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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11/ 세계저명인사1/ 그리스 위기관측소장 카치카스 - 리트비아 주한 라트비아 페테리스 바이바르스 대사

상림은내고향 2021. 12. 24. 17:13

사람들11/ 세계저명인사1

■그리스

2015.07.08 '대외정치연구소' 그리스 위기관측소장 카치카스

"EU 탈퇴가 살길? 그리스 현실 모르는 소리"

"일부에선 긴축 정책 대신 유로존 탈퇴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낫다고 주장하지요. 하지만 그리스 현실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스 유럽국제대외정치연구소(ELIAMEP·엘리아멥)의 디미트리오스 카치카스(Katsikas·42·사진) 위기관측소장은 6일 본지 인터뷰에서 "그렉시트(Grexit: Greece+ 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게 향후 협상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엘리아멥은 그리스에서 가장 권위있는 싱크탱크로 꼽힌다. 카치카스 소장은 그리스 명문 아테네대학의 정치행정학과 교수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국민투표 제안은 애초부터 잘못된 접근법이었다"며 "국민의 마음이 '반대'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렇게까지 압도적인 반대 결과가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대표가 이렇게 많이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치프라스가 연설에서 국민의 자존감을 강조했다. 많은 그리스 국민이 이성적 판단을 하기보다는 이런 총리의 화법에 감정적으로 매료된 것으로 보인다. 또 치프라스는 '반대 결과'가 나와도 유로존에 남을 수 있다고 했다. 부동층이 이 말만 믿고 대부분 '반대표'를 찍었다. 부채 탕감이 필요하다는 국제통화기금(IMF) 내부 보고서가 투표 전에 공개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치프라스 총리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 것으로 보나?

"사실 잘 모르겠다. 그가 어떤 명확한 전략을 갖고 행동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선언한 과정을 봐도 그렇다. 그 제안은 아주 잘못된 것이었다. 무엇을 위해 투표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하고 시점도 부적절했다. 협상 테이블에서 명백한 약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갔다. 국제 채권단의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잘못된 국민투표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더욱 가까워지게 된 것이다."

 

―폴 크루그먼 교수 같은 사람은 그리스를 위해선 긴축보다 유로존 탈퇴가 낫다고 주장한다.

"그리스 안팎에서 유로화가 아닌 드라크마화(그리스의 옛 화폐)를 써야 부채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는 그리스 현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다. 드라크마화가 평가절하되면 당장 수출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기긴 할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 때문에 드라크마화 평가절하가 그리스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오랜시간 공들여 기존 경제구조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다. 대신 부정적인 효과는 뚜렷하다. 수입 상품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 서민을 지금보다도 더한 곤궁에 빠뜨릴 것이다."

 

―그리스 경제 위기의 원인은?

"정치가 문제의 출발점이다. 표를 얻기 위해 연금을 올렸지만 세금은 적게 걷었다. 사회 복지도 교육·환경 등 미래를 위해 투자한 게 아니라 연금을 통해 직접 돈을 나눠줬다. 부패와 탈세, 지하경제를 걸러내지 못했다. 국내 소비 중심으로 경제가 돌아가니, 밖에서 돈을 끌어와도 그리스 안에서만 돌았다."

 

―IMF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을 펼친 한국처럼 그리스 국민도 힘을 합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스는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한국처럼 모을 금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우리는 작은 것이라도 주변에 나누어 주는 문화를 가지고 있어 개인적으로 서로를 돕는 상황이다."

조선일보 한경진 베를린 특파원

 

■노르웨이

2016.12.09 세계 경제 강국의 이면… 美, 영국 산업혁명을 통째로 가져다 꽃 피워

▲사이먼 하비 노르웨이 트론헤임대 역사학 교수

 

밀수(密輸)는 세관을 안 거치고 몰래 물건을 들여와 파는 불법적인 매매 행위다. 직관적으로 밀수라는 용어는 썩 좋은 어감은 아니다. 전쟁에서 사용되는 무기들, 마약류, 범죄 조직의 인신매매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며 '사회적 병폐'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과연 밀수는 그 자체로 비윤리적인 것일까. 사이먼 하비(Harvey·45) 노르웨이 트론헤임대 역사학 교수는 단호하게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오히려 "세계경제와 자유시장 경제는 밀수에서 시작됐다"면서 "지난 세기에서 '밀수 강국'은 아이러니하게 '경제 대국'으로 떠올랐다"고 주장했다. 하비 교수는 2005년 런던대 대학원에서 밀수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학계에서 "교역 금지품의 역사를 새로운 학문으로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한국에 번역·출간된 '밀수이야기(원제 Smuggling)'는 현재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 중이다. 특별히 하비 교수는 이 책에서 미국과 영국 간 패권 싸움이 미국 쪽으로 기우는 데 '밀수'가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설명한다. 미국이 영국의 산업혁명을 통째로 밀수해 자신들의 땅에서 꽃피웠다는 것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밀수꾼'인 벤저민 프랭클린과 토머스 제퍼슨은 영국 기계류와 그 매뉴얼을 대량으로 빼돌렸고, 이 모든 걸 자국 산업의 발전에 사용했다. 영국을 뛰어넘는 미국의 급속한 산업혁명은 이렇게 이뤄졌다. 하비 교수는 이에 대해 "영국의 위대한 혁명이 송두리째 도둑맞았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하비 교수가 밀수 행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모험심에 가득 찬 자유주의자'이자 '위대한 밀수꾼'들이 역사를 바꿔왔다고 평가했다. "밀수꾼들은 역사가 감춰온 세계사의 주역이다. 그들은 국가나 거대 조직의 비공식적인 대리인이 됐고, 정치적 권력 투쟁의 중심 역할을 했으며, 때로는 애국자가 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밀수꾼 혹은 밀수품이 역사를 바꾸고 신자유주의 세계의 패권에 영향을 미칠까. 노르웨이 트론헤임에 있는 하비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왼쪽부터) 벤저민 프랭클린.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 조선일보 DB

 

―전 세계 밀수 거래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연간 10조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 밀수꾼들이 힘을 합쳐 국가를 세우면 미국이나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 대국이 되는 셈이다. 밀수의 역사를 살피지 않고서는 세상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밀수 강국이 경제 대국이 됐다고 했다.

"현재 우리가 강국으로 아는 나라들은 모두 밀수를 토대로 부를 축적했다. 특히 미국은 건국(1776년) 직후 밀수를 국가의 최우선 사업으로 삼아 영국의 '산업혁명'을 통째로 밀수하면서 새로운 패권을 쥐었고, 21세기인 오늘날까지 그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있다. 당시 영국 정부는 다른 나라에 방직 기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무역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실크와 모직물 생산 장비의 수출을 제한한 것도 모자라 관련 기술자들의 이민도 금지됐다. 이에 미국은 밀수를 통해 기계를 들여왔고 그 기계를 사용하는 직공들을 산업 스파이로 데려왔다. 그 전략적 밀수 행위의 중심에는 대통령을 지낸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과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이 있었다."

 

―미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밀수에 개입했다는 것인가.

"그렇다. 심지어 미국 정부는 해외의 기술을 빼내오기 위한 '기막힌' 장려책을 시행했다. 오직 미국 시민만이 특허권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외국인 '주인'이 버젓이 있어도 미국인이라면 그것을 도둑질해 미국에서 특허를 낼 수 있었으며, 원저작권자는 아무런 제재도 가할 수 없었다. 이후로도 미국은 끊임없이 밀수로 돈을 벌어들였다. 밀수 교역 금지품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무기와 마약 밀수에 관여한 적도 있다. '이란-콘트라 스캔들'은 로널드 레이건 정부 때 CIA(미국 중앙정보국)를 주축으로 군부와 백악관 참모들까지 개입해 벌인 조직적인 밀수 사업이었다. 이때 미국 정부는 자신들이 '적대국'으로 분류한 이란에 무기를 공급하고 중앙아메리카의 마약 밀수에 개입해 벌어들인 돈으로 니카라과의 사회주의 정권에 대항하고 있던 콘트라 반군을 지원했다."

 

―특별히 어떤 밀수품이 세계사의 흐름을 획기적으로 바꿨나.

"첫째는 은(銀)이다. 과거 스페인이 지배하던 아메리카 식민지로부터 밀수된 은은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적인 무역 시스템이 형성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세계경제'라는 개념도 이때 처음 나왔다.

 

둘째는 아편이다. 비록 상대적인 관점이긴 하지만 중국의 광둥 지역을 중심으로 영국인들이 주도했던 아편 밀수는 결국 '해가 지지 않는' 대제국 건설에 기여했다. 아편 밀수가 없었다면 아마도 영국 제국은 19세기 중반 정도에 몰락했을지도 모른다.

 

셋째는 아주 위험한 물질인데, 바로 핵(核)이다. 파키스탄의 물리학자가 네덜란드로부터 밀수한 핵무기 기술은 소위 '이슬람의 폭탄(Islamic bomb)' 개발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그 기술이 다른 여러 국가로 확산되면서 세계를 더욱 위험한 곳으로 만들어버렸다."

 

―무역 자유화가 이뤄진 지금 밀수의 규모는 과거보다 줄어들고 있는 것 아닌가.

"18세기 스페인은 무역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지만 밀수의 규모는 계속 커졌다. 오늘날의 세계 무역은 훨씬 다양하고 형태도 제각각이며 상품 공급도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밀수로 수익을 낼 기회가 많다. 이런 기회는 다국적기업이 남겨놓은 틈새시장에만 있는 게 아니라 그들이 손댈 수 없는 곳에도 있다. 또한 교역의 방식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시장의 일부로 간주된다. 그 대표적 사례가 아프리카의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사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나이지리아의 라고스에 있는 비공식적 기술 시장(명목상으로는 도매상)을 암시장으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아프리카 전 지역을 대상으로 좀 더 넓은 사업 기회를 얻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 정상적인 통관 절차를 밟지 않기 때문에 거래되는 제품들이 대부분 밀수품인데도 말이다. 또 발칸반도에서 전쟁이 끝난 직후 비공식적인 교역 기회가 활짝 열렸던 것처럼 중동 지역에서도 조만간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강조하건대 밀수는 끊임없이 계속되며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세계화가 계속된다면 일상품의 비공식적 시장 역시 더욱 번성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꿀 만한 현대판 밀수꾼 또는 밀수 품목이 있나.

"특허로 묶여 유통이 제한된 상품들이 공급된다면 질병과 가난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제약사들은 특허를 이용해 약값을 비싸게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의약품 복제는 언제나 수익성이 높은 밀수 산업이다. 만약  규제가 좀 더 개선된다면 의약품 밀수는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 비슷한 효과가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도 나타난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가진 프로그램을 밀수하면 가난한 사람들이 더 쉽게 교육받을 수 있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다. 유전학 연구 결과처럼 폐쇄적인 지식재산권 분야도 미래 긍정적 효과가 큰 밀수 품목에 속한다."

조선일보 사이먼 하비 노르웨이 트론헤임대 역사학 교수

 

2019-02-19 “남편들에게 잔소리 그만… 집안일 원하는대로 하게 놔두세요”

[노르웨이 ‘행복국가 1위’ 비결은]평창 온 솔베르그 총리 단독 인터뷰

▲평창 겨울올림픽을 참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 그는 15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노르웨이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로 선정된 이유’ 등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일과 가정의 양립과 균형이 개인의 행복감도 높이고, 노동생산성도 높인다”고 강조했다.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 페이스북 캡처

 

15일 오후 6시 반경 한국 방문 첫날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며 서울의 한 호텔에 들어선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57)는 로비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유쾌하게 일행과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강추위에도 가벼운 코트 한 벌만 걸치고 있었다. 곧바로 기자를 만나러 라운지 카페에 들어선 솔베르그 총리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없었다. 30분간 예정된 인터뷰는 40분을 넘겼지만 그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화려한 입담을 뽐냈다. 28세에 정계에 뛰어든 뒤 30년간 앞만 보고 달린 에너지가 느껴졌다.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지난해 노르웨이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로 선정했다. 비결은 무엇인가.
“복지 제도, 국가 안보 덕일 것이다. 나도 항상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고 자문해 본다. 넓게 보면 행복이란 스스로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인 것 같다. 일과 가정이 균형을 이룰 때 사람들은 자기가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고 행복할 수 있다.

―내게도 아이가 하나 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어떻게 지켰는지 묻고 싶다. 
“집안일을 나보다 남편이 더 많이 하도록 했다. 내가 처음 장관을 맡았을 때 아이들은 각각 4, 2세였다. 당시 장관으로서 이민 및 통합, 지방정부 업무에 관여해 큰 의제가 많았다. 그래서 남편이 거의 매일 저녁밥을 했다. 그러더니 아예 집안 살림을 직접 계획하기 시작하더라. 남편이 육아휴직을 나보다도 더 많이 썼다. 그 덕에 난 의회로 좀더 빨리 출근하게 됐다. 

 

―당시 집안일을 도맡은 남편은 괜찮아 했나.
“남편한테 물어보자. 남편이 여기 와 있다. (노르웨이어로 남편을 부르더니 기자에게 소개하며) 이 사람이 내 남편이다. 내 생각엔 그는 매우 행복했을 것이다.(웃음)

솔베르그 총리가 즉흥적으로 소개한 남편 신드레 핀네스 씨는 사업가로 총리와 함께 자녀 2명을 키웠다. 그는 일본에서 일정을 마치고 한국을 방문한 아내를 만나기 위해 노르웨이에서 한국으로 먼 길을 날아왔다. 그에게 ‘독박 육아’ 경험을 물었다.


―부인 대신 집안일을 많이 했는데 괜찮았나.
“집안일은 할 만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일은 아니었다.(총리와 함께 폭소) 
기자가 인터뷰 중 동석을 권하자 핀네스 씨는 “아내에게 그냥 인사하러 왔을 뿐”이라며 자리를 성급히 비워줬다. 솔베르그 총리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현대 사회에서는 남자들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속삭였다.

