졌다. IAEA 해체 주장에다 “똥” 운운하는 막말까지 나왔다. 공당(公黨)이라면, 방류 반대를 하더라도 나름대로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면서 최소한의 품격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최근 행태를 보면 비과학·비합리·몰상식 시리즈로 치닫는다.

민주당이 지난 1일 개최한 해양 투기 규탄 집회에서 임종성 의원은 “저는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 먹을 수 없다”고 했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그렇게 깨끗하면 너나 마셔라”(정청래 의원) 등의 조롱도 서슴지 않았다. 과학적으로 유해 기준 이하라는 분석에 대한 논란을 ‘마시느냐, 안 마시느냐’로 바꾼 프레임 선동으로 보인다. 오염처리수가 제주 해역에 도달하는 데 4∼5년이 걸리고, 삼중수소 잔류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기준의 7분의 1에 못 미친다는 과학계 주장은 무시되고, ‘그걸 어떻게 보장하느냐’ 하는 생떼 수준의 억지다.

이날 집회에는 “IAEA가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가 안전하다고 면죄부를 줬다”면서 “IAEA 해체”를 외치는 인사도 등장했다. IAEA는 유엔 산하 독립기구로 핵의 평화적 이용과 안전 대응뿐 아니라 핵 확산 감시 역할도 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감시 활동도 포함돼 있다. 국제적 권위의 기구에 대한 해체 주장이 초래할 파장도 살피지 않고 마이크를 내준 저의부터 의심스럽다.

더욱이 지난달 30일 민주당이 오염수 방류 철회 결의안을 강행 처리하던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몫 국회 부의장인 김영주 의원은 지인과 일본 홋카이도 골프 여행을 하자는 문자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민주당이 그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제기한 주장들이 가짜뉴스와 왜곡으로 가득한 혹세무민이었음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행태다.

문화일보 사설

 
 

07.04 美, 프, 스위스도 IAEA 후쿠시마 조사 참여, 그들도 日 아래 있나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IAEA 보고서는 객관적, 과학적 보고서라기보다 일본 맞춤형, 정치적 보고서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일본이 분담금을 셋째로 많이 내는 IAEA 검증의 공정성에 국제사회의 우려가 있다”는 말도 했다. 앞서 민주당 대변인은 “IAEA는 원전 진흥 기구라서 IAEA가 내놓을 결론을 금과옥조처럼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IAEA 사무총장은 4일 일본에서 후쿠시마 방류의 안전성에 관한 최종 평가 보고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그간 중간 보고서 6건은 오염수 정화 및 방류 계획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최종 보고서도 방류 안전성이 확보됐다는 내용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후쿠시마 방류 문제를 윤석열 정부 공격 소재로 활용해온 민주당이 난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민주당은 IAEA 최종 보고서에 미리 흠집을 내려는 것이다.

 

IAEA는 핵무기 확산을 막고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유엔 산하 국제기구다. 176국이 가입해 있고 원자력 분야의 국제적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일본의 IAEA 분담금 비율은 7.8%로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중국(14.5%)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IAEA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7월부터 미국,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11국 전문가가 모인 후쿠시마 방류 모니터링 TF를 구성해 활동해왔다. 물론 한국도 포함돼 있다. 민주당이 IAEA가 일본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면 미국,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과 문 정부 시절의 한국까지 모두 일본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말이 된다. 민주당도 이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2021년 4월 문 정부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후쿠시마 방류 발표 직후 “IAEA 기준에 맞는 적합한 절차에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TF는 2020년 10월 ‘오염수를 정화하는 일본의 다핵종처리설비(ALPS) 성능에 문제가 없으며, 방류 오염수는 해류에 따른 확산·희석으로 한국에 유의미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랬던 사람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돌변해 후쿠시마 괴담을 퍼뜨리고 우리 수산업계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7-04 송영길 전직 보좌관 박용수 구속… 檢 ‘돈봉투 수사’ 본격 윗선 겨냥

국회사무처, 수수의원 특정위한
보좌관 등 출입기록 제출 거부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핵심 피의자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53) 씨가 구속됐다. 박 씨 구속에 따라 검찰은 송 전 대표 등 윗선을 겨냥한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4일 박 씨를 구속 이후 처음으로 소환해 송 전 대표의 범죄 연루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 씨에 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수사팀은 박 씨가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스폰서’ 사업가 김모 씨로부터 5000만 원을 수수하고, 1000만 원을 더해 총 6000만 원을 만든 뒤 윤관석 무소속 의원을 통해 2021년 4월 28∼29일 민주당 국회의원 약 20명에게 살포했다고 보고 있다. 박 씨는 정치 컨설팅업체 A 사에 의뢰한 경선 관련 여론조사 비용 9240만 원도 송 전 대표 외곽 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가 대납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박 씨가 증거 인멸을 위해 직원에게 먹사연 사무실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적용했다. 수사팀은 박 씨의 범죄 행위 과정에서 송 전 대표 지시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한편 국회사무처는 최근 검찰이 돈 봉투 수수 의원 특정을 위해 요청한 국회 보좌관·외부인 10여 명에 대한 국회 의원회관 및 국회 본청 외교통일위원장실 출입기록 요청을 최종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무처 측은 임의제출을 요청하는 수사팀에 “임의 제공은 부적절한 만큼 압수수색 등 절차를 밟아달라”는 최종 의견을 지난주 전달했다. 국회 사무처는 지난 5월에도 검찰의 현직 의원 국회 출입기록 등 자료 임의제출 요청을 거부했고, 수사팀은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해당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검찰은 증거 자료 분석을 통해 돈 봉투 수수 의원을 특정하고,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

 

07.05 IAEA ‘안전’ 평가 지켜지는지 후쿠시마 방사능 감시 계속해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IAEA가 2년 동안 작업해온 후쿠시마 방류 안전성 평가와 관련한 최종 보고서를 건네고 있다. / 로이터 연합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4일 일본 정부에 제출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 최종 검토 보고서에서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며 신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예정대로 수일 내 방류 시설 검사 합격증을 발부하면 방류를 위한 사전 절차는 모두 끝난다. 일본 정부는 올여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다고 예고해 왔다. IAEA 사무총장은 7일 한국에 와 보고서 내용을 우리 정부에도 설명할 예정이다.

2011년 동일본 쓰나미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바다 유출 방사능 가운데 가장 위험한 세슘137 총량은 현재 후쿠시마 보관 탱크에 저장된 방사능 양의 2만~3만배에 달했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그것이 바다로 쏟아졌다. 그런데도 그후 7만 건이 넘는 우리 바다의 수산물 검사는 모두 적합 판정이 났다. 따라서 그 2만~3만분의 1에 불과한 현재의 후쿠시마 오염수를 정화해 30년간 서서히 방류한다면 한국 해역에 유의미한 영향은 없을 걸로 과학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 분석 평가와 국민의 주관적 불안은 같지 않을 수 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78%는 “(해양·수산물) 오염을 걱정한다”고 했다. 특히 민주당이 총력을 기울여 바닷물과 수산물 오염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어 국민 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는 3일 “IAEA 보고서 내용과 관련 없이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10년이든 100년이든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연근해 바닷물과 수산물, 선박 평형수 등을 망라한 방사능 검사도 계속해야 한다. 그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 신뢰를 쌓아야 한다. 후쿠시마 방류는 30년 지속된다. 일본으로부터 방류 과정과 방사능 현황에 관한 상세 자료를 제공받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방류 시설과 고장 시 대처 시설이 지속적으로 성능을 유지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민주당은 “IAEA 자료도 믿을 수 없다”고 해온 만큼, 방류 반대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광우병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과학계가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설명하고 있고, 광우병과 사드 전자파 사태를 경험한 국민도 과학적 설명과 괴담성 선동을 혼동하지 않을 것이다. 과학 기술로 제조한 상품을 전 세계에 팔아 세계 10위권 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에서, 원자력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유엔 기구가 미국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한국 등 주요 국가와 협업으로 진행해온 평가를 부인하는 것은 잠시 국민 판단을 흐릴 수는 있어도 지속적 지지를 받기는 힘들다. 민주당은 광우병 사태를 일으킨 세력에 대한 지금의 국민 평가를 냉정하게 보고 국제 규범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자신들의 행동이 우리 수산업계에 어떤 피해를 유발하고 있는지도 직시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05 한국 정부 “IAEA·일본정부와 긴밀 협조해 모니터링 지속”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 일본 도쿄에서 IAEA 최종보고서 내용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문제 있는 수산물 수입 불가
100일간 고강도 원산지 점검”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발표를 존중하면서 일본과 협조해 필요한 검증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국제기구인 IAEA의 판단을 신뢰하되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전날 IAEA가 공개한 검증 보고서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박 차장은 “IAEA 및 일본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IAEA와 일본이 제시한 점검 계획이 잘 이행되는지 꾸준히 모니터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한 측정과 재정화 과정은 배출기준치를 만족할 때까지 반복되기 때문에, 방출설비의 설계상 국민께서 우려하시는 것처럼 기준치를 초과한 오염수가 그대로 방출될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연근해 방사능 조사 거점을 현재 92개소에서 200개소로 확대하는 등 수산물 안전 관리 입장도 재확인했다.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은 “문제가 있는 일본산 수산물은 절대 수입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는 안전한 국내 수산물을 국민이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전례 없는 수준의 고강도 원산지 점검을 100일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오는 7~9일 방한하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으로부터 이번 검증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향후 대응 방안 구상에 참고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정부는 IAEA의 모니터링 보고서를 검토해 보도참고자료 형태로 정부 입장을 내려다가 조만간 있을 정부의 자체 평가보고서 공개 시점으로 입장 발표를 연기했다. 다만 인접국인 한국이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이날 브리핑 질의응답을 통해 간략한 입장을 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07.05 임기 3분의 1 감옥서 보내도 의원 세비 수억 다 받는다니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이 제3자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15개월째 매달 1300만원씩 2억원가량 세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의원실 보좌진 5~6명의 급여까지 합치면 매달 5000만원 안팎 국민 세금이 개인 비리로 감옥 간 의원 뒷바라지에 쓰인 셈이다.

정 의원은 자신의 임기 3분의 1을 구치소에서 보내고 있다. 2심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 때까지 세비 지급은 계속된다. 정 의원뿐이 아니다. 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 배임·횡령 등으로 구속돼 의원직 상실 판결을 받을 때까지 5개월가량 세비를 받았다. 아직 기소되진 않았지만 100억원대 코인 의혹으로 보름 넘게 국회를 떠나 잠적했던 김남국 의원도 세비는 다 받아갔다. 김 의원 같은 경우까지 합치면 일하지 않고 국민 세금을 받는 의원은 훨씬 많을 것이다.

 

▲<YONHAP PHOTO-4915> 법원 들어서는 정찬민 의원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용인시장 시절 부동산 개발업체에 인허가 편의를 제공하고 제삼자를 통해 3억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이 2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9.22 [공동취재] xanadu@yna.co.kr/2022-09-22 14:18:25/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구속된 의원들은 무죄추정 원칙을 내세운다. 유죄가 무죄로 뒤집혀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세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무죄를 떠나 구속 기간에 의정 활동은 할 수 없다. 공무원은 구속되면 보수규정에 따라 많게는 80%까지 급여가 삭감된다. 국회의원이라고 다르게 대우할 이유가 없다. 근로자들은 이미 의원들이 만든 법에 따라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받는다. 왜 의원에게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나. 구속되거나 건강상 문제 등으로 의정 활동이 어려우면 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은 해묵은 과제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관련 법안 6건이 발의됐지만 논의조차 않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대표 연설에서 이를 약속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있다. 하지만 말뿐이다.

조선일보 사설

 

07-05 김웅, 장미란 공격에 “윤지오 데려와 거짓 선동 했나, 300조 선동을 했나”

▲지난 2019년 4월 8일 윤지오(왼쪽 세 번째) 씨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했다. 뉴시 

 

안민석 의원 맹비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4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임명을 비난한 것과 관련해 "지금까지 스포츠 영웅들이 했던 일과 운동권 정치인들이 했던 일을 비교해 보라"면서 "똥 묻은 개가 지나가던 달을 보고 더럽다고 짖는 것과 같다"고 힐난했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스포츠 영웅들이 정치적으로 소비되는 것이 불행한 일이라면 운동권들이 정치인이 되는 것은 불행을 넘어 재앙"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안민석 의원이 장미란 차관에 대해 자격미달이라고 하면서 스포츠 영웅들이 정치적 소비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한다"며 "그런데 최윤희 차관이나 장미란 씨가 운동권 출신 정치인처럼 막막을 했나, 아니면 뺑소니 사고를 냈나"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 일으킨 논란을 차례로 소환하면 안 의원을 공격했다. 그는 "윤지오를 데려와 거짓 선동을 했나, 아니면 300조 원 선동을 했나"라며 안 의원을 직격했다. 안 의원이 과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은닉 재산이 300조 원이라고 주장하고 윤지오 씨의 말만 믿고 국내로 데려왔던 일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추적한다고 거짓말을 했는가, 천안함 장병들과 함장을 공격하고 비난했는가"라고 되물었다.

김 의원은 "소포츠 영웅들이 피해호소인이라는 해괴한 말장난으로 2차 가해를 한 적이 있나, 비서랑 해외로 불륜여행을 가기 위해 뇌물을 받아먹었는가, 사모펀드로부터 불법 스폰을 받았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선되려고 돈봉투를 뿌렸는가, 부하 직원들을 성폭행·성추행했나"라고 지적했다.
문화일보 조성진 기자

 

07.06 민주유공자법 통과시킨다고 反민주적 날치기를 하다니

▲김종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1소위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소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유공자법을 단독 처리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는 민주유공자법을 국회 소위에서 날치기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기존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민주화 운동 관련자 9844명 중 다치거나 숨지거나 행방불명된 829명을 추려 민주 유공자로 지정·예우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대상자 명단과 공적이 비밀이라서 ‘가짜 유공자 양산법’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들과 보훈부 차관 등이 단체 퇴장했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민주’를 내세운 법안을 처리하면서 반민주적 행태를 서슴지 않았다.

이 법이 제정되면 진압 경찰이 무더기 사망한 동의대 사건, 자금 마련한다고 무장 강도 짓을 한 남민전 사건, 무고한 민간인을 ‘프락치’로 몰아 감금·폭행한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 관련자들까지 민주 유공자 심사 대상이 된다. 이들의 민주화 공적이 무엇인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은 보훈부의 행적 확인 요청을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부했다. 유공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채 법안을 처리하는 경우가 있나.

 

민주화 유공자들은 이미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고 있다. 2000년 민주화운동보상법 제정 이후 4988명이 받은 보상금이 1100억원이 넘는다. 6·25전쟁 참전 수당이 월 39만원이다.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은 일회성이지만, 민주 유공자로 지정되면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각종 지원을 받는다. 일단 법이 제정되면 개정 작업을 통해 삭제한 특혜 조항을 얼마든지 되살릴 수 있다.

 

민주유공자법은 앞으로 여러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민주당은 강행 처리 과정에서 또 ‘본회의 직회부’ 같은 꼼수·편법을 동원할 것이다. 이 역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민주당은 지지층에 생색을 내고 대통령에겐 정치적 부담을 씌우려는 계산이다.

조선일보 사설

 

07.06 최장 9개월 남은 후쿠시마 괴담 수명

내년 4월 총선만 끝나면
민주당 의원 누구도
괴담 주장 안 할 것
언제 그랬냐는 듯
생선회도 먹을 것
광우병 대소동 때처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다음날인 7월 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며칠 전 친구가 저녁 모임 장소를 서울 노량진 수산 시장으로 하자고 했다.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 수산 시장에 갔더니 수조에서 생선을 파는 곳은 한산했다. 회를 떠서 집으로 가져가는 손님이 줄었다고 했다. 그런데 식당가로 가니 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대부분의 식당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지만 좌석의 절반에서 3분의 2 정도는 찬 것 같았다. “15년 전 광우병 소동에 비하면 훨씬 낫다”는 데 이의가 없었다.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뿌려진 전단 하나를 한 분이 보내주셨다. 전단 제목은 큰 글씨로 쓴 ‘다 죽습니다!’였다. 그 밑에 ‘우리 부모, 형제, 자식들이 위험합니다!’라며 ‘에이즈보다 무서운 광우병 쇠고기, 학교 및 군대에 일차적으로 시행’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어서 ‘미국산 소가 수입되면!!’이라며 ‘뇌가 스펀지처럼 뚫리고 사지가 마비되면서 고통스럽게 죽게 됩니다’라고 했다. ‘일본인들은 자국민 보호에 관심 없는 한국 공무원을 병신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라면 수프, 생리대, 기저귀, 젤리, 약 캡슐, 각종 화장품, 설렁탕, 과자 등 생필품에 전부 미국산 쇠고기 성분 사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매스컴 전부 봉쇄 조치!’라고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거짓이거나 터무니없는 과장이다. 그런데 국민 3분의 2 이상이 이 괴담을 믿었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 출범 몇 달이 되지 않는 때였다. 노무현 정부와 한 편이었던 TV 방송들은 새 정부에 대한 적대감을 이 괴담을 만들고 전파하는 것으로 표출했다. 매일 광우병 시위를 생중계했다. 대선에 대패하고 정권을 잃은 민주당은 이를 호재로 이용했다. 결국 여중생들이 “뇌에 구멍 뚫려 죽게 됐다”고 우는 등 사회 전체가 발작 증세를 보이는 지경으로 갔다.

 

당시 한때는 미국 쇠고기 수입이 격감해 거의 ‘0′ 수준이었다. 집 부근 미국 쇠고기 파는 정육점에 갔더니 “일주일 만에 첫 손님”이라고 했다. 전국 쇠고기구이집이 텅 비다시피 하던 시기도 있었다. 필자는 당시 광우병 괴담이 거짓이고 과장됐다는 글을 세 차례 썼는데 실제로 살해 위협 메시지까지 받았다. 조선일보 기자가 시위대에 집단 폭행당하고 조선일보 건물에 오물이 뿌려졌다. 미쳐 날뛴다는 ‘광분’이 따로 없었다. 지금 후쿠시마 괴담은 광우병 소동에 비하면 가벼운 해프닝 정도다.

 

놀라운 것은 ‘0′에 가까웠던 미국 쇠고기 수입량이 다시 1~2위를 회복하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제 아무도 광우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거짓은 생명력이 길지 않고, 대중은 잠시 속을 수 있지만 끝까지 속지는 않는다는 진리를 재확인했다.

그 난리였던 광우병 소동도 결국 진실을 찾아갔다. 후쿠시마 괴담도 당연히 그 길을 갈 수밖에 없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방사성 물질이 지금의 2~3만배나 되는 오염수가 그대로 바다로 쏟아졌는데도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 바다엔 아무 이상이 없다. 후쿠시마 방류가 민주당 주장대로 ‘핵 테러’라면 그 테러의 첫 희생자는 1억2000만 일본인이다. 일본인이 자폭할 만큼 바보이겠나. 광우병 괴담, 천안함 괴담, 세월호 괴담, 사드 괴담을 거치며 우리 국민이 학습 효과도 갖게 됐다. 핼러윈 참사 괴담도 성공하지 못했다.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때는 지식인들 중에도 괴담에 넘어간 사람이 많았지만 후쿠시마 문제에선 그런 사람을 거의 볼 수 없다. 앞으로 후쿠시마 방류를 시작한 뒤 우리 바다의 방사능 수치를 주기적으로 조사해 발표하면 괴담은 사그라든다. 안타까운 것은 그 기간 우리 수산업계가 볼 피해다. 일본의 일인데, 괴담도 우리가 만들고 피해도 우리가 입는다.

어이없는 일을 더 보았다. 어느 자리에서 한 사람이 후쿠시마 방류수가 한반도 바다로 바로 온다고 열을 올렸는데 알고 보니 그는 후쿠시마가 우리 동해 쪽이 아니라 태평양 쪽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한국 언론은 연일 후쿠시마 논란을 보도하지만 정작 일본 언론엔 보도가 별로 없다. 후쿠시마 방류는 일본 바다에 하는데 그 수산물을 매일 먹고 사는 일본보다 그 바다 반대쪽에 있는 한국 사람들이 훨씬 시끄럽다.

광우병 시위를 주도했던 한 사람은 당시 시위 단체 내부 회의 때 ‘광우병 팩트(사실)에 대해선 한 번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국민이 다 죽는다’는 전단을 뿌리면서 정말 그런지 논의 한번 안 했다는 것이다. 오로지 정치적으로 이용할 궁리만 했다고 했다.

 

그래서 한 가지 예측을 해보았다. 지금 민주당은 국민이 방사능 수산물을 먹고 큰일 날 것처럼 주장하지만, 내년 4월 총선만 끝나면 민주당 누구도 그 주장을 계속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이기든 지든 선거만 끝나면 민주당 사람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생선회를 먹을 것이다. 이들 중에 미국 쇠고기라고 안 먹는다는 사람 못 보았다. 수산업계가 앞으로 몇 달, 아무리 길어도 내년 4월 총선 때까지만 견디면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내년 4월 총선까지는 9개월이나 남았다. 너무 길다. 일부러라도 우리 수산물을 더 먹어야 겠다.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양상훈

 

07.06 IAEA 북핵 사찰도 안 믿을건가

야당의 IAEA 부정, 제 정신인가
여당도 과학, 정치 투트랙 접근해야
'후쿠시마 사무소' 상주 검토해보자

 

#1

얼마 전 한국의 한 유튜브 매체는 "일 외무성 간부 A가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로 추정되는 인물(아사카와)과의 면담에서 '일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100만 유로(약 14억 3000만원)의 정치헌금을 줬고, IAEA의 최종보고서 결론은 당초부터 처리수(오염수)는 절대 안전한 것으로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들이 입수했다는 대외비 문건 3쪽을 보다 절로 실소가 나왔다.

첫째, 매체가 문건 작성자로 지목한 아사카와 ADB 총재.

그는 재무성 재무관(차관) 출신이다. 65세의 국제적 권위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개회식에 앞서 아사카와 마사쓰구 ADB 총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외무성에는 하야시 외상을 비롯해 그 어떤 간부도 아사카와보다 나이, 기수에서 위인 자가 없다.

 

그런데 문서에는 외무성 간부 A라 칭하는 이가 아사카와에게 "오랜 사이이니 공유하는 거다" "메모를 쓴다거나 하지 말라" 등 하대한다.

 

내용을 떠나 일본을,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알면 이런 보도를 할 수 없다.

 

또 하나. 문서 제일 오른편 위에 적혀 있는 '담당: 아사카와(浅川)'란 표기다.

 ▲한국의 한 유튜브 매체가 '일 외무성 간부 와의 대화록'이라고 보도한 문건. 우측 상단에 '담당: 아사카와(浅川)' 적혀 있다.

 

삼성전자 대외비 문건의 제일 위에 '담당 이재용'이라 적혀 있겠나. 한국은행 대외비 문건에 '담당 이창용'이라 적겠나.

창피함은 우리 국민 몫이다.

 

#2 야당이라고 다를 게 없다.

11개국 과학자들의 2년에 걸친 IAEA 최종보고서를 '깡통 보고서' '일본 맞춤형 용역 보고서'라 폄하했다. 일본이 돈으로 IAEA를 구워삶았다고 한다.

일본의 두 배나 되는 분담금을 내는 국가가 중국이란 소리는 결코 하지 않는다.

한국이 작년 9월까지 IAEA 이사회 의장국이었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는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를 이렇게 대놓고 부정하는 나라는 북한과 이란밖에 없다.

 

나중에 IAEA 사찰단이 북한 핵시설을 검증한 뒤에도 "IAEA 분담금 1위가 미국이니 이 사찰 보고서는 못 믿겠다"고 할 건가.

 

오죽하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4일 회견에서 '포괄적, 중립적, 과학적, 객관적, 실증적, 헌신적, 학술적'이란 온갖 용어를 반복하고 "IAEA는 '디(The) 권위(authority)'"라 항변했을까.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4일 일본 도쿄의 일본기자클럽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최종보고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는 먹을 수 없다"는 야당이야 어차피 나중에 "아님 말고!"로 끝내겠지만, 그 부끄러움은 고스란히 대한민국, 대한민국 국민 몫이다.

 

민주당은 줄곧 '과학이 100%의 진실이 아닐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혹시라도 문제 생길 수 있으니 오염수 방류 자체를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뜻 들으면 그럴싸하다.

 

그러나 이는 독이 든 복요리는 자격증 있는 요리사가 손질해도 먹어선 안 되고, 조류인플루엔자 가능성 있으니 닭고기는 무조건 먹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게 없다.

 

#3 정부와 여당도 '수조물 찍먹'하고 회나 먹으면서 "과학을 믿어라"만 외칠 단계는 지났다.

아무리 민주당 괴담을 비난해봐야 설득 가능한 국민이 크게 늘어날 것 같지 않다.

좋든 싫든 2023년의 대한민국 국민 정서가 그렇다.

 

 ▲지난 4일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화면에 해양수산부의 일본 오염수 방류 관련 안내 광고물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그렇다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현실적·정치적 접근이 동시에 필요하다.

 

예컨대 IAEA가 5일 개소한 'IAEA 후쿠시마 원전 사무소'에 한국인 전문가를 상주하도록 하면 어떨까.

 

오염수 방류에 가장 예민한 게 한국이란 사실을 IAEA도, 일 정부도 잘 아는 만큼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내일(7일) 방한하는 그로시 사무총장, 11~12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만날 기시다 일 총리를 설득하는 건 윤석열 대통령의 몫이다.

 

후쿠시마 방류 현장에서 방사능 수치와 농도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감시하는 역할에 한국이 가담하고, 실시간으로 그 수치를 가감 없이 전달·공유한다면 우리 국민의 불신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누구 말이 괴담이었는지도 곧 드러날 것이다.

 

또 하나.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이참에 모두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언제까지 대한민국을 수용과 존중의 나라가 아닌 부정과 싸움의 거친 나라로 방치할 것인지를.

김현기 순회특파원 겸 도쿄총국장 kim.hyunki@joongang.co.kr

 

07-06 제3당 성패, 파격적 차별성에 달렸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존 정당에 대한 실망 크지만
현실적 환경은 새 정당에 불리
비례의석 축소 땐 최대 피해자

규범적 호소로는 실패 불가피
국민 호응할 참신한 후보 찾고
과감한 정치개혁 신뢰 주어야

제21대 국회는 타협 실종의 의회라고 규정할 수 있다. 전반기에는 거대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전횡으로 파행을 거듭하더니, 후반기에는 대통령과 여당(국민의힘)이 야당이 된 민주당을 외면한다. 당면한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문제에 대해서도 초당적으로 대처하려는 노력이 없다.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커질수록 제3당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그런데 제3당이 등장한다는 것과 그 정당이 선거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별개 문제다. 즉, 새 정당 등장에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돼도 선거에서 실패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면 제3정당의 성공과 실패는 어떤 기준에서 평가해야 할까? 선거에서 몇 석을 얻는지에 따라 판단하는 게 보편적이다. 의석이 없는 원외 정당은 공적 대표성도 없기 때문이다. 국회 운영에 참여하려면 정당은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최소 의석이 20석이다. 따라서 제3정당의 완전한 성공은 20석 이상의 의석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10석 이상만 확보한다면 주요 상임위에 의원들을 배정할 수 있고 상당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제3당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들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긍정적인 요인은, 우선 국민이 거대 양당에 대한 실망 정도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이다. 기성 정당들을 견제할 수 있는 개혁적 정당의 등장을 기대한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 보았듯이 젊은 세대의 정치 관심이 많아졌다. 젊은 유권자들은 이슈 중심적 투표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신생 정당이 지지를 확보하기에 유리하다. 그리고 SNS 등 선거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다양해져서 제3당 후보들의 마이크로 타기팅 선거운동이 가능해졌다.

반면, 불리한 조건도 여러 가지다. 가장 장애가 되는 조건이 선거제도다. 현재와 같은 소선거구제에선 제3당 후보가 승리하기 어렵다. 유권자들이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서 전략적 선택을 하게 되면 거대 정당 후보들이 유리하다. 유권자들은 최고 선호하는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작다면 자신의 표가 사표(死票)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당선 가능성이 큰 두 번째로 선호하는 후보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한 선거구에서 3인 이상을 선출하지 않는다면 소수당인 제3정당은 불리하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선거법 개정 결과로 전체 국회의원 정수가 줄어드는데, 특히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어든다면 제3정당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들 외에 제3정당이 극복해야 할 문제도 산적하다. 먼저, 집중적 지지 집단이 없으므로 확실히 보장된 선거구가 없다.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기성 정당과 달리 국민이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를 내세워서는 각 선거구에서 당선에 필요한 정도의 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 쉽게 말해, 모든 선거구에서 20%의 표를 얻는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한다.

또한, 성공하기 위해서 정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다. 좋은 정치를 하겠다, 또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등의 규범적 호소를 앞세웠다간 실패한다. 기성 정당에 대한 비난이 필살기가 될 수 없다. 막연히 새로운 정치를 외칠 게 아니라, 가치적 측면과 정책적 측면에서 정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뿌리 깊은 정당 조직이 없는 상태에서 다수 유권자의 지지를 얻으려면 파격적인 차별성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선거에서 후보자 개인의 소구력이 중요하다. 유권자들은 무엇보다 후보자 개인의 자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신생 정당의 고민은, 정치 신인들만으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참신성이 떨어지는 기성 정치인을 대량 공천하는 것은 정당이 추구하는 바와 맞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특히, 오갈 데가 없어서 기웃대는 인물들을 잘 선별해 내야 한다.

선거 때마다 새 정당이 등장하곤 했지만 ‘정치 신인’ 당대표의 신당이 총선에서 20석 이상을 얻은 정당은 정주영의 통일국민당과 안철수의 국민의당뿐이었다. 그나마 다음 선거에선 성공하지 못했다. 이들의 의정 활동이 기존 정치 문법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선거 승리와 정당의 존속은 모두 당의 정체성과 연관돼 있다.

문화일보

 
 

07-06 野 대표 “더러운 평화”가 망언인 이유

 

박찬주 예비역 육군 대장, 前 제2작전사령관

5000년 역사 동안 겪은 수많은 외침 앞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했던 옵션은 ‘전쟁이냐 평화냐’가 아니었다. 단지 전쟁이냐 굴종이냐의 선택이 있었을 뿐이다. 굴종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그 굴종을 평화라고 주장했다.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는 제1 야당 대표의 최근 발언은 가히 충격적이어서 앞으로 두고두고 정치사에 희화화될 것이다.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굴종도 마다할 수 없다는 패배주의적 또는 몽환적 감상주의의 인식이 표출된 것인데, 이 발상대로라면 북한 김일성의 6·25 남침도 맞서 싸울 일이 아니었다. 또, 유엔군의 참전도 부적절한 것이었으며 한반도 공산화도 받아들이고 수용했어야 했다. ‘아무리 나쁜 평화도 전쟁보다는 낫다’며 고종 황제를 압박하고 일제의 식민 지배를 합리화한 이완용의 평화론과도 정확히 궤를 같이하는 개념이다.

