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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소식 2023-01/ 01.01(일) NYT “베네딕토 16세 선종…美보수 가톨릭 영웅 잃었다” - 03.24 정부 추산이 108만명이었다

상림은내고향 2023. 3. 29. 20:37

지구촌 소식 2023-01

01.01(일) NYT “베네딕토 16세 선종…美보수 가톨릭 영웅 잃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2011년 10월 19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일 알현에서 신자들과 인사하는 모습./AFP뉴스1

 

미국 보수 가톨릭계에게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선종은 ‘영웅의 상실’과 같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베네딕토 16세의 선종 이후 미국 교회에는 애도의 물결이 울렸다”며 “그의 타계는 미국 가톨릭 보수파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고 전했다.

 

매체는 베네딕토 16세가 미국 가톨릭 보수파의 ‘비공식 지도자’로 남아있었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로운 지도자가 된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던 ‘그림자 존재’이자 비공식적 지도자의 상실을 의미한다”고 했다.

 

베네딕토 16세는 과거 선동가로 명성을 떨쳐 ‘신의 로트바일러’(맹견의 일종)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었다. NYT는 “많은 보수파 신학자들은 베네딕토 16세에게서 교리적 헌신과 엄격함을 봤고 그를 영웅으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NYT에 따르면, 가톨릭 신자들은 미국 전체 성인의 20%를 차지한다. 매체는 최근 가톨릭계 내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보수 진영이 힘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베네딕토 16세가 현재 미국의 가톨릭계를 결집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로 꼽힌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연례 회의에서 미국 주교들은 베네딕토 16세가 임명 또는 승격한 인사들인 티머시 브로글리오 대주교와 윌리엄 로리 대주교를 최고 지도자로 임명했다.

 

NYT는 “베네딕토 16세가 임명‧승격한 인사들에게서 그의 유산을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승격한 인사는 보스턴 대교구의 숀 패트릭 오맬리 추기경과 전 워싱턴대교구장 도널드 우얼 추기경, 레이먼드 레오 버크 추기경 등이다.

 

한편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95세로 선종했다. 교황청은 이날 “‘명예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오전 9시 34분에 바티칸에서 돌아가셨다고 슬픔 속에 알린다”고 밝혔다. 베네딕토 16세의 시신은 오는 2일부터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공개 안치될 예정이다.

조선일보 김가연 기자

 
 

01.03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조문 시작…첫날 6만5000명 다녀가

▲2일(현지 시각) 바티만 성 베드로 대성전 앞에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추모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AP 연합뉴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이 선종한 지 이틀 만에 대중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첫 날부터 조문객 6만여명이 몰리는 등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시신은 2일(현지 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옮겨져 오전 9시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지난달 31일 바티칸 시국 내 ‘교회의 어머니(Mater Ecclesiae)’ 수도원에서 95세로 선종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즉위 8년만인 2018년 건강 문제를 이유로 스스로 교황직에서 물러나면서 자진 사임한 첫 교황이 됐다. 이후 ‘명예 교황’ 호칭을 받아 교황 시절 이름을 그대로 쓰고, 교황의 전통적인 흰색 수단을 계속 착용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로이터 연합뉴스

 

대성전의 허리 높이 관대 위에 누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머리에 모관을 쓰고, 붉은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전통적인 교황 제의를 입었다. 손에는 묵주가 감겼다. 스위스 근위병 2명이 시신 곁을 지켰다.

 

신자들의 발걸음이 동트기 전부터 이어지면서, 공식적으로 조문을 시작하기 전부터 대기줄은 타원형의 성 베드로 광장 한 바퀴를 다 두를 정도로 길게 이어졌다.

 

교황청은 이날 오후 7시 첫날 조문 일정을 마무리 한 뒤 약 6만5000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치안당국이 예상한 2만5000~3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 인원이다. 바티칸이 속한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은 일반 조문객보다 먼저 다녀 갔다.

 

첫날 조문 행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10시간 동안 진행됐다. 3~4일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2시간으로 늘어난다.

 

사흘간의 일반 조문이 끝나면 5일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주례로 장례 미사가 거행된다. 이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관은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로 운구돼 안장된다.

조선일보 최아리 기

 

01-05 “주차장에서 태우는 게”…사망자 폭증 중국, ‘셀프 화장’ 까지(영상)

▲중국 상하이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시신을 불태우는 모습. 웨이보 캡처

 

 ▲중국 상하이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화장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 웨이보

 

사망자 폭증으로 장례·화장 시스템 마비
사망자 통계로 추산하면 대도시 인구의 50~90% 확진
WHO “중국 발표 과소평가, 데이터 공유·백신 접종 적극 나서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폭증으로 화장과 장례 시스템이 사실상 마비된 중국에서 시신을 아파트 주차장에서 불태우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4일(한국시간) 상하이에서 진행된 한 장례식 참석자를 인용해 상하이의 한 화장시설이 하루 500구 이상의 시신을 화장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평소 수용하는 시신의 약 5배 많은 수준이다.

또 이날 홍콩 명보에 따르면 상하이 교통대 의과대 부속 루이진 병원 천얼전 부원장은 상하이의 주민 가운데 70%가량이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상하이의 인구는 약 2500만명으로, 70%는 1750만명 수준이다.

미비한 화장 및 장례 시스템 탓에 유족들은 격식을 갖춘 제대로 된 장례는 고사하고 경우에 따라선 공동 화장까지 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고인과 유족의 존엄성이 박탈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 한 화장시설의 직원도 “지금 전체 시스템이 마비됐다”면서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상하이 현지 아파트 주차장을 화장터로 사용하고 있는 영상이 SNS에 공개돼 충격을 더했다. 지난 2일 한 누리꾼이 중국 SNS 웨이보에 올린 영상에는 상하이 주민들이 한 아파트 지상 주차장 한쪽에서 화장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유족으로 추정되는 20여 명의 사람은 둥글게 서서 화장이 이뤄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조화 같은 물건도 불길에 던져 같이 태웠다. 공개된 영상에 현지 누리꾼들은 ‘불쾌하다’는 의견과 ‘어쩔 수 없다’는 의견으로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의 전문가들과 지방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방역 완화 정책을 발표한 지난달 7일 이후 3주 만에 중국 각 성과 대도시 인구의 50∼90%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정보분석업체 에어피니티는 현재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하루 90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수억 명의 이동이 예상되는 오는 22일 춘제, 음력 설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감염 증가가 예상돼 사망자 수는 더 치솟을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이미 주요 도시의 화장·장례 식장은 포화 상태에 도달했으나, 전문가들은 아직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았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이 확진자 및 중증 환자, 사망자 수를 축소해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라이언 WHO 비상 대응팀장은 4일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현재 중국에서 발표되는 통계는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수와 중환자 입원 사례 수, 사망자 수 등 측면에서 코로나19의 진정한 영향을 과소평가한 결과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라이언 팀장은 특히 코로나19 유행의 심각성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인 사망자 통계를 중국이 과소 산정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코로나19 사망자를 정의할 때 코로나19 양성 판정과 호흡 부전을 겪다 숨진 경우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실제보다 매우 적게 나오게 하는 결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언 팀장은 “중국 보건 당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정의가 너무 좁다”면서 “중국에서 확보할 수 있는 완전한 (사망자) 데이터는 아직 없는 셈”이라고 언급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중국이 신속하게 환자 정보를 공유하고 백신 접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테워드로스 총장은 “중국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당국은 추가 접종을 포함한 백신 접종을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신속하면서도 정기적으로 입원자와 사망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박세영 기자
 

 

01.10 "우크라와 다르다"…美, '中의 대만 침공' 시뮬레이션 돌려보니

미국의 저명한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중국의 승리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대만은 물론 미국·일본 등 관련국 역시 막대한 군사적 손실을 입게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CSIS는 2026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담은 '다음 전쟁의 첫 전투'(The First Battle of the Next War) 보고서를 냈다.

 

▲대만군이 지난 6일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CSIS는 보고서에서 우선 중국의 대만 침공은 실패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해군은 괴멸돼 상륙부대의 핵심이 망가질 것"이라며 "군인 수만 명이 전쟁 포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군 1만여 명이 사망하고, 전투기 155대와 주요 선박 138척이 손실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도 보고서는 "미국 역시 수년 간 미국의 국제적 지위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 해군은 항공모함 2척과 대형 수상 전투함 10~20척을 잃을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단 3주 간의 전투로 미군 3200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20년 간의 전투에서 희생된 미군 규모의 절반에 육박한다.

 

일본의 경우 현지 주둔 미군이 중국군의 공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00대 이상의 전투기와 군함 26척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공격을 받은 대만 역시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대만군은 심각하게 훼손된 채 전력과 기초 공공서비스가 끊긴 지역을 보호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 손실은 사상자 3500명이 발생하고, 구축함 26척이 침몰할 것으로 예상됐다.

 

CSIS는 이번 보고서에서 "대만에 있어 '우크라이나 모델'은 있을 수 없다"며 중국의 대만 침공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간 차이점도 짚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전쟁 시작 이후에도 서방이 지원한 군사 물자가 보급될 수 있었다.

 

그러나 CSIS의 선임 고문 마크 칸시안은 "대만은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구조상) 서방의 군사 물자를 공급받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와는 매우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선 전쟁이 시작되기 전 대만을 완전무장시켜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이번 보고서는 중국의 대만 통일 의지를 둘러싸고 국제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다.

 

다만, CSIS는 이번 보고서가 중국의 대만 침공이 불가피하거나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보이는 것을 경계했다. CSIS는 "중국 지도부는 외교적 고립, 대만에 대한 경제적 강압 등의 전략을 채택할 수도 있다"고 적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01-19 "시한폭탄 깔고 앉은 14억명"...인구로 中 제치는 인도의 고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지는 것은 한 나라에 축복일까 저주일까.

 ▲지난해 10월 인도의 대표적인 관광지 타지마할. 인도는 올해 안에 중국을 추월해 '세계 1위 인구 대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AFP=연합뉴스

 

 중국을 제치고 곧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올라설 인도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17일 중국에서 61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했다는 발표가 나와 글로벌 지각 변동이 예고되면서다. 인도가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우뚝 솟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많은 인구가 외려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심각한 일자리 부족 때문이다.

 

유엔은 인도 인구가 올해 안에 14억 2800만 명을 넘어서 중국(14억 1175만 명)을 따돌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평균연령은 27.9세로, 사람이 많을 뿐 아니라 젊기까지 하다. "10년 내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될 것"(모건스탠리, S&P글로벌)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현재 인도는 시한폭탄 위에 앉아있다"(인도경제모니터링센터·CMIE)는 강한 경고가 나오는 건 왜일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경제활동참가율은 아시아 꼴찌

인도에서 매년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인구는 수백만 명. 그러나 생산가능인구(15~64세) 중 경제활동인구(취업자와 실업자를 합친 수치)가 차지하는 비중인 경제활동참가율은 46%(2021년 기준)에 불과하다. 중국(68%), 미국(61%) 등에 크게 못 미칠뿐더러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보다 직접적인 지표인 실업률도 8.3%(2022년 12월 기준)로 매년 증가 추세다. 같은 기간 미국의 실업률은 3.5%였다.

 

이 나라의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진 건, 고용 창출 속도가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CNN은 "인도 정부가 새로운 고용 기회를 창출하지 못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인도에선, 고용 창출에 기여도가 큰 제조업 비중이 GDP의 14%밖에 되지 않는다. 노동인구의 절반가량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유다.

