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소리 2022-07/
07.01(금) “소주성 파이팅” 국책연구원장까지 퇴진 거부, 버티기 집단행동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과 대통령 직속 위원장뿐 아니라 국책 연구원장들이 새 정부에서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모든 공공기관장들이 물러나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새 정부의 방향에 맞춰 정책을 연구 개발하고 추진해야 하는 기관이라면 다른 얘기다. 그런 곳의 기관장은 당연히 물러나 새 정부가 일을 할 수 있게 길을 터줘야 한다. 그런데 문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은 그대로 버티겠다는 것이다. 새 정부 철학과 정책노선이 완전히 다른 그들이 할 일은 국정 훼방밖에 없을 것이다.
문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지내며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설계·주도한 홍장표 KDI 원장은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으로 고용 참사와 자영업 줄도산을 초래한 주역이다. 홍 원장은 대선 뒤에도 “소주성 정책이 소득 격차를 완화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소주성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런 인물이 ‘소주성 폐기’를 선언한 새 정부와 어떻게 함께하겠다는 것인가.
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장으로 ‘적폐 청산’을 주도했던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과 지역발전위 위원 등을 지낸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문 정부 일자리 수석으로 소주성에 적극 가담한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장, 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과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를 지낸 이태수 보건사회연구원장 등도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 외에 문 정부 때 임명된 200여 곳 공공기관장과 대통령 직속 위원장들도 물러나려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정권 교체 때는 볼 수 없던 집단행동 양상이다.
이들이 자리 지키기 담합을 했다는 얘기도 무성하게 나온다. 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 기관장과 국책 연구원장 등이 ‘개별 행동을 하지 말고 남은 임기를 끝까지 채우자’고 서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어떤 기관장은 그만 두고 싶어도 ‘배신자’로 찍힐까 봐 그만두지 못한다고 한다. 만일 그런 담합이 있었다면 국정 방해에 다름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07- 01 문재인 정권, 더불어민주당은 왜 실패했는가
文 정부, 이념에 현실을 맞추는 역방향 행보
‘서해 공무원’ ‘北 어부 북송’ 논란도 그 일환
정권 위한 정치는 사회악으로 가는 길이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문재인 정권이 퇴진하고 2개월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들도 실패한 정부로 인정한다. 대선과 지선에서 참패했다는 표면적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문 정권의 실패가 그만큼 국민들에게 불행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각이 있는 국민들은 집권 초창기 청와대의 정치 방향과 과정을 보면서 우려와 회의감을 느꼈다. 그 사람들과 그런 방향의 정치는 현대사회의 긍정적 가치를 구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예측이었다.
그 근원은 이념정치의 틀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과 그 때문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정권을 위한 정치로 일관했다는 실책이다. 정치는 역사적 현실에서 국민을 위한 객관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문 정부는 갖고 있는 이념에 현실을 맞추어가려는 역방향을 택했다.
박근혜 정부 때 벌어진 세월호 사건의 정리와 해결도 아직까지 끝내지 못하고 있다. 문 정부가 뜻하는 결론을 찾기 위해 긴 세월을 다 허비했다. 그렇게 엄청난 비극을 겪었음에도 희생된 학생들과 국민을 위한 사회적 개혁이나 변화를 남겨 주지 못했다. 천안함 폭침도 그렇다. 문 대통령의 견해와 과학적이고 객관적 판단을 기대하는 국민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이 “이게 북한 소행인가, 누구의 소행이냐”고 물었을 때 “북한 소행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했다. 그 부모와 국민은 대통령의 진실과 의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천안함 피격이 북의 공격이 아니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계와 국민의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서해에서 벌어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 사건도 마찬가지다. 그가 자진해서 월북했다는 정부의 발표를 믿었던 국민들까지도 정권의 위상을 지키려는 청와대의 조작이었을 것이라는 의아심을 갖는다. 그렇게 중대한 사건을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든지, 이제 와서 문제 삼을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는 민주당 지도자들과 사건 당사자들의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국민을 그렇게 우습게 보아도 되는지 묻고 싶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을 그런 나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애국적 의무감에서 호소하는 것이다.
국내보다도 국제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된 2019년의 북한 두 어부 사건은 어떠했는가. 북에서 귀순해온 두 동포를 적절한 심문도 거치지 않고 법적 절차도 없이 5일 만에 다시 북으로 압송했다. 포승줄로 묶고 안대까지 씌워 앞을 못 보게 하면서 판문점을 통해 북측에 인도했다. 세계 어디에서도 인도주의를 신봉하는 법치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반인륜적 처사였다. 유엔이 문제 삼은 것은 물론 인권을 최대 목표로 삼는 선진 국가에서는 대한민국의 처사를 어떻게 보겠는가. 두 어부의 강제북송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북한 동포들에게 인민공화국을 배반하고 대한민국으로 귀순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처벌한다는 암시를 준 것이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은 북한 정권을 위해 동포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언과 같았다.
남북통일은 양분된 동포를 위한 동포의 통합이다. 두 정권이 손을 잡거나 하나가 되는 통일은 아니다. 북한 동포를 거부하는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권, 그것도 동포의 생명권을 그렇게 정치의 수단이나 제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왜 국민들은 이런 걱정을 하는가. 정권 간의 정치보복 때문이 아니다. 권력의 보복은 망국의 길이다. 우리 민족 역사의 유훈이기도 하다. 진실과 정직, 정의와 선, 자유로운 창조정신은 인간의 사회적 존재의 기본조건이다. 대한민국은 그 역사의 바른길과 사회적 기초규범을 지키고 키워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국민들은 우리 정치계가 더 이상 사회적 질서와 민주정치의 방향을 주어진 이념정권의 수단이나 제물로 삼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폐쇄적인 민족주의, 히틀러와 같은 조작된 국가이념주의, 공산주의 국가들은 같은 운명의 길을 택했다. 불행하게도 북한 정권의 그런 폐쇄적 권력주의 때문에 동포들이 인간다운 삶을 빼앗기고 있다.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국민을 위한 정치를 국민들과 함께해야 한다. 정권을 위한 정치는 사회악으로 가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가와 정당인들에게 국민들이 갖는 엄중한 명령이다. 대한민국의 국격을 훼손시키며 국민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대통령과 정치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은 대통령을 위하는 측근들보다 국민을 섬기는 지도자들과 함께해야 한다.
동아일보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07.01 검수완박 논란, 헌재가 빨리 답 내놔야










중앙일보 그림 사설 글=중앙일보 논설실 그림=김하영 인턴기자
07.02 정부의 화물연대 양보 보름 만에 대규모 시위로 응답한 민노총

▲작년 7월 코로나 대규모 확산 시기에 열린 민노총 불법집회. 민노총은 2일 서울 도심에서 7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집회 시위를 개최한다./오종찬 기자
민노총이 2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경찰이 교통 체증 등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했으나 법원은 집회는 물론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까지 시위 행진도 허용했다. 민노총은 6만명을 동원한다고 했다. 2015년 11월 민중 총궐기 대회 이후 최대 규모다. 당시 민노총은 쇠파이프, 각목, 철제 사다리와 밧줄 등을 사용한 폭력 난동으로 도심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다수의 사상자를 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세 과시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민노총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전체를 부정하며 “중대재해처벌법, 주 52시간제 개정 등 노동 개악을 저지하겠다”고 했다. 새 정부의 법인세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완화도 반노동 정책이라고 했다. 민노총은 코로나 창궐 당시에도 방역 수칙까지 무시하고 불법 집회를 일삼았다. 촛불 시위대의 주력인 민노총 앞에 문 정부는 저자세로 일관했다. 이들의 불법 폭력 행위를 비호했다. 이번 세 과시는 윤 정부도 민노총의 불법 시위와 파업, 조폭식 횡포와 갑질에 눈을 감으라는 것이다.
정권 교체 후 기업 현장에서 민노총의 횡포는 날로 심해지고 있지만 공권력이 작동하지 않는 현실은 그대로다. 민노총 소속 전국금속노조는 두 달째 현대제철 사장실을 불법 점거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철회 이후에도 하이트진로의 차주들은 운송에 복귀하지 않고 대체 배송 차량의 진출입을 방해했다. 공공운수노조는 폭염 대책을 요구하면서 일주일째 쿠팡 본사 로비를 점거하고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찰이 움직이지 않으니 직원들이 나서서 막다가 다치는 일도 발생했다. 기업 현장에선 “정부가 바뀌어도 달라진 게 없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문재인 정권은 기업을 범죄시하고 강성 노조와 연애를 해왔다”며 “많은 기업이 정부, 강성 노조와 싸우기 싫어 보따리 싸서 해외로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강성 노조는 치외법권”이라고 했다. 하지만 새 정부 노동 정책의 시금석이던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사태 때 국토부는 민노총에 일방적으로 양보했다. 양보 후 보름 만에 돌아온 민노총의 대답이 이번 대규모 반정부 집회다. 민노총은 노조 차원을 넘어서 폭력적 이익집단화하고 있다. 원하는 대로 주지 않으면 협박하고 협박이 통하지 않으면 불법과 폭력을 동원해 얻어내려 한다. 이들에게 법치를 양보한 대가는 더한 불법 폭력뿐이다.
조선일보 사설
07.02 ‘文 비판 대자보’ 20대 무죄 확정, 경찰 검찰 판사가 사과해야

▲2021년 5월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게시판에 최근 문 대통령이 자신을 비방한 유인물을 뿌린 30대 청년을 모욕죄로 고소했다가 취하한 것을 풍자·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가 붙어 있다. 이를 붙인 단체는 보수 성향의 대학생 단체 신전대협으로 9일 오후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모교인 경희대를 비롯해 서울대, 카이스트, 부산대 등 전국 대학 100곳에 반성문 대자보 400여 장을 붙였다. /조선DB
지난 정권 때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대학 건물에 붙였다가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된 20대 청년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1심은 벌금 50만원을 선고했지만 최근 2심이 “형사처벌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이후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무죄가 확정된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검찰이 기소가 잘못된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 사건 발생 2년 7개월 만이다.
애초에 수사와 기소가 무리했다. 대자보는 패러디 형식을 빌려 정부의 친중(親中) 노선을 비판하고 홍콩 자유화를 지지하는 내용이었다. 대자보 내용을 문제 삼기 어려워지자 경찰은 건조물 침입이라는 희한한 혐의를 적용했다. 본질이 아니라 법을 비틀어 표적 수사한 것이다. 무단 침입은 핑계였을 뿐 사실은 대통령을 비난했다고 괘씸죄를 적용한 것이다.
논리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았다. 이 대학은 사실상 외부인에게 개방돼 있다. 그런 곳에 들어간 게 어떻게 무단 침입이 되나. 대학이 사건을 신고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피해 본 게 없다”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정권 비위를 맞추려 관련자들을 압수 수색까지 해가며 수사하고, 검찰이 이를 기소하고, 1심 법원까지 유죄를 인정했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대자보 부착을 건조물 침입으로 기소하진 않았다. 지난 정권에서 경찰과 검찰, 법원이 얼마나 정권 눈치를 봤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다. 문 전 대통령도 “국민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다” “대통령을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는 그 정반대였다. 문 전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부른 변호사도 문 정권 출범 직후 기소됐으나 결국 기소된 지 4년 6개월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경찰과 검찰은 사회적 해악을 끼치는 범죄를 우선 처벌하라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관이다. 정권 비위를 맞추고 권력자에게 아부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하라는 것이 아니다. 수사·재판을 받는 사람들은 무죄가 되더라도 큰 피해를 본다. 경찰 검찰 판사 모두 이 청년에게 사과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월 04일 尹대통령 ‘인사·법치·정치’ 실망 커진 民心 알고 있나
5년 단임제 정부의 향방은 첫 100일 동안에 달려 있다고 할 정도로 임기 초 국정은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뒤 55일 지난 4일 현재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을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이어진다. 글로벌 경제 악화로 각국 지도자들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윤 정부의 국정 결과가 나타나기에 두 달은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윤 대통령도 이날 출근길에 “(지지율 추세는)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런 자세는 일단 바람직하다. 필요하면 지지율 하락을 감수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하락 여부를 떠나 개혁의 고통 때문에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윤 정부는 지난달 16일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대 부문 구조개혁 방침을 내놨을 뿐 아직 착수도 하지 못했다. 국민은 검찰총장 출신의 윤 대통령에게 문재인 정부 동안 망가진 국가 시스템의 정상화, 특히 공정한 인사, 법치의 회복, 국민 편 가르기가 아닌 초당적 정치 등을 기대했는데, 여기에 부응할 조짐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지지층을 필두로 민심(民心)이 등을 돌리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능력 중심의 인사를 한다고 하지만 검찰 출신의 과도한 기용과 장관 후보자들의 부적절한 행태들이 공개되면서 예전 정부와의 차별성이 없어졌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는 과감히 선제적으로 결단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이 특히 잘할 것으로 기대됐던 ‘법치와 공정’도 벌써 훼손되고 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불법 파업 등을 원칙에 맞게 대응하지 않고 ‘떼법’에 밀리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것이다.
정치와 거리를 두라는 것은 외면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여의도 정치에 대한 초월적 입장에 서서 야당의 협조를 더 적극적으로 구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야당이 응하지 않더라도 소통 노력을 계속해 국민이 진정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많은 성공한 지도자들이 그렇게 했다.
문화일보 사설
07월 04일 ‘알박기 기관장’ 버티기는 대선 불복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55일이 지났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 국책연구원장, 대통령 직속 위원장들은 물러나려는 기미도 안 보인다. 과거 정권 교체 때는 볼 수 없던, 참으로 해괴하고 비상식적인 행동이다. 이들이 물러나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정권 교체에 담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따라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 10년마다 교체되던 정권이 5년 만에 교체됐다. 문 정부의 잘못된 정책, 무능과 실정, 위선과 교만함에 대해 국민이 응징한 것이다. 정권 교체를 통해 변화와 혁신을 이룩하라는 주문이다. 따라서 문 정부의 간판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설계하고 주도했던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 출신인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주한미군 감축을 주장했던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등 전 정권 ‘알박기 코드 기관장’들이 새 정부에서 계속 일하겠다고 버티는 것은 대선 민의를 거스르는 것이다.
홍 원장은 대선 이후에도 “소주성 정책이 소득 격차를 완화했다”는 궤변을 펴고, “소주성 파이팅”을 외쳤다. 최근 권위 있는 학술지 ‘이코노믹 모델링’에 발표된 석병훈 이화여대, 유혜미 한양대 교수 논문에 따르면 ‘소주성 정책에 따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한국의 총고용을 장기적으로 3.5% 감소시켰고, 기업의 자본 투자도 줄어들어 종합적으로 한국의 GDP 규모를 1% 줄이는 효과를 발생시켰다’고 분석했다. ‘소주성 폐지’를 선언한 윤 정부에서 망국적 소주성 설계자인 홍 KDI 원장이 그대로 있다는 것은 후안무치의 극치다. 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과 국책연구원장들이 ‘남은 임기를 끝까지 채우자’고 마치 ‘버티기 집단행동’을 결의한 듯하다. 이는 대선에 불복하면서 국정을 방해하는 범죄적 행위에 해당한다.
