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야기 2023-04/
04.01(토) 대선 지자 대통령 인사·사면·행정·외교 제한 법 쏟아내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포퓰리즘 법안에 이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을 줄줄이 추진하고 있다. 국회 다수 의석에 각종 꼼수를 써서 입법 폭주를 해 온 민주당이 이젠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까지 침해하려 한다. 입법권 남용이자 대선 불복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의원 44명은 최근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을 제한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대법원에 설치한 대법원장 추천위원회가 3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지명토록 하는 내용이다. 대통령이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와 표결을 거쳐 임명하도록 한 헌법 규정에 어긋난다. 문재인 정권 때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이 후임 인사까지 관여하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이 대법원장 인사를 이용해 사법부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일 것이다. 일부 의원은 헌법재판소장 임명도 똑같이 제한하는 법안을 내겠다고 했다.
헌법학자들은 “대통령 권한을 침해하는 명백한 위헌 법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인사 바로 세우기 법”이라고 주장한다. ‘인사 바로 세우기’라면 왜 문 정권 때 하지 않고 정권을 잃고 나자 하는가.
민주당 법률위원장은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냈다. 대통령의 친족은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 가족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보고를 폐지하는 법안도 냈다.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과 국회에 대한 감사 보고 의무와 배치된다.
대통령의 국가인권위원 지명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추천위원회를 둬서 대통령 뜻대로 임명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외교 협상 권한을 제한하는 조약 체결 절차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대통령의 인사·사면·행정·외교 권한을 일일이 제한하고 간섭하려는 것이다. 헌법에 어긋나는데 숫자를 앞세워 또 밀어붙이려 한다.
민주당은 매년 1조원의 국민 세금으로 남는 쌀을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도 본회의에 직회부해 처리했다. 불법 파업을 조장한다는 ‘노란 봉투법’, 화물연대에 특혜를 주는 안전운임법, 공영방송 사장 임명을 야당에 유리하게 바꾼 방송법 등 지지층이 좋아할 법안을 줄줄이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도 이런 사리에 맞지 않는 법이 그대로 시행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유도해 정치적 부담을 떠안기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그러니 법안이 헌법에 맞는지 여부엔 관심도 없다. 국회 다수 의석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이용될 수도 있는지 혀를 차게 된다.
조선일보 사설
04.02 후쿠시마 가서 수산물 수입 막겠다는 野의 허무맹랑 ‘정치 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등이 지난 3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반대 및 대일 굴욕외교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저지대응단’ 소속 의원들이 6~8일 일본을 방문한다고 한다. 2011년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 현장 시찰, 일본 어민 간담회 등 일정을 계획 중이다. 오염 처리수 방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막기 위해 현지에 가겠다는 것인데, 한마디로 허무맹랑한 일이다.
민주당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제한 철폐가 논의됐다는 일본 일부 언론 보도를 기정사실로 만들어 대정부 공세를 펴고 있다. 대통령실이 “후쿠시마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민주당은 규탄 대회를 강행했다. 일부 의원은 삭발했고, 이재명 대표는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높은 농수산물이 대한민국 영내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국민 건강과 안전에 어떠한 타협도 없다”며 재차 부인했지만, 민주당은 또다시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 트집을 위한 트집 잡기다.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1국이 참여하는 감시단을 구성해 안전성을 검증 중이다. 한국도 여기 포함돼 있다. IAEA의 검증 결과가 그간 일본 측 설명과 다르다면 일본은 해양 방류를 관철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방류에 시비 걸기는 어렵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삼중수소인데 작년 한국 원전의 삼중수소 배출량이 후쿠시마 방출 예정량의 10배라고 한다. 후쿠시마 가서 수산물 수입을 막겠다는 주장은 더 황당하다. 어업 현장에서 어떻게 유통 구조를 파악하겠다는 건가.
민주당 의원들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알면서도 당리당략을 위해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괴담 장사를 하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고 했지만, 방사능으로 인한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사망자 대부분이 이재민 시설에서 다른 이유로 사망한 80대 이상 고령자다. 문 정부는 탈원전을 밀어붙이기 위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국내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을 징계하기도 했다.
이번 ‘후쿠시마 쇼’도 이 대표 방탄과 내년 총선을 위해 국민 눈을 속여 보겠다는 속셈이 훤히 읽힌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이런 행태가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치겠는가도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05 與 땐 반대 양곡법 野 되니 강행, 몰염치 다수당엔 국민이 ‘거부권’을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재의(再議)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양곡법은 처리 절차와 내용 모두 문제가 큰 법안이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위안부 재단 관련 비리로 출당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상임위 안건조정위에 넣는 꼼수를 썼다.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리자 다시 윤 의원을 이용해 본회의에 직접 회부했다. 이렇게 여야 간 제대로 된 토론조차 없었다. 법 내용도 불합리하고 반시장적이다.
이 법은 쌀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전량 사들이는 내용이 핵심이다. 쌀이 남아돌아 매년 10여 만t이 사료·주정용으로 처분되는데 쌀 매입에 매년 1조원 이상의 국민 세금을 퍼부어야 한다. 국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쌀 과잉 생산을 부추길 것이다. 쌀값이 오히려 떨어질 거란 우려에 40여 개 농민 단체가 반대했다. 빵·면류·육류 소비가 급증하는 속에서 쌀 경작 면적을 줄여가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4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의결했다. (대통령실 제공) 2023.4.4/뉴스1
민주당의 ‘식량 안보’ 주장도 낡은 것이다. 지금 세계 어느 나라도 식량 수입이 봉쇄된 곳은 없다. 북한조차 그렇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도 이 법에 반대했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 시 쌀의 공급과잉과 정부 의존도가 커지는 부작용 발생이 우려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그때도 압도적 의석을 보유했지만 이 법을 추진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는 ‘안 된다’고 하다가, 정권이 바뀌자 ‘해야 한다’고 돌아선 법안이 한두 개가 아니다.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을 쉽게 바꾸지 못하게 하는 방송법, 불법 파업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노란봉투법’ 등이 그렇다. 대부분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자신들 득표에만 도움이 되는 법안들이다. 국회 소수당이 아닌 다수당이 이렇게 무책임한 것은 우리 역사에 없던 희귀 현상이다. 대통령실은 이참에 법률안 거부권 행사 기준을 명확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양곡법처럼 국회 처리 절차부터 문제가 있거나 그 내용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에 분명히 어긋나는 법안, 나라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표만 생각하는 포퓰리즘 법안 등이 그 대상이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것도 잘 알고 있다. 자신들은 노동자·농민을 위해 한 일이라고 생색을 내고 이를 거부한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씌우면 된다는 계산이다. 내년 4월 총선까지 이런 일이 몇 번이나 더 있을지 알 수가 없다. 몰염치한 국회 다수당이 두려워하는 것은 대통령 거부권이 아니라 국민의 거부권이다.
조선일보 사설
04.05 윤 대통령의 첫 거부권…입법 폭주와 정치 실종의 도돌이표
“양곡관리법, 전형적인 포퓰리즘” 7년 만에 꺼내 든 거부권
표 노린 야당 폭주 1차 책임…여권도 소통 부족 성찰해야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 헌법 53조에 따른 권한 행사다.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문회 개최 상시화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에 행사했던 2016년 5월 이후 7년 만이다. 국회로 돌아간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예상치를 3~5% 초과하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경우 초과 생산량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며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국회가 이 법안을 다시 통과시키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국민의힘(115석)이 반대하면 재의결은 불가능해 법안은 폐기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용산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에서 “‘쌀값 정상화법’ 공포를 거부하며 국민의 뜻을 거슬렀다”고 반발했다.
거부권 행사의 근본 책임은 포퓰리즘 법안의 처리를 강행한 야당에 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이 쌀값 폭락을 막아 농민 소득을 보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쌀 과잉 생산을 부추겨 국가 재정을 악화시킬 것으로 경고했다. 매년 1조원 이상의 세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거부권 행사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야당이 밀어붙인 것을 두고는 지지층에게 생색을 내 내년 총선 때 표를 좀 더 얻어보려는 술수이자 자기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희석 시도라는 해석을 낳았다.
문제는 양곡관리법은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야당은 공영방송의 ‘기울어진 운동장’ 영구화 시도로 비판받는 방송법 개정안도 본회의 직회부를 강행했다. 노조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방어권을 사실상 무력화한 ‘노란봉투법’도 강행 처리할 태세다. 169석 거대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란 악순환이 도돌이표처럼 이어질 공산이 크다.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거부권은 입법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마지막 방어 수단이란 성격이 있다. 아무리 야당의 입법 폭주가 원인이라 해도 이런 권한이 너무 자주 발동되는 상황 역시 정상적이지 않다.
1차 책임은 야당에 있지만 여권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통령실과 여당의 책임은 전혀 없었는지, 대야 소통에 부족함은 없었는지 성찰해야 한다. 양곡관리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참담한 모습은 입법 폭주와 협치 실종의 합작품이다.
중앙일보 사설
04-04 체포동의 하영제 영장 기각, 더 낯뜨거운 李 불체포특권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의 부당함과 몰염치를 재확인해준다. 민주당은 하 의원이 정치 탄압을 받는 이 대표와 다른 ‘잡범’이라고 규정했고, 소속 의원 50여 명이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다. 그러나 법원은 하 의원의 죄질이 중하지만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죄질은 검찰의 ‘범죄 혐의 소명’으로 판단하는데, 영장 발부 여부의 핵심 요건이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 탄압이라는 주장이 사실이거나 근거가 있다면, 영장실질심사를 받더라도 ‘범죄 혐의 소명 불충분’을 이유로 영장은 기각됐을 것이다. 더구나 이 대표에 대해 도주 우려를 적용하는 판사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자신의 약속까지 헌신짝처럼 저버렸다. 영장 기각을 자신할 수 없었다는 것 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 실제로 4850억 원대의 배임과133억 원의 제3자 뇌물 혐의는 법정형만 10년 이상인 중범죄다. 공모자와 뇌물 공여자들의 진술과 각종 증거도 넘쳐난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비명계 의원들을 집중적으로 만났고 2선으로 물러나 있던 이해찬 전 대표까지 지원에 나섰지만, 결과는 재석 297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이었다. 부결됐지만 민주당 소속 의원이 169명임을 감안하면, 수십 명이 체포동의에 찬성한 셈이어서 정치적으론 가결된 것과 다름없다. 이 대표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및 당 대표 출마가 당심조차 믿지 못한 낯뜨거운 방탄용임도 드러난 것이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앞으로 2∼3차례 제출될 수 있다. 대북 불법 송금 의혹과 백현동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간 행태를 보면 계속 불체포특권 뒤에 숨는 민망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국민은 냉철하게 지켜볼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4.06 과학과 사실을 거부 ‘괴담 정치’ 유혹 못 버리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저지 대응단’ 의원 5명이 “허무맹랑하다”는 지적에도 불구, 6일 일본 후쿠시마를 항의 방문한다. 후쿠시마 원전 인근의 오염을 확인하고 도쿄전력 방문, 일본 의원들과 면담을 통해 오염 처리수 방류의 문제점을 알리겠다고 했다. 4일 “(오염 처리수를) 본격적으로 방류하면 우리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도쿄 전력은 대응단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고, 일본 의원들도 이들을 만나기를 꺼리고 있다고 한다.
만약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가 한국에 영향을 미친다면 항의 방문 정도가 아니라 정부가 정식 대응을 해야 한다. 하지만 사실과 거리가 멀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한국에서 해양 방사능 문제에 대해서는 가장 정통한 곳이다. 이 두 기관이 연합해서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금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를 방류하면 태평양을 한바퀴 돌아 4~5년 후 우리 근해에 본격적으로 온다. 당연히 희석돼 우리 해역의 삼중수소(트리튬)는 약 10만분의 1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수치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사실상 건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세슘, 스트론튬 등 다른 방사성 물질도 비슷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원전들의 지난해 삼중수소 배출량이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예상 방류량의 10배라는 발표도 나온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저지 대응단 소속 양이원영 의원 등이 5일 오전 주한일본대사관 방문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고 있다. /뉴스1
후쿠시마는 동해가 아니라 태평양에 접해 있기에 이곳을 떠난 해류는 미국 알래스카, 캘리포니아주, 하와이를 거치는 방식으로 순환해 한국에 오게 된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떠내려간 가옥 등의 잔해들이 미 서부와 하와이 등에서 먼저 발견된 것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이 잔해들 중 한국 근해에서 발견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에 문제가 많다면 해류 이동에 따라 가장 먼저 피해를 당할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이 이를 문제 삼는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
미국의 연구소들은 후쿠시마 폭발 이후 서부 해안의 바닷물을 채취, 방사능 오염 여부를 조사했는데 인체에 해를 미치는 수준이 아니었다. 태평양의 면적은 1억6525만㎢, 동서 길이는 약 1만6000km다. 지구 전체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 후쿠시마 사태 당시 아무런 처리도 하지 못한 방사능 오염 물질이 바다로 퍼져 나갔지만, 방대한 태평양에 완전히 희석돼 방사능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앞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우리 정부도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이 결론이 나오면 그에 따르면 된다. 민주당이 마치 한국이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할 것처럼 말하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정부가 수입하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밝혔는데 누가 어떻게 수입하나.
광우병, FTA, 사드 전자파, 세월호 잠수함 충돌, 천안함, 수돗물 민영화 등 민주당은 괴담 정치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도 이 괴담들이 근거 없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정치적으로 괴담에 선동되는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에 괴담은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소수당이면 이럴 수도 있다. 그런데 국회를 장악한 다수당이 괴담 정치를 벌인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조선일보 사설
04-06 통진당 後身 정당의 국회 재진입과 여당의 선거 무기력
5일 실시된 재·보궐선거는 국민적 관심을 크게 끌지는 못했지만, 개표 결과를 보면 그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우선, 2014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後身)인 진보당 후보가 국회에 재진입했다. 이상직 의원의 의원직 상실(선거법 위반)로 재선거가 치러진 전북 전주시을 선거구에서 강성희 진보당 후보가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고, 투표율(26.8%)이 저조한 이유도 크다. 그러나 위헌 정당이 외양을 바꿔 지역구 의원을 배출했다는 사실은 여러 측면에서 경각심을 갖게 한다. 같은 날 제주지검이 간첩단 혐의로 기소한 제주 ‘ㅎㄱㅎ(한길회)’ 조직원 3명 중 총책 강모 씨가 통진당 출신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진당은 해산된 이후 참여 인사들을 중심으로 2017년 민중당으로 재창당됐다가 2020년엔 진보당으로 변신했다. 당명도 ‘통합’만 없앴을 뿐 진보당의 명맥을 이었다. 당 강령도 ‘불평등한 한미 관계를 해체해 민족으로 자주권을 확립한다’는 등 통진당 것과 유사점이 많다. 최근 물러난 김재연 전 상임대표도 통진당 국회의원 출신이다. 진보당이 국회에 교두보를 확보함으로써 국가의 중요 정보에 대한 접근권 등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여당인 국민의힘의 선거 무책임과 무기력이다. 전주시을이 절대 열세 지역이긴 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1년 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전주시에서 15% 넘는 득표를 했다. 당선된 강 후보는 득표율이 39.1%이긴 하지만, 낮은 투표율 때문에 전체 유권자의 10% 남짓한 지지로 당선됐다는 점에서 여당으로선 더 뼈아픈 일이다. 국민의힘 후보는 8.0%를 얻어 5위에 그쳤다. 울산시장을 지낸 김기현 대표는 지금도 울산 국회의원이지만, 울산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후보가 참패하고, 기초의원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문화일보 사설
04.06 노적봉이라도 쌓자는 건가

양곡관리법 개정을 밀어붙인 민주당의 주요 명분은 식량안보다. 이재명 대표는 “양곡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식량안보 전략 포기 선언”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생각하는 식량안보란 어떤 걸까. 한반도 주변에 전쟁이 나서 갑자기 식량 수입이 뚝 끊어지는 상황을 상정한 걸까.
한국의 쌀 자급률은 90%가 넘는다. 나머지 10%도 쌀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WTO(세계무역기구) 규약에 따라 의무 수입하는 TRQ(저율관세할당물량) 때문이다. 고립된 성(城)을 놓고 벌이는 사극 전투 장면을 너무 열심히 본 탓일까. 민주당의 식량안보론은 시대착오적이다. 우리 국토가 좁다지만 성 한 채와 비교할 수는 없다. 식량 수입이 위협받을 정도의 극단적 상황이라면 한국이 거의 전량 수입하는 에너지는 더 위험하다. 염화칼륨·요소 같은 비료 원자재도 끊어질 가능성이 높다. 농지가 널려도 농사를 지을 수 없고, 쌀이 넘쳐도 유통할 방법이 사라진다.
민주당의 시대착오 식량안보론
국가를 좁은 성쯤으로 여기는 듯
정책 정당으로서 밑바닥 드러내
식량안보 강국 어딘지부터 보라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정부는 매년 6000억~1조원을 햅쌀을 사는 데 쓴다. 이렇게 쌓아둔 쌀은 3년쯤 지나면 가공용으로 헐값에 넘어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운데 보관 비용으로 매년 수천억 원이 들어간다. 쌀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물량을 사들이는 ‘시장 격리제’도 운영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17번의 시장격리를 위해 23조원이 들었다. 다 국민 세금이다. 식량안보를 위한 보험료쯤으로 생각하자고? 보험료는 적정 요율이란 게 있다. 위험 대비랍시고 밑도 끝도 없이 보험을 늘리는 건 어리석은 살림꾼이나 할 짓이다.
사실 민주당이 식량안보의 개념을 정확하게 아는지조차 의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 발표한 2022년 세계식량안보지수(GFSI) 1위 국가는 핀란드다. 동토의 이 나라가 식량 자급률이 뛰어나 1위를 했을 리는 없다. 핀란드는 구매능력, 공급능력, 식품안전 및 품질, 지속가능성 등 평가 네 부문 모두 상위권이다. 식량 수입을 위한 높은 경제력과 안정적 네트워크가 있고, 그 위에 소비자 기호와 건강을 고려하는 식량 관리 체계까지 골고루 갖췄다는 뜻이다.
식량안보를 자급률로만 따지는 건 좁은 시야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급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세계 곳곳에서 들여오는 다양한 식재료와 맛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식량자급률이 80%에 달했던 1970년대 말 우리 식탁이 지금처럼 풍성했던가. 자급률이 90%에 이른다는 북한의 만성적 식량 부족은 또 어떤가. 식량안보를 칼로리의 보급으로만 따질 수는 없다. 소득 4만 달러를 바라보는 국가라면 영양 균형, 식습관, 기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대규모 곡물 생산국 대신에 아일랜드·노르웨이·네덜란드·스웨덴 같은 북유럽 고소득 국가가 식량안보 10위권에 포진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GFSI 순위에서 한국은 39위다.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비(非)농업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비관할 수치도 아니다. 한국의 순위를 떨어뜨린 요인 중 하나는 높은 수입 농산물 관세다. 이 부문에서 한국은 0점을 받았다. 수입쌀 관세율 513%가 어쩔 수 없는 정치적 선택이었다고 치자. 하지만 국제가보다 6배나 비싼 쌀이 우리 농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만은 직시해야 한다. 쌀 산업에 지원이 집중되다 보니 벼농사는 100% 가까이 기계화됐다. 정부가 수매해주니 판로도 걱정할 필요 없다. 큰돈은 못 벌어도 ‘쉬운 농사’가 되다 보니 고령의 농민들이 논을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바람에 부농의 꿈을 꾸는 젊은 상품작물 재배자의 밭일은 더 힘들어졌다.
우리 식생활과 기후가 비슷한 일본은 GFSI 6위다. 일본의 식량자급률은 한국과 큰 차이 없다. 그런데도 상위를 점한 것은 월등한 수입 역량 때문이다. 일본은 2000년대부터 미쓰이·마루베니·미쓰비시 등 종합상사들이 산지의 곡물엘리베이터(곡물의 저장·이송 인프라)를 확보해왔다. 일본 농협 격인 젠노(全農)만 해도 60개를 확보했다고 한다. 한국은 이제 겨우 2개를 확보한 상태다.
성안에서 노적가리 쌓듯 든든하게 식량부터 확보해놓자는 전략은 시대착오적이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자급하자는 생각만큼 터무니없다.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 된 것은 개방과 네트워크 활용 덕분 아니던가. 물론 수입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식량 자급률을 일정 정도로 올리는 건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자급률 100% 가까운 쌀은 아니다. 밀·콩 같은 자급률 낮은 곡물로 정책의 눈을 돌려야 한다.
민주당으로선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이 농심의 덫에 걸려들었다며 쾌재를 외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책 정당으로서 역량 바닥을 스스로 드러내고 말았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쌀 농가의 불만을 다독이며 전체 농업 발전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확실한 건 “밥 한 공기 더 먹자”는 한심한 대책으로는 길이 없다는 점이다.
중앙일보 이현상 논설실장
04.07 文 정권 비리가 길 터준 통진당 부활, 존재감도 없는 與
5일 실시한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당선됐다. 진보당의 뿌리는 2014년 헌법재판소가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위헌 정당’이라고 판단해 강제 해산한 통합진보당(통진당)이다. 통진당은 유사시 우리 국가 기간 시설 타격을 모의한 반(反)대한민국 집단이다. 통진당 출신들은 당이 해산된 뒤 진보당을 만들었다. 김재연 전 통진당 의원이 진보당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 등 진보당원 상당수가 통진당 출신이다. 강성희 당선인도 내란 선동 등 혐의로 복역한 이석기씨의 대학 후배이자 통진당 출신이다. 대한민국 전복을 시도했던 세력이 국회에 재진입한 것이다.
이 길을 열어준 게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다. 전주을 재선거는 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이 자기 회사인 이스타항공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공금을 이용해 선거구민에게 선물을 돌리다 적발돼 의원직 상실형을 받아 치른 선거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과 계열사에서 555억원을 빼돌린 혐의, 자기 소유 태국 항공사에 문 전 대통령 사위 서모씨를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런 이 전 의원에게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장,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시켰다. 지난 총선에선 민주당 공천으로 국회의원까지 만들어줬다.
문 전 대통령은 통진당 해산 심판에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던 김이수 전 재판관을 헌재 소장에 지명하기도 했다.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해 낙마했지만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다. 또 이석기 석방을 주장한 사람을 청와대 비서관에 임명하고 결국 형기를 다 채우지 않은 이씨를 가석방했다. 진보당은 “사면이 아니라 가석방이란 점에 분노한다”고 오히려 화를 냈다.
통진당 세력의 활동도 과감해졌다. 최근 적발된 제주 간첩단 총책 강모씨도 통진당 출신 진보당원이다. 문 정부 시절이던 2017년 7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 후 지난해 11월까지 북 지령을 13건 수령하고 대북 보고문을 14건 작성했다. 서울시에서 지원받은 돈으로 친북 강연을 연 ‘촛불중고생시민연대’ 대표도 통진당 출신이다.
강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과 한 몸처럼 행동했다. 민주당이 불공천 결정을 내리자 ‘고맙습니다 민주당’이라고 적은 현수막을 내걸고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반대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은 2012년 총선 당시 선거 연대를 통해 통진당에 13석을 몰아줘 ‘종북 숙주’란 말을 들었다. 내년 총선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국민의힘 후보는 전주에서 윤석열 대통령 대선 득표율(15%)의 절반밖에 못 얻으며 5위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강하다는 울산에서도 교육감을 진보 후보에게 내주고 기초의원 선거도 패했다. 설화와 분란으로 지리멸렬한 당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국회 장악 야당은 종북 세력 부활에 길을 터주고, 이를 막아야 할 여당은 존재감도 없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조선일보 사설
04.07 과학은 사라지고 이념만 남았다
후쿠시마·광우병·사드 전자파…
포퓰리즘 정부서 음모론 횡행
정파 다툼 심해질수록 ‘심판없는 하키게임’ 될 것
음모론 연구자인 롤런드 임호프가 실험을 했다. “독일에 있는 한 회사가 연기를 감지하는 경보기를 개발했는데, 이 장비가 직원들에게 메스꺼움과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가짜 뉴스를 흘렸다. 슬쩍 한마디를 덧붙였다. “회사도 이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개선 요구를 거부했대...”
다음부터가 진짜 실험이었다. 피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는 “이것이 비밀 정보”라고 말해줬고, 다른 그룹에게는 “널리 알려진 정보”라고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비밀 정보’라고 했을 때 ‘메스꺼움 유발’을 ‘사실’로 믿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사람들은 ‘숨겨진 진실’이라고 할 때 적극 공감했다. 왜 메스꺼움을 유발하는지 과학적 근거는 관심 없고, ‘숨겨진 진실’을 공유하는 소수 그룹에 끼었다는 점에 열광했다.
논픽션 작가 리 매킨타이어의 ‘과학을 부정하는 사람에게 말 거는 법’이라는 책을 보면 다양한 음모론이 소개돼 있다. 평평한 지구론자들은 미시간 호수 72㎞ 밖에서 시카고를 관측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지구 곡률을 부인한다.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은 1998~2015년 지구 기온이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9.11 테러를 부시 정부가 기획했다는 주장은 음모론의 고전에 속한다. 미 식품의약국이 의도적으로 암 치료제 허가를 보류하고 있다거나, 연방준비제도가 2008년 금융 위기를 일부러 조장했다고도 한다.
유사 과학으로 흥미를 자극하는 음모론도 있다. 비행기가 하늘에 남기는 비행운(콘트레일)은 비밀 정부가 국민의 정신을 지배하려고 약물을 뿌리는 프로그램이라는 ‘켐트레일’ 주장이 대표적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한국에도 중금속 화학구름을 뿌린다는 고발 글과 사진이 나온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5G 이동통신 송전탑 때문에 발생했다는 주장이 난무했다.
이런 음모론은 포퓰리즘과 섞일 때가 많다. 특히 “정부 차원의 포퓰리즘은 음모론을 횡행하게 만들고, 과학적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도 피해를 준다”는 연구도 있다. 42국을 대상으로 코로나 초과 사망률을 조사했더니 포퓰리즘 정부에서 2배 이상 높았다.
음모론이 영화의 소재가 되면 심각한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 2005년 이후 한국에서는 음모론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탈원전 정책도 현실에서 발생 가능성이 희박한 재난 영화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지난 20년 동안 한국은 음모론 영화에 상당히 취약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도 있다.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 관객들이 진영으로 뭉치면 확증 편향이 더 단단해진다.
음모론에 빠지는 사람들은 과도한 자신감을 갖고 있거나, 지나친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거나, 혹은 의외로 낮은 자존감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핼러윈 참사와 같은 “거대하고 감당하기 힘든 사건에 직면했을 때 통제력 상실과 불안에 대처하는 일종의 대응 체계로 작용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청담동 술자리가 있었다고 믿는 국민이 30%에 이른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불과 일주일 전에 올라온 유튜브 영상에는 아직도 “첼리스트의 입을 누군가 막았다” “정권 실세들의 추악한 술자리가 문제다” “진실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란 댓글이 달려 있다.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가 우리 해안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세슘이나 삼중수소 농도, 이것을 측정하는 것은 과학이다. 광우병과 사드 전자파도 과학이다. 호남 가뭄 피해와 4대강 보 상시 개방과의 상관관계도 과학이다. 그러나 포퓰리즘 음모론자는 과학을 이념 문제로 만들어 버린다. 미국 학자 톰 니콜스는 책 ‘전문가와 강적들’에서 사실 관련 이슈를 정파적 다툼 속에 빠뜨리는 상황을 ‘심판 없는 하키 게임’에 비유했다. 관중이 수시로 빙판 위로 난입하는 아수라장이 돼버린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
04.07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DJ의 후예들
한때 ‘정의’ 위한 투쟁의 중심이던 DJ와 민주당
거대 범죄 혐의 받는 대표 옹호하며 정의 이탈
인간은 건강을 잃으면 쓰러진다. 그렇다면, 조직을 쓰러트리는 것은 무엇인가? 소위 ‘정의’라는 것이 그것이다. 조직을 붕괴시키는 것은 그곳에서 소위 ‘정의’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 가장 웅변적인 예가 바로 공산당이었다. ‘약자를 챙긴다’는 고귀한 이상을 가지고 전 세계를 노도와 같이 풍미하던 그 공산당이 불과 100여 년 만에 세계적으로 처참하게 사실상 궤멸해 버렸다. 왜였을까? 다른 어떤 것도 아니라 바로 그곳에서 ‘정의’가 사실상 축출됐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약자를 위한다는 명분이 ‘정의’를 압도해 버렸던 것이다.
반대로, ‘정의’가 살아 있는 조직은 반드시 융성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미국이다. 거짓말을 한마디 했다는 그 단 한 가지로 이유로 대통령을 쫓아내 버린 나라가 바로 그 나라이다. 그런 정의감이 미국이 과시하고 있는 저 거대한 번영의 진정한 원천이다.
양태가 다르긴 하지만, 대한민국도 미국과 같은 반열에 올릴 수 있다. 가난과 전쟁, 분단으로 찌들대로 찌들었던 불행한 나라의 대명사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불과 50여 년 만에 세계를 풍미하는 톱 선진국의 하나로 치솟아 버렸다. 그 핵심 비결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것이 거의 우리 민족만이 가진 바로 그 ‘정의’에 대한 특별히 강력한 집념이었다고 생각한다. 4·19, 5·18이란 두 숫자가 상징하는 그것, 수천, 수만의 젊은이들의 ‘정의’를 향해 목숨마저 걸며 돌진했던 그 ‘정의’를 향한 헌신, 그 덕분에 이 나라에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가 탄생할 수 있었고, 그것이 이 나라를 이 정도까지 오게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람이 바로 신념과 의지로 우리 모두에게 용기와 영감을 준 DJ, YS 같은 리더들이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그 정의, 즉, 민주주의를 향한 전 민족적 투쟁의 기간 동안 거의 내내 중심에 있었던 조직이 바로 민주당이었다. 많은 기간 당시 보수당이 ‘나라의 떡’을 키우는 데 주력하는 동안 민주당은 이 땅에 ‘정의’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고 볼 수 있다.

