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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토리20/ 세계의 골목1/ 2016 모로코 - 스페인 - 인도 - 미얀마 - 뉴욕 - 포루투갈 - 이집트- 파키스탄

상림은내고향 2022. 11. 23. 18:24

글로벌 스토리20/ 

■세계의 골목1-2016 

변종모 여행작가  조선일보 2016.

◆03.09 모로코 페즈에서 9천 개의 골목을 만나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향기와 이슬람의 문화가 어우러진 모로코”
9천 개의 미로가 얽힌 골목에서 현지인도 종종 길을 잃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겨난 공간 속에 있고 싶었다. 그곳이 골목이었다. 산다는 것과 여행한다는 것은 그리 멀지 않았다. 여행의 시작은 골목으로부터 왔다. 세상의 수많은 길이 있듯이 그 사이로, 길보다 아름다운 골목이 있었다.

 깊고 어두운 골목 사이로 만나는 모로코 페즈의 일상. 9천 개의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비밀의 통로 같은 요르단 페트라의 바위틈 골목이나 달의 계곡으로 이어지던 칠레의 여느 골목처럼 신비한 골목이 있다. 쿠바의 아바나 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낡은 골목처럼 걸을 때마다 음악 소리나 춤이 끊이지 않는 아름다운 골목들도 있다.

그렇게 뒤늦게야 낯선 골목 안에서 본 것들이 내 인생에 아름다운 길을 내고 있다. 그 짧거나 좁은 혹은 깊거나 낮은 골목들 곁에서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를 듣는다.


◆미로로 뒤엉켜 있는 천 년의 고도, 모로코 페즈에서 9천 개의 골목을 만나다

처음 모로코(Morocco)를 여행하려 했을 때 누군가 내게 말했다. 모로코는 옮기는 도시마다 색깔이 너무 달라서 한 나라를 여행하지만 적어도 10개국은 다녀온 기분이 들 거라고. 과연 그 말이 맞았다. 스페인의 남쪽에서 배를 타고 건너면 바로 아프리카의 대륙 모로코였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향기와 이슬람의 문화가 어우러지던 모로코. 그곳은 사하라 사막과 첨단의 도시, 짙은 숲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공존하는 곳. 아직도 기계의 힘보다 사람의 땀과 정성이 먼저 발견되는 이 모로코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도시가 페즈(Fez).

수도 라바트(Rabat)에서 기차나 CTM 버스로 3시간, 카사블랑카에서 4시간 30분 정도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페즈의 골목을 조심스레 걸어본다. 세계 최대의 미로로 알려진 구시가지 메디나(Medina). 과연 메디나 안의 복잡한 그 골목은 완벽하게 계획된 미로였다.

그곳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아니 자주 길을 잃어야 했다. 9천 개의 골목으로 이루어진 낡고 작은 도시는 중세 이후로 한 번도 변한적 없는 모로코의 역사 그 자체다. 평소 골목은 한 권의 이야기책이라 생각하던 나의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만약, 골목 하나가 한 문장이라면 1300년의 역사를 지닌 이 골목을 다 걷고 나면 아주 두꺼운 책 한 권을 읽게 되는 것이다.

 

 골목에서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어린이들. 어두운 골목 그들이 유일한 빛이다. 

 

골목마다 울려 퍼지는 이슬람 아잔 소리

길을 잃는 것이 목적인 이상한 여행. 때로는 팔을 펼치면 닿을 골목, 때로는 비스듬히 걸어야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골목, 어깨가 스치거나 앞질러가지 못할 좁은 골목길을 걷다가 작은 아이들이 올망졸망 손을 맞잡는 길을 만나 숨통이 트이기도 한다.

불안한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건물과 건물 사이로 하늘이 파랗게 그어져 있었다. 아늑한 불안함이었다. 나는 방금 나온 숙소의 방향을 모른다. 내가 살면서 익힌 모든 감각을 동원해 봐도 어느 방향으로 몇 번을 꺾었는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이상하게도 그럴 때마다 “어이! 친구. 어디로 갈 거야?” 하고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길을 잃은 그 누구도 자책하지 않는다. 골목 골목마다 숨어 있는 보물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므로. 아름다운 이슬람의 문화가 그대로 새겨진 화려한 출입구 밥부즐루드(Bab Bou Jeloud)로 들어서면 세상은 달라진다. ‘블루게이트'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밥부즐루드는 구시가지로 통하는 대표적인 입구 중 하나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페즈 최고의 명소인 가죽염색공장을 찾아 나선다. 가다가 길을 잃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 귀중한 것들이 길을 잃음과 동시에 나타난다. 좁은 골목마다 호객하거나 야유를 보내거나 질문을 하거나 그렇게 험하거나 다정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과 나란히 걸어야 골목을 빠져나올 수 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천 년의 골목을 걸어 다녔다. 의도적으로 길을 잃을 심산으로 매번 다른 골목을 선택하며 걸었다. 내가 꺾어진 골목을 찾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을 때면 깊고 좁은 골목에서 모스크의 아잔 소리(이슬람 예배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자주 울려 퍼졌다.

 

 한낮의 골목에서 고양이와 대화하는 노인. 고양이와 사람의 풍경은 모

로코에서 가장 흔한 풍경이다.

 

◆일상에서 복잡한 문제를 마주할 때, 그 깊고 복잡한 골목의 페즈를 떠올린다.

그럴 때면, 나는 어느 집 문 앞에 잠시 멈추어 앉아서 방금 내가 걸어온 골목의 소실점을 찾는다. 그 소리가 마치 나의 발을 묶은 것처럼 잠시 멈추어 살핀다. 사람들이 기도 소리처럼 느리다. 귀여운 고깔모자가 달린 젤라바(djellaba, 모로코의 전통 가운)를 입은 노인도, 한낮의 고양이도 느리고 느리다. 한평생 그곳을 걸어온 사람들은 느리다.

방향도 모르고 걷는 나의 걸음보다 그곳 사람들이 더욱 느리다.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도 간혹 길을 잃는 경우가 있다고 했으니, 여행자들은 그들보다 더욱 천천히 신중하게 그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그 골목에 삶의 태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간혹, 내 앞에 놓인 복잡한 문제를 마주할 때, 나는 그 깊고 복잡한 골목의 페즈를 떠올린다. 그때처럼 낯선 문 앞에 멈추어 앉아 내게 놓인 길을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 나타나 나의 손을 잡아주거나 조금 더 천천히 걷다 보면 서서히 밝아지던 골목의 풍경들을 생각한다.


PS 페즈의 복잡한 메디나 

안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죽 염색 터 슈와라테너리(Chaouwara Tanneries)와 화려한 이슬람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여러 모스크다. 보즈노드(Borj Nord)언덕에서 복잡한 페즈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모로코 전통 가옥을 개조한 여러 등급의 숙소가 다양하게 있으며 숙소에서 운영하는 1일 골목 투어에 참여하여 먼저 길을 익히는 것도 페즈를 여행하는 방법의 하나다.

◆03.21 스페인 그라나다, 비밀의 골목과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그라나다의 하얀 골목길로 조각조각 보이는 알람브라 궁전"
“여러 갈래로 흩어진 골목은 결국 하나의 골목에서 만난다"

스페인, 안달루시아지방의 대표 도시 그라나다(Granada)는 석류라는 뜻을 가졌다. 어쩜 도시 이름이 석류일까? 이름을 써놓고 보면 입속으로 새콤하게 침이 고였다. 그라나다를 가기 전에도 그랬고 다녀온 이후로는 더욱 그랬다.

 

 새하얀 언덕의 동네 알바이신과 연결된 집시촌, 사크로몬테(Sacromonte)

 

탐스럽고 소박한 그곳을 떠올리면 언제나 가슴 속으로 새콤하게 고여 드는 새하얀 이미지들이 있다. 분명 석류는 붉고 보석처럼 빛나는데 마음속의 그라나다는 새하얀 이미지들로 알알이 박혀있다. 800년을 빛내던 이슬람 문화와 그 뒤를 이은 가톨릭 문화가 공존하는 오래된 도시,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을 마주하고 있는 또 하나의 언덕, 알바이신

도시 어디서나 보이던 알람브라 궁전(Palacio de Alhambra). 실제로 사람들은 알람브라 궁전 때문에 그라나다에 열광한다. 성벽 안으로 화려하게 얽혀있는 이슬람과 가톨릭 두 개의 문화. 나도 그 궁전 안에 그라나다의 모든 비밀이 숨어있을 거라 생각했다. , 새하얀 언덕의 동네 알바이신(Albaicin)을 오르기 전까지는 그리고 그 골목을 걷기 전까지는 말이다.

