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2022-02/ 02월- 03월
02.02 ‘9세 의학신동’, 10년 후 대통령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한 이유
5세부터 의학서적을 읽었다. 대학에서 쓰는 해부학 책은 물론, 뇌(腦)에 관심이 많아 신경의학서까지 독파했다. 9세 때는 ‘의학 신동’으로 공중파 채널도 탔다. 당시 출연한 현직 의사로부터 ‘의대 본과 4학년의 지식수준 혹은 그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아이는 커서 국가를 상대로 전면전(全面戰)에 나선다.

▲지난 1월 7일 헌법재판소에 방역패스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낸 양대림군(좌)과 채명성 변호사(우). /사진=뉴시스
방역패스 논란이 뜨겁다. ‘뭔가 이상하고 불편한데?’ 지엽적인 볼멘소리에 불과하던 게 이제는 거대한 공론장(場)을 형성했다. 그 한가운데에 양대림(19) 군이 있다. 양군이 정부를 상대로 건 다툼은 총 4건이다. 지난해 12월 10일. 방역패스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같은 달 22일에는 ‘청소년 방역패스는 직권남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12월 27일, 문 대통령과 김 총리, 정 청장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올해 1월 7일에는 시민 1724명과 함께 정부와 전국 17개 시·도지사를 상대로 방역패스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지난 1월 7일 그를 만나봤다.

▲지난 2011년 3월 24일 방영된 'SBS 세상에 이런일이 635회 '9살 의학신동' 편'. 양군이 의사 가운을 입고 의학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SBS 방송분 캡처
- ‘방역패스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게 헌법소원의 요지더군요.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지만 공익(公益)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제한하기도 하죠.
“여기서 공익은 ‘백신이 집단 면역을 이룬다’는 명제가 참일 경우 성립되는 겁니다. 방역패스를 찬성하는 입장은 정부가 지정한 ‘백신은 공공보건에 이익이 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는 거죠. 저는 그 전제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거고요.”
- 법원에서는 지난 1월 4일 앞서 학부모단체 등이 제기한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등을 일부 인용했죠.
“이번 집행정지로 인해 확진자나 위중증 환자가 늘어난다거나 하는 변수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법원 입장에서도 이 결정이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는 건 방역패스의 위법 소지가 분명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정부는 결국 1월 18일 학원, 독서실·스터디카페, 도서관, 박물관·미술관·과학관, 영화관·공연장, 대형마트·백화점 등 6가지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를 해제했다. 한편 방역패스 집행정지 판결이 나온 2건의 행정소송에 대해서는 항고한 상태며 오는 3월 1일부터는 청소년 방역패스 또한 종전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 정부는 2건의 효력금지 판결에 즉시 항고하며 ‘방역패스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는데요.
“아무리 정부라고 해도 재판에서만큼은 신청인과 피신청인 관계로 대등한 소송법상 지위를 갖고 있으니, 그 자체가 문제라고 보진 않아요. 다만 정치적으로는 과연 온당한지 의문이에요. 법원에서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걸 분명히 했다면 정책 결정자 입장에서는 문제점 인정, 책임자 사과, 정책 방향의 수정이 더 적절한 처사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내가 백신 반대론자?
- 정부가 방역패스를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무지(無知)해서 그런 건지 뭔지, 이유를 정말 모르겠어요.”
- 과정이 매끄럽진 않지만 어쨌든 국민 안전을 위한 방책 아니겠습니까.
“보건복지부가 방역패스 도입 시 내놓은 취지도 ‘안전한 다중이용시설의 이용’이기는 하죠. 그 말은 접종자와 미접종자 간 코로나19 전파력에 차이가 있다는 걸 전제하는 건데,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옥스퍼드대에서 내놓은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일단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접종자나 미접종자나 전파력은 같다고 나와요.”
- 방역패스가 팬데믹 상황에서 내린 어쩔 수 없는 극약 처방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반대한다면 대안은요.
“일본을 비롯한 몇몇 국가처럼 자연적으로 면역이 형성되도록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극약 처방’이라면 말기 암 환자처럼 여명(餘命)이 짧은 환자에게 검증이 안 된 신약을 투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백신은 기본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맞는 겁니다. 최소한 해가 되면 안 되고 그걸 강제하면 더더욱 안 되는 거죠.”
-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도 안 맞았나요.
“안 맞았고 안 맞을 겁니다.”
- 고3은 수능을 치기 위해서라도 맞아야 했던 거 아니었나요.
“저는 수시 지원자라 수능을 안 봤지만, 응시자라고 접종이 필수는 아니었습니다. 학교 측에서 미접종 학생을 따로 관리해야 하니 행정 편의상 ‘맞으라’고 한 걸 다들 잘 따랐을 뿐이죠.”
- ‘접종 강요 행위’에 방점을 찍었지만, ‘백신 반대론자’이기도 한 겁니까.
“전혀요. 백신을 비롯해 의학 기술을 기본적으로 신뢰하는 입장이에요. 몇 달 전, 남성들은 보통 안 맞는 HPV(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을 3차까지 다 맞을 정도로요.”
- 그런데 코로나19 백신은 왜 안 맞았습니까.
“신약이 어떤 임상시험을 거치고 얼마간의 기간에 걸쳐 개발되는지의 과정을 어렸을 때부터 공부했는데, 그 기준에 비춰봤을 때 코로나19 백신은 신뢰가 떨어진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모더나·화이자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 백신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적용됐다고 하잖아요. 지난해 11월 2일에는 화이자 백신 임상시험이 졸속했다는 문제가 제기[영국의학저널(BMJ)의 <코로나19: 연구자가 고발한 화이자 백신 임상시험 데이터 무결성 문제(COVID-19: Researcher blows the whistle on data integrity issues in Pfizer’s vaccine trial)>]되기도 했죠. 3상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업체 관계자가 이중맹검(二重盲檢) 등의 원칙이 위배됐다고 폭로한 내용입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지난 11월 ‘확인해보겠다’고 한 후로 현재까지 뚜렷한 답변이 없는 상태고요.”
◇접종 여부는 개인의 선택
- 개발 과정에 잡음이 있다고 백신 효과 자체를 부정하는 건 무리 아닐까요.
“제 요지는 효과가 있다, 없다라는 상반된 연구 결과가 나온 상태고 안전하다, 아니다라는 두 가지 입장이 있으니 둘 중 어느 것을 신뢰할지는 개인의 선택에 맡기라는 겁니다. 백신의 효과를 믿겠다? 그럼 맞으면 돼요. 수술도 마찬가지잖아요.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할 건지 말 건지는 본인이 판단하는 거죠.”
- 아직도 여러 명망 있는 의료진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라고 하는데요.
“그분들에게 묻고 싶어요. 5년 후를 어떻게 자신할 수 있는지요. 예를 들어 ‘벤조디아제핀’이라는 신경안정제가 있습니다. 복용 후 추적 관찰을 해보니 20년 뒤 치매 위험이 높아진 걸로 드러났어요. 코로나19 백신은 모두 신생 백신으로 중장기시험 데이터가 없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최근 ‘백신 전도사’로 불렸던 유명 의사가 본인의 부작용 경험을 밝히며 1차 접종까지만 한 사실이 드러났죠. 이 사례처럼 본인이 직접, 혹은 내 가족이 실제로 부작용을 경험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는 거예요.”
- 백신패스 반대 여론이 커지면서 3차 접종률(41.0%, 1월 9일 기준)이 주춤한 가운데 4차 접종 얘기도 나옵니다.
“흔히 사람들이 1년마다 맞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독감) 백신도 해마다 그 내용물이 다릅니다. 이 바이러스도 거의 매년 변이를 일으키거든요. 세계보건기구(WHO)가 미리 그해 유행할 바이러스를 예상해 발표하면 제약사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백신을 생산하는데, 만일 발표 시기와 실제 접종 시기 사이에 변이가 발생하면 백신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죠. 코로나19 같은 경우 2년 사이 벌써 수차례 변이가 발생했는데, 백신은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기원종을 타깃팅해 만든 거죠.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 중화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고요.”
◇‘박근혜 변호인’ 선임 배경
- 방역패스 관련 내용은 잘 알겠습니다만, 문 대통령 등을 살인미수 및 살인죄로 고발한 이유는 뭐지요?
“지난 12월 20일 정부가 42개 의료기관의 코로나19 중증 병상 장기 입원 환자 210명에게 격리 병상에서 일반 병상으로 옮기라는 행정명령을 내려 이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했다는 요지입니다. 퇴실 명령을 받은 환자 중 22명이 결국 사망에 이르렀죠. 피고발인들은 사망 환자들에 대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의 죄책을, 그리고 나머지 사망하지 않은 188명의 환자에 대해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죄의 죄책을 져야 마땅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살인죄에 있어서 고의는 명백히 살해하려는 의도가 아니더라도 사망이라는 결과를 용인하는 어떤 내심의 의사가 인정된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고 있어요.”
현재 양군이 진행 중인 사건들의 법률대리인은 의사 출신 변호인 등 총 3명이다. 그중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채명성 변호사도 있다.
- ‘박근혜 변호인’으로 알려진 변호사를 선임해 일각에서는 ‘특정 정치 세력이 순진한 고3 학생을 조종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더군요.
“’하필’ 대선을 앞두고 어떤 고등학생이 불쑥 튀어나와 정부를 비판하니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더라고요. 근데 위헌 여지가 있다는 해석, 자료정리, 청구서 초안은 처음에 저 혼자 작성한 거예요. 이후 인터넷으로 변호사를 검색했고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사건 수임을 부탁한 거고요.”
- 소송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이후 계획은요.
“패소하는 상황을 상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만일 그렇게 되면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헌재든 법원이든 정부에 면죄부를 준다면 저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저항도 더욱 거세질 거라 예상해요.”
◇정치 관심 없어, 헌법학자가 꿈
그는 “어린 시절에는 의사가 꿈이었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할아버지의 의료 소송을 경험하며 관심사가 점차 법 쪽으로 옮겨갔다”고 했다. 이번 입시에서는 국내 최고 명문대에 원서를 냈지만 아쉽게도 낙방했다고 한다.
- 훗날 사회에 나갔을 때 공개적으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과거가 발목을 잡을까 두렵지는 않습니까.
“솔직히 걱정돼요. 특히 공직자를 못 할까 봐요.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임용권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두려움보다 지금 당장 저와 주변 사람들이 느끼는 부당함이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에 행동한 것이니, 어느 정도 감수해야겠죠.”
- 올해부터 국회의원, 지방선거 출마 가능 나이가 만 18세로 하향조정 됐는데, 혹시?
“그런 생각 ‘1′도(하나도) 없어요. 현실정치판에 들어가서 이해관계에 따라 자기 소신을 잃는 경우의 수를 두고 싶지 않거든요. 헌법학자가 돼 정치권 밖에서 학자로서 균형 있는 목소리를 내며 궁극적으로 국가에 이바지하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허무맹랑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이를 통해 종국에는 노벨평화상을 타는 게 꿈입니다.”
- 올해부터 투표권이 생기죠. 누굴 뽑을지 정했습니까.
“네.”
그는 “3월 9일에 놀러갈 계획을 세우는 친구도 있는데, 19년간 기다려(?) 어렵게 얻어낸 첫 투표권인 만큼 반드시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 ‘이대남’보다 어린 ‘십대남’은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하는지 궁금하군요.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 지금은 ‘적어도 최악(最惡)은 피하자’는 생각이에요.”⊙
조선일보 박지현 기자 talktome@chosun.com월간조선
02.09 중국 공산당, 올림픽에서 ‘메달 공정’ 벌이고 있나

▲7일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중국 선수(오른쪽)가 결승선에서 헝가리 선수를 밀고 있다. 금메달은 중국 선수에게 돌아갔다. /뉴스1
7일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경기를 본 사람들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선수들이 별다른 접촉 없이 중국 선수를 추월했는데도 ‘레인 변경 반칙’이라며 전원 실격 처리됐다. 결승에 오른 중국 선수는 헝가리 선수와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였는데도 반칙은 1등으로 통과한 헝가리 선수에게만 주어졌다. 금메달은 중국 차지였다. 5일 쇼트트랙 혼성 계주 준결승에서도 중국은 앞서 달린 국가들이 ‘반칙’을 했다는 판정 덕분에 결승에 올랐다. 중국 선수는 1위로 결승선을 넘지 않아도 금메달을 따고 있다. 올림픽 등에서 개최국 ‘텃세’는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정도가 있다. 베이징에선 도를 넘고 있다.
중국의 ‘메달 공정’은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의 3연임 대관식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말 3연임을 확정할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베이징 올림픽을 시진핑 업적으로 포장하려는 것이다. 최근 중국 공산당은 대입 시험에 ‘시진핑 사상’ 문제를 출제하고, 시진핑에 대해 ‘살아 있는 부처’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지금 베이징 올림픽에서 벌어지는 무리한 일들도 시진핑의 ‘중화 부흥’을 선전하려는 것 아닌가. 중국이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종목인 쇼트트랙이 집중적인 공략 대상이 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스키점프 단체전에서 독일·오스트리아·노르웨이·일본 선수가 ‘복장 위반’으로 무더기 실격된 초유의 일도 동계 스포츠 강국의 메달 획득을 방해해 중국의 전체 순위를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추정까지 나온다.
중국 공산당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국제법이나 국제사회의 관례, 여론 등은 쉽게 무시한다. 베이징 올림픽을 보며 중국 공산당의 이런 행태가 스포츠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2.10 신규 확진 5만4122명, 5만명대 첫 진입... 1주새 2.4배 폭증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5만명을 넘으며 연일 최다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만4122명으로 집계된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2.02.10. /뉴시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총 5만4122명이라고 밝혔다. 일주일 전인 3일(2만2906명)의 2.4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다. 앞서 방역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이달 말에는 하루 13만~17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국내 신규 확진자 5만4122명 가운데 국내 발생은 5만4034명, 해외 유입은 88명이다. 병원에서 치료 중인 위중증 환자는 282명으로 전날보다 3명 줄었다. 사망자는 하루 동안 20명 발생해 누적 사망자는 6963명이 되었다. 누적 치명률은 0.59%이다.
9일까지 코로나 백신을 2차까지 맞은 사람은 4415만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접종률은 86.1%를 기록했다. 3차 접종(부스터샷)을 마친 사람은 2859만명으로 인구 대비 접종률은 56.0%다.

