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야기 2022-04-1/
04.01 유영하 대구시장 출마 선언…후원회장은 박근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1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지방선거에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을 맡아온 유영하 변호사가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유 변호사는 1일 오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대구광역시장에 출마한다”며 “대구가 다시 보수의 중심이자 일등도시라는 자부심을 되살려달라는 여러분의 지지와 격려가 있었기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후원회장을 맡는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대구시장에 출마하겠다는 결정을 먼저 말씀드렸고, (박 전 대통령이) 만류하거나 걱정스러워하셨으면 제가 결정을 접었을 것”이라며 “곧 만들어질 제 대구시장 선거 후원회장을 맡아주기로 하셨다”고 했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낼 계획이라고 유 변호사는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이 유 변호사의 유세 현장에 직접 참석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유 변호사는 “지난 5년 동안 박 전 대통령을 팔아 정치한다는 얘기도 들었고, 개인적인 모멸감으로 힘들었지만 제가 당당했기에 견뎌냈다”며 “남은 경선 기간 대구시민과 국민의힘 당원 동지들께 선택받겠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박 전 대통령이 대구로 내려온 후 자신의 집도 대구 수성구로 옮겼다.
이미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김재원 전 최고위원에 이어 유 변호사까지 가세하면서 국민의힘 경선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홍 의원은 “대구는 정치적 둥지”라며 “다시 대구의 영광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김 전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만든 1등 공신은 대구시민”이라며 “윤 당선인과 손잡고 대구를 최우선으로 챙기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04.02 나경원 “조국 사퇴시키니 바로 정치탄압... 내가 자식들 앞길까지 막는구나 싶더라”
[아무튼, 주말-김윤덕 기자의 사람人]
’범생이 의원’에서 ‘보수의 전사’로
올해 정치 인생 20년 맞은 나경원
정치인 나경원(59)은 중요한 일이 있는 날 초록색 정장을 입는다. 강인해 보이면서도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신념의 색’이어서다. 2019년 3월 12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날에도 초록색 바지 정장을 입었다.
단상에 오른 그는 미세 먼지, 최악의 실업, 세금 퍼주기, 한미 동맹 붕괴 등 수많은 실정으로 국민에게 고통을 안기고도 사과 한마디 없던 문재인 정권을 향해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지난 70년 위대한 대한민국 역사가 좌파 정권 3년 만에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로 포문을 연 연설은 대북정책에서 정점에 올랐다.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습니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본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여당 의원들의 고함과 야유가 빗발쳤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야당 원내대표 이야기도 듣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이런 오만과 독선이 이 정권을 오만하게 만들고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제발 조용히 해주십시오. 이것이 선진의회의 모습입니까? 이 자리에서 제 원내대표 연설을 마칠 때까지 내려갈 수 없습니다.”
20여 분 중단된 시간을 포함해 1시간 가까이 진행된 격랑의 연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몰락해가던 보수세력을 결집시킨 대전환점이 됐다. 동시에 ‘범생이 의원’ 나경원이 ‘보수의 전사’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이후 그는 김태우 수사관의 민정수석실 감찰 무마 폭로로 시작된 환경부 장관 블랙리스트 사건, 손혜원 의원 목포 땅투기 의혹, 패스트트랙 3법 날치기 파동, 조국 사태로 요동치는 정국을 뚝심 있게 이끌며 정권 교체의 발판을 다졌다. 핵사이다, 나다르크란 별명이 이때 붙었다.
나경원 전 의원을 대선 직후 만났다. 정치에 발 들인 지 올해로 만 20년. 대선 때 백의종군하며 86차례 유세했다는 그는 “체력이 달려 힘들었지만 정권교체를 이뤄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외교부 장관 후보로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세간의 풍설”이라고 일축했다. 6월 지방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제 조금 다른 방식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에 기여해보려고요.” 지난 23일과 24일 두 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2030세대 여성들에게 나경원 전 의원은 “바지 정장을 가장 세련되게 입는 여성 정치인”이다. 정작 나 전 의원은 “옷이 몇 벌 없어 스카프와 셔츠만 바꿔가며 새 옷처럼 연출하는데, 하도 오래 입어 바짓단이 닳고 보푸라기가 일 정도”라며 웃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나경원 오면 박수소리가 달라진다길래
-22일 동안 88회 유세에 참여했다더라.
“86회가 맞다. 마지막 닷새는 매일 아침 30분씩 링거 맞고 유세장으로 달려갔다. 나경원이 오면 박수소리가 달라진다는데 가야지 어쩌겠나, 하하! 날 붙잡고 ‘꼭 이겨달라’며 우는 분도 많았다.”
-아무 직함 없이 백의종군한 건가.
“캠프에선 처음에 내가 중도확장성에 도움이 안 된다며 자리 주기를 꺼려 했다. 막상 선거운동이 시작되니 지원 요청이 빗발치더라. 당 사무처 말로는, 다른 의원들에 대한 지원 유세 요청건을 합친 것보다 나경원 한 사람에 대한 지원 유세 요청건이 더 많다고 하더라.”
-윤석열 당선인과의 인연이 각별하던데.
“서울법대 선후배였고, 서교동 같은 고시원에서 공부했다. 지금도 나를 ‘나 여사’로 부르는데, 그분이 나도 잊고 있던 일화를 들려주더라. 내가 초·재선 의원 할 때 만난 적이 있는데 ‘나 여사가 대통령 선거 나가면 내가 검사 그만두고 도와줄게’ 했었다고. 근데 거꾸로 됐으니 인생이 참, 하하!”
-그런 윤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으로 내정됐을 때 ‘검찰을 정권하수인으로 만들려는 문재인 정부의 음흉한 계략을 저지할 것’이라고 선전포고했었다.
“최대한 자제하다가 공격한 건데 섭섭하셨을 거다(웃음). 친분을 떠나 야당 원내대표로서 할 일은 해야 하는 거니까. 그래도 나는 이 양반이 우리와 생각이 같다는 걸, 그리고 법과 원칙에 따라 사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다.”
-새 정부 외교부 장관으로 유력하다는 말이 나온다.
“언론의 하마평일 뿐이다. 아무 언질 받은 바 없고, 결정된 것도 없다.”
-헌정 사상 첫 여성 외교통상위원장으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다. 미국·일본 등 외교가 인맥도 상당하다던데.
“다른 건 몰라도 이 정권이 초지일관 추진해온 종전선언을 저지하는 데 내가 역할을 했다고는 말할 수 있다. 판문점 선언이 나왔을 때 다들 박수 치고 환호했지만 나는 깜짝 놀랐다. 선언문을 읽어보니 북한은 아무런 의무가 없고 우리만 무장해제하겠다는 뜻이었다. 미국 가서 이걸 막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 좌충우돌 트럼프 대통령은 그냥 놔두면 자기 이익에 따라 결정해버리니까. 그래서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썼고 오케이 답신이 와서 미국으로 날아갔다.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방해할까 봐 거의 007 작전 하듯 만난 볼턴에게 문재인 정부의 본질을 설명했다. 그들이 헌법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를 삭제하려다 안 되니, 교과서에서 삭제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볼턴이 싱가포르와 하노이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유다.”
-대선 경선 중인 작년 하반기에도 미국에 다녀왔다.
“9월에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 가서 또 종전선언에 관한 얘기를 하셨다. 그러자 미국에서도 이를 지지하고 결의하는 의원들이 늘어나더라. 안 되겠다 싶어 10월에 다시 워싱턴으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종전선언의 속뜻은 모른 채 한인 표를 얻거나 한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찬성하려는 의원이 늘고 있었다. 볼턴을 비롯해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국 사령관, 월터 샤프 전 한미연합사령관,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고, 한국계 영 김 의원, 마이클 매콜 의원과 협력해 35명의 하원의원이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이끌었다.”

▲2019년 3월 12일 교섭단체연설 중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란 말을 듣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가 국회가 아수라장이 된 모습./이덕훈 기자
◇결국 정치는 대의와 명분
-2019년 3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란 말로 국회를 발칵 뒤집어놨다. 우리가 알던 나경원이 아니더라.
“솔직히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란 표현 때문에 여당 의원들이 그렇게 화낼 줄은 몰랐다. 그보다 더한 대목이 많았는데 전혀 엉뚱한 곳에서 터진 거지.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란 말은 알다시피 블룸버그통신에 ‘남한의 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 수석대변인이 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 말 듣지 않게 잘해달라고 부탁한 것뿐인데 난리를 치니 당황스러웠다.”
