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이야기07/
■ 이미숙의 식생활 클리닉
식생활 클리닉 '건강한 식탁' 원장 조선일보 2015-04-09
2015.04.09 'FDA 수입 규제' 마른 멸치, 안전하게 먹으려면
완연한 봄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눈부시게 화사한 봄 꽃이 고운 자태를 자랑한다. 이렇게 향기로운 봄꽃축제가 끝나갈 무렵, 남해안에서는 멸치가 제철을 맞는다. 멸치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약방의 감초와도 같은 존재. 국물요리에도 빠지지 않고, 밑반찬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 칼슘이 많기로도 첫손에 꼽힌다. 그런데 멸치의 가공 및 유통, 보관이나 활용방법에는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멸치의 대부분은 마른 멸치나 멸치젓으로 가공되어 유통된다. 멸치가 연안으로 몰려드는 봄철과 가을철에만 많이 잡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워낙 빨리 부패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건조나 염장 등 부패를 막아줄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서 마른 멸치의 수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멸치 내장을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멸치는 크기가 매우 작은 생선이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멸치를 말릴 때에는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통째로 말린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어류의 내장은 부패되기가 쉽고 보툴리누스균 오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FDA에서는 건어물이라도 내장을 제거하지 않은 식품들의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마른 멸치는 식중독 균 오염으로부터 안전할까. FDA의 마른 멸치 수입규제가 괜한 트집 잡기라고, 우리 영세 가공업체의 수출길이 막힌다고 볼멘소리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먹고 있는 마른 멸치의 위생상태도 꼼꼼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의 마른 멸치 유통 및 보관방법은 아쉬운 점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마른 멸치가 실온에서 유통된다는 것이다. 높은 온도에서는 식중독 균의 번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온도와 함께 습도까지 높은 여름철에 종이박스에 포장된 채 실온에서 유통되는 마른 멸치는 최악이다.
▲조선일보 DB
신선하고 위생적인 멸치를 골라서 구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입 후 가정에서의 보관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멸치 구입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는 것이다. 볶음용 작은 멸치는 어쩔 수 없지만 국물용으로 사용하는 큰 멸치는 반드시 손질해서 보관할 것을 권한다. 다음으로 식중독 균의 번식과 지방의 산패를 막기 위해서는 낮은 온도를 유지하고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멸치의 품질유지에 대한 보관온도의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온에서 보관한 멸치보다는 냉장이나 냉동 보관한 멸치의 품질이 더 오래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냉장과 냉동은 큰 차이가 없었다. 또한 공기와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도록 지퍼 백 등에 담아서 밀봉하면 품질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건강에 좋은 멸치로 널리 소문이 났지만 통풍성관절염 환자나 요산수치가 높은 경우에는 멸치를 먹지 말아야 한다. 이유는 멸치에 ‘퓨린’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통풍성관절염은 혈액에 요산이 고농도로 축적되면서 이것이 연골의 관절 주변에 침착하여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게 되는 질병이다. 그런데 식품 중에 들어있는 퓨린이라는 핵산 구성 물질이 몸 속에서 요산을 만들기 때문에 퓨린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혈중 요산이 높아져 통풍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발병한 경우에는 증상이 더 악화된다. 따라서 통풍환자의 식이요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퓨린을 제한하는 것이고, 퓨린이 풍부한 멸치는 통풍성관절염 식이요법에서 금기식품으로 분류된다.
멸치는 칼슘의 제왕으로 알려져 있지만 멸치국물의 칼슘함량 측정 결과는 대단히 실망스럽다. 마른 멸치 100g에는 무려 1335.7mg의 칼슘이 들어있었지만, 표준 조리법으로 조리한 후 멸치 국물의 칼슘 함량은 100g당 3.4mg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아무리 끓여도 칼슘이 녹아나오지 않는 것이다. 결국 칼슘의 섭취를 위해서라면 멸치를 통째로 넣고 끓이는 것 보다 곱게 갈아서 넣는 방법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이다.
2015.04.23 막걸리 찬양하는 요리 예능…항암 효과 정말일까?
요즘 방송의 대세는 음식. 어딜 틀어도 지지고 볶고 먹는다. 그것도 단순한 맛집 소개나 요리연구가들의 요리비법 전수가 아니라 예능과 합쳐진 새로운 요리 프로그램들이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다. 무거운 주제보다는 ‘맛’이라는 말초적 행복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요즘 세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들린다. 어쨌거나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요리예능 프로그램들이 생겨나는 것을 보면 당분간 그 인기는 시들지 않을 듯하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요리예능은 꽤 재미가 있다. 그러나 식품영양학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부분이 없지 않다.
최근 떠오르는 요리예능의 가장 큰 특징은 남성요리사의 등장이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뭐(?)가 떨어진다던 할머니의 지청구는 이제 구닥다리 옛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너도나도 요리하는 남자에게 열광한다. 이 같은 남성요리사의 방송장악은 주 시청자 층이 젊은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결국 여성요리사의 설 자리가 사라졌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성적인 편견이나 직업에서의 성차별이 빠르게 무너져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하는 긍정적인 해석도 가능할 듯하다.
먹방(먹는 방송)에서 쿡방(요리하는 방송)으로의 진화도 요즘 요리예능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먹방을 보면서 ‘나도 먹고 싶다’며 맛집을 찾아 침 흘렸던 시청자들이 이제는 쿡방을 보면서 ‘나도 요리하고 싶다’며 주방에 들어선다. 요리예능의 이런 변화는 그 동안 주방에 얼씬도 하지 않았던 남성들에게도 요리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점점 사라져가는 집 밥의 소중함 또한 일깨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요리예능은 식생활정보의 왜곡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이미 방송이나 인터넷에는 입증되지 않은 식생활정보가 널리 퍼져있었다. 그런데 최근 요리예능이 대세가 되면서 식생활정보의 왜곡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장어가 재료로 나오면 남성 출연자들은 야릇한 얼굴로 에둘러 19금 발언을 한다. 닭 발이 메뉴로 등장하면 피부에 좋다며 여성 출연자들이 열광을 한다. 모두 과학적으로 입증된바 없는 단순 ‘설’들이 이렇게 방송을 거치며 확고한 ‘상식’으로 굳어진다.
▲막걸리/조선일보 DB
막걸리가 건강에 좋다는 어이없는 내용도 요리예능에 자주 등장한다. 한 방송에서는 여성 출연자가 변비가 있어서 유산균이 풍부한 막걸리를 마셔야겠다며 ‘막걸리에는 유산균이 요구르트의 100배가 들어있다’고 찬양을 하더니, 최근 방송된 또 다른 방송에서는 ‘막걸리에 항암성분 스콸렌(squalene) 포함’이라는 자막까지 내보내며 ‘막걸리=건강 술’ 이라는 이미지를 고착화시키기에 여념이 없었다.