―내가 내 남편에게 말하고 싶은 말이다. 하지만 말해도 별 소용이 없을 것 같다.
“내가 아주 중요한 교훈을 깨달았다. 당신이 만약 남편에게 집안일을 하라고 요구하고 싶은데 여전히 당신이 주도적으로 살림을 계획하고, 당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남편에게 따르라고 요구한다면 그건 정말 잘못하고 있는 일이다. 남편에게 ‘당신에게 집안일을 할 책임이 있으니 당신 원하는 대로 해라’라고 말해야 한다. 남자들은 지시하는 말을 듣는 걸 정말로 싫어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늘리기 위해 어떤 정책을 추천하는가.
“엄마가 돼서도 기업계든 학계든 정계든 어디서든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줘야 한다. 그러니까 가족과 직업이 삶에서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를 위해 육아휴직이 참 중요하다. 노르웨이에서 육아휴직은 49주인데, 임금 전액을 받는다. 아빠들은 현재 의무 육아휴직을 14주간 내야 하는데 앞으로는 15주로 늘어난다. 엄마들은 의무 육아휴직을 15주간 내고 있다. 유치원, 어린이집이 충분히 마련돼야 함은 물론이다. 또 노르웨이에선 대부분의 기업들이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유연근무제가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는 노동생산성이 오히려 증가한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사람들이 근무시간에 밀도 높게 일하기 때문이다. 경직된 제도 안에서는 사람들이 사무실에 앉아 있어도 항상 일하진 않는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노동유연성을 더욱 높여 세계에서 노동생산성이 높은 나라가 됐다. 우리가 애들을 학교에서 데려오려 오후 4시쯤 퇴근한다고 치자. 대다수는 애들을 데리고 와서 저녁을 먹이고는 컴퓨터를 열고 업무를 마무리할 것이다. 우린 이런 방식으로 노동생산성을 높였지 낮추지는 않는다고 믿는다.

―한국에서도 성폭력 고발 운동 ‘미투(#MeToo)’ 움직임이 있다. 노르웨이에선 어떤가. 
“세계적으로 미투 움직임이 일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노르웨이에선 사회 각 방면에서 미투와 관련된 여러 논쟁이 있었다. 우리 당도 미투 이슈가 좀 있었다. 노르웨이는 평등하고 정당한 사회로 인식돼 있음에도 이렇다.

―지난해 9월 보수당으로서는 1985년 이래 처음 재선에 성공했는데 그 비결은….
“유가 하락으로 경기 침체가 특히 심했다. 경기 침체를 극복하는 과정을 사람들이 평가해준 것 같다. 난민 위기 문제도 꽤 잘 해결했다. 결국 우리는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란 믿음이 생긴 것 같다. 우린 대선 공약을 잘 실천했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정권을 자주 바꾸는 편이긴 하지만, 이제는 정책 효과를 보려면 정권이 길게 가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개혁과 변화를 꾀하려면 4년이란 시간은 너무 짧다.

―대선 공약으로 감세(減稅)를 주장했는데, 감세가 복지제도를 해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사람들에게 우리 복지제도가 미래에도 가장 양질일 것이란 확신을 주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해야 한다. 세제 개혁은 의회 대다수가 동의했다. 우린 중소기업과 창업가들이 더 생겨나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했다. 이제 일자리가 늘어나는 걸 느끼고 있다. 이는 감세뿐만이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화합을 이뤄낸 책임감 있는 파트너들 덕이기도 하다. 지난해 우리 임금 인상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이해 관계자들이 유가 하락을 고려해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잘 협상했다.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가 본보에 전한 자필 메시지. “올림픽 게임 동안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선수들과 조직위원회, 그리고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고 쓰여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노동시장 이해관계자들을 어떻게 설득했나.
“그들끼리 알아서 협상을 했다. 이들은 수출 중심 기업들이 임금 인상 수준을 결정할 주체라고 결론을 냈다. 그래서 공공 부문이나 비교적 안정된 부문은 자연스럽게 수출 기업들보다 더 임금을 올려선 안 되는 상황이 됐다.

―‘탈석유 시대’에 노르웨이는 어떻게 일자리를 늘릴 수 있나.
“노년층 서비스를 비롯한 공공 분야에도 기회가 있다. 민간 부문에서는 건설에서 일자리가 늘 수 있고, 특히 관광 분야 일자리가 증가한다. 정말 많은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노르웨이에 와서 북구의 밤, 사람이 별로 없어 느낄 수 있는 고요함을 즐기기 때문이다. (웃으며) 더 많이들 오시길 바란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노르웨이는 인터넷 시스템이 최상인 국가 중 한 곳이라서 미래에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어려움이라 하면, 사람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기술을 새롭게 바꾸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술 제도를 개혁해 사람들이 ‘평생 교육’을 받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새 정책을 만들고 있다.


―포브스는 당신에 대해 ‘재정에 대한 보수적인 입장과 대중의 요구를 반영하는 인본주의적 시각을 잘 혼합했다’고 평가했다.
“우리는 진보적 보수당(liberal conservative party)이다. ‘진보적 보수’라고 말하는 게 적절치 않게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재정에 있어선 보수적이되, 가정과 관련된 정책 등 여러 사회 이슈에선 진보적이다. 그 결과 난민이든 난민 신청자이든 이민자들의 자녀 세대는 노르웨이 교육 시스템에서 잘 적응해가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노르웨이 태생 부모의 자녀들과 소수자의 자녀들의 학교 진학률이 동일했다.
  

::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1961년 노르웨이 베르겐 출생 △1986년 노르웨이 베르겐대 졸업(사회·정치·경제통계학 전공) 1989 28세 때 시의원에 당선돼 첫 정계 진출 △20012005년 지방정부·지역개발부 장관 △2004년 노르웨이 보수당 대표 취임 △2013년 노르웨이 두 번째 여성 총리로 취임 △2017년 보수당 대표로서 32년 만에 처음으로 재선 승리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덴마크

2015-12-27 쇼핑학 창시자 마틴 린드스트롬 - 종교가 된 브랜드의 비밀, 感을 건드렸다

한국엔 아직 브랜딩에 성공한 기업 없어… 삼성이 애플 이기기 힘든 건 '감성' 못 팔아서

 

'쇼핑학'의 창시자인 마틴 린드스트롬(Lindstrom)은 "성공하는 브랜드는 종교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할리 데이비슨, 애플, 헬로키티, 디즈니, 레고 등 이름만으로 소비자를 설레게 하는 브랜드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단순 소비자라기보다는 철저한 신자에 가깝다"며 "어떤 땐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키기까지 하는 브랜드의 브랜딩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린드스트롬은 브랜딩 전문가다. 덴마크인인 그는 미국 광고대행사 BBDO의 유럽과 아시아 지사를 설립해 최고경영자(CEO)로 일했으며, 30대에 브리티시텔레콤과 룩스마트에서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냈다. 현재 컨설팅사 '린드스트롬 컴퍼니'의 CEO다. 디즈니, 펩시, 필립스, 메르세데스 벤츠, 켈로그 등 글로벌 대기업이 그의 주요 고객이다. 그는 2009년 타임지가 '영향력 있는 100명'으로 선정했고, 올해 런던에서 열린 '싱커스 50' 행사에서 18위를 차지했다. 그의 저서 '오감 브랜딩'은 월스트리트저널지(紙)에서 '최고의 마케팅 도서 10'에 선정됐고, '쇼핑학'은 뉴욕타임스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

 

린드스트롬은 "아직 한국에는 브랜딩에 성공한 기업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과 현대차는 '합리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기업이지만 아직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브랜딩'을 해내진 못했다는 것이다.

 

"삼성과 애플의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삼성이 애플을 이기기 힘든 것은 삼성은 누군가에게 종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삼성의 CEO가 누군지 모릅니다. 스티브 잡스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겠죠? 스티브 잡스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입양되고, 대학을 중퇴했지만, 애플을 창업하며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영화 같은 얘기죠. 그래서 사람들은 그에게 열광했고, 애플의 제품을 더 가치 있게 느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이 쓰는 삼성 노트북의 로고를 가려보세요. 어느 누가 이 제품이 삼성 제품인 걸 알 수 있을까요? 로고를 가렸을 때 브랜드를 알 수 없다면, 브랜딩의 의미는 없습니다. 애플은 사과 모양을 가리더라도, 애플 제품 특유의 형태와 재질, 색감만으로도 브랜드를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삼성의 비전이 무엇인가요? 애플은 '복잡한 기기를 단순하게' 만드는 종교적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소비자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긍정적인 감정이 생기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미국과 영국 등 서양권 소비자 대부분은 삼성이 한국 기업인지조차 잘 모릅니다. 지금 이 카페에 20명 정도 사람이 있는데, 제 예상으로는 4~5명 정도가 삼성을 한국 기업으로 인식할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아시아 제품인 것은 알죠. 하지만 한국인지, 일본인지, 중국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전체의 절반도 안됩니다. 한국 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감성(emotion)'을 팔 줄 모르는 것입니다. 제품이 튼튼하고 제대로 작동되며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이성(rationality)'만 팔아온 것이죠. 이는 한국이 과거 경제 부흥기에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열심히 물건을 찍어내기만 하던 시절에 생긴 가치관 때문인 듯합니다. 빠르게 더 많이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매출로 직결되던 시절이죠. 하지만 이제 한국은 값싼 노동력 기반의 경제가 아닙니다."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비슷하지 않은가요?

"일본 기업도 어느 정도 비슷합니다. 일본도 기업 문화가 보수적이기 때문에 감정을 파는 부분에서 실패했고, 소니 등 유수의 일본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고전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캐릭터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헬로키티와 포켓몬스터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냈습니다. 중국도 최근 샤오미를 통해 브랜딩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모든 제품을 샤오미화한다는 의미의 '샤오미제이션(Xiaomization)'이라는 신조어가 나왔고, 샤오미는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도 성공적인 기업가로 많은 사람에게 이름을 알렸죠.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글로벌 수준에서 브랜드 이름을 알린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 국가의 브랜드 가치는 어떤가요?

"'메이드 인 코리아'는 지난 10년간은 '저렴하지만 질 좋은 제품'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작년 이맘때 발생한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으로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대단히 크게 뒤로 밀려났습니다. 이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했는데, '대한'이라는 이름이 붙은 항공사의 스캔들이라 한국 제품에 대한 인식이 덩달아 나빠졌어요. 만약 영국항공에서 같은 일이 발생했더라도, 영국의 국가 이미지가 후퇴하진 않았을 겁니다. 영국에는 엘리자베스 여왕, 비틀스, 빅벤 등 영국을 상징하는 다양한 브랜드 이미지가 있죠. 하지만 아직 해외에 대표 이미지가 많지 않은 한국에서 대한항공 사건이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에게 부정적 이미지가 새겨져 아쉽습니다. 한국은 '한국 브랜드'를 다시 살리기 위해 큰 노력을 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쇼핑학 창시자 마틴 린드스트롬

▲ 마틴 린드스트롬

 

해마다 노벨의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한 뇌과학자의 오른쪽 어깨에는 한 입 베어 먹은 흔적이 선명한 사과 문신이 새겨져 있다. 애플 로고다. 그는 "오래전부터 문신을 하고 있었고, 애플을 굉장히 좋아한다"며 "마이크로소프트 로고를 문신으로 새기는 사람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애플에는 마치 종교의 '신도'를 방불케 하는 일부 충성 고객이 존재한다. 설령 제품이 비싸고 하드웨어 성능이 부족하더라도 모든 분야에서 애플 제품만을 원하는 소비자가 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뿐 아니라 좀더 비싸더라도 이어폰과 마우스, USB 등 부속품도 애플의 제품으로 맞추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나이, 사는 곳, 직업이 다르더라도 애플에 대한 열정 하나로 커뮤니티를 구성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에 전 세계 애플 팬들은 각자의 SNS에 'RIP 잡스'(Rest In Peace·평화롭게 잠들기를)를 올리는 등 애도 물결을 이어갔다.

 

'쇼핑학'의 창시자인 마틴 린드스트롬(Lindstrom)은 "성공하는 브랜드는 종교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할리 데이비슨, 애플, 헬로키티, 디즈니, 레고 등 이름만으로 소비자를 설레게 하는 브랜드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단순 소비자라기보다는 철저한 신자에 가깝다"며 "어떤 땐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키기까지 하는 브랜드의 브랜딩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Getty Images/멀티비츠

 

린드스트롬은 브랜딩 전문가다. 덴마크인인 그는 미국 광고대행사 BBDO의 유럽과 아시아 지사를 설립해 최고경영자(CEO)로 일했으며, 30대에 브리티시텔레콤과 룩스마트에서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냈다. 현재 컨설팅사 '린드스트롬 컴퍼니'의 CEO다. 디즈니, 펩시, 필립스, 메르세데스 벤츠, 켈로그 등 글로벌 대기업이 그의 주요 고객이다. 그는 2009년 타임지가 '영향력 있는 100명'으로 선정했고, 올해 런던에서 열린 '싱커스 50' 행사에서 18위를 차지했다. 그의 저서 '오감 브랜딩'은 월스트리트저널지(紙)에서 '최고의 마케팅 도서 10'에 선정됐고, '쇼핑학'은 뉴욕타임스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

 

린드스트롬은 "브랜드를 종교화하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요소를 쪼개서 각각 일관된 특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많은 기업가가 로고가 브랜딩의 핵심이라고 착각하지만, 로고는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고를 가렸을 때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없다면 실패한 브랜딩이다. 눈을 감고서도 코카콜라 병을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키세스 초콜릿 모양만 보고도 맛을 기억해 낸다. 이렇게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기 위해 롤스로이스와 캐딜락은 신차에서 고유의 향이 나게끔 제작하고, 메르세데스 벤츠에는 아예 새 차 냄새를 연구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로고 제거하고 브랜드 가치 고민해보라

―브랜드와 종교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하셨습니다.

