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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2023-05/ 05-01(월) 尹 방미 성과 구체화 위해 통합·소통 리더십 보일 때다 - 05.31 尹,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안 재가...후임에 이동관 前 수석 유력

상림은내고향 2023. 5. 30. 20:40

바른소리 2023-05/

05-01(월) 尹 방미 성과 구체화 위해 통합·소통 리더십 보일 때다

윤석열 대통령은 곧 취임 1주년(오는 10일)을 맞는다. 그러나 국회를 장악한 야당이 대선 패배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면서, 국내 정치는 갈수록 거칠어진다. 이런 시점에 이뤄진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은 단순한 정상외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선, 더불어민주당과 북한·중국·러시아는 폄훼하거나 반발하지만, 대한민국 안보의 토대인 한미동맹을 정상화했다. 특히 ‘워싱턴선언’은, 재래식 전쟁을 전제로 70년 전에 체결된한미상호방위조약을 북핵 위협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국력에 걸맞게 우크라이나·대만 문제까지 포괄하는 글로벌 가치 동맹으로도 확장했다.

지난 30일 오후 귀국한 윤 대통령 앞에는 이런 성과를 구체화하기 위한 과제가 놓여 있다. 국론 결집을 통한 국가 에너지 극대화가 시급하다. 윤 대통령이 국민과 국회를 상대로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 이유다. 무조건 비판하는 세력을 극복하는 일도 대통령 몫이다. 마침 취임 1년이라는 시의성에 더해 민주당 원내대표도 바뀌었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퍼주기 외교’ 식의 극단적 비판을 쏟아냈다. 가짜 뉴스 유포도 서슴지 않았다. 야당이 그럴수록 그만큼 더 대국민 설득이 중요해진다.

첫째, 방미 성과를 진솔하게 설명해야 한다. 자화자찬이나 부풀리기 인상을 줘선 안 된다. 둘째, 여러 불법 혐의에 둘러싸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은 어렵겠지만, 국회 지도부와의 대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적 반대 세력과의 소통에도 나서야 한다.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는 상대적 합리성을 인정받는 만큼, 야당이 수용할 적절한 격식을 갖추면 성사될 수도 있다. 그래야 각종 개혁도 가능하다. 셋째, 수출 부진과 무역수지 적자 등을 해소하기 위해 반도체·배터리와 관련된 후속 협상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넷째, 지지율 회복을 위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이 미국에서 보였던 미소와 유머, 겸손한 언행이 국내에서도 이어지면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째, 국정 효율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적 쇄신도 필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5-01 尹의 동맹 복원, 文의 종북 미련

이제교 정치부장

워싱턴 선언은 균형 외교 종언
동북아 안보 새 시대로의 진입
文, 이념에 갇혀 종북친중 고집

尹, 핵우산 강화로 美에 밀착
북핵 위협과 미중 경쟁 속 결단
핵 주권 포기 비판은 어불성설

한국시간으로 4월 27일 발표된 워싱턴 선언은 균형외교의 종언을 알리는 포고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출범을 선포했다.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대만해협 평화·안정 및 인도·태평양지역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을 규탄했다. 일본을 의미하는 ‘유사 입장국’과의 협력도 약속했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렇게 미국 쪽으로 바짝 밀착한 적은 없었다. 한국은 북·중·러 전체주의 블록의 반대편에 섰다. 동북아 안보의 새 시대 진입이다.

같은 날 서울에서는 ‘판문점 선언 5주년 학술회의’가 열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서면 기념사에서 “판문점 선언은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평화의 이정표”라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중·러와도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약속했다. 화기애애한 도보다리 회담 장면도 전 세계로 송출했다. 지금 판문점 선언은 휴지 조각이 됐고, 북한 핵무기는 실전 배치 단계까지 왔다. 아는지 모르는지 문 전 대통령은 “남과 북, 국제사회가 긴장 해소에 나서길 바란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말을 늘어놓았다.

진보 좌파 진영이 그렇듯, 문 전 대통령의 현실 외면은 놀라울 정도다. 경남 양산에서 그가 최근 문 연 평산책방 첫 개점 행사는 ‘아버지의 해방일지’ 저자인 정지아 작가와의 만남이었다. 작가는 장례식 조문객을 통해 실제로 빨치산 남부군 활동을 했던 아버지의 삶을 추적해 간다. 이념과 현실의 문제를 끈적한 남도 사투리와 세련된 구성으로 삶에 연결지으며 정치적 논쟁을 피하고 화해를 모색한다. 하지만 조국통일과 민족해방 외침을 잊지 못하는 사회주의자의 절절한 열망은 곳곳에 배어 있다. 문 전 대통령 의식의 중심에 뭐가 자리 잡고 있는지 유추해 볼 수 있는 단면이다. 창원 간첩단 사건이 말해주듯 ‘혁명가’들이 곳곳에 건재하다. 한국은 중국의 눈치를 항상 봤다. 뼛속에 사대의 유전자가 박혀 있는지 중국 앞에만 가면 작아졌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베이징대 연설에서 “중국은 큰 산, 우리는 작은 봉우리”라며 머리를 조아리지 않았던가. 문 정권의 친중 노선은 초강대국 미국에 한국이 동맹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그러지 않아도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으로 호구 고객, ‘호갱’ 대접을 받는다는 불쾌감을 떨칠 수 없던 터였다. 한미동맹이 70년을 맞는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구소련은 망했어도 사회주의자는 패배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한국 외교의 판을 뒤집었다. 5박 7일 방미길에서 오랫동안 길들어져 뛰쳐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던 균형외교의 울타리를 부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출간을 앞둔 ‘대한민국 생존전략’에서 “미국은 한국이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건설적 관계를 맺는 것을 이해할 것”이라고 호소하지만, 패권 경쟁에 나선 강대국 틈에서 양쪽 모두와 좋은 관계를 영원히 유지할 수는 없는 법이다. 역으로, 중국이 북핵 위기에 처한 한국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탈냉전을 끝내고 신냉전에 들어선 역사는 이제 한쪽 편에 서야 할 시점이라고 얘기한다. 그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워싱턴 선언은 요술램프에서 불쑥 튀어나오지 않았다.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라 한국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생존 방법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처럼 일각에서 제기하는 ‘핵주권 포기’ 비판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흰소리다. 전술핵 재배치나 핵무장 추진은 핵확산금지조약(NPT) 붕괴는 물론 미·러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을 무효로 만들 수 있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선택지에 없었다. 확장억제, 즉 핵우산의 강도 확대와 명문화 방식이 관건이었다. 북한과 중국의 반발에 대응하려면 한국은 NCG 한미일 확대 카드도 손에 쥐고 있어야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나토정상회의에서 이를 확인했다.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3월 강제징용 해법을 들고 일본 도쿄로 갔던 이유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이 지난 1년간 작성한 대한민국 안보일지인 셈이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일은 냉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문화일보

 

05.02  1인당 소득 대만에 뒤져, 정신 못 차리면 격차 더 벌어질 것

 지난해 대만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3만2811달러로, 한국의 3만2237달러를 18년 만에 넘어섰다고 대만 통계처가 발표했다. 7년 전인 2015년만 해도 한국(2만8740달러)이 대만(2만2750달러)보다 20%나 많았지만 대만이 빠른 속도로 추격하면서 짧은 기간 안에 역전당했다.

 

희비를 가른 것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격차였다. 인공지능·빅데이터·자율차 등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세계 반도체 산업의 중심이 메모리에서 파운드리(위탁생산)로 재편됐는데,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이 흐름에 잘 올라탔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이 56%까지 올라가며 시가 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여기엔 반도체를 국가 안보 문제로 접근한 대만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이 한몫을 했다. 정부가 나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용수·전력 공급망을 구축했으며, 매년 550명의 석·박사급을 배출하는 인재 양성 시스템을 만들었다. 대만 정치권도 반도체 지원에 관한 한 여야가 따로 없다. 작년 11월엔 반도체 신규 투자의 25%를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반도체법을 통과시켰다.

 

반면 한국에선 지원은커녕 반도체 기업을 번번이 발목 잡는 일이 벌어져 왔다. 삼성전자가 평택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지어 놓고도 송전선 연결이 5년이나 지체되고,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는 토지 수용 지연 등으로 착공이 3년 늦어졌다. 반도체 세액 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법안도 국회에서 오랫동안 발목 잡혀 있다가 최근에야 통과됐다.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데 대만은 3년, 한국에선 8년이 걸린다고 한다. 어떻게 경쟁에서 이기겠는가.

 

대만의 해외 진출 기업은 연 평균 70여 개꼴로 대만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반기업 규제와 강성 노조에 시달리는 한국 기업들은 국내 U턴은 커녕 해외투자를 더 늘리고 있다. 최근 10년간 제조업 연평균 성장률은 대만(5.5%)이 한국(2.8%)의 2배 수준이다. 한국 경제는 대만에 비해 성장률(1.6%대 2.1%), 경상수지 흑자 비율(2.6% 대 11.8%), 소비자 물가(4.2% 대 2.4%) 등 대부분 지표에서 뒤처졌다. 정부와 정치권, 산업계 모두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5-02 양 노총의 “탄압” 궤변에 밀려 노동개혁 멈춰선 안 된다

근로자의 날이던 1일 양대 노총이 각각 서울 도심과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을 비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양경수 위원장은 “윤 정부 1년은 공포정치를 통한 노동 탄압의 1년”이라며 “총파업 투쟁을 통해 정권을 심판하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김동명 위원장은 “정부가 반(反)노동정책을 멈추지 않으면 저항의 불길이 정권 전체를 태울 것”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 날 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가, 자신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있을 예정이던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해 중태에 빠진 불상사도 있었다.

그러나 두 노총 위원장의 “노동 탄압” 주장은 대부분 궤변이다. 윤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통한 노동 유연성 제고, 노조회계 관리 강화를 통한 투명성 확보, 건설 현장 폭력 등 일선의 불법 행위 근절 등은 꼭 필요한 일이다. 한국 경제를 살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MZ 노조 확산 등에 대비한 기득권 노조의 혁신에도 도움이 된다. 이런데도 반대하는 것은 노동 귀족과 기득권을 보호하겠다는 속셈일 뿐이다.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산업 시대에 맞춰 경직된 현행 주당 최대 52시간으로 제한된 근로시간제도를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해 바쁠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쉴 때 쉬자는 취지를, ‘주 69시간 근무제’인 양 선동했다. 노조 회계 자료 공개와 외부 감사 등을 노조 탄압으로 주장한다면, 스스로 회계 부정을 저지르고 숨기겠다는 의도로 비칠 뿐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고용 세습은 확실히 뿌리 뽑을 것’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노동을 유연화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타파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바른 인식이다. 노동개혁이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의 지속적 발전도 불가능하다. 기득권 노조들은 국회를 장악한 야당과 결합해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는 등 거세게 반발할 것이다. 근로자 분신이 ‘제2 백남기’ 사건처럼 될 수도 있다. 국민과 일반 노조원,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다양한 근로자들을 설득하면서 노동개혁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5-02 ‘시사 패널 親野 61%’ 편향 심각한 KBS 존폐 검토해야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과 다름없는 공영방송 KBS의 심각한 편향성이 시사(時事) 프로그램의 패널 구성에서도 재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기간이던 4월 24∼28일 KBS1 라디오의 5개 프로그램 출연자 131명 중 61%인 80명은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당 의원이거나 친야(親野) 언론인 등이었다고 한다. 정부나 여당 측 인사는 8%인 11명에 지나지 않았다.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위원회가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KBS방송인연합회 분석을 인용해 1일 발표한 내용으로, ‘야당의 선동 도구로 전락한 KBS’ 비판이 적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매일 2∼6명의 패널을 등장시키면서 해당 기간에 보수 성향 인사는 단 한 명도 부르지 않은 프로그램도 2개다. 그런 식이니, 세계가 높이 평가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반 잔도 아닌 빈 잔”이라고 한 패널의 매도를 마치 전문가 다수 의견인 양 왜곡하는 것이 방송 저의였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어느 패널은 세계가 찬사를 보낸 윤 대통령의 미국 상·하원 영어 연설을 두고도 “우리 자존심이 상하는 것 아닌가” 운운으로 황당한 트집을 잡기까지 했다.

공영방송은 이제 시대착오다. 편향성까지 고질화한 KBS의 존폐를 검토할 때다. ‘국내외 방송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고 전국에 방송 시청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방송문화 발전과 공공 복지의 향상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자본금 3000억 원 전액을 정부가 출연하게 한 한국방송공사법 취지에 비춰서도, KBS는 더 존속할 이유가 없는 시대다.

문화일보 사설 

 

05-03 공영방송 野편파 심각… 정연주 방심위 직무유기 아닌가

KBS와 함께 양대 공영방송인 MBC도 시사 프로그램 패널 구성부터 ‘야(野) 편파’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MBC노동조합(제3노조)과 공정언론국민연대는 2일 “MBC 라디오 저녁 시간대 프로그램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에 지난달 24∼30일 출연한 패널 34명 중에서 79%인 27명이 친야(親野) 인사이고, 단 2명만 친여(親與) 성향이었다”고 밝혔다. 아침 시간대인 ‘김종배의 시선 집중’도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기간이던 그 시기 출연진 19명은 친야 10명, 친여 2명으로 편향성이 확연했다.

문재인 정부 외교부 1차관 출신인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같은 프로그램에 이틀 연속 출연했다. “워싱턴선언에 담긴 ‘한미 핵협의그룹’은 기본적으로 차관보급 협의체” “양국 대통령이 선언문이라고 디클레어했는데 협의회 자체는 급이 낮아져 이율배반적” 운운한 그의 정상회담 성과 폄훼도 MBC가 노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문 정부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지낸 정세현 씨가 “워싱턴선언이고 무슨 공동성명이고 현란한 수사가 많은데, 기껏해야 확장억제 하나밖에 없다”며 국제사회의 일반적 평가와도 동떨어지게 비아냥댄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법정(法定) 민간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 보장’을 방심위 설치 목적으로 명시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8조마저 외면한 셈이다. 정연주 위원장 체제의 방심위가 직무유기를 한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정 위원장은 이제라도 ‘편향’ 책임을 지고 당장 물러나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문화일보 사설

 

05.03 文 정부 덕에 수조원 적자 내고 성과급 받는 한국 공기업들

▲한국가스공사 전경.(가스공사 제공)

 

한국가스공사가 사실상 수조원 적자를 냈는데도 지난해 임원들 연봉이 평균 30% 올랐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때 탈원전에 앞장섰던 채희봉 전 사장은 43% 오른 2억여원의 연봉을 챙겼다. 기획재정부가 매기는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성과급 지급이 가능한 C등급을 받은 덕분이다. 기업이 거액 빚더미에 오르고 난방비가 올라 소비자들은 고통받는데 기재부는 이들 경영진에게 성과급을 주라고 판정한 것이다. 천문학적 적자를 낸 한전과 발전 공기업들도 역시 성과급 지급 대상 판정을 받았다. 성과급을 받아 챙긴 가스공사 경영진의 얼굴도 두껍지만 경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평가 방식이 더 문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는 2018년 문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 평가 방식을 바꾼 탓이 크다. 문 정부는 정규직 전환, 약자 고용 같은 사회적 가치 항목 배점을 11점에서 25점으로 두 배 넘게 올렸다. 반면 10점이었던 재무 관련 지표는 5점으로 절반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는 부채 항목에서 최하점을 받고도 ‘상생협력·지역발전’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6단계 등급 중 4번째인 C등급으로 평가받았다.

 

한전 역시 7조원 넘는 영업 적자를 내고도 일자리 창출과 사회 통합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성과급 대상이 됐다. 성과급에 목을 맨 공기업 임직원들이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문 정부 내내 무리하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리는 데 골몰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 바람에 공기업들이 신입 사원을 제대로 뽑지 못하는 부작용이 빚어지기도 했다. 2018년 500조원 규모였던 공공기관 부채는 2021년 670조원으로 불어났다.

 

공기업에 사기업처럼 이윤 추구만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문 정부처럼 정치적 목적을 가진 정책을 공기업에 떠넘겨 경영을 악화시킨다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새 정부 들어 공기업 평가 항목에서 재무 지표 배점을 대폭 늘리고, 사회적 가치 비중을 낮추긴 했지만 이것으론 부족하다. 가스공사·한전처럼 정권에 영합해 공기업을 부실하게 만든 경영진이 성과급을 받아가는 어이없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5.03 웃돈 벌 수 있는 노동자 권리를 지켜주자

투잡 뛰는 노동자가 55만명… 이들의 존재 자체가
경직된 노동시장 규제 불합리하다는 증거
주 69시간 강제노동? 현실에선 불가능한 숫자일 뿐
초과근무로 웃돈 벌고 싶은 노동자 존재를 잊지 마라

 일주일 단위로 52시간 이상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경직적인 노동시간 규제는 애초에 잘못된 것이었다. 일감이 고르지 않은 계절 업종이나 일감을 고르게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주 40시간조차 할 일이 없어서 초과근무수당을 하나도 못 받는 경우가 생긴다. 일감이 많을 때 50% 할증 임금이 적용되는 초과근무를 좀 더 해서 소득을 벌충하는 것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더 절실하다.

 

한 달을 4주로 잡고 예를 들어보자. 4주 내내 주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 근무를 하면 근로자 A는 얼마를 벌 수 있을까? A의 시간당 기본급을 편의상 1이라고 치면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하는 연장근로수당은 1.5가 될 것이다. 그럼 A가 4주간 받을 수 있는 급여를 합하면 총 232라는 수치가 나온다. 그런데 일감이 없어 첫 3주에 주 40시간씩밖에 일을 못했는데 큰 일감이 생긴 4주에도 52시간 이상 일을 못한다면 178밖에 벌지 못한다. 어떤 주에 잃어버린 초과근무의 기회를 다른 주에 만회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다. 55만명의 투잡 근로자의 존재는 경직적 노동시간 규제로 노동자가 겪고 있는 고통의 증거다.

 

이번 노동시간 규제의 유연화는 평균으로는 주 52시간 이하로 관리하게 되어 있으므로 사용자가 일을 더 많이 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연봉 1억원 안팎을 받고 노조도 가진 일부 노동자들은 초과근무가 필요도 없고 싫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소중한 노동자가 많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반대하지 말아 주기 바란다. 노사가 합의해야 가능한 일이니까 당사자의 선택에 맡겨 두면 될 일이다.

 

이번 노동시간 규제 유연화 시도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주 69시간까지도 일을 시킬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는 오해 때문이라고 한다. 이 오해는 현행법상 이론적으로 가능한 주당 근로시간에 대한 설명 과정에서 나온 것이고 이번 개정안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현행법에 의하면 퇴근 후 다음 날 일을 시작할 때까지 11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어야 하므로 하루에 13시간 이상은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4시간마다 30분 휴식 시간을 주어야 하는 규정도 있어서 1시간 반을 빼면 하루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1시간 반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는 유급휴무를 주어야 하므로 일주일에 6일 이상 일을 할 수가 없다. 이 11.5시간과 6일을 곱해서 주 69 시간이 기계적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주 5일 일한다면 57.5 시간 이상은 못 한다.

 

실제로 주 69시간 일하는 사례가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근로시간을 한 달 단위로 관리하기로 한 경우, 어떤 주에 29시간 초과근무를 하면 다른 3주에 가능한 초과근무시간은 23시간, 주 평균 7.6시간밖에 남지 않는다. 남은 두 주에 12시간씩 초과근무를 하면 마지막 한 주는 정상근무 40시간도 불가능하다. 이런 식의 널뛰기 노무관리를 할 기업도 없고 여기에 동의할 노동자 대표도 없을 것이다. 이런 무의미한 논란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3개월 단위로 노동시간을 관리할 경우 기간 중 초과근무 허용 시간 총량을 원래의 156시간(52*3)에서 10% 삭감된 140시간밖에 할 수 없게 하고, 반년, 연간으로 관리할 경우 이 총량을 20, 30%나 줄이도록 하여, 연 단위로 관리할 경우 평균으로는 주당 48.5시간밖에 일할 수가 없게 하고 있다. 주 12시간 이상의 초과근무가 너무 집중, 지속되지 않도록 하는 견제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놀기를 선호한다는 젊은 노동자들을 위해 초과근무 시간을 모아서 나중에 그 1.5배를 휴가로 쓸 수 있게 하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도 도입하고 있다. 52시간치 초과근무를 수당으로 받지 않으면 나중에 2주의 휴가로 바꿀 수 있고 원래의 연가 15일에 더하면 한 달 휴가도 가능해진다. 젊은 층에도 여가보다도 초과근무수당을 더 원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개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니 자기가 원치 않는다고 반대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

 

이행의 순서를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먼저 초과근무를 주 12시간 이하로 하면서 그 적게 한 만큼을 저축하고 그만큼만 주 12시간 이상 초과근로를 할 수 있게 한다든가, 먼저 연가를 쓰고 나중에 그 3분의 2만큼 시간의 초과근무로 갚아도 된다는 식으로 하면 노동자의 불안감을 많이 덜 수 있지 않을까?

 

지금부터라도 설명을 할 때 노동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표현하도록 노력하자. 모든 노동자가 다 원하는 것은 아닐지 몰라도 많은 노동자가 절실히 원하는 것임을 모두가 알게 해야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05-03 “태국행 항공기 명단에 대통령 사위…이스타 수뇌부 경악”

드러나는 타이이스타젯 비리 의혹

▲강찬호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사위 특혜 취업 의혹과 관련된 ‘타이이스타젯’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전주지검 형사3부(권찬혁 부장검사)는 지난달 17일 배임 혐의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타이이스타젯 박석호 대표를 기소했다.

 

두 사람은 2017년 이스타항공 자금 71억원을 타이이스타젯 설립 자금으로 쓰고 2019년 8월 타이이스타젯 항공기 리스비 369억원을 이스타항공이 지급 보증하도록 해 이스타항공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타이이스타젯은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위장 계열사’였다는 것이 검찰 입장이다. 국민의힘 최고위원인 조수진 의원(비례, 초선)이 확보한 두 사람의 검찰 공소장을 통해 의혹의 전말을 들여다본다.

조수진 의원, 이상직 공소장 입수
회삿돈 빼돌려 태국 자회사 설립
이상직, 대통령 사위 취업 비밀로
회사 수뇌부도 뒤늦게 알고 충격

박석호씨는 태국에서 이스타 항공 티켓 판매를 대행하는 업체 ‘이스타에어서비스’를 운영했다. 그러다 자신의 돈을 들이지 않고 이스타항공 자금으로 태국 항공사를 세울 생각으로 2016년 7~9월 이상직 전 의원에게 “이스타항공 자회사를 태국에 설립하면 동아시아 노선을 열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 강서구의 이스타 항공 사무실에서 프리젠테이션도 했다. 이 전 의원은 2017년 1월 이에 동의했다. ‘타이이스타젯’의 출범이 개시된 것이다.