한편, 공공기관장에 대한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버티기’가 정당화될 수 없다. 야당은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들에 대해 노골적으로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직권남용, 권리 행사 방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왜 문 정부는 출범 직후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국책연구원장들에게 임기 만료 전 줄사표를 받았는가. 고도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정치적 편향성이 두드러진 인사를 임명해 놓고 임기를 보장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다. 임기제를 핑계로 정권을 흔들려는 불순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가계부채, 국가채무, 글로벌 공급망 대란 등 미증유의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새 정부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정치 편향성이 강한 전 정권 ‘알박기 인사’와 ‘불편한 동거’를 유지하면서 불협화음이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이 보게 될 것이다.
자신들이 모셨던 문 대통령은 ‘잊어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알박기 기관장들은 ‘잊어진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발버둥 치는 행태가 참 가관이다. ‘교만과 버티기’는 결코 ‘공정과 상식’을 이길 수 없다. 물러나야 할 사람들은 물러나는 것이 상식이고 정권을 교체한 대선 민의를 따르는 것이며, 국정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문화일보
07.05 尹·文 부부 사진 나란히 올린 서민 “좌파들은 나라 망하길 원하는 듯”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해외순방 사진(왼쪽)과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의 해외순방 사진. /서민 교수 페이스북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을 두고 일각에서 비판 여론이 이는 것과 관련 “자국 대통령의 거의 모든 언행을 까대는 무리들을 보니 좌파들은 진짜 윤 대통령이 잘못해서 이 나라가 망하는 걸 원하는구나 싶다”고 했다.
서 교수는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윤 대통령의 나토 회의 참석 관련해서 해도 너무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이 같이 말했다.
서 교수는 “멘탈이 강한 편이라 웬만한 욕에는 끄덕하지 않는다. 저 욕하는 글만 찾아다니며 댓글을 달 정도”라며 “대통령 내외에 대한 공격이 너무 치졸하고 저열해서 며칠 간 기사 댓글을 안 본 건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도 잘 가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한 나라의 대표팀이 국제대회에 나가면 해당 선수들이 맘에 안 든다 해도 응원하는 게 인지상정”이라며 “저런 것들조차 포용해 국민통합을 이루어야 하다니 대통령이란 자리는 정말 극한직업”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이 글에 윤 대통령 내외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해외순방 모습이 담긴 사진을 함께 올렸다. 사진을 보면 김건희 여사는 윤 대통령의 몇 발자국 뒤에 서 있고, 김정숙 여사는 문 대통령보다 앞서 걷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내조를 더 잘했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내외는 지난달 29~30일(현지시각) 나토 정상 회의에 참석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에서 나토 사무총장과의 면담이 연기되고 한·핀란드 정상회담이 취소된 점을 두고 ‘의전문제’를 지적했다. 또 윤 대통령 내외가 정상들과의 만남 당시 부자연스럽게 행동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윤 대통령 내외가 무탈하게 일정을 마무리했다는 시각도 있었다. 특히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모든 정상회담은 성공”이라며 윤 대통령에겐 100점 만점 중 80점, 김 여사에겐 90점의 평가 점수를 매겼다.
조선일보 김자아 기자
07.05 대통령의 무덤 ‘관료주의의 포로’

최훈 편집인
퀴즈 하나. 가장 오래 부침 없이 권력을 이어 온 우리의 지배 계층은. ① 대통령 ② 의회 ③ 재벌 ④ 관료. 제헌의회는 1948년 5월, 초대대통령은 그해 7월이었다. 최초의 기업집단은 1896년 서울 종로의 ‘박승직 상점’(이후 두산상회)부터인 두산그룹이다. 정답은 ④번. 조선 개국 직후인 1394년 정도전이 조선경국전 등을 통해 “임금은 재상의 인사권을 갖고, 재상이 의정부를 통해 6조를 관할한다”는 관료제를 도입하면서였다.
임금을 섬기지만 은근히 견제도 해가며 관료는 조선을 지배했다. 일제 식민통치 때는 메이지 시대 프로이센(독일)을 본뜬 중앙집권식 전문 관료제가 이식됐다. 국민 위에 군림한 강력한 관료 문화였다. 근대화의 효율, 속도를 중시한 대통령으로부터 막강한 권한을 위임받은 박정희 시대는 관료의 전성기였다. 기여와 함께 그 후유증도 커져 갔다. ‘선민(選民) 관료’의 사회가 고착됐다. 견제해야 할 의회, 정당, 지방자치, 법원 등도 허수아비가 됐다.
5년 대통령이 관료에 포위되면
규제 철폐 등 개혁 물거품 우려
관료보다 민간·현장 귀 기울여
‘국민 자유 확대’ 약속 이뤄가길
민주화 이후 선거를 통해 운명이 결정되는 대통령이나 의회는 그래도 조금씩 ‘민주’를 받아들이며 진화해 왔다. 대기업 역시 효율·경쟁 등 시장의 논리와 ‘소비자 주권’에 반응하며 눈을 떠 왔다. 그러나 젊은 시절 한 차례의 시험이 나눠 준 작은 권력 이후, 조직의 이익과 자신의 성공에 길들여져 온 우리 관료 조직의 영혼과 DNA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혜량할 길이 없다. “국민이 진정한 나라의 주인”이란 민주주의로의 독실한 세례(洗禮)나 자기 정화(淨化) 과정을 그들이 스스로 거친 적이 없다. 사각지대의 그림자 권력, 바로 관료였다.
# 청와대 개방 이후 시민들에게 허용됐던 북한산 등산로 입구가 봉쇄됐다. 길 옆의 헌재소장 공관이 불편하다는 이유였다. 고관의 심기 불편에 아예 시민의 ‘자유’를 막아버렸다. 조선 고관의 행차 때 “쉬 물렀거라”를 목청 높이면 걷던 자 멈추고, 앉은 자 서며, 말탄 자 내렸다. 가로지르면 구금이다. 지금이 조선 시대인가. 침묵으로 무시하다 아무런 해명도 없이 다시 슬그머니 길을 여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지난해 민주당 의원들의 헌재 광주(光州) 이전안 발의에 헌재의 반대 입장은 이랬다. “헌재는 국민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 국민보다 자기 이익 방어에만 철통인 건 변하지 않은 관료들의 현주소다.
# 누리호 솟아오른 뒤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은 취임 40일 된 과학기술부 장관(발사 성공)과 차관(위성 교신)이다. 이 역사적 장면의 주역은 십수 년간 묵묵히 헌신해 온 공학자들이어야 했다. ‘박세리 키즈’처럼 후대의 예비 영웅들에게 영감을 주는 건 현장이다. 힘든 이공학도의 길보다 관료의 평생 꽃길을 각광받게 한 역사적인 실수였다. 중앙 부처의 기술직 출신 고위 공무원은 13.8%에 불과하며 예산·조직의 실권은 대부분 고시 출신 인문계 행정관료(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 자료)다. 영원한 ‘사농공상(士農工商)’이다.
# 한 의원의 장관 시절 회상. “취임 직후 관료들이 나를 밖의 유관 단체 행사로 돌리더라. 여기저기 박수 받고 자신감도 붙으니 초심의 긴장이 풀어지더라. 몰랐지만 바로 그때가 ‘관료들의 포로’가 되는 시간이었다. 부처는 새 대통령과 장관을 거미줄의 포로로 만들 오랜 노하우 족보가 있다. 부처의 최고 관심사? 대통령이 광을 내며 참석할 부처의 행사 만들기다.” 노회한 외교관들을 그토록 비판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 박수를 받으며 다니다 “우리 외교부 참 유능하다”(말레이시아 순방)고 말하는 데는 단 1년10개월이 걸렸다.
# “기업이 정부다” “풀 수 있는 규제 다 풀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에 따라 경제 규제 혁신TF가 구성된다. 그런데 TF 팀장이 경제부총리다. 총괄반은 기재부 1차관이, 산하의 7개 작업반은 해당 부처 차관이 맡는 그림이다. 민간 전문가도 참여시킨다는 꼬리표가 달렸다. 그러나 규제를 죽일 최종 결정을 왜 규제를 출산한 이들에게 맡기는가. 대학을 질식시킨 교육부의 촘촘한 그물망 규제를 과연 교육부 차관이 없앨 수 있을까.
자유로워진 사람들은 창의적이다. 규제를 벗어난 자유는 창의를 부른다. 창의의 효율이 보상받고 그 성과를 공유하는 사회가 우리의 미래다. 자유와 창의, 효율에 대한 보상에 가장 둔감한 이들은 바로 관료다. 역대 대통령 모두 완벽히 실패한 게 규제개혁이다. 민간의 결정권 확대 없이 그런 성공의 기적이란 없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약속했다.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국민 자유의 확대를 통해서”라고 선언했다. 시대 흐름 잘 포착한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5년 대통령이 영속적 관료 집단의 포로가 되는 순간 개혁은 끝장이다. 그토록 유능하다는 관료·검찰 주축의 조각(組閣) 인사가 왜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첫째 요인으로 꼽히고 있을까. 관료와 규제에 오래 시달려 온 침묵의 현장은 그 답을 알고 있다. 그러니 저잣거리 시민들에게 대통령이 먼저 귀를 열라. 그래야 국민에게 진정한 자유를 줄 수 있다. 그래야 언젠가 그에 따른 책임인 고통분담도 호소할 수 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뿐이다. 대통령 곁 ‘자기들끼리 유능한 관료’가 아니라···.
중앙일보 최훈 편집인
07월 05일 존립가치 잃은 TBS ‘서울시 지원 중단’ 만시지탄이다
지난 1일 출범한 제11대 서울시의회가 제1호 조례를 통해, 존립 가치를 잃은 공영방송 TBS에 대한 서울시의 재정 지원을 전면 중단하는 입법에 나섰다. 6·1 전국지방선거를 통해 서울시의회 전체 112석의 68%인 76석을 확보한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전원이 4일 발의한 조례는 TBS 지원의 법적 근거인 현행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내년 7월 1일 자로 폐지하는 내용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대표적 사례다.
서울시 소속의 교통정보 전문 방송으로 설립·운영되던 TBS는 고(故) 박원순 전 시장 당시 사실상 종합방송화했다. 법인 독립도 했지만, 매년 예산의 70%인 300억 원을 서울시에 의존한다. 그러고도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은 ‘정치 편향·선동 방송의 대명사’라는 오명까지 자초해왔다. “교통 정보를 위해 TBS를 듣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오세훈 시장 지적대로, 시대 변화에 따라 교통방송 기능마저 거의 사라졌다. 이처럼 시민 편익과 동떨어진 방송에 시민 혈세를 더 쏟아부을 수 없다는 것은 당위(當爲)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했던 제10대 서울시의회는 오 시장이 추진한 지원 예산 대폭 감축조차 막았다.
이강택 TBS 대표는 “마음에 안 든다고, 말 안 들었다고 그냥 추방하는 것과 같다”며 “현대판 분서갱유” 운운했으나, 그럴 일이 아니다. TBS를 포함해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거의 모두가 더 존립해야 할 합리적·현실적인 이유를 찾기 어려워진 시대라는 사실이나마 직시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07.06 파출소 화살총 1발에 숨은 경찰…이러고도 감독 거부하나
괴한이 파출소로 화살총을 쏘고 달아났는데, 안에 있던 경찰관들이 범인 검거에 나서긴커녕 몸을 숨기고, 한동안 파출소 밖으로 나오지도 않은 황당한 일이 뒤늦게 국민에 알려졌다. 파출소에 들어와 협박한 것도 아니고 문틈으로 1발 쏘았을 뿐인데도 그랬다. 시민을 향해 범행을 저지르려 했다면 무인지경이 됐을 것이다. 이런 경찰을 믿고 국민이 안심하고 길을 걷거나 편히 잠들 수 있겠는가.
전남 여수시의 한 파출소에서 지난달 30일 새벽 2시16분쯤 복면을 쓴 한 남성이 출입문 사이로 공기 화살총 총구를 밀어 넣고 화살 1발을 쐈다. 화살은 코로나 방역용 아크릴 가림막에 꽂혔고, 당시 파출소에 있던 순찰팀장(경감) 등 경찰 7명은 모두 책상 아래로 피했다. 약 2분 뒤 조사실에 몸을 숨긴 한 경찰관이 휴대전화로 여수경찰서 상황실에 보고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범인은 출입문 앞에서 12초가량 욕설을 하다 사라졌는데, 경찰은 10분 동안 파출소 안에 있으면서 범인을 쫓지 않았다. 그 뒤 여수경찰서가 CCTV를 분석해 범인을 붙잡았지만 12시간이 지난 뒤였다. 범인은 해외 이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털기로 하고, 그 예행연습을 했다고 한다.
자칫 무고한 시민의 희생이나 추가 범행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인천에서 일가족 3명이 중상을 입은 흉기 난동 사건 때 출동했던 남녀 경찰 2명이 현장을 이탈한 데 이어 반년 남짓 만에 또 유사한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은 행정안전부의 경찰 지원·관리·감독 기구 신설 방침에 대해 “정권에 의한 경찰 통제”라며 반발한다. 정치적 중립 확보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만, 경찰 조직의 비대화에 상응하는 감독 기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14만 명이 넘는 방대한 경찰 업무의 90% 이상은 치안, 방범, 교통 등 수사 외 민생 관련이다. 여수 파출소 사태만 보더라도 경찰에 대한 합당한 관리 시스템은 불가피하다.
문화일보 사설
07.07 화살총 1발에 숨은 경찰 7명, 이러고도 경찰이라 할 수 있나

▲지난달 30일 20대 괴한이 여수 봉산파출소에 화살촉을 쏠 때 사용한 화살총./여수경찰서
복면을 쓴 괴한이 파출소에 화살총을 쏘고 달아났는데 안에 있던 경찰관들이 검거에 나서긴커녕 몸을 숨긴 채 10분 동안 파출소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사이 범인이 시민을 향해 범행을 저지르려 했을 수도 있다. 당시 파출소엔 권총과 테이저건 등 진압 장비가 있었는데도 범인을 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러고도 경찰이라 할 수 있나.
지난달 30일 새벽 2시 16분쯤 20대 남성이 여수 봉산파출소 출입문 틈으로 화살총 1발을 쏜 뒤 출입문 앞에서 12초가량 욕설을 하다 사라졌다. 파출소에 있던 경찰관 7명은 펑 하는 소리에 놀라 일제히 책상 아래로 숨은 뒤 10분 동안 파출소 안에 머물렀다. 조사실에 몸을 숨긴 채 여수경찰서 상황실에 전화를 한 것이 전부였다. 범인은 범행 12시간 만에 자신의 아파트에서 다른 경찰들에게 붙잡혔다.
