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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3] 2023-01-14 〈제34화〉 “시장이 사업 일정 당기라고 해” - 06-17 〈제45화〉이재명 향해 유동규 “‘김문기 안다’고 해도 되는데

상림은내고향 2023. 7. 3. 15:39

[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3] 동아일보 

2023-01-14

〈제34화〉 “시장이 사업 일정 당기라고 해”…대장동 재판, 한달만에 재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대장동 사업) 일정을 당기라고 지시했고, 일정이 만들어진 다음에 보고를 들어가니 이재명 시장(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일정 당겨야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71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민용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시 이 시장이 사업추진일정 앞당기라는 취지의 지시해서 당시 상황에서 가장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일정표 만들어서 보고 한건가”라는 검찰 측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 이재명, ‘대장동 사업 속도전 ’지시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인물로, 이번 재판의 공동 피고인 중 한명입니다. 그는 2014년 12월 31일 유한기 당시 공사 개발사업본부장, 이현철 개발2처장, 공사 직원이었던 김민걸 회계사와 함께 성남시장실에서 이 시장을 만나 이 같은 회의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이 시장이) 당시 ‘지시사항’이란 문서를 만들어 배포했다”며 개발일정을 서둘러야 하고, 주민 보상조치를 마련하라는 등 9개 지시사항이 적혀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시장님 지시사항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들이 포함됐습니다.

-사전에 공모계획을 알려서 경쟁입찰이 될 수 있도록 하라.
-경제지 등에 기획취재를 의뢰해서 사업의 기본취지 등을 알리고 관심을 유도하라.
-실시계획수립용역 기간을 단축하여 착수부터 인가완료까지 6개월을 초과하지 않도록하라.
-주민들 이주대책을 토지 등의 이주대책 마련 시 소유기간, 거주기간, 거주면적, 세대원 수 등을 반영하여 이용상황에 맞추어 차별화하라.
-협의매수 절차와 동시에 강제수용 절차를 취하라.
-1공단 조기조성을 위하여 부분준공이 가능한지 법적검토하라.
-1공단 공원조성 계획 마련 시 공연장으로 활용 가능한지 검토하라


 

검찰은 이처럼 이 대표가 여러 차례 직접 대장동 사업 관련 보고를 받으며 사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로부터 한 달 뒤인 2015년 1월 대장동 민간사업자에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의 수익배분 구조를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통해 이재명 시장에게 보고했다는 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다만 정 변호사는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와 관련해서는 “성남시 정책이라는 정도였을 뿐 이재명 시장이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는 말은 들은 적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 檢, 대장동 사업 사전 모의 입증에 주력

이날 검찰은 공사 직원 채용사실을 남 변호사가 알려줬는지, 유 전 직무대리를 알게 된 시점이 언제인지 등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질의했습니다. 검찰은 공사 측이 미리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자들과 접촉해 공모지침서를 논의하고, 민간에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의 대장동 수익구조가 만들어지도록 했다고 봅니다. 

정 변호사는 “(남 변호사가) 공사에서 변호사를 뽑는데 지원해봐라”고 했다면서도 남 변호사가 공사에 추천한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해서도 “(공사) 면접장에서 처음봤다”며 이들과의 사전모의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입사 결정되고 나서 남 변호사가 ‘들어가면 덩치가 큰 형이 있을 거다’ 라고 말한 기억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재판에서는 정 변호사가 앞선 검찰조사에서 했던 진술 내용을 번복해 검찰이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이 정 변호사가 공사에 입사할 무렵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가 대포폰 사용을 언급한 사실을 아는지에 대해 질문했는데, 정 변호사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입니다. 정 변호사는 2021년 10월 31일 검찰 피의자 신문 당시 “당시 대포폰을 만들라는 말을 듣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 자해 뒤 회복한 김만배 “재판 진행 최대한 협조”

이번 재판은 지난달 9일 이후 35일 만에 이뤄졌습니다. 화천대유 대주주로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의 자해로 재판 일정이 연기 됐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자신의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측근으로 꼽히는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와 최우향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등이 지난달 13일 체포되자 이튿날 경기 수원시 도로에 주차한 자신의 차 안에서 자해를 시도했습니다. 이후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해 재판에 다시 출석했습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김 씨는 법정에서 “저로 인해 무고한 주변 분들까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돼 괴로운 마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금은 감정을 추스르고 생각을 정리해 더 성실히 사법절차에 임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재판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측근들이 구속 기소되며 궁지에 몰린 김 씨가 그동안 부인하던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혐의에 대해 입을 열지에도 관심이 쏠리는 부분입니다.

검찰은 이날 본격적인 증인 신문에 앞서 김 씨 등 대장동 일당 5명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한 사건을 대장동 재판과 병합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이 공모해 공사의 내부 비밀(개발사업방식, 서판교터널 개설 계획, 공모지침서 내용 등)을 이용해 약 7886억 원 상당의 이득을 취득했다고 보고 이달 12일 추가 기소한 바 있습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현재 재판 중인 사건과 추가 기소된 사건의 피고인이 모두 동일하고, 범행시기·사실관계가 관련이 있어서 관련사건에 해당된다고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음 공판은 16일에 진행됩니다. 정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지고, 추가 기소사건에 대한 병합 여부도 이날 결정됩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제35화〉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몫 포함된다 생각”…‘대선자금 20억 얘기’ 증언도

“그때는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몫이) 포함된다고 생각했다. 늘 3명(이재명 정진상 김용)이 세트로 같이 있었기 때문에…”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73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민용 변호사는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천화동인 1호는 형들의 노후자금’이라는 발언과 관련해 ‘형들’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포함되는지를 묻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측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전북 정읍시 정우면 가축시장을 찾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은 후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인물로, 이번 재판의 공동 피고인 중 한명입니다. 정 변호사는 앞선 이달 16일 진행된 71차 대장동 공판에서 ‘천화동인 1호’가 이 대표 최측근들의 노후 준비용이라고 들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이날 재판에선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표까지 지목한 것입니다.

 
 

● “노후자금 챙길 ‘형들’에 이재명 포함된다 생각”

참고로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사업을 통해 4054억 원의 수익을 배당받은 민간사업자 중 단일 법인으로는 가장 많은 1208억 원을 챙겨갔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 등 ‘이재명 측’이 김 씨로부터 향후 천화동인 1호의 지분 24.5%에 해당하는 428억 원을 받기로 약속한 적이 있다고 판단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이 이날 재판에서 나온 것입니다. 정 변호사는 “(유 전 직무대리가) 천화동인 1호 관련해 이야기하면서 ‘내가 쓸려는 게 아니고 형들 노후 자금 이야기하면서 대선자금 필요한데 큰일’이라고 섞어서 이야기했다”며 이 같이 이해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법원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 씨로부터 들어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측 지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발언한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정 변호사가 이 대표와 함께 지목한 ‘형들’ 역시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입니다.

 

거론된 대선자금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20억 원을 말해서 그 정도 범위에 대해서만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검찰이 파악한 정황과도 같은 액수입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2021년 2월 유전 직무대리에게 “대선 준비를 위해 20억 원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 측 변호인이 “유 전 직무대리가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과 친하다고 과장했다거나 허풍이라고 느끼지 않았냐”고 묻기도 했지만 정 변호사는 “의심한적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가 대장동 사업 초기에도 정 전 실장에게 보고를 하라고 하거나 심부름을 시켰고, 김 전 부원장은 늘 통화를 했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가 결코 허풍처럼 보일 수 없었다는 이유였습니다.
 

 

● 대장동 사업 지시한 이재명, 유동규 “시장님은 천재” 칭찬

‘대장동 일당’의 비용 부담을 덜어준 1공단 공원사업 분리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직접 결정했다는 증언도 이날 재판에서 나왔습니다. 정 변호사는 ‘2016년 1월 1공단 분리를 이 시장에게 보고한 뒤 결재받았나’라는 김 씨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시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1공단 분리가 이미 승인됐다고 들었는데, 이재명 시장이 설명을 듣더니 ‘분리 개발은 안 된다, 그러면 공원화를 어떻게 할 거냐’고 했다”며 “그래서 1시간가량 토론을 거쳤고 결국 이 시장이 분리하라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전반을 꼼꼼하게 보고받고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당초 성남시는 이 대표의 공약사항 중 하나로 대장동과 1공단을 결합해 개발하고자 했지만, 사업을 분리해 대장동이 먼저 개발됐습니다. 때문에 민간사업자들은 관련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의 수익 배분 모델 설계 등 사업 전반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증언도 거듭된 재판에서 수차례 나왔습니다. 정 변호사는 2015년 초 이 시장에게 대장동 사업을 보고했을 때의 상황과 관련해 “(이 시장이) 확정적으로 먼저 (이익을) 받아오는 것은 본인이 설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변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유 전 직무대리는 이 같은 이 대표의 대장동 사업 지시와 관련해 ‘시장님이 천재같지 않냐’고 감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앞선 20일 재판에서 정 변호사는 2015년 초 보고 당시 이재명 시장이 민간사업자 이익이 이렇게 적으면 공모가 흥행이 되겠냐고 언급했다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공사 측에서 성남시 제1공단 공원화 비용 2561억 원을 환수하고 민간 사업자에게 1260억 원의 이익이 남는다고 보고하자, 이 대표가 당시 민간사업자 이익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대장동 민관합동 시행사 성남의뜰 지분 50%를 가진 공사가 확정이익 1822억 원만 챙기기로 하면서 고작 7%의 지분을 가진 민간사업자들은 7886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개발이익을 가져갔습니다.

