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소리 2022-02/
02.03(목) 대통령무책임제, 이제는 그만
제왕적 권한 행사하면서 문제 생기면
책임 안 지는 文 정권, 대통령무책임제 극치
새 대통령은 청와대서 나와
임기제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역할과 책임 다해야
이용준 전 외교부 차관보·북핵대사
고대 로마는 기원전 509년 왕정을 타도하고 공화정을 수립해 480년간 유지했다. 절대 권력자의 출현을 막으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했던지, 로마 공화정 체제는 이를 막기 위한 삼중 사중의 안전장치로 겹겹이 싸여있었다. 로마 민회는 매년 임기 1년의 집정관 2명을 정치 지도자로 선출했고, 두 집정관은 모든 일을 상호 합의로 결정했다. 군대 지휘권은 두 집정관이 하루씩 번갈아 행사했고, 전투 중에도 총사령관이 매일 교대되었다. 외침 등 국가 위기 도래 시 독재관 1명이 임명되기도 했으나, 권력화를 막고자 임기는 6개월로 제한되었다. 절대 권력자 없는 로마에서 원로원은 최고 권력기관이었지만, 원로원의 입법과 결의는 평민회가 선출하는 호민관 10명의 거부권 행사로 견제되었다.

▲청와대 전경 /이진한기자+
공화정 로마가 중시한 정치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정신을 오늘날 가장 잘 계승하고 있는 것이 미국 헌법이다. 미국 헌법은 의원내각제의 상징적 국가원수와 국정 실권자인 총리를 하나로 묶은 강력한 대통령직을 창설하는 한편,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의회에 부여했다. 로마 원로원을 연상시키는 방대한 권한을 가진 미국 의회는 입법권과 예산권을 독점하고 있고, 외교권과 회계감사권도 의회의 고유 권한이다. 차관보급 이상 공직자에 대한 임명동의권도 갖고 있다.
미국 정치체제는 행정 집행의 권한과 책임이 모두 대통령에게 집중된 대통령책임제다. 대통령은 국정을 직접 책임지고 운영하며, 행정부가 실책을 저지르면 그것이 어느 부처 소관이건 대통령이 사과하고 정치적 책임을 진다. 내각은 한국과 달리 제청권도 부서권도 없는 단순 보좌 기관일 뿐이며, 각료가 대통령 대신 책임지고 사임하는 일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은 이런 미국식 대통령책임제를 선택했으나, 세월이 가면서 대통령의 권력은 점점 커지고 책임은 점점 사라져 제왕과 같은 면책의 성역이 존재하는 기형적 ‘대통령무책임제’로 진화했다.
한국 대통령은 공룡처럼 비대한 청와대 친위 조직을 통해 국정을 만기친람하고 집권 여당의 공천과 각 부처 내부 인사까지 개입하는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국정에 차질이 생기면 아무 권한 없는 총리와 장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빠져나간다. 청와대가 관할 부처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무시하고 전횡한 경제, 부동산, 탈원전, 방역, 북핵, 안보 등 분야의 무수한 실정들에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남의 일인 양 모르쇠로 일관하는 문재인 정권은 ‘대통령무책임제’의 극치였다. 더욱이 이 정부는 대통령의 국정 실패 책임을 총리와 장관이 대신 짊어지는 대리 속죄 관행마저 사라진 총체적 무책임 정부였다.
한국의 대통령책임제가 이처럼 ‘대통령무책임제’로 전락한 이유는 대통령이 스스로를 선출직 공무원이 아닌 세습적 제왕으로 착각하도록 만드는 후진적 정치 문화와 제왕적 통치 환경 때문이다. 내시와 궁녀에게 둘러싸여 백성과 동떨어진 삶을 살았던 조선 국왕의 거처였던 경복궁 뒤 북악산 자락에는 출입이 고도로 통제된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이 심산유곡 사찰처럼 숨어 있다. 거기서 몇 단계 출입 통제를 거쳐 언덕길을 올라가면 대통령과 극소수 지원 인력만 근무하는 텅 빈 대통령 집무실 건물이 유령처럼 서 있고, 거기서 숲길로 계속 올라가면 일제시대 조선 총독 관저 뒤쪽으로 대통령 관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절해의 고도에서 유아독존하는 대통령이 대국민 공감대를 상실하는 건 단지 시간의 문제일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해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 채택이 거론되기도 하나 이는 탁상공론일 뿐, 대통령 권력의 분점은 프랑스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책임제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권한과 책임이 일체화된 국정 운영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비대한 청와대 조직을 최소 규모로 혁파하고 내각을 통한 투명한 국정 운영을 해야 하며, 보좌진의 어깨 뒤에 숨지 말고 국정 운영 결과에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대통령이 경호와 의전의 장막에 갇힌 음습한 북악산 은둔처에서 내려와 광화문이건 여의도건 국민이 살고 일하는 대명천지로 나오는 일이다. 이를 통해 대통령은 자신이 제왕이 아닌 임기제 정무직 공무원임을 매시간 확인하면서 일해야 한다. 대선 정국에서 청와대 이전 공약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부디 이번엔 그 약속이 선거용 허언이 아니기를 빈다.
조선일보
02월 03일 코로나 창궐 속 김정숙 여사 ‘피라미드 관광’도 숨긴 靑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19∼21일 이집트 순방 당시 피라미드를 둘러봤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방문국의 문화유산을 찾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이집트 측도 당연히 희망했을 것이다. 문제는 쉬쉬한 것이다. 부적절하면 방문하지 말든지, 방문했으면 당당해야 했다.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행태임은 물론, 세계적 유적지 방문을 감춘 것은 이집트에 대한 모욕도 된다.
배경을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오미크론 변이가 창궐하는 상황에서 이번 아랍 3국 순방은 한가한 외유(外遊)라는 비판이 이미 정부 안팎에서 일었던데 더해, 피라미드 관광 최적기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마지막 해외 관광’ 비아냥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것이다. 청와대는 “비공개 공식 일정이라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여사는 20일 인티사르 알시시 이집트 영부인과 차담에서 “이집트는 스핑크스 피라미드 등 고대 문명 발생지로 동경하던 곳”이라고 했고, 알시시 여사는 “꼭 다시 오셔서 룩소르, 아스완을 같이 가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실제로 이집트 영부인에게도 피라미드 방문 일정을 감췄는지, 대화에 있었는데 발표에서만 쏙 뺐는지 국민은 당장 알기 힘들다. 어느 쪽이든 부도덕한 행태다.
당시엔 수행 기자단 등에는 개인 활동이 엄격히 금지될 만큼 오미크론 감염 우려가 초비상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도 김 여사의 피라미드 관광지 방문은 적절치 않다. 청와대는 수행원 중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쉬쉬했다. 게다가 정상회담 불발, K9 자주포 부실 수출 논란 등 다음 정부에서 반드시 따져봐야 할 문제도 많다.
문화일보 사설
02.04 코로나 속 대통령 부인의 비공개 피라미드 관광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과 이집트를 공식 방문 중인 김정숙 여사가 20일(현지 시각) 카이로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열린 이집트 한국문화 홍보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22.1.21/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했던 김정숙 여사가 이집트에서 비공개로 피라미드를 찾았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여사는 지난달 21일 카이로에서 문 대통령 없이 이집트 문화부 장관과 함께 피라미드를 둘러봤다고 한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은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당시 이를 공개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숨겼다가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집트 정부의 피라미드 방문 요청이 있었고, 양측 간 협의로 비공개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집트 정부가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요청했다는데 그런 행사를 비공개로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집트 정부는 김 여사만 가는 것이나 그것을 비공개해야 한다는 데 대해 무척 의아해 했다”고 했다. 결국 ‘코로나 확산 속 관광성 외유를 갔다’는 비판이 두려웠던 청와대가 김 여사만 피라미드 구경을 가게 한 뒤 이를 숨긴 것이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국제 외교와 국익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순방을 많이 간다고 나무랄 일은 아니다. 다만 뚜렷한 목적이 있고 일정도 투명해야 한다. 더구나 코로나로 대부분 국민이 해외 관광에 나가지 못한 지 2년이 넘었다. 이런 상황인데 대통령 부인이 비공개로 하면서까지 관광을 해야 하나. 이 정도 분별은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이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청와대는 상식에 맞지 않는 변명을 하면서 야당과 언론 탓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순방 때마다 ‘외유’ 논란이 끊이지 않은 것은 방문 목적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8년 체코 방문 때는 ‘원전 세일즈’ 목적이라고 했다가 ‘중간 급유’라고 오락가락했다. 체코 대통령 부재 상황에서 총리와의 만남도 ‘회담’에서 ‘비공식 면담’으로 바뀌었다. 작년엔 호주 총리와 세 번 정상회담을 하고도 12월에 또 다시 호주를 방문했다. 유럽 방문국에선 거의 빼놓지 않고 유명 성당을 찾는다.
청와대는 이번 중동 순방 때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사실을 숨겼다. ‘외유성’ 지적에는 “문 대통령 만나자고 요청한 나라가 30개 이상 줄 서 있다”고 허세를 부렸다. 이러니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라는 말이 나온다. 모두 청와대가 자초한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02.04 기로에 선 자유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
자유는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는 주춧돌이다. 스스로 목적을 세우고, 스스로의 방법을 택하여 살아감으로써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진부하게 들린다. 그만큼 자유는 우리의 상식이 되어 있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동물과 다르고, 그럴 권리가 있어 존엄하다. 가스라이팅에 분노하고, 극빈 상황에서 허덕이는 이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이유는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될 자유가 박탈되어 존엄이 상처받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문명국이 헌법 초두에 신념, 의사표현, 신체, 재산 등에 대한 자유권을 명시적으로 천명하여 인간의 존엄에 예를 표한다. 다른 사람이 나의 신체를 주관하여 자기 뜻대로 처벌할 수 있다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표현할 것인가에 대하여 그가 강제할 수 있다면,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는 권위주의 막는 방파제
극우와 극좌는 개인의 삶 훼손
정파성은 상황을 더 악화시켜
자유의 의미 아는 지도자 필요
자유는 권위주의로의 회귀를 막는 방파제다. 태생부터가 그렇다. 전통적 권위주의 사회에서는 특권층이 삶의 방식을 결정하였다. 때론 왕과 귀족의 사익이 규범의 옷을 입고, 때론 종교적 세력이 절대자의 명분으로 구성원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자유와 존엄은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대항하여 권위주의의 대척점에 섰다.
자유가 인식된 뒤에도 권위주의는 고개를 들어 끈질기게 자유를 위협한다. 자유는 홀로 서 있지 않다. 우리는 기회가 평등하기를, 경쟁이 공정하기를 바란다. 한 사회 속에서 각 개인들이 뿔뿔이 흩어져 모래알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며 살기 원한다. 우리는 자유가 평등, 정의, 사회적 연대 등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풍성한 사회를 꿈꾼다. 어떤 정치체제가 이들을 가장 이상적으로 조합하는지에 대하여 학자들이 오래 고민해왔지만 아직 정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조합하는 과정에 자유의 폭은 당연히 조절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을 구성하는 자유가 훼손되어 권위주의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자유는 사회적 연대의 이름으로 공격받기도 한다. 민족을 앞세울 경우 그런 위험이 찾아온다. 히틀러의 나치당과 무솔리니의 공화 파시스트당은 개인보다는 민족을 앞세웠고, 성찰적 이성보다는 민족에 헌신하는 영혼을 강조하였다. 저항 세력은 민족의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탄압받았다. 이렇게 극우 파시즘의 통치 하에서 자유와 존엄성이 신음하였다. 민족의 위치에 정의의 이념이 자리해도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맑스-레닌주의에 기초한 소비에트의 스탈린 세력은 인민 해방이라는 과도한 평등의 이념을 기치로 내세워 자유권을 박탈하였다. 파시즘과 다를 바 없어 붉은 파시즘이라 불리기도 한다. 양 극단은 만난다고 하던가. 민족을 내세운 극우와 이념을 내세운 극좌는 공히 개인의 자유권과 존엄을 훼손하며 전체주의적 권위주의로 수렴한다.
권위주의로 회귀하여 자유권을 훼손하는 것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위안부 관련 단체에 대한 사실을 적시하며 비판하는 것조차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려 한 ‘위안부 왜곡처벌법’은 민족주의에 기대어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였다. 다수 의석에 기대어 이런 법을 만들려 하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편향적 위원회를 통하여 역사를 일정 방식으로 해석하려 한다든가, 특정한 해석에 대하여 반대하는 의견을 법으로 처벌하는 등의 경우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서양에서 극우 세력과 진보 세력에서 나타났던 권위주의적 경향이 뒤섞여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민주주의의 외양을 갖추고 있어 명시적인 독재의 비난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기본권을 훼손하는 권위주의이기는 매한가지다.
개인의 존엄에 대한 의식에서 출발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자유에 대한 의식이 더욱 견고해져야 한다. 아울러 이념의 절대화와 그에 따른 도덕적 우월성을 경계하여야 한다. 자신의 가치관에 대한 절대적 확신을 갖고 있는 이들은 상대방의 기본권을 훼손하면서도 그것이 상대방의 해방을 위한 처방이라고 정당화한다.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하여 국민을 억압한다고 말하는 독재자는 없다. 한결같이 국민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처방이라고 말한다. 진실로 그렇게 믿고 있을 수도, 아니면 권력욕을 위한 구실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국민의 기본권을 해치는 권위주의를 생산한다.
정파성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진영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서로는 서로를 악마화하며, 이는 다시 각자의 신념을 강화시킨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절대적 진리라는 환상을 부추기고, 상대방의 입장은 청취의 대상이 아니라 교정의 대상이라고 간주하게 된다. 이는 결국 정적의 입을 막아 기본적 자유권을 억압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강화한다. 악마는 대화의 대상이 아니라 퇴치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때론 도덕적 우월의식으로 오염된 정의의 이름으로, 때론 민족의 이름으로 소홀히 다루어진 자유 의식이 정파성에 의하여 더욱 위태로운 지점으로 향하고 있다. 자유의 의미를 읽고, 나의 신념이 절대선이라는 생각의 위험성을 통찰하는 지도자가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한 시점이다.
중앙일보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
02.05 대통령 아닌 후보들이 연금 개혁 합의, 文처럼 무책임한 사람은 없었다
여야 4당 대통령 후보들이 첫 TV 토론에서 이구동성으로 “국민연금 개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까지 “100% 동의한다”고 말했다. “4명이 공동선언을 하자”는 안철수 후보의 제안에도 모두 동의했다.
대선 국면에서 여야 후보 전원이 의견 일치를 이루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민연금 개혁에 모두가 동의한 것은 이 사안이 그만큼 절박한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현행 국민연금 구조는 적게 내고 많이 받도록 설계된 데다 저출산 고령화로 현재 900조원 쌓여있는 기금이 2056년이면 바닥 나게 돼 있다. 필연적이다. 그 뒤부터는 그해 걷은 돈으로 연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 몫을 빼앗는 거대한 세대 착취다.
그래서 역대 정부는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거나 수령액을 줄이는 등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려고 노력했다. 모두 인기 없는 조치였지만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5년 내내 연금 개혁을 외면했다. 그냥 외면한 정도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1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와 복지부가 보험료를 더 내는 내용의 개혁안을 보고하자 “보험료율 인상은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면서 이를 걷어찼다. 이후 청와대는 국민연금 개편안 정보 유출자를 색출한다며 복지부 간부들 휴대폰을 뒤지기까지 했다. 파국이 뻔히 다가오는데도 자신은 인기 없는 일을 하기 싫으니 다음 대통령이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연금 개혁을 막아 놓고 정권 필요에 따라 국민연금을 도구처럼 이용했다. 전문가를 기용하던 역대 정부와 달리 문 정부는 총선에서 낙선한 여당 정치인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앉혔다. 기업 군기 잡기에도 국민연금을 동원했다.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연금을 정치적으로 오염시킨 것이다.
연금 개혁이 5년간 방치된 결과 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졌다. 이대로면 1990년대생 이후가 연금을 받는 2056년부터는 연금 가입자들이 수입의 30% 가량을 보험료로 내야 연금 지급이 가능하다. 불가능한 일이다. 문 대통령이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 리 없다. 역대 대통령도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피할 수 없는 국가 현안에 대해선 최소한이라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왔다. 문 대통령처럼 무책임하고 자신밖에 모르는 경우는 없었다.
조선일보 사설
02.07 사법史에 오점 찍고 떠나는 김명수의 ‘코드 판사’들
김명수 대법원장이 정권에 잘 보이려 요직에 심었다는 논란을 빚어온 서울중앙지법의 두 판사가 결국 다른 곳으로 인사 발령을 받아 자리를 옮기게 됐다. 6년과 4년씩 한 자리에 있으면서 중요 정권 사건 재판을 담당해온 윤종섭 부장판사와 김미리 부장판사다. 서울중앙지법 근무 기간은 보통 3년을 넘지 않는다. 노골적 코드 인사로 일관해온 김 대법원장도 더 이상 놓아두기는 힘들었던 모양이다.