전쟁은 증오하고 외면한다고 해서 막아지는 것도 아니고, 평화를 간절히 기대하고 염원한대서 그저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국제법학자 퀸시 라이트의 ‘전쟁 연구(A Study of War)’에 따르면 서기 1500년 이후 지구상에 전쟁이 없었던 기간은 없었으며, 윌 듀런트와 아리엘 듀런트의 공저 ‘역사의 교훈(The Lessons of History)’에 의하면 지난 3421년 동안 전쟁이 없었던 기간은 268년에 불과하다. 더욱 주목할 점은, 현대에 이를수록 전쟁의 횟수가 늘어 1946∼2010년 사이에는 246회의 무력분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19세기 프로이센의 클라우제비츠가 명쾌하게 답했다. 전쟁은 정치적 수단이자 고도의 정치 행위라는 것이다. 인류에 정치가 존재하는 한 전쟁은 멈추지 않는다.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이미 올바른 정치인이 아니다. ‘전쟁은 선의와 악의의 싸움’이라는 동화적 사고에서 벗어나 전쟁의 본질은 ‘의지의 충돌’임을 직시해야 한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고대 로마의 전략가 베게티우스의 금언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안보 명제다. 평화가 어떤 선언이나 상대와의 합의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고 믿는 감상적 평화주의자들은 역사를 주목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평화협정이 평화의 출발이 된 것보다는 오히려 전쟁의 서곡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1·2차 세계대전, 월남의 패배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전쟁 역사가들은 일관되게 말한다. 전쟁이 발생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한가지 결정적인 요인은 ‘힘의 균형이 무너졌거나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오판하는 경우’이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힘의 균형을 유지하면 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1949년 주한미군이 철수하자 북한의 김일성은 소련으로부터 242대의 전차를 지원 받는 등 남북 간 군사력 균형이 무너졌다고 판단하고 기습 남침을 결행했다. 무너진 남북 간 힘의 균형을 회복한 것은 유엔군의 참전이었으며, 덕분에 우리는 나라를 지킬 수 있었다.

지금 북한의 핵 위협은 현실로 다가왔고, 남북 간 힘의 균형은 무너진 상태이다. 이 힘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평화를 지키는 일이다. 국가안보를 훼손하는 대가로 평화를 구걸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문화일보 

 

07-06 ‘김여사 의혹’ 민주당 공세 차단… 고속도 백지화 초강수

 

■ 양평고속도로 사업중단 왜

야권 ‘처가 카르텔’ 이슈화에
당정 “새빨간 거짓말” 반박
원희룡, 민주 책임론 거론하며
“장관인 나를 고발하라”

예타 통과한 사업 백지화에
주민 반발 등 후폭풍 예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야당의 의혹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한편, 향후 사실 확인을 통해 무책임한 정치 공세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고속도로 편익의 수혜자인 양평지역 주민들의 요구 등으로 건설이 추진됐고,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한 고속도로가 전면 백지화됨에 따라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편과 의혹 제기에 따른 정치적 책임 등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원 장관은 6일 양평고속도로의 노선검토와 사업추진을 전면 백지화하며 더불어민주당의 책임도 거론했다. 이미 해당 고속도로 관련 변경된 노선을 단일안으로 사실상 확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는 민주당의 공세를 맞받아친 셈이다. 앞서 국토부는 타당성조사 중에 검토된 복수안(대안, 예타안)을 포함해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마련해 지난달 21일 공개했으며, 향후 주민 설명회 등을 거치고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를 타당성조사 용역에 반영해 최적의 노선대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양평군이 제시한 대안들을 기초로 나들목(IC) 설치 가능성, 예상 교통 수요, 환경 훼손 최소화 등의 측면을 고려해 대안 노선을 마련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원 장관이 야당의 공세에 이처럼 무기한 사업 중단을 선언하면서 향후 주민 불편과 지자체 반발 등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원 장관과 여당은 이례적으로 정책 논의가 아닌 ‘김건희 여사 고속도로 특혜 의혹’ 관련 당정협의회까지 열고 야권의 의혹 제기에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당정에 참석한 원 장관은 “민주당은 진실이 아닌 정치 공세 건수를 잡는 데만 관심이 있다”며 “민주당이 가짜뉴스로 있지도 않은 악마를 만들려는 시도를 국민들이 심판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도 당정을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이 제기하는 의혹을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의원은 양평군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양평군에서 제시한 대안들을 기초로 대안 노선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노선을 변경하며 사업비 1000억 원이 증가한 반면 교통정체 해소가 없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서도 “종점부 연장에 따른 사업비 증가액은 총사업비의 0.8%인 140억 원에 불과해 비용 대비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또 김 여사 일가 소유 인근 지가 상승은 사실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김 의원은 “종점부는 고속도로 진·출입이 불가능한 분기점(JCT)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박정민·김보름·최지영 기자 

 

07-07 野 ‘김여사 양평 의혹’ 근거 대고 與는 백지화 재고하라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선언 사태는 여러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다. 가짜뉴스와 선동의 폐해가 오죽 심각하면 극단적 고육책을 선택했겠느냐는 생각도 가능하지만, 그에 앞서 정부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상세히 조사해 국민에게 설명해야 했다. 야당 역시 김건희 여사 문제만 나오면 합당한 근거 제시에 앞서 무조건 매도함으로써 불신을 자초했다. 이제라도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합리적 대안을 내놔야 한다. 권력 개입 등 비리가 있었다면, 건설 여부와 무관하게 밝혀내 엄단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반대로 근거 없는 공격으로 드러나면 역시 사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주장한 것처럼, 최근의 야당 행태를 보면 내년 총선 때까지 ‘김 여사 일가의 양평 땅’ 문제는 정상적 국정을 흔들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실제로 광우병과 세월호 당시 유사한 상황이 빚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속도로 종점 변경이 김 여사 일가 소유의 땅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친 구간의 종점은 양서면이었는데 지난 5월 강상면 종점 안이 떠오르면서, 김 여사 등의 입김 작용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토부는 양평군의 요청이 있었지만, 아직 결정이 안 됐고, 강상면 종점부는 나들목(IC)이 아닌 진출입이 불가한 분기점(JCT)에 불과해 김 여사 일가의 땅값에 영향이 없다고 한다. 이 부분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민주당이 TF까지 구성해 의혹을 키우는 상황에서 말끔히 정리되지 않는다면 극한 정쟁을 피해 갈 수 없다. ‘청담동 술자리’‘쥴리’의혹 등 그동안 야당은 가짜뉴스로 선동해 놓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이 땅은 김 여사 종중 땅으로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고, 이해찬 전 대표의 세종시 자택처럼 IC가 들어서 땅값이 상승한 곳도 아니다. 야당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책무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깨끗이 사과하고 정상적 추진을 요청해야 한다. 정부도 자체 조사와 현지 여론, 야당 반응 등을 취합한 뒤 백지화 조치를 재고(再考)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7.08 민주당도 주장했던 고속도로 노선, 지금 와서 김건희 특혜라니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과 관련해 민주당 지역 인사들도 2년 전부터 기존의 원안 대신 대안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안은 김건희 여사 가족의 선산 부근으로 가는 노선이다. 민주당은 자신들도 요구했던 노선인데도 국토부가 노선을 변경해 특혜를 주려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원안대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직후인 2021년 5월 민주당 여주·양평 지역위원장은 같은 당 소속 양평군수와 협의회를 하고 고속도로 구간에 강하 IC(나들목)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안에는 양평 군내에 나들목을 만들 수 없으니 노선을 바꿔 강하 나들목을 만들자는 얘기였다. 당시 양평군수도 언론 인터뷰에서 “강하면 IC가 있어야 한다”며 대안 필요성을 언급했다. 강하 IC를 만들려면 김 여사 가족 선산이 있는 방향으로 노선을 바꿀 수밖에 없다.

 

민주당 지역위원장은 “강하 IC를 설치해 달라고 한 것이지 기존안을 바꿔달라고 한 건 아니다”고 했다. 지도를 보면 말이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뒤늦게 둘러대는 것이다. 민주당이 노선 변경을 요구했던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그쪽에 김 여사 가족 선산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것이다. 그러자 특혜라고 한다. 김 여사에게 특혜를 주려고 한 것은 민주당 아닌가.

 

▲양평군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7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양평군의회

 

더구나 김 여사 가족 선산은 나들목이 아니라 차량 진·출입이 불가능한 분기점(JCT) 부근에 있어 땅값에 아무 영향도 없다. 이번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집 부근에 예정에 없던 서울~세종 고속도로 나들목(IC)이 생겨 땅값이 오른 것과 다르다.

 

민주당은 양평군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정부의 고속도로 백지화 방침을 백지화하라면서 원안대로 건설할 것을 주장했다.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의혹을 부추겨 정책 혼선을 일으킨 셈이다.

 

정부도 원안 외에 대안도 검토하게 된 과정을 소상히 국민에게 밝혔어야 했다. 그랬다면 파문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의 선동 프레임이라며 사업 백지화부터 선언한 것은 감정적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을 정도로 필요한 도로다. 아무리 정쟁이 극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확정된 고속도로 건설을 갑자기 취소한다는 것은 지나치다.

 

대통령실은 이날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지역 주민의 여론과 사업 필요성을 검토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전날 사업 백지화와는 다른 기류로 읽혔다. 주민 여론은 고속도로 건설일 것이다. 어느 노선을 원하는지 양평군민에게 묻고, 그 노선이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지 검토해 사업을 재추진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7.08 “나들목 없는 원안, 많은 양평군민이 원치 않아” 백지화 사태 전말

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사태 전말

더불어민주당은 국토교통부가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려고 서울-양평고속도로 기존 노선의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분기점(JCT)을 김 여사 일가 소유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바꿨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2년 전 민주당 정부 때부터 양평군민들은 분기점이 아닌 나들목(IC) 설치, 그에 따른 노선 수정을 요구해 온 것으로 7일 나타났다. 국민의힘이 다수였던 양평군의회는 물론 민주당 소속인 정동균 당시 양평군수도 같은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양평군의회 윤순옥 의장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연결하는 분기점(JCT)이 양서면 도곡리에 들어서는 원안(原案)은 군민들도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 의장은 “지난 2020~2021년 8대 양평군의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을 당시에도 양평군민의 편의를 고려하면 실제로 고속도로로 진입해 이용할 수 있는 나들목 개설이 중요한 과제였다”며 “당시나 지금이나 군민들은 인구가 많은 양평읍에서 서울로 가깝게 연결되는 강하면 지역에 IC를 설치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윤 의장은 “양평군 내 지역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지만 더 많은 군민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이 의회에서 논의됐다”며 “그래서 주민 의견을 수렴해 강하면에 IC를 만들어 강상면 분기점으로 이어지는 안을 추가한 노선 3개를 작년에 (국토부에) 건의했고, 앞으로 정부가 제시한 방안을 두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면 되는 문제였다”고 했다.

 

 

윤 의장의 말대로 당초 원안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종점은 양서면이었다. 2021년 4월 국토부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도 나온 상태였다. 하지만 한 달 뒤 여주·양평의 최재관 민주당 지역위원장과 당시 정동균 양평군수는 지역 당정협의회를 갖고 IC(나들목)가 없는 기존 노선을 반대하며 강하면에 IC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하면은 현재 김 여사 일가의 선산 등이 있다는 강상면과 붙어 있는 지역이다.

 

정 전 군수는 당시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강상~강하로 이어지는 채널이 있어야 하기에 강하면으로 들어올 수 있는 IC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 당시 ‘기존 노선에는 고속도로 진·출입이 가능한 IC가 없어 이름만 양평고속도로일 뿐 정작 양평군민들이 해당 도로를 쉽게 이용할 수 없다’는 지역 여론이 높았다고 한다.

 

이후 양평군청은 강하면에 IC를 설치할 수 있는 복수 안을 검토했고, 작년 7월 후보 노선 세 개를 국토부에 제시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대안 노선 등의 선상에 IC 설치를 추가하도록 한 안(案)도 포함됐다. 국토부는 이 중 교통 해소 효과와 경제성, 환경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안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양평군청이 제시한 세 안 중에서 김 여사 일가의 땅과 더 가까운 노선도 있었다”며 “정말 특혜를 주려 했다면 그 노선을 선택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강하IC 설치는 기존 노선 선상에 요구했을 뿐 종점 변경을 포함해 문제가 되는 대안 노선을 주장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최재관 지역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희들이 요구한 강하IC는 강하면 쪽에 IC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것”이라며 “노선 전체 변경을 요구했다는 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양서면으로 연결되는 원안으로는 양평군 내에 IC 설치가 불가능해 최 위원장 주장이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원안에는 철도와 학교 등의 지리적 문제 때문에 그 노선상에 나들목을 설치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양평군과 양평군의회도 같은 의견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강하IC를 설치하는 안은 지금 문제가 되는 안과 당시 민주당에서 주장한 안과 다를 게 전혀 없다. 다른 노선은 (기술적으로)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한편, 현재 강하면에는 김부겸 전 총리가 2년 전부터 토지를 매입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식 논리대로라면, 문 정권의 고위 인사 집값을 올려주려고 민주당 인사들이 그간 강하IC 설치를 요구해 온 것이냐”고 했다.

조선일보 권상은 기자 박국희 기자 김상윤 기자

 

07.08 당 혁신한다며 김홍걸 복당, 윤리 파산 민주당 못 할 일 없어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5주년을 기념해 3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와세다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의원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이 부동산 투기 의혹, 재산신고 축소 이유로 제명했던 김홍걸 의원을 7일 복당시켰다. 2020년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비상 징계’ 형태로 당을 나가게 한 결정을 2년 10개월 만에 뒤집은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 의원은 분양권 1개를 포함, 서울 강남 등 요지에 주택 4채를 갖고 있었다. 평생 뚜렷한 직업 없이 살아온 그가 어떻게 거액의 부동산을 다수 보유하게 됐는지도 해명하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의 다주택 보유가 지탄을 받자 서울 강남 아파트를 처분하겠다고 한 후 이를 아들에게 몰래 증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의원은 결국 재산 축소 신고에 따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21년 벌금 80만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벌금 100만원에 미달해 아슬아슬하게 의원직 박탈을 면한 것이다. 당에서 제명될 때 문제 된 사안이 소명되기는커녕 유죄 판결까지 받았는데도 거꾸로 복당을 시켰다.

 

민주당은 입법 폭주 꼼수를 위해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지난 4월 복당시켰다. 복당하면 탈당이 사기극이 되는데도 거리낌 없이 했다. 당시 민주당에 도덕 윤리의 파산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이번에 똑같은 일을 했다. 이들에게 부도덕한 행위는 일상사가 된 것 같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의혹, 선거법 위반 혐의, 송영길 전 대표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기 의혹 등이 겹치면서 비판 여론이 커지자 당을 완전히 뜯어고치겠다면서 혁신위를 구성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혁신기구 1차 회의에서 ‘2020년 이후 국회의원이나 당직자의 부패·비리 사건 진단’ 을 첫 번째 의제로 제시했다. 6일엔 “민심과 유리된 민주당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고 그 괴리와 격차를 줄이겠다”, “국민이 무섭게 심판하기 전에 저희가 먼저 매를 들겠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 김홍걸 의원을 슬그머니 복당시키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혁신’과 ‘반성’ ‘교정’등과 같은 말과 약속도 민주당으로 가면 다 보여주기 ‘쇼’가 된다. 무조건 지지하는 계층을 믿고 못 하는 일이 없는 정당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결국 국민의 심판밖에 없는 것 같다.

조선일보 사설

 

07.08 김해영 “이해찬이 민주당 망가뜨렸다, 이재명은 대선 포기해야”

[아무튼, 주말]
2년 만에 작심한 ‘미스터 쓴소리’
前 민주당 최고위원 김해영

”할말 못할 바엔 정치 안하는 게 낫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민주당 내 몇 안 되는 소신파 김해영(47) 전 최고위원은 인터뷰 내내 “정치를 10년 하는 동안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낸 건 처음”이라고 했다. ‘미스터 쓴소리’란 별명을 가진 그였지만, “국회의원 4년 동안은 절제된 발언을 하려고 애썼다”고 했다. 페이스북에 민주당을 향해 뼈아픈 말을 가끔 써왔으나 인터뷰는 마다해왔다. 그런 그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돈 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 등을 보며 “민주당 다수가 침묵하는 걸 더는 두고 보기 힘들다”며 입을 열었다.

김 전 최고위원은 2016년 총선 때 야당 험지인 부산 연제구에서 당선됐다. 당시 마흔 살. 민주당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선 최연소였다. 2018년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뒤 ‘이해찬 지도부’에서 유일하게 딴 목소리를 내면서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조국 사태 때는 “많은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에서 처음으로 조 전 법무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해찬 전 대표 면전에선 “왜 상대 말은 들으려 하지 않느냐. 우리만 절대 선(善)이냐”고 따져 물었고, ‘비례민주당’ 창당 당시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반대했다. 올 3월에도 페이스북에 “이 대표 같은 인물이 당대표라서 부끄럽다”고 적었다.

 

외롭게 싸워온 그를 지난달 16일 부산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조국 사태’ 때 더 세게 비판하지 못한 걸 후회해요.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예, 예만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어요. 할 말도 못 한다면 정치 안 하는 게 낫죠. 정치인으로 가장 두려운 건 국민이어야 하니까요.”

 

◇더 세게 말하지 못해 후회할 뿐

최근 2년간 인터뷰는 하지 않았다. 2020년 총선에서 낙선하고 정치에 가타부타 입을 댄다는 게 스스로 탐탁지 않았다고 했다. 그랬던 김 전 의원은 사전 질문지 없이 3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야당의 주요 정치인 실명을 거론하며 거침없는 말을 쏟아냈다.

-정치 입문 땐 친문이었잖아요.

“제가 문재인 대통령이 몸담았던 법무법인 부산에서 변호사 활동을 했으니까 그렇게 불렸죠. 하지만 저는 사람 중심으로 가르는 것을 체질적으로 정말 싫어해요. 그냥 주류 쪽에 가까웠다고 할게요. 게다가 문 대통령은 변호사로 훌륭했지만 대통령으로선 아쉬움이 너무 많았어요.”

 

-그러다 확실한 비주류의 길을 걸었죠?

“최고위원을 하던 2019년 여름이었어요. 조국 사태로 시끄러웠는데 보좌진과 주변 모두가 소신 발언을 말렸어요. 조국 전 법무장관이 진영 내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었거든요. 지금 이재명 대표 팬덤과는 비교도 안 됐어요. 그러나 저는 민주당의 가장 젊은 의원이었어요.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됐죠.”

 

-그래서요?

“서울 목동 원룸에 혼자 살 때였는데, 밤에 근처 공원을 수십 바퀴 돌았어요. 내 자식이 당한 문제였다면 어땠을까.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국민 공분 쪽에 서기로 한 거죠. 침묵할 거면 정치할 필요가 없다고 다시 생각했죠. 보좌진 앞에서 ‘나는 아무 말 못 할 거면 국회의원 그만할 거다’라고 했어요. 그렇게 급격하게 비주류가 됐죠.”

 

-편한 길을 놔두고 사서 고생하네요.

“더 세게 하지 못한 걸 후회해요. 당시 한 선배 의원이 ‘제발 부탁한다. 가만히 좀 있어달라. 한 번만 더 때리면 조국은 더 이상 못 버틴다’고 통사정을 했어요.”

 

-그래서 그 이후 회의에서 발언을 안 했군요?

“그때 청와대가 조국 전 장관 임명을 못 하게 막아야 했어요. 후회합니다.”

 

-그 뒤로도 당 지도부 일원으로 쓴소리를 이어갔어요.

“비공개 회의에서 이해찬 대표가 ‘하지 마’ ‘그만해’ 소리도 여러 번 질렀죠. 마음이 힘들었죠.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소수 의견을 낼 수 있는 게 민주주의라고 생각해요. 민주당이 더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데 언젠가부터 경직된 정당이 됐어요. 지금은 국민의힘보다 더 획일적이에요.”

 

◇민주당, 조국 사태 제대로 사과 안했다

그는 최고위원으로 당 지도부 활동을 2년 하면서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해찬 대표에게 할 말이 많은 것 같네요.

“당이 이렇게 망가진 모든 책임이 이해찬 대표에게 있어요. 당시 철저한 진영 논리로 움직였어요. 어떻게 하면 저쪽을 나쁜 놈으로 만들까만 고민했죠. 뭘 던져야 표가 될까 그 궁리만 했죠. 이 대표는 민주당만이 선(善)이었어요. 저쪽은 악(惡)이니 우리는 뭘 해도 다 익스큐즈(양해)가 되는 거죠.”

 

-어땠나요.

“그때 찍힌 사진들을 보면 전부 표정이 굳어 있어요. 회의할 때마다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할 말을 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도 타협은 안 했죠?

“정치는 국민 통합이 목적인데, 국민 분열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 같았죠. 조국 수호는 명분이 약하니 프레임을 검찰 개혁으로 둔갑시켰어요. 한 사람 때문에 국민을 반으로 쪼개고 나라를 혼란 속으로 밀어넣었죠.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결국 민주당이 조국 사태를 사과했어요.

“통렬한 반성과 절절한 사과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다 형식적이었죠. 결국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큰 단초가 됐어요.”

 

-내년 총선에 조 전 장관이 출마할 거란 얘기도 있어요.

“추미애, 조국이 윤석열 정부를 만든 공신 1, 2등이에요. 민주당에 마이너스지만, 출마는 본인 자유죠.”

 

-그래도 2020년 총선은 180석으로 대승했잖아요.

“그게 독이었죠. 착각하면 안 됩니다. 그건 코로나 대응에 대한 결과였죠. 국민이 조국 사태를 받아들인다는 건 아니에요. 아직도 민주당은 모르는 것 같아요. 내일 총선을 치른다면 다수 석은 국민의힘이 될 겁니다. 여론조사? 믿으면 안 돼요.”

 

-원외에서 바라보는 요즘 민주당은 어떤가요?

“너무 실망스럽죠. 특히 제가 강조했던 청년 정치요. 나이만 어리다고 청년 청치인이 아닙니다. 기득권에 용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게 청년 정치의 핵심인데요. 요즘 청년 정치인은 기존의 정치인, 86운동권보다 더해요. 어디 가서 청년 정치 얘기를 못 할 거 같아요.”

 

-왜 민주당만 비판하냐는 말도 있어요.

“국민의힘을 욕할 게 없겠어요? 그러나 민주당 170명 가까운 의원이 매일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데 저까지 할 필요 있나요.”

 

 ▲김해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2019년 조국 사태 때 민주당에서 처음으로 조국 전 법무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2020년 총선에서 낙선해 변호사로 돌아간 그는 “내일 정치를 그만두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때 더 세게 비판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이재명, 국가 통합 못 해

김 전 최고위원은 작년 페이스북에 이 대표에게 “그만하면 됐다.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오시라”는 짧은 글을 썼다. “참다 참다 쓴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3월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인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도 모자라, 당대표 선거에 나와 77.7%라는 사상 최고 지지율을 받아 당선되는 상황에서도 민주당에선 큰 반발이 나오지 않았다. 그 와중에 이 대표를 둘러싼 사건 관계자들의 극단 선택이 이어지자 김 전 최고위원은 “더 참을 순 없었다”고 했다. 이 글은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오라는 건 정확히 어떤 뜻인가요?

“짧은 문장에 제 모든 생각을 담았어요. 누구는 지금 대표 내려놓으면 다음에 기회가 또 있다는 식의 말을 하던데 이 대표에게 다음은 없어요. 이미 드러난 사실관계로도 한 국가의 지도자를 하기에는 어렵죠.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해야 하는데 적합하지 않아요.”

 

-어떤 심정으로 글을 썼나요.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에서 당을 방탄에 사용할 의도를 가지고 국회의원, 당대표에 출마했어요. 그 자체가 민주당엔 치명적이에요. 하루빨리 물러나야 합니다. 거대 야당은 대정부 견제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해요. 그런데 이 대표가 있어서 국민 신뢰가 워낙 낮아 그 역할을 제대로 못 합니다. 이 대표가 있는 민주당과 혁신은 형용 모순이죠. 이 대표가 있는 한 혁신도 없어요.”

-이 대표 측에서 항의는 안 했나요?

“안 오죠(웃음). 오히려 어떤 국회의원은 미안하다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혼자 외롭게 해서 미안하다는 뜻이겠죠.”

 

-이재명 외에 대안이 없다고 하는데.

“이 대표 사퇴하면 ‘정청래가 대표 되는데 그럼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아요. 대안이 없으면 정당 간판 내려야죠. 대중, 지지층은 금방 또 만들어내요. 당내 조응천 의원 같은 사람은 당 혁신을 잘 이끌 겁니다. 그런데 안 시켜주는 게 문제죠.”

 

-민주당의 혁신 방안이 뭔가요?

“김어준 부류와 손절해야 합니다. 당을 뒤흔드는데 거리 둬야죠. 진실을 왜곡하면 더 이상 지식인이 아닌 겁니다. 민주당은 사실에 기반을 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해요. 총선 앞두고 누구를 영입하느냐보다 누굴 쳐내느냐가 더 중요한 메시지예요. 정청래 같은 분, 오래하셨잖아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안심해도 된다고 보고서를 냈으니 신뢰를 해야죠. 다만 교차검증은 필요하다고 봐요. 민주당도 괴담을 통한 선동이 아니라 우려 전달을 다른 방식으로 해야죠.”

 

◇尹의 ‘쉬운 수능’, 초선 때 내가 하려 했던 말

국회의원 4년을 하면서 “안타깝게도 많은 걸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당 지지자들에게 ‘찍히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었기에. “한 명의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게 상당히 제한적이에요. 더 용기 있게 목소리를 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 했어요.” 김 전 최고위원은 당시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정시 확대를 주장했다. “수능을 쉽게 내야 한다는 얘기까지 하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었어요.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니까요. 보좌진도 말렸고요. 그런데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얘기를 해서 반가웠습니다.”

-다둥이 아빠죠?

“중1 딸, 초5 아들, 일곱 살 딸과 재밌게 살아요. 애들 키우는 게 쉽지 않지만요.”

 

-저출생이 사회문제인데.

“저도 애들을 키우니 그 원인을 열심히 찾고 있어요. 하나는 주거, 부동산이죠. 그런데 집값은 금융 시스템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급격한 변화를 주는 게 어려워요. 잘못 시그널을 주면 시장 전체가 크게 흔들리거든요. 그렇다면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저는 교육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는요?

“윤 대통령이 말한 ‘수능 킬러 문항 없애자’는 방향성에 찬성합니다. 수능 쉽게 내야 합니다. 변별력은 떨어지겠죠. 그러나 변별력 확보하려다가 나라가 소멸할 판이에요. 의원 시절에 교육과정 평가원 담당자를 불러다가 ‘수능 좀 쉽게 내면 안 되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변별력이 없어진다’고 그래요. 그래서 ‘변별력 좀 없으면 안 되냐’니까 ‘국가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군요. 다시 물었죠. ‘수능 난이도와 국가 경쟁력 상관관계 연구가 있냐’고. 한참 말이 없더니 ‘그런 조사는 없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야당에선 비판이 심한데요.

“아쉬운 점은 있어요. 교육 정책은 예민해요. 부모와 학생이 유년 시절부터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함께 전력 질주를 하거든요. 돌발적 메시지보다는 정교한 프로세스를 거쳤다면 더 좋았을 텐데.”

 

-교육 얘기에 진심이네요.

“제가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와 관련이 있거든요. 우리 사회는 미성년 단계에서 너무 많은 것이 결정돼요. 부모의 배경도 중요하고요. 뒤처지면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상황, 그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가정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서 정치권에서 공적인 역할을 하자는 생각으로 정치를 시작했어요.”

 

-그런 생각을 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도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거든요.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어려운 건 아니었어요. 내 입으로 흙수저라고 한 적은 없거든요. 그런데 부모님과 못 살고 고모집에서 컸어요. 고1 때는 6개월간 공장 일도 하고 막노동도 했어요.”

 

-뒤늦게 공부했군요.

“고3 때는 헤어 미용 직업 위탁 교육을 받아 수료했어요. 공부는 정말 못했어요. 수능에서 너무 운이 좋았어요. 부산대 법대에 입학했죠.”

 

-사법고시도 합격했잖아요.

“아버지가 2007년 말에 대장암으로 돌아가셨어요. 항암 치료를 60번 가까이 받았는데 너무 괴로웠어요. 제가 아버지를 좋아했거든요. 그때 같이 머리를 빡빡 깎았죠. 사시 합격은 아버지 소원이었어요. 살아 계실 때 못 붙고, 돌아가시자마자 몇 달 만에 1차에 합격했죠. 이후 4년 만난 친구와 결혼했고요.”

 

◇내 역할 없다면 정치 안 해도 괜찮다

그는 민주당이 2022년 대선에 이어 같은 해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하자 8년을 해온 부산 연제구 지역위원장직을 내려놨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잖아요. 저라도 내려놔야 했어요. 한 명이 한 지역에서 뭔가를 오래하는 건 좋은 게 아니에요.”

-남들처럼 정치해도 되잖아요.

“정치인 대다수가 주류에 찍히지 않고 다지고 올라가 정치적 미래를 도모하겠다고 생각해요.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에요. 저는 ‘당신들처럼 안 해도 정치적으로 길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런 ‘깡’은 언제부터 생겼나요?

“원래 성격인 것 같아요.”

 

-후회한 적 없나요?

“전혀요. 정치란 건 방향성을 가지고 해야죠. 자리 따위에 연연할 거면, 국회의원을 열 번 한들, 대통령을 한들 허무할 겁니다. 아무 의미가 없어요. 시류에 영합 안 합니다.”

 

-앞으로 계획은.

“내년 총선 출마 여부도 아직 못 정했어요. 반드시 출마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어려운 얘기네요.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건 별 의미가 없어요. 여건이 된다면 당내에서 세력을 규합해서 잘못된 관행, 기득권과 일전을 겨뤄보고 싶어요. 정치란 할 말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건 절반짜리죠. 나머지 반은 세력 규합이에요. 정치는 혼자 할 수는 없어요.”

 

-다른 지역 출마 가능성도 있을까요?

“제 얘기를 하는 건 참 어렵네요. 당에서 요청이 오면 험지라도 갈 생각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운털 박힌 저한테 요청을 할까요?”

 

-금태섭 전 의원과 가까운데 혹시 신당 참여는.

“탈당할 생각은 없어요 아직. 당에서 제대로 일전도 못 벌여봤는데(웃음). 신당이 성공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양당이 워낙 저러니까요. 어쨌거나 정말 좋은 정치인인 금 전 의원이 어떤 당이든, 무소속이든 다시 국회의원을 하는 걸 꼭 보고 싶습니다.”

-그러다 잊힐 수도 있어요.

“정치인 김해영으로 있는 그대로 다 보여줬어요. 시대 흐름이 나를 필요로 하면 역할이 올 것이고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받아들여야죠. 잊혀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정치 비판 글을 한 번씩 올리잖아요.

“정치인으로 쓴다기보다 태어난 값으로, 국회의원 4년을 한 것으로 ‘이 정도는 하고 살자’는 뜻에서요.”

 

그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첫 국회의원 선거 출마 때 적은 ‘가정 환경이 어려운 소년에게도 희망이 있는 세상, 방황하는 청소년에게도 꿈이 있는 세상, 정직하게 땀 흘린 청년에게 기회가 있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는 손 글씨를 보고. “국회의원 떨어지고 나서 위축이 많이 됐어요. 한 번은 국회 본청 잔디밭에 앉아 있는데 허공에 줄이 하나 있더라고요. 줄 타는 사람을 떠올렸어요. 신명 나게 타면 박수 쳐주잖아요. 그러다가 떨어져서 죽을 수도 있어요. 그걸 알지만 박수받으니까 막 탑니다. 그런 정치인들 민주당에 많아요. 방향성이 있어야 떨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박수 못 받아도 그런 정치인이 되려고 합니다.”

조선일보 김아진 기자

 
 

07.09 코앞에 닥친 후쿠시마 방류, 다른 나라들은 왜 분노하지 않을까?

한국 야당만 분노하고 외국은 다 잠잠한 이유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외국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방류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한국의 야당은 전국을 돌며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5일 국회에서 후쿠시마 원전수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이덕훈 기자

 

‘후쿠시마’로 연일 시끄럽다. 야당은 전국을 돌며 ‘후쿠시마 방류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처음에는 일본이 태평양에 “독극물”을 푼다더니 급기야 “대변” 얘기까지 나왔다. 태평양을 면한 나라가 우리나라만 있는 것이 아닌데, 다른 나라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초기에는 막대한 방사성물질이 바다로 그냥 흘러들었다. 이미 화가 잔뜩 나 있을 것이 틀림없다.

