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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과학5/ 2020-04-20 달 뒷면에 세우는 전파망원경 - 2021.12.30 2조 투입된 누리호의 초보적 설계 실수… “비행중 폭발 안한게 다행”

상림은내고향 2022. 1. 2. 09:43

우주과학5/ 2020 - 2021

2020.04-20  달 뒷면에 세우는 전파망원경… 우주의 새로운 비밀 밝혀줄까

NASA 전파망원경 구축 프로젝트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이달 초 달 뒷면에 있는 충돌구(크레이터)를 이용해 전파망원경을 구축하는 ‘루너 크레이터 전파망원경(LCRT)’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지구 대기에 의한 방해를 피해 더 선명하게 우주를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NASA 제공 

 

달 뒷면은 오랜 기간 인류에게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었다. 달의 자전 주기는 공전 주기와 같아서 달은 항상 지구에 앞면만을 보여준다. 지난해 1월 3일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4호’가 달 탐사 로봇 ‘위투’(玉兎·옥토끼)를 착륙시키기 전까지 인류가 50년 넘게 시도한 달 탐사는 모두 달 앞면에서 이뤄졌다. 위투는 달 뒷면 표면에 인류 최초의 발자국을 남겼다. 이런 달 뒷면에 거대한 전파망원경을 짓고 인류가 그간 보지 못했던 우주 신호를 찾는 임무가 시작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달 초 달 뒷면에 있는 충돌구(크레이터)를 이용해 전파망원경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프로젝트의 명칭은 ‘루너 크레이터 전파 망원경(LCRT)’이다.


○달 뒷면에 거대한 전파천문대 세운다

▲달의 뒷면

 

달 뒷면의 크레이터에 전파망원경을 구축하는 이유는 지구에서 나오는 무수한 전파와 두꺼운 대기층, 대기에 포함된 전리층의 간섭에 방해받지 않고 먼 우주를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은 “달 뒷면에 전파망원경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는 달에서 할 과학 연구 주제로 오래전부터 제안됐다”며 “달 뒷면은 지구에서 나오는 각종 전파 잡음도 없어 먼 우주에서 날아오는 천체 신호를 포착하는 데 가장 좋은 장소”라고 말했다.


NASA에 따르면 LCRT는 지름 3∼5km인 달 뒷면 크레이터에 설치된다. 우주 환경에서의 극심한 온도 변화에 버틸 금속 소재로 먼저 와이어를 만든 뒤 이 와이어를 엮어 그물망 형태의 거대 구조물을 만들고 그물망의 중심부에 전파 수신기를 달아 우주 신호를 관측하는 방식이다. 와이어 설치는 달 탐사 로버가 맡는다.

 

LCRT는 여러 개의 접시형 안테나를 연결한 전파망원경과는 달리 달 뒷면 크레이터 하나를 망원경 접시처럼 쓴다. 최종 완성된 그물망은 일종의 전파망원경의 안테나 접시 역할을 한다. 지름만 약 1k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계획대로 구축이 성공하면 태양계에서 가장 큰 전파망원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구에서 가장 큰 전파망원경은 중국 구이저우성 산림지대에 구축한 지름 500m 규모의 전파망원경 ‘톈옌(天眼)’이다. 톈옌은 중국이 2011년부터 구축하기 시작해 2016년 9월 정식 가동했다.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나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NASA가 구축 중인 LCRT는 규모 측면에서 톈옌의 두 배에 이른다.


○설치 방식 간단, 연구 성과 ‘무궁무진’

NASA는 LCRT가 구축되면 인류가 지금까지 관측하지 못했던 6∼30MHz(메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의 신호를 관측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파 길이에 해당하는 파장으로 환산하면 규모가 10∼50m에 이른다. 지구 전리층에 반사되는 영역대의 파장인데 인류가 아직 관측한 적이 없다. NASA는 이 대역의 전파를 수신하면 다른 항성을 도는 외계행성을 관측하고 우주 생성 초기에 형성된 항성이 내는 빛을 관측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영준 본부장은 “달 뒷면 크레이터에 금속 소재 와이어를 그물처럼 펼치기만 하면 수 MHz 대역의 전파 신호를 충분히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NASA는 우선 LCRT의 기계적 설계에 초점을 맞춘 개념 연구에 나선다. 그런 뒤 현재 진행 중인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의 달 탐사 로버를 활용해 LCRT를 구축하는 데 적합한 크레이터를 찾을 계획이다. 김기태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장은 “지구상에서는 GHz(기가헤르츠) 대역의 우주 전파를 연구하는 데 그치지만 NASA의 계획대로라면 MHz 대역의 전파를 활용한 우주 연구가 가능하다. 어떤 과학적 발견이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매우 기대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04.25 "별은 죽으면서 다시 태어난다" 허블망원경 30주년 기념사진

16만3000광년 떨어진 대마젤란은하의 성운들
별이 죽고 내뿜은 먼지들이 다시 뭉쳐 별 탄생
내년 발사되는 제임스웹과 우주관측 듀오 이뤄

▲허블 우주망원경이 지구로부터 16만3000광년 떨어진 대마젤란 은하의 거대 적색 성운 NGC 2014(사진 오른쪽)와 그보다 작은 NGC 2020을 찍은 사진./NASA

 

허블 우주망원경이 24일 발사 30주년을 맞아 기념사진을 보내왔다. 고장과 수리, 재가동을 거듭했던 자신처럼 우주에서 별의 죽음과 탄생이 동시에 일어나는 곳을 촬영했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운영하는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는 지난 24일(현지 시각) 지구로부터 16만3000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대마젤란 은하의 거대 적색 성운 NGC 2014(사진 오른쪽)와 그보다 작은 성운인 NGC 2020을 찍은 사진을 허블 20주년 기념으로 발표했다.


연구소는 사진에 ‘우주 산호초’란 이름을 붙였다. ‘별들의 탁아소’로 불리는 대마젤란 은하를 수많은 해양 생물의 서식처인 산호초에 빗댄 것이다.


사진 오른쪽 위의 성운은 최소 태양의 10배 크기인 별들도 가득 차 있다. 이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에너지 입자와 방사선이 주변의 가스를 밀어붙여 새로운 별을 형성할 파동과 거품을 만들어낸다.


왼쪽 아래의 거대한 별은 태양보다 20만 배 밝으며 파란색 가스 거품을 불어내고 있다.


성운은 별 사이에 있는 가스와 티끌들의 집합체이다. 별이 죽으면서 방출한 것들이다. 이들이 다시 뭉쳐지면 별이 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전설적인 팝가수 밥 딜런이 ‘괜찮아요. 엄마’라는 제목의 노래에서 “He not busy being born is busy dying(바삐 태어나지 않은 자는 바삐 죽는다)”고 했던 것처럼 은하에는 별의 죽음과 탄생이 공존한다”고 전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에서 이름을 땄다. 1990년 4월 24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에 실려 우주로 날아갔다.


사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처음 지구 상공 600㎞ 저궤도에 자리를 잡았을 때는 제대로 우주를 바라보지 못했다. 반사경 결함으로 초점을 잡지 못한 것이다. 이 문제는 1993년 12월 우주왕복선을 타고 간 우주비행사들이 수리하면서 해결됐다. NASA는 2009년까지 네 차례나 더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했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는 우주인들. 허블 우주망원경은 1990년 발사 후 주반사경 결함으로 작동하지 못했지만 1993년 보정용 특수 렌즈를 추가하면서 관측을 시작할 수 있었다./NASA

 

허블은 과학에 엄청난 이바지를 했다. 지난해까지 1000여편의 과학논문을 낳았다. 가장 큰 성과는 암흑에너지로 인해 우주의 팽창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허블 망원경은 거대한 별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엄청난 빛을 뿜어내는 초신성(超新星) 현상을 관측했다. 놀랍게도 우리 은하에서 멀리 떨어진 초신성일수록 더 빨리 멀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곧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사실 허블 이전까지 우주의 나이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과학자들은 초신성이 멀어지는 속도를 거꾸로 환산해 우주가 처음 팽창을 시작한 시점(빅뱅·big bang)이 약 138억년 전이라고 추정한다.


NASA는 허블 망원경의 후임으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내년에 발사한다. 그렇다고 허블이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임스웹은 허블보다 더 긴 파장을 관측한다. NASA는 허블이 2020년대 계속 제임스웹과 함께 서로 보완하며 관측 임무를 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06.01  머스크, 도킹까지 성공... 우주정거장 문을 열다

한국시각 1일 새벽 2시2분..기존 3명의 미-러 우주인 환영 받아

▲크루 드래건의 우주인 로버트 벤켄이 1일 오전 4시2분 해치문을 열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진입하고 있다./NASA

 

민간 우주선을 타고간 우주인이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했다. 1일 오전 2시2분(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시각 기준 31일 오후 1시2분)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의 해치가 열리면서 우주인 로버트 벤켄이 지구 상공 400km에 있는 국제 우주정거장(ISS)으로 들아갔다.

▲크루 드래건의 우주인 로버트 벤켄(왼족 검은옷)과 더글러스 헐리(오른쪽 검은옷)가 1일 2시 2분 해치를 열고 우주정거장으로 들어와 미국과 러시아 우주인과 포옹하고 있다./NASA

 

◇도킹 후 2시간 반만에 문 열고 우주정거장 진입

크루 드래건은 31일 밤 11시 16분 중국 상공에 떠 있는 ISS와 도킹(결합)을 시작했다. 지상의 통제센터는 11시30분 ‘도킹 완료’를 선언했다. 이후 크루 드래건과 ISS 사이의 공기압과 온도를 맞추는 작업이 천천히 진행됐으며, 마침내 크루 드래건의 문을 열고 두 우주인이 ISS로 들어가 세 명의 우주인을 만났다.

 

스페이스X의 무인 화물선과 마찬가지로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도킹하는 전 과정이 컴퓨터에 의해 자동으로 진행됐다. 우주비행사들은 앞으로 최장 넉 달 동안 ISS에 머물며 연구 등을 수행한다.

 

▲31일 밤 11시 12분(한국 시각) 도킹을 위해 국제우주정거장에 접근한 크루 드래건의 영상을 캡처한 사진./NASA

 

◇아폴로 11호 발사장서 민간 최초 유인 우주선 발사

크루 드래건의 우주인 로버트 벤켄과 더글러스 헐리는 ISS에 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동료 우주인인 크리스 캐시시와 러시아 우주인 아나톨리 이바니신, 이반 바그너의 환영을 받았다. 짐 브라이든스타인 NASA 국장은 두 우주인의 ISS 도착 후 “전 세계가 이번 임무를 지켜봤으며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한 모든 일과 전 세계에 영감을 준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기자회견 중인 우주인들. 맨 오른쪽부터 크루 드래건을 타고 온 NASA의 더글러스 헐리, 로버트 벤켄, 우주정거장에서 임무를 하고 있던 NASA의 크리스캐시디, 러시아 우주인 이반 바그너, 아나톨리 이바니신./NASA

크루 드래건은 31일 새벽 4시22분(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州)에 위치한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우주비행사 두 명을 태우고 발사됐다. 1969년 이곳에서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유인(有人)우주선 아폴로 11호를 쏘아 올렸는데 이날은 민간 최초의 유인우주선을 발사하는 기록이 만들어졌다. 팰컨9 로켓은 1·2단 발사체가 성공적으로 분리되며 크루 드래건을 우주 궤도에 올렸다. 스페이스X는 재활용 로켓인 팰컨9의 1단 발사체도 바다에서 회수했다.

 

크루 드래건은 이미 지난해 우주정거장과 도킹에 성공한 바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스페이스X 는 지난해 3월 2일 크루 드래건을 발사해 24시간 뒤 우주정거장에 도킹시켰다. 당시 드래건은 우주인 대신 인형을 태우고 갔다. 인형은 스페이스X가 새로 만든 우주복을 입었는데, SF영화 ‘에일리언’에서 시고니 위버가 연기한 주인공의 이름을 따 리플리로 불렸다.


이번 발사는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민간 우주개발이 본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2002년 창업) 뿐 아니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블루 오리진’(2000년),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버진 갤럭틱’(2004년) 등도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민간 회사들이다.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아이언맨 18년 집념 '우주여행의 꿈' 쏘아올리다

 지난 30일 오후 3시 22분(현지 시각, 한국 시각 31일 새벽 4시 22분) 미국 플로리다주(州)에 위치한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우주비행사 두 명을 태운 우주선이 발사됐다.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날아갔다. 1969년 이곳에서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유인(有人)우주선 아폴로 11호를 쏘아 올렸는데 이날은 민간 최초의 유인우주선을 발사하는 기록이 만들어졌다

 

▲‘해냈다’ 두팔 번쩍 머스크 - 지난 30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에 있는 나사(NASA)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크루 드래건을 실은 발사체인 펠컨9의 발사 성공 소식을 듣고 두 팔을 번쩍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냉전 시대 이후 지속된 정부 주도의 '우주 전쟁'이 민간으로 옮아가고 있다. 과거엔 군사적 목적이나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서였다면 지금은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민간 기업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현장에서 발사 장면을 참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발사 직후 "우리는 세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으며 곧 화성에도 착륙해 사상 가장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개발 주도자, 정부에서 민간으로

팰컨9 로켓은 1·2단 발사체가 성공적으로 분리되며 크루 드래건을 우주 궤도에 올렸다. 스페이스X는 재활용 로켓인 팰컨9의 1단 발사체도 바다에서 회수했다. 우주선은 31일 오전 10시 30분(한국 시각 31일 오후 11시 30분) 지구 상공 400㎞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결합)했다. 스페이스X의 무인 화물선과 마찬가지로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도킹하는 전 과정이 컴퓨터에 의해 자동으로 진행됐다. 우주비행사들은 최장 넉 달 동안 ISS에 머물며 연구 등을 수행한다.

 

이번 발사는 2000년대 들어 본격화한 민간 우주개발이 본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2002년 창업)뿐 아니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블루 오리진'(2000년),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버진 갤럭틱'(2004년) 등도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민간 회사들이다.


민간 우주개발의 원동력은 효율성과 경제성이다. 민간 우주탐사기구인 '플래니터리 소사이어티' 분석에 따르면, 크루 드래건 개발에 미 항공우주국(NASA)이 분담한 비용은 17억달러(약 2조원)다. 아폴로 우주선 개발 비용(309억달러)의 18분의 1 수준이다. 우주비행사 1인당 이용 요금도 6000만달러로,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의 9000만달러보다 싸다. 미국은 2011년 재정 부담을 이유로 자국의 유인 우주왕복선을 퇴역시키고,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을 빌려 타고 있었다. 재사용하는 로켓으로 인해 위성 발사 비용은 2억달러에서 6000만달러로 줄었다는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분석도 있다.


◇민간 지원으로 深우주 개발

전문가들은 "9년 만에 미국이 유인우주선에 복귀하면서 우주개발에서 다시 승기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스페이스X는 민간 유인우주선으로 NASA가 300억~400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NASA는 아낀 예산을 심우주(深宇宙·달 너머의 우주) 개발에 집중했다. 2024년 우주인 2명을 달에 보내고 2028년 달에 유인 기지를 건설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달 탐사에도 민간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NASA는 5월 초 블루오리진, 스페이스X, 다이네틱스 등 민간 업체 세 곳과 달 착륙선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발사 성공을 계기로 우주 관광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내년 말까지 민간인 관광객 4명을 크루 드래건에 태워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계획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비용은 아직 미정이지만 수십만달러(수억원)로 추정된다.

