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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2021-11/ 11월 01일 ‘민주공화국’이 전방위 위협받고 있다 - 11월 30일 文정권 종부세의 3大 치명적 잘못

상림은내고향 2021. 12. 5. 09:43

바른소리 2021-11/

11월 01일 ‘민주공화국’이 전방위 위협받고 있다

국내적으로 민주화, 세계적으로 탈냉전의 초입이었던 30년 전, 문화일보는 ‘대변혁이 일어나는 시대적 상황에서 미래를 가늠하며 국가적 탄력성을 확보한다’는 창간사를 내걸고 출범했다. 그 뒤 ‘대한국민’은 민주주의와 안보를 공고히 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고, 경제·기술·문화 등 각 분야에서 엄청난 성취를 이뤄냈다. 문화일보도 국민과 독자의 사랑 속에서 그 여정을 함께했음을 영광으로 여기며,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시 민주주의를 걱정해야 하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북한 핵무기 개발에 친북 정책이 겹쳐 국가 안보는 더 불안해졌다. 정책 실패와 무분별한 포퓰리즘 탓으로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을 수도 있다. 지난 30년 동안 대한민국과 고락을 함께하며 발전해온 문화일보는 이런 상황을 직시한다.


정부 중립 붕괴로 관권선거 위험 더 커졌다

 모든 문제의 근저에 ‘정치의 실패’가 있다. 특히, 민주화 주역을 자처하며 국가 권력을 장악한 세력의 이권 집단화와 ‘패거리 정치’가 문제다. 국가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흔드는 발상과 정책도 서슴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 1항이 전방위 위협에 처했다. 4개월 앞 대선은 이를 광정(匡正)할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정국 상황을 보면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한국 민주주의는 이미 연성독재 우려가 나올 만큼 ‘제도의 위기’까지 깊어졌다. 공화제의 핵심 원리는 통치권에서 입법권·사법권을 분리해 서로 견제하게 하는 삼권분립이다. 현 정권의 여당과 정부는 이념·이익 공동체가 돼 한 몸으로 움직인다. 사법부도 친여 성향의 인사들로 채웠다. 제4부로 불리는 언론이나 시민단체(NGO)까지 장악하려 한다. ‘민주적 통제’ 구호로 당이 국가체제 위에 군림하면 북한·중국 같은 ‘인민공화국’으로 전락한다.


당면한 최대 위협은 행정부의 ‘선거·정치 중립’ 붕괴다. 법무·행정안전부 장관이 여당 의원이고, 총리는 여당 소속이다. 군부정권 시기에도 없던 일이다. 검찰·경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는 물론 대법원도 정치적 편향이 심각하다. 공무원이 여당 공약 개발에 동원되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여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 국회를 선거대책기구로 만들려 한다. 이런데도 야당은 무기력하다. 2020년 국회의원 총선 때의 부정선거 시비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관권선거 조짐이 심각하다. 민주주의의 시작이자 끝인 선거의 공정성이 무너지려 한다.


선진국 진입 가로막는 反시장·포퓰리즘

지난 30년 동안 한국 경제는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변모하고, 피나는 노력 끝에 다수의 세계 일류 기업·기술을 만들어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린 1960∼1980년대 정부 주도의 개발경제가 1단 도약이었다면, 그 부작용을 해소하면서 민간 중심의 2단 도약에 성공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도 불리는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한국 경제의 3단 도약이 절실한 때이지만, 최근 상황은 암담하다.

 

무엇보다 시장경제는 파탄 지경이다. 최저임금, 52시간제, 비정규직 제로, 경영권을 침해하는 규제와 입법 등 반시장·반기업 기류가 판친다. 노동 개혁과 공공 개혁은 역주행한다. 양극화와 고령화·저출산에 대한 근원적 대책이 절박한데, 현금 살포 등 포퓰리즘이 상황을 되레 악화시킨다. 주택정책은 재산권 위협 수준이다. 탈원전은 최일류 원전 산업을 초토화하고 에너지 백년대계도 망친다.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국가 부채는 패륜 수준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수호 앞장설 것

 지금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건국 뒤 자유민주 진영에 속했기 때문에, 6·25전쟁과 그 뒤의 성장 과정에서 미국 등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1991년 7634달러이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 달러를 넘었다. 동맹을 기반으로 슬기롭게 대응한 덕분이다.

 

중국이 ‘시진핑 전체주의’로 퇴행하면서, 중국과 자유·서방 진영의 대결이 격화한다. 전선이 경제·문화·가치 분야로까지 확장됐다. 북한은 핵무기로 국가 절멸을 위협한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임기 말 남북 종전선언을 노린 안보 자해와 동맹 배신 행태를 보인다. 북한 독재자를 편들고 북한 주민은 저버리는 등 헌법 가치까지 뒤엎는다.


30세는 이립(而立)의 나이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기초와 실력을 단단히 갖췄다는 의미다. 문화일보는 30년 전 창간 때의 각오를 되새기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과 원칙 수호에 앞장설 것을 독자 앞에 거듭 다짐한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01일 문화일보 正論 30년과 신문의 가치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

오늘은 문화일보의 창간 3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날이다. 꼭 30년 전인 1991년 11월 1일,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대한민국은 문화적으로 발전해야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당시 이어령 문화부 장관과 의기투합해 ‘문화일보’라는 이름으로 창간했다.


그러나 문화일보가 문화와 문화적인 현상만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신문이 되면 독자가 문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 한정될 수 있어, 대중적 미디어로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방향 선회를 위해 고민해야 했다. 그 결과 문화일보라는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되 고급 정론지(正論紙)라는 기치 아래 종합 일간지로 재탄생해 오늘에 이르렀다. 비록 역사는 짧지만, 문화일보는 유일한 전국 종합 석간지로서 기존 다른 신문들과 차별화하며 메이저 신문 대열에 섰다.


문화일보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평판 있는 유수한 엘리트 언론인 그룹이 능동적으로 참여해 수준 높은 저널리즘에 대한 그들의 뜻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동아일보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던 남시욱 사장은 권위 있는 선진국 신문처럼 사설과 병행해 지식인들의 새롭고 깊이 있는 다양한 의견을 초대하는 ‘포럼’이란 플랫폼을 만들었다.


문화일보가 뉴스 보도에만 그치지 않고 ‘포럼’이라는 지면을 통해, 각계 전문가들에게 사회적 이슈들을 심층 분석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독자들로서는 크게 주목할 만했고, 또 그것은 새로운 언론으로서 문화일보의 가치를 크게 높여 줬다. 지금은 한국의 모든 신문이 ‘오피니언’ 난을 갖고 있지만, 그 시작은 문화일보 ‘포럼’이었다. 그것이 초기에 독자들에게 던지는 문화적인 지적 충격은 실로 어둠을 밝히는 여명의 종소리와도 같이 압도적이었다.


신문은 사회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서로 나누며 비판하는 플랫폼이자 여론 수렴과 토론의 광장이다. 언론이 ‘제4의 정부’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미디어 매체인 신문과는 달리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반면, 신문은 창의적인 개인의 다양한 의견과 움직임을 객관적으로 선택해서 정부와 사회에 반영하고 정부에 잘못이 있으면 바로 잡도록 비판하는 일을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신문의 역할은 ‘미디어가 메시지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필수적이다. 월터 리프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보도의 자유는 어떤 특권이 아니라 위대한 사회의 기본적 요소다. 비판도 듣지 못하고 믿을 만한 보도도 없다면 정부는 통치할 수 없다. 국민이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사정을 파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신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홍수처럼 밀려오는 영상 매체의 범람과 정치적인 이념의 도구화 또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신문의 순수한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상황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우아한 지적 포럼과 함께하는 고급 정론지를 유지·발전시키는 것만이 이 시점에서 인간 의식이 투영된 귀중한 사회적 자산, 신문의 가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이것은 또한 독자들의 기대와 같이 문화일보가 일급 신문으로 자리매김을 하며 도약할 수 있는 비결이 될 수 있겠다.

문화일보

 

11월 02일 외국 정상 ‘노태우 弔電’ 숨기고 거짓말한 文정부 패륜

노태우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외국 정상들의 조전(弔電)과 조의(弔意)를 당국이 유족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은, 외교 결례와 국격 훼손을 넘어 청와대와 외교부가 패륜을 저지른 것과 마찬가지다. 심지어 전달 요청이 없어서 전하지 않았다는 등 거짓말까지 늘어놨다. 더구나 김부겸 국무총리가 장의위원장을 맡은 ‘국가장’이었다.


외교부는 1일 낮 ‘1일 오전까지 조전을 보내온 나라는 다음과 같다’면서 중국·일본·베트남·태국 등을 나열한 보도자료를 냈다. 장례식 이틀 뒤였고, 조전 접수일로부터는 더 여러 날이 지났다. 공개 경위는 더 황당하다. 유족 측이 주한 중국 대사와의 통화에서 시진핑 주석의 조전을 알고 정부에 문의하자 그제야 알려줬다고 한다. 시 주석은 지난 29일 ‘한·중 수교와 양국 파트너십에 기여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 공적을 기리는 조전을 외교부를 통해 보냈다고 한다. 들통이 난 뒤 둘러댄 핑계도 가관이다. 외교부 측은 “받은 조전은 모두 청와대에 전달했다”면서 “유족에게 꼭 전해 달라는 요청이 따로 있지 않으면 꼭 전해드릴 필요는 없다”고 했다. 유족에게 전하지 않는 ‘조의’가 있을 수 있는가. 게다가 시 주석 조전에는 ‘유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해 달라’는 당부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이런 행태는 부의금을 가로채는 것과 다름없는 죄악이다. 차마 믿기 어려운 이런 일이 일어난 배경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도 아직 시 주석 방한조차 성사시키지 못하는데, 시 주석 조의가 공개되면 더 초라해질 것을 우려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는 있는 그대로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외국 정상들의 조의를 은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범죄 행태다. 인터넷에 인간 이하의 옹졸, 비열, 야비 등의 개탄이 넘쳐나는 게 이상하지 않다. 철저한 진상 조사, 유족과 국민에 대한 사과, 엄정한 문책이 필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11.02 부의금 횡령보다 악랄하다, 세계 정상들이 보낸 조전 횡령

▲지난 10월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 부인 김옥숙 여사, 장녀 노소영씨, 장남 노재헌씨 등 유족들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별세한 것은 지난 10월 26일이다. 정부는 지난 27일 ‘고(故) 노태우 전(前) 대통령 국가장’을 26~30일 5일장으로 치른다고 알렸다. 행안부 브리핑 내용은 이렇다. “27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가장이 심의를 거쳐 의결됐다” “12·12사태와 5·18 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해 역사적 과오가 있으나 직선제 선출 이후 남북기본합의서 등 북방정책으로 공헌했고, 형 선고 이후 추징금 납부 노력 등이 고려됐다.” ‘개전의 정’이 있어 감형 한다는 법원 판결문과도 비슷한 어조였다.

 

‘국가장’ 결정문을 보면서, ‘당연한 것’을 논란으로 만든 후 ‘그래도 내가 봐줬다’고 생색 내는 이 정부의 ‘공치사 전략’에 감탄했다. 더불어 대한민국 대통령은 ‘숨 끊어지는 시간’마저도 잘 택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때’를 잘못 만나면 살아서는 물론, 세상을 떠서도 모욕을 피하기 어렵다. 노태우 전 대통령 자녀들이 ‘부친 사후’를 걱정해 백방으로 뛰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게 다 이유가 있어 보였다.

 

‘과오있는 전직 대통령’을 용서할 권리는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최우선 권리는 80년 광주에서 희생한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있다. 그러면 후순위는 누구일까. 그 때 나머지 대한민국 사람들은 모두 가해자 편이었을까. 이걸 특정한 정치적 지향을 가진 ‘권력’이 ‘개전의 정’을 감안해 임의로 정하는 게 맞는 건가.

 

아직 그에 대한 답을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는 정확히 알게 됐다. 당대 정권에게는 망자에 대한 예우를 ‘훔칠 권리’ ‘횡령의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가장이 결정된 후인 2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비롯, 베트남·태국·쿠웨이트·바레인·헝가리·과테말라·몰디브·세이셸·가봉 등의 국가 정상이 노 전 대통령 별세 후 조전(弔電)을 보냈다고 한다. 외교부는 사흘간 유가족과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유가족이 중국대사관과 접촉해 알고 항의하자 31일에야 알려줬다고 한다. 조전의 구체적 내용은 쏙 뺐다. 언론은 이런 사실을 1일에야 알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우리 정부에 보낸 조전 관련 이미지. 정부는 구체적 조전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TV조선

 

상가집에서 부의 봉투를 훔치는 행위, 결혼식장에서 축의금 훔치는 일은 질이 나쁜 행위다. 유족이나 가족들이 감사 인사나 답례할 기회까지 빼앗기 때문이다. 정부의 ‘조전 은폐’ ‘조전 횡령’은 부의금 절취보다 더 악랄하다. 다른 나라에서도 ‘대통령 노태우’를 예의를 갖춰 대우한다는 걸 은폐한 셈이기 때문이다. 유족에 대한 예우, 국민에 대한 예의 차원이 아니라, ‘여론 조작’에 해당한다.

 

이 뉴스를 보면서, 막다른 골목에 사람을 몰아넣고 “그나마 나니까 너 봐주는 거야”라고 속삭이는 악당의 모습이 떠올랐다. ‘조전 횡령’은 ‘협박 정치’ ‘겁박 정치’와 같은 맥락에서 일어난 일이다.

조선일보  박은주 에디터

 

11.02 노태우 조문 5·18 前 회장 “참회, 용서로 역사 한 페이지 넘기자”

5·18 당시 광주 시민군 상황실장이던 박남선 전 5·18 구속자동지회 회장이 지난주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폭도 대장’으로 체포돼 고문당하고 사형선고까지 받았지만 유족들 손을 잡아줬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이제는 화합 통합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며 “분단된 나라가 통일은커녕 지역·정파·계층으로 나뉘어 더 싸우고 있지 않나”라고 했다. 조문 후 격려 전화를 300통 가까이 받았다며 “내 뜻에 공감하는 광주 사람들도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깊은 용서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국가장, 조문, 조기 등을 놓고 여론은 또 갈렸다. 박씨는 “늦었지만 용서를 비는데 받아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사자가 광주에서 육성으로 사과하면 더 좋겠지만 “병상에서 끌고 내려오라고 할 순 없지 않나”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소뇌위축층 등으로 10년 넘게 병상에서 필담 정도만 할 수 있었다. 대신 아들을 여러 차례 광주에 보내 사죄의 뜻을 전한 것은 “진정성이 있다고 봤다”고 했다. 그래서 조문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일부가 “사죄 쇼”라고 비난하는데 대해 박씨는 “사과·반성 안 한다고 욕해왔는데 사과하는 걸로 또 문제 삼는 건 너무 편협하다”고 했다. 특정 정치 세력이 ‘5·18 정신’을 독점하려 한다면 “광주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가장을 안 하면 모를까 정부가 예우를 결정했는데 그 수반인 (문재인) 대통령이 조문을 안 한 건 모순”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은 정파나 지역 대표가 아닌 만큼 “화합 메시지 차원에서 조문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가장에서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조문을 하지 않은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박씨는 북한군 개입설 같은 5·18 왜곡이 ‘화합을 가로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용서하려는 마음에 상처를 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광주에서 26살 때 총을 들었던 내가 내일모레면 70이다. 언제까지 ‘학살 원흉 죽이자’고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했다. “가해자는 참회하고 피해자는 용서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겼으면 한다”고 했다. 그의 말에 공감하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1.03 8년 뒤 나랏빚 2000조원이라니 ‘재정 범죄’나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 같은 세금 씀씀이가 계속될 경우 나랏빚이 8년 뒤 2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국회 예산정책처가 전망했다. 올해보다 8.4% 증액된 내년 예산안 수준의 재정 팽창 기조가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계산해보니 국가 채무가 2026년에 1500조원, 2029년엔 2000조원을 돌파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랏빚 500조원(2014년 533조원)이 1000조원(2022년 1073조원) 되는 데 8년 걸렸는데, 1000조원이 2000조원(2029년 2030조원) 되는 데는 7년밖에 안 걸린다는 뜻이다.

 

문 정부 5년간 국가 채무가 408조원 늘어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의 증가액 351조원을 훨씬 웃돌았다. 잘못된 정책의 부작용을 세금 퍼부어 메워 온 결과다. “곳간에 재정을 쌓아두면 썩는다”는 등의 궤변까지 하며 빚을 마구 늘렸다. 지금 추세라면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내년에 50%, 2028년 70%를 돌파하고 2030년이면 80%에 육박하게 된다. 이 부작용을 청년 세대가 감당해야 한다. ‘재정 범죄’나 다름없다. 그러면서 문정부는 국가 채무 비율을 50%대에서 관리하는 재정 준칙을 2025년에야 시행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펑펑 쓸 테니 다음 정부부터 허리띠 졸라매라”는 것이다.

 

미국·독일·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내년부터 재정 감축에 들어간다. 코로나 대응을 위해 지난 2년간 재정 지출을 대폭 늘렸지만 내년엔 8~19% 줄어든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다. 반면 문 정부는 내년에도 46조원 늘어난 수퍼 예산안을 또 편성했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완전한 회복을 위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확장 재정을 정당화했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내년에 대놓고 돈 풀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여당 대선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며 문 정부보다 돈을 더 풀겠다는 식이다. 그런 씀씀이라면 국가 채무 2000조원 돌파는 2029년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 빚 내 돈 뿌리는 정치가 고질병이 돼 가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03일 물가 폭등시켜 놓고 黨政 또 돈 뿌릴 궁리, 民生 더 망친다

물가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는 3.2% 올라 2012년 1월(3.3%) 이후 9년 9개월 만의 최고치였다. 고유가에 농축산물, 전·월세까지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이다. 대출 금리 급등까지 겹쳤다. 고물가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올들어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까지 2.2%에 달해 정부 목표치인 2%는 이미 힘들어졌다. 올 성장률도 물가도 실패로 가고 있다.

 

이런데도 여당과 정부의 대응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다. 고물가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물류 차질에 따른 공급 부족과 치솟는 국제유가의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현금을 마구잡이 살포한 데 따른 영향도 만만치 않다. 정부도 생활물가 급등을 심각하게 보고 김장철에 대비한 배추·무·고추·마늘 등의 비축 물량을 풀겠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정부는 소비 진작을 위해 소비 쿠폰을 뿌리고, 이재명 후보와 여당은 1인당 30만∼50만 원의 지원금을 더 살포할 궁리를 한다. 기재부는 하반기엔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거짓말이 됐다. 국민에게 사과해도 부족할 판인데, 또 돈을 풀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려 한다. 그러지 않아도 ‘위드 코로나’로 물가 불안이 커지는 판이다.

