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狂氣의 탈원전 2021-4-10/ 10.05 유럽 태양광 1등국의 이면 - 12월 31일 파탄 난 에너지정책과 전기료 거짓말

상림은내고향 2022. 1. 1. 20:12

狂氣의 탈원전 2021-4-10/

10.05 유럽 태양광 1등국의 이면

▲이탈리아의 한 태양광 패널 단지/PV매거진

 

지난 7월 첫 주에 이탈리아 남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한여름이 되기 이전인데도 기온이 40도에 육박했다. 살이 타는 듯했다. 코로나가 염려돼 야외에서 식사를 했는데, 햇빛이 워낙 강렬해 아침조차 밖에서 먹는 게 고역일 정도였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나무가 듬성한 산에 태양광 패널이 제법 보였다. 이런 나라가 태양광 발전에 제격이다 싶었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태양광 1등 국가다. 전력을 생산하는 에너지원 중 태양광 비율이 유럽에서 제일 높다. 문제는 그게 작년 기준으로 9.7%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유럽이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하지만 아직 태양광으로 전력을 10분의 1 이상 만들어내는 나라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문제가 생길 때 근본 원인이 변화의 속도인 경우가 있다. 이탈리아는 탈원전을 전광석화처럼 끝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생기자 1987년 국민투표로 탈원전을 결의했다. 그리고 1990년 모든 원자로 가동을 멈췄다. 이탈리아는 2차 대전 직후 정부가 원전 연구기관을 설립하고, 1960년대 초반부터 원전에서 전기를 생산한 나라다. 이런 역사를 3년 만에 깡그리 지웠다. 이탈리아보다 7년 먼저 국민투표로 탈원전을 결의한 스웨덴이 아직도 원전에 30% 이상 의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G7에서 원전을 전혀 가동하지 않는 나라는 이탈리아뿐이다.

 

탈원전 이후 이탈리아에서 벌어지는 일은 역설의 연속이다. 일단 에너지 주권을 상실했다. 신재생에너지가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탓에 천연가스에 전력 생산의 45.6%를 의지한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소비하는 천연가스 중 국내 생산분은 8%뿐이다. 러시아·알제리·카타르에서 들여와야만 한다.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 에너지 대란으로 직결된다. 요즘이 그렇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수출을 제멋대로 줄이는 바람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타격이 이만저만 아니다.

 

탈원전을 했지만 이탈리아가 원전에서 만든 전기를 안 쓰는 것도 아니다. 전력 수급에 애를 먹는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전기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전체 전력 공급량의 1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수입한 전기의 5분의 2는 프랑스·스위스의 원전에서 보내주고 있다. 결국 이탈리아는 환경부 장관이 최근 원전을 재도입하자는 주장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자는 대의가 틀렸다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기존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속도를 살펴야 한다. 지금 이탈리아인들은 천연가스값 폭등의 후폭풍을 두려워하고 있다. 전기요금 급등이 불가피한 차디찬 겨울이 예고돼 있다. 지중해의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이탈리아는 태양광을 하기에 한국보다 훨씬 여건이 좋은 나라다. 이런 나라가 탈원전 이후 어떤 속앓이를 하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조선일보  파리=손진석 특파원

 

10월 06일 글로벌 에너지대란 악화일로, 탈원전 죄책 더 커졌다

세계 에너지 수급이 위기를 넘어 대란(大亂) 지경에 이르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물론 석탄 가격까지 폭등하면서 E플레이션(에너지+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온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겨울을 앞두고 급속히 악화일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침체에서 벗어나는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탈탄소 기조에 따라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이다.

 

5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1월물 가격은 전일 대비 1.3달러 오른 배럴당 78.93달러로 집계됐다. 2014년 이후 최고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 등의 협의체인 OPEC+가 지난해 줄였던 원유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 선물도 13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 중이다. 호주 뉴캐슬 발전용 석탄 가격은 t당 240달러 선으로 연초 대비 3배 가까이 뛰었다. 석유류는 당분간 오름세를 멈추지 않아 올겨울에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력난을 겪는 중국의 사재기가 단초를 제공했지만, 구조적 성격도 뚜렷하다. 신재생 에너지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에서 풍력 등의 효율이 떨어지면서 기존 에너지 매점매석에 불을 지르는 부메랑, 즉 ‘그린플레이션의 역습’이다.


이런 상황은 원전의 중요성을 더욱 키웠다. 많은 나라가 차세대 원전 증설에 나선 이유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죄책은 더욱 커졌다. 석유와 천연가스 의존도를 높여가던 한전이 8년 만에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추세라면 전기료의 대대적 추가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 탄소중립과 신재생에너지 발굴이 가야 할 길이라면 그럴수록 원자력 발전은 최상의 선택이다. 탈원전은 세계 최고 경쟁력도 내다 버리는 ‘미친 짓’이다. 문 정부가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를 신설키로 했지만, 탈원전을 전면 폐기하지 않는 한 국민 기만용 쇼일 뿐이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14일 佛 마크롱 SMR 선도 선언, 文은 최고기술에도 탈원전

한국은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 보유국이다. 미국이 한국과 차세대 원전을 위한 파트너 협정을 맺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최근 세계 각국은 효율성·안전성이 뛰어난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한국은 이미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강행으로 인해 국내 원자력 분야가 철저히 소외당하는 가운데,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12일 원전과 수소의 두 날개로 나는 ‘프랑스 2030’을 선언하고 나섰다.

 

마크롱은 그런 국가 전략을 발표하면서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인 기술을 앞세워 프랑스를 새로운 차원에서 다시 산업화하겠다”고 공언했다. SMR 개발과 원전 폐기물 관리 개선, 수소 연료전지 등을 생산하는 기반 시설인 ‘수소 기가 팩토리’ 등의 청사진이 주된 내용을 이룬다. 마크롱 정부는 하루 전 유럽연합(EU) 회원 10개국과 함께 EU가 원전을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원 목록에 포함시켜 달라는 내용 등을 담은 공동 기고문을 발표하면서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한 최상의 무기는 원전”이라고 강조했다.


수소경제에 관한 한 문 정부도 적극적이긴 하다. 지난 7일 발표한 ‘수소 선도국가 비전’은 관련 생태계 조성과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책을 담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와 달리 원전이 빠진 수소 일원화 정책은 몽상이다. 원전만이 그린 수소 생산을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한 원전을 적대시하는 문 대통령의 탈원전은 경제성 조작 등 절차적 불법을 넘어 그 자체로 매국적이다.

문화일보 사설

 

10.15 원자력 부흥시켜 에너지난과 기후 위기 넘겠다는 유럽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2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80억유로를 원자력, 수소 등 에너지 분야에 투입해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2일 원전과 수소를 중점 육성하겠다는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 원자력 폐기물 관리, 수소 인프라 확충 등에 80억유로(약 11조원)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11일에는 프랑스·핀란드 등 유럽 10국 장관들이 “기후변화와 싸울 때 원전은 최상의 무기다. 유럽은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공동 기고문을 각국 신문에 발표했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전 세계 에너지 부족 사태를 반영한 것이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축소로 유럽의 난방 가스 가격이 1년 사이 5배 폭등했다. 북해 풍력 발전이 원활치 않아 영국 전기료는 작년의 7배까지 치솟았다. 탄소 중립 추진으로 석탄이 부족해지면서 중국도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고 있다.

 

사실 한국이야말로 에너지 취약국이다. 2019년 석탄·석유·천연가스 수입이 1267억달러(약 150조원)로 총국가 수입액의 4분의 1에 달했다. 거기에 정부는 지형적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태양광·풍력 일변도 정책을 펴고 있다. 태양광·풍력 전력 비율을 6%에서 30년 뒤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원자력은 현재 28%에서 6~7%로 낮추겠다고 한다. 정부 스스로도 속으로는 믿지 않을 ‘믿거나 말거나’ 숫자들이다.

 

태양광·풍력의 출력 변동을 보완하는 가스 발전이 늘면서 한국전력의 적자가 심각해졌다. 정부는 수소를 보조 에너지로 쓰겠다는 것이지만, 수소는 80%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안보에 실패하면 경제가 파탄 난다. 지금의 LNG 부족 사태도 푸틴의 유럽 길들이기 시도라는 분석이 많다. 푸틴은 에너지가 국제 정치를 좌우한다는 자원경제학 박사 논문을 쓴 사람이다.

 

세계가 원전 부흥을 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독점하고 있는 원전 시장을 되찾아와야 한다며 원자력 재건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원전 산업 생태계가 망가진 상태다. 한국은 미국, 프랑스의 절반 비용으로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원전 협력을 약속한 것도 함께 원전 수출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절박한 탄소 중립 역시 원자력 없이는 달성 불가능하다. 원자력은 우라늄 공급 국가가 분산돼 있고 2년 치 연료를 저장할 수 있어 안정적인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의 어떤 측면에서 봐도 원자력이 필수적이다. 지금 상황은 원전 선진국 한국엔 커다란 기회인데 난데없는 탈원전 정권이 이 기회를 날리려고 하고 있다.

조선일보사설

 

10월 15일 IAEA 의장국 한국과 비확산 리더십

이상현 세종연구소장 한국핵정책학회장

최근 한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의 의장국으로 선출됐다. 의장국 임기는 올해 9월부터 내년 9월까지 1년이며, 신재현 주오스트리아 겸 주빈 국제기구대표부 대사가 이사회 의장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 의장국 피선은 한국이 1957년 국제원자력기구의 창설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 최초의 쾌거이다. 이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핵확산금지 문제에 있어 그간 우리나라가 보여준 역량과 기여에 대해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은 또 하나의 사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1945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원자폭탄이 실제 사용된 직후부터 각국에선 어떻게 하면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이용은 장려하면서도 핵무기의 파괴적 힘을 제한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국제적으로 핵확산 금지를 위해 탄생한 두 개의 축이 바로 국제원자력기구와 핵확산금지조약(NPT)이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증진하고, 군사적 목적으로 원자력이 이용되는 것을 통제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설립됐다. 핵확산금지조약은 핵무기의 확산을 막는 데 중점을 둔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북한의 핵 개발 검증 문제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에게 비교적 잘 알려진 국제기구이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북한의 핵 개발 문제뿐만 아니라 이란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 문제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에 있어서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하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또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방사선을 이용한 보건 의료 및 농업, 식량 기술 발전 등 원자력 기술을 활용한 인류 편익 증진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심적인 의사결정 기관인 이사회에 한국이 의장국으로 진출한 것을 우리 정부가 현명하게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우선 의장국 역할을 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심 의제인 핵확산 금지와 핵 검증 문제에 있어 국제사회의 논의에 보다 심도 있게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활용해 우리나라 내부에 동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공동체의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역량은 향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조건 달성 시 우리나라가 핵 프로그램 검증 등 기술적 분야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 정부의 대(對) 국제원자력기구 외교력 제고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논의는 과학기술정통부, 산업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련 부처 업무와 연관돼 있는 만큼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외교부가 간사 역할을 잘 수행해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다양한 국제원자력기구 내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 내 핵확산 금지 정책커뮤니티가 강화되는 데도 좋은 자극이 되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우리 정부가 의장직을 훌륭하게 수행해 국제원자력기구 내 북핵 문제 논의에도 기여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공고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바, 의장직 수행에 대한 정부와 민간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10.19 세계적 원전 복귀 외면한 탈원전 망집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바람이 자는 바람에 유럽 에너지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게다가 중국이 전력난을 겪으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유럽 대륙과 영국에서 10월 난방용 가스 가격은 1년 전보다 5배 이상 폭등했고, 영국의 전력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근 7배나 높은 수준이다. 유럽 풍력이 몰린 북해 해상 풍력발전소들이 수주 간 거의 개점 휴업하면서 전력 공급이 급감한 탓이다. 있다 없다 하는 간헐성 태양광·풍력의 비중을 높이는 경우 에너지 공급과 가격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고, 결국 비용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에너지 위기에 몰리자 유럽 각국은 석탄발전소를 긴급히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석탄을 퇴출할 것이므로 앞으로는 이런 응급처방은 불가능하다. 역시 화석연료의 대안은 원자력임이 재확인됐다. 당연히 24시간 전력을 공급하는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24시간 가동이 가능한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태양광·풍력 등 간헐성 재생에너지는 태생적으로 24시간 공급은 불가능하다.


