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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安保 2022-05/ 05월 09일 對북·중 환상이 부른 총체적 안보 실패 - 05월 31일 국군 새 지휘부 최대 책무는 强軍 재건

상림은내고향 2022. 6. 3. 19:26

무너진 安保 2022-05/

05월 09일  對북·중 환상이 부른 총체적 안보 실패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국제정치학

북한이 7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또다시 발사했다. 지난 4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에 이은 올해 들어 15번째 미사일 도발로,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에 그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문재인 정권 5년이 안보 파탄 기간이었음을 보여준다.

문 정부는 지난 5년간 외교·대북정책을 추진하면서 남북 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뒀고, 대미·대일 외교는 그 종속변수로 취급했다. 김정은이 핵을 폐기할 의사가 없는데도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도 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미사일 도발을 재개하면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을 찢어놓을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북한은 전술핵미사일을 휴전선 부근에 배치하고 핵 선제공격론을 내세우며 한국을 핵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협박한다. 문 정부의 실패한 대북 유화정책 탓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문 정부는 북한의 이중성에 철저히 놀아나고 말았다. 2018년 9월 19일 남북 정상회담 이틀 뒤인 21일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문 대통령을 빼고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 문제를 다루자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사정도 모른 채 ‘한반도 운전자론’을 들고 나왔다가 ‘창밖의 남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미 공조를 통해 한국이 중재자 아닌 당사자가 돼야 한다. 문 대통령은 현실적 여건이 전혀 조성돼 있지도 않은데 북핵 문제 해결 입구로서 종전선언까지 제안했다가 미국으로부터 퇴짜 맞았다. 정치적 행위는 동기와 신념 여하를 불문하고 그 결과로 평가받는다. 문 정부 대북정책 5년은 국가이성의 관점에서 볼 때 완전한 실패였고, 그 결과 윤 정부에 엄청난 부담만 떠넘겼다.

문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한·중 관계를 ‘운명공동체’로 규정하면서 한국이 ‘중국몽(夢)’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중국공산당 독재 하에서 자유와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중국인들이 ‘한국몽’을 꿔야지, 왜 한국이 중국몽에 동참해야 하는가. 한·중 관계를 ‘국익’ 관점이 아닌 비합리적 ‘운명’으로 바라보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한국이 중국에 추가로 사드(THAAD)를 배치하지 않겠다는 굴욕적 ‘3불(不) 합의’를 해준 것은 바로 ‘한·중 운명공동체론’과 ‘중국몽 동참’ 같은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미국이 쿼드(Quad: 미국·호주·인도·일본 협의체) 참여를 요청했지만,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그것마저도 거부했다. 자유주의적 국제정치 질서를 교란하려는 중국에 대응해서 쿼드가 결성되고 미·영·호 ‘오커스 3국 동맹’이 만들어졌다. 아시아지역 안보 구조도 양자 동맹 중심의 ‘허브 앤드 스포크 시스템(Hub & Spoke System)’에서 다자동맹 구조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아시아에서도 유럽의 나토와 같은 다자안보기구가 탄생할 수밖에 없다.

오늘로 임기가 끝나는 문 정부는 아무런 대책 없이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함으로써 한·일 관계마저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 윤석열 새 정부는 문 정부 정책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국익의 관점에서 능동적으로 풀어 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05.09  국정원장 “나도 김정은이 핵 포기 않을 거라 생각”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사흘 앞둔 7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4일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고각 발사에 곧바로 이어진 것으로 윤 정부 출범과 바이든 미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고강도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중 이곳에서 7차 실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이 자화자찬을 거듭했던 대북 정책의 마지막 버팀목은 북한이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중단하겠다며 선언한 ‘모라토리엄’이었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은 지난 1월 노동당 회의에서 핵실험과 ICBM 발사 재개를 신속히 검토하라고 하더니 두 달 뒤, 4년 전과 비교해 성능과 비행거리가 월등히 향상된 ICBM 도발에 나서면서 다시 폭주를 시작했다. 우리를 겨냥한 미사일·방사포 등의 시험 발사는 더욱 빈번했다. 지난달에는 비행거리 110km, 고도 25km 탄도미사일을 쏘고 나서 “전술핵 운용 강화”라고 했다. “남조선군은 괴멸·전멸에 가까운 참담한 운명을 감수하게 될 것”이라는 김여정의 협박이 언제라도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완전 파산한 것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김정은과 친서를 교환하면서 “김 위원장과 손잡고 한반도 운명을 바꿀 확실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민족 대의를 위한 문 대통령의 고뇌와 수고에 경의를 표한다”며 초현실적인 찬사를 주고 받았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며칠 전 본지 인터뷰에서 “나도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정원은 국가의 안위를 위해 북의 동태를 감시하고 분석하는 최전선에 서있다. 김정은이 약속했던 비핵화가 허상이며 언제든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재개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걸 진작에 간파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국정원장은 불과 얼마 전까지 국회에서 “북한 비핵화의 큰 그림” 운운하며 한미 연합 훈련 축소를 주장해 왔다. 그러다가 정권이 막을 내리기 불과 며칠을 앞두고서야 “김정은의 비핵화를 나도 믿지 않는다”고 진심을 털어 놓은 것이다. 정권의 정치적 이해에 맞춰 국민에게 거짓 정보를 주입해 왔던 사람들이 지난 5년 동안 나라 운명을 떠맡아 왔던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5.10  한국판 ‘웜비어法’ 기대한다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인 이래진씨(왼쪽)와 김기윤 변호사가 4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기록물 지정금지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지난달 28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버지니아대 나우(Nau) 강당에 100여 명이 모였다. 북한 체류 중 억류돼 의식불명 상태로 돌아와 스물셋에 숨진 이 학교 출신 오토 웜비어의 5주기를 앞두고 열린 추모 행사였다. 그의 친구와 교수, 북한 인권운동가 등이 단상에 올라 고인을 추억하고 이 사건의 교훈과 북한 인권 탄압 문제에 대해 발언했다.

 

누구보다 주목받은 참석자는 고인의 부모 프레드·신디 웜비어였다. 사건 뒤 5년 만에 아들이 다니던 학교를 처음 찾은 것이다. 아버지 프레드는 예정에 없이 자신과 아내가 북한에 대해 지금까지 어떻게 책임을 물었는지를 소개했다. 부부는 아들에 대한 불법 감금과 고문, 살해 혐의로 북한 정부를 미국 법원에 제소했다. 궐석 재판에서 법원은 북한 정부가 웜비어 부부에게 5억100만달러(약 6345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판결 효력을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불법 석탄 운송으로 억류된 북한 선박 소유권을 인정받아 처분 가능하다는 결정까지 받아냈다. 부모는 북한의 악행에 대한 국제 제재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호소했다.

 

이 같은 노력은 죽은 아들의 이름을 딴 대북제재법 입법으로 이어졌다. 북한과의 금융 거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오토 웜비어 은행거래 제한법’과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돕는 ‘오토 웜비어 북한검열 감시법’이다.

 

웜비어 가족의 법정 싸움과 비슷한 소송이 한국에서도 시작됐다.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게 살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이 북한 정부를 상대로 우리 법원에 지난달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이다. 웜비어 부모는 북한의 책임을 묻고 응징하는 과정에서 자국 정부와 호흡을 맞췄고 도움을 받았지만, 해수부 공무원 유족들은 그러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훼방꾼이었다. 고인의 사생활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 유족들은 사건 발생 경위를 알기 위해 정보 공개 청구 소송을 냈지만, 청와대와 해경은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항소해 진상 파악은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모습은 9일 문 정부의 퇴진과 함께 볼 수 없게 되기를 바란다.

