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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칼럼(문화일보) 2021/ 01월 15일 대통령도 반역자 될 수 있다 - 12월 20일 문재인 5년 과칠공삼(過七功三)

상림은내고향 2021. 12. 27. 16:33

이용식 칼럼  문화일보 주필 2021

01월 15일  대통령도 반역자 될 수 있다

 

 트럼프 내란선동 몰리며 퇴임
민주주의 파괴한 최악 대통령
文정권 국헌문란과 매국 자행
갈수록 ‘벌거숭이 임금님’ 연상
‘다수 의석의 저주’ 현실화 조짐
공수처 보호막도 民意 못 이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파괴함으로써 민주주의를 구원하는 역설적 역할을 하고 있다. 대선 불복과 의사당 난입 사태는 미국의 흑역사로 남게 됐지만, 강력한 민주주의 복원력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각국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민주 제도를 악용해 독재로 치닫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미국은 민주주의 토대가 튼튼했기 때문에 4년 만에 정상화 쪽으로 선회할 수 있었다. 트럼프 행태에 대해 미국민은 즉각 내란 선동으로 규정했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짓밟는 반역은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확고해졌다. 미국은 민주주의 위기의 정점을 지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이제 암울한 터널의 한가운데에 있다. 헌법과 민주주의 시스템이 무너지는 전반적 상황도 미국보다 심각하다. 미국은 트럼프 개인의 일탈인 반면, 한국은 정권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 와중에 실시된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함으로써 마구잡이 입법까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김학의 전 차관 출국을 막으려 법무부와 검찰의 친정권 인사들이 공문서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뭉개려 한다. 그런 불법에 연루된 인사들에게 핵심 보직을 맡겼다. 검찰 장악을 검찰 개혁이라고 둘러댄다. 정권에 의한 법치 파괴다.


북한 김정은이 전술 핵무기 개발을 공식 발표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강력히 경고하고, 확고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으로라도 대화할 수 있다”고 했고, 통일부는 즉각 비대면 회의실 구축에 나섰다. 같은 날 김여정한테서 “특등머저리들” 조롱을 들었다. 개성 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해수부 공무원을 사살해도 항의는커녕 저자세로 절절맸다. 이런 안보 포기는 반역이다.


탈원전으로도 모자라 삼중수소 괴담까지 퍼뜨린다. 천신만고 끝에 확보한 세계 최고의 원전 경쟁력을 죽이지 못해 안달한다. 국익을 팔아먹는 매국이다. 이익 공유제에다 주택 공유제, 재산 공유제, 소득 공유제까지 나올 판이다. 5·18왜곡처벌법, 대북전단금지법 같은 위헌 법률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같은 위헌 기관까지 만들었다. 국가 기본질서를 허무는 국헌문란이다.


한결같이 파국의 경고 신호들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국가 장래를 위해, 문 대통령을 위해 이런 상황은 빨리 종식돼야 한다. 그러려면 문 정권이 스스로 바뀌거나, 야당이 강력한 대안 세력으로 부상해야 하는데 어느 쪽도 기대하기 힘들다. 원로 진보 인사인 홍세화 씨는 최근 ‘우리 대통령은 착한 임금님’이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선의의 약속을 하는 자리에만 나타나고 불편한 자리는 피하는 문 대통령이 임금님 같다는 내용이다. 문빠들로부터 갖은 비난이 쏟아졌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데, 그들에겐 다르게 보이는 모양이다. 문 대통령 신년사를 보면 새삼 이해가 간다. 자화자찬과 공허한 청사진 일변도다. 딴 나라 대통령 같다.


국민에겐 안 보이고 그들에게만 보이는 옷을 입은 ‘벌거숭이 임금님’이다. 동화는 한 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외치는 데서 끝난다. 그 뒤엔 어떻게 될까. 첫째 가능성은 왕권 교체다. 지도자가 장사치에게 현혹되고, 직언하는 신하도 없는 권력은 유지될 수 없다. 트럼프 경우와 비슷하다. 둘째, 진실을 봉쇄하는 데 성공해 계속 통치한다. 북한이 그런 체제다. 셋째, 왕이 크게 깨닫고 신하들을 싹 바꾼 뒤 선정을 펼친다. 안타깝게도 이 가능성은 희박하다.


트럼프 파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크래시 랜딩의 직접적 원인은 세 가지다. 전문 지식과 정상 절차를 무시했다. 임기 말로 갈수록 통합을 중시해야 하는데 반대로 강경 지지자들에게 기댔다. 유능한 참모는 내치고 아부하는 내 편만 중용했다.


문 대통령도 국회 의석만 믿고 버티면 몰아서 심판받는 ‘다수 의석의 저주’에 직면한다. 울산선거, 탈원전 등 구체적 혐의도 쌓여간다. 여당 대선 주자들도, 공수처도 문 대통령을 끝까지 보호해주지는 않는다. 시간도 별로 없다. 15개월, 임기의 4분의 1이 남았지만 실제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그 절반쯤이다. 벌거숭이 임금님의 세 번째 길을 택할 것인가, 트럼프처럼

 

02월 01일  유신·나치 독재와 文정권 폭주

靑 김종인 향해 “법적 강력 대응”
유신 말기 YS 제명 사태 떠올려
나치는 압승 3년 만에 저항 봉쇄
野 선명한 반독재 정치 나설 때
권력범죄 규명, 악법 철폐 투쟁
정책에선 ‘제3의 길’ 혁신 필요

청와대가 야당 지도자에 대해 강력 조치를 공표한 것은 유신 독재 말기를 연상케 한다. 김영삼 신민당 총재는 1979년 9월 16일 자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국민으로부터 유리되는 원천적 독재 정권이냐,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이냐, 미국이 분명히 선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정희 정권은 반민족적 사대주의와 정치인 품위 손상 등을 내세워 10월 4일 김 총재를 국회의원직에서 제명 처리했다.

 

 탈원전을 둘러싼 숱한 의혹과 범죄 혐의, 북한에 원전을 지원하려 한 정황까지 농후해진 상황에서 김종인 제1야당 비대위원장이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 이적 행위” 정도의 표현도 할 수 없다면 이미 민주 국가가 아니다. 청와대는 혹세무민과 북풍 공작으로 규정하고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강력 대응”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뜻에 따른 공식 입장이라고 했다. 유신 정권이 김 총재 제명 때 내건 9개 항 사유서보다 덜하지 않다.


이와 병행해 여당은 판사 탄핵에 나섰다. 근거는 판결문의 ‘위헌적 행위’ 문구다. 현 정권 연루 범죄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 때까지 후속 조치를 유보하면서, 1심 판결 한구석을 문제 삼았다. 정작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 외압은 원론적으로 ‘위헌적’이지만, 해당 사건 경우엔 단순한 의견 개진이나 조언이었을 뿐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가 법관 탄핵 사유가 된다면, 문 대통령과 장관 등의 탄핵 사유는 세기도 힘들 것이다.


여권의 두 기류는, 현 정권이 아직도 길들어지지 않은 마지막 걸림돌 제거에 나섰음을 의미한다. 이쯤에서 권력 누수를 틀어막지 않으면 장기 집권의 둑이 무너질 것으로 우려한다. 현 상황은 민주와 반민주의 중대한 분수령이다. 유신 권력처럼 무지막지한 독재 경우엔 국민이 판단하기 쉽다. 그런데 민주 제도를 교묘히 악용해 야금야금 민주주의를 잠식하며 탁월한 선전·선동을 반복하면 국민도 부지불식간에 속는다.


독일 나치 정권이 그랬다. 아돌프 히틀러가 1933년 처음 총리가 됐을 때 나치당은 과반 의석에 미달했지만, 총선에서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뒤 반대 세력 탄압에 나섰다. 3년 만에 공개적인 반나치 저항은 자취를 감췄다. 문 대통령 집권 뒤 3년 9개월, 여당 압승 뒤 10개월 지났다. 이대로 가면 3년 뒤엔 상황이 어떻게 변해 있을까.


역사적 재앙을 막기 위한 야당의 책무가 막중하다. 집권 세력의 국정 운영은, 정치 측면에서는 독주 체제 구축, 정책 측면에서는 포퓰리즘의 투 트랙이다. 따라서 야당 대응도 정치 측면에서는 선명한 반독재 투쟁, 정책 측면에서는 국민 지지를 더 받을 실질적 대안 제시여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지금 역량으론 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고 천운으로 내년 대선에서 집권해도 권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국회 의석은 그대로이고 모든 정부 조직엔 문 정권 대못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멀리 보고 국민 공감대를 차근차근 넓히는 정치가 무엇보다 우선이다. 최소한 집권 때까지는 과거 문제를 묻고 정권 교체에 주력한다는 대원칙에 동의하는 세력으로 범야권 연대를 형성해야 한다. 문 정권이 만든 악법을 철폐하고, 권력 범죄도 척결할 것을 선명하게 공약해야 한다.