▲민간 우주개발시대 개막… 발사 19시간만에 우주정거장 도킹 - 30일(현지 시각) 미 플로리다주(州)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모습을 타이터스빌의 다리 위에서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우주 비행사 2명을 태운 크루 드래건은 민간 기업이 쏘아올린 최초의 유인 우주선이다. 크루 드래건은 발사된 지 19시간 8분 만인 31일 오전 10시 30분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도킹하는 데 성공했다. /AP 연합뉴스

 

버진 갤럭틱은 우주선을 타고 고도 80㎞ 이상으로 올라갔다가 자유낙하하면서 우주 공간의 무중력을 체험하는 90분짜리 우주 관광 상품을 개발 했다. 1인당 25만달러(약 3억900만원)에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저스틴 비버 등 유명인을 포함, 약 600명이 탑승 의사를 밝혔다. 블루 오리진은 관광 전용 우주선 '뉴 셰퍼드'를 개발하고 있다. 지구 상공 약 100㎞까지 올라가고, 한 번에 승객 6명을 태운다. 로이터는 "블루 오리진 측은 티켓 가격으로 20만~30만달러 정도를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유지한 기자

 

06.10  앞으로 모든 전쟁은 우주에서 시작된다

미·일·중·러시아 등 강대국 '우주 군비 경쟁' 시대 본격 막 올라

# 1

일본 항공자위대의 첫 우주 전문 부대인 '우주작전대'가 지난달 도쿄도(東京都)에 있는 후추(府中) 기지에서 20여 명 규모로 창설됐다. 이 부대는 우선 일본 인공위성을 우주 쓰레기 등으로부터 지키는 임무를 수행한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은 부대기 수여식에서 "새로운 안전 보장 환경에 한시라도 빨리 적응하기 위해 시급히 우주 상황 감시 등의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 언론은 지난 1월 일본 정부가 올가을 임시국회 때 자위대법과 방위성설치법 등을 개정해 현재 항공자위대 임무에 우주 개념을 추가, 항공자위대를 '항공우주자위대'로 개칭(改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항공자위대가 이름을 바꾸면 1954년 항공·육상·해상자위대 탄생 이후 첫 명칭 변경이 된다


# 2

미 우주사령부는 지난 4월 러시아가 인공위성을 겨냥한 요격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은 모스크바에서 800㎞가량 떨어진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존 레이먼드 사령관은 "(러시아 미사일 발사는) 우주 공간에서 미국이 직면한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우주 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비난하며 "(러시아가) 위선적으로 우주 무기 통제 제안을 지지했다는 증거"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미사일이 목표물을 산산조각 내면 수많은 파편을 발생시켜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적의 눈과 귀, 중추신경을 마비시켜라

이 장면들은 올 들어 우주를 둘러싸고 미국, 러시아, 일본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과거 우주의 군사적 이용은 적을 감시하거나 통신·항법에서 활용 등에 집중돼 있었다. 수백㎞ 상공에서 5㎝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미 KH-12 정찰위성(첩보위성), 전 세계인이 일상생활에도 널리 활용 중인 GPS 위성, 무궁화위성 같은 통신위성, 북한 미사일 발사 등을 감시하는 조기경보위성(DSP)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엔 강대국들이 상대국 위성을 무력화하기 위한 공격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정찰·항법·통신위성 등을 무력화할 경우 적국의 눈과 귀, 중추신경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의 한 전문가는 "미래의 모든 분쟁은 우주로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우주 군사력 주도권을 빼앗길 경우 육·해·공 전장(戰場) 기능이 약화되고 모든 영역에서 우세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철원

 

상대방 위성을 공격하는 수단은 미·러·중·인도 등이 시험한 '지상 발사' 미사일이나 레이저 무기 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점차 영화 '스타워즈'처럼 우주 공간에서 위성을 이용해 상대국 위성을 공격하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위성을 관찰하던 미 퍼듀대의 항공 역학 전공 대학원생이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가 '사찰(inspection) 위성'이라고 발사한 코스모스 2524호가 1월 중 세 차례 추진(推進)을 통해 미 KH-12 정찰위성과 같은 궤도에 오른 뒤 그 뒤를 바짝 쫓는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사찰 위성'은 원래 자국 위성의 작동 상태를 파악하고 수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미 정찰위성을 '사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열흘 뒤 존 레이먼드 사령관은 "2기의 러시아 위성(사찰 위성)이 미 국가정찰국(NRO) 소속 정찰위성을 같은 궤도에서 '스토킹'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사찰 위성에는 우주 쓰레기 수거나 위성 부품 교체 등을 위해 로봇 팔이 달려 있다. 이 로봇 팔은 상대국 위성의 태양전지판이나 민감한 광학 장비를 훼손하거나 표적이 된 위성을 대기권으로 밀어넣어 파괴할 수 있다.


미국은 절대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 태세다. 지난해 12월 육군·해군·공군·해병대 및 해안경비대에 이어 여섯째 병과(兵科)로 우주군을 공식 창설했다. 이는 2018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이 "우주에 미국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이 우주를 지배하게 해야 한다"며 우주군 창설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우리 軍의 청사진, 갈 길이 너무 멀다

문제는 강대국들의 우주 군비 경쟁이 우리에게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 정찰위성과 조기경보위성, GPS 위성은 우리 군이나 민간에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 강국은 경우에 따라 적국(敵國)으로 바뀔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다. 강대국들의 경쟁에 신경 쓰고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은 오는 2025년까지 적 위성을 부술 수 있는 로봇 팔을 장착한 '방해(妨害) 위성'을 띄울 계획이다. 북한도 전자파 공격으로 위성을 마비시키는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공군은 '스페이스 오디세이(Space Odyssey)'라고 하는 야심 찬 우주 군사력 건설 청사진을 갖고 있다. 오는 205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초소형 위성 등 각종 위성은 물론 지상·위성 발사 요격 무기 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2015년 우주정보상황실에 이어 지난해엔 위성감시통제대를 창설했다. 하지만 아직 주변 강국의 우주 군비 경쟁에 대 비하기엔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군사위성 확보 문제와 관련, 국방장관은 물론 과기부 장관(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의 승인을 받도록 돼있는 우주개발진흥법 등의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수권자와 군 수뇌부의 의지와 인식이다. "유사시 모든 전쟁은 우주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인식으로 우주 군사력 건설에 나서야 한다.

조선일보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06.26  300억 들인 나로호 핵심부품을 700만원에 고물상 넘긴 항우연

열흘만에 되사, 기술 유출될 뻔

▲위성을 실은 킥모터가 발사체 나로호에서 분리되는 가상도. 발사체의 핵심 부품인 킥모터는 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리는 역할을 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리나라 우주 개발을 담당하는 국책연구기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300억원을 들여 개발한 로켓 나로호의 핵심 부품을 수백만원을 받고 고철 덩어리로 팔았다가 열흘 만에 다시 사들였다. 자칫 발사체 핵심 기술이 고철 값에 외부로 유출될 뻔한 사건이다. 과학계에서는 "나사가 빠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나사가 없는 조직"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사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항우연과 과학계에 따르면 전남 고흥에 있는 항우연 나로우주센터는 지난 3월 20일 나로호 부품 10개를 700만원 받고 고철상에 팔았다. 폐기 품목 10개에는 녹이 슨 철제 보관 박스가 포함됐다. 항우연은 이 안에 나로호 핵심 부품인 '킥모터(Kick Motor)' 시제품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킥모터는 발사체에 실린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뒤늦게 이를 안 전시관의 전(前) 담당자가 문제를 제기했고, 항우연은 10일 만에 경기도 평택 고철상으로 넘어간 킥모터를 500만원에 되샀다. 항우연은 폐기 품목 검토를 입사 3개월 된 직원에게 맡겼고, 운영실장 전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우연은 내부 감사에 착수했고, 책임 소재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는 우주과학관 전시를 목적으로 4년 전부터 나로호 부품을 센터 내 공터에 보관해 왔다. 나로호는 2013년 한국이 러시아와 함께 개발해 쏘아 올린 발사체다. 1단 로켓은 러시아가, 2단 로켓은 한국이 개발했다. 올 초 우주센터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일부 부품을 폐기하기로 했다. 폐기 품목 10개는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인 페어링과 실험으로 조각난 부품 잔해, 연료탱크 모형 등이다. 여기에는 가로·세로 각각 3.1m와 1.5m, 높이 1.5m인 철제 보관 박스가 포함됐다. 본지가 입수한 '우주과학관 야외 소장 발사체 폐기 품목 관련 검토 의견' 보고서를 보면 철제 박스에 대해 '발사체 구성품 이동에 사용됐고 내부는 비어 있고 외부는 녹이 심해 활용 가치가 없고, 전시용으로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폐기 사유가 적혀 있다. 비고란에는 '녹이 심하고 흉물스러워 관람객 민원이 발생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박스 안에 킥모터 시제품이 들어 있었다. 이번에 고철로 팔렸다가 되찾아온 킥모터는 인증 모델(QM·Qualification Model)이다. QM은 실제 발사 때 쓰이는 비행 모델(FM)처럼 만들어 실험실에서 성능을 인증하는 모델이다. 항우연은 나로호 개발 당시 여러 조건에서 실험을 하기 위해 킥모터를 15개 만들었다. 이 중 1개가 철제 박스에 담긴 채 4년 동안 야외에 흉물로 방치돼 있었고, 지난해 8월 우주과학관 담당자가 바뀌면서 킥모터의 존재 자체가 잊혔다.


과학계에서는 이미 나로호 프로젝트는 종료됐기 때문에 킥모터를 더 이상 연구에 사용할 일은 없지만, 자칫 외부로 나갔다면 수백억원을 들여 개발한 우리 기술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도 있었다고 지적한다.


이는 단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항우연은 시제품에 대한 관리·보관·폐기에 대한 규정 자체를 갖고 있지 않다. 항우연은 "잘못된 것을 인정한다"며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경우는 시제품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유지한 기자

 

07.15  6800년 만에…전세계에서 포착된 '네오와이즈' 혜성

▲14일 네오와이즈 혜성,  1997년 관측된 헤일 봅 혜성 이후 가장 밝은 혜성

 

 

 

 

 

/조선일보

 

08.11 태양계 소행성 '세레스' 지하에 바다 있다

▲왜행성 세레스의 옥카토르 충돌구에서 발견된 소금물 성분(분홍색). 지하에 바다에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NASA

 

태양계에서 가장 큰 소행성인 세레스에서 물의 흔적이 발견됐다. 물은 생명의 필수 조건이라는 점에서 외계 생명체 발견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 국립 천체물리학연구소의 마리아 크리스티나 드 산크티스 박사 연구진은 1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세레스의 2000만년 된 옥카토르 충돌구에서 물을 액체 상태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소금 성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세레스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가장 큰 천체로 자체 중력을 갖고 있어 왜행성(矮行星)으로 분류된다. 왜행성은 일반 행성보다 작지만, 행성처럼 태양을 돌고 구형을 유지할 만 한 중력을 갖고 있다. 명왕성이 2006년 행성에서 왜행성으로 강등됐다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있는 왜행성 세레스. 지하에 바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NASA

 

◇충돌구에서 해빙(海氷)의 소금 성분 발견

미국과 유럽 과학자들은 2015~2018년 세레스를 근접 비행한 돈 우주탐사선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했다. 돈 탐사선은 세레스 상공 35㎞까지 근접해 고해상도 사진을 촬영했다.


연구진은 세레스 충돌구를 찍은 적외선 사진을 분석해 하이드로할라이트라는 소금 성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이드로할라이트는 염화나트륨과 물이 결합한 물질로, 지구의 극지 바다를 떠다니는 얼음에서 발견된다. 지구 밖에서는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마리아 드 산크티스 박사는 “하이드로할라이트는 세레스가 바닷물을 갖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이제 세레스는 토성이나 목성의 위성들과 마찬가지로 바다를 가진 천체라고 말할 수 있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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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행성 세레스의 옥카토르 충돌구에서 발견된 소금물 성분(분홍색). 지하에 바다에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NASA 

 

연구진은 소금 퇴적물이 200만년 사이에 형성됐다고 추정했다. 이 정도면 우주에서는 극히 짧은 시간이다. 따라서 지금도 세레스의 내부에서 소금물이 상승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과학자들은 세레스 지표 40㎞ 아래에 소금 성분의 바다가 있다고 본다.


미국 제트추진연구소의 줄리 카스티요-로게즈 박사는 이날 네이처 논평 논문에서“하이드로할라이트의 발견은 지금도 세레스에서 물이 움직이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이런 물질은 세레스 표면에서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최근에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네이처 지구과학’에 발표된 다른 논문에서 미국 연구진은 옥카토르 충돌구의 사진을 분석해 언덕과 계곡이 소행성 충돌로 분출된 물이 얼 때 형성됐다고 밝혔다.


◇물은 최고의 용매, 우주 생명체의 증거

과학자들이 먼 우주에서 바다를 찾는 것은 액체 상태의 물이 있어야 생명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은 수많은 물질을 녹이는 최고의 용매(溶媒)여서 생명체에 필요한 물질들을 제공할 수 있다. 또 물은 비열, 즉 물 1g을 1도 높이는 데 필요한 열량이 다른 물질보다 크다. 덕분에 생명체를 더위와 추위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물을 구성하는 산소와 수소는 에너지 흐름을 만들어내고 생명체의 뼈대가 되기도 한다.


지난 2016년 12월 미국 행성과학연구소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NASA 탐사선 돈의 관측데이터를 통해 세레스의 표면 구멍마다 얼 음이 가득 차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얼음은 북극 지역에 몰려 있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과학자들도 같은 달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세레스의 분화구에서 밝게 빛나는 부분이 얼음 때문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세레스의 얼음에는 소금 성분이 섞여 있다고 봤다. 이것은 과거 세레스의 지하 바다에서 솟아난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에 그 증거가 나온 것이다.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08.13 세계 밤하늘에 쏟아진 가장 화려한 별똥별 '페르세우스 유성우'

▲남부 유럽국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라딤라 지역 하늘에  페르세우스 유성이 떨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2021년 02월 19일  美 탐사 로버, 화성 착륙… ‘우주 생명체’ 찾는다

5번째 이동 로봇 ‘퍼시비어런스’
7개월 4억7100만㎞ 비행뒤 안착
지구로 보낼 연구용 흙 채취 임무

나사(미 항공우주국)의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가 한국시간 19일 오전 5시 55분 화성 표면에 무사히 착륙했다. 인류가 쏘아 올린 우주선의 9번째 화성 착륙이며, 2018년 11월 ‘인사이트’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퍼시비어런스는 인류의 오랜 궁금증이었던 화성 내 생명체 존재 여부를 파악하고, 향후 유인 탐사와 인류의 화성 거주 등을 위한 초석을 닦는 미션을 수행한다.