막걸리에 유산균이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막걸리 주조과정에서 효모의 알코올발효에 부가적으로 유산균발효가 일부 일어난다. 그러나 그 양은 기대만큼 많지가 않다. 막걸리관련 논문들에서 측정한 막걸리의 유산균 농도는 대체로 ml당 1백만 마리 수준이다. 막걸리 750ml 한 병을 다 마셔야 7억 마리인 셈. 그런데 시판 농후발효유에는 ml당 1~10억 마리의 유산균이 들어있다. 도대체 막걸리의 유산균이 요구르트의 10배니 100배니 하는 주장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막걸리에 항암성분이 들어있는 것도 거짓말은 아니다. 막걸리에는 파네졸(farnesol)이라는 항암물질도 들어있고 스콸렌이라는 항암물질도 들어있다. 그런데 역시 그 함량이 문제다. 2011년 한국식품연구원은 막걸리에 파네졸이 포도주나 맥주보다 25배 더 많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각종 매스컴이 대서특필하며 막걸리 판매에도 날개를 달아줬다. 하지만 막걸리에 함유된 파네졸은 겨우 150~500ppb로, 항암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파네졸 5~7mg을 막걸리로 섭취하려면 무려 13병을 마셔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4년에 역시 같은 연구팀에서 발표한 ‘막걸리의 스콸렌’ 연구도 마찬가지. 막걸리에 들어있는 스콸렌이 맥주나 와인보다 50~200배 높다지만 그 함량은 1260~4560㎍/㎏이다. 기능성이 확인된 스콸렌의 복용량은 하루에 10g이다. 막걸리를 5,000~10,000kg 정도는 마셔야 스콸렌 10g을 섭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막걸리에 유산균이 들어있고, 항암성분이 들어있다는 주장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막걸 리가 변비에 좋다거나 막걸리가 암을 예방한다고 말하면 그건 심각한 논리의 비약이고 정보의 왜곡이다. 전통주 막걸리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막걸리의 건강술 이미지가 왜곡된 것임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재미를 추구하는 요리예능에 올바른 정보제공까지 요구하는 건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섣불리 건강정보를 제공하려고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낫지 않을까.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잘못된 정보를 주느니 차라리 침묵하면 최소한 왜곡된 정보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2015.05.20 주부 절반이 요리 전 손 안씻어
좋은 음식의 조건은 뭘까? 맛은 물론이요, 성장이나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소,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각종 기능성 성분, 지쳐있는 심신을 위로해 줄 힐링 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이 음식에서 추구하는 조건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가장 중요한 조건이 있다. 바로 ‘안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식품안전인식주간(5월 7일 ~ 21일)을 맞아 식품안전에 대한 인식을 되돌아보자.
국내의 한 학술지에 발표된 ‘소비자의 식품안전 인지도와 안전행동 평가‘에서 드러난 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식품안전에 대한 인지도는 낮지 않다. 전체적으로 교육수준도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생활수준도 높아지면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식품안전관련 정보들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는 정보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손만 잘 씻어도 감염질환의 70%를 예방할 수 있다며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질병관리본부와 공동으로 범국민 손 씻기 운동본부를 발족해 올바른 손 씻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아무리 전문가들이 손 씻기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 용변 후 비누를 사용해 손을 씻는 비율은 겨우 30%에 불과했다. 10명중 7명은 손을 씻지 않거나 대충 씻는 수준이다.
손 씻기가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중독예방 3대 요령에 손 씻기는 익히기, 끓이기와 함께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조리 전 항상 손을 세척한다’는 응답자는 58.2%로 나타났다. 절반에 가까운 주부들이 손을 씻지 않고 조리를 한다는 얘기다. 흥미롭게도 이와 유사한 미국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86%가 조리 전 손을 씻는다고 응답했지만 실제 관찰결과에서는 45%만 손을 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아는 것’과 ‘하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음을 나타낸다. 짐작하건대 우리나라 주부들의 58.2%가 조리 전 항상 손을 세척한다고 설문에 응답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적은 사람들만 손을 씻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심지어 식중독균 오염 가능성이 높은 육류나 생선을 취급한 후에도 제대로 손을 세척하지 않는 주부들이 상당수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의 60%만이 ‘흐르는 물로 비누를 이용하여 잘 씻는다’라고 답변했다. 위의 미국 연구와 마찬가지로 설문조사에서는 52.2%가 육류 조리 후 손을 씻는다고 답변했지만 실제 관찰 결과로는 26.4%만 제대로 손을 씻었다는 뉴질랜드 연구진의 조사결과를 참고로 추정해보면 손을 씻는다고 응답한 응답자 중 절반은 거짓 답변을 했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이제 부엌으로 가서 싱크대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가정에서 식기 세척용 주방세제, 과일과 채소 전용 세제, 찌든 기름때를 말끔히 없애준다는 주방용 강력세제까지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손을 씻을 수 있는 세숫비누나 손전용 세정제는? 조리 전이나 조리 도중 오염된 식재료를 손질한 후에 손을 씻으려면 주방에 비누 하나쯤 비치하는 것이 좋다. 매번 욕실을 들락날락하며 손을 씻는 것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바로 손을 씻을 수 있는 싱크대에 비누를 두면 손을 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실제 주방에서 세숫비누나 손 세정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조리 시 손 세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단순히 자리가 비좁아서, 식재료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비누가 식품이나 식기에 묻을 것을 염려해서 일부러 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을 씻다가 실수로 비누거품이 식품 또는 식기에 튀었더라도 물로 충분히 헹궈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냥 식기 세척하는 주방용 세제로 손을 씻으면 안 되느냐고? 뭐 안 될 것까지야 없지만 자칫 피부에 자극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손 씻기는 ‘세상에서 가장 안 아픈 예방주사’라고 한다. 식중독 예방을 위해 조리 전후 손 씻기를 생활화하자. 먼저 싱크대에 세숫비누 하나 올려놓고 시~작!
2015.06.05 같은 오메가여도 류머티스관절염에 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최근 길고양이 600마리를 산채로 펄펄 끓는 물에 넣어 도살했다는 끔찍한 기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필자가 그 엽기적인 사건을 보며 더 놀랍고 한심했던 건 관절염에 좋다는 속설을 믿고 고양이탕을 사먹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았다는 사실이다. 고양이 외에도 ‘관절염에 △△가 좋다’는 속설은 참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 효과는 의심스럽다.
관절염에 좋은 음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상어 연골을 떠올린다. 닭발 콜라겐도 관절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초록 홍합이 관절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뉴질랜드에서 수입되는 초록 홍합이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식품들이 관절염에 효과적이라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한마디로 속설에 불과한 것이다.
한편, 글루코사민(Glucosamine)이나 콘드로이틴(Chondroitin) 등 인체 관절의 연골 구성성분과 유사한 성분들이 약으로 제조되어 한동안 엄청나게 팔려나갔다. 그러나 이런 약들이 관절염에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뒤늦게 발표되면서 매출은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그렇다면 왜 버젓이 그런 약들이 판매가 가능할까? 일단 판매가 허용될 때 확실하게 효과가 규명되지 않았더라도 단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판매가 가능하다. 따라서 제약회사나 식품회사에서는 세포수준의 실험 또는 동물실험을 통해 최소한의 데이터만 확보가 되면 그것을 이용해서 엄청나게 광고를 하고 효과를 부풀려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봉이 된다.
올바른 관절염 식이요법의 첫 단계는 관절염의 종류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다. 관절염의 종류에 따라서 식이요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관절염 중 가장 흔한 것은 류머티스 관절염이다. 이때 식이요법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은 염증반응 억제다.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의 염증반응을 억제시키려면 저지방 식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도한 지방의 섭취는 염증반응을 촉진시킬 수 있다.