 

한국은행은 이달 25일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진작부터 예고해 왔다. 한은은 돈줄을 죄는데 당정은 ‘돈 풀기’ 역주행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문 정부처럼 세금을 헤프게 쓰면 나랏빚이 내년 1000조 원을 넘는 데 이어, 2026년 1500조 원, 2029년 20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3년부터는 국가가 지급할 채무 이자만 연간 20조 원을 넘게 된다. 부동산 대란에 물가 폭등인데도 문 정권은 대선 매표용(用) 돈 풀기로 민생을 더 망치고 있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03일 서민 잡고 투기꾼 살찌운 부동산 失政

 김상협 경제부장

 문재인 정부 최대 패착 지점은
실수요자를 투기꾼으로 몰고
유령과 싸우며 서민층 괴롭혀
권력과 유착한 엘리트 주도의
대장동 비리는 예견된 대참사
공공의 적 봐주기에 민심 분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참담한 실패로 끝나가고 있다. 최대 패착은 평범한 실수요자까지 투기꾼으로 몰았다는 점이다. 정부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투기 유령과 싸우느라 4년 반을 낭비했다. 정부가 정작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한눈을 파는 사이 권력과 유착해 불법으로 천문학적 수익을 거둔 전문투기꾼 단속은 뒷전으로 밀렸다. 서민층은 영끌하고 빚투해도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하는데 힘 있는 자는 법망을 피해 땅장사, 집 장사로 일확천금을 얻었다.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비리 의혹 사건은 잘못된 부동산 정책의 적나라한 치부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고도의 전문적 법률지식을 활용하고, 권력과 은밀한 뒷거래를 하고, 수사망에 걸리지 않는 치밀한 수법을 동원했다. 들킬 경우에 대비해 사전 증거 조작과 인멸까지 완전범죄를 시도했다. 검찰의 미온적 수사까지 겹쳐 혐의 입증에도 난항이다. 범죄수익 몰수도 여의치 않다.


이런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2018년 뇌물방지협약 4단계 상호 이행평가 항목에서 ‘법인의 책임’을 유독 강조한 뒤 제도적 장치 마련을 권유한 바 있다. 민관(民官)이 결탁해 의문투성이의 법인을 만든 뒤 각종 인허가를 대가로 온갖 뇌물을 주고받아도 사실 파악이 안 되는 구조적 범죄를 차단하라는 주문이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 전략’ 보고서(강석구 선임연구위원)에서 “법인의 실소유주나 실제 운영자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유관계·지배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화천대유, 천화동인, 성남도시개발공사, 유원홀딩스의 실타래 속에서 검찰은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문제의 ‘그분’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찾지 않거나 헤매고 있다. 보고서가 열거한 뇌물 범죄의 형태는 기상천외하다. 부동산 회사·자본이 동원된 특혜, 사전·로열층 분양, 법인에 주식 또는 소유지분 배당, 개발 법인에 임원으로 재취업, 급조된 독립회사를 통한 자본 제공 등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을 해소해준 대가다. 대장동 사건에서 보는 현실이다.


정부가 바로잡을 기회는 있었다. 범죄를 적발하고 비리의 파장을 최소화할 기회였다. 2017년 법무부 용역연구보고서에 담긴 이 같은 부동산 개발 과정의 뇌물 비리 구조, 범죄수익 환수 강화 필요성 제안은 묵살됐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에야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최근 “청와대도 굉장히 비상식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초과이익 환수, 범죄수익 몰수의 제도 개선을 얘기했다.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정부가 화살을 엉뚱한 곳에 돌린 탓에 대도들은 그물망에서 다 빠져나갔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부터 최근까지 발표한 25차례의 부동산 대책에서 빠지지 않은 단골 메뉴는 투기세력 엄단이었다. 한국부동산원은 통계의 과소표본으로 집값 추이의 왜곡 현상을 초래했다. 정확한 다주택자 통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는 ‘다주택자=투기꾼’으로 등식화하는 오류를 범했다. 노무현 정부가 15차례의 대책 중 간간이 투기와의 전쟁을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어놓고 공급 확대나 규제 완화 조치를 취했던 점과도 비교된다.


결과는 참담했다. 서울과 지방을 반복해 오가는 풍선효과로 전국이 투기지역, 투기과열 지구, 조정대상 지역,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뒤덮였다. 실수요자들은 난수표와 같은 주택담보대출(LTV)·총부채상환비율(DTI)·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따져가며 필요한 돈을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최근에야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하나 전국 집값은 이미 역대 최고치 기록 행진을 벌여 왔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급등은 투기와 무관한 층에까지 폭탄을 던졌다. 부동산 세수는 기획재정부조차 정확한 숫자를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덩치가 불어났다. 이런데도 홍남기 부총리는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 투기 근절과 재발방지 대책이 효과를 거뒀다”고 자랑하기 바쁘다. 공공의 적을 봐주고 애먼 서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정책이나 정치 행위를 반복하면 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

 

11.04 왜, 무얼 위해 한국이 중국보다 탄소 감축 부담 더 져야 하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 연설에서 207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유엔 기후총회에서 한국 정부가 감당키 힘든 목표를 국제사회에 약속한 데 반해, 중국·인도·러시아 등 거대 배출국들은 소극적인 태도여서 우리가 자해 행위를 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배출 비중 28%로 세계 1위인 중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에 달하면 그때부터 감축해 나가겠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탄소 중립은 2060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3위 배출국 인도는 탄소 중립 달성 시점을 2070년으로 제시했다. 4위 배출국 러시아는 2060년 탄소 중립을 약속만 해놓고, 강화된 2030년 목표는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중국·인도·러시아를 합치면 세계 배출량의 40%를 차지한다. 이들 나라의 동조 여부에 기후회의 성패가 달려 있다. 중국 경우 1인당 배출량(2019년 7.1톤)이 유럽 대부분 선진국보다 많은데도 2030년 이후에나 감축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반면 세계 배출 비중 1.6%인 한국은 세계 1·3·4위 배출국보다 10~20년 빠른 2050년 탄소 중립을 약속했고 2030년 배출은 40%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은 산업화 시작이 늦어 역사적 누적 배출량으로 세계 2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는 의무 배출 대상국에서도 제외돼 있었다. 빠른 경제성장으로 1인당 배출량이 11.9톤까지 늘었지만 이제부터 감축을 위해 노력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2030년 감축 목표로 독일 34.5%, 일본 38.6%보다도 높은 40%를 약속해버렸다. 배출 정점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감축률로 따지면 EU 1.98%, 영국·미국 2.81%, 일본 3.56%인데 한국은 4.17%이다. 이를 감당할 수 있다고 보는가.

 

거기에다 우리의 강점인 원자력 기술을 배제해가며 감축을 이루겠다고 하고 있다. 무리한 목표이다 보니 공상 과학에 가까운 미성숙 기술들까지 쓰겠다고 황당한 계획들을 구상했다. 대통령이 환경단체의 극단 주장에 휘둘린 데다 국제적으로 체면을 살려보겠다는 생각이 앞서 후임 정부와 국민의 등허리가 휘어지게 만든 것이다. 대체 왜, 무엇을 위해 우리가 중국·인도·러시아보다 탄소 감축 부담을 더 져야 하는가.

조선일보 사설

 

11.04 “그분의 방침과 지침에 따랐을 뿐”이라는 김만배의 항변

▲눈 감은 김만배/ 뉴시스

 

김만배씨가 대장동 개발에 대해 “그분의 사업 방침에 따랐을 뿐”이라고 했다. ‘그분’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말한다. 김씨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공모해 651억원 이상의 부당 이익을 얻고 그만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민간 사업자에게 더 많은 이익이 가도록 공모 지침서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혐의에 대해 김씨는 “그분의 행정 지침이나 시(市)가 내놓은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한 것이다.

 

김씨의 주장은 당시 공모 지침서가 성남시장의 정책에 맞춰 설계된 것이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는 취지다. 그는 “그분은 최선의 행정을 하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를 옹호한 말이지만, 뒤집어보면 ‘모두 이 시장이 하라는 대로 한 것이고 책임자는 우리가 아니라 이 후보’라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후보는 국정감사에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안 만든 것은 고정 이익을 확보하라는 성남시의 지침 때문에 생긴 일이라 그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 내 지시 위반이 돼서 안 된다”고 했다. 초과 이익 환수 배제는 자신의 지침이었다는 것이다. ‘민간 사업자를 건설사 컨소시엄이 아닌 금융권 컨소시엄으로 제한해 달라’는 김만배씨 요구도 관철됐는데, 이 후보는 국감에서 “건설사가 들어오면 문제 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를 배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했다. 초과 이익 환수 배제와 건설사 참여 배제는 김씨 등 극소수 투기 세력이 이익 수천억원을 독식할 수 있게 만든 핵심 조항이다.

 

그런데도 검찰 내부에선 이 후보에 대해 “정책적 판단에 대해 배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정책적 판단을 따른 김씨 등에겐 어떻게 배임 혐의를 적용하나. 이 후보를 수사하지 않으려니 이런 모순이 생긴다. 또 정책적 판단이라도 합리적으로 내린 결정이어야 한다. 실무자가 넣은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스스로 삭제해 추가 이익 대부분을 투기 세력에게 안긴 행위까지 정책적 판단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후보는 국감에서 “초과 이익 조항을 삭제한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며 “조항을 삭제했다는 보도는 가짜 뉴스”라고 했다. 하지만 유동규 전 본부장 공소장에 따르면 환수 조항이 당초 사업 협약서에서 삭제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그래도 못 본 척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1.04 노태우 조전 내용 보니...시진핑 “놀랐다” 기시다 “민주화에 기여”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동아시아문화센터 사무실에서 본지에 볼키아 브루나이 술탄(국왕)이 우리 외교부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아내인 김옥숙 여사 앞으로 보낸 조문을 보여주고 있다. 노 이사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각국 정상이 보낸 조전 일체를 이날 외교부로부터 전달받았지만, 해당국의 요청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조전 일부 내용만 공개하고 조전 문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브루나이 국왕의 조전은 수신자를 우리 정부가 아닌 유족 앞으로 해 공개했다. /남강호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조전에서 “노 전 대통령께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했으며, 한⋅중 수교 및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3일 나타났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고인은) 대한민국 민주화에 기여하고, 일한(한일) 관계 증진에 노력했다”는 내용의 조전을 전했다. 정부는 각국 정상이 조전을 보내온 소식을 지난 1일 발표했지만, 유족들에게는 이날 전달했다.

 

고인의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은 이날 본지에 “외교부 당국자로부터 19국(國) 정상이 보낸 조전 일체를 전달받았다”며 그중 일부를 공개했다.

 

시 주석은 조전에서 “노 전 대통령께서 불행히도 서거했다는 소식에 놀랐다”며 “이에 삼가 심심한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 분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이자 협력 동반자”라며 “중국은 한국과 손잡고 노력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조전에서 “서거 소식에 슬픔을 금할 길이 없다. 유족에 애도를 표한다”며 노 전 대통령이 민주화에 기여한 점을 언급했다.

 

나와프 알사바 쿠웨이트 국왕은 조전에서 1991년 걸프전쟁 당시 한국 정부가 비전투병 파병을 결정해 미국과 함께 도움을 준 점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노 전 대통령 재임기 북방 정책에 따라 수교한 첫 공산권 국가인 헝가리의 아데르 야노시 대통령, 베트남 응우옌쑤언푹 국가주석도 조전을 보냈다.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술탄(국왕)은 이례적으로 조전의 수신자를 대통령이나 외교장관이 아닌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 등 유족 앞으로 했다.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브루나이를 방문했을 때 김 여사가 동행했던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볼키아 국왕은 조전에서 “남편인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슬픔과 함께 접했다”면서 “저와 함께 우리 가족도 상을 당하신 여사님과 가족분들께 진심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시 주석 등 주요국 정상의 조전을 받고도 바로 공표하지 않다 장례 의식이 다 끝난 뒤 발표해 논란을 불렀다. 이와 관련, 노재헌 이사장은 “외교부 당국자가 ‘그럴 의도가 없었고 절차상 다소 늦어졌던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노석조

 

11월 05일 文정부 국채 남발, 재정 원칙 짓밟는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코로나19 피해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또다시 지급하자는 논의가 제기되는 가운데, 국회 예산정책처는 우리나라의 국가채무에 대해 객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중기 재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가 유지될 경우 2030년 국가채무가 2200조 원에 이르게 되며, 이는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로 78.9%에 해당하는 값이다.


우리나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내년도 50.4%에서 2026년 61.0%로, 10%포인트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비(非)기축통화국들의 평균 국가채무비율인 41.8%를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국가채무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가짜 뉴스가 아무렇지 않게 횡행하는 중에 나온 이 전망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러한 급격한 재정 건전성의 악화는 과연 우리나라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복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첫째, 국가채무비율이 급증하게 되면 미래세대가 떠안아야 할 채무 상환의 부담을 크게 키우게 된다. 국가부채는 당분간 유예할 수는 있어도 언젠가는 갚아야 하며, 이 부담은 미래세대가 고스란히 져야 한다. 미래세대는 전(前) 세대가 소비하기 위해 발생시킨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자신들과 후세대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는 할 수 없게 된다.


둘째, 국가채무의 급증은 경제위기가 발생할 경우 정부의 대응력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로, 외적·내적으로 불안정한 경제 환경에 노출돼 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높은 수준의 국가채무를 가진 상태에서는 거시경제를 관리하기 어렵다. 높은 국가채무 수준 때문에 국가위험(country risk)이 커져 정부가 공적자금을 기채(起債)를 통해 확보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 재정 건전성이 나빠지면 국가채무의 이자 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최근 10년간 매년 약 20조 원의 혈세가 금융시장의 채권자에게 만기이자로 지급됐다. 예산정책처의 추계에 따르면 내년에 19조1000억 원, 오는 2023년에는 21조2000억 원으로 20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2030년에는 무려 36조4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우리나라 한 해 전체 R&D분야 예산액이나 SOC분야 예산액보다도 큰 규모다. 더 큰 문제는, 이 중 상당액이 해외 채권자에게 지급돼 국외로 유출된다는 점이다. 대다수 선진국은 국가채무가 자국의 금융시장에서 소화돼 이자 비용이 거시경제 내에 머물고 순환되는 데 비해 우리는 상당분의 국부가 이자비용으로 해외로 유출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국가채무의 관리 원칙은 분명하다. 평소에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분명한 경우에 한해서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제위기나 재정위기에 대비해 적정한 낮은 수준의 채무비율을 유지하되, 경제위기나 팬데믹같이 반드시 사용해야 할 경우 국가채무를 활용한다. 다만, 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다시 채무 수준을 낮춰야 한다. 이렇게 해서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경제위기에 대응할 여력을 확보하고 미래세대에 국가채무를 활용할 기회를 남겨 주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대다수 선진국이 이처럼 재정운용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문화일보

 

11.08 올해 적자 90조인데 “초과 세수로 곳간 꽉찼다”는 눈속임 셈법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올해 초과 세수(稅收)가 40조원가량 될 것이라고 한다. 나라 곳간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면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거듭 주장했다. 이 후보 제안대로 1인당 30만~50만원씩을 주려면 최대 25조원이 필요하다. 김부겸 총리가 “재정 여력이 없다”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지면 돈이 나오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제동 걸었지만 민주당은 “정부가 세수 여력을 숨기려고 한다”며 이 후보 지원 사격에 나섰다. “당은 (정부에) 속지 않는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마치 세금 수입이 남아도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초과 세수’는 정부의 예측 오류로 당초 예상치보다 세수가 더 들어왔다는 것일 뿐 빚내서 재정 메우는 상황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가 올해 예산을 짜면서 전망한 애초 예상치보다 올해 들어 국세 수입이 31조원 늘었다. 절반 이상이 ‘미친 집값’과 증시 활황에 따른 재산세·양도세·증권거래세 증가분이다. 부동산·일자리 등의 정책 실패가 역설적으로 부분적인 세수 증가로 이어진 셈이다. 이 돈은 정부는 지난 6월 35조원 규모 2차 추경을 편성해 이미 다 털어 먹었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2차 추경 때 예상보다 세수가 10조원 정도 더 늘 것으로 보이자, 또 이 돈을 재난지원금으로 당겨 쓰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올해 예산이 엄청난 적자이고 추가 세수에도 불구, 적자 폭은 더 커졌다는 점은 말하지 않는다. 애초부터 올해 예산은 수입보다 지출이 70조원 많은 적자로 편성됐다. 그 후 더 걷힌 세수 30조원을 빚 갚는 데 쓰면 그만큼 적자를 줄일 수 있었으나 1·2차 추경 과정에서 빚을 더 내 도리어 적자 폭이 90조원대로 불어났다. 남는 세금을 국가 채무를 갚는 데 우선 쓰도록 규정한 국가재정법의 취지를 어긴 것이다.

 

초과 세수는 정부의 애초 예측이 빗나간 데 따른 장부상 수치일 뿐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초과 세수 덕에 “곳간이 꽉 찼다”고 호도하며 그 돈을 “국민 고통을 줄이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나랏빚을 20~30년 뒤 갚아야 할 청년 세대의 고통은 ‘국민 고통’이 아닌가. ‘초과 세수’ 운운하며 재정 여력이 충분한 것처럼 오인시키는 말에 속으면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08일 중국發 ‘요소수 대란’ 文정부 무능이 키운 人災다

중국의 수출 봉쇄로 촉발된 ‘요소수 대란’이 물류에서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은 물론 소방·응급차 등 국민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정부는 군 비축용까지 푼다니 안보 영향까지 걱정된다. 요소수 같은 특정 필수 원자재를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한 탓도 있지만, 이미 지난달 11일 중국 측의 수출제한 조치가 가시화됐고, 그 전에도 호주산 석탄의 중국 금수로 어느 정도 예견됐다. 그런데 방치하다가 문제가 악화한 뒤 요란하게 뒷북만 친다. 정부 무능이 빚은 전형적 인재(人災)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회 연설에서 “100대 핵심부품에 대한 대일 의존도를 줄이고 수입선 다변화 등 공급망을 안정시키면서 일본을 넘어 세계로 소재·부품·장비 강국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2019년 7월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의 수출을 규제하자 문 정권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를 거론하며 압박했고, 당시 조국 청와대 수석은 ‘죽창가’까지 언급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자화자찬 연설 이전인 지난달 11일 중국은 ‘요소 수출 검사 의무화 조치’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수출 중단을 선언했다. 그런데 정부는 3주가량 지난 2일에야 상황 파악에 나섰고, 4일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여는 호들갑을 떨었지만 “관련국과 협의하겠다”는 게 대책이었다. 중국은 여전히 ‘수출을 제한한 적 없고 검사만 의무화했을 뿐’이라고 발뺌한다. 중국 의존도가 80% 넘는 품목이 1850개나 되는 데도 제대로 항의조차 못하면서, 일본엔 ‘소부장 승리’를 외치는 한심한 태도가 나은 결과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별도의 ‘글로벌 공급망 정상회의’를 소집하는 등 안보 차원에서 접근한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 쇼에 몰입한다. 요소수 대란은 글로벌 경제 전쟁의 일단이다. 정부 무능이 얼마나 경제를 더 망칠지 걱정된다.

문화일보 사설

 

11.09 잠재성장률 꼴찌, 빚 증가 세계 최고, 한국 경제의 ‘우울한 미래’

한국의 1인당 잠재 GDP 성장률이 2030년 이후엔 OECD 회원국 최하위권으로 추락할 것이란 OECD 전망이 나왔다. 2007∼2020년의 연평균 2.8%에서, 2030∼2060년 0.8%로 떨어져 캐나다와 함께 OECD 38국 중 꼴찌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2039년엔 일본에도 역전될 것으로 전망됐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대표적인 저성장국 일본보다도 취약한 ‘제로(0) 성장국’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와 그에 따른 생산인구 급감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적절한 정책 처방으로 대응하면 잠재 성장률 하락 속도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구조 개혁과 산업 재편 등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으로 성장 활력을 키우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반대로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정책만 펼쳐왔다. 온갖 반기업 규제로 기업 활력을 위축시키고 생산성을 저하시켰다. 노동 개혁과 구조 조정, 미래 먹거리 발굴엔 아예 손을 놓았다. 거기에 온갖 세금 퍼주기로 경제의 최후 보루인 재정까지 부실화시키고 있다. 성장의 발판을 약하게 만든 것이다.

