危機의 韓半島2022-5/
05.03(화) 강대국발 ‘국뽕 시대’

채병건 국제외교안보 디렉터
우크라이나 전쟁은 놀랍다. 자본주의적이건, 사회주의적이건 가장 먼저 전제주의와 봉건 체제를 타파했다는 유럽에서 21세기에 육·해·공군이 쳐들어가는 전쟁이 벌어졌다는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더욱 놀라운 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경이로운 지지율이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뒷머리에 총을 맞아 처형을 당하고, 러시아 군인이 성폭행을 자행하는 참상이 벌어지는데 러시아에선 푸틴 대통령 지지율이 80%를 넘는다.
러시아의 레바다 센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푸틴 지지율은 전쟁 이전인 올해 1월 69%에서 4월 82%로 상승했다. 2월 71%→3월 83%→4월 82%로 고공비행 중이다. 러시아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 역시 1월 50%에서 4월 66%로 올랐다.
전쟁 중 푸틴 지지율 80%로 껑충
미·중의 ‘줄세우기’도 현재진행형
국제사회 냉혹한 현실 직시해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느 전쟁이 그러하듯 참혹하다. 러시아군에 포위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도시는 시가지가 파괴돼 멀쩡한 건물을 찾아볼 수 없고 도로엔 시신이 널브러져 있다. 과거 잔혹한 섬멸전을 구사했던 몽골의 호라즘·유럽 원정이 연상될 정도다.
그럼에도 이같은 놀라운 푸틴 지지율이 나오는 것을 놓고 서구 매체에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지금 러시아에선 전쟁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다. 대신 ‘특수군사작전’으로 보도한다. 참상을 전하던 몇 안되는 독립 언론들은 문을 닫거나 해외로 나가야 했다. 러시아 당국의 철저한 언론 통제가 러시아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렸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80%라는 숫자를 언론 통제만으로 설명하기엔 힘에 벅차다. 언론 통제보다 “서방과의 대치가 러시아 국민을 결속시켰다”(데니스 볼코프 레바다 국장)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레바다 센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을 ‘부정적(negative)’으로 본 답변은 지난해 11월 42%에서 올해 3월 72%로 급상승했다. 반대로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같은 기간 45%에서 17%로 줄었다.
외부 세계를 관측할 때 내가 바라는 모습과 내가 보는 모습을 혼동하면 판단을 그르친다. 러시아 국민이 참담한 전쟁을 보고 분노하기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즉 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의 전쟁’이 아니라 ‘러시아의 전쟁’이고, 현재까지는 푸틴의 극단적 일방주의가 최소한 국내 여론의 묵인 속에 진행되고 있다.
문명사회를 후퇴시키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 질서의 변화를 보여준다. 국제사회를 이끄는 주도국들은 그간 무역 장벽을 낮추고 교류를 늘리며 자본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세계화로 달려왔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보듯 이젠 ‘강한 러시아’를 위해 침략 전쟁을 불사하고 여론은 이를 지지해 주는 ‘국뽕의 시대’를 맞고 있다.
사실 출발은 미국이다. ‘위대한 미국’(Make America Great Again)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보냈던 2016년 미국의 선택이 강대국발 국뽕의 시대를 예고한 시작이었다. 세계의 경찰 대신 세계의 수금원이 되려 한 트럼프 아메리카는 “내가 왜 당신 나라를 지켜주는가”라는 소극적 국뽕이었다. 기존 동맹국들을 향해 무임승차 비용을 요구하고, 국경엔 장벽을 쌓아 ‘미국의 미국을 위한 미국만의 미국’을 시도했다.
시진핑의 중국몽은 ‘이제부터 중국이 만드는 질서에 줄을 서라’는 압박형 국뽕이다. ‘신형대국관계’이든 ‘중국의 핵심이익’이든 표현이 뭐가 됐건 중국 중심의 세계관에 순응하지 않는다면 절대 묵과하지 않겠다는 중화 유일 질서 독트린이다. 이에 거대한 환호의 물결을 보내는 게 중국 여론이다. 과거 소련의 위세를 잊지 못하던 러시아는 독트린을 넘어서서 아예 침략 전쟁을 일으켰다. 대국 러시아가 이젠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강대국들이 국뽕 대결로 향하면 향할수록 우리에겐 안보와 경제 모두에서 위협이 된다. 우리는 작은 국토(스페인의 5분의 1)에서 5000만 명이 모여 살면서 분단 비용까지 지출하는 가운데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 이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나라 바깥에서 벌어올 능력을 키웠고, 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 바깥이 있었다.
하지만 ‘위대한 미국’과 ‘중화의 시대’ ‘제국의 부활’이 서로 충돌하며 주변국에 각자의 질서를 요구할수록 우리는 선택으로 인해 치러야 할 부담이 더욱 커진다. 지도를 들여다보니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동시에 힘을 투사하는 교차점이 이곳 한반도와 동아시아다. 우리는 이미 구한말의 경험이 있다. 이를 또 겪을 수는 없다며 지도자와 국민이 모두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상투적이다. 그럼에도 치욕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힘을 기르며 깨어 있어야 한다는 냉엄한 진실은 전혀 변함이 없다.
중앙일보 채병건 국제외교안보 디렉터
05월 11일 시진핑 방한 약속 펑크 내고 尹 방중 요청…이게 中 본색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한차례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두 차례 중국을 방문했지만, 중국 측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시 주석의 방한 의사를 여러 차례 확인했을 뿐,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이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방한한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은 10일 윤 대통령 예방 때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시는 것을 환영하고 초청한다”고 밝혔다. 국가원수의 방문은 대개 상호주의에 입각해 이뤄진다. 따라서 방한 약속을 ‘펑크’ 낸 시 주석이 윤 대통령의 방중을 요청한 것은 외교 원칙에 어긋나는 결례다. 보기에 따라서는 과거 왕조 시대 조공국에 ‘황제를 알현하러 오라’는 식의 일방적 통보로 비친다. 한국을 배려했다면 장소를 적시하지 않고 “편리한 시기에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했을 것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중국 대표단 접견을 마칠 때 방중 초청에 사의를 표하면서 “시 주석 방한을 고대한다”고 한 것은 적절한 대응이었다.