정책 차원에서는 중도와 합리적 진보까지 포용할, 보수 관점의 ‘제3의 길’ 혁신이 필요하다. 코로나 충격으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가 더 절실해진 때다. 자유와 책임, 시장과 효율의 가치를 견지하면서도 양극화의 심각성을 외면해선 안 된다. 보수는 지상낙원을 추구하는 이념이 아니라, 발전을 저해하는 위험에 선제 대응하면서 파괴적 혁명을 막는 현실주의다. 여당의 전 국민 지원금에 맞서 하위 50%에게 두 배 주자는 발상을 할 수 있어야 프레임에 끌려가지 않는다. 그 대신 양보한 상위 50%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그들이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과거 우파 권위주의 권력은 경제를 살려 독재 치부를 가리려 했다. 그런데 좌파 독재는 경제도 망친다. 국민이 더 냉철해야 하는 이유다. 봄 이기는 겨울은 없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1980년 서울의 봄처럼 순식간에 흘려보내고 빙하기에 봉착하게 된다

 

02월 26일 ‘크래시 랜딩’ 문재인 하산 길

임기 말 최악의 추락 상황 시작
히드라 같은 586에 文 토사구팽
이명박·박근혜 처벌도 부메랑
역대 대통령 비해 잘한 일 없고
지지기반 급속 붕괴 고립무원
정책·인사 쇄신에 마지막 기회

민주국가 지도자에게 레임덕은 숙명이다. 피하려 안간힘을 쓸수록 권력은 강하게 움켜쥔 모래처럼 더 빨리 빠져나간다. 그래서 현명한 지도자는 소프트 랜딩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 부분에서도 처절하게 실패하고 있다. 레임덕 표출과 동시에 국정 장악력이 붕괴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때 ‘청와대정부’라고 불릴 정도로 정국 주도권을 잡았지만 이젠 가덕도와 중대범죄수사청 문제에서 보듯 여당 앞잡이 노릇을 한다. 그런다고 퇴임 안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은 하드 랜딩도 넘어 크래시 랜딩 재앙으로 갈 요건을 두루 갖췄다.


첫째, 권력 자체에 레임덕 요인이 내재돼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리더십과 지지 기반 위에 서 있는 게 아니라 586그룹에 의해 옹립된 측면이 강하다. 이제 그 그룹은 특권층(노멘클라투라)으로 변질했다. 후계 권력은 현 정부 실정(失政)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해 충돌이 불가피하다. 신화 속 히드라는 머리가 사라지면 또 다른 머리가 생겨 생존을 이어간다. 586그룹은 그런 집단이 됐다. 그룹 생존을 위해 문 대통령 토사구팽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탈원전, 4대강 보 해체, 검찰 핍박 등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사법적 책임이 돌아갈 일이 수두룩하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 무기력 야당, 1당 국회라는 3중 차폐막에 가려 안 보일 뿐이다. 그러나 이미 여권 내부에 균열이 생겼고, 검사·판사에 이어 일반 공무원들도 반기를 들었다. 정부가 바뀌면 많은 폭로가 뒤따를 것이다.


셋째, 최악의 국가 분열을 낳고 정치 보복의 진폭을 키웠다. 박근혜·이명박 처벌, 무리한 적폐 청산은 부메랑이 됐다. 전 정권에 적용된 직권남용 혐의는 문 정권에 비수가 된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원전 경제성 조작 수사는 청와대를 향한다. 뿌린 대로 거두게 된다.
넷째, 문 대통령 본인의 성품과 역량이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인사들은 대부분 문 대통령에 대해 겉으론 부드럽지만 고집이 세고, 뒤끝도 만만치 않다고 증언한다. 그런 성향은 임기 말엔 더 치명적이다. 노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정치하지 말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다섯째, 무엇보다 레임덕 관리에 실패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말엔 통합 내각, 중립 내각을 구성하려 했다. 문 대통령은 반대다. 친정권 검사들로 방패 삼으려 하지만 입지를 좁히는 역효과를 낳을 뿐이다. 진중권·김경률·서민·권경애 등은 지지에서 반대로 돌아섰다. 고기영 법무차관은 떠났고, 조남관 대검 차장도 등을 돌렸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김영삼·김대중을 제외한 모두가 퇴임 후 고초를 겪었다. 이승만은 하와이에서 쓸쓸히 숨을 거뒀고, 박정희는 재임 중 피살됐다. 전두환·노태우는 쿠데타와 부정 축재로 단죄됐고, 노무현은 부엉이바위에서 유명을 달리했으며, 이명박·박근혜는 100세 가까이 되도록 징역을 살아야 한다. 자택에서 천수를 다한 양김에겐 공통점이 있다. 통합과 화해의 정치를 했다. 김대중은 자신을 죽이려 했던 박정희·전두환도 용서했다. 또 재임 중에 자식들까지 사법처리하는 채찍을 감내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판은 국정 성공과 국민 지지다. 문 대통령은 전임들보다 국가 발전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업적이라고 할 만한 것을 찾기조차 힘들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과거를 부정하고, 현재를 망치며, 미래를 암담하게 하는 정책들을 펼쳤다. 그렇다고 정권 재창출이 안전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김영삼·노무현 정권이 전임 정권을 처벌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 비판자에게 득달같이 문자 폭탄을 퍼붓던 문빠 기세도 꺾였다.


문 대통령은 고립무원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하산 길은 어느 대통령보다 험난할 수밖에 없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마지막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사즉생 각오로 정파를 떠나 국민을 위한 국정을 펼치는 것이다. 비현실적 코드 정책을 버리고 탕평 인사로 정부를 쇄신해야 한다. 제기된 비위들에 대해선 검찰 수사를 자청해야 한다. 레임덕 관리 실패 측면에선 박근혜 대통령 말기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 문 대통령 종착지가 어디일지는 이런 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03월 19일 4·7 선거는 ‘미친 짓’과의 대결이다

與 성추행 선거에 공천 철면피
가덕도는 대선 난장판 예고편
무상 기본 공공 狂風 땐 배급제
포퓰리즘에 밀리는 국가이성
독재·망국 막을 次惡도 아쉬워
주는 것 받되 투표 올바로 해야

국내 최고 수준의 건설 전문가 10여 명이 가덕도 신공항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자리가 있었다. 코로나 방역 수칙은 철저히 지켰다. 세계적 구조물들을 설계하거나 시공한 경험이 있는 구조·토질·해양·환경·교통·수리(水理) 등 각 분야 엔지니어와 현직 교수들이었다. 결론은 이랬다.

 

 가덕도와 매립지에 대형 공항을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한마디로 ‘미친 짓’이다. 지반 조성부터 간단치 않다. 철저한 사전 조사와 충분한 매립 기간이 보장되지 않으면 공항을 만들더라도 가라앉을 수 있다. 태풍 위험과 환경 파괴도 심각하다. 그래도 해야 한다면, 매립보다 세계 최초로 해상 교량 방식을 시도해 볼 만하다. 항공기 착륙 순간엔 하중 부담이 크지만 활주(taxiing) 때는 크지 않은 만큼 필요한 부분만 육지나 인공섬으로 하면 된다.


그런데 국회는 무작정 가덕도 특별법을 제정했다.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법무부의 문제 제기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묵살됐다. 여당은 8년 내 완공을 공약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가덕도를 보니 가슴이 뛴다”고 했다. 이런 식이면 특별법으로 지상낙원도 만들 수 있다. 여당이 문제점을 모를 리 없다. 그래도 밀어붙이는 것은 득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가덕도는 4·7 선거의 상징적 단면이고, 1년 뒤 대선 난장판의 예고편이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 유사한 요구가 분출한다.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비이성적 행태가 만연할 것이다. 이번 선거 자체부터 비정상이다. 한 국가의 제1·2 도시 시장이 동시에 성범죄를 저지르고, 동시에 보궐선거가 실시된 사례는 없다. 여당은 당헌을 바꿔 버젓이 후보를 공천했다. 최소한의 염치라도 있다면, 무소속 후보를 내고 지원하는 형태라도 취했을 것이다. ‘피해 호소인’ 주장 등 2차 가해자들에게 선거기구 요직을 맡긴 것도 제정신으론 하기 힘든 일이었다.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은 요지경이다. 지원금은 이미 19조5000억 원 규모인데, 하룻밤 자면 1조 원씩 불어난다고 할 정도로 마구 선심을 쓴다. 지난해 전 국민에게 100만 원(4인 가구 기준) 1차 지원금으로 총선 압승을 견인했던 기억이 뚜렷한데, 그 규모가 14조 원 남짓이었다. 이번 선거 직전에는 그보다 1.5배 이상의 돈이 뿌려진다. 대부분이 국가채무로, 모두 미래 세대의 짐이다. 그것으로 만드는 세금 일자리는 대부분 60대 이상 몫이다. 반기업 정책으로 청년 신규 일자리를 없애면서 용돈 수당으로 생색을 낸다. 이쯤 되면 국정이 아니라 패륜이다.


전남 나주에 내년 3월 개교한다는 ‘한전공대’도 온전한 정신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지방대학은 물론 수도권 대학까지 학령인구 감소로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는 명문인 전남대와 조선대까지 올 신입생을 채우지 못했다. 에너지 특화대학도 5곳이나 되고, 광주에는 지스트(GIST)도 있다. 학생과 교수에게 엄청난 특혜를 주지 않으면 누가 가겠는가. 한전 부담은 곧 국민의 전기료 부담이다. 문 대통령 공약이라는 사실만 빼면 완전히 ‘미친 짓’이다.


이미 집값·전셋값과 세금만 올려놓은 주택 정책, 저소득층을 더 괴롭히는 소득주도성장, 매국 행위나 다름없는 탈원전, 국가 수사 역량을 허무는 검찰 장악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합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특등 머저리, 태생적 바보라는 모욕을 당해도 북한 독재자에게 굽실댄다. 공직자에겐 “너 죽을래” “살려 달라 해보라”는 식으로 협박한다.