 

저성장 속에서도 나랏빚은 선진국 최고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IMF는 한국의 향후 5년간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선진 35국 중 가장 빠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진 35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오는 2026년까지 3.0%포인트 내려가는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15.4%포인트 상승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독일·프랑스 등은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서 재정 지출을 내년부터 8~19% 줄이는 재정 감축에 들어가기로 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내년에도 올해보다 8% 넘게 증액된 604조원의 수퍼 예산을 편성했다. 해마다 적자국채를 100조원씩 발행하고 있다. 세금 퍼붓기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차기 정부가 끝나는 2026년엔 국가부채(일반정부 기준) 비율이 66%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기증 나는 속도가 아닐 수 없다.

 

성장률은 최저이고, 부채 증가 속도는 최고가 된다는 것이 한국 경제의 미래다. 문 정부 잘못만도 아니다. 역대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나태가 쌓여 저성장·고부채의 우울한 자화상을 만들었다. 지금이라도 포퓰리즘을 버리고 입에 쓴 약을 먹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09일 독립생계 문다혜 가족 靑 거주 1년, 쉬쉬한 이유 뭔가

대통령 가족의 사생활도 당연히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 가족은 사실상의 공인(公人) 또는 준(準)공인으로서의 측면도 있다. 게다가 청와대의 대통령 관저에 입주해 생활할 경우엔 ‘국가의 지원’이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투명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딸 다혜(37) 씨가 지난해 말부터 1년 가까이 대통령 관저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문화일보의 관련 보도(8일 자 6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법령을 위반하거나 부적절한 사항은 없다”면서 “경호 안전상 구체적으로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

 

다혜 씨는 지난 2007년 결혼해 남편·자녀와 함께 독립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 이유로 딸 가족의 재산공개도 거부한 바 있다. 다혜 씨 가족이 태국으로 이주해 국민을 의아하게 한 적도 있다. 미성년 자녀라면 당연히 대통령과 함께 지내겠지만, 다혜 씨 가족의 경우엔 자연스럽지 않다. 물론 나름의 사정은 있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특수활동비에서 생활비를 충당해 왔으나, 문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부부 식대와 개·고양이 사료 값 등은 자신이 직접 부담하겠다고 했다. 다혜 씨는 해외에 머물던 2019년 5월 주택을 7억6000만 원에 매입한 후 하루도 살지 않고 올해 2월 되팔아 1억4000만 원의 시세차익을 냈다. 다혜 씨 남편 서모 씨는 태국 ‘타이이스타’에 고위직으로 근무한 바 있는데, 구속기소된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등 구설에 올랐다. 다혜 씨 가족을 위해서라도 국민이 납득할 만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쉬쉬하면 의혹만 더 키우게 된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09일 요소수 대응 無能과 진짜 심각한 문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에너지정책합리화교수협 공동대표

흔한 화학 소재인 요소를 깨끗한 물에 녹인 ‘요소수’가 동이 나고 있다. 중국의 에너지 정책 실패에 따른 전력난의 불똥이 튄 것이다. 요소수의 정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던 정부는 뒤늦게 허둥거리고 국민은 속이 탄다.


차량용 요소수에 특별히 높은 순도의 요소가 필요하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경유차의 선택적 촉매환원장치(SCR)는 정밀기계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SCR의 제올라이트 촉매는 경유의 연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높은 온도의 화학적으로 거친 배기구에서 질소산화물을 저감시키도록 설계·제작된 부품이다. 99.9999% 수준의 순도가 요구되는 환경에서 작동하는 반도체 제조장비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것이다.


경유차에서 소비되는 요소수의 양이 많은 것도 아니다. 경유 승용차는 10ℓ의 요소수로 1만㎞를 주행한다. 연료로 사용하는 경유 소비량의 1% 수준이다. 차량용 요소수 1ℓ에는 대략 32.5g의 요소가 들어 있다. 결국, 1ℓ의 경유에서 만들어지는 온갖 오염물질에도 끄떡없이 견디는 제올라이트 촉매가 고작 0.3g의 요소에 포함된 정체불명의 불순물 때문에 손상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유차용 요소수 생산에 쓰는 요소의 품질에 대한 국제표준기구(ISO)의 규격(ISO-22241)이 있다. 요소의 생산 과정에서 흔히 혼입되는 요소 유도체(바이유렛)·암모니아·수분 등의 불순물은 문제가 없다. 암모니아 생산에 필요한 수소의 생산에 쓰는 천연가스·석탄에서 잔류할 수 있는 황(黃) 불순물만 경계하면 된다. 물론, 비료용으로 쓰기 위해 고결(固結)방지제를 코팅하는 추가 공정을 거친 과립형 요소는 요소수 생산에 적절하지 않다.


요소수는 경유차에만 쓰이는 게 아니다. 질소산화물이 배출되는 선박용 엔진이나 경유 발전기에도 사용한다. 다만, 질소산화물이 더 많이 배출되기 때문에 차량용(32.5%)보다 진한 40% 요소수를 사용한다. 제철공장에서는 50% 요소수도 사용한다. 그렇다고 ‘산업용’ 요소수에 사용하는 요소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요소의 ‘품질’이 아니라 요소수의 ‘농도’가 다를 뿐이다. 결국,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 요소수에 쓸 수 없다면 산업용 요소의 어떤 불순물이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만 한다. 요소수를 반도체 생산용 고순도 불화수소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경유차용 요소의 수요는 한 달에 고작 7000t도 안 된다. 요소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2억t이 생산·유통된다. 가격도 t당 400달러에 못 미치고, 중국산은 더 싸다. 중국 외에 인도·러시아·인도네시아·파키스탄·미국에서도 엄청난 양을 생산하는데, 일본·호주도 수십만t을 생산한다. 세계 10위의 경제·산업 대국이 당장 수천t의 값싼 범용 화학 소재를 못 구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의 요소 생산량 감소는 우리에게도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에 수입한 83만5000t의 요소 중 66%인 55만t이 중국산이었다. 경유차용 요소수에 소비한 요소는 8만t에 지나지 않는다. 비료와 요소수지 생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에 의존하는 소재·부품의 수입선 다각화에 대한 정부의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문화일보

 

11.10 세금 내는 이유, 정부 존재 이유 의심케 한 요소수 사태

중국발(發) 요소수 공급 대란으로 화물 트럭들이 운행 중단 사태에 몰리는 등 물류 대란 위기가 코앞에 닥쳐왔다. 차량 수송용으로 필요한 요소가 연간 8만t인데 정부가 긴급 확보한 물량은 이틀 치뿐이다. 정부는 10여 국에서 요소 1만t을 추가 수입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라는데 이것도 한 달 반 치 물량에 불과하다. 그나마 언제 확보될 수 있을지 기약조차 없는 상황이다.

 

중국산 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요소수 대란의 전조는 지난여름부터 있었다. 중국과 외교 마찰을 빚은 호주가 대중국 석탄 수출을 줄이자 석탄에서 추출하는 요소 국제 가격이 몇 개월 전부터 급등했다. 급기야 중국 정부가 지난달 11일 요소, 인산 등의 품목을 별도 검역이나 검사 없이 수출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나흘 뒤부터 곧바로 수출 중단 조치에 들어갔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정부는 3주일이 지난 이달 초에야 상황 파악에 나섰다. 요소수 사태의 조짐이 시작됐을 때부터 선제적으로 대처했다면 지금 같은 위기로는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김부겸 총리도 국회에서 “정부가 초기에 적극성을 가지고 대응했다면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프게 반성한다”고 했다.

 

이 사태가 언제 풀릴지도 모른다. 정부의 신속 통관 요청에 중국은 “연구 검토하고 있다”고만 답하면서 명확한 수출 재개 시점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토록 중국에 저자세 외교를 했는데 왜 이 지경인가. 중국 매체들은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위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등 ‘요소수 외교’로 공공연히 압박하는 지경이다. ‘사드 보복’ 때를 연상케 한다. 요소수뿐 아니라 특정 국가 의존도가 80% 넘는 수입품 3941개 가운데 거의 절반(1850개)이 중국산이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 산업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언제든 그럴 나라다.

 

2년 전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의 수출 규제에 나섰을 때는 ‘죽창가’까지 외치며 강경 대응에 나섰던 정부가 중국에 대해서는 입 다물고 선처만 기다리고 있다. 물류뿐 아니라 자동차·철강·건설·유통 등 전 산업 분야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화력발전소 20여 개의 요소수 재고가 한 달 치밖에 안 남아 자칫 전력 부족 사태를 빚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나친 불안감을 갖지 말라”고 한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야 불안감이 없어질 것 아닌가. 요소수 사태는 국민이 세금을 내는 이유, 정부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10 지원금 퍼주려고 징세까지 미루려는 與의 전례없는 꼼수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제안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이 올 연말 내야 할 세금을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초과 세수’를 이용해 지원금을 나눠주자는 이 후보의 주문을 실행하려다 정부의 반대와 법 위반 등의 문제가 생기자 ‘납세 유예’라는 편법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국민의 일상회복과 개인방역을 지원하기 위해 ‘전 국민 위드 코로나 방역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겠다. 내년 예산에 반영해 1월 회계연도가 시작되면 최대한 빨리 지급하겠다”고 했다. 재원에 대해선 “초과 세수분을 유예, 내년 세입을 늘려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 주장대로 초과 세수를 활용해 내년 대선 전 지원금 지급을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납부유예를 추진하는 것은 국가재정법상 초과 세수는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국채상환 등에 우선 사용하게 돼 있어서다. 10조∼15조 원으로 예상되는 올해 초과세수를 지원금 재원으로 쓰려 해도 가용예산은 20∼25%로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11, 12월 걷힐 세금의 과세 시점을 미뤄 내년 세입으로 잡으면 법을 피해 국민 1인당 20만∼25만 원씩 나눠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민주당 계산이다. 이 후보가 제안한 30만∼50만 원에 못 미치지만 작년 전 국민 1차 재난지원금과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세정당국이 당장 난색을 표했다. 전 국민에게 나눠줄 돈을 마련하려고 세금 징수를 이듬해로 미루는 건 세정 사상 한 번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미룰 세금도 마땅치 않다. 연내 납부가 남은 주요 세목은 종합소득세, 종합부동산세뿐인데 정부는 이미 소상공인 136만 명의 종소세 납부시기를 내년으로 늦춰줬다. 국세징수법은 세금 납부유예 사유를 재난·도난 등 재산상 손실, 사업의 부도·도산 등으로 규정하고 있어 부유세 성격의 종부세 납부를 미루는 것도 쉽지 않다. 근로소득세 등 원천징수로 걷는 세금은 두 달분만 남아 있고 여당이 검토하는 유류세, 주류세 등은 사용처가 따로 정해진 목적세다.

 

이 후보는 연일 “곳간에 쌓아둔 쌀”을 거론하지만 초과세수는 정부가 세수를 소극적으로 예측한 결과일 뿐이다. 올해도 한국의 재정은 104조 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유지된다. 이런 사정은 모른 체하고 편법으로 예산을 마련해 나눠주는 지원금은 나라살림만 축낼 것이다.

동아일보 사설

 

11-11 단시간 일자리만 2배로 늘려놓고 “고용 99% 회복”이라는 정부

지난달 주 36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가 21% 감소했다. 반면 공공일자리 등 단시간 근로자는 521만 명 늘어 전년 동기의 두 배가 됐다. 고용의 질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취업을 미루거나 포기하면서 일부 업종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고용의 질 악화가 취업난과 구인난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악순환이다.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30대는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취업자가 줄었다. 그냥 쉬었다는 경우도 늘었다. 20대 고용 증가도 사실상 취업대기 상태인 초단시간 일자리가 늘어난 결과다. 이런데도 정부는 코로나 이전의 99%를 회복했다고 자화자찬한다. 현실 왜곡에 가깝다.


이런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대면 근로 위주인 단순노무·서비스 일자리가 꾸준히 줄어들 것이란 보고서를 9일 내놓았다. 평균 임금이 낮은 단기 일자리는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미리미리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놓지 않으면 저소득층 실업난이 가중되고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재정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고용구조의 변화를 불러왔다. 미국에선 한 번 집에서 쉰 사람들이 고용시장에 다시 들어오지 않는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 자발적 실업자도 늘고 있다. 숙련된 고임금 인력은 부족하고, 저소득층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차별적 고용충격도 나타나고 있다.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벌어지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일상이 되고 있다. 한국도 이런 변화에 대비해 고용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코로나 이전 고용까지 3만6000명 남았다”고 했다. 재정을 투입해 억지로 이 숫자를 채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질 낮은 일자리만 늘려서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질 뿐이다. 정부는 인력 채용을 막는 각종 규제를 없애 민간의 고용 여력을 늘려야 한다. 지금 고용시장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다.

동아일보 사설

 

11-11 중국만 바라보는 전략물자 대책 ‘제2 요소수 대란’ 못 막는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외교부가 어제 “다양한 채널로 중국 측과 소통한 결과 한국 기업들이 이미 계약한 요소 1만8700t에 대한 수출 절차가 진행될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2∼3개월 쓸 요소수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 당국에 신청한 추가 물량 7000t의 수출 검사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어 요소수 대란은 일단 진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중국 등 특정국에 과도하게 의존한 원자재, 중간재 수급 차질이 전체 한국 경제를 쉽게 마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중국 관영매체는 한국 요소수 대란, 유럽 마그네슘 위기를 거론하며 “한국 미국 유럽 모두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가진 중요한 지위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미중 갈등 과정에서 중국의 이익이 침해당하면 자원 등을 언제든 무기화할 수 있다는 위협이다.


사전에 위험을 인지해 경고음을 울렸어야 할 정부 시스템도 제때 작동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11일 밝힌 요소 수출 통제 방침을 주중 한국대사관이 외교부에 보고하는 데 열흘, 국무조정실이 관계 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는 데까진 3주가 걸렸다. 사태의 중대성을 알아채지 못한 공무원들의 전문성 부족, 부처 간 팀워크 부재 등 문제도 노출됐다.

 

미중 경제패권 경쟁과 세계 각국의 탈(脫)탄소 가속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생산·물류 차질이 실타래처럼 엉킨 복합 공급망 위기는 더 심화할 것이다. 이번 요소수 대란은 어찌어찌 넘어간다 해도 예상치 못한 소재 분야에서 앞으로 비슷한 일이 터질 수 있다. 외교 통상 안보 자원 산업 환경 분야를 아울러 공급망 취약점을 통합 관리할 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같은 상황만 반복될 것이다. 필요하면 정부 편제를 싹 뜯어고칠 생각까지 해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11-11 비겁한 대통령, 만용 부리는 대통령

인기 없는 개혁 미루고 폼 나는 일엔 호기
차기 대통령은 난제 외면 않는 ‘용기’ 절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유엔 기후총회 기조연설에서 “자연은 오래도록 우리를 기다려주었다. 이제 우리가 자연을 위해 행동하고 사랑해야 할 때”라며 “매우 도전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천명했다. 세계 1·3·4위 배출국인 중국 인도 러시아가 못 줄이겠다며 꽁무니를 빼는데 우리가 앞장서겠다고 했으니 박수를 보내야 할까.

기후위기 대응은 시대적 당위지만 지구에 큰불이 났다고 모두가 똑같이 불구덩이에 뛰어들 수는 없다. 장비도 든든하고 기술도 있다면 뛰어드는 게 용감한 행동이다. 장비도 기술도 없으면 얼른 119에 신고하고 대피를 돕는 게 용기 있는 행동이다. 무턱대고 뛰어들다간 불도 못 끄고 다치기만 한다. 그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다.


문 대통령의 탄소중립 계획(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은 만용이다. 정부가 감당할 수 있다고 제시한 최대치(32%)보다도 목표가 높다. 2030년이면 9년밖에 안 남았는데 동원한다는 기술은 전문가들도 “50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 모르겠다”고 한다. 정부가 소요 비용을 공개 않는 사이 여기저기서 천문학적인 추산치들이 나온다. 2050년까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핵심 수출산업 6개 분야에서만 199조 원이 들고, 수입 수소를 액화·운송·저장하는 데만 66조 원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다고 지구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한국 탄소 배출량은 세계 배출량의 1.5%밖에 안 된다. 욕조에 물 한 컵 붓는 정도의 기여를 하겠다고 포스코 같은 기업 몇 개가 문을 닫는 피해를 감수하는 게 만용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만용의 반대가 비겁이다. 불이 났는데 못 본 체하는 경우다. 현 정부의 연금 정책은 비겁하다. 연금은 고갈이라는 화재 예방을 위해 주기적으로 더 내고 덜 받는 재설계를 해야 한다. 인기 없는 정책이지만 김영삼(공무원연금) 김대중(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노무현(국민연금) 이명박(공무원연금) 박근혜(공무원연금) 정부에선 빠짐없이 개혁을 관철시켰다. 현 정부만 유일하게 국회 180석을 갖고도 연금개혁엔 손도 대지 않아 2030세대는 내면서도 못 받을까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공무원·사학·군인연금 적자도 4년 후엔 지금의 2배(11조 원)로 불어난다.

 

비겁하거나 만용 부리는 대통령 탓에 고생한 걸 얘기하자면 끝이 없다.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는 호기의 끝은 다들 아는 대로다. 정부 구조조정은커녕 공무원 수를 역대급으로 늘려놓아 국민 부담이 커지고 민간 부문의 활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문재인 케어’ 생색내기로 건보재정은 거덜 나고 중소병원들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저성과자 해고와 성과연봉제 도입 등 이전 정부가 어렵게 해낸 노동개혁은 백지화하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같은 만용을 부린 결과가 일자리 감소와 비정규직 청년 급증이다.

 

문 대통령 재임 기간에 나랏빚이 400조 원 늘어 내년엔 1000조 원을 넘기게 됐다. 그런데도 차기 대권 주자들은 오늘만 살 것처럼 “1인당 지원금 50만 원씩” “자영업자 50조 원 지원”을 외친다. 표 떨어지는 증세나 연금개혁은 입에 올리지 않는다.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 징후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대통령, 해서는 안 될 일 안 하고 해야 할 일은 꼭 해내는 용기 있는 대통령을 갖기가 이렇게 어려운가. 지지율 떨어질까 의무는 외면하면서 위임받은 권한으로 지지층만 바라보며 만용이나 부리는 대통령 뒤치다꺼리는 그만하고 싶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11.11 그리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한국에서 환생했나

재정 탄탄했던 그리스
최저임금 과속 인상하고 세금 퍼주기 하다 몰락
한국, 그 길 가는 중

그리스는 글로벌 금융 위기 때 가장 먼저 IMF 구제 금융을 받았다. 당시 그리스 총리였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가 5년 전 조선일보 주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왔다. 연단에서 ‘개혁’을 논하던 그의 표정이 생생하다. “내가 총리가 된 뒤 확인해보니 재정 적자 규모가 GDP의 6.5%가 아니라 15.7%였다. 정부가 진실을 숨긴 것이다.”

