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安保 2022-01/
01.01 대한민국은 자유가 키웠다
민족·정의·평화 같은 훌륭한 이념의 외피를 쓰고
대중의 힘으로 침묵을 강요할 때 파시즘은 시작된다
모든 것이 넘쳐도 자유가 없으면 나라의 미래도 없다
김영수 영남대 교수·정치학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 제국의 크세르크세스 왕은 그리스 원정에 나섰다. 헤로도토스의 ‘히스토리아(Historia)’는 원정군 규모가 총 260만명이 넘었다고 기록했다. 페르시아는 당시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었다.
키루스 2세 이후 제국으로 성장하면서 그 영토는 이집트에서 인도에 이르렀다. 세계 정복을 꿈꾼 최초의 국가였고, 세계 최초의 제국이었다. 그러나 크세르크세스 왕의 아버지 다리우스 1세 때 충격적인 일격을 당했다. 기원전 490년 저 유명한 아테네와 마라톤 전투에서였다. 전 주민이 30만도 안 되는 작은 폴리스가 거의 홀로 페르시아 제국과 대결해 승리했다.
크세르크세스의 대군도 결국 참패했다. 그는 당연히 승리를 확신했다. 페르시아에 망명한 전 스파르타 왕 데마라토스가 스파르타는 최후의 1인까지 싸울 거라고 경고하자, 크세르크세스는 웃었다. 하지만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레오니다스 왕과 300명의 스파르타군은 3일이나 페르시아군을 저지했다. 창과 검이 부러지자 주먹과 이빨로 저항하다가 전원이 전사했다. 항복을 권하자 한 스파르타인은 “일단 자유의 맛을 알게 된다면, 자유를 위해서는 창뿐만 아니라 손도끼라도 들고 싸워야 한다고 우리에게 권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아테네도 처음에는 공포에 떨었다. 마라톤 평원에 도착한 아네테군은 과연 싸울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주전파 밀티아데스는 “아테네가 노예로 전락할 것이냐, 아니면 자유를 확보할 것인가는 오직 그대에게 달렸소”라고 군사장관 칼리마코스를 설득했다. 그의 걱정은 페르시아군 이전에 참주 히피아스의 복권이었다. 아테네인의 봉기로 추방되었지만, 그는 당시 페르시아군의 길잡이였다. 아테네인이 승산이 전무한 싸움에 나선 이유도 오직 하나, ‘자유’ 때문이었다.
페르시아전쟁을 지중해의 단순한 패권 다툼을 넘어 ‘자유를 위한 투쟁’으로 본 것은 헤로도토스였다. 일종의 문명 충돌로 해석한 것이다. 자유는 국가의 성쇠에도 결정적이라고 보았다. 참주하에서 약소국이었던 아테네는 독재에서 벗어나자 단숨에 최강국으로 도약했다. 그 이유가 독재하의 시민은 노예처럼 국사에 무심하지만, 자유 시민은 국사에 자기 일처럼 의욕을 불태우기 때문이다. 헤로도토스는 이 사례가 “자유와 평등이라는 것이 단지 한 가지 면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실증했다”고 역설했다.
동아시아 전통에서는 인륜이 가장 중요했고, 자유의 개념은 취약했다. 하지만 자유가 없으면 인륜도 노예의 도덕일 뿐이다. 한국인이 자유를 인간과 국가의 핵심 가치로 수용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이었다. 1888년 박영효는 망명지 일본에서 고종에게 국정 개혁을 촉구하는 ‘건백서’를 올렸다. 그는 백성에게 ‘자유의 권리(自由之權)’가 있고, 그것이 없으면 국가가 잠깐 강성해도 오래지 않아 쇠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 없이는 원기(元氣)가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청년 이승만이 ‘독립정신’에서 제시한 6대 실천 강령 중 여섯 번째도 “자유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이다. 자립 정신이 있어야 독립이라는 나라의 짐을 나누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는 용기와 애국심에 근거를 둔 제도이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역사가 그렇다. 한국도 1919년 3·1운동 때 자유민임을 선언했고, 1948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했다. 자유를 향한 결단과 선택이 식민지와 전쟁, 빈곤의 가시밭길을 헤쳐 오며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다. 현대 한국은 자유의 아들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자유’를 불편해한다. 2018년 개헌안 초안에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뺐다. 역사 교과서에서도 국체를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로 기술토록 했다. 경제에서도 자유보다는 규제를,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보다 이른바 민주적 통제를 강조한다. 북한인권법에 반대하고, 5·18왜곡처벌법을 제정했다. ‘무법의 시간’을 펴낸 권경애 변호사는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나치즘이 뿌리내리는 방식과 굉장히 닮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나치즘도 처음부터 나치즘은 아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을 선의로 포장하기 때문이다. 말의 기술이 중요한 정치 세계는 특히 그렇다. 파시즘은 민족·정의·평화 같은 훌륭한 이념의 외피를 쓰고, 대중의 힘으로 침묵을 강요할 때 시작된다. 권 변호사의 사무실에도 폭언 전화가 쏟아졌다. 처음에는 두려웠다고 한다. 한국은 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퇴조하고 있다. 한국을 혁신해 온 자유의 퇴조와 궤를 같이한다. ‘오징어 게임’ ‘지옥’을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으로 보면 지나친 기우일까. 민주·민족·정의, 아름다운 모든 것이 넘쳐도 자유가 없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조선일보
01.01 “전시작전권 검증 왜 해? 그냥 환수” 지지율 1위 후보의 말이라니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0일 전시작전권을 “그냥 환수하면 되지 무슨 조건을 거쳐서, 무슨 능력이 검증되면 하겠다는 것인지”라고 했다. “(한미) 합의는 지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전시작전권은 전면 전쟁 발발을 전제로 한 것이다. 지금 북한은 핵폭탄이 있고 한국은 없다. 전쟁이 터지면 북핵은 바로 실전용이 된다. 그때 국민 생명을 지키고 전쟁을 이기려면 북핵을 어떻게 탐지하고 방어하느냐가 모든 작전의 핵심이자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북핵 감시, 억제, 타격은 미군만이 할 수 있다. 정찰위성과 사드 등은 전부 미군 자산이다. 북의 핵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와 선제 타격 능력은 언제 완성될지 모른다. 천문학적 돈만이 아니라 기술이 더 필요하다. 무엇보다 최후 순간에 대응할 핵도 없다. 이 후보는 대체 무엇을 가지고 전시작전권을 행사하겠다는 건가.
안보 환경도 급변했다. 한미가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2014년 이후 북은 수소탄 실험까지 성공했다. 요격이 어려운 미사일도 개발했다. 반면 국군은 ‘군사력 아닌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는 군대가 돼 버렸다. 취객과 치매 노인에게도 뚫린다. 주한 미군 전 사령관은 한국군에 대해 “솔직히 많이 뒤처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한국군이 전시에 미군까지 지휘하는 것이 전시작전권인데, 이 후보는 한국군이 그런 역량이 있는지 없는지 검증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5100만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인데 ‘시험은 무엇 하러 보느냐, 그냥 다 합격시키라’는 식의 이 사고방식에 할 말을 잊는다.
이 후보는 “전 세계에서 독립 주권국가가 군사작전권을 다른 나라에 맡기고 있는 예가 없지 않으냐”고 했다. 전시작전권과 주권이 무슨 관계가 있나. 지금 현재 한국에 주권이 없나. 전시작전권은 전면전 때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가장 강력하게 대응해 전쟁을 이길 수 있느냐 하는 방법론 문제일 뿐이다. 유럽 국가들은 자존심이 없어 나토(NATO) 사령관에 미군 대장을 임명하겠나. 이 후보 말을 들으면 국방 안보에 관한 초보적이고 기본적인 사항조차 모르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이 지지율 1위라는 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조선일보 사설
01.03 또 뚫린 軍 철책,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 안보를 걱정한다

▲2022년 새해 벽두부터 신원 미상자가 동부 전선 철책을 뚫고 월북했다. 사진은 월북자가 나온 22사단 관할 철책. /조선일보 DB
1일 신원 미상자가 강원도 최전방 GOP(일반 전초) 철책을 넘어 월북했다. 새해 벽두부터 군 경계가 뚫렸다. 철조망 감시 센서와 CCTV가 오후 6시 40분 경보를 울렸지만 초동 조치 병력은 ‘이상 없다’고 보고하고 철수했다. 군은 3시간 뒤에야 DMZ(비무장지대)에서 감시 장비로 월북자를 포착하고 ‘이상’을 인지했다. 그제야 CCTV를 돌려보니 철책 넘는 장면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초보적 경계 임무조차 실패한 것이다.
월북자는 2018년 남북 군사 합의에 따라 껍데기만 남은 ‘보존 GP(전방 초소)’ 인근을 지나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남북은 DMZ 내 GP를 서로 11개씩 철수하면서 건물만 남겨놓기로 했었다. 당시 군은 병력을 빼도 과학화 감시 장비 등으로 보완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헛말’이었다.
지난 5년간 어이없는 경계 실패가 잇따랐다. 작년 2월 북한 남성이 동해안을 걸어 내려오는 동안 전방 감시 장비가 2번이나 울렸는데도 군은 무시했다. 2020년 11월 탈북민이 강원도 철책을 넘었을 때는 ‘멧돼지 한 마리도 못 넘어온다’고 자랑하던 감시 센서가 먹통이었다. 그해 7월 월북자가 한강을 넘었을 때는 군 감시 장비가 7번이나 포착했지만 북 발표 때까지 까맣게 몰랐다. 2019년엔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노크 귀순’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금 우리 군의 ‘경계’는 허울뿐이다.
후방은 더 심각하다. 진해 해군기지는 치매 노인에게, 수도방위사령부 방공 진지는 취객에게 뚫렸다. 제주 해군기지는 철조망을 끊고 들어간 시위대의 놀이터가 됐다. 평택 탄약고 부대는 거동 수상자가 달아나자 가짜 범인을 만들어 사건을 은폐·조작하기까지 했다. 군은 경계 실패 때마다 “반성” “책임 통감”이라며 “대책 마련” 약속을 앵무새처럼 반복했지만 5년간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
기본 중의 기본인 경계조차 실패하는데 여당 대선 후보는 전시작전권을 “그냥 환수하면 되지”라고 했다. 이런 군대가 핵폭탄을 가진 북한과 전면 전쟁 때 미군을 지휘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끝까지 ‘종전 선언’에 매달리는데 김정은은 1일 어떤 대남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3월 대선이 끝나면 군 복무 기간과 병력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 안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1.03 월북 3시간 지나도록 몰랐던 육군 22사단
CCTV 찍히고 경보 울렸는데도 최전방 뚫려
강한 훈련과 군기 확립만이 국민 생명 지켜
새해 벽두부터 전방 철책이 뚫렸다. 올해 첫날인 지난 1일 오후 강원도 동부 고성지역을 맡은 육군 22사단 최전방 철책선을 통해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민간인(추정) 1명이 북한으로 넘어갔다. 군 당국은 월북자가 비무장지대 남쪽 철책선(GOP 철책)을 넘어갈 때 우리 군의 감시장비에 포착됐는데도 놓쳤다. 뒤늦게 CCTV 감시병이 녹화된 내용을 재생하는 과정에서 철책을 넘는 모습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군의 허술한 전방 경계가 또 다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번 경계에 실패한 부대의 조치 과정은 더 심각하다. 철책을 넘을 당시 철책에 설치된 과학화 경계시스템의 광망체계에서 경보를 냈고, 초동 조치 부대가 현장으로 출동했다고 한다. 그런데 출동한 부대는 철책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한 뒤 철수했다는 것이다. 매일 점검하는 철책은 조그마한 문제만 있어도 금세 파악할 수 있다. 더구나 22사단 지역의 철책은 2012년 노크귀순 이후 두 차례 이상 철책을 보강해 쉽사리 넘어가기도 어렵지만, 설사 철책 위로 넘어갔더라도 훼손된 흔적이 남게 돼 있다. 동물 등으로 인한 잦은 오경보로 생각하고 안이하게 지나쳤을 가능성이 있다. 평소 경각심이 해이해진 결과로 보인

▲‘헤엄 귀순’ 그 장소서 또 월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군의 경계 실패는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 뚫린 22사단은 2012년 노크귀순에서부터 시작해 2020년 11월 월책귀순, 지난해 2월 오리발을 이용한 헤엄귀순 등 매년 침투가 발생하는 지역이다. 잇따른 경계 실패로 22사단장을 비롯한 숱한 지휘관이 보직 해임됐다. 그런 민감한 지역인데도 경계에 또 실패한 것이다. 도대체 정신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더구나 월북자가 과학화 감시장비에 포착된 지 세 시간이나 지나도록 모르고 있었다니 경계근무를 서기나 한 것인가.
문재인 정부에서 경계 실패가 크게 늘었다. 지난 2년 동안 전후방을 포함해 경계 실패가 11번이나 된다. 삼척항에서 해상판 노크귀순을 시작으로 진해와 제주 해군기지 침입, 수방사 방공부대 침범, 태안지역 중국인 밀입국 등이 대표적이다. 말 그대로 심각한 수준이다. 과거 어느 때도 전후방 경계선이 이번 정부처럼 마구 뚫린 적은 없었다.
군의 경계 실패 원인은 우리 군이 적이 없는 군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과 종전선언 추진 등에 편승해 북한군을 적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 군이 정치에 휘둘려 군 인사에 대한 외부 개입이 심해졌다. 군 간부는 정치권을 의식해 강한 훈련과 군기 확립보다는 책임 부담이 적은 안전 위주로 운영해 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군대가 본분을 잊으면 안보가 위험해진다. 그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다. 강한 군대로 거듭나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1월 03일 주적 없는 軍 만들고 9·19로 최전방 경계 구멍 낸 文 5년
새해 첫날 발생한 동부전선 월북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 집권 5년간 자행된 안보(安保) 자해의 총결과물이다. 그 하루 전에 원인철 합참의장이 내려보냈다는 신년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신년사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할 것을 지시하면서 ‘항재전장(恒在戰場) 의식을 견지한 가운데 평시 경계작전의 완전성을 갖출 것’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이런 기본이 신년사에만 있을 뿐, 안보 현장에는 전혀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도 남는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2월 북한 주민 헤엄 귀순이 발생했던 육군 22사단 지역에서 발생했다. 강원도 산악지형과 100㎞의 긴 해안선을 경계해야 하는 어려움을 감안한다 해도 육·해상이 모두 뚫렸다는 것은 군의 경계태세가 붕괴됐다는 뜻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북한 주민 헤엄 귀순 때 22사단 감시체계 강화를 국민 앞에 약속했다. 그러나 1일 저녁 일반전초(GOP) 센서가 울렸지만, 현장 출동부대는 철책 훼손 흔적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상 무”를 보고했고 사건은 자체 종결됐다고 한다. 월북자가 군사분계선(MDL) 부근 우리측 전방초소(GP)를 지나간 것으로 확인됐지만,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로 병력이 철수된 껍데기 초소여서 대응은 불가능했다.
2018년판 국방백서에서 ‘북한 = 주적’ 표현을 삭제하면서 군은 ‘없는 적’을 상대해야 하는 허깨비 같은 조직이 됐다. 전방 CCTV에 이상징후가 포착돼도 “설마” 하는 무사안일주의가 횡행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남북이 상호 1㎞ 이내 근접한 GP를 없애기로 하면서 비무장지대(DMZ) 경계는 더 불리해졌다. 북은 160여 개, 남은 60여 개 GP를 보유한 상황에서 각각 11개씩 철거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과 DMZ 국제평화지대화를 고집한다면 안보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문화일보 사설
01월 03일 상상 밖의 北 변화에도 대비할 때다

김홍균 前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
北권력 정보 확인 거의 불가능
쿠데타說 사망설 나도는 배경
그래도 늘 모든 사태 대비해야
북한도 지도자 공백 대비 조짐
김정은 집권 20년 맞을 수 있나
文 정부 들어 北급변 논의 주춤
북한에 대한 예측은 맞는 경우보다 틀릴 때가 더 많다. 특히 북한 지도자의 신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정설처럼 돼 있다. 실제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세계 각국 정보 당국은 북한의 공식 발표를 보고서야 사실을 확인했다. 김정일은 그를 치료했던 외국 의료진 등을 통해 건강 정보가 유출되기는 했지만, 사망 사실까지 미리 알아채지는 못했다. 북한 매체가 김정일 사망 이틀 만에 부고 보도를 내놨을 때도 당시 박의춘 외무상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등 간부들은 정상 근무 중이었고, 당일 정오 TV에서 검은 상복을 입은 리춘희 아나운서를 보고서야 김정일 사망 사실을 알았다고 하는 탈북자 증언도 있다.
지난해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후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는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 행사에 나타나지 않고, 이날 이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유고 사태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된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이 태양절 행사에 안 나타나는 것은 마치 우리 대통령이 광복절 행사를 건너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른바 ‘김정은 유고설’은 20여 일 만인 5월1일 순천 비료공장 준공식에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없었던 일이 됐다. 최근에는 김정은 대역설, 김여정 쿠데타설까지 나오기도 했지만, 이제는 무슨 얘기가 나와도 양치기 소년의 ‘늑대야’ 같이 돼 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고 넘어가도 괜찮은 걸까?
북한은 올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조선노동당 규약’을 개정했다. 개정된 당규약 제26조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당중앙위원회 제1비서와 비서들을 선거하고, ‘당중앙위원회 제1비서는 조선로동당 총비서의 대리인’ 자격을 가진다고 돼 있다. 이는 1인 지배 체제의 북한이 공식적으로 2인자 직책을 만든 것으로 언뜻 이해되질 않는다. 북한 체제를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는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 지도부가 현 지도자의 갑작스러운 사망 또는 장기간에 걸친 불능 상태(incapacitation)를 준비하기 시작하는 조짐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에 두 번이나 근무한 토마스 셰퍼 전 북한 주재 독일대사는 북한이 김정은 1인 지배체제가 아니라 소수의 최상위 엘리트 계층으로 이뤄진 집단 지도체제로 통치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프리즘을 갖고 들여다보면 지금의 상황이 이해될 것 같기도 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당 세포비서대회에서 ‘고난의 행군’을 언급했다. 북한 역사에서 고난의 행군은 김일성이 1938년 항일 빨치산을 이끌고 중국 지린(吉林)성에서 압록강 연안 국경까지 간 강행군을 가리킨다. 1990년대 아사자(餓死者) 속출 등 최악의 식량난이 발생하자 위기 극복을 위한 구호로 등장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다시 꺼내 든 것 자체가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의 경제난·식량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자연재해에 더해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한 장기간 국경 폐쇄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6월 김정은이 K-팝을 북한 젊은이들의 복장, 헤어스타일, 말, 행동을 타락시키는 ‘악성 암’으로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남한 방송을 보다가 잡히면 15년 형을 선고하고, 남한 영상물 유포자는 사형에 처하도록 했다. 이는 한국 문화 등 외부 정보의 유입에 따라 북한 주민들, 특히 젊은 계층에 대한 통제가 여의치 않음을 보여주며, 장기적으로 북한 내 불안정 사태를 촉발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10년을 맞았다. 그새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는 성공했지만, 북한 주민은 여전히 굶주리고 경제는 파탄 일보 직전이다. 김 위원장의 집권 20년은 어떨지, 과연 맞을 수는 있는지 알 수 없다. 한·미 양국은 역대 정부를 통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방안을 논의해 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모두가 짐작할 수 있는 이유로 이 협의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의 안위가 걸린 일에 한 치의 빈틈이 있어서도, 그럴 리 없다는 식의 안이함이 용납돼서도 안 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생각하고’(Think the unthinkable) 대비하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책무다.
문화일보
01월 03일 차기 정부가 복원해야 할 安保 3요소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새해가 밝았지만, 한반도 안보 상황은 여전히 우리 가슴을 무겁게 한다. 북한은 지난해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핵능력 고도화와 한국을 겨냥한 ‘신형 전술핵무기’의 개발을 공언했고, 지난해에만 8건의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해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임기 말 종전선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종전선언이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라면서도, 그를 통해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인지 부조화를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문제는, 이러한 모순적인 사고와 정책이 난무한다는 점이다. 안보를 위해서는 위협 인식이 분명해야 하고, 그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이 탄탄해야 하며, 국민이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수년간 우리는 이 3가지가 모두 흔들리는 것을 경험했다. 2020년 북한이 우리 혈세로 지은 개성의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우리 국민을 잔혹하게 살해했는데도 제대로 된 항의나 배상 요구도 하지 못했다. 잇단 북한의 위협 시위에 대해서도 지난해 9월 25일 김여정이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한 이후에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인 탄도미사일 발사에 도발이라는 표현조차 쓰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안정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것도 방관하거나 조장해 왔다. 2018년 3월 대북 특사단은 방북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예년 수준의 한·미 훈련이 진행되는 것을 이해한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했고, 북한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이를 손바닥 뒤집듯 해 버렸지만,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없었다. 오히려, 2018년 이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대화를 위한 협상 카드쯤으로 다뤄지고 있다. 정전체제와 유엔사의 무력화, 그리고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 훼손용으로 북한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 종전선언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1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3%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우려했다. 또, 북한의 핵무기가 우리 안보에 위협이라는 인식은 82.9%였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89.1%나 됐다. 종전선언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나 인식과는 한참 동떨어진 것이다. ‘안보’를 뜻하는 영어 단어 ‘시큐리티(security)’가 ‘걱정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하는 라틴어의 ‘세쿠루스(securus)’에서 나왔다는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안보정책의 입안과 추진에서도 소그룹 안에서의 집단사고를 국민에게 홍보하거나 설득하는 게 아니라, 광범위한 공감대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 미덕이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 우리의 안보는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누구 하나 선뜻 나서서 이를 고치려고 하지 않는 ‘방 안의 코끼리(elephants in the room)’와 같은 것이 돼 버렸다. 안보의 궁극적 지향점은 평화이고, 평화 역시 안보를 바탕으로 해야 굴종이나 비겁이 아닌 진짜 평화가 된다. 2022년에는 정파적 이해관계나 특정 집단의 선호를 넘어선 제대로 된 안보와 평화의 기반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문화일보
01.04 농락당한 최전방, 진짜 ‘군인’ 없는데 첨단 장비가 무슨 소용