-연설도 화제였지만, 고함치고 야유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호통치는 장면에 놀랐다는 사람들이 많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2017년 새 정권이 들어선 뒤 우리 당은 분당과 분열로 거의 문을 닫을 뻔했다. 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이 ‘살아있는 권력’이 잘못 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비판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폭발한 그날 연설이 모두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변해준 계기가 된 게 아닐까. 판문점 선언에서 하노이 회담까지 가짜 평화에 취한 좌파 정권의 폭주를 향해 보수가 대놓고 비판하기 시작한 결정적인 물꼬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 연설을 전후해 정권의 존립을 흔들 만한 사건들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김태우 수사관의 양심선언이 나오자마자 당내에 특위를 만들어 정말 열심히 뒤졌다. 그 결과가 환경부 장관 블랙리스트다. 손혜원 목포 투기 의혹 사건이 터졌을 때도 목포로 내려가 결정적인 자료를 찾아냈다. 1자로 그어졌던 개발계획이 손혜원 의원이 땅을 사고 나자 T자로 바뀐 것을 밝혀냈다. 조국 사태가 터졌을 땐 어마어마한 제보들이 쏟아졌다. 법사위원 5명으로는 어림없을 것 같아서 11명으로 구성된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이 잡듯이 밝혀내기 시작했다. 정말 지독하게 싸웠다.”
-결국 조국 전 장관을 사퇴시켰다. 서울법대 82학번 동기인데 마음이 좋지는 않았겠다.
“왜 저러고 살았나 싶더라. 우리가 낙마시키려고 일부러 노력한 게 아니라 들여다볼수록 흠이 많았다. 국민들은 입시 비리에 가장 분노했다. 결국 도덕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좌파의 선민의식이 조국을 낙마시킨 셈이다. 광화문에 어마어마한 인파가 모였고, 그 에너지가 부동산 참사와 함께 정권 교체의 초석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인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나경원에 대한 정권의 탄압이 본격화됐다.
“2020년 총선은 나경원 대 이수진의 싸움이 아니라, 나경원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싸움이었다. 민주당 전체와 친정권 방송이 달려들더라. 주진우·김의성이 진행한 MBC ‘스트레이트’가 무려 3회에 걸쳐 우리 아들이 가짜 논문을 써서 예일대에 부정 입학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애인 딸과 스페셜올림픽까지 들고 나오더라. 조국 전 장관을 사퇴시킨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 조국과 똑같이 나경원도 불공정하다는 프레임을 씌우려고. 실제로 방송 이후 지지율이 10%가 빠졌다. 당연히 낙선했다. 총선이 끝난 뒤에는 추미애 법무장관 지시로 서울대와 스페셜올림픽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더라. 내가 드디어 우리 아이들 앞길까지 막는구나, 하는 생각에 절망했다.”
-결국 13건이나 되는 고발이 모두 무혐의 결론 났다.
“자기들이 봐도 말이 안 되니까. 그마저도 담당 검사들이 무혐의로 결론 낸 것을 윗선에선 마냥 들고 있다가 윤석열 총장 징계에 평검사들이 들고일어나자 마지못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다.”
-’빠루’가 등장했던 패스트트랙 저지 사건은 아직도 재판 중이다. 끝내 막아내지 못한 것에 대해 나경원의 실패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헌정사에 엄청난 오점을 남긴 사건이다.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것은 그때 공수처법이 잘못됐다는 것, 연동형 비례제에 문제가 있다는 걸 우리가 큰소리로 떠들었기 때문에 국민이 인식할 수 있었고, 5년 만의 정권교체에도 기여했다고 본다.”
-원내대표 시절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거친 설전을 펼쳤던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참패했다.
“정의당과 심상정 후보는 결국 조국 전 장관 편을 들어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고 본다. 의석 몇 개 더 얻으려고 조국과 연동형 비례제를 바꿔먹었다가 패퇴한 것이다. 결국 정치는 대의와 명분이다.”

▲나경원의 원내대표 시절은 투쟁의 연속이었다. 사진은 2019년 4월 25일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함께 패스트트랙 3법 저지를 위해 국회 경위들과 몸싸움을 하며 헌법 수호를 외치는 모습./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꽃가마? 의리 없는 보수당에서 분투했다
서울행정법원 판사였던 나경원은 2002년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여성특별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4선 의원으로 당 대변인, 최고위원, 국회 외통위원장을 거쳐 보수당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사람들은 내가 정치판에서 꽃가마만 탄 줄 아는데 두 번의 임명직을 제외하고 모두 경쟁해서 내 힘으로 얻어낸 것”이라고 했다. 위기에서도 강했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뒤 3년 만에 동작을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하며 정계로 복귀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자유한국당을 기사회생시킨 주역도, 3수 끝에 원내대표로 선출된 나경원이었다.
-동작을 승리는 극적이었다.
“노회찬·기동민 후보가 단일화할 게 뻔한 상황이라 동작을로 나가려는 사람이 없었다. 서울시장 낙선 후 집에 가서 푹 쉬라던 당이 동작을을 권하더라. 운동화를 다시 질끈 묶었지. 사전투표 직후 지지율을 보니 뒤처지고 있어서 바로 구호를 바꿨다. ‘살려주세요 동작, 살려주세요 나경원!’으로. 다음 날 시장에 갔더니 어떤 중년 남자 분이 그 구호를 보고 선거가 만만치 않겠다 싶어 휴가 내고 서울로 올라왔다고 하더라. 926표 차로 정말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선거는 절실해야 이길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지난 대선 우리 당의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 진영이 무너진 데 대해 나경원의 책임을 묻는 이들도 있다.
“그때 나는 탄핵을 안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촛불 집회에 몰려든 군중을 경찰이 막지 않는 걸 보면서 이걸 끊어주지 않으면 무슨 변고가 날 것 같더라. 국회가 정치적으로 한번 탄핵을 해서 국민의 분노를 꺾어주면, 헌재에서 이를 기각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기 당의 대통령을 탄핵한 데 대해 보수 지지자들의 분노가 거셌다.
“탄핵 정국에 잠시 미국엘 갔는데 거기 정치인들이 정말로 대통령을 탄핵할 거냐고 묻더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니 깜짝 놀라더라. ‘너희들이 배출한 대통령인데?’ 하면서. 그러고 보니 미국은 자기 당의 대통령을 탄핵한 적이 없었다. 뒤돌아보면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 그래서 당을 지키고 재건하는 데 온 힘을 쏟아부었던 것 같다.”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뒤엔 가시밭길이었다. 2020년 총선에서 졌고, 서울시장 경선, 당대표 경선에서도 잇따라 패했다.
“이제 와서 룰의 문제를 따지고 싶진 않지만 당원 지지가 압도적이었던 내겐 100% 국민여론조사로 성패를 가른 매우 불리한 선거였다. 원내대표 하면서 문재인 정권과 이 악물고 싸운 나를 싸움꾼 혹은 태극기로 프레임 씌우며 공격하는 것이 정말 섭섭하더라. 보수정당이 패퇴한 이유 중 하나가 나는 의리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의리가 지나쳐서 조국, 윤미향 같은 사람을 끝까지 보호하려다 망했지만, 반대로 우리는 상대의 부당한 공격에 같이 맞서서 싸워주질 않는다. 그 불똥이 자기에게 튈까 봐 외면한다. 그 또한 나의 정치적 부족함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20년에 대한 소회가 특별한 것 같다.
“보수의 뿌리가 너무 약하다. 의리도, 사람의 역사성도 없다. 그러니 위기에 처할 때마다 밖에서 사람을 꾸어온다. 당의 정체성이 흔들릴 때가 많고, 그걸 지키려고 하면 꼴통이라고 비난한다. 정체성 없는 정당이 정당인가? 그건 친목집단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경원은 더 이상 새 얼굴이 아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새 피가 오는 것에 당연히 찬성하지만 겪어보니 경륜이 필요한 것 또한 정치더라. 문제는 정치인의 경력은 경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문화다. 관료로서의 경력은 인정해주는데 정치를 오래하면 ‘해먹을 대로 해먹었잖아’라며 폄훼한다. 총선 때만 되면 물갈이 비율 가지고 개혁공천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것에 회의를 느낀다.”

▲2019년 9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나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를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발로 커피콩을 가는 남자
-서울시장 경선을 앞두고 TV조선 ‘아내의 맛’에 가족과 함께 출연해 화제가 됐다. 늘어진 티셔츠 입고 탬버린 치는 모습에 놀란 시청자들 많았다.
“그게 평소 내 모습이다. 화장도 안 하고 장 보러 다닌다. 공주라는 말은 내 본질과 한참 멀다. 그래서 손해도 많이 봤지만(웃음).”
