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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7/ 정치분야2/ 박근령 - 이회창 前 자유선진당 총재

상림은내고향 2021. 12. 21. 14:00

사람들7/ 정치분야2/ 

□박근령 인터뷰

2015-09-19 “아버지의 18년을 5년 동안 이루려니 얼마나 힘들겠나”

“이상하게도 우리 언론이 북한 독재자에 대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호칭을 ‘친절하게도’ 잘 써 주면서 일본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보이는 건 왜일까요. 김일성 이름 뒤에 주석을, 김정일 이름 뒤에는 국방위원장을 꼭 붙여 주고 있습니다. 김정은에 대해서도 ‘국방위 제1위원장’ 또는 ‘노동당 제1비서’를 꼭 넣어 줘요. 주석이니 국방위원장이니 제1위원장이라는 호칭은 누가 붙인 겁니까. 북한 당국 아닌가요.”

⊙ 오키나와 所在 한국인 위패 모셔오는 사업추진 도중 일본 동영상 매체와 인터뷰

⊙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도 일본에서 천황이라 호칭… 김정일ㆍ김정은 호칭은 왜 북한式으로 불러주나”

⊙ “부모님이 뭐라 하실 것 같으냐고요? 그냥 언니를 끌어안고 우실 것 같아요”

⊙ “이제야 아버지의 마음, 언니의 마음 알 수 있을 것 같다”

⊙ “세 남매 사이 나쁘지 않아… 동생과 종종 연락해”

 

  현 시점에서 이들 부부처럼 세상 사람들에게서 ‘욕’을 얻어먹는 이들도 드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朴槿姈·61)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그의 남편 신동욱(申東旭) 공화당 총재. 일본의 혐한(嫌韓) 분위기와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반일(反日) 감정이 고조되는 가운데, 박근령 이사장이 한일(韓日)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지난 7 29일 일본의 동영상 전문 포털사이트 《니코니코(NicoNico)》와 가진 인터뷰가 발단이었다. 국내 언론은 그녀의 발언 요지를 보도하며 “역사관에 문제가 있다. 일본의 의도에 넘어갔고 이로 인해 한국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며 비판했다. 논란은 종합편성채널이 이어 갔다. 방송에 출연한 일부 평론가는 박 이사장에 대해 “입에 자크를 채워야 한다” “1차원적 사고관을 갖고 있다”고 공격했다. 남편 신동욱 총재도 난타를 당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부인을 두둔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발언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내려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치권도 그녀를 강하게 비판했다. 친박(親朴) 원로 인사는 청와대를 향해 “(친·인척) 관리를 잘하라”고까지 했다. 그녀가 정신이상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언니를 VIP, 형님으로 불러

  지난 8 9일 박 이사장을 만났다. 그와의 인터뷰는 일본 발언이 있기 한 달 전에 미리 잡아 놓았다. 임기 절반을 채운 시점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주위의 평가와 개인적 생각 그리고 ‘언니 박근혜, 동생 박지만’ 등 가족 얘기를 들어볼 작정이었다. 《월간조선》과의 인터뷰는 그녀가 일본 매체와 인터뷰를 하게 된 배경 그리고 발언 취지를 확인하는 것이 돼 버렸다.
 
  
박 이사장은 인터뷰 도중 눈물을 여러 차례 흘렸다. ‘아버지 박정희’ ‘언니 박근혜’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랬다. 세상 사람들은 박근혜, 근령, 지만 3남매의 사이가 안 좋은 걸로 안다.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는 어렵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동생 박지만(朴志晩) EG 회장은 작은누나와 종종 연락하며 지낸다.
 
  
박근혜 대통령은 친·인척 관리에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취임 이후 가족들을 청와대에 부른 경우도 매우 드물다. 박 대통령이 자신들을 멀리하는 이유를 동생들은 누구보다 잘 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대통령 가족을 포함한 친·인척 비리 사건은 없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국내외 현안(縣案)으로 힘든 처지에 있다. 정치현안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경제살리기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북한 문제는 물론 대일(對日)관계는 꼬일 대로 꼬였다.
 
  
이를 바라보는 박 대통령 가족들의 심정은 어떨까. 동생 박근령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VIP, 형님을 보면 아버지 생각이 절로 떠올라요. 가슴이 아파 눈물은 저절로 나와요. 형님도 저렇게 고생하는데 아버지는 과연 어떠셨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드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아버지께서 짊어지셨던 그 무거운 짐을 이제서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통령의 동생이라는 입장을 떠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박근혜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해요. 대통령의 성공은 국민의 성공과도 직결되니까요.
 
  
동생은 언니를 ‘VIP’ 또는 ‘형님’이라 불렀다.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언니’라고 부를 경우 사적(私的) 관계를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 했다


  
6개의 사전 질문

1965년 박정희 정부가 한일(韓日) 국교정상화를 위한 회담을 추진하자 당시 야당 중진 인사들(왼쪽 두 번째 윤보선 전 대통령)과 대학생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는 어떻게 하게 된 거죠.
  
“일본 오키나와에 아버지께서 세우신 ‘한국인 위령탑’이 있어요. 이 탑은 태평양전쟁 당시 조선인 학도병 740분의 유골을 수습해 세운 것이지요. 오랫동안 일본 후지키 쇼겐 스님께서 그곳을 관리해 오셨는데 그분이 돌아가신 후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어요. 스님은 1964년 한국에 와 아버지로부터 휘호와 약간의 지원금을 받아 위령탑을 세웠습니다. 제가 오키나와에 있는 위패를 제주국제평화공원으로 모셔오는 일을 하고 있어요. 1년 전에 만든 사단법인 아시아문화콘텐츠연합 총재 자격으로 말이에요. 그런 와중에 종전(終戰) 70주년과 아버지께서 추진하신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일본 도쿄에 있는 한 지인의 소개로 《니코니코》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어떤 매체인지 사전에 알았나요.
  
“동영상 중심 포털사이트 《니코니코》는 ‘일본의 유튜브’로 알려져 있어요. 얼어붙은 한일 양국관계에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로 특집방송을 기획했어요. 그래서 영국 《BBC 월드와이드》에 제3자적 관점에서 한일(韓日)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고, 그 일환으로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된 겁니다.
 
  
―현직 대통령의 친동생으로서 일본 쪽에서 받아들이는 무게감은 달랐을 것 같은데요.
  
“한일 국교정상화를 이룬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이 큰 동기가 됐던 것 같아요.
 
  
―영국 《BBC 월드와이드》가 만든 다큐멘터리는 봤나요.
  
“글로벌 환경에서 서양인들이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우리가 볼 때는 언짢은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도 불리한 부분이 적지 않았어요. 그 프로그램이 나간 후 일부 일본 네티즌들은 ‘왜 우리를 나쁘게 다뤘느냐’며 항의를 했다고 해요. 견해는 다를 수 있지만 서양인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다룬 것 같아요. 특히 두 분의 일본 천황과 8명의 역대 일본 총리가 사과를 한 내용도 들어 있어요.
 
  
일본 《니코니코》 측은 박 이사장에게 인터뷰를 앞두고 여섯 개의 사전 질문을 보내 왔다. 말끔하게 정리된 질문은 아니었다.
 
  
1.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해야 했던 인간 박정희, 아버지 그리고 대통령 박정희의 딸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2. 
가정환경은? 친일적 교육을 받았는지.
 
  3. 
언니이신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왜 일본에 대해 강경자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지.
 
  4.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한국민들의 평판은 어떤지.
 
  5. 
타이즈, 잣트, 바인드를 보신 소감은.
 
  6. 
앞으로 한국과 일본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인터뷰는 지난 7 29일 도쿄 《니코니코》 본사 스튜디오에서 100분가량 진행됐다.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인터뷰는 사전 질문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김정일, 김정은은 그들의 호칭 불러 주면서 천황은 왜 안 되나”

▲1969년 1월 청와대 뒤뜰에 눈이 쌓이자 박근혜ㆍ근령ㆍ지만 3남매가 눈사람 만들기를 하다 기념 사진을 찍었다. 세간에는 이들 사이가 좋지 않은 걸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과는 다르다고 박 전 이사장은 주장한다.

 

  박근령 이사장은 인터뷰 초반에 일본인들이 한국에 보낸 관심과 성원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겨울연가’를 비롯해 우리가 만든 드라마를 좋아하고, K팝도 환호하는 것에 대해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고마움을 표했지요. 한류(韓流)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일본이잖아요. 한류 분위기를 만들고 사랑해 준 것에 감사의 표시를 한 겁니다. 과거 일본 황후께서 한국 수녀님 한 분의 청을 받아들여 경기도 안성에 한센인병원을 건립해 주신 데 대해서도 감사드린다고 했습니다. 비록 민간 차원에서, 또 개인 자격으로 인터뷰를 했지만 전국의 일본인에게 얘기하는 것인 만큼 외교적 수사(修辭)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오키나와에 있는 한국인 위패를 관리해 오신 쇼겐 스님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고요. 그런 얘기를 하는 동안 ‘천황폐하’ 얘기가 나온 겁니다. 그걸 가지고 국내 언론이 문제를 삼은 거예요.
 
  
박근령 이사장은 평소 얘기를 길게 하는 편이다. 핵심을 먼저 얘기하기보다 상황의 전후(前後)를 설명하고 마지막에 결론을 말한다. 이런 그녀의 스타일과 화법(話法)이 때론 공식적인 자리에서 화를 자초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일본 인터뷰도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요즘 같은 한일관계라면 ‘천황폐하’라는 호칭이 문제될 수도 있지요.
  
“일본 헌법 제1조는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며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 그 지위는 주권이 소재하는 일본 국민의 총의에 기초한다’라고 돼 있어요. 한마디로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이지요. 서양에서는 황제를 Emperor라고 하는데 ‘E’를 대문자로 표기하는 이유는, 천황이라는 단어가 고유명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당 국가의 최고 상징에 대해 그 나라 사람이 부르는 대로 불러주는 것이 외교상 예의(禮儀)라고 어릴 때부터 배웠습니다.
 
  
박근령 이사장은 김대중(金大中)·노무현(盧武鉉)·이명박(李明博) 대통령도 일본을 방문해 ‘일왕(日王)’을 ‘천황(天皇)’이라 부른 사례를 누차 강조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께서 1998년 일본을 방문할 때,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앞으로 일왕이라는 표현 대신에 천황이라는 호칭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천황폐하’ ‘총리각하’라고 하셨고, ‘위안부 피해자 분들을 한국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도 하셨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함으로써 일본의 반성을 유도하려고 했다’고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일본에 가셨을 때 천황이라 부르면서 외교적 예를 갖췄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방일 시 천황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이면서 인사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태평양전쟁 때 서로 전승국과 패전국의 관계입니다. 물론 중국도 천황이라 부릅니다.
 
  
―일본이 우리를 대하는 것과 미국·중국을 대하는 데에는 차이가 있지요.
  
“왜 그럴까요. 외교는 감정만 앞세우면 안 됩니다. 사회생활에서 개인 간에도 그런데 하물며 국제관계에서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봅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예요. 국민을 대상으로 현실을 잘 보여줘야 해요. 일제 치하에서 우리 민족이 겪었던 아픔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친일(親日)은 절대 안되고 반일(反日)은 지고지순(至高至純)인 것만 계속 강조하면 현실을 오판(誤判)하고 다른 모든 가치를 포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익을 해치게 됩니다. 우리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뜻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이상하게도 우리 언론은 북한 독재자에 대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호칭을 ‘친절하게도’ 잘 써 주면서 일본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보이는 건 왜일까요. 김일성 이름 뒤에 주석을, 김정일 이름 뒤에는 국방위원장을 꼭 붙여 주고 있습니다. 김정은에 대해서도 ‘국방위 제1위원장’ 또는 ‘노동당 제1비서’를 꼭 넣어 줘요. 주석이니 국방위원장이니 제1위원장이라는 호칭은 누가 붙인 겁니까. 북한 당국 아닌가요. 그들이 불러 달라는 대로 다 해 줍니다. 이제 우리 국민도 국제정세의 변화와 흐름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광개토대왕처럼 큰 외교 해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박근령, 신동욱 부부.

 

박 이사장은 다른 질문에 앞서 이 얘기를 조금 더 해야겠다고 했다.
 
  
“며칠 전 북한군이 휴전선 남방한계선까지 내려와 지뢰를 몰래 묻고 돌아갔잖아요. 그래서 우리 군인 두 명이 크게 다쳤고요. 우리는 지금 북한과 휴전 상태입니다. 우리 언론은 이런 상황을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적국(敵國)의 지도자에게는 그들이 원하는 호칭을 꼭꼭 붙여 줍니다. 우리 정치권은 북한인권법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어요. 미국은 이미 2005년에 북한인권법을 만들었잖아요. 부끄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신사참배를 거론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는 취지의 말은 왜 했나요.

▲1998년 일본을 국빈 방문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아키히토 일왕을 ‘천황’이라 불렀다. 노무현ㆍ이명박 대통령도 외교관례상 동일하게 불렀다.

 

  “제가 정치는 잘 모르지만, 국제관계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아요. 살아 오면서 체득한 측면도 없지 않아요. 미국은 현재 우리에게 일본과의 우호관계를 더욱 긴밀히 해주기를 원하고 있어요. 우리 입장에서는 할 말이 많지만 미국의 중재 노력을 잘 생각해 봐야 해요. 어느 기자가 얼마 전 미국 국무성 고위 인사에게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참담하고 끔찍한 인권침해다’라고 답했어요. 그런데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연이어 물었더니 ‘그것은 일본 국내 문제이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우리 입장과는 많이 다르지만, 미국 고위 인사가 왜 이런 입장을 보이는지 우리는 차분히 따져 봐야 해요.

 

1965년 아버지께서 온갖 반대도 무릅쓰고 한일 국교정상화를 추진한 것은 ‘과거에 얽매여서는 미래가 없다’는 걸 간파하셨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박근혜 대통령도 얼마 전 한일수교 50년을 기념해 ‘한일 협력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말씀하셨지요.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통해 양국 관계를 공고히 하자고 하신 겁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이 이런 부분은 크게 부각하지 않았어요. 안보불감증 때문이라 생각해요. 핵무기를 갖고 있는 북한 정권을 뛰어넘어 통일을 이루려면 미국, 중국은 물론 일본까지 우호관계를 잘 유지해야 해요. 언론에 계시는 분들은 이제부터라도 넓은 시야로 한반도와 세계를 보셨으면 해요.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과 진정성도 알아주시고 많은 지지를 보내 주셨으면 합니다. 진심으로 부탁드려요.
 
  
―박 이사장의 일본 발언에 대해 김용갑 새누리당 고문은 상당히 비판적이었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친·인척 관리를 잘하라는 메시지도 보냈지요.
  
“평소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입니다. 국가안보와 나라를 위해 노력하신 분이고,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때도 보안법 유지에 대해 크게 힘쓰셨고요. 천안함 폭침 때도 용기 있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의 이번 발언에 대해서는 오해하신 것 같아요. 과거와는 다르게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현 상황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10만 달러를 넘는다고 해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여건 때문에 국제관계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외교를 ‘특별히’ 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광개토대왕처럼 큰 외교를 펼쳐야 해요. 당시 후연(後燕)을 물리치기 위해 주변국들과 동맹외교를 굳건히 펼쳐나갔던 역사적 내용이 생각납니다. 하물며 일본은 광복 이후 누구보다도 가까이 지내야 할 이웃사촌입니다. 역사의 교훈을 무시하면 역사의 보복을 당한다고 합니다. 김용갑 전 의원님께서 위안부 할머니 문제나 북한인권법 제정에도 앞으로 큰 역할을 하셔서 박근혜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기를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배신’의 의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월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할 때 “배신의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근령 이사장은 “배신이란 믿었던 사람이 돌아설 때 느끼는 감정이다. 기대를 많이 했을 때 실망도 크다”고 했다.
 