 

▲2015년 1월 3일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전 그리스 총리(가운데)가 그리스 아테네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하고있다./AP 연합뉴스

 

그가 넘겨받은 ‘거짓말 정부’는 그의 아버지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집권 11년간 나라를 망친 결과였다. 아버지 파판드레우가 취임한 1980년대 초 그리스의 부채 비율은 20%대 초반이었다. 유럽 강국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튼실한 재정을 자랑했다. 그러나 좌파 포퓰리스트인 아버지 파판드레우가 ‘소득 재분배’ 정책을 펼치면서 그리스는 멍들기 시작했다. 최저임금을 1년 만에 40% 이상 인상하고 공공 부문 인력을 대거 늘렸다. 전 국민 무상 의료며 무상 교육 등 복지 지출도 마구 늘렸다. 연금 지급액까지 올렸다. 대중이 원하는 건 거의 다 해줬다.

 

하지만 공짜 세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복지가 더 큰 복지를 부르고, 빚이 더 큰 빚을 불렀다. 부채 비율 ‘20% 선’은 순식간 무너졌고 1990년대 초 100%를 넘기면서 그리스는 부채의 늪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노동 개혁과 산업구조 개혁은 뒷전이었다. 성장 엔진이 식으면서 조선·석유화학·자동차 등 제조업마저 침체됐다. 중산층이 붕괴돼 국민 30%가 빈곤층에 쌓여갔다. 포퓰리즘에 눈먼 지도자 한 명이 나라를 거덜 내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의 한국은 그리스 판박이 같다. 문 정부는 분배 정책의 일종인 소득 주도 성장을 밀어붙였다. 출범 2년 만에 최저임금을 29% 올렸다. “정부가 최대 고용주”라며 공공 부문 인력을 수십만 명 늘렸다. 7년 연속 흑자였던 건강보험 재정은 무분별하게 건보 혜택을 늘린 ‘문재인 케어’로 만성 적자에 빠졌다. 코로나를 핑계로 시작된 전 국민 재난 지원금은 정례적 돈 잔치가 돼버렸다. 노동 개혁은 실종됐고 기득권 귀족 노조는 경찰 뺨을 때리고 법을 비웃는다.

 

문 대통령의 “적정 국가 부채 비율 40%의 근거가 뭐냐”는 한마디에 해마다 100조원씩 빚을 내 평펑 뿌리고 있다. 내년에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고 8년 후 20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박근혜 정부까지 30%대 중반을 유지하던 부채 비율이 내년에 50%를 넘고 차기 정부 말엔 60%대 중반으로 치솟는다. 임기 내내 세금 퍼주기만 했던 아버지 파판드레우가 한국에서 환생한 것 같다.

 

50%를 밑돌았던 스페인의 부채 비율이 90%를 넘는 데 불과 4년 걸렸다. 베네수엘라의 정부 부채 비율도 25%에서 180%가 되는 데 8년 걸렸다. 정권은 매표(買票) 중독, 국민은 공짜 돈 받아먹는 복지 중독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미 중독 단계에 들어섰다. 부자, 빈자 따지지 않고 뿌려대는 온갖 현금 복지에 익숙해졌고 세금 10조원, 20조원 정도는 푼돈 취급하는 세상이 됐다.

 

선진국들은 정부가 빚을 내더라도 국민의 부담 능력을 벗어나지 않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현 세대의 짐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지 않겠다는 양심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선을 앞둔 지금 한국의 집권 세력은 무슨 수를 써서든 빚을 늘려 국민들 지갑에 현금 꽂아줄 궁리만 한다. 아예 대놓고 포퓰리즘을 하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선거 전 현금 세례 판을 벌이겠다는 것 아닌가.

 

민주당 정권의 ‘그리스 따라 하기’는 5년이면 족하다. 이미 많은 것이 망가졌다. 이대로 10년까지 갈 수는 없다.

조선일보 윤영신 논설위원

 

11.12 45년 동안 배급제 단 2번, 모두 文정부에서만 벌어진 이유

▲11일 전남 광양시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를 사려는 화물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올 연말까지 51일간 요소수 수급을 통제하는 긴급 수급 조정 조치를 발동했다. 요소수 판매처는 주유소로 한정하고 승용차는 1대당 1회에 10L, 화물·승합차 등은 30L까지로 판매량을 제한했다. 생산·판매업자가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작년 3~4월 실시했던 마스크 5부제에 이어 요소수 배급제가 시작된 것이다. 정부의 실패로 국민이 피해 보는 사태가 또 발생했다. 요소수 30L는 화물차가 서울~부산을 2~3회 밖에 왕복하지 못하는 물량이다. 멈춰서는 화물차들이 속출할 수 있다. 정부는 “구매 횟수를 제한할 수 있다”는 말뿐 구체적인 기준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책을 급조했다는 뜻이다.

 

요소수 대란은 정부의 늑장·부실 대응으로 악화됐다. 중국이 요소 수출 규제 방침을 공고한 것이 지난달 11일인데 중국 주재 대사관은 열흘 뒤에야 외교부에 보고했고, 또 열흘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관계부처 대책 회의가 열렸다. 그러다 중국이 기존 계약분 1만8700t을 공급하겠다고 하자 정부는 자화자찬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나온 것이 정부는 쉽고 국민에겐 고통인 배급제 시행이다.

 

부산, 광양 등 전국의 주요 물류센터에선 요소수를 넣으려는 차량들이 주유소 앞에서 수백m 줄을 서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 작년 3월 ‘마스크 5부제’도 상황 오판과 문제 해결 능력 부재가 부른 것이었다. 세계 2위의 마스크 생산 능력을 갖췄으면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 50일이 되도록 마스크 문제를 풀지 못해 국민들이 큰 피해를 겪었다.

 

강제 배급제의 법적 근거는 1976년 제정한 물가안정법이다. 이 법은 천재지변이나 경제 위기 때 한시적 수급 통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 제정 후 43년간 한 차례도 발동된 적이 없다. 70년대 말 2차 오일 쇼크, 90년대 말 외환 위기를 비롯한 온갖 위기 사태에서도 역대 정부는 배급제 없이 상황을 넘겼다. 그러다 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두 차례 배급제가 실시되고 말았다. 왜 문 정부만 이러는지 이제 국민들도 알아가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11.12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그 달콤한 추억

냉면도 사먹고, 휘발유도 넣고 달달한 ‘돈맛’에 세금 걱정 잊어
그래도 국민적 각성 있어 다행… 전국민 재난지원금 찬성 22%뿐

10월에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신청하라는 문자가 왔다. 경기도에 살고는 있으나 신경 끄고 있었다. 무차별적 현금 살포에 수혜자로 참여하기 싫었다. 그러나 두어 차례 독촉 문자를 받고 보니 욕심과 호기심이 생겼다. 10월 25일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서 인터넷으로 재난기본소득 25만원을 신청했다. 처음엔 통장 잔고에 아무런 표시가 없어서 뭔가 잘못된 줄 알았다.

 

그러다 동네 편의점에서 마스크, 콜라, 휴대폰 부속품 등을 사고 카드를 냈더니 바로 문자가 왔다. 방금 편의점 구매로 1만3500원이 기본소득에서 차감됐으며 잔액은 23만6500원이라고 찍혀 있었다. 그 뒤 동네에서 냉면을 사먹어도, 자동차에 휘발유를 주유해도, 기본소득에서 차감됐다. 은행 잔고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25만원은 둘이서 칼국수나 만둣국처럼 가볍게 외식을 하면 10번쯤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 금액이 재난소득에서 빠져나갈 때마다 문자를 받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비겁한 심정 변화가 생겼다. 모든 경기도민을 마취시키는 무차별적 포퓰리즘에 말려들고 있다는 생각은 슬며시 사라지고, 대신 ‘공짜 돈’이 주는 달콤한 기분이 생기면서 재밌기까지 했다. 거저 얻는 ‘돈 맛’이 이런 건가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결국 내가 냈던 세금이 나한테 되돌아오고 있다는, 제 살 뜯어먹고 있는 중이라는, 비판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은 약해졌다. 경기도에서 서울 광화문 도심까지 광역버스로 출퇴근하면서 운전 기사가 크게 틀어놓는 라디오 방송도 이젠 참을 만했다. 신문 지면, 종편TV 시사 프로, 그리고 유튜브 방송을 통해 3각 파도로 포퓰리스트 정치인을 비판하던 나도 물색없이 타락하고 있었다. 건강 재정, 건강 가계를 외쳤던 내 입이 부끄러웠다.

 

우리는 현금 지출보다 감정 지출이 더 두렵다. 돈이 들더라도 감정을 다치는 일은 피하려고 한다. 저임금 노동자보다 감정 노동자의 일터가 더 불행한 환경으로 소개되곤 한다. 그러나 둘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몇 푼 공짜 돈에 젖다 보면 그걸 설계한 사람에게 호감이 느껴지고, 퇴근길 행복이 보장받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민적 각성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찬성하는 비율은 22%에 불과하다. ‘추가 지급 자체를 반대한다’는 목소리도 47.7%나 됐다. 취약 계층만 선별 지급하라는 주장은 29.6%다. 국민 열에 여덟은 무차별 공짜 돈 살포에 “안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을 역으로 파고들며 밑바닥부터 흔들어대는 쪽은 여당과 대선 후보들이다. 적자 국채 발행이 두 해 연속 100조가 넘든 말든 그들은 올해 내야 할 세금을 내년 봄까지 유예해주면서 또다시 현금 살포 헬기를 띄우고 있다. 여당 후보는 문 정부 퇴진 이전에 돈을 풀겠다는 것이고, 야당 후보는 집권하면 100일 이내에 풀겠다는 것이다. 여당은 무차별, 야당은 피해자 맞춤형 지원을 내세우고 있으나 재원 마련을 위해 ‘초과 세수’와 ‘국채 발행’ 외엔 다른 방도가 없다는 점에서 같다.

 

지난 4·15 총선 때 우리는 ‘현금 살포’의 위력과 ‘코로나 사태’가 여당에 주는 프리미엄을 절절하게 경험했다. 이후 “선거 공약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느다랗게 들렸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는 온갖 독직 혐의로 권좌에서 물러나곤 했으나 그때마다 현금 살포 공약을 내세워 총리를 무려 3차례나 역임했다. 그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했다. 지금 한국의 집권당과 대선 후보도 그럴 수 있다. 여야 후보들은 정해진 숫자의 유권자라고 하는 ‘제한된 상권’에서 어떻게든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목숨 건 전쟁을 벌일 것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

 

11월 12일 자원외교 무능도 드러낸 요소수 사태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

중국의 요소 수출 통관 지체로 국내 도입에 차질이 빚어져 대란(大亂)을 일으키고 있는 ‘요소수’ 문제를 접한 청와대 관계자는 애초에 ‘요소비료’ 문제쯤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10일 당·정이 관련 대책회의를 가졌다. 실로 ‘웃픈(웃기지만 슬픈)’ 현실이다. 현 정부의 자원외교와 대(對)중국 외교가 바닥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우리 원자재의 대중 의존도를 보면 앞으로 이런 사태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이제는 중국의 대안을 찾을 때다. 정부의 용단은 앞으로 최소한 10년 우리의 산업, 경제와 국가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제도를 불투명하게 운영하는, 신뢰도 떨어지는 중국보다 미국과 동맹, 우방이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한사코 중국을 맹신한다. 중국이 어떻게 변하는 줄도 모르고, 자원을 무기화하는 것은 물론 그 내부에서 일고 있는 변화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중국이 변해도 ‘설마 우리에게 그러겠어’ 하는 안일함에 빠져 있다.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대외적으로 희토류를 가지고 일본을 읍소케 한 게 2010년의 일이다. 당시 중국은 희토류를 선적한 화물선의 일본 출항을 불허했다. 일본의 우방과 동맹이 항의하자 이를 철회했다. 그리고 오늘날 중국은 자국의 수요 부족을 이유로 우리와 계약한 요소수 1만8700t의 통관을 지체시켰다. 21세기에 자원을 국제관계에서 무기로 삼는 중국의 모습에 측은지심마저 생긴다.


중국의 내부 사정은 어떤가. 15억 인구를 가진 나라가 계속 성장하면서 자원의 내수시장 요구가 팽배하니 중국 스스로도 자원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중국은 이미 에너지자원을 수입에 의존한 지 오래이며, 식량의 자급자족은 1990년대 초 이후에 중단됐다. 탄광은 고갈돼 폐광이 속출하고 희토류 광산도 환경 문제, 노동력 부족 등의 이유로 폐업하고 있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으로 희귀 원자재에 대한 중국의 수요는 날로만 커진다. 이런 중국의 산업과 시장의 변화를 기민하게 관찰하고 대응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우리 정부 당국의 안일함이 이번 요소수 사태로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는 나라다. 그래서 자원외교가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원외교는 어떠했는가. 특정 생산국이나 특정 지역에만 일방적으로 집중해 왔다. 자원시장의 다변화는 외교 수사에 불과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처음으로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 자원의 장기 정책이 수립됐다. ‘에너지 2030’이라는 정책 보고서에서 강조했던 것도 시장의 다변화였다. 그러나 결과는 다변화는커녕 중국 의존도만 더 키워 왔다.


지금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우리의 우방은 한국의 참여를 촉구한다. 그러나 정부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원자재 품목 중 우리가 80% 이상의 의존도를 보이는 나라는 중국(1850개)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503개)과 일본(438개) 및 독일(121개), 이탈리아(108개) 등도 있다. 따라서 제도가 불투명하고 국제 계약을 무시하는 나라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그 대안은, 원자재 해외시장의 다변화는 물론 동맹과 우방이 재편하는,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는 것이다.

문화일보

 

11.15 중1 전원에 공짜 태블릿, 예산 넘치니 헛돈 펑펑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내년 3월부터 매년 600억원씩 들여 중학교 신입생들에게 태블릿PC 1대씩을 무상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원격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이미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3까지 학생을 둔 서울의 각 가정은 98.6%가 원격 수업이 가능한 디지털 기기를 갖고 있다. 그동안에는 저소득층 학생에게만 원격 수업에 필요한 태블릿 PC를 무상 지급해 왔는데, 앞으로는 교실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수업을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중학교 1학년생 전원에게 무상 태블릿 PC를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지난 2년간 학생들은 거의 강제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경험했다. 교실에서 대면 수업을 받던 것에 비하면 학력 저하가 심각하다. 지금 교육청은 코로나 비대면 수업으로 뒤떨어진 학력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를 최우선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학부모들은 온라인 수업 듣는다는 이유로 책 대신 디지털 기기에 할애하는 시간이 부쩍 더 늘어난 자녀들을 보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충분한 온라인 콘텐츠 준비도 없이, 온라인 교육 방식이나 교육 효과에 대한 교사와 학생들의 검증도 없이 중1 전원에게 무턱대고 무상 태블릿 PC부터 뿌리겠다고 한다. 오죽 날림 정책이었으면 좌파 조희연 교육감이 하는 일인데도 전교조 서울지부가 “넘쳐나는 돈을 주체 못 하는 꼴”이라고 비판하면서 전면 재검토하라고 보도자료를 냈겠나. 심지어 서울시교육청은 혁신미래학교 예산으로 이미 1인 1기기를 가진 중학교에도 새로 기기를 신청하라고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예산 낭비에, 전형적인 선심 행정이다.

 

교육감 선거가 있는 내년에 17개 시·도 교육청 예산은 올해보다 무려 21%(11조1000억원) 늘어나 64조원에 달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내국세의 20.79%가 시·도 교육청에 자동 배정되기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교육청은 가만 앉아서 ‘돈벼락’을 맞으니 자꾸 엉뚱하게 돈 쓸 궁리만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15일 일자리 실상 속인 “99.9% 회복” 억지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0월 고용 상황이 코로나19 이전의 99.9%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대통령이 매일 점검한다고 홍보했다. 일자리 상황판으로 말미암아 공무원들은 올바른 정책보다는 숫자놀이에 승부를 걸어야 했다. 홍 부총리가 매월 코로나19 발생 이전 대비 몇 퍼센트 고용을 달성했는지를 알리는 것도 이해가 간다. 국민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매일 코로나 확진자 숫자에 불안했고, 홍 부총리는 고용 숫자에 불안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더욱이 경제 수장이 참담한 고용 실태를 외면하고 숫자에 매달리는 것은 참으로 딱한 일이다.


2017년 5월 대비 2021년 10월의 고용 상황은 어떻게 변했는가.


첫째, 일자리의 질은 오히려 하락했다. 주당 36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 수는 600만 명 이상 줄었다. 주당 17시간도 제대로 일하지 못하는 취업자 수는 90만 명 이상 늘었다. 전체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이전을 회복했지만, 집권 이후 불합리한 경제정책으로 서민들이 좋은 일자리 부족으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다.


둘째, 왜곡된 일자리 정책은 국민에게 많은 상처를 안겼다. 같은 기간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는 61만3000명, 자영업자 수는 11만4000명이 줄었다. 특히,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수는 29만5000명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작된 자영업자의 고통은 코로나19 사태로 더 커졌다. 정부가 돈 빌려주고 만기를 연장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셋째, 산업구조의 왜곡으로 삶의 미래는 더 불투명해졌다. 상대적으로 양질인 제조업 일자리는 16만7000명 줄었다.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30대와 40대의 취업자 수는 각각 38만4000명, 26만2000명 감소했다. 경제의 핵심인 허리계층이 두 동강 나 버린 셈이다.


문 정부가 숫자 놀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재정을 썼는지 살펴보자. 2016년 대비 2021년까지 증가한 재정 규모(예산안 기준)는 159조5000억 원이다. 국가채무는 같은 기간 338조4000억 원이 늘었다. 재정을 그토록 썼으면 양질의 일자리가 넘쳐야 하는데, 잠재실업률은 오히려 0.7%포인트 증가했다. 그 많은 돈은 누구에게로 들어갔는지 오리무중이다. 재정만 쓴 게 아니라 돈도 풀었다. 협의 통화인 M1 기준으로 594조 원 규모의 돈이 더 풀렸다. 생활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국민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다. 정부가 국민의 짐이다.


정부가 고용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책의 정상화다. 경제하려는 국민의 의지를 독려하고 국민과 함께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선심성 재정지출로는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 고령층에 필요한 것은 공공근로가 아니라 삶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다. 청년층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실업수당이 아니라 꿈을 펼칠 기회다.

 

중장년층에게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터전이 필요하다. 좋은 일자리를 독점한 노조가 군림하는 세상이 아니라 근로자가 대우받는 세상이 돼야 한다. 고용 친화적 규제 개혁은 필수다. 그동안 문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뒤엉킨 실타래를 풀 듯 인내심을 가지고 합리적 고용정책을 추진할 때다.

문화일보

 

11월 16일 “국민 90% 이득” 李후보의 위험한 국토세 신설 선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 신설 공약이 큰 논란을 부르고 있다. 그는 15일 “토지 보유 상위 10%에 못 들면서 손해 볼까봐 기본소득토지세를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 정치 세력에 놀아 나는 바보짓”이라며 “국민 90%는 내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1 대 9 국민 갈라치기 세금이라는 본질을 드러냈다. 당초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하면서 “증세는 필요 없다”고 했지만 결국 말을 바꾸고 있다.