 

여성 입지는 더욱 좁아져

▲인도의 일자리 부족이 여러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자리 부족의 직격탄을 맞은 건 젊은이와 여성이다. 특히 고학력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터가 매우 부족하다. "대학 졸업자들도 월 300달러(약 37만원) 미만인 직장에 머무는 게 현실"(CNN)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일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억지로 학업을 이어가거나 가족과 함께 농사를 짓는다"며 "심한 경우 가족 중 노인이 받는 연금에 기대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청년 인구를 보유한 나라에서 청년이 일할 곳이 없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여성의 활약이 점점 커지고 있는 데 반해, 인도에선 여성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2005년 약 26%였지만, 2021년에는 19%로 감소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성 고용은 더욱 악화했다"며 "전쟁으로 폐허가 된 예멘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일자리가 비교적 많은 도시로만 사람이 몰리다 보니 도시와 시골 간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BBC는 "도시 빈민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어, 많은 인구가 자칫 '저주'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CNN 역시 "점점 더 많은 이가 부족한 일자리와 낮은 임금으로 고통받고 있어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메이크 인 인디아' 발동 걸었지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2024년 선거를 앞둔 모디 총리는 제조업을 키우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인도 정부는 고용 창출을 위해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2014년부터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펼치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25년까지 제조업 비중을 25%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실제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그러나 인도 정부가 계획을 착착 진행한다 해도 고용률을 끌어올리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에 따르면 인도 정부가 현재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만들어야 하는 새로운 일자리(비농업)는 1200만 개다. 매년 8% 넘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야 가능한 수치다.

 

교육 부문 개선도 인도 정부가 당면한 문제다. 교육의 질이 낮은 탓에 기업 입장에선 정작 쓸 사람이 없는 악순환이 인다는 얘기다. 인도 정부의 교육 부문 지출은 GDP의 약 3.5%로 세계 평균인 4.2%보다 낮을뿐더러, 교육의 질 역시 창의성을 강조하는 선진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디언은 "인구가 많다는 것은 환상적인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양질의 교육에 대한 투자 없이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01.24 ‘이것이 러시아의 겨울’ “영하 40도 추위도 아니고 알코올 40도 이하 술도 아냐

연중 절반이 넘는 기간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하는 러시아인들이 외국인들을 만나면 흔히 하는 말이다. 호기같지만 실제로 러시아인들은 그런 삶에 익숙하다. 러시아인들의 진정한 삶의 무대는 모스크바나 상트 페테르부르크 등 도시가 아니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다차(Dacha·주말별장)이다. 다차는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한 통나무로 지은 집과 사우나, 텃밭이 딸린 별장이다. 도시에서 사는 시민들이 주말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곳이다. 시내 외곽의 경관이 좋은 곳이면 어디든지 있다.

 

영하 50도의 날씨에도 러시아 북쪽끝 북극해 야말반도에서 순록과 더불어 유목하는 네네츠인이 그가 북극해에서 잡은 '묵순(백어)'을 들어보이고 있다. 네네츠인들은 잡아올리면 바로 얼어버리는 이 물고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지만 대패로 썰어 보드카 안주로 먹기도 한다. /북극해=정병선 기자

 

다차는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러시아 도시민들이 평생 주말을 보내는 세컨드 하우스다. 겉은 초라해 보일지 몰라도 내부는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없는 것이 없다. 1990년대 소련 붕괴 당시 경제 상황이 극도로 열악했을 때도 러시아인들의 다차에는 보드카에서부터 캐비어(철갑상어알)까지 없는 게 없었다. 러시아인에 있어 다차는 제2의 생활공간이다. 모스크바를 비롯한 도시민 70%가 다차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주말이면 어김없이 다차에서 생활한다.

 

러시아의 다차 문화는 19세기 제정(帝政) 러시아 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귀족들이 여름이면 별장에서 살며 야외파티를 즐겼다. 1953년 3월4일 아침 당시 소련 관영 ‘라디오 모스크바’는 “스탈린이 모스크바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고 보도했다. 사실 흐루쇼프가 회고록에서 밝혔지만, 당시 스탈린은 모스크바 근처 그의 다차에 있었다.

 

▲지난 2014년 조선일보의 통일기원 사업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대장정' 에 나선 대원들이 러시아 사우나를 체험하고 있다. /오종찬기자

 

다차가 대중화된 것은 지난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다. 하지만 최근에는 휴식을 위한 개념을 떠나 고급 다차가 생겨나며 별장의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차는 러시아인들이 자기 인생의 작품을 만드는 곳이다. 다차에는 반드시 ‘바냐’라는 러시아식 사우나 시설이 갖춰져 있다. 다차를 만들고서 사우나를 설치하는 것은 필수다. 사우나는 겨울 러시아인들에게 휴식을 주는 공간일 뿐 아니라 보드카를 마시는 장소이다.

 

사우나와 보드카는 러시아 겨울을 나기 위한 최고 조합이다. 사우나와 보드카를 찾는 이유는 러시아 특유의 저기압 때문이다. 모스크바는 겨우내 기압이 낮다 보니 시민이 두통을 자주 앓는다. 저기압은 보통 750mmHg보다 낮은 경우를 말한다. 모스크바 표준 기압은 748~749mmHg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1월 14일 기압은 719.7mmHg로 1948년 이후 가장 낮았다.

 

외국인들 역시 두통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저기압으로 인한 것이라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의사들은 “보드카를 적당히 마시든지 사우나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보드카를 매일 마실 수는 없지만, 사우나를 즐기는 러시아인들은 많다. 이를 습관으로 여긴다. 보드카로 열량을 채우고 부족한 운동량을 사우나로 대신하는 식이다.

 

사우나장 앞 눈속에 꽂아둔 보드카. 러시아인들은 이렇듯 사우나 하는 동안 보드카를 얼려 마신다. /정병선 기자

 

러시아인들은 보드카를 혹한 극복을 위한 최적의 상품이자, 저기압 인한 두통 치료제요, 기분까지 전환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여긴다. 이 때문에 겨울 보드카 소비량은 여름보다 3배 이상 늘어난다.

 

보드카 안주로는 까만 빵에다 소시지, 다차에 딸린 텃밭에서 재배한 오이와 토마토, 배추 등을 소금에 절인 것들이다. 우리의 김장 김치 정도 된다. 다차엔 지하 저장고가 있는데 이런 음식들로 꽉 채워져 있다. 겨울철 신선한 채소를 자주 먹지 못하는 러시아인들에게 보드카 안주일 뿐 아니라 비타민 섭취용으로 이용된다.

 

러시아 사우나란 통상 다차의 사우나를 말한다. 물론 다차의 사우나도 휴양지 사우나도 자연 속에 있다. 사우나를 한 뒤 눈밭에 나와 뒹굴기도 하고 얼음을 깨고 강물에 뛰어들면서 호기도 부린다. 러시아 사우나엔 냉탕은 있지만 온탕은 없다. 사우나를 하면서 눈밭에 보드카를 꽂아둔 채 보드카를 마시며 샤쉴릭(러시아식 바비큐) 파티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사우나에 초대 받을 정도면 러시아인으로부터 신뢰 받는다는 의미다.

 

러시아 만큼 사우나를 즐기는 나라가 핀란드이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양국의 사우나에 대한 열광과 집착은 대단하다. 한 때 1인당 알코올 소비량 세계 1위를 달리던 두 나라 국민은 술 마신 다음 날 사우나로 숙취를 없앤다.

 

양국의 원조 사우나 논란도 가관이다. 핀란드사우나협회는 “핀란드 사우나는 약 2000년 전 칼렌루야 지방에서 시작됐다”며 “핀란드어로 ‘로일리(뜨거운 돌에 물을 뿌려 증기를 만드는 것)’를 이용한 사우나가 원조다”며 러시아를 자극한다. 또 “핀란드 정착한 원주민들은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을 매일 사우나를 통해 해결했다”며 “핀란드 사우나는 생존을 위한 수단이었다”고 주장한다.

 

▲모스크바 상점에 진열된 보드카. 보드카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정병선 기자

 

실제로 2022년 기준 핀란드에 있는 사우나는 320만개로 인구 550만 명의 절반을 넘는다. 하지만 러시아는 “모스크바 인구만 1000만명이 넘는데 모스크비치(모스크바 시민)의 70%가 소유하고 있는 다차의 사우나만 생각해도 핀란드와는 규모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며 맞선다.

 

이 때문에 양국 주당(酒黨)들과 사우나 마니아들 사이에선 겨울이 되면 ‘보드카 마시기 대회’와 ‘사우나에서 오래 견디기 대회’ 등 이색 이벤트 행사들을 벌이곤 한다.

 

핀란드와 러시아에선 ‘사우나나 보드카로 치료 안 되면 불치병이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사우나와 보드카의 조합은 겨우내 힘을 발휘한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인들의 보드카 최고 안주는 우크라이나 ‘살라(돼지비계를 농축시켜 얼린 것)’였다 살라를 치즈처럼 잘라 보드카와 마시는 조합이었다. 하지만 양국이 전쟁을 벌이면서 양 국민 사이에 러시아 보드카 우크라이나 살라 조합은 깨진 지 오래다.

조선일보 정병선 기자

 

02.03 러 편들자 ‘철의 형제’도 등 돌렸다... 친중국가도 외면하는 中외교

전통 우방 세르비아·파키스탄·캄보디아 줄줄이 서방 주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가담하며 중국에 등 돌려

남태평양 도서국 피지는 경찰협력 양해각서 파기

 연초부터 중국 외교가 사면초가 신세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편들면서 가뜩이나 미국 등 서방의 외교적 압박이 큰 상황인데 세르비아와 캄보디아, 파키스탄 등 대표적인 친중국 국가마저 중국에 등을 돌리고 우크라이나 지지를 선언했어요. 10년 이상 공을 들여 구축한 남태평양 도서 지역 친중 네트워크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러시아 편을 들었지만, 결과는 제 꾀에 넘어가 국제사회의 ‘왕따’ 신세가 되고 말았어요. 최근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 노선을 조정하려는 움직임도 이런 외교적 고립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입니다.

 

◇“중국, 우리와 시스템 달라”

남태평양 도서 지역은 지난 한 해 미·중 외교의 전쟁터였죠. 솔로몬제도를 중심으로 한 친중 국가들이 중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나서자 미국과 호주가 견제에 들어가면서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졌습니다.

 

피지는 솔로몬제도와 함께 중국에 우호적인 남태평양 도서 국가의 하나로 꼽히는데, 이 나라가 최근 2011년 중국과 맺은 공안 협력 양해각서 파기를 선언했어요. 작년 12월 총선 승리 후 취임한 시티베니 라부카 신임 총리는 1월26일 피지 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 공안 인력이 더는 피지 경찰에서 일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시티베니 라부카 신임 총리 인터뷰를 다룬 피지 타임스의 1월26일자 기사. /피지 타임스

 

피지는 그동안 이 양해각서에 따라 매년 피지 경찰관을 중국에 보내 훈련을 받도록 하고, 중국도 공안 요원들을 피지에 파견해왔어요. 작년 9월에는 피지에 중국 공안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합의도 했습니다.

 

라부타 총리는 “우리의 민주주의와 사법 시스템은 (중국과) 달라서 비슷한 시스템을 가진 나라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유사한 시스템을 가진 호주나 뉴질랜드 경찰이 피지에 와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피지는 작년 5월에도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결정해 중국 외교에 큰 타격을 줬죠.

 

◇세르비아 “EU 가입이 우리의 길”

사실 중국에 더 뼈아픈 일은 세르비아 등 친중 국가들의 변신입니다. 동유럽의 대표적인 친중 국가이자 러시아와도 가까운 세르비아는 1월 중순 러시아 용병조직 와그너 그룹이 세르비아에서 용병을 모집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어요.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은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세르비아가 러시아와 전통적으로 좋은 관계이지만 그것이 크렘린의 모든 결정을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러시아가 합병한) 크름반도와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영토”라고 했습니다.