양적인 제한 못지않게 질적인 면도 고려해야 한다. 지방산 중에서는 특히 염증반응을 촉진하는 오메가-6 지방산을 제한해야 한다. 오메가-6 지방산은 일반적으로 흔히 먹는 식물성기름, 예를 들어 옥수수기름, 콩기름, 포도씨유, 면실유, 참기름 등에 매우 많이 들어있다. 반면 오메가-3 지방산은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은 꽁치, 고등어, 삼치, 참치 등 등푸른생선에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류머티스관절염 환자에게 권장되는 식품이다.
류머티스 관절염의 식이요법에서 비타민 C의 섭취도 중요하다. 비타민 C는 관절을 구성하는 콜라겐을 합성할 때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또한 관절염의 치료를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경우 비타민 C의 필요량이 증가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여 비타민 C를 공급해야한다.
염증의 진행을 억제하려면 항산화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녹황색채소에 풍부한 베타카로틴(Beta-carotene), 견과류에 많이 들어있는 비타민 E는 모두 항산화작용이 뛰어나 염증반응을 억제시킨다. 각종 과일이나 채소에 들어있는 색소성분이나 폴리페놀류(Polyphenol)도 항산화작용을 통해 염증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 반대로 알코올은 염증반응을 촉진시키므로 관절염 환자의 식이요법에서 금주(禁酒)는 필수적이다.
<①편에계속>
비만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관절염은 골관절염이다. 특히 체중을 지탱하는 무릎, 엉덩이, 팔꿈치 등에서 자주 나타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사안은 체중을 줄이는 것이다. 체중을 줄이지 않고 관절염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시험공부도 하지 않고 백점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비만이면서 관절염인 환자들은 심한 운동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달리기나 걷기보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영을 권한다.
관절염의 또 다른 형태로 통풍이 있다. 본 칼럼을 통해서 이미 짧게 언급한 적이 있는데, 통풍은 혈액에 요산이 고농도로 축적되면서 이것이 연골의 관절 주변에 침착하여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게 되는 질병이다. 소위 ‘귀족의 질병’이라는 통풍환자가 최근 우리나라에서 급증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동물성 식품의 섭취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동물성 식품 중에는 푸린(Purine)이라는 핵산 구성 물질이 많이 들어있는데, 푸린은 요산을 만들기 때문에 결국 푸린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혈중 요산이 높아져 통풍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통풍환자의 식이요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푸린’의 제한이다.
가장 주의해야 할 식품이 등푸른 생선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에서는 오메가-3 지방산 때문에 권장식품이었던 등푸른 생선은 통풍환자에게는 제한식품 1순위가 된다. 등푸른생선과 함께 간 콩팥 등의 내장육, 조개류, 고기국물, 멸치국물 등이 모두 통풍환자의 섭취금지식품에 해당된다. 그 외에도 살코기, 각종 생선, 해산물, 콩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들도 섭취량을 줄이는 식단이 바람직하다. 예외적으로 단백질은 많으면서 푸린 함량이 비교적 적은 식품으로는 달걀과 우유가 있다. 통풍환자의 단백질 급원으로는 달걀과 우유가 가장 안전하다.
채소류는 대체로 육류나 어패류에 비해서 푸린 함량이 낮은데, 콩, 버섯, 아스파라거스, 시금치, 콩나물, 오이, 양파는 안심하고 먹기에는 푸린 함량이 높은 편이다. 곡류나 감자류, 과일은 충분히 섭취하면 소변을 알칼리성으로 만든다. 그러면 요산(Uric acid) 배설에 도움이 된다. 더 많은 양의 요산을 배설하려면 충분한 물을 마셔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근거 없는 속설이나 효과가 의심스러운 건강보조식품에 솔깃하지 말자. 어렵더라도, 효과가 즉각 나타나지 않더라도 결국 올바른 식이요법이 정답이다.
2015.07.06 소비자를 물로 보고 시판하는 미네랄워터 보충이 될까
요즘 소비자들은 참 깐깐하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다보니 선택에 앞서 고려해야 할 정보들이 그만큼 풍부하기 때문일 터. 특히 식품을 고를 땐 더욱 더 깐깐해지는 이유는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경향이다. 그게 나쁘지는 않다. 아무 생각도 없는 멍청한 소비자보다 백번 낫다. 때로는 쓸데없는 부분에서 깐깐한 헛똑똑이들이 있다. 미네랄워터를 찾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나 싶다.
미네랄(무기질)은 인간의 성장이나 건강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소를 말한다. 칼슘, 칼륨, 마그네슘, 나트륨, 인, 철분 등이 대표적인 미네랄이다. 필수영양소이기 때문에 부족하게 섭취하면 당연히 결핍증이 나타나고, 그래서 충분히 섭취해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영양섭취 통계자료를 보면, 예외적으로 과잉이 염려되는 나트륨과 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미네랄은 조금 더 섭취가 필요한 수준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미네랄워터’가 등장을 한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여러 생수. 해양심층수, 화산암반수, 빙하수 등 천연수가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최적의 미네랄 성분을 조합해 넣거나 탄산을 기계로 주입한 인공수도 많이 팔린다. /조선일보DB
우리나라에서 먹는 샘물 시장은 소비자의 수돗물 불신에 힘입어 급속하게 팽창되어왔다. 또한 최근에는 다양한 상품 개발로 치열한 시장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경향중 하나가 미네랄함량을 강조한 제품들의 등장이다. 선전 문구에서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점을 기본으로 강조하고, 아예 ‘미네랄’이라는 단어를 상품명에 포함시킨 제품들도 여럿 있다. 마시는 물 하나도 신중하게 선택하기를 원하는 깐깐한 소비자들에게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정보는 꽤나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가격이 조금 비싸도 과감히 지갑을 연다. 과연 미네랄워터는 미네랄 보충에 효과적일까?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시판 먹는 샘물의 미네랄 함량 검사결과를 살펴보자.
지난해 한국 소비자원에서는 시판되는 먹는 샘물 25종을 수거하여 미네랄 함량을 분석, 발표하였다. 발표 내용의 포인트는 미네랄 함량이 제품에 표시된 수치에 비해서 낮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취수된 샘물의 미네랄 함량은 늘 일정하지가 않기 때문에 범위로 표시를 하는데, 대부분은 하한선에 가까운 함량만 들어있었다. 예를 들어 칼슘함량이 9~18㎎/ℓ이라고 표시된 제품의 실제 칼슘 함량이 10.45㎎/ℓ 이었다. 결국 범위로 표시한 미네랄의 최대함량은 미네랄 함량에 민감한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한 미끼였던 셈이다.
미네랄 함량의 표시값과 실제 측정값이 다르다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그 정도의 미네랄 함량이 영양적으로 의미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칼슘의 경우 대부분의 제품이 10~20㎎/ℓ 수준으로 조사되었다. 그런데 성인 기준으로 칼슘의 하루 권장섭취량은 700㎎이다. 물 1 ℓ에 20㎎이 들어있는 제품이라면 하루에 2리터의 물을 마셔도 겨우 40㎎의 칼슘을 섭취하는 셈이다. 칼슘 100㎎ 보충하려고 물 5ℓ 마셨다가는 배 터져(?) 죽을지도 모른다.