 

새 정부는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고 북한에 책임을 엄중히 물을 수 있도록 고인의 유족을 적극 지원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사건을 당사자 잘못으로 몰아가는 과정에서 명예훼손이나 인격권 침해가 인정된다면 정부가 책임지는 모습도 보였으면 한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국가 본연의 책무에 새 정부가 최선을 다할 때 진영과 이념을 불문하고 국민들은 신뢰를 보낼 것이다. 그래서 훗날 언젠가는 고인의 실명(實名)이 오토 웜비어처럼 북한의 악행에 대한 국가의 단호한 대응, 국민 생명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장면을 보고 싶다.

조선일보  

 

05.10  "靑, 군 장성 블랙리스트 있었다" 파행 인사 5가지 증거

"오직 평화입니다"를 외쳤던 문재인 대통령의 5년 임기가 9일로 끝났지만, 진정한 평화는 정착되지 못했다. 2018년 일련의 정상회담으로 평화 무드가 조성되는 듯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선제 사용'을 대놓고 천명하고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될 만큼 한반도 긴장 상황은 문 정부 초기로 되돌아간 듯하다. 굴욕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문 정부가 대북 유화 태도를 고집했지만, 북한은 위장된 평화 전술을 구사하며 지난 5년을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십분 이용했다.

 

 2020년 9월 청와대에서 열린 '4성 장군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거수경례하고 있다. 당시 남영신 군사안보지원사령관이 학군 출신으로 처음 육군총장에 발탁돼 논란이 됐다.[사진 청와대]

 

'평화 타령'의 결과는 어떠한가. 문 정부는 2019년 발표한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개념을 삭제하면서 국민의 안보 경각심이 둔감해졌다. 무엇보다 우리 군대는 지난 5년 수많은 파행과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치권력의 요구에 순응하고 입맛에 맞게 처신한 '정치군인'들이 군 지휘부와 요직을 대부분 차지했다. 장교와 병사 갈라치기, 육사와 비육사 편 가르기 인사가 만연하면서 군의 위계질서가 흔들렸다. 병사들의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면서 군인정신이 해이해지고 사기도 떨어졌다는 개탄의 목소리도 들린다. 국가 안보와 군을 걱정하는 전·현직 간부들은 인사 시스템 붕괴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거론한다.


군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문 정부 들어 임명된 김용우(육사 39기) 육군참모총장이 2017년 9월 국방부 인근 카페에서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을 비밀리에 만난 사건을 주목했다. 2017년 탄핵 와중에 집권한 문 정부 청와대 실세들이 군 장악을 위한 인사 지침을 하달하기 위한 만남으로 보는 시각이 퍼져 있다. 복수의 군 소식통 전언을 토대로, 문 정부 5년간 적폐 청산과 국방개혁 등을 내세워 진행된 몇 가지 파행 인사 유형을 정리한다.

 

 첫째, 육·해·공 3군 참모총장의 인사 추천권과 국방부 장관의 제청권을 무력화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인사수석실에서 군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고 한다. 그전까지는 봄·가을 인사를 앞두고 3군 총장이 후보자를 추천하면 국방부 장관이 제청했고, 이를 토대로 청와대가 정무적 판단을 10% 정도 반영해 내려보내면 확정하는 방식이었다. 군 장교들의 역량을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는 현장의 판단을 존중하는 상향식(bottom-up) 인사 관행이었다.

 

하지만 문 정부는 "청와대의 정무적 입김을 90% 이상 반영한 하향식(top-down)으로 바꿨다"고 군 소식통이 전했다. 진급 시기가 도래하면 청와대가 막후 채널을 통해 모든 장군 진급 대상자 명단을 미리 받았다. 이를 토대로 적합자(파란색), 부분 부적합자(노란색), 부적합자(빨간색) 등으로 분류하고 정권 차원에서 진급시켜야 할 특정 군인들을 콕 찍어 각 군 총장의 추천과 국방부 장관의 제청에 포함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각 군 본부와 국방부는 공식 인사 심의 과정에서 앞서 청와대가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적합자는 추천 및 제청 대상에서 철저히 뺐다는 증언이 나왔다.

 

둘째, 환경부 등 일반 행정부처뿐 아니라 군 인사에도 이른바 '블랙 리스트'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의 위협을 강조한 대북 강경파인지, 좌파 정권과 코드가 맞는 반미(反美) 성향인지가 기준이란 거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 때 중용됐다는 낙인이 찍힌 이종섭(육사 40기)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2018년 11월 당시 합참차장에서 한직인 국방부 육군정책연구관으로 밀려났고, 2019년 3월 군복을 벗었다. 적폐로 내몰려 검찰의 집중 수사를 받던 이재수(육사 37기)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사령관은 2018년 12월 유서를 남기고 숨지는 비극도 벌어졌다.

 2019년 9월 19일 평양에서 당시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남북군사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셋째, 문 정부는 한·미 동맹을 앞장서 지지해온 육사 출신 엘리트 장성들을 요직에서 배제하거나 승진에서 탈락시켰다고 한다. 기존에는 육사 대 비육사 장성 비율이 대체로 8대 2였는데, 기계적 균형을 내세운 문 정부가 5대 5로 맞추려 하는 바람에 군내에 상당한 불만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군내 다수이자 주류를 형성해온 육사 출신 장성들을 쫓아낸 자리에 해·공군과 학군·3사 등 비육사 출신을 두루 앉혔다. 첫 국방부 장관으로 해군 출신 송영무(해사 27기)를, 이어 공군 출신 정경두(공사 30기)를 장관으로 임명했다. 합참의장 자리도 정경두·박한기(학군 21기)·원인철(공사 32기)로 이어지면서 육사와 육군이 밀려났다.


기무사를 해체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사)로 바꾼 조치도 정치권력의 군 장악 시도 사례로 불린다.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대민 활동을 민간인 사찰로 몰았고, 2016년 촛불 시위 국면에서 작성된 계엄 문건을 쿠데타 모의로 부풀려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재판에서 대부분 무혐의나 근거 없는 것으로 나왔지만, 논란 와중에 안보사 사령관 자리는 남영신(학군 23기)·전제용(공사 36기)에 이어 이상철(학군 28기) 사령관까지 모두 비육사·비육군 출신이 차지했다.


특히 문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다는 남영신 장군은 지난 5년 군 인사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군내 비주류인 학군 출신으로 문 정부 들어 2017년 9월 창군 이래 첫 비육사 출신 육군특수전사령관, 2018년 8월 기무사령관에 이어 한달 후인 2018년 9월 안보사령관, 2019년 4월 지상작전사령관을 거쳐 2020년 9월엔 육군 창설 이후 최초로 학군 출신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파격적으로 초고속 꽃길 보직을 5년 내내 걷다 보니 "남 총장과 근무 인연이 있어야 출세에 유리하다며 줄 대려는 군인들이 많다"는 말까지 돌았다.

 

 넷째, 2019년 9·19 남북군사합의 체결 과정에서 보듯 육사 출신 중에서도 정권에 협조적이면 인사 때 최대한 배려 또는 구제하고 끝까지 보직을 챙겨줬다고 한다. 당시 청와대 지시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주도한 9·19 합의문 작성의 실무는 북한통으로 불려온 김도균(육사 44기) 국방부 대북정책관이 맡았다. 9·19 합의 내용은 국가 대비 태세와 주요 군사력 건설 등에 관련된 민감한 이슈인데도 합동참모회의라는 공식 논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대신 서욱(육사 41기) 당시 합참 작전본부장과 안준석(육사 43기) 합참 작전부장이 국방부에 다녀온 뒤 평양으로 합의문이 보내졌다고 한다.

