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무너진 安保 2022-04/ 04월 01일 核은 核으로 대응할 때 왔다 - 04월 28일 北 해커 포섭 현역장교 간첩사건 첫 적발…군사기밀 대량 유출될 뻔

상림은내고향 2022. 5. 3. 15:49

무너진 安保 2022-04

04월 01일  核은 核으로 대응할 때 왔다

이도운 논설위원

북 ICBM 발사에 核 실험도 예고
위기 인식하고 전면 대응해야
단기적 美 확장 억제 강화 필요

중기적 전술핵 공유 검토하고
장기적 핵 무장도 배제 말아야
남북 핵 균형 맞춰야 협력 가능

한반도에 다시 핵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고, 4년 전 ‘폭파 쇼’를 했던 풍계리 핵 실험장을 복구 중이어서 이르면 이달 7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 적어도 세 가지는 명확해졌다. 첫째, 북한은 핵 무력을 사실상 완성했다. 둘째, 북 정권은 핵 포기 의사가 전혀 없다. 셋째, 문재인 정권의 비핵화 평화 쇼는 실패했다. 북한은 올 초 핵실험·ICBM 발사 모라토리엄 파기를 선언했다. 그런데도 대선 과정에서 이 문제가 더 치열하게 토론되지 않은 것은, 정치권 전체가 비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핵은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북 핵 위협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우리의 핵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3단계 대응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확장 억제 강화다. 미국의 전략폭격기·핵 항공모함·핵 잠수함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확대하는 것이다. 한·미는 2016년 10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구성했다. 그러나 정례화를 선언하고도 두 차례 회의 후 중단했다. 돈만 따지는 도널드 트럼프·‘평화지상론자’ 문재인 대통령 모두 확장 억제 의지가 없었다. 정권이 바뀌자 국방부가 인수위원회에 EDSCG 복원을 보고했다고 한다. 핵 전략 자산이 사실상 상시적으로 한반도에 배치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전술핵 재배치 또는 핵 공유를 검토해야 한다. 미국은 프랑스를 제외한 나토 회원국과 핵을 공유한다. B61 전술핵폭탄을 독일·이탈리아·벨기에·네덜란드·터키에 배치하고 폭격 훈련도 함께한다. 일본에서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나토식 핵 공유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는 “전술핵 반입은 피하면서 오키나와와 괌에 있는 것을 활용하는 협정이 필요하다”며 한국형 핵 공유를 제안했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핵 무장도 생각할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우리의 독자 핵 무장 필요성을 묻는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0∼60%가 찬성한다. 미국에서도 아직 주류의 견해는 아니라고 하지만, 한국과 일본, 대만 모두 핵 무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온다. 인도와 파키스탄 사례에서 보듯 적대국의 핵 무장이 오히려 평화를 보장한다는 케네스 월츠의 ‘핵 확산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단기적 확장 억제에는 거부감이 덜하지만, 중기적 핵 공유나 장기적 핵 무장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핵심 주장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핵 무장을 하면, 북한 비핵화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효가 지난 주장이다. 북한에 핵 포기 의지가 없는 것에 더해 한·미 역대 정부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전략도, 의지도,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남북 간의 핵 균형이 무너진 것은 역설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후다. 그때부터 한국은 주한미군이 보유한 전술핵을 모두 반출했고, 북한은 오히려 본격적으로 핵 무장을 추구했다.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와 함께 체결된 비핵화 공동선언의 전문 제1조는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8개의 규정 가운데 북한은 사용 말고 모든 조항을 어겼다. 사실상 파기된 문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북한이 비핵화 공동선언을 파기했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명확히 지적해야 한다. 물론, 북한은 공동선언으로 복귀할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정부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파기됐음을 선언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중·장기적 핵 대응 태세를 갖추는 명분도 생기고, 핵 위협에 맞설 의지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왜 긴장을 고조시키려 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겠다. 그동안 핵전쟁은 예상할 수는 있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 공격 위협을 하면서 그런 선입관이 깨졌다. 나라 밖에서는 중국이 펄쩍 뛸 것이다. 한국의 핵전력 강화는 일본, 대만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 나라와 함께 중국에 물어야 한다. 북 비핵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느냐고. 핵을 핵으로 억지할 수 있으면, 오히려 남북 간에 군사적 균형을 유지한 상태에서 다른 분야에서 협력의 폭을 넓힐 수도 있다. 이제 남북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문화일보 

 

04.02  우리가 北보다 우위라는 포용정책의 전제가 무너졌다

3년간 61발 미사일 도발
이걸 대화 재개하자는 北의 메시지로 본다면
그야말로 ‘특등 머저리’
압도적 北核 억지력 갖춰야 협상에도 나설 수 있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4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지도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25일 보도했다./뉴스1

 

화성17호 불기둥을 보면서 분노했다. 지난 3년간 61발의 미사일 도발을 목격하고도 이것이 협상을 재개하고자 하는 대화 메시지라고 보는 사람이 있다면, 김여정 지적대로 특등 머저리임에 틀림없다. 지난 30년간 역대 정부가 관성처럼 해왔던 대북 정책의 조전(弔電)이다. 냉전 이후 정부들은 보수든 진보든 진정성 있게 대북 포용 정책을 추진했지만 북한 핵 무장은 현실화되었고 우리가 바라던 북한의 긍정적 변화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포용 정책 30년 동안 개방, 비핵화, 시장화, 자유, 인권 그 어떤 지표를 동원해도 북한에서 전향적 변화가 있다는 객관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가한 ‘등소평 같은 끈질긴 개혁가’ 김정일과, 유시민씨가 평가한 ‘계몽 군주’ 김정은이 이끄는 북한은 핵무기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고질적 경제 식량난은 방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리얼리티쇼는 화려했지만, 연락사무소는 폭파되고 남북 관계는 교류조차 없는 최악이며 북한군은 한반도 전역을 정확하게 핵 공격할 수 있는 신형 전력으로 탈바꿈했다. 통일부 남북 합의서 총람의 707페이지에 달하는 지켜지지 않는 방대한 남북 합의문만 남았다. 지금까지 대북 정책의 적실성에 관한 철저한 재검토와 함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같은 정책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란다면 미친 짓이다.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실에 대한 냉철한 자기 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포용 정책을 지탱하던 전제들이 무너졌다. 포용 정책은 탈냉전의 산물이었다. 공산주의권이 연일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냉전 붕괴 상황에서 우리는 체제 경쟁에서 이겼고, 포용을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협력을 얻어 북한 비핵화와 개혁·개방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중국전승기념일에 서방국가 중 유일하게 대통령이 천안문에 서기까지 했지만, 바라던 중국의 협력은 없었다.

 

탈냉전 시대는 이미 종식되었다.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신냉전 시대의 도래를 말한다. 북·중·러 연대의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4번이나 발사했음에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언론 발표문조차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로 발표하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든든한 뒷배가 되는 세상이 되고 있다. 향후 효율적인 대북 국제 공조가 가능한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더욱이 ‘우리가 북한보다 우위’라는 포용 정책의 가장 큰 전제도 흔들리고 있다. 가장 원초적인 군사 균형에 있어서 전술 핵으로 무장한 북한군의 등장은 더 이상 우리가 유리하다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세대·젠더·지역·이념 등 극도로 분열되어 있는 상황에서 체제 우위를 논하기 어렵게 되었다.

 

한반도 문제의 주인 의식이 없었다. 국민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한반도 정치·군사 문제를 미·북 간에 맡겼다. 주권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대신 역대 정부 모두 남북 협력이나 대화에 매달려 왔다. 지난 30년의 경험은 비핵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남북 협력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국제 제재로 인해 누구도 북한에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중국이 주도하는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도 투자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조차 단 한 개의 협력 사업도 할 수 없었다. 북한 체제의 내구성에 대한 과대평가도 피해야 한다. 북한붕괴론도 문제지만, 절대 붕괴되지 않는다고 믿는 것도 잘못이다. 잘못된 정책과 폭정이 지속되면, 정권이 무너진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차기 정부는 대북 정책의 철저한 재검토를 통해 적실성 있는 최적의 대북 정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선, 대북 정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대화와 정상회담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로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중재자가 아닌 주인이 되어야 한다. 주권과 국민을 책임지는 것이 국가의 기본 자세다. 동맹은 중요하지만 한·미의 이해가 모든 면에서 같을 순 없다. 미국의 고립주의 성향을 유념해야 한다. 힘들고 시간이 걸리지만 주인이 되어야만 북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끝으로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압도적이고 효과적인 대북 억제력을 시급히 갖추어야 한다. 북한 전술핵 부대가 실전에 배치된 상황에서 효과적인 억제력이 있어야만, 북핵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그리고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압도적 억제력이 있어야만 시간을 두고 과감한 인센티브를 결합한 대담하고 유연한 협상이 가능하다. 그것이 없다면 대북 정책은 탁상공론일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04.04  10대 경제강국인데… 우리軍 장비, 우크라보다 구식인 이유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예상을 깨고 한 달 넘게 진행되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유럽대륙의 국가 간 전면전이라는 상황은 현실이 되었다. 인터넷과 각종 SNS를 통해 전해지는 우크라이나군의 분전은 약자의 저항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면서 사람들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올해 첫 ‘여단급 KCTC 쌍방훈련’ 을 오는 31일 까지 실시한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은 '여단급 KCTC 쌍방훈련'에서 중대장이 소대장들에게 명령하달을 하는 모습./뉴스1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우크라이나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묘한 기분이 든다. 2020년 기준으로 1인당 GDP가 4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크라이나 육군의 군용 장갑, 전술 조끼, 방탄복 및 헬멧 등의 장구류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인 우리보다 더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보병 전원이 무전기를 갖추고 전투에 임하는 모습까지 보면 아직 분대원들에게 무전기가 지급되지 않은 우리 군의 상황과 자연스럽게 비교해보게 된다.

