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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이야기02/ 맛의 과학/ 설렁탕과 곰탕, 비슷한 듯 다른 두 음식 - 최고의 음식 궁합! 전국에 소문난 삼합

상림은내고향 2022. 2. 27. 17:05

식품 이야기02/ 맛의 과학

■ 2014.11.06 설렁탕과 곰탕, 비슷한 듯 다른 두 음식 어떻게 구별할까?

한식이야기. 설렁탕과 곰탕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자연스레 뜨끈한 탕 요리가 생각난다. 이럴 때 밥 한 그릇 말아 뚝딱 해치우기 좋은 음식이 설렁탕과 곰탕이다. 들어가는 재료는 단순하지만 만드는데 시간과 노고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주로 외식메뉴로 즐긴다

 

▲비슷한 듯 다른 설렁탕()과 곰탕(). 사진=농촌진흥청

 

 

설렁탕과 곰탕, 자주 먹는 메뉴이기는 하나 외형이 비슷해 어떤 것이 설렁탕이고 어떤 것이 곰탕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일각에서는 두 요리에 특별히 구분하지 않기도 하지만 나름의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설렁탕은 뼛국을 곰탕은 고깃국을 기본으로 한다. 두 음식 본연의 모습을 놓고 보면 설렁탕은 뽀얀 국물, 곰탕은 비교적 맑은 국물을 지녔다.

 

이런 차이점은 설렁탕에 관해 설명한 손정규의 ‘조선요리(1940)’에서 찾아볼 수 있다. 책에는 ‘설렁탕은 소고기의 잡육, 내장 등 소의 거의 모든 부분을 뼈가 붙어있는 그대로 넣고 하루쯤 곤 것인데, 서울 지방의 일품요리로서 값싸고 자양분이 많다’고 하였다. 설렁탕과 곰탕을 확연히 구분 짓기는 곤란하지만 설렁탕은 본래 곰탕보다 뼈가 많이 들어 있어서 오랜 시간 동안 걸쭉하게 끓이므로 골수가 녹아 국물이 뽀얗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곰탕 전문점에 가보면 맑은 국물보다는 설렁탕처럼 뽀얗게 우러난 국물을 마주하기 십상이다. 이는 곰탕이 고기를 주재료로 하지만 사골이나 쇠꼬리 같은 재료를 이용해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 사골곰탕이나 꼬리곰탕 같은 경우는 국물의 색이 설렁탕과 크게 차이가 없다.

 

설렁탕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선농단(先農壇)에서 한 해 농사가 잘되길 기원하는 친경행사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조선시대 성종 6년에 원산대군과 재상 신숙주 등을 대동하고 선농단에서 제사를 지낸 뒤, 백성을 위로해 함께 음복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여기서 먹었던 음식이 제를 올리는 데 사용한 소를 이용해 만든 설렁탕이다. 제에 사용된 소는 신에게 바친 신성한 희생 제물이므로 어느 한 군데도 버리지 않고 통째로 끓여냈다고 한다.

 

설렁탕이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근대화 이후다. 서울의 장이 서던 곳 부근을 중심으로 설렁탕 집이 하나둘 생겨나며 장을 찾은 손님들의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책임졌다. 설렁탕 집에는 항상 2, 3개의 큰 무쇠솥에 설렁탕이 끓고 있었다. 그 옆에는 설렁탕을 골 때 넣었던 여러 부위의 편육을 부위별로 썰어 놓고 손님맞이 준비를 했다. 곰탕은 대구 달성군 현풍면의 향토 음식인 현풍곰탕과 전라남도 나주의 향토음식인 나주곰탕이 유명하다.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정재균 PD jeongsan5@gmail.com

 

■ food lesson, 원두 설명서

[커피 취향의 기준]

아로마 커피 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향. 신 향(, 과일), 단 향(캐러멜, 초콜릿) 쓴 향(향신료) 중 어떤 아로마가 가장 풍부한지 살펴보자.


산미 커피의 생기, 달콤함, 신선한 과일의 느낌이다. 산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겐 시큼하고 발효된 식초 같은 신맛으로 느껴진다.


보디감 커피에서 느껴지는 혀의 질감. 예를 들면 물은 보디가 가볍고 우유는 보디가 무겁다고 할 수 있다.
밸런스, 산도, 보디감이 서로 조화롭게 커피 맛을 구성하고 있는 정도를 말한다.

 

크게 대륙별로 나눴을 때, 밸런스와
보디감을 중요시한다면 중남미 국가의 원두를,
섬세한 아로마와 산미를 중요시한다면
아프리카 국가의 원두를 선택해보자.

중남미 균형 잡힌 밸런스, 중후한 보디감, 깔끔한 산미
아프리카 개성 강한 아로마, 밝은 느낌의 강한 산미

 

부드러운 보디감, 콜롬비아 마일드 커피의 대명사라고 불릴 만큼 부드럽고 구수한 커피 향이 특징이다. 적절한 산미와 보디감이 균형을 잘 이루고 있다.

 

강한 보디감, 과테말라 화산재가 많이 함유된 산성토양에서 재배되어 스모키한 향을 가지고 있다. 다크초콜릿 같은 쌉싸름한 향과 묵직한 보디감을 느낄 수 있다.

 
균형 잡힌 맛, 브라질 특징이 강하진 않지만 부드럽고 구수한 단맛에 산미가 적어 커피를 처음 접하는 이에게 무난하고 블렌딩 원두에 많이 사용한다.


풍부한 신맛, 케냐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고급품종으로 베리와 감귤류의 과일 향미와 깨끗하고 산뜻한 와인의 향미가 조화를 이룬다.

 

강한 신맛, 에티오피아 열대과일의 밝은 산미와 꽃향기가 특징이다. 캐러멜 같은 달콤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이르가체페(예가체프), 시다모, 하라 지역의 원두가 판매된다.

 

무거운 단맛, 인도네시아 만델링 신맛이 약하고 보디감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강한 쓴맛 뒤에 찾아오는 단맛을 느낄 수 있다.

 

로스팅 정도에 따라 맛에 변화가 있나요?
“로스팅은 생두에 열을 가해 각 커피가 가지고 있는 맛과 향을 컨트롤해주는 작업이에요. 볶인 색깔에 따라 구분되고, 볶인 정도에 따라서 맛과 향의 특성이 달라지게 되죠. 연하게 볶인 커피의 경우 신맛이 강하게 느껴지고 농도는 연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반대로 진하게 볶을수록 커피의 농도는 진해지고 중후한 느낌을 받게 되죠. 신맛은 상대적으로 줄고 쌉싸름한 느낌이 커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세헌(한국커피교육센터 트레이너)

 
[흔히 문제에 답이 있다고들 하듯 이름에 맛이 있다]


커피 이름에 담기는 내용은 크게 생산국가명, 생산지역명, 등급명, 품종 등이다.


) Ethiopia YirgacheffeG1.
국가명 Ethiopia(에티오피아) / 지역명 Yirgacheffe(이르가체페)
등급명 G1.(1등급)

 

Light Roasting
밝은 색깔을 띠고 있으며 신맛이 강하고 효소에 의한 향들이 강하게 느껴진다.

 

Midium Roasting
시중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원두의 색으로 중간 정도의 산미와 보디감을 가지고 있다. 보통 달콤한 계열의 맛을 가지게 된다.

 

Dark Roasting
산미가 많이 줄어드는 대신 무거운 보디감을 갖게 되며 풍부하면서도 부드러운 초콜릿 향을 느낄 수 있다.

김민지 여성조선 기자 

 

■ 2015-05-16  남자여, 사랑의 레시피를 준비하라!

▲피터 폴 루벤스, 〈파리스의 심판〉, 1735, 목판에 유채, 런던 내셔널미술관. 황금 사과를 들고 바위에 앉아 있는 청년은 그리스의 양치기 파리스다. 그는 세계 최고의 지혜를 약속한 아테나와 세계의 주도권을 약속한 헤라,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약속한 아프로디테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해야 했다

 

 현대 여성에게 가장 사랑받는 간식인 초콜릿의 주재료는 카카오(코코아)입니다. 수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카카오의 고향은 몹시 덥고 습한 아마존 열대 우림이지요. 마야와 아즈텍의 신화에서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카카오는 지금보다 훨씬 더 고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결혼식 때 신부가 신랑에게 색칠한 작은 받침과 카카오콩 5개를 주며 청혼하면, 신랑 역시 수락 의미로 새 치마와 카카오콩 5개를 신부에게 주었지요.
 
 
카카오의 속살은 달콤하지만, 초콜릿으로 만드는 건 쓰디쓴 씨앗입니다. 그 씨앗인 카카오콩을 볶은 뒤 잘 빻아서 설탕과 우유, 카카오버터를 섞어 초콜릿을 만듭니다. 우유를 첨가한 밀크초콜릿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합니다. 색깔이 흰 화이트초콜릿은 카카오버터에 설탕, 분유를 넣어 만들기 때문에 카카오 특유의 갈색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요즘 가장 인기인 다크초콜릿은 우유도 넣지 않고, 단맛도 적은 것이 특징이고요
. 


 
초콜릿의 효능

  초콜릿의 효능을 열거하다 보면 마치 만병통치약을 선전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풍부한 폴리페놀 성분은 혈관을 청소해 주어 혈압을 낮춰 줍니다. 항산화 효과가 있어 노화 예방에 좋고, 심장질환 감소 및 암 예방에도 효과적입니다. 초콜릿은 포만감도 느끼게 해 주고 지방 흡수를 막아 다이어트에도 좋습니다. 보습, 피부 탄력 개선, 뇌졸중과 위염 예방, 이뇨 작용 촉진, 뼈 기능 강화, 알코올 분해 등의 효과도 있습니다. 육체적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됨은 물론 정신 건강에까지 효율적입니다. 우울한 기분을 고조시켜 주고, 실연(失戀)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사고력과 집중력도 높여 주고 정신 안정에도 기여하고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초콜릿에 사랑의 감정을 증진시키고, 성욕(性欲)을 고조시켜 주는 트립토판과 페닐에틸아민이 들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멕시코 지역의 인디언 추장이 선물한 것은 카카오 열매였습니다. 하지만 정복에만 관심이 있었던 콜럼버스 일행은 카카오를, ‘와인이 떨어졌을 때의 예비 음료’ 정도로만 여겼습니다. 그러다가 카카오 열매 음료가 성욕 증진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그것에 열광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가톨릭 교회에서 이 발칙한 음료의 섭취를 금할 것인지를 두고 끝없는 논쟁이 이어질 정도였지요. 확실히 초콜릿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촉진하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하며, 행복감과 달콤함에 젖게 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은연 중에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연인의 생일 등 각종 기념일에 초콜릿 꾸러미나 바구니를 선물합니다.
 
 
초콜릿은 연인과의 사랑 나눔에 필요한 달콤한 촉매제 역할을 합니다. 초콜릿 사랑처럼 우리는 상대에게 감미로운 존재가 되도록 노력해 봅시다
.


 
허니문처럼 즐겁게

▲에드바르 뭉크, 〈파리의 누드〉, 1896년경, 캔버스에 유채, 오슬로 내셔널미술관. 어렸을 때부터 육체적·정신적으로 심약했던 뭉크는 인간 세계를 비극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작년 10월부터 대한민국 사회는 ‘허니버터칩’이라는 감자칩 열풍에 휩싸였습니다. 8월 출시 초기에는 두 개 사면 하나 더 주는 2+1 행사까지 하던 과자가 불과 두 달 만에 기존 일등 과자보다 무려 10배 이상의 판매고를 자랑하는 초대박 상품이 된 거였죠. 팔리지 않는 다른 제품들과 묶어 파는 것 때문에 공정거래위의 제재까지 받게 될 거라는 둥, 백화점 경품으로 내걸려 인기라는 둥, 많은 웃돈을 줘야 박스로 구할 수 있다는 둥, 온갖 이야기가 들려 오더니 얼마 전에는 품귀의 이유가 하루 3교대로 무리하게 생산해 내다가 공장에 불이 나는 바람에 아예 제품이 영구 중단된 때문이라는 뜬소문까지 인터넷을 도배할 정도입니다.
 
 
이 매혹적인 과자의 주재료는 프랑스산() 고메버터와 아카시아 꿀 시즈닝을 넣은 감자칩입니다. 봉지를 열자마자 진한 버터 향기와 달달한 꿀향이 코끝 가득 풍겨 오지요. 베이커리 재료로도 쓰이는 고메버터는 향이 강한 걸로 유명합니다. 거기다가 달달한 아카시아 꿀 향기가 그윽하게 감돌아 풍겨 오면 이미 들뜬 입안에서는 군침이 돌기 시작합니다. 고메버터와 꿀, 그리고 파슬리가 사이사이 묻어 있는 허니버터칩 한 조각을 베어 물면 고르곤졸라 피자(소젖으로 만든 이탈리아산 치즈가 주재료인 피자)나 고급 파스타에 꿀을 찍어 먹는 그런 촉촉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확실히 꿀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인류의 미각과 후각을 사로잡은 매혹적인 식재료임에 분명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의 가장 감미롭고 행복한 현상에 꿀을 붙여 비유합니다. 영어에서 허니(honey)는 달콤한 연인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른바 허니문(honeymoon)이라는 신혼여행, 곧 ‘밀월여행(蜜月旅行)’이 그 대표적인 예이지요.
 
 
우리 인생에 있어 신혼여행이야말로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이 아닌가 합니다. 자신을 아껴 주는 사람들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백년가약(百年佳約)을 맺은 뒤 떠나는 여행의 일정이야말로 황홀하기 그지없습니다.
 