조선일보 김태주 기자
02월 10일 오미크론 대응 혼란과 文정부 무책임

노환규 하트웰의원 원장 前 대한의사협회장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을 넘어섰고, 질병관리청장은 조만간 하루 확진자가 17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하루 확진자 수와 사망자가 우리나라의 5∼15배나 되는 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잇달아 방역 완화 또는 해제를 선언한다.
지난 2일 스위스는 밀접접촉자의 격리와 재택근무 의무를 해제했다. 당시 스위스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를 우리나라 인구로 환산하면 약 20만 명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스위스 정부는 “신규 확진자 수는 늘고 있지만, 중환자실 점유율은 줄고 있고,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사례가 이전 다른 변이보다 적다”며 방역 완화 조치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은 스위스보다 더 앞서서 방역 규제를 완화하거나 해제했다. 영국도 최근 방역 규제를 전면 해제했으며, 이탈리아도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등 방역 규제를 완화했다. 서유럽 국가들이 속속 방역을 완화하는 배경은, 오미크론의 낮은 사망률과 낮은 중증이환율이다.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델타의 5분의 1로 알려져 있고, 초기 코로나19와 비교하면 치명률은 더 크게 떨어졌을 뿐 아니라 무증상 감염자도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 정부도, 이전 코로나바이러스에 비해 독성은 작지만 전파력이 크게 강하다고 알려진 오미크론이 주종을 이루면서 하루 3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새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내용은 유럽 국가들과 사뭇 다르다. 지난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한 검사·치료체계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밀접접촉자의 격리 대상을 축소하고 △역학조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자기 기입식 조사서를 도입하며 △GPS 위치 추적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택치료 대상자를 일반관리군과 집중관리군으로 나눠 일반관리군은 스스로 관리토록 하고, 상대적 위험성이 큰 집중관리군(60대 이상, 50대 기저질환자, 면역 저하자)에 대해서만 모니터링하겠다는 것 등도 포함돼 있다.
10일 시행에 들어간 ‘오미크론 대응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위험군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는 달리 ‘통제는 놓지 않고, 정부 책임을 최소화하는 대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정부는 우리가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하는 여정 중 어디쯤 와 있는지, 오미크론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와 어떻게 다른지, 따라서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국민은 언제부터 자유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한 적이 없다. 오히려 며칠 전, 어느 여당 국회의원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빨리 치료해서 여당 후보를 찍도록 안정적으로 확진자 관리를 해 달라”고 해 구설에 오른 일이 씁쓸함을 더한다.
오미크론이 아직은 사망률과 전파력이 계절독감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으나, 2019년 말에 발생한 코로나19가 오미크론을 기점으로 계절독감으로 이행되는 과정에 있다는 주장에 대다수 의료 전문가는 동의한다. 여당 의원의 발언처럼 코로나19가 대통령 선거에 이용되는 변수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대선의 투표권 행사를 포함해 이제는 정부가 국민에게 자유를 돌려줄 때가 됐다.
문화일보
02.14 헷갈리는 방역 신호등, 국민은 혼란 속에서 각자도생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13일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5만6431명을 기록하면서 또다시 역대 최다치를 경신했다. 주말임에도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전날보다 1490명 늘어 4일 연속 5만명대를 기록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다음달 초 하루 확진자가 최대 36만명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아무리 오미크론 변이는 중증도가 낮다고 하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 입원 환자수, 위중증 환자 수도 급증하는 것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코로나에 취약한 전국 요양병원과 요양원, 장애인 복지시설 등에서 잇따라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해 우려를 더하고 있다. 13일 방역당국이 내놓은 코로나 발생 현황을 보면 주요 집단감염 사례 25건 중 20건(80%)이 요양병원·시설, 노인시설 관련 감염이었다.
이런 가운데 방역 당국이 계속 거리 두기 체계를 완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할 수 있으면 내주라도 조정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얼마 전에는 코로나를 ‘계절 독감’과 유사하게 관리하는 일상적 방역·의료체계로 전환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완화 신호는 이미 방역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3차 접종(부스터샷)’이 하루 평균 32만명 정도에서 최근 평균 16만명 정도로 반 토막 났다. 방역 당국 신호에 굳이 백신을 맞아야 하느냐는 분위기가 생긴 것이다. 또 자가진단키트 구입도 쉽지 않은 데다 주변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올 경우 언제 어떻게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명확한 지침도 알려지지 않아 검사조차 꺼리는 분위기도 생겨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에선 좌석 한 칸 띄어 앉기 등을 해야 하고, 백화점·대형마트 등에선 판촉 행위 등을 금지하는 등 방역 수위를 높이는 분야도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오미크론 확진자 수의 정점을 확인하지 못했다. 위중증 환자가 어떤 패턴으로 얼마나 발생할지도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 당국이 섣부른 판단으로 헷갈리는 신호를 계속 보내면 자칫 2년 이상 버텨온 방역 체계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대통령과 정권이 그토록 자랑해온 K방역은 제 구실을 포기한 상태에서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조선일보 사설
02.14 코로나 늑장방역 누구 책임인가, 분명히 밝혀내야
되풀이되는 뒷북 대응

▲김윤의 퍼스펙티브
한겨울 추위에 길게 늘어선 선별검사소의 대기 줄, 문자도 없고 전화해도 받지 않는 보건소, 어렵게 찾아가니 아직 준비가 안 돼 코로나 검사를 할 수 없다는 동네 병·의원, 하루가 멀다고 바뀌는 정부의 방역 지침. 준비되지 않은 정부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방역이 만들어 낸 대한민국의 풍경이다. 정부의 허술한 오미크론 방역 탓에 국민은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다.
정부는 준비하는 데 시간이 부족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됐을 때 많은 전문가가 1월 말이면 오미크론 변이가 우리나라에서도 우세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파력이 매우 높지만 중증도는 낮기 때문에 새로운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초기부터 있었다.
겉만 다를 뿐 실제 내용은 같아
지난해 12월 중순 단계적 일상 회복을 중단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늘어난 탓도 있었지만 다가오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비해 새로운 대응 체계를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오미크론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월 하순까지 정부에 약 5주 동안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초안이나마 오미크론 대응 계획을 내놓은 것은 오미크론 유행이 시작되기 직전인 1월 20일이었다.
전형적인 뒷북 대응이었다. 계획은 허술했고 바뀐 계획에 따라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환자를 관리할 동네 병·의원은 머뭇거렸고 그사이 국민은 또다시 보건소로 몰렸다. 선별검사소에는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긴 대기 줄이 만들어졌고, 하루가 멀다고 바뀌는 정부 지침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들로 보건소 전화는 끊임없이 울려댔다.
찬찬히 지난 2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을 되돌아보면 허술한 뒷북 대응으로 국민이 혼란과 고통을 겪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겉모습은 달라도 속 내용은 같은 일이 지난 2년 동안 여러 차례 되풀이됐다. 재작년 겨울 3차 유행 때 전문가들은 민간 병원 병상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는 그 같은 “극단적인 계획을 검토할 상황”이 아니라며 머뭇거렸다. 입원 대기 환자가 수백 명을 넘어서고 집과 요양병원에서 병상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가 속출하자 정부는 뒤늦게 대학병원 중환자 병상을 동원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 사이 코로나19 환자 치명률은 5배 가까이 뛰었고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환자는 수백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 회복도 준비되지 않은 채로 시작된 것은 마찬가지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정부는 환자를 치료할 병상과 인력을 늘리지 않고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용감하게 전환했다. 준비 없이 시간을 허송하다가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전환하지 않기 어려운 시기가 되니 근거 없는 낙관론에 기대 용감한 전환을 감행한 것 같다. 준비되지 않은 단계적 일상 회복은 시작된 지 한 달 반 만에 노인들의 돌파 감염으로 인한 중증 환자 증가로 인해 멈춰 서고 말았다. 3차 유행에서와 같이 수많은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하지 못하고 일부는 그로 인해 사망하는 일이 반복됐다.
블랙박스에 갇힌 정부 정책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먼저 우리는 누가 왜 이 같은 결정을 했는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전환하기 전에 병상과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많은 사람의 주장을 누가 어떤 이유로 묵살했는지 알지 못한다. 정부 내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누가 이 같은 결정에 책임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정부가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이 블랙박스처럼 불투명해지면 국민에 대한 정부의 정치적 책임도 희미해진다. 그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비판하기 어렵고, 누가 그 같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으니 비판의 대상도 모호해진다. 대중의 비판으로부터 피난처를 찾은 정책 결정자는 국민보다 자신과 조직을 위한 결정을 내릴 위험성이 높아진다.
되풀이되는 정부의 허술한 뒷북 대응에 국회와 언론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정부 내에서 누가 어떤 결정을 했는가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야 할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국회가 방역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K방역의 성공을 주장하는 것도, 반대로 정부의 방역을 실패로 몰아가는 것도 모두 국민의 혼란과 고통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론 역시 자극적인 소재에 끌려 정작 되풀이되는 정부의 허술한 방역 대응의 원인을 밝히는데 천착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와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이 정부는 투명하지 않은 정책 결정 과정의 뒤에 몸을 숨기고 국민에게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피하고 있다.
정보 투명성이 방역 성공 결정
정부의 투명성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방역의 성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정부를 신뢰해야 국민이 정부의 방역 지침을 잘 따르게 되고, 국민이 서로를 신뢰하게 되고, 그 결과 방역이 확진자 수를 줄이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수도 있고 작은 규모의 유행이 당분간 계속될 수도 있다. 몇 년 후에 새로운 감염병이 다시 우리를 찾아올 수도 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언론은 왜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는지 밝히고, 국회는 법과 예산 고치고 정부를 채근해 국민의 혼란과 고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허술한 뒷북 대응으로 인해 국민의 혼란과 고통 되풀이되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다.