아무리 경찰이라도 위급한 상황에선 순간적으로 몸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져야 하고, 반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훈련도 돼 있어야 한다. 당시 파출소 경찰관이 범인을 잡아달라며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부인하지만 당시 상황을 보면 아니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런 황당한 일이 실제로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
지난해 11월 경찰 2명이 범행 현장에서 몸을 피해 일가족 3명이 중상을 입은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청은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당시 경찰청장은 “어떤 순간에도 경찰이 지켜줄 것이라는 국민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했는데 달라진 게 없다. 최근 경찰은 행정안전부의 경찰 관리·감독 기구 신설 방침에 대해 “경찰 통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경찰관들은 삭발식까지 하고 있다. 그런 주장을 하기 전에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 범죄 예방과 진압이라는 기본 임무부터 제대로 챙겨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07 고물가 이어 경기 침체 공포, 이중고에 빠진 한국 경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공 행진을 거듭하던 국제 유가가 하루 만에 8~9%씩 급락하며 두 달 만의 최저가로 내려갔다. 구리·알루미늄·철광석 등 산업 생산에 쓰이는 각종 원자재 가격도 국제 금융시장에서 동반 급락했다. 인플레이션 속에 찾아온 경제 불황의 공포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침체로 접어들어 석유와 산업용 금속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원자재 값을 끌어내린 것이다. 미국 국채의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를 추월하는 이례적인 일도 빚어졌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악화의 전조(前兆)로 해석되는 현상이다.

▲6일 원/달러 환율이 개장하자마자 1,310원을 넘어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8.2원 높은 1,308.5원에 출발한 지 2분만에 1,311.0원까지 올랐다. 2009년 7월 13일(고가 기준 1,315.0원) 이후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명동의 환전소 모습. 2022.7.6 /연합뉴스
글로벌 경기 침체는 금융 긴축의 어쩔 수 없는 결과다. 코로나 때 풀린 돈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유동성 회수를 위한 급속한 금리 인상에 착수했다. 이 같은 긴축 정책이 경기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유와 원자재·곡물의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세계 경제를 더욱 침체로 밀어 넣고 있다.
IMF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이 2.9%에 그치고 내년엔 1.7%. 내후년에 0.8%로 둔화하면서 3년간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럽연합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포인트나 낮춰 잡았다. 중국도 5.5%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 달성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유례 없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세계 경제에 경기 침체라는 또 다른 태풍이 닥쳐온 것이다.
그 충격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더욱 큰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올 상반기 적자 폭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원유와 원자재 수입 가격이 급등한 것이 주요인이지만 주요 수출국인 중국·미국 등의 경기 침체 조짐에 따라 향후 수출도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경제 체력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금리 인상에 훨씬 취약해진 구조다. 가계·기업·나라 합쳐 빚이 5000조원이 넘는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라는 이중고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경제 운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물가가 24년 만에 6%를 돌파하고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주저할 수는 없다. 미국 등에 보조를 맞춰 금리를 올려나가면서 기업 활력을 제고하는 경제 활성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규제 완화와 친시장 정책으로 기업들이 혁신과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하고, 정부와 공기업은 비대해진 몸집을 줄여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등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조선일보 사설
07.07 [단독] 감사원, ‘文 정권 봐주기’ 무더기 감찰 착수…감사관 5명 직위해제

▲감사원 /News1
감사원이 허위 공문서까지 만들어 전(前) 정권 ‘봐주기 감사’를 했다는 혐의로 공공기관감사국의 A 과장과 일선 감사관 등 5명을 감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명 전원을 직위해제하고 업무 PC를 압수해 포렌식(복원)까지 벌이고 있다. 감사원 감찰은 개인 비위 혐의를 받는 한두 명을 조사하는 게 일반적인데 직무와 관련해 5명 전체를 고강도 감찰하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이들 5명은 “최재해 감사원장 등의 지시에 따라 공공기관 감사를 수행했는데 이를 감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감찰은 탈원전을 내세운 문재인 정권에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감사를 지휘했다가 좌천됐던 유병호 사무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유 총장과 A 과장은 지난해 전 정권의 공공기관 평가 감사 때 담당 국·과장으로 있으면서 사건 처리를 놓고 여러 번 충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A 과장 등 5명의 혐의는 허위 공문서 작성과 업무방해다. 이들이 문재인 정부 때인 작년 1월부터 진행된 공공기관 경영평가 감사 때 드러난 기획재정부(평가 부처) 등의 잘못을 허위 공문서까지 만들어 봐주는 식으로 감사원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5명의 직속 상관인 공공기관감사국장이 바로 유병호 현 사무총장이었다. 그때 유 당시 국장과 감사원 지휘부는 이 사건 처리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유 당시 국장은 감사 기간을 연장해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 관련 문제를 더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그를 지휘하던 당시 최성호 사무총장 등은 감사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9월 감사원 수뇌부는 행정안전감사국 과장이던 A 과장을 공공기관감사국 과장으로 앉혔다. 강골로 통하는 유 당시 국장을 견제하기 위해 그만큼 대가 센 A 과장을 주무 과장으로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이후 A 과장은 유 당시 국장의 반대에도 윗선의 지휘를 받아 이 감사를 연장하지 않고 종결하는 수순으로 사건을 끌고 갔다고 한다. 감사원 내에선 “유 당시 국장과 A 과장이 회의에서 서로 언성을 높이다가 A 과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는 얘기가 돈다.
윤석열 정부로 바뀐 후 유 당시 국장이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임명되자, 유 총장은 휘하에 있던 A 과장 등 5명의 감찰을 지시해 ‘봐주기 감사’의 배후 조사가 시작됐다. 감사원 주변에선 이번 감찰의 여파가 어느 선까지 확대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A 과장은 주변에 “작년 공공기관 평가 감사는 최재해 원장과 강민아 원장권한대행 등의 지휘를 그대로 따른 것이었는데 어떻게 업무방해로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술렁이고 있다. A 과장은 감찰 착수 직후 변호사를 선임해 감사원 내부 익명 게시판에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는 글들을 거의 매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 글 밑엔 이번 감찰에 대한 감사원 직원들의 찬반 댓글이 달리고 있다. A 과장은 최 원장에게 면담 신청도 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감사원 간부는 “감찰 결과에 따라 감사원 조직이 분열되고, 지휘부가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감찰 대상인 5명이 문재인 정권의 공공기관 평가 감사에서 ‘봐주기 감사’를 했다는 명확한 물증이 나온다면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감찰 사안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07월 07일 감사원이 감찰 나선 ‘文정권 봐주기 감사’ 기막힌 행태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진행된 일부 감사에 대한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고 한다. 문 정부 내내 ‘코드 감사’ 논란이 끊이질 않았고 급기야 최재형 감사원장이 중도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음을 돌아보면 예견된 일이다.
감사원은 현재 공공기관감사국의 A 과장 등 감사관 5명을 직위해제 조치하고, 지난해 1월부터 진행된 공공기관 경영평가 감사 때 ‘봐주기 감사’가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 내부 감찰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등의 잘못을 허위 공문서까지 만들어 봐주는 등 감사 업무를 방해했다는 보도도 있다. 당시 공공기관감사국장은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감사를 지휘하다 좌천된 유병호 사무총장으로, 철저한 감사를 위한 감사 기간 연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A 과장을 통해 유 국장을 건너뛰고 감사를 종결토록 했다는 것이다. 감찰 결과 혐의가 확인되면 허위 공문서 작성과 업무방해죄가 적용된다.
봐주기의 대표적 사례가 월성원전 1호기 감사다. 국회 요구로 시작됐지만 2차례나 법정기한을 넘겼고 감사위원회는 다시 보류 처분을 했다. 최재형 당시 감사원장이 유 국장을 공공기관 감사국장에 임명해 겨우 감사를 마무리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정부 통계 조작 의혹, 대선 ‘소쿠리 투표’ 등에 대해 감사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전 ‘감사위원 알박기’ 인사를 시도했으나 본인이 임명한 최재해 현 감사원장의 반대로 실패했다. 감사원이 신뢰 회복의 기로에 섰다.
문화일보 사설
07.08 ‘소주성’ 강행, 통계 조작 주역의 내로남불 궤변

▲2018년 6월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소득분배 악화 원인 및 소득주도성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개인기준 근로소득 증가율 표를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뒤늦게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만약 (한덕수) 총리가 KDI와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구에만 몰두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법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며 “생각이 다른 의견에 귀를 닫겠다면 더 이상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 사람은 지난 정부에서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 주도 성장’을 밀어붙인 장본인이다. 그 책임을 지고 일체의 공직을 맡지 않아야 할 사람이 다른 곳도 아닌 경제 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장이 됐다. 그것도 모자라 소주성 폐기를 내건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도 물러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몰염치한 행태를 보였다. 그러더니 결국 물러나면서 한 말이 사과나 반성이 아닌 궤변이다.
문재인 정부는 통계청의 경제·일자리 통계가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자 정책을 바꾸지 않고 통계청장을 바꿨다. 집값이 급등해 여론이 악화하자 집값 상승률도 자기들 뜻대로 낮춰 발표했다. 이랬던 사람들이 ‘정권 입맛에 맞는 연구’ 운운할 수 있나. 홍 원장이야말로 문 정부 경제 정책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세금으로 노인·알바 일자리를 양산하고 각종 퍼주기로 경제성장을 한다는 정책을 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연평균 30만~40만명이던 취업자 증가폭은 소주성 1년 만에 5000명대로 곤두박질쳤다. 고용·소비·투자 등 경제 기초 체력이 모두 훼손됐고, 좌파 경제학자들과 여당 대표조차 소주성을 비판했다.
정부의 정책 수립과 추진에 직접 관련이 있는 공기관의 장(長)은 비록 임기가 남아 있더라도 정부가 바뀌면 물러나는 것이 상식이고 순리다. 그런데 문 정부 사람들은 담합이라도 했는지 거의 모두 버티고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정권과 코드를 맞춰선 안 된다. 기관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추미애 전 장관 아들 문제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때마다 정권과 코드를 맞춰온 사람이 기관의 독립성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토연구원, 보건사회연구원 등 주요 국책연구원장들도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새 정부의 국정 방향과 전혀 맞지 않는 사람들이 버티는 것은 국정을 훼방 놓겠다는 것일 뿐이다.
조선일보 사설
07월 11일 검수완박 違憲 공개변론과 헌재 책무
김태규 변호사, 前 울산지법 부장판사
대개의 사람이 떠올리는 이미지 속 경찰은 범행 현장이나 취조실에서 수사하는 모습으로, 검사는 법정에서 엄한 처벌을 호소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이 이상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대중의 인식을 지렛대로 삼아 정당성을 만들고 밀어붙여 달성한 게 이른바 ‘검수완박’이다. 그러니 검사를 수사의 주재자라 하고 경찰은 수사의 보조자라 말하며, 사법관인 검사가 수사에서 사법적 통제를 담당해야 한다고 말하면 왜 그래야 하는지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국가는 폭력을 독점하고 국가에 의한 폭력만 합법으로 인정된다. 폭력을 합법적으로 전유하는 국가는 군대를 통해 외침을 막고, 경찰을 통해 치안을 유지한다. 주권자인 국민은 이런 폭력을 국가에 맡기면서 법치를 통해 통제하고 민주적 제도를 통해 관리한다. 사법관인 검사를 수사의 주재자로 둬 사법적으로 통제하고,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통해 민주적 감시와 통제가 되도록 한다.
그냥 경찰만 수사하게 하고 검사는 기소와 공소나 하게 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그렇게 기능적으로만 접근할 거라면, 피해자 개인이 검사 역할을 할 사선 변호사를 고용해서 기소하게 하고, 사선 변호사를 선임할 여력이 없는 피해자는 국선 변호사를 선정해 주면 그만이다. 국가에 의한 폭력 독점의 사법적 통제라는 본질적 존재 이유에 대한 이해 없이 기소와 공소 유지라는 기능으로만 접근하면 검찰을 없애도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프랑스대혁명을 거치면서 종전 왕의 대관(戴冠)을 시민의 대관으로 바꿔 검사를 뒀다. 더하여 시민들은 사법관에 법치를 무기로 자신들을 지키도록 명령했다. 국가가 폭력을 독점할 수 있는 명분은 사법관에 의한 법의 통제로 시민들을 위한 (폭력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런 검사제도의 정당성이 헌법에 투영된 것이 헌법 제12조 제3항 및 제16조에 규정된 검사에 의한 영장청구권과 헌법 제89조의 검찰총장 임명에 대한 국무회의의 심의권이다.
검사제도에 대한 역사적·철학적 이해도 없이, 또 건국 이후 70여 년을 이어온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숙의도 없이, ‘위장 탈당’이라는 중대한 절차적 위법까지 동원해 만든 것이 검수완박법이다. 수사의 중심에 경찰을 둘 요량이면, 경찰에 수사 인력을 증원하고 물적 지원을 강화해 해결할 일이다. 오직 검찰의 칼날만 피하려니 그런 데는 관심 없고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는 데만 혈안이 됐다. 경찰의 지지를 얻고 싶으니 수사기관 간의 위계 문제로 접근해 검·경 갈라치기를 했다. 각자 소임이 다를 뿐인 것을 억압과 핍박의 문제로 치환했다.
어처구니없는 검수완박법이 이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심판대(12일 첫 공개변론)에 올랐다. 헌재는 정치적 고려 전에 헌법적 기본질서의 수호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이것이 헌법의 명령과 중대한 절차적 위반을 덮을 명분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 헌재 심리가 180일 안에 끝내도록 규정돼 있지만, 훈시규정이라 장기화할 위험이 있다. 필요하다면 효력정지 가처분이라도 먼저 수용해 헌법 질서를 벗어난 형사사법제도가 잠시라도 운용되지 않도록 하기를 기원한다.
문화일보
07.12 국민의 ‘고통 분담’ 없이는 물가 못 잡는다
코로나와 전쟁이 초래한 공급 부족이 물가상승 원인
커피·와인·사케 소비 줄이고 자동차 덜 타
원유 수입 줄이는 수요 감축만이 해결 방안
정부, 국민의 긴축 동참 설득을
6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6%를 기록했다. 전기 요금 억제, 유류세 할인 등 다양한 가격 왜곡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 오를 일만 남았다. 코로나에 따른 공급망 마비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와 식량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심화된 공급 부족이 원인이다. 공급 부족으로 야기된 물가 상승에 대처하는 길은 공급이 회복될 때까지 수요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공급이 줄었는데 모두가 전과 같은 수준의 소비를 고집하면 값이 어떻게 안 오르겠는가?
우리 역사상 가장 심각했던 인플레를 잡고 경제를 안정 성장 궤도에 올려 놓은 대통령은 전두환이다. 2차 오일 쇼크,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 기록적 쌀 흉작 등 공급 쪽 충격으로 1980~81년 2년간 56.2%나 오르던 물가를 83년 이후에는 연간 2% 수준으로 안정시키고 성장도 10%대로 회복시켰다. 박 대통령이 1979년 4월 16일 모든 물가 규제를 없애고, 그다음 날 물가 안정을 오로지 규제 개혁과 경쟁 촉진, 그리고 수입 개방으로 달성하겠다는 경제 안정화 종합 시책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 인기 없는 정책들을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우직스럽게 밀고 나가면서 소위 경제 교육을 통해서 수요 감축에 온 국민의 협조를 이끌어 낸 것은 전두환의 공이다. 고통 분담이라는 용어가 이때 등장했다.