윤 판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와 김 대법원장의 협조가 만들어낸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재판을 맡았다. 그는 수사가 시작될 때 김 대법원장에게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당초 이 재판을 맡아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그런데 김 대법원장은 근무 기간을 늘리면서까지 그를 같은 자리에 놔뒀다. 어떻게든 유죄로 만들 심산이 아니라면 이런 비상식적 인사는 못했을 것이다. 피고 측 기피 신청으로 재판이 파행되자 이번에 어쩔 수 없이 인사 조치를 한 것이다.
김 판사는 ‘판사 하나회’라는 우리법 연구회 출신이다. 그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재판을 맡은 뒤 변호인·검찰 간 이견을 이유로 15개월간 본안 심리를 진행하지 않아 “노골적인 뭉개기” 소리를 들었다. 보다 못한 다른 판사들이 공판 날짜를 정하자 김 판사는 돌연 휴직했다. 이 때문에 재판에 넘겨진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는 ‘조국 일가 사건’에선 뇌물을 받은 주범인 조 전 장관 동생의 형량을 뇌물 전달자인 종범보다 낮게 선고했다. 이 비상식적인 판결은 당연히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재판을 가지고 장난쳤다고밖에 볼 수 없다. 사실 그러라고 그 자리에 앉혔을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재임 기간 내내 인사권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들었다. 우리법 연구회 등 자신과 이념이 같은 법원 내 사조직 출신 판사를 실력에 상관없이 요직에 앉히고 권력 비리 재판에서 정권 측에 불리하게 판결한 판사들을 한직으로 내몰았다. 김 판사처럼 황당한 판결과 비상식적 처신으로 법원 전체를 망신시키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대한민국 사법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찍었다.
조선일보 사설
02.07 전 국민에 뿌린 25조원이면 GTX 노선 4개를 건설했다
박정희·박태준, 역경 딛고 대일청구자금으로
제철소 건립해 한국 산업화의 기적 일으켜
작년에 살포한 재난지원금 도대체 뭐가 남았나
“돈 내 맘대로 쓰지마라”는 이건희 명언 되새겨야
1960년대 말 대일 청구 자금으로 건설한 포항제철(현 포스코)의 스토리는 한 편의 드라마다. 1965년 박태준 포철 사장은 “공업 국가의 꿈을 실현하려면 제철소를 건립해야 한다”는 박정희 대통령 명에 따라 제철소 건립에 착수한다. 문제는 1억달러가 넘는 건립 자금. 박태준은 1969년 초 미국 워싱턴을 오가며 세계 5국 8개 회사 연합인 국제차관단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한국에 제철소를 짓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는 냉정한 평가와 함께 고배를 마셨다. 낙담한 박태준이 대안으로 떠올린 것이 한일 협정에서 농업 부문에 쓰기로 한 대일 청구 자금 전용이었다. 박태준은 수없이 일본을 오가며 설득한 끝에 일본 정부의 승인과 일본 철강업계의 기술 지원을 받아내 영일만 허허벌판에 첫 삽을 떴다. 박태준이 직원들을 모아 놓고 “이 제철소는 조상의 피 값으로 짓는 제철소다. 실패하면 우향우해서 영일만에 빠져 죽자”고 각오를 다졌다는 대목에서는 숙연함마저 든다.
1972년 제철소 건설이 한창일 무렵, 박정희 대통령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에게 조선소 건립을 요청한다. 포항제철에서 곧 양질의 조선용 후판을 제공할 테니 조선소를 건립하라는 불같은 지시였다. 차관 도입을 위해 미국·일본을 돌아다녔다가 푸대접만 받았던 정주영은 영국 바클리은행의 문을 두드렸다. 바클리은행마저 차관 제공을 거절하자, 정주영은 이 은행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럽 선박업계 거물을 찾아가 500원권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가리키며 “한국은 영국보다 무려 300년 전에 철갑선을 만들었다”고 설득해, 차관 도입과 함께 선박 2척을 수주했다.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한국 산업화의 신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만약 박정희가 제철소 건립 대신 국민들에게 대일 청구 자금을 나눠줬다면 지금의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세계 1위의 조선과 가전, 세계 5위의 자동차 산업을 일구기는커녕 농업과 소비재 산업에만 의존하다 몰락한 남미 국가의 전철을 밟지 않았을까?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5차 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첫 날인 지난해 9월 13일 대전 중구 산성동행정복지센터에서 시민들이 국민지원금 방문신청 및 이의제기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신현종 기자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사태 이후 5차례에 걸쳐 재난지원금 43조4600억원을 살포했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지원 외에 전 국민에게 나눠준 돈만 25조3000억원에 이른다. 문 대통령은 “한우와 삼겹살 매출이 급증했다.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지만, 25조원은 분당만 한 신도시를 조성해 국민들에게 시세의 반값으로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돈이다. 지금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약속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 4개를 모두 건설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대신 노선 4개 중 1개라도 먼저 완성해 수도권 외곽에서도 서울 직장으로 편하게 출퇴근할 수 있게 했다면 젊은 세대가 지난 4년간 도심의 낡은 빌라라도 사겠다며 그 난리를 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짜로 생긴 돈으로 삼겹살을 사 먹는 기쁨이 아무리 크다 한들, 부채를 잔뜩 지고 ‘영끌’해서 산 주택 가격이 떨어질까 봐 밤잠을 설치는 괴로움을 10분의 1이라도 상쇄하겠나.
게다가 정부가 개념 없이 뿌린 돈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보복을 하기 시작했다. 실제 작년 하반기부터 농산물에서 음료, 비누·샴푸·화장지, 주류·과자류, 삼겹살·설렁탕·치킨·라면·영화 관람료까지 안 오른 게 없다. 지나치게 많이 풀린 돈이 주식·부동산 버블에 이어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고 이제는 우리 삶의 모든 분야에 스멀스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작년 재난지원금 덕에 공짜 삼겹살을 즐겼던 서민들이 앞으로는 두고두고 더 비싼 삼겹살을 먹게 생겼다.
리더는 돈의 무게를 알아야 한다. 직접 해외에 나가서 돈을 벌지는 못할망정, 남이 죽어라 고생해서 벌어온 돈을 적어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쓰려는 염치는 있어야 한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돈을 내 맘대로 쓰지 마라. 어떻게 쓰는 게 가치가 있는지 돈에 물어보라. 판단이 흐리면 낭패가 따른다”고 했다. 지금 대선 후보들이라도 곱씹어 보기 바란다.
조선일보 조형래 산업부장
02월 07일 물가·세금 폭등…서민 등골 휘는데 文 5년 헛돈 펑펑 썼다
문재인 정부 5년 간 직장인의 세금이 월급보다 4배 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6일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근로자 월 임금 평균은 2016년 310만5000원에서 2021년 365만3000원으로 17.6% 오른 반면, 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와 근로소득세 인상 폭은 39.4%에 달했다. 특히 근소세는 70.6% 폭증했다.
물가 급등도 심각하다. 1월 소비자물가는 3.6% 올라 10년 만에 처음으로 4개월 연속해 3%를 넘겼다. 특히, 외식비 인상은 5.5%로 13년 만의 최고를 기록하면서 칼국수·설렁탕도 1만 원 이하로 사 먹기 어려워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식료품·비주류 물가지수는 5년간 17.6%나 올랐는데, 월급 증가율 그대로다. 샐러리맨을 포함한 서민들의 처분가능소득은 제자리이니, 세금 폭등만큼 살림살이가 힘들어졌다는 의미다.
물가와 세금 급증으로 서민들은 등골이 휘는데 문 정부만 부자다. 세금을 지난해에만 계획보다 60조 원 넘게 더 거뒀다. 5년간 건보 보장 확대로 ‘의료 쇼핑’을 늘리고 독립 사업자인 특수 근로자와 예술인까지 고용보험을 허용했다. 100조 원을 넘는 세금 일자리 예산, 태양광·풍력 예산 등 헛돈을 얼마나 썼는지 헤아리기도 어렵다.
문 정부는 3·9 대선에 개입해 유례없는 14조 원의 1월 추경안까지 짜고 여당은 이마저 모자란다며 35조 원 이상으로 늘리라고 압박한다. 이런 추경으로 금리·물가가 더 올라가면 국민 호주머니를 터는 것과 다름없다. 여기에 후보들은 돈 풀기 경쟁이다. 청년수당·장년수당에다 출산 부모 급여·농업 보조금 확대 등 공약을 쏟아내지만, 재원은 사실상 언급도 없다. 물가가 3%만 올라도 연봉 4000만 원이면 120만 원이 날아가는데, 1년에 1인당 100만 원을 준들 보전도 안 된다. 현금 퍼주기는 물가 인상 악순환을 부른다. 기껏 용돈 수준인 공짜 공약에 넘어가선 안 된다.
문화일보 사설
02.08 진단키트 동나고 검사소 긴 줄, PCR 역량도 확대 않고 뭐 했나

▲2022년 2월 7일 서울 한 편의점에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품절 안내문이 붙어있다. 오미크론 확산과 함께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가 변경되면서 자가진단키트를 찾는 수요가 폭증해 편의점, 약국 등에서 품귀현상이 일고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6일까지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매출이 870% 증가했다./김연정 객원기자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4만명 가까이로 폭증하자 방역당국이 7일 60세 이상, 50대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치료 역량을 집중하는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이제 60세 미만 등 재택 치료자는 관리 의료기관의 정기적인 모니터링도 없고, 해열제·산소포화도측정기 등이 든 재택치료 키트도 받지 못한다. 사실상 각자도생(알아서 나으라)하라는 뜻이다. 방역체계의 대전환인데 정부가 예고도 없이 돌연 발표했다.
이미 방역당국이 설 연휴 이후 진단 방식을 ‘신속항원검사 우선’으로 바꾸면서 혼란과 부작용이 적지 않다. 지금 60세 이하는 선별진료소에 가도 긴 줄을 서서 신속항원검사를 먼저 받고 양성이어야 PCR검사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감염됐더라도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돌아다니며 감염을 확산시킬 위험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사람들이 불안해서 자가 진단을 받고 싶어도 키트가 동이 나 약국에서 구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쩌다 방역 수준이 이 지경에 이르렀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6일 오후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제2주차장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을 서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확진자가 3만8천691명 늘어 누적 100만9천688명이라고 밝혔다. 2022.2.6/연합뉴스
방역 당국은 PCR 검사 역량이 하루 80만~85만 건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진단검사의학회 등에서는 1년 전부터 대유행에 대비해 외국산 자동화 대용량 검사 장비를 도입하자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 국민에게 뿌린 재난지원금만 25조원인데 방역의 기본 중의 기본인 진단 장비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도대체 뭘 준비했다는 것인가.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미크론에 맞춘 방역과 의료체계를 선제적으로 준비했다”고 자랑했다. 자화자찬에 앞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신속 심의를 통해 대용량 자동화 PCR 장비부터 확보해야 한다.
이제 60세 이하 국민은 코로나에 걸려도 스스로 건강 상태를 체크하면서 증상이 악화하면 동네 병·의원이나 호흡기클리닉 등에서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거나 코로나 환자 외래진료센터에 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게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고 묻고 있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는 항상 정부 예측보다 빠르게 늘어나는데, 정부의 거리 두기 완화 등은 전문가들 조언보다 빠른 경우가 많다. 이 상태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7일 얘기한 대로 하루 확진자가 13만~17만명 발생하면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2.09 ‘盧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백종천·조명균 9년만에 유죄 확정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초본을 폐기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용전자기록 손상)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비서관이 파기환송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2013년 11월 이 사건이 기소된지 9년만에 나온 판단이다.
서울고법 형사 8부(재판장 배형원)는 9일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에게 각각 징역 1년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통령 기록물관리법에 따라 당연히 생성, 보존돼야 할 기록물을 삭제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국정원에도 회의록이 보존돼 내용이 확인 가능했던 점은 유리한 정황”이라고 했다.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논란은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10월 당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2007년 10월 노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정상회담 회의록이 대통령기록관에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새누리당은 회의록이 고의로 은닉·폐기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노무현 청와대 인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 끝에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회의록 초본을 삭제했다며 2013년 11월 이들을 기소했다. 하지만 1·2 심은 회의록 초본을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통령기록물로 인정되려면 대통령 결재가 있어야 하는데,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 업무지원시스템에서 결재 상신된 문서관리카드에 첨부된 회의록 파일을 열어 “내용을 한번 더 다듬어 놓자는 뜻으로 재검토로 합니다”라고 적었기 때문에 ‘결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반전을 맞았다. 2020년 12월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회의록 초본은 노 전 대통령의 결재를 받았다고 봐야 한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결재권자의 결재가 있었는지 여부는 결재권자가 서명을 했는지 뿐만 아니라 문서에 대한 결재권자의 지시사항, 결재 대상 문서의 특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노 전 대통령은 이 사건 회의록의 내용을 열람하고 그 내용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문서처리’ 및 ‘열람’ 명령을 선택해 전자문서서명 및 처리일자가 생성되도록 했다”고 밝혔다.1,2심과 달리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을 열람했을 때 결재를 한 것으로 봤다. 그에 따라 이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환송됐고 14개월간의 심리를 거쳐 유죄가 선고됐다.
조선일보 양은경 기자
02월 09일 집값 올려 ‘부동산稅 세계 1위’ 만든 文

현진권 자유인포럼 대표 前 한국재정학회 회장
정책은 현상 진단에서 출발한다. 현실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과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 정책에 변화가 이뤄진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미 실패했다. 전국의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켰고, 이로 인해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은 세금으로 고통받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하나로 온 국민이 아수라장을 경험하고 있다.
문 정부가 돌발적인 부동산 정책을 시작한 배경에는 잘못된 현실 진단이 있었다. 국제 비교를 했을 때 한국의 부동산 세금 부담이 너무 낮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때 정부는 보유단계 세금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부동산 가격에 비해 너무 낮다는 지표를 내세웠다. 부동산 세금은 보유단계뿐 아니라, 이전단계에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부담한다. 그래서 이 세금을 모두 고려해 종합적으로 비교해야 한다. 그러나 문 정부는 보유단계의 세금만을 뚝 떼어내 잘못된 현실인 양 선동했다.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보다, 부동산 정책으로 이념적 한풀이를 하려는 의도가 짙다.
OECD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는 국가 간 세금 비교에 대한 통계자료를 제공한다. 하지만 국가 간 제도가 달라 국제 비교 통계를 볼 땐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기관에서 통계를 제시할 때는 객관적인 자료만을 사용한다. OECD는 문 정부가 사용한 지표, 즉 ‘유효세율 = 부동산 세금/부동산 가격’을 사용하지 않는다. 서로 비교가 가능한 부동산 가격이라는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란 시장가격을 의미하며,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많은 부동산의 시장가격은 알 수 없다. 그래서 유효세율에 대한 국제 비교 통계치는 없다.
부동산 세금은 지방정부의 세금이다. 그러나 문 정부는 유효세율이라는 조각난 학술 연구 자료를 찾아내, 무모한 정책을 밀어붙였다. 이 지표는 볼수록 황당하다. 분모 값인 부동산 가격이 높아질수록 세부담률은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부동산 세금 부담이 낮다는 거짓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꼼수 지표다. 누가 부동산 가격을 높였나? 잘못된 정부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지만,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은 없고, 부동산 세금을 올리는 정책만 밀어붙인다. 그야말로 국민을 ‘세금 부담하는 봉’으로 여기는 정부다.
국가 간 비교통계는 객관적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OECD는 GDP 대비 전체 부동산 세금총액을 사용한다. ‘GDP’와 ‘부동산 세금총액’은 객관적인 수치이므로 이를 부정할 수 없다. OECD에서 매년 발표하는 부동산 세금부담률에는 양도소득세를 포함하지 않는다. 부동산 양도 시 발생하는 소득은 소득세 부담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부동산 양도소득세 부담이 매우 높아서, 이를 부동산 관련 세금으로 다시 계산해야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기준으로 재계산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프랑스와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한다. 우리 부동산 세 부담이 지난해에 더 높아졌음을 고려할 때, 이제 한국이 단독 1위임은 자명한 추측이다.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엔 한국의 부동산 부담 수준이 8위였다.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순위는 국민에게 자부심을 주지만, 부동산 부담 세계 1위는 전 세계에서 가장 고통받는 국민을 의미한다.
문화일보
02.10 검찰개혁은 허구였다
과잉 피해의식에서 출발한 검찰개혁
검찰 무력화, 권력 예속화 급진전돼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 요원하다

문재인 정권 마지막 검찰 인사가 대통령 임기 3개월을 남겨두고 단행됐다. 검찰과의 악연이 유별났고, 검찰개혁은 시대적 사명이라며 검찰개혁을 입에 달고 살았던 정권이었다. 이 정권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이 유례없이 무리하고 과격하게 행사된 것도 검찰개혁을 위한 것이었다. 마지막 검찰 인사 소식은 ‘그럼, 검찰개혁은 잘 끝난 거야?’라는 질문과 함께 지난 5년을 되돌아보게 한다.