알람브라 궁전을 마주하고 있는 또 하나의 언덕, 알바이신. 그곳으로 이어지던 수많은 골목에 매료되어 오래도록 떠나지 못했다. 여행자가 길 위에 잠시 걸음을 멈춘다는 것은 아주 많이 마음을 빼앗겼다는 것이다. 골목 때문이었다. 골목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 때문이었다. 마치 평생 그곳에서 눌러앉은 것처럼 여유로워지던 새하얀 골목들. 걸을수록 풍경이 낮아지던, 나를 부추기던 겸손한 골목. 눈을 감고 다시 그날을 걸어본다.

산 니콜라스 전망대(Mirador de San Nicolas)가 있는 언덕으로는 여러 갈래의 골목이 있지만 결국 모든 골목은 한 곳에서 만나게 된다. 길을 잃고 싶어도 잃을 수가 없는 골목이다. 그래서 약속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골목이다. 우리가 각자 헤어져 어느 골목을 선택하더라도 그 골목의 끝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골목 끝에서 내려다보면 그라나다 시내가 발아래로 아름답게 펼쳐진다.

 

만약, 이 지구에서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래서 우리가 만나야 할 약속 장소를 정하라면, 그라나다에서 그리고 골목의 끝 전망대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겠다. 누구라도 그 새하얀 골목을 지나다 보면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이므로. 결국, 만나고야 말 것이므로. 그렇게 아무 골목으로나 들어가서 천천히 걷는다.


모퉁이를 꺾어질 때마다 비밀처럼 드러나는 각기 다른 알람브라 궁전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걸어온 만큼 높아지고 깊어진 골목. 새하얀 집들과 집들 사이로 액자처럼 걸린 알람브라 궁전을 보게 된다. 전체를 볼 수는 없다. 집과 집 사이의 간격만큼, 골목의 넓이만큼 보는 것이다. 모퉁이를 돌거나 꺾어질 때마다 은밀하고도 중요한 비밀처럼 드러나는 매번 다른 부분의 알람브라궁전. 그 풍경을 사랑한다.

알람브라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골목 안에서의 알람브라를 사랑한다. 걸으면 걷는 만큼 달라지는 모습. 한참을 걷다가 골목의 끝 광장에서 결국 드러나는 알람브라. 골목에서 조각조각 발견되던 궁전의 어느 부분들이 한꺼번에 맞춰지며 탄성이 터진다. 발아래 드러나는 그라나다의 완벽한 파노라마,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만년설을 병풍 삼아 펼쳐지는 언덕 위의 알람브라궁전. 그 모든 풍경을 내가 가져간다.

비싼 값을 치르고도 떠밀려 다니면서 관람하는 것이 아니다. 내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나는 매일 그런 방법으로 알람브라 궁전을 조금씩 훔쳤다. 어떤 골목이 성채의 탑을 더 잘 보이게 하는지, 야경이 더 아름다운 골목은 어디인지. 그것은 골목과 나만 아는 비밀이었다. 비밀은 그 골목에 있었다. 매번 혼자 걸었지만 한 번도 혼자였던 적 없던 골목.

 

 밤의 알바이신 골목은 홀로 걷는 자를 더욱 빛나게 한다.

 

밤의 가로등 아래 집시의 노래가 등을 밀었고, 오후의 태양을 휘저어 놓듯 플라맹고가 강렬하게 나를 부추겼다. 좁거나 넓고 가파르거나 잠시 부드러워지는 골목은 군데군데 시멘트의 흔적이 보이지만 대부분 오래된 자갈들이 햇볕에 반사되어 화사하다.

붉은 지붕 아래 회벽의 집들은 집시의 웃음처럼 자유롭다. 유럽의 흔한 골목 같지만, 그곳엔 이슬람의 향기가 짙다. 옛 이슬람교도들의 후손들이 아직도 향신료를 팔고 아랍 물건들을 판다. 와인에 취하는 골목이 있고 춤과 노랫소리가 들리는 모퉁이가 있다. 그곳에서 종일토록 앉아 해바라기를 하는 노인이 있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다. 화가의 그림에도 알람브라 궁전이 별빛 아래 빛나고 있었다.

나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골목 안에서 만화경처럼 다양한 그라나다를 만난다. 바쁜 사람들은 여행을 와서도 여전히 바쁘다. 궁전을 보러 왔다고 궁전만 본다면 그것은 궁전마저 보지 못한 것이다. 궁전 이외의 모든 그라나다가 오밀조밀 모여 있는 비밀의 골목, 알바이신. 큰길만 고집하는 사람은 큰길을 걷겠지만, 가끔 골목길로 접어들어 골목의 안팎을 본다면, 그 속의 사람들을 만난다면 큰길보다 더 큰 길을 걸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에라네바다산맥 앞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름답고 웅장한 알람브라궁전.

 

궁전 매표소 입구에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냥 가지 말라고, 그 골목을 걸어보라고, 모든 비밀은 새하얀 골목에 있다고 전하고 싶었다. 석류 알갱이보다 투명하게 빛나던 그 날의 골목들. 그 골목 끝으로 사라지던 노을이 도시를 감싸면 비로소 그라나다는 붉은 석류가 되던 시간을 나는 기억한다.

 

PS 그라나다는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와 카탈루냐, 최고의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하루에도 여러 편 버스와 고속열차와 저가 항공이 있다. 마드리드에서 더욱 가깝다. 온종일을 투자해도 아쉬운 알람브라 궁전을 비롯해 시내 곳곳에 그라나다 최대의 가톨릭 건축물인 대성당과 왕실 예배당을 비롯해 박물관과 쇼핑 거리 등 쉴 틈이 없다. 아름다운 광장이나 골목에서 즉흥 플라맹고 공연을 즐길 수도 있다. 알람브라를 둘러싼 레알레호(Realejo), 센트로(Centro), 알바이신 지구와 함께 집시들의 동굴 마을 사크로몬테(Sacromonte)까지 여유를 두고 골목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봐야 할 도시. 특히 사코로몬테 동굴 안에서 집시 플라맹고를 봐야 한다. 다른 지역보다 음식 문화도 잘 발달돼 있어 음료수만 주문해도 함께 나오는 수십 가지의 타파스를 경험하는 것도 좋다. 참고로 알람브라 관람을 위해서는 사전 예약(www.ticketmaster.es)이 꼭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른 새벽부터 긴 줄을 선다고 하더라도 표를 구하지 못할 때가 많다.

 

◆04.04 갠지스강 천국으로 이어지는 골목, 인도 바라나시

“시체 행렬 이어져도 슬픔 없는 갠지스 강가의 골목길”
“버스, 트럭, 릭샤와 소들이 충돌하지 않는 불가사의한 길”
바라나시 골목에선 그날 하루의 생이 축복이다”

 넓은 갠지스 강과 복잡한 미로 같은 바라나시의 골목 풍경. 그 위로 원숭이가 뛰어

다닌다.

 

사람들은 바라나시(Varanasi)를 갠지스(Ganges)라 부른다. 인도의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인 3천년 고도 바라나시는 성스러운 강 갠지스를 끼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곳을 바라나시라고 부르기 이전에 갠지스라고 부른다. 서울을 서울이라고 하지 않고 한강이라고 부르는 느낌이랄까

그만큼 갠지스강이 유명하기 때문이다.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이곳 갠지스 강가에 몸을 담그기 위해 찾아온다. 나도 그들 틈에 자주 끼어 있었다. 북인도의 가장 유명한 도시가 된 것은 여행자들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섬기는 신에 의해서라고 나도 믿는다

힌두의 성지 바라나시 그리고 갠지스 강에서 많은 사람들이 영혼을 바친다. 그 강과 강가로 이어지는 골목에 그들의 모든 삶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인도 사람들이 갠지스 강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갠지스 강까지 이어지는 골목. 많은 여행자들이 그 골목에 매료되어 아직도 헤매고 있다

깊고 어두운 골목, 좁고 냄새나는 골목에 인생의 여러 가지 향기가 몰려다닌다. 소들이 누워있고 지팡이를 든 사두들이 배회하는 골목.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하고 어른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골목. 수천 개의 상점과 찻집 그리고 여행자들의 숙소와 가난하거나 부유한 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공기처럼 자유로운 곳. 그 깊은 골목으로 간다

 

 한낮의 골목은 잠시 거실이거나 침실이 되기도 한다. 좋은 꿈을 꾸고 있을 거라 믿

는다. 