 

9·19 합의에 기여한 장군들은 예외 없이 인사로 통 크게 보상받았다. 야전에서 사단장 경력도 없는 김도균 정책관은 2020년 5월 중장으로 승진해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으로 영전했다. 서욱 작전본부장은 2019년 4월 대장으로 승진하며 육군참모총장으로 영전했고, 다시 1년 만에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안준석 작전부장은 2018년 11월 중장으로 진급하고 2020년 9월에 대장으로 승진해 지상작전사령관에 발탁됐다. 기무사 해체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던 이석구(육사 41기) 기무사령관은 전역 이후 UAE 대사로 나갔다.

 

 다섯째, 육군이든 비육군이든 호남 출신은 최대한 중용했다. 586 운동권 출신이자 전남 장흥 출신으로 문 정부 초기 호남 세력의 구심점이었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인사위원장으로서 군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육군에서는 김용우(육사 39기·장성) 육군참모총장,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서욱(광주) 국방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김정수(해사 41기·목포) 해군참모총장 임명 때는 군인사법 제24조의 2항에 명시된 ‘임기제 진급 2회 제한’ 규정을 깨고 임기제로만 3회째 진급해 편법 논란을 빚었다. 문 대통령이 밀어붙인 경항공모함 사업 등을 주도한데 대한 보은 인사라는 입방아에 올랐다. 박인호(공사 35기·김제) 공군참모총장도 호남 인맥이다.

 

지금 군 내부에서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 5년간 청와대의 과도한 인사권 개입으로 현장의 지휘 체계가 흔들리고, 장교들은 진급에만 집착하고, 수뇌부는 소신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면서 군의 정체성이 실종됐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념 과잉으로 헝클어진 군을 정상화할 것인가.

 

 첫째, 군 전문가에 인사권을 돌려줘야 한다. 추천권은 각 군 총장에게, 제청권은 장관이 행사하면 뒷말이 덜 나올 것이다. 둘째, 정치군인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능력 위주 인사 원칙을 회복해야 한다. 육사라고 배제해도 안 되고, 비육사라고 우대할 이유도 없다. 셋째, 특정 지역이나 군종 출신이란 이유로 배제하지도 말고 요직을 독식하지 않도록 하고 역차별도 차단해야 한다. 넷째, 군의 위계를 다시 세우고 투철한 국가관과 안보 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다섯째, 적폐 청산 와중에 부당하게 고통받은 군인들에게 합당하게 보상하고 명예를 회복해줘야 한다. 윤 정부의 군 정상화는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2021년 12월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강원 철원군 백골부대에서 손식 육군 3사단장의 보고를 받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5년간 왜곡된 인사를 정상화하자는 목소리가 높다.[국회사진기자단]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05.12  “사드 철수 고려” “미군 완전 철수” 낭떠러지 달렸던 韓美동맹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이 작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미국 트럼프 행정부 국방장관이던 마크 에스퍼가 최근 회고록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 동맹의 위험했던 순간들을 적나라하게 기술했다. 그는 사드 정식 배치가 계속 미뤄지자 “2020년 카운터파트(서욱 전 국방장관)에게 ‘사드의 한반도 철수를 고려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2018년 직접 가본 사드 기지의 생활 여건이 “끔찍”했는데도 문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느라 사실상 방치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것이 동맹을 대하는 방식이냐”며 미 합참의장에게 사드 철수의 구체적 방안을 조사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그는 “한국이 중국의 궤도로 끌려가는 상황을 걱정했다”고 적었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은 바이든보다 먼저 시진핑과 통화해 “중국 영향력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고 칭송했고, 사드 3불(不)로 중국에 군사 안보 주권을 내주는 충격적 양보도 했다. 2019년 문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결정에 대해선 “(한일 간 불화로) 북한과 중국만 이득을 보고 있었다”고 했다. 당시 트럼프는 넌더리난 듯 머리를 흔들며 “이런 위대한 동맹의 가치가 있나”라고 비꼬듯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미국도 이해했다”는 거짓말을 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2018년 1월 트럼프가 주한미군 가족들에 대한 대피령을 내리려 했었다고 전했다. 대피령은 전쟁 임박을 의미한다. 외교·군사 문외한인 트럼프는 당시 김정은과 ‘화염과 분노’ ‘핵 버튼’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에스퍼 전 장관은 “트럼프가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를 제안했다”고도 밝혔다.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와 남북 쇼 생각뿐인 문 정권이 겹치면서 한미 동맹이 뿌리째 흔들렸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건 미국과의 군사 동맹이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미 동맹을 와해시키려고 집요한 공작을 해왔다. 중국도 다를 게 없다.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 시도에 국무장관이 “두 번째 임기 우선순위로 하죠”라고 하자, 트럼프는 “그렇지, 맞아”라며 미소 지었다고 한다. 2024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다시 당선될 수 있다는 미국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다. 안보와 동맹은 결코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05월 16일 북한 코로나 실상과 對北 지원의 전제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한때 코로나19 청정지역이라고 자랑하던 북한이 별안간 오미크론 사태로 아비규환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감염병 참사 앞에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 한다.

이 대동란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북한에 지난 4월은 ‘잔인한 계절’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문을 닫은 지 꼭 2년 만이던 지난 1월 초 북한은 부분적인 국경 개방을 시작했다. 경제보다 정치적 이유가 우선이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김일성 생일 110주년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이라는 거창한 정치행사를 목전에 두고 북한은 패닉 악몽에 빠졌다. 정치행사의 미관을 장식해 줄 수많은 생화와 선물, 열병식의 장비와 군복에 이르기까지 북·중 국경을 넘어온 중국의 물품들은 오미크론 바이러스를 듬뿍 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부부장 쪽은 오미크론 실태를 공개하지 말고 당분간 계속 침묵을 지켜야 한다고 우긴 반면, 김정은과 군부는 당장 공개하고 방역투쟁에 나서야 한다며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지난 12일 제8기 제8차 정치국회의가 열렸고, 그 이튿날 김정은은 국가비상방역사령부 현장에서 “4월 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 범위에서 폭발적으로 전파 확대돼 짧은 기간에 35만여 명의 유열자(발열자)가 나왔으며, 그중 16만2200여 명이 완치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사망자는 지난 15일 기준 누적 42명으로 발표됐다.

북한이 이렇듯 코로나에 취약한 이유는 3가지다. 첫째, 북한 주민 대부분은 영양실조 환자로 면역력이 매우 취약하다. 둘째, 검진을 비롯한 방역 인력과 장비가 절대 부족하다. 셋째, 북한의 의료보건 행정은 모두 허위 보고에 익숙하다. 4월 말이 아니라 4·15 태양절 무렵에 이미 국경도시 신의주에서 오미크론이 시작됐지만, 4·25 열병식에 집착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겐 그 보고가 들어가지 못했다고 현지인들은 전한다.

4월의 패닉은 5월의 아비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5월은 ‘모내기전투’ 기간이기 때문이다. 근로자와 대학생은 물론 북한군 장병 대부분이 이동해 협동농장으로 진출한다. 이들의 집단생활이 불가피하지만 모내기전투를 지원하지 못 하면 북한의 1년 농사는 ‘폭망’한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한 당국이 호응한다면 코로나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 의료 기구, 보건 인력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코로나 상황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방침은 옳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7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북한이 대남 도발 행위를 즉각 중단하는 것이다. 우리가 인도적 물품을 보내주는데 북한이 핵실험으로 답한다면, 그것은 윤 정부가 가장 싫어하는 남북관계로 첫 단추를 채우는 셈이 된다.

 다음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 물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허용하는 등 투명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북한 주민들 몫으로 준 것을 노동당 고위간부들이나 군부에 우선 공급한다면 인도적 지원의 본질을 완전히 왜곡하는 것이다.

폐쇄사회 북한의 김정은식 방역 리더십 신화가 산산조각이 난 지금 윤석열 새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남북관계 새판 짜기에 큰 변수가 될 것이다.