검찰개혁은 문 대통령의 핵심 선거공약이었다. 취임 후에는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극심한 국론 분열에도 불구하고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도 검찰개혁 때문이라고 했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무리수가 동원된 끝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했다. 형사 정책적 고려 없이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의 합의를 내세워 검경 수사권 조정도 마쳤다. 검찰의 기능과 권한은 대폭 축소됐고, 엉성하나마 검찰개혁의 겉모습은 갖춰졌다.
개혁에서 겉모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내부 구성원들의 생각이다. 검사들이 생각을 바꾸어 검찰개혁에 동참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나. 하지만, 이에 동의하고 승복하는 검사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많은 검사들이 검찰의 오만과 독선, 권력과 유착했던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면서도 이 정권의 검찰개혁에는 동의도 승복도 할 수 없었다. 이들이 내세우는 개혁의 본질이 검찰을 무력화하고 권력에 예속시키려는 것이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나 수사의 독립 같은 검찰의 핵심 가치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말 안 듣는 검사들을 압박하고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대통령의 인사권,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수시로 발동되었다. 추미애, 박범계로 이어지는 정치인 장관들은 안면몰수하고 검사들을 편 가르고 줄 세웠다. 말이 좋아 ‘개혁에 대한 수용 자세’였지, 실상은 누구 편이냐가 인사의 기준이 되었다. 검찰이 준사법기관으로서 어렵게 지켜온 인사의 원칙들은 무너졌다. 친정권 검사들은 출세하고, 정권에 칼을 겨누었거나 말 안 듣는 검사들은 좌천되거나 옷을 벗었다. 조국 장관을 수사했던 검사는 1년에 3번 좌천당하는 기록을 세웠다. 대통령의 인사권이 보복의 도구로 전락했다. 작심하고 편 가르기 인사를 하는데 공정 인품 능력 실적 등의 기준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문 대통령의 과잉 피해의식에서 검찰개혁은 출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검찰이라는 것이다. 악마 같은 검찰에 대한 복수 감정과 피해의식은 처음부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을 어렵게 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이기에 무엇이든 혁명적으로 해치워도 된다는 오만과 독선도 더해졌다. 사적(私的) 동기의 공적(公的) 전환이 긍정적인 경우도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문 대통령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진정한 검찰개혁은 필요했고 또 국민이 원하는 바였다. 하지만, 이 정권의 검찰개혁은 허구였다. 정권 초기, 적폐 수사란 미명하에 검찰의 칼을 이용하여 전 정권 인사들을 줄줄이 감옥으로 보내던 때를 떠올려 보라. 그때도 검찰개혁의 구호는 있었지만, 공수처 출범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을 이렇게까지 밀어붙이지 않았다. 오히려 ‘내 편’이라 생각한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파격 임명하고, 적폐 수사를 적극 독려하며 검찰에 힘을 실어주었다. 조국 장관에 대한 수사를 시작으로 수사의 칼끝이 자신들을 향하자 검찰에 대한 태도는 돌변했고, 이때부터 검찰 무력화와 권력 예속화는 급진전되었다.
문 정부 5년은 검찰에 시련과 시험의 시기였다. 어엿한 국가기관이 권력에 의해 이렇게도 쉽게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검사들에게는 초라해진 스스로의 모습을 직시할 수 있는 교훈의 시간이기도 했다. 과거에도 권력이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검찰을 길들이거나 압박했다. 거꾸로 소수 정치 검사들이 권력 주변을 맴돌며 단물을 빨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권처럼 노골적으로 검찰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며 검찰 무력화와 예속화를 시도한 적은 없었다.
진정한 검찰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가능케 하는 것이어야 한다. 마지막 검찰 인사에서 들려온 박하영 차장검사의 사직 소식은 이 정권의 검찰개혁이 허구였음을 보여준 또 하나의 징표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관련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박 검사는 부당한 수사 무마 시도에 항의해 사직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는 아직도 요원하다.
동아일보 김경수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02.11 5년 내내 정권 불법 비리 쌓였는데 ‘적폐 수사’에 화난다는 文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집권 시 전 정권 적폐 수사를 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또 “윤 후보가 이 정부의 적폐가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단 말인지 대답하라”고 했다. 윤 후보가 문 정부 적폐에 대한 수사를 언급한 것은 불필요한 일이었다. 불법과 비리가 있으면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여기에 분노하며 사과를 요구한 것은 더 납득하기 힘들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2년 동안 ‘적폐 청산’이란 이름의 정치 보복만 했다. 200명 이상을 구속시켰다. 그런데 자신에 대한 적폐 수사에는 불같이 화내며 반발한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문 정권은 적폐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 문 대통령 친구를 당선시키려는 울산시장 선거 공작,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환경부 블랙리스트,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 금지,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 비리 등 정권 차원의 각종 비리가 쌓이고 쌓였다.
문 정권은 정권 불법에 대한 수사를 노골적으로 막아왔다. 법에 명시된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끝까지 임명하지 않은 것은 정권 불법 노출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원전 경제성 조작으로 국민 돈 7000억원을 날린 산업부 장관에 대한 배임 혐의 기소를 막았다. 책임자인 문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울산 선거 공작은 재판 자체를 막기도 했다. 세계 민주국가 어디에도 없는 일이다. 자기편이 아니면 사건 조작도 했다.
허위 보고서로 없는 혐의를 만들었고, 검찰 수뇌부는 그에 대한 수사를 막았다. 라임·옵티머스 사기엔 여권 인사 연루 의혹이 나왔지만 수사 자체가 유야무야됐다. 문 대통령 딸의 해외 이주를 도운 이상직 의원은 수백억원대 비리 혐의에도 민주당 의원이 됐고 1년간 구속을 피했으며 아직 배지를 달고 있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하자 수사팀을 공중분해시키는 방법으로 저지했다. 우리 헌정사에 이런 적폐는 없을 것이다. 위법적 감찰을 벌여 윤 전 총장을 결국 밀어냈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 아래에서 사법 역사에 남을 온갖 오점이 다 찍혔다. 그런 문 대통령이 윤 후보에게 ‘정부의 적폐를 못 본 척했느냐’고 따지는 게 말이 되는가.
황당한 소득 주도 성장, 20차례 실패한 부동산 정책,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등 정책 적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180석의 힘을 휘둘러 공수처법, 임대차 3법, 대북전단금지법을 일방 처리하는 입법 폭주도 끊임없었다. 심지어 선거법까지 일방 처리했다. 이렇게 많은 불법과 적폐를 쌓아왔으니 적폐 수사란 말이 나오자 놀라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2.11 靑 정책실장 장하성·김상조 ‘펀드’ 의혹, 文 정권 진면목
문재인 정부의 첫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주중 대사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장 대사의 친동생이 만든 사모펀드에 각각 60여 억원, 4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펀드는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초 투자금을 모집하기 시작했고, 장 대사와 김 전 실장은 청와대 정책실장과 공정위원장에 임명된 직후인 2017년 7월 거액을 투자했다. 그러나 2019년 4월 미국 증권당국이 수익률 허위 보고를 적발해 자산을 동결함에 따라 펀드가 환매 불능에 빠졌다. 이후 투자자산 대부분을 날린 것으로 드러나 투자자들이 2500여 억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 투자자들은 펀드 운용사가 장하성·김상조 등 VIP 투자자들의 명단을 별도 관리했다고 주장한다. 일반 투자자들에겐 환매가 안 되는 조건으로 팔고, VIP들에겐 만기 전에 환매 특혜를 준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공직자 펀드 투자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 전반에 막강한 실권을 가진 청와대 정책실장이 친동생이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거액을 투자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다. 공정거래위원장은 그 직책상 누구보다 처신을 조심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재직 중 돈을 더 벌겠다고 이 펀드에 투자했다니 할 말이 없어진다. 문제의 펀드는 장 대사가 청와대 재임 시절 대부분의 투자금을 끌어모았고,청와대 정책실장의 친동생 운영 펀드라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자체 손실 위험 평가에서 문제의 펀드를 10점 만점에 2점으로 평가해 ‘초(超) 고위험’ 펀드로 분류했으면서도 은행 창구에서 6700억원어치나 팔아 주었다. 두 사람 영향력 없이 가능한 일인가. 일부 금융회사는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자 투자자들에게 “장하성 동생이 대표라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안내문을 보내기도 했다.
장 대사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하고, 김 전 실장은 ‘합법’이라는 해명만 내놓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작년 3월 전셋값 인상률을 5% 이하로 제한한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전 자신의 강남 아파트 전셋값을 14%나 올린 사람이다. 최고 권력을 가진 고위 공직자에겐 특별한 자기 절제가 필요하다. 공직의 기본이자 상식이다. 이들은 남에겐 그런 요구를 하면서 뒤로는 제 잇속을 챙기려 했다. 문재인 정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조선일보 사설
02.11 겉으론 반일 몰이 뒤에선 파렴치 비리 김원웅, 선열이 통곡한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2021년 8월 15일 오전 옛 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사전에 녹화된 기념사를 하고 있다. /KTV 캡처
김원웅 광복회장이 독립유공자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며 마련한 국회 카페 수익금 수천만원을 횡령하고 비자금을 조성해 사적으로 써왔다는 의혹이 국가보훈처 감사 결과 사실로 확인돼 경찰에 수사 의뢰됐다. 보훈처는 “광복회가 허위 발주 또는 원가 과다 계상 등으로 6100만원을 마련하는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했다. “비자금 중 1000만원은 광복회장 통장으로 입금된 후 여러 단계를 거쳐 현금화된 뒤 사용됐고 나머지 자금은 필요 시 중간 거래처가 대납하게 하는 방식으로 집행됐다”고도 했다. 광복회장이 범죄 조직과 같은 ‘돈세탁’, ‘불법 갑질’ 등을 저질러왔던 것이다. 처음 의혹이 제기되자 김 회장은 “(폭로한) A씨가 비리를 저지르고 회장에게 덮어씌우려 한 것”이라고 했는데 이 또한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광복회 건물에 가족 회사를 차리고 광복회장 직인이 찍힌 공문까지 활용해 공공 기관을 상대로 영업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대부분 사실로 확인돼 수사 의뢰됐다. 이 회사의 법인 등기에는 김 회장의 며느리, 조카, 처조카 등 3명이 최근까지 임원으로 등재돼 있다가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그만뒀다.
군사정권 시절 공화당과 민정당 당료로 일했던 김 회장은 문재인 정권 들어 광복회장을 맡으면서 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죽창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21세기에 난데없는 ‘친일파’ ‘민족반역자’ 운운에 앞장섰다. 정권 권력자들에겐 독립운동가 이름의 각종 상을 뿌렸다. 그런 김 회장이 알고 보니 독립유공자 자녀들 돈을 빼돌리는 파렴치범이었다. 선열들의 독립운동을 팔아 제 잇속을 차린 것이다. 김 회장은 즉각 사퇴하고 경찰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전모를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2월 11일 독립유공자 팔아 거액 비자금 챙긴 김원웅의 후안무치
광복회가 국회에서 운영 중인 카페 ‘헤리티지 815’ 자금으로 김원웅 회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유용해 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국가보훈처는 감사 결과를 10일 발표하며 “광복회는 국회 카페의 중간 거래처를 활용해, 허위 발주 또는 원가 과다 계상 등의 방법으로 6100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비자금 중 1000만 원가량은 김 회장 개인 통장으로 입금된 후 여러 단계를 거쳐 현금화돼 사용됐다”고 했다
해당 카페는 수익금 전액을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장학금을 주는 조건으로 임대료도 없이 운영돼 왔다. 그런데도 김 회장은 그 돈을 비자금으로 챙겨 돈세탁까지 하며, 자신의 한복·양복 구입과 이발·마사지 비용 등으로 썼다. 며느리·조카·처조카 등이 임원인 골재 회사를 광복회관 내에 설립해, 공공기관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했다는 의혹도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고 한다. 독립유공자를 팔아 개인의 탐욕을 채운 것으로, 후안무치의 또 다른 전형이다.
김 회장은 직접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보훈처는 김 회장을 비롯한 광복회 관계자들을 업무상횡령,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빼돌린) 비자금 규모가 수사 등을 통해 더 커질 수 있다”고도 했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밝혀내야 한다. 수사 결과에 따른 비자금 사용액 전액 환수도 당연하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11일 정권 수사 막더니 ‘적폐 없다’ 선동한 文의 국민 기망(欺罔)
대선을 26일 앞두고 대통령이 유력 야당 후보를 직접 공격하는 전례 없는 일이 발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문 정권 적폐를 수사하겠느냐’는 질문에 “하겠다”고 답변한 데 대해 10일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윤 후보가 불필요한 답변을 한 측면은 있지만, 문 대통령의 분노와 사과 요구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사실과 다른 선동을 통해 국민을 기망(欺罔)하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여권 인사들이 총출동해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친문 지지자 결집, 김혜경 씨 논란 회피 등 정략적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대선을 26일 앞두고 대통령이 유력 야당 후보를 직접 공격하는 전례 없는 일이 발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문 정권 적폐를 수사하겠느냐’는 질문에 “하겠다”고 답변한 데 대해 10일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윤 후보가 불필요한 답변을 한 측면은 있지만, 문 대통령의 분노와 사과 요구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사실과 다른 선동을 통해 국민을 기망(欺罔)하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여권 인사들이 총출동해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친문 지지자 결집, 김혜경 씨 논란 회피 등 정략적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으로 몬 것”이라고 했지만, 근거는 차고 넘친다. 정책적으로 친북·친중 일변도 대외 관계, 소득주도 성장과 기업 규제, 부동산 폭등, 국익 자해적 탈원전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적으로도 이념 과잉, 국민 갈라치기, 내로남불, 드루킹 여론조작 등 적폐가 심각하다. 문 대통령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이 정부 적폐가 있는데도 못 본 척했냐”고 되물었는데, 그야말로 적반하장·혹세무민이다. 공소장에 문 대통령이 등장하는 울산시장선거 개입·월성원전 1호기 조기 가동 중단 수사와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라임·옵티머스 펀드 의혹은 윤 후보가 수사하려 했지만 문 정권이 수사팀 해체, 수사지휘권 박탈 등을 통해 막았다. 심지어 친정권 검사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 관련 사건 진술서까지 직접 조작해 윤 후보를 음해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윤 후보는 “정치 보복은 없다”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해 11월 15일 문 대통령의 축하 난을 들고 온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조해주·박범계·전해철·김부겸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정부의 선거 중립을 요청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오히려 선거 전면에 나선 것이다. 심지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선거 결과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이 부적절해지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남북관계까지 선거에 끌어들였다. 자신들이 집권 후 적폐 청산을 국정 과제 1호로 삼아 200명 이상을 구속시킨 것은 정당하고, 다음 정권에서 하는 것은 정치보복이라는 말이야말로 궤변이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11일 법 지배원리 살리는 대선 돼야 한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
이승만·박정희 독재 비난에도
건국과 민주주의 토대 만들어
노무현도 동맹과 안보에 기여
文 제왕적 ‘코드 권력’ 휘둘러
권력 수사 막고 위헌법률 양산
전방위 위협 받는 ‘법의 지배’
친일파·독재자라는 말까지 듣는 이승만 대통령은 사실상 공산정권이 이미 들어선 북쪽을 머리에 이고 극도의 혼란과 좌우 분열, 단독정부 수립 방해 공작 속에서 대한민국을 건립하고 적화통일을 목적으로 한 북한의 6·25전쟁으로부터 이를 지켜내 오늘 우리가 5000년 역사상 처음인 자유와 번영을 구가할 수 있도록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의 기초를 다진 업적을 남겼다.
이 기초 위에 박정희 대통령은, 군사쿠데타·유신독재에도 불구하고,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도 안 되는 나라에서는 민주주의를 논하지 말라는 말을 듣던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성공시켜 민주주의의 토대를 쌓았다. 경제 발전은 중산층의 성장을 가져왔고, 중산층의 성장은 민주화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행정부의 세종시 이전으로 재미를 본 노무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수도이전 위헌결정에 대한 탈법행위이자, 특히 통일을 고려하면 매우 낭비적인 조치를 했다. 그러나 그는 좌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라를 위해 미국과의 FTA 체결,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의 업적을 남겼다.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로 폄훼해 마지않던 나라에서 민주를 자처하며 정권을 장악한 문재인 정부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려고 정치공작과 숟가락 얻는 연출은 잘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원전(原電)을 포기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등 무능·무책임한 정부를 임기 내내 이끌어 왔단 말인가? 그래서 정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다. 오죽했으면 다가오는 3·9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국민 여론의 대세를 이뤘겠는가?
이 여론은 586 출신이 요소요소에 자리 잡고 벌여온 좌파 정권의 그동안 법 지배원리(the Rule of Law) 훼손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형성됐다. 법 지배원리는 헌법의 핵심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 작동의 토대다. 문 대통령 취임사의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롭게’는 법 지배원리의 핵심을 잘 표현한다. 법 지배원리와 동의어라 할 입헌주의는 기본적 인권 보장과 권력분립을 공유한다. 그래서 살아 있는 권력 통제의 기능도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합법·비법·불법을 가리지 않는 좌파 권력의 법 지배원리 훼손이 여러모로 나타났다.
