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과학6-2022-2/
07.01 “누리호 개발 성공하면 장 지진다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누리호 엔진개발 주역 한영민 항공우주연구원 엔진개발부장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발사를 앞두고 일주일 전부터 매일 밤, 발사대에서 엔진이 폭발하는 꿈을 꿨습니다. 2018년 시험 발사 때도, 지난해 10월 첫 발사 때도 그랬습니다. 이번엔 성공하느라 그랬는지, 21일 발사 이틀 전에 폭발하는 꿈을 꾼 게 전부였습니다.”
탱크 같은 인상을 한 남자의 속마음은 여렸다. 그간 새카맣게 타들어갔을 것 같은 얼굴에서 소년 같은 웃음이 피어올랐다.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의 핵심인 액체연료 로켓 개발을 책임져온 한영민(54)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엔진개발부장. 누리호 발사 성공 3일 뒤인 지난달 24일 대전 항공우주연구원에서 만난 그의 얼굴엔 그날의 흥분이 여진처럼 남아 수시로 올라왔다. 2000년 추력 13t의 항우연 첫 액체 과학로켓인 KSR-3를 시작으로 로켓엔진 개발에 몰두해온 지 22년의 세월이다. 한 부장을 만난 곳은 항우연 ‘동(動) 특성 실험실.’ 75t 로켓엔진 4개를 묶은 클러스터링 상태에서 각각의 엔진 연소기를 움직여보는 짐벌링(Gimbaling)을 실험하는 곳이다. 수차례 연소시험을 거쳐 거무스름한 빛을 한 높이 2.9m 거대한 엔진 묶음이 하늘을 보고 뒤집어져 있었다.
항우연 입사 후 22년간 로켓 개발
“발사 전날 탑돌이하며 성공 기도”
75t 발사체 개발, 러시아가 도움 줘
미국의 전략물자 통제 푸는게 숙제
▲한국 독자기술로 개발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심장인 로켓엔진을 개발한 한영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엔진개발부장이 지난 달 24일 오후 대전 항우연에서 75t급 액체 로켓엔진 4기가 묶여진 누리호 1단 클러스터링 앞에 섰다. 프리랜서 김성태
▶발사에 성공한 소감이 궁금하다.
“너무 기뻤다. 1, 2단이 올라갈 때만 하더라도 나로우주센터 발사지휘센터(MDC) 안은 긴장감 때문에 개미 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발사 879초 뒤 고도 700㎞에서 3단 엔진이 정지되고 성능검증위성이 분리되는 순간, 나를 포함해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서로 껴안고, 손뼉 치고, 울기도 했다. 나도 몰랐는데 녹화 장면을 보니 동료에게 손으로 하트를 크게 그리는 장면까지 나왔다. 나중에 아내가 ‘나한테는 평생 한 번도 안 해주더니 어떻게 직장 사람들에겐 그런 걸 해주느냐’고 핀잔을 줬다. 가족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정말 내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날이 아닌가 싶다.”
▶원래 발사는 15일이었다. 두 차례 연기 때 심정이 어땠나.
“첫 발사 예정일인 15일은 바람이 너무 강해서 어쩔 수 없이 연기한 거라 담담했다. 다음날 아침 흐린 날씨 속에 조립동에서 다시 누리호를 꺼내는데, 햇빛이 딱 그곳에만 비쳤다.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오늘은 잘 되겠다’고 기대를 했는데, 발사체를 세우고 전기적 신호를 점검하는데 센서 오류 신호가 떴다. 1단 산화제 탱크 센서였다. 1, 2단을 분리해 센서를 고치려면 장마철 지나고, 태풍도 오고 한 두 달이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센서 하나 때문에 결국 또 발사를 못 하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답답했다. 다음날 회의에서 센서 문제라면 굳이 1, 2단을 분리하지 않고 사람이 점검창 안으로 들어가서 수리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됐다. 실제로 안으로 들어가보니 사람이 충분히 설 수 있는 공간이 돼 센서를 교체할 수 있었다. 그렇게 21일 발사가 최종 결정됐다.”
▶최종 발사 전날 잠은 제대로 잤나.
“나로우주센터 기숙사가 발사장 아래, 조립동에서 700m쯤 떨어진 곳에 있다. 공학을 한 사람이 이러면 안되지만, 조립동을 탑돌이하면서 ‘하느님, 어머님, 부처님 이번 발사는 무사하게 안전하게 꼭 성공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나는 무교지만, 예전에 가톨릭 교회를 다닌 적이 있고, 집사람 쪽은 불교다. 뭐든 기대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날 밤은 엔진이 폭발하는 꿈도 안 꾸고 잤다.”
▶엔진이 폭발하는 꿈을 자주 꿨다는 말인가.
“2018년 시험발사체 때도 그렇고 지난 1차 발사 때도 그렇고, 발사 일주일 전부터 발사대에서 로켓엔진이 폭발하는 꿈을 매일 꿨다. 이번엔 발사 이틀 전에 한 번 꾸는 정도였다. 엔진이 워낙 고에너지의 장치이다 보니 액체산소와 케로신(연료)이 만나게 되면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난다. 처음 시동 점화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 이때 폭발하게 되면 1단뿐 아니라 2, 3단에 채워진 연료와 산화제까지 연쇄 폭발해 정말 큰 데미지를 입는다.”
▲세계 7대 우주강국 도약의 주역인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심장을 순수 기술로 개발한 한영민 누리호 엔진 개발부장이 24일 오후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75t급 액체연료 엔진 4기가 묶여진 누리호 1단 로켓 엔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김성태/2022.06.24.
▶실제로 엔진이 폭발한 적이 있었나.
“그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있었다. 2020년 5월 2단 엔진 고공연소시험을 할 때다. 액체산소와 케로신이 나올 때 바로 점화제를 넣어야 하는데, 점화제쪽 필터가 막혀 점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액체산소와 케로신이 많이 나와버렸다. 2단 엔진은 고도 50㎞ 이상 고공에서 연소되는 거라 진공챔버 안에서 시험을 하는데, 폭발이 일어나 엔진과 챔버 설비에 많은 손상을 입었다. 다행히 개발진은 1㎞밖에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안 다쳤다. 미국 스페이스X도 발사 후 2단이 비슷한 원인으로 폭발한 적이 있다. 우리로선 큰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다.”
▶다른 어려움은 없었나.
“왜 없었겠나. 그중에서도 외부에서 항우연을 바라보는 불신이 참 힘들었다. 2018년 75t 엔진 1개를 장착한 시험발사체를 쏘아올릴 땐 우리도 ‘이게 잘 날아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많았다. 하물며 외부에서야 어떠했겠나. 국내 우주공학과 교수들도, 또 외국에서도 ‘항우연이 저 엔진을 개발해서 과연 날릴 수 있을까’하는 의심의 시각이 많았다. 교수님들 중에는 ‘항우연이 75t 엔진을 개발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얘기한 사람도 있었다.”
▶발사체 개발에 러시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
“나로호 개발 때 러시아와 우주기술협력 협정도 맺었고, 공식·비공식적으로 러시아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게 사실이다. 그 전까지 우리는 발사체 전체를 한 번도 조립해본 적이 없었고, 발사대와 조립동을 지어본 적도 없었다.”
▶2013년 나로호 발사 후 러시아가 추력 210t의 최신형 앙가라 엔진을 남겨두고 갔는데.
“처음엔 지상검증용 발사체(GTV)라 당연히 모형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실제 로켓엔진이었다. 솔직히 엔진 개발자 입장에서 욕심이 났다. 앙가라 엔진은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으로는 세계 최고의 엔진이라 ‘넘사벽’이란 생각을 많이 했다. 예전에 러시아에 가 보면 우주 관련 박물관에서나 RD-170이나 180 같은 러시아 우주로켓 엔진을 볼 수 있었다. 연소기 4개가 묶여있는 추력 800t급 엔진이었다.”
▶누리호 다음 차세대 발사체의 엔진 개발도 담당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차세대 발사체에 들어가는 엔진 추력은 100t으로, 나로호 1단에 쓴 러시아 앙가라 엔진처럼 다단연소 사이클이다. 1단부에 이걸 5개 달고, 2단부에는 10t 엔진 2개를 쓴다. 엔진출력을 40%에서 100%까지 조절하고, 재점화도 할 수 있다. 스페이스X처럼 거꾸로 내려올 수 있는 기본적인 구조를 갖춘 셈이다. 그렇다고 재사용을 목적으로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하는 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기술들도 많이 필요하다. 아마도 차세대의 다음 발사체에서는 그런 시도를 해볼 수 있겠다.”
▶나로호에 쓴 앙가라 엔진이 본격적으로 도움이 되겠다.
“아직 엔진을 잘라보진 않았다. 로켓 내부에 들어가 엔진 시스템 구성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정도는 했다. 엔진의 사이즈, 밸브 위치, 배관 구성 등 배치도를 파악한 정도다. 하지만 앙가라 엔진은 추력이 200t을 넘는다. 우리 차세대 발사체용 엔진과는 추력이나 압력에서 차이가 크다. 때문에 리버스 엔지니어링(역공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앙가라 엔진이 도움은 되겠지만, 어차피 설계는 우리가 스스로 해야 한다. 이미 기초연구 차원에서 2016년부터 10t급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일본에는 우주로켓 기술을 전수했는데 왜 한국은 안 도와주나.
“누리호 개발 당시 75t 엔진 연소기 시험설비가 국내에 없어 러시아는 물론 미국에도 알아봤는데, 미 국무부가 답변을 하지 않았다. 3개월 정도 답변을 기다렸는데, 알아보니 미 국무부가 답변을 하지 않는 건 거절하는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미국은 우주발사체나 로켓 기술이 다른 나라로 확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은 1970년대에 미국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중국이나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동아시아에서 한 나라 정도는 지원해야 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젠 우리도 자력으로 우주로켓을 개발했는데, 미국이 달라지지 않을까.
“미국은 도와주지 않았는데 자력으로 발사체를 개발한 나라가 있으면 이너서클로 넣어주는 전례가 있다. 인도가 그랬다. 현재론 한국이 개발한 우주발사체에 미국 부품이 들어간 위성은 쏘아올릴 수 없다. 미국의 전략물자통제 정책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의 예에서 보듯 미국도 결국 우리나라를 인정해줄 거라 생각한다. 한·미 미사일협정이 저렇게 빨리 풀릴 줄 누가 알았나.”
중앙일보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07.06 15분 45초, 누리호를 위한 12년의 시간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1 누리호가 뭐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2차 발사 모습 [연합뉴스]
지난 6월 21일, 온 국민이 가슴 졸이며 지켜봤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우주로 날아올랐습니다.
누리호는 1.5톤(t)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개발된 우주 발사체입니다.