  박근령 전 이사장은 자신의 일본 발언이 내용상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광복 전의 친일(親日)과 이후 친일의 개념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지금의 친일은 국익을 위한 선린우호 관계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국가와 박근혜 정부를 위해서라면 현재 자신에게 날아오고 있는 비난의 화살은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일본 현지 인터뷰가 끝난 후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일반인이 들으면 오해할 대목이 없지 않다”며 향후 파장을 우려했지만 국민들이 박 이사장의 진심을 언젠가는 받아줄 것이라 굳게 믿었다고 한다.
 
  
박 이사장은 국내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솔직하게 나타냈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하면서 ‘배신의 정치’를 언급했습니다. ‘배신’이라는 말이 나오자 20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물의 왕국을 즐겨 본다, 동물은 배신을 하지 않으니까요’라고 말한 게 화제가 됐습니다. 가족 중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이 언급한 ‘배신’이란 말을 어떻게 해석하나요.
  
“배신이란 믿었던 사람이 돌아설 때 느끼는 감정 아닌가요. 기대를 많이 했을 때 실망도 더 큽니다. 공인에게는 도의적 책임이라는 게 있지요. 대통령께서 모든 것을 고려해 그런 말씀을 하신 걸로 압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소통에 문제가 있다’ ‘정치지도자라기보다 통치자로서 다스린다’ ‘청와대는 나의 집이고 국민은 나의 국민이며 대한민국은 나의 나라로 여긴다’ ‘대통령이 아니라 여왕으로 군림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 질문을 하자마자 박 이사장의 얼굴이 갑자기 상기되는 듯했다.
 
  
“대통령께서 ‘주위 사람들의 얘기를 안 듣겠다’고 하신 적이 과연 있나요. 지도자도 사람입니다. 당대의 지도자도 일을 풀어 가는 방식이 서로 다를 뿐입니다. 국정을 풀어 가는 방식이 역대 대통령과 다를 수 있잖아요. 헌법이 적시한 것처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대통령을 ‘여왕’이라 비꼬며 정치권이 국가의 상징인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대통령을 뽑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임기가 절반에 이르니까 박 대통령을 두고 ‘2년 반짜리 대통령’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더군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분명 이 나라가 잘 안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도사리고 있다고요. 그런 분들에게, 북한이 우리나라 대통령을 향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상스런 욕을 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고 싶어요.
 
  
―임기 절반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어 오면서 가장 잘한 일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국가안보는 확실히 챙겨 오셨다고 생각해요. 통합진보당 해산과 튼튼한 사회안전망 구축에도 큰 역할을 하셨고요. 대중(對中) 외교를 발전시켜 북한으로 하여금 대남(對南)도발 야욕을 한풀 꺾게 한 것도 큰 성과라 생각해요. 물론 앞으로 하셔야 할 일이 많습니다. 국회와 언론이 많이 도와주셨으면 해요. 청와대와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지금처럼 국회가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어떤 좋은 결과물도 만들어낼 수가 없어요.

 
  
“以心傳心으로 느껴”

  ―세상 사람들이 박근혜, 근령 두 자매의 관계가 좋지 않다고 얘기하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느 집안이나 마찬가지입니다만, 가족 간에 반목하고 갈등을 빚는 것은 우선 부모님께 큰 죄를 짓는 것이지요. 우리 형제들은 부모님이 안 계시니 더욱 각별히 잘 지내야지요. 지금 이 시점에서 제가 돌아가신 부모님께 보여드릴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가족 전선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 말고는 없네요. 짝사랑이면 어떻고 일방통행이면 어떻습니까. 그래도 가족인데…. 형님은 지금 공인(公人) 중의 공인이십니다. 어느 가족이든 과거의 추억이나 부모님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하는 공통분모의 마음이 가족 간에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느끼는 게 있지요. 언론은 진실을 호도하면 안 됩니다. 방송에 나오는 토론자들도 확인되지 않은 것을 말해서도 안 돼요. 일부 인사들은 TV에 나와 하시는 말씀이 마치 우리 가족을 찢어 놓으려 하시는 것 같아요. 그분들도 가족이 있을 텐데….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지금 살아 계신다면 언니에게 무슨 얘기를 해 줄 것 같습니까.


  
박 이사장은 “아버지, 언니 얘기만 하면 마음부터 애틋하게 저며 온다”며 눈물을 또 흘렸다.
 
  
“아버지요? 어머니요? 뭐라고 하실 것 같으냐고요? 그냥 언니를 끌어안으시고 함께 우실 것 같아요. 아버지의 18년을 5년 동안 이루려 하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늘 노심초사하며 격무에 시달리는 딸에게 ‘나도 네 엄마와 함께 열심히 도울 테니 부디 용기 잃지 말아달라’고 격려하시고는 뒤돌아 서서 눈물을 훔치실 것 같아요. 제가 이번에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 때문에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과거 1965년 당시 한일협정 때 거센 저항을 받으셨던 아버지께서는 저와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의 순간을 홀로 견디신 거 아니겠어요? 지금 형님,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걸 생각하면….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출처 | 월간조선 9월호    글 | 白承俱 월간조선 기자   사진 | 徐炅利 월간조선 기자

 

□ 고(故) 박상천(朴相千) 의원

2015.08.04  노무현 정부 초기 인터뷰에서 전망, "배신과 분열의 대통령에게 미래는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갈 가능성은 全無하다"

민주당 대표를 역임한 박상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4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77세. 고인은 지병으로 최근 건강이 악화됐으며, 이날 오전 11시쯤 숨을 거뒀다. 박 전 대표는 검사 출신으로 13대 총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신민당 대변인 등을 거치며 김대중 대통령 취임 후엔 첫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아래 노무현 대통령 임기 초기에 월간조선과 가진 인터뷰를 소개한다.

 

『급진개혁 세력이 이끄는 신당에 국민들 불안』

 

  盧武鉉(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힌 1010일 저녁, 朴相千(박상천·65·전남 고흥) 민주당 대표를 서울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朴대표는 『재신임은 신당(국민참여 통합신당)을 띄우기 위한 苦肉之策(고육지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을 지낸 朴대표는 단호한 어조로 『재신임해 주더라도 盧대통령이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갈 가능성은 全無하다』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한 원내 1당에게 행정부를 맡기는 「책임 총리제」가 유일한 代案(대안)』이라고 말했다.
 
  
朴대표는 기자와 만나자마자 『방금 전 우리 당 최고위원 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재신임 문제에 대한 입장을 공식 정리했다』며 종이 쪽지 한 장을 건넸다.
 
  
민주당은 盧대통령의 재신임 요구를 ▲국정혼란과 大選자금 비리, 측근 비리를 덮기 위한 정치 도박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 ▲내년 총선을 겨냥한 政略(정략)으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재신임을 물으려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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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있었던 다음날(1011) 盧대통령이 국정 혼란의 원인을 야당과 국회의 발목잡기로 돌리자, 「재신임 조속 실시」였던 민주당의 입장은 「최도술 등 측근비리에 대한 철저한 先수사」로 바뀌었다. 1013일 盧대통령이 「정치개혁을 재신임 국민투표와 연계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민주당은 「국민투표 반대」로 당론을 확정했다>
 
  
─최측근인 청와대 前 총무비서관 崔導術(최도술)씨가 SK 등에서 돈을 받아서 문제라면 국민에게 사과하면 되지, 왜 자신의 진퇴를 묻는 방법을 선택했을까요.
  
『국민의 지지가 바닥입니다. 5점 척도」로 여론조사를 하면 지지율이 16%밖에 안 나와요. 4점 척도」를 이용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25%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정을 제대로 끌고 갈 수 없어요. 재신임으로 모든 잘못을 덮어 버리겠다는 겁니다. 측근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무엇보다 재신임을 받으면 신당(국민참여 통합신당)에 유리해진다는 점을 노린 거죠』
 
  
─어떤 방식으로 신당을 띄울 수 있을까요.
  
『여러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겠죠.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할 때 「정치권의 부패척결과 정치개혁의 과제를 내가 해결할 수 있도록 재신임해 달라」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인다든지, 「재신임을 해줬으면 이제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신당에 표를 몰아 달라」고 호소한다든지, 그렇게 하려고 들겠죠. 大選 때 盧武鉉을 지지하던 사람들을 총동원시키고, 재신임을 받으면 그 여세를 몰아 總選에서 신당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일 겁니다』
 
  
─언론에서 재신임 회부에 대해 「극약 처방」, 「배수진」, 「친위 쿠데타」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盧대통령이 이렇게 승부수를 둔 것은 아무래도 내년 4월 총선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겠죠.
  
『물론입니다. 신당을 만들었는데 신당이 뜨질 않잖아요. 신당을 만든 과정이 부도덕하고 잔인했습니다. 자신을 국회의원 후보와 대통령 후보로 공천해 준 정당, 당선을 위해 뛴 100만 당원을 무시하고 처음부터 「민주당은 없어져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어요. 盧대통령은 배신과 분열의 대통령입니다. 盧대통령이 처음에는 「개혁신당」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진보·이념 정당이 인기가 없으니까, 느닷없이 통합신당이라는 말을 꺼냈어요. 국민들은 급진 개혁세력이 이끄는 신당의 실체에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국정 혼란의 원인은 盧武鉉의 무능과 부패

    ─盧대통령과 청와대는 「정면 돌파」를 얘기합니다. 과연 정면 돌파가 될까요.
  
『국정 혼란의 원인은 오락가락하는 盧武鉉 대통령의 말과 정책입니다. 국민들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盧대통령 측근 가운데 뇌물 수수에 걸려들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뭐가 새 정치고, 개혁입니까? 설사 국민들이 재신임을 해준다고 해도 국정 혼란을 초래한 국정운영 시스템과 사람이 그대로인데 무슨 변화가 있겠습니까? 盧정권은 무능하고 도덕성에 흠결이 많아 再起(재기)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집권세력이 제시한 국민투표는 대부분 가결됐습니다.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이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盧대통령도 이걸 노리는 것 아닐까요.
  
『국민들의 동정심을 얻으려고 재신임 카드를 꺼냈을 겁니다. 「대통령된 지 얼마 안 됐는데 힘을 몰아 줘야 할 것 아니냐」는 심리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겠죠. 하지만 재신임하면 국정혼란이 수습되고, 추락된 盧정권의 도덕성이 회복됩니까? 盧대통령이 앞으로 잘할 것이라고 국민들이 판단하겠습니까?
 
  
─한나라당이 「연내 국민투표 실시」를 당론으로 정했습니다. 민주당의 입장은 어떤 겁니까.
  
『대통령이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을 길게 끌고 가서는 안 됩니다. 재신임을 묻겠다면 빠를수록 좋다는 겁니다』 


  
『국회가 국민 대표 기관임을 무시』

  ─헌법과 법률에 합당한 재신임 방법은 아무래도 국민투표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국민투표로 대통령의 신임을 묻는 것 자체가 헌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입니다.
  
『양론이 있어요. 헌법에는 외교·안보 정책, 국가 안위에 관한 주요 현안을 국민투표에 회부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신임을 물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대통령에 의한 국민투표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하겠다고 했으니까, 방법을 내놓아야 합니다』
 
  
─국민투표에 의한 재신임이 헌법에 위배된다면, 국회에서 탄핵을 통해 盧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방법도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재신임 약속을 번복한 것도 아닌데, 탄핵을 얘기하는 건 아직 빠르죠』
 
  
─탄핵을 검토하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은 대답하기가 곤란합니다』
 
  
─盧대통령은 소수 여당인 민주당을 깨고, 자신의 통치기반을 더욱 더 쪼그라들게 만들었습니다. 민주당의 秋美愛(추미애) 의원은 盧대통령의 행위를 『대의정치를 전면 부인하는 전대미문의 헌법 위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盧대통령은 이렇게 지지기반을 스스로 파괴하고 나서, 국정 혼란을 걱정하면서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게 제가 만나본 外信(외신) 기자들의 공통된 반응입니다.
  
『盧대통령은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겠다」고 여러 번 얘기했습니다.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걸 완전히 무시하는 자세입니다. 국민 대표기관으로서의 국회를 두고 있는 헌법적 제도와 정면 충돌합니다. 이번 재신임도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겠다는 전략의 하나로 봐야 합니다. 盧대통령은 앞으로 정치권 전반에 대한 극심한 不信을 조장하고, 기존 정당을 공격할 겁니다』
 
  
─대중 동원 노선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겠죠. 하지만 20% 안팎의 지지율로 盧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신당은 「새 정치 對 낡은 정치」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습니다. 盧대통령은 지난 917일 광주 전남 언론인 간담회에서 민주당을 「기득권 세력」이라고 공격했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낡은 정치세력」으로 몰아붙여 깨겠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 아닌가요.
  
『盧대통령과 신당의 주장은 객관적인 사실과 전혀 맞지 않는 「말의 盛饌(성찬)」에 불과합니다. 민주당은 1993년과 1994년의 정치개혁을 주도했습니다. 지방자치를 실현시켰고, 돈 못 쓰는 공직선거법을 만들고 텔레비전 선거를 도입했습니다. 후원회 제도를 도입했고,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한국의 실질적 민주화를 가져온 이 모든 정치개혁을 민주당이 주도했고, 그 주역 중의 한 사람이 접니다.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도입하는 사회개혁을 했습니다. 이게 개혁이 아니면 뭐가 개혁입니까? 이런 개혁을 단행한 정당이 어떻게 反개혁, 기득권 세력입니까?
 
  
이 부분에서 朴대표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가 뿜어 대는 담배 연기로 주변이 뿌옇게 변했다. 민주당을 깨고 신당 창당에 나선 이들에 대해 그는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세상이 다 아는 신당의 「출생의 비밀」

  『신당 만든다는 소위 진보성향의 사람들이 뭘 개혁한 게 있습니까? 386이라는 젊은 국회의원들이 누구 돈을 받아서 총선을 치렀습니까? 세상이 다 아는 「출생의 비밀」을 감추고, 자기들만 개혁세력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치개혁을 이끌어온 주역들이 전부 민주당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도대체 신당이 얘기하는 개혁의 실체가 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역구도를 온존시키고 있다, 망국적인 지역구도를 타파하겠다」는 게 신당이 내세우는 가장 중요한 구호 아닌가요.
  
『상향식 공천을 하자고 민주당에서 제일 먼저 주장한 사람이 접니다. 우리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개현안은 상향식 공천을 더 강화할 겁니다. 민주당은 영남 출신 대통령 후보를 내세웠고, 호남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영남후보를 지지했습니다. 지역감정 극복의 토대를 마련한 거예요. 이제 영남에 가서 「민주당이 영남 대통령을 만들어 냈다. 영남도 이제 민주당을 좀 도와달라」고 호소하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지역 기반은 획기적으로 확대됐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신당은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도를 더 강화시키게 될 겁니다』
 
  
─민주당 자체로 大選 당시의 黨 대선 자금 운용을 조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새로 나온 사실이 있습니까.
  
『大選 당시 민주당의 사무총장이었던 李相洙(이상수) 의원이 SK 등에서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습니다. 李의원이 大選이 끝나고 당무회의 석상에서 「45억원이 남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신당 만든다는 사람들이 민주당사 임대료 30억원을 연체시켜 놓고 나갔습니다. 그렇게 많은 정치자금을 받아 놓고, 왜 희망돼지를 돌려서 돈 없는 서민들에게서 선거자금을 모읍니까? 이게 깨끗하고 개혁적이라는 사람들이 하는 일입니까?
 
  
─그분들이 정치 이벤트와 이미지 메이킹에 강했던 거겠죠.
  
『그래서는 안 되죠. 돈이 있으면서도 없는 척 가장해서 서민들에게 돈을 걷는 게 어떻게 새 정치고 개혁입니까? 엄청난 大選잔금이 남았다고 말해 놓고, 당사 임대료를 연체시키는 행동이 개혁입니까? 더 큰 게 많지만, 나타난 게 이 정도입니다』
 
  
─민주당과 신당이 갈라서게 된 쟁점이 당 내부 개혁안이었죠.
  