-TV에 남편 김재호 판사가 발로 커피 (원두를) 가는 장면이 나오더라.
“그걸 누가 보고 우리 집앞에 커피 가는 기계를 하나 놓고 가셨다(웃음). 누군지 몰라서 아직 인사도 못 드렸다. 그래도 남편이 발로 (도구를 잡고) 가는 커피가 맛있긴 하다. 소박한 사람이다. 결혼을 했는데 빵꾸 난 양말을 주며 좀 기워달라고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구두도 뒤축이 닳도록 신어서 이러면 남들이 날 욕한다고 해도 새 구두를 안 산다.”
-정치인 아내 외조도 보통 일 아닐 것 같다.
“남편은 정치와 담을 쌓고 산다. 주말에 내가 바빠서 나가면 딸이랑 밥 먹어주며 집안일을 거든다. 속옷 하나 안 사주는 엉터리 아내와 살아주니 미안할 뿐이다.”
-다운증후군 딸 유나씨도 방송 후 인기를 얻었다.
“지하철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단다(웃음). 요즘은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서 보조에 도전하고 있다. 벌써 1년이 넘어서 이제 4000권의 청소년 도서를 관장하는 일을 맡는단다. 틈날 때마다 외할아버지 간병을 하는 착한 아이다.”
-엄마 때문에 검찰 조사까지 받은 아들은 군복무 중이라 들었다.
“특전사다. 끈 떨어진 정치인 엄마 때문에 고초를 겪게 해 두고두고 미안해하고 있다.”
-2030 여성들 사이 나경원은 바지 정장을 가장 세련되게 입는 여성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그럴 리가! 옷이 없어서 셔츠와 스카프만 달리해가며 입는다. 너무 오래 입어 보푸라기 일고 바짓단이 닳아 있는 옷이 대부분이다. 이제 나잇살까지 생겨 허리를 늘려 입어야 한다. 바지를 두어 개 사긴 사야 하는데 버티는 중이다. 백수라 돈도 아껴야 하고, 하하!”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한 나경원 전 의원과 남편 김재호 판사
조선일보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04.04 尹정부 첫 총리 한덕수 지명, ‘경륜과 협치’ 기대 부응하길

▲새정부 초대 총리후보로 지명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를 지낸 한덕수(73) 전 총리를 지명했다.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정파와 무관하게 실력과 전문성으로 국정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신 분”이라고 했다. 한 후보자는 “대한민국을 둘러싼 대내외적 경제와 지정학적 여건이 엄중한 시기에 큰 짐을 지게 돼서 영광스러우면서도 큰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새 정부 첫 총리 자리를 놓고 그간 여러 인사들이 거명됐다. 윤 당선인의 선택은 15년 전 총리를 했던 ‘백전노장’의 정통 관료 출신 인사였다. 한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와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데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주미대사를 지냈다. 좌우 두 정권을 거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진행부터 미국 의회의 비준 과정까지를 책임진 것을 그의 성과로 꼽는 사람이 많다. 국민의 먹고사는 민생 문제와 국가의 생존과 활로가 걸린 외교 문제를 동시에 책임질 역량을 두루 갖췄다는 게 한 후보자 발탁 배경이라고 한다.
윤 당선인은 대선이 0.73%포인트 초박빙으로 승부가 갈린 데다 상대 정당이 172석을 장악하고 있는 국회 의석 구조 속에서 총리의 인준 절차 역시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 후보자가 상대 정권에서 총리를 지냈고 호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극단적인 반대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을 것이고 실제 그럴 것으로 전망된다.
한 후보자의 선택을 마냥 흡족해하는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 정부의 첫 인선인 만큼 윤 당선인이 새 시대를 알리는 신선한 인물을 발탁해주길 바라는 국민의 변화 욕구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 사회의 도약을 주도하는 2030세대와 교감하며 정책을 총괄하기엔 시대감각이 맞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 이런 아쉬움과 우려를 해소할 책임은 윤 당선자와 한 후보자의 몫이다. 한 후보자를 선택한 기준으로 삼은 ‘경륜과 통합’을 실제 국정 운영에서 성과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 지난 5년간 이념 편향 정책으로 상식과 정도를 이탈한 국정 진로를 바로잡아 대한민국을 새로운 번영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런 능력과 안목을 갖춘 참신한 인재들로 새 내각을 꾸려내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4월 04일 한덕수 지명, 무너진 국정시스템 정상화 출발점 돼야
윤석열 당선인의 3일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은 정치·경제·안보 등 다목적 고려에서 나온 결정으로 보인다. 한 지명자는 김대중 정권부터 박근혜 정권까지 줄곧 요직에 발탁되는 등 능력과 도덕성 면에서 검증돼 왔기 때문에 곧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도 반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난한 인사가 성공한 인사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실패한 인사는 아니다. 한 지명자는 기자회견에서 국방 강화, 재정 건전성, 국제수지 흑자, 생산성 향상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계·기업 부책 급증, 글로벌 산업 경쟁 격화, 노동생산성 정체 등 정치·경제 현실을 감안하면 적절한 진단이며, 새 정부에서 꾸준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이다.
한 지명자는 윤 당선인과 만난 자리에서 장관 지명자가 차관 후보를 추천하는 ‘책임 장관제’를 건의했고, 윤 당선인도 취지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과 대통령실로의 권력 집중이며, 그 핵심에 인사권이 있다. 대통령실이 각 부처 차관은 물론 실·국장, 심지어 과장 인사까지 관여하니 장관의 위상과 부처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 들어 ‘청와대정부’라는 옥상옥 지적까지 나온 것이다. 대통령실 권력 집중으로 나타난 대표적 현상은 낙하산 인사와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이다. 한 지명자의 차관 후보 추천 제안은 공직사회를 다시 뛰게 만들자는 것으로, 새 정부가 국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총리·장관에게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권한을 보장하려면 반대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권력은 줄어들어야 한다. 대통령실이 대통령과 장관 및 각 부처를 연결하는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조직 개편과 인선도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윤 당선인은 한 지명자와 친분이 없었지만, 법조·경제 원로 등 각계의 추천을 받아 적임자 인선을 했다고 한다. 장·차관 등 고위 공직 인사도 그런 원칙을 따라야 한다. 고교·대학 동문이나 검찰 출신 등 개인적 친소관계가 앞서는 순간 인사 실패로 접어든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송곳 검증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중용했던 인물을 윤석열 정부를 흠집내기 위해 반대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4.07 스스로 못 지킨 검증기준 尹 정권에 강요, 민주당의 厚顔無恥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해 “국무총리부터 장관들까지 지금까지 지켜왔던 인사 검증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겠다”면서 “도덕성 검증의 주요 내용은 문재인 정부가 해왔던 7대 인사 검증 기준”이라고 했다. 윤 위원장이 언급한 ‘7대 기준’은 문 정권이 2017년 11월 ‘고위 공직자 원천 배제 사유’라며 제시한 것으로 병역 면탈, 불법 재산 증식, 세금 탈루, 위장 전입, 연구 부정 행위, 성 관련 범죄, 음주 운전 등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 전입, 논문 표절에 문제가 있다면 고위 공직자로 임명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정권 시작부터 이런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첫 조각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위장 전입으로 문제가 됐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과거 음주 운전 이력 논란이 불거졌다. ‘대통령 스스로 정한 인사 원칙을 안 지킨다’며 야당은 반발했지만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검증 기준 무시는 정권 내내 계속됐다. 그 압권은 온갖 파렴치 행태가 불거져 나온 조국 법무장관 임명 밀어붙이기였다. 그 때문에 국민은 두 쪽으로 나뉘어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각각 임명 반대, 찬성 집회를 열며 충돌했다.
작년에는 위장 전입과 논문 표절 의혹에 증여세 탈루, 가족 동반 외유성 출장, 성인인 두 딸의 이중국적 논란까지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 ‘여자 조국’이라 불렸던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그대로 임명됐다. 문 대통령 임기 중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은 역대 최다인 34명으로 대부분 정권 스스로 정한 ‘7대 기준’에 문제가 있었던 인사들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주당은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자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제시한 검증 기준을 스스로 지키기 힘들다고 실토한 셈이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지키겠다고 만들어 놓고 스스로 걷어찬 ‘7대 기준’을 새 정권이 임명할 장관 후보자들에게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또 하나의 ‘내로남불’이자 ‘후안무치’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4월 07일 국민의힘, 강용석 복당 불허…이준석 “최고위 다수 의견”
토론 없이 경과보고 후 무기명 투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일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강용석 변호사의 복당 신청과 관련해 “사안에 대해서 최고위원들 의사를 묻기 위해서 투표를 했고, 입당 승인안이 거부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사무처에서 실무자들이 다수인 의견만 보고하라고 했다.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복당 부결 사유를 묻자 “최고위원들께서 각자 생각대로 했지, 저희가 토론도 일부러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사무총장에게 경과보고만 받고, 의견을 서로 나누지 않고 바로 무기명 투표 진행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국민의힘 서울시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는 지난 5일 강 변호사의 복당을 승인했다. 강 변호사는 지난 2010년 아나운서 비하 발언 등으로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서 제명됐다.