 

우선 미국은 어떨까? 미국에 태평양은 앞마당이나 다름없다. 서부 지역에 알래스카, 워싱턴, 오리건, 캘리포니아 등 대형 주가 즐비하다. 태평양 한가운데 하와이도 미국 땅, 서태평양의 괌, 사이판도 미국령이다. 동북아시아에 미군만 10만명 가까이 된다. 일본이 방사성 오물을 바다에 버리면 미국 국민에게 피해가 갈 것은 자명하다. 분노의 ‘말 폭탄’을 예상하며 미국 정부 공식 홈페이지들을 찾아보았다.

 

우선 환경 보호를 책임지는 미 연방 환경보호청(EPA). “일본에서 비롯되는 방사성 핵종은 공중 보건상 우려할 만한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고 적혀 있다. 그래서 “미국 본토 및 태평양 미국령에 대해 아무런 보호 조치가 필요없다”고 한다. 대충 결론을 낸 것이 아니다. 하와이를 비롯해 미국 전역을 24시간 살피는 기상 관측기 140대, 매월 빗물과 눈을 분석하는 관측소 26곳, 분기별 음용수 정밀 조사를 실시하는 관측소 47곳이 제공하는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그런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청정한 바다와 대기를 책임지는 부서로 상무부 산하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있다. 홈페이지를 보니 미국 서부 해안 어업에 후쿠시마 사고가 미치는 영향, 특히 참치에 대한 분석을 올려 놓았다. 결론은 “방사선 수치가 너무 낮아서 공중 보건상 우려할 만한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

 

미국인들의 밥상을 책임지는 식품의약국(FDA)도 있다. FDA는 이미 2014년 3월 “공중 보건상 문제가 될 만한 후쿠시마발 방사성 핵종이 미국 식료품 공급망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심지어 2021년 9월에는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에 대한 모든 수입 규제를 철폐했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위험이 될 가능성이 너무 낮아서 더 이상 규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원자력 안전을 관장하는 미 연방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어떤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바다로 유출된 방사능 수준은 미국의 공중 보건이나 환경에 위험을 끼칠 만한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가 결론이다.

연방정부는 일본 눈치 보느라 ‘곡학아세’를 했을지 모른다. 주정부는 좀 바른 소리를 하겠지. 미국 서부 하면 캘리포니아. 면적이 일본과 맞먹고, 인구 4000만명에 경제 규모도 미국 50주 중 제일 크다. 일본 앞에 주눅 들 이유가 없다. 캘리포니아의 결론은 “일본 원전 사고가 캘리포니아에 아무런 위험이 되지 않는다”이다. 캘리포니아 공중보건부가 조사해 본 결과 “캘리포니아 주민의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위에 있는 오리건주는 일본 원전 사고 잔해가 해류를 타고 자기들에게 올 가능성이 걱정되어서 그랬는지 꼼꼼하게 연구해서 자료를 공개해 두었다. 결론은 “후쿠시마 사고의 방사성 잔해가 오리건까지 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 대해 과학자들 간에 합의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오리건주 위에 있는 워싱턴주는 2011년에서 2015년 사이에 주기적으로 일본발 방사능 관련 표본 조사 결과를 공개해 왔다. 하지만, 방사선 수치가 계속해서 안전 기준에 훨씬 못 미치자 2015년 이후로는 검사를 중단했다. 미국 최북단 알래스카 역시 마찬가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알래스카 해산물에 미칠 영향이 걱정되어서 “계속 검사해왔지만, 검출되지 않았고, 이제는 알래스카 해산물에 아무 영향이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주정부도 별것 없구나. 역시 미국인들은 일본에 약하다. 다른 나라들은 분명 단단히 화가 났을 것이다. 우선 세계에서 해안선이 가장 긴 나라 캐나다는 어떨까? 2015년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영향에 대해 정부 보고서를 내놨다. 결론은 “인지 가능한 수준의 방사선 수치 변화가 없고, 캐나다 국민의 건강에 우려가 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남태평양의 대국 오스트레일리아는? “오스트레일리아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만한 수준(negligible)”이라는 것이 정부 공식 입장이다. ‘청정’ 하면 떠오르는 나라 뉴질랜드는? “일본 원전 사고로 뉴질랜드 자연환경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한다.

 

뭔가 크게 잘못됐다. 말만 ‘선진국’이지 이들은 ‘멍청하거나’ 일본에 ‘맞설 용기’가 없다. 야당이 국내 시위만 할 것이 아니라 당장 이 나라들 설득에 나서야 한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멍청한’ 공무원들과 ‘겁쟁이’ 전문가들을 단박에 설득할 정도 내공은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을 터. 이제 비행기에 타기만 하면 된다. 떠나라, 해외로! 일본을 혼내주러 가라!

조선일보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국제관계학 교수

 

07.09 양평 주민 野 항의 방문 “우리가 원하는 고속도 만들게 해달라”

▲전진선 양평군수와 군민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강하IC 포함된 서울-양평고속도로 추진재개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전진선 양평군수가 9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백지화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양평에 IC가 설치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을 가로막는 민주당의 모든 언행 중지를 요청한다”며 “12만5000명의 양평군민은 IC가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희망한다”고 천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선교 국민의힘 양평여주당협위원장, 도의원, 군의원 등 30여명이 함께했다.

전 군수는 “지난 2021년 4월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안은 양평군에 IC가 없는 고속도로였다”면서 “양평군은 우리 군에 IC가 설치되는 고속도로를 설치해달라고 정부의 문을 더 두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러한 양평 군민의 염원이 담긴 노선안에 대해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를 문제 삼으면서 정치 공세를 펼쳤고,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이제는 원안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예타 당시 노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진선 양평군수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강하IC 포함된 서울-양평고속도로 추진재개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그러면서 “양평 고속도로가 놓일 남한강과 주변 지역 주민의 희망 사항도 모르는 사람들이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 군수는 “예타 당시 노선은 IC가 없는 안이고, 지역주민도 반대하고 있는데 대체 누구를 위한 원안 추진이냐”고 반문하며 “진정으로 양평 군민이 원하는, 양평 군민을 위한, 양평 군민에 의한 안을 민주당에서는 경청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역 정서도 모르고 국정을 혼란에 빠트린 양평 지역 위원장과 민주당 소속 전임 군수를 문책하고 현직 군수인 저와 이 문제를 논의해달라”고 덧붙였다.

 

전 군수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예타 회귀에 찬성하지 않는다면 기존에 이야기됐던 강상면(종점) 안으로 사업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야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과 다른 말”이라며 “(김 여사 일가가 보유한)그쪽 지역으로 분기점(JC)이 지나가더라도 전혀 땅값하고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전 군수는 또 “사업 백지화가 철회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며 “철회를 위한 민주당의 정책 변화가 있어야 하고, 정부에도 지속해서 (사업 재개를)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민의힘 소속 윤순옥 양평군의회 의장과 지역주민 대표 등 약 3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우비를 입고 서서 ‘양평 군민 원하는 대로 고속도로 설치하라’, ‘IC 없는 고속도로 반대한다, 강화 IC 설치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전진선 양평군수를 비롯한 양평 주민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추진을 가로막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조선일보  김태준 기자

 

07.10 IAEA 대표를 당혹스럽게 만든 대한민국의 수준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위성곤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우원식 의원이 5가지 오염수 처리 방식에 드는 비용에 관한 자료를 보여주며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공동취재사진)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한국 방문과 체류 과정은 낯부끄러운 장면의 연속이었다. 그로시를 태운 항공편은 7일 밤 김포공항에 내렸지만 일행이 공항을 나간 것은 2시간이나 지나서였다. 시위대가 그로시가 나갈 귀빈실 문 앞을 지키며 “그로시 고 홈” “100만 유로 받았냐”라고 외쳐댔기 때문이다. 그로시 일행은 귀빈실 말고 공항 2층을 통해 나가려다가 그곳에서도 시위대에 막혔다. 결국 시위대 눈을 피해 몰래 빠져나갔다. 그로시가 머무는 호텔 밖에서도, 그가 박진 외무장관을 만났던 외교부 공관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9일 오전엔 그로시가 민주당 초청으로 국회를 방문했다가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중립성을 상실한 일본 편향 검증” “일본 맞춤형 부실 조사”라는 거친 말을 들어야 했다. 그로시는 면담 초반엔 메모도 하고 고개도 끄덕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당황한 표정으로 변했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안경을 벗거나 한숨을 내뱉었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 대표가 이렇게 면박을 당한 전례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

 

IAEA는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의 안전성을 검토하면서 한국 전문가를 분석에 참여시켰다. 한국은 IAEA가 채취 시료를 직접 검증해보라는 취지로 보내준 4국 중 하나였다. 국제기구가 엄격한 절차를 밟아 내린 결론이라도 꼭 그걸 수긍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전문가도 참여한 평가 보고서를 놓고 중립성·객관성이 없다고 따질 때는 어떤 근거가 있어야 한다.

 

광우병 때도 미국 쇠고기 수입국 중 유독 한국에서만 요란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이번에도 IAEA 평가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북한, 중국, 그리고 한국의 민주당 정도다. 그 외에 방류수를 우리보다 앞서 만나게 될 캐나다·미국·뉴질랜드·호주 등의 정부 기관들은 모두 “위험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오염의 증거가 없다”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의원 11명이 다시 10일 일본을 방문한다고 한다.

 

나라가 정상의 길을 가려면 이성과 상식, 과학이 통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과학적 증거와 사실이 나오면 그걸 기반으로 최소한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국제기구가 2년 검증 끝에 확인한 내용을 다수 의석 정당이 폄하하면서 자기편 국민의 감정적 반응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광우병, 세월호, 천안함, 사드 전자파, 청담동 술자리 등 괴담 정치가 반복되면서 국민 다수가 이젠 피로를 느끼고 있다. IAEA 대표를 대하는 상식 밖의 태도를 목격한 국제사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10 또 뭉개는 ‘불체포 특권 포기’, 이재명 대표는 두 번이나 말 뒤집나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은 불체포 특권 포기 등 혁신안을 외면하고 있는 민주당을 비판했다. /뉴시스

 

민주당이 당 혁신위가 요구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질질 끌면서 의원총회 안건으로도 올리지 않고 있다. 혁신위원들이 “혁신위 만들어 놓고 남일 보듯 하느냐. 강 건너 불구경하지 말고 반성하고 답변하라”고 발끈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약속한 불체포 특권 포기를 결국 없던 일로 만들려 한다는 의구심을 피하기 힘들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민주당이 기득권에 안주하고 절박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다른 혁신위원들도 “철갑을 두른 민주당”이라면서 “검찰권 행사가 부당하다는 대국민 설득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3일 혁신위가 ‘불체포 특권 포기와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 방안을 내놓은 후 보름 넘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의총에선 ‘후쿠시마 오염수 규탄 결의안’ 본회의 처리 당론을 정했지만 불체포 특권 포기는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다. 지난 5일 의총 때도 IAEA 최종 보고서 규탄만 하고 혁신안은 다루지 않았다. 다음 정책 의총 때도 불체포 특권을 안건으로 올릴 계획은 없다고 한다. 후쿠시마 방류 저지와 다른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이유였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 때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약했다. 하지만 대장동 비리 혐의 등으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치자 스스로 불체포 특권 뒤에 숨었다. 뇌물과 돈 봉투 비리로 수사받던 노웅래·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도 줄줄이 부결시켰다. 그랬던 이 대표가 지난달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또다시 들고 나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당 내부에선 이 대표의 결단이라는 칭송도 터져나왔다.

그러나 이후 당 지도부는 실제 행동 없이 ‘향후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뭉개고 있다. 돈 봉투와 개인 비리 등으로 수사받는 의원들이 불체포 특권 포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구속영장이 줄줄이 날아올 텐데 어떻게 특권 포기나 가결 당론을 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시간만 끌며 유야무야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의 두 번에 걸친 대국민 약속을 모두 사기극으로 끝낼 건가.

조선일보 사설

 

07.10 지성으로 괴담을 물리쳐야 민주공화국이 산다

이번 괴담 논파한 과학자들
민주공화국의 진정한 영웅
음모론 격파하려면
軍警 말고 시민의 논리력을
20년 가짜 뉴스 세력
낱낱이 기록, 만천하에 알려야

 ▲유국희 원자력 안전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원안위에서 작성한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계획에 대한 검토보고서 중 오염수 방류 후 방사능 영향 예측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쿠시마 ‘처리수(treated water)’ 방류를 둘러싼 최근 논쟁은 한국 지성계의 저력을 보여준다. 그 분야 전문가들이 공론장에 나와 과학적 지식과 냉철한 논리로 거짓 주장을 격파하고 허위 선동을 차단했다. 지난 20여 년 가짜 뉴스와 허위 선동에 속아본 국민 다수는 대체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다. 청소년이 실수를 반복하며 성숙해지듯, 한국 사회도 시행착오를 거쳐 진화하고 있다. 그래도 안심할 순 없다. 지난 20여 년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허위 선동을 주도한 자들이 여전히 큰 권력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을 되짚어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대한항공 858편 테러는 안기부 자작극이었고, 정부는 미국산 미친 소를 수입해서 국민의 뇌에 송송 구멍을 뚫으려 했고, 천안함은 미군 오폭으로 침몰했고, 세월호는 잠수함과 충돌했으며, 사드 전자파는 참외로 스며들어 인체를 위협했다. 황당무계한 거짓말이지만, 그들의 선동은 매번 무서운 파괴력을 발휘한다.

 

극미한 위험을 부풀려 사회적 공포를 조장하고, 흥분한 군중을 움직여 정권을 뒤흔드는 수법이다. 가공할 선동력, 기민한 조직력, 치밀한 프로의 기획력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나치식 선전·선동과 공산당식 전략·전술을 그토록 능란하게 구사하는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마르크스에게 영혼을 팔고, 레닌의 선전술을 배우고, 마오쩌둥의 게릴라 전술을 익히고, 김일성의 혁명 이론으로 대중을 파고든 어제의 그 용사들인가?

 

지금도 그 세력은 정계, 학계, 관계, 언론계, 법조계, 문화·예술계, 심지어는 과학기술계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의회를 점령하여 반자유적 법안을 만들고, 공적 매체를 이용해서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선관위 등 헌법기관에 들어가서 파당적 권력을 휘두르고, 법복을 입고서 불공정한 판결문을 쓰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그들이 구축한 권력의 진지가 너무나 강고하기에 언제든 쓰나미처럼 운동권식 ‘아지프로(선전·선동, agitprop)’가 한국 사회를 덮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오염수 투기 반대 촉구 결의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7.7/뉴스1

 

자유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다양성을 근간으로 한다.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한 후 사상의 시장 밖으로 물러난다. 정부가 물러난 여론 시장은 온전히 시민사회의 몫이다. 전체주의와는 달리 자유주의 체제에선 정부가 공권력으로 반대 여론을 진압할 수 없다. 괴담과 음모론이 판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시민사회에 있다. 시민들이 나서서 진실을 밝히지 못하면, 거짓 세력의 지배 아래 놓이고 만다. 바로 그 점에서 이번에 용기 있게 공론장에 나가서 괴담과 낭설을 논파한 과학자들이야말로 민주공화국의 진정한 영웅들이다.

자유주의 창시자 밀(J.S. Mill·1806~1873)은 공리적 효용에 근거해서 표현의 자유를 옹호했다. 한 사회가 거짓을 물리치고 진실을 밝히려면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어야만 한다는 논리였다. 미치광이의 궤변, 몽상가의 망념, 음모론자의 억설까지 모든 생각이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어야만, 한 사회는 비판을 통해서 탄탄한 논리를 갖추고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그렇게 되어야만 개인이 자신의 고유성(individuality)을 실현할 수 있고, 인류 문명은 발전할 수 있다. 인류의 지성과 역사의 진보를 신뢰한 빅토리아 시대의 낙관론이었다.

자유주의는 그렇게 “열린 사회의 적들”에게도 자유를 보장하는 개방적이고, 관대하고, 공평무사한 이념이다. 그 밑에는 인류의 지성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 이성의 힘으로 불합리와 부조리를 물리치고, 지성의 빛으로 무지몽매를 깨칠 수 있다는 신념이다. 그러나 이 세상엔 표현의 자유를 악용해서 거짓을 퍼뜨리고, 법의 비호를 받으며 법치를 파괴하는 세력이 있다. 그들의 괴담과 음모론을 퇴치하려면, 군경의 물리력이 아니라 시민의 논리력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과학과 상식을 거부하고 사회적 책임감과 윤리적 자율성을 상실하는 순간, 자유는 실종되고, 민주공화국은 무너진다.

 

지금껏 한국의 시민사회는 속절없이 열린 사회의 적들에게 매번 휘둘려 왔다. 뒤늦게야 과학자들이 공론장에서 과학과 상식을 지키고 있기에 아직 희망이 있다. 차제에 지난 20여 년 가짜 뉴스와 허황된 음모론으로 헌정 질서를 파괴해 온 기자, 정치가, 대학교수, 방송인, 시민운동가 등 선동 세력의 만행을 낱낱이 기록해서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 시민의 지성으로 괴담과 거짓을 물리쳐야만 민주공화국이 존속할 수 있다.

조선일보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07-10 IAEA 총장 앞 국제 망신 자초 野, 비리 덮기용 쇼인가

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의 원내 제1 교섭단체로서, 대외적으로는 한국 정치의 자질과 품격을 대변한다. ‘공당의 수준이 곧 국가의 품격’이라는 점에서 국격도 상징한다. 민주당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9일 가진 간담회는, 이런 측면에서 국민을 참담하게 한다. 간담회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IAEA의 종합보고서가 발표되자 민주당이 먼저 요청한 것이다. 그로시 총장이 16분 간 발언을 하자, 민주당 측은 두 배 이상인 35분가량 IAEA를 성토했다고 한다.

야당인 민주당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로시 총장도 이런 부분은 인정했다. 그러나 IAEA 사무총장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하려면 최소한의 근거와 합리성, 품격을 갖춰야 한다. “일본 편향적 검증”이라는 의원들의 행태는 무례·무식의 과시로 비칠 정도였다. 우원식 의원은 “주변국 영향을 조사하지 않은 ‘일본 맞춤형’ 조사”라고 했다. 종합보고서가 나오기까지 2년 3개월 동안 한국을 포함해 11개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검증작업 결과에 대한 과학적·기술적 문제 제기는 없었다. 우 의원이 “일본이 국내 음용수로 마시든지 공업·농업 용수로 쓰게 하라”고까지 했다. 의원들의 발언을 메모하던 그로시 총장은 의자에 등을 대고 한숨도 내뱉었다고 한다. 누구든 이런 시정잡배 식의 행태를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면담장에는 시위대 소리가 들렸고, 그로시 총장 일행은 국회 후문으로 빠져나가야 했다고 한다.

민주당 의원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 등 11명이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겠다며 10일 일본으로 떠났다. 일본 총리 공관 앞 시위도 예정돼 있다고 한다. 과학과 상식에 배치되는 행태로 더 이상 국격에 먹칠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민주당에도 인재가 적지 않은 만큼 기본적인 책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행태가 계속된다면, 오염수 문제를 빌미로 대장동·돈봉투·코인 등 불리한 의제를 여론 관심에서 멀어지도록 하려는 전술이라는 오해를 키울 뿐이다.

문화일보 사설

 
 

07-10 이재명의 끝없는 ‘궤변 신공’

김세동 논설위원

오염처리수 안전하다는 IAEA
일본 편이라 못 믿는다고 억지
만화 같은 음모론 퍼트리는 野

문제 없는데 있다고 우기는 李
진실과 거짓을 뒤바꾸는 입심
‘이래경 파문’ 때도 모순된 변명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처리수 방류 반대에 ‘올인’하면서 참담한 수준을 스스로 드러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아무리 안전하다고 설명해도 최소한의 논증도 없이 무조건 ‘핵 폐수’ ‘방사능 테러’ 등 자극적 용어로 비난만 하다 급기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보고서마저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뻗댄다. 믿을 수 없다는 이유가 아무런 증거도 없이 ‘IAEA가 일본 편이기 때문’이라고 우긴다. IAEA 또는 그 사무총장이 뇌물을 받아 맞춤형 깡통보고서를 일본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 썼다는 극렬 지지자들의 ‘아무 말 대잔치’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듯하다. 하마터면 대통령이 될 뻔했던 167석의 압도적 원내 제1당 대표가 만화 같은 음모론 선동에 앞장서 있다는 게 민주당과 한국 정치의 비극이다. 눈앞의 작은 정파적 이익에 매몰돼 일개 시민단체도 하기 힘든, 나라 망신 될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이 다음 대선 때 혹시라도 당선되면 국제무대에 어떻게 서고, 무엇을 말할 수 있겠나.

반일 선동이 흥행이 보장된 ‘필살의 카드’라고 해도 이번 오염수 사태는 민주당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이 80%대이긴 하지만, 민주당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거나 하락 조짐마저 보인다. 방류를 안 하면 좋겠지만, 유엔 산하 국제기구도 인정한 방류는 순전히 일본의 선택이고, 그걸 우리 정부가 막을 방법도 없기에 정권 퇴진 운운하는 야당의 속셈이 ‘국내용’임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진실과 거짓을 정반대로 뒤바꾼 견강부회 식 화법이 국민의 지지와 동감을 얻지 못하게 하는 요인도 되는 것 같다. 이 대표가 최근 강릉 주문진 수산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우기고,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억압한다고 문제가 사라지느냐”고 해 놀랐다. 그의 안면몰수식 말투를 익히 들어왔는데도, 충격적이었다. 후쿠시마에 보관 중인 오염수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세슘, 스트론튬 등 방사성 동위원소는 기준치 이하로 걸러내고, 삼중수소는 음용 기준의 7분의 1 이하로 희석해서 방류해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IAEA가 공식 발표했다. 그 IAEA의 ‘모니터링태스크포스’에는 한국·중국·러시아·베트남·미국·프랑스·스위스 등 11개국 전문가들이 참여해 2년간 오염수를 분석했고, 오염수 탱크에서 추출한 샘플을 IAEA 산하 연구소 3곳에서 분석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미국·프랑스·스위스 등의 연구소와 교차 검증까지 거쳐 처리수의 안전성을 확인했는데도, IAEA가 일본에 매수돼서 믿을 수 없다는 식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이 대표와 민주당이 우긴다고 문제가 되나. 이런 억지를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천연덕스럽게 부릴 수 있는 사람은 사기꾼 아니면 바보, 둘 중의 하나다.

이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스캔들 등을 잠재우려 감행한 ‘이래경 혁신위원장’이 ‘천안함 자폭설’ ‘코로나 미국 진원설’ 등 음모론을 퍼트린 친명계 인사라는 게 들통나 사임한 뒤 이 대표가 한 발언에서도 이상한 말버릇이 드러났다. 이 대표가 비명계는 물론 최고위원들에게도 사전에 의견을 구하지 않고 전날 저녁에 일방 통보했던 것으로 드러나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일 처리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자 묘한 변명을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내부 논의를 충분히 했든 안 했든 충분히 다 논의하고 하는 일이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 당 대표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무한책임’을 입에 올리긴 했지만, 발언의 의도는 자신의 책임이 없다는 데 있다. 눈에 띄는 건, ‘내부 논의를 충분히 했든 안 했든 충분히 다 논의하고 하는 일’이라는 대목이다. ‘충분히 안 했는데 충분히 했다’는, ‘not A=A’라는 모순된 말을 짧은 문장 안에서 결합하는 ‘신공’을 보여줬다.

성남시장 때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시키려고 한 적 없다’고 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가 기사회생했으면서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대장동 사건과 관련돼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해 또다시 기소된 이 대표이고 보면 거짓말이 고질병인 것 같다.

문화일보

 
 

07.11 “바다는 깨끗한데 정치가 오염됐다”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 소속 어민 1300명이 10일 오전 부산역 광장 집회에서 “오염처리수 문제를 제발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연안어업인들은 작은 어선으로 근해 고기잡이를 하는 어민들이다. 보통 횟집도 운영하기 때문에 후쿠시마 방류수 사태에 따른 수산물 소비 위축으로 직접 타격을 입고 있다. 이들은 “정치인들은 괴담이나 선동을 중단하고 객관적,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수산물 안전을 검증해 달라”고 했다.

민주당과 일부 시민 단체들이 후쿠시마 방류를 “독극물” “방사능 테러”라고 몰아가면서 우리 어업인들은 생계를 위협받는 수준의 타격을 받고 있다. 평소 주말이면 바글바글 사람이 몰리던 해변가 어시장들에 손님 발길이 한산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어느 횟집 사장은 “보통 때 일요일이면 100만원 매출을 올렸을 텐데 요즘은 15만원도 안 된다”고 했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과 TV 방송들이 수산물 먹으면 방사능에 오염된다는 주장을 매일 하니 수산업계가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10일 오전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우리 수산물 소비 촉진 어민 호소대회'에서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 회원들이 정치권을 향해 "오염처리수 관련 괴담과 선동을 제발 그만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과학자들은 후쿠시마 방류로 국민들이 섭취하는 수산물들이 방사능에 오염된다는 주장은 과장 정도가 아니라 날조와 다름없다고 설명한다. 우리 머리 위의 공기 층은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방사선을 막아준다. 그래서 낮은 층에 살수록 방사능 피폭량이 줄어든다고 한다. 후쿠시마 인근 바다 물고기를 계속 섭취할 경우 늘어나는 피폭량은 아파트 1층에서 살다가 10m 높은 4층으로 이사갈 때 늘어나는 피폭량의 28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위해성을 따진다는 자체가 의미 없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의 말을 빌릴 것도 없다. 피해를 당하는 어민들이 바다의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어업인연합회 대표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정치나 과학은 몰라도 바닷속과 고기는 우리가 누구보다 잘 안다”면서 “고기는 수온과 산소에 따라 움직인다. 남해에서 45년 고기 잡으면서 동해 고기도 못 잡았는데 어떻게 일본 고기가 온다는 건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바다는 깨끗한데 정치인들의 말이 오염됐다”고 했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 표를 얻겠다는 계산으로 무책임하게 외치는 괴담 때문에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힘없는 국민들만 희생되고 있다. 15년 전 광우병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업인들은 지난달 28일에도 국회를 찾아가 “수산인을 볼모로 잡은 인질극을 더는 벌이지 말라”고 했다. 정작 일본 사람들은 아무 문제 없이 자신들 수산물을 먹고 있는데 후쿠시마 바다 반대쪽에 있는 한국에선 괴담이 횡행한다. 후쿠시마 방류로 일본 수산업이 아니라 한국 수산업이 피해를 본다. 일본엔 괴담이 없고 한국엔 괴담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일로 수산업이 피해를 보는 것은 사실상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11 악화가 양화 내치는 ‘괴담 정치’

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학 연구교수

정치인은 정치시장의 거간꾼
국민에 꼭 필요한 난제는 회피
지역감정과 편 가르기에 몰두

광우병 세월호 탈원전 오염수
말도 안 되는 구호로 국가 발목
파괴적 경쟁→건설적 경쟁 절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정치인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정치제도 안에서 집단 간의 이해관계 조정으로 갈등을 제거하고 사회 협력을 강화해서 사회가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게 만드는 ‘거간(居間·intermediation)’ 서비스를 한다.

정치인은 정치시장에서 이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정치인들도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권력(power)’을 획득하려고 경쟁한다. 당연히 정치시장도 다른 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치인들을 ‘거간꾼(middleman)’이라 하면 강력히 반발하겠지만, 그 본질적 기능을 부인하긴 어렵다.

우선, 정치인은 자신이 생산한 제품이 아니라 남이 생산한 아이디어와 정책을 포장·진열·판촉하고 실행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시장의 유통 경로에서 도소매업자, 토지·주택 거래에서 부동산 중개업자가 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또한, 정치인들은 정의(justice)를 내세우지만 권력에 도움되지 않으면 절대 안 움직인다. 기업인이나 중개인이 이윤에 목을 맨다고 ‘장사꾼’ ‘거간꾼’이라 비하하지만, 정치인도 권력 획득에 사활을 걸고 이 경쟁에 유익할 ‘이슈(상품)’와 정치적 지대(rent)에 주의를 집중한다.

국민에게 진짜 유익한 일은 정치인에게 대개 이익 없이 비용만 많거나, 대단히 해결이 어려워 퇴출 내지 패배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반면, 갈라치기·괴담·가짜뉴스·흑색선전은 저렴하면서 책임지지 않고, 요행수로 걸려들면 권력 획득과 강화에 더없이 좋다. 그러니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유익한 일들보다 하찮거나, 백해무익한 이슈들을 가지고 다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한, 때때로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가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주저 없이 한다.

건국 이래, 정치인들은 처음에는 영남과 호남으로, 다음에는 민주화 세력과 반(反)민주화 세력으로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데 온갖 힘을 썼다. 그것이 정치시장에서 승자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으므로, 말로는 지역주의 타파, 갈라치기 배격을 외쳤으나, 필요하면 어김없이 여야 불문하고 지역감정과 편 가르기에 불을 질렀다.

나라가 민주화되고 선진국이 됐는데 여기에 괴담이 더해졌다. 광우병, 세월호 침몰 원인과 책임, 사드(THAAD) 전자파, 탈원전,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같은 말도 안 되는 이슈들을 가지고 정치시장에서 모든 국정의 핵심 이슈들을 집어삼키고 정부를 흔들거나 무너뜨리기도 했다.

과연 이런 괴담들에 대한 정쟁이 국익과 공익에 도움이 되는가? 그런데도 거리에는 정치지도자라는 인사들이 피켓을 들고 선동하고, 지지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삶과 일을 방해하며 떼로 몰려다니고, 온갖 미디어에서는 이른바 ‘논객’이라는 인사들이 이에 핏대를 올린다. 그래서 거리와 미디어는 이미 ‘만인에 대한 만인의 이리’ 상태다.

경제학자 토머스 그레셤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한다”고 했다. 지금의 정치적 경쟁은 바로 이 금언이 적용될 단적인 사례로 보인다. 정치시장에서의 이 ‘파괴적 경쟁(destructive competition)’이 즉각 멈춰지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우리에겐 조선이 건국 200년 만에 ‘사색당쟁’으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쳐 초토화되고, 이후에도 반성은커녕 특정 가문이 권력을 독점하는 ‘세도정치’로 가렴주구를 일삼아 국권을 일본에 넘긴 굴욕의 역사가 있다. 임진왜란 전후로 퇴계와 율곡, 이순신과 권율, 류성룡, 이항복, 이덕형 등 저명한 정치인과 장군들이 있었으나, 정치판의 난장으로 인해 전쟁의 피폐와 조선이 궁극적 멸망으로 가는 길을 막을 수 없었음을 정치인들은 깨달아야 한다.

그러므로 정치인과 그들이 장악한 정부와 국회는 소모적·분열적 정쟁을 멈추고 전 국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핵심 현안 해결 경쟁에 나서야 한다.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는 이들 과제의 해결 역량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는 건설적 경쟁(constructive competition)으로 속히 바꿔야 한다.

더 늦으면 지금의 파괴적 경쟁이 전쟁의 피폐와 국권의 피탈을 겪은 조선의 치욕을 되풀이할 수 있다. 그러면 정치인들의 자유로운 권력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문화일보

 
 

07-11 과학 등지고 음모론 펴는 세력의 말로

 

 이현철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원자력시스템

피타고라스가 처음 ‘지구는 둥글다’고 했을 때, 아리스토텔레스는 항구에 들어오는 배는 돛대 끝부터 보이고 월식 때 지구 그림자가 둥글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이를 사실로 믿는 사람은 소수였다. 중세 이후 많은 지식인이 이를 사실로 받아들였고, 마젤란의 세계 일주는 이를 증명했다. 요즘은 이를 의심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나 극히 일부 사람은 아직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다. 이들은 1956년 ‘평평한지구학회’(FES)를 설립했고, 2017년부터 ‘평평한 지구 국제 콘퍼런스’(FEIC)를 개최한다. 이들은 수많은 인공위성이 지구 둘레를 돌고 있다는 사실도, 우주에서 촬영한 지구 사진도 모두 거짓말이고 조작일 뿐이라며 음모론으로 일관한다.