"브랜딩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입니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비합리적 소비를 이끌어내는 게 바로 브랜딩이죠. 최근 소비자는 무언가를 믿고 따르고, 의지하고 싶은 심리가 커졌습니다. 경기 침체, 전쟁, 노령화, 범죄 등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대이기 때문에 안정성에 대한 욕구가 늘어난 것이 배경입니다. 이것을 잘 이용한 브랜드 중 하나가 바로 일본 산리오사(社)의 캐릭터 헬로키티입니다. 산리오는 30년 넘게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헬로키티는 오염되지 않은 천사다. 신이 태초에 만든 창조물이다. 헬로키티의 세상은 점점 더 번창할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헬로키티 고객들은 제품의 질과 관계없이 헬로키티가 그려진 칫솔, 치약 등 거의 모든 제품을 사들입니다. 많은 소비자는 헬로키티가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를 넘어서 친구, 나를 나타내는 존재, 숭배 대상이라고 말합니다."

 

―광적인 신념을 종교적이라고 합니다만 종교적 요소를 가진 브랜드의 조건은 뭐가 있을까요?

"첫째로 독특한 소속감으로, 구속력 있는 커뮤니티 의식이 조성돼 있다는 점입니다. 팬들끼리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면서 구성원 간의 관계가 강해지고 강한 소속감이 일어납니다. 예컨대, 레고는 전 세계에 다양한 연령 집단으로 만들어진 레고 커뮤니티가 약 5000개 있습니다. 레고를 좋아하는 75세 할아버지라 하더라도 레고 커뮤니티에서 환영받을 수 있죠. 둘째는 목표 의식이 있는 비전입니다. 애플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만드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죠. 셋째는 리더나 숭배 대상이 존재해야 합니다. 천재 스티브 잡스, 동심으로 돌아가서 환상을 경험하게 하는 미키마우스 등 믿음을 투영할 수 있는 인물이나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다만 실제로 그런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미래 브랜딩의 키워드는 총체적(holistic) 판매가 될 것입니다. 감성과 철학, 상징성, 소비자의 개입 등 다방면의 요소가 활용돼야 합니다. 브랜딩의 역사는 1950년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을 판매하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이후 감성적(emotional) 판매로 진화해, 코카콜라와 펩시의 경쟁이 시작됐죠. 1980년대부터는 회사의 이미지가 중요한 조직적(organizational) 판매가 시작됐고, 나이키라면 무조건 믿고 사는 소비 패턴이 생겼습니다. 이후 해리포터와 포켓몬스터 등 브랜드가 치약과 벽지 등에서 사용되는 브랜드 판매가 시작됐습니다. 최근 두드러지는 브랜딩 기법은 소비자의 개별 취향을 고려한 자신(me) 판매입니다. 아디다스에서는 신발의 외피, 안감뿐 아니라 디자인 패턴까지 직접 고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층 더 진화한 단계가 바로 브랜드 진화의 6번째인 총체적 판매입니다. 브랜딩의 모든 부분이 하나의 가치를 형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시각·청각·후각 등의 감각까지 활용해야 합니다."

 

 감각이 브랜드를 만든다

롤스로이스는 1965년에 독특한 냄새를 재현하는 데 수천만 달러를 들였다. 이전의 롤스로이스 인테리어는 나무, 가죽, 삼베, 울 같은 천연물질의 냄새가 났는데 현대 제조 기술에서 천연물질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면서 과거의 냄새가 나지 않게 됐다. 지금의 롤스로이스는 공장에서 출시되기 전 클래식 롤스로이스의 냄새를 자동차 좌석 안쪽에 인위적으로 삽입한다. 포드 역시 2000년 이후부터는 회사만의 브랜드화된 향을 사용한다. 캐딜락의 가죽 의자에 가공 처리되는 향은 '뉘앙스'라는 이름까지 갖고 있다.

 

―브랜드를 어떻게 각인시켜야 할까요?

 

"다양한 감각에 호소해 브랜드 기반을 확장해야 합니다. 식품을 판다고 했을 때 맛과 시각에 주력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 후각이죠. 수퍼마켓에서 갓 구운 빵을 진열해 빵 냄새를 퍼트리는 것이 한 예입니다. 하지만 브랜드로서 더 가치를 지니고 싶다면 더 다양한 감각을 자극해야 합니다. 예컨대 켈로그의 콘플레이크를 먹을 때 나는 바삭거리는 소리와 촉감은 연구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제조법에 특허를 냈습니다. 이 바삭거리는 식감은 켈로그의 상징이 됐고, 소비자들은 유리병에 담긴 콘플레이크를 보면 타사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해도 켈로그를 떠올립니다. 시각과 미각을 넘어서 청각과 촉감을 포함해 4가지 감각을 통합시킨 것이죠.

 

소리를 이용한 또 다른 사례가 있습니다. 인텔 광고의 브랜드 구축 캠페인마다 나오는 짧고 독특한 소리인 '인텔 인사이드'음은 컴퓨터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인텔 칩의 존재를 알렸습니다. 연구 결과 파도 소리 같은 효과음은 인텔 로고보다 더 인상적으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촉각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촉감을 잘 활용한 브랜드 중 하나가 가전 회사 뱅앤드올룹슨입니다. 뱅앤드올룹슨은 TV와 라디오, 전등 등 방의 모든 것을 조절할 수 있는 리모컨을 개발했는데 일부러 묵직하게 만들었습니다. 가볍게 만드는 게 더 고급 기술이지만, 소비자들은 전자제품이 너무 가벼울 때 제품이 허술하거나 잘 고장날 거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실제로 가전제품의 촉감 테스트를 하면, 뱅앤드올룹슨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납니다.

 

맛은 음식과 음료 산업을 제외하고는 어울리기 어려운 감각인데, 콜게이트는 예외적으로 자사에서 만들어낸 독특한 치약 맛으로 특허를 냈습니다.

 

시각은 대부분의 브랜드가 이미 상당히 활용하는 감각이지만, 더 효과적으로 시각을 활용하려 한다면 코카콜라의 사례를 본받아야 합니다. 코카콜라는 빨간색과 흰색이라는 아주 명확한 컬러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를 활용했죠.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산타는 전통적으로 녹색 옷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코카콜라 광고에 산타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모두에게 붉은색과 흰색으로 각인됐죠. 시각적으로 최고의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감각 브랜딩을 해야 하나요?

"브랜드의 로고를 떼어내고, 여러 조각으로 나눠보세요. 다양하고 세세한 조각일수록 좋습니다. 전통, 철학, 정체성, 컬러, 제품 모양, 이름, 비전, 카피 문구, 소리, 냄새, 제품 소재, CEO의 캐릭터 등으로 브랜드를 해체한 뒤, 각각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살펴보십시오. 단순히 홍보자료를 배포하는 것이 브랜딩이 아니에요. 기업체 브로슈어를 만드는 것은 최악입니다. 임원실 테이블 벽에 걸린 미소 띤 정장 차림의 인물 사진, 기업 본사의 건물 사진, 그리고 CEO의 상투적인 얼굴 사진은 브랜딩과 관계가 없습니다. 브랜드 구축과 상관없는 홍보는 전부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산업마다 다르기 때문에 후각과 청각 같은 요소는 바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브랜드의 대표색부터 만들어보세요. 많은 소비자들이 빨간색과 하얀색을 보면 코카콜라, 케첩 브랜드 하인즈 등을 떠올릴 정도로 브랜드의 색은 중요합니다. 보석회사 티파니의 경우 고유 색상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브랜딩을 구축한 사례죠. 1987년 이후 티파니는 한결같이 같은 색상의 포장을 합니다. 이 색은 '로빈 에그 블루'라고 부르는데, 매장의 인테리어뿐 아니라 카탈로그, 광고, 쇼핑백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여성은 이 색을 '티파니 색'으로 부르고, 비슷한 색상을 봤을 때 티파니를 떠올리죠.

 

그리고 브랜드를 대표하는 제품 모양을 만드세요. 특정 모양이 그 브랜드를 암시하는데도, 모양은 브랜드 구성 요소 중에서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카콜라, 샤넬 넘버5의 병 모양을 생각해보세요. 병 모양을 손으로 그린 것만 봐도 브랜드가 연상됩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만의 언어를 만드세요. 어떤 특정 단어만 들으면 그 브랜드가 생각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구 결과 미국 소비자의 70%는 '바삭바삭' 소리를 들었을 때 켈로그를 떠올립니다. 또 60%는 '남자다움'이라는 단어를 면도기 질레트와 동일시합니다. 특히 디즈니는 언어를 잘 활용합니다. 많은 사람이 환상, 행복, 마법, 꿈, 미소라는 단어에 디즈니를 연결짓습니다. 이 단어들은 디즈니 안에서 반복적으로 활용됩니다. 디즈니 놀이동산을 방문하면 수많은 캐릭터가 다가와 '마법 같은 하루가 되세요'라고 말합니다. 이런 브랜드의 언어는 무의식 속에 잠재돼 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지만 강력한 인식 요소로 작용합니다."

런던=배정원 기자

 

■독일

2017년 05월 19일(金)  ‘統獨 설계’ 호르스트 텔치크 前 독일 국가안보보좌관

 

“韓, 美·中에 막연히 도와달라 말고 ‘분명한 요구’ 해야”

▲  호르스트 텔치크 박사는 지난 3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독일 통일과정에서 미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듯이 한국에서도 그럴 것”이라며 “미국과의 관계는 다른 어떤 나라들과의 관계와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김정은 예측불허인데 美·中끼리 논의… 이건 심각한 상황”

독일의 외교안보 원로인 호르스트 텔치크(77) 박사는 독일 통일의 설계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독일 통일을 이룬 헬무트 콜 당시 총리의 국가안보보좌관(1982~1990)으로 일하면서 한편으로는 동독과 협상을 하며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와의 통일 외교를 총괄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애정이 깊고 인연도 많은 인물이다.

1990년대 한국이 중국 및 소련과 수교를 할 때 측면 지원을 했고 최근까지도 독일 등 유럽에서 북·미 간 ‘트랙2(민간 채널) 접촉이 이뤄질 때 양측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는 요즘 ‘독일 통일 설계자’로서의 경험을 한국에 전하는 작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통일부가 매년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열고 있는 한·독통일자문위원회의 고정 멤버로 참석하며 독일 통일 전후의 경험을 전수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 4~5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개최된 한·독통일자문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나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와는 지난 2007년 제주평화포럼 때 첫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독일의 외교안보연례회의인 뮌헨안보회의 총재로 활동 중이었다. 10년이 지나 이제 70대 후반이 됐는데도 그는 여전한 현역이었고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메시지의 울림도 컸다

 

―제주평화포럼 이후 10년 만에 다시 뵙게 돼 반갑다 

7년 전부터 통일부가 주최하는 한·독통일자문위원회에 참석해 독일 통일의 경험을 얘기하고 있다. 내가 한반도 문제에 관여하기 시작한 지 벌써 30년이 됐다. 당시 콜 총리가 내게 한국이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는 데 도와주라고 해서 그렇게 한 적이 있다. 내가 중국 측에 얘기해 한·중 수교에 앞서 외교적 논의를 하는 데 도움을 줬다. 그리고 한·소 관계 정상화 과정에도 도움을 준 적이 있다.

 

―제주포럼에서 첫 인터뷰를 했을 때 한국은 한·미 관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는데 

“그해 제주포럼에서 헬싱키 프로세스에 대해 논의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것은 옳은 것이다. 당시는 노무현 정부에서 대북포용정책이 지속될 때였다고 기억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미 동맹은 한국에 가장 핵심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의 정권교체 국면에 다시 고견을 듣게 돼 기쁘다. 

“다른 정부에 조언을 하는 것은 아주 민감한 문제여서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곳에 살고 있지 않고 여기의 맥락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의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우리는 아주 어려운 시기에 살고 있다. 하나는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통상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는 점, 그가 외부 인사들과 접촉하지 않고 중국 측과도 긴밀하게 협의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이 얘기하듯이 김정은은 외로운 늑대처럼 고립된 리더다. 그러니 그가 뭘 할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 예측이 어렵다.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도 북한을 상대해 나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 김정은에 대해 오판할 수 있고 그런 잘못된 판단이 한국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플로리다 마라라고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는데 두 사람이 진짜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 한국의 이해관계에 중요한 이슈가 어떻게 논의됐는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상당히 심각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얼마나 강력한지, 얼마나 확고하게 한국을 방어할 것인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북한이 핵무기 등을 개발하며 힘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도 통일 전 동독은 물론 주변국들과의 관계가 어려웠을 텐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 나갔는가

“한국은 한국의 국익에 핵심이 되는 것이 뭔지 판단해 주변국들에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 측에 ‘우리는 이것을 원한다’고 분명히 요구해야지, 막연하게 우리를 도와달라고 하면 안 된다. 명확하게 정리해서 요구하라. 독일은 통일과정에서 주변국들과 외교를 할 때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다.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협력을 요구했다. 영국이나 프랑스에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때론 쉬울 수도 있지만 때로는 어렵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일관했다. 단 아무것도 뒤에 숨기지 않았다. 주변국들과 늘 접촉하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투명하게 밝히면서 협력을 요청했다. 

 

―미국과 북한의 ‘트랙2’ 접촉을 지원해준 것으로 아는데 

“미국은 전직 인사였고 북한은 현직 인사였다. 북·미 양측 인사들은 현안에 대해 얘기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말기였는데 양측이 독일에서 만나곤 했다. 

 

―지금도 그런 북·미 접촉이 지속되는가. 

“양측에서 내게 그런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해 오면 해주고 있다.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한·중 관계가 아주 어렵다. 지혜를 빌린다면.  “한국의 새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을 먼저 만나고 두 번째로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그리고 러시아와 일본을 만나 이 문제에 대해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회동을 하는 데 앞서 한국이 견지해야 할 핵심적 이익, 핵심적 전략이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관련국에 그것을 설명하고 요구해야 한다. 중국의 경우 핵심 관심사는 남북한이 통일될 경우 강력한 한국이 탄생할 것이고, 미국과 동맹관계인 한국은 중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과거 서독 정부는 소련과 협상하는 데 있어 동·서독이 통일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소련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 주는 데 집중했다. 독일이 통일돼도 소련에 안보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했다. 한국도 중국 측이 통일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그런 안보 우려를 해소해 줘야 통일문제를 진척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드 문제가 한·중 수교 후 최대 위기 국면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역사를 보면, 대립이 팽팽할 때 안보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유럽연합(EU)의 역사를 보면, 위기가 있을 때 뭔가 기회가 생기곤 했다. 그래서 나는 위기를 좋아한다. (웃음) 위기 때마다 그런 위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북한이 예측 불가인 상황에서 우리는 위기 타개를 위해 뭔가 협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시 주석도 북한 상황이 답답해 한국이나 미국과 문제를 풀려고 나설 수 있다. 누가 어떻게 알겠는가. 