다만 정 변호사는 “공사가 확정이익을 받아야 민간 이익이 극대화 된다는 말을 유 전 직무대리나 이 대표에게 직접 들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부인 했습니다. 또 “당시 공사가 확정이익을 가져오는 사업 방식 자체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향후 부동산 경기를 예측할 수 없었던 만큼 확정이익 방식이 반드시 공사에 불리한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입니다.
 

 

● 진술 번복한 정민용, “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 거짓 진술”

 ▲남욱 변호사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 

 

한편 정 변호사는 거듭 된 증인신문 과정에서 기존 검찰조사에서 했던 진술 일부를 번복하기도 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선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를 작성할 당시 공사가 받을 필지에 대해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와 협의했다고 했지만,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사실 협의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대장동 개발이 민간에 수익을 몰아주는 방식인지 미리 알지 못했다며 책임을 회피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 당시에는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나 남욱 변호사의 진술에 맞춰 진술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 공판은 법원 정기인사 등을 고려해 다음달 10일에 진행됩니다. 정 변호사에 대한 남욱 변호사 측의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제36화〉 아들이 ‘50억 성과급’ 받은 곽상도는 어떻게 뇌물 혐의를 벗었을까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35화에서는 73회 공판에서까지 나온 내용들을 다뤘습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대장동 재판이 두 차례(1월 30일, 2월 10일) 더 열렸습니다. 공판에는 모두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에서 전략기획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30일 열린 74회 공판에서는 정 변호사가 남욱 변호사의 증인신문에 응하면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021년 2월 유원홀딩스 사무실을 찾아 유동규 전 공사 사장 직무대리로부터 돈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받아갔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김 전 부원장과 유 전 직무대리가 법정 밖에서 공방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10일 열린 75회 공판에서 정 변호사는 검찰의 “이재명이나 성남시로부터 공사가 배분받을 이익을 미리 확정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 없냐”는 질문에 “이익에 대해 지시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 변호사는 “유 전 직무대리가 임대주택 부지를 받아오라고 했었다”고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당시 ‘1공단 전면 공원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당시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이익을 1공단 공원화에 사용하는 방식의 ‘대장동·1공단 결합 도시개발구역’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 등에 따르면 유 전 직무대리는 대장동 사업 초기인 2014년 4월경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1공단 공원은 무조건 수용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또 “우리는 임대주택 필지 하나만 주면 되고, 나머지 블록은 알아서 가져가라”고 민간 사업자들에게 말하기도 했는데, 이 같은 녹취록 속 내용이 10일 공판 진술에서도 또 한 번 등장한 것입니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성과급 50억 원 받은 아들, 뇌물 혐의 무죄 받은 아빠

하지만 이번 주 열린 대장동 관련 재판 중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곳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1심 재판입니다.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 씨는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큰 돈을 벌어들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성과급으로 50억 원(세후 25억 원)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이 돈이 단순히 성과급이 아니라 ‘대장동 일당’이 곽 전 의원에게 뇌물 성격으로 건넨 돈이라고 보고 곽 전 의원을 뇌물과 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당시 곽 전 의원이 그 대가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이탈하지 않고 잔류하도록 알선을 했다고 본 것이죠. 남 변호사가 지역구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자 지위에 있던 2016년 3월 곽 전 의원에게 변호사비 명목으로 5000만 원을 건넨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습니다.

그리고 8일 서울중앙지법의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곽 전 의원은 병채 씨의 퇴직금과 관련해 적용된 뇌물과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남 변호사로부터 받은 5000만 원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800만 원이 선고됐습니다. 돈을 준 남 변호사에게도 벌금 400만 원이 선고됐습니다.

곽 전 의원에게 1심 선고를 내린 재판부는 대장동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재판부와 동일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입니다. 일각에선 대장동 재판에서도 마찬가지로 ‘정영학 녹취록’ 등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대장동 일당에게 뇌물약속 등 일부 혐의가 무죄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성과급 50억 원. 재판부의 판단 내용을 보면 병채 씨는 2015년 6월 처음 화천대유에 입사했다가 6개월 뒤인 2015년 11월 아버지 곽 전 의원의 국회의원 출마를 돕기 위해 퇴사했습니다. 병채 씨는 곽 전 의원이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인 2016년 5월 또다시 화천대유에 입사해 2021년 3월 31일까지 다닙니다. 병채 씨의 화천대유 총 재직 기간은 64개월. 화천대유와 병채 씨는 퇴사 무렵 성과급을 5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증액하는 내용의 변경성과급계약을 체결합니다.

재판부는 분명 이 50억 원이라는 금액이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한 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병채 씨가 화천대유에서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했고 여러 성과를 낸 점은 인정하지만, 다른 직원들과 함께 일했는데 그들의 10배에 이르는 성과급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죠. 병채 씨가 입사 이후 얻은 병(이석증 등)에 대한 보상 내지 위로의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재판부는 “50억 원의 성과급은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보인다”고 또 한 번 강조했습니다
 

 

●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한 돈’ 50억이 ‘뇌물’ 안 된 이유

그렇다면 재판부는 왜 50억 원이라는 돈을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로 보지 않은 것일까요? 먼저 병채 씨가 곽 전 의원으로부터 독립해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곽 전 의원이 ‘다 큰 아들’ 병채 씨를 부양하지 않으니 병채 씨가 받은 돈이 곧 곽 전 의원이 받은 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죠. 병채 씨가 받은 성과급이 곽 전 의원에게 흘러간 정황이 제출되지 않은 영향도 있습니다.

‘다 큰 아들 병채 씨가 받은 돈’≠‘곽 전 의원이 받은 돈’이니 뇌물죄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재판부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유지하기 위해 곽 전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거나 곽 전 의원이 실제로 하나금융지주 임직원 등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습니다. 곽 전 의원이 직접 돈을 받지도 않았으니 애초에 죄가 성립도 하지 않는데, 설사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대가로 국회의원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제대로 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도구로 간주됐던 정 회계사의 녹취록 속 일부 진술은 이번 재판에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2020년 4월 4일 녹음된 정 회계사와 김 씨의 대화 중 김 씨는 이런 말을 합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병채 아버지는 돈 달라 하지. 병채 통해서. 며칠 전에도 2000만 원.”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말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진술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인정되지 않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의 이 진술이 다른 사람의 말을 대신 전한 전문진술이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습니다.실제로 이 말(‘돈을 달라’)을 했다던 병채 씨는 법정에 출석해 아버지를 대신해 돈을 달라고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김 씨도 법정에 나와 정 회계사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 병채 씨와 그런 대화를 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 김만배 법정증언에도 재판부 “공소사실 기재 혐의 증명 부족”

“2015년 3월 하순경 남 변호사에게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컨소시엄 해체 문제를 곽 전 의원을 통해 해결했다’는 취지로 말했다.”(제 8회 공판기일)

“2016년 말경에서 2017년 초경부터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에게 ‘곽 전 의원에게 50억 원을 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 당시에는 50억 원을 줘야 하는 이유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제 8회 공판기일)

“남 변호사에게 병채를 통해 곽 전 의원에게 50억 원을 줄 것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제 8회 공판기일)

“2020년 4월 4일 교대역 한 카페에서 정 회계사에게 ‘병채에게 야 인마.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해? 그러면 화천대유 전무보다 많으니까 한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 그렇게 주면 되냐’고 말했다.”(제 8회 공판기일)

김 씨는 지난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와 같은 말을 했습니다. 곽 전 의원을 통해 컨소시엄 해체 문제를 해결했고, 곽 전 의원에게 50억 원을 줘야 하고, 특히 병채 씨를 통해 이를 전달해야 한다는 내용이 그의 입을 통해 나온 겁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도 인용했습니다. 여러 증언과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모두 종합해봐도 공소사실에 기재된 혐의가 증명됐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린 겁니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곽 전 의원은 8일 1심 재판 선고를 듣고 법원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10분가량 짧게 재판 결과에 대한 심경을 밝혔습니다. “아들의 퇴직금 50억 원에 대해 도의적인 사과를 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고 판단할 수가 없다. 내가 아니고 당사자가 그 회사고 아들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내가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50억 원이라는 금액을 못 받아들이는 국민들이 있다”고 하자 “나도 적게 준 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곽 전 의원은 또 “검사들에게 나만 속은 게 아니지 않냐”며 “이런 일은 이제는 그만 벌어졌으면 좋겠다”며 법원을 떠났습니다.

곽 전 의원은 유죄를 선고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검찰도 수사팀을 보강해 수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계획을 전했습니다.

곽 전 의원의 1심 재판은 이렇게 마무리됐지만, 대장동 재판은 계속됩니다. 법원 인사 등 사정으로 대장동 재판의 다음 공판기일은 이달 27일로 잡혔습니다. 인사 이후 재판부 인원에 변동이 생기면 공판절차 일부를 다시 진행하는 공판절차갱신이 한동안 진행될 예정입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제37화4895억 배임 혐의 이재명, ‘사법리스크’ 수면 위로…다음달 최소 3번 법정 출석

이달 10일 열린 75회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공판 이후 20일자로 법원의 정기 인사가 이뤄졌습니다. 대장동 사건을 비롯한 주요 사건 등을 맡고 있는 형사합의 재판부의 구성에도 일부 변화가 생겼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재판장인 이준철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9기)가 그대로 남아 대장동 사건에 대한 심리를 이어갑니다. 다만 형사22부의 배석 판사들은 이번 정기 인사에 따라 모두 교체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재판을 맡고 있는 형사23부도 배석 판사들은 교체됐지만, 재판장인 조병구(연수원 28기) 부장판사는 유임돼 계속해서 재판을 이어가게 됩니다. 

