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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소식 2022-04/ 06월 23일 “아프간 지진에 가옥 2천채 파괴”...유엔 “사상자 늘 듯” - 07월 28일 우크라에 가려…무관심 속 인권유린 신음하는 아프간·미얀마

상림은내고향 2022. 7. 28. 19:11

지구촌 소식 2022-04/ 06.23 - 07. 30

06월 23일  “아프간 지진에 가옥 2천채 파괴”...유엔 “사상자 늘 듯”

WHO 및 비정부기구 등 재해 지역 배치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남동부 파크티카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가옥과 인명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한 가운데 한 노인이 허물어진 주택 앞에 주저 앉아 있다. 연합뉴스·AFP

 

최소 1000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파크티카주 강진에서 주민들의 가옥이나 인명 피해가 더 늘어날 것이란 유엔의 전망이 나왔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라미즈 알라크바로브 유엔 인도주의 아프가니스탄 상주조정관은 22일(현지시간) 화상 브리핑에서 “거의 2000채의 주택이 파괴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의 평균적인 가족 규모가 최소 7∼8명이고 한 집에 여러 가족이 사는 경우도 있다”며 현재까지 알려진 것보다 인명 피해도 훨씬 클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별도 성명에서 “비극적인 사상자 수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아프가니스탄 남동부 파크티카주에서는 규모 5.9의 지진이 발생해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현지 당국은 발표한 바 있다.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남동부 파크티카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약 1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진으로 부상을 입은 아동이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AFP

 

이번 지진 발생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당국과 유엔 산하기구 등이 현장에 나가 수색과 구조를 돕고 있지만,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알라크바로브 조정관은 “유엔은 잔해 밑에 깔린 사람들을 꺼낼 도구를 갖고 있지 않다”며 “이러한 작업은 대부분 사실상의 (탈레반) 당국에 의존해야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강진과 관련해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많은 비와 강풍으로 현재 헬리콥터가 착륙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며 “이례적인 폭우와 추위를 고려할 때 재난 피해자들에게 비상 대피소를 제공하는 게 가장 시급한 우선순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크 부대변인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와 다수의 NGO(비정부기구)들이 보건의료팀과 의약품, 의료장비를 지진이 발생한 파크티카주와 호스트주에 배치했다. WHO의 경우 파크티카주 바르말과 기얀에 비상의약품 100상자를 전달했고,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최소 12팀의 의료 인력을 기얀에 급파했다. 또 세계식량계획(WFP)은 이미 1900만 명이 식량 불안정 상태에 놓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번 지진으로 식량난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수년간의 분쟁과 경제적 고난, 굶주림으로 고생하는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애도를 보낸다”며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유엔 팀들이 총동원돼 현장에서 초기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박준희 기자

 

06.25  “러시아에 승리한 후 한국에 가서 내 뿌리 찾겠다”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州지사 고려인 4세 비탈리 김 인터뷰
전장 누비며 대러 항전 이끌어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떠올라
“러군 만행으로 민간인 피해 늘어… 한국, 무기·장비도 지원해주길”
7월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참여

 

▲비탈리 김(오른쪽)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주(州)지사가 지난 18일(현지 시각) 흑해 연안 미콜라이우의 전황을 살피러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 전쟁에서 승리하면 한국부터 꼭 찾아 갈 겁니다. 제 뿌리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습니다.”

어느새 넉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못지않게 우크라이나인들의 ‘항전 상징’으로 떠오른 인물이 있다. 고려인 후손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비탈리 김(41) 미콜라이우주(州) 주지사다. 러시아군과 치열한 접전 중인 남부 전선의 전황과 함께 국민들의 사기를 북돋는 소셜미디어 활동으로 미콜라이우 주민은 물론, 국민 전체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현지 언론은 그를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과 함께 젤렌스키 대통령의 뒤를 이을 만한 차기 대권 후보로 꼽는다.

 

우크라이나 현지 인맥을 통한 한 달여간의 시도 끝에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그는 러시아군이 노리는 우크라이나의 핵심 요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보안 등) 여러 문제로 외부와 연락이 쉽지 않다”면서도 본지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 한국 언론과는 첫 만남이다. 미콜라이우에선 지금 우크라이나 최후의 흑해 항구 ‘오데사’를 놓고 양측의 혈전(血戰)이 벌어지고 있다. 미콜라이우가 무너지면 그 후방의 오데사가 바로 러시아군에 노출된다. 그는 “단 한 뼘의 땅도 내어줄 수 없다는 각오로 헤르손 쪽에서 밀려오는 러시아군과 맞서 싸우고 있다”고 했다.