▲일러스트=이철원
그런데 정의를 향한 거대한 투사였던 민주당이 추락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곳에서 지금 바로 ‘정의’가 대거 도매금으로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민주당의 저 모습을 보면서 정의를 푸대접하다 패망의 길을 걸어간 공산당이 생각난다. 한마디로 섬뜩할 정도다.
그 정의로부터의 이탈을 보여주는 가장 웅변적인 예가 바로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저 일련의 사태다.
이 대표는 수백억, 수천억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범죄에 핵심적으로 연관되었다고 의심받고 있는 심각한 범죄 혐의자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아무 일도 없는 듯 태연히 지지와 때로 숭배까지 받으며 당원들은 물론, 국민에게까지 당당하게 군림하고 있다. 이것은 한마디로 선진국에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현상이다. 왜? 세계의 모든 선진국들은 이런 경우 즉각, 그리고 무조건 그 범죄 혐의자의 공직 임무를 일단 정지시키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장차 자칫 닥칠 수 있는 거대한 ‘치욕’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가 그대로 직을 유지하다 만일 나중에 정말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그것은 국민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한마디로 그동안 국민이 중대 범죄자를 섬기며 그 수하에서 ‘놀아났음’을 의미하게 된다. 한마디로 국민에게는 더할 수 없는 치욕이다. 그런 치욕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모든 공당과 공공기관의 중대한 책무다. 그래서 내가 아는 모든 선진국들이 다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민주당의 행태는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공당의 그것이 아니다. ‘사교 집단’들의 그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금 그곳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정의가 짓밟히고 있다. 위장 탈당, 억지 주장, 진실 무시 등 정의보다 정파를 중시하는 모습들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우후죽순처럼 발산되고 있다. 덕분에 이 나라 전체의 정치 수준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나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바로 ‘처럼회’, ‘개딸’ 등의 단어가 상징하는 저 민주당 소속 초중년 정치인들의 모습이다. 그들을 욕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들은 지금 그들의 선배들이 보여주고 있는 그 모범을 따르고 있을 뿐이다. 되돌아보면 참 오랫동안 민주당의 젊은이들은 정의와 공정을 지향하는 전사들이었다. 오랜 야당 생활, 정말 ‘떡고물’도 없는 그 ‘춥고 배고픈 시절’을 오로지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참으며 긴 인고의 세월을 보낸 사람들이 바로 민주당의 청년들이었다. 그 전통이 지금 도매금으로 깨지고 있다. 바로 선배들의 잘못된 모범 때문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나는 그 책임의 가장 큰 부분을 전임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린다. 문재인은 나라의 ‘정의’의 개념을 바꿔버린 사람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 나는 예측한다. 문재인은 한마디로 ‘정의’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린 사람이다. 그것을 내 나름대로 표현해 보자면, “내 편을 위해 ‘정의’를 희생시키는 것, 그것은 ‘더 우월한 ‘정의’이다”라는 말이 될 것 같다. 그것은 사실 공산당식 ‘정의론’ 즉, ‘약자를 위해 정의를 희생시키는 것은 더 우월한 ‘정의’이다’라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문재인은 ‘약자’라는 단어를 ‘내편’이라는 단어로 바꿔 넣었을 뿐이다. 공산당은 그 때문에 망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운명도 비슷하게 예측해야 하는 것인가? 참으로 진보 전체에 덮친 거대한 재앙이다.
개인적으로 참 아쉽고 안타까운 점은 그 오랫동안 DJ의 지근거리에서 그의 위대한 철학과 정신, 모든 것을 꿰뚫듯이 배운 분들의 저 뻔뻔하고 가혹한 침묵이다. 예를 들면, 이해찬 같은 대선배, ‘이런 것은 DJ 정신이 아니다’라고 한번쯤이라도 대갈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DJ가 저 하늘에서 눈물 짓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거듭 말하지만 오도된 ‘정의관’을 가진 집단은 반드시 궤멸한다. 그것은 그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역사의 준엄한 법칙이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민주당은 바로 그 역사의 엄중한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말 새롭게 태어나기를 권한다.
끝으로 혹시 이 글에 대해 정파적 동기가 유출될까 하는 염려에서 실례가 되지만 간단히 나의 개인적 경력을 하나 소개한다.
정통 TK인 나는 20여 년 전 민주당 후보로 서울 강남(갑)에서 2번 연속 출마했었다. 그 첫 번째는 당시 보수 신한국당이 제시했던 강남(을) 공천을 정중히 사양하고 택한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당시 만연해 있던 호남 사람들에 대한 그 잔인한 편견에 대한 내 나름대로 객기 어린 항의였다. DJ에 대한 큰 존경도 일부 있었다.
조선일보 전성철 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04-07 의원 수 축소 제안, 유권자 감소도 고려해 적극 추진해야
국회가 오는 10일부터 나흘 동안 ‘전원위원회’를 열어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진행한다. 뚜렷한 결론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의원들 개개인이 국민 앞에 입장을 밝힌다는 의미는 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내년 4월 10일임을 고려하면, ‘국회는 선거일 전 1년까지 지역구를 확정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제24조의2는 이미 짓밟혔다. 선거구 개편 시한을 지키겠다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신년 공약도 헛말이 됐다. 그래도 선거구제 개편은 필요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3개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모두 ‘의원 정수 300명 보장’이라는 점에서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전원위 논의에서 의원 수 감축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최소 30명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뒤늦게 나선 데다 당내 문제 돌파용이라는 정치적 의도까지 의심 받는 한계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 그동안 의원 1인당 평균 인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4위(17만2483명)라는 것이 증원론 논거로 제시돼 왔다. 반대 성격의 근거도 많다는 사실은 논외로 하더라도, 합계 출산율이 OECD 최저인 0.78명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2017년부터 출생아 수가 30만 명대로 떨어졌고, 이들이 선거권을 갖는 2036년 제25대 총선부터는 유권자 감소가 더 가팔라진다.
게다가 농촌 지역의 인구는 이미 급감하고 있다. 내년 총선부터 수도권과 지방 비율이 역전되고, 인구 하한(13만5521명)에 미달되는 선거구도 11곳 생긴다. 이에 맞춘 조정도 시급하다. 이미 이탈리아 의회는 35%, 독일 의회도 의원 수를 줄였고, 프랑스·멕시코도 30% 감축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추세도 참고할 만하다. 현 상황에서는 비례대표도 폐지하는 게 옳다. 당권파의 친위대 성격에다 저질 논란도 심각하다. 한국행정연구원의 대국민 면접조사에서도 82%가 비례대표 증원에 반대했다. 외환위기 직후 국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의원 수를 299명에서 273명(2000년 실시된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으로 26명 줄인 적이 있다. 국민의 정치 불신과 전방위 경제난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은 의원 수를 줄여야 할 당위성이 훨씬 커졌다.
문화일보 사설
04-07 IAEA와 文정부 장관도 못 믿겠다며 ‘방일 쇼’ 벌인 野
더불어민주당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저지 대응단’ 의원 4명이 6일 일본 도쿄전력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펼친 ‘한글 현수막’은 이들의 진짜 목적이 뭔지 생각하게 한다. 일본 정부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국내 정치용 보여주기에 더 비중이 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일본 현장을 방문하고 일본 측에 입장을 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아니라 국회의원이라면, 거대 야당의 대표단이라면, 충분한 합리적 근거와 사전 조율이 선행돼야 했다. 그런데 사실상 무작정 일본을 찾았다. 후쿠시마 현장엔 가지 못했고, 도쿄 전력 책임자 면담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5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모니터링 계획을 신뢰할 수 있다’는 중간 보고서를 냈다. IAEA는 핵 문제와 관련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보고서다. 그런데도 대응단 단장인 위성곤 의원은 “IAEA를 다 믿고 맡길 수는 없다”면서 “일본 전문가도 신뢰할 수 없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전형적인 카더라식 언급이다. 또, 2021년 4월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일본이 IAEA 기준에 맞는 절차를 따르면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개인의 돌출적 발언”이라고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20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영향은 유의미하지 않다’는 보고서를 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이에 기반한 것임에도 “개인 의견”으로 치부한 것이다.
6일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은 IAEA의 오염수 모니터링에 대해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상태”라며 불신론을 지폈다. 천안함 폭침 때 국제조사단이 ‘북한 어뢰로 인한 침몰’로 결론 내렸음에도 음모론에 매달렸다. 양이원영 의원은 광우병 괴담에 대해서도 “협상력을 얻었다”는 식으로 합리화했다. 그런 괴담을 계속하겠단 뜻인가.
문화일보 사설
04-07 李 “선친 묘 흑주술” 사실 아닌 주장, 국민 앞에 사과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모 묘소 훼손에 대해 엉터리 주장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청자 연구와 지관(地官) 활동을 하는 이모(85) 씨는 6일 “이 대표와 같은 경주 이씨 종친들 요청으로, 지난해 6·1선거 사흘 전인 5월 29일 경북 봉화군의 이 대표 부모 묘소 기(氣) 보충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한자(漢字)로 ‘생명기(生明氣)’라고 쓴 돌 6개를 봉분 주변에 묻었다”고 했다.
“이 대표에게 좋은 일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었다는 것으로, 이 대표의 “선친 묘 흑주술(黑呪術)”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확인이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현장 사진을 올리며 “일종의 흑주술로, 무덤의 혈을 막고 후손의 절멸과 패가망신을 저주하는 흉매라고 한다”고 했다. 민주당도 “끔찍하다”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경북경찰청과 봉화경찰서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분묘 발굴죄’ 등을 적용하기 위한 수사까지 벌여온 배경이다.
이 대표는 당사자 증언 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벌어져선 안 될 일”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으나, ‘남 탓’만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자신은 사악한 주술까지 동원된 핍박의 피해자인 것처럼 많은 사람에게 오인하게 만든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때다. “(묘소 훼손이) 악의 없이 벌어진 부분에 대해선 수사 당국의 선처를 요청한다”는 말로 이 대표가 면책될 순 없다.
문화일보 사설
04.08 국회 진출 진보당, ‘간첩 당원’ 입장부터 밝혀야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통상 재선거로 원내에 진입하면 결원이 있는 상임위에 우선 배정되는 것이 원칙이고, 현재 그런 상임위가 국방위이기 때문이다. 강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국방위에 가야 한다면 가겠다”고 했다. 국방위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군사·북한 분야의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곳이다.
문제는 진보당의 뿌리가 통합진보당이라는 데 있다. 통진당은 애국가를 거부하고 유사시 국가 기간 시설 타격을 모의한 반(反)대한민국 집단이었다. 구심점이던 이석기 전 의원은 내란 선동 혐의 등으로 징역 9년을 선고받았고, 헌재는 통진당을 ‘폭력 혁명으로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위헌 정당’이라며 강제 해산시켰다. 진보당은 통진당 출신들이 만든 정당이다. 강 의원 역시 통진당 출신으로, 이석기씨의 대학 후배다. 이런 사람이 국방위원이 되면 한미 연합 훈련의 구체적 일정, 우리 군의 첨단 무기 체계와 전략 배치, 작전 계획 등 군사기밀을 열람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이 7일 오전 광주 북구 망월묘역(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강 의원은 지난 5일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됐다. /뉴시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통진당 해산 이후 후속 사법 처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헌 정당이란 헌재의 결정은 통진당이 반국가단체임을 뜻한다. 그런데도 통진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당원 아무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지 않았다.
북한도 이를 보고만 있지 않았다. 진보당에 활동가들을 침투시키는 방식으로 지하조직을 건설해 온 정황이 최근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수사로 드러났다. 검찰이 지난 5일 간첩단 혐의로 기소한 제주 지하조직 총책이 통진당 출신의 진보당 당원이라고 한다. 지난달 구속 기소된 창원 ‘자주통일 민중전위’ 관계자들도 진보당 당직을 맡아 정계 진출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진보당은 강 의원 당선 다음 날 보도자료를 내고 “9만5000여 명 당원 대다수는 진보당이 생애 첫 정당”이라며 “(진보당이) 통합진보당 후신이라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 진보당은 ‘간첩 당원’들에 대한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09 좌파가 우리나라를 말아먹는 방법
[아무튼, 주말] [서민의 문파타파]
반미, 반일이 대표 전략
국가 근원 산업도 흔들기

▲일러스트= 유현호
1989년 10월 13일, 건국대에 다니던 스물네 살 청년 정청래는 준비한 승용차를 주한 미국 대사관 옆에 세운 뒤, 차 지붕을 밟고 3m나 되는 담장을 넘어 대사관에 들어간다. 이 난동에 참여한 이는 모두 여섯 명. “공안 통치 배후인 미국의 내정 간섭 중단”이 요구 사항이었다. 그들은 직접 제작한 사제 폭탄을 대사관에 던지는데, 워낙 엉망으로 만든 탓에 폭탄이 터지지 않자 플랜 B에 들어간다. 대사관 거실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지른 것. 하지만 대사관 건물이 내화 처리돼 있어 이 역시 실패한다.
50분간 농성을 벌이던 정청래 일당은 결국 대치하던 경찰에 체포됐고, 집시법과 보안법,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 등등 여러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는다. 그 덕에 병역을 면제받았으니 ‘이를 노리고 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도 있지만, 그보다는 ‘반미’라는, 자기 딴에는 숭고한 이념 때문에 폭탄을 던졌다고 보는 게 맞겠다. ‘회계사 김경율의 노빠꾸 인생’이란 책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온다.
선배: 저기 길 건너편이 미군 부대인 거 알지?
후배들: 네.
선배: 미군 트럭이 이 길로 자주 다닌단 말이다. 그러니까 미군 트럭이 지나갈 때 트럭을 향해서 화염병을 던지자!
미군 시설에 대한 테러가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던 시절이었기에, 미 대사관 테러는 정청래에게 훈장이 됐다. 운동권 출신이 국회의원이 되려면 대학 학생회장이나 전대협 의장 정도는 해야 됐지만, 정청래는 과 대표 출신임에도 당당히 의원 배지를 달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들어온 제도권은, 달콤했다. 정청래는, 그리고 그와 함께 국회에 입성한 586들은, 이제 구속될 염려 없이 반미를 외칠 수 있었다.
그들은 우리나라 수출에 큰 도움이 될 한미 FTA 체결을 반대했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린다고 선동했으며, 북한의 핵 공격을 막을 목적인 한미 연합 훈련을 반대했다. 대한민국이 부자 나라가 됨으로써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주장이 먹히지 않게 되자 그들의 구호는 이제 ‘반일’이 됐다. 김일성의 ‘갓끈 전술’에 따르면 남한은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갓끈으로 유지되는데, 이 가운데 하나만 잘라내도 남한이 무너진단다. 그래서 북한은 민노총 등 자기들을 추종하는 세력에게 ‘한·일 관계 악화를 위해 일장기 화형식, 대사관 기습 시위를 진행하라’는 지령을 내리곤 했는데, 이는 어리석은 짓이었다. 정청래를 비롯한 전직 주사파들이 북 지령 없이도 갓끈 전술을 잘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청래가 한 발언을 보라. “윤 대통령의 대일 굴종 외교로 기시다 총리의 독도 야욕이 이루어지는 거냐?” “윤석열 정권은 한국이 좋냐, 일본이 좋냐. 분명하게 답변하라.” “후쿠시마 오염수 발언 묻는데 왜 동문서답하나?” 북의 지령을 받은 민노총 간부들이 구속된 반면, 의원 신분인 정청래는 구속은커녕 애국지사로 개딸들의 신망까지 얻을 수 있으니, 제도권이 좋긴 좋다. 대안연대 김유진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한다. “과거에는 좌파가 민주주의 시스템 밖에서 불법적인 활동을 했다면, 문재인 정부 이후에는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있다.”
반미나 반일이 대한민국을 망치는 중요한 전략이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했다. 삼성을 비롯한 우수한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은 삼성생명법을 만들어 삼성을 해체하려 하지만, 삼성에 대한 국민적 신망이 높아 쉽지 않았다. 좌파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국가의 근원인 에너지 산업을 망가뜨리면 어떨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만료 석 달 전인 2022년 2월, 알박기로 원자력안전재단에 임명한 이사장 김제남을 보면, 저 말이 괜한 망상이 아님을 알 수 있으리라.
작년 국감에서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김제남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일심회 간첩단 사건 판결문에 31차례나 김 이사장이 등장한다. 이유가 뭐라고 보느냐?” 일심회 사건은 2006년 국정원이 적발한 간첩 사건으로, 조선노동당에 입당해 김정일에게 충성을 서약한 재미 교포 장모씨가 민주노동당 간부들과 함께 북한에 정보를 제공했다는 게 들통나 징역 9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런데 그 판결문에는 재미 교포가 북한에 전달한 보고서가 나오는데, 그에 따르면 김제남은 북한 간첩의 포섭 대상이었을 뿐 아니라, 이적 단체 조직원으로 활동한 정황이 담겨 있다.
“△△△을 김일성주의 대중 지도 핵심으로 육성해 시민 단체들을 반미 대중 투쟁에 적극 참가하도록 지도” “조직에서 △△△ 동지를 통해 미제의 핵잠수함 로스앤젤레스호가 남조선 진해항에 입항한다는 정보를 보고받았다.” 김제남은 “나는 이 일과 무관하다”며 발뺌하고 있지만, 저 판결문의 △△△가 김제남일 확률은 지구가 돌 확률과 비슷해 보인다.
친북적인 일을 하다 걸렸을 때 좌파가 택하는 방법은 노동 운동, 여성 운동 등 시민 단체로 스며드는 것, 일심회 사건 이후 김제남이 택한 길은 환경 운동이었다. 그 선택은 오래지 않아 결실을 보았다. 녹색연합 사무처장,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 등을 지낸 끝에 2012년 통진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것이다. 알다시피 통진당은 대한민국 체제를 파괴하려고 한 정당으로, 이석기의 내란 음모 사건이 도화선이 돼 헌법재판소에서 해산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거기서 김제남은 통진당 사수 결의 대회에 참석하고, 이석기 제명안에 무효표를 던져 부결하는 등 맹활약한 바 있는데, 문재인 정권은 이런 이를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으로 임명하더니, 급기야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임명한 것이다. 전임 김혜정 이사장도 환경 운동을 하던 분이었는데, 이보다 더한 사람이 왔으니 권성동 의원도 기가 막혔던 모양이다.
“김 이사장은 누구보다 원자력 무력화에 의지를 갖고 행동해 왔고, 주요 시설에 대한 사보타주(고의적 파괴 공작)를 계획한 이석기 일당을 옹호했다. 원자력안전재단이 탈핵 운동가의 놀이터냐. 탈핵 운동가에게 무슨 전문성이 있느냐? 자진 사퇴하라.” 하지만 김제남은 사퇴하지 않았다. 왜? 이사장의 임기는 3년, 그러니까 2025년 2월까지고, 그동안 김제남에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그 일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대한민국에 해가 되는 일이라는 건 확실하다. 그래도 우린 그녀를 막을 수 없다. 그녀는 지금, 제도권에 있으니까.
조선일보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04-11 “천공이 육참총장 공관 방문” 괴담 선동한 野 사과할 때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입주할 관저(官邸) 결정에 개입한 역술인 천공이 후보지 중의 하나인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했다”는 야당(野黨) 주장은 괴담(怪談)이라는 사실이 확연해졌다. 서울경찰청은 10일 “육참총장 공관 폐쇄회로(CC)TV의 지난해 3월 영상을 분석한 결과 천공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의혹이 제기된 달의 CCTV 전체를 확인했고, 기간이 지나 다른 영상이 덧씌워진 영상까지 포렌식으로 복원해 분석했다고 한다.
괴담 유포 책임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처음 공개 제기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사실 확인 없이 지난해 12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3월에 육참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에 천공이 다녀갔다는 증언을 국방부 고위관계자에게 들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국방부 대변인 출신인 부승찬 씨는 저서에서 ‘천공이 서울 한남동 공관을 다녀간 사실을 남영신 육참총장이 내게 알렸고 군 당국에도 보고가 됐다’고 했으나, 남 전 총장은 부인했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괴담을 확대 재생산했다. 이재명 대표는 페이스북에 ‘주술의 나라, 천공 아니면 검찰에 물어봐야’ 제목의 글도 올렸다. 다른 간부들도 “천공의 국정 개입 의혹이 점입가경” 운운하며 국정조사와 청문회까지 주장했다. CCTV 분석에만 해도 디지털 전문 수사관 10명이 한 달 넘게 매달려 경찰력까지 소모하게 한 배경이다. 고발된 괴담 생산·유포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단은 당연하다. 선동한 야당도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04.12 ‘천공 공관 방문’도 가짜 뉴스, 처벌 없고 이익 되니 끝나지 않는 것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결정에 개입하려고 후보지 중 하나인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작년 3월 한 달 치의 육참총장 공관 CCTV 영상을 모두 분석했지만 천공의 방문 장면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 달 넘게 디지털 전문 수사관 10명을 투입, 영상이 덧씌워져 흐릿하고 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모두 포렌식으로 복원해서 빠짐없이 확인한 결과라고 한다.
천공의 휴대폰 위치 기록도 분석했지만 총장 공관 부근에서 그의 행적은 나오지 않았다. 그와 현장에 동행한 것으로 지목된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이나 공관 관리관과 통화한 기록도 없었다. 천공의 공관 방문을 처음 얘기한 당사자로 지목된 남영신 전 육참총장은 “(천공 방문에 대해) 공관 관리관에게 보고받고 얘기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공관 관리관도 군 조사에서 그런 보고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천공이 공관을 방문했다는 영상이나 위치 기록도 없고, 관련자도 모두 부인하고 있다. 그럼 천공이 어떻게 공관을 방문했다는 건가.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같은 허위 주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작년 말 “천공이 3월에 육참총장 공관에 다녀갔다는 증언을 국방부 고위 관계자에게서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남영신 육참총장이 천공이 공관에 다녀갔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알려줬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부인했지만 민주당은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요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주술의 나라, 천공 아니면 검찰에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가 천공에서 시작됐다’ ‘천공이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에 개입했다’며 ‘천공 국정 개입설’을 제기했다. 제시한 근거는 하나도 없었다. 이번에 천공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는데도 민주당은 사과나 입장 표명 하나 없다.
정당이나 정치인이 언론인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명예를 손상시킬 주장을 하려면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 천공 본인이나 그 주변, 등장 인물, 대통령실 등에 물어보고 그 답에 따라 다시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법을 떠나 사람의 기본 도리다. 그런데 요즘 민주당은 사실인지 아닌지에는 관심도 없다. 그저 그럴듯하고, 대통령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덧씌울 수만 있으면 덮어놓고 주장하고 국정조사를 하자고 한다. 그러다 가짜 뉴스로 판명 나면 모른 척한다. 청담동 술자리 가짜 뉴스도 똑같은 경우다.
이들이 가짜 뉴스 퍼뜨리기에 아무런 죄책감도 없는 것은 처벌이 없기 때문이다. 도리어 이득이 있다. 청담동 가짜 뉴스를 퍼뜨린 사람들은 돈을 벌었다. 지지층은 어떤 가짜 뉴스도 무조건 사실로 믿으니 민주당이 가짜 뉴스에 책임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 이 사람들이 언론에 대한 징벌적 배상을 주장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제대로 사실 확인을 않고 허위 사실을 주장하고 퍼뜨린 사람에 대해선 엄중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12 野 내부 반성 “무당 유튜버, 팬덤, 가짜 뉴스, 저질이 합쳐졌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내년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의원은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에 바쁜 정치 현실을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며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이들을 설득·조정해낼 정치적 역량을 제 안에서 찾지 못했다”고 했다. 오 의원은 소방관 출신으로 지난 총선 때 당에 영입된 초선이다. 나이도 35세로 젊다는 점에서 불출마 결정은 의외다. 다른 의원들이 만류했지만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본인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면 다시 소방관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오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여야 모두를 비판했지만 그가 민주당 소속인 이상 당 내부 상황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는 이낙연계로 꼽힌다. 정치에 입문할 때는 당내에서 주류였지만 지금은 비주류가 됐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표결 후 ‘개딸’ 등 강성 지지자들이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 색출 작업에 나섰을 때 오 의원도 표적이 됐다. 그는 부결 표를 던졌다고 스스로 밝혀야 했다. 이런 악성 팬덤도 그의 결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최근 ‘개딸’들은 문자 폭탄을 보내는 수준을 넘어 카메라를 들고 이재명계 아닌 의원 지역구 행사나 개인 일정, 집 앞까지 쫓아와 반말과 욕설을 퍼붓는다고 한다.
오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날 민주당 내부 토론회에서 “지금의 민주당은 무당급 유튜버와 팬덤, 가짜 뉴스, 그리고 저질 지도자들이 결합돼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당내 민주화와 사당(私黨) 방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고 한다. 민주당은 한때 우리나라 민주화에 기여한 정당이고, 현재 원내 제1당이다. 그런데 지금은 가짜 뉴스와 악성 팬덤, 포퓰리즘에 기대는 정치를 하고 있다. 이제는 이것이 당의 체질로 굳어진 듯한 절망감마저 준다. 민주당에서 다음 총선에 나오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오 의원이 아니라 민주당을 망가뜨린 사람들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4.12 ‘10억 수수’ 이정근 前민주당 사무부총장 1심 징역 4년6개월

