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危機의 韓半島2022-4/ 04월 04일 [단독]“中, ‘3不’ 외 ‘1限’ 요구…文정부, - 04.29 극복해야 할 ‘우물 안 개구리’ 외교

상림은내고향 2022. 5. 3. 17:07

危機의 韓半島2022-4/

04월 04일 [단독]“中, ‘3不’ 외 ‘1限’ 요구…文정부, 은폐뒤 사드 정식배치 지연”

정부소식통 “2017년 배치 때
中이 운용 제한까지 압박” 주장
당시 강경화 “추가요구 없었다”

이후 美의 정식배치 요청에도
文정부, 환경영향 등 내세우며
관련 절차는 거의 진전도 안돼
외교부 “3不 이상 내용은 없어”

중국이 2017년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당시부터 ‘3불(不) 정책’에 더해 ‘1한(限)’(이미 배치된 사드 운용 제한)을 요구해온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가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사드 정식 배치를 미루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2017년 10월 한·중 사드 협의 당시부터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3불 정책 외에도 이 같은 내용의 ‘1한’을 강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성주에 배치돼 있는 사드는 중국의 안보 이익에 반하므로 운용을 제한해달라는 것이다.

정부는 그간 이 같은 중국 측의 요구를 알고 있었지만 공개적으로는 ‘3불’에 대한 입장만 밝히며 부인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1월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은 관련 논란이 일자 “‘3불’은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확인해줬을 따름”이라며 사드와 관련해 중국이 추가 요구한 바 없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성주 사드 기지의 정식 배치가 지연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사실상 ‘1한’이 준수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이 내용을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정부는 미국 측이 2020년 52차, 2021년 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등 매년 ‘사드 포대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 마련(사드 정식 배치)’을 요구했음에도 이를 미뤄 왔다. 현재 성주 기지의 경우 2017년 9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실시 후 정식 배치와 관련한 절차가 거의 진전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주민·시민단체 반대로 평가협의회 구성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 설명하고 있지만, 중국의 1한 요구에 맞춰 사드 기지 정상화를 사실상 막아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추진 속도를 내더라도 오는 2024년 상반기가 지나야 사드 기지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측은 한국의 게임, 드라마, 영화 등 한류 제한령을 발동한 이후, 한국 정부가 사드와 관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이를 해제하지 않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사드 3불이 우리의 미래 군사주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면, 사드 1한은 현재의 군사주권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발표 이상의 합의는 없었다”며 “사드 운용을 제한한다는 입장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게 기존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04.06  ‘3不’ 더해 ‘1限’까지 中에 약속하고 사드 정식 배치 막은 건가

▲2017년 9월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사드 기지에 반입된 사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는 정부가 ‘3불(不)’ 외에 사드 운용에 제한을 두는 이른바 ‘1한(限)’까지 중국 요구를 들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군사 주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실체적 진실을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정부가 중국의 ‘1한’ 요구를 들어주려 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3불’은 2017년 한·중 협의를 통해 ‘한국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 체계에 참여하지 않고,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 동맹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모두가 한 국가의 군사 주권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다른 나라가 이에 개입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은 주권 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중국에 ‘3불’을 약속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중국과 미리 짜고 한 듯한 정부의 행동을 보면 그렇게 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3불 협의로 사드 문제는 봉합됐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중국이 사드 레이더에 중국 방향 차단막 설치 등 사드 운용에 제한을 두라는 요구까지 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선전 기관들은 당시 “3불과 함께 ‘1한’은 중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한국이 취해야 하는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당시 강경화 외교장관은 “중국이 추가로 요구한 사실은 없다”고 했지만, 중국 측이 아무런 근거 없이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17년 당시는 문 대통령이 중국의 사드 반발을 무마하고 방중(訪中)에 몸이 달아있던 때였다. 중국에 ‘3불’에 더해 ‘1한’까지 약속해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실제 문 정부는 임기 5년 내내 사드 정식 배치를 미뤘다. 성주 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문 대통령 지시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로 갑자기 바뀌었다. 보통 1년 안팎, 길어도 2년이면 끝나는 일인데 5년 동안 초기 절차도 진행하지 못했다. 주민과 시민 단체가 평가협의회 참여를 거부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만 대고 있다. 좌파 단체들의 시위와 방해로 오랜 기간 기지 물자 반입이 차질을 빚고 병사들은 컨테이너 생활을 했다. 오스틴 미 국방 장관은 사드 기지를 방치하는 우리 정부에 직접적 불만까지 쏟아냈다.

 

정부가 중국의 ‘1한’ 요구를 감춘 채 실질적으로 그 요구를 들어주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3불’이든 ‘1한’이든 주권국가가 외국에 주권을 스스로 제약한 어떤 약속도 원천적으로 무효다.

조선일보 사설

 

04월 06일  ‘사드 1限’ 실행된 게 본질

 방승배 정치부 차장

지난해 3월 17∼18일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을 위해 방한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성주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의 열악한 생활 여건에 대해 우리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기지 장병들의 안정적인 주둔을 위한 공사가 사드 반대 단체의 저지 등으로 몇 년째 진전을 보지 못하자 동맹에 대한 근본적 의심까지 갖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도 한다. 사드 기지의 안정적인 주둔 요건은 미측이 2020년 제52차, 2021년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도 빼놓지 않고 요구한 사항이다. ‘정식 배치’가 아닌 ‘임시 배치’ 상태에 머물러 있는 사드 기지 문제는 한미동맹의 도전 요소다.

그런데 정부 소식통은 최근 문화일보에 문재인 정부가 중국이 이른바 사드 ‘3불(不)’에 더해 2017년 배치된 주한미군의 사드 운용을 제한하는 ‘1한(限)’을 요구한 이후 6년째 경북 성주기지 일반환경영향평가를 미루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화일보 4월 4일 자 6면 참조) 이 소식통은 “당국자들이 3불이 아니라 3불 1한이라는 말을 무심코 내뱉는다”는 말까지 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성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들이 ‘제한하다’는 뜻의 ‘한(限)’자와 오버랩 됐다. “사드 3불이 우리의 미래 군사주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면, 사드 1한은 현재의 군사주권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말에는 더욱 고개가 끄덕여졌다. ‘3불’은 문 정부가 2017년 10월 중국의 사드 보복을 무마하기 위해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면서 군사주권 포기 논란으로 비화한 사안이다. 그해 10월 31일 남관표 당시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 간 협의에서 다뤄지면서 언론에도 공개됐다. 그간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사드 ‘3불’이 한·중 양국 정부 간 합의라고 주장해 온 반면, 우리 측은 “약속이나 동의가 아니라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라고 밝혀 국내에선 물론, 한·중 간에도 논쟁이 벌어졌었다. 특히, 중국 관영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2017년 11월 29일 자 사설에서 ‘3불 1한’을 우리 측에 직접적으로 요구하기까지 했다.