나사는 이날 “퍼시비어런스가 화성 대기권에 진입한 뒤 고대 삼각주 추정지역인 예제로 크레이터에 무사히 안착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7월 30일 발사된 퍼시비어런스는 4억7100만㎞를 비행하는 대장정 끝에 마침내 화성에 도달한 것으로, 착륙 직후 곧바로 지구에 안착 신호를 보냈다. 신호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나사 제트추진연구소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11분 30초였다. 곧이어 퍼시비어런스는 착륙 직후 찍은 사진을 지구로 전송하면서 업무를 개시했다. 스티브 유지크 나사 국장 대행은 “이번 착륙은 세계 우주 탐사와 미국, 나사에 중요한 순간”이라며 “말하자면 교과서를 다시 쓰기 위해 연필을 깎는 것과 같은 변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실험 책임자인 켄 윌리포드는 “화성이 예전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를 갖고 있었지만 이번 탐사를 통해 생명체가 실제 그곳에 살았는지를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에서 착륙과정 중계를 시청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번 작전에 참여한 모두에게 축하를 보낸다. 이번 쾌거는 미국의 창의력과 과학 능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한 계기가 됐다”고 축하했다.
문화일보 박준우·정유정 기자

 

04.20 NASA 헬기 화성을 날았다…“라이트 형제 버금가는 쾌거”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무인 소형 헬리콥터 인저뉴어티(Ingenuity·독창성)가  19일 화성 상공 비행에 성공했다. 인류가 제어 가능한 동력체를 지구 밖 행성에서 비행시킨 건 처음이다.      

지구 밖 행성서 첫 동력비행 성공
지구 대기밀도 100분의 1 비행 난제
날개 분당 2500회 회전시켜 풀어
라이트 형제 첫 비행기 조각 탑재

▲미국 항공우주국의 무인 소형 헬기 인저뉴어티가 19일 화성 상공에서 첫 비행에 성공했다. 이륙 전(왼쪽)·후(오른쪽)의 인저뉴어티. [AP=연합뉴스]

 

나사는 비행 성공으로 화상 탐사 역사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드론에 가까운 소형 헬기 인저뉴어티가 화성을 누비며 화성 탐사 과정을 지상과 상공에서 촬영해 지구로 전송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비행은 우주 진출을 꿈꾸는 인류에게, 라이트 형제가 1903년 12월 17일 뉴욕 키티호크 모래언덕에서 실시한 최초의 비행 성공에 버금가는 역사적 순간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인저뉴어티의 비행은 이날 오전 3시30분(미국 동부 시간) 이뤄졌다. 인저뉴어티가 비행 정보를 정리하고 지구로 보내는 데 시간이 걸려 비행 성공 여부는 3시간여 뒤인 오후 7시52분부터 나사 TV·유튜브·페이스북에서 방영됐다.

 

▲화성탐사 헬기 ‘인저뉴어티’ 첫 비행 시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인저뉴어티의 비행 테스트는 약 30초간 진행됐다. 초속 1m로 3m 높이에서 제자리 비행과 회전 기동을 한 뒤 착륙했다. 나사는 앞으로 네 차례의 추가 시험 비행을 통해 더 높이, 더 멀리 나는 시도를 할 예정이다.
 
화성의 대기 밀도는 지구의 100분의 1에 불과하고 중력도 3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조건에서 이륙하는 것은 지구 상공 3㎞에서 비행하는 것과 같은 환경이라고 나사는 설명했다. 이 고도는 여객기가 비행하는 고도의 두 배 이상에 해당한다.
 
이런 화성 환경에서 헬기를 띄우려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개가 돌아야 한다. 인저뉴어티의 두 날개는 1.2m 길이의 탄소섬유로 만들어졌다. 뜨는 힘을 만들려고 두 날개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분당 최대 2500회(초당 42회) 회전한다. 인저뉴어티 무게도 지구에선 1.8㎏이지만 화성에선 0.68㎏에 불과하다. 나사는 소형화와 배터리 기술 향상 등의 조건을 갖추기 위해 총 8000만 달러(약 900억원)를 투입해 인저뉴어티를 개발했다.
 
인저뉴어티는 시험 비행에서 동체 하단에 위치한 흑백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와 각종 자료를 화성 탐사 로버인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인내)로 전송한 뒤 수면 모드에서 충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로버는 행성 표면에서 움직이며 토양·암석 샘플을 채취해 보관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을 말한다.
 
인저뉴어티는 퍼서비어런스와 함께 지난해 7월 30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아틀라스V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이번 비행은 지난 2월 퍼서비어런스의 배 부위에 실려 실험 장소인 화성 예제로 크레이터에 도착한 지 두 달 만에 이뤄졌다. 나사는 시험 비행의 성공 기원을 담아 라이트 형제가 118년 전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했던 플라이어 1호기의 한 조각을 인저뉴어티에 부착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06월 09일 설계·제작·발사 100% 우리기술…10월 발사 성공땐 매년 인공위성 운반

 

■ 韓 우주시대 열 ‘누리호’

1조9572억 들여 11년간 개발
위성모형 싣고 시험발사 준비
통신·관제 기술도 순수 ‘국산’
타이밍 어긋나면 대형사고
75t 엔진 테스트만 180회 진행
높이 47.2m·무게 200t 달해
아파트 15층·전철 6량 맞먹어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오는 10월 지구에서 약 700㎞ 상공에 올릴 인공위성 모형을 싣고 우주로 날아오른다. 2010년부터 약 11년 동안 1조9572억 원의 거액을 들여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해온 우주탐사용 국산 로켓 1호가 드디어 시뻘건 불꽃을 내뿜으며 창공을 향해 한 점으로 사라져 갈 장관을 몇 개월 후 직접 목격하게 된다. 설계에서부터 제작 및 시험·인증, 발사까지 전 과정을 한국 기술로 완성해 우주 독립의 첫걸음을 내딛는 쾌거다. 이름 그대로 새로운 누리(세상)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올해 누리호가 무사히 발사에 성공하면 내년 5월에는 무게 180㎏의 성능검증용 위성과 위성 모사체(dummy)를 싣고 한 번 더 우주로 날아가며, 그 후에는 거의 매년 실제 인공위성을 탑재해 궤도로 올리는 운반선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발사체란 무엇이며, 이를 국산화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우주·군사강국 디딤돌 확보=발사체란 인공위성·탐사선·우주정류장 등 우주 구조물을 우주 공간에 올려놓기 위해 사용하는 로켓을 말한다. 우주 탐사·과학적 연구 등 평화적 목적으로 이용되면 발사체로 불리지만, 군사적 목적에 맞춰 원격지의 목표물을 파괴하기 위한 로켓은 미사일이 된다. 특히, 다른 대륙까지 날아갈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은 대륙간탄도탄(ICBM)이란 별칭을 갖는 강력한 무기로 군림하고 있다. 미사일이냐, 발사체냐는 머리에 해당하는 탑재부에 탄두(화약)를 싣느냐, 인공위성 등 평화적 목적의 페이로드(payload·적재화물)를 싣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의 확보는 우주 강국에서 군사 강국으로 연결되는 미묘한 포인트로 작용한다. 우주로 날아가는 발사체는 보통 여러 개의 추진 로켓을 묶어(clustering·클러스터링) 강력한 추력을 얻는다. 대기권을 탈출하는 우주 속력을 얻는 데 가장 강력한 1단 로켓이 사용되고, 이후 조금 경량급인 2단 로켓과 3단 로켓으로 우주 공간을 이동하거나 자세를 제어한다. 인공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리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정확한 사거리로 조정하는 기술은 질적으로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


최근 개정된 한·미 미사일 지침으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풀리면서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참여 중인 민간기업들의 주가가 일시 상승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아르테미스 협정’ 참여, 한·미 위성항법 공동서명 등 항공우주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형 발사체의 완성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자주적 지위를 높여줄 전망이다.


◇누리호의 EM·QM·FM 변천사=지난 10여 년 동안 발사체의 모든 부품 제작과 조립, 성능 테스트 등을 우리 손으로 진행해온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하나하나가 새로운 기록의 축적이었다. 매우 세밀한 단계별 계획에 따라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발사체는 최소 세 차례에 걸쳐 반복 제작된다. 엔지니어링 모델(EM·Engineering Model), 인증 모델(QM·Qualification Model), 비행 모델(FM·Flight Model)이 그것이다. 부품을 모두 조립해 전체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 제작 단계에서 검증하는 EM, 제작된 발사체가 연료 주입과 기립 등 발사에 필요한 공정 및 동작을 무리 없이 해내는지 테스트하는 QM, 실제 비행에 사용하는 FM은 겉보기엔 똑같이 생겼다.


지난 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대에 수직으로 서 있는 모양을 공개한 누리호는 QM, 오는 10월 실제 발사될 누리호는 FM이다. 발사체를 지지하는 발사대를 국산화하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누리호를 쏘아 올릴 제2발사대는 영어로 탯줄을 의미하는 엄빌리컬(umbilical) 타워로 불린다. 산모가 태아에 산소와 영양분 등을 탯줄로 전달하는 것처럼 기립한 발사체에 케로신·산화제 등 연료를 공급하는 지상 구조물이다. 고정 장치로 발사체를 최대 추력에 이를 때까지 꽉 잡고 있다가 정확한 타이밍에 놔줘야 하는 임무를 맡는다. 자칫하면 발사체가 땅을 떠나지도 못하고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최첨단 기술 총동원=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성능을 대략 살펴보면 1.5t급 실용위성을 600~800㎞ 상공의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힘과 덩치를 갖고 있다. 키는 47.2m, 무게는 200t으로 아파트 15층 높이에 지하철 6량의 중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75t급 추력을 내는 액체로켓 엔진 4기로 클러스터링된 1단부와 75t급 액체엔진 1기의 2단부, 7t급 엔진 1기의 3단부 등 총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발사체에서 가장 중요한 액체엔진의 성능 검증을 위해 그동안 수많은 연소 시험이 행해져 왔다. 75t 엔진은 180회, 7t 엔진도 91회의 테스트를 거쳤다. 하단부 1단의 경우 75t 대형 엔진 4개를 묶어 하나의 엔진처럼 작동해야 하므로 조작의 시간적 정합성과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 75t급 이상의 중대형 액체엔진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7번째로 독자 개발 엔진 기술을 보유한 국가로 기록됐다. 이 엔진은 케로신이라는 로켓 연료와 산화제를 초당 1016㎏ 소모한다. 200ℓ 크기의 드럼통 2개를 1초에 다 태울 정도로 빨라 1단이 작동하는 130초 동안 260개의 드럼통을 텅 비우게 된다.


또, 발사체의 몸통에 해당하는 추진제 탱크와 배관을 만드는 일도 단순해 보이지만 고도 기술이 요구된다. 발사체 부피의 80%를 차지하는 추진제 탱크는 경량화를 위해 2.5~3.0㎜의 얇은 알루미늄 합금 단일 벽으로 제작한다. 특히 영하 183도의 액체산소와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 등 극저온 물질의 온도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벽과 벽 사이에 진공 상태가 유지된 이중벽으로 만드는 기술이 어렵다. 최대 높이 10m, 지름 3.5m의 거대 구조물을 이렇게 얇은 금속판으로 만들면서도 내부는 삼각형 형태의 격자 구조를 설계해 넣어야 한다. 탱크 내부에 대기압의 4~6배 정도의 압력이 걸리고, 비행 중에 관성력·공력 등 추가로 가해지는 하중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발사체를 쏘아 올린 다음, 비행 중에 통신을 교환하고 관제하는 기술도 모두 우리 힘으로 이뤘다. 누리호를 추적하기 위해 나로우주센터와 제주도에 추적 레이더와 텔레메트리(telemetry·원격통신) 안테나를 설치했고, 비행 후반부의 추적을 위해 태평양 서부의 섬 팔라우에도 추적소를 두고 있다.


한시라도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선박에도 이동형 데이터 수신장치를 달고, 만에 하나 예상 비행궤적을 이탈해 안전 영역 밖으로 움직이거나 주거지역 방향으로 비행하는 등 비정상적인 비행이 지속돼 지상의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생길 경우 비행 종단(termination) 명령을 보내 발사체를 안전하게 유도하는 일도 빠질 수 없는 기능 중 하나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월간조선 08월 호

■“UFO는 物體(physical objects)다”

미국 정부 최초의 UFO 보고서가 충격적인 이유

⊙ “UFO가 外界에서 왔다는 증거는 없지만 배제할 증거도 없다”면서 지구에서 만들 수 없는 기술이라고 고백, 외계설에 무게를 더해
⊙ “UFO와 전투기가 충돌 직전까지 갔고, 군사시설에 자주 출몰하며, 電磁氣波를 쏘았다”
⊙ 프랑스도 UFO 실체 인정, 유엔 중심의 국제적 조사 필요성 대두. 한국군도 대책 세워야
⊙ 미국인 반 이상이 UFO 외계설 믿어

▲미국 정부의 〈미확인비행현상〉 보고서.

 

UFO, 즉 미확인비행물체에 대하여 가장 축소 은폐적 태도를 보였던 미국 정부가 지난 6월 25일 최초 공식 보고서를 통하여 그 실체(實體)를 공식 인정했다. 물론 외계(外界)에서 왔다는 증거는 없다고 했으나 오지 않았다는 증거도 없다면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동시에 지구적 기술을 뛰어넘는 행태를 보인다고 실토함으로써 외계설에 힘을 실었다. UFO 논란은 음모론의 낙인을 벗었다. UFO 실체론은 우주와 인간 존재의 의미를 재(再)정의하도록 만든다. 기존 물리학 이론으론 설명할 수 없으니 없는 것으로 치부하자는 부정론은 근거를 잃었다. 물체적 실존이 있으니 거기에 따라 이론을 바꿔야 한다는 방향으로 논란이 이어질 것이다. UFO 이야기는 많이 할수록, 겸손해지고 상상력이 커진다.

  우주의 탄생인 빅뱅은 137억 년 전이란 것이 정설(定說)이다. 은하계엔 수천억 개의 별이 있고, 우주엔 그런 은하계 같은 게 수천억 개가 있다고 한다(이런 수치는 늘어나는 방향으로 바뀐다). 우주 속의 별은 10해(1,000,000,000,000,000,000,000)개라는 설(說)부터 0이 3개 더 붙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다. 지구의 바닷가 모래알 수만큼 많은 별이 있다고도 한다. 그 우주가 맹렬한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이런 우주가 또한 무수할 것이란 멀티버스(multiverse) 개념도 힘을 얻고 있다. 지구와 인간은 그 속의 한 점이다.


UFO를 인정할 때 인류가 보일 행태는?