 

세르비아는 동유럽의 일대일로 협력국 중 하나로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산 백신을 구매하는 등 줄곧 중국 편을 들어온 나라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했지만,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는 등 중국과 보조를 맞춰왔습니다. 이런 나라가 중국에 등을 돌린 거죠.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AP연합뉴

 

세르비아는 유럽연합(EU)과의 무역이 전체 무역의 30%를 차지하고 있고, EU 가입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습니다. EU 가입을 위해 친서방 노선으로 돌아선 거죠. 그는 “EU 가입이 우리의 길이며 다른 길은 없다”고 했습니다.

 

◇파키스탄, 우크라이나에 탄약 보내

동남아 국가 중 중국 말을 가장 잘 듣는다는 캄보디아도 우크라이나 공병 15명을 자국으로 초청해 지뢰 제거 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캄보디아는 오랜 내전으로 지뢰 제거 경험이 풍부하죠. 지뢰 탐지 장비는 일본이 제공했다고 합니다.

 

중국이 ‘철의 형제(巴鐵)’라고 부르는 파키스탄도 155밀리 포탄 등 컨테이너 159개 분량의 탄약을 지난 1월 우크라이나에 보냈어요. 우크라이나는 그 대가로 파키스탄이 옛소련에서 도입한 MI-17 헬기와 T-80UD 탱크 등을 수리할 기술자를 보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파키스탄이 중립에서 벗어나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제공한다고 하자 EU는 파키스탄에 재난 복구 자금 5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캄보디아지뢰대응센터(CMAC) 초청으로 캄보디아 현지에서 지뢰 제거 훈련을 받은 우크라이나 공병 요원들이 CMAC 관계자와 탐사 장비를 제공한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관계자 등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CMAC

 

중국은 친중국가들의 변신에 대해 “미국 등 서방국가가 정치적으로 조종한 것”이라고 하면서도 초조해하는 모습이에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가 서방 국가들이 주도하는 반러 진영과 중국 중심의 중립 진영으로 나뉘었는데, 점점 더 많은 국가가 반러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이 고립무원의 신세가 된 거죠.

 

◇미중 대화 통해 고립 탈출 모색

작년 말부터 중국 외교는 미묘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1월 초 그동안 강경하고 위압적인 발언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국경해양사무사 부사장(부국장)으로 자리를 옮겼죠. 자오리젠은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렸다”고 주장하는 등 궤변과 억지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국경해양사무사 부사장 자리는 한직으로 사실상 좌천됐다고 할 수 있어요.

 

미중 관계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1월 중순 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한 류허 중국 부총리는 취리히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3시간 동안 회담을 가진 데 이어 옐런 장관을 중국으로 초청했죠. 5~6일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 방문길에 올랐습니다. 미국과 대화의 물꼬를 터서 어떻게든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로 보여요. 미국도 러시아에서 중국을 떼어놓을 수 있다면 이런 대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전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 전랑외교를 상징하는 인물인 그는 1월 인사에서 국경해양사무사 부사장으로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CMAC

조선일보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02-07 튀르키예 강진 사망 4000명…WHO “8배 더 늘 수도”

▲"구해줄게, 조금만 더 버텨주렴" 규모 7.8 대형 지진이 강타한 6일 시리아의 반군 지역인 알레포 아프린에서 시민들이 어린 여자아이를 무너진 건물에서 꺼내려고 애쓰고 있다. AP통신 집계 결과, 한국시간 7일 오전 11시 현재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의 지진 피해 사망자는 4000명을 넘어섰다. AFP 연합뉴스

 

악천후에 구호 인력마저 부족
에르도안, 국가애도기간 선포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한 규모 7.8의 대형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7일(현지시간) 4000명을 넘어섰다. 진원지였던 튀르키예 동남부 가지안테프 인근에선 77차례 여진이 이어졌다. 추위와 폭설로 구조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번 지진은 시작일 뿐”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새벽 4시 17분 가지안테프에서 동쪽으로 약 26㎞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규모 7.8 지진으로 한국시간 7일 오전 11시 현재까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사망한 사람은 4000명을 넘겼다. 부상자는 3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진원지 깊이(17.9㎞)가 얕고, 인구가 밀집한 도시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해 피해가 컸다. 특히 오랜 내전으로 이미 심하게 건물이 훼손됐던 시리아는 직격탄을 맞았다.

악천후가 덮친 데다가 구호 인력마저 부족해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망자가 지금보다 8배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미국지질조사국(USGS)도 사망자가 1만 명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추가 강진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마르코 본호프 독일지진연구센터 연구원은 이날 독일 슈피겔에 “일련의 대지진이 발생할 시간은 이미 지났다”며 “이 중 하나가 지금 발생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오는 12일 일요일 일몰까지 전국과 해외 공관에서 조기가 게양될 것”이라며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전국 학교에 휴교령도 내렸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했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은 이날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02-07 튀르키예 중부서 또 규모 5.3 지진…사망자 4000명 넘어서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의 이스켄데룬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무너진 건물 현장에서 희생자를 찾기 위해 응급 요원이 대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튀르키예에서 규모 7.8 지진이 강타한 다음날인 7일(현지시간) 중부에서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에 따르면 오전 6시 13분경 중부에서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아디야만에서 서쪽으로 43㎞ 지점이다. 진원의 깊이는 10㎞로 추정됐다.

 

EMSC는 당초 이날 지진의 규모를 5.6으로 측정했다가 5.3으로 수정했다.

 

앞서 전날인 6일 오전 4시 17분 남부 가지안테프에서 약 33㎞ 떨어진 내륙, 지하 17.9㎞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했고, 오후 1시 24분 카흐라만마라슈 북동쪽 59㎞ 지점에서 규모 7.5의 지진이 뒤따랐다.

 

한편 AP통신에 따르면, 두 차례 강진과 80여차례 여진으로 인해 튀르키예와 남부 인접국 시리아에서 사망자가 4000명을 넘어섰다. 구조 작업은 추위와 폭설로 난항을 겪고 있으며 도로와 주요 기반 시설이 파괴돼 피난민들의 위험은 가중되고 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02-07 지진 사망 4000명 넘어... 7층 건물 폭삭, 2000년 된 고성도 와르르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성이 무너지기 전과 후를 비교한 사진. /트위터 

 

6일(현지 시각) 새벽 규모 7.8의 강진과 규모 7.5의 여진이 튀르키예 남부를 강타했다. 현재까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집계된 사망자 수가 4000명이 넘고, 부상자도 1만8000명 이상으로 파악됐다.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의 유적지이자 관광 명소인 가지안테프 성도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가지안테프 성은 2~3세기 경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은 이날 “사힌베이 중심부에 위치한 역사적인 가지안테프 성의 동쪽, 남쪽, 남동쪽의 보루(堡壘) 일부가 지진으로 파괴됐다”며 “일부 보루에서는 큰 균열이 확인됐고, 성 옆의 옹벽도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보루가 무너진 잔해가 길 위에 그대로 흩어져 있다”며 “성 주위의 철책 또한 무너졌다”고 전했다.

 

통신은 가지안테프 성 옆의 17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시르바니 모스크의 돔과 동쪽 벽도 일부 무너졌다고 전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가지안테프 성이 무너지기 전과 후를 비교한 사진이 게재되기도 했다.

 

▲샨리우르파의 7층짜리 건물이 무너지고 있다. /스카이뉴스 유튜브

 

소셜미디어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지진 당시 튀르키예 도시 곳곳에서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이 그대로 담긴 영상도 공개됐다. 영국 스카이뉴스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샨리우르파의 7층짜리 건물이 폭삭 무너졌다. 건물이 내려앉으면서 길 앞에 설치된 전선탑까지 함께 쓰러졌다. 주변을 지나던 차량과 사람들은 놀라 건물 반대쪽으로 이동해 몸을 피했다.

 

AP통신과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 등에 따르면 현지시각 7일 오전 기준 확인된 사망자 수만 4000명이 넘는다. 부상자도 1만80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튀르키예에서만 5600채 이상의 건물이 파괴된 것으로 확인됐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에 따르면 시리아 북서부의 건물 200채 이상이 파괴됐고, 300채 이상의 건물도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병원 건물도 피해를 입었으며, 이스켄데룬의 병원 하나는 무너졌다고 매체는 전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당국은 무너진 건물 잔해 속 생존자 수색과 구조 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튀르키예 당국은 현재까지 10개 주에서 7800명 이상의 부상자들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로가 손상되고 인터넷 연결 상태가 불량해 피해 정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을 잃은 수만 명의 이재민들은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야 했다. 이재민들이 절망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의 소식을 기다리는 동안 생존자들은 건물 잔해 아래에서 살려달라며 소리를 질렀다. 구조대원들은 비·눈과 싸우며 수색활동을 이어갔고, 조심스럽게 콘크리트 더미를 헤치고 사망자의 시신에 손을 뻗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6일 튀르키예 말라티야에서 규모 7.5의 여진에 건물이 무너지고 있다./iIHA/로이터

조선일보 김가연 기자

 

02.08 얕은 땅밑 원자폭탄 32개 충격… 튀르키예 대참사 4가지 이유

①모두 잠든 새벽 4시에 발생
②히로시마 원폭 32개 넘는 에너지
③내진 설계 안된 건물 와르르
④내전 중인 시리아, 구조 지연

▲한 남성이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려 숨진 15세 딸의 손을 잡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소녀의 주검은 켜켜이 쌓인 콘크리트 잔해에 깔려 수습조차 할 수 없는 상황. 규모 7.8 강진이 휩쓸고 하루가 지난 7일(현지 시각) 튀르키예 남부 카라만마라슈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장면이다. /AFP 연합뉴스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지난 6일(현지 시각) 발생한 지진으로 7일 최소 5000명이 사망하고 2만5000명 이상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튀르키예 현지에서는 1939년 12월 북동부에서 발생해 3만2700여 명이 사망한 에르진잔(Erzincan) 지진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두 지진 모두 규모 7.8 강진으로, 겨울철 새벽 시간에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국 BBC는 “규모 7.8 이상의 강력한 지진은 지난 10년간 단 두 번 정도 일어날 만큼 드문 데다, 대부분의 사람이 잠들어 있던 새벽 시간에 발생해 더욱 큰 피해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내진(耐震) 설계 없이 벽돌로 지은 건물 구조도 피해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고 보고 있다.

 

 튀르키예에서 규모 7.8과 7.5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한 6일(현지시간) 인접한 시리아 알레포주 아프린시 잔다리스의 붕괴한 건물 잔해에서 시민들이 다친 여자아이를 구조하고 있다. 아프린시는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곳이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지역에서 일어난 이번 강진으로 지금까지 두 나라에서 약 3천500명이 숨졌다. 2023.02.07 /AFP 연합뉴스

 

 

이번 지진은 6일 새벽 4시 17분 발생했다. 많은 이가 곤히 잠들어 있다가 대피할 시간을 놓쳤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은 “진앙에서 불과 30여㎞ 떨어진 가지안테프의 경우 격렬한 진동에 잠이 깬 사람들이 잠옷과 슬리퍼 차림으로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순식간에 건물이 무너지면서 불과 1~2분 차이로 많은 이의 생사가 엇갈렸다”고 전했다.

 

눈과 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에 놀라 뒤늦게 코트와 담요, 신발 등을 챙기려던 사람들,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을 모시고 나오려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던 사람들이 변을 당한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졌다. 소셜미디어에는 반파된 건물이 뒤이은 여진에 완전히 무너지면서 주변 사람들과 차량을 덮치는 모습을 찍은 영상이 올라왔다. 민방위 대원들이 급히 이재민들을 근처 모스크와 학교 등으로 대피시켰으나, 전기마저 끊긴 암흑 속에서 길을 헤매던 이들이 떨어진 건물 잔해에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지진의 위력은 약 900㎞ 떨어진 이스라엘에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 덴마크·그린란드 지질조사국(GES)은 “지진 발생 8분 뒤 지구 반대편에 있는 그린란드 동쪽 해안에서까지 진동이 감지됐다”며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32개를 훨씬 초과하는 에너지가 지진으로 방출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진원(震源)이 지하 18㎞로 비교적 얕았던 탓에 지상에 더 큰 충격이 가해졌다. 진원이 얕을수록 지진파가 지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손실되는 에너지가 줄어든다. 로이터는 “지진이 발생한 동아나톨리아 단층이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움직이는 ‘주향이동단층’이었던 탓에, 지표면의 건물들이 좌우로 크게 흔들리면서 더 큰 충격이 가해졌다”고 덧붙였다.