원일희 대통령직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문화일보 보도와 관련해 “당사자들이 실체적 진실을 국민 여러분께 세세하게 밝히는 게 도리”라고 했다. 원 부대변인이 거론한 당사자란 ‘3불 합의’ 당시 외교부 수장이던 강경화 전 장관, 청와대에서 이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현 외교부 장관)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3불 합의 폐기를 시사하는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했다. 외교부는 “(중국과) 발표 이상의 합의는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우리의 군사주권에 관한 엄중한 사안인 만큼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면 합의가 있었는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 한·중 관계의 민감성과 파장을 고려해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윤 당선인이 한미동맹 재건을 내세운 만큼 사드 기지와 관련한 ‘1한’의 존재 여부를 철저히 밝히는 것은 한·미 간 신뢰 제고에 필수적이다.

문화일보  

 

04월 06일  核광기 김정은, 戰犯 푸틴…한미 포괄 전략동맹 복원해야

국제 정세가 급속히 ‘탈냉전·세계화 30년의 종말’로 치달으면서 안보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대한민국을 향해 대놓고 핵(核)무기 공격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핵전쟁까지 입에 올리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광기(狂氣)에 김정은도 편승하는 셈이다. 부차 대학살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분이 확산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일 푸틴을 전범(戰犯) 재판에 회부할 것을 촉구했다. 동유럽권 국가들까지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고, 유엔인권이사회 등 국제기구에서 축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다만,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 편을 들었다.


이제 러시아·중국·북한의 본색이 더 분명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한 차원 더 높여 대처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내용의 친서가 한미정책협의 대표단(단장 박진 의원)을 통해 5일 전달됐다. 취임까지 한 달 남았지만, 정세의 급박성을 볼 때 시의적절하다. 포괄적 전략동맹은 2009년 이명박·버락 오바마 정상회담 때 합의한 것으로, 양국관계를 한반도 군사안보 차원을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로 확대하자는 게 골자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톈안먼 망루 외교, 문재인 대통령의 친중·친북 선회로 인해 공허해졌다.

지난 10년 가까이 한·미는 ‘빛 샐 틈 없는 동맹’이라면서도 ‘이혼을 앞둔 부부’처럼 행동해왔다. 특히 문 정권 인사들은 북한에 굽실대며 동맹을 폄훼하는 행태도 서슴지 않았다. 한미동맹에 대해 중국은 ‘냉전 시대의 유물’이라고 했는데, 현 정권 장관은 “냉전 동맹 탈피”로 호응했다. 이제라도 포괄적 전략동맹을 복원하고 강화하는 게 당연하다. 쿼드 및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북한의 핵 협박을 제압하기 위해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활성화 및 미 전략자산 상시 배치도 실천해야 한다. 특히 북한 김정은에 대해서는 경제가 붕괴할 정도의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 필요하면 군비 경쟁도 회피해선 안 된다. 세계 최악의 독재 정권에 대한민국이 능멸당한 ‘문 정권 5년’이 반복되는 일이 더는 없도록 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4.08  중국은 나쁜 선택을 하고 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부시 행정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할 때 나는 중국이 미국과 지정학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지만 북한 문제, 테러와의 전쟁 같은 도전들엔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고, 중국 역시 협력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9·11 테러 후 장쩌민 당시 국가 주석은 미국 요청에 응해 국제 테러 문제를 논의하는 APEC 회의를 주최했고, 6자회담에서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보다 북한과의 타협을 촉구하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2006년 이후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엔 동참했다.

 

중국이 도우면 북한의 핵확산 같은 문제가 한결 쉽게 해결되리라는 그 전제를 바이든 행정부는 포기한 듯하다. 미국이 심혈을 기울여 지난 2월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미·중의 공통 관심 분야 협력에 대한 비전이 빠져 있어 놀라웠는데, 이는 중국이 북한 문제를 인권 및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양보와 연계하는 새로운 협상 패턴을 보인데서 비롯된 것이다. 부시 행정부 때만 해도 미·중은 서로 다른 사안을 연계하지 않으려 매우 조심했다. 자칫 제로섬의 또 다른 냉전 관계로 급락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후일이 어찌 됐든 사안을 연계하는 협상 패턴을 지속하고 있다.

 

18일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영상 통화(video call)를 하고 있다. 이번 통화는 지난해 1월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후 네 번째로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관계, 대만 문제 등이 논의됐다고 중국 관영 신화사와 미국 백악관이 발표했다. [신화=연합뉴스]

서로 다른 사안을 엮어 서방과 충돌
북한엔 추가 도발해도 좋다 신호 줘

중요한 국제문제를 놓고 중국과 협력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이후 중국의 태도를 보자.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차원에서 상호 주고받는 타협을 추구했던 중국은 지금, 위험한 행위자들이 더 수위를 높이는 걸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러시아에 물자를 공급하지 말라고 경고했을 때만 해도 유럽은 이런 미국의 시각에 회의적이었고 중국의 중재 역할까지 기대했다. 하지만 판단은 곧 바뀌었다. 유럽 정상들은 중국에 대러 압박을 촉구하고, 러시아를 원조하면 EU와의 관계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이 실패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중국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시진핑 주석의 세계관으로 보면 이미 중국은 서방 세계와 거대한 충돌을 하고 있다.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사용함에 있어 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 2017년 북한이 화성 15형을 발사하고 한 달 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결의안에 동참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북한이 미사일 도발지수를 계속 높이는데도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보리 규탄 성명을 거부했다. 북한은 안보리 이사국의 유대는 깨졌으며, 추가 도발을 해도 2017년 만큼 심각한 벌은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지난달 24일 북한은 화성 17형까지 발사했고,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언론 성명 채택도 무산시켰다.