 

―시 주석이 중국의 미하일 고르바초프(전 소련 대통령)가 될 수 있을까.

“글쎄, 그것은 잘 알 수 없지만 그가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왔을 때 아주 중요한 연설을 했다. 자유무역에 대해 강조했다. 그래서 내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시 주석을 지지하라고 했다. 그가 자유무역주의를 주장하는 한 우리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시 주석의 그런 연설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가 옳다고 했고, 일각에서는 그저 화려한 말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우리가 그를 지지한다고 해서 어떤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러니 시 주석을 지지하고 그의 발언을 이용하자고 내가 주장했다. 

 

―시 주석은 밖에서는 자유무역의 수호자처럼 행세하면서도 중국 내부에서는 지독하게 폐쇄적인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펴고 있고 경제 보복도 서슴지 않고 있다. 

“동·서독 통일 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그의 뒤를 이은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소련과 핵무기 감축 협정을 했다. 그때 나는 독일이 어떤 기회든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행동해 국면을 독일 통일에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노력했다. 시 주석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발언한 만큼 그런 것을 이용해야 한다. 시 주석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우무역주의를 역설했는데 중국은 왜 한국의 기업 롯데를 부당하게 제재하고 압박하느냐고 아주 예의 바르고 정중하게 문제 제기를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공격적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할 말을 해야 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당신의 생각을 지지한다. 발언한 것을 지켜라’고 말하자는 것이다. 

 

―중국과의 사드 갈등을 어떻게 푸는 게 좋을까 

“일단 만나서 대화를 해야 한다. 내 생각에는 한국의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뒤 곧바로 시 주석과 회담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만나서 서로의 관심사를 얘기하며 갈등을 풀어나가야 한다.

 

―오늘(5 3) 아침 통일전망대를 방문했다고 하는데 북녘을 바라본 소회를 듣고 싶다.

“북측 풍경이 아주 평화로워 보였다.(웃음 

 

―평화로운 북한이라니, 한반도는 북한 핵실험 가능성으로 위기가 높은 상황인데

“햇살이 좋고 날이 맑아 북녘 풍경이 훤히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북한 땅을 바라보니 독일의 통일 전 상황이 기억났다. 당시 나는 소련의 협상 상대역에게 이렇게 말했다. ‘교육을 이렇게 잘 받고, 아주 능력 있는 이들이 오로지 분단 때문에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살고 있다. 그러니 다음 세대에 그런 고통을 전수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니 중국이나 미국에도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통일 얘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핵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것을 설득시켜야 한다. 북한 사람들이 기회를 갖고 잘살려고 노력할 수 있게 되면 핵무기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남한과 일본도 핵무기를 가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해 중국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에 참여하는 게 좋다. 그러면서 공감대를 확대하는 것이다. 우선 시 주석의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에 한국이 참여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게 상호 이해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올 들어 유럽의 포퓰리즘이 확산되는 가운데 오는 9월 독일에서는 총선이 실시되는데 정국을 어떻게 보는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이 올해 총선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본다.

 

―유럽 안팎에서는 독일의 독주에 대한 비판이 많이 제기되는데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독일이 지나치게 유럽연합(EU)에서 독주한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EU에서 독일은 제일 크고 경제력도 제일 강력하고 인구도 제일 많다. 독일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간에 독일의 존재는 인정해야 한다. 내가 현직에 있을 때 콜 총리는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홀로 유럽을 압도적으로 이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은 너무 인기가 없어서 재선조차 포기했다. 이런 현상은 아주 좋지 않은 것이다. EU의 양대 엔진은 독일과 프랑스다. 그런데 두 나라가 엔진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지난해 영국이 EU를 떠나기로 한 것도 큰 문제다. 영국은 시장경제의 엔진이었는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상황이 현실화되니 정말 위험하고 혼란스럽다. 이탈리아도 정부가 약하고 스페인도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반면 폴란드의 경우 정부가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말하자면 EU의 포퓰리즘 정당과 프랑스의 국민전선(FN),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 헝가리와 폴란드의 권위주의 경향 등이 모두 EU를 약하게 만들고 있다. 

 

―프랑스 대선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마린) 르펜(FN 대표)은 대통령이 되면 EU를 떠나겠다고 했다가 선거 말기에 입장을 바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펜은 EU의 재난이다.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통령이 되면 독일과 프랑스가 EU의 통합 엔진으로 다시 부상할 것이라고 본다. 메르켈은 승리할 것이다. (※그의 말대로 마크롱 대통령은 5 7일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 

 

―확신하나 

“아주 확실하게 그렇게 본다. 사람들은 수많은 도전과 갈등에 놓여 있다. 러시아가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우크라이나도 문제이고 시리아 내전도 문제다. 이런 테러리즘의 시대, 재난에 가까운 문제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시대를 관리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인물은 메르켈 총리다. 우리는 이 불확실한 상황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익숙하고 예측 가능한 인물에게 표를 던지게 할 것으로 본다. 사민당의 마르틴 슐츠 대표는 유럽통합의 강력한 투사이고 나는 그를 잘 알고 좋아한다. 나는 사민당원이 아니지만 그를 좋아한다. 그가 유럽통합의 전사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독일 유권자들은 그가 총리가 됐을 때 뭘 할지에 대해 잘 모른다. 반면 메르켈 총리는 총리로서 무엇을 할 것인지 유권자들이 잘 알고 있다. 아주 힘든 상황에서 독일 유권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경험자를 뽑을 것이다. 독일 정부는 기민당과 사민당의 거대 연정인데, 메르켈 총리가 단독으로 과반이 되면 좀 더 분명하게 자신의 정책을 펴며 의회에서 투쟁을 이끌 것이다. 현재는 진정하게 싸우는 데 있어 충분한 파워를 갖고 있지 못하다. 기민당 파워가 단독정부를 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이 이제 끝날 것으로 보는가 

“기민당이 좀 더 선전하면 사민당과 연정을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 사민당도 마찬가지다. 다른 좌파 정당과 연정을 할 수준이라면 기민당과 함께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군소정당이 얼마나 표를 얻느냐에 달려 있다. 기민당이 선전하면 자유민주주의 파워가 강화될 수 있다. 녹색당이 선전하면 녹색당 주도가 될 수도 있는데 그건 좀 힘들 것 같다. 녹색당이 던진 어젠다는 이미 모든 정당의 어젠다가 됐기 때문이다. 그들이 처음 정치권에 등장했을 때에는 신선했지만 세월이 가면서 더 이상의 새로움이 없어졌다. 그래서 녹색당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기 힘들어졌는데 그게 바로 오늘날 녹색당의 딜레마다. 그래서 녹색당은 쇠퇴를 거듭하고 있는데 메르켈 총리가 녹색당과 연정을 하게 된다면 사민당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민당이 의회에 다시 진입할 수도 있다. 자민당은 득표율이 5% 이하여서 의회에 진입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컴백할 수도 있다. 그러면 메르켈 총리는 2개의 카드를 쥐게 된다. 사민당과 대연정을 지속할 수도, 군소정당과의 연정을 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 지속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유권자들은 자기들이 지지하는 정당이 좀 더 선명한 정책을 펴기를 원한다. 그런데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이 12년간 지속되면서 피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연정은 민주주의의 ‘베스트 솔루션’은 아니다. 사람들은 보수든 진보든 좀 더 선명한 정치투쟁이 진행되길 원하는데 독일에서는 지난 12년간 좌우 연정이 지속되면서 통합적인 정책이 실시됐다. 

 

―메르켈 총리와 긴밀한 관계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났다. 어떻게 보는가

“박 전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해 드레스덴에서 연설할 때 나도 현장에 있었다. 그 연설은 참으로 훌륭했는데, 제대로 실현되지 않은 채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게 돼 유감이다. 정치인들의 부패는 정치인생을 끝내게 하는 독약이다. 

 

―메르켈 총리의 장수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메르켈 총리는 자연과학 전공자다. 과학자들은 분명한 비전과 규율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메르켈 총리가 딱 그런 스타일이다. 그녀는 국민에게 무엇이 목표이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분명하게 밝힌다. 그런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메르켈 총리는 탈()원자력발전 정책을 결정할 때도 하룻밤 만에 결정했다.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그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풀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매사가 그런 식이다.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이나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어떻게 사회적 동의를 구하고 협상할지에 대한 모색을 별로 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의 강력하고 분명한 비전을 갖고 끌고 가려 하는 게 최대 장점이다.

 

―현재 기민당은 메르켈 총리 외에 대안이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 EU가 국방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EU 멤버에 국방비 증액을 요구했다. 현재 독일의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 1.4%인데 점증적으로 올려 2%까지 간다는 목표다. 내 생각에 우리는 EU 공동의 외교정책과 방위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고 나서 무엇을 가져야 할 것인가 결정하고 재원조달을 회원국들과 협의해 만들어 가야 한다. 회원국들이 모든 병기를 똑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회원국들이 같은 무기를 만들 필요는 없다. 공동의 합의에 따라 독일은 탱크,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전투기, 다른 국가들은 다른 무기를 만들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낭비가 된다.

 

―뮌헨안보회의 총재를 10여 년간 했는데, 외교안보 전문가로서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다뤄야 한다고 보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미치광이 같다. 그런 인물이 미국 대통령이 됐다는 게 여전히 믿을 수 없다. 역사에 대한 지식도 없고, 국정 경험도 없다. 한국 대통령은 가능한 한 빨리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한국의 이해관계를 제시해야 한다. ‘이것을 봐라. 우리의 관심사는 이렇다. 우리는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싶다’는 식으로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독일도 그렇게 했다. 미국이 무엇을 할 것이라고 기다리지 말고, 한국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으며, 그것을 위해 미국에 대해 무엇을 하려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저 지켜보겠다는 식의 정책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고 거기에 대한 지지를 요구해야 한다. 독일 통일 때도 그렇게 했다. 독일 통일 전야에 주변의 4강이 있었다. 미국과 러시아, 영국과 프랑스다. 우리는 그 나라들에 통일을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다. 우리는 4강에 우리의 이해관계를 설명하고 분명히 요구했다. 우리는 4강이 독일에 대해 뭘 해줄지에 대해 기다리면서 지켜보지 않았다. 나는 미국 친구들에게 언젠가 미국이 뭘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하고 있는 것을 즉각 알려 주고 정보를 상세하게 공유했다. 그리고 거기서 우리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분명하게 말하면서 협력을 요구했다.   musel@munhwa.com  [인터뷰 = 이미숙 국제부장] 

 

1972년부터 콜 외교자문 BMW 재단 회장 등 역임

1940년 베를린에서 태어나 베를린자유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연방의회 기민·기사당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1972년부터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외교안보자문역을 맡기 시작해 1982년부터 1990년까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했다. 이어 베텔스만재단 CEO, BMW재단 회장을 거쳐 보잉사 독일 대표로 일했고 뮌헨안보회의 총재로도 활동했다. 현재 독일 뮌헨공과대 경제학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2015.07.14  사공일이 만난 경제 리더 ① 한스 베르너 진 독일 ifo경제연구소장

“그리스 연명할 돈 계속 주면 안 돼 … 어려워야 개혁 가능”

▲독일은 왜 그리스에 강경할까. 그 이유가 한스 베르너 진(왼쪽) ifo경제연구소장과 사공일 본사 고문의 대담에서 드러났다. 진 소장은 “(구제금융 추가 지급보다) 그렉시트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두 석학의 대담은 독일 뮌헨 ifo경제연구소에서 진행됐다. [프리랜서 장은경]

 

13일(현지시간)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3차 그리스 구제금융안을 협상하기로 합의하면서 그리스의 국가부도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는 일단 줄었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다.  

 

사공일 본사 고문 겸 세계경제연구원(IGE) 이사장이 지난 10일 한스 베르너 진 독일 ifo경제연구소장을 독일 뮌헨에서 만나 그리스 사태와 유로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대담을 했다. 진 소장은 그리스에 대한 강경론을 주도하는 이코노미스트다. 두 석학이 ifo경제연구소 본사에서 대담을 나눈 당시는 그리스 사태가 잠정 타결되기 전이었다. 사공 본사 고문 겸 IGE 이사장은 경제정책 담당자로 실물을 다룬 경험이 많다.  

 

▶사공=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새로운 재정긴축안과 경제개혁안을 제출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과 재무장관들이 격론을 벌였다. 그리스의 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진=긴축을 더하고 정부 지출을 더 줄여야 하는데 세수만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전에도 세수 확대를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제안에 대해 아주 비관적이다.  

 

▶사공=그리스의 안이 단기적 경기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긴축(austerity)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망스럽다. 성장에 도움이 될 구조조정에 관한 약속과 논의가 없다. 치프라스가 경제 부흥에 대한 진정성과 신념을 갖고 있다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중장기 구조조정 방안을 들고 나왔어야 시장과 채권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그리스가 유로화를 채택하면서 이자율이 25%에서 5%로 떨어지자 돈을 많이 빌려서 총수요를 늘렸다. 임금과 물가가 올랐고 경쟁력을 잃었다. 이제는 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긴축이 필요하다. 달리 말해 반(反)케인스적 정책을 펴야 한다. 그런데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 있으면서 디플레 정책을 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리스는 자국 화폐를 발행해야 하고 통화가치를 떨어뜨려야 한다.  

 

▶사공=긴 안목에서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리스는 부채 조정(만기 연장, 채무의 일부 탕감 등)과 함께 총수요를 일정 수준에서 유지하는 정책도 필요한 것 아닌가.  

▶진=그리스 경제는 지금보다 더욱 위축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입은 계속 늘어난다.  

 

▶사공=경쟁력이란 상대적이다. 유로존 다른 회원국, 특히 독일이 그리스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한다면 그리스의 부담도 좀 줄어들 수 있다.  