『당 개혁안은 舊주류와 新주류가 합의했습니다. 전당대회 때까지 「현행 지도부로 갈 것이냐」, 「임시 지도부를 둘 것이냐」로 맞섰던 겁니다. 이걸로 결렬됐습니다』
 
  
─왜 그런 겁니까.
  
『新주류는 現 지도부를 사퇴시키고, 新 주류가 과반수가 넘는 임시 지도부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전당대회를 하지 않고 몇 사람이 주장해서 당 지도부를 마음대로 바꾸면, 黨權(당권)에 정당성이 없어요. 대통령을 국민이 선택해야지, 국가보위비상대책회의에서 선출할 수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입니까』
 
  
─당권을 新주류에 내주더라도, 민주당이라는 정당을 보존하지 그랬습니까.
  
50년 이어온 정통 민주정당을, 大選에서 승리한 직후에 그것도 민주당이 당선시킨 대통령이 깨겠다고 나섰습니다. 애당초 盧대통령과 청와대는 각 당에서 진보 성향의 의원들을 뽑아내 새로운 정당을 만들 구상이었습니다. 그게 사실로 드러났지 않습니까. 盧武鉉 정권 출범 때 이미 민주당의 분당은 예정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당을 만들겠다는 정치 구상 자체가 시대착오입니다. 순수 진보 이념정당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게 시대와 정치의 흐름입니다. 국민정당 민주당을 없애고, 사라진 이념 정당을 만드는 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겁니다. 그래서 그걸 막기 위해 싸운 거예요』
 
  
朴대표는 분당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재미있는 비유를 하나 했다.
 
  
『솔로몬 왕이 한 아기를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는 두 여자한테 「반으로 나눠 가지라」고 했습니다. 「포기하겠다」고 나선 여인을 生母라고 판정을 했어요.
 
  
우리도 「新주류에게 다 내주더라도 민주당이라는 아이는 살리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못 했느냐? 솔로몬의 재판에 나오는 가짜 엄마는 아이가 없으니까, 데리고 가서 기르려고 한 겁니다. 민주당을 차지하겠다는 新주류는 「민주당을 반드시 없애겠다, 죽이겠다」는 자세였습니다. 양보하면 데려가서 죽여 버릴 게 확실한데 우리가 어떻게 민주당이라는 아이를 내줍니까? 


  
신당과의 연합은 없다

  ─내년 총선 이후에 신당과 연합할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까.
  
『양당 간에 골이 너무 깊어서, 그런 얘기 하기가 어렵습니다』
 
  
─盧대통령에게 『책임총리제 大選 공약을 조기 이행하라』고 여러 번 촉구했는데, 이원집정부제로의 改憲(개헌)을 염두에 두고 얘기하는 건가요.
  
『이원집정부제, 분권형 대통령제를 改憲 없이 시행하는 게 책임총리제입니다. 개헌은 국민적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개헌하지 않고 분권형 대통령제를 시행하라는 거죠. 책임총리제 시행 시점은 내년 총선 직후가 좋습니다. 제가 말하는 책임총리제는 통일·외교·국방은 지금처럼 대통령이 행사하고, 나머지 내정에 관한 권한은 국회 과반수 연합에서 나온 총리에게 주는 제도입니다. 그 총리가 失政했을 때는 내각제下의 총리와 같이 국회 불신임 결의로 퇴진하게 하면 됩니다』
 
  
─민주당에서 분리해 나간 「국민통합 신당」에서는 『盧대통령의 책임총리제 실시 大選 공약은 「지역구도를 완화하는 중·대 선거구제로의 전환이 전제조건이다. 전제조건이 이뤄지지 않아서 책임총리제 공약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합니다.
  
『처음 大選공약으로 얘기를 꺼낼 때는 전제가 없었고, 나중에 중·대 선거구 얘기를 갖다 붙인 거예요. 전제가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대통령이 장악하고 있는 국회 의석이 전체의 20% 남짓입니다. 국회에서 반대하는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국회와 대통령이 대립하면 국정이 한발도 나가지 못합니다. 혼란과 충돌을 막는 길은 국회 다수당 연합과 내각을 일치시키는 방법밖에 없어요. 생소한 얘기도 아니고, 盧대통령 당신이 大選 때 약속까지 했으니까, 하라 이거예요』
 
  
─재신임 문제와 관계없이 책임총리제는 관철시킬 생각입니까.
  
『책임총리제는 두 가지 이유로 선호됩니다. 하나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분산시켜 권력형 부패를 방지하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국회의 다수당 연합과 내각을 일치시켜 정부와 국회의 대립 갈등을 막자는 겁니다. 盧대통령이 당초 大選 공약으로 내세울 때는 권력형 부패방지를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중점이 대통령과 국회의 대립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으로 옮겨졌습니다』
 
  
─朴대표가 『盧대통령의 마음은 급진 개혁세력이 실권을 쥔 정당에 있다』고 비판했더군요. 민주당의 「중도개혁 노선」은 어떤 겁니까.
  
『민주당은 중산층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중도 개혁적 국민정당입니다. 특정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계급정당과 구분됩니다. 우리 黨의 정강정책, 노선은 미국의 민주당과 비슷합니다. 민주당은 합리적인 진보와 중도세력, 개혁적 보수세력이 혼재돼 있습니다. 이념적으로 분류하자면 중도정당입니다. 급진개혁정당인 신당과는 이 점에서 확연히 다릅니다』  


  
햇볕정책의 문제점 시정하겠다  
  

─지난해 봄 민주당 大選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盧武鉉 후보가 당선된 직후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金元吉(김원길) 의원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盧武鉉 후보는 極左적인 이념 성향을 가진 정치인이다. 그 사람의 노선과 민주당의 중도노선은 정면 배치된다」고 지적했더니, 金元吉 의원이 『盧후보가 우리 黨의 노선으로 와야 한다. 민주당 노선으로 오지 않으면 盧후보는 우리 당의 후보가 아니다』고 장담했습니다. 하지만 盧대통령은 민주당을 『기득권 세력』이라고 공격하면서, 민주당을 깨버렸습니다. 민주당의 비극은 盧武鉉이라는 左派 정치인을 후보로 선택한 순간 시작된 것 아닐까요.

  『盧武鉉 대통령이 민주당의 공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국민 참여 경선」 때문이었습니다. 당원이 선거인단의 50%, 일반 국민이 50%를 차지했습니다. 국민 선거인단이 각 계층을 골고루 대변해야 하는데, 盧武鉉을 지지하는 「노사모」 집단이 조직적으로 국민경선에 대거 참여했습니다』
 
  
─국민참여 선거인단의 대표성이 왜곡됐다는 말입니까.
  
『노사모가 조직적으로 참여한 것이 나타나 있지 않습니까. 경선 당시로서는 盧武鉉 후보의 이념성향을 판단하기 어려웠어요. (盧대통령의) 이념도 이념이지만, 미숙함이 더 큰 문제로 보입니다』
 
  
─金大中 정부의 햇볕정책을 둘러싸고 우리 내부의 이념갈등이 증폭됐습니다. 5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金正日의 비밀계좌에 불법 송금한 사실을 「포용정책」이라는 말로 호도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민주당이 중도노선을 견지하겠다면, 햇볕정책에 대한 입장 정리가 필요한 것 아닌가요.

  『남북 평화체제 구축 정책은 우리 黨의 확고한 방침입니다.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북한을 고립 붕괴시킬 것이냐, 공존하면서 교류해서 평화통일을 지향하느냐. 후자가 햇볕정책입니다. 우리 黨은 그걸 지향합니다. 햇볕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북한에 끌려다녔다든지, 주기만 하고 북한의 변화를 촉진시키지 못했다는 점은 시정해 나갈 겁니다』
 
  
─북한이 『폐 연료봉 8000개를 모두 재처리했다. 核 무장을 진행하고 있다』고 핵공갈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금강산관광, 평양 육로관광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경협은 진행한다」는 입장을 견지할 겁니까.

  『햇볕정책을 추진한다고 북한의 핵보유를 허용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이 핵을 가지면 일본이 핵무장합니다. 며칠 전 대만 정당의 당수가 왔는데, 「북한이 핵을 가지면 대만도 갖겠다」고 했습니다. 한국도 핵을 안 가질 수 없습니다. 핵을 보유하지 않으면 북한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합니다』  


  
宋斗律 사건은 사실과 法대로 처리하면 된다

  ─미국 사람들이 잘 쓰는 표현으로 「레드 라인」이 있습니다. 이 선을 넘어서면 대화고 인도적 지원이고 끝이라는 얘기죠.

  『미국은 핵실험을 당연히 레드 라인을 넘은 걸로 간주할 겁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데도 금강산관광하고 경협하고, 그렇게는 안 되죠. 분명히 「레드 라인」은 있는 겁니다. 하지만 한국의 「레드 라인」을 민주당이 정할 입장은 아니지 않습니까(웃음)
 
  
─在獨학자 宋斗律(송두율)씨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겠습니까.
  
『철저하게 진상규명을 해야 합니다. 宋斗律에 관한 실체적 진실을 찾아내고, 그 죄상에 합당한 처리를 하면 됩니다. 고민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민주인사인지 간첩인지 확인하는 게 먼저입니다』
 
  
─지금까지 宋씨가 1973년 북한 노동당에 입당했고,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권력서열 23위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한나라당 쪽에서는 『宋斗律을 구속수사하지 않으면 강금실 법무장관을 탄핵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검찰에서 수사결과를 미리 보고받았나 보죠(웃음). 우리는 검찰 수사 발표를 기다리겠습니다.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죠』
 
  
朴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대표직을 수행하게 된다. 그는 『민주당을 가장 열렬하게 지켰던 정통모임의 리더로서 당 개혁을 완성해 민주당을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총선까지 지휘할 생각은 없습니까.
  
『대표로 계속 있으면 신당이 「민주당은 지역정당이다. 대표부터 봐라」고 트집을 잡을 것 아닙니까? 非호남 출신 가운데 국민적 이미지 좋은 분을 대표로 세우고, 그 분을 黨의 얼굴로 해서 총선을 치르려고 합니다』
 
  
─민주당을 빠져나가 신당에 합류할 현역 의원들이 더 있을까요.
  
『신당 창당의 부도덕성이 드러났고, 신당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으로 인해 신당이 뜨질 않잖아요. 판단이 미숙한 사람이나 신당으로 갈 겁니다』●

출처 | 월간조선 2003년 11월호 김연광 전 월간조선 편집장

 

□정치학자 박상훈

2017.10.25  "'적폐청산'은 민주주의 아닌 포퓰리즘이나 권위주의 용어다"

 

오는 29일이면 '촛불 1주년'이다. 1  촛불은 한국 사회에 어떤 변화와 과제를 남겼을까.  23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정치발전소를 찾았다. 거기서 정치학자 박상훈(53) 학교장을 만났다. 『정치의 발견』,최장집 교수와의 공저 『양손잡이 민주주의』등으로 주목받은 이다. ‘촛불 1주년 맞아 그에게 촛불의 정치사회사적 의미와 계승을 물었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1987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가 품고 있던 '실현되지 않은 약속' 집약해서 촛불 광장에서 요구한 "이라고 말했다.

  
-‘촛불 정국’ 1주년이다. 돌아보면
우리 역사에서도  사건이었다.  사건은 시간이 지나서 먼지가  가라앉아야  보인다. ‘2016 촛불 정국 아직도 진행 중이다. 대신 나는 촛불 정국에서 회자 됐던 나라라는 말에 주목한다.” 
  
-어떤 나라 말하나
촛불을  사람들은 이렇게 외쳤다. ‘이게 나라냐?’‘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 사실 나라 정치학적으로   특별한 말이다. 예전에는 그게 민족주의의 용어였다. 가령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국권을 회복할  주로 쓰는 말이었다. 그런데 촛불 정국에서는 나라 민주주의의 용어로 쓰였다.” 
  
-민주주의 용어로서 나라 어떤 의미인가
“‘나라라는 말은 좋은 뜻에만 쓰인다. ‘신의 나라’‘동화의 나라’‘행복의 나라처럼 말이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상상된 공동체를 가리킨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건물 3층에 있는 정치발전소 사무실. 그의 책상에 자신의 얼굴을 그린 그림과 책들이 놓여 있었다.

  
-촛불을  사람들이 꿈꾸었던 공동체라면
주부들이 육아와 가사에 짓눌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향유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도 안정되게 일할  있고, 젊은 학생들의 일자리가 해결되는 . 그런 자유롭고 평등한 삶의 가치를 나라라는 말로 대신 표현했다. 그래서 광화문 광장에 고등학생이 나와서 학교 문제를 말할  감동을 받고, 노동문제를 말하는 노동자의 발언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였다. 나는 그게 ‘87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가 30년간 품고 있던 실현되지 않은 약속에 대한 요구라고 본다. 촛불 광장은  약속을 집약해서 요구한 장이었다.” 
  
-그럼 그걸 촛불 혁명이라고 불러도 되나
“1  촛불 정국에서 사람들이 원했던 것이 과연 무엇일까. 나는 그게 보다 근본적이고  변화였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촛불 혁명이라 부를만한 요소가 있었다. 그런데 혁명이란 용어는 기존의 권위구조가 개편되고, 지배적 엘리트층의 구조가 달라지고, 사회적 체제 변화를 동반할  쓰는 말이다. 그런데 촛불 이후를 보라. 기존의 정당 구조나 체제의 틀에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향과 현실 사이의 간격인가
그렇다.  사이에 간격이 있다.  간극을 어떤 사람은 실망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사람은 기대로 받아들인다. 그런 기대와 실망의 교차 속에 지금의 촛불 1주년 있는  아닐까.”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서로 다른 의견과 갈등을 놓고 토론하며 끊임없이 협력적 변화를 모색해 가는 것이 정치다"라고 설명했다.

  
박상훈 학교장은 촛불 정국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가지 시각을 설명했다. “하나는 적폐청산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협치를 통한 변화.  둘은 서로 충돌한다.”   
  
-‘촛불 정국 대한 해석이  둘로 갈라지나
사람들이  과감한 변화를 원한다고 한쪽에서는 해석한다. 그래서 적폐청산이나 구체제에 대한 변혁 내걸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다른 쪽에서는 적폐청산이나 양극화된 대립적 갈등구조 바라지 않는다.  사람들은 오히려 촛불 성공할  있었던 것은 양손잡이 민주주의 때문이라고 말한다.” 
  
-‘양손잡이 민주주의라면
대통령 탄핵은 진보 정당만의 힘으로 통과될 수가 없었다. 친박을 제외한 보수가 힘을 합했기에 가능했다. 사실상 촛불 그러한 사회적 대연정 속에서 이루어졌다. 왼손과 오른손이 힘을 합했다. 그게 양손잡이 민주주의. 그러니 정치도 거기에 부합해 협치(協治) 협력적 변화를 모색해가라는 요구다.” 
  
-그렇다면 촛불 직후에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어떤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을 전후해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적폐청산이고,  하나는 통합대통령이다. 그런데 요즘은 누가 보더라도 적폐청산 () 됐다. ‘통합대통령 특정상황의 논리에 따라 알맹이 없는 말이 돼버린  아닌가 싶을 정도다. 혹자는  대통령이 극렬 지지자들의 요구를 따라가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대통령 본인이 결정할 문제다.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서 하는 일이라고 봐야 한다.” 
  

▲정치발전소에 놓여 있던 액자들. 오른쪽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그림도 보인다.

  
박상훈 학교장은 적폐청산 옛날부터 쓰였던 말이 아니라고 했다. “‘적폐라는 말은 구한말  언론을 봐도 한번도 사용되지 않았던 용어다. 박정희 시대  구악일소(舊惡一掃)’라는 말을 썼고, 김영삼 정부에서 사정개혁을   적폐청산 부분적으로 썼다.  용어를 광범위하게 정치권으로 불러들인  박근혜 정부였다. 야당과 국회가 본인이 기대하는 개혁입법을  해주지 않자 좌익정권 10 적폐청산론 많이 거론했다. 그때 비로소 적폐 본격적인 정치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학교장은 적폐청산 민주주의 용어는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유사 공안 담론의 용어라고 지적했다.   
  