 

생존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전투복, 방탄복 등에 대한 장병들의 불만은 여전히 높다. 동맹국인 미국의 작전 요구 성능(ROC)을 참조하여 기준을 설정하고, 우수한 제품을 납품받아 검수하면 되는 일을 우리는 21세기가 되어서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수십만 병력을 보유한 구매력을 이용한다면 동일한 제품을 더 저렴하게 확보하는 것이 정상이다. ‘왜 우리는 많은 돈을 쓰고도 계속 뒤떨어진 장비를 사용하고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1990년 걸프전 이후 미래의 전쟁은 야간전이라고 강조해왔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보병에게 충분한 야간 투시경과 레이저 표적 지시기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장착한 훈련도 미흡하다. 전차, 자주포 등 기계화 장비는 야시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정작 이를 운용하는 병력은 제대로 된 야간 훈련을 하지 못 하고 있다. 도시화의 진전에 따라 훈련 환경이 열악해지고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민원이 늘어난 것이 이유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조치는 미흡하다.

 

 

도시화에 따라 미래의 전장은 산이나 들판이 아닌 도시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콘크리트로 지은 고층 건물이 들어차 있고 지하 공간과 구조물들이 복잡하게 얽힌 도시의 전투는 고지전과 전혀 다르다. 연속적 근거리 전투로 진행되는 시가전은 강력한 통신 체계와 더불어 조준 사격보다는 기동 사격 능력이 필요하며, 보병, 기갑 및 포병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고각의 목표를 겨냥할 수 있는 화력 체계는 미흡하며 대규모 시가전을 위한 훈련장과 제병 협동 훈련도 부족하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연료가 떨어져 버려진 러시아 전차들의 모습, 그리고 기습 공격을 받아 불타 오르는 유류 트럭은 보급과 수송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화력이 강화되고 기계화율이 높아질수록 탄약과 유류에 대한 보급 수요는 늘어나기 때문에 병참선 보호가 더 중요한데, 취약해지고 있는 게 문제다.

 

우리 군은 전쟁 발발 시 수세적 방어 전략이 아니라 기계화 부대를 중심으로 과감한 공세를 취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강이라는 기동 군단의 작전 지속 능력을 뒷받침할 수송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벨라루스 국경에서 키이우까지는 거리가 약 120㎞에 불과하지만 러시아는 보급에 실패하였다. 휴전선부터 평양까지 거리는 180㎞로 더 멀다. 빈약한 도로망과 적대적 전장 환경을 고려해보면 막대한 탄약과 유류를 안전하게 수송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이라크전 희생자의 3분의 2가 보급 부대에서 발생한 미군은 수송 차량의 장갑화 및 방탄화, 야간 운행을 위한 열 영상 장비 보급, 공격 헬기와 드론 및 저격수 등으로 이루어진 호송 부대를 투입하고 원격 기폭 장치를 방해하기 위한 전자전까지 치르면서 겨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현재 우리의 수송 역량은 미군과 러시아군 어느 쪽에 더 가까울지 궁금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보병이 운용하는 대전차 미사일과 휴대용 대공미사일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보여주고 있다. 지상 작전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전차와 공격 헬기마저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구형화된 전차와 항공기, 소형 무장 헬기(LAH)는 표적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화력이 강해지는 만큼 병력 이동 수단의 장갑화와 방호력 강화는 절실하지만 진척은 느리다.

 

우크라이나군은 상황에 따른 현장 지휘관의 유연한 지휘와 2014년 이후 실전 경험을 축적한 병사들의 노하우를 결합해 작전 목표를 달성하고 있지만, 러시아군은 경직된 지휘 체계로 많은 피해를 보며 임무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군은 2000년대 중반에 현장 지휘관의 적극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임무형 지휘 체계를 도입했지만 정착되었다는 평가는 아직 못 받고 있다.

 

대한민국의 군사력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방위산업 역시 2021년 수출 70억달러를 기록하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각종 무기와 장비의 조달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군의 필요와 요구보다는 무조건적 국내 개발,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보호를 우선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미래 전장의 변화를 고려한 작전 요구 성능(ROC)의 제시는 외국 업체에 대한 일방적 배려라고 지적받거나 비현실적이라는 비난에 직면하면서 변경되기 일쑤다. 다른 한편으로는 최첨단 사양에 집착하면서 당장 현장에 필요한 장비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시급한 것은 전쟁과 실전에 대비해 싸울 수 있는 군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병력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지휘관들의 의식 전환과 장구류 교체를 시작으로 시가전과 야간전에 대비한 훈련과 장비 보급, 작전 지속 능력 보장을 위한 수송력 강화와 방어력 증대,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야전 의료 체계 확충 등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니다. 동맹국과 군사적 신뢰성을 유지하는 일 역시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전투는 무기로 승리하지만 전쟁은 군수로 승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조선일보  최준영·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04월 04일  김정은 대남 核협박 본격화…안보 재앙 남긴 文 5년 굴종

 북한 김정은이 핵(核) 공격 능력을 앞세워 대놓고 대남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과거에 비해 훨씬 직접적이고 노골적이라는 점에서,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인 김여정은 3일 서욱 국방부 장관의 ‘북 도발 징후 시 사전 원점 정밀 타격’ 발언에 대해 “핵보유국을 상대로 객기를 부린 것” “참변을 피하려거든 자숙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김여정은 “위임에 따라 엄중히 경고”라는 표현을 사용, 김정은 뜻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노동당 비서도 “핵보유국에 선제타격 운운하는 미친 ×”라며 “서울 주요 표적들 궤멸에 총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핵무기로 우크라이나를 협박한 것을 흉내 내듯, 김정은이 핵 갑질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 5년의 대북 굴종이 이런 김정은 전략을 도운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어 더욱 참담하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 판문점 회담을 하는 동안에도 부품 밀수 등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았음이, 지난 1일 공개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연례 보고서에서도 확인됐다. 그럼에도 문 정부는 한·미 연합훈련을 ‘컴퓨터 게임’으로 전락시켰고, 대북 제재를 허무는 데 앞장섰다. 김여정 하명에 따라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하면서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엔 불참했다.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공무원 사살·소각 등 온갖 도발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절절맨 결과가 안보 재앙이 돼 돌아온 셈이다.

문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안보를 강조하는 시늉을 한다. 그러나 김정은 사기극에 속은 것인지, 일부러 눈감고 공조한 것인지부터 규명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최소한의 진정성이라도 있다면, 당장 이달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의 강도(强度)를 높여 더 이상 북한의 호구가 아님을 과시하고, 대북 규탄과 제재에 앞장서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4.05  북 주민 인권 끝내 외면 文, ‘진보 좌파’ 간판 내리라

문재인 정부가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 제안에 4년 연속 불참했다. 최근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북 인권 상황이 지난 6년간 더욱 악화했다”는 보고서를 내고, 국제 인권 단체들이 문 대통령에게 “임기 마지막으로 대북 결의안에 참여해달라”는 편지를 보냈는데도 끝내 외면한 것이다. 이전 한국 정부는 11년 연속 북 인권 결의안에 앞장서왔다.

 

문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북한 인권침해 사례를 수집하는 정부 시스템 예산부터 대폭 삭감했다. 6년 전 제정된 북한 인권법이 만들라고 규정한 북한 인권 재단 사무실도 ‘재정 손실’을 이유로 폐쇄했다. 북한 인권 대사는 한 번도 임명한 적이 없고, 북한 인권 단체들에 대한 지원금을 끊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외교부 차관은 유엔에서 “북한 주민들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했다. 그런 사례가 하나라도 있으면 말해보라.

 

오히려 김여정 한마디에 ‘대북 전단 금지법’을 만들었다. 그랬다가 미국 의회의 ‘인권 청문회’ 대상국이 됐다.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어민 2명을 흉악범이라며 강제 북송하자 유엔 인권보고관이 “깊이 우려한다”고 했다. 박해의 공포가 존재하는 곳으로 억지로 보내선 안 된다는 국제 인권 규범을 위반한 것이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이런 문 정부에 대해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이 북 인권 탄압 동조국으로 몰리는 실정이다.

 

문 대통령은 평화가 오면 북한 인권도 개선된다는 식의 주장을 해왔다.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며 북한 주민 인권을 외면하려 만들어낸 가짜 논리다. 북한 체제의 속성상 어떤 평화가 와도 주민 인권유린은 계속될 것이다. 서독은 1970년 동독과 1차 총리 회담 때부터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 일관된 신념으로 동독 정부를 압박하고 ‘당근’을 제시해 조금씩이나마 동독 주민의 인권 개선을 이뤘다.

 

어이없게도 이런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스스로 진보 좌파라고 부른다. ‘인권 변호사’라는 말도 한다. 전 세계 어떤 진보 좌파가 다른 목표를 위해 인권을 무시하고 희생시키나. 그 가짜 간판부터 내려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05  北김여정 “남한에 총포탄 한발도 안 쏠 것”…'쓰레기’ 비난 이틀 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이틀 만에 다시 담화를 내고 서욱 국방부 장관의 ‘선제타격’ 관련 발언을 재차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남한을 무력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 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것은 순수 핵보유국과의 군사력 대비로 보는 견해가 아니라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할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 장관의 ‘사전 발사원점 정밀타격’ 발언에 대해선 여전히 비난했으나 지난 3일 담화에 비해 비난 수위가 낮아졌다.