사실 ‘무기질’이라는 멀쩡한 우리말을 두고 ‘미네랄’이라는 외국어에 일반인들이 더 친숙해진 이유 중 하나가 ‘미네랄워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시판되는 먹는 샘물이 미네랄 함량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현상은 한편의 코미디라 여겨진다. 미네랄이 아무리 필수 영양소이고 충분한 섭취가 중요하다지만 물을 마셔서 미네랄을 보충하라니 이 무슨 황당한 얘기인가. 만약 다른 가공식품의 영양성분 표시기준처럼 먹는 샘물의 미네랄 함량을 표시할 때 1회 섭취량 기준으로 권장량의 몇 %를 표시하도록 되어있다면 다음과 같은 적나라한 정보가 제공될 것이다.
‘1회 제공 량 한 컵(200ml) 당 칼슘 2~4mg (하루 권장량의 0.28~0.57%).’
한 컵에 하루 권장량의 1%에도 못 미치는 칼슘이 들어있는 물을 팔면서 감히 미네랄을 운운하니 이쯤 되면 소비자를 물로 보고 물 먹이자는 의도가 아닌지 사뭇 의심스럽다.
2015.08.07 냉장고에 보관했던 꿀에서 결정이 발견된다면
‘허니(honey)’ 열풍이다. 과자도 술도 달콤한 꿀맛에 빠졌다. 연일 설탕의 과잉섭취로 인한 건강악화 문제가 지적되니까 일부 소비자들은 설탕 대신 꿀(사진)에 이끌린다. 그래도 꿀은 뭔가 좀 다르겠지 하는 기대를 품고서 말이다. 꿀이 지금보다 훨씬 귀했던 시절 그리고 변변한 약이 없던 시절, 꿀은 특별한 대접을 받으며 약에 버금가는 취급을 받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꿀에 대한 환상이 아니라 올바른 섭취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흔히 꿀이라고 부르는 대상은 벌꿀이다. 벌꿀은 꿀벌이 꽃꿀을 모아서 효소로 분해시킨 후 수분을 증발시키고 농축시켜 저장한 것이다. 때문에 당분의 조성이 꽃꿀이나 설탕과는 다르게 단당류인 포도당과 과당으로 이루어져있다. 이러한 당분조성의 특성 때문에 섭취 후 소화를 거칠 필요가 없이 곧바로 흡수될 수 있다.
꿀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혹시나 가짜 꿀을 구입할지를 가장 염려한다. 그 동안 워낙 가짜 꿀이 시중에 많이 유통돼 왔기에 이런 의심은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업계와 정부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꿀의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꿀의 구입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꽃에서 채취한 꿀인지 여부이다. 꿀은 당연히 꽃에서 채취한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양꿀’이라는 제품은 설탕물을 먹여서 만들어낸 꿀이다. 벌이 만든 것이기는 하지만 꽃꿀과는 달리 특유의 향이 없고, 꽃가루가 포함되어있지 않아서 꽃가루의 항산화작용 등을 기대할 수가 없다.
꿀의 품질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탄소동위원소비’가 있다. 탄소동위원소비란 당분의 종류에 따라서 측정값이 달라지는 특성을 이용해서 꿀의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이 수치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모든 꿀 제품에 의무적으로 표시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참고로 확인해볼 만하다. 아카시아꿀의 경우 탄소동위원소비는 –23.5이하로 나타난다.
최근 가정용 냉장고가 점점 커지면서 뭐든 냉장고에 보관하는 경향이 있는데, 꿀은 냉장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꿀을 15도 이하에서 보관하면 결정이 생긴다. 이것은 그 꿀이 가짜라서가 아니라 저온에서는 포도당이 결정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꿀의 당분 중 포도당 함량이 특히 높은 잡화꿀의 경우 결정이 더 잘 생긴다. 만약 꿀에 결정이 생겼다면 40~50도에서 중탕으로 녹여주면 된다.
꿀은 수분함량이 낮고 당분함량이 높아서 거의 부패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은 유통기한을 2년으로 표시한다. 오래된 꿀이나 고온으로 가열한 꿀은 히드록시메틸푸르푸랄(Hydroxy Methyl Furfural)이 생성될 수 있는데, 이는 품질저하의 지표로 삼는 물질이다.
당뇨환자가 꿀을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간단히 말해서 맘 놓고 먹어도 좋은 수준은 아니지만 설탕 섭취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이다. 설탕과 마찬가지로 꿀도 혈당지수가 매우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꿀에 들어있는 과당은 당분 중에서도 단맛이 매우 강한 편이다. 따라서 꿀을 사용하면 설탕보다 조금만 넣어도 만족할 만한 단맛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꿀 섭취 시 주의점으로는 드물지만 꿀이 알러지를 유발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꿀을 먹은 후 두드러기나 피부 가려움증 등이 나타나면 꿀 알레르기를 의심해볼 수 있다. 만 12개월 미만의 영아에게 꿀은 금기식품이다. 아직 소화기능이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보툴리늄 식중독 가능성이 있다.
2015.09.14 14: 천일염의 실체와 효과는
천일염 위생문제로 인터넷이 시끄럽다. 제법 인지도가 있는 한 ‘맛 전문가’가 천일염의 위생 상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생산자협회가 발끈하며 그의 방송 퇴출까지 운운하는 모양이다. 과연 천일염은 한쪽의 주장대로 너무 지저분해서 식용에 적합하지 않은 불순물 덩어리일까, 아니면 반대쪽의 주장대로 미네랄(=무기질)이 풍부해서 건강에 좋은 명품 소금일까.
천일염(天日鹽)은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에 증발시켜 만든 소금’이다. 소금은 당연히 그렇게 만드는 것 아니냐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실 독자분도 계시겠지만, 세계적으로는 암염(巖鹽·염화나트륨으로 이뤄진 광물)이 더 일반적이고, 함호(鹹糊·물 1L당 무기염류량이 500㎎ 이상인 호수)에서 소금을 얻는 경우도 많이 있다. 단지 갯벌이 넓은 서해와 남해의 특성상 우리나라에서는 천일염이 널리 사용될 뿐이다.
▲전남 신안 임자도의 천일염전에서 소금을 거두고 있다. /조선일보DB
우리나라의 식품위생법에서는 소금(식염)을 제조 및 가공방법에 따라 천일염, 정제소금, 재제소금, 태움·용융소금, 기타소금, 가공소금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간단히 구분하자면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은 천일염과 정제과정을 거친 비(非) 천일염류로 분류할 수 있다. 이처럼 천일염이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는 소금 이다보니, 요즘처럼 환경오염이 심각한 때에 오염된 바다에서 만들어낸 소금의 위생상태가 오죽하겠냐는 우려가 무리는 아니다.
이러한 우려를 자아내는 또 다른 근본적 문제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천일염이 식품으로서 식품위생법의 관리대상이 된 지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랜 기간 ‘광물’로 분류됐던 천일염이 비로소 ‘식품’으로 관리받기 시작한 시기는 2008년이다. 그 이전에 천일염은 원료의 전처리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으나 불순물 등이 식품에 이행되지 않는 범위에서 김치 절임용 등으로 사용됐다. 이를 제외하고 식품 사용이 금지됐다. 즉, 직접 첨가해 먹는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법과는 달리 실제 생활에서 천일염을 직접 식품에 첨가하는 경우가 일상이어서 식품위생법 위반자가 속출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2004년 천일염의 사용실태와 위생 상태 조사에 착수하여 222건의 시료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천일염의 중금속 함유량 등이 식용으로 사용하기에 문제점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러한 모니터링 결과를 기준으로 천일염의 기준과 규격을 제정했다.