문화일보 

  

05월 17일 北 동포’ 중심의 대북 정책 필요하다

전성훈 前 통일연구원장 국민대 겸임교수

新냉전 특징은 ‘자유 對 독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 선명
서방의 敵은 푸틴·시진핑 세력

자유 진영은 中·러 주민과 협력
핵 대응 강화와 남북대화 병행
6·23선언式 담대한 결단 기대

 

우리는 탈(脫)냉전시대 30년을 지탱했던 화해와 평화의 규범이 파괴되고 힘의 논리가 세계질서를 지배하는 신(新)냉전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국민이 이러한 사실을 체감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창의적인 대북정책을 열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과거 냉전시대에 우리 정부가 추진했던 중요한 정책에서 지혜를 얻는 게 바람직하다.

서방 진영은 1947년부터 소련의 공산주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봉쇄정책을 폈다. 나치 독일을 함께 격퇴한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우호적인 여론도 많았지만, 1950년 6·25전쟁이 소련의 실체를 파악하고 냉전 구도를 정착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냉전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의 옷을 입은 두 체제의 대결이었다. 미·소, 미·중 데탕트와 같은 대화 노력도 있었으나 군사적 대치와 긴장의 연속이었고, 일반 국민 간의 교류도 극히 제한됐다.

냉전이 한창이던 1973년 6월 박정희 대통령은 ‘6·23 평화통일 외교정책 선언’(6·23선언)을 발표했다. 당시는 안보적으로 매우 취약한 시기였다. 북한의 군사력이 우리를 월등히 앞섰고, 1971년 주한미군 7사단 철수와 중국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1972년 리처드 닉슨의 중국 방문, 1973년 1월 베트남 평화협정 체결 등으로 국제 정세가 크게 요동쳤다. 1971년 남북 적십자회담을 시작으로 진행된 남북대화도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6·23선언은 이러한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발상을 전환하고 전략적으로 사고한 결과물이다. 선언은 △남북 간 상호 내정불간섭과 불가침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 찬성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한국의 문호 개방 등 파격적인 제안을 담았다. 상호 내정불간섭과 불가침은 남북 분단사의 일대 장전으로 평가받는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치적 화해와 군사적 불가침 부문으로 발전했다. 유엔 동시 가입 제안에 허를 찔린 북한은 ‘2개 조선’ 책동이라고 맹비난했지만, 1991년 7월 먼저 신청서를 내서 160번째(한국은 161번째) 회원국이 됐다.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 지지는 북한을 밖으로 끌어내 국제사회의 규범과 상식을 따르도록 유도하고 한반도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문호 개방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냉전의 벽을 허물고 외교 지평을 확대하려는 대담한 시도였고, 노태우 정부가 냉전 종식이라는 세계질서의 대전환기에 공세적인 북방정책을 펼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신냉전시대는 중국과 러시아의 세력 팽창과 이에 저항하는 서방 진영이 대립하는 세상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탈냉전 30년간의 유화정책이 중·러의 독재체제를 강화하는 데 악용됐다고 판단하고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신냉전 구도를 정착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현재 이념의 옷을 벗은 자유와 독재의 체제 대결이 진행 중이다.

 

신냉전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독재체제의 정권과 주민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자유세계의 적(敵)은 시진핑의 중국공산당, 블라디미르 푸틴과 그 일당이지만, 일반 주민은 협력의 상대로 본다. 세계화 덕분에 민간 교류와 협력을 냉전시대처럼 틀어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대중적인 접촉면이 넓고 연결고리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후변화·자연재해·감염병·테러 등 국제적으로 협조해야 할 신흥 위협이 늘어나 체제는 달라도 상부상조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졌다.

신냉전시대를 맞아 6·23선언에 버금가는 담대한 대북정책이 나와야 한다. 북한이 한반도에서 핵을 독점한 어려운 상황이지만 위축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북한이 월등한 군사력으로 도발을 일삼던 1970년대에도 6·23선언으로 판을 주도했다. 핵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는 상대에게 비핵화하면 협력하겠다는 정책으로는 남북 관계를 끌어나갈 수 없다. 이제 핵 문제와 남북대화를 분리하는 ‘투 트랙 정책’이 필요하다. 북핵 위협은 한미동맹을 핵·미사일 방어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해서 대응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제사회를 설득해 제재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북한 동포 중심의 남북 협력과 북한 변화의 기회를 최대한 만들어야 한다.

문화일보 

 

05월 19일  北核 뇌관 제거가 ‘평화’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의 ‘오판’으로 귀결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럽연합(EU)이 내린 결론은 ‘전략적 나침반(Strategic Compass)’, 이른바 공동안보 전략이다. EU 회원 27개국은 세계 최대 핵보유국인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개별 국가적 대처로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하고 유럽 공동 군대 창설을 통한 공동위기관리에 시동을 걸었다. 70년 만의 유럽군 창설 숙원도, 74년간 중립을 지켜온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신청에 스위스마저 중립국 딱지를 떼려는 것 역시 푸틴의 침공 때문이다. 궁지에 몰린 ‘늙은 독재자’ 푸틴이 전술핵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EU는 다자군사동맹 강화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러시아가 전술핵 봉인을 해제하는 순간, 제3차 세계대전 판도라 상자가 열릴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의 ‘핵동결’ 전략을 ‘1년 내 비핵화’로 포장하며 북한 핵전략을 ‘오판’하는 바람에 5년 허송세월로 북핵 위기를 키운 셈이 됐다. 문 전 대통령 대북관은 ‘북한은 경제난으로 전쟁을 감당할 능력이 없고, 북핵은 대미 협상용이라 북한의 군사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핵·미사일이 운용단계에 진입한 데다 김정은이 지난 4월 25일 열병식에서 ‘선제 핵 사용’을 선언, 핵무기를 방어용에서 공격용으로 전환하겠다는 핵 독트린으로 ‘오판’임이 드러났다. 궁지에 몰린 독재자의 ‘오판’과 상대의 ‘오판’이 겹치면 전쟁 위험을 키울 뿐이다. 김정은은 2017년 6차 핵실험부터 농축기술에 의한 우라늄 대량생산 방식을 택했다. 임박한 북한의 7차 핵실험 성공은 한반도와 미 대륙이 단·중·장거리 핵무기 사정권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약 2600만t 양질의 우라늄이 매장된 세계 최대 우라늄 왕국 북한이 핵탄두 대량 생산의 길로 고속질주하는 걸 방치하면, 북한이 미·러·중에 이어 세계 4위 핵보유국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젊은 독재자’ 김정은이 지난해 1월 당대회에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제시하며 공언한 대로 5대 전략무기를 완성하면 전술핵 개발 등을 통해 북한의 핵전쟁 수행전략은 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뇌관을 무용지물로 만들, 안전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재래식 전력에 초점을 맞춘 한미연합사의 전쟁수행전략인 지금의 작전계획을 수정한 새 작계 수립과 미국 핵우산의 한미방위조약 명문화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미국 전술핵의 ‘나토식 핵공유체제’ 도입도 필요하다. 나아가 한미동맹 차원에서 핵 및 재래식 전력 등 모든 수단을 활용한 ‘맞춤형 통합 억제(Tailored Integrated Deterrence)’ 개념을 작계에 도입해야 한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제기한 이 억제 개념은, 핵 및 재래식 전력의 통합, 다영역 전장영역 간 통합이 핵심이다.

북핵 위협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미국과 동맹국의 억제력을 효율적으로 통합하는 동북아 지역 다자억제체제, 이른바 ‘아시아판 전략적 나침반’에 의한 지역공동안보전략 새판 짜기도 필요하다. 북핵 뇌관 제거 없이 ‘지속가능한 평화’는 없다.