 

장쥔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현재 국제 전선은 이상 없다고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긴장을 더 고조시킬 어떤 행동도 피해야 한다”며 “신중”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국제관계 긴장이 고조될수록 유엔 안보리는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부당한 행위자를 응징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는, 말이 안 되는 논리다. 북한엔 또 도발하라는 격려인 셈이다. 2017년 안보리 대북 결의안 채택까지 몇 주가 걸린 만큼 그사이 중국이 태도를 바꿀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적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달라질까. 그 역시 알 수 없다.

 

훗날 미국과 중국이 국제 질서를 위협하는 문제를 놓고 협력할 가능성이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현재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과 풀어가는 외교방식이 초래하는 결과가 어떤지를 깨달은 뒤에야 가능해 보인다. 중국이 러시아와 북한을 지지할수록, 민주주의 국가 간의 협력은 한층 단단해질 것이다.

중앙일보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04월 08일  북핵 제재 ‘충격과 공포’ 전략 펼 때다

 이미숙 논설위원

자유 진영 핵폭탄급 對러 제재
전범 푸틴의 질주 제어에 역할
反독재 제재연대 유용성 확인

중·러 엄호 속 核 개발 김정은
해법은 러시아型 초강력 제재
尹 ‘한국 젤렌스키’로 나서야


우크라이나 전쟁 후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진입한 듯하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탈냉전 세계화 시대가 종식되고 자유 진영과 독재 진영이 대결하는 신냉전 시대로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엔특별총회의 러시아규탄결의안 때 한국과 미국, 유럽 등 141개국은 찬성, 중국·인도 등 35개국은 기권, 북한·시리아·에리트레아·벨라루스는 러시아 편에서 ‘독재의 5대 축’이 됐는데 이 구도가 신냉전 시대 뉴노멀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푸틴의 침공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힘을 못 쓰자 미국은 유럽연합(EU)과 공조해 러시아 제재를 단행했다. 침공 이틀 만에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결제시스템(SWIFT)에서 배제하는 제재를 단행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고 강력한 제재”라고 했을 정도로 위력이 큰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식 제재가 군사작전처럼 진행됐다. 핵폭탄급 제재로 1조 달러 이상의 러시아 자산이 동결됐고 루블화는 폭락했다. 세계 11위 경제국이 파산 위기에 내몰리며 러시아는 전의를 상실한 기색이 역력하다.

‘충격과 공포’식 제재는 자유 진영이 전례 없는 결의로 단결했기에 가능했다. 러시아가 비토권으로 안보리 제재를 막자 미국은 주요 7개국(G7)을 주축으로 강력한 제재안을 밀어붙였다. 바이든의 리더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푸틴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것이란 예측을 뒤엎고 전세를 역전시키는 기적을 이뤄냈다. 초강력 대러 제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를 중심으로 한 우크라이나인들의 반러 항전을 북돋는 역할을 했고, 푸틴 독재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돕자는 국제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자유 진영의 초강력 대러 제재는 북핵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제재의 유용성을 재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안보리는 북한의 1차 핵실험 후 대북결의 제1718호 등 10개의 결의를 채택했다. 북한의 육·해·공 돈줄 차단과 화물 검색, 무기·석탄·광물 금수 등이 담긴 결의가 제대로 이행됐다면 핵·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러가 미사일 부품 조달 뒷배 노릇을 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제재 허물기에 주력했다. ‘핵 포기를 이끌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궤변을 늘어놓아 ‘김정은 대변인’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았다.

 

과거 노무현-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상대로 북핵 폐기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가 전면에 나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끝장 협상을 했지만, 북한은 영변 냉각탑 폭파에서 멈췄다. 더 이상 협상 쇼는 하지 않겠다는 신호였다. 문 정부는 ‘북한 달래기’로 핵 포기를 끌어내려 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고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럴수록 북한은 더 안하무인 행태를 보이며 핵 개발을 가속화했다. 협상으로도, 유화책으로도 비핵화를 이룰 수 없다는 쓰디쓴 교훈을 남긴 것이다. 그런 만큼 북핵의 평화적 해결 최후 수단인 제재를 제대로 해볼 필요가 있다.

문 정권이 김정은의 비핵화 사기극에 장단을 맞추느라 핵 위협은 커지고 제재 틀은 허물어졌지만, 절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북한 편인 중·러 반대로 안보리 추가 결의는 어렵다 해도 우리에겐 10개의 결의가 있다. 자유 진영이 대북 결의 이행을 제대로 감시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추가 도발을 막을 수 있다. 미 상원이 최근 중국이 대북 제재를 위반하며 북한 지원에 나설 경우 처벌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법을 통과시킨 것도 고무적이다. 우리도 이 같은 세컨더리 보이콧을 도입해 대북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이어 핵실험으로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충격과 공포’식 대북 제재에 나서며 동맹·자유 진영과 제재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젤렌스키가 미·영 의회에 이어 안보리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만행을 폭로하며 지원을 호소했던 것처럼, 윤석열 당선인도 “평화와 자유를 위한 대북 제재에 동참해 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인들의 치열한 항전이 독재자 푸틴의 질주를 저지하는 자유 진영의 전면적 제재 패키지를 끌어냈듯이 북핵 폐기 국제 제재 연대 구축도 결국 우리의 결의에 달렸다.

문화일보 

 

04.09  ‘러 학살’ 감싼 北中, 그들과 한편 섰던 韓 외교 방향 틀어야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러시아의 인권이사회 퇴출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이 긴급 총회를 열고 러시아의 인권이사국 자격을 박탈했다. 93국이 찬성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유엔 산하 기구에서 퇴출당한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민간인 학살의 증거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널브러진 시신과 성폭행·고문 피해가 공개되자 유엔 회의장은 야만과 반(反)문명에 대한 분노와 탄식으로 술렁거렸다. 명백한 전쟁 범죄에 눈감으면 문명국가가 아니다.