 

내진 설계가 되어있지 않은 약한 건물 구조도 피해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이 지역의 주거 및 상업용 건물 대부분이 지진을 견디는 능력이 극히 취약한 벽돌이나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 건물들이 맥없이 무너져 피해를 키운 것과 같은 이유다. BBC는 영국 내 전문가들 의견을 인용해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는 지난 200여 년간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아 최근에 지어진 현대식 건물을 제외하면 내진 설계가 된 건물이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시리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부터 12년간 이어진 오랜 내전으로 상당수 건물에 구조적 손상이 생겼고, 보수나 관리도 전혀 되지 않은 탓에 가벼운 충격에도 건물이 쉽게 무너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시리아에선 안전관리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지어진 새 건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종종 있었다”며 “규모 7이 넘는 강력한 지진에 많은 집이 힘없이 무너져내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리아 북부 지역은 반군 점령 지역으로 체계적인 행정 체계도 없고, 정부군의 출입 통제로 외부의 도움도 쉽게 닿지 못하는 상태다. 이로 인해 ‘골든 타임’ 이내에 매몰자 구조 및 이재민 구호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02.08 “꺼내주면 노예가 될게요”…잔해 밑 17시간 동생 지킨 소녀의 호소

▲강진이 덮친 시리아에서 7일(현지시각) 어린 자매가 17시간 동안 잔해 밑에 깔려 있다 구조됐다. /트위터

 

 규모 7.6의 강진이 덮친 시리아에서 잔해 밑에 깔려 17시간 동안 어린 동생을 지킨 소녀의 모습이 공개됐다.

 

 ▲수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튀르키예 남부의 최악의 지진에서 붕괴된 건물 잔해에 깔린 채 동생을 지키고 있는 소녀. 절박함속에 소녀는 구조대원에게 '구조해 준다면 당신의 노예가 되겠다'고 말했다.. /@AlmosaZuher 트위터

 

  7일(현지시각) 현지 기자 A씨는 이날 오후 8시30분쯤 트위터를 통해 “어린 자매가 잔해 밑에서 17시간을 보냈다”며 이 같은 모습이 담긴 영상 한편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한 소녀가 잔해 밑에 깔려 동생을 품에 안고 구조 요청을 하고 있다.

 

A씨에 따르면 동생을 품에 안은 소녀는 구조대원이 다가가자 “제발 우리를 구해주세요. 그럼 저는 당신의 노예가 될게요”라고 말하며 구조 요청을 했다.

 

A씨는 “가슴이 아프다”며 이 영상을 공개했지만 일부 네티즌들 반응은 싸늘했다. “당장 녹화를 중지하고 아이들을 꺼내라” “아이들을 구해야지 왜 비디오를 촬영하고 있냐” 등의 비난을 보낸 것이다.

 

이에 A씨는 “이 자매들은 오전 7시부터 시리아 북부의 안전한 곳으로 옮겨져 의료 지원을 받고 있다”며 “구조대가 필요한 장비를 가지고 현장에 올 때까지 촬영하며 아이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자로서 이 영상을 찍었다. 난 구조대원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자매의 현재 상태를 묻는 네티즌에겐 “이미 구조됐다. 의료 센터에서 받은 사진”이라며 아이들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정확한 상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진 속 아이들은 큰 부상 없이 건강한 모습이다.

 

▲17시간 만에 구조된 어린 자매가 치료 센터로 옮겨진 모습/트위터

 

또 일부 네티즌들은 A씨가 영상 인기를 위해 소녀의 말을 잘못 번역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냈다. 어린 소녀 입에서 ‘노예’라는 말이 나온 점이 납득하기 어렵단 이유에서다. 이들은 “번역이 잘못된 것 같다” “재미를 위해 자극적인 번역을 했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한 네티즌은 “소녀가 느낀 고통과 공포심이 보인다. 영상 말미에 문자 그대로 ‘당신의 노예가 될 수 있으니 날 꺼내달라’고 말한다”고 A씨 대신 설명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6일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국경지역에서 규모 7.8 강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이날 기준 7800명을 넘어섰다. 푸앗 옥타이 튀르키예 부통령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에서만 5894명이 목숨을 잃고 3만4000명 이상이 다쳤다. 여진이 계속되는 데다 악천후와 장비 부족으로 구조 작업에 난항을 겪어 인명 피해는 계속해서 늘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김자아 기자

 

02.08 “조심해서 다녀오라”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으로 떠나는 구조대원들

 7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중앙119 구조본부에 오렌지색 유니폼의 구조대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 6일(현지시각) 규모 7.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현지로 급파되는 한국 국제구조대원들. 총 4개팀(운영, 물류, 구조, 탐색)으로 이루어진 이들은 소방청의 지진 현장 파견 결정에 따라 총 61명의 구조대와 탐지견 4마리, 그리고 인명 탐지용 드론등 장비들과 함께 튀르키예로 향하게 됐다.

 

 

 

7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수도권 특수구조대에서 최악의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현지에 실종자 수색 등 대응을 위해 급파되는 소방관들이 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3. 2. 7 / 장련성 기자조선일보

 
 

02-09 [속보] 한국 긴급구호대, 튀르키예에서 생존자 첫 구조…70대 남성

▲한국 긴급구호대가 구출한 70대 남성. 외교부 제공 

 

최악의 강진 피해를 본 튀르키예(터키)에 파견된 한국 긴급구호대가 70대 남성을 구조했다.

외교부는 9일 한국 긴급구호대가 튀르키예 측의 요청에 따라 하타이주 안타키아를 구조 활동 지역으로 선정해 활동 중 70대 주민 1명을 무사히 구조했다고 밝혔다. 생존자는 의식이 있는 상태로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긴급구호대는 생존자를 구출한 곳에서 사망자 4명을 찾았다.

한국 긴급 구조대는 이날 안타키아의 셀림 아나돌루 고등학교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오전 5시부터 구조 대상지인 안타키아 고등학교 등지에서 구호 활동을 시작했다.
문화일보 조성진 기자

 
 

02-09 대구 코로나 ‘반창고 투혼’ 간호장교도 튀르키예 형제국 돕기에 나섰다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확산 당시 ‘반창고 투혼’‘콧등밴드’로 감동을 선사했던 국군대전병원 중환사선임간호장교 김혜주 육군 대위. 국방부 제공

 

해외긴급구호대에 ‘콧등밴드’ 감동 선사 김혜주 육군 대위 포함
특전사·의무사 최정예 장병 50여명 튀르키예 급파

강진으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튀르키예에 급파된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에 코로나19 위기 때 방역 최일선에서 투혼을 발휘한 의무 장교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9일 국방부에 따르면 군은 KDRT에 육군특수전사령부와 국군의무사령부 장병 50명을 파견했다.

국방부는 탐색구조팀 중심으로 구호대를 편성해달라는 튀르키예 정부의 요청에 따라 수색구조와 응급대응 능력에 초점을 맞춰 요원을 선발했다고 한다.

선발된 의무사령부 장병 중에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이 가장 심했던 대구·경북 의료 현장 파견을 자원해 하루 11∼12시간씩 중증환자를 간호하는 과정에서 ‘콧등 밴드’를 붙인 모습으로 감동을 준 김혜주 육군 대위가 포함됐다. 김 대위는 방호복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하고 마스크 때문에 헐어버린 콧등에 반창고를 붙인 채 임무에 열중하는 모습이 SNS에 퍼지며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극한 상황에서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수색구조 임무를 수행할 특전사 장병 중 5명은 응급구조사 자격까지 갖춰 시급을 다투는 인명 구조에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파병 유경험자도 6명이 포함됐다.

한편 8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임무지역인 하타이주(州) 주도 안타키아에 도착한 KDRT 대원 100여 명은 9일부터 본격적인 구조활동을 펼친다.

인구 약 22만명인 안타키아는 이번 강진으로 건물 상당수가 무너지고 기반시설이 파괴돼 전력·상수도 공급도 불안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02.10 “한국인들이 우리 아이를 구했어요”

구조대, 첫날 두살배기 등 5명 구출

“여기 사람이 있어요!”

 9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일대에서 한국긴급구호대(KDRT) 대원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속에 갇혀 있던 어린이와 시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2023.2.9 /연합뉴스

 

  9일 오전 6시 37분(현지 시각) 튀르키예 강진 피해 지역인 하타이주 안타키아 일대에서 활동 중인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가 70대 남성을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8일 현지에 급파돼 다음 날 오전 5시부터 구호 활동에 돌입한 지 100분 만에 생명을 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노인은 의식이 비교적 또렷한 상태로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호대는 같은 장소에서 시신 4구도 추가로 수습했다. 몇 시간 뒤엔 40세 남성과 2세 여아, 35세 여성, 10세 여아 등을 구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첫날에만 5명을 구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외교부는 이날 “대한민국 긴급구호대가 8일 튀르키예 측 요청에 따라 동남부 지역 하타이주 안타키아를 구조 활동 지역으로 선정해 9일부터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고 했다. 정부 파견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긴급구호대는 구호대장인 원도연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을 비롯한 국방부 49명, 소방청 62명, 한국국제개발협력단(KOICA) 직원 6명 등 총 118명으로 구성됐다. 당초 60여 명 수준으로 검토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있고 나서 인원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전사 등 대다수가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탐색·구조 인원들 중심으로 꾸려진 것이 특징이다.

 

8일 오전 1시 인천에서 공군 수송기를 타고 이륙한 구호대는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하타이주 지역 내 셀림 아나돌루 고등학교 운동장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했다. 가지안테프주의 진앙에서 직선 거리로 130㎞ 떨어진 곳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에 가장 피해가 막심하고 구조대 활동이 절실한 지역”이라며 “튀르키예 측에서 전문성을 갖춘 대규모 구조대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고 했다. 구호대는 이달 18일까지 열흘 동안 활동할 예정이지만, 외교부 관계자는 “현지 구조 활동 상황을 지켜보면서 2진과 교대하거나 구조 인원을 추가로 파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AFP 등 외신들은 9일 기준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사망자가 1만71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현지 전문가들은 튀르키예에서만 최대 20만명의 시민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인명 구조의 ‘골든 타임’이라 여겨지는 72시간을 넘긴 터라 희생자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시리아에서는 당국과 반군 측 구조대 ‘하얀 헬멧’이 밝힌 것을 합친 사망자가 3162명이다. 두 국가를 합친 사망자가 1만7176명으로 1만8500명이 사망한 동일본 대지진 때 수치에 근접하고 있다. 튀르키예의 대표적 지진 과학자인 오브군 아흐메트는 “세계는 이런 재난을 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구호대가 생존자들을 구조한 현장은 베이스캠프 인근에 있는 한 고등학교 건물 일대다. 주황색 구조복에 빨간색 헬멧을 착용한 우리 구호대원들이 ‘살려달라’는 생존자의 소리를 듣고 나서 곧바로 통로를 만들어 구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구조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했다”며 “(대원들에게) 튀르키예가 우리의 혈맹이고 따뜻한 형제애가 잘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 당부했다”고 전했다.