이런 일들은 서막에 불과하다. 이미 무상·기본·공공 시리즈가 난무한다. 확장하면 배급제로 간다. 주택 50% 국유화, 삼성전자 공기업 주장도 나온다. 이런데도 여당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 야당 무능 탓이 크지만, 국민 의식도 타락해가기 때문이다. 이처럼 4·7 선거는 포퓰리즘 광기와 국가이성의 대결이다. 잘못되면 독재와 망국으로 흐른다. 보수·진보 이전의 문제다. 권위주의 시대에 야당은 ‘주는 것 다 받고 투표는 제대로 하자’고 호소했다. 수십 년 전 구호를 상기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지만, 그런 자세로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2300년 전 플라톤이 예언한 대로 정치적 책무를 저버리면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

 

04월 09일 촛불 선동 세력의 사생결단 시작됐다

앞으로 11개월 대통령 선거전
자유민주 vs 촛불선동 대격돌
해방 정국의 좌·우익 혈투 연상
野 기득권 포기가 통합 첫 단추
윤석열 안철수 오세훈 박형준
보수판 ‘제3의 길’ 만들어내야

차기 대통령 선거가 꼭 11개월 앞인 내년 3월 9일 실시된다. 새 대통령이 5월 10일 취임하고, 6월 1일엔 전국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다가오는 선거전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까지는 자유민주주의를 국가 정체성으로 인정하는 세력들 사이의 경쟁이었지만, 이번엔 ‘자유민주 세력’과 그런 틀을 벗어난 자칭 ‘촛불혁명 세력’의 대결이다. 촛불 선동 세력은 이미 문재인 정권 내부에 깊이 뿌리내렸다. 한사코 북한·중국과 밀착하고, 미국·일본과 멀어지려 한다. 20년 집권론 현실화 땐 공공·무상·기본 시리즈는 계획경제와 배급제로 간다. 법치도 법 앞의 평등이 아니라 정권 옹위 수단이 된다. 법리와 증거보다 진영과 동기를 따지는 인민재판 조짐도 점차 강해진다.

 

한국 정치에서 11개월은 영원이라고 할 만큼 긴 시간이다. 지지율 1위 후보가 사라지거나, 지지율 1% 후보가 대통령이 된 적도 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향후 양상을 유추할 수 있다. 우선, 촛불 세력은 재집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가덕도, 재난지원금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위해 정부와 국회 권한을 총동원했다. 그래도 부족하자 인신공격으로 돌았다. 최소한의 도리조차 팽개친 관권·금권 동원을 보면 자유당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그래도 자유당 정권은 부끄러운 줄 알고 관변 단체를 내세우거나 몰래 하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현 정권은 대통령이 앞장선다.


선거에 져도 승복하지 않는다. 사퇴나 쇄신 쇼를 벌이지만 속내는 그대로다. 패배를 교묘하게 분칠하면서, 정국을 다시 뒤엎을 전략·전술 구상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1년 만에 압승 지역에서 대패했다면, 반성하고 정책 변화를 모색하는 게 정상인데, 시의회를 장악하고 있으니 시장 노릇을 못할 것이라고 위협한다. 대선도 마찬가지다. 탄핵 노하우가 쌓인 데다 정치 환경은 더 유리해졌다. 대법원, 선관위, 공수처, 경찰 같은 국가기관을 친위대처럼 만들어놨다.


사정이 이런 만큼 자유민주 대 촛불 대결은 해방 공간의 좌·우익 대결을 방불케 할 것이다. 당시엔 유혈 충돌과 암살까지 자행됐다. 특히 권력 장악을 위해 남로당 등 좌익 계열은 유리하면 선전·선동과 협상에 나서고, 불리해지면 폭동과 위조지폐 발행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제주 4·3과 여·순 반란사건도 그 연장선이었다. 공교롭게도 문 정권은 두 사건에서 모두 대한민국보다 무장봉기 세력을 편든다. 이번에도 인터넷에 ‘오세훈 암살’ 글이 떠돌았다.


촛불 선동 세력이 이처럼 사생결단으로 나서면 야당이 승리하기 어렵고, 혹 집권해도 정권을 유지하기 힘들다. 이를 돌파하려면 강력한 야당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은 문 정권 실패 위에 존재하는 기생목 신세다. 이번 야당 승리의 1등 공신은 문 대통령이고, 다음이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투기를 폭로한 참여연대와 민변, 그 뒤에 조국·추미애·윤미향·박원순·김상조·박주민 등이 있다는 우스갯소리에 일말의 진실이 있다.


지금 야권에는 대통합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국민의힘부터 알량한 기득권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통합 플랫폼 기능을 제외하고 당명도 당직도 지분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그리고 과감한 외연 확장에 나서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역할도 중요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함께해야 한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겠지만, 대원칙은 지지 기반을 보존하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서로 배려하는 것이다. 윤 전 총장도 제3 세력을 추구해선 안 된다. 성공 확률이 낮고, 정당정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을 내걸고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고 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무기력한 야당을 개조하는 것도 정치력이다. 꽃가마로 모셔지길 바란다면 정치를 접는 게 낫다.


정책은 시대정신에 충실하면서 중도까지 포괄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과거·현재·미래를 함께 허무는 문 정권 폐정(弊政)을 개혁하고, 무너진 정의와 공정을 다시 세워야 한다. 경제를 살리고 보수판 ‘제3의 길’로 양극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목표에 모든 것을 거는 정치인이 많아야 촛불 선동 세력과 진검 승부를 겨룰 수 있을 것이다.

 

04월 30일 “자릿세 뜯는 깡패보다 못한 정권”

30대 직장인의 靑 국민청원 글
文정부와 4050 기득권에 일침
‘헬조선’ 불만 →‘이생망’ 절망
좌판 걷어차며 돈 뜯는 反기업
선거에 지고도 ‘3류 깡패’ 정치
독재 저지할 ‘선명 야당’ 불가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주목할 만한 글이 추천 톱 5에 들었다. 30대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밝힌 사람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 청원인데, 제목보다 내용이 충격적이다. 무엇보다 정치 성향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30대의 솔직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첫째, 4050 인생 선배들은 부동산에 투자해 쉽게 자산을 축적해 놓고, 아무리 일해도 집 하나 가질 수 없는 2030의 가상화폐 투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잘못됐다고 어른들이 얘기해 줘야 한다”고 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에 대해 ‘금융위원장도 부동산으로 자산을 많이 불리셨던데, 주택은 투기 대상으로 괜찮고, 코인은 부적절하다? 역시 어른답게 배울 게 많다’고 비웃었다.

 

둘째, 4050세대를 향해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시절 취업해서 현재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영작문·PPT·엑셀도 제대로 못 해 아랫사람에게 떠넘기면서, 토익 900에 컴퓨터 활용 자격증 없이는 취업도 못 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노력 얘기를 하다니요’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들의 존버(마냥 버팀)’가 결국 청년 실업대란을 만든다고 봤다. 나아가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에는 발을 빼고, 돈을 벌었으니 세금을 내라구요? 깡패도 자리를 보존해 준다는 명목하에 자릿세를 뜯어갔다’고 개탄했다.


표현과 논리가 다소 거칠지만, 문재인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이 ‘돈 벌 수는 있게 해주고 갈취하는 동네 깡패’보다 못하다는 비유는 그럴듯하다. 개인별 사정이 천차만별이겠지만, 경제 성장기에 취업해 재산을 모은 4050세대의 기득권 집착으로 청년 기회가 줄어든다는 불만도 경청할 만하다.

그런데 가상화폐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고, 현 정권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긴커녕 악화시킨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의 ‘헬조선’이 취업난과 실정(失政)에 대한 불만 표출이었다면, 지금의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은 도전 자체를 포기한 절대 절망을 의미한다. 실제로 가상화폐 ‘영끌’ 지경에 이른 청년세대 고통은 문 정권의 주택정책 실패, 소득주도성장 집착, 반기업 친노조 편향, 인국공 사태로 상징되는 불공정한 ‘비정규직 제로’ 등으로 급속히 악화했다. 신규 채용도 알바 자리도 급감했는데, 노인 소일거리를 늘려 놓고 고용 개선으로 분칠한다. 수백조 원의 나랏빚은 미래세대에 떠넘긴다.


문 정권의 기업 정책은 비즈니스 보호는커녕 좌판을 걷어차면서 자릿세를 뜯는 것과 같다. 규제 3법, 노조 3법,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악법을 쏟아내고 구내식당 문제까지 간섭한다. 해고근로자 노조 가입을 허용하면서 기업 대응 수단은 차단한다. 그러면서 투자와 채용을 늘리라고 윽박지른다.


동맹 정책의 난맥은 글로벌 기업까지 불안하게 만든다. 미국과 중국을 양축으로 한 안보·경제·가치 충돌 와중에 자칫 잘못하면 반도체·배터리·원전 경쟁력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 삼성그룹 총수가 다른 나라에 가면 국가 지도자들이 앞다퉈 만나려 하고,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엄청난 혜택까지 제안하는데, 문 정권 하에선 수감돼 있다. 속이 뻔히 보이는 ‘양다리 걸치기’ 행태는 유치하기까지 하다. 2300년 전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두의 친구는 누구의 친구도 아니다(A friend to all is a friend to none.)’라고 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의 연장선으로 보이지만, 국제 관계에 더 들어맞는다. 개인은 쓸쓸한 삶을 견디면 그만이지만, 국가는 멸망에 이르게 된다.


서울·부산 시장선거에서 참패하고도 집권세력은 정치적 주먹질을 계속한다. 윤호중 원내대표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 김어준 씨 등의 행태는 3류 깡패를 연상케 한다. 운동권 특혜 세습, 자유민주주의와 홍익인간 같은 국가 정체성 뒤엎기까지 시도했다. 국회를 1당 독재로 운영하고, 대법원과 검찰 등 법치 기관들까지 장악했다. 대통령의 인사는 정실주의와 엽관제의 극치다.


이런 기류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다시 ‘선명 야당’이 요구되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을 외치면서 반세기 전 유신 시절 투쟁 노선을 떠올려야 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러나 정치는 상대적이다. 여당이 그런 식이면 야당은 민주·국익·안보 수호를 위해 의원직을 포함해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다.

 

05월 24일 TK의 전략적 선택

野대표 경쟁 ‘경륜 vs 신예’ 접전
‘40대 기수론’ 반세기 만의 재현
세대교체 땐 정치 파급력 심대
30년 핵심 30년 변방 대구·경북
원래 지역색 옅고 反독재 앞장
영남당·웰빙당 탈피 공감 확산

 보수 야당의 6·11 지도부 경선은 여느 때와는 크게 다르다. 우선, 대표 권한이 별로 없고, 실질적 임기도 대선 후보 결정 때까지 반년 남짓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을 기대할 수 있지만, 3월 대선을 전후해 야권 전체가 재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가장 중요한 책무가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세우는 일인데, 현재 유력한 후보들이 모두 당 밖에 있으니 딱하다. 제집 놔두고 옆집 기웃거려야 하는 한심한 가장 신세다.