사업 청탁 대가와 불법 정치자금 등 10억 여원을 수수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은 12일 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받는 이 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하고 추징금 9억8680만8700원을 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3일 이 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 씨는 고위당직자의 지위를 이용해 공공기관 공무원 직무 알선대가로 10억 원에 이르는 금품을 수수했다”며 “이 씨가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했고 공판에서도 대체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보여주지도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이 씨는 2019년 1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정부지원금 배정, 마스크 사업 관련 인허가, 공공기관 납품, 임직원 승진 등의 알선을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9억4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를 받는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20년 2~4월 박 씨로부터 선거비용 명목으로 3억3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있다. 당시 검찰은 이 씨가 박 씨에게 받은 불법 정치자금과 알선 대가로 받은 돈의 성격이 일부 겹친다고 보고 수수금액을 총 10억 원으로 산정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04-13 재정준칙 빼고 예타 면제 야합…대통령 거부권 검토해야
내년 4월 총선을 1년 가까이 앞두고 벌써 포퓰리즘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 재정을 결딴내 미래세대에 엄청난 부채를 떠넘기는 것은 물론, 국가 투자 우선순위를 왜곡하고 국민 정신까지 병들게 할 우려가 크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잠정 합의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상징적이다. 양당은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어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기준을 현행 500억(국비 300억) 원 이상에서 1000억(국비 500억) 원 이상으로 올리는 개정안을 의결키로 했다. 예타 도입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에 비해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상향 필요성이 없진 않지만, 문제는 함께 처리해야 할 재정준칙의 법제화는 쏙 뺐다는 것이다.
나랏빚의 급속한 증가를 고려하면, 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토록 강제하는 것은 시급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 탕진으로 나랏빚이 1000조 원을 넘긴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현재 나랏빚이 1분에 1억 원씩 늘어나고, 향후 4년간 이자만 100조 원에 육박한다. 여야의 국가재정법 야합은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사업을 남발하겠다는 예고나 다름없다. 이뿐 아니다. 대학생들의 ‘1000원 아침밥’을 둘러싼 경쟁이 도박 판의 판돈 올리기처럼 진행되면서, 이대로 가면 대학생 하루 3끼 모두 무상급식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일 납세자의날 기념식에서 “국민 혈세는 단 1원도 낭비하지 않고 꼭 필요한 곳에 소중하게 쓰겠다”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적 정치 복지를 지양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윤 대통령 본인도 지난 대선 후보 시절 가덕도 신공항 예타 면제 특별법 등에 찬동했으며, 지금도 예타 기준 상향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정준칙 법제화가 없는 예타 기준 상향 법안에 대해선 거부권을 검토해야 한다. 여야도 입법을 재고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4.13 국힘, 홍준표 黨상임고문 해촉...洪 “욕설목사나 위촉하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홍준표 대구시장/뉴시스
국민의힘이 13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당 지도부와 홍 시장은 잇딴 설화로 논란이 된 김재원 최고위원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 공개 발언에서 “최근 우리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에서 벌이는 일부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의 발언은 전광훈 목사를 비롯해 홍 시장까지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후 국민의힘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하기로 결정했다.
김기현 대표는 “우리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으로 활동하거나 현직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계신 것이 그간 관례였다”며 “그에 맞춰 정상화한 것”이라고 했다.
상임고문 해촉 소식이 알려지자 홍준표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못돼 가는 당을 방치하고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겠느냐”며 “이참에 욕설 목사(전광훈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 어이없는 당이 돼 가고 있다”고 했다.
앞서 홍 시장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에 대해 “우파 진영을 천하 통일했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된 김재원 최고위원을 두고 당 지도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홍 시장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서 “(전광훈 목사는) 황교안 대표 시절에는 180석 만들어 주겠다고 했는데 폭망했다. 김기현 대표에게는 200석 만들어 준다는 황당한 말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기현 대표를 겨냥해 “도대체 무슨 약점을 잡힌건가? 총선이 1년밖에 안남았는데 참 답답한 일”이라고 했다.
반면, 김기현 대표는 지난 3일 홍 시장에 대해 “우리 당 공천권을 가지고 제3자(전광훈 목사)가 왈가왈부할 일도 아니지만, 지방자치행정을 맡은 사람(홍준표 시장)은 그 일에만 전념했으면 좋겠다”고 맞섰다.
조선일보 김정환 기자
04.13“이재명 성남시장실·비서실 내 CCTV는 모형... 문 밖 CCTV도 내부 못 찍어”
검찰, 이재명 시장때 근무한 공무원 조사… 법원에 자료 제출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 정진상(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씨의 ‘대장동 뇌물’ 혐의 재판에서 정씨 변호인과 검찰은 ‘성남시청 CCTV’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정씨는 2013~2014년 성남시청 2층 비서실에서 유동규(전 성남도개공 본부장)씨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 정씨 변호인은 “비서실에 CCTV가 있어 뇌물을 받을 수 없는 구조”라고 했고, 검찰은 “촬영 기능이 없는 모형 CCTV”라고 반박했다.
당시의 성남시장 시장실과 비서실은 지금 남아 있지 않다. 이재명 대표가 시장으로 재임했을 때와 은수미 전 시장 때는 2층에 있었지만, 신상진 현 시장이 4층으로 이전하면서 기존 시설이 리모델링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정씨 변호인이 지난 2월 말 낸 의견서에 첨부된 과거 도면을 통해 당시 시장실과 비서실 내부 구조를 파악했다고 한다.
그 도면에 따르면, 비서실 문을 열면 정진상 당시 정책비서관과 직원들 자리가 있고 비서실장실을 거쳐 시장실로 들어가는 구조로 돼 있다. 정씨 변호인은 도면에 CCTV 3대의 위치를 표시했다. 출입문 앞에 1대, 시장실 1대, 비서실 1대였다. 정씨 변호인은 지난달 29일 재판에서 “이재명 당시 시장은 뇌물을 가져오는 것을 막기 위해 소리까지 녹음되는 CCTV를 설치했다”면서 “성남시청 사무실은 뇌물 제공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때 “돈 봉투를 가져오거나 인사 청탁하는 사람이 많아 설치했다”고 홍보했던 그 CCTV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서 “당시 성남시청 2층 시장실과 비서실에 설치돼 있던 CCTV 2대는 실제로는 촬영 기능이 없는 모형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재명 시장 때부터 성남시청 청사 방호 담당자였던 공무원 A씨, 이 대표 후임인 은수미 전 시장의 비서관 출신 B씨, 통합방범설비 평면도 등을 종합해 내린 결론이란 것이다.
A씨는 검찰에 “시장실과 비서실에 CCTV를 설치하거나 관리한 기억이 없다”면서 “악성 민원인 등이 단체로 시장실을 방문해 항의하며 시위한 적이 많아서 ‘민원인 경고용’으로 모형 CCTV를 설치해 놨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B씨는 “2018년 6월 은수미 성남시장직 인수위에서 근무할 당시 경호·보안을 담당했기 때문에 (이재명 시장이 떠난) 시장실과 비서실의 CCTV 현황을 점검·확인했다”면서 “시장실과 비서실 내부에 각각 설치된 CCTV는 회로가 연결돼 있지 않은 모형 CCTV였다”고 검찰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이어 “성남시장의 일거수일투족을 (CCTV 관리 부서인) 통제실에 있는 무기 계약직 공무원이 감시하고 녹화하는 것이 부담돼 이재명 시장 때부터 모형 CCTV만 설치했다”면서 “비서실도 모든 활동이 녹화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 모형만 설치했다”고 했다고 한다. B씨는 “민원인들이 비서실에 찾아와 항의한 적이 있는데, 직원들이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것을 보고 (제가) ‘CCTV가 있는데 왜 휴대폰으로 촬영하나’라고 물어보니 직원들이 ‘비서실 CCTV는 모형이기 때문에 휴대폰으로 녹화해야 된다’고 했었다”는 진술도 했다고 한다.
검찰은 작년 3월 성남시청을 찾아가 ‘통합 방범 설비 평면도’를 확인했지만 시장실과 비서실에 CCTV가 설치·관리된 내역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성남시청사가 건립된 이후 설치된 모든 CCTV에는 ‘관리 연번’이 부여됐는데, 시장실·비서실 내부에 CCTV 관리 연번이 부여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비서실 문 바깥쪽 외부에 설치된 CCTV는 촬영 기능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씨의 자리 등 내부는 찍히지 않는 구조라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당시 정씨 책상은 비서실의 가장 구석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1.5~2m 높이의 불투명 시트지로 덮인 유리벽이 앞에 있었고, 오른쪽과 뒤쪽은 사무실 벽이었으며 왼쪽도 다른 직원 책상 칸막이로 가려져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비서실 안의 CCTV가 설령 ‘모형’이 아닌 진짜라 하더라도 정씨 자리는 못 찍는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한편, 유동규씨도 지난달 29일 “정진상씨에게 ‘CCTV가 시장님(이재명 대표)에게 불편하지 않겠느냐’고 예전에 물어본 적이 있는데 정씨가 ‘저거 작동 안 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며 “성남시청에 CCTV를 뒀다는 건 (이재명 시장의) 대국민 사기극 중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04.13 “의원 10명에 300만원 봉투 두차례 전달”...민주 전대 돈살포 정황
검찰, 윤관석·이성만 압수수색… 송영길 보좌관 등 10여명 수사
▲윤관석 의원, 이성만 의원
검찰이 2021년 5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 ‘돈 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12일 정치자금법 위반 및 정당법 위반 혐의로 2021년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민주당 윤관석 의원(인천 남동을)과 이성만 의원(인천 부평갑),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 박모씨 등 10여 명의 자택과 사무실 20여 곳을 압수 수색했다. 압수 수색 영장에는 윤·이 의원이 모두 피의자로 적시돼 있다고 한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의원 등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통해 강래구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장에게 6000만원을 전달받아 민주당 현역 의원 10명에게 건넨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의원 1인당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두 차례 전달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와 별개로 강래구 협회장이 여러 경로로 대의원 등 전당대회 관계자들에게 수십만 원이 든 돈 봉투를 줬고 그 금액이 3000만원에 이른다는 정황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사건을 정당 내 금권 선거와 관련한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반부패수사2부에 검사 6명을 추가로 투입, 자금의 최종 사용처를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이 지역구인 윤관석 의원, 이성만 의원과 이정근씨 모두 당시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에서 선거 운동을 도왔다. 당시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됐고, 이후 윤 의원은 사무총장에 임명돼 당의 조직과 자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인천 시의원 출신인 이 의원은 윤 의원과 마찬가지로 ‘송영길계’로 알려져 있다. 송 전 대표는 인천시장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정근씨는 송영길 대표 체제에서 사무부총장에 임명됐다.
이번 의혹은 검찰이 지난해 이정근씨의 10억원 규모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포착됐다. 검찰은 이씨의 휴대전화 여러 대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강래구 협회장이 이씨에게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고 말한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윤 의원에게 6000만원이 전달된 날, 이씨가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 박모씨에게 “전달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도 확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이후 윤·이 의원, 강 협회장과 이정근씨 등을 불러 자금의 실체를 확인할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가 송 전 대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씨의 휴대전화에선 3만개가 넘는 녹음 파일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일부는 지난달 불구속 기소된 노웅래 의원의 뇌물 수수 혐의 사건, 검찰이 수사 중인 이학영 의원의 취업 특혜 사건 등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다고 한다.
윤·이 의원은 이날 압수 수색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의혹을 부인했다. 윤 의원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 “오로지 사건 관련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이뤄진 비상식적인 야당 탄압 기획 수사와 무차별적인 정치 검찰의 압수 수색을 규탄한다”고 했다. 이 의원도 “이정근씨와 관련한 의혹들과 저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이정근씨는 사업가 박모씨에게 10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는 이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특가법상 알선수재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9억8000여 만원을 추징했다. 검찰은 이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는데, 재판부가 이보다 높은 형을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씨가 집권 여당이자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고위 당직자의 지위를 이용해 10억원에 이르는 금품을 수수했고, 일부는 이씨가 적극적으로 요구했다”면서 “더구나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을 하기도 했고, 공판 과정에서도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범행을 부인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2019년 12월부터 작년 1월까지 각종 사업과 인사 청탁을 명목으로 사업가 박씨에게 수십 회에 걸쳐 9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또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2~4월 선거 비용 명목으로 3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중 일부 자금은 돈의 성격이 겹친다고 보고 수수액을 총 10억원으로 산정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판결 직후 “항소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유종헌 기자
04-13 “윤관석의원이 먼저 돈 봉투 마련 요구했다” 녹취록 확보
검찰, 강래구-이정근 녹취록 확보
돈 받은 민주당 의원 10명 특정
윤 “다른 취지 발언… 사실 아냐”
검찰이 지난 2021년 5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관석 민주당 의원이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게 먼저 현직 민주당 의원들에게 나눠 줄 돈 봉투 마련을 지시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돈 봉투를 전달한 의원 10명을 특정해 12일 확보한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윤 의원 등 관련자들을 잇달아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금품 수수 의혹을 수사하면서 강 감사위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윤 의원이 먼저 돈 봉투를 요구했다’고 말한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수사팀이 확보한 2021년 4월 24일 자 녹취록엔 강 감사위원이 당시 송영길 민주당 당 대표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이 전 부총장에게 “관석이 형이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을 좀 줘야 되는 거 아니냐’ 나한테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고민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돈이 최고 쉬운 건데”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이 전 부총장은 같은 달 27일 여의도 중식당에서 돈 봉투 10개를 윤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의원이 이 전 부총장을 통해 강 감사위원에게서 6000만 원을 받아 민주당 의원 10명에게 나눠줬다고 보고 있다. 또 강 감사위원이 여러 경로를 통해 민주당 대의원 등에게도 수십만 원이 든 돈 봉투를 전달했고, 그 금액도 3000만 원에 이른다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민주당 의원 10명이 한자리에 모여 윤 의원으로부터 돈 봉투를 전달받았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한편 윤 의원은 이날 “녹취록은 다른 상황에서 다른 취지로 한 발언을 상황과 관계없이 마치 봉투를 전달한 것처럼 단정해 왜곡한 것”이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염유섭·김무연 기자 yuseoby@munhwa.com
04-13 윤관석 “5명이 안 왔더라”… 한자리서 10명 돈전달 시도한 듯

▲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 참석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동훈기자
■ 검찰, 이정근 녹취록 확보
강래구 “관석이 형이 나한테
‘의원들 좀 줘야 하는 것 아니냐’ 말해”
10명에 300만원씩 전달한 정황
돈받은 의원 정자법 위반 적용 가능성
검찰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난 2021년 5월 민주당 대표 당선을 목적으로 윤관석 민주당 의원이 먼저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게 돈을 요구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송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 씨와 돈 전달책으로 의심되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돈 봉투 관련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도 확인해 검찰 수사의 최종 종착지는 송 전 대표를 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전날 윤 의원과 이성만 민주당 의원을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를 적용하면서 지난 2021년 강 상임감사위원을 통해 마련된 9000만 원이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현역 의원 등에게 전달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검찰은 강 감사위원이 이 전 부총장과 통화하며 “관석이 형이 ‘의원들을 좀 줘야 되는 거 아니냐’ 나한테 그렇게 얘기하더라고”라고 말한 녹음파일도 확보했다. 윤 의원이 먼저 돈 봉투 제작, 전달을 지시한 정황이다.
검찰은 이 같은 대화 이후 돈이 크게 두 개의 경로로 현역의원들에게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우선 강 감사위원이 마련한 9000만 원 중 6000만 원은 이 전 부총장을 통해 윤 의원에게 전달됐고, 윤 의원이 다시 이를 현역의원 10명에게 300만 원씩 두 차례 걸쳐 전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이 전 부총장을 거치지 않고 강 감사위원이 직접 관련자들에게 나머지 3000만 원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전체 돈의 규모와 전달 대상을 추가 수사로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검찰은 윤 의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서 돈 봉투 10장을 받은 뒤 대화하며 “다섯 명이 빠졌더라고. 안 나와가지고”라고 발언한 녹음파일도 확보했다고 한다. 이 같은 녹음파일에 근거 윤 의원이 10명의 동료 의원을 함께 만난 자리에서 돈 봉투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전날 윤 의원의 압수수색 영장에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10명 의원을 특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돈 봉투 관련 녹음 파일 외에도 돈이 실제 전달됐다고 의심할만한 관련자 대화 내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에게 돈이 전해진 시점은 2021년 4월 27일과 28일로 특정되는데, 27일 이 전 부총장이 송 전 대표의 보좌관 박 씨에게 “윤. 전달했음”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다음날에도 이 전 부총장은 박 씨에게 “윤. 잘 전달”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수사팀은 윤 의원과 이 의원 외에도 박 씨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앞으로 검찰은 박 씨 등을 중심으로 송 전 의원의 연루 의혹도 규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돈을 마련토록 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윤 의원뿐만 아니라 돈을 받은 의원들을 대상으로 수사 반경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정당법 제50조에 따르면 당대표 경선과 관련해 돈을 받을 이들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당대표 선거 관련 돈을 준 의원 외에도 돈을 받은 의원들도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윤정선·이현웅·염유섭 기자
04-13 2년 前 민주 전대 돈봉투 난무 의혹, 전모 낱낱이 밝히라
송영길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선출한 2021년 5월 2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돈 봉투가 뿌려진 정황이 수사 기관에 포착됐다. 당시 대표 경선에 나선 송영길·홍영표·우원식 세 후보가 모두 30%대 초반을 득표할 정도로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온갖 뒷말이 많았는데, 이제라도 진상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검찰은 12일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등 20여 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정당의 지도부 구성은 단순히 정당 내부 문제가 아니라 정치와 국정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당시 민주당은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집권 여당이었다. 따라서 전당대회 과정의 불법은 민주체제를 위협한 행위로 보고, 그 전모를 낱낱이 규명해 엄단해야 한다.
검찰은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녹취록 등을 토대로 구체적 정황을 확보했다고 한다. 강래구 당시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가 이 전 부총장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 9000만 원을 윤 의원에게 건넸으며, 이 중 6000만 원은 300만 원씩 봉투에 넣어 의원들에게, 3000만 원은 50만 원씩 대의원들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강 상임감사는 별도로 3000만 원을 수십만 원씩 봉투에 넣어 전당대회 관계자 등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사실이면 현행법상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당시 당 대표 경선은 송 전 대표가 홍영표 후보에게 불과 0.5%포인트 차로 승리할 정도로 막상막하였다는 점에서, 다른 후보 측에서도 유사한 행위를 했을 가능성, 송 전 대표의 직접 연루 여부 등도 관심거리다. 송 전 대표 당선 후 윤 의원이 핵심 요직인 사무총장을 맡았고, 강 상임감사는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장을 거쳐 한국감사협회장에 취임했다.
윤 의원은 “진술에만 근거한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전 부총장 녹취록 등에 근거해 노웅래 의원이 기소됐고,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학영 의원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근거 없는 일이라면 수사를 회피할 이유도 없다. 국민의 정치 불신은 이미 최악 상황이다. 민주당 차원에서도 수사에 적극 협조해 환부를 도려내고 전면 쇄신을 단행하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4-13 거야 입법 폭주 이면의 反민생 反헌법

김종민 변호사, 前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野 양곡법 시행 땐 엄청난 낭비
1兆원은 1000원 밥값 10億명분
4900만 비농업인구 삶도 중요
방송법 법원조직법 감사원법
거대 야당의 입법 자제 실종 땐
대통령 거부권이 유일 안전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호 민생법안’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2030년에는 1조40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예상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측도 2030년까지 쌀 보관비용 등으로 1조여 원이 든다고 한다. 1조 원이면 1만 원짜리 무료 식사를 1억 명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금액이다. 최근 이슈가 된 대학 학생식당 1000원 밥값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0억 명의 학생에게 무료로 아침밥을 제공할 수 있다. 2022년 우리나라 인구는 5155만 명이고 수도권 거주자가 50.58%다. 민주당은 ‘230만 농가소득 보장’을 위해 법안 단독 처리가 불가피했다고 하지만, 비농업인구 4925만 명 중 상당수는 도시 빈민과 경제적 취약계층이다. 새벽마다 줄을 서는 탑골공원 무료 급식소의 안타까운 사연도 외면한 채 민주당은 ‘1호 민생법안’으로 쌀 보관비용만 1조 원을 쓰겠다고 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이다.
230만 농민의 생존권도 중요하지만, 비농업인구 4925만 명 중 상당수를 차지할 도시 빈민과 경제적 취약계층의 삶도 중요하다. 정치의 존재 이유도, 한정된 국가 예산을 어떻게 분배하고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국민을 위한 최선의 해답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 국가의 정치적 지배를 정당화하는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법률로써 실현된다. 법률은 민주국가의 초석이고 법률을 통해 민주주의와 법치국가의 중요한 원칙과 가치가 구체화한다. 국회는 입법을 통해 다른 국가기관을 비롯한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상대 정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상호 관용과 이해, 제도적 권리를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자제(自制)라는 규범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필수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선출된 권력이라는 이유로 관용과 절제를 잃어버리면 ‘폭주하는 다수’가 될 뿐이다. 선출된 독재자에 의해 민주주의가 유린된 수많은 역사적 사실(史實)이 이를 증명한다. 자제의 규범이 사라질 때 견제와 균형 대신 정체와 마비가 들어서지만, 민주당은 내년 4월 총선까지 ‘거대 야당의 힘’을 아낌없이 과시할 태세다. 지난달 21일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방송법 개정안을 비롯해 헌법에 위반되는 다수의 입법안이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발의돼 있다.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을 제한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정부의 외교 협상권을 제한하는 조약의 체결·비준 절차 등에 관한 법률안, 대통령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를 폐지하는 감사원법 개정안 등이 그것이다.
지난 2020년 4월 15일에 치러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헌정 사상 최초로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선거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고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검수완박법’을 밀어붙인 민주당이기에 놀랍지도 않지만, “국회의원은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헌법 제46조 제2항은 안중에도 없다.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제2, 제3의 양곡관리법이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로 단독 처리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헌법상 유일한 견제 장치가 대통령 거부권이다. 대통령의 국회해산권도 없고, 하원이 일방 처리한 법안을 상원이 거부할 수 있는 양원제 국가도 아니며, 국회가 입법한 위헌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사전 위헌심사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헌법 제66조 제2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의 계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포퓰리즘 입법과 위헌적 법률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국가 수호와 헌법 수호 차원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기능하지 않는 것’이고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젊음은 늙는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이 인간들의 어리석음이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전남대를 방문해 학생들과 함께 1000원짜리 아침 식사를 하면서 “최소한 먹는 문제 탓에 학생들이 고통받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10억 명의 학생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돈을, 써 보지도 못하는 쌀 보관비용으로 날리겠다고 법안을 단독 처리한 민주당 대표의 ‘제1호 민생’은 무엇인가.
문화일보
04-13 나라곳간 터는 야합 막을 대통령 책무

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前 경희대 교수·정치학
말만 들으면 여야 정당과 정치인은 서로 대립하는 일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나라의 곳간을 허는 일에는 여야가 따로 없어 보인다.
상징적인 예가 국가재정법 개정안 처리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경제재정소위원회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합의로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기준을 현행 500억(국비 300억) 원 이상에서 1000억(국비 500억) 원 이상으로 올리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예타 도입 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보다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기준 상향의 타당성을 일말 인정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함께 처리해야 할 재정준칙의 법제화 또한 여야 합의로 뺐다는 점이다. 이번 개정안 처리가,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사업을 남발하겠다고 예고하는 여야 야합이라고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왜 여야 정치인과 정당의 행동은 다른 듯 같을까? 이들의 행동을 지배하는 유인구조가 같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이들의 모임인 정당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선거에서의 당선이나 승리다. 선거에서의 패배는 정치적 망각과 무력화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 중 손쉬운 게 선심성 사업으로 돈을 퍼주는 것이다. 물론 그 결과는 재정의 부실화다. 하지만 다음 선거만 생각하는 정치인과 정당에 미래의 재정 위기는 거의 고려 밖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 상황은 위기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정부 동안 대규모 재정 방출로 ‘역대급’ 세수에도 불구하고 나랏빚이 1000조 원을 넘었다. 현재 나랏빚이 1분에 1억 원씩 늘어나고, 향후 4년간 이자만 100조 원에 육박한다. 공적 연기금도 이미 고갈됐거나 머잖아 바닥날 전망이다. 이 또한 결국은 재정으로 메워야 한다. 이대로 가면 미구에 이웃 일본처럼 통화정책이 불가능한 나라가 될 수도 있다. 일본은 국채 이자 부담 때문에 이자율을 올려야 할 때도 올릴 수가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정치적 수지 타산이 재정 운용을 좌지우지하면 나라의 곳간은 비게 마련이다. 따라서 정치가 재정을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축소하기 위한 재정준칙은 필수 불가결하다. 나랏빚의 급속한 증가를 고려하면, 재정수지 적자를 GDP의 3% 이내로 관리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일이다.
문제는, 재정준칙의 법제화도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몫이라는 점이다. 자신들의 선심성 퍼주기에 걸림돌이 되는 엄격한 재정준칙이 달가울 리 없다. 국회 기재위에서 같이 처리하게 돼 있던 재정준칙안을 ‘여야 합의로’ 제외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일은 대통령의 몫이다. 국회의원들은 다음 선거 생각에 급급하지만, 단임제 대통령은 재선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일반 정치인들에 비해 긴 시계(視界)에서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려할 여유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일 납세자의날 기념식에서 “국민 혈세는 단 1원도 낭비하지 않고 꼭 필요한 곳에 소중하게 쓰겠다”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적 정치 복지를 지양하겠다”고 약속했다. 재정준칙 법제화가 없는 예타 기준 상향 법안에 대해선 거부권 행사를 무기로 재정준칙안의 동시 처리를 압박하길 기대한다.
문화일보
04-13 ‘尹 거부권’ 양곡법 개정안, 본회의 재투표서 부결…최종 폐기
찬성 177명, 반대 112명, 무효 1명
▲국회의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5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재의의 건’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하기 위해 줄 서 있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재표결을 진행했지만, 최종 부결됐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최종 폐기됐다.
국회는 13일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제출된 양곡관리법 개정안 상정을 위한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건’을 가결한 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쳤다. 표결 결과 재석의원 290명 중 찬성 177명, 반대 112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3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해당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간다. 국회로 돌아간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일반 법안 통과 기준(재적 의원 과반 출석 및 출석 의원 과반 찬성)보다 까다로운 ‘재적 의원 과반 출석 및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에 도달하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이다. 정부·여당은 국가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쌀 과잉 생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반대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04.14 창고행 쌀, 계속 살 수는 없다