 
필자 역시 39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호주에서 보낸 일주일 간의 꿀 같은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브리즈번의 도시 한가운데 강줄기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창공을 날며 휘둥그레 바라보던 골드코스트의 금빛 해안과 신비한 동화 속 풍경 같은 낭만적인 집들의 배열을 잊지 못합니다. 여행 중에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가 여기저기서 접하게 되는 다양하고 화려한 식사입니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밀월여행의 백미(白眉)는 은밀한 숙소에서 벌이는 단 둘만의 정신과 육체의 향연입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부끄러움에 다소곳이 떨며 하얀 가운 사이 내밀한 속살을 열며 새신랑을 맞이하는 여인의 순수한 성숙을 볼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섹스는 밀월여행처럼 신선하고 자극적이어야 합니다. 허니문에서의 순수한 열정과 사랑이 넘치는 마음으로 섹스에 임하십시오. 섹스를 할 때 최소한 신혼에서처럼 진실되고 온전한 마음가짐으로 성실하게 임해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 역시 숨겨 왔던 내면을 드러내고 모든 것을 열어 주는 것입니다.
 
 
당신은 오늘 밤, 몰디브의 신비로운 해안 속을 유영하듯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하와이에서 훌라춤을 추는 열정의 밤을 그녀에게 선물해 줘야 합니다. 그런 신선한 마음가짐과 임펙트 있는 설계가 그녀를 늘 새롭게 감동시키는 것이지요. 당신의 섹스는 매번 허니문처럼 감미롭고, 허니버터칩처럼 살살 녹아들며, 진미의 벌꿀처럼 향기롭고 그윽해야 합니다. 때로는 그녀의 핫스팟에 꿀을 바르고 부드럽게 애무하는 이벤트도 필요합니다.
 
 
요즘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뭐니 뭐니 해도 소위 먹방(먹는 것을 보여주는 방송)과 쿡방(cook+방송) 열풍입니다
.

 
 
‘먹방’ 열풍

▲한스 마카르트, 〈메살리나 역의 샬럿 볼터〉, 1875년경, 캔버스에 유채, 빈 역사미술관. 방탕한 성생활로 로마를 휘어잡았던 메살리나의 일대기는 훗날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했다. 마카르트가 그린 메살리나에서는 남성 못지않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다.

 

  먹방 열풍은 하루에만 수백만 명이 방문하며 인기 프로그램의 경우 동시 접속자가 수만 명에 달하는 아프리카TV에서 시작됐습니다. 먹방 열풍은 관련 인터넷 채널이 15000개나 된다는 점에서 입증됐습니다. 인기 BJ의 경우 공중파 TV에 초대되어 맛있게 먹는 비법을 보여주기도 하고, 아예 케이블 TV와 연계하여 방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맛있게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흡입 본능 위에 이왕이면 우리가 더 누려 보고 싶은, 추가된 즐거움의 향연입니다. 남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인간과 동물은 숙명적으로 입에 군침이 돌기 마련입니다. ‘더불어 맛있게 먹는다’는 것은 그중에서도 잘 먹는 모습의 백미입니다. 개인주의적 삶에 외로운 현대인들은 그 반대급부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분위기를 즐깁니다. 그래서 TV에서는 다수의 연예인을 모아 놓고 함께 어울리며 먹는 모습을 연출하여 시청자들을 끌어들입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요리의 심리와 법칙이 가장 잘 비견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섹스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즐기기’ 위해 섹스하며, 이왕이면 ‘맛있게 즐기기’ 위해 더욱 고민하고 연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자기 혼자만의 만족이 아닌 ‘더불어 맛있게 즐기기’를 통해 파트너의 행복까지 담보해 줘야 함도 물론입니다.
 
 
먹방에서 시작한 요리 소재 방송 열풍은 마침내 요즘 새로운 대세인 쿡방에 이르러 정점을 찍고 있습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침을 흘리던 대중은 이제는 ‘맛있게 요리하는’ 스타들의 진지한 모습에 환호합니다.
 
 
지상파 방송도 각종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쿡방 프로를 특별 삽입함은 물론, 아예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제각각 음식과 요리 열풍에 가세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각종 케이블 TV는 한 술 더 떠 신동엽, 성시경 같은 연예인에게 앞치마를 두르게 하고, 아예 스타들의 냉장고를 무작정 날라 와 그 재료들을 갖고 여러 명의 일등 셰프가 요리 경연을 벌이기도 합니다.
 
 
케이블 방송 사상 예능 프로의 최고 시청률을 찍은 ‘삼시세끼-어촌편’은 단연 압권입니다. 8회 내내 각 15%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자랑한 이 프로는 각종 신드롬과 유행어를 양산해 놓았습니다. 애초에 강원도 정선의 ‘농촌편’에서 바람몰이를 한 이서진을 무색하게 하고, 전남 신안에서 멀리 떨어진 만재도 섬에서 몸뻬를 입고, 두건을 두른 채 프라이팬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차승원의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그는 전작 영화의 초라한 실패를 딛고 ‘맛있게 요리 잘하는 남자’로 급부상했습니다.
 
 
‘슬로 라이프’라는 느림과 여유의 미학을 바탕으로 소박한 시골과 바닷가 전원의 확 트인 풍광을 배경 삼아 좋아하는 사람과 정성껏 마련한 먹거리를 즐기는 이 단출한 행위가 바로 현대 여성들의 심금을 울린 것이지요.


 
섹스는 최고의 요리다

  프랑스의 한 타이어 회사가 매년 발간하는 《미슐랭 가이드》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평가서입니다. 맛과 서비스, 분위기, 위생 상태 등을 기준으로 별점을 매기지요. 여기서 좋은 평가를 받은 식당 주인은 부와 명성을 누린다고 할 정도로 그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하나의 식당 평가서가 이렇듯 널리 사랑받으며 권위를 자랑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요리를 하나의 예술로까지 평가한다는 증거입니다.
 
 
《미슐랭가이드》에 4년 연속 별점을 받은 아오키 도시가쓰는 부친의 뒤를 이어 도쿄 긴자 거리에서 30년째 스시점을 운영하는 명가의 요리 장인(匠人)입니다. 최근 신라호텔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하루 8시간 동안에 350인분의 초밥을 쉴새 없이 쥐어 내놓았습니다. 메트로놈에 맞춘 듯 정확한 박자로 불과 5초 만에 초밥 한 점을 완성해 내는 그는, 정작 ‘수건만 짜기 5년’, ‘김만 굽기 10년’의 기나긴 수련 과정을 거쳐 비로소 처음 초밥을 만들 기회를 부친께 허락받았다고 고백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최고의 식당은 ‘생략이 없는 식당’입니다. 저렴한 초밥집이나 회전초밥집은 손님이 몰려 바쁘면 시간을 줄이고 노력을 생략하는데 진정한 고수(高手)는 어떤 경우라도 생략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재료든, 시간이든, 정성이든 모든 걸 원칙대로 들인다는 겁니다. ‘초밥은 일생을 건 수행’이라는 부친의 가르침을 평생 가슴에 새기고 있다는 그는 손님을 보면 입이 아니라 마음을 잘 읽어 낼 줄 알아야 진정한 명인이라고 말합니다.
 
 
한식당 최초로 미슐랭 별 하나를 획득했던 뉴욕의 한식 요리사 김훈이는 원래 미국 의학전문 대학원에 다니던 영재였습니다. 졸업을 불과 1년 남기고 요리사가 되기 위해 의대를 포기한다고 선언했을 때, 그의 어머니는 ‘남자에게 요리는 취미일 뿐’이라며 극구 만류했습니다. 곧바로 뉴욕 요리학교에 들어가 수료한 뒤 맨해튼의 최고급 레스토랑을 거쳐 뉴욕 52번가에 연 한식당 ‘단지’는 화려한 프랑스 식당과 일식당이 즐비한 미식(美食)의 도시에서 된장찌개와 은대구조림 등으로 뉴요커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는, 아침에 주방에 들어가 300명이 넘는 예약 리스트를 볼 때마다 엄습해 오는 공포감은 마치 마라토너들이 경험한다는 ‘러너즈 하이(Runners high)’라는 극치감과 비슷할 정도라고 증언합니다. 하지만 이런 공포와 두려움을 이겨내고 그날 요리를 무사히 마칠 때면, 마약 같은 아드레날린이 쏟아질 정도의 쾌감을 느낀다는 거지요. 그는 미슐랭 요리사라면 방금 만든 음식일지라도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면 재료비 생각하지 않고, 욕먹을 것 감수하면서까지 손님께 내보내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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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때 도미(渡美)한 코리 리(한국명 이동민)가 운영하는 퓨전 레스토랑 ‘베누(BENU)’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중 최초로 미슐랭 최고 수준인 별점 셋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별점 둘에서 올해 셋으로 승격한 이 식당은 소재지인 샌프란시스코 역사상 처음 별점 셋을 획득해 세계적인 레스토랑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벽에 걸린 사진부터 조명, 가구 하나까지 매시간 꼼꼼히 살피는 코리 리는 식탁의 촉감을 중요시합니다. 식탁 온도까지 체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식사 중 손님의 손이 테이블에 닿았을 때의 미세한 쾌감까지 배려하는 것이지요. 그는 자신의 요리철학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손님은 단순히 밥을 먹으러 오는 게 아니라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이다. 이런 곳을 찾는 사람이 단순히 식사를 하려고 예약을 하고 두 달씩 기다리는 건 아니다. 평생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고, 음식에 대해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맛뿐만 아니라 시각, 후각, 촉각, 청각 등 오감을 만족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손님이라는 관객이 레스토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코트를 벗고 테이블에 앉는 과정의 동선(動線)조차 베누에서의 경험 일부인 것이다. 그들은 레스토랑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베누를 경험하러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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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요리 메뉴를 가진 그는 고객이 찾을 때마다 먹었던 메뉴를 기록해 뒀다가 다음에 다시 오면 반드시 다른 메뉴를 제공합니다. 그것은 ‘고객은 늘 새로움을 원한다’는 신념 때문이지요.
 
 
지금까지 미슐랭 일류(一流) 셰프들의 이야기를 장황할 정도로 열거했습니다. , 요리사를 소개하는 글도 아닌데 독자 여러분께 요리 얘기를 한 이유가 뭘까요. 그것은 섹스가 남성 여러분이 사랑하는 여성을 위해 펼쳐 보일 수 있는 최상의 요리와도 같기 때문입니다. 위의 글에서 ‘요리’라는 말을 ‘섹스’로 치환해 보십시오. 섹스에 임하는 여러분의 기존 생각을 완전히 뒤집을 겁니다
.

 
 
섹스라는 요리의 절대 名人 돼야

▲프랑수아 부셰, 〈헤라클레스와 옴팔레〉, 1735년, 캔버스에 유채, 푸슈킨미술관. 헤라클레스는 여왕 옴팔레의 충실한 노예이자 애인이었다

 

은퇴하고 가정에 틀어박혀 살아야 하는 신중년에게 매스컴은 아내에게 사랑 받기 위해 “여보, 밥 줘” 대신 “내가 밥할 게”라고 말해야 부부 사이가 천국이 된다고 떠들어댑니다. 하지만 그런 언론의 선동에 주눅들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아내를 위해 배려하고 헌신하며 가사(家事)를 같이 나누려는 자세는 필요합니다.

아울러 침실에서 그녀를 완전하게 다룰 줄 아는 최고의 멋쟁이가 되어야 합니다. ‘맛있는 섹스’는 ‘맛있는 요리’보다 최소한 10배에서 100배 이상 자극적입니다.

흥미 있는 상황을 설정해 보지요. 만약 하루 세 끼씩, 10일간 세계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주는 유명 셰프 10명과 외모는 평범하지만 최상의 섹스를 선물하는 한 남자가 있다고 칩시다. 평범한 여성이라면 누구를 선택할까요? 수많은 강연과 인터넷 방송을 통해 얻은 필자의 결론은, 여성은 후자를 선택한다는 겁니다.

상황을 바꾸어 남편인 당신이 세계적인 셰프 10명에게서 특급 요리를 배워 아내에게 열흘간 온갖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것과, 단 한 차례일지라도 생전 처음 경험하는 황홀한 섹스를 아내에게 선물한다고 할 때 당신의 와이프는 어느 쪽을 선택할까요? 저의 주장은 당연 후자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멀티를 선물하는 남편이라면 아내는 세상 그 누구와도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단순 논리는 위험한 것이며, 제가 궁극적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요즘 부는 요리 열풍에 빗대어 섹스에 임하는 당신의 생각을 바꾸기 위함입니다.

유명 맛집이나 음식 명인의 집에는 자기만의 노하우와 비법(秘法)이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부터라도 아내를 감동시키고 마비시킬 수 있는 비기(秘技)로 무장해야 합니다. 당신의 부드러운 입은 샥스핀 요리처럼 살살 녹아야 하고, 노련한 혀는 향신료인 샤프란을 풍기는 바다거북 수프처럼 자극적이어야 합니다. 아내의 구석구석을 소스라치게 만드는 손길은 때로는 조갯살과 생크림이 얹힌 파스타처럼 은은하다가도, 세계 3() 진미(珍味) 중 하나인 푸아그라(거위의 생간으로 만든 요리)처럼 원초적인 강렬함을 동시에 지녀야 합니다.