-‘적폐청산  민주주의의 용어가 아닌가
가령 남북문제에 있어서 대북포용 안보우선 찬반이 갈릴  있다. 그래서 토론과 협의가 가능하다. 그게 민주주의다. 그런데 적폐청산 맞선 ()적폐청산 있을  있나. 한쪽에서 적폐청산 내걸면 토론과 협의는 이미 불가능해진다. 나는 절대적으로 옳고, 상대는 전적으로 처벌과 청산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폐청산 오히려 반공주의의 변형된 형태에  가깝다. 메르스 사태처럼 우리 사회는 깨끗한데 외부에서 들어온 일부 병균이나 잘못된 인자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보고, 그들을 사회 공동체 밖으로 몰아내 제거하면 우리 사회가 깨끗해지리라 보는 식이다. 그건 권위주의에는 맞지만 민주주의에는 맞지 않는 방식이다.” 

 

박상훈 학교장은 "'여론조사는 시민주권을 해석하는 기초가   없고 단순한 참고 정보로만 봐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주권을 확인하는 창구는 선거가 돼야 한다" 말했다.

  
-그래도 과거의 잘못된 문제는 해결하고 나아가야 하지 않나
그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 국정원 적폐 대신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민간인 사찰 방지 대책마련이라고 명패를 붙이면 된다. 그럼 여야간 토론과 합의가 가능해진다. 사안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갈등쟁점이 되기도 하고, 합의쟁점이 되기도 한다. 정치란 눈앞에 있는 갈등도 합의로 풀어가는 일이다. 그런데 적폐청산 없던 갈등마저 만들어내는 말이다. 합의하고 협력할  있는 문제마저 갈등쟁점으로 만들어 버리면 곤란하지 않나.”   
  

▲정치발전소 책꽂이에 놓여 있던 인형. 손에 들고 있는 '유쾌한 정치실험 공동체'라는 문구가 정치발전소의 정체성을 설명하고 있다.

  
박상훈 학교장은 노무현 대통령  일구어낸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 예로 들었다. 한국전쟁 때부터 시작해 국가폭력이나 민간인 학살 등을 다루는 법이었다. 당시 보수 야당이 심하게 반대했다.  대통령은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좌익 세력에 의해 자행된 폭력까지 조사하게 했다. 결국 법이 생겼고 과거의 상처를 딛고 한국사회가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  학교장은 갈등을 합의쟁점으로 바꾼 좋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통합대통령이  중요한가
촛불 집회의 최고 계승자는 정치일 수밖에 없다. 당시에는 그게 협치라는 말로 표현됐다. 모든 정치인이 협치하겠다 했다. 그건 촛불 정신을 계승하는 일이다. 그래서 통합대통령이 중요하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59% 시민이 있다는  인정해야 한다. 대통령은 스스로 정치 위에 서있는 국가지도자라고 생각해선  된다. 대통령이 외교 관계에서는 국가지도자이지만, 대내적으로는 정치지도자가 돼야 한다.” 
  
-정치지도자가 된다는 
야당과 힘겹게 대화하고 타협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의회나 정당 바깥에서 시민사회의 환호를 받는 식으로 정치를 하려는  되짚어  일이다.  대통령이 청와대에 여야 대표를 초청해 식사하고 그러는  예전에도 해오던 일이다. 거기서 실질적인 의제를 다룬 적은 없다. 대부분 협력을 요청하는 분위기 조성 차원이었다. 넓게 보면 일종의 행사성이다. 그걸 책임있는 정치 행위로 발전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통합대통령은 하나의 이미지나 상징이 아니다. 야당과 협치를 통해 실질적인 정치 행위를 하는 통합대통령이어야 한다.” 
  

박상훈 학교장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는 여야 사이의 합의나 입법부 활동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여론조사나 공론화를 통해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권위주의 방식에  가깝다" 지적했다.

  
그는 정치인 문재인 정치인 노무현 차이를 짚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관된 의회주의자이자 정당주의자였다. 김대중 대통령도 그랬다. 일관된 가치나 이념에 따른 제대로  정당주의가 노무현의 꿈이었다. 그에 반해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전통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느낌을 준다.  대통령이 정당 대표를 지냈지만 정당 정치보다는 대선에 집중했다고 본다. 게다가 직접 민주주의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다.” 
  
-그럼 직접민주주의가 뭔가
직접민주주의의 요체는 의회나 정당의 역할이 최소화되는 거다. 그건 사실상 민주주의보다 권위주의에 가깝다.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국민을 동원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이용해 3 개헌과 유신헌법을 만들었다. 정치학에서는 의회를 중시하지 않는 직접민주주의를 보수 포퓰리즘 혹은 권위주의로 본다. 여론조사나 공론화에 기대서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그건  대통령이 경계해야  일이다. 국민의 뜻을 확인하는 통로는 선거여야 한다. 히틀러 이후에 독일은 개헌을  때도 국민투표에 부치지 않는다. 의회에서 결정한다.” 
  

▲정치발전소 책상 위에 놓인 '정치는 신뢰'라는 작은 액자가 눈에 띈다. 박상훈 학교장은 "촛불 혁명은 민주적인 규범 안에서 합의된 변화를 모색했기 때문에 세계적인 자랑거리가 됐다" 말했다.


-마지막으로 촛불 정신을 계승하려면
정치에서는 여든 야든, 진보든 보수든 옳음을 나누어 갖고 있다. 성장에 대한 관점도, 복지에 대한 관점도 옳음을 나누어 갖고 있다. 이견(異見) 통해서,  고통스럽지만 협력을 통해서 서로의 옳음을 배워가는 과정이 협치다. 그럴  양손잡이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민주주의는 그걸 통해 성숙한다. 나는 거기에 진정한 촛불 정신의 계승이 있다고 본다.”  
=백성호 기자, 사진=우상조 기자 vangogh@joongang.co.kr 
  
박상훈=충남 청양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고려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서출판 후마니타스의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는 서울 동교동에 있는 정치발전소 학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정치의 발견』『민주주의의 재발견』『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미국 헌법과 민주주의』등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2015.11.02 "공무원들 숫자가 너무 많아… 規制하고 간섭할 대상만 찾고 다녀"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핵심기술 이전 확보돼야
안 된 상태에서 추진하면리스크 몹시 크다' 〈보고서〉

"
정부 부처마다 다투어 시대착오적 연구개발을
과거에 하던 관행으로 여전히 해오고 있어"

"국방(國防) 부문 사업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 국방과학연구소 등에서 이미 다섯 차례나 사업 타당성 조사를 벌였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을 추진하느니 외국에서 사 들여와 쓰는 게 낫다는 분석도 나왔다. 결론이 엇갈리자 방위사업청이 우리에게 평가를 의뢰해왔다."

박영아(55)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을 만난 것은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논란 때문이다. 세간에는 낯선 이 기관은 정부가 수행하는 연구 개발 사업의 타당성을 최종 평가하는 곳이다.

―당시 어떤 식으로 연구가 진행됐나?
"기술성·경제성, 국가전략적 필요성 관점에서 사업 타당성을 분석해달라는 것이었다. 2013년 4월부터 약 8개월 동안 진행했다. 당시 핵심 기술 협력 및 이전을 해줄 수 있는 해외 사업체가 확정되지 않았을 때다. 우리 기관은 '현재의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개발 사업의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결론 냈다."

―부정적 결론인데…. 그 연구 결과 보고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나?
"그 직후 변동이 생겼다. 대상 기종(機種)이 쌍발형 엔진 전투기로 바뀌었고, 인도네시아와 공동 개발한다는 협정이 맺어졌다. 상황이 바뀌면서 한국국방연구원에서 다시 타당성 조사를 했다. 우리 기관에는 기술성 분석을 맡겼다. 그때도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지만 핵심 기술 이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할 경우 위험부담이 몹시 크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박영아 원장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무원들이 모든 단계에서 일일이 간섭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결국 미국에서 핵심 기술을 못 받는 걸로 확정됐으니, 그 보고서대로라면 사업 추진을 안 해야 되는 게 아닌가?
"그때는 핵심 기술 이전을 전제로 수립된 사업 계획을 평가한 것이다. 지금은 정부가 '독자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전제가 달라졌으니 다시 연구 분석을 해봐야겠지."

―당신 기관의 보고서에는 핵심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느냐에 사업 타당성이 달려 있다고 했다. 이는 '독자 개발'은 타당성이 없다는 뜻이 되지 않나?
"추가적 분석 없이 현 시점에서 내가 답변하기 어렵다. 독자 개발을 위한 구체적 전략과 비용 조달 계획 등을 세운 뒤 타당성 분석을 해봐야 할 것이다."

―설령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할 경우에도 전투기의 다른 부품·장비와 호환(互換)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아직 기술 개발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평가 결과에 따라 연구 개발 사업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가?
"예비 타당성 평가는 사업 착수 여부를 정하는 것이다. 이 시험대를 통과해야 사업 예산이 책정된다."

―정부 개발 연구 사업 전체의 통과율은?
"사전에 행하는 '기술성' 분석까지 합치면 대략 30% 선이다. 일례로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 활동이 한창 뉴스가 됐을 때, 해양수산부에서 '지속 가능한 수산자원 관리 및 이용 기술 개발 사업'을 올렸다. 하지만 성과 목표가 미흡하고 국립수산과학원의 고유 기능과 중복돼 보류시켰다. 이미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서는 중간 평가를 한다. '우수' 이상 등급 사업은 예산을 증액하고, '미흡' 등급은 감액이 원칙이다."

―해당 부처나 국회를 통해 로비가 들어오지 않나?
"다소 부탁이 들어온다. 우리 기관은 나름대로 공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결과가 나쁘게 나왔을 때 해당 부처에서는 보충 및 소명 자료를 내 다시 평가받기도 한다."

―1년에 평가할 사업이 얼마나 되나?
"100여개 된다. 올해 이런 연구 개발 사업의 전체 예산은 2조7201억원이다. 작년에는 5조3875억원이었다."

―정부가 이렇게 연구 개발 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니 놀랍다.
"과거에는 산업부와 과학기술부에서만 연구 개발 사업을 해왔다. 지금은 정부 부처마다 다투어 연구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유행(流行) 비슷하다. 아마 법무부 빼고는 다 할 것이다. 사무관이 책상에 앉아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사업도 기안해 올린다. 황당한 게 많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나?
"연구 개발 사업을 얼마나 하느냐를 해당 부처의 실적(實績)처럼 여긴다. 15개 부처에서 18개 연구 관리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기관들끼리 연계나 업무 협조가 잘될 리 없다. 관리 규정도 저마다 다르다. 그러니 부처마다 유사·중복 정부 사업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쪽 부처의 사업에 손을 들어주고, 중복된다고 다른 부처를 탈락시키기란 쉽지 않다."

―당신 기관에서 걸러주면 되지 않나?
"물론 그렇게 하지만 한계가 있다. 우리의 직무는 독립적이지만 정부 부처 산하기관이다. 압박을 안 받을 수 없다. 정부 부처보다 상위 기구에서 국가 전체를 보고 연구 개발 사업을 조정해야 한다."

 

―우리의 정부 연구 개발 사업에는 어떤 트렌드(trend)가 있나?
"우리는 경제성장이나 산업 기술 개발과 관련된 사업이 절반 넘는다. 반면 미국·영국·독일·일본 등은 경제성장 목적보다는 보건·환경·교육에 대한 투자가 많다."

―내가 보기에는 자연스러운데, 그걸 문제로 인식하나?
"복지·환경·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공재로서 역할이 더 필요하다. 중요하게 대두하는 우리 사회의 의제(議題)에 과연 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 정부 역할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은 20년 전부터 나왔지만 늘 과거에 하던 식 그대로다."

―아직 경제성장을 더 해야 하는 형편에서 그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문제는 우리 정부 사업이 경제성장에 치중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정부가 경제를 견인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민간과 경쟁하거나 중복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정부가 자동차·조선·반도체 등에 투자해 민간을 선도해왔다. 이제는 세월이 바뀌었다."

―아직은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굴러가지 않을까?
"한정된 예산에서 정부 연구 개발 사업은 민간이 하지 않지만 꼭 해야 하는 데를 찾아야 한다. 1970·80년대식으로 공무원이 민간을 이끌어가는 시대가 아니다. 산업 기술 개발 등에서 민간과 정부의 투자 규모는 7대3쯤 된다. 이미 민간이 정부를 앞서고 있다. 다시 말해 이런 부문에서 정부 연구 개발 사업은 투자한 만큼 별로 효력이 없다."

―현 정부로서는 '신(新)성장 동력'을 찾아 경제를 되살려보겠다는 절박함이 있다.
"여전히 산업화 시대에 머무른, 시대착오적 정부 연구 개발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 해오던 관행으로 투자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 국가 전략을 위한 미래 기술에 집중하지 못하고, 게다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위 '신성장 동력'도 바뀐다."

―'신성장 동력'이 바뀐다고?
"가령 이명박 정권에서는 '녹색 기술'이라는 것에 투자했다가 정권이 바뀌면 그만두고 또 다른 걸 한다. 역대 정권마다 이런 식으로 반복돼왔다. 제도적으로도 밑에서 올라오는 창의적 연구에 대한 장기 집중 투자는 어렵게 돼있다."

―제도적으로도 어렵다는 뜻은 뭔가?
"정부가 투자하는 연구 개발 사업은 길어봐야 3년 단위다. 기간을 연장해 같은 주제로 계속 연구하면 지원이 끊긴다. 노벨상 발표 때마다 나오는, 한 우물을 몇 십 년 판다는 게 우리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정부 지원을 받는 연구 사업은 1년 안에 답이 나오는 것을 주로 하게 된다."

―남의 일처럼 비판할 게 아니라, 당신 기관에서 이런 철학으로 사업 평가를 하면 되지 않는가?
"사업 평가 항목과 점수가 다 짜여 있다. 틀에 박힌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이를 어길 경우 감사(監査)를 받거나 시달린다. 정부 공무원들의 간섭과 개입이 너무 심하다. 공무원들은 전문성이 떨어지면서 모든 단계에서 일일이 컨트롤하려고 한다. 미국과 독일은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게 대원칙이다."

―담당 공무원들은 엘리트인데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말에 동의하겠는가?
"잦은 정부 조직 개편과 보직 이동으로 특히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성이 크게 떨어진다. 나는 공무원 숫자가 불필요하게 많다는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은 뭔가 일을 해야 하니까 규제하고 간섭할 대상을 찾을 수밖에 없다."

―공무원으로서는 관리 책임 역할도 있지 않은가?
"우리 기관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다. 그런데 우리 연구원 1명당 정부 공무원 2명을 지원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해당 공무원에게 보고하고 부처에 들어가 회의해야 한다. 시간 낭비와 비효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욱이 정부 공무원이 산하기관에 업무를 위탁해놓고 그 성과는 자기 것으로 가져가는 일이 다반사다. 심각한 연구 윤리 위반이 아닌가."

―실제 그런 일을 경험했나?
"일례로 우리 기관에서 올해 광복 70년을 맞아 '과학기술 성과 70선(選)'이라는 자료집을 만들었다. 미래부의 해당 국(局) 에서 보도 자료를 내고 기자 브리핑을 했다. 우리 기관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아마 다른 데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공무원들의 존재 이유가 궁금할 때가 많다. 지금은 창의와 혁신이 요구되는 세상이다. 그러려면 정부부터 혁신해야 한다. 현재의 공무원 마인드로는 백날 해봐야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으로 시작했는데, 인터뷰는 예정되지 않은 길로 갔다. 그녀는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박영아 원장은?

1979년 예비고사 여학생 전체 수석.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 석·박사, 명지대 교수, 18대 국회의원. 현 정권에서 지금 직책을 맡았다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

 

□변희재 미디어 워치 대표

2014.12.21 

 

연예인과 정치인을 제외하고 변희재(39) 미디어워치 대표만큼 인터넷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인물도 드물다. 때로는 여론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 첨예한 논쟁을 만들기도 한다.