  그 현명한 아인슈타인도 우주가 팽창하지 않는다고 고집을 부렸고, 블랙홀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우주 팽창과 블랙홀은 아인슈타인이 1915년에 발표한 일반상대성 이론의 연구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도출되었음에도(그는 E=mc² 공식이 원자폭탄의 원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지금 인간이 알고 있는 우주에 대한 지식만으로 UFO를 부정하는 것은, 16세기 이전 유럽에서 지동설(地動說)을 부정하던 이들이 이를 주장하는 선지자들을 이단으로 몰아 화형(火刑)시켰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이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40만 년 전이고, 문명을 발전시키기 시작한 것은 길게 잡아 수만 년 전, 문명 추진체인 국가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수천 년 전, 하늘을 날기 시작한 것은 100여 년 전, 달에 사람을 보낸 것은 53년 전이다. 이런 속도로 과학이 발달하고, 인류가 멸종하지 않고, 100만 년 더 흐른다면 그때 사람은 UFO를 다른 항성으로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가질 수 없을까? 우주 속에 숨어 있는 시공간(時空間)을 단축하는 원리를 찾지 못할까? 지구에 UFO를 보내는 별에선 그런 문명이 100만 년 전이 아니라 1000만 년 전, 아니 1억 년 전부터 발달하였다면? UFO가 보여주는 이해할 수 없는 기동(機動)은 수만 년짜리 문명과 1억 년짜리 문명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UFO 관련 보고를 받아보고 ‘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UFO를 인정할 때 인간이 보일 행태를 두 가지로 예상했다. 하나는 UFO를 적대시하여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류가 여러 갈등을 넘어 단결하는 것이다. 이 넓은 우주에서 인간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의식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유쾌하지 않은가?


  外界에서 온 것일 수밖에 없다는 느낌!

지난 6월 25일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Office of the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이 미 의회에 제출한 〈예비 보고서: 미확인항공현상(Unidentified Aerial Phenomena)〉은 미확인 비행물체, 즉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의 실체를 정부가 공식 인정한 획기적 문서다. 실체가 있다면 누가 만들어 보냈는가? 미국 정부는 여기에 확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 보고서를 읽고 나면 관료적 전제(前提)가 많이 깔려 있긴 하지만 ‘외계에서 왔다고밖에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날은 나중에 우주관과 인간관을 바꾼, 그리하여 인류 역사에 획기적인 날로 기억될지 모른다.
 
  이 보고서는 “미국 정부 직원이 UAP와 접촉하게 됐을 시 필요한 절차와 방침, 기술, 훈련을 개발하는 방법을 제공하며 정보 당국이 이런 위협을 이해하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UFO를 ‘헛것’이 아닌 ‘잠재적 위협’으로 본다는 뜻이다(이 글에선 UFO와 UAP를 같은 뜻으로 혼용한다). 그래서 “국가정보국장과 UAP 태스크포스(TF)는 UAP에 대한 자료를 시의적절하게 수집하고 통합할 책임이 있다”고 하여 향후 적극적 대응을 다짐한 것이다.
 
  이 보고서에 담긴 자료들은 2004년 11월부터 2021년 3월 사이 발생한 사건들 중 미국 정부에 보고된 내용들에 국한돼 있다. 거의가 미국 해군 전투기 조종사들이 보거나 포착한 정확도 높은 사례다. 보고서 작성에 관련한 기관은 모두 안보・정보・과학 부문이다. 국가정보국과 국방부 소속 UAPTF를 비롯, 국방부 정보담당 차관, 국방정보국(DIA), 연방수사국(FBI), 국가정찰국(NRO), 국가지리정보국(NGA), 국가안보국(NSA), 공군, 육군, 해군, 해군정보국(Navy/ONI), 고등연구계획국(DARPA), 연방항공청(FAA), 국립해양대기청(NOAA), ODNI(국가정보국장실) 산하 신규기술분석국, ODNI의 국가방첩안보센터, ODNI의 국가정보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해 작성됐다.


  “UFO는 物體다”

보고서는 “보고된 UAP 사례 대다수는 레이더와 적외선, 전자광학, 무기 통제 기기(器機), 시각적 관찰 등 여러 센서를 통해 포착된 것으로 이는 (포착된 것들이) 물체(physical objects)라는 점을 뜻할 수 있다”고 했는데, 관측 기기의 오작동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앞부분에 나온 이 문장이 중간 결론인 셈이다. ‘physical objects’가 키워드이다. 정체를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관측 방법이 믿을 수 있으므로 UFO가 물체로서 실재(實在)한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기후나 광선 현상이 아니고 헛것도 아니란 이야기이다. 그동안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던 UFO 신봉자들로서는 명예 회복의 순간이었다.
 
  보고서는 조심스럽게 “제한적인 사례의 경우 UAP가 특이한(unusual) 비행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됐다”면서 “목격자의 착각일 수 있어 정밀한 분석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UFO가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이 또한 획기적인 태도 변화이다. UAP는 비행안전에 관한 문제점을 확실히 갖고 있고 미국 안보에 도전적 과제란 것이다.
 
  보고서는 144건의 사례는 2004년에서 2021년 사이 발생한 일들이며 새로운 보고 체계가 군 조종사 집단에 더 잘 알려지게 된 지난 2년 사이의 것이 대다수였다고 한다. 144건 중 정체가 확인된 것은 하나였다. 큰 풍선! 나머지 UAP는 여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은 출처, 정체, 기동에 대하여 인간이 알거나 갖고 있는 기술과 이론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UFO 태스크포스가 5가지 분류법을 쓰고 있다고 했다.
 
   항공 잡음: 새 떼, 풍선, 레저용 무인(無人)비행기, 혹은 비닐봉지 같은 하늘에 떠 있는 잔해물을 뜻한다.
  ▲자연 기후 현상: 대기 중의 얼음 결정(빙정·氷晶), 습기, 열의 변동 등. 적외선 및 레이더 시스템에 포착될 수 있다.
  ▲미국 정부나 민간이 개발하는 프로그램: 해군 등이 수집한 UAP 보고 사례 중 어떤 것도 이런 시스템과 연관돼 있다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적대국의 시스템: 일부 UAP는 중국이나 러시아, 다른 국가, 혹은 비정부기구에서 개발한 기술일 수도 있다.
  기타: 대다수의 UAP 목격 사례는 제한적인 정보와 정보수집 절차 및 분석의 부족함으로 인해 아직 식별되지 않은 것들이다

 

군사시설 주변에 많이 출몰! 

  미국 정부 차원의 최초 보고서임에도 예상과는 달리 솔직한 정보 공개가 많다. 핵심적인 것만 추렸다.
 
  ▲미국 정부 기관에 의한 144건의 보고 중 80건은 여러 센서를 통해 목격한 경우다.
 
  〈대다수의 보고는 UAP를, 사전 계획된 훈련이나 다른 군사 활동을 방해한 물체로 묘사하고 있다.〉
 
  UFO가 미군의 활동에 방해나 위협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 보고서는 중요한 고백을 한다. 그동안 미국 군대나 정보기관 등에서 UFO를 금기시(禁忌視)해왔다는 것이다.
 
  〈사회 및 문화적 낙인과 센서의 한계가 UAP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있어 장애물로 남아 있다. 작전을 수행하는 조종사들이나 군대 및 정보 당국의 분석가들은 UAP를 목격하고 이를 보고하며 이에 대해 동료들과 논의하게 될 경우 비난을 받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오명(汚名)으로부터 오는 영향은 과학, 정책, 군대, 정보 부문의 고위급 관계자들이 이 문제를 공개석상에서 진지하게 논의함에 따라 줄어들기는 했다. 하지만 명예에 해(害)가 될 수 있다는 위험으로 인해 많은 목격자가 침묵하게 되고 이 주제에 대한 과학적 논의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미국 공군이 ‘블루북’이란 명칭의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오랫동안 UFO를 추적하다가 1960년대 말에 ‘사실무근’이라 결론짓고 문을 닫은 것이 이런 분위기를 조장했다고 한다. 공군은 UFO를 덮고, 해군은 UFO를 드러내고 있는 형국이다.
 
  ▲보고서는 143건의 설명하기 어려운 보고 사례에서 ‘특정 패턴’이 나타난다고 했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그 패턴이 지구적이지 않고 외계적이기 때문이다.
 
  〈보고 사례에 광범위한 변수가 있고 축적된 데이터가 너무 제한적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추세나 패턴을 분석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형태와 크기, 그리고 특히 추진력 등 UAP 목격 사례에 공통되는 점이 있다. UAP는 미국의 훈련 및 실험 장소 인근에서 자주 발견되는 경향이 있다. 이 지역에 관심이 집중되고 이 지역들에서 더 많은 수의 최신 센서가 작동하고 있으며 부대의 긴장감과 이상 현상을 보고하라는 지침이 내려가 있다는 점으로 해서 편향된 판단일 수 있다.〉
 
  이것은 UFO가 군사시설이나 군사활동을 중점 감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프랑스 정부의 UFO 조사도 비슷한 분석을 했다. 핵과 미사일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충돌 직전까지 갔다!

▲보고서는 상당수의 UAP가 고등 기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1건의 보고 사례에 소개된 18건의 경우 목격자들은 이상한 비행 특성을 보고했다는 것이다.
 
  〈일부 UAP는 바람 속에서 정지하고 있었고 바람 방향의 반대로 움직이거나 갑작스럽게 움직이고 동력장치 없이 엄청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일부 사례에선 전투기가 UAP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무선주파수(RF) 에너지가 측정됐다.〉
 
  무선주파수 에너지란 전자기(電磁氣)로서 UFO가 추적하는 전투기를 향하여 전파 교란을 했거나 교신을 시도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프랑스 정부 보고서에 의하면 UFO는 민간 비행기엔 그렇지 않지만 전투기에는 적대적이거나 회피적이라고 한다. 특히 UFO에 접근하면 전투기의 전자·통신 및 무기통제 장치가 마비된다는 증언이 많다.
 
  ▲보고서는 “UAP가 보여주는 가속력이나 은폐 및 회피동작(註: a degree of signature management, UFO의 존재를 은폐하기 위해 스텔스 기능을 쓰는 등의 행위)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면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여러 팀의 추가적인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종사들이 UAP와 충돌 직전(near miss) 상황까지 갔었다고 보고한 11건의 기록을 갖고 있다”는 실토도 충격적이다. 전투기가 UFO에 근접했다는 뜻인데 민간 비행기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이착륙 때 UFO가 끼어들면.
 
  ▲보고서는 이번의 UFO 관련 자료 대부분이 미 해군으로부터 나왔다고 했다. 이제는 미군의 모든 부서와 다른 정부 기관들이 사건 발생 시 보고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공군이 이 문제에 대하여 소극적이거나 비협조적이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공군의 데이터는 과거 사례를 보면 제한적이었으나 2020년 11월부터 6개월 동안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 UAP 접촉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UFO 정보가 많을 수밖에 없는 연방항공청(FAA)도 공군처럼 소극적이었는데 앞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정부도 UFO 실체 인정

  미국보다 먼저 UFO에 대해 국가적 조사를 하고 이를 공개한 나라는 프랑스이다. 이번 미국 정부의 보고서 내용도 프랑스와 비슷하다.
 
  장 자크 벨라스코는 약 20년간 프랑스 정부의 UFO 담당 기구 책임자였다. 그는 UFO에 관한 세계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프랑스 인공위성 연구소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1977년에 UFO 담당 기구가 설립되자 관계하게 되었고, 6년 뒤 책임자가 되었다. 1983년부터 2004년까지 그는 UFO 현상을 정부 차원에서 조사·분석하는 일을 지휘하였다. 퇴임 후 풍부한 사례 조사 경험을 근거로 자유롭게 UFO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그는 UFO 전문 추적기자 레슬리 킨이 《UFOs》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의 판단을 이렇게 정리하였다.
 
  〈1954년 프랑스에선 전역(全域)의 도시권에서 100건이 넘는 비행접시, 즉 UFO 공식 보고가 접수되었다. 마다가스카르에선 수천명이 비행물체를 목격했다. 비행기 크기의 녹색 공과 럭비공같이 생긴 금속 물체가 떠다녔다. 사람들은 얼어붙었고, 개들은 짖어댔으며, 소들은 우리를 들이받기도 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비행물체가 공중에 있는 동안 전력망이 마비되었고, (비행물체가) 사라지니 살아났다는 점이다. UFO 추적 기구인 GEPAN은 경찰, 헌병, 공군, 해군, 기상학자, 항공 관련 공무원들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천문학자, 물리학자, 법률 전문가 등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1977년에서 1983년 사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1. 대부분의 UFO 관련 보고는 면밀한 분석 결과 해명이 가능했다.
  2. 그러나 상당수의 현상은 기존 물리학, 심리학, 혹은 사회 심리학으론 설명할 수 없었다.
  3. 설명할 수 없는 공중 현상의 적은 %는 물질적 근거, 즉 실체(實體)를 갖고 있다.

GEPAN(1988년 이후 SEPRA)은 1951년 이후 UFO 목격 사례들을 모두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다. 통계분석이 가능했다. 우리는 4등급으로 분류했다. 

  A. 완벽하게 확인된 경우
  B. 현상의 성격을 얼추 확인했지만 약간의 의문이 남는 경우
  C. 자료 부족으로 식별이 안 되는 경우
  D. 정확한 목격담과 질이 좋은 증거가 현장에서 확보되었는데도 설명할 수 없는 경우〉

 

물리적 흔적을 남긴 두 사례 

 

  프랑스는 미국과 달리 UFO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단을 보내 정밀분석에 나섰다.
 
  1981년 1월 8일 오후 5시 프로방스의 한 마을에서 전기기술자 레나토 니콜라이가 정원에서 물펌프 집을 짓고 있었다. 그는 하늘에서 휘파람 소리 같은 것이 들려 돌아보았다. 달걀 모양의 물체가 정원에 착륙했다. 살며시 다가가니 하늘로 날아가버렸다. 휘파람 소리를 내면서. 날아오르는 물체의 배 부분을 보니 착륙용으로 보이는 두 개의 돌출부가 있었다. 착륙한 곳에 가보니 땅이 눌린 2m 반경의 두 원형 흔적이 있었다. 조사단이 가서 이 사실을 확인했다. 무거운 것에 의하여 눌린 사실, 그리고 착륙 장소의 땅이 섭씨 300~600도로 가열된 사실도 분석을 통해 알아냈다.
 
  다른 경우는 더 구체적이었다. 낮 12시35분에 목격자 집 앞에 지름 1m가량의 비행물체가 천천히 내려오더니 지상 1m 위에서 20분 정도 정지했다. 목격자는 “달걀처럼 생겼는데 두 접시를 포갠 모양이었다”고 기억했다. 위는 청록색의 돔 모양이었다.
 
  이 물체는 땅 위를 호버링(hovering)하다가 엄청난 속도로 올라갔다. 그 바람에 풀이 벌떡 섰다. 조사팀이 가서 물리적·화학적 영향을 조사하였다. 풀의 수분이 말라버리는 등 강력한 전자기장(電磁氣場)의 영향으로 열이 난 것으로 분석되었다. 150건 보고 사례 중 15건이 D급으로 분류되었다. 정확한 목격담과 질 높은 증거가 있지만 기존 학설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것들이란 이야기다. 이 중 반은 주변 환경과 비행기 장비에 전자기적 영향을 끼친 경우였다.
 
  독립적으로 UFO를 조사한 도미니크 바인스타인은 조종사들이 목격한 1305건의 사례를 분석했다. 그 결과, UFO는 상업용이나 자가용 비행기를 대하는 것과 군사용 비행기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자(前者)에 대해서는 (UFO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데 반해 군용기에 대하여는 적극적이고 때로는 적대적이었다. UFO가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의도적 행태를 보인다는 이야기이다. UFO가 원자력이나 핵폭탄과 관련 있는 시설 상공에 자주 나타난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이는 전략적 의도로 읽히는데 이번 미국 보고서도 비슷한 견해였다. 