중앙일보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02.18 복지부 차관(코로나19 확진) 발언으로 확인된 방역 현장의 혼선
류 차관 “국민들, 정보 없다면 혼란스러울 것”
재택치료자 의료 공백 없게 빈틈 정비해야
코로나19 방역체계가 재택치료 중심으로 바뀌고 일주일이 지났지만 일선 현장의 혼선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특히 코로나 확진자가 일주일마다 ‘더블링’ 현상을 보이며 폭증하면서 의료인력의 업무 강도가 살인적으로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방역 현장의 난맥상은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류근혁 보건복지부 2차관의 발언을 통해 재차 확인됐다. 류 차관은 지난 16일 방송에 출연해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목록(병원 명단)을 보고 약 처방을 받기 위해 병원에 전화했는데 두 군데 정도가 연락이 안 돼 다른 쪽에서 처방받았다”고 토로했다. 재택치료를 처음 받는 대부분의 국민은 정보가 없다면 상당히 당황하고 혼란스럽겠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방역 정책을 관장하는 최고위급 지휘관이 체험한 실상이다. 재택치료자들이 증상이 악화됐을 때 도움을 요청할 의료기관 전화 연결과 약 처방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생생한 사례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방자치단체별로 설치·운영토록 한 재택치료 행정상담센터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경기도 산하 31곳의 지자체 중 9곳은 이 업무를 보건소에 떠넘겨 놓고 인력 지원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러다 보니 보건소 직원이 자정까지 전화통에 매달리고 새벽에 퇴근하는 일이 빈번하다. 하루에 1000명의 확진자가 나오는데 혼자서 자가격리 업무를 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청와대 국민청원에 “보건소 공무원도 사람입니다”라는 읍소 글까지 올라왔겠나.
교육부가 전국의 유·초·중·고 학생들에게 ‘검사 결과 음성 확인 후 등교’를 추진하다가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검사’를 ‘권고’로 입장을 바꾼 것도 오락가락 행정의 대표 사례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진자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고 있다. “실제 확진자 수는 정부 발표의 2~5배일 수 있다”(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얘기도 나온다. 예상보다 확진자가 쏟아져 현장 관리에도 구멍이 생겼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미크론 대응체계로의 전환과 재택치료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며 한가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당국은 현행 거리두기를 사실상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예고한 데 이어 오늘(18일) 새 지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고육지책으로 읽힌다.
문제는 철저한 대응체계를 갖췄느냐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곧 10만 명을 넘어서고, 다음 달 초엔 20만~30만 명대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 등 주요국들의 방역 해제 단행 사례를 참고해 중증 환자는 물론, 30만 명을 넘어선 재택치료자들에게 의료서비스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 대응체계의 빈틈을 촘촘히 정비하는 게 급선무다.
중앙일보 사설
02.22 재택 치료 7개월 아기, 애타게 병상 찾다 숨지는 기막힌 현실

▲21일 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PCR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확진자 폭증으로 재택 치료자가 50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재택 치료 중 사망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1일 0시 기준 새 확진자는 주말 검사량 감소에도 9만5362명을 기록했고 재택 치료 대상자도 46만9384명을 기록하는 등 폭증세다. 이런 가운데에 재택 치료 판정을 받은 뒤 상태가 급변해 병세가 나빠졌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에서는 코로나 확진 후 재택 치료를 받던 7개월 영아가 고열에 발작 증세를 일으켰지만, 지역 내 병상을 확보하지 못해 다른 도시로 이송 중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119 구급대는 신고 6분 만에 집에 도착해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했지만, 확진자 증가 탓에 빨리 병상을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10곳이 넘는 병원에 연락한 끝에 인근 도시 대학병원으로 향했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방역 당국은 “병상 문제라기보다는 응급 의료 체계에 가중이 있었던 것”이라고 하지만,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곧바로 병상을 확보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는 50대 남성이 지난 19일 재택 치료를 받다 홀로 숨졌다. 확진자가 연락이 닿지 않으면 찾아가 봐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현재 중환자 병상이 2600개 이상이어서 여력이 충분하다고 하는데 왜 이런 일이 계속 생기나. 60세 이상 확진자에게 보내준다는 자가 치료 세트를 받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고, 1일 2회 환자 모니터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방역 당국이 21일 전망한 대로 오미크론 대유행이 2월 말이나 3월 중 정점에 달하고 확진자가 하루 최다 14만∼27만명 나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기 어렵다. 현장 의료진이나 간호사 등 필수 인력에서 감염이 속출하는 점도 문제다. 중환자를 돌볼 의료진이 부족해 실제 가용할 수 있는 병상은 훨씬 적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미크론 치명률은 약 0.18%로 낮다” “오히려 한 차례 정도 큰 유행을 거치면서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마치 바이러스가 빨리 퍼지기를 바라는 듯한 어투로, 무책임한 태도다.
조선일보 사설
02.23 5000원 냉면 포기한 사장님
서울 청량리시장에서 12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냉면집 ‘다미옥’ 주인 이충현(65)씨는 지난 6년간 냉면 한 그릇을 5000원에 팔았다. 이씨에게 ‘5000원 냉면’은 맛있는 냉면 싸게 판다는 자부심이고 큰 ‘타이틀’이었다. “면이 쫄깃하고, 육수 맛 좋아서 5000원 주고 입이 호사한다”는 손님들이 가게를 채워줬다.
그런데 작년 11월 이씨는 자랑거리를 잃어버렸다. 냉면 값을 6000원으로 올렸다. 아내와 두 아들까지 가족들이 모두 달려들어 일하는데 남는 게 없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했다. 냉면 값 올린 게 무슨 죄라도 지은 것처럼 이씨는 연신 “재료 값이 뛰는데 더 버틸 재주가 없었다”고 했다.

▲을지로 '동경우동'의 오뎅백반(왼쪽)과 청량리 시장 '다미옥'의 비빔냉면.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여름, 서울 시내에서 5000원 내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가성비 맛집’을 취재했다. 당시 들렀던 가게에 연락을 돌려보니 모두가 ‘죽을 맛’이라고 했다.
단돈 2000원에 ‘최저가 자장면’을 팔아 종로 일대 상인들과 어르신들 사이 소문난 동묘 ‘남도식당’도 최근 자장면 가격을 500원 올렸다. 그 뒤로 하루 500~700그릇 팔리던 자장면이 300그릇 밑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주인 장인종(62)씨는 “없는 사람들은 한 푼이라도 더 아껴 어떻게든 싸게 먹으려 한다. 가격 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36년 된 을지로 ‘동경우동’도 2018년부터 4000원에 팔던 우동 가격을 지난 설 이후 500원 올렸다. 주인 김석주(43)씨는 “‘비싸게 팔지 말라’던 아버지 뜻에 따라 200~300원씩만 올렸는데 이번엔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넉 달째 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섰다. 10년간 없던 일이다. 물가 조사 품목 468개 가운데 339개가 올랐다. 식자재 값이 뛰면서 외식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5% 넘게 올랐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점심 값이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지만, 가격 올려받는 식당 주인들도 괴롭다. 코로나로 줄어든 손님들이 아예 발걸음을 돌릴까 봐서다. 단골들이야 발길을 끊진 않겠지만 속으로는 “동네 장사하면서 가격 올린다”고 못마땅해하지 않을까 걱정이고 무섭다. 신촌의 한 쌈밥집 사장님은 “휴대폰 앱으로 농산물 경매 단가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요샌 재료 값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새벽 시장 끝나고 떨이 채소를 골라온다”고 했다.
정부는 오늘부터 매주 자장면, 갈비탕 등 12개 외식 품목의 가맹점별 가격과 상승률을 발표하기로 했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격 인상 억제를 위해 시장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물가를 잡아야지, 식당 주인들 멱살을 잡으려고 한다. “저 자장면집 가격 올렸다”고 조리돌림을 하면 가격 못 올리지 싶은 모양이다. 박리다매 서민 식당들 중에 가격 인상 달가워하는 주인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가 내놓은 물가 대책이란 게 번짓수가 한참 잘못됐다.
조선일보 황지윤 기자
02.25 등교 여부, 교육부는 학교에, 학교는 학부모에게 떠넘겨
오미크론 변이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다음주 새 학기 개학을 앞두고 아직까지 등교 방식을 정하지 못한 학교들이 많다. 이로 인해 학부모·학생은 물론 교사 등 학교 구성원들이 겪는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교육부가 지난 21일 갑자기 ‘학기 초 학교장 재량으로 2주간 원격수업을 할 수도 있다’는 방침을 일선 학교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학교들은 학부모 민원 폭증을 우려해 학부모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등교 여부 결정을 떠넘기자 학교는 학부모에 결정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현재 12-17세는 백신 2차 접종률이 63.4%에 그치고 11세 이하는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이에 따라 전체 확진자 중 10대 이하 비중이 25.5%에 이르는 등 소아·청소년층에서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이들이 다시 가족에게 전염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교 여부는 핵심 문제다. 교육부는 이를 일선 학교가 알아서 하라고 떠넘긴 것이다. 저학년의 경우 아이가 원격수업을 하게 되면 휴가를 내야 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교사들도 원격과 대면 수업을 모두 준비해야 해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교육부도 이를 모르지 않을 테지만 모든 걸 학교로 떠넘겨 버렸다.
교육부는 3월 한 달 확진 규모와 양상이 학교·지역별로 매우 다를 것이라고 하지만 학교는 방역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교육부가 방역 당국과 협의해 확진‧격리 수준에 따라 원격수업 전환 여부를 결정할 과학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옳다. 지금 교육부 행태는 책임질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5년 모습 그대로다.
교육부의 무책임 행태는 이번만이 아니다. 교육부는 학생수 감소로 전국 대학들이 동시다발로 문을 닫을 판인데도 대학 정원의 감축을 사실상 포기하고 대학 자율에 맡겼다. 대입 제도를 개혁한다면서 직접 결정하지 않고 공론화위원회 등을 만드는 바람에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개학 후 학생들에게 신속 항원 검사를 일주일에 2번 해서 ‘음성 확인 후 등교’하도록 했다가 학부모들이 항의하자 ‘검사 권고’로 입장을 바꾸었다. 차라리 교육부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02.26 ‘우리 시대의 지성’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별세