문화일보

 

05월 20일  北 ICBM·핵 도발 임박… 不容원칙 행동으로 보일 때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20∼24일) 중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한·미 당국에 따르면, 핵실험 준비는 물론 ICBM 액체연료 주입을 완료한 정황도 확인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9일 “북한의 7차 핵실험, 미사일 시험 등에 대비 중이며 동맹 보호를 위해 군사 태세를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 도발이 현실화하면, 한·미 양국이 단호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굴욕적 행태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시간을 벌어주고, 결과적으로 도발을 부추기는 효과를 낳았다. 윤석열 정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미국도 결연하다.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 측에 “북한 도발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중 정상이 곧 통화할 것이라고도 한다. 중국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는 데 실패하면 미국 측의 준비된 강력한 대응에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는 사전 통보로 읽힌다.

한·미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불용(不容) 원칙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대북 제재 강도를 높이고, ICBM 도발 시 요격 등 응징적 군사 대응 조치도 검토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미사일을 쏘는 김정은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했다. 지금은 그런 결의를 행동에 옮길 때다. 당장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 등 심리전 재개를 포함해 모든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문화일보 사설

 

05.26  대장 전원 교체, 文 정권 5년간 무너진 軍 바로 세워야

▲서욱 전 국방장관,정경두 전 국방장관,송영무 전 국방장관(왼쪽부터)/조선일보DB

 

정부는 25일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대장 7명을 전원 교체했다. 새 정부 출범 보름 만에 대장급 지휘부를 모두 물갈이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코드 인사와 북한 눈치 보기로 인해 무너진 군을 바로 세우고 전면 쇄신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간 우리 군은 도저히 군대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망가졌다.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고 선언했다. 인류 역사에 없던 선언일 것이다. 북한의 요구에 맞춰 각종 훈련을 대폭 축소해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었다. 북이 탄도미사일을 수십발 쏘아도 ‘불상’이라고 얼버무렸다. 국방장관은 “직접 도발은 아니다” “대화로 풀어가려는 의도”라고 했다.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해선 “불미스러운 충돌” “이해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전략자산은 한반도에 전개하지 않아도 된다” “재래식 무기로 북핵에 대응할 수 있다”는 상식 밖의 말도 했다. 북한이 쓰는 논리까지 갖다 대며 북 대변인 노릇을 했다.

 

일선 부대의 경계 태세는 붕괴됐다. 취객과 치매노인, 시위대에 군 기지가 뚫리고 북한 목선은 삼척항에 ‘노크 귀순’ 했다. 철책을 넘었던 귀순자가 같은 곳으로 다시 월북하고, 북한이 탈북민 월북 사실을 방송해도 군 수뇌부는 몰랐다. 군 내 성범죄는 끝없이 이어졌다. 장관이 부하와 공개리에 싸우기도 했다. 부실 급식과 코로나 집단 감염까지 겹쳐 장관이 1년에 7번이나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반성하고 특단의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중국이 수백 차례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고 서해 중간선을 넘어와도 항의 한번 제대로 못했다. ‘사드 3불’로 군사 주권을 양보해도 침묵했다. 도리어 북 미사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사드 정식 배치는 미루면서 시위대 눈치만 봤다. 서해에서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에 사살돼 불태워지는 상황을 뻔히 알면서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런 군이 정권 보위에는 앞장섰다. 추미애 전 장관 아들 휴가 특혜 의혹을 감싸느라 군 스스로 진창에 빠졌다. 대통령과 총리의 동생을 채용한 기업의 회장은 명예 사단장으로 군을 사열했다.

 

우리 국방 예산은 50조원을 넘는다. 북한의 10배가 훨씬 넘을 것이다. 그래도 국민은 언제나 북한의 위협 속에 살아야 한다. 군이 항상 북한군보다 한 발 늦고, 의지가 약하고, 정권에 잘 보여 진급할 생각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는 얼빠진 생각과 해이해진 기강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새 지휘부가 정신적 무장 해제 상태에 있는 군을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5.26  “미사일엔 미사일로” 北도발 맞서 5년 만에 韓美공조

北, 바이든 귀국길에 3발 발사
ICBM 1발, 단거리 미사일 2발
한미, 각각 미사일 1발씩 응사
안보실장·외교·국방장관… 한미 고위급 연쇄통화

▲2022년 3월 24일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하는 '화성-17형'을 발사하는 장면.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25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 3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올해 들어서만 17번째 무력 도발로, 한·일 순방을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귀국행 비행기에 탑승 중인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한·미는 곧바로 안보·외교·국방 분야 고위급 채널을 전면 가동했고, 한국군의 현무-II와 미군의 ATACMS(에이테킴스) 미사일을 공동으로 대응 발사하는 ‘찰떡 공조’를 선보였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6시, 6시 37분, 6시 42분 세 차례에 걸쳐 북한이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각각 포착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 미사일은 화성-17형 ICBM(비행거리 360㎞, 고도 540㎞), 두 번째와 세 번째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라 불리는 SRBM(단거리탄도미사일)으로 각각 추정됐다. 이번 도발은 바이든 대통령이 탑승한 전용기 ‘에어포스 원’이 미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착륙하기 2시간 전에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한·일 순방 기간 보인 북·중·러 견제 행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지하의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국가안보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취임 후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한·미 정상 간 합의된 확장억제 실행력과 한·미 연합 방위 태세 강화 등 실질적 조치를 이행하라”고 했다. 한·미는 이날 4년 10개월 만에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NSC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한반도와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로 규정하며 ▲한·미 공조를 통한 대북 제재의 철저한 이행과 ▲한·미 연합 방위 태세 강화 등을 주문했다. 윤석열 정부 명의로 발표된 성명에서도 “북한의 도발은 더 강력하고 신속한 한·미 연합 억제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실질적 조치를 취할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이날 북한 도발에 맞서 우리 정부가 취한 군사·외교적 조치들 모두 한·미 간 공조를 통해 이뤄졌다. 합참은 오전 10시 20분쯤 “한·미 미사일 부대가 한국군의 현무-II, 미군의 ATACMS(에이테킴스)를 1발씩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연합 지대지미사일 실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미 군 당국이 공동 대응한 것은 2017년 7월 이후 4년 10개월 만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는 북한 군사 행동에 대해 상응하는 후속 조치를 한·미가 함께 실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했다.

 