尹대통령, 튀르키예 대사관 찾아가 위로 - 윤석열(오른쪽) 대통령이 9일 서울 중구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을 방문해 살리 무랏 타메르 대사의 손을 잡고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튀르키예 국민이 좌절과 슬픔을 극복하고 일어날 수 있도록 우리나라가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외교부 관계자는 “많은 건물이 무너지고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전시(戰時) 같은 상황이지만 건물 잔해 속 생존자를 구조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며 “조금이라도 빠른 시일 내에 구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현재 수색 인력이 자체적으로 조를 편성해 인근 지역에 분산 투입됐다고 한다. 본격적인 구호 활동이 시작된 만큼 생존자 구조 소식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현지에서도 우리 기업과 교민, 시민 단체들이 자체적인 성금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고 이재민들에게 생필품을 지원할 예정이다. 안타키아 정부 관계자는 우리 측에 “한국 구조대가 빠른 성과를 내게 돼 기쁘다” “생존자가 계속 나왔으면 한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런 가운데 첫 구조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번에 파견된 구호대 면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방부는 육군특수전사령부와 국군의무사령부 장병 50여 명을 파견했는데, 코로나 위기 때 방역 최일선에서 투혼을 발휘한 의무 장교 김혜주 육군 대위도 여기에 포함됐다. 김 대위는 2020년 코로나 위기가 고조된 대구에서 장시간 방호복 마스크를 착용해 헐어버린 콧등에 반창고를 붙였는데 이 ‘콧등 밴드’ 사진이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퍼지면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 외에 아프가니스탄·청해 부대 파견 경험이 있는 김동훈 국군수도병원 중환자실장(육군 중령),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이란·아프리카 교민 귀국 지원 임무를 수행한 김정길 국군양주병원 진료부장(육군 중령) 등도 힘을 보탠다.

 

한편 국내에서도 튀르키예 추가 지원을 위한 여러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을 포함한 전 직원이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역 피해자를 돕기 위한 ‘대국민 모금 캠페인’에 동참해 3261만원의 성금을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직원들도 성금 3000만원을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을 찾아 살리 무랏 대사를 위로했다. 또 한덕수 총리는 “형제 국가와도 같은 튀르키예의 아픔에 우리가 앞장서서 손을 내미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며 “추가 지원이 필요할 경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8일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우리 국민은 한마음으로 튀르키예를 응원하고 있다”며 “조속한 피해 복구를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또 이도훈 2차관이 남아공 출장 도중 중도 귀국해 9일 오후 ‘튀르키예 지진 피해 관련 긴급구호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임수석 대변인은 “효과적으로 정부와 민간 차원의 지진 피해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02.10 튀르키예 지진 사망자 2만명 넘겨…"세계는 이런 재난 본 적 없을 것"

▲지난 8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카라만마라슈 일대가 강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습. AP=연합뉴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규모 7.8과 7.5의 두 차례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9일(현지시간) 2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망자 수(1만8500명)보다 많은 수치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지진 발생 나흘째인 이날 누적 사망자가 1만7134명으로 공식 집계됐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인접국인 시리아에서는 당국과 반군 측 구조대 '하얀 헬멧'이 밝힌 것을 합친 사망자는 3162명으로 늘어났다. 두 국가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2만296명에 달한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에 따른 전체 사망자가 최악의 경우 2만명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캐서린 스몰우드 WHO 유럽지부 선임비상계획관은 다음주부터 사망·부상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지만 실제로는 금주에 벌써 사망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 사망자가 10만명 이상이 될 가능성이 14%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지진 과학자인 오브군 아흐메트는 붕괴한 건물 아래에 갇혀 있는 시민들이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아흐메트는 "세계는 이런 재난을 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명구조 전문가들은 지진으로 인한 매몰자가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은 일반적으로 72시간으로 보고 있다.

 

일란 켈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재난보건 교수는 "지진 생존자의 90% 이상이 72시간 이내에 구조됐다"며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경우에는 눈과 비를 동반한 영하의 날씨 탓에 건물 잔해에 갇힌 사람들이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번 지진은 튀르키예 10개 주에 걸쳐 광범위한 피해를 낳았다. 건물 6444채가 무너지면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극한의 상황에 몰리고 있다.

 

집을 잃은 지진 생존자들은 영하권 날씨 속에서 자동차와 임시 텐트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임시 거처에 머무는 이재민은 75만명을 넘겼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많은 생존자가 지금 끔찍한 여건에서 야외에 머물고 있다"며 "수색·구조작업과 같은 속도로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2차 재난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규모도 상당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튀르키예 강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을 40억 달러(약 5조원)로 추산하면서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금액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02.12.“6·25 전쟁 떠올라”…한국 작가 그림에 튀르키예 국민 눈물바다

▲명민호 작가가 한국전쟁 당시 전쟁고아를 돌봐주는 튀르키예 군인의 모습과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아이들을 돕고 있는 한국 긴급구조대의 활동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했다./명민호 작가 인스타그램

 

만화 일러스트레이터 명민호 작가가 그림을 통해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애도를 표했다.

 

지난 10일 명 작가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한국전쟁 당시 전쟁고아를 돌봐주는 튀르키예 군인의 모습과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아이들을 돕고 있는 한국 긴급구조대의 활동 모습을 그린 그림 2장을 게시했다.

 

그림 속 튀르키예 군인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장소에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그는 다른 한 손에 마실 것도 쥐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한국 긴급구조대는 지진으로 무너진 장소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서 아이에게 마실 것을 주고 있다.

 

명 작가는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에 깊은 애도를 그림으로나마 전한다”며 “마음만큼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본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피해를 보고 있는 시리아에도 깊은 애도를 전한다”고 말했다.

 

두 그림은 12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좋아요수 30만 5000개 이상을 기록하고 댓글이 1만개 이상 달렸다. 특히 현지 네티즌들도 해당 게시물에 찾아와 “서로 형제의 나라라는 것을 매우 잘 표현했다. 아름다운 그림 고맙다”, “우리와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 “지진 피해 지역에 살고 있는데 모든 것이 파괴됐다. 마음 써줘서 감사하다” 등 반응을 남겼다.

 

이외에도 그림은 다른 소셜미디어로 공유되는 등 빠르게 확산했다. 이 그림을 소개한 한 트위터 글은 조회수 313만 1000회 이상, 좋아요수 16만개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쿰후리예트 등 튀르키예 매체도 이 그림을 소개했다. 쿰후리예트는 “한국-튀르키예 합작 영화 아일라를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파견된 튀르키예 병사 슐레이만이 전쟁 중 만난 5살 고아 아일라를 딸로 키우며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7뉴스는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가 73년 전 한국전쟁에서 튀르키예의 지원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튀르키예 국민들을 위로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 9일부터 구조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 긴급구호대는 11일(현지 시각)까지 생존자 8명을 구조했다. 70대 중반 남성, 40세 남성, 2세 여아, 35세 여성, 10세 여아 등 총 5명을 구조한 데 이어 이날 65세 여성과 17세 남성, 51세 여성을 추가로 구조했다.

 

지난 6일 지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국에서 발생한 지진 사망자는 이날 기준 2만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조선일보 정채빈 기자

 
 

02.13 대비하는 곳에선 재해, ‘설마’하는 곳에선 재앙

▲11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일대가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져 폐허로 변해 있다. / 뉴시스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희생자 숫자가 3만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실제로는 10만명을 넘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 예상도 나왔다. 건물 잔해 아래에 갇힌 사람이 최대 20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추정도 있다. 끔찍한 재앙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전체 희생자가 1만8500명이었지만,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90명에 그쳤다. 대부분은 쓰나미로 인한 익사자였다. 튀르키예 지진은 규모가 7.8, 동일본 대지진은 9.0이었다. 튀르키예 지진의 강도는 동일본 대지진의 60분의 1도 안 됐다. 그런데도 지진 사망자는 튀르키예가 현재 집계로도 200배라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지진 대비 태세가 다른 데서 비롯된다. 일본과 튀르키예는 모두 지각판 충돌 지점에 위치해 지진에 취약한 나라들이다. 그러나 일본은 건물 내진 설계가 철저하다. 경보 시스템 등 대피 인프라도 확실히 갖춘 나라다. 반면 튀르키예는 1939년 3만2000명(규모 7.8 지진), 1999년 1만7000명(규모 7.6) 등 대량 지진 사망자가 나온 나라인데도 대비가 허술했다. 1999년 지진 이후에 지진세를 걷기 시작했고, 2007년부터 건물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긴 했다. 하지만 2007년 이전 건물들은 지진 대비가 안 돼 있고, 신설 건물들도 법규를 무시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튀르키예 정부는 2018년 내진 설계 위반 건물들에 대한 처벌 면제 조치까지 취했다. 그런 허술한 대비가 이번에 ‘팬케이크 붕괴’ 등 재앙을 부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지각판 가운데에 위치해 지진에서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그러나 태풍, 홍수, 화재, 위험물질, 인파 몰림 등의 사고에 취약점을 드러내곤 했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세월호 침몰, 핼러윈 참사 등의 기억이 생생하다. 이것들은 사고가 있을 수 있다는 인식 아래 철근을 충분히 박고, 부실 화물 고박과 불법 개조를 하지 않고, 안전 점검을 철저히 하고, 인파 분산의 대비책만 실천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재앙이었다. 작년 9월 태풍 힌남노 때 포항 냉천의 범람으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7명이 숨지고 포스코 제강 설비가 가동을 멈췄다. 냉천 상류에 홍수 조절용 댐만 지었더라도 달랐을 것이다. 환경 단체가 그걸 반대했다. 정부가 뒤늦게 댐 건설을 다시 시도하고 있다. 이런 터무니없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60~80년대에 댐·교량과 에너지 설비 등 인프라와 중화학 공업단지들이 건설돼 40~60년 지났다. 노후 설비 점검을 소홀히 하다간 상상도 못 할 참극이 빚어질 수 있다. 튀르키예 지진을 계기로 안전 취약 요소들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재난 예방에 관한 한 돈이 더 들더라도 계산 결과나 예측치, 그리고 관행보다 한발 더 강화된 안전 조치를 취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2.13 시리아, 비극의 땅에 다시 비극이 덮쳤다

10년 넘는 내전으로 40만 사망
叛軍 점령지 지진에 5000명 숨져
튀르키예 너머론 관심·지원 급감
국경선으로 차별받는 생명 없어야

▲지난 6일 지진으로 시리아 이들리브 하렘타운의 건물들이 무너져 내린 가운데 주민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하루에 사망자가 4000~5000명씩 늘어나는 중동 대지진을 다루느라 분주할 때인 9일 저녁이었다. 후배 기자에게 시리아 정부군의 만행과 관련된 보고를 받자마자 나도 모르게 분노 섞인 말이 튀어나왔다.

 

지난 6일 규모 7.8의 강진 발생 후 2시간 만에 시리아 정부군이 진원에서 가까운 반군(叛軍) 장악 도시 마레아를 폭격한 것이 뒤늦게 알려진 것. 시리아 정부군이 쏜 포탄 4~5발이 자유시리아군(FSA)이 점령 중인 도시에 떨어졌다. 영국 하원의 얼리셔 컨스 외교위원장이 적시에 논평했다. “반군이 장악한 도시가 강진 여파와 씨름할 때 공격받았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냉혹하고 극악한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분노했다.

 

12일 현재 3만명 넘게 사망한 중동 대지진에서 튀르키예에는 국제적인 구호와 관심이 쏠리지만, 시리아는 그렇지 못한 배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시리아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지만, 아사드 독재 정권은 이를 거부한다고 발표해 논란을 가중하기도 했다.