왕 부주석이 사드 문제 해결을 압박하며 쓰던 표현인 ‘민감한 문제의 타당한 처리’를 윤 대통령 앞에서 공개적으로 꺼낸 것도 부적절하다. 중국은 서울에서 500㎞밖에 떨어지지 않은 산둥성에 사드보다 강력한 레이더를 설치 중이다. 그런 중국이 사드에 대해 안보 우려를 내세우며 발목을 잡는 것은 적반하장이자 내로남불이다. 더구나 중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선제 대남 핵 공격 발언에 대해선 문제조차 삼지 않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한 유엔 제재 논의도 저지하고 있다.
이런 게 중국 본색인데도 문 전 대통령은 ‘혼밥 굴욕’을 당하면서도 중국몽을 함께하겠다는 저자세를 보였다. 두 나라는 협력이 불가피한 이웃 국가라는 점에서 이런 비정상적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양국의 공동 노력이 시급하다.
문화일보 사설
05.16 “한반도 핵우산 명문화해야” 韓美전문가들, 백악관에 보고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스1
북한, 중국 등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범위 확대나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한미 양국 전문가 20인의 정책 제언 보고서가 최근 미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에 제출된 것으로 15일(현지 시각) 확인됐다. 21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의회가 설립한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 주도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앞으로 한미 동맹 관련 정책의 기본 자료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약 80쪽짜리 보고서 ‘두 대통령, 하나의 길’은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국장 주도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브루킹스연구소, 애틀랜틱카운슬, 미국외교협회(CFR) 등의 주요 싱크탱크 전문가가 두루 참여했다. 미국에서는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빅터 차 CSIS 선임부소장,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 등이 한국에서는 주중대사 후보로 거론되는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와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동참했다.
애덤 시걸 미국외교협회 신흥기술·국가안보석좌는 북·중·러의 사이버 공격 증가를 우려하며 “한미 양국은 사이버 공격이 특정 상황에서는 상호방위조약의 범위에 해당한다는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사이버 공격도 한미 상호방위조약상 공동 대처가 가능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 공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천명하는 의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해 ‘확장 억제(미국의 핵우산 제공)’를 명문화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게 된 만큼, 한미가 핵 사용 작전계획을 공유하는 수준으로 확장 억제를 고도화하지 않으면 미국의 방위공약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 한국 내 핵무장론이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처럼 ‘주한미군 완전 철수’가 재등장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양국 의회가 비준하는 조약 개정을 통해 미국의 안보 공약을 최대한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사드 추가 배치 않는다’는 것 등을 중국에 약속한 3불(不) 정책 폐기를 위해 한미가 “동맹 간 계획과 협의에 중국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는 원칙을 공동 채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미연 애틀랜틱카운슬 아시아국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EPF)’ 내에 중국의 경제 보복에 집단 대응하는 보호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05.17 한미동맹이라는 보험

▲1953년 8월 서울에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가조인하는 덜레스(앞줄 오른쪽) 미 국무장관과 변영태 외무장관.
‘이미 병에 걸렸어도, 고위험군이어도, 얼마든지 가입할 수 있습니다.’ 보험 광고에 흔히 쓰이는 상투적인 문구다. 병에 걸렸거나 걸릴 위험이 큰 사람이 보험 가입을 하려 하면 거절당하기 일쑤다. 그런 불만을 공략하는 광고 문구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보험이란 병 걸린 사람에게 필요한 것인데, 막상 병에 걸리면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퇴짜를 맞기 일쑤라는 걸 소비자들도 잘 안다. 그래서 보험 회사들은 ‘우리는 다르다, 받아준다’며 광고를 할 정도다. 반면 건강한 사람은 큰 어려움 없이 가입할 수 있다. 그다지 필요 없어 보일 때는 가입하기 쉽고, 막상 절실한 시점에는 가입하기 어렵다.
이런 현상을 ‘보험의 역설’이라고 이름 붙여보자. 보험의 역설은 보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군사 동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원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략을 견뎌내고 있는 지금처럼 나토와의 동맹이 간절한 시점도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당장 나토에 가입할 가능성은 ‘0′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왜일까? 보험의 역설 때문이다. 나토는 가입국이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하는 경우, 회원국 전체가 자동 참전하는 집단 안보 시스템이다. 평시 상황을 전제해도 퍽 부담스러운 조건이다. 게다가 지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실제로 전쟁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당장 가입한다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나토 가입국은 모두 러시아와 자동적으로 전쟁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렇게 큰 부담을 짊어질 수는 없으므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가능하지 않다. 이미 병에 걸린 환자는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건강한 사람은 오히려 보험에 쉽게 가입할 수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경우가 그렇다. 지난 15일 핀란드는 나토 가입을 공식화했다. 스웨덴은 현지 시각으로 16일 나토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보며 더는 애매한 중립을 지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러시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토는 군사 동맹이다. 군사 동맹은 함께 전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실제로 전쟁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 동맹에 가입하지 못한다. 나토가 나토라는 이유로 나토에 가입하지 못하는, 웃자니 비극적이고 울자니 희극적인 상황이다. 그렇게 우크라이나는 오늘도 고독한 싸움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 보자.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은 현해탄에 애치슨 라인을 긋고 한반도를 포기했다. 소련을 등에 업고 침략한 북한은 중국의 도움을 받아 3년이나 전쟁을 지속했다. 치열한 싸움을 함께 했지만 미국은 다시 한번 한반도를 버리고 떠날 기미를 보였다.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거제도에 수용되어 있던 반공 포로를 독단적으로 석방하는 초강수를 두며 미국의 뜻을 꺾었다. 1953년 10월 1일, 결국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다.
한미 동맹은 이렇게 시작됐다. 대서양과 태평양 양쪽의 전선에서 승리를 거둔 세계 초강대국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비참한 최빈국이 1대1로 군사 동맹을 맺는 일은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1978년 결성된 한미연합군사령부의 구성은 어떤가. 국군과 미군이 동등하게 구성한 전시사령부가 작전권을 갖는 이상적인 시스템이다. ‘전시작전권 환수’를 외치는 반미 세력의 주장은 선동일 뿐이다. 실제로는 전쟁 시 한국군 사령관이 미군까지 함께 지휘한다. 이런 파격적 대우는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같은 나토 회원국들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서 보험의 두 번째 역설이 등장한다. 일단 가입한 보험은, 특히 오래된 것일수록, 그 필요성과 고마움을 잊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가만히 있다 보면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까지 든다. 그래서일까. 심지어 국방이나 외교와 무관한 듯 보이는 온갖 시민단체들까지 나서서 한미 동맹을 흔들려고 든다. ‘그냥 해지하세요. 매달 나가는 보험비가 얼만데, 지금껏 별일 없었는데 앞으로 큰일 나겠어요?’