 

김 주지사는 전쟁 발발 이후 단 한 번도 미콜라이우를 떠나지 않고 군·민 합동으로 대러 항전을 이끌어 왔다. 그는 “전쟁 초반과 비교하면 전황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미콜라이우에서는 여전히 위험천만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러시아군의 만행으로 민간인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그는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진격에 성공하면, 러시아군이 그 보복으로 민간인 지역을 포격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게 제노사이드(집단학살) 아니면 뭐겠느냐”고 비통해했다.

 

미콜라이우를 공격하는 러시아군 중 상당수가 체첸과 시리아 용병이라고 한다. 그는 “이들은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온갖 흉포한 행위를 벌이고 있다”며 “고문, 처형, 납치와 몸값 요구, 강간, 살인, 강도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곡물과 각종 장비, 심지어 놀이터의 놀이 기구까지 훔쳐 철도로 실어나가는 것이 목격되고 있다”며 “이런 행태는 중세 시대 유목민들의 야만적 약탈과 살육 행위와 다를 게 없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김 주지사는 “이런 상황에서도 전기와 수도, 가스, 대중교통 등 사회 기반 시설과 수퍼마켓, 레스토랑, 약국 등 필수 상업 시설이 계속 운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포격이나 폭격으로 화재가 발생하거나 시설이 파괴되면 즉각 복구에 나선다. 그는 “이를 위해 수많은 공공서비스 종사자들이 희생을 치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농업 활동이 기존의 30~50% 정도로 급감하고, 항만을 통한 수출입이 막히면서 경제 상황은 매우 악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상황에 대해서도 비교적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을 안다”며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기 지원에도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며 장거리 포와 포탄, 대공 방어무기, 장거리 미사일 등을 언급했다. 그는 “(폭격으로 파괴된) 주거지와 사회 기반 시설을 재건하기 위한 각종 장비와 자재도 필요하다”고 했다. 통신 케이블, 유리, 목재, 연료 등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놓고 한국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논란도 알고 있었다. “잠재적 불이익을 우려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입장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생존을 위해서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 전쟁은 선과 악의 싸움입니다.”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민주화를 위해 싸워왔던 정치인이라면 반드시 우크라이나 편에 서줄 것이라고 믿는다”고도 했다.

 

김 주지사는 1981년 미콜라이우에서 태어났다. 마라코프 국립대학에서 경영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기업 경영자로 일했다. 2019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소속 정당 ‘국민의 종’에 발탁돼 정치 활동을 시작했고, 2020년 주지사가 됐다. 아내 율리아와 사이에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 외에도 영어와 프랑스어, 한국어도 구사한다. 그는 “어려서는 한국어도 곧잘 했는데, 지금은 많이 잊어버렸다”며 아쉬워했다. 고려인 아버지로부터 태권도도 배웠다. 아버지는 구 소련 청소년 올림픽 농구 선수 출신으로, 태권도 사범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한국을 떠난 증조부의 고향에 대해 묻자 그는 “우리 집안의 과거사에 대해 많이 듣지 못해, 잘은 모른다”며 “한국을 찾아서 내 뿌리를 찾으려던 계획이 전쟁 때문에 가로막힌 상황”이라고 했다. 김 주지사는 오는 7월 13일과 14일 이틀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지금 내 꿈은 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둬 자유롭고 독립된 나라를 되찾는 겁니다. 그리고 반드시 한국의 고향을 찾아갈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곧 뵙겠습니다.”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07.08  [속보]"아베, 유세중 피습…등뒤 산탄총 맞고 심폐정지 상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8일 선거 유세 중에 피를 흘리며 쓰려져 의식불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NHK는 8일 “아베 전 총리가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나라현 지역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연설을 하다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으“며 “심폐 정지 상태”라고 전했다.