지난주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살아가는 가상의 대표인(representative person)이 방류로 인해 받게 되는 연간 추가 피폭량이 제시됐는데, 그 양은 바나나 하나 섭취로 인한 피폭량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 우리 정부의 검토 보고서도, 처리수 방류가 우리 해역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 방사능 농도의 10만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그동안 원자력 전문가들이 설명했던 그대로이고, 지난 정권의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가 밝혔던 입장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결론은 몇 가지 과학적 사실만 확인하면 비전문가도 상식선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당시 걸러지지 않은 방사능 오염수가 그대로 태평양에 방류가 됐다. 그 양은 줄잡아 이번에 방류하려는 방사능 총량의 1000배가 넘는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1994년부터 우리 해역 방사능을 측정해 매년 발표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능 농도에 특별한 변화는 없다. 그런데 그것의 1000분의 1도 안 되는 처리수 방류가 어떻게 우리 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겠는가?

후쿠시마 오염수에 들어 있는 삼중수소의 총량이 780조 베크렐(Bq)인데, 이를 질량으로 환산하면 2.2g이다. 이를 30년에 걸쳐 매년 0.06g씩 방류하려 한다. 삼중수소는 대기 중에서도 만들어져 비로 내리는데, 세계적으로 연간 280g 정도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에는 연간 0.4g, 동해에는 연간 약 4g 정도 비로 내린다. 이 수치만 봐도 처리수의 해양 방류가 환경에 거의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과학적 근거가 있는데도 일각에선 IAEA가 일본의 돈에 매수됐다는 식의 음모론을 제기한다. 수많은 과학적 근거가 있어도 음모론을 내세우며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이들은 괴담을 퍼뜨리며 국민의 불안감을 키운다. 이로 인해 수산물 소비는 줄었고, 애꿎은 수산업 종사자들은 생계를 위협받는다.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의 환경영향에 대한 과학적 판단은 이미 내려졌다. 이제는 이 과학적 판단을 바탕으로 향후 대책을 마련할 때다. 정부는 처리수 방류가 계획대로 진행되는지를 IAEA 등 국제기구를 통해 감시·검증해야 한다. 또한, 홍보를 강화하는 등 국민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과학을 거부하면 미신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화일보

 
 

07-11 “오염수 괴담 주도세력 80%가 광우병 때와 동일”

 

■ 국힘 시민단체특위 분석

“주도자 일부는 민주당 소속
정당의 시민단체화 진행돼
15년간 유사한 선동 반복”

국민의힘 시민단체선진화특별위원회는 11일 지난 20여 년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광우병 논란, 일본 후쿠시마(福島) 오염처리수 방류 문제 등 각종 ‘괴담 선동’을 주도한 진보시민단체의 80%가 인적구성이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과거 이 같은 단체들에서 선전·선동을 주도한 관계자 중 일부가 더불어민주당 등 정당에 소속돼 사실상 ‘정당의 시민단체화’ 가 진행돼 왔다고도 지적했다.

국민의힘 시민단체특별위원회 위원으로 과거 광우병 사태를 주도했던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특위 회의에서 자체 분석한 내용을 설명했다.

민 대표는 “지난 2008년 (미국산 소고기 반대운동 등) 광우병 시위를 일으킨 ‘광우병국민대책위원회’와 2023년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은 사실상 인적, 조직적 구성이 80% 이상 동일하다”며 “친민주당 성향, 사실보다는 괴담성 선동에 의존한 투쟁 방식, 반외세(반미, 반일 등) 구호와 같은 급진주의 등 세 가지 면에서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각종 현안에 대한 투쟁을 위해 결성된 연대체들이 지난 15년간 유사한 선전, 선동을 반복해 왔다는 취지다. 민 대표는 이어 “시민단체가 수행했던 기능이 정치권으로 수렴되고 있는 정당의 시민단체화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시민단체 양대 주력군이 NL(민족해방계열) 운동권인 ‘진보연대’와 정치시민단체인 ‘참여연대’라는 주장도 나왔다. 민 대표는 후쿠시마 공동행동에 소속된 783개 단체 중 이른바 ‘가짜뉴스’가 유포된 사건 국면에서도 활동한 단체들과 중복되는 사례들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27개 단체, 2006년 한미FTA 범국민운동본부 소속이었던 21개 단체, 2008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시민단체 중 195개 단체가 후쿠시마 공동행동에도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포함해 4가지 이슈에 모두 참여한 단체는 진보연대와 참여연대 계열을 합해 총 16개라고 지적했다.

특위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당시 활동하던 주력 시민단체들이 민주당으로 넘어와서 민주당 자체가 이제는 ‘괴담 시민단체’가 됐다”며 “(민주당이) 남아 있는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반일, 반미, 반정부 투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07.11 후쿠시마 걱정말고 담배나 끊으시죠


 더불어민주당이 후쿠시마 처리수를 방사능 테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적합하다고 최종적으로 발표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극성 지지자들은 국제원자력기구를 믿을 수 없다며 온라인 테러를 저지르기도 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세계보건기구(WHO)는 비슷한 성격의 국제전문기구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 사태 때 국제보건기구를 대했던 태도와 지금 국제원자력기구를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다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일까, 아니면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는 것일까? 그러나 국제기구의 옮고 그름을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 후쿠시마 처리수가 우리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실증적인 근거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해양 환경방사능 조사결과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2022년 8월에 발표한 『2021년 해양환경방사능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연평균 해수 방사능 농도는 1995년부터 2021년까지 큰 변화 없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서해, 남해, 동해 모두 마찬가지다. 해양퇴적물의 방사능 농도 역시 큰 변화가 없으며, 해양생물의 방사능 농도는 대부분 최소검출가능농도 미만이었다.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기 한참 전인 1994년부터 해양환경방사능을 감시해왔다. 즉 연안에서 300km 해역까지 해수에 포함된 삼중수소(H-3), 세슘(Cs-137), 스트론튬(Sr-90), 플루토늄(Pu-239,240) 등의 방사능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는 어패류와 해조류 등 해양생물에 포함된 방사능도 정기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해양퇴적물 역시 방사능 감시 대상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는 해양 방사능 감시를 더욱 강화했는데 해수 조사의 빈도와 범위를 늘렸으며, 방사능 측정 지점을 22개소에서 40개소로 늘렸다. 또한 어류 조사 범위를 배타적 경계수역까지 확대했다

『2021년 해양환경방사능조사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2011년 이후에도 해수 방사능 농도가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에는 ALPS(다핵종제거설비장치)가 없었으므로 오염수(Contaminated water)를 매일 300톤씩 몇 개월간 태평양으로 방류했다. 즉 삼중수소,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 다양한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를 아무 처리없이 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 방사능 농도는 변화가 없었다. 이것이야 말로 움직일 수 없는 팩트다! 이처럼 명백한 객관적 증거가 이미 존재하므로 국제기구를 신뢰할지 말지 여부는 고민의 대상이 아니다.

삼중수소는 물의 형태로 존재하므로 ALPS에 걸러지지 않지만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평소에 우리는 후쿠시마 처리수의 삼중수소에서 배출될 방사선량보다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되어 있지만 건강하게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삼중수소를 해양으로 방류할 수 있는 허용 농도는 일본은 리터 당 6만 베크렐(60,000 Bq/L)이고, 우리나라 기준은 리터 당 4만 베크렐(40,000 Bq/L)이다. 국제보건기구가 허용하는 음용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 당 1만 베크렐(10,000 Bq/L)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를 리터 당 6만 베크렐 수준으로 낮춰서 방류하는 것은 일본 국내법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것을 40배 ‘더’ 희석해서 삼중수소 농도를 1천 5백 베크렐(1,500 Bq/L)로 낮출 예정이다. 게다가 방류지점에서 2~3km를 넘어가면 삼중수소가 바닷물에 ‘추가로’ 희석되어 농도가 리터 당 1 베크렐(1Bq/L) 수준으로 감소하는데 이것은 우리나라 강물의 삼중수소 농도와 비슷하다. 우리는 이제까지 한강물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국내 방사선의약품학계의 최고 전문가인 박일영 충북대 약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오염수를 방류농도(1500 Bq/L)로 희석한 물 1리터를 마실 때, 그 속에 있는 삼중수소로 인해 내가 받는 위험도를 계산하면, 실효선량은0.000027 mSv(밀리시버트)”라고 말했다. 이것은 “바나나 4분의 1개 수준”의 선량에 불과하다. 바나나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박 교수는 삼중수소가 인체에 축적되지 않으므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참고로 시버트(㏜)는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단위다.
박일영 교수가 제시한 수치에 의하면 삼중수소가 포함된 후쿠시마 처리수를 매일 1리터씩 1년간 마신다면 실효선량이 약 0.01 mSv (0.0099 mSv)가 된다, 이것은 어느 정도의 양일까?

흉부 엑스선촬영검사를 한 번 받을 때 실효선량이 약 0.1 mSv이므로 후쿠시마 처리수를 1리터씩 매일 마셔도 흉부촬영 실효선량의 10%에 불과하다. 일반인의 연간 피폭선량 한도가 1 mSv이고, 우리나라 국민이 평균적으로 받는 연간 자연방사선의 피폭선량이 3.08 mSv(출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므로 후쿠시마 처리수를 1리터씩 매일 마시더라도 연간 피폭선량 한도의 1%, 연간 자연 방사선 피폭선량의 0.3%에 불과하다. 우리 국민 중에 흉부촬영검사나 자연방사선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므로 처리수 방류 이후 해수에 포함될 삼중수소의 농도는 전혀 겁낼 수준이 아니다.

담배가 암을 유발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담배 잎에는 폴로늄(210Po)이라는 방사능 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이 2022년 발표한 『우리나라 흡연자의 폐암,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해 분석 결과』에 의하면 흡연 기간이 길수록 심뇌혈관질환(20대)과 폐암(30대 이상)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 특히 60대 이후는 20대보다 폐암 발생 위험이 60배 이상 높았다. 그리고 흡연 기간이 짧을수록 폐암과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감소했다.

후쿠시마 처리수와 담배 흡연 중 어느 것이 더 위험할까? 당연히 흡연이다. 국제환경연구및공중보건학회지(Int J Environ Res Public Health)에 2009년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하루에 20개비(한 갑) 흡연으로 받는 피폭선량이 평균 0.2 mSv (251.5 μSv)라고 한다. 반면에 대한방사선방어학회에서 2010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평균 1.3 mSv라고 산출했고, 국제원자력기구는 53 mSv (30개비에 80 mSv)라고 산출했다. 후쿠시마 처리수를 매일 1리터씩 1년간 마셨을 때의 실효선량이 0.01 mSv이므로 흡연에 의한 실효선량은 이보다 최소 20배, 최대 5300배 더 많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가 위험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매일 한 갑씩 30년 이상 흡연한 사람을 대상으로 국가폐암검진을 하고 있는데 폐암검진에 사용되는 저선량흉부CT의 실효선량이 2-3 mSv이다(4mSv 미만으로 규제). 이것은 후쿠시마 처리수를 매일 1리터씩 1년간 마셨을 때의 실효선량보다 최소 200배 이상이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괴담을 유포하거나 믿는 사람은 폐암검진도 거부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극성 지지자들의 침소봉대와 달리 후쿠시마 원전 사고 관련 처리수를, 40배 ‘더’희석해서, 30년동안 태평양에 방류하겠다는 일본의 계획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런 계획을 문제 삼는 것은 정말이지 심각한 문제다. 이것은 마치 다 큰 어른이 개미 한 마리가 무섭다며 벌벌 떠는 격이다. 그런 사람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 정도면 병적인 상태다. 고소공포증이나 협소공포증처럼 방사능공포증에 걸린 환자다. 아니면 환자인 척 엄살을 부리는 가짜 환자일텐데 가짜 환자들은 항상 얻고자 하는 숨은 목표(Secondary gain)가 있다.

환자는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치료의 대상이다. 이들을 위한 특효약은 바로 금융치료제(劑)가 아닐까? 전국의 횟집 사장님들과 수산업 종사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후쿠시마 괴담 살포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가짜 환자들의 숨은 목표-대선 불복 및 윤석열 정권 퇴진-를 봉쇄할 수 있다. 후쿠시마 괴담이 국내 정치와 무슨 상관이냐고? 과거에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사무처장으로 광우병 선동을 지휘했으나 그 후에 전향한 대안연대 민경우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광우병 사태의 본질은 “대선 불복 및 이명박 정권 퇴진”이었으며, 이번 후쿠시마 괴담은 “광우병 괴담과 판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므로 후쿠시마 처리수 괴담의 목표 역시 대선 불복 및 윤석열 정권 퇴진이다.

설령 일본이 ‘계획’대로 방류하지 않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오염수를 그대로 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해양 방사능 농도는 아무 변화가 없었고, 우리 국민들은 회를 맛있게 먹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처리수를 ‘대충’ 방류하더라도 해수와 어패류의 방사능 농도는 앞으로도 계속 변화가 없을 것이고, 회는 여전히 맛있을 것이다. 후쿠시마 처리수보다 방사선 실효선량이 최소 20배, 최대 5300배 더 많은 흡연이 훨씬 더 위험하다.

후쿠시마 괴담을 믿거나 전파하는 사람들에게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담배나 끊으시죠”

이은혜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
출처 : 펜앤드마이크(http://www.pennmike.com)

 
 

07-12 위기 모르는 위기의 여당

 

오승훈 논설위원

총선 여론 ‘정부 지원 < 견제’
김기현체제 출범 후 요지부동
野 폭주 막기 급급, 위기감 없어

중간평가 선거戰 주체는 여당
공약·공천 제1책임도 당대표
책임감 보여야 지지층 돌아와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던 1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미국 방문 길에 올랐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윤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다지는 후속 작업이라지만, ‘시국이 어려운 이 시점에 왜’ 하는 생각이 앞선다. 당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이 같이 갔다. 서둘러야 할 현안, 특별한 일정이 있지는 않아 보인다. 자리를 비워도 더불어민주당이 계속 ‘똥볼’을 차주리라 기대한 건가.

한국갤럽이 지난 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내년 4·10 총선 전망은 ‘정부 지원론’이 38%, ‘정부 견제론’이 50%였다. 정부 지원론은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에 수렴됐다. 무당층에선 52%가 야당 승리를 원했고, 여당 승리는 20%에 그쳤다. 중도층도 여당 승리(32%)보다 야당 승리(55%)에 쏠렸다. 지난 3월 조사에선 정부 지원론(42%)과 견제론(44%)이 비등했으나, 4월부터 견제론 우세 구도로 전환돼 넉 달째 유지되고 있단다.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과 김기현 대표 체제의 여당이 출범한 시점과 맞물린다. 그새 대통령의 잇단 외교 성과 등에 대한 호평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반면, 민주당은 대장동 재판·돈봉투 의혹·김남국 코인 의혹 등 악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 야당으로 기울어진 민심은 요지부동이다. 보수층은 방황하고 있고, 등 돌린 중도층은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이 정도면 야단법석은 아니더라도 각성이라도 하는 척 위기감이 흘러야 하지만, 당 지도부에선 그런 기미조차 찾을 수 없다. 혹자는 내년 총선이 지난 대선의 연장전이라서 각 진영이 사활을 걸 수밖에 없고, 그러면 집 나갔던 지지층도 돌아올 것이라고 한다. 그 전망의 편안함이 부러울 정도다.

역대 선거에서 총선은 전망적 투표가 이뤄지는 대선과 달리 회고적 투표 경향이 있었다. 집권 3년 차에 치러질 내년 총선은 윤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것이란 얘기다. 집권 중반기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한 선거는 코로나19 와중에 치러진 2020년 제21대 총선뿐이다. 그런데,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가 선거 구도의 최대 변수이기는 하지만 그 총선을 치르는 주체는 대통령이 아니라 정당이고, 여권의 대표 선수는 국민의힘이다. 대통령은 제아무리 인기가 높다고 해도 법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설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하면서도,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성은 모든 공무원의 기본적 의무이고, 대통령은 당연히 공직자에 해당한다”고 했다. 전장을 지휘하는 사령탑은 여당 대표이고, 그 성패의 최우선 책임도 그에게 지워진다. 국민의 삶을 진전시킬 선거공약을 만드는 것도, 경쟁력이 큰 기성 후보와 정체성에 맞는 신인들을 발굴해 당을 일신하는 공천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차기 리더군을 키워 정권 재창출의 전망을 높이는 것도 당 대표가 책임자다. 이제 넉 달을 넘긴 김기현 대표 체제가 과연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냉철하게 되짚어 보면 지난 3월 전당대회 이후 국민의힘발(發) 국가적 의제나 입법 사례는 찾기 힘들다. 대통령이 제기한 이슈를 따라 숟가락 얹기에 바쁘거나, 아니면 민주당 폭주 막기에 급급했던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청년정책 점검회의에서도 “선거공약을 120개 국정 과제로 정리해 99개 법안을 우리 당에서 제출했는데, 제대로 논의되거나 통과된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입법의 벽에 막혀 생긴 ‘시행령 정부’, 인사청문회 야당 몽니를 우려한 ‘차관 정부’란 비아냥을 듣는데 의석 부족 탓만 하고 있으면 내년 총선도 해보나 마나다. 과거 여소야대 때 여권이 모두 그랬던 것도 아니다. 정치 경험이 없는 대통령에게 여의도로 통로를 열어주고, 소수당의 조건을 딛고 나서서 다수당과 대치와 협상의 변주를 해내야 하는 주역이 여당이다.

국익과 민생에 화급을 다투는 일이라면, ‘여당의 장외투쟁’이란 초유의 일도 감행할 의지와 책임감이 있는 정당이어야 한다. 의견 차가 큰 협상에서 묘수를 찾아내고 타협과 양보를 끌어내는 일, 다시는 안 볼 것 같은 원수지간도 만나게 하는 일, 우리는 그런 것을 두고 ‘정치력이 있다’고 한다. 그게 돌아오지 않은 다수가 바라는 여당이다. 용산을 바라보며 안달이 난 여당이 아니다.

문화일보 

 
 

07.13 모든 괴담에 등장하는 얼굴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김건희 고속도로 게이트’ 기자회견엔 늘 보던 얼굴들이 또 등장했다. 매주 윤 대통령 퇴진 요구 집회에 나오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우희종 서울대 명예교수, 구본기·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 등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들은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노선 변경에 비리가 있다며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을 주장했다. 며칠 전까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에서 같은 주장을 편 사람들이다.

이들은 광우병 문제도 알고, 선박 제조와 구조 문제도 알고, 잠수함과 어뢰 문제도 알고, 레이더 전자파 문제도 알고, 방사성물질 문제도 알고, 고속도로 노선 선정 문제도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 모든 괴담에 얼굴을 내밀고 이런저런 주장을 할 것이다. 그런 주장들은 모두 터무니없는 과장이거나 거짓으로 밝혀졌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면 또 나와서 이러지는 못할 것이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윤석열 김건희 고속도로 게이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들이 어떤 괴담을 주장하든 일관된 흐름이 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잃고 야당일 때 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괴담을 주장한다. 구호도 언제나 같다. 광우병·천안함 괴담 때는 ‘이명박 탄핵’, 세월호·사드 괴담 때는 ‘박근혜 탄핵’이었고, 지금은 후쿠시마·고속도로를 갖고 ‘윤석열 탄핵’을 주장한다. 이들이 괴담 주장을 하면 민노총이 장악한 TV 방송들이 확성기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과정도 늘 그대로다.

 

이들이 괴담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것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광우병 촛불 시위로 취임 3개월 만에 새 정부의 국정 동력을 무너뜨린 것이 큰 성공 사례 중 하나다. 미선 효순양이 살해당했다는 괴담과 김대업 괴담은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 작년 한 해만 해도 역술인 천공의 국정 개입설, 청담동 술자리 의혹, 핼러윈 참사 기획설 등 아니면 말고식의 무수한 괴담이 쏟아졌다. 특히 먹거리 등 사람 건강과 관련된 괴담을 잘 만들면 효과가 더 크다는 사실을 이들은 잘 알고 있다. 수산 시장에서 손님 발길이 뜸해지고 천일염 사재기가 벌어지는 황당한 사태는 이들에겐 큰 성공이다. 분명한 것은 다음 괴담이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이들이 또 얼굴을 내밀 것이란 점이다.

조선일보 사설

 

07-13 과학도 국익도 뒷전인 ‘방류수 정치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韓日 해류상으론 가장 먼 나라
회 소비 줄고 소금 사재기 황당
일본 원정시위 부작용도 우려

정작 일본에선 정치 쟁점 안 돼
가짜뉴스 따른 피해에 더 관심
과학의 정치화에는 값비싼 대가

‘지리적으로 한국은 일본과 가장 가깝지만, 해류상으로는 한국이 일본에서 가장 먼 나라다.’ 해류 전문가들이 공감하는 말이다. 후쿠시마 오염처리수를 방류하면 구로시오해류의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에 직접 오는 게 아니라, 전 세계를 돌아 4∼5년 뒤 한반도 인근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쿠시마 방류수를 내보내지도 않았는데 한국에서는 벌써 직접적 피해를 우려한 행동이 나타난다. 생선회 소비가 줄고, 심지어 소금을 사재기까지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마저 발생했다. 정치권이 감정적 접근으로 불신을 키우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그 결과는 엉뚱하게 어민들과 식당업계의 피해로 이어진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국내 비판에만 그치지 않고 일본에서 시위까지 감행했다. 한국의 반대 입장이 감정적으로 비칠 수 있어 우려스럽다.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는 달리 일본의 정치권은 현재 잠잠하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애매한 입장을 취할 뿐이다. 일본 정부의 방침에 야당도 반대와 불신은 별로 하지 않는다. 일본 정치권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 주장을 국제적 기준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 또한 후쿠시마 방류수에 대체로 수긍하는 편이어서 정치적인 쟁점이 되지 못한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의 반대 논의는 과학적 기준에 대한 불신보다는, 괴소문에 의한 피해 즉 ‘후효(風評·풍평·가짜뉴스)에 대한 우려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심지어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후쿠시마 어민 단체도 가짜뉴스 피해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다. 진보적인 성향의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조차도 과학적 기준에 대한 비판은 적다.

오히려 2015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 당시 ‘후쿠시마 어민들의 이해를 얻지 못한다면 (오염처리수) 방류는 하지 않는다’라는 약속을 잘 지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게다가 어민들이 가짜뉴스로 인해 보게 될 피해에 대해 보장책이 마련되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이 더 많다.

일본 국민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식품의 안전과 원자력 문제에 민감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도쿄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는, 2022년 조사 때는 방류 반대가 35%였던 데 비해 지난 3월 5일 조사 때에는 21%로 줄어들었다. 이는 일본 국민이 오염처리수 방류 문제를 중요한 쟁점으로 생각하지 않거나, 과학적 기준을 받아들였을 것임을 시사한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오염처리수 방류에 대한 반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본 정치권에서는 3인 정당인 사회민주주의정당(사민당)만 반대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이 많은 분담금을 내 IAEA의 검증에 영향을 끼쳤다”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이 미국과 중국 다음가는 제3위 분담금 국가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IAEA의 검증은 여러 연구기관이 교차 검증을 하기 때문에 설득력을 가질 수 없었다. 또한,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것이 국제적인 기준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방식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예를 들면, 삼중수소만을 제거해서 봉쇄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 문제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져 지지를 얻지 못한다. 일본에서도 삼중수소의 위험성에 대한 미래 불투명성을 근거로 반대하는 여론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과 유럽 그리고 우리나라 원전에서도 삼중수소를 배출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 결코 후쿠시마 방류수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친미·반미, 친중·반중, 친일·반일, 친북·반북이라는 이념으로 모든 문제를 정치화하는 경향이 있다. 국가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를 냉정하게 따지는 것은 뒷전이고, 정서적·감정적으로 우리 편이냐 아니냐를 최우선시한다. 후쿠시마 방류수 문제도 과학의 관점은 뒷전인 채로 감정적인 반대론으로 정쟁을 거듭한다. 정치권은 합리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정치 과잉으로 갈등과 대립만 부추긴다. 이번 후쿠시마 방류수 문제를 단지 정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과학과 국제적 기준에 따라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어야 한다.

문화일보

 
 

07.14 “역사상 가장 큰 방사능 오염원은 핵실험 낙진”

 

우주산업이 ‘우주경제’를 창출한다는 시대, ‘평평한 지구학회(Flat Earth Society)’가 활동한다. 2018년 미국 국제학회에서는 “우주에서 찍었다는 지구 사진은 모두 가짜다. 인간은 달에 간 적이 없다. NASA 주도로 수백만 명이 ‘지구가 평평하다’는 진실을 은폐하는 음모에 가담했다. 그 권위에 압도돼 믿음을 강요받지 말라”는 궤변에 600여명이 환호했다. 2019년 가디언은 이들이 증가세라고 보도했다. 왜곡된 정보를 퍼나르는 SNS가 과학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념적 양극화로 과학 부정 심화
핵실험 금지 후 해양오염 계측결과
일반인 허용기준보다 크게 낮아
국제기준 존중, 준수 확인이 관건

 스페인 코밀라스교황청대학의 설문조사(2023년)에서는 1200명 중 17%가 ‘지구가 둥글다’에 부정적으로 답했다. 그 원인으로는 ‘더닝-크루거 인지편향 이론’ 등이 꼽혔다. 과학지식이 없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며 오류임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과학 부정론자와 대화하는 법(How to talk to a Science Denier, Lee McIntyre, 2021년)』이란 책도 나왔다. 저자는 구형(球形)지구·기후변화·백신·GMO(유전자변형식품) 등을 부정하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과학 부정론은 그들의 정체성 자체이며 증거는 아무 소용이 없더라고 말했다.

대중은 과학적 사실의 수용에서 정서적·이데올로기적으로 양극화되고 있다(Pew리서치센터). 일례로 미국의 민주당원은 94%가 기후변화가 심각한 위협이라고 답한 반면, 공화당원은 19%만 그렇게 보았다(2016년). 특히 이데올로기와 결합한 과학 부정은 완강하며 미디어 양극화로 인해 조직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역사적으로 과학기술계와 반대진영의 논쟁은 이성·합리성·효율성 대 감성·직관·불신의 대결이었다. 현재도 과학은 국제기준 등 수치와 관측 결과를 강조하고, 반대진영은 자극적 구호와 시위로 방사능의 잠재적 위험과 재앙을 강조한다. 대중은 차가운 이성의 언어 대신 감성적 호소에 쏠린다.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를 둘러싼 소모적 논란에서 과학기술 혁신역량 5위(36개국, 2021년 KISTEP)인 우리 사회의 과학 부정과 커뮤니케이션 한계를 절감한다.

 

과학적 시뮬레이션은 믿기 어렵더라도 ‘역사적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지구상 인공방사능 증가 원인은 원전과 핵잠수함 사고, 방사성 폐기물 투기, 핵 관련 시설의 방출, 핵무기 실험이다. 그런데 1988년 모스크바 국제과학연합회의(ICSU; 현재 ISC)에서는 “역사상 심각한 방사능 오염원은 핵실험 낙진이며, 체르노빌 원전사고 오염은 그에 비해 미미한(minor) 수준”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미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원).

 

핵실험은 1945~2016년 사이 8개국이 2055회 했다(워싱턴포스트). 방사성 오염이 이슈가 되면서 1996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이 채택되고, 1998년 파키스탄 핵실험을 끝으로 우주공간·대기권·수중·지하 등 모든 공간에서의 핵실험이 금지된다. 이후 2000년 IAEA 해양환경연구실은 해양환경에서의 방사성 핵종의 출처와 인체 영향을 계측했다. 결과는 일반인의 허용기준(1m㏜)보다 훨씬 낮았다. 핵실험 절정기(1955~63년)의 삼중수소 연간 피폭선량은 1963년에 최고치였으나 안전기준 이하였고, 1990년대 초반 정상으로 떨어졌다.

1993년 러시아 정부는 1959~92년 사이 소련이 동해와 북극해에 핵폐기물을 무단투기했다는 충격적인 조서(調書)를 발간했다. 거기에는 원자로 14기와 원자력 잠수함도 있었다. 우리 정부는 해수와 어류 오염을 조사한 결과 방사능 오염이 없다고 발표했다.

인공적 방사성 핵종은 어떤 경로로 발생하든 간에 지구표면의 71%를 차지하는 바다로 흘러들게 된다. 사상 최악의 체르노빌 사고로 발트해와 흑해는 큰 피해를 보았다. 그러나 방사능은 시공간에 따라 해수 기둥의 수평 이동과 수직 이동, 퇴적물의 재부유, 먹이사슬의 연쇄와 이동 등에 의해 희석되므로 “영향이 미미하다”로 관측됐다.

 

21세기 들어 핵실험을 한 경우는 북한뿐이다. 2006년부터 여섯 차례 했다. 지하핵실험이므로 방사능 유출이 전혀 없다는 북한 주장과는 달리, 2017년 벨기에 과학자들은 “2016년 일본에서 관측된 방사성 제논의 분포가 북한의 지하 핵실험과 관련될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BBC는 지표면이나 해상에서 대기권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국제적으로 금지되고 가장 오염이 큰 핵실험을 거듭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 바다 건너 이웃 나라가 자연재해로 인한 원전 사고의 오염수를 처리해 국제기준에 맞게 방류한다는 계획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이중잣대에 의한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과학을 무시한 대가는 국민 피해와 국력 소모의 사회적 비용이다. K-시리즈로 세계 속의 대한민국 위상을 높이고 있는 시점에서, 국제기구에 대한 과도한 불신 표출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 국제기준을 존중하고 그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것 이상의 규범이 없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김명자 카이스트 이사장 전 환경부장관

 

07-14 과학의 정치화로 국격 훼손한 민주당

김석 국제부장

과학을 정치의 도구로 사용 땐
이성 실종되고 진리 왜곡 초래
민주당은 그로시 불러 정치쇼

괴담 정치세력 설 자리 없애야
코로나 왜곡 트럼프 반면교사
재선 실패하고 미국 국격 추락

‘아는 것이 힘이다(scientia est potentia).’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이 말은 종교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던 이성을 제자리에 돌려놓은 근세 철학의 시작을 상징한다. 그는 직접 관찰하고 실험하며 지식을 쌓는 경험을 강조해 중세시대에 억압받았던 인간의 이성을 회복시켰다. 베이컨이 말한 아는 것, 곧 지식이 오늘날 과학의 어원이 된 ‘scientia’라는 점은 과학이 이성의 산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지배세력이 과학을 자신의 입맛에 맞춘 정치의 도구로 사용하는 ‘과학의 정치화’가 이뤄지면 사회에서 이성은 사라지고, 과학이 알려주는 진리는 빛을 잃으며, 사회 구성원들은 무지몽매에 빠져들게 되는 예를 우리는 역사에서 숱하게 봐왔다. 415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로 활동하다 종교계와 갈등을 빚어왔던 히파티아는 광신도들에 의해 납치돼 살해당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천동설에 맞서 지동설을 증명한 ‘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의 2대 세계 체계에 관한 대화’를 썼다가 1633년 6월 종교재판에서 이단 행위를 않겠다는 서약을 하고서야 목숨을 보존할 수 있었다. 중세 암흑시대는 지배세력인 종교계가 이처럼 과학을 정치화하면서 이성이 설 자리를 잃자 찾아왔다.