 

집을 짓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긴 것 같은 골목길

인도의 수도 뉴델리(New Delhi)나 콜카타(Kolkata)에서 간다고 하더라도 그곳은 쉽지가 않다. 기차를 타면 꼬박 하루가 걸리는 곳. 기차가 바라나시 역에 도착하면 그때부터가 다시 피곤의 시작이다. 나는 여러 번 그곳에 가보았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일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버스와 트럭, 멋진 자가용과 불가사의하게 움직이는 낡은 자동차, 오토바이를 개조한 오토릭샤와 순전히 사람의 힘으로 이동하는 사이클 릭샤 그리고 소와 개와 이 전부를 다 합친 것 보다 많은 보행자들은 아무렇게나 길을 건너고 그들 사이에 충돌은 아직 내 눈으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것이 신기하고 이것이 피곤했다. 매번 그렇다

무사히 흥정이 끝나고 숙소까지 왔다면 그때부터가 바라나시의 진정한 여행이 시작된다. 건물과 건물들이 이마를 맞대고 남은 공간에 골목이 생겨났다. 길이 먼저 생기고 집이 들어서는 게 아니라 집을 짓다보니 골목이 할 수 없이 생긴 것처럼 난해하다. 그래도 막힌 곳은 없다. 좁거나 어둡거나 복잡한 골목은 있어도 막힌 골목은 없다

처음 바라나시에 도착했을 때, 갠지스 강을 찾아다니는 재미에 빠져있던 날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그 골목에 집중되어 나는 오래토록 배낭을 싸지 못했다. 강을 찾으러 나섰다가 골목에 빠져 허우적거리길 여러 번. 골목을 지날 때마다 손짓하는 찻집 주인과 뒤를 졸졸 따르던 꼬마들. 흥정하자 치면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지만 알면서도 속아줘야 하는 젊은 주인이 있고, 물건을 팔 생각은 하지 않고 앉아서 차나 한 잔 마시자던 노인이 있다

 

 우기 때 넘쳐난 강물이 골목을 침범하니 누구나 한 번쯤 갠지스 강가에 몸을 담근 

것이 되는 것인가?

 

학교 같지 않은 건물에 학교가 있고, 공장이랄 수도 없는 곳에서 만들어지는 신기한 물건들이 지나가던 골목. 머리 위로 원숭이들이 건물과 건물을 넘나들고, 커다란 소가 길을 막으면 사람들은 소의 눈치를 보며 비켜가던 피곤한 골목. 하루에도 몇 차례나 시체의 행렬이 이어져도 슬픔의 흔적은 그 혼잡한 골목에서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시체를 태운 재와 소원을 비는 꽃이 함께 흘러가는 갠지스

골목 깊숙한 어느 숙소에는 죽음이 임박한 사람들이 죽을 날을 맞이하러 오기도 했다. 그 골목의 모든 길은 갠지스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골목을 걷다 보면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루어지는 거의 모든 것을 만날 수가 있다. 말하자면 그 골목은 한 사람의 일생이다. 대부분 오래된 여행자라면 갠지스를 예찬하기 전에 복잡하고 어지러운 그 골목을 더 사랑한다. 살면서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인간의 거의 모든 것이 얽혀 있는 골목. 때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던 골목

사람들이 자꾸만 갠지스로 몰려왔다. 모든 죄를 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는 면죄부의 강, 어머니의 강이라 불리는 갠지스. 그들은 그렇게 믿고 붉은 흙탕물 속에 몸을 담그거나 세수를 하고 이를 닦기도 하며, 그 물로 차를 끓이기도 하고 빨래를 하기도 한다

시체를 태운 재들이 떠다니고 죽은 자의 몸을 덮고 있던 꽃송이들이 떠다니기도 한다. 하루 종일 시체를 태우는 강가에 개들이 배회하고, 소들이 낮잠을 자는 곳에서 사람들은 생을 축복하고 생을 마감하러 오는 곳. 이상하다. 어둡고 질척한 골목을 겨우 빠져나오면 푸른빛은 고사하고 맑지도 않은 강물에 이렇게 열광하다니

 

 우기에 강물이 불어나면 제일 즐거워하는 부류는 소년들이다. 그곳은 놀이터이자 

삶의 터전 그리고 천국.

 

그곳에서 소원 아닌 기도를 한다. 작은 종이 접시 위에 꽃을 뿌리고 초를 얹어 강으로 띄워 보낸다. 그 마음이 아름답다. 이 복잡한 골목과도 같은 삶에 그것을 다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좋은 마음이 되어 살게 해달라는 기도들. 그 강을 신의 강으로 만든 것은 그들의 마음이 아닐까? 세상의 모든 것은 마음일 것이다. 마음에서 나오지 않는 것은 어딘가에 닿을 수 없으므로

바람도 멈추게 하던 한낮의 더위도 강가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과 두 손에 모은 열기보다 뜨겁지 않다. 골목을 빠져 나와 강가에 발을 담근 사람들 모두가 그랬다. 하루를 살면 하루가 축복이라 했으니 그들이 꽃을 띄우는 심정이 그럴 것이다. 사는 것이 모두가 감사라고 생각하면, 이 복잡한 골목도 그 끝에 걸린 강도 지저분하거나 더럽거나 상관없을 것이다. 그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법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흔들리는 배 위에 앉아서 푸자가 열리는 동안 디아(강물에 띄우는 꽃접시)를 파는 

소년.

 

PS 바라나시는 

바라나시로 가는 교통수단은 다른 지역에 비해 아주 다양하다. 비행기와 기차 버스까지 자신의 예산이나 일정에 맞출 수 있다. 갠지스 강가에는 가트(강으로 이어지는 계단)가 아주 많다. 그 중 다샤스와메드(Dasaswamedh), 하리시찬드라(Harish Chandra), 빤치강가(Panchganga), 아시(Asi)가트는 아주 유명한 가트로 이곳에서 많은 볼거리와 이벤트가 이루어진다. 매일 밤 가트에서 열리는 아르띠 푸자((Arti Pooja, 시바신에게 바치는 의식)는 꼭 볼만한 풍경이다. 그밖에 두르가 사원(Durga Temple), 베나레스 힌두 대학 등 많은 사원과 볼거리가 있다. 자신이 머무는 지역의 가트에 앉아서 강을 바라보는 일이나 일출이나 일몰 때, 보트를 타고 강을 건너서 바라보는 바라나시 전체의 파노라마는 추천 할만하다. 하지만 바라나시를 가장 잘 이해하려면 무조건 돌아다녀야 한다. 그 이상의 여행이 없다. 사원을 출입 할 때는 신발을 벗어야하는 곳이 많으며, 화장터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04.20 그 골목엔 매일 아침 탁발승의 행렬이... 미얀마 만달레이

“한 집에 한 명 이상 스님 있는 미얀마… 골목엔 샤프란색 승복의 물결”
“공양 그릇 들고 걷는 스님들 보면, 좁은 마음 골목마저 넓어져”

 담장처럼 길게 늘어선 아침의 탁발 행렬, 찬란한 태양과 그들의 발걸음은 같은 무

게다./사진=변종모

 

모든 것은 갑자기다. 허름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갑자기 정전이 되면 잠깐 암흑의 시간 동안 나는 아주 많이 젊어지곤 했다. 어릴 적, 비 오던 날이나 천둥 치던 날에나 한 번씩 겪었던 정전. 그때의 아버지가 초 한 자루 조심스레 켜던 그 나이가 되었는데 다시 정전의 시간을 맞이한다

만달레이는 한때 미얀마 왕국의 수도였고, 현재 제 2의 도시이지만 아직도 가끔 정전이 찾아 올만큼 낡은 풍경이 익숙하다. 곳곳에 여전히 비포장 길이 펼쳐지고 오래된 자동차들이 아무렇지 않게 굴러다닌다. 이 도시의 한 가운데 자리 잡은 만달레이 궁전(Mandalay Royal Palace) 앞에 잠시만 서 있어도 그곳의 사정을 알 수가 있다

길 위를 달릴 수 있는 거의 모든 교통 수단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그 사이를 유유히 걷는 스님들이 있다.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사람들이 있고, 하루벌이를 위해 부지런히 앞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미얀마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황금색 탑(파고다)이다. 어디서나 보이며 언제나 그것이 중심이 된다

인구의 90% 이상이 불교를 믿는 나라 미얀마에는 한 집에 한 명 이상은 스님이 있다고 할 정도로 어딜 가나 샤프란색 승복을 입은 스님들을 자주 만난다. 그들의 삶에 깊이 들어 와 있는 종교적인 태도가 불편함을 앞선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처음 미얀마를 그리고 만달레이를 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어느 사진첩에서 봤던 탁발승의 행렬 때문이었다.