 

● 이재명 ‘4895억 배임 혐의’ 구속영장

법원이 잠시 쉬어가는 동안 검찰은 바빴습니다. 검찰은 16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배임 및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지 1년 5개월 만입니다. 검찰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한국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검찰은 구속영장청구서에서 이 대표의 혐의에 대해 “불법수익의 규모만 고려하더라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중대한 범죄”라며 “지방자치권력을 사유화한 시정(市政) 농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민간 사업자들에게 7886억 원이라는 막대한 수익을 몰아준 반면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는 1830억 원만 가져가게 하면서 공사에 4895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하고 배임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21일 국회의안과에서 법무부 관계자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검찰은 이 대표의 구속여부와 상관없이 이르면 이달 말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사건은 역시 부패사건을 주로 다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에 배당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기존에 진행되던 대장동 재판과 병합해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대장동 5인방에 대한 재판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병합의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 이재명, 다음달 최소 3번 법정 출석해야

이에 따라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이 대표는 당장 다음 달에만 최소 3번 서울중앙지법 재판에 참석해야 합니다. 다음 달 3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에 재판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는 최근 공판준비기일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3, 17, 31일을 공판기일로 지정했습니다.

공판 준비기일과 달리 정식 공판에는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할 의무가 있습니다. 때문에 이 대표는 금요일 오전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불출석 허가 신청을 법원이 허가한 경우 예외적으로 공판에 불출석하거나 대리인 출석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긴 합니다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 대표는 대선 기간 방송에 출연해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인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말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번 재판에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의원직을 잃게 됩니다.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돼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습니다.

대장동·위례신도시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의 기소가 이뤄지면 이 대표는 거의 매주 재판에 출석해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재판이 집중심리로 진행되면 출석 빈도가 더욱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재판에 출석하느라 사실상 당 대표로서 정상적인 당무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일례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재판 당시 주 3~4회 공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당시 박 전 대통령 측은 구속만기(6개월)가 끝나기 전 선고를 내리기 위해 재판부가 속도를 낸 측면이 있습니다.

 

● 백현동, 쌍방울 등 檢 수사도 속도전

이 밖에도 이 대표는 백현동 아파트·정자동 호텔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의 대북송금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대장동 의혹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자 백현동 특혜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달 7일에는 성남시청 등 40여 곳을 압수수색하기도 했습니다. 이 의혹은 경기 성남시 백현동의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1233채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부지 용도를 4단계 상향하고 높이 50m에 달하는 옹벽 설치를 허가하는 등 특혜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훈구기자 ufo@donga.com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대북송금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이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해 온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 역시 정자동 호텔 개발사업 특혜 의혹 수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이 사건들의 수사가 마무리되고 모두 재판에 넘겨질 경우 이 대표의 법정 출석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 86일만에 재구속 된 김만배

한편 18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키맨’으로 여겨지는 김만배 씨가 대장동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 등으로 두 번째 구속 수감됐습니다. 지난해 11월 24일 구속기한 만료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지 86일 만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 범죄 태양 및 특성, 피의자와 관련자들의 관계에 비추어 증거 인멸 및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습니다. 김 씨의 불법수익 은닉과 증거인멸이 이어지고 있고, 지난해 11월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됐을 당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는 점 등이 참작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씨는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장동 사업으로 벌어들인 불법 수익 중 약 340억 원을 수표 등으로 빼돌린 뒤 차명으로 오피스텔을 매입하거나 대여금고 등에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법원의 추징보전명령 집행에 대비해 대학 동창에게 142억 원어치의 수표를 숨기도록 한 혐의(증거은닉교사)와 2021년 9월 증거가 담긴 자신의 휴대전화를 불태우게 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포함됐습니다. 두 번째 구속 된 김 씨가 그동안 부인하던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혐의에 대해 입을 열지에도 관심이 쏠리는 부분입니다.

다음 공판은 27일에 진행됩니다. 법원 인사로 배석판사 등 재판부 구성에 변동이 생기면서 공판절차 일부를 다시 진행하는 공판절차갱신이 한동안 진행될 예정입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제38화〉‘이재명 위해 분신도 한다’던 유동규의 변심…돈은 언제 건넸을까

2월 말 법원 정기인사가 발표됐습니다.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37화에서 언급했듯 대장동 재판을 진행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구성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부장판사는 이준철 판사(51·사법연수원 29기)로 같지만 배석 판사가 김용석 문혁 판사로 변경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지난달 27일부터 공판 내용의 일부를 다시 진행하는 ‘공판갱신철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와 똑같은 풍경이 서울중앙지법 523호에서 반복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 주 38화에서는 대장동 사건의 파생 사건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이 재판을 다룹니다.

 

 ▲2019년 12월 21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뉴시스

 

● 돈 박스 들고 나온 검찰… ‘투망식 기소’ 명명한 김용 측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4번의 공판준비기일을 마치고 7일 첫 공판을 열었습니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과 수년간 유착관계를 유지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등을 거쳐 8억4700만 원(실수령 6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김 전 부원장을 기소했습니다.

7일 열린 공판에서 검찰 측과 김 전 부원장 측은 상반되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먼저 김 전 부원장의 변호인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의 공소가 ‘투망식 기소’라고 언급했습니다. 검찰이 그물을 던져서 언제든, 누구든지 걸리라는 식으로 공소했다는 것입니다. 유 전 직무대리가 진술을 번복한 데 따라 허위 진술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변호인은 또 김 전 부원장이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시점 네 차례가 모두 ‘2021년 4월’ 등으로 모호하게 제시돼있을 뿐 자세하게 특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의 변호인은 “수많은 뛰어난 검사들이 투입돼 철저하게 수사를 했고, 유 전 직무대리와 김 전 부원장만 해도 몇 차례 소환조사를 했는데 아직까지 네 번 전달됐다는 것들 중에 한 번도 특정일을 지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 또한 이에 대해 “물론 관계인들의 진술이 명확치 않은 부분이 있어 재판부에서도 이해는 하지만 선택적으로라도 ‘이 날 또는 이 날 받았다고 보인다’고 하면서 신문이 이뤄져야 피고인 측의 방어권 행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은 재판 기간 동안 검찰이 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과 증거 등을 통해 자금 수수 날짜를 특정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검찰은 서증조사 과정에서 남 변호사의 측근 이모 씨가 정민용 변호사에게 전달한 금액의 규모와 일정 등을 적은 메모를 공개하며 혐의 다지기에 나섰습니다. ‘Lee list(Golf)’라는 제목이 달린 이 메모장에는 ‘4/25 1’ ‘5/31 5’ ‘6 1’ ‘8/2 14300’ 등 날짜와 금액 등으로 추정되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검찰은 이에 따라 2021년 4~8월 김 전 부원장에게 정치자금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스를 직접 들고 나와 직접 시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 변호사가 유 전 직무대리에게 돈을 전달할 때 사용했다는 골판지 상자를 직접 법정에 들고 나와 박스 부피가 크지 않고 현금 5억 원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도로 등에서 돈이 충분히 오갈 수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입니다. 검찰 측은 직접 쇼핑백에 적힌 상호명까지 언급하며 “검찰에서 타이틀리스트 골프공 쇼핑백과 발렌티노 슬리퍼 박스를 구해 1억 원을 넣어본 결과 (운반이) 가능함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은 오전 재판 말미에 직접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저는 지난 2021년도 대선에서 그 중차대한 대선에서, 돈 자체를 요구한다는 게 얼마나 부도덕하고 어리석고 있으면 안되는 일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10억, 20억 억대의 돈을 달라고 한 적, 얘기조차 꺼낸 적 없습니다.”

 

● “이재명 위해 산다”던 유동규, 마음 바꾼 사연 

9일에는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이 진행됐습니다. 김 전 부원장 측에서 “유일한 직접 증거는 유 전 직무대리 진술 뿐”이라고 언급했듯 유 전 직무대리는 이 사건에서 남 변호사에게 돈을 받아 김 전 부원장에게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는 핵심 인물입니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유 전 직무대리는 이날 이 대표에 대한 발언부터 자신이 돈을 받았던 상황의 경위 등을 아주 상세하게 쏟아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먼저 자신이 지난해 말부터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바꾸게 된 계기를 설명했습니다. “지난 10년간 ‘나는 이재명을 위해서 산다’고 스스로를 세뇌했다”며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을 때 대법원에서도 패소하면 광화문에서 분신할 생각까지 했다”고 밝힌 유 전 직무대리는 자신이 태도를 바꿔 검찰에 진술하게 된 계기가 자신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동태를 살피기 위해 이 대표 측이 보낸 ‘가짜 변호사’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돈을 전달한 상세한 정황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습니다. 2021년 4월 남 변호사에게 1억 원을 받아 자신의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힌 유 전 직무대리는 “골판지 박스 안에 고무줄 등으로 묶은 5만 원 권을 담아서 전달했다”고 말하는 등 돈을 담은 박스와 쇼핑백, 전달 방식 등을 검찰의 주신문에 응하는 과정에서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검찰과 김 전 부원장, 유 전 직무대리 측이 치열하게 대립했던 1·2차 공판기일은 검찰의 주신문 종료와 함께 끝났습니다. 다음 공판기일로 지정된 14일부터는 21일까지 세 번의 공판에 걸쳐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한 김 전 부원장과 정 변호사 측의 반대신문이 계속됩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제39화〉대장동 관련 사건만 12건…‘두 번째 막’ 오른 대장동 재판

최근 법원은 대장동 관련 재판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22일 검찰이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법원에 넘겨진 대장동 의혹 유관 재판은 총 12건이 됐습니다.

서울고등법원과 수원지방법원에 걸려있는 사건 각 1건씩을 제외하면 10건의 사건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립니다. 이 대표를 포함해 기소된 피고인만 총 15명. 다퉈야 할 혐의는 많은데 김만배, 유동규 등 핵심 피고인들이 중복 기소돼 있어 재판 기일과 증인신문 일정 등이 겹치곤 합니다. 또 현직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의 재판 일수를 늘리거나 시간을 조율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재판부의 고민이 깊습니다.