▶진=그렇게 하기 위해선 독일이 인플레 정책을 써야 한다. 그리스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독일의 인플레이션이 50%는 돼야 한다. 불가능하다(독일이 경기 부양으로 임금 등 물가 수준을 높이면 그리스와 견줘 수출 가격경쟁력이 하락한다. 독일의 경쟁력이 하락하면 그리스 같은 남유럽 국가의 수출이 늘어날 여지가 생긴다).  

 

▶사공=독일 혼자서 한꺼번에 그렇게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진=이론적으로 봐서 10년에 걸쳐 물가를 올린다 해도 매년 독일이 4% 정도,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는 0%, 프랑스는 1%, 네덜란드 등 기타 회원국은 2% 정도 물가 상승을 유발해야 가능하다. 유로존 전체적으론 물가가 평균 2% 정도 올라야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내가 그렉시트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는 이유다.  

 

▶사공=다시 말하지만 장기적으로 당신의 말이 해결책이라고 본다. 그러나 양쪽의 정치적 현실을 고려할 때 그 가능성이 작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머물면서 일부 긴축정책과 함께 잘 짜인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 부분적으로 기존 부채 조정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진=그리스 국민은 유로존 안에 머물면서 다른 유로존 국가로부터 돈을 쉽게 빌리기를 원한다. 지난 5년간 그리스는 매년 500억 유로 이상을 지원받았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5%가 다른 유로존 국가의 공공 부문에서 나온 것이다.  

 

▶사공=당신은 유럽을 미합중국과 같은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곤 했다. 유럽의 각 나라가 미국의 각 주처럼 재정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유로 탄생 등 모든 유럽 통합 프로젝트가 경제적 논리보다 오히려 정치적 동기에서 추진된 것 아닌가. 그리스도 유로존에 들어갔고. 정치적 고려로 (통화동맹에 따른) 경제적 비용과 경제적 비효율성을 무시한 게 문제였다.  

▶진=그렇다. 유로 도입으로 정치적 평화를 원했는데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유럽인들 사이에 지금과 같은 의견 분열은 전후 처음이다.  

 

▶사공=그리스가 유로존 안에서 상당한 압박을 받았는데도 행정 개혁과 경제 구조조정을 하지 못했다. 유로존 탈퇴 이후 개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진=그리스에 외부에서 연명할 수 있는 돈을 계속 제공해 준다면 그리스가 개혁을 한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 임금 삭감 같은 어려운 일을 하기 힘들다. 스스로 어려울 때 개혁이 가능하다. 아일랜드가 좋은 예다.  

 

▶사공=이제 독일의 역할과 리더십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그리스 사태 이후 많은 학자나 논객들은 ‘독일이 유로존과 세계 경제 전체를 위해 충분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현재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 폭은 GDP 대비 8~10%에 달하는 반면 독일 내의 투자와 생산성 향상은 저조하다. 많은 경제학자는 독일이 국내 수요 진작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유로존 경제와 세계 경제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독일이 다른 나라의 구제금융에 돈을 다 쓰는 바람에 국내 투자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독일에서 호황을 보이는 분야는 건설업에 국한돼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남유럽 국가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이런 자금이 독일의 부동산으로만 쏠리고 있다.  

 

▶사공=금융 측면에서만 볼 게 아니다. 독일 경상수지의 지나친 흑자는 사회적 협약, 즉 정부와 노동계와 업계의 합의에 따른 임금 인상 자제와 독일의 경쟁력 향상에서 비롯되지 않았는가. 독일이 근로자들의 임금을 높여 소비를 진작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민간 투자도 활성화될 것 아닌가. 독일이 사회간접자본 등 공공 투자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면 민간 투자도 유발될 것이다. 이는 독일 경제뿐 아니라 유로존과 세계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독일이 대규모 공공 투자를 늘리고, 이에 소요되는 자재와 인력 등을 남유럽 국가에서 충당하면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분이 남유럽으로 흘러 들어가 유로존의 불균형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진=그렇긴 하지만 (재정을 통한 유효수요를 확대하는) 케인스식 접근은 어렵다고 본다. 독일은 15년 이내 베이비부머가 은퇴한다. 연금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 돈을 빌려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법적으로 어렵다.  

 

▶사공=나는 케인스 방식의 경제 처방만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다. 한국 경제를 위해 공급 측면의 구조조정을 통한 성장잠재력 향상을 누구보다 중시한다. 실제 독일은 2003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부의 ‘어젠다 2010’을 통한 노동시장 개혁 등 공급 측면의 구조조정을 강조해 왔다. 당신도 이런 계획에 대해 조언을 해 주지 않았는가. 그러나 경제정책은 정치와 사회적 현실 속에서 펼쳐진다. 따라서 단기적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결하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어려운 근본적 개혁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케인스 방식의 단기 수요 관리도 필요하다.  

▶진=동의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사공=독일이 유로화 도입의 최대 수혜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당신은 독일이 유로의 최대 수혜자가 아니라 오히려 희생한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진=1995년 독일의 1인당 GDP는 유럽에서 둘째였다. 그런데 지금 유로존에서 일곱째다. 독일은 유로화 도입 이후 국내 투자와 생산성이 부진해졌다.  

 

▶사공=독일의 1인당 국민소득 순위가 낮아진 것은 2003년 이전의 사회적 불안요인 때문이었다. 그때 독일은 ‘유럽의 병자’로 불리지 않았나. 그러나 독일은 2003년부터 구조조정을 단행해 경쟁력이 회복됐다. 슈뢰더가 2003년 천명한 ‘어젠다 2010’에 따른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독일의 사회적 협약으로 임금 인상이 자제되면서 수출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독일이 유로화의 최대 수혜자가 된 점은 사실이다. 독일이 경제적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 이유다.  

▶진=고민해 볼 문제다.

정리=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2015.05.22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인터뷰] 

 “병든 남자 독일을 건강한 여자로 만든 건, 노동·연금 수술”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71)는 ‘뚝심과 소신의 사나이’로 불린다. 그는 총리 시절 ‘어젠다 2010’으로 불리는 총체적 국가 개혁을 추진했다. 소속당인 사민당(SPD)과 지지 기반인 노동계는 격렬히 반발했다. 중도좌파 성향인 사민당 노선과 상반된 우파 정책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슈뢰더는 “독일을 ‘유럽의 병자’로 전락시키는 통일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선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며 개혁을 밀어붙였다.;

 

 덕분에 현재 독일 경제는 상한가를 치고 있지만 슈뢰더는 인기 없는 구조조정을 무릅쓴 탓에 지지율이 급락했다. 결국 ‘어젠다 2010’ 추진 2년 만에 총선에서 패배,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퇴임식장엔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가 울려 퍼졌다.

 

21일 제주포럼에 참석한 슈뢰더 전 총리를 인터뷰했다.

 

- 총리 시절인 2003년 3월 14일 연방의회에서 ‘어젠다 2010’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의 병자였던 독일을 일으키려면 경제 체질을 바꾸는 것 외엔 길이 없었다. 개혁의 골자는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연금과 사회보장제도를 개선해 위기를 견뎌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병든 남자였던 독일이 오늘날 건강한 여자가 됐다(웃음).”  

 

- 개혁에서 역점을 둔 대목은.  

“우선 노동시장을 바꿔야 했다. 노년층의 일자리와 젊은이들의 취업 기회가 동시에 확보되게끔 해야 했다. 다음으로 연금 수령 연령을 높여야 했다. 재정을 고려할 때 65세는 턱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전에 중요한 게 개혁을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 개혁을 밀어붙인 끝에 총리직을 잃었다.  

“어떤 정치인이 총선에서 지고 싶겠나. 나 역시 인기 없는 개혁을 밀어붙이면 낙선할 우려가 크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국익이 더 중요하다. 정치인은 사익보다 국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 당신의 노동시장 개혁정책인 ‘하르츠법안’은 한국 기업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실업 급여에 돈을 쓰기보다 일자리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일할 역량이 있는 사람은 일하고, 나이나 병 때문에 일을 못 하는 사람에게만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 개혁 과정에서 독일도 한국의 노사정위원회 같은 조직이 역할을 했나.  

“개혁 초기에 비슷한 조직이 있었다. 정부와 노조·사용자단체가 참여했다. 그런데 사용자단체나 노조가 정부에 요구만 할 뿐 합의를 도출하는 데는 열의를 안 보였다. 결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 최근 일본의 과거사 인식이 문제가 되고 있다.  

“다행히 독일에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청산작업이 있었다. 일본도 어두운 과거사에 대해 책임을 느끼길 바란다. 특히 (태평양)전쟁 중 한국 여성들에게 가해진 성적 가혹 행위에 대해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  

 

- 위안부 문제를 의미하나.  

“‘위안부’란 말 자체가 잘못된 표현이다. 너무 완곡한 어법이다.”  

 

- 한국은 통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박 대통령은 지난해 드레스덴 선언에서 통일을 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통일 비용이 엄청나다는 걸 예상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통일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통일은 비용뿐 아니라 기회도 준다. 통일되고 민주화된 북한은 큰 시장이다. 통일에서 중요한 점은 북한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거다. ‘남북 연방(confederation)’ 수준이 아니라 한국과 똑같은 체제가 돼야 한다. 지금의 북한 정치 체제는 사라져야 한다.”  

슈뢰더 전 총리는 제주포럼 직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연구원 주최 특별대담에서 “(자신이 추진한 ‘어젠다 2010’과 관련) 의회에서 정부의 개혁 조치를 법률로 중단시켰고 사임하라는 압력까지 넣었지만 지도자라면 결정을 해야 할 시점에서 결단을 피해선 안 된다. 대신 ‘왜 우리가 이런 일을 하는지’ 끊임없이 설득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어젠다 2010’을 시행하기까지 저항을 어떻게 이겨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다.

인터뷰=유권하 코리아중앙데일리 편집인(전 중앙일보 베를린 특파원), 정리=김사라·김영민 기자

kim.sarah@joongang.co.kr

 

71세 슈뢰더 “아홉 살 막내 아들과 요즘도 축구”

 

지난해 칠순 잔치를 한 게르하르트 슈뢰더(사진) 전 독일 총리는 네 번의 결혼으로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지난 3월 이혼한 네 번째 부인이자 20세 연하의 전직 잡지기자 도리스 쾨프(51)와 결혼 중이던 2004년과 2006년에 입양한 러시아 출신 고아 2명을 포함해서다. 그는 21일 인터뷰에서 “큰딸이 24세고 나머지는 14세, 13세, 9세에 불과하다”며 “자식들이 어려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 아들과 축구를 할 수 없는 때가 온다면 나이를 의식하게 될 것 같다”며 “2년 전 별세한 어머니가 99세까지 사셨으니 나도 장수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1944년생인 슈뢰더는 나치군 병사였던 아버지가 그해 루마니아 전선에서 전사한 뒤 편모 슬하에서 다른 4형제와 함께 어려운 성장기를 보냈다. 가족들을 위해 먹거리를 훔쳤고 집을 찾아온 빚쟁이들과 싸우기도 했다. 어린 시절 홀어머니에게 “벤츠를 태워 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총리가 된 뒤 지켰다.  

 

요슈카 피셔 전 외무장관과 더불어 대표적인 ‘68세대(68년 유럽을 휩쓴 학생운동)’ 정치인이다. 준수한 용모와 뛰어난 화술, 정확한 발음으로 유세장을 주름잡았다. ‘미디어 총리’ ‘언어의 연금술사’란 별명이 있다. 98~2005년 제7대 독일 총리에 올랐다. 99년부터 5년간 당 대표도 지냈다.

김사라,김영민 기자

 

2015.09.07  독일의 훈수 "하르츠개혁 한국에 맞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행사 때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oder)전 독일 총리를 만나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독일의)‘하르츠 개혁(Hartz I~IV)’이 귀감이 됐다”고 극찬했다.

 

하르츠개혁은 한국이 벤치마킹해야할 정책일까. 지난 10년 동안 독일의 ‘하르츠개혁’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노동 연금 정책을 연구해 온 요르그 미하엘 도스탈(Jörg Michael Dostal)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독일의 하르츠개혁은 한국에 맞지 않습니다(not applicable).”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요르그 미하엘 교수/사진=이덕훈기자

 

도스탈 교수는 한국 정부가 하르츠개혁을 적용하는데 우려를 표했다. 또 독일에서 하르츠 개혁의 부작용으로 사회적 문제가 불거졌고, 이에 따른 정부 주도의 재개혁(re-regulation)이 추진 중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 하르츠 개혁이 한국의 현 상황에 맞지 않은 이유가 뭔가.

“한국과 독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짚어야 한다. 한국과 독일은 수출 의존적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독일은 유럽연합(EU)등 유럽권에 영향을 많이 받고, 한국은 미국과 중국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식이다.

 

수출 의존적 국가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봐야 한다. 하나는 생산 비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기술 수준을 높여서 질적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산업 구조로 봤을 때 한국과 독일은 차이가 크다. 한국이 삼성 현대 등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독일은 반대로 지역사회와 촘촘히 얽힌 중소기업(강소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에선 대기업 주도의 수출이 이뤄지다 보니, 모든 경쟁력이 대기업에만 집중됐다. 직업 교육도 대기업 중심으로, 심지어 복지도 대기업 중심으로 제공된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이 아닌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지원에서 소외되는 이중 구조를 갖게 됐다. 노사협상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노조는 강한 협상력으로 기득권을 지킬 수 있다.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요르그 미하엘 교수/사진=이덕훈기자

 

독일은 다르다. 독일은 지역사회와 노조와 회사가 정기적으로 노사협의회(work council)을 갖는다. 직업 교육도 협의회 차원에서 접근한다. 협의회가 학교와 연계해서 인재를 육성하고 장학금을 주고 인재를 영입한다. 사회 전체가 (노동문제에 있어) 골고루 사회적 비용을 분담하고 성장하는 구조다.