누리호는 설계부터 시험과 제작, 발사와 운용까지 대한민국의 기술로 만들었습니다. 누리호의 ‘누리’는 ‘세상’이라는 순우리말로 우리나라의 독자 기술로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확장된 새로운 세상을 연다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2018년 한국형발사체 명칭 대국민 공모전에서 선정된 이름입니다.
2 언제부터 만들었나?
▲2018년 개발 중 시험발사에 나선 누리호. 이 때만 해도 '시험발사체'로 불렸다. [사진 항우연]
알고 보면 누리호 개발 사업은 이미 12년 이상 이어진 장기간의 우주 발사체 개발 사업입니다.
2010년 3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총예산 1조 9572억원이 들어간 누리호 개발 사업은 크게 3단계로 구분됩니다. 2010년 3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진행된 1단계 사업 때는 누리호의 시스템 설계 및 예비 설계 작업이 주로 이뤄졌습니다. 이후 2015년 8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발사체 및 엔진의 상세 설계 및 제작과 시험이 이어졌죠.
마지막 3단계 사업이 2018년 4월부터 2023년 6월까지로 남아 있습니다. 3단형 발사체를 만들어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시험 발사를 통해 누리호가 1.5t급 위성을 실제 우주 공간으로 실어 나를 수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3 누리호의 스펙과 구성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올라가는 누리호, 어느 정도 크기인지 느낌이 오셨나요?
누리호는 길이가 47.2m로 아파트 15층 이상의 높이를 자랑합니다. 아랫부분부터 1·2·3단으로 구성돼 있고, 무게는 총 200t입니다. 대부분이 연료와 산화제 무게로 이 정도 무게는 70㎏ 성인 2860명 무게와 맞먹습니다. 누리호에 실을 수 있는 총중량은 1.5t으로 쏘나타 한 대와 비슷합니다. 최대 직경은 3.5m로 경차 한 대 길이 정도입니다.
4 누리호는 누가 만들었을까?
부품 37만 개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여 성공적으로 발사된 누리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300여 개 민간 기업이 참여해 핵심 부품 개발과 제작을 수행했습니다. 주요 역할을 맡은 30여 개 기업에서만 500명이 넘는 인력이 투입됐습니다. 누리호 개발 예산 80%에 달하는 1조5000억원은 산업체에서 집행된 예산일 정도입니다.
누리호 제작 참여 주요 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누리호의 총 조립을 맡았습니다. 300여 개 기업이 납품한 제품의 조립을 총괄하는 역할입니다. 1단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도 만들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심장으로 불리는 엔진을 만들었습니다.
5 누리호는 어디서 쏠까?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로 가는 길에는 '우주로 가는 길'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항우연 블로그 캡쳐]
누리호 발사가 이뤄진 나로우주센터는 전라남도 고흥군 봉래면에 있는 한국 유일의 우주발사체 발사장입니다. 나로우주센터 가는 길에는 ‘우주로가는길’이라는 이름도 붙었습니다. 2001년 부지를 선정해 2003년부터 짓기 시작했고 2009년 완공됐습니다.
발사장은 왜 우리나라 남쪽 최말단에 짓게 됐을까요? 안전 영역의 확보 때문입니다. 로켓이 날아가는 경로가 다른 나라의 영공을 침범하면 안 되고, 로켓의 낙하물이 떨어지는 지점의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전남 고흥 외나로도는 남해안에서 발사장 입지 조건을 가장 잘 갖춘 곳으로 꼽힙니다.
●누리호의 특징은
1 누리호는 왜 3단일까

▲1·2·3단으로 만들어진 누리호의 모습.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누리호는 1·2·3단으로 구성된 다단 로켓입니다. 로켓 추진제의 무게가 로켓 전체 무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발사 이후 연료는 줄어드니 텅 빈 탱크를 우주까지 가지고 갈 필요는 없습니다. 누리호에서 1단만 분리해도 전체 무게의 60%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2·3단은 더 쉽게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단을 분리해 설계하면 고도마다 가장 효율적인 엔진을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단이 많으면 장점이 많은 걸까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단이 많을수록 발사체가 무겁고 복잡해지고, 제작비도 많이 듭니다. 단마다 어떤 오류가 생길지 모르니 신뢰성도 떨어지죠. 대체로 2단 또는 3단 로켓이 일반적입니다.
2 누리호의 심장 ‘엔진’
누리호 엔진을 개발한 한영민 항우연 발사체엔진개발부장은 75t급 엔진에 1.5초 동안 불을 붙인 2016년 5월 3일을 ‘엔진 독립의 날’로 칭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순수한 국내 기술로 설계와 제작, 조립, 시험까지 우주 발사체 엔진의 원천 기술을 확보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액체엔진을 개발하고 이를 시험해 볼 설비도 없던 나라였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유럽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여러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이후 나로우주센터에 시험 설비를 짓고 75t급 33개의 엔진을 만들어 시험 횟수만 184회, 1만8260초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개발한 75t급 액체엔진 4기가 누리호 1단에, 변형을 거친 엔진 1기가 2단에 사용됐습니다.
3 엔진 클러스터링이란
▲한영민 누리호 엔진 개발부장이 75t급 액체연료 엔진 4기가 클러스터링 된 누리호 1단 로켓 엔진 앞에 서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누리호 1단에는 우리가 개발한 75t급 액체엔진 4기가 클러스터링(묶음) 돼 있습니다. 누리호같은 발사체가 우주로 가려면 매우 큰 추력이 필요한데 엔진은 커질수록 개발 비용과 기간이 급격하게 늘어납니다. 그래서 여러 개의 엔진을 묶어 마치 하나의 엔진처럼 작동하게 하는 클러스터링 기술이 중요합니다. 300t급 엔진 하나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술 개발은 쉽지 않았습니다. 엔진 4기의 정렬이 정확해야 하고 움직이면서도 균일한 추진력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누리호 1차 발사 7개월 전인 2021년 3월에야 클러스터링 기술 확보에 성공했습니다.
4 한국형 발사대
▲누리호가 발사된 발사장의 모습 [사진 항우연]
누리호 발사가 가장 임박한 순간, 1단 로켓의 추력인 300t을 버티고, 3300℃ 이상의 화염을 견디는 초록색 구조물. 바로 누리호 제2발사대의 엄빌리컬 타워(umbilical tower)입니다. 누리호 발사를 도운 제2발사대의 건축 연면적은 6000㎡에 달합니다. 발사대는 설계부터 제작, 조립까지 발사대 건립에 필요한 모든 과정이 국산 기술로 이뤄졌습니다. 키를 잡은 곳이 현대중공업입니다.
높이 48m에 달하는 엄빌리컬 타워는 쉽게 말해 거대한 주유소입니다. 엄빌리컬과 발사체가 연결돼 전기와 추진제 등이 공급됩니다. 정확한 타이밍에 누리호를 부딪힘 없이 부드럽게 놓아주는 것도 엄빌리컬 타워의 중요한 역할이었습니다.
5 추진제 탱크, 2㎜의 과학
▲누리호에 실리는 추진제 탱크의 제작 과정 모습. [사진 항우연]
100원짜리 동전의 테두리를 만져본 적 있으신가요? 누리호 전체 무게의 90%가량을 차지하는 추진제를 담는 산화제 탱크와 연료탱크의 두께가 이 100원짜리 동전 두께와 비슷합니다. 2㎜ 정도 되는 얇은 두께의 특수 알루미늄 합금판으로 최대 높이 10m, 직경 3.5m의 추진제 탱크를 만듭니다. 이런 탱크는 1·2·3단에 각 2개씩 총 6개가 들어가 있습니다.
맥주 캔처럼 얇은 탱크 벽은 수작업 용접으로 만듭니다. 오징어를 불에 구우면 뒤틀리듯 탱크 벽도 열이 닿으면 변형돼 매우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얇으면서도 대기압의 6배의 내부 압력, 비행 중 관성을 견디고 3300℃ 이상의 화염과 영하 183℃의 극저온도 견뎌야 합니다. 하나 만드는 데 10개월 걸리는데, 조금의 흠집이 나면 바로 폐기 후 새로 만듭니다. 2000곳 이상의 기밀(氣密)시험도 통과해야 탱크로 쓰일 수 있습니다.
●누리호는 무얼 싣고 가나
1 가짜 위성은 왜?

▲누리호 2차 발사 탑재 위성과 기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누리호는 1.5t급의 위성을 우주로 실어나를 수 있게 개발된 로켓입니다. 그런데 아직 로켓의 성능을 시험 발사하고 있는 단계이니, 진짜 1.5t가량의 인공위성을 만들어 싣기에는 부담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만약 시험 발사에 실패하면 큰 돈을 들여 개발한 인공위성을 그대로 허공에 날리는 셈이 되니까요.
그래서 지난해 누리호 1차 발사 때는 1.5t의 무게만 맞춘 더미 위성(가짜 위성)을 누리호 3단에 탑재해 올려보냈습니다. 지난달 2차 발사 때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서, 성능검증위성이라는 진짜 위성과 큐브 위성을 싣고(약 200㎏) 여기 1.3t가량의 더미위성을 함께 붙여 누리호 3단에 탑재했습니다.
2 성능검증위성
▲한국 기술로 만든 기술 부품을 싣고 임무를 수행하는 성능검증위성 [사진 항우연]
누리호 2차 발사 때 실린 성능검증위성에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발사체에 위성을 최초로 실어 발사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민간업체 AP위성에서 만든 성능검증위성은 이름대로 누리호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개발된 가로·세로·높이가 1m 내외인 실험 위성입니다.
임무 수명은 2년으로 누리호가 고도 700㎞ 정도에 올라가면 성능검증위성을 분리해 우주 공간에 던져 놓습니다. 이 위성은 누리호가 우주 공간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위성체를 분리해낼 수 있는지를 검증합니다. 또 큐브위성 4기를 품고 우주로 올라가 때가 되면 하나씩 우주 공간에 사출(분리)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우리 기술로 만든 발열 전지나 S-밴드(지상 데이터 송신용 2.2~2.3㎓ 주파수 대역) 안테나 같은 기술 부품을 싣고 가서 우주 공간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해볼 기회도 제공합니다.
3 꼬마 위성, 지구를 돌다
▲성능검증위성에 실린 4기의 큐브위성은 국내 4개 대학에서 제작했다. [사진 항우연]
큐브위성(큐브샛·CubeSat)은 보통 단위로 U(유닛)을 사용하는데, 1U 큐브샛은 부피는 가로·세로·높이가 각 10㎝이고, 무게는 1.33㎏인 초소형 인공위성을 말합니다. 이 큐브샛을 두 개 합치면 2U, 세 개 합치면 3U가 되는 겁니다. 크기가 작은 만큼 개발에 드는 비용도 적고, 발사 비용도 적습니다. 그래서 우주 연구가 필요한 대학이나 우주 스타트업에서 주로 개발해 활용합니다.