물론 그 ‘기준’이 조금 더 엄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해 목포대 김정목 교수 연구팀은 2009년 ‘천일염 생산공정에서의 위해요소와 개선방안’이라는 논문에서 염전 주위의 불량 환경에 따른 바닷물의 오염, PVC 장판 사용의 문제, 천일염 끌개용 고무 재질 문제, 소금창고 지붕의 슬레이트 문제, 운반용 컨베이어의 부식에 따른 문제 등 다양한 위해 요소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 동안 많은 개선 노력이 있었으리라 기대는 하지만, 그 많은 위해요소가 모두 개선됐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2012년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발표한 논문에서도 ‘유통 중인 천일염의 중금속 함량이 안전한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전남 해남 '세광염전'에서 옛 방식으로 만든 천일염. /조선일보DB
이제 주제를 조금 바꿔서, 천일염의 미네랄 함량을 살펴보자. 최근 천일염은 건강기능성소재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천일염의 주 생산지인 신안군에서는 ‘소금 박람회(9월 26일~29일)’까지 개최하며 대대적인 천일염 홍보를 진행하는 등 천일염 시장의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소금은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을 바꾸고자 고군분투 중인데, 그 중에서도 천일염은 미네랄 함량이 풍부하다는 점을 최대의 장점으로 내세운다. 정제염에 비해서, 또는 수입산 소금에 비해서 미네랄 함량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들을 발표하며 국산 천일염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천일염의 미네랄함량은 제품에 따라서 차이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논문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천일염 1g당 칼슘은 1㎎, 칼륨은 2㎎, 마그네슘은 10 ㎎ 내외로 분석된다. 한국영양학회의 영양섭취기준에서 칼슘의 1일 권장량은 700㎎, 칼륨은 3500㎎, 마그네슘은 350㎎이니 나트륨 과잉섭취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천일염으로 미네랄을 ‘보충’하고 싶으신 분은 참고하시길.
아, 하나 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WHO에서 권고하는 소금 섭취량은 5g(나트륨 2000㎎)이다. 이 기준에 맞춰 계산하면 하루에 소금으로부터 섭취 가능한 칼슘은 5㎎, 칼륨은 10㎎, 마그네슘은 50㎎이 되는 셈이다. 과연 이걸로 충분한 미네랄을 섭취한다고 할 수 있을까?
■ 참치 이야기 - 동원(주)
□ 2015.03.17 참치회를 가장 맛있게 먹으려면...
참치회의 맛은 “어떻게 녹이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참치회라 할지라도 참치에 대한 지식이나 먹는 방법을 모른다면 제대로 즐길 수 없다. 가정에서 냉동 참치를 접하게 된다면 먼저 올바른 참치 해동법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 참치 해동은 소금물을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먼저 수온 27도, 염도 3% 정도의 소금물에 손바닥 만한 크기로 절단된 참치를 3분 가량 잠기도록 담가둔다. 그 다음 물기를 제거하고 천에 싸 냉장고에 30분 가량 넣어두면 양질의 횟감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해동하지 않은 참치의 경우 한 번 먹을 만큼의 양을 랩으로 싸서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회나 초밥용으로 사용할 때는 냉동실일지라도 5일 이상 보관하는 것은 좋지 않다. 5일이 넘어가면 수분이 증발하여 표면에 변색이 있을 수 있으나, 상한 것은 아니므로 찌개, 구이 등의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참치는 해동한 참치가 남았을 경우에는 물기를 닦은 후, 마른 천이나 횟감용 해동지에 싸서 금속성이 아닌 그릇에 랩을 씌워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냉장보관은 최대 1일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한 번 해동한 참치를 다시 얼리는 것은 좋지 않은데, 결빙이 생겨 식감이 나빠지고 신선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참치회를 가장 맛있게 먹는 비법
참치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써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참치는 부위마다 지방질 함량이 다르기 때문에 써는 두께도 달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치는 회칼을 45도로 뉘어서 결의 역방향으로 써는 것이 좋다. 또 칼날을 여러 번 움직이지 않고 몸 쪽으로 당기면서 한 번에 썰어야 횟감이 뭉개지지 않는다. 이 방법으로 지방질 함량이 낮은 속살은 두껍게, 중뱃살은 보통 두께로, 지방질이 풍부한 대뱃살은 얇게 써는 것이 지방질의 맛과 근육의 맛을 잘 어우러지게 할 수 있다.
한 마리를 제대로 회 뜨면 뼈와 지느러미만 남을 정도로 참치는 다양한 부위를 회로 즐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위에 따라 순서를 지키며 먹는 것이 좋다. 이상적인 순서는 담백한 속살부터 지방이 많은 뱃살 순으로 먹는 것이다.
혹자는 참치회를 김에 싸먹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방법이다. 이 취식법은 과거 참치로 둔갑한 기름치들이 성행할 때, 기름치의 느끼한 맛을 감추기 위해 횟집들이 김을 내놓은 데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참다랑어나 황다랑어와 같은 고급 참치회는 김에 싸 먹거나 참기름을 찍어 먹으면 참치 특유의 풍미를 느낄 수 없다.
또한 참치회에 레몬을 뿌려 먹는 것은 회의 신선도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행동이다. 레몬의 산성이 참치회의 단백질을 산화시키기 때문이다. 참치회는 고추냉이를 조금씩 곁들이는 정도가 고유의 맛을 최대로 음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참치회에 채소를 곁들여 먹을 때도 염두해야 할 것이 있다. 참치회는 약산성을 띠고 있어서 알칼리성인 채소와 함께 먹으면 좋다. 하지만 향이 강한 상추, 깻잎 등으로 싸서 먹게 되면 참치의 참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므로 따로 먹는 것이 좋다. 채소 중에서는 쌉쌀한 맛을 더해주고 소화에 도움을 주는 무순이 참치회와 가장 잘 어울린다.
▲참치모듬회
알고 먹는 참치의 부위
그렇다면 참치의 가장 맛있는 부위는 어디일까? 참치를 3등분했을 때 앞쪽 뱃살과 가운데 등살이 가장 인기가 좋다. 특히 앞쪽 뱃살은 대뱃살이라 불리며 최고로 친다. 이 부위는 참치 몸통에서 약 5%밖에 되지 않아 회로 내놓으면 4점 남짓 밖에 되지 않지만, 다른 부위에 비해 2~3배 이상 비싼 가격이 매겨질 정도로 귀한 부위다. 참치 부위는 대체로 일본어로 통용되는데 이는 참치회 식문화가 일본에서 발전되었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참치회는 아는 만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일본에는 참치회를 제대로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참치학’을 가르치는 교육기관도 있을 정도다. 횟감 참치를 부위별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대뱃살 (大とろ, 오도로)
참치 횟감 중 최고로 치는 부위로 마치 쇠고기 꽃등심처럼 지방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고 연분홍빛을 띠고 있다. 뱃살을 뜻하는 ‘토로’라는 단어가 ‘녹은 모양’을 의미하는 일본어 ‘도로도로(どろどろ)’에서 유래했을 만큼, 입에 넣으면 살살 녹을 정도로 맛이 고소하고 기름기가 풍부하다
▲참치 대뱃살(大とろ, 오도로)
2. 속살(赤身, 아카미)
참치의 속살로 붉은색을 띠고 있으며 세세한 결들로 이루어져 질감이 좋다. 철분이 많고 지방이 약 1.4%에 불과해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좋다.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참치 속살(赤身, 아카미)
3. 목살 (かま, 카마)
아가미와 몸통이 연결되는 부위로, 양이 적으며 복육의 식감에 많은 마블링으로 자랑한다. 살을 발라내 횟감으로 먹고 뼈에 붙은 살은 뼈째로 구워 먹는다. 이 부위는 잘라놓은 모양이 마치 낫처럼 보인다고 해서 낫을 뜻하는 ‘카마’라는 이름이 붙었다
▲참치 목살 (かま, 카마)
4. 복육 (腹も, 하라모)
복육은 눈다랑어와 황다랑어의 뱃살을 총칭하는 부위로 지방과 근육의 비율이 적절해 고소하다. 참다랑어의 뱃살보다는 풍미가 조금 떨어지지만, 가격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부위이다
▲참치 복육 (腹も, 하라모)
5. 머릿살 (はちの身, 하치노미)
참치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것 하나 없이 즐길 수 있는 생선이다. 참치의 머리는 그 어체만큼이나 일반 생선보다 매우 크기 때문에, 머릿살도 횟감으로 먹을 수 있다.