 

두 사람은 타이이스타젯 설립 비용을 이스타항공 돈을 빼돌려 쓰는 계획을 짰다. 태국 법령상 외국인 지분이 49%를 초과하지 못하게 되어있자 이스타항공의 직접 투자 대신 박 대표의 이스타에어서비스를 통해 우회 투자하는 꼼수를 썼다. 투자금은 박 대표가 태국에서 이스타항공 티켓을 팔고 받은 대금 71억원이 동원됐다.

 

먼저 박 대표는 2017년 2월 20일 태국에서 팔린 이스타항공 항공권 대금 500만 바트(약 1억7700만원)의 송금을 지연하고 타이이스타젯 설립 대금으로 썼다. 이어 그해 7월 항공권 대금 1억9500만 바트(약 69억2300만원)의 송금도 지연시킨 뒤 타이이스타젯 자본금 증자에 썼다. 이 전 의원의 승인에 따른 것이었다. 이스타항공 대표이사와 재무실장 등 임원들은 불법 소지가 다분한 타이이스타젯 설립을 반대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이들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이사회 결의도 없이 타이이스타젯 우회 설립을 강행했다고 검찰은 적시했다.

 

이렇게 세워진 타이이스타젯 지분은 49%가 이 전 의원이 지정한 3자(태국인)에게 주어지고 51%는 이스타에어서비스에게 주어졌다. 이를 통해 이 전 의원은 타이이스타젯을 지배하게 됐다. 명목상 대표일 뿐인 박석호씨는 타이이스타젯 업무 전반을 이 전 의원에게 보고하고 그의 승인에 따라 회사를 운영했다. 이 전 의원은 2018~20년 벤처진흥공단이사장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주을)을 지내며, 이스타 항공을 떠나있던 시절에도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젯 경영에 관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타이이스타젯은 항공사 운영에 필수적인 항공운항증명(AOC)을 2년 7개월 뒤인 2020년 1월에야 취득했다. 3년 가까이 항공기를 띄우지 못한 데다 때마침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사태로 항공업계 전반의 발이 묶이면서 자금이 바닥났다. 2020년 7월경엔 자본금 잔고가 3885만원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이스타항공 돈 71억원을 빼돌려 쓰다가 전부 날린 셈이다. 그 손해는 고스란히 이스타항공으로 돌아갔다.

 

항공기 리스비 300억도 이스타 ‘독박’

이뿐만 아니다. 타이이스타젯은 2018년 12월 항공기를 마련하려고 리스업체들을 접촉했으나 “매출이 전무한 신생기업”이란 이유로 거절당했다. 당시 타이이스타젯은 자본금이 71억원에서 52억원으로 줄고 월 7억원 이상 드는 리스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안 돼 자력으로 항공기 리스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러자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이 타이이스타젯의 항공기 리스 보증을 서게 하는 무리수를 뒀다.

 

당시는 이스타항공도 자본 잠식률이 230%에 이르는 등 경영이 열악했는데도 이 전 의원은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와 재무팀장에게 타이이스타젯의 리스 비용 등을 지급 보증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전 의원은 배임 처벌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타이이스타젯이 이스타항공에 보증 수수료를 내는 계약을 체결토록 했다.

 

이 덕분에 타이이스타젯은 2019년 9월 B737-800 항공기 1대를 매달 39만 5000달러에 72개월간(총 지출액 약 338억원) 임대하는 계약에 성공했다. 매달 4억원 넘는 리스비에 대해 이스타항공이 타이이스타젯에 받는 수수료는 매달 1325만원에 불과했다. 과대평가된 타이이스타젯 신용등급에 바탕해 특혜를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이이스타젯은 경영난에 시달린 끝에 이스타항공에 단 한 차례만 수수료를 지급했고, 리스업체에도 7개월분 리스비(약 34억원)만 지급했다. 결국 나머지 리스비 300억원은 지급보증을 선 이스타항공이 떠안게 됐다. 한때 나름 잘나가던 저비용 항공사가 창업주의 ‘태국 자회사’ 설립 꼼수 때문에 거액을 떼이고 경영난에 빠진 끝에 회생을 신청하고, 두 차례나 오너가 바뀌는 비극을 맞은 셈이다.

 

“태국 자회사? 절대 거론 말라”

당시 이스타항공은 타이이스타젯 설립 과정이 떳떳하지 않다고 판단한 탓인지 회사 내부에서도 관련 정보를 철저히 숨겼다. 이스타항공 전직 노조 관계자의 전언이다.

 

“2017년 초 회사가 실력과 품행에 문제가 있는 정년 퇴직자를 운항본부장에 기용한다길래 극력 반대하면서 노조 설립에 동의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회사는 마이동풍이었다. 그런데 당시 ‘회사가 태국에 자회사를 만든다’는 소문이 사내에 돌았다. 그래서 고위 임원에게 그 소문의 진위를 묻자 얼굴이 새파래지더니 ‘노조 설립에 동의해주고 운항 본부장도 노조 원하는 사람으로 시켜줄 테니 제발 태국 자회사는 거론하지 말아 달라’고 애걸하며 우리 요구를 다 들어주더라. 그 이후 타이이스타젯은 회사 동료들 사이에 ‘이상직의 비자금 도피처’란 소문이 파다했다.”

 

이상직, ‘대통령 사위’ 철벽 보안

검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인 서 모씨가 타이이스타젯에 전무이사로 재직한 것과 관련, 취업 특혜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2018년 3월 이 전 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 임명과 그해 이뤄진 서씨의 취업 사이에 대가성이 있는지 검토에 착수한 것이다. 항공업 종사 경력이 전무한 서씨가 타이이스타젯 고위직에 채용된 건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자리를 얻기 위한 뇌물로 볼 수 있다는 의혹이다.

 

의혹은 2019년 1월 곽상도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 대통령의 딸과 사위·손자가 아세안 지역의 한 국가(태국)로 이주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폭로하면서 개시됐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 측은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관련 검찰 수사가 개시되자 당시 회사 수뇌부가 서씨의 타이이스타 재직 사실을 인정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관련 소식통 전언이다.

 

“곽 의원의 폭로 당시 서씨는 타이이스타젯에 반년 가까이 근무한 상태였으나 이상직 전 의원은 이 사실을 이스타항공 수뇌부에게조차 숨겼다. 곽 의원의 폭로에 놀란 이스타 수뇌부가 뒤늦게 서씨가 이스타항공 서울발 방콕행에 탑승한 사실을 파악하고 경악했다고 한다. 박석호 대표도 이 전 의원의 지시로 2018년 7월 서씨를 타이이스타젯에 채용하면서도 처음엔 정체를 몰라 방콕 공항에서 자신의 주요 고객들을 돌보는 역할을 맡겼을 정도였다. 그러다 뒤늦게 ‘대통령 사위’란 말을 이 전 의원에게 듣고 타이이스타젯 본사로 이동시켜 고위직에 앉혔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다혜씨 부부가 방콕에 가기 전 그들이 살 집을 미리 알아보라고 박석호 대표에게 주문하면서도 ‘중요한 사람이 살 집을 알아봐 달라’고 할 정도로 보안에 철저했다. 지금까지도 이스타항공에는 서씨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이 기사는 3일 오후5시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상세보도된다)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05.04 친야 117명에 친여 15명 부른 KBS·MBC… 방송 아닌 정치 세력

▲사진=유튜브캡처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기간 중 심각한 편파 방송을 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윤 대통령 방미 기간인 지난달 24~28일 KBS1 라디오 5개 프로그램 출연자 131명 중 80명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이거나 친야 성향의 언론인 등이었다고 한다. 반면, 정부 여당과 친여 인사는 11명으로 야당 성향 출연자가 여당 쪽보다 7배나 많았다. 한국언론인총연합회 KBS방송인연합회 분석에 따르면 문제가 된 프로그램 중 두 곳은 친여 인사를 아예 출연조차 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같은 기간, MBC도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패널을 편파적으로 구성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MBC노동조합(제3노조)과 공정언론국민연대는 대통령 방미 중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두 곳에 출연한 패널 37명이 친야 인사이고, 4명만 친여라고 분석했다. 두 방송을 합하면 패널 구성이 야권 117 대 여권 15다. 이 정도면 공영방송 간판을 단 정치 세력이다.

 

공공 재산인 전파를 쓰는 공영방송은 ‘편파’를 가장 멀리 해야 한다. MBC는 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을 출연시켜 “워싱턴 선언이고 무슨 공동성명이고 현란한 수사가 많은데 기껏해야 확장 억제 하나밖에 없다”는 저급한 막말성 주장을 제대로 된 반대 의견도 없이 내보냈다. 이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두 방송사는 정권의 응원단 역할을 하다 정권이 바뀌면 간부진이 마치 여야 교대하듯이 바뀌곤 했다. 이번 경우 정권이 바뀌었는데 사장 등이 바뀌지 않으면서 전 정권 쪽 간부진들이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다. 이들은 마치 ‘항전’을 하듯 새 정부와 싸우겠다는 자세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이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해 정치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 현재 공영방송의 실상이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이런 편파 방송을 막으라고 존재하는 기관인데 두 공영방송의 노골적인 편파 방송을 방치하고 있다. 이 역시 지난 정권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다. 종편에 대해선 현미경을 들고 들여다보면서 공공 전파를 쓰는 KBS의 한 시사 보도 프로그램이 좌파 패널을 80회 넘게 출연시키고 보수 인사는 한 차례도 부르지 않았는데도 문제 삼지 않았을 정도다. 지금 공영방송은 정상적인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조선일보 사설

 

05-04 ‘종편 점수 조작 혐의’ 기소된 한상혁 면직 당연하다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의 재승인 심사 점수를 조작한 불법 혐의로 기소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면직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한 위원장이 기소된 만큼, 정상적인 직무 수행은 어렵다고 본 정부 관련 부처에서 면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여권 관계자가 3일 전한 것으로 보도됐다.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는 신분 보장 대상에서 제외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성실 의무와 품위 유지 의무의 중대 위반을 면직 사유로 적시한 국가공무원법 등에 비춰, 한 위원장 면직은 당연하다.

검찰은 지난 2일 그를 불구속 기소하며 “한 위원장 주도로, 재승인을 불허하려고 계획적·조직적으로 평가 점수를 누설하고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20년 3월 19일 재승인 심사에서 TV조선이 높은 점수를 받자, 한 위원장은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방송정책국장과 방송지원정책과장 등은 심사위원장에게 점수를 낮추도록 요청했다. 특정 항목 점수를 낮춰 ‘과락’으로 조작했고, ‘재승인’ 아닌 ‘조건부 재승인’이 되게 만들었다.

이런 인사가 방통위원장 직에 하루라도 더 있어선 안 된다. 한 위원장 임기는 오는 7월 말까지지만, 그 전에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은 면직 조치를 내려야 마땅하다. 또한,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전력 등의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통위원으로 임명해선 안 된다. 민주당이 그를 추천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것부터 후안무치하다. 방통위 희화화(戱畵化)이기도 하다.

문화일보 사설

 

05.04 [단독] 보 16곳 조사하니 81% 수질개선... 4대강 사업 10년, 강물 맑아졌다

서울대·국립환경과학원 분석

 ▲정부는 극심한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4대강 보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3일 밝혔다. 이번 방안에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 본류 16개 보를 물그릇으로 최대한 활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진은 영산강 승촌보의 모습. 2023.4.3.연합뉴스

‘4대강 사업’ 전후 10년간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본류 및 16개 보(洑) 인근에 대한 수질 변화를 비교·분석한 결과 수질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는 서울대와 국립환경과학원의 공동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년에 걸친 장기 수질 변화 분석으로 4대강 사업의 효과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서울대 최지용 교수는 3일 열린 ‘2023 한국환경분석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공동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4대강 보 대표 지점 16곳과 4대강 대권역 지점 17곳 등 총 33곳을 대상으로 4대강 사업 이전 10년(2000~2009)과 이후 10년(2013~2022)의 수질을 비교한 결과, 4대강 보의 경우 ‘개선’이 81%, ‘악화’가 6%, ‘유의미한 변화 없음’이 13%로 각각 나타났다. 4대강 공사가 진행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은 조사에서 제외됐다.

 

최 교수는 “수질 개선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하수 정화 시설 확충 등 여러 오염원 저감 대책에 따른 효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4대강 사업으로 하수 처리 시설이 600여 개 정도 늘어났고, 특히 비가 올 때 쓸려 내려오는 오염물질 관리와 하수관 정비를 꾸준히 해온 덕이 크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은 하천으로 흘러들던 오염원을 정리하는 등 하천 전반을 정리한 국책 사업이다. 강바닥을 준설해 ‘물그릇’을 키우고, 제방을 쌓아 홍수를 막으며, 보에 가둔 물로 가뭄에 대비하는 게 목적이다. 보는 소수력발전(1만kW 이하 수력발전)을 통해 재생에너지도 생산한다.

 

문재인 정부는 재작년 1월 금강·영산강의 5개 보 해체와 상시 개방을 의결하면서 그 근거로 수질 악화를 지목했다. 그러나 당시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수질 평가에 사용한 항목인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가 2016년 이미 법적으로 폐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4대강 보 해체와 개방 결정이 적절한 절차를 밟아 이뤄졌는지 조사하고 있다. 4대강 관련 다섯 번째 감사로, 감사원은 이달 말 감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

 

05.05 ‘4대강’ 이후 수질 개선, ‘진영 감옥’에 갇히면 진실을 못 본다

 서울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공동으로 4대강 33지점의 4대강 사업 이전 10년(2000~2009년)과 이후 10년(2013~2022년) 수질 변화를 비교해 봤더니 측정치 총 99개 가운데 76개가 개선, 8개는 악화, 15개는 차이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질이 대부분 좋아진 것이다. 연구팀은 4대강 사업의 주요 부분인 하수 처리 시설 608곳 증설과 하수관 3991㎞ 정비 등 오염 정화 사업의 효과로 분석했다.

 
 

4대강 사업의 긍정 효과는 수질뿐 아니다. 금강·영산강 5개 보는 금년 봄 극도의 가뭄에도 최소한의 수위를 유지해 호남·충청권에 수돗물 원수 또는 농업용수를 공급했다. 또 4대강 사업 이후로는 홍수·폭우 피해는 사라지다시피 했다. 그 전에는 2002년 태풍 루사(사망·실종 213명), 2003년 매미(132명) 등 피해가 심각했다. 4대강 사업이 국민 안전을 지키고 가뭄에 대비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물관리위원회에선 2021년 1월 4대강 사업으로 여름철 녹조 피해가 심해졌다며 금강·영산강 5개 보의 해체·부분 해체 등을 결정했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건설한 보를 뜯어내겠다는 ‘엽기적’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세워졌다는 이유로 하천 구조물까지 적폐 청산 대상으로 삼았다.

 

더구나 이 결정은 정부가 운영해 온 수질 모니터링 결과를 숨기거나 왜곡한 후 내린 것이다. 문 정부 때인 2018년 7월 감사원은 4대강 사업 이후 수질이 개선된 곳이 44%, 나빠진 곳은 18%였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2021년 4월엔 환경부 자료로 금강·영산강 5개 보 수문 개방 결과 수질이 나빠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문 개방만 해도 수질이 나빠지는데 문 정부 4대강 수질평가위원회는 주민들에게 ‘보를 철거하면 수질이 좋아질 것’이란 왜곡된 질문을 던진 후 그렇게 나온 수치를 수질 개선 편익으로 둔갑시켜 보 철거 결론을 내렸다.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과 같은 행위였다.

 

4대강 사업 같은 거대 인프라 사업은 종합적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비가 한꺼번에 온다. 홍수·가뭄에 아주 취약한 구조다. 댐, 제방, 준설, 보 건설로 취약 조건을 극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불가피한 부작용이 있다면 보완하면 된다. 4대강 사업도 총사업비 22조원 가운데 하수 처리 시설 확충 등 수질 개선에 4조7000억원이나 투입됐다. 그 결과로 전반적인 수질이 개선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치 패싸움에 빠진 사람들 눈엔 이 명백한 사실도 안 보일 것이다. ‘진영(陣營) 감옥’에 갇히면 진실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

조선일보 사설

 

05.05 범죄 혐의에도 버티는 文 정권 방송 기관장들, 이들에겐 방송이 정치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종편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되고도 물러나지 않자 정부가 면직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불법 점수 조작으로 담당 국장과 과장, 심사위원장이 줄줄이 구속됐는데 한 위원장은 책임을 피한 채 8개월 넘게 자리를 지켜왔다. 이런 심각한 조작 범죄를 국장, 과장급 실무자들이 윗사람 몰래 했다고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 편파적 방송 심의로 비판받아 온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도 임기가 남았다며 물러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두 사람이 민주당의 방송 장악을 위한 알박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2020년 TV조선이 재승인 심사에서 기준 점수를 넘자 실무진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담당 국·과장은 심사위원장에게 점수 표 수정을 요구했고, 일부 심사위원이 점수를 깎아 다시 제출했다. 이로 인해 TV조선은 조건부 재승인 처분을 받았다. 이런 한 위원장이 점수 조작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한 위원장은 지금까지 납득할 만한 해명은 없이 혐의를 부인만 해 왔다. 물론 한 위원장이 최종 책임자일 수는 없다. 이런 조작 범죄는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정권 핵심의 관여 없이 벌어지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도 기관장인 한 위원장이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인간적으로도 비열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연주 위원장의 방송통신심의위는 북한 체제를 찬양하고 김일성 일가를 우상화하는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 대한 접속을 차단해 달라는 국가정보원의 요청을 매번 거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이메일과 연락처가 있어 연락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지만, “이적 표현물 비율이 70%가 안 돼 심의하기 힘들다”고 했다고 한다. 이러기를 수년이라고 한다. 도저히 정상이 아니다.

 

문 정부 때 임명된 위원들이 다수인 방심위는 그동안 KBS, MBC, 김어준 등 제 편의 편파·왜곡 방송엔 면죄부를 주고 다른 방송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다. 천안함 잠수함 충돌설 등 허위 가짜 뉴스 보도에도 면죄부를 줬다. KBS 시사 프로그램에 좌파 패널만 80회 넘게 출연시켜도 문제 삼지 않았다.

 

정 위원장은 KBS 사장 때 노무현 정부를 노골적으로 편들고 사실을 왜곡하는 방송을 했던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공정성이 핵심인 방심위원장 자리에 앉힌 사람들이 문제이지만, 정권이 바뀐 뒤에도 버티면서 불공정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정 위원장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다.

조선일보 사설

 

05.05 한국 덮친 설익은 선진국 증후군

나라의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고 경제성장률은 1%도 힘겨워졌다. 개인에 비유하면 저축은 없는데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결국 부족한 돈은 마이너스 통장에 기댄다. 대한민국이 이런 처지다.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었고, 공무원·군인연금 충당금까지 포함한 국가부채는 지난해 2326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965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올해는 저성장 터널에 접어들어 세금 수입이 크게 줄자 정부 예산 639조원보다 세수가 20조원 넘게 모자랄 전망이다. 경제 규모 10위 국가에다 반도체 강국이자 K컬처로 우쭐했던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국민은 잘못이 없다. 지금도 멕시코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장시간 근로한다. 요컨대 진영 싸움으로 끝없이 다투는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경제 규모 10위, K컬처에 우쭐 한국
정치권 세금 펑펑 쓰더니 곳간 구멍
반도체 휘청하고 경제 1%대 저성장

 특히 최근 나라 곳간이 바닥을 드러낸 데는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크다. 나랏돈이 화수분인 양 재정을 펑펑 퍼줬다. ‘(GDP 대비) 국가채무 40%의 근거가 뭐냐’고 했던 2019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대한민국의 건전재정 기조가 무너졌다. 재임 5년 만에 국가채무가 400조원 넘게 불어났고, 국가채무 비율이 단박에 30%대 후반에서 50%에 이르렀다. 남미에서나 봤던 급격한 정부 지출 확대로 나라 곳간이 바닥을 드러낸 결정적 시기였다. 윤석열 정부는 이 정책의 폭주를 막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워지자 마땅한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정교하지 못한 정책 조율에다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싸우면서 닮는다고 전임 정부 못지않게 재정을 소홀히 하는 듯한 정책 기조다.

 

 포퓰리스트 허경영이 오래전부터 외쳤던 병장 월급 200만원 정책을 보자. 부사관은 물론 장교의 급여도 연쇄적으로 인상 압박이 크다고 한다. 은행의 독점 구조 타파와 근로시간제 유연화 정책 역시 목소리를 높였지만 허술함을 드러내고 용두사미가 됐다. 보고서만 그럴듯하게 잘 쓰는 관료나 폴리페서에 둘러싸여 현실성을 간과한 탓이 크다. 법인세와 부동산 세금 부담을 낮춘 정책은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는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경기 침체를 예측하지 못했다면 무능이고, 알면서도 감세 정책을 폈다면 우파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윤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세수 감소 누적액은 2023~2027년 64조4000억원에 달한다. 혹자는 전 국민에게 1000만원씩 기본대출을 해주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정책 폭주보다는 안정감이 있지 않으냐고 한다. 이 대표의 정책은 논할 가치도 없으니 비교 대상이 아니다. 요컨대 3류 정치를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강의 기적은 한강의 몰락이 될 수 있다.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라는 자만에서부터 깨어나야 한다.

 

미·중 대립 격화로 한국의 수출 환경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현실을 봐야 한다. 지난해 세계무역에서 한국의 수출 비중은 2.7%로 쪼그라들었다. 해마다 성과급 파티를 벌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는 적자 수렁에 빠졌다. 미국이 직접 생산에 나서자 한국 반도체의 독주에 제동이 걸린 것도 비상이다. 이렇게 된 건 한마디로 사공일 전 경제수석이 쓴 표현처럼 ‘설익은 선진국 증후군’ 탓이 크다. 화수분인 양 재정을 남발하고 반(反)시장 정책으로 기업을 해외로 등 떠밀어 나가게 한 결과다. 이 병을 고치는 것은 정쟁 대신 일하는 정치인이 국회에 들어오게 하는 것 외엔 답이 없다.