누리호 2차 발사에 실린 큐브위성 4기는 2019년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선발된 작품들입니다. 누리호 2차 발사가 진행된 올해에도 큐브위성 경연대회가 진행됐습니다. 이번에 선발된 큐브위성은 차세대 누리호에 실려 또다시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4 누리호 발사 후 8일…큐브위성과 소통하다
▲국내 4개 대학이 개발한 큐브위성 제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누리호 발사 후 8일째. 700㎞ 궤도를 도는 성능검증위성이 4개의 큐브위성을 분리했습니다. 지난달 9일 조선대 큐브위성 스텝큐브랩-Ⅱ를 시작으로 이틀 간격으로 하나씩 총 4개 대학의 큐브위성을 사출(분리)합니다. 이달 1일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랑데브, 3일은 서울대 스누글라이트-Ⅱ, 5일은 연세대 미먼이 사출됐습니다.
사실 큐브위성을 우주에 분리한 적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대한민국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올라갔고, 우주에서 지구의 지상국과 양방향 통신이 가능할지 주목됐습니다. 6일 기준으로는 KAIST의 랑데브와 서울대 스누글라이트-Ⅱ가 양방향 통신에 성공했습니다. 이들은 6개월~1년의 기간 동안 지구 관측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2022년 6월 21일 누리호 2차발사
1 ‘강풍’에 미뤄진 첫 발사시도

▲누리호 2차 발사를 하루 앞둔 6월 14일, 나로우주센터에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6월 15일로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는 성공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첫 관문은 바로 ‘강풍’이었습니다. 누리호 발사 하루 전인 14일 누리호를 무진동 이동 차량에 실어 발사대로 옮겨야 하는데 강한 바람이 불어 이송 작업 시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누리호 발사 조건은 아주 까다롭습니다. 온도는 물론이고 바람도 중요합니다. 평균 풍속이 초속 15m가 넘어가면 누리호 이송이 어렵습니다. 만약 벼락을 맞으면 훼손되니까 비행 경로 100㎞까지 낙뢰도 감지하고, 수분을 머금은 두꺼운 구름이 있는지도 확인합니다. 이런 조건을 통과하면 지구 저궤도에서 빠른 속도로 돌고 있는 우주 물체와 충돌 가능성을 분석한 뒤 발사 시각을 확정하게 됩니다.
2 이번엔 산화제 탱크 센서 문제?
▲고정환 본부장이 누리호 자체 문제로 2차 발사 두번째 연기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수정 기자.
발사 하루 연기로 무사히 ‘날씨’의 관문을 넘긴 누리호. 그런데 이번엔 누리호 자체의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16일 발사를 위해 15일 발사대에 세워진 누리호를 점검하던 중 1단 산화제 탱크의 레벨 센서가 비정상 작동하는 것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누리호 발사 현장에 있던 연구진의 분위기는 급속히 가라앉았습니다. 누리호를 다시 조립동으로 옮기고 분석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발사 연기 소식을 전한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은 “당혹스럽고, 이런 일이 발생해 매우 죄송스러운 심정”이라며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 도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륙 직전까지 단 하나의 사소한 문제라도 발견되면 발사가 연기되는 건 흔한 일입니다. 고 본부장은 “연구진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발사에 성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3 긴박했던 3일의 시간
▲발사 준비 중 부품 결함이 발견된 누리호를 조립동으로 이송하기 위해 발사대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누리호를 다시 조립동으로 옮기기로 결정한 15일부터 누리호 재발사를 결정한 17일까지 3일은 긴박하게 돌아갔습니다. 항우연은 매일 한 차례씩 기자회견을 열어 누리호의 점검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그 결과 누리호에 발생한 문제를 로켓 분리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당초 점검이 길어지면 장마의 영향으로 가을까지 발사가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21일 누리호 2차 발사를 다시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강풍과 부품결함으로 두 번이나 미뤄진 발사지만 “이번에는 할 수 있다”는 연구진의 결의가 느껴졌습니다. 고정환 본부장은 “많은 연구원이 의기소침하고 실망했지만, 문제를 해결하며 우주발사체 개발 능력을 업그레이드한 기회였다”고 회고했습니다.
4 누리호, 21일 드디어 날다
▲6월 21일 누리호가 화염을 발사하며 우주로 발사됐다. [연합뉴스]
누리호가 우주로 솟아오른 지난 6월 21일은 비도, 바람도 누리호를 도운 날이었습니다. 쾌청한 날씨에 바람도 잔잔했고, 마지막까지 진행된 누리호 점검에서 어떤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6월 21일 15시 59분 59초. 자동운용 시스템으로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누리호가 우주의 문을 활짝 열기 위해 지구를 떠난 시간입니다. 발사 123초 만에 고도 62㎞에 도달한 누리호는 1단 로켓을 성공적으로 분리했고, 202㎞에서는 위성을 감싼 페어링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성능검증위성을 목표궤도인 700㎞에 무사히 올려놓았을 때 연구진의 박수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지막으로 1.3t의 더미 위성을 분리한 15분 45초, 누리호는 우주에서의 이송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5 세계 7대 우주 강국이 된 한국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누리호 2차 발사의 공식적인 성공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5시 10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누리호 2차 발사’의 공식적인 성공을 선언했습니다. 발사체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등 모든 과정을 국내 기술로 진행해 성공했다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에 손 벌리지 않고, 원할 때 우주발사체를 보낼 수 있는 국가가 된 것입니다.
발사체 개발 기술은 미사일 기술 개발과 닮아 있어 국가 간 기술 이전이 엄격히 금지된 분야입니다.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무게 1t 이상 위성을 자국의 힘으로 발사할 수 있는 7번째 국가가 됐습니다. 러시아, 미국, 유럽(프랑스 등), 중국, 일본, 인도가 우리나라보다 앞선 나라입니다.
●누리호가 남긴 숙제는
1 다음 누리호 발사는?
누리호 발사 성공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고정환 본부장은 “오늘의 성공이 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의 말처럼 누리호 개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2022년부터 2027년까지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통해 누리호를 반복 발사합니다. 당장 내년에 누리호를 한 차례 더 쏘고, 2027년까지 총 4차례 발사가 예정돼 있습니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은 2023년부터 2031년까지 계획됐습니다. 저궤도의 대형 위성을 발사하고 달 착륙선을 우리 힘으로 쏘는 게 목표입니다. 3단이었던 누리호와 달리 2단으로 구성된 발사체를 개발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도 시도합니다. 향후 개발 계획을 통해 발사체 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해 민간 우주산업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습니다.
2 달 탐사선 ‘다누리’ 발사
▲8월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발사 예정인 한국형 달 탐사선 다누리의 모습. [사진 항우연]
당장 8월에는 달 탐사선 다누리가 우주로 떠납니다. 아직 지구 궤도를 벗어나 달까지 탐사선을 보낼 만한 기술은 없기 때문에 미국의 스페이스X사의 발사체 팰컨9에 실어 탐사선을 달로 보냅니다. 다만 다누리의 본체와 임무 등은 대한민국의 힘으로 개발했습니다. 다누리에 실린 6개의 탑재체 중 5개도 국내 기관과 대학에서 만들었습니다.
다누리는 발사 후 약 4개월 보름에 걸쳐 달 궤도에 도착한 뒤 올해 12월 임무 궤도에 들어가 약 1년간 임무를 수행합니다. 다누리로 확보한 우주탐사기술은 2030년대 초까지 달 착륙선을 개발하는 데 활용되고, 달 표면 관측 정보 등은 달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중앙일보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월간조선 07월 호
美 국방부·의회·NASA까지 조사 나선 “UFO는 ‘물체’다!”
⊙ 정부 보고서 발표 후 급격히 변화하는 미국 여론
⊙ 연방의회 50여 년 만에 UFO 청문회 열고 NASA도 조사팀 발족
⊙ NASA “우리가 모르는 현상 존재… 外界생명체 가능성도 조사”
⊙ 하원 정보위원장 “UFO는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미스터리”
⊙ 국방부 “훈련시설서 특히 자주 목격… 물체란 만질 수 있다는 뜻”
⊙ 로엡 하버드大 천문학자, “UFO 논의를 금기시하는 문화 없앤 정부 조치(청문회·NASA 연구팀 발족) 환영… 外界에서 왔다면 군사적 국경 의미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나서야”
⊙ 로엡, “外界 기원 물체 하나라도 포착하면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

미확인비행물체(UFO)에 대한 미국 정치권 및 대중의 인식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이런 대변화의 시작을 알린 것은 2021년 6월 25일,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발표한 UFO 관련 첫 공식 보고서였다. 보고서는 ‘UFO는 물체(Physical Object)다’라고 인정했다.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등 인간이 만든 기술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외계(外界)에서 왔다는 증거는 없지만 오지 않았다’는 증거도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음모론(陰謀論)으로 치부되고 조롱의 대상이 되던 UFO가 국가 안보의 영역, 나아가 과학의 영역으로 이동하게 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약 1년 뒤인 2022년 5월 17일, 미 연방하원이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UFO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하원 정보위원회 산하 대(對)테러·방첩소위원회가 주관한 청문회에는 로널드 몰트리 국방부 정보 담당 차관, 스콧 브레이 해군 정보국 부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과거 정부 및 군(軍)에서 재직할 당시 UFO 관련 자료를 봤다’는 전직 당국자나 수십 년간 이를 연구한 ‘UFO 학자’를 부른 것이 아니라 미군에서 정보 임무, 특히 UFO 연구를 담당하는 최고위 당국자들을 부른 것이다. 이는 미 의회는 물론, 미군 정보 책임자들이 UFO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날 청문회에 출석해, UFO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종사 등을 통해 목격된 사례를 계속해서 연구할 계획이라고 의회에 보고했다.
NASA도 공식 UFO 조사팀 구성
청문회 개최로부터 약 3주 뒤인 6월 9일, 미 항공우주국(NASA)은 공식 UFO 조사팀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올가을부터 연구에 돌입해 약 9개월간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NASA는 UFO가 외계에서 왔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국가 안보와 항공 안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적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NASA의 해당 연구는 국방부의 조사와는 별개로 진행된다. 즉 국가 안보를 담당하는 국방부와 항공우주 관련 모든 현안을 담당하는 NASA가 UFO를 각각 조사하게 되는 것이다.
미 언론은 청문회 개최 소식이 알려지기 전부터 UFO에 대한 여러 기사를 쏟아냈다. 지난해 정부 보고서 발표 이전의 언론 기사는 UFO를 조롱하는 관점에서 쓴 것들이 많았다. ‘어느 누군가가 또 어디서 UFO를 목격했는데 확인해보니 착각이더라’ ‘UFO 신봉자들이 네바다주 시골에 있는 공군 군사기지인 51구역에서 외계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며 쳐들어가려고 하고 있다’와 같은 기사였다.