 

<대장동 관련 형사 사건 목록>

혐의
담당 재판부
대장동 배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대장동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김용 불법정치자금 위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정진상 428억 뇌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김만배 대장동 수익 은닉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만배 금고지기’ 불법수익 340억 은닉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곽상도 50억 뇌물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
최윤길 화천대유 40억 성과급’ 뇌물
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
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유동규 휴대전화 증거인멸
서울중앙지법 형사8-1부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
이재명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

 

● 잠시 멈춘 본류 ‘대장동 일당’ 배임 재판…속도 내는 ‘김용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

2월 말 법원 정기인사 발표 이후 대장동 재판을 진행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이준철 부장판사를 제외한 배석 판사들이 모두 교체됐습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판결 선고만을 남긴 경우를 제외하고 재판부 판사가 바뀔 경우 반드시 ‘공판절차 갱신’을 해야합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7일부터 한 달 가까이 523호 법정엔 지난 공판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만 재생되고 있습니다. 2021년 11월부터 심리 중인 대장동 배임 사건은 벌써 두 해를 넘겼고, 두 번의 법원 정기인사를 거치면서 ‘공판갱신절차’도 두 번째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2019년 9월 경기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 처음으로 발생한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김용 당시 대변인이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는 사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법정에서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이 5차까지 진행됐습니다. 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과 수년간 유착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대표의 대선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등을 거쳐 8억4700만 원(실수령 6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달 7일 첫 공판 이후 주 2회씩 열리고 있는데 매회 약 6시간 정도 밀도 있게 진행됩니다. 재판부가 김 전 부원장의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올해 5월 전에 1심 판결 선고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 법정에 등장한 현금 2억 원…‘유동규 진술 신빙성’ 판단 위해 직접 쇼핑백 들어본 재판부

“증인은 검찰 주신문에선 정확히 이야기했는데 반대신문에선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합니까?”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은 14일 열린 3회 공판에서 증인석에 앉은 유 전 직무대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대장동 일당(남욱, 김만배)과 이재명 측(김용, 정진상)의 연결고리인 유 전 직무대리 진술의 신빙성을 두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특히 16일 열린 4차 공판에서 변호인 신문 직후 발언권을 얻은 김 전 부원장이 유 전 직무대리에 직접 질의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은 유 전 직무대리가 2021년 6월 경기 수원시 광교의 버스정류장에서 김 전 부원장에게 3억 원을 전달했고, 같은 해 6∼7월 경기도청 근처에서 2억 원을 건넸다고 주장하지만 정확한 날짜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유 전 직무대리는 “받은 사람이 더 잘 알지 않나. 고발할 거였으면 써놨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돈을 주고받을 당시 정황에 대해서도 김 전 부원장은 돈을 줬다는 구체적 시간과 방법에 대한 묘사가 조서에 나와있는 것과 다르다고 지적했고, 유 전 직무대리는 “(돈은 옆에) 끼고 가져가지 않았느냐”며 “만난 시간은 내 기억으론 10시 전후다. 잘 알 것 아니냐”고 맞받았습니다. 두 사람이 고성을 지르며 공방을 이어가자 재판부가 변호인이 김 전 부원장 대신 신문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날 법정엔 현금 2억 원이 실제로 등장했습니다. 재판부가 유 전 본부장이 현금 2억 원을 경기도청 근처에서 김 전 부원장에게 건넸다는 증언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연을 결정한 겁니다. 당초 재판부는 현금 12억 원 상당 무게의 생수병 준비를 검찰에 요청했지만 검찰은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4kg에 달하는 현금 2억 원을 직접 준비해 왔습니다. 유 전 본부장이 현금을 골판지 상자와 쇼핑백에 담아 전달하는 상황을 직접 시연한 이후 재판장은 직접 쇼핑백을 들어 올려 무게를 가늠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가져가기 불가능하거나 무거운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같은 법정에서 21일 열린 5차 공판에서는 정민용 변호사의 증인신문이 진행 됐습니다. 정 변호사는 남욱 변호사의 친구이자 유 전 직무대리 부하직원입니다. 그는 유 전 직무대리에게 1억 원 을 직접 가져다주고 이후 그 돈을 김 전 부원장이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가져가는 것을 봤다고 진술한 인물입니다. 김 전 부원장 측이 정 변호사에게 김 부원장이 돈을 가져간 것을 봤던 당시 상황에 대해 “유 전 직무대리의 증언에 의하면 1억 원을 옆구리에 끼고 갔다는데 그 여부를 알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정 변호사는 당시 블라인드가 쳐져 있어 다리밖에 안 보였다며 “상반신이 안 보여서 확인할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김 전 부원장 측에서 검찰 조사에서도 증언과 똑같이 말했는지 되물었고 정 변호사는 “(돈을 담았던)박스가 없어져서 돈을 받아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를 듣고 있던 재판부가 직접 정 변호사에게 해당 진술에 대해 질의했습니다. 재판부는 정 변호사에게 “김 전 부원장이 돈을 받으러 온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어서 유심히 지켜봤고 사무실 나가는 모습까지 지켜봤다는 게 (조서에) 한 문장 답변으로 돼 있다”며 “뉘앙스가 김 전 부원장이 들어오는 것과 나가는 것을 정확히 봤다, 그렇기에 나갈 때 (외투에 돈 봉투를) 불룩하게 숨겨서 나가면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깔려있는 느낌인데 그와 같은 모습을 못 봤다는 것이냐”고 다시 물어본 겁니다. 이에 정 변호사는 “블라인드가 쳐져 있어 상반신은 못 봤다고 말씀드렸다”고 답했습니다.

 

● 다음주엔 매일 대장동 관련 재판 열려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들이 각자 다른 쟁점을 다투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지만 촘촘히 짜여진 스케줄에 시간과 일정이 겹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한동안은 각기 다른 쟁점을 다투러 법정에 출석한 사건 관계자들이 법정 밖에서도 관련 공방을 이어가는 일이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3월 마지막 주는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 관련 재판이 매일 열릴 예정입니다. 29일엔 428억 원의 뇌물을 약속받고 그 대가로 대장동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에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첫 공판이 열립니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04-08

〈제40화〉‘이재명 씨’ 된 ‘시장님’…유동규가 몰고 온 이재명의 잔인한 4월

“(2009년 8월 성남시 리모델링 세미나에) 이재명 씨 쪽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초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서관 408호 법정에는 ‘이재명 씨’라는 다소 낯선 지칭어가 거듭 반복됐습니다. 이 말의 주인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사장 직무대리. 이날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문기 전 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하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3차 공판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이 대표와 유 전 직무대리는 대장동 사건이 본격화된 2021년 9월 이후 이날 법정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이재명 대표(왼쪽)와 유동규 전 본부장이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31일 법정에서 대면했다. 뉴스1

 

이미 법정에 들어서기 전부터 “거짓말 좀 안했으면 한다”며 이 대표를 향해 날선 발언을 쏟아내던 유 전 직무대리는 이날 이 대표 눈앞에서 ‘시장님’ 호칭까지 거둬들이며 더이상 우군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날 오후 7시경 재판이 끝날 때까지 약 5시간 동안 두 사람은 한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선거를 준비하던 2009년을 전후로 오랜 인연을 시작했던 두 사람. 한때 유 전 직무대리는 “이 대표를 위해 분신까지 생각할 정도”로 이 대표를 위해 살았다고 했고, 이 대표 역시 스스로 유 전 직무대리를 “오랜 친분”, “가까운 사이” 라고 했던 관계였습니다. 하지만 대장동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날 법정에선 적이 돼 마주했습니다.

 

● “일반인 눈높이 뭘까” 공선법 재판 고심 깊어질 재판부

그전에 잠깐,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코너에 웬 공직선거법? 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서 간단히 설명드립니다. 이 대표가 재판을 받게 된 이유를 보면 결국 이 이 사건도 역시 대장동 사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핵심 이슈로 떠오른 지난 대선 국면에서 이 대표가 불리한 여론이 만들어질 것을 우려해 당시 대장동 사업의 핵심 관계자이던 김 전 처장을 알면서도 모른다고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어떤 사람을 아는지 여부는 경험한 내용과 횟수로만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대장동 5인방 사건을 비롯해 이 대표가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의 본류 사건과는 살짝 떨어진 사건이지만, 이 대표에게 ‘공직선거법’ 재판 결과는 매우 중요합니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을 받아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을 뿐아니라,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 돼 차기 대통령 선거에도 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아직 재판은 초반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재판부의 고민이 매우 깊을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유사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의 경우 최대한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판단을 하려고 한다”면서도 “다만 현직 야당 대표에 대한 판단이라는 부담감과, 유죄라고 봤을 때 의원직 박탈의 기준이 되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내릴지 여부 등 양형 판단이 매우 고민스러울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예컨대 ‘벌금 90만 원’ 선고는 분명 유죄이지만, 직을 유지하게 된 의원들은 재판부에 연신 감사 인사를 한다고 하지요.

 

● 유동규 “친한 사람 데려오래서 김문기 호주 출장 동행”

유 전 직무대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31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에서 김 전 처장이 “친한 사람을 데려오라”는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지시로 이재명 대표와 함께 호주 출장에 가게 됐다고 증언했습니다. 2015년 1월 출장을 앞둔 시점에 예정됐던 참석자 대신 김 전 처장으로 출장자가 바뀐 이유를 묻는 검찰 측 질의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정 전 실장이) 이재명 시장이 아무래도 불편해 할 거 같으니 친한 사람을 데려오라고 해서 참석자를 김 전 처장으로 변경했다. 쉬러 가는 것이라고 하기도 했고, (그래서) 기밀을 요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이 대표측은 ‘호주 출장이 공무상 출장이어서 친분을 쌓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주장해왔는데, 당시 출장에 동행한 유 전 직무대리가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증언을 내놓은 것입니다. 