벼, 쌀, 밥. 식물과 열매, 먹을 수 있게 된 상태를 각각 표현한다. 단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한국인에겐 특별한 존재다. 50원짜리 동전에도 벼 이삭이 들어가 있다. 1972년 식량 증산의 염원을 담아 제작됐다. 당시 보급된 통일벼는 생산량을 30% 늘리는 획기적 품종이었다. 정부 행정력이 동원돼 재배를 확대됐고 77년 식량 자급을 달성한다.
하지만 지금은 쌀이 남아돌아 문제다. 소비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1992년 112.9kg이던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 56.7kg으로 줄었다. 30년 만에 딱 절반이 됐다. 수요가 줄면 가격이 내려가야 정상인데 쌀은 농민의 핵심 수익원이기 때문에 그렇게 내버려 둘 수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일방 처리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13일 국회 본회의 재투표에서 부결됐다.
개정안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조항과 논에 다른 작물을 심었을 때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해 쌀값이 20%나 하락했는데도 기존의 임의 매입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만큼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타작물 지원금으로 쌀 재배가 줄어드니 전체적으로 큰 부담이 안 될 것이라는 점도 내세운다. 반면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대신 다른 작물로 전환해야 하는 마당에 의무 매입 조항을 넣으면 안 된다고 반대했다.
쌀 의무 매입과 다른 작물 재배 유도는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다른 작물을 심었을 때 주는 지원금이 많으면 쌀 재배가 줄겠지만 이게 충분하지 않으면 의무 매입을 하는 쌀농사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재배 면적이 줄어도 단위 면적당 생산이 늘어나 전체 생산량이 많이 증가할 수도 있다. 자칫하면 돈을 쓰고도 소기의 목적 달성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농민 입장에선 쌀값을 안정시킬 확실한 장치를 원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변화가 필요한 분야에 경직된 제도가 도입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남는 쌀 매입은 보관 비용도 만만치 않다. 또 해당 쌀은 몇 년 뒤 매입한 가격의 10~20% 정도에 과자용이나 사료용 등으로 처분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보관은 비싸게 산 쌀을 낮게 팔 명분을 축적하는 과정일 뿐이다. 이게 벼를 재배하는 농업의 본질인지 의문이 든다.
소비가 줄었지만, 쌀이 주식인 상황에서 농업에 지원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식량 안보 차원에서 주식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어느 수준까지 할 것이냐에 대해선 정치권과 정부 모두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국내 1인당 밀 소비량이 30kg을 넘는 등 꾸준히 늘고 있지만, 자급률은 1%에도 못 미친다. 일본의 경우도 한국과 비슷하지만 밀 재배에 꾸준히 노력해 자급률이 10%를 웃돈다. 상당한 예산을 투입한 결과다. 농식품부는 가루를 내기 쉬운 가루쌀 재배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밀 재배 농가는 지원에서 소외돼 있다며 불만이다.
정부 대응에도 아쉬움이 있다. 민주당이 지난해부터 양곡관리법 처리 움직임을 보였는데 의무 매입 반대라는 원칙만 강조하는 데 치중했다. 정부를 믿지 못하는 농민을 효과적으로 설득하지 못했다. 농식품부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인 지난 6일 종합 대책을 내놨다. 올해 쌀값이 20만원(80kg 기준) 수준이 되도록 하고 농가 직접지원금은 2027년 5조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다만 구체성이 떨어지고 기존 나온 대책을 모은 ‘재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최종 부결됐지만 중장기적인 곡물 대책을 어떻게 마련해 실행하느냐는 국가적인 과제다. 예산을 쓰더라도 효율적이고 장기적인 방향에 맞게 집행돼야 한다. 민주당도 구체적인 대안을 내야 한다.
요즘 대학가에선 ‘1000원의 아침밥’이 퍼지고 있다. 쌀 소비 확대를 위해 농식품부가 끼니 당 1000원을 지원하면, 대학 당국이 재원을 마련해 학생에게 1000원에 아침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2012년 순천향대에서 시행한 것인데 농식품부가 예산을 지원하면서 대학가의 히트 상품이 됐다. 양곡관리법으로 대립하는 여야도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낸다.
쌀 문제 해결도 여기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제한된 예산을 투입하되,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관련 주체가 비용을 분담한다. 이를 통해 농민에게 신뢰를 주고 쌀 소비자에게도 유익한 그런 방안을 끈기 있게 찾아내야 한다.
중앙일보 김원배 논설위원
04.14 또 정당 경선 돈봉투 의혹, 소득 3만불 넘는 곳 중 이런 나라 있겠나
검찰이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돈 봉투’가 뿌려졌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송영길 후보를 도운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자택·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두 의원은 이미 구속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을 통해 6000만원을 받아 민주당 의원 10명에게 나눠주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별개로 대의원들 사이에서도 수십만원이 든 봉투가 오간 정황도 있다고 한다.
민주당은 당시 압도적 의석을 가진 집권당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나라의 집권당 대표를 뽑는데 돈을 주고 표를 사려고 했다는 의혹이 믿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이 이정근 전 부총장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녹취록에는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 “전달했다” 등의 내용이 나온다고 한다. 송 대표 당선 후 윤 의원은 핵심 당직인 사무총장, 이씨는 사무부총장이 됐다.
민주당만이 아니다. 국민의힘도 2008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터졌다. 국민의힘은 이후 전당대회 투·개표 등 선거관리를 선관위에 맡겼다. 그러나 민주당은 2021년 전당대회를 선관위 도움 없이 자체 관리했다고 한다.
전당대회 돈 봉투는 1960년대부터 이어진 악습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여야 공히 30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20억원을 쓰면 낙선한다는 ‘30억 당(當)·20억 낙(落)’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동안 우리 선거 풍토도 많이 맑아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이런 추문이 또 터졌다. 선진국 중에 이런 악습을 21세기에도 지속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겠나. 혀를 찰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04.14 “송영길 측근 윤관석·강래구가 주도, 인천·수도권 의원에 돈 살포”
檢, 윤관석·이성만 영장에 적시
“2021년 송영길 캠프측 9명이 의원 등에게 9400만원 전달”
돈받은 의원 10명중 일부 확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국회사진기자단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 관계자 9명이 현금 9400만원을 현역 의원과 당내 인사 40여 명에게 전달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이런 내용은 지난 12일 검찰이 민주당 윤관석 의원, 이성만 의원과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정당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집행한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됐다고 한다. 검찰은 또 당시 돈 봉투를 받았다는 민주당 의원 중 일부의 실명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가 확인한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검찰은 윤관석·이성만 의원, 강래구씨,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조택상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씨, 강모 전 대전 구의원, 민주당 관계자 강모씨와 허모씨 등 9명을 이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들은 모두 당시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된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이번 수사의 종착점은 결국 송영길 전 대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검찰은 당시 윤관석 의원과 강래구씨가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 당내에 돈 봉투를 살포하는 과정을 사실상 주도했다고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송영길 후보 캠프가 현역 의원, 지역상황실장, 캠프 지역본부장 등에게 뿌린 현금은 9400만원인데 이 가운데 8000만원을 강래구씨가 마련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검찰의 조사 결과라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강씨가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 캠프에서 조직을 관리하면서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고 보면서 수사 중”이라고 했다.
검찰은 윤 의원과 강씨 등이 국회의원과 대표 경선 캠프 지역본부장, 지역상황실장 등 세 갈래로 돈을 뿌린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의원에 대한 돈 봉투 전달은 강씨와 윤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윤 의원은 당대표 경선 투표 시작 나흘 전인 2021년 4월 24일 국회의원들의 지지세를 유지하기 위해 강래구씨에게 ‘의원들에게 돈을 뿌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지시·권유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이런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도 확보했다고 한다. 2021년 4월 24일 녹음 파일에는 강래구씨가 이정근씨에게 “관석이 형(윤 의원)이 ‘의원들을 좀 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나한테 얘기해서 고민하고 있다. 필요하면 돈이 최고 쉬운 건데 뭐…”라는 취지로 말한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씨가 강씨와 돈 이야기를 나누고 사흘 뒤 “윤관석 (의원) 오늘 만나서 그거 줬고. 봉투 10개로 만들었더만”이라고 말한 내용이 있는 녹음 파일이 나왔다고 한다. 그 다음 날에 윤 의원이 “다섯명이 빠졌더라고. 안 나와 가지고”라고 말하자, 이씨가 “모자라면 채워야지. 무조건 하는 김에 다 해야지”라고 답하는 대목이 포함된 녹음 파일도 있다고 한다.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뉴스1
당시 강래구씨는 두 차례에 걸쳐 3000만원씩 합계 6000만원을 지인을 통해 마련했다고 한다. 강씨는 3000만원을 2021년 4월 27일 봉투 10개에 300만원씩 나눠 담은 뒤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 박씨를 통해 이정근씨에게 전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이씨를 통해 이 돈을 받아 이튿날 민주당 의원 10명에게 봉투 1개씩을 건넸다고 한다.
같은 날 윤 의원은 강씨와 이정근씨에게 국회의원들에게 줄 돈을 추가로 마련해 달라고 했고, 강씨는 또 지인을 통해 3000만원을 더 만들었다. 이후 강씨는 같은 방식으로 박씨와 이씨를 거쳐 윤 의원에게 300만원씩 담긴 봉투 10개를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은 윤 의원이 6000만원을 인천과 수도권 소속 현역 의원들에게 건넸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래구씨는 또 2021년 4월 말 현금 2000만원을 추가로 마련했고, 이 돈을 이정근씨 등이 50만원씩 봉투에 담아 캠프 소속 지역상황실장 20여 명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조택상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2021년 3월 지인에게 조달한 현금 1000만원도 이정근씨를 거쳐 강래구씨에게 건너갔고, 강씨가 이 가운데 900만원을 경선캠프 지역본부장 10여 명에게 전달했다는 게 현재까지 검찰 조사 결과라고 한다. 또 민주당 관계자 강모씨도 강래구씨의 요청에 따라 현금 500만원을 마련해 지역본부장 7명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 강래구씨는 2021년 3월 초부터 “지역본부 담당자들에게 현금을 지급해 전국 대의원 및 권리당원들을 포섭하는 데 사용하도록 하자”고 캠프 관계자들에게 권유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민주당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표 매수 정황이 심각하다고 보면서 수사를 확대 중이다. 검찰은 그 과정에서 오고 간 자금의 종착점까지 규명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받은 혐의가 있는 의원들까지 조사하겠다는 뜻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정 후보 당선을 위해 불법 정치 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살포한 의혹을 규명해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검찰이 보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이정근씨의 휴대전화에서 비롯됐다. 이씨의 휴대전화에서는 3만개가 넘는 녹음 파일이 나왔다고 한다. 이 중 일부는 이 사건 외에 다른 민주당 인사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다. 지난달 불구속 기소된 노웅래 의원의 6000만원 뇌물 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그 중 하나다. 또한 검찰이 수사 중인 이정근씨의 CJ그룹 계열사 한국복합물류 취업 청탁 의혹 사건에도 이씨 녹음 파일 일부가 단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민주당 이학영 의원 측 관계자들도 한국복합물류 취업 특혜 사건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04.15 원수지간 한국 여야 협치의 ‘기적’, 국민 혈세로 선심성 돈 뿌릴 때
여야는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을 합의 처리했다. 양당 원내대표는 “두 법안에 아무런 이견이 없다”며 본회의에 우선 안건으로 올려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두 공항 건설과 이전에 20조원의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예비 타당성 조사도 면제했다. 사사건건 충돌하던 여야가 자기들 텃밭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찰떡 공조한 것이다.
앞서 여야는 국회 상임위 소위에서 공공 투자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의 면제 대상을 크게 늘리는 법 개정안도 합의로 통과시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도로·철도 등 지역 민원·선심성 사업을 예타 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손을 마주 잡은 것이다.

▲13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과 광주 군공항 이전을 특별법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스1
한국 여야는 거의 원수처럼 싸운다. 그러나 포퓰리즘 정책이나 선심성 복지·SOC 사업, 자기들 밥그릇 챙기는 일에는 한 몸처럼 움직인다. 국회 예산 심사 때마다 한통속이 돼 지역 민원 사업 예산을 무더기로 끼워 넣는다. 쏟아지는 증액 요구로 정부안보다 10조원 이상 불어난 예산이 예결위로 넘어갔다. 비공개 예산소위에는 지역 민원 쪽지 예산이 매년 수천억원씩 들어갔고, 밀실에서 갈라 먹는다.
여야는 코로나 보상금과 노인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현금을 뿌리는 데도 예외 없이 한목소리를 냈다. 작년 코로나 손실보상금 지급을 위한 62조원 규모의 추경에 합의하면서 생기지도 않은 추가 예상 세수를 미리 당겨 쓰겠다고 했다. 전례 없는 ‘가불·외상 추경’이었다. 그간 적자 추경에 반대했던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 정책에 발목을 잡아온 민주당이 지방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돈 풀기에 합심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민주당이 고교 무상교육을 2년 내 실시하는 안을 내자, 국민의힘은 당장 앞당겨 시행하는 안을 냈다.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표를 의식한 국민의힘도 맞장구를 쳤다. 가상화폐 과세에 청년층이 반발하자 여야는 곧바로 과세 유예에 합의했다. 세금을 뿌리는 데도 손을 잡고 세금을 깎아주는 데도 손을 잡는다.
여야는 자신들 세비와 국회 예산 등 제 밥그릇 챙길 때는 완벽하게 한 몸이다. 작년 정부 예산안에도 없던 의원 복지·홍보·출장비와 보좌진 월급 등을 제 맘대로 증액했다. 선거 때마다 경쟁적으로 세비 삭감을 공약했지만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세비를 셀프 인상했다. 세비는 1억5000만원대로 올라 국민소득과 대비할 때 OECD 국가 중 셋째로 높다. 2010년 5급 비서관을 증원하더니 2017년에는 8급 비서를 또 늘렸다. 북유럽은 의원 2명이 비서 1명과 일하는데 우리는 보좌진이 9명이다. 의회 효과성 평가에선 북유럽이 최고인데 우리는 꼴찌 수준이다. 매일 싸움판만 벌이는 여야가 국민 혈세를 선심성으로 뿌리는 일에는 협치를 하는 ‘기적’을 연출한다.
조선일보 사설
04.15 민주 3명 “형님, 기왕 하는거 우리도 주세요”...송영길 측에 돈 요구 정황
2021년 전대 돈 봉투 의혹 수사… 송영길 측에 요구한 정황
인천·경기·호남 의원 2명씩… 돈 받은 민주당 10명 곧 소환

▲이 와중에… 파리서 강연하는 송영길 - 프랑스 파리경영대학원(ESPC) 방문 연구교수로 파리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현지 시각) 파리정치대학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한국의 시각’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송영길 당대표 후보의 캠프 관계자 9명이 현금 9400만원을 현역 의원과 당내 인사 등 40여 명에게 전달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정철환 특파원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민주당 현역 의원 10명을 돈 봉투 수수자로 특정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이 지역구인 A·B 의원, 경기도가 지역구인 C·D 의원, 호남이 지역구인 E·F 의원 등이 수사 대상이라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진술과 휴대전화 통화 녹음 파일 등을 토대로,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의 윤관석 의원, 강래구(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씨 등이 민주당 의원, 지역본부장, 지역상황실장 등 40여 명에게 합계 9400만원의 돈 봉투들을 전달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윤관석 의원과 강씨를 소환 조사한 뒤 돈 봉투를 받은 정황이 있는 의원들도 차례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당시 돈 봉투는 민주당 당대표 경선 투표를 앞두고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현역 의원 가운데 인천의 A·B 의원과 경기도의 C 의원은 돈 봉투를 먼저 요구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세 의원은 모두 당시 송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검찰이 확보한 2021년 4월 28일 이정근씨와 윤 의원 간의 통화 녹음 파일에는 윤 의원이 “나는 인천(지역구 의원) 둘하고 C 의원은 안 주려고 했는데 얘들이 보더니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또 그래 가지고 거기서 세 개를 뺏겼어”라고 말하는 내용이 등장한다고 한다. 당시 윤 의원은 현금 300만원씩 담긴 봉투 10개를 준비해 의원 10명을 불렀는데 불참자가 5명 있었다는 것이다. 캠프 소속인 A·B·C 의원이 돈 봉투를 받은 것도 그런 사정이 있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윤관석 의원이 2021년 4월 28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돈을 준 다음, 같은 날 이정근씨와 강래구씨에게 추가로 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근 녹음 파일’에는 그날 이씨가 윤 의원과 통화하면서 “똑같이? 어제 그만큼?”이라고 묻자, 윤 의원이 “내가 그게 다섯 명이 빠졌더라고. 안 나와 갖고. 오늘 빨리. 그래야지 회관 돌아다니면서 만나서 처리하거든”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어 이씨가 “그래. 해결할게요”라고 말하는 대목이 뒤따라 나온다는 것이다.
녹음 파일에는 또 당시 윤 의원이 돈 봉투를 줘야 할 의원 4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둘은 또 호남이잖아”라고 말하자, 이씨가 “거기 해야 돼 오빠. 오빠 호남은 해야 돼”라고 답하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윤 의원이 언급한 의원 중에 수도권의 D 의원과 호남의 E·F 의원 등이 포함됐으며 이들에도 돈 봉투가 전달됐다는 정황을 확보한 상태라고 한다. 강래구씨는 지인을 통해 추가로 3000만원을 마련한 다음 직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 박모씨와 이씨를 거쳐 300만원씩 담긴 봉투 10개를 윤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최근 검찰에 녹음 파일 내용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강래구씨 등이 9400만원을 조성한 경위도 수사 중이다. 윤 의원, 이성만 의원, 송영길 전 대표의 비서관 박모씨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9400만원 가운데 8000만원을 강씨가 조달했던 했던 것으로 돼 있다.
당시 민주당 당대표 경선 투표 시작 나흘 전인 2021년 4월 24일 윤 의원이 강씨에게 ‘지지세 유지’를 위해 현역 의원들에게 전달할 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강씨는 의원들에게 전달됐다는 6000만원을 지인을 통해 조성했다고 한다. 또 강씨는 이와 별도로 2021년 4월 말 지역상황실장 20명에게 갔다는 2000만원도 지인으로부터 조달했다고 한다.
검찰이 확보한 2021년 4월 27일 자 녹음 파일에는 이정근씨가 윤 의원에게 ‘어디냐’고 묻자, 윤 의원이 중식당에서 의원들하고 약속이 있다며 그 앞에서 보자고 말하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그 직후 이씨는 강래구씨에게 “윤관석 (의원) 오늘 만나서 그거 줬고, 그 이렇게 봉투 10개로 만들었더만”이라며 확인 전화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 박모씨에게도 돈을 전달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피의자로 입건된 조택상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2021년 3월 지인을 통해 조달한 현금 1000만원을 이정근씨를 거쳐 강래구씨에게 전했고, 강씨가 이 가운데 900만원을 경선 캠프 지역본부장 10여 명에게 전달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그 돈의 돈 전달 경로와 관련, 당시 이성만 의원이 이정근씨에게 “내가 송(영길) 있을 때 같이 얘기했다”고 말하는 내용도 녹음 파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를 송 전 대표가 처음부터 불법 자금 동원을 알았던 정황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택상씨는 본지 통화에서 “이정근씨가 당시 경선 캠프에 ‘밥 먹을 돈도 없다’며 1000만원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씨는 돈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04.17 돈 봉투 전당대회, 통화 녹취록까지 나왔는데 ‘정치보복’ 이라니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관석 민주당 인천시장 위원장이 6ㆍ13 지방선거 투표가 종료된 13일 오후 인천시 남구 주안 캠프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후 기뻐하고 있다.2018.6.13/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대표가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왜 이런 식으로 정치적으로 (수사를) 하느냐”고 했다.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의원 10명에게 돈 봉투를 뿌린 것으로 지목된 윤관석 의원도 “정치 검찰의 비상식적인 야당 탄압 기획 수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수사는 사업가로부터 10억원대 뒷돈을 받은 혐의로 1심 유죄판결을 받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발견된 녹취록이 발단이 됐다. 검찰이 처음부터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을 노리고 수사를 시작한 게 아니다.
녹취록에 나오는 돈 전달 정황도 구체적이다. ‘봉투 10개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다섯 명이 빠졌더라고. 빨리 회관 돌아다니면서 처리’ ‘전달했다’ 등이다. 돈 전달 경로와 관련해 ‘송(영길) 있을 때 같이 얘기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에선 “300만원 갖고 그러겠느냐” “녹취도 조작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집단적으로 ‘부패 불감증’에 걸린 것 아닌가.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돈 선거 의혹이 터지면 검찰 수사와 별개로 자체 진상 조사부터 할 것이다. 2008년 한나라당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불거지자 곧바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민주당은 아무 조치도 없다. 비리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 관심조차 없다. 민주당은 언제부턴가 자신들의 비리 의혹이 터지면 덮어놓고 ‘정치 보복’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이재명 대표는 말할 것도 없고, 사업가에게 청탁과 함께 6000만원을 받으며 ‘저번에 주신 거 잘 쓰고 있는데 뭘 또 주시냐’고 말한 녹음까지 나온 노웅래 의원도 “야당 탄압”이라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이 전 사무부총장 수뢰 사건을 “개인의 일탈”이라고 했다. 하지만 돈 봉투 의혹에는 현역 의원, 대의원 등 40여 명이 연루돼 있다. 사실이라면 민주당 상당수가 ‘돈 선거’에 오염됐다는 얘기다. 단순히 ‘보복’이니 ‘탄압’이니 해서 넘길 일이 아니다.
‘돈 선거’는 민주 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악습이다. 우리나라에선 역대 대통령 비자금과 대선 자금 등에 대한 적극적 수사와 판결, 이어진 선거법 개정 등을 거치며 거의 사라지는 듯했다. 그런데 이를 거꾸로 돌리는 후진적 관행이, 그것도 원내 제1당에 아직도 남아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 스스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송 전 대표도 귀국해 진실 규명을 도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17 “수억도 아닌 고작 300만원인데”… 野, 바닥 없는 도덕불감증
‘전대 돈봉투’ 의혹에 野지도부 5일째 침묵

▲더불어민주당 윤관석(왼쪽), 이성만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뉴시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닷새째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일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압수 수색이 진행된 이후 20~40명 안팎의 의원·당 관계자들이 연루됐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당 차원의 후속 조치도 없는 상황이다. 당 안팎에서는 “핵폭탄급 사건에 너무 조용하다.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의 도덕 불감증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안마다 논란이 된 민주당 내부의 발언
민주당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정치 보복” “야당 탄압”이라는 대응을 주로 하고 있다. 해당 전당대회에서 신승을 한 송영길 전 대표는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치부하면서 “정치적 수사”라고만 비판했다. 검찰 수사가 송 전 대표를 향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는 7월까지 예정대로 파리에 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사석에서 “수천, 수억도 아니고 고작 300만원을 갖고 그러나” “검찰이 곶감 빼 먹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며 별것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는 아직 대응 방침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선우 대변인은 16일 취재진과 만나 “당 차원에서 진상 규명 관련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아직 논의 중”이라며 “진상조사단 설치 등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사건 관련 녹취록 등이 계속 언론에 공개되고 있는 만큼 ‘수위’를 따져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는 상황이다. 비명계 핵심 의원은 “(이재명 지도부가) 현 상황을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이 주장하는 ‘검찰 탄압’에 당 전체를 끌고 들어갈 수 있게 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건이 터진 데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실체적 진실은 선제적으로 따져보겠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상민 의원은 “당장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선언하고 진상 조사에 들어갔어야 한다”며 “지도부가 자신들이 가진 하자 탓에 얘길 못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뭉개기식 대응이 과거 사건과 비교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08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당시 당 지도부는 고승덕 전 의원의 폭로가 있은 지 이틀 만에 수사 의뢰했다. 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며 박희태 전 국회의장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민주당에서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손학규 대표 측이 서울시 당협위원장들에게 “호남향우회를 독려해 달라”며 100만원짜리 돈 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진 적 있다. 당시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꼬리 자르기라 하더라도 과거 정치판에는 비리 사건에 대해 ‘인정의 문화’가 있었다”며 “조국 사건을 거치면서 무조건 아니라는 식으로 버티다 보니 검찰은 ‘이래도 안 부끄럽나’라며 더 구체적인 것으로 망신을 주는 게 공식화됐다”고 말했다. 조국 전 장관 부부는 아들의 미국 대학 시험을 ‘가족 채팅방’을 통해 대리했는데, “아빠 준비됐다” “엄마도 컴퓨터 앞에 앉았다” 등의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서도 “형님, 기왕 하는 거 우리도 주세요”라고 일부 의원이 봉투를 요구했다는 녹취가 공개됐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민주화 운동 같은 투쟁이 아니라 개인 부패 사안인데 민주당은 80년대 운동권 방식으로 여론전에 방점을 찍고 있다”며 “반성·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조국 일가 사건처럼 형량만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04-17 李 “돈 봉투 수사 요청”…본인 문제도 같은 잣대 적용해야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5월 전당대회 ‘돈 봉투 난무’ 의혹과 관련, 이재명 대표가 17일 처음으로 공식 입장 표명을 했지만 당내에는 곤혹스러운 기류가 역력하다. 이 대표와 관련된 여러 사건은 물론, 노웅래 의원 사건 등에도 민주당이 ‘방탄’ 노릇을 해왔는데, 이번 경우에는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대적 압수수색으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지 6일이나 지나서 민주당 차원의 입장이 나온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는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 당으로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서 3가지를 밝혔다. 첫 번째는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 두 번째는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 세 번째는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 스스로 “대한민국의 공당”으로서의 도리라고 했는데, 당연한 인식이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에 거론된 현역 의원만 윤관석·이성만 등 10여 명이고 지구당 위원장과 대의원 등을 합하면 70명이 넘는다는 관측도 나올 정도로 당 전체가 부패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을 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자체 조사를 통해 연루자들을 징계하는 게 옳다. 이 대표는 “당이 사실을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했지만, 연루자들의 실명이 일단 드러난 만큼 당사자들을 상대로 진술만 들어도 된다. 현역 의원들에 대한 수사에는 복잡한 절차와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 정도의 작업만 해도 신속한 사실 규명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이 대표 본인이 연루돼 수사 또는 재판 중인 사건과의 이중 잣대 문제일 것이다. 이미 자체 진상 조사에 대해 ‘누가 누구를 조사하느냐’는 자조가 나올 지경이다.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는 입장을 본인과 관련된 사건에 대입해보면, 이 대표의 딜레마를 짐작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번 입장 표명을 계기로 더는 불체포특권 뒤에 숨거나 수사를 회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진상 규명에 협조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4.18 돈봉투 녹취록 증거 안 나왔으면 지금도 “정치 보복”이라 할 것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7일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 자체 진상 조사를 포기하고 검찰에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의뢰했다. 송영길 전 대표의 귀국도 요청했다.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나온 공식 사과다. 돈 전달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녹취록에는 ‘봉투 10개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등 지어냈다고 볼 수 없는 대화 내용이 담겨있다. 민주당 의원조차 “눈 감고도 내가 아는 분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겠다” “이게 조작됐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사건 초기 민주당 관련 의원들은 “정치 검찰의 야당 탄압”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이 터지자 갑자기 압수 수색했다”며 기획 수사 가능성도 제기했다. “300만원 갖고 그랬겠냐” “녹취도 조작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그동안 숱한 ‘가짜 뉴스’ ‘괴담’을 만들고 퍼날랐지만 제대로 사과한 적이 거의 없다. 명백하게 허위로 판명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의원은 “다시 그날로 돌아가도 같은 일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 농성장에 영문 모르는 일본 의원을 데려다 사진 찍고 ‘한일 연대 농성’이라고 했던 김용민 의원도 사과 하지 않았다. ‘역술인의 대통령 관저 결정 개입’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같은 가짜 뉴스에 대해서도 사과한 적이 없다. “몸이 전자파에 튀겨진다”던 사드 괴담, 천안함·세월호 고의 침몰설까지 상식을 벗어난 비과학적 주장을 하고도 잘못을 인정한 적이 없다.
민주당은 이번 돈 봉투 사건에 대해서도 통화 녹취록이라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면 지금도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태도를 보면 그렇게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대표가 늦게나마 국민 앞에 사과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다만 이 대표는 전당대회 돈 봉투보다 훨씬 심각한 자신의 의혹에 대해선 사과한 적이 없다. 아직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민주당이 진정으로 국민에게 미안하다면 돈 봉투 문제를 ‘정치 보복’이라고 국민을 속이려 했던 것부터 사과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18 돈봉투 진상규명 못 한 민주당, 비리옹호 집단 되려 하나
이재명 대표 사과했지만 너나없이 ‘기획 수사’만 반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전모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공당의 선거가 돈봉투로 얼룩진 구태의 증거가 쏟아지는 만큼 당 대표가 국민에게 사죄하는 게 마땅하다.
최근 거론되던 당 차원의 진상 규명 얘기는 사라졌다. 이 대표는 “이번 사안은 당이 사실을 규명하기에 한계가 뚜렷하다”면서 수사기관에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했다. 물론 당에 강제 수사권이 없고, 당 차원의 조사만으로 넘길 사안도 아닌 게 맞다. 하지만 진상 조사마저 하지 못하는 구조에 빠진 채 자정 능력을 상실한 게 바로 지금 민주당의 모습이다.
국회 다수당이 이 지경인 것은 우선 관련 녹취가 공개됐음에도 누구 하나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송영길 전 대표부터 ‘개인의 일탈’로 치부 중이다. 돈봉투 공여 의혹을 받는 윤관석·이성만 의원도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당이 살려면 관련 의원들에게 탈당을 요구할 수도 있을 텐데, 이 대표 본인이 ‘사법리스크’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처지다. ‘내로남불’ 비난이 일까 봐 이도 저도 못하는 모습뿐이다.
이처럼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면 민주당의 위기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내년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아서 의혹 관련 의원들은 공천을 받으려고 향후 재판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최대한 당적을 유지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본인 관련 사건을 ‘기획 수사’라고 반발해 온 이 대표에게 이들을 걸러낼 명분이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당시 송 전 대표 측 외에 다른 후보 측에서도 의원들에게 돈을 뿌렸다는 주장이 담긴 녹취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 증언 확보 등에 따라선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도 미지수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300만원 돈봉투 전달이 불거져 박희태 전 국회의장에게 유죄가 선고됐었다. 당시 재판부는 “정당제·대의제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15년이 흐른 지금 후진적 관행을 보인 이들은 잘못을 실토하고 부패 청산에 협조해야 한다. 송 전 대표가 조기 귀국해 조사받아야 함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번 의혹은 당명에 ‘민주’를 쓰는 제1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 빚어졌다. 연루된 다수가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과거 ‘386’세대다. 전통을 계승하진 못할망정 ‘비리 옹호 집단’이란 낙인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중앙일보 사설
04.18 [단독] "대전 사업가 통해 돈 조달" 강래구, 돈봉투 일부 인정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자금을 마련하고 전달한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으로부터 혐의를 일부 인정하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강 회장은 ‘대전 지역 사업가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핵심 공여자 중 한 명인 강 회장이 현금 살포 의혹을 인정함에 따라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민주당 의원 10~20명에 대해서도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핵심 공여자' 혐의 인정…수사 속도낼 듯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지난 16일 강 회장을 소환해 불법자금을 조성한 경위와 출처, 돈을 전달한 명단 등을 집중 추궁했다. 강 회장은 2021년 3~4월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에서 조직 담당으로 활동하며 캠프 관계자들에게 현금을 돌릴 것을 계획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강 회장이 송영길 캠프에 전달된 현금 9400만원 중 8000만원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왼쪽),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뉴스1
강 회장은 “대전 지역 사업가들에게서 돈을 조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강 회장과 함께 돈봉투를 만들어 전달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조사에서도 비슷한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이 확보한 강 회장과 이 전 부총장 간의 통화녹음에는 두 사람이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금품 살포를 공모한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이 확보한 녹취 파일에는 이 전 부총장이 강 회장에게 “송영길 대표가 ‘(강)래구가 돈 많이 썼냐’고 묻더라”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 조사에서 송 전 대표와 통화를 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는 진술도 받았다.
검찰은 이런 녹취 내용과 진술로 미뤄볼 때 송 전 대표가 불법 정치 자금 조성을 보고받아 알고 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강래구, 수자원공사 납품 대가로 금품 받은 정황도
민주당 대전 동구 지역위원장 출신인 강 회장은 19대~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낙선했다. 2019년 12월부터 대전에 본사를 둔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를 맡고 있다. 검찰은 강 회장이 상임감사 지위를 이용해 이권에 개입한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10억원대 금품수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업가 박모씨가 이정근 전 부총장뿐 아니라 강래구 회장에게도 수백만원을 줬다”는 관계자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이 전 부총장은 2020년 하반기 수력발전업체 영업 업무를 맡은 박씨에게 강 회장을 소개했다고 한다. 검찰은 강 회장이 감사 지위를 앞세워 해당 업체 납품사 선정을 도와주겠다며 돈을 받았는지 수사 중이다.
통화녹음에 “홍(영표) 쪽에서 의원들한테 뿌리니까"