미국인 62% “외계생명체 존재 믿는다”
보고서 발표 이후부터는 언론의 접근 방식도 크게 바뀌었다. 천체(天體)물리학자와 UFO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며 미국 정부와 의회가 왜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에 초점을 뒀다. 물론 《워싱턴포스트》 등 일부 언론은 칼럼을 통해, ‘팬데믹 지원 예산 통과보다 UFO 청문회를 여는 게 중요한 의회’ ‘음모론 유포 현장이 된 청문회’와 같은 비판 글을 써내고 있긴 하다. 다만 칼럼이 아닌 기사들에서는 대다수의 언론이 진지한 모습으로 이를 다루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미국 대중의 UFO에 대한 인식 역시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조사기관인 모닝컨설트와 청문회 직후인 5월 말 2005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러 정치 현안을 묻는 설문조사였는데 이 중에는 화제가 되고 있는 UFO에 대한 질문도 포함됐다. 조사 결과, ‘외계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믿느냐’는 질문에 62%의 유권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24%가 ‘아니다’, 14%는 ‘모르겠다’고 했다. 외계 존재를 믿는다고 답한 응답자 중 79%는 ‘정부가 UFO의 존재를 숨기고 있다고 믿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민주당(68%) 성향이, 무당층(62%), 공화당(55%) 성향보다 외계생명체를 믿는 경향이 뚜렷했다. 젊은 세대가 중장년층보다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더 믿었다.
같은 조사기관에서 같은 질문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2019년 9월 진행된 갤럽의 여론조사 때와는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갤럽은 ‘사람들이 목격했다고 하는 UFO가 다른 행성이나 은하에서 온 외계인의 우주선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는데 33%의 응답자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60%는 UFO 목격 사례는 자연현상, 혹은 인간이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시 조사는 미국 성인 152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NASA의 조사팀 구축과 의회 청문회 주요 내용, 그리고 이런 진전 상황에 대한 전문가와의 인터뷰 내용을 차례로 소개한다.
UFO에서 UAP로
▲토머스 주르부첸 NASA 과학 담당 부국장. 사진=퍼블릭 도메인
NASA는 6월 9일 UFO를 연구하는 팀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토머스 주르부첸 NASA 과학 담당 부국장은 해당 연구팀이 연방정부가 미확인항공현상(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이라고 일컫는 현상에 대한 과학적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는 UFO 대신 UAP라는 표현을 몇 년 전부터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UFO라는 표현에 있는 음모론적 시각을 배제하고 이를 하나의 현상으로 인식하기 위한 목적 때문으로 보고 있다(이 글에선 UFO와 UAP를 같은 뜻으로 혼용한다).
해당 프로그램에 약 10만 달러의 예산이 배정됐고 올가을부터 연구에 돌입하게 된다. 주르부첸 부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구는 현재까지 나타난 자료를 분석하는 데 집중하고, 앞으로 어떻게 자료를 수집할지, 나아가 UAP에 대해 어떤 과학적 접근을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주르부첸은 UFO에 대한 공식 조사를 하는 것에 “큰 위험이 따르고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완전히 새로운 과학적 현상을 발견할 가능성도 있지만, 어떤 새로운 것이나 관심 사항을 알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해당 연구는 천체물리학자인 데이비드 스퍼겔이 이끌 예정이다. 프린스턴대학교 천체물리학과 학과장을 지낸 그는 현재 뉴욕에 위치한 시몬스재단의 회장으로 있으며 수학 및 과학 관련 연구를 지원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스퍼겔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간인과 정부, 비영리재단, 민간 회사 등을 통해 수집할 수 있는 자료들의 분석에 나설 것”이라며 “이를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과학적 사실 발견될 수도…”
스퍼겔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제한된 목격 사례만을 놓고 어떻게 진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논의할 것”이라며 “우선 알려진 정보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부터 파악해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갖고 있는 유일한 선입견(先入見)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우리가 현재 여러 다른 현상을 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사건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NASA는 이번에 진행될 연구를 통해 UFO가 자연현상을 착각한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나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가 만든 첨단 기술인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주르부첸 부국장은 “솔직히 말해 나는 새로운 과학적 사실이 발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거의 마법처럼 보였던 무언가가 새로운 과학의 결과물로 나타나게 된 사례가 많다”고 했다.
그는 “의회에 의해 지정된 NASA의 임무는 하늘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를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 생명체가 있는지 또한 찾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알려진 UFO 목격 자료들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과학적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다른 곳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나아가 지능을 갖고 있는 생명체가 있는지에 대해 과학적 분석을 해왔고 관심을 가져왔다”고 했다.
주르부첸 부국장은 NASA의 연구팀은 외계 문명이 남긴 ‘기술의 흔적(technosignatures)’이 존재할 가능성 역시 분석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문명을 갖고 있는 인간 외의 문명이 존재한다는 신호로 흔히 사용되는 용어다. 예를 들어 먼 행성에 있는 대기에서 공기 오염 현상이 발견됐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할 때 등장하는 표현이다.
주르부첸 부국장은 UFO를 과학의 영역으로 보지 않는 회의론자들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전통적인 과학 환경의 경우 이런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제대로 된 과학이 아닌 것을 퍼뜨리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하지만 나는 이를 강력하게 부정한다. 과학의 질(質)은 과학적 연구에 따른 결과물로만 측정되는 게 아니라 과학을 통해 어떤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으려고 하는 데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미스터리 중 하나’
▲애덤 시프 美 하원 정보위원장.
애덤 시프 미 하원 정보위원장(캘리포니아·민주)은 5월 17일 열린 청문회에 앞서 이에 대한 의미를 설명한 바 있다. 그는 “미확인항공현상과 이에 따른 국가 안보에 대한 잠재적 위협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며 “하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미국인들은 완전한 투명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연방정부와 정보당국은 미확인항공현상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분석하는 데 핵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청문회의 목적은 대중이 정보당국의 전문가와 고위 당국자로부터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미스터리 중 하나(one of the greatest mysteries of our time)’에 대한 설명을 듣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진실과 투명성에 대한 과도한 비밀성 및 각종 의혹의 순환을 끝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그는 물리학의 법칙에 반하는 행동을 보이는 “무언가가 있다(something there)”며 국가 안보 문제일 뿐 아니라 매우 흥미로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는 오전 9시부터 약 한 시간 반 동안 열렸다. 공개 청문회가 끝난 뒤에는 비공개로 전환됐다고 한다.
청문회 초반 브레이 해군 정보국 부국장은 두 개의 영상과 한 개의 이미지를 우선 공개했다. 한 영상은 해군 전투기의 창가에서 촬영된 짧은 영상이었다. 비행하고 있는 전투기의 반대 방향으로 원형 물체 하나가 빠르게 날아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브레이 부국장은 이 물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후 영상과 사진을 연달아 보여줬다. 영상은 수년 전 해군 군함에서 촬영한 것으로 삼각형 물체가 하늘 위에서 빛을 뿜어내며 좌우로 통통 튀며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이어서 공개한 사진에는 비슷한 모양의 삼각형 물체가 찍혀 있었다. 영상이 촬영된 시점으로부터 수년 뒤에 찍힌 것이라고 했다. 즉 다른 시점, 다른 지역에서 촬영된 두 화면이었는데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는 확인 결과 야간 렌즈를 사용한 카메라에 특정 물체가 포착되면 이와 같이 삼각형 모양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설명하면서 드론이 찍힌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브레이 부국장은 모든 사례에 대한 설명이 이와 같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데이터가 모이게 되면 비교 분석을 통해 일부 사례들을 하나씩 해결 사례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방부의 UFO 전담 부서가 조종사들의 보고 체계 등을 일원화하고 과학적인 분석에 나서는 이유가 이런 목적 때문이라고 했다.
훈련 장소에서 특히 자주 목격… 중대한 위험’
의원들은 증인들에게 UFO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 조종사들이 UFO 목격담을 상부에 보고했을 시 조롱을 받게 되는 문화를 없애야 한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강조했다.
몰트리 차관은 “UAP는 현재 즉각적으로 식별되지 않아 이를 파악하기 위해 과학적 연구가 필요한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군인들이 이와 같이 설명되지 않는 항공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고 했다.
브레이 부국장은 “목격 보고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훈련 장소, 훈련 환경에서 더욱 자주 목격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보고가 더 많이 이뤄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언가를 목격했을 시 이를 즉각 보고할 것을 장려하는 문화로 개선해나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카메라 등 각종 센서의 기술이 좋아진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했다. 또한 지난해 발표된 보고서의 경우 144건의 사례를 다뤘는데, 현재까지 축적한 사례가 400건 가까이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훈련 장소에 (UAP가) 침입(incursion)하는 것은 중대한 위험요소가 된다”며 “조종사들은 실전에서 싸우듯 훈련을 하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비행체가 침입하게 되는 것은 우리의 작전의 보안에도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청문회 쟁점 된 ‘물체’ 논란
▲웬스트럽 美 공화당 하원의원.
브래드 웬스트럽 공화당 하원의원은 촬영된 영상이 다 움직이는 물체에서 촬영된 것 같은데 고정된 카메라에서 찍힌 것은 없느냐고 물었다. 브레이 부국장은 고정된 위치에서 촬영하는 장비가 있다고 하면서도 추가 설명은 하지 않았다.
웬스트럽 의원은 이런 UAP 현상을 확인했을 때, 이들이 “고체인지, 가스인지 확인이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브레이 부국장은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다수의 목표물은 물체(physical objects)다”라고 했다. 웬스트럽은 다시 한 번, “(물체라는 것은 알겠는데) 고체냐 가스냐”라고 물었다. 브레이는 “이를 하나로 단정해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웬스트럽 의원은 다른 국가들도 UAP를 연구하고 있는지 물었다. 브레이 부국장은 “동맹국들도 이런 현상을 목격했고 중국도 관련 부서를 설치했다”고 했다. 웬스트럽 의원은 동맹은 물론 중국과 같은 잠재적 적국(敵國)과 관련 내용을 공유했느냐고도 물었다. 브레이는 “미국은 특정 국가와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있고 특정 국가들 역시 우리에게 자료를 공유한다”고 했다. 웬스트럽 의원은 “적국이 만든 신기술이라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보 공유를 신중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짐 하임스 민주당 의원은 미국 국방부가 여전히 사실을 은폐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서인지 이런 질문을 했다.
“UAP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기초적인 단계인) 흐릿한 목격 사례 수준이라는 것인지, (고차원적인) 무기물(無機物)인지, 유기물(有機物)인지를 모르겠다는 것인지 중 어느 정도의 단계에 와 있는 건가?”
브레이 부국장은 “여전히 데이터를 더 구축해야 한다”면서 “이 행성이 아닌 곳에서 왔다는 실체적 증거는 아직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단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했다.