▲새해 벽두 월북 사건은 남북 군사 합의에 따라 병력을 철수시킨 GP 인근에서 발생했다. 사진은 텅 빈 GP 모습. /연합뉴스
새해 벽두 강원도 최전방 철책을 넘은 월북자가 1년여 전 비슷한 곳 철책을 넘어온 탈북민으로 파악됐다. 2020년 11월 ‘기계체조’를 했다는 북한 남성이 우리 측 철책을 뛰어넘어 귀순했는데 같은 인물이 1년 전 철책에서 수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다시 넘어 북으로 갔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방 CCTV 확인 결과 “월북자 인상착의가 당시 귀순자와 거의 동일하다”고 했다. 1년여 전 뚫렸던 철책이 다시 뚫린 셈이다.
정상적 군대라면 한번 뚫린 지역의 경계는 강화하는 것이 상식이다. 전 세계 군대가 그렇게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군은 불과 1년여 전 처참하게 경계를 실패했던 곳과 가까운 지역에서 같은 실패를 반복했다. 군의 기본 임무인 경계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군복만 입었지 군이 아니다.
군 당국은 이 남성이 비무장지대(DMZ)에 들어갔을 때 북한군 3명이 나와 그를 데려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이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발포 명령을 내린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남성은 탈북민 정착 교육 당시 이상행동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국내 생활도 불분명하다. 군은 ‘간첩 혐의는 없다’고 했지만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없다.
1년여 전 이 남성이 철책을 타고 넘어왔을 때는 감시 센서가 먹통이었다. 사람이나 동물이 닿기만 해도 센서가 울린다는 ‘과학 경계 시스템’이 설치돼 있었지만 센서의 나사가 풀린 탓에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다. 군은 이 남성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14시간 넘게 우리 측 지역을 활보하는데도 붙잡지 못했다. 이후 군은 경계 시스템을 인공지능(AI) 기반 등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지난 1일 이 남성이 철책을 넘어 북으로 갈 때는 감시 센서와 CCTV가 정상 작동했다. 모두 경고음을 울렸다. 그런데 감시병은 철책 넘는 장면을 놓쳤다. 화면을 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초동 조치 병력이 해당 철책으로 갔지만 ‘이상 없다’ 보고를 하고 그냥 철수했다. 동물이나 오작동으로 지레 짐작했을 것이다. CCTV 화면만 돌려봤어도 상황을 알았을 텐데 그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사람이 책임감을 갖고 자신의 임무를 다하겠다는 정신 자세가 없으면 어떤 첨단 장비도 무용지물이다.
5년 내내 정권은 남북 쇼, 평화 쇼만 벌였다. 북핵 미사일은 그대로 있는 정도가 아니라 위협이 더 커졌다. 그래도 정권 눈치를 보는 군 수뇌부는 ‘군사력 아닌 대화로 나라 지킨다’고 했다. 어떤 군인이 책임 의식을 갖고 의무를 다하겠나. 그러니 뚫린 곳이 또 뚫리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바로 이곳이 다음에 또 뚫릴 것이다. 한국군은 엄청난 국방비를 쓰고 있다. 그렇게 사들이는 비싼 장비 무기들이 유사시 제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닌지는 군 수뇌부가 잘 알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1월 04일 대통령이 ‘사이버 안보’도 허물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北·中의 ‘사이버 호구’ 된 한국
보안 전문가 역량 충분하지만
대통령의 무책임이 근본 원인
美는 대통령이 직접 대응 지휘
해킹 배후국 찾아 전방위 응징
한국은 알면서도 거론도 못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 말처럼 우리의 사이버 안보 현실을 잘 보여주는 말이 있을까? 말 그대로 해킹으로 작전계획이나 최신 군사 기술이 유출돼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해킹 배후에 중국이나 북한이 있는 심각한 상황일수록 더더욱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계속돼 왔다.
중국과 북한발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권자인 우리 국민의 몫이다. 엄연히 피해가 있는데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가해자는 함부로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존재가 돼 버린다. 국민 보호 임무를 방기한 책임을 묻지 않고, 배후 국가에 사과나 배상을 요구하는 어떤 말도 하지 못하는 무책임과 무력함이 일상화했다.
매년 의례적으로 해킹 시도 수치가 발표되고 뻔한 대응 방안이 제시되지만, 배후 국가에 대한 경고는 어디에도 없다. 중국과 북한의 실존하는 사이버 위협과 국민의 실질적 피해는 통계수치로 전락한다. 통계상 우리를 대상으로 가장 많은 해킹을 시도한 나라는 중국인데 지금껏 그 책임을 묻거나 비난한 적이 있었던가? 중국이 다양한 수준의 공격을 시도하며 우리의 대응을 시험할 때도 적극적 대응이나 명확한 경고는 없었다. 그러는 새 우리는 ‘사이버 호구’가 됐고, 그렇게 ‘해커들의 놀이터’가 됐다.
이는 담당 기관과 그곳 보안 전문가의 역량과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어느 나라보다 높은 역량을 갖추고 있고, 성실하게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다. 작금의 현실은 많은 사람이 말하듯이 각 기관의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규정한 사이버 안보법의 부재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바로 대통령의 지속적인 관심과 강력한 문제 해결 의지다. 대통령의 사이버 안보에 대한 관심과 의지는 3·20 사이버대란 같은 심각한 보안 사고 직후의 일시적 생색내기여선 안 된다.
대통령은 사이버 공격에 의한 국민의 고통과 국가가 처할 경제·안보 위기에 대해 명확히 인식, 사이버 안보를 끝까지 챙기고 적국의 사이버 위협에 끝까지 대응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의 이런 명확한 신호는 사이버 안보에 대한 국가의 대응 우선순위를 높임으로써 국내 담당기관의 대응 자세를 변화시키고, 중국·북한의 사이버 위협 시도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미국은 대통령이 직접 해킹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개별 사이버 공격의 배후로 특정 국가를 지목하고 비난했다. 대통령의 의지는 행정·입법·사법부에 반영돼 해커를 공개 수배하고, 기소와 경제 제재 및 관련 법 제정으로 빠르게 이어졌다. 유럽도 미국의 길을 따르고 있다. 대통령의 의지는 이렇게 중요하며, 모든 일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일국의 대통령 의지가 강력하고 시그널이 명확하더라도 여러 국가가 한목소리로 공동의 의지를 표명할 때 사이버 억지 효과는 더 커진다. 따라서 대통령은 사이버 외교와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한·미 동맹에 사이버 협력을 포함해 양국 간 사이버 공동 대응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가장 강력한 시그널을 중국과 북한에 전해야 한다. 또,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중국의 사이버 위협에 대한 국제적 항의운동과 사이버 공간에서의 책임 있는 국가행위 규범 제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경제대국이자 문화강국으로서 명실상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더는 중견국이라는 이름 뒤에 숨지 말고, 선진 민주국가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 의식을 갖고 일관된 가치 지향 외교를 실천해야 한다. 대통령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신의 의지를 대변해 줄 사이버 안보 대사직을 신설하고 협력의 장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앞으로도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명목으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명확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중국 해커들의 먹잇감으로 남게 될 것이다.
두 달 남짓 뒤 누가 새 대통령으로 선출될지 모르나, 수십 년간 강단에서 보안 전문가를 양성하며 조금이나마 사이버 안보 강화에 기여해 온 필자가 충심으로 건의한다. 당신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며, 당신이 먼저 책임지지 않는다면 여전히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고.
문화일보
01월 04일 철책 월북에 ‘軍 존재 이유’도 뚫렸다

백승주 국민대 석좌교수 前 국방부 차관
‘군은 1월 1일(토) 21:20분경 동부지역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미상 인원 1명을 감시장비로 포착하여 해당 인원이 22:40분경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것을 확인하였다. 합참은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18:40분경 미상 인원 1명이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는 것을 확인하였다. 우리 국민 보호 차원에서 대북통지문을 오늘 아침 발송하였다.’
합참본부가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전한 최초의 이 내용을 확인하면서, 3가지 면피성 예단과 판단에 충격을 받았다.
첫째, 우리 국민이 월북한 것으로 단정했다. 헌법상 북측 주민도 우리 국민이다. 그러나 북측이 남파한 간첩과 우리 국민은 차이가 있다. 철책 월북자가 북측 간첩이고, 북측 지령에 따라 월북했다면 우리 정부가 ‘보호’해야 할 국민이 아니다. 만약 북측을 위해 우리 사회에 암약하다 월북한 사람이라면 합참이 국민 보호 차원에서 보낸 대북통지문은 간첩의 안전 복귀를 북측에 알려준 통지문이 된다. 이번 월북자는 2020년 말 같은 루트를 이용해 귀순한 탈북민 김모 씨라고 한다. 김 씨의 대공 용의점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둘째, 오후 6시40분쯤 철책을 넘는 상황을 오후 9시20분에 감시장비로 포착했다는 내용이다. 제대로 표현한다면 ‘오후 6시40분쯤 철책을 넘은 상황을 약 3시간 지나 감시장비를 통해서 확인했다’여야 할 것이다. 철책을 넘어 월북하기 위해서는 ‘남방한계선(민통선)→ GOP→ DMZ 철책→ MDL→ 북측 차단선→ 북측 북방한계선’을 넘어야 한다.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른 문재인 정부의 전방초소(GP) 철수도 월북 환경에 도움을 준 측면이 있다. 과학 경계 장비인 만큼 탈북자가 철책을 넘는 순간 경고음이 울렸을 것이다. 경계병들이 그 경고음을 놓친 것이다. 후속적인 경계태세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총체적 경계 실패를 미봉했다.
셋째, 월북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합참이 대북전통문을 보냈다는 내용이다. 합참은 북한 군 당국에 어떤 조치를 기대하고 있는지가 애매하다. 잘 보호해 달라는 것인가, 송환해 달라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 민심을 고려해서 제발 극단적인 조치를 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인가? 합참 ‘예규’에, 철책을 넘어 월북한 미상 인원의 안전을 고려해 북측에 전통문을 보내라는 예규가 있는가?
문 정부는 2019년에 해상 귀순한 20대 북한 주민 2명을 그들의 의사에 반해 강제 북송했다. 반(反)헌법적 조치였다. 2020년에는 서해에 표류 중이던 우리 국민이 북측에 처참하게 사살됐는데, 해경이 월북 인사로 예단하면서 보호할 가치가 없는 국민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2022년 벽두에 미상 인원의 월북을 차단하지 못한 합참이 월북자의 보호를 요청하는 대북전통문을 보냈다. 문 정부의 이런 조치는 평화 프로세스 여건 조성 차원에서 북한 당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이데올로기 때문이다.
최전방 철책이 뚫리고, 월북자의 안전을 요청하는 대북전통문 보낸 것을 자랑하는 합참 모습을 보니 군의 존재 이유가 뻥 뚫린 것 같다. 국방위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작성하면서 합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려운 여건에서 경계근무에 고생하는 장병의 실수보다 합참 간부의 안이한 안보 인식이 우려된다.
문화일보
01-05 軍 경계도 탈북민 관리도 구멍, ‘웰빙 안보’의 총체적 실패
새해 벽두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넘어 월북한 사람은 재작년 말 같은 지역을 통해 귀순했던 이른바 ‘점프 귀순’ 탈북민으로 파악됐다. 같은 인물이 마치 제 집 드나들 듯 탈북과 월북을 반복하며 군 경계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더욱이 이 탈북민은 작년 6월 해외여행 방법을 문의하는 등 월북 동향을 보여 경찰청에 두 차례나 보고됐던 관리 대상자였다고 한다. 군 경계는 물론 탈북민 관리에도 구멍이 뚫렸음을 보여준다.
어처구니없는 경계 실패는 기강이 무너진 우리 군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해당 부대는 철책 폐쇄회로(CC)TV에 월북자가 두세 차례나 찍혔지만 알아채지 못했고, 감시센서(광망)가 울려 출동한 신속조치반은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엔 월북이 아닌 귀순으로 오판해 청와대에까지 보고했다고 한다. 군이 자랑하던 첨단장비와 감시체계는 월북자에겐 한낱 비웃음거리 놀잇감이었던 셈이다.
군과 정부는 이 월북자에게서 간첩활동 같은 대공 용의점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그가 군사분계선을 넘은 뒤 북한군 3명이 마중하듯 데려간 정황이 포착되는 등 석연찮은 구석도 적지 않다. 나아가 경찰이 월북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도 별도의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음이 드러난 이상 지난 1년의 남한 내 행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다. 탈북민 관리 시스템의 전면 재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군은 이번에도 ‘환골탈태’ 운운하며 철저한 대책을 다짐할 것이다. 하지만 거듭되는 사후약방문에 국민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잇단 경계 실패는 이 정부 들어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된 이래 사회 전반에 퍼진 안보 불감증과 무관치 않다. 군대에까지 웰빙 바람이 불면서 지휘부부터 최일선까지 기강은 풀어질 대로 풀어졌다. 안보의식을 바로 세우고 긴장의 끈부터 조이지 않고선 같은 실패가 반복될 뿐이다.
동아일보 사설
01월 06일 北 극초음속 미사일 700㎞ 명중…3시간 뒤 文은 대화 타령
북한이 하루 전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사실을 6일 공개하면서 “비행구간에서 초기 발사방위각으로부터 목표방위각으로 120㎞를 측면기동하여 700㎞에 설정된 표적을 명중했다”고 발표했다. 수평 상태를 유지하며 좌우 변칙 기동을 하는 시험이 성공했다는 얘기다. 한반도 최북단 온성에서 서울까지 거리가 650㎞, 신의주∼부산 사이가 680㎞이다. 북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 전역이 방어 불가능한 무기의 타격권에 들어갔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 5 이상 속도와 현란한 기동으로 목표물을 타격하기 때문에 요격이 어렵다. 사드와 한·미 미사일방어체계까지 단번에 무용지물이 된다. 한반도 유사시 미 핵항모 전단의 진입도 어려워진다. 게임 체인저급 전략무기로 불리는 이유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해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개발했으나, 극초음속 미사일은 2030년대 초 실전 배치된다고 한다. 북한 발표대로라면, 한국은 대응 수단이 없다.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화상으로 국가안보회의 상임위를 개최해 우려만 표명했다. 미국은 즉각 유엔 대북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했지만, 청와대는 꼬리를 내렸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도발이라는 표현조차 쓰지 않았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발사 3시간 뒤 강릉∼제진 철도 착공식에 참석해 “남북 신뢰가 쌓일 때 어느 날 문득 평화가 올 것”이라고 했다. 보통 사람이 해도 잠꼬대 같은 얘기인데, 군 통수권자이자 안보 최종 책임자가 그런 주장을 했다. 김정은은 핵폭탄·대륙간탄도미사일·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전략무기 3종 세트를 완성했고, 전술핵무기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끝냈다. 문 대통령이 대화 타령하는 동안 북한은 한국 방위 태세를 완벽하게 무력화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 전략무기에 최대 억지력인 한미동맹 균열도 키웠다.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문화일보 사설
01월 06일 행정군대 아닌 전투군대 절실하다

이성출 예비역 육군 대장 (제22사단장 출신)
동부전선이 또 뚫렸다. 2020년 그 부대 철책을 넘어온 귀순자가 이번에는 같은 장소의 철책을 넘어 월북했다고 한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 같아 그곳에서 약 20여 년 전에 사단장을 지낸 노병으로서 참으로 개탄스럽고 유감스럽다. 재발 방지 대책이 절실하다.
22사단은 근본적으로 취약한 특성이 있다. 작전지역이 휴전선 최동북단 수복지역이어서 북한과 지리적·심리적 거리가 가깝고, 책임 지역은 광범위하다. 그리고 GOP와 해안 경계를 동시에 수행하고, 예비대가 없어 병사들의 피로도가 높다. 강풍·폭우·폭설·산불 등 재해와 재난이 4계절 내내 작전 활동에 제한을 준다. 게다가 통일전망대와 주변의 해수욕장·콘도·리조트 등은 민간인과 부대원의 접촉 빈도를 높여 병사들에게 비전투적 정서를 갖게 하는 측면이 많다. 그래서 22사단은 속칭 ‘골 때리는’ 부대이고, 사건·사고로 인해 운이 없으면 지휘관이 보직 해임당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휘관의 부대 지휘는 현장 위주여야 하고, 말보다 행동을 앞세워야 한다. 22사단은 부대 특성과 환경이 다른 부대보다 어려운 곳이니 지휘관은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현장을 알아야 상황에 적합한 지침과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야전부대는 행정을 하는 조직이 아니고 행동으로 전투를 준비하는 집단이다. 말과 문서에 의한 임무 수행을 지양하고,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육체적으로 힘들고 지칠 때일수록 지휘관이 앞장서서 현장에 동참하는 것이 부하의 자발성을 높여주는 지름길이다. 하루 일과시간 중 절반 이상을 GP, GOP, 해안에서 부하들과 함께 문제를 찾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면 경계작전 실패를 막을 수 있다.
퇴근 후 또는 주말에 여가를 즐기고 주변 관광지를 찾아다녀서는 지휘관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없다. 속초 시내와 화진포 휴양소, 김일성 별장, 이승만 별장 등에 가 볼 시간과 여력이 있다면, GOP와 해안경계 현장지도에 써야 한다. 사단 사령부 가까운 곳에 해수사우나 시설이 있는데 여기에도 가지 않아야 한다. 윗사람이 가게 되면 전방 부대 간부들도 위수지역을 이탈하게 되고 이러면 전방 경계가 허물어진다.
투명한 사생활로 임무 우선주의를 실천해야 한다. 흔히 지휘관은 어항 속 금붕어라고 한다. 이는, 수천 명 부하의 눈이 지휘관을 보고 있어 모범적 사생활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지휘관 재임 기간을 금욕기간으로 인식해야 한다. 눈은 북쪽의 적(敵)을 보고, 부대 업무와 임무에 무관한 사안은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 지휘관의 거처인 공관에도 예하 지휘관, 참모의 접근을 막는 게 좋다. 간부들과 회식도 영내 시설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곳에서 단출하게 하고 병사들보다 호의호식하지 않아야 한다.
이번 22사단 사건에서 보듯이 경계작전 실패와 사건·사고는 사람의 눈과 귀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오랜 군 경험으로 보면, 지휘관이 책임 완수에 필요한 지적 능력과 실천력을 갖추고 솔선수범하면서 부하에게 극진히 애정을 쏟을 때 탈도 없고 사고도 없었다. 지휘관이 투철한 책임감으로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열과 성을 다하는 것만이 경계작전 실패를 막는 유일한 해답임을 거듭 강조해 둔다.
문화일보
01-06 北 새해 도발 시동 건 날 文은 하릴없는 ‘평화’ 주문만
북한이 어제 오전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동해로 쐈다. 새해 들어 첫 미사일 도발이자 작년 10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이후 78일 만이다.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우려’를 표명하고 대화 재개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철도 동해선 강릉∼제진 구간 착공식에 참석해 “이런 (긴장)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대외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저강도 무력시위로 풀이된다.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의 갈등에 외교력을 집중하면서 북핵을 후순위로 밀어놓은 상황에서 잊혀진 존재가 되지 않겠다는 관심 끌기 차원이다. 특히 3월 한국 대선과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천명한 ‘국가방위력 강화’ 계획에 따라 핵·미사일 능력을 키우면서 한미의 양보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그간 한미의 대화 손짓에도 적대정책과 이중 기준 폐기를 요구하며 거부해 온 북한이다. 시간은 자기네 편이라는 계산이겠지만, 정작 갈수록 초조한 쪽은 북한이다. 코로나19 공포에 국경을 꽁꽁 막은 채 역대 어떤 대북제재도 이루지 못한 봉쇄 수준의 고립 상태에 놓여 있다. 대외 도발은 더 큰 외부 압박을 부를 것이고, 식량난 같은 내부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북한에 우리 정부는 늘 그랬듯 달래기에 급급하다. 정부는 북한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도 않았고, 경고나 유감도 표명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신뢰가 쌓일 때 어느 날 문득 평화가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라는 하릴없는 주문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북한은 도발이 먹히고 있다고 오판하게 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일방적 달래기는 정세의 안정적 관리는커녕 북한의 도발 충동만 부추길 뿐이다.
동어일보 사설
01.07 文 가짜 평화 쇼 끝을 장식한 北 극초음속 미사일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좌우 지그재그로 비행해 음속 5배 이상 속도로 700km 떨어진 목표를 타격했다고 한다. 한미 연합군의 현재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추적과 요격이 불가능하다. 북이 실전 배치하면 한미 공군, 해군 기지와 주요 국가 시설이 전부 무방비로 노출된다. ‘게임 체인저’급 무기가 완성 단계라는 것이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긴장하고 대응책 마련에 골몰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북 미사일 발사 3시간 뒤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에서 “50여 분이면 금강산역에 도착한다”고 했다. ‘평화’만 10여 차례 언급했다. 우리 군이 북 극초음속 미사일을 파악하고 보고했을 텐데도 문 대통령은 “미상의 단거리 발사체”라고 했다. 평화 쇼에 방해될까 봐 국민을 속였을 가능성이 높다.
북은 대구경 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 중·단거리 SLBM, 1500km 크루즈미사일에 이어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성공 단계다. 전부 한국 타격용이다. 전술핵과 핵 추진 잠수함 등도 결국 우리 눈앞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북이 극초음속 미사일로 도발 수위를 높였는데도 국방장관은 ‘도발’이란 말조차 쓰지 못했다. 작년 9월 김여정이 ‘도발이라 하지 말라’고 한 이후 문 정부에선 ‘도발’이란 말이 사라졌다.
청와대는 6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지만 북 미사일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문 대통령처럼 대화와 평화만 강조했다. 5년 내내 이랬다. 이런 상황에서 ‘종전 선언’까지 추진한다고 한다. 이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쇼인가. 그렇게 국민을 속여 얻은 것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강된 북핵과 ‘게임 체인저’급 북의 신무기다. 북은 일부러 문 대통령의 남북 철도 이벤트에 맞춰 극초음속 미사일을 쐈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가짜 평화 쇼는 이렇게 막을 내리는 모양이다.
조선일보 사설
01월 07일 北 미사일 3대 충격과 文정부 거짓말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2022년 벽두부터 북한은 극초음속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도발을 자행했다. 지난 3일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이 공동성명을 통해 ‘핵비확산’을 언급하며, 북한 핵에 대한 견제에 들어간 직후에 보란 듯이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정치적 도발을 한 것이다. 비록 예정된 통화였다고는 하지만,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2시간 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일본 외무상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변함없는 안보를 확인했다. 하지만 미국은 정작 가장 심대한 위협을 받는 한국에 대해서는 어떤 다독임도 없었다. 놀라운 일이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미사일은 700㎞를 비행했다. 이 정도 사거리면 일본을 공격하기엔 모자라고, 오직 한국만 공격할 수 있다. 기술적인 면까지 보면 동맹국인 미국의 한국 패싱은 섭섭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간다. 당사자인 한국 대통령은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고, 미사일 발사 직후에도 대화의 중요성만 강조했다. 또, 국방부 장관은 도발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북한 미사일의 유일한 타격 대상국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위협·도발이 아니라는데 굳이 자신들의 발목 잡을 수 있는 약속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 장관은, 변칙기동을 하는 북한 극초음속미사일을 한·미 연합자산으로 충분히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탐지는 할 수 있어도 요격은 할 수 없다. 북한 발표를 정리하면 이번 극초음속미사일의 특징은 크게 3가지다.
첫째, 마하 5 이상의 극초음속 상황에서 좌우로 방향을 틀 수 있다. 북한은 “초기 발사 방위각으로부터 목표방위각으로 120㎞ 측면기동해”라고 했는데, 이는 처음 발사한 궤도에서 옆으로 120㎞ 정도 방향을 틀어 탄착했다는 말이다. 유도와 회피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둘째, 아래 위로 점프를 하며 변칙기동을 한다. 북한은 “다계단 활공도약 비행과”라며 여러 번 점프했음을 암시했다. 요격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셋째, 기습발사가 가능하다. “연료 앰풀화 계통들에 대한 믿음성도 검증했다”며 액체연료를 발사 시점에 주입하는 게 아니라, 연료를 용기에 저장해 놓고 그것을 모듈식으로 장착해 신속히 연료 주입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북한의 주장에 대한 기술적인 반박 없이, 막연히 요격할 수 있다는 국방장관의 거짓말은 충격적이다. 우리는 북한 극초음속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 첫째로, 극초음속미사일은 워낙 속도가 빨라서 요격미사일을 미래 예상지점으로 먼저 날려 보내 놓고 마지막에 유도해서 격파한다. 그런데 점프와 좌우 변침을 하는 이 미사일은 미래 위치를 예상할 수 없어 요격탄을 날릴 수조차 없다. 또한, 한·미 연합자산으로 요격한다고 했는데, 한국은 미국과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공유하지 않는다. 미·일이 같이 만들고 있는 동북아전구미사일방어시스템 지휘부인 C2BMC에 한국군은 접속이 안 돼 있다. 그런데 무슨 한·미 연합자산으로 요격한단 말인가.
북한이 유엔 결의를 위반하며 국제사회를 향해 협박하고, 한국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는데도 대화 타령하는 대통령과 한술 더 떠서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는 국방부 장관을 보며 오늘도 국민은 불안감에 떤다.
문화일보
01.08 北도발, 文취임후 30여회… 박근혜 정부의 6배
북한 김정은 정권이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가장 많은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정이 예비역 육군대장은 지난 6일 자유민주연구원과 자유포럼 주최 세미나에서 “북한의 공식 발표를 분석한 결과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나흘 뒤인 2017년 5월 14일부터 최근까지 30여 회에 걸쳐 5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했다. 북의 미사일 발사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5회(8발), 이명박 정부에서는 12회(19발)였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반도 상황이 어느 때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했지만, 북의 도발 횟수만 비교하면 박근혜 정부 때보다 6배나 많은 셈이다.
북한은 2017년 9월 수소탄(6차 핵실험) 실험에 성공하고, 핵탄두를 본격 생산했다. 미 랜드연구소는 북한이 핵탄두 67∼116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7년에는 151∼242개를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극초음속미사일 기술 발전까지 이뤄냈다.
박 전 대장은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비핵화 협상과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서는 척하면서 뒤로는 핵·미사일 개발에 전력 질주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
01.09 DMZ 안방처럼 넘나든 월북자… 22사단이 ‘별들의 무덤’ 된 진짜 이유
[아무튼, 주말] 새해 또 뚫린 동부전선
軍 기강해이만 원인일까
1년여 전 강원 고성에서 철책을 넘어 귀순했던 남성이 새해 첫날 똑같은 수법으로 월북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일명 ‘별들의 무덤’으로 악명이 높은 22사단에서다. 해당 남성은 육군 제22보병사단의 책임 경계구역에 있는 관문을 3개나 통과해 북한으로 향했다.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고, GP(비무장지대 감시초소) 주변의 감시 장비에 포착된 뒤, MDL(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철책을 넘어 비무장지대에서 포착되기까지 군은 2시간 40분 동안 월북자의 행방을 파악하지 못했다.
문제는 22사단 경계망이 뚫린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점이다. 최근 들어서만 해도 ‘노크 귀순’(2012년) ‘점프 귀순’(2020년) ‘오리발 귀순’(2021년)’ 그리고 이번 ‘새해 월북’ 사건까지 4건에 이른다. ‘군의 기강 해이’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국방 전문가들과 최근 22사단에서 복무를 마친 장병들이 짚은 근본 원인은 따로 있었다.