 

이 후보의 기본소득토지세는 토지를 가진 모든 사람에게서 세금을 거둬 그 재원으로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나눠준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식 배급제를 상기시킨다. ‘국민 90%는 받는 돈이 더 많다’는 말은 ‘국민 편 가르기’인 동시에 국민 90%를 향해 따라오라는 선동이나 다름없다. 상위 2%에 부과하는 세계 유일의 종합부동산세보다 더 심한 상위 10% 징벌세다. 그는 토지 공개념 운운하며 이런 세금 신설로 보유세 실효세율을 0.17%에서 1%로 올리겠다는 주장도 한다. 이 실효세율은 보유세 총액을 민간 부동산 시가총액으로 나눠 산출하는 것인데, 부동산 시총이란 게 재산세·종부세 등 보유세 평가 지표로 부적절하다. 국제 공인 기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을 보면 한국은 2018년 0.82%, 2019년 0.92%에서 2020년엔 1.20%로 급등하며 사상 처음으로 1%를 돌파했다. OECD 국가 중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이미 국민은 보유세 말고도 소득세·법인세 등 다른 세금을 많이 내고 있다. 이 후보는 올해 조세부담률이 처음으로 20%를 넘는 등 급증세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민주당조차 이 후보의 보유세 증세 주장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읽힌다. 예고된 종부세 폭탄으로 인한 국민 분노를 우려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양도소득세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충돌한다. 국토보유세가 벌써 종부세·재산세와의 이중과세 문제를 부르는 점도 부담이다. 내년 대선이 감세(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대 증세(이 후보) 프레임으로 가는 것은 불리하다는 인식도 엿보인다. 위험한 세금 선동이다. 또 국민 쪼개기 대선으로 가고 있다.

문화일보 사설

 

11.17 어쩌다 가계부채 비율 세계 1위 나라가 됐나

부동산 폭등이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본질 직시해야

한국의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1위에 올랐다. 부채의 증가 속도 역시 1위다. 15일 국제금융협회(IIF)가 밝힌 세계 부채 보고서 내용이다. 2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2%로, 조사 대상 37개국 중 1위다. 한국 다음으로 홍콩(92%)·영국(89.4%)·미국(79.2%)·태국(77.5%) 순이었다. 숫자에서 보듯 한국은 가계부채 규모가 경제 규모(GDP)보다 더 큰 지구촌 유일의 나라다. 더 심각한 건 방향성이다. 가계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리 증가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6%포인트 높아졌다. 홍콩·태국·러시아를 앞질렀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밝힌 혁신국가 세계 5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어쩌다 가계부채 비율 세계 1위의 나라가 됐을까. IIF에 따르면 가계부채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주택 가격이 급등한 게 주원인이라는 얘기다. 26차례나 이어진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대책이 낳은 결과였다. 이 때문에 집이 없는 사람들은 한순간에 벼락거지가 됐다. 늦게라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과 다락같이 올라간 전세금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은 ‘영혼’까지 끌어모아야 했다. ‘가계부채 세계 1위’라는 불명예는 이렇게 달성됐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에서는 집값 상승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일으킨 전 세계적 현상과 투기세력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한국의 집값 상승이 2020년부터 시작했는지, 현 정부 출범 시기인 2017년부터인지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투기 탓’은 정부의 무능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한 과잉 유동성이 더해져 집값이 올랐고, 덩달아 가계부채도 급증한 것이다.

 

문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으려면 과잉 유동성을 해소해야 하는데, 전통적 접근법으로 하자면 금리를 더 올리고, 대출 규제를 해야겠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이은 금리 인상은 한계상황에 내몰린 가계와 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 금융 당국이 금리 인상에 신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기관의 대출 규제로 가을 이사철에 전세금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는 세입자들은 절박한 처지다.

 

결국 해법은 부동산에 있는데, 규제의 도그마에 빠진 정부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신도시 계획이 늦어져 당장의 주택 부족을 해소할 수 없다면 기존 주택이라도 매물이 나오게 해야 하는데, 엄청난 양도소득세 과세로 퇴로마저 막고 있다. 정부가 세계 1위 가계부채와 부동산 폭등 문제를 정말 풀고 싶다면,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문제의 본질을 봐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11.18 유례없는 생활고 속 서민들, 정부 실패의 희생자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를 막겠다며 초강력 대출 규제에 나서자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실수요자들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9월까지 연 3% 선이던 은행 주택담보 대출금리가 연 5%를 넘어서고 신용대출 금리도 연 6%에 근접했다. 두세 달 사이 이자 부담이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서민들에겐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정부와 민주당이 밀어붙인 새 임대차법이 작년 8월 시행된 후 서울 전세 가격이 평균 32%나 치솟았다. 전세대란으로 무주택자들이 고통받는데 정부가 갑자기 돈줄을 조이자 전세난민이 급증하고 있다. 월세 전환도 속출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서민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은 정부의 정책 실패다.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대책이 최악의 ‘미친 집값’을 불렀고 청년·무주택자들이 ‘영끌 빚투’에 나서면서 가계 빚이 폭증했다. GDP 대비 가계빚 비율이 세계 1위에 이르렀다. 정부가 뒤늦게 돈줄 조이기에 나서자 청년과 서민들이 빚과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빚을 내야 하는 지경이다.

 

서민들 고통은 일자리 악화와 직결돼 있다. 이른바 ‘소득 주도 성장’이 좋은 일자리를 없애고 저소득층의 돈벌이도 줄어들게 만들었다. 주 40시간 이상 풀타임 일자리가 지난 3년 새 약 200만개 줄었다. 이 와중에서 물가는 고공 행진 중이다. 기름값부터 라면·밀가루·과자·막걸리까지 온갖 생활물가가 뛰어올라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코로나 불황이 종식돼가고 국제 원자재값이 오른 것이 주원인이지만 매년 100조원씩 나랏빚을 내는 등 과도한 재정 지출 확대에 따른 유동성 증가도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3.2%의 상승률을 기록할 정도로 상승세가 가파른데도 정부의 방만한 씀씀이는 여전하다. 내년 예산을 600조원대 초팽창 규모로 편성한 것도 모자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의 현금 살포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잘못된 정책이 물가와 주거비, 이자 부담 등을 동시 다발적으로 급등시켜 국민 생활고를 가중시키고 있다. 그 최대 피해자는 다름 아닌 저소득 서민층이다.

조선일보 사설

 

11.18 문재인 정부 공무원은 왜 유독 무능할까

문재인 정부 공무원은 무능하다. 한 사람 한 사람 따로 보면 똑똑하고 능력 있을지 몰라도 조직으로 보자면 이 이상 무능할 수 없다. 특정 부처에 국한하지도 않는다. 과거엔 최고 엘리트만 모였다는 기재부든, 시도 때도 없이 존폐 논란에 시달리는 여가부든, 부처의 권한이나 조직 크기와 무관하게 똑같이 무능하다.

 

공무원이란 살림하는 주부와 같아서 역설적으로 일을 잘할수록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일을 못 하면 단박에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해본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집안 살림이 어렵고 힘든 건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끝은 없고 현상유지에 그치는데, 조금만 손을 놓으면 금세 일 안 한 티가 난다는 데 있다. 공무원이 꾸려가는 나라 살림도 비슷하다. 각 부처 공무원이 평소 맡은 바 임무를 제대로 해내고 있다면 특별히 일 잘한다 칭찬은 못 들을지언정 국민이 삶을 영위하는 길목에 걸리적거릴 일은 없다. 공무원이 무슨 일 하는지 평소 국민이 신경써서 알 이유가 없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공무원은 국민 체감과 거리가 먼 요란한 자화자찬으로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정도로는 성에 안 차는지 하루가 멀다고 국민 삶을 불편하게 만들면서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마치 공무원이 손을 놓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참에 알려주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거 같다.

 

코로나 19 발병 이후 온 국민에게 사회주의식 배급제를 맛보게 해준 마스크 대란을 필두로 국민 대다수가 이름도 몰랐던 물질 하나 제때 못 구해서 온 나라가 마비될 지경에 이른 최근의 요소수 사태에 이르기까지 사례는 차고도 넘쳐난다. 영혼없이 청와대 하명만 따르느라 전국 집값을 수직 상승시킨 국토부의 부동산정책이나 서류 조작까지 서슴지 않은 산업부의 탈원전 정책, 심지어 주요 사건에서 기본적 수사력도 보여주지 못한 검·경 등 거의 전 부처가 예외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무능해서 국민을 힘들게 한 정부는 이제껏 경험한 기억이 없다.

 

이전 정부 때도 같은 일을 했던 똑같은 공무원인데 왜 갑자기 국민 민폐가 된 걸까. 비단 공무원 집단을 특정할 필요 없이 유능한 사람도 무능한 사람으로 바꿔놓는 일반론을 우선 말해보자면 리더의 편견과 아집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장 리더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의 장 프랑수아 만초니 교수가 일찍이 『확신의 덫』에서 공개한 내용으로, 바로 낙인찍기다. 리더(상사)가 무능하다고, 문제가 있다고 낙인을 찍어버리면 마법처럼 아무리 일 잘하고 유능한 직원도 실제로 무능해져 버린다. '필패 신드롬'이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공무원 처지가 딱 그렇다.

 

집권세력인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초기부터 관료 조직을 개혁 저항 세력으로 낙인찍고 적대시했다. 적폐로 몰고 개혁대상이라고 손가락질했다. 그렇게 4년이 이어지니 정말 마법처럼 무능해져 버렸다. 물론 손가락질이 전부는 아니고 부적절한 인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낙인찍기가 그 출발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 결과 공무원은 마스크도 못 구하고, 백신도 못 구하고, 요소수도 못 구한다. 전부 불가항력적인 외부 요인 탓이 아니라 공무원이라면 응당 대비했어야 할 일을 안 하고 넋 놓고 있다가 벌어진 인재(人災)들이다. 진작에 경고음이 울려도 손가락만 빨다가 문제가 되면 기업만 바라보는 일을 반복해왔다.

 

대선을 앞두고 명분 없이 현금을 살포하겠다고 나선 문재인 정권의 재정 포퓰리즘에 맞서 나름 목소리를 내온 기재부라고 다르지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혼자 무능해서 '홍두사미'(홍남기와 용두사미의 합성어)로 끝내는 무능을 보여준 게 아니라 유감스럽게도 조직 전체가 무능해졌다. 오죽하면 올해 초과 세수가 10조 원대라고 수차례 밝힌 게 무색하게 여당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밀어붙이니 갑자기 세수가 9조원이 늘어났을까. 하다 하다 이젠 부실 세수 추계라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무능까지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 전략을 취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가진 의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이 정부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집권 여당의 개혁 의제들이 관료의 저항과 사보타주에 번번이 좌절되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대놓고 공무원을 압박해왔다. 그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놓고도 이견을 표명한 기재부를 향해 "기재부를 해체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강하게 비판했을 정도다.

 

이렇게 낙인을 찍어버리니 자포자기해서 청와대가 시키는 일만 하는 하청업자로 전락하거나 아니면 아예 조직을 떠나버린다. 문제는 한 번 이렇게 망가져 버리면 다시 바로 세우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 돌아온다. 아무리 일 못 해도 공무원 욕하기 무서운 이유다.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

 

11.19 하위 20% 계층 소득 절반이 나랏돈, 文 정부 5년의 결과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473만원으로, 1년 전보다 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봉쇄 완화로 근로·사업소득도 소폭 늘었지만, 지난 9월부터 국민 88%에 25만원씩 나눠준 재난지원금의 영향이 컸다. 가계소득 중 근로소득은 6.2%, 사업소득은 3.7%씩 늘어난 반면 정부 지원금을 뜻하는 공적 이전소득은 25.3%나 증가했다. 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대비 21.5% 늘었는데, 소득의 49%가 정부 지원금을 뜻하는 공적 이전소득이었다. 소득이 12% 늘어난 하위 20~40% 계층도 22%를 공적 이전소득이 차지했다. 나랏돈 지원 없이는 생계 유지 자체가 불가능한 세금 의존층이 된 것이다.

 

저소득층의 경제 자립도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악화돼왔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자영업·서민 경제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풀타임 일자리가 지난 3년 사이 무려 200만개나 사라진 반면 주 36시간 미만의 단기 일자리는 240만개 늘어났다. 자영업 경기가 냉각되면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문 정부 들어 33만여 명 감소했다.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엉터리 정책의 결과다.

 

이로 인해 저소득층이 일해서 번 근로소득이나 장사로 버는 사업소득이 쪼그라들자 정부는 부작용을 메운다며 세금 퍼주기에 나섰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빈 지갑도 채워주겠다고 했다. 지난 4년간 세금 120조원을 쏟아부어 450만개의 공공 일자리를 만들었지만 그 대부분이 일주일에 몇 시간 일하고 용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였다.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각 지자체가 온갖 명목을 붙여 지급하는 현금 살포 사업만 2000여 종에 달한다.

 

그렇게 세금 퍼부어 가짜 일자리와 명목소득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통계 착시를 만들어 놓고는 마치 정책 성과인 양 내세우고 있다. 세금 지원으로 저소득층 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자 홍남기 부총리는 “정부의 적극적 역할로 소득 분배가 대폭 개선됐다”고 했다. 정말 염치가 없는 사람이다.

조선일보 사설

 

11.19 교육청 예산이 왜 15%나 늘어야 하나

학생 수는 5만명 주는데 77조원 빚내는 나라에서
교육청 예산은 11조원 증가… 화수분 예산구조 뜯어고쳐야

대전·경북교육청을 마지막으로 모든 교육청이 내년 예산안을 최근 각 시·도 의회에 제출했다. 경기교육청의 예산 증가 폭이 가장 크다. 올해 본예산보다 3조2741억원(21%) 증가한 19조1959억원이다. 인천·충남·전남교육청이 각각 19%씩 증액하겠다고 했다. 17개 시도 교육청 중 14개가 10% 이상 예산을 늘린다. 교육청들의 내년 예산을 모두 더하면 82조6818억원이다.

 

내년에 8.3% 증가하는 중앙정부 전체 예산이 방만하다고 난리인데, 이대로라면 교육청 전체 예산은 올해보다 15%, 11조원가량 늘게 된다. 교육청이 늘리겠다는 예산 11조원은 내년 국방 예산이나 연구개발(R&D) 예산 증가 폭의 4.5배다.

 

내년에 한국은 적자국채를 77조원어치 찍어야 하고, 그간 찍은 국채 이자 비용으로 21조원 이상 내야 한다. 나라 형편은 빠듯한데도 교육청 예산이 단번에 11조원 늘어날 수 있는 비결은 50년 묵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때문이다. 1972년에 만들어진 이 제도에 따라 국세 수입의 20.79%가 자동으로 교육청 금고에 꽂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교육청 예산은 예외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기업들이 돈을 잘 벌고, 부동산 가격이 올라 양도소득세가 늘어, 세금이 많이 걷히면 저절로 채워지는 교육청의 화수분이다.

 

통계청은 내년에 학생 수가 5만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일반 가정이면 씀씀이를 줄일 법한데, 교육청은 제 돈처럼 아껴 쓰지 않는다. 들어올 돈이 미리 마련돼 있으니 돈 쓸 곳만 찾아내면 된다. 부산교육청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1인 1태블릿’을 보급한다며 내년 예산에 667억원을 반영했다. 2023년까지 완료하겠다던 기존 계획을 1년 앞당겼다. 서울교육청은 올해부터 중·고교 신입생 입학 준비금 30만원씩 주던 사업을 내년에는 초등학교 신입생 20만원 지급으로 확대한다. 여기에 유치원 신입생도 10만원씩 주는 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학부모 수입이 많냐 적냐는 묻고 따지지 않는다. ‘선별’ ‘보편’ 논쟁의 무풍지대다. 일선 학교에는 학생 정서 지원비, 지능형 교실 구축비 등의 명목으로 뭉텅이 돈이 쏟아져, 기한 내 돈을 집행해야 하는 교사들이 교육청에 항의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구조를 고치자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교육청에 주는 교부금을 내국세 추이와 연동하지 않고 학령인구 추이와 연동하는 것도 방법이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무조건 퍼주는 지금 제도라면 현재 학생 1인당 연간 1000만원인 교부금이 2060년에는 5500만원으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학령인구 추이에 따라 제어하면 그나마 2060년 학생 1인당 3600만원 정도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국가재정운용계획 지원단의 추산이다. 정부 관료에 이 방안을 물어봤더니 “돈 뿌려 당선 가능성을 높여야 하는 선출직 교육감들은 아마 경기를 일으킬 것”이라고 한다.

 

고등학교까지로 사용처가 정해져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칸막이를 허물어 대학교육이나 직업 재교육에도 사용하게 하자는 방안도 있다. 한국의 초중고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128%지만,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65%에 그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서다. 한 교수는 이에 대해 “대학교에는 전교조 같은 교원단체가 없어서 그 돈을 대학에 끌어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결국 국가 리더십이 풀어야 할 문제인데, 대선 주자 누구도 이를 거론하지 않는다. 당장 표가 안 된다는 계산 때문일 것이다. 어른들이 방치하는 사이 아이들에게 빚덩이 국가가 돌아간다.

조선일보 김정훈 기자

 

11-19 나라가 병들었는데 잘못했다는 사람이 없다

국민 아닌 정권 위한 정치 한 文정부
정치질서 파괴 박근혜 정부 때보다 악화돼
이념권력에 자유민주주의 맡겨선 안 돼

박근혜 정부 말기에 많은 국민들이 ‘정치다운 정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촛불을 들었다. 국민들의 정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치계에 대한 실망과 분노였다. 그 핵심은 청와대의 무능과 실책에 있었다.

 

그런 국민들의 기대와 책임을 안고 문재인 정권이 태어났다. 국민들은 청와대와 민주당에 고칠 것은 바로잡고 개혁할 점은 국민들의 협조를 얻어 새 출발을 하기를 염원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청와대와 민주노총 등이 촛불혁명을 내세우면서 보수와 공존하는 진보가 아닌 좌파적 이념정치를 정책화시켰다. 이념정권은 역사적으로 예외 없이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 정권을 위한 정치를 택하도록 되어 있다. 민주주의는 국민을 위한 정치이지, 주어진 목적이나 고정된 방법이 허락되지 않는다. 국민들의 뜻을 따라 정치 방향을 정하며, 국민들이 선출한 지도자들이 선도해 가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이념정치를 택했기 때문에 정치 방향과 방법이 정해져 있다고 착각했다. 국제 경험이 부족한 법조계 출신과 운동권 산하 책임자들이 청와대와 여당의 핵심을 차지하면서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를 떠나 대한민국다운 위상까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념정치는 국민들을 전례 없는 분열과 대립으로 몰아넣었다. 지도자가 범할 수 없는 반민주적이며 비애국적인 사회상을 만들었다. 이념을 달리하는 애국적인 지도자들까지도 적폐청산의 대상이 됐다.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보다는 이념을 같이하는 인사가 집권하는 모순을 범했다. 국민들은 대통령과 청와대를 믿지 못하고, 여당의 정치적 강경파는 입법부의 한계를 넘어 행정과 사법부에까지 관여하는 발언과 행동을 삼가지 않았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150년 전의 경제 원리를 도입했고, 인사의 난맥상은 상식과 공정을 유린해 버렸다. 조국 사태를 가지고 긴 세월을 허송했다. 지금은 정부와 여당에서 국민을 위해 중책을 맡았던 공직자들이 밀려나거나 떠나 야당의 지도자가 되고 대선 후보가 되었다.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거나 원한 국민은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탄핵은 현 정권의 경우와 비교하면 경중의 차이가 더 심각하다. 법적 과오는 기다려 보겠지만 정치질서의 파괴는 역사적으로 더 큰 책임을 남긴다.