 

김 부부장은 “쌍방의 군대가 서로 싸우면 전쟁이나 전투에서 누가 이기고 지는것을 떠나 우리 민족전체가 반세기전처럼, 아니 그보다 더 깊은 상처를 입게 된다”며 “우리는 명백히 그런 전쟁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남조선이 우리의 주적이 아님을 명백히 밝혔다”며 “다시 말해 남조선군이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공격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남조선이 어떤 이유에서든, 설사 오판으로 인해서든 서욱이 언급한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진다”며 “남조선 스스로가 목표 판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 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까지 간다면 무서운 공격이 가해질 것이며 남조선군은 괴멸, 전멸에 가까운 참담한 운명을 감수해야 한다. 이것은 결코 위협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김 부부장은 또 “남조선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 우리 군대의 대남타격가능수단들에 대한 ‘선제타격’을 운운하며 극도의 불안감을 드러냈다”며 “되게 겁을 먹고 있다는 것이 서욱의 느닷없는 허세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했다.

 

그는 “저들(남측) 군대가 그만큼 잘 준비돼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소개하고 싶었을수는 있는 자리였다고 본다”며 “그렇다고 군을 대표한다는 자가 우리를 적으로 칭하며 ‘선제타격’을 운운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대단히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 가당치 않다. 망상이다. 진짜 그야말로 미친놈의 객기”라며 “남조선 군이 우리를 적으로 칭하며 그 어떤 조건 하에서라는 전제를 달고 선제적으로 우리를 타격할 가능성에 대해 운운한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하고 좋지 않은 발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끔찍한 말로를 피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때 없이 건드리지 말고 망상하지 말며,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 날아오는 포탄이나 막을 궁리만 하고 앉아있어도 참변은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 장관은 지난 1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와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개편식을 주관하며 훈시를 통해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에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지난 3일에도 박정천 당 비서와 함께 서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남측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담화를 냈다. 당시 김 부부장은 ‘서 장관을 향해 ‘미친X’ ‘쓰레기’ 등의 막말을 쏟아내며 수위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조선일보  김자아 기자

 

04.06  우리 국민 50명 넘게 죽이고 “총 한 발 안 쏜다”는 김여정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 당시 내려온 북한 김여정과 대화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북한 김여정이 우리 국방장관의 ‘선제 타격’ 언급을 비난하며 “(북은)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 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할 같은 민족”이라고도 했다. 북한 주적은 ‘남조선 아닌 전쟁 자체’라는 궤변까지 했다.

 

2010년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폭침돼 해군 장병 46명이 사망했다. 구조 임무를 수행하던 해군 1명과 구조에 참가한 민간인 9명도 사망한 참극이었다. 천안함 공격은 2009년 북한 정권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은이 세습 지위를 굳히려고 저지른 군사 도발이었다. 그해 9월 후계자로 공식 등극한 김정은은 두 달 뒤 연평도 포격까지 일으켜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북의 총포탄에 2010년에만 국민 50명이 희생됐다. 김정일이 17년을 통치하는 동안 죽인 우리 국민보다 많다.

 

2년 전 북한군은 서해에 빠져 기진맥진한 우리 공무원을 향해 총을 난사하고 시신 소각까지 했다. 그 시간에 문재인 대통령은 잠을 자느라 몰랐다고 한다. 2019년 김정은은 연평도 포격 9주기에 서해 NLL 인근 창린도 부대를 방문해 포 사격도 지시했다. 대한민국 영토를 다시 공격할 수 있다는 협박이었다. 북한군이 쏜 고사총 4발이 우리 군 GP에 조준한 듯 명중하기도 했다. 최근 북이 무더기 발사한 신형 탄도미사일은 전부 우리를 겨냥한 것이다. 김정은은 ‘남조선에 보내는 경고’라고 했다.

 

지금 북에서 김정은 남매 다음 권력자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라고 한다. 김정은이 군부를 줄줄이 숙청하면서도 김영철을 계속 중용하는 건 2010년 정찰총국장으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을 주도한 일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대남 공작을 총괄하는 김영철은 재작년 “대남 사업을 철저히 대적(對敵) 사업으로 전환한다”고 했다. 제2의 천안함·연평도 공격을 꾸미고 있을 것이다. 이런 김여정과 김영철을 문 정권은 국빈급으로 대우했다. 정권 핵심들은 서로 ‘김여정 팬클럽 회장’을 자처하기도 했다. 이들도 ‘쏘지 않을 것’이란 김여정의 말이 거짓말임은 알 것이다.

 

김여정은 이날 “남조선이 군사적 대결을 선택한다면 우리의 핵 무력은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씨 일가가 직접 ‘대남 핵 공격’을 협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북이 30년 넘게 주민 경제를 포기하고 핵 개발에 매달려온 진짜 이유다. 김정은은 이미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전술핵’ 개발도 지시했다. 7차 핵실험도 준비 중이다. 정부와 국민 모두 헛된 환상을 버리고 외교, 군사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월 06일  北 공갈 받아칠 ‘절대 抑止(억지)’ 시급하다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 북한 김여정이 5일 담화를 통해 협박한 발언이다.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가 각종 신병기와 함께 재앙이 돼서 돌아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 5년의 굴종 외교가 초래한 재앙이다. 남북관계는 선의로 되는 관계가 아님을 일깨운다.

상황이 이렇게 엄중한 만큼 차기 정부는, 전임 정부들의 국방 개혁 실패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 들어서는 정부마다 위원회를 설치해 거창한 국방 개혁을 외쳤으나 성과는 미흡했다.

특히, 문 정부의 국방 개혁은 역대 최악이다. 북의 전방위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강한 군대의 조기 구현을 ‘국방개혁 2.0’의 목표로 설정했으나, 북한 눈치를 보느라 국방장관 취임 1년이 지나서야 실천계획이 나왔다. 개혁 추동력이 상실된 상태에서 나온 9·19 남북 군사합의는 개혁은커녕 군(軍)의 발목까지 잡았다. 전비 태세는 바닥이다. 국방개혁 2.0은, 계획단계부터 과도한 정치적 의도 개입, 야전 지휘관의 목소리를 외면한 청와대 중심의 폐쇄적인 정책 결정, 전례 없는 군 간 갈라치기, 군 병영 고유의 특성을 무시한 포퓰리즘 정책, ‘아마추어’들에 의한 군사기획 및 전력 건설로 참담한 실패를 맞았다. 북한 비핵화는 한 걸음도 못 나갔다.

그러니 문 정부 5년은 군의 전력을 퇴보시킨 시간이다. 중대한 정책적 과오는, 현실적 조치 없이 대규모 병력 감축으로 전력 공백의 구멍을 키운 것이다. 또, 무리한 병 복무 기간 단축은 최전선 야전부대조차 신병들이 중심이 되는 부대로 재편되도록 압박한다. 숙련도 높은 북한군은 20만 명의 특수작전부대에 핵무기까지 갖춘 120여만 명의 전력이다. 이제 그들은 서슴없이 전술핵 개발을 과시하는가 하면 각종 신병기에 의한 선제적 핵 공격 옵션도 시사한다.

그런데 우리 군은 첨단무기 확보의 지연, 낮은 수준의 병사 숙련도, 특정 군 배제와 기강 해이에 따른 사기 저하, 전투 수행 및 지속 능력의 문제 등 전비 태세의 총체적 부실에 직면했다. 대대장이 탈영하고 싶다고 말하는 게 군의 현주소다. 미증유의 안보 위기 상황이다.

따라서 국방 개혁은, 한미동맹을 국가방위의 기본 축으로 발전시켜 나가되,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한 자위력 강화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북한에 핵 공갈 같은 어쭙잖은 도발을 주저하게 할 수 있는 힘 구축이 필요하다. 적 수뇌부를 포함, ‘전략적 중심’을 제압할 수 있는 ‘절대 억지(抑止·deterrence)’ 차원의 선제타격 능력 확보가 요구되는 이유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차기 정부의 국방 개혁 과제 5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방어 위주 전략에서 벗어나 공세 전략 위주로 개념을 세우고 전술적 기반 전력보다는 치명적 전략무기 우선의 선택과 집중으로 전력을 증강해야 한다. 둘째, 적정 예산을 법적 제도화로 뒷받침해야 한다. 셋째, 국방 개혁을 기획하고 끌고 나갈 ‘이해 중립적’ 군사 기획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넷째,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끝으로, 윤석열 차기 정부는 무분별한 포퓰리즘 정책을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 임기 5년 동안 의무복무 기간을 21개월로 점차 늘려나갈 방안을 중요한 개혁 과제로 삼기를 촉구한다.

문화일보 

 

04.07  尹 4·3 추념사가 빠뜨린 이름… 박진경 대령, 열 살 정자, 열네 살 숙자

[김기철 전문기자의 Special Report] 제주 4·3사건, 그날의 진실

 ▲제주 4·3사건 수습 임무를 받고 부임한 박진경(오른쪽) 9연대장이 참모들과 함께 촬영했다. 조선일보 DB

지난달 10일 제주시 한울공원 근처 도로변 ‘박진경 추도비’에 감옥을 상징하는 철창이 설치됐다. 제주 4·3연구소, 제주 민예총,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 등 16개 단체가 나섰다. 이들은 “박진경은 왜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일본군 소위 출신에 미군정 지시로 4·3학살을 집행했던 자”라며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추모비를 철창에 가둔다”고 주장했다.