▲북한이 25일 동해상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미 군 당국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대응에 나섰다. 주한미군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 연합군의 위기 대응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미군과 한국군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한국군의 현무-2가 발사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미군이 ATACMS(에이테킴스) 지대지미사일이 발사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한·미 간 안보·외교·국방 분야 고위급 채널도 전면 가동됐다. 이날 오전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한 것을 시작으로 한·미 외교장관과 국방장관 간 유선 협의가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김 실장과 설리번 보좌관은 “북한의 즉각적인 도발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외교장관 통화에선 ▲새로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의 필요성, 국방장관 통화에선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조기 개최 등이 각각 논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그에 상응하는 한·미 공조는 전날 중국과 러시아의 폭격기·전투기 6대가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등과 맞물려 외교가에서는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다시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북한 도발과 관련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대신과 통화하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 3분에 최초로 보고를 받았고, 평소보다 이른 오전 7시 10분쯤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했다. 평소 머리를 오른쪽으로 넘겨 고정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다소 헝클어진 모습이었는데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05월 26일  북핵 ‘실물적 억제’ 위력 보여야 할 때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북한이 25일 3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 17번째이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2일에 이어 벌써 2번째 도발이다. 이번에는 한·미 미사일 부대가 국군의 현무-2와 미군의 에이태큼스 미사일 1발을 응사했다. 정부 측 설명에 따르면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 징후도 속속 포착됐다고 한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대북 메시지에 대한 북한 식의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평양이 먼저 노선과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한국과 미국의 입장에 대해 북한은 자신들은 기존의 노선을 변화시킬 의사가 없으며, 앞으로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시간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순방을 마치고 워싱턴에 거의 도착할 즈음이었다. 미국에 대한 직접적 도발로 비칠 수 있는 한국과 일본 체류 중의 미사일 발사는 유보했지만, 그래도 미국에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책략으로 볼 수 있다. 발사한 미사일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 2발이 사용됐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모두를 사거리에 둔 미사일 능력을 시위한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이 자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 24일 러시아와 중국 항공기들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진입한 사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의 인도·태평양 지역, 더 나아가 글로벌 차원의 공조 여지가 확대됐고, 한·미·일 간의 안보 협력 가능성도 언급된 만큼 이에 대한 견제 차원의 움직임이었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교감에 따라 이뤄졌는지는 단언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이번 미사일 도발을 통해 북한은 베이징·모스크바와 연대할 수 있는 카드로서,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부각하는 효과도 거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5년간은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믿고 북한의 선의에 기댄 대북정책이 추진됐다. 하지만 그 결과는 비핵화와 남북 협력 모두 실패로 나타났다. 오히려 핵·미사일은 더 공고해진 시기였다. 이제는 북한의 셈법을 바꾸기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도발에 분명하게 대응할 의지와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 정상회담 후 나온 공동성명에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이 천명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러시아가 행한 핵 위협의 사례를 되돌아봐야 한다. 북한은 실물적인 확장억제의 위력을 체감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거리낌 없이 핵 협박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EDSCG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식의 핵기획그룹(NPG)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비롯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한·미 간 핵 공유 등의 개념에 대한 열린 접근이 있어야 하고, 감시·정찰·타격 능력 등 우리의 대응 전력 역시 조기 확보돼야 한다.

그동안 대북정책의 문제는 대북 압력 자체가 아니라, 압력이 일관되게 제대로 가해지지 않았다는 점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아야 할 때다.

문화일보  

 

05월 27일  文정부 뭉갠 서해 공무원 피살 ‘판도라 상자’ 열리나

■ 대통령실 정보공개 적극검토

文정부 제기한 항소취하땐
軍 보고내용·주체·방법 등
尹정부서 전면 공개 가능성
전·현정부간 법리싸움 예고

대통령실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정보 공개를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이 법원의 정보 공개 판결에 불복해 제기했던 항소를 취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마지막 날인 5월 9일 관련 자료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 비공개 조치하면서 공개 여부를 두고 전·현 정부 간 법리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7일 관련 정보 공개에 대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국가안보실은 우선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이 냈던 항소를 취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형 이래진 씨가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해경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으나, 국가안보실과 해경이 각각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대통령실은 국가안보실뿐 아니라 해경도 동시에 항소를 취하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항소를 취하하더라도 국가안보실 자료가 이미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상황이어서 바로 공개는 불가능하다. 문재인 정부는 정보공개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9일 법원에서 국가안보실 자료를 받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했다. 지정기록물을 열람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 또는 관할 고등법원장의 영장이 필요(대통령기록물법 17조 4항 1·2호)하다. 국가안보실 자료는 사건 당시 대통령 서면보고 여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보고 시점 및 주체, 방법 등이 담긴 핵심 자료다. 현재 법원에는 도·감청 내용이 담긴 국방부 자료, 승무원 진술서 등을 포함한 해경 자료만 남아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임 정부가 각종 소송으로 막고 닫아둬서 앞으로 공개 가능한 정보가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씨의 유족은 이 씨가 최근 법적 사망 판정을 받은 만큼 문재인 정부에 살인 방조 및 직무 유기 혐의에 대한 고발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검사의 영장 청구를 통한 자료 열람 우회로를 모색할 수 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이 1심에서 패소했는데도 2심 재판 도중 국가안보실 자료를 대통령기록물로 기습 지정한 것과 관련, 지정기록물의 효력 발생 여부를 두고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그 효력을 두고 법리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문화일보  김윤희 기자

 

05-27  또 흐느낀 김정은, 그 눈물 뒤편의 공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또 눈물을 흘렸다.

현철해 인민군 원수의 빈소에서다. 19일 사망한 현철해의 빈소를 하루 뒤 찾은 김정은은 유해를 바라보며 비통한 표정을 짓더니 손수건까지 꺼내 들고 눈물을 훔쳤다. “상실의 아픔을 금치 못한”(북한 조선중앙통신 표현) 김정은은 현철해의 시신이 든 관을 직접 운구까지 하며 마지막 예를 갖췄다.

군부 핵심 현철해는 김정은의 후계자 수업을 맡아 했다. 빈소를 찾아 흐느낀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자 인간적 도리일 터. 다만 그걸 주민들에게 그대로 노출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북한 매체는 영상의 한 장면, 사진의 미세한 각도까지 검증에 검증을 거듭해 걸러낸다. ‘김정은의 눈물’이 전하려는 의도나 다른 차원의 메시지가 분명 있다는 의미다.

 

2011년 12월. 아버지인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20대 김정은은 눈물을 보였다. 영결식 날 김정일 운구차를 호위한 이 후계자는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눈 내리는 평양 시내를 침통한 표정으로 돌았고, 그 모습은 그대로 세상에 드러났다. 이후 김정은은 잊을 만하면 눈물을 훔쳤다. 2015년 설날에는 첫 방문지로 평양육아원을 찾아 눈물을 흘렸다. 2020년 당 창건기념일 열병식에선 주민들을 앞에 두고 “미안하다” “고맙다”를 연발하며 울먹거렸다.

이런 김정은의 눈물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애민(愛民)’이다. ‘백성을 굽어 살피시는’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을 때 김정은은 전가의 보도인 눈물을 끌어내 닦았다.

그런데 김정은의 눈물에서 특히 주목할 지점은 따로 있다. 우리 당국자는 “김정은 체제 선전정책의 핵심은 최고지도자의 강온 양면을 동시에 노출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인한 장군 이미지와 눈물로 상징되는 따뜻한 어버이 이미지를 동시에 연출해 주민들을 현혹시키려 한다는 얘기다. 이는 김정은이 그렇게 닮고 싶어 하는, 할아버지인 김일성이 내세운 선전선동 전술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 김정은은 눈물을 흘릴 때 더 무서웠다. 김정일 영결식 날 그렇게 통곡한 앳된 청년은 얼마 뒤 고모부인 장성택을 잔인하게 처형했다. 2017년 이복형 김정남을 독살했을 땐 중국 매체에서 ‘김정남 피살 소식에 김정은이 소파에 쓰러져 울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철해의 빈소에서 비통해한 김정은은 불과 닷새 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섞어 쐈다. 스스로 “건국 이래 대동란(大動亂)”이라 표현한 코로나 정국 속에서도 도발의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북한은 2020년 열병식에서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신형 무기들을 과시하며 무력시위를 했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는 “사랑하는 남녘 동포” 운운하며 울먹거린 김정은의 눈물에 더 주목했다.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것”이라며 반색했다. 이런 오판에 웃었을 김정은은 눈물의 뒤편에서 차곡차곡 핵·미사일을 다졌다.

김정은이 울먹거릴 땐 섣불리 장단에 맞춰주기보다 그 이면을 봐야 한다. ‘악어의 눈물’에 현혹돼 빗장만 열어주기엔 그동안 너무 당하지 않았는가.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

 

05.28  北이 쏘자 정권교체 '실감'…文땐 못봤던 尹정부 낯선 '3가지'

유지혜 외교안보팀장의 픽 : 북한 도발과 정부 대응

지난 25일 북한의 대륙간장거리탄도미사일(ICBM) 도발 국면에서 ‘정부가 바뀌긴 바뀌었구나’를 실질적으로 느끼게 해준 장면 세 개.