 

지진 발생 직후 튀르키예에는 100국이 넘는 나라에서 지원 의사를 밝히거나 필요한 물품을 신속하게 보냈다. 여러 나라에서 구호대를 즉각 파견했다. 100명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도 현지에서 사력을 다하고 있다. 주한 튀르키예 대사는 본지 인터뷰에서 “도와주겠다는 한국 국민의 전화가 하도 많이 와서 먹통이 될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약 5000명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시리아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100년 만의 최대 지진이 덮친 지역이 묘하게 아사드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는 저항군이 장악한 지역과 겹쳐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시리아 내전이 10년 이상 계속되면서 시리아 북서부는 고립된 땅이 돼 버렸다. 러시아의 도움을 받는 아사드 정권의 공격으로 도시 기능이 마비된 지역이 많다. 지진 피해가 심각한데 현지를 장악 중인 저항군은 매몰된 이들을 구해내거나 이재민을 거둘 만한 행정 능력이 크지 않다. 아사드 정권은 반군 지역 지원에 미온적이다. 시리아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어 국제 구조대가 조기에 투입되지도 못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시리아에 대해 “완전한 재앙 그 자체의 모습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 나온 말이다.

 

시리아는 국제정치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는 절망을 상징하는 나라다. 화학무기까지 동원한 아사드 정권의 악행과 내전으로 40만명이 사망했다. 해외로 도피한 난민이 500만명, 국경을 넘지 못하고 떠도는 난민은 700만명으로 추산한다. 냉전 종식 후 최대 규모의 희생자가 나왔지만, 국제사회가 외면해 버렸다.

 

북한 핵 문제를 ‘전략적 인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재임 8년간 방치한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은 시리아 문제도 회피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 미국이 정한 레드라인을 넘었지만, 적극 개입하지 않은 채 ‘사후 제재’만 남발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일간지 국제 뉴스 책임자로 일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이어서 중동 대지진으로 사람들이 속절없이 죽어가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비극의 땅에 왜 다시 비극이 겹치는가. 하늘의 뜻을 알지 못한다. 알 도리도 없다. 다만, 국경에 그어진 선(線) 하나 때문에 생명이 차별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조선일보 이하원 국제부장

 

02.13 튀르키예 원정 온 배구 선수단…호텔 무너져 39명 전원 참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강진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가 13일 기준 3만5000명에 육박했다. 사진은 한 여성이 12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아디야만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더미 옆을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3만5000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규모 7.0 이상의 여진이 또 덮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지진 발생 8일째인 13일 기준 양국에서 집계된 누적 사망자 수는 3만4878명이다. 튀르키예 사망자는 2만9605명이고 시리아 사망자는 약 5273명이다. 튀르키예 정부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실종 상태이며, 약 8만 명이 부상했다. 6400개 이상의 건물들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2003년 이란 대지진 사망자(3만1000명)를 뛰어넘으면서 21세기 들어 6번째로 많은 인명피해를 낳은 자연재해로 기록됐다"고 보도했다.

 

곳곳에서 붕괴된 건물 잔해 아래 수색 작업이 이어지면서 희생자 수 집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은 지금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보다 훨씬 많은 5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USGS는 총 사망자 수가 10만 명을 넘길 확률을 26%로 예상해 종전보다 2%포인트 올려잡았다. 가디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진 발생 후 24시간 이내면 생존율은 74%이지만, 72시간이 지나면 22%로 떨어지고 5일이 넘어가면 6%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강진 발생 일주일째인 12일(현지시간)에도 곳곳에서 생환 소식이 이어지며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던졌다. 최초 진앙지인 튀르키예 남부의 가지안테프에서 10세 소녀가 건물 잔해에 갇힌 지 159시간 만에 구조됐다. 하타이에선 11세 소녀 레나 마라디니가 160시간 만에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구조돼 후송됐다. 하타이에선 5세 딸과 아버지도 잔해 속에서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구조대원들은 부녀를 구하면서 "아름다운 소녀여, 너를 구하기 위해 우리가 왔단다"라고 말했다.

 

또 안타키야에서는 54세 남성이 156시간 만에, 아디야만에선 두 자매가 153시간 만에 구출됐다. 구조대원들은 잔해 더미에 깔린 생존자들의 구조 요청 목소리를 듣기 위해 최대한 정숙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카라만마라슈에선 무함마드 하비브(27)가 잔해에 깔린 채 구조작업이 이어진 10시간 동안 이슬람 경전 코란을 읊었다. 구조 직후 무함마드는 허공을 향해 "신은 위대하다"고 외쳤다.

 

 ▲구조대원들이 12일 튀르키예 아디야만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해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인접국 키프로스의 중·고등학교 학생선수단이 배구 원정 경기를 위해 튀르키예의 남부 아디야만을 찾았다가 지난 6일 새벽 지진으로 참변을 당했다. 학생 24명을 포함해 학부모, 교사, 코치 등 39명이 묵고 있던 호텔이 강진으로 무너지면서 모두 숨졌다. 숨진 학생 대부분은 11~14세 어린 청소년이었다. 북키프로스 동부 연안 도시 파마구스타에서 12일 거행된 이들의 장례식에 수백여 명이 모여 애도했다.

 

생존자들도 겨울 추위와 전염병 등 2차 재난에 시달리는 중이다. 지진 피해가 큰 가지안테프 당국은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에 머물지 마라"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이곳의 한 학교 교장인 아흐멧 컬트는 워싱턴포스트(WP)에 "겨울이지만,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며 "충격과 공포에 떠는 사람들을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전역에서 11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진 피해가 큰 튀르키예 남부의 카라만마라슈에서 생존자들이 13일 쓰레기를 태운 모닥불 앞에서 추위를 견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막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경제단체 '튀르키예기업연맹'을 인용해 "튀르키예의 경제적 손실 추정 규모는 840억 달러(약 107조 원)를 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이다. 단체는 구체적으로 주거용 건물에 708억 달러(약 90조3000억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104억 달러(약 13조2000억 원)의 국민소득 손실도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또 29억 달러(약 3조7000억 원)의 노동력 손실도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년 내 주택 재건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재난 구호금으로 현재 약 1000억 리라(약 6조7000억 원)를 배정한 상태다.

 

이런 와중에 지난 6일의 규모 7.8 본진에 버금가는 강도의 여진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USGS의 경고가 나왔다. USGS는 최신 튀르키예 대지진 관련 보고서를 통해 3가지 향후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규모 5.0~6.0대의 추가 지진이 이어지다가 여진 빈도가 줄어들 확률이 약 90%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또 "규모 7.0 안팎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10% 정도"라면서 "이렇게 되면 본진 피해지역에 또다시 영향을 미치면서 추가 여진 빈도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규모 7.8 본진과 같거나 더 강한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다. 확률은 1% 안팎으로 예상됐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지난 6일 새벽 규모 7.8 강진 이후 9시간 뒤 규모 7.5의 지진이 잇따랐으며, 11일까지 크고 작은 여진이 2000회 이상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다음 주에 튀르키예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의 튀르키예 방문은 이번 대지진 발생 이전에 계획됐으나, 대형 재난 상황인 만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대한 원조 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02.18 러, 대공세 초반부터 박살났다... “1개 여단 5000명 괴멸”

동부·남부·크림반도 연결 요충지 부흘레다르 급습했지만 완패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24일)을 앞두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대공세’를 위한 전초전(前哨戰)에 나섰으나 대규모 병력과 장비만 잃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선 투입 병력이 대부분 신병인 데다, 무모한 전술을 남발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치밀한 방어를 뚫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부 서방 매체들은 “러시아군의 대규모 작전 수행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이 (1월 마지막 주부터) 2개 해병 여단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동부 부흘레다르를 공격했지만, 오히려 큰 피해만 입고 퇴각했다”고 보도했다. 부흘레다르는 동부 돈바스와 남부 자포리자를 잇는 지리적 요충지다. 또 크림반도로 가는 철도가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곳을 손에 넣으면 러시아 본토에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를 지나 크림반도까지 이어지는 점령지 방어가 한층 유리해진다. 더불어 키이우와 하르키우 등 북부 공격을 위한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지난 7일 “(이런 이점 때문에) 러시아는 지난해 11월에도 부흘레다르 공략에 나선 적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2일 “러시아군이 최근 155 해병 여단과 40 해병 여단 등 2개 여단 1만여 명을 동원해 부흘레다르를 급습(急襲)했으나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도 “부흘레다르에서 러시아 여단 하나(약 5000명)가 사실상 전멸했다”며 “단 이틀 만에 1000명이 전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올렉시이 드미트라슈키우스키 우크라이나군 공보관은 “부흘레다르와 마리얀카 등에서 최근 한 주간 탱크 36대를 포함해 130여 대의 러시아군 장비를 파괴하고, 155 해병 여단을 전멸시켰다”고 주장했다. 독일 dpa 등은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군과 시민의 사기 진작에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이달 들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대공세를 펼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지난 6일 “러시아군이 대규모 병력과 보급품을 비축하고 있다”며 “2월 하순 전에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도 “러시아가 영국과 독일의 주력 전차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하기 전인 이달 중후반쯤 신속한 공세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내용을 근거로 “러시아군 대공세가 열흘 안에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부흘레다르 공격은 이러한 대공세의 ‘전초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16일 “러시아의 대공세는 이미 시작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부흘레다르 공략 실패로 러시아군의 대공세가 시작도 전에 차질이 생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NYT는 “러시아 내에서도 대규모 춘계 공세를 이어갈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전술적 문제가 지적된다. 돈바스의 친러 반군 지휘관 출신인 이고리 기르킨은 “부흘레다르는 높은 곳에 위치한 데다, 견고한 방어시설이 있어 공격하기 어려운 곳이지만 러시아군은 줄기차게 정면 돌격하는 바보 같은 작전을 펼쳤다”고 지적했다. 군사 블로거 ‘모스크바 콜링’도 “지휘관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보병과 전차가 좁은 대형으로 이동하며 큰 피해를 입었다”고 분석했다. 루스탐 무라도프 동부군관구 사령관을 해임하라는 요구도 터져 나오고 있다.

 

병참 면에서도 러시아군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ISW는 “러시아군이 손실된 병력을 전투 경험과 훈련이 부족한 동원(징집)병으로 계속 보충하고 있다”며 “(괴멸된) 155 해병 여단 병력도 80~90%가 동원병이었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러시아군 포격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우크라이나 후방에 대한 러시아의 야간 공습 역시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한 ‘섞어 쏘기’가 주를 이루면서 “무기 조달에 문제가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CNN은 영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앞으로 더 많은 병력을 전선에서 욱여넣더라도 더 나은 성과를 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16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수년간 지속될 수도 있으니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우리는 북미와 유럽의 단결이 갖는 가치와 국방 투자의 중요성을 목도했다”며 “나토의 타당성과 중요성이 증명됐다”고도 강조했다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02.22 “푸틴은 야만적 독재자, 반인간적 범죄 끝내야”

우크라이나 전쟁 1년…비판적 지식인 노엄 촘스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22년 2월 24일 텔레비전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선언했다. 이틀 뒤면 개전 1년이다. 그간 수 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소모전 양상을 띠고 있다. 전선과 후방에선 피로가 고조된다. 그런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했다. 한 번 더 해보자는 태세다.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95) MIT와 애리조나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추악하고 비인간적인 전쟁”이라고 비판해왔다. 1960년대 베트남전을 비판한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나 프랑스 극작가 장 폴 사르트르의 말을 떠올리게 했다. 촘스키 교수의 말을 외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들어보기 위해 애리조나주 자택에 머무르는 그를 줌(Zoom) 너머로 만났다.

우크라도 러시아도 승리 어려워
외교협상만이 더 이상 재앙 막아

미국의 초정밀 미사일 제공 우려
핵전쟁으로 확산되는 일 없어야

화석에너지 회사들만 이익 챙겨
기후위기 대비 노력 늦추는 역설

▲국제정치 현실에도 관심이 큰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교수는 러시아가 미국처럼 인프라 붕괴 전술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 바람에 우크라이나 경제의 붕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AP=연합뉴스] 

 

갈수록 비참해지는 우크라 상황

▶우크라이나 전쟁이 거의 1년을 맞았다. 우선 이 전쟁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반인간적인 범죄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미국이 러시아를 도발했고(provoked) 앞뒤 가리지 않고 제재했다고 비판했다. 이 점은 대(對)러 매파나 비둘기파 모두 동의하는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쳐들어간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떤 상태인가.