문화부 초대 장관(1990~1991)을 지낸 이어령(88)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가 26일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고인의 유족은 “오늘 낮 12시 20분쯤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큰 통증 없이 돌아가셨다”며 “유언은 따로 남기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고인은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대표 석학이자 우리 시대 최고 지성으로 불렸다. 노태우 정부 때 신설된 문화부 초대 장관이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문학평론)으로 활동했다.
이어령은 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내가 돌상에서 돌잡이로 책을 잡은 걸, 어머니는 두고두고 기뻐하셨다”라며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라서 나는 책을 읽고 상상력을 키우는 인간이 됐다”고 회상한 적이 있다. 그는 서울대 국문학과 재학 중이던 1956년 비평가로 등단한 뒤 문학을 바탕으로 인문학 전반을 아우른 지성의 필력을 휘두르면서 60여 권의 저서를 냈고, “짧게 말하겠다”면서도 홀로 서너 시간은 족히 쏟아내는 달변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지난 2009년 저술 활동 50주년을 기념한 자리에서 그는 “내가 ‘닭은 빛을 토할 뿐 울지 않는다’는 문장을 쓴 적이 있지만, 나는 계유생(癸酉生)이라 늘 울고 다니기만 했다”라며 왕성한 말과 글의 인생을 우스개로 풀이했다.
이어령은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것을 비롯해 10여개가 넘는 직함을 거쳤다. 경기고교 교사,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월간 문학사상 발행인, 조선일보 객원 논설위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장,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어령은 1956년 평론 ‘우상의 파괴’를 발표하면서 기성 문단을 향해 “무지몽매한 우상을 섬기기 위하여 그렇듯 고가(高價)한 우리 세대의 정신을 제물로 바치던 우울한 시대는 지났다”라고 통렬하게 비판해 신세대 문학의 기수가 됐다. 그는 1963년 산문집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통해 수난의 역사를 거쳐온 한국인의 심성이 지닌 장점을 새롭게 풀이해 역경 극복의 정신을 제시했다.
‘언어의 마술사’ 소리를 들을 정도로 수사학이 뛰어났던 그는 비평가로선 순수 문학의 입장에서 참여 문학을 비판했다. 1968년 조선일보 등의 지면을 통해 김수영 시인과 불온시 논쟁을 펼치면서 그는 “불온성을 작품의 가치기준으로 삼고 있는 김수영씨 같은 시인에게는, 문학비평가의 월평보다는 기관원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품명을 훔쳐보는 것이 더 유익할 것”이라며 “문학의 가치는 정치적 불온성 유무의 상대성 원리로 재판할 수 없는 다른 일면을 지니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김수영 50주기를 맞아 쓴 평론에선 화해를 모색했다. 그는 “서로 누운 자리는 달랐어도 우리는 같은 꿈을 꾸고 있었을 것”이라며 “보수·진보, 참여·순수 어느 한쪽의 흑백 하나로 보면 어떤 시인도 도그마의 희생양이 된다. 김수영에게 있어서 시는 자유요, 그 자체”라고 풀이했다.
이어령은 1982년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펴내 일본 사회의 심층을 분석하면서 일본의 하이쿠와 분재, 쥘 부채 등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축소 지향’이 트랜지스터를 비롯한 소형 상품 생산의 성공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일본이 축소 지향을 유지해 공업사회의 거인이 됐지만, 대륙 침략을 통한 확대 지향을 시도했던 것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령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을 총괄 기획했다. 개회식 마무리를 침묵 속에 홀로 굴렁쇠를 굴리는 소년의 등장으로 꾸미면서 정적과 여백의 미학을 전 세계에 제시했다.
이어령은 1990년 문화부 장관에 취임한 뒤 국립국어원을 세워 언어 순화의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장관으로서 가장 잘 한 일은 ‘노견(路肩)’이란 행정 용어를 ‘갓길’로 바꾼 것”이라고 자평하길 좋아했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세워 문화 영재 양성의 기반도 닦았다. 90년대 초부터 정보화 사회의 도래를 일찍 파악해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표어를 제시했고,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장점을 융합한 ‘디지로그’란 신조어를 내놓으면서 현실 변화에 창조적으로 대응했다. 그는 지식인으로서 ‘거듭나기’의 비결에 대해 ‘호기심이야말로 창조의 근원’이라고 강조했다. “내 인생은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고가는 삶이었다. 미지(未知)에 대한 목마름으로 도전했다. 우물을 파고 마시는 순간 다른 우물을 찾아 떠났다.”
그는 서울대 재학 중 만난 강인숙 건국대 명예 교수 사이에 2남 1녀를 뒀다. 강 교수는 “집에 오면 늘 글을 썼고, 몇 년에 한 번은 1년씩 외국에 나가 책 한 권을 써냈다”고 회상했다. 그는 2012년 맏딸 이민아 목사를 암으로 잃었지만, 딸의 권유로 기독교에 귀의했다. “지성의 종착역은 영성(靈性)”이라고 했다. “하나님도 인간이 너무 고통스러워하면 가엾게 여겨서 잠시 그 자비로운 손으로 만져줄 때가 있다. 배 아플 때 어머니 손은 약손이라고 만져주면 반짝 낫는 것 같지 않나. 그때 나는 신께 기도한다.”
그는 뒤늦게 깨달은 생의 진실에 대해 “모든 게 선물이었다”고 했다. “우주에서 선물로 받은 이 생명처럼, 내가 내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한 게 다 선물이더라.”
고인은 지난해 10월 한국 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차남 이강무 백석대 교수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장례는 5일간 문화체육관광부장으로 치른다.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
03.03 코로나 치료제 구경도 못하고 해열제로 버티는 현실
재택치료 100만 명 앞두고 팍스로비드 품귀
충분한 물량 확보하고 사용 대상 확대해야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코로나19 방역패스를 폐지한 데 이어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6명 이내 오후 10시’로 제한한 거리두기 지침을 조기에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초·중·고가 개교함에 따라 어제 20만 명 선을 돌파(21만9241명)한 확진자는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누적 확진자가 350만 명에 육박한 상황에서 관건은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최소화하는 일이다. 코로나 대응에서 백신과 치료제가 양대 무기다. 백신 누적 접종률은 이미 87.4%에 달한 데다 방역패스 잠정 중단, 4월 1일로 연기됐던 청소년 방역패스 철회로 백신 접종을 더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남은 무기인 치료제를 원활히 공급해 감염 초기에 중증화를 막는 일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먹는 치료제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수급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중환자 치료에 쓰는 주사제 렘데시비르도 재고가 넉넉하지 않다. 팍스로비드는 증상 발현 5일 이내에 복용할 경우 입원과 사망 확률을 85% 낮추는 효과가 입증됐다. 필요한 곳에 치료제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많다.
예컨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 중이던 60대와 70대 환자가 코로나에 감염됐으나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지 못해 잇따라 숨졌다. 정부가 팍스로비드 투약 대상을 재택치료자와 생활치료센터 및 감염병전담병원 입소자 등으로 제한하면서 대학병원은 처방 대상에 빠져 원내 처방을 하지 못했다. 정부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안타깝게 희생된 것이다.
그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팍스로비드가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당초 정부가 화이자와 구매 계약한 팍스로비드 물량은 76만2000명분이었는데 지난달 27일까지 겨우 7만3000명분만 들여왔다. 물량이 부족한 데다 전국 600여 개 약국에 공급하다 보니 지역별로 적재적소에 공급되지 않고 있다.
재택치료자가 어제 82만 명을 넘고, 곧 100만 명에 진입한다. 하지만 동네 병·의원에서 팍스로비드 처방과 배달이 원활하지 않다. 팍스로비드가 부족하고 처방 대상에 제한이 많아 결국 확진자들이 치료제 구경도 하지 못하고 해열제에 의존해 버티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계약한 물량을 신속히 국내로 들여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종합병원을 포함해 모든 전문 의료기관에서 팍스로비드 처방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수정하라고 주문한다. 처방 대상도 과도하게 제한하지 말고 12세 이상 40㎏ 이상의 모든 환자로 확대하라는 지적도 있다.
다른 질환으로 입원 중에 감염되면 초기에 팍스로비드를 투약할 수 있도록 해야 사망을 줄일 수 있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귀담아듣고 신속히 개선해야 할 내용이다.
중앙일보 사설
03.05 사망·확진 사상 최대인데 방역 완화, 몇 표 더 얻겠다고 목숨 도박

▲코로나19 일일 신규확진자 수가 26만대를 기록한 4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 상황실 모니터에 확진자 수 현황이 표시돼 있다. /박상훈 기자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26만명이 넘어 연일 사상 최고치 수준을 기록 중인데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를 발표했다. 2주 전 식당·카페 등 영업시간을 오후 9시에서 10시로 늘린 데 이어 이번에 11시로 연장한 것이다. 지금 방역 지표들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는 26만6000여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하루 사망자 수도 186명으로 종전 최다치(128명)보다 58명이나 늘어났다. 위중증 환자 수도 797명으로 닷새 연속 700명대를 기록했다. 그런데 방역은 거꾸로 완화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전 세계에서 이렇게 방역하는 나라는 없다.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들의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은 자영업자의 손실은 보상으로 보전하고 방역은 원칙에 맞게 집행해야 할 때다. 시기에 맞지 않는 방역 완화는 오미크론 확산을 부추겨 오히려 자영업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코로나 확진자가 어디까지 늘어날지 정점도 확인하지 않은 상태라 더더욱 방역을 완화할 시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방역 완화를 밀어붙이듯 하는 이유를 대선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자영업자 표를 얼마라도 더 끌어모으겠다는 것이다. 이러다 위중증 환자가 의료 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어나면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건가. 대선에 조금이라도 유리하다면 국민 건강과 생명을 걸고라도 도박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인가. 이 비상식적인 조치에 대해 진상을 규명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민주당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한 대장동 특검 요구안을 국회에 내자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 반드시 돼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여당 편을 들었다. 대장동 사건은 성남시장으로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문제다. 지금 구속된 대장동 일당도 이 후보 측근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이 이 사건 수사를 덮고 있는 것이다. 윤 후보가 과거 검사 시절 대장동 대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데 이 문제가 대장동 사건 본질일 수가 없다. 선거용으로 덮어씌우기 하는 것일 뿐이다. 그 선거용 쇼에 법무장관까지 맞장구친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대선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42%)’보다 ‘아니다(48.9%)’라는 의견이 더 많았다. 국민의 눈을 속일 수는 없다.
조선일보 사설
03월 07일 “화염방사기 쏘는 것 같았다”… 한마을 21가구중 20가구 불타

▲ 망연자실 6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의 불타버린 음식점을 주민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신창섭 기자
■ 화마 덮친 강원·경북 동해안
울진·삼척 60㎞ 걸쳐 짙은연무
급경사지 많아 주불진화 애먹어
이재민 700여명 대피소 생활
강릉·동해 오전 진화율 90%
울진=박천학·곽시열, 동해=이성현 기자
백두대간을 타고 경북 울진·강원 삼척을 비롯해 강원 강릉·동해 일대에서 동시 다발로 발생한 산불이 7일로 4일째 접어들면서 산림 당국이 진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산림 당국은 울진·삼척 산불은 기상 상황이 호전됐지만 60여㎞에 이르는 긴 화선에 짙은 연무까지 껴 주불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강릉·동해 산불은 이날 정오쯤 주불 진화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울진·삼척 산불 진화 분수령=산림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현재 울진·삼척에는 헬기 53대, 진화차량 376대, 진화대원 4200여 명이 투입됐다. 이 일대에는 이날 오전부터 서남서풍이 초속 1.9m로 해안 방향으로 약하게 불고 있으며 오후에도 남풍이 초속 6m 정도로 예측됐다. 하지만 급경사지가 많은 데다 짙은 연무로 헬기 투입이 순간순간 변하고 있다. 또 화선이 60여㎞로 긴 것도 진화의 장애요인이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울진군 죽변면 현장 브리핑에서 “이날 곳곳의 불머리 진화에 전력하고 8일 오전 중 주불 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진화율은 50%다.