 

따라서 새 지도부는 ‘대선 마스코트’로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지도부 모습이 대선에 임하는 당의 첫인상을 결정짓는다. 뇌과학자들은 인간관계에서 호감·비호감은 0.5초 만에 결정된다고 한다. 심리학자들도 블라인드 데이트 같은 실험을 통해 0.1초, 3분, 12분 등의 수치를 내놨다. 정당에 대한 견해는 수많은 변수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지만, 그래도 첫인상은 중요하다. 정치에 관심이 덜한 사람일수록 그럴 텐데, 선거 승패는 그들에 의해 판가름난다.


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은 한결같이 출사표에서 유력 인사 영입, 보수 혁신과 중도 확장, 청년·여성·호남 강화를 내세웠다. 누가 당선돼도 노선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최대 관심은 세대교체다. ‘구상유취’ ‘정치적 미성년자’ 공격에도 신진세력이 이겼던 ‘40대 기수론’ 이후 반세기 만에 신인들이 당권에 근접했다. 여의도 경륜이 중요하지만, 반대로 보수 정치를 침몰시킨 책임도 크다. 대구·경북(TK)의 선택이 관건이다. 보수 성향이 강해 보수의 뿌리, 내부 비중이 커 몸통으로 불린다. 여당의 광주·전남과 흡사하다. 호남은 20년 전 노무현 돌풍 때부터 출신지에 상관없이 이길 사람을 밀어주는 ‘전략적 선택’을 해왔다.


TK도 그런 상황에 봉착했다. 당장 TK 출신 유력 주자가 없다. 공교롭게도 여당의 이재명이 안동 출신이다. ‘될성부른’ 미래 주자도 보이지 않는다. 당의 뿌리와 몸통이라면서, 최고위원 선거에 그 많은 TK 지역구 의원은 나서지 않았다. 웰빙당 체질과 잘못된 공천의 악성 결합으로, 보수 주류는커녕 아류도 과분하다. 물론 이번 경선은 대선 후보 아닌 대표를 뽑는 것이지만, 대표 면면이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특이한 경우라는 점에서 전략적 선택이 작동한다.


원래 TK는 보수의 성지가 아니었다. 지역색도 강하지 않았다. 대구가 가장 긍지를 갖는 역사적 사건은 국채보상운동과 2·28 민주운동이다. 전자는 대한제국 말기의 반일 운동으로 들불처럼 전국에 번졌으며, 후자는 고등학생들이 이승만 독재에 맞선 첫 조직적 학생시위로서 4·19로 연결됐다. 명대변인으로 정치사에 남은 조재천은 전남 출신이지만 대구에서 3선을 했다. 5·16 뒤 이른바 TK 인맥이 형성됐고, 전두환·노태우 정권까지 30년 정도 권력 핵심을 장악했다. 그러나 김영삼 정권 때 ‘우리가 남이가’를 외친 PK에 밀리기 시작해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는 권력의 변방이 됐다. 이명박·박근혜 모두 TK에 연고를 두고 있지만, 친이·친박으로 갈려 탄핵 공멸로 내달렸다. 이를 반영하듯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1992년부터 계속 꼴찌다.


이처럼 TK는 30년 권력 30년 소외의 끝자락에 서 있고, 정치 정서도 불안정하다. 그러나 변화의 방향은 감지된다. 지난해 총선에서 우리공화당과 친박신당은 0∼1%대 득표에 그쳤다. 끝까지 박근혜 수호를 외친 조원진만 달서병 선거구에서 15% 득표했지만,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도 밀린 3위였다. 김문수·김부겸 맞대결이었던 20대 총선 수성갑에선 김부겸이 압승했다.


지난 4·7 서울·부산 선거를 계기로 ‘영남당’ ‘꼰대당’ 이미지를 벗어야 정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넓어지면서 TK 고민도 깊어졌다. 각 지역에는 나름의 특성을 표현하는 말들이 있다. TK에는 ‘됐나? 됐다!’가 딱 어울린다. 말을 많이 하거나 따지려 들지 않고, 속으로 생각하고 결정해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번 TK의 선택은 야당 당권을 넘어 대선 후보 선출과 국가 장래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고상한 인격과 다른 격한 표현까지 동원해 강력히 경고했다. “같은 짓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같은 얼굴, 같은 정치로는 집권 세력을 결코 넘을 수 없다.

 

06월 14일 윤석열 앞의 가시밭길

尹은 실패한 文 정책 안티테제
엘리트주의 등 5大 위험 요소
朴·李수사 책임 문제도 새 뇌관
지금이 정치적 최고점 가능성
국민의힘 백의종군 입당 필요
태극기 세력 돌팔매 감내해야

 정치와 법치는 원래 상극이다. 정치가 다양한 세력의 이해를 조정하는 ‘타협의 예술’이라면, 법치는 합의된 규칙을 집행하는 ‘원칙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미래를 설계하고, 법치는 현재를 수호한다. ‘뼛속까지 검사’라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통령 도전이 자연스럽지 않은 원천적 이유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60세까지 검사 외길을 걸어온 사람에게 ‘정치적 인간’으로의 변신은 간단치 않은 일이다.

 

그런 경력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단계까지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고도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대통령은 다르다. 모든 전문 분야에는 ‘보이지 않는 지식(tacit knowledge)’이 있는데, 정치적 감각을 단기간 학습으로 얻을 순 없다. 실제로 법치 최고봉이 정치 최고봉에 이른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대쪽 판사’ 이회창은 대선 3수를 하고도 실패했다.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은 박정희 ‘군정’에 맞서 민정당(民政黨)을 창당하는 등 정치에 깊숙이 관여했지만 이전투구에 손을 들었다. 20대였던 손자 김종인은 그때 정치를 배웠다. 이탈리아 정치판을 뒤엎은 ‘마니 풀리테’로 국민 영웅이 된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는 ‘가치 이탈리아당’을 만들고 상원의원도 지냈지만 정치에서 성공하진 못했다.


다른 한계와 장애물도 많다. 윤석열은 아직 ‘안티테제’일 뿐이라는 사실이 두 번째 문제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항성이 아니라, 문재인 실패를 반사해 빛나는 행성과 같다. 여권 후보가 결정되고 문재인과의 차별화 또는 절연에 나서는 순간 반사 위력은 급감한다. 벌써 여권에서 조국을 털어내고 문재인을 밟고 지나가자는 구상이 나온다.


셋째 장애물은 이명박·박근혜 수사를 주도해 놓고, 그들의 정당과 함께해야 한다는 얄궂은 운명이다. 윤석열 입당은 탄핵 찬반 시비를 또 소환할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새 대표가 ‘비빔밥’ 논리로 당외 주자의 독자성 존중을 강조하고 있으나,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입 보수’ 아닌 ‘행동 보수’에서 반윤석열 정서가 크기 때문이다.


넷째, 현 정권이 “우리 총장” 윤석열에 대해 잘 안다는 사실이다. 지피지기다. 송영길 대표의 윤석열 X파일 주장이 엄포만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엘리트주의 문제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윤석열, 서울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하고 하버드대에 진학한 이준석은 그런 이미지를 준다. 화전민 집안, 검정고시 출신의 이재명과 대비될 것이다. 이미 여당은 실력만능주의 프레임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터무니없는 1% 대 99% 편 가르기 선동이지만 대응이 만만치 않다.


이런 한계에도 윤석열 열풍이 계속되는 것은, 정권 획득을 열망하는 보수의 전략적 선택과 문 정권의 끝없는 실책 때문이다. 서울시장 선거 참패와 이준석 바람에 충격받은 여권은 상상을 뛰어넘는 전략도 불사할 것이다. 최재형 감사원장 등 대안도 떠오른다. 게다가 윤석열의 이미지인 공정·법치는 시대정신의 일부분일 뿐이다. 갈수록 민생, 안보, 4차 산업혁명 등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따라서 정치 진입 직전인 지금이 윤석열의 정치적 최고점일지도 모른다.


지금 윤석열이 해야 할 일은, 고르디우스 매듭 자르듯 5대 장애물을 일거에 넘을 파격적 정치다. 같은 ‘0선’인 이준석 대표가 시범을 보여주었다. 심각한 정치 혐오를 고려하면, 현실 정치 경험이 없는 것은 장점일 수 있다. 유사 이래로 정치 작동 원리는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멀리 있는 사람을 찾아오게 하는 것(近者說 遠者來, 논어 자로편)이다. 보수층을 결속하고 중도층을 끌어당길 ‘헌신적 결단’이 중요하다.


국민의힘에 가급적 빨리 들어갈 필요가 있다. 조건 없이 백의종군하는 방식이 좋다. 강경세력 정리 이후에, 경선 규칙 결정을 보고,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기성 정치와 다를 바 없다.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사즉생 각오로 그런 문제도 돌파해야 한다. 두 전직 대통령 수사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태극기 세력의 돌팔매질도 피 흘리며 감내해야 한다. 자신보다 좋은 대안이 나타나면 승복한다는 마음가짐도 요구된다. 치열한 노력 없이 야당과 윤석열이 합치기만 하면 쉽게 이긴다는 생각은 망상이다. 꽃길보다 가시밭길, 이것이 정치인 윤석열의 숙명이다.