“러시아-우크라이나 두 진영이 (휴전이나 종전을 향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전쟁 상황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과 독일이 첨단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려고 한다. 미국산 F-16 전투기도 우크라이나 하늘을 날아다닐 전망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비극이 펼쳐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영토가 황폐화하고 있다. 전쟁이 이어질수록 우크라이나 국민의 상황은 더욱 악화한다.”

 

▶휴전이나 종전 가능성은 엿보이는가.

“이곳 미국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일을 계속하면 (휴전) 협상하기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강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현장에서는 (양쪽) 병사 수천 명이 아니라 수만 명이 죽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우크라 인프라 궤멸에 나선 러시아

▶무엇인가.

“애초 미국 전쟁 전문가 등은 러시아군이 전쟁 초기에 우크라이나 통신과 항만·도로 등 인프라스트럭처를 철저히 부숴놓을 것으로 봤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처럼 말이다.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일상생활은 원활하진 않았지만 도시 기능이 마비되는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은 어떤가.

“요즘 러시아군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했던 것처럼 인프라를 철저히 부숴버리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의 중요한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인프라를 파괴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이런 전쟁 양상이 이어진다면 우크라이나 경제는 더욱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2022년 우크라이나 경제 규모는 한 해 전보다 35%나 줄어들었다. 촘스키 교수가 말한 “인프라를 파괴하지 않는” 전쟁 방법만으로도 공황 수준보다 더 나쁜 성장률이다. ‘유럽의 곡창’으로 불린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과 수출이 중단되고, 전쟁으로 일상적인 경제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결과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경제 파탄 말고도 예상치 못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이 예상치 못한 결과인가.

“전쟁 직전까지 세계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대체에너지 쪽으로 전환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했다. 천연가스 등 화석 에너지 공급이 불안해졌다. 가격이 급등했다. 화석 에너지 회사들이 큰 이익을 챙기고 있다. 에너지 공급 위기를 이용해 정부를 움직여 화석 에너지 개발에 다시 나설 채비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기후위기 대응을 방해하는 모양새다.”

 

“나토 확장 없을 것” 약속 어긴 미국

▶2022년 가을 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핵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여전히 핵전쟁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우크라이나 비극이 핵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 내가 우려하는 상황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초정밀 장거리 미사일 등을 공급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미군이나 미국 방산회사 기술자의 도움 없이 초정밀 미사일을 운용하기는 불가능하다. 미국 쪽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를 잘 아는 러시아가 폴란드 등에 있는 미사일 병참기지 등을 공격하고 나서면 확전이 본격화한다. 그 결말은 입에 담기조차 부담스러운 국지적 또는 전면적 핵전쟁일 수 있다.”

 

촘스키 교수는 전쟁 전문가가 아니다. 인터뷰가 이어지면서 현재 전쟁이 어떻게 치러지고 있고, 어느 쪽으로 흘러갈 것인지 등과 같은 질문보다 전쟁의 원인이나 이후 파장 등을 묻는 게 그에게 더 적절할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첫머리에서 미국이 러시아를 도발했다(provoked)고 했는데, 많은 사람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을 자극했다고 믿고 있다. 통념과 달라 뜻밖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비극을 이해하려면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재임 기간(1993~200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그렇게 긴 뿌리를 갖고 있다는 말인가.

“사실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시절까지 되돌아가야 한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소련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안에서 독일이 통일(1990년)되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나토는 독일 너머 동쪽으로 1인치도 확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대통령에게 약속했다. 부시의 약속은 아주 분명했다. 오해의 소지도 없었다. 그가 고르바초프에게 한 약속이 문서로 남아 있다. 미국 국가안보문서국(National Security Archive)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누구나 부시가 고르바초프에게 한 약속을 문서로 확인할 수 있다.”


클린턴이 방아쇠 당긴 신냉전 구도

▶그런데 어떻게 됐나.

“클린턴이 약속을 뒤집었다. 폴란드 등을 나토에 가입시켰다(1999년). 클린턴은 친구인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에게 폴란드계 등 동유럽 출신의 미국인 표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뒤 ‘미안하다!’고 말했다. 클린턴이 신냉전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신냉전은 조지 W 부시(아들) 대통령 시절에 더 심해졌다.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까지 서방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프랑스와 독일이 반대해 무산됐다.”

 

클린턴은 1996년 대선에서 재선했다. 그리고 3년 뒤인 1999년 폴란드와 헝가리·체코가 나토에 가입했다. 세 나라는 옛 소련이 주도한 안보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의 멤버였다.

 

▶그 뒤 우크라이나 상황도 달라졌다.

“우크라이나에서 2014년 (친러) 시민들의 주도 아래 대규모 봉기가 일어났다. 그 바람에 친서방 정부가 무너졌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서방 진영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통독 이후 미국이 한 약속과 약속 파기 등이 모두 러시아를 자극했다.”

 
 

▶우크라이나가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에 얼마나 중요하기에 전쟁까지 불사했을까.

“지도를 한번 보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활짝 열려 있는 ‘노는 골목’ 같다. 실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옛 소련 군대가 우크라이나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푸틴은 그릇이 작은 인간일 뿐”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까지 미국이 무슨 일을 했는지를 살펴봤다. 그렇다면 푸틴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푸틴은 거친 사람이다. 야만적인 독재자다. (거침없이 국고를 사유재산으로 바꾸고 있는데) 그의 도벽이 병적이기도 하다. 그의 정치적 목적은 자신과 측근이 수퍼 리치가 되는 것이다. 그는 (위대한 러시아 재건을 부르짖고 있지만) 결코 표트르 대제(1세)가 아니다.”

 

표트르 1세는 17~18세기 러시아 황제다. 그 시절 서유럽보다 뒤떨어진 러시아를 위에서부터 근대화했다. 러시아 해군을 창설해 당시 강국인 스웨덴을 굴복시켜 서유럽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협상 가능한 인물일까.

“푸틴은 그릇이 작은 인간이다. 세계 정복을 꿈꿀 만한 인물이 아니란 얘기다. 푸틴의 야망은 크지 않다. (서방이) 들어주기 어렵지 않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끝낼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이다.”

 
 

양쪽 협상이 시작될 계기가 있을까.

“우크라이나의 현재 상황을 보면 어느 한쪽이 군사적으로 승리하기 어려운 단계로 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서방)나 러시아 모두 조만간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 멀지 않았다. 결국 외교적 협상이 시작된다. 서유럽과 러시아는 에너지와 경제를 위해 서로 기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양쪽이 하루라도 빨리 깨달아 비인간적인 전쟁을 끝내길 소망한다.”

 

◆노엄 촘스키=세계적인 언어학자다. 비판적 지식인으로 유명하다. 1928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 2세로 태어났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8년(30세) MIT 부교수, 1961년(33세) 종신교수가 됐다. 20세기 언어학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은 ‘변형생성문법 이론’의 창시자다. 유대계이면서도 이스라엘과 미국의 패권외교 등을 비판해 왔다.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문명은 지금의 자본주의를 견뎌 낼 수 있을까』 『세계는 들끓는다』 등이 번역됐다.

중앙일보 강남규 국제경제 선임기자

 

03.01 러시아를 ‘북한화’하는 푸틴

▲지난 2월 22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만나고 있다./로이터 뉴스1 

 

지난해 11월 영국 더타임스가 ‘러시아의 북한화(North Koreanisation)’란 표현을 내놨다.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위기에 처한 푸틴 정권이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식 사상 통제와 선전·선동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 1년 새 비판 언론을 모두 폐간했다. 군과 전쟁에 대한 부정적 언급은 ‘허위 정보 유포’로 최고 15년형에 처하고 있다. 정부와 집권당은 “미국과 서방의 목적은 러시아 파괴”라며 우크라이나 침공은 ‘조국과 민족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실로 여러 면에서 북한을 닮아가고 있다. 최근엔 국제적 고립의 측면에서도 북한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국제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 인사들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러시아 경제 전체가 국제 금융과 무역 시스템에서 배제되면서 대표 수출품인 원유와 천연가스 판매는 반 토막이 났다. 각종 광물과 철강, 알루미늄 등 원자재 수출 길도 막혔다. 지난 24일의 추가 제재로 제3국을 통한 각종 전략 물자의 우회 수입도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툭하면 ‘핵 위협’에 나서는 것도 서로 닮아가고 있다. 러시아는 전황 악화나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 발표가 나면 어김없이 핵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다. 지난 27일엔 “러시아 없는 세상은 필요 없다”며 “모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는 극언까지 했다. 북한도 내부 동요나 한미 동맹 강화 기조가 보이면 바로 핵 혹은 미사일 과시에 나선다. 이들은 핵무기 사용이 ‘자살 행위’임을 잘 알지만 별 도리가 없다. “나 혼자만 죽지 않겠다”는 무뢰배식 협박 외엔 남은 카드가 없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가 북한 못지않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판로가 막힌 러시아산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 재정의 절반이 에너지 판매 수익이란 점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전쟁 비용을 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방의 원자재와 생필품, 민수용품이 빠진 자리 역시 모두 중국이 메워주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떠난 전자·자동차 매장을 몽땅 중국산이 점령했다고 한다.

 

러시아는 지난 22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칙사 대접했다. 푸틴 대통령 이하 고위 지도자들이 줄줄이 그를 만났고, 중국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중국 지원 없이는 단 며칠도 버티기 힘들어진 러시아의 속사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의 중국 종속은 더 심해질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제 무기·경제 지원을 통해 김정은 정권뿐만 아니라 푸틴 대통령의 명운마저 좌우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의 북한화’가 뜻하는 진짜 위험의 실체다.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03.08 남의 나라 전쟁이 아닌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난달로 1주년을 맞았다. 변변한 군사력도 경제력도 없던 우크라이나가 중국을 능가하는 세계 2위 군사 대국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1년이나 버텨내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미국 등 자유 민주 진영의 군사적·재정적 지원 덕분에 최대 위기를 넘기고 점진적 실지 회복을 이루어가고 있다. 러시아와 대리 전쟁을 치르듯 대거 운집한 NATO 진영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경제 제재 앞에 기력이 쇠해가는 러시아는 전쟁 결과가 어찌 되건 국력 복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의 전신인 구소련이 1991년 해체된 것도 10년간의 무리한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큰 원인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하루 앞둔 2월 23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서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지지 밤샘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며 전쟁 주범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규탄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대중국 경제 전쟁을 선포한 이래 미·중 패권 경쟁의 하나로 동아시아에서 싹트기 시작한 경제적 디커플링과 신냉전 체제는 뜻밖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에서 급진전했다. 1991년 냉전 체제 해체 이래 30년간 지속된 세계화 시대가 막을 내리고 미국-NATO 진영과 중-러 진영이 대립하는 이른바 신냉전 체제가 성큼 다가왔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80년의 군사적 중립을 포기하고 NATO 가입을 결정했고, 대러시아 유화 정책의 선봉에 섰던 독일이 대대적 군비 증강에 들어가는 등 분열했던 유럽이 러시아 앞에서 다시 하나가 되고 있다. 이런 변화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세계는 이전 세계와 크게 다르리라는 예측이 국제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 무성하다.