 

박진경은 1948년 4·3 사건 수습 임무를 맡은 조선경비대(국군 전신) 9연대장이었다. 사건 발생 한 달 만인 1948년 5월 6일 부임한 그는 6월 18일 새벽 남로당 지령을 받은 하사관 총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반대한 남로당 무장 세력과 싸우다 암살당한 지휘관이 ‘학살’ 주동자로 몰려 비난받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회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분향하고 있다. /뉴스1

◇尹 당선인 “무고한 희생자 보듬는 것은 자유민주 국가의 의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3일 제주 4·3사건 추념식에 참석, “무고한 희생자들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고 아픔을 나누는 일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4·3사건은 1948년 4월 3일 시작된 남로당 무장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낸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다. 노무현 정부 때 나온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이하 ‘4·3보고서’)는 4·3사건 희생자를 2만5000명~3만명으로 추산한다.(당시 4.3위원회에 신고된 희생자 숫자 1만4028명을 근거로 1만5000~2만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살아남은 제주도민들도 1980년 연좌제가 폐지될 때까지 공직 임용이나 기업 취직 등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윤 당선인이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이나 당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4·3 추념식에 참석해 무고한 희생자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고 명예 회복을 약속한 것은 늦었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추념사에서 빠뜨린 게 있다. 남로당 무장 세력과 맞선 군인과 경찰, 공무원, 우익 인사와 가족들의 희생이다. 요즘은 4·3 희생자라고 하면, 군·경 진압 부대가 가해자로 지목되고 남로당 무장 세력의 살상(殺傷)은 상대적으로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4·3보고서’에 따르면, 4·3위원회에 신고된 희생자 1만4028명 중 남로당 무장대에 의한 희생자는 12.6%인 1764명(보고서 371쪽)이다. 특히 남로당 무장 폭동을 일으킨 초기부터 그해 10월 19일 여수 14연대 반란으로 군의 ‘초토화작전’이 본격화되기 직전까지 남로당 무장대의 폭력은 심각했다.

 

제주 4·3연구소 등 단체 16곳은 지난 3월 10일 제주시 한울누리공원 인근 도로변에 있는 박진경 추도비에 '역사의 감옥에 가두다'라는 제목의 감옥 형태 조형물을 설치했다./연합뉴스

◇남로당 무장대, 열 살·열네 살 소녀 죽창·칼로 처단

남로당 폭동 첫날인 1948년 4월 3일 희생자는 경찰 4명과 민간인 8명 등 12명이다. 북제주군 애월면 구암마을 유지였던 문영백의 딸 열 살 정자, 열네 살 숙자는 죽창과 칼로 참혹하게 살해당했다.(제민일보 4·3취재반, ’4·3은 말한다’2권 28쪽) 두 살짜리 아들까지 죽창에 찔렸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화북지서 소속 김장하 순경은 집에서 잠을 자다 아내와 함께 살해당했다. 4월 11일 제주 오라리에선 송원화 순경 아버지 송인규가 살해됐고, 18일 조천에선 경찰관 김성홍의 아버지 김문봉이 희생됐다. 무장대가 경찰, 우익 인사 가족을 해칠 때는 ‘경고’ 의미로 시신을 훼손하기도 했다.

 

남로당 무장대 폭력이 심각했지만, 제주 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4·3위원회)가 2008년 낸 ‘화해와 상생:제주4·3위원회 백서’는 가볍게 다뤘다. ‘백서’는 제주4·3평화기념관 전시 내용을 60쪽에 걸쳐 소개하면서 ‘무장대에 의한 희생’은 1쪽으로 다룰 만큼 균형을 잃었다. ‘제주4·3평화기념관을 둘러보면 전시 내용에서 군경 토벌대에 의한 민간인 학살에 비해 남로당 무장대에 의한 학살은 너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김상봉 전남대 교수, ‘폭력과 윤리: 4·3을 생각함’179쪽)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남로당 암살자는 의인으로 미화

박진경 9연대장(이후 11연대장) 암살은 4·3사건 성격과 책임을 둘러싸고 가장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전선이다. 박 대령 암살범들은 재판 과정에서 “박 대령의 30만 도민에 대한 무자비한 작전 공격에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손선호 하사)고 증언했다. 하지만 당시 소대장이던 채명신 전 주베트남 한국군사령관은 “그는 양민을 학살한 게 아니라 죽음에서 구출하려고 했다. 4·3 초기 경찰이 처리를 잘못해서 많은 주민들이 입산했다. 박 대령은 폭도들의 토벌보다는 입산한 주민들의 하산에 작전의 중심을 두었다”고 증언했다.’4·3보고서’에 실린 증언이다. 주민들을 남로당 무장 세력과 떼어놓는 선무 작업에 주력했다는 주장이다.

 

◇남로당, 연대장 부임 닷새 만에 암살 결정

‘4·3보고서’에 등장하는 ‘제주도 인민유격대 투쟁보고서’라는 자료가 있다. 1949년 6월 무장대 사령관 이덕구를 사살하면서 획득한 남로당 내부 문서다. ‘투쟁보고서’는 박진경 부임 닷새 만인 5월 10일 ‘대내 반동의 거두 박진경 연대장 이하 반동 장교들을 숙청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썼다. 박진경 연대장 작전과 무관하게 암살 지령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KBS제주총국이 작년 4월 2일 내보낸 다큐 ‘암살 1948′은 박 대령을 ‘제주도민을 학살한 강경 토벌작전 주역’으로, 상관을 암살한 문상길 중위는 ‘의인’(義人)으로 묘사해 논란을 빚었다.

 

◇박진경 재임 중 무장대 사살 최대 25명

‘4·3보고서’ 주요 필진이 포함된 제민일보 취재반이 쓴 ‘4·3은 말한다’ 3권에는 ‘4·3사건 일지’가 실려있다. 박 연대장 재임 기간 일지를 분석했더니, 경비대의 무장대 사살은 14명이었고, 경찰과의 합동 토벌 작전까지 더해도 25명이었다. ‘4·3보고서’에 참여했다가 사퇴한 나종삼(80) 전 국방군사연구소 전사부장은 “박진경 연대장이 학살을 지시했다는 얘기는 완전히 날조”라면서 “박 연대장을 학살범으로 모는 배후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도운 미 군정에 4·3사건 책임을 돌리는 남로당 사관(史觀)이 있다”고 했다.

 

◇제주도당 무장 총책 김달삼 “스딸린 대원수 만세!”

남로당 무장 폭동의 의도는 제주도당 무장 총책 김달삼의 이후 행적을 봐도 알 수 있다. 김달삼은 1948년 8월 북한 정권 수립을 위한 해주 인민대표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월북했다. 그는 4·3 사건의 의미를 “남조선 전체 인민들의 위대한 구국 투쟁의 일환”이라고 한 뒤, “우리 조국의 해방군인 위대한 쏘련군과 그의 천재적 영도자 쓰딸린 대원수 만세!”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6·25전쟁 당시 노획한 북한 정부 문서로 드러난 사실이다.

‘4·3위원회’ 위원을 지낸 한광덕(81) 예비역 육군소장은 “윤 당선자가 무장 폭동을 일으킨 남로당의 책임을 묻지 않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위해 애쓰다 목숨 바친 군·경과 우익 인사들의 희생에 침묵한 것은 국민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創軍 주역이 조롱당하는데 왜 모르는 체하나]

故박진경 대령 양손자, 박철균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

 

“할아버지가 죽어서도 이렇게 모욕당하는 걸 보면서 까마득한 군(軍) 후배로서 얼굴을 들 수 없습니다.”

 

박철균(59) 국방부(예비역 준장) 군비통제검증단장은 1948년 4·3사건 당시 제주 주둔 9연대장을 지낸 박진경(1918~1948) 대령의 양손자다. 박 대령은 연대장 부임 43일 만인 1948년 6월 18일 남로당 지령을 받은 부하들에게 암살당했다. 박 대령은 후손을 남기지못해 조카인 박단장 아버지(박익주, 예비역준장, 전 국회의원)가 집안 결정에 따라 양자로 들어갔다.

▲박철균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

유럽 출장 중인 그는 6일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4·3 추념사에 대해 “과도한 공권력 사용으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고 고통받은 희생자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하지만 윤 당선인이 군경의 희생에 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서운하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반대한 남로당 무장 폭동의 책임을 지적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위해 임무를 수행한 군인·경찰의 희생과 노력을 인정하지 않으면 진정한 화해와 치유가 어렵다”고 말했다.

 

ㅡ일부에서 박진경 대령을 제주도민 학살 주동자라고 한다.

“좌파의 선동이 지나치다. 할아버지 재임 기간 작전 통계를 봤더니, 그렇지 않았다. 채명신 장군을 비롯한 당시 증언도 할아버지가 선무 공작에 힘썼다고 했다.”

 

ㅡ박 대령 암살범을 의인으로 묘사한 KBS 다큐까지 나왔다.

“할아버지 보기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없다. 육군장(葬) 1호로 장례 치른 분을 그렇게까지 모독할 수가 있나. KBS에 대해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

 

ㅡ창군 주역이자 대한민국 정부 수립 임무를 띠고 간 박 대령이 학살범으로 몰려도 정부는 말이 없다.

“정부가 대한민국 탄생을 위해 목숨 바친 군인의 명예가 바닥에 떨어졌는데 모르는 체하고 이렇게 침묵할 수 있나.”

조선일보  김기철 학술전문기자

 

04월 08일  러·북·중 戰犯 연대…尹 ‘한미동맹 심장’ 방문 의미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한민국 안보 환경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유엔은 7일 긴급 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의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시켰다.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유엔 기구에서 쫓겨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최근 부차 민간인 대학살 등을 계기로 전세계가 러시아를 전범 국가로 낙인 찍은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도발을 일삼는 북한이 러시아에 미사일 등 무기 지원을 통해 ‘전범(戰犯) 연대’까지 추구하는 점이다. 중국도 가세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미·일 안보 협력엔 심각한 균열이 생겼는데, 북·중·러 반(反)인권·반평화 동맹은 강화하는 형국이다.