유럽 10개국의 경제에너지 장관들은 “원자력은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독립적인 에너지원이므로 기후변화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이 필요하다”며 유럽은 원자력이 필수라고 했다. 프랑스는 원전 기술 개발에 10억 유로를 투입하면서 폴란드에는 대규모 원전 건설을 제안했다. 영국도 원전 비중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탈(脫)탄소 에너지 정책으로 방향을 정했다. 그간 지지부진하던 신규 원전 건설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 정부는 여전히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면 만사 해결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에너지 가격 폭등을 막을 수 있다는 궤변도 나온다. 한국보다 바람의 질이 2배 좋은 유럽의 위기를 보면서도 우리의 위기를 모르고 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한술 더 떠서 황당한 계획을 내놓는다. 2050년 우리나라 태양광 설비가 2050년 유럽연합(EU) 전체의 태양광 설비와 맞먹는 수준이니 현실성은 전혀 없다. 마치 우리나라는 하루에 해가 24시간 떠 있고, 바람도 24시간 불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이 신규 원전 건설, 미래 원전 연구·개발(R&D)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원자력발전소 공급 능력을 가진 나라 중 유일한 탈원전 국가인 우리나라의 원자력은 고사하고 있다. 건설 중이던 원전까지 백지화하는 무모함 때문에 원자력 산업은 뿌리부터 죽어가고 있으며, 인력 양성과 R&D도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원전 수출을 성사시키기도 어렵지만, 성사되더라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과 같이 적기에 공사를 마무리할 가능성도 없어진다. 원전을 만드는 능력이 없어지니 국내에 가동하는 원전의 안전성도 위협받으며, 미래 원전 개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탄소중립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이후 세계적으로 매년 30GW 안팎의 신규 원전 발주가 예상된다. UAE 원전 건설 프로젝트가 매년 5개 정도 착수되는 엄청난 규모다. 과연 우리 몫이 있을까? 우리 미래 원전이 설 자리가 있을까? 우리보다 먼저 가 본 유럽의 에너지 위기에서도 못 배운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문화일보

 
 

10월 22일 “신한울 3·4호기 재개” 한수원 사장조차 탈원전에 반기

 한국수력원자력은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을 제1선에서 집행해온 공기업이다. 한수원 책임자인 정재훈 사장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한 경제성 평가 조작과 관련해 배임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까지 된 상태다. 그런 정 사장이 국정감사 답변에서 탈원전은 물론 탄소중립 계획 등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표현은 완곡했지만, 경제성 조작 등 불법까지 서슴지 않았던 탈원전 폭주와 비교하면 ‘반기’를 든 것과 마찬가지다.


정 사장은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감에 참석해 “한수원 최고경영자로서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가 건설 재개돼 (원전 생태계) 숨통을 틔웠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원전 부품 밸류 체인이 뿌리부터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굉장히 어렵다”며 사실상 시인했다. 신한울 원전 1호기는 조건부 운영 허가를 받아놓고 있으나, 3·4호기는 2017년 이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현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에 대해 수명 연장 없이 설계수명 기간만 가동한 후에 폐쇄할 예정인데, 그러면 탄소중립이 가능하냐”는 질의에 정 사장은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원전 없이 탄소중립이 가능하냐는 질의에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확정되지 않은 기술보다 SMR(소형모듈원자로)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겠나 하는 의견을 제시했다”고도 했다.


정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관료 출신이고, 탈원전에 비판적이던 전임 이관섭 사장이 중도 사퇴한 이후 기용됐음을 고려하면 이런 답변은 탈원전 폐해의 심각성을 반증한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과 관련, 현지 반발은 물론 엄청난 매몰비용과 배임 책임 등이 제기되자 문 정부는 2023년 말까지 공사계획 인가를 연장하는 식으로, 다음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꼼수도 부렸다. 정 사장 언급처럼 당장 공사를 재개하고, 매국적 탈원전도 철회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0.25 한수원 “신한울 3·4호 건설 재개를”, 탈원전 비위 맞추다 이제야 바른 말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이 재개돼 (원전 산업계의) 숨통을 틔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한울 3·4호기는 7900억원을 투입한 뒤 4년째 공사 중단 상태다. 한수원은 지난 8월 탄소중립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도 “소형모듈원전(SMR)은 건설 단가가 싸고 기존 원전보다 1000배 안전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정 사장은 월성1호 경제성 평가 조작 가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물이다. 그의 발언은 기회주의적인 변신이긴 하지만, 탈원전을 반대하는 속마음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된다.

 

국제적으로도 태양광·풍력에 편중된 기술 개발과 투자로 최근 에너지난이 벌어지면서 원자력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21일 공개한 기후 안보 보고서에서 SMR을 미래 에너지의 핵심 기술로 꼽았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2일 SMR을 중점 육성하겠다는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기후 위기 때문에 미래 에너지는 태양광·풍력의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두 축으로 갈 수밖에 없다. 다만 한국은 약한 풍속 때문에 해상풍력 발전 효율이 유럽 북해 일대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태양광도 햇빛 자원이 부족한 편이다. 반면 우리가 지어준 UAE 원전은 ㎾ 설비당 4000달러의 건설비로 프랑스(8000달러), 미국(8500달러)보다 확실한 원가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프랑스·일본·러시아·중국 등 원전 건설 능력을 갖춘 6국 가운데 유독 한국만 탈원전이란 엉뚱한 길로 가고 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최근 확정한 2050 시나리오에서도 원자력 비율을 6~7%로 축소하고 재생에너지는 그 10배인 60~70%로 대폭 늘리면서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 신전원이라는 것을 13~22%로 잡은 계획을 세웠다. 암모니아 역시 수소를 원료로 만드는 것이어서 결국 수소와 태양광·풍력을 미래 핵심 에너지로 설정한 것인데, 정작 수소 공급은 80~82%를 해외 수입으로 충당하겠다고 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역시 원재료와 설비 역시 상당 부분을 중국, 유럽에서 들여오고 있다. 국산 에너지인 원자력은 쭈그러뜨리고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에너지 구조를 만들겠다는 한국 정부의 탈원전 고집을 외국에선 비웃고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1.05 원전 관련해 文도 상식 있는 줄 알았던 헝가리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야노쉬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이 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통령궁에서 공동 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

 

헝가리의 아데르 야노시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양국이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원전 에너지 사용 없인 불가하다는 공동 의향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양국 공동’이라 함은 문 대통령도 ‘원전 없는 탄소 중립은 안 된다’는 의향을 밝혔다는 뜻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탈원전 기조와 배치되는 내용이라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청와대는 “헝가리 대통령이 (자신이) 이해한 대로 말한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 탈원전 입장을 바꾼 게 없는데 헝가리 대통령이 잘못 이해했다는 것이다.

 

헝가리도 한국처럼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약속했다. 그런데 새 원전 건설을 중단하기로 한 한국과 달리 원전 추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과 원전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최근 유럽은 원자력을 부흥시켜 에너지난과 기후 위기를 넘으려고 한다. 지난달 프랑스·핀란드 등 유럽 10국 장관들이 “기후변화와 싸울 때 원전은 최상 무기다. 유럽은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공동 기고문을 각국 신문에 발표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원전 시장을 되찾으려고 원자력 재건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3일 중국이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15년간 4400억달러(약 518조원)를 투입해 원전을 최소 150기 세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탈원전 하면서 탄소 중립도 달성하겠다고 하는 것은 완전 모순이다. 문 정부가 억지 폐쇄한 월성 1호기는 작은 원전인데도 국내 최대 태양광 단지의 25배 전력을 만들면서 미세 먼지는 배출하지 않는다. 반면 태양광은 같은 전력을 생산하려면 원전의 300배 부지가 필요하다. 원자력보다 탈탄소 효과도 크게 떨어진다. 전기 1kWh를 생산할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이 태양광은 평균 45g이지만 원자력은 12g에 불과하다. 그래서 탈탄소에 가장 앞장서는 영국이 신규 원전 건설에 나서는 것이다.

 

탄소 중립 달성에 원전이 필수라는 건 과학으로 입증된 상식이다. 한국은 원전 건설 능력을 갖춘 세계 6국 중 하나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원전 역할’을 거론했을 때 당연히 ‘원전 없는 탄소 중립은 불가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것이 당연한 국제 상식이기도 하다. 헝가리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상식적 사고를 하리라 믿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이 그렇지 않음을 몰랐던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1.05 계륵이 된 탈원전

문재인 대통령이 뜻밖의 발언을 했다. "탄소 중립까지 원전의 역할은 계속된다." 야노시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다. 대통령의 말을 '천기누설'로 생각했는지 청와대는 시치미를 뚝 떼다 마지못해 시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탈원전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군색하다. 부적절해 보이기까지 한다. 물건을 팔기 위해 빈말하는 장사꾼과 여기에 넘어가는 '호갱'을 연상케 한다. 자칫 양국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탈원전 철학과는 당연히 모순이다. 새삼스럽지도 않다. 원전 해외 세일즈 때마다 불거진 논란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모순'보다 '계륵'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삼국지의 요충지 한중(漢中) 싸움에서 지친 조조가 무심코 내뱉은 그 말. 먹으려니 보잘것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그것. 탈탄소 시대, 탈원전도 조금씩 그런 대상이 돼 가는 건 아닌가 싶다. 고집하자니 현실성이 떨어지고, 버리자니 명분이 마땅찮다.

 

탄소 중립에 원전이 필요하다는 것은 청와대로선 '천기'(하늘의 기밀)일지 몰라도 국제사회에서는 상식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유엔 산하 전문가 기구다. 여기서 발전원별로 '생애주기'(설치-운영-폐기) 탄소 배출량을 따져본 결과 원전은 전력 1kWh를 생산할 때마다 12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태양광(27g)과 해상풍력(24g)보다 낮은 수치다. 태양광·풍력은 발전 과정에선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패널이나 날개의 생산·폐기 과정에서는 화석에너지를 꽤 사용한다.

 

프랑스·영국·일본 등 각국이 탈원전으로 가던 길을 돌리거나 멈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원전 발전량이 지금보다 2030년엔 22%, 2050년엔 65% 늘 것으로 본다. 원전 회귀의 명분은 탄소 중립이다. 저변엔 에너지 불안이 깔렸다. 북해 바람이 잦아들며 풍력발전이 줄자 서유럽 국가들은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러시아 눈치를 살피고 있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현재 25% 선인 원전 비중을 2050년 6~7%로 줄이겠단다.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보유한 한국이 왜 스스로 손발을 묶으려는지 세계가 의아해한다.

 

선진국 중 최하위 수준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30년 만에 6%대에서 60~70%대로 올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이 정도 비중을 맞추려면 제주도 두 배 정도의 땅을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한다는 계산까지 나온다. 바람과 햇빛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해지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은 더 큰 문제다. 탄소중립위원회 시나리오에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북아 그리드'(전력망)를 통해 중국·러시아와 전력 일부를 공유하는 안도 있다. 황당하기 짝이 없다. 에너지 안보라는 개념이 있기나 한지 의심스럽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겉으론 단단해 보여도 내부에선 균열이 시작됐다. 탈원전의 충실한 집행자였던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를 주장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이미 같은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재명 후보는 탈원전 계승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가 내세우는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에 과연 원전이 필요 없을지는 미지수다. 당내 경선 중 추미애 후보가 "탈원전 계승 협약서를 맺자"고 했지만 이 후보는 "그럴 필요까진 없다"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장면이다. 야당이 집권하면 탈원전 정책은 원점에서 리셋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탈(脫)탈원전' 변침 과정에서 겪게 될 갈등과 혼란이다. 차기 정권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6개월 남은 문재인 정부가 슬며시 물꼬를 터줬으면 한다. '계륵'이라는 말로 속내를 드러내고서도 조조는 무망한 싸움을 계속하다 결국 대패하고서야 군을 물렸다. 주군의 말 한마디에 눈치 빠르게 군막을 걷은 부하 양수(楊修)만 벤 채. 하산길 정부가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현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leehs@joongang.co.kr>

 

11.12 나라 안팎에서 물밀 듯 터져나오는 ‘원전 불가피論’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해외, 국내 할 것 없이 원자력 비중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탄소 중립, 에너지 안보, 환경 보전, 경제 효율 등 어떤 면에서 봐도 원자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9일 대국민 담화에서 “에너지의 외국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 감축 목표를 맞추기 위해 새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조만간 6기의 대형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마크롱 정부의 경제재정부 장관은 “원자력 필요성은 이념이 아니라 수학의 문제”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도 항공·에너지 업체인 롤스로이스의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영국 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은 “저탄소 에너지를 도입하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라고까지 말했다. 이탈리아 생태전환부 장관은 지난달 “후손을 위해 이념에서 벗어나 (과학적) 사실에 집중하자”면서 원전 재도입을 주장했다. 유럽 10국 장관들은 “기후변화와 싸울 때 원전은 최상 무기”라는 공동 기고문을 발표했다.