  ‘UFO=외계 물체’라는 같은 결말로 향하는 각국 정부

  최근 들어 여러 나라가 자국(自國)이 조사한 UFO에 대한 자료들을 공개하고 있다. 2004년 이후 브라질, 칠레, 프랑스, 멕시코, 러시아, 우루과이, 페루, 아일랜드, 호주, 캐나다, 영국, 덴마크, 스웨덴 등이 기밀로 분류한 자료들을 대중에 공개했다. 수십 년간 UFO를 연구한 우루과이 공군은 2009년 관련 자료들을 공개했다. 공군 연구팀을 이끌던 아리엘 산체스 대령은 “UFO 현상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적 분석에 기초했을 때 외계에서 왔다는 가설을 무시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UFO 전문가 중 신뢰도가 가장 높은 사람 중 한명인 레슬리 킨 기자는 《UFOs》라는 책을 쓰기 위하여 각국 정부에서 UFO 연구를 담당한 사람들을 취재했는데,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사실상 “외계에서 왔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국방고등연구소에서 활동하던 12명의 전현직 국방 관계자와 과학자들로 구성된 프랑스 심층위원회(COMETA)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프랑스에 보고된 UFO 목격 사례를 조사했다. 이들도 보고서에서 “외계에서 왔다는 가설(假說)이 가장 신빙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벨기에에서는 1989년 말부터 1990년 중반까지 약 2000건의 신빙성 있는 UFO 목격 사례가 집중적으로 보고됐다. 벨기에 공군은 이 중 650건을 조사했고, 500건에 대해선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300건 이상은 300m 이내에서 UFO 추정 물체를 목격한 사례이고 200건은 목격 시간이 5분 이상이었다. 

 최소 250명이 목격한 벨기에
 삼각 UFO 사건

  당시 벨기에 공군에서 작전총괄직을 맡은 윌프리드 드 브로우에르 예비역 소장은 레슬리 킨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사실에 집중하며 외계에서 왔을 가능성에 중점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다만 벨기에에서 목격된 사례들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고 이 연구는 외계에서 왔을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1989년 11월 29일 벨기에 오이펜 지역에서 총 143건의 UFO 목격 사례가 보고됐다. 최소 250명이 같은 날, 같은 지역에서 UFO로 추정되는 물체를 봤다는 것이다.
 
  목격자 중에는 경찰관도 여러 명이었다. 벨기에 연방경찰인 하인리히 니콜과 후버트 본 몬티니는 이날 오후 5시15분쯤 오이펜과 독일 접경지대에서 순찰을 돌고 있었다. 이들은 차 안에서 신문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밝은 불빛이 쏟아지는 들판을 발견했다. 들판 위에서 삼각형 물체가 3개의 불기둥을 아래로 쏘고 있었다.
 
  물체 중간에서는 붉은 섬광(閃光)이 나오고 있었다. 소리를 내지 않고 하늘에 멈춰 있었다. 그러다 독일 국경 쪽으로 천천히 움직이다가 다시 오이펜 쪽으로 돌아왔다. 니콜과 몬티니는 이 물체를 추격했다. 물체는 오이펜 상공에 30분 이상 머물렀는데, 이를 봤다는 목격자가 많다. 이후 이 물체는 인근 베르베에 지역에 있는 길레페 호수 쪽으로 이동했다. 약 한 시간 동안 호수 위에 멈춰 있었다. 니콜과 몬티니는 차에 앉아 이를 계속 지켜봤다. 물체는 계속 땅을 향해 붉은 불빛을 쏘고 있었다.
 
  오후 6시45분, 두 경찰은 또 다른 물체가 나타나는 것을 봤다. 물체의 상단은 둥근 지붕 모양이고 직사각형 창(窓)이 있었다. 안에서 불빛이 보였다. 물체는 시야에서 벗어나 북쪽으로 날아갔다. 오후 7시23분, 첫 번째 물체가 붉은 불빛을 더 이상 내뿜지 않고 남서쪽으로 날아갔다. 총 13명의 경찰이 오이펜 인근 여덟 군데에서 이 물체들을 봤다. 드 브로우에르 예비역 소장은 10명 중 1명만 이런 사례들을 신고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1500명 이상이 이 물체들을 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1989년 12월 11일 오후 6시45분쯤 벨기에 육군 소속 안드라 아몬드 대령은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이들은 차 오른쪽에 있는 물체에서 3개의 붉은 불빛이 나오는 것을 봤다. 이들은 차 밖으로 나와 이 움직임을 쳐다봤다. 물체에서 큰 불빛이 나오는데 보름달 2개 크기였다고 한다. 물체는 이 부부를 향해 불빛을 쐈는데 아몬드 대령은 겁을 먹어 차로 돌아가 도망가기로 했다. 차 문을 열자 물체는 왼쪽으로 돌아갔다. 삼각형이었다.
 
  1990년 3월 30일 저녁에는 여러 경찰관이 UFO를 봤다는 신고를 했다. 벨기에 공군 레이더 기지 두 곳에서 이 물체를 포착했다. 벨기에 공군은 F-16 전투기를 출동시켰는데 이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레이더에 포착된 물체의 움직임은 인간의 기술로는 설명이 안 될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드 브로우에르 소장은 미국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연락해 UFO를 목격한 날 미국의 스텔스 비행기가 비밀 작전을 수행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미국 국방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또한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 비행물체를 만들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칠레 정부 UFO 담당자, “외계인 假說에 동의한다"

칠레는 1977년 민간 항공청 산하에 이상항공현상연구위원회(CEFAA)라는 기관을 설립해 UFO 연구에 나섰다. 이 기관은 1997년 봄 칠레 북부 아리카시(市)에서 이상한 항공 현상이 발생한 후 설립됐다. 이틀 연속으로 아리카시 서쪽 지역에서 불빛이 목격됐다. 이 불빛은 바다 위에서도 보였다. 민간인뿐만 아니라 공무원과 천문학자들도 이를 봤다. 칠레 정부는 사람들이 목격했다는 불빛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발표했다. 칠레 정부가 공식적으로 미확인 물체가 영공에서 발견됐다고 밝힌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2000년 7월, CEFAA는 미국대사관을 통해 UFO 관련 연구를 하고 있으니 미국의 관련 기관과 공조하자고 했지만 회신이 없었다. CEFAA가 많은 사례를 연구한 결과, 대다수는 다른 행성이나 기후 현상을 착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제대로 된 분석을 할 정도의 자료나 증거가 부족한 경우도 많았다. 목격자가 증언을 거부하거나 범죄 기록이 있는 등 신뢰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최종 조사 결과 4%의 사례에 대해서는 정확한 설명이 불가능했다고 했다.
 
  리카르도 버뮤데즈 산후에자 장군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CEFAA를 이끌었고, 은퇴 후인 2010년에 또 한 번 CEFAA 수장(首長)을 지냈다. 산후에자 장군은 “UFO가 존재하고 현실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믿는다”고 했다. 그는 “UFO가 외계에서 왔다는 프랑스 COMETA 보고서의 결론에 동의한다”고 했다. 그의 설명이다.
 
  “아직까지 이 가설은 입증되지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지도 않았다. 나는 이 가설이 철학이나 종교의 영역에 빠지지 않았으면 한다. 이 가설이 황당무계하게 들린다는 이유로 무시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과학적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브라질 방공사령관, “UFO는 실체 있고 지능이 있는 듯하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나라인 브라질에서도 UFO는 자주 출몰했다. 브라질 정부는 2008년 무렵부터 UFO 관련 자료를 대중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10년씩 잘라서 공개하고 있는데,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자료가 공개됐다. 공개된 자료만 약 4000쪽이 넘는다.
 
  1986년 5월 19일 브라질의 전투조종사 여러 명과 레이더가 동시에 UFO를 목격한 사례가 있었다. 이 사건은 군대에서 UFO 문제를 다루다 전역한 호세 카를로스 페레이라 예비역 대장이 ‘브라질의 UFO’라는 글을 써 세상에 공개됐다. 지상 레이더에 UFO가 포착되고 이를 전투기 조종사들이 하늘에서 동시에 본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런 현상에는 실체가 있고 사람이 조종하고 있다고만은 볼 수 없다.〉

  페레이라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방공사령부 사령관을 지냈고, 2005년까지 공군 작전총괄사령관을 역임했다. 그는 방공사령관일 때 전투기 조종사들이 보고 레이더가 포착한 UFO 사례들을 조사했다. 그가 내린 결론 역시 지구적 기술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란 것이었다.
 
  〈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겸손한 마음을 갖고 있다. 나는 군대에서 UFO 문제를 접하며 우리가 우주를 얼마나 무시하며 대하는지 알게 됐다.〉 

 

  그는 지난 100년간 일어난 일을 되돌아보면 인간이 언젠가는 UFO같이 설명이 안 되는 과학 문제를 풀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지난 100년 사이 비행기도 만들고 달에도 가게 되는 등 항공 관련 기술이 크게 진보했다. 천문학적 관점에서 보면 100년이라는 시간은 먼지 하나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가 지난 100년간 이런 일들을 이뤄냈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앞으로 100년, 1000년 후에 어떤 일을 이뤄낼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국방부는 UFO에 대해 회피적 태도를 취했고, 은폐하거나 무시하였다. 그 나라의 군사력을 무력화(無力化)시키는 존재를 인정하기 싫었을 것이고, 인정한다면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없으니 덮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UFO의 행태가 과시적이라기보다는 은둔적이라 숨기기도 좋았다. 특히 미국 공군과 연방항공청(FAA·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이 은폐나 무시(無視) 작전에 적극적이었음은 앞서 소개한 미국 국가정보국의 보고서가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좋은 예가 있다.
 
  1987년 존 켈러한은 미국 워싱턴에 본부가 있는 FAA 사고조사반장이었다. 그해 1월 항공청 알래스카 지역사무소의 전화를 받았다. “1986년 11월 7일에 있었던 UFO 건에 대해 기자들이 문의하니 어떻게 대응하면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원칙적 대답만 하라고 했다.
 
  “조사 중이라고만 하세요. 그리고 대화 테이프, 민군(民軍)의 항공관제 컴퓨터 레이더 자료 등을 모아서 뉴저지 애틀랜틱시티에 있는 FAA 기술센터로 보내주세요.”
 
  이렇게 되어 그는 이 사건에 관계하게 되었다. JAL 1628편 보잉 747 화물기는 1986년 11월 7일 오후 앵커리지 공항을 이륙, 북쪽 상공을 비행 중이었다. 기장(機長) 데라우치 켄주 등 3명이 타고 있었다. 오후 5시부터 기장 등이 조종실에서 목격한 두 대의 UFO는 각각 항공모함 크기였다. 원반 모양인데 둘레에 색광(色光)이 번쩍거리며 돌고 있었다. 두 물체는 JAL 점보기를 따라왔다.
 
  한순간에 두 UFO가 점보기 정면에 나타나 빛을 발사하는데, 눈이 부시고 조종실에서도 온도를 느낄 수 있었다. UFO는 점보기를 같은 고도에서 따라오면서 항로를 방해하곤 했다. 기장은 피해가려고 기체(機體)를 돌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점보기의 레이더에도 잡혔고, 크기를 계산하니 항공모함 정도였다.
 
  두 UFO는 31분간 점보기와 나란히 비행하면서 앞뒤를 오갔는데 그 속도가 어마어마했다. 수초에 몇 마일을 이동했다. 점보기 앞 8마일에 있던 UFO는 수초 만에 7마일 뒤로 가 있었다. 관성(慣性)과 중력(重力)을 자유자재(自由自在)로 통제하는 듯했다. 일본인 기장은 그 시각 상공에서 군사훈련이 있다는 통보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는 알래스카 관제소에 UFO라고 보고했다.


  CIA 요원, “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FAA 관리들은 기장과 부기장, 그리고 항법사를 집중적으로 조사하였다. 세 사람의 목격담이 일치했다. FAA 사고조사반장 켈러한은 애틀랜틱 기술센터에서 당시 상황을 재연(再演)하는 것을 참관했다. 기술자들은 민간 및 군사 레이더가 괴물체를 포착한 자료를 살려내고 점보기장이 지상 관제소에 보고하는 목소리를 입혀 UFO 목격 상황을 실감 있게 되살렸다. 기장뿐 아니라 지상 레이더도 UFO를 본 것이 확인되었다. 군사 레이더엔 ‘double primary’로 분류되었는데 이는 큰 비행체 또는 여러 대가 엉켜 있는 경우다. FAA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당시 미국 대통령 레이건의 과학보좌관실에 보고하기로 했다. 관련 부서 관계자들은 몇 시간 토의를 했는데 동석한 CIA 요원들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관련 자료를 모두 압수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비밀준수 서약을 해야 합니다.”
 
  켈러한이 물었다.
  “이게 뭐라고 생각해요.”
 
  CIA 요원이 말했다.
  “UFO지요. 30분이 넘는 레이더 추적 자료를 확보한 것은 처음입니다.”
 
  “그렇다면 국민들에게 UFO가 출현했다고 발표해야지요.”
  “어림도 없는 말씀 하시네. 그렇게 하면 국민은 패닉 상태에 빠질 겁니다.”
 
  켈러한은 1988년에 퇴임했는데 FAA가 확보한 자료를 갖고 나왔다고 한다. 퇴임 후 UFO 추적 전문 레슬리 킨 기자가 편저(編著)한 《UFOs》란 책에 이 비화(秘話)를 공개하면서 FAA 레이더가 UFO를 포착하는 데 원천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실토했다. 너무 큰 UFO는 레이더에서 비행기로 인식되지 않고 구름 등 기후 현상으로 잡히며, 너무 빠른 경우엔 레이더가 잡을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외계인과 손을 마주 흔들다?

▲파푸아뉴기니에서 발생한 사건을 묘사한 그림. 출처=파푸아뉴기니애티튜드

 

미확인비행물체(UFO) 마니아들이라면 한번쯤 봤을 법한 그림이 있다. 공중에 있는 UFO 같은 물체 위에서 외계인 4명이 지상 사람들과 서로 손을 흔드는 장면이다. 미 공군이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운영한 UFO 추적 ‘프로젝트 블루북’에 참여했던 천문학자 앨런 하이넥은 이 사건을 3단계 근접 조우(encounters of the third kind) 사례로 꼽았다. 1단계는 근접 거리에서 UFO를 목격한 경우, 2단계는 근접 거리에서 UFO가 목격되고 이 UFO가 실체가 있는 흔적을 남긴 경우다. 3단계는 목격자들이 UFO로부터 ‘생명체’를 확인한 경우다. UFO가 나타났고 4명이 손까지 흔들어줬으니 3단계에 부합한다.
 
  이 사건은 1959년 6월 26일, 27일 이틀간 파푸아뉴기니 밀른베이주(州) 보이아나이 지역에서 일어났다. 목격자는 호주 출신인 윌리엄 길 성공회 신부(당시 31세) 등 38명이었다. 이 중 아이들을 제외한 성인 25명은 길 신부 등이 작성한 목격 진술서에 동의·서명했다.
 
