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2022-12/
12.01 민노총 간부 방문후 뒤집힌 협상, ‘정치 기획 파업’에 원칙 대응해야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간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지하철 1호선 수원역 전광판에 관련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운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 인력을 출근 시간대(오전 7∼9시) 집중적으로 투입해 운행률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민주노총 총파업이 경제에 타격을 가해 정부를 흔들려는 정치 목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민주노총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파업을 선동하는 것이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너무 노골적이다. 국민과 기업들이 어떻게든 경제 위기를 넘기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겉으로 임금이나 근로조건 개선을 내걸고 실제로는 경제 전체를 흔드는 데 초점을 맞춘 정치 파업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30일 아침 총파업을 시작했다. 사측 등에 따르면 이 회사 노사는 29일 협상을 통해 올해 인력 감축안 내년 연기, 기본수당 총액임금제 반영 등에 합의서 초안을 작성할 정도로 의견을 모았다. 그런데 오후 6시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위원장이 방문한 후 기류가 바뀌었고 노조 측은 오후 10시쯤 일방적으로 교섭 결렬을 선언한 후 퇴장했다. 통상 파업 예정일 새벽까지 밤샘 교섭을 벌인 것과는 판이한 양상이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민노총 총파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노사 교섭 상황과는 무관하게 파업을 강행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파업은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사내 게시판에는 ‘전 정권일 때는 복지·임금 다 후퇴했는데 왜 파업 한 번 안 했나’라고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온다고 한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만이 아니다. 지난 22일엔 건설노조, 23일 서울대병원 등 공공운수노조, 24일 화물연대, 25일 학교비정규직노조가 줄파업을 벌였다. 다음 달 2일부터는 철도노조가 파업할 예정이다. 회사마다 이슈가 다르다. 파업까지 해야 할 이유가 없는 곳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민노총 지휘에 따라 산하 공공 노조들이 날짜를 정해 연속 파업을 하고 있다. 파업을 위한 파업, 정치적으로 기획된 파업이다.
화물연대 파업이 7일째로 접어들면서 시멘트·철강 등 산업계 피해 규모 추정치가 벌써 1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는 시멘트 운송 차주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송달하고 있다. 주유소에 유류가 부족해질 조짐이 있는 만큼, 유조차에 대해서도 업무개시명령을 검토한다고 한다. 이 같은 조치에도 물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전운임제 등 화물연대에 주어지는 특혜 지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민주노총의 불법 폭력 고리를 끊고 노사 관계 법치주의만 제대로 정착시켜도 최대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2.01 포스코 지회장 “민노총, 조합비 수억 받으면서 도와주는 건 없다”
민노총 금속노조 탈퇴 포스코 지회장 인터뷰
“금속노조는 조합비는 받아가면서 비정규직 노조나 (우리 같은) 복수 노조처럼 어렵게 노조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지난 6월 22일 대통령실이 있는 삼각지 인근에서 행진하고 있는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뉴스1
원형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항지부 포스코지회 지회장과 한대정 수석부지회장은 30일 본지 통화에서 금속노조에서 탈퇴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포스코지회는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금속노조 탈퇴 안건을 놓고 찬반투표를 했고, 조합원 247명 중 143명이 투표해 찬성률 69.93%로 가결됐다. 그동안 포스코에는 교섭권이 있는 한국노총 소속 포스코노조와 민주노총 소속 포스코지회가 복수 노조로 존재해왔다.
포스코지회는 지난 23일 입장문에서 “포스코지회는 포스코 직원을 위해 일하고 포스코 직원의 권익 향상을 위해서 존재하지만, 금속노조는 포스코지회가 금속노조를 위해서 일하고 금속노조를 위해 존재하기를 원한다”면서 탈퇴 추진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수석부지회장은 “노조 결성 당시 노조 활동 경험이 전무하니까 도움을 받기 위해서 2018년 금속노조에 가입했다”면서 “그러나 금속노조로부터 받은 지원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포스코지회는 금속노조에 조합비로 수억원을 냈는데도 금속노조는 포스코에서 집회를 연 적도 거의 없고, 지회 내 교육·선전·조직을 위한 상근자도 파견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겉으로는 금속노조 소속인데 우리는 계속 기업 노조 활동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속노조가 사실상 노조원들이 내는 조합비에만 관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 수석부지회장은 “금속노조 포항지부에는 어느 기업에도 고용되지 않은 상근자들이 여럿 있는데 이들은 출근도 하지 않고, 별다른 투쟁도 안 하면서 활동비로 연간 2000만~4700만원씩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노조로부터 조합비의 51%를 받고 있는데도 상근자 월급을 주기 위해 포스코·현대제철을 포함해 포항지부에 소속된 조합원 3100여 명에게 연간 7100만원을 추가로 받아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직원들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만든 유인물.
금속노조는 포스코지회 집행부가 금속노조 탈퇴를 추진하자 최근 지회장·수석부지회장·사무장을 제명했다. 원 지회장은 “10월 말 회의에서 대의원들이 금속노조에서 탈퇴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투표 안건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금속노조가 (포스코 집행부를) 제명했다”면서 “지난 3~4일 투표에서도 찬성률 66.9%로 탈퇴안이 가결됐지만, 금속노조가 투표일 7일 전까지 안건을 공지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번에 다시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11일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포스코지회의 금속노조 탈퇴 결의는 절차상 위법하게 진행돼 무효’라면서 ‘11월부터는 조합비 1인당 2만원을 금속노조로 납부해달라’고 요구했다. 한 수석부지회장은 “지금까지는 회사가 조합원 월급에서 일부를 조합비 명목으로 노조 계좌로 이체해주고 있었는데, 포스코지회가 탈퇴를 추진하고 집행부도 제명되자 직접 조합비를 받겠다고 나섰다”고 말했다. 원 지회장은 “노동법 위에 금속노조가 존재하는 게 아니지 않냐”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선 시대가 변했는데도 이런 행태를 보이는 금속노조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포스코지회뿐 아니라 최근 각 기업에서 민주노총에서 탈퇴하는 노조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GS건설과 쌍용건설이 민주노총 건설기업노조를 탈퇴했고, 지난 7월에는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하청지회 파업 해결에 금속노조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며 탈퇴를 추진했다. 투표 결과 탈퇴 찬성률이 52.7%로 절반을 넘었지만, 의결 정족수인 3분의 2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
조선일보 김강한 기자
12월 01일 안전운임제 종료하고 ‘표준운임’ 제시로 바꿔야 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의 핵심 쟁점은 안전운임제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및 영구 시행, 철강·자동차 등 5개 품목 추가를 주장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 등을 막기 위해 일정 수준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그보다 적은 돈을 지불하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에서 3년 한시 적용으로 입법됐으며, 올해 말 일몰 예정이다. 그러나 안전운임은 명칭만 그럴싸할 뿐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고, 실효성도 의문이다. 문 정부가 2020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적용할 한시법으로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과 2021년을 비교할 때, 화물차 사고와 사망자 수는 오히려 8%와 42.9% 늘었다.
이런 실상도 문제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화물 운임을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 일본은 표준운임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국토교통성이 고시하지만 강제성은 없다. 프랑스도 차종별 평균 영업조건을 기준으로 참고원가를 산출해 발표하는 형태다. 화주(貨主)와 차주(車主)가 계약할 때 참고하는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호주는 한국과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가 부작용이 더 크다는 이유로 폐지했다고 한다.
한국의 안전운임제는, 화주·운수사·차주 그리고 공익대표로 구성된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운임을 결정하고 있지만, 위원회 구성부터 차주 편향적인 데다 운임조차 설문조사로 결정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원가 구성 안에는 번호표(권리금) 이용료, 출퇴근비, 세차비 등까지 반영되면서 법의 보호를 받는 일방적 청구서로 악용되는 실정이다. 소수 차주의 집단 이기와 민노총의 세 확산 수단으로 전락한 측면도 있다. 화물 운임은 화주와 차주 간 계약으로 형성되는 것이 경제 원리에 부합한다. 예정대로 안전운임을 ‘일몰’시키고 표준운임 제시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옳다.
문화일보 사설
12월 01일 피해자 한동훈 줄 문서를 가해자에게도 준 얼빠진 경찰
경찰이 또 얼빠진 행태를 보였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공동주거침입과 보복범죄 혐의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고소한 유튜브 매체 더탐사 관계자 5명에게 ‘긴급응급조치 결정서’를 지난달 29일 보낸 것으로 30일 드러났다. ‘결정서’에는 한 장관, 그 가족, 이들의 주거지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한 ‘신변보호 조치’ 내용과 함께, 한 장관과 가족의 주소·직장 등 개인정보도 담겼다.
‘결정서’는 피해자와 그의 법적 대리인에게만 주도록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이 못 박고 있다. 가해자에게는 조치 사항, 기간, 불복 방법 등을 안내하면서 피해자 개인정보는 들어 있지 않은 ‘통보서’를 주거나, 그 내용을 구두로 알려야 한다. 그런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것은 과연 경찰이 맞는지부터 묻게 한다. 더탐사 측은 받은 ‘결정서’의 일부는 검게 칠했으나 한 장관 자택 위치 등이 노출된 채로 유튜브 채널로 내보내 2차 가해의 길도 열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으나, 수서경찰서의 변명은 황당하다. “더탐사 측에서 한 장관 주소지를 알고 찾아간 바 있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 유튜브로 문서를 공개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책임 회피다. 그런 식이니, 가해자조차 “수서경찰서 전체의 분위기가 난감하다. ‘여러분이나 저나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이 시대의 법무 장관을 잘못 만나서 이러지’라고 하니 다들 웃으며 저한테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운운하며 조롱까지 했다. 경찰은 창피한 줄이나마 알아야 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12월 02일 화물연대 미복귀·운송방해 민형사 책임 끝까지 물어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총파업 동력이 빠른 속도로 약해지고 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노조가 파업 돌입 4시간여를 앞두고 2일 새벽 임금·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했고, 서울교통공사 노조 역시 전날인 1일 새벽 단체협약에 합의하고 파업을 철회했다. 이번 기획 파업에 앞장섰던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도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 이후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다. 시멘트 출하량과 전국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후유증은 여전하다. 현장에서는 많은 운송사가 안전보장만 이뤄지면 운송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는 화물연대의 방해 및 협박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심지어 차량 사진과 함께 “운송 현황 다 보고 있다”며 문자로 위협하는 일도 벌어진다. 경찰의 철저한 불법행위 단속이 요구된다.
업무 복귀나 협상 타결 등으로 총파업이 끝나더라도 정부 역할은 끝나지 않는다. 파괴적 노조 활동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더 막중한 업무가 대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화물차 안전운임제는 종료하는 게 타당하다. 정부 역시 오는 31일까지로 시한이 설정된 안전운임제의 폐지와 정부 지원 중단 등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노무현 정부 때 도입해 온갖 부작용을 낳은 화물차 허가제 역시 등록제로 환원하거나, 허가 요건을 철폐 수준으로 대폭 완화해야 한다. ‘번호판 프리미엄’이 수천만 원씩에 거래되고, 기득권을 위한 집단행동까지 유발하는 악습을 뿌리 뽑을 때다.
무엇보다 화급한 것은, 운송을 방해한 화물연대 집행부와 조합원들을 끝까지 추적해 민·형사 책임을 관철하는 일이다. 미복귀 화물차주에겐 법규에 따른 운행정지·면허취소를 단호히 이행해야 한다. 시멘트·철강·자동차·정유업계 출하 차질액만 1조6000억 원을 넘어선다. 후방 피해까지 감안하면 더 커진다. 반드시 손해배상을 청구해 받아내야 한다. 지난 1960년대와 1970년대 초 일본도 극렬한 노동쟁의로 사회가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지만, 이를 잠재운 것은 엄정한 형사처벌과 조합원 급여까지 압류할 정도의 손해배상 청구였다. 파업이 해소됐다고 온정에 휘둘려 흐지부지한다면 재파업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문화일보 사설
12.03 4년간의 ‘벤투볼’이 해냈다... 뚝심의 빌드업 축구로 16강행

▲3일 카타르 알라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역전골을 넣은 대한민국 황희찬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뉴스1
3일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끝났다. 그라운드에서 뛰던 한국 선수 11명은 기뻐할 틈이 없었다. 전력으로 뛴 탓에 전부 그 자리에 쓰러져 숨을 가다듬을 뿐이었다. 벤치에서 달려 나와 이들을 일으켜 세웠다. 이어 대표팀은 둥글게 서서 코치진과 모든 협회 관계자를 불러 모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우루과이-가나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우루과이는 같은 시각 가나를 밀어붙인 끝에 2대0으로 경기를 끝냈다. 한국과 우루과이는 승점 4점(1승1무1패), 골득실에서도 0-0으로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한국이 4-2로 앞서면서 조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어깨동무를 하고 약 5분 동안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 선수들은 우루과이의 2대0 승리가 확정되고 나서야 물병을 허공으로 던지면서 제자리에서 점프하며 기뻐했다. 그리고 한국 팬들이 모여 있는 관중석으로 달려가 앞으로 미끄러지며 기쁨을 나눴다. 왼쪽 눈이 부어오른 손흥민은 눈물과 함께 기뻐했다.
경기는 극적이었다. 전반 5분 포르투갈에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전반 27분 김영권이 코너킥 혼전 상황에서 골을 넣으며 동점을 이뤘다. 그리고 접전을 펼친 끝에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단독 드리블로 포르투갈 문전까지 달린 뒤 수비수 다리 사이로 황희찬에게 절묘한 패스를 건넸다. 황희찬은 골대 왼쪽에 꽂아 넣는 역전 골을 넣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이날 포르투갈을 2대1로 꺾으며 한국 축구 역사상 2번째 원정 16강을 확정 지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승점 1점(1무1패)으로 패색이 짙었지만, 강팀 포르투갈을 잡아내는 쾌거 끝에 ‘경우의 수’를 통과하며 큰 성과를 거뒀다.
◇벤투와 함께 뿌리 내린 빌드업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뒤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2014년부터 2년 9개월동안 지휘봉을 잡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임기 내내 역량 문제로 시달렸고 결국 월드컵을 1년 앞둔 2017년 7월 해임됐다. 그뒤 신태용 감독이 독이 든 성배를 받아 좌충우돌 끝에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가까스로 통과했다. 본선에서는 독일에 기적적으로 승리하는 성과를 거뒀다. 1승2패로 조별리그에 탈락했다.
그리고 지휘봉을 잡아든 게 파울루 벤투 감독이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벤투 감독의 확고한 축구 철학에 믿음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부터 지금까지 큰 잡음 없이 대표팀을 맡아왔다. 역대 한국 최장수 사령탑이다.
벤투 감독은 ‘빌드업 축구’를 한국에 정착시켰다. 한국 축구는 중요한 경기 때마다 고질적인 ‘뻥 축구’가 나왔다. 후방에서 일단 공을 상대 골대 앞으로 길게 보내 결판을 보는 전술이다. 때에 따라 필요하기도 하지만, 모든 경기를 운에 건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반면 ‘빌드업 축구’는 수비진에서부터 목표의식이 정확한 패스로 전진한다. 중간에 가로채기 당하기 일쑤여서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 강팀을 상대로는 수비 위주 전술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지만, 벤투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만의 축구를 펼쳤고, 강팀 포르투갈을 꺾어내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카타르 도하에서 만난 외신 기자들은 “한국 축구가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두번째 원정 16강의 ‘캡틴’ 손흥민
한국이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원정 16강을 달성했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는 주장 박지성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당시 대표팀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더하거나 덜지 않는 박지성의 묵묵한 리더십 덕분에 위기에서도 팀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손흥민의 리더십이 한몫했다. 손흥민은 박지성과는 다른 유형의 리더다. 활달한 성격의 손흥민은 먼저 다가가 동료들을 챙겨주고, 필요하면 쓴소리도 내뱉는다. 그리고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전부 주장인 나의 탓”이라고 하면서 선수들을 감싼다. 박지성은 “흥민이의 리더십은 나보다 한단계 위”라고 했다.
손흥민은 대표팀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이번 월드컵 직전 소속팀에서 얼굴뼈가 부러지면서 대표팀 합류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수술을 받고 얼굴을 보호할 안면 보호대 몇 개를 챙겨 바로 카타르로 날아왔다. ‘다시 다치는 게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엔 “한국에서 응원하는 국민을 위해서라면 이정도 위험성은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깜짝 출전 황희찬, 16강을 이끌다
이번 대표팀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손흥민이 제 컨디션이 아닌데다 공격의 주축 황희찬은 허벅지 뒤쪽 근육 통증 탓에 3경기 전부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붙박이 주전 스트라이커 황의조는 제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김민재는 우루과이전에서 오른쪽 종아리를 다쳐 가나전에서 부진했고, 포르투갈전은 결장했다.
여기서 나타난 게 조규성(24)과 이강인(21)이었다. 조규성은 우루과이전에 후반 교체로 나와 짧은 시간에도 눈길을 끄는 플레이를 펼쳤고, 가나전에서는 한국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멀티골(한 경기 2골)을 넣었다. 그는 “솔직히 나는 별 거 없는 선수인데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무대에서 골도 넣었다”며 “끝까지 자신을 믿고 열심히 꿈을 위해 쫓아가면 이런 무대에서도 골을 넣을 수 있다”고 했다.
이강인은 월드컵 직전까지 대표팀 승선조차 불투명했다. 2021년 3월 이후로 지난 9월까지 약 1년 6개월동안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강인은 올 시즌 소속팀에서 묵묵히 활약하며 부름을 기다렸고, 월드컵 대표팀에 깜짝 승선하며 카타르로 동행했다. 이날도 후반 교체될 때 까지 그라운드를 누비며 제 몫을 다했다.
그리고 지난 2경기를 허벅지 뒷근육 부상 탓에 결장한 황희찬이 포르투갈전에 교체로 ‘깜짝 출전’ 했다. 황희찬은 후반 21분 교체로 들어와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고, 결승골을 넣었다. 그동안 출전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던 황희찬의 드라마틱한 마무리였다.
한국 대표팀은 16강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만날 확률이 크다. 경기는 6일 오전 4시에 열린다.
조선일보 도하=이영빈 기자
부상 악몽 딛고...‘EPL 듀오’ 황희찬·손흥민, 역전골 합작