 

07월 12일 윤석열·최재형과 링컨 리더십

한·미 ‘건국 70년 위기’ 닮은꼴
진보정권 무능으로 국가 분열
美 공화당 창당-집권 병행 성공
한국 보수 ‘빅텐트 정당’ 만들고
李·朴 섭섭해도 단합 앞장서야
주자들 ‘라이벌 팀’ 공감대 중요

역사는 정답을 알려주진 않지만 패턴은 가르쳐준다. 한국 보수의 상황은 뜻밖에도 1854년 미국 공화당 창당 때와 흡사한 측면이 많다. 우선, 당시 미국은 건국 70여 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노예제 찬반, 근본적으로는 자유·인권 등 민주주의 가치를 놓고 국가 분열에 직면했다. 한국의 6·25처럼 미국도 침략(1812∼1814년 미영전쟁)을 받아 수도가 점령되는 국난을 겪었지만 단합된 의지로 극복했다. 당시 불에 그슬린 건물에 흰 페인트를 칠해 오늘의 백악관이 됐다. 그런데 1850년대 위기는 내부 요인 탓이어서 훨씬 심각했다. 한국도 건국 70여 년 만에 최악의 내부 충돌로 치닫고 있다.


둘째, 당시 위기는 ‘진보 정권’의 무능과 실패 탓이었다. 민주당 소속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은 노예제 충돌의 폭발을 보고도 우유부단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후임인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당선과 취임 사이에 남부 주(州)들이 독립을 선언했음에도 방치할 정도로 무책임했다. 그래서 지금도 미국 역사상 최악 대통령으로 남아 있다.


셋째, 그런 상황에서 공화당이 ‘빅텐트’ 정당으로 출범해 나라를 구했다. 진보 성향의 민주당과 달리 보수 계열은 지리멸렬을 거듭했다. 그런데 노예제 반대 기치 아래 휘그당을 주축으로 자유토지당, 민주당 탈당파, 진보주의자까지 뭉쳤다. 지금 한국 보수에서도 웬만한 노선 차이와 정치적 은원을 묻고 함께하자는 공감대가 넓어졌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윤석열·최재형 등 당외 인사들이 미국 공화당 같은 성취를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당시 공화당은 법률가 출신으로 나이는 다소 많지만 정치 신인인 링컨을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링컨은 ‘경쟁자들의 내각(Team of Rivals)’을 구성해 당을 반석에 올려놓았고, 지금도 공화당은 티파티에서 진보파(Progressive Republican)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유지한다. 사족이지만, 뷰캐넌 대통령은 후계자로 선출된 민주당 후보를 싫어해 탈당한 뒤 제3 후보를 지지했고, 링컨 당선에 도움이 됐다.


문재인 정권의 전방위 국정 실패는 건국 이후 최대 위기를 부르고 있다. 여당의 대선 선두 주자인 이재명도 출마 선언에서 ‘대한민국 위기’를 누누이 강조했다. 보수에는 기회다. 보수 세력은 이승만·박정희에서 이명박·박근혜까지 영욕이 교차하는 가운데 나라를 만들고 지키고 발전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도자가 바뀌면 모든 게 바뀌는 붕당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갈수록 국민의 짐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도 미국 공화당 창당 전야처럼 최근 보수의 재탄생 계기가 조성되고 있다. 우선, 현 정권의 재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압도적 대의’가 형성됐다. 그리고, 국민의힘 안에 강력한 주자가 없다. 아직은 ‘대통령병 환자’도 안 보인다. 기득권을 고집하는 세력이 없다는 의미다. 백 년을 내다보는 시스템 정당을 만들 절호의 기회다. 여기다 이준석 대표 체제가 예상보다 빨리 자리 잡으면서 더 유연하고 포괄적이면서 미래 지향적인 정당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를 토대로 정권교체에 매진해야 한다. ‘이권 카르텔’로까지 불리는 집권 세력은 호락호락 권력을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신화 속 히드라처럼 문 대통령을 포기하더라도 집권을 연장하려 한다. 대법원, 검찰, 경찰, 공수처,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관변 매체 등 요소마다 대못을 박아놨다. 북한 김정은의 직간접 개입 가능성도 농후하다. 따라서 보수 세력은 압도적 우세가 아니면 이기기 힘들다. 근소하게 이겨도 정권 유지가 힘들다. 민주당 입법 독주에 맞설 수단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밖에 없는데, 이마저 법원과 헌재가 제약할 수 있다.


따라서 보수 진영은 압승 전략을 세워야 한다. 창당과 집권, 구국을 한꺼번에 이뤄낸 미국 공화당 역사에 답이 있다. 우선, 뭉치고 넓혀야 산다. 박·이 전직 대통령도 구원(舊怨)을 묻고 단결을 호소해야 한다. 대선 승리가 최고의 명예회복이다. 경선 뒤엔 유력 경쟁자들을 묶어 내각 드림팀을 선보여야 한다. 마침 10여 명의 주자는 다양한 주특기를 보유하고 있다. 70년 누적된 구태정치, 그 끝판왕인 586 내로남불 정치도 뒤엎어야 한다. 나아가 필사적 각오와 획기적 비전으로 ‘제2의 건국’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보수를 구하고 나라도 살리는 길이다.

 

07월 26일 최악 관권선거 닥친다

내년 3·9 대선 ‘정부 중립’ 붕괴
총리와 법무·행안장관 與 소속
선관위 알박기에 편파 방심위
3·15 부정선거 때보다 더 악성
野 ‘단일화 = 승리’ 헛꿈 버리고
文은 실질적 선거중립 보여야

 한·일 축구 A매치 주심이 일본인이면 한국민이 어떻게 생각할까.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한·일전(31일)의 주심과 부심이 일본팀과 밀접하다면 어떨까. 올 9월 고려대·연세대 정기전(짝수해엔 연고전) 심판이 모두 홈팀 출신이라면? 물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기에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그보다 더한 일들이 버젓이 벌어진다. 중앙선관위는 주심, 선거 주무부서로서 경찰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는 제1 부심, 선거범죄를 수사하는 검찰이 소속된 법무부는 제2 부심에 해당한다. 선관위 구성의 편파성, 여당 실세 의원인 전해철 행안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보면 ‘여당팀’ 코치였던 사람이 주심, 주전 선수 두 사람이 부심을 맡은 것과 같다.


중앙선관위원 임기가 대통령보다 긴 6년인 이유는 정권에 빌붙지 말라는 것이다. ‘선관위원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는 헌법 제114조 역시 단순한 겸직 금지가 아니라 정치 편향이 우려되는 사람은 배제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마이동풍이다. 노정희 선관위원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문재인 캠프 특보에 올랐던 조해주 상임위원은 그 자체로 부적격이지만, 문 대통령은 밀어붙였다. 선관위원 9명 중 7명이 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 및 여당 추천 인사다. 이 정도로도 부족하다고 여기는지 조 상임위원을 조기 퇴진시키고, 내년 대선과 2022년 총선까지 관리할 새 인물을 ‘알박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현 정권 내각은 이미 공정한 심판과 거리가 멀고 여당의 제2 선거대책본부와 같은 모양새를 갖췄다. 역대 정부에서 총리와 법무·행안장관 모두 여당 소속이었던 적은 없었다. 대선에 가까워지면 전두환 정부는 물론 1987년 민주화 이후의 모든 정부가 중립 성향의 전문가들을 중용했다. 외양으로만 볼 때 1960년 3·15 부정선거 직전 내각도 지금보다 나았다. 최인규 내무부 장관만 여당 의원이었고, 형식적 2인자는 야당 소속 장면 부통령이었으며, 홍진기 법무부 장관은 탁월한 법률가 출신이었다.


현 정권은 종편채널 등 방송을 옥죌 수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정연주 씨 등 친정권 편파 인사들로 채웠다. 정론 신문들에 대해서는 가짜뉴스 단속을 핑계로 온갖 재갈을 물리려 든다. ‘정부 주도 금권선거’는 이미 시작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만 사면해 야당과 태극기부대를 이간시킬 수 있다. 북한·중국과 ‘신북풍’ 합작도 가능하다. 더 근원적 문제는, 정부 중립에 대한 인식도 의지도 안 보인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4·7 선거 직전 가덕도를 찾은 데 대해 선관위는 “특정 정당·후보에 대한 지지·반대가 없었기 때문에 정상 직무”라고 했다. 정부에 편법 선거운동 길을 활짝 열어주었다. 문 대통령은 전방위 관권선거 체제를 갖춰놓고 입으론 공정선거를 외칠 것이다.


야당은 기댈 언덕도 없다. 행정·입법·사법부는 물론 언론과 시민단체까지 5부(府) 모두 정권에 장악됐거나 휘둘린다. 마지막 수단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집회인데, 코로나 사태로 불가능하다. 이처럼 모든 환경이 3·15 부정선거 때보다 훨씬 더 불리하다. 당시 정부는 관권선거를 부끄럽게 여겨 몰래 하려 했고, 정부 내 반대도 많았다. 언론 역시 정부 기관지였던 서울신문을 빼고 모두 앞다퉈 관권선거를 파헤쳤다. 지금은 자발적 어용 매체가 훨씬 많아졌다.


이런데도 야권은 느긋하다. 탄핵 직후인 2017년 대선 때 문재인(41.08%)보다 홍준표·안철수·유승민 득표(24.03+21.41+6.76=52.2%)가 훨씬 많았던 만큼, 분열만 없으면 이긴다는 계산이다. 거대한 착각이다. 보수·진보가 총결집했던 2012년 박근혜·문재인 맞대결과 비교해야 한다. 보수 집권기였음에도 51.55% 대 48.02%로 겨우 이겼다. 문 정권 태세를 보면 이 정도 표차를 뒤집을 관권선거는 일도 아니다. 손 놓고 있다가는 내년 3월 10일 뒤늦게 부정선거 규탄 호들갑을 떨게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실질적 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선관위 상임위원 추천을 야당에 맡기거나 거부권이라도 줘야 한다. 행안·법무장관은 당장 바꿔야 한다. 방송 언론인에게 모욕적인 정연주 카드는 접는 게 좋다. 이런 결단이라도 해야 대선 이후 국가적 혼란은 물론 자신의 퇴임 후 불행도 피할 수 있다.