섹스와 요리의 긴밀한 상관성은 미국 스탠퍼드대학 교수 댄 주레프스키가 지은 《음식의 언어》라는 책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무려 100만 건의 레스토랑 리뷰를 분석한 결과 음식값이 비싼 최고급 레스토랑일수록 음식 품평에 ‘관능적인’ ‘섹시한’ ‘유혹적인’ ‘예쁘고 애무하는 듯한’ ‘끈적거리고 달콤한’ 등 성적(性的) 은유가 자주 나온다고 증언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유념할 것이 있습니다. 섹스라는 위대한 레스토랑은 탁월한 음식 맛은 당연 기본이지만, 훌륭한 서비스가 반드시 곁들여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프랑스의 유명 요리사 미셸 투는 “형편없는 음식 맛에는 손님이 너그러울 수는 있어도, 형편없는 서비스는 용서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막 섹스 스킬을 연마해 가려는 여러분은 여성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위하며,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스킬의 완성에 앞서 정성을 다한 시각과 후각과 청각 그리고 촉각의 섬세함으로 그녀의 눈을 황홀케 하고, 귀를 자극하며, 피부와 혀가달콤하도록 해 줘야 합니다. 서툴지만 최선을 다하는 당신의 노력에 여성은 마침내 취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의 레시피

섹스야말로 요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극적이며 중독성도 강합니다.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남자와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한 것까지는 용납할 수 있지만, 모텔에서 성관계한 사실을 알게 될 때는 충격과 분노에 사로잡힐 것입니다. 두 남녀가 섹스를 했다는 것은 정신적 교감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섹스가 이루어지기까지 남녀는 문자도 주고받고, 대화도 하며, 음식도 같이 먹고, 데이트를 즐겨 가는 것이지요.

이렇듯 섹스는 사랑하는 연인과 부부의 지속적 관계 여탈권을 쥐고 있는 절체절명의 소중한 행위입니다. 이제 당신은 섹스리스나 혹은 흥미 없는 섹스로 인해 멀어져 가는 아내가 자리에 다시 돌아오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섹스는 요리보다 훨씬 우월한 사랑의 예술입니다. 오늘밤,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육체의 성찬을 위해 색다른 레시피(recipe)를 짜 놓으십시오. 이전과는 다른 특별한 애무의 메뉴도 함께 곁들여 보십시오. 당신이 얼마만큼 매혹적이고 섹시한 존재인지, 당신의 새 레시피가 얼마나 달콤하고 자극적인지를 깊이 각인시켜 주십시오.

월간조선 5월호  김진국 《멀티를 선물하는 남자》저자

 

■ 2015.06.06 홍어, 항아리에 짚과 소금 넣고 삭혀

돼지 삼겹살과 함께 묵은 김치에 싸 먹으며 탁주 곁들이면 '홍탁삼합'
홍어 수컷은 덩치 작고 맛 덜하며 볼품 없어

어류는 뼈가 딱딱한 경골어류(硬骨魚類)와 물렁한 연골어류(軟骨魚類)로 나뉘며, 거의 전부가 경골어류이고 일부가 연골어류다. 거기에는 홍어·가오리·상어 따위가 있으며, 무엇보다 뼈가 물렁하다는 것이 두드러진 특성이다.

연골어류는 ①단백질(질소) 대사물이 경골어처럼 암모니아가 아니고 포유류와 같은 요소(尿素)이며 ②뼈에 골수가 없어서 지라(비장)에서 적혈구가 만들어지고 ③살갗에 거친 치상돌기(齒狀突起)가 있으며 ④아가미 뚜껑이 없는 탓에 5~7쌍의 아가미가 겉으로 드러나고, 아가미에 줄곧 물을 흐르게 하려고 몸을 설렁거리거나 입을 뻐끔거리며 ⑤암수가 짝짓기(체내수정)하고, 수정란이 '인어지갑(mermaid's purse)'이라 불리는 특별한 알주머니에 쌓여 나오거나 치어로 태어나고 ⑥부레가 없기에 뜰힘(부력)이 약해 땅바닥을 긴다.

 

▲홍어 수컷의 꼬리 양 옆으로 홍두깨 모양의 성기(性器)가 보인다.

 

홍어 이야기다.

홍어는 연골어강() 홍어목() 가오릿과()에 속하며 몸빛깔이 붉어 홍어(紅魚)라 하고, 몸이 넓적하다 하여 홍어(洪魚)라 달리 부른다. 몸은 마름모꼴이며, 작은 머리에 주둥이는 짧고 뾰족 불거졌다. 바다 바닥에서 생활하며 연체동물이나 갑각류가 먹잇감이다. 그리고 한 번에 45개의 수정란을 낳는데 그것은 4개의 예리하고 긴 뿔이 난 네모꼴의 질긴 주머니(알껍데기)에 들어 있어 보호를 받는다.

'
날씨가 추워지면 홍어 생각, 따뜻하면 굴비 생각'이란 말처럼 바야흐로 1112월에 홍어잡이가 한창으로 어부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진다. 그런데 수컷은 암컷보다 덩치가 작고 맛이 덜하며 볼품이 없다. 하여 헐값인 수컷이 실속 없다 하여 잡으면 닁큼 배 바닥에 냅다 패대기친다. 또 수놈의 꼬리 양쪽에 길게 축 처진 홍두깨 모양인 15㎝나 되는 교미기가 2개 있다. 잘못 다루면 거치적거리는 생식기의 가시에 손을 다치는 수가 있어서 그놈을 칼로 몽탕 잘라 털벙 바다에 던져버리기 일쑤였다. 기분 잡쳤다는 분풀이다. 그래서 '만만한 게 홍어 X'이란 말이 생겨났다. 푸대접받는 불쌍한 홍어 수놈이로고!

홍어는 몸의 물이 농도가 짙은 바닷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체내 삼투압을 바닷물 삼투압보다 다소 높게 유지한다. 그러기 위하여 요소와 여러 화합물을 혈중에 녹여 놨다. 한데 홍어를 항아리에 짚과 소금을 넣고 삭히면 요소가 분해되면서 지린내 나는 암모니아가 발생한다. 이 암모니아가 세균 번식을 막기에 홍어는 얼간을 해 오래 둬도 살이 썩지 않는다. 이렇게 여느 물고기처럼 쉽게 부패하지 않으므로 옛날에 바다에서 먼 내륙의 오지 동네 제사상에 홍어나 상어 토막이 올랐다.

홍어의 분홍빛 살점을 돼지 삼겹살과 함께 묵은 김치에 싸 먹으며 탁주를 곁들이니 말해서 홍탁삼합(洪濁三合)이다. 그리고 삭힌 홍어는 중독성이 있어 맛 들이면 이내 코를 톡 쏘는 알싸한 맛에 빠져들고 만다. 필자도 무척 좋아하는 터라 글을 쓰면서도 군침이 입안에 한가득 번진다. 정작 내 대뇌에도 홍어 맛 조건반사 중추가 옹이처럼 꽉 박힌 모양이다.

권오길·강원대 명예교수 

 

■ 2015.07.02 솜처럼 폭신했던 식감 쉬우면서도 어려운 그 맛  '뇨키'

뇨키로 말하자면 으깬 감자와 밀가루, 거기에 달걀이나 치즈, 기름을 넣고 반죽해 엄지손가락 크기로 잘라 삶아내는 파스타다. 내게 뇨키의 맛을 알려준 건 셰프 제이크였다. 전형적인 오지(Aussie·호주 Australia란 뜻) 스타일로, 예를 들자면 이렇다. 시드니 앞바다가 배경인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2003)'에 무슨 말을 해도 "다 괜찮아(No problem)"라고 말하는 바다거북이 나오는데 그 모델이 바로 호주 사람이다. 좋게좋게 가는 사람들, 제이크도 그랬다.

그때까지 내가 겪은 헤드 셰프들은 하나같이 영국 사람이었고, 하나같이 군대 고참처럼 괴팍하고 난폭했다. 제이크는 달랐다. 코미디언처럼 쉴 새 없이 농담을 던졌고 과장된 괴성을 지르며 주방을 유쾌하게 만들었다. 손님이 넘쳐나던 연말과 크리스마스 시즌에까지 그랬다.

호주의 여름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곧 가을이 되자 레스토랑은 비수기로 접어들어 손님도, 셰프들 할 일도 푹 줄었다. 자연스레 제이크의 농담도 줄어들었다. 그가 두통약을 먹는 횟수는 소리 없이 점점 늘어갔다. 제이크는 돌파구라도 찾으려는지 가을에 메밀 뇨키로 만든 스페셜 메뉴를 내기로 했다.

 

/토픽이미지

 

정통 뇨키는 이탈리아 밀가루인 세몰리나(semolina)로 만드는데 우리는 대신 동양식 메밀가루를 썼다. 메밀 뇨키에 곁들여 가을 채소와 버섯, 브뤼셀 수프라우트(brussel sprouts·방울양배추, 미니양배추), 에다마메(edamame) , 뵈르 누아제트(beurre noisette·갈색으로 끓인 버터), 닭 육수까지 들어가는, 요컨대 만들기 복잡하고 스페셜한 메뉴였다.

그날따라 하필 뇨키가 떨어져 제이크가 직접 나섰다.

"
뇨키는 나랑 만들자. 여기 레시피 있으니까 재료 준비되면 불러."

뇨키를 만들어 본 적 없는 내게 제이크가 악필로 휘갈겨 놓은 레시피를 건넸다. 구운 감자, 파르메산 치즈, 달걀, 노른자만 따로 한 알 더. 밀가루, 메밀가루, 트뤼프(트러플·송로버섯) 오일(truffle oil), 소금 등이 필요했다. 감자는 삶지 않고 오븐에 구웠다. 수분이 날아가 더 보슬보슬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뜨겁게 놔둔다. 이게 중요한 포인트다. 감자가 식으면 다른 재료와 잘 섞이지 않아 더 많은 밀가루가 필요한데, 그렇게 하면 가볍지 않고 무거운, 차지고 쫀득한 뇨키가 된다. 쫀득하면 더 좋은 거 아니냐고? 여전히 서양에서는 떡처럼 '쫀득'한 식감은 최악으로 여긴다. 씹었을 때 약간의 저항감만 드는 정도, 다시 말해 베개처럼 폭신해야 좋아한다. 그래서 껍질째 익은 감자의 속을 긁어내 감자를 부드럽게 으깬다. 매시 포테이토를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다른 재료도 함께 그릇에 예쁘게 담아놓자 제이크의 뇨키 레슨이 시작됐다.

"
먼저 감자, 달걀, 트뤼프 오일, 소금을 섞어, 살살. 절대 막 섞지 마."

"
파르메산 치즈 다음엔 메밀가루랑 밀가루를 넣어."

"
한 번에 다 섞지 말고, 반씩 나눠서 조심스럽게. 알겠어? 여자 다루듯이, 살살…. ?"

"
반죽이 되면, 작업대에 밀가루 뿌리고, 반죽을 길게 밀어. 절대, 절대 오래 치대지 마. 그럼 글루텐이 생겨서 고무처럼 된다고."

몇 번이나 오버워크(overwork)하지 말라고 제이크 본인이 '오버'했다. 새끼줄처럼 뇨키 반죽을 민 후 알맞은 크기로 잘라 끓는 물에 삶았다. 이때 뇨키 반죽이 풀어지면 밀가루가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뇨키에는 포크로 삼지창 같은 자국을 내기도 하는데, 이것은 필수가 아니고 옵션이다. 자국을 내면 표면적이 늘어나 소스가 더 많이 묻는다. 자국을 낸 뇨키는 굽지 않고 소스에 비벼 낸다. 뇨키를 구울 때는 외려 자국이 없는 게 좋다. 팬에 닿는 표면적이 적어져서다. 다 익은 뇨키는 얼음물에 식혀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주문을 받으면 다시 데워 낸다.

제이크가 만든 뇨키는 맛있었다. 트뤼프 오일과 파르메산 치즈의 쿠리쿠리하고 고소한 향은 진했고, 감자는 솜이불처럼 포근하고 가벼웠다. 어딘지 모르게 향이 비슷한 트뤼프 오일과 메밀이 만나 동양적인 맛이 났는데 호주 손님들에게는 이국적인, 나에게는 친숙한 맛이었다.

뇨키를 배운 그날은 화요일이었다. 수요일과 목요일이 휴무여서 내겐 금요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점심 서비스를 여유 있게 해치우고 나자 쉬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기대감이 스멀스멀 솟아났다. 저녁 예약 손님도 얼마 없었다. 아주 순조로운 날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저녁 서비스 주문이 갑자기 폭주했다. 얼마 전 셰프 두 명이 가게를 떠난 탓에 일할 사람이 줄어 내가 감자튀김까지 도맡아야 했다. 스페셜 메뉴를 만들고 감자를 튀기고, 뇨키, 감자, 감자, 뇨키, 돌림노래같이 몰아치는 주문서 사이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그리고 마침내 감자칩 주문 하나를 늦게 내보냈다. 자비는 없었다. 화살은 나에게 날아왔다. 그렇게 사람 좋던 제이크는 돌연 욕을 하며 감자칩이 든 통을 바닥에 냅다 집어던졌다. 감자칩이 사방에 흩어졌다.

그 와중에 손님들은 무슨 몰래 카메라라도 찍는지 예약도 없이 밀려들어 왔고 약속이나 한 듯 뇨키로 만든 스페셜 메뉴를 시켰다. 그런데 스페셜 메뉴의 레시피가 전에 내가 배운 것과 달랐다. 수셰프(Sous-chef·부주방장)는 분명히 육수를 붓고 나중에 뇨키를 넣어 색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제이크는 달군 팬에 올려 갈색으로 구우라고 했다. 수셰프는 그날 휴무였고 나는 변명하지 못했다. 남 탓한다고 무마될 상황이 아니었다.