▲황희찬이 3일 포르투갈과의 카타르 월드컵 H조 3차전 후반 추가 시간에 극적인 결승골을 넣고 손흥민과 포옹하고 있다. /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듀오’ 황희찬(울버햄프턴)과 손흥민(토트넘)이 ‘도하의 기적’을 썼다.
3일 열린 포르투갈과의 카타르 월드컵 H조 3차전, 두 팀이 1-1로 맞서던 후반 46분 후방부터 단독 드리블로 상대 페널티박스까지 치고 올라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마무리해 2대1 승리를 만드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같은 시각 벌어진 우루과이와 가나와의 경기에서 우루과이가 2대0으로 승리해 한국이 승점과 골 득실이 같은 우루과이를 다득점(한국 4골, 우루과이 2골)으로 제치고 조 2위로 16강에 올리는 결정적인 골이었다. 황희찬은 득점 직후 상의를 벗어던져 기쁨을 만끽했다.
손흥민은 월드컵을 앞두고 리그 경기에서 안면 골절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아 이번 대회에 보호 마스크를 쓰고 출전했다. 시야가 제한되고 땀이 차 경기 중간중간 땀을 닦아내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고군분투했지만, 경기력이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3차전에서 결정적인 득점을 어시스트하며 설움을 씻었다.
황희찬도 월드컵을 앞두고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1·2차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3경기만에 포르투갈전에 후반전 교체 투입돼 한국의 12년만의 16강 진출을 이끈 영웅으로 우뚝 섰다.
손흥민, 수비수 7명이 둘러쌌는데 역전골 어시스트…부진 씻고 월클 인증

▲손흥민이 황희찬에게 어시스트 하기 직전 상대 수비수 7명이 달라붙어 있다. /sbs 중계화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이 3일 카타르 월드컵 H조 3차전에서 경기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자신이 월드클래스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한국은 이 골로 포르투갈에 2대1 역전승을 거두며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것은 12년 만이다. 이번 대회에서 다소 부진한 경기력을 보여 일부 네티즌에게 악플 테러를 당하기도 했던 손흥민은 경기 후 펑펑 우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후반 추가시간 터진 황희찬의 골은 기적 같았다. 6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고, 상대 코너킥 직후 흘러나온 볼을 손흥민이 받아 달리기 시작했다.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 손흥민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은 70~80미터를 공을 몰고 질주했다. 상대 수비수들은 손흥민을 막기 위해 몰렸다. 어시스트 직전엔 수비수 7명이 손흥민을 둘러싸고 있었다.
손흥민은 상대 수비수 가랑이 사이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피해 황희찬에게 패스했다. 황희찬은 침착하게 공을 받아 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언론 인터뷰에서 “보고 패스했다”며 “티비로 보실 때는 안 보고 패스할 거라 생각하기도 하는데 상황 다 읽고 항상 짧은 시간 계산하고 패스한다”고 했다.
손흥민은 “저도 70~80미터 뛰어가서 패스하는 게 쉽지 않다. 저한테도 조금만 공간이 있었으면 슈팅 때리려고 했는데 순식간에 위험지역에서 3~4명에 둘러싸였고 희찬이가 왼쪽에서 오는 게 살짝 보였다”며 “마땅히 줄 수 있는 공간이 없었는데 여기구나 하고 판단한 게 다리 사이였다. 그게 볼이 운 좋게 잘 들어가면서 희찬이가 마무리 잘해준 게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 손흥민이 후반 마스크를 벗고 손에 쥔 채 포르투갈 주앙 칸셀루와 공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손흥민은 안와골절 부상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안면 보호 마스크를 벗어 손에 들고 뛰기도 했다.
손흥민은 “벗으면 안 된다 사실. 수술한 지가 1달 정도 된 것 같은데 뼈가 붙는 데는 최소 3달이 걸린다”면서 “저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위치고 내가 좋아서, 임무를 알고 하는 거기 때문에, 그 순간 마스크를 벗었다.
좋아진 게 아니라 여전히 리스크를 감수하고 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가능성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해야 하는 게 임무다”라고 했다.
수아레스의 뻔뻔한 손... ‘군자’ 가나의 복수, 12년 걸렸다

▲카타르월드컵 H조 3차전 가나와 우루과이의 경기에서 가나의 모하메드 살리스(오른쪽)가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즈와 볼을 차지하기 위해 경합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전광판의 시계가 멎고 8분이나 지난 후반 53분, 가나 축구대표팀 감독 오토 아도는 0대 2로 끌려가던 그 상황 대기심에게 선수 교체 의사를 내비쳤다. 이미 주어진 추가 시간을 모두 쓴 상태라, 현실적으로 16강 진출에 필요한 3골을 넣을 시간이 없던 때였다. 1골을 먹히면 우루과이가 한국을 골득실차로 제치고 16강에 진출하는 상황이었다.
뭘 해도 뾰족한 수가 없던 그 시간대, 가나는 굳이 최전방에서 뛰던 공격수 모하메드 쿠두스를 빼고 공격수 압둘 파타우 이사하쿠를 넣었다. 1분도 안 남은 상황의 공격수 끼리 교체, ‘시간 끌기’에 들어간 것이었다.
느릿느릿 들어온 이사하쿠가 뜀박질을 시작할 때쯤 경기는 바로 끝났다. 한국 시간 3일 오전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 예선 최종전 가나와 우르과이의 경기에서 가나가 2골만 내준 덕에 한국은 우루과이와 같은 승점에 같은 득실차에도 다득점으로 16강에 진출하게 됐다.
이 경기 하이라이트는 1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뒤집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가나가 시간 끌기용으로 선수를 교체했던 장면이었다. 군자(君子)는 복수하는데 10년도 기다린다는데, 가나는 12년을 기다렸던 것일까.
3일 오전 가나와 우루과이 경기가 끝난 직후, 우르과이의 16강 패배를 알리는 기사 하단에 달린 댓글에서 가나의 선수 교체 이유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추가 시간 다 보내고 1분도 안 남은 그 순간 선수 교체를 하는 건 ‘목적’이 있어서다. 넣어 봐야 1골 정도 더 넣을 수 있는 시간만 남았었다. 1골을 넣더라도 가나에겐 의미 없었다. 어차피 이기지 못하면 16강에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교체는 그냥 우루과이를 절대 16강으로 보낼 수 없다는 뒷다리 잡기용 교체였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을 기다려도 부족하다는데 가나는 12년 걸린 듯.”
무슨 복수일까.
가나와 우루과이의 악연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래 우르과이의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는 가나의 주적이었다. 당시 월드컵 8강전에서 우루과이와 붙었던 가나는 1대 1로 진행되던 연장전에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회심의 슛을 때렸지만, 이를 막아낸 건 골키퍼의 손이 아닌, 공격수 수아레스의 손이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8강 경기 연장전 1대 1로 비기던 상황에서 가나의 슛팅을 손으로 막아내는 우루과이의 공격수 수아레스 /FIFA 제공
수아레스는 자신의 진영 골문에 서서 정면으로 날아오는 가나 도미니카 아디이아 헤더를 손으로 쳐냈다. 수아레스는 핸드볼 파울로 바로 퇴장 당했고, 페널티 킥을 얻은 가나가 이를 실패하며 결국 우르과이가 승부차기 끝에 4대 2로 이겼다.
마라도나의 ‘신의 손’ 사건처럼 은밀하게 손을 써서 공격수가 골을 넣는 장면은 가끔 있었지만, 이처럼 말도 안 되는 기행으로 ‘골을 막았던 공격수’는 월드컵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아레스의 기행 탓에 가나는 4강 진출에 실패한 것이었다.
12년 만의 리턴 매치를 앞둔 한국 시간 2일 H조 4팀의 기자회견에서 ‘그날의 일’에 대한 사과 의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수아레스가 한 말은 가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때 나 레드 카드 받았잖나. 사과 않겠다.”
수아레스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가나 선수가 페널티 킥 실축한 게 내 잘못인가? 내가 만약 가나 선수에게 부상을 입혔다면 사과했을 것”이라며 “난 당시에 레드 카드를 받았다”고 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충분한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가나 팬들이나 선수들이 날 향해 ‘복수심’을 품는다면, 그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수아레스의 이 기자회견 답변이 가나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본 것이다.
이와 동시에 가나 감독 오토 아도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도 재조명됐다. 아도는 “2010년 일어났던 일은 매우 슬픈 일이었다”면서 “과거를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가 늘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루과이는 별일 아니라고 치부했던 그 일이 가나에겐 ‘매우 슬픈 일’이었고 ‘복수의 기회’로 보였던 셈이다.

▲현지 시간 28일 오후 카타르 알 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이강인의 슛을 막아내는 가나의 골키퍼 로렌스 아티 지기 /뉴스1
결국 가나의 12년 걸린 복수극 덕에 한국은 12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한국은 전반 5분 포르투갈 공격수 히카르두 오르타에게 골을 먹으며 0대 1로 끌려 가다, 전반 막판 김영권의 동점골과 후반 추가시간의 황희찬 역전골로 2대 1 승리했다.
조선일보 최훈민 기자
뜻밖의 동점골 어시스트...호날두, ‘한국 주민증’까지 등장했다

▲호날두 패러디 게시물. /온라인 커뮤니티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무소속)가 3일 카타르 월드컵 H조 3차전에서 뜻밖의 동점골 어시스트로 한국을 구했다. 이에 국내 네티즌들은 온라인상에서 이를 패러디한 각종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 이날 포르투갈에 2대1 승리를 거두며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것은 12년 만이다.
한국은 전반 5분 선제골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전반 27분 동점골을 터트리며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공이 호날두의 등에 맞고 김영권 앞에 떨어졌고, 김영권이 왼발로 골문으로 침착하게 차 넣은 것이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한국의 동점골 장면을 두고 “지금은 호날두가 어시스트를 해줬다”고 했다. 호날두는 이날 수차례 오프사이드에 걸리고 슈팅 기회에 정확하게 임팩트를 가하지 못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후반 20분 교체됐다.

▲호날두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합성한 패러디 게시물. /온라인 커뮤니티
국내 네티즌들은 호날두가 한국에 큰 도움을 줬다며 ‘호날두(號捺頭)’라고 적힌 재외국민 주민등록증을 만들거나,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서 호날두의 국적을 ‘대한민국’으로 수정하는 등의 게시물을 올렸다.
2019년 호날두가 한국 K리그 올스타와의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이른바 ‘노쇼(No Show)’ 논란을 일으켰던 것을 겨냥한 게시물도 있었다. 호날두는 합성된 방송 화면에서 “안녕, 한국 팬들. 이걸로 된 거지?”라고 사과한다.
노쇼 논란으로 ‘날강두’라는 별명을 얻었던 호날두에 대해 국내 네티즌들은 호날두와 한반도를 합쳐 ‘한반두’라는 새로운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12.03 잇단 파업 철회, 원칙 지키니 정치 파업 통하지 않는 것
서울·대구 지하철에 이어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 중 하나인 전국철도노조까지 파업을 철회하면서 민노총이 기획한 정치 파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분위기가 완연해졌다. 철도노조는 2일 새벽 사측과 임금·단체협상에 잠정 합의하면서 예고했던 파업을 철회했다. 개별 노조들이 파업 대열에서 속속 이탈하면서 동시 다발적 파업으로 정부를 압박하려던 민노총 집행부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반복되는 집단행동에 국민 여론도 싸늘해진 지 오래다.
3일로 열흘째를 맞는 민노총 화물연대 파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시멘트·철강 등 주요 업종 손실액은 1조6000억원에 육박하고 기름이 동난 주유소도 50여 개로 늘어났다. 그런 속에서도 정부가 지난달 29일 시멘트 종사자에 대해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 이후 물동량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일 오전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의 81% 수준으로 올라왔고, 1일 시멘트 출하량은 8만2000t으로, 평시 대비 41% 수준까지 올랐다. 하루 새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일선 노동자나 비조합원들 사이에서 운행 복귀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조금씩 정상을 되찾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노조에 지나치게 온정적인 태도를 보여 노동 현장에서 억지와 불법이 난무하게 방치했다. 노조의 정당한 권리는 보장해야 하지만 불법과 폭력까지 용납할 수는 없다. 이번 민노총 총파업에 대해 정부는 끝까지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노동 현장의 과격 투쟁을 바로잡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활동할 경우에만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다는 것을 민노총에 분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는 많은 화물 기사들이 안전보장만 이뤄지면 운송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는 화물연대의 방해와 협박이 여전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로 파업 이탈자가 속출하자 화물연대 강성 조합원 등이 기사들에게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조직적 운송 방해가 심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움직임을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고 민형사 책임까지 물어야 한다. 노동 현장에 법치의 원칙이 확실히 뿌리내리게 해 국가 경쟁력을 훼손하는 투쟁 위주의 소모적 노사 관계를 끝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2.05 젊은 노조 새 바람이 낡은 세력 몰아내고 노사관계 정상화시키길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파업을 하루 만에 철회한 데는 공사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 젊은 직원들 역할이 컸다고 한다. 공사의 3개 노조 중 하나인 ‘올바른노조’가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면서 파업 동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조합원 90%가량이 20~30대인 이 노조는 처음부터 “명분이 없다”며 파업에 불참했다. 이념·정치 투쟁에 반대하는 실용적 노선이 젊은 직원들 호응을 받으면서 조합원 수도 최근 한 달 새 52%가량 늘었다.
교육계에서는 젊은 교사들이 주축인 ‘교사노조연맹’이 몇 년 만에 전교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 9월 출범한 국가교육위는 위원 1명 추천권을 조합원 수가 많은 곳에 주기로 했는데, 교사노조와 전교조가 서로 자기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5년 전 출범한 교사노조는 20~40대 젊은 교사들이 90% 이상인 젊은 조직으로, 복지와 교권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간 기업에서도 파업과 투쟁 노선에 반감을 표시하며 합리적 요구에 중점을 두는 젊은 조합원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변해야 할 대표적인 적폐 집단이 민노총을 비롯한 귀족 노조다. 민노총 산하에는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노조가 수두룩하다. 이런 기득권 세력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약자 행세를 하면서 수시로 정치 투쟁을 벌이고 불법과 탈법, 폭력과 집단 괴롭힘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들 때문에 젊은 층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고 좋은 일자리 기회를 박탈당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
‘올바른노조’나 ‘교사노조’처럼 자기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나서는 젊은 세대 노조가 민노총·전교조로 대변되는 낡은 기득권 노동세력을 대체하고 노동 현장의 주류가 되기를 바란다. 시대착오적인 투쟁 지상주의 대신 합리적 실용주의가 노동계의 대세가 되어야 미래 세대가 이익을 보고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2월 05일 정유·철강 업종의 업무개시 명령도 주저할 이유 없다
정부가 화물연대 조합원들에 대해 업무개시를 명령한 이후 시멘트와 컨테이너 물동량이 정상을 회복하는 조짐이 완연하다. 파업 동력이 꺼져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정유·철강·석유화학 업종에서는 물류 마비에 따른 피해액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전국 주유소의 기름 수급이 주말을 넘기면서 더욱 악화하는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일 2시 기준으로 전국 재고 소진 주유소가 88곳으로 집계됐으나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곳까지 합칠 경우 100곳이 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지난 10일간 누적 출하 차질 규모가 1조173억 원에 달했고, 철강업계 역시 국내 5개 철강사의 출하 차질액만 9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런데도 파업을 주도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것도 6일 총파업 대응책을 강구하기 위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근로자 권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파업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조직적으로 불법과 폭력을 행사하는 세력과는 어떤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기본 방침을 재확인했다. 산업 피해가 커지면서 윤 대통령은 추가 업무개시 명령 발동 준비도 지시했다. 당연한 선택이다. 미국은 한국보다 경제 사정이 훨씬 나은 데도 여야 정치권이 힘을 합쳐 철도파업 금지법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습관처럼 된 불법·정치 파업 종식은 물론이고, 민노총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00여 일이 지났을 뿐이다. 현 상황을 방치하거나 노조 눈치를 보며 ‘무난한 타협’이나 양보에 나설 경우, 집권 내내 국정 운영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입법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여소야대로 당장 입법이 어렵다면 내년 총선의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유권자 동의를 구하는 노력도 피해선 안 된다. 국가 경제와 민생이 무리한 파업에 밀려서도 안 된다. 정유·철강·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업무개시 명령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
문화일보 사설
12월 05일 안전운임제보다 표준운임제가 합당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학
민노총 산하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를 한 지 일주일을 넘기면서 시멘트와 철강, 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피해가 크다. 이번 집단운송거부로 인해 시멘트·철강·자동차·정유 등의 분야에서 발생한 출하 차질 규모가 잠정 1조6000억 원에 이른다는 추정치로도 알 수 있다. 이번 집단운송거부가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는 자영업자들의 집단 행위이지 노동관계법상의 ‘파업’이 아니다. 화물연대의 이 ‘파업’은 오랜 기간 우리나라의 물류 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다. 오죽했으면 친노(親勞) 성향의 노무현 정부마저 2004년 화물자동차법에 업무개시 명령 제도를 도입해 정당한 사유 없는 집단적 파업을 차단하려고 했는지 이해된다.
그런데도 화물연대의 파업은 이를 비웃듯 18년간 반복됐으며, 업무개시 명령은 단 한 차례도 발동되지 않고 사문화된 제도처럼 있었다. 그러나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와 관련해 “불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언급하고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업무개시 명령 제도를 규정한 화물자동차법 제14조가 위헌적 규정이라면서 이를 집행하는 윤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서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국토교통부 장관이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화물연대의 파업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화물연대의 파업에서는 정당한 사유는 찾아보기 어렵다. 안전운임 일몰 폐지, 적용 대상 품목 확대 등과 같은 정치적 목적의 입법용 ‘파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화물차 운전자가 받을 수 있는 최소 운임을 법적으로 영구히 보장하고 그 대상도 확대하는 게 목적인 것이다. 물론, 운송 업체 간 과도한 가격 경쟁으로 운임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될 경우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과로·과속·과적 운행해 안전운행이 위협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화물차 사업자가 얼마나 많이 시장에 진입하든 법으로 최저운임을 영구히 보장해 달라고 하는 것은 정부에 ‘담합 가격’을 정해 달라는 주장과 마찬가지다. 운임은 화물차 업계의 혁신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법에 의한 담합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이 점에서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은 시장경제 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로서, 그 어떤 이유로든 정당한 사유라고 볼 수 없다.
이는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명확해진다. OECD 회원국 중 법으로 화물 최저운임을 정하고 이를 강제하는 국가는 없다. 심지어 우리나라 입법의 모델이 되곤 하는 일본도 고시를 통해 적정 운임을 제시할 뿐 강제는 하지 않는 표준운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시행하면서 일몰제 방식으로 3년간만 한시적으로 시행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영구 안전운임제보다는, 일본처럼 권고 형식의 표준운임제가 시장경제 질서에도 부합하고 과도한 운임 경쟁도 조정할 수 있는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일보
12월 06일 광양 화물연대 이탈 … 동력 잃은 총파업
현대중공업 임단협 잠정합의
오늘 조선3사 공동파업 유보
민노총은 강행… 파급력 약화
권도경·김윤희 기자·울산=곽시열·광양=김대우 기자
민주노총이 6일 강행하는 총파업의 주력 부대인 현대중공업 노조가 이날 새벽 사 측과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 잠정 합의해 총파업 참여를 유보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 조합원들도 광양항에서 속속 업무에 복귀하면서 파업 철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날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 이날 오후로 예고했던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공동 파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3사 노조는 이날 오후 4시간 공동 부분 파업, 7∼9일 3사 노조 순환 파업, 오는 13일 공동 전면 파업 등을 벌일 예정이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5일부터 울산 본사에서 열린 36차 교섭에서 마라톤 협상 끝에 이날 새벽 합의점을 찾았다.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이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지으면서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교섭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파업 대오에서도 균열이 감지된다. 경찰과 노동계에 따르면 광양항에서 농성을 벌여왔던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이날 오전 6시부터 업무에 속속 복귀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광양항 인근에 설치돼 있던 농성용 천막 50여 개가 철거됐다. 항만도로 등에 불법 주차돼 있던 700여 대의 화물차 중 이날 오전까지 170대 이상이 철수해 운송 업무에 복귀 중이다. 광양지부는 공식적으로 파업 철회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전국 15곳에서 ‘전국동시다발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강행할 예정이다. 쟁의권을 가진 대형사업장 중에서는 현대중공업 그룹 3사에 이어 현대제철도 임단협 교섭 중이라 파업에 불참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일부 간부만 참석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이날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하는 상징적인 행사에 그쳐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화물연대에 ‘선(先) 복귀·후(後) 대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불법에 타협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화물연대가 국민경제에 끼친 피해에 대한 손배소도 제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당초 이날 국무회의에서 유조차 등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국민 혼란을 감안해 명령 발동을 미루고 사태를 더 지켜보기로 했다.
문화일보
12.06 “일하는 XXX들 객사할 것” 원희룡이 분노한 화물연대 현수막
“화물연대는 조폭, 확실하게 정리해 노사 법치주의 확립할 것”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화물 기사를 협박하는 내용의 현수막. /원희룡 장관 페이스북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화물 기사들을 향한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협박 행위를 비판하는 글을 연이어 올리며 “조폭들을 확실하게 정리하겠다”고 경고했다. 화물연대 집단운송 거부사태와 관련 강경한 대응을 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바 있다.
원희룡 장관은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파업을 거부한 화물 기사를 협박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공개하며 “조폭행위, 당장 멈추시라”고 했다.
원희룡 장관이 공개한 현수막에는 “지금 일하고 있는 의리 없는 XXX들아. 오늘 길바닥에서 객사할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원 장관은 익명의 화물 기사가 보내온 “장관님 제발 좀 살려주시라. 지난 6월 파업 때도 너무 고생했고, 손실이 막대했다”며 “저희 차로 제품을 싣고 나오다가 화물연대에 들켜서 짐을 다시 내려놓고 왔다. 우리나라가 자유 민주국가가 맞느냐”는 내용의 문자도 공개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사태 12일째인 5일 오전 부산의 한 공사장을 방문해 건설노조의 동조파업 관련 공사 중단에 대해 공사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원희룡 장관은 또 다른 글을 통해서는 “업무개시명령 이후 주말 동안 화물 기사님들의 복귀 움직임이 뚜렷해지자, 이제는 민노총 ‘건설노조’가 건설현장을 마비시키려고 나섰다”며 “마음만 먹으면 자신들의 조직적 힘으로 세상을 멈출 수 있다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착각에 빠진 집단이 바로 민노총”이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민노총 건설노조는 상상을 초월하는 불법행위로 세를 과시하고, 금품을 갈취해왔다. 건설인력 채용 강요, 건설기계와 장비 사용 강요, 부당금품 요구 등의 횡포를 부리고 이 요구가 뜻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장비점거, 하역거부, 태업 등의 방법으로 공사를 방해해왔다”며 “이러한 행위가 바로 폭력이고, 이들이 바로 조폭이다. 정부는 조폭 민노총이 더 이상 건설현장에서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법이 부여한 모든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원 장관은 신원미상의 인물이 파업을 거부하는 화물 차량을 향해 쇠구슬을 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는 “참 잔인하다. 동료에게 쇠구슬을 쏘다니. 화물연대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동료의 생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원 장관은 “이런 화물연대는 ‘조폭’이다”라며 “윤석열 정부는 노동계를 제 세상인양 활개 치는 조폭들을 확실하게 정리해, 노사 관계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상식적으로 규율되는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12.06 선수 한명 한명 안아줬다… 벤투호 4년, 희망의 마침표