유엔 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정지결의안은 찬성 93표, 반대 24표, 기권 58표로 가결됐다. 기권·불참국을 제외한 유엔 회원국 3분의 2 찬성으로 가결되기 때문에 기권·불참도 사실상 반대 효과를 낳는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기권이나 불참도 러시아에 대한 비우호적 제스처로 간주할 것”이라며 협박했지만, 가결을 막지 못했다. 특히 북한은 유엔 주재 대사가 발언에 나서 “정치적 책략”이라고 주장했고, 중국 역시 “대립을 격화시킬 것”이라고 거들었다. 부차 대학살은 이미 수많은 피해자와 인공위성 사진 등으로 확인됐는데도 한사코 아니라고 우긴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데 이어,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우크라이나에) 선진 무기를 운송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안보리 대북 결의에는 북한 무기 해외이전 금지도 명시됐는데,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대놓고 위반하는 것이다.

급속히 북·중·러 ‘독재의 축’이 강화함에 따라 북핵 폐기는 더 힘들어졌다. 김정은에겐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나설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이젠 자유진영 국가들이 단합해 맞서는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7일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 “평택은 한미동맹의 심장”이라고 역설한 것은 시의적절했고 의미도 크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도 같은 날 인사청문회에서 ‘북핵 CVID’를 거론하면서 “중·러가 안보리 거부권을 가진 유엔에 의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미 철통(ironclad) 동맹 복원이 더 시급해졌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12일  “훈련 않는 軍 존재 이유 없다” 5년 만의 안보 상식 복원

 남한을 향해 대놓고 핵 공격 협박을 시작한 북한 김정은 정권이 7차 핵실험 등 또 다른 도발을 준비 중인 징후가 뚜렷하다. 5년 내내 북한 독재 권력에 굽실댄 문재인 정권과 달리 ‘원칙 대응’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5월 10일)을 전후해 기선 잡기용 도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5일은 김일성 탄생 110년 되는 날로서, 북한은 태양절이라며 떠받들고 있어 이르면 이번 주말에 전략적 도발이 감행될 수도 있는 일촉즉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핵 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12일 현재 울산 동쪽 공해에 전개했다. 링컨호가 이끄는 항모강습단은 미국 핵심 전략자산의 하나로, 5000여 명의 승조원과 F-35C 스텔스기 등 최신예 전투기 80여 대와 이지스함 4척 등으로 이뤄져 있다. 링컨호 동해 전개는 2017년 11월 북한 핵실험에 대응 차원에서 로널드 레이건호 등 핵 항모 3척이 동해에서 한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한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그런데 이번에 문 정부는 연합훈련을 거부했다고 한다. 요청을 해서라도 연합훈련을 해야 할 때인데, 찾아온 기회를 거부한다는 것은 안보 의지가 있는지부터 의심케 한다.

그나마 한 달 뒤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방부 장관에 지명된 이종섭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이 11일 “훈련을 하지 않는 군대는 존재 이유가 없다”고 강조함으로써 안보 불안을 다소나마 잠재웠다. 이 지명자는 “훈련은 군(軍)의 기본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면서 “군이 기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면서 한·미 연합훈련 복원에 대해서도 적극적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식적인 발언이 돋보이는 것은 문 정부 5년 동안 군이 그만큼 망가졌다는 방증이다. 한·미연합 실기동 군사훈련이 4년간 열리지 않았던 것이 상징적이다. 특히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군의 특별정신교육도 자취를 감춘 것으로 드러났다. 6·25 등 몇 차례 하긴 했지만 ‘남북정상회담 성과 교육’이나 ‘명량’ 관람 등 영화 속 군인정신으로 대체했다고 한다. 문 정부 5년의 안보 농단을 척결하고, 군을 바로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15일  ‘탈냉전 30년’ 대북 정책은 실패했다

 전성훈 前 통일연구원장 국민대 겸임교수

교류협력 통한 공동번영 기대
역대 정부 정책기조 대동소이
경제발전-민주화-비핵화 파탄

尹정부는 패러다임 확 바꿔야
정권 아닌 국민과 北주민 중심
핵 제재와 ‘스마트 교류’ 기본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로 시작된 탈냉전 시대는 자유민주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평화와 번영의 지구촌이 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출발했다. 한반도에서는 노태우 정부가 탈냉전의 흐름을 타고 적극적인 대북 접근을 시도했고,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 공동선언을 체결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까지 역대 정부는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와주면 핵을 포기하고 정치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교류협력을 중시하는 정책을 폈다.

보수정부가 진보정부보다 북한의 독재와 핵 개발을 더 경계하고 인권을 중시했지만, 교류협력을 통한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정책 기조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현시점에서 볼 때 탈냉전 시대의 이 정책은 북한의 경제 발전, 정치적 민주화, 비핵화라는 목표 달성에 다 실패했고 남북한이 독일처럼 평화롭게 통일될 것이라는 희망도 사라졌다.

이제 대북정책을 전면 쇄신할 때가 왔다. 지난 30년간의 낙관적인 사고와 정책이 초래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과 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 대북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다음 두 가지 원칙에 바탕을 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중심의 대북정책을 펴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남북대화는 양측 집권층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는 폐단이 컸고, 우리 국민과 북녘 동포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 이후 다섯 차례 열린 남북정상회담이다. 겉만 화려한 정치 이벤트에 불과했고 남북관계의 진정한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의 핵 개발에 시간을 벌어주고 우리 내부의 국론이 분열되는 등 부작용이 컸다.

다음으로, 북한 정권의 자금줄을 차단해 핵 개발을 막으려는 국제 제재를 대북정책의 기본조건으로 수용해야 한다. 독재정권을 돕기 위해 제재를 허무는 것은 국익을 훼손하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잘못이다. 북한 정권 압박에 적극 동참해야만 ‘일반주민을 돕는 교류협력은 제재에서 면제하자’고 국제사회에 요구할 수 있다.

 

이러한 원칙 아래 6대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일반시민 중심의 스마트 교류협력이다. 협력의 대가로 한국산 현물(특히 중소기업 제품)을 북한 주민에게 제공해 우리 국민과 북한 동포가 교류협력의 혜택을 누리는 ‘Made in Korea 협력’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남북교류의 내수시장을 형성하고 민족경제 발전의 토대를 구축해 정권교체에 휘둘리지 않는 대북정책을 펼 수 있다. 둘째, 북한에 제공하는 물자는 경협이 진행되는 지역에서만 사용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북한지역 균형발전 협력’을 추진한다. 협력의 결실이 북한 곳곳의 동포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해야만 북한 전체의 경제 발전과 의식 변화를 이룰 수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대가로 지급되는 현물이 평양이 아니라 개성시와 온정리의 지역 발전에 쓰인다면 두 사업을 재개하는 것도 가능하다. 셋째, 사회·문화·역사·교육·스포츠 등 가벼운 주제에서부터 실용적인 소프트 교류를 추진하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와 의사소통 수단을 개발해 물리적인 통일 이전에 먼저 ‘디지털 통일시대’를 시작한다.

넷째, 남북 당국 간 대화를 활성화해 다양한 수준에서 여러 주제를 논의하는 기회를 만든다. 우리의 끊임없는 대화 제의는 북한의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다섯째, 대통령 직속의 군축처(軍縮處)를 신설해 북핵 문제 등 주요 안보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상시 관심과 종합적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한다. 북핵 문제는 국가 존립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특정 부처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커졌다. 냉전 시기에 미국도 소련과의 군축협상을 중시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군비통제군축처(ACDA)를 뒀다.

여섯째, 통일준비 태세를 확립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통일의 기회를 맞이한 독일도 평소 준비 덕택에 순조롭게 통일할 수 있었다. 국민의 통일 교육을 활성화하고 통일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전 세계 해외동포를 ‘세계 한민족 통일 네트워크’로 연결해 민족의 통일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노력을 통해 자유통일대한민국 시대가 앞당겨질 것으로 확신한다.

문화일보   

 

04월 15일  尹 “北은 주적…中 사드보복 완전 부당”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선인, WP와 첫 외신 인터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북한은 주적”이라고 규정했다. 또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에 대해 “한국과 국제사회에 완전히 부당한(unfair) 움직임으로 비쳤다”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의 외신 인터뷰는 지난 3월 9일 이후 처음으로, 문재인 정부보다는 훨씬 원칙적인 대북·대중정책을 펼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이날 WP 인터뷰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한 뒤 “장거리(미사일) 및 핵실험 모라토리엄(유예)을 깨고 극초음속미사일을 시험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운반능력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한 것은 박근혜 정부 이후 5년 만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북한이 주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라 본다”면서 즉답을 피한 바 있다. 다만, 윤 당선인은 “북한과의 대화채널은 항상 열어놓는 ‘투트랙’ 접근법을 취하겠다”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은 대중 정책에서도 강경 입장 전환을 시사했다. 윤 당선인은 “중국의 사드 보복은 한국과 국제사회에 완전히 부당한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이런 부당한 행위는 중국에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중국도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김남석 기자 / 국제부 / 차장

 

04.19  北 전술핵 미사일까지, 실질 군사 대비 않는 건 안보 포기

 북한이 비행거리 110㎞, 고도 25㎞ 탄도미사일을 쏘고 “전술핵 운용 강화”라고 했다. 북 최전방에서 우리 수도권을 전술핵으로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전술핵은 폭발력이 핵폭탄으로선 작아 실전에서 쓸 수 있는 핵무기로 인식되고 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에 전술핵 공격을 위협하고 있다. 김정은은 작년 1월 전술핵 개발을 지시했으며 이번엔 전술핵 탑재 탄도미사일의 실전 배치를 예고했다. ICBM과 달리 전술핵 미사일은 순전히 한국을 공격하려는 무기다.