제이크 입에서는 끝없이 욕이 쏟아져나왔다. 준비한 재료는 바닥나기 시작했고, 바뀐 레시피 때문에 나는 계속 머뭇거렸다. 모든 것이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들었다. 두 섹션 사이에 낀 나는 스페셜 메뉴와 단체 손님, 그날따라 이상하게 예민한 제이크의 화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지옥같이 뜨거웠던 스토브 앞을 당장 뛰쳐나와 옷을 갈아입고 집으로 가고 싶었다. 서비스하는 웨이터도 부족했다. 제이크는 더 화를 냈다. 동료 셰프들이 내 섹션으로 넘어와 힘을 보탰고,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영업이 끝났다. 그날 이후 나는 제이크를 다르게 볼 수밖에 없었다. 제이크가 그 전에 나에게 베푼 친절과 선의는 다 무엇이었을까? 과연 나는 그렇게도 잘못했던가?

뇨키는 만들기 쉽다. 그러나 제대로 만들긴 어렵다. 사람 마음도 뇨키 같아서, 다 안다고 생각했을 때도 다 안 것이 아니다. 요리를 배우는 것, 사람을 알아가는 것, 그 둘은 묘하게 비슷하다. 사람과 가까워지다가도 상처받듯, 뇨키의 그 폭신한 감촉을 만들어내기 위해 때로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한다. 뇨키, 참 별것 아닌데정동현 셰프

 

■ 집에서 즐기는 외식, 가정간편식(HMR)①

혼자 식당에 가서 메뉴를 고르고 주문을 하면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는 대답을 듣고는 머쓱해 하던 시절이 있었다. “왜 1인분은 안되느냐?” 따지고 싶지만 주위를 의식해 끝내 다른 메뉴를 선택한다. 불과 10여 년 전 식당풍경이다.

지금은 혼자 밥먹는 사람들을 위해 1인석 테이블은 물론 옆 칸막이에 앞에는 커튼까지 친절하게 쳐주는 식당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혼자 밥먹는 사람들을 일컬어 ‘혼밥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우리의 식문화에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에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증가,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면서 삼시 세끼 모두 직접 차려먹는 가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외식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로 외식업계도 마이너스 성장곡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식품업계와 외식업계가 나란히 주목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0 20% 남짓이었던 1인 가구 비중이 2030년에는 3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사회 구조적 변화가 식품외식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특히 최근 TV프로그램의 대세인 ‘먹방’의 열풍은 혼자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이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단순히 한 끼를 때우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유명 맛집의 외식메뉴를 집에서 편리하게 해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 시장이 확대하고 있다.


Are You Ready?
RTP, RTE, RTC, RTH


가정간편식의 진화가 시작되다


가정간편식은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음식을 만들 때의 과정 즉, 재료의 구입, 손질, 조리, 섭취, 정리 등의 과정에서 노력과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는 목적으로 탄생했다. 음식의 재료를 손질한 후 어느 정도 조리가 된 상태에서 가공·포장되기 때문에 데우거나 끓이는 등의 단순한 조리 과정만 거치면 웬만한 유명 맛집 메뉴 못지 않은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렇듯 가정간편식 시장이 성장하면서 RTP (Ready To Prepared), RTE (Ready To Eat), RTC (Ready To Cook), RTH (Ready To Heat) 등 가정간편식의 분류 및 유형 또한 세분화되고 있다.

 

▲RTP는 재료를 세정하고 손질하여 소분 포장해놓은 상품으로 손질 간편채소와 같은 상품이 그 예이다.

 

▲/신세계푸드  RTE는 특별한 조리과정 없이 포장을 제거 후 바로 취식이 가능한 제품으로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 도시락과 같은 제품을 의미한다

 

 

▲/신세계푸드

RTC는 간단한 조리를 하여 취식하는 제품으로 냉장, 냉동으로 판매되는 찌개류, 탕류와 같은 제품들이 있다. 모든 재료가 손질되어 소스와 함께 담겨 있어 냄비에 넣고 한번 끓여주면 완성되는 제품이다.

 

 

▲/신세계푸드

RTH는 제품을 가열하여 바로 취식이 가능한 제품으로, 파우치에 담겨 있는 제품을 통째로 끓는 물이나 전자레인지로 데워서 손쉽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세계푸드

 

<①편에서 계속>

대형마트 가정간편식 PB 상품 출시
기존 식품제조업체에 도전장

이렇듯 가정간편식의 진화와 함께 조금은 비싸더라도 맛있고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수요가 증가 중이다.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가정간편식 PB(Private Brand) 상품을 출시하며 기존 식품제조 업체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기존의 식품제조회사들은 자동화된 대형 제조설비를 바탕으로 소품종 대량생산 가능한 인스턴트 식품 중심의 시장을 지배해 왔다.

그러나 가정간편식은 자동화된 제조라인에서는 생산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가정간편식은 편리함을 목적으로 탄생했지만 음식의 본질인 맛과 품질 그리고 요리하는 사람의 정성을 담아내야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조금은 비싸지만 소비자가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하고 기꺼이 구매하도록 유명 셰프의 레시피를 구현하거나,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극복하고자 유명 맛집과의 제휴를 하기도 한다. 본연의 맛과 상품가치를 살려내려면 R&D 역량과 제조 노하우가 필수적이다.

특히 가정간편식 상품은 기획단계부터 생산까지 출시 기간이 짧기에 시즌 상품을 발 빠르게 출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출시 후 판매실적에 따라 단종도 그만큼 빠르게 결정된다는 단점도 있다.


강남 삼원가든 홍탕, 백탕부터
광장시장 순희네 빈대떡까지


이마트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가정간편식 시장의 도래를 예측하고 가정간편식제조 노하우를 갖춘 신세계푸드와 다양한 프리미엄 상품을 개발하고 피코크(Peacock) 브랜드로 선보이면서 트렌드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이마트는 Peacock 브랜드를 통해 매장 내에 별도의 가정간편식 카테고리를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푸드

 

고유의 레시피로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서울 강남의 유명 한식 전문점 삼원가든의 갈비탕과 육개장을 가정에서 맛 볼 수 있도록 ‘삼원가든 백탕’과 ‘삼원가든 홍탕’을 출시했다. 두 제품은 베스트셀러 상품이면서도 중소기업과의 상생모델로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상품개발 과정에서 삼원가든 육수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육수 액기스를 만들어 대량생산하기 보다는 가정식 조리공법을 적용하여 직접 우려낸 사골 육수에 갈비를 풍부하게 넣어 푸짐한 양과 그 맛을 살려내어 삼원가든측도 만족하고 소비자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사골육수 개발에 적용한 4단계 열수추출 기술은 신세계푸드 R&D센터에서 개발한 것으로 현재 공정기술에 대해 특허출원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경기도 지역 맛집으로 유명한 송추가마골과의 제휴를 통해 특제 소스를 그대로 구현해낸 ‘송추가마골 돼지고추장 불고기’ 그리고 맷돌로 갈아 만든 녹두의 맛과 질감을 재연한 광장시장의 대표 맛집 ‘순희네 빈대떡’과 같은 상품은 직접 그 맛집을 찾아가는 수고를 덜어주며 저렴한 가격으로 집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라 가정간편식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에 따라 식품업계의 상품개발 패러다임은 끊임없이 변화해 나갈 것이다. 나만을 위한 셰프의 요리를 퇴근길에 대형마트에서 손쉽게 사서 즐길 수 있다니 생각만해도 즐겁지 아니한가?               

최아름  신세계푸드 R&D센터 상품개발팀

 

■ 2015-09-07  돼지고기, 바짝 익혀 먹어야? 적당히 익혀 먹어도?…전문가는

우리나라에선 ‘돼지고기는 바짝 익혀 먹어야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기생충인 갈고리촌충과 그 유충인 유구낭미충, 섬모충 감염을 우려한 탓이다. 돼지고기를 덜 익혀 먹으면 정말 위험한 걸까.

‘기생충 박사’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지금은 안 그래도 괜찮다”며 적당히 익혀 먹어도 기생충 감염 위험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7 CBS 라디오 ‘뉴스쇼’에 출연, 문제의 갈고리촌충에 대해 “과거 제주도에서 뱀을 쫓으려고 집집마다 돼지를 길렀는데 먹일 게 없다 보니까 사람의 변을 먹였다. 그 과정에서 사람 변에 있던 갈고리촌충이 돼지한테 들어가서 돼지고기를 덜 익혀 먹으면 갈고리촌충이 사람한테 다시 들어가서 병을 일으키게 됐다”며 “갈고리촌충이 뇌로 가서 간질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뇌 증상을 일으킨다. 그래서 돼지고기를 날로 먹으면 안 된다는 실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기생충이 문제가 돼 제주도에서 돼지에게 사료를 먹이기 시작했다면서 “1990년 이후로는 우리나라에서 갈고리촌충의 유충이 들어가 있는 기생충이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다.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갈고리촌충의 감염 위험이 사라졌으므로 “(돼지고기도 거의 탈 정도로 과하기 익히지 말고) 적당히 익혀서 먹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육회로도 즐기는 소고기에 대해서는 “소를 통해서 감염되는 기생충이 있기는 한데,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멸종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고, 혹시 있다고 해도 이거는 뇌로 절대 가지 않고 그냥 약 하나로 바로 없어지는 착한 기생충”이라며 “그것 때문에 맛있는 육회를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소간은 날로 먹지 말라고 당부했다. 
“소간을 먹으면 개회충이라는 것에 걸릴 수도 있다. 사람회충은 사람에게 별 증상이 없는데 개회충은 사람회충과 달리 간이나 뇌로 전파되고 심지어 망막박리까지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소간은 날로 먹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 2015-09-17 전통음식이 아닌 짜장면은 어떻게 국민음식으로 자리 잡았을까

 

지난 8 25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한창 진행 중이던 그 시각 판문점 직전 통일대교. 기자들은 남북 고위급회담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면서 지루한 ‘뻗치기’를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났을 때 누군가 파주의 중국집으로 점심을 주문했다. 얼마 후 짜장면 27그릇이 배달되었다. 취재기자들은 땡볕 아래서 짜장면으로 점심 한 끼를 맛있게 먹었고, 그 힘으로 뻗치기를 이어갔다.
   
   
취재기자들 대부분은 20~30대였다. 운전기사들과 두세 명의 데스크급 기자들만 40대였다. 이들 중 누구도 ‘짜장면 점심’에 이의를 단 사람은 없었다. 피자나 햄버거가 맛과 영양 면에서는 짜장면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취재기자들은 암묵적으로 ‘짜장면 점심’에 동의했다. 피자와 햄버거가 아무리 맛이 좋고 영양가가 높아도 노상에서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짜장면의 효용을 넘어서지 못한다. 왜 그럴까? 짜장면에는 피자와 햄버거가 결코 가질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정서적 포만감이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는 왜 열몇 시간을 자동차 안에 갇힌 채로 고향을 찾아가는가. 고향에는 부모님이 있고, 옛 동산이 있고, 옛 친구가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옛 맛’이 있다. 추석 귀향길은 고향 맛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고향에는 맛의 원형(原形)이 한두 개쯤은 있다. 그게 청국장일 수도, 된장찌개일 수도 있다. 짜장면도 그중 하나다.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소설가 하일지의 고향은 충북 단양군 영춘면 남천리다. 단양에는 한강 물줄기가 휘돌아나간다. 소백산 바로 아래 온달산성과 온달동굴이 있는 곳이 영춘읍이고, 남천리는 영춘읍에서도 계곡을 따라 깊고 깊은 소백산 기슭으로 십 리를 걸어 올라가야 나오는 산골마을이다. 이곳에서 단양면까지는 32, 팔십 리 길이다. 하일지 교수는 1965 7월 어느 날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날 소백산 산골 소년은 단양에서 난생처음으로 짜장면을 먹어보았다.
   
   
지금에야 남천리에서 단양읍까지 자동차로 30여분이면 충분하지만 1960년대는 멀고 먼 길이었다. 나룻배로 강을 건너 하루에 두 번 오는 버스를 타야만 읍내까지 나갈 수 있었다. 영춘초등학교 5학년생 하일지는 글짓기 교내 대표 중 한 명으로 뽑혀 사생 대표들과 함께 군내 예능경시대회에 참석하러 단양에 갔다. 경시대회가 끝나자 인솔자인 박병량 교사는 글짓기·사생 대표 10여명을 데리고 단양읍내의 한 식당으로 갔다.
   
   
“선생님은 허기진 우리를 데리고 선풍기가 천천히 좌우로 움직이면서 확확 바람을 뿜어대고 있는 어느 식당으로 들어가셨다. 한옥집으로 기억한다. 난생처음 보는 선풍기에 정신이 팔려 있는 우리 앞에 거무스름한 음식이 담긴 그릇들이 놓였고, 우리는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허겁지겁 먹었다. 바로 짜장면이었다. 춘궁기의 하굣길에 아카시아 꽃을 따 허기진 배를 채웠던 우리에게 그때 먹은 짜장면의 맛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이따금 씹히는 고기 맛은 난생처음 쐬어본 선풍기 바람만큼이나 상큼했다. 정말이지 그날 우리는 혀가 코에 닿을 만큼 짜장면 그릇을 핥았을 것이다. 갈매기 나루터에서 영춘면까지 시오리, 영춘면에서 남천리까지 다시 시오리 길을 걸어 밤이 깊어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에게 낮에 단양에서 뭘 먹었는지 물으셨다. 그리고 아들은 단양에서 먹은 것에 대해 설명하려 애썼다. 그러나 어머니도 아버지도 아들이 먹었다는 것이 뭔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소년에게 잊을 수 없는 짜장면 맛을 선사한 그 식당은 다시는 가볼 수가 없다. 충주댐을 건설하면서 단양읍은 구단양이라는 이름으로 물속에 잠겨버렸다. 소설가는 그때의 경험을 장편소설 ‘누나’(민음사)에서 상세하게 녹여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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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차이나타운 ‘짜장면 박물관’ 내 1970년대 중국집을 재현한 전시실. photo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영화감독 강우석은 짜장면과 얽힌 가슴 저린 사연이 있다. 강우석 감독의 집안은 부유했다. 하지만 고3 때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살던 집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집안 형편이 어렵자 부모는 짜장면을 먹고 싶어도 돈을 아끼려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강우석은 집에서 짜장면을 만들기로 했다. 시장에 가서 양파, 감자, 춘장 등 재료를 사가지고 와 짜장면을 만들었다. 아들이 만들어 내놓은 짜장면에 부모는 감동하며 “중국집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다”고 했다. 청년 강우석은 그날 이후 종종 집에서 짜장면을 만들곤 했다. 중학생 시절부터 영화감독을 꿈꾸던 강우석에게 짜장면은 눈물 젖은 시절을 상기시키는 음식이다.
   