 

‘우파논객’으로 불리는 그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트위터를 통해 내보낸다. 그의 트위터 팔로워 6만3700여명은 그가 올린 글을 순식간에 인터넷망을 통해 재전파한다.

 

트위터 상에서 변희재 대표의 표현은 거침이 없고 직설적이다. 상대에 따라서는 소위 ‘독설(毒舌)’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변희재 대표가 우파논객의 한 중심축에 서게 된 것은 거침없는 표현이나 독설 때문이 아니다. 이런 사실은 작년 11월 인터넷 '곰TV'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사망유희’라는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

 

당시 변 대표는 좌파진영의 대표 논객이자 '달변가'로 불리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NLL(북방한계선) 문제로 토론을 벌였다. 토론방송은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접속이 폭주했다. 

 

이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사전에 토론 승리 예상자에 대한 지지율 투표를 했는데 92 대 8로 진중권 교수가 앞섰다. 하지만 토론 후에는 55 대 45로 변희재 대표가 역전했다.

 

변 대표는 “토론 프로그램의 경우 시청자들 대부분이 자신의 입장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시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토론 과정에서 자기 의견을 바꾸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유례가 없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자평했다. 진중권 교수도 토론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팩트에서 밀렸다”며 사실상 패배를 인정했다. 

 

변 대표는 이날 토론의 승리 원인을 “전문서적, 논문, 남북회담 대화록을 분석하며 철저히 준비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토론회 준비를 위해 “이상철 장군 , 정천구 , 양태진 등의 서적과, 20여 편의 논문 및 보고서, 통합진보당의 NLL 관련 국회 토론집, 우파진영의 NLL 연설회 등의 자료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토론 일주일 전부터 매일 밤 NLL 관련 다큐멘터리 방송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며 현장의 영상적 감각을 머릿속에 익혔고, 직원들과 저녁마다 관련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는 “하나의 진실을 토론 당사자가 아닌 제3의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진실을 알리기 위한 열정을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며 토론에 임했던 자세를 말했다.

 

“젊은 우파 사이트 만들 것”

지난 11월 4일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여의도 한서빌딩 미디어워치 사무실에서 변희재 대표를 만났다.

 

그는 “요즘 ‘수컷닷컴’이라는 커뮤니티형 사이트 개발과 ‘월간도전’이라는 잡지 창간 준비에 정신이 없다”며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를 대체할 수 있는 힘있는 보수우파 사이트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베'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젊은 보수우파들의 집결지로 떠오른 사이트다.

 

“지금 우파진영 전체의 파워가 급상승 중인데 그 중심에 있는 일베가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습니다. 이는 운영자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일베의 하루 평균 방문자가 100만명입니다. 이런 사이트에서 운영진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뒤로 빠져 있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외부에서 비판이 들어올 때 운영진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던가 뭔가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사이트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일베의 경우 운영자가 뒤에서 손을 놓고 있으니까 좌파진영으로부터 그냥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상황이거든요. 이런 식으로 가면 사이트는 더 이상 발전을 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신생 사이트가 일베 사이트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물론 지금까지 일베가 성장하는 데는 운영자가 뒤로 빠져 있었던 덕도 크다고 봅니다. 하지만 저는 방문자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이트의 ‘사회적 권위’라고 생각해요. 일베에는 특히 좌파진영의 거짓된 논리와 기사를 잡아내는 글이 많습니다. 이런 글이 제대로 된 사회적 권위를 확보한 가운데 100만명에게 읽히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텐데, 반대 진영에서 일베를 일방적으로 ‘쓰레기’라고 몰아붙이는 상황에서는 사회적 권위가 생기지를 않거든요.”

 

-그 ‘권위’라는 것도 결국 사이트 방문자 숫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닌지.

“그러니까 지금 100만명의 방문자 숫자가 현재 일베의 권위로 나타난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처럼 ‘쓰레기’라고 일방적인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운영자까지 뒤로 빠져 있으면, 제삼자(다수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일베에서 아무리 사실에 기초한 정확한 분석과 글이 올라와도 ‘아, 그 이상한 사이트’ 하고 치부해 버립니다. 그래서 앞으로 일베가 더 발전하려면 운영자가 자기 이름을 걸고 직접 나타나서 방문자들과 소통을 하면서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죠.”

 

-‘수컷닷컴’ 이란 이름이 남자들을 위한 사이트란 느낌을 줍니다.

“우선 ‘힘있는 우파 남성’들의 놀이터가 되도록 하는 것이 일차 목표입니다. 이후 일베 수준의 방문자가 확보되면 ‘우파 포털사이트’로 선언할 겁니다. 물론 방문자가 많이 늘어나면 그때 가서 브랜드를 다르게 바꿀 수도 있겠지만, 초반에는 사이트의 확실한 성격과 방향을 잡는 게 중요하죠. 인터넷 사이트가 발전하려면 먼저 강력한 우군을 일정수준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2012 11월 곰TV '사망유희'라는 생방송 토론 프로그램에서 NLL문제로 맞붙은 진중권 교수와 변희재 대표.

 

‘인터넷상의 항공모함’인 우파포털 사이트도 필요

변희재 대표는 오랫동안 자신의 트위터 이름 옆에 ‘친노종북포털 daum 퇴출’이란 문구를 병행해 왔다. 최근에는 그 문구를 ‘미디어워치 구독’으로 바꾸었지만, 변 대표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포털 사이트의 이른바 ‘무소불위’ ‘독식현상’에 대해 꾸준하게 문제점을 제기해 온 당사자이기도 하다.

 

-평소 “우리나라 포털 사이트가 좌편향 되었다며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해 왔는데요.

“맞습니다. 국회가 관련 법을 제정하면 금방 바로 잡을 수 있는 문제지만, 현재 국회선진화법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야당이 협조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우파포털’을 만들어서 네이버, 다음 등이 얼마나 좌파성향의 포털 사이트인지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할 것입니다. 또한 현재 네이버와 다음을 통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도 팔 수가 없는 데, 새로운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를 만들기 위해서도 우파포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우파포털이 생기면 인터넷 지형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요?

“기존 포털들이 더는 ‘중립으로 위장된 좌파 선동’ 을 못 하겠죠. 기존 포털들은 자기들이 절대로 편향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가 우파포털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면 제삼자가 볼 때 기존포털의 편향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채동욱 혼외자 사건 때 포털에서 배치한 뉴스를 한번 보세요. 그게 어떻게 공정한 기사 편집입니까. 누가 봐도 그냥 ‘민중의 소리’(좌파성향의 매체) 편집이죠. 국민이 지금까지 네이버ㆍ다음 외의 다른 방향의 포털 편집을 접한 적이 없으니까 그런 편집 형태가 선동인지 아닌지 잘 눈치를 채지 못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만든 우파포털을 보고 나면 더 이상의 선동은 먹히지 않을 겁니다.”

 

-10년 전과 달리 현재는 인터넷상에서 우파의 목소리가 더 큰데요. 관련 매체도 많이 늘어났고요. 이 정도로 좌파 매체나 포털에 대한 견제가 되지 않을까요.

“이른바 인터넷 신문끼리의 대결 또는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대변되는 SNS 상에서는 우파와 좌파의 힘의 균형이 거의 5:5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이른바 ‘보병부대’나 ‘기갑부대’ 수준이라고 해야 하나. 인터넷상에서 포털은 ‘항공모함’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 우파는 항공모함이 한척도 없이 힘들게 싸우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도 우파포털이라는 항공모함을 만들어야 싸움에서 이길 수가 있습니다.”

 

진중권 교수와는 대학 학과(學科) 선후배 사이

변희재 대표는 올해 5월부터 진중권 동양대 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등의 학자들과 언론인 손석희, 정치인 박영선씨 등에 대한 석ㆍ박사 논문 표절 의혹을 줄줄이 제기했다. 

  

-수많은 정치인 중에 특정 정치인을 겨냥해 논문 표절을 밝히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작년 4월 총선 당시 민주당은 문대성 새누리당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하라고 엄청난 폭격을 퍼부었습니다. 의원직에 당선된 후에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제가 민주당 정치인 중에 먼저 박영선과 임수경 의원의 논문 표절을 한번 밝혀 봤습니다. 당연히 민주당에서는 문대성 의원에게 ‘사퇴하라’고 했던 것처럼 똑같은 반응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자기들 편이니까 괜찮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한 사람의 논문 표절을 밝히고 대응하기도 벅찰텐데 여러명의 정치인, 연예인, 언론인, 학자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상대하는 게 힘들지 않은지.

“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직원들이 찾아 놓으면 저는 트위터에 정리해서 올리는 거죠. 논문 표절을 밝히는 것보다 밝히고 나서 논문을 준 대학측을 상대하는 게 더 중요해요.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자기들이 등록금 받고 내준 논문을 표절이라고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변희재 대표와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각각 서울대 미학과 82학번, 94학번으로 선후배 사이다. 그에게 '대학 선배인 진중권 교수와 싸우는 게 불편하지 않은지' 물어보았다.

 

“진중권씨는 학교 다닐 때는 만난 적이 없습니다. 당시 진중권씨는 미학과의 신좌파 운동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미학과 전체가 신좌파 운동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저는 자유주의 노선을 띄고 있어서 미학과 전체와 졸업할 때까지 싸웠습니다. 저는 진중권씨가 신좌파 노선의 브레인 역할을 하니까 처음부터 미학과 선배로 생각하지 않고, 미학과를 망치는 주범이라고 생각했어요.”

 

-인터넷을 보니 변 대표가 ‘좌파에서 우파로 변절했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제가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좌파운동권과 싸웠는데, 어떻게 좌파를 합니까. 저에 대해서 일부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어서 따로 저에 대한 책을 하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4학년 때는 일년내내 여성운동권과 싸웠는데, 매일 아침 ‘여학생 옆에 앉으면 죽는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등교를 했을 정도에요. 술자리에서 옆자리 여학생과 건배만 해도 여성운동권측에서 성추행으로 물고 늘어질 판이었으니까요. 이 책의 상당 부분이 저의 서울대 미학과 시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김구라 욕설과 정치개입 건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변희재 대표는 지난 10월 방송인 김구라씨를 정조준 했다.

 

변 대표는 “김구라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총선 당시 기존의 노래를 개작해 만든 ‘한국을 조진 100인의 개새끼들’이란 노래에서 무차별적으로 퍼부은 인신공격과 정치적 줄 서기에 대해 단 한 번도 구체적으로 사과한 바가 없다”며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10여년 전에 김구라씨가 부산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한 발언도 미디어워치를 통해 공개했다.

 

-김구라씨의 경우 이미 정신대 할머니 비하, 김용민씨와 성(性) 관련 폭언 등으로 방송을 하차한 적이 있는데, 또다시 예전의 발언(노래)을 문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구라 건은 반드시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특정 정치권에 붙어서 다른 정치권을 인신공격으로 ‘묵사발’ 을 만든 대가로 출세한 연예인입니다. 

 

그는 먼저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해 ‘멸치대가리 개새끼들 ’라는 욕설 퍼부으며 친노종북 세력에 눈도장을 찍었고, 이후 ‘한국을 조진 100인의 개새끼들’이란 노래에서 이승만,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과 역사 인물에 대해 인신공격을 했습니다.

 

또한 이 노래에서 황수정, 백지영, 오현경 등 현역 연예인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인신공격과 허위사실까지 유포하고 있으며, 탄핵을 주도한 조순형, 김경재, 최병렬 등의 정치인은 물론, 이회창, 오세훈, 전여옥, 박진, 원희룡 등을 공격하면서 열린우리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친노세력은 김구라의 공헌을 인정, 그해(2004년) 10월 KBS 정연주 사장이 전격적으로 12시 라디오 가요광장 MC를 맡기며 출세가도를 달렸습니다. 저는 10년째 이 문제를 제기하며 김구라에게 정치에 개입해 욕설로 선동을 한 부분을 사과하고, 다시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김구라는 여전히 편향 방송을 주도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더군요. 그래서 ‘한국을 조진 100인의 개새끼들’에서 인신공격을 퍼부은 것을 ‘공개 사과하라’고 다시 요구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김구라 측에서 ‘10년 전의 일을 가지고 어떻게 사과를 하느냐’고 해서 제가 ‘그럼 지켜보겠다. 다시는 방송을 통해 정치개입을 하지 마라’고 한 상태입니다.”

 

-저질 욕설과 발언을 일삼은 사람을 공중파 방송에 버젓이 출연시키는 풍토 자체가 우리 방송계의 문제 아닌가요.

 

“그냥 저질 발언을 했으면 바로 매장당했겠죠. 저질 발언도 친노 세력한테 붙어서 했기 때문에 버텨 왔던 겁니다. 그게 부당한 것이죠.”

 
<한국을 조진 100인의 개새끼들> 가사
 
 노래: 구봉숙 트리오(김구라, 황봉알, 노숙자)
 
 부패순위 1등의 좆같은 나라
 국회의원 쌈박질 연예계비리
 나라 조진 놈들이 어떤 놈인지
 하나 하나 살펴보자 개새끼들아
 
 조선 땅을 통째로 들어 쪽바리에게
 팔아먹은 매국노 이완용
 백마타고 달려온 꼰대 이승만
 후장 빨던 이기붕
 
 허수아비 윤보선 총칼 쑤신 박정희
 유신독재 18년 암울했던 시절 한국은 좆됐다
 홀아비된 박정희 떡질 대포질
 심수봉 노래 듣다 총맞아 뒈지고
 
 깜둥이 낳은 미스정 간통 정윤희
 시집가서 애낳고 늙어만 가네
 대머리의 전두환 여배우 킬러
 뾰족 턱의 이순자
 
 아름다운 밤이에요 미스장
 자궁 떼고 좆됐네
 떡치고 재벌 된 정주영의 J이양
 뽀미언니 왕영은 아저씨한테 후루룩후루룩 한국은 좆됐다
 
 (좆됐다 이 개새끼들아~)
 
 (황봉알: 장소 홍대 쌈지스페이스 일시 2002101920일 오후 4 7시 총4
 공연을 합니다. 옵션으로 꼴리는 냄비들이 춤도 춰 이개새끼들아~
 우리 구봉숙을 모르는 사람이거나 혹시 이공연을 볼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
 꼭 보러와 이 개새끼들아 전매야~)
 
 보통자지 노태우 나라 망치고
 돌대가리 김영삼 IMF 빚더미
 음주대리 신은경 옆에 K이씨
 재벌총수 세컨드 쌍년 미스김
 
 토막 내자 자르자 불에 태우자
 지존파와 막가파
 칼에 찔린 배병수 사주 미스최
 만세 부른 미스엄
 
 뒷북치는 조성민 야구포기 빵집개업
 앙드레김은 이정재 하용수는 주진모 거기는 파열됐다
 성병 전도 미스전 걸레 같은년
 이놈 저놈 빠이뿌 모두 다 새고
 
 계몽사의 홍승표 보지를 계몽
 빨통 터진 미스리 걸레같은년
 ~양의 오현경
 백양 백지영 비디오로 좆되고 (쌤통이야 이년들아~)
 
 내숭 까던 황수정 히로뽕 맞고
 엑스터시 성현아
 질질 짜는 주영훈 줏어 먹은 신현준
 박용하도 유진 이지훈도 유진 얘들은 구멍동서
 
 병역비리 이회창 좆도 오리발
 미국새끼 유승준 돈 처먹은 은경표
 쥐새끼 서세원 수배 중에 도박질
 슈킹대장 이수만(좆됐어)
 눈깔 판다 문희준(까불지 마 이 개새끼야)
 
 쓰레기 집단 국회 흔들리는 경제 한국은 좆된다
 한국은 좆된다 한국은 좆된다
 
 (김구라: 몇몇 실명이 거론되지 않은 이름들은
 우리가 공연때 빵에 갈 각오를 하고 직접 실명을 거론하며 부를 예정입니다.
 