한미 동맹은 세계 외교사의 기적이다. 미국과 이런 군사 동맹을 맺을 수만 있다면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고자 할 것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지금, 한미 동맹과 보험의 역설을 곱씹어볼 때다.
조선일보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05월 19일 바이든 내일 방한…한미동맹 강화·확장 구체안 합의해야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일 한국을 가장 먼저 방문, 윤석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동맹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8일 “윤 대통령은 한·미 포괄적 전략 동맹을 동아시아와 글로벌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중심축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군사·경제 동맹에 이어 기술동맹이 추가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통해 첨단 기술 동맹 강화의 발판을 마련해 경제 성장의 기반을 닦겠다는 구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첫 행사로 삼성전자 평택공장 방문을 선택한 것은 한·미 첨단기술 동맹에 대한 의지의 과시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신냉전 시대 자유진영 공급망 구축을 강조하며 값싼 오프 쇼어링을 안전한 프렌드 쇼어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방문은 한국 기업들이 핵심 파트너임을 알리는 상징적 행보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김 차장은 “IPEF에서의 주도적 역할과 새로운 스탠더드 제시”를 강조했다. 중국 압박에 굴복해 동맹 공조를 기피했던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청산하고 앞으론 동맹 주도 기구에 선제적으로 참여해 국익을 도모하겠다는 뜻이다.
문 정부는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를 5년 내내 임시 배치 상태로 방치했고, 쿼드 가입을 외면함으로써 안보 외톨이를 자초했다. 북한에 대화를 구걸하며 핵우산을 위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도 열지 않았다. 윤·바이든 두 정상은 지난 5년 동안 망가진 동맹을 복원하는 데 머물지 말고 동맹을 업그레이드해 21세기 전략동맹으로 강화·확장하는 실효성 있는 방안에 합의해야 한다. 당장 사드기지 정상화와 한·미 상설통화스와프, 러시아가 퇴출된 세계 원전시장에 양국 공동진출 등이 시금석이 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5월 20일 韓美 정상 ‘반도체·원전 동맹’ 선언과 시너지 확대 과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0∼22일 한국 방문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미·중 전방위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신냉전이 본격화할 정도로 세계 정세의 대전환기에, 미국 대통령이 한국 새 정부 출범 열흘 만에 먼저 한국을 찾은 것부터 상징적이다.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오후 방한 직후 경기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과 양국의 경제·기술 동맹 및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협력 방안 등에 대한 구상을 밝힌다. 바이든 방한 기간 중 한·미(韓美) 양국은 지난 5년 동안 망가진 안보동맹을 복원·강화하는 것은 물론 동맹을 지역적으로는 글로벌 차원으로 넓히고, 그 분야 역시 가치·기술·세계평화 등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당장,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방문은 기술 동맹을 상징하는 이정표다. 미국은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기술과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패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첨단 반도체 공급망 확보가 절실하다. 바이든 정부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해 ‘(반도체)칩 4’ 동맹에 한국의 주도적 참여를 촉구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한국 역시 메모리반도체 강국이라고 하나 장비나 원천 기술의 미국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이다. 반도체 동맹은 서로 약점을 해소하면서 윈윈 전략을 꾀할 수 있다.
양국은 21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과 원전 공동 수출을 위한 협력 방안도 모색한다. 미국은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서 산업 생태계가 사라졌고, 한국은 문재인 정부의 무도한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산업이 붕괴 직전까지 내몰린 상태다. 원전 기술·수출 동맹은 양국 국익은 물론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반도체와 원전은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야다. 이런 첨단 분야의 기술 동맹은 경제는 물론이고 안보와 외교,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린치핀 역할을 할 수 있다. 양국이 신속한 후속 협의를 통해 시너지의 극대화를 이루는 구체적 방안을 도출하고 실행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5.21 반도체 공장서 첫 만남 韓美 정상, 동맹의 진화·도전 상징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로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에서 첫 만남을 갖고 ‘반도체 공급망’과 ‘기술 동맹’을 강조했다. 미 대통령이 방한 일정으로 반도체 공장부터 찾은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한·미 관계가 첨단 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 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이 기술 동맹으로 경제 안보 협력을 위해 노력할 때 더 많이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동맹이 기존의 군사·안보 중심을 넘어 첨단 기술과 공급망 동맹으로 진화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끼리 산업 공급망을 구축하려 한다. 미·중이 충돌하는 신냉전의 국제 환경에서 안보와 경제를 묶으려는 것이다. 지금 반도체가 없으면 탱크 한 대, 자동차 한 대도 못 만든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강국이지만, 원천 기술과 생산 장비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미국도 반도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만큼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바이든이 반도체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삼성전자를 초청한 것도 공급망 사슬 때문이다. 한·미 ‘기술 동맹’의 핵심이 반도체다.
양국은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과 원전 공동 수출을 위한 협력 방안도 발표한다. ‘원전 동맹’의 행동 계획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세계적 시공 능력이 붕괴 직전이고, 미국은 원천 기술은 있지만 신규 원전 건설을 안 한 지 오래다. 지금 세계 원전 시장은 중국·러시아가 휩쓸고 있다. 한·미 원전 동맹은 경제 협력을 넘어 세계 에너지 안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방한 기간 “북한의 7차 핵실험, 미사일 시험 등에 대비 중”이라고 했다.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핵실험은 물론 ICBM 액체 연료 주입을 끝낸 정황도 확인했다. 이번엔 태평양 방면으로 쏠 수도 있다. 관심을 더 끌려는 것이다. 북한과 협상은 계속하되 북핵으로 인한 군사적·정치적 압박에 대해 현실적 대비도 병행해야 한다. 핵은 핵으로만 억지할 수 있다. 북핵과 동등한 억제력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한·미 정상은 실질적 군사 대비책을 심도 있게 논의하길 바란다.