 

그런데 북한과 중국은 이번에도 러시아를 감싸며 반대표를 던졌다.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정치적 책략”이라고 했고, 중국 대사도 “인권이란 이름의 압박에 반대한다”고 했다. 어린이 포함, 시신 수백 구의 사진이 쏟아지는데도 ‘증거 불충분’이라고 우긴다. 심지어 북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중국은 “중·러 협력엔 한계도, 금기도 없다”고 했다. 이미 북·중은 러시아 침공 규탄과 경제제재에도 반대했다. 북·중·러가 독재 협력을 넘어 야만과 반문명의 축으로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5년 내내 이런 북·중·러 쪽으로 표류해갔다. 문 대통령은 중국에 가 홀대를 받으면서도 한국을 ‘작은 나라’,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라고 했다. ‘사드 3불’로 군사 주권도 양보했다. 중국 군용기가 제 집처럼 한국 방공식별구역을 들락거리고 군함이 우리 서해를 내해(內海)로 만들려는 ‘서해 공정’을 벌이는데도 항의 성명 한 번 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평양 능라 경기장 연설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와 무력 충돌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합의를 했다”고 선언했다.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고도 했다. 그래서 돌아온 것은 김여정의 핵무력 협박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 중 최초로 러시아 하원에서 연설했다. 푸틴에겐 “최적의 협력 파트너”라고 했다.

 

전쟁 잿더미의 한국이 선진국 문턱까지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을 비롯한 자유민주 진영과 한편에 서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미래의 번영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당선인이 주한 미군 기지를 방문해 “한미 동맹의 심장”임을 강조한 데 이어 대통령직 인수위가 “러시아 학살을 강력 규탄한다”고 했다. 문명 세력과의 동맹을 복원하는 첫걸음이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11  젤렌스키 “러시아 맞설 무기, 대한민국에 있어… 도와달라”

11일 국회 화상 연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44)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 우리 국회에서 가진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 탱크·배·미사일을 막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목숨을 살릴 군사 장비가 대한민국에 있다”며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 또 “한국도 1950년대에 6·25 전쟁을 겪고 수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국제사회 도움으로 이겨냈다”며 연대를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약 15분 동안 진행된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의 전면적 진군에 맞서고 있는 모든 우크라이나 국민을 대표해 대한민국의 지원에 감사드린다” “하지만 전쟁에서 살아남고 이기려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난 2월부터 수도 키이우에 머물며 47일째 항전(抗戰)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미국·유럽연합(EU)·영국 등 23개 국가 의회와 국제기구 연설을 통해 자국에 대한 군사 지원과 지지를 호소했다. 아시아 국가 의회에서 연설한 것은 지난달 23일 일본에 이어 한국이 두번째였다.

카키색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화면에 등장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의 대부분을 ▲러시아 침공의 부당함과 ▲전쟁의 참상 ▲자국에 대한 군사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할애했다. 그는 “모든 나라는 독립을 가질 권리, 모든 도시는 평화롭게 살 권리, 모든 사람은 전쟁에서 죽지 않을 권리가 있고 우리는 이런 것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며 “한국의 군사 장비를 받게 되면 일반 국민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8일 국방장관 통화에서 러시아 전투기·미사일 격추를 위한 대공 무기 지원을 요청했지만, 군 당국은 ‘살상 무기 지원은 어렵다’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 정부는 방탄 헬멧, 천막, 모포 같은 군수 물자와 의료 물자를 지원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평화롭게 살고 있었지만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침공해 생활의 터전을 파괴했고, 이제는 민족·문화·언어를 없애려 한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가 이성에 의해 멈출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고 다음에는 다른 국가를 공격할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화학무기와 핵무기를 내세워 전세계를 위협할 수 있다”며 대(對)러시아 제재 관련 국제사회의 단일대오를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민간인 사상자가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에서 촬영된 1분짜리 피해 영상을 상영하며 “대한민국 여러분이 우리와 함께 서서 러시아에 맞서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은 국회 본회의장이 아닌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통해 열렸다. 국회 관계자는 장소 선정 관련 “기술상의 이유 때문”이라고 했지만, 러시아 반발이나 그에 따른 우리 기업 피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해서는 여야가 없다”고 했고,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조속한 평화가 깃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라고 했다. 민주당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 등도 참석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을 청취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연설과 함께 우크라이나어에 대한 한국어 동시 통역이 이뤄졌는데, 연설 말미에 통역사가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지난달 29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크라이나를 지지해 준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고, 양국의 더욱 결실 있는 협력에 대한 확신을 표명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04.16  한국은 왜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야 하는가

박진 국회의원이 단장을 맡은 한·미 정책협의대표단은 최근 워싱턴 DC에서 미국 관료 및 전문가들과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대표단을 초청한 자리에서 전직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관계자, 주한 미국 대사, 주한 미군 사령관 등이 참석해 윤석열 당선인의 외교 정책 의제에 호응하고 지지를 보냈다.

 

 이 기간 대표단은 미국의 이목이 얼마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돼 있는지 실감했을 것이다. 취임을 앞둔 윤석열 정부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외교 정책을 조정하고, 문재인 정부보다 우크라이나를 훨씬 더 과감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초기 반응은 미지근했다. 국제 관계 이론에서 ‘벅패싱(buckpassing)’은 위협에 대처하는 책임을 다른 당사자에게 전가함을 의미한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전 초기 가장 눈에 띄는 벅패서(buckpasser)였다. 당시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맺은 경제적 관계를 고려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이 시작됐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거나, 푸틴 대통령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우크라이나의 주권, 영토 보존 및 독립은 보장되어야 된다” “전쟁이 아닌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며 소극적으로 말했다.

 

무고하게 침공당한 우크라이나와, 6·25전쟁 때 한국을 지키려고 세계가 나선 것을 아무 관련 없는 것처럼 여긴다면 문제다. 이번 한국 정부의 대응은 위싱턴 정가에서도 구설에 올랐다. 호주·일본 등 다른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비해 한국은 믿고 의지할 만한 나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우려가 있다. 북한의 변화를 위해선 러시아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올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잇따르면서 우스운 모양새가 됐다.

