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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1 이태훈 여행칼럼니스트
(1) 정동진의 겨울 풍경
▲눈 내린 강릉 정동진의 겨울 풍경.
1994년 방영된 TV드라마 <모래시계>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정동진은 우리나라에서 연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로 발전했다. 드라마처럼 살고 싶다는 순간의 욕망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번 쯤은 정동진행 기차에 몸을 싣게 한 것이다. 정동진역은 이처럼 드라마 방영 후, 청량리역에서 해돋이열차가 운행을 시작하면서 유명한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매년 12월 31일 밤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일출 명소 1번지가 됐다. 사진은 한 폭의 유화같은 정동진의 겨울 풍경.
(2)- 슬로시티, 청산도
▲ 구절양장의 논두렁 마다 농부의 구슬땀이 알알이 박힌 계논식 다랑논
완도에서 50여 리 떨어진 청산도는 영화 '서편제'에서 김명곤과 오정혜가 구성진 아리랑을 부르며 걸었던 길로 유명한 곳이다. 황톳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공기며, 논이며, 하늘이며, 바람이 서서히 몸에 스며드는 느낌이다. 소위 ‘슬로시티’로 지정된 구절양장 길을 몸소 체험하고 나면 청산도는 섬이 아니라 아름다운 녹색 정원처럼 다가온다. 한 편의 영화로 하루아침에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 섬은 전남에서 숨겨 놓은 보석과 같은 존재이다. 해마다 봄이면 샛노란 유채꽃을, 가을이면 누렇게 익은 다랑논을 보려고 뭍에서 찾아온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3)-오름의 여왕, 다랑쉬오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제주도.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한라산과 크고 작은 380여 개의 오름(용암이 분출하면서 솟아오른 작은 화산체)이다. 하늘에서 보면 밥그릇을 엎어 놓은 것 같은 오름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다. 이걸 다 돌아보다가는 평생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개중에서도 알짜배기를 골라 갈 수 있어야 어디 가서 ‘오름 좀 갔다 와 봤다’고 뻐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비자림 주변의 다랑쉬오름(월랑봉)이다. 산봉우리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 하여 ‘다랑쉬오름’이라고 부르는 월랑봉은 한라산 기생화산의 하나로, 그 아름다운 자태 덕분에 ‘오름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4)-천년고도, 경주의 대고분과 구시가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대고분과 구시가지
경주는 그저 밟고 지나는 거리와 골목골목이 문화재다. 국보 31개, 보물이 82개, 사적 및 명승 78개 등 국가지정 문화재만 212개다. 경주가 ‘노천 박물관’이라고 불릴 만한 이유다. 불국사, 석굴암, 천마총, 첨성대 등 교과서에서 수없이 마주쳤던 그 이름들은 떠들썩한 단체관광보다는 홀로 차근차근 걸음을 옮기며 눈에 담고, 마음에 되새김질하는 여행을 통해 비로소 활자 속에서 튀어나와 참 아름다움과 의미가 되살아난다. 그게 도시 자체가 보물인 천년고도를 올바로 대하는 법이다. 사진은 왼쪽이 대고분이고 오른쪽이 한옥이 많은 구시가지이다.
(5) - 가을 바람 몇 줌이 뿌려진 충주호
▲가을의 평온함이 소리없이 내려 앉은 충주호의 아침 풍경
▲따스한 햇살이 고즈넉하게 느껴지는 충주호의 오후 풍경
하지만 금수산 산마루에 아침 태양이 걸리면 밤새 물 위에서 노닐던 안개들은 서서히 바람을 타고 사라진다. 하늘빛을 가득 담은 호수에는 바람과 달 그리고 물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사진은 충주호에 가을바람 몇 줌이 뿌려진 모습이다.
▲태조 왕건 촬영지로 유명한 제천의 명소
(6)- 구절양장의 끝은 서방정토!
▲곡선이 직선보다 아름다운 구인사 옛 길
구절양장으로 휘어진 길을 따라가면 단양의 도량, 구인사를 만나게 된다. 예로부터 단양은 산세가 험하고 마을 앞으로 강물이 용처럼 굽이쳐 흐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겹겹이 늘어선 소백산맥의 아름다운 산줄기 뒤로 붉은 태양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면 푸르렀던 단양의 가을 하늘은 온통 붉은빛으로 물든다.