 

유럽의 이런 움직임은 탄소 중립에 원자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에 더해 최근 심각해진 에너지난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EU 집행위는 연내에 원자력을 ‘지속가능 에너지’로 분류해 원전 투자의 물꼬를 터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중국 역시 향후 15년 사이 신규 원전 150기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승일 한전 사장이 10일 “국민 공감대가 있다면 원전 확대를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SMR에 5000억원 이상 기술 투자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원전 없는 탄소 중립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수원 정재훈 사장도 지난달 국회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이 재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세계적 흐름과 거꾸로 가는 나라가 있다.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력을 가진 한국이 바로 그 나라다. 지난 3일 한·헝가리 정상회담 뒤 헝가리 대통령이 “원전 없이는 탄소 중립이 불가하다는 것이 양국의 공동 의향”이라고 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탈원전에 변함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과격한 수준의 탄소 중립을 하겠다면서 탈원전도 동시에 하겠다는 모순을 버젓이 발표한다. 단순한 아집이 아니라 그 이상의 심각한 문제다.

 

원자력은 온실가스를 태양광의 4분의 1밖에 배출하지 않고, 3세대 원전의 중대 사고 사망자 수는 태양광의 37분의 1밖에 안 된다는 국제적 조사 결과들이 나와 있다. 누가 집권하든 즉시 탈원전을 폐기하고 ‘잃어버린 원자력 5년’을 회복시키는 노력에 착수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15 비리 특혜 낭비 대명사 된 태양광, 전력 안정성도 세계 꼴찌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서울시가 고 박원순 전 시장 재임시절 추진된 태양광 사업의 보급 업체에 대해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각 세대 외벽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2021.11.03. scchoo@newsis.com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 중 진행했던 태양광 발전 사업과 관련, 이 사업에 참여한 협동조합 임원들이 사업을 총괄하는 서울시 위원회에 들어가 내부 정보를 미리 캐내고 수십억원의 보조금을 타가는 등 심각한 불법이 있었다는 사실이 서울시 감사에서 확인됐다. 서울시는 14일 태양광 사업 전반에 대해 지난 2개월간 감사를 실시한 결과, 30건의 부정을 적발해 검찰 고발, 경찰 수사 의뢰 등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태양광 사업은 박원순 전 시장이 시민단체에 세금을 줘서 운동권 이권 생태계를 키운 수많은 비정상적 사업 가운데 하나다. 태양광 사업의 단계마다 내부 정보 활용, 무이자·무담보 융자, 현금 지원, 불공정 입찰 등 비리와 특혜가 있었다고 한다. 한 협동조합은 연도별 사업 계획을 사전에 파악해 7년간 70억원의 보조금을 챙겼다. 협동조합의 이사장 등은 서울시 태양광 사업을 기획·조정하는 위원회 분과 위원장 등으로 일하면서 담당 공무원에게 사업 계획을 보고하라고 채근했다고 한다. 협동조합 7곳으로 결성된 연합회가 서울시에 무이자·무담보 융자, 발전 차액 현금 지원 등을 요구하자 박 전 시장이 모두 들어주기도 했다. 이런 지원책은 다른 사업에서는 허용되지 않거나 선진국에서는 줄이고 있는 것으로, 박 전 시장이 특혜를 베푼 셈이다. 태양광 발전용 공공 부지도 서울시가 전수 조사해 협동조합에 알려줬다고 한다. 협동조합이 부담해야 할 조사 비용을 서울시가 세금으로 채워준 것이다. 일부 부지는 협동조합만 공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중소기업들은 배제시키는 불공정 입찰로 선정됐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진행된 태양광 사업의 발전 효율이 높을 수가 없었다. 실적 채우기를 위해 베란다형 태양광 패널의 39.5%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임대아파트에 할당식으로 설치됐다. 남향보다 해가 잘 들지 않는 북향, 서향과 동향에 설치된 비율이 30%나 된다. 실제 발전량도 예상치의 7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태양광·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입지 조건이 불리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공급 안정성이 세계 42국 가운데 ‘꼴찌’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력의 100%를 태양광·풍력에 의존할 경우, 12시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구축해도 1년에 50일쯤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ESS 구축에는 1800조원 이상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40%로 상향하겠다”면서 탈원전을 고집하고 있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중국 등은 새로운 원전 건설로 나가고 있는데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11.15 아파트 저층까지 덮은 ‘박원순 태양광’

서울시, 560억대 사업 감사… 1~3층은 발전효율 46% 불과
임대아파트선 주민 동의 없이 ‘베란다형 태양광’ 대규모 설치
시민단체가 정책 좌우하고 일감도 따내… 짜고 친 태양광

아파트 저층에 설치돼 나무 그늘에 가려진 베란다형 태양광 패널./서울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560억원대 ‘태양광 보급 사업’과 관련,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서울시 태양광 정책을 사실상 결정했던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태양광 보급 업체(태양광 협동조합) 임원으로 활동하는 등 사익을 추구했다는 서울시 감사 결과가 14일 나왔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이날 “공무원에 준하는 기능을 했던 실행위원 중 일부는 서울시의 태양광 사업을 담당했던 서울시 공무원에게 태양광 보급 사업 계획의 보고를 채근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감사위는 또 ‘박원순 서울시’가 태양광 보급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분양한 임대아파트에 태양광 시설을 집중적으로 설치했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지난 9월까지 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서울시 전역의 공동주택은 12만472가구였다. 그중 39.6%인 4만7660가구가 SH 임대아파트였다는 것이다.

 

또한 SH가 입주자 동의를 받지 않고 베란다형 태양광을 설치한 임대아파트는 2017년 268가구, 2020년 1366가구로 나타났다고 서울시 감사위는 밝혔다. 태양광 설비는 아파트의 전체적인 미관이나 빛 반사, 통풍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사전에 입주민 동의를 받아야 하는 시설이다. 이 때문에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나무에 가려진 태양광 패널들 - 14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의 저층에 설치된 베란다형 태양광 패널들이 나무 그늘에 가려져 있다. 서울시 감사 결과에 따르면, SH 임대아파트 4만7660가구에 설치된 베란다형 태양광 설비 중 3828곳(8%)이 햇빛을 덜 받아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 1~2층에 설치됐다. 서울시는 이날 태양광 보급 등 박원순 전 시장이 추진했던 세 가지 사업에 대해 지적 사항 총 68건이 담긴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장련성 기자

 

SH가 임대아파트에 설치했던 ‘베란다형 태양광 설비’의 발전 효율도 기대 이하로 나타났다고 한다. 4만7660가구 가운데 3828가구(8%)가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 저층(1~2층)에 설치됐고, 남향이 아닌 동·북·서쪽 방향으로 설치된 가구는 1만4877곳(31%)이었던 것이다. 특히 태양광 설비 367개의 효율을 표본 분석한 결과, 평균 발전량은 용량 대비 70.3%로 나타났고 1~3층의 경우는 46.4%로 떨어졌다고 서울시 감사위는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태양광 보급(30건), 사회주택(17건), 청년 활력 공간(21건) 등 박원순 전 시장이 추진했던 세 가지 사업에 대한 지적 사항 총 68건이 담긴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서울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태양광 보급 사업 대부분을 담당했던 협동조합들 임원 다수는 2012년부터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이하 실행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는 서울시의 태양광 보급 사업 도입 초기로, 실행위에서 사업 계획이 수립되고 정책 방향이 결정되던 단계였다.

 

A 협동조합 이사장 B씨는 2012~2014년 실행위 생산분과 위원장을 맡았고, 같은 조합 출신 C씨도 비슷한 시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임기제 팀장으로 채용돼 실행위 운영을 총괄했다. 서울시 감사위에 따르면, 이후 A 협동조합은 서울시에서 태양광 보급 사업 일감을 따냈고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보조금 총 70억원을 받기도 했다. 또 다른 태양광 협동조합의 이사도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실행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서울시 감사위는 “사전에 내부 정보를 활용해 미리 조합원을 모집하고 관련 영업망을 갖추는 등 공모에서 선정될 준비를 했다”며 이를 특혜로 판단했다.

 

서울시 감사위는 태양광 보급 사업 초기에 ‘박원순 서울시’가 협동조합 요구 사항을 대폭 수용해 과도한 지원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점검 결과를 해당 부서에 통보했으며 1개월간 재심의 기간을 거쳐 다음 달 중 최종 점검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태양광 설치 후 부실한 사후 관리 문제도 확인됐다. 2014~2019년 베란다형 태양광 설비가 설치된 7만3671곳 가운데 2만7233곳(37%)은 보급 업체가 아예 폐업해 정기 점검을 받지 못했다. 보조금을 받은 업체가 무상으로 사후 관리를 해야 하는 의무를 피하려 의도적으로 폐업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태양광 업체 14곳을 고발했다. 나머지 4만6438곳 가운데 2만3020곳(49.6%)은 ‘신청자 연락 두절’로 점검을 못 했다고 한다.

 

서울시 감사위는 “태양광 사업은 애초 수익성이 부족했다”며 “특정 협동조합 요구 사항을 수용해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나는 제도를 도입한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태양광 추진 초기 단계이던 2014년 8월 태양광 협동조합 7곳은 연합회를 결성한 뒤 박원순 당시 시장을 찾아갔다. 이들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공공 부지 제공, 설치 자금 무이자 융자 등을 요구했고 이는 모두 수용됐다.

 

당시 서울시 공무원들은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공공 부지를 직접 전수조사한 뒤 협동조합에 안내했고, 다른 사업과 달리 태양광 사업에 대해선 무이자·무담보 융자가 가능하도록 해 줬다. ‘박원순 서울시’는 일부 공공 부지에서 시행하는 사업에 태양광 관련 중소기업들이 공모에 참여할 기회를 원천 차단하면서 협동조합들엔 공공 부지 임대료를 기존의 20% 수준으로 대폭 낮춰주기도 했다고 한다.

 

서울시 감사위는 이날 박 전 시장이 추진했던 사회주택 사업의 문제점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회주택’은 SH 토지 지원을 받아 협동조합이 운영하면서 사회적 약자에게 장기간 저렴한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였다. 하지만, 위탁 운영을 맡은 시민단체가 입주자를 선정하면서 노조나 시민단체 활동 등 특정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우대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7년간 예산 2103억원을 투입했지만, 사회주택 사업을 통한 실질적인 주택 공급 효과는 847가구에 불과했다”며 “‘혈세 낭비’ 사업에 가까웠다”고 밝혔다.

 

아울러 청년들이 커뮤니티 공간 등으로 이용하게 할 목적으로 박 전 시장 때 만들어진 ‘청년 활력 공간’ 12곳 역시 민간 위탁 기관 선정 절차를 무시하거나 특정 인사가 반복해서 참여하는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례 등이 지적됐다. 최근 6년간 서울시 청년 관련 부서에 채용된 임기제 공무원 절반이 특정 단체 출신이었다고 한다. 수탁받은 사업을 무단으로 다시 다른 단체에 위탁하거나 지급받은 사업비로 인건비를 편성하는 등 민간 위탁 규정·협약 위반 사항도 나왔다.