 

NHK 측은 “아베 총리가 등뒤에서 산탄총으로 맞았다고 경찰 관계자가 얘기했다”고 보도했다. NHK는 “아직 아베 전 총리의 현재 상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며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남성 한 명을 제압해 경위를 조사 중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8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내에서 참의원선거 지원유세중이던 아베 전 일본총리을 뒤에서 사제총으로 쏜 용의자를 경호요원들이 제압하고 있다./아사히 신문 게티이미지코리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8일 오전 11시 30분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연설 도중 총에 맞아 길에 쓰러진 당시의 모습./AP 연합뉴스

 

07.08  아베, 아내 아키에 여사 병원 도착 10분 뒤 눈 감았다

▲/아키에 여사 인스타그램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8일 오후 부인 아키에 여사가 병원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NHK,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아키에 여사는 이날 아베 전 총리가 피격당하고 1시간 정도 지난 오후 12시 25분쯤 황급히 차를 타고 도쿄 시부야의 자택에서 사건이 발생한 나라현으로 출발했다.

 

오후 3시 40쯤 교토에 도착한 아키에 여사는 양손에 가방을 든 채 나라현으로 향하는 급행 전철에 올랐다. NHK는 “당시 아키에 여사는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모습으로 전철에 탑승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오후 4시 30분쯤 나라현에 도착한 아키에 여사는 아베 전 총리가 치료 중이던 가시하라시 나라현립의과대학병원으로 향하는 차량에 탔다. 검은 원피스 차림의 아키에 여사는 아무 말 없이 우울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아키에 여사는 오후 5시가 되기 직전 병원에 도착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로부터 1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오후 5시 3분쯤 아베 전 총리가 숨을 거뒀다. 의료진은 아베 전 총리가 “병원 이송 때부터 이미 심폐정지 상태였다”고 밝혔다.

 ▲/아키에 여사 인스타그램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인근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연설을 하던 도중 총격을 당했다. 야마가미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소셜미디어에는 아키에 여사를 향한 위로 메시지가 연달아 올라왔다. 일본 네티즌들은 “아키에 여사의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다” “두 사람이 사랑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아키에 여사가 많이 힘들 것 같다” “아베 전 총리가 사망 판정을 받기 전 아키에 여사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정치적으로 어떻든 눈물이 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선일보 

 

07.09  선거 이틀전, 전직 총리가 대낮 무방비 피습… 충격 휩싸인 열도

[아베 피격 사망] 총기 금지국 日서 사제 총기로 테러

일본 정계 최고 실력자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탄을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 일본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총기 보유가 금지된 일본에서 식칼과 같은 흉기를 사용한 ‘묻지 마’ 살인 사건이 간혹 사회문제가 돼 왔지만, 총기 사건은 상상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총기 안전 국가라는 일본의 자부심도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자탄이 나오고 있다. 여당인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의 수장인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은 당장 10일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는 물론, 향후 일본 정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한 8일 오후 사고 현장인 일본 나라현 나라시 소재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인근 노상에서 시민들이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하며 헌화를 하고 있다. 2022.7.8/교토 연합뉴스

 

아베 전 총리가 피격된 것은 8일 오전 11시 30분.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이었기 때문에 아베 전 총리의 주변에는 상당수 시민이 몰려 있었다. 아베 전 총리 뒤편에서 ‘탕’ ‘탕’ 두 발의 총탄이 날아왔다. 총격 영상을 보면 첫 총성 직후엔 아베 전 총리 본인도 무심하게 뒤를 돌아보고 주변 사람들도 큰 반응이 없었다. 사건 목격자는 NHK에 “첫 총탄 소리가 울려 장난감 (권총) 소리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총격 소리가 들리고 아베 전 총리가 쓰러졌다”고 말했다. 영상에는 꽤 많은 하얀 연기가 보였다. 살인 용의자인 야마가미 데쓰야는 아베 전 총리 뒤편 4~5m에서 조준 사격을 하는 것처럼 선 채로 접근하면서 2발을 연속으로 쐈다.

 

▲현장서 검거된 용의자 - 8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연설을 하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총으로 저격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가 현장에서 도망치려다 보안 요원들에게 붙잡히고 있다. 그는 전직 해상자위대원으로 알려졌으며, 경찰 조사에서“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어 죽이려 했다”고 진술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흉기는 용의자가 제작한 사제 총이었다. 검정 테이프로 꽁꽁 싸인 총구 2개짜리 조악한 모양이었지만, 전직 해상자위대원인 용의자는 가까운 거리에서 한 발을 심장에 명중시켜 치명상을 입혔다.