 

한국이 러시아에 대한 다자간 제재에 동참하기까지는 4일이 걸렸다. 독자적 제재에는 나서지 않았다. 한국은 이후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제재와 러시아 은행과 금융 거래 중단을 시행했다. 문재인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를 발표한 뒤 미국에 ‘역외 통제(FDPR·해외 직접 제품 규칙) 규정’ 면제 혜택을 요청했다. 앞서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은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에서 면제됐는데 한국은 망설이다 FDPR를 면제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한국이 더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한다면 세계는 독재자들이 더 대담해지는 무대로 바뀔 것이다. 한국은 침략을 억제하고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지지하기 위해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함께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동참하는 것은 북한이나 중국의 위협에 맞서는 한국을 위해 다른 나라들도 앞장서도록 투자하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을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위반한 침략 행위라고 했다. 또 이것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이고 워싱턴 정가도 인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윤 당선인이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직접적 지원은 미미했다. 우크라이나군에 군복과 장비를 일부 지원했고, 인도적 차원에서 1000만달러를 지원했다. 또 한국에 체류 중인 3800여 우크라이나인 비자를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가족 초청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런 조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우크라이나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한국의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한국의 경공격기, K9 자주포, K10 탄약 운반 장갑차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새 정부의 공언과도 맞고 세계 수준의 한국 방위산업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다. 또 한·미 동맹 측면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것이 한·러 관계를 흔드는 요인이 될 순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러시아 제재에 참여한 상황이기에 이미 러시아는 한국이 서방과 같은 편에 서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역 제재 등 보복을 우려한다.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태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무기로 삼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따라서 새 정부는 중·러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공급망을 확대해야 한다. 무역 다각화는 반(反)자유민주 국가들의 위협이 초래할 미래의 취약성을 줄일 유일한 방안이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지지하는 한국은 위험에 놓인 우크라이나를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조선일보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04.18  尹, 바이든 방한을 ‘G9′ 가입 계기로 삼아야

美, 러 우크라 침공에 G20 보이콧
국제질서 재편기에 韓 필요로 해
기존 G7에 호주와 함께 들어가
國格 높여 ‘진짜 선진국’ 만들자

세계사적 사건인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후 미국이 새로운 국제 질서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집단 학살을 자행한 러시아와 이를 방조하는 국가들의 입지를 축소시키겠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그는 지난달 유럽 방문 당시 “러시아가 G20(주요 20국 회의)에서 제외돼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내 대답은 그렇다”고 했다. “만약 러시아를 G20에서 퇴출할 수 없다면, 우크라이나를 초청하겠다”고도 했다.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3월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국민의힘 주한미국대사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한발 더 나갔다. 러시아가 G20에서 퇴출되지 않으면 이를 무용지물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이달 초 시사했다.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 러시아가 참석하면 미국이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쐐기를 박았다.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에서 인종 학살, 성폭행을 저지른 러시아와 21세기 ‘푸틀러’(푸틴+히틀러)를 용인할 수 없다. 진보주의자로 평생을 살아온 그의 신념이 그렇다. “러시아와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도 주장하는 공화당에 맞서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그렇다.

 

헨리 키신저는 저서 ‘외교(Diplomacy)’에서 “힘의 공백은 반드시 채워지는데, 중요한 것은 누구에 의해서 채워지느냐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와 중국, 인도 등이 포함된 G20체제가 결국 붕괴할 경우, 세계적으로 대표성을 인정받는 기구가 필요하다. 그 대안 중 하나로 G7(주요 7국 회의)의 확대가 거론된다. 미국은 이미 2020년 G7에 한국, 호주 등을 포함해 G11체제로 확대하자는 구상을 내비친 바 있다.

 

다음 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세계 질서 재편기를 활용해 경제력이 비슷한 호주와 함께 G9 회원국이 된다는 구상을 가지고 움직이는 게 좋다. G9이 되면 유럽에 편중되지 않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해 중국, 러시아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를 들이밀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30-50 클럽에 일곱 번째로 가입, G9에 들어갈 명분은 충분하다. 30-50 클럽은 1인당 국민총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국가를 의미한다. 이 클럽은 G7 국가 중 캐나다를 제외한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이탈리아 6개 회원국과 정확히 일치한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 지명자의 최근 의회 청문회는 한국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한국은 코로나19, 세계 민주주의, 기후 의제 같은 글로벌 도전에 대응하는 데도 미국과 함께했다”며 “미국은 ‘글로벌 코리아’를 필요로 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바이든의 한국, 일본 방문은 국제 질서 전환기에 이뤄지는 초대형 외교 무대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의 바이든 방한을 대북 억지력 강화 차원에서만 보는 것은 외교 하수(下手)다.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 세계에서 우리의 지분과 영향력을 넓힐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국이 세계 선도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9 국가화는 미국의 찬성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아시아의 유일한 G7 국가로 활동해 온 일본이 지지해줘야 한다. 한일 관계가 캄캄한 암흑 속에 처박힌 상황에서 그야말로 외교의 종합 예술이 펼쳐져야 가능하기에 이 사안은 윤석열 정부의 첫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G9 가입은 경제력은 많이 커졌지만 개도국 수준의 낮은 시민의식, 천박한 정치 현상을 개선해 ‘진짜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좋은 계기다. 윤석열 정부 초반에 이와 관련된 낭보(朗報)를 듣게 된다면 정권의 순항(順航)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  이하원 국제부장

 

04.18  정치인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세계사적 중요성 인식해야

권기창 전 주우크라이나 대사

푸틴의 시대착오적 제국주의 비전은 대량 학살과 인권 유린을 가져오고 있다. 죄 없는 딸들이 폭행당하고 아들들은 포화 속에서 죽고 있다. 전쟁은 우리에게도 생생히 살아있는 아픈 기억이다. 지난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화상 연설을 통해 한국전쟁을 상기시키며 지원을 요청했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 50여명만이 참석했다. 외교 참사에 가까운 것으로, 이날 보여준 한국 정치의 민낯은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이번에 우리 국회는 상대방 국가원수에 대한 심각한 결례를 보여주었다. 외교에는 의전이라는 예절이 있다. 의전의 핵심은 격식을 차리는데 있는 게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는 데 있다. 상대가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동등한 의전을 펼치는 것은 상대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의 바이든이나 중국의 시진핑이 우리 국회에서 연설했다면 어땠을까? 의원들은 회의장을 가득 채우고 기립 박수를 쳤을 것이다. 현재의 젤렌스키는 그저 어느 나라의 정상이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처칠 같은 영웅의 반열에 올랐고, 강대국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저항의 아이콘이자 자유 세계의 구심점이다. 더구나 전쟁의 폐허를 딛고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성취한 한국을 우크라이나의 롤모델이라며 애정을 보여온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결례는 동방예의지국의 의전이 아니다.

 

왜 이런 외교 참사가 벌어졌을까. 그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세계사적 중요성과 의미에 대한 우리 정치권의 공감 능력 부재 때문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세계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규정했다. 이 전쟁은 2차대전 이후 지속되어온 유엔 중심의 집단 안보체제를 무너뜨리며 신냉전을 초래할 수 있는 역사적 중요 사건이다. 또한 이 전쟁은 세계 식량 위기와 에너지 위기를 촉발하며 한반도의 안보에도 직결되는 중대한 안보 이슈다. 그러나 정치권은 체감을 못 하는 듯하다.