 

우리는 자유당 정권의 독재와 군사정권의 탄압을 극복하고 민주정치의 기반인 법치국가를 건설했다. 법치국가는 권력이 법을 지배하지 않는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역행이다. 법은 선한 사회가치를 높이기 위한 질서를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법까지 권력으로 좌우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상실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일하는 공직자들은 자율성을 빼앗겼다. 현재 경제 강국 건설의 공로자들인 기업가들은 사회악의 주인공 취급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재난지원금 보상 운운하면서 국민경제의 정신적 가치를 혼미하게 만들고 있다. 국가의 장래를 책임져야 할 청소년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정치적 수단이나 이용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 결과는 용서받을 수 없는 사회악이 된다.


문제는 더 깊은 곳에 있다. 국가 존립의 기본 가치인 진실과 정직, 정의와 공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최근에는 언론중재법까지 떠들고 있다. 사회가 불치의 병으로 빠져드는 데는 순서가 있다. 지도자에게서 진실과 정직이 사라지고 집권층 사람들이 관권과 이권에 빠지게 되면 정의가 무너진다. 그 다음에는 언론을 비롯한 사상적 자유가 실종된다. 인간애까지 정치의 제물이 되면 그 사회는 생명력을 완전히 상실한다. 지금 국민들이 언론의 자유를 염원하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화천대유 사건의 특검을 원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치가 아직 죽지는 않았다는 증거를 보여 달라는 호소이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마당에 서 있다. 정치 현실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정치는 필요악’의 한계 안에 묻어두려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야 지도자들은 스스로의 잘못을 먼저 깨닫는 편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 우리는 무엇이나 할 수 있고 모든 잘못은 상대방과 국민에게 있다는 이념권력에 자유민주주의를 맡겨 둘 수는 없다.


과거를 더 따질 필요도 없고 현재에 만족해서도 안 된다. 지금 우리는 모두가 대한민국의 한 사람이다. 어떤 정치적 위치에 머물러도 그것은 미래를 위한 현재의 시간이다.

 

언제나 한마음 한뜻으로 국민 전체에게 주어진 의무를 책임질 시점에 놓여 있다. 잘못된 과거가 있었기에 더 소망스러운 미래를 창출할 책임과 권리를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동아일보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11-23 종부세액 1년 새 3배, 그래도 ‘세금폭탄’ 아니라는 정부

정부가 어제 94만7000명에게 5조7000억 원을 부과하는 내용의 종합부동산세를 고지했다. 지난해에 비해 대상 인원은 42% 늘었고, 세액은 3배를 넘었다. 집값 폭등과 세율 인상,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 대비 과세표준 비율) 상향 등이 겹친 결과이다. 정부는 늘어난 세금을 주로 다주택자와 법인이 내므로 ‘세금폭탄’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세금을 대폭 올리면 납세자가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는 지난해 7월 ‘7·10 부동산 대책’에서 종부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부유세 취지로 도입한 종부세를 집값 안정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집값은 오히려 폭등했고, 평범한 중산층까지 부담이 늘어났다. 정부는 과세 대상이 전 국민의 2%라고 하지만 가구 기준으론 4.5%를 넘는다. 종부세를 내는 1주택 보유자도 13만 명을 넘어섰다.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애꿎은 피해자만 늘린 셈이다.


종부세는 소득과 무관한 세금이다. 이 때문에 소득이 없거나 적은 은퇴생활자에게 큰 부담이다. 집값 폭등으로 서울 강북에 아파트 한 채를 갖고도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한시적 다주택자에 대한 유예 조항이 없어 갑작스러운 유산 상속 등으로 수천만 원을 부과받은 사례도 있다. 세금 탓에 대출로 내몰린다면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풍선 효과’도 확대될 조짐이다. 지난해 종부세 인상 발표 이후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계약이 꾸준히 늘고 있다. 올 들어 11월까지 서울 월세 거래량은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섰고, 평균 월세는 1년 새 10.2% 상승했다. 부유세가 중산층 세금으로 바뀌고, 다시 세입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모습이다.

 

주택분 종부세는 지난 4년 새 14.7배로 올랐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현재 70% 선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래서는 1주택 보유자 등 선의의 피해자가 급증할 수 있다. 정부는 7월 종부세 인상의 보완책으로 장기 거주자에 대한 세액공제와 납부 유예 등을 제시했다. 이런 방안을 서둘러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어떤 세금도 1년 새 몇 배로 올리는 건 정상이 아니다.

동아일보 사설

 

11.23 정부가 ‘미친 집값’ 만들고 세금 폭탄, 고령·은퇴자 부담 줄여야

올해 종부세 납부자가 작년보다 42% 증가한 97만여 명이며 세액도 1조8000억원에서 5조7000억원으로 3.2배로 늘었다. 전체 가구의 4.5%가 대상이 됐으며, 유주택자는 10가구 중 1곳꼴로 종부세를 내게 됐다. 정부가 ‘미친 집값’을 만들어 놓고 그 부담은 주택 소유자들에게 지운 것이다. 서울 강남 등에선 1억원 넘는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다주택자가 속출하고 있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도록 유도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몇 배씩 뛴 세금을 매기는 것은 정상적인 행정이 아니다. 소수 국민을 적대시하는 세금 정책은 세금 전가와 같은 부작용을 부르게 돼 있다.

 

1주택자 종부세 대상자들도 수십만~수백만 원씩 세금이 올랐다. 특히 소득이 적은 은퇴자나 고령자들 부담이 크다. 주택 공시가는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주택 자금 소득 공제 등 각종 복지·과세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1주택자인데도 보유 주택 공시가가 9억원을 넘는 바람에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하고 월평균 12만원가량의 건보료를 새로 내게 된 은퇴자가 쏟아지게 됐다. 현금 수입이 끊긴 고령자에게 1년 치 건보료 144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65세 이상에게 지급하는 월 30만원의 기초연금도 주택 공시가격이 6억5000만원을 넘으면 수급 자격을 잃는다. 공시가가 치솟으면서 기초연금이 끊기는 고령자도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세금 낼 능력이 없으면 집을 팔라”는 식이지만 세금 때문에 오랫동안 살아온 생활 터전에서 밀려 나가는 것이 정상인가. 집을 팔더라도 양도세·취득세 등을 떼면 이사 갈 집을 찾기도 어렵다. 집값은 누가 올렸는데 그냥 가만히 있었던 국민이 이런 고통을 떠안아야 하나. 1주택 장기 보유 고령자는 사실상 종부세 부담이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 건보 피부양자 기준과 기초연금 자격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 사설

 

11.24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 뒤에 숨은 또 다른 진실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두환 전 대통령이 어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시대를 살아본 세대로서 가혹한 군사 독재엔 체질적 거부감을 감출 수 없다. 여전히 깊은 분노가 남아있다. 하지만 경제 운용은 다르다. 적어도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는 죄가 없다. 전문가를 발탁해 믿고 맡긴 게 신의 한 수였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묘비명이 기억난다. ‘자기보다 훌륭하고,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곁에 모아둘 줄 아는 사람, 여기 잠들다’.

 

전 대통령에게 경제수석 임명장을 받으면서 김재익은 물었다. “저의 경제 정책은 인기가 없습니다. 어떤 저항이 있더라도 끝까지 믿어 주시겠습니까?” “여러 말 할 것 없어.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 신화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인재를 발탁한다고 끝이 아니다. 더 중요한 절반의 진실은 그 뒤에 숨어 있다.

자기보다 나은 사람 뽑은 전두환
일 할 환경에다 보호막까지 돼줘
부동산 등 현 정부 3대 경제실정
하늘의 그물 빠져나갈 수 있을까

정권 초반에 경제 업무 처리는 기대만큼 속도가 나지 않았다. 전 대통령이 다른 정보 라인을 통해 알아보니 엉뚱한 문제가 숨어 있었다. 한국은행 출신의 김재익은 뛰어난 인재였지만 정부의 행정 고시 출신들에 밀려 왕따에 가까운 비주류였다. 성장 우선주의에 젖어있던 관료들은 그의 경제 안정론에 싸늘했다. “실정도 모른 채 책상머리에만 앉은 이상주의자”라는 독설을 서슴지 않았다.

 

김 수석은 차관급이지만 한때 자신보다 서열이 높았던 기획원·재무부의 1급 차관보들과 주로 업무를 협의했다. 부드럽고 예의 발랐다. 하지만 차관보→차관→장관을 거쳐 다시 장관→차관→차관보→경제수석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피드백이 문제였다. 『전두환 육성증언』에 따르면 전 대통령은 즉각 움직였다. 경제장관들을 불러모아 “앞으로 경제수석과 직접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장관 보고 외에도 실무자의 전망과 정책 방향까지 김 수석이 취합해 보고토록 교통정리를 했다.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대조적이다. 전문가와 공무원들에게 믿고 맡기기는커녕 차갑게 불신했다. 집권 2년 때 민주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정책실장은 방송사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른 채 이런 뒷담화를 나누었다. "관료들이 정권 말기처럼 말을 안 듣는다”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들이나 하고”….

 

나름 소신을 갖고 움직인 관료들은 만신창이가 됐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암호화폐와 공매도 재개에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가 난도질을 당했다. 민주당과 친문들은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망친다며 길길이 뛰었다. 혼자 혹독한 린치를 견뎌내야 했다. 은 위원장은 8월 퇴임 때 "아무리 욕을 먹어도 누군가는 했어야 할 정책”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에 비해 전 대통령은 든든한 병풍 역할을 해 주었다. 80년 9월 공정거래법을 도입할 때 재계와 정치권의 반발은 엄청났다. 김재익은 "공정 경쟁은 정의 사회 구현에도 절박한 과제”라고 보고했다. 이후 전 대통령은 반대론자를 향해 "거, 왜 쓸데없는 소리 하고 다니느냐. 정의 사회 구현 안 할 거냐”며 입을 막았다.

 

그의 보호막은 골고루 펼쳐졌다. 1983년 예산 동결 때의 일이다. 국방예산 삭감에 불만을 품은 합참의 두 현역 준장이 권총을 찬 채 문희갑 예산실장 방에서 소동을 부렸다. 당시 군의 위세는 대단했다. 하지만 전 대통령은 예산실장에게 "정치적 압력은 내가 막아 줄 테니 소신껏 하라”고 격려하며 두 장성을 좌천시켜 버렸다. (『한국의 재정 60년』)

 

반면 문재인 정부에선 홍남기 경제부총리조차 ‘홍두사미’라는 별명이 붙었다. 소신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하자 친문들이 "적폐 모피아에 국민 권력의 매운맛을 보여주자”며 조리돌림을 해댔다. 지난 17일의 두 번째 전 국민 재난지원금 갈등 때는 민주당 윤호중 원내 대표가 직접 국정조사 카드까지 휘두르며 위협했다. 청와대는 팔짱을 끼었다. 이철희 정무 수석은 "청와대가 조정할 사안이 아니다. 국회에서 논의하라”며 개입하지 않았다. 이런 판국에 누가 소신 있게 일하겠는가.

 

그 결과는 경제 성적표로 나타난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10% 성장과 5% 물가상승률, 실업률 2.8%의 완전 고용까지 이뤄냈다. 86년엔 무역수지도 사상 처음 흑자를 기록했다.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성과는 참담하다. 이념에 치우친 섣부른 실험으로 부동산은 재앙 수준이고, 양극화 심화에다 실업은 증가했다. 탈원전으로 원전 생태계는 황폐화되고 전기요금은 치솟는다.

 

이제는 이재명 후보마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 특히 청년과 무주택 서민의 고통 가중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 말씀드린다”며 자세를 낮추었다. 탈원전 주장에도 "(원전은) 옳냐 그르냐를 떠나 이미 하나의 경제구조가 돼 버렸다”는 묘한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워낙 민심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노자는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 성근 듯해도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天網恢恢疎而不漏)”고 했다. 앞으로 이재명·윤석열 후보 중 누가 당선돼도 부동산, 탈원전, 소득주도 성장의 문재인 정부 3대 실정은 청문회·국정조사·특검의 3종 세트를 빠져나가기 어려울 듯 싶다.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11.25 美 대통령은 삼성 투자 유치에 혈안, 韓 대통령은 민노총 천국 만들어

▲<YONHAP PHOTO-3130> 기자회견 하는 텍사스 주지사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서울=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23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기자회견 하는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 김기남(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 2021.11.24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21-11-24 11:49:55/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삼성전자가 20조원(약 170억달러)을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州) 테일러시(市)에 새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의 미국 투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신규 투자 발표 직후 미 백악관과 상무부는 환영 성명을 냈다. 올 초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앞장서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봉쇄하고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가 보유한 생산 능력의 상당 부분을 미국 영토 안으로 가져가겠다고 했다. 이미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도 미국 투자를 발표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는 이런 국제 정치적 요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엄청난 당근을 마련해 투자 유치에 나섰다. 현재 미국에서는 2024년까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에 투자할 경우 투자액의 최대 40%에 해당하는 세액 공제를 허용하는 파격적인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고 하원에서 논의 중이다. 대통령이 투자 유치에 앞장서니 하원 통과도 유력하다고 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20조원을 투자할 경우 40%인 최대 8조원의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 이와 별도로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텍사스주가 삼성전자에 약속한 세금 감면 혜택도 1조2000억원이 넘는다. 지난 9월 공장이 들어설 테일러시와 윌리엄슨 카운티는 삼성 공장의 재산세 90% 이상을 감면해주는 인센티브를 만장일치로 확정했다. 만약 삼성이 20조원을 미국 아닌 한국에 투자했을 경우 공제받는 세금 혜택은 최대 2조원 정도다. 삼성 입장에서 미국에 투자하는 그 자체로만 7조2000억원을 그냥 벌고 들어간다. 기업이 무슨 선택을 하겠나.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인데도 정부는 변변한 반도체 전략도 없이 손을 놓고 있다.

 

삼성 반도체 투자를 유치한 텍사스 주지사는 “2000개 이상의 첨단 기술직 일자리, 수천 개의 간접 일자리, 최소 6500개의 건설 관련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면서 ‘고맙다, 삼성’을 다섯 번이나 반복했다고 한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 미국도 투자 유치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기업 모셔가기에 사활을 건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외국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외국으로 나가려는 한국 기업을 설득해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이뤄냈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대신 민노총 천국을 만들어줬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25일 반도체도 전기차도 내쫓는 ‘노조-세금-규제 공화국’

삼성전자가 23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키로 한 결정은 세계적 뉴스가 됐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를 투자해 제2파운드리 공장을 세워 2024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속전속결이다. 미국 정부의 집요한 유치 의지와 엄청난 인센티브, 삼성의 글로벌 거점 확대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미국은 반도체 제조 시설 투자액의 최대 40%에 해당하는 세액을 공제해주는 반도체생산촉진법의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테일러시는 30년 동안 재산세를 최대 90% 환급해 주기로 했다.

 

불행히도 한국은 정반대다. 지난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배터리 등 미래 산업 유치에 나서자 정부·여당은 “K반도체에 대한민국 미래가 달려 있다”며 특위를 만들고 특별법 제정 등도 약속했지만 흐지부지됐다. 그 뒤 국가핵심전략산업특별법이 발의됐지만, 수도권 공장총량제나 화학물질 등록기준 및 수도권 대학정원 규제 등 핵심은 빠졌다.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지난 1월 착공 예정이었지만 토지 보상과 인·허가 문제 등으로 계속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의 전력 문제 해결에 5년이나 걸린 전례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5년간 8조 원의 대규모 현지 투자를 단행해 내년부터 전기차를 미국에서 생산할 방침이다. 국내에서 생산하려면 대규모 인력 조정이 불가피한데, 기득권 노조의 벽을 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GM·르노그룹 등 외국기업의 전기차 생산 일감이 국내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높은 생산비와 경직적 노동시장이 주된 이유다. 한국은 전기차 생산의 공동화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한동안 기업 활동에선 국경이 희미해졌지만, 미래 산업은 국가 대항전처럼 바뀌고 있다. 한국이 뒤처지는 가장 큰 이유는, 유연한 변화를 가로막는 강경 노조에 있다. 게다가 ‘K규제’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규제 정책·입법이 난무한다. 법인세와 부동산세 등 세금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법인세 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17년 26위에서 올해는 33위로 떨어졌다. 모두 문재인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다.

문화일보 사설

 

11.27 ‘세금 폭탄’ 예상대로 애꿎은 무주택 서민에 전가되기 시작

종부세·재산세 등 보유세 급등으로 세금 부담이 커진 주택 소유자들이 전·월세 세입자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다주택자는 물론, 자기 집을 임대 준 1주택자들도 세금 낼 돈을 마련하려 전·월세 가격을 속속 올리고 있다. 이렇게 연쇄적으로 비용 전가가 이뤄지면 결국 임대 시장 생태계의 아래에 있는 무주택자들이 최종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다주택자와 투기 세력이 문제라며 ‘세금 폭탄’을 던졌지만 집값 떨어지기에 앞서 무주택 서민들이 먼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400만가구 중 자기 집에서 실거주하는 비율은 43%뿐이다. 나머지 57%인 230만가구가 전·월세살이를 하고 있다. ‘보유세 떠넘기기’가 본격화되면 추가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세입자들이 수십만, 수백만 가구에 달할 수 있다. 특히 세금 납부용 현금이 필요해진 집주인들이 대거 전세를 월세로 전환시키는 바람에 무주택자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월세를 일부라도 내는 조건으로 거래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이 5만6100건으로, 2011년 통계 집계 후 최대치다. 지난 4년새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 40% 가까이 올랐다.

 

이 정부는 출범 후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밀어붙여 ‘미친 집값’ ‘미친 전셋값’을 만들더니 이제 엉뚱하게 세입자들이 세금 부담을 떠안도록 만들었다. 잘못된 정책으로 이 지경을 만든 정부가 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26일 월세 사는 청년들에게 월 20만원씩 최대 12개월 지원하는 방안을 2년 한시로 운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선용 현금 뿌리기란 지적도 있지만 늘어난 서민들의 월세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지금도 월세를 세액에서 공제해주는 제도가 있지만 근로자만 대상인 데다 전용 85㎡ 이하 또는 기준시가 3억원 이하 등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도움을 받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은퇴 고령자나 자영업자, 실업자 등은 아예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당장 월세 세액공제 제도부터 과감히 확대·보완해 무주택 서민층이 벼랑 끝으로 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애초에 보유세 폭탄은 서민에게 전가될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자신에게 폭탄이 떨어지는데 그렇게 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그래도 정부는 보유세가 소수만 내는 세금이라며 밀어붙였다. 무능과 고집이 합쳐져 서민들을 괴롭히는 게 대체 몇 번째인가.

조선일보 사설

 

11.27 ‘생노병사고’ 공직자들이 있으면

‘생로병사고(生老病死苦) 재상’이란 말이 있었다. 중국 북송의 신종(神宗) 때 일이다. 당시 황제를 보좌하는 재상과 부재상이 다섯 명이나 됐다. 황제의 나이가 어린 데다, 심각한 외교 안보와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한림학사 왕안석만 의욕적으로 나설 뿐, 나머지 넷은 뒷짐만 지고 일을 하지 않았다.

 

재상 증공량은 고령임을 내세워 거드름만 피웠고, 부필은 병을 핑계로 자리를 비우는 날이 많았다. 당개는 관직에 오른 지 얼마 안 돼 세상을 떠났고, 조변은 매사에 몸을 사리며 엄살을 피웠다.