그 훼손은, 울산시장선거 개입,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청와대로 다가가자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권력을 박탈하기 위한 법무부 장관 등의 권력 행사로 이어져 윤석열 야당 대선 후보까지 만들었다. 급조한 공수처는 검찰개혁과는 관계없는 시민 감시 기구가 됐으며, 검찰개혁은 검찰로부터 대장동 의혹,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등에 대한 권력 통제 기능을 박탈하는 구실이 됐다.
또, 좌파 정권의 특징인 공무원 증원과 함께하는 청와대 조직 비대화 현상은 절대과반수 180석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이 독재하면서 더 뚜렷해진 국회의 대정부 견제 기능 상실과 함께 좌파 제왕적 대통령을 옹립해 왔다. 그리고 야당의 견제도 없이 대북전단살포금지법, 5·18왜곡처벌특별법 등 심지어 위헌적 법률도 생산해 냈다. 제왕적 대통령이 행사하는 코드 인사는, 좁게 보면 대법원장과 법원장 임명 등에 이르러 대규모 엘리트 판사들의 사퇴까지 초래하는, 삼권분립의 핵심 사법권 독립 문제에 이른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정치적·기능적 독립성·중립성이 요구되는 검찰총장, 감사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은 물론, 군 지휘관, 고위 공직자, 공공기관, 공기업, 공영 언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미친다. 견제받지 않는 제왕적 대통령의 코드 인사권 행사는 자유민주주의를 전체주의적 체제로 전환케 한다. 그래서 대통령의 제왕적 독재권력 행사를 정당화(legitimate)할 만한 업적이 있는지를 묻는다.
또한, 사법권 독립 못지않게 감사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군 지휘관, 검찰, 공직자, 공공기관장, 공기업 책임자, 언론인 등 전문직이 지니는 소신과 독자성의 견지가 법 지배원리, 자유민주주의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번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법 지배원리를 되찾고 자유민주주의 견지(堅持)에 단연 기여할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최상위의 당위가 도출된다.
문화일보
02월 11일 ‘장하성 동생 펀드’와 권력 비리 악취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하성 주중대사의 동생인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가 만든 펀드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2021년 4월 기준으로 2562억 원에 이른다. 장 대사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장 대표가 만든 개방형 펀드에 투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경찰은 장 대표가 신규 투자자가 낸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폰지 사기’ 수법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16년 11월 10일 설립된 디스커버리의 사모펀드 상품은 2017년 4월부터 2019년까지 IBK기업은행 등 은행권과 증권사에서 판매됐다. 2019년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일부 펀드에 대한 미국 현지 자산운용사인 다이렉트렌딩의 법정관리로 환매 연기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장 대사와 김 전 실장은 각각 청와대 정책실장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7년, 이 펀드에 각각 60여억 원 및 4억여 원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2019년 4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디스커버리 투자 미국 내 펀드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했고, 2021년 7월 22일 경찰은 펀드 판매 은행을 압수수색하고 장 대표의 출국을 금지했다. 그런데 수사 개시 후 거의 7개월 지난 시점인 지난 9일에 와서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비로소 장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장 대표는 디스커버리의 미국 측 투자대리인 격인 엘리엇 강 씨를 상대로 뉴욕주 법원에서 소를 제기했으나, 한 달도 안 돼 소를 취하했다. 그리고 델라웨어 주 형평법원에서 강 씨 측과의 소송에서 펀드관리비용과 관련해 45만 달러 상당의 패소 판결을 받고 그 내용을 전격 이행했다. 디스커버리와 엘리엇 강이 관리하는 마켓플레이스 사이에 2016년 9월 30일 어음 발행 합의가 있었다는 점에서 장 대표가 디스커버리 설립 이전부터 불법으로 금융업을 개시한 의혹이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장 대사와 김 전 실장이 이 펀드에 투자했는지 여부 및 장 대사와 김 전 실장이 이 펀드의 판매처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등이 의혹의 쟁점이다. 다이렉트렌딩이 2019년 2월 11일 디스커버리 등에 부실채권 발생 사실을 통지한 뒤에도 디스커버리가 엘리엇 강의 DL글로벌을 통해 5회에 걸쳐 2878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해가 잘 안 되는 대목이다.
또 다른 이상한 점은, 델라웨어 주 형평법원이 엘리엇 강의 승소 판결을 등록하기 하루 전에 합의를 통해 디스커버리 측이 사실상 마켓플레이스의 예금계좌 관리권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장 대표와 엘리엇 강 사이에 투자금과 관련해 숨겨진 모종의 합의가 있는지 궁금하다.
권력형 비리(非理)의 냄새가 난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하고도 7개월간 장 대사와 김 전 실장에 관한 의혹을 수사하지도 않았고, 두 사람의 자금 흐름 등은 최근까지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한 축씩을 담당했던 두 사람에 대한 의혹으로 디스커버리 일반 투자자들의 박탈감과 상실감은 더욱 커질 조짐이다. 따라서 환매 여부를 비롯해 투자 금액과 보전 금액 등 두 사람의 자금 흐름, 디스커버리의 마켓플레이스 예금 입출금 관리 현황 및 공직자윤리법 위반 여부를 엄정하게 수사할 필요가 있다.
문화일보
02.12 건물 한 동 개교, 한전공대 누가 책임지나

▲내달 3월 개교를 앞둔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공사가 한창이다. 2022.2.10. /김영근기자
11일 자 조선일보 사회면에는 흙더미 한가운데 4층짜리 건물 한 동을 짓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다음 달 2일 개교하는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 모습이다. 건물 바로 앞에서는 덤프트럭들이 흙을 실어나르고 있다. 개교를 20여 일 앞두고 있는데 아직 강의실과 행정실 등으로 쓸 한 동짜리 건물조차 다 짓지 못한 것이다.
이 대학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호남 공약이었다는 것 말고는 왜 생겨야 하는지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려운 대학이다. 취학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앞으로 5년 내 전국 대학의 4분의 1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이미 전국 주요 대학에 에너지 관련 학과가 다 있고, 대전 카이스트를 비롯해 포항·광주·대구·울산에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5곳이나 있다. 그런데 문재인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기업 팔을 비틀어 억지로 대학을 짓기 시작했다. ‘문재인공대’나 마찬가지다.
이 아집과 오기에 10년간 1조6000억원이 들어간다. 교육부가 올해 전국 257개 대학에 자율 혁신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사업 예산이 1조2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돈인지 알 수 있다. 보통 대학 설립엔 6년 이상이 걸린다. 허겁지겁 서둘렀지만 그래도 대통령 임기 내 개교에 맞추기 어렵자 여당은 지난해 3월 건물을 짓지 않아도 개교할 수 있도록 특별법까지 만들었다. 그 결과가 허허벌판 위에 한 동짜리 대학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한전공대는 이번 입시에서 110명을 모집했다. 2025년 기숙사를 짓기 전까지 리모델링한 골프텔에서 지낸다고 한다. 한전은 지금 부채 총계가 138조원이다. 지금이야 울며 겨자먹기로 지원하고 있지만 곧 문 정권이 끝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대못을 박았다고 좋아할지 모르나 앞으로 이 학생들에 대해 책임질 수 있나. 지역은 물론 나라에도 도움 되는 공약이 많은데 하필 터무니없는 대학 설립 공약을 내걸고 밀어붙인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조선일보 사설
02.14일 文의 분노, 진실 왜곡과 내로남불 극치

서정욱 변호사 前 영남대 로스쿨 교수
대선을 20여 일 앞두고 현직 대통령이 유력 야당 후보를 직접 공격하며 노골적인 ‘여당 후보 구하기’에 나서는 전대미문의 일이 발생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문 정권 적폐도 수사하겠다”고 답변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단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라고 강력히 분노하며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한마디로 ‘주적심허’(做賊心虛·도둑이 제 발 저리다) ‘적반하장’ ‘내로남불’의 극치다.
첫째, 어느 정권이든 부정과 비리가 있다면 법과 원칙, 시스템에 따라 수사를 한다는 윤 후보의 원론적인 발언에 문 대통령이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주적심허 격이다. 아울러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라고 공격한 것은 정권교체를 의식한 문 대통령이 자신과 가족, 정권에 대한 차기 정부의 수사에 미리 ‘정치 보복’ 프레임을 씌워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울산시장선거 공작,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 환경부 블랙리스트,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등 정권 차원의 비리가 차고 넘치기 때문에 과잉 분노하는 게 아닌가.
둘째, 문 대통령이 “윤 후보가 재직 시 이 정부 적폐가 있는데도 못 본 척했냐”고 되물은 것은 자신들이 온갖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살아 있는 권력수사를 방해했다는 점에서 적반하장의 극치다. 전대미문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와 수사, 조자룡 헌 칼 쓰듯 마음대로 휘두른 수사지휘권, 법치국가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수사팀의 공중분해 등을 통해 자신들의 적폐를 막은 것이 도대체 몇 건인가. 결국, 현 정권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불법적 수단을 동원해 적폐 수사를 막고도 오히려 윤 후보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이야말로 혹세무민 아닌가.
셋째, 현 정권이 200명 이상을 구속시킨 것은 모두 적폐청산이고, 다음 정권에서 하는 것은 무조건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이야말로 ‘내가 하면 적폐청산, 남이 하면 정치보복’이라는 내로남불의 극치다. 적폐청산은, 미래를 향한 시스템 개혁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 환부를 외과수술처럼 정확하고 신속하게 도려내는 수사다. 반면, 정치보복은 특정인을 겨냥해 미리 결론을 내린 뒤 강압적 수사를 통해 역으로 결론을 꿰맞추는 수사다. 이 점에서 오히려 현 정권의 수사가 정치보복의 측면이 강했다. 심지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17년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는 궤변까지 하지 않았는가.
문 대통령은 야당 후보를 공격하기 전에 현 정권의 집요한 정치보복과 잘못된 국정 운영에 대해 먼저 사과하고 다음 질문에 진심으로 답해야 한다.
‘윤 후보의 검찰총장 임명 당시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해 달라고 당부한 것은 진심인가, 허언인가?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김학의 법무부 차관 동영상, 고 장자연 씨 사건 등 문 대통령이 직접 수사를 지시한 사건이 대부분 무죄로 끝난 것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결국, 상식 밖의 비이성적 과잉 분노는 친문 결집을 통해 이 후보를 도우려는 불법적인 선거 개입 아닌가?’
문화일보
02.15 폭력조직이 정권 경찰 비호 받으며 업소 협박, 영화가 아니다
작년 8월 노조에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경기도 김포의 택배 대리점주(主)의 아내가 14일 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를 향해 “불법과 폭력을 즉시 중단하라”는 호소문을 냈다. 택배노조 CJ지부는 택배 요금 인상분 분배 등을 요구하며 49일째 파업 중이고, 10일부터는 CJ대한통운 본사에서 점거 농성 중이다. 대리점주 아내는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경찰 조사는 시간 없다며 응하지 않으면서 노조 집회엔 꼬박꼬박 참석하는 걸 봤다”면서 “국가는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경찰도 두려워하지 않고 법 위의 존재인 듯 폭력을 행사하는 걸 보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이 너희를 지켜줄 것’이라고 가르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문제의 대리점 사장은 “민노총 노조원들의 업무 방해로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는 유서를 남기고 작년 8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가 얼마나 억울했으면 자신을 괴롭힌 노조원 12명을 거명하며 “너희들로 인해 버티지 못하고 죽음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있었다는 걸 잊지 말라”고 썼겠나. 그 일이 있은 지 여섯 달도 안 돼 택배노조는 유리창을 깨고 CJ대한통운 본사에 들어가 농성하면서 윷놀이를 하고 망치로 임직원들을 위협하는 등 행패를 부리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기본적으로 노사 간의 문제로 판단한다”면서 구경만 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측은 13일 “정부와 경찰이 노조의 불법 침입과 점거 폭력을 수수방관하며 오히려 지켜주고 있다”는 입장문을 냈다. 오죽하면 기업이 정부와 경찰을 향해 이런 항의를 하고 있겠는가.
택배노조만 아니다. 전국의 건설 노조, 화물연대 등 민노총 노조들은 폭력, 횡포, 갑질, 협박 등을 동원해 기업, 건설 현장, 대리점주 한 곳 한 곳을 각개격파 하며 이익을 관철해나가고 있다. 개별 기업은 대항할 힘이 없다. 노조에 맞서려 했다가는 온갖 행패를 당하고 경제적 피해를 뒤집어 쓰게 된다. 막아줄 수 있는 건 공권력뿐인데 경찰과 정부는 오히려 노조 편이다. 폭력 조직이 부패 경찰의 비호를 받으면서 업소들을 협박하고 금품 뜯고, 대항하면 복수를 하는 마피아 영화 속 상황과 다를 바 없다.
택배노조의 횡포를 보다 못한 일반 택배기사들이 비노조택배기사연합을 결성했다. 그 단체의 김슬기씨는 10일 “노조가 건물에 테러를 했는데 경찰이 진압을 안 하고 보호해주고 있다. 이거 나라 맞아요? 세금 왜 거둬요? 세금 내는 사람 지켜줘야 되는 것 아니에요”라고 고함을 쳤다. 기막힌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02.15 백범 장손 “참담하다” 분노, 정부가 당장 김원웅 사퇴시키라
김원웅 광복회장이 독립유공자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며 만든 국회 카페를 통해 수천만 원을 횡령하는 등 각종 비리를 저질러왔던 사실이 국가보훈처 감사로 밝혀졌는데도 사퇴하지 않고 있다. 그러자 백범 김구 선생의 장손 김진 광복회 대의원이 성명을 내고 “광복회 수장의 비리를 보며 국민·순국선열·애국지사님들 영령 앞에 어떻게 고개를 들 수 있을지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참담할 따름”이라며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김 회장은 보훈처의 감사 결과 발표 직후 “횡령을 저지른 사람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심각한 위법행위이자 명예훼손으로 사퇴 의사는 전혀 없다”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진 대의원은 “광복회의 명예가 땅에 떨어지든 말든 자리를 지키겠다는 몰염치와 철면피 같은 모습에 말문이 막히고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광복회 대의원 31명은 최근 김 회장 불신임안 의결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를 광복회에 요청했지만 김 회장이 직권으로 이를 거부했다. 김 회장이 이럴 수 있는 근거도 없다고 한다. 그러자 광복회원들은 ‘김원웅 퇴치 집행본부’를 결성하고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독립 투사의 후손들로서 도저히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훈처는 감사에서 국회 카페 수익금이 ‘돈세탁’을 통해 김 회장 비자금으로 전용돼 사적으로 쓰였다고 했다. 카페 중간 거래처를 활용한 허위 발주나 원가 과다 계상 같은 수법도 쓰였는데, 비자금 규모는 향후 경찰 수사를 통해 억대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복·양복 구입비, 마사지비는 물론 김 회장이 개인적으로 강원도 인제에 설립한 협동조합 ‘허준 약초학교’ 공사비에도 사용됐다고 한다. 김 회장의 며느리, 조카, 처조카가 임원이었던 골재 회사가 광복회관에 몰래 회사를 차려두고 광복회장 직인까지 활용해 공공기관을 상대로 영업 활동을 벌였다는 의혹도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애초 김 회장이 광복회장이 된 것부터 난데없는 일이었다. 김 회장은 정권에 보은하듯 앞장서 죽창가를 불렀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독립 유공자 자녀들에게 돌아갈 돈을 빼돌려 배를 채웠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김 회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집권 즉시 광복회에 대한 국고 지원을 끊겠다”고 했다. 대선까지 기다릴 것도 없다. 문재인 정권이 당장 그를 물러나게 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2.15 직장인 63% 세금 5년간 50% 올라, 세금 양극화 심각하다
지난해 납세자들이 부동산·주식 등 보유 자산과 관련해 낸 세금이 68조원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전보다 무려 2.7배 늘어났다. 정부가 ‘미친 집값’을 만들어 놓고 정책 실패의 덤터기를 납세자에게 씌운 것이다. 직장인들이 낸 근로소득세도 47조원으로, 5년 사이 1.5배 늘었다.
문 정부는 5년 내내 특정 계층만을 표적으로 한 ‘표적 증세’를 이어갔다. 대기업을 겨냥한 법인세 상위 구간을 신설해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고, 근로소득세 최고 세율도 40%에서 45%로 높였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OECD 평균보다 4%포인트 높다. 전 세계에 한국과 프랑스 2곳밖에 없다는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은 6%로, 프랑스 부유세보다 4배나 높다. 종부세 세수는 지난해 6조여원으로 5년 새 4.7배로 불어났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란 조세 원칙을 깨고 표적 증세에 골몰하면서 납세자 간 세금 양극화가 훨씬 심해졌다. 매출 상위 10% 법인이 법인세 납부액의 96%, 소득 상위 10% 근로자가 근로소득세 73%를 납부하고 있다. 반면 법인의 49%, 근로자 37%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 근로자가 726만명에 이른다. 문 정권은 이들을 ‘표밭’으로 보고 있다.