 

일본 언론은 전직 총리가 많은 인파 속에서 사실상 무방비였던 대목을 부각시키고 있다. 경찰 경호원들은 인파가 모인 앞쪽만 보고 있을 뿐 뒤편에 대한 경비는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본 경시청은 “현장의 경호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엄중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8일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 피격 사망후 충격에 빠진 일본

 

아베 전 총리의 피습과 사망에 대한 일본인의 충격은 이날 하루 종일 소셜미디어(SNS)와 포털, 뉴스사이트를 도배했다. 피격 사실이 알려진 11시 50분 이후에 일본의 포털인 야후재팬에선 주요 뉴스 8건이 모두 아베 전 총리 피격 관련 뉴스였다.

 

소셜미디어(SNS) 트위터는 물론이고 마이니치신문·요미우리신문·아사히신문 등 주요 신문사 사이트는 “탕, 탕, 두 발의 총성에 쓰러져... 심폐 정지 상태” “용의자는 41세에 해상자위대 출신” “구급차! 구급차! 의료 관계자 도와주세요! 아베씨 총격의 현장” “민주주의 파괴 행위, 여야에서 분노의 목소리”와 같은 뉴스가 올라왔다. 아베 전 총리의 인스타그램에는 “당신의 지지자는 아니지만 살아달라, 아직 당신이 필요하다”와 같은 응원 댓글 1만1000여 개가 달렸다.

 

▲원통 2개에 테이프… 직접 만든 사제총 - 용의자가 범행에 사용한 총기. 원통 2개를 검정 테이프로 감은 형태로 용의자가 직접 만든 사제총일 가능성이 크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참의원 선거로 서로를 비판하던 일본의 여야(與野) 정당은 분노의 한목소리를 내며 선거운동을 중단했다. 우리나라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호소다 중의원 의장은 “의원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며, 비열한 행위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대표는 “민주주의 국가인 일본에선 있어선 안 될 일”이라며 “고 아베 전 총리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일본공산당의 시이 위원장도 “자유로운 언론을 테러로 말살하려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폭력에 민주주의가 굴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정부는 이날 사건 발생 직후, 총리를 포함한 각료 전원을 총리 관저에 집결시켰다. 일본 각료 거의 전원은 지역에 흩어져, 10일 예정된 참의원 선거의 응원 유세 활동을 벌이다가 모두 상경, 대책을 논의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후 “자유와 공정한 선거는 절대로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참의원 선거는 예정대로 10일 실시되며 마지막 유세일인 9일 선거운동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조선일보  도쿄=성호철 특파원

 

‘탕’ 소리에 뒤돌아 본 아베, 두 번째 ‘탕’ 소리에 맥없이 쓰러졌다

/유튜브

 

아베 신조(67) 전 일본 총리는 8일 유세 도중 피격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이날 오후 유튜브에는 아베 전 총리가 연설을 하다 피격을 당한 장면을 담은 2분 27초 분량의 영상이 올라왔다.

 

구독자가 533명에 불과한 이 채널의 운영자는 “야마토니시 다이지역에서 아베 전 총리가 습격을 당하기 전 마지막 연설을 하는 모습”이라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만행은 용서되지 않는다. 범행의 (전후가) 밝혀져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영상은 아베 전 총리가 피격을 당하기 전 연설을 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아베 전 총리의 보좌관 등이 주변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도 보인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인물이 주변 차량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모습도 보인다.

 

/유튜브

 

아베 전 총리가 연설하던 도중 ‘탕’하는 소리가 들리고, 흰 연기가 아베 전 총리의 뒤쪽에서 다가온다. 이에 아베 전 총리는 뒤를 돌아보고, 한 차례 더 ‘탕’하는 소리가 나더니 쓰러진다. 주변 인물들은 몸을 움츠렸다가, 아베 전 총리가 쓰러진 모습을 보고 그에게 달려간다. 영상은 경호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용의자 야마나기 데쓰야를 제압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유튜브 측은 “폭력적이거나 노골적인 콘텐츠로, 유튜브 정책을 위반했다”며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아베 전 총리는 나라현 가시하라시 나라현립의과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나라현립의과대학병원의 구급의학 담당 의료진은 이날 오후 6시 15분쯤 기자회견을 열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베 전 총리는) 이미 심폐정지 상태였다”며 “오른쪽 목 부위 2군데에 총상이 확인됐고, 출혈점을 찾아 지혈하기 위해 외과 수술을 진행했지만 성과가 없었다”고 했다.