먼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코로나19 발생 당시 미국이나 각국에서 벌어진 혼란은 과학의 정치화가 초래한 일이었다. 필자가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2020년 미국 대선 초반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앞서고 있었다. 막말 논란에도 뚜렷한 보수 가치를 내세운 탓에 강력한 팬덤을 갖고 있었고, 민주당 텃밭이던 러스트벨트(몰락한 동북부 제조업지대)까지 잠식해 재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코로나19에 상황이 뒤바뀌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에 영향을 줄까 과학자들의 잇단 경고에도 코로나19가 독감보다 치사율이 낮다며 심각성을 무시하고 마스크 착용도 거부했다. 그러다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코로나19 확진을 받았고 사흘간 입원하면서 선거 판도는 뒤집혔다. 선거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스크만 썼어도 재선됐다는 말들이 회자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층을 겨냥해 과학을 정치화한 행동은 재선 실패로만 끝나지 않았다. 미국에서 엄청난 수의 확진자와 사망자를 불러왔고, 이로 인해 미국의 국제적 위상도 떨어졌다. 지난달 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수장 자리에서 물러난 로셸 월렌스키 전 국장은 당시 상황을 지적하며 과학의 정치화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퇴임 직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고별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각종 공중보건 사태에 대해 위험성을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정치적 신념에 따라 이를 결정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도쿄(東京)전력의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처리수 배출 계획·시설을 2년 동안 종합적으로 검토한 최종 보고서를 내놓았다. IAEA는 최종 보고서에서 “처리수의 해양 방류가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일본의 처리수 방류 계획은 IAEA의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한국보다 먼저 오염처리수가 도착하는 미국의 국무부는 “IAEA는 과학에 기반한 투명한 절차를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과학이 아닌, 지지층 확보를 위한 정치로 반박하고 있다. 설명을 위해 민주당을 찾은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에게 “일본 맞춤형 부실 조사”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민주당 극렬 지지자들은 공항과 호텔, 당사에서 ‘그로시 고 홈’ 등을 외치는 시위를 했다.

국제기구 수장을 불러놓고 과학적인 증거로 논쟁하지 않고 지지층을 위한 정치 쇼를 벌인 것이다. 자당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동쯤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던 셈이다. 과학의 정치화는 이성이 설 자리를 없애 사회를 무지와 야만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어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가져왔다. 우리 사회에 과학이 아닌 괴담을 내세우는 정치세력이 설 수 없게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가 주술과 미신의 암흑시대로 추락하도록 둘 수는 없다.

문화일보 

 
 

07-14 반기문, “IAEA 총장 입국 반대시위, 韓위상 추락시킨 부끄러운 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5회 국가현안 대토론회 ‘세계질서 대전환기, 국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의원회관 토론회서 연설
"오염수 처리 문제 UN서 해결? 적절치 않아…정치 들어갈 가능성 0%, 과학자 말 들어야"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지난 7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방한 때 입국 반대 시위가 벌어진 데 대해 13일 "아무리 시민사회의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선진대국인 한국의 위상을 크게 추락시키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 현안 대토론회-세계질서 대전환기, 국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에서 그러한 일이 있었던 것도 참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IAEA는 UN 산하기관이다.

그는 "국제기구 수장이 방한했는데, 공항에서 입국을 저지해서 곤란을 겪었다든지, IAEA가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고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둥 참으로 무책임하고 위험한 이야기"라며 "국격을 해치는 일이고, 이런 데 대해 의원님들께서 시민사회를 지도·계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그로시 사무총장이 봉변당하고 다음 날 아침 저한테 일찍 전화를 해왔고, 제가 위로를 해줬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너무나 화끈하게 환영을 해줘서 당시 좀 곤경에 처했던 점, 곤란했을 것 같다’고 했더니 (그로시 사무총장이) 웃으면서 ‘아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한국 국민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정확히 사실을 설명해주기 위해서 왔다’는 식으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또 "국내 문제를 해외로 이슈화시키는 것은 국익에 도움 되지 않는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를 UN으로 가지고 가자는 의견들도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전연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UN 총회는 다수결로 정하게 돼 있는데, 과학 문제를 다수결로 정할 일은 아니다"라며 "과학자들이 이거다, 그러면 과학자들 말을 들어야 한다. 정치가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 퍼센트"라고 강조했다.
문화일보 박세영 기자

 

07-14 갈라진 민주당...비명계 31명 “불체포 특권 포기” 단독 선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당내 혁신위가 1호 안건으로 제안한 불체포 특권 폐지 논의를 사실상 거부했다. 2023.07.13.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의원 31명이 14일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민주당 김종민, 박용진, 윤영찬, 이상민, 이원욱, 조응천, 홍영표 의원 등 이날 선언에 동참한 이들 대부분은 비명계 의원들이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 지도부에서 당내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호 안건으로 제시한 불체포 특권 포기안 수용을 13일 사실상 거부하자, 비명계 의원들끼리 단독으로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을 한 것이다.

민주당 의원 31명은 이날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 저희들은 국민이 국회를 신뢰할 수 있는 그 첫 걸음으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헌법에 명시된 불체포의 권리를 내려놓기 위한 실천으로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경우, 구명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고, 본회의 신상발언에서도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겠다”고 했다.

 

서명에 동참한 의원들은 강병원, 고용진, 김경만, 김종민, 김철민, 민홍철, 박용진, 서삼석, 송갑석, 신동근, 양기대, 어기구, 오영환, 윤영찬, 윤재갑, 이동주, 이병훈, 이상민, 이소영, 이용우, 이원욱, 이장섭, 조승래, 조오섭, 조응천, 최종윤, 허영, 홍기원, 홍영표, 홍정민, 황희 등 당내 비명계 의원을 두루 망라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는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1호 혁신안”이라며 “이에 대해 당차원에서 추가적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아 민주당 의원들이 혁신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비춰지고 있다. 저희 의원들이라도 나서게 된 이유”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13일 의원총회를 열고 김은경 혁신위가 1호 안건으로 제시한 불체포 특권 폐지에 대한 수용 여부를 논의하려 했지만 사실상 친명계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친명계 의원들은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남발하고 있는데, 이에 맞설 불체포 특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건 말이 안된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비명계 의원 31명은 이날 “향후 당차원에서 의원총회 개최 등을 통해 방탄국회 방지, 불체포특권 포기 등에 대한 민주당 전체 의원의 총의가 모아지기를 바라며 동참 의원들도 추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미래’ 역시 이날 “김은경 혁신위원회 1호 혁신안인 ‘불체포 특권 포기’를 의원 총회에서 결의하자”고 촉구하면서, 민주당 안팎에선 불체포 특권 폐지 당론을 놓고 친명계와 비명계간 갈등 수위가 고조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날 선언에 참여한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지난 12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분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유쾌한 결별’을 이야기 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동참하는 의원이 20명 이상 모일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 지도부는 “이 의원의 발언이 해당 행위에 해당한다”며 경고 조치를 내렸지만, 이날 이 대표의 의중과 다르게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에 단독으로 참여한 비명계 의원은 30명을 넘어섰다.

조선일보 박국희 기자

 
 

07.15 식품 안전 가장 엄격한 유럽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한 의미

유럽연합(EU)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계획에도 불구,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를 철폐하기로 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시행해 오던 농수산물 수입 규제를 12년 만에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후쿠시마현 등 10개 현의 농수산물을 EU에 수출할 때 방사성 물질 검사 증명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게 된다.

EU의 이런 결정은 소속 27국 4억5000만 인구의 식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이번 결정도 모든 회원국과의 합의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식품 안전에 관한 한 EU의 기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적용된다고 봐도 지나친 평가가 아닐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과학적 증거와 IAEA 평가에 근거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YONHAP PHOTO-5424> 정상회의 결과 발표하는 기시다 日 총리와 EU 집행부 (브뤼셀[벨기에] AF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가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마친 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가운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오른쪽)과 기자회견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회의에서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 철폐에 합의했다. 2023.07.14 besthope@yna.co.kr/2023-07-14 08:59:29/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EA 보고서를 대하는 EU의 이런 태도는 우리 민주당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IAEA 보고서가 나오자 전·현직 지도부가 나서서 “검증 보고서가 아니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용역 발주 보고서와 거의 같은 수준” “중립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일본 편향적 검증”이라고 비난했다. “깡통 보고서”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민주당 대변인은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을 향해 ‘핵 폐수 방류 홍보대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문제에 과학적 지식이 빈약한 민주당의 이런 태도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막무가내다.

우리 바다는 육지 너머의 후쿠시마 바다와 사실상 동떨어져 있다. 그런데 일본이 방류도 하기 전에 천일염 사재기를 하고 수산시장 손님이 없어지고 있다. KBS, MBC 등 TV 방송과, 민주당이 만들어내는 거짓 괴담 때문이다. 이런 우리 사회가 보기에 후쿠시마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을 수입해서 먹는 유럽인들은 바보다. 그런데, 유럽인들은 정말 바보일까.

민주당을 설득하기 위해 IAEA 사무총장이 한국을 방문했다가 봉변만 당했다. 그는 “대중의 우려를 이해한다”면서 “선의의 우려, 정당한 우려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우리의 설명에 열려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의 모욕에 가까운 면박만 거듭됐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IAEA가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고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등의 이야기는 참으로 무책임하고 국격을 해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TV 방송과 민주당에 이 말이 들릴 리 없다.

 

국민의 불안이 없어질 때까지 우리는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보다 더 식품 안전에 철저한 유럽인들이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수입하기로 한 결정과 그들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태도, 과학에 대한 신뢰는 눈여겨봐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17 이재명계 ‘방탄공동체’ 빼고 모두 동의한 불체포특권 포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당내 혁신위가 1호 안건으로 제안한 불체포 특권 폐지 논의를 사실상 거부했다. ⓒ News1 임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非)이재명계 의원 31명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이들은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경우 구명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고, 본회의 신상 발언에서도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겠다”고 했다. 이상민·홍영표·이원욱·김종민·박용진·송갑석·조응천·윤영찬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내 ‘86그룹’ 의원들이 주축인 ‘더좋은미래’도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하자는 성명서를 냈다. 국민의힘은 이미 112명 중 100명 이상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서약했다. 정의당도 당론으로 포기를 선언했다. 민주당 내 친이재명계 등 일부 의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두가 불체포특권 포기에 동의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약했다. 그런데 막상 이 대표 대장동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하루도 빠짐없이 방탄 국회를 열었다. 친(親)이재명계 의원들은 “체포동의안 찬성 의원은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했고, 이 대표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특권 뒤에 숨었다. 뇌물과 돈 봉투 비리로 수사받던 노웅래·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도 줄줄이 부결시켰다. 이 대표만 특권 뒤에 숨고 동료 의원들의 등을 떠밀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대표와 친명계, 비리 혐의 의원들 간에 일종의 ‘방탄 공동체’가 형성된 것이다.

 

민주당은 돈 봉투에 이어 김남국 의원 ‘100억원대 코인’ 사태까지 터지자 ‘재창당의 각오’를 언급하며 혁신위를 출범시켰다.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한다고 했다. 그 혁신위가 1호 제안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요구하자 20일 넘게 무시했다. 가까스로 의원총회에 안건으로 올렸지만 반대하는 의원이 많아 추인에 실패했다. 한 의원은 “20명이 돈 봉투를 받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누구한테 먼저 영장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쉽게 포기가 되겠느냐”고 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군사독재 같은 권력의 부당한 탄압을 막고 국회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제 그런 취지는 사라지고 정치인의 개인 비리를 비호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그런데도 이 특권을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고 버티는 이들은 스스로 떳떳하지 않다고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국민들은 내년 4월 총선에서 이들부터 최우선적으로 심판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17 IAEA 음모론… 75년 전에도 그랬다

1948년 제헌의회 선거를 보라
UN이 승인하고 주도한 선거
좌파는 “美 꼭두각시”라며 거부
IAEA는 UN 산하 독립 기구
못 믿겠다며 탈퇴한 북한도
日 정부에 매수됐다는 음모론자도
같은 세계관 사람들 아닌가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와의 면담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뉴스1

 

“(IAEA) 보고서 내용이 근거도 없고 증거도 없는 맹탕이라고 말해야 한다.” 지난 5일, IAEA 그로시 사무총장 방한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내놓은 메시지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IAEA 불신론’이다.

 

이런 생각은 이 대표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야권 정치인과 지지층 사이에 두루 퍼져 있다. 한 야권 지지 인터넷 언론은 ‘일본 정부가 IAEA를 매수했다’는 식의 음모론을 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까지 했다. 일본과 IAEA가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고 있다는 발언도 나왔다.

 

이들은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선동을 계속해 나가는 걸까? 과학적 사실만 놓고 보면 중학교 2학년 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설득되지 않는다. 이것은 과학의 문제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특정 정치 세력이 공유하는 세계관의 문제가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다.

 

잠시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펼쳐보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핵심 어휘는 ‘대한국민’이다. 대한‘민국’이 존재하기 전, 이미 대한‘국민’이라는 주권자들이 있었고, 그들이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냈다는 건국 서사다.

 

3·1 운동이 발생하게 된 배경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제연합의 전신인 국제연맹의 창시자였던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이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했다. 각 민족은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이 권리는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자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이 새로운 국제 질서를 제시하고 있었다. 이것은 천자의 나라 중국을 중심으로 주변의 다른 나라들을 조공의 대상으로 삼는 중국식 국제 질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 형성된 근대적 주권국가 체계를 전 세계에 동등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론에 식민지 조선인들은 즉각 호응했다. 3·1 운동은 단지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나, 중국의 망령을 떨쳐내고, 미국이 제시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에 동참하고자 하는 거대한 몸부림이었다.

대한민국은 그 출발부터 새로운 국제질서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이는 대한국민이 대한민국을 형성해온 역사를 돌이켜보면 더할 나위 없이 분명하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만들어낸 최초이자 최고의 작품인 것이다.

해방된 한반도에 단일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열린 미소공동위원회는 결국 실패로 귀결되었다. 미국은 1947년 10월 유엔 총회에 한반도 문제를 상정했다. 그리하여 호주, 캐나다, 중국, 엘살바도르, 프랑스, 인도, 필리핀, 시리아 등 8국 대표로 구성된 유엔한국임시위원단(UNTCOK)이 1948년 1월 9일 서울에 입국했다.

 

단독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부를 이루는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좌파 계열의 정치, 사회 단체들은 선거 보이콧을 넘어 폭력과 테러로 새로운 정부 수립을 막으려 들었다.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이 38선 이북으로 가지 못한 건 소련의 반대 때문이었지만, 유엔은 그저 미국의 꼭두각시일 뿐이라며, 그러니 분단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억지를 부렸다.

 

한국전쟁이 벌어지자 유엔 회원국 중 21국이 군대 파견을 신청했고 그중 16국이 실제로 병력을 보냈다. 반대로 북한의 편에서 전쟁을 한 나라는 소련과 중국뿐이었다. 유엔의 선거로 만들어진 나라 대한민국은 유엔의 전쟁으로 지켜낸 나라이기도 했던 것이다.

 

오늘날의 현실로 돌아와 보자. IAEA는 원자력의 군사적 이용을 막고 평화적 이용을 장려하는 국제연합 산하 독립기구다. 대한민국은 1956년부터 창설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반면 북한은 IAEA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NPT를 향해 “비확산체제가 오로지 미국의 입장만을 대변해 왔으며 비핵국가들에 대한 간섭 수단으로 이 조약기구를 활용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더니, 결국 NPT와 IAEA에서 모두 탈퇴해버렸다.

 

IAEA를 못 믿겠다고 우기는 사람들을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그들은 유엔이 주도한 제헌 국회의원 선거를 어떻게 생각할까? IAEA가 일본 정부에 매수되었다는 음모론과, 유엔이 미국의 꼭두각시이며 대한민국에 ‘정통성’이 없다고 비난하는 ‘해전사’(해방전후사의 인식) 세계관을, 별개의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조선일보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07-18 기존 입장 바꾼 이화영 “김성태에 이재명 방북 요청했다”

‘대북송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추진을 요청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법정에서 나왔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관련해 모든 의혹을 부인했던 이 전 부지사가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김 전 회장 등 관계자들의 일관된 진술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방북비용 대납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18일 이 전 경기도 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에 대한 제40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가 “피고인 측에서 기존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이 미세하게 변동된 부분이 있다고 들었다”고 묻자,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방북을 요청한 건 맞는 거 같다”고 했다.

 

변호인은 “쌍방울이 북한과 굉장히 밀접한 접촉을 한 거 같아서 ‘그럼 방북을 한번 추진해달라’는 말을 했다는 진술을 (이 전 부지사가)한 것으로 그렇게 알고 있다”고 했다. 변호인은 “스마트팜은 입장이 같고, 방북 비용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일, 관여하지 않았던 입장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이날 방북 비용을 대납해달라고 쌍방울에 요청했는지 등 자세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쌍방울 뇌물 의혹’ ‘800만 달러 대북송금 의혹’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대북 사업은 독자적인 것이라며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대납과 관련한 모든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재판이 종료된 후 “혐의를 일부 인정하는 거냐” “쌍방울에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거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세한 건 법정에서 들으시라”고만 답했다.

한편, 이날 검찰은 재판부에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부지사의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 진술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검찰은 “이화영 피고인이 ‘김성태, 방용철 피고인만 증인석에 나오고, 왜 나는 입장을 이야기할 기회가 없냐’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재판부에서도 이화영에 대한 입장을 모른 상태로 재판이 진행되는 건데, 기회를 주는 게 맞는 거 같다. 빠른 시일 내 증인신문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변호인 측에선 시기에 대해선 상관없다면서도 피고인 신분이 아닌 증인 입장에서 신문이 진행되는 것은 반대한다고 했다. 혹시라도 검찰 측에서 위증죄로 추가 기소를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검찰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을 제외한 증인 전원에 대한 철회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전부 철회하면 피고인 신문만 남는 거 아니겠나”라고 압박했다.

 

이날 재판에선 김 전 회장이 증인으로 나와 ‘대북송금은 쌍방울 그룹 뒤에 경기도와 강력한 대권주자가 있었기 때문에 이뤄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김수언 기자

 

07.18 장기표 “많은 특권 가지고 정치도 일도 안해… 불체포 등 186개 내려놔야”

장기표 특권폐지운동본부 대표

 ▲장기표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조선일보 DB

 

장기표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특본) 상임대표는 17일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이 특혜를 받는 법을 제정하는 것은 매우 파렴치하다”며 “운동권이 혜택을 받는 민주유공자법이나, 검찰 수사를 차단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많은 특권을 가진 양당 의원들은 정치도 일도 안 한다. 한쪽은 괴담, 한쪽은 험담, 괴담 대 험담 정쟁만 한다”고 했다.

 

‘전태일의 대학생 친구'로 학생·노동 운동가 출신인 장 대표는 그동안 국회의원·고위공직자 등의 특권 폐지를 주장해왔다. 올 4월부터는 특본을 꾸려 본격적인 특권 폐지 캠페인과 집회 등을 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본지에 “지자체장들은 끌어내릴 수 있는 주민소환제가 적용되지만, 국회의원들은 소환 제도도 없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민소환제는 선출직 지자체장들의 독단적인 행정 운영이나 비리를 막기 위해 일정 비율의 선거인이 청원하면 임기 전에도 투표를 통해 파면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는 또 구속된 국회의원도 세비 전부를 받아가는 점을 거론하며 “(확정 판결을 받지 않은) 다른 일반직 공무원은 구속되면 월급의 반만 준다”며 “국회의원처럼 선출직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구속 직후엔 월급의 70%, 3개월 뒤엔 40%만 받는다”고 했다.

장 대표는 수당 포함, 월 1300만원인 국회의원 월급을 400만~500만원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스웨덴 국회의원은 의원 2명당 비서 1명을 배치한다. 월급은 스웨덴 평균 임금 수준”이라며 “이들은 열심히 일하다 지쳐, 다시 국회의원을 하길 싫어할 정도”라고 했다. 그는 “반면 특권에 젖은 우리 국회의원들은 기를 쓰고 5선, 6선, 7선을 하려고 한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아빠 찬스’ 등 비리 의혹도 오로지 당선이 목표인 이들이 선관위 감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곽상도 전 의원이 이른바 대장동 비리 관련 ‘50억 클럽’ 뇌물 수수 혐의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을 거론하며 “우리 사회의 정치·사법 기득권 카르텔을 여실히 보여준 판결”이라고 했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 문제는 우리 사회의 기득권 카르텔을 깨는 사안이란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이 왕정 시절이나 볼 법한 국회의원·고위공직자 특권 폐지에 더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민주화 운동”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정환 기자

 

07.18 [속보] 민주당 결국 방탄 포기…'불체포특권 포기' 결의 채택

더불어민주당이 1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호 혁신안’으로 제안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관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의총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전체적으로 정당한 영장청구에 대해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소속 의원 112명 중 110명이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에 서명한 데 이어 민주당도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결의하면서 ‘방탄 국회’ 논란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다만 민주당이 이날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하면서도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라는 단서를 붙여 앞으로도 불체포특권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민주당은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호 혁신안으로 내세운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과 당론 채택을 수용하는 안을 두고 지난 13일 의총에서 논의했지만, 찬반이 갈리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시 의총에서는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헌법에 명시된 불체포특권을 당론으로 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검찰의 정치수사가 심해지는 가운데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취지의 반대 주장도 있었다.

 

비판 의견을 들은 원내지도부는 구속력을 갖는 당론 대신 결의안 방식으로 혁신위의 제안을 수용하는 방안을 두고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도 “국민이 기득권이라고 하면 우리는 수용하는 게 옳다.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 불체포 권리를 내려놓겠다는 선언을 추진해 주길 바란다.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라며 재차 불체포특권 포기 추인을 요청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07-18 ‘불체포’ 등 186가지 특권 국회… 예산 10년새 40% 늘렸다

[국회 특권 이대로 안된다] [上]

 ▲제75주년 제헌절을 하루 앞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모습./뉴시스

 

제헌절인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 600여 명은 “국회의원 기득권 폐지가 헌법 정신”이라고 외쳤다.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은 성명에서 “국회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을 비롯해 국회의원 특권은 186가지에 달한다”며 “국회야말로 ‘기득권 카르텔’”이라고 했다. 장기표 특본 상임대표는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내려놓는 것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정신에 맞게 행동하는 길”이라고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특권 폐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년 총선이 여야 경쟁을 넘어 특권 폐지 같은 정치 개혁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성난 민심과 달리 지난 10년간 국회 예산은 40%, 인력은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 수당을 비롯해 자기 예산을 결정하는 국회가 기득권을 내려놓기는커녕 몸집만 키우는 셈이다. 국회 예산은 2013년 5218억원이었지만 올해 7306억원으로 증가했다. 늘어난 예산 2000억원 중 절반은 인건비였다. 2017년 국회의원 보좌진에 8급 비서관이 신설되면서 국회 정원(국회의원 제외)은 2013년 4041명에서 올해 4553명으로 늘었다. 여기에 의원실 한 곳마다 한 명씩 둘 수 있는 인턴을 포함하면 인원은 4800명이 넘는다. 국회는 인턴을 정원에 포함하지 않지만 인턴에게는 월 200만원이 세금으로 지급된다.

 

그래픽=이철원

 

의원 외교 예산도 2013년 72억원에서 올해 167억원이 책정됐다. 국회가 만든 ‘국회의원 외교 활동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의원들이 의원 외교를 나갈 경우 비즈니스석 항공권과 숙박비·식비, 차량임차료 등이 지원된다. 국회 관계자는 “올해는 부산엑스포 유치 때문에 의원 외교 예산이 더 증액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해외 출장의 경우 “정말 필요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등 기재위 소속 여야 의원 5명은 스페인·프랑스·독일을 10일간 다녀오는 데 비즈니스석 항공료 5500만원을 포함해 세금 9000만원을 썼다. 기재위에서 논의 중인 ‘재정 준칙’ 제도를 시찰한다는 이유였지만 외유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 요청이나 국제회의 이외에 ‘위원회의 해외 시찰’도 국회의장의 승인이 있으면 세금을 지원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처럼 아내까지 데려가 해외에서 골프 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지만 의원 외교라면서 본인이 쉬기 위해 주말을 끼고 출장 일정을 잡는 관행은 여전하다”고 했다.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주최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서 열린 ‘특권폐지 국민총궐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국민의 명령이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위치고 있다./ 장련성 기자

 

국회의원은 월평균 1285만원을 수당으로 받는다. 일반수당과 급식비 등이 매월 20일 통장에 입금되고, 설과 추석에는 명절휴가비로 414만원씩 받는다. 국회의원 1명에겐 9명(인턴 1명 포함)의 보좌 인력이 지원되는데 이들 인건비도 월평균 4500만원이 넘는다. 의원과 보좌진 인건비만 의원실 1곳당 7억원 가까이 드는 셈이다. 월 150만원 가까운 주유비와 차량유지비, 사무실 운영비, 정책 자료 발송료 등은 별도다.

 

2021년 국회는 2022년 국회의원 수당을 월평균 12만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같은 해 일본 의회는 코로나 고통 분담 차원에서 2020년 4월 시작한 수당 20%(약 월 250만원) 삭감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뉴질랜드 의회는 2020년 7월부터 6개월간 장관직을 맡은 의원은 20%, 일반 의원은 10%씩 수당을 삭감했다. 이 조치로 20억원가량의 세수가 절약됐다고 뉴질랜드 언론이 보도했다. 인도 의회 역시 “코로나로 인한 비상 상황에 대응하겠다”며 2021년 1년간 의원 수당을 30% 삭감했다. 한국에선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 등 일부 의원들이 자진해 수당 일부를 반납, 기부했지만 해외 같은 수당 삭감은 없었다.

 

“의원 특권 포기하라” 거리로 나온 시민들 -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주최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서 열린 ‘특권폐지 국민총궐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국민의 명령이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위치고 있다. /장련성 기자

 

국회의원의 ‘무노동 유임금’ 문제도 국회 안팎에서 계속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구속 중 수당 지급 문제다. 국회의원은 임기 도중 구속이 돼도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는 이상 입법활동비 등 수당이 그대로 지급된다.

 

3억5000만원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작년 9월 법정 구속된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공무원의 경우 형사 사건으로 직위가 해제되면 월급의 50%, 3개월 후부턴 30%만 지급하고, 서울시의회 등 지방의회에선 조례를 개정해 구속된 의원에게 의정활동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본인 재판 준비 등의 이유로 휴가신청서를 내면 회의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회의 참석 특별활동비(하루 3만1000원)를 주는 관행, 여야 대립으로 상임위 구성이 안 돼 국회가 제 기능을 못 해도 수당을 지급하는 문제 등도 대표적인 무노동 유임금 사례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자 여야는 일을 안 하면 수당을 줄이는 개정안을 21대 국회에서 10건 이상 발의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건도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회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노리고 법안을 발의하지만 정작 계속 주장하는 의원은 찾기 어렵다”며 “자기 목에 방울을 다는 문제라 의원들의 양심에만 기대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여야 지도부와 혁신기구는 최근 국회의원 무노동 유임금 해소, 불체포 특권 포기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여의도에선 “또 한 번의 쇼”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이날 국회 앞에 모인 국회의원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은 보름 전쯤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에게 참석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회신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일보 박수찬 기자  김정환 기자

 

07-19 명절 휴가비 828만원, KTX 취소 위약금도 세금으로…의원들 이런 특권까지

[국회 특권 이대로 안된다] [下]

일러스트=박상훈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특권 폐지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시민사회에서는 “여야가 헌법 개정 사항인 불체포특권 포기만 외치지 말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상의 작은 특권부터 내려놓으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은 KTX 등 기차를 예약했다 취소해도 ‘취소 위약금’을 출장비로 처리할 수 있다. 의원은 ‘공무 수행 출장비’라는 명목으로 연평균 1141만원(비례대표와 수도권·비수도권 지역구 의원 차등 지급)을 교통비로 받는다. 대다수 지역구 의원은 공무 수행 출장비를 주말 자기 지역구에 방문하느라 KTX 등 기차를 타는 데 쓴다. 그런데 적지 않은 의원이 기차표를 시간대별로 여러 장 사놓고 당일 자기 일정에 맞는 한 장만 남기고 모두 취소한다고 한다. 취소 위약금도 비용으로 처리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토·일요일이나 공휴일에 취소할 경우 ‘당일~출발 3시간 전’에는 5%, ‘출발 3시간 전~출발 시’에는 10%를 환불 위약금으로 내야 하는데, 이를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의원실 회계 담당 비서관은 “다른 이용객들은 생각하지도 않고 일단 여러 시간대를 예약해 놓으라는 의원을 보면 ‘자기 돈이라도 저럴까’ 싶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의원은 기차가 아니라 비행기를 탈 때도 특권이 있다. 사전에 공항 의전실에 연락하면 귀빈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공항에서는 귀빈실을 쓸 수 있다. 해외 출장을 갈 때는 비즈니스석을 타고 갈 수 있다. 의원은 평소에는 차량 유지비와 유류비로 매달 35만8000원, 110만원을 받는다. 설과 추석 땐 ‘명절 휴가비’ 명목으로 각 414만원씩 총 828만원도 받는다. 휴가비가 월급 수준인 것이다.

 

국회 경내에는 의원은 물론 일반 국민도 이용 가능한 도서관이 있지만, 의원 사무실이 모인 의원회관 건물 2층에 의원 전용 열람실도 따로 있다. 이곳은 의원이 보고 싶은 책을 예약하면 사서가 준비해뒀다가, 책을 찾아오는 의원 보좌진에게 건네준다. 의원 전용 열람실은 의원의 언론 인터뷰 장소로도 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의원실로 책을 직접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있었다고 한다.

 

의원회관 지하 1층에는 ‘건강관리실’이라는 이름의 헬스장과 사우나, 이발소 등이 있는데, 의원만 출입할 수 있다. 헬스장과 사우나 이용은 무료다. 국회 관계자는 “사우나에서 여야 의원들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협상하던 때도 있었지만 옛말이 된 지 오래”라며 “여야 의원들이 사우나에서 인사도 안 하는 일이 흔한데 의원 전용으로 둘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했다. 국회의원은 사회 공익을 위한 필수 직종으로 분류돼 예비군 훈련도 사실상 면제된다. 현행 예비군법은 국회의원과 해외 체류자 등에 대해 동원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원은 민방위 훈련도 면제였지만 비판 여론에 법을 개정해 2016년부터는 민방위 훈련은 받고 있다.

 

의원들은 자기 의정 활동을 홍보하는 비용도 세비로 지원받는다. 정책 자료 발간과 홍보물 인쇄 비용으로 연 1200만원이 지급되는데, 정책 자료를 발송하는 우편 요금도 연평균 755만원이 나온다. 의원이 의정 활동 홍보를 위해 보내는 문자 메시지 비용도 1인당 연 700만원 지급된다. 이메일과 메신저, 소셜미디어 시대에 문자 메시지 비용까지 세금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의원은 강원 고성군에 있는 국회의정연수원도 1박에 3만원으로 쓸 수 있다. 국회 직원도 같은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당초 국회 소속 공무원 교육과 연수 활동을 위해 만들었다는 취지와 다르게 ‘휴양 콘도’가 돼 버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특권폐지운동본부는 이런 국회의원 특권이 186개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조선일보 김승재 기자

 

07-19 ‘불체포 특권 포기’ 안 하면서 한 것처럼 하려는 민주당

민주당은 18일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결의했다. 하지만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라는 조건을 달았다. ‘정당한 영장’인지는 법원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라면서 사실상 자신들이 정하겠다고 한다. 지난 13일 의총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 결의가 무산된 후 비난 여론이 커지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영장의 정당성 여부는 여론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대장동 비리 혐의를 받던 이재명 대표와 뇌물 혐의의 노웅래 의원, 돈 봉투 사건의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영장 청구는 정당한 영장이 아니어서 부결시켰다는 뜻이 된다. 누가 납득하겠나.

 

▲민주당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를 결의했다. 하지만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라는 조건을 붙여 무늬만 특권 포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혁신위가 요구해 온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또 ‘체포 동의안 표결 시 당론 가결’에 대한 입장도 내지 않았다. 무기명투표라 당론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무기명투표와 당론은 상관이 없다. 포기 서약서를 굳이 내지 않는 이유도 알기 힘들다. “불체포 특권 포기 안 하면 망한다”고 했던 혁신위는 “실천을 통해 보여줄 것을 믿는다”고 했다. 불체포 특권 포기를 안 하면서 한 것처럼 꾸미는 행위에 동참하는 것이다.