 

윤 정부도 당장의 지지율에 연연하지 말고 초심대로 과감하게 직진해야 한다. 취약계층을 배려하되 전기요금부터 정상화하고, 쌀 강제매수법(양곡관리법)처럼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한다. 포퓰리즘부터 끊어야 설익은 선진국 증후군에서 깨어난다.

중앙일보 김동호 경제에디터

 

05.06 北 해킹에 보안 점검 거부한 선관위, 무얼 감추겠다는 건가

제20대 대선 코로나 확진·격리자 사전투표가 실시된 2022년 3월 5일, 선관위의 준비 부족과 부실 관리로 전국 곳곳서 큰 혼란이 벌어졌다. 투표 용지를 소쿠리 등으로 운반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됐다(위). 일부 투표소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아래 오른쪽),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이름 옆에 이미 기표가 된 투표용지(아래 왼쪽)가 유권자에게 배부되기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가 북한의 해킹 공격을 받고도 국가정보원과 행정안전부의 보안 점검 권고를 거부했다. 정부의 보안 컨설팅을 받으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고 한다. 아무리 헌법상 독립기관이어도 해킹 위험이 닥쳤다면 보안 기관의 점검을 받는 게 당연하다. 선관위 입회 아래 해킹 점검을 하는 것이 정치 중립성과 무슨 관계가 있나.

 

국정원은 지난 2년간 선관위가 악성 코드와 해킹 메일 공격을 8차례 받았고, 이 중 7번이 북 정찰총국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을 매번 선관위에 메일과 전화로 통보했다고 했다. 선관위는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다 국정원이 통보 내용을 공개하자 뒤늦게 “전 부처 공통으로 제공받는 통상적 해킹 의심 메일 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만일 선관위가 해킹을 당해 선거인 명가 유출되거나 투·개표 조작, 시스템 마비 사태가 생기면 치명적 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우리와 같은 투·개표 장비를 쓰는 이라크에서도 해킹 시도가 있었다. 선관위는 “자체 점검 외에 외부 자문 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할 뿐 북 해킹을 어떻게 막았고 어떻게 대비하는지는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이라크와 달리 외부 통신망과 단절돼 있어 해킹 우려가 없고 개표 조작도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 대선 때 투표용지를 소쿠리에 담아 옮기고 이미 기표한 용지를 유권자에게 나눠준 일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친정권 인사들이 선관위를 장악해 선거 때마다 민주당 편을 들기도 했다. 민주당의 ‘100년 친일 청산’ ‘적폐 청산’ 구호는 허용하고, 국민의힘의 ‘민생 파탄 투표로 막아주세요’ ‘거짓말 OUT’은 금지했다. 대선 때도 국민의힘을 비방하는 ‘신천지 비호 세력’ ‘술과 주술에 빠졌다’는 허용했다. 정권 하수인이란 지적까지 들을 정도였다.

 

감사원이 소쿠리 투표 등에 대해 감사하려 하자 “헌법상 독립 기구라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며 버텼다. 이번엔 중립성과 관계도 없는 해킹 점검까지 못 받겠다고 한다. 건드려선 안 될 성역인 양 행동하며 국민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이러니 “도대체 무엇을 감출 게 있어서 저러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5.08 한국 일자리가 미국으로 가버렸다고?

美에 짓는 이차전지·전기차 공장
예전이라면 中에 세웠을 것
한국 일자리가 사라진게 아니라
시장선점 위한 ‘패스트트랙’
 

작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를 보면 언제 수출이 호조로 돌아설까 조바심이 난다. 특별히 지난 30년간 한국에 꾸준히 큰 폭의 흑자를 안겨주었던 대 중국 무역이 올해는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대 중국 흑자의 감소는 사실 2019년 이전부터 예측이 되었다. 바로 중국이 한국의 강점 산업이라 할 수 있는 여러 제조업 분야에서 기술 자립에 성공하고 이차전지와 전기자동차,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의 기술 분야에서는 한국을 앞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구 우위와 중국 젊은이들의 엄청난 노력을 안다면 사실 그동안 한국이 누렸던 무역흑자가 기적이라 생각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이 지난 30년간 중국에 지속적으로 흑자를 이룰 수 있었던 배경은 중국이 한국과 일본의 중간재를 받아서 미국으로 완제품을 수출하였기 때문이다. 2001년 약 800억달러에 불과하였던 중국의 대미 상품수출초과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무역 분쟁이 촉발된 2018년에는 약 4,200억달러가 되었으며 이는 지속되기 힘든 무역 불균형이었다. 이에 더불어 타이완과 홍콩 문제 등이 갈등을 더 키운 계기가 되었다. 미중 무역 갈등은 진영의 블록화를 불러왔으며 우리나라에도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국제 정치 상황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과거의 대 중국 무역흑자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상황의 모면이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장기적 비전과 리더십이 절실하다.

 

한국과 비슷하게 중국에 중간재를 팔아 흑자를 내던 나라가 타이완인데, 타이완의 경우도 중국의 추격에 시달리지만 그래도 형편은 훨씬 낫다. 한국 산업의 강점 분야인 휴대폰과 LCD 등의 전자제품, 자동차, 철강, 조선 등의 산업은 중국 정부가 육성하는데 성공한 산업 구조와 매우 유사하지만, 타이완의 TSMC로 대표되는 반도체 제조업은 중국에 비해 훨씬 높은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프랑스와 독일의 중국 시장 점유는 탄탄한데 바로 중국 기업이 따라잡기 힘든 명품 브랜드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휴대폰은 중국 시장에서 이제 존재감이 없지만 애플의 아이폰은 잘 팔리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함께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미국 공장 건설과 투자 협정이 맺어졌다. 일부 중국의 반발도 있고 국내에서는 한국의 일자리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물론 중국은 아직도 많은 한국 기업에 중요한 시장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중간재 수출이 회복될 가능성은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게임과 콘텐츠 분야에서 중국 정부의 예측하기 힘든 허가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해결을 주문해야 한다.

 

우리가 미국에 세우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전기자동차 공장은 경쟁력 있는 중국 기업을 견제하려는 미국 정부로부터 얻은 패스트 트랙(fast track)이며 이 분야의 경쟁력 제고와 시장 선점을 위한 귀중한 시간 벌기 기회라 생각한다. 엄밀히 따진다면 한국의 일자리가 미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 있어야 할 일자리가 미국에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50년 전에 미국의 자본과 기술을 받아 산업화를 시작했다면 이제는 자본과 기술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아주 의미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선진국에 대한 일방적 공산품 수출이 아니라 제조와 연구의 상호 협력 등 새로운 정책을 설계하여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국내의 산업 구조 개편과 교육, 연구 등의 혁신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조선일보 성원용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

 

05.09 가짜뉴스·적폐 몰이에 현명관이 겪은 ‘지옥 5년’

현명관 전 회장의 아내가 ‘최순실 3인방’이라는
가짜 뉴스를 시작으로 검찰 조사와 4개 기관 감사
10여 차례 고소·고발 이어져…

모두 무혐의 처분났지만 당사자들은 ‘지옥’을 경험했다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의 자서전 ‘위대한 거래’를 읽었다. 1990년대 초 고(故)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한 당시, 그가 비서실장을 지냈기에 삼성과 관련한 재밌는 비화(祕話)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눈길을 끈 것은 박근혜 정부 때 마사회장을 지낸 탓에 적폐로 몰려 엄청난 시련을 겪은 대목이었다. 2016년 10월 최순실 사건이 그의 딸인 정유라의 승마 불법 지원으로 비화하자, 박근혜 정부의 핵심 인사이자 마사회장인 현 전 회장도 논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그를 나락으로 몰아간 것은 가짜 뉴스였다. 그해 11월 더불어민주당의 김현권 전 의원은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에서 현 전 회장의 아내(전영해)를 ‘최순실의 핵심 3인방’으로 지목했다. 현 전 회장이 극구 부인했지만 김 전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가짜 뉴스를 확산시켰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 전 회장은 허위사실 유포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2018년 11월 ‘김 전 의원의 발언을 허위로 볼 수밖에 없다’며 현 전 회장에게 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이 나기까지 2년 동안 현 전 회장과 가족들은 만신창이가 됐다. “현 전 회장이 최순실과 수시로 통화하는 사이” “전영해는 최순실 핵심 3인방” 같은 기사가 수십, 수백 건씩 쏟아져 나오면서 그와 그의 아내는 졸지에 박근혜 정부를 망친 사람으로 심지어 주변에서까지 손가락질을 당했고 그의 아내는 공황장애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한다.

 

현 전 회장은 언론을 향해 뜨끔한 지적도 했다. 그는 “거짓으로 상대방을 욕보이고 죽이고 농락하라.(책임을 피하려면) 모든 말의 끝에 ‘의혹’ 또는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이면 끝이다. 그러면 언론은 기사 제목에 ‘의혹’이라는 단어를 빼버리고 이를 기정 사실로 만든다”고 썼다. 검찰은 당시 11시간이나 현 전 회장을 조사하고, 그의 스마트폰을 제출받아 디지털 포렌식까지 했지만 “최순실과 일면식도 없다”는 그의 말대로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그를 향한 고소·고발이 줄을 이었다. 그는 마사회 자체 감사 3회,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 농식품부 감사 2회, 감사원 감사 2회를 받았고 무려 10여 건의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마사회 직원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부하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한 간부도 지병이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그 난리를 치고도 단 한 건의 혐의점도 찾지 못했다.

 

책 내용이 믿기지 않을 정도여서 그를 만났다. “유서를 쓰는 심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로 책을 마무리한 것과 곤욕을 치를 게 뻔한데도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책을 출간한 이유도 궁금했다. 그는 “작년 11월 검찰 조사가 최종 종결됐으니 5년 내내 시달린 것”이라면서도 “내가 당당한데 뭐가 무섭겠냐”고 답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가짜 뉴스로 누구든 죽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것을 막는 게 정치인의 의무이며, 가짜 뉴스 유포는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느닷없이 기업인들이 날벼락을 맞은 경우가 유독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의 친구인 강남훈 전 홈앤쇼핑 사장도 그런 케이스다. 그가 잘못한 것을 굳이 꼽으라면 검찰에서 물러난 이인규 변호사를 홈앤쇼핑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이다. 이로 인해 강 전 사장도 각종 고소·고발에 시달렸고 결국 채용 비리로 8개월 실형 선고까지 받았다. 그는 2021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회사에서는 이미 불명예 퇴진을 했고 암까지 걸려 건강이 급속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잔혹함에 많은 사람이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렸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적폐로 몰아 쫓아내고 그 사람의 배우자나 친구까지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다. 온갖 가짜 뉴스도 동원했다. 그랬으면서도 기관장 자리를 붙들고 버티는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보면 기가 찬다.

조선일보 조형래 부국장 겸 에디터(경제담당)

 

05-09 국정 방향 잘 잡은 尹 1년, 인사 쇄신하고 소통 강화해야

10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내세운 3대 키워드는 ‘자유민주주의, 빠른 성장, 지속 가능한 평화’였다. 지난 정부에서 훼손된 국가 정체성과 시장경제, 대북 정책을 바로잡겠다는 약속이었고, 많은 국민이 올바른 국정 방향이라고 호응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이런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다. 소득주도 성장을 민간주도 성장으로 시정하고, 탈원전 및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폐기했다. 산업 구조를 반도체·2차 전지·AI 등 첨단 산업 위주로 변화시키고, 노조의 산업 현장 불법 폭력을 엄단하며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데 일정 정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신냉전체제 속에 한미동맹을 가치·기술동맹으로까지 업그레이드했으며, 수교 이후 최악 상태에 이른 한일 관계 복원도 본격화했다.

그러나 한계도 뚜렷했다. 0.73%포인트라는 근소한 차이로 당선된 데다, 압도적 여소야대 국회로 인해 정부조직법조차 의도대로 통과시키지 못할 정도로 악전고투했다. 취임 직전의 검수완박 입법으로 형사사법 시스템까지 왜곡됐다. 사법부와 방송, 알박기 인사와 정책 등으로 여전히 국정 환경은 최악이다. 거야의 입법 폭주로 인해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한 현안도 수두룩하다. 집권 초기부터 집중한 3대 개혁 중 노동개혁은 ‘건폭’ 척결 등 일정 부분 성과는 있지만, 주 69시간 논란 등으로 정체된 상황이다. 연금개혁과 교육개혁은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부터는 무조건 가시적 국정 성과로 말해야 한다. 더 이상 전 정권 핑계를 댈 수 없고, 정치 상황을 보면 거야의 협력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이런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국민 설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주국가의 개혁 정권은 집권 초기엔 기득권 세력의 저항 때문에 고전할 수밖에 없다.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여당 내 비주류 세력과 야당 내 합리 세력에도 먼저 손을 내밀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 자신의 말은 줄이고, 충언엔 귀를 열어야 한다. 내각과 대통령실 참모진에 대한 인사 쇄신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지지 기반을 넓히는 일도 중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5-09 법치·원칙 지킨 뚝심, 이념편향 균형잡아… 협치부족은 아쉬워

 

■ 尹정부 출범 1년 - 전문가 10인 정치분야 평가

탈원전 탈피 에너지정책 정상화
노조 비리 엄정대처 원칙 세워

노동·연금·교육 개혁 청사진도
정치 실종·檢편중인사엔 우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년은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가 뚜렷하게 엇갈린 시간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념에 치우쳐 ‘탈원전-친노동’으로 기울어졌던 운동장이 평평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의 청사진을 제공함으로써 윤석열 정부의 색깔을 드러낸 1년이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야당과의 ‘협치 실종’은 원인 제공 주체를 떠나 대통령이 국정의 최종책임자라는 점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꼽혔다.

9일 정치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문 정부의 이념 편향적 정책의 실기를 바로잡고 뚝심 있게 개혁의 칼날을 들이댄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노동·연금·교육 부분 3대 개혁을 추진하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것도 긍정적 요소로 꼽혔다. 문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 확대 기조 속에서 무리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국가의 에너지 정책이 흔들리게 됐고, 이는 곧 국가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던 만큼 윤 정부는 한빛 4호기를 비롯해 가동이 중단된 원전의 재가동을 통해 에너지 공급체계를 정상화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또 화물연대 파업에 엄정대처하면서 법치주의 원칙을 확립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정부 보조금을 받는 노조단체에 대해서는 회계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고 노조원들의 불법적 폭력 및 업무방해 행위에 대해 사법처리를 강조한 것도 윤 정부의 정책이념이 그대로 반영된 대표적 사례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정부는 문 정부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을 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 취임 1년 평가 조사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야당과의 협치 부재’였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초반에 묶인 건 협치에 대한 노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국정을 주도하는 것은 정부·여당이기에 야당에 먼저 협치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했다. 김형준 배제대 석좌교수도 “요즘 ‘정치의 실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야당이 워낙 강력하게 대여 투쟁을 하면서 협치가 실종된 것도 있지만, 대통령이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야당과 협치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다 보니 본인이 생각하는 원칙과 방식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의 당무 개입 의혹 등 지나친 ‘당정일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제기됐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이 대통령실에 종속돼 있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내년 총선에서 공천 등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 위주의 인사에 대해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기획 대표는 “적어도 문 정부와 다르게 국민 통합적 인사를 해주길 바랐는데 그런 인선은 안 보였다”며 “이런 부분은 향후 개선될 점”이라고 평가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대화, 협상, 여론, 정치가 중요하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며 “‘방향성은 옳다’는 말은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문화일보 이해완·나윤석·최지영·김대영 기자


◇정치 분야 도움말 주신 분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기획 대표,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05-09 ‘적자 늪’ 한전 정상화 첫 단추는 현 경영진 퇴진

한국전력공사의 적자가 갈수록 태산이다. 지난해 무려 32조6500억 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1분기에도 5조 원 넘게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2020년까지도 초우량기업이던 한전이 2021년부터 3년 연속 적자인 부실기업으로 추락했다. 이런 한전이 8일 의도가 의심스러운 자료를 냈다. 2022년부터 2036년까지 송·변전 설비 투자에 56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제10차 송·변전 설비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2년 전인 9차 계획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호남 지역과 서해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 급증 영향이 크다. 한전이 이만한 투자를 감당하지 못할 게 뻔하다. 결국 올 2분기 전기요금을 빨리 올려 달라는 우회적 압박이다. 여당이 요금 인상에 앞서 국민 설득을 위한 뼈를 깎는 실질적 자구안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반격으로도 비친다.

한전은 경영난에 올 들어 4월까지 한전채(회사채)로 10조 원 정도나 끌어다 썼다. 한전채 등 차입금은 2020년 4조1000억 원, 2021년 12조3000억 원, 2022년 42조6000억 원으로 매년 급증한다. 이런 와중에도 기본급을 2년 연속 올렸다. 더구나 한전은 문재인 전 정부가 밀어붙인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과대학) 설립에도 동조해 관련법에 따라 2031년까지 1조6000억 원을 지원해야 한다. 요금 동결 속에서 억대 연봉자를 전체 직원의 15%로 늘리고, 거액을 빌려 엉뚱한 곳에 조 단위를 쏟아붓고 있다.

한전의 부실은 탈원전에 매달린 문 정부의 탓이 크지만, 문 정권 말기이던 2021년 6월 취임한 정승일 현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도 막중하다. 한전은 정 사장이 부임한 그해부터 적자를 내며 부실기업이 됐다. 현 경영진이 퇴진하는 것이 경영 정상화의 출발점이다. 그래야 획기적 자구안과 경영 혁신이 가능하고, 국민 신뢰도 얻을 수 있다.

문화일보 사설

 

05-09 檢, 라덕연 자택서 체포…‘SG발 주가폭락’ 수사 급물살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 검찰에 입건된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모처에서 연합뉴스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연합뉴스TV 제공

■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주가조작 가담 여부 조사중
피해자 60여명 라 대표 고소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 배후로 지목된 라덕연(42) H투자자문사 대표가 9일 검찰에 체포되면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은 이날 오전 라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 라 대표를 자택에서 체포해 현재 조사 중이다. 검찰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라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투자 피해자들은 증거인멸 우려와 범죄수익 은닉 가능성 등을 이유로 라 대표에 대한 구속 수사를 주장해왔다.

라 대표가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만큼 검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앞서 라 대표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라 대표에게 고액 투자를 일임한 의사와 관계자 등 주변 인물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차례로 소환해 조사해 왔다.

검찰은 또한 주가 폭락 직전 해당 종목을 대규모로 매도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에 대해서도 주가조작 가담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라 대표 등이 자신들이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투자 수수료를 받는 방법 등으로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보고 조세포탈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한편 H투자자문사 투자 피해자들은 라 대표를 이날 오후 검찰에 고소한다. 법무법인 대건은 피해자 60여 명을 대리해 라 대표 및 주가조작 의혹 일당 6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한다.

대건 측은 “라 대표 등은 투자자들에게 인위적 시세조종을 한 주식이 마치 저평가된 우량주에 해당하여 이에 투자할 경우 큰 수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최대 2.5배의 레버리지를 사용해 투자를 진행했다”며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주식담보 대출을 실행해 손해를 발생시켰다”고 주장했다. 한상준 대건 대표변호사는 “현재 200명 이상의 피해자가 집단고소에 참여 의사를 밝혔고, 이들의 피해 규모는 1000억 원 이상”이라며 “피해 자료가 정리된 피해자들에 한해 1차로 고소장을 제출한 후, 여러 차례 추가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05.10 외교 성공, 내치 미흡 尹 1년, 巨野 탓만 할 때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선수단 오찬에서 최창성 선수로부터 취임 1주년 축하 초콜릿 공예품을 선물받고 있다. 2023.5.9/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 1년을 맞는다. 대통령실은 “비정상을 정상화했다”며 한미 동맹 강화, 노동 개혁, 탈원전 폐기 등을 지난 1년간의 성과로 꼽았다. 윤 정부는 전임 정부 때 이완된 한미 동맹을 재건해 ‘핵협의 그룹’을 창설하고 북핵 억제력을 보다 실질화했다. 막혀 있던 대일 관계를 전향적으로 풀어 한·미·일 3각 협력의 토대도 정상화시켰다. 거대 귀족 노조의 폭력과 횡포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것도 과거 정부는 못 한 일이다. 탈원전 폐기도 국익을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취임 때 약속한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은 첫발도 못 뗐다. 대내외 여건이 안 좋긴 하지만 경제 활성화나 민생 개선에서도 크게 성과를 냈다고 보긴 어렵다. 입법권을 독점한 민주당 탓이 큰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과 갈라치기 입법에 몰두하면서 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은 144건 중 36건만 처리했다. 나랏빚을 400조원 넘게 늘려놓은 사람들이 재정준칙도 못 만들게 했다.

 

대통령이 국정을 끌고 가는 힘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윤 대통령은 취임 당시 50% 넘는 지지를 받았지만 지금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1년 만에 왜 이런 변화가 생겼는지, 대통령이 국민을 실망시킨 일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많은 국민은 윤 대통령의 국정 방향에 동의하지만 그 방식과 태도에 대해선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 검찰 편중 인사가 문제되자 “필요하면 더 할 수 있다”고 했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주 69시간 근로’, 반도체 세액공제 등을 놓고 대통령실과 장관이 다른 말을 했다. 대통령실의 여당 내부 정치 개입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이준석 전 대표와 ‘내부 총질’ 갈등이 벌어졌고, 대선 단일화 파트너 안철수 의원을 “국정 운영의 적”으로 규정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잘 모르는 국민이 많다.

 

앞으로도 첩첩산중이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북핵 위협은 날로 고도화되고 있다. 경기 침체와 가계 부채, 역전세 폭탄 등 경제 악재도 산적해 있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내년 총선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 보다 겸허하고 진중한 자세로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야당과 대화가 어렵다면 여당 내 비주류부터 만나야 한다. 국정 쇄신을 위해 내각과 참모진 개편도 생각해볼 수 있다. 대통령의 국정이 국민 공감을 이끌어낸다면 민주당도 무조건 반대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의 변화 의지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시작이다.

조선일보 사설

 

05-10 尹, 1년간 1000번 외친 ‘자유’… 외교안보는 성과, 내치는 경착륙

 

취임 1년 국정 어젠다 ‘자유’

취임 후 191건 메시지의 키워드는 자유… 밀의 자유론, 프리드먼 선택할 자유, 헌법 119조에서 영감
대외정책선 힘 받았지만, 내치에선 획일성·배타성 논란 초래… 賢者로부터 경륜·통치술 구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 예찬론자다. 언제 어디서든 자유를 강조한다. 그가 설파하는 자유는 집권 1년 동안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고, 최대 국정 의제로 자리 잡았다.

윤 대통령의 자유론은 민주주의와 전체주의로 양분된 국제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하지만 내치 영역에서는 여전히 제대로 착근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경륜 부족, 통치술의 부재 탓이다.