 북한이 지난 25일 시험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17형 미사일. 사진은 지난 4월 열병식에서 공개된 화성-17형. 뉴스1

 

#. ‘도발’에 호부호형을 허한다

“북한이 오늘 대륙간탄도미사일(추정)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한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불법행위이자,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다.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한 지 약 네 시간 뒤인 오전 10시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발표한 정부 입장이다. 이 중 핵심인 ‘도발’과 ‘규탄’은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야 되살아난 표현이다.

 

 강인선 대변인이 2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오픈 라운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안보회의(NSC) 회의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도발로 부른 것을 문제 삼으며 “대통령의 실언이 사실이라면 소위 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는 우몽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고 막말을 쏟아부었다.

 

이후 문 정부에서는 북한이 도발을 해도 도발로 부르지 못했다. 당시 한 정부 관계자를 만나 ‘김여정이 금기어로 정했다고 이를 정부가 곧이곧대로 따르는 것이냐’고 물었다. “김여정이 그렇게 말한 이상 우리가 도발이라는 표현을 쓰면 북한에서 곧바로 또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 굳이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정부가 교체되고 이제야 다시 ‘도발’에 호부호형이 허락된 셈이다. 문 정부 초기에 쓰던 ‘불상의 발사체’처럼 그야말로 불상 같은 표현이 사라진 것도 물론이다.

 

#. 국가안보실의 실명 브리핑

25일 오후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기자들을 상대로 직접 상황 설명에 나섰다. 북한의 의도나 기폭장치 실험 등 7차 핵실험 준비 동향까지, 예민한 정보 사안도 아우르는 설명이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오픈라운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박3일 방한 일정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뉴스1

 

통상 이런 경우 실명이 아닌 ‘고위 당국자’로 인용해 보도하는 백그라운드 브리핑 형식을 택하는데, 김 차장의 브리핑은 모두 실명으로 보도할 수 있다는 전제로 이뤄졌다.

 

문 정부에서는, 특히 2018년 대화 국면을 거친 이후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NSC 회의를 열어도 서면으로 짤막한 몇 줄짜리 결과문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자들이 브리핑 등을 통해 NSC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질문할 수 기회 자체가 사실상 제한됐다.

 

김 차장의 실명 브리핑은 그래서 인상 깊었다. 한‧미는 최근 들어 정보 자산으로 탐지한 내용까지 공개하면서 북한의 도발 준비 동향을 “다 들여다보고 있다”는 선제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허를 찌르는 기습 도발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경고인데, 김 차장의 브리핑 역시 그런 성격이 강했다. 실제 한·미 군 당국은 이날 북한 도발 직후 지대지 미사일 발사 등으로 즉각 대응했다.

 

 북한이 25일 동해상에 ICBM을 발사한 직후 군은 '현무-Ⅱ', 미군은 ATACMS 등 지대지미사일을 1발씩 동해상으로 발사하며 대응했다. 사진은 미군의 ATACMS 지대지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 뉴스1

 

이는 ‘준비돼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읽혔다. 기자들에 대한 김 차장의 답변 자체도 애매함이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설명과 분석 전달이었다. 이에 이미 작성 중이던 기사들도 그의 브리핑 내용을 주로 포함하는 방향으로 대폭 수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 바로 수화기 든 한‧일 장관

사실 가장 생경한 풍경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 간 통화였다. 외교부가 기자들에게 한‧일 장관이 북한 도발과 관련해 통화했다는 사실을 알린 건 25일 오후 7시 49분. 북한이 미사일을 쏜 당일, 그것도 약 한나절밖에 지나지 않아서였다.

 

심지어 보도자료 다섯 문장 중 네 문장의 주어가 “양 측은” 내지는 “양 장관은”이었다. 의견이 대부분 일치했다는 뜻이다. (나머지 한 문장은 ‘박 장관이 하야시 외상과 통화했다’는 내용이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25일 외교부 청사에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대신과 통화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이 도발하면 한‧일 간 논의가 이뤄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보통 북핵 수석대표 간에 통화하는 정도다. 격을 높여 장관들이 직접 수화기를 들고 공동 대응을 논의한 건 최근 몇 년 사이에 보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불과 한 달 전 박 장관의 전임자인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은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장관회의에 참석, 하야시 외상과 같은 공간에 있을 때도 약식회담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 양쪽 중 누구도 그다지 적극적으로 만나려는 의지가 없었다. 애초에 하야시 장관 취임 뒤 정 장관과의 첫 통화 자체만도 3개월이나 걸렸다.

 

사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미국보다 더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는 한‧일이 대북 공조를 강화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간 과거사 갈등 등으로 인한 한‧일 관계 악화는 대북 협력도 삐거덕거리는 안보상 허점으로 이어졌다. 박 장관과 하야시 외상 간의 즉각적 통화는 그래서 낯설지만, 반가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국가안보회의(NSC)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정부와 비교할 것은 아니고, 사실 가장 인상 깊은 건 이날 NSC 회의를 직접 주재하기 위해 이른 아침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급히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선거 기간 중 외견상으로 가장 크게 바뀐 게 앞머리를 볼륨 있게 넘겨 이마를 드러내고 깔끔하게 정리한 헤어 스타일이었는데, 이날 카메라에 잡힌 윤 대통령은 앞머리가 축 처져 이마를 가리는 ‘윤 총장 스타일’로 다시 돌아갔다.

 

개인적으로는 바뀐 스타일이 훨씬 좋아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이날만은 총장 스타일이 적절했다. 몇 분이라도 빨리 NSC를 주재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발신해 국민을 안심시키는 군 통수권자로서의 직분 이행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이처럼 새 정부의 달라진 모습은 인상적이다. 물론 한국 정부가 달라졌다고 해서 북한의 핵 야욕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게 행동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21일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 뒤 이제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기로 했다는 점을 성과로 설명했다.

 

그러기를 바란다. 공동성명에서 추상적으로 약속한 ‘한‧미 간 빈틈없는 공조’가 어떻게 현실화할지,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지켜보는 시선이 아직 많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05.30  장교가 대북 특수작전 내용을 북에 팔아넘겼다니

▲2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장성진급 보직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 시작에 앞서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장성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2 창군 수준의 혁신"을 주문했다. /연합뉴스

 

참수부대 소속 대위가 북한 공작원에게 가상 화폐를 받고 부대 작전 계획을 팔아 넘긴 사실이 드러났다. 참수부대는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김정은을 비롯한 북 지도부를 제거하는 작전을 수행한다. 그런데 그 부대가 전시에 어떻게 작전하고 행동할지에 관한 계획을 김정은에게 넘겼다는 것이다. 그 대가는 불과 4800만원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무너질 대로 무너진 군이 이젠 북한과 김정은을 위해 간첩 행위까지 할 정도로 타락했다.

 

2018년에는 국군정보사 팀장급 장교가 각종 군사 기밀을 건당 100만원에 중국·일본에 팔아넘긴 사실이 드러났다. 그가 넘긴 정보 중엔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비밀 요원 신상 기록이 포함돼 있었다. 국방과학연구소 일부 직원들은 퇴직하면서 첨단 무기 개발 관련 기밀 자료를 무더기로 빼 나갔다. 자기 여자친구에게 군 기밀을 수십 건 유출한 장교, 로펌에 취직하려고 각종 군사 기밀을 변호사들에게 넘긴 공군 장교도 있었다. 이러니 북한이 “고위 장교부터 사병까지 돈벌이를 위해 군사 기밀을 빼돌리는 부패와 오합지졸”이라고 조롱하는 것 아닌가.