▲그래픽=김현국
◇最북단‧最전방‧最장 구역의 부대
22사단은 동해안과 휴전선이 만나는 ‘동부전선’의 최전방 지역.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도가 높은 곳에 있는 사단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3년 창설돼 2020년 12월 지금의 3개 여단과 1개 포병여단을 갖췄다. 경계 책임구역은 내륙 28㎞, 해안 69㎞로 총 97㎞에 달한다. 보통 한 사단이 책임지는 구역이 25~40㎞인 것에 비하면 22사단 경계 구역은 최대 4배 가까이 넓은 셈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곳은 군에서 유일하게 산악, 해안을 동시에 경계하는 곳인데, 보통 사단처럼 1만~1만5000명대 병력이 이 넓은 지역을 책임지니 과도한 부담을 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등산로, 관광지와 인접한 탓에 일반인 수색에 병력을 투입하는 일도 잦다. 실제로 장병들은 봄에는 나물 캐는 사람들, 가을에는 산삼을 캐러 민간통제구역까지 들어가는 사람들을 단속하는 업무까지 하고 있다. 22사단 GP 상황병으로 전역한 민모(22)씨 역시 “이상 징후가 보이면 여단 내 모든 비상 출동조가 3~4시간씩 수색에 나서는데, 그나마도 부족한 병력이 이런 일에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가을엔 심마니들을 단속하러 투입된 병사가 낙상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22사단의 책임구역 부담은 더 커질 예정이다. 인구 감소에 대비한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군은 내년까지 22사단의 상급 부대인 8군단을 해체하고, 22사단과 23사단을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2사단 포병대대에서 복무하다 전역한 강모(26)씨에 따르면 군 생활 중 월남 사건으로 대기하는 상황이 3번 가까이 있었다. 강씨는 “통신분과 유선반은 원래 인원이 적은데, 복무 기간 동안 인원이 감축돼 처음보다 업무량이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GP에 근무했던 민씨는 “새로운 인원이 충원되지 않아 몇 달씩 휴가 못 가는 병사들이 많았다”며 “새벽에 북측에서 화재가 발생해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간신히 꺼진 적이 있었는데, 비상 근무자 전원이 대기 상태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최신 과학 장비 무력화한 ‘이것’
국방개혁 계획에 따르면 군은 2022년까지 13만명쯤 병력을 줄일 예정이다. 이런 병력 감소를 대비할 방법으로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도입됐다. 군이 ‘물샐틈없다’고 자랑한 이 시스템은 CCTV 카메라, 열상 감시장비(TOD), 광망 철책 등으로 이뤄져 있다. 철책에 설치된 광망(철조망 센서)이 동작을 감지해 경보를 울리면, CCTV가 자동으로 해당 구역을 비춰 감시병이 이를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TOD는 빛이 없는 곳에서도 물체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별도의 장비다.
과학 장비라 할지라도 만능은 아니다. 특히 체감기온 영하 40도의 한겨울 고성 날씨는 이를 무력화하기 좋은 요건이다. 22사단 GOP에서 TOD 장비를 다뤘던 감시병 출신 정모(27)씨에 따르면 한 사람이 4~8시간씩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확인해야 한다. 그는 “추운 겨울이 되면 TOD 장비가 가동을 멈추는 날이 한두 번씩 있었다”며 “매뉴얼대로 수리를 해도 정상 가동까지 1시간 이상 걸렸고, CCTV는 아예 터져버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화여대 북한학과 박원곤 교수는 “지난 1일 일어난 월북 사건은 CCTV 감시병과 추후 사단의 대처가 미흡했던 부분도 있지만, 줄어든 병력을 과학 장비에만 의존하려 했던 지도부 또한 책임이 있다”며 “인간이 집중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감시병 한 명이 CCTV 모니터 15~20대를 수 시간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뛰어난 장비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유능한 ‘별’이 부임한들
지금까지 사단 내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문책성으로 사단장이 해임되는 것이 수순이었다. 22사단에 ‘별들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실제로 22사단은 창설 이후 지금까지 8명이 징계를 받았고, 2009년 이후에만 5명이 해임됐다. 작년 한 해만 ‘동해 민통선 침입 사건’ ‘군 내 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로 2명의 사단장이 해임됐다. 이번 사건으로 현 사단장이 또 교체될 경우 임기 한 달도 못 채운 ‘최단기 해임’을 기록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유능한 사단장이 와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과는 똑같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원곤 교수는 “사건 재발 방지가 목표라면 해임 대신 책임지고 사건을 조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애초에 접경 초소에 주어진 역할보다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양욱 연구위원은 “GP나 GOP는 대규모로 진격하는 적군을 빨리 알아채기 위해 설치된 것”이라며 “작정하고 몰래 접근하는 1~2명을 완벽히 막으려면 초소가 아닌 국경 수비대를 설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9·19 남북군사합의(2018년) 조항이 아니었다면 접경 지역 경계가 더 수월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남북군사합의 1조 3항은 ‘군사분계선 상공에서 모든 기종들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양욱 연구위원은 “남북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 위와 같은 조항을 두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열악한 초소에서 서로를 감시하는 것보다 UAV(무인비행기) 등을 띄우는 것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경계 태세를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신지인 기자
01월 11일 정용진 “멸공은 내게 정치 아닌 현실” 발언과 與의 겁박
북한은 11일 오전에도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무려 마하 10에 육박하는 극초음속 탄도미사일로 보인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은 이런 도발에도 저자세로 절절매면서 대화와 평화를 구걸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심각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한다. 수많은 안보·경제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그대로다. 이런 관점에서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의 최근 언급은 모두가 경청할 만하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쓴 “멸공” 발언이 정치적 파장을 초래하자 10일 “사업하는 집에 태어나 사업가로 살다 죽을 것이다. 진로 고민 없으니 정치 운운하지 말라”는 글을 다시 올리면서 단어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멸공은 누구한테는 정치지만 나한테는 현실”이라며 “왜 코리아 디스카운팅을 당하는지 아는가”라면서 “사업하면서 얘네(북한) 때문에 외국에서 돈 빌릴 때 이자도 더 줘야 하고 미사일 쏘면 투자도 다 빠져나가는데 당해 봤나?”라고 항변했다. 이미 글로벌 지도자급에 오른 한국 기업인들조차 정치적 발언, 특히 권력이 불편해 할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여권에서는 겁박 분위기가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스타벅스는 안 마실 것”이라며 불매운동을 시사했고, 이재명 후보가 12일 가질 예정인 한국경영자총협회 간담회에서 재계 10위의 신세계 그룹이 제외됐다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했고,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입만 살아서”라고 했다. 정 부회장의 외숙부인 이건희 고 삼성 그룹 회장은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저질 정치가 글로벌 일류 기업을 괴롭히는 행태를 없애는 것도 선진국의 조건이다.
문화일보 사설
01월 11일 ‘병사 월급 200만 원’ 올바른 접근법
김종하 한남대 경영·국방전략 대학원장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3·9 대선에 나서는 여야 후보가 내놓은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원래 정부 계획은 2026년까지 병사 월급을 10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었는데, 두 후보의 공약은 이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27년까지 200만 원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대통령 취임 즉시 200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야 두 후보 모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퓰리즘적 공약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한 합리적 보상과 국가의 책임 강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모병제·징병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대다수의 선진국은 일정 기간 군 복무자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을 해준다. 구체적으로, 이스라엘은 의료보험·대학입학금 지원과 공무원 시험 가산점을, 미국은 퇴직금·대학입학금 지원과, 공무원 시험 응시 제대군인에게 5%(상이군인 10%) 가산점을 제공한다. 그리고 일본은 퇴직금·취업 시 가산점·연금 혜택을, 유럽은 퇴직금·사회보장 대우·연금 혜택 등을 제공한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각 당 후보가 재원 마련에 대한 명확한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병사 봉급 인상을 급작스럽게 공약으로 내놓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재 우리 국방예산은 크게 전력운영비(병력운영+전력유지)와 방위력개선비로 나뉜다. 이 가운데 병사 봉급은 전력운영비 중 병력운영비(인건비+급식·피복비)에 속한다. 여기에는 병사 인건비뿐만 아니라, 국방인력구조 재설계(군무원·간부 증원), 간부 처우개선 및 법정부담금(연금부담금·건강보험부담금), 급식·피복비까지 포함돼 있다. 이런 항목을 조정해서 병사 봉급 인상분을 만들어내기는 매우 어렵다. 나아가 전력유지비에서 병사 봉급 인상분을 마련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현재 전력유지비 중 장비유지비조차 적정 예산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위력개선비를 줄여서 병사 봉급 인상분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전력운영비와 방위력개선비의 소관 부처가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으로 이원화돼 있는 구조에서는 법적으로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또, 무기체계 획득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일 경우, 군사력 건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데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문재인 정부 들어 선심성 예산을 사용하는 행태를 보면, 그런 돈만 절약해도 병사들 봉급 인상은 당장 시행해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정부에서는 병사 봉급 인상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차기 정부가 국방부를 비롯한 타 부처들과의 예산지출 효율화(구조조정)를 통해 병사 봉급 인상에 들어가는 예산을 마련하는 것 외에는,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따라서 국방부가 재원 마련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펴려면, 미래 모병제 정착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는 중간 과정의 하나로 병사 봉급 인상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문화일보
01.11 극초음속 아니라는 軍 보란 듯... 北, 두배 더 빠른 ‘마하10′ 미사일 쐈다

▲북한이 전날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일 보도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9월 28일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를 처음으로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은 전날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왼쪽)과 작년에 발사한 화성-8형(오른쪽)으로, 탄두부 모양이 다소 다른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합동참모부는 11일 북한이 이날 오전 쏜 미사일이 지난 5일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보다 진전된 마하 10 내외의 속력을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 5일 당시 속력이 마하 5~6으로 추정됐던 것을 감안하면 두배 가까이 빨리진 것이다.
합참은 이날 “우리 군은 7시 27분쯤 북한이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탐지했다”며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700km이상, 최대고도는 약 60km, 최대속도는 마하 10 내외”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지난 1월 5일에 발사한 탄도미사일보다 진전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현재 한미 정보당국이 발사체의 제원과 특성을 정밀분석 중에 있다”고 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긴밀한 한미 공조하에 추가 발사에 대비하여 관련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 군은 이번 발사체에 대해 탐지 및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응체계를 지속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군사적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청와대도 이날 북한의 도발 직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 관련 문제를 논의하고 발사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마하 10은 중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극초음속 미사일 수준의 속력이다. 합참은 지난 5일엔 발사체 비행거리와 정점 고도를 공개하지 않았다. 합참은 당시 북한의 미사일이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북한조선중앙통신은 바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사진과 함께 이를 사실상 반박했다. 이후 6일만에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속도가 “마하 10″에 이른다고 이를 확인한 것이다.
합참은 이날 “우리 군은 이번 발사체에 대해 탐지 및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극초음속 미사일의 경우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핵을 실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수도권으로 발사할 경우 도달까지 1분도 걸리지 않아, 대비할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이날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해선 선제타격이 유일한 해법”이라고도 했다.
한편 미국·영국·일본 등 6개국은 10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앞서 북한의 지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추구가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한다”며 “우리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제재나 결의, 의장성명 등 추가적인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조의준 기자
01.12 ‘극초음속 아니다’ 뭉개자 ‘마하 10′ 쏜 北, ‘넋 나간 바보’ 된 정부

▲북한이 지난 5일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왼쪽)과 작년 9월 처음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오른쪽)의 모습. 우리 군은 탄두 모양이 다르다는 이유 등으로 5일 미사일을 '극초음속이 아니다'고 했지만 북한은 11일 극초음속체로 보이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11일 발사한 미사일의 최고 속도가 “마하 10 내외”라고 합참이 밝혔다. 지난 5일 마하 5 이상 극초음속 미사일의 속도를 엿새 만에 두 배로 끌어올린 것이다. 마하 10은 중국·러시아가 보유 중인 극초음속 미사일 속도 수준이다.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 북이 실전 배치하면 우리 후방 기지도 수분 내 공격받게 된다.
북한이 5일 발사를 “성공”이라고 발표하자 국방부는 “극초음속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절하했다. ‘일반 탄도미사일’이라는 것이다. 판단 근거로 탄두부 모양이 극초음속체에 많은 가오리형이 아닌 원뿔형이라고 했다. 하지만 원뿔형 극초음속 미사일도 얼마든지 있다. 탄두 활강 때 최고 속도가 마하 10에 육박해야 극초음속인데 5일의 북 미사일은 마하 6 정도였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작년 9월 북이 마하 3 속도의 미사일을 쐈는데도 ‘극초음속 초기 단계’라고 한 바 있다.
북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군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평가절하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쇼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일 북 미사일 발사는 남북 철도 연결식 3시간 전에 있었다. 문 대통령이 ‘평화’만 10여 차례 언급한 이벤트를 덮어 버렸다. 다음 날 북이 ‘극초음속 성공’을 공개하면서 문 정권의 가짜 평화 쇼가 더 궁색하게 되자 국방부를 내세워 ‘극초음속이 아니다’라고 부인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자 북은 곧바로 보란 듯 속도를 마하 10으로 높인 극초음속체를 발사했다. 그것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향으로 쐈다. 거짓말은 청와대와 국방부가 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5일 미사일보다 진전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극초음속’이란 말은 하지도 못했다. 문 정권 이후 우리 군은 허울뿐인 군대가 됐다고는 하지만 이번처럼 적에게 농락당하는 모습을 보니 ‘넋이 나간 바보들’이라는 말 외엔 할 것이 없다.
북의 극초음속 미사일 보유 자체가 안보 비상이다. 그런데 청와대도, 국방부도 김여정이 금지한다고 ‘도발’이란 말도 쓰지 못했다. 오히려 청와대는 “종전 선언을 조속히 추진”이라고 했다. 끝까지 쇼할 생각뿐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앞둔 시기에 연속 발사에 우려한다”고 했다. 국가 안보보다 대선에서 여당 후보에게 미칠 악영향이 더 걱정이라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1월 12일 극초음속 축소하다 뒤통수 맞고도 대선 不利 걱정하나
북한이 11일 발사한 음속의 10배인 ‘마하 10’의 속도를 가진 극초음속미사일은 수도권까지 단 1∼2분 만에 도달할 수 있다. 방어가 불가능하고 액체연료를 밀봉용기인 앰풀에 넣어뒀다 발사 직전 장착하기 때문에 사전 탐지도 더 어려워졌다. 북한 발표대로라면, 북한은 핵무기에 이어 세계 4번째로 극초음속미사일도 보유하게 된다.
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대변인을 통해 “대선을 앞두고 연속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황당하다. 대선 기간이 아니면 괜찮다는 것인가. 정부 교체기에 안보가 취약할 수 있음을 자인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여당 후보에 불리(不利)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북한에 전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앞의 경우라면, 국제사회와 연대해 강력하게 대응하면 될 텐데, 그런 조짐은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국방부, 군 당국의 한심한 대응도 그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지난 5일 북한이 마하 6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하며 “성공”이라고 하자 국방부는 미국과 일본 분석과는 달리 “과장됐다”고 평가절하했다. 엿새 만에 북한이 같은 장소에서 마하 10의 미사일을 발사하자 “세부 분석 중”이라며 말문을 닫으면서도 “원래 예정됐던 시험발사 일정을 앞당긴 정황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북한은 12일 관영 매체를 통해 5일에는 현장에 없었던 김정은이 11일 발사를 참관한 사실과 함께 “연속 성공”이라고 보도했다. 두 번째 발사가 메인 이벤트인 셈인데, 군 당국은 연달아 정보 무능을 노출하면서 농락당한 결과가 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마하 5 이상 미사일이 발사되고 여기에 핵이 탑재되면 ‘킬체인’이라는 선제 타격밖에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당연한 얘기이고 한·미 양국도 그렇게 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윤 후보를 겨냥해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불안의 원인을 야당 후보에게 돌린 셈이다. 대통령도 여당 후보도 대한민국 안보를 최우선시하는지 의문이다.
문화일보 사설
01월 12일 책임구역 4배에 GP까지 없애 ‘구멍’… 과학화 경계 돈 쏟고도 잇단 오판