산불은 지난 4일 오전 11시 17분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발생해 삼척시로 북상했다가 다시 울진군으로 남하하는 등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날뛰고 있다. 특히 수령 200년 이상의 노송 8만 그루가 자생하는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에는 산불이 500m까지 접근해 긴장감이 고조됐으나, 산림 당국이 방어선을 구축해 피해를 막았다.
이번 산불로 울진과 삼척은 각각 1만4319㏊, 772㏊ 등 1만5091㏊의 산림이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또 주택 272채, 창고 90채, 식당 3채, 비닐하우스 14채, 축사 13채 등 407개의 시설물이 불에 탔다. 산간 오지가 많아서 피해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날벼락 같은 불에 삶터를 잃은 이재민은 한때 울진 6324명, 삼척 882명으로 증가했으며 현재는 울진 667명, 삼척 2명 등 모두 669명이 대피소에서 생활 중이다.
산불이 할퀴고 간 7일 울진군 북면과 울진읍을 잇는 7번 국도변 절개지 산쪽은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시커멓게 남아 있었다. 특히 북면 신화2리는 21가구 중 20가구가 불에 타는 피해를 봤다. 집은 폭격을 맞은 듯 무너졌고 한 주택은 창문이 날아가고 내부가 불에 탔다. 이장 전모(53) 씨는 “마치 화염방사기로 불덩이를 집으로 쏘는 것 같았다”고 긴박한 당시 상황을 전했다.
350여 명의 이재민이 대피 중인 울진읍 국민체육센터에는 이재민들의 수심으로 가득했다.
◇강릉·동해 산불은 정오쯤 주불 진화=강릉·동해 산불은 이날 오전 11시 현재 진화율 90%를 보이는 가운데 헬기 25대, 진화차량 354대, 진화대원 5000여 명이 동원돼 진화 중이다. 영월 산불에는 헬기 11대, 진화대원 400여 명이 동원됐다. 영월 산불은 진화율 50%다. 강릉·동해 산불은 5일 오전 1시 41분 옥계면 남양리에서 발생했고 영월 산불은 4일 낮 12시 45분 김삿갓면 외룡리에서 발생했다.
강릉 1900㏊, 동해 2100㏊, 영월 80㏊의 산림이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강릉·동해 산불로 강릉 옥계면에서 주택 등 10채, 동해에서는 70채가 전소하고 24채가 일부 불에 탔다. 동해 어달산 봉수대(강원도기념물)가 피해를 보고 삼척에서는 주택·군 소초 각 1채가 전소했다. 강릉·동해 1570명, 영월 34명이 한때 대피했으며 이 중 47명은 공공시설 등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 울진·삼척, 강릉·동해 이외에도 대구 달성, 부산 금정, 울산 울주, 경북 고령, 경남 산청, 경기 안산 등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산불은 7일 오전 11시 현재 달성, 금정을 제외하고 모두 진화됐다.
03.09 확진자 30여만, 위중증도 1000명대, 병상·의료진 확보 차질 없어야
8일 오후 9시까지 하루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32만여명을 기록해 이미 기존 최다치인 26만여명을 넘어섰다. 이날 발표한 위중증 환자 수도 다시 1000명을 넘었다. 위중증 환자 수가 1000명을 넘은 것은 지난 1월 3일 이후 두달여 만이다. 정부가 방역 조치들을 마구 풀면서 위중증 환자가 약 2주 만에 두배로 늘어났다.
코로나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59.6%로 높아졌다. 위중증 환자 수에 비해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높은 것은 산소호흡기나 에크모(인공심폐기)를 쓰지 않지만 중증인 코로나 환자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렇게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폭증한 것은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거리 두기 등 방역 조치를 급격히 완화했기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갑자기 방역 패스 풀고, 역학조사도 안 하고, 확진자 수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거리 두기를 오히려 완화했다.
지금 나오는 위중증 환자는 확진자 수가 10만명 안팎이던 2월 하순쯤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이다. 위중증 환자는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앞으로 위중증 환자가 두배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아직 유행의 정점도 오지 않아 어디까지 늘어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을지, 지난해 연말에 이어 또다시 병상대란을 맞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방역 전문가가 한둘이 아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방역 당국은 태평하다는 느낌을 준다. 8일에도 “의료체계가 현재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운영되고 있고, 중환자 병상도 아직 40%의 여유가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접종 완료자에게는 오미크론 위험성이 계절독감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앞장서 국민 경각심을 풀고 있다. 의료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다르다. 현장에서는 이미 병상이 빠듯해지기 시작했고 코로나에 걸리거나 자가격리 중인 의료진이 늘면서 의료시스템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병원의 경우 벌써 중증 병상에 여유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의사협회도 8일 입장문을 내고 “의료기관은 코로나 환자 진료뿐만 아니라 의료진 감염으로 역량이 현저히 감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염환자 수가 정점에 이르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방역 완화는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와 인식을 주고 감염병 대유행을 통제 불능 수준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확진자 폭증을 감내할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선거가 끝나면 방역도 정상화돼야 한다. 표 얻겠다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걸고 모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03.14 세계 코로나 확진 21%가 한국, ‘알아서 조심하라’는 정부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베드로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14일부터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PCR 양성 확진과 동일하게 관리한다고 밝혔다. / 뉴시스
지난 11일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 수가 181만명이었는데, 한국이 그중 21%인 38만여 명이었다. 국내 누적 사망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성공한 방역 모범국”이라고 해왔는데 이젠 세계가 주시하는 코로나 위험국이 됐다. 그런 속에서도 정부는 중환자 병상은 남아돈다며 안심하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병원 등 상급 종합병원에선 이미 중증 병상에 여유가 없다고 한다. 의료 현장에선 병상을 못 찾아 전전하는 중증 환자가 적지 않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지금 추세라면 하루 확진자가 어디까지 늘어날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 김부겸 총리는 지난 11일 “주간 평균 하루 37만명에서 정점을 맞을 것”이라고 했지만 바로 그날 확진자가 38만명을 넘었다. 김 총리는 지난 1월엔 “3만명”, 지난달 25일엔 “25만명”이 정점일 것이라 했지만 번번이 빗나갔다. 정부는 이런 자기최면 같은 낙관적 전망을 토대로 방역 해제와 거리 두기 완화에 나서고 있다. 검사, 추적, 확진자·접촉자 격리 등을 풀었고, 카페·식당 영업도 오후 11시까지 허용해 방역 규제가 없다시피 하다. 확진자 추세가 압도적 세계 1위인데 각자 알아서 감염되지 말라며 방역에서 손을 놔버린 것이다.
정부가 막아줄 능력이 없으면 국민에게 경각심이라도 줘야 한다. 정부는 반대로 ‘오미크론은 독성 약하다’ ‘조만간 정점 도달한다’고 희망 메시지를 퍼뜨리는 데 열중이다. 그러는 한 달 사이 사망자 규모는 7배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하루 확진자가 40만명을 넘기고, 사망자는 300~400명에 달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는 오늘부터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오면 추가 PCR 검사 없이 바로 확진자로 분류해 치료약도 처방하기로 했다. 신속항원검사에서 확진자로 분류된 사람 중 미감염자가 5% 정도라고 한다. 하루 수천~수만 명이 확진자가 아닌데도 확진자로 판정되는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미감염자에게 치료약을 줘도 괜찮은 것인지, 미감염자가 확진자와 같은 병실에서 치료받다가 감염되는 상황은 운이 나쁜 것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인지, 갈수록 납득할 수 없는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3.16 이번엔 치료제 품귀, 방역에서 정부 역할을 한 게 도대체 뭔가
연일 30만명대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코로나 치료제(팍스로비드)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정부가 확보해 놓았다고 장담한 코로나 치료제는 다 어디로 갔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요즘 코로나 확진자는 하루 30만명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위중증과 사망자 수도 연일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15일 위중증 환자는 1196명, 사망자도 293명을 기록했고, 중증병상 가동률도 60%대 후반으로 올라 위험 수위에 다가가고 있다.
확진자가 증가하더라도 그나마 치료제라도 원활하게 공급하면 위중증과 사망으로 이어지는 것을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에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입원과 사망 확률을 88%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 정부 처방 기준인 60대 이상 등이 확진 판정을 받아도 치료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방역 당국이 물량을 쥐고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팍스로비드를 약 76만명분 계약했고 현재까지 약 16만명분을 받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두 달여 동안 처방 건수가 4만여 건(24%)에 불과하다. 확진자 수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이 치료제가 가장 필요한 시기인데 쌓아놓았다가 어디에 쓰려고 물량을 풀지 않는가. 치료제가 부족하니 확진자 폭증에 따라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급증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이다.
애초에 정부가 코로나 치료제를 제때 충분한 물량을 확보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치료제 계약 물량은 인구 대비로 미국·영국·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 그나마 찔끔찔끔 들여와 정작 가장 필요한 시기에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에 대응하면서 정부는 마스크·백신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나라를 큰 혼란에 빠뜨렸다. 이젠 치료제마저 제때 확보와 공급을 하지 못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부러워한다던 K방역에서 정부가 제때에 제 역할을 한 것이 도대체 뭐가 있나. 국민들이 프라이버시 보호와 생존권을 희생해 가며 정부 방침에 잘 따라준 결과물을 정부가 자기 공인 것처럼 생색을 냈을 뿐이다.
우리나라 코로나 확진자 수는 압도적으로 세계 1위가 된 지 오래다. 사망자 수도 하루 300명에 육박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치료제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할 거였으면 확진자 수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무슨 생각으로 거리 두기를 완화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방역 당국은 “사망자 수가 예측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참으로 무책임한 정부다.
조선일보 사설
03.18 사망자 400여 명에도 방역 완화 타령, 이유라도 듣고 싶다
17일 코로나 새 확진자가 62만여 명, 사망자가 429명으로 폭증했다. 방역 당국은 전날 또는 최근 누락분을 추가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16~17일 이틀간 확진자는 100만명이 넘고, 사망자는 600명에 가깝다. 전례 없는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숫자는 2~3주 시차를 두고 확진자 숫자를 따라가기 때문에 이달 말엔 사망자가 지금의 두 배 정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미 장례식장마다 안치실 자리가 부족해 난리라고 하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방역 당국은 방역 완화 타령만 하고 있다. 이달 들어 방역 패스를 전면 중단하고 사적 모임 제한을 완화한 데 이어 20일부터 거리 두기 조치를 더 느슨하게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부겸 총리는 1급 감염병인 코로나 등급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해 달라고 했고 21일부터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에 대해 격리 조치를 면제하기로 했다. 방역 담당자들은 연일 “오미크론 치명률이 0.1% 이하로, 계절 독감 치명률(0.05∼0.1%)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방역을 포기한 정도가 아니라 감염을 부추기는 것으로 비친다. 온 국민이 2년 넘게 조심하며 버텼는데 뭐가 급하다고 방역을 풀지 못해 안달인가.
정부가 “충분히 걸릴 만큼 걸려서 마지막 유행을 한번 만들고 끝내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한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방역을 완화하더라도 최소한 다른 주요국처럼 정점을 확인한 후 해도 늦지 않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소 귀에 경 읽기다. 주요국 중 이런 식으로 방역한 나라는 없었다.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정부의 예측이 번번이 틀렸다는 점이다. 16일에도 방역 당국자는 확진자 수가 하루 최다 40만명대 중반까지 갈 수 있다고 했는데 곧바로 60만명대 확진자가 나오는 식이다.
앞날이 불확실한 경우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것이 상식인데 방역 당국은 모험을 택했고, 지금도 브레이크 대신 가속기를 밟고 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나와 솔직하게 방역의 방향을 제시하고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결과에 대해서도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3.18 한국, 코로나 사망 하루 429명은 세계 4위... 인구 1억 이하 국가 중엔 1위
100만명당 8.36명꼴...최근 일주일 기준 ‘인구 1000만 국가’ 중 2위
16일 국내 코로나 사망자 수가 세계 215개국 가운데 4위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더 많은 사람이 숨진 나라는 미국·러시아·브라질 등 3국으로, 모두 인구가 1억명 이상인 국가들이었다.
18일 국제 집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6일 국내 코로나 사망자 수는 429명으로, 미국, 러시아, 브라질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숫자였다. 미국에선 931명, 러시아에선 561명, 브라질에선 484명이 각각 그날 코로나로 세상을 떠났다.
단위 인구당 사망자 수는 한국이 이들 3개국을 훨씬 뛰어넘는다. 미국 인구는 3억3400여만명, 러시아 인구는 1억4600만명, 브라질 인구는 2억1500여만명이다. 한국 인구는 5100여만명이다.
공식 집계되는 주간 사망자 수치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최근 일주일(3월 10일~16일) 한국의 코로나 사망자 수는 1835명, 인구 100만명당 35.74명이다. 이 수치는 사이트가 집계하는 국가와 영토 215개 중 13위에 해당한다. 유엔(UN)회원국만 놓고 보면 10위다.
이 순위는 이날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17일 코로나 사망자 수를 더하지 않은 수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8일 자정까지 24시간 동안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는 301명이다. 지난 10일부터 일주일 동안 총 사망자 1907명(269→251→200→293→164→429→301)이 발생했다. 17일 기준 최근 일주일 사망자 수는 100만명당 37.15명으로 전날 기준보다 1.41명 상승하게 된다.