‘물체란 다가가서 만질 수 있는 것’
▲로널드 몰트리 美 국방부 정보 담당 차관.
이어 라자 크리시나무르티 민주당 의원이 질문했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핵심 내용을 비교적 잘 준비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몰트리 차관, 브레이 부국장 사이에 오간 대화를 문답식으로 소개한다.
〈크리시나무르티(이하 크): 충돌 사례가 있었는지?
브레이(브): 없었다. 하지만 11건의 ‘충돌 직전(near miss)’ 사례가 있었다.
크: (UFO로부터) 교신을 받은 적이 있는가?
브: 없다.
크: 우리가 접촉하려고 한 적은 없나?
브: 없다.
크: ‘정체를 밝혀라, 미국 영공을 침범했다’와 같은 경고도 한 적이 없나?
브: 안 했다.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 비행물체 같아서 교신을 시도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크: (UFO를 향해) 무기를 쓴 적은 있나?
브: 없다.
크: (충돌해 발생한) 사고는 없었나? 잔해를 조사한 적은?
브: 이 행성에서 만들어진 것과 불일치하는 것과 생긴 사고 기록은 없다.
크: 물속에 설치된 UFO를 조사하는 센서는 없나? (註: UFO가 바다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든지, 물속을 기지로 삼아 생활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몰트리: (끼어들더니) 이 이야기는 비공개 회의에서 하도록 하겠다.
크: 내가 가진 가장 큰 의문은, ‘아마(probably) 물체(physical objects)일 것’이라는 표현인데, 이게 무슨 뜻인가? 왜 ‘아마’라고 하는 건가? 물체라는 결론을 못 내린다는 건가?
브: 대부분은 물체인 것으로 나타나고 어떤 것들은 기후 현상과 같은 것일 수 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물체’라는 것은 다가가서 만질 수 있는 것들이다.
크: 대부분은 물체라고 했는데, 물체라는 것을 100% 확신하나?
브: 이 중 여럿이 물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크: 일부는 물체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인가?
브: 일부는 센서 이상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이 문답에서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는 몰트리 차관이 물속 센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왜 굳이 끼어들면서까지 답변을 막았느냐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미국 정부가 UFO 보고서에서 사용한 ‘물체’라는 표현이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물체와 같다는 것을 군 당국자가 부연 설명까지 하며 인정했다는 점이었다.
피터 웰치 민주당 의원은 UFO 현상과 관련해 두 가지 다른 큰 사안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어느 누구도 외계생명체의 존재 여부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우주는 광활하고 만약 외계생명체가 존재한다고 한다면 이들이 이곳을 탐험하러 오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점은, 국방부의 임무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의도에서건 나쁜 의도에서건 외계생명체에 대한 보고가 국방부에 들어올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겠느냐고 물었다.
몰트리 차관은 “다른 생명체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수십 년간 연구해오고 있는 별도의 정부 기관이 있다”며 “우리 역시 같은 정부 소속이며 우리의 목표는 무언가를 찾게 됐을 시 이를 은폐하는 것이 아니라 저 어딘가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무언가 존재한다면 국방 및 안보 측면에서 어떤 의미인지 확인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라고 덧붙였다.
‘외계생명체가 있다면 인간은 人道 속 개미에 불과…’
필자는 NASA의 연구팀 구축 발표 직후인 미국 현지시각 9일 밤, 미국의 권위 있는 천문학자이자 UFO 전문가로 인정받는 에이브러햄 로엡 하버드대학 교수에게 연락했다. 그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하버드대 천문학과 학과장을 지냈는데, 하버드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학과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2021년 여름부터는 세계 곳곳에 천체망원경을 설치, UFO를 관찰하는 ‘갈릴레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는 오랫동안 UFO를 과학의 영역으로 가지고 와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그는 기자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NASA의 연구팀 구축 발표와 하원 청문회 개최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진행된 상황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국 정부가 UAP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고 이를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의회 청문회를 통해 UAP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문화가 사라지게 됐다고 했다. 그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UAP에 관심을 갖는 정부와 의회를 돕기 위해서는 과학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과학자들이 나서 ‘미확인(unidentified)’인 상황이 무엇인지를 파악, ‘미확인항공현상(UAP)’이라는 단어에서 ‘미확인’이라는 표현을 삭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청문회에 출석한 군 당국자의 경우는 국가 안보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어 조종사 및 군인들의 목격 사례에만 관심을 두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더 넓은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국방부가 흐릿하고 제한적인 정보에만 의존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군대의 경우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활동하고 국경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지만 만약 외계생명체가 존재한다고 한다면 이들은 국경이라는 인간의 개념을 완전히 뛰어넘는 활동 범위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인도(人道)를 달리는 사람이 개미들이 구축한 작은 식민지가 있을 것을 생각하지도 않고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로엡 교수의 설명이다.
“과학자들은 모든 목격 사례에 대한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인간으로 인해 만들어진 많은 현상 중에서 외계 기술을 기반으로 한 물체 하나만이라도 찾아낸다면 이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 될 것이다. 이는 (계속 집에서만 생활하다) 같은 동네에 더 똑똑한 아이가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유치원 첫 등원날과 비슷한 일이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과학자들이 더 고화질의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갈릴레오 프로젝트 한 달 내에 공식 시작
로엡 교수에게 갈릴레오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묻자 그는 최근 하버드 천문대에 첫 번째 천체망원경 시스템 및 인공지능 컴퓨터 시스템을 설치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해당 연구팀은 망원경으로 포착한 여러 물체를 인공지능 컴퓨터를 통해 자연현상 및 인간이 만든 현상을 추려내고 확인이 불가능한 물체들에 대한 연구만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현재 시스템 구축 막바지 단계이고 한 달 내에 자료 수집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존의 흐릿한 이미지 혹은 오래된 자료를 가지고 논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기술로 최고의 이미지를 촬영해 분석을 해보자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나의 희망은 1~2년 이내에 UAP의 실체를 판독해 정부를 도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임무는 비밀을 캐내는 것과 비슷한데 우리가 잡는 모든 물고기의 실체를 사전에 예단해서는 안 된다. UAP의 실체를 덮고 있는 안개를 제거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일이다. UAP가 외계에서 왔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정신 나간 추측이 아니다. 우리는 태양과 같은 상당수의 별이 지구와 같은 크기의 행성으로부터 비슷한 거리에 떨어져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대다수의 별은 태양보다 수십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 우리가 창가를 통해 이웃이 누가 있는지 확인해보지도 않은 채, 집에 있는 소파에 편히 앉아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데’라고 질문하는 것은 오만한 일이다.”⊙
글 : 김영남 在美 프리랜서 기자
08월 03일 ‘우주패권 잡기’ 이면엔…中‘군사 목적’·러‘국제갈등 해결’ 복잡한 셈법
■ Why - 각국 우주정거장 건설 속내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의 조감도
중국·러시아 등 세계적 우주 강국들이 자체 우주정거장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 7월 24일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의 실험실 모듈 ‘원톈’(問天)을 발사한 뒤 핵심 모듈인 ‘톈허’(天河)와 도킹시켰고, 오는 10월 또 다른 실험실 모듈 ‘멍톈’(夢天)을 발사해 우주정거장을 완성,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도 지난 7월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오는 2028년까지 자체 우주정거장(ROSS)을 건설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러시아는 이와 함께 2025년부터 국제우주정거장(ISS) 프로젝트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미국 또한 달 개발을 위해 달 상공에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관계자들은 각국이 우주정거장 개발에 나서고 그 이용을 놓고 입장을 저울질하는 것은 우주개발 경쟁에서 앞서가며 국가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의도 외에 향후 미래 우주자원 개발의 주도권 확보와 현재 정치 상황 타개책 등 복잡한 셈법이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대국으로 향하는 최종 단계” 선전 = 중국은 30년 전인 1992년 ‘921 공정’을 발표하며 유인 우주비행사 배출 및 우주정거장 건설을 목표로 유인 우주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중국은 전체 우주개발 예산 중 약 33%를 유인 우주비행에 투자했는데, 이는 미국의 27%를 능가한다. 유독 ‘유인 우주개발’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921 공정’은 “국제적 명성을 얻고 국가적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라고 적고 있다. 중국이 말하는 ‘대국’이 되기 위해 우주개발을 통한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우방궈(吳邦國) 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지난 2005년 선저우(神舟) 6호 발사를 통해 우주비행사의 장기 우주체류 시험에 성공하자 “세계에서 중국의 위상을 높이고 경제·과학·국방 능력과 국가 간 화합을 증진시켰다”고 평가했다. 우주정거장은 이 같은 우주 프로젝트 가시적 성과의 ‘최종 단계’라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중국사회과학원(CASS)은 “과거 중국이 우주 과학에 해온 기여는 제한적으로 중국의 ‘대국 지위’에 미치지 못하고, ‘혁신 국가 건설’이란 목표에 미흡했다”며 “우주정거장 건설은 과학적 발견과 기술 혁신을 위한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921 공정을 추진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나사(미 항공우주국)의 ISS 프로젝트에 참가하지 않았던 것도 중국의 우주정거장 개발 계획에 불을 붙였다. 이후 나사는 중국과 우주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금지하며 우주 관련 지식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대신 중국은 2003년 최초의 자국 우주비행사를 배출한 이후 지난 2011년 현재 모델의 시험용인 톈궁 1호를 발사했고, 2016년에는 톈궁 2호를 발사하며 꾸준히 관련 기술을 확보해 왔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의 우주정거장 발사까지 이뤄냈다.