반면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소득세뿐 아니라 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준조세 부담까지 크게 늘었다. 문 정부 5년간 근로소득이 18% 늘어나는 동안 고용보험료는 45%, 건강보험료는 37% 급증했다. ‘문재인 케어’와 실업급여 확대로 건강·고용보험 재정이 악화되자 이를 벌충하기 위해 보험료를 계속 올렸기 때문이다.
표적 증세는 세금 전가,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등 각종 부작용을 낳는다. 지금 그 피해는 저소득층, 취준생 등 취약 계층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 집주인들이 세금 낼 돈을 마련하려 전세를 반전세로 바꾸면서 무주택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조선일보 사설
02.16 돈 다 뿌리고 이제 와 “물가·금리 걱정된다”는 정부
김부겸 총리가 추경 규모를 35조~50조원대로 늘리자는 여야 정치권 요구에 대해 “돈을 풀면 물가로 바로 연결되고 금리와도 연관된다. 물가가 뛰면 온 국민이 피해를 본다”면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경제 전문가들과 금융계에서 계속 지적해온 우려였는데, 그동안 정부는 여권의 선심성 돈 풀기에 동조하기만 했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 그 부작용을 인정하는 것이다.
6·25 전쟁 이후 71년 만에 등장한 이번 ‘1월 추경’은 출발부터 노골적인 대선용 매표 정치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국민 1인당 50만원씩 전 국민 재난 지원금을 주자며 불씨를 던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세수 예상 오차분을 근거로 “소상공인 지원 여력을 갖게 됐다”고 맞장구치면서 추경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에 이미 잡혀 있는 소상공인 지원 예산 10조원과는 별도로 자영업자 320만명에게 300만원씩 지원하겠다며 총 14조원 규모 추경안을 마련했다. 선진 각국 정부가 코로나 대응 때 풀린 돈을 회수하는 금융·재정 긴축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만 거꾸로 간 셈이었다.
이미 금융시장과 민생 현장에선 김 총리가 말한 부작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607조원의 초대형 본예산에다 14조원의 추경이 추가되면서 돈 풀기가 가속화되자 물가가 뛰고 시중 금리가 요동치는 ‘금리 발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 물가는 4개월 연속 3%를 웃돌았고, 국채 금리는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출 금리가 급등하면 가계와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의 금리 부담이 가중된다. 선심성 돈 풀기가 경제 약자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역설로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추경 규모를 35조~50조원대로 늘리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추경 증액엔 거의 전액 빚을 내야 한다. 곧바로 금리·물가 불안으로 이어진다. 800조 넘는 빚을 가진 자영업자들에게 지원금을 안기고는 뒤로는 더 큰 고금리·고물가 이중고를 떠안기는 꼴이다.
헌법 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지출 예산을 증액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제동 걸 권한을 준 것이다. 정부가 무분별한 추경 증액에 거부권을 행사하는지를 보면 김 총리의 걱정이 진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2.16 김원웅 광복회장 사퇴... “사람 볼 줄 몰라 불상사” 비자금 남 탓
‘탄핵 표결’ 이틀 앞두고 퇴진
김원웅 광복회장은 16일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며 국회에서 운영해온 카페 수익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건과 관련, “광복회장의 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근의 사태에 대하여 부끄럽고 민망하다”며 “회원 여러분의 자존심과 광복회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머리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사람을 볼 줄 몰랐고 감독·관리를 잘못해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이라며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사퇴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친일 미청산은 민족공동체의 모순”이라며 “민족의 갈등과 분열은 친일 미청산이 그 뿌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떠나지만 광복회는 영원해야 한다”며 “민족 정기의 구심체로 광복회가 우뚝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했다.
2019년 6월 취임한 김 회장은 이로써 4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년 8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광복회는 오는 18일 김 회장 해임을 의결하는 임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대부분 대의원이 김 회장 해임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측되자 김 회장이 먼저 퇴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김 회장 관련 의혹을 감사한 국가보훈처는 전날 김 회장의 비자금 규모가 7256만5000원이라고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했다. 한복·양복 구입 440만원, 이발비 33만원, 마사지 60만원 등 사용 내역이 확인됐다.
김 회장은 서울 성북구 종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있는 무허가 업소에서 전신 마사지를 10만원씩, 모두 6회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 광복회관에 사무실이 있는 김 회장이 직선거리로 13km 떨어진 아파트까지 가서 마사지를 받은 이유는 향후 경찰 조사에서 밝힐 대목이다.
김 회장이 강원 인제에 설립한 협동조합 ‘허준약초학교’에 공사비 1486만원, ‘안중근 의사 모조 권총 구입 대금’ 220만원 등을 비롯, 국회의원실 화초 구입비(300만원), 명절 상품권(200만원), 직원 상여금·야유회비(1420만원) 등 비자금 추가 사용 내역도 확인됐다.
다음은 김 회장 사퇴 입장문 전문.
광복회장의 직을 사퇴합니다.
최근의 사태에 대하여 부끄럽고 민망합니다.
회원 여러분의 자존심과 광복회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사람을 볼 줄 몰랐고 감독관리를 잘못해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
전적으로 제 불찰입니다.
친일 미청산은 민족공동체의 모순입니다.
민족의 갈등과 분열은 친일 미청산이 그 뿌리입니다.
저는 반평생을 친일청산에 앞장서 왔습니다.
친일반민족언론 ‘조선일보’와 대척점에 서서 싸워왔습니다.
그 조선일보, TV조선에 의해
제가 무너지는 것이 더 가슴 아픕니다.
그러나 운명을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는 떠나지만 광복회는 영원해야 합니다
민족정기의 구심체로 광복회가 우뚝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2022년 2월 16일
광복회장 김원웅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02.16 불명예 퇴진한 김원웅… 이재명은 석달 전 “존경하는 광복형”
野 “李, 왜 金 파렴치한 범죄에 침묵하나” 비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사진 왼쪽)가 지난 11월 1일 광복회를 방문회 김원웅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시 이 후보는 김 회장을 두고 "존경하는 내 마음의 광복형"이라고 했었다. /조선일보DB
김원웅 광복회장이 16일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불명예 퇴진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의 석달 전 면담이 재조명받고 있다. 당시 이 후보는 김 회장에게 “존경하고 있다”며 “내 마음의 광복형”이라고 했다. 야당은 이 후보가 김 회장 관련 의혹에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왜 이 후보는 김 회장의 파렴치한 범죄의혹에 침묵하는가”라고 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인 지난해 11월 1일 광복회를 찾아 김원웅 회장과 면담했다. 당시 김 회장은 “친일(親日) 반(反)민족 족벌 언론이나 친일에 뿌리를 둔 정치 세력들이 색깔론으로 비판할 때 위축되지 말라”고 격려했다. 이 후보는 논란이 됐던 점령군 발언을 언급하며 “그때 빨갱이로 몰렸다”며 맞장구를 쳤다. 또 면담 후에는 기자들과 만나서는 “김 회장을 존경하고 있다”며 “내 마음의 광복형”이라고 했다.
이후 김 회장이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며 국회에서 운영해 온 카페(헤리티지1919) 수익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알려졌고, 국가보훈처 감사 등을 거쳐 결국 회장직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여권에선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배신당한 기분”이라며 김 회장을 비판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나 이 후보는 이와 관련해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당은 “이 후보가 김 회장의 범죄 의혹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김병민 대변인은 15일 논평에서 “아직도 김원웅 회장을 존경하고 광복형으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닌가” “적폐와 불의에 대해 애써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이 후보는 비겁한 침묵을 깨고 사법 정의 구현을 위해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02.17 파렴치 김원웅이 드러낸 文 정권 ‘친일 몰이’의 민낯
독립 유공자 자녀들에게 써야 할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아온 김원웅 광복회장이 16일 사퇴했다. 김씨는 국가보훈처 감사에서 수천만원을 횡령해 옷값, 이발비, 마사지비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계속 버티다 18일 해임을 의결할 임시총회를 앞두고 물러난 것이다. 그는 사퇴하면서도 아랫사람 잘못을 탓했다. 광복회 건물에 가족 회사를 차리고 광복회장 직인이 찍힌 공문까지 활용해 공공 기관에 영업을 시도한 것도 아랫사람이 몰래 한 일인가.
김씨는 이날도 “친일(親日) 미청산이 민족 공동체의 모순”이라고 했다. 일제가 패망한 1945년 스무 살이던 사람도 이제 100세를 바라본다. 21세기 한국 사회에 ‘친일파’가 어디에 있다고 지금도 친일파 타령인가. 군사정권 시절 공화당·민정당 당료였던 김씨는 2019년 광복회장이 되면서 문재인 정권에 보은하듯 앞장서 죽창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승만 대통령, 안익태 선생, 백선엽 장군 등을 ‘친일 반역자’로 매도하면서 추미애 등 정권 인사들에겐 독립운동가 이름의 각종 상을 뿌렸다. 그런 김씨가 알고 보니 선열들의 독립운동을 팔아 자기 이익을 차린 파렴치였다.
문 대통령은 5년 내내 ‘친일 몰이’를 정권 운영 도구로 활용해왔다. 민주당은 2019년 ‘한일 갈등이 내년 총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보고서를 만들었다. ‘정권 실정 심판론’이 불거질 때마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순신 장군 열두 척” “의병 일으킬 사안” “도쿄 올림픽 보이콧” 등을 외치며 반일 감정에 불을 질렀다. 조국씨 비리에 국민이 분노하자 난데없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기도 했다.
무슨 철두철미한 소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한일 위안부 합의를 “새롭게 협상해야 한다”며 사실상 파기했다. 그러다 2021년 신년 회견에서 “(그 합의가) 양국 정부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하루아침에 180도 입장을 뒤집었다. 일본의 입장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왜 이렇게 일본에 저자세를 취하는지 설명도 하지 않았다. 문 정권은 한일 문제에 대해 외교적 해법을 얘기하면 ‘토착 왜구’로 몰았는데 2021년 ‘외교 해법’을 강조한 문 대통령은 토착 왜구인가. 도쿄 올림픽 때 김정은을 불러 남북 쇼를 하려고 일본에 굽힌 것이었다. 정작 일본은 문 대통령의 저자세를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문 정권은 김원웅씨가 “대한민국 역대 정부는 반민족 친일”이라고 매도할 때 손뼉을 쳤다. 이재명 후보는 김씨를 “광복형”이라고 불렀다. 그래 놓고 김씨의 파렴치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다. 이것이 문 정권 5년 ‘친일 몰이’의 민낯이다.
조선일보 사설
02월 17일 급기야 민노총 활동 전과자를 재판연구관 뽑은 김명수
대법원 판결은 사회 현안에 대한 최종 판단이고, 대법원의 재판연구관은 그 판결에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 재판연구관에 최고 실력의 판사들을 임명하는 이유다. 그런 자리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활동으로 유죄가 확정된 전과자를 채용했다. 이미 대법관 제청권을 활용해 대법관들 중 상당수를 친정권·친김명수 성향의 ‘코드’ 인사로 채운 데 이어 급기야 재판연구관까지 그런 식으로 물갈이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이번 재판연구관 기용의 경우, 판사의 핵심 자질인 정치적·이념적 공정성부터 기대하기 어렵다. 21일부터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게 될 김 모 변호사는 2008년부터 민노총 소속 금속노조 법률원장으로 활동했다. 2018년에는 ‘대법원이 노동문제에 적대적인 사람으로 구성됐다’고 주장했고, 2019년에는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탄원서 제출에 참여했다. 법관의 기본인 법질서 준수에 대한 인식도 불안하다. 그는 2013년 쌍용차 사태 관련 집회에서 경찰에 물리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 원이 확정됐다. 질서유지선을 설치하려던 경찰 간부를 20m가량 끌고 가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였다.
3000명에 달하는 현직 판사 중에도 노동문제에 탁월한 사람이 많다. 외부에서 수혈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흠결과 편향성 의문에도 불구하고 재판연구관으로 발탁해야 할 이유가 없다. 김 대법원장은 올 초 법원 인사에서도 요직인 서울행정법원장과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에 진보 성향 판사들을 기용했다. 반면 사법 농단 사건과 관련 무죄가 확정된 판사들에 대해서는 징계 처분을 했다. 이런 행태에 절망해 고법 부장판사 13명과 재판연구관 5명이 줄사표를 내는 등 52명의 판사가 법원을 떠났다.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얼마나 더 망가뜨릴지 걱정된다.
문화일보 사설
02.18 공수처 ‘황제 조사’ 보도 기자에 보복 영장, 이를 도운 판사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자들을 대상으로 7차례 통신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통신의 비밀은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기본권이다. 공수처는 이름 그대로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설립됐다. 기자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아니다. 그런 국가기관이 고위 공직자가 아닌 기자를 상대로 영장을 청구하면서까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사를 했다. 그것도 김진욱 공수처장의 이른바 ‘황제 조사’ 의혹을 보도한 기자 1명을 상대로 4차례 통신 영장을 청구했다고 한다. 언론 보도 때문에 공수처장이 망신당했다는 이유로 시민의 통신 기록을 뒤진 것이다. 명백한 보복 사찰이자 직권남용이다. 공수처가 무리하게 청구한 영장을 수차례 발부한 판사의 처사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
통신 영장은 누구와 통화했는지, 카카오톡과 같은 소셜미디어 활동 내역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다. 한마디로 한 개인의 휴대폰을 터는 것이다. 공수처는 이 영장을 가지고 전방위적, 무차별적으로 전화 뒷조사를 벌였다. 기자의 가족, 친구와 취재원까지 개인 정보 조회를 당했다. 이런 식이라면 국민 모두가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고 한 문 정부가 벌인 일이다.
황제 조사 의혹은 작년 3월 공수처가 문재인 대통령 수족이라는 이성윤 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조사하면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관용차로 이 지검장을 에스코트한 일을 말한다. TV조선이 이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보도하자 공수처는 이 영상을 흘린 사람을 잡는다고 기자에게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이 영상은 공공기관이 아닌 개인의 소유물이었다. 기자가 얼마든지 영상을 입수할 수 있었다. 공수처는 또 이 고검장 공소장을 입수해 보도한 중앙일보 기자들을 상대로도 통신 영장을 청구했다. 공소장은 공개되는 것이다. 이를 보도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다. 유출한 사람은 오히려 이 고검장의 핵심 참모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참모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고 엉뚱한 기자를 상대로 영장을 청구했다. 이 고검장이 문 대통령의 수족과 같은 친정권 검사가 아니었다면 이런 무리한 수사를 했겠나.
법원은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을 일부 발부를 포함해 6번 발부했다. 법조계에선 ‘이례적’이라고 한다. 법원은 강제수사인 영장을 국민 기본권과 과잉 금지 원칙 등을 면밀히 살펴 최소한의 범위에서 발부해야 한다. 공수처의 보복 수사를 돕기 위해 기자들의 휴대전화를 털라고 준 권한이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월간조선 02월 호
허화평 전 의원의 ‘들쥐 망국論’
들쥐 무리들이 民主와 共和를 갉아먹고…
⊙ “요란한 가면을 쓴 권력자들이 쏟아내는 사카린처럼 달콤한 약속에 속고…”
⊙ “민주도, 공화도, 정의도, 공정도 자취를 감춰버린 국회야말로 들쥐 공화국의 무대”
⊙ “야당을 향해 ‘중도로 가야 한다’고 외치는 얼치기 지식인들”
許和平
1937년생. 육사 졸업(1961년) / 국군보안사령부 사령관 비서실장, 청와대 정무수석, 미국 헤리티지재단 수석연구원, 제 14·15대 국회의원 역임. 現 미래한국재단 이사장 / 저서 《나의 생각 나의 답변》 《우리 시대 모순과 상식》 《사상의 빈곤》 《경제민주화를 비판하다》 《가장 근원적인 것에 대하여》 등 다수

▲허화평(許和平) 전 의원이 시적(詩的)인 제목의 책을 펴냈다. 《고독하지만》(새로운사람들 刊).
책 표지에 적힌 문장에 눈길이 갔다.
〈들쥐들이 갉아먹고 있는 대한민국, 전체주의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자유민주주의 사상가의 사자후(獅子吼).〉
인용문에 나오는 ‘자유민주주의 사상가’는 바로 저자를 일컫는 듯하다. 그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전체주의로 치닫는 들쥐 공화국’으로 규정한다.
“들쥐 무리들이 민주(民主)와 공화(共和)를 갉아먹고, 자유시장경제를 갉아먹고, 법치를 갉아먹고, 안보를 갉아먹고, 양심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전체주의의 길로 치닫고 있는 나라가 되었어요. 주사파를 등에 업고 있는 국정 최고 책임자가 구체적 설명도 없이, 더욱이 국민의 동의조차 구하지 않고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갈 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말합니다. 매우 위험하고 급진적인 표현입니다.”
“자유주의 길을 버리고 국민 삶의 방식을 ‘혁명’으로 이끌겠다는 발상”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제1야당에 대한 시각도 부정적이다.