 노숙자: 1019,20일 홍대 쌈지 스페이스로 꼭 보러와 이 씨부르랄년들아
 
 황봉알: 보러와 이 개새끼들아)

 

인터넷을 달군 연예인 낸시랑과의 설전(舌戰)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의 얼굴 사진에 입을 맞추는 낸시랭. /낸시랭 트위터.

 

올해 5월 변희재 대표와 연예인 낸시랭과의 트위터 설전은 인터넷에 생중계되다시피 하며 관심을 끌었다.

 

논쟁의 시작은 변 대표가 올해 4월 17일 “낸시랭이 대학교 때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며 생부가 살아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일부 네티즌과 언론은 “개인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들춰내며 인신공격을 한다”고 변 대표를 비난했다.

 

“제가 낸시랭의 가족사를 들춰낸 것이 아닙니다. 낸시랭이 어렵게 살고 있는 부친을 방송에 나올 때마다 ‘교통사고 나서 죽었다’고 거짓말하며 '들장미소녀 흉내'를 내는 것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진실을 알렸던 것뿐입니다. 낸시랭은 또한 자신이 ‘BBC로부터 공연 초청을 받았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하고 다니고 있었는데, 이것도 후에 제가 거짓말이란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 사건에 앞서 지난 4월 14일 낸시랭은 일행과 함께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 얼굴 사진에 입을 맞추고, 일행 중 한명이 육영수 여사의 사진에 손가락 욕을 하는 사진 등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 가운데 낸시랭이 박 전 대통령의 볼에 입을 맞추는 사진을 한겨레 신문이 보도했다.

 

변희재 대표는 이에 대해 “누구든 노무현 생가에 가서 권양숙 여사 어깨 위에 개 한 마리 얹어놓고, 볼에 키스하고, 노무현에겐 ××하나 먹이는 사진 전시해놓으면 <한겨레>가 찬양보도 할까. 역지사지도 못하는 자들을 짐승만도 못한 자들이라 부른다”며 당사자인 낸시랭은 물론 한겨레 신문을 강하게 비난했다.

 

2013년 4월 23일 변희재 대표는 미디어 워치에 직접 쓴 <친노종북세력 최종병기 낸시랭의 비극적 몰락>(기사보기 클릭) 이란 기사에서 낸시랭 사건이 일어난 전말에 대해 자세하게 밝혀 놓았다.

 

▲변희재-낸시랭의 트위터 설전 갶쳐 화면.

 

“지성이 파괴된 시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사건 당시 우리나라 언론보도 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당시 ‘채널A’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때 조선일보가 채동욱 혼외자 문제를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방송에서 사회자들이 자꾸 이상한 질문을 하는 겁니다. ‘합법적으로 입수할 수 없는 자료를 가지고 보도를 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동아일보나 중앙일보는 합법적으로 입수할 수 있는 자료만 가지고 특종을 합니까? 말이 안 되죠. 특종이라는 것은 자신들이 할 수도 있고, 상대가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비록 경쟁사(社)라도 특종을 했으면 같이 따라붙어서 진실을 밝히는 보도를 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당연한 역할인데 채동욱 보도 사건 때는 이것이 완전히 무시됐죠.”

 

-왜 언론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시나요.

“한마디로 경쟁사의 특종은 따라갈 수 없다는 거겠죠. 인터넷 신문사끼리는 ‘낙종’이란 개념이 없으니까 경쟁매체가 특종을 하면 같이 따라붙습니다. 남의 특종도 우리가 더 세게 보도를 하면 우리 특종이 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지면이나 방송은 제한된 프레임 내에서 하다 보니까 본능적으로 경쟁사의 특종에 대해서 거부반응을 보이고 따라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 정치권이나 언론보도를 보면 도덕기준에 대한 ‘사회적 함의(含意)’라는 것이 무시되고, 그저 ‘내 편 네 편’만 있는 듯합니다.

“아무리 같은 정파라고 해도 너무한 것이죠. 자기편은 고위 공직자가 축첩하고 혼외자를 낳아도 아무 문제 없고, 자기편은 논문을 표절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면 이게 지성이 파괴된 것이 아니면 뭡니까. 민주당은 작년 7월 MBC의 김재철 사장이 일본에서 한 여자와 호텔에 투숙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물러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랬던 사람들이 그보다 더 심한 고위공직자의 혼외자녀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옹호하고 나왔습니다. 그걸 보고 저는 ‘좌파진영은 뇌가 파괴됐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선동을 하고 거짓말을 해도 자신들이 과거에 했던 말과 행동이 연결이 돼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치싸움에서 이겼으니 이젠 ‘문화싸움’ 전개할 것”

 

-창간 준비 중인 ‘월간도전’은 어떤 내용을 담을 예정인지요.

“지금 정치투쟁에서는 우파진영이 이겼다고 봅니다. 그런데도 좌파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직 문화권력 싸움에서 우파들이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파진영 내에서도 문화투쟁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세력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문화평론가 출신이고, 미디어워치 편집장이나, 수컷닷컴 대표도 문화평론가 출신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종의 문화투쟁을 위한 매체가 필요할 때라고 보고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잡지를 준비 중입니다.”

 

-좌파진영이 현재 문화권력에서 어떤 식으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건지요.

“문화싸움이라는 게 특정 상품이나 영화 같은 것을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코드싸움’입니다. 좌파들이 지난 10년간 지배해온 코드가 바로 ‘힐링코드’입니다. 그들은 청(소)년들에게 ‘너희가 얼마나 힘드냐. 내가 너희를 치유하겠어. 너는 열심히 했지만, 사회가 잘못된 거다’ 이런 식의 코드를 주입합니다.

 

저는 거기에 대응하는 우파의 문화코드를 ‘도전(挑戰)’이라고 본 겁니다. ‘너희가 이 상황을 헤쳐나가 야 한다. 사회가 너희가 갈 길을 대신해 해줄 수 없다’는 것이 도전코드죠. 그래서 모든 도전하는 이야기를 모아서 소개할 것입니다.”

 

-문화투쟁이란 게 결국 청년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는 것과 연결된 거 아닙니까.

“그것과는 약간 다른 이야기인데요. 제가 말하는 문화싸움이라는 것은 이승만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 이병철 전 삼성회장이 옳다거나 그르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청년들이 자기계발 시장을 보도록 돕겠다는 겁니다.

 

자기계발 시장에서 이승만과 박정희, 이병철이란 존재는 자신이 성공하고 출세하기 위해 배우는 대상이 되는 겁니다. 따라서 문화싸움의 개념은 ‘누가 옳고 그르냐’가 아니라 ‘누가 나의 삶에 도움이 되느냐’를 따지는 것이며, 결국 청소년들에게 ‘누가 멋있느냐’로 보이게 포장하는 싸움입니다. 일종의 스타일 싸움이죠.”

 

“이승만, 박정희, 이병철 같은 위인이 우파의 자기계발 콘텐츠”

-어쨌든 좌경화된 우리 사회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문화싸움이 필요하다는 것 아닌가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로 가기 위한 싸움은 정치싸움이고, 정치싸움에서는 우파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문화싸움이라는 것은 정치싸움에서 이긴다는 전제하에 각 개개인의 삶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입니다.

 

이제 정치싸움에서는 어떠한 경우든 좌파가 이길 수 없는 상황이고, 앞으로도 이 상태가 지속될 겁니다. 이대로 가도 우파정권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는데, 설사 우파가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개인의 삶이 계속 피폐해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각 개인이 얼마나 풍요롭고 자기 삶에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만드느냐가 문화싸움의 핵심이 되는 것이죠.

 

만약 좌파가 정치싸움에서 이겨서 문화싸움에 들어가면 자라나는 아이들을 계속 ‘세금의존형’ ‘사회불만형’ 인간으로 만들어서 결국 아이들의 미래를 망쳐놓을 확률이 크다고 봅니다. 반면 우파의 문화코드는 스스로 자기 삶을 개척하도록 하고, 스스로 삶을 만들어 내게 한다는 점이 큰 차이입니다. 

 

우파의 자기계발은 결국 국가와 민족이 결합한 자기계발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좌파는 이렇게 할 수가 없죠. 우파 쪽에는 수많은 위인이 존재합니다. 이승만 박정희 같은 정치인, 기업을 일군 대기업 총수나 박태준 같은 산업화 주인공 등 굉장한 콘텐츠 가지고 있어요. 이 모든 콘텐츠를 전부 자기계발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CJ E&M 채널에 대한 소송도 같은 맥락인가요.

“CJ E&M가 운영하는 ‘tvN’ 방송에서 저를 공개적으로 ‘뭐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라며 ‘금주의 이상한 놈’으로 선정하여 저의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이에 대해 5억원의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제가 CJ에 대해 이렇게 강하게 나가는 것은 CJ가 1990년대 이후 좌파 문화권력의 최소한 절반은 주도해 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문화싸움을 시작하면서 CJ를 중립으로 돌려놓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어요. 앞으로 CJ는 문화싸움에서 중립을 지키며 빠질 겁니다. 좌파들이 그동안 CJ라는 거대자본을 업고 움직였는데, 앞으로 난감해졌죠. 이 모든 것도 결국 정치싸움에서 우파가 이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안 그러면 들은 척이라도 하겠습니까.”

 

-‘자본주의 꽃’인 기업들이 왜 좌파의 문화코드를 지원할까요.

“대기업 사주들이 3세까지 오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개념이나 역사인식 자체가 없습니다. 그냥 부잣집 아들로 자란 것이죠. 그 틈을 타고 들어가 30~40대 좌파운동권들이 기업의 요직을 차지하면서 기업 분위기를 그렇게 끌고 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호남은 부산ㆍ경남 정치인 거부하고 스스로 선거개혁 이루어야”

지난 10월 말 광주 MBC에서 ‘호남차별’ 관련 토론을 기획하고 변희재 대표를 1순위로 섭외했지만, 갑자기 섭외를 취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광주 MBC 측에서는 “변희재 대표가 우파논객 중에 거의 유일하게 호남 문제를 꾸준히 다뤄온 것을 알고 있어 제일 먼저 섭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변 대표는 “토론 직전 민주당의 박용진 대변인이 ‘민주당에서는 변희재 대표와 토론을 하지 않는다는 게 당론’이라고 하는 바람에 토론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변 대표는 이른바 ‘호남차별’ 문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앞으로 호남인들이 스스로 선거혁명을 이루지 못하면 호남의 청년들에게 미래가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가면 호남이 전국적으로 소위 ‘왕따’를 당해요. 민주당은 부산ㆍ경남 지역 출신들을 내세워 ‘너희(호남인)의 표만 필요하니 너희 스스로 지도자를 만들 엄두도 내지마’라고 하는 것 아닙니까.

 

반대로 부산지역 출신 정치인들은 ‘우리에게 몰표를 주면 권력을 잡아줄게’하는 식이죠. 왜 이런 기회주의자들의 노예로 잡혀서 호남의 아들ㆍ딸들이 왕따를 당해야 합니까. 지금부터라도 호남인들은 부산ㆍ경남 출신 정치인들의 ‘신탁통치’를 거부해야 합니다.

 

호남 스스로 지도자를 키워 2017년 대선을 목표로 힘을 모아가야 합니다. 분명한 건 호남인들이 묻지마식 몰표행위를 멈추지 않기 때문에 노무현, 문재인에 이어 박원순, 안철수까지 호남인들은 늘 부산ㆍ경남 출신 정치인들만 섬겨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자기 지역 출신 정치인이 나왔을 때는 몰표를 주어도 괜찮다는 건가요.

“그건 당연히 괜찮죠. 대구출신 정치인에 대구에서 몰표가 나오고, 호남출신 정치인에 호남에서 몰표가 나오는 것 정상적인 투표입니다. 그러나 단지 다른 지역의 정치인 당선을 막기 위해 호남에서 부산 출신 정치인에게 90%의 몰표를 주는 것은 세계 정치사적으로도 초유의 일일 겁니다. 2002년 노무현 후보의 몰표까지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작년 대선의 부산 출신 문재인 후보에게 몰표를 준 것은 무슨 말을 갖다 붙여도 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정치인들 비판할 때 소위 '뒤탈'은 걱정 안 됩니까. 

“제가 우파논객 중에서도 좀 세게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아무리 세게 나가도 저는 고소 못하더라고요. 사실(fact)을 이야기하니까요. 같은 비판을 했는데도 저만 쏙 빼놓고 고소하는 경우도 여러 건 있습니다. 소송이 들어오면 제가 직접 상대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조직이 상대적으로 10년 정도 젊은 우파그룹이다 보니까 좌파진영에서 우리와 싸우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다만, 방송사에 항의 전화를 한다거나, 표적감사 등으로 TV 출연을 못하게 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결혼은 안 하세요.

“장남이니까 해야죠.”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아직 면허증이 없습니다. 여의도 주변 방송국은 가까우니까 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좀 먼 거리는 버스를 탑니다.”

조선일보

 

□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2016년 12월16일  파워인터뷰  문화일보

▲  손봉호 대표가 지난 14일 나눔국민운동본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촛불집회를 여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곽성호 기자 tray92@

 

시민운동계 원로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총리로서 권한은 맥시멈으로, 대통령으로서 권한은 미니멈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심판에 오르면서 직무가 정지된 것과 관련, “국가 위기 상황에서 법치와 준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황 권한대행의 역할 범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미 추진하는 일은 더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이 불안하지 않고 질서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안을 새로 만들거나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거나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권한대행으로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의 국정 협조를 강조하면서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데 막기만 하는 것은 표를 깎아 먹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야당이 국정을 운영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잘못하고 있다”며 “야당이 미덥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행위는 탄핵감”이라면서도 “헌법재판소 앞에서 ‘빨리 결정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재가 법과 절차에 따라 심판하도록 기다리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헌재 앞에서 촛불집회를 여는 것은 촛불의 순수성을 퇴색시키고, 촛불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손 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에선 어떤 대통령이 나오더라도 부패하게 된다”며 “개헌을 연기하자는 정치인은 현재 대통령이 가진 권한으로 대통령 한번 해보자는 속셈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정치인은 “비애국자”라며 “정말 화가 난다”고 했다. 

 

차기 대통령 선거와 관련, “이젠 대통령도 한 세대가 내려가야 한다”며 “젊은 사람들이 맘에 든다”고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기독교 개혁 운동을 추진해 온 손 대표는 “한국 교회가 돈, 명예, 권력을 너무 추구하고 있다”며 “지금 한국 교회만큼 타락한 적이 기독교 역사상 없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나눔국민운동본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이날 손 대표는 전직 총리들과 함께 총리공관에서 황 권한대행과 오찬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내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때 축하 사절 대표로 정세균 국회의장이 갈 것을 제안했다. 손 대표는 이념과 종교, 신분에 상관없이 이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곧은 소리를 쏟아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이럴 때일수록 법을 지켜야 합니다. 촛불집회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등 지금까지 온 국민이 잘해 왔습니다. 법이 잘 지켜져야 사회가 안정되고, 국민이 불안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공무원들이 중요합니다. 국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본연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야 합니다.”

 

―황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지만 국가 리더십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선출한 권력으로서 책임과 권한을 갖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총리는 국민이 뽑지 않았기 때문에 권한대행이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대통령만한 권한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황 권한대행이 소극적으로 국정 운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적극적으로 해야 할 분야가 많습니다. 치안이나 경제, 조류인플루엔자(AI) 등 현안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정부를 믿고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경제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고 안보도 불안하기만 합니다. 황 권한대행이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를 줘야 합니다. 박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책 가운데 국민이 공감했던 정책들은 흔들림 없이 진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법안을 새로 만들거나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권한대행으로서 맞지 않다고 봅니다.” 

 

―황 권한대행의 역할 범위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국무총리로서 권한은 최대한으로, 대통령으로서 권한은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외교와 국방은 대통령 직무대리로서 한시라도 방심해서는 안 될 분야입니다. 군 통수권, 외교관 접견 등은 해야 하지만 인사는 조심해야 합니다. 지금 인사는 안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야당은 당장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잠시 생각하다 사견임을 전제로) 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야당이 재검토를 요구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에 대해서도 그는 말을 아꼈다. 손 대표는 “안보 문제는 비전문가들이 왈가왈부하는 것이 맞지 않고, 전문가들이 말해야 한다”고 했다.