 

더욱이 한국은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현대 한국은 개인의 후생을 오롯이 가족이 책임지는 구조다. (정부는 없다.) 이런 구조에서 노동 개혁을 했다가는 오히려 사회 전체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

 

한국과 독일의 교육제도의 차이도 짚고 넘어가고 싶다. 독일에선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진로가 갈린다. 대학을 갈 사람은 김나지움에 나머지는 실업계 학교(하웁트슐레, 레알슐레)로 간다. 졸업생의 40% 정도가 인문계 학교인 김나지움에 가고 나머지는 실업계 학교에 진학한다.

 

한국에서는 대학교가 마치 직업학교화 되고 있지 않나? 대기업과 대학이 산학협력활동을 하는 것으로 안다. 나는 오히려 삼성 같은 대기업이 대학이 아닌 (고등학교 수준의) 직업학교를 세워서 전문 직업인을 양성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이명박 정부 때 이 같은 시도의 일환으로 마이스터교를 만든 것으로 안다.”

 

― 한국에서 하르츠개혁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일단 하르츠개혁은 ‘노동법’을 수정한 게 아니다. 실업급여와 연금제도를 손 본 것이 개혁의 골자다. ‘실업급여’의 수급기간을 단축해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미니잡(minijob)을 만들어 탄력적 저임금 일자리를 늘린 것이다.

 

한국이 지금 ‘노동개혁’이라고 이야기하는 임금피크제나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법 개정, 노조의 협상력을 낮추는 등의 개혁이 아니라는 뜻이다.

 

독일의 실업률이 낮아지고, 경제가 회복한 것을 하르츠개혁 덕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많은데, 이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10여 년의 독일 성장은 유럽 통합에 따른 통화 절하 효과에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도 독일인으로서 해외에서 하르츠개혁이 각광 받는 것은 의아하게 느껴진다. 슈뢰더 전 총리가 올 초 한국을 방문해 강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독일에서 슈뢰더 총리나 페터 하르츠 이사(하르츠개혁을 이끈 인물)는 잊혀진 존재들이다. 하르츠 개혁 이후 슈뢰더 정권은 지지율이 급락했다. 사민당의 지지층의 절반에 해당하는 20만명을 잃었고, 지금까지도 회복불능의 상태에 있다.

 

지금 독일에서 하르츠 개혁 ‘재개혁’(re-reform)이 논의 중이다.”

 

(독일 실업율이 낮다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괜찮은 직장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미니잡 때문이다. 미니잡은 연금을 수령하며 소일거리를 찾는 할머니에게나 유용한 제도다. 여가 시간을 활용해 일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으니까. 하지만 사회 진출을 앞둔 초년병에게 미니잡은 반길만한 일자리가 아니다.)

 

― 하지만 고령화-저성장 사회에서 노동 구조 개혁은 필요한 게 아닌가

“한국이 현대복지국가(modern welfare state) 로 발돋움 하려면, 사회보장제도부터 손봐야 한다. 그리고 한 사회가 이른바 개혁에 성공하려면 기본 체력부터 길러야 한다.

 

나는 박근혜 정부가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어 안타깝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기초노령연금 등 야당 보다 더 진보적인 사회복지정책을 제안했다. 대통령 집권 기간은 기껏해야 집권 5년이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 개혁을 할 것이 아니라) 복지를 먼저 정비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고령화에 따른 퇴직 연령 연장이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 독일에서는 얼마 전 퇴직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늘렸다. 나는 요즘 “일하는 시간은 짧게, 일하는 기간은 길게(shorter work time, longer working life)”라는 슬로건을 밀고 있다. 노동 시간은 줄이고, 퇴직 연령은 늦추자는 것이다.

 

한국도 노인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한국 사회에서 65세로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한다고 해서, 그 나이까지 남아서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을 것 같진 않아서 안타깝다. (한국 사람들처럼) 하루에 12시간 씩 일하는 삶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

 

― 한국 상황에서 저성장을 타개할 수 있는 해법이 있나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은 이른바 ‘케인즈 이론’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지금 한국에선 통화정책을 비롯해 케인즈이론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부작용이 크다. 한국에서 저금리로 가계 대출이 급증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 않나.

 

케인즈이론의 관점에서 나는 한국 경제를 살리는 마지막 수단은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생각한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이 있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최근 학계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사이엔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은 세계적으로도 생활비가 많이 드는 도시다. 임대주택같은 사회기반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으로 서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영국의 경우는 런던과 런던 근교의 최저임금이 지방과 비교해서 높다.”

 

요르그 미하엘 도스탈 교수

▲1969년 독일 카셀 출생 ▲1998년 베를린자유대학 정치학 석사 ▲2005년 옥스퍼드대 정치학 박사 ▲글로벌 사회정책 및 국제기구에 대한 전문연구가 ▲2009~현재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교수

 

하르츠개혁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집권하던 2002년 독일은 지금과 달랐다. 그 당시 독일의 별명은 ‘유럽의 병자’. 동-서독 통일 이후 12년. 높은 실업율에 낮은 생산성으로 국민들의 자존감은 땅에 떨어졌다.

 

집권당인 사회민주당은 위기를 느꼈다. 슈뢰더 전 총리를 필두로 ‘노동개혁’카드를 빼 들었다. ‘독일식 유럽병’의 원인을 강성노조와 방만한 복지재정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개혁의 틀도 민간기업에 맡겼다. 폭스바겐의 페터 하르츠 이사가 주축이 됐다.

 

르츠 이사는 제일 먼저 실업급여를 손봤다. 지급기간을 32개월에서 12개월로 줄였다. 미니잡(minijob)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비정규직, 중규직과 같은 개념이다. 그로부터 5년 독일 밖에선 하르츠개혁은 유럽 노동개혁의 교본처럼 쓰였다. 2010년 스페인은 같은 이름(los minijobs)의 제도를 도입했다.

김명지 기자

 

2016년 02월 03일  ‘Mr.코리아’ 하르트무트 코시크 獨하원의원

“中, 동북아 정세 흔드는 北核에 부담… 결국은 대북정책 바꿀 것”

▲  독일 정계의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인 하르트무트 코시크 독일 연방 하원의원은 지난 1월 22일 인터뷰에서 “독일처럼 한국 역시 평화롭게 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곽성호 기자 tray92@

 

독일 연방의회에서 ‘미스터 코리아’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미스터 코리아라고 해서 그가 근육질의 보디빌더인 것은 아니다. 의회에서 지속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중점적으로 제기해온 덕분에 붙은 별명이다. 바이에른주 바이로이트-프로히하임에 지역구를 둔 기독교사회연합(CSU) 소속 7선 하원의원 하르트무트 코시크(56)가 바로 그 사람이다. 한국인과 피가 섞인 것도 아니고,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독일의회에서 한반도 이슈와 재독 한인들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제기해 동료 의원들이 그런 별명을 붙여줬다. 올해로 하원의원 생활 26년째를 맞고 있는 그는 1998년부터 한반도 문제를 전문적으로 제기해온 독일의회 내 대표적 한반도통이다. 한·독 의원친선협회뿐 아니라 북·독 의원친선협회장도 겸직하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1월 22일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유현석)이 수여하는 제5회 국제교류재단상을 받았다. 수상식 후 독일 중견 정치인이 보는 북한 4차 핵실험 후 한반도 문제, 그리고 한국과의 인연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는 국제교류재단상 수상 연설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 배경에 대해 “김정은 정권이 강력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하면서 “중국이 대북정책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그래서 이날 대화도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얘기에서부터 시작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도 언급하지 않았던 핵실험을 기습적으로 한 이유를 정권의 취약성으로 해석해 신선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자기들이 결단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핵실험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해선 고려가 없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남북 간의 관계가 후퇴하고 동북아시아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됐기 때문이다. 북한의 최종적인 목표는 정권 생존일 것인데, 그들은 핵무기를 보유할 때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한 북한은 계속 고립될 것이고 북한이 그렇게 고립된다면 경제적 발전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북한의 행보가 아주 모순적이라고 판단된다. 북한은 중국 없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중국에만 매달리지 않도록 6자회담을 통해 미국, 일본, 한국과도 협상을 해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에 계속 북한이 매달리게 되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는 지난해 10월에도 독일 의원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했고 올 초에도 다시 북한을 방문하려 했지만 북한의 핵실험 이후 모든 계획을 취소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올해 추진할 예정이던 북한과의 고위급 대화를 전면 취소했다. 독일은 북한의 핵실험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 대화를 재개할지 현재로써는 알 수 없다. 북핵 문제를 풀 열쇠는 6자회담에서 나온다고 본다. 다만, 북한과 협상하려면 북한도 적극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가 조건이 될 것이다.”

 

―여러 번 북한을 방문한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이 독일에 원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북한을 방문하면서 느낀 것은 독일이나 유럽이 남북한, 그리고 북한과 미국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줄 것을 희망하는 것 같았다.”

 

―그런 역할을 독일이 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독일이 일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독일과 유럽연합(EU)이 국제적 프로세스에서 힘을 좀 보태줄 수는 있다고 본다. 예컨대 이란 핵협상에서 보면 독일과 EU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북한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현재 상황을 봤을 때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게 중요하다.”

 

―수상 연설에서 “중국이 대북정책을 바꿀 것을 확신한다”고 했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가능성을 좀 회의적으로 본다. 어떻게 그렇게 낙관적인 입장을 갖게 됐나.

“왜냐하면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중국이 원치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보유하려 할 경우 한국은 물론 일본도 핵무기 보유 시도를 할 것이고 그런 상황은 중국이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정책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론이 많아서 그런 낙관론이 반갑기도 하지만 얼마나 현실화될까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렇다. 독일 속담에, ‘나무가 하늘까지 자라진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중국도 그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중국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한국은 중국에게 중요한 파트너이다. 중국이 한반도 상황 완화를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거기에 대해 한국이 실망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한·중 관계도 나빠지는데 그것이 중국에 부담이 될 것이다.”

 

―독일 통일기 소련 경제가 나빴던 것이 독일 통일에는 도움이 된 측면이 있는데, 지금 중국 경제가 나빠지는 상황이 한국에게 한반도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을까.

“중국이 앞으로도 경제적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선 잠재적 파트너가 필요한데 북한은 그런 잠재적 파트너가 될 수 없다. 그리고 북한과 중국의 경제관계는 아주 일방적인 것이다.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저렴한 가격의 천연자원을 공급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생필품과 에너지를 제공받고 있다. 이런 일방적인 관계가 유지된다면 결과적으로 중국은 다른 파트너를 찾게 된다.”

 

―독일 통일 25년이 됐는데 동서독의 내부적 통일이 얼마나 됐다고 생각하는가. 하나가 되는 것을 100%라고 한다면 현 단계 독일 사람들의 통합 정도는 어떤가.

“독일 연방의회에서 매년 독일 통일 보고서를 쓴다. 지난해에도 통일 25주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예컨대 삶의 질 문제나 동서독 간 인프라 격차, 경제적 조건 등의 변화에 대해 썼다. 한반도도 통일된다면 전반적인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 ―동서독이 구체적으로 몇 % 정도 통합됐다고 보는가. “%로 말하기 힘들다.”

 

―동독인들의 삶의 수준이 서독인의 70∼80% 정도까지 따라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는데.

“물론 어떤 특정한 부분에서는 몇 % 됐다고 볼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다. 통일된 독일이 가장 강한 상태이고, 일자리도 가장 많은 상태다. 이것이 내게는 중요하다.”

 

―의원께서 정치를 하는 동안 독일이 완전 통합될 것으로 보는가. 

“직접 독일로 와 봐야 한다. 동독 도시들은 통일 이후 많이 발전돼 서독 도시들보다 더 발전된 경우도 있다. 베를린의 경우, 과거 동베를린, 서베를린의 구분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지역을 가봐도 과거 어디가 동독이고 어디가 서독이었나 구분하기 힘들 것이다.”

 

―오늘 국제교류재단상 시상식에 참석해 축사를 한 김황식 전 총리가 귀하를 ‘미스터 코리아’라고 소개했는데. 

“독일에서 동료 의원들이 나를 그렇게 부른다. 아주 멋진 표현이고 개인적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내가 1998년부터 심도 있게 독일 의회에서 한반도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일 것이다.”

 

―1998년 한반도 문제를 독일 의회에서 얘기했다고 하는데 계기가 있었나.

“1990∼1998년 독일 의회의 설문조사위원회에서 독일 통일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뤘는데 그때부터 한반도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

 

―그때는 김대중(DJ)정부 때였는데 DJ와 어떤 인연이 있었나. 

“DJ와는 현직일 때는 물론 퇴임 후에도 자주 만났다.”

 

―특별한 인연이 있었나.

“DJ 퇴임 후 내가 ‘김대중과의 만남’이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기독교사회연합은 바이에른주의 보수정당이고 DJ는 한국의 진보적인 정치인인데 가까웠다니 흥미롭다.  “DJ 퇴임 후에도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고 한국에 올 때는 늘 만났다. 저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분이고 정치적 멘토다.”

 

―한국적 상황에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두 분의 개인적 관계가 궁금하다.

“DJ는 아주 흥미로운 분이고, 독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독일 정치인이 한반도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줬다.”

 

―30대 때 한반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DJ 덕분이고 그 인연이 지금껏 이어졌다는 얘기인데. 

“그렇다.”

 

―지난해 북한을 방문했는데 언제부터 북한과 인연을 갖게 됐나.

“2000년 당시 대통령이던 DJ가 아셈(아시아유럽회의)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유럽 각국 지도자들에게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촉구하면서 햇볕정책을 지지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독일은 2001년 수교를 했고, 나는 2002년부터 북한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2002년부터 방북했다면 김정일 정권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온 셈인데, 북한의 변화를 설명한다면.

“정확하게 하나로 묘사하기 어려운데 여하튼 남한과는 아주 다르다. 북한은 독재국가라서 남한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남한에서는 정상적으로 민주 정부 교체가 이뤄지고 있고 북한은 가족들이 정권을 잡고 있는 나라이다.”

 

―정치 입문 전 추방자연맹 사무총장을 역임했는데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가 있는가.

“내 의무라고 생각했다.” 

 

―왜 의무라고 생각하는가.