<뉴시스>
04월 08일 서울시교육감 후보 ‘보수 단일화’ 반드시 해야 할 이유
오는 6월 1일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에 내세울 중도·보수 진영의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가 재추진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인 교육감선거자문원로회의는 공교육 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보수 후보 단일화’ 논의를 다시 시작하기로 지난 6일 합의한 것으로 8일 보도됐다. 수도권교육감후보단일화추진위원회가 지난달 30일 단일화한 보수 후보로 발표한 조전혁 서울시 혁신공정교육위원장은 ‘반쪽 단일화’라는 인식이 확산하는 현실의 반영이다.
추진위의 단일화에, 조영달 서울대 교수는 편파성을 주장하며 불참했다. 전·현직 교장 중심의 서울교육리디자인본부는 별도 후보를 오는 11일 추대하겠다고도 한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도 “현재 상황으론 조희연 교육감을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 주변 평가다. 출마를 숙고하고 있다”고 했다. 진보 쪽의 단일화는 거의 확실한데, 보수 쪽은 단일화를 못 하면 필패(必敗)다. 과거 3차례 교육감 선거가 이를 입증한다.
보수 후보 단일화를 반드시 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그래야 유권자들에게 진보 좌파 성향인 친(親)전교조 교육감의 ‘교육 퇴행’ 반복을 선택할 것인지, 아닌지를 공정하게 묻는 선거 구도가 된다. 절차적 위법으로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자율형사립고 폐지 추진, 평등지상주의 교육관의 필연적 결과인 학력 저하에 대한 판단도 두 진영 모두 단일화해야 제대로 결과에 반영될 수 있다. 그러지 않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기도 하다.
문화일보 사설
04.08 정권 하수인 선관위가 “독립성” 내세워 감사 거부한다니

▲대선 사전 투표 당시 선관위의 준비 부족 등으로 투표 용지가 소쿠리 등으로 운반되는 등 전국 곳곳에서 큰 혼란이 벌어졌다. 이미 기표된 투표 용지가 유권자에게 배부되기도 했다. /조선일보 DB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사전 투표 혼란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계획에 대해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 기구로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감사원의 감사 범위가 헌법상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인 만큼 선관위는 그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찰 대상인지에 관해서는 논란 소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선관위가 헌법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내걸고 감사를 거부하겠다고 버티는 건 정말 염치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선관위원장부터 정권 편 법조 서클 출신이고, 사실상 정권 편 사람이라는 그 이유 하나로 5부 요인 자리를 꿰찼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또 전체 선관위원 7명 중 6명이 친여 성향이다. 이렇게 출신 성분부터 편향된 선관위는 선거 때마다 철저하게 여당 편을 들었다. 2020년 총선 때 여권의 ‘100년 친일 청산’ ‘적폐 청산’ 문구는 허용하면서 야당의 ‘민생 파탄 투표로 막아주세요’ ‘거짓말 OUT 투표’ 등은 금지했다. 이번 대선 때도 민주당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한 ‘신천지 비호 세력’ ‘술과 주술에 빠졌다’ 등의 문구는 허용했다. 선거 심판이 아니라 정권 하수인 노릇을 해 왔다.
이번 대선 때 코로나 확진·격리자 사전 투표에서 선관위는 유권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소쿠리, 라면 상자, 비닐봉지에 담아 옮기는 황당한 일을 벌였다. 특정 후보에게 이미 기표한 투표용지를 유권자에게 배부하기까지 했다. 선거를 책임지는 헌법기관이 선거 기본인 직접·비밀투표 원칙을 어긴 것이다. 하루 20만명씩 쏟아지는 코로나 확진자가 투표해야 하는 초비상 상황인데도 선관위원장은 ‘토요일’이라면서 출근하지 않았다. 그래놓고 선거 관리 실패 책임을 선거국장 등 아랫사람에게 돌리면서 자리 보전에 나섰다.
이런 모습이 얼마나 황당했으면 집권당에서조차 “21세기 대한민국의 선관위 맞느냐”는 탄식이 나왔겠나. 수사를 받아도 모자랄 판인데 감사원 감사도 못 받겠다고 한다. 정말 얼굴이 두꺼운 사람들이다.
조선일보 사설
04.09 정권 비리 덮겠다는 검수완박, 대선 지고도 민심 맞서나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검수완박)하는 법안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처리하겠다고 한다. 그간 검찰이 담당해 온 주요 6대 범죄 수사를 신설하는 중대범죄수사청에 넘기고 검찰은 기소만 전담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밀어붙이기 위해 법사위에서 민주당 의원을 빼고 무소속 의원을 대신 배치했다. 여야 3대3 동수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에 친여 무소속을 넣어 4대2로 만들겠다는 속셈이다. 이러면 90일간의 안건조정위 논의 기간 없이 4월 국회에서 곧바로 처리할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 이후 거부권을 행사하지도 못하도록 속전속결로 해치우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권 눈치 보기 바빴던 검찰도 이번엔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다. 대검은 “70여 년간 시행되던 형사 사법 절차를 바꾸면 극심한 혼란과 중대 범죄 대응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고검장 회의 등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쏟아졌다.
민주당이 이처럼 무리수를 두는 것은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비리 수사를 철저히 틀어막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최근 검찰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시작했다. 이재명 전 지사와 관련한 대장동 비리와 변호사비 대납, 권순일 전 대법관과 재판 거래한 의혹, 법인 카드 불법 사용, 성남FC 후원금 뇌물 의혹에 대한 수사도 대기 중이다.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과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 현 정권 비리와 관련한 수사도 언제든 시작될 수 있다. 검수완박은 이런 수사를 틀어막으려는 것이다. 국민이 준 입법권을 자기들 방패로 동원하는 셈이다.
민주당은 조국 전 장관과 정권 비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자 검찰 개혁이란 미명 아래 수사팀을 해체하고 수사권을 빼앗고 검찰총장을 징계했다. 검찰 수사권 박탈법을 만들겠다고 압박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쫓아냈다. 공수처법을 강행하려고 이번처럼 안건조정위에서 친여 의원을 이용하는 꼼수를 썼다. 폭주 결과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승리와 5년 만의 정권 교체였다. 검수완박을 외쳤던 정부 여당을 국민이 심판한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대선이 끝난 지 한 달 만에 자기들 비리를 감추려고 또다시 입법 폭주를 하겠다고 한다. 국회 의석 수를 믿고 민심을 거스르면 거센 역풍을 맞는 것은 정해진 이치다. 세상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11 ‘검수완박’으로 6대 범죄 수사 없어질 수 있다니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대표 발의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찰에서 수사 기능을 분리하면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은 어디로 가는 게 아니고 그냥 증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검찰 수사권 박탈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경찰이 수사권을 모두 가진다고 해도) 일에 치이고 있는 경찰이 수사를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 수사권만 빼앗으면 경찰이 권력 비리 수사를 할 수 없으니 걱정 말라는 뜻이다. 정권이 바뀌기 전에 ‘검수완박’을 완결하려는 거대 여당의 본심을 드러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이 수사권을 가진 6대 범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 사업·대형 참사 등이다. 황 의원은 이에 대해 “불요불급한 수사가 많기 때문에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 들어 검찰이 직접 진행한 수사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조국 장관 가족 비리, 환경부 블랙리스트, 김학의씨 불법 출국 금지, 이상직 의원 횡령·배임, 윤미향 의원 후원금 유용 의혹 등이다. 이런 수사가 ‘불요불급’하다는 건가. 그냥 ‘증발’해도 아무 문제 없다는 수사는 도대체 무언가.