 

2017년엔 국방통합데이터센터가 해킹돼 참수작전과 북 국지 도발 대응 계획, 미국이 제공한 대북 정보 등 1500만장 분량의 기밀이 북으로 넘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그런데도 국방장관은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군사와 무기 관련 핵심 기술을 가진 원자력연구원과 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도 잇따라 해킹당했다. 그때마다 사과하고 특단의 대책을 세운다고 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

 

군 수뇌부는 그동안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며 북 도발에 눈감고 일선 부대는 곳곳에 경계가 뚫리고 걸핏하면 성 추문에 휩싸였다. 돈 몇 푼에 국가 기밀을 팔아먹는 일까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게 군이냐”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제2 창군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

조선일보 사설

 

05.30  천안함 재조사, 대상 안 되는데 위원장이 지시

감사원, 재조사 과정 감사
민변 출신 이인람 당시 위원장
‘北 어뢰로 폭침’ 이미 증명됐는데 좌초설 주장하는 진정 받아들여…
법조계 “윗선 직권남용 소지 커”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가 2020년 ‘천안함 폭침(爆沈) 사건’이 재조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이인람 진상규명위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재조사 결정을 내렸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미국 등 5국 전문가 74명이 참여한 민군합동조사단은 2010년 ‘천안함이 북한 어뢰 공격으로 폭침됐다’는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진상규명위는 이 최종 조사 결과 대신 ‘내부보다는 외부 폭발의 가능성이 높다’는 당시 민군합동조사단의 중간 조사 결과를 재조사 검토 보고서에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소행’이란 명확한 사실을 누락하고 ‘좌초’ 등 외부 충격이 천안함 사고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식의 보고서를 만들어 재조사 결정의 근거로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서해수호의날을 앞두고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 천안함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천안함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29일 감사원의 ‘천안함 재조사 과정 감사 결과’에 따르면,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해온 신상철씨는 2020년 9월 7일 진상규명위에 천안함 사건의 원인을 재조사해달라는 진정을 냈다. 진상규명위 사무국은 보름쯤 뒤 ‘천안함 사건은 그 원인이 명확해 재조사 대상이 안 된다’며 진정을 각하했다. 그러자 신씨는 그해 10월 14일 이 위원회 A국장에게 ‘진정을 받아달라’고 했고, A국장은 당시 이인람 위원장에게 이를 전달했다. 이에 이 전 위원장은 ‘신씨의 진정을 받아주라’고 지시해 실제 접수가 됐다. 감사원은 “진상규명위에서 진정이 반려됐다가 다시 접수된 건 천안함 사건이 유일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임명한 이 전 위원장은 민변 출신이다.

 

이때부터 진상규명위는 ‘천안함 재조사’ 결론을 정해 놓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억지 논리를 동원하는 작업을 벌였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우선 신씨는 ‘진정인’ 자격이 없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위원회는 신씨가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위원 출신이란 점을 부각해 그의 진정인 자격을 인정했지만 관련 법엔 군 사망 사고를 직접 목격했거나 목격한 사람의 증언을 들어 ‘특별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만 사고 원인 재조사 진정을 낼 수 있다. 감사원은 “신씨가 천안함 관련 ‘특별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감사원은 또 천안함 사건 자체가 재조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관련 법에 ‘군 사망 사고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을 때’ 재조사를 하게 돼 있는데, 민군합동조사단 뿐만 아니라 법원도 ‘천안함은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게 충분히 증명됐고, 신씨의 좌초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명확하게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진상규명위는 이런 사실을 검토 보고서에 넣지도 않고, ‘군 사망 사고 재조사 진정은 대체로 받아주는 것이 관행’이라는 이유를 대며 재조사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 전 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당시 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접수 처리를 하라’는 식으로 말해서 그렇게 하는 게 맞겠다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진상규명위 실무자들은 감사원 조사 때 “이 위원장을 설득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재조사 의견으로 검토 보고서를 올렸다”고 진술했다. 재조사 결정으로 천안함 유족들이 반발하자 위원회는 지난해 다시 이 사건 진정을 각하했고 이 전 위원장은 사퇴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경찰이 수사 중이기도 하다. 법조계에선 “위법한 천안함 재조사 지시를 내린 윗선은 직권 남용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05월 31일  국군 새 지휘부 최대 책무는 强軍 재건

 권태오 前 한미연합사 부참모장 예비역 육군 중장

정부가 바뀌니까 북한이 쏜 ‘미상 발사체’라는 표현이 당장 ‘탄도탄’으로 바뀌고 수일씩 걸리던 발사 시간 등의 제원 발표도 신속하게 브리핑 된다. 마치 전혀 다른 국방부를 보는 듯하다.

지난 25일에는 군 수뇌부를 바꾸는 인사도 단행됐다. 이번 인사에 대해 법적 임기도 무시하는 불합리한 조치라는 불만도 있지만, ‘정치군인’ 소리 듣던 군 수뇌부를 물갈이한 것으로 잘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의 평가는, 유니폼을 입은 군인들이 ‘사드’ ‘9·19 남북 군사합의’ 같은 중요한 안보 사안에서 군인답지 않은 태도를 보였던 것을 따끔하게 질책하면서 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담은 조치였다고 평가한다. 그 국민적 여망은 한마디로 ‘국민의 신뢰 회복과 스스로의 위상 확립’으로 귀결되며, 세부적으로는 다음 몇 가지를 포함한다.

첫째, 군 인사제도의 독립성과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 군 인사는 단순한 자리바꿈이 아니라 진급을 동반하는 것이므로 만일 그 선발에 잘못이 있다면 군 조직 내 생명인 사기와 단결은 무너지고 충성과 복종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따라서 군 인사는 신중하게 시행돼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 5년의 군 인사는 공정과 균형을 내세우면서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정치적 인사였다. 새로운 군 수뇌부는 자신들 스스로 ‘군복 입은 정치인’으로 변해 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또한, 더 이상 정치인들의 입김이 군 인사에 작용하지 않도록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평범한 말을 소홀히 듣지 말아야 한다.

둘째,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출산율 저하로 입대 대상이 줄어드는데도 병 복무 기간을 단축했고, 서둘러 많은 사단급 부대를 해체해 버렸다. 또, 평화가 왔다면서 계획된 연합훈련과 연습을 중지 또는 축소했고, 심지어는 최전방 경계초소를 폭파하는 등 군의 수족을 절단하고 오감을 마비시키는 자해행위를 했다. 되돌릴 수 없는 이런 조치들로 말미암아 전투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국민의 안보 불안감은 증폭됐으니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군은 당장 실전 같은 훈련과 연습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쏠까요 말까요’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셋째,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군인의 두발이 길고 전투복이 몸에 맞지 않으며 제대하는 군인의 복장에 요란한 휘장이 붙어 있는 모습은 실소를 자아낸다. 보안과 반공·방첩이 더는 강조되지 않는 병영이니 부대의 훈련 상황과 일정은 병사의 가정으로 중계되고, 심지어 아군의 ‘참수작전계획’을 장교가 적에게 팔아넘기는 기막힌 일도 벌어졌다. 이 지경이 된 것은, 그동안 권력 앞에 당당하지 못했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던 군 수뇌부의 잘못이 크다. 그런 상관을 보며 부하도 닮아갔던 것이다. 그간 ‘병영 자율화’란 미명으로 방치했던 군내 기강 문란을 바로잡기 위해 즉각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한동안 우리 곁에서 들리던 ‘군바리’ ‘똥별’ 같이 군을 비하하는 말은 결국 국민이 지어낸 게 아니라 군이 자초한 것이다. 과거를 반성하면서 ‘적에게는 공포와 전율의 대상이 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강하고 멋진 대한민국 국군’으로 자리 잡아 나가기를 기대한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