조선일보 서유근 기자

 

11.15 “원자력에 매력 못 느끼게 하는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 세계적 경쟁력 있는 韓 원전은 에너지 위기 헤쳐갈 인류의 무기”

[정철환이 만난 사람] COP26 초청된 빌바오 이 레온 세계원자력협회 사무총장

 13일 폐막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는 원자력발전의 필요성이 다시 강조된 행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0), 즉 탄소 중립을 이루려면 원자력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원전 폐쇄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먼저 경험한 유럽 국가들이 선봉에 섰다.

 

프랑스는 지난달 “탄소 중립을 위해 대형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데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9일 이를 공식화했다. 유럽 10국 경제·에너지 장관들이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공동 발표문을 내기도 했다. 영국 글래스고 COP26 행사장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원자력(Nuclear4Climate)’이라는 코너도 등장했다. 원자력을 저탄소 ‘그린 에너지’의 범주에서 아예 빼버린 한국과 정반대 행보다. 유럽의 이런 변화를 이끌어온 사람 중 하나가 세계원자력협회(WNA)의 사마 빌바오 이레온 사무총장이다. WNA는 전 세계 원자력 업계의 대표 단체로, 여기서 나오는 원자력 관련 통계와 보고서는 국내외 정책 기관과 언론에서 자주 인용할 정도로 권위가 있다. COP26 행사장에서 지난 3일 국내 언론 최초로 그를 만났다.

 

▲사마 빌바오 이 레온 세계원자력협회(WNA) 사무총장은 지난 3일(현지 시각)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영국 글래스고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이 다시 인정받는 분위기”라며 “오는 2050년까지 인류가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원자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철환 기자

 

-원자력 전문가로서 COP26을 평가하자면.

“원자력이 다시 인정받는 분위기다. 공개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원자력 없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COP26 현장에서 원자력을 이용한 탄소 저감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았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유럽과 아시아, 특히 중국에서 발생한 석탄·천연가스 공급 위기, 풍력발전량 감소 사태 이후 두드러진 변화가 생겼다. 하루아침에 국가의 에너지 공급망이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나. 저탄소·저비용·안정적 에너지란 점이 부각되면서, 원자력과 수력 발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무엇보다 일반 대중의 생각이 빠르게 바뀌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고 믿고, 원자력에는 관심이 없었다.”

 

-원자력에 대한 여론이 실제로 바뀌고 있다는 뜻인가.

“물론이다. 갑자기 전기가 나가고. 전기·가스 요금이 몇 십 퍼센트 뛰어오르는 경험을 하면 누구나 생각이 바뀐다. 원자력은 저탄소일 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 언제든 공급 가능한 안정적 에너지다. 날씨나 기후, 전염병, 지정학적 문제에 영향받지 않는다. 사람들이 갑자기 친(親)원자력이 됐다는 뜻이 아니다. 당혹스러운 경험을 통해 정부나 환경 단체가 아닌, 바로 소비자에게 에너지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COP26에선 원자력에 대한 공개적 논의가 없었는데.

“우리 사회와 국가 안에 존재하는 ‘거대한 단절’ 때문이다. COP26에 오는 정부 관료나 정책 입안자, 환경 활동가들은 원자력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에너지 전문가가 아닌, 환경 전문가들이다. 이런 이들이 우리가 미래에 쓸 에너지를 논할 때 원자력을 건너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과연 이들이 우리의 미래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게 맞는지 묻고 싶다.”

 

-원자력이란 말 자체를 회피하는 것 같다.

“그렇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원자력’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원자력으로 유권자에게 인기를 끌기 어렵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여론이 바뀌고 있다. 요즘 같은 상황에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탄소 방출량 저감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더 야심적이고, 실용적이며, 현실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세계원자력협회(WNA)가 지난 2019년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사마 빌바오 이 레온 사무총장이 연설하고 있다. /WNA 제공

 

-원자력이 탄소 발생이 적고 안정적인 ‘일석이조’ 에너지라는 점은 확실한가.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다조’라는 점에서 확실하다. 원자력은 저탄소 전기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탄소 중립적인 ‘열’도 만들어 낸다. 도시 난방은 물론 시멘트, 화학, 제철 등 막대한 열을 요구하는 산업 전반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해 탄소 발생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수소 경제도 앞당긴다. 원전의 열과 전기로 수소를 만들어 연료 전지에 쓰고, 저탄소 합성 연료도 만든다. 저탄소 합성 연료는 휘발유, 항공유, 디젤유를 바로 대체한다. 기존 내연기관을 쓰면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해운과 항공 여객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원자력은 인류 문명을 빠르게 탈(脫)탄소화해 탄소 중립 시대를 급격히 앞당긴다.”

 

-원자력이 탄소 중립에 꼭 필요하다는 의미인가.

“탄소 중립을 위한 미래 에너지 생태계의 필수적 부분이라고 하겠다. 나는 원자력만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수력 등 다른 저탄소 에너지에도 투자해야 한다. 미래 에너지 생태계는 ‘다양성’이 높아야 한다. 특정 에너지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야 어떤 상황에도 안정적 에너지 공급이 가능해진다. 원자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와 원자력 업계가 협력해야 한다. 원자력은 필수지만,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큰 그림의 중요한 조각이다.”

 

-한국은 정반대로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원자력에 대한 불신을 심는다는 주장이 있는데.

“원자력을 좋아하지 않는 정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원자력 산업이 세계 최고의 상업적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훌륭한 산업을 정작 한국 국민이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나는 한국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과감하게 줄여가는 과정에서, 원자력에 대한 생각이 바뀔 것으로 믿는다. 국민에겐 에너지의 탈탄소만 중요한 게 아니라 공급 안정성, 즉 에너지 안보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타국의 지정학적 판단에 휘둘리지 않는 에너지 자원을 보유해 ‘에너지 독립’을 이뤄야 한다. 원자력이 바로 그런 에너지다.”

 

-한국의 원자력 산업이 붕괴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한국의 똑똑한 젊은이들이 원자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자금 지원이 있어도, 재능 있는 인재가 오지 않는 산업은 망하게 되어 있다. 한국의 원자력 산업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인의 것이란 걸 잊지 말아 달라. 한국 원자력 산업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면서 에너지 안보도 이룰 수 있는 ‘인류의 무기’다. 글로벌 경제의 탈탄소를 이끌 수 있는 대단한 잠재력을 가진 산업이다. 한국 정부도 이를 깨닫기를 희망한다.”

 

-원자력에 대한 대중의 오해나 막연한 두려움이 바뀌어야 하지 않나.

“원자력 업계가 기술과 안전에만 힘쓰다 원자력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심는 노력을 제대로 못 한 게 사실이다. 원자력이 주류 에너지가 아닌 것처럼 인식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심리학과 사회학, 행동과학 등 ‘커뮤니케이션 과학’ 전문가들과 함께 원자력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나만 해도 원자력 과학자라 홍보는 잘 모른다. 전문가들로부터 배운 노하우를 원자력 업계의 메시지를 만들고 전달하는 방식에 적용하려 노력하고 있다.”

 

-좋은 신기술이 많은데, 기존 원자로의 수명 연장을 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

“소형 모듈 원자로(SMR)나 토륨 발전 등은 분명 우수하지만 아직 경제성이 떨어진다. 반면 기존 원자로는 안전성과 경제성이 완전히 검증되어 있다. 기존 원자로를 지속적으로 손보면서, 안전성과 경제성이 유지되는 동안 계속 가동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 기존 원자로가 20~40년 더 가동 가능한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공동 연구에서도 기존 원자로를 장기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탄소 저감 효과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원자로들이 안전하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

“원전에 대한 규제·관리 시스템은 대단히 엄격하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여겨지면 절대 가동 면허를 연장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지속적인 투자로 원자로를 잘 유지·관리해 온 덕분에, 약 95%가 가동 연장 판정을 받고 있다. 끊임없이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있고, 이것이 기존 원자로에 계속 적용되고 있다. 10~20년도 아닌 30~40년씩 수명 연장이 가능해진 이유다. 현재 원전 사업자들은 어떻게 하면 원전을 최고로 잘 이용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한국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탄소 중립은 인류 생존을 위해 꼭 달성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그 실현 과정에서 세계인 누구나 풍부한 에너지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 COP26에서 국가 간 의견이 다른 것은 바로 이 부분에서 입장이 갈리기 때문이다. 탄소 중립의 목표를 이루려면 원자력이 반드시 미래 에너지 생태계의 중요 부분이 되어야 한다. 원자력은 인류 생존을 위해 꼭 살려야 할 ‘기회’다.”

 

☞사마 빌바오 이 레온

스페인 출신으로 국립 마드리드 공대에서 기계공학과 에너지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원자력공학과 공학물리학 박사 학위를, 에버렛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교 조교수, IAEA의 경수로 기술 개발 책임자로 일했다. 2018년 OECD 원자력청(NEA)의 원자력 기술 개발 및 경제 연구 총괄 책임자로 임명되면서 유럽 최고의 원자력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2020년 9월 세계원자력협회(WNA) 사무총장이 됐다. 사마가 이름이고 빌바오 이 레온이 그의 성(姓)이다.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11.18 원전 반대 사라진 기후회의

지난 13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폐막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색다른 풍경은 대규모 국제 행사마다 단골처럼 나오던 환경 단체들 원전(原電) 반대 시위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곳곳에서 원전 기술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고, 초대형 원전 수주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11월 13일 세계 약 200개국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막을 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석탄발전 단계적 감축 등을 포함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대책인 '글래스고 기후 조약'에 합의했다. 당사국총회에서 알록 샤르마 의장이 박수를 받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루마니아 대통령과 만나 루마니아에 미국 기술로 첫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케리는 “미국은 다른 나라 탄소 저감을 돕고, 양질 일자리를 창출하려 원전을 개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SMR을 2012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던 한국에는 아쉽고도 뼈아픈 장면이다.

 

현재 선진국이 개도국에 나무를 심어주면 탄소 저감 활동을 벌인 것으로 간주하는데 이제 원전 수출도 이런 지원으로 인정될 날이 멀지 않았다. 한 COP26 참석자는 “원전에 대한 비토(veto) 분위기가 거의 없어서 놀랐다”고 전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행사장에 부스를 마련하고 “원자력은 탄소 중립 달성에 필수”라고 알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트라우마처럼 여겨졌던 원전 담론은 10년 만에 제자리를 찾고 있다. 이제 전 세계는 원전을 과거가 아닌 미래를 통해 재조명하고 있다. 일본은 탄소 중립 계획을 알리는 자리에 ‘후쿠시마의 지나간 10년과 다음 단계’라는 문구를 내걸었고, 영국은 엔진 제조사 롤스로이스가 SMR 16기를 자국에 짓겠다고 하자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국 녹색당에는 ‘원자력 에너지를 위한 녹색당원’ 모임이 있고, 기후 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독일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에는 원전 찬성론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방사선 모양이 새겨진 옷을 입고 “부탁해요, 원전”이란 팻말을 든 채 시위를 벌인다. 핀란드는 녹색당이 참여하는 연립정부에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해 원전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쏟아지면서 원전 수명을 연장하자는 논의도 활발하다. 미 스탠퍼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최근 2025년 문을 닫기로 했던 캘리포니아 디아블로캐넌 원전을 2045년까지 연장하자고 제안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완벽하게 잘 운영되던 원전을 폐쇄하는 건 바보짓”이라고 논평했다.