 

 ▲2015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호주, 뉴질랜드 출장에서 김문기 전 처장(파란 옷) 등과 식사하는 모습. 이준석 ‘고공행진 팀블로그’ 캡처.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유 전 직무대리는 또 김 전 처장이 2010년 3월에도 이 대표와 통화하는 사이였다고 증언했습니다. 당시 분당에서 열린 리모델링 설명회에 성남시장 후보자이던 이 대표가 김 씨와 함께 참석했고 이때 김 전 처장이 유 전 직무대리에게 “이재명이랑 따로 통화한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또 호주 출장 당시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수행비서 김모 씨 3명이서 따로 보트를 빌려 낚시를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정 전 실장이 (이 대표에게) 바다낚시를 시켜드리라고 했다”며 “불특정 다수와 가면 가격이 싼데, 몇 명만 가면 시간 값을 다 내야 한다고 해서 3000불을 드렸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거듭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 측은 호주 해외출장에서 김 전 처장과 함께 골프를 치고 같이 찍은 사진이 여러 개 나온 사실에 대해 “패키지 여행을 가면 다른 참석자랑 하루종일 같이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지만 친해지진 않는다”며 “같은 프레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가까운 사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에 검찰은 “같이 출장을 간 공무원을 패키지 여행에서 처음 만난 사람처럼 대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골프를 친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의 변호인은 사진 속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대화를 하거나 눈을 맞추고 있지 않아 친분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사진은 찰나의 결과물인 만큼 눈맞춤 사진이 없었다고 친분을 쌓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두 사람 사이좋게 손 맞잡고 찍은, 더 친밀감이 느껴지는 사진이 존재한다”고 맞섰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출석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를 규탄하는 일부 시민들이 경찰에 제지당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오전 법정에 출석하는 이 대표를 향해 날계란 2개가 날아들기도 했습니다. 계란은 이 대표에게 닿지 못하고 땅에 떨어졌지만, 경호원들이 방호판을 펼치고 흥분한 유튜버와 지지자등이 엉키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습니다.

 

● ‘가짜’ 논쟁 벌어진 이재명 성남시장실 앞 CCTV

한편 지난달 29일 열린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실장에 대한 ‘뇌물 수수 혐의’ 첫 재판에서는 검찰과 정 전실장 측의 ‘가짜 폐쇄회로(CC)TV’ 공방전이 벌어졌습니다. 문제의 CCTV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일 당시 “돈 봉투를 가져오거나 인사 청탁하는 사람이 많아 설치했다”며 홍보했던 그 CCTV입니다.

정 전 실장 측은 성남시 정책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13, 2014년 자신의 사무실에서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현금 3000만 원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뇌물을 받는 게 불가능한 구조였다”며 전면 부인했습니다. 정 전 실장 측은 “당시 이재명 시장은 뇌물 들고 오는 이를 막기 위해 (시청 내) 소리까지 녹음되는 CCTV를 설치했는데, 정 전 실장 사무실은 시장실 앞 열린 공간에 있었다”는 근거를 댔습니다.
 

반면 검찰은 “성남시청 비서실 안의 CCTV는 가짜”라고 주장했습니다. 정 전 실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함께 기소된 유 전 직무대리 역시 같은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청 업무실에 있던 CCTV는 연결도, 녹화도 안 되던 가짜”라며 “당시 (이재명) 시장도, 정 전 실장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정 전 실장측의 변호인 역시 이달 4일 법정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CCTV와 관련해 “검찰이 말하는 (가짜 CCTV 관련) 진술자는 2019년 근무하던 이로, 이 대표가 성남시를 나온 후”라고 반박하는 등 적극적인 장외 여론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변호인은 또 “2011년과 2016년 관련 영상을 보면 여전히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데 ‘모형’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은 7일 이어진 정 전 실장의 뇌물 혐의 공판에서 “정 전 실장 배우자에게 정체 불명의 현금이 수억 원 장기간 입금된 내역이 있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정 전 실장 부부가 산 아파트 분양대금이 뇌물에서 나왔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정 전 실장 측은 “출처 없는 돈으로 중도금 잔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며 “아파트 분양대금의 주된 출처는 해지한 적금과 아파트 전세 계약금 등으로 지극히 일반적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배우자 통장에 입금된 정체불명의) 일부 자금이 해지한 예금에 들어갔다”며 “종전 전셋집 전세자금을 현금으로 변제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변제했는지가 요지”라고 반박했습니다.

● 보석 신청한 김만배, 檢 “유동규 회유 등 증거인멸 우려” 반발

대장동 관련 재판 국면이 장기화 되면서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의 ‘보석’ 신청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석은 일정한 보증금을 받고 구속된 피고인을 조건부 석방하는 제도입니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석방된 김만배씨가 바이크 헬멧을 쓴 남성의 도움을 받고 있다. 2021.10.15 뉴스1

  

대장동 개발수익 390억 원을 은닉한 혐의로 올해 2월 다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김만배 씨는 지난달 31일 보석을 신청했습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 단독 김상일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보석심문에서 김 씨 측은 “범죄수익 은닉은 객관적 증거가 모두 나와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검찰은 “김 씨가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유 전 직무대리에게 ‘1억 원을 주겠다. 증언을 잘해달라’며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밝히는 등 김 씨의 증거인멸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 구속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검찰은 또 “김 씨는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를 통해 지난해 7월 20일 증인으로 출석한 곽병채(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씨의 증언 연습을 시키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씨뿐 아니라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각각 구속기소된 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도 다음달 초와 6월 초 구속기간(6개월) 만료를 앞두고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정 전 실장의 보석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7일 재판에서 “사건 다수 관련자가 증거 인멸과 자해를 시도했다”며 보석 여부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만기 석방을 하면 증거 인멸 상황이 더 쉽게 발생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허가 여부를 우선 검토하고 시점과 조건을 생각해 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보석을 허가할 경우 이동 반경을 제한하는 등 조건을 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장동 5인방의 재판은 아직 재판부 변동에 따른 기록갱신절차를 이어가고있습니다. 1년치 증언 등에 대한 녹취를 다 들어야하다보니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데, 이달 말 쯤에는 재판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 14일에는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위반 4차 공판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정진상 전 실장의 뇌물수수 혐의 등 재판이 이달 11, 14, 18일에, 김용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은 13일과 20일에 각각 진행될 예정입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제41화〉판사, 김만배에 “진술 앞뒤 너무 안 맞아…만들어내지 말라” 경고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41화입니다. 

“증인 진술 앞뒤가 너무 안 맞아요. 본인도 느끼고 계시죠? 어느 정도 배경 사실에 관한 거라 진술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사실을 인정하려고 했는데 모순이 너무 많아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311호 형사중법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조병구 부장판사는 이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9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이 같이 말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 사건과 관련해 김 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오후 2시부터 초록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증언을 이어가던 김 씨의 말을 ‘잠시만요’로 멈춘 조 부장판사의 ‘경고’가 등장한 사정은 이렇습니다.
 

 

● “너 이거 걸리면 네 명 다 죽어”라며 건넨 5억 원? 

김 씨는 이날 법정에서 2021년 1월 31일 자신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5억 원을 전달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5억 원 중 1억 원은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다는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한 ‘호의’였고, 4억 원은 남욱 변호사에게 빌린 3억 원과 이자 성격의 1억 원이 합쳐진 ‘화해 성격’의 돈이었다는 겁니다.

당시 남 변호사와 김 씨는 사업 과정에서 갈등을 겪어 서로를 차단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돈도 갚고 화해까지 하기 위해 유 전 직무대리를 통해 남 변호사에게 4억 원을 건넸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인 겁니다.

하지만 김 씨 증언과 다르게 정영학 회계사는 13일 법정에 출석해 ‘2021년 2월 1일 김 씨가 전날 유 전 직무대리에게 5억 원을 줬다고 했다’는 취지로 증언합니다. 남 변호사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음파일에는 김 씨가 유 전 직무대리에게 “가져가는데 걸리지 않게 가져가야지(라고 했다)”라며 “너 이거 걸리면 네 명(김 씨 증언에 따르면 유동규 정영학 남욱 김만배) 다 죽어(라고 말했다)”고 알려주는 대목도 포함돼 있습니다.
 

증인에 따라 5억 원의 의미가 이토록 달라진 것입니다. 조 부장판사는 “(돈의 성격이) 화해의 제스처인데 남 변호사가 죽는다는 게…. (증언을) 만들어내지 마시고 본인 혐의와 관련된 부분이 상당해 진술이 어려우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맞다”고 점잖게 꾸짖었습니다. 

 

● 이재명 경선자금 명목 20억 원 요구 놓고 엇갈린 증언

얼마 지나지 않아 조 부장판사의 두 번째 ‘경고’가 다시 김 씨를 향합니다. 이번에는 김 씨가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20억 요구’에 대한 진술을 이어가던 때였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선자금 성격으로 김 씨가 20억 원을 요구받았다는 증언은 지난 달부터 세 차례에 걸쳐 대장동 관련 재판에 등장했습니다. 지난달 28일에는 김 전 부원장 재판에서 남 변호사는 “유 전 직무대리가 3월 경에 경선을 하는데 20억 원을 구해줄 수 있는지 (증인에게) 물어봤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정 회계사도 13일 진행된 김 전 부원장 공판에서 “증인은 김 씨가 시장실이라고 불리는 경기도청에 가서 정 전 실장으로부터 현금 20억 원을 달라는 요구를 받고 ‘욕 나올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고 진술한 적 있냐”는 검찰 물음에 “그렇다”고 했습니다.