 

 어린 동자승은 따웅티만 호숫가의 또 하나의 풍경 그들은 마치 처음부터 

풍경 속에 있었던 게 아닐까 착각하던 오후./사진=변종모 

 

 세상의 모든 아침이 시작되는 골목, 마하간다용 수도원의 아침 

만달레이에 도착한 다음날 그 풍경을 보기 위해 성급한 마음으로 이른 아침 숙소를 나섰다. 마하간다용 수도원(Mahagandayon Monastery). 나를 그 골목에 데려다 준 어린 오토바이 운전수는 공손하게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며 인사했다

사원들이 즐비한 골목에서는 신선한 아침의 냄새가 났다. 골목의 냄새가 아니라 아침의 향기.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골목에서 나처럼 서성였다. 행렬은 어느 방향에서 시작이 될까, 다들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골목의 눈치를 살피는 동안 세계 최대의 탁발(탁밧, Pindapa-ta)은 시작되었다

모든 것은 갑자기다. 커다란 고목나무가 서 있는 골목 끝에서 어린 동자승이 줄지어 걸어 나오더니 끝이 보이지 않는다. 담장이 없는 골목 사이로 끝없이 이어지던 승려들이 붉은 색 담장처럼 늘어진다. 이렇게나 많은 승려가 어디서 나타난 건지, 어찌 그리도 맑고 고요한지. 그 광경이 장엄하다. 매일 태양이 뜨는 것을 누구도 막지 못하듯, 그 행렬에 어떤 소란이나 방해가 없다

이런 광경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오로지 줄지어 늘어선 수많은 발걸음을 따라 시선만 옮길 뿐, 곁에선 누구도 말이 없다. 마치 그 골목에서 세상의 모든 아침이 열리는 것처럼, 좁은 골목 하나가 거대하게 느껴진다. 천 명이 넘는 이 골목의 승려들은 매일 아침을 공양으로 시작한다. 맨발로 길을 나서서 공양 그릇에 시주를 받는 일로 수행의 처음을 시작한다고 했다. 철저한 무소유를 위한 수행의 일환이다

 

 순식간에 나타나던 길고 긴 행렬의 탁발승. 동자승부터 노승까지 공양 그릇을 들

고 걷는다./사진=변종모

 

사람들에게 공양 받은 음식으로 자신을 키우고, 다시 더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는 일로 평생의 아침을 연다. 소유하지 않는 삶으로 얻어진 것을 다시 곁의 사람들에게 나누는 일. 어린 동자승부터 노승에 이르기까지 그 대열은 오로지 하나의 마음으로 이어진다. 그것을 지켜보는 자. 누구도 행하지 않고서 알 수 없겠으나, 침묵의 태양이 온 세상을 밝게 비추듯 그 골목에서는 탁발의 행렬이 한 줄기 햇살과 같음을 느낀다


 공양 그릇 한 사발에 아침 해가 하나씩 담겨

그들이 가진 것은 단 하나, 공양 그릇. 그리고 보이지 않는 마음으로 걷는 믿음의 길. 그것이 전부처럼 여겨졌다. 스님들의 행렬 사이로 늦은 아침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다. 공양 그릇 하나에 아침 해가 하나씩 담겨 있다. 어린 동자승들은 그것을 조심스레 안고 수도원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의 엄숙함으로 잠시 나의 눈은 맑아지는 듯 했고 입은 침묵이었다. 다만 마음으로 분주했다. 행렬을 바라보는 나와 그들 사이에 다가갈 수 없는 많은 생각들이 마음을 바쁘게 만들던 골목의 오전. 행렬이 끝나고 텅 빈 골목에 서서 나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다. 내가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힘을 쓰는 일은 신성한 일이겠으나, 그것을 나누는 일에 대해서 나의 일이 아니라 생각했던 날들

 

 우베인다리는 수도승들의 또 다른 골목길이다./사진=변종모

 

나는 늘 부족하고 모자라므로 더 이상 나눌 게 없다고 생각하던 그 마음이 좁은 골목과도 같다. 길 위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내게 던져주던 미소와 친절과 그들의 기도를 생각한다면 세상에 나누지 못할 삶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면서도 늘 내 안의 욕심들로 허기지다.

간밤, 정전의 시간 동안 어둠 속에서 잠깐 보았던 나의 어린 시절, 미얀마는 그렇게 순식간에 과거로 돌리는 힘이 있는 곳이다. 풍족하지 못하여도 불편해도 가는 곳마다 손 흔들어 진심으로 인사하던 사람들이 그곳에 있다

그들이 내 안에 있어 캄캄한 밤에도 환하다. 오늘도 사원 옆 우베인 다리(U Pein Bridge) 위로 해가 저문다. 저 빈 그릇 같은 허공에 매달린 다리 위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이 지고 있다. 깜깜한 밤을 지낸 태양이 내일 또 그 골목에 찾아 온 사람들에게 따뜻한 아침 햇살로 깃들 것을 믿는다

 

 수도원의 마을과 건너편을 이어주던 세상에서 가장 긴 목조 다리, 우베인다리./

사진=변종모 

 

PS 미얀마 만달레이는

미얀마의 수도는 양곤이 아니라 네피도(Naypyidaw)이다. 미얀마는 주변국을 통해서 비행기로 이동한다. 대개 여행자들이 양곤으로 들어와서 기차나 버스 또는 비행기로 주변 도시들로 이동 하지만, 기차나 버스를 적극 추천한다. 미얀마는 세상에서 가장 순박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 불릴 만큼, 이동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 또한 훌륭한 여행이 된다. 만달레이에서 가장 볼 만한 것은 도시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만달레이 힐(Mandalay Hill)과 미얀마의 3대 불교 성지 중 한 곳인 마하무니 파고다(Mahamuni Paya). 700개가 넘는 탑(파고다)들과 만달레이 궁전을 보며 불교 문화를 가까이서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총 길이 1,209m의 세계에서 가장 긴 목조 다리, 우베인 다리가 따웅타만(Taungthaman) 호수 위를 가로지른다. 거의 모든 유적과 시내 곳곳을 돌아보는 방법은 저렴한 오토바이 가이드 투어이다. 오토바이 뒤에 앉아서 잠시 그곳의 사람들처럼 만달레이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이밖에도 우베인 다리 아래에서 보트 투어를 해보는 것도 좋다.

 

◆05.13 인간이 설계한 가장 완벽한 자연, 뉴욕 맨해튼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뻗어나간 가장 모범적인 자본과 역사의 미로”

“인간이 만든 자연, 뉴욕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함성의 높이만큼 자라 오른 맨해튼의 빌딩숲이 울창하다.

 

4월의 봄이 한창이던 한국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날아갔던 그곳은 아직 겨울의 끝에 서 있었다. 나는 뭔가 잘못한 학생처럼 빌딩의 그들에서 벌을 받는 기분으로 조심스레 사방을 둘러보지만 모두가 바람처럼 가볍고 자연스럽다

이상하다 이 도시. 분명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는데, 높은 빌딩 사이로 수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데 골목이 없다. 골목이란 자동차가 다니는 번잡한 메인 로드가 아니다. 도시의 뒷길, 사람들이 복작이며 살고 부딪히는 좁은 터전. 그런데 뉴욕에는 골목이 없다

잠시 깊은 골목에서 이 도시의 눈치를 살펴야겠다는 마음은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 도시에서는 골목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곳. 철저하게 계획된 모범 도시. 빌딩과 사람과 자동차가 나란히 움직이는 이곳에서 나는 어느새 아무렇지 않게 걷는다


◆ 인간이 만든 자연, 뉴욕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던 부잣집 친구가 있었다. 코흘리개 시절에도 참 부러웠던 그 친구는 어느 날 홀연히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어린 마음에 미국으로 가는 사람들은 공부도 잘하고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이어야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유를 희망하던 이민자들에게 빛의 상징이었던 자유의 여신상 뒤로 맨해튼이 펼쳐져

있다.