6일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한국의 1대4 패배를 알리는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90여 분간 투혼을 펼친 선수들은 동상이 된 듯 굳었다. 경기 내내 온 힘을 쏟은 탓이었다. 그라운드로 달려 나온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이 한 명 한 명씩 안아주면서 격려를 해주고 나서야 선수들은 발걸음을 뗐다.

▲브라질과의 16강전이 끝나고 선수들을 위로하는 벤투 감독./AFP 연합뉴스
한국은 이날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1대4로 패배했다. 전반전 한국 수비진은 브라질이 주고받는 패스 몇 번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전반에만 4골을 내줬고, 이중 3골이 전부 페널티 박스 안쪽 공간을 내주면서 이어진 실점이었다. 1골은 네이마르의 페널티킥이었다.
분위기를 바꾼 건 주장 손흥민이었다. 후반이 시작하자마자 손흥민이 뒤에서 날아오는 공을 향해 달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었다. 오른발로 찬 공이 브라질 골키퍼의 손끝에 아슬아슬하게 맞고 코너킥을 얻어내면서 기세를 끌어 올렸다. 후반 24분엔 한번에 슈팅을 연거푸 3차례나 시도했다.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브라질 입장에서는 가슴 철렁일만한 순간이었다.
밀어붙인 끝에 마침내 골이 터졌다. 후반 31분 공격 도중 페널티 아크 인근으로 튕겨져 나온 공을 백승호가 논스톱으로 걷어찼다. 공은 빨래줄처럼 뻗어나가 브라질의 오른쪽 골대에 꽂혔다. 하지만 이미 크게 기운 승부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한국 대표팀을 4년 동안 이끈 벤투 감독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 놓는다. 벤투 감독은 브라질전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 감독직 재계약을 안 하기로 했다”며 “선수들과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 내 결정을 말했다. 결정은 이미 지난 9월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6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한국과 브라질 경기.1-4로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대표팀의 손흥민이 경기가 끝난 뒤 관중 격려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기분 좋은 성적을 낸 한국 대표팀은 이날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일정을 마무리 짓게 됐다. 우승 후보로 꼽혔던 브라질에 패배하긴 했지만, 이번 대회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들을 발굴했다는 의미도 있다. 교체 출전할 때마다 경기의 흐름을 바꿔 눈길을 사로잡은 이강인(21)과 멀티골의 주인공 조규성(24), 브라질전에서 그림 같은 중거리 슛을 선보인 백승호(25)는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조규성은 “유럽, 남미 선수들과 부딪쳐 보니 (해외에) 가서 더 성장하고 싶고, 한 번 더 맞붙어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며 “큰 벽이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디든 가도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벤투호의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한 이강인도 “(이번 월드컵에서) 내 모든 점이 다 부족했다. 모든 부분을 향상해야 한다”면서도 “형들과 정말 좋은 추억을 만들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선수로서 발전했음을 느낀다. 앞으로도 더 발전해 언젠가는 좋은 결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12월 06일 [속보] 法 “최태원, 노소영에 이혼위자료 1억·재산분할 665억”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부부가 결혼 34년여 만에 이혼 판결을 받았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부장 김현정)는 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서로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을 받아들여 “두 사람은 이혼한다”며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 재산분할로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슬하에 세 자녀를 뒀으나 결국 파경을 맞았다.
최 회장은 2015년 혼외 자녀의 존재를 자인하며 노 관장과는 성격 차이로 이혼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혔다. 2017년 7월엔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반소)을 내면서 위자료 3억 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그룹 지주사 SK㈜ 주식 중 42.29%(650만 주)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5일 종가 기준 1조3700억여 원에 이르는 액수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이혼과 재산분할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가처분도 신청했다. 서울가정법원은 노 관장의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올해 4월 350만 주의 처분을 금지했다.
최 회장 측은 해당 지분이 부친 고(故) 최종현 전 회장에게 증여·상속으로 취득한 SK 계열사 지분이 기원이므로, 특유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유재산은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뜻한다. 이는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반면 노 관장 측은 결혼 기간이 오래된 부부의 경우 증여·상속받은 재산도 공동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왔다. 노 관장이 분할 판결을 받은 665억 원은 SK㈜ 주식 약 31만 주에 해당한다.
문화일보 노기섭 기자
12.07 원희룡 장관 “민노총은 조폭” 누가 지나치다 하겠나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화물 기사를 협박하는 내용의 현수막. /원희룡 장관 페이스북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5일 “조폭 행위 당장 멈추십시오”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면서 화물연대의 한 지회 명의로 ‘지금 일하고 있는 의리 없는 개XX들아. 오늘 길바닥에서 객사할 것이다”라고 적힌 플래카드 사진을 공유했다. 그는 한 화물 기사가 보내온 “장관님 제발 좀 살려주시라. 지난 6월 파업 때도 너무 고생했고, 손실이 막대했다”며 “차로 제품을 싣고 나오다가 화물연대에 들켜서 짐을 다시 내려놓고 왔다. 우리나라가 자유 민주국가가 맞느냐”는 내용의 문자 사진도 공개했다. 화물연대의 이런 행태를 조폭이라는 단어 말고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겠나.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이후 화물 기사들의 복귀 움직임이 뚜렷해지자, 이번엔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나섰다. 동조 파업으로 건설 현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다. 얼마 전 건설 업계가 “건설노조의 각종 불법행위로 더 이상 건설업을 할 수 없을 지경까지 와 있다”며 공개한 사례들을 보면 기가 막힌다. 건설 인력 채용 강요, 기계와 장비 사용 강요, 부당한 금품 요구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횡포가 심하고 사례도 다양하다. 들어주지 않으면 공사를 방해하거나 확성기를 크게 틀어 민원을 유발한다고 한다. 노조끼리 건설 현장 이권을 두고 패싸움도 한다. 조폭 행태와 똑같다.
민노총의 조폭적 행태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부산경찰청은 4일 부산신항 인근 도로에서 새총으로 비노조원이 운행하는 차량에 쇠구슬을 쏜 혐의로 화물연대 노조원 1명을 구속했다. 화물차 운전자는 깨진 유리창 파편에 목 부위에 부상을 입었다. 이 차가 인도를 덮쳤다면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노조’를 폭력 면허처럼 들고 조폭 행태를 자행하는 이들을 보면 법치국가가 맞느냐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민노총의 폭력은 지난 정부가 이들을 무조건 비호하면서 훨씬 심각해졌다는 것이 업계 얘기다. 어떤 일이 있어도 법을 지켜 나가는 것이 민노총 폭력을 멈출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12.07 “제발 좀 살려달라” 화물연대 파업 불참 기사의 절규
“화물연대에 들켜 싣고 나오던 짐 내려놔… 민주국가 맞나”
2주째 파업(집단운송거부)을 이어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화물연대 행태가 갈수록 파행과 일탈로 점철되고 있다. 파업에 동조하지 않은 동료 기사들을 향해 저주와 욕설을 퍼붓는 현수막을 내거는가 하면, 쇠구슬에 라이터·마이크까지 집어던지고, 일부 조합원은 파업 도중 불법 도박을 벌이다 적발되기까지 했다.
지난 5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조폭행위를 당장 멈추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글과 함께 붙인 사진에는 충남 서부 탱크지회 이름으로 내건 현수막이 등장한다. 글귀는 “지금 일하고 있는 의리없는 개XX들아. 오늘 길바닦(바닥)에서 객사할 것이다”였다. 원 장관은 이와 함께 비조합원 화물 기사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 메시지도 공유했다. “장관님, 제발 좀 살려주십시오. 지난번 6월 (화물연대) 파업 때도 너무 고생했고, 손실이 막대했습니다. 저희 차로 제품을 실고 나오다가 화물연대에 들켜서 짐을 다시 내려놓고 왔습니다. 우리나라가 자유민주국가가 맞는지요”라고 호소하는 내용이다.
원 장관은 앞서 다른 글에서 “마음만 먹으면 조직적 힘으로 세상을 멈출 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착각에 빠진 집단이 바로 민노총”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 화물연대 조합원이 비조합원 화물 차량을 향해 쇠구슬을 쏘는 영상을 올리며 “참 잔인하다. 동료에게 쇠구슬을 쏘다니 화물연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동료의 생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가”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시멘트 운송 분야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고수하면서 파업 동력이 점차 약해지자, 위기감을 느낀 파업 참가자들이 내부 단속을 위해 전보다 더 난폭하게 반응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조합원 화물 기사가 원 장관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메시지. 민노총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언급하며 ‘장관님 제발 좀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페이스북
한덕수 국무총리는 6일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가 13일째 이어지고, 민주노총의 총파업까지 가세하면서 민생과 산업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를 빌미로 행해지는 폭력과 불법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정부는 불법에 타협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6일 기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한 불법 행위 28건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45명을 붙잡아 조사하는 중이다. 대부분 일부 강성 조합원들이 파업 불참자와 업무에 복귀하려는 차주들의 운송을 방해했거나,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보낸 내용이다. 지난달 26일 부산 지역 화물연대 조합원이 비조합원이 운행하던 트레일러 차량에 쇠구슬을 쏴 차량 유리 등을 파손시켜 운전자가 부상을 입은 일이 있었다. 경찰은 이같은 일을 저지른 조합원 3명 중 1명은 구속했고, 다른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고 있다.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는 지난 5일부터 화물연대를 지지하며 동조 파업에 들어가면서 건설 현장에서 레미콘 등 공사 차량 진입을 막는 일도 벌어졌다. 건설노조 일부 지부는 조합원들에게 ‘현장 전면 타설 중지를 요청한다’는 긴급 공지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 때문에 타설 근로자 대부분이 민노총 소속인 부산·울산·경남 지역 건설 현장이 타격을 입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5일 부산 한 건설현장을 찾아 “조직적인 집단 힘을 이용해 위협과 협박을 써서 대화를 하면 그게 바로 폭력”이라며 “이번 기회에 화물연대의 ‘떼법’뿐 아니라 조폭적 행태도 함께 뿌리뽑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 후 운송 업무에 참여하려는 화물차주들이 많은데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화물연대 불법 폭력행위”라며 “이번 만큼은 정부가 불법 행위자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일부 화물연대 조합원은 파업 현장에서 도박판을 벌이다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5일 전북 군산시의 한 부두앞에 설치된 화물연대 천막안에서 이른바 ‘훌라’ 도박을 한 10명을 붙잡아 조사했다. 경찰은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000만원대 도박을 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판돈 111만원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노총이 ‘한미 동맹파기’, ‘국가보안법 폐기’ 등 노동 운동과 상관없는 주장을 지속하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민노총은 홈페이지에 북한 노동당 외곽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이 보낸 ‘민주노총에 보내는 련(연)대사’를 올려놓고 있다. 이 글에는 “미국과 남조선 집권세력은 하늘과 땅, 바다에서 침략 전쟁연습을 광란적으로 벌려놓고 있다”며 “온 겨레의 치솟는 분노를 자아내는 반통일 세력의 ‘대결망동’을 단호히 짓뭉개버려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8월 한미 동맹파기 등을 주장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을 때 북으로부터 받은 글이다.
김행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6일 이를 언급하며 “이것은 사실 국가체제에 대한 문제다. 순수한 노동 투쟁으로 보기 어려운 것”이라면서 “노동투쟁을 하는데 한·미·일 군사훈련, 동맹이 왜 거론되나’고 말했다. 민노총은 지난 1일 ‘아직도 활개 치며 위세를 떨치고 있는 국가보안법, 이제는 관에 넣어 땅 속에 묻자’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국가보안법은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해 남북화해와 단결을 가로막고 있다”며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만 남북 대결을 걷어내고 평화통일의 새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국토부와 화물연대의 2차 면담을 마지막으로 어떠한 논의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법과 원칙’을 강조해 온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물밑 협상까지 배제하면서 ‘업무 복귀 전까지는 어떠한 대화도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두고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민노총 소속 강성 조합원들의 불법 폭력행위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선일보 이준우 기자
12월 07일 쇠구슬, 저주…화물연대 反민주 민낯
배병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달 24일 시작된 민노총 산하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로 인해 수조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안전운임제에 관한 논의를 하면서,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정부는 피해가 막심한 시멘트 분야 화물차주에 대해 업무개시를 명했고, 정유·철강 분야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에도 업무개시 명령을 하려고 한다. 시멘트와 컨테이너 물동량이 어느 정도 회복되려 하자, 화물연대는 서울행정법원에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업무개시 명령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이 노동 3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국토부에 권고해 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은 각하됐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의 업무개시 명령(제14조) 제도는 노무현 정부 때이던 지난 2004년 1월 20일 도입됐다. 당시 국회에서 입안된 법률 개정안은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친노조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철도노조 파업을 막기 위해 의회가 마련한 합의안을 노조에 강제하는 조치를 담고 있는 ‘노사합의 강제법안’에 서명하면서 “이 법안으로 미국은 경제적 재앙을 피할 수 있게 됐다”며 “민주당과 공화당이 이렇게 빨리 행동(합의)에 나서 줘서 고맙다”고 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민노총이 6일 오후 2시부터 전국 15개 지역에서 개최한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 총력투쟁대회’에는 조합원 110만 명의 2%에도 못 미치는 2만여 명이 참가해 동력이 떨어졌다. 또, 이날 오후 동조파업을 기대했던 현대중공업노조가 사측과 임금·단체협상에 잠정 합의함으로써 현대중공업 그룹 조선 3사의 총파업 참여가 유보됐고, ‘화물연대 성지’로 불리는 광양항에서 농성을 벌여 온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은 속속 업무에 복귀하고 있다. 민노총이 건설노조의 협조를 구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실패한 파업이나 마찬가지다.
민노총의 총파업 목적과 ‘운송거부’ 불참자에 대한 폭력·협박 등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민노총의 구호가 국가보안법 폐지나 정권 타도를 표방하는 것은 정치 구호로 불법이다. 또, 파업 불참 화물기사를 ‘길바닥에서 객사할 것’이란 현수막으로 협박·저주하거나 파업 거부 화물차량을 향해 쇠구슬을 쏘는 것은 민노총의 반(反)민주 민낯을 보여준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엄청난 인명 희생과 물적 피해에도 불구하고 아직 계속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간 유지돼 온 유럽의 평화를 깬 전쟁은 코로나19보다 더 큰 충격과 함께 세계 경제를 한파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출 부진과 실물경제 침체로 인한 민생고가 어느 때보다 심하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1.7%로 하향 조정된 상황에서, 국민경제를 볼모로 잡은 화물연대의 파업만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볼 것을 알면서 민노총이 총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이 주인’인 민주(民主)에 위배되는 일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의 빠른 업무 복귀와 전국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는 주인인 국민의 뜻에 따른 것임을 민노총은 인정해야 한다. 국민도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화물연대의 불법 행위에 대해 강경하게 원칙 대응하는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민노총은 총파업을 즉시 중단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12월 07일 정부, 복귀불응 車主에 첫 행정처분…법적조치 칼 빼들었다