■ Why - 22사단 경계 실패 반복, 왜
내륙·해안 동시 경계하는 유일한 사단, 산불·태풍·강설 등 재해도 많아
‘GOP 부대까지 차로 1시간’ 전투근무지원 쉽지 않아
DMZ 병력 철수후 보존 GP 탈북자·월북자 은신처로 활용
전문가 “과학장비 의존 보다 근본적 시스템부터 뜯어고쳐야”
2022년 새해를 맞이한 지난 1일 탈북자 한 명이 22사단이 경계를 맡고 있는 지역에서 3m 높이의 일반전초(GOP) 이중철책을 뛰어넘어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월북자는 2020년 11월에 22사단 경계 구역인 인근에서 ‘월책 귀순’을 한 체조 경력을 가진 김모 씨였다. 김 씨는 군사분계선(MDL)을 넘기까지 GOP 감시카메라(CCTV) 5번, 열영상감시장비(TOD) 3번, 경고등·경보음 포함해 모두 11차례 포착됐지만 군은 검거에 실패했다. 설상가상으로 지휘통제실은 GOP 경보작동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이를 보고받지 못한 대대장은 비무장지대(DMZ) 내 TOD에 포착된 김 씨의 월북 움직임을 귀순으로 착각하는 오판까지 내렸다. 22사단은 지난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의 ‘노크 귀순’에 이어 2020년 11월 김 씨의 ‘월책 귀순’, 지난해 2월 북한 주민의 ‘오리발 귀순’ 등이 잇달아 벌어져 경계 실패 비판과 함께 책임자들이 줄줄이 물러나면서 ‘별들의 무덤’으로 불려왔다. 군 전문가들은 정부의 감시장비 강화에도 유독 최근 22사단에서 경계 실패가 발생하는 것은 지나치게 넓은 감시 구역, 과학 장비에 대한 맹신, 정부 대북 정책 오판 등의 합작품 탓이라고 지적했다.
◇동일 병력에 경계구역 최대 4배, 최악의 근무 환경 = 22사단에서 잇달아 경계실패가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최전방의 넓은 경계 구역에 필요한 병력보강 등 부대 개선이 수십 년간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22사단은 내륙과 해안을 동시에 경계하는 유일한 사단으로, 경계 책임구역은 내륙 28㎞, 해안 69㎞로 총 97㎞에 달한다. 보통 한 사단이 책임지는 구역인 25∼40㎞와 비교하면 경계구역이 2∼4배 길다. 이에 반해 병력은 3개 여단과 1개 포병여단으로 다른 사단처럼 1만∼1만5000명에 불과한데도 넓은 지역을 책임지다 보니 부담이 가중됐다. 그마저도 포병여단 예하 2개 대대는 동원사단 수준의 기간편성부대로 전환됐고, 1개 보병여단 역시 1개 대대를 기간편성부대로 전환할 예정이었다. 지속적인 경계실패에도 불구, 병력규모는 타 사단에 비해 줄어들어 ‘위협에 따른 균형 있는 경계병력 배치’에 실패한 셈이다. 또 사단 책임지역은 해발 0∼1300m로 극심한 고저 차에다, 상급·하급부대 간 지리적으로 과도한 이격으로 원활한 전투근무지원도 쉽지 않다. 사단 직할부대로부터 차량 이동 시 GOP 부대까지 최소 1시간 이상 걸린다. 산불·태풍·강설 등 사계절 주기적인 자연재해로 작전활동 외 부가적인 업무에 피로감은 누적된다.
◇침투여건 최적지인데, 정부 대북 유화정책에 감시초소(GP) 철거 후 관광지화 = 22사단에서 근무한 한 예비역 장성은 “해안 축선은 출발지부터 남방한계선까지 완만한 평지로서 비교적 이동이 용이하고, 북한 지역 경계밀도도 상대적으로 낮으며 침투 후 주거지 밀도도 낮아져 노출될 우려가 적다”며 “해무와 안개, 폭우 등 악천후가 빈번한 지역이어서 적 침투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이북의 통일전망대, DMZ 평화의 길 등 관광지가 산재해 장병들의 경계임무가 유독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평화의 상징적 의미로 DMZ GP 병력철수와 함께 ‘평화의 길’이 조성되면서 경계근무자 입장에서는 신경이 더 예민해지는 환경이 조성됐다. 병력철수 후 DMZ에 생겨난 ‘보존 GP’가 탈북자 및 월북자의 은신처로 활용되면서 유사시 ‘남침루트’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워크 대표는 “GP 철거 및 병력 철수로 유사시 남침로가 열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전시에 북한군 민경부대는 국군 GP를 제거해 기계화부대의 기동로를 확보하려고 할 텐데, 군 통수권자 지시에 따라 국군이 스스로 최전방 방어 거점을 허무는 일이 벌어졌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22사단에서 5년 이상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국방개혁에 대한 초안을 작성한 한 예비역 장성은 “상비병력 감축을 통한 국방개혁의 시대적 요구를 충족하더라도 22사단의 지정학적 취약성과 각종 사건·사고로 누적된 문제점을 고려해 경계 병력 증가안을 편성했지만 이후 국방개혁이 수정돼 이 지역이 갖는 취약성이 배제되고 오히려 타 부대에 비해 병력 수준이 줄어들었다”며 “정치적으로도 평화무드를 상징하는 지역으로 변모돼 경계요원들의 심리적 이완을 가져와 각종 사건·사고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22사단 장병들이 비무장지대(DMZ) 내 ‘보존 감시초소(GP)’ 앞 철문을 점검하고 있다. ‘보존 GP’란 남북한이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후 각각 DMZ 내 GP 11개를 철거한 뒤 각각 1개씩 빈 건물만 남겨둔 곳이다. 문화재청 제공
◇성급한 과학화 경계시스템 도입 등 맹신 = 2012년 10월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 이후 군 당국은 대북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전방 GOP와 국가중요시설, 미사일 기지 등에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GOP 철책 249㎞ 구간에는 1700억 원을 들여 경계용 CCTV와 광망을 설치했다. 이후 군은 완벽한 경계작전 임무수행을 자신했지만 오리발 귀순과 월책 귀순·월북 등이 보여주듯 곳곳에서 맹점이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노후화된 구형 중거리감시카메라 20대를 올해 교체하기로 하는 등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 보강에 나선 상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지능형 과학화 경계시스템 구축을 위한 시범사업이 추진된다. 음원 활용 및 레이더 연동 AI 경계체계를 위해 올해 2월까지 관련 시설 5개소를 설치하고 6월까지 시범운용할 계획이다.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에 2023∼2026년 4200억 원을 투입해 경계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아무리 좋은 장비를 도입해도 결국 이를 운영하는 근무자의 기강과 인원보강 등 경계근무 방식의 획기적 변화가 있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2사단에서 근무한 한 예비역 장교는 “병 전술 숙련도 유지와 강력한 경계시스템 보강, 실전 능력이 입증된 과학화 장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예비역 육군 장성은 “의존적·실내 근무로 발생한 경계요원들의 근무 질 저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며 “민감한 감시장비의 반복되는 오작동·과작동 등으로 잦은 경보나 이상 징후 대처 시 매너리즘에 빠져드는 현상도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01.13 文 향해 ‘호전광’ ‘전쟁하자는 거냐’고 한 것과 같은 민주당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이 11일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단 1~2분이면 서울 등 수도권을 타격할 수 있다.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 핵탄두를 탑재하면 ‘게임 체인저’가 된다. 극초음속 핵 공격을 막는 방법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킬 체인(Kill chain)이라는 선제 타격밖에 없다”고 했다. 북핵 공격을 사전 탐지해 무력화하는 것이 ‘킬 체인’이다.
이 발언 직후 민주당은 윤 후보를 “전쟁광”이라고 비난했다. “민족을 전쟁으로 끌고 가는 발언” “전쟁의 위험에 빠뜨린다”고도 했다. “국민 생명 위협” “망언”이라고까지 했다. 정작 극초음속 미사일을 쏜 북한에 대해선 한 마디 비판도 하지 않았다. 우리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북 신무기를 어떻게 막을지 말하는 사람도 없다. 극초음속 핵 미사일 공격을 ‘킬 체인’ 말고 무엇으로 막겠다는 건가.
‘킬 체인’은 우리 군이 북핵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3축 체계’의 맨 앞 단계다. 이어 날아오는 북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북 지휘부를 초토화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순으로 구성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킬 체인’은 ‘전략적 타격 체계’로 용어만 바뀌어 국방 백서에 담겼다. 문 대통령도 2017년 국방부 첫 업무 보고에서 “우리도 비대칭(핵무기) 대응 전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게 3축”이라고 했었다. ‘킬 체인’의 선제 타격 능력을 갖추라는 뜻이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에게 ‘호전광’이고 ‘망언’을 했다고 한 셈이다.
자위적 선제 타격은 군사행동의 기본 원칙이다. 적의 핵 공격이 임박했는데 가만있을 나라는 없다. 유사시를 가정한 한미 연합군의 ‘작전 계획 5015′에도 북한 핵심 시설 700곳 이상을 선제 타격하는 내용이 있다. 김정은도 2020년 열병식에서 “어떤 세력이든 군사력을 사용하려 든다면 우리가 선제적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민주당 의원은 김정은 메시지를 “고무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야당 후보의 발언은 ‘호전적’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전쟁이냐 평화냐’는 구호로 승리한 적이 있다. 국민 불안을 자극해 성공한 것이다. 그 뒤 ‘전쟁하자는 거냐’는 것은 민주당의 입버릇이 됐다. 정작 그 말을 들어야 할 북한 김정은에겐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1월 13일 멸공 논란과 ‘공포로부터 자유’ 위협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
역사적으로 볼 때, 인류의 사회 발전은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인간의 재능과 능력 발휘의 필수조건은 자유다. 자유가 박탈되거나 억압받게 되면, 인간은 타고난 개인의 능력을 죽임은 물론 노예로 전락돼 몰락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다.
4년 반 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분명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꿈꿨던 나라는 관념 속의 목가적인 이상향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이념이 현실적으로 나타난 결과는 ‘현재상황(status quo)’도 유지하지 못하고 퇴행의 길을 걷는 결과를 초래해 국민의 삶이 더욱 어렵고 피폐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고위공직자도 아닐 뿐 아니라 범죄와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반 시민의 개인 정보를 사찰하는가 하면, 개인이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개진하는 것을 두렵게 생각하도록 하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인의 피자집 광고에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비롯된 농담이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정치 바람을 타고 ‘반공’ 이데올로기 문제로 번져 여권 586 친위세력의 몰매를 맞고 ‘절필 선언’까지 했다. ‘멸공’이라 쓴 문자가 정치적 파장을 일으키자 지난 10일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업하는 집에 태어나 사업가로 살다 죽을 것이다. 진로 고민 없으니 정치 운운하지 말라’는 글을 다시 올리고 퇴장했다. 북한이 ‘마하 10’ 극초음속탄도미사일을 쏘는 상황에서 ‘멸공’은 누구에게는 정치지만 그에게는 기업을 펼쳐 나가기 위한 절실한 현실이다.
민주사회는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서로 타협해서 조화로운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능력 발휘를 통한 자유로운 기업 활동으로 국가에 막대한 세금을 내며 사회 발전에 기여할 권리가 있다. 비록 그가 직접 말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은유적인 표현은 그가 자유시장경제를 주장하는 기업인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6·25전쟁에서 공산주의와 싸워 조국을 구하고 서독 탄광과 중동의 사막에서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가난한 농업국가에서 산업화를 일으켜 민주화의 토대를 이룩했다. 우리가 진정한 민주국가라면, 세계 10대 경제대국 반열에 들게 한 6·25 전후 세대의 노력과 기업가 정신을 공유하고 있는 정 부회장의 자유 의사도 존중해야 한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와 ‘586 여권’은 권력을 등에 업고 무한한 자유를 누리면서도,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조국을 선진국 문턱으로 진입시킨 자유주의적 기업가들의 입을 틀어막고 그들의 창의적 노력을 폄훼하며 부끄러움 없이 숟가락을 올려 놓고 국민 앞에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를 약속할 수 있는가?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 경제 클럽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의 자유는 빈곤으로부터의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포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정부와 사적 기업의 공동 목적을 위해 함께 일함으로써 이들의 자유가 가장 잘 확보되리라고 확신한다.” 문 대통령이 말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개인이 두려움 없이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억압하는 공포의 공화국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문화일보
01월 13일 ‘北 극초음속’ 무대책은 안보 포기다

김태우 前 통일연구원장
2022년 벽두에 평양 정권이 세계와 대한민국을 향해 거친 북한식 신년인사를 보냈다. 지난 5일과 11일에 연거푸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9월 28일 첫 시험발사 이후 채 4개월이 안 되는 기간에 3차례나 극초음속미사일을 쏘면서 매번 성능 향상을 과시했다. 속도는 마하 3과 5에서 마하 10으로 빨라졌고, 비행 거리는 200㎞와 700㎞에서 1000㎞로 늘어났다. 경제 빈국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 미국에 이어 4번째로 극초음속 발사체 보유국이 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며, 북한의 ‘게임체인저’급 핵미사일 앞에 대한민국의 하늘이 속수무책으로 뚫리고 있음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군의 미사일 방어를 돌파하는 발사체들을 개발해 왔다. 2016년 러시아가 유럽에 배치해 미국이 중거리핵폐기(INF)조약을 탈퇴하는 빌미가 됐던 SS-26 이스칸데르미사일의 복사판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는 변칙기동 탄도미사일이어서 요격이 어렵다. 통상적인 탄도미사일도 잠수함에서 발사되면 방어자는 날아오는 방향과 거리를 조기에 파악할 수 없어 요격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더해 이제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개발했다. 극초음속 무기에는 항공기처럼 비행하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과 탄도미사일에 실려 발사된 후 분리돼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극초음속 활공체(HCV)가 있다. 모두가 최종 단계에서 방향을 바꾸면서 돌진하기 때문에 탄도미사일 요격용 방어체계로는 막아내기 어렵다.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이 낮은 고도로 날아오면 지구 곡면 때문에 먼 거리에 배치된 레이더는 상당 시간 발사 사실을 포착하지 못한다.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과 변칙기동 탄도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그리고 핵잠수함 등 강대국형 핵병기들을 개발하는 것은 단순한 핵보유를 넘어 핵강국을 향한 강력한 핵 야망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유화나 압박 정책 또는 대화나 외교로는 북한 핵을 폐기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당분간 북핵과의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공격력과 응징력을 통해 북핵 위협을 상쇄·억제함으로써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는 안보전략으로 전환해야 마땅하다.
이쯤 되면 한국군에서는 난리가 나야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없다. 미국과 일본이 규탄에 나서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열리는 중에도 국방부는 ‘도발’이나 ‘규탄’이라는 표현을 하지도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12일 대변인을 통해 “대선을 앞두고 연속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논평이다. 미사일을 쏘아대는 주적(主敵)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던 집권당은 “선제 타격밖에 없다”고 말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해서는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발언’이라며 집중포화를 퍼붓는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근원적 대책은 확고한 안보태세이며, 동맹 및 우방들과의 안보 공조가 필수이다. 대화와 협력은 늘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이다. 그래서 지금 국민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에게 묻고 있다. 북의 초음속 무기 앞에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미사일방어체계가 무력화되는 데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문화일보
월간조선 01월 호
한국현대사 최대의 미스터리!
문재인의 영혼은 ‘김일성 惡靈’에 접수되었나?
⊙ 김일성주의자를 매개로 김일성의 惡靈이 청와대, 국정원, 민주당 등 국가 지도부에 침투했다면 이 나라는 발작을 하든지 退魔師를 구해야 한다
⊙ “남북한 대결의 본질은 민족사적 정통성과 삶의 양식을 놓고 다투는 타협이 절대로 불가능한 총체적 권력투쟁, 즉 영혼의 싸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19일 평양 5·1경기장에서 자신을 ‘남쪽 대통령’이라고 지칭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리는 이제 퇴임을 다섯 달 앞둔 시점에서,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의 임기 전체를 뒤돌아보면서 그의 이념체계를 총괄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펼친 정책과 남긴 언동을 보면 뚜렷한 방향성을 명료하게 느낄 수 있다.
1. 김일성 세력(김정일·김정은·북한노동당·종북세력 등)에 우호적이고, 반(反)김일성 세력(대한민국·일본·미국·국군·보수·이승만·박정희·탈북자 등)에 적대적이다.
2. 김일성 세력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싫어하고, 김일성 세력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3. 김일성 세력을 적극적으로 반대한 사람들을 감옥에 많이 보냈고, 김일성 세력에 굴종하는 이들을 중용했다.
4. 김일성 세력을 한반도의 정통 세력으로, 대한민국을 사생아적 존재로 여긴다.
5. 김일성 세력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국군, 정보기관, 보수언론, 우파에 적대적이고, 특히 이승만·박정희·전두환에 대하여 심하다.
6. 세계가 규탄하는 김일성 세력의 인권탄압에 침묵하거나 이를 비호했다.
7. 김일성 세력과 국익(國益)이 충돌할 때 대체로 김일성 세력 편을 든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행동 기준은, 김일성 세력의 이해(利害)관계로 보인다. 김일성 세력에 불리한 정책은 펴지 않고 유리한 것들은 골라서 한다. 김일성의 손자가 보내준 풍산개의 새끼들에게 문재인 부부가 보여준 애틋한 사랑과 탈북자(脫北者)들에게 보여준 차가운 시선을 감안하면 김일성이란 존재는 문재인의 가치관, 사고(思考) 감정에 전(全)인격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여겨진다. 정신 정도가 아니라 영혼의 문제이다. 그는 김일성 악령(惡靈)에 영혼이 사로잡힌 사람인가, 아닌가를 실증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대한민국의 조종실에 해당하는 청와대, 국정원, 민주당에 김일성의 악령이 침투하였다면 이 나라는 발작을 하든지 퇴마사(退魔師)가 필요하다.
문재인 고발장에 들어갈 증거 1호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5·1경기장을 방문, 김일성 손자 앞에서 한 연설은 그를 헌법적으로 단죄(斷罪)하게 될 때 증거물 1호로 제출할 만하다. 이 연설은 일종의 영혼고백이었다.
〈남쪽 대통령으로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소개로 여러분에게 인사말을 하게 되니 그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한 문장에서 헌법 위반 세 개가 나왔다. ‘남쪽 대통령’과 ‘국무위원장’을 연결시켜 판단하면 이는 북한 지역까지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 제3조 위반이고, 문재인이 대통령 취임 때 국가의 보위 및 헌법 준수를 선서한 헌법 제69조 위반이며,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및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수호를 대통령의 책무로 규정한 헌법 제66조 위반이 된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뽑힌 자가 스스로를 ‘남쪽 대통령’으로 격하시킨 것은 한국을 국가로 보지 않고 지역으로 보는 북한노동당에 동조한 것이다. 같은 문장에서 김정은을 ‘국무위원장’이라고 호칭한 것은, 자신은 남한 지역정부를 관리하는 존재이고, 김정은이 한반도 전체의 대표자라는 뜻 이외엔 달리 해석할 수 없다.
〈동포 여러분,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뜨겁게 포옹했습니다. 우리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습니다.〉
판문점 비핵화(非核化) 선언은 그 뒤 비핵화 사기극으로 밝혀졌다. 세계를 속인 것이다.
〈또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했습니다. 남북관계를 전면적이고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기자고 굳게 약속했습니다.〉
민족반역자 김일성의 손자와 ‘민족공조’한다는 선언인데, 이는 자동적으로 자신을 민족반역자로 만드는 논리이다. 남북한의 민족반역자가 맹세한 ‘자주통일’은 북한식 반미(反美)공산화 통일일 수밖에 없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4조가 명령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非核化 사기극
〈평양 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동포 여러분,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와 무력충돌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습니다.〉
여기서 ‘구체적 합의’란 것은 한국군의 무장 수준 양보를 뜻한다. 전쟁에서 지지도 않았는데 자국(自國)의 수도권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내어놓은 국군통수권자가 이를 평화의 터전 만들기라고 말하고 있다. 수도권에 사드 배치도 하지 않고 핵(核)민방위 훈련도 하지 않아 김일성의 손자가 핵미사일을 쏠 때 최대한의 인명(人命)피해가 생기도록 여건을 조성한 문재인 대통령이다. 국민의 생명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위반이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 운운은 감성적 종족주의 선동과 다름없고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 운운은 비핵화 사기극의 단골 메뉴이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이산가족의 고통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조치들을 신속히 취하기로 했습니다.〉
아무 진전이 없다. 이산가족은 만나서 같이 살아야지 동물원식 상봉은 고문이다. 편지 왕래도 안 되는데 무슨 근원적 해소란 말인가. 불법으로 억류된 약 6만 명의 국군포로 문제는 철저히 묵살되었다.
〈나는 나와 함께 이 담대한 여정을 결단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걷고 있는 여러분의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히틀러, 스탈린 수준의 살인마를 향한 낯간지러운 칭송이다. 유엔총회가 반인도범죄자로 규정한 김일성의 손자를 사실상 민족의 지도자로 치켜세웠으니 유엔헌장 위반이고 이 표현 자체가 반인도범죄행위이다. 김일성 악령이 씐 사람이 아니면 이런 말이 나올 수 없다.
북한이 써준 원고를 읽었나?
〈평양 시민 여러분, 동포 여러분, 이번 방문에서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보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보았습니다. 얼마나 민족 화해와 평화를 갈망하고 있는지 절실하게 확인했습니다.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보았습니다.〉
김일성의 손자를 향한 용비어천가이다. 맨정신으로 읽을 수가 없다. 북한 측이 써준 원고가 아닐까 의심하는 탈북자들도 있었다. 북한이 어려운 시절을 보낸 것은 대남(對南)도발과 핵무기 개발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탓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한 도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한국의 대통령인데, 이를 민족자존심 수호 행위라고 미화(美化)한다. 히틀러를 나이팅게일처럼 칭송하는 것과 같은 역대급 아부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8000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우리 함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갑시다.〉
새로운 조국을 민족반역자와 함께 만들겠다고? 그런 조국은 김정은이 지도자, 문재인이 부하일 터인데 그런 미래로 나아가자고? 2019년 조국게이트가 터진 가운데서도 문 대통령은 김정은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가 낳은 새끼 여섯 마리의 분양을 앞두고 작별의 산책을 하는 사진을 내보냈다. 인천시는 김정은의 개새끼를 얻어서 환영식까지 했는데 어린이들을 동원하였다. 한 마리는 하필 연평도로 보내졌다. 보통 개가 아니라 김일성의 손자가 보낸 개이므로 이렇게 극진히 대우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의 영혼은 김일성의 악령에 접수되었다고 봐야 하지 않는가?
국가지휘부로 침투한 김일성 惡靈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2월 10일 통혁당 무기수 신영복 교수의 글씨 앞에서 김여정을 접견했다. 사진=뉴시스
김일성주의자 신영복을 매개로 하여 김일성의 악령이 청와대, 국정원, 민주당 등 국가지휘부에 스며들었다는 의심은 아래와 같은 증거에 기초한 것이다.
•김일성주의자 신영복을 사상가로 존경한다고 고백: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초 김일성의 손녀 김여정 일행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김일성주의자 신영복의 서화(書畵)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고, 각 비서관실에 신영복이 쓴 ‘춘풍추상(春風秋霜)’ 액자를 선물해 걸도록 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사람이 먼저다’ 슬로건은 신영복 글씨체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관저에 걸려 있다고 알려진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록) 족자도 신영복의 글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리셉션 연설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 신영복 선생은, 겨울철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것을 정겹게 일컬어 ‘원시적 우정’이라 했습니다. 오늘 세계 각지에서 모인 우리들의 우정이 강원도의 추위 속에서 더욱 굳건해지리라 믿습니다.〉