◇서방 “中, 우주개척·군사 목적 활용”= 그러나 미국 등 서방국가는 중국의 우주정거장 건설이 단순히 ‘국가적 명분’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한다. 향후 우주개발을 위한 전초기지이자 군사·외교적 카드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상당수 인공위성은 경쟁국을 정탐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유도하는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만약 우주정거장이 군용으로 전용될 경우 군사위성보다 거대하고 정밀한 첩보위성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데다 타국 위성에 대한 요격용 무기도 장착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중국의 우주 계획은 사실상 군사적 목적이 있다”며 “다른 국가의 인공위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파괴할 것인지가 우주정거장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루신다 킹 미국 포츠머스대 우주계획 국장도 “중국이 그토록 많은 돈을 들여 우주에 투자하는 데는 분명히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우주정거장이 향후 중국의 우주 식민지 개척 등을 위한 ‘전초 기지’로서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중국은 오는 2030년까지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고 화성과 목성에서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탐사선을 보내는 목표를 추진 중인데, 이를 보조할 시설로 우주정거장이 활용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달에서 희토류 등을 추출·채집하는 사업에 뛰어들 것이고 우주정거장이 이를 수송, 연구하는 데 이용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넬슨 국장은 “중국의 달 탐사는 달을 선점하겠다는 목적이고, 언젠가 중국이 다른 국가들의 달 착륙을 방해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복잡한 국제갈등 타개책으로 이용 = 중국이 대국적 입장에서의 국격 완성이라는 ‘명분’과 향후 우주개발의 주도권 확보라는 ‘실리’를 추진하는 데 비해 러시아의 독자 우주정거장 개발 계획과 ISS 철수 시사엔 현재 러시아가 처한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러시아 측은 ISS 프로젝트 철수 이유로 시설의 노후화와 실용성 저하를 들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신들에게 제재를 부과 중인 서방 국가들에 협력 중단을 미끼로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주정거장으로 우주비행사를 수송하는 데 1인당 약 8000만 달러(약 1044억 원) 상당을 지불해가며 자국의 소유스 우주선 등을 이용해오던 미국이 스페이스X 등 민간 우주기업을 활용하는 데 대한 반감도 섞여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자간 협력 사회에서 신냉전을 방불케 하는 고립주의 전선을 보이는 분위기도 러시아의 독자 우주정거장 계획을 부추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030년까지로 연장된 ISS의 향후 운용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앞서 ISS가 임무가 끝나면 민간 우주기업들에 위탁해 우주 리조트로 활용한다는 방안이 거론돼 왔지만 러시아가 프로젝트에서 빠진다면 ISS에 추진력을 제공하지 못해 시설 운용이 불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수명이 끝난 ISS를 지구로 낙하시켜 처리한다는 계획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08.05 달을 향해 날았다...한국 첫 궤도선 ‘다누리’ 오전 9시 10분쯤 첫 교신 예정
▲우리나라 첫 달궤도선 다누리가 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팰컨 9' 발사체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SpaceX 유튜브 캡처
한국 최초 달 궤도선 ‘다누리’가 5일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발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일 “다누리가 이날 오전 8시9분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 팰컨9 발사체에 탑재돼 발사됐다”고 밝혔다.
다누리는 발사 약 40분 뒤에 발사체에서 분리되고, 그로부터 5분 뒤 달로 가는 궤적에 진입한다. 발사 후 약 1시간 뒤에 다누리는 지상국과 최초 교신할 예정이다.
▲다누리 발사/항우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발사체 분리정보를 분석해 이날 오후 2시쯤 다누리가 목표한 달 전이궤적 진입에 성공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누리는 발사 이후 4개월 반의 비행을 거쳐 12월 중순 달 궤도에 진입, 달 상공 100㎞ 원 궤도를 돌며 태양빛이 닿지 않는 영구음영(永久陰影) 지역 탐사와 2030년 달 착륙선 후보지 탐색, 우주 인터넷 실험 등의 임무를 1년간 수행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 팰컨 9 로켓에 실려 우주로 향한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 /UPI연합뉴스
조선일보 유지한 기자
09.27 NASA 우주선, 소행성 충돌… 인류 첫 ‘지구 방어 실험’ 성공
▲다트 우주선./나사
인류가 보낸 우주선이 지구 밖 1100만㎞에서 소행성과 충돌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26일 오후 7시14분(한국 시각 27일 오전8시14분) ‘다트(DART) 우주선’이 목표 소행성인 디모르포스(Dimorphos)와 충돌했다”고 밝혔다. 다트는 소행성 충돌 위험이 있을 때 지구를 지킨다는 취지로 시작된 ‘쌍(雙)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프로젝트를 뜻한다. 이번 실험에는 3억3000만달러(약 4600억원)가 투입됐다.
디모르포스(지름 약 163m)는 다른 소행성 디디모스(Didymos·지름 약 780m)와 중력으로 묶여 함께 돌고 있다. 디모르포스가 디디모스 주위를 도는 공전 주기는 11시간55분이다. 이번 실험은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켜 그 궤도를 바꾸기 위해 진행됐다. 두 쌍소행성은 770일의 주기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으며, 지구와의 거리가 약 1100만㎞가 된 이날 충돌 실험이 진행된 것이다.
▲소행성과 충돌하는 우주선 다트./나사
다트는 지난해 11월 발사돼 약 10개월간 소행성을 향해 갔고, 충돌 전 4시간부터 자율주행했다. 이후 초속 6.1㎞로 목표였던 디모르포스에 정확히 충돌했다. 이번 충돌로 디모르포스의 공전 궤도가 디디모스에 조금더 가깝게 이동할 것으로 보이며, 공전 주기를 약 10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천문학자들은 지구에 있는 망원경을 동원해 앞으로 수일에서 수주 정도 다트 임무를 분석할 계획이다.
이번에 충돌하는 디모르포스가 지구에 충돌 위험이 있는 소행성은 아니지만, 나사는 이번 실험을 통해 앞으로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나타날 경우 충돌로 방향을 바꿀 수 있음을 입증했다. 천문학자들은 약 3만개의 소행성과 혜성을 추적하고 있는데, 6600만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과 비슷한 크기의 소행성이 200년 내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보다 작은 크기의 소행성들은 발견하기 어렵고, 충돌할 때 지구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조선일보 유지한 기자
09월 28일 영화 ‘아마겟돈’ 처럼… 인류 첫 ‘지구 방어’ 우주선, 소행성 충돌 성공
지난해 11월 발사된 나사(미 항공우주국)의 ‘쌍(雙)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 우주선이 10개월여 비행 끝에 한국시간 27일 오전 충돌 목표 소행성인 디모르포스를 향해 접근하고 있다.(사진①) ②번 사진은 DART 우주선의 충돌 직전 디모르포스 표면이며, 예정시간이었던 오전 8시 14분 정확하게 디모르포스에 충돌한 직후 DART 우주선의 카메라 화면(③번 사진)이 꺼졌다. ③번 사진 속 작은 사진에선 나사 관제실 직원들이 충돌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문화일보 나사 생중계영상 캡처·연합뉴스
10.15 우주정거장서 6개월…지구 2720바퀴 돈 우주인 4명 무사 귀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6개월간 머물며 임무를 수행해온 '크루-4' 대원 4명을 태운 스페이스X 크루 드래건 유인캡슐이 14일(현지시간) 대형 낙하산 2개를 편 채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 연안 대서양으로 떨어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6개월간 머물며 연구 등 임무를 수행해온 우주인 4명이 14일(현지시간) 스페이스X의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귀환했다.
이날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에 귀환한 우주인은 지난 4월 27일 스페이스X 우주선으로 ISS로 발사된 4번째 임무단인 ‘크루-4’(Crew-4) 대원 사만타 크리스티포렌티(45·이탈리아)와 키엘 린드그렌(49·미국), 제시카 왓킨스(34·미국), 봅 하인스(47·미국) 등 4명이다.
이들의 귀환은 낙하 장소인 미국 플로리다주의 날씨가 좋지 않아 수일간 연기되다 이날 이뤄졌다.
이들이 탄 스페이스X 크루 드래건 유인 캡슐은 ISS를 떠난 지 5시간만인 이날 오후 4시 55분 대형 낙하산을 펴고 플로리다주 연안의 대서양에 내려앉았다.
크루 드래건 유인 캡슐은 빠른 속도로 지구 대기권에 진입해 우주선 표면이 1930℃까지 치솟는 과정을 견뎌낸 뒤 2개의 대형 낙하산을 펴 낙하 속도를 시속 24㎞까지 늦추고 바다에 떨어졌다.
크루 드래건 유인 캡슐은 해상에 떨어진 후 한 시간여 만에 구조팀에 의해 주변에서 대기 중인 선박으로 옮겨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크루-4 대원들이 ISS에 머문 170일 동안 90분마다 한 바퀴씩 지구를 2720회 공전했으며 비행거리는 1억1600만㎞에 달한다고 밝혔다
▲14일(현지시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6개월간 머물며 임무를 수행해고 지구로 귀환한 '크루-4' 대원 (왼쪽부터) 제시카 왓킨스, 봅 하인스, 키엘 린드그렌, 사만타 크리스티포렌티 사령관이 스페이스X 크루 드래건 유인캡슐에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크루 드래건 유인 캡슐은 앞서 지난 5일 20년 만에 미국 땅에서 발사되는 우주선에 타는 러시아 우주인 안나 키키나(38)와 미국 최초 여성 원주민 우주인 니콜 아우나프 맨(45), 미 해군 조종사 조시 커사다(49), 일본 로봇공학 전문가 와카타 코이치(59) 등 ‘크루-5’ 대원들을 싣고 ISS로 발사됐다.
ISS는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캐나다, 일본, 유럽 11개국이 2000년부터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축구경기장 크기의 우주실험 시설이다.지구상공 300~400㎞에서 시속 2만7740km의 속도로 지구를 하루에 약 15.78회 돌며 각종 우주실험을 하고 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11.09 “하늘에 웬 홍시가”… 앞으로 200년 못 볼 우주쇼 ‘인증샷’ 쏟아져

▲8일 밤 제주에서 시민들이 개기월식을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8일 저녁 지구 그림자에 달이 가려는 ‘개기월식’과 달이 천왕성을 다시 가려버리는 ‘천왕성 엄폐’가 함께 나타난 우주쇼가 펼쳐지자, 이를 지켜본 시민들의 인증 사진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8분부터 달이 서서히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부분식이 진행됐다. 이어 7시 16분부터는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는 개기식이 포착됐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장 깊이 들어가는 최대식은 7시 59분 관측됐다. 달은 8시 41분 지구 그림자를 빠져나왔으며, 이때부터 부분식이 다시 시작되다 10시 57분쯤 월식의 전 과정이 끝났다.
천왕성 엄폐는 8시 23분부터 시작돼 9시 26분까지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개기월식 과정은 맨눈으로도 충분히 관측할 수 있었지만, 천왕성 엄폐 현상은 쌍안경·망원경 등을 이용해야만 볼 수 있었다.
이날 달이 붉게 보인 이유는 빛의 굴절 현상 때문이다. 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려도 햇빛이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 굴절돼 일부가 달을 비추는데, 이때 파장이 짧은 푸른 빛은 흩어지고 파장이 긴 붉은 빛이 달에 도달해 붉게 보인다.
이를 목격한 네티즌들은 “하늘에 웬 홍시가” “달이 오렌지 같아 보였다” “달의 일몰을 보는 느낌이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개기월식이 진행된 8일 인천 중구에서 바라본 달의 왼쪽 하단에 천왕성(빨간색 원)이 보이고 있다. 천왕성은 이후 달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뉴스1
▲8일 오후 제주시 서쪽하늘 위로 개기월식이 펼쳐졌다. /뉴시스
앞으로 개기월식은 2025년 9월 8일, 천왕성 엄폐는 2068년 2월 27일에 각각 우리 하늘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다만 오늘처럼 두 천문 현상이 겹치는 경우는 향후 200년간 한국에서 볼 수 없을 예정이다.