 

한 때 자유를 찾아서 많은 이주민들이 바다를 건너왔고 대륙을 건너왔다. 엘리스섬(Ellis Island)에 거대하게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은 이 도시의 무사 착륙을 알리는 아이콘이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기쁨과 슬픔 그리고 희망까지 함께 아우르는 800개 이상의 언어가 모여, 고밀도의 작은 섬 뉴욕이 되었다

그리고 빌딩으로 시작해서 빌딩으로 끝이 나는 현대의 뉴욕. 사람들은 뉴욕을 다녀온 뒤 한동안 여러 가지 모양의 빌딩만이 머릿속에 남는다고 했다. 이것은 분명 인간이 만든 자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만든 가장 치밀하고 거대한 도시. 그래서 완벽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도시

16세기에 영국 탐험가가 발을 디디며 시작된 뉴욕. 그중 인디언의 언어로 ‘많은 언덕의 섬’이라는 뜻을 가진 맨해튼은 뉴욕의 다섯 개의 구역 중에서도 가장 번화한 지역이다. 세계 금융을 움직이는 월스트리트, 공연장과 미술관 그리고 유명 언론사, 유행을 선도하는 각종 브랜드가 집중된 핵심 지역

 

 막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도시의 아침. 모든 시작은 그렇게 고요하고 부드럽다.

 

아직 봄이 오지 않은 뉴욕은 첨단의 유행 보다 계절이 한 박자 정도가 느린 곳이었다. 그래도 방대한 센트럴파크를 거닐다 보면 도시의 계절과 상관없이 또 하나의 세계가 펼쳐진다. 사방으로 뾰족한 빌딩의 꼭대기가 숲처럼 거대하지만 분명 이 공원은 도시에서는 쉽게 상상하지 못할 크기의 자연이다


◆ 네온 사인이 휘황한 타임스퀘어 골목에서 길을 잃어라 

만약 누군가 내게 뉴욕에서 가장 뉴욕다운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한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맨해튼 미드타운 웨스트(Midtown west)로 데려갈 것이다. 뉴욕에서 가장 뉴욕다운, 맨해튼에서 가장 맨해튼다운 것들이 다 모여 있는 곳이기에

미드타운 웨스트에는 뉴욕의 대표적인 거리 타임스퀘어가 있다. 어느 책자에는 뉴욕을 찾는 사람 100%가 이곳에 온다고 했다. 과장이 아니다. 골목이 없는 뉴욕에서 좁은 골목을 지나가듯 사람들에게 밀려다니거나 줄지어 걷게 되는 곳. 뉴욕 타임즈의 본사가 들어서면서 타임스퀘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비를 내야만 설치가 가능한 화려한 거리로 탄생했다. 우리가 태어나서 늘 보던 광고판들이 그 작은 거리에 다 몰려 있다

 

 찬란한 맨해튼의 밤은 도시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밝힌다. 오래토록 잠들지 못하는 

도시의 사람들을 위로하는 불빛이 밤마다 찬란하다.

 

네온 사인이 휘황찬란한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길을 잃어보시라. 당신이 잃어버린 방향이 곧 목표 지점이 될 것이다. 타임스퀘어 중심으로 뻗은 동서남북 어디로 가든 우리가 한 번쯤 생각했던 상상의 장소를 만나게 된다

거장의 작품으로 꽉 찬 뉴욕현대미술관(모마)(Museum of Modern Art(MoMA))이라든가. 각종 유명한 공연들을 다 섭렵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Broadway)라든가. 센트럴파크보다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도시정원으로 유명한 브라이언트 파크(Bryant Park),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거대하게 버티는 미드타운 이스트(East)로 이어지는 놀라운 미로

그러니까 길을 잃을 걱정은 절대로 할 필요가 없는 곳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거대한 맨해튼이다. 골목이 없는 도시이지만 골목 보다 잘 정리된 구획으로 동서남북의 각 블록은 불과 1~2분 거리의 간격으로 반듯하게 자리 잡고 있다.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오른팔을 높이 들어 반겨주는 땅, 뉴욕

네델란드와 영국의 지배 당시 흔적도 곳곳에 남아있다. 엄청난 높이의 빌딩들 사이에서 유유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과거의 상징들. 그리고 3천 명의 생명을 앗아간 9.11의 흔적이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다

 

 102층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서 내려다본 맨해튼의 전경. 모든 것이 빌딩으로 이

루어져 있는 거대한 인간의 구조물.

 

지금도 여전히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오른팔을 높이 들어 반겨주는 땅. 자유의 땅에서 지불해야할 많은 것들을 생각하면 그곳의 자유는 어쩌면 온전한 자유가 아닐지도 모른다. 빌딩의 각도와 거리의 방향처럼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지거나 비뚤어지면, 높이 들어주던 그녀의 오른 팔도 잠시 무효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세상의 모든 자유가 그러하지 않겠나? 스스로 지키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자유. 이 번잡한 도시에서 자유로이 움직이려면 누구나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PS : 뉴욕은 

3일 이상 머물 계획이라면 시티투어버스로 처음을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아무리 방향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며칠 안에 도시의 구조를 머릿속에 넣기가 힘들므로. 시티 투어버스는 여러 회사가 있으므로 관광 안내 센터에서 자신에 맞는 일정으로 움직이면 된다


맨해튼, 브루클린, 브롱크스, 퀸스, 스테이튼 아일랜드 이렇게 다섯 개의 뉴욕 중 단연 맨해튼이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이다. 맨해튼 한 곳만 하더라도 5일은 잡아야 어느 정도 해결된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또는 록펠러 센터 전망대와 자유의 여신상, 타임스퀘어와 5번가 그리고 각종 박물관과 미술관과 센트럴파크 정도를 다니다 보면 비로소 뉴욕의 개념이 조금 잡힌다. 무료로 입장 가능한 곳도 많으니 각종 할인 패스를 미리 알아보고 떠나는 것이 비싼 뉴욕 물가를 견디는 유용한 방법이다


◆05.30 대지진 이후 새로 지은, 포루투갈 리스본의 동화 같은 골목

1755년 대지진 이후, 새로 지어진 도시 리스본은 동화책의 한 장면"
“퍼즐처럼 엮인 집과 골목을 돌아보는 트램 투어 인기”
“상 조르제 성, 제로니무스 수도원, 테주 강을 보며 망중한”

 퍼즐처럼 펼쳐진 리스본의 시가지.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사진=

변종모

 

포르투갈(Portugal)의 수도 리스본(Lisbon)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길고 넓은 테주 강(Rio Tejo)을 끼고 있다. 처음 도착한 사람들은 누구나 나처럼 자신의 눈을 의심할 것이다. 강 한가운데로 지나가는 기다란 4 25일 다리는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닮아 있다

하지만 그곳은 절대로 샌프란시스코가 될 수가 없다. 등을 돌려 언덕을 바라보면 온통 퍼즐처럼 아름답게 엮여있는 집들과 집들 그리고 그 사이로 숨구멍처럼 퍼져있는 골목이 있기 때문에. 유럽의 서쪽. 모든 바람이 서쪽으로 불어 그곳에 모인 것처럼 가장 진한 유럽의 향기가 느껴지는 곳.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타르트가 있고 밤을 아름답게 빛내는 목소리 파두(Fado)가 흐르는 곳


전망대 위에서 바라본 도시는 한 폭의 풍경화

그곳에 도착하는 누구라도 상상하고 싶은 것이 많을 것이다. 1755년 대지진으로 인해 도시의 대부분이 파괴가 되었지만 폼발(Pombal)후작의 계획 하에 새롭게 건설된 도시 풍경은 그럼처럼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의 원인이 골목이며 골목을 이루고 있는 집들이다. 그 골목으로 가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그냥 무작정 걷든지 아니면 이 도시의 상징인 낡은 트램을 타고 어슬렁거려도 좋겠다

 

 리스본에 도착한다면 꼭 한 번은 타게 되는 트램은 도시 구석구석을 이어준다. 하루

종일 트램만 타고 있어도 그 도시의 대부분을 보는 듯하다./사진=변종모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인지 언덕으로 이어지던 골목들은 더욱 짙어졌고 홀로 걷던 길이 어색하지 않았다. 우산 속에서 바라보던 오래된 골목의 풍경이 마치 이불 속에서 꿈을 꾸듯 몽롱한 풍경이 되기도 했다. 낡은 그 도시에서 가장 낡은 것은 오로지 나의 시선이었는지 모른다. 그곳은 꿈속이 아니라 여전히 빛을 내고 있는 아름다운 골목이었다