황 의원은 이 사건들의 피고인이다. 경찰 간부 재직 때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문 정권이 검찰 수사권을 일찍 박탈했다면 그 자신과 대통령 측근들이 가장 큰 이익을 봤을 것이다. 이런 인물이 작년 검찰에서 수사권을 뺏고 거대 정당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드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동 발의자 중엔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가짜 인턴 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최강욱 의원도 포함돼 있다. 입법권을 남용한 ‘사적 보복’이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제는 대선 패배로 사정이 급해지자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은 불요불급한 권한이기 때문에 그냥 증발해도 된다”고 한다. 검찰 수사권을 가져갈 중대범죄수사청도 사실상 필요 없으니 새 대통령이 취임해 거부권을 행사하기 전에 거대 여당의 힘으로 검찰 수사권부터 서둘러 없애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덮고 감춘 비리가 얼마나 많기에 이 법석을 떠는지 알 수가 없다. 민주당은 법안 처리에 온갖 무리수를 동원하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했다. 최소한의 논리도, 도덕성도 찾아볼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4.11 저의가 의심스러운 민주당 ‘검수완박’ 강행
수북이 쌓인 정권비리 수사 틀어막기용 의심
친여 성향 고검장 포함, 전국 검사 집단 반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검수완박)하는 법안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강행 처리하려 하자 검찰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특히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핵심 참모부서인 법무부 검찰국 검사들은 물론 친여 성향의 고검장들마저 전원 반대하는 쪽에 가세하고 있다. 수사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 추진이라는 방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 저의가 심히 의심스럽다.
현 정부는 검찰 개혁의 기치 아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면서 검찰에는 주요 6대 범죄(부패·경제·선거·공직자·대형참사·방위사업) 수사권만 남겼다. 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명분 삼아 6대 수사권마저 신설하는 중대범죄수사청에 주겠다는 것이다.
그간 둘로 갈렸던 검찰도 이번만큼은 한목소리를 냈다. 법무부 검찰국은 “불과 1년 남짓 시행된 새 형사사법 제도가 안착되기도 전에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조치는 국민의 불편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반대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참모조직인 대검은 물론 이성윤 서울고검장 등 친정부 성향 고검장이 참석한 고검장회의 결과도 만장일치 반대였다. 이 과정에서 일선 부장검사가 검찰 수뇌부를 향해 “그동안 검찰개혁이라는 간판을 걸고 검찰을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것을 지켜봤다.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말할 자격이 있나”라고 쓴소리를 했다. 깊이 새겨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검찰의 극단적 상황은 자초한 측면도 있다. 일부 정치검사들의 준동으로 국민의 불신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민주당의 황운하·최강욱 의원 등이 주도, 국회 172석을 무기 삼아 밀어붙이는 검수완박은 도가 지나치다. 70년 검찰 역사와 제도를 형해화시키는 법안을 전문가 의견 경청이나 합리적 대안 마련 없이 얼렁뚱땅 해치우려는 건 민주적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특히 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되기 전이라도 검찰 수사권부터 폐지할 것이라고 한다. 그 사이에 생기는 ‘정의의 공백’과 국민 불편은 어쩌겠다는 건가.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비리 수사를 철저히 틀어막겠다는 의도의 방탄 입법이 아니라면 납득이 가지 않는 행태다. 최근 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의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 등을 재개하자 입법권을 활용해 검찰의 손발 묶기에 나섰다는 의심을 사는 이유다. 당장 “검수완박이 되면 대장동·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 현 정권에 대한 검찰 수사는 올 스톱될 것” “그냥 ‘우리 편은 수사하지 말라’는 내용을 법안에 넣는 게 더 솔직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심이 더 악화하기 전에 민주당이 바른길을 찾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4월 11일 親정권 김오수조차 ‘검수완박 땐 헌법상 검찰 아니다’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움직임은 의석 숫자만을 앞세운 법치 파괴 범죄나 다름없다. 오죽하면 ‘친정권’ 인사로 옹립됐다는 김오수 검찰총장이 11일 전국지검장회의를 주재하면서 “검찰이 수사를 못 하게 되면 범죄자는 처벌되지 않고, 피해자의 고통은 늘어나며, 부패·기업·경제·선거범죄 등 중대범죄 대응은 무력화된다”면서 “검찰 제도가 형해화되어 더는 우리 헌법상의 검찰이라 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겠는가. 검수완박 자체의 위헌성은 물론, 거악(巨惡) 척결 역량이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인데, 현재 형사사법 시스템을 보면 옳은 지적이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알박기 입법’을 밀어붙일 태세다. 12일 의원총회도 예정돼 있다. 시간이 촉박하다면 일단 검찰 수사권을 ‘증발’시켜 버리면 그만이라는 기막힌 주장도 나온다. 입법으로 국가 법치 시스템을 파괴할 수 있는 ‘테러’ 발상이다. 문 대통령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설혹 중대한 문제점이 없더라도 국가 사법체계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할 입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 국민은 그렇게 하라고 다수 의석을 몰아준 것이 아니다. 입법에도 내재적 한계가 있다. 헌법 테두리를 벗어나서도 안 된다. 문 대통령은 ‘헌법의 수호자’로서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느낀다면 당장 거부권 입장을 밝힘으로써 이런 입법 테러를 막아야 한다.
민주당이 미친 듯 서두르는 것은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의혹을 자초한다. 이미 현 정권이 인사권을 동원해 검찰 조직을 친정권 성향 인사들로 채웠는데, 그런 검찰도 믿지 못할 지경인 셈이다. 실제로 검수완박에 앞장서는 많은 사람이 권력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으로 재판 중이고, 최강욱 의원도 조국 전 장관 아들에 가짜 인턴 확인서를 발급, 1심에서 유죄를 받은 피고인 신분이다. 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도 여러 건의 구체적 의혹을 받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국민 불편과 비용만 많아지고 브로커가 활개친다고 응답한 변호사가 72%라는 대한변협 조사도 있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문제투성이다. 민주당이 단념하지 않으면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 사설
04.12 文 대통령 보호 위해서라는 ‘검수완박’, 文이 입장 밝혀야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 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총장직을 걸고 민주당이 강행하려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반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이 수사를 못하게 되면 범죄자는 처벌되지 않고, 피해자의 고통은 늘어나며 부패, 경제, 선거 범죄 등 중대 범죄 대응은 무력화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지만 김 총장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그는 법무부 차관, 검찰총장 등 요직을 맡아 문재인 정권의 불법적 폭주에 도움을 줬다. 그 휘하의 검찰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대장동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축소했다. 그런 그가 일선 검사들의 반발에 밀려 “직을 걸겠다”고 하자, 민주당은 “조직의 수장이 집단행동을 부채질하고 있어 개탄스럽다”고 했다.
궁금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이다. 김 총장은 “시행된 지 1년여밖에 안 되는 형사사법제도가 안착하기도 전에 완전히 폐지하는 논의는 유례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 수사의 범위를 6대 범죄로 한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을 말한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집권 2년 후 문 대통령 의지에 따라 관련 법이 통과됐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조정안을 만들었고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명했다. 민주당이 강행하려는 ‘검수완박’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보장한 이 제도를 시행 1년 만에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런데도 제도를 주장해 만든 당사자가 침묵하고 있다.
작년 초 민주당이 윤석열 당시 총장을 압박하려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를 추진했을 때 문 대통령은 “신중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 후 달라진 것은 대선 패배로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뿐이다. 앞으로 문 정권이 억누르고 감춰둔 권력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검찰 수사권 자체를 박탈하는 법을 만들자’는 움직임을 낳았다.
민주당 의원들도 이 법이 문재인, 이재명 두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란 사실을 굳이 부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이 법의 수혜자인 문 대통령이 자신의 불법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찰 수사권 박탈 법을 만드는 데 동의하는지 여부를 밝힐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옳지 않은 일에 속으로 찬성할 때는 침묵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번에도 침묵한다면 자기 보신을 위해 형사법 체계를 무너뜨림으로써 임기 마지막에 또 하나의 커다란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4.13 민주당,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 찍지 말아야 한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대원칙하에 검찰 특권을 해체하고 국민의 검찰을 만들어내겠다”고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대선 후보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란 것이 다 알려져 있다. 당 지도부에서조차 반론이 나오고 있다. 권지웅 비대위원은 “지방선거를 치르는 게 두렵고 시민들 지지를 호소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김태진 비대위원도 “지난 한 달을 돌이켜보면 민주당이 정말 변화를 원하는 것일까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검찰이 담당하던 부패, 경제, 공직자 등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가 중단되거나 위축된다면 덕을 볼 사람들은 문 대통령과 이 전 경기지사만이 아니다. 수많은 권력형 부정부패가 단죄되지 못하고 완전범죄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어디로 넘길지도 정하지 않고 검찰 수사권부터 빼앗는 법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할 곳이 없어지는 것이다. 국회 압도적 다수인 172석으로 자신들 안위만 챙기기 위해 나라의 근간을 흔들겠다는 ‘입법 농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이런 입법 폭주는 문재인 정권 내내 이어져 왔다. 2020년에는 많은 전문가들의 만류에도 ‘임대차 3법’을 강행해 전·월세 대란을 일으켰다. 집값마저 폭등시키면서 집 없는 서민들을 오도 가도 못하게 만들었다. 2019년엔 공수처 신설을 위해 범여권 정당들을 ‘연동형 비례제’라는 선거제로 유인했다. 이렇게 선거법을 일방 처리한 결과가 비례 위성 정당이라는 난장판으로 나타났다. 그 후에 또 일방 처리해 신설한 공수처는 대장동 비리와 같은 본연의 임무는 팽개치고 시민들 전화 뒷조사나 했다.