▲서방정토로 향한 길은 온통 구불구불하다
구인사로 들어가는 옛길만 보더라도 단양의 길은 일직선이 거의 없고, 꿈틀 대는 용의 모습처럼 휘어진 길이 많다. 그 만큼 산세가 험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단양에 처음 들어올 때는 사방의 험준한 산세 때문에 귀양 온 것 같은 외로움으로 눈물 흘리고, 떠날 때는 순박하고 인심 좋은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또 한 번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붉은 단풍으로 둘러싸인 단양의 구인사의 가을 풍경
(7) - 자유와 낭만의 길, 7번 국도
▲푸른 바다 아래로 난 아름다운 길, 7번 국도
길은 사람의 마음과 서로 다른 문화와 문명을 이어주는 소통로이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함께 만들어진 길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손꼽히는 동해 7번 국도는 누구나 한 번 쯤 걷거나 달리고 싶은 그런 길이다. 강원도의 푸른 바다를 끼고 남으로 달리는 7번 국도는 자유와 낭만 그리고 삶의 여유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길이다. 특히 동해에서 삼척으로 가는 7번 국도는 그야말로 한 편의 서정시가 그려지는 바닷길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동해 바람을 마음껏 만지고 싶다.
지금은 강릉에서 동해까지 고속도로가 개통 돼 7번 국도가 '빨리 빨리'라는 한국인의 독특한 정체성 때문에 한 발짝 물러서 있다. 하지만 느림의 미학을 꿈꾸거나 낭만을 찾는 사람들에게 7번 국도는 아스라한 추억의 길이 된다. 속초, 강릉, 묵호, 삼척, 영덕, 포항 등을 거쳐 부산으로 내려가는 7번 국도엔 우리의 옛 사랑과 낭만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2013년 가을이 한 창 무르익어 가는 지금, 아름답고 낭만적인 이 길을 다시 한 번 달려보자!
▲하얀 눈으로 뒤덮인 7번 국도의 겨울 풍경.
(8)-가을 끝자락에 선 지리산의 단풍
▲지리산의 단풍은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백두대간의 끝자락에 ‘지혜로운 이인(異人)의 산’이라는 지리산이 있다. 지리산이 예로부터 ‘도’를 닦기 위한 은자들이 많이 모여드는 산으로 이름나 있는 이유다. 민족 신앙의 영지로 어떤 산보다 신비로운 기운을 가득 담고 있는 지리산의 가을은 형형색색 그 자체다. 나무 수종에 따라 잎사귀 색깔이 다르고, 낙엽이 되는 속도도 다르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 갈수록 지리산이 품고 있는 나무는 사람의 얼굴만큼이나 종류도 다양하다.
▲따스한 가을 햇살을 가득 품고 있는 지리산의 오후 풍경
그렇기에 지리산의 가을이 아름다운 것이다. 자연의 소나타가 봄여름가을겨울 일 년 내내 다른 지리산의 풍경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지리산을 민족 신앙의 영지로 받들어 모신 것이다. 지리산은 도시인의 삶게 무게를 가볍게 해주고, 어지럽고 복잡한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정화시켜 줄 준비가 돼 있다. 세상의 모든 번뇌와 근심을 품어주는 어머니처럼 늘 그 자리에서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가을 바람이 지나고 나면 지리산은 다시 붉은 색에서 흰색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9) - 붉은 속내를 드러낸 김제 평야의 고구마 밭
김제로 향하는 711번 지방도. 양 옆으로 드넓은 김제평야가 펼쳐져 있다. 산악지대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지평선이 보이는 유일한 지역이 바로 이 김제평야이라고 한다. 가을이 깊어갈 즈음 끝이 없는 지평선 한 구석에서 붉은 속내를 드러낸 고구마 밭. 한창 수확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어린이 키보다 큰 바퀴를 가진 트랙터가 밭을 지나가면 일렬로 선 아주머니들이 자루에 고구마를 담는다. 꽉 찬 자루는 다시 노란 박스에 담아지고, 박스는 트럭에 실려 전국 각지로 나간다. 한 해에 농사가 이렇게 끝나면 드넓은 김제평야는 다시 하얀 눈밭으로 변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또 다른 생명이 자라나게 된다
(10) 바람이 그려 낸 수채화-섭지코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섭지코지 바다는 그야말로 예술이다. 검은 현무암과 노란 모래 위로 파도가 부셔져 마치 그림붓으로 색칠한 것처럼 아름답다. 얕은 수심 때문인지 물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고, 봄바람에 몸을 맡긴 파도는 전속력으로 육지를 향해 달리며 하얀 포말을 빚어낸다
(11) 이몽룡과 성춘향의 로맨스를 만나다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의 무대가 된 광한루는 조선시대 명정승인 황희가 남원으로 유배됐을 때 지은 것으로, 원래 이름은 광통루였다. 세조 때 정인지가 그 수려한 경치에 감탄해 마치 달나라의 궁전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처럼 아름답다 하여 광한루라 고쳐 부르게 됐다고 한다.
춘향이의 곧은 절개만큼이나 붉은 빛으로 물든 광한루의 가을은 그야말로 춘향이의 치맛자락에 수를 놓은 자연의 아름다움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지리산의 천 갈래 계곡물이 모여 강이 된 요천강의 물을 받아 연못을 만들고, 연못 주변의 수양버들과 붉은 단풍나무들이 춘향이의 애절한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여름날의 광한루 풍경은 온 통 녹색이다.