◇대통령의 의제

지난해 5월 10일 취임 후 지난 9일까지 대통령실이 공개한 윤 대통령의 191건에 이르는 말과 글에 나타난 핵심 키워드는 ‘자유’다(https://www.president.go.kr참조). 집권 1년 동안 국내외의 각종 연설, 회견문, 언론 인터뷰, 양자·다자회담, 회의·보고·포럼·간담회·현장방문 발언, 각종 대화, 강연회, 기념사, 환영사, 축사, 격려사, 추모사, 오·만찬사, 기타 메시지 등에 나타난 언급 횟수가 1000회 가까이 된다. 그 어떤 어휘 사용량보다 압도적이다.

대부분의 말과 글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라는 단어를 적어도 수차례, 많을 땐 수십 번 언급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35번, 지난달 미국 국빈 방문 당시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에서는 46번을 썼다. 2021년 6월 대선 출마선언 이후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당선인 신분을 거치면서 각종 공식·비공식 모임이나 회의 등에서 행한 것까지 더하면 정치 입문 후 그의 자유 발언 횟수는 두 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은 “항간에 집권 1년이 지나도록 윤 대통령의 어젠다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의제가 없다 등의 비판이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확고하게 자유라는 국정 어젠다를 던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자유론은 권위주의·전체주의에 저항하는 정치적 자유, 국가의 과도한 개입을 막는 시장의 자유, 중앙집권을 배제하고 자치·분권으로 나아가는 자유, 국가와 국민을 전쟁이나 각종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안전·안보상의 자유를 포괄한다. 김 회장직무대행은 “윤 대통령은 모든 권위와 억압에서 벗어나는 ‘자유주의로의 레짐 체인지’를 꿈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尹 자유론’의 연원

‘윤석열 자유론’의 연원은 세 개의 문헌에서 발견된다. 하나는 근대 정치사상가 J S 밀의 ‘자유론’, 둘은 보수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 그리고 셋은 경제조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헌법 119조 ①항.

윤 대통령 스스로 학창 시절부터 읽고 감동했다는 밀의 자유론은 여론을 동원해 소수를 억압하는 다수의 횡포, 권력의 전제(專制)를 경고한다. 세계를 ‘민주주의 대 전체주의’의 대결로 보는 관점이 여기서 생성됐을 수도 있다. 이때 ‘자유’는 ‘연대’와 짝을 이룬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윤 대통령은 “세계 시민이나 국가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국제사회가 연대해 그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날 연설 제목은 ‘자유와 연대: 전환기 해법의 모색’이었다.

학창 시절과 검사 생활 내내 끼고 다녔다는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도 윤 대통령의 자유철학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내용이 2019년 7월 검찰총장 취임사에 등장할 정도다.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각별한 믿음은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는 헌법 119조 ①항과 통한다. 윤 대통령이 경제·민생·혁신회의 등에서 ‘자유와 창의’를 한 묶음으로 인용하는 데엔 그런 이유가 있다.

실제로 그는 대선 출마선언 직후인 2021년 7월 8일 스타트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경제 역동성은 자유와 창의”라고 했고, 대선 후보 시절인 그해 11월 24일 중앙포럼에서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미래를 기회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자유와 창의가 중요하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헌법 119조 ①항의 내용을 인용했고, 지난 2일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도 “자유와 창의 없이는 1등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통치술

윤 대통령이 밀과 프리드먼의 자유론,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 경제조항에서 자신의 자유철학을 정립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의 자유론은 한·미동맹의 복원, 한·일관계 정상화 등 외교·안보와 대외정책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내치 영역에서는 이따금 자유의 본성인 보편성과 포용력이 사라지면서 획일적이고 배타적이 된다는 평가에 직면해 있다. 특히 대여·대국회 관계에 이르면 자유는 때로 빈사 상태를 맞기도 한다.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특정 직역을 중용하는 이른바 순혈주의 인사 논란이 대표적이다.

왜 그럴까. 첫째 ‘스테이트크래프트(statecraft·통치술)’의 부족.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초보 국정 운영에 따른 부산물이다. 여당 재선 의원 A 씨는 “대통령이 되기 전 중앙 정치 무대나 국정 운영 경험이 없어 목표를 구현해가는 기술이나 방법론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 부처 장관을 지낸 교수 출신 B 씨는 “국정 운영의 큰 방향은 맞지만, 과정 속에서 설득과 설명으로 가치와 안정성을 얻어가는 노력이 부족하다”면서 “대통령 주변에 경륜 있는 참모들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진단했다.

둘째, 권력화한 자유. 자유는 필연적으로 권위에 대한 도전을 수반하지만, 대통령은 지금 권력의 정점에 서 있다. 그의 자유론은 민주주의와 전체주의가 충돌하는 국제질서 속에서는 힘을 얻지만 국내 정치, 용인술, 당정관계 등에 이르면 힘을 잃기 일쑤다. 여기엔 자신의 말은 쏟아내도 남의 직언은 잘 들으려 하지 않는 캐릭터도 작용한다.

셋째, 다양성 상실. 자유주의적 세계관의 토대는 다양성 존중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다양성이다. 이는 대통령의 최대 의제인 자유론이 국정 구석구석에 뿌리내리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회의장을 지낸 원로 정치인 C 씨는 “대통령이 연일 자유 의제를 던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국민에 구체적인 비전으로 다가오지 못한다”고 평했다.


◇자유의 연착륙을 위해

권력자가 자유의 열망을 실천에 옮기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지난 1년간 쉼 없이 자유론을 설파해왔지만 여전히 현실에 온전히 뿌리내리지는 못했다. 이데올로기적·정서적 양극화가 만연한 정치 환경에서 내년 22대 총선 이후에도 여소야대 지형이 계속된다면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경륜 있는 현자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경세방략을 구하지 않으면 자유의 소프트 랜딩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전임기자·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헌법 119조’는 이른바 경제조항임. ①항은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 보장을, ②항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가의 규제·조정 필요성을 명문화. ①항이 원칙 조항, ②항은 예외적 보조 조항임.

‘스테이트크래프트’는 국가 통치술, 국정 운영 기술, 치국술의 뜻. 통치자가 국가 경영을 위해 국민을 설득하고 목표를 이루는 과정 속에서 가치와 안정을 획득하는 것에 초점을 둠.


■ 세줄 요약

대통령의 의제 : 윤 대통령 취임 후 1년간 말글에 나타난 핵심 키워드는 ‘자유’. 191건의 메시지에 나타난 언급 횟수는 1000회가량. 자유는 윤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고, 최대 국정 의제로 자리 잡았음.

‘尹 자유론’의 연원 : ‘윤석열 자유론’의 연원은 밀의 ‘자유론’,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 대한민국 헌법 119조 ①항. 그의 자유론은 한·미동맹 복원, 한·일관계 정상화 등 외교·안보 영역에서 특히 긍정 평가됨.

문제는 통치술 : 내치에서 자유는 때로 보편성과 포용력을 잃고 빈사 상태에 이름. 국가 통치술 부재, 소통 부족 등에 따른 것. 현자들로부터 경륜과 지혜를 구하지 않으면 자유의 소프트 랜딩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도.

문화일보  허민 기자

 

05-10 하반기에 역전세 대란… 보증금 반환 대출 확대해야 한다

 지난 정부 시절 저금리와 ‘임대차 3법’ 강행이 겹치면서 전셋값 폭등과 무자본 갭투자, 전세 대출 급증 같은 이상 현상으로 이어졌다. 그 후유증이 전세 사기 같은 범죄에 이어 역전세 대란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금리 인상으로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2년 전과 정반대로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임대인이 속출하고, 전세 사기 피해자가 목숨을 끊는 등 사회문제로 비화했다.

하반기에는 역전세 대란이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 거래의 62%가 2년 전보다 낮은 가격이었고, 서울 아파트 경우엔 47주 연속 내렸다. 2억∼3억 원씩 떨어진 경우도 흔해 곳곳에서 보증금 반환 갈등이 벌어진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2년 전 무자본 갭투자까지 성행하던 시기의 후폭풍이 닥치고 있다”고 했다.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2021년 9월 1차 고점, 작년 6월에 2차 고점을 찍은 만큼 올해 9월∼내년 상반기가 고비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전세 사기 사건 여파로 전세보증보험이 공시가격의 126% 이하로 내렸고, 올 공시가격 역시 전년 대비 18.6% 떨어져 보증 한도가 크게 줄었다. 전세 사기 대책이 역전세 대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사적 계약은 시장 수급에 맡겨두는 게 원칙이다. 전세 대출 한도 축소와 월세에 대한 소득 공제 확대로 전세의 월세화를 유도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발등의 불은 꺼야 한다. ‘세입자 퇴거 조건부 대출’의 한시적 확대가 현실적 대안이다. 올 1분기 4대 은행의 관련 대출 잔액은 17조2962억 원으로 2년 전보다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같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담보인정비율(LTV) 70% 규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전세 시장의 숨통을 터줄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5-11 임금 동결조차 어렵다는 한전… 당정 “국민눈높이 외면” 폭발

■ 정부 ‘한전 자구방안’ 반려

당정 “임금 삭감해야 할 판에
동결도 못 한다고 하니 황당”

방만경영 탓 천문학적 적자
대통령실 ‘고통분담’ 재촉구

정부가 적자누적으로 경영위기에 빠진 한국전력공사의 자구안을 돌려보낸 것은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 고통이 명확한데도 정작 한전은 ‘고통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천문학적인 적자 규모에도 임금 삭감은커녕 ‘임금 동결’ 제안조차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한전 노동조합에 대해서 한전이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11일 정부 관계자는 “한전이 제출한 자구안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방안”이라며 “임원 성과급 반납과 같은 뻔한 일회성 자구책이 아닌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여의도 남서울본부 등 보유 부동산 분할 매각, 3급 이상 간부의 임금 인상분 반납 및 임금동결 등 ‘20조 원+α’ 규모의 자구책을 제출했지만, 한전 임직원 대부분을 차지하는 4급 이하 임금에 대해선 사실상 별다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당정은 한국전력 전 직원이 한전 경영정상화 때까지 임금 동결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노조에 가입된 직원들의 임금 동결은 물가인상률에 연동해 임금을 자동적으로 인상하는 조항이 담긴 단체협약을 수정해야 하는 사안이어서 노조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한전 노조는 당정의 이러한 제안에 거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당초 한전 임금체계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으나 노조의 완강한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임금 삭감은커녕 임금 동결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한전 노조에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한전은 노조가 반대하는 상황을 고려해 ‘단 전 직원까지 동참할 수 있도록 노사협의를 추진하겠다’는 단서를 자구책에 삽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2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한국전력공사가 이 기간에만 5조 원대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정승일 한전 사장이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 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당정은 국민이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부담을 떠안는 만큼 한전 직원들도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1·2월 누계 기준 ㎾h당 149.7원인 전기요금을 ㎾h당 7원가량 소폭 인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은 곧 전체 물가 인상을 압박하고 국민 경제활동을 위축하는 만큼 상당한 여론 반발이 예상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전의 부채가 전임 정부의 정책에 따른 측면도 있지만 공기업으로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다”며 “전기·가스요금 인상 문제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사안이라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 경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음에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 만큼 곧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김윤희· 박수진 기자

 

05-11 뼈깎는 자구노력 한다더니… 임금동결도 어렵다는 한전

4급이하 직원은 노조 협의해야
정부, 임금개선 근본대책 요구

정부와 여당이 전기요금 인상에 앞서 한국전력이 제출한 자구책이 미비하다 보고 경영정상화까지 전 직원의 임금동결을 요구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 압박으로 국민 고통이 예상되는데도 한전 직원들의 고임금 구조를 개선하거나 복지 혜택을 줄이는 근본 대책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날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최근 한전이 제출한 자구책을 보고받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임원들의 일회성 성과급 반납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지난해 한전의 부채가 전년 대비 47조 원 증가한 192조8000억 원을 기록했지만 자구책 마련은 미흡하다고 여기고 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을 전격 교체한 것도 산업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전은 보유 부동산 분할 매각, 3급 이상 임직원의 임금 인상분 반납 및 임금동결 등 ‘20조 원+α’ 규모의 자구책을 제출했다. 하지만 3급 미만 직원들에 대해서는 노조와의 단체협상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임금동결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전은 노조가 반대하는 상황을 감안해 ‘전 직원까지 동참할 수 있도록 노사협의를 추진하겠다’는 단서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는 “한전 직원의 대다수인 4급 이하 직원들은 무풍지대에 놓인 채 간부 몇 명의 성과급을 돌려받고 끝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한전과 가스공사가 요금 인상을 요구하기에 앞서 자구 노력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스스로에 물어봐야 할 것”이라며 “에너지 공기업들도 고통분담에 앞장서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05-12 뒤늦은 한전 사장 辭意와 기대 못 미친 전기료 설득 대책

천문학적 적자를 누적해온 한국전력공사는 민간기업이라면 벌써 파산하거나 매각됐을 것이다. 그러면 경영진은 부실 경영 및 배임 등에 따른 소송과 처벌에 직면하고, 종업원은 직장을 잃게 된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국민이 전기요금이나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주는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여곡절 끝에 한전이 12일 내놓은 자구안은 국민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친다. 한전의 임금 수준 등을 고려하면 ‘뼈를 깎는 시늉’이란 말조차 민망하다. 임박한 전기료 인상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한전은 25조7000억 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했다. 2급 이상 간부는 임금 인상분 100%, 3급 이하 직원은 50% 반납, 여의도 남서울본부 매각, 강남 아트센터 등의 임대, 신규 충원 억제 등이다. 오는 6월 확정될 성과급도 50∼100% 반납하겠다고 한다. 전기료 인상에 따른 물가 악영향과 정치적 부담을 우려한 정부와 여당이 여러 차례 반려한 끝에 나온 게 이 수준이다. 한전 입장에서는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임금의 대폭 삭감, 인력과 조직의 대대적 감축 등이 없는 이번 자구안은 설득력이 없다. 그나마 부동산은 언제 팔릴지 모르고, 임금 인상분 반납은 노조가 반대한다. 게다가 대다수 국민이 코로나 충격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에 시달릴 때 정승일 사장 등 현 경영진은 지난해와 올해 기본급을 연속 올려 억대 연봉자가 전체 임직원의 15%까지 늘었다. 이런 상태에서 인상분 일부 반납은 국민에게 ‘고통분담 쇼’로 비칠 뿐이다.

한전은 지난해 32조 원을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kWh당 51.6원 올려야 누적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 올 1분기에 13.1원 올렸다. 2분기에 7원 정도 올려도 격화소양일 뿐이다. 인력과 조직 등 근원적 개혁이 필요하다. 한전공대 폐교를 위한 법 개정도 요구해야 한다. 사의(辭意)를 밝힌 정 사장을 대체할 경영진이 들어서야 추진력이 생긴다.

문화일보

 

05.12 나라 살림은 허덕허덕, 교육청과 지자체는 흥청망청

▲[그래픽] 1분기 총수입 25조 줄어 재정적자 54조

 

 세수가 줄어들면서 올 1분기 재정 적자가 54조원까지 불어났다. 당초 예상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크다. 경제성장률이 1% 턱걸이에도 허덕이는 실정이어서 앞으로 세수 전망도 어둡다. 나랏빚은 1분에 1억여 원씩 불어나는데 들어오는 수입은 쪼그라드니 재정 상황은 점점 심각해진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교육청은 완전히 딴 세상이다. 법에 따라 정부가 의무적으로 내려보내는 교부금이 넘치는 바람에 돈 뿌릴 곳을 찾아다니는 지경이다. 17개 광역시·도 중 인천 부산 울산 등 12곳이 벌써 추경 예산을 편성해 시·도의회에 제출했다. 17개 교육청도 9곳이 추경 예산안을 냈고, 나머지 교육청들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재해나 비상 상황 때문이 아니다. 돈이 넘치자 억지로 쓸 곳을 만들고 있다. 초등생에게 매달 10만원씩 예체능 교육비 지급, 중1 학생 전원에게 태블릿 PC 지급, 수학여행용으로 제주도 호텔 매입비 200억원 예산 책정 등 열거할 수도 없다.

 

이런 ‘돈 잔치’를 벌일 수 있는 것은 국세의 19%를 무조건 지자체로 내려보내고, 내국세의 20.79%를 떼어 교육청에 지급하도록 의무화한 법 규정 때문이다. 재정 자립도가 10%에 불과한 전북 김제시가 지난 추석 때 시민 1인당 100만원씩 810억원을 뿌린 것도 중앙정부에서 3900억원의 교부금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50~60년 전, 지방 재정이 궁핍하던 시절 만든 법을 안 고치는 바람에 나라는 허덕이는데 교육청과 지자체는 돈을 뿌려대는 황당한 상황을 만들었다.

 

낡은 법을 고쳐 현금 살포 경쟁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됐지만 지역구 표를 의식한 여야 의원들은 못 본 척 손 놓고 있다. 국회의원의 의무 포기이자 국민, 특히 미래 세대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5-12 제2의 문재인 막을 ‘문재인 실정(失政) 백서’

尹, ‘ 문재인 청산’ 대선 民意 잊어선 안돼
두루뭉술 총론적인 비판 그치지 말고
文정권 5년 낱낱이 파헤치고 객관 평가해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부진한 건 정책 방향 때문이 아니다. 지난해 3월 대선 때 윤 후보에게 표를 준 유권자 대부분은 외교 정책 대전환과 노조 불법 행위 대응 등 국가정상화 방향에 대해 큰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왜 지지율은 대선 때 받은 48.56%에 못 미치는걸까.

대선 투표자가 3406만 명이었으므로 지지율 1%는 34만 명에 해당한다. 현재 지지율을 40%라 치면 대선 때 지지자 중 272만 명이, 30%라 치면 612만 명이 돌아선 셈이다.

이렇게 많은 지지자가 이탈한 이유는 △태도 △좌파정권 청산 미흡 △경제 상황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사실 ‘검사스러운’ 태도에서 비롯된 비호감 이미지는 정치 입문 직후부터 마이너스 요인이 돼 대선 투표에 이미 상당부분 반영됐으므로 48%가 30%대로 떨어진 결정적 이유는 아닐 것이다.

지난 1년간 단순한 언행의 문제 보다 지지율 부진에 더 큰 영향을 미친 비호감 요인은 인간적 신뢰의 훼손이다. 공명정대, 당당함, 진짜 사나이라는 검찰 재직시절 인간 윤석열의 이미지가 골대를 마음대로 옮긴 국민의힘 전당대회, 특별감찰관 임명 회피 등을 거치며 훼손된 것이다. 보수의 아성인 TK에서 눈에 띄게 지지층 이탈이 일어나는 현상은 바로 품격, 신뢰 등 보수층이 중시하는 가치가 흔들린 때문이다.

 

지지율 부진의 더 결정적 요인은 비호감 요인에도 불구하고 48%가 찍어준 이유와 직결된다. 그것은 바로 문재인 정권 심판이었다. 문재인류의 세력이 계속 정권을 잡으면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독립 운동하는 심정으로, 다시는 5년짜리 정권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나라의 근간을 흔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윤석열을 찍은 사람이 많다. 윤 정권은 좌파정권 청산이라는 소명을 갖고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1년이 넘었는데 청산은커녕 문 전 대통령은 진영의 상왕(上王)행세를 하고 있고, 국민 대다수와 사법부의 단죄를 받은 파렴치한 인사들이 팬덤을 몰고 다니며 부활을 꿈꾸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5년간의 성취” 같은 뻔뻔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은 문 정권 5년에 대해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고 평가한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건물과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순간”이라며 전임 정권을 비판했다. 백 번 옳은 말이지만 두루뭉실하고 총론적인 비판에 그쳐선 안 된다.

예를 들어 소득주도성장은 누가 어떻게 입안해서 실행됐는지, 경제적 평등도와 국가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객관적인 지표로 평가해야 한다. 최저임금 급속 인상 결정과정에 누가 입김을 넣었는지, 자영업자들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최저임금 수혜자들의 일자리는 결과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

외교안보 분야는 더더구나 진실 규명이 절실하다. 정의용은 국가안보실장 재직 시인 2018년 3월 평양을 다녀온 뒤 “김정은이 핵포기 의사를 밝혔다”고 했는데 그가 들은 말이 정확히 무엇인지 윤 정권은 인계받았나?

필자는 특파원 시절 한미 FTA협상과정을 취재한 바 있다. 양측은 자국 입법 권력의 요구시 어디까지 협상 내용을 공개할 것인가를 놓고도 밀고 당기기를 계속했다. 한국은 진행 중 사안은 대부분 비밀 유지하지만 미국은 전화기록·쪽지·노트 기록까지 다 의회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정의용의 북한 내 일거수일투족은 개인적 여행이 아니었다. 정확히 인수 인계해 주지 않았다면 범죄 행위나 다름없다.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김정은에게 넘겨줬다는 USB에는 무엇이 담겨 있는지 윤 정권은 보고 받았나? 중국 외교부는 한국이 삼불일한을 약속했다고 주장하는데 한국의 후임 정부는 누가 어떤 형태로 약속을 해준 것인지 모르는 상태라면 어떻게 중국 정책을 펴나. 이렇게 국가 운명에 관련된 사안들의 진실이 묻힌 채 넘어간다면 국가 운영의 기본 상식이 무너지는 것이다.

5년간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산하 기관, 조합 등에서 얼마나 많은 좌파인사들이 국민 세금을 누렸는지, 문화계·학계의 좌파 인사와 단체에 지원금이 어떻게 지급돼 좌파 생태계를 강화시켰는지, 이른바 공영 언론들에서 어떤 완장질이 행해졌는지 그 진상이 밝혀졌나?

현재의 경제난도 전임 정부와 분리해서 따질 수 없다. 대외 정책 전환에 비해 경제 사회 정책은 정책 수단이 제한돼 있다. 국가부채 이자율 등 복합적 경제 불안정기에 정책 수단의 손발을 묶은 주범이 전임 정권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 정권이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며 돈 뿌리며 성장정책을 편 결과가 엄청난 국가부담으로 돌아온 상황이다. 책임 전가 차원이 아니라 문제의 뿌리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 정권 경제정책의 폐해와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문 정권 청산은 좌파들이 행했던 보복과는 차원이 달라야 한다. 철저히 객관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문 정권 때는 검찰을 앞세운 광란의 칼춤으로 5명이 유명을 달리하고 수백 명이 사법 처리의 고초를 겪었다. KBS MBC YTN 등에선 인민위원회를 연상케하는 위원회가 만들어져 숙청극을 벌였다. 우파는 달라야 한다. 보복이 아닌 재발방지 차원의 진실 규명을 해서 백서를 내야 한다. 민주주의 학습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재임 중 정책에 대해 나중에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일단 정권만 잡으면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당장의 권력 강화와 자신의 주관적 이념 구현을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려는 욕심에 휘말리기 쉽다. 5년 만에 재정을 거덜 낸 문 정권이 대표적 사례다.