 

08월 13일 ‘망국 왕’ 고종과 문재인

 기쁨보다 걱정 앞서는 광복절
현 상황과 조선 말 공통점 많아
을사오적 뺨칠 매국노 될 수도
신문고 못 치게 대궐 경비 강화
국가 미래는 뒷전 ‘태양왕’ 흉내
3권 장악 文정권도 언론 옥죄기

 광복절은 해마다 돌아오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올해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전혀 다른 나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이 처참한 망국의 시대였다면 20세기 후반은 위대한 도약의 시기였는데, 다시 국운이 쇠퇴할 조짐을 보인다. 해방의 기쁨보다 망국의 걱정이 앞서는 슬픈 국경일이다. ‘죽창가 반일’이 아니라 왜 식민지로 전락했는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현세대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성찰할 때다. 안타깝게도 조선 말기 고종(高宗) 통치와 문재인 국정 간에는 유사한 측면이 너무 많다. 고종에 대해선 계몽·개혁군주라는 평가도 있지만, 망국의 책임에 비하면 무의미하다.


우선, 안보를 경시하고 동맹에 실패했다. 강대국 함대가 몰려오는데도 부국강병을 외면했다. 청나라는 열강에 밀리고 내부 개혁도 실패해 쇠망하는데, 친중 사대주의에 매달렸다. 러시아 남하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영국·일본이 손잡았는데, 아관파천으로 러시아에 줄 섰다. 10년 섭정했던 대원군은 쇄국을 고집했지만 병조판서에 무신을 임명하고, 조총 부대를 신설하는 등 국방을 강화했다. 고종은 이를 적폐 취급하며 뒤집었다. 최근 전체주의로 퇴행하는 시진핑 체제에 맞서 미국 등 서방국들이 연대를 강화하는데, 문 정부는 한사코 중국 편에 서려 한다. 한·미 동맹을 허물고 ‘강한 군대’는 뒷전이면서 북한 독재자에겐 굽실댄다.


둘째, 국익보다 이권 카르텔, 국가 재정보다 선심 쓰기가 먼저다. 4개 항의 을사늑약은 이완용 요구로 ‘일본 정부는 대한국 황실의 안녕과 존엄 유지를 보장한다’는 제5항이 추가됐다. 군인 녹봉을 주지 못해 임오군란이 일어났을 때 국가로서의 조선은 끝났다. 그렇지만 왕실과 민 씨 일족은 사치를 멈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도 적자 국채 발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인구 급감에도 공무원을 대거 늘리고, 연금개혁은 외면한다. 건강보험과 고용보험을 재정 파탄으로 내몬다. 탈원전은 고종이 ‘동양의 엘도라도’ 운산금광을 팔아먹은 것 이상의 매국이다.


셋째, 갈수록 독재를 강화한다. 고종은 뒤늦게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국정 쇄신에 나섰지만, 입헌군주제 아닌 절대군주제를 고집했다. ‘짐이 곧 국가다’의 태양왕 루이 14세보다 더한 절대왕권을 헌법(대한국 국제)에 담았다. 세계가 ‘허울뿐인 나라의 시대착오적 9줄짜리 헌법’이라고 비웃었지만, 일본은 쾌재를 불렀다. 황제만 굴복시키면 국권을 뺏을 수 있기 때문이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영의정 이유원이 “신문고 치는 사람이 이어진다”고 보고하자 고종은 “대궐 문을 엄중하게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며 문제 해결보다 직언 봉쇄를 택했다. 행정·입법·사법을 장악한 문 정권이 언론에 족쇄를 채우려는 것과 같은 발상이다.


넷째, 내 편은 무조건 감싼다. 동학 봉기의 도화선인 고부군수 조병갑은 귀양 갔으나 곧 사면되고, 대한제국 민사국장에 임명돼 동학 2대 교주 최시형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소신 있는 관리들이 목숨을 걸고 “조정 대신을 10여 명이 돌아가며 하는데 모두 자격 미달”이라는 상소를 올렸지만 헛일이었다. 문 대통령의 코드·회전문 인사, 조국·한명숙 비호는 이에 못지않다.


다섯째, 책임 회피와 유체 이탈 화법이다. 고종은 어전회의에서 을사늑약을 논의하다가 “일본 정부와 협의하라”고 지시하고 내전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토 히로부미는 이를 빌미로 대신들 개별 입장을 물어 찬반 5 대 3이라며 통과를 선언했다. 최근 한미훈련과 관련, 문 대통령이 군 수뇌부를 청와대로 불러 “(미국 측과) 신중하게 협의해서 하라”고 했던 것을 연상케 한다.


고종이 등극했을 때 조선은 이미 나라도 아니었다. 철종 장례식 비용도, 청나라에 보낼 사신 경비도 대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도 고종 친정 이후 10년은 외세의 침략이 본격화하지 않아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었다. 청일전쟁까지 다음 10년 동안에도 세계 변화에 올라탈 수 있었다. 기회를 다 놓쳤다. 고종과 을사오적은 썩은 고목에 마지막 도끼질을 한 사람들이다. 번듯한 대한민국을 망친다면 훨씬 더 나쁜 매국노가 된다. 현 정권에 10년 집권 기회를 줄 것인가, 말 것인가. 1910년엔 권력층 실패로 나라가 망했지만, 지금은 국민 선택에 흥망이 달렸다.

 

09월 06일 영혼 없는 야당은 필패한다

野 비장감 사라지고 웰빙 재발
여당 아류 행태로 독재 들러리
4·7 선거 압승이 毒으로 작용
자유민주 수호 투쟁 앞장서고
성실한 사람이 잘살도록 해야
‘빠시즘’ 못 막으면 망국 책임

 선거는 철저히 상대적이다. 집권 세력이 아무리 잘못해도, 야당이 그보다 낫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면 결코 이길 수 없다. 지금 문재인 정권과 국민의힘 관계가 딱 그렇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권 교체-유지 응답률 격차가 20% 정도 벌어져야 ‘야당 승리 유력’으로 전망한다. 집권 프리미엄 때문이다. 한국갤럽의 정치지표 조사를 보면, 그런 경우는 4·7 서울시장 선거 직후의 ‘55% 대 34%’ 한 차례뿐이고, 지금은 10%포인트 안팎으로 좁혀졌다.


이런 ‘정치 수학’이 아니더라도 정권 교체 가망이 가물가물해졌음을 야당 분위기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때의 비장감은 벌써 사라지고 무기력과 웰빙 같은 고질이 재발했다. 서울시장 선거 승리가 오히려 독이 됐다. 예상보다 컸던 득표율 차이로 인해 분열만 없으면 이긴다는 낙관론이 퍼졌다. 착각이다. 전임 시장의 성추행과 극단 선택에 따른 ‘지려 해도 질 수 없었던 선거’였다. 반대로 여당엔 정치적 보약이 됐다. 정신이 번쩍 들어 더욱 사생결단으로 선거에 임하기 시작했다.


현 야당의 근원적 문제는 ‘영혼’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야당의 책무인지, 무엇이 본질인지 모른다. 이준석 대표는 경선만 무난히 치르면 되는 줄 아는 것 같다. 대선 주자들은 대여 공동 전선보다 상호 삿대질로 파이를 키우긴커녕 갉아먹는다. 최악의 선거 중립 파괴 내각을 보고도 법무·행정안전부 장관 퇴진 등 시정 요구를 할 줄 모른다. 대통령이 주적엔 굽실대면서 동맹을 멀리하고, 많은 위헌적 법률을 방조하는 등 ‘헌법 수호’ 책무에 소홀해도 탄핵 경고조차 하지 않는다. 정권이 독주를 넘어 독재로 향한다면,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면 결연히 항쟁해야 함에도 말뿐이다. 툭하면 국회 의석 부족을 핑계로 무능과 나태를 합리화한다. 김영삼·김대중은 그 절반 의석으로도 결연히 맞서 독재를 무너뜨렸다.


8월 25일 새벽 국회 법사위 상황과 지난 3일 청와대 회동은 상징적이다. 여당은 새벽 4시에 더 개악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는데, 정작 야당 의원들은 귀가하고 아무도 없었다. 문 대통령과 국회 의장단·상임위원장 오찬에서의 모습은 더 한심했다. 사립학교법과 의료법 등 위헌적 법률들이 일방 통과되는 와중에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7개를 꿰찼다. 민망한 일이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청와대 회동이라면, 거부권 행사를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요청해야 했다. 그런데 협치를 합창하고 문 정부 국정 지지율 40%를 상찬했다. 이런 정신 상태로 문재인·이준석 회담에 임한다면, 독재 들러리와 여당 2중대로 전락할 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안도 비전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저 여당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버틴다. 하기야 유력 후보부터 문 대통령이 만들어 준 셈이다. 노력도 여당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아직 만회할 시간이 있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다. 우선, 현 정권의 5년 추가 집권을 왜 막아야 하는지, 어떤 나라를 어떻게 만들지 쉽고 간략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권 카르텔과 막말 등 권력 횡포가 양아치 수준이어서 ‘성실한 사람이 잘사는 나라’라는 평범한 구호도 호소력을 갖는다. 오랜 기간 보수 정당의 불모지였던 젊은 세대의 지지를 당 조직으로 엮어내야 할 때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30대인 이 대표가 앞장서서 청년·대학생의 보수 풀뿌리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


섀도 캐비닛을 구성해 정부와 매일 경쟁해야 한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불가피하다면, 차라리 하위 50%에게 2배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상위 50%에게 감사하며 양해를 구하는 게 더 보수정당답다. 언론 악법 폐기와 함께 시청료 폐지, 관변 언론의 구조조정과 민영화 등에도 나서야 한다. 실정(失政)이 많은 만큼 주택·교육 등 민생 분야에서도 야당에 유리한 어젠다가 널려 있다. 그런데도 이를 제대로 활용할 의지와 상상력은 안 보인다. 오히려 여당 아류 같은 정책을 내놓는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사실상 탈레반 체제이고, 현 정권 내부에도 있다. ‘문빠’ 등의 ‘빠시즘’ 행태에도, 민노총의 무지막지에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 야당이 ‘좀비 정당’에서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대한민국 미래도 망친다.