조선일보  오경묵 기자

 

07.22  러 외무 “돈바스 넘어서 우크라 남부도 점령하겠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헤르손 지역. /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점령하고자 하는 목표 지역이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를 넘어섰으며, 그 범위는 앞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0일(현지 시각) 밝혔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자국 TV인 RT와 인터뷰에서 “지난 3월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평화 협상 때만 해도 우리의 목표는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장악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목표 지역의 범위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DPR과 LPR은 물론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 등 남부 지역을 점령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헤르손은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맞붙은 지역이며, 자포리자는 이와 인접한 곳이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최대 물동항인 오데사로 가는 길목인 헤르손 수복을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이 HIMARS(고속 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와 같은 무기를 계속 공급해 상황을 악화시킨다면 우리의 ‘특별군사작전’도 현재 전선에서 지리적으로 더 멀리 이동해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분명히 밝혔듯 우크라이나 영토로부터 오는 군사적 위협이 없도록 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탈나치화시키려는 우리의 과제는 유효하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돈바스 지역을 넘어 남부에서 더 넓은 지역을 점령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자 미국이 즉각 반발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 전쟁은 러시아가 영토를 확장하려는 전쟁에 불과하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 확대를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번에 6발의 로켓을 쏠 수 있는 다연장 무기로 1문이 보통 포병 1개 대대의 화력과 맞먹는 HIMARS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12기가 투입됐는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에 HIMARS 4기를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HIMARS./AFP 연합뉴스

조선일보  장민석 기자

 

07.25  “조국 우크라 위해”…前 NBA 스타, 우승반지 2개 경매 내놨다

▲우크라이나를 위해 NBA 챔피언 반지를 경매에 내놓은 슬라바 메드베덴코. /ESPN 트위터

 

미국프로농구(NBA) LA레이커스 출신인 슬라바 메드베덴코가 자신의 조국 우크라이나를 위해 NBA 챔피언 반지 두 개를 경매에 내놨다.

 

24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메드베덴코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NBA 챔피언 반지를 팔기로 결정했다. 메드베덴코는 2001년, 2002년 레이커스에서 코비 브라이언트, 샤킬 오닐과 함께 팀을 이뤄 파워포워드로 뛰었다.

 

스포츠용품 경매업체 SCP 옥션은 반지 2개의 최종 낙찰금액을 메드베덴코의 ‘플라이 하이’ 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 재단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역 학교의 스포츠 인프라를 복원하고, 스포츠 동호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매는 오는 27일부터 내달 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SCP 옥션 측은 이번 경매의 최종 낙찰가가 최소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메드베덴코는 키이우 인근 건물 옥상에서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러시아군의 로켓을 본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금고 안에만 둘 거라면 이 반지가 왜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 결정을 내렸다”며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메드베덴코는 “그 후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리더십을 보이고,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반지를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며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전쟁, 로켓, 경보 등에서 오는 압박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100곳 이상의 학교를 폭격했다. 이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면서 “체육관은 복원 과정에 있어서 가장 마지막 순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는 겨울이 있고, 아이들은 뒷마당이 아닌 실내에서 놀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김가연 기자

 

07월 26일  펄펄 끓는 지구에 전력 비상…‘히터 못 트는 겨울’ 오나

 

유례없는 불볕더위가 전 세계를 휩쓸며 미처 폭염 대비를 하지 못한 국가들이 혼란에 빠졌다.


여름에도 서늘해 에어컨 보급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영국에서는 올여름 기온이 40도를 넘어가며‘에어컨 구매 대란’이 벌어졌고, 일본에서는 ‘열사병 보험’까지 등장했다. 프랑스 정부는 ‘냉방 시 상점문을 닫으라’는 지시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여름을 넘기고부터가 더 문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며 에너지 가격이 폭등, 전체적인 수급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난방 등을 위한 전력 수요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25일(현지시간) 보도문을 내고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트 스트림-1’ 가스관 터빈 하나를 추가로 가동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루 운송량이 현재 6700만㎥에서 3300만㎥까지 줄어들 예정으로, 이는 해당 가스관 전체 용량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미국 및 서방 압박용 카드로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가 겨울 난방용 전력마저 소진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떨고 있다.