/월드오미터
◆ 한국, 코로나 사망자 통계 상위권 차지
최근 일주일 동안 단위 인구당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모나코(75.74명)이다. 그러나 이 국가에서 이 기간에 실제 사망한 수는 3명이다. 국가의 인구 수가 3만9000여명 밖에 되지 않아 100만명당 코로나 사망자 수로 바꾸면서 오히려 부풀려진 것이다. 사망자가 1명 발생할 때마다 단위 인구당 코로나 사망자가 25명쯤 늘어나기 때문이다.
인구가 충분한 1000만명 이상 국가를 비교하면 한국의 100만당 사망자 수는 칠레에 이어 2위다. 지난 일주일 한국에서 인구 100만명당 35.74명이 사망한 가운데 칠레는 37.07명이 사망했다. 그 뒤로 그리스(35.61명), 러시아(28.27명), 폴란드(21.02명)가 있다.
한국의 사망자 비율은 신규 코로나 확진자 수가 비슷한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높다. 일주일 간 신규 확진자 수가 100만명을 넘긴 국가는 한국(241만명), 독일(150만명), 베트남(123만명) 등 3개국이다. 이 기간에 독일의 사망자 수는 100만명당 16.66명이고, 베트남은 5.33명이다. 국가마다 코로나 유행 시기가 다른 점을 고려해도 ‘한국은 코로나 무정부 상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실제 사망자 수도 많다. 최근 일주일만 보면 사망자 수는 5위다. 홍콩을 제외하면 최근 일주일 한국보다 많은 사망자가 나온 국가는 미국, 러시아, 브라질 등 3개국이다. 모두 인구가 1억명이 넘는 국가다.
국내 하루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던 16일 단 하루만 놓고 보면 100만명당 8.36명꼴로 사망했다. 이 수치는 최근 일주일 기준 하루 평균 단위 인구당 코로나 사망자 수와 비교하면 UN회원국 중 1위다.
이상원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17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사망자가 하루 사이에 증가한 것이 아니다”라며 “금일(17일) 보고된 429명 중 3일 이내 사망자가 206명(48%)으로 가장 많고, 1주 이내 사망자가 190명, 2주 이내 21명, 3주 이내 9명, 3주를 넘긴 사망자가 3명”이라고 말했다. 400명가량의 사망자가 하루동안 발생하지 않고 사망신고 지연으로 누락됐던 사망자들이 한꺼번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월드오미터의 코로나 관련 집계는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다만 각 국가 발표 시점이 다르고, 통계 합산은 그리니치 평균시(GMT) 기준 매일 0시(한국 기준 오전 9시) 전후로 이뤄져 최대 하루 정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조선일보 송주상 기자
03월 18일 코로나 재앙 ‘무정부 상태’ 부른 文, 국민 앞에 사죄하라
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사망자 모두 폭증하는 국민적 재앙에도, 한국은 사실상 ‘무정부 상태’다. 18일 0시 기준 하루 확진자 40만7017명, 위중증 1049명, 사망 301명 등으로, 정점(頂點)이 언제 어떤 규모일지도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17일 엉뚱하게 “사망자 절반이 코로나 아닌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둘러댔다. 거짓말과 다름없다. 17일 0시 기준 사망 429명의 92.1%인 395명이 코로나 또는 폐렴으로 숨졌다. 기저질환 사망은 5.4%인 23명이었다.
문 대통령이 ‘세계의 모범’이라며 끝없이 자화자찬해온 K방역의 참담한 실상은 곳곳에서 거듭 확인된다. 18일 기준 200만 명을 넘어선 재택치료자는 정부가 관리조차 손을 놓은 것과 마찬가지여서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 밤중에 심한 발열로 방역 당국의 24시간 상담센터·보건소 등에 전화해도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망자 폭증으로 화장장도, 시신 보관용 냉장고도 부족하다.
그래도 문 정부는 “최근 4주간 코로나 치명률이 0.1%보다 낮아 단기 치명률은 계절 독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변한다. 정점 시점·규모의 엉터리 예측도 반복해왔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이 “지금 한국은, ‘이렇게 방역을 하면 절대 안 된다’는 역설적 교훈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는 셈”이라고 개탄한 이유다. 세계의 반면교사가 된 K방역의 코로나 재앙에도 무정부 상태까지 부른 문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문화일보 사설
03.22 최근 발표한 인구 통계입니다.
「 2020년도 총인구 통계 」
(1)우리나라 총인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6월말 기준 인구는 총 51,801,449 명
?남자-25,861,116명
세대수-21,825,601세대
(2) 도시와 도의 인구
(3)연령별 인구
03.24 “신장수술 후 혼자 사는 아버지, 재택치료 지침 따르다 숨져”
코로나로 숨진 9명 유족 인터뷰 “정부의 K방역 자랑에 분노”
지난 22일 오후 12시, 인천 동구에 있는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박옥분(89)씨 빈소에는 적막이 흘렀다. 지난 2월 말 심장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그는, 일반 병실에서 회복하던 중 코로나에 감염돼 확진 후 열흘 만에 숨졌다. 당시 폐 손상이 심해, 중증 환자 치료 설비를 갖춘 중환자실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이 나왔다. 하지만 병원 측은 방역 지침에 따라 확진자는 음압 병동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유족들은 그 병원 음압 병동에 중환자를 위한 설비가 제대로 갖춰 있지 않은 것을 보고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딸 진연화(61)씨는 “정부 말 듣고 백신 3차 접종까지 마치셨는데, 방역 지침 탓에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돌아가셨다. 너무 원망스럽다”고 했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코로나 인권대응네트워크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위·중증 환자가 격리 해제된 이후에는 일반 병실로 밀려나 정부지원에서 배제되고 있다며“정부는 코로나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에 대해 책임을 다하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최근 1주일 새(15~22일) 코로나 사망자는 하루 평균 362명에 이른다. 지난 2년간 국내에서만 1만3000여 명이 코로나 탓에 세상을 떠났다. 정부는 최근까지도 ‘K방역’을 언급한다. 지난 20일에도 청와대는 온라인 백서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도 중증화율 및 치명률은 감소하고 있다” “세계가 감탄한 K방역”이라고 했다. 최근 3개월간 코로나로 가족을 잃은 9명의 유족들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본지 인터뷰에서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의료 체계와 미흡한 정부 조치로 가족을 잃었다며 분노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부산에 사는 김건우(33)씨의 아버지(61)는 지난 14일 손자 돌을 5일 앞두고 숨졌다. 그는 5년 전 콩팥을 이식받은 기저 질환자라, 의사 권유로 백신을 맞지 않았다. 하지만 2월 말 결국 확진됐다. 구청에서는 재택 치료를 하라고 했다. 김씨는 “혼자 사시는 분이 큰일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졌지만, 구청 직원은 호흡곤란이나 의식불명 등이 있어야 ‘코로나 전담 병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만 했다. 김씨는 매일같이 아버지를 찾아갔다. 하지만 지난 1일 집에서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아버지를 발견했다. 부산의료원으로 이송했지만 2주를 버티지 못하고 사망했다. 장례 뒤에도 화장장 부족으로 아버지 시신을 2일간 안치했다 화장해야 했다. 김씨는 “정부가 재택 치료를 해야 한다며 아버지를 방치한 탓에 손주의 돌도 못 보고 돌아가셨다”고 했다.
작년 12월 28일 사망한 배모(73)씨는 보건소에서 확진된 후 병상 배정 대상자라는 연락을 받고도 3일 동안이나 집에서 대기했다고 했다. 배정받은 병원도 경증 치료만 가능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상태가 더 나빠진 배씨는 코로나 치료 거점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사망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던 장명선(48)씨는 지난달 8일 세상을 떠났다. 격리 기간이 끝나 일반 병실로 옮겨졌지만, 급성 심부전이 왔고 유족들이 큰 병원으로 옮기려 했으나 “병상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작년 12월 10일 사망한 장모(63)씨는 2차 접종 예약일을 앞두고 확진됐다. 격리 후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일반 중환자실로 갔지만 한 달 뒤 숨졌다. 사인은 코로나로 인한 호흡곤란이었다. 하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은 유족들은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발생한 치료비 수백만 원을 모두 부담하며 경제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장씨 딸은 “코로나에 걸려도 나라에서 다 책임져줄 것처럼 말했지만, 현실은 딴판이었다”고 했다.
단순한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했다가 가족을 떠나보낸 사례도 있었다. 지난달 21일 사망한 고 김승환(65)씨는 병원에 이송되기 전까지도 코로나 확진 사실을 몰랐다. 정부 지침대로 자가 진단 키트 검사를 2번 했는데, 2차례 모두 음성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사 후 며칠 뒤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났다. 김씨 딸 김효증(38)씨는 “자가 진단 충실히 하면 되고, 감기처럼 낫는다고들 해서 그걸 믿었던 게 한스럽다”고 했다.
03.24 속이더니 버렸다, 정부가 국민을
통화기록을 보니 지난 2월 21일이었다. 한 의사 지인과 통화하다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 먹는 코로나 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처방하려 했으나 보건소에서 "강남엔 지금 단 한 개도 없다"고 했다는 거다. 믿기 어려웠다. 마침 이날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질병관리청)가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을 40대 기저 질환자로 확대한 첫날이었다. 앞서 방대본은 지난 1월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팍스로비드를 처음 도입한 이후 순차적으로 60세 이상, 50대 이상 기저질환자로 처방을 확대했다고 열심히 홍보하고 있었다. 정부가 공식 보도자료와 브리핑으로 연일 처방 확대를 자랑하는데, 환자가 약 구하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의사가 처방할 약이 없다고?
무슨 일인가 싶어 검색을 해봤다. 어디에도 약이 부족하다는 뉴스는 없었다. 대신 지난해 11월 "40만4000명분의 치료제 선 구매 계약을 곧 완료한다"는 발표를 시작으로 류근혁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복지부 2차관)이 지난 1월 12일 "정부가 총 100만 4000명분(팍스로비드는 76만2000명분)의 구매계약을 체결했다"고 한 브리핑이 눈에 띄었다. 이후 '약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물류창고에 옮겨졌다, 누구누구가 처방을 받았다, 효과가 좋다'는 등 모든 게 순조롭다는 얘기뿐이었다. 간간히 '처방 수가 너무 적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약 수급 부족을 지목한 건 없었다. '신약이라 부작용을 우려해 환자가 처방받기를 거부한다, 수가가 낮고 관리가 까다로워 의사가 처방하기를 꺼린다'는 식으로 환자와 의료진 탓을 하는 정부의 일방적 주장이 담긴 내용뿐이었다. 일반 국민 머릿속에 '100만명분의 약이 있구나, 내가 원하면 언제든 이 약으로 치료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이 주입될 수밖에 없었다. 대선 전(3월 9일)엔 이랬다. 정부의 의도된 거짓말이든, 현장을 제대로 파악 못 한 무능이든 이유 불문 이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평범한 국민이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보수-진보 10년 집권 교체주기를 깨고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와 관련해 손을 놓아버리다시피 했고,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다. 방역 얘기가 아니라 치료 얘기다. 10만명 수준(2월 21일)이던 하루 확진자 수는 대선 전날 30만명을 돌파해 62만명(3월 16일)까지, 58명이던 사망자 수 역시 같은 날 429명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재택치료"라며 고위험군은 특별 관리한다고 했지만, 실제론 증상 없이 지나가는 건장한 청년이든 급속히 증상이 악화할 위험이 큰 고령의 기저 질환자든 상관없이 사실상 재택방치를 했다. 100만명분이나 확보했다고 자랑하던 팍스로비드 처방이 원활하기는커녕 고령의 고위험군 환자가 보건소의 진료 안내 문자 하나 못 받은 채 팍스로비드 처방 가능 시점인 증상 발현 후 5일을 넘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갑자기 증세가 악화해 무서운 마음에 전화를 걸어보면 보건소는 늘 통화 중, 코로나 치료 병원은 대기 몇 시간이 예사라는 증언이 주변에 넘쳐난다.
여러 논란이 있고 전문가들조차 각기 생각이 다르지만 난 방역 완화라는 큰 방향은 동의하는 편이다. 하지만 방역 완화가 치료 포기는 아니다. 둘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2년 넘게 '방역'을 빌미로 국민에 대한 인권 침해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놓고선 정작 치료제 확보 등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지금은 나 몰라라 하는 중이다.
그렇게 코로나 발생 794일 만에 누적 확진자 1000만 시대를 맞았다. 치료약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올해 들어서만 7869명이 코로나로 세상을 떠났다. 감당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넘어서는 확진자 수 폭증에 각자도생이 기본인 시대가 됐다지만 팍스로비드는 구경도 못하고 동네 약국마다 해열제와 감기약이 품절인 상황에 맞닥뜨리다 보니 공허한 외침인 줄 알면서도 대체 정부는 어디에 있는지, 지난 2년여 동안 뭘 했는지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처방을 어렵게 하는 꼼수로 100만명 분이 아닌 지금까지 '실제로' 도입한 16만7000명분의 팍스로비드 중 10만명분만 소진했다. 수급 문제를 지적하면 "아직 재고 6만명분이 남아 있다"고 항변한다. 하루 확진 62만명 기준으로 딱 하루면 처방이 끝날 분량이다.
화는 나지만 사실 놀랍지는 않다. 코로나 발병 첫해 마스크 대란, 지난해의 백신 수급 문제…. 이미 다 겪은 일이다. 언제나 판단은 미숙했고, 말만 앞세워 혹세무민했으며, 그래서 국민이 필요한 마스크든 백신이든 치료제든 한 번도 제때 국민 손에 쥐어주지 못했다. 아무도 책임지거나 사과하지도 않았다. 우리 국민 목숨값이 이렇게 하찮은 것인가. 누구라도 그렇지 않다고,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안혜리 중앙일보 논설위원
03.26 코로나 사망·확진 세계 최악인데 “방역 성공 마무리” 말이 나오나
김부겸 총리는 25일 “코로나 방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며 “인구가 우리와 비슷한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할 때 국민 희생을 10분의 1 이내로 막아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방역을 잘했는데 부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가 인구 대비 누적 사망률 등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서유럽은 우리와 문화가 달라 마스크 쓰기, 거리 두기 등 강도가 우리와 크게 달랐다. 우리와 비슷한 강도로 거리 두기 등 방역을 실시한 나라들과 비교하면 우리가 가장 나쁘다. 인구 100만명당 누적 사망률이 우리는 278명인 반면 일본은 218명, 호주는 226명, 뉴질랜드는 39명, 대만은 35명 등이다. 더구나 최근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는 확진자 수에서 압도적으로 세계 1위가 된 지 오래고, 인구 대비 사망자 수와 비율도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는 사망자가 증가하는 시점인데, 유행 정점이 이미 지난 국가 수치와 비교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에 정부가 제 역할을 한 것이 얼마나 있다고 자랑하지 못해 안달인가. 마스크와 백신을 제때 공급했는가. 지금 치료제가 절실히 필요한데 제때 확보하고 공급했는가. 코로나 치료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국민들이 큰 위험에 처해 있다. 확진자 사망자가 세계 1위가 되는 시점에 선거용으로 방역을 푼 것은 또 뭔가. 그렇게 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우리 코로나 상황이 이만큼이라도 되는 것은 순전히 국민들이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거리 두기를 지켜온 덕이다. 정부 공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하루 코로나 사망자가 400명 안팎 발생해 전국적으로 화장장·안치실·장례식장 부족 사태가 심각할 정도인 엄중한 상황이다. 앞으로 3~4주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는 구간에 진입해 있다. 이런 시기에 정부가 국민에게 ‘조금만 더 조심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했다’고 한다. 큰 재난을 맞고 있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03.26 영부인 옷값이 국가 기밀? ‘김정숙 의전 비용’ 이대로 묻히나
문재인 대통령 퇴임 이후
봉인되는 靑 특수활동비
‘떳떳하다면 공개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올라온 한 청원 글이다. 청와대가 최근 특수활동비와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의전 비용 등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 항소하면서 문 대통령 임기 내에 관련 정보 공개가 어려워지자 ‘청와대 의상·구두 등 특활비 공개를 원한다’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린 것이다.
김정숙 여사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고가 명품 옷을 입은 모습이 논란이 됐다. 야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의상 구입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청와대는 그때마다 비공개를 고수했다. 해당 청원인은 “밝힐 게 있으면 정정당당하게 밝히면 되고, 잘못된 게 있으면 고쳐나가는 게 공정사회 아닌가”라며 현 정권의 내로남불 행태를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임기 내에 의상 및 특활비에 7억원을 사용했다고 당시 현 집권당(더불어민주당)에서 추궁했습니다. 김정숙 여사 의상(비용)은 박 전 대통령에 비해 몇 배는 될 것 같은데 그때 지적했던 분들이 왜 지금은 특활비 공개에 떳떳하지 않는지 의문이 듭니다.”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입은 고가 의상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동안 논란이 됐다. (왼쪽부터)김 여사가 2019년 아세안 3개국 초청 행사에 참석하는 모습. 같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백악관을 걷는 모습. /뉴시스·연합뉴스