금융 긴축은 최근 미국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을 감안할 때 환율 방어를 위해서라도 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자 부담이 느는 만큼 소비는 줄 것이다. 재정의 자세가 “전 국민의 긴축”을 설득하기에는 미지근한 것이 문제다. 적자 재정에 의한 돈 퍼주기를 능사로 삼은 전 정부가 5년 동안 지출을 방만하게 늘려 놓은 것을 감안할 때 당장 올해 예산부터 흑자로 운영해야 하고 내년 예산도 흑자로 편성해야 한다. 동결로 만족할 일이 아니다. 특히 공공 부문의 과도한 증원을 되돌릴 방안을 반드시 강구해야 한다. 대통령은 전두환이 문희갑에게 부여한 수준의 임무와 권한을 예산실장에게 부여해서 악역을 감당하게 해야 한다.
물가 상승과 임금 인상의 악순환을 막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인데, 양대 노총이 아니라 경제 단체장을 만나서 대기업의 임금 인상 자제를 호소한 것은 좀 이상하다. 우리 누구에게도 책임이 없는 이유로 공급 차질이 생겼는데 물가 오른 만큼 임금을 올리려는 것은 전과 다름없이 소비하겠다는 말이고, 가능한 일이 아니다. 322만명이 최저 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물가가 올라도 임금을 올리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 김밥, 라면, 우동 값도 다 올랐다고 하지만 매출 감소와 폐업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런 실상을 국민 모두에게 알려서 나만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야 자제 호소가 가능하다.
제일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수입을 줄이면 환율과 물가를 동시에 안정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다. 닭고기나 돼지고기로 배를 채우려면 여섯 끼, 열 끼분에 해당하는 양의 수입 곡물이 사료로 투입되어야 하는 만큼 축산물 소비를 조금씩만 줄여 주면 우리 무역수지 개선은 물론 전 지구적 굶주림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 1인당 137kg까지 먹던 쌀 소비가 60kg 이하로 떨어져 쌀이 남아 돌고 값이 폭락하고 있는데, 쌀을 조금 더 먹어서 밀 등의 수입을 줄이면 안 될까? 근년에 폭발적으로 수입이 늘어난 커피, 와인, 사케의 소비를 조금 줄여 줄 수는 없을까?
자동차 운행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해 주면 원유 수입을 줄일 수 있다.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한 1년씩 더 쓰면 안 될까?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해외여행도 유학도 못 가서 갑갑한 것은 이해하지만 이렇게 환율도 높을 때 조금 더 미루면 환율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사실은 모든 소비 절약 노력이 다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된다.
애국심이나 도덕심에 호소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세계적 금리 인상 경쟁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원유 가격이 이미 하락세로 돌아선 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공급 차질로 인한 인플레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은 수요 감축이다. 강요당하기 전에 자발적으로 하면 훨씬 덜 고통스럽다. 실물 수급에서 생긴 문제를 재정, 금융 같은 거시 정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온 국민의 긴축 동참을 이끌어 낼 노력이 절실하다. 유류세 인하, 전기 요금 인상 억제로 국민의 절약 노력을 느슨하게 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07.13 헌재, 검수완박 法 시행 전에 위헌 여부 결론 내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수완박' 법안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변론에 입장, 자리에 앉아 있다. 2022.07.12.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 입법 강행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첫 공개변론을 12일 열었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권 말 이 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은 정권이 저지른 불법을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민주당 내에서 “(이 법안이) 처리 안 되면 문재인 청와대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런 초유의 ‘정권 방탄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민주당이 벌인 온갖 편법과 꼼수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법사위 통과를 위해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안건조정위에 넣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 뒤 안건 논의도 없이 각각 8분, 17분 만에 관련 법안을 처리했다. 최장 90일간 숙의 기간을 보장한 국회법 취지를 어긴 것이다. 필리버스터를 막기 위해 회기 쪼개기 수법도 동원했다. 오죽하면 민주당 중진인 의원도 “치사한 꼼수로 국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했다”고 했다.
법 통과 절차만이 아니라 법안 내용 자체도 기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검찰이 수사할 수 없게 되는 범죄를 경찰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면 범죄 피해를 당한 국민이 구제받을 기회가 박탈된다. 경찰이 사건을 뭉개도 고발인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돼 평등권을 침해받을 소지도 있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도 “검사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견해가 상당히 유력하다”고 했다.
이런 법안의 시행일이 9월 10일로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입법 과정과 논의 내용 대부분이 공개돼 사실 관계 확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법이 시행된 후 위헌 판단이 내려지면 혼선이 야기될 수 있으니 헌재는 가급적 법 시행 이전에 본안 사건의 결론을 내야 한다. 그게 어려우면 법무부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이라도 내려야 한다.
지금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은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됐다. 이 중 5명은 민변,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이다. 하지만 이들도 헌재가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걸 모를 리 없다. 헌재는 이념과 정파를 떠나 오로지 헌법 정신과 법리에 입각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헌재에 부여한 막중한 책무다.
조선일보 사설
07.15 협력업체 노조가 세계 최대 조선소 마비시켜도 어쩔 수 없다니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하청지회 조합원들이 대우조선에서 생산 중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에 들어가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모습./뉴스1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자 고용부·산자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비조합원들 피해를 당연시하는 노동 운동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밝혔다. 장관들은 “선박 점거 행위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규정했으나 불법 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법 질서를 바로잡아 달라는 회사 측의 공권력 투입 요구에 대해선 분명한 답을 하지 않았다. “파업 근로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만 했다.
파업 노조원들은 대우조선 소속도 아니다. 하청업체 노동자 120여 명이 돈 더 달라며 지난달 18일부터 독(배 만드는 작업장) 진입을 막고 있는 것이다. 일부는 원유 운반선에 들어가 점거 농성 중이다. 이들의 점거로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 작업장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대우조선 창사 이래 50년 만에 진수 작업이 중단됐다.
대우조선은 근로자 8600명과 협력업체 근로자 1만1000여 명의 일터다. 소수의 파업으로 지금까지만도 5700억원의 누적 손실이 났고, 작업이 중단되면서 7개 협력업체가 폐업했다. 대우조선은 물론 협력업체 임직원들도 파업 중단, 정상 조업을 호소하는 거리 행사와 집회를 갖고 있지만 이 정도로 사태가 해결될 리 없다. 이미 민노총은 밖에서 파업 지지 결의대회를 벌였고, 민변 등 40여 개 좌파 시민단체는 ‘희망버스’를 대우조선에 보내 파업 지지 운동에 나서겠다고 한다.
대우조선이 어떤 회사인가. 사실상 파산한 회사를 국민 부담으로 먹여 살리고 있는 곳이다. 현재 지고 있는 부채는 천문학적이다. 그런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돈 더 내놓으라며 회사를 마비시켰다. 이번 사태는 문재인 정부가 업종별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인 주52시간제를 도입하는 바람에 협력업체 직원들의 근로 시간과 수입이 크게 줄어든 탓이 적지 않다. 이런 제도적 문제를 고치지 않고 국민 부담으로 운영되는 회사에서 돈만 내놓으라고 한다. 그 돈은 누구에게서 나오나. 이런 막무가내 사태가 벌어져도 정부는 말로만 “노동개혁”이다.
조선일보 사설
07월 15일 “노조가 KBS MBC 좌지우지” 공영방송 근본 개조해야
공영방송 KBS와 MBC는 ‘노영(勞營) 방송’과 다름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또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직무대행은 14일 K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솔직히 KBS, MBC 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좌지우지하는 방송 아닌가. 사장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사장 말 듣겠느냐”고 했다. “MBC 같은 것도 보라. 민주노총 소속 그런 사람들이 다 사장하고 지도부에 있는 것 아니겠냐”고도 했다.
국회 원(院)구성을 협상하는 여·야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서로 맡아야 한다며 공방을 벌이는 과정의 발언이지만, 공영방송의 근본 개조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국내 채널만 해도 수백 개에 모바일을 통한 시청까지 보편화해, 계몽시대의 유산인 공영방송 제도를 지속할 이유는 갈수록 더 찾기 어려워진다. 폐지 추진이 필요하지만, 우선 구조라도 바꿔야 한다.
KBS의 경우 방만한 조직과 ‘코드 사장’ 선임 방식의 개선뿐만이 아니다. 전기료와 함께 부과하는, TV 수신료의 ‘강제 징수’부터 폐지를 서둘러야 한다. KBS를 시청하지 않더라도, TV 수신기 보유 사실만으로 KBS 수신료를 징수하는 것은 부당한 차원을 넘어 횡포다. 2020년엔 3만6273가구가 번거로운 절차를 무릅쓰면서도 환불받은 이유다. 법정(法定)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주식의 70%를 보유한 MBC는 민영화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 장악’ 논란을 반복하며, 더 방치할 때가 아니다.
문화일보 사설
07.16 또 시너통에 고공 농성, 시대착오 극렬 투쟁 언제까지 할 건가
민주노총 소속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노조의 불법 파업이 40일 이상 이어지면서 피해가 커지자 대우조선 임직원과 거제 시민 수천 명이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인간띠 잇기’ 행사를 벌였다. 이들은 ‘일을 해야 대우조선도 살고 거제도 산다’ ‘120명이 10만의 생계를 막고 있습니다’라고 쓴 팻말을 들고 3.5㎞ 길이의 인간띠를 만들었다. 선박 건조 라인 일부가 마비되면서 대우조선이 입은 누적 손실이 5700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 사장이 “법 질서를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한 지 일주일도 넘었지만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주저하고 있다. 노조원들이 제 목숨을 무기화해 극한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 7명은 건조 중인 30만t급 배 안으로 들어가 6명은 15m 난간에서 고공 농성 중이고 노조 간부 1명은 인화성 위험 물질인 시너 통을 안고 1㎥짜리 철제 구조물에 들어간 뒤 자신을 가둔 채 농성 중이다. 자칫 사망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시너 통에 불이 붙어 5명의 농성 철거민과 경찰 1명이 사망한 2009년 용산 참사의 악몽이 떠오른다.
같은 민노총 소속이지만 대우조선 직원 절반 이상이 가입한 대우조선 노조는 불법 파업에 반대하고 있다. 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하청지회 투쟁 장기화로 발생하는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파업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민노총을 탈퇴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속노조 지회인 산별 노조를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기 위한 총회 소집 요구안에 전체 조합원의 약 40%가 서명했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정부의 중재 제안도 거부한 채 ‘120명이 10만 명의 생계를 막는’ 불법 투쟁을 독려하고 있다. 민변 등 40여 개 시민단체는 ‘희망버스’를 조직해 거제로 가서 파업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노조원들이 자기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투쟁을 벌이는데 노동자의 안전을 최우선해야 할 민노총은 이들을 만류하긴커녕 위험한 극한 행동을 부추긴다. 언제까지 이런 시대착오적 방식의 노동 운동을 계속할 건가.
조선일보 사설
07.16 행안부 경찰국 신설, 文 정권 충견 노릇하던 경찰이 바뀔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2.7.1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행정안전부가 경찰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국을 만들어 8월 2일부터 업무를 시작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법률상 행안부 장관 소속이지만 과거 경찰청은 사실상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통해 민정수석실의 지휘를 받았다. 경찰은 모든 분야의 수사권을 행사하고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민생 치안까지 담당한 거대 권력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의 직접 통제와 조종을 받았다. 정권의 수족 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 민정수석을 폐지하면서 경찰 업무를 담당할 새로운 조직의 필요성이 생겼고 이를 법률상 상급기관인 행안부에 두기로 한 것이다. 이제 경찰은 최소한 제도적으로는 대통령실 직접 통제에서 벗어났다.
경찰은 문재인 정권에서 완전히 권력 수족이었다. 대선 여론을 조작한 ‘드루킹 사건’ 때 대통령 측근이 개입한 증거가 나오자 경찰은 사실상 수사를 중단했다. 증거 인멸의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모든 범죄 사실은 경찰이 아닌 특검을 통해 드러났다. 택시 기사를 때리다가 붙잡힌 폭행 현행범이 공수처장에 거론되는 민변 출신 친정권 인사라는 사실을 알자 사건을 덮어 버렸다. 이 자체가 수사를 받아야 할 범죄들이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선 당시 울산 경찰청장이 대통령 친구인 여당 후보의 청탁을 받고 표적 수사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경찰에 수사 정보를 흘렸고 청탁 수사를 한 울산 경찰청장은 여당 국회의원이 됐다.
문 정권을 화나게 하는 일이 생기면 경찰은 무섭고 집요하게 국민을 몰아세웠다.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전단을 돌렸다고 30대 청년을 10번 가까이 불러 수사하고 휴대전화를 석 달간 압수했다. 대학에 들어가 문 대통령 풍자 대자보를 붙였다고 ‘건조물 무단 침입’이라는 황당한 죄명을 뒤집어 씌워 2년 7개월 동안 재판을 받게 했다.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경찰은 사과 한마디 없다. 경찰은 지난 5년 동안 막강한 수사권을 오직 권력을 위해 사용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이 아닌 행정안전부가 경찰 업무를 담당할 조직을 만든다고 하자 갑자기 “정권이 경찰 독립을 흔든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의 그간 행태를 생각하면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행안부 경찰국이 맡는 업무는 경찰 관련 정책과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경찰 간부 임용 제청,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등이다. 원래 행안부가 해야 할 일들이다. 예산·감찰·징계 등의 권한은 없다. 경찰국 신설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월 18일 법원 결정도 연쇄 폐업도 무시하는 대우조선 하청노조
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의 하나이나,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법 질서 내에서 행해져야 하며, 제3자의 피해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가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1도크를 무단 점거한 채 48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도크 점거 자체가 불법임에도 법원의 퇴거 명령을 무시하는 데다 다른 협력업체들의 생존권마저 외면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지난주 대우조선해양이 제기한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도크 점거 중인 노조원에 대해 퇴거 결정을 내리면서 퇴거하지 않을 경우 사측에 1일당 300만 원씩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하청지회 측은 점거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대우조선은 이미 6000억 원 가까운 손실을 보고 있다. 더 심한 것은 협력업체들이 매출 중단으로 줄줄이 폐업으로 내몰리는 점이다. 이들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하청지회처럼 민노총 산하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길거리로 내쫓기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는 정부가 공권력 집행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여전히 우물쭈물하는 모양새다. 지난 화물연대 총파업에서 보듯 노조가 버티면 이긴다는 선례만 확인시켜주는 셈이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행동은 하지 않는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계와 일부 시민단체는 ‘희망버스’를 타고 현장으로 가 파업 지지를 벌일 계획이다. 희망버스는 2010년 한진중공업 사태의 상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제2의 한진중공업 사태가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문화일보 사설
07.19 민노총의 상습 과격 행위에 대한 법원의 시대착오적 인식
윤석열 대통령이 경남 대우조선해양에서 벌어진 민노총의 불법 점거에 대해 “불법은 종식돼야 하고 법치주의는 확립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과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다는 담화문도 발표했다. 한국 경제의 고질적 문제는 전 국민에게 적용되는 이런 당연한 원칙이 노동 현장에서, 특히 민노총이 개입된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업 현장이 불법의 해방구가 된 데엔 민노총의 폭력성, 당국의 무능력, 무력한 공권력 등의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한국 법원의 시대착오적 인식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불법파업이 47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18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남문 앞에 파업장기화를 우려하는 현수막들이 걸려있다./2022.07.18 김동환 기자
법원은 나흘 전 민노총의 점거에 대해 “정당한 쟁의 행위의 범위를 벗어났다”며 “점거를 계속하면 노조가 대우조선해양에 하루 3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농성에 따른 손실을 견디다 못한 회사가 점거를 중단시켜 달라며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지 17일 만에 나온 판결이다. 지체된 판결도 문제이지만 불법행위로 인해 산업의 피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고 있는지, 이를 주도하는 민노총이 어떤 조직인지 안다면 ‘300만원’ 판결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다.