   
특별히 면을 싫어하는 식성이 아니라면 한국인은 백인백색의 짜장면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만큼 한국인은 짜장면과 징하다. 짜장면은 수많은 영화와 문학에 소재를 빌려줘 왔다. 아역배우 출신인 안성기가 성인배우로 데뷔한 작품이 1979년 ‘바람 불어 좋은 날’이었다. 배창호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에서 안성기는 중국집 배달부 덕배 역을 맡았다. 안성기는 ‘중국집 배달부’ 역으로 그해 대종상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짜장면은 국민음식이다. 하루 700만 그릇이 팔린다는 게 짜장면이다. 해외여행 중 아무리 좋은 현지 음식을 먹어도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한국 음식이 그리워진다

 

▲ 짜장면 배달통. 왼쪽은 초기의 나무 배달통, 오른쪽이 현재의 철가방. photo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한국 전통음식이 아닌 짜장면은 어떻게 국민음식으로 자리 잡았을까. 짜장면의 시원(始原)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우리의 근현대사와 만나는 것이기도 하다. 알려진 대로 중국인들이 본격적으로 한반도에 들어와 살게 된 것은 1882년 임오군란(壬午軍亂)이다. 조선에 진주한 청국의 실력자 위안스카이(袁世凱)를 따라 40여명의 군역(軍役) 상인들이 들어왔다. 1883년 인천이 개항되면서 인천에서 가까운 중국 산둥성 주민들이 건너와 본격적으로 정착했다. 1884년 ‘인천구화상지계장정’ 협정체결로 치외법권과 무역활동을 인정받아 선린동 주변에 청국 조계지가 만들어졌다. 이게 청관(淸館)이고, 오늘날 차이나타운이다.
   
   
인천 중구 선린동에 모여 산 중국인들이 고향에서 즐겨 먹던 짜지앙미옌(炸醬麵)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게 기원이다. 짜지앙미옌은 삶은 국수에 중국식 된장과 야채를 얹어 비벼 먹는 음식이었다. 발효음식인 장류 문화가 발달한 한국인에게 짜지앙미옌은 큰 거부감이 없었다. 짜지앙미옌은 무엇보다 조리법이 간단한 데다 국물이 쏟아질 염려가 없어 부두 노동자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화교들은 산둥식 짜지앙미옌을 기본으로 된장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량하면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이게 현재의 짜장면이다. 짜지앙미옌은 개항기() 인천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된다.
   
   
짜장면이 국민음식이라는 증표는 수없이 많다. 일제강점기 시절인 1920년대 짜장면은 선린동 중국요리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1950~1970년대에도 산둥성 출신 화교가 운영하는 중국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게 짜장면이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는 어린 시절 대부분 외식이라는 개념을 모르고 자랐다. 이런 베이비붐 세대가 졸업식과 같은 특별한 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짜장면이었다. 짜장면이 나오면 소년 하일지가 그랬던 것처럼 눈이 휘둥그레졌다. 탕수육 같은 요리는 감히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던 짜장면을 어느 순간 분식점에서도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중국집이 없는 조그만 시골 동네에 가서도 짜장면을 맛볼 수 있을 정도다. 짜장면은 더 이상 중국 음식이 아닌 게 되어버렸다.
   
   
인천 선린동의 차이나타운은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다. 차이나타운 한복판에는 짜장면박물관이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요리집 공화춘(共和春) 건물에 2012년에 들어선 박물관이다. 이곳에 들어가면 짜장면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게 전시되어 있다. 주변에 패키지로 관람할 수 있는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인천개항박물관, 한중문화관이 있지만 최고 인기는 공화춘 짜장면박물관이다. 입장료는 성인 1000. 관람객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1970년에 나온 최초의 삼양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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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으로 올라가면 짜장면의 탄생을 보여주는 전시공간이 기다린다. 개항기 인천항 부두를 보여주는 흑백사진을 배경으로 짐을 싣고 운반하는 일을 하던 중국인 노동자 쿨리(苦力)들의 모습이 보인다. 짜장면을 먹는 쿨리 옆에는 이동식 간이조리대의 모습도 보인다. 지게를 내려놓고 짜장면으로 식사를 하는 모습을 마네킹으로 만들었다. 개항기 당시 짜장면을 먹는 모습은 21세기 통일대교 앞에서 짜장면을 먹는 것과 배경만 다를 뿐 나머지는 똑같다.
   
   
3전시실은 짜장면의 전성기를 보여준다. ‘선린반점’이라는 1970년대 중국집을 재현해 고등학교 졸업식날 부모와 함께 짜장면을 먹는 모습을 밀랍인형으로 재현했다. 관람객은 졸업장이 들어간 빨강색 원통을 보면서 흘러가버린 시간으로 추억여행을 한다. 3전시실에서 한 가지 의문이 해결되었다. 왜 짜장면이 달착지근하면서도 짭조름한지를. 박물관 측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캐러멜이 첨가되어 달콤한 맛을 내는 춘장이 개발되면서 한국 짜장면으로 고착화가 되었고, 정부의 밀가루 소비 장려 정책과 산업화에 따른 외식문화 확산에 힘입어 짜장면은 국민음식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독자 여러분은 초등학교 시절 먹었던 짜장면 값을 기억하고 있을까. 개인적인 경험을 덧붙인다면 1970년대 초반 초등학생 시절 딱 한 번 동네 중국집에 가서 친구에게 짜장면을 사준 적이 있다. 그때 짜장면 한 그릇은 60원이었다. 내가 돈을 냈기 때문에 기억한다.

 

1980년대 초반의 중화요리 음식요금표. photo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짜장면 가격 변천사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이다. 짜장면은 국민음식이다. 그래서 짜장면 값은 물가변동에 상당히 민감했다. 박물관 측은 짜장면 가격의 변화 추이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쌀값 3010(1가마니·80) 할 때 짜장면 값은 15원이었다. 그러던 게 1970년대 중반 140, 1980년대 350원 하던 것이 1990년대 초기 1300원 하다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3000원으로 오른다. 이 시기 쌀 한 가마니 가격은 20만원. 현재 일반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 값은 4000~5000원이다. 전시실에는 실제 중국집 가격표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공화춘의 가격표이고 다른 하나는 인천중화요식업조합의 가격표다. 식사부의 짜장면과 우동은 각각 150, 간짜장면 220원 등이었고 요리부의 잡채는 700, 고기튀김은 800원이었다. 인천중화요식업조합 가격표의 짜장면과 우동은 각각 450, 간짜장면과 짬뽕은 각각 600, 볶음밥 700, 짬뽕밥·짜장밥은 각각 900원이었다.
   
   
4전시실의 볼거리는 역시 철가방의 역사다. 개발연대에 접어들면서 중국집이 다른 한식에 비해 경쟁력을 가진 것은 바로 신속배달에 있었다. 사람들은 중국집 배달통 하면 알루미늄판으로 만들어진 철가방을 연상한다. 그러나 전시물에 따르면 철가방은 진화된 것이다. 초기에는 나무로 된 배달통을 사용했다. 나무로 만든 배달통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유는 무겁고 음식물이 흐를 경우 나무에 스며들어 여러 가지 위생 문제를 야기했다. 잠시 플라스틱 배달통도 나왔지만 알루미늄판과 함석판으로 제작한 배달통의 편리함을 이길 수 없었다. 철가방은 짬뽕 국물이 흘러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국디자인문화재단은 광복 후 지난 반세기 생활 속 디자인을 선정한 일이 있다. 이때 철가방 디자인이 모나미153, 辛라면, 칠성사이다, 포니자동차, 시발택시와 함께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중국집의 철가방은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에 기막히게 흡수되면서 거의 모든 요식업 분야까지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철가방은 급기야 코미디극장에 디자인을 무상 대여하기에 이른다. 개그맨 전유성씨는 경북 청도에 2011년 코미디 전용 철가방극장을 개관했다. ‘한국의 앤디 워홀’로 불리는 전유성씨는 “코미디를 배달하겠다”는 뜻으로 극장 외관을 철가방처럼 디자인했다.

 

1984년에 나온 농심 짜파게티.


   
5전시실은 짜장면이 한국인의 식문화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들어와 있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바로 짜장라면의 역사다. 최초의 짜장라면은 1970년에 세상 빛을 봤다. 굳이 식당에 가지 않아도 물만 있으면 짜장면 맛을 느낄 수 있는 라면. 식품업체라면 당연히 개발할 만하다. 최초의 짜장라면은 1970 2월 ‘삼양짜장면’이었다. 가격은 20. 삼양이 독점하던 짜장라면 시장에 두 번째 후발 주자가 뛰어들었다. 1973년 롯데에서 내놓은 ‘소고기짜장면’으로 값은 30원이었다. 이후 삼양과 롯데는 경쟁적으로 짜장라면을 개발해냈다. 1978년에 이르면 농심짜장면이 선을 보인다. 롯데창업주 신격호의 동생인 신춘호씨가 롯데그룹에서 분가해 나가면서 라면 분야를 떼어 농심을 차린 것이다. 이렇게 1970년대는 삼양과 농심의 양대 구도를 형성했다.
   
   1980
년대 들어 짜장라면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는 양상이었다. 19종의 짜장라면이 소비자의 입맛을 놓고 경쟁했다. 주력 업체인 삼양과 농심 외에도 후발 업체인 팔도, 청보, 빙그레가 짜장라면을 출시했다. 팔도, 청보, 빙그레가 짜장라면을 생산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1987년 청보가 짜장라면 ‘우짜짜’를 내놓으면서 당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코미디언 이주일을 모델로 썼다는 것이다.
   
   
농심의 짜파게티는 1980년대에 처음 나와 30년 넘게 짜장라면 시장의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성악가 정회정씨는 1990년대 3년간 러시아 우랄음대에서 성악을 공부했다. 정회정 성악가는 러시아 국립음악유학생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짜파게티 사건’을 이렇게 전했다. 1980년대 모스크바에 늦깎이로 유학 간 학생이 하루는 후배 기숙사방에서 배가 고픈 나머지 짜파게티를 몰래 끓여 먹었다. 나중에 후배가 이 사실을 알고 노발대발했다. 당시 러시아 유학생들에게 짜장면을 먹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짜장면 맛을 느끼게 하는 짜파게티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지난 5월 농심은 고급 짜장라면 ‘짜왕’을 출시해 농심 라면 중 최고의 판매율을 기록하는 중이다. 짜장면의 진화는 끝이 없다.

출처 | 주간조선 2373    | 조성관 주간조선 편집위원

 

■ 2016.06.10 ‘발견’과 ‘발명’이 만들어 낸 아이스크림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아이스크림의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얼음에 매료된 고대 그리스 로마인과 중국 황제는 계절과 상관없이 얼음을 즐기고 싶었고 그 열망은 '얼음 저장고'를 탄생시킨다. 그러나 아무리 잘 지어진 빙고라 해도 겨울에 채취한 얼음이 한여름까지 남아 있기는 어려웠다. 16세기 중엽에 이르러 이탈리아의 과학자들은 눈과 질산칼륨을 섞은 양동이에 물그릇을 넣어두면 물이 언다는 사실을 '발견' 하게 된다. 이는 천연얼음의 시대를 마감하고 인공얼음의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한 토대가 되었다. 

 

 

□ 대한민국 아이스크림의 변천사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혀끝에 닿으면 금세 사르르 녹아버리는 차가운 매력의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식품으로 ‘발견’과 ‘발명’을 거듭하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 있는 ‘국민 디저트’로 자리 잡았다. 기업형 브랜드 아이스크림의 등장부터 현재의 수제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아이스크림의 역사를 정리했다

 

조선일보  

 

■ 2016.06.16 '라면의 속설'에 대한 10가지 오해와 진실

라면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기는 간편식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라면 사랑은 유별나다. 한 사람당 연간 라면 소비량이 74.1개(2014년 기준)로 세계 1위다. 닷새에 한 개꼴로 라면을 먹는 셈이다. 베트남(55개), 인도네시아(53개), 태국, 말레이시아(45개)와 라면 종주국인 일본(43개) 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 우리는 라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시중에는 라면에 관한 속설이 많다. "라면은 양은냄비에 끓여야 맛있다", "방부제와 MSG가 많이 들어가 몸에 해롭다" 등 라면에 얽힌 '설'이 많다. 진위를 알아보기 위해 경기도 평택에 있는 ㈜오뚜기라면 연구소를 찾았다. '라면의 속설' 에 대한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주)오뚜기라면 연구소 직원이 수프를 만들기 위해 고추, 파, 소시지, 고기 등 말린 식재료를 고르고 있다

 

1. 라면은 방부제와 MSG가 많이 들어가 몸에 해롭다?