 

현 정부는 이런 세계적인 흐름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원전 사고는 치명적이다. 하지만 원전 사고가 날 확률은 기후 위기로 지구가 혼란에 빠질 확률보다 매우 낮다. 국내외에서 원자력이 전(全) 주기, 건설에서 해체까지 전체 기간을 따져 측정해보면 다른 전력원보다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고, 유럽연합(EU)은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려고 논의하고 있다. 이렇게 신념이 아닌 과학으로 문제를 차근차근 접근해가는 게 선진국 속성이다. 우리는 언제쯤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조선일보 선정민 기자

 

11월 26일 탈원전 비용 결국 국민에 전가…차기 정부서 책임 물어야

 정부가 25일 ‘에너지전환 비용 보전 이행 계획’을 확정, 탈원전 비용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빼내 쓸 수 있도록 했다. 전력기금은 전기요금의 3.7%가 주요 재원이다. 결국 국민 부담인 만큼 전기사업법에는 사용처를 ‘전력산업의 지속적 발전과 기반조성’이라는 총론과 함께 도서·벽지 전력 공급, 발전소와 송·변전설비 주변 지역 지원, 지능형 전력망 구축, 전선로의 지중 이설, 연구개발 등 비교적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전 세계의 절대다수 전문가가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도 강행한 탈원전에 따른 발전 비용 상승과 천문학적 매몰 비용 등을 여기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남 나주의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설립에도 들어간다.


현재로서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손실을 본 한국수력원자력이 주로 지원받을 전망이다. 비용 보전 대상으로는 경북 경주시 월성1호기, 강원 삼척시 대진1·2호기, 경북 영덕군 천지 1·2호기 등 5기가 거론되고 있다. 이 비용도 엄청나지만, 전기 생산비용 급등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한국전력과 민간기업, 연구기관 등까지 포함할 경우 보전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산업부 측에서는 “명확하게 이미 지출한 비용만 보전할 계획”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럼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지 않고 계속 가동했다면 얻었을 상당한 경제적 이익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공사가 끝났음에도 가동 인가를 계속 미루고 있는 신한울 1·2호기 역시 미실현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할 경우 실제 탈원전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가 에너지경제연구원 정기 간행물에 기고한 논문 ‘탈원전 비용과 수정 방향’에 따르면 원전 수명을 20년 연장할 경우의 이익이 513조 원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당시 논문 게재를 막았다. 탈원전은 당장의 국익은 물론 백년대계까지 망치는 위법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차기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 폐기와 법적·행정적 책임 규명은 물론 구상권 행사도 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29일 탈원전 ‘비용보전 계획’의 4大 위선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정부가 무리한 탈원전 정책으로 조기 폐쇄하거나 백지화한 원전에 대한 비용 보전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불하기로 하는 ‘에너지 전환(원전 감축) 비용보전 이행계획’을 25일 확정했다. 이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전력산업 기반 구축이 아니라 허무는 데 쓰이는 것은 기금의 취지에 역행한다. 개정 전 시행령에 규정한 용처는 안전관리, 전기의 보편적 공급, 기반 조성 사업, 인력 양성, 해외 수출, 개발 기술 사업화 등 7개로 명확히 정의돼 있다. 모두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며, 개발하고 사업을 촉진하기 위한 것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생뚱맞게 ‘원자력 발전의 감축을 위하여…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인정하는 지원사업’을 추가했다. 안전하게 하고 진흥하고 촉진하는 사용처에 원자력 감축이 추가된 것이다. 기반을 부수는 것이 어떻게 기반기금의 용처가 된다는 말인가.


둘째, ‘비용 보전’은 월성 1호기가 경제성이 없어 한수원이 조기 폐쇄했다는 정부 주장과 정면으로 모순된다. 이전에는 경제성이 없어 조기 폐쇄했는데 지금은 조기 폐쇄하면서 손해가 났으니 기금으로 보전해 주겠다고 한다. 경제성 없는 원전을 폐쇄해서 손해가 발생했으니 이를 보전해 준다? 이상하지 않은가.


셋째,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고 거위 고깃값 보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조기 폐쇄된 월성 1호기와 백지화된 신규 원전 4기, 백지화 직전인 신한울 3·4호기 설비용량을 합치면 9.1GW다. 이들 원전이 1년만 운영돼도 생산 전기가 7조5000억 원에 이른다. 이걸 없애면서 투자된 비용 수천억 원을 기금으로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없어진 원전들이 가져올 한전 이익만 매년 3조 원이 넘는다. 부수는 비용 수천억 원을 지불하고 없애면 그만인 게 아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인 것이다.


넷째, 없어진 원전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한다. 며칠 전 대통령이 전국에 최대한 수상태양광을 설치하면 9.4GW로 원전 9기 발전량이라고 했다. 그러나 태양광은 하루 3.5시간 정도만 이용할 수 있지만, 원전은 20시간 이상 이용할 수 있으므로 수상태양광 9.4GW는 전력생산량에서 원전 1.7GW에 불과하다. 메추라기 알 9개가 거위 알 9개와 같지 않듯이, 태양광 9.4GW에서 생산되는 전력량과 원전 9.4GW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은 같지 않다. 원전이 5배 이상 많다. 그리고 탄소중립을 위해 수상태양광을 하는 것이라면 석탄화력이나 가스발전과 비교해서 그들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나? 왜 원전과 비교하는가. 탈원전을 위해 수상태양광을 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정부는 원전 없애는 일이 뭐가 그리 급하다고 무리해서 우선 없애고 뒤늦게 그 비용 보전을 어떻게 합법적으로 할 것인지 고민하는가. 재생에너지가 확충되는 속도와 유용성을 확인하면서, 그럴 일 없겠지만 원전 없이 전력 공급이 가능한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그때 줄여도 늦지 않다. 우리나라 여건에 간헐성 재생에너지로 원자력을 대체하는 게 불가능하다. 비용 보전을 어찌할지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탈원전을 조기에 종결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말 그대로 기반을 튼튼히 하라고 만든 기금이다. 원전을 부수고 그 비용 보전에 쓰라고 있는 게 아니다.

문화일보

 

12.03 올 겨울 전력수요 증가 전망에 결국 원전 늘리는 정부

올 겨울에 추운 날씨로 인해 예년보다 많은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가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가동을 늘리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가 급할 때마다 결국 원전에 기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겨울(12월 1일~내년 2월 28일) 최대 전력수요는 93.5기가와트(GW)로 전망됐다. 지난해(90.4GW)보다 3.1GW 많은 수준이다. 기온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을 수 있다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공급할 수 있는 전력도 늘어났다. 올해 공급능력은 110.2GW로, 지난해(103.3GW)보다 6.9GW 늘어났다. 이는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1월 셋째주를 기준으로 한 최대 공급전력이다.

 

▲올 겨울 기온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전력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추위 때문에 두터운 외투를 입은 시민들./연합뉴스

 

올 겨울 발전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먼저 정부는 전체 석탄발전기 53기 중 적게는 8기, 많게는 16기까지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최대 30%의 석탄발전이 중단되는 셈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매년 12월부터 3월까지 시행되는 계절관리제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석탄발전보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LNG 발전마저도 가격 급등으로 활용이 여의치 않다. 우리나라는 LNG를 전량 수입하는데, 산업부에 따르면 톤(t)당 LNG 가격은 지난해 10월 276달러에서 올해 10월 668달러로 142% 급등했다.

 

그런데도 올 겨울 전력 공급 예비력은 10GW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실제 올 겨울 중 가장 낮은 전력 예비력을 기록할 것으로 꼽히는 이달 둘째주의 경우 석탄감축에도 예비력이 최저 10.1GW로 전망됐다. 예비력이란 공급 가능한 전력과 최대 전력수요의 차이로 예비력이 낮다는 것은 전력공급의 여유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10GW는 전력수급경보 준비 단계가 시작되는 예비력(5.5GW)의 두배 수준이다.

 

공급 예비력이 높은 이유는 원전 덕분이다. 원전의 경우 지난달 20일 월성 4호기가 두 달 일정으로 정비에 들어간 것을 비롯해 월성2호기·한빛2호기·한울6호기·고리2호기 등 5기의 원전이 시차를 두고 정비를 받도록 했다. 일정대로 진행되면 동절기에 각 원전의 정비 기간은 최대 3기까지만 겹치게 되고, 가동률 역시 80%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체 공급능력의 발전원별 비중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원전의 정비물량을 지난해보다 2기 줄여 공급에 기여하도록 했다”며 “이 외에 재생에너지 변동성과 출력 등을 조정한 것까지 포함해 지난해보다 공급능력이 6.9GW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전력 수요가 몰릴 때는 원전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여름 역시 폭염으로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원전 2기의 재가동을 결정했다. 이에 따른 원전 이용률은 7월 68.3%에서 8월 70.9%로 늘었다. 여름보다 전력 수요가 많은 겨울에도 원전 이용률은 높아진다. 지난해 12월과 1월엔 각각 83.6%, 77.9%를 기록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통상 겨울은 여름보다 태양광 발전의 기여도가 낮은데 특히 올해의 경우 LNG 가격 폭등으로 발전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는 탈원전을 주장하고 있지만 안정적 전력 수급을 위해선 원전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지금까지 여름과 겨울이 되면 원전을 최대한 가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윤정 기자

 

12.06 與서도 나온 ‘탈원전 폐기’, 한 명 아집이 만든 국가 自害 끝내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대해 “국민들 의견에 맞춰서 충분히 재고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한울 3·4호기는 원래 2022·23년 준공 예정이었지만 문 정부의 탈원전 선언 이후 건설이 중단됐다. 이 후보 발언은 여론 찬성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지난 몇 년간 여론조사에서 지속적으로 ‘원전 찬성’이 70% 나왔던 걸 알고서 한 얘기일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탈원전은 망하러 가자는 얘기”라는 등 ‘탈원전 폐기’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여야 대선 후보뿐 아니다. 문 정권 사람들도 최근 줄줄이 탈원전 고수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민주당 대표는 “대표가 되자마자 (문 대통령에게) 우리가 (원전 사업을) 멈추면 중국·러시아가 세계 원전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산자부 장관은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개발에 8년간 약 4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고, 한전·한수원 사장도 원전 건설 재개에 찬성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원전 정책을 다루거나 영향을 미칠 위치에 있는 책임자들 대다수가 탈원전에 더 고집을 부려선 안 된다는 생각을 공개해온 것이다.

 

사실은 문 대통령 본인도 탈원전에서 벗어나는 취지의 발언을 하곤 했다. 지난달 체코 총리와 회담에서 원자력 수출 협력을 요청하면서 “한국의 전문성과 체코의 제조 기술력이 결합한다면 호혜적 성과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원전 수출 분야에서의 양국 협력에 합의한 바 있다.

 

결국 이 정권 임기가 끝나면 탈원전은 폐기 경로를 밟게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다만 대통령 한 사람의 자존심을 생각해서 다들 이리저리 돌려 말하고 있을 뿐이다. 돌이켜 보면 2017년 가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서 ‘건설 재개’가 결정됐을 때 탈원전을 공식 폐기했어야 했다. 당시 국민 의견이 확인됐는데도 대통령의 고집 때문에 정책을 바로잡을 기회를 놓쳐 국가 경제에 엄청난 상처를 남긴 채 4년의 세월을 허송하고 말았다. 그 ‘잃어버린 4년’이 장래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2.06 그린피스 창립자 “한국 탈원전은 폰지 사기극”

패트릭 무어 박사 쓴소리
“친환경 구실로 국민에게 값비싼 재생에너지 청구”
“좌파 정부와 시민단체, 환경을 정치 도구화”

패트릭 무어 박사

 

“태양광이나 풍력만으로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있다고 세뇌하고, 친환경이라는 구실로 국민에게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고 하는 것은 주식시장으로 치면 ‘폰지 사기’와 같습니다.”

세계적 환경 단체 그린피스(Greenpeace) 창립자 중 한 명인 패트릭 무어(74) 박사는 최근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탈(脫)원전 정책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폰지 사기는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가 벌인 사기 행각에서 유래된 말로, 이윤 창출 없이 신규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 사기를 일컫는다.