18일 진행된 정 전 실장의 뇌물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 전 직무대리도 “정 전 실장이 20억 정도 준비 좀 해달라고 하라고 요청해서 내가 김 씨에게 그 부분을 전달했는데 김 씨가 부정적으로 얘기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이 같은 ‘20억 요구’를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정 전 실장에게는 20억 원을 달라는 요구를 받은 사실이 없고, 유 전 직무대리가 2020년 5~6월경 이 대표의 대선 경선자금으로 20억 원을 요구하자 “‘나 거기다(정치판) 끌어들이지 마라. 니네 대장(이 대표) 죽을지 살지도 모르는데 무슨 대선 준비냐’고 답했다”고 했을 뿐입니다.

검찰이 정 회계사의 진술을 언급하며 다시 한 번 정 전 실장의 20억 요구 사실을 기억하냐고 묻자 김 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고, “증인이 20억을 요구받았다고 한 것 같다”고 또 한 번 묻자 김 씨는 “제가 하도 거짓말을 많이 해서”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러자 조 부장판사는 다시 한 번 김 씨의 말을 자르고 검찰 측에 “법정에서 수사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증거들이 증인의 증언과 사뭇 다른 것이 많다. 증인이 그 부분을 디펜스(방어)하는 게 ‘그건 허언이었다’인데 합리성 있게 답하면 좋겠다”고 지적했습니다.
 

 

● 김만배 증언에 ‘송곳 검증’ 나선 재판부

 ▲권순일 전 대법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진행 당시 권순일 전 대법관의 방에 수 차례 드나든 경위에 대한 재판부의 ‘송곳 질문’ 공세도 이어졌습니다.

김 씨는 당시 권 전 대법관을 찾아간 이유에 대해 당시 법률신문 인수와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회장 소개를 부탁하고, 권 전 대법관이 쓰고 있던 책과 관련해 기획과 제목, 순서 등을 상의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는데요.

“(방문 당시) 이 대표 사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는 것인가”라는 검찰의 질문에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법조 기자를 20년 해서 대법원 특성을 잘 아는데 대법원 출입 기자가 대법원에 근무하는 고위 법관에게 그런 말씀을 드리는 자체가 부적절해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김 씨가 법률신문 사장과 회장을 소개 받은 시점이 언제였는지를 확인했습니다. 김 씨가 2021년에 대한변협 회장에게 법률신문 사장과 회장 소개를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하자 재판부는 “2021년에 매각 의사 확인을, 그것도 사장을 만나 거절당했는데 2020년에 권 전 대법관을 찾아 인수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냐”고 되물었습니다. 김 씨는 “그 전부터 법률신문이 시장에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답했습니다.

재판부는 권 전 대법관이 발간했다는 책(‘공화국과 법치주의’)은 대법관 퇴임 때 판례를 모아 발표한 책인데 김 씨가 어떤 도움을 줬다는 것인지도 물었습니다. 김 씨는 “그분이 이야기 하면 저는 이런 방식으로 가는 게 좋겠다, 순서는 이렇게 가는 게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김만배 “나이 50가까이 돼서 의형제?” 

김 씨는 이날 법정에 출석해 지금까지 자신과 관련돼 쏟아져나온 증언의 상당 부분을 부인했습니다. 남 변호사가 김 전 부원장, 정 전 실장, 유 전 직무대리와 김 씨가 4명이서 식사하며 의형제를 맺었다는 말을 김 씨로부터 들었다고 한 증언에 대해서도 “그건 남 변호사의 생각”이라며 “나이 50 가까이 돼서 의형제 맺는 게 쉽나요”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가 유 전 직무대리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 3명과 다른 태도를 취하며 혐의를 부인하다보니 진술이 꼬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대장동 본류 재판의 시계가 재판부 교체에 따른 ‘공판갱신절차’로 두 달 가까이 멈춰 있는 동안 대장동 사업 관계자들을 둘러싼 재판은 이처럼 바쁘게 돌아갔습니다. 17일 마지막 공판갱신절차를 끝낸 대장동 재판은 26일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됩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제42화〉“이건 역사에 남을 것”…유동규, 법정서 “정진상 씨!” 소리친 사연은?

“거짓말을 할 것 같으면 할 수 있지만 거짓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건 역사에 남을 겁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등 혐의 재판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언성을 높였습니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이 자신의 진술 신빙성을 연달아 지적하자 격분한 겁니다.

지난달 18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 6회 공판에서 유 전 직무대리는 2014년 4월경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받은 1억5000만 원을 정 전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거주지로 찾아가 5000만 원, 1억 원으로 나눠 각각 전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유착해 2억4000만 원의 뇌물과 대장동 개발 특혜 대가로 사업 지분 일부(428억 원)를 제공받기로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 “그건 모독이야. 정진상 씨! 이렇게 해서 되겠어?” …고성 오간 정 전 실장 뇌물 공판

이날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한 증인 신문에 나선 정 전 실장 측은 유 전 직무대리가 돈의 출처와 담은 물건, 건넨 장소 등을 놓고 증언이 번복되는 점을 집중 질문했습니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돈을 담은 게) 2014년도 검은색 비닐봉투라고 이야기했는데 2019년도에도 검은색 비닐봉투인가 그냥인가?”라고 물었고 유 전 직무대리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왜 의심이 가냐면 2014년에는 생생하게 진술하는 것처럼 검은색이라고 하다가 이후 진술에서는 검은색이 사라져서 묻는다”고 집중적으로 질문했습니다. 그러자 재판장이 나서 “기억이 안 나면 안 난다고 말하라”고 말했고 이에 유 전 직무대리는 “그게 아니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어진 신문에서 변호인 측은 “아파트 5층 정진상 주거지에서 1층 현관 앞으로, 편의점 비닐봉투에서 줬다에서 쇼핑백에 들어있다고 변경됐는데 이렇게 바뀐 이유가 뭡니까?” 라고 묻자 유 전 직무대리는 “여러 상황이 있었고 과거라서 일부분 끄집어내서 말하는 게 쉽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심적으로 힘들었다는 진술을 이어가던 유 전 직무대리는 계속된 변호인들의 추궁에 “정진상 피고인을 변호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서 노력하는지 알겠지만 내가 검사들과 맞췄다면 조서에 빈틈이 없지 않겠느냐”며 “변호사에게 묻겠다. 3주 전, 4주 전 주말에 무엇을 드셨느냐”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장하얀 기자

 

〈제43화〉‘수사기록만 20만 쪽?’ 막 오른 이재명 대장동 재판…1년 반 만에 새 국면 맞이하는 대장동 재판의 변수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월부터 1년 5개월째 진행되고 있는 대장동 재판은 이달부터 새 국면을 맞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에 대한 재판이 이달 11일부터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사장 직무대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 등이 ‘대장동 5인방’으로 불렸고, 이들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으로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를 이어온 끝에 올해 3월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관여한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고, 이에 따른 재판이 시작되면서 이제 이 대표가 대장동 5인방에 앞서 의혹의 최정점에 서게 된 것입니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 9606억 원 중 7886억 원을 민간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도록 다양한 특혜를 주는 구조를 설계하고 공공이 가져갈 수 있는 4895억 원의 개발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한 주체가 이 대표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인수 후 운영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인허가 이슈가 있던 관내 기업들을 접촉해 총 133억5000만 원의 뇌물을 받는 대가로 용도 변경, 용적률 상향 등의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 “대장동·위례 사업은 유동규가 한 것” 책임 부인한 李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뉴스1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대표 측은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향후 심리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서 변호인이 나와 이 대표의 입장을 대신 전했습니다.

대신 이 대표 측은 “대장동·위례 사업 관련해서는 유 전 직무대리 등이 민간업자와 결탁해 일어난 것”이라며 모든 책임을 유 전 직무대리에게 전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의 번복된 진술에 기초해 피고인과 공모한 것처럼 주장하지만 언제 어디서 공모했는지 등 중요 내용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유 전 직무대리는 최근 이어진 재판에서 내내 이 대표를 대장동 의혹의 실질적 총책임자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둘 중 한 명은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부인도 이어갔습니다. 이 대표 측은 “성남FC는 일반 시민구단처럼 조례에 의해 설립된 산하기관으로 성남시에서 운영비를 책임진다”며 “시장직에서 물러나면 구단주 지위에서도 물러나기에 사유화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검찰은 수백명 인력을 동원해 수백 회나 압수수색을 했지만 피고인이 단 한 푼이라도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성남 FC 관련 ‘정치적 이익’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논리로 이재명을 얽으려고 하는데 검찰 스스로 무리수임을 잘 알기 때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수사기록만 400권 달해…재판 최소 1~2년 걸릴듯

이날 혐의와 별개로 쟁점이 된 건 재판 계획이었습니다. 이 대표 측과 함께 기소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측은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 및 관련 증거가 너무 방대하다며 재판부에 충분한 자료검토 시간을 달라고 강하게 요청했습니다.


이 대표 변호인은 “현재 수사 기록이 대장동 관련 200권, 위례신도시 관련 50권, 성남FC 관련 100권 등 400여 권이고, 한 권에 500페이지면 쪽수로는 20만 페이지에 달한다”며 “기록 복사에만 여러 달이 걸려, 이후에 변호인의 의견을 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 전 실장의 변호인도 “(수사기록) 페이지가 20만 쪽이라, 복사비만 1000만 원에 달해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검찰은 “자료가 방대한 건 맞지만, 자료 권수가 많지 적은 쪽수로 구성됐다. 진술 증거만 하면 그리 많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변호인 측 직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3명이 와서 복사한다. 지난번에도 다른 업무가 있다면서 갑자기 오지 않았다”며 오히려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측이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려 한다는 의심을 내비쳤습니다.