아니다. 라면에는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는다. 음식을 변질시키는 미생물이 번식하려면 수분이 12%를 넘어야 한다. 라면의 면은 수분이 6%, 수프는 6-8%, 건더기 수프도 6-8%이기 때문에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는다. 또 수프는 멸치, 다시다 등 천연식품에서 추출한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MSG는 들어가지 않는다.

 
2. 라면을 먹고 자면 얼굴이 붓는다?

부분적으로 맞다. 그러나 라면 뿐 아니라 나트륨 함량이 높은 짠 음식을 먹고 자면 사람에 따라 얼굴이 붓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나트륨 때문에 모세혈관과 조직세포 사이에 삼투압 현상이 일어나고 조직세포로 수분이 유입돼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유나 야채 등 칼륨이 풍부한 음식을 함께 먹으면 얼굴이 붓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3. 삼시세끼 라면만 먹으면 영양소가 부족해 살 수가 없다?

그렇지 않다. 라면 한 개의 열량이 약 500kcal다. 라면만 먹어도 살 수는 있다. 다만 균형있게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

 

▲(주)오뚜기라면 연구소 직원이 뚝배기, 양은냄비, 스테인리스 냄비에 라면을 끓이며 온도를 재고 있다.

 

4. 라면은 양은 냄비에 끓여야 맛있다?

그렇다. 라면은 짧은 시간에 조리해야 면이 더 쫄깃쫄깃하고 불지 않는다. 양은냄비는 열 전도율이 높기 때문에 빨리 끓는다.

 
5. 라면 먼저? 수프 먼저?

수프를 먼저 넣으면 염도가 높아져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에서 끓는다. 면이 쫄깃쫄깃해 지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수프의 양념과 향신료의 향이 빨리 증발하는 단점이 있다.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조리법 그대로 끓이는 것이 가장 맛있다.

 
6. 라면은 찬밥을 말아먹는 것이 더 맛있다?

맞다. 삼투압의 원리로 찬밥은 잃어버린 수분을 찾으려고 국물을 흡수한다. 국물의 양념이 밥알 속으로 들어가 더 맛있다.

 

▲사골가루를 이용해 라면 라면수프를 제조하는 장면.

 

7. 불경기에는 매운 라면이 더 잘 팔린다?

부분적으로 맞다. 업계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단적인 예가 짬뽕라면의 폭발적인 판매다. 그러나 단순히 맵다고 해서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차별화된 매운맛이 중요하다.

 
8.라면은 해장에 좋다?

조사된 연구결과는 없다. 단지 매콤하고 따듯한 국물이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느낌을 준다. 숙취해소에 좋은 콩나물이나 양배추를 넣어 먹으면 효과가 있다.

 

▲라면 연구소 직원이 고추, 소시지 등 말린 식재료 `건더기수프` 를 제조하고 있다. 주기중 기자

 

9. 라면 한 개를 먹으면 1일 나트륨 섭취 권장량을 초과한다?

아니다. 나트륨 1일 섭취 권장량은 2,000mg이다. 라면 한 개에는 약 1,500mg의 나트륨이 들어있다. 김치찌개 1,962mg, 된장찌개 2,021mg, 갈비탕 1,717mg, 짜장면 2,432mg비하면 낮다.


10. 컵라면 등 라면용기에 환경호르몬이 나온다?

근거 없는 이야기다. 라면용기의 환경호르몬 검출은 업계에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어떤 조사결과도 나온 적이 없다.

글·사진 주기중 기자·clickj@joongang.co.kr

 

■ 2017.06.12  바나나에도 종류가 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남녀노소 좋아하는 바나나, 하지만 우리가 먹는 바나나가 전부는 아니다. 마트에서 '이 바나나는 유난히 길고 크네?' 라며 무심코 장바구니에 넣었던 적이 있다면, 그 바나나는 평소에 먹던 바나나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바나나일 수도 있다. 씨 있는 바나나부터 빨간 바나나까지, 당신이 알지 못했던 바나나의 종류를 알아보자.

▲ 캐번디시 바나나(사진=야후 이미지 검색)

 

캐번디시 바나나(Cavendish Banana)

캐번디시 바나나는 원래 중국에서 유래한 바나나 품종으로, 국내 마트에 가면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바나나 종류이다. 주로 해발 200m 이하의 저지대에서 재배되며 보급과 재배가 쉬워 전 세계에 가장 많이 소비되는 종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캐번디시 바나나를 먹었던 것은 아니다. 그 전까지는 '그로 미셸' 품종의 바나나를 먹었는데, 1960년대 바나나 전염병인 파나마병으로 그로 미셸 바나나를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되자, 대체할 품종으로 파나마병에 강한 캐번디시가 선택되었다. 맛은 그로 미셸보다 다소 떨어진다고 한다.

 

▲ 그로 미셸 바나나(사진=야후 이미지 검색)

그로 미셸 바나나(Gros Michel Banana)

1950년대까지 주로 재배됐으며 1960년대 파나마병으로 생산이 중단되기 전까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소비되던 품종이다. 유전적으로 전염병에 약해 지금은 맛볼 수 없지만, 현재 대중적으로 먹고 있는 캐번디시 바나나보다 달고 상품 가치가 더 높았다고 한다.


몽키 바나나(Monkey Banana)

몽키 바나나는 일반 바나나의 절반 정도 되는 작은 크기로, 껍질이 얇고 과육이 연하다. 원숭이들이 즐겨 먹는 종이라 하여 몽키 바나나로 명명됐으며, 해발 7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재배되므로 생산량은 다소 적다. 하지만 캐번디시 바나나보다 당도가 높으며 칼륨과 섬유질이 풍부하다.


로즈 바나나(Rose Banana)

로즈 바나나는 해발 600~800m의 고산지대에서 재배되는 품종으로 껍질이 얇은 것이 특징이다. 껍질이 얇아서 일반 바나나보다 물렁물렁하며 부드럽고 달콤한 과육을 가졌다. 모양은 크기가 작으나 기다란 형태를 가졌고, 특징적인 점은 과육에 씨앗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로즈 바나나는 노화 방지에 좋은 항산화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 레드 바나나(사진=야후 이미지 검색)

 

레드 바나나(Red Banana)

레드 바나나는 껍데기가 붉은색이며, 종류에 따라 보라색, 줄무늬도 있다고 한다. 일반 바나나보다 금방 상하는 성질이 있으며, 바나나에서 딸기를 섞은 향이 나고 크기는 작으나 당도는 높은 것이 특징이다. 레드 바나나는 일반 바나나보다 가격이 2배 정도 되며, 굽거나 튀겨서 먹으면 단맛이 더욱 강해진다고 한다.


바나플(Banaple)

바나플은 바나나에서 사과 향이 나서 바나나와 애플을 섞어 바나플이라 명명됐다. 크기는 몽키 바나나처럼 작으며 짧고 통통한 모양을 하고 있다. 바나플은 다른 바나나에 비해 쫄깃한 식감이며 냉장보관으로 차갑게 먹으면 상큼한 맛과 쫀득한 식감이 업그레이드된다고 한다. 또한, 일반 바나나보다 폴리페놀 함량이 높아 갈변은 빠르지만, 과육은 오랫동안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플랜틴 (사진=야후 이미지 검색)

 

플랜틴 바나나(Plantain Banana)

플래틴 바나나는 일반 바나나와는 다르게 달콤함이 떨어진다. 녹말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있어 감자나 고구마와 비슷한 식감이라고 하며, 날것으로 먹기보다는 굽거나 튀겨먹는다. 이렇게 요리해 먹는 바나나라고 하여 쿠킹 바나나(cooking banana)라고도 불리며 아프리카와 서인도제도에서 많이 소비된다.
디지틀조선일보 임소민

 

■ 2017.06.21 초(食醋) 속에 숨은 숫자 '21

식초는 조미료로써 다양한 음식에 사용돼 식용으로 쓰인다. 주재료로써 여러 과일이나 재료와 섞여 다양한 음료로도 먹을 수 있다. 미용 재료로써 머리를 감을 때도 쓰고, 청소용으로 탄 냄비를 닦을 때나 주방 기름 찌든 때를 제거할 때도 쓴다. 너무나도 다양하게 활용되는 식초. 누가 만들었고, 그 기원은 언제부터였을까

 

 

기원

인류가 만든 최초의 조미료라 불리는 식초는 술()의 역사와 함께했다. 술이 한 번 더 발효 과정을 거치면 식초가 되기 때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냉장시설이 없었던 과거에 먹다 남은 술이 식초로 변했다고 추정한다

술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식초의 역사도 오래됐다. 식초의 역사는 기원전 5000년경까지 올라간다. 기원전 500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메소포타미아 남부) 기록에 건포도와 대추야자가 발효식초가 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어원

'식초'라는 말이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구약 성서다. 식초는 아랍어로 '시에히게누스(Essiggenas)'인데, 이는 이스라엘의 지도자안 모세가 붙인 말로 BC 1450년경에 이미 식초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영어 'VINEGAR'의 어원은 프랑스어 'VIN(와인)' 'AIGRE(시다)'의 합성어에서 왔다. 어원을 통해 와인을 발효시켜 신맛이 나는 식초를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동양에서는 식초를 '고주(苦酒)'라고 했으며, 중국의 농서인 『제민요술』이나 이수광의『지봉유설』에 기록돼 있다. '()'에는 '시다'는 뜻도 있기 때문에 신맛이 나는 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식초를 뜻하는 '()' '()'가 문헌에 나온 것은 한나라 이후다.

 

역사 속 이야기

Episode 1 한자 ''에 숨은 숫자 '21'

중국 사람들이 술을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믿는 두강이란 사람이 어느 날 술을 만들다 남은 찌꺼기를 아들에게 버리라고 했다. 이를 아깝게 생각한 아들이 몰래 항아리에 감췄다가 우연히 21일이 지난 술시에(17~19)에 생각이 나서 먹어보니 시큼한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한자 醋를 보면 유()자 옆에 십()이 두 개에 하나 일()과 날 일()이 있으니 바로 이런 사실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J.Jordaems의 진주를 녹이는 클레오파트라

 

Episode 2 진주를 마신 클레오파트라

BC 1세기, 로마의 권력자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의 적을 도와준 일을 항의하기 위해 이집트를 방문했다. 위기에 몰린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를 유혹하기 위해 매일 성대한 연회를 열었다. 연회 자리에서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에게 단 한 번의 연회에 100만 세르테르티우스(고대 로마의 화폐 단위/ 2억원으로 추산)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코웃음을 치는 안토니우스에게 클레오파트라는 오히려 내기를 제안했다(*클레오파트라의 진주 귀걸이의 가치는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라 다르다. 고대 로마의 문인인 플리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의 진주 귀고리 한 쌍의 가치를 1,000만 세스테르티우스로 계산했다. 플리니우스는 평범한 군인이 1년에 1000 세스테르티우스를 벌었다는 걸 기준으로 했다.)

다음 날, 연회에 나타난 클레오파트라는 "지금부터 나 혼자 100만 세르테르티우스를 써보이겠다"며 곁에 있던 시녀에게 술잔에 식초를 담아오라고 했다. 술잔을 든 클레오파트라는 양쪽 귀고리에 달려있던 진주 중 하나를 떼어 술잔에 떨어뜨렸다. 클레오파트라는 진주가 녹은 이 식초를 마셔버리고 귀걸이 한쪽을 다시 술잔에 담그려 하자 안토니우스는 그 진주의 귀함과 클레오파트라의 대범함에 결국 자신의 항의를 철회하고 클레오파트라에게 마음을 뺏기게 됐다.

 

 

Episode 3 흑사병서 살아남은 도둑들

 

1628년 프랑스 남부도시 툴루스에서 흑사병이 발생해 5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던 그 시기에, 죽어가던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도둑질을 해 큰 부를 누린 4명의 도둑이 있었다. 이 도둑들은 사람을 죽이고 집을 턴 이유로 화형을 선고받았다가, 형을 면하는 조건으로 흑사병에 걸린 사람들을 접촉하고도 감염되지 않은 비법을 털어놨다.

 

그 비법은 바로 흑사병에 걸린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기 전에 식초를 자신들의 온몸에 뿌리는 것이었다. 이 비법은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했고, 이 이야기에서 비롯돼 영국과 프랑스에는 4인 도둑의 식초(four thieves vinegar)라는 브랜드가 아직도 있다.

 

종류

▲다양한 종류의 마시는 식초들./조선DB

 

합성 식초 

빙초산이라고 불린다. 석유에서 추출한 아세트산을 99% 이상 함유할 뿐 영양소는 가지고 있지 않다. 제조 원가가 싸고 제조 기간도 짧다. 신맛이 강해서 적은 양으로도 시큼한 맛을 낼 수 있어서 식당에서 원가절감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양조 식초 

에탄올에 초산균을 넣어 1~2일 만에 속성으로 발효시켜 만든 식초다. 에탄올에 사과 농축액을 넣어 발효시키면 사과 식초가 되고, 에탄올에 현미 농축액을 넣어 발효시키면 현미 식초가 된다. 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식초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초는 신맛만 낼 뿐 유기산이나 비타민, 미네랄 등은 거의 없다.

 

발효 식초

자연 발효한 식초를 말한다. 과일이나 곡류 외에 다른 성분을 추가하지 않고, 천연재료를 자연 발효시켜 만든 식초다. 발효 과정이 3개월 이상 충분히 진행되기 때문에 다양한 유기산과 영양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효능

▲홍초./조선DB

 

식초는 술이 발효를 일으켜 더 발효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3개월 이상 길게는 수년 동안 발효·숙성을 거치며 초산, 구연산, 아미노산, 사과산 등 60여 종의 풍부한 유기산을 함유하게 된다. 식초가 가진 좋은 성분들은 우리 몸에서 어떤 긍정적인 작용을 할까

소화 촉진&정장 작용 식초에 함유된 초산 등의 유기산은 타액과 위액의 분비를 촉진한다. 타액과 위액은 소화흡수를 돕고, 배가 더부룩하거나 대변이 묽은 증상에 도움이 된다. 장내 유해균을 죽여서 변비와 치질 등을 예방한다

 

피로회복 식초의 초산은 우리 몸의 에너지 발생에 도움을 준다. 초산은 피로의 원인이 되는 젖산을 분해시켜 준다. 또 초산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해 몸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완화 한다.