 

무어 박사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원전 없이 재생에너지로만 대체한다는 건 심각한 망상”이라고 했다. 원전이나 화석연료 같은 기저(基底) 발전 없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가능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재생에너지는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세금 감면, 에너지 저장 장치(ESS) 설치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원전 같은 ‘덜 비싼 기술’을 사용할 때보다 나라를 가난하게 만든다”고도 했다. 그런데 한국을 비롯한 일부 정부가 마치 재생에너지만으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한 것처럼 환상을 주고 있는 데다, 결국 값비싼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은 어떤 식으로는 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폰지 사기’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무어는 그린피스 1세대다. 창립부터 세계적 환경 단체로 성장하는 과정에 관여했다. 그러다 1986년 그린피스를 떠난다. 그는 15년 동안 벌인 활동을 정리하면서 그린피스가 “더 이상 과학과 논리에 기반한 ‘환경 단체’가 아니라, 선동과 선정주의에 빠져 돈과 권력을 탐닉하는 ‘기부금 모금 단체’로 변질했다”고 했다. 있지도 않은 재앙을 과장하고 인류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면서 결과적으로 사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무어는 2006년 미국에 원전(原電) 지원 단체를 만들었다. “청정·안전·효율 측면에서 미래 핵심 에너지원은 원자력이어야 한다는 과학적 판단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태양광과 풍력은 경제 전반의 ‘기생충’”이라면서 “넓은 면적의 땅을 낭비하고, 햇빛이나 바람이 없을 때는 원자력·수력·천연가스 같은 안정적 에너지원이 뒷받침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어는 최근 한국어판으로 출간된 저서 ‘종말론적 환경주의’에서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정책과 환경 운동은 일종의 ‘종말론’과 닮아있다고 주장한다. “대중에게 두려움을 조장하고 죄책감을 심어주어 그들에게 지지를 이끌어내거나 기부금을 타내기 위한 낭설을 꾸며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라마다 가용 자원이 다르기 때문에 에너지 정책 또한 나라별 상황에 맞게 짜여야 하는데 과학이 아니라 정치가 개입되다 보니 ‘합리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책에서 아프리카나 인도를 비롯한 인도양 일대 섬에 서식하는 바오바브나무를 예로 든다. 이 나무들은 수령(樹齡)이 2500년 넘는 것도 있다. 환경론자들이 기후변화 때문에 이 나무들이 죽어간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나이가 많이 들어 자연적으로 고사하고 있다는 게 그의 반박이다. 빙하가 녹아내려 북극곰들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흔한 선동은 1973년 북극 인접 5국(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미국 등)이 북극곰 보호 조약을 체결하면서 실제론 개체 수가 늘었다는 사실을 가린다.

 

무어는 환경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환경 탈레반’이라고 부른다. 과학적 근거나 합리적 토론으로 다투지 않고 의견이 다르거나 선동에 걸림돌이 되면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사람들이다. “좌파 정부와 환경 단체는 스스로를 ‘녹색(친환경론자)’으로 착각하면서 남들보다 우월한 듯 행동합니다. 진정한 환경 운동은 ‘탈원전’ 같은 정부 구호에 맞장구치는 게 아니라 선동에 휘말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것입니다.”

 

▲지난 8월 전북 군산시 비응도동 새만금호 수상 태양광 패널. 내년 4월 1차 가동이 목표였지만 송·변전 설비 건설 공사가 지연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무어 박사는 “친환경을 위해 갯벌을 메워 만든 간척지에 태양광을 짓는다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다. /김영근 기자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은 “근거 없는 공포가 올바른 과학을 침몰시킨 결과”라면서 쓴소리를 내놓았다. 무리한 태양광·풍력발전소 증설에 대해서도 “탄소 중립을 추진하려 울창한 산림을 밀어내 태양광 패널로 덮고, 어민들의 반대에도 대규모 해상 풍력 단지를 세우려 한다”고 지적했다. “탈원전은 에너지 빈곤국으로 가는 ‘어리석은(foolish) 정책’”이면서 “무리한 탄소 중립 이행 계획은 과학적·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다고 증명된 바 없는 ‘정치적 목적’에 불과하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2050탄소중립위원회에 원자력 전문가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는 데 대해 “환경적 목적을 달성한다면서 실상은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정부가 듣고 싶은 말만 듣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을 토대로 화석연료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국가인 데도 정치가가 의도적으로 귀를 닫고 있다”고도 했다.

 

현 정부 역점 사업인 전북 군산시 새만금 태양광 사업에 대해서도 “갯벌이야말로 반드시 보호돼야 하는 생산적인 해양 환경인데 ‘친환경을 위해 갯벌을 메워 만든 간척지에 태양광을 짓는다’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며 “오히려 갯벌을 유지하고 원전 2~3개를 증설하는 것이 땅도 적게 차지하고, 생물도 보호하며, 에너지도 더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무어 박사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그린피스를 떠난 뒤로는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과잉 환경 담론을 비판하고 원전과 GMO(유전자변형식품)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과학적 환경주의자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

 

월간조선 12월 호 

■절체절명 기로에 선 韓 소형 모듈原電 

한때 세계 최고 기술, 脫원전에 발목… ‘단순 시공사’ 전락 위기감도 

⊙ 전 세계는 소형 원전(SMR) 개발 붐… 630조 시장 ‘불꽃 경쟁’
⊙ 트럭만 한 작은 원전… 안전사고율 10억 년에 한 번
⊙ 文 정부, 부랴부랴 SMR 수출 지원 계획… ‘脫원전 기조는 변함없어’
⊙ 우리나라엔 짓지 말고 수출만 하라? 현장의 한숨
⊙ 韓, 2012년 세계 최초 기술인증 받고도 수출·건설 실적 없는 이유
⊙ 원전 전문가들, “脫원전과 SMR 개발 竝立 못 해… 자가당착”

 

▲지난 2019년 4월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 전시된 소형 모듈원자로 스마트(SMART). 실제 크기보다 작은 모형이다. 사진=조선DB

 
 

획기적이었다는 말이 딱 맞다. 지난 2012년. ‘원전(原電) 강국’인 한국은 세계 최초로 소형 원자로를 개발했다. 이름은 SMART(스마트·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Reactor)로 지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수력원자력이 1997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2012년 7월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SDA)를 받았다. 당시 우리나라는 경제적 채산성이 큰 대형 원자로 기술 육성에 집중했던 터라 큰 관심은 못 끌었지만,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던 2017년, 탈원전 바람이 분 뒤에는 존재 자체가 묻혔다. 긴 동면(冬眠)에 들어가야 했다.

 

최초 개발 이후 무려 9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소형 원전 붐이 일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개발 후발주자들에 선두를 내준 뒤, 우리도 부랴부랴 신발 끈을 다시 묶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쩐지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트럭만 한 ‘작은 원전’… 사고율 10억 년에 1번

소형 모듈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은 말 그대로 작은 원전이다. 작아서(Small) 공장 제작·조립(Modular)이 가능한 원전(Reactor)이라 보면 쉽다. 크기는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1톤 트럭 정도다. 육로, 해로 수송이 가능하며 지하 매설, 선박 탑재 등 활용 형태도 다양하다. 용량은 대형 원전(1000~1500MW)의 10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이다. 세계원자력에너지협회(IAEA)는 300MW급 이하를 소형 원자로, 700MW급 이하를 중형 원자로로 분류한다.

 

 무엇보다 큰 강점은 안전성이다.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기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했다. 자체 냉각이 가능해 원자로가 녹아버리는 ‘멜트다운’ 우려가 없다. 그래서 격납 건물도 필요 없다. 원자로를 아예 지하 거대한 수조 안에 넣어 운영할 수도 있다. 안전사고를 원천 차단하는 구조인 셈이다.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은 “기존 원전 또한 중대 사고발생률이 10의 마이너스 7승 분의 1 정도로 매우 안전하다”면서 “SMR은 이에 더해 사고발생률을 10의 마이너스 9승 분의 1까지 올린 것”이라고 했다. 중대 사고는 방사성 물질 유출을 뜻한다. 그 확률이 기존 대형 원전은 100만 년에 한 번, SMR은 10억 년에 한 번이라는 거다. 혁신형SMR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한국원자력학회장)는 “SMR의 안전성 레벨에 이르면 수치로 사고율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면서 “문제 발생 시 자동으로 안전한 상태로 돌아가는 구조로 설계돼 운전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소형 원전은 더 비싸다?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건설 중지된 경북 울진 신한울원전 3·4호기 예정지. 사진=조선DB

 
 

작고 안전한 차세대 원전. 혹자는 ‘꿈의 원전’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단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비용 문제다. SMR 관련 투자자 등 낙관론자들은 무작정 “작아서 건설비용이 더 싸다”고 한다. 발전용량 1400MW 대형 원전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은 5조원가량이다. 100MW짜리 소형 원전은 1조원 미만으로도 가능하다. 저렴해 보이지만, 크기 대비 단가는 더 높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경제성 문제를 SMR의 한계 중 하나라 지적한다. 원전 업계는 “초기 비용은 안전성을 위해서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래 모든 신기술은 처음에는 비싸다.

박상덕 서울대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뉴스케일(NuScale·美원자력기업)의 SMR에는 70MW 모듈 12개가, i-SMR(한국에서 개발 중인 SMR)에는 170MW 모듈 4개가 들어간다. 첫 모듈은 비싸지만, 레고 찍어내듯 시스템을 구축하면 단가는 맞춰진다”면서 “원전 업계가 기존 ‘규모의 경제’에서 ‘모듈의 경제’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세계원자력협회는 SMR 보고서를 통해 “특정 SMR 설계에 대한 ‘시리즈 생산 경제’를 달성하면 비용은 더욱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케일 측은 “인공지능·자동화 작업 등을 통해 일반 원전 건설 단가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했다.

정동욱 교수는 “탄소중립 시대에는 모든 에너지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라면서 “모듈 형식인 SMR이 차츰 단가를 맞춰가면 탄소중립 전력시장에서는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고 했다.

임채영 소장은 “SMR이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을 더욱 담보하는 만큼 더 비싼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공학적 비용만 따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임 소장은 “단가가 비싸더라도 호기당 절대적 비용은 적어 자금 조달이 좀 더 용이하고, 기존 대형 원자력보다 사회적 거부감 등이 적으니 리스크에 대한 금리 프리미엄도 낮고 건설 공기(工期)가 짧아 전체적인 이자 부담도 준다”면서 “이 같은 금융비용 절감은 공학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탄소 감축 기여도 및 비용 대비 편익을 산출해보면 충분히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주요 선진국, “탄소중립시대 SMR이 답”

계산기를 두드려본 주요 국가들은 SMR 개발에 속속 뛰어들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 탄소중립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SMR은 각국의 ‘골든 키’로 급부상했다. 데이터 통신 폭증과 전기차 대중화로 전기 수요의 급증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탄소중립도 이뤄야 한다. 결국 원전이 답인데, 대형 원전보다 좀 더 유연한 에너지 대응이 가능하며 훨씬 안전한 소형 원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IAEA 보고서에 따르면 총 18개 나라(2020년 기준)가 SMR을 개발 중이다. 미국, 캐나다, 영국, 체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한국 등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17기를 개발 중으로 비중이 가장 높다. 러시아는 SMR을 이용해 체르노빌 오명을 극복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이 중 기술 진척도가 가장 앞선 곳은 미국이다. 두산중공업이 지분 투자자와 설비 제작사로 참여하기로 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뉴스케일의 원자로가 대표적이다. SMR 최초로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Nuclear Regulatory Commission)의 설계 인증 심사를 마쳤다. 2029년 이전 미국 내 가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투자도 활발하다. 미국 정부는 SMR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미 에너지부는 SMR과 차세대 원자로 지원에 향후 7년간 32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쓰기로 했다.

알레시아 덩컨 미국 에너지부(DOC) 부차관보는 지난 5월 ‘2021 한국원자력 연차대회’에 화상으로 참여해 “SMR은 건설기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이 없고 전력 안정성 또한 매우 높은데다 다양한 발전원으로도 활용 가능하다”면서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미국 안보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18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지난 10월 기후변화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첫 국가 정보 보고서를 통해 SMR을 미래 에너지 기술의 핵심으로 꼽기도 했다.
 