▲한 화물 운송업체 대표가 자필로 쓴 사실확인서에 화물연대의 협박 및 폭언으로 배차를 중단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독자 제보 사진
■ 법·원칙 따라 무관용 대응
국토부 “운행정지 처분 내리고
운송거부 형사 고발까지 검토”
운송업체 “협박 탓 운행 못해
안전 보장해주면 복귀하겠다”
정부는 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와 관련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차주에 대해 처음으로 운행정지 등 행정처분 및 형사 고발 조치를 취했다. 또 화물연대 불법행위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으며 추가 업무개시명령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날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화물연대 파업 초기부터 운송사 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와 함께 화물연대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실확인서를 취합했다. 실태조사 결과 화주에게 요청받은 화물을 차주에게 배차하는 운송사들을 대상으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폭언·협박한 사실도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파업(운송거부) 때는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합의를 했다면 이번에는 복귀 후에도 법적 조치를 가할 예정”이라며 “화물연대가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정부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는 운송 차주에 대해서도 이날 첫 행정처분 및 형사 고발에 들어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업무개시명령을 수령한 차주 중 지난 4∼5일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이들에 대한 파악이 현장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며 “일부이지만 이들에 대해선 운행정지 처분과 함께 운송거부에 대한 형사 고발까지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행 미복귀에 대한 행정처분은 30일 운행정지 등으로, 정부는 실질적인 압박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6개 팀으로 나뉘어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며 명령서 우편 송달 미수령자에 대해선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명령서를 재송달하는 한편 수령한 이들에 대해선 복귀 여부를 계속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이날 관계기관회의를 열고 화물 운송 업무개시 업종을 추가로 지정하려는 것도 운송거부 장기화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피해가 심한 정유·철강 분야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화물연대 내 강경파가 운송거부를 주도하는 만큼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업무에 복귀하려는 차주들에게 출구를 마련해주려는 의도다.
경찰은 8일부터 200일간 건설현장에서 벌어지는 노조원 등의 갈취·폭력을 비롯한 조직적 불법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에 나선다. 경찰은 건설현장 수사에 시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광역수사대를 투입하는 등 각종 업무방해·폭력행위를 강도 높게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건설현장의 조직적 불법 행태가 극성을 부리며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폐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정철순·송유근·박정민 기자
12.08 동네 빌라 짓는데도 행패… “민노총, 前정부 거치며 폭주 심해졌다”
[민노총 정치파업] 민노총 ‘조폭적 행태’에 가담자·배후 수사 방침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금품 갈취, 채용 강요, 장비 사용 강요, 폭력 행위 등 건설 현장에서 행해지는 노조의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수사 경찰의 명예를 걸고 향후 200일간 강력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각 시도 경찰청에서 강력범죄수사대와 광역수사대 등 전문 수사 팀을 투입한다. 위법 행위가 심각한 경우 구속해 수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경찰이 ‘범죄와의 전쟁’ 수준으로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하게 된 것은, 건설 현장의 불법행위가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경기도 수원시 광교신도시에 문을 연 경기도청 신청사. 4년여 공사 기간 ‘민주노총 리스크’로 애를 먹었다. 골조 공사가 특히 문제였다. A 건설사가 공사 초기 인부 130명을 고용해 이 공사를 진행했는데 그중 50명은 민주노총, 20명은 한국노총 소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민노총이 ‘한노총(인부)을 빼고 민노총을 더 고용하라’며 조직적으로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공사와 무관한 외부 민노총 조합원들이 합세, 현장에 난입해 공사를 방해했고, ‘안전 관리 불량’이란 투서를 관할 지자체에 넣는 등 다양한 수법을 썼다. 견디다 못한 A 건설사는 민노총 요구를 받아들여 현장 소장을 교체했다. 공사가 진행되며 A 건설사는 인부 50명을 추가 채용했는데, 모두 민노총 소속으로 채용해야 했다.

이런 ‘민노총 행패’에 “도를 넘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견제받지 않는 폭주 상태”라는 말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민노총은) 노조 본연 역할에서 벗어나 이권에 혈안이 된 압력 단체가 됐다”면서 “전 정부 시절을 거치며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민노총 건설노조는 공사 현장에서 집회를 열고 일부러 소음을 내 인근 주민들이 건설사에 ‘못살겠다’고 민원을 넣게 하고, 건설 현장에서 며칠째 장송곡을 틀기도 한다. 현장 입구에 동전을 떨어뜨린 뒤 노조원들이 이를 줍고 다니며 자재 트럭이 못 들어가게 하는 수법도 썼다. 이런 식으로 공사 현장을 사실상 마비시켜 자기들 요구를 관철한다.
폭력을 쓰는 경우도 많다. 지난 7월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김모(54) 지부장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로비 1층에서 7㎏짜리 차단봉을 집어 던지며 난동을 부렸다. 노조는 당시 ‘폭염 대책 수립’ 등을 요구하며 로비에서 점거 농성 중이었다. 김씨의 난동으로 이를 저지하던 쿠팡 보안팀장이 손가락을 다치고 건물 벽이 부서졌다. 올해 2월 민노총 택배노조는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유리창을 부수고 건물에 난입해 19일 동안 점거 농성을 벌였다.

▲7㎏짜리 차단봉 집어던지는 민노총 간부 - 지난 7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서 민노총 김모 지부장이 7㎏짜리 차단봉을 집어 던지는 모습. /쿠팡
14일째 집단 운송 거부 중인 화물연대는 지난달 29일 부산신항 앞을 지나던 비조합원 트럭에 일회용 라이터를 던졌다. 라이터가 폭발해 차량이 손상되고 운전자가 다쳤는데, 체포 과정에서 노조원들은 오히려 경찰을 폭행했다.
전북 부안의 축산물업체에선 화물연대 지회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화물차 기사 2명의 일감을 3개월 넘게 줄였다. 노조가 작년 6월 회사에서 배차권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회사는 당초 ‘배차권은 당연히 회사가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닭과 오리 소비 성수기를 앞두고 노조가 운행 거부로 실력 행사를 하자 노조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민노총이 기업들에서 사실상 상납받기도 한다. 영남 지역의 한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민노총에 노조 발전 기금이란 이름으로 돈을 주고 있다. 민노총이 요구했기 때문인데 개인 레미콘 차주에게는 월 1만원, 매년 50만원의 격려금을 준다. 노조 회장과 총무에게는 여기에 더해 매달 1인당 활동비 15만원도 주고 있다. 이 관계자는 “공사장은 마음만 먹으면 현장을 멈출 수 있는 민노총의 보이지 않는 힘에 좌지우지된다”며 “(발전 기금은) 협상 여지가 없고 요구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 정부는 민노총의 이런 행태에 대해 미온적이었다. 경찰 역시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7일 SNS(소셜미디어)에 “(화물연대는) 사실상 노동자를 고용해 돈을 벌고 운송사와 노선까지 지배하는 독점 카르텔”이라고 했다.
12월 08일 건설노조 행패 근절 선언한 경찰, 현장法治에 명운 걸라
문재인 정부 5년을 전후해 상당 기간 ‘대한민국 공권력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개탄이 그치지 않았다. 특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강성 노조에 의한 행패와 불법 시위가 근로 현장은 물론 기업 본사와 도심 등지에서 반복됐지만, 경찰은 구경꾼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7일 건설 현장의 노조 불법 행위에 대해 “명예를 걸고 향후 200일 간 강력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공권력 실종을 되돌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는 노조의 채용·장비사용 강요, 금품갈취, 폭력 등이 어떤 상황인지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노조가 난립하고 있지만, 민노총 위세가 압도적이다. 민노총 건설노조 간부들이 광주전남 아파트 신축현장 7곳에서 공사장 출입을 막고 타워크레인 전력을 차단하거나, 불을 지르겠다고 위협해 결국 4곳에서 이미 채용됐던 근로자를 내보내고 민노총 조합원을 채용하게 한 일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소음을 내 주민들이 건설사에 민원을 넣게 하거나 현장 입구에 동전을 쏟아 놓은 뒤 이를 줍고 다니며 트럭 진입을 막는 등으로 공사를 지연시키고,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킨다. 이를 빌미로 돈을 뜯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건설노조의 행패로 일감을 잃은 하청업자가 노조 관계자를 고소했다가 노조가 이 업체에 일감을 주는 건설사마다 찾아다니며 작업을 방해하면서 업체 변경을 강요해 수억 원의 빚을 지고 도산한 경우도 있었다.
이쯤 되면 무법천지다. 문 정부 때부터 나름대로 단속에 나섰지만, 겉만 요란했을 뿐 실효성은 미미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2598건이던 건설 현장 집회·시위가 지난해 1만3041건으로 급증했다. 경찰은 올 11월까지 폭행, 장비 출입 방해 등 건설 현장 불법 행위와 관련해 61건 549명을 수사해 80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한다.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 무엇보다 현장 불법에 대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등 ‘현장 법치’를 바로 세우는 일부터 명운을 걸고 해내야 한다. 사업주의 고소에 따른 처리는 사후약방문이다. 기업 임직원이 폭행당하고 사장실이 점거되는 현장을 계속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면, 공권력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며 법치를 포기하는 일이다.
문화일보 사설
12월 08일 조건 없이 ‘정치 파업’ 중단해야 한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화물연대 운송거부로 큰 피해
정부의 단호 대응으로 갈림길
민노총에 조합원 점차 등 돌려
안전운임제 진지한 논의 필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급증세
해결 위해 국가적 지혜 모을 때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파업’으로 육상 화물 운송에 커다란 차질이 빚어졌다. 그 여파는 정유·시멘트·철강·자동차 등 전반적인 주요 산업 분야의 화물 운송에 지장을 미쳤고, 그 결과 대규모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화물연대는 일몰제 적용으로 오는 연말로 폐지되는 안전운임제의 확대 및 영구화를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했고, 이에 동조해 민노총은 지난 6일 전국적인 총파업을 단행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달 29일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운송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하면서, 명령서를 전달받고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행정 조치하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화물연대와 민노총의 총파업은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경제적 이해를 실현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파업을 멈추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 최선이다.
먼저, 화물연대와 민노총은 이번 총파업이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다른 노조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포스코 양대 노조 중의 하나인 포스코 지회는 무리한 파업에 반발해 민노총을 탈퇴했으며,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용자 측과 임금·단체협상에 잠정 합의해 총파업의 참여를 유보했다. 이뿐만 아니라 화물연대 파업에 참여했던 전남지역 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업무에 속속 복귀하면서 파업의 전열이 무너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파업이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파업이 노동자의 경제적 이해와 권익을 보호하기보다는 정치 투쟁에 동원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제 화물연대는 화물 운송 노동자의 관점에서 가장 실질적인 문제인 안전운임제 존속 여부에 초점을 맞춰 협상에 임해야 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에게 적정한 운임을 보장해 과속·과적 등 무리한 운행을 방지하는 교통안전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2020년 1월에 도입된 제도다. 이러한 안전운임제는 화물 운송에 관련된 화주와 차주 간의 시장 거래에 정부가 규제를 통해 개입하는 것으로, 대다수 OECD 회원국을 비롯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국가에서는 거의 시행하지 않는 제도다. 이 때문에 안전운임제를 도입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3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폐지토록 하는 일몰제를 적용했다.
그동안 안전운임제를 시행한 결과를 보면 기대했던 결과를 효과적으로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화물 운송 노동자의 소득은 상승하고 근로 시간은 줄어드는 등 근로 여건은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안전운임제의 적용 대상인 견인형 화물차의 사고 횟수는 8% 증가했고, 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40% 넘게 늘었다. 이 같은 견인형 화물차 사고의 증가는 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와 사망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고려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장시간 운전하는 화물차 운전자가 대다수인 우리 현실에서 안전운임제를 무조건 폐지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안전운임제가 폐지되지 않고 계속 유지되려면 안전한 화물차 운행이 담보돼야 하는 만큼 화물차 운전자들이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번 파업에 참여한 화물차 운전자들은 노동자의 성격과 사업자의 성격을 가진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로서 노동기본권 보장과 산재보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요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는 노무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근로자이지만, 동시에 개별 사업자의 성격을 가짐으로써 산업재해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과 같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배달 서비스와 공유 자동차 서비스 등과 같은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도 특정한 사업장에 종속되지 않지만, 노무를 제공해 경제를 영위하는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들이다. 이와 같은 이중적 성격을 가진 근로자가 증가함에 따라 사회보험의 사각지대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노동자의 실질적 이해와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화물연대는 정치 파업을 멈추고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실질적인 협상에 임해야 한다.
문화일보
12.09 경찰 이제야 노조 조폭 행태 단속, 산업 전체로 무기한 실시해야
경찰이 8일부터 건설 현장의 갈취, 폭력 등 조직적 불법 폭력 행위에 대한 특별 단속에 들어갔다. 내년 6월까지 200일 동안 실시한다고 한다. 노조, 특히 민노총 산하 건설 노조의 불법 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건설 업계와 현장 인근 주민이 정부에 고통을 토로하고 대책을 호소했다. 그런데 이제야 경찰이 특별 단속에 들어간다고 한다. 200일 시한은 또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법 집행에도 시한이 있나.
건설 노조가 현장에서 벌이는 불법 행위는 조폭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소속 노조원 채용과 고용 보장, 고용 승계, 비노조원과 타 노조 조합원 채용 금지, 일당과 수당 인상, 노조에 등록된 건설 기계와 덤프 트럭 사용, 타워크레인 운용권 등을 건설업자에게 강요했다. 이권을 강취해 돈을 뜯는 조폭 행태 그대로다. 공사장 안전 문제를 신고하겠다며 금품을 뜯어내기도 했다. 이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공사장 진입로를 막아 공사를 못하게 했다. 건설사에 대한 소음 민원을 유도하려고 집회를 열거나 운동권 노래, 심지어 장송곡을 밤새 틀어 인근 주민에게 고통을 줬다. 건설 현장의 사소한 일들을 과장해 신고하거나 투서하는 방법으로 공사를 방해했다. 비노조원에 대한 폭행은 일상적이었다. 전국 도처에서 무법천지의 폭력 해방구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노골적 조폭 행태를 경찰이 아니면 누가 중단시킬 수 있나. 이런 당연한 의무를 경찰은 방치하다시피 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말리거나, 노조는 싸우는데 근처에서 교통을 정리하는 일이 고작이었다. 건설업자와 주민들은 특히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노조의 불법 현장에서 경찰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한다. 경찰이 문 정권 출범의 일등 공신인 민노총 눈치를 봤기 때문이다. 건설업자들은 이들의 강요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고 노조는 공권력의 사각지대에서 이득을 챙기고 세력을 불렸다.
민노총 산하 노조의 폭력 갑질 행위는 건설만이 아니라 모든 산업 현장에서 벌어져온 일이다. 작년에는 업무 방해, 협박 등 민노총 조합원들의 집단적인 괴롭힘 때문에 택배 대리점주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대우조선, CJ, SPC, 하이트진로 등 민노총의 이른바 ‘타깃 업체’에서 불법 폭력이 벌어졌지만 공권력이 제대로 행사된 적이 없다. 노조의 불법 갑질, 폭력 행위에 대한 경찰의 특별 단속은 200일 시한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건설 현장만이 아니라 산업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2월 09일 운송거부 민형사 책임 끝까지 묻고 표준운임 도입해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사태가 16일 만에 흐지부지되는 양상이다. 화물연대가 9일 파업 철회 투표를 하는 등 퇴로 찾기에 나섰지만, 이미 파업 대오는 무너졌다. 윤석열 정부의 원칙 대응과 비판적 여론에 굴복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민노총 무소불위만 돌아봐도 전례 없는 일이다. 따라서 세계 최악인 강성 노조 폐해와 기울어진 노사관계를 바로잡을 계기도 될 수 있다.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노조 위세를 이용한 불법·부당한 요구는 절대로 수용될 수 없다는 확고한 원칙을 세우는 것이 기본이다.
정부는 당초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제안했지만, 화물연대는 이를 거부하고 적용 품목 확대 및 영구화 입법을 요구하며 집단운송 거부에 나섰다. 정부의 제안 취지는 안전운임제 효과가 불확실하고 화주로의 부담 전가 등 경제 원칙에도 어긋나는 측면이 있지만, 일단 연장해 놓고 보완책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따라서 정부의 당초 제안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화물연대 파업이 조합원은 물론 국민의 지지도 제대로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전운임제 문제를 ‘올 연말 일몰’이라는 원점에서 논의하면 된다.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피해 보전 문제다. 출하 차질 규모는 철강·석유화학 업계 2조6000억 원, 시멘트와 컨테이너 부문 1조 원 등 무려 4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건설 공사 중단 등 후방 피해도 만만치 않다. 당장 파업을 철회한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다. 업무·공무집행 방해나 담합 등 형사 책임은 말할 것도 없고, 손해배상 등 민사 책임을 끝까지 묻고, 업무개시 명령을 거부한 화물차주들에 대한 행정 조치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파업 철회의 대가로 노조 책임을 불문에 부치는 식의 협상이 되풀이된다면, 더 큰 불법을 부추기는 나쁜 선례를 추가할 뿐이다.
둘째, 안전운임제의 원점 재검토다. 문 정부에서 3년 한시법으로 도입할 때부터 포퓰리즘 성격이 강했다. 실효성은 의문이고, 형평성 문제도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채택한 나라가 없는 이유다. 적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표준운임제가 합리적 대안이다.
문화일보 사설
12.09 화물연대 16일만에 백기투항...안전운임 3년 연장도 미지수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 16일 만에 현장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화물연대는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안전운임 3년 연장안 입법화'와 '품목 확대'를 계속 요구하겠다고 했지만, 장기간 파업에서 실제로 얻은 건 하나도 없어 사실상 '백기 투항'이란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정부와 여당이 당초 제안했던 안전운임 3년 연장안의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히고 있어 안전운임이 올 연말 일몰을 피해 3년 더 유지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화물연대는 9일 운송거부(파업) 철회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이 절반을 넘어 현장 복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에 치러진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2만 6000여명 가운데 14%가량인 3574명이 참가했으며, 이 중 2200여명(약 62%)이 파업 철회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14% 투표 참여, 62% 철회 찬성
이에 따라 지난달 24일부터 시작해 16일간 이어졌던 운송거부는 끝나게 됐다. 16일간의 운송거부는 지난 2003년에 기록된 최장기 파업과 동일한 기록이다.
이날 투표에는 내홍도 있었다. 화물연대 부산본부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조합원 투표 없이 해산결정을 내리고 각 지부에 이런 내용을 전달한 것이다.
부산본부 측은“파업이 기대한 만큼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약속 파기, 탄압, 반노동 정책 때문”이라며 “파업 지속 여부를 두고 조합원에게 찬반을 묻는 것은 지도부가 책임을 모면하고, 그 책임을 조합원에게 전가하는 것이기에 의견을 묻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9일 오후 경기 의왕시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서 총파업 철회 발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앞서 화물연대 지도부는 전날 대전에서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조합원 투표를 결정하면서 “(현장에 복귀할 경우) 정부와 여당은 당정 협의를 통해 발표했던 안전운임 3년 연장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당정 “안전운임 3년 연장 재검토”
하지만 대통령실은 물론 정부와 여당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당정이 제안한 안전운임 3년 연장안을 걷어차고 파업에 돌입해 국가 경제에 큰 손실을 입힌 만큼 3년 연장 제안은 무효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11월 22일 정부ㆍ여당이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제안한 것”이라며 “화물연대가 이를 거부하고 11월 24일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해 엄청난 국가적 피해를 초래했기 때문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화물연대는 그동안 국민경제에 끼친 피해와 일하고자 하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지난 16일간의 운송거부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품목확대 역시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제안은 무효가 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무리한 요구를 앞세운 화물연대가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면서 장기간 운송거부를 이어가는 걸 보고는 정부와 여당 내 기류가 더 강경하게 바뀐 것 같다”고 전했다.
법 안 바꾸면 안전운임 연말 폐지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열어 안전운임제의 일몰기한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연말까지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제동을 걸면 법사위 처리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 등을 막기 위해 화물 차주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그보다 적은 돈을 지불하는 화주에겐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됐다. 3년 한시로 2020년부터 적용됐으며 법 개정이 안 되면 올해 말 자동으로 폐지된다.
물론 정부 안팎에선 안전운임제 폐지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소한의 안전 개선 장치라는 명목으로 도입한 제도를 명확한 효과 분석도 없이 폐지하는 건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교통안전 개선 효과를 좀 더 정밀하게 분석한 뒤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에 대한 손배소와 형사처벌, 행정처분 원칙대로 진행 ▶정밀한 효과 분석 뒤 지속 여부 결정 수용 등을 전제 조건으로 안전운임 3년 연장을 논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12.10 화물연대 파업 철회, 법 원칙 지키니 떼 폭력 설 자리 잃었다
화물연대가 9일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을 철회했다.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중 62%가 업무 복귀에 찬성한 결과였다. 지난달 24일 전면 운송 거부를 시작한 지 16일 만이다. 정부가 법과 원칙을 지키며 단호히 대응하자 사실상 백기 투항을 했다.
화물연대 파업은 처음부터 억지였다.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겠다고 했는데도 영구화를 요구하고 시멘트와 컨테이너에 적용하는 대상 품목도 확대하라며 파업에 들어갔다. 새 정부 첫 파업에서 성공했다고 보고 정부를 만만하게 본 것이다. 수출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실물 경제 침체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물류를 볼모로 자신들 잇속만 채우겠다는 파업은 국민 경제에 큰 피해를 남겼다. 16일 동안 운송 거부로 인한 경제 피해만 4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한때 기름이 떨어진 주유소가 90여 곳에 이르는 등 국민들이 겪은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민노총과 화물연대는 이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비용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건가.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한 것은 정부가 일관되게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화물연대가 파업했을 때 정부는 안전운임제 지속과 대상 품목 확대를 논의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달래는 데만 급급했다. 이에 화물연대가 정부를 얕보고 5개월 만에 파업을 재개한 것이다. 이번에는 정부가 지난달 29일 시멘트, 8일에는 철강·석유화학 업종에 차례로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고 운송 방해 행위를 신속하게 추적해 사법 처리했다. 국민 여론도 정부의 원칙 대응을 지지했다. 화물연대의 떼법과 폭력이 통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상승은 이 같은 정부 대응에 대한 긍정 평가도 반영됐을 것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노사 현장에서는 갈등과 분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분쟁에서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만이 분쟁 해결의 유일한 기준임을 이번 화물연대 사태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노조 위세를 이용한 억지와 불법, 폭력, 부당한 요구는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확고한 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갈등 고조와 부작용이 있어도 법과 원칙을 양보하면 악순환만 낳을 뿐이다. 법과 원칙만이 세계 최악 수준이라는 노조 폐해를 바로잡고 바람직한 노사관계로 한 걸음씩 나아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2.10 지하철 민폐 시위 1년, 이제야 ‘무정차 통과’ 대책 나온 이유