도망가는 경찰관들 만든 건
자기 일 안하는 고위공직자
묵묵히 할 일 하는 국민까지
권력 촉수가 흐트려서 걱정

생로병사고란 인간이 반드시 겪어야 하는 네 가지 고통을 말하는 불교용어다.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이 네 가지 고통에다 그냥 일반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다섯 고위관리를 보고 사람들이 생로병사고 재상이라 비웃었던 것이다.

 

당시 북송이 어디 그럴 상황이었나. 북방에서 침입하는 요와 서하를 재물로 달래느라 나라 곳간에 구멍이 뚫렸다. 굴욕적 조약으로 얻은 평화로 문화의 꽃을 피웠지만, 재정은 파탄 직전이었고 대지주·대상인의 횡포로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있었다.

왕안석의 신법이란 그런 위태로운 상황을 타개하려는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다른 재상·부재상들은 이를 ‘소 닭 보듯’ 했고, 조정은 신법당과구법당으로 나뉘어 싸움만 거듭했다. 그 사이 국력은 기울고, 황제와 상황(上皇)이 여진족에게 끌려가도 구하지 못하고 남쪽으로 달아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재정난을 극복하고 백성을 보호해 부국강병을 이룬다는 왕안석의 개혁안 역시 현실과는 거리가 있었다. 취지만 그럴듯할 뿐 허점과 모순이 많아 오히려 고리대와 부정부패가 늘어나는 부작용으로 백성들의 삶이 더욱 피폐해졌다.

 

위험에 빠진 국민을 놔두고 도망치는 경찰들을 보며 생뚱맞게도 생로병사고 재상이 떠오른 건 북송과 지금 우리의 사정이 사뭇 흡사한 까닭일 터다.

 

출범 초부터 입만 열면 개혁을 외치던 정부와 여당은 ‘주거 참사’와 ‘일자리 파괴’ 말고는 달리 내세울 성과가 없다. 이런 결과를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그토록 말리던 주변 목소리들을 들은 척도 안 하던 오만한 아마추어리즘이 왕안석의 개혁을 닮았다. 혁명보다 어려운 게 개혁인데 국민 봉기에 얹혀간 자들이 혁명세력처럼 굴며 허술한 계획을 밀어붙였으니 성공할 리 없다.

 

그래서 죽어나는 건 국민뿐이다. 천정부지 아파트값에 죽어나고, 그래서 오른 세금에 죽어나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싸우느라 죽어난다. 일자리가 없어서 죽어나고, 일할 사람이 없어서 죽어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싸우느라 죽어난다.

 

그들이 가장 중점 뒀던 검찰 개혁은 결국 검찰을 ‘바보’로 만드는 계획이었다. 그들이 말하던 ‘검수완박’이 그거였다면 성공을 거둔 셈이다. 민간 개발업자들이 수천억원대 이익을 챙겼는데, 그것을 자신의 ‘최대 치적’이라고 자랑하던 당시 시장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게 검찰의 결론인 것 같다.

 

그야말로 바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생각인데, 수뇌부가 정작 할 일은 않고 딴생각만 하는 ‘생로병사고’다 보니 조직이 따라서 그리되는 게 오히려 정상이다. 법무장관이 세 번째 바뀌도록 바뀌지 않는 목표, ‘정권 재창출을 위한 노력 봉사’ 말이다. 그렇게 동원돼 무리를 거듭하다 나쁜X 때려잡는 것밖에 몰랐던 사람을 강력한 경쟁자로 만드는 아이러니를 낳았으면서도 말이다.

 

경찰은 처음부터 검찰을 견제하는 도구로 삼았으니 더 기대할 게 없었다. 수사권 독립의 요란한 팡파르 이후에도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내사 사건 종결 과정에서 부실 수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실시한다는 자체점검 역시 하나마나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수사를 점검해 시정·재수사 등 8645건의 후속조치가 이뤄졌지만, 징계는 하나도 없고 주의·경고만 고작 4건이었다.

 

딴 생각하는생노병사고 수뇌부가 시늉만 하는 거다. 윗물이 그러하니 아랫물도 다를 수 없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생각 안 하고 제 안전이 우선인 ‘생노병사고’ 경찰관이 그래서 가능해진다. 수뇌부가 정권에 목매지 않고 국민 생명 보호에 헌신하는 경찰상을 보여왔다면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나 말이다.

 

언감생심 헌신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자기 할 일만 해주길 기대할 뿐이다. 공공기관의 수뇌부들이 권력 눈치를 안 보고 자기 할 일만 제대로 해도 나라 꼴이 이 모양이 되지는 않을 터다. 사실 그것이 우리의 힘이었다. 굴곡진 현대사를 지나오는 동안 우리네 권력자들은 자기 할 일을 다 한 적이 거의 없었다. 권력 주변을 서성이는 무리는 더욱 그랬다.

 

그럼에도 이 나라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해온 국민들 덕이었다. 지금 이 나라가 휘청거리면서도 넘어지지 않는 것도 그런 권력 밖 국민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수록 교활해지는 권력의 촉수가 점점 더 그런 국민들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니 문제인 거다. 편 가르고 싸움 붙여 국민들의 평정한 마음을 흐트리는데 생노병사고 공직자들이 막을 생각없이 따를 뿐이니 안타깝고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이훈범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대기자/중앙콘텐트랩

 
 

11.29 “종부세법 1조, 조세 형평성·부동산 안정 규정… 달성 못 하고 괴물 됐다”

[김정훈이 만난 사람] 노무현 정부 종부세 도입 때 비판, 노영훈 전 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

 

▲노영훈 전 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은 “기본적으로 세금이 지속 가능하려면 예측 가능하고, 과세 대상자층이 두꺼워야 한다. 세금 감액 대상자와 중과 대상자가 많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종합부동산세는 과세 대상자를 너무 좁게 만들어 놓았다. 1주택자가 까딱 잘못하면 2주택자가 돼 세금을 두들겨 맞는 식이다. 날카로운 면도날 위에 납세자를 세워 놓고 있다”고 말했다./이태경 기자
 

종합부동산세가 처음 시행된 2005년, 3만6000명이 총 392억원을 냈다. 올해는 94만7000명이 5조6789억원을 내야 한다. 대상자는 26배, 세금은 145배가 됐다. 종부세 16년 동안 전국 아파트 가격은 2배, 서울 아파트 가격은 2.2배로 뛰었다(KB부동산통계). 종부세가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국민 98%는 종부세 청구서 받지 않는다” “주택 가격이 26억원이어도 1가구 1주택이면 쏘나타 자동차세보다 적다”고 한다. “여유 있는 계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은 다른 말을 한다. “2%는 국민 아니냐”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을 왜 세금에 전가하느냐”고 항변한다.

 

노영훈 전 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은 26일 “종부세가 괴물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종부세 도입 논의 당시 조세연구원(현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원 신분으로 종부세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2005년에는 한 TV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종부세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가 ‘직위해제 3개월, 1년간 언론 인터뷰 등 대외 활동 금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종부세가 괴물이라니.

“본질을 잃어버렸다. 조세 체계가 아니라 정치 프레임이 됐다. 모든 세법 1조에는 세금의 목적이 규정되어 있다. 종부세법 1조를 보자.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한다고 쓰여있다. 종부세로 형평성이 높아졌나, 부동산 가격이 안정됐나. 두 가지 모두 달성하지 못했다.”

 

-종부세가 많이 늘었다.

“상식적인 정부라면 조세 저항 가능성을 우려해 과세표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급하게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과세표준 현실화라는 정책 목표에 너무 매몰됐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90~100%로 끌어올려 과표를 현실화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자산 시장도 주식 시장처럼 오르내림이 있는데, 그걸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종부세를 보면 해당 연도 1월 기준으로 주택의 가치를 측정하고 6월에 누가 보유하고 있는지 파악해 부과한다.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6월 가치로 세금을 매겨야 하는 것 아닌가.”

 

-어쨌든 국민 2%만 낸다는 숫자는 맞지 않나.

“공무원들이나 학자나 어떤 숫자가 주어지면 그 숫자를 자기 의도대로 쿠킹(cooking·요리)할 수 있다. 2%는 갓난아이까지 분모에 넣은 숫자다. 전국 가구 수로 따지면 4%, 주택 가진 가구 기준으로는 8%다. 더구나 국민 2%면 이지메(집단 따돌림)를 해도 상관이 없다는 건가. 0.01%도 부당하게 곤경에 처해서는 안 된다. 형법에도 무죄 추정 원칙이 있지 않은가. 과연 그 사람이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나, 그 사람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나. 그걸 어떻게 알고 세금을 무겁게 매기나.”

 

-다주택자 중과는 설득력 있지 않나.

“30억원짜리 주택 한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15억원짜리 주택 2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비교해 보자. 뒤의 사람은 30억원을 나눠서 15억원짜리 한 채에는 자기가 살고, 다른 15억원짜리를 세를 준다. 이것이 비난받아야 할 문제인가. 어차피 임대소득은 따로 세금을 낸다. 15억원짜리 하나를 전세 주고 있는 그 사람들이 임대주택을 공급해 국가 경제에 더 도움을 주는 사람들 아닌가.”

 

-2주택자가 집을 팔면 되지 않나.

“팔기가 쉽나. 정부가 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는 자꾸 3기 신도시 크레인(기중기)이 올라가는 것을 두고 공급이 충분하다고 세뇌하려 한다. 그런데 신규 주택 공급은 전체 공급의 극히 일부분이다. 공급의 90% 이상이 기존 중고 주택 거래다. 양도소득세를 많이 매겨 공급을 줄여버린 것이 현재 조세 체계다. 시장을 살리는 세제가 나와야 한다. 무엇이 공급 장애 요인인지 봐야 하지 않겠는가.”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다는 통계가 있다(정부는 2019년 기준 GDP 대비 보유세가 0.9%로 OECD 평균인 1.1%보다 낮다고 한다).

 

 

“그 통계는 따져봐야 한다. 한국은 재산세가 수많은 지방세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경우 세목이 달랑 재산세 하나밖에 없는 주(州)가 많다. 자동차 취득할 때 세금 한 번 내지, 매년 내는 자동차세도 없다. 미국의 경우 재산세 부담이 커도 이를 재원으로 여러 행정 서비스를 받지만, 우리는 재산세를 내도 특별한 서비스가 없다. 그리고 자산 가격을 1년에 한 번씩 평가해 세금 올리는 나라는 선진국 중 한국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단일 규격 아파트가 많아 평가가 수월하고, 그렇지 않은 외국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많은 곳은 매입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고, 영국은 5년에 한 번씩 자산 가격을 평가한다.”

 

-정부의 부동산 평가가 적정하지 않다는 것인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정부가 국민의 재산을 평가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나온다. 평가는 신중해야 한다. 세금을 걷기 위한 자산 평가에 가장 모범적인 국가가 덴마크다. 지자체가 납세자와 몇 차례 주고받은 뒤에 공시가격을 매긴다. 한국 방식대로 과세 평가를 무모하게, 달랑 엽서 한 장에 통보하는 식으로 하지 않는다. 덴마크의 경우 1년에 평가액이 몇 배 올라가는 일이 일어날 수 없다. 정부가 평가한 금액이 자신 있으려면 정부가 그 가격에 재산을 사 주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가능한가. 급격하게 과표가 오르고 세금이 오르면 국민은 그걸 못 받아들인다.”

 

-종부세는 애초 설계가 잘못된 것인가.

“종부세를 도입하면 1가구 1주택자의 납세 능력 범위를 넘어서 강한 조세 저항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처음 종부세를 걷기 전에 청와대에서 회의를 했는데 ‘준비가 부족하니 빈 구멍을 메운 후에 시행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한 적이 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발 하나 들여놓고 조금씩 바꿔 나가자’고 하더라. 설계도 잘못됐지만 운영도 잘못되고 있다.”

 

-운영이 잘못됐다니.

“종부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택 지분율이 20% 이하이면 보유 주택 수에서 제외해 종부세 중과 대상에서 빼 준다. 그런데 올해부터 달라졌다. 부모가 주택 한 채를 공동으로 가지고 있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하자. 3형제가 아버지의 주택 지분 50%를 각각 20%, 15%, 15%씩 나눠 상속했다. 그럼 둘째 아들은 주택 전체의 15%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작년까지는 15%니까 보유 주택으로 안 쳤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당신은 아버지 상속 지분 중에서는 30%를 물려받았다’며 20%가 넘으니 주택 수에 포함된다고 통보했다. 내 주위에도 이와 같이 졸지에 2주택자가 되고, 종부세 부담이 커진 사람이 많다. 이런 식이니 앞으로 ‘나는 1주택자’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이렇게 되면 앞으로 서울 사는 사람들은 시골 부모 집을 상속받지 않으려 할 거다.”

 

-부동산 관련 세율이 너무 높다는 말도 있다.

“정부가 속으로 ‘10억 아파트가 20억으로 올랐는데 그건 다 그야말로 불로소득 아니냐.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실패했다고 해도 결국 정부가 올려준 건데, 정부가 가져가는 게 맞지, 왜 떫냐’식으로 접근해 세금을 무겁게 매기겠다는 것처럼 보인다고 할 정도다. 양도세도 세율이 너무 높다. 최고세율이 75%다. 전 세계 어느 나라 세금도 최고세율이 75% 가게 되면 세제라고 볼 수 없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없다.”

 

-정 힘들면 집 팔면 되는 것 아닌가.

“개인 거주지를 국가가 왜 간섭하나. 예를 들어, 배우자가 중병을 앓고 있고 하루 멀다 하고 투석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물정 모르는 사람들은 시골 공기 좋은 곳에 가서 살면 좋지 않냐고 얘기할 수 있지만, 그럴 사정이 아니지 않으냐. ‘내가 살아봤는데 강남에서 살 필요가 없다’고 단순하게 얘기하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

 

-종부세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데.

“그런 논리가 어딨냐. 그렇게 말하려면 ‘국세청에 종부세를 내지 마시고요. 정부가 지정한 기부 단체에 종부세 금액을 내십시오. 연말에 세액공제 100% 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종부세가 바뀔 가능성이 있나.

“단번에 바뀔 수 없을 것이다. 정권이 바뀐다 해도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종부세법을 존치시키려고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세 조정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주택분 종부세는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후 주거용 토지를 제대로 평가해서 토지에 국한된 종합부동산세 얼개를 다시 그려야 한다. 다만 토지에 대한 평가가 정확해야 한다. 예전 종합토지세는 평가가 정확하지 않아 실패했다.”

 

☞노영훈

1957년 서울에서 나서 중앙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부터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25년 동안 일한 조세 전문가다. 노무현 정부 시절 종부세를 비판했다가 직위해제 징계를 받았고, 노무현 정부가 물러난 2008년 초 “징계가 부당했다”며 소송을 내 3년 만인 2011년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2018년 퇴직 후에도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국 링컨토지정책연구소가 진행하는 ‘아시아의 재산세’ 프로젝트 중 한국 부분을 집필하고 있다.

조선일보 김정훈 기자

 

11월 29일 경제도 오미크론 비상, 대선用 선심 접고 재정 비축해야

코로나19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5배 이상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출현해 전세계가 쇼크에 빠졌다. 미국·유럽·한국 등이 오미크론 발생국인 아프리카 보츠와나 등 8개국에 대한 입국 금지에 나서는 등 국경 재봉쇄 조짐도 보인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 위기에서 회복세로 돌아서는 시기여서 충격이 더 크다. 이미 지난 주말 미국·유럽 등의 주가와 원유 가격이 급락했다. 코스피도 29일 개장과 함께 하락 출발해 세계적인 ‘블랙 먼데이’ 우려를 키웠다.

 

오미크론 사태가 어디까지 갈지 아직은 예측불허다. 강한 전파력에 비해 증상은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지만, 백신 제조업체들이 새 백신 개발까지는 100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방역 다음으로 당장 경제가 문제다. 인적·물적 이동이 막히면 지금 반도체·배터리·희소금속 등에서 벌어지는 공급망 차질이 급속히 악화할 수 있다. 원자재·부품·주요 장비 등의 공급난과 가격 급등이 우려된다. 국내적으로도 올 3분기 성장률이 0.3%로 꺾이면서 저성장·고물가가 비상인 상황이다. 집값·전셋값 파동으로 가계부채가 심각한 가운데 대출 총량 규제에 따른 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민생 경제는 사면초가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에도 재정 지출을 늘려 국가부채 1000조 원 돌파가 예정돼 있다. 오미크론 사태까지 장기화로 치달으면 경제 회복은 기약하기 어렵다.


이 마당에 대선을 100일 앞둔 여야는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낸다. 이재명의 기본소득, 윤석열의 소상공인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수십조 원이 들어갈 선심성 공약에 대해 ‘비현실적’이라는 반대 여론이 벌써 70%를 넘는다. 여야 정치권은 매표용(用) 퍼주기 공약을 접고, 이미 바닥권인 재정을 아껴 코로나 위기의 악화 및 장기화에 대비해 재원을 비축해야 한다. 증세는 꿈도 꾸기 어렵다. 그나마 재정에 여력을 남겨 둬야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할 수 있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29일 민노총 不法 또 방관한 ‘文정권 경찰’ 법치 파괴 거든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불법(不法) 집회가 잇달아 열리지만, 경찰은 차벽 설치와 경고 방송 등을 통해 막는 시늉만 하면서 사실상 방관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공권력이 법치 파괴를 조장하는 셈이다. ‘위드 코로나’ 불안과 오미크론 충격 등이 중첩되는 와중에, 민노총은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 일대에서 2만여 명, 지난 27일 여의도에서 1만여 명, 28일엔 서울시청 앞에서 불법 집회를 열었다.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 금지 통보도, 서울행정법원의 ‘집회금지 집행정지 신청’ 기각도 묵살했다.

 

경찰은 9000여 명을 투입했지만, 집회 장소를 예측하고도 막지 못했고 경고 방송만 할 뿐 해산에 나서지 않았다. 화물연대는 시멘트 공장까지 막아서는데도 경찰은 보고만 있다. 보수단체들이 집회를 연다고 했을 땐 집회 장소를 전면 봉쇄하고 3·4중의 차단막을 치며 집회 참여를 막았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더욱이 28일 서울시청 앞 집회에는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 9월 구속됐다가 지난 25일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이 사흘 만에 불법 집회를 주도했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발부받고도 20일 동안 집행도 못 하고, 재범 우려가 뚜렷한데도 법원은 반성한다고 풀어주니 악순환만 계속된다.


민노총이 공권력을 우습게 여기는 것은 문재인 정권이 자초했다. 선거 때마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등 민노총 요구를 다 들어주니 대선을 앞두고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다. 여당 후보는 또 편승하고 있으니 더 걱정이다.

문화일보 사설

 

11.30 코로나보다 무서운 경제 후유증

코로나에 대처한다고 생긴 자산 거품·인플레 골칫거리
집·주식·물가 큰 폭 오르고 초저금리에 부채 늘어
고통 대선 때 돈 더 뿌리겠다니 ‘미래의 밥솥’ 생각 안 하나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5차 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첫 날인 2021년 9월 13일 대전광역시 한 행정복지센터에 줄을 선 시민들. /신현종 기자

 

코로나가 발생한 지 거의 2년이 되어간다. 백신이 개발되고, 치료제도 나온다 해서 한숨 돌린다 싶더니 요즘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코로나가 지속되는 것도 문제지만 이보다 더 큰 골칫거리가 세계 경제에 나타났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생긴 후유증, 바로 자산 거품과 인플레다.