 

전 세계 시장 규모 630조 예상

▲2021년 8월 원자력살리기 국민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대전 서구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도 SMR 건설을 위해 손잡았다.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들여 10년 내 소듐냉각고속로(SFR)를 활용한 소형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게이츠는 그의 저서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원자력으로 죽는 사람보다 자동차 사고나 화석 연료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면서 “원전 기술 혁신을 통해 기후재앙을 해결할 것이며 이는 에너지계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 3대 우라늄 보유국인 캐나다 또한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SMR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새머스 오레건 캐나다 천연자원부 장관은 지난 5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원자력은 필수”라며 “이번 원자력 기술 투자로 1600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프랑스·영국 등 유럽 국가들도 잇달아 원전 확대로 방향을 틀고 SMR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영국 정부는 항공기 엔진 제작업체인 롤스로이스와 손잡고 2050년까지 약 45조원을 들여 소형 원전 16기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탈원전 기조를 유지했던 프랑스 또한 최근 친원전으로 돌아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2030년까지 SMR 개발을 포함한 원자력 부문에 10억 유로(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영국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까지 전 세계에서 SMR 650~850기가 건설될 것이며 시장 규모가 380조~63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는 안 짓고 ‘수출용’ 개발만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우리도 부랴부랴 SMR 투자 계획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월 21일 백악관에서 “원자력발전 산업 공동 참여를 포함해 해외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최고 수준의 원자력 안전·안보·비확산 기준을 유지하겠다”고 합의했다. 양국이 손잡고 해외 원전 수출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회담 이후인 6월 8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SMR 기술 확보에 나서겠다”면서 혁신형 SMR(i-SMR) 개발에 8년간 약 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 중인 i-SMR은 지난 2012년 개발한 ‘스마트’에서 업그레이드된 모델이다. 2028년 인허가를 받아 2030년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십조 단위 선진국 투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기대감은 실렸다.

그런데 어딘가 의아한 구석이 있다. 이는 SMR을 개발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안 짓고 순전히 ‘수출용’으로 쓰겠다는 말이다. 지난 9월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i-SMR 개발 사업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신청하면서 사업 목적에 ‘수출을 위한 개발’이라고 명시했다. 선진국들이 자국 내 전력원으로 SMR을 채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조지 보로바스 세계원자력협회(WNA) 이사는 지난 5월 ‘2021 한국원자력 연차대회’에서 “한국 원전의 수출 경쟁력은 높은데 국내(한국)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해외에만) 판매하겠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현업 부서 관계자들은 한숨을 쉰다. 앞서 개발한 스마트도 지난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수출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후 2017년쯤이면 성과가 드러났어야 했는데 수년째 공전(空轉) 중이다. 정부 측은 “사우디 내부사정, 혹은 국제유가 하락 및 코로나19 확산 등이 수출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지만 사실상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출 업무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가 들려준 비화(祕話)다.

“사우디에 수출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는데 쉽지 않았어요. ‘그렇게 좋으면 너희 나라에 먼저 지어보라’고 하는데, 설득할 명분이 없더군요. 국내에서 첫 호기를 지은 다음 수출하는 수순이 일반적이지만 탈원전 기조 아래 정책적 판단이 그렇게 내려질지는 미지수죠.”

정부는 딜레마에 빠진 모양이다.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면서 소형 원전 개발과 수출을 장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10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에서 원전 비율을 6~7%로 줄이며 미래 주요 에너지원에서 제외하는 한편 내년 ‘원전산업 글로벌시장 맞춤형 기술개발(R&D)’ 예산은 올해 대비 143% 늘린 63억1300만원으로 편성해놓은 상태다.


딜레마에 빠진 정부, 비효율적 수출

정동욱 교수는 “탈원전과 SMR 개발은 애초에 병립(竝立)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SMR을 개발하고 수출하기까지 앞으로 10년이 걸린다”면서 “10년 동안 공장들이 팔짱 끼고 그걸 기다릴 수 있나. 신한울 3·4호기를 가동해서 인프라를 유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SMR 연구개발(R&D)을 위한 인력과 상용화 후 부품 수급도 문제다. 탈원전 정책으로 더 이상 원자력 인력이 배출되지 않았고 원전 부품을 공급해온 중소기업은 줄도산하고 있다. 박상덕 연구위원은 “탈원전을 유지하며 SMR을 개발한다는 것은 애당초 모순”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대통령의 행보도 자꾸 엇박자가 난다. 11월 초 유럽을 순방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각국 정상을 만나 이른바 ‘원전 세일즈’를 이어나갔다. 문 대통령은 순방 당시 한-비셰그라드(폴란드·체코·헝가리·슬로바키아 협의체) 정상회의에서 양국의 협력이 방산과 인프라, 원전 등으로 확장되어 더욱더 굳건한 관계를 맺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앞서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나란히 수출하자’고 손잡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각자도생이었다. 때문에 한국·미국·프랑스가 수주 3파전을 벌이고 있는 체코와 이미 미국과 ‘원전 미래 패키지’ 파트너십을 체결한 폴란드는 세일즈에 더욱 공을 들여야 했다.

이 때문에 잠깐 탈원전 기조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는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청와대 측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순방 중이던 11월 4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탈원전 기조는 흔들림 없이 그대로 간다”면서 “한국의 원전 기술이 한국과 외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은 것뿐”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국내에 신규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해외 원전 건설에 참여하는 것은 ‘윈윈(win win)’이라는 입장이다.

물론 국내에 소형 원전을 짓지 않는다고 수출을 못 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 과정이 비효율적일 뿐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의 말이다.

“수출용 개발이니 국내 실증(實證)에 대해서는 일단 ‘공백’으로 둔 상태입니다. 이 제약이 계속된다 해도 방법은 있어요. 내년 예타 통과 후 공식적으로 사업에 착수하면 i-SMR을 짓겠다는 다른 국가를 찾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 캐나다처럼 땅이 넓은 나라들은 실증을 위한 부지를 빌려주거든요. 이후 관심 있는 기업을 모아서 펀딩도 하고요. 물론 국내에 지은 다음 가져가는 것보다는 협상에서 하위에 있게 되겠죠. 그 나라 입장에서는 첫 호기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니까 조건을 많이 달 거고요.”

‘조건’이란 뭘까. 정동욱 교수의 말이다.

“첫 호기 실증을 해외에서 한다면 예컨대 ‘너희 돈으로 다 짓고 리스크도 너희가 감수한 후, 나오는 전기는 우리한테 더 싸게 팔라’는 식의 조건이 달릴 수도 있어요. 그럴 경우 우리 입장에서는 이득을 보기란 쉽지 않겠죠.”
 

 

국내 도입은 불가능? SMR의 미래

한 시민단체는 지속적으로 포럼을 열어 SMR을 ‘아직 시제품도 없는 허상(虛像)’이라고 주장한다. 임채영 소장은 “원자력 포함 모든 기술은 아무리 설계가 마무리됐다 해도 실제로 지어서 보여주는 게 관건”이라면서 “국내에서 여의치 않다고 하면 향후 5년 내 외국에서는 속속 실현될 텐데, 그때는 그 기술이 시장에서 통하는지, 통하지 않는지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원전 기업 관계자는 “뉴스케일 프로젝트도 미국 정부와 규제 기관이 나서서 SMR 규제 프로세스를 세워 간소화된 심사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지원해서 가능했다”면서 “우리는 정부가 국내에 실증할 토대를 마련해주지도 않은 상태에서 탈원전 정책과 결을 함께하는 시민단체 등의 ‘실체가 없는 기술’이라는 공격만 받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 가운데 “국내 SMR 건설은 지을 데가 없어서 안 된다”는 말도 나온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지난 6월 한 포럼에서 SMR 수출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SMR을 도입할 경우 국내 각 지역에서 반대가 심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원전 전문가들은 발전 용수가 적게 들어 해안이 아닌 내륙에도 건설이 가능한 점, 비상시 주민 대피 반경이 작은 점 등 안전성을 들어 도심에도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형 원전의 비상계획구역 반경은 16km지만 SMR는 230m이며, 대형 원전처럼 반경 내 공항·댐 등이 있으면 안 된다는 제약 조건도 없다는 설명이다.

박상덕 위원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도심에 짓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가장 실현 가능한 방법은 탈석탄·탈탄소로 점차 문을 닫을 석탄발전소 부지에 짓는 것”이라면서 “석탄발전소는 부지가 넓고, 해안가에 있는 만큼 건설자재·장치 운반도 쉬운데다 송전선도 깔려 있어 인프라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빌게이츠 또한 미국 와이오밍주의 노후화된 석탄발전소 부지 안에 SMR을 짓기로 했다.

국내 도입은 불가능한 걸까. 한 원전 전문가는 “현재로서는 앞뒤가 꽉 막힌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SMR의 미래가 보인다”면서 “그런데 현재까지 나온 시나리오는 기준점이고 뭐고 따져볼 근거가 하나도 없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한다면서 실현가능한 계획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상과학소설 같은 탄소중립 시나리오

지난해 기준 석탄발전소는 40.4%, LNG(액화천연가스)는 25.6%로 집계됐다. 탄소중립은 석탄·가스에 해당하는 66% 에너지 공급 비율이 0%에 수렴해야 한다. 10년마다 22% 줄여야 한다. 정부는 이를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원전 전문가는 “마치 공상과학소설과도 같은 얘기다.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6.5%에 불과하다. 애초에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탈원전한다는 나라도 우리밖에 없다”고 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석탄·가스에 해당하는 비율을 전기로 대체하는 겁니다. 지금 원전의 두 배만큼 더 지어야 한다는 계산인데, 이때 선택지는 몇 개가 있어요. 가동 중단을 선언한 기존 원전을 연장해 쓰는 방법. 이 정부 들어 짓지 않기로 한 신한울 3·4호기를 짓는 것. SMR을 도입하는 것, 혹은 셋을 적절히 섞는 거죠. 정부 말대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약 70%로 유지한다면, 간헐적인 재생에너지 특성상 유연한 출력 조절이 가능한 SMR을 도입하는 게 유리합니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해 분산형 전원을 구축할 수도 있거든요. 그 밖에도 폐기물 처리 문제, 부지 선정 문제에 대한 액션플랜까지 다 마련해놓고 있는데, 정부에서 애초에 이 조합들을 고려하지를 않아요. 앞뒤가 꽉 막힌 형국이죠. 입구도, 출구도 없어요, 지금은.”

한 원전 기업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그동안 소형 원전 기술에서 우위에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뒤처진다는 게 업계 중론”이라며 “이 상태로는 수출 시장에 진출한다고 해도 패권 경쟁에 밀려 (국내 기업들이) 단순 시공사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위기감도 있다”고 했다.

원전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그럼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책만 따라주면 우리나라 또한 2030년 초반 국내에서 SMR 첫 호기를 충분히 지을 수 있어요. 정부에서 원전에 드라이브를 걸어준다면 현재 과기부·산업부의 i-SMR 개발 프로젝트를 수출용 표준설계인가가 아닌, 건설 프로젝트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2030년 초반 실제로 전기가 나오는 SMR을 볼 수가 있는 거죠.”