한·미 동맹은 70년 가까이 우리 안보를 지켜왔다. 2007년 FTA 체결로 경제 동맹으로 발전했다. 이번에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면 공급망·기술 동맹으로까지 확장될 것이다. 당장 시진핑 주석이 “다른 나라의 안보를 희생시키는 대가로 자기 안보를 추구하는 것은 새로운 위험을 초래한다”고 견제했다. 한·미 동맹의 진화는 도전도 부를 것이다. 원칙을 지키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조선일보 사설
05.23 ‘싱가포르 환상’ 벗어나 4년 만에 궤도 찾은 韓·美 안보 체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경기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 공군작전사령부 항공우주작전본부 작전조정실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한미 연합훈련 확대와 미군 전략자산의 전개 등에 합의했다.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을 고려해 연합연습·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했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연합훈련이 정상화된다는 뜻이다.
양 정상은 ‘핵은 핵으로 대응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북한의 도발 등 유사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전력을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으로 명시했다. 문 정권 출범 직후인 2018년 초부터 중단된 확장억제전략협의체 가동에도 합의했다. 확장억제는 동맹국이 핵 공격 등의 위협을 받을 때 핵무기 탑재 폭격기, 핵 추진 항공모함·잠수함 등으로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문 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며 수십년간 지속돼 온 한미 연합 안보체계를 허물어뜨렸다. 당시 회담은 북핵 폐기에 관한 원칙과 시한도 없었고 이듬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은 ‘노딜’로 끝나면서 북한 비핵화는 사기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런데도 문 정권은 국민에게 ‘안보 없이 대화로 지키는 평화’라는 환상을 강요하며 북한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그사이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고도화하면서 싱가포르 회담 직전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겠다며 선언한 ‘모라토리엄’을 공식 파기했다. 그러면서 ICBM·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물론 우리나라를 타격권으로 한 전술핵 미사일 도발을 일삼고 있으며 7차 핵실험도 준비 중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런 상황 속에서 퇴임하면서 김정은에게 친서를 보내 “김 위원장과 손잡고 한반도 운명을 바꿀 확실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했다.
한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빈틈없이 공조하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보낼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헬로, 끝”이라고 답했다. 미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의 러브레터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작년 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회담 공동성명에 언급됐던 2018년 판문점 선언, 싱가포르 회담 등은 이번 합의문에선 자취를 감췄다.
TV용 ‘깜짝 쇼’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했다는 환상으로 국민을 눈속임했던 한미 정권이 모두 바뀌면서 비로소 김정은 정권에 대한 상식적 대응이 재개됐다. 북핵이라는 눈앞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4년이 걸렸다.
조선일보 사설
05.23 에스퍼 “트럼프, 툭하면 미군 철수 얘기… 또 당선땐 한국 방위력 약해질 것”
[이민석이 만난 사람]
트럼프 ‘주한 미군 철수’ 비화 폭로, 전 美 국방장관 에스퍼
“미중 하나 선택 불가능...中 같은 독재 국가와 ‘파트너’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강한 힘 있어야 협상에 유리…‘북 비핵화’ 하려면 强軍 육성”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은 본지 인터뷰에서“중국의 악의적인 계획과 활동에 맞서 한·미가 함께 행동해야 할 때”라며“경제 대국이 된 한국이 국제 무대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밀리터리닷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마지막 국방장관 마크 에스퍼(58)가 지난 10일(현지 시각) 출간한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는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2018년 트럼프가 주한 미군 가족 4만여 명에 대해 대피령을 내리려 했다고 폭로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정식 배치가 계속 미뤄지자 그가 한국 국방장관에게 “사드의 한반도 철수를 고려하겠다”고 통보한 사실도 밝혔다. 700여 쪽 분량의 회고록에 ‘한국’과 ‘북한’이라는 단어가 130여 차례나 등장한다.
에스퍼 전 장관은 회고록 출간 직후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지난 17~21일 화상 및 서면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 대해 “공동성명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비판이 있었지만, 중국의 나쁜 행동에 대한 언급을 찾기 어려워 아쉬웠다”고 했다. 그는 “중국의 악의적인 계획과 활동에 맞서 한미가 한목소리를 내고, 함께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경제 대국이 된 한국이 국제 무대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서울을 좋아하고, 서울에 친구도 많다”며 “한국을 자주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트럼프의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의 얼굴은 굳게 변했다.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한국에 미칠 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당선은) 한국에 대한 방위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韓美, 서로 ‘공평하다’고 느껴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확히 어떤 맥락에서 주한 미군 ‘완전 철수’를 언급했나?
“그가 실제 ‘명령(orders)’을 내린 것은 아니다. 다만 (회의 석상에서) 완전 철수 혹은 일부 철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꺼냈다. 미군의 해외 주둔 문제가 회의 주제가 됐을 때마다 이야기를 불쑥 꺼냈다. 철수 대상은 한국일 때도 있었고, 아프리카나 독일일 때도 있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미군을 빼고 싶어 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주한 미군 가족들을 대피시키는 것은 전쟁이 임박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임기 초반 때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은 ‘진짜’로 존재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주한 미군 완전 철수로 트럼프는 무엇을 얻으려 했나?
“트럼프는 한미 관계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한국을 위해 2만명이 넘는 미군을 배치해 안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에게 “(한국이) 자기 몫을 내지 않으면 한반도에서 우리 군을 서둘러 빼야 한다”고 했다. 나는 ‘주한 미군 철수’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에게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 경제 대국인 한국이 안보를 위해 경제적으로 좀 더 많이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미가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계속 유지하려면 양국이 서로 공평하다고 느껴야 한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그가 출마하면 공화당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본다. 그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가 당선되면) 특히 주한 미군 주둔에 훨씬 공격적인 접근법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군의 재배치를 지시할 것이라고 본다. 이는 한반도의 방어 능력을 악화시킬 것이다. 매우 주요한 안보 우려 사항이다.”
中에서 이탈 아닌, 의존도 줄이는 것
-회고록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이 중국에 경도됐다며,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노선은 양립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첫째, ‘안보’ 문제 때문이다. 성주 사드 기지 사태를 보라. 사드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의 방어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육군장관, 국방장관을 지내는 동안 정상 가동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중국에 끌려가면서 (한미) 장병은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런 미·중 대결과 긴장 속에서 한쪽을 선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가치’ 문제도 있다. 중국 같은 독재국가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민주국가들이 독재국가와 맞서려면 한미는 군사,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외교, 정보 등 모든 분야에서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
‘한국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매우 높다. 중국과 척질 경우 경제적 피해가 클 것’이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에스퍼 전 장관은 쓴웃음을 지은 뒤 목소리를 높였다.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 아닌가? 중국이 미국의 공급망에 주는 영향은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 상하이 같은 주요 도시와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봉쇄가 전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에서 이탈하자는 말이 아니다. 중국이 주요 자원, 공급망 의존도 등 경제적 지렛대를 이용해 우리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계까지 가지 않도록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진보 세력은 중국이 북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나는 1990년대부터 베이징과 평양 간 관계를 연구해왔다. 우리는 중국이 북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져왔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늦추거나 중단시키는 데 어떤 역할을 했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
“한국과 민주주의 국가 힘 합쳐야”
-한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늑장 제재’로 비판받았다.