 

지난해부터 집값, 주식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더니 근자에는 물가마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 물가는 6%, 유럽은 4%를 넘기면서 세계 경제에 인플레 공포가 왔다. 거의 30년 만의 일이다. 미국 연방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은 당초 인플레를 일시적인 것으로 보았으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번 오르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임금과 임대료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저렴한 상품이 세계 인플레 억제에 크게 기여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중국 경제도 부동산 침체, 원자재난, 전력난, 인건비 상승으로 고전하고 있으며, 10월에는 생산자 물가가 26년 만에 최고치인 13.5%나 오르면서 오히려 세계에 인플레를 공급하는 처지가 되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3.2%로 아직 선진국보다 양호하지만, 생산자 물가는 8.9%, 수입 물가는 35.8%나 올라 심각한 인플레를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세계 경제는 또 다른 차원에서 고통을 겪게 되었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인플레는 서민들에게 코로나보다 더 지옥일 수 있다. 앞으로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과 유동성 회수는 불가피한데, 그러면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 전반에 극심한 고통을 줄 수 있다. 초저금리 기조에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부채 역시 해결책이 안 보인다. 세계는 이제 코로나는 물론 그 후유증과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에 빠지게 되었다.

 

▲2021년 10월 2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빈민가에서 주민들이 국영 에너지 회사 페트로브라스의 값싼 조리용 가스를 사기위해 기다리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스, 육류, 전기 등의 가격 급등으로 수백만 명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AP 연합뉴스
 

실물경제가 채 회복되기도 전에 어쩌다가 이런 복병을 만났을까. 그것은 두 가지 때문으로 본다. 하나는 위기에 비해 돈을 너무 많이 풀었고, 다른 하나는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영향이다.

 

작년 초 코로나 발발 시 세계는 1930년대 공황에 빗대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양적 완화를 추진했지만, 돌이켜 보면 이번 위기는 종전 위기와 성격이 달랐다. 과거 외환 위기나 서브프라임 위기 때는 금융 시스템이 타격을 받았다. 그 결과 자금이 경색되고 금리가 오르면서 기업 부도가 이어지고 대량 실업이 발생했다. 금융 시스템을 살리기 위해 양적 완화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융 시스템이 건재했다. 경제도 조기 회복세로 돌아섰다. 물론 대면 사업인 항공, 관광, 음식점 등은 고통받았지만, 반대로 수출과 비대면 사업은 호황을 이루었다. 이번 위기는 사상 최대 양적 완화로 대응할 성격이 아니었다.

 

시기적으로도 안 좋았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뿌려진 막대한 유동성이 미처 회수되기 전에 코로나가 발발함으로써 다시 더 막대한 돈을 뿌리는 악순환에 빠졌다. 종전 위기 때는 금융 완화가 주 대책이었지만 이번에는 재정 완화까지 쌍끌이로 돈을 뿌려댔으니 자산 가격 폭등과 인플레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나눠준 것도 악수였다. 방역 때문에 소비가 불가능한데 소비하라고 돈을 주면 그 돈은 어디로 가나. 갈 곳은 결국 저축이나 자산 시장밖에 없다. 사회에 개미 투자자 수백만 명이 양산되었고 이들은 내친김에 영끌 대출까지 받으면서 주식, 부동산, 코인, 미술품에 이르기까지 투기를 부추겼다.

 

잘못된 정책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후유증을 줄이는 최선 방법은 더 커지기 전에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다. 근자에 금융 당국이 대출을 죄고, 기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주요 국가는 내년도 예산을 금년보다 10%이상 긴축 편성하고 있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대선을 앞두고 아직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같은 유혹에 빠져 있다. 다행히 정부와 국민의 반대로 무산되었지만, 여권이 기재부를 겁박하는 모습은 흉했다.

 

코로나 지원책은 피해를 본 계층을 집중 지원하는 것이 정답이다. 일자리나 임금 손실이 전혀 없는 공공 기관이나 대기업 또는 호황을 누리는 비대면 업종 종사자까지 왜 돈을 주나? 코로나가 다시 번지고 또 종전처럼 돈을 뿌리다가는 후유증이 더 커질 수 있다. 심지어 우리 국채가 자본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도 있다. 코로나가 어떻게 전개될지, 앞으로 또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른다. 정치 지도자라면 의당 미래의 밥솥도 걱정해야 한다.

조선일보 김대기 단국대 초빙교수·前 청와대 정책실장

 

11.30 ‘지옥’은 넷플릭스에만 있는가

드라마 본 이들 “현실과 비슷”
좌표 찍어 공격하는 광신도들
“진리”라며 거짓 퍼뜨리는 사제
다른 말 하면 처벌한다는 선동

▲드라마 '지옥'에서 새진리회에 맞서 정의를 찾으려는 변호사 민혜진(김현주)./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의 6부작 ‘지옥’을 본 넷플릭스 이용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직접적이다. 한 시청자는 대놓고 ‘시장 상인 개인 신상 털고 몰려가 욕지거리하던 거 생각난다’고 트위터에 썼다. 작년 초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경기가) 거지 같아요”라고 했다가 가게 상호명과 주소, 전화번호가 노출되고 인신공격에 불매운동까지 당했던 한 재래시장 상인을 떠올린 것이다. 극 중 ‘화살촉’이란 광신도 단체가 소셜미디어에 이른바 ‘죄인’들 신상을 공개하고 찾아다니며 단죄하는 모습에서 유사성을 본 듯하다. 이런 반응을 감독이 의도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독자(관객)의 역할을 중시하는 현대의 수용이론에선 독자의 참여를 통해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는 것으로 본다.

 

‘지옥’은 암시와 비유로 가득 차 있다. 죄인이 지옥에 갈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는 ‘고지’, 괴물들이 나타나 멀쩡한 사람을 죽이고 이를 중계하는 ‘시연’, 사람들에게 이 초(超)자연적 현상이 “신(神)의 의도”라며 해석을 독점하는 사제(司祭)들이 등장한다. 표면적으로는 사이비 종교를 비판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은 훨씬 다양하고 중층적이다.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다는 점에서 작품 속 ‘시연’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7년 반 전 우리는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을 태운 여객선이 침몰하는 장면을 전 국민이 지켜보면서도, 꽃 같은 아이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과적과 조작 미숙’이라는, 전(前) 정부에서 나온 침몰 원인 조사 결과는 배척당했다. 이 끔찍한 참사에 누군가의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 선박 충돌설, 잠수함 충돌설, 암초설, 고의 침몰설을 비롯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해석들마저 쏟아졌다. ‘그날, 바다’ ‘유령선’ 같은 영화까지 제작한 김어준은 아예 세월호 주위에 신전(神殿)을 짓고 사제 역할을 자처한 인물이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원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 선체조사위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뒤를 이어 등장한 사회적 참사 조사위도 활동 기간을 연장했다. 이런 가운데 공영방송 KBS는 또다시 외부 충격 때문에 급히 항로를 바꿨을 가능성이 담겼다는 주장을 뉴스로 전했다. 무책임한 일이다.

 

세월호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아무도 보지 못한 바다 밑에서 벌어진 일에 유난히 집착했다. 2010년 북(北)의 습격을 받은 천안함은 지금도 ‘잠수함 충돌설’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방부가 잠수함 충돌을 제기한 유튜브에 대해 삭제 및 접속 차단 조치를 요구했지만, 이번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제’들이 나서서 ‘그냥 둬도 된다’고 판단했다.

 

‘부산행’과 ‘반도’ 라는 좀비 영화를 만든 애니메이터 출신의 40대 감독은 어떻게 이런 작품을 내놓을 수 있었을까. 그의 초기 작품들을 보면, 그는 혼자 십년 넘게 줄곧 이런 이야기를 해오고 있었다. 예컨대 애니메이션 ‘사이비’(2013년)에서 그는 거짓을 말하는 착한 사람과 진실을 말하는 나쁜 사람을 대립시켜 우리 사회를 풍자하고 있었다.

 

‘지옥’의 사제들은 극이 종반부로 갈수록 자신들의 허구성이 드러날까 봐 전전긍긍한다. 이윽고 드라마는 거짓을 선동한 사제들의 실체를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러나 현실은 답답하다. 세월호부터 5·18 특별법까지 진실과 거짓은 연일 거리에서 서로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놓고 다투고 있다. 여기에 진영 논리까지 끼어들었다. 여당의 대선 후보가 만들겠다는 ‘역사 왜곡 처벌법’은 이제 수많은 사건에 대해 자신들의 ‘의도’에 어긋나는 다른 해석을 불허할 것이다. ‘헬조선’이란 말은 문재인 정부 들어 사라졌다지만, 어디가 더 지옥 같은지 누군가 묻는다면 솔직히 답하기 힘들다.

조선일보 신동흔 기자

 

11.30 1년새 세금 130배, 정상인가

“조상 대대로 살던 집을 팔 수도 없고, 버티자니 매년 수백만원씩 나올 세금을 어떻게 감당할지 막막합니다”

부모님으로부터 고향 집을 물려받으면서 다주택자가 된 바람에 올해 내야 할 종합부동산세가 작년의 130배로 폭증했다는 한 70대 독자의 사연이 26일 본지 보도를 통해 알려진 후, 기자의 메일함에는 비슷한 이유로 고통받고 있다는 독자들의 사연이 쏟아졌다. 이들 대부분 “집으로 돈을 번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온라인 기사에는 ‘종부세는 세금이 아니라 벌금’ ‘현대판 가렴주구’ 같은 부정적 댓글이 수천개 달렸다. 연령대별 댓글 비율을 살펴보니 50~60대보다 40대(35%)가 높았다.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지금의 종부세에 큰 반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절대적인 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 올해 다주택자 종부세율이 크게 오르면서 본인 의지와 관계 없이 다주택자가 된 사람들도 내야 할 세금이 지난해에 비해 많게는 수십~수백배씩 늘었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1주택자 중에서도 보유세(종부세+재산세)가 2~3배씩 늘어난 경우가 종종 있다. 올해 전국 아파트값이 17.6% 급등했고,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 중이어서 앞으로도 종부세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국민 중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1.8%에 불과하다”거나 “시세 16억원짜리 집 평균 종부세가 중형차 자동차세랑 비슷하다”는 식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세금 폭탄’은 과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소수라 하더라도 동일한 자산에 대한 세금이 1년 새 100배 넘게 늘어난 걸 정상이라고 보긴 어렵다. 한 대학 교수는 “평균값으로 보면 예외 사례가 묻히는 ‘평균의 함정’을 이용해 정부가 여론을 호도한다”고 말했다.

 

정부 주장처럼 종부세로 인한 충격이 극소수 부자들에 한정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진짜 규제해야 할 ‘자발적 다주택자’들은 늘어난 종부세를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 한다. ‘월세 전가’가 대표적이다. 최근 1년 사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0% 올랐고, 지금도 매달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올해 종부세를 확인한 다주택자들은 “나중에 집 팔 때 세금까지 다 얹어서 받겠다”며 벼르고 있다.

 

경제학 교과서에는 ‘조세의 귀착’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재화는 세금이 판매자에게 부과되더라도 결국 구매자에게 전가된다’는 의미다. 현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때문에 앞으로 최소 3년간 서울에서 대규모 아파트 공급은 기대하기 어렵다. 상위 2% 부자를 겨냥한 종부세가 자칫 하위 20% 서민부터 때려잡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조선일보 정순우 기자

 

11.30 ‘세계 유일’ 종부세 언제까지 이렇게 둘 건가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기획재정부의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보도자료 첫 문장이 ‘전 국민의 98%는 과세대상이 아님’으로 끝난 것을 보면서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의 한 대목이 생각났다. 그는 공리주의를 비판하면서 사자 우리에 던져진 그리스도인의 예를 들었다. 콜로세움을 가득 메운 구경꾼들이 환호하며 느끼는 황홀경의 합계가 피해자들이 느끼는 고통의 합계보다 크다고 해서 이런 경기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요지다.

 

피해자가 소수라고 해서 어떤 정책이 정당화된다면, 소수 재벌의 재산을 몰수해서 다수 국민에게 분배하는 것도 꺼릴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인간은 모두 고유한 인격을 갖고 있기에 생명과 재산이 존중받아야 하며, 또 다수냐 소수냐를 가리지 않고 보호받아야 한다. 종부세 납부자가 전체의 2%라서 세금 부담을 마음대로 올려도 좋다는 것은 개명한 현대국가에서 통할 수 없는 논리다.

2%에만 물린다고 정당화 안 돼
‘가진 자’에 분풀이만 키우는 꼴

대상자 숫자보다 종부세가 합당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수단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헌법이 규정하듯이 사유재산권은 공익적 필요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로 종부세를 정당화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우선 그 고유한 정책 목표가 불분명하다.

 

노무현 정부가 2005년 종부세를 처음 도입할 때 상황과 논쟁을 돌이켜보면 이 세금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 특정 지역 주택 가격을 낮춘다는 말을 할 수 없으니 엉뚱한 궤변을 동원했다. 지금도 이 세금에 어떤 공익적 효과가 있는지 불분명하다. 가진 자에 대한 분풀이 효과는 있겠지만, 이는 콜로세움의 환호성이 아니고 무엇인가.

 

집값이 올랐으니 세금을 좀 더 내라 하는 말도 있지만, 오른 집값에 부과되는 양도소득세가 이미 있고 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재산 과세가 중복적으로 같은 목적으로 동원돼야 할 이유가 없다. 소득이 생겼다고 재산 과세를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집값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데, 올라서 종부세가 정당하다면 내릴 때는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 주나.

 

종부세든 뭐든 집값이 떨어지기만 하면 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금 부자를 빼면 누가 그 집을 살까. 다주택자의 임대 매물이 사라지면 선호도가 떨어지는 공공임대주택으로 대책이 되겠나. 일시적인 미분양 사태가 날 때 누가 매물을 소화할지 생각하면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각오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세법 개정으로 종부세는 이제 다주택자와 법인의 주택 보유를 진압하는 몽둥이가 됐다. 그러나 다주택 보유자를 다른 말로 하면 임대주택 공급자다. 전체 가구 중 자가거주자 1146만 가구, 공공임대주택 거주자 166만 가구를 제외한 723만 가구가 민간 임대인으로부터 셋집을 구한다.

 

세금 지원 없이 이 어마어마한 숫자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주택자다. 이들의 행태가 조금만 바뀌어도 시장이 요동쳐서 전·월세가 오르고, 전세가 월세로 전환된다. 집주인이 종부세 많이 낸다고 고소해 하는 사람들은 자기 전·월세 부담이 왜 늘어나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다주택자가 밉다고 보유 과세 부담을 한없이 높이는 것이 용인될 수 없다. 조세 부담이 과중해 납세자의 재산 상태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면 헌법상 사유재산권 보장의 원칙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전세 보증금이 주택가격의 50%, 보증금에 대한 이자율이 1.5% 정도라고 보면 주택가격의 0.75% 이상의 세금 부담은 재산권 침해라고 할 수 있다. 과표가 시가에 근접해가는 마당에 최고 6%, 부가세를 합해서 7.2%에 달하는 세율은 선을 넘는 수준이다. 매년 원본을 잠식해 결국엔 국가가 개인 주택의 소유권을 가져갈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지 않는 국가가 존립할 이유가 있을까.

중앙일보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11월 30일 文정권 종부세의 3大 치명적 잘못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① 사전 대처 막은 징벌적 과세
② 감내 범위 벗어난 과속 인상
③ 주거 안정 해칠 평가益 기준
대응 기간 10개월 운운 말장난
거미줄 효과로 전국으로 확산
집을 근심거리 만든 나쁜 세금

역사적으로 세액과 세율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 유럽을 지배하던 프랑스와 스페인도 현실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인상한 세금이 패권을 잃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많은 언론이 문제점을 보도하지만, 집권 세력은 시가 25억 원 아파트보다 쏘나타 자동차 세금이 더 많다는 얘기를 한다. 일부 고가 주택 보유자의 문제 같지만, 부동산시장은 가격과 거주 형태를 불문하고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특정 주택 또는 지역에 대한 과도한 과세는 결국 전국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종부세는 3대 치명적 맹점을 안고 있다.


첫째, 해당 납세자들이 사전적으로 대처할 수 없었던 징벌적 사후(事後) 과세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종부세법을 개정하면서 매매 유도를 위해 올해 6월까지 10개월간 과세 유예기간을 뒀다고 강조한다. 이번 종부세는 정부의 예고에도 불구하고 주택을 팔지 않고 버틴 다주택자들의 책임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번 종부세 대상자의 60%는 1주택 소유자다. 주택을 매수 또는 매도하는 일은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10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이 결코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기존 주택을 매도하더라도, 양도소득세·취득세·등록세 등을 고려하면 똑같은 규모의 다른 아파트를 매수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에서 말하는 사전예고는 고가 주택은 아예 보유하지 말라는 것이다. 납세자에게 사실상 아무런 선택권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종부세는 결국 징벌적 사후 과세일 뿐이다.


둘째, 세액과 세율 인상 속도가 현재 세계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세액이 많아도, 세율이 높아도 해당 세금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는 완만하게 변하면 납세자들이 경제활동을 지속한다는 가정 아래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종부세는 세액과 세율 인상 속도에서 감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통계적으로 대다수 한국 가정은 자산의 90% 이상이 보유 주택이다. 예를 들어, 20억 원짜리 주택을 가진 가정에서도 현금 및 예금 보유가 1억 원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하면 1주택자도 쉽게 1000만 원이 넘는다.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으로 인상한 게 아니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으로 급증한 것이다. 2021년 종부세를 2017년과 비교해 보면 금액 기준으로 15배, 대상 인원 기준으로 3배가 늘었다. 현금 보유 비율이 턱없이 낮은 한국적 상황에서 이번 세액을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미실현소득에 대한 과세다. 부동산정책에서 중요한 기준은 주거의 안정성이다. 미국에서는 주택에 대한 재산세를 부과하는 기준이 매입 가격이다. 시가는 변동성이 큰 반면 매입가는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주(州)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매입가에 1% 정도의 보유세를 부과한다. 장기 보유로 인해 주택 가격이 3∼4배 올라도 처음 매수한 사람이 계속 보유하는 주택은 30년이 지나도 자신의 최초 매입가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낸다. 미국이 시가를 기준으로 재산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시가 인상에 따른 평가이익은 미실현소득이기 때문이다. 미실현소득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면 현금이 부족한 납세자의 주거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세금고지서를 받고서 집을 팔 수도 없고 대출을 받을 수도 없는 1주택자들은 벌써 내년도 종부세를 걱정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편안해야 하는 내 집이 근심 걱정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이번 종부세의 본질은 국민의 주거 안정성을 훼손하는 미실현소득에 대한 세금이다.


더구나 종부세와 재산세를 정부에 내는데도, 급여 생활자들은 연말정산 때 세금 납부액을 소득공제 받지도 못한다. 종부세 납세자의 소득세율이 30%라고 가정하면, 이들은 종부세 납세액에 대해서도 또다시 30%의 소득세를 내야 하는 전형적인 이중과세다. 주택에 대한 세제가 이렇게 급변하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지난 세월 열심히 일해서 집을 장만한 1주택자들이 가격이 폭등했다고 이번처럼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재산세와 종부세 납부고지서를 받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문화일보