 

김정은은 이번 전술핵 미사일 발사를 직접 참관했다. 지금 준비 중인 7차 핵실험은 전술핵 관련일 가능성이 높다. 북이 전술핵과 발사체를 모두 갖게 되면 “남조선군은 전멸을 감수해야 할 것”이란 김여정의 협박이 현실화할 수 있다.

 

그동안 국군은 북핵 공격을 사전 탐지해 타격하는 ‘킬 체인’과 날아오는 북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방어체계(KAMD) 등을 방패로 내세웠다.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핵을 가진 상대에게 선제 공격을 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촘촘한 미사일 방어망을 짜도 핵 미사일은 한 발만 요격에 실패해도 결과는 치명적이다.

 

무기는 같은 위력을 가진 무기로만 막을 수 있다. 수천년 인류 역사에서 단 한 번의 예외도 없는 진리다. 핵은 핵으로만 억지할 수 있을 뿐이다. 가장 강력하다는 재래식 탄두의 폭발력도 핵탄두의 1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경우 핵 없는 국가들은 미국과 ‘핵 공유 협정’을 맺어 나토 배치 미 전술핵 통제권을 미국과 공유하고 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대학은 2019년 보고서에서 한·미·일의 ‘핵무기 공유 협정’을 제안한 적이 있다. 작년 말 미국 교수 2명은 워싱턴포스트에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해야 한다’는 글을 썼다. 북핵 고도화와 중국 부상 등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주변국들은 전부 핵 보유국이거나 언제든 핵을 가질 수 있는 나라들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푸틴은 전쟁이 불리해지자 ‘핵 사용’을 언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핵 보유국이면 애초에 침략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김정은도 걸핏하면 한국을 향해 핵 공격을 위협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도 정치 외교 협상은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화한 북핵에 대한 실질적인 군사적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안보 포기일 따름이다. 평화를 지키려면 북핵과 동등한 억제력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다른 어떤 논의도 현실 회피와 눈속임일 뿐이다.

조선일보  사설

 

04월 21일  러시아 苦戰과 軍 정신무장 중요성

 고상두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교수

군사 강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서 예상외로 고전하고 있다. 강대국이 약소국과의 전쟁에서 부진한 경우, 그 원인은 물질적 요인이 아니라 정신적 요인에 있다. 전쟁이란 목숨을 걸고 하는 싸움이다.

 

그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병사들이 무엇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쳐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또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것이 군인의 정신이다. 그런데 러시아 군인은 자신들이 군사훈련을 하는지 전쟁을 하는지 모호한 상태에서 진격 명령에 따랐다.

 

군인 정신이 결여된 군대에는 첨단 무기도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미국은 자유 수호를 위해 베트남에 참전했지만, 월남 내부에서 자유주의보다 사회주의를 원하는 반정부 게릴라 베트콩과 싸우다가 15년 만에 철군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국은 현지인들이 별로 환영하지 않는 민주주의와 인권 정착을 목표로 20년간 이슬람 전사들과 싸우다가 철수했다. 이처럼 강대국의 비극은 명분 없는 전쟁에서 비롯되며, 병사들은 이유 없이 목숨을 버리지 않는 법이다.

 

우리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둔감한 것은 경제력이 북한의 50배가 된다는 국력 격차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력은 북한만큼 적극적으로 군사력에 투자되지 않으며, 북한은 가공할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안보에서 가장 우려되는 취약점은 국군의 정신 무장 열세다.

 

북한군의 사명은 ‘남조선 혁명’이다. 이것은 한국을 사회주의화함으로써 통일 과업을 완수한다는 뜻이다. 북한의 최고 수뇌부는 남조선 혁명이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북한 군부도 군사 제일주의를 확립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유용한 이념으로 활용할 것이다. 아무튼, 북한 병사들이 적화통일 구호를 맹목적으로 외치는 혁명전사로 양성된다는 점에서, 보급과 장비는 열악하지만 전투정신은 강한 이슬람 전사에 버금간다.

 

우리 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북한 주적(主敵)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 핵심에는 동족의 가슴에 총을 겨눌 수 있느냐 하는 민족적 평화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동족 아닌 이민족에겐 총을 겨눠도 된다는 말인가? 군인들에게 누구와 싸울 것인지보다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를 알려줘야 한다. 그것은 자유와 인권·번영이며, 대한민국 건국 이후 70여 년 동안 수많은 선조가 피로써 지켜낸 소중한 가치다.

 

향후 인사청문회에서는 국방장관 후보자에게 “북한은 우리의 주적인가” 하는 단순 질문을 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오늘날 국제 정세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우리 국민의 안보 의식은 옅어진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대결 속에서 어느 나라를 택할 것인지를 두고 국론이 양분돼 있고,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반도 주변국 중에서 중국이 북한보다 우리의 안보에 더 큰 위협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고차원적인 주적 개념의 정립이 필요하다. 정치권은 기존의 주적 논쟁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우리의 젊은 군인들이 어떤 목표를 위해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지 초당적으로 고민하고 합의해서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군을 천하무적(天下無敵) 신념의 군대로 만드는 길이다.

문화일보

 

04월 21일  北 평화파괴력 키워준 文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 준비로 파국을 맞고 있다. 3차례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지만 평화 구상은 용두사미로 끝났다. 북한의 고단수 사기극에 철저히 놀아난 예견된 참사였다.

문 정부는 입만 열만 ‘평화’를 외쳤지만 평화프로세스와는 정반대로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로 ‘평화 파괴 능력’만 강화됐다. 한반도 평화를 교란하고 파괴할 북한 능력은 획기적으로 증강된 데 비해, 한·미 연합훈련 축소로 북한의 증대된 위협을 막아낼 대비 태세는 크게 약화된 것이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결사반대하는 근본적 이유는 연합훈련이 북한의 레버리지를 줄이면서 한·미 양국의 레버리지를 키우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대북 레버리지를 약화시키는 바람에 대북정책 실패를 자초했다. 대화 금단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대화를 끊임없이 구걸하면서 북한의 능멸과 농락의 대상이 되기를 자청한 셈이 됐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의 신간 ‘대통령의 외교안보 어젠다’에 제시된, 문 정부 대북정책 실책 4가지와 실패 6가지 분석이 눈길을 끈다. 문 정부 대북정책 첫 번째 실책은, 남북관계를 지방정부 대 중앙정부의 관계로 격하시키려는 북한 술책에 보기 좋게 넘어간 것이다. 북한은 2018년 9월 18일 문 대통령 평양 방문 때 대한민국을 ‘지방정부’로 폄훼한 악의적 의전을 연출했다. 북한이 한반도 전체를 대표하는 유일 정통 정부임을 과시하기 위한 치밀한 기획으로, 문 대통령 환영 행사에 북한 주민들이 인공기를 들고나오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문 대통령은 9월 19일 능라도 군중대회 연설에서 자신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남쪽 대통령’으로 낮췄다. 결과적으로 평양 주민들 앞에서 김정은을 민족 전체 최고지도자로 격상시킨 중대 과오를 범한 셈이다. 또, 남북 대화 재개 가능성을 살리기 위한 대한민국의 존재 이유와 근본 가치마저 훼손됐다. 김여정 한마디에 청와대 정부·여당이 죄다 나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만들었다. 북한 주민을 배신하고 김정은 폭압 체제 편에 서서 세계 최악 학정의 공범자가 되기를 선택한 셈이다. 더구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문 정부의 침묵과 방조는 국제적으로도 지탄의 대상이 됐다. 천 전 수석은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북한 주민이 겪는 인권 탄압에 이토록 무심하고 야박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기이한 일”이라고 탄식했다.

문 정부 대북정책 실패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위협이 핵 무장한 북한이 아니라 북한을 적대시하는 미국 정책에서 온다고 믿는 ‘위협 인식의 오류’ 탓이 크다. 5년 내내 희망적 사고의 확증편향이 대북정책을 지배했다. 북한이 핵 능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는데도 종전선언을 하면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고 우기면서 국제적 왕따를 자초했다. 북한의 핵 인질 상태가 초래한 ‘스톡홀름신드롬’도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김여정이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법이라도 만들라고 호통치자 말대꾸 한 번 못하고 무조건 굴종한 현상은 ‘스톡홀름신드롬’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정충신 기자 / 정치부 / 부장

 

04월 22일  北에 ‘퇴임 인사 친서’ 보내고 김정은 칭찬 받은 문재인

 임기를 2주 남짓 남겨 놓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으며, 김정은은 21일 답신했다. 청와대는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22일 오전 북한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시인했다. 청와대와 북한 측 발표를 종합하면, 문 대통령이 그동안 북한의 온갖 도발에 대해 직접 언급하거나 제대로 지적하지는 않은 것 같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마음을 함께할 의사를 피력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정은은 “임기 마지막까지 민족의 대의를 위해 마음 써 온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와 노고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5년 임기 내내 북한에 절절맨 행태를 칭찬하면서, 퇴임 후에도 계속 그렇게 해 달라는 당부로 읽힌다.