 

민주당 비(非)이재명계 의원 31명은 이미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의원 100여 명은 오래 전에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서약했고, 정의당도 당론으로 포기를 선언했다. 결국 민주당 친명계와 비리 혐의를 받는 의원들만 빠진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대선 때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약해 놓고 대장동 비리 등으로 영장이 청구되자 특권 뒤에 숨었다. 민주당은 하루도 빠짐 없이 방탄 국회를 열었고,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체포 동의안에 찬성하면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국회 연설에서 다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혁신위의 거듭된 불체포 특권 포기 요구엔 응답하지 않았다. 좋은 일을 할 것처럼 선언하고 실제 일이 닥치면 모른 척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불체포 특권’ 포기 허언도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19 ‘생각의 감옥’에 갇히면서 과학을 적(敵) 만들었다

이기고 싶은 것이지 진실 알고 싶은 게 아냐
과학 증거보다 정치 진영이 의견 지배
사대강 관련 입장 알면 광우병·오염수도 짐작 가능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한동안 태평양으로 유출됐던 방사성 물질은 현재 저장 탱크 보관량과 비교해 핵종(核種)별로 적게는 600배, 많게는 3만 배 정도 된다. 그렇지만 한국 바닷물과 수산물에 특이 영향은 없었다. 따라서 그 600분의 1, 3만분의 1만큼을 향후 30년 동안 나눠 방류할 경우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따질 필요조차 없는 의미 없는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도 특정 정치 진영 사람들은 방류수가 위해를 갖다줄 수 있다는 생각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들 생각의 움직임을 포착하려면 사회심리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 학자 레온 페스팅거가 1954년 세상의 종말이 닥쳐온다고 믿는 광신도 사교 집단 속으로 들어가 잠입 관찰을 시도했다. 심판의 날이라던 그해 12월 21일이 됐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신도들은 한동안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나 교주가 나서 “여러분의 굳건한 믿음으로 세상이 구원받았다”고 하자 신도들은 자부심을 갖고 더 열심히 포교에 나서더라는 것이다. 페스팅거는 그 관찰을 토대로 ‘인지 부조화’ 이론을 구축했다. 기존 믿음에 배치되는 증거에 부딪히더라도 생각을 바꾸기보다 증거를 뒤틀어 기존 생각에 맞추는 방법으로 심리적 평화를 얻는다는 것이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과학적 설명이 제공된다면 생각을 고쳐먹어 올바른 판단을 갖게 되지 않을까. 미국 예일대 댄 카한 교수는 그런 기대를 갖지 말라는 연구들을 발표해왔다. 집단 정체성에 관련된 신념은 과학적 정보, 객관적 증거를 갖다 줘도 교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카한 교수는 1100명을 상대로 화장품의 효과를 소재로 살짝 까다롭게 꼬아 놓은 통계 해석 문제를 냈다. 그랬더니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정답 비율이 높았다. 다음엔 총기 규제의 효과와 관련된 같은 구조의 문제를 제시했다. 미국에서 총기 규제는 정치 진영 간 대립이 날카로운 사안이다. 이번엔 수학적 추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자기 정치 성향에 맞는 쪽으로 오답(誤答)을 냈다. 사실상의 수학 문제를 푸는 데도 집단 동조 압력이 작용한 것이다. 카한 교수는 기후변화, 원자력 등 사안에서도 같은 경향을 확인했다. 지력(知力)은 옳은 답을 찾는 게 아니라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도구로 쓰였다.

 

카한 교수는 “사람들은 논쟁에서 이기고 싶은 것이지 진실을 알고 싶은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걸 ‘정체성 방어 인식’이라고 했다. 며칠 전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이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한 신문 기고에서, 미국 민주당원은 94%가 기후변화를 심각한 위협이라고 보는 반면 공화당원은 19%만 그렇게 생각한다는 여론조사를 소개했다. ‘생각의 감옥’에 갇히면 진영의 믿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보와 자료를 모으고 논리에 살을 붙여간다.

이런 상상을 한번 해보자. 김어준씨가 토크쇼에서 “후쿠시마 방류는 우리완 아무 상관 없다”고 얘기했다. 진영 사람들은 처음엔 농담으로 생각하고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김어준이 거듭해서 오염수를 방류해도 한국 바닷물의 삼중수소 농도는 10만분의 1 높아질 뿐이라는 분석을 인용하며 안전하다고 주장했다고 치자. 지지 집단에선 차츰 그의 유튜브를 멀리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더 계속되면 그는 진영에서 배척당한다. 김어준은 그런 선택을 할 리가 없다.

화제가 저출산, 대학입시 같은 거면 점잖게 토론이 가능하다. 의견이 달라도 정서적 갈등을 겪지 않는다. 반면 4대강, 광우병, 오염수처럼 정치화된 쟁점이라면 대립 견해를 표출하면서 친밀 관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소속 진영의 지배적 관점에서 이탈했다가는 외톨이가 될 수 있다. 그걸 잘 아는 사람들은 진영의 견해에 주파수를 맞춰간다. 집단의 믿음과 배치되는 정보는 배제하고 일치하는 증거들을 선택적으로 수집하게 된다. 독자 판단을 갖기 힘든 복잡한 사안이라면, 굳이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기보다 진영 리더의 설명을 추종하면 된다. 상대방 주장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

 

4대강, 광우병, 오염수는 완전히 독립적 이슈다. 논리적 연관성이 없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의 4대강에 대한 입장을 알면 그가 광우병, 오염수엔 어떤 견해일지 대체로 짐작할 수 있다. 과학적 증거와 논리보다 정치 진영이 의견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진영의 신념이 ‘생각의 감옥’이 되는 것이다. 국회 1당이 총력을 기울여 정치 쟁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방류수 문제는 과학 영역을 떠나 버렸다. 진영 간 어지러운 싸움일 뿐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영국 원로 과학자를 향해 “돌팔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IAEA 보고서를 “깡통 보고서”라고 했고 지지자들은 IAEA 대표에게 “100만유로 받았냐”고 고함쳤다. 그들에게 과학은 적(敵)이 돼 버렸다.

조선일보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07-19 이화영 “쌍방울 방북비 300만불 대납, 이재명에 보고했다”

이해찬·李 연결고리’ 이화영
검찰에 300만달러 송금 진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최근 검찰에서 “쌍방울이 이재명 경기지사(현 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납하기로 한 것을 당시 이 지사에게 사전에 보고했고 이후 대북 송금이 진행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이 사건은 지난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경기도를 위해 총 800만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했다는 것이다. 2019년 1월과 4월 송금된 500만달러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추진했던 ‘북한 스마트팜 개선’ 사업비를 대납한 것이고, 같은 해 2019년 11~12월 송금된 300만달러는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납했다는 게 수원지검의 수사 결과였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직할 당시 핵심 측근이던 이 전 부지사는 그동안 본인의 혐의는 물론, 이 대표의 관련성도 부인해 왔으나 대북 송금 중 ‘300만달러’에 대해선 이 대표에게 사전 보고를 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나머지 500만달러에 대해서도 이 대표 보고 여부를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대표는 쌍방울이 자신의 방북 비용으로 300만달러를 대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헛웃음이 나올 정도의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 관련성을 인정하는 진술을 하면서 이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부지사가 이 같은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조계에선 “검찰이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검찰은 그 부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쌍방울로부터 대북 사업 지원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쌍방울이 북한에 거액을 제공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김성태 전 회장도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하고 있다. 제3자 뇌물 혐의는 이 대표가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으로 기소됐을 때 적용된 혐의이기도 하다.

 

 ▲이해찬·이재명 뒤엔 이화영 - 2018년 9월 11일 당시 이재명(오른쪽) 경기지사와 이해찬(왼쪽)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 함께 입장하고 있다. 두 사람 뒤로 이화영(가운데)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따라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화영 전 부지사는 대표적인 ‘이해찬계’ 정치인으로,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내 입지를 넓히며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법조인들은 “이화영은 대장동 사건에 등장하는 유동규씨와는 급이 다른 정치적 비중을 가진 인사”라고 했다.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돈으로 이해찬 전 대표의 사무실 비용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경기지사에 취임한 직후 새로 만든 평화부지사 자리에 이화영씨를 앉히고 대북 사업을 맡겼다. 이후 이 전 부지사가 북한 광물 개발 등 대북 사업을 추진하던 쌍방울과 얽히면서 800만달러 불법 대북 송금에 관여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그동안 검찰 조사에서 “2019년 11~12월 북한 측에 300만달러를 보냈는데 이 돈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을 위한 비용이었다”고 진술했다. 그에 앞서 이재명 대표는 2019년 5월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영철에게 자신을 포함한 경기도 경제 시찰단을 북한에 초청해 달라는 편지 형식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을 지휘한 정찰총국장 출신이다.

 

공문을 보낸 지 두 달 뒤인 2019년 7월 경기도와 대북교류단체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공동 개최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김 전 회장은 북한 대남공작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소속 공작원 리호남을 만났다고 한다.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한국 기업 간담회’에 이어 열린 식사 자리에 안부수(왼쪽부터) 아태협 회장,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송명철 북한 조선아태위 부실장,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이 참석했다./노컷뉴스

 

이때 김 전 회장이 “이재명 지사가 다음 대선을 위해 방북을 원하니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말하자, 리호남은 “방북하려면 벤츠도 필요하고 헬리콥터도 띄워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김 전 회장은 “그 정도 현금을 준비하기는 어려우니 300만달러로 하자”고 했고 리호남도 동의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 대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이 전 부지사는 기존 입장을 바꿔 이 ‘300만달러’에 대해 ‘이재명 대표에게 사전 보고를 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18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도 이 전 부지사 측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그동안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방북 비용 대납 요청 여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고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방북을 한번 추진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모든 혐의를 부인해왔던 기존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다만, 이 전 부지사 측은 ‘방북 추진 요청’에서 더 나아가 방북 비용을 대납해 달라고 쌍방울에 요청했는지 등에서 대해선 자세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쌍방울이 대북 송금했던 나머지 500만달러에 대해, 김성태 전 회장은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자신이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를 경기도 대신 내게 된 경위를 상세히 증언했다. 그는 2018년 11월 중국 선양에서 북한의 김성혜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실장, 박철 부위원장을 만나 밤낮으로 식사와 술자리를 가졌고 그 자리에서 경기도 대신 500만달러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북한에) 500만달러를 주는 건 (이화영 당시) 평화부지사의 입장이 어려운 것도 있지만, 이재명(당시 경기지사)과 경기도에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쌍방울도 북한에서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저희 뒤에 경기도가 있고 경기도 뒤에는 강력한 대권 주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500만달러 지원’도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고운호 기자

 

앞서 김 전 회장은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다’며 법정 증언을 피해왔다. 검찰 진술과 달리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면 위증죄를 처벌받게 된다. 그러다 그는 지난 11일 재판부터 적극적으로 증언하기 시작했다. 그 재판에서 김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북측 인사와 경기도 관계자들과 저녁 자리에서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바꿔줬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통화에서 이 대표에게) 앞으로 북한 관련된 일을 열심히 해보겠다고 하자 (이 대표가) 열심히 하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증언 도중 이 전 부지사를 향해 “이제는 본인도 좀 내려놓을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는 처음 국회의원이 된 2004년 무렵부터 김성태 전 회장과 알았고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지냈다고 한다. 지난 2011년부터 쌍방울그룹 고문과 사외이사로 활동했던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에서 3억2000만원의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있다.

조선일보 허욱 기자

 
 

07-19 “방북비 대납 李에 보고” 이화영 진술…이래도 소설인가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이 ‘핵심 피고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로 새 국면을 맞았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이 대납키로 한 것을 이 대표에게 사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그의 변호인도 지난 18일 재판에서 유사한 정황을 밝혔다. 이 대표 측근 정진상 씨가 ‘대장동’을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 대표에게 사법적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 전 부지사의 공소장 등에 따르면, 2018년 경기지사에 당선된 이 대표는 같은 해 9월 청와대가 발표한 남북정상회담 방북단에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은 포함된 반면 자신은 제외되자 독자적 사업을 추진했다. 이해찬 전 대표 측근인 이화영 전 의원을 부지사로 영입해 대북사업을 맡겼고, 이 전 부지사는 방북을 통해 스마트팜 건설 등의 사업에 합의했다. 그러나 경기도의회가 예산 배정을 거부하자 김성태 당시 쌍방울 회장에게 지원을 요청해 500만 달러의 송금이 이뤄졌다. 이 대표는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영철에게 자신을 초청해달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방북 의지를 보였고, 이 전 부지사 부탁을 받은 김 회장은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공작원 리호남을 만나 이 대표 방북 비용으로 300만 달러를 지급키로 하고 해당 금액을 송금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조만간 이 대표를 소환할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이 전 부지사의 전면 부인으로 미뤄왔던 일이다. 혐의가 확인되면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같이 제3자 뇌물죄로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 쌍방울로부터 대북 사업 지원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쌍방울이 북한에 거액을 제공토록 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도 최근 법정에서 “쌍방울도 대북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이재명과 경기도에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대북 송금 의혹이 제기됐을 때 “검찰의 신작 소설” “종전 창작 실력으로 봐선 잘 안 팔릴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부지사가 입을 열기 시작했는데도 계속 “소설”이나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화일보 사설 

 

07-19 공포 부추기고 과학은 삼키는 정치

아스파탐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하자 마트 진열대에는 ‘아스파탐 제로’를 세일즈포인트로 내세우는 막걸리들이 발빠르게 등장했다. 필자의 지인 중에는 그런 제품의 목록을 수첩에 적어다니는 애주가가 있다. 아스파탐보다 백배·천배 강력한 발암물질 에틸알코올을 주성분으로 하는 술은 사발 가득 부어 마시면서도 극미량의 아스파탐에는 불안해하는 이율배반적 행위는 인간의 선택이 합리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익숙한 것에는 둔해지고 새로운 것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는 생물학적 본능도 불안을 공포로 끌어올린다. 건강과 관련된 문제일수록 이성은 멀고 공포는 가깝게 다가온다.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까운 것과 같은 이치다. 공포마케팅은 이런 맹점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 

팩트 대신 공포 조장하는 정치권
‘광우병’ 경험에도 국민불안 여전
공포 맞서는 안심마케팅은 실종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도 이와 유사하다. 공포마케팅의 주체가 기업이 아니라 정치권이고, 노리는 대상이 소비자의 주머니가 아니라 유권자의 표심이란 점이 다를 뿐이다. 우리는 15년 전 광우병 사태 때 아주 지독한 공포마케팅을 체험했다. 그것이 잘 기획된 비과학적 선동의 소산이란 것을 깨닫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그 사이 치른 대가는 막대했다. 당시 범민련 간부로 시위 기획자의 일원이었던 민경우씨는 최근 “광우병이 정말 팩트가 맞는지를 놓고 회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며 “국민 건강을 우려해 시위를 한 게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당시의 학습효과가 작용한 때문인지, 당장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더라도 삽시간에 태평양이 오염되고 기형화한 세슘 물고기들이 한반도 연안으로 몰려올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뇌송송 구멍탁’ 유의 저열한 비과학적 선동이 그때만큼은 통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불안감이 사라진 건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보듯 78%의 국민이 오염수 방류를 걱정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절대적 신봉이란 종교의 영역에서나 가능한 일일 뿐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중은 불안하고, 웨이드 앨리슨 옥스포드대 명예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킬’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오염수 방류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안 하는 게 최선이다. 콘크리트로 봉쇄하는 방법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나날이 불어나는 분량을 무한정 감당할 수도 없고, 자칫 지진이라도 만나면 미증유의 재앙을 겪을 수도 있다. 그래서 차악(次惡)으로 택한 방법이 방류다. 해양 환경과 생태계, 더 나아가 인체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사실상 결론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믿느냐 안 믿느냐, 혹은 받아들이느냐 안 받아들이느냐의 선택이 우리에게 남았을 뿐, 현실적으로는 막을 수단이 없다.

문제는 과도한 공포다. 광우병의 추억을 떠올리는 세력의 ‘공포’ 마케팅에 맞서려면 ‘안심’ 마케팅을 펼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정부·여당의 대응은 안심과는 거리가 멀다. 노량진 횟집에 가서 수조 물을 마시는 것은 공포 마케터들의 그것에 비해 한참 하수(下手)의 퍼포먼스다. 연일 ‘괴담몰이’를 윽박지르는 말폭탄 이외에 정부·여당 관계자들에게서 국민에게 안심을 심어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방류 이슈가 과학에서 정치의 영역으로 옮겨온 지도 한참 되었건만, 전문용어 난무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브리핑 외에는 이렇다 할 설명이 없다. 그 방법이 옳고 그른지와는 별개로, 고속도로 설계 변경 문제로 김건희 여사가 입길에 오르내리자 주무 장관이 즉각 백지화를 선언하고 ‘일타강사’를 자처해 상세한 설명에 나선 것과 사뭇 다르다. 건드릴수록 손해라는 셈법이 작용한 것이라면 더욱 난감하지 않은가. 야권의 공포마케팅이 정부·여당의 무능마케팅과 어우러지면 공포지수는 더욱 상승한다. 그렇게 쌓인 공포가 또 한번 과학을 삼킬 수 있다.

중앙일보 예영준 중앙SUNDAY 국장

 

07-19 김근식 교수 “김문기-쌍방울-백현동, 이재명 영장 폭탄 줄줄이 터질 것”

“머리만 쓸어 넘기는 폼생폼사 조국, 신당 창당 턱도 없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9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각종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대장동과 쌍방울, 백현동 사건에서 새로운 진술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이 모든 게 이 대표 혐의를 입증하는 것인데 이르면 8월부터 이 대표에 대한 영장 폭탄이 줄줄이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날 조선일보 유튜브 ‘배성규·배소빈의 정치펀치’에 출연,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북한이 요구한 방북 비용(300만 달러)을 쌍방울이 대납했다고 보고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한다”며 “대북 송금은 유엔 제재 위반이고 이를 쌍방울이 대신 내게 한 것은 명백한 제3자 뇌물죄”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 대표가 그동안 사실무근이고 소설이라고 부인해 왔지만 이화영 전 부지사가 결국 모든 증거와 진술에 밀려 이 대표 방북비용 대납을 실토했다”며 “검찰이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조사하고 나면 내달 중 구속영장을 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뒤늦게 ‘정당한 영장에 대해 불체포 특권 포기’를 꼼수 결의했는데 이 대표 영장이 날아오면 어떻게 반응할 지 주목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전 법무무 장관. /뉴스1

 

김 교수는 또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민간업자가 ‘로비스트가 요구한 200억원 중 절반은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전 실장에게 갈 몫이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면서 “백현동 아파트도 결국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특혜를 주고 뇌물을 받은 것 아니냐”고 했다. 이 대표가 백현동 특혜를 준 혐의가 드러나고 있는만큼 이것으로도 영장이 날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의 아들이 “아버지가 이재명 성남시장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 이재명 대표가 아버지를 모를 수가 없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결국 이 대표가 김문기씨를 모른다고 거짓말을 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데 이것으로 제일 먼저 유죄 선고가 내려질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이 대표가 버틸 수 있겠느냐”고 했다.

김 교수는 조국 전 장관의 출마 및 창당설과 관련해 “출마를 하고 창당을 하려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엄청난 노력을 들여야 한다”면서 “매일 머리만 쓸어넘기는 ‘폼생폼사’ 스타일리스트인 조국 전 장관은 그걸 해낼 능력이 없다”고 했다. 그는 “조 전 장관은 누군가 창당해서 상 차려놓으면 얼굴마담을 잘 할 사람”이라며 “하지만 자기 스스로 발로 뛰며 사람을 모아서 창당을 할 수 있는 깜냥이 안 된다”고 했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이낙연 전 대표도 그를 밀어줄 것 같지 않다”며 “반(反)이재명 그룹을 이끌 역량이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조 전 장관이 “생업에 종사하느라 (자녀) 입시 비리를 몰랐다.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못한 죄에 대한 사회적, 도의적 책임을 달게 받겠다”고 한 것에 대해 “결국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고 부인과 딸 등 가족들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운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조 전 장관이 무슨 장사나 노동을 했다고 생업 운운하느냐”면서 “그의 생업은 트위터나 SNS에 글 올리는 것이었느냐”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재명 대표는 원래 비주류였는데 이화영 전 부지사와의 대북 사업 등을 고리로 민주당의 상왕이었던 이해찬 전 대표를 잡은 것”이라며 “이 전 부지사는 이해찬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이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 방북 때 제외됐던 이 대표는 대북 사업을 통해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높이고 이해찬 전 대표와 손을 잡은 것”이라며 “이 대표가 이해찬 세력을 이용해 당의 주류로 올라서고 당권까지 잡은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배성규 기자

 
 

07.20 이화영 “이재명 독자 방북, 정진상 요청으로 본격 추진”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최근 검찰에 본인의 자체 판단뿐만 아니라 당시 정진상 경기도 정책실장(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요구로 이재명 경기지사(현 민주당 대표)의 방북을 추진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19일 전해졌다.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왼쪽),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 /뉴스1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화영 전 부지사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정진상 전 실장의 요구로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독자 방북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가 “정 전 실장이 ‘앞으로 대북 제재가 심해질텐데 이 지사 방북으로 성과를 내보라’고 말했고 이후 진행 상황은 (경기도 내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정무회의에서 공유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화영 전 부지사가 자체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방북을 추진하고 있던 상황에서 정진상 전 실장의 요구까지 더해져 방북 계획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구체적인 경위와 당시 상황 등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앞서 이화영 전 부지사는 최근 검찰에서 “쌍방울이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납하기로 한 것을 당시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했고 이후 대북 송금이 진행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면서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은 지난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경기도를 위해 북한에 불법 송금했다고 지목된 총 800만 달러 가운데 그해 11~12월 송금된 300만 달러와 관련돼 있다. 김성태 회장이 이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납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법조계에선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 관련성을 인정하는 진술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수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간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방북 비용 대납과 이 대표의 관련성에 선을 그어왔는데, 기존 입장을 전면적으로 뒤집은 것이다.

김성태 전 회장도 그동안 검찰 조사에서 “2019년 11~12월 북한 측에 300만달러를 보냈는데 이 돈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을 위한 비용이었다”고 진술해왔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표는 이날 경북 안동 현장 최고위가 끝난 뒤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하는데 자꾸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올해 초 대북 송금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검찰의 신작 소설”이라며 “종전 창작 실력으로 봐선 잘 안 팔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07.20 ‘이 대표 방북 뒷돈 쌍방울 대납’ 본인 빼고 전원이 진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19년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그룹이 대납하기로 한 것을 당시 이 지사에게 보고했다고 최근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그동안 이 사건 관련자 거의 전원이 혐의를 시인했지만 이 전 부지사와 이 대표만 “일절 모른다” “검찰의 창작 소설”이라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런데 이 대표 측근인 이 전 부지사까지 시인해 이젠 이 대표 혼자서만 아니라고 하는 상황이 됐다.

이 사건은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경기도가 추진한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500만달러)과 이 대표 방북 비용(300만달러)을 북한에 불법 송금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 증거와 진술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와 있다. 외화 밀반출에 관여한 쌍방울 임직원 수십 명이 사실을 인정했고, 김 전 회장은 돈을 건네고 북측 인사에게 받았다는 ‘령수증(영수증)’까지 검찰에 제출했다. 이 과정에 관여한 대북단체 대표도 애초 혐의를 부인하다 “이젠 한계에 달했다”며 관련 사실을 시인했다. 법원도 지난 5월 이 사람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대북 송금의 실체를 인정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 전 부지사도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 진술 내용이 알려지자 “검찰이 자꾸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도 “검찰이 이 전 부지사에게 허위 진술을 회유·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소설’이라더니 이젠 ‘조작’으로 몰고가려 한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가 부지사로 발탁해 대북 사업을 맡긴 측근 인사다. 대표적인 ‘이해찬계 정치인’으로 이 대표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연결고리 역할도 했다. 그런 사람이 사실이 아닌데도 이 대표와 민주당에 불리한 진술을 지어낼 수 있나. 이 대표는 쌍방울 의혹과 관련해 “나와 쌍방울 인연은 내복 하나 사 입은 것밖에 없다”고 했지만, 김성태 전 회장과 통화하고, 서로 측근을 보내 모친상 조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대표 해명의 신뢰성은 스스로가 무너뜨려 왔다.

 

이 대표는 2018년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수행단에서 제외되자 경기도 차원의 독자적인 방북을 추진했다. 이듬해 북한 김영철에게 자신을 북으로 초대해달라는 문건도 보냈다. 그러자 북이 방북 대가를 요구했고 쌍방울 김 전 회장은 이 대표 방북 비용으로 300만달러를 대납했다고 진술한 것이다. 과거 김대중 정권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4억5000만달러를 북측에 불법 송금했다가 관련자들 모두 유죄가 확정됐다. 또 북한을 이용해 정치하려고 뒷돈을 준 것도 심각한 일이고, 그 돈을 조폭 출신 기업인에게 대납시켰다는 것도 심각한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07.20 민주당과 공산당은 상극이어야 하지 않나

 

인권 자유 법치 위해 싸운 민주화운동 역사의 민주당
정부가 ‘대러 관계 중요’ 현실적 입장 밝혀도
민주당은 ‘독재 침략국과 맞서는 우크라 지원하라’ 외쳐야 정상 아닌가

 

근래 민주당은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를 돕는다는 얘기만 나오면 쌍심지를 켜고 달려든다. 화가 잔뜩 나서 하는 말까지 거칠다. 러시아 사람들보다 더 러시아 편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니 러시아를 자극하면 안 그래도 나쁜 남북 관계에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봐 그런다고 한다.

 

일리가 없지는 않다. 러시아는 우리를 해칠 카드를 갖고 있다. 소련 붕괴 뒤 러시아는 북한에 첨단 무기를 일절 지원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발해 북한에 SU-27과 같은 첨단 전투기를 지원하면 보통 일이 아니다. SU-27은 우리 공군의 주력인 F-15K와 맞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300급 이상의 고성능 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북한에 줘도 큰 위협이다. 러시아가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 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어기면서 이런 일을 벌일 가능성은 낮지만 최근 푸틴은 이성을 잃은 것 같은 행태를 보일 때가 있다. 러시아가 지금보다 더 북한 편을 들면서 북핵 해결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세 계산을 떠나서 러시아가 21세기에는 인류가 졸업한 것 같았던 남의 영토 빼앗기 전쟁을 일으켜 어린아이들에게까지 미사일 세례를 퍼붓는 것은 인간이라면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어야 마땅하다. 정세 계산은 그다음의 일이다. 민주당은 이 순서가 반대로 돼 있다.

 

우리 민주당은 스스로를 진보 진영이라고 하고 있지만 소련이나 중국 공산당은 물론이고 유럽, 일본 공산당과도 다른 역사를 갖고 있다. 유럽 일본 공산당은 2차대전 이후 이미 민주화된 사회에서 활동했다. 민주화 운동은 필요 없었고 이념 투쟁에 치중했다. 이와 달리 우리 민주당은 공산·사회주의 이념이 아니라 민주화 운동을 통해 성장해왔다. ‘민주주의’가 민주당의 살과 뼈, 전부나 마찬가지다.

 

민주주의는 인권과 법치를 생명으로 한다. 실제로 민주당은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인권과 법치를 지상 최고의 가치로 여겨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민주당은 인권과 법치가 완전히 말살됐거나 형해화돼 있는 북한, 중국, 러시아에 대해 때로는 은근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연대 의식을 보이고 있다. 이들 나라의 일당 독재, 개인 우상화, 법치 말살, 민주화 시위 대규모 학살, 정적과 언론인 암살 등에 대해 사실상 눈감고 있다. 처참한 북한 주민 인권 문제는 외면해야 좋아진다는 희한한 논리까지 만들어냈다.

 

이념 투쟁에 열심이던 유럽 공산당은 소련의 실상이 드러나자 몰락했다. 이탈리아 공산당은 당원만 수백만명이었고 한때 집권 직전까지 갔지만 소련 체제의 야만성이 잇달아 폭로되자 당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다른 유럽국의 공산당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소련을 이상향으로 추앙하다 실상을 알고 당 간판을 내린 뒤 다당제와 인권, 법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갔다. 그런데 우리 민주당은 반대로 인권과 법치를 위해 싸우다가 막상 민주화가 이뤄지자 뒤늦게 북한, 중국, 러시아에 유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 중국, 러시아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협상 대상이다. 그들 나라가 침략 전쟁을 벌이고 여자와 어린이, 노인뿐인 아파트에 미사일을 날려도 어쩔 수 없이 협상을 해야 한다. 한편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끊을 수 없고, 한편으로 홍콩과 위구르, 티베트를 안타까워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끊을 수 없다. 심지어 북한 같은 폭력 범죄집단과도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국제 정치의 현실상 어쩔 수 없습니다”고 해야 하는 것은 정부 여당이어야 한다. 민주당은 이런 정부에 대해 “인권과 법치,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모독”이라며 “정부 여당은 독재 국가와의 관계를 재고하라”고 해야 한다. 민주당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과 함께한다”면서 “정부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영토를 되찾고 평화를 되찾을 수 있게 무기를 포함한 모든 지원을 다 하라”고 해야 한다. 독일 진보 진영이 이렇게 한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 역할이 거꾸로 돼 있다. 특히 민주당이 완전히 거꾸로 돼 있는 것은 당의 민주화 운동 역사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당 내에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마음속으로 추앙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때 주체사상을 추종하던 세력이 있었지만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 민노총 간첩과 같은 사람들은 감옥이 아니라 정신병원에 가는 것이 맞는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이 반미 성격을 띠면서 ‘적의 적은 동지’라는 심리가 북·중·러와의 유대감을 만들었고 이것이 아직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대북 ‘햇볕정책’이 이 모든 것의 원인이라고 하는 분석도 있다. 실제 민주당은 햇볕정책 이전과 이후가 다른 당처럼 보인다.

 

무슨 이유이건 민주당은 인권과 법치, 자유, 민주주의라는 본연의 가치를 다시 추구했으면 한다. 이것이 정말 싫다면 당의 이름이라도 바꿔야 한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07.20 무지한 야당, 무심한 용산

 

호우와 우크라 방문 연계는 억지
대통령실 소통도 민심과 큰 괴리
"내가 더 저급" 경쟁하는 것 같아

 #1 WBC 야구 준결승 9회 말이 진행되던 지난 3월 21일 오전 11시 45분.

일본 무라카미 선수의 역전 끝내기 2루타가 나오기 직전 TV 화면에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속보 자막이 큼지막이 떴다.

'기시다 총리,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

손에 땀을 쥐고 경기를 보던 일본 국민은 뜨악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인도 방문 직후인 지난 3월 21일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하자 일본 언론들이 속보로 이를 전했다. 사진 니혼TV 캡처

 

방송사에는 "방해하지 말라"는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SNS에선 "한창 달아오르고 있는데 웬 우크라이나?"

 

"기시다는 WBC 안 보냐?"는 글들이 쇄도했다.

 

그렇게 어렵게 성사된 기시다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WBC에 묻히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

 

대한민국 대통령이 전장을 찾은 건 이번이 최초였다.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었다.

 

그런데 타이밍이 꼬였다. 폭우로 국내에서 큰 피해가 속출했다.

 

그 바람에 우크라이나 방문의 본질과 성과보다는 '왕복 27시간, 체류 11시간'을 굳이 해야 했느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대표적 피폭지 부차시의 참상을 둘러보는 사진보다 열차 안에서 호우 대책회의를 하는 사진이 각인됐다.

한·일의 두 지도자 공히 '우크라이나 운'은 참으로 없었던 셈이다.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폴란드 바르샤바로 이동하는 열차 내에서 참모들과 호우대책회의를 갖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2 야당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섣부른 방문이었다고 비난한다.

또 "수해 대처가 우선이니 방문을 취소했어야 한다"고 한다.

둘 다 외교의 냉엄함과 치열함을 모르는 어설픈 주장이다.

 

이미 우크라이나를 찾은 G7 정상들은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줄곧 주시해 왔다. 함께 갈 친구인지 지켜본 것이다.