대선에서 패해 정권을 잃은 정당은 상당 기간 반성하고 쇄신해 국민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한 정당이 아니라 압승한 정당처럼 권력을 마구 휘두르려 한다. 지난 5년간 잘못된 일이 드러나면 고개를 숙이지 않고 도리어 고개를 들고 화를 내던 모습 그대로다.
민주당이 지금 또 강행하려는 검찰 수사권 박탈법은 범법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지금까지의 입법 농단과는 차원이 다르다. 헌법 정신을 위반하고 법치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자중해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지 말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4.13 민주당 文·李 지키기 法 강행, 이런 막장이 있나
민주당이 12일 의총을 열고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의 4월 국회 처리를 당론으로 정했다. 4시간여 의총 과정에서 반대하는 의원도 일부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모두 박수를 치며 만장일치로 추인했다고 한다. 이 법안은 그간 검찰이 담당했던 부패, 경제, 공직자 등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빼앗는 내용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법안의 국회 통과 후 시행 시점까지는 3개월의 시간이 있다면서 이에 대한 수사권을 어느 기관으로 넘길지도 정하지 않고 당론을 확정해버렸다.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전 경기지사에 대한 비리 수사를 일단 막고 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들은 6대 범죄 수사권을 경찰 또는 신설하려 했던 중대범죄수사청 등 어디에 이관해야 자신들에게 유리할지 저울질해왔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 이에 대한 판단이 서질 않자 일단 검찰 수사부터 원천 봉쇄하는 법안으로 ‘대못’을 박기로 한 것이다.
경찰 출신 민주당 의원은 최근 “검찰 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이것이 경찰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한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이들의 본심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최근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산업통상자원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비롯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울산 시장 선거 개입 등 현 정권 관련 의혹, 대장동 비리, 변호사비 대납, 법인카드 불법 사용 등 이 전 지사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를 누구도 할 수 없게 막아버리고 싶은 속내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 정권의 ‘우군’ 격이었던 민변도 논평을 내고 “아무리 올바른 방향이더라도 여러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변협은 “빈대가 밉다고 집에 불을 놓는 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 대표는 “’검수완박’을 밀어붙일 정도로 국민적 명분과 공감이 있느냐”고 했다. 법무부 차관과 검찰총장으로 문 정권의 각종 불법 의혹에 ‘면죄부’를 주려 하던 김오수 총장까지 갑자기 태도를 바꿔 “검찰 수사 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하고 있다.
임기를 거의 마친 집권당이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겠다고 수사 기관의 수사권부터 빼앗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다. 무소불위 독재자가 버티고 있는 후진국에서나 벌어질 법한 상황이다. 민주당의 이런 상상 초월 폭거를 묵인해왔던 건 바로 문 대통령이다. 나라를 5년간 이끌고 떠나갈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는 길은 ‘검수완박’에 대한 거부권 행사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월 13일 민주당 “검수완박法 5월3일 공포”…文대통령 입장 뭔가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국회 통과 및 공포’ 당론을 확정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의 문제점은 이미 수없이 제기됐다. 헌법 위반에서부터 권력·지능 범죄 수사 역량의 붕괴, 지난해 단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도 안착하지 못한 현실은 물론, 검찰 수사권 배제가 세계적 추세라는 기본 전제조차 거짓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검찰 수사권을 뺏기만 할 뿐, 어디로 넘길지에 대한 구체적 대안도 없다. 국회 의석 172석을 앞세운 입법권 남용이고, 문 정권 인사들이 관련된 범죄 수사를 막겠다는 의도 이외에는 합당한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특히 이재명 전 경기지사 측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 전 지사 지지자들이 문자 폭탄을 퍼부으면서 ‘이재명 방탄용’ 의심도 자초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야당이 반대하고, 검찰과 대한변호사협회는 물론 친정권 성향인 참여연대와 민변조차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나섰다. 친정권 성향의 김오수 검찰총장은 13일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 총장은 “범죄자는 만세를 부를 것이고, 범죄 피해자와 국민은 호소할 데가 없게 된다” “4·19 혁명 이후 수사 주체를 검사만으로 규정한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재의 요구권을 가진 대통령, 헌법 위배를 판단하는 헌법재판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에 따라 호소드릴 것”이라고 했다. 항의 표시로 사표를 제출한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도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된 지 1년여 동안 사건 처리가 급격히 지연되고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결과를 경험한 건 저만이 아닐 것”이라며 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공은 문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야당이 의사진행 방해 등을 통해 저지에 나서더라도 민주당 입법 폭주를 완전히 막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상정을 않는 방법이 있지만, 기존 행태를 보면 그럴 의사는 없는 듯하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문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 3일 공포하는 일정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헌법 제66조는 대통령에게 ‘헌법 수호’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요구에 굴복할 것인지 아닌지 당장 입장을 밝혀야 마땅하다.
문화일보
04.14 “선거 지면 죽는다”던 당의 자살 사건
도둑이 포졸 없애
자유 얻는다는 法
끝내 강행한다는 민주당
‘노무현 트라우마’라지만
盧는 잘한다고 할까
부끄러워할까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12일 오후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당론 채택을 위해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산업화 위에 민주화의 꽃도 피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탄생하고 젊은이들은 세계와 경쟁한다. 그런데 건강한 신체에 마치 부작용처럼 암세포가 자라듯 이 기적의 나라 한편에 독초가 무성해지고 있다. 한국 정치가 대의(大義)를 잃은 채 5년 기한의 권력 교대극이 된 지 오래지만 이제 최소한의 도리마저 내던졌다. 선을 넘은 권력 행사는 독(毒)이다.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대선 후보를 지킨다면서 검찰의 수사권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은 그저 해 보는 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민주당에 상식을 가진 정치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의 범죄를 덮기 위해 수사권을 없앤다는 것은 도둑이 포졸을 없애 자유를 얻겠다는 것인데, 지금 한국에서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대통령이 임기 종료 며칠 전에 자신을 지키기 위한 법을 공포한다는 것 역시 영화에나 나올 얘기다. 임기 종료 며칠 전에 셀프 사면을 검토했다는 트럼프조차 이런 일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만약 이 법이 실제 만들어지면 세계 민주 국가에 영원히 남을 흑역사가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입 밖에 꺼내는 정치인도 없어야 정상이다. 자신의 정치 생명에 대한 자해 행위이기 때문이다. 실현 여부를 떠나 ‘문재인 이재명 지키기 법’의 당 차원 추진 자체가 넘어서는 안 되는 레드라인(red line)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황당한 법을 통과시키자고 결정했다.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다.
민주당이 레드라인을 넘어 폭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 5년간 불가능을 가능케 해왔다. 이승만의 한미 동맹, 박정희의 한강의 기적, 김영삼 김대중의 민주화처럼 불가능을 가능케 한 그런 역사가 아니다. 나라와 사회를 위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 넘어서는 안 될 선, 국민 대부분이 ‘설마’ 하는 일, 그래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치워 온 역사다.
선거법은 스포츠 경기의 룰과 같은 것이다. 자기편 골키퍼의 키가 크고 상대 골키퍼가 작다고 축구 골대를 더 높이는 법을 강행 처리한다는 것은 세계 민주 국가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민주당은 선거법 일방 처리로 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국가의 형사 사법 제도를 한 정당이 마음대로 바꾼다는 것도 세계 민주 국가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민주당은 공수처 신설로 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다.