  길 신부는 UFO가 성공회 교리에 맞지 않아 평소엔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UFO를 목격한 직후 지인에게 쓴 편지에선 생각이 바뀌게 됐다고 한다. 길 신부는 UFO를 목격하면서 메모를 했다. 이 메모는 호주 주재 미국대사관에 파견된 공군 무관에게 보고됐다. 프로젝트 블루북은 이 메모 등을 입수·조사했다. 길 신부의 메모다.
 
 pm 6:45 낮게 뜬 구름이 군데군데에서 보임. 앞문에서 밝은 하얀색 불빛을 봄
  6:50 다구라와 메나페 지역에 확실하게 보임. 스티븐과 에릭 랭포드에게 전화를 함
  6:52 스티븐 도착. 별이 아닌 것으로 확인. 500피트? 오렌지?
  6:55 에릭에게 사람들을 부르도록 함. 위에서 한 물체가 움직임. 사람? 이제 3명이다. 움직임. 빛이 남. 갑판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음. 사라짐
 
  7:00 다시 사람 1호와 2호
  7:04 다시 사라짐
  7:10 구름 천장이 하늘을 덮음. 약 2000피트. 사람 3호, 4호, 2호. 얇은 파란색 불빛. 사람들 사라짐. 불빛 계속 있음
  7:12 사람 1호와 2호 다시 나타남. 파란색 빛
  7:20 UFO가 구름을 통과함
 
  8:28 이쪽 하늘은 맑고 다구라 지역은 구름이 짙음. 내 머리 위에서 UFO 목격함. 사람들을 부름.
  8:50 구름이 다시 낌. 큰 물체 하나가 제자리에 있음. 더 큰 무언가, 같은 건가. 또 다른 것들이 구름 속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음. 구름 속에서 하강할 때 빛이 반사됨. 구름 속에서 보이는 후광(後光) 같음. 2000피트 이상은 아니고 아마 더 낮은 듯(인근 산 높이를 기준으로 판단)


  9:46 위에 있는 UFO가 다시 나타남. 호버링(註: 공중에서 정지)
 
  10:50 UFO 안 보임
  11:04 폭우〉 

  
  별을 잘못 봤다?

 

▲윌리엄 길 신부가 사건 이후 자신이 본 것을 묘사한 그림. 출처=파푸아뉴기니애티튜드

 

하이넥 박사는 1973년 이곳에 가서 6명의 당시 목격자를 찾아내 인터뷰했다. 하이넥이 방문한 때는 사건 발생 후 14년이 지난 때였다. 하이넥은 “원주민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증언을 한 것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지만 이들의 표정과 제스처를 보면서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길 신부는 하이넥 박사에게 첫날 사건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선교시설 문 밖으로 나가면서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금성 위에서 하얀빛이 보였다고 한다. 이 불빛은 구름 속에서 위아래로 움직였다.
 
  프로젝트 블루북은 이 사건을 ‘별과 행성’을 UFO로 착각한 사례로 분류했는데, 하이넥은 이런 결론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고도 2000피트 이내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별이나 행성을 목격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반론이다. 목격자 중 한 사람이던 교사 스티븐은 손으로 이 물체를 가리키자 절반만 가려졌다고 한다. 하이넥은 주먹보다 큰 금성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다시 길 신부의 증언이다. 

  “우리가 이걸 같이 보고 있는데 이 물체에서 사람 같은 모습의 존재가 나와 갑판 같은 것 위에 올라갔다. 4명이었다가 어떤 때는 2명이기도 했다. 그러다 1명이 되고, 3명이 되고, 4명이 됐다. 우리는 이들이 들락거리는 것을 여러 번 봤다. 같이 목격한 사람들의 서명을 받아냈다.”
 
  그다음 날 저녁 일어난 일은 더 흥미진진하다. 원주민 중 한 사람인 애니 로리 보로와는 길 신부의 서재를 찾아와 밖으로 나와보라고 했다.
 
  “어제의 그 물체 위에 4명이 있었다. 그런데 두 개의 더 작은 UFO가 추가적으로 보였다. 서쪽 언덕 위에 한 대가 있었고 우리 머리 위에 한 대가 있었다. 큰 물체에 있던 2명은 갑판 중간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 같았다. 허리를 굽히기도 하고 무언가를 고치거나 설치하기 위해 팔을 뻗는 것 같았다. 1명은 서 있었고 우리를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외계인도 손 흔들어

  이제부터가 클라이맥스다. 길 신부가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이들이 위에서 손을 똑같이 흔들어줬다는 것이다. 길 신부와 같이 있던 사람 중 한 사람은 두 팔을 들어 흔들었는데, 그러자 위에 있던 2명이 똑같이 따라 했다고 한다. 밑에 있는 사람들이 계속 손을 흔들자 위의 4명 모두 손을 흔들어줬다고 한다.
 
  “우리 움직임에 회신이 있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선교시설에 있는 아이들 모두 깜짝 놀랐다. 어둠이 찾아오게 되자 나는 에릭에게 토치(註: 전등 혹은 횃불)를 하나 가져오라고 했고 이 물체 방향으로 빛을 밝혔다. 한 1~2분이 지나자 이 UFO가 양옆으로 흔들어댔다(註: 시계추 같은 움직임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UFO가 천천히 커지기 시작했고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한 30초 동안 이런 움직임을 보이다 중단했다. 2~3분 정도 지나자 이들은 우리에 대한 관심을 잃게 되었는지 갑판 밑으로 사라져버렸다.”
 
  길 신부는 지상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UFO에 있는 존재들을 향해 내려오라고 소리도 치고 신호를 보냈다고 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따로 없었다. 당시 파푸아뉴기니는 호주 식민지였다. 호주 국방부는 공군 장교 2명을 파견해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이들은 길 신부를 ‘신뢰할 수 있는 목격자’라고 했지만 이들이 목격한 것은 ‘자연 현상’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름이 많고 천둥이 치기 쉬운 날씨라는 점, 목성·토성·화성의 빛이 굴절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파푸아뉴기니는 열대 특유의 기상 현상으로 이상한 불빛이 많이 목격되는 곳이라고도 한다. 한편 길 신부는 파푸아뉴기니에서 돌아온 뒤 멜버른에 있는 여러 교육 기관에서 교사로 활동했다. 2007년 79세에 사망했다.


 미국인 다수가 외계문명 믿어

  UFO 마니아들은 이번에 발표된 미국 정부 보고서가 UFO의 실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는 반겼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거나 외계에서 온 물체일 가능성, 외계인에 의한 ‘납치’ 사건 등 이들이 믿고 있는 일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에는 실망했다. UFO 관련 보고서나 글에는 ‘extraterrestrial’이라는 표현이 자주 쓰인다. 지구 영역(terrestrial) 밖(extra), 즉 외계라는 뜻이다. 미국 정부 보고서는 이 표현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어찌 됐든 세계 최강대국(경제·군사 등)이 그들의 기술을 능가하는 UFO의 존재를 물체로 인정했다는 것은 역사적이다. 나중에 역사는 인류 문명사의 최대 사건으로 기록할지 모른다. 인간 존재의 의미를 재정의하게 만든 점에서. 이젠 공식적으로, 학문적으로 UFO가 외계에서 왔다는 논란이 거리낌없이 이뤄지게 되었다. 음모론자 취급을 받던 UFO 연구자들이 기를 펴게 됐다. 음모론이라 함은 극소수의 사람이 특정 사실을 정론(正論)과 다르게 인식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UFO가 외계에서 왔다는 생각은 극소수가 아닌 미국인 절반 이상이 이를 지지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6월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65%가 다른 행성에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인의 51%는 ‘미국 군대에서 보고한 UFO 사례가 지구 이외의 곳에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있다는 증거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군, 특히 해군 조종사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높은 신뢰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UFO 현상은 범(汎)세계적이고 증언도 다양하지만 공통점이 많다. 유엔이 상설기구를 만들어 국제적 조사를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국 공군에도 1980년 3월 31일 밤 동해 상공에서 팬텀기 두 대(조종사 4명)가 약 30분간 UFO를 근접 추적, 한때 발포까지 고려한 사례가 있다. 우리 국방부도 외국처럼 UFO를 추적하는 부서를 신설할 때인 것 같다. UFO는 물체이다. 하늘의 물체는 어떤 식으로든 항공 안전에 위협적이다.⊙

글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mongol@chosun.com

글 : 김영남  프리랜서

 

09.17 민간인끼리 첫 우주여행

▲민간인끼리 첫 우주여행

 

▲민간인끼리 첫 우주여행

 

미국의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민간인 4명을 태우고 1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민간인만 우주로 날아간 것은 인류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미국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은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발사체 ‘펠컨9’에 실려 날아갔다. 탑승자들은 사흘 동안 우주여행을 할 예정이다. 아래 사진은 펠컨9의 발사 모습. [AFP=연합뉴스]

중앙일보

 

09.19 민간인 4명 태운 스페이스X, 지구로 귀환… 우주관광 시대 열었다

[사이언스샷] 크루 드래건, 사흘 우주궤도 비행 마치고 플로리다 앞바다에 안착

▲민간 우주인 4명을 태운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이 18일 오후 7시 6분(한국 시각 19일 오전 8시 6분) 플로리다 앞바다로 귀환하는 순간./스페이스X 방송 캡처

 

사상 최초로 순수 민간인만 탑승한 우주선이 국제우주정거장보다 높은 궤도에서 지구를 선회하고 지구로 귀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비행을 계기로 본격적인 우주관광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세운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18일(현지 시각) “민간인 4명을 태운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오후 7시 6분(한국 시각 19일 오전 8시 6분) 플로리다 앞바다에 안착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지구 귀환 과정을 생중계했다.

 

▲스페이스X 의 우주관광 프로젝트인 인스퍼레이션4에 참가한 민간 우주인들이 19일 오전 8시6분 플로리다 앞바다로 귀환했다. 사진은 인스퍼레이션4를 지휘한 재러드 아이잭먼이 마지막으로 나오는 모습./스페이스X 방송 캡처

 

◇90분에 한 번씩 지구 선회

스페이스X는 민간인 4명을 태운 크루 드래건을 지난 15일 오후 8시 3분(한국 시각 16일 오전 9시 3분)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했다. 3시간 후 크루 드래건은 국제우주정거장(420㎞), 허블 우주망원경(540㎞)보다 더 높은 575㎞ 궤도에 무사히 진입했다. 최고 고도는 585㎞였다. 이후 사흘간 시속 2만7359㎞로 지구 주위를 90분에 한 번씩 선회했다.

 

▲스페이스X의 우주관광 프로젝트 인스퍼레이션4 과정./스페이스X

 

크루 드래건은 지구로 귀환하기 직전 아랫부분의 원통형 트렁크를 버리고, 추진기를 점화했다. 우주선에서 분리된 트렁크는 지구를 향해 추락해 대기와 마찰로 타버렸다. 우주선은 대기로 진입한 뒤 목표 고도에서 낙하산을 펼치고 바다에 안착했다.

 

▲스페이스X의 우주관광 프로젝트인 인스퍼레이션4을 성사시킨 재러드 아이잭맨이 우주에서 투명 돔으로 지구를 지켜보고 있다./스페이스X

 

인스퍼레이션4로 명명된 이번 우주관광 프로젝트는 미국 신용카드 결제 처리업체 ‘시프트4 페이먼트’ 창업자인 재러드 아이잭먼(37)이 비용을 전액 부담했다. 그와 함께 골수암 환자였던 세인트 주드 아동연구병원의 간호사 헤일리 아르세노(29), 애리조나 전문대학 지질학 강사인 시안 프록터(51), 미 공군 출신의 이라크전 참전 군인이자 록히드 마틴의 데이터 기술자인 크리스 셈브로스키(42)가 참여했다. 우주관광 비용은 구체적인 액수가 알려지지 않았다. 포브스 기준 아이작먼의 자산은 24억 달러(약 2조8000억 원)로 알려져 있다.

 

아이잭먼은 지난 17일 우주에서 진행한 생방송에서 “우리는 이곳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안다”며 “지금 모든 시간을 과학 연구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간인 4명은 혈액 검사 등을 통해 우주 비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와 함께 조종사 역할을 맡은 시안 프록터는 생방송에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줬고, 크리스 셈브로스키는 우쿨렐레를 연주했다. 우주인들은 또 아르세노가 일하는 병원의 소아암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잭먼은 이번 우주관광으로 소아암 전문 병원인 세인트 주드 아동연구병원을 위해 2억 달러 모금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 중 1억 달러는 아이잭먼이 개인적으로 기부했다. 아르세노는 소아암 환자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이 여러분을 위한 것임을 알았으면 한다”며 “내가 어릴 때 암치료를 견뎌냈듯 여러분들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르세노는 이번에 최연소 미국인 우주비행사 기록을 세웠다. 프록터 박사는 첫 흑인 여성 우주비행사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스페이스X의 우주관광 프로젝트인 인스퍼레이션4에 참여한 민간 우주인들은 첫날 지구를 15번 선회하면서 투명 돔으로 지구를 지켜봤다./스페이스X

 

◇민간 우주관광 시대 개막 평가

크루 드래건은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이는 스페이스X가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과 우주인을 수송하는 방식과 같다. 차이가 있다면 이전 크루 드래건이 우주정거장과 도킹(결합)하는 부분을 빼고 돔 유리창을 설치한 점이다. 탑승객들은 유리창을 통해 360도 우주를 바라볼 수 있었다.

 

이번 인스퍼레이션4는 민간인으로만 구성됐다는 점에서 진짜 우주 관광의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크루 드래건 발사가 성공하자 영국 가디언지는 “우주 관광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고, 미국 CNN 방송은 “민간인들을 위한 새로운 우주여행 시대의 시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7월 우주 관광에 성공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블루 오리진과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 우주선엔 전문 비행사가 함께 탑승했다. 특히 베이조스와 브랜슨의 관광은 모두 우주경계선인 고도 약 100㎞ 인근까지만 날아올라 몇 분간 무중력을 체험하는 수준에 그쳤다.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10.04 달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중국 우주패권 전쟁

달의 미래와 한국의 과제 

필자의 책장에는 신용카드 2개 크기로 인쇄한 월면(月面) 모형이 있다. 그 좁은 옆면에는 ‘폰카르만 크레이터’, 다른 옆면에는 ‘창어 4호 착륙지’라고 음각됐다. 폰 카르만 크레이터는 서울~충북 제천 거리인 지름 180㎞, 깊이 13㎞인 거대 지형이다. 백악기 말, 지구에 지름 10㎞ 크기만 한 천체가 충돌해 저만큼 큰 충돌구가 생겼으니 달에서도 그만한 뭔가에 얻어맞았다는 얘기다. 이 지역은 폭 2500㎞(서울~마닐라 거리)인 달 남극 ‘에이트켄 분지’의 일부다. 이 3D 모형을 준 중국 과학자는 창어4호의 데이터를 내려받아 분석한 결과로 논문을 썼다. 2018년 여름, 우한에서 만난 중국 과학자들은 창어에 이어, 톈원1호의 화성탐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달은 지구 30개를 한 줄로 죽 세워놓은 거리에 있다. 그래서 달에 사는 가족과 통화하려면 왕복 2.6초의 시차를 견뎌야 한다. 달 표면적은 호주 대륙의 2배, 중력은 지구의 6분의1에 불과하다. 지구에서 60㎏인 사람은 달에서 10㎏이 된다. 그러니 달에서는 더 멀리, 더 높이 뛸 수 있다. 하루는 29.5일이라 보름은 낮, 보름은 밤이다. 월면은 진공에 가깝지만, 나트륨·칼륨에, 태양에서 날아오는 헬륨·네온과 같은 원소도 있다. 하지만 달의 ‘대기’를 모두 모아 저울에 달아 무게를 잴 수 있다고 해도 10t이 채 안 된다. 지구의 대기는 바다처럼 열을 품었다 뱉어내지만, 달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달 적도 지역은 밤일 때 영하 173도, 한낮은 물이 끓고도 남는 영상 117도다.