▲2021년 6월 4일 바뀐 국가정보원 원훈석의 글씨는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검거했던 신영복 교수의 글씨체를 본뜬 것이다. 사진=청와대
•국정원 원훈석(院訓石)에 신영복 글씨체: 국정원은 지난 6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원훈석(院訓石) 제막식을 열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이라는 새 원훈을 공개했다. 국정원 최초의 원훈은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미국 CIA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와 ‘익명을 위한 열정(Passion for anonymity)’이 원훈이다.
이 원훈은 국정원의 정통성과 정체성에 대한 반역이다. 원훈석에 새겨진 글의 서체가 1968년 북한노동당의 남쪽 지부에 해당하는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기소돼 20년간 복역했고, 출소 후에도 ‘김일성주의’를 버렸다는 증거를 남긴 적이 없는 신영복 글씨체이기 때문이다. 그 수사는 국정원의 전신 중앙정보부가 했다. 국정원의 영혼, 즉 신념체계 속으로 김일성 악령이 스며들었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신영복
•‘더불어민주당’ 작명 신영복이 했다 자랑: 문재인씨는 2017년 1월 15일 신영복 1주기 추도식에 참석, 이렇게 털어놓았다.
〈신 선생은 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라는 당명(黨名)을 주고 가셨다. 선생의 ‘더불어숲’에서 온 말이다. 여럿이 더불어 함께하면 강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많은 촛불이 모이니 세상을 바꾸는 도도한 힘이 됐다. 촛불과 함께 더불어 정권을 교체하고 내년 2주기 추도식 때는 선생이 강조하신 더불어숲이 이뤄지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보고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는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연상시킨다.
•북한의 신영복 구출공작: 문재인 대통령이 ‘존경하는 사상가’로 꼽은 신영복은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신씨가 복역 중이던 1978년에 남베트남 패망 때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사이공에 억류되어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던 3명의 우리 외교관을 두고 남북한이 비밀협상을 한 적이 있다. 이때 북측이 ‘김일성 수령님의 명령’이라면서 집요하게 교환 인도를 요구한 사람이 바로 신영복이었다. 이 사실은 2016년 외교부가 ‘베트남 억류공관원 석방교섭 회담(뉴델리 3자회담)’ 외교문서철을 비밀해제하면서 밝혀졌다. 그는 복역한 지 20년 만인 1988년 8월 14일 광복절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제주4·3사건 연설: 김일성 세력의 무장폭동을 미화, 軍警을 국가폭력으로 매도
문재인의 역사관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오히려 김일성 세력을 민족정통성의 챔피언으로 보는 게 아닌가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국가정통성은 국가의 영혼인데, 김일성 악령이 가장 먼저 노리는 분야일 것이다. 수족(手足)이나 정신은 망가져도 고쳐 쓸 수 있지만 영혼이 망가진 존재는 구제불능이다.
•2020년 제주4·3사건 기념식 연설 중에서: 〈제주는 해방을 넘어 진정한 독립을 꿈꿨고, 분단을 넘어 평화와 통일을 열망했습니다. 제주도민들은 오직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으며 되찾은 나라를 온전히 일으키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먼저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제주는 처참한 죽음과 마주했고, 통일정부 수립이라는 간절한 요구는 이념의 덫으로 돌아와 우리를 분열시켰습니다.〉
•2021년 연설: 〈4·3에는 두 개의 역사가 흐르고 있습니다. 국가폭력으로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 최대의 비극이 담긴 역사이며, 평화와 인권을 향한 회복과 상생의 역사입니다.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가 권력은 제주도민에게 ‘빨갱이’ ‘폭동’ ‘반란’의 이름을 뒤집어씌워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
김일성주의자를 사상가로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한 김일성 세력의 무장폭동을, “평화와 통일을 꿈꿨다”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간구(懇求)”로 칭송했고 이를 진압한 군경(軍警)을 국가폭력으로 매도했다. 남로당 무장폭도들이 간구했던 통일정부란 공산정권이 아닌가. 그가 김일성 악령에 사로잡혀 한국 현대사를 거꾸로 보고 있다는 의심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국가의 정통성의 출발점은 건국인데 김일성 악령의 제1 공격 목표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 16일 중국 충칭(重慶)에서 “2019년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고 그것은 곧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 된다”고 했다. 1948년 8월 15일 이승만 주도의 자유민주 국가건설을 부정하기 위하여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이라고 치켜세운 것인데 그렇게 되면 건국 이후에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건국 이후의 독립운동은 분리운동이거나 반역이다. 문 대통령은, 그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했었다. 2018년 3·1절엔 “새로운 국민주권의 역사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향해 다시 써지기 시작했다”더니 2019년에 들어와 건국 100주년 행사는 실종된다. 문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와 함께 ‘민주공화국’을 선포한 지 100년이 되었다”고 두리뭉실 넘어갔다.
‘건국 100주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2018년 4월 판문점 회담부터이다. 북한은 이른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수립한 1948년 9월 9일을 건국절로 기념하기에 임시정부에 비판적이다. 문 대통령만 아니라 민주당도 그 무렵부터 ‘건국 100주년’ 표현을 중단했다. 2019년 8월 15일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며 ‘건국’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일성 손자 눈치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생일도 지워 사생아로 만들었다는 의심을 자초한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조국의 생일을 없애 건국기념일이 없는 나라로 만든 문재인, 그의 영혼을 김일성의 악령이 접수했다고 본다면 지나친 의심일까?
유엔결의문을 조작, 한국의 정통성 폄하
“남북한 대결의 본질은 민족사적 정통성과 삶의 양식을 놓고 다투는 타협이 절대로 불가능한 총체적 권력투쟁이다.”(조갑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대한민국의 정통성 교육을 강화한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 김일성 세력의 정통성 주장을 유리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2017년 5월 12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렇게 설명했다.
〈대통령은 상식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한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했습니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구시대적인 획일적 역사교육과 국민을 분열시키는 편 가르기 교육의 상징으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더 이상 역사 교육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그는 사실에 부합하고 긍정적인 국가관을 ‘국민분열’로 규정했다. ‘국민분열’을 중요한 집권전략으로 구사하는 계급투쟁론자들의 전형적 반어법(反語法)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기 위하여, 유엔 결의문 해석까지 조작한 학자를 중용한다. 1948년 12월 유엔총회가 ‘공정한 선거로 출범한 대한민국 정부는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인정하는 결의를 했는데 이는 대한민국 수립의 민주적 정당성을 국제사회가 공인한 역사적 문서였다. 문재인은, 이 결의문 해석을 조작하여 유엔이 ‘대한민국을 38도선 이남에서만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하였다’고 사기 친 사람을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장으로 임명했다. 이 정부는 문재인식 반대한민국 역사관을 반영, 2020년부터 사용되는 중·고교 역사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와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 표현을 쓰지 못하게 하였다.
다른 정황과 종합하면 이는 김일성 세력을 한반도의 정통 세력으로 조작하기 위한 공문서 변조로 의심된다. 1965년 일본은 한일기본조약에서 유엔 결의문을 인용, 한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했었다. 문재인의 유엔총회 결의문 조작은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 정부의 유일합법성을 부정할 수 있게 만드는 매국적 자해(自害)행위다.
남침을 內戰으로 호도
그는 2017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일성의 남침(南侵)을 ‘내전(內戰)’이라 비호했다.
〈나는 전쟁 중에 피란지에서 태어났습니다. 내전이면서 국제전이기도 했던 그 전쟁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했습니다. 잠시 피란한다고만 생각했던 내 아버지는 끝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 자신이 전쟁이 유린한 인권의 피해자인 이산가족입니다. 그 전쟁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6·25 내전설은 남침 책임론을 희석시키는 좌익들의 오랜 술책이다. 문 대통령은, 아버지가 공산압제를 피해 자유를 찾아 월남(越南)했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종전(終戰)선언엔 전쟁범죄자 김일성 세력에 대한 책임추궁이 없다. 남침에 대한 사과 배상 및 책임자 문책과 국군포로 송환, 그리고 핵폐기도 조건으로 붙이지 않았다. 김일성 세력에 면죄부(免罪符)를 주고, 그들이 종전선언을 악용, 유엔군사령부 해체,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선동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조국에 마지막 해코지를 하고 나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정일이 죽었을 땐 弔意, 김정일이 죽이려던 전두환 별세 땐 외면
청와대는 지난 11월 23일 전두환 전(前) 대통령의 별세에 즈음하여 “끝내 역사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던 점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면서 “청와대 차원의 조화(弔花)와 조문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노무현재단 이사장 시절이던 2011년 12월 19일 민족반역자 김정일이 사망하자 북한에 조문단을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전력(前歷)이 있다. 김정일 사망 다음 날 10·4 남북회담을 이끌었던 노무현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분야 장·차관 및 보좌관들은 노무현재단에 모여 긴급 간담회를 열고 보도자료를 통해 조의문 발표와 정부 차원의 조문단 파견을 요구했었다.
노무현재단(이사장 문재인) 명의로 발표된 조의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 소식에 유가족과 북한 동포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 비록 정세변화와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10·4 남북정상선언이 이행되지 못하고 있으나 이 선언의 실천을 통해 평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이 고인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었다. 이명박 정부는 “조의문은 북한에 정중하게 전달하겠으나 조문단 파견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알렸다.
김정일은 1983년 10월 암살단을 미얀마로 보내 아웅산 묘소에 설치한 원격조종 폭탄을 터뜨려 17명의 장·차관급 엘리트를 죽였다(전두환 대통령은 늦게 출발, 살았다). 서울올림픽 유치로 김일성을 코너로 몬 전두환에 대한 악감정과 김일성 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 이는 심리를 지배하는 영혼의 문제일 것이다. 다음 달에는 문재인의 일그러진 영혼이 국가정책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구체적으로 탐색한다.⊙
01.15 北, 어제 열차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목표 명중”

▲북한은 지난 14일 철도기동 미사일연대가 검열사격훈련을 진행했다고 15일 밝히면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열차에서 쏘는 장면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4일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2발은 철로 위 열차에서 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5일 “평안북도 철도기동 미사일연대의 실전능력 판정을 위한 검열사격훈련이 14일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이 미사일이 열차에서 발사되는 모습을 공개했다. 작년 9월 15일에 이어 4개월 만에 두 번째로 열차를 활용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장면을 공개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철도기동 미사일연대는 14일 오전 총참모부로부터 불의에 화력임무를 접수하고, 신속히 지적된 발사지점으로 기동하여 2발의 전술유도탄으로 조선 동해상의 설정목표를 명중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동해상에 설정된 해상 표적인 ‘알섬’을 타격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전날 평북 의주에서 발사된 이 미사일이 함경도 길주군 무수단리 앞바다의 무인도인 ‘알섬’을 명중한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이번 훈련 성과를 “신속한 기동성과 명중성을 보장한 평안북도 철도기동 미사일연대의 전투동원태세가 높이 평가됐다”고 했다. 훈련 목적에 대해선 “전국적인 철도기동 미사일운용체계를 바로 세우고 우리 식의 철도기동 미사일전법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방도적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전했다.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은 터널에 숨어있다 기습발사가 가능하고 북 전역 철도망을 이용해 어느 지역에서든 발사가 가능하다.
북한은 전날 발사 때 군 지휘성원들과 국방과학원의 지도간부들이 훈련을 지도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관하지 않았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북한은 지난 5, 11일 극초음속 추정 미사일을 쐈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오후 2시 41분과 2시 52분경 북한 평안북도 의주 일대에서 동북쪽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김동하 기자
01.17 美 판결과 반대, ‘北에 줄 돈, 국군 포로 배상엔 못 쓴다’는 법원

▲국군포로 송환에 앞장서는 시민단체 등이 2021년 서울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위 앞에서 억류 중인 국군포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법원이 13일 북한에 억류됐다가 숨진 오토 웜비어의 유족에게 뉴욕주가 압류한 북한 자금 24만 달러(약 2억8000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 다음날 서울동부지법 판사는 북한과 김정은이 국군 포로 2명에게 줘야 할 손해배상금 4200만원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대신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사장인 경문협은 북한에 줄 저작권료 20억원을 갖고 있다. 북한과 김씨 일가의 반(反)인도적 불법 행위에 대한 배상금 판결이 한·미 법원에서 정반대로 나온 것이다.
2020년 7월 서울중앙지법은 ‘북한 당국이 국군 포로 2명에게 2100만원씩 손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북한에 대한 우리 법원의 재판권을 처음 인정한 이정표 같은 판결이었다. 헌법에 따라 북한을 ‘외국’이 아닌 ‘사실상 지방 정부와 유사한 정치 단체’로 본 것이다. 이를 근거로 국군 포로 측은 경문협에 보관 중인 ‘북한 돈’을 달라고 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었다.
동부지법 판사는 판결문에서 “북한 정부가 저작권료 책임을 (대신) 질 수 없다”고 했다. 경문협의 돈은 북한 정권 아닌 북한 주민 개인과 단체 돈이라는 취지다. 전 주민이 노예나 다름없는 북에서 개인이 무슨 저작권료를 챙기나. 북한 선전 도구의 영상·사진 사용료는 결국 김정은 정권과 노동당으로 들어간다는 현실을 무시한 판결이었다. 이 판사는 법원 내 진보 성향 모임 소속이라고 한다.
미국 법원은 2018년 북한이 웜비어 유족에게 5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하고, 배상금 충당을 위해 억류된 북한 화물선 강제 매각도 승인했다. 이 판결을 근거로 웜비어 유족이 찾아낸 미국 내 북한 자금만 2379만 달러(약 290억)에 이른다. 국군 포로들이 겪은 피해는 웜비어에게 비교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탈출한 국군 포로 80여 명 중 생존자는 이제 15명뿐이다. 시간도 없다. 그런데 우리 법원은 북한에 줄 돈이 있어도 국군 포로 배상금으로 써선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래도 되나.
조선일보 사설
01월 17일 “군대 안 간 인간들이 멸공 주장” 李 안보 인식 황당하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SNS에 올린 “멸공” 표현과,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등으로 안보 문제가 새삼 부각됐다. 이에 부응하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최근 안보 이벤트를 가졌다. 이 후보는 15일 강원 인제군에서 예비역 청년들을 만나 “군대 안 갔다 온 인간들이 멸공, 북진통일, 선제공격 등을 주장한다”고 했다. 16일에는 ‘우익 안보 포퓰리즘’을 비판하면서 “최근 남북 대결을 조장하는 발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곧 북한에 총 쏴달라고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킬체인을 동원한 대북 선제타격을 거론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발언 자체에 문제가 많다. 우선 ‘군대 안 갔다 온 인간들’이라는 표현부터 섬뜩한 편 가르기로 비친다. 말의 품격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부득이한 사유로 현역 복무를 하지 못한 국민에 대한 차별도 된다. 여성에 대해서는 모욕 수준이다. 그 내용도 거짓이다. ‘멸공’ 주장에 대한 공감 여부는 군 복무 여부와 상관이 없다. 군 복무를 강하게 했을수록 멸공 식의 대적관이 더 분명할 수도 있다. 이 후보 본인도 현역 복무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황당하다.
더 근원적으로 멸공 주장은 표현이 구시대적이고 거칠긴 하지만 틀린 것은 아니다. 공산주의 실험은 이미 지구 상에서 막을 내렸고, 지금 자칭 공산국가는 북한 등 극히 일부 나라일 뿐이다. 북한 김정은은 지금도 최악의 독재 체제와 핵·미사일로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협한다. “쟤들(북한)이 미사일 날리고 핵무기로 겁주는데 안전이 어디 있냐”며 “북한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이라는 정 부회장의 주장에 다수 국민이 공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후보의 이번 행보는 안보관에 대한 의문을 되레 증폭시켰다. 미사일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하다가 강원도에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평화 쇼를 반복할 태세다. 상황과 장소에 따라 수시로 말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위험한 안보 포퓰리즘이다.
문화일보 사설
01월 17일 北 게임체인저 무기와 ‘레이건 모델’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국제정치학
새해 벽두부터 북한이 2차례나 극초음속미사일 도발을 했다. 극초음속미사일은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고 저고도 변칙기동을 하므로 미국과 한국이 보유한 기존 미사일방어(MD) 체계로는 막을 수 없다. 이 미사일이 ‘게임체인저’라고 불리는 이유다. 미국이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보내고 단독 제재를 하자, 북한은 지난 14일 철로 위에서 2발, 17일 또 2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1년 전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새로운 전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한 계획을 착착 추진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긴커녕 대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할 뿐 대화에 나오란 말만 되풀이한다.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한 군(軍)은 북의 첫 번째 극초음속미사일 도발을 평가절하하더니, 마하 10의 두 번째 도발엔 입도 벙긋 않는다. 이런 상황에선 9·19 남북 군사합의서도 즉시 폐기 선언하고 한·미 대규모 연합군사훈련도 재개해야 하지만, 문 정부는 완전히 거꾸로 간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 2.0’을 추진하면서 1년 동안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에 허송세월하고 말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미국은 지난해에 이어 2번째로 미사일 부품 조달에 관여한 북한과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독자 제재에 나섰다. 추가 제재를 위해 안보리 개최를 정식 요청했지만 중국·러시아의 반대가 만만찮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투 트랙 전략’을 펴야 한다. 우선,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다. 그런데 북한이 협상에 나오지도 않고 핵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두 번째 트랙으로서 한국도 군비를 증강하고 미국의 핵우산을 더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 트랙에는 한국의 중거리미사일 개발과 미국의 신형 중거리미사일 한국 배치가 포함돼야 한다. 북핵 억지 체제 구축과 북핵 폐기를 위해서는 ‘레이건 모델’에 따라서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을 재반입하고 나토(NATO)식 핵공유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이런 두 번째 트랙으로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지 않는 한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억지 체계를 구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북핵 문제 해결도 어렵다.
헌법상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이고 북한은 불법정부다. 1991년 남북 유엔 동시 가입으로 한반도에는 사실상(de facto) 2개의 국가가 존재한다. 이를 인정한 바탕 위에서 새로운 대북정책과 북핵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새로운 대북정책은, 민족이란 안경을 쓰고 보는 ‘민족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실상 ‘국가 대 국가 패러다임’ 관점에서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민족 패러다임’은 사실상 2개 국가 존재라는 엄연한 현실을 외면하는 ‘사고 지체 현상’ 때문에 생긴다. 이런 현상은, 문 정부처럼 민족공조론에 입각한 대북 유화정책을 부채질하고 북한의 ‘우리민족끼리 선동’에 우리 사회가 휘둘리게 한다.
북한을 사실상 국가로 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북핵을 ‘민족의 핵’으로 보는 환상에 벗어나 더욱 강력한 대북 핵 억지 방안을 마련하게 할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를 더 강력히 제기하고 북한의 대남 전복전략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실전 배치는 우리에게 대북정책 발상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일보
01.18 정찰총국 탈북자 “댓글 조작으로 韓 선거 개입” 이번도 그럴 것

▲북한 정찰총국 출신 고위 탈북민 김국성씨가 본지 인터뷰에서 "북이 댓글 조작 등으로 남한 선거에 개입해 왔다"고 했다. /조선일보 DB
북한 대남 공작 기구인 정찰총국 대좌(대령급)였던 고위 탈북민이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은 남한에 선거 같은 주요 이슈가 있으면 사이버 부대를 동원해 댓글 조작 및 여론 조작을 해왔다”고 했다. 과거엔 간첩 침투와 지하당으로 한국 선거에 영향을 줬지만 인터넷 시대엔 ‘사이버 공작’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2002년 대선 전 효순·미선양 사건, 2008년 광우병 사태 등을 계기로 “여론 공작을 본격화했다”고 했다. 당시 인터넷에선 반미(反美) 선동과 괴담이 난무하며 국민 여론을 오도했다. 그는 북 기관에서 30년간 근무하다 2014년 망명했다. 3년 전까지 국정원 산하 기관에서 일했다. 영국 BBC는 작년 말 인터뷰 후 “그의 신원이 사실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2012년 대선 후보 분석 보고서를 직접 썼고 “정찰총국이 박근혜·안철수 후보 비방 댓글을 진행했다”고 했다. 지난 대선 댓글을 조작했던 ‘드루킹’의 원조는 북한이라고도 했다. 북이 운영 중인 해커 부대원만 수천 명이다. 중국에 나간 북 인터넷 인력은 수만 명일 것이다. 국내 조력자를 포섭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이 지령만 내리면 전방위 ‘댓글 조작’이 가능하다. 실제 선거 때면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이 순식간에 쌓이곤 한다. 내용·표현이 거의 같은 경우도 많다. 사실 북한 입장에서 인터넷이란 편리한 도구가 있고 막강한 인력이 있는 데다 꼬투리도 잡히지 않는데 한국 선거에 개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번 대선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그는 북한 공작원이 한국 곳곳에 “문어발처럼 뻗어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북한 지령과 공작금을 받고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시위를 벌인 일당이 구속됐다. 시민 활동가란 간판을 내걸고 총선·지방선거에도 출마했다. ‘사드 대책 회의’에는 이적 판결을 받은 뒤 이름만 바꾼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북한 혁명 열사릉에서 참배한 사람’이 민노총 간부라고 한다. 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1.18 北이 쏘고 또 쏴도… 靑은 맹탕 NSC, 文은 “상황안정에 만전”
대선 앞두고 잇단 도발… 정부는 항의조차 안해
北, 4년만에 평양서 미사일 발사… 속도 마하 5 안팎, 사거리 380㎞
전문가들 “北, 종전선언 이뤄지면 제재풀릴 거란 文의 구상에 반발
사실상 남북관계 종료 선언한 것”
한국 대선을 두 달 앞둔 새해 벽두부터 집중적으로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북한의 모습은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 격인 당중앙위 전원회의 발언을 통해 이렇다 할 대남·대미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것은 당분간 정세를 관망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무엇보다 중국 시진핑 정부가 중시하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주변 정세를 악화시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북한이 4차례에 걸쳐 발사한 미사일 6발의 사거리는 380~1000㎞로 모두 한국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한 번도 이를 도발로 규정하거나 규탄하지 않았다. 해외 순방 중에 허를 찔린 문재인 대통령은 “안정적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는 메시지를 냈다.
북한이 나흘에 한 번꼴로 무력시위를 하는 것은 2019년 여름을 연상시킨다. 평창올림픽발 평화 공세 기간 도발을 자제하던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로 미·북 관계가 급속 경색되자 그해 5~10월 13차례(25발)의 미사일 무력시위를 벌였고, 이 가운데 7차례(14발)가 여름 한 달(7월 25일~8월 24일)에 집중됐다. 2019년 도발의 기폭제가 하노이 노딜이었다면, 이번 연속 도발은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여온 종전선언 논의와 관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17일 “2019년 북한은 ‘하노이에 가면 제재가 해제된다’는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 어긋나자 대남 타격용 미사일 세례를 퍼부었다”며 “이번에도 북은 ‘종전선언이 되면 제재 해제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상황을 지켜보다가 미국이 되레 단독 제재로 나오니 발끈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작년 9월 중순부터 거의 매주 미사일을 쏘던 북한은 한·미 간의 종전선언 논의가 본격화한 10월 중순 이후로는 도발을 잠시 중단했다.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은 “하노이 노딜과 종전선언 논의를 지켜본 북한은 문재인 정부에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번 도발은 문재인 정부와는 더 이상 상종하지 않겠다는 남북 관계 종료 선언”이라고 했다.