▲출근길 지하철 탑승한 전장연
서울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출근길 시위를 하는 지하철역에서는 열차를 정차하지 않고 통과시키기로 했다. 이 경우 시위가 진행되는 지하철역 승객들은 지하철을 못 타도 지하철 노선 전체가 마비돼 그 시간대 모든 승객이 발이 묶이는 일은 막을 수 있다. 전장연의 시위는 방식 자체가 잘못됐지만 이들의 시위를 사실상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교통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는 작년 12월 3일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서울 지하철 3·4·5호선에서 평일 오전 7~10시 집단으로 휠체어를 천천히 움직여 열차에 오르거나 바닥을 기어서 열차를 타는 방식으로 지하철 출발을 지연시켰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휠체어를 세워 놓고 출입문 개폐를 막는 위험한 일도 자주 벌였다. 지난달 11일까지 11개월 동안 이런 방식의 전장연 시위가 지하철역에서 46차례 이뤄졌다고 한다. 주말과 공휴일을 뺀 평일을 기준으로 5일에 1번씩 시위가 열린 것이다. 그때마다 평균 56분 지하철이 지연됐다. 수많은 시민이 생업에 지장을 받았고 발을 굴렀다.
전장연 시위는 원래 문재인 정부의 장애인 정책에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그럼에도 지난 4월 퇴임 직전 문 대통령은 이 시위에 대해 “느린 사람을 기다려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 자신의 무관심을 자책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정부가 아니라 시민 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입장이었다. 평소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로 출근한 뒤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야당이 됐다고 시위를 부추긴 것이다. 정치권에서 이러는 동안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은 대책 없이 불편을 강요받았다. 궁여지책으로 인터넷에 ‘전장연 시위 예보’까지 나왔다. 1년 동안 불편을 겪은 시민은 헤아릴 수도 없을 것이다.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 확보, 탈시설 지원과 활동 지원, 교육시설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가 합당한지는 별개 문제다. 전장연의 시위 방식은 불법 업무방해에 해당한다. 이런 불법이 1년 이상 방치됐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식으로 방치되는 불법이 한둘이 아니다. 시민들은 “참을 만큼 참았다”고 한다. 무정차 통과 등 교통 대책만이 아니라 전장연 시위 방식처럼 일부러 시민 다수에 불편을 주는 방식의 불법 시위에 대한 근절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2.12 종북·폭력적 노동운동의 종말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한 9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앞 도로에 주차된 화물차에서 한 조합원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뉴시스
1995년 설립된 민노총이 27년 역사에서 벌인 총파업이 40회 가까이 된다. 한 해 두 번 이상 총파업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올해처럼 화물연대가 투표로 파업을 자진 철회하고, 민노총 지도부 역시 당초 14일로 예고한 ‘2차 총파업’ 포기 선언을 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사실상 ‘백기 투항’ 하고 나온 것이다. 일단은 윤석열 정부가 내건 ‘법과 원칙’이 통했다. 그보다 더 본질적으로는 민노총의 모순된 운동 방식이 곪을 대로 곪았고, 민노총은 거기에 걸려 제 발에 허물어진 것이라고 본다.
‘민주’라는 이름을 내건 단체는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본다는 분들을 여럿 보았다. 독재 국가 북한을 옹호하고, 대화보다 주먹을 앞세우고, 내 뜻과 다른 반대편은 무조건 적으로 모는 반민주적 행태를 서슴지 않는 조직이 어떻게 ‘민주 단체’냐는 것이다. 그 앞자리에 민주노총이 있다. ‘주한미군 철수’ ‘사드 배치 철회’ ‘통진당 이석기 석방’은 민노총 집회의 단골 구호다. 올해 광복절 시위 땐 북한 노동자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이 보내온 ‘련대사’를 낭독하고, 그 글을 민노총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전국 미군기지를 돌며 ‘양키 고 홈(Yankee go home)’ 시위까지 벌였다. 시대착오적인 ‘친북 반미’가 그들에겐 여전히 금과옥조다.
북한의 강제노동 실상은 오래전부터 국제사회에 알려져 있다. 노동 환경이 열악한 정도를 넘어 ‘북 주민 열 명 중 한 명은 사실상 노예 상태’라는 인권단체 보고서도 있다. 민노총이 이런 북한의 비참한 노동권·인권 실종 상황을 모를 리 없다.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북한의 노동 문제는 입에 올리지도 않으면서 ‘미국과 싸우자’고 외치는 노조를 어떻게 민주노조라고 부를 수 있나.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런데 대화라면 몸서리부터 치는 조직이 민노총이다. 민노총 27년 역사가 말해준다. 2005년 온건파 집행부가 노사정 대화 복귀를 안건으로 올리자 회의장에 시너·소화기를 뿌리고 집기를 부수는 등 난투극을 벌이는가 하면, 이듬해엔 경쟁 단체인 한국노총 위원장을 대낮 길거리에서 폭행하고 한국노총 건물에 들어가 난장판을 만들기도 했다. 정부와 대화를 시도한 민노총 위원장이 두 번이나 중도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그 결과 1999년 노사정 대화에서 스스로 떨어져 나온 이후 민노총은 지금껏 ‘사회적 대화’와는 담을 쌓아 왔다. 걸핏하면 법보다 주먹을 앞세우는 조직이 민주노동 운동을 표방한다고 해서 민주노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의 생명은 자주성이다. 정부와 사용자, 노조 외부의 단체가 노조 운영을 방해하거나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런 노조 자치주의는 어디까지나 노조의 민주성이 전제될 때 국민이 수긍한다. 독재 국가를 옹호하는 노조, 폭력적인 노조, 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린 노조에까지 노조 자치를 무한정 허용하는 국가는 없다. 민노총은 노조 자치주의, 민주노조의 정당성을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렸다고 본다.
길거리 전투, 정치 투쟁에 매달리는 민노총과 달리 선진국 노조는 대화와 협력을 추구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영국노조는 1980년대, 일본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노동운동이 쇠락하면서 정부, 사용자를 상대로 실용적이고 유연한 협상 전략을 펴고 있다. 독일은 1976년 ‘공동결정법’ 제정으로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명문화할 정도로 노동자의 발언권이 높다. 그런데 올 3월 테슬라가 공동결정법을 피해가는 방식으로 독일에 ‘기가팩토리’를 가동하고, 단체교섭까지 거부했지만 독일 금속노조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자리 4만개가 생기는 경제 효과를 앞세운 것이다. 민노총은 이런 선진국 노조의 변신을 따라 할 생각은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조선일보 박은호 기획부장
12.12 1000채 ‘빌라왕’ 급사… 전세보험 든 세입자도 발동동
“구상권 청구할 집주인 없어져”… 보험 가입한 200명 돈 못받아
수도권에서 1000채 넘는 빌라·오피스텔을 임대해 ‘빌라왕’이란 속칭이 붙은 40대 임대업자 김모씨가 지난 10월 갑자기 사망하면서 세입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세입자 수백 명이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고 있고,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사람들까지 “구상권을 청구할 집주인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보증 기관에서 보상을 못 받고 있다.
1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김씨가 사망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는데 세입자들에 대한 대위 변제(보증 기관에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회수하는 것)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상 전세금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는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HUG는 이를 근거로 대위 변제 작업에 착수한다. 그런데 집주인이 사망한 탓에 세입자들은 ‘계약 해지’ 요건을 충족할 수 없게 됐다. 세입자가 소송 없이도 전세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안전 장치’로 통하던 보증보험이 임대인 사망이라는 예외적 상황에 제도적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김씨 소유 주택 세입자 중 HUG에서 보증금을 받지 못한 사람만 최소 200명에 달한다.
대위 변제가 이뤄지려면 4촌 이내 친족 중 누군가 상속을 받아야 하는데, 상속자 찾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씨는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62억원을 체납하면서 소유 주택이 압류됐고, 올 들어 집값도 가파르게 내리면서 집을 팔아도 전세 보증금조차 돌려주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씨의 유일한 혈육인 부모는 상속 의사가 불명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상속이 이뤄지지 않으면 세입자들은 법원이 상속 재산 관리인을 지정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김씨 재산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관리인 선정에도 애를 먹을 전망이다. HUG 관계자는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의 불편을 잘 알지만, 규정 때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김씨 부모가 상속을 받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수도권 빌라와 오피스텔을 갭 투자(전세를 낀 매매) 방식으로 사들였다. 올해 6월 기준 소유 주택이 1139채에 달했다. 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지난 4월 온라인에서 피해자 모임을 만들었고, 현재 피해가 확인된 가입자만 400명이 넘는다. 이들 중 보증보험에 가입한 200여 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는 자신이 살던 집이 경매를 통해 새 주인을 찾는 것 말고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는 현실이다. 김창범 변호사는 “불과 2~3년 사이에 1000채 가까운 집을 한 사람이 사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전문적인 전세 사기 조직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통상 전세 사기에 동원된 집은 전셋값이 시세보다 비싸고, 최근 집값도 약세여서 경매를 진행해도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증금을 제때 못 받은 피해자들은 이사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수백만원의 계약금을 날린 사례도 있다. 피해자 카페 관계자 박모씨는 “피해자 상당수가 20~30대여서 보증금을 못 받으면 전 재산을 잃고 빚더미에 앉을 판”이라며 “전세 사기 스트레스 때문에 유산하고,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 전세 계약이 남았거나 집주인인 김씨의 사망 사실을 모르는 세입자도 있어서 피해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부 피해자는 김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지만, 김씨가 사망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상습적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세금까지 체납한 악성 임대인이 아무런 제재 없이 부동산 거래를 계속할 수 있었다는 건 관련 제도가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정순우 기자
12월 12일 주택가 시위와 혐오 현수막 엄격 금지한 판결, 의미 크다
주택가 ‘민폐 시위’와 ‘혐오 현수막’을 엄격히 금지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는 현대건설과 서울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제기한 ‘시위 및 현수막 설치 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 9일 인용했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지난달 12일부터 벌여온 시위와 현수막의 위법성을 지적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정 회장은 노선 결정 주체인 국토교통부 책임자도 아니다. 해당 공사 시행사인 현대건설의 소속 그룹 회장이다. 그런데도 추진위는 정 회장 한남동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입에 담기 어려운 저주까지 현수막·유인물 등을 통해 퍼부었다. ‘떼법’을 앞세운 행패다. 재판부가 시위는 물론 정 회장 자택 반경 250m 이내, 은마아파트 등에서의 그런 표현물 부착·게시도 금지하며, “표현·집회의 자유가 아무 제한 없이 허용되는 건 아니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법원은 “사생활의 자유·평온이 고도로 보장될 필요가 있는 개인 주거지 부근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는 건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넘어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라고 했다. 현행 집시법에도 사생활 평온을 해칠 집회·시위를 금지·제한하는 규정은 있다. 하지만 원론적이고, 처벌 수위도 낮다. 경찰도 적용에 소극적이어서, 거의 사문화한 것과 다름없다. 이제라도 금지 대상을 더 구체화하며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 입법이 절실하다. 더 미룰 이유가 없다.
문화일보 사설
12.14 선진국 가는 필수 관문 노동개혁,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것
정부 위탁을 받은 전문가 기구가 ‘노동시장 개혁 권고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정부안으로, 주52시간제를 월·연간 단위로 확장해 유연 적용, 호봉제를 직무급으로 전환, 파견 근로자 업종·기간 확대, 파업 기간 중 대체 근로 허용, 주휴수당 폐지 등 후진적 노동 제도를 수술하는 개혁 방안이 대거 담겨 있다. 옳은 방향이나 문제는 실행력이다. 고용부 장관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지만 안이한 생각이다. 노조와 무조건 노조 편을 드는 민주당의 반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를 제외한 역대 정권도 여러 차례 노동개혁을 추진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노동계 반발을 돌파할 정권 차원의 의지가 약해 정치적 미봉으로 끝나곤 했기 때문이다. 노동계를 설득하기 위해 임금 체계 개편을 전제로 한 60세 이상 정년 연장, 사회 안전망 확충 등 다양한 협상 카드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은 산업화, 정보화 단계를 거치며 선진국 문턱을 넘어섰다. 하지만, 근로 관행과 임금 체계는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그대로 묶여 있다. 호봉제 탓에 30년 이상 근속자의 평균 임금은 1년 미만 근속자의 4.4배에 이른다. 호봉제 원조 국가 일본(2.4배)보다 훨씬 높고, 유럽연합 평균치의 3배에 달한다. 전체 산업의 시간당 임금 상승 폭이 지난 20년간 154%로, 미국·독일의 2~3배에 달하는 반면 노동 생산성은 미국·독일의 50~60% 수준에 불과하다. 경쟁국의 연구실은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주52시간제 탓에 연구소조차 밤이 되면 불을 끄고 퇴근해야 하는 나라가 됐다.
낡은 노동 관행과 제도는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양극화, 정규직 과보호에 따른 청년 일자리 감소, 고임금·저효율에 따른 기업 경쟁력 약화 등을 초래해 국가 경쟁력을 좀먹고 있다. 한국의 GDP 순위는 세계 9위지만 세계경제포럼이 매기는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노사협력(130위), 정리해고 비용(116위), 고용·해고 관행(102위) 등 노사 관계 경쟁력은 세계 꼴찌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동 제도와 관행을 고치지 않고서는 경쟁을 이길 수 없고 선진국도 될 수 없다. “(과격 투쟁만 일삼는) 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고 했던 어느 전직 의원의 호소처럼 노동 개혁 없이는 미래 세대에 희망을 줄 수도 없다. 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기 속에서 경제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조선일보 사설
12.14 급사한 ‘1000채 빌라왕’ 뒤엔 검은 세력… 그들의 타깃은
수도권에서 1139채에 달하는 빌라·오피스텔을 임대하던 ‘빌라왕’ 김모씨가 지난 10월 갑작스레 사망해 20~30대 세입자 수백 명이 보증금을 못 돌려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2019년 빌라 594채의 보증금을 갖고 잠적한 진모씨 사건에,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335명에 달하는 ‘세 모녀 전세 사기’에 이르기까지 잇따른 전세 사기로 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역대급 전세 사기가 또 터진 것이어서 파장이 크다. 같은 사고가 거의 매년 반복되는데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는 질타가 쏟아진다.
김씨에게 당한 피해자들을 두고 “큰돈이 오가는 거래인데 조심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피해자 대부분 보증금을 지키려는 노력을 했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집주인의 밀린 세금이나 숨겨진 빚은 없는지 확인한 후 거래했고, 설사 집이 경매에 부쳐지더라도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도록 확정일자도 받았다. 피해자 절반은 보증보험에도 가입했다. 이 정도면 세입자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한 셈이다.
하지만 김씨는 법망을 피해 교묘한 수법으로 세입자들을 농락했다. 피해자 상당수는 전세 계약 당시 임대인은 다른 사람이었는데, 계약 후 집이 김씨에게 팔렸다. 임대인이 전세 사기꾼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세입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후 김씨는 돈이 없다며 보증금 반환을 거부했고, 60억원이 넘는 종부세 체납으로 집에 압류까지 걸리면서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날릴 처지가 됐다. 심지어 보증보험에 가입한 사람들마저 ‘계약 해지를 통보할 당사자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보험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보증금을 못 돌려받으면서 이사 갈 집의 계약금을 날리는가
김씨는 불과 2년 사이 1000채 넘는 집을 샀는데, 신축 빌라가 많았다. 앞서 진씨나 세 모녀 사건도 신축 빌라가 주 타깃이었다. 신축 빌라는 거래가 없어 시세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변호사들은 김씨 사건 배후에 건축업자와 분양 대행사, 공인중개사까지 결탁한 전문 조직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가 몸통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데도 경찰은 김씨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
정부는 전세 사기 특별 단속을 하고 있으며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 빌라 시세 제공 등 재발 방지책도 마련 중이다. 부디 이번 기회에 빌라왕과 뒤에 숨어있는 사기 조직까지 발본색원하고 엄벌에 처해주길 바란다. 다시는 전세 사기 범죄자들 때문에 청년들의 생활 터전이 파괴되고 꿈이 꺾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조선일보 정순우 기자
12.16 “지하철 시위, 장애인 혐오만 키운다”는 장애인의 호소