▲2021년 4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홍영표(왼쪽부터), 송영길, 우원식 후보가 TV토론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막판까지 송영길 후보와 홍영표 후보의 접전이 이어지자, 수도권과 호남 등의 지지세를 얻으려고 현금이 살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통화녹음에는 송 전 대표의 경쟁 상대였던 홍영표 의원 캠프도 동료 의원들에게 현금을 뿌렸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 회장이 이 전 부총장에게 “지금 홍(영표) 쪽에서 의원들한테 뿌리니까”라며 “고민을 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돈이 최고 쉬운 건데”라고 말한 대목이다.
해당 발언에 따르면 송영길 캠프뿐 아니라 전당대회 전반에 불법 자금이 동원된 정황이다. 다만 검찰은 현 시점에서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수사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히 녹음에 나온 내용만으로는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자금 공여자나 캠프 내부 관계자 진술이 뒷받침돼야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7일 돈봉투 의혹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이 대표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힘은 당사에 ‘돈봉투 제보센터’를 설치해 제보를 수집하기로 했다.
김철웅·박현준·이창훈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04-18 재정준칙 뭉개고 ‘유럽 공부 쇼’…이런 게 세금 도둑질
국회의 가장 중요한 권능은 입법권이지만,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정부 견제 역할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헌법이 예산 편성권은 행정부, 심의·확정권은 국회에 준 이유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국회에 지출 증액과 새 비목(費目) 설치를 금지한 것인데(제57조), 행정부의 세금 오·남용 감시가 최우선이라는 취지다. 그런데 최근 국회가 되레 예산 낭비에 앞장서면서 헌법 명령을 배신하고 있다. 국민으로선 생선을 도둑고양이에게 맡긴 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5명이 18일부터 7박9일 동안 유럽 여행에 나선 것은 최악의 상징적 사례다.
그들은 재정준칙 현황을 공부한다는 등의 목적으로 프랑스·스페인·독일을 방문한다고 한다. 국민의힘 소속 윤영석 위원장을 비롯해 양당 간사 등이 참여했다. 국회의원들이 해외 출장을 갈 수는 있지만, 이번 사례야말로 할 일은 하지 않고 국민 세금을 도둑질하는 전형이다. 재정준칙의 구체적 내용은, 매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국가재정법에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과 튀르키예만 빼고 모두 도입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106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공감대가 충분히 이뤄진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0월 제안됐지만,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 국면을 이유로 반대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9월 국민의힘이 적자 허용 폭을 GDP의 3% 이내로 하는 법안을 다시 제출했다.
더 이상 공부하고 말 것도 없다. 국회 차원에서는 물론 전문가 영역에서는 관련 자료가 차고도 넘친다. 그런데 국회는 30개월 이상 허송세월하더니, 최근엔 예비타당성조사 완화 야합을 하고 운동권 퍼주기법으로도 불리는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과 연계하기까지 했다. 재정 절약법과 재정 탕진법을 함께 처리하자는 황당한 발상이다. 이런 일의 주역들이 사이좋게 유럽 방문에 나선다니,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몰염치 쇼와 다름없다. 이런 혈세 낭비 외유를 척결하기 위해서도 재정준칙 법제화가 절실하다.
문화일보 사설
04.19 ‘혈세 펑펑’ 합의하자마자 유럽 여행 간 의원들
국가재정법, 재정 준칙을 담당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의 여야 의원들이 18일 장기 해외 출장을 떠났다. 어이없는 것은 이들이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을 만나 세금 함부로 쓰는 것을 막는 재정 준칙 시행 상황을 시찰한다는 것이다. 지금 여야는 자신들 지역구에서 벌일 국가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대부분 없애기로 합의했다. 세금을 함부로 쓰겠다고 의기투합한 것이다. 그러면서 국가 빚을 함부로 늘릴 수 없도록 하는 재정 준칙 도입은 미적거리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세금 함부로 쓰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살피겠다면서 유럽 여행을 갔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의 해외 시찰은 국제적 식견을 넓힌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처럼 싸우다가 국민 세금 마음대로 펑펑 쓰는 데만큼은 쉽게 합의하고, 그 일이 끝나자마자 함께 유럽 여행을 가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역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대부분 면제해주기로 한 데 대해 비판이 커지자 여당은 이 법안의 최종 처리를 일단 연기하고,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3% 이내로 유지토록 하는 ‘재정 준칙’ 법제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자 야당은 또 사회적경제기본법 처리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법은 주로 운동권이 장악한 사회적 경제 기업에 최대 연 7조원가량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운동권 퍼주기법’으로도 불린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소속의 국회 기재위원장과 간사가 국회를 비우고 야당 의원들과 함께 외유성 장기 시찰에 나선 것은 무책임하다. 1분에 1억 이상의 나랏빚이 증가하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이번 출장은 취소해야 했다.
조선일보 사설
04-19 “영길 형이 많이 처리했더라” 더 짙어진 宋 배후 정황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과 관련, 당시 대표 경선 후보였던 송영길 전 대표가 직접 개입했거나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하지 않고 있는 송 전 대표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JTBC가 18일 공개한 녹취록 등에 따르면, 자금을 조달했다는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은 전달책인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과의 통화에서 “누구 얘기를 (송 전 대표가 하길래) ‘참 열심히 하네요’ 했더니 영길이 형이 ‘내가 처리해줬어 더 열심히 하라고’. 영길이 형이 어디서 구했는지…많이 처리를 했더라고”라고 말했다. 또 “내가 ‘성만이 형(이성만 민주당 의원)이 준비해준 거 가지고 인사했다’고 (송 전 대표에게) 그랬더니 ‘아유 잘했네, 잘했어’ 그러더라고”라는 말도 했다. 더구나 검찰은 돈 봉투로 살포된 9400만 원 중 7000만 원의 전달 과정에 송 전 대표 전 보좌관이 직접 관여한 혐의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법 제50조는 당 대표 경선 등에서 금품 전달을 지시·권유·요구·알선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순 전달자나 수수자(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 벌금)보다 형량이 무거운 것은 죄질이 나쁘다는 것이다. 송 전 대표는 대표 경선에서 삼파전 끝에 0.59%포인트 차로 이겼다.
돈 봉투가 당락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송 전 대표는 ‘정치적 수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이 밝혔듯이 이 전 부총장 등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나온 녹음 파일 등을 근거로 수사가 이뤄졌다. 이재명 대표도 귀국을 요청했다. 미룰 명분이 없다. 조속히 귀국해 정직하게 조사에 응하는 게 당 대표도 지낸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문화일보 사설
04-19 거악 척결은 검찰의 숙명이다

김충남 사회부장
盧 전 대통령 검찰 수사 중단돼
비리단죄 실패 진영대립 심화
특권 없는 세상 구호도 물거품
청탁·특혜 매개로 검은돈 횡행
범죄자 누구든 수사 검찰 소임
수사 독립·중립 사수해야 성공
지난 2009년 4월 30일 오후 1시 19분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대형 버스를 타고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도착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 기자가 “왜 국민께 면목 없다고 하셨습니까?”라고 질문했다. “면목 없는 일이지요. 자!” 침통한 표정에 백발의 머리칼이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노 전 대통령은 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아들 건호 씨 사업 자금 명목 등으로 640만 달러, 회갑 기념 스위스 명품 피아제 시계 세트 등을 받은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그는 부인 권양숙 여사가 자신 몰래 박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으며, 이를 퇴임 후 알게 됐다며 뇌물 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근 발간된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의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에서 노 전 대통령은 조사 전 중수부장 사무실에서 대뜸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라고 말한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장은 책에서 자신이 중수부장이 된 이유에 대해 “나는 강성 원칙주의자다. 거악(巨惡)에 대해 타협하는 법이 없었다. 임채진 검찰총장도 이명박 정권도 박연차 회장의 불법 로비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위해 임명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박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로 돈을 받은 정치인과 공무원 등 모두 21명이 기소돼 8명은 실형, 11명은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 뇌물 혐의도 박 전 회장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 외에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자신했다. 깨끗한 정치와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외쳤던 노 전 대통령이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면 뿌리 깊은 우리 사회 부정부패 실상을 인식하고 반부패 역량을 제고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으로 부정과 비리의 고리를 끊어내기는커녕 진영 논리로 검찰 수사를 왜곡하고 자신의 입맛대로 해석하는 정치 극단화 현상이 깊어졌다. 이 전 부장은 당시 노 전 대통령 변호인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주검 위에 거짓의 제단을 쌓고 슬픔과 원망과 죄책감을 부추기는 의식을 통해 검찰을 악마화하고 지지자들을 선동했다”고 비판했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뇌물 수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도 다르지 않았다. 자신들의 부정부패 행위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사과하기보다는 정치 보복 수사의 희생양이라고 항변했다.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와 유착된 ‘토착 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당을 방패막이 삼아 검찰 수사를 반대 진영에 대한 보복으로 규정하고 검찰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깨끗한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정치인들이 여전히 부정한 돈으로 표를 사려는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11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환영 만찬에 초대된 박 회장은 베트남 화력발전 사업 허가를 받으려고 노 대통령에게 “서기장에게 잘 말씀해주십시오. 지난번 약속은 꼭 지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보름 정도 지나 노 대통령은 박 회장에게 전화로 “우리 애들이 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지금 도와줄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부정한 청탁과 특혜를 매개로 돈이 오간다. 이런 음습한 비리 처단이 검찰의 숙명이다. 그 대상에는 예외가 없다.
노 전 대통령 수사를 계기로 물러난 이 전 부장은 “검사는 범죄 혐의가 있으면 그 사람이 누구든지 수사해야 한다. 그것이 검사의 소명”이라고 일갈했다. 진영 논리가 횡행하고 수사에 프레임을 씌우는 공격이 거셀수록 검찰의 진실 규명 노력도 배가돼야 한다. 전제 조건이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이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중립과 수사 독립성을 사수해야 한다. 권력에 휘둘리면 선택적 수사와 기소를 하게 되고, 이는 중립성과 공정성을 심대하게 훼손한다. 이로 인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한 정치권의 압박에 더욱 휘둘리게 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4-19 [단독] 양부남 민주당 법률위원장 ‘1000억 전세 사기범’ 변호했었다
무자본·갭투자 ‘광주 빌라왕’
‘미추홀구 건축왕’과 동일수법
‘중대 민생범죄 변호’ 논란

전세사기 피해가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양부남(62·사법연수원 22기·사진)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이 올해 초까지 광주·전남 지역에서 1000억 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광주 빌라왕’의 변호를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피눈물 섞인 절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난해 9월 민주당 법률 사무를 총괄하는 법률위원장을 맡은 직후 중대 민생범죄 피의자 변호를 맡아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전세사기 혐의로 붙잡힌 정모 씨(구속기소)에 대한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변호인으로 선임됐다. 정 씨는 2019년 주택 400여 채를 ‘무자본·갭투자’ 수법으로 구매한 뒤 임차하는 방식으로 ‘깡통전세’를 양산해 경찰의 핵심 수사 대상이었다. 이달까지 3명의 극단적 선택을 초래한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사기와 같은 수법이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경찰은 당시 정 씨의 사기 규모를 480억 원(주택 208채)으로 특정했고, 전세금 반환 만기가 도래하면 피해액이 10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총 5차례에 걸친 정 씨의 조사 과정에선 양 위원장의 일을 돕는 변호사가 수시로 입회했다. 양 위원장은 또 경찰이 지난해 11월 정 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하자,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를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보내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법원은 정 씨를 구속했다. 양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정 씨가 기소되자, 한동안 변호인 직을 유지하다 올 1월 사임했다.
당의 법률위원장이자, 내년 총선에서 호남 출마가 예상된 양 위원장이 중대 민생범죄 사건 변호를 맡은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청년을 절망의 늪으로 빠뜨리는 중대한 민생 범죄”라고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양 위원장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씨의 숙부가 억울하다고 찾아와 변호하게 됐다”며 “(구속) 방어를 하려고 했지만 구속이 돼 면이 서지 않아 사임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전세사기 피의자들은 초호화 변호인을 선임해 재판에 대응하고 있다. ‘세 모녀 전세 사기’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송모 씨는 부장판사 출신 김종복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 등 5명의 변호인단을 꾸렸다. ‘강서구 빌라왕’ 사건 배후로 지목된 신모(37) 씨도 ‘드루킹 특검’을 진두지휘한 허익범 전 특검 등 5명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04.19 "네" 대신 따박따박 대꾸…한동훈 반문이 왜 문제인가

▶이탄희 의원 : “장관님, 다음 총선에 출마 예정인 현직 검사들이 몇 명이나 됩니까?”
▶한동훈 장관 : “그걸 저한테 물으시면 그건 좀 이상한 질문 아닌가요?”
▶이 : “알고 계시면 좀 이상할 뻔했습니다. 사법 기관과 준사법 기관인 판검사들에 대해서는 본인이 맡고 있었던 재판이나 수사의 공정성, 그 외관을 보호하기 위해 출마 전까지 좀 냉각기를 가져야 한다, 이런 지적들이 좀 있는데 알고 계십니까?”
▶한 : “의원님께서도 판사 하시다가 출마하셨으니까 더 잘 아실 것 같습니다.”
이상한 질문에 무슨 뜻이냐 묻는데
오만과 태도 불량 프레임으로 몰아
국회는 사안 본질 놓고 논쟁하는 곳
이탄희(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국회에서 주고받은 대화다. 답을 알면 이상한 것이라고 질문자 스스로 말했듯 장관이 개별 검사의 출마 계획을 알 턱이 없다. 그렇다면 질문은 왜 한 것일까? 다음 물음은 판검사는 출마 전까지 냉각기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을 알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보통의 장관 같으면 “네, 알고 있습니다” 정도로 답할 일인데 한 장관은 “의원님께서도 판사 하시다가”로 응수했다. 이 의원의 질의는 야당 의원이 발의한 판검사 퇴직 후 1년 내 출마 금지 법안으로 이어졌다. 이 의원은 판사 사직 11개월 뒤 민주당에 입당했고, 그로부터 석 달 뒤 국회의원이 됐다. 이 대화에서 이 의원과 한 장관 중 누가 더 상식적인가?
▶고민정 의원 : “그런데 11월에 그 독직폭행 정진웅 검사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군요. 여기에 대해서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십니까?”
▶한 장관 : “제가 공감하지 않는 부분은 있지만, 당연히 존중은 합니다.”
▶고 : “대법원 판결이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한 :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게 무슨 말씀이시지요?”
▶고 : “질문 그대로를 드린 겁니다.”
▶한 : “대법원 판결이 중요한 건가요, 이렇게 질문하신 것 맞습니까?”
▶고 : “들어가십시오.”
고민정(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꼭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야 정진웅 검사 무죄를 인정할 수 있었느냐고 지적하고 싶었던 것 같다. 최대한 ‘말이 되게’ 추론하면 그렇다. 그런데 대뜸 대법원 판결이 중요하냐고 묻는다. 무슨 뜻이냐고 되묻지 않기가 어렵다.
한 장관 ‘반문(反文이 아니라 反問)’이 논란의 소재가 됐다. 그가 맘에 들지 않는 쪽에서 집요하게 태도 불량으로 몰고 간다. ‘편의점에 간 안농운’이라는 만화도 나왔다. 제목은 안농운인데 손님 얼굴은 한 장관과 똑같다. 편의점 직원이 “결제 뭘로 하실 건가요?”라고 물으면 안농운이 “제가 물건을 사려고 한다는 건 어떻게 아시죠?”라고 반문한다. 한 장관이 밉고 불편한 사람들이 그림을 열심히 퍼날랐다. ‘까칠하고 오만한 한동훈’ 프레임에 기여했다.
그가 독특하긴 하다. 막무가내 호통과 훈계에 “검토하겠습니다” “유념하겠습니다”로 고분고분 답변하는 장관들과 다르다. 이모씨를 이모(어머니 자매)로, 호주를 오스트리아로 개떡처럼 말해도 꿀떡으로 알아들어야 하는데, 따박따박 대꾸하며 질문자를 무안하게 한다.
의원들과의 언쟁을 피하라고 한 장관에게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인 한동훈’을 위한 애정 어린 조언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국회는 토론하고 논쟁하는 곳이다. 여야가 각자 떠들고 국무위원은 “네, 네”만 하는 민주주의 장식품이 아니다. 정책과 제도의 본질을 놓고 다투어야 하는 곳이다.
최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류호정(정의당) 의원이 한 장관에게 “비동의 강간죄 도입에 반대하십니까?”라고 물었다. 한 장관은 “동의가 있었다는 입증 책임이 검사가 아니라 해당 피고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로 시작하는 긴 답변을 했다. 이후 류 의원과 한 장관은 비동의 강간죄 법안을 놓고 진지한 공방을 벌였다. 중요한 일을 중요하게 다뤘다. 이상한 질문이 없었고, 반문도 없었다.
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04.20 꼼수 동원 입법 폭주 민주당, 전세 사기 대책 법엔 무관심
인천 전세 사기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자 여야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19일 전세 사기 피해 대책을 논의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20일에는 긴급 당정회의를 열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대책을 발표했다. 첫 번째 전세 사기 피해자가 나온 게 2월이다. 그 뒤로 두 달 새 3명이 숨졌다. 지금까지 정치권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피해자들은 해당 주택 우선매수권, 경매 시 전세 보증금을 우선 보전받을 권리 등을 요구하고 있다. 둘 다 국회 입법 사항이다. 169석으로 국회를 완전 장악한 민주당 책임이 크다. 민주당은 처음 사건이 터지자 전세 사기 피해자 보호 및 지원 기구 설치 의무화 법안,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한도 확대 법안 등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대부분 관련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다. 유행처럼 법안을 내고는 나 몰라라 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키자”고 했는데 민주당이 성의가 있고 의지가 있었다면 벌써 통과됐을 것이다. 별 관심도 없었으면서 일이 터지자 정부 탓만 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전세 사기 사태에 대해서는 언급 없이 “27일 본회의에서 대장동·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해 입법부의 본분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치 공세를 위한 특검법은 본분이고 서민들 생존권과 관련된 전세 사기 대책은 본분이 아닌가.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입법 우선순위는 언제나 표를 위한 선심성 ‘퍼주기’ 아니면 정쟁을 유발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편 가르기’ 법안이었다. 1조원 이상 세금을 들여 남는 쌀을 사주고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며 일정 소득 이하의 청년에게 매월 10만~2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자고 했다. 가덕도 신공항과 한전공대 등 문 정부 사업에도 수십조원이 들어간다. 공영방송 경영진을 쉽게 바꾸지 못하게 하는 방송법,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 ‘대장동·김건희 특검법’, 의사와 간호사 싸움 붙이는 간호사법 등은 편 가르기를 위한 법안이다.
최근에는 모든 대학생 1000원 아침밥을 주장하더니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까지 통과시켰다. 이자 면제로 인한 도덕적 해이, 고졸 대출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지적됐지만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무소속 민형배 의원을 또다시 안건조정위에 투입하는 꼼수를 썼다. 헌법재판소가 이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무시한다.
민주당은 ‘핼러윈 참사’에 특검과 검경 수사, 감사원 감사를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법 통과 방법이 굉장히 많다. 국민의힘은 쓸데없이 지연시키거나 막지 말라”고 했다. 전세 사기 대책법을 이런 식으로 밀어붙였으면 세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진짜 국민의 생존이 걸린 일은 뒷전이고 혈세 퍼주기나 편 가르기 법안은 ‘필수 입법 사안’이라고 한다.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4.20 300만원이 ‘식대’일 뿐이라는 민주당

“(300만원을) 국민이 큰 금액이라고 생각하지만, 실무자들의 차비, 기름값, 식대 수준이다.”
2년 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의원들에 살포된 돈 봉투 금액에 대해 당의 실세인 정성호 의원이 방송에서 한 말이다. ‘1000원의 아침’에 대학생들이 장사진을 치고, 전세 사기로 생활고에 시달린 젊은이가 “엄마 2만원만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세상을 뜬 마당에 ‘친명 좌장’ 의원님은 수백만 원대 뇌물성 돈 봉투를 ‘차비와 식대 수준’이라 선언했다. 고물가에 한 푼을 아끼려고 피눈물 흘리는 서민의 가슴을 갈가리 찢는 망언의 극치다. 그는 뒤늦게 ‘실언’이라고 사과했지만, 실언 아닌 진담이었으리라고 믿는 국민이 대부분일 것이다.
민주당이 이번 사건을 대하는 기조는 예견된 시나리오를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처음엔 ‘사실무근’이라고 했다가 돈 살포 정황이 적나라한 녹음 파일이 나오자 ‘소액’이라 물타기 하며 ‘검찰의 기획 수사’로 몰아가고 있다. 문제의 파일은 지난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수사할 때 확보된 건데, 여권에 악재가 이어지는 요즘 검찰이 국면전환용으로 언론에 흘렸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검찰은 문재인 정부 때 ‘검언유착’ 파동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그래서 자료 유출에 극도로 민감하다. 문제의 파일은 검찰 수뇌부도 들어보지 못한 1급 보안 자료다. 해당 수사팀의 극소수만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그 인원 전부를 조사했지만, 파일을 언론에 흘린 이는 없음이 드러났다고 한다. 또 파일이 사전에 보도되면 수사에도 좋을 게 없다. 당사자들이 입을 맞추고 증거를 인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해당 매체에 “수사에 지장이 우려되니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간청했다고 한다.
민주당 주장대로 검찰이 파일을 쥐고 있다가 터뜨릴 시점을 쟀다면, 그 시점은 지금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을 국회에 보낸 2월 말이었어야 한다. 그때 돈 봉투 의혹이 함께 터졌으면 “자기들 체포동의안 막으려고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시켜주나”는 여론의 맹공에 민주당 의원들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기 극히 어려운 상황이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파일의 출처는 검찰이 아니라, 이정근 전 부총장 측일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부총장은 파일을 확보한 검찰의 송곳 추궁에 손을 들고 수사에 협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민주당이 ‘이 전 부총장 개인의 일탈’로 몰아가니, 이에 분노한 이 전 부총장 측이 “난 전달책일 뿐 몸통은 따로 있다”고 폭로하려고 파일을 흘렸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근거도 있다. 3만건에 달하는 녹음 파일을 이 전 부총장 측이 현재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휴대 전화를 압수한 뒤 내용물만 복사하고 돌려줬다. 영장에 적시된 압수 대상은 전화기에 든 정보지, 전화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전 부원장 측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녹음 파일을 언론에 제공하는 게 가능한 상황이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돈 봉투 살포 의혹은 이 전 부총장의 10억여원 금품 수수 혐의 수사를 위해 녹음 파일을 하나하나 듣는 과정에서 튀어나왔다. “관석이 형(윤관석 의원)이 ‘의원들 좀 줘야 하는 거 아냐’라고 얘기하더라” 같은, 상상도 하기 힘든 대화를 들은 수사진은 경악했다고 한다. 혐의자를 수사하다 다른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면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해야 하는 게 검찰의 의무다. 안 하면 직무 유기가 된다.
검찰이 녹음 파일 수사를 일찌감치 마쳐놨다가 최근 터뜨렸다는 민주당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파일 수사는 간단하지 않다. 한 시간짜리 파일 수사에 10배 넘는 시간이 걸린다. “봉투 10개를 준비했다” 같은 결정적인 발언은 한 시간 동안 대화 중 수초에 불과하다. 그 말을 잡아내려면 같은 파일을 여러 번 들어야 한다. 발언의 맥락과 의도까지 파악하려면 발언 전후 대화도 다시 여러 번 들어봐야 한다. 파일 필사에도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린다. 녹음을 풀어 써주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정확도는 90% 정도다. 수사는 100% 완벽한 필사를 요구하므로, 속기사들을 써야 한다. 이런 이유로 검찰이 돈 봉투 의혹을 확실히 파악하고 수사에 나선 것은 극히 최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끝이 아니다. 3만건의 파일 중 검찰이 푼 건 수천개뿐이라고 한다. 남은 파일을 푸는 과정에서 또 어떤 의혹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민주당이 궤변으로 시간을 끌며 물타기와 은폐에 급급하다면 1년 내내 녹음 파일 게이트 수사와 재판에 묶여 내년 총선에서 낭패를 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04-20 핼러윈 참사 특별법 발의 野, 또 재난 우려먹으려 하나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이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에 나섰다. 민주당은 법안 발의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20일 오후 갖는다. 8년 간 수백억 원을 쓰며 9차례나 검찰·국회·감사원·특별검사 등이 수사·조사·감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던 세월호 특별법과 흡사해 보인다. 그러는 사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많은 참사는 일어났고,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야당이 정부를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고, 국회가 안전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수 있지만, 참사를 정치에 악용하면서 정작 안전사회를 위한 실질적 노력은 뒷전이라면, 세월호 책임자들과 본질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세월호 특별법도 문제가 많지만, 핼러윈 참사 특별법은 더욱 심각하다. 그나마 세월호는 왜 뒤집혔는지, 왜 구조가 더 신속히 진행되지 못했는지 등에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있었지만, 핼러윈 참사는 비탈진 좁은 골목에 사람이 몰리고 넘어지면서 발생했음이 드러났다. 추가로 밝혀내야 할 사실관계도 거의 없다. 남은 쟁점은, 용산구청장과 용산경찰서장 등의 적절한 대처, 지휘 라인의 책임 등을 따지는 것이다. 이미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74일간 수사와 55일간의 국회 국정조사가 진행됐고, 12명이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이다. 굳이 특별법을 만들어 청문회 등을 하자는 것은, 내년 총선과 그 이후의 대선까지 정치적으로 활용하자는 의도로 비칠 뿐이다.
법리 자체에도 꼼수가 숨어 있다. 특별조사위원회가 진상조사를 위해 고발 및 수사 요청, 감사원에 대한 감사 요구, 청문회, 자료 제출 명령, 동행명령 등을 할 수 있고, 특검 수사도 사실상 강제할 수 있는 등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한다. 특조위가 특검 수사에 대한 국회 의결을 요청할 수 있게 했는데, 결국엔 특검 카드까지 과시한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4-20 가짜 진보가 만든 잿빛 미래