미 아르테미스 계획, 3년 뒤 달 착륙
중·러도 달 기지 건설 위해 손 잡아
자원·심우주 탐사 위한 전진기지
달 패권 경쟁, 적극 참여 고민해야

▲유럽우주국(ESA)이 그린 미래 달 기지 모습의 상상도. 인간 거주용 모듈과 탐사로버용 차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달 현지의 토양을 이용해 3D프린팅 기술로 건축하 는 방식이 유력하다. [사진 ESA]

 

아폴로 시대 이후, 달에 처음 도전한 나라는 일본이다. 이들은 1990년 탐사선 ‘히텐’(ひてん)을 보내 미국과 소련을 뒤따른다. 곧이어 1994년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국(현 미사일방어국 MDA)은 NASA와 탐사선 ‘클레멘타인’을 쐈다. 장기 비행에 쓰일 우주선 부품과 센서를 시험하고, 달이란 천체를 과학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새천년 들어 다시 달 탐사에 시동을 건 것은 일본이다. 그들은 2007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만 한 ‘가구야’(かぐや)를 발사한다. 달의 여신이란 이름의 가구야는 1년 8개월간 과학탐사에 나섰다 2년 뒤 달 남반구에 돌진해 최후를 맞는다.

 

앞서 1971년, 백악관의 안보담당보좌관 헨리 키신저는 베이징으로 날아가 마오쩌둥의 눈앞에 위성사진을 내민다. 우수리강 주변의 중·소 국경 분쟁지역인 젠바오섬을 찍은 것이었다. 미·중 국교 정상화가 이뤄지면 중국이 원하는 위성 사진을 제공하겠다는 제의였다. 당시 소련과 불편한 관계였던 마오쩌둥은 즉각 미·중 국교 정상화에 동의한다.

 

그는 유인 우주계획 착수를 지시해, 마침내 2003년 중국의 첫 우주비행사를 배출한다. 2007년엔 첫 달 탐사선 창어(嫦娥) 1호를 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이 지구 중력권을 벗어났다는 것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창어1호는 3차원 달 지도와 광물 지도를 완성하는 한편, 이후의 연착륙 준비를 위해 월면에 충돌하면서 자료를 수집했다. 36년 전 키신저가 내민 우수리강 주변의 위성사진에 대한 뼈아픈 각성은 헛되지 않았다. 그들은 이제 성공 가도를 달린다. 중국국가항천국(CNSA)은 2010년 창어2호를 쏴, 창어3호의 착륙지를 탐색하고 2013년, 3호를 안착시켜 탐사로버 옥토끼가 월면을 누비는 장면을 전격 공개했다. 그리고 5년 뒤 인류의 손길이 닿은 적 없는 달의 남극에 오성홍기를 꽂는다. 창어4호다. 그런 중국은 2년이 안 돼 창어5호를 쏴 올렸다. 2020년 12월, 달에 착륙한 5호는 1m 깊이로 구멍을 파, 흙 1.7㎏을 싣고 내몽골에 안착했다. 성탄을 1주일여 앞둔 서방은 충격에 휩싸였다. CNSA는 그 한 줌 흙을 마오쩌둥의 고향 후난성에 고이 모셔뒀다.

 

지난 1960년대, 미·소는 380kg 넘는 월석을 캐왔다. 거기엔 티타늄을 비롯, 경제가치가 높은 광물이 많은데 그중 최근 주목받는 것이 핵융합발전용 에너지원 헬륨3다. 헬륨3는 지구 초기에, 우주 공간으로 다 흩어졌지만, 달은 그 정반대였다. 태양에서 끊임없이 날아드는 입자의 바람(태양풍)이 이를 월면에 차곡차곡 쌓아둔 것이다. 창어 연구책임자 쯔위안 박사는 우주왕복선만한 탐사선이 달과 지구를 세 번 왕복해 헬륨3를 실어 오면 인류가 1년 버틸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달 표토에 있는 양은, 인류가 수 세기 쓸 수 있는 에너지다. 헬륨3는 게다가, 방사능 공포에서 자유로운 에너지원이다. 문제는, 이를 채굴해 핵융합 발전으로 전기를 만드는 기술은 아직 없다는 것. 그렇다면 저들이 달의 극지에 가는 이유는 뭘까. 거기엔 영원히 볕이 들지 않는 지역이 있다. 크레이터, 즉 충돌구 가장자리에 불쑥 솟은 산맥은 그 안쪽 사면에 해가 드는 것을 막는다. ‘영구 그림자 지역’이다. 이런 곳은 과거 혜성과 소행성이 충돌하고 남은 얼음이 널렸다. 남극 에이트켄 분지가 그곳이다. 예컨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물을 가져가려면 리터당 2000만원, 달 표면까지는 21억 원의 비용이 든다. 우리가 생활하고 작물을 키우는 데도 물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로켓연료와 산화제로 쓸 수 있다. 그러니, 지구에서 흔하디 흔한 물은 저 척박한 달에서는 금값이다. 얼음 상태의 물이 있는 남극에 저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주요 달 탐사 계획

 

지난 5월,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연합의 일원이 됐다. 이 연합체는 달과 화성·혜성·소행성에 관한 평화적 탐사와 자원 활용을 위한 협력의 틀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단계별로 이뤄진다. 무인(2021년, 1단계)과 유인 달 궤도 비행(2023년, 2단계)으로 기술검증을 마치고 유인 달착륙(2024년, 3단계)에 도전한다. 그래서 2024년, 백인 여성과 유색 남성 우주비행사가 아폴로 17호(1972년) 이후에 처음 달을 밟은 뒤, 일주일 동안 과학탐사를 수행한다. 이와 동시에 미국·유럽·캐나다·일본은 달 궤도 정거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게이트웨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아르테미스 우주비행사들이 지구에서 도착해 착륙선으로 갈아타는 환승역이자, 이들이 쉬고 일하는, 장기 과학임무와 유인탐사를 위한 중간기지다. 승무원들은 이곳에 승선해(2026년, 4단계) 5단계 이후 본격적으로 달 남극에 기지를 건설한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와 국회가 유인 우주계획을 승인할지, 궁금하다.

 

달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려면 SF영화 ‘마션’의 마크 와트니처럼 미리 파악하고 알아야 할 일이 넘친다. 그래서 아르테미스 연합은 기지 건설 이전에, 방사능이 시간과 지역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 인체와 민감한 기기에 얼마나 해로운지, 수십 차례 로버와 착륙선 임무를 통해 하나하나 알아간다. 자기장은 방사선을 막아준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달의 자기장 분포를 지도로 만든다.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자연의 혜택’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달 먼지는 매캐한 화약 냄새가 나는데, 이게 어떻게 생겼는지, 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모른다. 또 달의 흙으로 집을 짓는데 어떤 배합으로 시멘트를 만들어야 할까. 농사에 쓰려면 또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달궤도선(KPLO)에 실릴 미국 과학장비도, 천문연구원이 참여하는 민간달착륙선 사업(CLPS)도 NASA 과학임무국에서 책임을 맡는다. 과학임무국은 전략과, 전략 달성에 필요한 지식수준과 현재 지식과의 격차, 곧 전략지식격차(SKG)에 일련번호를 붙여 관리한다. 미래 탐험가들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서다.

 

‘달의 여신’이란 뜻의 아르테미스 계획의 다른 한편에는 ‘또 다른 달의 여신’인 창어(嫦娥)를 앞세운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맞잡았다. 이들은 국제 달 연구기지(ILRS)를 짓기로 합의해 2025년까지 부지를 정하고 2036년 전에 완공해 운영에 들어간다. 양국은 지난 6월, 과학탐사와 기술검증을 위한 ILRS 건설 로드맵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월면천문대와 달 과학, 생명과학, 의학 연구도 포함됐다. 달 자원과 에너지 개발, 달과 지구를 오가는 운반수단과 건설계획이 포함됐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IRLS에는 과학기술 인력들만 살게 될까. 서방과 달리 이들은 군인 신분이다. 미국 국방·안보 전문 매체인 디펜스 원에 따르면 중국 우주계획의 배후에는 인민해방군이 있으며 달과 화성 탐사를 추진하는 것도 바로 그들이다. 아르테미스 베이스캠프, 유럽의 문 빌리지, ILRS. 하나같이 우주의 평화적 이용과 미래 자원, 경제권 확대와 같은 핑크빛 미래를 그린다. 그 끝은 어디일까.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차기 정부가,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고차 연립방정식이다.

 

◆문홍규

연세대에서 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천문연구원에 입사, 지금까지 27년을 근무했다. 소행성, 행성 탐사 등 행성과학이 주 연구분야다. 『하늘을 보는 눈』 『미지에서 묻고 경계에서 답하다』 『과학수다 1』 『2030 화성 오디세이』 『침묵하는 우주』 등의 공저가 있다.

중앙일보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

 

10.22 누리호 위성 궤도 진입에 실패, 좌절 말고 계속 도전해야

▲21일 오후 5시 전남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를 발사했다. 하지만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1일 발사와 단 분리에는 성공했으나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실패했다. 연료 부족으로 막판 궤도 진입 속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누리호는 1조9572억원을 투입해 엔진 설계부터 제작·시험 등 개발 전 과정을 순수 국내 기술로 이뤄낸 첫 발사체다. 궤도 안착까지 성공했으면 우리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위성을 발사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었다. 과학적으로, 산업적으로, 안보적으로 의미가 매우 큰 일이었다. 그런데 발사와 비행 절차는 정상이었으나 최종 목표인 궤도 안착에 실패한 것이다.

 

2013년 쏘아 올린 첫 우주 발사체 나로호는 핵심인 1단 엔진을 러시아에서 제작해 들여온 것이다. 반면 누리호는 2010년 300여 국내 기업이 개발에 착수해 11년 반 만에 독자 개발했다. 탑재 중량도 나로호의 15배인 1.5t으로 늘었고, 목표 고도도 700㎞로 나로호의 두 배가 넘는다. 중량 1t 이상 위성을 발사하는 국가는 현재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 등 여섯 나라밖에 없다.

 

이번에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실패했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계속 도전해야 한다. 우주 선진국들도 자체 개발한 첫 우주 발사체의 성공 비율이 30%에 불과했다. 비정상 비행의 원인을 찾아 고쳐나가 내년 5월 2차 발사 때는 최종 성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로호도 두 차례 실패 끝에 2013년 성공했다. 이미 선진국 민간 업체들은 재사용 발사체로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해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아주 어려운 기술이지만 우리도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

 

우주산업 발전은 미래 먹거리 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안보 역량 강화에도 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우주는 미국과 중국의 ‘전쟁터’로 바뀌고 있다. 우주에서 보고 발사하는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우리는 선진국에 크게 뒤떨어졌지만 우리 젊은이들이 도전 의식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우주산업에 뛰어들어 스페이스X·블루오리진 같은 업체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도전하면 반도체·조선처럼 우리가 항공·우주산업에서 활약하는 일도 결코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28 누리호 미완의 성공, 우주 강국으로 가는 과정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이 독자 개발한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우주로 향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그날의 전율이 아직도 생생하다. 누리호는 위성 모사체를 목표 고도 700㎞까지 도달시켰지만 3단 엔진이 계획보다 일찍 중지됐다. 결국 최종 비행 속도가 초속 7.5㎞에 도달하지 못해 위성 모사체의 목표 궤도 투입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모든 과정이 순조로워 보여도 최종 결과가 확인되는 순간까지 결코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것이 우주 발사체라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리호의 이번 비행은 독자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이번 누리호 발사를 통해 독자 개발한 75톤급 액체 엔진 4기가 하나의 엔진처럼 움직이는 1단부의 비행, 1단 분리, 2단 점화,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3단 점화, 3단 엔진 중지, 위성 모사체 분리 등 실제 비행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술들을 검증하는 값진 성과를 얻었다. 마지막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 또한 최종 성공으로 가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미 우리에게는 나로호의 값진 경험도 축적되어 있다. 나로호는 세 차례 시도 끝에 2013년 발사에 성공했다. 실패를 극복해 가는 과정은 힘겨웠지만 이는 고스란히 기술력 축적으로 이어졌다. 나로호 개발이 한창이던 2010년 3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사업의 시동을 걸 수 있었던 것도 1차 발사 실패 극복의 경험을 소중한 교훈으로 삼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위험을 감수한 시도와 이를 통해 축적된 기술과 경험, 이것이야말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거둔 성과의 공통분모다. 특히 우주 발사체 개발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다. 21세기 세계 우주 발사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스페이스X도 팰컨-1 발사체 개발 시 네 번째 시도에서야 발사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가 화성 탐사에 이용하겠다는 스타십 로켓 역시 다섯 번 시도 끝에야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었다.

 

누리호의 개발 과정은 그야말로 도전적이었다. 중대형급 액체 엔진 개발의 최대 난제인 연소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려 12번의 설계 변경과 20여 차례의 시험을 반복해야 했다. 전 세계에서 75톤급 액체 엔진 개발에 성공한 나라가 미국·러시아·프랑스·일본·중국·인도 등 6국뿐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어려운 기술 장벽에 도전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우주 발사체 관련 기술은 국가 간 이전이 불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누리호의 첫 번째 비행 시험의 아쉬운 결과는 완성으로 가는 과정이다.

 

지금 우주는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2010년 이래 10년간 우주로 발사된 인공위성이 2663기였지만 앞으로 10년 뒤면 5배 가까이 늘어난 1만2510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모건 스탠리는 2020년 4470억달러 규모의 전 세계 우주산업 규모가 20년 후엔 1조1000억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시점에서 독자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우리는 이번 누리호 3단 엔진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내년 5월로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를 반드시 성공시켜 독자적 우주 수송 능력을 완성할 것이다.

 

과거 나로호 1·2차 발사 실패에도 질책보다 격려가 더 많았던 이유를 우리 연구진은 잘 알고 있다. 이번 누리호 발사에도 변함없이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의 큰 격려와 성원을 가슴에 품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다시금 호흡을 가다듬고 우주 발사체 독립과 우주 강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해 나갈 것이다.

조선일보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11.03 주변 4强 우주 군비경쟁 ‘熱戰’ 돌입… 우리도 국방 우주개발 총력전을

지난 5월 중국이 발사한 창정(長征) 5B 로켓의 잔해가 지구 어디에 떨어질지 몰라 세계 각국이 긴장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창정 5B는 지난 4월 말 중국 우주정거장의 핵심 모듈(구성품)인 ‘톈허(天和)’를 싣고 발사된 뒤 지상에 추락하게 됐지만 위치를 몰라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가 한때 전전긍긍했던 것이다. 다행히 창정 로켓 잔해는 아라비아해에 추락해 피해가 생기지는 않았다.