 

또 이 전쟁은 권위주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투쟁이다. 우크라이나는 우리의 6월 항쟁처럼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에서 국민이 피로써 민주주의를 지켜낸 역사가 있지만, 러시아는 이런 민주주의 혁명을 경험한 적이 없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나라를 지켜낸다면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큰 힘을 얻을 것이고, 푸틴의 권위주의 체제는 내부로부터 붕괴 압력을 받기 시작할 것이다.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가 소설 『악마의 시』에서 쓴 것처럼 “다시 태어나려면 먼저 죽어야 한다.” 러시아가 민주주의 국가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권위주의 체제가 먼저 붕괴하여야 한다. 이런 시점에 우리 국회는 정치적 무관심을 통해 푸틴의 권위주의 체제를 의도치 않게 도와준 셈이다.

 

외교는 국회의 초당적인 뒷받침이 없으면 힘을 얻지 못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파격적인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미 의회의 초당적인 지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외교는 경제적 이익으로 정의되는 단기적 국가 이익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G7 수준의 선진 경제 강국이자 군사 강국인 우리의 국제적 위상에 맞게 민주주의와 인권 이슈에 연대와 지지를 보내는 가치 기반 외교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장기적 국익에 부합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규탄하며 유엔 총회에 매년 제출해온 크림반도의 인권침해결의안이나 비군사화 결의안 등에서 우리나라는 매년 기권해왔다. 이 표결에서 자유 세계 선진국 중 기권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이제는 우리도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물론 대러시아 관계에서는 단기적 경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와 국민 여론의 지지가 있으면 정부가 흔들리지 않고 이런 외교를 해 나갈 수 있다. 국회의 관심과 지지가 절실한 시점이다.

중앙일보  권기창 전 주우크라이나 대사

 

04.25  김정은-문재인-트럼프 정상외교의 신기루

▲2019년 6월 30일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나오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기간은 김정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간 ‘K-M-T’ 정상 외교의 시대였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 머리 위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북한 미사일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인 밥 우드워드가 2020년에 쓴 책 ‘격노(Rage)’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주고받은 편지 27통이 소개돼 있다. 이를 통해 빙산의 일각이나마 미·북 정상 외교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K-M-T 정상 외교가 심어준 신기루를 돌아보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 기간 동안 한미 동맹은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이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라는 점을 무시했고, 동맹을 이익과 비용의 거래 관계로 보는 것 같았다. 6·25전쟁 직후인 1953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였는데, 동맹을 거래 관계로 생각했다면 미국은 이렇게 가난한 나라와 동맹을 맺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2017년 11월 한국을 처음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건설비의 90%인 97억달러를 제공해 건설한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미군 기지를 둘러봤다. 헬리콥터를 타고 서울로 향하던 중 “고층 빌딩들, 고속도로, 저 기차를 봐. 우리가 모든 것을 지불하고 있어. 한국이 모든 것을 지불해야 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군인들은 NATO와 한국과의 동맹은 미국이 한 가장 좋은 거래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틀렸어. 동맹은 끔찍한 거래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말 한국에 대해 연간 방위비 분담액을 50억달러로 다섯 배나 올리라고 요구했는데, 이를 두고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주한미군은 돈을 받고 한국을 지키는 용병이 아니다. 미국은 자신의 국익을 위해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보다는 김정은과 회담을 통해 주목을 받는 것에 더 관심이 있었고 자화자찬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정책 자문관이었던 에번 메데로스는 “김정은은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을 농락했고, 이제 트럼프 대통령을 농락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2018년 7월 말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편지를 보내 1953년 정전협정은 단지 적대 행위를 중단한 것이므로 6·25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기를 원한다고 하면서 종전 선언을 요구했다. 북한은 종전 선언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종전을 선언하면 왜 아직도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느냐는 문제가 당장 불거질 수 있고,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주한 미군 철수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K-M-T 정상 외교 동안 한국은 북한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정찰 능력도 미흡하고, 요격미사일·정밀타격무기 등의 능력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전시작전통제권을 무리하게 전환하려고 했다. 2018년 9월 뉴욕에서 문 대통령은 미국외교협회(CFR) 행사에 참석하여 “김정은은 젊고, 매우 솔직하며, 공손하고, 웃어른을 공경한다”면서 “나는 김정은이 진실되고 경제 개발을 위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고 비판했다.

 

2018년 3월 대북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김정은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같은 동포인데 어떻게 핵무기를 쓰겠습니까”라고 했다는데, 이런 말을 믿었다면 우리는 인질이 범인에게 동조하고 감화되어 범인을 변호하는 비이성적인 심리 현상인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진 것이다. 김정은에게는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존재가 정치적 위협이므로 핵무기를 통해 적화 통일을 이루면 정권이 안정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비핵화를 바탕으로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미 동맹을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킬 것을 표방하고 있어서 한미 간의 호흡은 어느 때보다도 잘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다시 가동하는 것에 한미 간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이제는 한미 간 협의기구를 NATO 같은 ‘핵기획그룹’으로 발전시키고, 1991년 우리나라에서 철수했던 전술 핵의 일부를 한국에 재배치하고, ‘핵 공유’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조선일보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

 

04.26  일본 분위기가 달라졌다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친선협회 회장. 30년간 중의원으로 활약했던 가와무라 회장은 관방장관까지 지낸 대표적인 지한파 거물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지난 12일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만나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강제징용 배상 등 꼬일 대로 꼬인 양국 현안과 관련해 “한국에만 맡기지 않고 일본 측도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언뜻 상투적인 레토릭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간의 맥락을 알면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2018년 10월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관계를 개선하자”고 한국이 다가가면 일본 정부 반응은 한결같았다.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한국 측에서 제시하라”는 거였다. 모두 한국 책임이니 그쪽에서 전적으로 알아서 풀라는 뜻이다. 이랬던 일본이 자기들도 뭔가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니 여간 큰 변화가 아니다. 게다가 그는 “우리가 원하는 대선후보가 됐다”는 덕담도 했다고 한다.