 

10월 08일 이재명의 위험한 유유상종 

대장동 사태로 인맥 대거 노출
공인의식 결핍과 이중성 심각
종북 세력의 숙주 논란도 여전
독기에 증오 겹치면 예측불허
차베스+두테르테 정치 위험성
文 독주 넘는 무자비 독재 우려

이재명은 독한 사람이다. 2017년 대선 경선 때 출간한 ‘이재명은 합니다’의 첫 문장은 ‘나는 겁이 없다’이다. 태생적 강심장이 아니라 인생의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이르지 못한다는 말도 좋아한다. 상대가 누구든 필요하면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화전민의 5남 2녀 중 다섯째, 열두 살 때 공장 취업, 두 차례의 산재 사고, 두 번의 자살 기도, 중·고등 검정고시, 대학 진학, 사법시험 등 지독했던 인생 역정을 보면 빈말은 아닐 것이다.


독기는 양날의 칼이다. 잘 다루면 추진력이 되지만, 잘못 다루면 심각한 일탈로 흐른다. 어릴 적 경험으로 인한 증오심까지 겹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런 점에서도 주변 사람이 매우 중요하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다. 최근 대장동 사태를 계기로 이재명의 주요 인맥이 국민 앞에 노출됐다.


첫째 그룹은 측근들이다. 이미 구속된 유동규가 대표적이다. 오랜 최측근인 캠프 비서실 부실장 정진상은 성남시 정책비서관, 경기도 정책실장을 지냈는데,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장형철 경기연구원 부원장 역시 대장동에 아파트를 갖고 있다. 기본소득 설계자라는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은 부동산 과다 보유 탓에 캠프 정책본부장에서 사퇴했다. 다른 측근은 백현동 개발에서 수백억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사방에서 악취가 진동한다. 공인 의식은 찾기 힘들다. 이런데도 “부동산 투기로 나라가 망한다”고 외치니 이중성도 심각하다.


둘째 그룹은 운동권 출신이다. 성남 운동권 대부인 이해학 목사,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 후보 단일화를 하고 사퇴한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있다. 김미희는 이석기와 함께 경기동부연합 핵심인데, 시장직 인수위원장도 맡았다. 그 때문인지 성남시와의 일은 곳곳에 포진한 경기동부를 통하면 된다는 얘기도 파다했다. 실제로 한용진 전 경기동부 공동대표가 설립한 나눔환경은 설립 직후 청소 용역을 따냈다. 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 사무총장이던 정의찬은 남총련 시절 ‘프락치 몰이’ 고문·치사 연루가 드러나자 물러났다. 이러니 아직도 성남시가 종북의 숙주라는 논란이 여전하다.


셋째 그룹은 가족과 지인이다. 공인회계사였던 셋째 형(작고) 및 형수와의 관계는 욕설 파문이 잘 말해준다. 형의 패륜 폭언을 되돌려준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그렇더라도 보통 사람이 입에 담을 수위를 넘었다. 이런 인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대학 시절 은사이다. 검사 시보 시절 안동지청장이던 이동근 변호사도 있다. “검사 체질이다. 검사 해라”며 권유했고, 시의회 난입 사태로 도피 중일 때는 당시 성남지청장에게 ‘청탁’해 벌금 500만 원으로 종결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들은 인적 네트워크의 일부이겠지만, 경향성을 보여주기엔 충분하다. ‘비주류의 비주류’임을 자처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586 운동권에 옹립됐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보다 대체로 더 ‘변방’ 인사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공직에 기용하려다 보니 벌써 낙하산 및 낙마 사례가 속출한다. 문재인을 에워싼 586 인맥은 이권 카르텔로 불릴 지경이 됐지만, 그래도 민주화 운동의 집단 기억과 일말의 윤리 의식은 남아 있다. 이재명 인맥에는 그런 것조차 잘 안 보인다.


리더의 독기와 측근의 사리사욕, 인격 상실이 겹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로드리고 두테르테의 통치 스타일과 우고 차베스의 포퓰리즘이 악성 결합할 수 있다. 야당이 주장하는 ‘문재인 독재’는 약과일 것이다. 적반하장 논리에다 비판 언론 겁박까지 동원하는 대장동 대응 방식만 봐도 법의 지배(rule of law) 아닌 무자비한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가 우려된다.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대선 득실을 떠나 이재명이 변하는 것이 본인과 국가를 위해 좋다. 기존 인맥을 유능하고 균형 잡힌 전문가들로 물갈이하는 게 첫 단추다. 이낙연이나 윤석열이 이재명 ‘독기 정치’를 넘을 수 있을까. 심리학 책만 수십 권 읽었다고 할 정도로 이재명은 지지층 유혹의 달인이다. 검사 경력밖에 없어 버벅대는 윤석열과는 정치 술수에서 어른과 아이 차이다. 대선 때까지 따라잡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5개월 뒤 국민 선택에 국운이 걸렸다.

 

11월 05일 공산·독재 유령이 떠돌고 있다

대선까지 4개월 ‘정치적 내전’
“美 점령군” “음식점 총량제”
민주공화국-인민공화국 기로
586 운동권 권력의 악성 진화
삼권분립과 정부 중립 무너져
정치 테러에다 北 개입도 우려

여야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서 4개월 정치적 내전이 시작됐다. 해방 정국의 좌·우익 대결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벌어질 조짐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이지만, 집권세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지키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행정 각부는 물론 국회, 대법원, 선관위와 검찰·경찰을 장악하는 등 ‘정치 무력’도 갖췄다. 현 정권의 적지 않은 인사들에게 권력은 곧 직장이나 마찬가지다. 권력을 뺏기면 생계가 힘들어지고 감옥에 갈 수도 있다. 사생결단에 나설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예고편이었다. 이제 행정력과 국가 재정을 동원한 관권·금권선거, 무차별 폭로전, 고소·고발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 테러까지 걱정해야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커터칼 테러, 미국 대사에 대한 과일칼 습격도 있었다. 북한 김정은도 모종의 역할을 하려 들 것이다.


이런 전반적 상황 속에서 3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첫째, 세력 교체 전쟁이다. 여당 후보 주변에는 변방 좌파와 ‘대장동 일당’ 같은 업자가 많다. 운동권 주류 위주의 김대중·노무현·문재인 권력과 크게 다르다. 이재명의 운동권 절친은 자신과 학생운동을 연결해 준 중앙대 법대 동기 이영진 정도이고, 이해학 목사 등 성남지역 활동가, 통합진보당 핵심인 경기동부연합과 각별하다. 2010년 성남시장 당선 때 김미희 전 통진당 의원과 후보 단일화를 했고, 인수위원장도 그에게 맡겼다. 성남시가 경기동부의 숙주라는 주장도 여전하다. 정권 핵심이 586 운동권에서 종북·부도덕 세력으로 악성 진화할 수 있다. 게다가 후보 본인이 대장동 사태와 관련해 소시오패스 지적까지 받을 정도로, 문재인식(式) 유체이탈도 넘어 본말전도 언행을 서슴지 않는다.


둘째, 역사·철학·노선 전쟁이다. 건국에 대해 “친일 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이라고 했다. 대전현충원을 방문하는 식으로 이승만·박정희 묘역을 한사코 피해 가는 등 자유와 번영을 일군 주역들에 대한 적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역대 정부 요인들에 대해선 친일 행적 병기(竝記)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재명의 진심을 이해하려면 지난 2017년 대선 출마선언문을 읽어보면 된다. 인구의 10%가 자산의 66%, 소득의 48%를 갖는 극심한 불평등 사회로 보고, 재벌 해체, 원전 제로, 대학 평준화 등을 공약했다. 사드 철거, 위안부 합의 무효,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등을 통해 외세에 운명을 맡기지 않겠다고 했다. 최근엔 음식점 허가 총량제 발상을 옹호하면서 “선량한 정부에 의한 선량한 규제”를 외쳤다. 주택·일자리·기업·언론 등에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통제·배급 사회로 간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위장돼 있다.


셋째, 국가 시스템 전쟁이다. 자신에게 불편한 주장을 했다고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범죄특권이라며 제한하자고 하고, 비판 언론에 대해선 사실상의 폐쇄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다. 헌법은 정부의 정치 중립을 규정하고 있지만, 현 집권세력은 관심도 없다. 이미 행정·사법 기관들에 대한 ‘정치 우위’는 확고하다. 공수처는 이대로 두면 러시아혁명 때의 내무인민위원회(NKVD)처럼 될 것이다. 이재명·은수미 대법원 판결에서 보듯 재판도 흔들린다. 인민재판에서는 법리·증거보다 동기·진영이 중요한데, 이미 그 초입에 접어들었다. 민주공화국은 삼권분립이 대전제다. ‘당’이 행정부와 사법부의 우위에 서면 ‘인민민주주의’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공산주의라는 유령이’로 시작하는 170여 년 전 공산당선언은 뜻밖에 현재의 한국 상황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착취계급 1, 피착취계급 9 비율로 편 가르는 것부터 닮았다. 1차 산업혁명기에 등장해 역사적 실패로 끝난 공산주의와 계급 독재의 유령이 4차 혁명기의 한국에서 되살아나 배회한다. 이래서 내년 3월 대선은 민주공화국과 인민공화국 사이의 선택이기도 하다. 현 정권은 대선 직전의 설 명절과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엄청난 현금 살포, 남북 쇼도 불사할 것이다. 민주공화국을 지키려면 야당이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당장은 경선 후보들끼리 링컨 방식의 ‘경쟁자들의 팀(Team of Rivals)’을 만들어야 한다. 극단적 유사시에 대비해 안철수 등 당 밖 플랜B도 필요하다. 원래 공성이 수성보다 몇 배 힘들다.