러, 유럽 가스 공급 또 줄이고
英은 40도 넘는 최악 폭염 맞아
日선 고온에 열사병 보험 불티
美 철인3종 대회 다음달로 미뤄


◇더위 휩쓴 북반구, 폭염 대책 ‘비상’ = 지난 19일 오후 4시, 영국 중부 링컨셔주 코닝스비 온도가 40.3도까지 치솟았다. 영국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7월 평균 기온이 20∼25도인 만큼 평소 인근 국가들의 폭염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심정으로 바라봤을 영국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철로가 휘고, 전선이 늘어지는 것은 예삿일. 온열 질환을 호소하는 응급 환자가 늘어나며 응급 신고 전화가 일주일 만에 10배 증가했다. 약 95%의 가정에 에어컨이 없는 영국의 상황상, 무방비하게 폭염에 노출되며 피해가 더 극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에 따르면 이에 따라 영국에서 에어컨 구매가 급증하는 등 그야말로 ‘에어컨 대란’까지 벌어졌다.

일본에서는 때 이른 열사병 환자가 줄 잇자 ‘열사병 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NHK 방송, 아사히(朝日)·산케이(産經)신문 등에 따르면 스미토모(住友) 생명의 한 자회사가 출시한 열사병 전용 보험은 지난달 29일부터 단 3일 만에 신청 건수 6000건을 돌파했다. 다른 보험사인 손해보험재팬도 열사병으로 사망할 경우 보상금을 지불하는 내용의 특약을 성인 상해보험에 추가했다. 총무성 소방청은 지난달 열사병으로 구급 이송된 인원이 1만5657명으로, 소방청이 2010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 6월 27일∼7월 3일 일주일 동안에만 1만4353명이 이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6월부터 도쿄(東京) 기온이 35∼36도를 넘나들고 있다.

최고 기온이 37.8도를 넘은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는 지난 24일 예정됐던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대회를 내달로 연기했다. 주최 측은 “역사적인 날씨 상황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보스턴시는 시내에 10여 곳의 ‘냉방 대피소’도 운영하고 있다. 뉴욕시는 트라이애슬론 대회를 24일 개최했지만, 사이클과 마라톤 거리를 보다 짧게 줄였다.

 

▲미 캘리포니아주 마리포사 인근에서 지난 22일 발생한 ‘오크 산불’이 거세지는 가운데 24일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

 

우크라 사태 등 전력 수급 악화
獨 ‘심야 신호등 끄기’ 검토
佛 ‘새벽 조명 광고 금지’등
주요국, 에너지 절감 정책 운영

◇문제는 전력난, ‘난방 없는 겨울’ 올 수도 = 문제는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 시간이 늘면서 쓸 수 있는 전력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며 상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겨울에 히터를 틀 전력조차 부족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대목이다. 각국 역시 분주히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 매체 스타스 앤드 스트라이프스에 따르면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카이저슬라우테른시는 오는 12월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 조명을 달지 않거나 스케이트용 아이스링크를 운영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를린에서는 늦은 밤에 신호등을 끄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포츠담에선 사우나 시설의 온도도 낮춰 운영하고 있다. 위르겐 크로그만 올덴부르크 시장은 “여름에 찬물 샤워를 하는 것이 겨울에 추운 아파트에서 사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상점에서 에어컨을 가동할 시 문을 개방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할 예정이다. BBC에 따르면 아녜스 파니에-뤼나셰르 프랑스 에너지전환 담당 국무장관은 24일 주간 르주르날뒤디망슈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절감을 위해 냉난방 시 상점들이 문을 열어두는 것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공항과 기차역을 제외하고 오전 1시부터 6시까지 조명 광고도 할 수 없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 관련 법을 통과시켜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내주 법령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범칙금은 최대 750유로(약 100만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일본은 겨울 전력난에 대비하기 위해 최대 9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기로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력 확보는 정부의 책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 정부는 6월 27일 도쿄 일대의 전력 예비율이 떨어진다며 ‘전력수급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주의보는 전력예비율이 5%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중국도 전력난 우려가 계속되자 석탄 화력발전 가동을 급히 늘리고 있다. 다만 석탄 발전이 기후위기의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전 세계적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일보  김현아·김선영 기자

 

07월 28일 우크라에 가려…무관심 속 인권유린 신음하는 아프간·미얀마

■ Global Focus - 탈레반·군부 득세에 ‘암흑기’ 놓인 두 나라

전 세계의 관심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쏠려 있는 동안 잊어진 나라들이 있다. 지난해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군정의 엄혹한 통치하에 최근 민주화 인사 4명이 사형당한 미얀마와 지난해 8월 무장단체 탈레반이 재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이다. 이번 글로벌 포커스에서는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 국가적 ‘암흑기’에 놓인 미얀마와 아프간의 오늘을 다룬다.