▲(왼쪽부터)2017년 조안 허버드 전 주한 미국 대사 부인이 김 여사의 분홍색 누비옷을 살펴보는 모습. 2018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인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청와대의 꼼수?
사건의 발단은 2018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의 예산 집행을 감시하는 시민 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이 청와대를 상대로 ▲대통령 취임 후 특활비 지출 내용의 지급 일자, 지급 금액, 지급 사유, 수령자, 지급 방법 ▲김정숙 여사의 의상·액세서리·구두 등 품위 유지를 위한 의전 비용과 관련된 정부의 예산편성 금액 및 지출 실적 등의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김 여사에 대한 의전 비용 규모, 의전 비용이 특활비에서 지급됐는지 여부가 핵심 사안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당시 “국가 안보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돼 있어 국가 중대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정보 공개 요청을 거부했다. 결국 이를 둘러싼 갈등은 법정 소송으로 이어졌고 지난달 1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가 1심에서 정보 공개를 요구하며 소송을 낸 납세자연맹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김정숙 여사 등에 대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거나 의사 결정 과정에서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청와대 주장은 비공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번 법원 결정마저 거부하며 지난 2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청와대 측은 항소 이유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와 정보 공개 제도 취지, 공개될 경우 공익을 해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만간 2심 법원인 서울고법이 사건을 접수해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문제는 청와대의 항소 결정으로 김정숙 여사 옷값과 관련된 정보 공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항소심을 진행할 재판부가 소송 기록을 검토하고, 당사자들의 항소 이유·답변 확인 등 남은 절차를 감안하면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오는 5월 9일 이전에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해당 정보가 공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청와대와 관련된 모든 정보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대통령 기록물로 이관된다. 대통령은 해당 자료, 기록물을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지정할 수 있다. 행정법원이 1심에서 공개하라고 판결한 특활비 지출결의서와 운영지침, 김 여사 의전 비용 예산 편성 금액과 지출 내용을 청와대가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지정하면 당분간 공개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거나 국민경제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정해 최장 15년(사생활 관련 기록물은 30년) 동안 비공개 대상으로 묶인다.
항소심을 거쳐도 정보 공개가 되긴 어렵다. 법조계에선 과거 선례에 비춰 볼 때 옷값 관련 자료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될 경우 법원이 향후 재판에서 원고의 정보 공개 청구를 각하하는 판결을 선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본안 판단 없이 사건을 마무리하는 결정을 말한다. 정보 공개 청구 대상이 되는 자료가 더 이상 대통령 비서실에 존재하지 않게 되므로 소송 자체가 성립할 수 없어 각하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청와대가 문 대통령 임기가 곧 끝난다는 점을 이용해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기 내내 논란 된 영부인 옷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은 임기 내내 이어졌다. 일부 야권에선 “김정숙 여사가 해외 순방 등 공식 석상에서 입은 옷들이 샤넬 등 고가의 명품이며, 해마다 30여 벌씩 혈세로 지어 입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언론에 보도된 김 여사의 의상 종류만 200여벌에 이른다. 대통령 부인이 정부 예산으로 수백만원 넘는 옷을 사적으로 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 하지만 청와대는 옷값을 포함한 김 여사 의전 비용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국가 기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오히려 여론전으로 맞불을 놨다. 지난 2017년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카드뉴스 형식의 콘텐츠를 통해 김정숙 여사가 홈쇼핑에서 구입한 저가 정장에 손바느질로 옷을 수선한다고 알리는 등 ‘알뜰 패션’을 강조한 것이다. 예를 들어 김 여사의 쇼핑 방식에 대해선 ‘홈쇼핑, 기성복, 맞춤복을 다양하게 구입하고 필요하면 직접 수선도 해 입는다. 공식 행사 때 입는 흰색 정장은 모 홈쇼핑에서 구입한 10만원대 제품’이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실제로 안경을 쓰고 직접 바느질하는 김 여사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정작 정권의 치부가 될 수 있는 정보에 대해선 공개를 꺼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한 인사는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한 정보공개 소송은 통상 1년 안팎이면 1심 결과가 나오는데 김정숙 여사 정보 공개 건은 3년이 걸렸다”며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직전 소송 결과가 나오는 바람에 임기 전 항소심 결과를 보기도 힘들어졌다”고 했다.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특활비 관련 자료가 대통령 기록관으로 넘어가 장기간 비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헌법소원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활비도 내로남불?
정치권에선 영부인 옷값을 두고 논란이 커진 배경에는 특수활동비가 있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특수활동비는 주요 정부 부처에서 기밀유지가 필요한 정보·사건 수사 등 국정수행 활동에 쓰는 경비를 말한다. 예산집행의 성격상 사용 내역이나 영수증 기록을 남기지 않아도 된다. 사실상 마음대로 집행할 수 있어 ‘눈먼 돈’ ‘고위층의 쌈짓돈’이란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연간 8000억원에 이르던 정부 부처의 특활비 규모는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을 거치며 크게 깎이면서 현재는 연 3000억원 안팎이다.
특활비 전체 규모는 줄었지만 사용 내역을 밝히지 않는 등 투명성 문제는 여전하다. 청와대 예산에는 대통령을 제외한 가족의 의상을 구입하는 예산은 없다. 청와대에 따르면 공무(公務)로 참석하는 해외 순방 행사 등에는 외교부 예산으로 영부인 옷을 구입·제작할 수 있지만 통상적인 일정에선 영부인 본인이 자비로 구입한 옷이나 기존의 본인 소유 옷을 입는다. 영부인 의전을 책임지는 청와대 제2부속실에서도 영부인 의상 비용을 따로 집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고가 의상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전용하기 쉬운 특수활동비가 사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것이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선진국에서는 고위 공직자가 국민 세금을 영수증 없이 썼다가는 탄핵당하고 몇십만 원을 사적으로 유용하다 걸려도 사퇴한다”며 “오는 5월 취임하는 새 대통령은 청와대 특활비부터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 업무를 기밀로 하는 것과 영수증 처리를 안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일”이라며 " 청와대, 검경, 국세청, 국정원 같은 권력기관 고위직들이 주로 쓰는 특활비는 ‘세금 횡령 면책권’과 같은 특혜로 서양 중세의 성직자들에게 면세(免稅) 특권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조선일보 최인준 기자
03월 28일 김정숙 ‘의상·장신구’ 논란 증폭과 신속 공개 당위성
퇴임을 40여 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의상과 장신구 논란이 커지는 것은 안타깝고 민망한 일이다. 김 여사 의상비 등에 대한 법원의 공개 판결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측이 항소해 시간을 벌면서 대통령기록물로 ‘봉인’할 의도를 보이는 데 대한 반발이지만, 지난 24일 대구 달성 사저에 입주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소한 7년 된 낡은 ‘남색 코트’와 대비되면서 더 증폭됐다.
문 대통령 임기 내내 의상과 구두, 팔찌·브로치 등 장신구 논란은 이어졌다. 당초 청와대는 “홈쇼핑 저가 정장을 손바느질로 수선해 입었다”는 등 알뜰 패션을 강조하며 사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고가 명품 의혹과 함께 구입비 의문이 보태졌다. 특별활동비로 구매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납세자연맹이 2018년 정보 공개를 청구했고, 청와대는 ‘국가 안보’ ‘국가 중대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0일 대부분에 대해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청와대가 불복해 항소하자 ‘누리꾼 수사대’가 폭로전에 나섰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청와대 의상 구두 등 특활비 공개를 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심지어 ‘진주 반지 스캔들’까지 떠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의상비 7억 원 가운데 일부가 특활비에서 지급됐다고 당시 야권은 공격했다. 특활비 전용 혐의로 국가정보원장 3명이 구속됐다. 김 여사는 특활비 사용 권한도 없는 대통령 배우자일 뿐이다. 옷값은 당연히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특활비가 전용됐다면 반납이나 변제 조치도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전모를 신속히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숨기려 들수록 비위 의혹을 키울 뿐이다.
문화일보 사설
03.29 대통령 부인 옷값에 든 세금이 어떻게 국가 기밀이 될 수 있나