 

혈액순환에 도움 식초 안에 있는 유기산은 혈관을 넓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혈액의 생성을 도우며 어혈을 해소하여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살균 효과 식초는 살균력이 강하여 인후염, 피부염 등의 각종 염증의 치료와 전염성 세균(장티푸스, 식중독 등)의 발생을 예방한다.

숙취 해소(해독) 식초에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체내에 남아 있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한다. 식초에 들어있는 풍부한 유기산은 비타민과 무기질의 흡수를 돕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과음 후 숙취 해소에 식초가 도움을 줄 수 있다.

 

부작용

▲입욕제 식초./조선DB

 

효능이 있으면 부작용도 있기 마련이다. 몸에 좋은 식초지만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식초의 부작용은 대부분 과용하는 데 있다.

 

치아 손상 식초의 초산은 치아 표면의 에나멜을 부식시킨다.

 

위 자극 위액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위산과다이거나 위궤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농도가 진한 식초는 위벽을 헐게 한다.

 

피부 자극 식초를 피부에 직접 바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식초에 담갔다가 각질이 벗겨진 피부에 2차 감염이 일어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감기엔 독 감기는 몸 안의 한기를 발산시켜야 하는데, 식초는 반대로 한기를 안으로 모으는 성질을 갖고 있다. 감기에 걸렸다면 식초의 섭취는 자제하는 게 좋다.

 

출처 두산백과 [식초

약술 발효효소 식초로 100세 건강 만들기(2015, 김성만

조선일보 뉴스큐레이션팀

 

■ 돼지의 맛

여름 휴가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 있다. 지글지글 구워먹는 돼지 바비큐이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육류인 돼지고기의 소비량은 여름이 되면 더 치솟는다. 뜨거운 여름, 불 속에 타오르는 고기를 먹는 것 역시 '이열치열'로 더위에 맞서고 몸을 보신하는 방법이다. 휴가철을 맞이하여 너도나도 한번쯤은 굽는다는 돼지고기, 굽기 전에 좀 알아봤다.

 

▲돼지고기 부위는 ‘핵분열’ 중이다. 사람들의 입맛이 발달하고 더 다양한 고기 맛을 즐기기 원하면서 없던 부위를 새롭게 개발하고 기존 부위를 더욱 세밀하게 나누는 시도가 외식 업계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돼지고기 언제부터 구웠나

▲19세기 화로 곁에 둘러앉아 고기를 먹는 모습을 성협의 '고기굽기', 그림에서 굽는 고기 역시 소고기였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우리가 생고기, 특히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다는 기록을 찾는 건 힘들다육식을 금기시 여겼던 고려를 지나 조선시대가 되면서 양반을 중심으로 육식이 늘었으나 돼지고기보다는 소고기 중심이었다. 태종실록에도 명나라 황제가 '조선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즐기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래도 옛 문헌에서는 양반가에서 돼지고기를 먹었던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데 주로 쪄먹거나 삶아 먹었다는 얘기가 많다. 구이에 관한 기록은 조선 중기 대제학을 지닌 서유구가 전원생활의 지식과 기술에 대해 정리한 '임원경제지(임원십육지)'에 비계가 없는 돼지고기를 화로에 양념에 발라 구워먹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유구의 처형이면서 여성 실학자였던 빙허각 이씨가 정리한 '규합총서'에도 기름장을 바른 돼지고기를 구워 먹는 방법이 나온다. 빙허각은 이를 중국식 돼지고기 구이라 했다. 하지만 고기를 접하기 쉽지 않았던 서민들은 찜, 구이, 산적보다 국을 끓여서 여러 사람이 나눠 먹을 수 있도록 했던 것이 보편적이었다. 고기가 귀하면서 생고기 보관하기 쉽지 않았던 옛날에는 양념하지 않은 돼지고기를 몇 덩어리씩 구워먹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호사였다.   

돼지 생고기를 굽기 시작한 것은 경제가 성장되고 양돈사업이 어느 정도 완성되던 1980년대~90년대 무렵으로 보고 있다국내 양돈사업은 일제가 검고 작았던 토종돼지를 몰아내고 급격히 수를 늘린 바크셔 종들을 일반 농가에서 겸업으로 조금씩 키우면서 성장해왔다공장식 사육형태가 발달하던 1960~70년대 크게 성장했고, 이 때부터 육가공 제품이나 고기 수요도 점점 늘어났다.  

 

삼겹살의 수요도 늘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기름이 많아 잘 먹지 않는 돼지 뱃살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다음 뉴스큐에서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우리는 어떤 돼지를 먹고 있나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우리가 먹는 돼지, 너의 이름은

우리가 먹는 돼지는 몇 년 전까지 삼원교배종(요크셔·두록·랜드레이스를 교잡한 돼지 품종. YDL이라고 부르기도 함)이 대부분이었다. 삼원교배종은 요크셔의 우수한 성장성, 랜드레이스의 출산 능력, 두록의 맛을 가진 품종이다. 농장에 따라 사료에 따라 명칭만 조금씩 달라질 뿐 국내 생산되는 거의 모든 돼지가 YDL이다

 

▲조선DB, 버크셔K공식사이트, 한돈 홈페이지

 

요크셔(Yorkshire) : 요크셔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바로 테리어라는 말이 따라붙어야 할 것 같지만 요크셔테리어는 강아지 품종이고 요크셔는 돼지의 품종이다. 둘 다 영국의 요크셔 지방에서 시작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버크셔종, 중국종, 에스파냐종이 섞인 이 종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키우는 돼지 품종으로 현재 우리가 먹는 돼지는 대부분 요크셔라고 보면 된다.

 

버크셔(Berkshire): 1800년대 영국의 재래종과 중국 샴 돼지를 교배해 개량한 돼지다. 1905년 한반도에 처음 도입됐다. 버크셔는 '육백(六白)'이라 불리기도 한다. 머리·네 다리·꼬리 이렇게 여섯 부위가 하얗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모양과 색깔뿐 아니라 고기의 씹는 맛이 다른 돼지와 다르다. 버크셔 고기는 근섬유가 다른 돼지보다 얇고 많기 때문에 쫄깃하면서 부드럽다. 비계는 수분 함량이 일반 돼지보다 10% 적어서 탄력이 좋다. 요즘 버크셔 앞·뒷다리살로 끓인 돼지국밥이 인기몰이하고 있다

두록(Duroc): 붉은 유혹이 강렬하다. 겉모습뿐 아니라 육색(肉色)도 다른 품종의 돼지고기에 비해 붉은빛을 띤다. 근내 지방(고기 속에 고루 퍼져 있는 지방)이 좋아 부드럽고 감칠맛이 뛰어나다. 국내 도입 연도는 1985년으로 빠르지만, 뛰어난 맛에 비해 생산성이 좋지 않아(즉 체중이 빨리 불지 않아) 생산 저변이 확대되지 못했다. 두록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돼지고기 구이 전문점이 늘고 있다

 

▲한돈 홈페이지, 마켓컬리

 

이베리코(Iberico): 이베리아 반도에서 생산된 돼지고기란 뜻으로, 스페인 흑돼지 품종이다. 사육 방법에 따라 최고급 베요타(bellota)부터 중간급인 세보 데 캄보(cebo de campo), 세보(cebo)로 나뉜다. 베요타는 '걸어 다니는 올리브나무'라고 불릴 만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사료 덕분이다. 최고급 베요타는 흑돼지를 6개월 이상 방목하며 야생 도토리를 먹여 키운다. 이베리코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스페인 햄 하몽(jamon) 생산이 사육의 주목적이다. 따라서 하몽의 원재료인 뒷다리에 충분한 지방이 촘촘히 박히도록 17개월 정도 키운다. 국내에서는 보통 돼지를 6개월 길러 도축한다. 긴 사육 기간으로 인해 이베리코의 삼겹살은 지방이 너무 많아 구이용으론 적합하지 않아 수입되지 않는다. 국내에 구이용으로 수입되는 이베리코는 삼겹살을 제외한 다양한 부위가 있다. 근섬유 사이사이 박힌 지방 맛이 일품이다. 긴 사육 기간을 통해 다른 돼지에서 느낄 수 없는 농축된 감칠맛이 고기에 배어 있다.

제주 흑돼지: 국내 흑돼지를 대표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다. 몸집이 작고 성장이 더디다. YDL 6개월 사육하면 100㎏ 이상 나가는 것에 비해, 제주 흑돼지는 10개월 사육해도 겨우 70~80㎏ 성장한다. 일반 돼지와 달리 비계가 많지만, 흑돼지의 매력은 비계마저도 맛있다는 것이다. 제주도 내에서 유통하는 것은 교잡종이 많다

얼룩돼지(YBD): YDL에 랜드레이스 대신 쫄깃한 맛이 좋은 버크셔를 교배했다. YDL보다 성장은 더디나 맛에 중점을 두고 '다비육종'에서 오랫동안 품종 개량했다. 몸에 얼룩이 있어 '얼룩돼지'라 불린다. 버크셔의 얇은 근섬유 특성이 주는 쫄깃함과 보수력에 두록의 마블링 특성이 더해져 씹는 맛이 있으면서 부드럽다. YDL에 비해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맛은 뛰어나다.

 

돼지고기 때, 품종 부위를 정확하게 말해보자

한돈, 너의 정체는

▲한돈 홍보 포스터

 

2012년 대한양돈협회는 국산 돼지고기의 새 이름을 '한돈'으로 소개했다. 협회 관계자는 "'한우'와 같은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국산 돼지고기를 통칭, '한돈'으로 명명했다" "국내 양돈업체들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정부 문서에도 '한돈'을 쓰면서 이 단어는 국산 돼지 또는 국산 돼지고기의 이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사실 '한돈'이라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 한돈은 한우의 이미지를 돼지고기에 연결하겠다는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키우는 소가 한우이니 한국에서 키우는 돼지는 한돈이다' 하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키우는 모든 소가 한우는 아니다. 젖소도 있고, 육우도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분류하여 판매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반면에, 한돈은 돼지 품종을 따지지 않는다. 요크셔건 버크셔건 랜드레이스건 두록이건 한국에서 키우고 도축만 하면 한돈이다. 국산 돼지나 돼지고기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토종돼지, 너는 어디에 

그렇다면 한우처럼 국산 토종돼지만을 한돈이라고 칭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통칭하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국산 토종돼지라고 하는 것이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토종 돼지라고 하면 흑돼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현재 양돈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돼지 품종들은 앞에서 열거한 요크셔, 버크셔 같은 외국종과 교배되면서 개량된 종이거나여러 품종이 뒤섞인 잡종 돼지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우리나라 토종돼지에 대한 자료는 일제가 우리의 자원을 수탈을 준비하던 1906년부터 해마다 작성한 '권업모범장 보고'와 조선총독부가 정리한 '조선토지농산조사보고' 그리고 1926년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출판한 '조선농업론'의 자료를 보면 대략 그려진다

 

 

색깔은 검은색에 가까우며 약 30㎏ 정도로 작은 몸집을 지녔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 때, 작은 몸집에 다른 가축에 비해 쓰임이 많지 않아 비경제적으로 인식됐던 토종돼지는 일제가 수탈을 위해 품종 개량을 하면서 점점 수가 줄어든다.  이 때 요크셔와 버크셔 같은 외래종이 들어왔으며, 토종돼지와 교배해 새로운 종을 만들어졌다. 이는 다음의 자료에서도 증명된다.

 

 

흔히 토종 돼지라고 불리는 흑돼지 역시 과거 조선 후기나 일제 때 문헌에서 그리고 있는 돼지의 모습과 차이가 있다. 일제가 수탈을 위해서 개량한 종들이 이렇게 저렇게 뒤섞이면서 지금은 진짜 토종돼지를 보기 힘들어졌다.

 

돼지고기, 어떤 부위가 맛있을까

돼지고기 부위를 구분해서 먹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돼지 전체를 '기름 많은 고기' '기름 없는 고기' 정도로만 나눠 팔았다고 한다. 삼겹살이란 단어도 1934년 동아일보 기사에 '뒤넙덕다리와 배 사이에 있는 세겹살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는 식으로 보도되었지만 보편적으로 쓴 것은 1980년대부터다.

 

 

알려진 돼지고기 부위 

 

목살소금구이, 보쌈, 주물럭용으로 적당하다. 여러 근육과 지방층으로 구성돼 풍미가 좋고 육질이 부드럽고 삼겹살보다는 진한 맛이다. 돼지 한 마리 당 2.2㎏쯤 나온다.

 

갈비양념갈비, 찜으로 즐겨 먹던 돼지갈비. 요즘은 서양식 ‘바비큐립’이 각광받으면서 많이 소비된다. 1.4㎏ 가량이다.

등심운동량이 적어 부드럽다. 지방도 적다. 체중에 신경쓰는 여성들에게 적당한 부위다. 돈가스나 탕수육에 많이 쓰이며, 3.5㎏가량이 나온다.  