북한이 이날 미사일 발사 지점으로 4년여 만에 순안비행장을 고른 데 대해서도 마찬가지 해석이 나왔다. 이곳은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할 때 처음 도착한 곳이다. 현 정부와의 화해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렀던 공간에서 도발을 함으로써 더 이상 문재인 정부에 기대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잇단 도발엔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도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고강도 제재와 국경 봉쇄 장기화로 내부 사정이 어려워지자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의 반대로 추가 제재가 어렵다고 보고 큰 부담 없이 도발 선택지를 골랐을 가능성이 있다. 유성옥 대안과진단연구원장은 “이번에도 군사적 긴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뒤 미국의 중간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바이든 정부에 대화를 시도해 보상을 얻어내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현재 북한이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 미사일들의 성능 개량에 주력하며 영변 등지에서 전면적 핵 활동에 나선 것도 향후 미·북 담판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이날 한국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만 했다. 앞선 NSC 회의에서도 ‘우려’(5일), ‘강한 유감’(11·14일) 수준의 표현만 나왔다. 미국·유럽 등 국제사회가 ‘도발’ ‘안보리 결의 위반’ ‘규탄’ 등의 메시지를 반드시 포함하는 것과는 온도 차가 컸다.
앞서 북한의 3차 미사일 발사 당일(14일) 중동 순방을 떠난 문 대통령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현지에서 4차 발사 보고를 받고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합참은 이날 북한의 도발에 대해 “(타격) 정밀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며 “추가 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 생명·안전의 마지막 보루인 군 당국도 북한의 무력시위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내거나 응징 의지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01월 18일 약속 팽개친 文 편지 돌려준 ‘北 피살 공무원’ 아들의 恨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당시 47세) 씨의 아들 이모(19) 군 등 유족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18일 청와대에 돌려줬다. 이 군은 청와대 등이 “자진 월북했다”고만 밝혔을 뿐 유족 측에 증거를 공개하지 않자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며 청와대에 편지를 보냈고, 문 대통령은 그해 10월 답장을 보내 ‘진실을 밝혀내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문 대통령의 편지 내용이 지켜지지 않자 이 군은 “북한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거짓말일뿐이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대통령 말을 믿고 기다렸던 유족에게는 북한군에 사살된 데 이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도 버림받았다는 2중의 한(恨)으로 남게 됐다. 유족 측은 그동안 청와대에 정부가 월북으로 확신하는 증거라도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오죽하면 1인 시위까지 했겠는가. 그런데도 국가 기밀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심지어 유족 측이 제기한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법원이 ‘통신감청 등 민감한 정보를 제외하고 공개하라’고 했는데도 청와대는 불복하고 항소했다. 청와대는 북한 통일전선부의 사과문과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주고받은 친서까지 공개하며 북한 대변인 노릇을 했지만 정작 국민의 요구는 외면했다. “이제 대통령에 기대하는 것이 없다. 어떤 약속을 하셨는지 다시 한 번 읽어보시고 제 분노를 기억하시길 바란다”는 이 군의 절규에 많은 국민이 공감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1.19 19살 학생 속였다가 불신임 당한 대한민국 대통령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 총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부인 A씨(왼쪽)와 형 이래진 씨(가운데),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사건 발생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실종 해수부 공무원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반환하기 위해 청와대 업무동으로 향하다 경찰에 저지되고 있다. /연합뉴스
재작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돼 불태워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아들이 1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받았던 무책임하고 비겁했던 약속의 편지는 더 이상 필요 없다”며 청와대에 반납했다. 고3인 이군은 “대통령께서 편지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약속했지만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거짓말일 뿐이었다”며 피살 당시 정보를 공개하라고 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19살 학생을 속였다가 불신임을 당한 것이다.
이군은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지만 대통령님의 약속을 믿고 기다렸다”면서 “결국 편지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에 불과했다”고 했다. 유족들은 문 대통령 편지와 정보 공개 1심 판결문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했지만 경찰이 막았다. 청와대에 전화를 해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눈물 흘리던 유족들이 편지를 길 위에 내려놓자 경찰이 이를 주워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이군은 재작년 문 대통령에게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편지를 썼다. 청와대는 이씨가 북 경비선에 발견됐다는 사실을 보고 받고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3시간 후 이씨는 사살됐다. 청와대는 다음 날에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자고 있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군에게 “직접 챙기겠다”고 편지로 약속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유족의 전화와 방문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정보 공개를 거부하다 법원의 일부 공개 판결이 나오자 항소까지 했다. 말과 행동이 정반대였다.
이군은 월북자 가족이라는 낙인에 육사 진학을 포기했다. 어린 딸은 아직 아빠의 죽음을 모른다. 1주기 때 제사도 못 지냈다. 이군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아빠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는 편지까지 썼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믿지 못하니 미국 대통령에게 호소한 것이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위급한 상황에 처한 공무원을 살리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죽음의 진실을 풀어주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이씨가 죽은 다음날 문 대통령은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했다. 이군의 절규에 대해선 아무 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과의 종전선언이라는 평화 쇼에만 관심을 보여왔다. 열아홉 학생이 ‘이게 나라냐’고 절규하지 않을 수 있나.
조선일보 사설
01.19 싸우면서 건설했다
1962년 시작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대성공이었다. 기간 중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8.3%를 기록하여 목표인 7.1%를 훌쩍 뛰어넘었다. 남북한의 경제력이 그때 뒤집혔다. 1967년 시작된 제2차 계획은 출발부터 순조로웠다. 1964년 베트남 파병에 이어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로 상당한 외자가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자신감을 얻은 정부는 경공업을 뛰어넘어 중공업까지 지향했고, 거기 맞춰 현대자동차(1967년 12월)와 포항제철(1968년 4월)이 설립되었다. 그 기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1.5%에 이르러 다섯 번의 개발계획 중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였다. 체제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초초했는지, 북한의 도발이 유난히 잦아졌다. 1968년 1월 북한 특수공작원들이 서울로 내려와 청와대 기습을 시도했고, 이틀 뒤에는 동해 공해상에서 미 해군 소속 정찰함 푸에블로 호를 나포했다. 11월에는 120명의 무장공비가 민중봉기를 꾀한다면서 울진·삼척 지역에 침투하여 많은 민간인들을 살상했다. 아홉 살 생일을 맞은 이승복 어린이와 그 가족들도 희생되었다. 이듬해 4월에는 동해에서 미 해군 정찰기(EC-121)가 격추되어 30여 명의 승무원들이 전원 사망하기도 했다.
그러자 남한 정부도 강하게 대응했다. 간첩신고와 반공사상 고취를 위해서 전국의 산악과 해안 지역에 ‘멸공소년단’과 ‘멸공부녀단’을 조직했다. 1961년 제정된 이래 사실상 사문화되었던 향토예비군설치법도 발동했다. 1968년 4월 창설된 향토예비군의 모토는 “싸우면서 건설한다”였다.
1968년과 1969년은 실로 싸우면서 건설하는 시기였다. 안팎의 온갖 시련과 도전 속에서도 경제성장률이 13.2%와 14.6%를 기록했다. 모레는 그 대장정의 계기가 된 날이다. 1968년 1월 21일 김신조를 포함한 31명의 무장 게릴라들이 청와대 코앞까지 다가와 소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졌다. 학생들까지 희생되었다.
조선일보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
01월 19일 발사 원점 헛짚고 거짓말한 軍, 3국 협의 왜곡한 외교부
한국의 현재 방어 체계로는 북한이 최근 잇달아 발사한 미사일들을 제대로 요격할 수 없다는 경고가 쏟아지는 와중에, 이번엔 발사 원점 탐지조차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발사 지점을 헛짚으면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시스템의 첫 단계인 킬체인이 원천적으로 무력화된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역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극초음속,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에이태큼스 미사일 등에 대한민국 국민과 주요 시설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이다. 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과 안보 당국은 딴 나라 얘기하듯 “유감”만 되뇐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4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2발의 탄도미사일이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라며 “의주 일대 열차에서 발사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방안보포럼이 발사지를 의주가 아닌 피현이라고 밝히고, 외신도 그렇게 보도하자 “의주가 피현보다 국민에게 잘 알려진 지명이라 의주 일대라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평북 의주군과 피현군은 다른 행정구역으로, 20㎞ 거리이다. 인터넷에도 다 나오는 정보다. 원점을 오판한 것도 문제인데,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기까지 했다.
합참은 지난 5일 발사된 북한 미사일 사거리가 450㎞라고 했으나 북한이 600㎞라고 발표하자 곧 정정했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데에 대해선 “극초음속이라 보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다가 11일 마하10 미사일을 다시 발사하자 “5일 발사된 것보다 진전된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쑥대밭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탐지도 요격도 사실상 불능(不能)인데, 합참은 “탐지와 요격이 가능하다”며 호도했다.
외교부는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긴급 협의 결과까지 왜곡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임을 명시한 미국과 일본 발표와 달리 “조속한 대화 재개”만 강조했다. 대통령은 북한에 굽실대고, 군과 외교부는 국민 앞에 대놓고 거짓을 늘어놓는다. 국방 농단, 외교 농단이 심각하다.
문화일보 사설
01월 19일 ‘공무원 北 피살’ 靑 정보 왜 공개 않나

김태훈 변호사 한변 명예회장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소각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아들 이모 군 등 유족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던 편지를 18일 청와대에 반납했다. 이 군은 “무책임하고 비겁했던 그 약속의 편지는 더는 필요가 없어 돌려드리겠다”며 이행되지 않은 대통령의 약속에 분노를 드러냈다.
해수부 공무원 이 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사건과 관련, 국가안보실장(청와대)과 해양경찰청장은 군 기밀을 제외한 정보를 유족에게 공개하라는 지난해 11월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정부는 이 씨가 자진 월북했고 북측이 총격을 가한 후 시신을 불태웠다면서도 이를 입증할 자료를 공개하라는 유족의 요구는 거부해, 유족은 지난해 1월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청와대가 국방부·해수부 등에서 받은 보고 내용과 각 부처 지시 내용, 이 씨의 동료 진술 조서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는데, 청와대가 이를 막고 있다.
사건 당시 고교 2년생이던 이 군은 문 대통령에게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당할 때 이 나라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편지를 썼다. ‘아빠는 왜 거기까지 갔으며, 거기서 발견되었다는 사람이 저의 아빠라는 사실도 인정할 수 없다. 국가는 그 시간에 아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왜 아빠를 구하지 못하셨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정부의 수반이며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뭘 했는지를 물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편지로 ‘진실을 밝혀내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그 후 청와대는 유족의 정보 공개 요청을 거부했고, 잇단 전화와 방문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수사는 1년4개월이 되도록 제자리다. 북한군 대화 녹음 감청 파일은 군사 기밀이라고 공개를 거부하더니 청와대 자료는 대통령 기록물이라 안 된다고 했다. 대놓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유족들의 고통은 말로 다하기 힘들다. ‘월북자 가족’ 낙인에 이 군은 육사 진학을 포기했다. 어린 여동생은 아빠가 죽은 줄도 모른다. 절박한 마음에 이 군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아빠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 달라’는 편지까지 썼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북한에 책임을 묻고 유족에게 정보를 제공하라고 했다. 정부는 이마저 무시했다.
유족들은 “청와대와 정부의 부실 대응이 드러날까 봐 이러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실제로 그랬다. 청와대는 이 씨가 북한 경비선에 발견됐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3시간 후 이 씨는 사살됐다. 청와대는 다음 날에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자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 놓고는 이 씨의 자진 월북 근거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 씨 주변 사람의 금융 계좌까지 조회한 의혹도 있다.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사살돼 시신이 소각됐는데 직무유기를 했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을 거론하며 “긴박한 사고의 순간에 대통령이 사고를 챙기지 않고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국민이 북한군에 사살·소각된 사건과 관련해서는 한사코 정보 공개를 막고 있다. 문 대통령은 더는 헌법과 법률 위반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마땅히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문화일보
01월 19일 北 도발 방관하는 文정부 위험한 행태

김숙 前 駐유엔 대사
새해 들어 4번에 걸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해 1월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 5대 과업의 일관된 이행이며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밝힌 방위력 강화의 핵심적 행동이다. 전원회의에서 대미, 대남 메시지는 발표되지 않은 채 단순히 전술적 방향을 지시했다고만 알려졌지만, 이는 ICBM이나 핵실험 같은 극단적 도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파국적 반응(중국·러시아도 포함)은 피하면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하고 탐지와 요격이 어려운 신형 미사일을 조속히 실전 배치하려고 의도된 기만적 회색 전술이다.
북한의 목표가 미국이 아닌 한국이라는 것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멈추는 시점은 실전 배치 목표 달성 후 남측을 마음 놓고 겁박할 태세가 갖춰졌다고 스스로 판단할 때일 것이다. 이것이 현실적 상황 판단이며, 철저한 유비무환이 상책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의도를 단정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며 판단하겠다는 위험한 대응으로 임한다.
필자가 2012년 말 유엔에서 2013∼2014년 안보리 이사국 수임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김정은은 집권 1년을 맞으며, 우리 대선 2주 전 시점에 장거리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이에 안보리는 한 달 뒤인 2013년 1월 22일 대북 제재 결의 제2087호를 채택했다.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대통령 취임 사흘을 앞둔 2월 22일 3차 핵실험을 했고, 안보리는 3월 7일 또 한차례의 제재 결의 제2094호를 채택했다. 북한은 한반도에 전쟁이 임박했다고 떠들며 전쟁이 나면 6·25 때와 같이 도와줄 것을 중국에 은밀히 요청했다.
당시 안보리 내에서 우리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던 중국은 북한에 대해, 지금은 1950년대가 아니며 국제사회의 규범을 파괴했으면 응당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9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모든 면에서 훨씬 나빠졌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지 오래고, 미·중 갈등은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뒷배로 작용하게 했다. 한국은 중국의 눈치나 보는 신세로, 북한엔 도발이라는 말도 못하게 됐다.
그런데 대통령은 NSC 회의 후 남북관계가 긴장되지 않고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각 부처에서 필요한 조치들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는 며칠 후 해외 순방에 올랐다. 그러나 국민의 불안은 부처의 조치가 부족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이 그 근원이며, 도발을 엄중히 규탄하고 확고한 대응 조치도 못하며 타깃을 엉뚱하게 잡은 정부의 태도가 불안한 것이다.
이제 정부의 입장 변화를 주문하는 것은 늦었고 차기 대통령에게 요구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군사적 수단은 부적절하고 외교적 수단만으로는 미흡하다. 실패 국가인 북한을 전 방향에서 압박하는 근본적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 김정은 통치 체제에 대해서는 제재와 봉쇄를, 억압 받는 주민들에 대해서는 자유 의식 고취를 위한 외부 정보 유입을, 중국에 대해서는 핵 없는 북한과 나아가 북한 없는 중국이 자국 이익에 더 보탬이 된다는 의식 변화를 유도하는 적극 외교를, 미국과는 통일 지향적 동맹 강화를, 우리 스스로는 패배 의식을 떨치고 군사적 자강과 국민적 자존 회복에 기반한 입체적 전략 수립이 그 답이다.
문화일보
01.20 北 미사일 놔두고 예멘 반군을 “강력 규탄”한 文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예멘 반군의 중동 선박 나포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앞서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을 같은 표현으로 비판했다. “중동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민간 선박을 나포하고 민간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규탄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문 대통령에게는 이 상식이 이상하게 뒤바뀌어 있다.
올 들어 북이 신형 미사일을 연속 발사하자 미·영 등 6국이 ‘규탄’ 성명을 냈다. “평화와 안보 위협”이라고 했다. 이 미사일은 모두 우리를 겨냥해 개발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북한 규탄에 불참했다. 한미 외교장관 통화에서도 “북한 규탄”이란 말은 미국만 했다. 2018년 남북 쇼 이후 문재인 정부가 북의 우리 국민 위협을 규탄하는 걸 본 기억이 없다. 문 대통령은 중동인 희생은 ‘강력 규탄’하면서도 북이 우리 국민을 사살·소각까지 한 만행에 대해선 규탄을 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다음 날 가수 공연을 관람했다. 김정은의 ‘미안’ 한마디에 반색하기까지 했다. 북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민주당 의원은 규탄은커녕 “대포로 하지 않은 게 어디냐”고 했다.
최근 북 미사일은 차원이 다른 위협이다. 음속 10배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요격이 불가능하다. 북은 열차에서 신형 미사일을 쏘기도 했다. 고도를 낮춰 사드 요격을 피하도록 개량한 미사일까지 발사했다. 전부 한미 방어망을 피해 우리를 공격하려는 무기들이다. 그래도 청와대는 “유감”만 반복하고 있다. 작년 9월 김여정이 금지했다고 입에서 ‘도발’이란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 평화와 안보의 최대 위협이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다. 한국 대통령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북 위협을 규탄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서울에서 8000km 떨어진 예멘 반군의 중동 위협은 “강력 규탄”하면서 우리 국민 눈앞의 북 위협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조선일보 사설
01월 20일 北 핵실험 재개 협박…文 ‘굴종적 평화 쇼’ 완전 파탄났다
북한이 새해 들어 네 차례 극초음속 미사일 등 대남 타격용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을 자행하더니, 급기야 미국을 겨냥해 핵실험 및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협박하고 나섰다.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조선노동당 정치국회의에서 ‘주동적으로 취했던 신뢰구축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키로 했다’고 북한 매체가 20일 전했다. ‘잠정 중지’란 2018년 4월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밝힌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을 지칭하고, ‘활동 재가동’은 핵실험 및 ICBM 도발 재개를 의미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 및 미·북 정상회담의 대전제가 된 선언이다. 2018년 3월 정의용 대북특사가 백악관을 방문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와 함께 모라토리엄 약속을 전달한 결과 김정은-도널드 트럼프 회담이 성사됐다. 모라토리엄은 비핵화 의지를 전제로 한 것이고, 판문점 선언과 미·북 싱가포르 공동성명도 이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세계의 안보 전문가들은 대부분 북한의 속임수라고 봤다. 실제로 북한은 단 하루도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과 고도화를 멈춘 적이 없다는 정황들도 수두룩하다. 이번 모라토리엄 파기 예고는 애초부터 비핵화 의지가 가짜였음을 드러내는 분명한 증표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비핵화 사기극에 속았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맞장구친 굴종으로 결말지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내 평화 쇼를 벌이며 국제사회에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고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비판 한마디 못한 채 종전선언에 매달렸다. 한미동맹엔 균열이 커졌다. 미국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공격”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김정은도 문 대통령을 상대하지 않고 미국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완전히 파탄난 셈이다.
문화일보 사설
01.21 北 결국 핵·ICBM 협박 본색, 文 가짜 평화 쇼의 종말
북한이 김정은 주재 정치국 회의에서 “(대미) 신뢰 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검토”라고 했다. “실제 행동으로 넘어가야 한다”고도 했다.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쇼를 앞두고 잠시 멈췄던 핵·ICBM 도발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폭파 쇼를 벌였던 풍계리 핵실험장은 입구만 무너진 상태이고, 동창리 ICBM 발사장은 건재하다. 당장 핵·ICBM 도발을 할 수 있다.
북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핵은 김정은 정권을 지탱하는 생명 줄과도 같다. 김정은은 핵을 갖고 있다가 진짜 죽을 수 있다고 인식할 때만 핵을 포기한다. 경제 지원을 받고 핵을 포기한다는 것은 만화나 동화 같은 얘기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에게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했다. 북이 이런 말로 국제사회를 속인 게 한두 번이 아닌데도 문 대통령은 이를 미국 트럼프에게 보증까지 섰다. 노벨 평화상을 노리는 트럼프의 허영심을 이용해 김정은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게 하고 김정은을 판문점에 불러 레이저 쇼도 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노린 것은 핵 보유 상태에서 대북 제재를 푸는 것뿐이고, 아무리 트럼프라도 이를 용인할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은 신기루와 같은 가짜 평화 쇼였을 뿐이다. 그 가짜들이 바닥부터 무너지게 됐다.
김정은은 작년 1월 북 헌법보다 상위인 당 규약을 바꿔 ‘강력한 국방력으로 조국 통일을 앞당긴다’는 내용을 넣었다. 무력에 기반한 통일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핵’을 36번이나 강조했다. 2019년 이후 핵 시설을 재가동하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신형 미사일도 수십 발 발사했다. 일찌감치 ‘비핵화는 사기였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런데도 문 정권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당시 김정은은 극초음속 미사일, 초대형 핵탄두, ICBM·SLBM 개량, 전술핵, 핵 추진 잠수함, 군 정찰위성 등을 공언했다. 극초음속체는 이미 만들었다. 그다음은 핵·ICBM일 수밖에 없다.
북은 늘 한·미 선거에 맞춰 핵·ICBM 도발을 해왔다. 3월이면 우리 대선이고 11월은 미국 중간선거가 있다. 올해는 김정은 집권 10년, 김정일 출생 80년, 김일성 출생 110년이기도 하다. 최근 북·중 간 열차 운행 재개를 보면 중국이 또 북 지원을 약속했을 것이다.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은 북한을 대미 카드의 하나로 만들려 할 것이다. 북의 핵·ICBM 협박은 말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문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에 “평화는 강하게 염원할 때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염원만 하는 사람에게 평화는 오지 않는다. 냉정한 현실 인식 속에서 만반의 대비를 하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 평화다.
조선일보 사설
01.21 북한, 핵과 ICBM 재개하면 파국 맞을 것