 

▲그래픽=백형선

 
 

창정 5B처럼 공개된 우주 물체가 아니라 비밀 군용위성 등이 한반도를 지날 경우 우리나라는 독자적으로 파악조차 할 수 없다. 우주 공간을 감시할 수 있는 ‘눈’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 궤도상에 떠있는 5000여 기의 인공위성 중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것은 절반가량인 600여 기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 군 당국은 이들 위성 중 어느 것이 중·러·일의 정찰위성인지, 무슨 위성인지 미국의 지원 없이는 알 수 없다.

 

그런 우리 군에 다음 달 말 처음으로 ‘우주 천리안’이 생긴다. 카메라로 위성을 추적·감시할 수 있는 전자광학 위성 감시 체계가 가동되는 것이다. 전자광학 위성 감시 체계는 수백㎞ 상공을 도는 저궤도 위성을 주로 감시하게 된다. 앞서 공군은 지난달 참모총장 직속으로 ‘공군본부 우주센터’를 신설, 우주 관련 조직을 강화했다. 공군은 여러 해 전 ‘스페이스 오디세이 2050′으로 불리는 2050년까지의 야심 찬 우주 전력 건설 청사진도 만들었다. 여기엔 고출력 레이저 위성 추적 장비부터 공중 발사 위성요격 미사일, 공상과학 영화에 나올 법한 우주 배치 레이저 무기 같은 것들도 포함돼 있다.

 

군 당국은 앞으로 10년간 국방 분야 우주개발에 16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형 정찰위성 5기로 북한 핵미사일 등을 감시하는 425사업을 비롯, 대형 위성 30분의 1 가격으로 북한 목표물을 감시하는 초소형 정찰위성, ‘한국형 GPS’로 불리는 KPS(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 위성, 조기경보위성, 통신위성 등이 2030년대까지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군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국방 우주 분야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개최된 국제 우주항공 및 방위산업 전시회 ‘서울 ADEX 2021′의 화두(話頭)는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우주였다. 강한 우주 사업 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는 한화 방산그룹은 대규모 ‘스페이스 허브 존’(Space Hub Zone)을 만들어 발사체, 광학‧통신 위성 등 우주 기술을 총망라해 전시했다. 특히 지난달 21일 누리호에 장착돼 성공적으로 작동했던 75톤 액체로켓 엔진 실물도 등장했다. 미사일 전문 업체인 LIG넥스원은 KPS 위성 체계를 공개했다. 업체들의 적극적인 우주 사업 참여는 지난 5월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돼 민간 고체연료 로켓 개발의 족쇄가 풀리는 등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게 된 것도 기폭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미·중·러·일 등 주변 4강의 우주 군비 경쟁이 이미 ‘열전’(熱戰) 단계에 들어선 데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 2019년 우주군을 공식 창설한 미국은 아직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우주 기술과 최강의 우주 전력(戰力)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2045년까지 우주 최강국이 되겠다며 ‘우주 굴기’를 내세우고 있는 중국의 도전이 거세다. 미 언론은 중국이 지난달 말 미 위성을 파괴할 용도로 보이는 새로운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4일 발사된 쉬지안-21 위성이 외형상 우주 파편들을 청소하는 용도로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로봇 팔로 미 위성을 포획하는 등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우주사령관 제임스 디킨슨 중장은 미 의회에서 “로봇 팔이 달린 우주선(위성)은 중국 군부가 추진하는 우주 무기 개발의 일환”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 2006년엔 지상에서 발사한 레이저로 미 정찰위성 센서를 마비시킨 데 이어 이듬해엔 탄도미사일로 자국(自國)의 노후 기상위성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2015년 항공우주군을 창설한 러시아는 전투기에서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저궤도 위성을 격추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다. 지난해 우주작전대를 창설한 일본은 독자 항법 위성과 초보적 ‘킬러 위성’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강대국들이 상대국 위성을 무력화하기 위한 공격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찰·항법·통신위성 등을 무력화할 경우 적국의 눈과 귀, 중추신경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띄울 독자 정찰·항법·조기경보위성 등이 유사시 순식간에 적국의 레이저 무기나 미사일, 킬러위성 등에 의해 무력화될 수 있다.

 

그러면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정부와 군 수뇌부가 “앞으로 모든 분쟁(전쟁)은 우주에서 시작된다”는 인식을 갖고 국방 우주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주 군사력 주도권을 빼앗길 경우 육·해·공 전장(戰場) 기능이 약화되고 모든 영역에서 우세를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위성 요격에 대비한 방어 수단은 물론 레이저 무기 등 공격 수단을 개발하는 것은 기본이다.

 

국방 우주 개발을 법적·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 현재 국가우주개발 최상위법인 ‘우주개발진흥법’은 민간 활용 중심으로 돼 있어 국방 분야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국방 우주 개발의 특수성을 감안해 ‘국방우주사업관리법’(가칭)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민군(民軍) 협력 차원을 넘어 민·관·군·산·학·연이 유기적으로 협조해 ‘총력전’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물론 주변 강국의 잠재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조선일보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12.25 우주의 비밀 풀 성탄절 선물… 역사상 가장 큰 ‘인류의 눈’ 우주로

美 NASA,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발사
25년간 12조원 투자한 역대 최고 성능
허블 망원경의 100배 성능, 적외선 탐지
우주 탄생 초기·외계 생명체 비밀 탐색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한국 시각으로 25일 오후 9시 20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하 ‘웹’)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유럽우주센터에서 아리안5 로켓에 실어 발사한다. 개발 비용 100억달러(약 11조9000억원), 개발 기간 25년이 소요된 역사상 최대 크기(주거울 지름 기준), 최고 관측 성능을 자랑하는 신형 우주망원경이다.

 

우주망원경은 별빛을 차단하는 지구 대기권을 뚫고 올라가 우주의 생생한 모습을 인간 대신 들여다본다. 1990년 발사된 세계 최초의 우주망원경인 ‘허블 우주망원경’(허블)이 유명하다. 웹은 허블보다 100배 높은 관측 성능을 바탕으로, 전례 없이 먼 거리의 우주를 관측함으로써 135억년 전 우주 탄생 초기의 모습을 포착한다. 빛의 속도는 유한하기 때문에 먼 거리에서 오는 별빛을 볼수록 더 오래된 별빛, 즉 과거의 모습을 보게 된다. 웹은 외계 행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도 지금보다 더 면밀히 탐색할 예정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독수리 성운(왼쪽)과 앞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할 독수리 성운 예상 모습(오른쪽). 관측 성능이 높아져 더 많은 별과 은하를 관측할 것으로 보인다. /NASA 제공

 

웹의 주거울(별빛을 한곳으로 모으는 반사경) 지름은 6.5m로 허블(2.4m)보다 2.7배 크다. 면적은 25㎡(약 7.6평)다. 허블이 보지 못하는 적외선 영역의 빛을 주로 감지한다. 별이 내는 빛(가시광선)은 먼 거리를 진행하면 파장이 늘어져 적외선으로 보이는 ‘도플러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에 먼 거리의 별은 가시광선보다 적외선 센서로 감지하는 게 유리하다. NASA는 웹의 관측 성능을 두고 “허블보다 100배 강력하다” “이론적으로 (지구와) 달 거리에 있는 호박벌의 열을 감지할 만큼 민감하다”라고 설명했다.

 

▲위에서부터 스피처, 허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각각의 주거울. /NASA 제공

 

주거울은 18개의 육각형 거울 조각(segment)을 서로 이어 붙인 형태다. 조각 연결 부위를 접고 펼 수 있도록 했다. 직경이 6.5m인 주거울을 직경 5.5m의 로켓 화물칸에 그대로 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거울은 가벼운 재료인 베릴륨으로 제작돼, 표면에 빛을 잘 반사하는 금을 도금했다. 주거울의 면적당 무게는 허블의 10분의 1 수준이고, 우주망원경 전체 무게도 약 6.2t(톤)으로 허블(약 11t)의 절반 수준이다.

 

웹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영하 223℃의 극저온 환경이 유지돼야 한다. 머리카락 두께보다 얇은 고분자막을 알루미늄으로 코팅한 5겹짜리 가림막(sunshield)이 태양빛을 차단한다. 가림막은 두 대각선 길이가 테니스장 크기와 비슷한 14m, 21m인 다이아몬드 모양이다. 주거울은 가림막의 그늘에서 태양을 등지고 별을 관측한다. 태양빛에 노출되는 가림막은 최고 125℃까지 뜨거워지고, 반대편 주거울은 최저 영하 235℃까지 차가워지기 때문에 NASA는 웹이 이런 극단적인 온도 차이를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에도 신경 써야 했다.

 

허블이 560㎞ 상공에서 지구를 공전는 것과 달리 웹은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점’에서 태양을 공전한다. 라그랑주점은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서로 상쇄돼 안정적인 공전이 가능한 지점이다. 중력으로 인한 빛의 왜곡과 망원경에 미치는 외부 영향을 최소화하고, 웹-지구 간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해 안정적으로 교신할 수 있다. 주거울의 18개 거울 조각들은 서로 수㎚(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내의 높이차로 편평하게 정렬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미세조정에도 라그랑주점이 유리하다.

 

역대 최고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이 협력하고 미국 내 29개주, 해외 14개국의 300개 이상 대학·기관·기업의 과학자·공학자 수천명이 연구에 참여했다.

 

웹은 1996년 개발 시작 25년 만에, 최초 발사 목표 시점이었던 2006년 이후 15년 만에 이날 우주로 나간다. 기술적인 문제로 연기를 거듭하다가 지난해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장 작업에 차질을 겪었고 이달에는 기상 악화와 통신 문제로 세 차례 발사일이 미뤄졌다.

 

웹은 6개월 후 본격적인 관측 임무를 시작한다. 발사 후 접혀있는 주거울, 가림막, 태양전지판 등을 펼치는 데 1개월, 장비의 미세조정과 극저온 냉각 등 관측 준비를 하는 데 5개월이 걸린다. 계획된 임무기간은 5~10년이다.

 

국립과천과학관은 이날 오후 8시 40분부터 유튜브를 통해 웹이 발사되는 모습을 생중계한다. 강성주 과천과학관 박사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천문학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할 수 있다”라며 “이번 발사는 전 세계인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관측 임무 수행 사상도. /NASA 제공

조선일보 김윤수 기자

 

12.30 2조 투입된 누리호의 초보적 설계 실수… “비행중 폭발 안한게 다행”

정부 “누리호 성공” 자평했지만… 기본적 설계도 못해 실패 자초

지난 10월 21일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실패한 것은 어이없을 정도로 초보적인 설계 오류 때문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누리호 발사를 두고 “위성을 궤도에는 못 올렸지만 전 비행 과정은 정상적으로 수행한 사실상 성공”이라고 자평했지만 실제로는 폭발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의 문제를 안고 우주로 날아올랐다는 것이다. 내년 5월로 예정됐던 2차 발사 일정도 내년 하반기로 미뤄지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9일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조사위)’를 통해 누리호가 위성(모사체)을 궤도에 투입하지 못한 원인을 발표했다. 항우연 내·외부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조사위는 지난 11월부터 5차례 회의를 거쳐 “비행 시 발생하는 중요한 환경 영향을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설계 오류로 결론 내렸다.

▲그래픽=양인성

 

지난 10월 발사 때 누리호는 3단 엔진이 당초 계획보다 조기에 연소가 종료되면서 1.5t짜리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는 최종 단계에서 실패했다. 누리호 3단에는 7t급 액체연료 엔진이 탑재됐다. 엔진의 연료를 연소시키려면 산화제가 필요한데, 산화제가 누설되면서 엔진이 일찍 꺼져버린 것이다.

 

조사 결과 산화제 탱크 안의 헬륨 탱크가 실패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3단 산화제 탱크 안에는 산화제와 함께 헬륨 탱크 두 개가 들어 있다. 엔진이 연소하면서 산화제가 줄어드는데 헬륨은 산화제 탱크 내부 압력을 유지하는 역할이다. 그래야 산화제가 일정하게 엔진에 공급된다.

 

헬륨 탱크는 액체 상태의 산화제 속에서 떠다니지 않도록 산화제 탱크 안에 고정 장치로 묶어놨다. 하지만 누리호의 비행 중 헬륨 탱크에 가해지는 액체 산소의 부력이 커지며 고정 장치가 풀리고, 떨어져 나온 헬륨 탱크가 산화제 탱크 안을 돌아다니면서 내부에 균열을 내고 결국 산화제가 누설된 것으로 조사됐다.

 

◇헬륨탱크 고정장치 설계 실수

 

원인은 항공우주연구원의 어처구니없는 설계 실수였다. 부력은 가속도에 비례해 크기가 커진다. 누리호는 1단 비행 중 중력의 4.3배 되는 엄청난 가속도가 발생했다. 그만큼 부력도 커진 것이다. 하지만 항우연 연구진은 비행 중의 부력 상승을 아예 감안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환석 항우연 부원장은 “(지상에서) 중력에 의해 발생하는 부력은 고려했지만 비행 중 최대 가속도에 대한 부력은 고려하지 않은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헬륨 탱크 고정 장치를 충분히 단단하게 설계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지상에서의 조건만 고려해 설계한 건 아주 초보적인 실수”라고 말했다. 개발에 1조9572억원이 투입된 누리호가 어이없는 실수탓에 실패한 것이다.

 

이번 조사로 누리호 1단 로켓이 분리되기도 전인 비행 초기부터 이런 이상이 감지됐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비행 후 36초에 이상한 진동이 측정됐고 3단 엔진의 헬륨 누설이 시작됐다. 헬륨 탱크 고정이 풀리고 배관이 뒤틀려서 나타난 현상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 67.6초에 산화제 탱크 압력이 떨어졌고, 이후 115.8초에는 헬륨 탱크 압력이 하강했다. 모두 1단 로켓이 분리되기 전에 발생한 일이다. 수집한 진동 자료를 음향으로 바꿔 들어보면 탱크 내부에서 부딪히고 긁히는 소리가 포착됐다고 한다. 전체 비행 과정을 거쳐 산화제 누설이 지속됐다는 의미다. 2015년 스페이스X도 헬륨 탱크 고정 장치가 손상되면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한 항우연 연구자는 “발사 직후 정부는 누리호의 전 비행 과정이 정상적으로 수행됐고 위성모사체의 궤도 안착만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조사 결과를 보면 로켓이 중간에 폭발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로 2차 발사 연기

내년 5월로 예정됐던 누리호 2차 발사는 하반기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정책관은 “5월 발사는 어렵다”며 “하반기 중에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내부적으로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헬륨 탱크 고정부와 산화제 탱크의 구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우주 개발에서는 작은 실수도 큰 실패로 이어진다는 걸 보여준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누리호 개발에서 항우연은 75t급 엔진 4개를 묶어 하나의 엔진처럼 작동시키는 1단 엔진 클러스터링 기술을 가장 어려운 것으로 보고 이곳에 연구 역량을 집중해왔다. 그러다 보니 3단 7t급 엔진은 상대적으로 점검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는 “1단에 집중하다보니 3단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 점검이 미진했던 것같다”며 “이런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시스템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유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