이제 그 실태를 정확히 조사해 역사에 기록으로 남기고 후대에 가르치면, 역사의 법정에서 영원히 심판받는다는 생각만으로도 5년짜리 정권이 나라의 기틀을 깰 엄두를 못 내게될 것이다.

진실 규명에 미적대는 사이, 좌파는 벌써 지난 5년을 점령하려 하고 있다. 보수가 제정신이라면 서점에 문재인 실정을 고발하는 책이 넘쳐냐야 마땅한데 유튜브에서 돈 버는 것에만 골몰할 뿐 누구하나 천착해서 파헤치지 않는다. 나라를 파탄으로 몰아넣고도 반성은커녕 문재인 찬양 영화를 만드는 좌파에게서 배워야 한다.

대통령이 아무리 전임 정권을 비판해도 그 비판이 주관적 주장의 영역에만 머물면 언젠가 다시 좌파가 점령할 역사에서 문재인 시대가 요순에 버금가게 도색되고, 문재인처럼 나라의 근간을 갉아먹는 권력자가 또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동아일보 이기홍 기자 

 

05.13 44조 적자 한전의 ‘밑 빠진 독’ 한전공대, 통폐합 외 답 없어

▲감사원이 전임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 개교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의 설립 과정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8일부터 오는 31일까지 한국전력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나주시 등 4곳을 대상으로 한전공대의 설립 적법성 등을 들여다보는 실지감사(현장감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8일 오후 전남 나주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전경. 2023.3.8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올 1분기에 6조여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지난해 네 차례 전기 요금 인상 등으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 늘고 손실 규모도 20% 줄었으나 여전히 초거대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지난 2021년부터 올 1분기까지 2년 3개월간 누적 적자가 44조6000여 억원에 달한다. 돈이 없어 전기를 외상으로 사오고 채권을 발행해 근근이 빚으로 적자를 메우는 실정이다. 앞으로 전기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총체적 위기를 맞아 한전은 부동산 매각, 전력 설비 건설 축소, 임직원 임금 인상분 반납 등을 포함한 25조원대 자구안을 발표했다. 정승일 사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정부의 촉구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 주 중 전기 요금이 일부 인상될 예정이나 경영 정상화까지는 요원하다.

 

산업부 장관은 한전공대에 대한 한전 출연금도 축소할 방침임을 밝혔다. 한전은 32조원 적자를 낸 작년에도 한전공대에 711억원을 출연했다. 올해는 그 2배가 넘는 1588억원을 출연하는데 이걸 좀 깎겠다는 것이다. 파산 직전의 공기업이 필요하지도 않은 대학에 돈을 계속 퍼붓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문재인 정부는 호남 표심을 잡겠다는 목적으로 10년간 1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한전공대를 졸속 개교했다. 국회 다수당 힘으로 특별법을 만들어 한전이 돈을 대도록 법에 대못을 박았다. 그 뒤 1년 만에 4층짜리 건물 하나 달랑 짓고 신입생을 뽑아 개교했다. 교수에겐 일반 국립대의 2배가 넘는 연봉을 준다. 총장 기본급은 연 3억원으로 카이스트 등 4대 과학기술원 총장 평균의 2배에 육박한다. 학생들은 등록금·기숙사비가 완전 면제다. 만신창이 한전에서 강제로 돈을 받아 이렇게 방만하게 운영한다.

 

지금 대학이 남아돌아 지방대 4분의 1이 곧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다. 이 판국에 무슨 필요하지도 않은 신생 대학이며, 그것도 44조원 적자의 한전 돈으로 운영한다는 게 말이 되나. 한전공대는 광주과학기술원 등에 통폐합하는 것이 정답이다. 빨리 결정해야 추가 학생 피해가 없다.

조선일보 사설

 

05.16 ‘국민의 난민화’ 중남미, 원인은 좌파 정권 發 국가 재정 파탄

 2018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브라질, 콜롬비아 등에 다시 확산된 ‘핑크 타이드(좌파 연쇄 집권)’ 물결은 중남미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 재정을 털어 선심 인기 정책을 펴는 좌파 정권의 특성상 예견된 일이다. 2007년부터 좌파 정권이 장기 집권해온 니카라과에선 최근 3년 새 전 국민의 17%가 나라를 떠났다. 물가가 3000% 폭등한 베네수엘라는 5년간 인구가 20% 이상 감소했고 다른 나라를 떠도는 난민이 720여 만명에 달한다. 볼리비아는 중앙은행의 달러가 바닥나 사실상 부도 상태다. 중남미 국가의 경제 파탄은 브레이크 없는 무상 복지와 포퓰리즘이 국가 경제를 어떻게 몰락으로 이끄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다.

 

마구 빚을 내서 돈을 펑펑 뿌린 전 정부의 포퓰리즘 탓에 우리도 나랏빚이 1000조원을 돌파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지난해 재정 적자는 GDP의 5.4%인 117조원에 달했다. 한번 궤도를 탄 포퓰리즘은 되돌리기도 어렵다. 올해도 1분기에만 54조원 적자를 냈다. 65세 이상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2025년부터는 가만히 있어도 복지 의무 지출이 눈사태처럼 불어난다.

 

나랏빚에 브레이크를 거는 장치가 시급한 상황에서 거대 야당은 최소한의 법적 제동 장치마저 못 하게 막고 있다. 연간 재정 적자 폭을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민주당의 사실상 반대로 2년째 묶여 있다. ‘부채 브레이크’로 불리는 재정준칙은 전 세계 105국이 도입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이 제도의 효과는 선진국들이 입증하고 있다.

 

한국 국회는 국고를 낭비할 제도를 통과시킨 직후 선진국 재정준칙 사례를 보고 오겠다며 유럽 외유를 다녀왔다. 이들이 어제부터 재정준칙 논의를 시작했지만, 민주당은 연간 7조원을 운동권 등에 퍼주는 ‘사회적 경제 기본법’ 등과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남미 경제를 거덜 낸 좌파 포퓰리즘이 한국에서도 일시적 현상을 넘어서 아예 둥지를 틀려고 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5.16 ‘탈원전’ 문미옥은 과기정책원장… 한전공대法 신정훈, 양곡법 주도

책임지는 사람 없는 ‘한전 부실’

▲한전에 부담 떠넘긴 그때 그 사람들

 

천문학적인 한전 적자는 이념에 매몰된 문재인 청와대, 표에 목을 맨 정치권, 이에 장단을 맞춘 관료들의 합작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청와대는 탈(脫)원전을 밀어붙이면서 전기료 동결을 물밑에서 조율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표심을 노리고 1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한전공대 설립 특별법을 강행했다. 관료들은 탈원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한전 적자가 수십조 원 쌓이는 것을 보면서도 시킨 대로 움직였다. 이 같은 총체적 난맥상이 요금 인상 청구서로 국민에게 돌아온 것이다.

 

◇청와대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겸 에너지전화 TF 팀장, 문미옥 과학기술 보좌관, 강기정 정무수석(문재인 대통령 당시)

 

2017년 6월 19일, 취임 한 달을 갓 넘긴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은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후 탈원전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했다. 당시 청와대 김수현 사회수석 겸 에너지전환TF 팀장,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이 이를 주도했다. 문 보좌관은 ‘월성 1호기 외벽에 철근이 노출돼 정비를 연장한다’는 보고를 했고, 이를 본 문 전 대통령은 “월성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이냐”고 했다고 한다. 이후 월성 1호기는 조기 폐쇄됐다. 문재인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은 중단하거나 백지화했다.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정부에서 문 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한전공대 설립을 주도했다. 그 결과 교수는 일반 국립대의 두 배 수준 연봉을 받고, 학생들은 등록금·기숙사비를 안 내도 되는 지금의 한전공대가 등장했다.

 

당시 청와대에서 이를 주도한 인사들은 책임을 피해 가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잊히고 싶다”면서도 사저 인근 ‘평산책방’ 책방지기로 소일하며 지지자들과 만나고 있다. 문미옥 보좌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을 지낸 뒤 2021년부터 과학기술 정책 싱크탱크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광주광역시장에 당선됐다. 그는 지난 3월 감사원이 한전공대 설립 적법성 감사를 시작하자 “정치 감사, 표적 감사”라며 반발했다.

 

◇정치권

▲이낙연 전남지사, 김태년 정책위의장, 신정훈 의원(문재인 대통령 당시)

 

한전공대법은 민주당 신정훈 의원이 자기 지역구인 전남 나주에 한전공대를 설치하겠다며 2020년 10월 대표 발의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한전공대법은 신 의원이 발의한 지 다섯 달 만인 2021년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호남 지역 언론은 신 의원을 ‘한전공대 설치 주역’으로 소개했다. 그는 올해는 매년 약 1조원의 세금이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되는 양곡법 개정안을 대통령이 공포해야 한다며 삭발 투쟁을 했다.

 

한전공대 설립은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2014년 전남지사에 당선됐을 때 했던 선거 공약이다. 한전공대법은 이 전 대표가 여당 당대표 시절 주도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본회의 통과 한 달 전 나주 한전공대 부지를 찾아 한전공대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약속하기도 했다.

 

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여당 정책위의장 시절인 2017년 7월 당정 회의에서 “탈원전을 해도 전력 수급에는 전혀 문제없고 요금 폭탄도 없다”고 했다. 이어 원내대표와 당대표 권한대행을 하면서 한전공대법 통과에 앞장섰다.

 

한전은 2021년 3월부터 작년 3월까지에만 8차례 요금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당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규모 한전 적자로 이어졌다. 당시 민주당 당대표는 송영길 전 의원이었다.

 

◇관료

▲백운규 산업부 장관, 성윤모 산업부 장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문재인 대통령 당시)

 

정치권의 이 같은 압박이 가능했던 이유는 관료 사회가 정치권의 눈치만 보고 움직였기 때문이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 조기 폐쇄시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탈원전 정책을 관철한 후 산업부 산하 기관장을 장기간 지냈다. 채 전 사장과 정 전 사장은 문 정부 시절 3년 5개월과 4년간 사장으로 재임했다.

 

또 문신학 전 원전산업정책관(국장급), 정종영 전 원전산업정책과장, 김형석 서기관은 감사원의 감사를 앞두고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올해 초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백 장관 뒤를 이은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은 2021년 5월 퇴임한 뒤 같은 해 12월 한국공학대 이사장에 선임돼 지난 2월까지 재임했다. 올 3월에는 효성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정승일 전 산업부 차관은 2021년 5월 한국전력 사장에 임명돼 재임하다가 부실 경영의 책임을 지고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표를 내라는 여당의 압박에 뒤늦게 사표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탈원전 정책 결정에 깊숙이 관여했지만 이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산업부 한 공무원은 “탈원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 코드에 맞춘 이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정책 실패에 따른 각종 부작용은 실무를 맡은 공무원들이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김승재 기자 이기우 기자

 

05.17 한전 망친 주범들 모두 건재, 책임자 文은 영화 찍고 책방 정치

 한국전력이 2년 3개월간 44조원의 천문학적 적자를 내는 부실 공기업으로 전락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전기 요금 인상 연기와 탈원전 때문이다. 국제 연료비가 급등했으면 그에 맞춰 어느 정도는 전기 요금을 올려야 한다. 초등생도 알 수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은 전기 요금을 5년 내내 못 올리게 했다. 제 인기 떨어질까 봐 한전 멍드는 것은 상관하지 않았다. 전기 요금을 올리면 탈원전 비난이 쏟아질까 우려한 탓도 있을 것이다. 국민을 속인 포퓰리즘 국정이 엄청난 폐해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 것이다.

 

한전은 탈원전이 본격화한 2018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원유·가스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감당 못 할 적자 구조가 만성화됐다. 문 정부 5년간 탈원전으로 한전이 떠안은 추가 비용은 간접 손실을 빼고도 25조여원에 달한다. 값싸고 안정적인 원전 대신 값비싼 LNG 발전량을 늘린 바람에 5년간 발전 원가가 늘어난 것이 한전 부실의 단초가 됐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인상 요인이 없다”는 이상한 논리를 대며 단 한 차례 소폭 인상만 하고 5년 내내 전기료를 묶어놓았다. 한전이 10차례나 요금 인상을 요청했지만 묵살했다.

 

한전을 거덜 낸 것으로도 모자라 선거용 현금 출납기로도 썼다. 호남 표를 겨냥해 10년간 1조6000억원이 드는 한전공대를 무리하게 설립했다. 지금 대학 4분의 1이 없어질 판인데 무슨 대학 신설인가. 한전 경영진도 정권에 영합해 경영을 거덜 낼 포퓰리즘 요구를 아무 이의 없이 받아들였다. 거액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공공 일자리를 늘리라는 문 정부 지침에 따라 신입 채용 규모를 거의 두 배로 늘리기도 했다. 사상 최대 적자에도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가 여론 질타를 받고 반납하는 등 도덕적 해이도 심각했다.

 

이렇게 우량 공기업을 부실 덩어리로 만들어 놓고도 당시 정책 담당자와 한전 경영진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건재하다. 탈원전을 진두지휘한 청와대 사회수석은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고, 과학기술보좌관은 아직 국책연구소 원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전공대 설립을 주도한 청와대 정무수석은 광주광역시장이 됐다. 한전공대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의원은 10년간 1조6000억원이 들어가는 ‘밑 빠진 독’ 한전공대를 만든 것도 모자라 매년 1조원을 퍼부어야 하는 ‘양곡법’까지 주도했다. 정권 지시에 따라 한전공대를 세운 김종갑 전 한전 사장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이 모든 포퓰리즘 세금 낭비의 정점에 있는 문 전 대통령은 단 한마디 사과조차 없이 자기 자랑하는 영화를 찍고 ‘책방’ 정치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5.17 종편 점수 조작 보고받고 은폐까지 지시, 그래도 버틴다니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1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를 나서고 있다. 한 위원장은 종편 점수 조작을 보고 받은 뒤 이를 승인하고 은폐까지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종편 점수 조작을 보고받은 뒤 이를 승인하고 은폐 지시까지 했다고 한다. 공소장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2020년 TV조선이 재승인 심사에서 기준 점수를 넘었다는 보고를 받자 “미치겠네. 그래서요?”라며 실무진에게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고 “욕 좀 먹겠네”라고도 했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질책받을 것이란 얘기였을 것이다.

 

한 위원장의 불만을 들은 담당 국장과 과장은 외부 출신 심사위원장 윤모 교수에게 점수 수정을 요청했고, 일부 심사위원이 점수를 깎아 다시 제출했다. 한 위원장은 국장에게 “점수 수정으로 TV조선이 과락이 됐다”는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 사실상 점수 조작 지시, 승인 모두 한 위원장이 한 것이다. 이 때문에 TV조선은 조건부 재승인 처분을 받았다. 한 위원장은 언론이 이 문제를 취재하자 실무진을 불러 “점수 수정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하라”며 은폐까지 지시했다고 한다. 또 “방통위가 점수 평가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허위 보도 자료도 내게 했다.

 

한 위원장은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 점수 조작 의혹으로도 수사받고 있다. 경기방송은 객관적 평가에선 전체 방송국 146곳 중 8위를 했지만 심사위원 주관 평가에선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이 때문에 조건부 재승인을 받고 이듬해 방송을 접었다.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기방송 기자가 한 질문이 정권의 미움을 산 사실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위원장이 나서서 점수를 조작했을 것이다.

 

방통위원장은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할 최고 책임자다. 그런데 정권 뜻에 따라 점수를 조작하고 은폐했다. 담당 국·과장과 심사위원장은 이 일로 줄줄이 구속됐는데 정작 책임자인 본인은 지시한 적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실질적 조작 지시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겠지만 한 위원장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정부의 면직 절차에 반발하면서 끝까지 버티고 있다. 뻔뻔하고 파렴치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5.17 국가지원금 빼돌려 제 주머니 채운 파렴치 시민단체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지난 1월 17일 '복지 분야 국고보조금 관리 강화 추진단' 영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국고보조금 횡령 실태

윤석열 정부가 ‘편향 지원’ 관행 뿌리 뽑아야

감사원이 어제 10개 비영리 민간단체의 73명을 수사 의뢰하면서 밝힌 비리 행각은 충격적이다. 국고보조금을 빼돌려 손녀의 말 구매 자금으로 쓰는가 하면 인건비를 허위로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횡령 범죄 수법을 서슴지 않았다. 이번 감사에서만 17억4000만원의 범죄 금액을 밝혀냈다. 정부가 사회의 구석구석을 살피기 힘든 현실에서 시민단체의 활동은 중요하다. 특히 소외계층을 돕고 정부와 공공기관을 감시하는 역할은 소금과 같다. 이런 기여가 있기에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마련한 지원책을 사리사욕으로 오염시키는 일부 단체의 비리는 시민사회 신뢰의 근간을 무너뜨린다. 국고를 빼돌려 자신과 가족·친지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일부 인사는 시민운동의 영역에서 퇴출해야 마땅할 시간이 됐다.

 

단, 한 번의 감사에서 10개 단체의 불법이 드러날 만큼 비리가 만연할 때까지 정부는 어떤 감시활동을 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귀한 세금이 부정한 단체 인사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동안 방지 노력을 과연 충분히 기울였는가. 민간단체에 지급한 보조금은 문재인 정부 5년간 연평균 4000억원씩 늘어 연간 5조원을 넘어섰다.

 

2019년 부정수급 적발 과정에서 나랏돈 빼먹기 관행의 실태가 드러났는데도 발본색원하지 않았다. 이번에 적발된 횡령 행태를 보면 애써 외면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허술한 구석이 많다.

 

2021년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보조금의 실태를 개탄하면서 “서울시의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현금지급기)으로 전락했다”고 발언해 진보 진영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었다. 그런데 일부 단체 대표는 이 무렵에도 문화공연 행사 비용 1200만원을 부풀려 수의계약을 체결한 뒤 딸 명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의 도덕 불감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선진 사회로 갈수록 시민의 자발적 활동의 중요성은 커진다. 정부와 지자체가 보조금을 통해 정책의 빈틈을 메우는 노력은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시민단체는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한 지원금을 귀하게 여기고 빈틈없이 관리해야 선순환이 이어진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홈페이지에 ‘정부나 기업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다’며 재정적 독립성을 강조한다. 비록 완전한 재정적 독립은 어렵더라도 가급적 시민의 자발적 후원금을 활동의 근간으로 삼아야 목소리가 더 당당해진다. 정부는 이번 감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그동안 소홀히 해 온 국가보조금 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과거 정부들이 정치적 성향에 맞는 시민단체에 지원을 몰아줬다는 비난을 받은 만큼 윤석열 정부에서는 어떤 단체에서도 보조금으로 자신의 배를 불리고, 손녀의 말까지 사는 행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라.

중앙일보 사설

 

05.17 나랏돈 빼먹기 요지경 NGO, 철저 수사해 전액 환수해야

비정부기구(NGO) 일각의 나랏돈 빼먹기가 요지경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정부 보조금을 조직적으로 빼돌린 10개 시민단체의 대표와 관계자 73명을 횡령과 사기, 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16일 밝혔다. 최근 5년간 정부 보조금을 1억 원 이상 받은 민간단체 911개를 대상으로 2022년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선별 감사해, 확인한 횡령액만 17억4000여만 원이다.

국민 세금을 쌈짓돈으로 여긴 이들의 행태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이 따로 없다. 어느 단체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병영 독서 활성화 사업’에 참여해, 매년 받아온 20억∼30억 원 중 10억5300만 원을 횡령했다. 그 돈으로 명절 선물비, 골프·콘도 이용료, 자녀 주택 매입 자금 지원 등에 펑펑 썼다. 손녀 승마용 말 구입비와 유학비에도 보탰다. 또 다른 단체 대표는 여성가족부가 진행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사업을 빌미로 받은 보조금 1억 원 중 3100만 원을 빼돌렸다. 출근해야 하는 100일 중 27일만 하고도, 매일 출근한 것처럼 허위 문서를 꾸며 665만 원을 더 챙겼다.

심지어 어떤 단체는 세월호 희생자가 많은 지역에서 ‘청년들의 역사와 인문학 독서 토론’ 명목으로 보조금을 타낸 뒤, 북한 ‘김정은 신년사’와 ‘김일성 항일 투쟁’ 등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국민 혈세를 친북 선동에 쓴 셈이다. 시민단체의 탈을 쓴 NGO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불법 행위 전모를 규명해야 한다. 횡령액 전액 환수는 기본이다.

문화일보 사설

 

05-17 너무도 편안한 문재인

김세동 논설위원

나라 근간 허물고도 반성 없이
문빠 거점 책방 내고 다큐 출연
文 “5년간 성취” 도착적 인식

부정입학 딸과 북콘서트 조국
평산 찾아 文 축복받은 이재명
문·조·이 3인 無恥 난형난제

영화 ‘밀양’에서 주인공의 어린 아들을 해친 유괴범은 교도소로 면회와 자신을 용서하겠다는 신애(전도연 분)에게 담담한 표정으로 “이미 하나님께 눈물로 회개하고 용서받았다”고 했다. 아들을 잃고 방황하다 기독교에 귀의해 구원을 받으려던 신애는 죄책감 하나 없는 가해자를 보고 절망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도 문동은(송혜교 분)의 고교 시절 동창생이 “난 너한테 한 짓 다 회개하고 구원받았어”라고 뻔뻔스럽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털끝만큼의 죄의식도 보이지 않는 가해자의 태평한 태도에서 충격받는 건 영화에서만은 아닌 것 같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습이 너무도 편안하고 당당해 운동권 정권의 설익은 실험으로 정치 경제 외교·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라의 근간을 허물어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데 대한 일말의 반성도, 자책도 찾아보기 어렵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부터 경남 양산 사저 바로 옆에 평산책방을 내고 책방지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개점 1주일 만에 1만여 명이 다녀갔고, 책도 5600권 가까이 팔렸다고 한다. 평산책방을 찾은 전국의 지지자들과 사진 찍기 바쁜 문 전 대통령은 ‘파워 유튜버’ 같은 모습이다. 의욕이 과했는지 자원봉사자 50명을 오전·오후 각 4시간 근무와 8시간 근무 등 3종류로 구분해 모집하면서 8시간 근무자에게 점심만 제공하겠다고 했다가 ‘최저임금 급상승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을 떠들었던 사람으로서 차마 못 할 열정페이, 노동착취’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모집을 스스로 취소했다. 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온갖 서적과 캐릭터 상품(굿즈), 커피를 팔아 돈도 모을 평산책방은 문빠들의 정치적 거점이 될 전망이다.