 

본인은 사드 배치 역시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지만 국가 비상 상황임을 감안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말은 자제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시국에 맞춰 말의 진퇴를 조율하는 원로의 풍모가 느껴졌다.  

 

―외교 공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내년 1월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 축하 사절단 대표로 누가 가는 것이 좋을까요.  

“저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미국에서도 총리보다 국회의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겁니다. 의전으로 따져도 국회의장은 국가 서열 2위이고, 국민이 선출했습니다. 임명직인 국무총리와 다르죠.” 

 

―황 권한대행 체제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만약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처럼 새로운 안을 만든다거나 새 사람을 임명하려 할 때는 야당이 막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하지만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데 막기만 하는 것은 비애국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기 표를 깎는 어리석은 짓입니다. 국민은 어느 한 곳이라도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제까지 해오던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국민이 안심하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해오던 것이 흔들리면 경제적으로도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야당이 선별적으로 간섭을 해야지 아무거나 방해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어떤 것들은 야당이 적극 도와야 합니다.”  

 

―야당으로서는 수권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닙니까.

“야당에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야당이 국정을 맡을 능력이 있다는 걸 국민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 야당의 모습을 보면 실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야당의 머리가 제대로 안 돌아간다고 봅니다. 저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지만 정권교체는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야당이 정권을 잡는 것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는데, 야당이 잘못하고 있습니다. 미덥지가 않습니다.” 

 

―여야정협의체 운영을 놓고 황 권한대행과 야당 간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야당이 여당인 새누리당을 제외한 채 야·정 협의체를 운영하자고 황 권한대행에게 제안했는데, 제가 총리라고 해도 그건 어려운 것 아닙니까. 황 권한대행이 국회의 통일된 권한을 달라고 했는데 잘한 조치로 봅니다. 국회의원 3분의 1 이상이 여당 소속이고 국민 상당수가 여당 지지자입니다. 그들을 소외시키고 국정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조기 대선이 가시권에 들면서 주자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몇몇 주요 주자의 발언을 듣고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주자들 가운데 헌법 개정을 뒤로 미루자는 사람이 있는데, 그 속셈을 보니 현재 대통령이 가진 권한으로 대통령 한번 해보자는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개헌에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같은 분은 3~4개월이면 된다고 합니다. 전 그분이 애국자라고 생각합니다. 개헌을 연기하자는 사람들이 정말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 자기들의 이해를 따지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현재 헌법으로 대통령을 뽑아 놓으면 지금과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할 것입니다. 대선 때 도와준 사람들에게 한자리를 줘야 한다는 생각은 조직폭력배 의리와 진배없습니다.” 

 

손 대표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주고 있다”며 “권한이 많으면 반드시 부패한다. 성자가 아닌 이상 이 정도 권한을 가지면 반드시 부패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헌을 미루자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이번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당도 마찬가지”라며 “정말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개헌의 방향은.  

“권한이 한곳으로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기본입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 원리로 작동됩니다. 그러다 보니 다수의 의견이 때로는 소수 의견보다 훌륭하지 않다는 문제가 발생하곤 합니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뽑히고,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자는 게 다수 의견이지만, 저는 그것이 훌륭한 의견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가 좋은 것은 권력 집중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힘은 부패하고,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만고의 진리입니다.”

 

―개헌 시 바람직한 권력구조는 어떤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 내각제를 찬성합니다. 내각제가 정착된 유럽에서 꽤 오래 공부를 했는데, 그쪽 나라에선 경찰, 검찰, 정보기관 등 권력기관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습니다. 대통령제는 기한이 정해져 있지만 내각제는 총리가 언제 바뀔지 모르니까 권력기관들이 자기 임무에 충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정치인의 도덕성을 강조했다. 국회의원에게 많은 권한이 부여돼 있다 보니 각종 이권에 개입해 타락한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국회의원의 권한을 대폭 줄이는 것이 정치개혁의 시작”이라며 “정치인은 정직하고 순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빨라지면 개헌도 안 되고, 대통령 후보 검증도 부실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런 우려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이번에 개헌을 시작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공약으로 내세워야 합니다. ‘내 임기 중에 반드시 개헌한다, 그리고 임기를 단축해 (총선과 맞춰) 물러난다’ 등을 후보들이 공약해야 합니다. 그러면 나는 그 사람이 애국자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 말 없이 이 헌법체계 안에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다면 난 그 사람을 대권욕에 빠진 사람으로 의심할 것입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법치주의가 무너진 사건입니다. 재벌 회장을 불러놓고 ‘돈 내놔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문화나 스포츠 창달에 도와달라고 말하면 그건 압력입니다. 민주국가에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행동입니다. 대통령 본인이 돈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해도 용인될 수 없습니다.” 

 

그는 “박 대통령이 탄핵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지체 없이 “그럼요”라고 답했다. 

 

―헌재가 탄핵심판을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습니다. 

“헌재 앞에서 ‘빨리 결론을 내라’고 항의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법은 공정해야 합니다. 헌재와 헌재 위원들이 외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저는 처음부터 박 대통령이 탄핵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최순실 사건이 국민에게 끼친 해와 상처가 너무 많습니다. 그렇지만 헌재가 심판에 들어갔으니 이젠 헌재에 맡기고 기다려야 합니다.”  

 

―촛불집회에 대해 평가해 주십시오. 

“이번 촛불집회는 일대 사건입니다. 무엇보다 평화적이고 질서가 있었습니다. 이젠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이 지나치면 안 한 것보다 못합니다. 저는 박 대통령 탄핵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촛불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끌고 가야 합니다. 그 에너지를 정치, 경제, 사회개혁의 에너지로 활용해야 합니다. 헌재 앞에서 심판을 빨리하라고 촉구하는 촛불을 켜는 것은 이제까지의 순수성을 퇴색시키고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 활동과 기독교 개혁 운동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는 손 대표는 촛불집회가 성공한 데에는 성숙한 시민의식뿐 아니라 경찰과 법원의 공도 컸다고 평가했다. 경찰은 유연한 대응으로 평화시위를 유도했고, 법원은 “집회를 조건 없이 허용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며 청와대 인근까지 집회를 허용했다. 

 

―촛불 에너지를 승화시키는 방안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시죠.

“여러 가지 일이 있겠지만 저는 도덕성 강화 운동을 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많은 성취를 했지만 딱 한 가지 부족한 것을 꼽으라면 도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 수석이란 사람이 대통령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반대만 했어도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양심이라는 것은 사회적 수준을 의미합니다. 선진국이 되려면 도덕적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저는 그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말자, 다른 사람을 배려하자, 다른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불행하게 만들지 말자는 겁니다. 이것만 되면 우리나라는 꽤 괜찮은 나라가 될 것입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아주 부정적인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면 그 사람을 가까이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누가 도둑질을 하겠습니까. 그런데 이걸 부러워하고 존경하고 굽신거리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봅니다.” 

 

―1987년 6월 항쟁 때처럼 정치권 분열로 촛불 에너지가 열패감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항상 정치권이 문제입니다. 정치권 수준은 도덕 수준과도 연결됩니다. 사실 우리가 업그레이드할 기회가 몇 번 있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이번에 근본적으로 반성하자. 도덕 수준을 높이지 못했고 부패를 막지 못해 이 아이들을 죽였다’고 말하며 관련 캠페인에 나서려고 했는데 정치권이 서로 ‘너희가 잘못해서 그렇게 됐다’고 정쟁으로 몰아가는 바람에 실패했습니다. ‘우리 잘못이다. 안전 불감증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정치권이 솔선수범했다면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권 주자 이야기도 나왔지만, 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이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이 이런 것을 간파해서 벌을 줘야 합니다.” 

 

―공명선거운동 등 정치 개혁 운동도 많이 하시지 않았습니까. 

“선거가 공명해지면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름 노력한 덕분에 우리나라 선거는 꽤 괜찮아졌습니다. 금권 선거도 많이 사라졌고, 선거도 공명하게 치러지고 있습니다. 이제 국회의원의 혜택을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국회의원과 함께하는 자리가 있으면 ‘anything but money’란 말을 자주 합니다. 돈 관계 혜택을 줄이자는 겁니다. 부패라는 것의 구체적인 형태는 돈과 권력이 손을 잡는 것입니다.”  

 

손 대표는 여야 대선 주자 가운데 “젊은 사람이 맘에 든다”고 말했다. “조금 정의감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도 이젠 한 세대 내려가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에서 시대정신은 무엇이 될 것으로 보시나요. 

“양극화와 격차 문제가 심각합니다. 자본과 기술을 가진 소수는 떼돈을 벌고 나머지는 일자리가 없는 상황입니다. 빈부 격차는 세금 제도를 통해 줄여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국회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 구간을 신설해 세금을 더 내도록 했지만 저는 세율을 좀 더 올려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세금을 많이 낸 사람은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젊은 세대를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도 대학을 졸업하고 갈 곳이 없어 어느 학교 임시 교사로 있다가 군대 영장이 나왔는데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그때는 비빌 데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회가 꽉 짜여서 들어갈 구멍도 없습니다. 하지만 눈을 크게 뜨고 멀리 보면 길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최근 아프리카에 갔다 왔는데 거기 가보니 나 같은 사람이 봐도 한국 사람이 3년만 있으면 갑부가 되겠다 싶을 정도로 기회가 보였습니다. 앞으로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유연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고도 지금보다 쉽고 고용도 쉬워질 것입니다. 경험과 기술을 쌓으며 노력해야 합니다. 국내가 어려우면 외국에 나가서 꿈을 펼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너무 절망하지 말고, 코앞의 것만 생각하지 말길 바랍니다.”  

인터뷰 = 유병권 차장 (정치부) ybk@munhwa.com

 

□손삼수 대표

2015.11.09 最强 데이터베이스 보안 기업을 만든… '전두환의 그림자'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봉급 받는 집사로는 심부름밖에 못 한다… 忠과 義를 실현할 수 없다"

"'
함께 갈래, 軍에 돌아갈래' '軍에 돌아가겠다'고 답변해
며칠 뒤 또다시 물어… 이분이 날 필요로 하는구나"
 

"우리 회사가 오라클·IBM·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글로벌 7대 데이터베이스 보안 기업에 들어 있다. 나 혼자의 자랑이 아니다. IT 분야 리서치 기업인 '가트너' 4년째 그렇게 평가해왔다."

서울 상암동 비즈니스타워 22. 확 트인 전망이었다. 손삼수(63)씨는 글자가 빽빽하게 적힌 수첩을 꺼내 놓고, 때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흰색 보드에 매직펜으로 써가며 설명했다.

"
중국 상하이과학원과 사업 합작이 마무리됐다. 내년 초 중국 공공(公共) 부문의 보안 시장에 진출할 독립법인이 설립된다. 우리는 기술 제공과 지분 참여를 한다. 중국 측은 경영과 자금, 인력을 맡는다. 차이나텔레콤과 완다그룹 계열사에서 우리 제품을 테스트해본 뒤 만족감을 표시했다."

 

▲손삼수 대표는“그때 재용씨의 회사를 인수한 것은 어른과의 의리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주완중 기자

 

이런 모습은 낯설었다. 그는 육사 33기다. 10·26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부관이었고, 5() 시절 청와대 부속실장이었다. '전두환 그림자' 같았던 인물이었다. 전두환의 퇴임 후에도 그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두환 관련 수사가 벌어질 때마다 그의 이름도 함께 등장했다. 지금껏 세무조사 세 번, 검찰조사 세 번을 받았다.

그런 그가 데이터베이스 보안 관련 소프트웨어 제품을 개발·판매하는 회사 '웨어밸리'의 대표다. 이 분야에서 국내 기업 중 수출 1위다. 그는 "안철수도 소프트웨어 수출은 못 했다. 우리의 누적 수출액은 1000억원쯤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가 지금껏 알고 있는 당신의 모습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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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나왔을 때 내가 PC 컴퓨터의 브라운관을 조립 생산한 것으로 시작하지 않았나. 국내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경험한 사람은 아마 나밖에 없을 것이다. DB산업협의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언제부터 컴퓨터를 공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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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생도 때 컴퓨터 수업을 받았다. 풍속(風速)이 얼마이면 박격포 거리가 어떻게 달라지고, 기관총을 쐈을 때 얼마나 휘는지를 배웠다. 사회에서 쓰는 컴퓨터 용도와는 관계없지만 어쨌든 그때 처음 컴퓨터를 접했다. 따져보면 그 무렵 미국에서는 대학 중퇴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똑같이 컴퓨터를 만지고 있었다. 비슷한 세대로서 이들은 PC 세계를 개척했지만, 나는 '4차 산업혁명'인 데이터베이스를 하고 있다."

가벼운 농담으로 넘겨야 할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이 안 섰다.

―군() 출신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측근이 이런 '첨단 분야'를 한다는 게…, 금방 연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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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나온 뒤로 백담사 유배, 역사 바로 세우기, 비자금 수사 등 하루도 평온한 날이 없었다. 그렇게 쫓겨 다니면서도 계속 공부를 했다. 육사 나온 사람이 사업하겠느냐고들 했다. 내 자랑 같지만 정보보호 관련 행정학 박사를 땄다. 지금은 대학에 강의도 나간다. 영어와 일어로 상담(商談)이 되고 중국어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노력한다고 성공하면 다들 사업에 뛰어들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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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5%쯤 성공한다고 들었다. 이 중 8할은 집안에서 물려받아 키운 사람들이고, 2할만 맨손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사업에는 운()이 중요하다. 하지만 스스로 노력하고 용기를 가지면 운이 보강된다는 걸 확신했다. 자기 몸을 던져야 기회가 온다."

5() 임기가 끝났을 때 군으로 복귀할 수 있었지만 전두환 대통령을 모시기 위해 따라 나온 걸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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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말에 어른이 '함께 나갈래, 군으로 돌아갈래?' 물었다. '군으로 돌아가겠다'고 답변했다. 그래서 미국 캔자스주에 있는 육군지휘참모대학으로 교육 가는 걸로 돼 있었다. 며칠 뒤 또 부르더니 다시 물었다. 순간 이분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걸 깨달았다. '모시고 나가겠다'고 했다. 며칠 뒤 다시 불러 '권력을 내주고 가니 앞으로 많은 변수가 있을 거다, 같이 가면 참 힘들 텐데'라고 말씀했다. 나는 '힘들수록 따라가야겠다'고 대답했다."

―당신은 연희동에서 유급(有給) 비서관으로 근무하지는 않았다고 들었다. 봉급을 받지 않고 모셨다는 얘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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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임(單任)을 실천하고 최고권력자가 살아서 청와대를 걸어나온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알다시피 백담사행()에서 풍파가 시작됐다. 그때 개인적인 성찰(省察)이랄까,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봉급 받는 집사로는 심부름밖에 못 한다. ()과 의()를 실현할 수 없다. 내가 독립해 주체적으로 도와주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이 분야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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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는 손윗 동서에게서 도움을 받았다. 처음에 PC 브라운관 조립 임가공을 했다. 그쪽에서 갖다준 자재로 조립해 납품하면 인건비를 받았다. 그러다가 직접 자재를 구입해 반()제품까지 만들어 팔았다. 그 뒤 '선도'라는 상표를 붙여 생산했을 때 국내에서 PC가 포화 상태가 됐다. 3만여대가 재고(在庫)로 남았다."

부도가 날 판이었다. 그는 김우중 회장의 부인 정희자씨 소개로 폴란드에 가서 수출을 타진했다. 그쪽 업체에서는 '사고 싶지만 대금이 없다'고 했다. 낙담하고 돌아오자 그해 말 IMF까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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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생각도 안 했는데 폴란드 업체로부터 '컴퓨터를 보내달라'는 팩스가 들어왔다. 달러 환율이 800:1에서 1600:1로 올라가 반값이 됐기 때문이다, 창고 물량을 모두 수출했다. 부품 대금 빚을 다 갚고도 현금으로 25억원을 쥐었다. 그 뒤로 PC통신 천리안에 사주팔자·무협소설·만화 등을 유료 서비스 했다."