▲참치 머릿살 (はちの身, 하치노미)
□ 2015.03.23 참치에 대한 오해와 진실
참치는 우리 식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식품이 된지 오래다. 대부분의 가정집 찬장에서 참치 캔을 찾을 수 있고, 다른 식재료들과 잘 어울려 수많은 요리에 사용된다. 참치회 또한 대중화되어 일상생활 속에서 즐기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해진 참치지만 아직도 참치에 대해 오해하고 있거나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정보를 제대로 알기만 해도 지금 먹는 것보다 더 안전하고 맛있게 즐길 수가 있다.
① 참치회의 맛은 참치 크기와 무관하다?
참치에는 다양한 크기의 어종이 있지만 맛은 대체로 크기가 클수록 좋다. 가장 대형 어종인 참다랑어의 경우에도 최소 200kg 이상이 되어야 그 본연의 회 맛을 알 수 있다.
▲참치 중 가장 대형 어종인 참다랑어.
② 참치는 회로 먹는 것이 더 좋다?
참치는 통조림보다 회로 먹는 것이 더 좋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2007년 농촌자원개발연구소 식품 성분표 7차 개정판에 따르면, 황다랑어 100g당 회의 경우 23.9%, 통조림의 경우 29.0%의 단백질 함유량을 보였다. 그렇다고 참치 캔이 참치회보다 나은 식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참치는 회로 먹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풍미와 식감이 있기 때문이다.
③ 해동한 참치가 쭈그러드는 것은 이상 현상이다?
갓 잡힌 참치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어선 위에서 사후 경직이 일어나기도 전에 급속 동결 과정을 거치게 된다. 따라서 얼어있던 참치를 횟감이나 통조림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해동하면 그제서야 사후 경직이 일어난다. 이때 표면에 주름이 생기거나 크기가 줄어들고 일그러지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는 참치에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급속 동결로 신선도를 유지한 참치라는 증거다.
④ 참치는 외줄낚시로 잡을 수 없다?
참치는 대양에 서식한다는 특징과 크기 때문에 원양어선을 통한 대규모 조업방식으로만 잡을 수 있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참치 중에 가장 큰 어종인 참다랑어마저 낚시로 잡을 수 있다. 지난해 뉴질랜드에서는 한 여성 낚시꾼이 낚싯대 하나로 무려 411kg에 달하는 참다랑어를 잡아 세계 기록을 세운바 있다. 미국에서는 돛새치 낚시대회가 열리기도 하며 우리나라 근해에서도 황새치나 흑새치 등이 간혹 출현해 바다 낚시로 잡히는 경우가 있다.
▲유영하는 참치 떼.
⑤ 참치살은 모두 붉다?
참치살은 어종이나 지방 분포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붉은색이다. 간혹 참치 전문점에서 제공되는 흰 빛의 회는 참치와 유사한 종인 새치류의 살이다.
▲일반적으로 붉은 참치 횟감.
⑥ 참치회 무한리필 가게는 기름치를 쓴다?
과거 종종 참치로 둔갑해 판매되던 기름치는 이미 퇴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정청이 2012년 6월 1일부터 기름치를 식품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식약청은 당시 금지령의 근거로 기름치에는 사람이 소화할 수 없는 왁스 형태의 지방질이 다량 함유되어 섭취시 복통, 설사 등 급성 소화기계 장애를 일으킨다는 점을 들었다. 참치를 무한정 제공하는 가게에서는 대개 저가형 참치를 사용한다.
□ 참치 캔에 대한 오해와 진실
① 참치 캔의 기름은 몸에 좋지 않다?
1982년 참치 캔이 국내에 처음 출시됐을 때부터 참치 캔에는 식물성 기름이 들어있었다. 이 기름은 참치가 캔에 들러붙는 것을 막고, 참치의 식감을 좀 더 부드럽게 하는 역할로 참치 캔에 들어가게 되었다. 최근의 참치 캔에는 카놀라유가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며, 소비자의 기호와 영양을 고려해 해바라기유, 포도씨유, 올리브유 등이 들어가기도 한다. 따라서 참치 캔에 들어있는 기름은 인공 화학물이나 질 나쁜 기름이 아니며, 기호에 따라 요리에 사용하면 더욱 깊은 맛을 내준다.
② 참치 캔에는 방부제가 들어있다?
참치 캔은 일반 참치 캔의 경우 7년, 가미 참치 캔의 경우 5년이라는 긴 유통기한을 갖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참치 캔을 이렇게 보관할 수 있는 이유가 참치 캔에 방부제가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참치 캔을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는 것은 방부제를 넣어서가 아니라, 밀봉한 상태에서 고온으로 멸균처리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참치 캔은 개봉 이후 공기에 노출되면 점차 부패할 수 있기 때문에, 개봉한 참치 캔은 가능한 한 빨리 먹거나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해야 한다.
③ 찌그러진 참치 캔, 먹어도 된다?
참치 캔이 녹슬거나 눈에 띄게 찌그러져 있다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캔에 조그마한 균열이라도 있다면 그 틈으로 세균이 침투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④ 임산부에게 참치 캔은 위험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임산부의 참치 캔 섭취 문제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논란을 잠재울 만한 명확한 지침을 내놨다. 식약처는 등푸른생선에 함유된 오메가-3, 비타민, 셀레늄 등 영양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특히 고등어, 꽁치, 참치 캔 등 메틸수은 함량이 낮은 ‘일반어류’는 일주일에 400g까지 섭취를 권장했다. 이에 비해 다랑어류, 상어류, 새치류 등 메틸수은 함량이 높은 ‘대형어류’는 일주일 최대 100g이 권장량이다. 이번 발표자료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참치 캔에 대한 내용이다. 참치 캔은 고등어, 꽁치, 명태, 갈치 등과 함께 수은 함량이 낮은 ‘일반어류’에 포함됐다. 실제로 참치 캔에 사용되는 가다랑어는 작은 크기인데다, 횟감용으로 사용되는 다랑어류에 비해 메틸수은량이 훨씬 적다. 참치통조림은 0.03㎍/g ,다랑어류는 0.2㎍/g 1㎍의 비율로 메틸수은량이 함유돼 있다. 1㎍ (마이크로그램)은 100만분의 1g이다. 참치 캔은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고등어, 꽁치 등 일반어류와 동일하게 수은함량이 적은 생선에 포함되면서 그간 수은 함량이 높은 식품으로 인식되던 오해를 풀 수 있게 됐다. 식약처 최대 권장량인 참치 캔 400g은 100g 용량 4캔에 해당하는 양이다. 통상 일주일간 4캔의 참치 캔보다 적게 먹는다.