세계 민주 국가에서 다른 나라가 화를 낸다고 그 나라 구미에 맞게 법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민주당은 대북 전단 금지법으로 그 불가능도 가능하게 했다. 세계 민주국가에서 다른 나라가 요구한다고 제 나라의 군사 주권을 내어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민주당 정권은 중국에 3불을 약속해 이 불가능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민주당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때마다 우리 사회의 상식과 양식이 상처를 입고 신음했다. 이제 선거법 일방 변경, 형사 사법 제도 일방 변경, 외국을 위한 입법, 군사 주권 외국 양보는 한국에서 전례가 있는, 가능한 영역의 일이 됐다. 언제까지나 불가능의 영역에 있어야 할 재앙들이 판도라의 상자를 뛰쳐나와 우리 머리 위를 배회하고 있다. 그 때문에 정권을 잃은 민주당이 반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도둑이 포졸을 없애는 법’이라는 신기원을 또 하나 열려고 한다.
민주당은 입버릇처럼 ‘선거에 지면 죽는다’고 해왔다. 자신들이 전 정권에 보복했으니 선거에 지면 자신들도 보복당한다는 피해 의식일 것이다. 그런데 피해 의식이 너무 지나쳐 어느 순간 강박증이 됐다. 이 강박증이 합리적 판단까지 마비시킨 것 같다. 궁극적으로 정치인과 정당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법이 아니라 민심이다. 지금 민주당은 민심이 아니라 법을 피난처로 삼으려고 한다. ‘노무현 트라우마’ 때문이라지만, 노무현은 지금 민주당이 잘하고 있다고 할까 부끄러워할까. ‘문재인 이재명 지키기 법’은 오히려 두 사람을 ‘무리한 법 속에 숨어 사는 범법자’로 낙인찍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법이 피난처가 아니라 감옥이 된다. ‘지키기 법’이 ‘죽이기 법’이 되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 법을 끝내 강행 처리하면 레드라인을 지나 데드라인(dead line)까지 넘게 된다. 데드라인을 제 발로 넘으면 타살이 아닌 자살이다. ‘선거에 지면 죽임을 당한다’고 그 난리더니 실제 선거에 지자 스스로 무덤을 판다. 정치의 생사 갈림길에서 죽는 길은 잘 포장돼 있고, 사는 길은 험한 비포장 도로인 경우가 많다. 당사자인 문·이 두 사람이 민주당을 멈춰 세우고 민심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바란다. 잘못이 있으면 합당한 책임을 지겠다고 당연히 말해야 한다. 그다음은 민심이 판단한다. 그게 한때 나라를 책임졌던, 책임지려고 했던 정치인이 마땅히 가야 하는 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04월 14일 누굴 위해 검수완박 이렇게 서두르나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헌법학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의원총회에서 표결도 없이 당론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결정했다. 이 기세라면 이 법안은 이달이 가기 전에 172석의 다수 독재로 국회를 통과할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없으면 검수완박은 다수 독재에 봉사하는 법치의 수단(the Rule by Law)이 될 것이다. 그야말로 검수완박은 산 권력을 통제하는 기능 상실의 법치가 되며, 이러한 법치는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의 초석이 되는 법 지배의 원리(the Rule of Law)로 작용할 수 없다. 법 지배의 원리는 삼권분립·견제와 균형 원리를 장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 지배 원리라야 법은 권력자나 일반시민에게나 공정하게 작용케 된다.
586 운동권 출신들은 문 대통령 정부 부처와 국회·사법부·공영언론·공공기관·공기업 등 정치·경제·사회·문화 여러 영역 요소요소에 포진해, 아직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민중적 사회혁명의 불법·비법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활용한 법치(울산시장 선거개입·원전 경제성 저평가·다수의 위헌 입법, 이재명의 대장동 의혹 등)가 산 권력(청와대)에 대한 통제기능행사도 서슴지 아니하는 검찰로 인해 좌절되기에 이르자 검찰개혁을 부르짖게 됐다. 이로 인한 ‘검찰학살’을 포함해 검찰에 대한 갖은 탄압과 압력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물러나고, 결과적으로는 그를 지난 3월 9일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안다.
문 정부의 검찰개혁은, 검찰개혁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문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창설하고, 6대 범죄만 유보하고 경찰에 범죄수사권을 넘겨준 검찰청법 개정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20년 장기집권을 장담하던 좌파 집권이 막을 내리고, 적은 투표율 차로 윤 대통령 당선인이 등장하게 되자 검찰공화국 등장이 걱정된다며 기왕의 검찰개혁을 뒤집는 문 정권의 검수완박이 돌연 출현했다. 검수완박이 과연 헌법적 정당성을 지닌다면, 느긋했던 검찰개혁 때는 무엇하다가 좌파 정부의 임기가 다 끝난 이 시점에서 국회의 다수 독재권력을 휘둘러 다급하게 입법화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문 정권 및 이재명 후보의 불법 방패막이 용도 아니겠느냐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헌법에 구속영장신청과 관련해서만 검사가 언급돼 있다며 검찰의 수사권은 헌법적으로 정당성을 지니지 못한다는 주장은 ‘언론의 자유와 관련해 기자라는 표현이 없으니까 기자가 언론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헌법적 정당이 없다’고 하는 만큼 헌법을 모르는 소리다. 검사도 사법권 독립의 주체인 법관과 동일한 교육·훈련·시험합격을 거친 법관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영장신청이나 기소에서 요구되는 사실의 수사는 법관이기도 한 검사가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수사와 관련된 피의자 등 국민의 인권보호에 가장 유리하다. 헌법 조문의 표현은 그 함축에 불과하다. 법무부 장관의 임무는 검찰의 독자성을 정부 등 정치의 압력으로부터 보호해 주라는 것이지 검찰을 하명복종의 부하직원으로 하라는 것이 아니다. 닉슨 미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 때 당시 법무부 장관에 이어 차관도 특별검사를 해임하라는 닉슨의 명령을 차례로 거부하고 사임했음은 유명한 사례다.
문화일보
04.15 ‘검수완박’ 밀어붙이려 공수처 만들 때 편법 또 쓴다니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14일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과 관련해 “20대 국회 말에 임시국회 회기를 단축해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종결시킨 사례가 있다”며 “이 선례를 잘 참고하겠다”고 했다. 국회선진화법상 회기가 끝나고 다음 국회가 되면 필리버스터를 자동 종료시킬 수 있다. 회기 쪼개기라는 편법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검찰 수사권 박탈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2020년 초 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 등을 강행 처리할 때도 이 방법을 썼다.
당초 민주당은 정의당이 요구해온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를 들어주고 그 대가로 검찰 수사권 박탈 법안 처리에 도움을 받으려 했다. 정의당이 우군이 되면 범여가 180석을 넘겨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킬 수 있다. 막후에서 정의당과 중대선거구제 시범 실시 방안까지 논의했다. 그런데 정의당이 검찰 수사권 박탈에 대해 반대 입장을 정하자 회기 쪼개기 꼼수로 선회한 것이다.
민주당은 2019년 공수처법 처리 때도 소수 야당을 끌어들이려 정의당 등이 요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끼워팔기로 활용했다. 게임의 룰인 선거 제도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공수처법도 함께 처리한 것이다. 하지만 이듬해 총선에서 연동형의 취지와 상반되는 비례 위성 정당을 만들어 정의당의 뒤통수를 쳤다.
민주당은 이미 국회 법사위에서 수사권 박탈 법안을 밀어붙이려 자기 당 의원을 빼고 무소속 의원을 배치했다. 여야 3대3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를 친여 무소속을 이용해 4대2로 만들어 신속 처리하려는 것이다. 검찰의 6대 중요 범죄 수사를 대신할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자 형사소송법 등에서 검찰의 수사권만 없애는 방안도 준비했다. 문재인 정권의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고 온갖 궁리를 다 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목적이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지키려는 의도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여야가 정면 충돌하고 검찰이 들고 일어나는데 정작 당사자인 두 사람은 침묵하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검수완박은 헌법에 반한다”며 대통령 면담까지 요청했다. 현재 검찰의 수사권 내용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그대로다. 민주당이 이를 무너뜨리려 하는데도 모른 척 침묵하는 이유가 뭔가.
조선일보 사설
04.15 검수완박, ‘과연 누가 이익을 보는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이 파열 직전이다. 검수완박 폭주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은 속전속결을 다짐한다. 한 달도 남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까지 ‘문재인표 검찰 개혁’의 마침표를 찍겠다고 장담한다. 문 정권 역린을 건드린 검찰을 종이호랑이로 만들어 영구히 후환을 제거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13일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한동훈 후보자는 국민 고통을 이유로 결연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했던 ‘한동훈 카드’의 깜짝 등장으로 검수완박 전선이 과열되면서 구(舊)권력과 신(新)권력의 ‘강 대 강’ 대치 구도가 부각되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한동훈 후보자뿐 아니라 법조계·언론계·학계·시민사회가 이념과 진영을 넘어 한목소리로 검수완박 졸속 강행 처리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9월 민주당의 시대착오적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시도가 언론 자유를 위협한다는 국내외 여론의 강력한 비판에 막혀 좌초한 상황을 빼닮았다.