이해완 정치부 차장
“보수의 이름으로 자신을 은폐한 수구 기득권 세력은 ‘보수는 부패하지만 유능하다’ ‘진보는 깨끗하지만 무능하다’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부패 기득권 세력의 엄폐물인 ‘가짜 보수’를 경계해야 한다. 가짜 보수는 우리 사회에서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2017년 저서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중 일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거에 쓴 책에는 정치권에서 오래도록 쓰인 격언 중 하나인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을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한 구절이 등장한다. 이 대표가 언급한 격언은 과거 진보 진영이 오랫동안 각자 노선을 고수하면서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는 와중에 반복된 부패 사건에도 보수가 장기 집권한 현상을 설명하는 문장으로 쓰였다. 그러나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은 오늘날의 상황을 놓고 보면, 자신의 책에 쓴 표현을 출판사에 수정을 요청해야 할지 모르겠다. 바로 “부패 기득권 세력의 엄폐물인 ‘가짜 진보’를 경계해야 한다. 가짜 진보는 우리 사회에서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로 말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더해 ‘이정근 게이트’로 통용되는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까지 떠안으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앞서 여당의 자중지란으로 반사이득을 본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낙관할 수 없는 갈림길에 섰다.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은 향후 검찰 소환조사는 물론, 상황에 따라선 체포동의안 표결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현직 부장검사는 “대상을 선별하고 수위(증거인멸 가능성 등)에 따라 체포영장을 청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민주당으로서는 정체성 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가 자가당착의 늪에 빠진 상태인 데다,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 표결’ 가능성도 아직 살아 있다. 첩첩산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뇌물수수 의혹, 이학영 의원의 취업청탁 의혹 등도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가 ‘스모킹건’이 됐다. 판도라의 상자가 된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에는 2016년부터 약 7년간의 통화가 녹음됐다. 파면 팔수록 민주당을 옥죄는 무언가가 더 터져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A 의원은 “이정근과 만나지 않은 민주당 의원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동갑내기 의원에게도 ‘오빠’라고 부르며 자기가 필요할 때마다 이것저것 요구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이번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는 오는 7월, 이 대표의 대안으로 꼽히는 이낙연 전 대표는 6월에 귀국한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판결은 올해 중 나올 전망이다. 이처럼 민주당의 앞날은 험로로 가득하다. 그러나 정작 이 대표는 뒤늦은 사과라는 땜질 처방으로 거대한 쓰나미를 막으려 하고 있다. 관련자를 ‘읍참마속’의 각오로 출당시키고, 재창당의 의지로 개혁안을 내놔야 할 시국에 ‘방탄정당’ 이미지만 공고히 하고 있다. 심판의 날은 내년 4월이다. 상황에 따라선 친명계가 구상한 이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문화일보
04-20 [단독] 檢, 강래구 ‘압수수색 회피하며 증거인멸’ 판단해 서둘러 영장

▲당은 위기에 빠졌는데, 宋 웃음이 나오나?... 박홍근(왼쪽 사진 왼쪽 첫 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무거운 표정으로 발언하고 있고, 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영길(오른쪽 사진) 전 대표는 19일(현지시간) 파리경영대학원 앞에서 웃으면서 한국 특파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연합뉴스
■ 구속영장 배경과 수사전망
12일 압수수색 때 연락 피해
수색 활동 상당 부분 지연돼
이례적으로 다음날까지 진행
두차례 조사서 혐의 모두 부인
자금출처·대가성 규명하면서
송영길 보좌관 등도 소환 예정
검찰이 2021년 5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송영길 후보 캠프 돈 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대해 19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강 위원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사실상 ‘잠수’를 타며 수색을 회피했으며, 증거 인멸에 나선 정황도 포착했다. 급기야 검찰은 이례적으로 이틀간 압수수색을 진행했는데 수색을 회피했던 강 위원이 두 차례 조사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강 위원 신병 확보 후 돈 봉투 자금의 출처와 대가성을 규명하면서 송영길 전 당 대표 측근인 박모 전 보좌관과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 등을 잇달아 소환할 예정이다.
20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지난 12일 핵심 피의자인 강 위원에 대한 주거지 등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그가 수사팀 연락을 피하는 등 압수수색을 회피하면서 수색은 상당 부분 지연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수사팀은 피의자의 압수수색 참관 권리를 보장하고 강 위원 휴대전화 등을 확보하기 위해 재차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아 압수수색은 다음 날까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강 위원이 의도적으로 압수수색을 회피하면서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러한 강 위원의 압수수색 과정과 혐의 전면 부인 상황을 구속영장에 담은 것으로 파악됐다. 강 위원은 압수수색 이후 또 다른 피의자 대전 동구 구의원 출신 강모 씨 등과도 접촉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구속영장에 강 위원이 민주당 전당대회 무렵인 지난 2021년 3~5월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지인을 통해 마련한 8000만 원 가운데 6000만 원은 국회의원들에게, 2000만 원은 지역 정당 담당자들에게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을 통해 전달했다는 혐의(정당법 위반)를 자세하게 담았다. 또 2020년 9월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한국수자원공사 산하 태양광발전소 설비에 대한 납품 청탁 명목으로 300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 수수)도 적시했다.
수사팀은 강 위원 신병 확보 뒤 돈 봉투 자금 출처와 함께 대가성 여부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2021년 10월 14일 윤 의원은 이 전 부총장에게 텔레그램을 보내 “(스폰서 김 씨) 따님 이력서 달라고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보름 뒤 이뤄진 통화 녹취록엔 윤 의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오늘부터 딸이 (이재명 대선캠프) 정무팀에 출근했다.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니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고 말했다. 스폰서로 언급된 김 씨는 인천 지역 사업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강 위원이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그의 휴대전화에 담긴 당시 메시지·통화 내역 등을 분석하고 있다.
수사팀은 그동안 지역선거에서 선거운동원들이 수십만 원씩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도 구속됐었던 만큼, 이번 사안도 혐의가 중대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전태선 대구시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2020년 12월 선거구민 3명에게 28만 원 상당의 열쇠와 귀금속을 1개씩 나눠주고, 선거구민들에게 248만 원 상당의 마스크 1만2400장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금액으로 따지면 330만 원 정도였다.
문화일보 염유섭·김무연 기자
04-21 민주당의 시대착오적 ‘반일팔이’

김세동 논설위원
한일회담에 ‘자위대 군홧발’
후쿠시마 방류수엔 괴담 유포
국민감정 자극 노려 反日 선동
北의 핵·미사일 협박엔 눈감고
반일 공세 펴는 野가 수구반동
정치인이면 한일협력 도와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했다는 여론조사가 이어진다. 여론조사 신뢰성 문제는 별개로 치더라도, 20%대까지 나온다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주 69시간 근로제 갈팡질팡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제시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대위변제 해법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대법원은 일본 기업이 우리 강제징용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최종 판결했는데, 그때까지의 대법원 판례는 물론 한일기본조약까지 뒤집는 것이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돼 있어, 국제중재위원회로 가도 우리가 이기기 어렵기에 문 정부에서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허송세월하며 한일관계를 최악으로 방치했다.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해 강제 매각 판결을 하면 그야말로 한일관계는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간다. 윤 대통령은 미·중 갈등, 북한의 핵어뢰 개발·고체연료 사용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한반도 신냉전 상황에서 한일 간 안보·경제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 용단을 내린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일 정상회담을 전후해 더불어민주당은 ‘계묘국치’ ‘제2이완용’ ‘매국’ 등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용어를 동원해 윤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했다. 원인 제공은 문 정부가 했는데, 그를 해결한 윤 대통령을 이런 식으로 비난하는 건 적반하장이고 자가당착이지만 민주당에 그런 양식(良識)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민주당은 한일 정상회담 비난에 이어 최근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국민감정을 자극하려 수준 이하의 반(反)과학적, 비(非)이성적 괴담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은 이르면 늦은 봄∼초여름에 원전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장치(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로 방사능 핵종을 걸러내 기준치 이하로 유지하고, 걸러내지 못하는 삼중수소는 바닷물로 희석해 배출기준치의 40분의 1 이하로 일본 동해에 방류할 계획이다. 원전 관련 세계 최고의 전문성을 보유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방류를 허용하고, 국내외 전문가들도 위험하지 않다고 평가하지만, 민주당은 삼중수소로 오염된 태평양에서 잡힌 물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를 것처럼 선동하고 있다.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 총량이 기껏 3g에 불과하고, 자연 상태의 바닷물에도 삼중수소가 존재하며, 추가로 후쿠시마 오염수가 유입돼도 농도가 10만 분의 1 정도 증가할 수준이어서 별로 우려할 게 못 된다는 과학적 사실엔 애써 눈감는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11일 ‘강제동원 굴욕 해법 강행 규탄 2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굴욕적인 강제동원 배상안이 강행된다면 한·미·일 군사동맹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된다”며 “연합훈련을 핑계로 자위대의 군홧발이 다시 한반도를 더럽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생기지 말란 법이 어디 있겠냐” “대한민국이 일본에 호갱이 되고 말았다”는 등 반일 감정을 대놓고 선동했다. 국회 다수당 대표가 사용하는 용어의 저열함도 문제지만, 시대착오적 현실 인식이 심각하고도 딱하다. 한·미 군사동맹, 미·일 군사동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 순위 세계 10위권인 한국이 일본에 침략당할 것이란 상상도 어이가 없고, 한·미·일 또는 한·일 군사협력은 북한이 전쟁을 도발하는 경우라도 불가하다는 ‘신념’은 개화를 반대해 조선을 망국으로 이끄는 데 일조한 위정척사파를 방불케 한다.
6·25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우리의 주적은 일본이 아니고 북한이다. 한국엔 1개도 없는 군사정찰위성을 7개나 운용하고 있고, 대잠초계기 100여 대(한국 16대)를 보유한 일본은 북한 핵·미사일·잠수함 탐지 능력이 탁월하다. 정상적인 정치인이라면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일본과의 협력 관계를 만들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하루가 멀다고 신형 미사일을 쏴대고 800m 상공 핵폭발 실험도 하며 김정은이 “적들을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고 협박해대는 덴 눈감고 반일팔이에만 여념이 없는 야당은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수구반동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화일보
04.21 [단독]'돈봉투' 스폰서 지목 김씨, 15년 전부터 민주당에 후원금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전 대표 측에게 자금을 공급해 '스폰서'로 지목된 사업가 김모씨가 2008년부터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가 김씨는 검찰이 확보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녹음파일에서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이 ‘스폰서’로 지목한 인물이다. 12일 김씨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자금 출처로 김씨를 의심하고 조성 경위를 수사 중이다.
21일 중앙일보가 ‘역대 국회의원 후원회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김씨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민주당 의원 12명에게 총 6500만원을 후원했다. 2008년과 2011년 민주당 현직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을 후원한 김씨는 2016년부터 다시 기부금을 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듬해인 2018년도엔 4명에게 500만원씩, 총 2000만원을 후원했다. 서울과 인천·경기, 부산 지역 의원이 두루 포함됐다. 500만원은 개인이 기부할 수 있는 법정 최고 한도액이다. 2020년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 2명에게 500만원씩을 후원했다. 2021년과 2022년에도 2명씩 후원 행렬이 이어졌다.
김씨는 특히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윤관석 의원에게도 2018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500만원씩 1000만원을 후원했다. 윤 의원은 2018년엔 최고위원이었고 지난해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이었다. 김씨가 두차례 기부한 의원은 윤 의원뿐이다. 후원을 받은 12명 의원 중에는 현재 민주당 지도부 의원도 있다.
김씨에게 기부금을 받은 12명 의원은 대부분 수도권과 호남 지역 의원이었다. 민주당 안팎에 따르면 김씨는 당내 586 운동권 출신과 친분이 두텁다고 한다. 민주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김씨가) 민주당 인사들과 관계를 맺어왔고, 골프를 치는 등 자연스럽게 어울렸다”고 전했다. 김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돈을 제공한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윤관석 의원과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강래구 협회장과의 친분은 인정했다. 윤관석 의원은 이날 김씨와의 관계, 후원금을 받은 경위 등을 묻는 기자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현재 '스폰서' 김씨는 딸이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에서 근무한 이력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 측은 “딸은 오래전부터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 채용됐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딸도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 “윤 의원과 이 전 부총장 모두 모르는 사이”라며 “2000명이 일하는 대선 캠프 봉사에 누가 돈을 주고 참여하느냐”고 반박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04.22 ‘한국적’이란 단어는 다시 부끄러운 말이 되는가
300만원 돈봉투가 밥값이란 민주당, 50년 전 동사무소만 못해
혁명밖에 代案 없으면 불행, 혁명도 不可能하면 더 불행
국가 이미지 변화는 개인의 이미지 변화와 비슷한 곡선을 그린다. 활기차게 뻗어갈 땐 모든 게 장점처럼 빛나 보인다. 그러다 기세가 고꾸라지면 장점은 하찮고 시들해지며 단점은 확대돼 눈앞에 다가선다. K팝·K시네마·K드라마·K클래식 등이 세계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자 한국 단점조차 장점인 양 몸값이 올랐다. 무법(無法)과 무질서를 활기(活氣)로, 무례(無禮)를 친근감으로, 기초(基礎) 다지기를 건너뛰는 건성건성과 대충대충을 한국식 속도감으로 예찬하는 외국인의 입발림 칭찬에 어깨를 으쓱거리는 모습이 드물지 않다.