김정은, 핵실험· ICBM 모라토리엄 철회 시사
목에 칼 들어와도 침묵하는 한국 정부도 문제
북한이 시계를 2017년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극초음속 미사일 등으로 릴레이 도발을 하더니, 급기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재개까지 시사했다. 네 차례 미사일 발사로 대남 타격 역량을 충분히 과시했으니, 이젠 미국까지 겨냥한 시위를 하겠다는 얘기다. 5년 전 북한의 고강도 도발과 갓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초래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정국 문턱에 선 분위기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주동적으로 취했던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한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잠정 중지 재가동’은 2018년 6월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언급한 핵실험과 ICBM의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철회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내용을 알린 시점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직전, 유엔안보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하루 전이란 점에서 중국과 우크라이나 등에만 집중하는 바이든 행정부를 겨눈 예의 ‘벼랑 끝 전술’임은 분명하다. 김정일 생일(80회, 2월 16일)과 김일성 생일(110회, 4월 15일)이나 3월 또는 4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맞춰 괌이나 알래스카까지 닿는 극초음속 미사일 실거리 사격, 고체형 ICBM, 군사위성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할 수도 있다.
북한의 도발은 늘 데자뷔를 부른다. 2017년은 물론이고, 2012년엔 대선 2주 전 ICBM을 발사하고 대통령 취임 사흘 전 3차 핵실험을 했다. 무대는 식상하지만, 현실은 점차 뚜렷해진다. 북한이 불가역적인 핵보유국을 종착지로 한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1월 8차 당 대회에서 소형 경량화된 전술핵무기 개발과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사거리 확보 등 전략무기 개발 방향과 극초음속 미사일, 수중 및 지상 발사 고체형 ICBM 등 5대 과제를 제시했다. 최근 보여준 수준은 목적지가 멀지 않음을 보여준다. 인민의 굶주림을 딛고 무력 대국으로 성공한 사례는 없다. 지금이라도 북한은 핵을 업고 도발과 겁박으로 쌀과 고기를 얻겠다는 오판을 철회해야 한다. 자칫 북한 정권 자체가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정부다.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종전선언’만 되뇌고, 동맹 미국과는 전혀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이제라도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대전환을 해야 하고, 여당도 “전쟁하자는 얘기냐”는 식의 거친 담론으로 현실을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어제 아침 라디오에 나와 대통령의 중동 3개국 순방 성과만 나열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ICBM 얘긴 아예 하지 않았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중앙일보 사설
01-21 北 핵·ICBM 재개 시사… 껍데기만 남은 文 평화 프로세스
북한이 어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조치(모라토리엄)를 재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 매체는 “당 정치국회의에서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 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할 것을 해당 부문에 포치(지시)했다”고 보도했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언했던 핵실험과 ICBM 발사 중지라는 북-미 간 레드라인을 깰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딱 맞춘 북한의 행보는 당장은 오늘 새벽으로 예정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논의를 겨냥한 듯 보인다. 북한이 새해 들어 극초음속미사일 연쇄 발사와 같은 도발을 이어가자 미국은 독자적 대북제재와 함께 유엔 차원의 제재까지 추진해 왔다. 나아가 바이든 정부의 대응에 따라 2017년 북-미 간 극한대결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협박이 아닐 수 없다.
핵실험과 ICBM 시험 중단은 한반도 정세를 대결이 아닌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킨, 지금의 어정쩡한 장기 교착 국면을 지탱해온 핵심 고리였다. 북한이 이를 깨버린다면 한반도 안보 상황은 5년 전 극도의 긴장상태에서 북-미가 “불바다” “화염과 분노”와 같은 험악한 말폭탄을 날리던 시절로 돌아가고 만다.
북한이 그런 모험주의적 도발을 당장 실행에 옮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일단 서서히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제재완화 등 양보를 이끌어낼 심산일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적 패권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도발 대응도 벅찬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틈탄 김정은의 도발적 행보는 미국의 강경 대응을 부르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최근 북-중 교역을 재개하며 북한을 관리해온 중국도 내달 4일 베이징(北京) 겨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분탕질을 치는 북한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현 상황에서 분명한 건 문재인 정권이 임기 내내 공을 들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은 물거품이 될 운명에 처했다는 점이다. 현 정권은 여전히 임기 내 종전선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젠 허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할 때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북한 문제에 접근하는 것 외엔 길이 없다.
동아일보 사설
01월 21일 北 핵 협박에 李“대화” 尹“특단 조치”…대선 선택의 기준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다. 남·북·미 정상회담 등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프로세스가 파탄으로 끝나간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 후보들의 안보관이 더욱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마침 북한 김정은이 직접 핵실험 재개를 협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추가 제재는 중국·러시아의 연기 요청으로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문 정부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미국 등 자유 진영 국가들은 물론 북한조차 주요 후보들 입장을 주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일 “남북 공동 이익에 도움되지 않는다”면서도 “대화에 나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실패한 문 정권의 대화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문 정권 외교·안보 정책의 주축 인사들이 이 후보 쪽으로 옮겨간 것을 감안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북한의 어떤 위협과 도발에도 굴하지 않겠다”면서 “핵·미사일 위협을 무력화하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다수가 공감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공식 회견이 아니라 SNS에 올린 메시지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핵·미사일이 밥 먹여주냐”고 북 정권의 각성을 성토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최근 문 정부 유화 정책을 비판했지만 이번엔 특별한 메시지가 없었다.
대선 47일을 앞두고 각 당 후보들은 여전히 탈모·반려동물 등 표가 되는 ‘작은’ 공약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 정책들은 차별화도 어렵지만, ‘난형난제 포퓰리즘’이 너무 심각해 선심 공약은 제쳐놓고 판단해야 할 지경이 됐다. 따라서 후보들의 안보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수호 의지, 개인적 품성과 주변 세력 등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3월 9일 대선 때까지 계속 위기를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 후보들은 당선되면 어떻게 대응할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국민은 그것을 보고 누구를 찍을지 선택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1월 21일 파탄 났는데도 ‘평화 타령’ 文의 미몽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굴종적 평화 쇼가 4년 만에 막을 내렸다. 북한이 2018년 4월 선언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조치를 재검토하겠다고 20일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 전후로 시작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파탄이 났다. 북한의 모라토리엄 종료 선언 함의는 다음과 같다.
우선, 연초 2주 새 4차례의 미사일 발사 이후 모라토리엄 종료 선언은 북한의 군사도발 위협이 레드라인을 넘어섰음을 말해준다. 우리 군의 북한 미사일 평가절하는 불과 하루 만에 평양 군부에 의해 되치기당했다. 북한군의 재래식 전력이 남측보다 열세이며 경제력이 54분의 1이라서 전쟁 상대가 안 된다는 궤변은 말아야 한다. 지난해 1월 김정은이 선언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은 사면초가인 경제 분야와 달리 비약적인 성과를 달성했다. 김정은이 지난 11일 시험발사 현장에서 ‘대성공’이라고 선언한 △극초음속미사일을 비롯해 △대륙간탄도미사일 △다탄두 개별유도 기술 △핵잠수함 및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군 정찰위성 등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북한군이 게임체인저라고 자랑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의 성공으로 한·미 요격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다음은, 미국과의 대결 국면 조성으로 인민들의 불만을 외부로 전가하는 전술이다. 도발의 상시화로 대결 구도를 형성한다. 하지만 북한의 노림수는 워싱턴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 때 ‘북한’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워싱턴은 오미크론의 확산에다 경기회복 등 국내문제에 집중하느라 북한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다. 향후 북한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코너에 몰린 바이든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ICBM 발사와 7차 핵실험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다.
끝으로, 북한의 모라토리엄 종료는 문 정부의 대북정책에 종언(終焉)을 고했다.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평양과의 평화 논의는 출발부터 잘못됐다. 워싱턴과 평양의 동상이몽을 ‘운전자론’을 내세워 억지로 꿰맞추려는 평화 프로세스는 가면극에 불과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 도보다리를 걷고 평양 군중 앞에서 연설한 뒤 부부 동반으로 백두산에 오르는 연출은 화려한 볼거리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3차례 회담 역시 호기심을 자극한 길거리 야바위꾼들의 놀이에 불과했다.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 우리 공무원이 사살돼도 묵묵부답인 4년간의 평화 쇼는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야 한다.
임기 마지막까지 허망한 종전선언을 흔들며 외교력을 낭비했지만 돌아온 건 북한의 혹독한 대남 비판뿐이다. 문 대통령은 순방 중인 이집트에서 “2018년 9·19 군사합의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다”며 “평화는 우리가 강하게 염원할 때 이뤄진다”고 했다. 약자가 평화를 노래하면 오히려 전쟁을 불러온다는 건 동서고금의 진리다. 비핵화 논의보다는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한 방어체계를 재구축해야 한다. 2분이면 서울 한복판에 떨어지는 미사일이 공격 조짐을 보이면 선제타격은 불가피하다. 미사일에 대응하는 3축 방어체계 강화를 전쟁광으로 매도해선 안 된다. 지도자는 전쟁을 막는 데 소명이 있지만, 적의 칼끝이 눈앞에 왔는데도 평화만 노래하면 직무유기다.
문화일보
01-24 “멸공 외치다 6·25 남침 당했다”는 송영길의 저급한 역사인식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향해 “이승만 대통령이 준비도 없이 북진통일 멸공통일을 외치다 6·25 남침의 핑곗거리만 제공했던 역사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맞서 윤 후보가 제기한 ‘선제타격론’을 비판하며 터무니없는 ‘북침설’이나 ‘남침 유도설’이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던 얘기를 꺼낸 것이다.
송 대표 발언은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대한 야당의 단호한 대응 주문에 또다시 ‘전쟁이냐, 평화냐’ ‘전쟁을 하자는 거냐’는 상투적 반박의 연장선이지만 과연 여당 대표가 할 말인지 의심스럽다. 6·25는 김일성이 중국 소련의 승인 아래 벌인 남침 전쟁이다. 그런 기습공격에 대비하지 못한 한국 위정자의 탓도 없진 않지만, 한국이 마치 6·25의 원인 제공이라도 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송 대표의 어처구니없는 대북 발언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는 재작년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두고 “포(砲)로 안 한 게 어디냐”고 말했고, 지난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엔 “장거리미사일(발사)과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다. 북한의 무도한 도발 행위에도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며 개성공단 복원 같은 보상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이러니 북한은 더욱 기고만장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잇단 단거리 도발도 모자라 핵과 장거리미사일 시험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런 협박으로 대선을 앞둔 한국 사회의 남남 갈등을 부추기겠다는 계산이다. 최근엔 선전매체를 내세워 야당 후보를 조롱하는 등 노골적 선거 개입도 시작했다. 그런 뻔한 수작이 통하지 않음은 역대 선거 결과에서 드러났고 이번 선거에서도 재확인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평화 만능론과 안보 정쟁화로 북한에 놀아나고 있다.
동아일보 사설
01월 24일 멸공이 6·25 남침 빌미’ 與 망언과 尹 사퇴 요구한 北
6·25전쟁은 적화통일을 노린 김일성이 소련·중국의 승인과 지원을 받아 남침함으로써 일어났다. 이는 수많은 사료로 뒷받침되는 확고한 사실이다. 김일성은 또 남침과 동시에 남로당이 봉기함으로써 일거에 남한 전역을 점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이승만 대통령이 북진·멸공 통일을 외치다 남침의 핑곗거리만 제공했다”며 야당 후보의 ‘멸·콩’ 이벤트를 겨냥했다. 북한과 수정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남침 유도설이다. 대표적 수정주의 학자인 브루스 커밍스조차 “남침 유도설을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송 대표 주장대로라면, 6·25 전범은 김일성이 아니라 이승만 대통령이 돼야 할 판이다. 집권 정당의 최고 책임자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망언이다. 사실관계도 엉터리다. 이 대통령은 북한과 소련의 방해로 부득이 38선 남측 지역에서만 선거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 국내외 정세를 이해하고, 유엔이 인정한 유일 합법정부를 수립하는 데 앞장섰다. 북진 통일은, 대한민국이 유엔군의 도움으로 6·25 남침을 자행한 김일성 세력을 패퇴시키면서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위해 외친 구호다. 그런데 멸공 구호가 6·25 비극을 불러들인 것처럼 국민을 속이려 든다.
북한 선전매체인 ‘통일의 메아리’는 22일 남한 언론을 인용하는 형태로 ‘대북 선제타격론을 주장하는 윤석열은 후보를 사퇴하는 것이 제 살길을 찾는 일’이라는 주장을 폈다. 여당과 북한이 야당 후보 공격에 같은 목소리를 낸 셈이다.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송 대표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여권 내 586 실세들의 친북 행태가 심상치 않다.
문화일보 사설
01.25 김정은에겐 시간표가 있다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네 차례 연속으로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리더니 급기야는 핵실험·대륙간탄도탄(ICBM) 재개 카드를 꺼내들었다. 2019년 2월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의 정중동(靜中動)에 종지부를 찍고 본격 공세로 전환할 것이란 예고로 들린다. 북한의 페이스에 따라 한반도 긴장 수위가 출렁거리는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북 문제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의 태도에는 놀라울 정도의 일관성이 있다. 이번에도 예외없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거나 “협상 재개에 대비해 몸값을 높이려는 협상 전략”이란 분석이 고위 당국자나 여권 지도부의 입을 빌려 나왔다. 친정권 성향의 전문가들의 분석도 대동소이하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니 종전선언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는 부화뇌동식 발언도 고위 관료의 입에서 공공연히 나온다.
이런 분석은 북핵 문제의 역사만큼이나 뿌리가 깊다. 정부 관료나 북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의 도발은 “대화를 하자”는 북한 특유의 화법이다. 실제로 지난 20∼30년간 북한의 행동 패턴을 보면 그런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평창·싱가포르의 전주곡이었던 2017년의 강경 대치 국면도 그랬고, 2006년 1차 핵실험을 강행하고는 곧바로 대화로 돌아서 9·19 공동성명에 이르렀던 경험도 마찬가지였다. 도발 강행→벼랑 끝 전술→대화 국면 전환→협상(겸 시간벌기)→합의 파기→도발 재개의 사이클은 경험을 통해 터득한 북한의 행동 패턴이다. 어느 특정한 시점만 놓고 북한의 속셈을 읽거나 단기적인 행동 예측을 하는 데 있어서는 유용한 분석법일 수도 있다.
그러나 더 긴 시간틀을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장 치명적인 사실은, 이런 사이클을 몇 차례 돌리는 사이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됐다는 점이다. 북한은 공세 국면이든, 대화 국면이든 단 한 번도 핵보유국이란 목표를 포기한 적이 없다. 협상장에서 합의문에 서명하는 순간에도 북한 어딘가의 비밀 시설에서는 핵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북한의 행동이 우리에게는 막가파식 벼랑 끝 전술로 보이지만, 북한은 자신들의 중장기 전략이 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시간표가 없다면 김정은 집권 10년 동안 네 차례의 핵실험과 120여 차례 미사일 발사는 설명할 길이 없다. 화려했던 2018년의 대화 국면도 북한의 편에서 해석하자면 2017년 핵 무력 완성이란 전략적 고지에 성공적으로 올라선 뒤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평화공세로 돌아선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의 중장기 전략을 읽지 못하면 대북 협상에서 판판이 당하기 마련이다. 지난 30년간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안이했는지 증거를 대는 건 어렵지 않다. 한국의 역대 지도자의 발언은 “북한은 핵을 만들 능력도, 의지도 없다”에서 “북한 핵 개발은 자위용”으로, 다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는 식으로 바뀌어갔다. 과연 북한의 목표와 의지가 그때그때 바뀌었고, 비핵화 의지란 게 갑자기 생겼다가, 사라졌다가 한 것일까. 2017년 ICBM용 엔진시험에 성공한 뒤 김정은이 최고 존엄의 체통을 내려놓고 군복 차림의 기술자를 등에 업고 덩실덩실 춤추는 장면이 공개된 적이 있다. 그 사진 속 김정은의 표정이 숨길 수 없는 일관된 진심일 것이다.
이제 북한에 남은 것은 핵보유를 암묵적으로 인정받아 동북아의 이스라엘 혹은 동북아의 파키스탄이 되는 것이다. 지난 19일의 노동당 정치국 결정은 이 목표를 향한 최후의 공세를 시작해 보겠다는 전략적 결의일 수 있다. 여전히 유동적이긴 하지만 엄포용이라고 단정해서는 일을 그르치게 된다.
이제 북한은 더 이상 벼랑 끝에 설 필요가 없어졌다. 절대적으로 형세가 불리하던 옛날의 북한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이 뭘 하든 “식량 사정이 급해서 하는 소리” “때가 되면 다시 대화로 돌아오게 돼 있다”는 식의 안이한 인식만큼은 버려야 한다.
중앙일보 예영준 기자
01.26 “핵은 뻥” “계몽 군주” 어떻게 됐나
文 정권, 김정은에 대해 “생명 존중” “자유민주” 칭송
망상 빠지면 헛것이 보여… 위험해지는 건 국민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로 ‘블러핑’ 치고 있지만”이라고 했다. 북핵과 미사일이 협상용 ‘뻥 카드’라는 것이다. 그런데 석 달 뒤 북은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 장착용 수소탄 시험 완전 성공”이라고 발표했다. 그해 말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쏘고는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뻥’이 아니라고 북이 곧바로 패를 깐 것이다.
그런데 2018년 평창 올림픽 이후 기이한 일들이 벌어졌다. 김정은을 만나고 온 문재인 정부 특사단은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고 했다. 미국에 보증까지 서면서 미·북 쇼, 남북 쇼를 연출했다. 쇼와 함께 ‘김정은 칭송’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부터 “솔직 담백” “예의 바른 모습”이라고 했다. 대통령 참모들은 ‘김여정 팬클럽 회장’을 자처하며 “핵을 포기하면서까지 경제 발전을 추진하는 (김정은의) 결단” “친근하고 열렸다”고 했다. “큰 기업의 2·3세 경영자 중 김정은만 한 사람이 있느냐”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2017년 북한 경제 성장률이 -3.5%였다. 기업을 이렇게 경영했다면 지금쯤 망했을 것이다.
전북 선관위는 공식 블로그에 “북한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글을 올렸다. 그 근거로 “국회의원 역할을 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은 모두 주민들이 직접 뽑는다” “놀랍게도 3개씩이나 되는 정당이 합법적 승인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북에서 선거는 ‘100% 투표, 100% 찬성’이 나오는 이벤트일 뿐이고, 노동당 외 정당은 간판만 걸어두고 있다. 이를 뻔히 알면서도 북을 다당제 국가처럼 설명해 놓은 것이다. 문 정부 국방장관 출신은 “김정은이 자유민주 사상에 접근한 상태”라고도 했다. 고모부를 고사총으로 박살내고 외국 공항에서 이복형을 최악의 화학무기로 암살한 걸 알면서도 ‘자유민주 사상’이란 말이 나오나. 그 무렵 서울 복판에선 김정은이 ‘위인’이라는 세력도 활개쳤다. 초현실적 풍경이었다.
정점은 서해 공무원 사살·소각 사건이 찍었다. 북한 만행 2주일 전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친서를 보내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의 생명 존중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생명 존중’이란 말에 김정은부터 놀랐을 것이다. 우리 국민이 잔혹하게 살해됐는데도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미안’ 한마디에 반색했다. 친서를 주고받은 채널이 있는데도 실종 공무원을 구해달라고 연락하지 않았다. 국민 살해 다음날 헤드셋을 쓰고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미안’ 소식이 들리자 유시민 전 장관은 “계몽 군주 같다”고까지 했다. 유럽 계몽 군주는 고문 금지 등 사회 개혁과 정치·경제 근대화를 추진했다. 김정은이 한 가지라도 한 게 있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초 김정일에 대해 “판단력과 식견을 갖추고”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평양 만수대의사당 방명록에 “인민의 행복이 나오는 인민 주권의 전당”이라고 썼다. 문 대통령은 2018년 판문점 회담 직후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이제 세상에서 둘도 없는 좋은 길동무가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김정은은 올 들어 한국 방공망을 뚫는 신형 미사일을 연속 발사하더니 2018년 미·북 쇼를 앞두고 잠시 멈췄던 핵·ICBM 도발 재개까지 협박했다. 가진 것이라곤 핵과 미사일뿐인데 ‘뻥’일 수가 없다. 그럼에도 문 정부는 ‘종전 선언’을 외치고, 여당은 ‘전쟁할 거냐’며 국민 불안을 자극한다. 망상에 빠지면 헛것이 보이고 들리게 된다. 치료가 어렵다. 위험해지는 건 국민이다.
조선일보 안용현 논설위원
01.26 5대 전략무기 향해 질주하는 北… “문제없다”만 되풀이하는 정부와 군
북한은 지난 2012년 12월 은하 3호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하고 9일 뒤 평양 목란관에서 로켓 발사 성공에 기여한 과학자, 기술자 등을 불러 모란봉악단 공연 등 축하 행사를 열었다. 공연장 오른쪽 끝에 은하 3호 모형이 세워져 있었는데 왼쪽 끝에는 이보다 1.3배쯤 큰 대형 로켓 모형이 서 있었다. ‘은하 9호’라는 명칭이 붙어 있었다.