좁은 골목들 사이로 이어지던 또 다른 골목들은 마치 만화경 속으로 들어온 듯 서로 닮은 듯 각양각색으로 처음 도착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무조건 언덕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일단 언덕으로 올라가서 원을 그리듯 한 바퀴 둘러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이 도시의 상징인 트램은 어딜 가든지 둔탁한 소리를 내며 오래된 친구처럼 함께한다. 트램이 느리게 빠져나간 골목 사이로 채워지는 강바람은 이곳의 굴곡을 조금은 편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꽃이 놓인 창가에도 바람은 제 모습을 드러내고 그럴 때마다 바람처럼 싱그럽게 웃는 사람들이 봉 디아(Bom dia)하고 아침인사를 한다

 

 좁은 간격의 골목만큼 살가운 사람들. 그곳 사람과 사람의 간격이 그러할 것이다./

=변종모

 

땀을 흘리며 오르막을 걷는 동안 손수건 같은 보드라운 바람이 불고 하늘은 점점 가까워진다. 전망대는 이 도시의 무대처럼 사람들이 도시를 바라보며 자리를 잡았다. 비가 개인 리스본 시내가 구슬처럼 투명하다. 더욱 맑아진 풍경은 수채화처럼 자꾸 마음을 부추겨 한 곳에 오래 앉아있기가 힘이 들 정도였다

전망대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가 흐린 날의 구름처럼 무리지어 다니며 도시를 내려다본다. 그리고 이내 구름을 밀어붙이는 바람처럼 부드럽고 애잔한 파두가 흐른다. 나는 그 노래의 뜻을 모르지만 그것은 분명히 사랑을 부르는 주문일 거라는 상상을 한다

여기서 가장 안타까운 일은 시간이 빠르다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던 낡은 도시의 오후가 석양이 지는 속도를 따라 사라졌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가 짧다. 매번 여행이라는 것이 무한의 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리는 절실하다


◆ 골목마다 싱싱한 해산물과 와인이 흘러넘치는 곳

어둠이 몰려온 골목에는 호박색 백열등으로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대낮의 풍경에 취한 사람들은 이내 변심한 사람처럼 밤의 골목을 찬양한다. 바다를 두고 사는 도시의 골목에는 싱싱한 해산물과 투명한 와인으로 다시 위로의 시간을 맞이한다. 홀로 찾아온 여행자여도 상관이 없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잔을 들어 인사한다면 바로 친구가 될 수 있는 곳

 

 밤의 리스본은 사람의 마음을 가장 빨리 과거로 돌리는 풍경을 연출한다. 그만큼 소

박하고 아름다운 또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사진=변종모

 

포르투갈 사람들의 밝은 마음이 그렇게 환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렇게 또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곳에서 지내는 하루하루가 한 편의 이야기처럼 기억 될 것이다. 그림책을 펼치듯 바라보고 이야기를 읽어주듯 따뜻하게 인사하는 곳. 골목골목 모퉁이마다 오래된 세레나데가 흘러나오는 밤의 리스본

잠시 스쳐지나가는 여행자들이라고 할지라도 그 골목들을 한 번 걷고 나면 마치 그들의 이웃이 된 것처럼 살갑다. 그만큼 모든 사사로운 풍경들이 골목마다 펼쳐진다. 그렇게 자세히 보아야 한다. 천천이 걸어야 그 언덕의 골목이 주는 굴곡을 이해한다

거대하게 흘러가는 파도의 굽이 만큼 다양한 그곳의 일상이 그 골목에서 고스란히 요동친다. 다른 유럽과는 사뭇 다른 정겨움이 흐르는 골목들. 당신이 그곳을 걷게 된다면 인생의 아주 아름다운 그림책을 또 한 페이지 넘기게 되는 것이다. 그곳에 매료되지 않으려고 아무리 애써도 어느 골목에서라도 당신은 쉽게 흔들리고 말 것이다


PS 리스본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직항이 없기 때문에 주로 이웃 유럽 국가를 통해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페인에서 기차나 야간 버스를 타거나 비행기를 탄다면 쉽게 갈 수 있다. 리스본은 알파마(Alfama), 벨렘(Belem), 리베르다드(Liberdade), 바이샤(Baixa), 바이후 알투(Bairro Alto) 등 크게 다섯 개의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각 지구마다 아름다운 광장이나 전망대 그리고 화려한 성당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중 알파마 지구에 있는 포르타스 두 솔(Miradouro das Portas do Sol) 전망대에 올라서 바라보는 리스본은 환상적이다


상 조르제(Castelo de Sao Jorge)성은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성으로 이 성에 바라보는 리스본 또한 여느 전망대 못지않은 경치를 선물한다. 강을 끼고 있는 벨렘 지구에는 벨렘탑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제로니무스 수도원(Mosteiro de los Jeronimuos)을 볼 수 있다. 특히 눈앞으로 펼쳐지는 테주 강이 아름답다. 이 밖에도 각 지구마다 아름다운 건물과 골목들이 이어진다. 넓은 대서양을 끼고 있는 포르투갈의 장점은 맛있는 해물요리를 저렴하게 맛 볼 수 있다는 것. 매일 밤 열리는 소극장의 파두 공연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06.21 고귀한 쓰레기 마을, 이집트 모카탐과 동굴교회

악취와 휴지 조각이 황량하게 날리는 쓰레기 마을, 모카탐
거대한 바위 밑, 천 명의 콥트교도가 모이는 비밀 교회

 버려진 모든 것들이 끊임없이 실려 들어오는 골목. 그러나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실

려 나가는 탄생의 입구일지도 모른다./사진=변종모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서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여우는 어떻게 알았을까? 바람이 많이 불어 모든 것이 흔들리던 카이로(Cairo)의 어느 외곽, 깊숙한 골목을 빠져 나오면서, 잠시 내가 알지 못하던 아름다운 행성을 다녀온 것 같았다

향기로운 장미와 똑똑한 여우와 착한 왕자가 사는 곳. 귀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마음으로 배워가던 어린 왕자의 행성과 쓰레기 냄새 가득한 카이로의 골목과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여우의 말처럼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두 행성 간의 간격은 눈으로는 가늠할 수 없다. 오로지 마음으로 만나야 하는 곳. 먼지에 휩싸인 깊은 골목. 쓰레기가 켜켜이 쌓인 좁은 골목. 세상에서 가장 낮고 아름다운 행성이 그 골목에 있었다.


◆ 피라미드와 파라오보다 불가사의한 쓰레기 마을

이집트 비자가 3일이 남았을 즈음, 더 이상 갈 곳이 없으면 모카탐(Mokattam) 쓰레기 마을을 다녀오는 게 어떻겠냐고 주인은 말했다. “카이로의 모든 쓰레기가 모이는 곳인데 그곳에는 아주 오래된 콥트교(Coptic 이집트에서 가장 오래된 주교제의 기독교 교파, 참고로 이집트는 이슬람 90% 콥틱교 10%)의 동굴교회가 있지” 마치 은밀하고도 귀한 것을 몰래 발설하는 눈빛으로 숙소주인은 말했다

 

 콥트교의 동굴교회. 이 은밀한 곳에서 그들은 신께 어떤 기도를 할까?/사진=변종모

 

쓰레기마을에 있는 콥트교의 동굴교회. 이 문장에서 말하고자하는 것은 분명 콥트교의 은밀한 동굴교회를 설명하는 것이겠지만, 쓰레기마을이라는데 더 끌리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한때 이슬람의 박해를 받은 콥틱교도들이 뿌리내린 은신처. 더군다나 그곳이 쓰레기 더미라니. 아무래도 다수에게서 밀려난 자들의 외로운 삶의 풍경이 궁금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었다. 전날부터 타흐릴광장 시위대들의 불만이 폭풍처럼 날아올라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였다. 불안 속에서 이른 아침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는 낯선 길을 찾듯 몇 번이나 같은 골목을 맴돌다가 겨우 도시의 외곽에서 쓰레기 마을을 찾아냈다.

그렇게 택시는 바람에 떠밀리듯 굴러 와서 먼지 날리는 골목 어귀에 나를 부려 놓고, 다시 검은 봉지 날리듯 부웅 사라졌다. 거리는 황량했고, 난데없이 골목이 시작되었다. 악취와 바람에 날리는 휴지조각이 풍기는 기이한 분위기 때문에 선뜻 골목을 들어서지 못한다.