▲지난 19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거리에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대문자 ‘K’는 ‘한국적’이란 단어로 바꿔 낄 수 있다. 사실 ‘한국적’이란 낱말은 오랜 세월 ‘불명예스럽고’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한국적 민주주의’는 독재를, ‘한국적 시장경제’는 정치와 기업이 결탁한 천민(賤民) 자본주의를, ‘한국적 시간 관념’은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코리안 타임(Korean time)이란 뜻이었다. 정치 행사, 각종 관청의 민원 처리 과정에서 밥값·떡값 명목으로 돈 봉투를 호주머니에 찔러주는 행태도 ‘한국적 관행’으로 여겨졌다.
지금 한국 구청과 동사무소 민원 서류 발급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투명하다. 심지어 시골 고등학교 졸업증명서까지 떼 준다. IT 기기의 광범위한 보급이 속도를 세계 최고로 높였다. 그럼 그곳의 돈 봉투는 언제 어떻게 사라지고 투명성을 확보하게 됐을까. 부정을 적발하는 검사와 경찰과 감사원 인원을 몇 배 늘렸기 때문일까.
천지개벽(天地開闢)은 1960년대 중반에 시작된 경제 발전의 열매가 열리면서 찾아왔다. 이 대목에선 경제라는 하부(下部) 구조가 의식과 행동이란 상부 구조를 결정한다는 마르크스의 지적이 정확했다. 경제 발전으로 공무원들에게 안정된 중산층 생활이 가능한 급여를 주자 돈 봉투가 뜸해졌다. 퇴직자를 위한 공무원 연금 제도가 정비되면서 돈 봉투의 유혹에 넘어가 노후를 망치는 경우는 급감(急減)했다. ‘한국적’이란 단어에 붙어 다니던 100년 묵은 불명예(不名譽)는 이렇게 떨어져 나갔다.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보여준 공중 도약(跳躍)보다 더 기적 같은 도약이었다.
그 기적이 무너지고 있다. ‘단어’의 운명은 때로 예언자의 계시(啓示)처럼 나라의 미래 모습을 그려준다. 요즘 ‘한국적’이란 단어는 예전의 ‘불명예스럽고’ ‘부끄럽고’ ‘감추고 싶던’ 그 감옥에 다시 수감(收監)되는 길을 걷고 있다. ‘한국적 민주주의’는 정체(停滯)·혼란과 동의어(同義語)가 돼 간다. ‘세계 역사상 최저’라는 한국적 출산율 절벽은 사라지는 국가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총장·학장 직선제(直選制)에 오염된 대학은 하향(下向) 평준화를 향해 미끄러진다.
거짓을 꾸며 수사 기관에 고소·고발하는 무고(誣告)와 법정에서 허위 증언 하는 위증(僞證), 사기(詐欺) 유형과 건수 역시 세계 최고에 가깝다. 무고·위증·사기를 뭉뚱그리는 밑돌이 ‘거짓말’이라는 단어다. 도산(島山) 안창호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거짓말은 말자’며 목이 쉬도록 외쳤던 100년 전 세태로 퇴보하고 있다.
국민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으로 발휘시키면 나라는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선다. 잘나가던 시대에 장점에 가려 있던 단점이 무더기로 노출되면 나라는 회복(回復) 불능 상태로 주저앉는다. 정치는 장점이 발휘되도록 촉진하고, 단점이 노출되지 않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위대한 정치는 국민 단점조차 장점으로 기능(機能)하게 만든다. 아데나워와 드골은 독일과 프랑스 국민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꿔 꽃으로 피어나게 한 지도자다. 국민 단점을 정권 유지, 정권 탈취를 위해 이용하는 정치는 최악의 정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거짓말은 이제 새 소식이 아니다. 그가 참말을 하면 ‘몇 년 만의 참말’이라고 그게 뉴스가 되는 현실이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300만원짜리 돈 봉투는 밥값일 뿐이라며 그게 무슨 대수냐고 대놓고 떠든다. 50년 전 동사무소만도 못한 상태로 퇴행(退行)했다. 집권 세력은 구약(舊約) 속 이사야를 자칭하는 목사에게 휘둘리면서 무력(無力)하고 무대책(無對策)인 상태로 총선에서 “이재명이란 요행(僥倖)”이 작용하기만 기대하며 국민과 멀어지고 있다.
‘국민밖에 희망이 없다’는 말은 절망스럽다는 뜻이다. 혁명밖에 대안(代案)이 없는 정치는 불행한 정치다. 그러나 혁명조차 불가능한 정치는 더 불행한 나라를 만든다. 발밑이 무너지고 있다.
조선일보 강천석 고문
04.23 송영길 “민주당 탈당…모든 정치적 책임 지겠다”
“돈봉투 몰랐다… 24일 오후 3시 귀국”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22일(현지시간) 파리 3구 한 사무실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4.22 연합뉴스
현재 파리에 머물고 있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 22일(현지시간)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과 당원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돈봉투 사태와 관련해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오늘부로 민주당을 탈당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지역위원장도, 당원도 아닌 국민의 당 한사람으로 당당히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며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당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고,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대응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돈봉투 의혹에 대해 전혀 몰랐나’는 질문에 대해서는 “예, 그렇다”라며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전당대회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후보가 그런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가 어려웠던 사정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당 대표 경선 당시 자신의 선거 캠프가 20~40명 안팎의 의원과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돈봉투를 살포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공식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 전 대표는 탈당 결심 배경에 대해선 “제가 당 대표 시절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 실태 조사와 관련해 논란이 된 12명 의원들에게 부동산 문제로 민심이 돌아선 국민 마음을 돌리기 위해 탈당을 권유한 바 있다”며 “같은 원칙이 저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검찰 소환도 없지만 즉시 귀국해 검찰 조사에 당당히 응하고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하겠다”며 “내일(23일) 오후 8시 아시아나 항공 비행기로 귀국, 월요일(24일) 오후 3시에 인천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이 돈봉투 유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여러 보도에 대해서는 “이 자리는 그런 문제를 밝힐 자리가 아니다”며 “서울에 돌아가 자세한 사항을 살펴보고 하나하나 설명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 중 한 사람인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대해서는 “그는 전당대회 때 캠프 참석할 신분이나 위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당시 송 전 대표의 선거 캠프 소속으로 돈봉투 마련 및 전달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으나, 구속영장이 기각된 상태다.
송 전 대표는 파리경영대학원(ESCP)의 방문 연구 교수 자격으로 지난해 12월부터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이다. 5월 초부터는 ESCP의 독일 베를린 캠퍼스로 옮겨가 강연을 할 예정이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최근 우리 당의 지난 전당대회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의혹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는 말씀도 드린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04.23 “이정근 갑질은 기본, 돈 출처 의심”... 당원들 탄원서, 중앙당 묵살했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중심에 선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지역구인 서울 서초갑에서, 일찍이 그의 도덕성과 자질 등을 근거로 한 탄원서를 중앙당에 올렸다가 묵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구에서 올렸던 문건은 ‘이정근 서초갑 지역위원장 재신임 반대 탄원서’로 지난 2018년 이 전 부총장이 서초구청장 선거 낙마 후 지역위원장 복귀를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작성됐다. 여기에는 당시 이 전 부총장이 서울의 25개 자치구 구청장 선거에서 유일하게 낙마한 민주당 후보라는 데 대한 우려 외에도 상식적이지 못한 그의 정치 행보를 폭로하는 내용이 다수 담겼다.
이 전 부총장은 오랜 기간 민주당 서초갑 지역위원장을 역임하며 20·21대 총선, 제7회 지방선거, 지난해 서초갑 재보궐선거 등에 출마한 바 있는데 그때마다 지역에선 중앙당의 공천 및 지원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지역의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그럼에도 중앙당이 이정근을 놓지 않은 것” “지금과 같은 돈봉투 논란은 예견됐던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적지 않다.
‘갑질, 거짓말, 함량미달, 도덕성’ 등 지적
앞서 언급한 탄원서는 ‘서초갑 지역 당원 및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우리는 이정근의 지역위원장 복귀를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며 ‘후보자 이정근의 함량 미달 자질 및 품성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민주당원조차 이정근을 찍지 않아 자유한국당의 조은희 후보를 완승케 했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이정근의 당헌·당규 위반 행위, 온갖 갑질, 거짓말, 함량 미달, 그리고 도덕적 결함 등을 밝히고자 합니다’라며 그의 세급 체납 문제부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1억원에 가까운 체납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사과는커녕 남편 질병 간호 때문이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 (중략) 약 4년 전에 세금을 완납했다고 언론에 밝혔으나, 불과 1년 전까지도 거액 체납 사실이 존재했다고 전언되고 있음. 지방선거 직전에 완납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가지 정황이 나타나고 있어 그 돈의 출처가 의심됨.’
탄원서에는 이 전 부총장의 인사 전횡과 관련한 내용도 적시됐다.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인사처리. 아부하지 않거나 반사이익이 없다고 판단하면 왕따를 시켜 스스로 사퇴케 하거나, 당직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말 한마디로 직에서 사퇴시키는 등 전횡을 일삼은 점. 오랫동안 지역을 위해 일해 왔던 많은 상무위원, 고문들을 본인 의사와 반하여 사퇴시킴. 거의 모든 일에 갑질이 기본.’
또 비례 구의원 후보 선출과 관련해 ‘민주당의 일을 전혀 해본 적이 없는 관계없는 인물을 비서처럼 부리더니, 어느 날 그녀를 비례대표로 세우는 일을 감행’이라며 ‘반대자의 의견도 무시하고 일사천리로 날치기 처리하여 오늘날 비례대표 구의원이 탄생. 회의록을 요구하였으나 불응함. 이것이 많은 의혹을 낳게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뒤이어 일부 민주당 구의원 후보에 대한 공천 대가로 돈이 오갔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지난 1월 주간조선과 만난 서초갑 지역의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전 부총장의 횡포가 상당했고 그를 보기 싫어 탈당한 이들도 많았다”며 “이에 중앙당이 지역위원장직을 공석으로 두는가 했는데 다시 그를 앉혔다”라고 말했다. 이 전 부총장이 다양한 방식으로 크고 작은 돈을 자기한테 상납하도록 했다는 등 악성 평판이 제기됐는데도 불구하고 중앙당은 그를 신임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처음 지역에 와서 정치할 때 보니까 (사람들에게 이 전 부총장에 대해) 백번 물으면 백번 다 네거티브한 이야기만 한다”며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송영길 연설 다음에는 항상 이정근”
이 같은 지역 평판과 여론으로 미뤄봤을 때 이 전 부총장은 지역 반발에도 자리를 지키며 각종 선거에 출마했고, 여기에는 중앙당 차원의 ‘남다른’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민주당에서 서초갑은 ‘험지’로 평가됐던 만큼 출마를 자처하는 이들이 적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마다 당은 여성이란 점을 앞세워 이 전 부총장을 별다른 경선 없이 우선 공천했다. 지난해 말 지역에선 이 전 사무부총장 제명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호소문에는 ‘(이 전 부총장이) 당의 유력인으로부터 비호를 받는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여기에는 최근 논란을 사고 있는 이른바 ‘돈봉투’ 등 전방위적 불법 정치자금 살포에 이 전 부총장이 관여한 것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지역 정치 관계자들의 평가다. 무엇보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과 조모 전 인천시 부시장 등이 마련한 총 9400만원은 이 전 부총장을 통해 2021년 송영길 당시 당대표 후보 캠프 관계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지역에선 이것이 송영길 전 대표와 이 전 부총장의 두터운 친분을 형성하는 데에 일조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의 시·구의원들이 워크숍을 할 때면 송 전 대표가 연설을 한 다음으로 항상 이 전 부총장이 나섰다. 송 전 대표가 그의 정치적 입지를 키우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줬다”며 “송 전 대표 측근 중에는 왜 이리 이 전 부총장을 돕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장이 맡고 있던 자리인 ‘미래사무부총장’ 또한 본래 당에선 존재하지 않던 직함으로, 송영길 당대표 체제 때 만들어져 이 전 부총장이 처음으로 올랐다.
이러한 중앙당에서의 친분, 그리고 직함을 기반으로 이 전 부총장은 지역 정치 관계자들 사이에서 군림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선거 때면 그가 민주당의 시·구의원 후보들로부터 공천 대가성 금품을 수수했다는 등의 이야기도 파다하다. 한때 지역에선 관련 내용을 정리한 문건이 작성돼 공유됐는데, 여기에는 지방선거 시·구의원 예비 후보자들이 공천을 앞두고 이 전 부총장에게 어떤 식으로 금품을 제공했는지 그 경위가 담겼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 전 부총장을 추가 기소한 바 있다.
서초갑 지역 관계자들은 이 전 부총장의 그간 행보에서 정치 철학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전 부총장은 민주당에서 존재감을 보이기 전인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서초구청장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는 등 국민의힘에도 발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민주당 관계자는 “그러다가 민주당 인사 소개로 이쪽으로 넘어와 이낙연계를 거쳐 송영길 전 대표 쪽으로 넘어간 것인데 그런 그에게 정치적 신념이란 게 있겠나”라고 평했다.
최근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 전 사무부총장을 거쳐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민주당 인사들은 4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이낙연계도 적지 않을 것이란 게 이 관계자 설명이다. 지역에서 정리한 이른바 ‘이정근 리스트’에는 지난 4월 12일 검찰이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정치자금법·정당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벌이던 당시 영장에 적시한 9명 외에 6명의 현역 의원 이름이 추가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조선 이성진 기자
04-24 송영길 귀국…이재명과의 석연찮은 관계 진상도 밝히라
지난해 12월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체류 중이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불거진 지 12일 만인 24일 오후 귀국한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파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돈 봉투 문제에 대해 “전혀 몰랐다” “캠프 일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웠다”면서도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민주당을 탈당한다”고 했다. 또, “검찰 조사에 적극 응하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녹취를 보면 송 전 대표도 알았다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이 전 부총장이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상임감사와의 통화에서 “송영길 전 대표가 ‘래구가 돈 많이 썼냐’고 묻더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실체적 진실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송 전 대표는 성실하고 정직하게 검찰 수사에 응하기 바란다.
송 전 대표 개인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이 민주당 차원의 문제다. 무엇보다 ‘이심송심(李心宋心)’으로도 불렸던 이재명 대표와의 석연찮은 관계도 명쾌히 해명돼야 한다. 송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물욕이 없는 사람”, 박지원 상임고문은 “큰 그릇”이라고 했다. 당내에서 연루 의혹을 받는 인사가 수십 명에 달하고, 전당대회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었던 중대한 ‘민주당 사건’이다. 그런데도 ‘송영길 사건’으로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의도가 짚인다. 자체 진상 조사 의지도 안 보인다.
돈 봉투 전달 과정에 등장하는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자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한 박모 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4∼2018년 성남시청에서 정진상 등과 함께 행정지원과에서 근무했다. 송 전 대표는 대선 경선 때 정세균·김두관 후보의 표를 무효표로 처리, 이 대표가 2위였던 이낙연 후보와의 결선투표 없이 후보로 확정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장동 파문이 급속히 커질 때였다. 대선 패배 뒤엔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을 이 대표에게 넘겨주었다. 이 대표와 송 전 대표는 이런 일들의 배경에 대한 국민과 민주당원의 궁금증에도 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
문화일보 사설
04-24 또 참사 정치 노리는 野 핼러윈 특별법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
지금 우리는 북한의 핵 위협과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미·중의 패권 다툼으로 인한 신냉전 시험대에 올라 있다. 폭풍전야와 같은 냉혹한 국제 정치적 상황에서 우리의 생존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정부와 혼연일체가 돼 위기 극복을 위한 지혜를 결집하는 것이다. 이 일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물론 정치인들에게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정치인들은 적진 앞에 분열하고 있다. 1995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기업은 2류인데 정치는 4류”라고 지적한 지 28년이 지났지만, 그들의 수준은 더욱 퇴보한 양상을 보인다. 국제형사재판소장을 지낸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말했듯이 “누가 뭐라 해도 한국은 지금 선진국”이지만, 한국 정치인들은 “후진국 멘털리티”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적지 않은 정치인은 “어른처럼 커진 몸에 어린이 같은 의식을” 가지고 있어, 지구촌 시대에 살면서도 국제사회의 흐름에 대처하는 미래 지향적 자세를 보이지 못하고, 과거의 늪에 매몰돼 이전투구와 같은 어리석은 정치게임을 펼치는 데 여념이 없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대선에 불복하듯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과 완전히 반대되는 파당적 법안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왔던 더불어민주당은 끝내 지난 20일 ‘핼러윈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허무하기 짝이 없었던 세월호 특별법 ‘시즌 2’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월호 침몰 사건은 국가적 비극이었지만, 단순한 해양사고였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팽목항 비망록에 ‘고맙다, 미안하다’고 썼듯이, 당시 민주당은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가짜 정보와 선동으로,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을 흔들어 탄핵으로 물러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문 대통령 집권 후에도 많은 참사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 8년간 수백억 원을 쓰며 국회·검찰·감사원 등 공권력을 총동원해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지 않았던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도 많은 젊은 생명을 잃게 한 큰 비극이었지만, 군중이 비탈진 좁은 골목에 몰려 넘어져 발생한 사고였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다. 지금 남아 있는 문제는 용산경찰서장과 용산구청장 등이 사고 당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당시 상황을 은폐했다는 의혹과 경찰 지휘라인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정도이다. 이미 정부는 경찰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74일 동안 수사를 했고, 국회는 55일간 국정조사를 실시해 12명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탄핵소추를 받고 헌법재판소 재판 중이다.
핼러윈 특별법이 발효되더라도 결과는 세월호 경우와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이 일반적 전망이다. 민주당이 참사 재발방지 같은 안전사회를 위한 실질적 노력보다는 핼러윈 특별법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특검 카드까지 보이는 것은, 내년 총선과 그 이후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인 움직임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 특별법을 통해 핼러윈 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겠지만, 세월호의 트라우마에 의한 면역과 피로감에 지친 국민은 별다르게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정권이 교체됐음에도 대선 불복으로 정부의 정책과 국정 운영을 봉쇄하는 행위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4-25 ‘돈 봉투 몸통 의혹’ 宋도 떠받드는 민주당 기막힌 행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의 24일 귀국 모습은 개선장군처럼 보였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집결한 150여 명의 ‘개딸’과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 모자를 쓴 이들은 “송영길은 청렴하다” “믿는다 송영길”을 외쳤다. 586 운동권 출신 의원은 “누가 송영길에게 돌을 던지겠냐”고도 했다. 그 정도 돈 봉투는 모두 뿌리고 받았다는 독백으로 들린다. 한 때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하던 민주당에서 ‘부패의 평범성’도 넘어 되레 응원받는 기막힌 일이 벌어진다.
송 전 대표는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탈당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돈 봉투 혐의에 대해선 “모른다”로 일관한다. 이미 자신의 연루 혐의를 짐작할 수 있는 녹취가 공개됐는데도 아는 것이 없다는 태도다. 일부 의원들은 “걸린 게 죄지, 송 전 대표가 다 뒤집어쓸 문제는 아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같은 586 그룹의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집도 없고 물욕도 없는 사람”이라고 감싸고, 대학 친구인 우상호 의원은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면 정치 생명을 위협받을 일도 없을 것”이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나아가 “송영길과 경쟁한 홍영표·우원식 캠프에서 뛰어본 사람은 적어도 송영길에게 돌을 던져선 안 된다”며 노골적인 물타기를 하는 의원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선 돈 봉투 사태에 대해 일절 언급을 않는 등 의도적 뭉개기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묵묵부답하다가 갑자기 최근 공천헌금 문제가 불거진 국민의힘 김현아 전 의원을 거명하며 “어떻게 돼가고 있어요”라고 되물었다. 송 전 대표는 의혹만으로 탈당을 하는데, 각종 혐의로 기소가 됐는데도 대표직을 유지하고 방탄 뒤에 숨은 이 대표가 가타부타 할 일은 아니다. 조국 출마설까지 나돈다. 운동권 출신 정치인의 도덕적 파탄의 끝이 안 보인다.
문화일보 사설
04-25 송영길 귀국 날 한국 다수당이 보여준 낯 뜨거운 행태들
더불어민주당 ‘돈 봉투 전당대회’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4일 귀국했다. 인천공항에는 ‘개딸’로 불리는 민주당 강성 지지자 150여 명이 모여 “송영길은 청렴하다” “믿는다 송영길” “송영길 파이팅”을 외쳤다고 한다.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 모자·티셔츠 등을 착용한 이들은 “김건희 특검하라”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고성이 난무해 현장 취재진이 송 전 대표의 발언을 알아 듣기가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돈 봉투 사건은 관련자의 음성이 담긴 녹취가 이미 공개됐다. 그런데도 송 대표는 무조건 “모르는 일”이라고 하고, 강성 지지자들은 “파이팅”이라고 한다.
혀를 찰 일은 이날 아침부터 시작됐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는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등 8명이 참석했다. 송 대표 귀국과 관련한 당의 입장과 향후 방침 등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니었다. 8명 중 단 한 명도 돈 봉투 사건을 거론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전 의원이 공천 대가로 돈 봉투를 받았다는 보도가 있다”고 했다. 이 대표도 회의 후 민주당 돈 봉투 관련 질문을 받자 이 얘기만 하면서 동문서답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송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자신이 연루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며 “검찰이 오늘이라도 저를 소환하면 응하겠다”고 말했다. (공동취재) 2023.4.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최고위원 거의 모두는 이날 출국한 윤석열 대통령 미국 방문과 관련해 발언했다. 대부분 “대통령이 사고칠까봐 걱정”이라는 취지였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불안과 공포의 한 주가 시작됐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도 참 두통거리” “기왕 미국에 갔으니 안전한 귀국을 바란다”는 말도 했다. 이어 발언한 박찬대 최고위원도 “또 어떤 사고를 칠지 걱정이 태산 같다”고 했다. 대통령 방미라는 중요한 국가 외교를 두고 정책 제시는 없이 비아냥거리기만 한다.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도 계속됐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전쟁 날까 두렵다는 얘기가 많다. 자식 군대 보낸 어머니들이 걱정이 많다”고 했다.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안보를 팔아 위기를 사는 윤석열 정부”라고 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세계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나라가 수십 곳에 달하는데 누가 러시아와 전쟁을 하나. 과장 왜곡을 넘는 무지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우리 대통령이 왜 남의 나라 국기에 경례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일본 방문 시 일장기에만 경례했다는 KBS 보도는 이미 가짜 뉴스로 판명났는데도 불구하고 또 억지를 부린 것이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대통령 방미와 관련해 “하늘이여 대한민국을 지켜주십시오”라고 했다. 마치 단체로 무슨 희극을 하는 것 같았다.
민주당은 이날 “당이 무당급 유튜버와 팬덤, 가짜 뉴스, 그리고 저질 지도자들이 결합돼 있다”는 당 내부의 진단을 그대로 재현했다. 국민소득 3만불이 넘는 세계 10위권 국가의 다수당이 하루 종일 보여준 낯 뜨거운 행태다.
조선일보 사설
04.26 ‘영웅’처럼 귀국한 송영길에 옹호까지…정신 못 차린 민주당
조기 귀국하면서 돈봉투 전달 의혹 “몰랐다”고수
“물욕 적어” “큰 그릇” 주장에 여당 의혹 ‘물타기’도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프랑스 파리에서 조기 귀국했지만 자신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4일 인천공항에서 “저로 인해 발생한 일이므로 책임 있게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파리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돈봉투 전달엔 외면으로 일관했다. 검찰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녹음파일에는 돈봉투 전달 내용을 전하자 송 전 대표가 “잘했네 잘했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있다. 송 전 대표가 직접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발언도 담겼다. 그런데도 이에 관해 아무런 설명조차 없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
송 전 대표의 귀국 장면은 기이하기까지 했다. 그가 입국장에 나타나자 고성이 터져나왔다. 공항은 송 전 대표 지지자와 사과를 요구하는 이들, 유튜버 등까지 300여 명이 북새통을 이룬 상태였다. 현장에선 “인천시민에게 사과하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지만, 지지자들 사이에서 “송영길 힘내라”는 응원 구호가 터져나왔다. 송 전 대표는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당선될 목적으로 소속 의원 등에게 금품을 살포한 의혹을 받는데, 마치 무슨 공을 세운 영웅이 귀국하는 장면으로 착각될 지경이었다.
일부 민주당 인사들의 태도도 부적절하다. 김민석 당 정책위의장은 송 전 대표가 집이 없다며 “물욕이 적은 사람이다. 내가 보증한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은 본인이 금품 등을 수수했다는 게 아니라 남에게 제공하는 데 관여했느냐가 핵심이다. 본인의 재산 과다나 청렴 여부와 무관한데도 억지 논리로 감싸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역시 큰 그릇 송영길”이라며 자진 탈당 등을 호평했다. 국회 다수당의 대표까지 지낸 정치인이 범죄 의혹을 받아 당직에서 물러나고 수사에 응하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 아니라 당연한 처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돈봉투 관련 의혹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국민의힘 전직 의원 관련 의혹을 아느냐고 되묻기만 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는 연이틀 “(국민의힘) 김현아 (전)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요. 몰라요?” “박순자 (전) 의원 수사는 어떻게 돼갑니까”라고만 했다. 김 전 의원에 대해선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제기됐었고, 박 전 의원은 시의원 공천권을 빌미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었다. 이들 사안 역시 제대로 공정하게 수사할 대상일 뿐이다. 검찰이 귀국 하루 만에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송 전 대표는 고발당해 피의자 신분이다. 송 전 대표는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민주당은 ‘물타기’가 아니라 당 혁신에 매진하는 것만이 민심을 회복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4.26 임대차법 강행해 전세 사기 불러놓고 “국민 세금으로 피해 구제”
전세 사기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윤희숙 전 의원은 “이번 사태의 주범은 임대차 3법을 강행해 멀쩡하던 전세 시장을 망친 민주당과 정의당”이라며 “두 당은 당사를 팔고 의원들 세비를 몰수해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금으로 써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지금 국민 세금으로 피해자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데, 자신들 엉터리 입법 책임부터 먼저 지라는 것이다. 그런 책임을 질 리가 없는 사람들이지만 말은 맞는 말이다.
전세 사기의 근본 원인은 2020년 두 당이 강행 처리한 임대차 3법과 잘못된 부동산 정책의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책 실패로 집값이 폭등하자 각종 부동산 세금을 줄줄이 올렸다. 그것이 임차인에게 전가되자 임대 기간을 ‘2+2년’으로 늘리고 전세 인상률을 5% 내로 제한하는 임대차 3법을 밀어붙였다.
그러자 전세가는 2년간 35% 넘게 폭등했다. 2030 청년과 서민들이 수도권 외곽이나 빌라 등으로 밀려나는 전세 대란이 벌어졌다. 전세를 끼고 빌라 등을 매입하는 갭 투자가 유행하고 전세 대출이 200조원 대로 2배 늘었다. 부동산 업자들이 자기 자본 없이 전세 보증금을 이용해 빌라 수백 채를 매입한 뒤 바지 사장에게 넘겨 보증금을 떼먹는 전세 사기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 모든 게 정책 실패와 입법 폭주에서 시작됐다.
당시 전문가들은 임대차법이 전세 가격을 폭등시키고 각종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계속 반대했다. 그래도 민주당과 정의당은 제대로 법안 심의도 않은 채 졸속 강행했다. 임대차법을 발의한 양당 의원만 60명이 넘는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이 통과되자 주먹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전세 걱정 없이 살 수 있다고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법 시행 직전 자기 집 전셋값은 대폭 올렸다.
그러던 민주당이 뒤늦게 정부 대책이 부실했다며 국민 세금으로 보증금 피해 보상을 해주자고 한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전세 대란은 금리 때문이었다”고 했다. 엉터리 법을 만들어서 피해자를 양산해 놓고 책임은 딴 데로 돌린다.
민주당은 2016년 여의도 당사를 매입해 가격이 2배 가까운 317억원 대로 올랐다. 국민 세금인 선거 보조금과 보전금을 이중으로 받아 챙긴 덕분이다. 의원들은 연 1억5500만원의 세비와 수천만 원의 활동비를 받는다. 그걸 내놓는 건 기대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회를 장악한 정당, 입법 책임을 진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반성과 책임지는 모습은 보여야 한다. 그게 극단적 선택까지 한 억울한 피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조선일보 사설
04.26 윤희숙 “전세사기 주범인 민주·정의당 역겹다, 당사 팔아서 보상하라”
윤희숙 前 국민의힘 의원 ‘국가 보상’ 외치는 野 비판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연합뉴스
“잘못된 정책으로 전세 시장을 망쳐 놓고, 이제 와서 전세 피해자를 국민 세금으로 돕자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역겹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세 사기를 사회적 재난으로 만든 임대차법 발의자들 지금 어디 있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민주당·정의당을 향해 “당사를 경매 넣고 보증금 빼서 피해 보상 재원에 보태고, 임대차 3법 찬성한 의원들의 세비도 몰수해 피해자 지원금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멀쩡하던 전세 시장을 헤집어 놓고 아무 반성도 안 하는 민주당이 너무 답답해 글을 올렸다”며 “그들은 제비 다리를 부러트린 다음 고쳐주겠다는 놀부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윤 전 의원은 2020년 8월 임대차 3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며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연설로 유명해졌었다.

윤 전 의원은 이번 사태를 보면서 2년 반 전 임대차 3법 국회 통과 당시가 떠올랐다고 했다. 당시에 이미 지금과 같은 재앙은 대부분 예상했던 것이다. 당시 윤 전 의원도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전세 시장이 교란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그는 “이후 전셋값이 폭등했다가 급락하는 혼란이 발생하자, 민주당 사람들이 마치 예상 못 했던 일이 벌어진 깜짝 놀라는 모습은 눈 뜨고 보기 민망할 정도”라고 했다.
윤 전 의원은 “이 법으로 전셋값이 폭등해 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자, 문재인 정부는 정책을 고치기는커녕 전세 대출을 마구 늘려주는 식으로 무마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결국 ‘갭투자(전세 끼고 집을 사는 것)’를 부추겼고, 대규모 ‘전세 사기’가 가능한 토대를 만들어 준 셈이 됐다. 그는 “입법 당시 전문가들이 임대차 3법의 부작용에 대해 수없이 경고했지만,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귀를 닫았다”며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공부도 안 하고, 입법 절차도 무시한 채 엉터리 법을 만들고, 그 부작용을 또 엉터리 대책으로 틀어막은 결과가 이번 사태”라고 했다.
윤 전 의원도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피해자에 대한 채무 탕감’ 등을 반대하며 “선을 넘어선 안 된다”고 한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대규모 전세 사기 피해가 발생한 만큼, 정부가 더 적극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전제조건을 분명히 했다. 그는 “세금을 사용하려면 최소한의 명분도 없이 하면 안 된다”며 “전세 사기 피해자가 정책 실패의 희생자라는 점에 사람들이 동의해야 하고, 그러려면 당시 정책 실패 주체들의 사과는 필수다. 이걸 대충 얼렁뚱땅 넘어가면서 세금을 쓰자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과 정의당은 전세 사기 피해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채권을 매입해 세입자에게 피해 금액을 먼저 보상한 뒤 경매·공매·매각 등을 통해 투입 자금을 회수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에 대해 여론이 갈려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나서 사기단에 당해 전 재산을 날린 젊은이를 도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다른 사기 피해와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세금 투입에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윤 전 의원은 “정치권이 나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여론을 모아 전세 사기 피해자를 어느 선까지 도와줄지에 대한 기준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야 논란을 없애고 정책의 실효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이성훈 기자
04.27 위장 탈당 민형배, 국회 농락 임무 다 하고 민주당 복당
작년 4월 더불어민주당을 위장 탈당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의 강행 처리를 도운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어제 민주당에 복당했다. 민 의원의 탈당은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하기 위한 꼼수였다. 민주당 내에서도 “민주주의 능멸”이란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고 지난달 헌법재판소는 위법으로 판단했다. 민주당은 이에 개의치 않고 민 의원을 1년 만에 복당시켰다. 공천까지 줘 국회와 법 규칙을 농락한 데 대해 포상할 것이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직후 검수완박 법을 밀어붙였다.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대표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방탄 목적이었을 것이다. 이때 민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 자격으로 안건조정위에 들어가 이를 무력화시켰다. 다수당 폭주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든 것이다. 74년 역사의 형사사법 체계를 뒤집는 검수완박 법안이 단 14분 만에 안건조정위를 통과했다.
이후 민 의원은 작년 지방선거 기간 민주당 공천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상임선대위원장도 맡았다. 그러면서 무소속 자격을 이용해 민주당의 꼼수 법안 처리를 도왔다. 최근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도 그중 하나다. 헌재가 이 꼼수를 위법이라 지적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헌재 지적은 아프게 새기면서 민 의원을 복당시키는 게 책임지는 자세”라고 했다. 말이 성립되지 않는 궤변이다. 복당도 ‘특별 복당’ 형식을 취해 내년 총선 공천심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 앞으로 민주당에서 제2, 제3의 민형배가 계속 나올 것이다. 민주당은 수십억원대 부동산 재산신고를 누락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당에서 제명당한 김홍걸 의원도 복당시킨다고 한다. 이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민주당 대변인은 “특별한 하자가 없어서 복당을 허용한다”고 했다. 이들에겐 국민이 바보다. 송영길 전 대표도 슬그머니 복당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4-27 민형배 복당, 가짜뉴스, 입법 폭주…민주당 ‘오물 정치’
‘검수완박’ 입법을 위해 위장 탈당한 민형배 의원과 재산 허위 신고로 제명된 김홍걸 의원에 대한 복당을 26일 더불어민주당이 결정하면서 국회 의석은 169석에서 171석으로 늘게 됐다. 의석이 늘면 책임도 커져야 하지만 거야(巨野) 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가짜뉴스 유포 행태는 더 심해지고 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로 궁지에 몰리자 대놓고 공당의 기본조차 팽개치고 후안무치한 막가파 행태를 노골화한다.
민주당은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특검’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절차에 돌입한다. 180명 이상 의원의 동의를 얻으면 상임위 심사(180일) 등 최장 8개월이 지나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두 특검 모두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이 특검 추천권을 갖는 등 황당한 내용이 많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재의 요구를 유도해 ‘대통령 부인을 위한 셀프 거부권’ 등의 정치 공세를 노린 꼼수 성격이 강하다. 제21대 총선 전 ‘비례 위성정당’을 만든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통과시킨 것과 닮은 야합이다. 간호법과 방송법도 본회의에 부의할 방침이다. 문제 조항에 대한 진지한 합의 도출 노력보다 거부권 유도 성격이 강해 보인다.
헌법재판소에서도 국회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고 한 민 의원에 대한 복당 결정은 당내에서도 “오물을 뒤집어쓴 느낌”이라는 자조가 나올 지경이다. 공천에 불이익도 없는 ‘특별 복당’ 형식을 취하면서도 “책임지는 자세 ”운운한 것이야말로 정치도 법치도 능멸하는 행태다.
이미 김건희 여사 관련 가짜 뉴스 유포로 검찰에 송치된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번엔 한 술 더 떠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 때 화동(花童) 볼에 입을 맞춘 것을 두고 “성적 학대”라고 공격했다. 외국 정상도 다 하는 행동을 또 가짜 뉴스로 공격한 것이다. 반이성 폭주가 갈수록 심각해진다.
04-27 ‘무조건 지지’가 속임수 정치 키웠다

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돈 봉투 난무 발언 적나라해도
반성커녕 검찰의 소설 주장 野
범죄 드러나면 역사 법정 운운
무조건 지지 믿고 속임수 반복
조국 수호 기현상 지금도 여전
바보들 대상 기만 행진 끝내야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를 수사하던 검찰이 경악할 비리 혐의를 포착했다. 지난 2021년 5월 2일에 있었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당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인 돈 봉투 살포 행위가 이뤄졌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검찰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9400만 원 정도가 민주당의 70여 명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검찰이 윤관석 의원, 이성만 의원, 강래구 감사협회장(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엄청난 사건의 실체는 돈 봉투 전달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이 전 부총장이 수사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그는 숨겨뒀던 자신의 휴대전화 위치를 수사기관에 알려주고 녹음된 대화 내용의 취지를 설명해 주는 등 실체적 진실 발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녹취 내용을 보면 ‘의원들 좀 줘야 되는 거 아니냐’ ‘지금 홍 의원 쪽에서도 뿌리니까. 의원들이 그래서 고민하고 있고’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또, ‘내가 송 있을 때 같이 얘기했는데 뭐’하는 이성만 의원의 목소리도 있다.
녹취 내용에 따르면,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윤관석·이정근·이성만·강래구 등이 열과 성의를 다해 돈 봉투를 돌렸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 홍영표 의원과 박빙의 승부가 있었는데, 송 의원이 0.59%포인트(P)를 앞서서 당선됐다. 돈 봉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돈으로 표를 매수한 사람이 당대표로 선출됐다고 할 수 있는 상황임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의 반응은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로 매도하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검찰이 녹취를 흘리고 있다.’(서영교 의원) ‘차비나 밥값 수준이다.’(정성호 의원)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폭락하자 국면 전환용으로 터뜨린 것이다.’(김남국 의원) ‘검찰권이라는 칼을 시도 때도 없이 휘두르는데, 의혹만으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제대로 된 사실관계가 확인된 것도 아니지 않은가.’(전재수 의원) ‘국회의원이 300만 원에 지지를 바꾸겠나.’(장경태 의원)
민주당 사람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항상 불순한 동기에 기반하며 ‘객관적 진실을 왜곡·조작’하기 마련이라는 것이 이 사건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첫 번째 반응이었다. 이 대표 자신도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다고 줄곧 주장한다. 이처럼 검찰을 폄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사람들이 이를 사실이라고 신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해서여야 한다. 그래서 진실을 왜곡·조작하려면 증거를 날조해야 한다. 오늘날 그렇게 할 검사가 있을까. 단언컨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를 신뢰한다.
그런데도 민주당 사람들은 줄기차게 검찰이 소설을 쓰고 있다고 주장하고,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져도 역사의 법정에서는 무죄라고 우긴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사실을 사실이 아니라고 우기는 속임수를 사용하다가 발각되면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래서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정상적인 관계 속에서는 대놓고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그 말을 반대로 생각해 보자.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고 일방적으로 무슨 말을 해도 그 말을 무조건 믿고 따르는 관계가 있다면 속임수를 사용하는 게 오히려 정상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사건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재판 과정에서 시종일관 검찰과 증인들을 비난했다. 그 결과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매우 불리한 양형 결과가 나왔지만, 열성 지지자들의 믿음은 지켜졌다. ‘조국 수호’를 외치던 사람들은 지금도 정 전 교수가 억울하게 당했다고 생각하고, 조국과 조민을 옹호하고 있다.
끊임없이 검찰을 비난하고 어떤 경우에도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진실 왜곡을 시도하는 속임수다. 하지만 좌파 정당임을 자처하는 집단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라는 사회적 현상이 있고, 그것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유지할 수 있다면 속임수는 계속될 것이다. 그 속임수는 바보들의 행진이 아니라, 바보들에 대한 속임수 행진이다.
문화일보
04.28 ‘묻지마 지지’가 한국 정치를 양심의 파산으로 몰고 간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법’ 처리를 위해 위장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복당시킨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의원이 가짜로 탈당해 국회와 국회법을 능멸하는 꼼수를 마음대로 저지른 뒤 일이 끝나자 아무 일 없었던 듯 복당한 것은 그 의원과 그 정당의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이 돼야 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정치가 거의 매일 저지르는 거짓과 불법, 편법, 파렴치에 익숙해진 우리 사회에선 이조차 또 한 번의 추태 정도로 넘어가고 있다.
민 의원 사건은 정당이 국회와 국민을 상대로 사기(詐欺)를 친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친민주당으로 구성된 헌재조차 그의 위장 탈당을 위법으로 판단했지만, 민주당과 민 의원은 이를 보란 듯이 무시했다. 아무리 한국 정치가 문제투성이라고 해도 이런 지경까지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과거엔 정당과 의원이 국민의 시선을 두려워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이른바 ‘의원 꿔주기’라는 꼼수를 벌였을 때 관련 정당들은 국민 비판을 받고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5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민형배 의원은 1년 전 검찰수사권 축소 법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했다. 2023.04.27. bjko@newsis.com
그러나 최근 정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양쪽 지지층이 자기 편에게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면서 정치권이 외부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대장동 사건을 ‘윤석열 게이트’라고 믿는 사람이 40% 가까이 된다는 조사가 나오는 실정이다. 김의겸 의원의 대통령과 법무장관 ‘청담동 술자리’ 주장은 완전한 가짜 뉴스로 드러났지만, 오히려 후원금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 가짜 뉴스를 퍼뜨린 유튜버는 돈을 벌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의 핵심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귀국한 인천공항에는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모여 “송영길 파이팅”을 외쳤다. 이제 민주당은 무슨 일을 벌여도 지지층이 떠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
이런 확신은 민주당을 더 대담하게 만들고 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가 심장병 어린이와 함께 찍은 사진과 관련해 가짜 뉴스를 퍼뜨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이 가짜 뉴스를 계속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대표까지 동조했다. 대통령 관저 관련 가짜 뉴스를 퍼뜨린 사람들은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단체 행사까지 열었다. 윤 대통령이 워싱턴 공항에 나온 화동(花童)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볼에 입을 맞춘 것을 두고 장경태 위원이 ‘성적 학대’라고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상식 있는 사람이면 혀를 찰 일이지만 이들은 자신들을 무조건 지지하는 계층만을 보면서 스토킹과 같은 정치 행위를 계속한다. 실제로 열성 지지층은 이들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다. 정치 양극화가 심한 나라에서도 이런 저질 정치는 한국뿐일 것이다.
‘묻지마 지지층’이 대규모로 존재하는 한 정치의 자정 기능은 작동할 수 없다. 앞으로 민형배 복당과 같은 일은 다반사로 벌어지게 돼 있다. 한국 정치는 양심의 파산에 이르렀다.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04.28 특검법·방송법·간호법 또 일방 처리, 입법 폭주 국민이 멈춰야
더불어민주당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방송법 직회부 안건,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특검’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을 강행 처리했다. 간호법은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 등의 역할과 업무를 함께 규정한 기존 의료법에서 간호사만 떼어내는 법이다. 간호협회는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의사협회와 조무사협회 등은 의료법 체계를 무너뜨린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해가 첨예하게 갈릴 경우 이익 단체 간 합의가 우선이다. 그게 어려우면 정부나 국회가 나서 합의를 중재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런 과정을 사실상 무시하고 간호협회 편을 들어줬다. 의사보다 간호사 숫자가 4배 이상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료인을 편 가르기 해 표가 더 많은 쪽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의사들은 파업을 예고했다. 의료 현장에 혼란이 생기면 누가 책임지나.
방송법은 대통령이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진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다. 민주당이 공영방송을 계속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때는 이 법에 반대하더니 야당이 되니 꼭 해야 한다고 한다.
대장동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사건은 모두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결과가 나온 후 특검을 해도 늦지 않다. 통상 특검은 대한변호사협회나 대법원이 추천하는데 이번 경우 민주당 또는 정의당이 특검 임명권을 갖겠다고 한다. 자신들이 임명한 특검을 통해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비리 의혹을 물타기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을 공격하려는 의도 아닌가.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 배우자법’도 새로 만들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헌정 사상 초유의 선거법 단독 처리를 시작으로 공수처 설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임대차 3법까지 무수한 입법 폭주를 저질렀다. 그 과정에서 ‘위성 정당’, ‘위장 탈당’, 안건조정위 무력화 등 민주주의와 법치를 훼손하는 온갖 꼼수·편법을 동원했다. 임대차법은 전세 사기 피해자를 낳았고 그 피해도 결국 국민 부담으로 메꿔야 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도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 등 폭주 리스트는 남아 있다. 지금의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가질 자격을 잃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국민만이 입법 폭주를 멈춰 세울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04.28 본질, 생각 그리고 정치