현장을 점거 중인 농성자들이 소속된 민노총 금속노조는 올해 예산이 594억원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하루 예산만 1억6000만원이다. 하루 300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두려워 농성을 중단할 조직이 아니다. 이번 농성은 소수의 극렬 조합원이 자신의 안전을 무기 삼아 전체를 위협해 회사의 피해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불법 점거 48일 동안 회사 매출은 5000억원 이상 줄었고 협력업체 폐업도 이어지고 있다. 120명이 10만명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실제 사실이다. 이런 실효성이 없는 판결은 민노총에 불법 허가증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민노총은 오래전에 정치 집단이 됐다. 문재인 정권에선 권력의 비호 아래 법 위에 올라서 사업주와 비조합원에게 갑질과 폭력을 일삼는 조폭식 이익집단으로 변질됐다. 법원은 이런 조직의 불법행위를 마치 전태일 시대 노동조합이 없던 공단 여공들의 생존권 투쟁을 대하듯 하고 있다. 법을 우선해야 할 법원이 한국 최대 권력 집단의 범법 행위에 대해 온정을 앞세운다. 지금은 1970년대가 아니라 노조가 ‘갑’이 된 21세기다.
법원은 코로나 방역 수칙을 어기고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 민노총 위원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그가 지금 민노총 불법행위의 선봉에 있다. 법원은 이달 초 아무 명분 없이 순전히 세력 과시를 위한 민노총의 6만명 도심 집회와 행진도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다”며 허가했다. 시민의 불편과 손해는 안중에 없다. 정부가 아무리 노동 현장의 법치주의를 말해도 법원의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민노총의 불법 과격 행위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07월 19일 행안부 경찰국 신설 시행령 문제없다

배병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행정안전부가 다음 달 2일 신설하는 ‘경찰국’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 15일 ‘경찰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의 경찰제도 개선 권고안 검토와 6차례에 걸친 현장 간담회 및 행안부-경찰청 간의 실무 협의체를 운영한 결과 등을 반영해 경찰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같은 날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 및 국가경찰위원회에 대한 법률상 사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경찰국을 신설하고, 필요한 인력 13명을 증원하는 내용의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경찰국장을 치안감으로 보하며, 경찰국에는 총괄지원과·인사지원과·자치경찰지원과 등 3개 과(課)가 설치되고, 업무 성격과 기능 등을 고려해 경찰공무원 12명이 배치되며, 일반직은 필요 최소한인 4명이 배치된다.
또한, 행안부와 소속 청(경찰청과 소방청) 간의 원활한 협업 체계 구축을 위한 소속 청장 지휘 규칙이 제정된다. 정부조직법 제7조 4항에 따른 ‘행안부 장관의 소속 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안’은 소속 청의 중요 정책 등의 승인 및 보고, 예산 중 중요 사항 보고, 법령 질의 결과 제출, 중요 정책에 대한 업무 협의를 위한 정책협의회 등을 정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의 경찰 중립성 평가는 접어두고, 경찰국 신설에 대한 비판으로 거론되는 경찰에 대한 인사·예산권 장악을 통한 경찰 중립성 훼손 우려는 경찰공무원법 제23조의 정치관여금지 규정과 제37조 3항의 엄중한 벌칙 규정으로 보장된다. 개별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에는 행안부 장관이나 경찰청장 등 누구도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 정부조직법 제34조 5항에서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역대 정부는 소속 기관의 장이 아닌 청와대 민정수석 또는 치안비서관이 비공식적으로 경찰을 통제해 왔다.
현 정부가 기존의 관행을 깨고 민정수석 또는 치안비서관을 폐지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충실한 것이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져 경찰이 6대 중대 범죄 외의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는 상황에서, 정부조직법에 따라 경찰청 소속 기관인 행안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법무부에 검찰국을 둔 것도 같은 이치다.
경찰국을 법률 아닌 시행령에 규정하는 게 위법이란 견해도 있으나 타당하지 않다. 정부조직법과 그 시행령인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제13조의2에서 경찰국을 규정하는 것은 정부조직법의 다른 시행령인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제10조에서 검찰국을 두고 있는 것처럼 적법하다. 이는 경찰의 민주적인 관리·운영과 효율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 경찰의 기본조직 및 직무 범위와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청법)과 충돌되지 않는다. 경찰청법은 정부조직법 제34조(행정안전부) 6항에 따라 경찰청의 조직·직무범위 등을 정한 법률이다.
경찰행정 지원 업무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신설되는 경찰국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권이 아닌 헌법과 법률에 대한 충성으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로 인한 박해를 극복하고 탄생한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문화일보
07.20 수천 억 피해 주고 ‘책임 면제’ 요구, 노조 악순환 이번엔 끊자

▲19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청지회의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 불법 점거 사태는 이날로 49일째 이어지고 있다. (공동취재) 2022.7.19/뉴스1 ⓒ News1 김영훈 기자
대우조선해양 협력 업체 근로자 350여 명이 가입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청지회가 약 50일간 불법 파업을 벌여 6000여 억원의 매출 피해를 입힌 가운데 재개된 노사 협상에서 노조 측이 ‘민형사상 소 취하’를 새로운 조건으로 제시했다. 당초의 임금 30% 인상 요구를 10% 인상으로 낮출 테니 사 측은 불법에 대한 형사 고발이나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우조선 협력 업체 110여 곳, 근로자 1만1000여 명 가운데 하청지회 소속 노조원을 1명이라도 둔 협력사는 22곳이다. 그 22곳 협력사 근로자 2850명 중에도 하청지회 소속은 350명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120여 명이 나머지 대부분 근로자처럼 임금 4.5~7.5% 인상에 합의하지 않고 임금 30%, 상여금 300% 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불법 파업에 나섰다. 1%가 같은 동료 하청 근로자인 99%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드는 명분 없는 투쟁을 벌이다 이제 와서 일체의 책임을 면제해달라는 흥정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대우조선은 오래전에 파산해야 했지만 정부가 주인인 산업은행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연명시키고 있다. 국민 부담으로 부실 기업 직원들 월급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작년에 또다시 적자다. 오랜 불황 끝에 이제 겨우 세계 조선업 경기가 살아나면서 최근 수주가 늘어 숨통이 트이려는 순간이다.
그런 회사에 대해 120명이 민노총 비호하에 극한 투쟁을 벌이며 수천억 원 피해를 입혔다. 한 번에 배 4척을 건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독(배 만드는 작업장)을 불법 점거한 바람에 옥포조선소 독 가동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배를 계약 일정대로 넘기지 못해 지체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선박이 12척으로 늘었고, 다음 달 말이면 30척으로 늘어난다. 대우조선과 협력 업체 직원은 물론이고 거제 시민들까지 파업을 그만두라고 호소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파업을 계속했다. 민노총과 좌파 시민 단체들은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동안 민노총이 산업 현장에서 극렬 투쟁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이 저지른 불법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사 측은 노조를 달래느라 형사 고발, 손배 청구를 거두는 것이 관행이었고 정부도 파업만 끝내면 눈감고 넘어갔다. 더 이상 이런 악순환이 계속될 수 없다. 이번엔 반드시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려야 한다. 대우조선을 정상화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불법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해 노조 운동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노동 개혁도 여기서 출발한다.
조선일보 사설
07.20 세계 최다 한국 공영방송들, 세금 먹는 하마 아닌가

▲이강택 TBS 대표이사
교통방송(TBS)의 두 노조가 이강택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이 주축인 1노조에서 사퇴 요구 의견이 80%, 이 대표에 우호적이었던 언론노조 TBS지부도 절반 이상 이 대표 사퇴에 찬성했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TBS에 대한 재정 지원 중단 조례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대표는 ‘언론 탄압’이라고 한다. 지난 5년간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을 문재인 정권 나팔수로 만들어 놓고 그게 어렵게 되니 언론 탄압이라고 한다면 공감을 받을 수 있겠나.
서울과 수도권 시민에게 교통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설립된 TBS엔 해마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다. 지난해에도 세금 372억원이 들어갔다. TBS는 교통 정보 제공에 충실했으나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이 되면서 정치 방송으로 바뀌었다. 선거 때는 특히 심했다. 시사 프로를 맡고 있는 김어준씨 같은 사람은 아예 TBS를 이용해 민주당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방송을 했다. 그런 사람들이 정권이 바뀐 지금도 그대로 있다. 방송 환경도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이제 교통방송은 의미가 없다. 시민 세금 낭비일 뿐이다. 민영방송이었다면 없어졌을 방송이 세금을 먹으며 정치 방송을 해왔다.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다.
한국은 공영방송 천국이다. KBS1·2와 MBC, EBS, KTV, 연합뉴스TV, YTN, 국회방송, 아리랑 TV 등이 모두 공영이다. 정부가 홈쇼핑 채널까지 운영한다. 중국·러시아 등 전체주의 국가를 제외하고 세계에 이런 나라가 없다. 대부분 1~2개만 운영할 뿐이다. 공영방송 체제의 비효율은 모두 국민 피해로 돌아간다. 각국 공영방송은 수신료 폐지에 나서고 자구 노력을 벌이지만 한국 공영방송은 무풍지대다. KBS는 거꾸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TBS는 서울시의회가 준 유예 기간 동안 방송 내용을 바꾸든지, 아니면 민영화해야 한다. TBS에 더 이상 세금 지원은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
07월 20일 위험한 ‘공권력 투입’보다 민형사 책임 끝까지 물어야
세계 최대 규모의 선박 건조 시설인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 불법 점거 사태는 일부 노조 일탈이 어떤 지경인지를 보여준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소속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측이 49일째 무단 점거하면서 선박 건조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매출 손실이 이미 6000억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하청노조가 원청업체인 대우조선을 상대로 파업을 벌이는 것도 문제지만, 대우조선의 110여 개 협력업체 근로자 1만2000여 명의 98% 이상이 임금 협상을 마무리한 상태이고, 파업 참여 인원은 120여 명뿐인데도 속수무책이다. 게다가 대우조선 자체부터 정상적 존립이 불가능한 기업이다. 공권력 행사도 이미 때를 놓쳤다. 더불어민주당까지 ‘제2 용산 참사’ ‘제2 쌍용차 사태’ 운운하고 나섰다.
원칙은 간단하다. 임금 협상은 노·사 양측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정부는 어느 쪽의 불법 행위든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형사책임을 물으면 된다. 윤 대통령이 19일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말하고, 장관들이 점거 현장을 방문하는 등 정부가 뒤늦게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당장 공권력을 투입해 점거 노동자를 연행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인화성 물질까지 반입하는 등 말 그대로 ‘용산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권력 투입 준비는 하되, 합리적 타결을 끝까지 권유하면서 압박 수단으로 남겨두는 게 옳다. 만에 하나 불행한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 파장은 대우조선 차원을 뛰어넘을 것이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노·사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불법에 대한 무관용을 관철하는 일이다. 노조의 무소불위 투쟁이 일상화한 것은 정부와 회사 측이 일단 사태만 해결되면 민형사 책임에 대해 유야무야해줬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협상 조건에 불법에 대한 면책 요구가 있다고 한다. 지난 화물연대 파업에서의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이번 파업이 해결되더라도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는 불가능에 가깝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삼성중공업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불경기를 버텨오는 동안 대우조선 부채 비율은 늘기만 했다. 9조327억 원의 총부채 중 올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2조7000억 원이다. 오래 전 파산했어야 할 기업이 혈세로 연명하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현 CEO는 전 정권의 알박기 의혹도 받는다. 단 1원의 공적자금이나 혜택이 주어져선 안 된다.
문화일보 사설
07월 22일 대우조선 파산 통한 조선산업 구조조정 추진할 만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파업과 대우조선해양 1독 불법 점거 사태가 50일을 넘겼다. 엄청난 피해가 누적되는 가운데 22일 오전 대우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 측과 하청노조 측의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왔다. 임금 인상률은 타협점(4.5%)을 찾았고, 손해배상 소송 문제가 막판 쟁점이라는 것이다. 노조 측은 협력업체와 대우조선 측이 손해배상 관련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으나, 노조 집행부 5명으로 한정해 달라고 물러섰다는 보도도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불법 파업이 종료되고, 공권력 투입 등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다면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문제의 본질을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현실은 안타깝다. 민노총의 무소불위 행태와 대우조선의 존립 가치 상실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장 가치의 측면에서 볼 때, 대우조선은 오래 전에 청산됐어야 할 부실기업이다. 이번 사태에 따른 누적 피해액만 7845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소송 대상이 문제가 아니라 상응하는 실질적 배상을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서 불법 파업엔 엄정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각인시키고, 노동운동 개혁의 계기로 삼는다면 ‘보이지 않는 성과’가 될 수는 있다.
이번 사태를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는 문제도 적극 추진할 만하다.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강석훈 회장은 “지금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대우조선의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혈세를 단 1원도 추가 지원할 수 없고 특단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옳은 판단이다. 그대로 실행되면 파산 가능성이 크다. 오래 전부터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일자리와 정치논리가 개입하면서 미뤄져 왔다. 대우조선은 2000년부터 공적자금만 무려 11조 원 넘게 투입됐지만 회생은커녕 상황은 더 나빠졌다. 조선시장 교란과 한국 조선산업의 동반 부실 위험도 키웠다. 고육책으로 현대중공업이 통째 인수·합병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선박 주요 고객인 유럽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파산이나 분할 매각 등 단호한 결단이 시급하다.
문화일보 사설
07월 22일 법인세 본질과 ‘세율 인하’ 당위성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정부가 법인세의 최고 구간 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춘다고 한다. 4단계인 과세표준 구간도 사실상 2단계로 단순화한다. 또, 과세표준 5억 원 이하는 10%의 특례 세율을 적용한다. 시장경제 창달을 선언한 현 정권의 철학과 부합하는 바람직한 정책이다.
법인세율을 낮추고 과세 구간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렇다. 첫째, 기업 투자와 그에 따른 고용과 생산이 증가해 조세 수입이 되레 늘어난다. 둘째, 조세 회피를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자본을 줄이고 국내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 셋째, 누진적 구간 세분화가 소득재분배 효과를 달성하긴커녕 노동자와 소액주주들에게 부담을 가중해 소득분배를 악화시킨다는 것 등이다. 이런 주장은 타당하고 널리 알려진 논리이므로 재론할 필요는 없겠다. 그보다, 기업이 얻은 수입은 참여자들에게 소득으로 나뉘는데, 그 특성을 규명함으로써 법인세의 당위성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노동자(경영자 포함)의 임금, 토지(원자재 포함)나 건물 등의 임차료, 자본가의 이자, 기업가의 이윤으로 분배된다. 이는 물론 참여자들이 수행하는 기능의 분류에 따른 것이다. 이 중 임금과 임차료는 사전에 계약된 것으로서 기업이 파산하지 않는 한 지급이 보장된다.