“거대 여당의 실책에 기대어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해가고 있는 기생(寄生) 정당인 국민의힘이 새로운 변화를 촉발해주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순진한 환상입니다.”
난동에 가까운 무례함과 횡포에 속수무책…
허화평 전 의원은 믿지 못할 야당 대신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희망을 건다. 그러나 아직은 이 희망이 비관에 가깝다.
“요란한 가면을 쓴 권력자들이 쏟아내는 사카린처럼 달콤한 약속에 (대다수 국민이) 속아 넘어가고, 저들이 내미는 매끄러운 유혹의 손길에 농락당하고 있어요.
또 저들을 둘러싼 추종자들의 난동에 가까운 무례함과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어 있어요.”
그는 국민을 향해 “분노할 줄도 절규할 줄도 모르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국민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한 사람의 분노가 만인의 분노가 되고, 한 사람의 절규가 만인의 절규가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이 책을 썼다.
〈분노는 잘못된 제도, 잘못된 법률, 잘못된 규정, 잘못된 관행, 고질적 악습과 풍토와 같은 근원적 모순에 대한 것으로 연결되어야만 한다. 분노할 때 절규하게 되고 절규가 행동으로 변할 때 새로운 변화가 이뤄진다.〉(9쪽)
책 전체를 관통하는 그의 시대 인식은 절망적이고 비극적이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들쥐 공화국’ ‘들쥐 떼가 휩쓸고 간 들판’이라는 의심을 떨쳐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 마리의 들쥐는 인간이나 동물을 통째로 집어삼킬 수 없지만, 떼를 이루면 뼈까지 갉아 먹어 치울 수 있는 괴력을 발휘하는 존재다. 인간사회에서 권력을 둘러싼 채 국정을 요리하고 사회를 주도하는 집단은 언제라도 들쥐 떼보다 훨씬 위험하고 강력한 집단으로 변모할 수 있는 존재임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29쪽)
개인과 국가, 그리고 민주공화국 “개인을 위해 국가가 존재한다” 허화평 전 의원은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 주도론에 반대한다. 그의 주장이다. “민주공화국은 개인을 위해 국가가 존재한다는 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를 위해 개인이 존재한다는 전체주의 국가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민주공화국의 시작과 끝은 개인주의다. 시민사회에서 인간 존엄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전제로 하는 개인주의란 개인이 삶의 주체이며 삶의 주체로서 개인은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지는 것을 절대시한다. 민주공화국 체제하에서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질 수 있다거나, 책임지겠다고 해서는 안 된다. 국가란 입헌주의에 입각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법치 확립으로 사회질서와 안정을 도모하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개인으로 하여금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가 번영과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담보하는 법적 실체다. 따라서 국정 최고 책임자가 국민을 향하여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발언하는 것은 민주공화국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 된다.” |
“들쥐 공화국 아닌가요?”
다음은 저자와의 일문일답이다.
― ‘들쥐’라는 표현이 너무 자극적, 일방적이지 않나요.
“책에 이렇게 썼어요. ‘오늘날 이 땅의 권력자들, 이들 권력에 기생하는 지식인들, 권력을 등에 업은 시민단체와 이익집단들이 대한민국이라는 들판에서 민주공화국을, 경제를, 안보를, 심지어 국민의 영혼과 양심까지 갉아먹는 들쥐의 모습이라 해도 반박하기 어렵다’고요.
들쥐들이 설쳐대고 들쥐들이 꾸려가는 공화국이라면, 이는 곧 들쥐 공화국 아닌가요?”
― 지금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뒷걸음질치고 개인의 자유·권리·정의가 사라지고 있다’고 느끼는 이가 많습니다.
“현재의 좌파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적폐청산’에 매진함으로써 관용을 포기했고 일방적 독주로 검찰을 공개적으로 겁박하며 사법부를 포위하면서 법치의 무력화를 시도했어요.
한마디로 민주공화국 체제를 뿌리째 갉아대는 무서운 들쥐 모습을 드러낸 셈이죠.”
그의 비극적 세계관은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확인된다.
〈민주도, 공화도, 정의도, 공정도 자취를 감춰버린 국회, 오직 최고 권력자 한 사람 외에 그 누구에게도 견제받거나 통제받지 않겠다는 무리들이 장악하고 있는 국회,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나라를 거덜 내더라도 상관하지 않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리들이 설치는 국회야말로 들쥐 공화국의 무대가 아닐까!〉(45쪽)
자유시장경제를 갉아먹다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은 “대한민국이 전체주의의 길로 치닫고 있다”고 일갈한다.
계속된 그의 주장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연장선상에 있는 ‘친북 좌파정권’은 전체주의 길로 나아가는 중이고, 존재 의미조차 애매한 가짜 우파정당인 제1야당(국민의힘)은 각자도생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들쥐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어요.”
―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현 집권 세력의 인식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책에도 썼지만, 지금은 기업들의 수난시대, 영세 자영업자들의 수난시대, 시장의 수난시대이자 정치 권력자들, 관료 권력자들, 권력을 등에 업은 시민단체들의 전성시대이고 노조 전성시대, 공정거래위원회 만능시대입니다.
한때 국민의 영웅으로 대접받던 대기업 총수들은 친(親)노동 반(反)기업 정부로부터, 친정부 노조로부터, 이들과 생각을 함께하는 시민단체들로부터 끊임없는 조롱과 수모를 당하며 죄인 취급을 받고 있어요.”
“집권 여당은 당내에 경제민주화 위원회를 두고 갖가지 반시장적 경제관계 법률안을 생산해내는가 하면 ‘전세TF’라는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는 팀을 만들어 부동산 투기 방지라는 명목으로 개인 간의 주택거래와 전·월세를 규제하고 통제하는 기막힌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교환과 계약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정신을 무시하는 발상일지 모른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개인의 투자 행위를 투기 범죄로 몰아가는 파시스트적 수법”이라는 게 허 전 의원의 판단이다.
먹을 것이 있는 곳이면 들쥐 떼처럼…
그의 말이다.
“각종 특별세와 준조세 성격을 갖는 각종 부담금까지 합하면 국민 개인의 금전적 부담은 선진국 수준을 넘어서고 있어요. 심지어 상속세는 65% 수준이죠.
또 2009년부터 최근 10년 동안 기업이 낸 준조세는 매년 4~11%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9년, 기업의 당기 순익은 50조나 감소했으나 준조세는 67조5900억원으로 법인세 72조1700억원의 93.7%에 달하고 있죠. 이에 더하여 사회연대기금법, 협력이익공유제 같은 준조세법이 기다리고 있어요.”
〈먹을 것이 있는 곳이면 그대로 두지 않는 들쥐 떼처럼 정치인들, 특히 좌파정권은 온갖 구실을 만들어내면서 가진 자의 호주머니와 기업의 금고를 털어내고 싶어 한다. 정부가 방만하고 낭비적 국정을 운영하면서 마음먹은 대로 증세하는 것은 가진 자들의 호주머니를 짜내는 것이므로 전체 근로자의 40% 이상 되는 면세 대상자들은 정치적으로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하 생략)〉(53~54쪽)
집권 세력 폭거에 야당은 속수무책이다. “거세당한 노새와 같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색깔을 말하지 않기로 한 순간 자유주의 가치와 원칙에 바탕을 두는 우파정당이기를 포기한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자유대한민국 체제를 굳건하게 지켜내고 자유주의 가치를 실현해주리라 기대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국민의힘은 거세당한 노새와 같은 존재가 되었어요.”
이념과 사상을 버린 ‘호모 얼간이엔스’
― 기본소득제와 경제민주화 같은 진보적 의제는 야당 역시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종인 전(前) 비대위 위원장은 ‘배고픈 사람이 빵집 앞을 지나다가 김이 나는 빵을 먹고 싶은데도 돈이 없어 먹을 수 없다면 그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겠나’라면서 자유 우파라는 것이 쓸모없다고 했지요.
어처구니없는 말장난이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 가운데 가장 황당한 것은 국민을 향해 ‘색깔을 거론하지 말고 평화만을 말하라’는 주사파들과 국민의힘을 향해 ‘중도로 가야 한다’고 외치는 얼치기 지식인들의 주장입니다.
정당정치에서 이념과 사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혀 모르는, ‘투항하라’는 권고에 가까운 주장이죠. 이들을 두고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를 본뜬 ‘호모 얼간이엔스’라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입니다.”
‘호모 얼간이엔스’는 20세기 미국의 언론인 헨리 멩켄(H.L.Mencken)이 기독교 근본주의자(fundamentalist)들을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다.
초강대국 미국은 지난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후보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그러나 가장 노련한 조 바이든을 선출했다.
반면 2022년 정권 교체를 다짐하고 있는 한국의 제1야당은 30대 청년을 당 대표로 선출해 ‘꼰대정당’ 모습에서 벗어난 것처럼 ‘허세’를 부렸다. 허 전 의원의 주장이다.
“추락 다음에 상승이 도래하리라는 믿음으로”
“이런 엇갈린 선택을 통해 정치 선진국과 정치 후진국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어요. 한국 정치사회가 인간의 성숙함과 현명함을 얼마나 소홀하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의미하고 있죠.
세상이 어려울수록, 사회가 혼란할수록 요구되는 것이 인간의 성숙함과 지혜입니다.”
그는 “썩은 늪과 같은 사회, 감격도 환희도 사치스럽고 비장함도 처절함도 허망한 나라의 신세를 벗어나려면 반드시 지혜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때가 되면 변화의 바람, 혁명의 바람이 불어닥친다는 믿음을 지닐 때만 지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인간사를 주사위로 결정할 수는 없어요.”
〈비록 지금은 증오의 시대이자 잔인한 시대이며, 어둠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이며, 독선의 시대이자 불신의 시대이며, 낙망과 좌절의 시대이자 추락하는 시대이지만, 어둠 다음에 밝음이, 어리석음 다음에 현명함이, 불신 다음에 믿음이, 낙망 다음에 희망이, 좌절 다음에 성취가, 추락 다음에 상승이 도래하리라는 믿음을 포기할 수 없다.
우리의 마음과 영혼 속 깊은 곳에서 응축되어가고 있는 변화를 향한 마그마(magma)가 대폭발을 일으키고 폭풍을 동반하면서 땅 위의 오물들을 휩쓸고 갈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믿음을 지닐 때, 높이 솟아올라 축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228쪽)⊙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02.21 옵티머스 사기 주범 40년 형, ‘뒷배’ 의혹 권력자들은 전원 무혐의
옵티머스 펀드 사기 주범이 항소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경제사범으론 전례가 드문 중형이다. 다른 주범 2명도 15~20년 형을 받았다. 이 사건은 공공 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는 거짓말로 1조원대 펀드 상품을 판 뒤 실제로는 부실 채권 투자나 펀드 돌려막기로 1000여 명에게 5000억원대 피해를 입힌 초대형 금융 범죄다. 재판부는 “다수 피해자에게 막대한 재산적·정신적 피해를 주고 사회에 끼친 해악이 크다”고 했다. 인명 살상 사건과 다름없는 악질 범죄로 본 것이다.
하지만 ‘뒷배’로 의심되는 정관계 배후 로비 의혹은 수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20년 ‘옵티머스 측이 전직 경제 부총리, 검찰총장 등을 고문으로 두고 정관계 로비를 해왔다’는 문건이 나왔지만 검찰은 수사를 뭉개다 대선을 앞두고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정관계 인사 20여 명 대부분을 무혐의 처리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옵티머스 측 로비스트에게 현직 부장판사를 소개한 의혹이 있는데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옵티머스 고문들을 통해 로비받은 의혹이 있거나, 측근이 수사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여당 대선 후보들도 모두 무혐의가 됐다.
15년 형을 받은 공범의 아내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해 청와대 로비 의혹이 제기됐지만 역시 수사하지 않았다. 당시 수사 사령탑은 문재인 대통령의 수족으로 통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현 고검장)이었다. 재판부는 “사기 피고인들이 금융감독원과 검찰, 법원 등으로 나눠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등 초기 수사에 막대한 혼란을 줬다”고 했다. 이들의 정관계 로비에 실체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옵티머스 사건은 울산 선거 개입 의혹, 원전 경제성 조작, 이상직 스캔들 등과 함께 문 정권의 대표적인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으로 꼽힌다. 모두 수사팀 해체, 수사 방해, 친정권 검사들의 의도적 뭉개기 수사로 실체가 묻힌 채 미완의 사건이 돼버렸다. 이런 정권이 야당 후보 입에서 권력 수사 이야기가 나오자 “정치 보복”이라며 분노하고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2월 21일 민노총 택배노조 무법천지…文정부 더 방관 땐 共犯 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택배노동조합의 불법·일탈 행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젠 대선까지 활용하고 나섬으로써 정치적 의도까지 의심받게 됐다. 택배노조는, 원청업체이긴 하지만 교섭 당사자도 아닌 CJ대한통운에 대해 21일을 대화 시한으로 못 박고, 이날 오후 2시 서울 도심에서 ‘전국 택배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방역 지침상 인원 제한을 피하기 위해 진보당 대선 유세를 이용할 것이라고 한다. 택배노조는 이미 지난 15일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유사한 집회를 열기도 했다. 불법 집회를 위해 선거운동의 외피를 두른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은 연설회의 목적을 후보자의 정강·정책과 정견 발표(제79조)로 한정해 허용하면서도 불법 집회가 되지 않도록 형식을 규제한다. 특히, 다른 목적의 집회 금지(제101조) 행렬·연호 등의 금지(제105조)는 별도로 규정해 놨을 정도다. 유세와 시위의 본말전도 행태는 불법 개연성은 말할 것도 없고, 법치를 농락하는 것과 다름없다. 택배노조는 18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 진입 시도까지 벌였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2006년 평양 혁명열사릉을 참배했고, 진보당은 해산된 통합진보당을 잇고 있다. 허브 터미널 검거 시도는 통진당의 ‘통신 허브’ 혜화전화국 습격 계획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의 공권력은 방관한다. 현장에서 불법을 단속해야 할 경찰은 노사 문제라며 기다린다고 한다. 이러니 택배노조의 괴롭힘·폭언에 시달리다 숨진 김포 택배대리점주의 부인은 ‘국가는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택배노조의 점거·파업 중단을 촉구해온 전국 비노조택배기사연합도 CJ대한통운 본사는 물론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을 찾아 호소할 예정이다. 모두 법치가 무너진 탓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정부가 이런 무법천지를 방치한다면 공범(共犯)임을 자인하는 것과 같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21일 민노총에 절절매는 공권력

이관범 산업부 차장
경찰은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가 12일째 CJ대한통운 본사를 무단 점거한 상황을 노사 문제로 애써 간주하며 뒷짐을 지고 있다. 이를 두고 경찰이 정권에 따라 이중 잣대를 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1969년 설립돼 전력 반도체 국산화에 앞장선 KEC는 2010년 노조가 법 개정에 따른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제도’ 수용을 거부한 채 공장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노조는 기존의 유급 노조전임자 유지 등을 요구하며 공장을 10일간 점거하고 생산을 방해했다. 유급 노조전임자 유지 요구는 세계 각국이 부당 노동 행위로 간주하는 사안이었고, 국내에서는 뒤늦게 제한적으로 타임오프를 적용하는 쪽으로 관련 법을 고친 뒤였다. 노조는 끝내 물러서지 않았고, 경찰이 공권력을 투입한 뒤에야 사태는 진정됐다. 2016년에는 알바(아르바이트생)노조 소속 조합원 70여 명이 근로감독관 조사 결과에 항의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민원실을 점거했다. 경찰은 신고 1시간 만에 출동해 민원실을 점거한 조합원들을 연행했다.
경찰은 현 정부 들어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21년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00여 명은 원청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현대제철 당진공장 통제센터를 불법 점거했다. 경찰은 “노사 자율교섭이 원칙”이라면서 불법 행위를 사실상 방치했다. 이로 인해 50일 넘는 기간 불법점거 사태가 이어졌다. 나중에 회사가 노조와 조합원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만 수백억 원에 달했다. 경찰은 이번 택배노조의 대한통운 본사 무단 점거 사태도 노사 문제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눈감고 있다. 파업은 주체와 목적, 방법, 절차가 모두 적법해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위반하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택배노조는 대한통운과 직접 계약을 한 당사자도 아니고, 점거 공간도 노무 제공과 무관한 CJ대한통운 본사였다. 계약을 한 대상은 대리점이고, 노무를 제공하는 장소는 각 지역 터미널이다. 방법 역시 노조법에서 금지하는 폭력과 파괴, 무단 점거 등의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양상이다. 절차 측면에서도 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대한통운 측은 방역 체계와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본사를 폐쇄한 채 필수유지 인력을 뺀 나머지 인력들을 전원 재택근무로 전환하게 하고 있다. 법·질서 유지를 위한 보루인 공권력의 존재감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식이면 현 정부 들어 성사된 경찰의 숙원인 수사권 독립은 언젠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민주노총은 현 정부 출범과 관련해 적잖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실세 집단 중 하나로 꼽힌다. 국회와 정부마저 노동계에 기울어진 지 이미 오래다. 경영계는 현대제철 사태와 마찬가지로 경찰이 불법적 행위를 방관하는 데 대해 “결국 택배노조의 불법적인 행위를 묵인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권력 앞에만 서면 약해지는 경찰의 모습을 본다면 과연 어떤 국민이 믿고 공권력을 맡길 것인가. 자의적 법 집행은 결국 법치국가의 토대를 허물고 말 것이다.