조선일보 박선민 기자
11.16 아르테미스1 날았다… 美, 달기지 건설 위한 대장정 시작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0여년 만에 인류가 다시 달에 발을 내딛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했다. 16일 마네킹(더미)을 실은 우주선을 발사하는 것으로 시작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달의 여신)’ 프로젝트의 막이 오른 것이다.

▲나사(NASA)는 이날 오전 1시 48분(한국 시각 오후 3시48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오리온 우주선을 실은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Space Launch System)’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나사(NASA)는 이날 오전 1시 48분(한국 시각 오후 3시48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오리온 우주선을 실은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Space Launch System)’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앞서 지난 8월 첫 발사 시도 때 액체 수소 누출 등으로 중단된 것을 비롯해 총 네 차례 연기된 끝에 달을 향해 나아갔다.
이번에 발사 성공한 아르테미스 1은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pace Launch System·SLS) 로켓과 오리온 우주선으로 이뤄져 있다. 오리온 우주선을 탑재한 SLS 로켓은 높이 98m로 30층 건물에 맞먹고 무게는 2500t에 달한다. 로켓을 밀어 올리는 힘(추력)은 4000t으로 역대 최강으로 꼽힌다. SLS 로켓 발사 후 약 2시간 뒤 오리온 우주선이 분리돼 달 궤도를 향한다. 오리온 우주선은 달 궤도를 돌고 12월 11일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오리온 우주선에 실린 더미(마네킹)에는 방사선을 측정할 센서가 부착됐고, 좌석에 배치된 센서들은 우주선의 가속과 진동을 기록한다. 방사능 감지기로 얼마나 많은 방사선 노출이 있는지 측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임무가 성공하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2단계가 2024년에 이어진다. 우주선에 사람을 태우고 달 궤도를 돌고 돌아오는 임무다. 이어 2025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3단계에는 실제 우주인들이 달에 착륙할 계획이다. 아폴로 17호의 달 착륙 이후 53년 만에 인류가 다시 달에 발을 내딛게 되는 것이다. 이 때에는 인류가 밟아본 적이 없는 달의 남극에 착륙하고 달 궤도에서 화성 등으로 갈 우주 관문(gateway)을 설치한다. 최초로 달에 유인(有人) 기지를 건설한다는 목표다.
조선일보 곽수근 기자
미국이 다시 달에 가는 데 50년이나 걸린 이유
달 궤도를 도는 오리온 우주선(캡슐)을 탑재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발사체 SLS(Space Launch Systems)가 16일 오전1시47분쯤(한국시간 오후3시47분) 미국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의 발사대를 이륙했다. 달과 화성 등 앞으로 심(深)우주를 탐험하는 NASA의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젝트의 1단계가 시작하는 역사적 순간을 연 것이다.

▲나사(NASA)는 이날 오전 1시 48분(한국 시각 오후 3시48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오리온 우주선을 실은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Space Launch System)’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AFP 연합뉴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1단계 달 궤도 무인(無人) 탐사에 이어, 2단계 유인(有人) 궤도 탐사, 3단계는 아직 한 번도 인간이 밟아본 적이 없는 달의 남극에 착륙하고 이어 기지 건설, 달 궤도에서 화성 등으로 갈 우주 관문(Gateway)의 설치 등 장기 플랜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1단계로 이날 발사된 오리온 캡슐에는 달 궤도 탐사가 인체에 미치는 각종 영향을 체크하기 위한 마네킹 3개가 탑재됐고, 실제로 인간이 달에 착륙하는 것은 빨라도 2025년이 돼야 한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남긴 인류의 첫 발자국. NASA는 달에는 바람이 불지 않으므로, 앞으로 100만 년이 지나도 그대로 있을 것이라고 했다./NASA
하지만, 미국은 이미 반세기 전에 달에 갔었다. 아폴로(Apollo) 11호 우주선을 타고 간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디며 “인류를 위한 하나의 위대한 도약(one giant leap for mankind)”이라고 말한 게 1969년 7월 21일이었다. 그리고 1972년까지 모두 6차례 12명의 우주인이 달에 발을 디뎠다. ‘아르테미스’란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로, 달의 여신이었다.
50년간 과학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다. 누구나 휴대하는 스마트폰은 1960~1970년대 달 착륙선에 들어간 컴퓨터의 연산 능력보다도 훨씬 월등하다. 지금쯤 인류는 달에서 로버(rover)를 타고 골프를 해야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것일까. 그때와 지금의 ‘게임의 법칙’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미국과 소련이 냉전(冷戰)을 치르던 반세기 전엔 누가 먼저 달에 가서 ‘깃발’을 꽂느냐는 자존심 대결이었다. 게임의 법칙은 ‘속도(speed)’였다.
그러나 지금은 앞으로 인류가 정착에 필요한 물과 얼음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 달 남극을 중심으로 기지를 건설하고, 이후 화성과 그 너머로 가기 위한 우주 개발 차원이다.
◇아폴로는 “소련보다 먼저”에 모든 것을 건 미국의 게임
1960년대 초 미국은 안보 위기에 빠졌다. 소련은 1957년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쏴 올렸고, 1961년 4월엔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처음으로 지구 궤도를 돌았다. 반면, 미국은 같은 달 오합지졸 쿠바 망명자들로 피델 카스트로의 전복을 꾀하며 쿠바를 침공한 ‘피그만 사건’에서 처참하게 실패했다. 소련은 이어 1961년 10월엔 지금까지도 가장 강력한 것으로 기록된 수소폭탄 ‘차르봄바(황제폭탄)’ 폭발에 성공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정치적 대반전(大反轉)이 필요했다. 케네디는 1962년 9월 라이스 대학 연설에서 “달에 가기로 했다”며 “이 도전은 결코 미룰 수도 없으며, 반드시 이기려고 한다”고 했다. 키워드는 ‘승리’였다.
◇현재 가치로 200조 원이 넘게 들어간 아폴로 프로그램
미국은 전역에서 40만 명의 과학자, 엔지니어를 직접 고용했다. 1974년 NASA가 산출한 아폴로 프로그램의 비용은 지금 가치로 따지면 1525억 9114만 달러(약212조 원). 여기엔 아폴로의 기술적 토대가 된 이전의 머큐리(Mercury)ㆍ제미니(Gemini)와 같은 저궤도 우주비행 프로그램 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한편, NASA는 지난 9월 2012년부터 시작한 ‘아르테미스’ 비용은 2015년까지 모두 930억 달러가 소요된다고 밝힌 바 있다.
속도전(速度戰)이다 보니, 달과 그 너머 우주에 대한 장기적인 탐험 계획은 없었다. 당시엔 지금처럼 활발한 민간 우주기업들과 관련 시장이 미국에 형성되지도 않았다. 지구에서 38만여 ㎞ 떨어진 달까지 우주선(캡슐)을 보낼 로켓도, 또 달 전이궤도(우주선이 달의 중력에 이끌리는 지점)에서 새턴 5호에서 벗어나 달에 착륙했다가 다시 지구로 귀환할 우주선도 없었다. NASA는 우주인과 장비를 달까지 수송할 모든 부품의 제조와 공급라인을 직접 구축해야 했다. 3450만 톤의 추력을 지닌,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새턴 5호 로켓은 이렇게 개발됐다.
속도전에서 약간의 모험은 불가피했다. 새턴 5호 로켓은 엄청난 진동을 발생해 부품이 헐거워지고, 일부 엔진이 예상보다 빨리 꺼지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3번 발사해 보고, ‘이 정도면 달에 갈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인류 사상 처음 달에 도착하는 우주인들을 태운 아폴로 11호 우주선을 탑재한 새턴 5호 로켓이 1969년 7월 발사되고 있다. /NASA
심지어 달 착륙선 ‘이글(Eagle)’호가 1969년 7월20일 인류 최초로 달에 내려 앉을 때에도, 착륙용 연료 탱크의 게이지는 바닥을 가리키고 있었다. 우주인 올드윈은 당시를 회상하며 “착륙에 쓸 연료가 15초밖에 안 남아, 마지막 순간까지 조마조마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지구 저(低)궤도로 옮겨간 우주 탐험
미국은 이 ‘달 착륙’ 경쟁에서 이겼다. 성조기도 꽂았고, 6차례의 아폴로 미션을 통해 달의 운석도 382㎏가량 지구로 가져왔다. 모두 12명의 미국 우주인이 달 표면을 밟았다. 1971~1972년엔 ‘문 버기(Moon buggy)’라 불리는 월면주행차(月面走行車)로 달 위를 달리기도 했다.
▲1971년 7월30일 아폴로 15호의 선장 데이비드 스캇이 월면주행차인 '문 버기'로 달 표면을 이동하고 있다. 최대 시속 18km였다./NASA
하지만, 그게 다였다. 이후 미국과 소련(러시아)의 우주 경쟁과 협력은 지구 고도 2000㎞까지인 저궤도(LEO) 공간에 머물렀다. 아폴로 17호(1972년) 이후 아폴로 프로그램은 저물었고, 두 나라는 이후 보다 장기적인 우주 개발ㆍ탐험을 추구했다.
이는 소련이 1971년 우주에 최초로 띄운 우주정거장인 살류트와 미르, 미국의 최초 우주정거장인 스카이랩(1973), 국제우주정거장(ISSㆍ1998년~), 지구와 ISS를 오가는 우주왕복선(space shuttle), 민간 우주기업인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사의 재사용 가능 발사체 개발 등으로 이어졌다.
▲지구 해수면 위 408km 고도에서, 지구를 하루에 15.5바퀴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 ISS에는 미국과 러시아, 유럽우주국(ESA), 캐나다, 일본 등 15개국이 참여하고 있다./NASA
◇달로 가는 프로젝트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미국이 다시 달로 가겠다는 지금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애초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5년 발표한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 프로그램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20년까지 달에 가고, 이후 화성으로 가겠다는 계획이었다.
▲달로 돌아가기 위한 NASA의 아르테미스 1 프로젝트에서 오리온 우주선은 1~2주일 내에 달 궤도에 도착해서 달 궤도를 탐사하게 된다. 발사에서 지구 귀환까지의 소요 기간은 26~42일./NASA
아르테미스’는 지금껏 한 번도 인간이 발이 닿지 않은 달의 남극에 가는 것이 목표다. 이곳은 달 분화구 탓에 1년 내내 해가 들지 않는 그림자 지역이 많아 앞으로 기지 건설에 필수적인 물과 얼음이 있는 것이 확인됐지만, 그만큼 정확한 지형 파악이 어렵다. 또 수㎝ 쌓인 달 표면의 푸석푸석한 흙과 먼지, 자잘한 돌 조각들인 ‘레골리스(regolith)’가 NASA가 이곳에서 장기적으로 사용할 정교한 탐험 장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아폴로의 ‘1회성 방문’과는 다른 것이다.