 

2000조원에 달한다는 전후 복구 사업도 마찬가지.

 

어려울 때 단 한 번 찾아오지 않은 나라가 "우리에게 사업권 달라"고 요구하면 "그래, 그렇게 하자"고 답할 것 같나.

 

민주당은 또 "러시아에 사는 교민 16만 명, 160여 개 우리 기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5년 임기 내내 죽창가를 불러대며 재일 한국인 400만 명, 1000여 개 우리 기업을 궁지로 몰아놓았던 정당이 그런 말 할 자격 있나. 그 뻔뻔함, 참 대단하다.

"일 총리는 태풍 대응을 위해 유엔 총회 출국을 연기했고, 캐나다 총리는 허리케인 대처를 위해 아베 국장 불참을 결정했고, 이탈리아 총리는 홍수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G7 회담 중 조기 귀국했다"는 주장도 억지에 가깝다.

일 총리는 여유 있게 잡았던 일정을 하루 연기했을 뿐 모든 만남을 예정대로 소화했다.

아베 국장은 G7 정상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행사였다.

수시로 열리는 G7 만남을 '조퇴'한 것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터 우크라이나 방문을 동렬에서 비교하는 것도 참으로 아마추어스럽다.

 

#3 사실 이에 대처하는 대통령실도 한심하기는 매한가지다.

"지금 당장 한국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그 상황(수해)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했는데, 그런 말은 대통령실 내부 대책회의 때나 주고받을 말이다.

국민을 향해선 "오랜 고뇌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국민들께 양해와 이해를 바란다"고 고개 숙였어야 했다.

그 정도의 상식, 소통 능력도 없는 자가 대통령실 핵심 참모라니 기가 막히다.

 

한두 번은 실수라 쳐도 이제는 상수가 돼 버렸다. 대통령이 책임을 묻지 않을 거란 확신 때문이라면 진짜 큰일이다.

 ▲나토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빌뉴스 구시가지를 산책하다 길거리 악사의 모금함에 지폐를 넣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김건희 여사의 명품 숍 방문 대응도 마찬가지.

 

경과야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아는 이야기가 됐으니 여기서 '호객행위' 등의 설명은 반복할 필요도 없겠다.

다만 한 가지만 소개한다.

 

노태우 정부 때 김옥숙 여사가 어린이날 행사에 귀걸이에 짙은 화장을 하고 나타났다.

 

참모들은 노 대통령에게 "앞으로 여사께서 자제하시는 게 좋겠다"고 진언했다.

 

노 대통령은 이를 김 여사에게 그대로 전했다.

 

김 여사는 쓴소리한 참모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잘 알겠어요. 앞으론 제게 직접 말해주세요." 그런 식이었다.

 

세월도 대통령 부인의 역할도 많이 변했다.

 

하지만 권력기관의 소통과 대응은 이래야 한다는 국민들 생각과 믿음은 변하지 않았고, 변하지 않을 것이다.

김현기 순회특파원 겸 도쿄총국장 kim.hyunki@joongang.co.kr 

 

07-20 낯뜨거운 민주당 불체포특권 포기 쇼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前 한국선거학회 회장

더불어민주당이 혁신 포기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민주당 혁신위원회는 지난달 23일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와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을 1호 혁신안으로 내놨다. 하지만 민주당은 13일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은 헌법적 권리인데 어떻게 포기하느냐”는 상당수 의원의 제동으로 혁신안을 무산시켰다. 당내 비명계 의원 31명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는 등 압박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고육책으로 18일 의원총회에서 ‘조건부 포기 결의안’을 채택했다.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 조항을 붙여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한 것이다.

민주당은 정당성 판단 기준에 관해 ‘국민의 눈높이’라고 했다. 그 논리대로라면 지난 2월에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정당한 구속 영장’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올해 1월 케이스탯리서치 조사(19∼20일)에 따르면, 민주당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여러 의혹을 밝히기 위한 정당한 수사’라는 응답이 57.1%로 절반을 넘었고, ‘정치 보복 목적의 정당하지 못한 수사’라는 응답은 36.3%였다.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면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가결해야 한다는 응답이 49%, 부결은 36.8%였다.

이렇게 민심이 압도적으로 이 대표 수사가 정당하다고 했는데도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민주당이 지금 와서 ‘조건부 포기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한마디로 ‘특권을 못 내려놓겠다’는 꼼수다. 민주당의 ‘꼼수 결의안’과 김은경 혁신위는 치명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첫째, 사실상 혁신위안이 거부된 것이다. 조건부 결의안은 당 혁신위가 지난달 23일 요구한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제출은 생략했고, 체포동의안 표결 시 당론 가결에 대한 입장도 내지 않았다.

둘째, 방탄을 할지 안 할지 민주당이 마음대로 선택하겠다는 오만함이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정당한 영장 여부를 판사가 아니라 범죄 혐의자가 속한 정당이 판단하느냐”고 반문했다. 한 장관은 “특권 포기하기 싫으면 싫다고 하지, 국민들 보시기에 구차한 얘기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셋째, 혁신위가 오히려 혁신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혁신위는 의총 결과를 혁신위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자신들이 제시한 1호 혁신안이 누더기가 됐는데도 이를 수용한 혁신위는 권위를 스스로 훼손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혁신의 핵심은 각종 비리 의혹으로 도덕성을 상실한 ‘이재명 대표 사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최근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뜬금없이 이낙연 전 대표를 공격하면서 ‘이재명 지키기 방탄 혁신위’를 자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는 것은 부적절하다. 분열은 혁신 대상이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친낙계 설훈 의원은 “김은경 혁신이야말로 개혁 대상이다”라고 공격했다.

혁신은 없고 꼼수에 무너지고, 공명정대함은 없고 자중지란만 일으키며, 이재명 ‘사퇴’보다 ‘지키기’에 앞장서는 혁신위가 어떻게 ‘가죽(革)을 벗겨 새롭게 하는’ 혁신을 할 수 있겠나. 민주당이 진정 혁신하려면 기본으로 돌아가라.

문화일보  

 

07.21 국회 회의 중 코인 거래만 200회 김남국, 아직도 의원이라니

 김남국 의원이 국회 상임위 회의 도중 200차례가 넘는 코인 거래를 한 것으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조사 결과 파악됐다. 김 의원이 코인을 팔아 보유한 현금성 잔고도 2021년말 기준 99억원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회의 중 코인 거래 논란에 “너무 소액이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0.99개, 금액은 몇천 원 정도”라며 별것 아니라고 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상습적으로 수백 번 거래를 했다. 국회의원이 국민 세금 받고 국정을 논하는 시간에 전업 투자자처럼 코인에 몰두했다. 이것만으로도 스스로 당장 의원직을 사퇴해야 마땅하다.

자문위도 이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회 윤리특위에 김 의원 제명을 권고했다. 당연한 결과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사건 초기부터 김 의원 제명을 주장해왔다. 윤리특위는 자문위 권고를 참고해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당이 이번에도 그를 감싸고 제명을 막는다면 김 의원 탈당이 ‘쇼’에 불과했다는 것과 함께 ‘더불어방탄당’임을 다시 한 번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 윤리위가 제명을 의결하더라도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 3분의 2인 200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여기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 의원은 “매일 라면만 먹는다” “운동화에 구멍 났다”며 ‘가난한 청년 정치인’ 이미지를 연출해 후원금을 모으고, 뒤로는 100억원대 코인 거래를 했다. 이를 둘러싸고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그 진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신생 코인 투자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가상 자산 과세를 유예하고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이해 충돌 등 규명해야 할 의혹이 남아있다. 민주당 자체 조사는 김 의원 탈당으로 없던 일이 됐고, 자문위는 김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만 의존해 거래의 극히 일부분만 파악했을 뿐이다.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면 결국 수사기관이 나서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21 野 추천위원 ‘반란표’ 나왔나…코인 논란 김남국, 의원직 제명 권고

윤리자문위 최고 징계 결론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6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연합뉴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20일 거액의 가상 자산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에 대해 제명을 권고했다. 제명은 윤리특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징계다. 김 의원 징계안이 국회 윤리특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김 의원은 의원직에서 제명된다. 그러나 윤리심사자문위는 일종의 권고이기 때문에 최종 징계 수위는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의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현역 국회의원이 제명된 것은 국회 역사상 1979년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유재풍 윤리특위 자문위원장은 이날 자문위 회의 후 브리핑에서 “장시간 토론 결과 김 의원에 대한 제명 의견으로 결정을 봤다”고 했다. 자문위 심사는 징계 전 자문위원 8명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다. 학계·법조인 등 양당에서 추천한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다. 이날 제명 권고가 나온 것은 민주당 추천 자문위원 가운데 김 의원 제명을 주장한 일종의 ‘반란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징계 수위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또는 사과, 30일 이내 출석 정지, 제명 등 총 네 단계로 나뉜다. 자문위가 김 의원에게 최고 수준의 징계인 제명을 권고한 것은 국회 상임위에서 수시로 코인 거래를 했다는 점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위원회가 김 의원이 제출한 자료 등을 토대로 잠정 집계한 조사 결과, 김 의원은 국회 상임위와 소위 중 코인 거래를 200번 이상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코인거래소 빗썸과 업비트를 통해 이뤄진 ‘위믹스’ 코인 거래를 분석한 것으로, 이른바 ‘잡코인’ 거래 내역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엔 국회 본회의 도중 코인 거래한 내역도 빠졌다. 김 의원은 작년 5월 한동훈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때 이모(李某) 교수를 한 장관 딸의 이모(姨母)로 잘못 말해 논란이 됐는데, 이때도 코인 거래가 이뤄졌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친야 방송인 김어준씨의 유튜브에 출연해 상임위 코인 거래에 대해 “생각도 안 날 정도로 조금” “몇 천원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이 2021년 말 코인을 팔아 거래소 계좌에 보유하고 있던 잔고도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약 99억원에 달하는 코인 매각 대금을 현금성 거래소 잔고에 보관했고, 이 중 9억여 원을 원화로 인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은 그동안 코인을 현금화하지 않고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는 취지로 해명해 왔다. 지난 5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출 내역을 인증하며 “대선 전후 3개월간 인출한 현금은 총 440만원”이라고 했고, 논란이 계속 커지자 “약 8억원을 전세 보증금으로 이체했다”고 했다. 당시 김 의원은 자산이 보유한 코인 가치가 9억1000만원(지난 5월 기준)이라고 했었다. 유 위원장은 김 의원 코인 신고 내역 공개 여부에 대해 “김 의원이 동의하면 변동 내역도 공개하기로 했다”고 했다.

김 의원 징계안은 윤리특위 소위와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표결 절차를 밟는다. 윤리특위 위원장인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본지에 “자문위 결과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문위 권고대로 징계가 결정될지는 미지수다. 지금껏 제명 사례가 김영삼 전 대통령밖에 없는 것도 그만큼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실제 18대 국회에서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한 강용석 전 의원에 대한 제명 징계안은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김 의원 제명은 너무 나간 것” “탈당을 했으니 이미 정치적 책임을 진 것”이라는 동정론이 나오고 있다. 윤리특위 자문위는 이날 가상 자산을 보유한 현역 의원이 김 의원 외에 11명이 더 있고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김 의원이 상임위와 청문회에서 잠꼬대와 같은 질의를 한 이유가 코인 거래에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며 “윤리특별위는 더 이상 늦추지 말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징계를 통해 국회가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주희연 기자


07.21 이화영은 왜 입장 바꿨나...중형 부담감에 “李에 보고” 자백한듯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19년 쌍방울이 이재명 경기지사(현 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대납하기로 한 것을 당시 이 지사에게 사전 보고했고 이후 대북 송금이 진행됐다”고 최근 검찰에 자백한 것은 자신이 구속된 지 10개월 만이다.

그동안 본인 혐의뿐 아니라 이 대표 관련성도 부인하던 이 전 부지사가 돌연 입장을 바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 과정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증언, 국정원 문건 등이 나오면서 이 전 부지사가 혼자 혐의를 떠안다가 중벌을 받을 수 있게 된 상황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대북 송금 300만달러 사전 보고’를 검찰에 진술한 시점은 이달 초라고 한다.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쌍방울이 대납한다는 내용을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두 차례 구두 보고했고 이에 앞서 정진상 경기도 정책실장에게서 ‘이 지사 방북을 추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이 전 부지사는 진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지난 11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지난 18일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에게 “최근 검찰 측이 ‘기존 공소 사실에 대한 이 전 부지사 입장에 미세하게 변동된 부분이 있다’는 의견서를 냈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그동안 이 전 부지사는 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요청 여부에 대해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검찰에) ‘쌍방울에 방북을 한번 추진해 달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면서 이 전 부지사의 ‘입장 변화’를 인정했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은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재명 대표가 도지사이던 경기도를 위해 총 800만달러를 북한 측에 건넸다는 내용이다. 그해 1월과 4월 경기도가 추진하던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으로 500만달러를, 그해 11~12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방북 비용으로 300만달러를 각각 대북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으로 이화영 전 부지사는 김성태 전 회장과 공범으로 기소돼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1일 이 전 부지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방북 비용 300만달러 대납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검사가 “이재명 대표도 그때 방북 비용을 쌍방울이 낸다는 사실을 아는 것으로 보였나”라고 묻자 김 전 회장은 “네”라고 했다.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 공소장에도 300만달러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를 대신해 북한에 지급할 방북 비용”이라고 기재돼 있다.

또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 대납에 대해 검사가 “이 전 부지사에게서 대납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얘기를 들었느냐”고 질문하자,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가) ‘당연히 (이 대표에게) 말했다’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2018년 10월 방북 당시 김성혜 북한 조선아태평화위 실장에게 스마트팜 지원을 약속했고 이 약속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보고됐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국정원 내부 문건도 재판부에 제출했다.

한편 검찰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과 관련, 이재명 대표에게 ‘제3자 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대북 사업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방북 비용을 대납하게 했다는 것이다. 제3자 뇌물 액수가 1억원이 넘으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으로 가중 처벌받을 수 있다. 2019년 쌍방울 대북 송금은 당시 환율로 약 95억원에 해당한다.

한 법조인은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 관련성을 부인하면 책임을 혼자 지게 된다”면서 “이 전 부지사는 다른 혐의로도 기소돼 있어 중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를 기소하면서 쌍방울에서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 총 3억2000여 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도 적용했다.

조선일보 허욱 기자

 

07.21 이화영 옥중 편지 "이재명 방북 대납, 쌍방울에 요청 안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옥중 자필편지. 사진 이화영 전 부지사 변호사측

 

'쌍방울과 김성태 전 회장에게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뿐 아니라, 이재명 지사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 없다'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자필편지가 공개됐다. 이제껏 검찰 조사에서 '이재명 지사가 대북 송금에 연루했다'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과 대비된다.

21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이 전 부지사의 한 쪽 옥중 자필 편지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과 김성태 전 회장에게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뿐 아니라, 이재명 지사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따라서 이 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전 부지사는 "다만 2019년 해외 국제대회 필리핀에서 우연히 만난 북측 관계자와 김성태가 있는 자리에서, 김성태에게 '북한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이 지사의 방북도 신경 써주면 좋겠다'는 취지를 얘기한 바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내용은 이 지사에게 사전 보고한 게 아녔고, 즉흥적으로 당시에 큰 비중을 두고 얘기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편지는 이 전 부지사의 변호사가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는 "해당 문건의 경우 부지사님께서 직접 자필로 작성하여 오늘 오전 저에게 전달해 주셨다"며 "부지사님께서는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최근 조사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로부터 "쌍방울 측이 북한에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을 낼 것이라고 이 대표에게 구두로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냈다. 최근엔 '쌍방울의 300만 달러 방북 비용 대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모르쇠로 일관해 온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다만 이날 진술과 대비되는 이 전 부지사의 자필편지가 공개되면서 진실공방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이와 관련, "이번 방북과 관련된 소설도 스토리 라인이 너무 엉망이라 잘 안 팔릴 것 같다"며 "또 신작 소설이 나오는 것 보니 정권의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검찰을 지적했다.

한지혜·최모란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07-21 김남국 의원직 제명 여부가 국회 윤리 수준 시금석이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20일 김남국 의원에 대해 ‘의원직 제명’을 권고한 것은 상식과 국민의 눈높이에서 당연한 귀결이다. 거액의 가상자산(코인)을 보유·운용하면서, 국회 회의 중에도 거래를 하고, 심지어 특정 코인과 관련한 불법 혐의까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등의 드러난 사실만 봐도 국회의원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회가 실제로 제명 의결을 할지는 불분명하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제명을 요구해온 만큼,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에 달렸다. 김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이긴 했지만, 민주당 책임이 그만큼 무겁다.

김 의원이 윤리특위에 제소된 이유는 국회법상 품위유지 의무와 사익 추구 금지 위반 등이다. 상임위 회의 도중 200차례가 넘게 코인을 거래했다. 세비를 받고 국정을 임해야 할 시간에 그랬으니 직무유기다. 코인을 팔아 보유한 현금은 2021년 말 기준 99억 원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매일 라면만 먹는다” “구멍 난 운동화 신는다”고 호소한 덕분인지 2022년 후원금 모금액 집계에서 3억3014만여 원으로 299명 의원 중 1위를 차지했다. 지지자는 물론 국민을 기만한 행태다. 미공개 정보 이용이나 시세 조작 의혹 등 실정법 위반 정황도 수두룩하다. 당장 의원직을 스스로 내놓고 수사에 응하는 게 마땅하다.

징계안은 윤리특위 전체회의에서 결정되고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확정되는데 대부분 유야무야됐다. 1991년 관련 제도가 생긴 이후 본회의에서 가결된 징계안은 1건(18대 강용석 의원)뿐이다. 2011년 아나운서 관련 성희롱 발언 때문이었는데, 윤리특위는 강 의원에 대해 제명 결정을 했으나, 본회의에서는 이를 부결시키고 30일 출석 정지를 결정했다. 자문위에서 제명을 권고한 윤미향·이상직·박덕흠 의원 징계안 3건은 아직 소위에 계류돼 있다. 윤리특위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윤리특위에서 가결돼도 본회의 표결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윤리특위가 또 미적대면 김남국·윤미향 의원과 한통속임을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 의원 제명 여부는 국회와 민주당의 윤리 수준을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문화일보 사설

 

07-24 티베트선 中 들러리… 이번엔 ‘수해法’ 손 놓고 해외 간 野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정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박병석 전 국회의장, 윤준병·최기상 의원 등 4명이 ‘극한 호우’가 이어진 지난 23일 베트남·라오스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박 위원장은 “취소하면 외교적 결례”라고 핑계를 댔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박 전 의장을 제외한 박 위원장 등은 당 지도부의 지시로 24일 귀국길에 올랐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방문 때 수해가 났는데도 귀국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면서 정작 집안 단속엔 손을 놨다.

박 위원장이 맡은 환노위는 문재인 정부 시절 ‘물관리 일원화’로 수해 예방과 피해 대책을 세우는 데 핵심 역할을 하게 된 환경부의 소관 상임위다. 더욱이 여야가 지난해 박 위원장의 지역구인 경기 포천을 포함해 수해가 발생한 이후 앞다퉈 관련 법안을 발의해 놓고도 정작 상임위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하지 않았다가 뒷북치듯 오는 27일 본회의를 열어 관련 입법 절차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제21대 국회 들어 발의된 재난 피해 방지 관련 법안이 30건에 이르는데 재난안전관리법 개정안,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안 등 주요 법안들이 환노위에 계류돼 있다. 정부 대책을 따지고 관련 법안 논의를 독려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박 위원장은 지난달 15일에도 같은 당 소속 의원들과 중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티베트를 방문했다가 비난을 샀다. 이들은 ‘티베트가 인권 탄압이 심각한 곳인데 왜 갔느냐’는 지적에 “70년 전 일”이라고 했다. 당시 조계종 중앙종회는 “티베트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는 보편적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옛날 일로 치부하는 발언에 놀라움과 유감을 표한다”고 공식 항의했다. 국민 고통보다 외국에서 대접받는 일이 우선이라면 의원 자격이 없는 것 아닌가.

문화일보 사설 

 

07-24 수해 소관 민주당 환노위원장 ‘하루로 끝난 외유’

 

■ 현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정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호우 피해 방지법’에 대한 상임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베트남·라오스로 출장을 갔다가 쏟아지는 비판에 조기 귀국을 결정했다. 애초 5박 6일 일정으로 떠났던 박 위원장은 모든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25일 오전 한국으로 돌아온다.

박 위원장과 동행한 민주당 의원 가운데 국회 평화외교포럼 일원으로 이번 출장을 주도한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제외한 윤준병·최기상 의원 역시 조기 귀국하기로 했으나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민은 불과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놓고 ‘무정부 상태’ 운운하며 비난을 퍼부은 행태를 떠올리며 ‘내로남불’이 민주당의 주특기임을 다시 깨닫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경북 안동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난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이 ‘재난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 전쟁터에 가 있었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였다”고 비꼬았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 숱한 거짓말로 설화(舌禍)를 일으킨 김의겸 의원은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순방에 대해 “조국의 운명을 ‘궁평지하차도’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가 하루도 안 돼 “유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박 위원장이 이끄는 환노위는 26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하천법 개정안 2건과 도시침수방지법 제정안을 심사할 계획이다. 국민이 수해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입법은 손 놓고 출장을 떠났다가 부랴부랴 짐을 싼 박 위원장 측은 24일 오전까지 어떤 사과나 유감 표명도 내놓지 않았다. 그저 “두 달 전 협의한 출장을 취소하면 ‘외교 결례’가 될 수 있어 강행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민주당 의원들에겐 국민보다 외교 상대국이 더 중요한가. 지금은 ‘외교 결례’가 아닌 ‘국민에 대한 예의’를 먼저 생각할 때다.
나윤석 정치부 기자 nagija@munhwa.com

 

07.25 文정부가 金여사에게 특혜 주려 고속도 대안 검토했다는 건가

국토교통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한 7년간의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국민과 전문가들이 검증해 달라고 했다. 민주당은 양평 고속도로 종점 분기점(JCT)이 양서면인 원안에서 김건희 여사 가족 선산이 있는 강상면 대안으로 바뀌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해 왔다.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와 민간 설계 업체의 타당성 조사, 자문위원회의 평가, 정부 관련 기관들의 의견서 등에서 일관되게 ‘원안에 문제가 있으니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1년 예타 보고서에서 “원안 종점 위치가 적절하지 않아 근본적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고속도로 교량 부분과 연결하는 데 기술적 어려움이 있고 주변 거주지 침해로 민원 발생 우려가 크다고 했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공동위원장이 지난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발족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3일 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한 7년간의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전문가들과 국민들이 검증해 달라고 했다. /뉴스1

 

민간 설계 업체 2곳은 작년 5월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서 “원안대로 가면 (청계리에서) 심각한 주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업체 선정과 조사 활동은 대부분 문 정부 때 이뤄졌다. 국토부는 두 달 뒤 양평군·하남시 등과 노선 문제 협의를 시작했다.

한국도로공사 기술자문위원들은 작년 10월 원안보다 대안이 최적이라는 자문 의견을 냈다. 민원 예방, 나들목 설치 용이, 지역 균형 발전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한강유역환경청과 한국수자원공사는 원안에 대해 상수원 보호에 우려를 표시했다. 거의 모든 기관이 원안보다는 대안이 낫다는 평가를 했다.

민주당이 제기한 외압이나 특혜 정황은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민간 설계 업체는 최근 “정부의 어떤 외압도 없었고 노선 변경은 기술적 관점에서 한 것”이라고 했다. 2021년 민주당 양평·여주 지역위원장은 민주당 소속 양평군수와 협의회를 열고 강하IC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 인사들도 사실상 노선 변경을 요청한 것이다.

 

민주당이 7년간의 고속도로 관련 문서 전체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계속 김건희 여사에게 특혜를 주려고 노선을 변경한 것이라고 주장하려면 민주당도 KDI 평가에 준하는 수준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고속도로는 이용자와 주민의 편의성, 경제성, 환경·기술적 타당성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소모적인 정쟁은 접고 객관적 평가에 따라 노선을 정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7-25 이화영 “변호사 해임안해” vs 아내 “정신차려”

李아내 “검찰 유화적 변호사 해임”
이화영 “집사람 오해 있는 듯”
부부 엇갈린 의견에 재판 중단

검찰 ‘대북송금’ 김용·정진상 소환
이르면 내주 중 이재명도 부를듯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검찰에 유화적이라는 이유로 부인이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서민석 변호사를 해임한 데 대해 “제 의사가 아니다”라고 25일 밝혔다. 이 전 부지사가 최근 검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불법 대북송금 관련 보고를 했다고 진술했다 일부를 다시 번복한 가운데 향후 진술 태도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이번 주 중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소환하고, 이르면 다음 주 중 이 대표를 부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뇌물 혐의 등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는 법무법인 해광에 대한 변호인 해임을 철회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집사람이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소송대리인 해임신고서는) 제 의사와 상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변호인에 대한 해임권한은 피고인이 갖고 있다”며 “피고인 본인이 해임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변호인의 지위는 유지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2시까지 서 변호사가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을 연기하기로 했다. 이 전 부지사의 부인은 방청석에서 “옥중편지를 통해서 이재명 방북 요청이 없었다고 말해 놓고 왜 그러냐”며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당신”이라고 말했다.

직전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을 요청한 건 맞는 거 같다”고 말하며 기존에 이 대표의 대북송금 연루설을 전면 부인하던 입장을 번복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가 ‘옥중편지’를 통해 “김 전 회장에게 방북도 신경 써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일 뿐,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히며 입장을 재차 바꿨다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은 정 전 실장 등이 이 전 부지사에게 방북 추진 의사를 전했고, 이 대표에게 계획을 보고했다는 이 전 부지사 진술을 근거로 이 대표를 조사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이 전 부지사 회유 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 전 부지사가 수감된 수원구치소에 편지·영치금을 보내자며 수용번호와 계좌번호를 급속도로 확산시키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부인은 이날 재판에 앞서 입장문을 통해 “(이 전 부지사가) 옥중편지로 인해 변호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 검찰에 출석했다”며 “다양한 검찰의 압박과 회유가 이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이날 정 전 실장을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했다.
문화일보 이현웅·염유섭 기자

 

07.25 "변호사 왜 자르냐"는 이화영에 "정신차려라"…법정서 부부싸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부인 A씨가 법원에 제출한 변호인단 일부에 대한 해임신청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25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 심리로 열린 자신의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41차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는 “부인이 낸 변호사 해임 신청에 동의하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현재 변호인(법무법인 해광)에게 계속 도움받고 싶다”고 밝혔다.


A씨가 낸 해임신청서로 변호인이 불참한 가운데 혼자 출석한 이 전 부지사는 “수감 중이라 (변호사 해임 신청에 대해) 조금 전 들었다”며 “집사람이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충분하게 상의 되지 않았다. 제 의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광은 지난해 이 전 부지사가 지난해 10월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10개월 가까이 재판을 대리해왔다. 최근엔 쌍방울의 대북송금과 관련한 이 전 부지사의 제3자 뇌물 혐의 검찰 조사에도 입회하고 있다.

이화영 부인 “정신 차려라” 법정서 항의

이 전 부지사가 변호사 해임에 동의하지 않자 A씨는“정신 똑바로 차리라”며 이 전 부지사에게 항의했다. A씨는 “(이 전 부지사는) 옥중 편지로 ‘그런 일이 없다’고 하지만, 변호인이 본인과 반대되는 입장으로 변호해 반대(해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사외이사 시절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비비안 행사장에서 촬영한 사진. 독자 제공

 

형사소송법상 피고인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은 변호인 해임은 효력이 없다. 이에 재판부가 “피고인 본인이 (변호인) 해임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변호인 지위가 인정된다”고 설명하자 A 씨는 “제가 선임하고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그건 유효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재판부에서 발언권을 얻은 A씨는 “저와 가족들 입장과 반대되게 변호하는 부분에 대해 변호사님께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며 “검찰이 회유하고, 저 분(이 전 부지사)은 변호사에게 놀아났다고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 사람 정신 차려야 한다”며 “만약 당신이 그런 판단(해임 철회)을 하면 가족으로서 도와줄 수 있는 권리와 의무 포기하겠다. 가족들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에게 최종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요구한 뒤 오후 2시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이 출석한 가운데 재판을 재개하기로 했다.

진술 번복 이후 난감한 이화영

이 전 부지사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방북에 관해 얘기했고 이를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에게 알렸다”고 진술하는 등 입장변화를 보였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 역시 지난 18일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던 이 전 부지사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방북 요청을 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옥중 자필편지. 사진 이화영 전 부지사 변호사측

 

 

이에 A씨는 지난 18일 민주당에 탄원서를 내고 “남편이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도 지난 21일 친필 서한을 통해 ““김 전 회장에게 ‘북한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경기지사 방북도 신경 써 달라’고 한 적은 있지만, 이 대표에게 사전 보고하지도 않았고, 즉흥적으로 한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A씨는 이와 관련 “검찰에 유화적인 일부 변호사들의 태도에 대해 우려가 커졌다”며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변화가 변호인단의 문제라고 주장해왔다.

 

전날엔 민주당 박범계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과 주철현 인권위원장, 김승원 법률위원장, 민형배 의원은 수원지검을 찾아 “반인권적 조작 수사와 거짓 언론플레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런 민주당의 개입과 부인의 변호인 해임 요구 등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 측 관계자는 “민주당이 찾아오면 여당도 정치공세를 펼치고, 재판도 정치적으로 왜곡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을 (이 전 부지사가)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07.25 [속보] 헌재, 전원일치로 이상민 탄핵소추 기각…직무 복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탄핵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을 마친 뒤 대심판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헌법재판소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으로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재판관 전원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국회가 지난 2월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가결한 지 약 5개월 만으로, 이 장관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헌재는 이날 이 장관의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공판에서 9명 재판관 만장일치로 “이태원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장 혼란을 재난 대응 위한 최선 다하지 않은 것이라 볼 수 없고 재난 대응을 불성실하게 수행했거나 유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아무런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거나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명백한 경우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헌법상 국가 기본권 보호 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핼러윈 참사 관련 발언도 부적절하지만 탄핵 사유로 보기에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07-25 ‘이상민 장관’ 복귀…이태원 참사부터 탄핵심판 결정까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에 휩싸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가 기각되면서 장관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오후 2시께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의 탄핵심판 사건을 기각했다. 지난 2월 국회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5개월 만이다.

다음은 이태원 참사 발생부터 이 장관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사건 선고까지의 일지.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10월30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하 이상민 장관), 참사 현장 도착
-한덕수 국무총리(이하 한덕수 총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가동
-이상민 장관 “경찰·소방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 아냐” 발언 논란

▲10월31일
-이상민 장관 “국민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 유감스럽게 생각”

▲11월7일
-이상민 장관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 표명한 적 없어”

▲11월14일
-국가공무원노조 소방청지부, 직무유기·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특수본에 이상민 장관 고발

▲11월30일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장관 해임안 발의


▲12월11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 국회 본회의 통과

▲12월12일
-윤석열 대통령, 해임건의안 사실상 거부


◇2023년

▲2월6일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 당론 발의 결정

▲2월8일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통과
-이상민 장관 직무 정지

▲2월9일
-국회, 헌법재판소에 이상민 장관 탄핵 소수 의결서 제출

▲2월10일
-이상민 장관, 대리인단 변호사 선임

▲2월17일
-헌법재판소, 이상민 장관 탄핵 사건 검토 테스크포스(TF) 구성

▲3월15일
-국회,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 대리인단 변호사 4명 선임

▲4월4일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 사건 1차 변론준비기일

▲4월18일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준비기일

▲5월9일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 사건 1차 변론기일
-이상민 장관 “국민께 심려 끼쳐 송구”

▲5월23일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기일

▲6월13일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 사건 3차 변론기일

▲6월27일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기일

▲7월25일
-헌재, 재판관 9인 전원일치 ‘기각’ 결정

[서울=뉴시스]

 

07.26 李 장관 탄핵 전원 일치 기각, 거대 야당 폭주 여기서 멈춰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정의당 장혜영, 기본소득당 용혜인 등 야당 의원들이 25일 국회에서 이상민 장관 탄핵 기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탄핵이 기각됐다고 윤석열 정부와 이상민 장관이 면죄부를 받은 건 아니다"며 계속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25일 핼러윈 참사 책임으로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재판관 9인 전원 일치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는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탄핵은 고위 공직자가 직무 집행 시 중대한 위법 행위를 했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장관은 경찰 수사에서 직무상 위법이 드러나지 않았다. 특별수사본부는 이 장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일반 국민들도 이 장관이 이 사고에 대해 도의적 책임이 있을지는 몰라도 범법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도 탄핵이 기각될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다수 의석을 내세워 탄핵을 밀어붙였다. 정부를 흠집 내기 위한 정치 공세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민주당이 무리한 탄핵을 감행한 시점은 대장동과 성남FC,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때였다. 이에 대한 맞불 놓기로 이 장관 해임건의안에 이어 탄핵까지 감행했다.