퇴임 1년에 맞춰 5월 10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에 출연한 그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가 사전 공개한 장면에서 “5년간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허망한 생각이 든다”고 해 제정신 갖춘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영화제작사 측이 민망해서 그랬는지 공개된 영화에서는 빠졌지만, ‘5년 성과’ 운운은 참으로 가당찮은, 도착(倒錯)된 상황 인식을 보여준다.

문 정권은 23번이나 거듭된 ‘오기’스러운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서울 아파트 가격을 2배 가까이 올려놓았고, 지금의 빌라 전세 사기 사건의 단초도 제공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탄소중립 정책이 강요되는 판국에 탈원전을 강행하는 앞뒤 안 맞는 옹고집으로 한전의 천문학적인 적자 사태를 자초했다. 재정 건전성은 나 몰라라며 퍼주기 정책으로 일관해 국가채무를 임기 내 400조 원 이상 늘려 총 1068조 원을 넘겼다. 임기 내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미국 등 전 세계에 보증했지만, 북한은 미사일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량하고 핵무기 탑재·폭발 실험도 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유감 표명도 없다.

문 전 대통령의 기이한 인식 구조는 이 다큐 영화에서 ‘지금 당장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라고 답한 대목에서도 드러난다. 엽기적이고 기상천외한 내로남불 행태를 보인 조국을 문 전 대통령이 장관에 임명만 하지 않았어도 정권을 잃지 않았을지 모른다. 자녀 부정입학과 관련한 온갖 스펙 및 서류 조작으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도 일말의 반성과 사과 없이 자신이 쓴 ‘조국의 법고전 산책’ 북콘서트 전국 투어를 하면서, 부정입학의 주인공인 딸 조민과 동행하는 등 후안(厚顔)과 무치(無恥)의 최고 경지를 보여준다.

본인의 사법 리스크는 물론,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 김남국 의원 가상화폐 보유 논란 등으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이재명 대표도 지난 10일 평산책방에서 임종석·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유은혜 전 교육부총리 등 전 정부 당시 당·정·청 고위인사 25명가량이 모여 개최한 퇴임 1주년 행사에 참석해 ‘문재인의 축복’을 받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를 앞치마 차림으로 마중 나와 포옹한 뒤 사저로 옮겨 “민주당이 단합하고 통합하는 모습으로 국가적 어려움을 타개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날 찍힌 사진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환하게 파안대소하고 있다. 정권 상실 3인방의 무죄책감, 무의식이 난형난제다.

문화일보

 

05.19 文 정권 부패 비리 언론에 알렸다고 유죄, 이게 정의인가

 문재인 정권 때 청와대 내부 비리를 폭로한 김태우 서울강서구청장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하급심 판단을 대법원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로써 그는 구청장직을 잃게 됐다. 청와대 내부 비리를 언론에 알린 게 구청장직을 상실할 만큼 심각한 범죄라는 것인데 일반인의 상식과 법 감정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출신인 김 구청장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등 내부 비리를 언론 등에 폭로한 혐의로 청와대로부터 고발당했다. 그의 폭로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그가 폭로한 내용 중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 등은 사실로 인정돼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이 났다. 그의 폭로가 없었다면 이런 비리는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권 검찰은 ‘특감반 첩보 보고서’ 등 5건을 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했고, 법원이 이 중 4건을 유죄로 판단했다.

▲김태우 강서구청장(강서구 제공). 2023.1.2/뉴스1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근거 중 하나는 김 구청장이 이 4건을 2019년 1월 국민권익위에 부패 행위 신고를 하기 한 달 전쯤 언론에 먼저 누설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익신고자에게 부여되는 정당 행위로 볼 수 없어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형식적인 논리다. 권력형 비리는 대부분 내부 고발로 드러나지만 고발자 입장에선 권력 내부의 보복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고발자는 대부분 자신을 보호하려고 비리를 언론을 통해 함께 폭로한다. 법원 판결은 이런 현실을 아예 무시한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누가 내부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나설 수 있겠나.

 

누설 시 처벌하는 ‘공무상 비밀’이란 것은 그것이 알려질 경우 관련 정책 수행에 어려움이 있거나 국가 안보에 저해가 되는 사항이란 것이 상식일 것이다. 공직자의 부정이나 비리가 ‘공무상 비밀’이어서 국민이 알면 안 된다는 것을 누가 납득하겠나. 김 구청장이 폭로한 것은 국가 정책이나 안보 사안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당연히 알아야 할 공직자들의 부정 비리였다. 더구나 그가 폭로한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 관련자들 상당수가 처벌됐다. 사회 공익을 위해 그가 한 역할이 적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법원이 일부 지엽적인 내용을 문제 삼아 그에게 징역형까지 선고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김 구청장은 대법원 선고 직후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익신고자를 처벌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법원 판결보다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공익 신고 제도를 후퇴시키고 공익 신고자의 싹을 자른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5.19 부하에 거짓 강요한 송영무, 정략 제물 된 군의 참혹한 실태

▲2018년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북측 노광철 인민무력상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른바 ‘기무사 계엄 문건’과 관련해 송영무 전 국방장관을 압수 수색했다. 계엄 문건은 탄핵 사태 와중이던 2017년 3월 기무사가 시위대의 폭동 등에 대비해 비상 계획과 법 절차를 검토한 것이다. 단순 검토일 뿐 실행 계획이 아니었다. 문재인 청와대는 이 문건의 존재를 알고도 석 달 동안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8년 7월 돌연 ‘계엄 문건’을 발견했다며 ‘내란 음모’ 수사에 나섰다. 문 전 대통령이 특별 수사 지시까지 내렸다. 합수단은 검사 37명을 투입해 104일 동안 200여 명을 조사하고 90여 곳을 압수 수색했지만 완전한 사실무근으로 끝났다. 수많은 사람들만 괴롭혔다. 수사 지시 자체가 ‘드루킹 특검 국면 전환용’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계엄 문건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사실은 군인이면 모두가 아는 상식이었다. 문재인 정권 첫 국방장관이었던 송 전 장관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는 2018년 국방부 내부회의에서 ‘계엄 문건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발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문 정권이 돌연 일을 키우고 수사를 시작하자 “나는 그런 발언한 적 없다”는 내용의 ‘사실관계 확인서’를 만들어 회의에 참석한 부하들에게 서명하게 했다는 것이다. 서명을 강요했기 때문에 직권남용이라는 게 공수처 입장이다. 송 전 장관의 ‘거짓말’은 당시도 문제가 됐다. 국방부 직할 기무부대장 민병삼 대령이 국회에서 이를 폭로하자 송 전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민 대령과 설전까지 벌였다.

 

계엄 문건 외에도 문 전 대통령 하명 사건은 거의 전부 본질적 내용은 무혐의로 판명됐다. 오히려 무리한 수사 과정에서 직권 남용 같은 새로운 불법 문제가 불거졌다. 문 전 대통령이 “검경의 명운을 걸라”며 지시한 김학의 전 법무차관 뇌물 수수 사건도 김 전 차관은 무죄가 난 반면, 그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법 출국 금지 의혹이 터졌다. 문 정부의 정략 때문에 억울하게 고초를 겪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때도, 지금도 문 전 대통령은 일절 입을 닫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5-19 발본색원해야 할 NGO‘세금 도둑질’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정부와 대비되는 조직인 시민단체(NGO·비정부기구)는 기본적으로 시민 개인이나 집단 등의 후원금으로 운영함으로써 권력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이 못하고 정부가 못하는 역할을 이들 시민단체가 맡아 빅소사이어티(big society)의 일환으로 사회계약을 통해 건강한 시민사회를 형성해 가는 순기능을 기대한다. 또, 많은 나라에서 반부패·민주주의·환경·여성인권 등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무늬는 시민단체이나 실제 재원 조달은 대기업 그룹의 후원이나 국가의 보조금에 의존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이익집단 내지는 정치권력과 카르텔을 형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정부 보조금을 1억 원 이상 받은 비영리 민간단체 911개를 대상으로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선별 감사한 결과 횡령 등 고의적 부정 범죄 금액만 17억4000여만 원이었다고 한다. 그 돈으로 명절 선물비, 골프·콘도 이용료, 자녀 주택 매입 자금 지원 등으로 쓴 사례도 있었다. 또, 허위계약을 한 다음 되돌려받기도 하고, 인건비를 허위로 지급한 뒤 돌려받은 횡령 사례도 적발됐다.

민간단체에 지급한 보조금은 문재인 정부 5년간 연평균 4000억 원씩 늘었다고 한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재임 기간에 1조 원이 넘는 보조금을 시민단체에 지원했다. 지난 2021년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보조금의 실태를 지적하면서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전락했다’고 한 지적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런데 이번에 적발된 일부 시민단체의 국고 보조금 횡령 백태(百態)는 국내 NGO의 도덕 불감증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반부패 총괄기관으로 공공재정환수 제도와 부정수급신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면 이 제도가 형식적일 뿐임을 알 수 있다.

시민단체가 정부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공익활동 등에 대한 보조금이 늘어 지난해에는 무려 5조4446억 원이었다. 국고보조금 통합관리 시스템(e나라도움)이 작동하고 있어 투명하고 촘촘한 관리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여전히 횡령 등 회계 부정(不正) 등이 이뤄지고 있고, 정부 보조금이 ‘눈먼 돈’으로 인식되는 행태가 만연한 것은 근본적 개혁이 필요함을 강력히 시사한다.

물론 이번 일로 민주화 시대의 시민단체 역할을 폄훼해선 안 된다. 과거 암울했던 시기에 시민단체 차원에서 경제정의 실현과 시민 참여를 독려해 민주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 데는 시민단체의 기여가 지대했다. 그러나 그러한 과거의 영예로운 유산이 이번에 드러난 비영리 민간단체의 파렴치한 행태를 눈감게 할 수는 없다. 부정부패 척결과 회계 투명성, ‘세금 도둑’ 색출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감사원은 경종을 울리는 차원을 넘어 다시는 이런 범죄행위가 발붙일 수 없도록 발본색원해야 한다.

시민단체에 시민이 없다고 한다. 명망가 중심의 시민단체 또는 이익집단의 일환으로 시민단체의 옷을 입는 경우도 많다. 투명한 회계, 정당한 재원과 사업의 명료한 연계를 통해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는 모습을 통해 시민이 중심이 되는 시민단체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문화일보

 

05.23 문 전 대통령의 불편한 처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수상하다. 퇴임 후 수염 기르고, 자유를 만끽하나 싶더니 올 들어 행보가 부쩍 복잡해졌다. 제주 4·3평화공원,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다녔다. 추모만 하는 게 아니라 어김없이 정치색 짙은 말을 남겼다. “4·3을 모독하는 행위가 이뤄지고 있어 개탄스럽다.”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게 정치인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 “잊혀지고 싶다”는 당초 약속은 온데간데없다. 외려 잊혀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고비마다 정치적 메시지를 내는 퇴임 대통령은 낯설다.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외에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지난달 양산 사저 근처에 ‘평산책방’을 냈다. 이달엔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를 개봉했다. 마치 정치를 다시 준비하는 사람 같다. 주민을 위해 책방을 열었다지만, 오롯이 그를 위한 정치 공간이다. 팬 미팅장이고, 친문의 성지가 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다녀갔다. 그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대화는 정치인의 의무”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했다. ‘불통 대통령’이었던 그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나라의 어른답게 정파를 떠나 덕담을 했어야 했다.

 

책방은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무급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가 사달이 났다. ‘돈도 안 주고 일 시키느냐’는 반발을 불렀다. 책방 측은 “과욕이었다”며 철회했지만, 문 전 대통령은 일언반구도 없다. 재임 당시 불리하면 침묵하던 모습 그대로다. 공익사업이라면서 사업자 명의를 처음에 재단이 아닌 문 전 대통령 개인으로 한 것도 논란이 됐다. 책방 곳곳에 ‘장삿속’이 묻어난다는 지적은 옆에서 듣기에도 불편하다. 이런 걸 자꾸 얘기하면 한마디 할지 모른다.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

 

영화 ‘문재인입니다’는 또 다른 논란거리다. 잊혀지겠다고 해놓고, 한편에선 홍보 영화를 준비한 게 놀랍다. 애초에 잊혀질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닌가. 편집 과정에서 삭제했다는 그의 발언이 의미심장하다. “5년간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져 허망한 생각이 든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영화를 본 뒤 “문 전 대통령을 꼭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결의를 다졌다. 퇴임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영화는 실패했다. 관객 수는 개봉 2주 동안 10만 명 남짓. 185만 명이 본 ‘노무현입니다’와 비교된다. 관람평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싸움판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지켜보는 국민은 착잡하다.

 

지난 2월에는 문 전 대통령이 SNS를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책을 거론했다. “저자의 역량을 새삼 확인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다.” 조국이 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지 1주일 지난 때였다.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언급이었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전임 대통령의 말은 그 자체로 정치적이다. 조국에게 애틋함이 있다면 따로 연락하면 될 일이다. 굳이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은 조국을 택한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행동이다.

 

퇴임 대통령이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은 없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숨을 이유는 없다. 자신의 경륜을 활용할 일이 있으면 좋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도 괜찮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해외를 순방하고, 헨리 키신저·매들린 올브라이트 같은 명사들과 교류하며 말년을 보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친환경 쌀, 숲 가꾸기, 생태하천 복원에 열정을 쏟았다. 미국에선 지미 카터가 모범 사례다. 퇴임 후 전 세계 빈민촌에서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했고, 분쟁지역에서 중재를 끌어냈다. 무능 대통령에서 존경받는 지도자로 거듭났다.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조지 W 부시는 화가로 변신해 대통령 때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도 퇴임 후 그림에 전념했다. 분명한 건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자신의 길을 걸어야 아름답다. 구설에 휘말리지 않는다.

 

유감스럽게 문 전 대통령은 현실 정치에 끼어든다. 정상까지 오르고 하산했지만 내려놓지 않는다. 참배·책방·영화·SNS…. 뭔가 끝없이 도모하면서도 이런 상황을 남 탓으로 돌린다. “(여권이) 끊임없이 나를 현실 정치로 소환하고 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여기는 듯하다. 지난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다음 정부는 우리 정부 성과와 비교받을 것”이라며 덕담 대신 적개심을 보였다. 증오의 정치 프레임이다. 상대방을 악마화하면서 자신을 정당화하는 방식이다.

 

낯 뜨거운 자화자찬도 이런 심리에서 나오는 것 같다. 지난해 5월 물러나면서 지지자들에게 “(제가) 성공한 대통령이었습니까”라고 물어 “네”라는 답변을 끌어냈다. 통상 그런 자리에선 ‘그동안 부족한 저를 응원해 줘서 감사하다’며 자신을 낮추는 게 품격 있는 태도다. 성과를 부풀리며 세력을 규합하는 협량을 드러낸 것이다. 나라를 쪼개는 비극은 집권 5년으로 충분하다. 퇴임 대통령의 정치 개입이라는 불행한 전례를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중앙일보 고현곤 편집인 

 

05-23 탈원전 직접 피해만 47兆, 책임 물을 때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47조4000억 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발생하는 총비용이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2017∼2022년에 22조9000억 원의 탈원전 비용이 발생했으며, 2023∼2030년에는 24조50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고스란히 국민 부담이다.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는 집권 5년에만 그치지 않는다. 탈원전 정책은 전원 구성(에너지 믹스)을 고비용 구조로 바꾸고 원전산업 생태계를 망가뜨렸다.

고비용 전력산업 구조는 원전 이용을 줄이고 원전 설비를 제때 확충하지 않은 데 크게 기인한다. 문 정부는 ‘탈원전 로드맵’에 따라 원전 건설을 중단시키고 신규 원전 건설을 취소했다. 원전 이용을 줄이고 계속운전 신청을 늦췄으며,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탈원전 로드맵’에 따른 2030년 예상 원전 설비용량은 20.4GW로, 2015년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의 원전 설비용량 38.3GW 대비 절반 수준”이라고 밝혔다.

원전의 빈자리는 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채웠다. 지난 6년(2017∼2022)간 평균 정산단가는, 원전 58.2원/kWh, LNG 발전 135.1원/kWh였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와 맞물려 고비용 구조의 폐해가 극명히 드러났다. 지난해 한전 영업손실은 32조6550억 원이었다. 원전은 부지 조성부터 운영까지 10여 년이 걸린다. 그래서 원전을 제때 이용하려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 고비용 전력산업 구조는 원전 설비용량이 제대로 갖춰지고, 전원 구성이 정상화될 때까지 유지될 수밖에 없다.

원전산업의 생태계도 크게 훼손됐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국내 원전산업은 문 정부 5년간 매출 41.8%, 종사자 18.2%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2016년 5조4000억 원이던 원전산업 매출이 2021년 3조2000억 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종사자도 2만2000명에서 1만8000명으로 줄었다. 어떤 분야든 사람이 핵심이다. 그런 면에서 원전산업 종사자 수가 단기간에 4000여 명이나 줄어든 것은 원전산업에 치명적이다. 이들이 원전산업에 종사하며 갈고 닦은 기술과 경험이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전문인력 공백은 신진 인력 유입만으로 메울 수 없다. 전문인력 공백은 결국 원전산업 경쟁력 하락을 초래해 국내 원전 가동 및 원전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탈원전은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중대한 손해도 주었다. 정부 정책의 신뢰도 추락이 그것이다. 문 정부는 원전정책을 전광석화처럼 뒤집었다. 국내에서는 원전이 위험하다며 탈원전을 강행하면서, 해외에서는 K-원전의 우수성을 홍보하며 수출을 추진하는 이중 행태를 보였다. 이러한 일방적이고 이중적 행태는 국내 원전산업계가 정부를 전적으로 믿을 수 없게 했다. 현 정부가 탈원전 폐기를 선언했는데도, 원전산업계가 ‘나중에 또 바뀌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다. 따라서 원전산업의 완전한 복원을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국민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원전산업의 기반을 훼손했다. 사실상 모든 국민을 피해자로 만들었다. 과연 누구를 위한 탈원전이었나? 책임 규명이 꼭 필요하다.

문화일보

 
 

05.24 “징용 배상금 20% 떼 달라”, ‘과거사 브로커’ 이들뿐인가

일제 징용 피해자 지원 단체가 피해자들에게 배상금 등의 20%를 내게 하는 약정을 제시해 체결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 모임’은 2012년 미쓰비시 중공업 피해자 5명과 어떤 형태로든 돈을 받으면 20%는 단체에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맺었다고 한다. 피해자가 아닌 수임인들이 먼저 돈을 받고 그다음 약속한 돈을 이 단체에 지급하도록 했다. 원천징수와 같은 것이다. 지난 3월 정부의 제3자 변제안에 따라 피해자가 판결금을 받자 실제로 이 약정을 이행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은 돈을 일제 피해자 인권 지원 사업, 기념 사업 등에 사용한다고 했으나 애초에 이렇게 강제로 할 일이 아니다.

자칭 시민 단체들이 그동안 숱한 논란을 일으켜왔지만, 이렇게 대놓고 ‘과거사 브로커’ 같은 행태를 벌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겉으로는 연로한 피해자들을 돕는 척하면서 뒤로는 잇속을 챙기고 있었다. 지식 없고 힘 없는 피해자들은 이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민 단체라는 탈을 쓴 사람들이 젊은 시절 징용으로 고초를 겪은 피해자들에게 돈을 모아서 돕지는 못할망정, 이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다니 양심이 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일본 전범기업이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13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모습. 2023.1.1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이 단체는 2009년 만들어진 후 징용 문제를 공론화하고 피해자들의 소송을 지원해 왔다. 상대가 있는 문제인데도 어떤 절충안도 거부했다. 내세운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는 한일 간 과거사 해결을 방해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단체를 보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돌본다고 하면서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한일 과거사 해결을 가로막고 그 뒤에선 돈을 챙겨왔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 단체는 문제의 약정을 통해서 피해자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강경 대응하도록 부추겼을 가능성이 있다. 이 단체는 최근 피해자 한 명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할 것으로 알려지자, 이를 만류하는 취지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들의 진짜 목적은 한일 간 과거사 해결을 막는 것 아닌가. 문재인 전 정부와 이들 단체는 그동안 징용, 위안부 문제에서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해왔는데 정말로 피해자를 위한다면 이들이 자유 의사에 따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한일 간 문제엔 일본의 진심 부족도 있지만 피해자들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실제로는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이런 단체들의 존재도 악영향을 미쳐 왔다. 그런 이면이 이제야 드러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5.24 가짜 뉴스 넘치는데, AI 발 가짜 뉴스까지

▲/트위터

 

미국 국방부 청사 인근에 대형 폭발이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는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미국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금·국채 가격이 오르는 등의 혼란이 빚어졌다. 백악관이 화재에 휩싸인 이미지도 유포돼 9·11 사태와 같은 대규모 테러가 벌어진 것 아니냐는 공포가 확산됐다. 알고 보니 AI(인공지능)가 만든 가짜 뉴스였다. 금세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챗GPT 같은 생성 AI는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낸다. AI가 만든 가짜 뉴스를 또 다른 AI가 학습해 더 그럴 듯하게 가짜 뉴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사용자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1대1 맞춤형으로 허위 정보를 생성할 수도 있다. 가짜 뉴스를 확대 재생산할 수 있어 훨씬 심각한 여론 조작이 우려된다.

 

내년에 대선과 총선을 앞둔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생성 AI가 만들어낼 가짜 뉴스와 여론 조작의 위험성을 계속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고 AI 이용 자체를 막을 수도 없다. 최근 유럽연합(EU)은 무분별한 AI 사용을 규제하는 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해당 콘텐츠가 AI를 이용해 제작됐다는 사실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 등이 발의돼 있다.