“일본 측도 할 수 있는 것 하겠다”
기시다 방한 불발돼도 화해 나서야
사안마다 다른 전략적 접근 필요

이런 가운데 윤석열 당선인의 특사 격인 한일정책협의단이 24일부터 일본을 찾는다. 협의단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 등 정·관계 인사를 만나 한·일 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등을 논의한다. 여러 의제가 논의되겠지만, 최대 관심사는 기시다 총리의 윤 당선인 취임식 참석 여부. 과거 노태우·노무현·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 일 총리가 왔던 터라 평소라면 긍정적으로 검토될 사안이다. 하지만 수년간의 강제징용 및 위안부 논란에다 최근 일본 외교청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 실려 기시다 총리의 참석은 쉽지 않다. 특히 6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그가 강성 우파의 반대를 무릅쓸 공산은 적다.

 

하지만 기시다 방한이 무산된다고 포기할 일은 아니다. 한·일 관계 개선은 현 한국 외교의 최대 과제인 까닭이다. 실제로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뛰려면 일본의 도움이 요긴하다.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가입이 단적인 예다. 핵심 회원국인 일본의 도움 없이는 쉽지 않다. 아울러 북핵 위협으로 한·미·일 3각 협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터라 악화한 대일 관계는 큰 골칫거리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신냉전이 본격화한 상황 아닌가.

 

물론 한·일 간 악재는 한둘이 아니다. 강제징용, 위안부, 역사 교과서 등 과거사 논란에 독도 분쟁까지 다양하다. 그간의 전략적 실수는 사안에 대한 구별 없이 무조건 일본 측을 압박해 양보를 얻어내려 했다는 거다.

 

그러나 이런 압박 전략은 부작용만 키운다. 한 전(前) 주일 대사가 들려준 독도 문제 해결책은 꽤 현실적이었다. 그는 “무대응이 최선책”이라며 “물론 일 외무성은 매년 ‘다케시마(독도)는 자국 영토’라는 성명을 낼 것”이라고 했다. 그래야 향후 영토 분쟁 재판 등에서 소유권을 주장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수십 년간 잠잠하면 언젠가 일본 정부도 독도 영유권 주장을 그칠 날이 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실무자 부주의든, 더는 내 봐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든 말이다. 이렇듯 영토 분쟁을 ‘망각의 강물’에 띄워 보내면 독도는 자연히 한국 땅으로 굳어진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위안부 문제는 다르다. 인류 보편의 관심사인 인권 문제라 일본 측에서 왜곡하려 들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반면에 강제징용의 경우는 양국 간 막후 협상이 필요하다. 요컨대 사안마다 다르게 접근하는 전략적 사고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이제 윤석열호는 한·일 관계 복원이란 힘겨운 항해를 시작해야 할 처지다. 대일 외교에선 ‘네마와시(根回し)’라 불리는 사전 조율이 절대적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막후 협상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일본 외교를 내팽개쳐 온 셈이다. 그러니 윤 정부는 전문가들에게 재량권을 주고 다양한 채널로 기시다 정권과의 막후 협상에 애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빈사 상태의 한·일 관계는 영영 회복될 수 없다.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04.27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롱하는 이 땅의 평화주의자들

“젤렌스키가 국민 전쟁 내몰고
평화 위해 전쟁만은 안된다”는
국내 평화 지상주의자들의 주장
우크라人이 흘린 피에 대한 모독

▲<YONHAP PHOTO-1446> 전투훈련 받는 우크라 사람들 (하르키우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공세가 50일째 이어진 14일(현지시간)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의 우크라이나군 신병교육대에서 갓 입소한 사람들이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 2022.04.15. leekm@yna.co.kr/2022-04-15 15:09:57/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청와대가 유튜브에 최근 공개한 ‘문재인 정부 5년의 기록,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의 1부 ‘오직 평화입니다’를 봤다. 서두에 나온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오직 평화”라고 천명했다. 그런데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실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탄도미사일 발사 등 이어진 내용은 오히려 ‘평화를 이루려면 이 정권처럼 해선 안 된다’는 타산지석으로 삼기에 적당했다.

 

평화 지상주의자들 눈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쟁도 어리석은 짓으로 보이나 보다. 그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는데도 이를 무모하게 추진한 젤렌스키가 자국민을 전쟁에 내몰았다고 비판한다. 러시아와 서방의 완충국인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직 평화’라는 잣대로만 재면 그렇게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평화만이 절대 가치라면 20세기 초 국력이 일본의 일개 번(藩) 수준이었던 조선 군주 고종이 총 한 방 안 쏘고 나라를 들어 바친 것도 평화를 위한 선택이 된다. 군사력이 러시아의 20분의 1에 불과한 우크라이나도 대들지 말고 납작 엎드렸어야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30여 년 전까지 한 나라였다. 그땐 옛 체코슬로바키아가 소련과 서유럽 사이에 놓인 완충 국가였다. 1968년 체코 공산당 서기장 둡체크는 다당제 도입, 언론·경제 자유화 등 ‘프라하의 봄’을 추진했다. 소련은 20만 대군과 탱크 수백 대를 동원해 가혹하게 진압했다. 화염병 들고 탱크에 맞선 국민 600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체코는 서방에 구조 요청을 보냈지만 차갑게 외면당했다. 소련과 무력 분쟁이 우려된다는 게 이유였다. 소련은 둡체크를 모스크바로 압송했다.

 

한 나라를 지도에서 완전히 없애지 않는 한 국민 전체의 꿈을 꺾는 것은 불가능하다. 프라하의 봄은 체코 국민 모두의 꿈이었다. 둡체크는 그 꿈의 실현을 위임받았다. 소련은 탱크로 프라하를 짓밟았지만 꿈까지 짓밟지는 못했다. 체코는 1989년 벨벳혁명으로 그들의 염원을 이뤘다. 21년 전 흘린 피를 그렇게 보상받았다. ‘우크라이나의 봄’을 꿈꾸는 이들도 우크라이나 국민이다. 젤렌스키가 그들을 전선에 내몬 게 아니라 유럽행에 국가의 미래가 있다고 믿는 국민이 러시아에 맞서는 길을 택한 것이다.