이 사건의 재판은 재판부에서도 1~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날 정 전 실장측 변호인은 대장동과 위례신도시, 성남FC 건과 관련해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기록 검토에만 1년 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재판이 1~2년 이상 진행될테니 모든 기록을 파악하고 진행하는 것보다는 1년 이상 (재판이) 진행되면 그 사이에 (남은 기록 등을) 파악하면 될 것 같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 8배로 커진 배임액, 난처한 재판부

그런데 대장동 개발 특혜와 관련된 이 대표의 재판이 최근에야 본격화되면서, 기존에 1년 5개월 가량 재판을 진행해온 법원 역시 난처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검찰이 올해 3월 이 대표를 과정에서 대장동 5인방 사건 등 기존 대장동 관련 사건의 혐의 사실도 대폭 변경됐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2021년 11월 대장동 5인방을 기소할 당시 이들의 공소장에는 배임액으로 ‘최소 651억 원’이 적혔습니다. 하지만 추가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올해 이 대표를 기소할 때는 배임 액수를 4895억 원으로 재확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달 28일 대장동 본류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에 공범인 이 대표의 기소 혐의를 반영해 대장동 5인방의 공소장을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15일 김만배 씨 등 대장동 5인방에 대한 94차 대장동 공판에서 이 재판부는 이같은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재판부는 “1년 이상 심리한 기본 구조나 사실관계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내용은 아니지만 추가된 사실이나 공소사실 자체가 상당히 방대한 양”이라며 “다른 재판부 결과나 판단에 서로 영향을 받는 측면이 있어 고민이 많아진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대장동 관련 재판은 여러 갈래로 쪼개진 상태입니다. 각각 증인과 피고인이 겹치는 경우도 많아서 일정 조율도 쉽지 않습니다. 이 대표 사건은 같은 법원 형사합의33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 전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뇌물 등 혐의에 대한 재판은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에서, ‘대장동 판박이’로 불리는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은 형사1단독(부장판사 김상일)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 정진상, 유동규 진술 신빙성 흔들기에 주력 

한편 뇌물 수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진상 전 실장 측은 날선 증언을 이어가고 있는 유 전 직무대리의 증언 신빙성을 깨트리는데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심리로 열린 정 전 실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사건 공판에서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사건 초기 혐의를 부인하던 유 전 직무대리가 지난해부터 진술을 바꾼 이유를 따져 물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의 조서에 ‘검사님에 대한 믿음이 생겨서 진술을 번복했다’는 취지의 발언이 적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유 전 직무대리는 “어떤 경우에도 꺾이지 않고 수사할 사람이 아니면 얘기해 봐야 저만 손해라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참고 있었다”며 “그러다 검사에게 ‘다 수사할 자신 있냐’고 묻자 (검사가) ‘그러려고 내가 (수사)한다’고 답했다”며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정 전 실장 측이 계속해서 자신의 검찰 진술 번복 내용을 파고들며 신빙성을 흔들자 “안 하려 했는데 정진상 반대신문을 해서 어떤 놈인지 다 밝힐 것이다. 술집 가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 밝힐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정 전 실장 측의 신빙성 공격은 재판부에 ‘범죄 혐의가 의심의 여지 없이 소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조금이라도 무죄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생각되면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유 전 직무대리의 건강 문제도 재판의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연이은 재판에 피고인, 증인 등으로 잇달아 출석하고 있는 유 전 직무대리는 최근 법정에서 거듭 호흡곤란과 가슴 통증 등을 호소했고, 재판부는 유 전 직무대리의 건강을 고려해 휴정을 하거나 증인신문을 일찍 마치기도 했습니다. 19일 예정됐던 정 전 실장의 뇌물수수 혐의 등 공판 역시 유 전 직무대리의 건강 문제로 이달 30일로 연기됐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된 2차 공판 준비기일은 방대한 기록 검토 등에 시간이 필요해 다소 늦은 7월 6일에 진행됩니다. 대장동 5인방에 대한 대장동 본류 재판은 다음달 5일 진행되고, 이날 공소장 변경 여부 등이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

 
 

〈제44화한 달 만에 법원 출석한 이재명, 직접 증인 신문…‘시장실 토론’ 자화자찬도

“물어볼까 말까 했는데 잠깐 물어보겠습니다. 증인(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아까 문자 메시지 보내기만 했는데 받은 게 없다고 하셔서. 제가 이 문자를 확보하고 있는데 다시 한 번 물어볼게요. 증인이 유한기(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한테 문자를 보낸 게 2021년 11월 5일. 아침 7시 40분이네요. 문장 내용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한 달 만에 법정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2일에도 증인을 직접 신문하는 ‘플레이어’로 나섰습니다. 4월 28일 유동규 전 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증언에 질문을 이어가며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던 것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이날 이 대표는 황 전 사장을 상대로 ‘유한기 전 본부장에게 문자를 받은 적 있지 않냐’며 신문했습니다.

이 대표의 신문 첫 마디는 지난 번과 비슷했습니다. 지난 공판에서 유 전 직무대리에게도 “웬만하면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죠?”라며 신문을 시작했는데, 이번에도 망설임 끝에 입을 뗀다는 듯이 “물어볼까 말까 했는데 잠깐 물어보겠다”며 황 전 사장에 대한 신문을 시작한 겁니다.
 

 

● 피고인에서 ‘플레이어’로 나선 이재명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는 정민용 변호사와 황 전 사장, 한국리모델링협회 관계자 등 고 김문기 전 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알던 사람들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날 정 변호사에 이어 두 번째 증인으로 법정에 선 황 전 사장. 황 전 사장은 이 대표가 사퇴를 종용했다고 생각해 사직서를 냈다는 이른바 ‘사퇴 종용 논란’의 당사자입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황 전 사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문자를 받은 적이 있었다며 문자메시지 내용을 읊기 시작합니다.

“문장 읽어줄 테니 기억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황 사장님 정말 이상합니다 왜 사장님 퇴직 문제를 대장동과 엮고 언론플레이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중략) 이걸 답장으로 9시 42분에 보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지만 황 전 사장은 당황하며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이 증거는 미리 제출되지 않아 재판부에 의해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검찰은 “(이 문자가) 어떤 경위로 확보된 것인지 밝혀달라”고 말했고 재판부도 그 문자를 왜 이 대표가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긴 하다며 속내를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생전 아는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이고, 이 지인을 알고 있어 메시지 내용을 입수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재판을 마치기 전 검찰이 다시 한 번 자료의 출처와 입수 시기, 방법까지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료 출처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일상적으로 하기 때문에 다들 너무 두려워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보를 받는데 저희가 압수수색 대상이 될 거란 두려움이 있어 밝히기 어렵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출처까지는 밝히지 못해도 입수 경위를 알려달라고 말하고 재판을 마무리했습니다.
 

 

● 이재명,“시장실서 토론은 유일하지 않았냐” 

2일까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은 모두 일곱 차례 진행됐습니다. 3~4월 열린 공판에서 이 대표는 단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4월 28일 6차 공판에서 유 전 직무대리를 직접 신문한 것을 계기로 이 대표는 2일 재판에서도 또다시 증인을 향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황 전 사장뿐만이 아닙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공사 관계자 A 씨에게도 이 대표는 직접 신문을 이어갔습니다. 이 대표는 A 씨가 1공단 공원화와 관련한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자 A 씨의 공직생활 기간을 묻더니 A 씨가 근무하던 십수 년 동안 시장실에 여러 부서가 모여 논쟁하고 토론을 한 것은 자신이 시장일 때가 유일하지 않았냐고 물었습니다.

A 씨는 “후임 시장의 경우 본청에 없어서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모른다. 시장님(이재명)이 계셨을 때는 토론을 좀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또 다시 이 시기 토론의 이례성을 강조하고 나섭니다. 이 대표가 “이례적인 모습인데 그건 맞지 않냐. 많은 부서가 모여 합동 토론하는 게 자주 있는 건 아니지 않냐”고 묻자 A 씨는 “전임 시장 때 들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답변했습니다.

 

● 김문기-이재명, 2017년 직접 통화 증언 나와

▲정민용 변호사가 지난달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재판에서 정 변호사는 김 전 처장에 대한 이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언을 내놨습니다. 이 대표는 2021년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자인 김 전 처장을 알면서도 “모른다”고 언론사 인터뷰 등에 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는데요. 정 변호사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3월 7일경 기자회견 직후 ‘기자회견 전 이 대표가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김 전 처장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당시 대장동 개발이익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개발이익인 5503억 원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김 전 처장이 만들었는데, 기자회견장에서 대기하던 중 김 전 처장이 직접 정 변호사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 대표가 한 방송에서 “(김 전 처장을) 시장 재직 시절에는 몰랐고 (2018년) 경기도지사가 된 후 알게 됐다”는 말한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언입니다.

정 변호사는 검찰의 “(김 전 처장이) 이 대표 캠프와 협력해 (대장동 사업 관련) Q&A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그건 2021년 대선 준비 당시를 말하는 건가. 9~10월 경?”이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성남시장 재직 당시부터 이 대표를 알고 지내던 김 전 처장이 대선 준비 때까지도 이 대표에게 협력하는 관계였다고 말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또 “(김 전 처장이) 상급자여서 궁금한 사항이 있거나 법적 문제의 해석을 놓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첫 공판에서 검찰이 제시했던 증거 속 영상에서 이 대표가 “시장 때 (김 전 처장을) 만난 기억은 제 기억에 없는 거예요. 하급 실무관이었으니까요”라고 말한 것과 대비되는 내용입니다.
 