▲지하철 운행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 연대' 회원들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를 비판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 단체의 불법 시위를 다른 장애인 단체가 가로막았다. 15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 현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불법 시위를 막을 책임은 정부에 있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관계없는 대다수 시민의 생업을 방해하는 시위는 빨리 중단시킬수록 좋다. 그런데 이 당연한 일이 한국에선 1년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자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이 공권력을 대신해 불법을 막겠다며 나선 것이다.
‘지하철 운행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 연대’ 회원 10여 명은 시위 중단을 요구하면서 “지하철 운행 방해는 전체 장애인에 대한 혐오감만 키울 뿐”이라고 했다. 그동안 시위를 바라본 시민과 침묵하는 다수 장애인이 하고 싶었던 말이다. 1년 동안 이들이 서울 지하철에서 벌인 시위는 50번이 넘는다.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는 아침 8~10시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천천히 승하차하거나 출입문을 막고 버티는 방식으로 시위했다. 같은 시간대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이 제 시간에 출근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에 발을 굴렀다.
이런 시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장애인 이동권, 탈시설 등과 관련한 전장연의 요구 가운데 무리한 부분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식으로 목적을 이룬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장애인 권익에 이로울 리 없다. 그런데도 이런 시위가 1년 넘게 방치됐다. 한국 사회에선 이런 식으로 방치되는 불법이 한둘이 아니다.
시위가 장기화되자 서울시는 전장연이 시위하는 지하철역에서 일시적으로 열차를 정차하지 않고 통과시키고 있다. 개별 지하철역에서 진행되는 시위 때문에 노선 전체가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출근 시간대 혼란과 불편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이다. 시위대가 불법 행위를 중단하거나 정부가 중단시키는 것 이외에 해법은 없다. 보다 못한 장애인 스스로 해결을 위해 나섰다. 한국 사회가 건강하다면 시위를 막아선 장애인들의 이런 주장이 더 큰 지지를 받아야 한다. 정부도 이들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
12.17 ‘가입은 돼도 탈퇴는 안 돼’ 민노총 조폭 행태에 장단 맞춘 노동부

▲지난 6월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 외부에 출하하지 못한 제품이 쌓여 있다./연합뉴스
노동부가 포스코 노조의 민노총 탈퇴 신고를 반려했다. 포스코 노조가 투표로 민노총 탈퇴를 결정했는데 이 투표 총회 소집을 민노총에서 제명당한 노조 집행부가 소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동부 논리가 맞는다면 포스코 노조는 영원히 민노총 탈퇴가 불가능하다. 노조원 모두가 동의해도 민노총이 먼저 집행부를 제명해버리면 방법이 없다. 노조 선택권이 보장된 복수 노조 시대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포스코 노조 집행부가 민노총 금속노조 탈퇴 투표를 공고한 것은 지난 10월 말이다. 그러자 민노총 금속노조는 이를 구실로 포스코 노조 집행부를 전원 제명했다. 누가 봐도 탈퇴 투표를 공고한 데 대한 보복이자 이후 이들이 진행하는 모든 탈퇴 절차를 무효화하기 위한 노골적인 방해 공작이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규약은 총회 소집권자를 지회장으로, 지회장 부재 시에는 수석부지회장으로 정했다. 이를 아는 민노총은 집행부 전원 제명으로 총회 소집권자 자체를 없애버리는 방법으로 총회 소집을 원천봉쇄했다.
민노총 방해에도 포스코 노조는 지난달 28~30일 총회를 열고 금속노조 탈퇴안에 대해 69.93% 찬성으로 탈퇴를 결정하고 노동부 포항지청에 이를 신고했다. 그런데 노동부 포항지청이 민노총에 의해 제명된 집행부의 총회 소집이 규약에 어긋난다며 신고를 반려했다. ‘가입은 돼도 탈퇴는 안 된다’는 것은 조폭 영화에서나 나오는 내용이다. 그런 행태를 민노총이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는데 정부 기관이 이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노예계약으로 악용된 규약을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포스코 노조의 민주적 결정을 문제 삼았다.
이번 일은 이탈하는 노조에 대해 보복을 일삼는 민노총의 조폭 행태가 근본적 문제다. 이럴수록 노동부는 근로자의 총의를 존중해 노조를 보호하고 민노총의 갑질 행태를 규제해야 한다. 포스코 노조원들은 민노총이 조합비는 받아가면서 노조 활동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탈퇴를 결정했다. 이 결정에 회사가 개입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노동부는 탁상행정으로 민노총 편을 들었다. 아무리 공무원들이 책임지지 않을 궁리만 한다고 해도 이 경우는 너무하지 않은가.
조선일보 사설
12월 19일 거대 노조 ‘깜깜이 회계’ 투명성 획기적 강화 절실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비롯한 거대 노조의 무소불위 행태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미래산업으로의 구조조정을 가로막으며, 심지어 개별 기업의 투자계획 등 경영을 방해하고, 노사 법치주의까지 흔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민노총 산하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건설노조의 횡포만 봐도 알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연금·교육 개혁에 많은 국민이 지지를 보내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노조 활동에 햇빛을 제대로 비춰 국민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노조 재정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국민이 알아야 할 부분에 있어선 정부가 과단성 있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개혁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지만, 노조 운영의 투명성은 노조 발전을 위해서도 절실한 일이다.
물론 조합비 수입과 지출은 기본적으로 노조 자율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조합원들조차 불만을 터뜨리는 ‘깜깜이 회계’는 문제다. 노동조합법 제25조(회계감사) 규정이 있지만, 강제성이 없고 실효성도 약하다. 민노총의 경우, 산하 산별노조 중 규모가 큰 곳은 1년 예산이 300억∼400억 원으로, 전체 예산이 2000억 원에 근접할 것이라는 게 노동계 추산이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예산이 144억 원이며, 국고 보조금도 연간 약 52억 원에 이른다.
기업별 노조는 조합원 권익을 증진하기 위한 이익단체이지만, 상급 노조가 될수록 공익성도 커진다. 노조 규모가 커져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커지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회계 투명성에 대한 책임과 의무도 상급·거대 노조로 갈수록 커진다. 미국에선 예산이 연 25만 달러 이상인 노조는 의무적으로 노동부에 예산을 보고하고, 영국에선 노조가 회계를 행정관청에 보고하도록 돼 있는 이유다. 한국 현실은 정반대다. 노조법에는 조합원이나 행정관청이 노조의 회계 결산 결과에 대한 자료 열람만 청구할 수 있을 뿐, 회계 감사나 회계장부 등의 자료 청구권이 없다. 노조의 재정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행정적·제도적 조치가 화급하다. 국고가 지원된 경우에는 당장 감사원 등이 엄정히 따져 적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2.19 시위 8분전 장소 알린 전장연…“그만좀 합시다!” 지하철 시민들 항의
휠체어 발판 유무 놓고 시민과 설전
게릴라성 시위를 예고했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9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장애인 예산 권리 국회 통과” 주장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시작했다. 전장연 측은 시위 장소를 함구하다가 이날 오전 7시 52분쯤 소셜미디어를 통해 장소와 동선을 공개했다.