“부모님이 2차 대전 말기에 오베르 슐레지엔에서 바이에른으로 추방됐다. 그 지역은 2차 대전 이전에 독일이었지만 전후 폴란드에 속하게 됐다. 그래서 남들보다 난민에 대해 좀 더 가깝게 느끼게 된 것 같다.”

 

―독일은 지난해 유럽에서 시리아 난민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한 나라인데.

“독일은 2차 대전 이래 난민을 지속적으로 수용해 왔다. 2차 대전 이후 서독은 구소련 등지의 난민 1500만 명을 수용해 왔다. 독일 내부에서는 난민 통합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100만 명이 왔는데 그것은 도전적인 과제다. 독일이 장기적으로 매년 100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이긴 어렵다. 그래서 우리가 집중하는 부분은 연방정부가 유럽 내부의 파트너 국가, 바깥의 파트너 국가, 예컨대 터키 등과 함께 난민들이 너무 많이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국제교류재단상을 수상하며 상금으로 1만 달러(약 1200만 원)를 받았는데 이 상금을 종잣돈으로 통일한국재단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 재단에서 무슨 작업을 할 계획이냐고 했더니 이렇게 답하며 얘기를 마쳤다. 

 

“이 재단을 통해 독일이 한반도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 한반도의 통일과 통합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생각하고 방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싱크탱크, 나아가 남북한이 어떻게 서로 다가갈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재단으로 키우고 싶다.”

 

◇하르트무트 코시크는 누구=

1959년 태어나 독일 본대에서 역사학과 정치학을 전공했다. 1987년 추방자연맹 사무총장 등을 지내며 난민 문제 등에 관심을 가져왔고 1990년 독일 연방의회에 진출한 뒤 26년째 하원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기독교민주연합·기독교사회연합(CDU/CDU)의 추방자 및 난민그룹 위원장을 지냈고 연방재무차관도 역임했다. 현재 독일 이민자 및 소수민족 특임관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것을 포함해 10여 차례 서울을 찾았고, 북한도 6번 방문했다. 

 

한·독포럼 독일 측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한·독 통일외교정책자문위원회 독일 측 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는 독일 연방 하원에서 ‘한반도 평화·안정·통일에 관한 결의’와 ‘독·한 관계의 역동적인 지속적 발전 결의’ 채택을 주도하기도 했다. 특히 2013년 한·독 수교 130주년 및 광부·간호사 파독 50주년을 맞아, 저서 ‘우정의 정원: 독일-한국 관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등을 펴냈다

인터뷰 = 이미숙 국제부장 musel@munhwa.com

 

■리트비아

2016-06-25 주한 라트비아 페테리스 바이바르스 대사 

북한 발사 미사일 어디로 튈지 몰라 사드 배치하는게...

 

<주한 라트비아 대사관 개관이후 첫 취임 인터뷰> 

"지속적인 대북제재 통해 북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 
"북한, 동해상에 발사하는 미사일이 어디로 튈지 몰라 사드는 배치하는게 안전하다"
"브렉시트는 영국과 EU 회원국 모두에게 좋지 못한 결정"
"트럼프 당선되면 외교적으론 불안할 수 있어" 

▲인터뷰 중인 주한 라트비아 대사. 사진=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라트비아. 국내에선 일반적으로 라트비아가 어떤 나라인지 또 어디에 있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라트비아는 유럽 북동부 발트해 3국 중 하나로 라트비아 위로는 에스토니아, 아래에는 리투아니아가 있다. 라트비아는 올해 초 한국에 대사관을 개관했으며, 페테리스 바이바르스(Peteris Vaivars) 대사는 1 5일 취임했다.

 

라트비아 대사관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KAIT 빌딩 11(02-559-6213)에 자리잡고 있다. 취임 후 국내 언론과 첫 인터뷰를 가진 페테리스 바이바르스 대사는 최근 이슈가 되는 북한문제, 테러집단 IS,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 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 특히 과거 러시아의 통치를 받았던 라트비아가 바라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 대해선 명쾌한 예시를 들어주기도 했다.

 

다음은 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라트비아 의학기술 우수해 

-대사께선 본래 주일 라트비아 대사관에 계시면서 한국까지도 관할하셨던 것으로 압니다. 어떻게 주한 라트비아 대사관을 개관하게 되신 것인지요? 한국에서 추진하실 향후 계획 등이 있다면 들려주시죠.

“맞습니다. 과거 일본에서 한국까지 외교업무를 맡아서 추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정도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라트비아 관계를 더 개선하고자 한국에 대사관을 개관한 것입니다. 사실 한국에서 라트비아라고 하면 잘 모릅니다. 한국사람들이 라트비아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습니다. 이는 라트비아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지요. 라트비아 사람들도 한국에 대해 많이 아는바가 없습니다. 즉 이런 점을 개선하는 것이 저희 주한 라트비아 대사관의 궁극적인 목적이고 제가 있어야 하는 이유인 셈입니다.

 

그리고 한-라트비아 간에 증진해야할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예로 한-EU FTA를 들 수 있습니다. 라트비아도 EU의 회원국이기에 이 FTA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한-라트비아간의 경제적인 사업확장이 서로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특히 라트비아의 많은 회사들이 한국에 진출을 하고싶어 합니다. 또 라트비아에는 우수한 품질의 제품들을 한국에 제공할 수도 있을 겁니다.

 

-라트비아의 어떤 제품들이 한국에게 도움이 될까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라트비아는 지리적으로 북유럽과 매우 가깝습니다. 그래서 추구하는 제품의 성향과 품질이 스칸디나비안(Scandinavian, 북유럽스타일과 유사합니다. 실용적이면서도 심플하고 품질이 우수하다는 겁니다. 그중에서도 목재 생산품이 대표적입니다. 라트비아는 국토의 절반가량이 모두 울창한 숲(forest)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숲에는 좋은 품질의 나무가 많이 있고 이 나무들을 토대로 제작한 다양한 제품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라트비아는 의학산업이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회사로는 그린덱스(Grindeks)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도핑으로 선수자격이 정지된 러시아의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가 복용한 약이 바로 이 그린덱스에서 만든 심장질환 치료약, 밀드로네이트(Mildronate, Meldonium)입니다. 해외 유명 선수가 복용할만큼 대표적인 심장치료약 중에 하나입니다.
 

 

라트비아, 소련 통치 중에도 민주적 독립성 유지해

-과거 라트비아는 러시아(소련)에 속해있었습니다. 그런데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한 성공적인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를 바탕으로한 민주국가로 변모한 비결이 있을까요? 있다면 북한과 같은 국가가 나중에 민주국가로 발전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는 러시아에 속해 있었다(a part of USSR)는 표현보다는 러시아에게 통치를 받았다(occupied by USSR)는 표현이 맞습니다. 즉 라트비아는 소련이 점령하기 전 독립적인 국가였습니다. 그리고 점령당한 중에도 항상 라트비아 국민들은 라트비아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의 통치가 끝나자 다시 본래의 독립된 국가의 위치로 돌아간 것입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 우리는 완전한 독립국가였습니다. 이때 당시 라트비아는 비교적 다른 유럽보다 잘사는 나라였습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GDP보다 더 높았으니까요.

 

그러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독일 나지와 스탈린이 이끄는 러시아는 1939년 평화협정을 체결합니다. 이 협정에 따라 독일과 러시아가 유럽을 어떻게 나눠먹을지 결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협정을 깬 두 국가간의 전쟁이 있었고, 러시아는 라트비아를 포함한 발트해 3국을 점령합니다. 러시아는 1940 6 17일 라트비아를 점령했습니다. 즉 이것은 우리가 러시아의 일부가 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점령당한 것입니다. 얼마전 라트비아는 올해로 76회 점령 기념일(Occupation of Latvian Republic Day)을 맞이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러시아에게 점령당했을뿐 그들의 일부가 될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1941년 독일이 다시 소련을 공격해 라트비아는 독일에 의해 점령당합니다. 정리하자면 1940년 소련 점령, 1941년 독일점령, 1945년 다시 소련에 점령 당합니다. 그리고는 소련이 붕괴하기 전까진 계속 라트비아를 점령했습니다. 1945-1990년까지 소련이 점령하고 있다가 1990년 소련붕괴로 1991년 라트비아는 완전한 독립국가가 됩니다. 독립국가가 되고 난 후에 라트비아는 새로운 국가가 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단순히 점령당했다가 다시 본래 상태인 독립국가로 돌아왔을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부터 독립국가로 가지고 있던 헌법을 보완해서 다시 국가를 재건한 것입니다. 이것은 타국에게 점령당하기 전에 라트비아가 1922년에 제정했던 헌법이며 이것을 토대로 독립국가를 건립했으며 이것이 바로 라트비아 본연의 민주국가입니다.


라트비아 사람들은 저의 할아버지 세대부터 항상 라트비아인으로서의 긍지를 잃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소련의 일부라고 여긴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련 통치하에서도 사람들이 만나면 항상 독립을 꿈꿨고, 독립을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것은 해외에서 활동했던 외교관들입니다. 소련 통치 중에도 과거 라트비아였을 때 발급했던 여권을 가지고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독립을 위한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그럼 북한에게 이런 라트비아의 예를 적용할 수 있을까요?

“아니오. 제 생각에는 라트비아의 사례는 북한에 적합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마음가짐이 다르고 독립된 국가로서의 삶을 항상 지향에 왔다는 점이 북한의 (세뇌된) 국민들과는 다릅니다. 라트비아 국민들은 항상 독립을 꿈꿔왔으니 말이죠.

 

라트비아의 사례로 볼때, 북한이 성공한 민주국가가 되려면 결국 북한의 국민들 스스로 자각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럼 라트비아를 제외한 다른 발트해 국가들인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의 경우는 어떤가요?

“비슷한 시기에 소련의 점령을 당했던 발트해의 이웃국가들도 같은 상황입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독립국가를 꿈꿔왔고, 다시 독립하게 된 것이지요.

 

-라트비아가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라트비아만 가지고 있는 특성이랄까요?

"발트해 3국에서 라트비아만 가지고 있는 점을 찾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아마도 꼽는다면 언어일 것 같습니다. 일단 언어체계로 구분하면 일단 에스토니아는 라트비아와 다릅니다. 라트비아 언어는 리투아니아와 유사합니다. 이 두 언어만이 발틱언어(Baltic language)입니다. 에스토니아는 피노우그리아(Finno-Ugric language)언어입니다. 이것은 핀란드어와 유사합니다. 이 때문에 라트비아 사람들이 에스토니아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아예 알아들 을 수 없습니다. 이는 에스토니아 사람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 라트비아 사람들은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하는 말을 어느정도 알아들 수 있어요.


언어적 차이와 더불어 종교적 차이가 있어요. 리투아니아는 대부분이 가톨릭입니다. 에스토니아는 루터교입니다. 라트비아는 기본적으로는 기독교입니다만 3개의 종교로 나뉘어 있습니다. 가톨릭, 루터교, 러시아 정교회(Russian Orthodox)입니다. 이 세개의 종교가 국민의 3분의 1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특성을 제외하고는 발트해 3국은 대부분 유사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당분간 우크라이나 공격할 것

-아마도 좀 어려운 질문(tough question)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은 어떻게 보시나요끝이 날까요?

“이건 답하기 어렵지 않아요. 오히려 간단(simple)하게 답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왜냐하면 사실 저는 제 첫번째 대사직을 주 우크라이나 대사로 시작했기때문이죠. 20년이 지난 일이지만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대사로 생활했습니다. 이 상황 중 일부분은 우크라이나 측에게도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 내부적인 개혁 드라이브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제가 대사로 있을 때 경험으로는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영향을 받고 싶어합니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의 영향권에 안에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러시아와 접경된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러시아의 방송을 보고 있기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러시아가 생산한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많은 사람들이 친러시아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지금 러시아의 행위는 정당화 될 순 없습니다. 


대사는 이렇게 말하고는 곧장 기자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기자님에게 하나 물어볼게요. A B국가가 맞닿는 접경지역이 있다고 칩시다. 접경지역이다보니 아무래도 A국가의 국민들이 B국가에 많이 살고 왕래가 잦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만으로 A국가가 B국가에 우리 국민이 많으니 우리가 직접 보호를 해야겠다. 그래서 이제부터 B국가는 A국가가 되야한다 라고 말한다면 이게 합리적이라고 처사입니까?

 

 -그 내용만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지금 이와 같은 상황이 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왕래가 잦고 러시아 국민이 많이 살고 있다고해서 우크라이나 안에 러시아 국민을 보호하려면 우크라이나도 러시아가 되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로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는겁니다. 어느나라던지 접경지역에서는 약간의 긴장(tension)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에 러시아가 정말로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 국민들이 걱정된다면 얼마든지 민주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의학에 투자를 한다던지, 교육에 투자를 한다던지해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민주적인 방법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이 문제를 유발시킨 겁니다. 그리고는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에게 질타를 하자 러시아의 지도부와 정치인들은 모른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군대를 우크라이나 쪽으로 보낸적은 없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그냥 몰려든 것 같다. 총기사용을 러시아 정부는 허가한적 없다. 그 주변 총포상 등에서 사람들이 구매하거나 도난 당한 것 같다.’ 이렇게 얼버무리고 있는 겁니다.(한숨)


제 생각에 우크라이나는 서서히 다시 독립국가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서 우크라이나가 이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라트비아를 포함한 발트해 3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지(support)하고 있는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우리 발트해 3국은 모두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라트비아는 분쟁전문가와 자문가 등을 보내주었습니다. 여러모로 지금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럼 언제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게 될까요? 그리고 러시아가 발트해 3국을 포함한 다른 접경국가와도 이런 분쟁을 야기할까요?