“한국이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 됐다는 것은 그동안 엄청난 성장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빛나는 민주주의와 최상의 군대,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인은 자신을 ‘세계 리더’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려면 다른 선진국과 (대러 제재 등에서) 보조를 맞추고, 세계 무대에 좀 더 나서서 활동해야 한다. 우리는 푸틴의 러시아, 시진핑의 중국 같은 독재주의 국가가 자유와 권리를 위협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가 뭉치지 않으면 우리는 철저히 분열되고, 그들에게 두들겨 맞을 것이다.”
-미국의 아시아 안보 전략 추진에서 한국의 중요성은?
“한국은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안보와 전략의 중심축이다. 북한 위협 대응뿐만 아니라 중국이라는 21세기 최고의 도전에 맞서는 데 한국이 없어서는 안 된다. 한·미·일 3국이 안보 문제를 긴밀하게 조율하고 논의하는 것은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마크 에스퍼 전 미 국방장관이 지난 10일(현지 시각) 출간한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 /아마존 캡쳐
쿼드는 한국의 안보에 부합
-한국은 쿼드(Quad)에 가입해야 하는가?
“당연히 쿼드의 일원이 돼야 한다. 한국 정부가 미·중 간 ‘균형 잡기(balancing)’를 추구하느라 쿼드에 가입하지 않으려 한 것이 아닌가 우려했다. 쿼드를 통해 인도·태평양 내 민주국가들과 더욱 긴밀하게 연계할 경우 한국에 큰 안보 자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기 미국 정부에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연일 미사일과 핵으로 위협하며 정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나기로 한 결정이 한반도의 긴장을 몇 년간 낮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방장관을 지내며 김정은이 비핵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했는데.
“적극 찬성한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과 실전 배치에 박차를 가하는 것을 볼 때 탐지 기능이 특히 중요하다. 한미는 서로를 지키는 것을 확실히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양국 국민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한·미·일 3국 연합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주요 동맹국과 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상호 운용성을 향상시켜 이해를 증진하고, 팀워크와 사기를 높이는 것을 뜻한다.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군과 한국군이 수십 년간 해온 훈련을 보라. 우리는 어떻게 한 팀이 될 수 있는지 훈련을 통해 알고 있다. 3국 연합 훈련은 안보 향상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평양과 베이징에 우리의 결의를 보여줄 수 있다.”
이 부분에서 그는 두 손을 올리면서 “Katchi Kapshida(같이 갑시다)”라고 했다. 한미 군사동맹 구호인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를 한국말로 외친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만찬에서 건배하면서 영어로 ‘We Go Together’라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北 비핵화’
-윤석열·바이든 대통령 공동성명은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협의체 활성화, 한미 군사훈련 확대 합의, 미국의 한국 억지력 확대 약속 언급 등은 한미 동맹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는 핵심 사항이다. 대북 억지 등 역내 이슈에서 한미가 더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란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공산국가 중국에서 세계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썼다.
“오해가 있다면 용어를 명확하게 하는 게 맞는다. 북한의 핵을 폐기하는 것이 우리의 분명한 목표다. 미국은 한국과 동맹국에 핵우산 등 확장 억지를 제공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 비핵화’가 한미가 원하는 방향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핵 폐기를 위해 어떤 방식을 택해야 하나?
“강한 힘을 보유했을 때가 (협상하기)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북한과 직접 대화하기 전 한국군 역량을 더 키우고, 한·미·일 간 전략적 협력을 최대한 강화해야 한다. ‘힘의 위치’에서 대화할 때 레버리지(지렛대)를 극대화하고, 안건을 관철할 확률도 높아진다.”
☞마크 에스퍼
196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나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 조지워싱턴대 공공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보병 장교로 걸프전에 참전하는 등 20여 년 복무했다. 2007년 전역 후 미 방산업체 레이시언 부사장을 지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육군장관, 국방장관을 지냈다. 각종 정책을 놓고 트럼프와 갈등을 빚다 대선 직후인 2020년 말 경질됐다.
조선일보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05.23 윤석열 외교, 한·미 동맹 업그레이드로 첫발 뗐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 위치한 항공우주작전본부(KAOC) 작전조정를 찾아 작전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안보 동맹에서 경제 기술 동맹으로 확장
일방 시혜에서 호혜적 관계로 발전 의미
북핵, 한·중 관계 등 남은 과제 잘 풀어야
윤석열 정부의 첫 외교 시험대였던 한·미 정상회담이 마무리됐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동맹을 명실상부한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격상시키는 좋은 발판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확고한 동맹의 결속을 바탕으로 전임 정부와는 차별성이 뚜렷한 외교안보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됐다. 대체로 이번 회담 성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초반 채점은 후한 편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밀착으로 한·중 관계의 긴장이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확장억제 강화에 대한 북한의 반발과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점 등의 과제를 안게 됐다. 어느 것 하나 만만찮은 과제다. 면밀한 정세 판단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안보 동맹의 차원을 넘어 기술 동맹으로까지 외연을 넓힘으로써 한·미 양국이 말 그대로 글로벌 차원의 파트너가 됐다는 점이다. 한·미 동맹의 업그레이드는 과거 정부에서도 추진됐으나 경제안보 협력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한국이 안보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면서 일방적 시혜를 받던 관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호혜적 관계가 됐음을 의미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삼성전자 방문과 현대자동차 투자 약정은 그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한국 국민의 자긍심 또한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를 통해 동맹 간 신뢰를 높이는 계기로 삼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안보 협력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졌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흐지부지된 확장억제협의체 재가동은 그사이 현실로 다가온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은 계속돼야 하지만 공공연히 핵 사용을 언급한 북한의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앞으로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들이 논의돼야 할 것이다.