 

이런 상황 전개에 가장 당황스러워하는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복을 통해 서부 국경을 강화하고 ‘위대한 러시아 부활’을 본격화하려 했지만, 반러시아 진영의 군사적 결속을 자극하고 러시아 군사력의 약점을 만방에 알리는 결과가 초래되었을 뿐이다. 시진핑 주석의 3기 임기가 종료되는 2027년 이전 대만 침공 가능성이 거론되는 중국으로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결코 남 일이 아니다. 중국은 러시아와 달리 에너지와 식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최첨단 무기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유사시 든든한 후방 지원 역할을 해줘야 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패해 몰락한다면 중국이 꿈꾸는 대만 점령도 동아시아 패권 장악도 큰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지 유럽의 전쟁이 아니라 동아시아와 한반도 안보와도 직결된 사안인 까닭에, 한국에도 결코 남의 나라 전쟁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진영 40국의 모습은 파병 16국, 의료 지원 6국, 물자 지원 38국 등 서방 진영 60국의 도움으로 북한‧소련‧중국 진영의 침공을 격퇴했던 1950년 한국전쟁을 연상시킨다. 당시 참전한 파병 16국 중 9국과 의료 지원 6국 중 5국은 모두 NATO 회원국이며,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앞으로 대만이나 한반도에서 대규모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지원에 나설 나라들이기도 하다. 현재 그 반대 진영에 선 나라는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등인데, 그 면면이 한국전쟁 당시와 큰 차이가 없다.

 

만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부분적 성공이라도 거둔다면 이는 중국을 크게 고무해 대만 침공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고, 그 경우 북한도 침묵만 지키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자유 민주 진영의 대의에 힘을 합쳐 러시아 침략 격퇴에 동참하는 것은 장차 한반도와 대만에서 북한과 중국의 군사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더욱이 과거 60국의 군사적, 인도적 지원으로 나라를 지켰고 지금도 동맹국의 안보 지원에 의존하는 한국에 이는 부정하기 어려운 정치적, 도의적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인도적 지원뿐이고 규모도 27위에 불과해, 세계 6위 군사력과 13위 경제력 보유국의 위상과는 동떨어진 수준이다. 혹시라도 그것이 침략국 러시아의 위협 때문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한국은 자유 민주 진영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군수품 지원이건 대규모 재정 지원이건 좀더 큰 실질적 기여를 제공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국력에 걸맞은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고 세계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건설을 대외 관계 목표로 천명했다.

 

그것이 홍보성 구호나 정치적 미사여구가 아닌 진정한 정책적 의지라면, 정부는 이제 우크라이나에서 이를 행동에 옮겨야 할 때다.

조선일보 이용준 前 외교부 북핵대사

 

03-08 우크라에 무기 지원해야 할 5대 이유

이미숙 논설위원

우크라戰 1년 세계사 분수령
反푸틴 자유주의 大동맹 강화
핀란드도 중화기와 탄약 제공

러시아 대놓고 북 핵무장 두둔
교역 비중 2% 과대 공포 금물
우라늄 농축권 전화위복 기회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탈냉전 이후 세계 역사의 분기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기면 베를린장벽 붕괴 후 33년간 유지됐던 글로벌 자유주의 우위 시대가 끝난 날로, 우크라이나의 항전이 승리한다면 자유주의가 위기를 이겨내고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기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후 처음으로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는 러시아의 필패 기류가 확인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이나 미국 및 나토, 주요 7개국(G7)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확대되는 것은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가치 외교와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주창하면서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엔 선을 긋고 있다. 미국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말 155㎜ 포탄 10만 발을 수출하면서 ‘미국이 최종 사용자’라는 조건을 붙였다. 미국이 보유한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뒤 한국산을 미군용으로 보충하는 방식인데 포탄 추가 수출도 이런 형식으로 진행 중이라고 한다. 무기 지원 대신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1억 달러어치의 의료장비와 구급차, 픽업트럭, 발전기, 굴착기 등을 지원했고 올해도 1억3000만 달러 상당의 전력 장비와 지뢰 제거 장비, 구급차, 소방차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우크라이나의 자유 투쟁을 지지하면서도 무기 지원을 꺼리는 이율배반적 태도는 러시아에 대한 ‘과대 공포증’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오가던 무기 지원 논의는 푸틴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다면 한·러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협박한 뒤 쑥 들어갔다. 윤 대통령이 푸틴의 도발적 발언에 대해 “무기 제공 여부는 주권 사항”이라고 하면서도 “우리는 세계 모든 나라와 평화적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는 해명성 사족을 붙인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제공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동맹과 자유 진영 연대를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부합한다. 여기에 6·25전쟁 때 국제사회의 지원에 힘입어 자유를 지킨 나라로서 적극 나서야 할 도덕적 책무도 있다. 둘째, 북핵 해결을 위해 러시아와 공조해야 한다는 논리는 낡은 사고다. 독재자 푸틴이 지배하는 러시아는 6자회담에 참여하던 때의 러시아가 아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무력화하며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 뒷배 노릇을 하는 조폭 같은 국가가 됐다.

셋째, 러시아와 대립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소련과 두 차례의 전쟁 후 외교·안보 문제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해 ‘핀란드화’라는 치욕적 용어까지 낳았던 인구 550만 명의 핀란드도 반러 선봉에 섰다. 스웨덴과 더불어 나토 가입 신청을 한 뒤 5억9000만 유로 상당의 중화기와 탄약을 제공했다. 푸틴이 “나토에 가입하면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협박했지만, 러시아를 격퇴하지 못하면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핀란드인들을 결단케 했다. 우리에겐 든든한 동맹이 있고, 인구나 경제력도 핀란드보다 훨씬 큰 세계 10위권 국가다.

넷째, 경제 타격도 감내할 만한 수준이다. 2021년 기준 한·러 교역 규모는 273억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교역의 2.2%다. 그나마 대러 제재로 인해 교역 정상화는 어렵다. 푸틴의 보복에 대비해 러시아에서 수입해 왔던 나프타나 팔라듐 등의 공급망 전환 작업을 준비하면 된다. 다섯번째, 원전 연료의 대러 의존도 해결이다. 우리나라는 원전 연료인 저농축우라늄을 러시아에 30% 이상 의존한다. 2021년엔 33.8%에 달하는 2억5000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이제 이 문제를 경제 안보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미국과 농축우라늄 대러 의존 문제를 심도 있게 협의하는 과정에서 우라늄 농축권을 확보할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4∼5월 대반격을 통해 전쟁 승기를 잡고 그것을 바탕으로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과 자유 진영이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한(as long as it takes)” 무기 지원을 하겠다고 한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결정해야 할 마지막 기회가 온 것이다. 윤 대통령이 4월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문화일보 

 
 

03.24 정부 추산이 108만명이었다....시청사 불까지 지른 佛 연금시위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2년 연장하는 내용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프랑스 시민들의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열린 제9차 반대 시위에선 지방의 한 시청사와 경찰서가 불탔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100만명 이상 시위, 시청에 방화도

▲프랑스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23일 툴루즈 도심에 모인 가운데, 쓰레기 더미에 불을 지르는 등 시위가 격화되면서 경찰들이 최루탄으로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AP통신·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250여개 지역에서 열린 9차 시위에선 정부 추산 108만9000명이 참여했다. 시위를 주최한 노동총연맹(CGT)은 350만명 이상이 집결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시위는 연금 개혁안의 하원 표결 처리를 앞둔 지난 1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의회 동의 없이 정부 입법을 가능케 하는 헌법 49조 3항을 앞세워 하원 표결을 건너뛴 이후 처음으로 8개 주요 노조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한 시위였다.

 

수도 파리에서는 시위대가 바스티유 광장을 출발해 레퓌블리크 광장을 거쳐 오페라 광장으로 행진했다. 전반적으로 평화로웠으나 일부 시위자들이 식당·슈퍼마켓·은행 등 창문을 망가뜨렸고, 돌을 던지거나 폭죽을 쏴 경찰과 충돌했다.

 

보르도에선 시청 정문에 화재가 발생했고, 로리앙에선 경찰서가 불 탔다. 낭트 등 다른 도시에서도 시위 분위기가 과열되자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했다. 루앙에서는 한 젊은 여성이 경찰의 플래시볼 수류탄에 맞아 엄지손가락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마르세유·리옹·브장송·렌·아를 등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23일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열린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서 일부 시위자가 쓰레기 더미에 불을 질러 소방관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이날 하루 프랑스 전역에서 과격 시위를 벌인 80명 이상을 체포했으며 시위 대응 과정에서 다친 경찰관은 최소 123명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위로 프랑스 관광업계에도 타격이 있었다. 에펠탑과 개선문, 베르사유 궁전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파리 명소들도 파업 여파로 문을 열지 않았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는 시위대가 터미널 입구를 막아 여행객들은 차를 타지 못하고 걸어서 가야 했다. 오를리 공항에서는 항공편 30%가 취소됐다.

 

AFP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시위대를 설득하지 못하고 더욱 격앙시켰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22일 마크롱 대통령은 TV 생방송에 출연해 “지지률 하락을 감수하고 연말까지 연금 개혁안을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프랑스 여론조사업체 오독사에 따르면 대국민 담화 직후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마크롱 대통령의 설득에 수긍하지 않는다고 했고, 83%는 앞으로 시위가 더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노조는 오는 28일 제10차 시위를 개최하기로 의결했다.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얼굴을 악마로 표현한 사진이 등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 연말까지 연금 개혁안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佛 연금개혁 반발 유독 심한 이유는

출산율이 떨어져 노동인구가 줄고, 기대수명이 늘어 고령화가 심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이로 인해 연금 재정 압박이 커지면서 각국에서 연금 개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연금 수급자당 취업자 수는 2000년 2.1명에서 최근 1.7명으로 줄었다.

 

그런데 정년이 빠른 프랑스가 다른 유럽 국가에 맞춰 정년을 늘리는 것에 국민의 반발이 유독 심하다고 영국 스카이뉴스는 보도했다. 프랑스의 현행 정년퇴직 연령은 62세로 유럽 주요국 중 가장 낮다. 벨기에가 65세, 독일·영국·스페인은 66세, 네덜란드·이탈리아는 67세다.

 

프랑스의 연금 개혁안은 현재 62세인 정년을 올해 9월 1일부터 매년 3개월씩 연장해 2027년에는 63세, 2030년까지는 64세로 늘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 가디언이 인용한 50대 초반의 한 프랑스 교사는 “오늘 64세로 늘리면, 내일은 66세, 67세, 68세가 될 것”이라면서 “쓰러져 화장터에 실려 갈 때까지 일해야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7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 해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프랑스인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 1980년 주 35시간제를 도입하면서 유럽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국가로 꼽힌다. 지난해 9월 프랑스 여론조사업체 IFOP가 실시한 조사에선 응답자의 61%가 소득이 줄더라도 자유 시간을 더 갖고 싶다고 답했다.

 

그만큼 빨리 은퇴해서 여유롭고 안락한 여생을 보내고 싶어한다. 그에 맞춰 연금제도가 갖춰지다 보니 연금소득이 많은 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랑스는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75%로 꽤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2%, 유럽연합(EU) 평균 64%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퇴직자의 4.4%가 빈곤선 이하로 생활하고 있는데, 이는 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브루노 크레티앵 프랑스 사회보호연구소 소장은 “프랑스인들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연금제도와 같은 세계 최고의 사회 보호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크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롱 정부가 연금제도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자 노조 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일부 프랑스인들이 강경 반발로 맞선 것이다. 1995년 연금 개혁 시도는 3주 동안 계속된 역대 최대 규모 파업으로 좌초됐다. 2010년에는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늘렸지만, 거센 후폭풍 끝에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대통령이 2년 뒤 치른 대선에서 패배했다.

 

프랑스 언론인 아그네스 푸아리에는 스카이뉴스에 “연금 개혁이 프랑스에서 뜨거운 이슈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민 대부분 국가연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프랑스인은 매우 운이 좋은데, 얼마나 좋은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영국, 미국 등과 달리 개인연금 가입률이 높지 않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