 

거대 야당의 국회 권력 남용은 국민 안전 및 행정의 공백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장관이 안전 총괄 책임을 못 했다고 탄핵했지만 거꾸로 5개월 넘게 안전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황을 초래했다. 폭우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지만 담당 부처의 장관이 없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 장관은 이날에야 비로소 업무에 복귀해 수해 현장으로 갔다.

그런데도 민주당 등 야 3당은 억지 탄핵에 대한 사과나 유감 한마디 없이 “탄핵이 기각됐다고 윤석열 정부와 이 장관이 면죄부를 받은 건 아니다”라며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핼러윈 참사 특별법도 계속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미 경찰 수사에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고 탄핵 심판도 기각됐는데 무얼 더 조사하고 책임 지우겠다는 건가.

우리 사회에서 큰 사고만 나면 합리적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은 뒷전이고 음모론과 한풀이 정치판이 벌어지는 행태도 이제는 끝나야 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해난 사고가 오히려 더 늘어났다. 원인이 다 밝혀졌는데, 없는 원인을 찾는다고 정치판만 벌이다가 정작 중요한 안전은 거꾸로 간 것이다. 국회 다수당이 사고 재발 방지책엔 관심 없고, 걸핏하면 탄핵을 앞세운 정치적 이용에만 골몰하니 달라지고 나아지는 것이 없다. 거대 야당의 폭주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26 헌재가 전원일치 기각한 이상민 탄핵과 巨野의 反헌법

헌법재판소가 25일 더불어민주당 등 거야(巨野)가 제기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이 장관에 대해 핼러윈 참사 당시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국민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재난 예방조치, 사후 재난 대응, 성실·품위유지 의무 등 주요 쟁점에서 좌우 성향 가릴 것 없이 재판관 모두 이 장관의 손을 들어 야당의 완패를 선언한 의미가 적지 않다.

애초 탄핵이 추진될 때부터 무리한 ‘정치 탄핵’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탄핵소추권이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권리인 것은 맞다. 하지만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심판 때 정립된 대로 탄핵 사유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위법 행위’여야 한다.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이 장관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국회 국정조사에서 드러난 명백한 위법 사실도 없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때임을 상기하면, 이 장관이 부적절한 답변으로 대중의 공분을 사는 분위기를 이용해 치밀한 법률 검토 없이 정무적 책임을 법률 위반으로 몰아붙이려 했던 정략적 탄핵의 성격이 짙다. ‘탄핵소추권을 남용한 반(反)헌법적 행태’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민주당은 그런데도 사과 한마디 없이 “이 장관이 면죄부를 받은 건 아니다.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그게 진정이라면 자신들은 소임을 다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10월 참사 발생 이후 비슷한 사고를 막겠다며 재난안전법 등 46개 법안이 발의됐으나 처리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지난해 수해 때 발의한 호우 대책 법안들을 손 놓고 있다가 다시 호우 피해가 나서야 뒷북 입법에 나선 행태와 똑같다. 야당의 관심은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등을 담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만 있다. 지난달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어느 한 원인이나 특정인이 아니라 각 정부기관이 통합 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한 점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야당이 바라는 건 세월호와 같은 ‘재난의 정치화’인가.

문화일보 사설

 
 

07.27 헌재에 가득했던 野의 한숨소리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선고일인 25일 야당의원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3.7.25/뉴스1

 

2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대심판정.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 여부가 결정되는 이 자리에 민주당 등 야당 의원 7명이 줄지어 입정했다.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 장관의 탄핵을 촉구해온 국회의원들은 심판대와 가장 가까운 방청석 첫 줄에 앉았다. 현장 취재를 위해 대심판정 기자석에 앉은 기자의 바로 뒤편이었다.

기자와 1m 남짓 떨어진 야당 의원들의 자리에서는 국회가 소추한 탄핵을 기각(棄却)하는 헌재의 선고 내내 한숨 소리가 들렸다. 법정 의견을 낭독한 이종석 재판관이 핼러윈 참사 당시 이 장관의 사전 예방 조치 의무에 대해 판단하며 “피청구인(이 장관)이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남성 의원이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이 재판관이 사전 예방 조치에 이어 사후 재난 대응, 참사 관련 발언에서도 모두 위법성을 부인하자 의원들의 한숨 소리는 점점 잦아지고 커졌다. 야당이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문제 삼은 이 장관의 세 가지 잘못(참사 관련 예방‧대응‧발언)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기영‧문형근‧이미선 재판관마저 “중대한 법 위반이 없어 파면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히자 또다시 탄식이 나왔다.

어쩌면 야당 의원들도 정말로 이 장관이 탄핵될 수 있다고는 예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헌재가 이 장관의 직무 집행이 일부라도 위법했다고 지적하기를 기대했다고 생각한다. 탄핵의 필요성을 인정한 헌재 재판관의 판단이 나오면 장관과 정권을 겨냥한 공세 도구로 사용할 게 뻔했다. 헌법재판관의 성향에 따라 갈린 지난 ‘검수완박법 처리’와 ‘패스트트랙’ 선고 때처럼, 코드가 맞는 재판관들이 자신들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이 사건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되거나 확대된 것이 아니다”라며 개인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개개인의 성향을 떠나 재판관 전원(9명) 일치된 의견으로 이 장관의 탄핵을 기각했다. 이번 사건이 법적 정당성이 부족한데도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치 탄핵’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헌정사상 첫 장관(국무위원) 탄핵의 명분을 잃은 야당 의원들은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내 편을 들어주지 않은 헌재가 야속해서였을까. 이날 대심판정을 찾은 일부 의원은 선고 이후 헌법과 법률에 따라 내린 헌재의 결정을 부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다. 정치 탄핵을 옹호하고 헌재를 공격하는 이들을 보며, 한숨이 나온 것은 오히려 기자였다.

조선일보 방극렬 기자

 

07.27 이화영 “이재명에게 보고” 진술 이후 벌어지는 해괴한 일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이화영씨는 애초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러다 최근 2019년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방북 대가를 쌍방울이 대신 내주기로 했다는 사실을 당시 이 지사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 대표가 뇌물 혐의를 벗어날 수 없게 되는 진술이다. 그 직후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이화영씨 아내가 등장했다. 아내는 남편 진술을 다시 뒤집는 옥중 서신을 남편에게 받아내 공개하더니 변호인단 해임 신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남편이 “이 대표에게 보고” 진술을 한 것이 변호사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직후 열린 재판에서 이화영씨가 변호사 해임에 대해 “내 의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재판정에서 아내가 “정신 차려라”라고 소리치는 일까지 있었다. 이를 단순한 부부 싸움으로 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언가 내막이 있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인 김승원 의원(왼쪽부터), 인권위원장인 주철현 의원, 정치탄압대책위원장인 박범계 의원, 인권위 상임고문인 민형배 의원이 24일 오전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 항의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을 찾았다가 지검장과의 면담이 불발되자 청사 앞에 앉아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23.7.24/연합뉴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쌍방울이 2019년 경기도의 대북 사업과 이 대표 방북 대가 등으로 800만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있다. 이미 사건 관련자들은 혐의를 다 인정했고, 이화영씨와 이 대표만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 상황에서 이 사건이 이화영씨 혼자의 책임으로 인정되면 그는 가중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종 책임자가 이 대표라면 이화영씨는 형량을 줄일 수 있다. 사건 성격상 이화영씨가 보고도 없이 혼자 이런 일을 벌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면 가족은 이화영씨를 지원하는 게 보통인데 그의 아내는 남편이 “검찰에 회유·협박당하고 있다”며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민주당도 “협박·조작 수사”라며 거들고 나섰다. 하지만 이화영 전 부지사는 작년 9월 구속된 뒤 가족·지인과 50차례 이상 면회했고, 국회의원들과도 7차례 특별 면회를 했다. 조사 과정에 대부분 변호인이 참여했고, 구치소에서 변호인 접견만 180여 차례 했다고 한다. 회유·조작이 있었다면 벌써 문제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검찰이 정치를 하는 것 같다”고 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청을 찾아가 연좌 시위를 벌였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화영씨가 수감된 구치소에 편지와 영치금을 보내자며 수용 번호와 계좌 번호를 퍼뜨리고 있다. 이 대표 방탄을 위해 이화영씨에게 끝까지 부인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 5명은 최근 이 전 부지사를 특별 면회하겠다고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한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이런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최악의 사법 방해”라고 했다. 이 말이 틀린다고 할 수 있나.

조선일보 사설

 

07.27 '우리가 남이가' 野 눈감는데…'김·태·홍' 줄줄이 벌 준 與의 고민

▲황정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 뉴시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26일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당원권 정지 10개월’ 중징계를 결정했다. 지난 3월 김기현 대표 체제가 들어선 지 5개월 만에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영호 전 최고위원에 이어 대선 주자급 인사에 대한 징계가 이뤄진 것이다.

여당이 지도부 인사와 대선 후보까지 지낸 광역단체장 등 ‘빅샷(주요인물)’을 잇따라 징계하자 정치권에서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비교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2022년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뒤 민주당은 1년 동안 당 차원의 징계를 한 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징계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 대표 취임 전인 지난해 6월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일명 ‘짤짤이 발언’ 사건으로 제소된 최강욱 의원에게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을 의결했다. 하지만 이 대표 취임 후 열린 재심 회의에서 징계 결정을 연기한 뒤 최 의원 징계는 결국 흐지부지됐다. 최근 수십억대 코인 투자로 수사까지 받고 있는 김남국 의원은 징계 전에 자진 탈당해 역시 징계를 피했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향해 “부하들 다 죽이고 무슨 낯짝으로”라는 발언을 해 공개 사과까지 한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징계 대상이 되진 않았다. 이같이 여야가 ‘비대칭 윤리위’ 상황에 놓이자 국민의힘 내에선 득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①도덕적 우위 확보 vs 배드 뉴스 확산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비공개 면담을 하고 나와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한나라당 시절인 2002년 대선 과정에서 이른바 ‘차떼기’ 사건으로 오명을 얻은 뒤 자체 징계에 비교적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이다. 2010년 7월 강 전 의원이 아나운서 비하 및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이 되자 한나라당 윤리위는 즉각 회의를 열어 강 전 의원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국회가 윤리특별위원회를 거쳐 사건 발생 1년이 넘은 2011년 8월에야 강 전 의원에게 ‘30일 국회 출석정지’ 징계를 의결한 것보다 훨씬 발빠른 대처였다. 새누리당 시절인 2014년 5월엔 지방선거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받은 유승우 전 의원에게 ‘탈당 권고’를 의결했는데, 유 전 의원이 의혹을 부인하며 재심을 청구하자 1주일 만에 ‘제명’으로 징계 수위를 높였다. 미래통합당 시절인 2020년 총선 때 각각 세월호 유가족 관련 막말과 노인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차명진 후보와 김대호 후보를 즉각 제명한 사례도 있다.

반면 민주당 소속 의원이나 거물급 인사가 당 차원의 징계를 받은 사례는 손에 꼽는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이던 2015년 당시 정청래 최고위원이 최고위 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을 향해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고 발언해 ‘공갈 막말’ 논란을 빚었고 당원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곧 다시 회의를 열어 정 의원의 당원 자격정지 기간을 6개월로 감경시켜줬다.

2016년 친인척 채용 논란에 휩싸였던 서영교 의원이 그랬던 것처럼 민주당에선 징계 전 선제적 자진 탈당 카드가 자주 활용돼 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그만큼 보수당의 윤리적 잣대가 높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재원(왼쪽) 최고위원과 태영호 전 최고위원이 지난 5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에 각각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최근 민주당에 비해 여권의 윤리위 징계가 활발해지면서 되레 부정적 뉴스가 확대·재생산되는 것 아니냐는 반박도 있다. 실제 김의겸 민주당 의원도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하며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지하차도’로 밀어넣는 행위”라고 발언하면서 궁평지하차도 참사 유가족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 당이 지난해 수해 당시 김성원 의원의 수해봉사 발언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내린 것과 대비된다”며 “당이 감싸주지 않고 오히려 강하게 징계하면서 문제를 확산하고 불필요한 잡음을 가중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②건전한 당내 견제 vs 권력 싸움 변질 우려

윤리위가 당내 권력 싸움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잡음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 양천갑 지역구가 대표적이다. 지난 5월 서울 양천갑 당협위원장이자 최고위원인 조수진 의원이 당원들로부터 윤리위에 제소됐는데,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알력 싸움”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조 최고위원과 가깝지 않은 당원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양천갑 비상대책위원회가 조직된 뒤 지난달 9일 비대위는 조 최고위원의 당협위원장 탄핵을 주장했다. 반면 같은 날 국민의힘 소속 양천구의원들은 양천갑 출마설이 돌고 있는 정미경 전 의원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며 대치했다.

지난해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는 과정에서 여권에 극심한 혼란을 부른 이준석 전 대표 사건에 대해서도 비주류 측은 “옹졸한 정치적 보복”(하태경 의원)이라거나 “권력의 하청을 받아 정적을 제거한 것”(유승민 전 의원)이란 주장을 폈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07-27 김어준, 겉은 교주 속은 괴담장사꾼… 진보로 포장한 정치소매업자

 

■ 허민의 정치카페 - 김어준의 가짜뉴스

주요 국면마다 괴담 · 가짜뉴스 유포… 공포심 유발 - 합리적 담론 거부 등 전체주의 대중선동 닮아
객관적 사실 · 윤리 부인하는 신좌파 상대주의… 상업화한 성공 공식으로 ‘음모론 생태계’ 형성

 거짓은 어떻게 정치화하고 진실은 어떻게 쇠퇴하는가. 거짓은 어떻게 사실의 자리를 꿰차는가. 가짜뉴스 생태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김어준 씨가 주장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국민의힘 의원 연루설’이 가짜뉴스로 확인되고, 당사자로 지목된 한기호 의원이 김 씨를 경찰에 고소하면서 그의 오랜 가짜뉴스 행적과 괴담·음모론 유포 행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가짜뉴스의 특징

가짜뉴스나 음모론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대중의 공포심을 유발하고, 과학과 합리적 담론을 거부하며, 전통과 과거를 소환하고, 이견과 배신을 동일시하는 것이다(미치코 가쿠타니,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퓰리처상을 받은 비평가 가쿠타니는 음모론을 전체주의적 대중선동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봤다.

김 씨의 음모론이 바로 전체주의적 대중선동과 닮았다. 정치·사회적 주요 국면마다 보수를 몰아세우는 음모론을 제기했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아니면 말고’ 식으로 지나갔다. 서이초 교사 극단 선택 사건과 관련해 그는 지난 20일 “국민의힘 소속 현직 3선 의원이 연루돼 있다… 곧 실명이 나올 것이고 대단한 파장이 있을 사안”이라고(유튜브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말했다. 금세 가짜뉴스로 밝혀졌지만, 사과는 없었다. 합리적 담론 거부다.

후쿠시마(福島) 오염수 이슈와 관련해서는 지난 5월 30일 같은 유튜브에서 “10년 동안 모인 오염수를 30년간 방류하는데 아무런 해결책이 없다. 그 와중에 이렇게 수도꼭지를 틀면 언제까지고 계속 방류될 것”이라고 선동했다. 평판 있는 주류 과학자들이 제시한 데이터와 관찰 결과를 거부하고 대중의 공포심을 자극하려는 행위다.

2017년 4월 김 씨가 제작한 영화 ‘더 플랜’을 통해 그는 문재인 후보가 낙선했던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부정 개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음모론은 2018년 4월 개봉한 영화 ‘그날, 바다’에서 극에 이르렀다. 김 씨는 이 영화를 통해 박근혜 정부에 의한 ‘세월호 고의 침몰설’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오랜 수사와 조사 끝에 모두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제작비 9억 원을 투자한 ‘그날, 바다’는 44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씨는 크라우드펀딩으로 20억 원이 넘는 거액을 지원받았다.


◇교주냐 장사꾼이냐

가짜뉴스나 괴담은 객관적 진실에 헌신하지 않는다. 음모론은 늘 최악의 것을 상정하고, 대중은 언제나 최악의 것을 믿을 준비가 돼 있다. 신속하고 교활하게 언어를 무기화하고 이견을 억압하며 편견에 뿌리를 둔 증오감정에 불을 붙여 군중심리를 장악하는 것, 괴담 유포의 역사에서 확인되는 김어준식 성공 공식이다. 이 공식을 통해 김 씨는 정치적 우회로 대신 곧바로 국민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택했다.

음모론은 상대를 악마화한다. 블라디미르 레닌은 자신의 선동적 언어에 대해 “증오와 혐오와 경멸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라고 토로한 일이 있다. 상대를 깨부수고, 정적을 파괴하고, 라이벌을 전멸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음모론은 우리 편을 우상화한다. 가족 입시 비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십자가를 진 예수’(황교익)로 묘사하거나 문재인 정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과 전투를 치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이순신 장군’(최배근)에 비유하는 것 등이 그렇다. 김 씨는 자신의 책 ‘닥치고 정치’ 첫 문장에 “이게 다 조국 덕이다”라며 조국 예찬론을 폈다.

이런 김어준을 뭐라 불러야 할까.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최근 저서에서 김 씨가 부정확한 사실로 증오와 혐오를 선동하면서 언론권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책의 이름을 ‘정치 무당 김어준’이라 지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에서 패거리정치와 반지성주의가 사람들로 하여금 김어준의 음모론에 빠지게 한다고 진단했다.

기자가 관찰한 김 씨는 음모론에 밝으면서도 계산에도 능한 상업주의자다. 겉은 교주이나 속사람은 장사꾼이다. 가끔은 막스 베버가 경멸했던 ‘불모(不毛)의 흥분 상태에 빠진’(‘소명으로서의 정치’) 정치소매업자로도 보인다.

 
 

◇음모론의 생태계

김어준 음모론은 보편적 사실을 부인하는 신좌파의 상대주의 혹은 해체주의와 관련이 있다. 68혁명 이후 풍미하던 신좌파 이념은 1980년대 이후 유럽에서는 소멸하기 시작하지만 이내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재포장돼 전 세계로 퍼졌다. 이는 1990년대 들어 사회주의의 붕괴에 갈 길 잃은 국내 좌파 진영의 도피처가 됐다.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은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이 사조로 옮겨탔다.

한국의 진보가 지적 파산을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객관적 사실과 절대적 규범을 인정하지 않는 상대주의에서는 괴담과 선정성을 사고파는 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군중심리를 움직이는 교주, 편견과 증오를 선동하는 무당들, 그리고 이성을 헌납한 맹신도가 광장을 지배했다. 진보로 포장된 정치 장사꾼들이 담론을 독점했다.

그런 지적 풍토 속에서 진실이 설 자리는 없었다. 공식 서사는 붕괴됐고, 괴담은 ‘대안사실’이란 이름으로 번졌다. 앤 애플바움이 2017년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처럼 “놀라울 정도로 레닌의 방식을 도입해 타협을 거부하고 특정 집단을 비민주적 방식으로 승격시키며 상대에 대해 악의에 찬 공격을 가하는” 유사 전체주의 모습이다.

진보 정치권에는 ‘김어준류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 빈곤 포르노’ 파문을 일으켰고, 김의겸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를 퍼트렸다. 문 정부 때 지상파 방송의 보도국장은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에 “딱 보면 100만 명”이라고 거짓을 늘어놨다.

가짜뉴스는 ‘최악의 것을 믿을 준비가 돼 있는’ 팬덤에 의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증폭됐다. 해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전체주의 지배의 이상적인 대상은 확신에 찬 나치당원이나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사실과 허구의 차이, 진짜와 가짜의 차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썼다.


◇거짓이 지탱하는 삶

“나는 잘생겼다! 크하하하.”(‘닥치고 정치’ 마지막 문장)라던 김어준, 대체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거짓에 의지해서만이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이들이 없지 않다. 도무지 해석되지 않는 비극을 겪는 이들은 현실을 부정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명성과 돈과 권력을 거머쥐고 희극적 인생을 걷는 김 씨에게 해당할 말은 아니다. 걱정스러운 건 김 씨가 어느 날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해도 진실이 건강성을 온전히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적어도 당장은.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 설명

‘가쿠타니’는 1998년 비평 분야에서 퓰리처상을 받은 인물.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에서 오래 서평을 담당했고, ‘1인 가미카제’로 불리며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로 꼽힘.

‘상대주의’란 보편적 진리나 가치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조. 해체주의와도 닿아 있음. 도덕 원리가 각자의 문화적 수용에 의해 정당화한다는 윤리적 상대주의에 이르면 선악의 구분이 사라지기도.


■ 세줄 요약

가짜뉴스의 특징 : 김어준의 잇단 가짜뉴스·괴담·음모론 유포 행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가짜뉴스는 대중의 공포심을 유발하고, 과학이나 합리적 담론을 거부하는 등의 특징을 가짐. 전체주의적 대중선동과 닮아.

교주냐 장사꾼이냐 : 음모론은 상대를 악마화하고 우리 편을 우상화함. 실제 김어준은 조국 수호의 최전선에 있었던 인물. 김어준은 진보로 포장된 정치소매업자이자, 겉은 교주이지만 속사람은 계산에 능한 장사꾼.

음모론의 생태계 : 음모론은 보편적 사실을 부인하는 상대주의 혹은 해체주의와 연관. 객관적 사실과 절대적 규범은 붕괴했고 괴담이 대안사실이라는 이름으로 번져. 진보진영엔 김어준류의 음모론 생태계가 형성됨.

문화일보  

 

07.28 유독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에서 끊이지 않는 ‘사법 방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개입됐다고 검찰에 진술한 후 민주당의 사법 방해가 도를 넘고 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2019년 쌍방울이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 대가를 포함한 800만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가 최근 대북 송금 건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중형이 구형되는 제3자 뇌물 혐의를 받는다.

그러자 법무부 장관 출신의 박범계 의원 등이 “검찰은 압박과 회유를 중단하라”며 수원지검을 찾아 연좌시위를 벌였다. 이화영 전 부지사에 대한 특별 면회도 신청했다. 영치금과 편지를 보내서 그의 진술을 바꾸도록 하자는 운동도 벌이고 있다. 이 전 부지사 아내가 재판정에서 남편에게 “정신 차리라”고 소리치는 이례적인 장면도 나왔다. 모두 이 전 부지사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사건에서 사법 방해는 이 뿐이 아니다.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대선 때 성남 대장동 일당에게 불법 경선 자금 8억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불법 자금을 받지 않았다며 2021년 5월 자신의 행적을 조작한 알리바이를 제시했다가 검찰의 차량 조회로 거짓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앞서 재판부가 김 전 부원장이 내세운 증인에게 알리바이 확인 위해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했으나 “휴대전화가 갑자기 사라졌다”며 제출하지 않았다. 증거 조작과 인멸은 대표적인 사법 방해다.

이 대표 측근이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감시용’ 변호사가 붙은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자신이 구속된 후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에서 활동한 K 변호사 등이 찾아와 변호하겠다고 했는데 이들이 자신을 감시하러 왔다고 밝혔다. 이들이 민주당 의원과 통화하며 수사 상황을 유출한 정황이 재판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에게도 감시용 변호사를 붙였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사법 방해는 법치의 정의 실현을 막는 심각한 문제다. 일반인들은 사법 방해를 꿈도 꿀 수 없다. 유독 대선 후보를 지낸 이 대표와 관련된 사건에서 이런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 잇달아 생기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7-28 野 ‘형사소추권 무력화’는 反법치

 

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수원지방검찰청 앞에서 연좌농성을 하고 기자회견을 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반인권적 조작수사와 거짓 언론 플레이를 즉각 중단하라’는 주장이었다.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에게 방북 비용과 스마트팜 비용을 북한 측에 대신 납부하도록 요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10월 아태평화위원회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해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스마트팜 건설 비용을 지원하기로 약속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대북 제재 때문에 공식 경로로 북한에 송금하는 게 불가능했다. 하는 수 없이 김 전 회장에게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를 대신 납부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 대가는 쌍방울에 대북 사업을 몰아주는 것이었다. 공무원인 경기도 부지사가 직무와 관련해서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증거로 확인된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검찰이 제출한 물적 증거와 진술 증거들이 이 전 부지사의 제3자 뇌물 제공이 사실임을 점점 더 분명하게 밝혀 나가는 중이다. 김 전 회장이 임직원들을 단체로 동원해서 달러를 운반해 북측에 전달했다는 점은 확인됐다. 김성태·이화영 두 사람이 북측 인사들과 회동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도 많다. 심지어 송명철 북한 아태위원회 부실장이 김 전 회장에게 발급해준 800만 달러 영수증도 있다.

사실관계를 부인할 수 없는 상황임을 간파한 변호인이라면, 즉시 피고인을 설득해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게 해야 한다.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고 오히려 진실을 말하는 증인들을 비난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답은 명백하다. 그 법 적대적인 태도로 인해서 형량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게 된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지사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진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추진했던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치적이 돼야 했다. 당시 도지사의 관심 사업이었기에 중요한 사항을 모두 보고했다.’ 이러한 방향으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가 격렬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의 진술을 뒤집는 서신을 남편에게서 받아 공개하고 민주당에 탄원서를 제출해 남편의 입을 막아 달라고 하는가 하면, 재판부에 변호인 해임계를 제출했다. 이후 열린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가 변호사 해임은 자신의 의사가 아니라고 하자 배우자는 법정에서 ‘정신 차리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뇌물 액수가 1억 원이 넘으면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상황인데도 남편의 형량을 가능한 한 높이려는 배우자의 행동은 참으로 기이하다. 그가 운동권 출신이어서 이 대표를 지키는 일을 지상 과제로 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 등 수원지검 앞에서 항의 농성한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이 대표 수호가 최우선인 사람들로 보인다. 한때 법질서 수호 임무를 수행하는 부서장이었던 인사가 국가 형사소추권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가담한 것이다. 자신들 당파에 불리한 진술을 원내 제1당의 힘으로 틀어막으려는 작태다. 거야의 반법치 행태가 끝이 없다.

문화일보

 
 

07-28 민주, 5개월만에 지지율 20%대…尹·여당은 동반 상승[한국갤럽]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하락세를 이어가며 20%대까지 내려갔다는 한국갤럽 조사 결과가 28일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와 국민의힘 지지도는 동반 상승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7월 4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5%, 민주당 29%, 정의당 4%로 나타났다. 무당층은 31%다.

지난주 조사와 비교해서 국민의힘은 2%포인트 상승했고, 민주당은 1%포인트 하락했다. 양당의 지지도 차는 오차범위에 근접했다.

민주당 지지도가 30% 밑으로 내려간 것은 3월 1주(29%) 이후 약 5개월만이다. 민주당은 6월 5주(34%) 이후 이달 들어 계속 지지도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6월 5주부터 7월 3주까지 계속 33%를 기록하는 등 큰 변화가 없다.

윤 대통령 직무 수행은 긍정이 35%, 부정이 55%로 집계됐다. 지난주보다 긍정은 2%포인트 상승했고, 부정은 3%포인트 하락했다. 긍정 평가는 7월 1주 38%에서 7월 2주 32%로 급락한 후 점차 회복세다. 부정 평가는 2주 간 이어진 상승세가 꺾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화일보 조성진 기자

 

07-28 [단독]김남국, 의원 당선후 루나 코인 샀다가 폭락前 처분 정황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김남국 의원(사진)이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후 루나 코인을 샀다가 지난해 5월 루나·테라 폭락 사태 전 처분한 정황이 포착됐다.

국회가 27일 공개한 김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내역에서 지난해 5월 루나에서 ‘루나클래식’으로 이름이 바뀐 코인 보유 내역이 확인된 것이다.

동아일보가 28일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대표와 함께 국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가상자산 소유 현황 및 변동내역 공개목록’을 분석한 결과 김 의원은 극소량의 루나클래식을 빗썸 지갑에 보유한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목록에 따르면 김 의원은 21대 국회 임기 개시일인 2020년 5월 30일엔 루나클래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5월 31일엔 0.00001504개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에 대해 변 대표는 “루나클래식이 극소량 지갑에 남아있는 것은 김 의원이 루나를 샀다가 처분했기 때문에 남은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통상 코인 거래시 이렇게 극소량의 코인이 지갑에 남게 된다고 한다.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김 의원이 2020년 6월 루나를 구매했다가 올해 5월 31일 전에 처분한 흔적이 남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루나 운영사 테라폼랩스는 지난해 5월 루나·테라 폭락 사태가 벌어지자 이름을 루나클래식으로 바꾸면서 새 코인인 루나2를 ‘에어드롭’으로 루나클래식 보유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지갑에선 루나2가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루나클래식 0.1개 미만 보유자는 에어드롭 배포 대상에서 제외됐다. 변 대표는 “김 의원이 루나를 어느 시점에 얼마나 보유했고, 어떻게 처분했는지 소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김 의원이 가상화폐 업계에서 ‘러그풀( rug pull·일종의 먹튀 사기)’ 의혹을 받는 이오스 코인을 국회의원 당선 전인 2018년 보유했던 정황도 확인됐다. 김 의원이 국회에 신고한 코인 87종 중 이오스 코인 보유자에게 에어드롭 형태로 나눠주는 코인이 5종 발견된 것이다.

동아일보는 김 의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07.31 자신의 방북 비용 댔다는 김성태를 ‘노상강도’라고 비난한 이재명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페이스북에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노상강도인데 검찰이 경범죄로 ‘봐주기 기소’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 전 회장을 미신고 외환 거래 혐의(외환관리법 위반)를 적용해 기소한 것을 두고 “노상강도를 경범죄로 기소한 이상한 검찰”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김 전 회장이 800만달러를 해외로 빼돌려 북한에 주었다면 국보법 위반인데 왜 중범죄를 빼고 경미한 미신고 외환 거래만 적용했느냐는 주장이었다.

이 사건은 2019년 김 전 회장이 경기도가 추진한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500만달러)과 이 대표 방북 비용(300만달러)을 북한에 불법 송금했느냐에 관한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재판에서 ‘대북 송금은 쌍방울그룹 뒤에 경기도와 강력한 대권 주자가 있었기 때문에 이뤄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대권 주자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이 지사는 그때 공개적으로 방북을 추진했고 북한이 정치인의 방북에 금전적 대가를 요구한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자신의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면서도 자신이 개입됐다는 진술을 한 김 전 회장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 왔다. 이 대표는 과거 김 전 회장 모친상때 비서실장을 보내 조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관련 없다며 자신을 엄호해 온 이화영 전 부지사가 심경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돌연 김 전 회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표가 자신과 협력했던 사람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면 나쁜 사람으로 매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동규씨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으로 있으면서 대장동·위례신도시 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런데 유씨가 지난해 9월부터 이 대표 측에 불리한 진술을 하기 시작하자 이 대표 측은 “진술을 계속 바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대장동 사업 관련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자신에게 대면 보고를 해왔던 실무자를 누군지 몰랐던 사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니 이 대표가 자신의 방북을 위해 돈을 댔다고 주장하는 김 전 회장에 대해 느닷없이 ‘노상강도’라는 험악한 표현을 써가며 비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