“러시아(국민)도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라트비아는 나토(NATO)에 소속국가입니다. 나토의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나토는 연합해서 맞서 싸웁니다. 나토 연합군은 러시아를 압도하는 지상군 병력과 장비를 가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런 문제에서 군사력(strength) 위주로 계산을 합니다. 그 계산대로 라트비아도 군사적인 측면에서 나토와 함께 군사력을 증강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런 연합군의 전반적인 군사력을 생각한다면 러시아가 섣불리 발트해 3(Baltic states)을 공격하지는 않을 겁니다. 우크라이나도 지금 러시아와 분쟁중이긴하지만, 군사적으로 강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자면 푸틴이 갑자기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발을 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푸틴이 만약 더 이상의 분쟁은 소모전이다라고 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한다면 그는 러시아내 정치인생은 그것으로 사망선고를 내리는 것과 같습니다(politically dead). 그러면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이 약한 정치인(weak politician)이라고 비판할 것입니다. 따라서 그는 최대한 러시아 내부적으로 자신의 건재함과 강함(powerful)을 오랫동안 보여줘야 합니다. 그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경제적 성장을 포함한 여러종류의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푸틴은 자신이 옳은 사람이고 그 밖에 나머지는 악당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푸틴의 이런 정책 스타일은 어떤면에서는 북한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similar to North Korea).

 

-푸틴은 자신의 임기 동안 이런 분쟁을 유지하겠네요.

“예 맞습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임기를 늘리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겠죠. 다시 다른 직책으로 변환하거나, 헌법을 바꾼다던지 임기를 늘린다던지 여러 방법을 찾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오랫동안 자신의 권력을 유지할 것 같습니다.


대북제재는 북의 입을 열기 위한 도구

-이번엔 한반도의 문제로 넘어오겠습니다. 북한은 지속적인 도발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또 대북제재를 지지하시는 입장인가요? 

“물론입니다. 라트비아는 EU의 회원국이기 때문에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적극 지지합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두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제재(sanction)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입을 열게하고 생각하게 하는 도구(tool)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제재와 같은 수단을 통해서 (북한에게) 불편함(discomfort)을 안기지 않는다면 그들이 입을 열 이유가 없기때문입니다(no interest to talk).

 

이런 대북제재를 가해야만 협상테이블로 북한이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북한이 입을 열겠다는 제스처가 나오진 않았습니다만 종국에는 나오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테이블로 나오면 남한(South Korea)이 북한에게 조건(conditions)을 내걸 수 있게됩니다. 대북제재는 중국과 미국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중국과 북한은 이웃국가(neighboring country)이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에 막대한 영향력을 줄 수 있습니다.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한 국가이기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 중국, 한국이 모두 대북제재를 강하게 추진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서 말씀해주신다면요.

“북한에게 있어서 핵은 대화를 열기 위한 위협(threat)수단입니다. 북한은 항상 우리는 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기때문입니다.

 

-남한에서는 한국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고 합니다. 일종의 균형적 차원(balance of power)의 핵보유입니다. 이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 저도 한국내 이 주장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이 한국의 정치권 등에서도 이슈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남한도 핵을 보유하게된다면 동북아의 긴장상태를 더 고조시킬 것 같습니다. 만약에 남한의 정치권에서 핵보유를 결정한다면 아마도 일본도 핵보유를 하겠다고 나설겁니다. 그러면 당장에 동북아에 새로운 핵보유국이 더 생기게되고 이미 핵을 보유한 중국에게도 위협이 될 겁니다. 물론 기술적으로만 보자면 한국은 우수한 핵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아마 1년내에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일본은 이보다 빨리 만들 수 있다고 예상됩니다. 그런데 핵보유가 좋은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입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에서는 ‘불편함은 협상을 만들어낸다(discomfort creates the talk)’고 하셨잖습니까. 남한이 핵을 보유하면 북한이 입을 열지 않겠습니까?

“글쎄요. 이것이 진정한 대화의 장을 열지는 의문입니다. 단순히 동북아의 긴장상태만 고조(escalation)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선 최고의 해결책은 경제적 대북제재라고 생각됩니다.

 

-대북제재를 계속해서 가하고 있습니다만, 북한은 오늘(621)도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협상테이블로 나오기보단 오히려 도발을 지속하는데요.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미사일을 쏜다는 건 아직까지 경제적으로 버틸만 하다는 겁니다. 경제적 제재를 계속 가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완벽한 제재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일부 국가나 회사에서는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거나 북한으로 송금을 해주고 있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오래가지는 못할 겁니다. 나중에는 이런 자원이 모두 바닥날 것입니다(exhaust).

 

-중국이 더 강하게 북한을 옥죄어야 할까요?

“제가 알기론 한국정부가 중국에 고위직을 보내 이런 대북제재에 대해서 더 논의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여러 나라를 다녀오시면서 더 강한 대북제재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런식으로 계속 몰아부친다면 아마도 효과적인 대북제재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의 사드미사일 배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전에 제가 인터뷰했던 자바틸 주한 EU 대사는 사드배치에 제3국이 끼어들 이유는 없다고 했는데요.

“라트비아도 EU의 회원국이기 때문에 EU의 입장과 같습니다. 물론 중국의 입장에선 사드미사일을 배치하면 레이더가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온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될 것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중국은 자신들의 입장을 표방할 수는 있습니다만 제 생각에 별로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한국에 배치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드가 배치된다면 한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에도 좋을 겁니다. 이미 북한은 동해상에 계속해서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 미사일의 방향만 바꾼다면 무슨일이 닥칠지 모르니까요. 안전을 위해서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은 EU에 남는 것이 영국과 EU를 위해 좋을 것

-영국의 브렉시트(Brexit)가 이슈인데요. 라트비아도 EU의 회원국으로서 영국의 EU 탈퇴에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나요? 득이 될까요? 아니면 해가 될까요?

“제가 보기엔 영국이 EU에 잔류하는게 득이 될 겁니다. 이것은 EU 입장에서도 영국과 같은 강국이 남아 있는게 좋습니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영국이 유럽의 강호인 프랑스나 독일과 함께 EU를 이끈다면 EU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영국이 EU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점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라트비아의 경험으로 볼 때 여러가지 이득이 있습니다. 경제적인 교류는 물론 정치적인 교류와 문화적인 교류 등이 이루어집니다. 이런 교류를 통해서 유럽 모두에게 득이됩니다. 특히 결정(decision making)에도 도움이 됩니다.

 

국가 하나가 단독적인 결정을 하기보다는 EU가 결정을 하는 사안을 통해서 회원국들이 함께 이익을 얻습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아무래도 EU에도 약간은 변화가 생길겁니다만 더 큰 변화는 영국에게 들이닥칠 겁니다. 이런 변화는 영국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EU가 다른 국가들과 체결한 FTA 입니다. EU를 탈퇴하는 순간 영국은 독단적으로 다시 FTA를 체결해야 합니다. 그럼 어떤 국가는 영국과 별도의 FTA 체결에 동의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 설령 다시 FTA 같은 협정을 체결한다고 하더라도 그 세부 사안이 EU와 동일한 조건이 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런 부분이 영국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득이 되겠냐는 것이죠. EU이기 때문에 편승해 있던 여러가지 특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겁니다.  

 

물론 EU는 민주적인 협의체이기때문에 선택은 영국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또 탈퇴를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비극(tragedy)이 되는 건 아닙니다. 영국 국민들이 아마도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이 브렉시트를 두고 주가가 흔들리는 상황이 재미있더군요. 잔류와 탈퇴를 두고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 하더군요.

 

-테러집단 IS는 국제적인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라트비아의 입장은 어떤가요?

“맞습니다. 이 테러집단 IS 문제는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국가들과 연결된 사안입니다. 최근 뉴스에서 보니 IS가 한국을 공격대상으로 지목했더군요. 이때문에 우리 모두가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 문제입니다. IS는 모든 국가들에게 위협이고, 이들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대상으로 테러 공격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이런 공격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지속적인 공조를 통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라트비아가 IS로부터 공격을 받은 사례가 있나요? 난민문제는 어떤가요?

“라트비아는 난민들에게 매력적인 국가는 아닙니다. 또 지리적으로도 떨어져 있어 난민들이 대거 유입되진 않았습니다만 이미 정부에서는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절차와 시설 등을 확립한 상태입니다. 이미 첫번째 난민이 라트비아에 들어와 정착했습니다. 라트비아도 EU의 멤버로서 난민 보호 정책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라트비아의 정치인 중 일부는 난민 수용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기는 합니다만, 라트비아도 난민 수용문제에 참여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난 6 9일부터 12일까지 독일에서 2016 빌더버그 회의가 열렸습니다. 참가자들은 서방국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가자 명단을 보니 발트해 3국 출신 참가자는 없더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토의 주제에 러시아는 있었지만, 명단을 보니 발트해 3국 출신이나 러시아 출신의 참가자는 없더군요. 보통은 이 회의에는 과거 유명했던 정치인이나 왕성하게 활동하는 정치인들을 대거 참가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얼마나 실질적인 회의를 만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종의 토론을 하는 정도의 장으로 생각됩니다.

  

미국 대권, 트럼프 당선되도 종말은 아니다

-미국의 대권주자로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남았습니다.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될까요? 된다면 어떻겠습니까?

“제 생각에 미국은 3권분립을 제대로 확립한 국가 중에 하나입니다. 행정부의 수장이 누가 되든지 입법부와 사법부가 강경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통령이 누가되느냐와 관계없이 큰 문제없이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미국은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는 구조입니다. 미국 국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세계의 종말(end of the world)은 오지 않는다는건가요?

“미국처럼 그렇게 오래된 민주국가의 역사를 가진 나라는 흔치 않습니다. 그리고 굳건한 헌법이 버티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의 종말은 오지 않을 겁니다.(웃음)

 

-그런데 북한은 공식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했는데요.

“북한이 지지한다고 해서 실질적인 투표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겁니다.(웃음)

 

-트럼프가 당선되면 북한입장에서는 더 강경한 도발을 시작할 여지를 주지 않나요?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북한에 폭탄을 투하하는 결정을 하진 않겠죠. 농담입니다. 하하하. 그가 당선되면 아무래도 독특한 활동(activity)이 잦아지겠죠. 그리고 그의 발언이후 미국 정부입장에서 그의 발언 배경을 설명하는 경우는 많아질 것 같네요.

 

-누가 당선될까요? 트럼프가 당선된다고 보시는건가요?

“섣부른 예측은 피하고 싶네요. 확실한 것은 EU는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되든지 긴밀한 공조를 이어나갈 것입니다. 일단 트럼프는 외교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경험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어쩌면 약간의 문제를 만들지도 모르겠네요.

 

--라트비아의 학술적 교류는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나요? 현재 한국의 경북대학교 정도가 교류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지금 학계의 교류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현재 라트비아에서 유학하고 있는 한국 학생들은 총 30명 정도 입니다. 라트비아 정부에서는 한국 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학생들이 지출하는 학비는 없습니다. 또 라트비아의 대학들이 한국학과(Korean Studies)를 개설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 문화 등 다양한 한국의 내용을 교육하는 과정입니다. 양국간의 이런 교육 교류를 늘릴 계획입니다. 한국의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등과도 교류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일단은 학생들의 교류를 늘리고 향후 교수진들의 교류 등을 추진할 것입니다.

 

▲라트비아의 스타트업 제품을 보여주고 있는 대사. 사진=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라트비아 정부는 최근 창조산업으로 알려진 스타트업(startups) 분야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분야에 투자를 하는 건가요?

“라트비아는 국민의 수가 적습니다. 그런데 라트비아가 인도처럼 국민이 많고 인건비가 비교적 저렴한 곳에서 대량생산된 티셔츠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런식으로 대량생산 물품으로는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마치고 대사는 뭔가를 보여주겠다면서 책장에서 상자하나를 들고 나왔다. 상자를 열자 유리가 있었다.


“이건 라트비아의 스타트업 회사에서 만든 제품입니다. 이 유리를 보시면 양쪽이 다릅니다. 이쪽면은 투명하고요. 반대쪽은 일반 유리처럼 빛반사가 됩니다. 그로글라스(Groglass)라는 회사의 제품인데요. 유리의 빛 반사를 막아주는 겁니다. 아직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이런 스타트업 기업을 국내 기업과 연결해줄 계획입니다. 이런 유리는 박물관이나 전시관에 사용되면 효과적일 겁니다.

 

-어떻게 그 유리가 투명해진거죠? 유리표면에 필름을 씌운건가요?

“아닙니다. 이건 일종의 특수약품을 유리표면에 도포한 겁니다. 나노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미세입자 등을 유리에 발라 만든 것이죠. 이런 신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분야에 라트비아는 앞으로도 투자를 할 것입니다.

 

-한국의 창조경제와 혁신센터를 통한 스타트업 부분의 투자를 어떻게 보시나요?

“네 한국도 라트비아처럼 좋은 창조경제의 성장동력을 육성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양국간의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을 겁니다.

 

-최근 대사님께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심재국 평창군수(강원도)를 만나셨습니다. 만남의 목적이 무엇이었나요?

 “평창군수를 만난 것은 2018년도 평창동계올림픽때문이었습니다. 라트비아는 약 100명의 대표선수단을 이번 평창올림픽에 보낼 예정입니다. 아시다시피 라트비아는 썰매종목의 강국입니다. 스켈레톤, 루지, 봅슬레이의 상위권에 라트비아가 포진해 있습니다. 최근 한국이 썰매종목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평창올림픽의 썰매종목에서 라트비아와 한국이 겨루는 장이 될 것 같습니다. 양국이 모두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다가오는 2018 동계올림픽은 라트비아에게도 뜻깊은 해 입니다. 2018년이되면 라트비아 100주년(100th Anniversary of Latvia Repulic)이 됩니다. 1918 11 18일 라트비아가 독립국가로 선언한 이래로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서울시장을 만난 것은 라트비아 대사관의 개관을 알리고자 한 목적이었습니다. 이번에 라트비아가 서울에 대사관을 열게되었으니, 인사차 방문한 것이었으며 이것을 계기로 서울시와 라트비아간의 향후 공조를 해나갈 것입니다. 아직은 어떤 부분에 공조할지는 정해지진 않았습니다만 아마도 환경적인 부분의 협력을 고려중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떠나려는 기자에게 그는 자신의 핸드폰에서 노래 하나를 들려줬다. <백만송이 장미>였다. 그는 이 곡이 한국에서는 가요로 많이 대중화되었지만 이게 라트비아의 노래라는 것은 모른다고 했다. ◎

2016.06.24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