그 뒤 북한 매체에서 은하 9호를 언급한 사례가 잇따랐다. 노동신문은 이듬해 1월 “김정은 동지가 가리킨 대로 은하 9호까지 단숨에 나가라고 고무하시는 장군님(김정은)의 다정하신 음성도 귓전에 들려왔다”고 보도했다. 그 뒤 2016년 2월 북한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광명성 4호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장거리 로켓은 은하 9호가 아니라 은하 3호와 같은 것이었다. 그 뒤에도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은하 9호는 열병식에 등장하거나 발사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은하 9호는 보여주기식 모형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사실 북한이 은하 3호보다 크고 강력한 장거리 로켓을 개발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광명성 4호는 최대 무게 200㎏ 정도에 불과해 위성으로서의 기능에 한계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가장 아쉬워하는 분야 중의 하나인 정찰위성은 보통 무게가 1t 이상이다. 로켓이 무게 1t 이상의 화물을 수백㎞ 상공 저궤도에 올릴 수 있어야 정찰위성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8차 당대회 보고를 통해 ‘천기누설’ 수준의 각종 전략 신무기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이다. 여기엔 극초음속 미사일, 고체연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여러 개의 핵탄두를 서로 다른 목표물로 유도하는 다탄두(多彈頭) 개별유도기술(MIRV), 핵 추진 잠수함 및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군사정찰위성, 무인정찰기 등이 포함됐다. 당시 김정은은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 단계에 있으며 각종 전자무기들, 무인 타격장비들과 정찰탐지 수단들, 군사 정찰위성 설계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때 김정은이 언급한 것 중 극초음속 미사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은 지난해 실제 시험발사가 이뤄졌다.
정찰위성의 경우 북한이 이를 궤도에 쏘아 올리려면 동창리 발사장에서 은하 9호급(級), 즉 은하 3호보다 강력한 신형 장거리 로켓을 사용해야 한다. 그동안 북한이 공개한 모형은 상당수가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은하 9호급 신형 장거리 로켓 등장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북한 무기 전시회에서 첫 공개된 극초음속 미사일, 소형(미니) SLBM 모형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실제로 시험발사됐다. 북한이 김정일 생일 80주년(2월 16일)이나 김일성 생일 110주년(4월 15일)에 맞춰 신형 장거리 로켓으로 정찰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한다면 군사·과학적 효과와 북한 주민 내부 결속 등 정치적 효과까지 일석삼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장거리 로켓이 ICBM으로도 전환될 수 있는 효과를 거두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국정원도 국회 정보위 보고를 통해 동창리 발사장에서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한 ICBM(장거리로켓) 발사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올해로 예정된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도 김정은의 강한 대남 경쟁의식을 자극할 수 있다.
북한은 김정은이 천기누설했던 5대 전략무기를 비롯, 자신들이 세운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모양새다. 극초음속 무기 등 상당수 무기들은 개발 속도가 너무 빨라 국내외 전문가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러면 미 본토를 실제 타격할 가능성이 희박한 북한이 이런 전략무기들을 개발하는 이유는 뭘까? 북한은 유사시 미 본토와 괌, 하와이, 주일미군기지 등으로부터 오는 증원(增援) 전력을 가장 두려워한다. 화성-15형 등 핵탄두 ICBM으로 미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과시해 증원 병력과 장비를 한반도로 보내기 어렵게 만들려는 것이다. 괌이나 주일미군기지를 사정권에 두고 있는 화성-12형 및 북극성-2형 중거리 미사일, 장거리 순항 미사일, 사거리 1000㎞ 이상의 극초음속 미사일, SLBM 등을 개발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와 함께 변칙 기동을 하는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600㎜ 초대형 방사포 등을 섞어쏘기 한다면 한·미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하면서 주한미군 평택·오산기지, 계룡대 등 지휘시설, 주요 공군기지 등을 초토화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KN-23 등 신형 미사일은 전술핵탄두 장착 능력도 갖췄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이제 유사시 핵사용 위협으로 한·미 양국 군의 반격을 견제하면서 필요할 경우 핵탄두로 한·미 양국 군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이는 중국이 대함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순항미사일 등으로 아·태 지역에서 미 항모 전단 등의 활동을 견제하는 A2AD(반접근지역거부) 전략과 유사하다. 북한의 각종 신무기 개발이 ‘북한판 A2AD전략’이라 불리는 이유다. 핵보유국 인정도 북한이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는 목표다.
이처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발등의 불’이 됐고 날로 고도화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대응에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들도 각종 안보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병사 월급 인상 등 포퓰리즘에 더 빠져있는 듯하다. 북한은 그동안 전략적 판단에 따라 속도 조절을 해왔을 뿐 5대 전략무기를 비롯, 기본 목표를 포기하거나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 차기 정부, 군 통수권자는 무엇보다 북한의 속셈을 꿰뚫어보고 현 상황에 대한 절박감과 위기의식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01월 26일 “北비핵화의 길?…‘어떻게 하면 500살까지 사나’와 비슷한 질문”
■ 파워인터뷰 -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
北지도층에 비핵화는 자살… 쇄국·주민감시·核이 생존 조건
2016년후 핵개발, 자위용이라기보단 침략·공세용으로 보여
종전선언은 수많은 北도발 방지 못한 또 하나의 상징적 선언
文의‘대북 운전자론’은 착각… 한반도미래 결정권은 美·中에
인터뷰 = 김석 정치부 부장
“종전선언은 그동안 북한의 수많은 도발을 방지하지 못한 또 하나의 상징적 선언에 지나지 않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59)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 중인 종전선언에 대해 “지난 30∼40년간 남북관계 역사를 보면 종전선언과 유사한 많은 상징적인 선언이 있었다”며 “이들 선언은 북핵 개발,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과 같은 수많은 도발을 방지할 능력이 조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조치(모라토리엄) 중단선언과 관련해 “조만간 모라토리엄을 위반할 것”이라며 “다만 현 단계에서 조건이 무르익지 않았고, 중국도 현 단계에서 지나친 도발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곧바로 핵·ICBM 도발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란코프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온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북한을 움직이는 엘리트 계층 입장에서 보면 비핵화는 자살과 다름없다”면서 “2016년 이후 북한 핵 개발은 자위적이라기보다 침략·공세를 위한 것”이라며 대남 위협이나 남침 목적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란코프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19일 국민대 북악관 연구실에서 가진 직접 인터뷰와 이후 서면과 전화를 통한 추가 질의응답 등을 통해 이뤄졌다.
―북한이 지난 20일 핵·ICBM 모라토리엄 중단을 선언했는데.
“북한은 조만간 핵실험과 ICBM 발사 모라토리엄을 어길 것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북한은 모라토리엄을 지킬 이유도 있다. 물론 북한은 조만간 미국을 겨냥하는 협박을 다시 시작할 것이 확실하지만, 아직 조건이 무르익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9월 종전선언을 제안한 뒤 임기 말까지 종전선언에 힘을 쓰고 있다. 종전선언을 어떻게 평가하나.
“종전선언은 그리 나쁜 것이 아니지만, 지나치게 과장되게 가치를 부여하면 안 된다. 종전선언은 국제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에 또 하나의 상징적인 행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30∼40년간 남북관계의 역사를 보면 우리는 종전선언과 유사한 수많은 상징적인 선언을 많이 보지 않았나? 1991년 남북불가침선언부터 6·15 남북공동선언, 10·4 남북공동선언 등이 그 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이들 선언은 북한의 핵 개발도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폭침과 같은 수많은 도발을 방지할 능력이 조금도 없었다. 그런데 종전선언은 이들 선언과 다르다고 생각할 이유가 있을까?”
―북한은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로 종전선언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서도 회담 대신 도발에 나서고 있다. 일면 모순적 태도로 보이는데.
“한국에서 대선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는데, 북한은 곧 퇴임할 문재인 정권과 회담할 이유가 있을까? 선거에서 보수파가 승리한다면 종전선언 이야기는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이다. 진보파가 승리한다면 이재명 대통령과 종전선언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곧 퇴임할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아닐까? 김 부부장은 지난해 9월 말에 종전선언에 관심이 있다는 담화를 발표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그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금 북한은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문재인 정권과 회담을 할 의사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물론 북한은 보수파의 승리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의 선거 승리를 도와주기 위해서 이런저런 남북회담이나 행사에 갑자기 참가할 수도 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갑작스러운 남북 이벤트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지난 주말(22∼23일) 한국 당국자의 비공식 인터뷰를 보면 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 대북정책과 관련해 ‘운전자론’을 펼쳤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한국 사람들은 듣기 싫어할 수 있는 말인데, 문재인 정부가 ‘한국이 운전석에 있다’는 이야기는 착각이었다. 대북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어느 정도 중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국은 당연히 운전석이 아니다. 한반도 미래를 결정할 정책은 서울보다 워싱턴과 베이징(北京)에서 나온다. 나는 진보파가 주장하는 포용정책을 지지하지만, 논리는 그들과 다르다. 그들은 ‘포용정책으로 북한에 변화를 줘서 핵무기가 필요 없다는 인식을 심어 비핵화를 한다’고 말하지만 당연히 그렇게 되지 못한다. 대북 포용정책의 기본 목적은 2가지다. 하나는 북한 사람들과 하급 엘리트에게 영향을 미쳐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고급 엘리트 계층에도 도발하지 않으면 보상을 받을 의식을 갖게 해 행동을 조심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결정권은 서울이 아니라 워싱턴과 베이징이 가지고 있다. 북한도 어느 정도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결국 미국이 상수라는 이야기인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나.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볼 때, 민주국가의 정책 결정 논리와 과정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민주국가에서 정치인들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다음 선거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있고, ‘장기적인 전망을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압박을 별로 받지 않는다. 이것은 정치인의 개인 특징 문제가 아니라, 4∼5년마다 여야가 바뀔 수 있는 체제의 구조적인 문제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략적인 인내를 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 북핵 관리를 위해서 북한에 양보한다면 미국 언론이나 여론은 ‘미국이 작고 이상한 독재국가에 항복한 것’이라고 비판할 것이다. 대외정책보다 국내정책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 정치 체제에서, 양보로 북핵 관리를 이끌 타협을 시도하는 행정부는 국내에서 심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지 않은, 통상적인 미국 대통령은 국내정치에서 심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는 북핵 문제에 개입하는 대신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가능한 한 미뤄두는 것은 합리적인 정책이다.”
“바이든 행정부, 북핵 개입 대신 문제 안 생기도록 미루는 정책 펼 것”
美‘전략적 인내’로 갈 가능성
섣불리 관여했다 내부비판 직면
中도 한반도 현상 유지 중요시
北은 기초수급자, 中은 복지부
北 2018년부터 中 돈으로 살아
제재해도 더이상 아사위기 없어
韓, 美中대립에 흡수되지 않아야
中 마찰 피하며 美 동맹 강화를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자력갱생 기조를 보이고 있다. 북한 체제가 생존을 이어가는 요인은 무엇인가.
“북한 체제에서 김 위원장뿐만 아니라 고위 엘리트층의 기본 목적도 생존이다. 생존을 위한 기본 조건은 3가지인데 첫째는 쇄국정치다. 주민들이 남한 생활을 알 수 없어야 주민들을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주민 감시다. 북한 주민들이 체제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어야 감시할 수 있고, 이를 위해 인권 침해를 가한다. 마지막으로 핵이다. 핵을 갖고 있어야 외부 위기와 국내 간섭을 피할 수 있다. 핵을 포기하면 즉시 무너지지 않아도 조만간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주민들을 감시하지 않고 인권 침해를 하지 않으면 짧은 기간 안에 확실히 무너질 것이다.”
―김 위원장이 공식 집권한 지 10년이 됐다. 스위스 유학파 출신이어서 김 위원장이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현재 강력한 통제국가가 됐다.
“김정은이 서방세계를 경험했다고 해서 개혁개방을 하리란 것은 매우 소박한 생각이다. 남북 격차를 고려하면, 북한은 정치 분야에서 어떠한 개혁도 불가능하다. 기본 이유는 너무 잘 사는 동족인 한국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개혁개방이 가능했던 이유는 남중국이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공식적인 통계를 봐도, 북한의 1인당 소득은 남한의 27분의 1이다. 세계에서 남북한만큼 소득 격차가 큰 이웃 나라는 없다.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진실을 잘 모를 때만, 북한 정권은 국내에서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좋아하든 싫어하든 쇄국정치는 북한의 생존조건 중 하나다.”
―정치가로서 김 위원장은 어떻게 보나.
“나도 그렇고, 많은 전문가가 김정은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의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다. 매우 합리적이며 야심이 많은 정치인이다. 그러나 합리성의 방향은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아니라, 체제 유지다. 주민 생활을 위한 경제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첫 번째가 아니라 네 번째나 다섯 번째 정도일 것이다.”
―김 위원장이 북한을 장기적으로 어떤 국가로 이끌어 갈 것으로 전망하나.
“우리가 김정은의 정치를 이해하기 위해, 북한 엘리트계층의 목적과 구조를 잘 알아야 한다. 그들은 분단국가의 일부를 통치하고 있기에, 체제붕괴는 그들 나라의 붕괴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체제붕괴는 국가붕괴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체제가 무너질 경우에도 기존 엘리트들은 거의 모두 새로운 체제하에서 잘 존속한다. 해방 이후 친일파도 그렇고, 소련붕괴 이후 신생 러시아에서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블라디미르 푸틴이 대통령이 된 것도 좋은 사례다. 그러나 북한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소비생활 매력을 감안하면 북한 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사실상 흡수통일을 의미한다. 이 경우 북한 엘리트들은 권력도 특권도 지키기 어렵다. 그 때문에 김정은뿐만이 아니라 수십만 명 정도의 북한 엘리트계층은 체제유지뿐만 아니라 현상유지를 제일 중요한 목적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있다. 김정은 및 북한 엘리트계층에게 경제성장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체제유지다. 그들은 경제성장을 위해서 체제안전에 위험할 수도 있는 조치를 실시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문재인 정부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며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을 중재해왔다. 북한이 비핵화를 할 의지가 있다고 보는가.
“비핵화의 길에 대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500살까지 살 수 있냐’는 질문과 별 차이가 없다. 북한을 움직이는 엘리트 계층 입장에서 보면 비핵화는 자살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은 핵을 포기하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몇 개의 사례를 봤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다.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는 국가는 이라크나 리비아처럼 외부세력의 공격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핵무기 보유국을 공격할 미친 통치자는 이 세상에 없다. 핵보유국에서 인민봉기나 쿠데타와 같은 혼란이 발생했을 때 정부군이 민주화 운동을 가혹하게 진압해도 국제사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북한은 2015년 무렵에 이미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외부 세력이 자신에 대한 침략을 가로막을 수 있는 핵 군사력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북한은 그 이후로도 빠른 속도로 핵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2016년 이후 북한 핵 개발은 자위적이라기보다 침략·공세를 위한 것으로 볼 근거가 있다.”
―북한은 핵을 자위용이라고 주장하는데.
“우리는 방어 능력 확충과 대외침략용 군비확충을 구별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세계 역사를 보면 많은 제국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봤다. 대영제국이 대표적 사례다. 처음에 작은 섬나라가 외국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해군이 필요하니 해외에 기지를 만들고, 기지 옆에 식민지를 만들다가 제국이 됐다. ‘자위권’이라든지 ‘침략용’이라든지 말하기는 쉽지만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지금 북한 핵 개발을 보면, 자위용보다 더 야심적인 목표가 생겼다고 의심할 필요가 있다. 먼 미래에 적화통일 아니면 한국을 정치적으로 예속화하기 위한 조건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20∼40년 후에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 북한의 목표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를 돌파하고, 미국 대도시를 몇 초 이내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무기가 충분히 있다면, 미국이 한반도에서 위기가 생길 경우 한국을 지키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미국이 자신의 핵우산을 접는다면, 남한은 막강한 재래식 무기가 있다고 해도 핵무기 앞에서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지금 거의 모든 한국 사람들이 꿈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양보를 해야 할 것이다. 우선은 북한이 가능한 한 빨리 핵 개발을 그만두고 새로운 핵을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핵심적인 국제 질서인 비확산 원칙, 특히 미국의 국내정치 문제를 보면 비핵화가 아닌 북핵 관리를 목표로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대북 제재를 해왔는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6년 2월까지 가했던 제재는 ‘북한 엘리트층의 생활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북한 정권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자’는 내용으로 상징적인 것이었다. 쉽게 말해 그때까지 실시했던 대북 제재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시작된 엄격한 대북 제재들은 사실상 북한 경제를 파괴시키는 것이었다. 이것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북한의 경제발전이 불가능하게 됐다. 제재로 인해 2012년부터 중국식 경제개혁을 시도한 김정은 정권의 개혁이 중단됐고, 지금은 다시 시대착오적인 레닌식 중앙경제체제를 부활시키려 한다. 김정은 정권이 ‘개방 없는 개혁 정책’을 시작했을 때, 무역 및 해외투자에 대한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2017년 이후 대북제재로 인해 이런 기대는 무너졌다. 현 단계에서 북한이 이러한 개혁을 시작할 경우에도, 해외투자 유입의 가능성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일반 무역도 많이 어려워졌다.”
―북한이 경제난·식량난 속에서도 중국을 통해 연명하고 있다. 중국이 대북 제재의 구멍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20∼30년 전부터 북한 지도자들 입장에서 보면 미·중 갈등에 대한 소식보다 좋은 소식이 없었다. 원래 역사적으로 중국은 1990년대부터 북한에 대해 이중적 태도였다. 한편으로는 군사적 모험주의를 부정적으로 보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기반을 파괴하는 북한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중국 공산당은 주체사상을 좋아할 이유도 없었다. 다른 편으로 당시에도 중국은 한반도 북반부를 중요한 완충지대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중 갈등에 완충지대로서 북한의 가치가 급증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당연히 북핵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한반도 현상유지가 매우 중요한 전략적 가치가 됐다. 그 때문에 2017년까지 대북 제재를 지지했던 중국은 지금 대북 제재에 구멍을 내고 있다. 2018년부터 북한은 사실상 중국에서 나오는 돈으로 살고 있다. 북한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됐고, 중국 공산당 국제부는 ‘복지부’가 됐다. 중국은 북한에 식량이나 연료를 지원하고 있다. 물론 제재는 북한 경제 성장을 어렵게 하고 있지만 1990년대와 같은 대량 아사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은 없다.”
―미·중 갈등은 북한에는 이로울지 모르지만 한국에는 좋지 않은 일이다. 한국은 어떠한 전략을 취해야 하나.
“냉전이 끝난 이후에 미·중 갈등만큼 나쁜 소식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아주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면서, 안보뿐만 아니라 정치 분야, 가치관 부문에서는 미국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유하자면 한국이라는 마차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마리 말이 이끌었는데, 얼마 전부터 이 두 마리 말이 엇갈려진 방향으로 각기 달리기 시작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은 거의 불가피하게 미국 측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약간 위험할 수도 있는 정책이다. 왜냐하면 대만이나 동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력충돌이 생길 경우에, 한국은 이 충돌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과 지나친 긴장감을 회피하면서 미·중 대립에 흡수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물론 어떤 낙관주의자들은 한국이 중재인의 역할을 할 수도 있고, 미·중 갈등을 완화하는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지만 한국의 군사·경제력과 같은 객관적인 국력을 고려하면 이것은 헛소리다.”
―현재 대선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개인적으로 햇볕정책이 실패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햇볕정책을 통해서 비핵화를 이룰 수는 없었지만 수많은 북한인이 한국을 비롯한 외부세계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생겼다. 또 보수파가 희망하는 제재 강화 정책은 북한의 쇄국정책과 북한의 고립을 도와주고 북한의 강경파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한국의 지정학적 현상을 감안하면 선택이 많지 않다. 미·중 대립 하에서 중국과의 지나친 마찰을 회피하면서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 때문에 진보파 대통령이라고 해도 북한에 포용정책을 하기는 어렵다. 한국에 미국과의 관계는 북한과의 관계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 측이 싫어하는 대북포용정책을 일방적으로 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권의 최근 태도가 좋은 사례다. 지난 1∼2년간 청와대가 제안한 정책을 보면, 거의 모두 상징적인 행사들뿐이다. 북한이 희망하는 것과 거리가 아주 멀다. 김정은에게 한국은 자동입출금기(ATM)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은 예속화 대상이지만 지금은 ATM이다. 금강산관광 재개, 개성공단 운영 재개 등은 북한도 청와대도 원했지만, 미국의 입장 때문에 청와대는 감히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북한에 아무 가치가 없는 문화교류나 소규모 행사를 계속 열심히 제안했는데, 이것은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추진할 정책을 미리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정리 =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01.27 합참 “北, 동해상으로 미상발사체 발사”...올들어 여섯번째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7일 오전 8시쯤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이달 들어 이번이 6번째다.
합참은 이날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같이 공지했다. 합참은 “현재 우리 군은 추가 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의 사거리, 속도, 고도 등 구체적인 제원을 분석 중이다. 합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감시자산에 탐지되면 이를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이로써 북한의 올들어 미사일 발사는 여섯번째가 됐다. 북한은 지난 5일과 11일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또 지난 14일과 17일엔 각각 단거리탄도미사일 KN-23과 24를 쐈다. 25일엔 순항미사일도 발사했다.
조선일보 조의준 기자
01월 27일 北에 이겼다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학연구소장
최근 北 도발은 文정권 내치기
종전선언은 씁쓸한 평화 애걸
5大 대북 환상 전면 재고할 때
북핵은 협상용 아닌 南 제압용
대화 제스처는 시간벌기 전술
과감한 핵 억지력 강화 불가피
북한이 최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 조치를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미국과의 대화 재개에 회의적임을 시사하는 동시에, 문재인 정권에도 더는 기대할 게 없다는 입장 표명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북한과의 평화 협력을 위해 종전선언에 매달리는 문 정권을 보면 애처롭기 짝이 없다. 왜 우리가 북한에 평화를 애걸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도 북한과 관련해 오랫동안 품어 온 환상이나 기대 섞인 희망을 근본적으로 재고(再考)할 때가 됐다.
첫째, 북한에 이겼다는 환상을 걷어내야 한다. 우리가 체제 경쟁에서 이겼고, 경제력에서 40배에 가까운 우위를 확보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북한의 비대칭 전력 개발로 인해 군비 경쟁에서 뒤지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극초음속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ICBM, 핵잠수함 등 전략무기들은 우리가 오히려 따라잡아야 할 처지가 돼 버렸다. 경제와 달리 안보는 한 방에 국가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둘째, 북한의 신무기 개발이 김정은 정권 자위용이나 한·미와의 협상용이라는 제한적 목적을 가졌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핵과 미사일 개발이 북한의 체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논리는 어느샌가 북핵을 용인하는 논리로 둔갑했다. 북한의 자위용이라면 지금도 계속 핵과 미사일, 그리고 첨단무기를 고도화시킬 이유가 없다. 북한이 미국 등 동맹국의 지원을 차단하고 한국을 무력으로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가기 위해 공세적으로 무기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구심을 가져야 당연하다.
셋째,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면 언젠가 비핵화할 것이라는 환상도 재고해야 한다. 북한이 하겠다는 비핵화에는 이중 잣대와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포기라는 전제 조건이 달려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정당화하는 가운데 한·미 동맹 해체 및 주한미군 철수를 얻어내겠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비핵화의 조건들은 결국 한국은 약하게, 자기네는 강하게 만들겠다는 역공세의 일환이다.
넷째, 북한의 대화와 평화 공세는 진정성이 있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북한은 신무기를 개발하고 도발을 해서 한반도의 긴장을 한껏 높인 다음, 평화 공세를 통해 안심감을 주고 보상을 추구한다.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은 시간을 벌기 위한 전술일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도발-협상-철수’의 도돌이표를 찍으면서 군사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평화는 트로이의 목마에 가깝다.
다섯째, 국제사회는 북한과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해도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한다. 철저한 진영 논리로 북한을 감싼다. 미국도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을 위한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냉철한 현실주의에 입각한 대북 전략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간단히 말하면, 굴종적 평화 노선을 버리고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우선,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굴하지 않으려면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확장억제를 확고히 해야 한다. 핵과 신무기의 위협에 대해 당장 우리의 힘만으로는 충분한 대응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미국의 핵 억지력이 우리나라를 보호하는 데 유효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훈련 및 대응 체제를 확고히 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국방력을 빠르게 강화해 나가야 한다. 한국형 북핵 미사일 대응체제를 조속히 강화하고, 북한을 압도할 수 있는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만약 북한이 한국을 건드리면 몇 배의 응징을 받을 것이란 믿음을 갖게 해야 한다. 나아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옹호해 주고 더불어 행동할 수 있는 우호국들을 늘려 가기 위한 적극적인 네트워크 외교를 펼쳐야 한다.
북한을 무찌르거나 붕괴시키자는 게 아니다. 적어도 북한에 무시당하지 말고, 뒤통수 맞지 말고, 위협에 휘둘리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북한에도 당당할 수 있는 튼튼한 안보가 우리의 힘이자 국익이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