안심 : 등심보다 더 부드럽고 더 지방이 없다. 길쭉한 덩어리 2개를 합친 무게가 0.5. 서양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위다. 장조림, 돈가스, 꼬치구이, 탕수육에 어울린다. 너무 익히면 퍽퍽하다

앞다리·뒷다리살육색이 짙고 지방이 적다. 지방이 적어 건강에 신경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비타민 B1 등 영양도 높다. 스페인 하몽, 이탈리아 파르마햄 등 고급 햄의 재료로 각광받는 부위다. 한국에서는 불고기, 찌개, 수육, 보쌈용으로 나간다. 앞다리 4.8, 뒷다리 7.5.

 

 

항정살 : 목살과 앞다리살 사이에 있는 고기. 옛날 백정들은 다른 고기는 다 남에게 줘도 항정살만큼은 자기가 챙겨 먹었다고 한다. 120㎏짜리 돼지 한 마리를 잡으면 200g짜리 항정살이 고작 두 점 나온다. 옅은 핑크빛 살에 투명한 지방이 고르게 퍼져있다. 숯불에 올려 모퉁이가 약간 노릇해질 정도로 구워 입에 넣었다. 부드러운 탄력과 풍부한 육즙이 매력적이다.

 

삼겹살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부위. 살과 지방이 겹겹이 층을 이루고 있어서 삼겹살이라고 부른다한국에서는 주로 구이나 보쌈으로, 서양에서는 베이컨, 중국에서는 동파육 재료로 애용된다. 한 마리에서 5.9㎏ 가량 나온다

갈매기살돼지의 뱃속을 가로막는 횡경막과 간 사이에 붙어 있는 살 즉 가로막살을 의미한다. 가로막살이 가로마기살? 가로매기살? 갈매기살로 변했다고 추정되나 정설(定說)은 없다. 소로 치면 안창살에 해당하는 부위로 힘살이 많아 질기나, 잘 처리하면 쫄깃하다. 짙은 고기향이 매력적이다. 한 마리에서 300g나온다.

 

모르는 '돼지의  

 

유삼겹 : 유삼겹은 엄밀히 말하면 삼겹살은 아니다. 삼겹살을 감싸고 있는 아랫배 유두가 있는 부위다. 피하지방을 다량 함유해 매우 고소하다. 우유를 연상케 하는 달착지근한 맛까지 더해져 복합적인 풍미를 낸다. 흰살 역시 삼겹살의 뱃가죽. 크림처럼 고운 흰빛이 구워도 그대로다. 삼겹살에서 지방을 떼어낸 맛이다.

 

꼬들살 : 뒷목 양 옆으로 단단하게 잡히는 부분이다. 목 뒷덜미, 더 정확하게는 앞다릿살과 갈비 사이이다고기 조직이 굵어서 씹으면 꼬들꼬들하고 고기 맛이 좋다돼지고기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쇠고기로 속을 정도다

 

부채살 : 돼지고기치고는 진한 붉은색 살을 잘랐을 때 드러난 단면이 낙엽과 똑같이 생겼다. 그래서 부채살을 ‘낙엽살’이라 부르기도 한다. 살 한가운데 힘줄이 박혀 있다. 쫄깃하게 씹히는 감촉과 부드러운 고깃결이 잘 어울린다앞다리 어깨뼈 안쪽에 있는 살로, 돼지 한 마리를 잡으면 500g 정도 나온다.

 

숨겨진 '돼지의  맛', 뒷고기 

뒷고기는 간단히 말해서 돼지고기 모둠이다. 이 음식이 탄생한 경남 김해가 앞에 붙어 흔히 '김해 뒷고기'라고 부른다. 1980년대 김해 도축장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이 돼지를 손질하면서 조금씩 잘라내서 허름한 선술집이나 포장마차에 팔아 용돈 벌이를 했다고 한다. 이렇게 '뒤로 빼돌린 고기'라고 해서 나온 것이 '뒷고기'이다한 부위에서 많이 떼어내면 금세 티가 나기 때문에 여러 부위에서 조금씩 잘라냈다. 뒷고기에 온갖 부위가 두루 섞인 이유다.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대개 뒷고기는 부위를 몰라야 더 맛있다는 말이 있지만그래도 어떤 부위를 먹고 있는지 살펴보자. 주로 뒷통(뒷목살)과 혀가 인기 많다고 한다

볼살 : 볼살은 돼지 얼굴 양옆에서 나온다. 한 마리에서 200g 정도 나온다. 소고기처럼 짙은 맛이다. 청강문화산업대 김욱성 교수는 "이탈리아에서는 돼지 볼살을 염장·훈제해 ‘관찰레(guanciale)’를 만든다" "베이컨과 비슷하지만 더 짙은 맛"이라고 설명했다

설중살 : 설중살은 돼지 혀에서 질기고 냄새가 살짝 나는 껍질을 벗긴 고기이고, 설하살은 혀 아래 붙은 근육 덩어리다. 고기는 운동을 많이 하는 부위일수록 맛있는데, 혀는 돼지가 죽을 때까지 움직이는 부위이니 맛있을 수밖에 없다. 말랑하고 탱탱한 게 닭모래집과 비슷한데 살짝 피 맛이 도는 게 간 같기도 하다.

삼각살 : 삼각살은 돼지 코 안쪽 살로, 삼각형 모양이다.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 뛰어나다. 호두살은 돼지 머리 양옆 관자놀이에서 한 점씩 나오는데, 크기와 모양이 딱 호두 같다. 삼각살과 호두살 각각 한 마리당 90g밖에 나오지 않는다.

두항정 : 두항정은 부드럽고 기름져서 구이용으로 삼겹살 뺨치게 인기있는 항정살과 맛이 거의 같지만 더 단단하다. 머리에 붙은 항정살이라 두()항정이라 이름 붙었다

안중살 : 볼살 뒤, 턱뼈 안 한가운데 있어서 안중살이라 이름 지었다. 얇고 짙은 붉은빛 고기가 근막을 사이에 두고 켜켜이 붙어 있는 모양이 참치 뱃살 같다. 불판에 올려 구우면 근막이 열을 받아 녹는데, 씹으면 녹진녹진한 것이 젤리 같다. 맛이 진해 꼭 소고기를 먹는 듯하다.

 

삼겹살 하나로 돼지고기를 설명하는 시대는 끝났다. 품종에 따라, 각 부위에 따라 육질과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음미하면서 즐겼을 때, 새로운 돼지고기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올 여름 휴가에서는 "삼겹살 주세요!" 보다 "버크셔 앞다리살 주세요" 혹은 "이베리코 돼지 있나요?" 라고 주문해보는 건 어떨까.

조선일보  구성=뉴스큐레이션팀

 

■ 잘못 먹으면 큰일 나는 음식들

우리가 먹고 사는 음식들 중에서 생각보다 여러 음식에 독성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소라 독도 내성이 있으면 모르고 지나간다고는 하지만 자칫하면 몸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독성을 지녔다고 한다. 모르고 먹으면 위험할 수도 있는 독성을 지닌 음식을 정리했다.

 

약이 되는 음식, 독이 되는 음식

감자

사진=조선일보DB

 

천연독소인 솔라닌(solanine)과 차코닌(chaconine)이 있다. 특히 껍질 부분에 많이 있으며, 싹이 트거나 껍질이 녹색으로 변한 감자에는 더 많이 있다. 싹튼 감자의 경우 싹을 도려내면 어느 정도 독성을 제거 할 수 있지만, 녹색으로 변한 감자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이 독성은 요리를 해도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솔라닌은 적혈구 파괴및 신경계 손상을 일으키고 구토,설사,복통을 유발한다. 감자를 보관할 땐 사과와 함께 보관하면 싹 트는걸 방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감자와 양파를 같이 보관하게 되면 둘다 금방 상한다.

 

감자와 같이 탄수화물 함량이 높고 단백질이 적은 식재료를 고온에서 가열하면 아크릴아마이드라는 발암 물질이 생성되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냉장고보다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초록 껍질 감자, 익혀도 그대로

 

버섯

버섯에는 agaritine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것이 인간에게 발암을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계속 되어왔다그러나 다른 독소와는 달리 버섯의 독소는 대개 조리하면 상당량이 없어진다. 그러므로 생으로 먹는 것 보다 말려서 먹거나 익혀서 먹는것을 권장한다. 독버섯에 있는 독은 요리를 하더라도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독버섯은 먹지 말아야 한다.

 

콩류

 

작두콩에는 두통을 유발하는 타이라민 성분이 있다. 항 우울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하며, G6PD라는 유전병을 가진 사람은 작두콩을 먹으면 생명이 위험할수도 있다.

 

붉은 강낭콩은 생으로 다섯개만 먹어도 치명적일 수 있다. 물론 생으로 먹는 경우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이것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은 거의 없다. 콩류에 든 독성분은 PHA(Phytohemagglutinin)라고하는데, 이것은 살충제의 성분으로 충분히 끓여주면 독성을 제거할수 있다. 약한 불에 천천히 요리할때에는 붉은 강낭콩을 쓰지 말아야 하는데 이는 독성을 오히려 농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콩·치즈도 毒이 있다

 

호박

 

오래된 호박은 당분이 발효되면서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이라는 독소가 다량 생성된다. 이 독소는 수박, 오이 같은 박과의 식물들이 해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살충 성분으로 독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성 위염, 급성 장염, 급성 위경련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장기간 보관한 호박을 먹을 때는 혀끝에 대어 쓴맛이 난다면 되도록 먹지 않도록 하고, 속을 잘 긁어내고 먹는 것이 좋다.

 

고구마

 

껍질이 갈색을 띠거나 검은 반점이 생긴 고구마는 흑반병병균에 오염된 고구마로, 먹을 경우 쓴맛이 나며 메스꺼움과 설사 등의 여러 증상이 생긴다. 사람은 물론 동물에게도 먹이지 않아야 한다.

 

헛개나무

 

간에 좋다고 알려졌지만 너무 많이 먹게 되면 헛개나무의 피롤리디진이라는 성분이 세포 DNA 의 변형을 일으켜 신장암, 신부전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은행

 

징코플라본이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혈액순환을 개선해주고 고혈압에 좋은 효과가 있다. 그러나 청산이라는 독성분이 있어서 꼭 조리해서 먹는 것이 좋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청산배당체에 중독되어 설사나 마비 증세가 올 수도 있다.

 

원추리 나물

 

갓 뜯은 원추리에는 콜키신(Colchicine)이라는 생물염기가 함유되어 있어 이것을 먹으면 몸 안에 유독성 물질이 생긴다. 몸 안에 320mg의 콜키신이 흡수되면 대변과 소변에 피가 섞여 나가게 되며 심지어 중독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익지 않은 토마토

 

익지 않은 토마토는 독성물질인 솔라닌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먹을 때 떫은맛이 나고 먹은 후 메스껍고 토하며 머리가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난다. 토마토 잎과 줄기에는 신경과민, 두통과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고사리

 

생으로 먹으면 안 된다.  (ptaquiloside)라는 단백질과 비타민 B1을 파괴하는 발암물질이 들어있다. 잘못 섭취하면 시력 저하가 오며 위암 발병률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졌다. 생고사리를 먹은 소나 말 등이 방광암으로 폐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타킬로사이드는 수용성이라 꼭 물에 담가 불려 먹는다. 30분 이상 삶으면 유해물질 90% 이상이 제거된다

 

각종 씨앗들

 

체리, 살구, 복숭아, 매실, 사과 씨 등에는 사이안화물이 포함되어 있다. 과일을 먹다 무심코 씨를 씹는 경우 사이안화수소(청산)에 노출된다. 중독되면 두통, 현기증, 불안, 구토가 생기고 많은 양을 섭취하면 호흡곤란, 혈압상승, 심장박동, 신장 장애로 사망할 수 있다.

 

넛맥(육두구)

향신료로 쓰이는 넛맥은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 혀를 마비시킨 약재다. 그윽하고 좋은 향이 나지만 독성을 함유하고 있어 많이 섭취하면 환각 유발이 된다. 6g의 넛맥은 발작을 일으키고 하나의 넛맥을 한 번에 다 먹으면 천천히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복어

 

가장 널리 알려진 독성을 가진 어류로 생식선에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는 독소를 가지고 있다. 성인의 경우는 0.5mg이 치사량으로 청산나트륨의 1000배에 달하는 강한 독성을 지녔다. 증상은 입과 혀의 저림, 두통, 복통, 현기증, 구토, 지각마비 언어장애, 호흡곤란 청색증, 반사의 소실, 등 자연독 중에서는 복어에 의한 사망이 가장 많다.

 

소라

 

테트라민(tetramine)이라는 독성이 있어 타액선을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 테트라민은 식중독을 동반한 급성 신경마비를 일으키는 독소로 알려졌다. 타액선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조리 시에 이 타액선을 제거하면 안전하다.


유독성 플랑크톤인 조류에 의해 생성된 독소를 소라가 섭취해 함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을철에 함량이 높다. 열을 가해도 사라지지 않으며 경구 치사량은 250~1,000mg 정도이다. (개당 평균 5.7mg의 테트라민이 함유되어 있다고 알려졌다.)

 

위의 음식들을 소량 섭취했다고 해서 당장 몸에 이상이 생기고 생명이 위독한 것은 아니지만 독성이 있는 만큼 몸에 좋을 것도 없다.

 

정리한 음식들 외에도 우리가 모르는 독성이 있는 음식은 생각보다 꽤 많다그러므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음식들을 섭취하는 것은 자제하도록 한다또한 식품 자체가 가진 독성도 있지만 유통, 보관, 조리 과정에서 생기는 경우도 많으므로 가급적이면 신선하고 상하지 않은 음식들을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

(참고: 국가과학기술정보센터, 해양수산연구 정보 포털)

 

■ 최고의 음식 궁합! 전국에 소문난 삼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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