한국이 여태까지 미·중 전략 경쟁에서 모호한 입장을 취해 오던 것에서 벗어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등 보다 명확한 입장을 보인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중의 틈바구니 속에서 눈치를 보느라 양쪽 모두의 신뢰를 잃는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다만, 여전히 경제협력 및 교역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개선해 나가는 일이 만만치 않은 과제로 남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열흘여 만에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노선을 대폭 수정한 대외 전략을 이번 회담에서 제시하고 성과도 거두었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 감행 태세는 변함이 없고, 미·중 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환경은 여전히 엄중하다. 이를 헤쳐 나갈 새 정부의 행보는 이제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이번 바이든 방한을 통해 경제와 안보가 분리될 수 없고, 국내 정책이 외교 전략과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국 국민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국정을 운용하고 대외 전략을 펼쳐 나가야 할지의 해답도 그 속에 들어 있을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05월 23일 한·미 ‘核 대응’ 첫 명시, 후속조치 신속히 구체화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두 가지의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첫째, 북한 핵무기 위협 대응 수단으로서의 ‘핵’이 처음으로 양국 성명에 표기됐다. 둘째는 ‘공동의 민주주의 원칙과 보편적 가치에 맞게 기술을 개발·사용·발전시킬 것을 약속했다’는 것으로, 자유민주 국가 중심의 경제·기술 파트너십 구축을 천명했다. 70여 년 한미동맹 역사를 돌아볼 때, 상호방위조약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한국 보호’ 측면이 훨씬 강했지만, 이제 경제·기술·글로벌 동맹으로 확장되면서 명실공히 양국이 상호 기여하는 관계가 됐음을 선언한 의미도 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능력 등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확장억제 공약은 매년 양국 국방장관의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언급됐지만, 이번엔 대응 수단으로서의 ‘핵’이 적시된 것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핵 선제 불사용’ 공약을 고수하다 지난 3월 말 의회에 핵태세보고서(NPR)를 제출하며 ‘동맹·파트너를 방어하기 위해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전환했고, 이번에 공식화했다. 양 정상은 이를 위해 확장억제 전략협의체 (EDSCG) 조기 가동, 한미 연합훈련의 확대 강화, 미군 전략자산의 적기 전개 등에도 합의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눈치를 보며 EDSCG를 기피해 ‘찢어진 핵우산’ 논란이 일었는데, 이번 회담을 통해 ‘동맹의 정상화’가 이뤄졌다.
관건은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 구체화다. 한·미 당국 간 북핵 대비 훈련과 함께 성주 사드 기지 조기 정상화가 필요하다. 아울러, 전술핵 재배치, 나토형 핵 공유 논의, 나아가 한국의 실질적 핵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조치도 이어져야 한다. 23일 도쿄에서 열리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회의에 윤 대통령이 화상으로 참석, 주도적 참여 의지를 밝히는 것이나, 방산 분야 자유무역협정(FTA)인 국방 상호조달협정 논의를 이어가는 것도 글로벌 포괄동맹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문화일보 사설
05월 25일 北 ICBM 도발, 中·러 카디즈 침범…동맹 더 강화할 때
한반도 권역에서 북한·중국·러시아의 도발과 무력시위가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일본 방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쿼드 정상회의 시간까지 고려해 교묘한 위협 행태를 보였다. 북한은 25일 오전 또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섞어 발사했다. 귀국 길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의 도쿄∼워싱턴 사이 비행 시간을 고려하면, 에어포스원이 미 영공에 들어서는 시각에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는 6대가 합세해 쿼드 정상회의가 열린 24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을 무단으로 침범했다.
중·러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폭격기를 동해상에 함께 진입시킨 것이나,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비행 시간에 탄도미사일을 쏜 이유는 자명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강화·확장하는 데 합의하고 구체적 실천에 나선 데 대한 나름의 응전이면서, 쿼드와 IPEF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안보·경제 결속이 더욱 공고해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쿼드 정상들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결의한 것은, 중국의 동중국해 장악 시도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이 쿼드 정상회의 뒤 “쿼드는 전제주의에 대항해 어떻게 민주주의를 실현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모임”으로 규정한 것은 적확하다. 그런 신냉전의 한가운데에 대한민국이 있다. 지난 30여 년 탈냉전 시기의 안보 전략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대북 환상에 눈이 멀어 시대적 변화에 역주행했다. 단기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과감히 바로잡아야 한다. 가까이는 한·미·일 3국 공조, 멀리는 유럽 및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경제·안보·기술·공급망 등 전방위 협력에 앞장서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5.26 中에 기운 외교 시대의 종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3일 미·일 회담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 군사 개입’을 또 한번 언급했다. 미국이 유지해왔던 ‘전략적 모호성’과 배치되는 발언에 백악관은 비상이 걸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과 관련해 돌발 발언을 하고, 참모들이 이를 주워 담는 일이 세 번째 반복되고 있다. 일각에선 그가 또 말실수한 것이라고 치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진심’이라고 본다. 미 정부의 속내를 슬쩍 비추는 ‘의도된 실수’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안보 협의체 쿼드(Quad) 정상들이 24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쿼드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국 국기 앞에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59),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79),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64),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71). 2022.5.24 /AFP 연합뉴스
20여 년 전 똑같은 논란이 있었다.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이 군사적으로 방어할 의무가 있나’란 질문에 “물론이다. 미국은 무엇이라도 할 것”이라고 했다. 몇 시간 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물러섰다. 한 민주당 상원의원이 며칠 뒤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외교에서 ‘말(words)’은 중요하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 실수는 미국의 신뢰를 손상시켰다”고 비판했다. 당시 상원 외교위 중진이었던 바이든이었다.
31세 나이에 상원의원에 당선됐던 그는 닉슨 대통령이 마오쩌둥과 회동한 뒤인 1979년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 하에 미국이 대만과 단교하는 과정을 생생히 지켜봤다. 무력 분쟁 시 미국이 대만에 군사적 자위 수단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대만관계법’을 제정하는 과정에도 관여했다. 이 때문에 워싱턴 정가에선 “대만 문제의 민감성을 모를 리 없는 바이든이 미국의 ‘모호함’을 폐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중 패권 다툼이 고조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자 미 외교가에서도 “중국의 군사 야욕을 막을 수 있는 건 미국의 명료한 입장”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공화당도 이 문제를 두고는 “미 대통령이 동맹국인 대만을 방어해 줄 것이라고 확실히 선언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미국 내 상황은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겠다는 한국의 과거 외교 전략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 마지막 국방장관이었던 마크 에스퍼는 최근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의 안미경중(안보 미국, 경제 중국) 노선은 양립 불가능하다. 중국이 경제 의존도를 이용해 한미 안보까지 영향을 미치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한국 전임 정부가 중국을 의식해 방치했던 사드 기지, 중국에 약속한 ‘3불(不)’ 등에 대한 비판이었다.