(12) 돌담이 빚어낸 제주의 아름다움에 매혹되다
▲한림 앞바다는 현무암으로 만든 원담이 있다. 원담은 밀물차를 이용해 멸치를 잡는 제주인의 지혜를 엿 볼 수 있다.
바람, 여자, 돌이 많다고 해서 ‘삼다도’라 부르는 제주.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단연 돌담이다. 제주를 다녀간 외국인들이 가장 인상적인 것이 ‘돌담’이라고 할 정도로 돌담은 제주를 대표하는 상징아이콘이다. 검은 현무암을 접착제 없이 순수하게 손으로 쌓아 올린 돌담의 모습을 보면 경이로움 그 자체다.
▲무덤을 둘러싼 '산담'과 밭을 둘러싼 '밭담'이 한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제주 돌담은 모두 네 가지로 구분된다. 황무지를 일구며 밭에서 난 돌로 쌓은 밭담, 죽은 사람의 영혼을 지켜주는 산담, 집과 마을의 경계를 구분하는 울담, 마지막으로 바다에서 새우나 물고기 잡는 원담이 있다. 이것은 밀물과 썰물의 조수 차를 이용해 바다생물을 잡는 제주 사람들의 지혜가 묻어난 원담이다. 하늘에서 보면 거대한 원담이 마치 알몸의 여자가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자연적인 현무암에 설치한 원담의 선이 아주 매혹적이다.
(13) 한 폭의 수묵화가 그려진 '여자만(汝自灣)'
▲썰물이 되자 갯벌의 속살을 드러낸 여자만 모습.
인사동에 위치한 전남토속음식점으로도 유명한 ‘여자만’은 전남 고흥과 여수 사이에 위치한 만 이름이다. 청정 해역인 여자만은 꼬막으로 이름났다. 실제로 벌교 꼬막의 대부분이 이 곳 출신이라고 한다. 명칭은 이 만의 중앙에 위치한 섬 명칭인 여자도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자만은 우리나라에서 갯벌의 상태가 가장 좋은 2등급 판정을 받았으며, 국토해양부로부터 연안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2006년에 연안 습지로는 전국 최초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곳이다. 한마디로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의 신비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뭇에서 볼 때와 전혀 다른 모습이 하늘에서 그려진다
▲물이 다시 차 올라야 망망대해로 나갈 수 있는 배.
역광으로 촬영한 이 사진을 보면 여자만이 그저 단순한 갯벌이 아니라 한 편의 수묵화가 떠오른다. 우리 몸에 퍼져 있는 모세혈관처럼 갯벌의 물길은 아주 색다른 풍경을 마구 찍어낸다. 그래서 여자만의 뛰어난 경관은 예로부터 많은 예술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기도 했으며, 수많은 사진 작품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등 미학적 기능이 뛰어나다. 실제 풍경을 보면 누구나 카메라를 꺼내 담고 싶다는 욕심이 절로 든다.
(14) 파도와 모래에 의해 만들어진 청초호
▲하얀 눈으로 뒤덮인 청초호의 아름다운 자태
속초는 설악산과 해수욕장 말고도 남북으로 난 두 개의 호수를 나란히 품고 있다. 청초호와 영랑호가 그것이다. 이 호수는 다른 강원도 지방의 호수와 마찬가지로 석호다. 석호는 파도에 의해 운반된 모래가 바닷가 쪽에 장벽을 쌓으면서 만들어진 해안호수로 수심이 얕은 게 특징이다. 강원도 지방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석호라지만, 속초에서처럼 한 곳에 나란히 발달한 곳은 흔치 않다.
사진은 눈이 많이 내린 겨울날의 청초호의 모습이다. 두터운 얼음위로 하얀 눈이 쌓였고, 차마 얼지 못한 호수는 또 다른 빛깔을 뿜어낸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선착장과 홀로 정박된 배 한 척이 깊은 겨울을 말해주고 있다.
▲시베리아 북서풍에 꽁꽁 얼어붙은 청초호
조선시대 ‘택리지’를 지은 이중환이 “이름난 호수와 기이한 바위가 많아 높은 데 오르면 푸른 바다가 넓고 멀리 아득하게 보이고, 골짜기에 들어서면 물과 돌이 아늑하여 경치가 나라 안에서 참으로 제일이다”고 표현한 것처럼 청초호의 겨울 풍경은 천하제일이다.
●하늘에서 본 대한민국 2
2014-02-07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아름다운 대한민국
▲여수
▲동백섬 3천여그루의 동백이 있다
▲여수 박람회
▲세계박람회장
▲순천만
▲여자도
▲이순신 대교
▲하트 모양의 무인도
▲금오산 항일암
▲길이 450m의 돌산대교
▲여수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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