 

● 검찰, “김용, 증거 조작 의심 사정 발생”

한편 지난 2주 동안 대장동 관련 재판은 잠시 ‘멈춤’ 상태였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가 몸상태를 이유로 법정에 출석하지 못하면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재판이 연기됐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증인신문 일정도 변경됐습니다.

최근 김 전 부원장의 재판에서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의 증거 조작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을 지낸 이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2021년 5월 3일 오후 3~4시경 김 전 부원장과 수원컨벤션센터 집무실에서 업무를 의논했고 이를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해뒀다고 증언한 뒤 재판부의 요구에도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자 이 전 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습니다.

하지만 압수수색 현장에서도 이 씨가 휴대전화의 행방을 모르겠다고 답하자 이를 두고 검찰은 “김 전 부원장 보석 전후로 증거조작이 의심되는 사정이 발생한 것은 필요적 보석 예외 사유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김 전 부원장의 보석이 취소돼야 한다고 압박한 것입니다.

이에 김 전 부원장 측은 검찰의 의견서가 부적절하고 증거인멸 시도가 없었다고 항변했습니다.

다음주에는 다시 대장동 본류재판 등이 재개됩니다.

 

2023-06-17

〈제45화〉이재명 향해 유동규 “‘김문기 안다’고 해도 되는데 왜 유가족 가슴에 못 박을까”… 반박 없던 李

“매우 이례적이라고 생각 안 합니까? 증인하고 논쟁, 토론할 일 아니었을 것 같은데.”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이 대표는 정민용 변호사가 2017년 6월 12일 대장동 사업의 배당 이익 관련 결재를 받을 때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과 함께 전 처장과 동행했다고 하자 이 같이 말했습니다. 굳이 두 사람에게 관련 보고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대표는 이날 지난 공판에 이어 또다시 직접 증인 신문에 나섰습니다. 이날 정 변호사는 당시 자신이 김 전 처장과 함께 배당이익의 현금화에 대한 보고를 위해 직접 시장실로 보고서를 가져갔고 이 대표가 해당 보고서에 동그라미를 치며 이야기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에 이 대표는 “이미 정해진 거라 (서류가) 책상으로 오는데 굳이 증인을 불렀다는 거냐”고 반문했고 정 변호사는 “부르셔서 마지막에 결재 받았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동그라미 안 쳐진 상태로 갖고 들어간거라고요? 말이 이상하지 않나요?”라며 “(미리 서류를) 비서실 갖다줬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증인이 갖고 들어갔다고 했잖아요. 아까 얘기하고 다른 것 맞죠? 네, 됐어요”라며 정 변호사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질문을 끝냈습니다.

하지만 이날 공판에서 이 대표가 주장하는 것처럼 비서실에 갔다줬다는 서류와 정 변호사가 직접 들고 갔다고 주장하는 서류가 같은 것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 유동규 “이재명 쪽에 정보를 많이 줬는데… 오해를 살 부분도 있어 심적 부담이 컸을 것”

오후 재판에는 유동규 전 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이날도 호주 출장 당시 낚시와 골프 일정처럼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서로 아는 사이였다는 것을 구체화하는 진술을 이어갔습니다.

 

신문 과정에서 유 전 직무대리에게 검사가 “증인은 이재명이 김문기를 모른다는 발언이 거짓말이라는 건데. 거짓말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었고, 유 전 직무대리는 “모면하기 위해서”라고 답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가 보기에 이 대표가 대장동에 본인이 관련돼 있다는 오인을 받는 것 자체가 싫기 때문에 전체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이 사람(김 전 처장) 몰랐다고 하고 있다는 겁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또 검찰이 “김문기가 왜 극단적 선택 했다고 보냐”고 묻자 “(김 전 처장이) 이재명 쪽에 정보를 많이 줬다”며 “민감한 시기에 경기도청에서 연락이 와서 ‘대장동 사업은 아무 문제 없다’는 서류 만드는 것을 도왔다. 심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전 처장은 이 대표가 대선을 준비할 당시인 2021년 9~10월경 캠프와 협력해 대장동 사업 관련 Q&A를 만들었는데 ‘대장동 개발은 모범적인 공익사업’이라는 취지로 설명돼 있습니다.

이에 이 대표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대표)은 대장동 사업이 본인 최대 치적이라고 당시에 홍보했는데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뭔가를 부인하기 위한 말을 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답변했습니다. 그러자 유 전 직무대리는 “저는 이재명 시장을 오래 봤고 보고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웠던 게 당시에 그냥 ‘김문기 안다’고 하시고 그냥 ‘안타깝다’라고 해도 될 텐데. 왜 유가족 가슴에 못 박는지. 왜 저랬을까. 납득이 안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재판이 끝날 무렵 이 대표는 발언권을 얻어 유 전 직무대리를 직접 신문했습니다. 이 대표는 유 전 직무대리가 김 전 처장과 함께 수차례 자신에게 대면 보고를 했다는 그간의 유 전 본부장 진술에 대해서 “상식적으로 시장한테 기획본부장과 보고를 갔다면 당연히 업무일지에 있어야 하는데 기록이 없다”고 추궁했습니다. 그러자 유 전 직무대리는 “그건 저도 모른다”고 답했다.
 

 

● 정진상 변호인단 “유동규 진술 믿을 수 없다”며 장외 여론전

 ▲이건태 변호사 등 정진상 전 실장 측 변호인단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유동규 증인신문 및 사건 병합에 대한 변호인단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같은 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서관 입구에서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변호인단이 기자들 앞에 나섰습니다. 재판이 없는 날에도 뇌물수수 혐의 사건 핵심 증인인 유 전 직무대리 진술의 신빙성을 지적하며 법정 밖 ‘장외 여론전’을 펼친 겁니다.

변호인단은 “거의 유일한 증거인 유동규의 진술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가 검찰의 공소사실에 맞춰 증언을 수차례 바꿨다며 검찰이 ‘불법 면담조사’를 통해 진술 변경을 유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영장 단계에서 검찰은 완벽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 와서 증거 다 열어보고 유동규 반대신문 해본 결과 그건 ‘뻥카’였다. 매우 실망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정 전 정무실장 재판이 이 대표 배임 재판과 병합된 것에 대한 불쾌감도 드러냈습니다. 그동안 재판을 진행하며 자신들이 유 전 직무대리 진술의 신빙성을 흔드는 신문으로 재판부에 상당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했는데 이것이 백지화됐다는 겁니다.
 

 

● 이재명 대표와 함께 재판 받게 된 정진상

정 전 정무실장 측이 유감을 표시한 재판부 재배당은 언제 어떤 이유에서 이뤄졌는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 전 정무실장 뇌물 혐의 공판에서 재판부는 이 부분을 같은 법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로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조 부장판사는 “형사33부와 재판 일정을 논의하다 보니 (그대로 가면) 정진상 씨가 일주일 내내 법원에 나와야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며 재배당 이유를 밝혔습니다.

형사합의33부는 이 대표의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재판을 진행 중입니다. 이 사건에서 정 전 실장이 공동 피고인인 만큼 별도로 심리하던 정 전 정무실장 뇌물 혐의도 함께 같이 다루게 된 겁니다.

이에 따라 형사합의23부에선 함께 기소된 유 전 직무대리만이 남아 나머지 재판이 이뤄지게 될 예정입니다. 해당 사건은 유 전 직무대리의 자백에서 시작됐고 매 회 법정에서 유 전 직무대리가 거의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속도가 낼 것으로 보입니다.
 

 

● 대장동에서 위례신도시까지 수사 확대되자 법원도 결국 교통정리 나서

 

법원이 재판부 합의를 통해 사건을 재배당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올해 3월 검찰이 이 대표를 추가 기소하는 과정에서 기존 사건의 혐의 사실이 대폭 변경됐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재판부가 다뤄야 할 범위가 기존 대장동 관련 혐의에서 위례신도시 의혹까지 넓어진 겁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4인방이 먼저 기소된 대장동 본류 사건 재판을 진행하던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고심 끝에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2일자로 허가했습니다. 김 씨를 비롯한 대장동 일당이 받는 배임 혐의 액수가 ‘651억 원’에서 ‘4895억 원’으로 변경된 건데, 이는 3월 이 대표 기소 때 검찰이 적용한 액수와 같습니다. 공범 관계를 의심 받는 양쪽의 배임 액수가 일치하게 된 겁니다.

이준철 부장판사는 “변경된 공소사실 따르면 기존에 한 1년 6개월간 해왔던 증거조사, 증거 포함되지 않은 사실 관계, 그 사실관계 확인 위한 증거조사 절차 필연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공소장 자체도 15쪽에서 65쪽으로 늘어났고, 배임 추정 액수도 커진 만큼 재판이 더 길어질 것이란 의미입니다.

이에 법원이 사건을 일부 재배당했습니다. 관련 사건의 증언과 쟁점이 반복되고, 증인과 서증의 중복, 피고인과 증인의 겹치기 출석으로 인해 방어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재판부와 피고인들의 계속된 민원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 겁니다.

16일 기준 서울중앙지법에서 심리 중인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 재판은 크게 세 갈래로 정리됩니다. 형사합의22부는 대장동 본류 재판을, 형사합의33부에서는 이 전 대표와 정 전 실장의 혐의를 집중 심리합니다. 형사합의23부는 김용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재판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21일에는 아직 병합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대장동 5인방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두 번째 공판기일이 형사합의22부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23일 금요일에는 같은 재판부에서 대장동 본류 배임 혐의 공판이 진행됩니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