▲<YONHAP PHOTO-2283> 구호 외치는 전장연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선전전 250일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2.16 pdj6635@yna.co.kr/2022-12-16 12:13:09/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날 시청역에서 본래 삼각지역으로 향하기로 했던 경로를 변경해 “시청역에서 1호선 타고 노량진으로 이동한 뒤, 국회의사당역으로 가서 국회에 대해 하루빨리 장애인 예산 (통과) 촉구하기 위해 선전전 진행하겠다”고 했다.
통제 공백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시위 시작 때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현장에 미리 배치됐다. 전장연 측은 “매일 진행되는 지하철 선전전은 최대한 연착 없이 5분 이내 탑승해 마찰 없이 진행하는데 서교공은 매일 시민들에게 ‘상당시간 연착된다’고 허위방송 해왔고 오세훈 시장은 무정차로 과잉 대응 나섰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날 휠체어를 탄 전장연 활동가들이 사용할 때 쓰는 ‘발판’을 놓고 시민들과 전장연 측의 설전이 벌어졌고 열차 운행이 지연되기도 했다. 남영역에서 발판 준비 미비로 휠체어가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낄 것을 우려한 일부 활동가가 승강장과 열차 문 사이에 멈춰서며 열차가 일부 지연되자, 시민들이 고성을 지른 것이다. 시민들은 “아 좀 그만좀합시다! 나가봐 안빠져” “시끄러워 죽겠어요 출근길에!” 등 소리를 질렀다. 결국 임시로 나무 발판을 들고와 용산역 도착 6분만에 전장연 관계자들이 내렸다.
그러나 용산역에서 또다시 발판 문제를 놓고 열차 정체가 10분 넘게 이어지자 역무원들이 “빨리 들어가라”며 전장연 측 관계자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용산역내에서는 “바쁘신 고객님들은 동인천 급행열차를 이용해달라”고 안내방송했다. 혼란이 지속되면서 열차는 도착 20여분 뒤인 오전 8시 50분에도 출발하지 못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의 무정차 운행은 이날 없었다. 용산역은 코레일 구간이고 관제시스템이 달라 서울교통공사 측이 따로 조치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코레일 측에서는 “용산역에서는 선로가 여러개라 다른 열차가 지연된 해당 열차를 추월해 지나가면 된다”며 “거의 지연은 없었고 해당 열차를 이용했던 승객들에게 불편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12.20 엄청난 돈 걷어 누가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비밀인 거대 노조들
민노총 등 거대 노조가 억지와 불법, 폭력 등 무소불위의 행태를 보여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한 기반 중 하나는 조합비와 정부지원금 등 거액의 자금이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 동안 거대 노조가 이 돈을 얼마나 조달해 누가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 드러난 적이 없었다. 이들 노조 귀족들에게 특급 비밀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8일 “노조 활동에 대해 햇빛을 제대로 비춰서 국민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국민이 알아야 할 부분에 있어선 정부가 과단성 있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 회의에서는 “(노조 재정 운영을) 들여다보면 놀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실제로 그동안 노조의 비리가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경찰은 지난 6월 2019년부터 노조비 1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한국노총 건설노조 진모 전 위원장을 구속 송치했다. 매달 조합비가 수억원에 달했지만 노조 주요 집행부를 자신이 임명해 제대로 감시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인천지법은 지난 4월 2011년부터 10년 동안 노조 조합비 3억7000만원을 빼돌려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혐의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지부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렇게 드러난 비리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노조의 돈 문제는 외부에서 간여할 수 없는 성역처럼 인식돼 왔다. 노조와 정치 동맹을 맺은 좌파 정권들의 보호도 있었다. 노조원들도 노조 간부들의 행태를 알려 하지 않고, 알아도 쉬쉬해왔다.
민노총과 한국노총에 가입한 근로자는 각각 100만명이 넘는다. 양대 노총 모두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인 액수를 알 수 없으나 매년 수백억원의 조합비가 들어온다고 한다. 여기에 한 해 수십억원의 정부지원금도 받고 있다. 국민 세금까지 들어가는데도 이 돈이 본래 목적대로 제대로 쓰이는지, 불법 집회·시위 자금으로 쓰이는 것은 아닌지, 일부 간부가 비리를 저지르는지 제대로 검증받은 적이 없다. 자금 입출 문제는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보안 사항이라고 한다. 특히 민주노총 같은 상급·거대 노조의 경우 ‘철의 장막’에 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합원 돈과 국민 세금을 쓰는데 그 내역이 어떻게 보안 사항일 수 있는가.
미국에선 1년 예산이 25만달러 이상인 노조는 노동부에 의무적으로 예산과 집행을 보고한다. 영국 노조도 의무적으로 회계를 행정 관청에 보고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조법 27조는 ‘노조는 행정관청이 요구할 경우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적용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노조가 최대 기득권 세력으로 개혁 대상의 하나가 된 지 오래다. 특히 지난 정권 동안 민노총은 불법 시위와 사업장 점거, 온갖 갑질과 폭력까지 마음대로 저질렀다. 이런 횡포를 막는 것도 노동개혁이다. 노조가 소수 귀족노조가 아니라 청년 등 전체 근로자를 위한 조직으로 바뀌기 위해서도 노조 재정 투명성은 반드시 이룩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2.20 비리 터져도... 年 1000억 쓰는 민노총, 내역은 ‘그들만의 비밀’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한해 예산이 550억, 본부도 184억
탄핵 촛불집회에도 사용… MZ세대 “왜 정치투쟁에 쓰나” 반발
정부가 노동조합 회계 관행에 대해 비판하고 나서면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예산 집행과 정부 지원금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은 19일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를 대상으로 민노총 등 주요 노조에 지급한 정부 지원금 규모를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와 경제계 등이 파악한 바로는 지난해 민주노총 본부 예산은 184억원. 최대 산별 노조 중 하나인 금속노조 550억원 등 16개 산별 노조 예산을 더하면 민노총 전체 1년 예산은 1000억원대일 것으로 추정한다. 민노총은 이를 어떻게 쓰는지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한국노총 본부 지난해 예산은 144억원. 한노총 전체는 조사된 바 없으나 조합원 규모가 민노총이 113만명(고용노동부 집계·2020년 기준)이고 한노총이 115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예산 대부분은 조합원들이 낸 조합비에서 나온다. 민노총 조합비는 노조마다 다르지만 보통 1인당 월 평균 1만원이라 가정하고, 여기에 조합원 수(113만명)를 곱하면 월 113억원, 연 1300억원이 넘는다. 정액으로 월급에서 떼는 곳도 있고, 비율을 정해 내는 곳도 있다. 금속노조 소속 현대차 노조는 통상임금의 1%를 조합비로 걷는다. 이와 별개로 노조 전임자 100여 명 임금을 주기 위해 통상임금의 0.28~0.65%를 따로 걷는다.
하지만 이런 회계 내역을 외부로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라는 지적을 자주 받았다. 노동조합법에는 ‘노조도 행정관청 요구가 있으면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노조 내부 갈등으로 민원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요구한다는 방침을 정해 놓았을 뿐, 사실상 이 같은 요구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노조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취지다. 이렇다 보니 조합원들이 낸 돈이 노조 본래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거나, 심각한 경우 회계 부정으로까지 이어지는 일도 있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 조합원들이 “왜 내가 낸 조합비가 정치 투쟁을 위해 쓰여야 하냐”고 반발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실제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한 포스코지회가 금속노조 포항 지부에 그동안 받아간 조합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노총·한국노총 연 예산·지원 규모
노총들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거액의 지원금을 받는 것도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한국노총에 29억원, 민노총에 3억원을 지원했다. 주로 연구 용역이나 노조 간부 교육, 행사비 등 명목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노총에 예산을 지원하는데 전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정부는 집계조차 않고 있다.
서울·경기 등 전국 지자체들이 양대 노총에만 적어도 매년 수십억원 이상씩 지원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자체에 산재한 ‘근로자(노동자) 복지관’ 상당수는 정부 돈으로 지어져 사실상 양대 노총 사무실로 쓰이고 있는데, 이들은 민간 위탁이라는 형식을 빌려 임차료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관리비나 직원 인건비 등을 챙기고 있다.
이와 별개로 ‘노동 단체 지원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직접 예산을 지원한다. 근로자의 날 기념행사, 노조 교육 사업 지원, 노사민정 워크숍 및 체육대회, 근로자 자녀 장학금 등이 그 명목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한노총에 이런 식으로만 17억원을 지원했다. 실제 노총 관련 예산은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민노총은 서울 강북노동자복지관 등 민간 위탁 비용으로만 서울시로부터 올해 9억원을 지원받았다. 경기도 역시 이런 식으로 민노총에 총 18억원, 한노총에 32억원을 지원했으며, 울산시도 올해 민노총이 쓰는 사무실 임차료 2억4000만원을 대신 내줬다.
문제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노사 관계 지원’ 등 명분으로 노조나 노동단체에 직간접적으로 현금 지원을 해왔는데, 이 과정에 하자가 없는지 제대로 들여다보는 기관이 없다는 점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조 회계 문제는 그동안 성역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문제가 많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촛불집회 등에 민노총 조합비 쓰여
개별 노조에서 걷힌 돈은 상급 단체인 산별 노조로 가고, 여기에서 일부가 총연맹으로 ‘가맹비’ 명목으로 다시 올라간다. 이렇게 상급 단체로 올라간 조합비는 각종 집회에 쓰인다. 지난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한 촛불 집회에도 민노총 조합비가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관계자는 “당시 7차례에 걸친 촛불 집회 비용 상당액을 민주노총이 부담했고, 촛불집회 한 번당 약 3억원씩 21억원가량을 부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각종 집회나 장기 파업을 하는 노조 지원 등 각종 투쟁 비용으로도 쓰인다. 금속노조는 노조 활동 과정에서 해고당한 조합원에게 9개월 동안 ‘신분 보장 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월급’을 준다. 민노총 소속 전임자 3300여 명 월급도 모두 조합비로 해결한다. 이들 중 일부는 ‘활동가’로 불리는 이들로, 특정 기업 근로자가 아니라 산별 노조나 지역 지부 등에서 노조 활동을 직업으로 한다.
민노총은 내부 회계 감사 결과를 대의원 대회에서 공개하고 확인받는 과정을 거치기는 한다. 하지만 구두 보고 수준이고, 회계 감사 위원도 민노총 내부 절차를 거쳐 선임한다.
이렇다 보니 비리도 계속 터진다. 민노총 소속인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에서는 노조 집행부인 사무국장 A씨가 노조 돈 7500만원을 횡령해 개인 생활비와 도박 비용 등으로 쓴 혐의로 작년 5월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4월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에어포트지부장도 조합비 3억7000만원을 유흥비로 쓴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한국노총 소속이었던 전국건설산업노조도 위원장이 2019년부터 3년 동안 노조비 약 1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일이 알려지며 전국건설산업노조는 한국노총에서 제명당했다. 본지는 예산 집행과 정부 지원에 대한 입장을 들으려고 민노총에 연락했으나, 민노총은 답변을 거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노조 활동에 대해 햇빛을 제대로 비춰 국민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노조 재정 운영 투명성처럼 국민이 알아야 할 부분에 있어선 정부가 과단성 있게 요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12.20 공지했던 시위 경로 바꿨다 ... 전장연 변칙에 출근길 또 지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0일 오전 8시 서울 5호선 광화문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전장연은 이번 탑승 시위도 사전 공지를 하지 않았고, 집회 3시간 전쯤인 오전 5시 9분쯤 소셜미디어를 통해 “5호선 광화문역에서 국회 방향으로 지하철 선전전을 벌일 것”이라고 공지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해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출근길 선전전을 하고 있다. 2022.12.20. /뉴시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날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이제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넘겼는데 (여야가) 아직도 내년도 예산안 합의 못 보고 있다고 들었다”며 “여야는 마지막 내년도 예산안에 5억원 경찰국 예산안 갖고 기싸움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런 곳에 기싸움 할 힘이 있다면 1년 동안 외치고 있는 (장애인 관련) 예산안에 대해서도 답해주기를 이 자리에서 다시 촉구한다”고 했다.
전장연 측은 또한 “(서울시가) 무정차 운행을 발표하면서 시민과 장애인, 장애인과 장애인을 갈라치기 시작했다”며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장애인과 장애인을 갈라치는 혐오조장, 갈라치기, 협박정치를 그만해달라”라고 했다.
전장연은 이날 광화문역에서 5호선 열차를 타고 국회까지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현장에서 경로를 갑자기 바꿨다. 광화문역에서 충정로역까지 이동한 뒤 다시 상행선 열차를 타고 광화문역으로 이동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시위로 열차 지연은 5~10분 정도 발생했다. 그러나 전장연 측과 경찰 및 서교공과의 대치 상황까지는 발생하지 않았고, 무정차 운행도 따로 없었다.
박 대표는 시위 전 승강장에서 “종로서 경비 과장은 과잉 대응과 오버하지 말라. (이런) 무한 책임을 이태원에서 펼쳤으면 좋았을 것을 반성하길 바란다”라며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언급했다. 전장연은 내일(21일) 오전 8시에는 경기 시흥시 오이도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시작해 남영역과 서울역 방향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12월 20일 전장연 ‘민폐 시위’ 이젠 적극적 공권력 행사 필요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민폐 시위’가 시민 인내의 한계를 넘고 있다. 휠체어 바퀴를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끼우거나 철제 사다리를 출입문 사이에 놓고 문을 못 닫게 해 지하철 운행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식으로 시위를 벌여온 이들은 오는 21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벌일 ‘253일차 지하철 선전전’도 20일 예고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4일 전장연이 단골 시위를 벌여온 4호선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하는 조치를 내렸다. 그러자 이들은 시위 장소를 사전 고지하지 않고 19일 게릴라 시위를 벌여 시민 불편을 더 키우기까지 했다. 오전 8시 1호선 시청역과 용산역 시위로 하행선이 55분간 지연됐다. 오죽하면 다른 장애인 단체들이 나서 “장애인 전체가 욕먹는다”며 전장연 시위를 막고 나섰겠는가. 지하철 운행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 연대 회원 30여 명은 전장연 시위 저지를 위해 지난 15일에 이어 19일에도 삼각지역에 나갔다가 시위 장소가 바뀌면서 해산했고, 경찰청으로 이동해 경찰의 단호한 대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과 탈보호시설 지원 등을 요구하는 것도 철도안전법을 정면 위반하는 전장연 식이어선 결코 안 된다. 경찰은 경고만 하거나 서울교통공사의 고발에 따른 수사·송치 등 소극적·사후적 대처로 일관할 때가 아니다. 이젠 적극적 공권력 행사가 필요하다. 불법 행위가 벌어지는 즉시 현행범으로 체포하거나 해산시키는 등 공권력이 존재하는 이유를 행동으로 분명하게 보여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2.21 시민들이 ‘나라에 법이 있는지’ 묻게 한 지하철 민폐 시위 1년
지난 1년여 동안 서울 지하철에서 출근길 탑승 시위를 벌여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0일 장애인 예산이 국회에서 처리될 때까지 ‘지하철 선전전’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장연은 이날 아침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출근길 탑승 시위를 벌였고, 21일 시위도 예고했다.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소셜미디어에 ‘휴전을 제안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국회 예산안 처리 시점까지 시위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하자 전장연이 수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사실상 불법 시위를 벌인 이들에게 ‘휴전’이란 표현을 쓰고, 이들이 마치 선심 쓰듯 수용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다.
전장연은 자신들의 행위가 ‘열차 운행 방해’가 아닌 ‘탑승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말장난일 뿐이다. 20일 시위로 10분가량 열차 지연이 발생했다. 19일엔 용산역에서 열차 운행을 중단하고 승객이 전원 하차하는 일도 생겨 열차가 40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출근길 1분 1초가 아까운 시민들에겐 심각한 문제다. 오죽하면 지난 15일엔 다른 장애인 단체들이 “지하철 운행 방해는 전체 장애인에 대한 혐오감만 키운다”며 시위를 막고 나섰겠나.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는 작년 12월 3일부터 시작됐다.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이들이 벌인 시위는 1년 동안 50번이 넘는다.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는 시간에 휠체어를 타고 천천히 승하차하거나 출입문을 막고 버티면서 지하철 운행을 막았다. 자기들 주장을 펼치기 위해 남을 괴롭히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평일 기준 5일에 1번꼴로 시위를 했는데 그때마다 평균 56분 지하철이 지연됐다. 그 안에 타고있던 시민들의 시간 손실을 감안하면 천문학적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것이다.
고의적인 철도 운행 방해는 명백한 철도안전법 위반이다. 하지만 정부와 경찰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법 적용을 제대로 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해왔다. 20일 시위 때는 경찰이 “시민들 지나갈 수 있게 공간을 비워달라”고 하자, 전장연 대표가 “오버하지 말라”고 했다. 법과 경찰을 우습게 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말이다.
한국 사회엔 이런 식으로 방치되는 불법이 한둘이 아니다. 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지난 8월 하이트진로 본사 건물에 들어가 옥상을 점거했고, 민노총 소속 현대제철 조합원들은 특별 격려금을 달라며 몇 달 간 사장실을 점거했다. 막무가내식 불법과 폭력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뿐일 것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은 무엇보다 공권력이 불법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전장연의 1년 시위도 그 연장선에 있다.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 확보, 탈(脫)보호시설 지원, 교육시설 예산 증액 등을 요구하며 불법 시위를 해왔다. 관련 예산은 국회 예산안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그런데도 전장연은 시위를 멈추지 않고 그 예산안을 빨리 통과시키라고 또 시위를 했다. 장애인 지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수많은 시민의 생업에 지장을 주면서 막무가내식으로 요구한다면 누가 공감하겠나. 전장연이 일단 시위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그간의 행태로 볼 때 예산 반영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언제든 시위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더 이상의 불법을 방치해선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
12.21 한국이 100년 쓸 리튬 여기 있어요, 2030년 세계 3위 생산국 될 겁니다
포스코 아르헨 리튬염호 가보니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리튬 염호 전경./포스코홀딩스 제공.
지난 12일(현지 시각) 찾은 아르헨티나 북서쪽 살타주(州) 해발 4000m 고지에 있는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염호(鹽湖). 이곳에선 포스코그룹이 짓는 리튬 공장의 골조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염호는 생물이 살 수 없어 스페인어로 ‘죽은 남자’라고 불리지만,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로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는 볼리비아·칠레와 인접한 ‘리튬 삼각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리튬 삼각지대엔 전 세계 리튬의 65%가 매장돼 있다. 포스코그룹은 이 염호 약 2만5500ha에 대한 광권을 사들였다. 여의도 면적 약 30배인데 여기엔 전기차 배터리 3억개를 만들 수 있는 1350만t 이상의 탄산리튬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의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 데모플랜트 공장 및 염수저장시설./포스코홀딩스 제공
포스코그룹은 2030년까지 연간 12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자체 기술로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전기차·배터리 투자가 급증하며 최근 리튬 가격이 t당 1억원을 넘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국내외 고객사들의 리튬 공급 확대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엔 L(리터)당 평균 0.9g의 리튬이 함유돼 있다. 최대 600m 지하에서 끌어올린 염수를 인공 연못에서 4개월 이상 햇볕에 노출해 물을 증발시키면 염수 L당 4g 정도 리튬이 함유된 농축액이 나온다. 여기에서 칼슘·마그네슘 등 불순물을 제거해 인산리튬을 생산하고,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탄산리튬이나 수산화리튬으로 제조해 수출한다. 염전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포스코아르헨티나 관계자는 “염호에 매장된 리튬은 한국이 100년 이상 쓸 수 있는 양으로 아르헨티나에서 리튬 농도가 가장 짙은 데다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리튬 생산에 최적의 환경”이라며 “리튬 추출은 포스코의 독자 기술로 한다”고 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3월 8억3000만달러(약 9500억원)를 투입해 1단계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2024년 상반기 준공하면 연간 2만5000t의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수 있다. 2030년 국내 생산 능력까지 합해 연 30만t 체제를 완성해 리튬 생산 글로벌 3위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최정우(왼쪽에서 넷째) 포스코그룹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염수 리튬 1단계 착공식./포스코홀딩스 제공
현지 옴브레 무에르토 지역엔 포스코아르헨티나 임직원, 건설 현장 직원 등을 포함해 1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운 해발 4000m 고지대를 포스코아르헨티나 직원들은 버스로 편도 8시간씩 오가며 텐트를 치고 개발해왔다. 지금은 경비행기가 오가고 기숙사·식당 등 최소한의 인프라가 갖춰졌지만, 강한 바람 탓에 공장 건설은 중단되기 일쑤다. 또 높은 해발고도 탓에 직원들은 10여 일간 고지대에 머물다가 10여 일을 저지대인 살타시에서 지내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염호 근무 전날엔 음주가 일절 금지돼 있고, 산소 공급 시설도 갖추고 있다. 한 직원은 “고산 지역에 적응될 때까지 어지럼증과 고산병 증세가 두 달 넘게 계속됐다”며 “아직도 고지대에 올라오면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직원이 많다”고 했다.
조선일보 강다은 기자
12월 21일 포스코 노조의 ‘민노총 탈퇴’ 가로막는 비상식적 일들
포스코 노조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탈퇴 과정에서 벌어진 비상식적이고 황당하기까지 한 일들은, 거대 노조의 위세가 어떤 지경까지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민노총 금속노조가 탈퇴를 추진한 포스코지회의 집행부를 제명하면서 탈퇴를 불가능하게 만든 것뿐 아니라, 탈퇴 안건을 올린 대의원들까지 제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집행부와 별도로 제명된 4명의 대의원은 지난 10월 말 민노총 탈퇴와 기업별 노조로의 전환을 내용으로 하는 안건을 제의했다. 이로써 포스코지회는 총회 소집 권한을 갖는 지회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없어지고 안건 부의를 할 수 있는 대의원들까지 사라진 셈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노동부 포항지청의 조치였다. 조합원 66.9%가 탈퇴에 찬성한 1차 투표는 투표일 7일 전까지 공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69.93%가 찬성한 2차 투표는 총회 소집권자가 없다는 이유로 신청서를 반려한 것이다. 가입은 자유이되 탈퇴는 안 된다는 조폭식 횡포에 가세한 결과가 됐다. 물론 세부적인 차원에서 포스코지회가 절차와 규약을 건너뛴 것은 맞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의 총의(總意)인 만큼, 미세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이런 대의가 실현될 방안을 찾는 게 옳았다.
조합원들이 원하는데도 민노총을 탈퇴하지 못하는 희한한 상황은, 금속노조가 탈퇴하려는 대의원들을 상대로 ‘반조직 행위’라는 이유로 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단위 노조가 상급단체를 탈퇴하려는 결정을 반조직 행위로 규정할 수 있는지, 노동부까지 이를 합당한 이유로 보는지, 그런 규범과 해석이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따져야 할 때다. 민노총 행태는 문재인 정권을 거치며 임계점을 넘어섰다. 포스코 조합원들이 개별 탈퇴해 별도 노조를 결성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비상식적 상황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시정 대책도 시급하다.
문화일보 사설
12-22 ‘勞勞 착취’ 근본 원인은 기득권·강성 노조의 철밥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기획재정부의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적폐 청산’을 언급하면서 노동개혁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였다. 특히 대기업 정규직 노조원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조원 사이의 임금과 근로조건 격차를 지적하면서 “노노(勞勞) 간에 착취 구조가 존재한다면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고 무시하는 것”이라고 한 대목이 주목을 끌었다. 대기업·공기업·원청·정규직 근로자들은 거대한 노조를 결성해 고용 안정성과 임금을 보장받는 반면, 중소기업·하청·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고용 불안과 낮은 처우에 시달리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는 노사관계 불균형과 함께 노동개혁의 양대 핵심 과제라고 할 만하다.
사실 한국은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조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 직원 수 300인 이상 기업의 노조조직률은 51.5%이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은 고작 0.2%다. 민간 부문 노조 조직률은 11.3%, 공공 부문은 69.3%에 이른다. 이는 강력한 노조를 갖는 정규직 조합원들이 노동소득분배율 가운데 비정규직에 돌아갈 몫을 빼앗는 결과로 이어진다. 올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격차가 159만9000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노동시장 이중 구조 악화는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고율 임금 인상이 누적된 결과다. 이들 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강력한 노조를 통해 파업을 남발한다. 하지만 사측은 이를 억제할 수 있는 대체노동력 투입, 사업장 점거 금지 등의 제도적 대항 수단을 전혀 갖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오히려 고용시장 최강자인 정규직 노동자들 편을 드는 데만 열중했기 때문이다.
노노 착취 개선 등의 노동개혁은 소외 계층과 저임 노동자의 고용과 소득 향상을 꾀하고 불평등을 줄이자는 취지다. 노동계는 이런 노력을 되레 친자본-반노동으로 프레임화하면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하지만 낡은 노동법과 제도는 노동력을 생산 요소로만 취급하면서 혁신을 주도하는 인간자본 즉, 창의적 자본으로 올라서기 어렵게 하는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시대착오의 노동법을 현대화하고 노사 의식과 관행도 바꿔야 할 때다. 그 출발점은 정규직 강성 노조의 철밥통 구조 해체에서 시작돼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2.24 노조 회계 비공개가 이상한 일이다
정부가 노동조합의 회계를 더 투명하게 운영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민간단체에 들고 나는 돈을 정부가 통제해 탄압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한다. 이들은 노조의 재정을 조합원에게만 알리면 되지 왜 대중이 들여다보도록 공시해야 하느냐고 주장한다. 반대로 묻고 싶다. 하지 않을 근거는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노조 회계를 개혁하려는 이유로 부패 척결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더 근본적인 명분이 있다고 말한다. 노조 유지에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다는 사실이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밝힌 연간 국가보조금 37억원은 일부에 불과하다. 노조 조합원이 회비라고 생각하고 내는 조합비는 세법상 기부금으로 분류돼 연말정산 때 20%씩(2021~2022년 기준) 세액공제를 해준다. 2000년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도입하면서 다른 세금은 조금씩 깎아줬는데 그때 함께 도입된 제도다. 많은 직장인이 인식 못 하지만, 노조 조합비를 내면 정부가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환불해주고 있다. 민주노총이 걷는 연간 조합비는 약 1000억원으로 추정된다는데 이에 대해 정부가 200억원을 세금에서 지원해준다는 뜻이다.
역시 기부금으로 꾸려가는 다른 공익법인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 매년 공시해야 한다. 정부의 세금 혜택, 기부자들의 선의(善意) 등을 감안한 견제 장치다. 조합비에 대해 기부금 세액공제 혜택을 똑같이 받는데도 노조는 “공익법인으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장부 공개를 거부한다. 비영리법인 세제 전문가인 배원기 홍익대 교수는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사회의 이익에 이바지하는 공익법인이어야 하고, 그 경우 재정을 공개하는 것이 한국 세법의 원칙이다. 하지만 노조는 혜택은 받고 의무가 없는 어중간한 상태로 유지되는 중”이라고 했다.
한국 노조가 얼마나 ‘어중간한 상태’인지는 미국과 비교하면 명확히 드러난다. 미국도 노조를 세금으로 지원한다. 조합비를 내면 일정액을 환급해준다. 대신 노조에 대한 공시 의무가 무시무시할 정도로 까다롭다. 노조가 연간 1만달러(약 1280만원) 이상을 주는 임직원의 이름·급여·직무와 연간 250달러 넘는 지출의 용처를 세세하게 밝혀야 한다. 임원 연봉 정도만 공개하면 되는 상장사보다도 공시 규정이 훨씬 엄하다.
미국 최대 노조 중 하나인 ‘팀스터(Teamsters)’의 공시 자료를 찾아보았다. 미 노동부의 노조 공시 전용 홈페이지에서 검색하니 간단히 나왔다. 연례 보고서는 분량이 415쪽에 달했다. 글로벌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의 자세하기로 이름난 연례 보고서가 80쪽 수준인데 이보다도 훨씬 두껍다. 위원장부터 미화원까지, 노조에 속한 임직원 약 500명에 대한 연봉 및 노조가 지출한 비용이 짜글짜글 적혀 있다.
이해 충돌 소지가 있는 노조 간부의 경제 활동도 공시 대상이다. 조합원의 돈을 모아 사업이나 행사를 하면서 내부자가 개인적인 이득을 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팀스터의 한 노조 간부가 공시한 내역은 이렇다. ‘노조 관련 금융사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로 25달러짜리 화분 받음, 노조 행사를 연 호텔이 25달러 상당의 과일 바구니를 선물로 보냄….’
노조 회계 장부의 철저한 공시를 명시한 미국의 ‘노사 보고 및 공시에 관한 법’은 그 취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수백만명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노조와 사용자(회사)의 관계는 국가의 상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의회 조사 결과 조합원과 대중의 이익을 해치는 다수의 노조 비리가 발각되었다. 자유로운 상업 활동을 위해 노동단체 및 임직원에 대해 최고 수준의 책임과 윤리적 기준을 요구한다.’ 노조가 썩어 들어가면 국가 경제로 독이 번질 수 있다는 경계가 담겨 있다. 비슷한 이유로 프랑스, 독일 같은 국가들은 전문가에 의한 독립적인 회계 감사 의무화 등의 견제 장치를 두고 있다. 한국은 그조차도 아니다. 노조 회계 감사는 자격 요건이 없다. 세금은 어느 나라보다 많이 지원하는데 납세자는 ‘셀프 투명성’만 믿어야 하는 처지다.
노동운동에 대해 한국 사회는 그동안 참 너그러웠다. 출근길을 막고 시내를 마비시켜도 대체로 견뎠다. ‘전태일’로 상징되어온, 노동계의 민주화에 대한 기여를 어느 정도 인정해준 결과일지 모른다. 언제까지 그런 접근이 먹힐까. 기업은 상장사·비상장사 할 것 없이, 비영리단체도 점점 많은 대상이 전보다 엄격한 회계 공시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번거로운 건강검진이 결국 건강에 도움이 되듯이 철저한 회계 감사와 공개가 조직의 미래에 득이 된다는 것을 선진화된 자유시장경제 참가자들은 이미 안다. 노조만 이를 ‘무단통치’라며 과격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
조선일보 김신영 기자
12.29 방음터널 수백m에 시뻘건 불길... 제2경인 화재, 5명 사망·37명 부상
버스·트럭 충돌 후 화재
▲2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에서 버스와 트럭의 교통사고로 인한 화재가 발생, 방음터널로 확대되고 있다.이날 사고로 6명이 사망했으며, 소방 당국은 지휘차 등 장비 55대와 140명의 대원들이 출동해 화재 진압작전을 펼치고 있다./뉴스1
29일 오후 1시49분쯤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안양에서 성남 방향 북의왕 IC 인근 갈현고가교에서 버스와 트럭이 추돌하는 교통사고에 이어 화재가 발생하면서 방음터널로 옮겨붙었다.
이 사고로 차량 안에서 사망자 5명이 발생하고 3명이 얼굴 화상 등 중상을 입었다. 또 34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경상으로 파악됐다. 방음터널 내부에는 차량 44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발생 당시 영상을 보면 방음터널 내 수백m에 달하는 구간이 시뻘건 불길에 휩싸이고, 터널 입출구로는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방음터널 천정이 열기에 녹아 불똥이 비처럼 떨어지는 모습도 보인다.
소방당국은 화재 규모가 크다고 판단, 신고 접수 20여 분만인 오후 2시 11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어 10여 분 뒤인 오후 2시 22분쯤 경보령을 대응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현재까지 현장에는 펌프차 등 장비 77 대와 소방관 등 190여 명, 소방헬기 등이 투입돼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당국은 오후 3시18분쯤 불길을 잡았으며, 오후 4시12분에 진화를 완료했다.
▲29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인근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조선일보 권상은 기자
12.29 [속보] ‘라임 주범’ 김봉현 잡혔다… 도주 48일만에 경기도 모처서 검거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서울남부지검
검찰이 29일 경기도 모처에 은신해 있던 ‘라임 사태’의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검거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 검사와 수사관들은 29일 오후 경기도 모처에 은신해 있던 김 전 회장을 검거했다며 현재 남부구치소로 이송 중이라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1조 6000억원대 피해를 일으킨 ‘라임 사태’의 핵심 관계자로 지목돼 재판을 받던 중 지난달 11일 보석 조건으로 부착했던 전자팔찌를 끊고 도주했다.
조선일보 유재인 기자
12.30 중국발 승객 절반이 코로나 양성, 중국인 입국 자체를 줄여야
중국이 3년 유지해온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고 방역 조치를 급격히 완화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섭게 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6일 이탈리아 밀라노 공항에서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 검사를 한 결과 2명 중 1명꼴로 양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믿기 어려울 정도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첫 항공편은 92명 중 35명(38%), 두 번째 항공편은 120명 중 62명(52%)이 양성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니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세계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다음 달 5일부터 중국발 모든 여행객에게 비행기 탑승 전 이틀 이내에 실시한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한 검사와 확인서를 믿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일본은 30일부터 중국발 입국자 전원에 대해 코로나 검사를 직접 하기로 했다. 일본은 또 중국 입국자들이 유명 관광지인 삿포로·후쿠오카·오키나와 등으로 직접 입국할 수 없게 했다. 우리도 빈틈없는 중국발 입국자 방역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입국자 전원 코로나 검사는 물론이고 일정 시간 격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항공편 축소 등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입국하는 사람 수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조치도 필요하다.
중국발 코로나가 또다시 전 세계를 긴장시키면서 코로나 상황이 마치 3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재인 정부는 3년 전 중국 코로나가 창궐할 때 끝까지 ‘중국발 입국 제한’을 거부했다. 많은 전문가는 물론 정부 내 방역 당국조차 필요성을 건의했지만 시진핑 방한을 위해 외면했다. 3년 전 실수가 반복돼선 안 된다. 지금도 하루 8만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생기는데 중국발 새로운 변이라도 들어와 퍼지기 시작하면 대확산에 이어 의료 시스템 붕괴라는 악몽을 다시 겪을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2가 백신을 접종한 60세 이상이 30.4%에 불과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접종을 권장하지 않은 결과다. 지금은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있고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3년 전과 상황이 다르기는 하다. 하지만 중국발 입국자 관리만큼은 3년 전 코로나 초기인 것처럼 비상한 각오로 임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사설
12.30 눈앞의 '블랙스완'이 피해 키웠나…"유독가스 반모금도 치명적"
“완전히 배우 하정우가 나오는 영화 「터널」 그거였다.”
29일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위에서 벌어진 ‘터널 참사’를 목격한 견인업자 김모씨는 현장을 전하면서 재난 영화를 끄집어냈다. 갑자기 연기로 가득찬 터널 천정에서 떨어지는 불똥비를 피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넘어지고 비명을 지르는 상황”에 대한 묘사였다. 사망자과 중상자가 몰린 안양 한림대 병원에서 치료중인 50대 남성은 “차는 다 녹았고 문을 열고 나오니 빵 터지는 소리가 났다. 동승자는 차에 끼어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차량에서 시작된 불이 방음터널을 녹여 불바다에 수십대의 차량이 갇히는 상황은 전례 없는 유형의 재난이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 교수는 이같은 현상을 “재난계의 블랙 스완(검은 백조)”이라고 말했다.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말하는 이 용어는 주로 경제 분야에서 쓰인다. 채 교수는 “설마 그런 곳에서 방음벽 천장이 급격하게 따들어가는 상황을 누가 생각했겠느냐”며 “이같은 일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경험칙이 없기 때문에 피할 수 없었던 예측 불가능성은 그 자체로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화재로 숨진 전모(66)씨의 친구인 또다른 전모(67)씨는 “운전기사였던 친구가 마지막에 모시는 사모님께 ‘터널 속에서 연기를 마시고 있다’고 전화를 했다더라. 왜 빨리 차를 버리고 나가지 못했는지 마음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조성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방음터널에는 방송으로 대피 신호를 주는 시설도 없다. 다급한 상황 속에서 사태를 파악하던 도중 변을 당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채진 교수는 “방음터널이 그렇게 빠르게 연소될 것이라고는 현장에 있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사고가 발생하면 궁금하기도 하고, 집단 심리가 작용해 대피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화재로 숨진 5명의 사망자가 발견된 차량도 모두 최초 발화 지점의 반대편 차선을 지나고 있었다는 점도 이같은 진단을 뒷받침 하는 정황이다.
▲사고 직후 터널 안에서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뉴스1
경찰과 소방당국은 5명이 차 문을 열지도 못한 채 사망한 직접적 원인을 질식으로 보고 있다. 플라스틱 재질의 방음판이 타들어가며 쏟아낸 치명적 유독가스 때문에 생긴 결과다. 채 교수는 “유독가스는 반 모금만 마셔도 의식이 흐려지고, 행동이 제약되기 때문에 화재를 인지하는 즉시 차량을 버리고 연기가 없는 쪽으로 대피해야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대피용 방독면을 차량에 미리 구비해 놓는 것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피 요령도 전국 50곳 이상의 밀폐형 방음터널에 안일한 안전 규정이 적용되고 있는 한 무용지물이란 지적도 있다.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은 철제 뼈대 위에 아크릴 소재인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재질의 반투명 방음판을 덮은 구조다. 가격이 저렴하고 성형이 용이하지만 휘발성 유기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쉽게 불에 타고 불이 붙으면 다량의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공하성 교수는 “방음터널의 소재는 기존 것까지 모두 소급해 강화유리 등 불연 소재로 바꾸지 않으면 똑같은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토교통부가 2012년 발간한 도로설계편람 속 ‘방음시설 설계기준’은 투과 손실, 흡음률, 가시광선 투과율 등에 대한 규격을 마련했을 뿐 화재 대비에 관한 내용은 담기지 않은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1999년 발간된 도로설계편람 초판에는 “방음벽에 사용되는 재료 중 외부는 불연성 또는 준불연성이어야 하고 내부의 흡음재료는 자기 소화성으로 연소시 화염을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었지만 이후 개정 과정에서 삭제됐다. 국토부 관계자에 이유를 물었지만 “도로설계편람이 오래 전에 개정돼 정확한 수정 이유는 알기 어렵다”는 답만 돌아왔다.
한편, 국토부는 30일 대책회의를 열고 국가에서 관리하는 55개 방음터널과 지자체가 관리하는 방음터널을 전수조사 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비용을 이유로 안이한 방법으로 현상유지를 하는 관성적 태도를 버리겠다”며 “공사 중인 방음터널에 화재에 취약한 소재를 쓰고 있다면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화재에 튼튼한 소재와 구조로 시공법을 바꾸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범‧최서인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12.31 美·日보다 강력한 방역 조치… 중국 관광객 입국 사실상 봉쇄
내달 2일부터 고강도 ‘입국 방역’
입국후 1일내 PCR 검사 의무화
정부가 내년 1월 초부터 중국발(發) 입국자 전원에게 입국 전후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하고, 단기 비자 발급도 제한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평시의 5% 선까지 줄어든 중국발 항공편 일부를 더 축소하고, 도착 공항도 인천공항 한 곳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세계 각국이 중국발 여행객 입국 규제에 나서는 가운데, 정부는 미국·일본 등 다른 나라보다 한층 강력한, 사실상 봉쇄에 준하는 입국 제한 조치에 나선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중국 코로나 상황 악화로 인한 국내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일부 방역 조치를 강화한다”며 이런 대책을 발표했다. 중국 현지에서 국내로 오는 항공기와 배에 탑승하는 모든 내·외국인은 다음 달 5일부터 탑승 전 48시간 이내 PCR 검사 또는 24시간 이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를 받고,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야 탈 수 있다. 다만 장례식 참석 같은 인도적 목적, 공무 국외 출장자, 만 6세 미만 영·유아, 확진일로부터 10일 이후 40일 이내인 경우에 한해 입국 전 검사 예외 대상이 된다. 확진됐던 경우에는 코로나 확진을 증명하고 확진일을 알아볼 수 있는 문서를 항공사에 제출해야 한다.
또 다음 달 2일부터 모든 중국발 입국자는 입국 후 1일 이내에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단기(90일 이하) 체류 외국인이라면 입국 즉시 공항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별도 공간에서 기다려야 한다. 내국인이나 장기 체류 외국인은 입국 후 1일 이내에 거주지 관할 보건소에서 검사하고 결과 확인 때까지 자택 대기가 의무화된다. ‘양성’이 나오면 확진자는 코로나 예방접종력과 관계없이 검체 채취일로부터 7일간 격리해야 한다.