▲16일 발사된 NASA의 신형 초중량 발사체인 SLS(그림 왼쪽에서 두번째)와 이전까지 가장 강력한 발사체였던 새턴 5호와의 비교. 이날 발사된 SLS 블록1은 322피트 높이(약 98m)로 '자유의여신상'보다 높으며, 새턴 5호보다는 작지면 추력은 새턴 5호보다 15% 강하다./NASA
‘그래도 한 번 가봤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은 더 이상 ‘새턴 5호’ 로켓도 없었다. 아폴로 프로그램에선 로켓이든, 우주선(캡슐)이든 모두 1회용이었다. 그래서 NASA가 이날 발사한 우주발사로켓인 SLS를 다시 디자인하고 개발ㆍ제조하기까지는 10년이 넘게 걸렸다.
◇역대 행정부, 막대한 우주 개발 비용 망설여
‘아르테미스’와 같은 우주 프로그램은 너무 오래 걸리고, 너무 많은 돈이 든다. 화성으로 보내는 우주선은 디자인ㆍ제조ㆍ테스트하는 데만 8년(미 대통령 연임 기간)을 훌쩍 넘긴다. 자신의 재임 중에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이렇게 큰 돈을 쓸 대통령은 없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에 대응하는 미국 국방예산은 올해 7423억 달러였지만, NASA 예산은 240억 달러(약 34조 2800억원)에 불과했다.
새 대통령은 전임자의 우주 프로그램을 삭감한다. 조지 W 부시가 시작한 ‘컨스텔레이션’은 NASA가 5년간 90억 달러를 썼는데, 후임 버락 오바마는 이를 철회하고 우주발사체인 SLS 계획에 주력했다. 트럼프는 SLS는 없애지 않았지만, 목적지를 오바마의 소행성에서, 달ㆍ화성으로 트는 ‘아르테미스’로 바꿨다. 조 바이든은 다행히 ‘아르테미스’와 트럼프가 창설한 ‘우주군(Space Force)’은 건들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9년 NASA 국장이었던 짐 브리던스틴은 “정치적 리스크만 없었다면, 아마 우리는 벌써 화성에 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철민 국제 전문기자
11.21 2031년 달 기지 건설 목표…당신 회사도 준비할 때
아르테미스 계획과 한국의 우주경제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미국의 달 탐사 아르테미스 계획의 핵심인 SLS 로켓이 지난 16일 수요일에 성공적으로 우주로 날아올랐다. 우리 언론들도 아르테미스 임무 로켓의 발사에 큰 관심을 보이며 달 탐사를 재개하는 미국의 성공적인 발사를 축하하는 분위기다.
이번 발사는 단순히 유인 달 탐사의 재개라는 일회성 발사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달 기지를 건설하고 인간의 거주 시설 확보를 위한 역사적인 달 식민화 계획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아폴로 계획이 유인 달 착륙 그 자체가 목표였다면 아르테미스 임무는 달 기지 건설, 달 자원의 활용, 그리고 인간의 거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저 단순하게 ‘달 탐사 재개’라는 말로는 임무의 본질을 설명하기 어렵다.
우주에 로켓 정비시설 만들어야
오히려 인류의 거주 영역을 달까지 넓히기 위해 전진기지인 달 기지를 설치하는 것이 주요한 임무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전진기지는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차폐 시설이 있어야 하며 식량과 물의 확보도 필요하다. 다행히 달 남극의 거대한 분화구 안에는 얼음 형태의 물이 있고 우주 방사선도 차폐할 수 있어 전진기지를 만들기에 적합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유인 달탐사 위한 SLS 로켓 성공
‘인류 영역, 달까지 확장’에 의미
16세기 대항해시대에 견줄 사건
달 원자로, 통신시설 등 갖춰가야
한국 우주계획, 세계 흐름과 유리
정부 주도 넘어 민간까지 퍼져야
▲지난 16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39B 발사장에서 아르테미스1 로켓이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올라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진기지가 만들어지면 우선 달 기지 주변의 탐사와 자원 채굴을 위한 로버, 즉 달 자동차가 필수적이다. 전진기지에 동력을 공급하기 위한 소형 원자로도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사람과 물자를 수송할 수 있는 우주수송 수단이 필요하며 지구와 달을 오가는 데 필요한 로켓 추진제도 달에서 제조·공급해야 한다. 통신 수단도 필요하며 이를 위해 달과 지구 사이의 통신을 중계할 수 있는 통신 중계용 위성도 마련해야 한다.
이미 달과의 통신은 3D프린팅으로 부품이나 물건의 제작이 가능한 우주인터넷 DTN (Delay/Disruptive Tolerant Network)을 기본 통신 프로토콜로 결정했다. 또한 달 왕복용 우주선이 위급한 환경에 처할 수 있으므로 재급유와 로켓의 정비 서비스가 가능한 시설도 우주공간에 확보하여야 한다. 따라서 달 기지 건설이 현실화하는 2031년 이후에는 지금까지 저궤도 영역 중심의 뉴스페이스에서 달까지 확장된 개념의 우주산업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개발, 달과 화성까지 확장
지난 10여 년 동안 전 세계는 국가 주도의 개발에서 민간기업이 우주개발 수요를 주도하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창출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민간 발사체 업체들이 주도한 혁신적 기술과 저렴한 발사 비용은 위성의 소형화·고성능화 추세와 맞물려 민간의 우주개발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이로 인해 민간업체는 다양한 위성을 활용해 지구 저궤도 영역에서 새로운 우주사업을 운영하게 됐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통신을 제공하고 있는 스타링크는 저궤도 군집 위성을 이용한 지구 인터넷 서비스 사업으로, 대표적인 민간 우주사업이다. 이 밖에 위성방송·위성통신 등은 물론 위성영상을 분석해 곡물 작황, 수자원 변화, 산림자원 분포, 해양 오염 분포에 관한 정보를 활용하는 분야 등도 우리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또 다른 우주사업 모델이다. 그러나 이번 아르테미스 발사 성공으로 시작된 달 탐사는 우주개발 영역이 저궤도를 넘어 달의 중간영역, 그리고 달과 화성까지 확장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작금의 뉴스페이스가 16세기 유럽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대항해시대에 버금가는 국제적인 변화이며 새로운 경제 영역의 태동을 국제사회와 함께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아르테미스 협정 가입국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달 기지와 달 궤도 우주정거장 건설은 이런 미국의 노력을 현실화하는 과정의 첫걸음으로 이해해야 한다.
또한 대항해시대를 거치며 국제법으로 확정된 자유 항행 원칙과 조난 선박 구조, 해도 작성과 선박 간 통신 원칙, 그리고 사법적 관할권 등에 관한 규정들이 우주공간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국제규범의 설정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아르테미스 로켓 발사는 유인 달 탐사의 단순한 재개보다는 인류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역사적 임무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아르테미스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다누리호, 12월 말 달 궤도 진입
▲한국 첫 달궤도선 다누리호가 지난 8월 플로리다에서 발사됐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난 8월 발사한 달 궤도선 다누리호가 얼마 전에 BTS 뮤비를 지구로 전송하였다.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으로 비행하고 있어 12월 말경에는 달 궤도 진입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국가가 주도하여 선진국의 기술을 습득하는 전형적인 기술추격형 개발이다. 지금까지 이 전략은 효과적이었고 우주발사체 누리호, 정지궤도 위성, 아리랑 위성, 첨단 소형위성 등이 개발됐다.
그러나 지금의 우주개발은 민간 기업의 혁신이 주도하던 뉴스페이스 개발도 뛰어넘어 새로운 우주항행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다행히 우리도 세계적 변화에 걸맞은 우주개발 정책방향의 전환과 거버넌스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럼에도 알려진 4차 우주개발진흥계획의 주요 내용은 여전히 기술 위주의 개발 계획과 우주산업 육성 등으로, 우주항행 시대를 대비하는 우주개발의 변화를 수용하기에 부족한 듯하다.
특히 우리나라가 아르테미스 계획 협정 가입국이지만, 2031년의 달 탐사 2단계 계획에는 아르테미스 임무와 기술적인 연계성이 없이 단순한 과학임무가 주요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인터넷 DTN은 BTS 뮤비를 전송하면서 우리나라가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했고 달 전진기지와 지구의 통신의 기본 프로토콜이지만 우리의 2단계 달 탐사 사업에는 채택되지 않았다. 우리가 잘하며 세계적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을 애써 잃어버리고 있다.
위성 주요 부품 50% 수입
단언컨대, 우주산업이란 발사체나 위성의 시스템, 부품 등을 만드는 제조산업만이 아니라 구축된 우주 인프라를 활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산업을 의미한다. 우주발사체와 위성 그리고 지상 인프라 확보는 우주개발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우주개발 생태계이지만 이 분야가 곧 우주산업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위성정보를 활용한 국토·해양·농산물·수자원 등의 분석과 관리는 국가 경영을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기본 주제이지만 민간업체의 활동이 미미하여 우주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터넷 기술 보유국이며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지만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조차도 우주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국가적 노력은 부족한 편이다. 또한 뉴스페이스 시대에는 위성 반도체 및 소자와 관련된 영역이 확장되고 있으나 반도체 세계 생산의 절반가량을 생산하는 우리의 반도체를 위성에 적용하기 위한 기본 연구도 없으며 여전히 위성의 중요 부품 50%가량은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우주경제의 실현은 발사체와 위성 제작을 넘어 우리의 산업구조에 새로운 동력과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을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으로 기술개발의 범위를 재설정하고 그 대상 분야를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우주문화 조성까지 나가야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전통적으로 선진국은 영토, 인구수, 군사력, 경제력, 과학기술력 또는 외교력 등과 같은 다양한 기준에 의해 결정되지만 달에 전진기지가 건설되는 미래에는 국가의 우주개발 능력도 선진국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우주발사체, 위성 개발 등에 치우친 제조 위주의 우주산업만으로 우주선진국이 되기는 어렵다.
미국의 아르테미스 계획은 달 기지, 인간 거주 시설 확보라는 가시적 목표를 내세우지만 대항해시대와 같은 변혁에 대비하려는 노력, 즉 자유 항행의 원칙, 조난 구조, 위성 파편 생성, 법률적 관할 등의 개념적이며 법률적 규범의 제정까지 포함한 문화와 철학을 동반한 원대한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기술적인 우주개발을 넘어 경제 분야로 확장하려는 우주경제의 실현을 목표로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번 계획이 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새로운 우주문화까지 연결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지난달 미국의 우주 관련 학회에 참가했을 때 하버드 경영대학에서 발표한 논문의 제목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제, 여러분의 회사는 우주 전략이 필요합니다.” 일반 민간업체까지 스며든 우주개발에 대한 문화적 확산이 진정한 우주개발의 성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중앙일보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