문화일보
02.22 올해 땅 보상금 32조원, 文 정부 마지막 부동산 폭탄
정부가 공공 택지 개발이나 신도시 조성,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등을 위해 올해 땅 주인에게 지급해야 할 토지 보상금이 3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2기 신도시 사업으로 35조원의 토지 보상금이 나간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 금액이며 예년의 2~3배 규모다.
그중 전국 92개 공공 개발 사업 지구의 땅 주인에게 나가는 금액이 30조5000억원이고, 그 84%인 26조원이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 풀린다. 이 막대한 토지 보상금은 서울과 수도권의 ‘미친 집값’을 다시 불안하게 만드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작지 않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금융 당국은 실수요자들 대출까지 옥죄면서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겠다고 총력전인데, 13년 만에 최대인 토지 보상금이 시중에 풀리는 심각한 엇박자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던지는 마지막 부동산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규 주택은 구매자들의 새집 수요에 맞춰 매년 일정 규모로 예측 가능하게 공급돼야 한다. 그러면 토지 보상금도 예년 수준으로 풀렸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재개발·재건축을 틀어막는 규제 일변도 정책만 펴면서 민간의 주택 공급 기능을 외면했다. 그 결과로 집값이 급등하자 왕숙·교산 등에 3기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급조해서 내놓았다. 필요한 절차와 검토 없이 급조된 계획은 부작용을 부른다. 그 부작용 중 하나가 예년의 몇 배로 뛴 토지 보상금이다.
과거에도 토지 보상금으로 풀린 돈은 상당 부분 부동산 시장에 재유입됐다. 노무현 정부 때의 전국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도 막대한 토지 보상금이 원인 중 하나였다. 5년 동안 2배 넘게 급등한 ‘미친 집값’이 겨우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는 데 토지 보상금 32조원이 부동산 시장에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젊은 층이 ‘영끌’한 아파트는 급락하는데 토지 보상금을 손에 쥔 땅 주인들이 선호하는 요지의 고가 아파트만 가격이 오르는 이상 조짐도 감지된다. 서민을 위한다던 정부가 집 부자, 땅 부자만 더 부자로 만들어 놓고 임기를 마친다.
조선일보 사설
02.22 일자리위원회가 무슨 염치로 35억 받아가나
석 달 후면 없어지는데도 매달 열흘씩 야근비 챙기고
동호회 지원비, 홈페이지 강화, 9개월 걸리는 용역도 발주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5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기능이 종료된다. 그런데도 올해 예산을 40억원가량 요구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50억원 정도를 썼으니, 평소보다 예산을 더 달라고 한 셈이다. 코로나 와중인 데다 운영 기간도 몇 달밖에 안 되는데 해외 선진 사례를 연구해 오겠다며 국외 출장비도 신청했다. 어디에 출장을 갈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과거 일자리위원회의 한 해외 출장 보고 기록을 보면 일자리위원회 직원 2명이 런던으로 찾아가 정규 직원 5명뿐인 비영리 복지단체의 책임자와 면담한 뒤 “공공 및 민간 일자리 창출 및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고 기술한 적이 있다. 위원회 직원의 해외 출장이 국내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도움 될지 의심스럽다.
아니나 다를까 일자리위원회의 요구에 야당이 펄쩍 뛰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파트타임을 전전하고, 고용부는 구직 단념 청년들에게 용돈 20만원이라도 줘서 이들을 달래겠다는 억지정책까지 쏟아내고 있는 마당에 일자리위원회는 일자리 해결책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정권 끝날 때까지 국민 혈세를 눈먼 돈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일자리위원회가 세 들어 있는 사무실을 원상으로 복구하는 비용 1억4000만원 정도를 빼고 전액 삭감해야겠다고 했다.
야당 엄포에도 일자리위원회 예산은 결국 35억원 정도로 결정됐다. 문제의 해외 출장비와 홍보비 일부는 삭감됐지만 나머지는 거의 살아남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명색이 대통령이 위원장인데 일자리위원회 예산을 함부로 깎을 수 있겠냐”고 했다. 위원회는 35억원 예산으로 곧 쓸모없어질 위원회 홈페이지를 고도화하고 디자인을 강화하며, 무슨 용도인지 알 도리 없는 일자리상황판 지표를 개발할 계획이다. 매달 열흘치 정도 야근 식비와 위원회 내 동호회 지원 비용도 챙겼다. 이번 달엔 6억원어치 용역도 발주했다. 다음 달부터 11월까지 9개월 동안 진행되는 사업이다. 위원회가 5월에 없어지고 구성 인원들이 각 부처로 흩어지면 누가 앞장서 연구 진행 과정을 챙길지 불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업무지시 1호가 이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문 대통령은 위원장 인사말에서 “일자리위원회는 일자리정책의 컨트롤타워”라며 “정부가 일자리를 위한 최대 고용주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고 했다. 또 “단 1원의 국가예산이라도 반드시 일자리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며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시간과 비정규직은 줄이며, 고용의 질은 높이는 ‘늘리고 줄이고 높이고’ 정책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늘리고 줄이고 높이고’라는 ‘쓰리고’ 구호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지난달 수치를 현 정부 출범 때와 비교해 보면 취업자 수가 94만2000명 늘어날 때,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143만8000명 증가했다. 정부가 노년층을 대상으로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단기 세금 알바 만들기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제조업 일자리는 13만6000개 줄어든 대신, 정부 일자리 사업의 효과가 많이 반영되는 보건·사회복지 일자리는 63만3000개 늘었다. 이 성적표를 들고 무슨 염치로 일자리위원회가 막판까지 예산 35억원을 써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위원회를 설치한다고 해서, 대통령이 친히 위원장을 맡는다고 해서 일자리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현 정부 일자리위원회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많은 전문가는 일자리 만드는 데 방해가 되는 모든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고 주문한다. 자신이 정권을 잡으면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일자리대전환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한 한 대선 후보가 새겨 들어야 할 조언이다.
조선일보 김정훈 기자
02.24 김만배 로비 표적 된 대법원, 모든 의혹 밝히라
대장동 녹취록에 언급된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녹취록에서 대장동 특혜·비리의 핵심인 김만배씨는 조 대법관의 이름을 말한 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수원 아파트를 거론하며 “그분 따님이 살아”라고 한다. 이에 대해 조 대법관은 “김씨를 단 한 번도 만난 일이 없고 통화한 적도 없다”면서 “딸이 수원 아파트에 거주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자체 조사도 하지 않았다. 검찰도 수사 결과를 밝히지 않고 있다.
대법원이 대장동 일당의 로비 대상이 된 것은 명백하다. 김만배씨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그에 이어 성남시장이 된 은수미 시장이 대법원에서 무죄 결정을 받는 데 모두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후보가 무죄가 되면 김씨는 대장동 개발에서 수천억 원의 특혜를 받은 것에 보은할 수 있었다. 김씨가 성남에서 새로 계획하는 부동산 사업의 인허가를 받으려면 은 시장이 시장직을 유지할 필요도 있었다.
이 후보와 은 시장에 대한 대법원 재판은 과정과 결과가 모두 기이하다. 김씨는 이 후보가 재판을 받는 동안 오랜 친분이 있는 권순일 당시 대법관을 8차례나 사무실로 찾아갔다. 대법관이 재판 중인 사건 관계인을 만나는 게 말이 되나. 권 대법관은 최고 선임 대법관으로 이 후보가 무죄를 받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 무죄로 한국에서 선거 TV 토론에선 거짓말을 해도 되게 됐다. 권 대법관은 재판 2개월 뒤 퇴임해 김씨가 세운 화천대유 고문으로 취업했고 월 1500만원씩 받았다.
은 시장 재판은 김씨가 예고한 대로 됐다. 김씨는 주심 대법관이 결정된 지 1주일 만에 “(은 시장의) 임기는 채워줄 거야”라고 했다. 실제로 대법원이 일부 무죄로 판결했고 은 시장은 시장직을 지켰다. 무죄 이유가 납득하기 어려웠다. 본안 문제가 아니라 “검사가 항소 이유를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례적 판결” “거의 보지 못한 일”이라고 했다.
검찰과 경찰은 이 대법원 의혹을 ‘폭탄 돌리기’ 하며 뭉개고 있다. 검찰은 권 대법관 사건을 3개월 넘게 뭉개다 경찰에 넘겼다. 검찰 수사 대상인지 아닌지 가리는 데 석 달이 걸렸다는 것이다. 대선 때까지 시간만 끌려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2-24 영광만 누리려는 文대통령
올림피언엔 찬사, 北피살 공무원 외면
국민은 국가 빛내주는 도구일 뿐인가

이진영 논설위원
이번 올림픽 기간에 중국에서 메달 3개를 휩쓴 스키 선수 아일린 구(19) 못지않게 주목받은 인물이 있다. ‘샤오화메이’라 불리는 여성인데, 오래전 납치돼 8남매를 낳고 쇠사슬에 묶인 채 살아온 사실이 블로거의 폭로로 알려지면서 대륙이 들끓었다. 누리꾼들은 중국 ‘스포츠 굴기’의 상징이 된 아일린 구와 인권 유린의 샤오화메이 가운데 누가 중국의 실상과 가까운지 자문하고 있다. 샤오화메이 관련 온라인 게시물이 속속 삭제되자 ‘칭송받거나 침묵을 강요당하는 두 여성은 국민을 도구로 보는 비뚤어진 국가주의를 보여준다’는 자성도 나온다.
비슷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건 태극 전사들이 승전보를 전해오는 가운데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 가장을 잃은 유족이 한국을 찾은 유엔 관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훈련받은 아일린 구와 달리 우리 메달리스트들은 국내 훈련 인프라로 키워냈으니 그들의 성취는 나라의 성취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의 황망한 죽음을 막지도, 1년 반이 지나도록 사후 수습도 못하는 국가 시스템은 우리의 또 다른 실상이다.
북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처지는 중국 여성 샤오화메이보다 나을 것도 없다. 산아제한이 엄격한 나라에서 아이 여덟을 낳고 노예 생활을 하도록 방치됐듯, 우리 정부도 그가 실종돼 사망하기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중국 공안 당국은 샤오화메이가 범죄의 피해자가 아니라 정신질환자라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가 은폐 의혹이 제기되자 인신매매의 피해자임을 인정했다. 우리 정부도 ‘자진 월북’ ‘도박 빚이 월북 동기’라는 중간 수사 결과를 공개하며 피해자를 욕보이고 책임을 피하려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피해자의 고교생 아들에게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편지까지 쓰고도 청와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소송에서 유족이 승소하자 항소로 진상 공개를 막고 있다. 대통령이 퇴임 후 관련 정보가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되면 최장 30년간 열어볼 수 없게 된다.
중국인들은 샤오화메이 사건과 공안의 은폐 의혹 수사에 국제기구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피살 공무원의 유족도 한국 정부가 1심 판결대로 정보를 공개하고 유엔과 남북이 공동 조사하도록 도와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유족은 “어찌 죽었는지라도 알려달라고 할 때마다 국가기밀이나 남북관계를 이유로 입을 닫는다. 대체 국민 보호도 못하면서 남북평화가 다 뭔가”라고 했다.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을 두고도 인권 유린을 당하고 다른 나라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고도 했다.
한류 스타들이 성과를 낼 때마다 그러했듯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축전을 보냈다. 남녀 쇼트트랙 계주에서 준우승한 선수 9명에게는 모두 다른 맞춤형 축전을 썼다. 그런데 피살된 공무원 아들이 최근 “고등학생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며 대통령이 보낸 편지를 돌려보냈는데도 반응이 없다. 잘난 자식만 귀하게 여기는 못난 부모처럼 정부 체면 구기는 국민은 나 몰라라 하는 건가. 국가의 실패로 피해 입은 이를 챙기는 일은 축전 쓰기보다 어렵지만 꼭 해야 할 일이다. 이제라도 항소를 포기하고 “저희 엄마와 어린 동생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 달라”던 피해자 아들에게 설명의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 아직 장례도 못 치르고 있는 유족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02.25 부동산 정책, 이럴 거면서 왜 고집했나
“구축(舊築) 복도식 아파트를 10억 넘게 주고 산다니 말이 돼?” “사는 게 맞아. 서울 아파트는 지금이 제일 싸.” “내가 사라고 할 때 샀어야지. 평생 전세 살게 생겼잖아.” “세금 폭탄인데 집 팔아 말아?” “버티면 오른다. 벼락 거지 되고 싶냐?” ….
친구·연인·부부 할 것 없이 이 정부 들어 부동산으로 싸웠다는 사람을 자주 봤다. 다툼은 집으로 시작해 결국 정치 싸움까지 번졌다. “집값 오른 걸 왜 대통령 탓을 해, 세계적인 추세인데.” “너 대깨문이냐?”
그런데 여야 후보가 결정되고 대선이 다가오면서 이런 싸움은 무의미해졌다. 여야 대선 후보가 결국 똑같은 해법을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할 수 있는 4종 주거 지역 신설’ ‘용적률과 층수 규제 완화를 통한 재건축·재개발 문제 해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은 말만 조금 다를 뿐,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해법은 같다. 둘 다 규제를 완화하고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 ‘신축 아파트’에 목마른 갈증을 해소해 주겠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권은 집권 초반부터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자신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4·7 보궐선거 직후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청와대 오찬에서 서울 아파트 재건축 문제를 꺼내자 “입주자들이 쉽게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서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하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낭비”라고 했다. 용적률은 문재인 정권의 마지노선 같은 것이었다.
거대 여당 민주당도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힘을 실어왔다. 국토부가 부동산 정책을 28번 뒤집을 동안 아무도 반기를 들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 지도부는 “서울 강남·용산 일대를 재건축·재개발하면 부동산 가격 상승이 초래된다. 이 지역 용적률 완화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당내 대선 경선 과정에서 후보들이 부동산 정책을 차별화하려고 할 때도 민주당 지도부는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지지했다.
그런데 이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되고,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과 180도 다른 정책을 들고나오는데도 민주당은 아무런 말이 없다. 지난 15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이 후보는 유세에서 “집값·세금, 저도 화난다. 두꺼비도 새집 달라는데 재건축 규제 풀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민주당 의원들은 손뼉만 치고 있다. 상황이 바뀌었다면 왜 바뀌었고 지난 정책은 어떤 점이 잘못됐다는 설명과 반성 정도는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 이전에도 현재와 같은 생각이 있었다면, 정부의 당시 부동산 정책에 맞서 다른 목소리를 내야 했다.
국민은 허탈하다. 정권 연장을 위해서라면 손바닥 뒤집듯 언제든 바꿀 수 있고,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는 정책인데 왜 5년 내내 고집 부려서 온 국민을 힘들게 했나. 집권 여당의 정책은 권력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지나.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이었는데 왜 우리를 그렇게 싸우게 했나.
조선일보 이슬비 기자
02.28 청와대 춘추관의 까치

▲청와대 춘추관에 내려앉은 까치. 대통령과 국민 간의 활발한 소통은 언제 가능할까. [사진 김녕만 작가]
까치 한 마리가 처마 끝에 오뚝하게 서 있다. 최근 열린 김녕만 사진전 ‘대통령이 된 사람들’에서 본 까치다. 까치가 내려앉은 곳은 청와대 춘추관.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일하는 곳이다. 이를테면 청와대와 국민이 소통하는 최전선이다. 윤보선부터 문재인까지 전·현직 대통령 10명의 영광과 추락, 즉 권력 무상을 돌아본 이번 자리에서 김 작가는 까치 사진을 전시장 출구에 걸어 놓았다.
김 작가의 의도는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길조(吉鳥)의 대명사인 까치가 우리 사회에 즐거운 소식을 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사진집 뒷머리에 이렇게 썼다. “퇴임 이후에도 많은 국민에게 사랑받는 행복한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 본다. 행복한 대통령, 행복한 국민, 행복한 국가를 꿈꾸어 본다”고 했다. 제20대 대선을 아흐레 앞둔 대다수 국민의 마음일 것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김 작가의 한마디가 시의적절하다. “지구상에 있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숫자는 같다는 말이 있어요. 산이 높을수록 골이 깊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역사는 되풀이됩니다. 또 누군가가 절대 권력과 절대 고독 사이에서 5년을 보내게 되겠지요.”