골목 입구에는 빗물이 고여 있다. 작은 트럭이 빗물 안에 고인 하늘을 흩어 놓고 골목 안으로 사라졌다. 심란한 풍경에 망설임이 일었다. 골목 입구에서 잠시 마음을 가다듬는 동안에도 쓰레기들이 분주히 골목 안으로 실려 들어갔다

 

 청년들이 몰고 가던 당나귀수레는 마치 마을버스처럼 동네 이곳저곳으로 나를 데려

다 줬다./사진=변종모

 

쓰레기는 때로는 당나귀의 등에 얹혀, 때로는 금방 주저앉을 것 같은 낡은 트럭에 얹혀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악취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삶은 화사하게 피어난다 

동굴교회 쪽으로 먼저 발걸음을 옮긴다. 교회로 가는 좁은 비탈 골목에도 형형색색의 쓰레기더미들은 꽃처럼 알록달록 집 안 밖과 골목을 가득 메운다. 그 끝에 동굴교회가 은밀히 숨어있었다. 거대한 바위 밑으로 이어지는 예배당은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예배를 볼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컸다

경사진 예배당 안으로 기다란 의자들이 도미노처럼 아래로 아래로 이어진다. 이슬람에게 쫓겨난 콥트교도들은 이곳에 한데 모였다. 그들의 절실한 기도가 낮고 서늘한 동굴의 온도를 높였으리라. 동굴교회는 아직도 그때의 간절함이 식지 않은 듯 온화하다. 그리고 여전히 변함없는 간절함이 매일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그곳은 조금씩 높아질 일만 남았다 싶었다. 깊숙한 예배당을 빠져나오니 조금은 환한 하늘이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고단한 일상이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골목, 버려진 것들이 새롭게 태어나는 곳

이다./사진=변종모

 

당나귀를 몰던 청년을 만난 것은 동굴교회를 빠져나와 길을 잘못 들어선 지점에서였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비슷한 풍경. 쓰레기더미가 쌓인 집들이 펼쳐져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때 두리번거리며 방향을 살피는 나에게 한 청년이 손을 내밀었다

청년은 내게 당나귀가 끄는 빈 수레 한쪽을 가리켰다. 환하게 미소 지으며. 그렇게 갑자기 빈 수레에 올라탔던 것만으로 우리는 살가운 동행이 되었다. 삐거덕거리며 지나가는 트럭보다 이 수레가 훨씬 좋다며 엄지를 치켜 올려주자 미소는 함박웃음이 되었다.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그들에게 나를 자랑하던 얼굴이 어린아이처럼 맑았다
튼튼한 신발을 신은 내 발보다 그의 맨발이, 카메라를 쥔 내 손보다 당나귀의 고삐를 잡은 그의 손이 더 고귀하게 느껴졌다. 무엇 보다 낯선 이에게 낡은 자리를 내어준 그 마음이 어찌나 곱던지.

당나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제 갈 길을 잘 찾아갔고, 쓰레기 더미 위에서도 푸른 하늘은 시리도록 파랬다. 여전히 바람은 쓰레기 냄새를 몰고 다녔지만, 그 냄새의 기억 보다 그날 느꼈던 사람의 온기가 더 생생하다. 열악한 풍경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그 마음을 봤으니 나도 더 순하고 따뜻하게 살아야겠다.

 

 집 안에도 옥상에도 골목에도 날마다 가득 채워지는 쓰레기들이 묘한 풍경으로 다가

온다./사진=변종모

 

우리가 쓰다 버린 도시의 분비물이 그곳에서 날마다 새롭게 태어난다. 그 난지도에서도 어린왕자의 장미꽃은 자란다. 썩어가는 악취 속에서 오롯하게 돋아나는 인간의 체취. “안녕!” 청년은 헤어지면서 왼손을 들어 힘차게 흔들어 주었다. 내 마음이 휴지처럼 갈 곳 잃고 이리 저리 날리는 날엔, 모카탐의 광경을 떠올린다. 나는 나에게 여우의 말을 건넨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PS : 카이로는...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는 피라미드나 스핑크스보다 파라오 시대부터 발굴 된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에서 열중하는 사람이 더 많다. , 박물관의 시설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교통이 복잡한 카이로는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여 움직이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둘러 봤다면 칸 엘 카릴리(Khan el-khalili) 전통 시장에서 시간을 보내도 유용하다. 이 전통시장은 시장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는데, 시장 근처로 대학과 유명 이슬람사원들이 가까이 있어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사원을 방문할 때에는 단정한 옷차림과 정숙함은 기본이다. 혹 모카탐을 방문하고 싶다면 혼자서 대중교통을 타는 것 보다 동행을 구해서 택시를 타고 가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동굴교회는 쓰레기마을에서 언덕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07.06 파키스탄 천상의 고원에서 펼쳐지는 폴로 경기

“해발 4천 미천 고원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영화같은 폴로 경기”

“난민촌 같기도 하고 거대한 캠프촌 같기도 한 파키스탄 산두르패스”

 파키스탄의 산두르 패스 폴로 페스티벌. 발들이 힘차게 뛰는 풍경 끝으로 단 한 번의 

골목들이 펼쳐져 있다./사진 = 변종모

 

살아있다는 것은 이런 느낌일까? 나의 심장은 지금까지 한 순간도 뛰지 않은 적이 없을 텐데, 그날 새삼 나의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철저하게 자의적으로 느낀 것이었다. 내 안에서부터 아주 크게 쉬지 않고 울리고 있었으므로. 나의 심장이 이토록 큰 소리로 뛰고 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심장이 소리를 가졌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았던 날들이 많았다. 나를 살리던 소리들. 그렇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소리를 가진다. 소리를 가진 모든 것 역시 살아있다. 하늘 아래 가장 가까이 연결 된 천상의 고원에서 세상을 뒤흔드는 말발굽소리와 힘찬 함성을 듣고 난 이후, 나는 전 보다 조금 더 마음의 힘이 생겼다.

그리고 그 울림이 기억 될 때마다 가장 강렬한 나의 심장 소리를 추억한다. 그대가 아무리 나약한 사람일지라도 그대도 그곳에서는 가장 두근거리는 3일을 만나게 되면 나와 같으리라. 파키스탄의 북쪽, 산두르패스(Shandur Pass) 폴로 페스티벌(Polo Fastival)


1년에 단 한번의 3일간의 화려한 골목, 산두르패스

그곳에 잠시 골목이 생긴다. 1년에 단 한 번의 골목. 험준한 산등성이에 잠시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한 번의 골목. 그 골목에 대해서 들은 것은 늦은 밤 간단한 끼니를 해결하고 숙소 마당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아름다운 별들을 반쯤은 삼켜버린 시커멓고 커다란 얼굴이 나의 이마 위로 보름달처럼 떴다. 보름달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친구의 두 눈도 별처럼 빛이 났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분명 아름다운 소식이었다.

길기트(Gilgit)로부터 북쪽 방향에 있는 산두르패스라는 곳에서 곧 성대한 폴로 경기가 열린다고 했다. “성대한”에 힘을 주어 말했고 폴로경기라는 말은 즐거운 어조로 노래를 불렀다. 산두르패스라면 아프카니스탄 국경 근처가 아니냐고 묻자, 그게 뭐 어쨌냐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위험한 곳이 아니냐고 다시 물어보려고 하다가 처음 파키스탄을 와 본 사람처럼 보일까봐 마음을 접었다. 짧은 여름밤 동안 여러 번의 갈등과 고민이 반복되다가 결국 버스를 타기로 결심했다.