■ 여성탄압·경제기능 상실 아프간

 ▲지난 26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거주하는 한 빈곤층 어린이가 땅을 헤집으며 고철 덩어리들을 찾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여성 수감자들이 지난 26일 칸다하르 중앙교도소에서 여성 교도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EPA 연합뉴스

 

아프간 여성, 경제·교육활동 막혀… 하루 1명꼴 극단선택
주민 90% 식량부족 허덕… 마약판매가 主수입원 될 수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하며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사라지자 탈레반 강경파가 정권 실세로 득세하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경제난으로 딸자식을 인신매매로 팔아넘기고, 여성들은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으면 거리에 나서질 못하고 있어요. 지금 정권엔 희망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중동 전문가인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는 지난 26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탈레반은 세계에 구호와 물자 지원 요청을 하려 유화책을 쓰는 척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교수는 “탈레반은 지난 5월부터 여성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하고, 여성들이 이를 착용하지 않으면 보호자인 남성들을 처벌하며 여성을 투명인간 취급하고 있다”면서 여성 인권 문제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실제로 유엔 인권위원회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아프간에서는 경제활동과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불가능해진 여성들이 거의 하루에 한 명꼴로 목숨을 끊고 있다. 이슬람 근본주의에 기반한 탈레반은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머리카락을 드러내면 남성을 유혹하는 행동이라고 판단해 이를 엄격하게 금지하면서 여성의 경제활동까지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재집권 직후에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여성 인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염불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 세계가 혼란한 틈을 타 탈레반은 지난 3월 모든 여학교의 문을 닫았고, 보건 및 교육 이외의 대부분 분야에서 여성 채용까지 금지했다. 5월에는 장거리 여행에 남성 보호자가 동행해야만 하고,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려야 한다는 법령을 공표했다. 탈레반 1차 집권(1996∼2001년) 당시의 여성 억압 정책이 모두 되살아난 셈으로, 항의 시위를 주도했던 프로잔 사리 등 여성인권 운동가 4명은 지난해 11월 살해되기까지 했다.

유엔에서 아프간 여성 문제를 담당하는 앨리슨 데이비디언 대표는 25일 브리핑에서 “아프간은 여성의 고등학교 진학이 금지된 세계 유일국가로, 아프간 여성들은 자신들을 보이지 않는(invisible) 존재이자, 세계에서 잊어진(forgotten) 존재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인권 후퇴와 동시에 아프간의 사회·경제적 위기 역시 심각하다. 경제난 속에서 인구 절반이 극심한 기아에 직면해 있고 주민의 90%가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세계은행(WB) 통계를 인용해 탈레반 집권 1년 만에 아프간 국내총생산(GDP)이 34%나 하락할 거라고 전망했다. 탈레반이 경제정책을 제대로 운용해본 경험이 없는 데다, 국제사회 제재까지 겹치면서 경제난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사회가 탈레반에 대한 광범위한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 경제는 더욱 나락으로 빠졌다. 외국 기업 및 은행들은 아프간 현지 운영을 사실상 중단했고, 아프간 정부의 해외 자산은 동결됐다. 최근 미국이 동결한 아프간 정부의 해외 자금을 제3국에 예치해 탈레반이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제3국 감독 조건을 탈레반이 거부하면서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탈레반이 통치자금 마련을 위해 지하경제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마약성 식물인 양귀비 재배 및 판매를 본격화하면서 국제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 언론 및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이대로 계속 경제 압박을 받게 되면 결국 마약 판매를 국가 주 수입원으로 삼게 될 가능성도 있으며, 중국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탈레반의 폭압 정치와 경제 위기는 앞으로 계속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슈퍼파워’ 미국이 떠난 뒤 외부 지원이 끊긴 데다, 미·중 갈등 격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 국제무대에서 아프간은 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도 “국제사회의 감시·견제도 없고, 탈레반에 저항하는 반군 세력도 전무하기 때문에 탈레반 정권은 이대로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파키스탄 내 소탕 작전으로 아프간으로 쫓겨온 강경파까지 감안하면 탈레반 정권은 갈수록 더 극단적 폭압 정치를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민주화 인사 4명 처형한 미얀마