우리는 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마지막은 대부분 불행했다. 절대 권력을 누린 대가가 너무나 컸다. 장르로 따지면 비극쯤 된다. 그 비극은 대통령 개인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의 고통으로 이어졌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이번 대선의 키워드로 떠오른 이유다. 요즘 여야 없이 권력구조 개편과 정치보복 단절을 부르짖지만 선거가 끝난 뒤 과연 그 약속을 얼마나 충실히 지킬지 의구심 또한 커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안철수 후보가 지난 25일 2차 법정 TV토론에서 다른 후보들에게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하자”는 코미디 같은 제안을 했을까.
류승룡 주연 영화에 ‘장르만 로맨스’(2021)가 있다. 사랑의 다양한 색깔을 그린 코미디에 가까운데, 메시지는 제법 웅숭깊다. 특히 남성 사이의 ‘브로맨스’를 소재로 성적 취향의 차이와 인정에 방점을 찍는다. 막판에 등장하는 ‘우주피스’ 공화국이 영화의 주제를 대변한다. 요즘 전란에 싸인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있는 우주피스는 매년 만우절 하루에만 ‘예술가의 나라’가 되는 곳으로, ‘모든 사람은 사랑할(행복할·이해할), 사랑받지 않을(행복하지 않을·이해하지 않을) 권리’를 헌법에 보장하고 있다.
‘장르만 로맨스’에 빗대면 지금은 ‘장르만 대선’ 상황이다. 선거가 코앞에 닥치면서 다른 후보에 대한 구애와 막말이 한창이다. 영화와 달리 차이와 수용보다 차별과 배제를 앞세우고 있다. 유세장에서 어퍼컷과 하이킥이 오가더니 지난 25일 토론에선 초밥과 커피가 맞붙었고, ‘빙하 타고 온 둘리’와 ‘이완용이 안중근에게 매국노 하는 꼴’이 충돌했다. 수퍼·하이퍼·울트라급 부조리극이다.
까치와 까마귀가 싸우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약한 줄 알았던 까치의 전투력이 대단했다. 나무 둥지를 지키려고 온 힘을 다해 까마귀를 물리쳤다. 승자·패자가 확연하게 갈리는 대선판은 더할 것이다. ‘올(All) 아니면 낫싱(Nothing)’ 식의 승자독식 구조다. 향후 아흐레 동안 승기를 잡기 위한 다툼이 더더욱 격화할 게 불 보듯 환하다.
역대 최악의 대선이라지만 마지막 기대를 걸어 본다. 여야·후보 간 대립이 더 첨예해졌으면 한다. 그래야 선택 기준도 선명해지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대선은 지난 5년간 쌓여온 모순과 불만이 폭발하는 순간이 아닌가. 시인 김수영의 표현을 빌린다.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도 좋다’고 했다. 사실 우리는 ‘까치도, 까마귀도 응접을 못 하는 시꺼먼 가지를 가진/ 나도 감히 상상을 못 하는 거대한 거대한 뿌리’로 살아오지 않았는가. 마침 내일은 3·1절이다.
02.28 부동산 세금 폭탄에 민주주의·사회연대 무너져
수술 시급한 세금정책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못한 정책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세금 체계 전반을 망쳐놓은 것”이라고 말하겠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서 보듯 부동산 정책은 효과가 전혀 없었다. 또 한쪽에서는 자식에게 부동산 증여하고 다른 쪽에서는 영원히 내 집 마련 못 하게 된 상황에서 보듯 계층 이동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 납세자를 편 가르기를 하고 징벌하는 데서 보듯 민주주의에 반하고,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보편 증세의 길을 막아버렸다.
여기에 행정 무능이 더해진다. 필요한 세금을 걷는 것이 아니라 일단 세금 고지서부터 남발하다 보니 정부의 세수 예측은 세 번이나 틀리는 망신 끝에 60조원을 더 걷었다. 특히 정작 해야 할 근로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은 15년이나 방치하다 보니 40%나 더 걷었다. 부동산 보유세가 너무 낮다고 우기더니 이제는 재산세와 양도세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1위가 됐다.
영국의 첫 소득세, 원인은 나폴레옹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헌법에 납세는 국민의 4대 의무라고 배우면서 자랐다. 하지만 그냥 그렇다니까 외우고 시험을 쳤을 뿐, 왜 그것이 의무인지, 납세의 대가로 국가는 국민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납세가 헌법상 국민의 의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국가가 터무니없이 많은 액수를 요구하며 가렴주구를 해도 헌법상 의무니까 그냥 내야 한다는 뜻일까? 혹은 다른 사람에게는 세금을 안 걷고 나한테만 계속 내라고 불공정한 요구를 해도 헌법상 의무니까 그냥 내야 한다는 뜻일까?
역사적으로 보면 소득세는 전혀 당연하지 않다. 소득세의 기원은 영국이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버티기 위해 국민에게 읍소하다시피 해서 한시적으로 도입한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소득세에는 ‘나폴레옹을 패퇴시킨 세금’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1799년의 일이다. 전비(戰費)를 충당하기 위한 이런저런 증세 끝에 소득세까지 만들어지자 영국인들은 강력히 저항했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세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국가가 세금을 매기기 위해 국민의 경제 행위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용납할 수 없는 사생활 침해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영국 재상이었던 윌리엄 피트는 전쟁 기간에만 걷는 시한부 세금이라는 점을 약속하고 간신히 소득세 도입에 성공했다.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이 최종적으로 패배하고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배됨으로써 지루한 전쟁은 마침내 끝났지만, 영국 정부는 소득세의 달콤한 유혹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차일피일 소득세 폐지를 미뤘다. 그러자 영국 하원에는 단 6주 만에 379개의 청원이 밀려들고 마침내 폭동까지 일어나게 된다. 영국 정부는 1816년 약속대로 소득세를 폐지하기에 이른다.
영국 의회는 소득세 폐지와 더불어 지난 17년간 걷었던 소득세 관련 모든 문서를 폐기하라고 명령했다. 후대에 다시는 소득세 같은 것을 걷지 못하도록 아무 자료도 남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소득세 관련 자료는 런던의 가장 상징적 장소인 올드 팰리스 야드에서 불태워졌다고 전해진다. 올드 팰리스 야드는 영국 의회가 있는 웨스트민스터 궁과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잇는 광장이다. 반역자의 공개 처형이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했다. 소득세는 평범한 영국인을 뜻하는 ‘존 불(John Bull)’을 착취한 반역자로 지목돼 공개 처형됐다.
무턱대고 집값 잡기에 나선 정부
소득세가 보편화하고 누진세까지 도입된 것은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인명 희생과 재정 필요성 때문에 또다시 상층이 양보한 결과였다. 전쟁으로 모든 국민이 목숨을 바치는데 형편이 더 나은 사람은 세금으로 그 희생에 보답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니 세금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치열한 권리 투쟁과 계급 타협의 산물이었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핵심 구성 요소이다. 세금을 멋대로 휘두르는 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고 사회 구성원 간 연대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부동산 세금은 어떤가. 문 정부 내내 28번이나 시행된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어떻게든 집값을 끌어내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우리나라의 집값이 높은 것인지 낮은 것인지조차 분명하게 말하지 못한다. 부동산 정책을 처음 시행할 때는 집값이 너무 높으니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부는 물론 정부와 비슷한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의 책이나 논문을 봐도 우리의 집값이 다른 나라보다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자료는 찾을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적어도 문 정부 이전까지 한국의 소득 대비 집값은 낮은 편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도시 중에서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은 평균 정도이다. 어느 객관적인 국제 비교 자료를 봐도 한국이나 서울의 집값이 유난히 비싸다는 자료는 없다. 아니나 다를까. 거듭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두 배로 뛰자 정부는 다른 나라 집값도 모두 올랐고 한국은 덜 오른 편이라며 그제야 슬그머니 국제 비교 자료를 들이민다. 그러니 문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주택 가격은 비싼 것인가, 안 비싼 것인가?
부동산 문제를 납세자에게 떠넘겨
집값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주장의 또 하나의 근거는 부동산 버블의 가능성이다. 버블이 터지면 가계 부채 대란이 일어날 거라서 세금으로 집값을 끌어내려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부동산 거품만 믿고 대출을 해주고 거품이 터지면 대책 없이 불량채권이 돼버린다면 그건 금융기관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서 신용평가를 엉터리로 했다는 뜻이다. 대출 액수까지 규제하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제 기능을 못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건 시장 기능 회복과 건전한 금융 감독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세금 올려서 납세자에게 떠넘길 일이 아니다.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세상에 국정 운영보다 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치킨값이 오르면 치킨 시켜 먹는 사람들에게 중과세하고, 코로나19가 퍼지면 폐활량이 큰 사람들에게 호흡세를 매기면 되지 않겠는가.
대선 후보 중 어떤 이들은 불로소득 환수를 주장한다. 서구에서는 불로소득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1970년대 이후 뜸해졌다. 불로소득이란 개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마다 세계 500대 기업을 선정해 발표하는 ‘포천 500’은 이미 1995년에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구분을 없애버렸다. GE가 매출의 40%를 서비스 산업에서 얻고, 전화기 제조사가 방송국과 경쟁하고, 나이키가 신발을 한 켤레도 직접 만들지 않는 세상에서 이런 구분은 의미가 없다는 선언이었다.
불로소득 환수 주장은 시대착오
이런 세상에서 노동을 통해 얻은 소득만 소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세상의 변화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해 발생한 부동산 명목가치의 상승이 불로소득이어서 환수해야 한다면 보유한 주식 가치의 상승이나, 요즘 최대 관심사인 대체불가능토큰(NFT)이나 암호화폐 가치의 상승도 모두 불로소득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증권거래세 폐지를 주장하는 대선 후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떤 불로소득은 환수하고 어떤 불로소득은 조장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런 모순 때문에 서구에서는 불로소득이라는 말 대신 투자소득이라는 말을 주로 쓴다.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얻은 소득이다. 불로소득 환수와 토지이익배당제 주장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19세기 미국 사상가 헨리 조지가 나온다. 125년 전에 죽은 그의 실험적 사상을 따라가기에는 2022년 대한민국의 현실은 너무나 엄중하다.
세금 걷어 나눠주겠다는 후보, 무턱대고 세금 깎아주겠다는 후보 모두 믿으면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 논리로 극단적으로 왜곡된 세금 체계를 정상화하고 세금과 복지의 선순환을 통해 국민 간의 연대를 회복하고, 무섭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기술 변동 속에서 지속가능한 세금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다.
중앙일보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리셋 코리아 운영위원
02.28 수상한 지출 지적하자 쉬쉬…돈 문제 흐릿한 '진보 호소인들'

▲김원웅 전 광복회장(왼쪽)과 윤미향 의원. 그래픽=김현서 기자
몇 년 전부터 한 공익법인의 감사를 맡고 있다. 우리 사회의 뼈아픈 사고와 연관된 곳으로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꽤 유력한 조직이다. 그곳에서 1년 가까이 임원진을 비롯한 여러 사람과 지리멸렬한 논쟁을 벌였다. 과정은 이랬다.
수상한 지출 지적하자 모두 쉬쉬
지난해 이맘때 처음 ‘특이사항’을 발견했다. 지출결의서에 첨부된 서류를 보니 차량 렌트 비용이 통상적 시세의 세 배가량이었다. 과다 지출 부분을 환수하고 해당 업무를 결정한 사람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어찌 보면 흔히(?) 있는 일이고, 환수와 징계를 하면 비 온 뒤 땅이 굳는 것처럼 재단의 내부 통제구조가 탄탄해질 기회가 될 성싶었다.
이후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이사회의 여러 구성원이 사태를 덮는 방향으로 몰고 갔다. 서류를 바꾸며 ‘쉴드’를 쳤고, 심지어 감독기관인 해당 지자체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쩔 수 없었다. 비겁하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작은 희망은 있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겠지. 그런데 아니었다. 이후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다. 마치 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감사를 맡은 나는 다시 지적했다. 그리고 잘못을 덮으려는 서류 재작성과 상황의 불가피성을 강변하는 설명이 되풀이됐다. 최근 내가 겪은 일이다.
정의연 사태 때도 덮기 급급
이쯤에서 생각나는 일이 있다.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사태다. 핵심 인물인 윤미향 의원(현 무소속, 전 더불어민주당)의 근황도 궁금해 블로그를 찾아가 보았다. 블로그에는 윤미향 의원의 국회 제명 움직임에 반대하는 지지성명이 있었다. “윤미향 의원에 대한 의혹의 대부분이 무혐의로 드러났고”(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의 입장 2022. 2. 8.), “친일극우세력들은 윤미향 의원 개인에 대한 공격을 넘어 수요시위조차 공격하며 무력화하려 했고” “위안부 할머님들에 대한 인격 모독과 일제 강점기 역사까지 부정하며 왜곡을 일삼고”(69개 단체 공동성명 2022. 2. 7.) “(윤미향 의원에 대한 제명 시도는) 오직 명예회복만을 바라시다 한 많은 세상을 떠난 수많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다시 욕보이는 일이며, 1500차를 넘긴 수요집회와 그 집회에 참여한 이들을 욕보이는 일”(천주교 수원교구 공동선 실현 사제연대 2022. 2. 11.)이라고 지적한다.
▲공금 유용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윤미향 의원이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한 분들을 위해 한번 복기해보자. 이 사건의 시작은 2020년 5월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이었다.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참가한 학생들이 낸 성금은 어디 쓰는지도 모른다. 다음 주부터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집회가 학생들 고생시키고 푼돈만 없애고 교육도 제대로 안 된다. 현금 들어오는 거 알지도 못하지만, 성금·기금 등이 모이면 할머니들에게 써야 하는데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 "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시민단체에 오래 몸담았고, 수입과 지출에 예민한 회계사로서 나는 사태를 예의주시했다.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의원의 공금 횡령 의혹을 제기한 이용수 할머니. [연합뉴스]
당시 가장 황당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회계 문제의 실상을 확인하기도 전에 나온 여러 단체와 유력인사들의 잇따른 정의연 지지 성명이었다. 그중에는 우상호·홍익표·고민정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5명의 성명도 있었다.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려고 하는 세력들은 국민과 역사 앞에 사죄해야 합니다. 일본군 성노예제 운동에는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의 피땀이 어려있습니다. 오랜 믿음에 기반한 피해자와 윤미향 당선인 간의 이간질을 멈추고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해 전심전력해온 단체와 개인의 삶을 더 이상 모독하지 마십시오. 이는 메신저를 공격해 메시지를 훼손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정의를 회복하고 평화를 갈구하는 국민적 염원을 짓밟지 마십시오.” 이용수 할머니가 제기한 것은 자금의 수상한 사용 문제였는데, 갑자기 역사의 진실 문제를 들고 나왔다.
시민단체들이 '면죄부'에 앞장
압권은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환경운동연합·한국여성단체연합 등 내로라하는 시민단체가 망라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성명이다. 이들은 “최근의 정의기억연대 회계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부풀려져 있다. 누구든 시민의 성금을 모아 목적과 달리 착복하거나 오용했다면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정의기억연대의 경우에는 일부 회계 처리 미숙이 확인되었을 뿐이다. 일부에서 제기한 횡령이나 편취 의혹도 대부분 해명되었고, 용처에 대한 논란도 성노예 문제에 대한 공공외교 단체이자 진상규명 단체인 정의기억연대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애초에 본질을 벗어나 있었다”고 주장했다.
성급함만큼이나 사실관계도 문제였다. 결국 이들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으니 말이다. 검찰 수사에서 윤 의원은 개인 통장을 이용해 횡령하는 등 불투명한 회계 문제가 사실로 확인됐다.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근거로 “회계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부풀려져 있다”고 단정했을까? 나는 지금도 의문이다.
진영 패거리 이익이 우선인가
최근에는 김원웅 전 광복회장의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보훈처 설명에 따르면 광복회가 국회 카페의 중간거래처를 활용해 허위 발주 또는 원가 과다 계상 등의 방법으로 6100만원을 마련했고, 국회 카페 현금 매출을 임의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후 김 전 회장의 한복·양복 구입비, 이발비 등 사적 용도, 김 회장이 설립한 협동조합인 ‘허준 약초학교’ 공사비와 장식품 구입 등에 사용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정부 다른 인사들이 그러했듯이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의혹을 부인하다가 결국 자진 사퇴를 하면서도 “사람을 볼 줄 몰라 생긴 불상사”라며 횡령 의혹은 부인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노무현 재단은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평(3.3㎡)당 2000만원이라는 전대미문의 비싼 건축비로 노무현시민센터를 건설 중이다. 재단의 전 이사장인 유시민씨에 따르면 지난해 7월께 이미 공사가 끝나야 했으나 여태껏 완공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여러 언론을 통해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왜 스스로를 개혁 진보세력이라 일컫는 이들은 금전 문제만 나오면 곪은 부위를 도려내고 감염 원인을 찾아낼 생각을 하지 않을까. 진영 안팎의 금전적 비리 의혹은 일단 감싸는 일이 반복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패거리 이익과 자리 지키기가 우선이라는 고백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해도 되나.
이번엔 그냥 넘기지 않기로 했다. 서두에 말한 공익법인에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을 선언했다. 곧 있을 총회에서 무슨 발언들이 오갈지 지켜보려 한다.◎
중앙일보 김경율 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