이번 조치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단기 비자 발급 제한’이다. 외교·공무, 필수적 기업 운영, 인도적 사유 등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로의 단기 여행자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는 의미다. 중국 관광객의 국내 입국이 사실상 봉쇄되는 것이다. 비자 제한 조치는 일단 1월 31일까지이고, 연장할 수도 있다. 현재 중국발 항공기는 인천·김해·대구·제주 등 4개 공항으로 도착하는데, 효율적인 검역 관리를 위해 다음 달 2일부터는 인천공항을 통해서만 들어오도록 한다. 중국발 운항 항공편은 코로나 이전(주당 1164회)의 약 5%(65회)인 현 수준에서 일부 축소하고 추가 증편을 제한한다. 아울러 중국발 입국자는 탑승 전 검역정보 사전입력 시스템인 ‘큐코드(Q-CODE)’에 이름, 여권 번호, 이메일 등과 함께 국내 주소지와 연락처 등을 입력해야 한다. 이를 적지 않으면 탑승이 제한된다.
중국발 해외 유입 확진자의 격리도 강화한다. 전국 시도에 임시 재택 시설을 운영해 단기 체류 외국인 확진자를 관리하고, 공항 입국 단계 확진자는 임시 수용 시설에서 관리한다. 정부는 단기 체류 외국인 확진자가 머물 수 있도록 130명 입실 규모의 인천 지역 호텔을 비롯, 서울·경기도 등에 10여 곳의 격리 시설을 마련했다. 단기 체류 외국인의 공항 PCR 검사와 단기 체류 외국인 확진자의 격리 시설 이용 비용은 모두 자기 부담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중국에서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환자 유입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의 신종 변이 발생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달 해외 유입 확진자 중 중국발 입국자는 19명에 그쳤으나 방역 완화 이후인 이달에는 278명이 돼 15배로 급증했다. 29일 기준 전체 해외 유입 확진자(68명) 중 3분의 1(22명)이 중국발 확진자다. 특히 내년 1월 21~27일은 중국 춘제(春節·설) 기간이어서 중국인들이 대거 우리나라를 방문할 경우, 방역망에 큰 구멍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다른 나라도 중국발 여행객에 대한 입국 규제를 속속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다음 달 5일부터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에서 자국으로 오는 2세 이상 모든 여행객은 항공사에 탑승 전 48시간 이내 실시한 코로나 진단 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일본은 30일부터 중국 본토에서 들어오는 입국자 전원에게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하고, 양성이 나오면 7일간 격리하기로 했다. 중국 본토뿐 아니라 홍콩·마카오에서 들어오는 항공기는 도쿄·나리타·오사카·나고야 등 공항 4곳만 이용하도록 했다. 유럽연합(EU)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다만 국가별로 관광산업을 지키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EU 전체 차원의 공동 대응책까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입국 전후 코로나 검사 의무화, 비자 발급 제한, 항공편 축소 등은 가장 강력한 입국 방역 조치로 평가된다. 2020년 코로나 사태 초기, 중국발 여행객에 대한 입국 규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입국 제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감염병 전문가들 권고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역이 아닌 우한시가 있는 후베이성 방문자의 입국만 제한해 ‘중국 눈치만 보다 방역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1차 유행이 발생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중국과 인접해 인적 교류가 매우 많은 국가이고, 2020년에도 중국의 영향을 가장 먼저 많이 받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입국 전후 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대본은 “중국발 해외 유입 확진자가 대폭 증가하거나 국내외 중국발 신규 변이가 확인되는 등 위험성이 구체화할 경우 주의 국가 지정 및 입국자 격리 등 추가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중국에서 감기약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비, 국내 감기약을 사재기해 중국에서 되팔이하지 못하도록 단속 강화에 나선다. 복지부·식약처는 다음 주 중 약국 감기약 판매 제한 수량 기준을 마련하고, 감기약을 사재기하는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처벌된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공항공사·우정사업본부 등과 공동으로 감기약 국외 밀수 단속을 강화한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