▲식약처가 배포한 '임신 여성의 생선 안전섭취 요령’책자 겉표지.
□ 2015.04.01 참치이야기
대한민국 참치 원양의 역사와 미래 (상편)
1958년 남태평양, 그들이 낚은 것은 대한민국 참치 원양의 미래였다.
대한민국 참치 원양의 신화, 지남(指南)호
1958년 1월 22일.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원양어선 지남(指南)호가 남태평양 사모아(Samoa)로 참치를 잡으러 출어했다. 이 배는 부산에서 오후 5시쯤 출발해 12시간 남짓을 꼬박 달려 다음날 아침 일본 시모노세키(下関)항에 도착했다. 이 배는 그곳에서 통관 및 검역 작업을 마치고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는 각종 어구(漁具)와 선용품(船用品)을 구매했다.
‘남쪽을 향하라’는 뜻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이름까지 붙여준 이 배는 사실 미국에서 원조를 받아 수입한 230톤 급의 조그마한 어선이었다. 거기에 연식이 10년도 더 지나 군데군데 녹이 시뻘건데다가, 참치 조업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구조를 지닌 배였다.
▲1958년 사모아로 처음 출어하는 지남호
이 허름한 어선은 별과 수평선을 더듬으며 장장 1달 만에 태평양을 건너 사모아에 도착했고,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적도 남단을 항해한 배로 기록됐다. 하지만 이 작은 배가 처음 맞이한 것은 당시 사모아 해역을 주름잡고 있던 일본 원양어선단의 싸늘한 텃세였다. 일본 어선들은 자신들의 독무대를 갑작스레 침범한 작은 배를 환영할 리 없었으며, 일체의 어장 정보나 물자 교류를 해주지 않았다.
3월 1일 지남호 선원들은 조촐하게 3·1절 기념식을 가지면서 ‘조국을 위해 참치를 잡아 귀한 외화를 획득하자’고 결의한 뒤 첫 조업에 나섰다. 선원들은 앞서 지난해 108일간 인도양 니코바르(Nicobar) 제도 인근 해역에서 시험조업을 통해 약 10톤의 새치를 어획한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남태평양의 험난한 파도는 선원들의 지난 시간들을 비웃는 듯 참치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빈 그물을 끌어올리는 시간들이 반복되며 점차 선원들의 몸과 마음도 지쳐갔다. 그럼에도 지남호 선원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며 투망을 했고, 마침내 이틀 밤낮을 적도에서 싸운 끝에 사흘 째 되던 날 150㎝ 크기의 날개다랑어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대한민국 원양어선이 남태평양에서 최초로 참치를 낚는 순간이었다.
경제와 외교의 최선봉, 참치 원양
1년 3개월의 조업 기간 동안 지남호는 눈다랑어, 황다랑어 등 100여톤의 참치를 어획했다. 성공 신화는 국내에 삽시간에 퍼졌다. 참치 원양은 1958년 한 해 수출이 1500만 달러 남짓에 불과했던 당시 국가 최우선 수출 산업이 되어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고, 미국의 원조를 받아 건조된 배들이 줄줄이 태평양을 향해 나섰다.
또한 부산 남포동의 주점 골목에는 원양어선을 타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게마다 가득 차 있었다. 당시 국민 1인당 연간 소득이 100달러가 채 되지 않았는데, 원양어선의 일반 선원 월급이 한 달에 100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당시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논과 밭까지 팔아 마련한 돈으로 여기저기 연줄을 대는 사람들이 흔했다. 이렇듯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뛰어난 인재들이 주로 선원으로 선발됐다.
참치 수출로 외화 벌이의 선봉장이 됐던 참치 원양은 국가 차원의 자금력과 우수한 인재가 몰린 참치 원양은 삽시간에 그 규모가 커졌다. 1958년 최초의 원양어선 지남호 이후 1977년에는 총 참치 원양 선박수가 무려 850척에 달했고, 1964년 대한민국 수출 1억 달러 달성 신화도 참치 원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참치 원양은 한국 전쟁 직후 완전히 무너진 대한민국의 경제를 지탱해준 버팀목이자 민간 외교의 최선봉이기도 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아프리카와 남미 등의 여러 국가와 아직 수교가 맺어지지 않아 대사관은 고사하고 한국인 어느 누구도 발을 디뎌본 적이 없는 나라도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 원양어선을 타고 망망대해를 누비던 원양 어부들은 꼬레아(Corea)를 대표하는 얼굴 그 자체였다. <하편에서 계속 읽기>
▲1973년 가나 테마(Tema)의 아동병원에 참치를 선물하는 원양선원들.
대한민국 참치 원양의 역사와 미래 (하편)
점차 위축되고 있는 국내 참치 원양
하지만 참치 원양의 전성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986년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무역 흑자를 기록한 뒤 1989년까지 4년 간 흑자가 지속됐고, 이러한 급격한 경제 성장은 서울 올림픽 개최와 더불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온 국민을 들뜨게 했다. 국민들의 관심은 점차 수출보다는 사치품을 수입해 삶의 질을 올리는 방향으로 나아갔고, 정부의 방침 또한 1차 산업 투자보다는 서비스 산업 육성으로 바뀌었다.
당시 정부의 외화 보유고는 국가의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을 감당하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았다. 지나친 자신감과 방심으로 일찍 터뜨린 샴페인은 결국 부메랑이 돼 날아왔다. 1990년부터 다시 시작된 무역적자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1997년에 이르러 건국 이래 최대의 금융위기인 IMF사태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참치 원양은 점차 규모가 축소됐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참치 원양은 과거 전성기와 비교하면 주어진 환경과 조건 등이 많이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현재 참치는 최대 어장인 태평양을 비롯한 대부분의 어장에서 어획량이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영양과 효능이 알려지며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어장 연안국들은 늘어나는 참치 수요를 채우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국은 앞다퉈 배타적 경제 수역(EEZ)을 선포하며 조업 관리와 규제를 강화해 자국 연안의 참치를 보호하는 등 참치의 ‘자원 자국화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참치의 주요 어장인 태평양 연안국들은 조업 허가를 내 주는 조건으로 투자를 요구하는 등 조업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참치 조업국들은 조업권을 확보하고자 연안국들에 경제적 지원과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 대만, 일본 등의 주요 조업국들은 태평양에서의 쿼터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펼쳐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이는 우리나라 참치 조업에 큰 위협이다.