―지금의 회사 '웨어밸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로부터 2003년 말 인수한 것으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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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회사에 다니던 재용씨는 독립해 명동에서 채권 장사를 했다. 그때 IT업체인 '웨어밸리'에 투자해 놓았다. 하지만 '증여세 포탈설'이 나오자 미국으로 도피했다. 박상아씨와의 결혼 문제도 있었고. 매스컴에서 시끄럽자 어른(전두환) '어떻게 된 건지 미국 가서 만나보고 오라'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탁으로 '웨어밸리'를 인수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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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다. 미국에서 재용씨로부터 '회사가 망하게 됐으니 인수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때만 해도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고, 겨우 기반을 잡았는데 흙탕물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내가 '재력이 없다'고 거절하자, 재용씨가 '그래도 제품이 팔리면 현상유지가 된다. 인수 안 하면 지금 부도난다'고 거듭 부탁했다. 솔직히 떠맡을 마음이 없었지만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운명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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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시는 어른의 아들이 어려운데…. 의리 때문이었다."

―인수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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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17억원을 떠안고 2억원을 줬다. 당시 싸게 구입한 게 아니었다."

―전두환 돈으로 인수한 게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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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 대해 검찰 조사를 다 받았다. 그런 말이 나올 때마다 계속 설명할 수도 없고."

―어떻게 지금처럼 회사를 키울 수가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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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하자 직원 절반이 기술을 들고 나가 다른 회사를 차렸다. 나는 회사에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며 '같이 한번 살려보자'고 했다. 한 번도 임금 체불을 하지 않았다. 집을 네 번이나 은행에 담보 잡혔다. 흑자를 낸 것은 6년 전부터다."

―다시 묻지만, 이 회사에 전두환 돈이 들어가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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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용씨가 투자했던 돈의 성격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맡으면서는 들어올 수가 없었다."

2년 전 검찰에서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으로 당신에게 55000만원을 받아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두환 가족, 친인척이 아닌 제3자로는 유일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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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당시 장관과 고위직에 있던 인사들은 어른의 돈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걸로 자식 교육과 전세자금으로 썼을 것이다. 연금 혜택도 못 받는 이들 70·80대 노인에게 추징할 재산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사업을 하는 나를 대상으로 삼았다."

―아무리 사업을 해도 그냥 55000만원을 내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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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나는 검찰 진술 조서를 쓴 적이 없다. 조사해봐도 나온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담당검사가 '16700만원을 내놔라'고 했다. '근거가 뭐냐?'고 물어도 답을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출국금지와 압수수색 등으로 워낙 시달려 받아들였다. 담당검사가 상부에 보고하고 와서는 '5억원을 채워라. 안 그러면 회사 통장까지 압류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입·출금을 못하고 직원 봉급을 못 주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받아들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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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도 방법이 없었다. 워낙 큰 정치적 물결이니까. 결국 회사 주식과 골프장 회원권을 팔아 갖다줬다. 어른(전두환)의 어려운 상황에 내가 동참해 추징금을 덜어줬다고 여겼다. 다음 날 출국금지가 풀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전체 비자금 2205억원 중 아직 절반가량만 추징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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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정권 때 그 비자금 규모를 부풀려놓았다. 당시 대기업들이 모든 비자금을 어른에게 전가한 측면이 있었다. 대기업에서 줬다는 액수만큼 받지 않았다. 차마 어른이 재벌 회장과 대질할 수는 없었다. 또 퇴임하면서 노태우에게 550억원을 준 사실도 있다."

―그건 처음 듣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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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전날 밤 내가 부하 직원과 함께 집무실을 마지막으로 체크했다. 캐비닛에 1000만원짜리 수표로 550억원이 남겨 있었다. 청와대를 나오는 날 아침에 어른께 '캐비닛은 체크를 안 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보고하니 '하지 마라'고 했다. 지금 추징금 총액에서 550억원도 빼야 한다. 어른은 손이 커서 물러난 뒤로 대부분 사용했다."

―당신은 전두 환 전 대통령에게 얼마나 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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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 시절 용돈을 받은 것 말고, 내가 청와대에서 나올 때 2억원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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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과의 인연을 보면, 10년간은 좋은 시절이었고 그 뒤로 25년 이상 풍파의 세월이었다. 인연의 시작은 언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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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위 때 사단장으로 왔다. 지금도 '손삼수가 사단에서 제일 용감한 소대장이었다'고 말씀하신다. 내가 군인다웠던 모양이다."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

 

□심명필 前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

2015.11.28 “4대강 공사 안했다면 낙동강-금강도 바닥 드러냈을 것”

▲24일 찾아간 서울 서초구에 있는 심명필 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의 개인 집무실에는 여전히 재직 시절 명패가 보관돼 있었다. 그는 최근 가뭄으로 이슈가 되는 ‘4대강 재평가론’에 대해 “4대강 사업을 평가하기에 (사업 종료 후) 3년은 너무 이르다”면서 “앞으로 수백 년 동안 이뤄지기 어려운 종합적인 강 정비 사업은 향후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8월 인하대 교수직에서 퇴임한 그는 앞으로도 한국의 강과 수자원을 연구할 계획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살리기 사업(공사 기간 20092013년·사업비 약 22조 원)만큼 찬반 여론이 명확히 갈린 국책 사업은 드물다. 비슷한 경우라면 야당 반대가 심했던 경부고속도로(19681970년·429억 원)나 환경 파괴 논란에 완공 시기가 크게 늦춰진 경부고속철도(19922010년·약 20조 원) 정도뿐이다. 4대강 사업이 이들과 다른 점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100년 뒤를 내다본 치수 사업”이라는 옹호와 ‘22조 원을 쏟아 부은 토건족(土建族)의 돈 잔치’라는 비판은 사업 종료 3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대립하고 있다 

 

2013년 정부 교체 이후 잠잠하던 4대강 사업이 최근 여론의 중심으로 다시 떠올랐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정부 관료들까지 언급을 꺼리던 4대강을 다시 끄집어낸 것은 10년 만에 최악이라는 올해 가뭄이다. 9월 말에 전국 평균 저수율이 43%(평년은 77%)까지 떨어지면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4대강 사업으로 모은 물을 농경지로 보내는 도수로(導水路) 공사를 시작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제2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가뭄이 심한 지역의 야당 소속 지자체장들은 공사 시작을 환영했다.

 

▲심명필 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왼쪽) 2010 1월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4대강추진본부 상황실을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오른쪽)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운데)에게 4대강 사업의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심명필 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65) 24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개인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20092012 4년 동안 장관급인 4대강본부장을 지내며 사업 착공부터 완공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했다. 이 전 대통령을 제외한다면, 4대강 사업의 공()과 과() 모두에서 가장 책임이 큰 인물로 볼 수 있다. 퇴임 이후 본업인 인하대 교수로 복귀했다가 8월 퇴직한 심 전 본부장에게 최근 부각되는 4대강 재평가론()과 함께 해당 사업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물어 봤다. 

―가뭄이 시작되면서 4대강 보에 저장된 물을 끌어다 쓰는 도수로 공사가 시작됐다
“개인적으로 환영한다. 도수로 공사가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업지인 충남 금강의 공주보와 백제보를 둘러봤다. 물이 가득 차서 찰랑거리고 있었다. 저장된 물에 ‘이 물은 내 물, 저 물은 네 물’이란 구분이 있을 리 없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4대강을 활용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그 다음, 혹은 그 다음 정부일 것이라 생각했다.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수자원은 큰 댐을 5, 6개 합친 정도인 117000 m³에 이른다. 앞으로 기후 변화가 계속되는 만큼 비상 상황에는 언제든 이 물을 활용해야 한다. 

 

도수로 공사와 4대강 사업의 연관성부터 물어 봤다. 야권에서는 “도수로 사업이 4대강 지류 공사에 해당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12일 충남 공주보∼예당지(31km·415억 원)와 경북 상주보 인근(12km·332억 원) 도수로 공사 시작을 발표했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농업용수 확보에는 찬성하지만 가뭄 극복을 핑계로 ‘제2 4대강 사업’을 하려는 꼼수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여당 역시 “4대강 지류지천 사업을 할 계획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도수로 연결이 4대강 지류지천 사업에 해당되는가. 
“그렇지 않다. 사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도수로 공사는 애초 4대강 사업 계획에 없었다. 지류지천 사업은 4대강에 연결되는 여러 지류를 정비하는 것이다. 본류와 연결된 지류까지 정비해 홍수에 대비해 물을 빼거나 제방을 보강하는 작업이다. 단순히 농사용 물길을 연결하는 것은 4대강 지류 공사로 보기 어렵다. 언제든 할 수 있는 작업이다.

 

 

4대강 지류지천 사업은 해야 하는 사업인가. 
“지류 사업을 먼저 하자고 했던 것은 시민단체다. 다만 큰 물줄기를 잡지 않으면 사업 효과가 없다고 보고 정부가 본류부터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2011년 지류 사업 발표를 하려고 했지만, 반대 목소리가 커지며 보류했다가 결국엔 포기했다. 지난해 여름에 한 지자체 관계자가 나에게 ”4대강 공사 아니었으면 이번에 범람했을 것”이라고 귀띔해 줬다. 모든 강은 서로 연결돼 있다. 4대강 본류가 ‘고속도로’라면 지류는 ‘지방도로’다. 전체적인 교통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방도로 역시 확장하고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기자는 심 전 본부장이 퇴임하기 하루 전인 2012 12 27일 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4대강 사업의 ‘점수’를 매겨달라는 요청에 ‘95점’을 줬다. 이유는 “하천 준설을 통해 일 년 내내 물이 흐르는 강을 만들고, 홍수와 가뭄에 견딜 수 있는 수자원 관리가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4대강 사업이 끝난 지 3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똑같은 질문을 했다. 이번엔 비슷한 이유로 “지켜보자”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할 때마다 외부 공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끝난 지 3년이 지난 지금은 4대강 사업에 몇 점을 줄 수 있나
“길게 보자. 3년이란 짧은 기간에 평가하기 어렵다. 많은 부분이 더 지나 봐야 알 수 있다. 다만 경부고속도로나 인천국제공항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란 점은 확신한다. 대표적인 것이 홍수 관리인 ‘치수(治水)’다. 이미 치수 효과는 몇 년 동안 꾸준히 입증됐다. 최근 수년간 4대강 인근 지역에서 홍수 피해 소식이 끊겼다. 매년 여름 태풍과 집중호우 때마다 반복되던 제방 붕괴에 따른 인명과 재산 피해 소식은 이제 4대강 인근에서 접할 기회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 이번 가뭄을 통해 물을 활용하는 ‘이수(利水)’에도 효과가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낙동강과 금강 등의 4대강 본류도 이번 가뭄에 바닥을 드러냈을 것이다. 

―소위 ‘녹조라테’ 등 환경오염의 주범이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것 역시 조금만 길게 보고 평가해 줬으면 좋겠다. 강에 녹조가 발생한 것은 자연현상으로 그런 현상이 생긴 것이 4대강 사업 때문인지 판단하기 이르다. 올해 생겼던 녹조현상이 내년, 2년 후에는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온갖 공격을 받았다. 보가 붕괴할 것이라든지, 홍수 피해가 오히려 커진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그중 대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심 전 본부장은 환경단체 등에서 ‘공공의 적’으로 통한다. 4대강 사업의 주역인 만큼 환경단체 등이 작성하는 ‘4대강 찬동 인사’ 목록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일부에서는 구한말 일본에 나라를 팔아넘긴 ‘을사오적(乙巳五賊)’에 빗대는 ‘4대강 죽이기 오적’으로 꼽는 경우까지 있었다. 여기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재임 중 ‘을사오적’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가장 억울했던 비판은 뭔가
“대운하. 3 9개월 동안 사람들은 나에게 대운하 이야기만 했다. 끝나는 시점까지 ‘대운하 공사를 하려는 것 아니냐’ 하고 의심했다. 지금 와서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가. 내가 그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총괄했다. 그건 대운하일 수가 없었다. 대통령이 대운하를 공약으로 당선됐더라도 4대강 사업을 대운하로 바꾸면 사업 자체가 완전히 흔들린다. 정상적으로 보면 그런 거짓말은 그 어떤 사람도 할 수 없다. 그것 때문에 4대강 사업이 부당한 비판을 많이 받았다. 거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외국 강에는 보가 없으니 당장 철거하자는 주장도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였다. 

―지금 보면 합리적인 비판이었던 것도 있었을 것 같은데….
“바닥보호공이 유실되고 있다는 비판은 옳았다. 보 바닥이 쓸려가지 않게 보호공을 설치하는데 이게 쓸려갔다. 이 부분은 인정하고 미흡한 부분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국수자원학회와 국토교통부가 정한 바닥보호공 설치 기준이 있다. 4대강 보마다 설계 기준에 맞춰 설치했지만 결과적으로 짧았다. 잘못된 기준으로 설계를 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한국에 없던 공사라 외국 사례를 기준으로 세웠는데 그게 우리 실정과 달랐다.

―결국 4대강 공사를 서둘러 완공하며 일어난 문제 아닌가.
“어떻게 보면 4대강 공사를 한꺼번에 하는 것보다 1, 2개씩 나눠서 하는 게 나았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각 지자체가 서로 ‘우리 강부터 해 달라’며 나섰을 것이다. 그런데 어디부터 먼저 할 것인가. 이 사업이 연속해 진행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한꺼번에 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었다. 강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리학적으로 계산해서 파고 넓히고 정비하는 사업은 향후 수백 년 동안 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그렇게 할 바에야 제대로 하겠다는 생각이 컸다.

2013 1 17일 이명박 정부의 감사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총체적 부실’로 규정했다. 16개 보 가운데 11개가 ‘부실 공사’를 했다는 발표였다. 정부 교체를 한 달 앞둔 시점에 이명박 정부의 ‘핵심층’은 예상치 못한 충격에 빠졌다. 심 전 본부장은 “(감사원 발표) 한 달 전인 2012 12월 퇴직했지만 그때부터 온갖 기자회견에 불려 다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2011년에 감사원이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발표한 이후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한 것이라 의아했다. 부실 공사라는 내용에 황당했고, 참담했다. 지금 생각하면 감사원이 우리 사업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 아닌가 싶다. 이미 파악해 보완하던 기술적인 문제들을 부실 운운하며 과잉 발표한 것은 4대강 사업의 전체 효용을 보지 못한 발표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당시 온 몸에 먹칠을 당한 느낌이었다. 

―이후 4대강 참여 건설사의 담합 등 비리 내용도 나왔는데…

 

4대강 사업을 위해 주말도 없이 일하던 사람이 수천 명에 이른다. 당장 4대강 사업본부만 해도 많게는 130명이 근무했다. 이들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개인 비리 혐의로 적발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나 역시 2013년에 감사원의 감사를 받았다. 아무것도 나온 게 없었다. 당시 4대강 추진본부를 보는 눈이 얼마나 많았나. 더 조심해서 처신했다. 건설사들의 담합은 분명 잘못됐다. 우리 내부가 아닌 외곽에서 일어나는 관행들에 대해 알지 못했다. 다만 ‘22조 원의 100분의 1만 빼돌려도 얼마인데’라며 근거 없는 의심의 눈으로 4대강 사업 관련자들을 보는 건 옳지 않다.  

심 전 본부장은 4대강 사업이 끝난 이후 가장 아쉬운 점으로 4대강 모델의 해외 수출 불발을 꼽았다. 전 세계 10여 개 나라가 4대강 사업 모델 도입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13 6월에 6조 원이 넘는 태국의 강 정비 사업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태국 군부 쿠데타 이후 무기한 보류된 상태다. 그는 “4대강 사업이 끝난 지 3년이 지나며 관련 인력과 노하우가 흩어지고 있다”며 “그런 대형 공사를 추진한 경험은 좀처럼 얻기 어려운 만큼 관련 자료를 보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