정동욱 교수는 “현재 원전 업계는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여파는 다음 정권에서 여실히 드러날 겁니다. 현재까지는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로 간신히 먹고살 수 있었어요. 만일 차기 정부에서도 탈원전 기조를 이어간다? 그땐 숟가락을 아예 내려놔야 합니다.”⊙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12.16 월성 1호 “왜 우리가 뒤집어쓰느냐”는 산업부 실무자들 하소연

▲청와대 지시를 받은 산업부의 압력으로 경제성평가 조작이 이뤄져 조기폐쇄된 경주시 양남면의 월성 1호기. 관련 사건 공판에서 "왜 실무자들만 책임져야 하느냐"는 산업부 공무원들 하소연이 공개됐다. /뉴시스

 

2019년 12월 월성 원전 1호기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관련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당시 산업부 국장, 과장, 실무자 등 세 명이 작년 12월 재판에 회부됐다. 그 재판이 질질 끌다 1년 만인 며칠 전에야 첫 공판이 열렸다. 이것부터 매우 잘못된 일이다. 재판 과정에서도 심각한 내용이 드러났다.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신문 조서를 보면 실무자는 “청와대와 직접 관련돼 있기 때문에 보고서를 감사원에 제출하면 파장이 클 것이니 자료를 빼고 제출하자는 국장, 과장 말에 파일 530건을 삭제했다”고 진술했다. 증거 자료 중에는 실무자의 사무실 동료가 실무자에게 “백운규(당시 산업부 장관) 채희봉(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진짜 짱(짜증)나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왜 실무자만요? 그들을 위해 파일까지 지워가며 헌신했는데”라고 보낸 메시지도 있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산업부 실무자들은 반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여러 증거로 확인된다. 2018년 3월 15일 실무자들은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에게 월성 1호기를 2년 반 더 가동하는 계획을 보고해 사실상 양해를 받았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확인됐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 1호기는 언제 폐쇄하냐?’고 댓글을 달았고 이것이 모든 것을 뒤집었다. 백 전 장관은 ‘2년 반 더 가동’을 보고한 과장에게 “너 죽을래?”라고 질책해 조기 폐쇄를 밀어붙였다. 결국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 검찰 공소장 내용 중에는 청와대 행정관이 산업부 과장에게 “이거(월성 가동 중단)는 대통령께서 머리 깊이 지금 박혀 있으신 거다”라고 했다는 내용도 있다. 백 전 장관 공소장엔 ‘대통령’이란 단어가 46번이나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채희봉 전 비서관 선에서 막혀 버렸다. 또 대전지검 수사팀은 백 전 장관, 채 전 비서관에 대해 배임 교사 혐의를 적용하려 했지만 친 정권 검사인 김오수 검찰총장이 인가하지 않았다. 백 전 장관의 배임 교사가 인정될 경우 문 대통령에게 수사가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권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문 대통령은 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12.29 월성 폐쇄 공소장을 보니, 산업부는 발버둥치고 있었다

▲문재인-채희봉-백운규-정재훈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은 ①원전 신규 건설 백지화 ②가동 연한 채운 원전 수명 연장 금지 ③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세 가지다. ①과 ②는 정부 결정만으로 가능하다. ③은 7000억원을 들여 보수까지 마친 막대한 자산을 포기하는 것이 된다. 명분과 합법 절차가 필요하다. 정부는 ‘경제성평가 조작’으로 돌파하려 했다. 이로 인해 산업부 국장, 과장, 실무자가 작년 12월 재판에 회부됐다. 이어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6월 기소됐다.

 

과거엔 중요 사건 경우 기소가 이뤄진 다음 공소장 언론 공개가 관행이었다. 현 정부는 조국 사건을 거치면서 공소장 공개 금지 규정을 만들었다. 요즘 공수처의 언론 사찰 논란으로 번진 ‘이성윤 공소장 유출’ 사건은 그 파생 현상이다. 월성 1호기 사건 역시 공소장 전문이 공개된 적이 없다. 합법적으로 공소장을 확보한 한수원 노조 관계자가 핵심 부분을 몇 차례 발췌해 공개하긴 했다. 그중에서도 2018년 4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의 ‘월성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이란 댓글 내용이 산업부에 전달된 이후 과정은 상세히 보도됐다. 며칠 전 모종의 경로로 백 전 장관 등 세 명의 공소장을 얻게 됐다. 101쪽의 공소장 전체를 읽은 감상은 ‘산업부 공무원들은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2017년 5월 문 정부 출범 직후 산업부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적법 이행 방안을 찾으려 기를 썼다. 당시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제시한 것은 국회의 특별법 제정,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허가 취소의 두 가지였다. 그러나 특별법 제정은 장시간이 소요되고 당시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행 가능성이 낮다고 퇴짜를 맞았다. 원안위를 통한 조기 폐쇄는 원안위가 반대했다. 허가 취소할 만한 안전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였다.

 

2017년 가을 검토한 방안은 최상위 에너지 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을 수정하자는 것이었다. 2014년 수립한 기존 계획은 원자력을 핵심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었다. 청와대 채희봉 비서관은 “에너지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예상 못 한 논란으로 국정 운영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산업부 국장은 “못 해먹겠다”고 반발한 것으로 공소장에 기록돼 있다.

 

그다음 추진한 것이 한수원으로부터 조기 폐쇄 의향서를 제출받는 방법이었다. 그런 다음 의향서를 그해 연말 수립 예정이었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시키자는 아이디어였다. 그렇게 되면 한수원 이사회가 정부의 탈원전 전력 계획을 받아 조기 폐쇄 결정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지 않으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수원은 “왜 우리한테 이걸 시키냐. 정부 방침이라면 산업부가 직접 전력 계획에 써넣으라”고 맞섰다. 한수원 반발은 오래가지는 못했다. 11월 한수원 임원회의에 “자리 보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위기가 전달된 뒤, ‘시기는 확정 곤란’이라는 애매한 문구를 끼워 넣어 조기 폐쇄 의향서를 작성했다.

 

산업부와 한수원 실무자들은 조기 폐쇄하더라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영구 정지 운영 변경 허가가 나기까지 2년 반은 더 가동하자는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 12월 초 백운규 전 장관, 채희봉 전 비서관 모두 ‘2년 반 더 가동’ 계획을 승인했다. 2018년 3월에도 두 사람에게 같은 내용이 재차 보고돼 확인 과정을 거쳤다.

 

그랬던 분위기가 2018년 4월 2일 ‘월성 1호 언제 결정?’이란 문 대통령 댓글에 돌변했다. 백 전 장관은 4월 3일 과장을 “너 죽을래”라고 몰아붙였다. 과장은 4일 청와대 행정관에게 “산업부가 다 뒤집어쓰게 됐으니 (에너지전환 팀장인) 사회수석에게 상황을 보고해달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5일 즉각 조기 폐쇄가 대통령 보고까지 끝났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결국 나하고 국장하고 책임질 수밖에 없게 됐다. 퇴로가 끊겼다”고 절망한 것으로 공소장에 나와 있다. 그는 회계법인에 맡긴 경제성 평가가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자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찾아가 ‘안전성을 이유로 조기 폐쇄가 안 되겠느냐’고 다시 한번 타진해봤지만 거절당했다.

 

공소장 기록을 보면, 산업부 공무원들은 빠져나갈 길을 찾아 몸부림치다 체념하고는, 청와대 뜻을 관철시키는 돌격 부대 역할을 했다. 청와대의 압박, 회유는 모두 채희봉 전 비서관을 통해 전달됐다. 공소장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채 비서관 뒤에서 그를 움직인 사람들이 있다. 누구였는지는 국민이 다 짐작한다. 그로 인해 국가에 수천억 원 이상 손실을 끼쳤다. 장관이란 존재는 청와대 압력에서 직원들을 보호해주는 방패가 되기는커녕 자존심도 벗어던진 허수아비였다. 대통령은 나중 산업부를 위로한다고 3차관 자리를 만들어줬다. 앞으로도 보기 힘들 코미디였다.

조선일보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12월 29일 한수원도 ‘원전은 친환경’…엉터리 K택소노미 접으라

한국수력원자력은 문재인 정부 5년간 탈원전 전위대 노릇을 했다. 원자력발전 주무기관의 자기부정이나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한수원 노조가 자사 경영진을 고소했겠는가. 그랬던 한수원이 정권 말에 원전 옹호론으로 돌아섰다. 환경부가 원전을 제외한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 분류체계) 최종안’을 곧 확정·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환경부에 제출한 검토 의견서가 상징적 예다. 윤영석 의원이 입수한 한수원 보고서는 ‘원전은 초(超)저탄소 에너지원으로 환경 보전에 유리하다’는 취지다. 직무유기나 배임 혐의 등의 처벌을 피하려는 꼼수 측면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제정신을 되찾는다면 불행 중 다행이다.

한수원 보고서는 14쪽 분량으로, 원전의 장점과 필요성을 9개 항목에 걸쳐 집중 부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해 달라고 요청한다. 우선, 원전은 전력 1kWh를 생산할 때 12g, 태양광은 27∼48g의 탄소를 배출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설비의 이용률을 비교하면 태양광은 원전의 169배, 풍력은 37배의 면적이 필요하다. 특히 원전이 K택소노미에서 빠지면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수출에서 다른 경쟁국들과 비교해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해진다. 매국(賣國)이나 다름없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차세대 원전을 탄소중립 핵심 대안으로 설정했고, 러시아나 중국도 원전을 녹색으로 분류하고 있다.

환경부는 애초 유럽연합(EU)의 최종 결정을 봐가며 K택소노미에 원전 포함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EU의 심의가 늦어지면서 원전을 제외해 버렸다고 한다. 반면 화석연료인 천연가스(LNG)는 포함시켰다. 원전 배제의 부정적 영향을 희석하려는 방안인 듯하나 억지춘향이나 다름없다. 녹색 분류체계는 국제사회 요구사항도 아니기에 굳이 앞장설 필요가 없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도, 그 연장선상의 엉터리 K택소노미도 접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2월 31일 파탄 난 에너지정책과 전기료 거짓말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에너지정책합리화교수협 공동대표

결국 정부가 전기 요금 인상을 결정했다. 연료비 연동제까지 무시하고 전기료를 동결하겠다고 밝히고 일주일 만의 일이다. 삼척동자까지 들먹이면서 전기료를 인상할 이유가 없다던 정부의 억지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대선 이후로 잡아 놓은 인상 시기도 의심스럽다. ‘대통령이 여당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자처하고 나섰다’는 야당의 거친 비난이 상당한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이 정부의 총체적 에너지 정책 실패를 감춰 보려는 염치없는 대못 박기라는 지적도 있다. 인상 폭이 한전이 요구한 29.1원의 40% 수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전의 재정 상황은 참혹하다. 올해 적자가 4조 원을 훌쩍 넘고, 내년에는 6조 원을 넘을 전망이다. 2016년 125.2%였던 부채 비율이 5년 만에 200.8%로 뛰어올랐다. 자칫하면 뉴욕증시에 상장된 한전의 부실이 국제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

전기료 인상 요인은 차고 넘친다. 배럴당 70달러 수준인 원유가 내년에는 100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널뛰듯 출렁거리는 LNG 가격은 합리적인 전망이 불가능하다. 석탄 가격도 꿈틀거린다. 전 세계를 짓누르고 있는 코로나19가 잦아들면 에너지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것이다. 맹목적인 탈원전, 신재생의 과속 확대, 과도한 LNG 발전 증가로 전력 수급 상황이 극도로 악화한 우리는 더욱 불안하다.

정부가 감춰 뒀던 탄소중립의 비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발전사업자의 신재생 의무공급비중(RPS) 확대가 대표적이다. 현재 발전량의 9%인 RPS를 2026년에는 법정 상한인 25%까지 올리기로 했다. 정부가 국제사회에 자랑하기 위해 허겁지겁 준비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른 조치다. 미국의 저술가 제레미 리프킨이 20년 전에 던져 놓은 ‘수소경제’라는 가짜 미끼를 덥석 물어버린 대가도 혹독할 것이다.

앞으로 8년 동안 원전 10기와 석탄화력 24기를 폐쇄하는 일도 걱정스럽다. 발전소의 폐쇄와 전력 생산을 대체해줄 새 설비 마련 비용도 전기 요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태양광·풍력의 변동성·간헐성을 보완해줄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비용만 준비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과연 휴대전화 배터리만으로 전국 규모의 송전망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확인해 보지 못했다. 기술은 요술 방망이로 개발하는 게 아니다.

한전공사법을 철저히 무시하고 설립하는 세계 최초의 ‘에너지대학’ 문제도 심각하다. 한전이 에너지와는 무관한 전공의 교수들을 상대로 질퍽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건물·교육과정도 없이 오직 선동적인 구호만 앞세운 유령 대학은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 한전공대의 설립·운영비를 전력기금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만들어 버린 일에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국민을 불쾌하고 당혹스럽게 만드는 꼼수는 그뿐만이 아니다. 요금 인상을 분산시켜 놓고 ‘연간기준 월평균 상승률’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억지 통계를 들고나와서 7.9%의 인상 폭을 5.6%로 축소시켜 버렸다. 4인 가구의 전기 사용량도 350kWh에서 304kWh로 줄여 버렸다. 결국, 내년 10월 이후의 가구당 부담은 평균 1950원이 아니라 4130원이 늘어난다. 통계 마사지로 국민을 기만하는 시도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