자본가는 노동자와 토지 소유자들이 당장 필요로 하는 의식주를 위한 자원을 제공하고, 그들이 가진 노동과 토지 서비스를 사서 자본재를 만들고 생산에 투입해 미래에 완성되는 제품을 팔아 시간의 비용인 이자를 소득으로 얻는다. 물론 그런 과정이 탈 없이 진행돼야 이자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적용되는 이자율은 자본가가 현재와 미래를 형량(衡量)하는 주관적 이자율이다.
기업가는 경험적 확률도 없는 불확실한 세계에서 이윤 기회를 발견하고 만드는 행동인이며, 그의 소득인 이윤은 그런 불확실성을 성공적으로 떠맡은 데 대한 보상이다. 미래의 모든 것이 확실하면 이윤은 없다. 그러므로 이윤은 그 크기가 사전에 정해질 수 없다.
이제 법인세의 당위성 여부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현행 법인세의 대상은 기업의 총수입에서 임금과 임차료를 차감하고 남은 자본가-기업가의 이자와 이윤이다. 물론 이 둘은 합금처럼 엉겨 있어 개념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분리할 수 없다. 배당은 원리적으로 자본가의 몫인 이자에 해당하는데, 법인세가 이중과세라는 말은 배당 전에는 법인세로, 배당 후에는 개인소득세로 두 번 과세하기 때문이다.
남은 건 이윤인데, 중요한 사항은 기업가들이 이윤을 자신들의 개인소득으로 가져가지 않고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개인소득으로 귀결되지 않은 이윤에 세금을 부과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법인에 부과하는 세금이라는 주장이 있을 것이다. 물론 법인의 존재로 편리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인은 사실상 무생물이다. 그 안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존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무생물이 소득을 가져가는 일은 없다. 건축 현장의 포클레인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그것을 만들기 위해 자본가가 지급한 임금과 임차료와 자신의 이자 수입으로 모두 소진된다. 법인세 인상과 인하에 대한 논의에 앞서 그에 대한 원리적 지식 검토가 필요하다.
문화일보
07.23 4번 점거에도 책임 면제, 그러니 또 점거한 것
민노총 금속노조 소속 대우조선 하청노조의 불법 점거 파업이 8000여억원의 매출 피해를 남긴 채 51일 만에 노사 협상 타결로 종료됐다. 극렬 투쟁에도 노조는 임금 30% 인상 등 당초 요구를 관철하지 못하고 사측의 4~7% 인상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다른 대부분 근로자들은 파업 없이도 이 인상안에 동의했었다. 대체 무엇을 위한 파업이었나.
파업 참가 노조원 120여 명 가운데 6명은 옥포조선소 1독(선박 만드는 작업장)을 불법 점거해 난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위험 인화 물질인 시너를 반입했다. 1명은 철제 구조물에 들어가 자기 몸을 가둔 채 농성을 벌였다. 자기 목숨을 무기로 한 자해 공갈과 다름없다. 이로 인해 선박 건조 라인이 마비되고 선박 인도 마감일을 못 맞춰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대우조선 임직원과 거제 시민들이 파업 중단을 아무리 호소해도 불법 농성을 계속했다. 같은 민노총 금속노조 소속인 대우조선 노조마저 ‘일하게 해달라’고 간청했지만 민노총은 파업 지원 집회까지 열면서 불법을 조장했다.
하청노조가 당초의 ‘임금 30% 인상’을 포기하면서 막판 협상에 매달린 것은 손해배상 소송을 면제해 달라는 요구였다. 파업 중단 요구를 외면한 채 불법을 저질러 수천억원의 손실을 끼쳐 놓고도 아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문제로 협상하느라 또 며칠이 흘러갔고 손실액이 불어났다. 결국 타결된 합의안에 이 부분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번 불법 파업 이전에도 대우조선 하청노조는 작년 4월부터 올 5월까지 4차례나 독을 점거하고 임금 인상,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장의 핵심 시설을 장악하고 이를 볼모로 극렬 투쟁을 벌여도 그간 별다른 책임을 묻지 않으니 이런 일을 또 벌인 것이다.
대우조선이 입은 8000억원의 매출 피해는 빙산의 일각이다. 왜 했는지도 모를 명분 없는 불법 파업 때문에 그동안 우리 사회가 입은 피해는 막대하다. 민노총 계열의 강성 노조가 툭하면 불법 파업에 나서고 견디다 못한 사측이 책임을 면제해주고 타협하는 악순환이 노동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극렬 파업을 벌인 불법 행위자 전원에 대해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번 대우조선 불법 파업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정부의 노동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불법에 책임을 지우지 않으면 불법은 영원히 계속된다.
조선일보 사설
07.25 집단 행동으로 어떤 ‘경찰 독립’ 지킨다는 건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경찰 간부들이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 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 현장에는 50여 명, 온라인으로 140여 명이 각각 참석했다고 한다. 회의를 제안하고 주도했던 류삼영 총경은 “경찰국 신설을 강행하면 법적 제도적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 지휘부는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다”면서 류 총경을 대기 발령했다. 복무 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해 다른 참석자에 대해서도 엄정한 조치를 내리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 산하 민정수석을 폐지하면서 경찰을 통제하고 조종할 새로운 체제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경찰청이 법률상 소속돼 있는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경찰 간부들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명분 삼아 경찰국을 만드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 수족이나 다름없는 민정수석 지휘를 받는 종전 시스템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문재인 정권에서 경찰이 대통령실 의중을 떠받들기 위해 해온 낯 뜨거운 일들은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다. 대선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드루킹 사건 때 대통령 최측근이 개입한 증거가 나오자 경찰은 수사를 뭉개며 증거 인멸을 도왔다. 대통령의 30년 친구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려는 민정수석실 지시에 따라 경찰은 야당 후보에 대한 하청 수사를 했다. 초대 공수처장으로 거론됐던 민변 출신 친정권 인사에게 폭행을 당한 택시 기사에게 거짓 증언을 유도한 것도 경찰이었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대학에 붙인 청년에게 ‘건조물 무단 침입’ 혐의를 뒤집어씌우기도 했다.
경찰국에 반대하는 취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 경찰이 자신들의 이익 관철을 위해 집단행동에 나선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치안과 질서 유지를 핵심 업무로 하는 경찰이 숫자의 힘에 의존하는 행태를 보이면 다른 집단들의 불법 집회나 시위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
자신들의 범죄를 덮기 위해 검찰 무력화에 앞장섰던 민주당 사람들이 수사의 독립성을 외치며 경찰을 거들고 나서는 것도 볼썽사납다. 울산시장 공작에 앞장선 공로로 집권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경찰 출신 의원은 “후배들을 응원한다”고 했다. 없는 죄 뒤집어씌우고, 있는 죄 덮던 사람들이 어떻게 수사의 독립성 운운할 수 있나.
조선일보 사설
07.25 감사원도 인정한 백현동 3대 특혜, 배후 밝혀내야

▲문제의 ‘옹벽 아파트’ -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작년 11월 2일 경기 성남시 백현동의 이른바 ’옹벽 아파트’를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감사원이 경기 성남시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민간 개발사에 수천억원 이익을 몰아주었다”고 결론을 내린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그동안 이 사건에 대해 의혹만 무성했는데 감사원이 납득할 수 없는 특혜가 실제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백현동 의혹의 핵심은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성남시가 부지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상향해주는 특혜를 민간 업체에 준 것이다. 업계에선 “토지 용도가 1단계만 올라가도 개발사는 큰 이익을 볼 수 있는데 4단계 수직 상승은 전례 없는 특혜”라고 했다. 당시 성남시는 이 사업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하는 조건으로 용도 상향을 해주었다. 그런데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최측근인 유동규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은 실무자들에게 “성남도개공은 백현동 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라”고 지시한 것으로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사업을 민관 합동이 아닌 민간 개발로 추진하면서 3000억원이 넘는 개발 이익이 모두 민간 업체에 돌아갔다. 민관 합동 개발은 이재명 의원이 대장동 개발에서 마치 자신만의 ‘브랜드’인 것처럼 내세운 것이다. 그런데 백현동 개발에서는 민영 개발로 개발 이익을 모두 몰아준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게다가 성남시는 백현동 아파트 1223가구를 100% 민간 임대로 공급한다는 기존 계획을 바꿔 123가구(10%)만 임대아파트로 하고, 나머지 1100가구는 일반 분양을 할 수 있게 했다. 감사원은 “성남시의 부당한 사업 계획 변경으로 민간 개발사는 256억~641억원의 추가 개발 이익까지 올렸다”고 했다. 감사원은 또 백현동 개발로 들어선 아파트 바로 옆에 세워진 최대 높이 50m 옹벽 안전성 문제도 지적했다. 개발 과정마다 이해하기 어려운 특혜를 준 것이다.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특혜, 봐주기식 결정을 했는지 밝혀져야 한다.
이재명 의원은 백현동 의혹에 대해 “용도 상향은 당시 국토교통부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감사원은 “당시 정부는 성남시에 협조를 구했을 뿐, 특정 변경을 요구하거나 강제성 있는 요청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재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배후에 누가 있는지, 무슨 이유로 이런 막대한 특혜가 민간 업자에게 갔는지, 어떤 로비가 있었는지, 막대한 개발 이득은 어디로 흘러갔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월 25일 명분 없는 경찰서장 집단행동, 國紀 뒤흔드는 일탈이다
경찰의 기본 책무는 법치의 현장 집행, 즉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최일선에서 불법 및 범죄를 예방·진압·수사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국민은 경찰에 합법적 무장과 무력 행사를 허용했다. 그런 만큼 확고한 법치 수호 의지와 복무 규정 준수가 더욱 중요하다. 13만 명을 넘는 경찰 인력이 불만이 있다고 국가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움직이면 더 이상 국민의 경찰은 아니다. 특히 현장 지휘 책임자인 경찰서장(주로 총경)의 책임이 막중하다. 이 때문에 경찰법은 ‘경찰서장은 시·도경찰청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관할구역의 소관 사무를 관장’한다는 선명한 지휘 계통 조항(제30조)을 별도로 두고 있다.
따라서 전국 경찰서장의 상당수가 상급 지휘 라인의 만류 및 명백한 불허 지시에도 집단행동을 가진 것은 국기(國紀)를 흔드는 심각한 일탈 사태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합리적 설득력이 있는 주장을 하더라도 그런 식의 집단행동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 더욱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대한 반대는 현 단계에서 명분도 없다. 경찰청은 지난 23일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울산 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고, 참석한 총경들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들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거대한 경찰 조직은 위계질서가 무너지는 위험한 중구난방 조직이 될 수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경찰청 차장, 경찰청장 후보자)의 “회의 중지” 직무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전국 경찰서장 9%가 한꺼번에 ‘위수지역’을 이탈한 건 중대 사태다. 정부조직법 34조 1항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이 없으므로 경찰국 신설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황당하다. 같은 법 34조 5항에 ‘치안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분명히 나와 있다.
경찰은 9월부터 대부분의 사건에 대해 수사 개시권·종결권을 행사하고, 2024년부턴 대공 수사권도 넘겨받는 등 ‘공룡 권력’이 된다. 장관의 통제도 경찰 사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치안, 방범 등에 국한할 뿐 수사에 대한 개입도 아니다. 경찰국 문제는, 일단 시행하면서 문제점이 감지되면 신속히 보완하면 될 일이다.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경찰은 자중하면서 국민의 판단을 지켜보는 게 옳다.
문화일보 사설
07월 25일 민노총 ‘민폐시위’의 종말

김만용 산업부 차장
서울 송파구 신천동 쿠팡 본사에 입점해 있는 식당, 병원, 약국 등의 업주들은 최근 송파경찰서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한 달째 쿠팡 사옥 로비를 점거하고 통행을 방해하자 찾아오는 고객이 20%가량 줄어들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루 세 차례 진행되는 대형 확성기 시위에 참다못한 아파트 주민들의 불만 또한 경찰과 구청에 전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대한민국 곳곳이 민주노총이 벌이는 이른바 ‘민폐(民弊) 시위’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올해에만 총 46건의 파업이 벌어졌다. 기업과 무관한 선량한 시민과 자영업자, 관계사들을 인질로 잡는다는 점에서 ‘볼모 시위’라고 부를 수 있다. 사측이 수용하기 곤란한 요구 조건을 내걸고 경찰과 특정 정당, 민주노총 지도부의 보호를 받는다는 점에선 ‘알박기 시위’다. 볼모든 알박기든 자신들의 목표 달성을 위해 타인들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는 저질 중의 저질 행태다.
불과 120명의 대우조선해양 협력 업체 일부 노조원이 50일 넘게 벌였던 불법 파업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 본사엔 8000억 원의 경제적 피해를, 임직원과 가족에겐 생존의 위협을 안기며 심각한 민폐만 일으켰다.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부채비율 546%의 부실기업 대우조선해양으로선 치명적이다. 애초 이들이 내건 요구 조건은 ‘임금 30% 인상과 상여금 300% 인상’이었다. 전체 98%에 해당하는 다른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4.5∼7.5%의 임금 인상 협상을 마무리했다. 더구나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나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구조조정을 하거나 사업장을 닫겠다는 것도 아닌데 임금이 눈높이만큼 올라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두를 사지로 내모는 파업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앞서 민주노총은 CJ대한통운 사옥을 한 달간 불법 점거했다가 여론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고 지난 3월 ‘빈손’으로 파업을 접은 바 있다. 그런데 반년도 지나지 않아 똑같은 실수를 한 것이다.
이런 민폐 시위가 공권력의 힘과 법의 원칙이 서 있는 미국 등 주요 서구 선진국에서 벌어졌다고 상상해 보자. 자신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남의 권리도 중요한 선진사회에선 절대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불법 노조가 감당할 수 없는 소송의 후폭풍과 법의 응징을 떠안게 될 것이다. 정치권·공권력, 그리고 국민의 위에 민주노총만 우뚝 서 있는 전형적인 한국적 상황인 셈이다. 이래서 노동개혁의 필요성이 커지는 것이다. 노동계의 시대착오적 기업관과 불법 파업 관행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정책 5년간 민주노총 앞에 공권력의 권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번에도 노조 측은 불법에 대한 형사고발이나 손해배상 청구 면제 카드를 막판에 꺼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만큼 이 정부도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갈 공산이 크다. 만사가 과유불급이다. 노동계의 민폐 시위가 극렬해질수록 국민의 반감은 커지고 노동계 스스로 고립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민주노총이 아무리 천하무적이라지만 민심 앞에서 장사란 있을 수 없다.