 

이런 규제만으로 AI발 가짜 뉴스를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AI의 기술 진보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광우병·사드 괴담을 비롯해 온갖 허위 선동이 꼬리 무는 한국 사회는 안 그래도 가짜 뉴스에 취약한 체질이다. 여기에 AI 기술을 활용한 정교한 가짜 뉴스까지 일상화되면 진실이 뒤덮이고 허구가 판칠 위험이 있다.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5.25 “한국, 원조받는 국가서 원조하는 유일한 사례… 교과서 실어 배워야죠”

우크라 교과서 저자 보이코씨

 

“한국은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원조를 하는 국가가 된 유일한 사례라고 들었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죠.”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 산하 교과서 출판국의 발렌티나 보이코씨는 처음으로 한국에 대한 별도 장(章)을 만들어 기술한 우크라이나의 10학년(고등학교 2학년) 세계지리 교과서 제작에 참여한 저자 3명 중 한 사람이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키이우의 한국 대사관에서 만난 그는 “내가 처음 교직 생활을 시작한 20년 전만 해도 교과서에 한국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었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뭉뚱그려져 몇 줄 소개되는 정도였는데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일본·중국·인도 등은 2000년대 초반부터 줄곧 별도 장으로 기술돼 왔다.

 

우크라이나 교육부는 곧 발간 예정인 10학년 및 11학년(세계 역사) 과정에 처음으로 한국에 대한 별도의 장을 넣었다. 새 세계지리 교과서엔 “대한민국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후진적 농경국가였으나, 이후 급격한 산업화를 통해 1980년대에 들어서는 ‘아시아의 세 마리 호랑이’로 불리기 시작했다”며 “이는 국가의 보완적 개입을 통한 자유시장경제 모델에 따른 것”이라고 적혀 있다. 교과서 제작에 참여한 자포토츠키 키이우국립대학교 지리학부 학장은 “대한민국은 (경제·사회 발전을 꿈꾸는) 세계 여러 국가의 모델이 될 만한 나라”라고 했다.

 

교과서엔 한국의 위치와 크기, 주요 도시, 인구 같은 개요와 함께 삼성·LG·현대차 등 주요 기업과 경제 발전상, 정치 형태, 저출산 문제, 전 세계를 휩쓰는 한류까지 폭넓게 담겨 있다. 주(駐)우크라이나 한국 대사관과 외교부 공공문화외교국이 교과서 제작을 지원했다.

 

본지가 입수한 우크라이나의 10학년 세계지리 교과서는 6·25 전쟁 이후 냉전 및 남북한의 ‘다른 길’에 대해 객관적이고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었다. “냉전의 문을 연 첫 군사 충돌인 1950~1953년 전쟁(6·25) 이후 북한과 대한민국의 경제·사회·정치적 발전 경로는 완전히 갈라졌다” “1980년대 빠른 경제 성장은 국가의 보완적 개입을 통한 자본 축적 혼합 경제 모델의 결과” 등의 내용이 담겼다.

조선일보 키이우(우크라이나)=정철환 특파원

 

05-25 한전공대 올바른 퇴출법

유회경 전국부장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일명 한전공대)을 둘러싼 논란이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와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 한전공대는 다분히 정치적 목적에 의해 설립됐다. 한전공대 설립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부터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되기도 했다. 2019년 한전 이사회에서 한전공대 설립 계획이 의결됐지만, 착공 전 한전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공대 캠퍼스 완공 시점이 2025년인데도 불구하고 문 정부는 문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2022년 3월 문을 열었다. 정치권에선 문 정부가 호남 표심을 노리고 세계 최초의 에너지 특성화대학이라는 미명 아래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했고, 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계획 변경을 우려해 개교부터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에너지 특성화대학이라고 하지만 서울대, 한양대 등 에너지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대학이 수두룩한데 굳이 공공 자금을 투입해 에너지 특성화대학을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고 지역균형 발전 면에서 호남을 택했다고 하면 광주 소재 이공계 특성화대학인 광주과학기술원(GIST)의 기능이나 연구 역량을 확충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저출산 현상으로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정부가 앞장서서 대학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새로 대학을 만드는 게 과연 온당한 결정이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는 한전공대에 앞으로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돼야 하고, 그 대부분을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전과 10개 계열사는 2020∼2022년 3년간 이미 1724억 원의 출연금을 냈으며 2023∼2025년 3년 동안 3600억 원 이상을 더 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공대에 대한 지원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전공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광주·전남 지역 정치권 주장처럼 문제는 적지 않지만 그대로 존속시켜야 하나. 아니다. 다음 달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 좀 더 명확해지겠지만,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되돌릴 수 있을 때 되돌려야 한다. 특단의 조치를 취해 불필요한 비용 투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렇다고 폐지까지 가는 것은 곤란할 듯싶다. 현재 재학 중인 학부 1·2학년 학생 200여 명에게 최대한 피해가 덜 가는 방향으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이런 면에서 과거 카이스트와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의 통합 사례를 참고해 인접해 있는 GIST와의 통합을 추진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현명한 방법인 듯하다. ICU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KT 등에 의해 공동으로 설립됐다. 당시 국내 유일의 정보기술(IT) 특성화대학을 표방했다. 하지만 설립 초기부터 카이스트와 성격·기능이 중복된다는 지적이 많았고, 이러한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으면서 결국 2009년 카이스트와 통합됐다. 잡음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나 통합은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화일보

 

05.26  2년간 기소 3건, ‘1호 기소’는 무죄, 황당한 공수처 성적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2022.8.26/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후 2년간 기소한 사건이 단 3건이라고 한다. 그중 첫 기소였던 전직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고소·고발 사건 말고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범죄 혐의를 포착한 인지(認知) 사건은 한 건도 없고, 체포·구속 실적도 전혀 없다. 2년간 283억원의 예산을 쓰면서 검사 20여 명, 수사관 40여 명이 수사한 결과로는 처참한 성적표다. 그동안 접수된 6185건의 사건 중 절반이 넘는 3176건은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첩했다고 한다. 아무리 신생 조직이라고 해도 이런 기관이 왜 필요하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조직 내부도 어수선하다. 출범 당시 임용된 검사 두 명이 얼마 전 사표를 내면서 출범 때 임용된 검사 13명 중 8명이 공수처를 떠났다. 최근 검사 한 명이 또 사의를 밝혔는데 그 검사까지 떠나면 13명 중 4명만 남게 된다. 얼마 전 사직한 검사는 공수처 직원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공수처 근무 기간은 공직 생활 중 몸은 가장 편했던 반면 마음은 가장 불편한 시기였다”며 “내부 비판 의견을 외면하고 업무 점검과 평가를 하지 않는 조직은 건강한 조직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직을 비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공수처 지휘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마치 난파선 같은 모습이다.

 

이런 상황은 공수처 지휘부가 자초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검찰 권력 견제’를 명분으로 출범했지만 문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에만 집중했다. 친정권 검사는 ‘황제 조사’로 모시고, 지난 대선 때 야당 후보 사건은 무리하게 수사하다 정치 편향성 시비에 휘말렸다. 그래 놓고 수사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면 인력 탓을 했다. 검사와 수사관 수를 배가량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사 25명으로 공수처와 비슷한 규모인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2021년 22억원의 예산을 쓰면서 1만건가량의 사건을 기소했다. 인력, 예산 탓에 수사를 제대로 못한다는 건 핑계일 뿐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진욱 공수처장 임기(3년)는 내년 1월로 끝나는데 그가 어떤 쇄신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그는 다음 주에 수사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뉴질랜드와 호주의 반부패 수사 기관을 방문한다고 한다. 이제 와서 뭘 듣겠다고 해외 출장을 간다는 것인지 어리둥절해진다.

조선일보 사설

 

05.26 그래도 해류는 돈다

갈릴레이 구박하던 ‘키 작은 사제’가 떠오른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과학 알고 나면 허탈할만큼 미미
반핵 포장하고 반일 선동하는 이 시대의 가짜 지식인들아
그래도 지구는 돌고 해류도 돈다

태양이 지구의 둘레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갈릴레이. 그런 그에게 키 작은 사제가 찾아왔다. 콧방귀를 뀌는 갈릴레이에게 키 작은 사제는 말한다. “저는 캄파냐에 있는 농부의 아들로 자라났지요. 그곳 농부들은 소박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올리브 나무에 관해선 모르는 게 없지만 그 밖에는 정말 별로 아는 것이 없습니다.”

 

키 작은 사제는 말한다. 난롯가에 앉아 치즈 조각을 먹는 농부들, 쭈글쭈글해진 굽은 손으로 장작을 패고 밭일을 하는 그들에게, 천동설과 지동설의 차이는 단순한 학설 대립이 아니다. 그 힘겹고 고단한 삶에 의미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갈릴레이의 지동설은 민중에게 힘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의미와 희망을 빼앗아갈 것이다.

 

“만약 제가, 그들이 서 있는 곳은 허공에서 다른 별 주위를 끊임없이 돌고 있는 한낱 작은 돌덩어리 위라고, 수많은 별들 중의 하나, 실로 아무것도 아닌 별 위라고 말한다면, 제 가족들은 뭐라고 할까요? 이제 와서 궁핍 속에서의 그 엄청난 인내와 화해가 뭣 때문에 필요하고 유용하겠습니까?”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그는 대표작 중 하나인 <갈릴레이의 생애>를 통해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지식인은 노동하지 않는다. 생산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대신 지적 활동에 매진하며, 그렇게 알게 된 진실을 대중에게 전파하는 것으로 세상에서의 쓰임을 다한다.

 

문제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지식인들의 철석같은 자기 확신과 달리 정작 ‘민중’들은 진실을 원치 않는다면? 과학에 기반을 둔 삭막하고 냉정한 사실 대신 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스토리텔링’만을 원하고 있다면 어찌해야 할까? 민중을 일깨우는 것은 지식인의 사명이다. 하지만 그것이 궁극적으로 민중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면, 때로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오늘날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돌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심지어 교황청마저도 1633년의 갈릴레이 재판에 대해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힌 지 오래다. 하지만 브레히트가 극적으로 형상화한 대립 구도는 여전하다. 엄연한 과학적 사실을 감추거나 말하지 않는 사람들, 대중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대신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떠들어대는 것이 더 옳은 일이라고 믿는 ‘키 작은 사제’들이, 버젓이 지식인 행세를 하며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논란을 떠올려 보자. 후쿠시마는 매년 22테라베크렐(22Tbq)의 삼중수소를 태평양에 방출할 예정이다. 무시무시하게 들리지만 실상은 싱겁다 못해 허탈할 정도다. 방사능도 자연의 일부다. 매년 대기권 속에는 5만에서 7만 Tbq의 삼중수소가 생성되고 있다. 태평양에는 이미 활동량 300만Tbq의 삼중수소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캐나다와 미국을 먼저 향한 후 태평양 연안을 한 바퀴 돌아 후쿠시마로 돌아오게 되며, 그나마도 다른 해류의 영향으로 우리 바다에는 거의 오지 못한다. 한편 2018년 기준으로 고리원전은 매년 동해에 50Tbq의 삼중수소를 방출해 왔지만 우리의 바다는 ‘방사능 범벅’이 되지 않았다. 자연 스스로 만들어내는 방사능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도는 것만큼이나 이론의 여지가 없는 과학적 사실이다.

 

물론 대중의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지금도 세상에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여전히 천동설을 고수하는 이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를 감안해도 원자력은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대중이 상식으로 받아들이려면 더 많은 세월과 계몽이 필요할 것이다.

 

문제는 저 ‘키 작은 사제’들이다. 교황의 권위를 등에 업고 민중에게 지옥을 들먹이며 겁을 주고 십일조를 걷으며 면벌부를 팔아먹던 사제들처럼, 그들은 반핵운동의 외피를 둘러쓰고는 반일과 반미를 선동하고 있다. 바닷물로 희석하는 원전 오염수를 두고 ‘먹어도 되냐’는 말초적 우격다짐만을 되풀이한다.

 

브레히트를 존경하며 갈릴레이를 따른다는 그 수많은 진보 지식인과 과학자들은 입을 다물었다. 민주당의 정치 공세를 거들고 다니지나 않으면 고마울 지경이다. 그들이 뭐라고 하건, 진실은 분명하다. 그래도 해류는 돈다.

조선일보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05.26 대한민국 국경이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이승만, 6·25전쟁 시기 279회 연설
백선엽 “대통령 연설로 軍 사기 고무” 회고
지도자의 핵심 임무는 ‘국경 지킴이’ 역할
한미 동맹 복원, 한일 관계 개선, G7 참석은
대한민국을 자유 진영에 자리매김하는 것

 

/일러스트=이철원

 

전쟁 중인 나라의 지도자는 뭘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만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지도자도 없을 듯하다. 지난해 전쟁 발발 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카메라 렌즈 밖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세계 각국을 다니며 지원을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수도 키이우에 돌아가서는 끊임없이 밖으로 우크라이나가 살아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한다.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은 히로시마에서 열린 G7(주요 7국) 정상회의장을 찾아 자유 진영 리더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그의 부인은 각료와 오케스트라단을 이끌고 서울에 와서 조선일보 주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했다. 키이우에서 발행하는 온라인 영자 신문의 편집장도 왔는데, 러시아의 거짓 정보에 경종을 울리는 강연을 하고 유럽에서 오는 길이라고 했다. 전쟁 중에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람들이 모두 국경 밖에서 뛰고 있는 형국이다. 그 모양이 마치 위기에 처한 집안의 가장이 정보와 물자를 구하기 위해 집 밖에서 동분서주하는 모습과 닮았다.

 

우리나라 이승만 전 대통령도 해방 전 미국 필라델피아 대한인총대표회의에서 자유주의 국가 건설을 주창하고, 나라 밖에서 유창한 영어 연설로 한국의 좌표를 세계에 알린 수사적 지도자였다. 6·25전쟁 시기에만 연설을 279회 했는데(김명섭 김민식 ‘전쟁과 연설’), 백선엽 국군 제1사단장은 군인들이 대통령의 연설로 사기가 고무돼 전쟁터에 나갈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정전협정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고 평화와 번영의 토대가 마련된다.

 

한 국가의 지도자는 여러 임무를 띠고 있지만 사실은 ‘국경 지킴이’ 노릇이 핵심이다. 인간의 한계처럼, 국가도 끝까지 간 곳이 국경이고, 넘어봐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국경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심지어 멕시코와 잇댄 국경에 높은 장벽을 쌓았다. 레이건 전 대통령도 일찍이 “국경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일갈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서 가슴 뭉클한 장면은 새 대통령이 대한민국 동서남북의 국경인 독도의 공군, 연평도의 해병대, 마라도의 해군, 강원도 GOP의 육군에서 보고받고 군 통수권을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대한민국 땅은 더도 덜도 아닌 딱 거기까지다.

 

“너의 한계가 어디인지 알아내는 유일한 방법은 그 한계를 넘어 보는 것”이라는 영국 작가 아서 클라크의 말처럼, 국경이란 본디 넘나들 때 존재감을 나타내는 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오가며 기시다 총리를 만날 때 일본과의 국경이 보였고, 미국에 국빈 방문 갈 때는 미국과의 국경이 보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히로시마에서 한국의 원폭 피해자들을 품을 때는 대한민국의 국경이 거기까지 확장되는 느낌이었다.

 

국경을 넘나들며 한미 동맹을 복원하고, 한일 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설정하고, G7 회의에 초대받아 가치 동맹을 확인한 것은 대한민국을 자유 진영의 지도에 위치시킨 외교적 성과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동북아시아의 끄트머리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자유 민주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어디가 대한민국인지, 나라의 동서남북 끝이 어디인지, 도무지 흐리멍덩하기만 했던 지난 정부와 크게 대비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 때 치도곤을 맞은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을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위촉했다. 북한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인물을 그 자리에 앉힌 것은 북한과 잇댄 국경을 또렷하게 긋는 일이다. 북한과 경계가 생기니 넘어오는 사람도 생겼다. 이달 초 두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북한 주민들이 서해 북방한계선인 NLL을 넘어 탈북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가족 단위 탈북은 2017년 7월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새 정부는 국경이 엄연한 국가를 지킨 선열들을 기리기 위해 국가보훈처를 보훈부로 승격하고 국가의 가치를 다잡기 시작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제 외국인도 받아들일 만큼 넉넉해진 마음으로 이민청도 신설하려고 한다. 대한민국 국경을 넘어온 이방인들은 우리 안에서 동화되고 적응하며 더 큰 대한민국을 일굴 것이다.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그동안의 외교적 성과가 집중 부각되자 이제부터는 그 에너지를 안으로 돌려 내치(內治)에 힘쓰라는 조언이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내치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국내에 대한민국의 바운더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거대 의석을 지닌 제1 야당이 어디가 동맹이고 주적인지 모르는 발언을 서슴지 않을 때는 대한민국 야당이 아니라 딴 나라에서 파견 나온 출장 사무소 직원들 같다. 아무리 콩가루 집안이라도 바깥에 불량배가 있을 때는 식구끼리 위하고 감싸는 게 상례인데, 우리 야당에는 그런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에 국빈 방문 가는 대통령의 뒤통수에 침을 뱉고, 일본에 가는 원전 오염수 시찰단에게 ‘오염수나 마시라’는 식의 조롱을 퍼붓는다. 그들의 거친 언사와 불안한 눈빛이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며 분열의 국가 이미지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대한민국의 야당인 그들에게 대한민국이 무엇인지,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외국에 나갈 때마다 마치 객사라도 하기를 바라는 듯한 야당이 있다는 건, 어쩌면 대한민국이 미생(未生)이라는 방증일지 모른다. 혹은 유사 전쟁 중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긴장하고 국경을 사수해야 한다. 70여 년 전 전쟁 중의 한국처럼, 혹은 현재의 우크라이나처럼, 내치와 외교를 분리할 사치가 아직 대한민국에는 없어 보인다.

조선일보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05.26 선관위 ‘자녀 특채’ 수사와 비대 조직 대개혁 필요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15부정선거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1960년 6월 제3차 개헌 때 도입되고 1963년 1월 공식 설립된 이후 반세기 동안 민주주의와 공명선거 발전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기능과 조직이 확대되고, 최근 들어선 정치 중립 시비까지 심각해지면서 개혁 요구도 높아졌다. 이런 와중에 최근 선관위 간부들 자녀의 특별·특혜 채용 의혹이 증폭되면서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자녀 특채 의혹으로 25일 함께 물러나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해 3월 김세환 전 사무총장이 대선 ‘소쿠리 투표’와 아들 특채 논란으로 물러난 이후 14개월 만이다. 드러난 전·현직 고위 간부의 자녀 경력 채용만 6건이다. 자녀들이 지방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선관위 경력직에 채용되는 유사한 방식이다. 박 사무총장과 김 전 사무총장의 경우 자녀의 채용을 최종 승인한 결재권자였다. 4건은 ‘4촌 이내 친족이 직무 관련자인 경우 신고한다’는 선관위 공무원 행동강령을 무시했다. 지난해 5월 시행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에도 위배된다. 특혜 채용이 공공연하게 벌어진 관행이라는 의심까지 불러일으킨다. 선관위는 자체 조사·감사 방침을 밝혔지만, 국민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외부 감사기관과 수사 당국이 불법 여부를 가려 엄정하게 징계·처벌해야 한다.

창설 당시 348명이었던 조직은 2022년 전국 249곳 시군구에 사무실을 둔 2961명으로 엄청나게 불어났다. 그러다 보니 ‘위원회’ 제도의 취지는 퇴색하고 선관위 공무원의 관료주의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온다. 해킹 공격 등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정보원의 보안 점검 거부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이른바 조해주 사태로 정치 중립도 크게 훼손됐다. 더 늦기 전에 선관위 구성 방식은 물론 권한과 업무 범위 등에 대한 대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문화일보 사설 

 

05.27 정당 하나 날리고도 책임 안 진 선관위

2016년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선관위 고발로 당 공중분해됐지만
관련자 모두 대법원서 무죄 판결
선관위, 유감 표명조차도 안 해

20대 총선 두 달 후인 2016년 6월 9일, 중앙선거관위원회가 A4 두 장짜리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2개 업체 대표로부터 총 2억382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이를 허위로 회계 보고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2명과 선거사무장 등 5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전날 검찰에) 고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른바 ‘국민의당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의 시작이었다.

 

창당 두 달 만에 치른 총선에서 38석을 얻으며 단숨에 제3당에 올랐던 국민의당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고발된 박선숙·김수민 의원은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안철수·천정배 공동 대표가 물러났지만 당내 혼란이 계속됐다. 결국 2017년 대선에서 패배하며 국민의당은 창당 2년 만에 해산했다. 당시 국민의당 관계자는 “선관위 고발은 국민의당에 사망 선고였다”고 했다. 선거 관리 기구쯤으로만 보이는 선관위가 마음만 먹으면 유력 정당 하나쯤 공중분해하는 건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도 있다.

 

선관위로부터 고발된 국민의당 의원과 당직자들은 1·2심에 이어 2019년 7월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3년 만에 이뤄진 명예 회복이지만 국민의당은 이미 공중분해된 후였다. 수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졌지만 정치권에선 이 사건으로 가장 덕을 본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안철수 의원이 이 사건으로 치명타를 맞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특정 정당을 겨냥한 선관위의 고발을 두고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선거 범죄를 감시·고발하는 것은 선관위의 책무다. 하지만 총선 두 달 만에 이뤄진 고발이 충분한 조사와 검토로 이뤄졌는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확인할 길이 없다. 당사자였던 국민의당 관계자들조차 “대법원 무죄 판결이 난 이후에도 선관위가 유감 표명도 안 했고, 선관위에서 누가 책임을 졌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대선 ‘소쿠리 투표’나 최근 자녀 특혜 채용 논란도 마찬가지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 기구’임을 내세워 직무에 대한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다. 문제가 터져도 국민은 물론 정치권조차 정확한 실상을 알기 어렵다. 한 여당 의원은 “누가 사무총장이 되든 견제받지 않는 선관위 운영 방식이 바뀌지 않은 한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의 부패와 무능 그리고 대중의 불신은 특정 기관 한 곳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관리하는 선거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한번 의심받으면 국가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

조선일보 박수찬 기자

 

05.27 ‘민주세력’ 탈 쓰고 과거사와 참사를 밥벌이 수단 삼다니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의 소송을 대리했던 민변 출신 인사가 최근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찬성해 판결금을 받은 피해자 유족에게 “받은 돈의 10%를 성공 보수로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정부 해법에 반대했던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등에 대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위원장을 맡았고 민변 과거사위원장도 지냈다. 그가 피해자와 보수 약정을 맺었던 것을 유족들은 몰랐다고 한다. 겉으론 징용 피해자를 돕겠다고 해놓고 뒤에선 돈벌이를 한 것이다.