최근 태평양 연안국들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EEZ를 설정하면서 국내 원양 업체들은 조업권 확보를 위해 1년에 약 1억 달러의 입어료를 내야 하는 실정이 됐다. 이에 따라 동원산업 등 국내 약 5개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세 업체인 국내 원양 업계는 실질적으로 조업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결국 한 때 2위의 어획량을 기록하던 국내 참치 원양의 세계 순위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참치 원양, 그 찬란했던 전성기를 다시 한 번
엔저에 따라 횟감용 참치의 어가(漁價)가 하락했다. 최근에는 어획량도 부진하다. 국내 참치 원양 업계는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사모아, 솔로몬 제도 등 태평양 연안국에 외국 기지를 설립하는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외국 기지 설립은 정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게다가 국내 참치 원양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해양수산부는 5년간 해체돼 있었기에, 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대한민국의 경제 구조는 무역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의 주역은 반도체, 휴대폰 등의 첨단 산업이지만, 과거 6.25 동란 직후 완전히 무너진 대한민국의 경제를 지탱해준 것은 참치 원양 등의 1차 산업이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국가가 더 높은 이익을 보장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이 되었던 1차 산업을 외면한다면 산업 구조의 불균형을 초래해 과거 IMF 사태와 같은 어두운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
참치 원양은 기본적으로 국가 간의 이해관계와 외교적 논리가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산업이다. 따라서 정부의 외교 정책과 경제 지원이 없다면 세계의 원양 산업 강대국들과 어장 연안국들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참치 원양을 지키고 양성해 나가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된다. 정부 당국은 업계와 협력해 다양한 관련 정책 지원한다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참치 원양이 다시 한 번 찬란했던 전성기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1968년 사모아 기지를 방문해 참치 원양 근무자들을 격려한 고(故) 박정희 전대통령 일가.
조호진 디지털뉴스본부 기자
□ 한 마리만 잡으면 강남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급식이 보편화되기 전, 학생들 셋 중 하나는 보온 도시락 상단에 참치통조림을 하나씩 챙겨 다녔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급식 반찬으로, 편의점의 삼각김밥으로, 찌개부터 샐러드까지 다양한 요리로 참치통조림을 접하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황다랑어 뱃살, 가다랑어 회, 가다랑어 훈제 참치(타타키) 제품 등의 참치횟감 제품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식품이 되었다. 이제 한국인들에게 참치는 김치나 김과 같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식탁 위의 필수품’이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참치가 어디서 어떻게 잡는지, 생김새나 크기는 어떤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참치의 경우 아는 만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생선이다. 참치의 생태, 부위별 특징, 맛있게 먹는 방법 등 참치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면 앞으로 먹는 참치회 한 점, 참치캔 한 통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리가 강남 아파트 한 채 값
매년 1월 5일, 일본 도쿄 쓰키지 시장에는 그 해 첫 참치 경매가 이루어진다. 첫 경매라는 상징성 때문에 일본 매스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며 낙찰되는 가격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올해 일본 경매 최고가 참치 한 마리의 가격은 451만엔(180kg)이었다. 지난 2013년에는 일본과 중국계 참치 체인의 자존심 경쟁으로 일본 아오모리현 오마에서 잡힌 참다랑어 한 마리의 경매가 무려 1억5540만엔(약 15억원)에 달해 참치 경매사상 최고액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 참다랑어 한 마리면 고급 세단 자동차를 10대 이상 살 수 있고, 강남에 고급 아파트도 살 수 있는 것이다.
▲바다에서 잡은 참치를 하역하는 모습
참치, 다 같은 참치가 아냐… 크게 5종류
학명이 다랑어(Tuna)인 참치는 농어목(Order Perciformes)에 고등어과(Family Scombridge)인 바닷물고기이다. 회유성 어족으로 북극해와 남극해를 제외한 전 해역에 분포하며, 특히 지구상에서 오염이 적은 남태평양, 대서양 등 대양에서만 서식하는 특징이 있다. 보통 참치를 갈치나 고등어와 같은 단일 어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우리가 먹는 참치는 다랑어류 전체를 말한다. 세계적으로 시장성이 있는 참치(다랑어)는 참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 날개다랑어, 가다랑어 등 5종이다.
참다랑어와 함께 횟감용으로 주로 쓰이는 것은 눈다랑어와 황다랑어다. 눈다랑어는 몸이 크고 통통하며 머리와 눈이 크고 맑으며 눈매가 뚜렷하다. 그래서 눈다랑어라고 부르며 영어 이름은 ‘빅아이’다. 참다랑어보다는 훨씬 작지만 그래도 30Kg~100Kg까지 자란다. 그보다도 작은 황다랑어는 지느러미가 황색을 띄어 영어 이름 역시 ‘옐로우핀’이며, 머리와 눈이 작은 편이다. 횟감과 함께 통조림용으로도 사용되며 약 15Kg~100Kg까지 자란다.
그리고 주로 통조림용으로 사용되는 참치가 날개다랑어와 가다랑어다. 우리나라는 99% 이상 가다랑어로 참치캔을 만든다. 가다랑어는 등쪽은 짙은 청자색이며, 배부분은 은백색에 4~6개의 세로띠가 있다. 크기는 작지만, 개체수가 워낙 많은 데다 육질이 매우 부드러워 통조림용으로 적합하다. 크기는 약 30cm~60cm, 무게는 약 2Kg~10Kg까지로 다랑어 중에서는 가장 작다. 날개다랑어는 참치류 중에서 중형에 속하며 가슴 지느러미가 매우 길다. 닭고기 육질과 비슷해 ‘바다의 닭고기’라고도 불리며 때문에 주로 샌드위치나 샐러드 등에 참치캔을 활용하는 서양에서 사용된다.
참치와 비슷해서 사람들에게 참치로 오인받는 어종으로 ‘새치’ 종류가 있다. 이는 생김새만 비슷할 뿐 참치와는 완전히 다른 돛새치과(Family Istiophoridae) 어종으로 황새치, 청새치 등 총 6종이 있다. 새치는 소설 ‘노인과 바다’에도 등장한다. 소설 속 주인공 센티아고는 84일간 아무 것도 잡지 못하다 5.5m의 대형 청새치와 사투 끝에 이기지만 상어 떼의 습격으로 결국 뼈만 갖고 돌아온다. 새치류는 전 세계적으로 6종이 알려져 있다. 옛날에는 나이드신 어부들이 새치를 잡아 주둥이를 잘라 지팡이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식탁 위의 필수품 참치… 언제부터 먹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참치는 우리 곁에 있었기에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참치를 먹어왔을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부산 태종대 해안의 유물터에서 발견된 기원전 1세기 이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참치 뼈를 통해, 신석기부터 우리 조상들이 참치를 먹지 않았을까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현대에 이르러 어업이 발달한 일본의 식문화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우리나라 어류학의 근간인 자산어보조차도 참치에 대한 기록이 전무하다.
일본은 기원전 3세기부터 참치를 먹었음을 증명하는 뼈 화석이 있을 정도로 참치와 관계가 깊다. 일본은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던 고대에는 참치를 굽거나 끓여서 먹었으나, 에도시대에 이르러 참치 회나 초밥 형태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으며 참치 문화를 발전시켰다.
▲'동원참치'의 초기 생산 라인 모습.
오늘날에야 어느 곳에서나 쉽게 참치를 접하게 되지만, 사실 머지 않은 과거까지도 참치는 귀하디 귀한 생선이었다. 참다운 물고기라는 의미의 ‘진(眞)치’라는 이름으로 1950년대 처음 국내에 소개될 당시만 해도 적은 어획량과 높은 가격으로 소수의 상류층만 참치 특유의 풍미를 회로 즐길 수 있었다. 이후 60~70년대를 거치며 국민소득 향상에 따라 참치를 즐길 수 있게 된 사람들이 차츰 늘어났고, 동원그룹(당시 동원산업)이 1982년 국내에 참치캔을 처음으로 도입된 이후 참치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다랑어의 종류 / 그래픽 김지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