문화일보
07.26 경찰이 靑 밑에 있으면 독립이고, 행안부 아래 있으면 종속인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의 반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데 이어 30일엔 경감·경위급 전국팀장회의가 예정돼 있다. 일선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도 참여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일부 경찰서장들이 해산명령을 어기고 회의를 연 데 대해 “거의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찰이 군과 비슷하게 무력을 행사하는 집단인 만큼 경찰청장의 해산명령을 거부한 것은 쿠데타에 준한다는 것이다. 양측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경찰은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이 경찰 독립 훼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금까지 경찰은 청와대 정무수석이나 민정수석의 지시를 받는 조직이었다. 그러면서 권력이 시키는 대로 경찰력을 행사해 왔다. 이때는 어떤 경찰관도 ‘경찰 독립 훼손’ 주장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대로 민정수석실을 없애자 경찰을 통제할 기구가 없어졌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도 완전히 박탈돼 경찰 권한은 엄청나게 커졌다. 막강한 경찰을 통제할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공백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이다. 경찰청은 법률상 행안부 장관 소속이기도 하다. 청와대 통제를 받으면 독립이 지켜지고 행안부 통제를 받으면 독립이 훼손되나.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프랑스와 독일도 내무부에서 경찰 인사와 예산, 치안 정책을 관장한다. 경찰의 집단 행동은 명분 없는 일로 당장 멈춰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온 데는 이상민 장관의 책임도 없지 않다. 이 장관의 언행에 자존심이 상했다는 경찰이 적지 않다고 한다. 경찰 반발엔 이 장관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이 경찰 집단행동에 대해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했지만 그렇게까지 생각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권 초반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할 필요는 있다고 해도 최소한 설득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26 12조 지원받고도 만성 적자에 도덕적 해이, 대우조선 매각해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의 불법 파업이 51일 만에 종료돼 조업이 정상화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22년간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는 동안 대우조선엔 사실상 국민 세금이 약 12조원 투입됐지만 부채 비율이 546%에 달할 만큼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누적 순손실이 7조7000억원에 이르고 작년에도 1조7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조선 업체가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준공무원 조직으로 변질된 것이다. 조선업 불황이 끝나 일감이 많아졌다지만 흑자 전환과 독자 생존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우조선은 22년간 국민 세금에 기대 존속하면서 노사 공히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부실 기업이 됐다. 정권에 코드를 맞춘 낙하산 경영진들은 수조 원대 부실을 감추려 분식 회계를 일삼았고, 노조는 벨기에 브뤼셀 EU본부에 찾아가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을 불허할 것을 요청하는 등 매각 작업을 방해해 왔다. 민주노총이 장악한 노조의 강경 투쟁이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모른다.
수 년간 대우조선 매각 작업을 지휘하다 물러난 전 산업은행 회장은 “산은 자금으로 연명하는 대우조선이 국제 수주전에서 출혈 경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다른 조선사들 원성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독자 생존 능력을 잃은 부실 기업을 세금으로 연명시키는 것은 자유 시장 원리에 배치되는 일이다. 이번 하청노조 파업도 저가 수주 후 다단계 하청 구조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전문가들은 세금으로 연명하는 대우조선이 적자 수주를 주도하고, 이것이 국내 조선업 전체의 출혈 경쟁을 낳아 산업계 전반의 부실을 유발하고 있다면서 조선업 전반의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법은 하루 빨리 새 주인을 찾아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새 살을 돋게 하는 대수술을 하는 것뿐이다. 저가 수주를 유발하는 공급 과잉·중복 투자 문제를 풀게 조선업 전반의 산업 개편 청사진도 함께 그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우조선의 잠수함 등 방산 부문과 LNG 운반선 등 민수(民需) 부문을 분리 매각하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외국 정부의 독과점 시비를 피하기 위해 LNG 운반선 부문은 비(非)조선 국내 기업에 우선 매각하되, 여의치 않으면 미국, 유럽 등 우호국 기업에 매각하는 대안이 가능하다. 매각에 앞서 일본 정부가 만성 부실 기업 일본항공(JAL)에 외부 전문 경영인,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회장을 투입해 적자 노선 정리, 인력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처럼 외부 전문 경영인을 투입해 조직 군살을 빼는 작업부터 진행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사설
07.27 이제 경찰까지 노조처럼 집단 시위 벌이는 나라 됐나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위한 시행령안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시행령은 다음 달 2일 공포·시행된다. 하지만 이에 반발해 30일 경감·경위급 현장팀장회의 개최를 예고했던 경찰관은 이날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변경하겠다고 했다. 전날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더는 집단 의사 표시 행위가 있어선 안 된다”고 했는데 이를 무시한 것이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은 상관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집행관인 경찰관이 법을 어기겠다고 한다.
경찰의 기본 책무는 치안과 범죄 예방이다. 이를 위해 경찰에 합법적 무장을 허용한 것이고 그런 만큼 복무 규정 준수가 어느 조직보다 중요하다. 그런데도 정부 정책에 불만이 있다고 경찰이 통제를 벗어나 행동하면 어떤 혼란이 올지 알 수 없다. 경찰이 숫자의 힘으로 위력을 과시하며 노조처럼 움직이면 앞으로 다른 집단들의 불법 집회나 시위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
경찰국 신설은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경찰을 통제하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이다. 경찰은 “경찰 독립 훼손”이라며 반발하지만 그동안 경찰은 청와대 지시를 받으면서 권력이 시키는 대로 경찰력을 행사해왔다. 문재인 정부 때 대선 여론을 조작한 ‘드루킹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통령 측근이 개입한 증거가 나오자 수사를 뭉갠 것이 경찰이다. 대통령 친구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려는 민정수석실 지시에 따라 야당 후보에 대한 하명 수사를 한 것도 경찰이다. 그렇게 경찰이 불법에 동원될 때 ‘독립’을 말한 경찰관은 없었다.
조선일보 사설
07.27 3조원대 수상한 외환거래 철저히 밝혀야
우리·신한·하나은행서 불법 거액송금 의혹
내부 통제에 허점…경영진·금감원도 책임
신뢰가 생명인 금융권에서 3조원대의 수상한 외환거래가 발견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에서 벌어진 일이다. 금융감독원이 검찰에 제출한 자료에는 우리은행 지점에서 8500억원, 신한은행 지점에서 1조3000억원이 석연찮은 명목으로 중국과 일본 등으로 빠져나간 내역이 담겼다.
검찰은 수입대금을 가장한 불법 외환거래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거액의 외화를 취급할 것 같지 않은 신생 법인이나 중소업체들이 해외 송금자였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에선 해당 거래의 90% 이상이 골드바(금괴)나 반도체 칩을 수입한다며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해당 제품을 국내로 들여왔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업체당 많게는 수백 차례에 걸쳐 쪼개기 방식으로 해외 송금이 이뤄졌다고 한다.
아직 사건의 진상은 명확하지 않다. 검찰은 국내 암호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거래일 수도 있다고 본다. 해외에서 비교적 싼값에 암호화폐를 들여오고 나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싸게 팔아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이렇게 번 돈을 다시 해외로 빼돌리는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더욱 우려되는 건 지금까지 드러난 게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하나은행도 유사한 형태로 이뤄진 1조원가량의 수상한 해외 송금을 발견했다고 한다. 지난 5월에는 금감원이 하나은행에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 5000만원을 부과하고 일부 지점의 관련 업무를 정지한 일도 있었다. 금감원은 국내 모든 은행에 오는 29일까지 수상한 외환거래가 더 있는지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이번 사건에서 은행 직원이 적극적으로 공모한 건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내부 통제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외국환거래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외로 거액을 송금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자금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액의 거래를 했다면 글로벌 자금세탁 방지 협약과 국내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은행이 이런 점을 모를 리가 없다.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고객과 관련 서류를 정확히 확인하고 법규를 준수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비슷한 시기에 여러 은행에서 동시에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발생한 점은 국내 금융권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검찰과 금감원은 수상한 해외 송금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위법을 저지른 은행 관계자가 있다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은행 경영진은 내부 통제 실패에 책임을 느끼고 재발 방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금감원도 사전 단속에 소홀했던 점을 반성하고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현장검사에 임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7월 27일 시대적 역할 다한 경찰大 폐지할 때 됐다
정부가 행정안전부 내의 경찰국 신설에 이어 국립경찰대학 개혁에 나선 것은 옳은 방향이다. 경찰제도발전위원회 8월 중 설치와 경찰대 개혁 논의 방침을 26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대 폐지를 검토하나”라는 기자 질문에 직답을 하진 않았으나, “특정 대학을 졸업한 사실만으로 시험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7급에 상당하는 경위로 임관된다는 점이 불공정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도 “순경 입직자(入職者)가 전체 경찰의 96.3%인데 경무관 이상에선 순경 출신이 2.3%에 불과하다. 인사와 경찰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경찰대 출신과 순경·간부후보 출신 간의 인사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경찰대 출신 경찰은 지난 6월 말 기준 3249명으로 전체 경찰 13만2421명의 2.5%다. 하지만 총경의 60.3%, 경무관의 73.8%, 치안감의 73.5%를 차지한다. 간부 직을 장악하는 사실상 파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지도 오래다. 물론 1979년에 제정된 경찰대학설치법에 근거해 1981년 개교한 당시에는 요구되는 시대적 역할이 컸다. 대부분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경찰이 되던 상황이어서, 엘리트 간부를 배출하는 사관학교 식의 특화한 고등교육 기관이 필요했다. 그 후로 그런 기능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젠 시대가 달라졌고, 경찰대의 역할도 다했다. 신입 순경 대부분이 4년제 대학 졸업자이기도 하다. 수업료 전액 면제와 군(軍) 복무 대체 등 경찰대 학생들에 대한 다양한 특혜가 대폭 폐지·축소된 배경이다.
폐단이 적잖게 쌓이기까지 한 경찰대는 폐지할 때가 됐다. 하위직 경찰이 교육·훈련 과정을 더 쌓아 간부로 승진하는 방식의 일반화가 바람직하다. 사관학교 방식으로 경찰 간부를 선발하는 선진국이 거의 없는 이유다. 문재인 정권 당시 표창원·이종걸·진선미 의원이 경찰대 전면 개편 또는 폐지법안을 발의했던 취지도 다르지 않다. 논란만 더 계속할 게 아니라, 여야가 함께 폐지 입법에 나설 때다.
문화일보 사설
07.28 이번엔 수상한 7조원 해외 송금 도와, 은행들 관리 실태 엉망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거액 해외송금 관련 은행 검사 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금감원 조사 결과 지난 1년 6개월간 54억달러의 수상한 외화 송금이 이뤄졌는데, 은행들은 외화송금의 불법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우리·신한은행 등에서 최근 1년 반 동안 중국·일본 등지로 수상한 외화 54억달러(약 7조원)가 송금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대부분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인출한 원화를 달러로 바꾼 뒤 무역 법인 계좌 등을 통해 해외로 보낸 것이다. 해외 송금 주체는 거액 외화를 취급할 이유가 없는 신설 법인, 중소 업체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왜 거액 외환을 집중 송금했는지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투기꾼들이 가상화폐의 국내 시세가 외국보다 비싼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외국에서 비트코인 등을 매입한 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로 옮겨 차익을 챙기고 빠져나간 것으로 추측한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대가로 북한에 5억달러를 송금한 대북(對北) 송금 사건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진상은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로 규명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외국환거래법이 금지한 ‘정상적 상거래에 기반하지 않은’ 외화 송금이 대형 은행들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벌어졌다는 점이다. 가상화폐 투기를 위한 해외 송금일 경우 금융거래정보법이나 글로벌 자금 세탁 방지 협약에 위반된다.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 보유액이 급격히 감소해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은행들이 대량 외화 불법 유출을 도운 꼴이 된 것도 문제다.
은행 내부 통제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은 8년간 700억원을 빼돌린 우리은행 직원 거액 횡령 사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직원 한 명이 이란 기업에서 받은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을 빼돌렸는데도 은행은 8년간 아무것도 몰랐다. 이 직원은 금융위원회에 파견 간다고 속이고 13개월간 무단 결근했는데도 은행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이런 한심한 은행을 어떻게 믿고 고객이 돈을 맡기나.
금융감독원은 “은행 내부 통제 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고 은행 탓을 하지만, 금융 당국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매년 먼지 털기식 검사를 하면서도 정작 거액 횡령, 불법 송금은 전혀 잡아내지 못했다. 몇 년 전 라임·옵티머스 펀드 부실 판매 등을 계기로 은행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했다고 했지만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조선일보 사설
07.28 민주당 첫 경찰국 찬성… 주철현 “통제 없는 경찰공화국 꿈꾸나”
대검 부장 등 지낸 검사 출신 “민주국가선 있을 수 없는 일”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은 27일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에 대해 “누구의 지휘통제도 받지 않는 그들만의 경찰 독립, 경찰 공화국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면 일부 경찰의 오해 소지 있는 경찰국 설치 반대 주장이나 집단 행동은 즉시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당내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경찰국 설치 찬성’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전남 여수갑 출신 초선인 주 의원은 광주지검장, 대검 강력부장 등을 지낸 검사 출신이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요즈음 일부 경찰의 단체 행동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행안부 장관의 지휘·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현대 민주 국가나 우리 헌법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경찰은 문재인 정부 때까지는 청와대 민정수석 지휘를 받아왔는데, 대통령 위임을 받은 공조직인 행안부 장관 지휘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국민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경찰 공화국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 경찰들의 경찰국 설치 반대 집단행동과 이를 지지하는 민주당 양쪽을 모두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주 의원은 이어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 경찰 수사 업무에 대해서는 누구의 지휘나 통제도 받지 않고 국가수사본부장이 전국의 경찰 수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법률이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라며 “수사에 있어서는 경찰 독립, 경찰 공화국이 완성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결과 오히려 경찰만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됐다는 것이다.
주 의원은 “수사권 구조 조정 법안을 서두르다 보니, 경찰 수사에 대한 대통령이나 행안부장관의 구체적 수사 지휘권한을 명문화하는 것이 누락됐다”며 “하루빨리 이 부분이 보완돼 경찰 수사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준사법적 영역인 검찰·경찰 수사와 관련된 소속 장관의 지휘·감독권도 보장하는 것이 헌법 정신인데, 하물며 인사·정보·작전·교통 등 다른 경찰 업무에 대한 대통령과 행안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은 명백하게 인정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경화 기자
07월 28일 부작용 커진 경찰大 전면 개폐 시급성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논쟁이 경찰 채용의 공정성 논란으로 번지면서 경찰대학 개혁 문제로 옮아가고 있다. 1981년 특수학교 형태로 개교한 경찰대는 37기까지 배출하면서 엘리트 경찰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당시만 해도 고교 졸업자들이 순경 공채시험을 통해 경찰이 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대다수 순경 공채 합격자는 4년제 대학 출신인데, 특수학교라지만 경찰대를 졸업하면 파출소장이나 팀장으로 보임되는 경위로 입직(入職)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순경으로 출발하면 15년 이상 걸리는 경위 자리에 경찰대 졸업자는 바로 간다는 것을 이해 못 하겠다는 것이다.