남북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을 수도, 퇴임 인사를 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의 책무와 품격을 잃어선 안 된다. 북한이 대놓고 핵무기 공격을 협박하고, 국제사회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해 추가 제재를 논의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 임기 중에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해수부 공무원 사살, 금강산 남측 시설 일방 해체 등의 적대 행위가 이어졌다. 이런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의 책무를 저버린 일이다. 북한에 면죄부를 주는 의미도 된다. 문 대통령은 친서에서 “대화로 대결의 시대를 넘어야 한다” “북·미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길 희망한다”고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더 심각한 문제는, 5월 10일 임기를 시작하는 윤석열 차기 대통령에게 부담을 떠넘겼다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대화 재개는 다음 정부의 몫이 됐다”고 했고, 김정은은 “역사적 선언과 합의는 지울 수 없다” “남과 북이 정성을 쏟으면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맞장구쳤다. 문 정부 5년 동안 북한은 한시도 쉬지 않고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매진했음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북한의 비핵화 거부로 판문점 선언은 휴지 조각이 됐다. 9·19 군사합의도 마찬가지다. 김정은이 아니라 대한민국 차기 정부를 생각한다면, 북한의 도발을 비판하면서 그래서는 결코 남북 관계가 진전되기 힘들다는 사실부터 단호히 전했어야 했다.

문화일보  사설 

 

04.23  핵·미사일 폭주 김정은 “文 수고에 경의”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북한이 전술핵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연합뉴스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 친서를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손잡고 한반도 운명을 바꿀 확실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했고, 김정은은 “민족 대의를 위한 문 대통령의 고뇌와 수고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서로 ‘평화’ ‘번영’ ‘대화’를 강조했다.

 

알다시피 현실은 정반대다. 지금 한반도 운명은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폭주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김정은은 실제 사용 가능성이 높은 전술핵 개발을 공언하더니 얼마 전 전술핵 탑재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 준비 중인 7차 핵실험도 전술핵 관련일 것이다. 이미 김여정은 ‘대남 핵 공격’을 직접 협박했다. 전술핵과 발사체를 모두 갖게 되면 “남조선군 전멸”이란 김여정 협박이 현실화할 수 있다. 올 들어 ICBM과 극초음속체를 포함한 미사일 도발만 13차례 했다.

 

안보를 책임진 대통령이라면 북핵 폭주를 멈추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가 공개한 친서에는 ‘비핵화’나 ‘도발 중단’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진짜 평화를 가로막고 한국민을 위협하는 핵심 문제는 끝까지 침묵한 것이다. 2년 전 북이 방사포를 쐈을 때 청와대는 “강한 유감”이라며 “중단 촉구”를 했다. 그런데 이틀 뒤 김정은이 코로나 위로 친서를 보내고 방사포를 쏘자, 청와대는 유감 표명은 물론 중단 촉구조차 하지 않았다. 2019년 말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보냈다. 바로 그날 정부는 탈북 어민 2명을 북송하겠다고 북에 서면 통보했다. ‘김정은 초청 친서’에 ‘어민 북송문’을 동봉한 셈이다.

 

북은 2019년 비핵화 쇼가 끝난 뒤 문 대통령에게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 ‘저능아’ 같은 막말을 퍼부었다.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서해 공무원 사살·소각까지 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항의’ 친서를 보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오히려 공무원 피살 2주일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의 생명 존중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는 친서를 보내기도 했다. ‘생명 존중’이란 말에 김정은이 놀랐을 것이다. 이번 친서에서 김정은은 “여지껏 노력을 바탕으로 정성을 쏟아 나간다면 남북관계 개선”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도 문 정부처럼 하라는 뜻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4.23  6·25전서 팔·다리 잃은 웨버 대령 별세 당일 남긴 말 “여전히 분단 안타까워”

전쟁 영웅 웨버 대령 장례식
유족·지인들 “마지막까지 한국 생각, 강인한 군인이었다”
별세 4시간 전 “생의 임무 완수했다”
文 대통령, 尹 당선인 조전 보내와

“생의 임무를 완수했다(Mission Complete).”

 

6·25 전쟁 영웅 윌리엄 웨버(97) 미 예비역 육군 대령이 지난 9일(현지 시각) 별세하기 4시간 전 남긴 말이다. 그는 전후(戰後)부터 최근까지 6·25 전쟁 미군 전사자 3만6595명, 한국군 지원부대(카투사) 전사자 7174명 등 총 4만3000여 명의 이름을 모두 새긴 ‘추모의 벽’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병상에 누워 마무리 작업에 들어선 추모의 벽 최근 사진을 보자 그는 눈을 크고 벽을 한번 본 뒤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6.25 참전유공자회 워싱턴지회 손경준 회장 등 참전 유공자들이 22일(현지 시각) 미 메릴랜드주 프레데릭타운에서 열린 웨버 대령 장례식장에서 그를 향해 경례하고 있다. /이민석 특파원

 

웨버 대령이 창립한 한국전 참전용사기념재단의 부이사장이자 20여년간 가장 친한 친구였던 콜 리차드 딘 부이사장은 22일(현지 시각) 본지에 “그는 ‘잊힌 전쟁’ 취급을 받던 6·25 전쟁을 미국 사회에서 다시 알리는 데 평생을 노력해왔다”며 “별세 직전 자신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거라는 걸 깨닫고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 미국 메릴랜드주 프레데릭타운에서 웨버 대령의 추도식이 열렸다. 미 공수부대 대위로 6·25전쟁에 참전한 웨버 대령은 1951년 중공군의 수류탄과 박격포 공격에 팔과 다리를 잃어가며 원주 북쪽 324고지 전투를 이끌었다. 퇴역 후에는 6·25전쟁과 참전 군인의 무공을 미국 사회에 널리 알리는 데 평생을 바쳐 전쟁 영웅으로 불린다.

 

이날 추도식에는 유족·지인 및 한·미 양국의 참전 노병 등 100명이 참석했다. 한국 정부를 대표해 황기철 국가보훈처장과 이수혁 주미대사, 이경구 주미대사관 국방무관 등이 추도식에 참석했다. 미 정부에선 한나 김 연방 보건복지부 부차관보가 참석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조전을 각각 보냈다.

 

문 대통령은 황 처장이 대독한 조전에서 “(웨버 대령은) 한국전쟁에서 팔다리를 잃었지만 하늘로 먼저 간 동료들을 위해 한국전쟁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고 하셨다”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생의 마지막까지 힘써 주신 고인의 희생과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웨버 대령을 포함한 미국 참전 용사의 피와 눈물로 맺어진 한·미 동맹이 앞으로도 굳세게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윤 당선인도 조전에서 “웨버 대령의 용기와 희생은 한국의 영토와 자유 수호에 크게 기여했다”며 “웨버 대령의 고귀한 용기와 희생은 한국민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다. 이 토대 위에서 양국 국민의 강력한 연대와 우정으로 굳건해진 한미 동맹은 계속 강력해질 것”이라고 했다.

 

▲웨버 대령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파병돼 6.25 전쟁을 치렀던 샘 울콕 한국전 참전용사 협회 소속 사제가 동료 웨버 대령의 초상화를 지켜보고 있다. 그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6.25 전쟁을 참전한 우리들 중에서도 특히 빌(웨버 대령)은 한국에 대한 사명감이 남달랐다”며 “그는 진정한 영웅이었다”라고 했다. /이민석 특파원

 

웨버 대령의 딸 베스 웨버씨는 이날 아버지를 추모하는 발안에 계속 눈물을 흘렸다. 베스씨는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한국을 생각했다”며 “특히 돌아가시는 당일 ‘여전히 남북이 통일이 안되고 분단돼 있는 사실이 안타깝다’ ‘통일된 한국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어 기자 손을 잡으면서 “한국인들이 아버지를 기억해주는 것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베스씨는 이어 “돌아가신 당일 아버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을 비판하면서 목소리를 높이셨다”며 “그는 죽기 전까지 의식이 명료(lucid)했다. 그는 강한 군인(tough soldier)이었다”라고 했다.

 

웨버 대령과 함께 6.25 전쟁에서 싸웠던 샘 울콕 한국전 참전용사 협회 소속 사제는 “6.25 전쟁을 참전한 우리들 중에서도 특히 빌(웨버 대령)은 한국에 대한 사명감이 남달랐다”며 “그는 진정한 영웅이었다”라고 했다. 울콕씨는 17세에 나이에 미 육군 소속 공병으로 6.25전쟁에 투입돼 부산부터 오산까지 한국 곳곳에서 전쟁을 치렀다. 울콕씨는 “몸이 불편해 움직이기 전까지도 그는 미국 사회에 6.25 전쟁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며 “몸이 불편했지만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한미동맹재단이 웨버 대령 유족에게 전달한 '윌리엄 웨버 대령 명예 훈장'. 단체 측은 내년부터 웨버 대령의 이름을 따 한미 양국 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민석 특파원

 

지난 2017년 서울에서 창립된 한미동맹재단(회장 정승조)의 사무총장인 신경수 전 주미국방무관은 이날 추도사에서 “그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며 “그는 1950년 한국으로 와 북한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도 함께 지켰다”고 했다. 한미동맹재단은 이날 ‘윌리엄 웨버 대령 명예훈장’을 유족들에게 수여했다. 그의 이름을 기려 매년 한·미 양국 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신 사무총장은 “웨버 대령은 6·25 전쟁의 교훈을 알리기 위해 한·미 청소년들의 교육의 중요성도 항상 강조했다”며 “그의 뜻을 기려 장학 기금을 마련해 내년부터 수여할 것”이라고 했다.

고인은 이번 여름쯤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조선일보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04월 27일  김정은 ‘核은 전방위 공격용’…화급한 맞대응 核능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놓고 ‘핵(核)무기가 전방위 선제 공격용’임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김정은은 지난 25일 북한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을 통해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 없다”며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핵 무력은 둘째가는 사명을 결행할 것”이라고 했다. 핵은 방어용이라는 기존의 논리를 뒤집고 한국과 일본, 미국 등 대외 공격용임을 선언한 것이다.