대만 정부는 바이든의 ‘군사 개입’ 발언이 나오자마자 급히 환영 성명을 냈다. 대만 외교 소식통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미국의 방어를)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대만은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받는 수준의 안보 보장을 받아본 적이 없다. 우린 미국의 방어 공약이 절실하다.”
조선일보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05월 27일 北 제재 ‘트리거 조항’도 짓밟은 中·러…자유동맹이 해법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무조건 반대하는 행태는, 유엔과 안보리 기능이 두 나라의 거부권으로 인해 붕괴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중국과 러시아는 26일 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안에 반대했다. 더욱이 이번 제재 논의는 지난 2017년 12월 북한의 화성-15형 ICBM 도발 후 통과한 제재 결의 제2397호의 ‘트리거(방아쇠) 조항’에 따른 것이다.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하거나 ICBM을 발사하면 대북 유류 수출 추가 제한을 하기로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북한이 위성으로 가장하지도 않은 채 더 고도화한 ICBM을 발사하고 있는 만큼 추가 제재는 당연하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북한을 막무가내로 감싼다면 7차 핵실험을 거드는 결과까지 낳게 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행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은 물론, 안보리의 권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도 같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신냉전이 고착 단계에 접어드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중·러가 상임이사국 지위를 남용해 계속 북한을 두둔한다면 더 이상 유엔은 의미가 없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확대 개편하고 거부권 남용을 막는 개혁을 하지 않는 한 유엔에 의지해 북핵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길은 사실상 막힌 것이다.
다행히 국제질서가 이런 전체주의 국가들을 배척하는 방향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이번 안보리 논의에서 15개 이사국 중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찬성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정상회담에서 자유와 인권의 중요성,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공동 노력에 의기투합했다. 유엔을 통한 대북 제재 노력을 계속해야겠지만, 그와 별개로 안보·경제·기술·공급망 등 전 분야에 결쳐 자유민주주의 동맹을 구축하는 일이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더욱 절박해졌다.
문화일보 사설
05.28 ‘北 ICBM’ 안보리 제재 막은 중·러, 핵 터뜨려도 이럴 건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 채택이 불발된 뒤 발언하고 있다. UNTV/뉴스1
유엔 안보리가 ICBM을 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표결에 부쳤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안보리 이사국 15국 중 13국이 찬성했으나 거부권을 가진 중·러가 발목을 잡았다.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이 표결을 통해 부결된 것은 처음이다. 2006년 1차 북핵 실험 이후 9차례의 안보리 대북 제재는 전부 통과됐다.
이번 제재는 북한의 연간 원유·정제유 수입량을 25% 줄이는 내용이 핵심이다. 2017년 유엔은 ‘북이 또 핵실험을 하거나 ICBM을 쏘면 유류 반입을 더 제한한다’는 ‘자동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북이 6차 핵실험에 이어 ICBM까지 성공하자 중·러도 ‘자동 제재’ 조항에 찬성표를 던졌다. 자신들이 만든 조항조차도 지키지 않는다. 올 들어 북이 ICBM급만 여러 번 쐈는데도 중·러는 기존 안보리 합의를 계속 무시하고 있다.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북한의 선제 조치에 미국이 호응하지 않아 지금의 (북한 도발) 정세가 이어졌다”며 오히려 ‘미국 탓’을 했다.
중·러는 지난 3월 북 ICBM 도발을 규탄하는 안보리 성명도 막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첫 통화에서 북 도발을 우려하며 양국 협력을 당부했는데도 중국은 곧바로 북한 편을 들었다. 북 ICBM 발사 직후 중·러 전투기들이 동해상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무단 침입하기도 했다. 북이 핵·ICBM을 만드는 데 필요한 탄소섬유와 고강도 알루미늄 등은 대부분 중국을 통해 수입된다. 러시아제 무기도 많다. 중·러가 안보리 대북 결의만 약속대로 이행했어도 김정은의 “핵 무력 완성”은 불가능했다. 중국 공산당은 북핵의 ‘공범’이고, 러시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정은은 ‘비핵화 사기’가 통하지 않자 핵·미사일 도발을 재개했다. 중·러는 오히려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시진핑은 고비마다 김정은을 만나 ‘뒷문’을 열어줬고, 러시아도 일방적으로 북을 감쌌다. 중·러 모두 북한과 북핵을 미국과 대결하는 카드로 쓰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이 이를 모를 리 없다. 7차 핵실험은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전술핵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이다. 중·러는 북이 핵실험을 해도 안보리 제재를 방해할 것인가. 그렇다면 한·미·일도 비상한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5.28 다시 돌아온 한·미 동맹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2일 경기 평택 오산 미 공군기지 항공우주작전본부를 방문한 뒤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미국은 여러 국내외 사건을 다루느라 때로 주의가 산만하다는 비난을 듣는다. 이를 지적하는 이들은 그것이 세계 지도자로서 역할을 떠맡는 대가라고 말한다. 유럽에서의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내 급격한 인플레이션, 오는 11월 중간선거는 백악관을 사로잡는 몇 가지 사례에 불과하고 실은 훨씬 많다. 하지만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를 방문했을 때 우리가 목격한 것은 산만함이 아니라 아시아가 미국의 이익에 필수불가결한 지역이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뉴스의 중심이 된 가운데 바이든은 임기 첫 아시아 순방에 앞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부 대표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아세안 특별 정상 회의’를 열었다. 정상 회의 후 바이든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러 한국으로 갔다. 이는 윤 대통령 취임 2주째에 이뤄진 것으로, 역대 가장 빠르게 성사된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이후 바이든은 일본을 찾았고,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을 발표했다.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려는 경제 협의체로 미국과 아·태 지역 10여국이 참여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일본·인도·호주로 구성된 안보협의체 ‘쿼드(Quad)’ 정상 회의에 참석했다. 재임 16개월째인 바이든이 가진 4번째 쿼드 정상 회의다. 그는 새로 선출된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일본·인도와 각각 양자 정상회담을 했다. 바이든의 아시아 순방 이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중국 정책을 발표했다. 이런 모습들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어진 바이든의 ‘아시아로의 회귀’를 보여주는 것이다. 앞서 지난 4년 트럼프 행정부 때 흔들린 동맹국과의 토대를 빠른 속도로 회복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아시아로의 중심 이동에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동북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확대된 역할을 맡겠다고 윤석열 정부가 방향 전환을 내세운 것이 한미 정상회담의 성공에 기여했다. 대북 억제력이 회담의 핵심 주제였고, 양국 지도자는 한미 연합 훈련을 확대하고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5년간 잠식된 한미 동맹을 실질적으로 굳건히 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이다. 