 

징용 피해자를 지원해 온 한 시민 단체도 과거 피해자와 맺은 약정을 근거로 판결금의 20%를 달라고 독촉했다. 유족들이 반발하자 원 단위까지 금액을 적은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한다. 이 단체는 정부의 해법에 반대하며 돈을 받지 말라고 주장하더니 막상 유족들이 판결금을 받자 자기 보수부터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들의 행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돌본다면서 후원금을 받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윤미향 의원을 연상시킨다. 과거사 피해자들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과거사 해결을 가로막고 뒤로는 밥벌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각종 과거사·참사 관련 위원회도 운동권 좌파들의 비즈니스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세월호 특조위와 사참위에는 민변과 진보 단체, 노동계 등 친야·좌파 인사들이 대거 들어갔다. 전체 인원이 120명을 넘었지만 정작 선박·해양 전문가는 없었다. 특조위는 151억원, 사참위는 572억원의 예산을 썼는데 새로 밝혀낸 건 하나도 없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억대 연봉을 받았고 해외 출장 가서 수백만 원씩의 돈을 쓴 뒤 5줄이나 1장 짜리 보고서를 냈다.

 

문재인 정권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 5·18진상조사위, 진실화해위 등 각종 과거사 조사위를 만든 뒤 친정권·시민단체 인사들을 줄줄이 앉혔다. 검찰 과거사위에는 민변 출신이 대거 들어갔다. 군진상규명위원장은 괴담을 퍼뜨린 좌파 인사의 요청을 받고 서류까지 조작해 천안함을 재조사하려 했다. 진실화해위는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우면 국군·경찰로 써 넣으라’고 했다. 사실상 과거사 왜곡이었다. 과거사위에서 활동했던 민변 변호사들은 자기가 조사한 사건의 변호를 맡아 수십억 원의 수임료를 챙겼다가 처벌받았다. 민주 세력이라는 탈을 쓰고 뒤에서 벌인 일은 악덕 브로커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조선일보 사설

 

05.27 ‘김원웅 악몽’에 허물어진 광복회, 뼈대 완전히 갈아 끼워야

▲신임 광복회장으로 당선된 이종찬 전 국정원장이 26일 서울 남산예장공원 내 이회영기념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국가 정체성 바로 세우고 다질 것"이라며 당선 이후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23.05.26 /남강호 기자

 

25일 선출된 이종찬 신임 광복회장은 “광복회는 설립 이후 최악의 위기 상황에 있다. 특단의 각오로 운영을 쇄신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김원웅 전 회장이 광복회를 이념 집단 비슷하게 만든 게 잘못”이라며 “이 때문에 단체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고 했다.

 

독립 유공자 후손들을 주축으로 한 광복회는 문재인 정부 시절 김원웅씨가 회장으로 부임하면서 국가 정통성을 부정하고 사회 분열에 앞장서는 ‘문제 단체’로 전락했다. 김씨가 2년 8개월간 회장 자격으로 한 일이라고는 허무맹랑한 친일파 타령으로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든 것뿐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 애국가 작곡한 안익태 선생, 백선엽 장군 등을 친일파로 매도하며 문재인 정부의 친일 몰이 선봉대 역할을 했다.

 

김씨는 이렇게 문 정권의 비위를 맞춰가며 광복회를 그의 사조직이자 사(私) 금고처럼 운영했다. 그가 사용한 법인 카드 7900여 만원 중 4분의 1은 간식과 반찬 구입 등을 위해 편의점, 수퍼마켓에서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자신의 가발 미용비, 목욕비, 마사지비 등으로 쓰기도 했다. ‘독립운동가 100인 만화 출판 사업’을 하면서 자신의 모친을 김구 선생보다 140쪽 더 두꺼운 430쪽으로 제작하고 자신의 출생 장면도 7컷에 걸쳐 다뤄 “우상화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광복회는 김 전 회장이 사퇴 후 자리와 돈을 놓고 파벌 싸움을 하며 국민의 분노를 샀다. 후임 회장 선출 문제로 대립, 이번에 이 회장이 새로 선출되기 전까지 1년에 네 차례 회장이 바뀌며 소송전을 벌였다. 이런 지경이다 보니 조직 운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지금도 광복회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김원웅 전 회장의 2021년 방송 인터뷰가 버젓이 올라와 있다. 부채가 늘고, 국고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일제시대 만주 벌판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하며 조국 독립을 염원했던 선열들이 이런 광복회를 상상이나 했겠나.

 

신임 이 회장은 “원칙을 바로잡아 국가 중추 원로 기구로 위상을 갖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원웅 악몽으로 광복회 조직이 워낙 심하게 허물어진 터라 뼈대를 완전히 갈아 끼운다는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5.29 선관위 비위 ‘봐주기 면직’, 정치권 탈당 꼼수 따라하다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사표를 낸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을 내주 의원면직 처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5급 이상 간부에 대한 내부조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두 사람이 징계받지 않고 퇴직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파면·해임이 아닌 의원면직이 되면 공직 재임용이나 공무원연금 수령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제 식구 봐주기식 면직으로 꼬리 자르려는 것이다. 민주당 비리 연루 의원들이 검찰 수사나 자체 조사 전에 미리 탈당하는 수법과 하등 다를 게 없다.

 

공무원 비위 사건 처리 규정에 따르면 내부 감사나 조사 진행 땐 해당 공무원을 임의로 면직할 수 없다. 하지만 독립기구인 선관위는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한다. 징계와 그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는 특혜를 누리는 것이다.

 

박 총장 딸은 광주 남구청에서 일하다 작년 1월 선관위에 경력직 채용됐다. 당시 그는 딸 채용의 최종 결재권자였다. 송 차장 딸은 2018년 충남 보령시에서 선관위로 옮겼다. 당시 선관위 직원인 면접관 3명은 모두 만점을 줬다. 김세환 전 사무총장과 지역 선관위 간부들도 전에 함께 근무했던 선관위 직원들이 면접관으로 들어가 그들의 자녀에게 대부분 만점을 줬다. 일부 자녀는 보직·출장·관사 등에서도 특혜를 받았다고 한다. 선관위가 ‘고용세습 특혜 위원회’가 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면 선관위 스스로 외부 수사나 감사를 의뢰하는 게 옳다. 하지만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며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고, 뒤늦게 외부인이 참여하는 특별 감사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선관위 1·2인자가 비위에 휩싸여 물러났는데 그런 감사를 누가 믿겠나. 작년 4월 김 전 사무총장 자녀에 대한 감사도 핵심 의혹 상당 부분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

 

민주당은 부동산 투기, 개인 비리, 돈 봉투, 성추행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당사자들을 탈당·출당시켰다. 김남국 의원은 진상을 밝히겠다더니 자체 감찰·징계가 시작되자 탈당했다. 당 조사와 징계는 유아무야되고 시간 지나면 슬그머니 복당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선관위는 문재인 정권 내내 민주당 편을 들며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무너뜨렸다. 그러더니 선거 심판을 해야 할 기관이 민주당의 악습과 꼼수마저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5.30 감시 사각지대 ‘신의 직장’ 어디 선관위뿐인가

 특혜 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 전·현직 간부 3명의 자녀가 면접을 볼 때 면접관이 ‘아버지 동료’들이었다고 한다. 지방 등에서 같이 근무했던 이들은 동료 자녀들에게 5항목 평가 대부분에 만점을 주었다. 일부 자녀는 보직·출장과 관사 배정 등에서 특혜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선관위는 지난해 자체 감사에서 특혜 채용 의혹에 면죄부를 줬다. 내부 조사가 진행 중인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을 징계 전에 면직 처리해 공직 재임용이나 연금 수령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 헌법상 독립 기구라는 이유로 감사도 피하고, 징계와 그에 따른 불이익도 회피했다. 감시 사각지대에서 자기들끼리 이익을 누리는 ‘신의 직장’이 된 셈이다.

 

선관위의 특혜 채용 의혹은 조국 전 법무장관의 자녀 입시 자료 위조 의혹이 불거진 2020~2021년에 집중됐다. ‘아빠 찬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한 상황이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녀 채용을 밀어붙인 것은 외부 감시에서 벗어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독립성을 내세우며 설립 후 6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받지 않았다. 외부에서 비리를 감시할 시스템이 마땅치 않으니 내부적으로 눈감으면 그만이었다. 직원 3000여 명의 거대 기관을 외부와 단절된 폐쇄적 기득권 조직으로 만든 것이다.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공공 기관과 공기업에서 외부 감시가 소홀한 허점을 이용해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품 수수와 채용 비리 등으로 유죄선고를 받은 직원에게 많게는 985만원까지 해고 예고 수당을 지급하고, 직원 연수비에 골프, 명절 선물 비용까지 포함해 문제가 됐다. 경기도청의 5급 공무원이 반도체 산업단지 예정지 인근 땅을 사들여 시세 차익 20억원을 거두고, LH 직원과 광명·안산시 공무원 등 수십 명은 신도시 예정지에 투기한 의혹도 터졌다.

 

서울교통공사에선 무기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 중 기존 직원의 자녀·배우자와 친인척이 최소 111명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채용 비리 의혹을 받았다. 건보공단 직원들은 재정 고갈 우려 속에서도 모든 부서에 포상금을 지급했고, 산업은행 지점장은 유흥 주점에서 1500만원을 법인 카드로 쓰기도 했다.

 

어느 조직이든 투명한 내부 점검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외부 감시와 견제마저 없으면 부패하기 쉽다. 특히 힘이 센 권력기관일수록 그럴 소지가 크다. 선관위를 비롯, 폐쇄적 조직에 대해서는 건전한 외부 견제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5-30 범죄 혐의 짙어진 선관위 자녀 특채, 전면 수사 의뢰해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녀 특채 의혹이 범죄 의심 정황으로까지 번졌다. 기존의 고위직 자녀 6건에 더해 4∼5급 직원의 사례 5건도 추가됐다고 한다. 애초 제기된 관행적 내부 공모 의심이 사실일 개연성이 더 커졌다. 심지어 응시자가 면접관의 심사표에 직접 인적사항을 적는 비상식적 면접 사례도 보도됐다. 필적은 응시자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선관위는 국민권익위원회와의 공동조사 등을 운운하지 말고 즉각 전면 수사를 의뢰하는 것이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30일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했지만, 먼저 본인의 책임을 통감하고 거취를 고심할 때다.

최근 며칠 동안 선관위가 자체 실시한 서류 조사만으로도 추가 사례가 드러났다. 공모 정황도 짙어졌다. 2021년 7월 경남선관위 경력 채용 면접 심사 당시 김정규 총무과장 딸을 심사한 면접위원 4명의 심사표에 적힌 인적사항 글씨체가 모두 똑같았다. 다른 선관위에서는 선관위가 컴퓨터로 작성하거나, 필적이 모두 달랐다고 한다. 더구나 당시 면접관 4명 중 2명이 동료였고, 4명이 모두 5개 평가항목에 똑같은 점수를 줬다. 의혹이 제기된 박찬진 사무총장, 송봉섭 사무차장, 신우용 제주선관위 상임위원 등의 자녀가 경력 채용됐을 때도 면접관들이 동료였다.

이런데도 선관위는 박 사무총장, 송 사무차장에 대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로 의원면직할 방침이라고 한다. 공무원 비위 사건 처리 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은 내부 감사를 받을 때는 의원면직을 할 수 없다. 선관위는 “정무직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상 퇴직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설명하지만, 수사를 피하고 연금 혜택을 누리려는 꼼수로 비친다. 선관위는 30일 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31일엔 자체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선관위는 헌법 기관 운운하며 더는 국민을 우롱하지 말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5-31 선관위 채용 비리, 전면 수사는 기본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가장 공정해야 할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위공직자들이 자녀 편법 채용 비리 의혹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전국적 조직을 가졌으면서 정치적 독립성을 이유로 사실상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었기에 국민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사무총장과 차장이 동시에 채용 비리에 연루돼 사직서를 제출했고, 충북 단양과 제주를 비롯한 지방에서도 유사한 채용 비리가 발견되면서 사실상 고용 세습을 시도한 비리 의혹자는 이미 11명이나 된다.

묵묵부답이던 노태악 위원장이 전수조사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신뢰를 잃은 선관위의 자체 조사를 믿을 사람이 있을까. 또, 문재인 정부 때 임명돼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내부 논의도 거치지 않고 서둘러 조사계획을 발표한 것도 국민의 의심을 배가시킨다, 선관위와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국민이 그렇게 우스운가.

그 수법은 대동소이했다. 지방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선관위 직원의 자녀는 공모도 없이 지방 선관위의 경력직 채용에 응시한다. 그 지방 선관위는 ‘동료’나 ‘아는 사람’을 내외부 면접관으로 위촉해 선관위 직원 자녀의 면접점수를 만점 또는 그에 가깝게 주어 합격시킨다. 이후 짧은 시간에 승진까지 시켜 경력 관리를 해 줌으로써 이후 인사에서 ‘좋은’ 자리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해 선관위는 자체 감사에서 채용 비리 의혹에 면죄부를 줬다. 언론 보도로 여론이 나빠지자 사무총장과 차장은 재빨리 사직서를 제출했다. 비리 의혹이 있는 공무원은 조사 중 면직시키지 않는 게 원칙이다. 결과에 따라 징계를 받아야 하고, 징계받은 공무원은 공직 재임용이나 연금 수령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이를 피하려고 두 사람을 징계 전 면직 꼼수를 부린다.

이런 고용 세습이 선관위뿐이겠는가.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들도 노사 합의로 직원 자녀들에게 채용 시 가산점을 주는 곳이 많다고 한다. 중립성과 독립성이 요구돼 감시 사각지대에 있는 조직이나 심지어 국회의원들도 이런저런 방식으로 자녀들의 취직에 불법·탈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니 국민은 분노한다. 2년 전 조국 사태 때 오죽하면 ‘미안하다. 아빠가 조국이 아니어서’라는 패러디까지 등장했겠는가.

고위공직자들에게는 남다른 윤리 수준이 요구된다. 입시 때면 대학교수들도 자녀나 일가친척, 심지어 지인의 입시 지원 여부를 매년 보고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그들의 시험 감독이나 면접관이 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공무원 채용에서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국민의힘이 노태악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선거 앞둔 여당이 선관위를 장악하기 위해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자녀들을 특별 채용해 공직을 세습한 선관위를 그대로 두란 말인가. 오히려 선관위원 전원이 스스로 사퇴하고, 전국 선관위 전체에 대한 즉각적인 수사를 통해 채용 비리의 전모를 밝히는 것이 공직윤리에 부합한다. 선관위뿐만 아니라,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중앙과 지방 정부의 채용 비리 가능성을 전면 재검토해 국가 공직사회의 윤리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05-31 선관위 2016년 변호사 경력채용, 엉터리 평가로 합격·탈락 바뀌어

30명 서류심사를 2명이 분담
평가기준 미달인데 점수 부여

고위직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6년 11월 선거행정 분야에 변호사를 경력직 공무원으로 채용하고자 경력경쟁채용시험을 진행했을 당시 서류전형 시험위원으로 위촉된 선관위 직원들이 서류심사 시간을 줄여보겠다는 이유로 ‘품앗이 평가’를 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로 인해 합격해야 할 응시자는 탈락하고, 탈락해야 할 응시자는 합격하는 황당한 결과가 초래됐다.

31일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감사원은 2019년 기관 운영의 건전성과 예산 집행의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4년 만에 선관위를 상대로 기관운영감사를 진행했다.

당시 감사원은 선관위가 2016년 단행한 ‘제9회 경력경쟁채용시험’에 주목했다. 당시 선관위는 변호사 자격 소지자 행정주사(6급) 5명을 채용할 계획이었고, 당시 총 30명이 응시했다. 문제는 서류심사에서 발생했다. 당시 선관위 사무국장 A 씨와 선관위 직원 B 씨는 경력경쟁채용시험 서류전형 시험위원으로 위촉돼 응시자 30명에 대한 응시요건 적격심사와 서류심사를 시행했는데, ‘시간 절약’을 이유로 서로 절반씩(15명) 나눠 평가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응시자 모두에 대한 정량적 평가(응시자의 법률 분야 실무경력, 외국어 능력, 사무관리 자격증 등)를 평가해야 했으나, A 씨는 B 씨가 평가한 응시자 15명에 대한 점수를 기재한 용지를 건네받아 B 씨가 평가한 점수를 그대로 옮겨 적었고, B 씨도 A 씨의 채점표를 건네받아 자신의 채점표에 그대로 기재했다.

이 과정에서 A 씨와 B 씨는 실무경력 점수 산정 시 한 응시자의 실무경력이 9개월이라 평가 기준(1년 이상 5점)에 미달하는 데도 점수를 부여했다. 또한 한 응시자는 이력서에 토익(TOEIC) 875점을 취득한 것으로 기재했지만, 이를 증명할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0점이 아닌 5점을 부여했다. 이러한 엉터리 평가로 응시자 5명의 점수가 뒤엉켰다.

당시 감사원은 보고서에 “15명씩 나눠 평가하면서 각각 상대방이 평가한 점수를 확인하지 않고 서류전형 평점표에 그대로 옮겨 적어 응시자의 실무경력 점수와 외국어 능력 점수를 잘못 부여했으며 잘못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적시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합격해야 할 응시자 1명은 탈락했고, 탈락해야 할 응시자 2명은 합격했다.

당시 감사원의 지적에 선관위는 “경력채용시험에 관한 점검위원회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으나, 현재 선관위에선 “점검위원회 설치 여부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05.31 이종찬의 광복회가 ‘김원웅 악몽’에서 벗어나려면

2차 대전 후 등장한 독립국 중에
헌법 직접 만든 나라 거의 없어
한국은 ‘내 힘으로 제헌’ 성공해
광복회, 臨政 통합 정신 계승해야

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은 1885년부터 1960년까지 벨기에 식민지였다. 식민지 중에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참혹한 학대를 당했다. 상아와 고무 채취 강제 노동이 특히 악명 높았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손목이 잘리고 인질로 잡혀 있던 가족이 살해당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최대 1000만명이 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명만 희생당한 게 아니라 교육도 받지 못했다. 독립 당시 콩고 인구 1300만명 중 대졸자가 고작 16명이었다. 34세에 초대 총리가 된 루뭄바는 중학교 졸업 후 우편기술학교에 다녔다. 이 정도가 최고 학력이었다. 막상 나라는 독립했는데 제대로 된 정부를 세울 능력이 없었다. 신생국 대부분이 그런 어려움을 겪었다. 국가의 정체성을 담는 헌법조차 스스로 제정할 능력이 없어서 자국 헌법을 외국 헌법학자들에게 부탁해 만들었다.

대한민국은 아니었다. 남의 손 빌리지 않고 우리 손으로 헌법을 만들었다. 세계는 대한민국 70년사를 기적이라 한다. 우리 손으로 헌법을 만든 것도 그 기적에 포함된다. 그 첫 단추를 채운 주역은 광복을 위해 싸운 임시정부 요인들이었다. 임시정부는 상해 시절 헌법을 만들고 이후 5차례 개정한 경험을 이미 갖고 있었다. 그런데도 광복 후 제헌 과정에 국내에 있던 두뇌들을 참여시켰다. 도쿄제대와 경성제대 등을 졸업하고 고등문관시험에 합격해 총독부에서 근무했던 이들은 친일파였지만 당대 최고 엘리트이기도 했다. 임정 요인 신익희가 그들에게 훗날 제헌 헌법의 기초가 되는 초안을 만들게 했다. 광복 후 숨죽이고 있던 총독부 출신 한인 엘리트들은 처음 신익희의 호출을 받고 “이제 죽나 보다” 했다고 한다. 그런데 “건국에 힘 보태는 것으로 지난 과오를 씻으라”는 말에 감복했다. 이후 임정 산하에 행정연구회를 결성해 헌법 초안을 만들었다. 헌법학자 유진오도 참여했다.

 

지난주 선출된 이종찬 신임 광복회장이 당선 후 회원들에게 큰절하며 “힘을 합치자”고 했다. 광복회장 선거는 서울 서대문의 국립임시정부기념관에서 치러졌다. 그곳 1층 야외 광장에 조형물 ‘역사의 파도’가 있다. 수많은 물결이 합쳐져 대한민국이 탄생했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 신임 회장은 “그 물결 사이사이에 독립선언서,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헌 헌법 전문 등이 새겨져 있다”고 했다. 독립과 건국의 결실인 제헌도 민족 역량을 결집해 이룬 성과다.

 광복회는 신익희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광복뿐 아니라 건국에 기여한 이들의 노력도 품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김원웅 회장 시절 광복회는 그 길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이승만이 세운 나라의 정통성을 부정했다. 전쟁에서 나라를 지켜낸 구국의 영웅 백선엽 장군 묘도 현충원에서 파내자고 했다. 나라를 없애려 쳐들어온 자들과 싸운 이를 배제하고 어떻게 광복을 누릴 수 있다는 건가. 김원웅 전 회장의 잣대대로면 총독부 관리를 건국에 동참시킨 임정 요인들도 파묘 대상이다. 그는 “6·25는 민족 해방 전쟁이라는 북한 주장을 부인하지 못한다”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 종북이면 서슴지 않고 종북을 택하겠다. 정의로운 종북이기 때문”이란 말도 했다. 광복만 하면, 이후에 들어설 나라는 대한민국이 아니어도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지 않고선 할 수 없는 언사였다.

이종찬 신임 회장은 통합을 강조했지만 이런 세력까지 포용해선 안 된다. 이 신임 회장이 “‘대한민국은 태어나면 안 됐다’처럼 도를 넘는 말을 하는 이들만 아니라면”이라는 통합 단서를 단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가 내일 광복회장에 취임한다. 헌법을 만들 때 독립지사들이 보여준 통합 정신을 살리되,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이들과는 단호히 맞서는 광복회가 되기를 바란다.

조선일보 김태훈 논설위원

 

05.31 尹,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안 재가...후임에 이동관 前 수석 유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30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방송통신위원회의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점수를 낮게 조작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면직 처분을 재가했다. 차기 방통위원장 후보로는 윤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맡아온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한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지휘·감독 책임과 의무를 위배해 3명이 구속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켰다”며 “본인이 직접 중대 범죄를 저질러 형사 소추되는 등 방통위원장으로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러 면직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2020년 3월 TV조선 반대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선임하고, 같은 해 4월 TV조선 평가 점수가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 등으로 지난 2일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한 위원장에 대한 면직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인사혁신처가 대통령실로 송부한 한 위원장의 청문 조서와 의견서 등을 검토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에) 기소된 부분에 대해 전체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내용이라 지속해 다투겠다”며 “빨리 준비해서 신속하게 면직 처분 취소 청구 그리고 효력정지 신청까지 병행해서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 위원장의 당초 임기는 오는 7월 말까지였다. 한 위원장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법정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조선일보 김동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