 

11월 29일 윤석열 ‘2%P 패배’ 길 가고 있다

100일 앞 대선 자유민주 시험대
문재인은 이재명 예고편 불과
윤석열 死卽生 혁신 없인 필패
2002년 노무현-이회창 데자뷔
“이미지와 프레임 대결 완패”
뒤늦은 敗因 고백은 반면교사

100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보다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는 점이다. 이재명의 정치철학과 리더십이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 자체를 시험대에 올릴 정도로 기존의 여야 경쟁 틀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현 정권에서도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자유’에 대한 위협이 심각하지만, 예고편에 불과하다.


이재명은 더불어민주당에 “과감한 날치기” “한꺼번에 패스트트랙”을 주문하고, 청년들을 만나 “나도 전과자”라며 “공동체 룰”을 어겨도 된다고 했다. 압권은 ‘민주당의 이재명’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 선언이다. 말 그대로 되면 유일 체제다. 기본시리즈, 음식점 총량제, 토지배당 같은 정책을 확장하면 통제경제와 배급제로 나아가고 시장경제는 위축된다. 비판 언론에 가짜뉴스 누명을 씌워 겁박한다. 후보인데도 이런데, 대통령에 당선돼 권력을 휘두르면 전체주의나 인민민주주의 우려도 낳게 될 것이다.


이번 대선은 노무현·이회창의 2002년 대선과 닮은 측면이 너무 많다. 두 후보 모두 사법시험 출신이었지만, 노무현은 빈한한 집안에서 태어난 상고 학력 변호사였고, 이회창은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 졸업 뒤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새천년민주당 정권 연장이냐, 5년 만에 보수 정권으로 교체냐가 걸려 있었다.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처럼, 여당은 2002년 대선 반년 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여당 선거 전략도 데자뷔 수준이다. 무차별 의혹을 주장하면 관변 매체들이 증폭시키고, 공권력은 거들거나 방임했다. 20만 달러 수수, 가회동 빌라와 기양건설 비자금, 김대업의 병역비리 폭로 등 이른바 ‘3대 의혹’을 통해 이회창의 ‘대쪽 판사’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그때도 ‘후보 부인’을 집중 겨냥했다. 재판에서 모두 허위·날조로 결론 났지만, 대선이 끝난 뒤였다. 이회창은 57만 표(2.3%포인트) 차이로 졌다. 보수 진영은 똘똘 뭉쳤고, 민주·진보 진영은 분열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100만 표 가까이 잠식했음에도 그랬다.


윤석열의 상황은 더 불리하다. 당시엔 노무현 후보 측과 김대중 대통령의 동교동계 사이의 골이 깊어 후보 교체 시도가 이어졌고, 대선 뒤엔 분당으로 치달았다. 이재명의 문재인 차별화도 예상되지만, 그런 최악까지 이를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이재명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무정형(無定形)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공동정부도 불사할 것이다. 이미 DJP 연합과 노무현-정몽준, 문재인-안철수, 문재인-이정희(사퇴) 단일화 등 전례가 많다. 때마침 독일에선 좌·우·진보 정당의 ‘신호등 연정’도 성사됐다.


윤석열은 이회창에 비해 정치 기반 측면에서 훨씬 취약하다. 같은 ‘국회의원 0선’이지만 정치 감각과 임기응변에서는 이재명에 족탈불급이다. 이대로 가면 2002년보다 더 큰 표차로 패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회창은 패배 15년 뒤 이렇게 정리했다. ‘수많은 패인 분석이 나왔으나 핵심은 내가 유권자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던 것이다. 노 후보 측이 내세운 귀족과 서민, 기득세력과 개혁세력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노 후보는 나보다 훨씬 먼저 정치권에 들어와 YS와 DJ 사이를 오간 구정치인이었지만, 돌출적 행동과 청와대와의 대립각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미지와 연출의 대결에서 완패했다.’(이회창 회고록2 ‘정치인의 길’ 527∼531쪽 ‘왜 졌는가’)


지금 야당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기는커녕 같은 잘못을 답습하려 한다. 이재명은 정권교체 이상의 변화 이미지를 덧칠하는 등 사생결단에 나섰는데, 야당엔 웰빙 고질이 도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필마단기로 기성 정치를 뒤엎었다. 정치 무경험을 무기 삼아 구정치와 결별하고, 21세기형 ‘K-정치’를 창출해야 한다. 핵심은 자유민주주의를 업그레이드하고 국가 혁신을 선도하는 것이다. 세계의 성공한 보수 정당들은 변화에 선제 대응함으로써 파괴적 혁명을 막았다. 사즉생 각오로 상대보다 몇 배 더 노력해야 가능하다. 구정치 문법으로 돌아가는 순간, 계속 앞서다가 대선 한 달 전에 뒤집힌 2002년 경우처럼 득표율 차 2%P 전후의 안타까운 패배를 당한다.

 

12월 20일 문재인 5년 과칠공삼(過七功三)

취임사 약속은 새빨간 거짓말
청년에 덤터기 씌운 패륜 정권
조국 윤미향 사태와 내로남불
공짜 시리즈로 국민정신 타락
삼권분립 흔들고 동맹과 거리
표리부동 지도자 뽑지 말아야

 제19대 대통령 문재인 시대를 정리할 때가 됐다. 헌법상 임기는 4개월여 남았지만, 정치적 임기는 사실상 끝났기 때문이다. 이미 여당 후보 주변에서조차 정권 교체 수준의 차별화 주장이 나온다. 김정은과 깜짝 이벤트, 이명박·박근혜 사면, 내각 개편 등의 카드가 남아 있지만, 성사 여부를 떠나 별다른 실효성을 갖기 힘들다. 문재인은 어떤 레거시(legacy·유산)를 남길 것인가.


첫째, 자신의 취임사부터 지키지 않은 대통령이다. 2017년 5월 10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은 10분 정도의 짧은 연설이었지만 탄핵 사태로 찢어진 나라를 통합할 것을 약속한 명문이었다. 야당을 동반자로 여기며 손을 맞잡고 갈 것,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끝내기 위해 직접 나서 대화,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을 것, 주요 사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 등을 약속했다. 대부분 새빨간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둘째, 미래를 저버렸다. 친노조·반기업 정책으로 일자리 창출을 저해했다. 공무원 증원과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를 통해 ‘철밥통’만 늘렸다. 국가 부채도 마구 늘려 미래 세대에 덤터기를 씌웠다. 과거의 열매는 다 따먹고, 빚은 자식들에게 떠넘긴 패륜 정권이다. 셋째, 현재를 파탄 냈다. 조국·윤미향 사태와 ‘내로남불’이 말해주듯 공정과 정의는 역주행했다. 박근혜 정부 때에도 ‘헬조선’ ‘삼포 세대’ 절규가 있었지만 이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체념으로 악화하고, 결혼도 출산도 더 위축됐다.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 무주택자를 좌절시키고, 평생 노력해 집 한 채 장만한 사람들에겐 세금 폭탄을 안기고, 그것도 모자라 퇴임 뒤 더 올리도록 대못까지 박았다. 무모한 탈원전을 강행해 50년 이상 엄청난 국부를 창출할 세계 최고 경쟁력을 파괴한다.


넷째, 과거를 왜곡했다. 최악의 정세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국체(國體)를 선택하고, 공산 진영의 남침과 반란에 맞서 나라를 지켰다.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를 일으키고 북한에 맞설 만큼 안보도 강화했다. 잘못도 적지 않지만,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은 그 시대에 필요한 과업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도 두 지도자의 업적을 높이 평가한다. 그런데 현 정권은 한사코 폄훼한다. 반대로 북한 세습 독재자들을 떠받든다. 다섯째, 동맹을 배신한다. 동맹의 본질은 가치를 공유하며 공동의 적에 함께 맞서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핵심 가치인 한·미 동맹은 유례를 찾기 힘든 성공한 혈맹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미국·일본보다 중국·북한에 기울었다.


여섯째, 민주주의 규범과 가치를 허물었다. 행정·입법·사법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삼권분립 제도를 무력화(無力化)했다. 가짜뉴스의 최대 숙주는 불투명한 권력인데, 가짜뉴스를 핑계로 비판 언론을 겁박한다. 인권도 뒷전이다. 북한에 외부 소식을 전하려는 노력을 저지하려 ‘김여정 하명법’도 만들었다. 일곱째, 위대한 국민정신을 병들게 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부모 세대보다 자식 세대가 잘살도록 하기 위해 헌신했다. 이런 국민을 의존증 환자로 만들려 한다. 국가가 거저 줄 것처럼 무상(無償) 시리즈를 남발한다. “그들에게 다 주어라”를 실행에 옮겼던 그리스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좌파 정권은 10년 만에 나라를 거덜 냈다.


역설적으로는 잘한 일도 있다. 우선, 지도자의 표리부동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해 주었다. 둘째, 무기력 야당의 회생을 도왔다. 정상 상황이면 탄핵으로 쫓겨난 정권이 5년 만에 복귀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아예 야당 후보까지 키워냈다. 셋째, 다음 정부가 암초를 피할 길을 알려 주었다. 문 정부 정책과 반대로 하는 ABM(Anything But Moon) 원칙만 지켜도 웬만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도자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다. 6·25전쟁 때 대한민국 사수에 앞장섰던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 위에 있던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 명패가 상징적이다. 다음 5년 국정을 이끌 지도자를 선택할 때가 다가온다. 민주당 정권 10년이냐, 5년 만의 정권 교체냐. 국민이 정신 차려야 나라가 살고, 후손에게 더 큰 죄를 짓지 않는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