안보 라인 관계자들은 한국의 새 정부가 한미 동맹에 대해 확실한 결단력을 보여줘 안심된다고 했다. 이전과 다른 점은 윤석열 정부가 한미 동맹에 대한 지원을 거래로 보지 않고 한국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이 글로벌한 역할로 실질적으로 전환되는 것은 탄소 중립, 원자력, 회복력 있는 공급망, 민주주의와 자유롭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지지하고 협력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약속과 관련 있다. 이는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다뤄진 주제이고, 세계 무대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다. 이전에는 한국 주위에 여러 국가 간 협의체가 형성되고 있었는데 한국이 참여하지 않아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번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은 쿼드에 대한 한국의 관심을 미국이 환영하고, 한국이 핵심 기술, 글로벌 보건 및 회복력 있는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명시했다. 일본이 한국의 쿼드 가입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일본과 각각 한 정상회담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로 한·미·일 3국 관계 개선을 정상회담 백브리핑에서 강조한 것이다. 공동성명에서 대북 억제력과 경제 안보 측면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을 두 차례나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이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한국 방문 때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보낼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헬로, 끝”이라고 답했다. 분명 대본에 없는 순간이었다. 평소 말문이 막힌 적이 없는 바이든이 북한 지도자와의 직접 대화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측은 북한과의 접촉의 주요 목표는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라고 밝혀왔다. 예전처럼 북한 지도자를 달래거나 띄워주기 위한 보여주기식 만남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금까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거의 20번의 시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반응이 없는 것으로 미뤄볼 때 김정은이 바이든의 인사말에 핵·ICBM 실험 외에 다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후 미국, 한국, 일본이 이런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조율을 위해 한마음으로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
조선일보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05.31 북한 도발 심각한데 중국은 "전쟁" 운운?







글= 그림사설 중앙일보 논설실 그림=김하영 인턴기자
05월 31일 북·중·러 도발 저의는 新애치슨라인

박철희 서울대 국제학연구소장
바이든 대통령 한·일 순방 맞춰
미사일 발사하고 카디즈 위협
韓美日 안보 공조 와해가 목적
중·러 강압적으로 주변국 겁박
한국 함께 지켜줄 동맹은 자명
북 비핵화는 불변의 전략 돼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아·태 지역 정세는 숨 가쁘게 돌아간다. 지난 21일에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고, 23일에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13개국 화상 정상회의가, 24일에는 쿼드(Quad) 정상회의가 연달아 개최됐다.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민주주의 동맹 네트워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준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사로잡혔던 미국이 다시 아시아로의 복귀를 시도하는 형국이다. 또한, 한·미·일의 연계에 이어 미·일과 호주·인도로 이어지는 인도·태평양 네트워크에 아세안 7개국이 연결되면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대한 대항과 견제가 본격화한 양상이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본국에 도착하기 2시간 전에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한미동맹 강화, 대북 억지력 강화, 연합훈련 재개 등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군용기의 무단 진입을 시도한 것은 물론 동해 상공을 비행해 한·일 간 협력 강화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한·미·일 안보 협력에 대해 분단 선을 그어 연계를 차단하겠다는 움직임이다. 또한, 북한이 유엔 결의를 위반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계속하는데도 중·러는 새로운 대북 유엔 제재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저지했다. 결과적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을 비호하겠다는 의사를 국제사회에 선언한 셈이다.
북·중·러는 서로 닮은꼴의 국가들이다. 지도자의 권력이 대중을 압도하는 권위주의 국가들이고, 자유와 인권을 무시하는 비자유국가들이며, 물리적 힘의 과시와 행사를 통해 공세적 군사 노선을 추구하는 국가들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등 비대칭적 전력의 우위 확보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균형을 깨고 힘으로 남북 관계의 현상을 변경해 보려는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
중국은 주변국에 대한 강압과 고압 외교, 위협적 공세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실현하려고 한다. 2010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 이후 일본을 계속 압박하고 있고, 한국에는 2016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경제적 보복과 한한령을 발동했다. 전임 문재인 정권에서 중국의 비위를 맞추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대한 정책이 변했다는 증표는 거의 없다. 최근에는 남중국해 영토 분쟁에 더해 대만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미국과 날을 세우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사회의 규범에도 불구하고 힘을 사용해 현상을 변경하려는 부정할 수 없는 수정주의적 도전이다. 크름반도(크림반도) 병합 등 국제규범을 무시한 영토 침략에 그치지 않고, 주변 국가에 위성국가나 중간지대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숨김없이 노골화하고 있다. 서로 짜고 치든 우연의 일치이든 간에,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국가들의 움직임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선택은 어때야 하는가?
첫째, 힘의 사용을 통한 현상 변경에 반대하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축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북한의 침략으로 국운이 위태로웠던 한국에는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는 선택이다. 한국을 함께 지켜줄 동맹이 어디인지를 알면 답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한·미·일 간 전략적 공조 강화는 물론 유엔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국가와의 연대가 한국 안보의 주춧돌이다.
둘째, 북한의 비핵화가 한반도 안정의 초석이자 한국 안보를 위한 포기할 수 없는 전략 목표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한의 위협이 단지 한국에 대한 공세를 넘어 지역 및 세계 평화에 대한 심각한 도전임을 재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 개발을 멈추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평화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셋째, 북·중·러가 연합해 한·미·일 연계 및 한·일 관계 개선을 차단하려는 시도를 노골화하고 있음을 잘 간파해야 한다. 북·중·러에는 한국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약화시키는 것이 이익이 된다. 하지만 한국은 국제사회와 단절되면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된다. 남해와 동해를 넘나드는 중·러의 공중·해상 위협은 제2의 애치슨라인을 그어 보려는 불순한 시도다. 이들의 전략을 정확히 읽고 이들의 노림수에 넘어가지 않는 명민한 국가전략이 필요한 때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