화약은 기술이고, 화학은 과학이다. 중국은 화약을 가장 먼저 만든 나라다. 인류 문명의 진화 수준이 기술에 도달했을 때는 중국이 천하제일이었다. 문명이 과학의 단계로 도약하자, 사유 수준이 기술의 단계에 머물러 있던 중국은 과학의 높이에서 나오는 서양의 생산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아편전쟁에서 패배했다.
기술을 발휘할 때의 생각은 경험과 감각에 많이 의존하여 기능적이지만, 과학을 발휘할 때의 생각은 경험과 감각을 벗어나서 추상적이고, 원리에 접근하기 때문에 본질적이다. 과학과 철학의 높이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전술 국가에서 벗어나 전략 국가로 올라설 수 있다. 전술적 사고는 기술적 단계의 사고와 닮아 기능만으로 충분해서 본질을 조금 소홀히 하기도 한다. 전략적 사고는 과학적 단계의 사고와 닮아 본질을 잡고 기능을 부린다.
정치의 비전과 꿈은 잊어 버린 채
대통령 제조공장으로 전락한 정당
본질 버리고 기능적 권력만 탐해
정당이 정당다워야 민주주의 작동
기술적이건 과학적이건, 사고 능력은 그대로 사회에 투사된다. 우리나라는 대의제라는 통치구조 원리를 채택한 민주주의 국가다. 대의제는 정당을 핵심으로 해서 운영된다. 정당이 제대로가 아니면 대의제 민주주의는 제대로이기 어렵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이나 유권자들은 모두 권력 쟁취라는 기능을 정치 행위로 간주하는 것 같다. 제3세력이 등장해서 성공한 적이 없다고 평가할 때도, 가장 큰 이유는 집권하지 못했다는 점을 든다. 집권하지 못한 정치 행위는 다 실패로 규정한다. 좋은 대학 못 가면 다 실패한 학생으로 치부하는 것과 같다.
그러다 보니 대한민국의 정당은 모두 ‘대통령 제조공장’으로 전락했다. 비전이나 꿈은 이미 잊은 지 오래다. 정의나 신뢰나 염치 등을 논하면 바보 취급을 받을 정도다. 비전이나 꿈에 맞는지 안 맞는지는 따지지도 않고, 마땅한 대통령 후보가 없으면 어디서든 빌려 온다. 대통령을 제조하기 불편해지면 당을 쪼개고 붙이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 70년 이상의 민주주의 정당 역사가 있지만, 지금 존재하는 정당 가운데서 10년이 채 안 된 정의당이 가장 오래된 정당이다. 국민의힘은 고작 3년 되었고, 더불어민주당은 8년 되었다. 꿈과 비전을 사수하려는 본질적 의지는 오래가지만, 권력을 쟁취하려는 기능적인 욕망으로 뭉친 곳에는 원래 의리가 없다. 본질을 버리고 기능적 권력만 취하려는 정치 결사체가 어찌 오래갈 수 있겠는가.
당 내부 선거를 할 때, 외부 여론조사를 포함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당원도 아닌 외부인의 의견을 포함하면 당원이 가지는 배타적 자부심이 그만큼 약화할 뿐이다. 당선 가능성이라는 기능을 크게 보니, 당원의 본질적 권리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보다 더 우스운 일도 있다. 당 내부 선거를 할 때마다 선거를 위해 이미 정해진 선거 규정을 고치는 일이다. 선거용으로 기존의 규정(법)을 고쳐 다시 만든다면, 그것은 규정(법)도 아니다. 적용하기 전에 이미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은 규정(법)을 정당한 규정(법)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정당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모두 권력이라는 기능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혁명이라고까지 자평하는 소위 민주화 운동도 최종적으로는 권력 쟁취만을 꿈꾸는 반동적 행태로 귀결되었다. 본질에 충실한 민주화 운동이라면, 민주에 대한 감수성이 커졌을 것이다. 기능에 충실하면, 어쩔 수 없이 민주에 대한 감수성보다는 권력에 대한 감수성이 클 수밖에 없다.
5·18 왜곡 특별법이 한 예다. ‘민주’라는 본질보다는 역사적 사실의 왜곡을 처벌하려는 기능적 의무감이 우선시되었다. 민주화 운동이나 정당이나 마찬가지다. 본질을 지키면 민주나 정치가 살지만, 본질을 버리고 기능적인 권력만 탐하면 민주나 정치는 사라진다. 대한민국에는 정치가 사라졌다. 정치 기술자들만 득실거리고, 정작 정치인은 보이지 않는다.
정치는 막장에 이르고 국민은 외통수에 걸렸다. 모두 사고의 한계에 갇힌 것이다. 제대로 된 정당도 만들지 못하면서, 대의제 민주주의가 잘되기를 기대하고, 눈에 핏발을 세우면서 87 체제가 어떻다느니, 지배구조가 어떻다느니 하고 논하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일인지 모른다. 어떤 논의도 모두 권력 투쟁의 수단으로 전락하고야 말 것이다.
이제라도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정치의 가장 기초적인 본질은 신뢰를 바탕으로 말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다. 우선 거짓말하는 버릇을 고치는 것부터 소박하게 출발하는 것이 큰 승리를 예약하는 일일지 모른다. 어머니 젖을 빨 때의 그 원초적인 마음으로 시작하면 정당다운 정당이 나올 것이고, 정당다운 정당이 나오면 대의제 민주주의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막장과 외통수에 걸린 정치를 살려 전략 국가로 도약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엉터리여도 최종적인 승리는 그래도 본질을 지킨 쪽으로 간다.
중앙일보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새말새몸짓 이사장
04.28 "민주당이 부끄럽습니다"

“내가 외국에 있을 땐 절대로 우리 정부를 비판하거나 공격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다.” 1947년 야당 지도자였던 윈스턴 처칠이 한 말이다. 그러곤 이런 말도 했다. “물론 귀국해선 잃어버린 시간을 벌충하지만.” 처칠만 그랬던 건 아니다. 이 원칙은 국가 지도자의 해외 순방 때에도 적용되곤 한다. 그래서 2021년까지 인류가 생산한 방대한 문서로 학습한 챗GPT는 이렇게 말한다.
“외국을 공식 방문 중인 정상을 정치인들이 비판해선 안 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부적절하고 프로답지 않은 일로 간주한다. 특히 국가 평판이나 외교 관계에 악영향이 있을 땐 말이다. 정상의 신뢰도나 실행력을 훼손할 수 있다면 외교 관례 위반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정치인들이 순방 중인 정상에 관해 얘기할 때는 주의하도록 권고받는다.”
비판할 일은 비판해야 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맥락에서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놀라웠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화동(花童)에게 볼 키스한 걸 두고 “미국에선 아이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 아이의 입술이나 신체 다른 부분에 키스하는 건 성적 학대행위로 간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 '인사이더'가 "1833년 앤드루 잭슨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시작으로 정치인이 아이에게 볼 키스하는 게 미국 선거운동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는 기사를 쓴 게 불과 3년 전이었다. 그사이 달라졌을까? 아닐 것이다. 장 최고위원의 특이한 발상과 그걸 입 밖에 내는 '패기'가 신기할 뿐이다. 더욱이 장 최고위원은 지난해 캄보디아 순방 중 김건희 여사가 아이를 안고 찍은 사진을 두고 '조명을 켜고 연출한 사진'이라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한 전력이 있다. 그가 민주당의 ‘팜 시스템’에서 배출된, 정치혁신위를 이끄는 40세 차세대 정치인이란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보인다.
민주당의 주축인 시민단체(환경연합) 출신 양이원영 의원도 주목할 만했다. 윤 대통령이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로부터 한국 투자를 약속받았는데, “지금 해외에 투자할 땐가”라고 득달같이 글을 올렸다. 새삼 그의 이력(라이프치히 경영대학원과 KDI 공공정책학 석사)을 들여다보게 했다. 자신이 틀린 걸 알고는 삭제하더니 곧 “이미 결정된 걸 사진 찍으러 간 것 아니냐”고 외려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투자 유치는 “당일 결정된 것”이라고 두둔할지 자못 궁금하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은 어제(27일) 정의당 등과 손잡고 ‘김건희 특검법’ 신속처리 안건을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 부부가 사흘 뒤 귀국하고 나서 처리해도 될 걸 미국에서 한창 외교 활동 중에 굳이? 그 신속함이 경이롭다.
세 가지 사례는 민주당의 기이성을 보여주는 일부일 뿐이다. 시야를 돌리면 돌리는 대로 사례가 널렸다. 자신들이 여당일 땐 통과시킬 생각조차 않다가 일방의 이익만을 반영한 법안을 표를 바라며 줄줄이 처리했다. 양곡관리법이 그렇고, 간호법·의료법·방송법이 그렇다. 통과되면 해당 부문은 갈등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게 뻔하다. 명백히 원인 제공자는 민주당인데, 수습 책임과 비난은 결과적으로 대통령과 집권당에 떨어지는 구조다. 신묘한 수다. 그러나 책임성엔 반한다. ‘1+1’ 복당도 대단했다. 자당 의원을 탈당시켜 다른 당 의원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곤 복당시킨다는 발상도, 그걸 집행하는 것도 놀라운데, 한 명(김홍걸)을 끼워넣었다.
원래 민주주의는 "상대 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상호 관용과 이해, 그리고 제도적 권리를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자제"(『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속에서 유지된다. 민주당은 안 그런 지 오래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이 민형배 의원 복당 건을 두고 “민주당이 부끄럽습니다”라고 했던데, 그것 말고 부끄러워 할 일이 많다. 이재명 대표의 부패 혐의와 ‘돈봉투 전당대회’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중앙일보 고정애 Chief에디터
04-28 포퓰리즘 중독, 총선서 심판 받는다

박민 논설위원
포퓰리즘에 점령당한 민주당
全大 통해 감염 증세 보인 여당
총선 앞둔 퍼주기 경쟁 본격화
양극화에 급증한 중도·무당파
文정부 폐해를 반면교사 삼고
MZ세대에 떠넘기기도 비판적
옥스퍼드 사전은 포퓰리즘을 ‘자신들의 관심사가 기득권 엘리트 그룹에 의해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보통사람(ordinary people)에게 호소하는 정치적 접근’이라고 정의한다. ‘선심성 정책의 남발’은 포퓰리즘의 본질이 발현된 현상의 일부임을 시사한다. 얀 베르너 뮐러 프린스턴대 교수의 분석은 더 선명하다. 포퓰리스트는 ‘현실 정치를 도덕적으로 순수하고 단일한 국민이, 부패하거나 도덕성이 없는 엘리트에 대항하는 것’으로 인식하며 ‘오로지 자신들만이 국민을 대표한다’고 주장한다. 자기 세력이 다수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도덕적 이상을 국민 다수가 지지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포퓰리스트는 야당 시절엔 기존 정치 시스템을 ‘엘리트가 국민을 배반하고자 만든 것’이라고 맹비난하다 집권한 이후에는 그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면서 국민의 뜻을 실현한 것으로 포장한다.
이 분석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86은 중독을 넘어 포퓰리즘에 완전히 점령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힘도 최근 감염 증상을 보인다. 전당대회 투표권 행사를 당원으로 한정하고 대통령실과 당과 당원이 일사불란하게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강박증을 보인 것은 다원주의를 부정하는 포퓰리즘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 정책 경쟁에 나선 것은 자연스러운 전개다. 민주당은 매년 1조 원 이상을 투입해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 수매케 한 양곡관리법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예상하고도 통과시켰다. 지지 기반인 협동조합 등 사회적 기업 지원을 위한 사회적경제기본법도 추진 중인데 연간 7조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한전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에너지 수급을 왜곡시키고 있지만, 전기료 인상을 유보시켰다. 여야가 담합한 경우도 있다.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과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은 20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여야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키로 했다. 대학생 1000원 급식, 대중 교통비 대폭 인하, 전 국민 1000만 원 저금리 대출 등의 정책도 쏟아진다.
그러나 포퓰리즘은 내년 총선에서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우선, 포퓰리즘 경쟁이 격화되면 표심 유인 효과는 줄어드는 반면 비판과 반감은 증가한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과 달리 우리 국민은 포퓰리즘에 매몰되지 않고 이성적 판단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야가 대규모 재정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다가 ‘총선용 지역구 예산 챙기기 야합’이라는 여론 비판에 상정을 연기한 것이 대표적 예다.
실제로 역대 선거에서 국민은 대중 특유의 비합리성보다는 공공성을 앞세우는 집단지성을 보여 왔다. 포퓰리즘의 피아 구분에 따른 정치적·이념적 양극화로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무당파나 중도층은 선심성 정책의 비현실성과 위험성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 소득주도성장론, 정규직 전환, 탈원전 등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초래한 폐해는 훌륭한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특히,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지는 첫 세대가 될 MZ세대는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포퓰리즘 정책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내년 총선 결과를 좌우할 수도권의 경우 영호남에 비해 무당파나 중도층이 상대적으로 많다.
결국, 여야는 내년 총선에서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승부수를 던질 필요가 있다. 상대를 인정하는 통합의 리더십, 서민층·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적 균형감도 중요하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인적 쇄신이다. 공천제 혁명을 포함한 과감한 정치개혁과 시대교체 수준의 인재 발탁이 핵심이다. 올 4분기 중 검찰 수사 등으로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와 86세대의 퇴진이 현실화하면 민주당은 혁신적인 인물 교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 순간 민주당의 위기에만 기대 온 국민의힘은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여야가 기득권을 고수해 내년 총선이 차악(次惡) 선출을 위한 포퓰리즘의 경쟁으로 흐르면 국민도 남미의 전례처럼 포퓰리즘에 중독될 수 있다. 대한민국호는 수년 내 침수 상황을 맞고 ‘국가 실패’ 사례로 다른 나라의 교과서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문화일보
04.29 검찰, ‘돈봉투’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압수수색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29일 오전 송 전 대표와 전당대회 당시 송 전 대표 캠프 측 관계자 등의 주거지,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각종 회계자료 등 관련 자료를 확보 중이다. 또 송 전 대표를 후원하는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 사무실과 인천에 있는 송 전 대표의 전 주거지도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당시 당대표 후보의 캠프 관계자들이 송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민주당 현역 의원 등 40여 명에게 현금 9400만원을 뿌리는 과정에 송 전 대표가 관여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21년 4월 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강래구(전 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씨에게 “송영길 후보가 ‘(강)래구가 돈 많이 썼냐’고 (나에게) 묻더라”고 하는 내용의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고 한다. 또 같은 해 4월 10일 강씨가 이씨와 통화에서 “영길이 형(송영길 후보)이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많이 처리를 했더라고” “내가 ‘성만이 형(이성만 의원)이 준비해준 거 가지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송 후보가) ‘잘했네. 잘했어’ 그러더라고” 등으로 말하는 대목이 담긴 녹음 파일도 있다고 한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4일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 피의자로 입건됐다. 검찰은 송 전 대표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전 대표는 프랑스 파리에 체류하다가 지난 24일 귀국했다. 그는 파리에서 취재진에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거듭 말했다. 귀국 당시에는 취재진이 ‘돈 봉투 의혹을 몰랐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고 묻자 “제가 모르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이제 상황을 파악하겠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변호인을 선임해 검찰에 자진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검찰은 “필요하면 출석을 통보할테니 그때 협조해주셨으면 한다”며 “의견이 있으면 서면진술서를 제출해 달라고 했다”고 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12일 돈 봉투 살포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혐의가 있는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윤관석·이성만 의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 10여명의 자택과 사무실 2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 19일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살포된 돈 봉투 9400만원 중 8000만원을 마련한 혐의 등을 받는 강래구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지난 28일 강씨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
04.29 유동규, 법정서 이재명에 “형님 정신병원 집어넣게 시켰잖아요!”
李 법정서 “내가 불법 용인했겠냐” 힐난하자, 유동규 격하게 반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뉴스1
“불법 행위를 하면 제가 용인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진상과 김용이 하는 걸 몰랐습니까”(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28일 오후 법정에서 처음으로 만나 법정 공방을 벌였다. 이 대표는 이날 처음으로 자신의 변호인을 거치지 않고 유동규씨를 직접 신문했다.
둘은 이날 여덟 차례 정도 직접 공방을 주고 받았다. 재판 중반쯤 이 대표가 유씨에게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가 이 사업(대장동)에 들어온다는 얘기를 2015년 1월 호주 출장 때 저한테 말씀하셨다는 얘기죠?”라고 물으면서 두 사람의 감정이 극적으로 치달았다. 유씨는 “시장님도 잘 아시지 않느냐”며 “(최측근인) 정진상은 다 알고 있었다. 같이 술도 먹고 성매매도 하고 그런 거 다 알고 있지 않았나”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다시 “(제가) 이권 관계 사업은 반드시 수사 받게 된다고 했다”며 “숨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항 속 금붕어라고 여러 차례 말하지 않았느냐”며 유씨를 압박했다. 유씨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시장님은 형님 정신병원을 왜 강제로 집어넣었나”며 “그런 범죄라든지 그런 걸 밑에 사람들 안 시켰나. 다 시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인되는 부분들은 암암리에 다하지 않았느냐. 시청에 시장님 공신들 불법 취업을 하게 시키는 건 중범죄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재판장은 “논점에 벗어나는 질문들이 나왔다”며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대장동 사업 실무를 담당했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며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을 받는 피고인으로, 유동규씨는 이 대표의 혐의를 입증하려는 증인으로 나온 것이다.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15년 가까이 동지적 관계였던 두 사람이 적(敵)으로 만난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김문기씨와 함께 시장님에게 수차례 보고하러 갔다”는 유씨의 증언을 탄핵하기 위해, 유씨를 직접 신문하며 그의 진술 신빙성을 파고 들었다. 유씨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되살리며 이 대표와 맞붙었다. 유씨는 그간 이 재판에서 이 대표를 ‘이재명씨’라고 했는데, 이 대표와 직접 공방을 주고 받을 땐 ‘시장님’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이재명 대표는 유동규씨를 바라보며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느냐. 웬만하면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죠?”라고 물었다. 이에 유씨는 “아니요”라고 답했고, 이 대표는 질문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위례신도시 사업과 관련해서 김문기씨와 함께 여러 차례 제게 대면으로 직보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라고 묻자, 유씨는 “위례신도시 사업인지 어떤 사업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김문기씨와 함께 둘이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님한테 보고한 건 맞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아까 증인(유동규)이 위례신도시 사업과 관련해 김문기씨와 같이 보고했다고 말했다”고 하자, 유씨는 “김문기씨랑 같이 (보고하러) 간 것이 위례신도시 사업 관련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시장님 재임 기간에 김문기씨랑 여러 차례 (보고하러) 갔다. 다만, 위례신도시 사업 때문에 (보고를) 갔는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또 이 대표는 유씨에게 “제가 김문기씨를 부른 호칭이 ‘처장’과 ‘팀장’ 둘 중에 어떤 것이었나”라고 물었다. 유씨는 “팀장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아까는 처장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했고, 유씨는 “제가 김문기씨에게 ‘김 처장, 김 처장’이라고 했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도) 처장이라고 불렀지 않았을까 하는 기억도 있다. (10여 년 전 일인데) 사진 찍듯이 기억할 수 없지 않겠느냐”며 “어쨌든 (팀장이나 처장) 둘 중 하나”라고 했다.
법조인들은 “이재명 대표가 특히 김문기씨와 관련된 유동규씨의 진술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며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때는 김문기씨를 몰랐다’는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니, 김문기씨와 관련된 진술과 증거를 부인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김문기씨, 유동규씨 등이 2015년 1월 6~16일 호주, 뉴질랜드로 출장을 갔고 세 사람이 함께 호주에서 골프를 치거나 관광을 하는 사진과 영상 등이 재판에 증거자료로 제출돼 있는 상황이다. 유동규씨도 지난 17일 취재진을 만나 “김문기씨가 2명만 탑승할 수 있는 카트를 직접 몰아 이 대표를 보좌했다”며 “이 대표가 김씨에게 ‘김 팀장, 거기 (골프공) 있어?’ 이런 말도 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법정에서 김문기씨가 2021년 11~12월 ‘이재명’으로 저장된 연락처로부터 단체 문자메시지를 수회 수신했으며, 이 대표가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도 참여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김씨는 이 대표의 생일도 휴대전화에 기록해놨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최근 재판에서 “김씨는 이 대표가 스스로 최대 치적이라고 했던 대장동, 제1공단 등 사업의 주무 부서장으로 수차례 대면 보고를 하고 업무를 보좌했다”며 “김씨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이 대표로부터 표창장을 받는 등 사적·공적 관계에서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경험적 행위를 공유한 사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04.29 "매번 낙선해도 송영길이 격려"…檢협조자 돌변한 이정근 누구
“나는 로비스트 기질이 있어.”
각종 알선·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2020년 사업가 박모 씨에게 한 말이다. 이 전 부총장은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박씨로부터 정부지원금 배정 알선, 공공기관 임직원 승진 알선 등의 명목으로 32차례에 걸쳐 약 10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법원은 지난 12일 1심에서 이 전 부총장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자신을 ‘로비스트’라고 표현했던 이 전 부총장은 박씨에게 정·관계 인맥을 과시하며 각종 이권과 인사 청탁의 해결사를 자처했다. 2016년 4월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불모지인 서울 서초갑에 전략공천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에 투신한 이 전 부총장은 불과 3~4년 만에 민주당의 마당발을 자처하는 로비스트가 됐다.
이 전 부총장이 정치권에 입문한 뒤 6년 가까이 휴대전화에 저장한 약 2만7000개의 통화녹음 파일은 노웅래 의원의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CJ그룹 계열사인 한국복합물류 취업청탁 의혹 사건에 이어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의 단초가 됐다.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방송작가→DJ 연설팀→인성교육 사업가로 변신
1962년생인 이 전 부총장은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MBC PD수첩 취재리서처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 전 부총장은 KBS 환경스페셜, EBS 하나뿐인 지구, KBS라디오 FM매거진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작가로 활동했다. 이 전 부총장은 작가 시절 민주당 측 인사들과 연을 맺었다고 한다.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연설팀에 합류하며 정치권에 발을 디디게 된다.
이 전 부총장은 2006년 ‘밈코리아’라는 방송영상물 제작업체를 만들면서 사업가로 변신한다. 방송작가 경험을 살려 방송프로그램, 홍보영상물 제작에 나섰고, 2008년부터는 이 전 부총장의 남편이자 인성교육 강사로 활동하던 박모 씨와 인성교육을 소재로 강연과 특강, 저술로 사업 확장했다. 이 전 부총장은 2012년 남편과 ‘인성공부’라는 책을 출간하는 등 학생·학부모와 기업 등을 대상으로 ‘현대인의 자기성찰과정’ ‘인성교육 명강사 양성과정’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015년 11월 출간된 ‘인성에서 길을 찾다’에 이 전 부총장과 공저자로 참여했던 A씨는 2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함께 인성교육 강의를 듣고 책을 쓸 때만 하더라도 정치권 인맥에 대한 이야기도, 정치에 대한 관심도 이야기한 적이 없어서 출마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며 “아이디어가 좋아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구성하는 데 주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2017년 2월 27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서문포럼'의 발대식 사진. 맨 앞줄 왼쪽부터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노영민 전 의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앉아있다. 이 전 부총장 페이스북
2016년 민주당 인재영입…4차례 서초 공천
인성교육 사업에 매진하던 이 전 부총장은 2016년 3월 인재영입 케이스로 민주당에 입당, 험지로 꼽히는 서울 서초갑에 전략공천 됐다. 김성곤 당시 민주당 전략공천위원장은 이 전 부총장 공천을 발표하며 “여권의 쟁쟁한 후보와 견줘볼 때 ‘ 신언서판(身言書判)’이 밀리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이 전 부총장은 이후 2016~2022년까지 4차례 연속 민주당 공천을 받고 선거에 나섰지만 번번이 낙선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28.48%의 득표율을 기록, 새누리당 이혜훈 후보에 뒤졌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서초구청장 후보로 출마해 41.06% 득표율을 얻었지만, 현직 구청장이던 자유한국당 조은희 후보에게 패했다.
이 전 부총장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윤희숙 후보와 맞붙어 36.9% 득표율로 낙선했다. 2022년 3월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도 민주당 공천을 받았지만 72.72% 득표율을 기록한 국민의힘 조은희 후보에 크게 밀렸다.
이 전 부총장의 선거를 도왔던 서초구의 한 인사는 이 전 부총장의 선거 방식에 대해 “유력 정치인과의 인연을 특히나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장의 선거사무실 외벽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혹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유력 정치인과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있었다. 이 전 부총장은 특히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의 친분도 유독 강조했다고 한다.
한 전직 구의원은 “선거 기간이나 지역 행사 때 송 전 대표가 자주 찾아와 격려했다”며 “매번 선거에서 떨어지는데 공천을 받는 건 송 전 대표나 유력 정치인들과의 인연 덕분이겠거니 생각했다”고 말했다.
매번 낙선했지만 당내에서는 사무부총장을 맡으며 승승장구하던 이 전 부총장은 지난해 사업가 박씨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게 됐다. 이 전 부총장과 박씨 사이의 채무 관련 민·형사 갈등이 시작됐고, 박씨가 지난해 7월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이 전 부총장의 금품수수 의혹 사건이 본격화했다.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3월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용으로 제작한 선거공보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속 후 변심…통화 녹음 담긴 USB 확보 협조
이 전 부총장은 지난해 9월 구속 전만 하더라도 “채무 관계에 따른 분쟁”이라며 정치적 대가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구속 후에는 태도를 바꿔 검찰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총장 측은 구속 전후로 가까운 정치권 인사들에게 박씨와의 채무관계 해소를 위해 돈을 빌리거나 사건 관련 구명운동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 책임을 떠안게 되자, 구속 전 지인에게 맡겨둔 USB와 휴대전화 등의 위치를 검찰에 알리는 등 증거 확보에 협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기소된 뒤 이 전 부총장은 변호인 동행 없이 검찰청을 오가며 검찰의 돈봉투 의혹 수사 진행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총장은 최근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통화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강 전 감사는 송 전 대표의 당 대표 당선을 위해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 돈봉투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부총장 측은 “현재 휴대전화나 통화 관련 증거는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 전 부총장은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1심 선고와 통화녹음 유출 등의 문제로 변호인 교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