 

 해발 4천 미터 고도의 평원에서 지축을 흔드는 말발굽 소리와 그것에 열광하는 사람

들의 환호가 펼쳐진다. /사진 = 변종모

 

일단 전날 들었던 내용은 폴로경기라는 것 밖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이른 아침의 시골 터미널엔 장날처럼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과일향이 짙게 났다. 살구가 지천으로 익어가고 있는 북쪽의 파키스탄. 한참을 기다린 끝에 낡은 버스는 산 속으로 구름처럼 천천히 옮겨갔다. 북부 파키스탄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 산 중엔 풀이나 나무 보다 곳곳이 무너져 내린 산사태의 흔적이 더 많았지만 푸른 하늘을 떠다니는 선명한 구름이 모든 것을 평화롭게 만들었다


◆ 모든 것이 가능한 파키스탄 북쪽의 아름다운 산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한지 채 두 시간이 되기 전에 버스는 한참동안 멈췄다. 며칠 전 내린 비로 길이 무너져 버스가 지나갈 만한 넓이가 확보되지 않았다. 짜증 한 번 내지 않는 이곳 사람들은 버스에서 모두 내려 커다란 돌을 굴리고 흙을 다져가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곳곳이 쓸려나간 황무지의 높은 산들도 쉽게 보지 못하는 풍경이지만 농담으로 여유롭게 길을 넓히고 있는 풍경 또한 내가 상상하던 풍경은 아니었다

설산에서 흘러내린 7월의 시냇물은 차갑기만 한데 사람들이 징검다리가 되어 이어지던 땀의 시간들은 중천에 뜬 태양 보다 뜨겁다. 까마득한 높이의 험한 산 속으로 이어진 하나의 길.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나를 제외하면 모두가 아는 사람인 듯 자연스럽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고 다시 버스는 툴툴거리며 자꾸만 산속으로 들어간다

차창 밖은 7월의 풍경 치고는 다소 황량했지만 차 안의 사람들은 환하다. 자리를 옮겨가며 인사를 하는 할아버지, 졸다가 눈이 마주치면 수줍게 웃던 아주머니, 오랜 시간 멀미에 시달리던 핼쑥해진 얼굴의 아이. 덜컹거리며 달리는 비포장의 피곤함을 고스란히 가져간 차 안의 풍경들. 10시간 남짓 달려 어스름한 저녁에 차는 멈췄다. 작은 찻집 앞에서 모든 승객을 내려놓은 낡은 버스는 그제야 겨우 다리를 떨며 휴식을 취한다

 

 푸른 하늘 아래 뭉게구름과 함께 따로 모여 폴로 경기를 관람하는 여자들./사진

변종모

 

버스는 무사히 도착했지만 문제는 폴로경기장까지 가는 일이었다. 값싼 차 한 잔을 시켜 놓고 하늘을 보니 설산 위로 초저녁별이 뜨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모두가 고요하고 아름다운 산중이지만 불안한 마음이 찻잔처럼 자주 흔들렸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별들을 보는데 설산을 머리에 이고 있는 것처럼 허연 노인이 폴로경기장을 갈 거냐고 묻는다. 반가운 마음에 대답대신 급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데 차를 다 마시라며 노인은 담뱃불을 붙인다. , 여기는 파키스탄 북쪽이며 아름다운 산 속의 밤이다. 그러니까 모든 것은 가능할 것이다.


 전쟁장면, 추격전의 한 장면처럼 거대한 울림이 있는 폴로경기장

, 한 번의 골목. 그가 말하던 단 한 번의 골목이 뭔지 알 것 같았다. 비좁은 텐트에서 설 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 수많은 텐트들이 평원에 펼쳐져 있는 그곳은 마치 난민촌 같기도 하고 거대한 캠프촌 같기도 했다. 전날 밤 노인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아직도 까마득히 떨어진 마을의 어느 골목에서 아침을 맞이하거나 운이 좋았다면 누군가의 집에서 하루를 보냈을지 모른다

캄캄한 산속의 야영지에서 값싸게 머무를 수 있는 텐트까지 알아봐주고 말없이 돌아 가버린 노인의 얼굴을 이제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고맙다는 말을 한 것 같고 힘껏 포옹 한 번 한 것으로 우리는 마지막이었다. 해발 4천 미터가 넘는 산 중의 평원. 텐트들이 낡은 집처럼 모여 있는 그곳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동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년에 단 한 번. 7월의 첫째 주 3일간 생겨나는 이 골목. 엉성한 텐트 끝 쪽에 말들이 그날의 경기를 위해 기수들과 산책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신기한 아침. 별들이 무수히 쏟아지던 밤에 노인의 낡은 트럭을 타고 산속으로 흘러들어 와 눈을 뜬 아침. 그날, 숙소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나는 무엇 때문에 망설였고 갈등을 했을까?

하늘과 맞닿은 설산에 둘러싸인 이 경기장엔 따로 담벼락이 필요 없었다. 경기는 순식간에 시작되었다. 낯선 남녀가 함께 앉지 못하는 이곳에선 한쪽엔 여자들이 다른 한쪽엔 남자들이 모여 함성을 지르며 그날의 경기를 알렸다. 사람들의 함성 보다 먼저였던 것은 말발굽 소리. 어느 영화에서 보던 전쟁장면이었거나 그것도 아니면 숨 가쁘게 쫓기는 추격전의 한 장면처럼 순식간에 관람자를 덮치는 거대한 울림. 바닥에 엎드려 사진을 찍는 동안 그 울림이 고스란히 가슴 속으로 달려들어 온다

 

 영화에서 보던 전쟁 장면이었거나 그것도 아니면 숨 가쁘게 쫓기는 추격전의 한 장면

처럼 순식간에 관람자를 덮친다./사진 = 변종모 

 

◆ 말들의 거친 숨소리, 기수들의 땀방울, 텐트 사이로 피어오르는 폭죽

그렇게 달려들어 온 소리들이 나의 심장을 울리면 내 주변의 모든 것이 울리거나 흔들렸다. 흔들렸지만 불안하지 않은 풍경들. 거친 말들의 숨소리와 날렵한 기수들의 땀방울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많은 사람들의 환호성이 있다. 그 울림의 끝에서는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설산이 펼쳐져있고 하늘은 바다처럼 푸르렀다.

분명 눈으로 보고 있었으나 꿈속에서나 가능한 풍경 속에 있다. 그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엎드렸다가 일어섰다가를 반복하며 그들처럼 환호했다가 숨죽여 고요해지지기도 했다. 이토록 강렬한 풍경이 있을 수 있을까? 이처럼 열렬한 함성 사이에서, 이처럼 낯선 풍경을 어찌 내가 대면하고 있을 수가 있을까

자유롭게 숨을 쉬기도 빨리 걷기도 힘든 그 천상의 고원에서 3일은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누군가 가져온 물 한 병으로 가볍게 세수를 하면 무심코 하루가 시작되었고, 부실한 산중의 식사는 낯선 사람들과의 인사가 포만감을 가져다주었다. 따뜻하고 소박한 사람들이 1년에 한 번 만드는 골목. 그 한 번의 골목은 내가 만난 어떤 아름다운 골목보다 강렬하고 진하게 펼쳐졌다.

마지막 날 밤, 찢어진 텐트 사이로 폭죽이 피어올랐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에 비한다면 조악한 폭죽이었지만 그것마저 신기한 이곳 사람들은 환호했다. 모든 것이 감사하다며 열광했다. 그렇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이렇게 저마다 아름다운 소리를 가졌을 것이다. 천상의 고원에서 힘껏 달리던 말들과 그것을 부추기는 열렬한 환호. 그리고 그 이전에 별빛을 밝혀 산속으로 나를 데려다 주었던 하얀 머리의 할아버지와 그 이전의 모든 풍경들.

 

 첩첩산중 하늘로 이어진 7월의 보리밭에서 만난 꼬마 숙녀들./사진 = 변종모

 

잦은 여행에서도 이처럼 강렬한 환호가 몸속 깊이 박혀들어 온 적은 없었다.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준비 되어있었던 것처럼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단 한 번의 골목에서 고스란히 펼쳐졌다. 그것을 내 것처럼 여길 수 있게 해준 아름다운 시간들과 사람들. 내게 7월의 소리는 커다란 그날의 울림으로 기억하고 싶다. 그것이 축복 같은 힘이 된다. 어느 날, 답답한 삶에 고개를 숙이고 있노라면 누군가 다가와 그날의 소리처럼 등을 두드려 준다면 나는 또 아무렇지 않게 툭툭 털고 일어나 걸어갈 것이다. 그 소리를 기억할 것이다. 오래토록.


PS 파키스탄의 폴로경기

폴로는 원래 기원전부터 비슷한 형태의 경기로 최근까지 전해지고 있다. 말을 타고 막대를 이용해서 상대편 진영으로 공을 넣는 형태로 폴로의 명칭은 티베트의 풀루Pulu 라는 말에서 기원했고, 폴로를 경기로 발전시킨 것은 영국으로 알려져 있다. 파키스탄 전역에서 여름이면 폴로 축제를 만날 기회가 많다. 주로 7월 첫째 주 3일 동안 열리는데 산두르 패스의 폴로경기는 파키스탄 북쪽에서 아주 유명하다. 보통 여행자들은 길기트에서 여행사를 통해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행사에서 모객이 되는 경우 지프로 경기장까지 4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 , 길이 무너지거나 돌발 상황이 생기지 않는다면 말이다. 로컬 버스를 이용할 경우 10시간 이상은 충분히 걸리며 모든 것을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피곤함에 빠지게 된다. 그곳에서는 씻을 곳도 없고 당연히 먹을 것을 구하는 것도 번거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