 

체코가 소련의 위성국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벨벳혁명을 시작하며 내건 모토가 ‘유럽으로의 복귀’였다. 혁명을 주도한 시민 포럼은 그 이유를 행동 강령에 열거했다. 법치·자유선거·사회정의·깨끗한 환경·인민교육·번영이 그것이다. 어느 것 하나 소련이 줄 수 없는 가치들이었다. 서유럽만이 그걸 줄 수 있었다. 폴란드·헝가리·루마니아 국민도 그렇게 믿었다. 그들에게 ‘유럽’은 지리적 의미가 아니라 그들이 열망하는 삶을 담은 어휘였다. 러시아인들조차 서유럽을 방문할 때는 “서쪽에 간다”고 하지 않고 “유럽에 간다”고 했다.

 

벨벳혁명 이듬해인 1990년 5월, 혁명 성공을 자축하는 프라하의 봄 음악제가 열렸다. 40여 년 망명에서 돌아온 지휘자 라파엘 쿠벨릭은 흥분과 감격에 상기된 얼굴로 체코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스메타나 교향곡 ‘나의 조국’을 지휘했다. 지켜보던 하벨 대통령과 관객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평화를 위해 전쟁만은 안 된다는 주장은 굴종을 거부하고 참된 자유와 평화를 쟁취하기 위해 피 흘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독이다. 우크라이나 국가(國歌)에 ‘우크라이나의 영광과 자유는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구절이 있다. 언젠가 우크라이나가 온전히 해방을 맞고 수도 키이우의 독립광장에서 축하 음악회가 열리는 걸 보고 싶다. 그들이 목 놓아 부르는 국가를 듣고 싶다. 70년 전 세계의 도움을 받아 자유를 지키고 그들이 흘린 피 덕분에 번영을 누리는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간절히 기원한다.

조선일보  김태훈 논설위원

 

04.29  극복해야 할 ‘우물 안 개구리’ 외교

우크라 참상엔 관심 없고 경제적 영향만 걱정하는 나라
국제 쟁점·인도적 현안에 늘 모호한 태도 보이는 나라
가치 공유하는 나라들과 함께 행동하고 목소리 내야

이제 막 두 달을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여러 나라에 다양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대다수 나라가 우크라이나를 동정하고 각종 지원을 제공하면서도 어느 한 나라도 선뜻 나서 함께 싸우려 하지 않는 현 상황을 바라보면서, 세계 각국은 지극히 평범하고도 중요한 두 교훈을 새삼 깨닫고 있다. 첫째는 예측 불가한 외세 침략에 대비해 각자 자신을 지킬 자위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자기보다 강한 적에게 대항하려면 유사시 함께 싸워줄 동맹국과 우방국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대한민국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진행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세계를 상대로 한 24번째 화상연설 현장에 약 50여명의 의원들이 앞쪽 좌석을 채웠지만 대다수의 의원들이 불참한 탓에 대강당 왼편과 오른편, 뒷편의 좌석은 비어있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국회사진기자단 2022.04.11.

 

냉전 체제 종식 이후 이라크 전쟁, 아프간 전쟁 등 크고 작은 많은 전쟁이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만큼 국제사회에 크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 전쟁은 없었다. 2차대전 종전 후 70여 년간 군사적 중립을 고수해 온 핀란드와 스웨덴이 돌연 NATO 가입을 결정했다. NATO 회원국이면서도 친러시아 기조를 유지해 온 독일은 국방 예산을 두 배로 증액해 30년 만의 군사력 증강에 들어갔고, 러시아산 석유·가스 도입을 감축하며 러시아와 결별을 준비하고 있다.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를 연상시키는 러시아의 노골적 침략에 놀란 동유럽 국가들은 앞다투어 무기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동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과 대만은 러시아의 준동맹국인 중국이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벌이는 군사적 위협과 도발에 대응해 군비 증강을 가속하고 있다. 중국은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다른 어느 나라보다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중국은 그간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대만에 대한 군사적 침공을 누차 공언해 왔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가해진 혹독한 금융 제재를 바라보며 모골이 송연했을 것이다. 석유·가스 수출국인 러시아는 국제 제재를 두 달이나 견뎌냈지만, 에너지와 식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중국은 몇 주일이나 버틸 수 있을까. 세계 2·3위 군사 강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처한 이런 난관은 그들 공동의 맹방인 북한에도 결코 남 일이 아닐 것이다.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유독 한국은 이를 강 건너 불로 여기며 초연한 기색이다.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을 맞은 우리 국회의 풍경은 이 나라의 후진국적 정체성을 만천하에 보여준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 한국은 국제적 압력으로 대러시아 제재에 뒤늦게 합류했으나, 러시아의 경제 보복 가능성에 걱정이 많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늘고 있으나, 그들이 간청하는 무기 지원은 러시아 눈치를 보느라 거부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국내 일각의 진지한 우려도 없지 않으나, 그나마 유가 인상, 무역 손실 등 경제적 우려 일색이다. 한국 사회에 팽배한 이런 분위기는 1970년대에 ‘경제 동물’이라 조롱받던 일본 모습을 연상시킨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한국은 세상에 어려운 일이 생길 때 발 벗고 나서 총대를 메는 나라도 아니고, 인도적 현안에 헌신하여 존경받는 나라도 아니다. 주요 국제 쟁점에 관한 태도가 항상 모호하고 정체성이 애매한 나라, 항상 자신의 문제에만 몰입해 남의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나라, 남의 나라 전쟁에서 단 한 방울도 피 흘리기를 꺼리고 적당히 돈으로 때우려는 나라, 부득이 해외 파병을 할 때도 유난히 한적한 곳만 골라 주둔하며 유아독존 고집하는 나라, 그러면서도 한국에 전쟁이 나면 다들 몰려와 피 흘려 싸워주리라 믿고 있는 나라. 이것이 우리의 솔직한 자화상 아닐까?

 

이제 한국은 약소국도 개도국도 아니고, 경제력에서나 군사력에서나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관문은 그런 하드웨어만으로 지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선진국이 되려면 경제력과 군사력에 더해 그 나름의 일관된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지고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내야 하며, 가치관을 공유하는 나라들과 행동을 함께하고 땀도 피도 함께 흘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국민의 시각은 70년째 한반도라는 좁은 우물에 갇혀있고, 우물 밖 세계에 대해 어떤 진정한 관심도 애정도 없다. 그런 ‘우물 안 개구리’ 세계관이 만들어낸 ‘나 홀로 외교’에서 이젠 그만 벗어나야 할 때다. 한국은 70년 전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나라를 지켰고, 지금도 동맹국의 도움으로 안보를 유지하며 번영을 구가하는 나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조선일보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