▲(왼쪽부터) 2017년 조안 허버드 전 주한 미국 대사 아내가 김 여사의 분홍색 누비옷을 살펴보는 모습. 2018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인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와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옷·액세서리 논란과 관련해 시민 단체에 국고 손실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됐다. 대통령 부인이 이런 문제로 고발된 건 이례적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옷값을 공개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야당도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이번 일은 청와대가 자초했다. 청와대는 이달 초 김 여사의 의전 비용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국익을 현저히 해친다’는 이유였는데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네티즌들은 보도 사진 등을 근거로 김 여사가 착용한 옷과 액세서리 숫자를 일일이 집계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찾아낸 옷만 178벌, 액세서리는 207점이라고 한다. 과거 김 여사가 착용한 표범 브로치를 두고 2억원대 명품이라는 논쟁도 벌어졌다. 김 여사가 불우 이웃 돕기 성금을 내면서 커다란 진주 반지가 보이지 않게 손바닥 쪽으로 돌려꼈던 영상도 돌았다. 옷과 장신구 비용이 개인 돈이 아닌 청와대 특수활동비에서 나간 것이라는 의혹이 적지 않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무 답변도 않고 있다.
청와대는 납세자연맹이 특활비와 옷값 등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하자 “국가 안전 보장, 국방, 외교 관계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돼 있다”며 거부했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될 것이라는 이유도 댔다. 하지만 법원은 “국가 이익을 해할 우려가 없다”며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그런데도 옷값이 국가 기밀이라도 되는 양 끝끝내 감추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특활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출범 때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2017년 환경부가 정보 공개 소송에서 패하자 “그대로 따르면 되지 왜 항소하느냐”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임기 중 의상 및 특활비를 7억원 썼다”고 비판하더니 김 여사 옷값엔 침묵하고 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5월 퇴임 이후 이 자료들은 대통령기록관으로 넘어간다. 최장 30년까지 공개가 금지된다. 대통령 부인의 옷값이 국가 기밀이 돼 묻히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3.29 김정숙 여사 옷값 의혹 밝힐 묘수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미국 순방 때 김정숙 여사가 입었던 옷들. [연합뉴스]
요즘 세간의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가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의혹이다. 김 여사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여러 번 명품 옷과 핸드백에다 값비싼 장신구로 치장하고 나타나 청와대 예산을 쓴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샀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많은 고가의 의상을 사댈 수 없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이 언론에 난 사진으로 확인한 것만 의상 170여 벌에 가방·액세서리가 200여 점에 달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문제의 의상과 장신구를 어떻게 마련했는지 밝히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한국납세자연맹은 2018년 청와대를 상대로 김 여사의 의전 관련 지출과 이 돈이 특별활동비에서 나왔는지 밝히라는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라며 공개를 거부했고, 연맹은 이 문제를 법원으로 들고 가 결국 승소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판결에 불복, 항소해 더 큰 논란을 불렀다. 이로 인해 김 여사 옷값의 진실이 묻히게 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탓이다.
논리는 이렇다. 오는 5월 문 대통령 퇴임 후 문제의 자료가 '대통령 지정 기록물'이 되면 최장 15년(사생활 관련 기록은 30년)간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퇴임 전에 항소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없어 결국 김 여사의 옷과 액세서리 관련 의혹은 블랙홀에 빠지게 됐다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김 여사 옷값의 진실은 밝힐 수 있다. 그것도 여러 방법으로. 우선 대통령 지정 기록물은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예외 조항이 존재한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형사 사건과 관련된 중요 증거라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하면 열람과 자료 제출이 가능하다. 현재로선 국회를 통해 비밀의 뚜껑이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영장 쪽은 얘기가 다르다. 김 여사의 옷값 지원 등에 불법이 저질러졌다면 수사가 이뤄질 것이고, 이럴 경우 대통령 지정 기록물이라도 공개 대상이 된다.
둘째, 청와대가 의전 자료를 대통령 지정 기록물로 결정하면 행정소송을 내는 방법이 있다. 정보공개법·대통령기록물관리법 모두 안보에 위협이 될 자료는 공개하지 않게 돼 있다. 하지만 김 여사의 의상비 관련 자료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은 언어도단이다. 그러니 대통령 지정 기록물이 돼선 안 된다. 일각에선 삼권분립을 존중하는 법원이 행정기관인 청와대의 결정을 폭넓게 수용할 공산이 크다고 본다. 일반론으론 맞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특별하다. 무엇보다 1심 재판부가 청와대 측 안보 위협론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는 전례 없는 판결로 대통령 지정 기록물 결정의 정당성 여부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빚어질 경우 청와대의 패소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1심 판결은 '알 권리'를 우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971년 미국 뉴욕타임스는 47권에 달하는 베트남전 관련 1급 비밀문서 '펜타곤 페이퍼'를 보도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미 국방부는 추가 보도를 막으려 소송을 냈으나 사법부는 알 권리를 주장한 언론의 손을 들어줬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이 아닌 한 어떤 것도 알 권리를 막을 수 없다는 게 민주주의의 철칙인 것이다. 그러니 김 여사의 옷값 자료를 국가 안보를 핑계로 공개하지 않는 건 말도 안 된다.
끝으로 기록물 지정이 임박했다는 점을 고려해 청와대의 공개 거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방안도 있다. 행정소송에서의 집행정지는 민사소송의 가처분과 비슷한 개념으로, 방치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고 긴급한 필요가 있을 때 활용하는 것이다. 승소 가능성도 있어야 한다. 이번 의전비 공개 소송은 모든 요건에 해당해 2심 재판부에 집행정지의 법적 이익을 충분히 주장해 볼 수 있다.
이념을 초월해 존경을 받았던 인권운동가 고(故) 조영래 변호사는 이런 말을 남겼다.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 둘 수는 없다."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03.29 '특활비 무죄' 김재원 "김정숙 여사 옷값, 형사처벌 갈 수도"
김재원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이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에 대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고 형사처벌 문제도 야기할 일”이라며 “문 대통령 재임 중에 공개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이며 향후 여러 논란을 덜 키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28일 오후 대구시당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밝히고 있다. 이날 최고위원에서 물러났다. 연합뉴스
김 전 최고위원은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제가 청와대의 특수활동비 사용문제로 (박근혜 정부 때) 수사받고 재판받고 경험한 입장에서 (볼 때) 먼저 공개하는 게 적절한 처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문제로 재판받아 무죄 판결을 받았던 김 전 최고의원은 “이 사안이 불법이 아니라 무죄를 받은 게 아니다. 난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고 함께 기소된 정무수석은 실형 선고를 받았다”며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대간첩사건에 쓰는 기밀 중 기밀이다. 청와대 대통령 특수활동비는 공개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기밀로 해도 외부 공개를 잠시 금지한다는 거다. 안보 관련 사안도 아니다. 증빙자료도 있다”며 공개를 촉구했다.
옷값을 정쟁으로 삼는 것에 대한 문제와 영부인의 의상도 국가 행사에 쓴다는 등의 반론 등에 대해서 김 전 최고의원은 “예산을 공개하면 된다. 공적인지 아닌지, 외빈 행사에 공적 사용이라면 그에 대해 납득하도록 하면 될 일”이라며 “정권 말에 이런 논란으로 오점을 남길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전 최고위원은 장애인 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이준석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내가 최고위에 참석하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잘 모른다”며 “그 부분은 전혀 모르고, 이준석 대표는 굉장히 통찰력이 있어서 그와 관련해 판단하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대구 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 전 최고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의 출마에 대해 “어쨌든 유영하 변호사가 탄핵 후 헌신적으로 일한 건 사실이다. 대구 시민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애틋한 감정이 있고 뽑을 때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저도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경쟁 관계가 돼 시민 선택을 받겠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김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탈박’해놓고 대구시장이 되겠냐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그 분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나 모르겠다. 평가는 시민이 한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https://youtu.be/XTfAIcOVjUE - 중앙일보
https://youtu.be/dLvbEHwL6bE - '사치여왕' 이멜다 김정숙...징역 77년형 받나? - 유튜브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03.29 “걸렸나” 의심돼도 PCR 안 받는다...코로나 ‘참는’ 직장인들
“직원 스무명정도 되는 회사인데 목 아프다던 직원이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 음성이라고 감기약만 먹었어요. 근데 결국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직원들도 한명씩 양성이라고 합니다. 우리 회사 어떻게 해야 하나요?”
“코로나 키트 양성 나오니 회사에서 PCR 받지 말고 재택 근무 하라고 하네요.”
신규 코로나 확진자 수가 수십만명을 넘기자 중견·중소기업, 자영업 등을 중심으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전에는 ‘코로나 확진자’라면 반드시 쉬었지만, 계속해서 인력 공백이 이어지자 ‘확진자’라고 확정되는 PCR검사 등을 회사 차원에서 사실상 금지하거나 직원이 이를 알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 있는 IT회사에 다니는 A씨(28)는 코로나 자가 검사 키트 결과 2줄이 나왔지만 재택 근무를 이어갔다. 대체할 직원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A씨는 PCR검사로 확진을 받았다. 제주에 사는 B씨(65)도 비슷하다. B씨는 아르바이트 형태로 한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다. 최근 감기 기운에 키트를 사용할까 고민했지만, 식당 주인이 말려 하지 않았다.
이 둘과 비슷한 사례는 온라인상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많으니 PCR 검사를 받지 말라고 하거나, 자가 키트로 확인만 하고 감기약을 먹으라는 식의 게시물이 이어진다. 또 증상이 있는 일부 직원이 PCR 검사를 받지 않고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글도 올라온다.
특히 중견·중소기업, 자영업 등을 중심으로 이러한 이야기가 나온다. 일주일 가량 업무나 관련 근무에서 빠질 경우 대체할 사람을 구해야 하는데 수십명씩 확진자가 나오자 마땅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수십에서 수백명일 때는 대다수 회사는 최대 2주까지 자가 격리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신규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하루 수십만명에 육박하고 한 회사에만 십여명이 나오자 ‘편히 쉬어라’라고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A씨 역시 “내 업무를 대체할 직원이 없어 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솔직히 목이나 가슴이 너무 아파서 며칠 쉬고 싶긴 하다”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벌적으로 PCR 검사를 피하는 사람도 생기고 있다. 어차피 쉬지도 못하고 집에서 일하는 상황인데 괜히 확진 받으면 손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코로나 확진이 되더라도 중증 환자가 아니면 국가에서 별다른 조치를 해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떠돌자 ‘혼자 버티는 게 낫다’라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28일 0시까지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누적 1200만3054명이라고 밝혔다. 이달 22일부터 이날까지 일일 확진자 수는 35만3911명→49만821명→39만5568명→33만9514명→33만5580명→31만8130명→18만7213명이며 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34만5819명이었다. 중대본은 “11주만에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정점을 지나 서서히 감소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송주상 기자
03월 30일 ‘金여사 옷값’ 상세 공개가 靑의 도리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과 장신구 등 의전비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뒤늦게 청와대 측은 29일 “(김 여사의) 의류는 모두 사비(私費)로 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특활비 등 국가 예산을 편성해 사용한 적이 없다” “순방 의전과 국제행사용으로 지원받은 의상은 기증하거나 반납했다”면서 “사비 부담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국민의 의문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여전히 법률적으로 따져봐야 할 측면이 있고,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그간의 경위만 봐도 청와대 설명이 옹색함을 알 수 있다. 2018년 한국납세자연맹은 2차례에 걸쳐 문 대통령 취임 후 특활비 지출 내용과 김 여사의 의전비용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청와대가 기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문 정부에서 김 여사의) 의전비용에 관하여 특활비 등 국가 예산으로 지출한 내용은 없고, 따라서 이에 관한 지출 내역 자료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0일 이 단체가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보공개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거나 입찰계약 등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개인정보와 외국 정부·공무원과 관련된 사항을 제외한 정보들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청와대는 지난 2일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나아가 청와대가 비공개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정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이에 지난 25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김 여사가 의전비용으로 특활비를 집행하게 하여 강요와 업무상 횡령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국고 등 손실)을 교사한 혐의가 있다며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청와대가 떳떳하다면 김 여사의 옷값 등 의전비용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청와대 측은 장신구와 구두 등 그 밖의 의전용 구입 목적에 특활비를 사용한 적이 있는지 여부 및 공식활동 부대경비로 김 여사의 의전비용에 특활비를 사용한 규모 등은 밝히지 않았다.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김 여사의 옷값 등 의전비용과 관련된 정부의 예산 편성 및 지출 내역이다. 2012년 야당이던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대선 후보의 옷값을 비판한 점에 비춰볼 때, 김 여사의 옷값을 비롯한 의전비용 전체를 숨기는 것은 특활비 용처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더 키울 수 있다.
일단, 김 여사의 의전비용 내역이 대통령기록물 대상인지 및 비공개로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되더라도,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7조 4항 2호에 따라 대통령지정기록물은 관할 고등법원장이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발부한 영장이 제시된 경우 압수수색 영장 집행 형식으로 열람할 수 있다. 검찰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이 2020년 4월 국가기록원을 압수수색해 대통령기록물 자료를 확보한 전례도 있다. 요컨대, 김 여사의 옷값·구두·장신구 등 의전비용을 속히 공개하는 것이 분노하는 국민에 대한 도리다.
문화일보
03.31 상습적 靑 거짓말 탓에 대통령 부인 옷 해명도 못 믿는 것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에 대해 “의류 구입 목적으로 특수활동비 등 국가 예산을 사용한 적이 없고 사비로 부담했다”고 했다. 하지만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사비로 부담했다면 왜 법원 판결까지 부정하며 밝히지 않았는지, “국익 때문에 비공개” 운운으로 일을 키웠는지, 새롭게 논란이 불거진 뒤 보름 이상은 왜 침묵했는지 알 수가 없다.
청와대의 해명 중 일부는 반나절 만에 사실인지 의구심을 낳았다. 탁현민 비서관이 30일 오전 “의류와 장신구는 5년간 일관되게 사비로, 즉 카드로 구매했다”고 했는데, 김 여사에게 한복과 구두를 판매한 측은 “봉투에 든 현금으로 받았다”고 했다. 한 번에 수백만 원에 달했다고 한다.
이런 한심한 논란이 청와대 해명으로 끝나지 않는 것은 청와대의 거짓말 버릇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 5년간 너무 쉽게 거짓말을 해왔다. 그중에선 곧바로 청와대 입장이 뒤집힌 명백한 사안도 많았다. 2019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결정 직후 “미국에 이해를 구했고 미국도 이해했다”고 했는데 미국 정부가 곧바로 “한 번도 우리 이해를 얻은 적이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 대화가 다양한 경로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직후 북한 외무성 국장이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2020년에는 당시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조원 민정수석이 아파트 매각 문제로 ‘언성을 높이며 다퉜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청와대는 “한마디로 가짜 뉴스”라고 했다. 그런데 국회에 출석한 김외숙 인사수석은 이에 대한 야당 질의에 “언쟁을 한 적은 있지만 싸운 적은 없다”고 했다. 언쟁은 말로 다퉜다는 뜻이다.
환경부 블랙 리스트를 “블랙 리스트가 아니라 체크 리스트”라고 한 것도 거짓말에 가깝다. 민간인 사찰 폭로가 나왔을 때도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에는 사찰 DNA가 없다”고 우겼다. 하지만 사찰은 있었다. 대통령 측근이었던 주 러시아 대사 관련 금품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다”고 했지만 검찰은 그 사건을 정식 조사한 적도 없었다. 울산 시장 선거 공작,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등 정권 도덕성과 직결된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거짓말로 드러나고 있는 청와대 해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옷 문제 해명을 믿기 힘들다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은 청와대가 자초한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3월 31일 대통령 부인 옷·구두 현금 뭉치로 구입, 더 수상해졌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의상·구두 비용을 5만 원권 현금으로 지불했다는 증언이 잇달아 나왔다. 청와대 측은 ‘카드와 사비(私費)’를 강조하고 있어 당장 실체적 진실을 단정하긴 어렵지만, 당사자들 설명은 매우 구체적이다. 사실이라면, 정상인들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충격적인 일이다. ‘현금 뭉치’ 결제는 자금 출처를 숨겨야 할 사정이 있거나, 탈세를 위해 매출을 속이려 할 경우 등을 제외하면 설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음성적인 자금 흐름과 탈세를 차단하기 위해 카드 활용을 권장한다는 점에서, 대통령 부인의 행태는 더욱 뜻밖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7호 김해자 누비장은 30일 언론 인터뷰에서 “2017년 김 여사가 영부인이 된 직후 수행원 2명과 함께 경주 공방을 직접 찾아와 누비 2벌, 일반 치마 저고리와 두루마기 각 1벌을 사 갔다”고 밝혔다. 대금 700만 원 전액을 5만 원권 현찰로 받았고, 수행한 비서관이 종이 봉투에 담아 전달했다고 한다. 300만 원짜리 한복 코트도 같은 방식이었다고 했다. 김 여사에게 수제화 15켤레를 판매했다는 구두업체의 대표도 유사한 증언을 했다. 보통 사람은 세금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신용·체크 카드를 쓰고, 부득이 현금을 쓸 때도 현금영수증을 발급받는 것이 상식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현금 결제를 권장하는 업체에는 세무조사 등의 방법으로 세원(稅源) 누수를 줄이려 노력한다. 2019년부터는 은행에서 1000만 원 이상 현금을 인출해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된다.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같은 날 인터뷰에서 “의류와 장신구는 5년간 일관되게 사비로, 즉 카드로 구매했다”고 주장했는데, 이 역시 믿기 힘들게 됐다. 그러지 않아도 김 여사 의상·장신구를 둘러싼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현금 뭉치 증언까지 나오면서 김 여사 옷값 문제는 갈수록 더 수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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