헌법 제12조 3항 및 제16조에 규정된 검사의 수사권을 원천 박탈하는 것은 대한민국 형사 사법 체계의 근간을 파괴한다. 국가 수사 절차상 큰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불편만 가중하는 민주당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된 게 불과 1년 전이다. 전체 형사 사건의 1%도 안 되는 6대 중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대형참사·방위사업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조차 사라지면 나라 전체가 거악(巨惡)을 저지른 범죄자들 천국이 되고 사회적 약자의 눈물이 쏟아지게 된다. 검찰 공화국을 없앤다면서 국민이 훨씬 자주 만나는 경찰 권력을 리바이어던(Leviathan·거대 괴물)으로 키우는 민주당 법안은 국가를 중국 공안 같은 ‘경찰 왕국’으로 만드는 역사 퇴행적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검수완박에 앞장선 민주당 강경파 의원 다수가 6대 중대 범죄의 피의자라는 사실이다. 로마 공화정의 법률가이자 정치가로 일세를 풍미한 키케로(BC 106~BC 43)는 재판정에서 ‘쿠이 보노(Cui Bono·과연 누가 이익을 보는가)’를 외치곤 했다. 복잡한 범죄 현장에서는 누가 가장 큰 이익을 얻는지 짚는 것이 범인을 체포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지름길이라는 통찰이다. 검수완박이 현실화했다면 조국 일가 범죄나 김경수 전 지사 선거 범죄는 다 묻혀버렸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관련 울산시장 부정선거와 탈원전 정책 수사도 사라지고, 이재명 전 대선 후보가 연루된 대장동 범죄 수사도 증발하게 된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의 검수완박 폭주 배경엔 문 정권과 이재명 전 후보 관련 중대 범죄를 은폐해야만 2년 후 총선에서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자리한다.
중대범죄수사청 같은 대안적 수사기관도 마련하지 않고 국민적 공감대도 없이 무턱대고 검찰을 모든 범죄 수사에서 배제하는 것은 대한변호사협회 성명처럼 “빈대가 미워 집에 불을 놓는 격이다.” 중대 범죄 수사가 증발하면 부정과 불법을 저지른 재벌과 권력자들만 환호작약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대선 후보,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가장 큰 이익을 얻는다는 사실은 검수완박의 추악한 실체를 폭로하고도 남는다. 민주당 강경파 패거리가 정치 생명을 연장하는 대가로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사회 정의가 무너지는 끔찍한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
어떤 조직이든 강경론자들이 발호하면 붕괴 위기를 맞는다. 검수완박은 정상적 국가라면 상상조차 힘든 극단적 무리수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군 보편적 국민 정당 민주당이 운동권 강경파가 활개 치는 연성(軟性) 파시스트 도당(徒黨)으로 타락하고 있다. 이것이 민주당이 직면한 정체성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제6공화국 역사상 최소 표 차 대선 패배는 민주당에 쓴 약이 되기는커녕 소중한 재생 기회까지 앗아간 독극물이 되고 있다.
‘현대의 군주’인 정당은 구성원들의 공심(公心)을 바탕으로 정권을 획득해 보편적 국민 이익을 실현하는 민주적 결사체다. 이에 반해 자신들의 중대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담당 수사기관 자체를 없애려는 도당은 민주공화정의 적(敵)이다. 검수완박을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당 강경파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반민주적 도당의 작태를 여실히 보여 준다. 검수완박은 유사(類似) 파시스트 패거리에게만 이익이 될 뿐 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에겐 전적으로 해롭다. 국민의 이름으로 검수완박 즉각 폐기를 촉구한다.
조선일보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정치철학
04월 15일 檢 “검수완박 땐 대장동 수사 중단”…민주당 끝내 法 발의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폭주가 민주주의 규범도 일탈할 정도로 도를 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국무회의(5월 3일)에서 공포 절차까지 마치기 위해 임시국회 회기를 단축하고 ‘쪼개기 국회’를 열자는 해괴한 발상은 물론, 막판 해외 출장을 떠나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미리 사회권을 민주당 출신 부의장에게 넘기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도 나돈다. 이런 상황에서, 오직 수사로 말해야 하는 검찰이 직접 국민과 국회에 부당성을 알리고 나선 것은 불가피한 고육책이다.
오죽하면 문재인 정권 성향의 인사들이 검찰 지휘부에 포진하고 있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겠는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검수완박이 시행되면 대장동 사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 주요 사건 수사가 중단된다”고 밝혔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이 라임자산운용 전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의혹,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 연루된 타이이스타젯 횡령 의혹 등 권력 비리 사건 수사도 동력을 잃게 된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14일과 15일 국회를 방문해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만나 검찰의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 19일에는 대검에서 전국 평검사 회의가 열린다. 18개 지검과 42개 지청의 대표 150여 명이 모여 회의를 여는 것은 2003년 강금실 당시 법무장관의 기수 파괴 인사 이후 처음이다. 검찰 간부들의 항의성 사직이 이어진다.
검찰 주장의 타당성은 통계로 뒷받침된다. 문 정부 들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축소되면서 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부패범죄 수사는 2018년 2528건에서 2021년 1519건으로 40%나 줄었다. 이러다 보니 국민 여론도 분명해졌다. 검수완박 반대 52.1%, 찬성 38.2%라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대한변협에 이어 한국여성변호사회도 “진정 국민 인권을 대변하는지 고민하라”는 성명을 냈다. 민변과 참여연대, 심지어 국책연구기관인 KDI의 논문과 국회 법사위 보고서에서도 비판적 입장이 개진됐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15일 검수완박을 위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대비해 회기를 단축시키는 계획도 세웠다. 민주당의 이런 입법 테러를 저지할 책임자는 문 대통령과 박 국회의장이다. 국민은 두 사람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15일 ‘검수완박’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을 당론으로 정하고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마저 없애는 게 골자다. 선진 의회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나라에서는 국민의 대표 기관인 의회에서 법을 제정할 때 통상 다음의 사항을 철저히 고려한다.
첫째, 헌법 가치와의 충돌 여부다. 헌법 가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법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불문율이 작동한다. 가령 헌법에서 보장된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하위 법률로 억제한다면 입헌민주주의가 부정된다. 대한민국 헌법(제12조 3항)은 검사에게 영장 신청권을 부여함과 동시에 검사를 수사의 주체로 보고 있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아 경찰에 독점시키는 건 헌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민주당은 걸핏하면 수사와 기소권 분리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검찰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갖도록 허용했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미국, 독일 등 무려 27개국(77%)이 헌법과 법률로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둘째, 제정된 법이 추구하는 목표에 대한 국민 공감 여부다. 민주당은 법안 추진 이유로 “검찰과 언론과 같은 특권 영역을 해체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야당은 “특정 인물이나 부패세력을 수호하기 위해 국가의 수사 기능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동안 친정부 인사로 분류됐던 김오수 검찰총장마저 검수완박 법안이 추진되면 “범죄자는 만세를 부를 것이고, 범죄 피해자와 국민은 호소할 데가 없게 된다. 그야말로 정의와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게 되면 구속된 피의자가 검찰에 송치돼도 검사는 직접 보완 수사를 할 수 없다. 결국 국민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정의당도 “검수완박을 밀어붙일 정도로 국민적 명분과 공감이 있느냐”며 반대 입장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셋째, 법 시행이 몰고 올지도 모를 부정적 효과다. 검수완박이 이뤄지면 라임, 옵티머스 등 대형 금융 범죄 수사가 무력화될 수 있다. 현재 경찰 수사 능력으로는 복잡하고 다양한 신종 금융 범죄를 수사하는 것은 무리다.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해 어느 기관으로 넘길지도 정하지 않고 일단 검찰 수사부터 원천 봉쇄하는 법을 제정하려는 것은 황당하다. 민주당이 새 정부 출범 이전에 군사작전 치르듯이 무리하게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려는 것은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을 받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대선 후보를 지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위헌적이고, 명분도 없고, 부작용이 큰 검수완박 강행 추진은 부패완판의 재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국회가 특정인을 위한 ‘방탄 입법’을 강행한다는 점이다. 오만과 독선으로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인 만큼 양식 있는 의원들이라면 “검수완박, 노(No)!”라고 소리쳐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문재인, 이재명을 왕처럼 받들면서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집단적 신민(臣民)주의’에 빠지면 민주당의 미래도 없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