특히 ‘국가이익 침탈’을 핵 선제 공격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지금까지의 방어용·협상용 주장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다. 북한은 이미 미국의 적대시 정책,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한·미 연합훈련, 한국의 첨단무기 도입, 대북 정보 유입 등을 체제 위협 요인으로 주장해 왔다. 이제부터는 대북 제재 해제, 전략자산 배치 및 한미훈련 중단을 위해 핵 공격 카드를 꺼내 들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이것이 빈말이 아님을 과시하듯, 열병식에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극초음속 미사일, 대남용 신형 전술유도무기 등 다양한 핵 공격 수단을 선보였다. “핵 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겠다”며 7차 핵실험 예고도 했다.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국가안보회의(NSC)조차 열지 않았다. 지난 5년 내내 김정은의 비핵화 사기극에 장단을 맞추는 바람에 대한민국이 북핵의 포로가 됐는데도 문 대통령은 그의 허언에 집착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비장한 각오로 이런 핵 공격 위협에 대한 맞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의 대책은 역부족이다. 재래식 무기 대응은 한계가 분명하다. 절대무기로 불리는 핵무기는 핵무기로 맞설 수밖에 없다. 남북한 핵 균형을 위한 비상조치가 화급하다.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 문제를 동맹과 협의하면서 핵농축 능력 개발 등 자체 억지력 확보도 필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27일  마지막까지 北에 놀아난 文

 김석 정치부 부장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북한의 여러 대남전술에 대한 설명이 빠지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 가운데 시험에 항상 등장했던 단골 문제 중 하나가 ‘통일전선전술’이었다. 통일전선전술은 공산당이 소수파여서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경우 이념적 정체성을 숨기고 이해관계가 같은 계층, 정당, 사회단체 등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투쟁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 전술은 레닌이 “너에게 3개의 적이 있거든 그중 둘과 동맹해 하나를 타도하고, 나머지 둘 중 하나와 다시 동맹해 다른 하나를 타도하고, 마지막 남은 하나는 1 대 1로 대결해 타도하라”고 한 지시에서 나왔으며, 100년도 넘은 1921년 6월 코민테른 제3차 세계대회에서 채택됐다. 김일성 북한 주석은 77년 전인 1945년 10월 각 도당 책임일꾼들을 대상으로 행한 ‘새조선 건설과 민족통일전선에 대하여’라는 연설에서 “광범위한 대중을 쟁취하고 적의 세력을 약화시키려면 공산당 대열을 강화하고 민족통일전선을 결성해야 한다”며 통일전선전술을 공식화했다. 학교에 다닐 당시 시험을 대비해 외우기는 했지만, 너무나 오래되고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전술이라 이게 한국 사회에 통하겠느냐는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오고 간 친서를 보고, 북한은 여전히 이 전술을 취하고 있으며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2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 친서가 오고 간 사실과 함께 친서의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각종 남북 공동선언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의 고뇌와 노고를 높이 평가했다. 또, 서로 노력을 기울이면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만 보면 두 정상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각종 합의를 만들고 지켜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무산 이후 미국은 물론 한국의 대화 요청에도 응하지 않아 왔다. 탈북자 단체 등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금강산 내 남측 자산인 호텔과 골프시설을 철거하면서 우리 대화 요구는 철저히 무시했다. 올해 들어서는 13번이나 미사일 도발을 했고, 풍계리에서는 7차 핵실험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 일련의 과정이 남측을 겨냥한 전술핵 개발용이라는 점은 북한의 핵 사용 위협으로 드러났다.

이랬던 김 위원장의 입에서 나온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변함없는 노력’에 진정성이 담겼을 리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압박 강도를 높일 기미를 보이고, 미국이 윤 당선인과 밀착하며 각종 대북 제재를 쏟아내며 압박하자 그동안 무시해 왔던 문 대통령에게 손을 내미는 통일전선전술을 쓰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청와대의 반응이다. 청와대는 북한 보도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김 위원장 친서를 받고 이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었다며 호응했다. 판문점 선언 등 각종 공동선언을 깨고, 대화도 거부해온 김 위원장이 통일전선전술 차원에서 보낸 친서 한 장에 혹한 셈이다. 5년간 김 위원장의 말뿐인 비핵화 의지에 휘둘려 왔으면서도 마지막까지 눈에 보이는 뻔한 전술에 넘어가는 이 정권의 정신 상태가 개탄스럽다.

문화일보   

 

04월 28일  文 5년은 ‘북핵 질주’ 판 깔아준 시간

 유호열 고려대 명예교수

지난 25일 밤 인민군 창설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은 최근 개발 완료한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호’를 비롯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 가공할 만한 각종 신형 무기들을 공개함으로써 핵보유국 위세를 과시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설에서, 북한의 핵무력은 전쟁 방지를 위한 억제 수단일 뿐만 아니라 국가 근본이익이 침탈되는 등 비군사적 상황에서도 언제든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공언함으로써 공세 수위를 한층 노골화했다. 국제사회가 그동안 북핵 해결을 위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어 질주하기 시작했으며, 향후 그 이상의 도발도 마다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능력을 고도화하는 한편 각종 신형 무기들을 신속히 실전 배치하면서 전술전략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현 상황에서 이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거나 ‘비핵화’라는 프레임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려는 시도는 비현실적이다. 지난 22일 공개된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의 내용을 보더라도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진 헛된 미몽에 불과했음을 상기시켰고, 반면 김의 답신은 철두철미 속임수로 위장된 간계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엊그제 방영된 고별 인터뷰에서, 지난 5년간 평화가 정착되고 따라서 진보가 안보를 잘 지켰다고 했지만, 이는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주장일 뿐이다. 게다가 윤석열 당선인의 선제타격 발언은 지도자로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면서도 핵 도발 가해자인 김정은은 평가하지 않겠다니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탈냉전 이후 지난 30여 년간 오매불망 핵무력 개발에 모든 걸 쏟아부어 온 전력을 고려할 때 북한이 보유한 무기체계나 일전불사 의지를 결코 외면하거나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문 정부 5년간 북한의 도발이 없었던 것은, 진보 정부의 성과도 아니고 남북 합의나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감 때문도 아니었다. 한국 내 친북 정권의 등장으로 북한이 외부로부터의 위협이나 제약을 받지 않고 핵무력을 고도화시킬 수 있었던 무한질주의 시기였음을 4·25 야간 열병식은 입증했을 뿐이다.

 

윤 당선인과 차기 정부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한·일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한·미·일 공조 체제와 쿼드를 통한 집단방위체제를 이중 삼중으로 구축하는 일은, 점증하는 북한의 핵 위협과 신냉전 구도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보호 조치다.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운용과 조속한 3축 체계 완성을 통해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 향후 미국과의 핵공유 전략 역시 적극적으로 검토할 사항이다.

국제사회의 온갖 제재에도 핵무력을 더욱 강화할 것을 분명히 선언한 북한, 공멸할 게 분명한데도 언제든 동족인 우리에게 핵 선제타격을 가할 수 있는 김정은 정권을 향해 윤 정부는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대응·대비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전쟁 억지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군사력에만 의존할 수 없고, 우수한 무기체계만으로도 부족하다. 윤 정부는 북한을 상대로 ‘무력에는 무력으로, 대화에는 대화로’ 언제 어디서든 승리할 각오와 실전 대비태세를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04월 28일  北 해커 포섭 현역장교 간첩사건 첫 적발…군사기밀 대량 유출될 뻔

안보지원사, A대위 4800만원 비트코인 받고 北 해커에 수차례 군사기밀 전송
북 해커 지령을 받고 軍전장망 해킹시도 및 군사기밀 누설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는 북한 해커의 지령을 받아 군사기밀을 유출하고 군(軍)전장망(ATCIS) 한국군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해킹 시도에 도움을 준 현역장교 A 대위를 국가보안법위반(목적수행) 등의 혐의로 수사해 지난 15일 국방부 검찰단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국방부 검찰단 보통검찰부는 A 대위에 대한 보강수사를 통해 범행의 경위와 세부내용 등에 대한 추가 진술을 확보한 뒤 28일 A 대위를 구속 기소했다.

안보지원사는 올해 1월 A 대위에 대한 제보를 받아 수사를 개시하는 과정에서 A 대위가 민간인 B 씨와 함께 KJCCS 해킹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2월 초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에 첩보를 제공해 공조 수사를 전개했다. 수사 결과 A 대위는 장교 임관 후 2020년 3월쯤 민간인 대학 동기 소개로 북한 해커와 서로 연락하게 됐고,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포섭됐다.

A 대위는 지난해 11월 북한 해커의 지령을 받고 ‘국방망 육군홈페이지 화면’ ‘육군 보안수칙’ 등을 촬영해 텔레그램으로 전송한 대가로 비트코인을 수수했다. 이후 최근까지 북한 해커 지령에 따라 군사기밀 및 군사자료를 수회에 걸쳐 전송, 48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대가로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올해 1월에는 북한 해커의 지령을 받고 민간인 B 씨와 연계해 군 전장망 KJCCS 해킹시도에 도움을 주기 위해 로그인 자료 등을 촬영해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북한 해커로부터 비트코인을 받아 휴대전화 및 자료 전송용 노트북을 구매하고, 민간인 B 씨가 발송한 손목시계형 몰래카메라를 영내에 반입하는 등 해킹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보지원사는 지난 2일 A 대위를 전격 압수수색해 관련 범증을 확보했고, 송치 후 국방부 검찰단의 보완수사를 거쳐 기소를 하게 됐다. 안보지원사는 “이번 사건은 북한 해커에게 포섭된 최초의 현역 군인 간첩혐의 사건으로, 군에서 사용 중인 전장망이 해킹됐다면 대량의 군사기밀이 유출돼 국가 안보에 심대한 위험을 초래했을 것”이라며 “경찰과의 유기적인 공조 수사를 통해 사전에 이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