 ▲미얀마 군부의 정치범 4인 처형에 분노한 태국 거주 미얀마인들이 지난 26일 방콕의 미얀마 대사관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2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얀마 군부 반대 집회에서 한 시위자가 ‘군부의 살해에 침묵하지 말라’는 문구가 담긴 전단지를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얀마, 쿠데타 후 2123명 사망… 빈곤에 시위동력 잃어

“옆집 아저씨가 세간살이 훔치고, 택시기사는 강도 돌변”


“모두가 미얀마를 잊은 사이에 민주화 인사 4명이 군부에 의해 사형을 당했습니다. 이번 사형은 군부가 민주화 세력에 최후통첩을 날린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제 총선을 한 번 더 치러서 군부가 국회를 장악하거나 헌법 개정을 통해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할 겁니다.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민주화 세력도 힘이 많이 빠진 게 사실입니다.”

최영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 겸 한·미얀마연구회 부회장은 지난 26일 문화일보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2월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가 46년 만에 정치범 사형을 집행한 것에 대해 “국제사회의 시선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쏠리자 미얀마 군부가 인권유린 행위를 강행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얀마 군정은 24일 민주진영의 표 제야 또(41) 전 의원과 시민활동가 초 민 유(53) 등 정치범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는데, 민주화 인사 처형은 1976년 이후 처음이어서 국제사회가 충격에 빠진 상태다. ‘국민 힙합 가수’인 또 전 의원은 군부 체제에 비판적인 랩을 하다 아웅산 수지 전 국가 고문이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의 의원으로 변신해 활동을 이어가다가 지난해 11월 체포됐다. 초 민 유는 1988년 군부의 쿠데타에 저항한 학생운동 출신들이 조직한 민주화 운동 단체인 ‘88세대 학생 그룹’의 지도자였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현재 미얀마에서는 117명의 민주화 운동 인사가 사형 판결을 받았다. 특히 26일 기준 2·1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시민 2123명이 사망했으며 1만4883명이 체포되거나 처벌된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화 운동 자체도 힘이 많이 빠진 상태다. 이번 사형 집행 이후 또다시 반군부 시위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지만,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해 동력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취업난과 식량난이 심각한 상황으로, 운동가들 역시 당장 끼니를 거르다 보니 다들 지쳐있다. 미얀마 현지에 사는 T(가명)는 문화일보에 문자 메시지를 통해 “미얀마 군부가 법적으로 금융 결제 자체를 막고, 은행에 허가를 받아야 송금할 수 있도록 제재를 강화하면서 민생 경제가 파탄이 났다”며 “경제가 너무 어려우니 생계형 강도가 판을 치는데, 옆집 아저씨가 세간살이를 훔치고 택시를 타면 택시 기사가 강도로 돌변한 정도로 미얀마 내부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경제 상황 악화의 주요 원인은 군부의 강압 통치지만, 역설적이게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역시 군부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삶을 옥죄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국내외적 불안으로 미얀마 통화인 ‘짯’의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이는 수입물가를 자극해 민생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 실제 현재 암시장에서 1달러는 2500짯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군부가 지난 4월 고정한 1850짯을 크게 웃돈다. 세계은행(WB)은 21일 ‘미얀마 경제 모니터 보고서’에서 미얀마의 2022년 국내총생산(GDP)이 2019년 대비 13%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마리암 셔먼 WB 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 지국장은 “가계소득 감소, 식량 부족, 빈곤 악화 등이 미얀마 국민의 회복력을 계속해서 시험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은 이렇지만 특별한 해법이 보이지 않아 미얀마 국민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이번 ‘기습’ 사형 집행을 단행한 군부가 앞으로도 강압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지에서는 미국과 서방의 압력에도 군부가 국제 사회와 대화에 나서거나 물러날 가능성이 없으며, 군부가 총선을 거쳐 정권 정당성을 획득한 뒤 헌법 개정을 통해 세력 공고화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군부가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수지 전 고문과 국가원수인 윈 민 대통령에 대해 사형 등 추가적 폭력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최 교수는 “수지 전 고문이나 윈 민 대통령을 죽일 명분을 찾기는 어렵고, 수지 전 고문이 사망할 경우 민주화 세력이 뭉치고 전 세계의 규탄을 받을 수 있기에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