연간 100명씩 졸업하는 경찰대 출신은 경찰청의 요직인 기획 부서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경정·경감·경위 등 중간 계급의 대부분(약 60%)을 차지하는 경찰대 출신들은 기획 부서에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똑똑한 후배들을 끌어들이려 하고, 이들은 당연히 자신들에게 유리한 경찰정책을 추진한다.
총경 승진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것이 경정 보직인데, 경찰대 출신이 주요 보직을 대물림하다시피 한다. 경찰대 출신 경찰은 지난 6월 말 기준 3249명으로, 전체 경찰 13만2421명의 2.5%에 불과하다. 하지만 총경의 60.3%, 경무관의 73.8%, 치안감의 73.5%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찰대 출신들은 ‘성골’, ○○대 경찰행정학과 출신들은 ‘진골’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다. 그러니 경찰 조직 내 파벌이 조성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비판이 크다.
경찰대 개편 논의가 나타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경찰대 개편 논의가 있었고, 실제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기 경찰대 출신자들은 의경에 배치돼 18개월 근무함으로써 병역의무를 대체할 수 있었지만, 의경 폐지와 함께 이 혜택은 없어졌다. 경찰대 출신의 인사 불공정성을 의식해 2년 전 고교 졸업 신입생을 50명으로 줄이고 내년부터 3학년에 50명씩 편입생을 받기로 했다. 편입생은 일반 대학 재학 중이거나 경찰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도 40세 이하면 가능하도록 했다. 차제에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해 보자.
우선, 승진에 유리한 기획 부서에 출신별 쿼터제를 도입해 경찰대 편중을 완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나이가 많은 경감·경정들이 배치돼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나아가, 고위층에 진출할 경정급 보직에 경찰대 인사의 독점을 배제하고 균형 인사를 단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경찰대 출신을 경위가 아니라 순경에 입직시키고 처음부터 동일한 조건을 통해 타교 출신들과 경쟁을 시키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경찰대 출신자들의 경쟁시험 자격 기간을 조금 단축해 줄 수 있다. 경찰대 출신이 우수하다면 경쟁을 통해 승진될 것이니 출신에 따라 계급이 정해지는 골품제와는 다를 것이다. 끝으로, 일각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득실을 따져 경찰대를 폐지하는 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어느 방안을 택할지는 공정성과 효율성의 양극단 중 어느 쪽을 우선할 것이냐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일방적 결정이 아니라, 많은 전문가의 참여와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통해 집단지성을 모아가는 민주적 과정이다.
문화일보
07.29 이중권력 타파해야 나라가 산다
한 국가에 두 정치권력이 통치권 다투는 상태
국회 장악한 야당, 정부 정책 모조리 거부
민생 살리는 덧셈 정치로 지지 넓히는 게 정공법
2022년 여름 대한민국은 이중권력 상태다. ‘경찰의 난(亂)’이 생생한 증거다. 이중권력은 한 국가 내부에 대립하는 두 정치권력이 국가 통치권을 두고 다투는 것을 가리킨다.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여당의 정책과 주장을 모조리 거부한다. 야당 원내대표는 출범 두 달 갓 넘긴 대통령 ‘탄핵’을 겁박한다. 지난 대선에 대한 심리적 불복이 윤석열 정부 난맥상과 맞물려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마키아벨리 말처럼 ‘대중의 증오와 경멸은 군주에게 치명적이다.’
경찰 사태를 둘러싼 여론전에서도 윤 정부는 약세다. 여론 수렴을 건너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은 국민의 의구심을 키웠다. 경찰 조직 전체를 적으로 돌려세워서는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무장력까지 갖춘 14만명의 강권 기구 경찰이 누구에게도 통제받지 않는 독립 권력이 되는 것을 용납할 나라는 없다. 문민 통제를 거부하는 군대를 헌정 국가가 용인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역대 모든 진보·보수 정권에서 친정부적이었던 경찰의 흑(黑)역사는 경찰 권력의 책임성과 독립성의 조화가 시대적 과제임을 일깨운다.
막부 시절 일본 천황제는 쇼군과 천황이 권력과 권위를 분담한 이중권력 체제로 혼란을 피하기 어려웠다. 왕위를 넘긴 후에도 병권(兵權)을 유지한 태종과 세종의 이중권력은 태종이 죽음으로써 해소될 수 있었다. 러시아 혁명 때 멘셰비키 정권과 이중권력 상태였던 볼셰비키는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 깃발을 내걸어 이중권력을 타파하고 혁명에 성공했다. 공식 국가 기구를 인계받았다지만 윤석열 정부는 거대 야당 국회 권력과 좌파 시민 단체, 방송의 사회 권력 연합에 포위된 소수 약체 정부에 불과하다. 이런 한국적 이중권력이야말로 ‘경란’(警亂)의 근본 배경이다.
극단적 이중권력은 내란을 부른다. 이중권력을 민주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후년 총선에서 입법 권력을 교체하는 길밖에 없다. 민생을 살리는 덧셈 정치로 민심의 지지를 넓히는 게 정공법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는 매우 실망스럽다.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 발언과 권 직무대행의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발언의 본질이 자해적 뺄셈 정치이기 때문이다. 박근혜·문재인 정권에서 최고 권력자의 뺄셈 정치가 권력 전체의 헤게모니 상실로 이어진 교훈을 잊고 있다.
헤게모니(Hegemony)는 국민이 정치 리더십에 자발적으로 동의할 때 창출되는 지도력이다. 군대와 경찰 없이 국가 자체가 존속 불가능하지만 독재자도 강권력만으론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 우크라이나 침략이라는 세계사적 재앙을 초래했어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강력한 지도자로 건재하다. 물리력과 함께 국민 지지에서 나온 헤게모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정 성과를 내놓지 못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조차 지지율이 뒤진다. 현직 대통령의 헤게모니 상실과 이중권력의 악순환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습격 폭동이 증명하듯 이중권력은 미국을 유사 내전(內戰)의 대혼란에 빠트렸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통치자로 만든 권력 연합을 스스로 무너트림으로써 동지는 늘리고 적(敵)은 줄여야 할 정치의 철칙과 반대로 가고 있다. 당선 후 동지는 줄이고 적을 늘려간 대통령의 행보는 권력 관리의 근본적 실패를 뜻한다. 과격한 강성 우파로 알려진 대통령실 행정관 “강기훈과 함께” 가는 것도 지지 기반을 좁히는 자충수다. 최대 연합을 통해 대세(大勢)를 모으기는커녕 합리적 보수와 중도 유동층까지 배제하는 소수 정권의 강경 노선은 쇠멸(衰滅)의 길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 매버릭(Maverick·독불장군) 윤석열’이 만성적 지지율 추락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가 배제의 정치로 우파 헤게모니를 해체하는 것은 권력론 관점에서 치명적 오류다. 민주정치에서 열성 지지자들만으론 국가를 운영할 수 없다. 다음 총선에서 윤 정부가 패배하면 이재명 좌파 포퓰리즘이 온 나라를 초토화하고 말 것이다. 역사의 폭풍 속에서 표류하는 한국호(號)가 ‘선장 윤석열’의 책임 윤리를 묻는다. 대한민국을 부인하는 수구 좌파를 제외한 모든 국민과 자유주의 세력이 합력(合力)한 최대 연합의 정치만이 윤석열 정부를 살리고 이중권력을 타파한다. 이런 경세제민(經世濟民)의 패러다임 대(大)전환이야말로 대통령의 소명이자 정치의 궁극이다.
조선일보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정치철학
07.29 납치당한 민주주의부터 되찾아야 한다
운동권에 포획당한 대한민국 민주주의
입법 독재로 유사 파시즘 문턱까지 타락
‘민주화 유공자 예우법’ 밀어붙이는 민주당
민주화운동 가치와 유공자 명예 오히려 훼손
민주주의는 종착역 아니라 끊임없는 과정
다 이뤘으니 정산하라는 주장은 어불성설
아이가 납치당했다. 그런데 납치범에게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아이를 키워야 하니 양육비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내 아이를 빼앗긴 것도 기가 막힐 노릇인데 돈까지 뜯기게 생겼다. 현실에서는 있을 법하지도 않은 이런 일이 우리나라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민주화 유공자 예우법’을 발의하고 동의한 야당 국회의원들 이야기다.
어느 법안이나 그렇듯, 이 법도 겉은 선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동안 유신 반대, 6월 항쟁, 5·18 민주화 유공자 중 사망 또는 행방불명, 상이(傷痍)를 입은 본인과 가족에게 취업, 교육, 의료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주자는 내용이다. 유신 반대라면 벌써 50년 전 이야기고,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면 명단도 공개되지 않은 유공자들이 이미 매년 예우를 받고 있다. 지난 8년간 민주화 운동 관련자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사람도 119명에 이른다. 새 법안은 여기에 덧붙여 앞으로 그 자녀들에게 국가기관, 공기관, 사기업 등 채용 시험 때 가산점을 주고, 장기 저리(低利) 대출 혜택을 주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당에서는 즉각 ‘셀프 특혜법’이니 ‘운동권 귀족 세습법’이니 하며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좀 더 근본적인 데 있다.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립 유공자야 나라가 독립했으니 공을 인정받아 마땅하지만, 민주화 유공자가 있으면 민주주의가 온전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일러스트=이철원
새 정부의 낮은 지지율 탓에 잠시 잊은 것 같지만, 돌이켜보면 지난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라고 하기에도 이상하고, ‘민주 정부’라고 하기에는 더욱 함량 미달인 정부였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 사랑과 대한민국 부정은 한 원로 지식인이 “대한민국이 공중 납치(hijack)당했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심했다. 나라가 납치당하는 마당에 민주주의라고 온전할 리가 없다. 한때 우리에게도 민주화 운동의 눈부신 역사가 있었으나, 후속 세대의 손을 거치며 절차적 대의제는 입법 독재와 꼼수로 몰락했고, 평평해야 할 언론 지형은 홍위병들 때문에 심하게 기울어졌으며, 법치의 근간인 사법부의 독립성도 위태로워졌다. 나라는 더욱 분열했고, 타협과 토론 대신 혐오와 반목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다. 눈부신 민주 혁명을 거친 나라가 유사(類似) 파시즘 문턱까지 타락했다. 어느 민주 유공자도 지금 이런 모습을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최대 불행은 운동권에 포획당했다는 것이다. 그 운동권에는 군사정권에 맞선 사람도 있었으나, 사회주의 혁명이나 김일성 주체사상에 물든 사람도 들어있었고, 그러니 민주주의가 주체사상인지 노동 혁명인지, 뭐가 뭔지 모르게 되었고, 민주화 운동 또한 대한민국을 인정하는 운동인지 아닌지 모르게 변질했다. 지난 정부가 그랬고, 그걸 계승한 지금 야당이 그렇다. 그런데 여기에 보상을 하라고 하니, 누구에게 무엇에 대해 감사하고 보상을 하라는 건지, 국민으로서는 알 수 없을 뿐이다.
‘민주’란 글자 그대로 국민의 자기 주권 주장이다.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라는 정의처럼, 민주주의는 남이 아닌 스스로의 주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며, 자유 시민의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 당연한 주장을 용기 있게 한 것은 그 자체로 고결한 것이다. 그 대가로 대대손손 혜택을 받는다면 그 고결함이 오히려 훼손된다.
민주주의란 또 완결형이 없으며, 늘 위협받고 깨지며 도둑맞거나 납치당하기 쉬운 대상이다. 한때 민주주의가 있었으나 지금은 민주국가 아닌 국가가 지구상에 허다하다. 19세기 말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민주 헌법을 갖춘 필리핀은 장기 독재를 거쳐 민주 혁명을 했으나 올해 다시 그 독재자의 아들을 새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노벨 평화상의 아웅산 수지 여사를 배출한 미얀마에서는 지난주 군부가 민주주의 지도자 4명을 처형했다는 외신이 들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바짝 긴장한 유럽은 지금이 1900년 이후 다시 유럽 정치가 전제 정치로 회귀하는 시기라고 진단하고 민주적 가치 수호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이후 극심한 국가 분열을 겪고 있는 미국은 작금의 모든 사태를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로 규정하고 해법 마련과 연대 강화에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아주 귀한 무언가를 깨뜨릴까 너무 두렵다”고 위기감을 표현하고 있다. 중동 정치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레바논을 비롯한 중동의 허약한 민주주의를 목격한 경험에 비추어, 언제라도 깨지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민주주의는 종착역이 아니라 끊임없는 과정이다. 계속 담론을 만들고 제도로 다듬고 반성하고 고쳐야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야당에서는 민주주의를 독점하더니 모든 것을 다 이룬 사람처럼 정산(定算)을 위한 계산기부터 두드리고 있다. 수업료, 입학금 면제, 대입 특별전형 신설, 정부 공공기관 취직 시 10% 가산점, 300만~6000만원 저리 대출 대부 지원, 민영 공공 주택 우선 공급 지원까지. 그러면서 유공자는 800명, 유가족은 3000명 정도로 연간 지원 비용은 11억~21억원 추산으로 계산까지 끝냈다. 민주주의의 값으로는 저렴하기 짝이 없다. 돈과 특혜로 점철된 민주화 유공자에 대한 이런 예우는 오히려 예우의 격을 떨어뜨린다. 야당에서는 ‘명예 회복’을 말하는데, 이 법이 통과되면 오히려 민주화 유공자의 명예가 훼손될 것이다.
이 땅에 민주화를 앞당긴 고귀한 희생에 감사한다. 민주화 유공자 예우법은 그런 유산을 소중히 여기는 여와 야가 합동으로 발의하고 추진해야 걸맞다. 민주화 유공자들도 자신들의 희생이 어느 정파의 전리품이 되어 입법 독재의 결과물로 남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07월 29일 숨진 ‘법카’ 연루자는 경기도 산하기관 이사, 뭘 말하나
최근 숨진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연루자 김모(46) 씨가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인 경제과학진흥원 비상임 이사로 재직했다고 한다. 당초 해당 사건의 참고인으로 알려졌던 김 씨는 실제로는 공범으로 봐야 할 정도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여부에 대한 더 엄정한 규명이 불가피해졌다.
김 씨는 법카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한 차례 받은 뒤 지난 2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런데 경기도청 별정직 5급인 배모 씨는 김 씨 카드로 먼저 결제하고, 그 뒤에 이를 취소한 뒤 경기도 법인카드로 다시 결제했다고 한다. 김 씨는 국군 기무사령부 성남지역 정보 요원으로 2009∼2018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성남시장 재임 기간(2010∼2018)과 겹친다. 김 씨는 2018년 전역 후 성남시 소재 군납업체에 근무했으며,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인 경제과학진흥원의 비상임 이사로도 재직해 오고 있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조직인데, 김 씨가 이사로 임명된 과정부터 밝혀낼 필요가 있다. 유승경 원장은 이 의원의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 이론가로, 도지사 시절 직접 임명했다. 이 의원의 부인 김혜경 씨를 도운 배모 씨와의 특수한 관계를 시사하는 정황도 잇달아 나오면서 이들의 커넥션 의혹은 더 증폭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장동 사건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 의원과 연루된 사건의 관련자가 숨진 것이 벌써 4번째다.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는, 성역 없는 수사가 더욱 시급해졌다.◎
문화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